2013 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 + 11 12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4.0 Special Issue : 지역 창조산업 Special Issue 02 문화를 통한 작은 정책과 지역 혁신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동향(trend) 현대에 들어 문화를 소중히 하지 않는 도시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 도시는 문화 를 시정 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거나, 문화적인 지역개발, 문화적인 지역보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 또한 문화도시 문화마을 처럼 문화를 매개로 한 지역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만들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대체적으로 보아 그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최고급화 된 소비의 공간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주상 복합 빌딩을 만들고 그 아래 첨단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아케이드나 상가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 예다. 차단막으로 단절된 내부의 공간은 안정적인 소비와 여가의 공간이 되고, 비슷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케이션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일과 새로운 것 들을 만들어 낸다.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창조도시를 얘기하며, 창조적 20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창조산업 동향과 이슈 Creative Life & Culture 계층이 몰려들 수 있는 환경조성을 말할 때, 그리고 그 지역으로 24시간 개방된 지역 을 말할 때 예가되는 공간들은 대부분 이런 종류의 것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시간의 때 를 갖고 만들어진 공간들이다. 이 유형은 지역적 단위에서 오 래된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을 배경으로 여러 유형의 소비와 커뮤니케이션, 교류가 이루 어지는 사례를 말한다. 오늘날 북촌과 삼청동, 신사동의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 길 등 이 보여주는 특유의 아우라와 소비의 형태가 그것인데, 이들 지역은 오래된 건축물과 휴 먼 스케일의 거리를 배경으로, 자그마한 갤러리와 수공업의 샵, 그리고 이를 매개한 여 러 종류의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구성된다. 시간의 때를 배경으로, 미학적인 소비를 연출 하는 것이 특징이다. SPECIAL ISSUE 마지막으로 세 번째 형태는 미학적인 자원, 쉽게 말해 예술가들이 밀집된 지역이나 갤 러리, 공연장이 밀집된 지역에 형성되는 형태다. 홍대, 대학로, 문래동, 이태원 등으로 대별되는 이러한 지역은 예술을 바탕으로 한 소비를 매개로, 보다 개방된 형태의 커뮤니 케이션과 교류를 추구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개방적 형태의 삶과 표현행위, 이벤트들을 끌어들이고 그것을 산업으로서, 일상으로서 배태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시와 지역을 바꾸는 것이 이들 공간의 특징이다. 현대 도시가 갖는 문화전략은 이보다 더 다양하게 발현된다. 예컨대 성남의 사랑방 클럽 처럼, 아마추어 동아리들을 매개로 새로운 문화활동을 유발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서울 시 마을공동체 조성 사업처럼, 지역을 매개로 주민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지역을 공동체 공간화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생산과 소 비의 공동성이라는 취지하에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고, 공동의 소비를 유발하며 네트워크 를 구성하는 공유문화(sharing culture)도 또 한 축으로 끼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 러한 현실 속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을 혁신해나가는 사례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역사(history) 문화를 통한 도시혁신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1970년대 후반, 영국의 수상이 었던 마가렛 대처(Margaret H. Thatcher)가 Design or Resign 을 외치며, 영국의 공 업도시들을 리모델링했을 때 도시혁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영국은 성장잠재력을 잃은 제조업과 공장지대를 혁신해야만 새로 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산업으로 문화산업 을 택한다. 그리고 이 어 여러 공업도시들을 혁신하는 사업이 착수되었다. 리버플(Liverpool)과 글래스고우 (Glasgow), 쉐필드(Sheffield) 등 도시의 공업단지를 문화산업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1980년대 재성장을 이루며, 대처수상은 대처리즘 이라 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공업도시의 문화산업단지화에 성공한 영국은 이어 도시 내부에 있는 낙후지역을 혁신하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21
2013 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 + 11 12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4.0 Special Issue : 지역 창조산업 는 사업에 착수하게 되고, 템즈강변의 노후한 시설인 베터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1994)함으로써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어 스페인 바 스크 정부의 의욕적인 추진 하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빌바오에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진 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1997년 빛을 보게 되고, 영국의 게이츠 헤드(Gates Head)에 밀 레니엄 브리지(2001)와 제분공장을 리모델링한 발틱미술관(2002)이 세워지면서 낡은 시설을 문화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을 재생하는 모델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게 되고, 여 기에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 사사키 마사유 끼(Sasaki Masayuki) 등 창조도시 주창자들이 가세하며 문화는 창조를 낳으며 도시를 혁신하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기 이른다. 우리 또한 비슷한 시기에 창조도시론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이 실 체를 드러낸 것은 2008년 무렵, 서울시가 창의문화도시론 을 주창하 면서부터다. 문래동에 예술공장 (문래예술공장)을 조성하고, 서교예 술센터 등 10여 곳에 이르는 공간에 창작공간을 열면서부터 노후된 시설을 활용한 새로운 도심 지역창조모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 에 정부가 지역과 문화창조의 틀로서 도심 노후산업이나 시설을 활용 한 창조적 지역발굴을 추진하면서 문화를 배경으로 한 지역혁신 사업 은 본격적인 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아마도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부, 농림부, 지역발전위원회 등 전 부처에서 창의적인 지역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나라 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 문화부문의 사업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진화가 이루어진다. 과 거에 있어 문화정책의 가장 큰 맥은 예술가, 즉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논리는 점차 목적성 사업 지원, 그리고 창작자가 아닌 국민에게 혜택이 가 능 방향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앞서게 된다. 그 결과 예술을 매개로 한 공공지원 사업이 추진되게 되고, 때 마침 로또기금 이 문예진흥기금 사업비로 들어오면 서 지역을 문화적으로 혁신하는 말 그대로 Art in City 사업(2006~2007)이 추진된다. 그다지 성과를 보지 못하고 사라진 이 사업은 그러나 2008년 생활문화공동체 조성사 업 과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으로 이어지게 되고,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 트 등으로 거듭 추진되면서 여러 유형의 지역개발 사업, 예술을 통한 지역혁신 사업으 로 추진되었다. 바야흐로 예술을 바탕으로 한 지역혁신, 새로운 유형의 창조적 지역개 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례(samples) 그렇다면 우리에게 일어난 창조적인 지역혁신은 무엇일까?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 부에서는 지역문화브랜드 선정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역에서 내놓을 만한 문화 22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창조산업 동향과 이슈 Creative Life & Culture 적 이슈나 콘텐츠를 가진 지역을 지역문화브랜드로 선정, 수상해 오는 사업이다. 선정 된 사업대상지를 보면, 우리가 최근 형성해 온 문화를 통한 지역혁신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2012년 선정된 도시는 성남 사랑방클럽 과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 이다. 그리고 올해 선정 된 도시는 대구 근대골목 과 광주 시화마을 이다. 각각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남 사랑방클럽은 지역적 단위의 물리적 공간재생은 아니지만, 아마추어 예술동아리 형태의 도시프로젝트 의 성공사례를 보여준다. 아마추어 예술동아리들을 조사하여, 이 를 현재화하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 방(사랑방)을 만들어 연 습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모아 사랑방 축제 를 개최하는 한편 시 곳곳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의 일상에 자존감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세부 추진계획이다. 사랑방 클럽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현재도 성남에는 200개가 넘는 클럽에 4,500명 가량의 시민들이 참여한다. 일본의 성공적인 창조도시로 제기되는 가나자와 가 1개의 시민예술촌과 1기의 시민이 2기의 시민들 지도하는 시민감독 제 로 성공하였다면, 성남은 여러 클럽들과 시내의 다양한 유휴공간들을 활용함으로써, 그리고 시민들 스스로 운영위를 만들어 운영하고 축제를 기획하도록 함으로써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시민의 문화성을 깨웠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그 추진방식에선 가나자와 의 그것을 추월하는 모델이다. 지금 성남시는 사랑방클럽의 국제적 모델을 형성하기 위 해 노력하고 있다. SPECIAL ISSUE 부산 사하구의 감천마을의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미술적 장식과 지역활성화 사업이 다 양한 지역에서 일고 있다는 점이다. 통영의 동피랑마을, 제주 서귀포 시의 유토피아로 (작가의 산책길), 2013년 지역브랜드 사업에 신청하 였다가 탈락한 동해의 담화마을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마을들은 거의 소멸되어 가는 마을에서 미술을 통해 지역을 새롭게 재생한 사례로 손 꼽힌다. 2013년 대상으로 선정된 대구 근대골목은 근대라는 유산을 활용하여 지역을 리모델링한 사례다. 일제 강점기에 읍성을 뜯어 형성된 도심지 (대구 중구)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역사유산을 보전하고 지역 내에 있 는 각종 산업네트워크 자원-철공소, 약재상 등-를 연결하여 총 6개의 골목탐방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대구중구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287명이던 대구시 관광객은 2013년 20만이 가까운 규모로 변 화했고, 지방세입이 2012년도 715억원으로 전년인 2011년 653억원에 서 9.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문화성을 회복시킨 제3세대 형태의 문화 전략이 성공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23
2013 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 + 11 12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4.0 Special Issue : 지역 창조산업 지금 이러한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실험중에 있다. 전주의 경우 그 유명한 한옥마을 사 례를 창출하였고, 군산의 경우 도심 내 남아 있는 일제가옥과 강점기 건물을 재생하여 활용하는 군산근대산업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사한 도시인 인천은 개항장을 중심으로 도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많은 공연장과 갤러리, 화방점 등 이 밀집한 대전은 도심지역을 되살리는 문화적으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같은 유형으로 부산의 또따또가, 수원의 행궁프로젝트 등도 주목할만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광주 시화마을은 오늘날 많은 도시에서 추진되는 공동체 예술의 가능 성과 방향을 보여준다. 정부가 주도해 추진해 온 여러 사례와 달리 광 주 시화마을은 주민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지역에 거주한 시인이 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하여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주민마을만들기 운동은 2006 년 국토부가 시행한 마을만들기 사업 에서 1등을 수상하게 되고, 이후 국토부와 안행부 사업 등에 힘입어 마을단위 운동에서 지역의 각 사이트를 연결하고, 이 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문화허브 마을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을이 있는 광 주시 북구 지역 사이트 자체를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을사업은 서울시와 수원시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잃어버린 공동 체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마을성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이 를 통해 지역을 기호화함으로서 다시 마을의 행위성,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선순환구조의 형성은 마을-지역-을 기반해 지역을 혁신하고 새로운 공간지형으로 만들어 내는 움직임 이다. 아직은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분명 시민네트워크 속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는, 물리적 공간중심의 제3세대의 흐름을 넘어서는 제4세대의 흐름이라 기대해 볼만 하다. 전략(strategy) 문화를 통한 지역만들기, 지역혁신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교과서적 전형, 쉽게 말해 이전 사례를 따라하거나 어떤 학자가 얘기한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 놓인, 현재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인 동시에 남들 이 하지 않는 창의성을 제고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여기에는 답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기본적인 틀은 존재한다. 그것은 첫째, 현대 사회-지역이 요구하는 대화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는 방식이다. 즉,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여 러 가지 행위를 할 수 있는 개방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주요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술이 필요한 것이고, 과거의 역사와 시간의 흔적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이것을 지역의 개방성과 독창성, 진정성과 연관 지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받아들이 고 호흡할 수 있는 요소로 어떻게 쓸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24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창조산업 동향과 이슈 Creative Life & Culture 다른 두 번째는 외부적 요소보다 내부적 자원, 즉 그 지역의 산업, 사람(주민)들의 창의 성 등을 제고하는 것이다. 외부는 일시적으로 만들어 지는 모래성과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내부적 자원을 축적하고, 그것을 정체화( 停 滯 化 )하여 지역의 정체( 正 體 )로 활용하 는 것이다. 지역의 자원성, 가치, 사람들의 능력을 극대화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이 바로 지속가능한 지역-도시를 만드는 길이다. 현대 도시-지역의 힘은 바로 이런 내부성과 외부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내부적 자원으 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생산성을 끌어내는 것! 이 러한 과정에는 예술도 필요하고, 역사도 필요하며, 일상의 관계, 마을, 공동체 등도 필요 하다. 선진사례가 아닌, 우리 내부 속에 답이 있는 것이다. SPECIAL ISSUE <라도삼 연구위원 프로필> profile -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