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 장 보드리야르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사회. 보드리야르의 현대사회에 대한 시선을 따라가 보자. 1. 이미지의 배반 동영상 특강 (21분 34초) 보드리야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그림 한 장 볼까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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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마이더스

유료방송채널 시청률 3% 시대 새 판 짜는 종합편성채널 <채널별 시청률 2% 이상 프로그램 개수> 속풀이쇼 동치미 (4.51%) 나는 자연인이다 (3.30%) 아궁이 (3.21%) 고수의비법 황금알 (3.17%) 엄지의 제왕 (2.91%) 천기누설 (2.86%) 신세계

Transcription:

01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01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 장 보드리야르 02 권력은 어디에나 있다. 세련되고 숨겨진 형태로 미셸 푸코 03 그래도 이성은 죽지 않았다 위르겐 하버마스 04 위험사회와 성찰적 근대화 울리히 벡 05 악의 평범성, 사유 불능성 의 죄 한나 아렌트 06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

001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 장 보드리야르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사회. 보드리야르의 현대사회에 대한 시선을 따라가 보자. 1. 이미지의 배반 동영상 특강 (21분 34초) 보드리야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그림 한 장 볼까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림 밑에 쓰인 글자는 무엇일까요? 그림 밑의 글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 est pas une pipe.)라는 프 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상( 象 )과 마주 대하던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 고, 그 대신에 쇼윈도가 출현했다.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과 통찰. 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 등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회의와 통렬한 반성, 새로운 모색.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보세요. 이 책은 출간 전에 인문에 첫발을 내딛는 독자 여러 분이 원고를 미리 읽고 많은 의견을 주셨 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어려워한 부분이 바로 장 보드리야르 였습니다. 그분들의 의견을 반영 하여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시는 분은 이 책의 부록인 강의 DVD 를 열어 강의를 들어보세요. 랑스어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로, 자신이 작품을 통해 철학을 한다고 믿었으며 화가 대신 생각하는(철학하는) 사람 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고 합니다. 2006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죠. 그런데 왜 이 그림에서 이것 은 파이프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처음에 그림을 보고 파이프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15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는 유독 중절모를 쓴 사람 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살았던 20세 기 초 익명의 인물을 표현 합니다. 실은 진짜 파이프가 아니라 그냥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에 불과하죠. 이 그 림으로는 담배를 필 수가 없으니 파이프가 아니란 거죠. 그는 앞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에 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 유명한 파이프? 나는 거기에 대해 비난을 받을 만큼 받았다. ( ) 아니, 그것은 그려진 것일 뿐 파이프가 아니다. 만약 그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 프다 라고 썼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앞의 그림에서 파이프는 바로 이미지 이고 종이 가 실체입니다. 여러분은 사물이나 사람, 사건 등을 이미지로 판단하나요, 실체로 판단하 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지로 사물을 판단합니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보통 그 사람의 실체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첫인상 이라는 이미지 로 판단하곤 하죠. 블로그나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떠올려 보세요. 현실의 나와 비슷하지만 더 예쁘고, 느낌 있고, 살짝 보정을 해 놓은 사진 속의 내 이미지들. 이상한 사진은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사람들이 이 미지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의도적으로, 또는 은연 중에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합니다.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실체는 중 요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지와 실체가 서로 뒤 바뀐 것인지도 모르죠. 2. 장 보드리야르는 호기심 그 자체였다 매트릭스와 장 보드리야르 영화 매트릭스 에서 주인공 네오는 낮에는 토 머스 앤더슨이라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네오라는 해커로 이중생활을 합니 다. 그는 항상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같다는 의문을 품고 살죠. 그는 자 신이 해킹한 데이터를 넣어둔 디스크를 책 속 에 숨겨두는데, 그 책이 바로 장 보드리야르 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Simulacres et Simulation)입니다. 매트릭스 의 감독인 워쇼스키 남매(래리 워쇼 스키가 성전환 수술을 하고 라나 워쇼스키로 개명 했죠)는 주연배우인 키아누 리브스 등 출연배 우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가상이 곧 현실 이고 현실이 곧 가상세계 같았던 매트릭스의 세계. 보드리 야르의 사상이 어떠했길래, 워쇼스키 남매는 이 책에서 영화의 모티프를 얻었을까요? 그럼, 이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의 저자 보드리야르를 만나러 가보죠.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프랑스의 철학자, 사회학자, 사회사상가 로 현대성 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찬사 와 더불어 비판 또한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그가 현대사회의 한 측면을 통 찰력 있게 포착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며, 그런 면에서 우리도 이 사람의 사상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죠. 보드리야르는 1929년 프랑스 랭스의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느대 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를 합니다. 1966년에는 파리 10대학(낭테르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며, 1968년 이른바 68운동 에 참여하고, 같은 해에 앙리 르페브르를 지도교수로 박사학위 논문 사물 의 체계 를 발표하고, 1970년 이 논문을 바탕으로 소비의 사회 를 출간하 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의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해킹한 디스 크를 장 보드리야르의 책인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에 숨 기는 장면. 그는 1983년에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을 출간하고 1987년까지 파리 68운동 1968월 프랑스에서 학생 과 노동자들이 연합하여 벌인 대규모 사회운동으 로 5월 혁명 이라고도 합 니다. 그해 3월 미국의 베 트남 침공에 항의해 아메 리카 익스프레스의 파리 사무실을 습격한 대학생 8 명이 체포되자, 5월에 이 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학 생들의 항의시위로 촉발 되었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베 트남 침공과 소련의 체코 슬로바키아 무력진압에 반대하고, 대내적으로는 드골 우파정권에 반대하 면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연대해 대규모 파업과 시 위를 일으켰죠. 68운동은 프랑스뿐만 아 니라 미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 시 대의 획을 그은 사건이 되 었죠. 16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17

2007년 3월 7일자 리베라시옹 의 톱기사. 장 보드리야르의 죽음을 애도하며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10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합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2005년에는 우 리나라 대림미술관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 면서 포착한 자연과 도시, 사물의 사진 등으로 장 보드리야르 사진전 을 개최했고, 걸프전 은 일어나지 않았다 등의 에세이를 쓰기도 했 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소비의 사회, 시뮬라 크르와 시뮬라시옹 이 있습니다. 2007년 3월 그가 77세로 죽자, 프랑스 지식인 들이 즐겨보는 신문인 리베라시옹 은 3월 7일 톱기사로 사망소식을 전했습니다. 섹스, 언어, 기호, 상품, 전쟁 등 그 어떤 것도 이 사회학자의 역설적인 분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장 보드리야르는 호 기심 그 자체였다. 가정필수품이 되었습니다. 1953년 미국의 NBC와 CBS가 컬러 텔레비전 방송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미디어에서는 쇼, 드라마, 광고뿐 아니라 참 혹한 전쟁영상까지 이미지들을 쏟아냅니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현대사회 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로 19세기 근대사회는 노동과 생산에 의해 발 전되는 생산의 시대 였지만, 현대사회는 생산이 과잉된 시대로 이제 대규 모 공장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을 마구 써버려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기계 를 쉬지 않고 돌려 또 다시 생산을 하게 되고 자본주의의 수레바퀴가 돌아 가니까요. 즉 그는 현대사회를 소비에 의해 확장되며 발전하는 소비사회 라고 규정합니다. 마르크스 5장 참조 는 노동과 생산을 중시하고 소비의 측면은 주목하지 않은 반 면, 보드리야르는 이 소비의 측면을 주목하며 현대사회를 분석했는데, 그런 면에서 탈마르크스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죠.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구조주의 좀 어렵지요? 29쪽 덤&덤 에서 쉽고 자 세하게 설명합니다. 3. 소비하는 인간, 소비하는 사회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탈근대, 포스트모더니즘! 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 더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철학자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그의 어떤 면이 포스트모더니즘 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초기의 대표저서인 소비의 사회 를 통해 알아볼까요? 그는 이 책에서 현대사회가 후기 구조주의 적 기호개 념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새로운 현상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간파합니 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가 살았던 시대로 가보죠. 그가 살았던 시대 보드리야르가 30대이던 1960년대, 서구 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전후 복구기를 거쳐 본격적으로 대량 소비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대규모 공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져나오고 라디오와 TV가 승용차는 기호 다 소비사회 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의 사용가치 나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기호가치 입니 다. 상품이 넘치는 시대에 사람들이 욕망 하게 만들려면 단순한 사용가치만으로는 안 됩니다. 상품 주위를 기호, 즉 이미지, 감 성, 구별 짓기, 지위 표시, 유행, 사회적 코드 등과 같은 요 소들이 감싸고 있어야 합니다. Coke Is It!(코카콜라, 그것뿐!) 우리는 코카콜라를 마실 때, 단순히 탄산음료가 아니라 젊음이라는 기호 를 소비하는 것 입니다. 승용차는 이제 더 이상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경차와 벤츠, 물론 사용가 치도 있지만, 승용차는 이제 소유자의 부를 나타내는 기호 로 쓰입니다. 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상( 象 )과 마주 대하던 장 소였던 거울은 사라지 고, 그 대신에 쇼윈도가 출현했다. 18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19

1983년 코카콜라 광고. 코카콜라는 전통적으로 젊음의 이미지를 강조해 왔죠.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사용가치만 이 아니라 기호 로 소비됩니다. 쇼윈도에 전시된 가방 두 개를 보고 있다고 합시다. 겉으로는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한 가방의 뒤쪽에 자그마하게 샤넬 로고가 있네요. 방금 전 까지 비슷해 보이던 두 가방을 구별해 준 것이 무엇인가요? 바로 샤넬 이 라는 브랜드 로고이자 브랜드 이미지, 바로 기호 입니다. 기호_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가방이 얼마나 튼튼하거나 쓰기 편한지(사 용가치), 다른 상품으로 교환이 가능한지(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상품을 둘 러싼 기호가치이죠. 현대에서 소비는 단순히 물건 자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재현하 는 기호 를 구매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가격표와 바코드가 달린 상품뿐만 아니라 사건, 육체, 섹스, 자연, 시간, 지위 등 모든 것이 상품화 되어 팔립니다. 기호가 지배하는 출구 없는 사회 사람들이 물건 대신 기호를 욕망 하며 소 비할수록 이미지의 비중은 커져만 갑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호체계가 현실 자체를 구성하고 창출합니다.(24쪽에서 탤런트 김수현의 예를 참고하세 요.) 우리가 텔레비전, 전화, 이메일, 휴대폰 등 전자매체에 의존해서 의사소통 을 할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인간은 이러한 전자매체에서 형성된 커 다란 기호체계에 종속될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보드리야르는 기호 체계나 코드가 사회에서 지배력을 획득하는 과정과 그 코드가 작동하는 방 식에 주목합니다. 가격표와 바코드가 찍혀 있는 상품뿐만 아니라 미술, 클래식, 텔레비전, 신 문, 광고, 육체, 섹스, 사건, 자연, 시간, 지위, 의료. 모든 것이 기호 로 변하고 소비를 가능케 하는 일회성 과 파편성 만이 남아 있으며, 이미지와 상징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사회. 누구도 이 소비사회 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올 수 없으며 그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관과 냉소,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현대 소비사회 를 보는 시선입니다. 4. 소비의 사회와 무성영화 프라하의 학생 소비의 사회 의 뒤에 나오는 한 영화 이야기를 통 해서 보드리야르의 입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20 년대 독일의 대표적인 무성영화인 프라하의 학 생 입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살펴볼 시뮬라크 르와 시뮬라시옹 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니 주의해서 읽어보세요. 프라하의 학생_프라하의 가난한 학생인 주인공은 맥주파티에 참석했다가 한 여인을 만난다. 학생 은 사랑에 빠지지만 부자인 그녀를 손에 넣을 수 가 없었다. 커다란 거울이 있는 주인공의 초라한 방, 갑자기 평범한 신사의 모습으로 악마가 나타 난다. 어마어마한 돈을 줄 테니, 거울 속의 네 모습을 나에게 팔아라.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 의 말미에 1920년대 무성영 화인 프라하의 학생 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대 소비사 회에 대한 그의 관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21

학생이 거래를 받아들이자 악마는 거울에 비친 학생의 모습을 벗겨내어 둘 둘 말아 가지고 방을 나간다. 그림자 분신이 프라하의 학생을 대체하다_이제 학생은 어디를 가나 호의를 받 는다. 그런데 악마에게 팔아넘긴 그림자 분신이 나타나 따라다니며 문제를 일으킨다. 학생이 견디다 못해 시골로 피하자, 그림자 분신은 프라하에서 그처럼 행동 하며 범죄를 일으킨다. 가상이 실재를 대체한 것이다. 학생은 고민하다가 그림자 분신이 자기 방의 거울 앞에 있을 때, 그 분신을 향해 총을 쏜다. 거울이 산산조각 나고 분신은 환영이 되어 사라진다. 그런 데 그도 쓰러진다. 그림자 분신, 즉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를 죽이려고 한 것 인데, 자기 자신도 죽고 마는 것이다. 분신이 살아 움직이는 실재 가 되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자신을 대신한 것이다. 숨을 거두기 직전, 학생은 깨진 거울조각을 하나 집어든다. 그 거울에는 예 전의 자기 모습이 다시 비추어지고 있다. 입니다. 즉 시뮬라크르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복제물입니다. 시뮬라시옹(simulation)은 시뮬라크르 하기, 즉 실재 가 가상의 실재 인 시뮬라크르로 전환되는 작업을 말합니다. 시뮬라크르는 원래 플라톤에 의해 정의된 개념인데, 그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원형인 이데아와 그 모사인 현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 다. 시뮬라크르는 바로 그 현실의 복제물, 즉 복제의 복제품을 의미하죠. 어렵나요? 일단 넘어가 세요. 7장에서 플라톤에 대해 살펴보면 매우 쉽게 이해가 된답니다. 학생의 그림자 분신은 팔린 것 이죠. 광고, 매스미디어, 레저, 에로티시즘 등이 약속한 풍요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의 거짓신화. 현대인은 이 미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쇼윈도 앞의 인간, 이것이야 말로 현대인의 소외된 모습이죠. 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상( 象 )과 마주 대하던 장소였 던 거울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쇼윈도가 출현했다. 시뮬라크르는 현실을 대체하는 묘사된 이미지, 즉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복제물 입니다. 디즈니랜드가 대표적인 예이죠. 하이퍼리얼리티와 디즈니랜드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의 상징으로 클론 (clone; 복제생물)과 암( 癌 )을 듭니다. 이것들은 끊임없이 복제되고 늘어나 는 특성이 있죠. 즉 현대사회는 시뮬라시옹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시뮬라 크르들의 세계입니다. 5.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이 뭐지? 먼저 시뮬라크르 라는 말부터 알아볼까 요?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원래 시늉, 흉내 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인데, 철학에서는 현실을 대체하는 모사( 模 寫 )된 이미지를 말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뮬라크르의 예는 바로 디즈니랜드 시뮬라크르들은 끊임없이 생성되며 마치 실재인 것처럼 거리낌 없이 제멋 대로 행동합니다. 시뮬라크르들이 쏟아져 실재를 구분하기 힘든 현대사회, 이제 시뮬라크르인 가상실재가 진짜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모사할 실재가 없어진 시뮬라크르들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하 이퍼리얼리티 (극실재)를 생산해 냅니다. 더 이상 원본은 없고 어떤 의미에 서는 원본과 모사물의 구별도 없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에서 네 22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23

오가 실재 세계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컴퓨터 시스템이 만들어 놓 은 가상세계를 실재인 줄 알고 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를 이 하이퍼리얼리티 전략으로 만들어낸 가상실 재의 대표적인 예로 듭니다. 라를 삽니다. 그와 같은 몸을 소유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요. 이 렇게 가상현실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지금도 끊임없이 시뮬라시옹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미지의 전쟁을 보고 듣고 그 속에 있 는 셈입니다.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 추기 위해 거기에 있다. ( ) 디즈니랜드는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하여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사실은 그곳을 감싸고 있는 로스앤젤 레스 전체와 미국도 더 이상 실재가 아니며 파생 실재와 시뮬라시옹 질서에 속한다. 6. 영화 매트릭스 와 시뮬라시옹 워쇼스키 남매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에 영감을 받아 서 제작했다는 영화 매트릭스 의 암울한 세계를 통해 시뮬라크르와 시뮬 라시옹, 그리고 하이퍼리얼리티에 대해 좀더 개념을 잡아볼까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실성의 거짓 재현이 아니라, 실재가 더 이상 실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는 하이퍼리얼리티의 전략입니다. 김수현과 시뮬라크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그리고 하이퍼리얼리티, 이해하기 어렵나요?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우리가 보는 김수현도 시뮬라크르입니다. 그 는 섹시, 소년미와 남성미가 모두 있는 미남이 라는 기호 를 획득했고,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 이 시뮬라시옹 됩니다. 우리가 드라마나 광고, 연예뉴스에서 만나는 김수현은 실재가 아닌 시뮬라크르에 불과합니다. 시뮬라시옹 된 김수현은 섹시, 소년미와 남성미가 모두 있는 미남이라 는 기호 를 획득합니다. 여러분은 그 시뮬라크르를 소비 하는 소비자 에 불과하죠. 김수현의 시뮬라크르는 미디어나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복제되고 쏟아져 나와 실제의 그와 구분하기 힘들어집니 다. 어느 순간 원본은 없고 원본과 모사물의 구별도 없는 것입니다. 이제 그 시뮬라크르가 오히려 우리의 일상을 규제합니 다. 김수현처럼 뛰어다니기 위해서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신고, 김수현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캐논 디지털 카메 2199년 고도로 발달한 기계 로봇은 인공지능을 갖게 됩니다. 이들은 반란 을 일으켰고 인간의 도시를 떠나 제로원(Zero One)이라는 도시를 건설합 니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수세에 몰린 인간은 당시 기계 들의 에너지원이었던 태양을 가리기 위해 검은 구름을 하늘에 살포합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전쟁에서 참패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도망쳐 시온 이라는 도시를 건설합니다. 실재 한편 기계들은 인간을 인공수정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해 인큐베이터 안에 가두고 동력을 생산합니다. 그 리고 인큐베이터 안의 인간들은 1999년이라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거짓된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이퍼 리얼리티(극실재) 매트릭스는 우리말로 자궁 을 뜻하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상공간, 즉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낮에는 회계사 토머스 앤더슨 으로, 밤에는 해커로 살아가던 네오는 마침내 모피어스 를 통해 자신이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화 매트릭스 의 포스터. 기계의 동력원인 인큐베이터의 인간들은 하이퍼리얼리티(극실 재)인 1999년의 가상현실을 실재로 알고 살아 갑니다. 24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25

실제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에서 인큐베이터 안의 인간들은 컴퓨터가 펼쳐놓은 가상세계를 마치 현실로 알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현대사회가 이렇지는 않지요. 하지만 극 단적인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매트릭스 에서 반란군 중 한 명은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의 풍요로움에 이끌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네오와 스미스가 싸운 곳 또한 현실이 아닌 매트릭스의 세계였던 것처럼,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 이 미지들의 전쟁이 벌어지는 이곳 또한 실재와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는 세상 입니다. 네오가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수련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시뮬 라크르의 가상성을 파악하고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수련을 해야 하 지 않을까요? 실재와 거짓된 이미지인 시뮬라크르들을 가려낼 수 있는 눈 을 가질 수 있게요. 덤&덤 앤디 워홀과 보드리야르 보드리야르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시뮬라크르 개 념을 가장 잘 활용한 작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떤 면이 그러했을까요? 앤디 워홀은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재키 오나시스 등의 우상화된 대중스타, 코카콜라 병이나 캠벨 스프 통 조림 등 흔히 보이는 일상의 상품,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 며 세계 곳곳에서 소비되는 모나리자 등을 소재로 작품 을 만들었습니다. 이것들을 실크 스크린이라는 복제기법 을 이용하여 제작해 냈죠. 소비가 일상화된 사회, 바코드가 있는 상품뿐만 아니라 섹스, 예술, 대중스 타, 여가 모든 것이 지위, 명성, 가치 등의 기호로 둘러싸여 소비되는 사회. 그의 작품에서 마릴린 먼로나 코카콜라 병이나 모나리자 등은 단순 한 시뮬라크르 기호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실재도 없고, 오로지 대 중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들이 있을 뿐이죠. 그는 시뮬라크르의 허상을 까 발린 것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하이퍼리얼리티 전략 보드리야르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하이퍼리얼리티 전략으로 만들어낸 가상 실재의 대표적인 예로 듭니다. 자, 먼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워터게이트 사 건을 되짚어 보죠. 우리 머릿속의 워터게이트 사건_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불법도청 사건 을 저질러 언론에 폭로되었고, 이로 인해 그는 1974년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관련자들도 처벌을 받았다. 이제 제럴드 포드가 새 대통령이 되고 새로운 정 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는 회복되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우연한 탈선, 스캔들일 뿐이다. 오히려 그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여전히 건재 함을 입증해 주었다. 하지만 보드리야르는 워터게이트 사건은 우연한 탈선이 아니며, 민주주의 와 정부의 실체가 미디어나 권력 등의 시뮬라시옹을 통해 은폐되었다고 주 장합니다. 실제 정부는 부정부패, 불법도청, 권력에 의한 자유 침해 등이 비일비재한데, 시뮬라시옹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이 한 대통령의 우연적 탈선, 스캔들 로 비쳐졌으며, 대통령이 사퇴하고 책임자가 처벌을 당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믿음,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하이퍼리얼리티로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26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27

보드리야르 왈,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본 것은 걸프전의 실체가 아니며, CNN 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소비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보드리야르는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 주장하여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91년 걸프전은 CNN을 통해서 폭격장면 등이 일일 이 위성중계가 되었죠. CNN의 아나운서가 걸 프전 중계를 위해 이라크의 바그다드 현장에 있는 리포트를 호출했는데, 그 리포트는 전장 의 상황을 CNN 화면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존재한다고 사실이 아니다. 일어난다고 사건이 아니다. 사실이 존재하려면 보도가 되어야 하고, 사건이 일어나려면 카메라에 복제되어야 한다. ( ) 그때는 복제가 현실을 베끼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이 복제를 베끼는 사태 가 벌어진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본 것은 걸프전의 실체가 아니라 방송과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만 소비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폭격장 면을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후세인 정권 타도라는 시뮬라시옹이 작동되고, 이라크와 미국, 세계인이 이에 따라 인식과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사실 그의 주장처럼 우리가 걸프전의 실체가 아니라 권력과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소비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걸프전이 일어 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그는 현대사회의 한 측면에 대한 사고를 너무 극 단적으로 밀어부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 구조주의 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사회철학자로 꼽힙니다. 포스트모 더니즘이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우선 모더니즘부터 살펴보죠. 모더니즘 모더니즘은 근대의 이성주의 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 이전 시기, 예를 들어 서양의 중세 사람들이 신, 권위, 전통 등을 진리의 기준으로 삼 았다면, 모더니즘은 진리의 기준을 인간의 이성 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기 반으로 인간과 세계를 바라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에 대한 믿음은 허구일 뿐 이라며 모더니즘의 이성주의적 입장을 반대하고, 감성과 의지, 이미지 등을 강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철학자는 보드리야르, 뒤 에서 설명하는 푸코 등이 있습니다. 구조주의 구조주의에서 구조 란 언어, 사회구조, 제도, 법, 사상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짜여진 어떤 틀 을 말합니다. 구조주의란 인간은 이러한 다양 한 구조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보고, 그 구조를 파헤치고 개념들의 법칙을 제시하려 합니다. 구조주의는 인간의 자아나 관념 역시 이러한 다양한 구조 의 틀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죠. 초기 구조주의는 구조를 인간이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고 있는 선험적이며 보편적인 것으로 보았는데, 구조에만 집중하 여 인간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았죠. 후기 구조주의 후기 구조주의란 구조적 틀이 절대적 의미를 가질 수 없으 며, 또 다른 해석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봅니다.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구조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고려하며 종교와 역 사 등의 다양한 역할을 중시합니다. 이를테면 앞에서 살펴본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은 후기 구조주의의 핵심이론 중 하나입니다. 최대한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포스트 모더니즘과 후기 구조주 의에 대한 설명이 잘 이해 가 안 된다구요? 이 책의 곳곳에서 실제 예를 통해 다시 짚어주니 안심하고 넘어가세요. 28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