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文 科 學 제98집 2013년 8월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Ⅰ. 들어가는 글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한류 가 마치 13세기의 몽골유목민들의 질풍같은 말발굽처럼 동서양을 정복 하고 있는 즈음 이들 한국문화를 이론적으로 조망하고, 실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국문화정책학회가 창립 1) 되고, 정 부와 민간에서도 한류와 문화관광을 연계시킬 수 있는 문화적 접근을 다 방면에서 시도하고 있다. 2) 이런 환경 속에 본 고는 서울( 首 都 )지역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 인은 무엇이었나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과 기후 등 자연지리적 요인 외에 외세나 의례, 정책영향인가, 외세와 전통의 조화로운 동거인가, 전통 적 식품효능에 대한 믿음인가, 환경변동에 대한 적응인가 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의 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즉 음식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사회 문화와 그에 따른 음식의 특성 간의 1) 한국문화정책학회 창립학술총회가 2012.6.8일 개최되었다, 2) 이종수(2008 2012); 신용석(2009.9.17).
148 人 文 科 學 第 98 輯 관계고찰이 될 것이다. 주요 연구문제는 서울( 首 都 ) 3) 지역 음식문화에 미 친 정치, 사회문화적 영향요인은 무엇이었는가를 수도지역 환경과 기후 등 요인과 국제화, 종교, 의례나 제사, 명절 등의 요인 등에 대한 답을 서 울음식을 중심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예컨대 서울의 음식문화를 생태환경과 기후, 국제화나 정책, 종교, 의 례 등과 먹거리와 식재료 장만, 전통적 조리법, 식사예절 등으로 구분하여 고찰하고, 서울의 음식문화 스토리텔링 개발 사례와 과제 등으로 구분하 여 제시한다. 본 연구의 분석의 시기는 1900년대를 그 대상으로 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서울 음식문화와 정체성의 의의, 변용, 식습관, 전통의례 등 과 분석의 틀을 제시하고, 스토리텔링 사례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 구의 방법은 문헌연구와 Web 분석, 학술지 분석과 일간지 등을 참조하고, 필자의 선행연구(이종수, 2004 2012)들을 참조하였다. Ⅱ. 음식문화 정체성의 이론적 접근 1. 음식문화와 정체성 1) 음식문화의 의의 음식문화는 인간이 정착한 자연환경의 틀 속에서 형성되며, 그러한 환 경이 역사, 문화, 제도적인 환경과 함께 변동되면서 식생활문화의 기본 틀 을 형성하였다(윤서석 : 18-20). 그러므로 한 민족은 그들만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공유하면서 전통을 이어 나가게 되고, 따라서 오늘날 세계적인 다 양한 음식문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3) 서울은 한성백제 수도 400여 년, 조선시대 600여 년, 대한민국 건국 등 1,100여 년 이 상 한국의 수도이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49 이러한 음식문화는 공유성, 통합성, 변동성을 특성으로 한다. 먼저 공 유성이란 같은 고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하 고, 같은 식사양식이나 관행을 이어가는 특성을 말한다. 통합성은 식품의 재료, 조리법, 식기, 상차림 등이 조화를 이루는 측면이다. 변동성은 물리 적, 경제사회적 환경에 변동이 오면 기본 문화에도 변화가 따르는 현상이 다. 우리나라의 식생활문화로서의 기본 틀이나 유형은 우리나라의 위치, 지형, 기후, 토양 등과 같은 자연환경이 기본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외래 문화를 수용하고 동화하였을 때에도 우리의 자연과 사회 환경에 통합된 것이었다. 국가지역 음식문화의 관점에서 본 고에서는 연구대상지역의 전통음식 을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섭취하고 있는 일상음식으로 정의한다. 곧 지 역의 전통음식이란 각 해당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는 각 국가 지역민들이 향유해 온 지역고유의 음식 이라고 정의한 다. 전통음식이란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음식으로 민족음식이라고도 한다. 특히 사회문화적 특성인 종교, 전통, 관습을 반영하는 음식이다. 2) 음식문화 원형과 음식정체성 (1) 문화원형 문화원형(culture archtype)이란 고유성과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본디모 양 (권찬호, 이종수, 2012 : 151)으로 지역이나 민족의 문화적 특징을 담고 있어서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본디 모습이다. 역사와 문화, 의식주의 특성 등과 특히 음식 부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화원형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우리 전통의 신화, 전설, 정치, 외교, 의식주, 의례 등 우리 민족문화로, 이는 한국적 고유성을 간직한 문화로, 세계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의 정체성을 갖는 한국문화이다.
150 人 文 科 學 第 98 輯 임재해는 우리나라 음식문화 원형(food culture archtype)을 단군신화에 서 찾고 있다. 4) 한국인은 누구나 끼니때마다 마늘을 먹는다. 김치든, 탕이 든, 무침이든 마늘이 빠지는 음식은 거의 없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이 한식의 기본 장류라면,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은 한식의 기본 양념이다(임 재해, 2007). 단군신화에는 곰( 貊 )족과 범( 濊 )족이 천신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했다. 환웅은 쑥(애= 艾 )과 달래(마늘= 小 蒜 ) 5) 를 주면서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리라 고 했다. 이 당시 마늘은 달 래다. 그러다가 중국의 장건( 張 騫 )이 기원전 2세기 한나라에 가지고 왔기 때문에 마늘( 大 蒜 ) 6) 을 호( 箶 )라고도 한다. 마늘이 초원길을 타고 유목민에 의해 전해졌다면 고조선 시대에도 소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삼국사기] < 祭 祀 志 >에는 신라에서는 매년 입춘 후 亥 日 산원( 蒜 園 )에서 후농제를 지 냈다는 기록으로 봐서 마늘밭을 경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후 삼국 시대 이래 주요 향신료로 쓰였다. 여기에서 우리 민족의 먹거리로 쑥과 달래, 마늘( 大 蒜 )이 음식문화원형으로 제시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7) 4) 옛날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며 신(=환웅)에게 사람이 되고 싶 다고 늘 빌었다 時 有 一 熊 一 虎 同 穴 而 居 常 祈 于 神 熊 願 化 爲 人 신(=환웅)이 신령스러 운 쑥 한 심지와 달래 스무 줄기를 보내며 이르기를, 너희가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의 모습을 얻으리라 하였다. 時 神 遣 靈 艾 一 炷 蒜 二 十 枚 曰 爾 輩 食 之 不 見 日 光 百 日 便 得 人 形 향약집성방( 鄕 藥 集 成 方 )은 호( 葫 )라고 하는 것은 대 산( 大 蒜 =마늘)이며 산( 蒜 )이라 하는 것은 소산( 小 蒜 =달래)이다고 했다. 본초강목( 本 草 綱 目 )도 산( 蒜 )은 소산( 小 蒜 =달래)이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 이시진은 중국에는 오직 이것[ 蒜 =달래]만 있었는데 이후 한인(=장건)이 호산( 葫 蒜 =마늘)을 서역에서 얻어오니 마침내 이것[ 蒜 =달래]을 소산( 小 蒜 )이라 불러 그것[마늘]과 구별하였다. 5) 마늘로 번역된 한자인 산( 蒜 ) 은 마늘도 되고 달래도 된다. 산( 蒜 )에는 대산( 大 蒜 =마 늘) 과 소산( 小 蒜 =달래) 이 있다. 산( 蒜 ) 은 대산 ( 大 蒜 =마늘)일 수도 소산( 小 蒜 =달 래) 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소산, 즉 달래를 뜻한다. 2012년 6월 현재 서울의 골목 골 목에는 저장마늘 판매 자동차가 골목길을 누비고 있다. 6) 마늘( 大 蒜 )은 기원전 2,5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상용하였다(이종수, 2010.2 : 57). 7) 마늘의 강한 향기는 악귀나 액을 쫓는 힘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마늘은 비린내 를 없애고, 음식의 맛을 좋게 하며, 식욕증진 효과가 높기 때문에 삼국시대 이후 우리 나라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향신료로 자리잡아 현재까지 이어진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51 (2) 음식 정체성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évi-Strauss, 1978)는 한 사회의 요리(음식) 는 그 사회의 구조를 나타내는 말 이라고 하여,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 이나 다름없다고 하였다. 곧 전통음식은 각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이 고스 란히 녹아 있어 한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핵심 키워드이다. 그의 요 리 삼각형 은 각 꼭지점에 날것, 구은 것, 삭힌 것으로 구성된다. 대다수 서양과 중국은 불로 구운 것(삶은 것)을, 일본은 날 것을, 우리는 3가지를 모두 조화롭게 만든 음식이 많다. 이처럼 음식은 국가나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 표현이자 수단이다. 고래로 인류는 음식을 섭취할 때 단순히 영양분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 라 미각경험도 소비해 왔는데, 이는 음식의 의미와 상징의 소비 차원이다. 즉 특정의 음식물들은 그 맛과 영양 욕구 및 그것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바에 의해서 틀 지워진다. 따라서 특정한 문화에 따라 특정 음식은 축제 나 축하연, 제례 등과 연관되고 통과의례에 관계되기도 한다(Beardsworth ; 박형신 외역, 2010 : 93). 음식은 인간의 (개인)정체성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것이 편입 과정이다. 이는 음식물이 신체의 외부 세 계와 내부 세계 간의 장벽을 넘는 것을 함의한다. 특정 음식의 섭취는 우 리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집단)정체성 형성과 다음세대로 이어지 는 문화의 유전자(DNA)가 된다. 보통 정체성( 正 體 性, identity) 이란 사람이 환경이나 사정이 변해도 자 기가 어떠한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 또는 그렇게 깨달아진 변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신의 존재 를 뜻한다. 즉, 정체성( 正 體 性 )이란 어 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며, 혼( 魂 )이란 사람의 몸 안에 있으면서 그것을 거느리고 목숨을 붙어 있게 하며,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는 비물질적이고 초자연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조상의 혼과 자신, 그 리고 후손의 혼이 연계성을 믿어 제사를 봉행하고 있다. 한 솥 밥 먹어
152 人 文 科 學 第 98 輯 동질성을 확인하고, 조상과 정분을, 제사 참여자와 일체감을 나눈다. 그 제사 봉행에서 나누어 먹는 음식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고 문화의 원형 으로 굳어진 것이다. 음식정체성이란 음식혼( 飮 食 魂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해지역민들이 수세대에 걸쳐 일상적으로 섭취해 온 음식으로 먹으면 편 안하고, 몸에 좋고,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조리하며, 얼마 동안 무섭취시 무의식적으로 땡겨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집착 또는 기억 으로 이는 조상에 드리는 제수( 祭 需 )를 같이 먹으며 공유되는 공동체 일체 감에서 생기고 전수되어져 왔다. 따라서 음식의 혼은 祭 禮 의 실천으로 지역적 봉헌물(예물, 음식)을 매 개로 하여 형성되며, 그것은 어릴 적부터 먹어서 습관의 일부가 되어 버 린 음식으로 제사음식, 일상식 등이며, 죽을 때까지도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애착이다. 그 기억이 뇌리에 저장되고, 그 맛의 기억이 음식혼( 飮 食 魂 ) 이다. 우리나라의 토양과 환경, 기후, 문화와 결합한 전통음식은 불고 기, 비빔밥, 장, 국과 탕, 미역국, 김치, 잡채, 젓갈, 상추, 떡, 전, 나물, 죽 등이다(한경구, 1994 : 51 ; 권숙인 : 6). 예를 들면 여수인들의 음식혼은 여수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여수의 독특한 조리법에 따라 여수인이 즐겨 먹는 바다장어탕, 서대회, 아귀탕 등을, 부산인은 돼지국밥을, 제주인은 몸 국 등을 수 있다(이종수, 2012.5.26). 2. 음식문화 변용과 식습관 1) 음식문화의 변용 음식문화는 각 민족들의 이주해 간 현지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한인 이 주자 공동체의 성격, 본국과의 접촉 정도 등에 따라 음식 정체성 보존이 나 변형 정도가 결정된다(권숙인, 2005 : 6). 재일동포들의 경우 된장찌개, 비빔밥, 생선조림, 생선찌개, 나물, 잡채, 김치, 돼지고기 볶음 등을 먹고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53 있다(권숙인, 2002). 일본의 재일동포 사회의 경우 한국음식 이 많이 남아 있어도 일본사회 환경과 동포의 세대가 바뀜에 따라 변형과 변화가 일어 났다. 예컨대 조리법의 현지화와 맛의 일본화, 정식메뉴, 요리의 시각적 표현 변화이다. 음식문화의 현지화와 창조적 변형으로 전통과 현지식의 결합인 제일동포식( 食 ) 의 등장이다. 재일 한인들의 민족음식문화 분석 결과(권숙인, 2005)는 된장찌개, 비빔밥, 잡채, 미역국 등이으며, 한국인의 음식혼으로는 밥과 김치, 미역국, 비빔밥, 국밥, 잡채, 불고기 등이었다(한 경구, 1994 : 51). 이산(diaspora)에 의한 일본음식의 세계화(송창주, 2010 : 356)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문화에 의한 일본문화의 수용과 변용 및 한 국식 일본음식문화 세계화를 들 수 있다. 예컨대 일제 식민지시대 영향으 로 한일음식의 교류와 일본식의 영향 사례이다. 김밥은 스시의 변형이다. 메밀국수, 소바, 우동 등도 일본식의 한국식( 食 ) 변형식품이다. 중국식도 일본의 영향으로 짬뽕, 교자 등이 일본화교에 의해 전해지고, 식민지 시대 에 일본인에 의해 한국에 전래된다. 식민지 시대 식문화는 양방향의 상호 작용에서 결정( 結 晶 )된다. 대체로 민족음식이라 부르는 음식에는 무역, 식 민지배, 지리적 인접 등의 역사적 요소가 담겨있으며, 문화적 변용의 일부 이다. 예컨대 베트남의 프랑스 모방인 발레 샌드위치 나 한국의 김밥은 외형은 일식이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쇠고기, 시금치, 계란 등을 넣고 먹 는다(송창주 : 362-363).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고려음식에는 낯선 땅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아 가는 고려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문화일보, 2011.10.27). 척박한 이크 마을 에서 땅을 일궈 벼농사를 시작하고, 콩을 불려 순두부를 먹으며, 짐치(김 치)를 담고, 고려국시(국수)를 먹고 있다. 우즈벡 고려인 음식은 기본적으 로 한식이지만 모양과 맛이 현지화되어 있다((재),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2012). 신종음식의 탄생이다. 고려음식의 변화 원인들은 문화 차이, 재료 와 조리법의 차이 등에서 기인하며, 그 원인은 강제 이주에 따른 구소련 의 영향과 현지 재료 사용에 따른 변화이다. 이렇게 한인들은 여전히 된
154 人 文 科 學 第 98 輯 장, 김치, 찌개, 나물무침, 비빔밥, 잡채, 떡 등을 끊임없이 소비하며 민족 혼을 유지한다. 2) 음식문화 특성과 식습관 문화의 하위범주인 음식 문화는 오랫동안 지켜온 식습관과 주변의 새 로운 생활양식이 융화되며 변화해 가는데 이러한 음식 문화형성은 식습관 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먼저 식습관을 요약하면, 첫째, 식습관이란 식 생활에 존재하는 습관이다. 인간이 먹이감을 얻어 조리 가공해서 섭취하 기까지의 과정을 식행동( 食 行 動 )이라 하지만, 식습관은 그 식행동에서 사 회적, 문화적, 심리적 영향을 받아 하나의 습관이 된 것을 말한다. 둘째, 식습관은 단순한 사회적 습속( 習 俗 )에 의한 것, 금기식, 식궁합, 기호적인 것이 있다. 습속이란 세시 행사나 의례 등에 따르는 식사이다. 경사스런 식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식궁합은 엄밀히 따지면 습속의 일종이고, 금기 식은 특정 먹이감의 섭취를 금한 규정이지만, 일반 동물성 식품에는 종교 에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식습관은 제사에서 나온다. 史 記 는 왕 은 백성을 하늘로 삼으며, 백성은 양식을 하늘로 삼는다( 王 者 以 民 僞 本, 民 以 食 爲 天 ) 고 했다. 주례와 예기, 의례 등도 제사와 정치의 관련성으로 제 사음식의 예의( 禮 義 )에 관해 기록하고 있으며, 천자는 음식과 술을 하늘에 바치고, 그 음식과 술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먹게 하였다. 천자가 하늘로부 터 통치권을 부여 받아 정치를 하였으며, 음식으로부터 정치가 비롯되었 음을 알 수 있다. 공자( 孔 子 )는 거친 밥과 나물죽이라도 반드시 곡신( 穀 神 ) 에게 드려 공경하였다( 朱 熹 譯 註, 論 語, 鄕 黨 篇 : 224). 8) 제사( 祭 祀 )는 신을 8) 고수레( 高 壽 寬 ), 또는 고시레란 산과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이바지가 왔을 때 음식 물을 조금 떼어 던지면서 외치는 소리, 또는 그렇게 하는 행위이다. 흔히 '고시래'라 하 고, 강화도 지역에서는 '퇴기시레'라 한다. 이는 신에게 바치는 공희( 供 犧 ) 의식인데, 잡 신에게 제물을 떼어주고 달래어 쫓는 한편, 먼저 제물을 바쳐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수레는 주언( 呪 言 )과 공희 행위가 함께 이루어지는 주술이다. 마치 주문( 呪 文 )처럼 "고수레!" 하고 외치는 소리가 곧 고수레다. 또 '고수레하는 행위'에서 보듯, 음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55 섬기는 의식으로 산사람을 섬기는 지극한 정성과 자세로 봉행해야 사람과 신이 하나로 된다고 하였다( 論 語, 先 進 篇 : 239-240). 지극한 공경과 정성이 요체이다. 식습관은 식행동에서 고정화( 固 定 化 ), 정식화( 正 式 化 )한 것으로 세계의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음식 문화의 전승이다. 식기호에서 나온 식습관은 상식( 常 食 )하는 먹이의 기호가 습관화된 것이다. 향토식을 그 지방 사람들 이 좋아해서 식습관이 된 것도 한 예가 된다. 음식습관은 유아동기 때 가 족을 통해서 대부분 형성된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지향성에 의해 서 특정 음식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식습관은 어릴적 입맛에 길들여 진 경우가 많아 쉽게 바꾸기 힘들다. 3. 전통의례와 음식 정체성 1) 제례( 忌 祭 祀 )와 名 節 첫째, 유교의 핵심은 인간행위의 기본이자 모든 덕의 으뜸으로 삼고 있 는 孝 사상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효의 근본정신은 가장 귀한 생명을 조 건 없이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선조에 감사하는 것 이다. 이러한 효는 부모 생시뿐 아니라 사후에도 상례( 喪 禮 )와 제례( 祭 禮 ) 를 통해 죽은 이 섬기기를 살아계실 때 섬기듯이 (중용 19장) 하는 정신 으로 이어진다. 유교의 모든 제사의식은 자손들이 죽은 이를 생시와 같이 정성껏 섬기려는 효성의 상징적 표현이며, 신령이 감사의 제사를 흠향하 게 되면 하늘에서 자손들에게 복을 내려준다. 아울러 신령한 복을 받은 후손의 자세는 그 복을 독점하지 않고 친척 이웃과 나누며 더 나아가 삶 자체를 향기로운 제물이 되게 함으로써 신령에 화답하는 것 이라고 가르 식을 떼어 던지는 행위를 일컫기도 한다. 이렇듯 고수레는 언어와 행위를 일치시켜 액 을 막고 복을 맞으려는 주술적 관습이다(브리태니커). 유목민인 흉노족이나 중원의 한 족 모두 고수레 풍습은 일치한다.
156 人 文 科 學 第 98 輯 치고 있다. 둘째, 차례는 불교 의식에도 뿌리를 둔다. 백장청규( 百 丈 淸 規 ) 에는 차례의 뜻을 한 솥에 끓인 차( 茶 )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 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 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 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가 차례 라고 설명한다. 불교식 명절 제사법의 전 문가인 태고종 열린선원의 승려 법현은 차례( 茶 禮 )는 하늘과 조상에 차 ( 茶 )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 禮 ) 라고 강조한다. 忌 祭 祀 의 경우 조상의 신주( 神 主 ), 곧 지방( 紙 榜 )은 병풍에 붙이거나 위 패일 경우에는 제상 위에 세우고, 차례상 앞 첫째 줄에는 과일을, 둘째 줄 에는 채( 菜 )나 나물류를, 세째 줄에는 다섯 가지 맛을 갖춘 탕( 湯 ) 9) 으로 단탕( 單 湯 ) 삼탕( 三 湯 ) 오탕( 五 湯 ) 칠탕( 七 湯 ) 등을, 네째 줄에는 적( 炙 :불에 굽 거나 찐 것)과 전( 煎 :기름에 튀긴 것)을 다섯째 줄에는 밥과 국을 놓는 데, 밥 은 왼쪽에, 국은 오른쪽에, 또 떡은 오른쪽에 면( 麵 )은 왼쪽에 놓는 다. 2) 名 節 명절이란 전통적으로 그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 념하는 날로 우리나라는 설이나 추석 등이 대표적이다. 첫째, 설 명절이 다. 설이란 새해의 첫머리란 뜻이고 설날은 그 중에서도 첫날이란 의미를 지닌다. 10) 이러한 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우선, 설날을 '낯설다'라는 말의 9) 탕( 湯 )이란 국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또는 제사상에 올리는 건더기가 많고 국물이 적 은 국이다(국어사전). 탕국이라고도 한다. 魚 湯, 肉 湯 등이 그 예이다. 10) 유목민들이 가진 天 孫 思 想 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인 태양( 太 陽, 日 )을 보면 몽골어에서 는 '나ㄹ'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말[날]과 완전히 같다. 유목민들이 동쪽을 향해 예를 올리는 것은 흉노 돌궐 거란 이래의 전통이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태음력으로 1월 1일 을 차강사르(흰색의 달)( 舊 正 )라고 하여 최고의 명절이다. 양력설( 新 正 )은 신찔 이라 한다. 설날을 차강사르라고 부르는 것은 백색이 길상 풍부 순결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57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다.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 설음'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11) 이는 설날을 한자어로 신일( 愼 日 ) 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일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이다. 설날의 세시풍속 중에 차례는 정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이 각 가정에서 는 대청마루나 큰방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제상 뒤에는 병풍을 둘러치고 제상에는 설음식[ 歲 饌 ]을 갖추어 놓는다. 설날의 음식을 통틀어 '설음식' 또는 '세찬( 歲 饌 )'이라 하고 설날의 술을 '설술[ 歲 酒 ]'이라고 한다. 설음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떡국이다. 12) 떡국은 흰쌀을 빻아서 가는 체로 치고 그 쌀가루를 물에 반죽하여 찐 후 안반에 쏟아 놓고 떡메로 수없이 이다. 설빔을 입고 밖으로 나가 동이 트기를 기다리고 동이 트면 먼저 해가 뜨는 방향 으로 오른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다. 하늘에 예를 올릴 때 마유주나 우유 등을 하늘 로 뿌리는데 이것을 차찰[배천( 拜 天 : 하늘에 절함)]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의식은 고대 로부터 전승되어온 샤만 신앙의 유풍이다. 우리가 하는 해맞이 풍습과 다를 바 없다. 몽골은 우리와 같이 백색 숭배의 풍습이 강하다(몽골이 훨씬 더 심함). 몽골인은 종종 겔의 입구에 천마( 天 馬 )를 그린 깃발을 내걸고 있는데 말은 행운을 상징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애마( 愛 馬 )를 순장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사후 말이 없으면 하늘나 라로 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몽골인들은 백마( 白 馬 )를 가장 귀한 것으로 생각한 다. 신라 천마총에는 1,500여년 전 자작나무에 그린 天 馬 圖 가 있다(권찬호, 이종수, 2012). 11)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여겨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날을 명절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역법( 曆 法 )이 제정되어야만 한 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날의 유래는 역법의 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 진다. 우리나라가 나름대로의 역법을 가지고 있었음은 중국인들도 진작 인정하고 있었 다. 삼국지 ( 三 國 志 ) 에 이미 부여족이 역법을 사용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신라 문무왕 대에는 중국에서 역술을 익혀와 조력( 造 曆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2) 설날에 흰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은 고대의 태양숭배(Tengri) 신앙과 천손사상에서 유래 한 것으로 보이는데,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한 것 이며, 떡국의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태양의 둥근 것을 상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몽골의 영웅 징기스칸도 태양신을 믿었다. 몽골비사( 元 朝 秘 史 ) 에 는 영원한 하늘 에 대한 기도와 그를 상징하는 해를 향해서 장대에 고기를 매달거나 술을 흩뿌려, 공물을 바치는 풍습에 대한 언급이 있다. 또한 징기스칸은 나는 강대한 하늘에 의해 지명되 었다 라고 하면서 만약 하늘이 진실로 나에게 나라를 주었다면 등 등이 기록되어 있다. 원 세조 쿠빌라이칸은 유목민이 정착하면 망한다고 훈시하고, 유교를 멀리하며, 항상 지경을 넓히고, 몽골 전통의 의식주를 떠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158 人 文 科 學 第 98 輯 쳐서 찰지게 한 다음, 한 덩어리 씩 떼어가지고 손으로 비벼 그것을 굵다 란 양초가락만큼씩 길게 만든다. 이것을 타원형으로 얇게 썰어서 장국에 넣어 끓이고, 쇠고기 꿩고기로 꾸미하여 후추가루를 뿌린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 제사때에 제물( 祭 物 )로도 차리고 또 손님에게도 낸다. 설날의 떡국 은 지금은 쇠고기나 닭고기로도 끓이지만 옛날에는 꿩고기로 많이 하였 다. 둘째, 추석( 秋 夕 )은 한가위, 중추, 중추절, 가배일로 부르기도 하며, 음 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서 설날 다음으로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깊 은 뜻을 지니고 있는 명절이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 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며, 특히 송편은 추석에 먹는 별미로 들 수 있다. 추석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전통이 있다. 이 때문에 전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추석이 되면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 가 매진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민족대이동'이라 부르기도 한다(위키백과 사전). 추석이 언제부터 행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중국 신라시 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秋 夕 祭 禮 飮 食 (Chuseok festival food)은 추석날 차례( 茶 禮 )에 올리는 제사 음식의 총 칭이다. 즉 추석 차례의 제물은 기제사와 거의 같지만, 메와 갱 대신에 햅 쌀로 송편을 빚고 대추, 밤, 감과 같은 햇과일을 올린다. 추석에는 추석빔 을 입고 여러 가지 햇과일 토란국 등 음식들을 장만하여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4. 선행연구와 분석의 틀 1) 선행연구 박승애(1985)는 자연환경과 음식문화의 밀접성을, 성태종 외(2009)는 민족의 식생활과 사회변화와 식문화 간의 관계를, 윤서석(2008)은 한국의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59 식생활문화를 분석하였다. 김의근(2009)는 세계음식문화 비교를, 권숙인 (2002, 2005)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음식정체성을 멕시코와 일본을 중심으 로 각각 현지 조사했다. 최근 이종수(2008.10, 2009.2 ; 2009.6, 2009.9 ; 2009.11 ; 2010.3 ; 2012) 가 시도하고 있는 음식스토리텔링연구는 지역음식문화와 특성에 지역음 식스토리를 가미해 마케팅하는 방안을 사례 비교적인 내용으로 제시하고, 몽골의 고려와 탐라지배 결과와 음식문화의 영향을 언어와 음식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이종수, 2010.3)한 바 있으며, 정혜경, 안정혜(1996)의 서울 시 음식문화 특성 분석 및 김미혜(2010)의 음식스토리텔링을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필자의 최근 연구(2010.3)인 탐라에 대한 몽골지배연구에 의 하면 탐라(제주)의 음식 또한 몽골, 일본식민지 수탈구조를 겪으면서도 탐 라(제주)만의 전통적, 환경적 영향을 받아 음식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구 분 선행연구 분석과 차별성 연구목적 연구방법 주요 연구내용 박승애(1985) 환경과 식문화의 관련성 분석 국가 지 역별 음 윤서석(2008), 한국식생활 문화분석 식문화 김의근 외(2009), 세계 음식문화 비교 분석 권숙인(2005), 재맥시코와 재일 한인의 민족음식문화정체성 분석 권숙인(2002), 일본 관서지역 한인동포 의 생활문화 분석 질적 분석 지역환경과 식문화 관계 분 석 레비스트로스(2001) 문화구조 분석 사회일반 문화구조 분석 임재해(2011) 단군신화와 민족문화정 체성 단군신화와 우리나라 음식문 화 정체성분석 성태종 외(2009), 국제음식문화 분석 음식문화 국제비교 한국 식생활문화와 음식특성 의 역사적 분석 국가별 음식문화 비교분석 현지화, 정형화, 지구화 정도 분석 재일본 한인동포 생활문화 분석
160 人 文 科 學 第 98 輯 음식 스 토리텔 링 분석 이종수(2007), 서울시 전통음식체험 스토리텔링소재 개발 정혜경, 안정혜(1996), 서울시 음식문 화 분석 이종수(2008), 서울 전통음식스토리 텔링 마케팅 분석 이종수(2009), 음식스토리텔링 모형 분석 이종수(2010), 제주의 몽골음식문화 영향 분석 이종수(2010), 이집트와 서울의 음식 문화 분석 김은미 외(2009), 전라도음식 스토리 텔링 사례 분석 이종수(2011.3), 피맛골 스토리텔링 분석 이종수(2011.10), 한국과 베트남의 음 식문화 비교분석 권찬호, 이종수(2012.2), 신라문화원 형 스토리텔링 마케팅 김미혜 외(2010), 백제음식 스토리텔 링 본 연구 서울음식 특성화를 위한 음식스토 의 차별 리텔링 방안 제안을 목적으로 함. 성 고궁, 남산골 음식체험과 스토리텔링 소재개발 서울시음식문화 특성분석 음식스토리텔링 소재개발 음식스토리텔링 모형개발 제주와 몽골의 음식문화 상호영향력 분석 서울과 카이로의 음식문화 비교분석 사례분석 전라도 음식사례분석 질적 분석 질적분석, 유물분석 질적 분석 종로 피맛골 스토리텔링 체험요소 개발 국가별 생태가 음식문화에 미친 영향분석 신라문화의 특성인 황금화 이지미 마케팅방안 백제음식 스토리텔링 개발 서울음식 특성화와 서울음 식 스토리텔링 마케팅방안 을 제안함. 2) 분석의 틀 본 고에서는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로 자연, 생태적 환경, 국제화와 식민지 경험, 또는 국가정책, 신앙이나 종교요인으로 구분하고, 종속변수로 식재료, 조리법, 음식 예절 등으로 구분하였다. 첫째, 생태(기 후) 등 자연조건 또는 국제화 등을 중심으로 한 비교이다(김의근 외 : 11). 둘째, 국제화나 식민지 경험 그리고 정책 요인이다. 식민경험과 전쟁, 기 근 등 국내정책의 변화가 음식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도살 금지령, 금주령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불교국가 고려와 숭유정책을 내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61 세운 조선의 제례문화는 국가의 정책 전환이나 종교의 차이로 한 민족의 음식문화를 완전히 정반대로 변화시켰다(윤덕인, 2001 :230). 중국이나 우 리나라의 경우 음식은 제사에 바치는 의식행위에서 예의와 깊은 관계를 맺었고, 그러한 예의를 중시하는 음식문화가 발전하여 사회질서 유지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면서 음식은 정치와 깊은 관련을 갖게 된다. 셋째, 종교(민속 신앙) 시책이 음식문화에 미친 영향이다(윤덕인, 2001). 유교사 상에 기초한 상차림에 발달한다(성태종 외 : 32). 유교는 예를 중히 여겨 통과의례( 通 過 儀 禮 )로 잔치나 제례음식의 차림새가 정해졌으며, 보통 때의 반상차림도 반드시 한 사람 앞에 한 상씩 독상을 차렸다. 또한 건국신화 에서 보듯이 샤머니즘으로서의 민속 신앙(굿 등)이 음식에 영향을 미친다. 제례( 祭 禮 )는 당제( 堂 祭 ) 등으로 지금까지 행해진다(김천호, 1995 : 58). 넷 째, 생태(기후)나 정책 등의 영향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종속변수인 식재료 와 조리법, 식사예절 등의 차이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상의 논거를 토대 로 하여 본 연구의 대상인 서울 음식문화 분석의 틀을 < 표 2 >에 제시한 다. 지역별/음식특성별 서울 음식 음식 특성별 독립변수 측면 생태(기후), 국제화(식민지 경 험), 종교와 신앙, 의례 종속변수 측면 식재료 조리법 식사 예법 Ⅲ.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분석 1. 서울 음식문화 배경
162 人 文 科 學 第 98 輯 1) 서울의 생태 환경과 기후 서울은 한반도의 서쪽 중심부인 동경 126도 59분, 북위 37도 34분에 위 치하고 있으며, 민족의 젖줄인 한강이 서울의 중심을 가로질러 동에서 서 로 흐르고 있다. 또한 곳곳에 구릉이 발달하고 주변이 산으로 에워싸인 분지형태로, 서울중심부는 비교적 평지이며, 특히 주변의 산들은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여 각국의 주요도시 가운데에서는 유례가 드물 정도로 뛰 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의 기후는 사람 살기에 적당한 온대에 속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다. 기후와 음식의 관계는 온대의 경우 음식종류가 다양하고, 가공식품이 발달되어 있으며, 열대지 역의 경우 과일을 중심으로 하거나 향신료 사용이 많다는 점이다(김윤태 : 107). 예로부터 서울은 지리적 위치상 한반도 남북 문화권의 경계지대로 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대 체로 온난하고 해조류, 산과 강, 바다 식재료를 적절하게 얻을 수 있는 환 경이다. 2) 국제화(식민지 경험) 국제화나 식민정책적 측면이다. 서울이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최초 로 수도로 등장한 시기는 기원 전 백제 건국 초기로, 찬란한 백제문화는 한반도의 문화를 일구는 시초가 되었다. 삼국시대에는 삼국의 주도권 쟁 탈전이 가장 치열했던 전략적 요충지로서 이를 통해서도 한반도에서 서울 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후기에는 개성에 몽골의 군사 본영이 설치되고, 그와 동시에 소주, 설렁탕, 타락죽, 육회 등의 문화가 유입된다. 동시에 몽골의 육식문 화의 도입에 따라 가축 도살기법이 전래되고, 도축을 생업으로 하는 직업 이 탄생했다. 13)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63 고려의 금살도감( 禁 殺 都 監 )은 1361년(공민왕 10)에 개경을 함락한 홍건 적( 紅 巾 賊 )이 농사에 필수적인 우마를 거의 잡아 죽이자, 개경 수복 후인 이듬해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이 관청을 설치하여 우마의 도살을 금지하였다. 고려는 태조의 훈요십조 에 따라 숭불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살생을 금지하고 육식을 절제하였으나, 원의 지배기에 들어서면서 육식습속이 회생하였다(성태종 외, 2009 : 27). 조선시대의 유 교사상 또한 한국음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몽골의 고려지배, 조선 유교이념, 한국전쟁과 미제국주의, 일제 식민지 와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과 지배역사가 우리 민족, 서울음식에 미친 영향 은 음식의 종류, 조리법, 식재료, 식사예법 등에 일부 남겨져 있다. 3) 종교 요인 종교나 신앙 측면에서 유불선문화이다. 무속문화가 겹치며, 이는 다양 한 떡문화를 유지시켰다(이종수, 2012.6a). 고려의 불교, 조선시대의 유교 사상 또한 한국음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유교는 예를 중히 여겨 통과 의례( 通 過 儀 禮 )로 잔치나 제례음식의 차림새가 정해졌으며, 보통 때의 반 상차림도 반드시 한 사람 앞에 한 상씩 독상을 차렸다. 풍속에서 한국음 식의 특징을 살펴보면 철에 따른 시식( 時 食 )과 절식( 節 食 )이 있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에 떡국, 대보름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 추석에 송편 등과 같 이 제철에 나는 식품으로 별미를 즐기는 풍류이다. 집안 경사나 제사 같 은 의례가 있을 때는 음식을 풍성하게 장만하여 이웃과 친척에게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지금도 전해온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도살금지령 이나 금기 식품의 종교적 요인 등과 금주령 등의 정책적 요인도 음식문화 에 다대한 영향을 미쳤다. 13) 고려시대 소를 제대로 도축하지 못한 고려인들은 몽고, 회교도인들의 통추살(소를 망 치나 몽둥이로 죽이는 방법)하는 법을 배웠고, 이 무리들이 화척( 禾 尺 ) 등의 계급을 이 뤘다(이성우, 1996).
164 人 文 科 學 第 98 輯 2. 서울음식의 주요 특성 1) 서울음식의 특성과 식재료, 조리법 및 식사예절 (1) 특징 서울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500년 이상 도읍지였으므로 아직도 서울음 식 14) 은 조선시대 음식풍이 남아 있다. 물론 그 이전 이웃해 있던 고려시 대 수도 개성의 음식문화를 물려 받은 경향이 강하다. 서울음식의 간은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왕족과 양반이 많이 살던 고장이라 격식이 까다롭고 맵시를 중히 여기며, 의례적인 것을 중요시하 였다. 양념은 곱게 다져서 쓰고, 음식의 양은 적으나 가짓수를 많이 만든 다(이승진, 2005 ; 이귀주, 2001 ; 정혜경, 안정혜, 1996). 북쪽지방의 음식 이 푸짐하고 소박한데 비하여 서울음식은 모양을 예쁘고 작게 만들어 멋 을 많이 낸다. 궁중음식이 양반집에 많이 전하여져서 서울음식은 궁중음 식과 비슷한 것도 많이 있으며 반가음식도 매우 다양하였다(김정은, 2011). 양념들은 곱게 다져서 쓰고, 음식의 양은 적으나 가짓수를 많이 만 든다. 서울 음식은 모양을 예쁘고 작게 만들어 멋을 낸다. 서울(전통)음식이란 서울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 14) 서울 음식이란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 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 식 을 말한다. 지금 서울 사람이 먹는 음식을 살피면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황교 익, 2011.7.30). 서울의 식당에서 팔리고 있는 서울 전통음식은 궁중음식, 설렁탕, 빈대 떡, 민어탕 정도다. 일반 식당의 단골메뉴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 칼국수, 갈치 조림 등 등이다. 그러나 해방과 근대화 이후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동네 음식 은 장충 동 족발, 신림동 순대, 신당동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 낙원동 떡, 명동 돈가스, 마포 돼 지갈비, 왕십리 곱창 같은 것들이다. 현대 서울 음식은 각 지역에 몇 몇의 식당이 몰려 있는 음식으로 예컨대 종로 빈대떡과 설렁탕, 신당동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와 평양냉 면, 무교동 낙지볶음, 동대문 닭 한마리, 태릉 갈비, 오장동 함흥냉면, 낙원동 떡, 신림 동 순대, 명동 돈가스, 마포 돼지갈비, 왕십리 곱창, 장충동 족발, 혜화동 칼국수 등 등 이다(황교익, 2011). 2012년 현재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순위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이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65 주는 서울사람들이 향유해 온 고유의 음식이다 (정혜경, 안정혜, 1996). 서 울음식의 특징 6가지를 소개하면 1) 맛의 특징은 시원, 담백, 맛깔, 깔끔하 다. 2) 조리법으로는 손포가 많이 가는 단점이 있다. 3) 반가음식으로서 격식, 법도를 중시한다. 4) 중인층 음식이다. 다양성과 화려함을 특성으로 한다. 5) 재료는 주로 쇠고기, 생선, 채소를 중심으로 한다. 6) 시절음식과 의례음식을 중시하였다. 대표적인 서울음식은 설렁탕, 잣죽, 떡국, 국수장 국, 육개장, 신선로, 구절판, 탕평채, 도미찜, 경단 등이다(이귀주, 2001). 기타 곰탕, 국밥 등은 13세기 고려후기 몽골지배에 의해 탕국문화와 육식 문화를 낳았고, 그 탕국중심 영향을 서울은 설렁탕이, 제주에선 몸국으로 계승 중이다(이종수, 2012.6a). 전통음식의 맛은 달지 않고, 짜거나 맵지 않다. 싱거우면서도 시원한 맛인 슴슴하다, 삼삼하다 는 특징이 있다(이귀주 : 248). 서울음식의 종 류는 흰밥, 굴밥, 비빔밥, 흰죽, 깨죽, 비빔국수, 장국밥, 떡국, 신선로, 꿩 만두 등(정혜경 외 : 16-19)이며, 서울시의 대표 향토음식은 설렁탕, 육개 장, 비빔국수, 약식, 육포 등과 또는 장국밥, 설렁탕, 신선로, 선지국(해장 국) 등이었다(이귀주, 2001). 서울의 전통음식과 향토음식은 상당부분 겹 친다(이승진, 2005 : 15)(보강함). 서울 음식의 기호도( 嗜 好 度 )는 비빔국수, 육개장, 너비아니(불고기) 15), 설렁탕, 국수장국 등이며, 거의 기호도와 인 지도가 일치한다. 대체로 서울뿐 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기호도가 높은 음식들이 인지도도 높게 나타났다(이승진 : 22-23). 외국인의 한국음 15) 불고기의 원조는 맥적( 貊 炙 )이다. 맥적이란 중국인이 붙인 이름으로 맥 은 예맥족의 후손인 고구려를, 적 은 꼬챙이에 꿰어 구은 고기를 의미하는 데 그것이 너비아니로, 또 근래의 불고기로 발전한다. 後 漢 書 에도 맥은 고구려라고 했고, 맥적은 양념장을 해서 구운 고기라고 하여 조리법이 중국, 몽골과 확연히 다르다(윤덕인, 2001 : 229). 중국의 진( 晋 )나라 때는 맥적( 貊 炙 )을 상당히 즐겨먹었는데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잔 치 때 반드시 내놓았다. 중국의 고기요리는 전통적으로 미리 조미하지 않고 굽거나 조미료에 무쳐 먹는데 비하여, 적은 미리 조미하여 굽기 때문에 일 부러 조미료에 무 쳐 먹을 필요가 없으니 장이 따로 필요 없었다. 모든 상황을 추려보면 맥적은 고기에 다 고구려에서 나던 부추와 마늘을 충분히 넣고 우리가 자체 개발한 장( 醬 )으로 조미 하여 구워먹는 것이니 미리 조미한다는 점에서 불고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166 人 文 科 學 第 98 輯 식 인지도는 김치, 갈비, 불고기, 비빔밥 등이며, 음식 선호도는 김치, 비 빔밥, 불고기, 갈비구이, 잡채 등이다(한경수 외, 2005 : 94) 한편 경기도 지방 16) 은 서해안에서 채취되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동쪽 산간지대에서는 산채가 많아 여러 가지 식품이 고루 생산되는 지역이다. 간은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서울과 비슷한 정도이고 양념도 많이 쓰는 편 은 아니다. 대표적인 경기도 음식으로는 조랭이떡국, 오곡밥, 냉콩국수, 팥 죽, 개성순대, 삼계탕, 갈비탕, 개성약과, 수수부꾸미, 오미자화채, 개성경 단, 개성주악 등이 있다. 서울과 개성의 음식은 사치스럽고 복잡한 편이다. 경기도 예전 음식은 개성 편수를 들 수 있다. 개성편수는 서울의 네모난 편수와는 달리 쇠고 기, 돼지고기, 닭고기, 두부, 배추김치, 숙주 등의 재료로 만든 속을 많이 넣어 아기 모자처럼 둥글고 통통하게 빚는다. 이것을 끓는 장국에 익혀내 어 초장에 찍어 먹거나 뜨거운 맑은 장국에 넣어 먹는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 17) 로서 음식이 사치스러웠고 격식이 까다로웠다. 음식의 양은 적었으 나 가짓수는 많았고, 양념을 많이 했으며, 중간 정도의 간을 했다. 고려 초기에는 불교가 더욱 융성하여 肉 食 (육식)이 식생활에서 멀어지 기 시작했으며, 특히 우육식( 牛 肉 食 ) 18) 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고려 후기 목축술이 능숙한 몽고의 지배하에 이런 사정은 바뀌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제주도의 기후가 온난하여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 16) 경기도 방문 내국인을 대상으로 경기도 대표 음식 10가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 과, 이천 쌀밥, 의정부 부대찌개, 포천 막걸리, 포천 이동갈비, 수원 왕갈비에 대한 선 호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경기개발원, 2011). 17)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몽골군 주둔 당시 개성소주와 개성순대가 전래된다. 서울은 조 선왕조의 도읍지였으므로 서울의 전통음식은 조선시대로부터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고려 후기 음식문화가 강하게 베어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설렁탕 등 탕( 湯 ) 문 화다. 18)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세분하여 아는 미각문화를 지 닌 민족으로 한국인과 동아프리카의 보디족을 지적했고, 이규태는 육식민족인 영국인 은 소를 35부위로 나누고 일본사람은 15부위, 우리나라 사람은 120부위로 분류해 먹는 다고 지적하였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67 이 적고, 자생 목초가 풍부하며, 사나운 짐승이 없어 목장으로서 천혜적 조건을 갖는 곳인데 근거하여 충렬왕 때 말과 우량한 품종의 소를 이끌고 제주도에서 목장을 개발하였다. 게다가 고려 후기에는 몽고풍의 요리가 전해져 고기를 물에 넣고 삶아 그 우러난 국물과 고기를 함께 먹는 지금 의 설렁탕, 곰탕이 생겨났다. 고려시대 만두는 귀족음식이었으며 상화( 霜 花 )라고 하고, 몽골인의 일상식이었다. 설렁탕은 서민음식이었다(이이화, 1999: 247). 쌍화점의 쌍화는 만두가게를 말한다. 고기 조리법도 이 때 몽 고인에게서 전수되었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공탕( 空 湯 ))이다. 이 때의 공탕 이 지금의 곰탕의 원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맹물에 고기를 삶는 조 리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려 후기에 육식이 본격화되면서 개장국, 쇠고 기를 쓴 육개장, 설렁탕 등이 나타났다. 몽골족들은 소의 갈비를 구워서 뜯어먹거나 소와 같은 가축의 뼈를 푹 삶아서 그 물에 소금과 파를 넣어서 간편한 식사를 했다. 19) 그들은 이것 을 '슐렝'이라고 하는데 설렁탕과 관련이 있다. 몽골비사 에 보면 고대 몽골인들이 슐렝(sülen)으로 아침식사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몽골비사 229절)(유원수, 2004). 조선 영조(1724 1776) 때 간행된 몽골 사전인 몽어유해( 蒙 語 類 解 ) 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맹물에 고기를 넣고 끓인 것을 '공탕( 空 湯 )'이라고 적 고 '슈루'라고 읽었다. 설렁탕은 소금과 파로만 간을 한다. 파는 실파(달래 =소산)이다. 그래서 몽골지역이 단군신화의 熊 女 고향이라는 견해가 있 다(박원길, 2010 : 512). 20) 19) 당시 원( 元 )으로부터 유입된 술이 아랍식 증류주 소주( 燒 酒, 阿 刺 吉 酒 )다. 이색은 목 은집( 牧 隱 集 ) 에서 阿 刺 吉 酒 半 杯 를 마시면 뼈까지 불길이 다다른다 고 표현했다(고 경희, 2009 : 118). 이색은 관직에서 밀려나 있을 대 권밀직( 權 密 直 )이 보내준 술, 쇠고 기, 백미를 받고, 살진 고기를 제일 기뻐했다(윤성재, 2009 : 89). 20) 몽골은 유목문화로 양, 염소, 소, 말, 낙타 등을 주로 하는 육식문화 중심국가이다. 특 히 양고기 탕을 선호한다(김기선 : 195). '몽골비사 279절에는 무리마다 양 100마리 중 1마리씩 두 살배기 양을 해마다 바치게 하라 는 대목에서 징기스칸 왕족 혈통들이 얼마나 이 공탕(sülen)을 선호했는가를 알 수 있다. 몽골민족의 탕의 문화전통이 확연
168 人 文 科 學 第 98 輯 한국이 원조( 元 朝 ) 같았던 설렁탕이나 곰탕은 몽골음식이다. 서울의 탕 국과 장국, 경기의 갈비문화, 수원 왕갈비와 포천 이동갈비, 부산의 돼지 국밥, 제주의 몸국 등은 지역의 지리, 문화적 몽골음식문화의 반영과 변형 이다. 고려후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음식은 탕국문화가 중심이다. 2011년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조사에 의하면 서울4대문 안 토박이들의 대표음식은 설렁탕이다(연합뉴스, 2012.1.4). 종로 태생으로 4 대에 걸쳐 40여년 함께 생활해 온 김숙년씨는 서울음식은 탕국문화가 중 심이라고 한다. 서울 토박이 밥상 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특산물을 이용 해 토박이음식 을 만들었다(연합뉴스, 2012.1.4). 사대문 안의 토박이들의 대표적인 음식은 설렁탕이다. 즉 탕국 문화가 서울음식의 중심이다. 가정 식 식탁의 탕에는 무불고기와 양지 머리육수로 끓인 육개장, 어란찌개 등 이 있다. 대표음식인 설렁탕( 湯 )은 소의 머리 내장 족 무릎 도가니 뼈다귀 따위를 넣고 푹 끓인 곰탕의 일종으로 설농탕( 雪 濃 湯 )이라고도 부른다. 종 로 효자동 인근에는 수 십 년 전통의 설렁탕집 백송 이 있고, 피맛골 에 는 100년이 넘은 노포 이문설렁탕 이, 마포에는 마포옥, 한양설롱탕 등 이 성업 중이다(주간한국, 2011.12.24). 서울은 19세기 후반까지 궁중음식과 사대부가에서 이어지던 전통음식 문화가 6.25와 화학조미료 등장과 6.25로 인한 북한음식이 남하 및 현대적 매식문화가 확산되면서 대중적인 매식기반을 갖춘 음식이 설렁탕이었다. 이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고기를 삶고, 고와 우려낸 국물문화로 자리잡았 다. (2) 식재료 히 드러난다. 설렁탕의 기원(김기선, 2008 : 192)은 민간어원설, 선농단설, 슈라설, 공탕 (슐루)설 등이 있다. 몽골비사 229절에는 징기스칸이 아침에 설렁탕을 먹는다고 기록 했다. 탕에 약간의 면을 첨가하여 조석으로 먹었다(박원길, 2010 : 355).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69 한국은 농경문화로 정착생활을 하게 됨에 따라 소, 돼지, 닭고기 등의 육식과 어류, 채소 등을 골고루 식생활에 이용하였다. 외국인들도 다양하 고 맛있는 서울음식 을 매력으로 여긴다(YTN, 2011.10.12). 주요 식재료는 채소류, 어패류, 육류를 빈번하게 시용하였다(김정은, 2011 : 339). 서울지방은 자체에서 나는 산물은 별로 없으나 전국 각지에 서 생산된 여러 가지 재료가 수도인 서울로 모였기 때문에 이것들을 다양 하게 활용하여 사치스러운 음식을 만들었다. 육류와 채소의 비율은 2:8로 웰빙적 요소가 강하다(구성자, 김희선: 21-27). 발효음식은 간장, 된장, 김 치, 젓갈 등으로 곰삭은 맛을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채소와 나물요리법이 발달하였다. 밥과 나물을 섞어 먹는 비빔밥이 그것이다. 식후에 마시는 뜨 끈한 숭늉의 맛도 특이하다. 식사도구로는 젓가락과 숟가락 등이 발달하 여 국물 중심의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채식과 탕을 주로 했기 때문이다. (3) 조리법 설렁탕은 소 한 마리를 가죽과 내장을 제거한 뒤 전 부위를 큰 가마솥 에 넣고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끓인다. 하루 종일 고아낸 정성이 담 겨있는 음식이다(서울디지털신문, 2010.11.5). 강한 화력으로 끓이는 것이 포인트다. 끓는 동안 거품과 기름을 걷어 낸다. 설렁탕의 민간어원설에 의하면 쇠고기를 간하지 않고 오랬 동안 고아 낸 후 내장과 머리고기를 한 두점씩 국물에 둥둥 띄워 뚝배기에 담아 후 추, 고추, 소금과 함께 조미하여 먹는다. 그 한그릇으로 겨울에는 얼렸던 몸이 풀리고, 여름에는 소화가 잘되어 건강과 장수에 좋은 음식이다(김기 선, 2008 : 193). 서울 음식의 조리법은 다양하여 국, 찌개, 전골, 회, 구이, 조림, 볶음, 튀김, 전, 생채, 숙채, 김치, 장아찌, 젓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 어 먹는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조선 시대 요리서의 기본인 산림경제
170 人 文 科 學 第 98 輯 (1715)의 요리편의 고기 요리는 60%가 원나라 초기의 가정백과사전인 거가필용( 居 家 必 用 ) 에서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여기에 나타나는 고 기요리법은 80 90%가 굽는 요리다(이성우 : 61). 이것은 과거 수천 년 전의 맥적( 貊 炙 )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적( 炙 )이란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것으로 미리 조미하여( 儀 禮 ) 꼬챙이에 꽂아서 불 위에 굽는 것( 禮 記 ) 이다. 한족( 漢 族 )들은 미리 조미하지 않고 굽거나 삶아서 조미료에 무쳐먹 는 데 반하여 예맥( 濊 貊 )족은 미리 조미하여 구워서 먹었다. 이것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같다. 전문가에 의하면 상하기 쉬운 고기는 부추 나 마늘로 조미하였다고 한다(이성우 : 24). 역사적으로 몽골과 한국은 음식을 조리할 때 탕을 위주로 한 조리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기름 튀김을 위주로 하는 중국이나 바비큐를 위주로 하는 돌궐, 또는 유럽인들과는 다르다. 이러한 음식 문화의 유사성 때문에 원나라 때에는 고려의 음식들이 유행했다. 갈비를 먹을 때 끝까지 벗겨먹 는 것도 두 민족만의 특징이다(박원길, 1999). 몽골인들이 즐겨먹는 전통 요리인 랍샤는 신기하게도 우리의 칼국수와 제작과정이나 맛이 거의 동일 하다. 그리고 몽골인들은 파나 야생마늘과 같이 다른 민족들, 특히 한족 ( 漢 族 )들이 피하는 음식을 먹는다. (4) 식사예절 식사예법 측면이다. 인간의 식생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 속에서 얻 은 식품, 사회적, 종교적 규범, 그리고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과의 관계 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각 국가마다 음식문화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단군 시조는 일찍이 의복, 음식, 거처의 제도를 교( 敎 )하여 화( 化 )하시 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입고 먹고사는 데에 일정한 질서를 세 우고 살아온 민족이다. 조선시대는 정치는 물론 사회 규범이 유교의 가르 침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음식 먹는 예절도 엄하게 지켜왔다. 중국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71 의 예기, 주례, 논어, 맹자 등의 고전에는 식에 관한 언급이 많다. 예기( 禮 記 ) 에는 남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배가 부르도록 먹지 말며, 남과 함께 밥을 먹을 때에는 손을 적시지 말아야 한다. 밥술은 밥을 뭉치 지 말며, 밥숟가락은 크게 뜨지 말며, 물 마시듯 들어먹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보고 혀를 차지 말며, 어느 것을 굳이 자신이 먹으려고 하지 말아 야 하고, 빨리 먹으려고 뜨거운 밥을 헤젓지 말며, 기장밥을 젓가락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나물이 있는 국은 국물만 들여 마시지 말아야 하고 국 에 조미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쑤시지 말며 젓국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손님이 젓국을 마시면 주인이 가난하여 맛있게 잘 만들지 못하였다고 사 과하여야 한다라고 사소한 부분까지 기록해 두었던 것을 보면 식사예절이 무척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숟가락을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숟가락을 밥상 위에 내려놓는 것으로 식사를 마쳤음을 나타낼 정도로 숟가락은 식사 자체를 의미하였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숟가락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음식에 물기가 많고 또 언제나 밥상에 오르는 국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미역 국, 된장국, 해장국 등 거의 모든 국이 그러하다. 찌개류나 '물만 밥'도 숟 가락이 필요한 음식이다. 게다가 고려 후기에는 몽고풍의 요리가 전해져 고기를 물에 넣고 삶아 그 우러난 국물과 고기를 함께 먹는 지금의 설렁 탕, 곰탕이 생겨났다. 이상의 주요 내용을 서울음식문화 특성 비교 분석의 틀에 따라 < 표 3 >에 제시한다.
172 人 文 科 學 第 98 輯 지역 과 변수 서울 음식 환경 국제 화와 정책 신앙 과 종교, 의례 독립변수 측면 - 온난, 해조류, 산과 강, 바다 식재료를 적절하게 얻게 함. - 해양문화, 일제와 미 군정 등 외세 영향 - 경기(개경)도는 몽골 의 영향 - 서울(한양)은 몽골, 일본, 미국 등의 영 향을 받은 혼합음식 문화 - 유교와 불교, 무속 기 타 종교의 혼성문화 - 명절과 기제사 특성별 비교 변수 식재료 조리법 식사 예법 종속변수 측면 (식재료, 조리법, 식사예법) - 육류와 채소, 생선, 해조류 등 을 조화롭게 활용함. - 국과 무침, 조림, 구이, 튀김, 지짐 순임. - 특히 탕국 중심으로 발전, 계 승됨. - 설렁탕, 곰탕 등 삶고, 끓이기 문화 - 설렁탕은 깍두기, 대파, 소금이 전부임. - 원( 元 )에서 증류식 소주 유입 - 유교예법을 중시함. 奉 제사, 接 빈객 - 반상, 면상, 주안상 등 - 젓가락과 숟가락 동시 사용 Ⅳ.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 서울 음식 정체성 식생활문화는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전통적 요소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 어 복식( 衣 服, 服 飾 )이나 주거문화와는 달리 민족정체성과 가장 연관성이 깊다는 점을 밝혔다. 한국인의 음식혼은 밥과 김치, 미역국, 비빔밥, 국밥, 잡채, 불고기 등으로 구체화된다(한경구, 1994 : 51 ; 권숙인 : 6). 재일동 포들의 경우 된장찌개, 비빔밥, 생선조림, 생선찌개, 나물, 잡채, 김치, 돼 지고기 볶음 등을 먹고 있으며, 재 멕시코 한인들에게는 밥, 김치, 미역국 이 민족음식으로 매우 중요하게 남아 있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73 서울의 기본음식도 탕국인 설렁탕, 곰탕, 국밥 등이다. 13세기 고려후 기 몽골지배는 탕국문화와 육식문화를 낳았고, 서울은 설렁탕이, 부산은 돼지국밥이, 제주에선 몸국으로 계승 중이다(이종수, 2012.6). 결과적으로 20세기 서울음식은 전통식, 고려와 조선음식의 혼합과 조선의 궁중, 반가 음식과 백성음식을 중심으로 전수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서울 음식이 설렁탕이다. 따라서 20세기 서울전통음식의 맥과 체취를 읽을 수 있게 하는 피맛골 설렁탕을 중심으로 한 설렁탕 스토리텔링을 제안한다. 설렁탕은 결국 백제, 고려, 조선의 혼합식문화를 바탕으로 한 고려음식이 면서 의례적 측면의 조선음식이 가미된 음식문화의 결정( 結 晶 )이다. 21) 2. 음식스토리텔링 성공 사례 사람들은 보통 빵보다 스타나 유명인이 맛있다고 이야기 한 빵이나 역 대 대통령들이 즐겨 먹던 막걸리를 더 좋아 한다. 롯데 백화점의 활전복 세트, 신세계백화점의 화식한우 어머니 손길 그대로 등을 또는 현장성 과 감성에 매료되는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이종수, 2011.3). 첫째, 식품 계의 스토리텔링의 원조는 산들바람 이다. 전북 무주의 산들바람은 무주 의 소식을 매일 게시판에 올렸다. 겨울에는 눈 소식, 여름에는 산과 계곡 이야기 등을 전하고 구매자들을 산치로 초청, 절기마다 이벤트를 통하여 접촉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참여하여 즐기도록 했다. 둘째, 드라마 식객 에는 대령숙수가 진상하는 쇠고기탕 이야기가 나 온다. 육개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육개장의 맵고 강한 고추기름은 조선인 의 기세( 氣 勢 )가, 밭을 가는 소는 조선의 민초( 民 草 )이며, 고사리에는 들풀 처럼 번지는 조선의 생명력( 生 命 力 )을 담아 대령숙수는 순종임금께 수라 상탕이 아닌 서민의 음식이었던 육개장을 내어 놓음으로서 조선의 정신 21) 설렁탕의 건강(웰빙) 기여 만족도는 20-24세와 50대 이상에서 만족도가 높았다(이봉춘, 2006 : 21).
174 人 文 科 學 第 98 輯 ( 精 神 )을 아뢰었다. 이처럼 각 음식의 식재료마다에 의미가 담긴 깊은 뜻 을 간직한 우리의 음식들은 전래적인 깊은 뜻과 혼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 (백제신문, 2008.11.6)를 간직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이다. 셋째, 장수식품 한식 스토리텔링 사례이다. 최근 전라남도 순창군은 조선왕조실록 에 실려 있는 122세 조씨 할머니 장수비법 을 스토리텔링 화 하는 음식스토리를 발표했다(전라일보, 2010.1.16). 스토리는 조선시대 중종 임금이 몸이 자주 아파서 양로연( 養 老 宴 )을 베풀어 장수비법을 찾던 중 순창에 사는 마유량의 처 조씨가 122세란 보고를 받고 신하를 순창에 보냈다. 관찰 결과 그 노파는 1) 기침( 起 寢 )한 후 첫 번째 하는 일은 물을 마시는 것 2) 육종(암)을 앓았는데 탕, 고추장, 무장아찌, 호박무침 등을 먹어 치유하고, 3) 가족들의 문안 인사에 화답하는 웃음, 곧 효( 孝 )였다. 그래서 건강장수고을 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이처럼 장소 이야기, 장 소와 음식 유래, 일화, 식재료, 효능 등을 스토리텔링화 하여 접근할 필요 가 있다. 백제 수라상 스토리텔링의 소재는 충남(백제)지역의 전래적 향 토식재료와 고조리서의 레시피를 고증하였다. 식기도 고증본으로 연출하 였다. 조선시대 식료찬요 에 의해 음식의 건강성 평가를 실시하였다(김미 혜, 정혜경, 2010). 3. 서울 피맛골 설렁탕 스토리텔링 종로는 예나 지금이나 서울의 중심거리이자 대동맥이다. 종로 피맛 골 22) 은 조선시대 백성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이나 가마 등을 피 해 다니던 길이라는 피마( 避 馬 )에서 유래하였다. 신분이 낮은 백성들은 종 로를 지나는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야 했으므로 이 런 번거로움을 피해 종로 양쪽에 나 있는 좁은 골목길로 다니는 습속이 22) 피맛골은 조선왕조가 새 도읍으로 천도할 때 탄생한 6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재골목길 이다.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75 생겼는데, 피맛골은 이때 붙여진 이름이다(네이버 백과사전 2009). 피맛골 은 주로 조선시대 보부상(등짐 장사꾼)들이 이용했으며, 이들은 선술집(서 서 먹는 술집)에서 국밥 등을 애용했다. 피맛골의 특성은 백성들의 목로 주점이자 선술집이었다는 특성 및 질그릇과 뚝배기로 대표된다. 서민들의 주요 음식은 빈대떡, 막걸리, 장국밥, 국수, 해장국, 설렁탕, 기타 등의 음 식들이다. 양반과 달리 서민의 간소함과 누추함 이야말로 피맛골의 특성 인 셈이다(이종수, 2009.7.6 ; 2009.12.12). 특히 피맛골은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 한국음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수백 년 동안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풍경이며, 한국인의 정서적 피난처요, 문화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공공, 장소라는 점에서 국내, 외인들에게 피맛골의 현대적 의의가 깊다. 곧 도시 의 정체성을 과거의 문화와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면 600여년 이상의 백 성의 체취가 묻어나는 피맛골은 지금도 예전의 역사와 이야기를 시공( 時 空 )속에 묻은 채 국내, 외국인들에게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읽고 체 험하게 하는 소중한 서울의 공간이라는 점에 현대적 의의가 더한다. 종로 피맛골 설렁탕 스토리텔링의 구성사례를 3 단계별로 구분하여 피맛골 설 렁탕 사례를 < 표 4 >에 예시한다(이종수, 2011.3). 지 역 음식명 음식 스토리의 3소재(1음식의 내력 2음식 소재 3조리법) 서울시 종로구 피맛골 피맛골 춘보, 옥섬 설렁탕 1 피맛골은 조선의 한양천도와 동시에 이루어진 해방구임. 백성들이 종 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이나 가마 등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피마 ( 避 馬 )에서 유래함. 백성들이 이곳에서 막걸리와 빈대떡 등을 먹음. 2 음식재료는 안성의 한우와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산 이슬과 함께 자란 천연의 무 등의 재료로 요리함. 강원도 송진( 松 津 ) 향기가 설렁탕 맛 을 돋구며, 설렁탕은 보신과 강정( 强 精 ),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음. 3 만드는 법은 재료(쇠고기 각 부분)를 넣고 푹 끓이면 유백색의 국물이 되는데, 이때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파 생강 마늘 등을 넣음. 고기 류는 끓는 국에 넣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뼈는 건져내고 살과 내 장은 먹기 좋게 썰어 다시 넣음. 다 익었으면 뚝배기에 설렁탕을 담 고 밥과 소금 후춧가루 고춧가루 다진 파 등의 양념장을 곁들여낸다. 삶은 고기는 따로 건져서 편육으로 먹음. 출처 : 이종수(2011.3).
176 人 文 科 學 第 98 輯 설렁탕의 민간어원설에 의하면 쇠고기를 간하지 않고 오랬 동안 고아 낸 후 내장과 머리고기를 한 두점씩 국물에 둥둥 띄워 뚝배기에 담아 후 추, 고추, 소금과 함께 조미하여 먹는다. 그 한 그릇으로 겨울에는 얼렸던 몸이 풀리고, 여름에는 소화가 잘되어 건강과 장수에 좋은 음식이다(김기 선, 2008 : 193).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에는 인력거꾼 김첨지가 80전이나 벌어 병석에 누운 아내를 위해 설렁탕 을 사왔건만 아내는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었다 는 이야기가 나온다. 설렁탕은 기사회상반 ( 起 死 回 生 飯 )이라고도 했다. 이 것을 먹으면 몸을 보하며 중병을 앓은 이도 원기회복이 잘 된다는 뜻이 다. 호암 문일평도 엄동설한에 뽀얀 설렁탕 육즙을 5전이면 넉넉히 사 먹을 수 있으니, 이것은 양식 스프에 비해 자양은 훨씬 앞서고 그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닌가. 조선인은 이렇게 훌륭한 평민적 요리를 가지고도 이 것을 개량, 확장하여 크게 진출할 방침을 세우지 못하는가. 며 설렁탕을 예찬했다. 서울에는 36 2 0 60 곰탕집 이 있다(울산매일, 2011.3.9). 즉 1939년 개업한 본 업소는 36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재료로 하고, 삶을 땐 기름을 두 번 걷어내며, 조미료는 쓰지 않고, 세월이 60년이 넘었다 는 스 토리이다. 4. 주요 과제 음식은 소통의 마력을 갖는다. 여행객들에게 자신의 먹거리를 대접하 고, 그 음식을 먹으면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원시습속은 여전히 유 효하다. 특히 본 고장에서 먹고 느끼는 원조 의 힘은 막강하다. 현지의 장소 문화가 베어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중구는 골목길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도심재생에 성공하였으며 (한국매니페스토 공약평가집, 2012.6.), 대전시 대덕구 또한 스토리가 흐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77 르는 녹색길 을 만들었다. 길, 시설 및 스토리로 구성하여 서비스한다. 주 요 행사로는 걷기, 문화제, 인근 명소와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음에 비추어 종로구의 정체성을 담은 피맛골 명소화 접근이 요청된다. 첫째, 누구에게나 통합 의 역할을 하는 음식이야기는 이문화인들에게 친근한 주제이기 때문에 주요 체험 프로그램을 관광지 음식 중심으로 개 발할 수 있다. 인간의 음식에 대한 집착 을 유념한다면 장소음식의 유전 자(DNA)와 체험장소의 스토리텔링 개발을 통한 만족도 제고가 절실하다. 주요 내용은 웰빙을 위한 효능과 장소전통을 스토리화하고 체감하게 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방문객들의 입맛에 합치될 수 있는 음식 제공은 보는 한류를 체험 한류로 바꾸어 방문객이 주인공이 된 환경을 조성하고 피맛골 고유음식문화 공간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방문객 대상 음 식과 골목 특성화를 위해서는 서울의 심장부 종로 피맛골의 전통적 특성 인 선술집, 목로주점, 국수집, 장국밥집을 선별 지정해 피맛골 음식과 골목 을 재현한다. 음식, 인테리어, 식기, 복장, 언어, 메뉴(중국어, 영어, 일어 공용), 간판 등을 철저하게 조선시대 방식대로 리얼하게 연출한다. 피맛 골 설렁탕은 보신과 강정, 숙취 해소에 효과가 큽니다 라는 스토리텔링으 로 개인의 감성 만족과 호기심을 불어 넣을 수 있다(이종수, 세계일보, 2010.10.25). 둘째, 2000년대까지도 피맛골은 "저녁 때가 되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빈 대떡에 막걸리 한잔 걸치며 왁자지껄하게 하루의 피로를 풀었죠. 1970년 대에는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잘살지 못해 많은 이들이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피맛골의 작은 음식점들을 찾았어요. 값은 쌌지만 대부분 음식 맛도 아주 좋았어요."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활동했던 한 전직 언론인의 말 이다(아시아경제, 2013.6.14). '피맛골( 避 馬 골)'. 서울의 중심 도로인 종로의 뒤편으로 나 있는 이 골목은 서민들의 골목, 서민들의 마당이었다. 허름하 고 작은 음식점들이 즐비한 이 골목에서 서울의 보통 사람들은 음식과 술 을 나누며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았다. 낙지며 족발이며 빈대떡 등은 사람
178 人 文 科 學 第 98 輯 들의 정이었으며 그들의 웃음과 눈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사연들이었 겠다. 그러나 2008년에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서 청진구역 제1지구 와 제2 3지구, 제12 16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안이 가결됐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구역에 속한 피맛골 일대가 재개발되기 시작했다. 당시 오 세훈 서울시장은 2010년에 피맛골 개발 계획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도 시계획이 수립된 지 이미 10년이 넘어 도시계획을 바꾸기가 여의치 않다" 며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책 사례를 보면 미국은 오래 된 건축물을 보호하고자 할 때, 그 건물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본래 모 습(Historic Look and Feeling)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제한적인 내 외부 변형만을 허가한다. 그러면서 건물에 대한 개선 공사(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세제 혜택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겠 다. 2009년 불법 간판과 길거리에 어지럽게 널린 전선 등을 정비하는 차원 에서 피맛길 정비사업을 진행하였던 종로구는 "옛 길거리 모습을 유지하 는 게 좋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방침에 따라 1단계에서 사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 졌다. 이는 시민들의 우려와 기대를 시가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어서 기존 개발된 지역을 제외하고 종로 2가에서 6가에 남아 있는 골목 길은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여 예전의 모습을 재현하기로 하였다(사 종민, 2012.9.21). 차제에 주변의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 등을 골목 체험 코스로 연결하여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 등 종합적 체험공간화 하고, 서 울의 식주( 食 住 ) 문화의 진정성을 느끼고 체험, 감동, 전파할 수 있는 중, 장기적 계획이 요청된다(이종수, 2011).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179 Ⅴ. 나가는 글 이 글은 서울(수도)지역의 음식문화 유전자를 찾아 그 특성을 스토리텔 링을 통하여 마케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서울의 음식문화 특성 등을 도출하고, 주요 시사점으로 음식문화 스토리텔링을 통한 접근방안을 제안하였다. 즉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사회 문화와 그에 따른 음식의 특성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서울( 首 都 )지역 음식문화에 미치는 국내,외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영향요인은, 수도지역 환경과 기후 등 지역 문화적 요인은, 지역별 음식의 문화정체성과 변용, 융합을 일으키게 하는 요인은, 의례나 제사, 명절 등의 요인 등에 대한 답을 서울음식을 중심으 로 규명하였다. 주요 초점은 단군신화에서 제시된 쑥( 艾 )과 달래( 蒜 )에서 출발,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울(한국)의 탕 문화가 중원(중국)이나 타 지역과 차별적인 음식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21세기 서울음식은 전통식, 고려와 조선음식의 혼 합과 조선의 궁중, 반가음식과 백성음식을 중심으로 전수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20세기 서울전통음식의 맥을 잇는 피맛골 설렁탕을 중 심으로 한 설렁탕 스토리텔링을 제안하였다. 필자의 견해로는 서울의 음 식문화정체성은 조선보다 고려에 그 원형을 두고 있으며, 그 식문화의 유 래는 유목민 음식문화를 뿌리를 두면서도 쇠고기 중심의 반도적 특성을 가미한 탕 문화 가 가미된 독자적 음식문화라고 판단된다. 탕( 蕩 )의 원류 와 관련 유목민들은 초원중심의 식생활 기반인 양과 염소, 소 등으로 발 달되고, 한국은 농경문화와 경작문화로 소와 돼지, 닭고기 중심의 음식문 화로 발달되었으며, 양 지역 모두 음식문화의 중심은 설렁탕 등 탕 중심 의 음식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고려 후기 유목민의 식문화를 중심 으로 조선시대의 유교적 의례문화가 결합된 탕 중심의 음식문화로 유목민 의 음식문화 유전자는 중앙아시아 초원의 탕 음식 문화였다. 빨리 빨리
180 人 文 科 學 第 98 輯 의 원조는 유목민이다. 그 유전자가 고려시대 이후 탕 문화로 정착되고, 한국적 한류 로 세계화 중이다. 본 연구의 한계로는 이론적, 사례별 연구에 한정되어 구체적인 이론검 증을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후속과제로서는 스토리텔링의 단 계적 적용과 구체적 성공사례 개발 및 지역별 성공요인 검증을 통한 효과 성 입증 및 고려의 탕 음식, 몽골 탕과 조선의 설렁탕의 근원과 그 비교 에 대한 문헌적, 비교 사례적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설렁탕과 소주 관계 분석 등 전통적 유목문화의 육식행태와 아라비아 증류소주의 환상적 인 결합이 현대 21세기 한국의 불고기와 삼결살 소주문화 23) 로 21세기 한 류 의 선봉장이 된 이유 등에 대한 분석이 요청된다. 바야흐로 문화 한류 징기스 칸 의 등장이다. [주제어] 음식문화, 서울의 음식문화, 피맛골 설렁탕 음식스토리텔링 [참고문헌] 강대훈, 최선웅, 윤인자 외. 한국음식과 세계 음식문화 진영사, 2008. 고경희. 고려시대 주류음식문화 : 12-14세기 시문명과 관서명 청자 중심으로, 한 식생화문화학회지 제24권 제2호, 한국식생활문화학회 : 117-125, 2009. 구성자, 김희선. 세계의 음식문화 교문사, 2005.12. 권숙인. 현지환, 정형화, 지구화 : 재멕시코/일본 한인의 민족음식문화, 비교문화 연구 제11집 2호,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2005. -----. 일본 관서지역 한인동포의 생활문화, 국립민속박물관, 2002. 권영순. 칭기스 한의 나라 몽골의 재생, 외교 제29집, 한국외교협회 : 91-97, 1994. 권찬호, 이종수. 문화원형 콘텐츠 스토리텔링 마케팅연구 : 신라금문화의 인문학 23) 2011년 현재 세계 180개 증류주 중 국내(local)주류 판매량은 진로 참이슬 과 롯데 처 음처럼 이 각각 1위, 3위였으며, 한국인의 폭음문화, 곧 알콜 섭취량은 세계 1위였다 (조선일보, 20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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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人 文 科 學 第 98 輯 Seoul Food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The article consists of five sections. The first section clarifies research questions, the purpose of study and methodology about the Seoul food(traditional stews, Selleoung-tang)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The second section deals with methods of study, literature review, previous research and theoretical background of the Seoul food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The comparative variables of a characteristic of food culture are regional ecology, climate, politics, policy, religion, so forth. This paper analysed effects among food material, recipe and food manners, also. The third section presents identity analysis about Seoul food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The forth section suggests direction for fostering Seoul food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The last concluded the paper. The findings give us suggestions that it is useful to publicize the Seoul food culture identity storytelling, so forth. [Key Words] Food culture, Seoul food culture, Pimatgol' food(selleoung-tang) storytelling 논문접수일: 2012.10.12 / 논문수정일: 2013.08.12 / 게재확정일: 2013.08.14 [저자연락처] ljsjs43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