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북중경협이 북한 개혁 개방과 통일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 v 요 약 v 이 상 근 * 송 문 지 ** 북한이 다수의 특구설치를 통한 제한적 개 방과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도입을 통한 초기 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북중경 협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측면 에서는 남북경협보다 북중경협의 효과가 클 수 있다. 북한이 현재의 경제노선을 지속적으 로 추구한다면 북중경협 강화가 북한의 개혁 개방 및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강해질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북중경협 확 대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가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개혁 개방 및 경제 성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의 증가와 중국의존 에 따른 부정적 영향의 감소는 북중경협의 중 장기적 효과에도 변화를 초래하여 남북한 경제통합에 대한 북중경협의 부정적 영향이 감소할 수 있다. 또, 북중경협 강화로 인해 한 반도 통일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지나치 게 평가되어 온 면이 있으며 북한에 친중정권 이 들어서는 경우에도 통일의 가능성은 사라 지지 않을 것이다. 핵심어: 북중경협, 남북경협, 경제통합, 경제공동체, 통일, 개혁 개방, 중국의존, 중국예속 Ⅰ. 서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으나 양국간 경협사 업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의 경협에 관여 해 온 장성택의 처형도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한편,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북한의 제도개선 노력이 가시적 결과를 산출하고 있다(조봉현 2013, 245-247). 더욱이 북한은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도입과 전국에 걸친 경제특 구 건설을 통해 전례 없는 경제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북중간 경제협력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연구교수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
110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의 확대 및 심화와 북한 경제노선의 획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에도 북 중경협 강화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답보상태인 듯하다. 근년의 연구들 중 대다수는 북한시장 활성화와 개혁 개방 유도에 도움이 되는 등 단기적으로는 북중경협의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중 장기적 으로는 남북한 경제통합 및 통일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양문수 2010; 2011; 원동욱 2011; 윤병수 외 2010).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어 온 북중경협 확대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에 관한 전망들을 절충한 것이지만 기존 연구들의 체계적 종합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자들 중 대다수는 핵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북한의 새로운 정책들이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북한을 변화시키려 는 중국의 노력도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Szalontai and Choi 2013; Haggard and Noland 2012). 반면에 중국정부는 북중경협을 강화하여 북한을 개혁 개방 으로 이끌고 책임 있는 지역국가가 되게 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키는 한편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2012; 윤승현 2012). 이렇게 볼 때, 북중경협의 영향은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들과의 연관 속에서 분석되어야 한 다. 다시 말해 과거에 비해 매우 시장지향적인 북한 경제발전전략이 성공하고 북 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 어 북중경협 강화의 효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의 목적은 최근 북한경제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를 고려하 여 북중경협 강화의 정치적, 경제적 결과들을 새롭게 예측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중경협 강화와 북한의 새로운 경제노선이 지금까지 제시된 북중경협의 여 러 효과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검토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북중경협 강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들이 강화되는 반면 부정적 효과들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Ⅱ장에서는 북중경협의 영향과 대응방 안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한다. Ⅲ장에서는 북중경협의 단기적 영향에 대해 재평가한다. 이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효과 측면에서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을 간략히 비교하고, 북중경협과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 사이의 관련성을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11 분석한다. 또, 북한경제의 중국의존성을 높인다고 알려진 현상들의 영향을 재검토 한다. Ⅳ장에서는 북중경협 강화의 중 장기적 영향을 재평가한다. 북중경협의 단기적 효과들이 달라짐에 따라 중 장기적 효과들도 변할 것이며 중국이 한반도 의 현상유지를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설명될 것이다. Ⅴ장에서는 앞에 서의 논의를 정리하고 북중경협 확대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 져야 하는지를 간략히 논할 것이다.
112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Ⅱ. 북중경협 확대의 영향에 관한 기존 논의 1. 북중경협의 영향에 관한 긍정론과 부정론 2000년대 중반부터 북중경협 확대의 영향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되었다. 북중경협 확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북한이 중국의 원자재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변모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경제적 종속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남북경협 발전이 저해되고, 경협을 통한 레버리지가 약화되어 남한의 대북 영향력 발휘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었다(박종철 외 2006, 18-19; 유 현정 2010, 459-460). 북한경제가 중국의 일방적 영향력 하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이 남남북중 의 분할구도로 개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최수영 2007, 83). 이런 문제들로 인해 결국 남북한 경제통합 및 통일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김영윤 외 2010, 38). 반면, 일부 연구자들은 북중경협이 북한의 원자재 에너지 설비 기술의 확보 와 경제성장 및 고용확대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의 생필품 부족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박영애 2010). 또, 이를 통해 북한의 시장화 와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경제개혁의 기반을 조성하며, 국제협력을 위한 첨병의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이영훈 2006; 홍성국 2006, 160). 나아가, 북중경 협으로 인한 북한경제의 성장은 남북한간 경제적 격차를 줄여주고,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통일 전후 남한측의 지출을 감소시켜 경제통합 및 통일에 드는 비용이 절 감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었다(박영애 2010). 북중경협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을 예속시키려 한다고 주장하였다(남성욱 2006; 오승렬 2005). 이러한 주장은 주로 정황과 추측에 바탕을 둔 것이었으므로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반론에 부딪히면서 점차 약화되었다. 1)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예속을 의도 1) 예컨대, 중국의 지원 규모나 시기가 국제사회의 북한 지원과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지원규모와 내용이 최고지도자 방문 등의 이벤트나 정치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또, 중국의 대북경협 구상을 포괄한 문서로 알려진 36호 문건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13 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경협을 활용하고 있으며, 경제적 필 요성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의도에 기인하여 북중경협을 활성화하고 있 다는 입장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그 배경에는 랴오닝 연해경제벨트 및 창지투 개발의 국가급 프로젝트 격상, 양국 지도자들의 상호방문, 나선 및 황금평 합작개 발사업 착공, 5 24조치에 따른 남북경협 위축 등이 있었다고 본다. 중국이 북중 경협의 원칙을 정부인도 에서 정부주도 로 바꾼 것이나 양국이 내정 및 외교관련 사안에 대한 협의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영향력 확대 시도의 근거로 여겨졌다(양 문수 2011, 243-244; 이상숙 2010, 131). 북중경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자들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 대하려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등을 압박할 경우 북한정권의 안정 및 존립에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므로 한반도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은 영향력 발휘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전병곤 2011; 김진무 외 2011, 171). 또, 북중경협이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고 책임있는 지역국가로 변모시켜 동 북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 나아가 북중경협 강화는 핵문제 등 북한관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기 도 한다(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2012; 윤승현 2012). 2. 북중경협의 영향에 관한 절충적 입장과 그 한계 근년에는 북중경협 확대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중 한쪽을 강조하기 보다 는, 이를 균형잡힌 시각 으로 파악하려는 입장도 대두되었다(양문수 2010; 2011).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에 관한 기존 견해들을 수 용하는 한편, 양자의 논리와 근거를 보강하기도 한다. 예컨대, 북핵문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이 북핵문제 와 북한문제 를 분리하여, 경협을 통한 대북 영향력 강화와 점진적 개혁 개방 유도를 우선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원동욱 2011). 북중경협의 부정적 효과에 관해서도, 북한이 중 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중국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주장환 2006; 조동호 외 2008, 377-380).
114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국의 물류기지 역할까지 하게 되었으며,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걸친 다면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양문수 2010, 56-57). 또, 중국이 북한시장을 선점하고 자원개발권 및 인프라 운영권을 확보하면 북한지역 개발이 남한이 아닌 중국의 경쟁력을 제고하게 되리라는 점을 지적하기 도 하였다(양문수 2011, 247). 북한의 산업입지 선정, 산업구조 조정 등이 중국의 장기발전전략에 맞추어 진행되면 남북한 경제의 상호보완성이 약화되는 등 남북경 제공동체 구성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유승경 2010, 33; 양문수 2011, 247-248). 중국이 주도하는 북한 개발은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축의 거점을 확보하여 지역협력을 주도하려는 남한의 계획과 상충된다고 보기도 한다(원동욱 2011, 57). 또, 중국이 경제적 이권의 보호를 위해 북한 급변사태시 개입하거나 통일과정에서 강화된 발언권을 행사하면 남한 주도의 통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임수호 2011, 12; 윤병수 외 2010, 27; 양문수 2011, 246-247). 북중경협의 양면성을 강조하는 연구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북중경협 강화의 긍정 적 효과도 크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원동욱 2011, 67). 북한시장 활성화와 개 혁 개방 유도 등 이들이 인정하는 긍정적 효과들 중 대다수는 이미 나타나고 있 거나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발현될 수 있는 것들인 반면, 부정적 효과들 중 다수는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이나 통일과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들과 연결되어 있는 까닭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통해 제시된 북중경협 강화의 결과에 관한 다양한 예측들 은 북한경제 전반의 변화양상들을 반영하여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미 다수의 중앙급 및 지방급 특구 설치를 공표하였으며, 성과급제, 분조관리제, 기업 자율성 확대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막연하게 북중경협이 북한의 경제발전과 개혁 개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론하는 단계를 넘어 북한에서 일 어나고 있는 변화와 북중경협의 연관성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 로 북중경협의 단기적 효과에 관한 기존의 주장들 전반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 다. 나아가 단기적 효과에 대한 새로운 평가결과가 북중경협의 중 장기적 효과를 예측하는 데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연구들은 북중경협의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15 개혁 개방이 한 국가에의 경제적 의존과는 모순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간과해왔 다. 개방정책이 여러 나라들과의 경제적 관계를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대내 적 개혁도 북한경제를 세계시장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다. 한편, 경제성장 역시 여러 주변국들과의 경제관계 강화에 기여하는 면이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북중경협 강화에 따른 개혁 개방과 경제성장 으로 인해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는 점차 낮아질 수 있다.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크게 제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 개방의 성과와 경제성장의 혜택이 증가할수록 이런 걸림돌들을 제거하려는 북한정권의 의지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중경협의 단기 효과들 중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 증가 뿐 아니라 개혁 개방 유도와 경제성장 촉진도 함께 고려할 경우, 북중경협의 중 장기적 효과에 대한 전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116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Ⅲ. 북중경협 강화의 단기적 영향에 대한 재평가 1. 북중경협 강화와 북한의 개혁 개방 북중경협 확대를 우려하는 이들은 중국이 아닌 남한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성장과 개혁 개방을 유도해야만 북한경제의 중국의존에 따른 남북한의 경제 통합과 통일에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경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지금까지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반면에 근년에는 남북경협이 위축되었음에도 북중경협의 급속한 확대 와 함께 북한경제도 이전에 비해서는 빠른 속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 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으로서 북중경협이 남북경협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추 론을 가능케 한다.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을 함께 분석한 기존연구가 적지 않으나 대개 교역과 투자 의 규모를 비교하거나 양자 간의 경합성을 따지는 방식이었다. 남북경협과 북중경 협이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 등 북한을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간주되어 왔음에도 정작 양자가 북한경제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교는 매우 미흡하였다. 몇 몇 연구자들이 남북경협은 주로 정부기관의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북한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북중경협에 비해 그 효과가 적다는 점을 간략히 지적하였을 뿐이다 (임수호 2011, 12; 양문수 2011, 246). 본 연구에서는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한계에 봉착하게 만든 문제점들 중 몇 가지를 살펴봄으로써 북중경협의 상대적 효과를 파악해 보려 한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경협사업이 정치 군사적 상황에 좌우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남북한간 정치적 관계의 악화로 남북경협이 양적, 질적 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정경분리원칙을 내세웠으나 남북관계나 북 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한은 경협관련 회담조차 거부하곤 했다(김형기 2010, 257-260).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민간차원의 경협사업들조차 핵문제 등의 영향을 적잖게 받았다(김형기 2010, 302-333). 둘째, 남한 내부의 정세가 경협에 큰 영향 을 미친다. 적극적인 남북경협 추진에 대한 남한 내부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으며,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17 총선과 대선 등의 결과에 따라 남북경협의 양상이 바뀌어버린다. 셋째, 경협에 방해가 되더라도 남한과의 교류를 통제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당 국은 외부인들 중에서도 남한사람들이 북한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을 특히 경계해왔 다. 이 때문에 남북 양측으로부터의 방문자들과 상대지역 주민들 간의 대화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개성공단의 이른바 3통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까닭도 여기에 있 다. 북중경협의 경우 이와 같은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선, 북중경협은 남 북경협에 비해 정치 군사적 상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북중경협은 자원확보, 동북지방 대외개방성 향상 등 중국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추동되는 면이 강하므로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어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이상숙 2012). 둘째, 여론 변화와 지도부 교체 등 국내정치적 요인들이 북중경협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북한 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중국의 지도층과 일반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최명해 2013). 그러나 일당독재국가인 중국은 국내여론의 반대를 무릅 쓰고 북중경협을 통해 북한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고수할 수 있다. 선임자들에 의 해 후임 지도부가 결정되는 승계방식 등으로 인해 지도부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변화도 적은 편이다. 셋째, 남한사람들과의 접촉에 비해 중국인들과의 접촉에 대 한 북한 당국의 두려움이 적다. 중국과 북한의 민족 구성이 다른데다 중국은 공산 당에 의한 일당독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정권이 남한보 다는 중국과의 경협 과정에서 과감한 개방조치들을 시행하기가 용이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북중경협은 개혁 개방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인적 교 류의 양과 질에서 남북경협을 압도해왔다. 남북한 간 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2008년에 관광객을 제외한 남북한 교류인원은 18만 7천명 정도였고, 남한을 방문 한 북한주민 수는 332명에 불과했다(통계청 2014). 반면, 북중 간의 인적 교류는 150만 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양문수 2010). 2013년에는 중국을 방문 한 북한사람의 수가 20만 6,600명에 달하였다( 中 华 人 民 共 和 国 国 家 旅 游 局 2014).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도 약 5,000 명으로 집계된다(Liang 2013).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의 이러한 차이가 북한경제의 변화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 로 이어지고 있다. 남북경협을 위한 제도개선에 미온적이었던 북한은 몇 년 전부 터 중국의 요구를 반영하여 외부로부터의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들을 확충하고 있 다. 예컨대, 2011년 이후 특구법을 비롯한 대외경제협력 관련 법률들을 대대적으
118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로 보완 및 확충하였다. 이를 통해 외국기업의 사용기간 내에는 토지의 임대, 양도, 저당, 상속이 가능하게 하였고, 가격 결정, 파산 및 청산 등도 기업이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조봉현 2013). 2011년 12월에 대폭 재개정된 라선경제무역지대법 제23조와 같은 달에 제정된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법 제22조에는 법규의 엄격 한 준수와 집행, 기업의 독자성 보장, 시장원리의 준수 등의 관리원칙 이 명시 되어 있다. 여타 조항들에는 이 원칙들을 실제로 보장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예컨대 라선경제무역지대법 제40조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법 제34조를 통해 기존의 로력알선기관 을 통한 채용이 아닌 기업과 노동자의 자율적 노동계약을 허용하였다. 더욱이 우편, 전화, 팍스 같은 통신수단을 자유롭게 리용 할 권리, 인원, 운수수단의 출입과 물자의 반출입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보장 할 의무 등이 명시되었다(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2011a; 2011b). 중국 주도로 개발하는 경제 지대에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숙원이었던 이른바 3통문제 의 해결도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또한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 을 채택하였고, 같은해 11월 21일 중앙정 부 책임 하의 신의주 특구와 함께 13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에 대한 계획도 발표 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13/11/21). 핵개발 노선으로 인해 중국 이외의 국가들로 부터의 대북투자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수경제지역들을 전국적 으로 개발하려는 계획 역시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구지역 밖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예컨대 관광활성화 및 투자유치의 걸림돌이었던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대체되고 있다(Reuters 2013/11/3; 통일 뉴스 2013/5/27). 이는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2013년 상반기의 집중적인 노력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김옥 2013). 북중경협 강화는 앞으로도 시장적 관행들의 제도화를 비롯한 북한경제의 변화 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들은 끊임없이 제도개선을 요 구하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투자유치는 물론, 김정은이 강조하는 생산 정상화, 인민생활향상 등도 실현될 수 없다. 중국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은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게도 적용되므로 북한경제의 개혁 개방 및 국제화를 촉 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불평등은 끊임없는 개선 요구의 근거이므로 남한기업들에 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예컨대 개성공단의 3통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 조건을 보장하고,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19 준으로 발전시킨다는 합의가 라선경제무역지대법 등의 선례가 없이도 가능하였 을지는 의문이다(연합뉴스/2013/8/14). 북중경협은 북한의 대내경제정책 전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관리체 계는 북한정권의 계획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박형중 2013). 그러나 제한적인 제도변화 만으로도 일정한 생산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성과 급제 도입 등의 결과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조선신보 2013/12/24; FAO and WFP 2013). 새로운 경제관리체계가 분명한 성과를 거두려면 과도기에 나타 나는 공급부족, 기득권층의 저항, 인플레이션 등을 완화하는데 쓸 예비자원이 반드 시 필요하다(박형중 2013). 현재로서는 이를 확보할 유일한 방도가 북중경협 확대 이다. 원자재, 설비, 비료 등을 확보할 능력이 없는 기업과 농민에게 자율성을 준 다고 해서 국내생산이 급속도로 증가하기는 어려우며, 핵 경제개발 병진노선을 선언한 결과 중국 외의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지원이나 투자를 이끌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신년사, 농업 단일 안건을 다룬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국농업부문 분조장대회 등의 내용으로 보아 북한은 2014년에도 농민 근로자 기업의 자율성 강화 등 개혁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조선중앙통신 2014/1/1;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2014, 3). 7.1조치의 실패 등을 이유로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도 성공 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 나타나 는 경제적 변화는 김정일시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김정일시대에는 시범실시에 그쳤던 포전담당제와 자율경영제가 전면실시의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2014/02/07). 이는 계획경제의 보완 및 부활을 목표로 내걸었던 7.1조치와는 달리 북한이 중국의 초기개혁과 유사한 방향으로 경제노선을 전환하 였음을 의미한다. 북중경협 확대를 통해 보다 많은 자원이 공급된다면 이와 같은 전례 없는 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북중경협에만 의존하여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북경협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북중경협을 통해 북한이 변화하 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 경협이 다시 활성화된다면 북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20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2. 북중경협 강화와 북한경제의 중국의존 북중경협 강화의 부정적 단기 효과는 북한경제의 중국의존성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중국의 원자재 공급처 및 소비시장화, 중국에 의한 인프라 구축 등은 중국의 존도 증가 경향의 일단이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가와 남한의 영향력 약화는 중국의존도 제고의 논리적 귀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존성을 높이 는 것으로 알려진 현상들 중에는 그 효과가 과장된 것들이 있는 듯하다. 또, 개 혁 개방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된 경우도 있는 것으 로 보인다. 한편, 개혁 개방과 경제성장은 경제통합 및 통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면 중국의존성 증가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 변수는 상호 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 역시 남북한의 경제통합 및 통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변수들 간의 영향도 함께 분석해야만 북중경협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의존성 강화 효과가 과장되어온 예로 중국산 소비재의 장마당 석권을 들 수 있다. 생산재의 경우와는 달리 소비재의 대량 유통을 시장선점효과로 인한 중 국의존성의 구조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북한주민들이 중국산 제품 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广 东 卫 视 2013/2/25). 그러나 중국 산 의류나 가전제품을 사용하던 사람이 이를 남한산으로 대체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적, 심리적 장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단둥에 온 북한 사람들이 남한산 제품을 사들이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북한주민들 사이에 남한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강주원 2013, 76-101). 그러므로 경제성장으로 인 해 구매력이 증가하거나 개혁 개방의 흐름 속에서 남한제품 유통에 대한 제약이 완화될 경우 남한산 소비재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북중간의 인적교류 확대 및 심화로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걸친 다면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현상도 재고할 여지가 크다(양문수 2010, 56-57). 유 독 중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됨에 따라 북한의 중국의존성이 높아 지겠지만 이를 통해 개혁 개방과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도 클 것이다. 우선, 네트워크 형성으로 인한 기능적 협력의 강화가 북한의 개혁 개방 추진에 도움이 된다. 또, 북중 간 과학기술 네트워크, 문화교류 네트워크 등도 투자유치에 활용되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21 고 있다( 经 济 观 察 网 2012/12/15). 보다 중요한 것은 인적 교류에 따른 인식과 행동 의 변화를 통해 개혁 개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적 사고와 행 동이 체화되어 있는 중국인들과 다방면에서 빈번히 접촉한 결과 북한에서 제도, 행동, 관념의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예컨대 독립채산제, 포전담당제, 국가개발은 행 등 중국이 초기개혁기에 활용했던 것과 유사한 제도들을 북한도 도입하고 있다 ( 조선신보 2013/12/25). 다양한 특구개발을 통한 대외개방 역시 중국식 개방전 략의 모방이다. 또, 수많은 관료, 유학생, 상인 등이 중국인들과 활발하게 접촉하면 서 자본주의적 문화, 기술, 경영기법 등을 학습하는 한편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북 한에 도입하는 첨병이 되고 있다( 张 哲, 2012; 于 冬, 2013). 더욱이 북한 권력층은 자본을 끌어모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에 의해 미래의 권력기반이 좌우된다 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See and Abrahamian 2011). 중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평가도 재고할 필요성이 크다. 교통망 연결, 항만 건설 등에 대해 북한이 중국의 물류기지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는 등 북한경제의 중국예속이 심화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양문수 2010, 56-57). 이런 평가가 타당 한 면도 있지만 인프라 구축이 북한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다양하다. 예컨대 나진 항이 개발되어 중국과 육로 및 항로로 연결되면 나선특구 개발이 촉진된다. 특구 내 기업은 특구 밖의 북한기업과도 거래할 수 있으므로 주변지역의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2011a). 한편, 나진항 개발에는 러시 아도 참여하고 있고 하산-나진간 도로건설과 항만 개발에 남한기업의 참여를 허용 한다는 남한정부의 방침도 발표되었다. 또, 북한은 남한기업의 나선지대 입주도 허용하려는 입장이라고 한다(조선일보 2013/10/19).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 고 있는 몽골 역시 나진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연합뉴스 2013/9/6). 이렇게 볼 때 중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북한 동북부지역의 인프라는 중국-러시아 -몽골-북한-남한을 잇는 물류망의 거점이 되어 북한의 개방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 여할 것이다. 압록강 하류의 인프라 구축도 긍정적 효과들을 산출할 것이다. 일례로, 최근의 신의주특구 계획 발표는 신압록강대교의 2014년 중 완공과 무관하지 않다. 신압록 강대교 건설은 북한 내부의 교통망 확충에도 도움이 된다. 북한정부의 오랜 노력 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해 온 개성-신의주간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가 근래에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뉴시스 2013/12/12). 이 계획
122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이 실현될 경우 부산-개성-신의주-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육상교통로가 물리적으로 는 완성되는 셈이다. 북중경협 확대로 인해 남북경협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견해 역시 근거가 약한 듯하다.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이 함께 확대되었던 2009년 이전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 중국으로부터 받은 투자의 비율 등이 매우 높아진 근본적인 이유는 남북경협의 급속한 위축이다. 그러므로 남북경협이 다시 활성화된다면 이런 수치들도 급속히 낮아질 것이다. 금강산관광 중단이나 개성공 단 폐쇄 위협이 중국이라는 대안 때문에 가능했다는 견해도 있다(유현정 2010, 459). 그러나 여객기와 유람선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한계와 2013년 개 성공단 폐쇄 시도의 실패로 이 사업들에 관한 한 중국은 남한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남한기업들에게는 유리하나 중국기 업들에게는 이익이 적은 사업이 허다하다. 그러므로 북중경협이 계속 확대되더라 도 남북경협 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북중경협 확대로 남북경협을 통한 레버리지가 약화되어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영 향력 발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박종철 외 2006, 18-19; 유현정 2010, 459-460). 남북경협이 활발하던 시기에도 남한정부는 이산가 족 상봉, 문화 체육분야 교류 등 매우 한정된 요구만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대량 살상무기 개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과 관련해서는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였다. 한편, 5.24조치 이후에는 연평도 포격, 3차 핵실험 등이 잇따랐다. 남북 경협 확대를 통해서건 축소를 통해서건 북한에 대한 영향력 발휘는 극히 제한적이 었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한 것은 주변 강대국들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핵개 발을 막기 위해 한 미 중 러 일 다섯 나라가 함께 노력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그나마 중국은 경협을 통해 북한의 초기적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례 없는 압박으로 북한의 호전적 행위를 다소나마 제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에 대해 남 한과 합의하는 데에도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보도가 있다( 亞 洲 週 刊 2013/8/18). 남한이 북한의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영향력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겠으 나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건 북한에 대한 영향력 을 강화하여 북한의 행태를 제어하도록 돕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현재로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23 서는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경제를 좌우할 만한 수단들을 갖추고 있으나 북한체제의 취약성 때문에 영향 력 발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북중경협 강화는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북한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역설적이지만, 북한경제가 취약한 상태에 머 무르기보다는 발전하고 안정되어야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용이해진다. 급변사태 등을 우려하지 않고 경제제재 등을 통해 북한지도층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도입으로 기업과 농민의 자율성이 신장될수록 특정부문 의 무역권 등을 독점하고 있는 특권층에게 타격을 가하면서도 일반주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 방식의 제제가 가능해진다. 중국의 대북영향력 강화는 남북 북미 북일관계 개선과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 이 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가시화할 경우 자주성 고수 의지가 강한 북한 정권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북한식 자립경제노선의 성공가능성이 전 무하다는 점이 입증되었으므로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남북경협 강화나 북미 북일관계 개선뿐이다. 중국의 대북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북한은 핵 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하기 어렵게 된다.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합의 및 실천이 없이는 미 일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없다. 또,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할 만한 수준으로 남북경협을 확대하려면 남한기업들의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중경협 확대는 결과적으로 남북경협 발전, 북 미 북일관계 개선, 핵문제 해결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4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Ⅳ. 북중경협 강화의 중 장기적 영향에 대한 재평가 1. 북한경제의 변화 및 성장 가능성과 남북한경제의 통합 1) 북한의 경제성장과 중국의존도 감소 가능성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북중경협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도 미치겠지만 중 장기적으로는 많은 부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한 다. 그러나 북중경협 강화가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와 맞물려 북한경제의 성장을 추동한다면 남북한 경제통합과 통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핵포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예측한 다. 물론 핵포기를 통한 대외관계 개선 없이 북한지도부가 공언하는 사회주의부귀 영화 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정책들을 통해 인민생활의 안정 을 어느 정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식량과 연료의 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2) 식량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증산이나 수입을 통해 연간 100만 톤 정도의 곡물을 더 확보해야 할 것이다. 3) 100만 톤을 옥수수로 수입하려면 약 3억 달러, 쌀을 수입하면 약 8억 달러가 필요하다. 4) 한편, 연료 확충은 연간 약 600만 배럴 2) 먹는 문제 의 해결만큼이나 시급한 것이 공장 가동, 취사, 난방 등을 위한 연료의 확보이다. 특히 겨울철 연료 확보는 북한주민들의 중대사이며, 평양시민들조차 난방용은 물론이고 취 사용 연료마저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13/12/5). 3) 530만~630만 톤 정도의 곡물을 매년 확보한다면 북한의 식량사정은 안정될 것으로 본다. 2008년 이후 북한은 생산과 수입을 통해 매년 430만 톤 이상의 곡물을 확보해왔다. 광범위 한 현지조사 등을 거쳐 작성된 FAO와 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2009 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3년에는 500만 톤을 넘어섰다. FAO와 WFP는 북한의 기초적 인 식량 수요가 연간 537만 톤 정도이며 수입과 원조를 포함한 2013년 11월에서 2014년 10월까지의 식량공급량은 534만 톤가량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FAO and WFP 2013). 4) 국제곡가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근년에 비싸게 거래된 경우의 가격을 적용한 추산이다. 옥수수와 쌀 모두 FOB가격을 적용하였고 쌀은 캘리포니아산 중립종을 기준으로 삼았다. 선물가격 등을 적용할 경우 훨씬 낮은 추산액이 나올 것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3).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25 (약 82만 톤)의 원유를 더 수입하거나 상응하는 양의 석탄을 내수용으로 돌려야 가능할 것이다. 5) 원유를 수입할 경우 약 6억 6,0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6) 요컨대, 식량과 연료의 추가확보를 위해 연간 약 9억 6,000만~14억 6,000만 달러 를 지출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면 북한의 특구정책과 새로운 경제 관리체계의 성과를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규모나 교역액을 고려할 때 이것이 용이한 목표는 아니지만 실현가 능성은 충분하다. 7) 경제성장의 결실을 식량과 연료를 확보하는 데에만 사용할 수 는 없겠지만 위의 금액은 주요광산들의 가동률만 제고해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다(최경수 2012). 지속적인 수출 및 곡물생산 증가, 자율경영 포전담당제 성과 에 따른 보상의 확산은 북한경제의 성장가능성을 높이고 있다(VOA 2013/12/5; 조선중앙통신 2013/12/28). 이런 상황에서 북중경협 강화로 더 많은 외부자원이 투입된다면 북한경제는 느리게나마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경제 핵무력건설 병 진노선이 외부자원 유입에 지장이 되지만 핵방위력을 내세워 국방비 추가지출을 막고 가용자원의 경제분야 투입을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8) 일단 식량과 연료의 추가 공급이 어느 정도만 이루어지면 생산성 향상, 공장가동률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가속화하고 연료, 식량, 원자재 확보가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또,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와 특구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노선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5) 약 600만 배럴의 원유 추가확보 필요성은 경제난 이전인 1993년도 원유도입량(약 997만 배 럴), 2004년 이후 집계되어 온 북한의 연간 원유도입량(380만-390만 배럴), 미국이 경수로 건설기간에 매년 지원하기로 했던 중유의 양(50만 톤), 2.13합의시 북한이 지원받기로 한 중유의 양(약 100만 톤), 중국이 비밀리에 매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진 원유의 양(약 50만 톤) 등을 고려하여 산정하였다(통계청 2012; 연합뉴스 2013/4/1). 6) 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가격은 2011년 배럴당 106 달러, 2012년 109달러였다. 2013년은 105 달러, 2014년은 100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국제무역연구원 2013, 16). 중국으로부 터의 도입가가 이보다 비싸더라도 110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7) 한국은행이 추산한 북한의 2012년 명목 GNI는 남한 원으로 33조 4,790억원 가량이고 남북 교역액을 포함한 무역총액은 87.8억 달러 정도이다(통계청 2013, 76, 85). 그러나 한국은행 도 추산치의 부정확성을 인정하고 있다. 8) 경제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제기된 이후에는 핵 개발 등 군사력 강화를 위해 경제발전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김정은이 처음으로 주 재한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병진로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 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 을 집중할수 있게 한다는데 있다 는 입장을 내놓았다(조선중앙통신2013/3/31).
126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경제성장은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우선, 연료 공급 확대 등으로 공산품 생산이 늘고 품질도 향상되면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게 된다. 같은 이유로 농수산물과 광물을 수출하면서 공산품을 수입하는 종속적 교역구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성과급제 하에서 경제성장 이 이루어질 경우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 중점을 둔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이나 중국으로의 노동력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협력 대상은 북한과의 임금격차가 중국 보다 큰 한국, 일본, 대만 등이다. 그러므로 북한지도부는 이런 국가들과의 경제협 력을 방해하는 정치적, 경제적 장벽들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남북한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북한경제의 일방적 중국의존으로 초래되는 어려움들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2) 중국과 연계된 북부지역 개발과 남북한 경제통합 오늘날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일견 남남북중 의 분할구도가 현실화하 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남북경협이 이루어지는 개성공단 등은 북한 남부 지역에 위치하는데 반해 중국과 공동개발하는 특구들과 중국으로의 장기수출계약 이 맺어진 광산들은 북부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편중성이 약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나선지대에 남한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개성공단에 중국기업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 실례이다. 물론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들과 물리적 거리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북부지역은 중국과의 연계가, 남부지역은 남한과의 연계가 강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지경학적 위치를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남부와 북부를 각 기 남한과 중국에 주로 연계시키는 것은 효과적인 개발방식이다. 또, 이런 개발이 남북한 경제통합에 크게 해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오늘날 한 국가 안에 주변국과의 연계성이 강한 산업지역들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일된 한반도 에서도 중국과 깊은 연계를 맺고 있는 지역들이 주로 북쪽에 분포되어 있는 것이 크게 문제될 이유가 없다. 남북경협이 진척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흡수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북한의 북부지역이 중국경제에 일방적으로 밀착된 상태에서 남북한경제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낮다. 다시 말해, 경제통합을 본격화할 수 있을 정도로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27 남북한 간의 경협이 진전된 상태라면 북한의 북부지역에도 많은 남한기업들이 진 출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중국기업과 장기계약이 맺어진 광산지역에도 남한의 서비스업체나 제조업체가 진출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한과 공동개발한 산 업지대에도 여러 중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을 것이다. 경제통합의 관건은 다른 국가와의 연계가 깊은 지역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될 지역들이 유사한 경제체제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9) 이 과제 는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 앞에 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중경협은 북한의 경제제도 변화와 개방을 유도하는 면에서 남북경협보다도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북중경협의 확대 및 심화가 남북한의 경제 통합을 저해하기보다는 이에 기여하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개혁 개방, 경제통합, 통일비용과 지하자원 수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북한 지하자원의 중국 수출 역시 남한이 참여하는 북한개발 과 남북한경제통합을 크게 저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 광물의 저가 수출은 핵 문제 해결이나 남북경협 본격화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 을 것이다. 중국기업들은 철광석은 국제시세의 70-85%, 무연탄은 50~80% 정도의 가격에 북한산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Aden 2011; 연합뉴스 2011/11/06; YTN 2013/12/16). 10) 북한 광물의 가격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기업들이 독 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일반적으 로 광산에 투자한 기업들은 시세의 80% 정도에 광물을 사간다. 또, 수해, 전력부 족, 장비노후화 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자주 발생하는데도 북한 당국은 외화부족을 해소하고자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광물공급계약을 체결하곤 한다(최경수 2012). 이 때문에 납기를 못 맞추는 경우가 많고, 무연탄의 경우 무게를 부풀리는 행위도 9) 구조론적 접근방식에 따라 점진적 통합을 시도할 경우 통합 이전 경제체제의 이질성은 문 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연구도 있다(양문수 2010, 57-58). 그런데 구조론적 접근이 체제들 간에 이질성이 커도 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오랜 통합과정을 거치는 동안 체제의 이질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론적 접근을 취하더 라도 체제의 이질성 해소가 경제통합 달성의 조건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10) 중국기업들이 북한에서 특정 광물을 시세의 1/3 정도 가격에 사들인다는 보도도 있으나 중국 해관자료는 이런 증언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적으로 채굴한 광물이나 국내용으로 배 정된 광물을 빼돌려 중국에 보낸 경우 단둥 등지에서 싼값에 판매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 나 이런 식으로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128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만연해 있다( 中 国 质 量 新 闻 网 2013/10/21; 2013/1/31). 석탄에서 폐석을 가려내는 시설이 미비하여 계약된 것보다 저질품을 수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연합뉴스 2013/07/12). 또, 시양그룹, 완샹그룹 등 충분한 매장량을 확인하고 북한 광산에 투자한 중국기업들도 열악한 사업환경 탓에 큰 손실을 입곤 한다(자유아시아방송 2013/10/29; 2012/8/24). 이런 점에서, 북한산 광물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은 구매자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이해할 여지도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은 북한경제 발전의 초석이자 통일비용 충당을 위한 주요 자산 으로 간주되어왔다. 근래에는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가 6,000조~7,000조원에 달한다는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수치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추정 매장량에 현 재의 가격을 곱한 것인데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추정 매장량이 크게 줄어든다. 개 발비용을 고려하면 채굴이 가능한 자원의 종류와 매장량은 더욱 제한적이다( 중앙 일보 2013/11/7). 북한의 광물자원 생산총액은 연간 60억 달러 정도, 주요 광산 들의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은 40%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최경수 2012).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면 북한의 광업생산 총액을 두세 배로 끌어올리 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광업부문 자체의 성장만으로 통일비용의 상당부분 을 충당하거나 북한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 지하자원의 보다 큰 중요성은 남한의 기술 및 자본과 만났을 때의 시너지 에 있다. 남한이 참여한 개발과정에서 북한은 외화획득, 고용증대, 인프라 확충, 기술 및 경영기법 확보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저가에 자원을 확보한 남한 기업들의 경쟁력도 제고되어 남북한 모두의 경제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너지가 제대로 발생하려면 남한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 지하자원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역시 북한의 개혁 개방이다. 거듭 지적했듯이 남한의 노력만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북중경협을 통한 북한의 변화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지하자원이 저가에 수출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지하자원 수출이 북한식 개혁 개방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 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진전시키는데 따르는 이익은 지하자원 수출에 따른 손실보다 크기 때문이다.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29 2.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 통일 북중경협 강화의 장기적 효과와 관련된 우려는 결국 한반도 통일에 지장을 초래 한다는 점으로 수렴된다. 북중경협 강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진 남북경협 발전 과 경제공동체 건설이 통일을 위한 과정이자 수단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통일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중경 협 강화의 영향이 반드시 남북한의 통일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기 는 어렵다. 북중경협으로 인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연구자들은 중국이 유사시 경제적 이권 보호를 이유로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거나 친중정권을 수립할 수 있으며, 중국의 발언권이 강화되면 남한 주도의 통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임수호 2011, 12; 윤병수 외 2010, 27; 양문수 2011, 246-247).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1961년에 체결된 조중우호조약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과 약 5,000명의 북한 내 화교 보호를 명분으로 파병할 수 있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나 주민 구제 역시 미국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개입 명분이 아니다(이근관 2011). 중국정부가 군사적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유와 명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손익계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군사개입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는 물론 자칫하면 무력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샤오캉( 小 康 )사회 실현을 위해 경제 발전에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하려는 중국에게 북한 내 이권을 상실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실을 안길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으 로 개입한다면 그 목적은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영향권에 편입되는데 따른 외교 안보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11)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상실에 따른 손실이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로 인한 손실보다도 크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은 11) 후진타오 주석의 외교분야 핵심 참모였던 왕지쓰는 2010년 2월 서울을 방문하여 다른 나 라들이 북한에 정치 군사적 통제를 시도하는 경우 중국이 가만있지만은 않을 것(not stand idly)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만있지만은 않을 것 이라는 말의 의미를 묻자, 그는 중국인들은 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민감하게 생각하지만 (휴전선 남쪽에 있는) 미군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더욱 민감하게 생각한다 며 급변사태에 대한 한-미의 개입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 고 말했다(통일뉴스 2010/2/23).
130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북한정권의 요청이 없거나 북한 내에 보호할 재산 및 이권이 없어도 파병을 단행 할 것이다. 북한 위기시에 북한정권의 요청 등을 이유로 중국이 파병을 단행하거나 대규모 경제지원이나 특정정파에 대한 후원을 통해 비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북한에 친 중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친중정권의 성립은 한반도의 통일을 저해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이는 중국이 방해하지만 않으면 북한의 위기 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 주권국가인 북한이 위기에 처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이를 흡수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 간의 충돌이나 협상을 거쳐 유엔에 의한 북한 관리, 한미 양국에 의한 북한 관리, 미국과 중국에 의한 분할 관리 등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친중정권 성립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들 중 하나이다(문정 인 2013, 195-197). 중국이 북한에 친중정권을 세운다 하더라도 북한이 중국에 병합되거나 영토 일 부를 할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지난 수십 년간 강대국이 약소국의 주권을 빼앗 은 예가 없는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국제질서 하에서 중국의 북한 병합은 상상 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중국이 북한 영토 일부라도 차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면 미국, 남한 등 주변국가들과의 극심한 갈등을 감내해야 하며 미국과의 무력충돌 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 결과 대만과의 통일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은 친중정권을 통해 물류망, 노동력, 지하자원 등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 런 문제들을 야기하면서까지 북한의 영토를 빼앗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주권과 영토를 유지할 것이며 북 한의 주권과 영토가 유지되는 한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친중정권 수립은 남북한주민들의 민족적 자부심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 길 것이다. 그러나 통일의 가능성만 따진다면, 친중정권과의 통일이 현재와 같은 독재정권과의 통일보다 반드시 어렵다고 볼 수 없다. 중국 후견 하의 북한은 중국 식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고 핵을 포기할 것이며 군사 외교적 도발도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친중정권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 지도자들에게 권고해온 바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중국은 경제 발전에 유리한 대외환경 조성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 하며 현상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31 을 변경할 수 있는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한다. 그런데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라 는 목표는 충돌하는 면이 있다. 비핵화를 위한 강한 압박이 북한체제를 불안정하 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Shi Yinhong 2009). 친중정권의 성립은 북한이 이미 극도로 불안정해졌으며 안정을 되찾아 줄 책임을 중국이 지게 되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여 친중정권 수립에 따른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누그러뜨리고 북한의 안정성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통한 주민생활 안정 역시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권고한 바 있고 북한이 이미 제한 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식 개혁 개방을 본격화할 것이다. 친중정권 수립에 대한 한 미 일 등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개발 프로그램 이 폐기된다면 외부 투자를 막는 최대 장애물은 사라지게 된다. 중국의 개혁 개 방 과정에서 그러했듯이, 친중정권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북한군의 막대한 병력도 감축될 것이다(문형진 2004). 친중정권은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따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도 자제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남한, 미국, 일본 등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재개 또는 강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중국의 후견에 의한 긴장 완화와 개혁 개방 본격화는 북한의 경제성장 및 남북 한간 경제적 격차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통일의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여 겨져 온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이 경감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친중정권 성립 에 따른 남한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북한개발과 관련된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남북한간 경제협력을 지원할 것이다. 그 결과 친중정권 하에서의 남 북한간 경제협력이 김일성일가 독재 하에서보다 더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 다. 이와 같이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남북한 경제공동체 및 경제통합의 기반도 점차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언해왔다(연합뉴스 2014/ 3/24). 그렇다고 해서 통일 이후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경협이 활성화하고 사회문화적 교류가 수반되면서 남북한사회의 동질성이 증가하고 두 지역을 포괄하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팽배해지 면 친중정권을 통한 간접적 북한 통치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북한주민들 의 통일요구가 격렬하게 표출될 경우에는 친중정권을 유지하는데 따른 이익보다
132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중국은 한반 도에 대한 미국의 배타적인 정치 군사적 영향력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친중정권 하에서의 남북한간 교류 확대가 오히려 통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빈번한 접촉이 오히려 두 지역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을 높일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더 깊어진 옛 동서독지역 주민들간의 불신과 거리감, 북한이탈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 남한출신자들이 북한이탈주민들 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 등으로 보아 남북한간의 교류 활성화로 양 지역 주민들이 통일을 선호하지 않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자주적인 북한정권과 의 교류시에도 이런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므로 이를 친중정권의 성립으로 인한 통일 가능성 저하라는 견지에서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북중경협 강화와 한반도의 미래 133 Ⅴ. 결론 본 논문은 북한이 나름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여 북중경 협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재평가하였다.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측면에 서는 북중경협이 남북경협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북한이 새로운 경제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북중경협 강화가 북한의 개혁 개방 및 경제성장 을 촉진하는 효과가 커질 것임을 주장하였다. 또, 이러한 변화가 북중경협 확대에 도 불구하고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를 오히려 낮아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 하였다. 개혁 개방 및 경제성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의 증가와 중국의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의 감소는 북중경협의 중 장기적 효과에도 변화를 초래하여 남북한 경제통합에 대한 북중경협의 부정적 영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하였다. 또, 북중경협 강화로 인한 한반도 통일 저해 가능성이 지나치게 평가되어 온 면이 있으며, 북한에 친중정권이 들어설 경우에도 통일의 가능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는 점을 지적하였다. 북중경협의 영향에 대한 지금까지의 예측들과 마찬가지로 본 논문에서 제시된 전망도 빗나갈 수 있다. 북한이 현재의 경제노선을 고수하거나 이를 통해 경제성 장을 이루고 개혁 개방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최근 북 한경제의 변화는 본 논문이 제시한 전망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에서 개연성이 적지 않은 시나리오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고리는 북한의 개 혁 개방이다. 요지부동으로 여겨지던 북한정권의 정책적 지향이 제한적이나마 개혁 개방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병행노선으로 인해 개혁 개방의 본격화 및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북중경협은 개혁 개방의 본격화와 성공 여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 그러므로 북중경협 강화에 대한 한국의 대응도 북한의 개혁 개방을 보다 효 과적으로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북중경협 확대에 대한 대응방안들은 남북경협 확대, 북중간 경협사업에의 남한 참여,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경제협력, 한중관계 강화를 통한 간접적 대북영향력 행사 등으로 크게 나누 어진다. 마지막 방안 외에는 모두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을 낮추어
134 국가전략 2014년 제20권 2호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북한의 개혁 개방 가능성이 처음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경협 강화에 대한 대응의 우선적 목표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혁 개방을 본격 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경협 확대, 북중경협사업에의 남한 참여, 북한을 포함 한 동북아경제협력 은 모두 북한경제를 성장시키고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 는데 효과적인 방안들이다. 그런데 이런 방안들은 중국 견제책의 일환으로 시도되 기 보다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내려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될 때 남북한 모두에게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남한과 중국이 북한 을 두고 경쟁하는 식으로는 북한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반면 에 남한과 중국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동일한 목표를 확인하고 북한과의 경협을 확대해 나간다면 북한이 동북삼성 경제권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중국 동북삼성, 극동 러시아를 포괄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의 중심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평화공동체 구축과 통일에도 매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투 고 일 : 2014. 02. 03. 심사완료일 : 2014. 03. 24. 게 재 일 : 2014.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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