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자료집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일 시 : 2014년 6월 12일(목) 10시 ~ 12시 장 소 :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성당 주 최 :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 관 : 천주교 대전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 포 지 엄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일 시 : 2014년 6월 12일(목) 10시 ~ 12시 장 소 :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성당 주 최 :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 관 : 천주교 대전교구 민족화해위원회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자료집 발행인 : 이기헌 발행처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발행일 : 2014년 6월 12일 143-912 서울시 광진구 면목로 74 전화 : 02-460-7695~6 전송 : 02-460-7698 E-mail : hwahai3217@cbck.or.kr hwahai3217@hanmail.net 홈페이지 : www.hwahai.or.kr
순 서 사회 :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10:00 인사말 이기헌 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10:05 기조강연 -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10:20 발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성찰적 통일 - 조한범 박사(통일연구원) 10:55 토론 Ⅰ 박상병 신부(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11:10 토론 Ⅱ 김승철 대표(북한개혁방송) 11:25 토론 Ⅲ 김병국 대표(대전충남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11:40 질의 응답 12:00 마침
기 조 강 연 남북 통일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유흥식 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6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남북 통일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반갑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을 주제로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이 대전교구에서 개최됨 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이신 존경하옵는 이기헌 주 교님과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금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을 맞아 이기헌 위원장 주교님께서 발표하 신 담화문 순교 영성으로 민족화해를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번 발표를 통해 통일을 전 망하며 우리 교회와 신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해 말씀드리려합니다. 일치와 화해의 영성으로 성령의 부르심에 준비하고 응답합시다. 독일 통일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분단의 벽이 무너지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 니다. 한편으로는 부러움이, 또 한편으로는 답답함이 새겨졌고, 이 감정은 지금 이 순간까 지 지워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살아납니다. 하나의 민족이 갈라졌다가 다시 합해지고, 분 열과 갈등이 화해와 일치로 변화되어 가는 그 순간은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저는 인류 역사에 하느님의 성령이 강하게 활동하시고 임재하신 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지금, 전 세계는 경제적 불균형, 정치적 갈등, 환경파괴 등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습 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도 평화롭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노골화하고 중국도 동북아 패권장악을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갈등과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가 그물망처럼 엮어 있어서 어느 나라만의 문제라고 국한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교회 내에서도 성령의 새로운 강림이라고 받아들여 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가톨릭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올바 르게 수행할 것을 촉구하시며 많은 활동을 하십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지적하면서도 분열 과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해와 일치의 바람을 불어넣으시는 교황님의 활동이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줍니다. 2014년, 우리 교회는 교황님의 역사적 방한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방한 이 점점 깊어지는 전 세계적 갈등 뿐 아니라 특별히 한반도 주변정세와 우리의 통일과정 에 역사적인 변화의 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민족분단 지역인 한반도는 갈등의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닙 니다. 죽기 전에 가족을 한번만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는 슬픈 땅 입니다.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는 이산가족상봉의 모습을 보면, 어찌 이럴 수가 있나! 하
기조 강연 유흥식 주교 7 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이 이처럼 어리석고 미련할 수가 있는지!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 니다. 이산가족들의 쓰라린 마음과 한( 限 )은 물론이며,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부끄러움과 미 안함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 현실을 체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각종 갈등과 에너지 소모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이 분단의 현실입니 다. 분단은 이처럼 지나간 세계사의 상흔이며, 우리의 살아있는 아픔과 고통이고 또한 여 전히 주변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래의 자화상입니다. 교회는 이처럼 분열과 갈등의 시점에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자세로 무장하여 화해와 일치의 시대를 앞당기는 성령의 활동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순수한 사랑의 자세로 북한 사회와 주민을 대하도록 노력합시다. 굶주 리고 헐벗고 아픈 이들을 돕는 것은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인종, 피부색, 국가, 종교, 정치 체제에 관계없이 구체적으로 돌봐주 어야 함은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39) 라고 가르 치셨습니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 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 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요한 4,20-21) 이러한 우리의 활동은 그 어떠한 세상적 논리에도 이용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2005년 9월 7일~10일, 저는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시설 을 축복하기 위하여 평양을 방문하였습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 고, 이후 4차례에 걸쳐 방북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민족이 이토록 가까운 지역에서 굶주림으로 죽음과 싸우는 현실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비극적 순간이었습니다. 저 는 지금까지도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서 음식을 버리지 못합니다. 주변에서 음식을 낭비 하거나 버리는 모습을 보면 굶주린 그들 생각에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북한을 첫 번째 방문한 후부터 실존적인 차원에서 지금까지 매일 북한의 신자들, 교회, 백성들과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념적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굶주림의 고통을 겪 고 있는 우리 민족을 위한 절실한 기도입니다. 북한 주민을 위한 교회의 활동과 증거가 북한 주민과 사회의 경직된 마음을 풀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길 기대합니다. 북한을 돕고 이해하기 위한 생각이나 행동들이 종북 주의자 로 몰리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어떤 경우에 도 북한의 형제들이 배고픔이나 헐벗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세상을 떠나는 일은 막아야만 합니다. 또한 인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구호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도 계속
8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전개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들의 조건 없는 민생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북한 주 민들이 남한 정부와 백성들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 니다. 우리가 전하는 사랑을 통해 그들이 진리와 자유를 더욱 갈망하게 되기를 희망합니 다. 그리하여 남과 북이 함께 한민족의 동일성을 더욱 깊이 깨닫고 분열의 시간이 갈라놓 았던 낯섬과 다름을 완화시키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교회의 인도적 사랑의 실천이 통일을 가져오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통 일문제가 세계 강대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문제가 모두 반영되는 이슈임을 모두 알 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 경제적 논리보다 더 깊고 차원이 높은 진리의 빛으로 조명하고 사랑을 실천한다면, 성령의 활동이 한반도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키실지 누구도 예언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가, 사회가, 그리고 민족이 하나 되어 사랑으로 하나 되기를 갈망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에 요동치지 않 게 된다면, 통일은 최소한의 부작용을 안고 우리에게 한발 가깝게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남북의 화해를 위하여 끊임없는 기도를 바칩시다. 124위 시복식 과 아시아 청년대회 를 앞둔 한국 교회가 교황님의 방한을 맞이하여, 아 시아와 세계 교회의 성장 그리고 세계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교회로 변모하고 성장하여야 합니다. 지난 4월 교황님을 알현하는 은총의 시간에, 방한기간 중 북한의 청년 또는 신자 들을 초청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의논하였습니다. 폐쇄된 북한에 자유와 진리의 영을 접할 수 있는 작은 길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노력과 간절한 마음이 분열된 우리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할 것을 믿습니다. 교회는 6월을 예수 성심 성월 로 정하여 예수님의 넓고 깊고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본 받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6,25와 가까운 주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의 날 로 정하고 남북통일 기원미사 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 교회가 다시 한 번 통일을 신앙의 빛으로 조명하고 성령의 활동을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 을 가졌음을 확신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을 주제로 2014년 민족의 화해 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이 북한의 형제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그들을 위하고 통일을 위하여 더 많이 기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이 복음으로 충만한 은혜로운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략하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합시다. 교회의 나갈 방향을 늘 고민하며 연구 하시는 민족화해일치위원회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4년 6월 12일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발 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조한범 박사 통일연구원
10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성찰적 통일 조한범 박사(통일연구원) Ⅰ. 머리말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이 같은 시도 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를 통해 대북정책에서 통일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 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는 통일로 가는 과정일 뿐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다. 북한주민은 헌법상 한국 국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고 통경감과 삶의 질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 당국이 아닌 북한주민의 민생개선을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반면 북한은 통일대박담론과 드레스덴선언에 대한 비난과 아울러, 추가 핵실험 위협 및 무인기도발, 그리고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포사격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도 유동적이다. 오바마대통령은 최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순 방을 통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관계의 강화에 주력했으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시 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대통령은 취임 이후 7차례의 회동을 통해 양국관계의 결속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5월 20일 개최된 상하이 정 상회담에서 중 러 양국은 관계개선을 위한 전폭적인 협력에 합의했으며, 이는 강화되고 있 는 미 일 동맹관계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의 흐 름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의 구사에도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아울러 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에게 갑자기 다가온 통일은 서독의 진정 한 자기성찰과 대 동독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의 결과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일은 객 관적 미래가 아니라 주관적인 의지의 선택이며,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달성될 수 있다. 통일한국은 분단체제의 비정상성과 분단비용의 해소를 기반으로 한민족 모두의 새로운 국 가발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Ⅱ.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 의의 대북 통일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분단체제의 해소와 남북한의 통일이다. 통일대박 담론은
발제 조한범 박사 11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넘어 궁극적인 통일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통일대박 담론은 대북정책에서 통일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 다. 통일정책은 분단해소를 위한 각 분야별 정책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협력을 위한 대북정책, 주변국 협력을 유도하는 통일외교, 그리고 통일을 위한 국 내적 기반 확보 등의 정책은 모두 통일정책의 하위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대부분은 세계적 냉전체제와 남북한간의 대립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통일의 실 현보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해야 했다. 이는 적극적인 통일정책의 구사에 한계 를 의미했다. 통일대박 담론은 이 같은 한계를 넘어 통일의지를 가시화하고 통일에 대한 목표의식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통일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통일대박 담론에 대한 또 다른 긍정적 평가가 가능한 이유는 통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도발 및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북한문제 피로 감의 증가와 아울러 통일의식도 약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남남갈등과 민족문제의 정 쟁화구도 역시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 에서 통일대박 담론을 통해 통일에 대한 긍정적 미래상과 비전이 제시됨으로써 통일담론 의 사회적 공론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드레스덴선언은 남북관계의 단기 교착국면을 넘어 실질적인 남북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책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주민에 대한 정책의 강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독일 통일의 가장 큰 교훈 중의 하나는 서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동독주민들이 통일의 순 간에 서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반도 통일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등 제3국의 영 향을 막고 남북한 주도의 통일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주민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드레스덴선언은 북한주민의 고통경감과 삶의 질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주민에 대한 직접적 정책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북한 당국이었다. 남북관계의 모든 협력과 대화는 남북한 당국간에 이루어 졌으며, 따라서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대북지원과 남북교류도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중요한 것은 대북지원의 중단으로 인해 북한주민의 고통경감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인도적 문제의 해결 노력에도 장애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상 북한주민은 한국 국 민이라는 점에서 북한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한국정부와 사회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주민에 대한 정책은 중단될 수 없으며, 인도적 위기의 구호와 아울 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북한 민생해결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통해 북한주민의 한국에 대한 신뢰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 당국을 넘어 북한주민들의 민생해결 및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한다 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북한 민생에 대한 지원과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민의
12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민생보다 3대 세습정권의 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한국의 도덕적 우 월성과 정통성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동서독 경험은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 하고 있다. 구조적인 경제위기와 체제불안정에 직면한 북한 역시 드레스덴 선언을 전면적 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민보다 정권안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형태의 대북지원과 남북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나 5.24조치의 해제 등을 통해 정권안정화를 위한 재원의 확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단기적인 반응을 넘어 북한주민에 대한 직접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 는 한편 드레스덴선언을 구체화하는 추가적인 제안과 후속조치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Ⅲ. 박근혜 정부 대북 통일정책 환경 1. 민족 패러다임의 약화 1) 한국은 세계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국 중 민주화와 시장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사례이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 에 해당한다.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국가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구조적인 경제위기와 3대에 걸친 세습 독재정권으로 인간안보의 위기에 직면한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발전과 북한위기구조의 심화는 남북한 체 제경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한국사회가 세계사회에 정상적으로 편입되는 동안, 북한은 고 립과 구조적 위기 속에서 체제의 생명력을 소진시켰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와 다른 남북관계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발 전은 자본주의체제 편입의 가속화와 아울러 세계화의 진전을 수반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 회 내 자본주의체제의 합리성이 증대하는 동시에 중요한 행위규범으로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자본주의 합리성의 증대는 지배적인 행위규범이 민족적 특수성에 보다는 보편성에 기반한 세계적 기준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발전과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편입강화, 그리고 세계화의 진전은 한국의 행위주체들이 평양 에서 발생하는 사안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상황 변화에 더 민감해지는 상황을 의미한 다. 한국 사회 내 자본주의 합리성 증대와 아울러 민족 패러다임의 약화추이가 나타나고 있 으며, 이는 통일담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통일과 관련된 의식의 추이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는 진보와 보수정권의 대북 통일정책에도 불구하고 북 1) 조한범, "통일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합의와 신뢰형성", 민화협 기획 한반도 신뢰의 길을 찾는다 (서 울: 선인, 2013), pp. 127-129.
발제 조한범 박사 13 한의 바람직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북한문제의 피로감이 확 산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생활세계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통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도 통일담론의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에 해당한다. 또한 한국사회의 실업 및 양극화, 복지체제의 미비, 그리고 다양한 사회갈등 등 제반 요인들도 긍정적 통일담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통일담론약화에 있어서 주목할 점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발전과 세계화라는 근본적 요인이다. 자본주의 편입과 세계화는 한국사회에 통일과 북한 문제라는 민족주의 특수성의 담론을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강요하는 상황의 도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통일담론의 약화 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우며, 구조적인 환경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남남갈등과 통일문제 정쟁화구도의 지속과 병행하여 긍정적 통일담론의 형성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치고 있다. 2. 국제정세 가. 중국발 한반도 문제 출구전략 북한의 3차 핵실험과 2013년 상반기 북한의 무력시위는 아시아 회귀전략의 선제조치인 미국 군사력의 전진배치와 역내 MD체제 강화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외교 안보적 차원에서 국익의 침해를 감수해야 했으며,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의 방지를 위한 필요성에 직면했다. 북한의 도발을 방치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개입 및 역내 영향력 확대를 방지하 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출구전략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이 다. 2013년 상반기 최룡해 특사의 방중 이후 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과거와 달리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4차 핵실험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2103년 6월 오바마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서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험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재개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 중간 잠정적 이해관계의 일치에 기인한 것으로 아시아 지역 패권경쟁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에 대해 양국간 형성된 제한적 신뢰관계 를 토대로, 중국 주도의 한반도 문제 출구전략이 가동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2. 미 일 동맹 강화와 한국의 딜레마 한 미 동맹은 어느 때 보다 굳건한 체제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미 일 삼각동맹체제 의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집단안보체제의 형성을 추구하는 미국의 행보는 한국에게 또
14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에도 불구하고 예산 자동 삭 감 조치로 인해 국방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 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고민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일본의 외교안보적 역량강화를 원하고 있으며, 따라서 아베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있다. 우경화 아울러 진정한 반성이 없는 상태 에서 진행되는 일본의 외교안보적 역량강화는 동북아의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미 일동맹 체제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공동전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 한 일간의 안보협력 확대 는 한국정부에게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비용을 요구한다는. 우선 국민감정상의 문제 와 아울러 한 일간 영토 및 과거사 분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본의 군사 력 강화는 한국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화되는 미 일 동맹 체제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편입될 경우 대북 통일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한국정부의 대중국외교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미 일 동맹 체제에 맞 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 러 간의 협력관계로 인해 신 북방 3각 구도 형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국 통일외교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Ⅳ. 독일통일의 원동력: 서독의 자기 성찰과 대동독 정책 흔히 독일통일의 원동력으로 서독의 대 동독 정책인 신동방정책의 성과를 꼽는다. 그러 나 필자는 좀 다른 생각이다. 독일통일의 진정한 원동력은 서독사회의 자기성찰과 선진국 을 향한 국민들 스스로의 노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1945년 패망 당시 독일은 유럽을 잿 더미로 만들고 수천만명의 희생을 초래한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다. 독일은 전쟁 폐허와 분단으로 그 어떤 희망도 꿈꾸기 어려운 절망의 나라였다. 그러나 서독은 1972년의 뮌헨 올림픽이 상징하듯 종전 30년도 채 지나기 전에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서독은 이 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깨끗한 정치와 투명한 시민사회 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적 같은 성공의 비결은 서독 스스로 선택한 성찰적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총리는 1970년 12월 폴란드를 방문하여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희생당 한 유태인 위령탑에 헌화하고 비에 젖은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서독 은 자신들의 과오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스스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 을 경주했다. 그 결과 통독 당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통일독일이 유럽과 세계평화에 위 해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통일독일에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다시 나타날 것이 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승전국이면서도 패전 독일 보다 더 많은
발제 조한범 박사 15 희생자를 낸 소련, 나치 치하의 치욕을 겪은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미국도 독일 통일을 반대하지 않았다. 통독 당시 서독은 선진국의 반열에 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나라였 다. 구체적인 통일준비를 하지 않았던 서독은 급작스레 다가온 통일을 수용할 수 있는 충 분한 능력을 이미 구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독일은 통일과정의 혼란과 우려를 넘어 자타가 인정하는 유럽의 리더이자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독일통일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동독주민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서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서독은 장기간 동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통해 동독주민의 고통경감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동독 정부는 서독의 지 원을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정권의 안정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서독정부 의 지속적인 대동독정책은 결과적으로 서독정부의 도덕적 우월성과 정통성을 동독주민들 이 받아들이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독정부는 동독주민들의 고통경감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동독 지원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예를 들어 1975년에서 1988년까지 매 년 서독의 대 동독 지원액은 52억 DM(공식지원 17억 4000만 DM, 비공식 지원 34억 6000만 DM 등 매년 23억달러)에 달했다. 아울러 서독정부는 동서독간 정치범의 석방을 위한 거래(Häftlingsfreikauf, Freikauf) 2) 를 지속하여 1962년부터 1989년까지 33,755명 의 동독의 정치범들이 석방되어 서독에 정착할 수 있었다. 동시에 25만 명에 달하는 동독 의 해외여행 신청자에 대해서도 서독 정부는 Freikauf 방식을 적용했다. 독일의 급작스러 운 통일은 이 같은 서독의 지속적인 대동독정책과 이로 인한 동독주민들의 서독에 대한 신뢰의 형성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Ⅴ. 통일을 위한 성찰적 인식 3) 분단체제에 기반을 둔 한국의 권위주의정권은 국가발전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이념적, 문화적 다양성을 극도로 제약했다. 박정희정권은 저발전 상태의 대중적 상실감과 이념적 대립 을 최대한 활용하여 압축적 성장을 시도했으며, 그 결과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빠른 산업화 를 달성할 수 있었다. 미국은 한반도가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적 극적 후원자로 기능했으며, 권위주의정권은 강압적 통제방식을 활용하여 압축적 성장 모델의 논리를 충실히 적용시켰다.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압축적 성장이 한국사회에 가져온 물질 적 풍요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회의 압축적 발전과정과 병행하여 압축적 문제 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4) 2) 안지호 외,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p. 100-104 3) 조한범 외, 지속가능한 통일론의 모색 (서울: 한울, 2013), pp. 258-264 4) 조한범, 남북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대내적 기반구축방안,(서울: 통일연구원 2004), pp. 4 8~50.
16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분단체제에서 진행된 한국사회의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대안 의 모색이 필요하다. 성찰적 근대화 5) 의 개념은 이 같은 대안의 모색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압축적 성장과정에 수반된 다양한 문제들의 해소에 있어서 성찰적 근대화가 제시하 는 대안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물질적 풍요 와 아울러 대형재난, 분배문제의 왜곡, 지역주의와 획일주의, 그리고 진영간 대립과 사회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파생시킴으로써 신뢰의 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사회 의 경우 근대화의 한계가 분단이라는 요소에 의해서 보다 극단화되었다는 점이다. 근대화의 불완전성과 아울러 분단체제의 영향은 한국사회의 근대화를 이중적인 의미에서 제약했다. 한 국사회의 문제들은 분단체제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발전의 불완전성에 대한 자기성찰이라는 근본적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분단체제 근대화의 한계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에 입각하여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이는 성찰적 통일론 으로 개념화 될 수 있을 것이다. 6) 성찰적 통일론의 기본인식은 분단된 남북 양자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통일논의를 남 북한 사회의 내적인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찰적 통일론의 관점에서 통일을 위 한 노력이 필요한 장은 남북 양자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 양 체제의 내적인 비정상성에 주목하고,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 아사의 위기를 수반한 구조적 경제침체와 3대 세습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사회주의 근대화 프로젝트의 완성 에 실패했다. 현재적 관점에서 북한은 자생성을 상실했으며, 성찰적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의 체제내구력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 하고 근본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북한이 체제 위기의 임계점을 넘어설 가능성을 배체할 수 없다. 이는 한국이 통일을 지향하는 성찰적 노력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한국사회 스스로 분단체제하의 근대화의 비정상성을 회복하는 내적노력을 통해 통일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시켜 궁극적으로 통일사회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적 역 량을 강화해야 한다. 성찰적 인식은 통일이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단순한 방식을 넘어서는 것이 다. 통일은 남북한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분단체제에서 진행된 한국사회 발전의 불완전성을 해소하는 화학적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 역시 분단체제 근대화의 한계를 극복 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과 이혼율은 한국이 성공했으나 행복하 지 않은 나라인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OECD 1위 수준 의 노인 우울증과 자살율은 한국사회 삶의 질과 복지체제의 한계를 입증하는 극명한 사례이 5) 성찰적 근대화 의 개념은 사회에 대해 지식을 비판적으로 적용시키는 능력의 확대과정을 의미한다. 앤서 니 기든스, 울리히 벡 등에 의해 제시된 이 개념은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발전의 한계에 주목, 비판적 대 안을 제시하고 있다. 앤서니 기든스 울리히 벡 외, 임현진 외 역, 성찰적 근대화 (서울: 한울, 1998). 6) 조한범, 남북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대내적 기반구축방안 (서울: 통일연구원, 2004) pp. 47-56.,조 한범, 남남갈등 해소방안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06) pp. 48-54.
발제 조한범 박사 17 다. 2010년 기준 OECD 27개국 중 한국의 사회갈등은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터키의 사회갈등이 종교문제인 점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한국의 사회갈등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 히 다른 나라의 사회갈등이 종교(터키), 빈부격차(폴란드), 재정위기(이태리) 등 단일 요인에 기반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의 사회 갈등은 계층 노사 및 이념갈등을 중심으로 세대와 지역, 그리고 성별 등 다수의 영역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층적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한해 사회갈등 비용은 최저 82조에서 최대 246조에 달한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이 통일 한국의 이상적 모델일 수는 없다. 오늘날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분단체제와 압축적 성장이라는 구조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정치적 민주화의 완성, 공정한 시장질서와 투명한 분배구조, 복지체제의 완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관용의 관습화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다. 통일 은 한국사회 발전과정에서 수반된 문제들의 해소를 포함하는 근대화의 정상화과정으로서 해 석되어야 하며 성찰적이어야 한다. 통일은 우리 스스로의 정상화노력을 포함하는 과정 의 성 격을 지녀야 하며, 따라서 통일의 시제는 분단이전으로의 회귀나 현 상태로의 수렴이 한국사 회 제반 문제들을 해소하는 성찰적 노력을 포함하는 미래완료형이어야 한다. 분단은 한국사회에 냉전문화라는 장애를 초래했으며,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분단의 피해 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라는 이중적 특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장애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통일을 위한 근본적 추진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통일에 대한 성찰적 관점의 구체화를 위해 기든스가 제시한 대화민주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 화민주주의는 동의 보다 대화 자체를 통해 공적 신뢰와 공존의 가능성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분열과 고립 속에서 상호단절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보혁 양 진영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배타적인 양진영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과정자체가 새 로운 시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극단적 대립구도가 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의 확보라는 목표의 달성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화의 창구를 열어가는 노력을 통해 단절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의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 성찰적 노력의 출발점은 분단체 제의 비 정상성과 한국사회 발전의 불완전성에 대한 진지한 자기고민이다. 통일의 여정은 한 국 사회발전의 새로운 기회이자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구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Ⅵ. 향후 대북 통일정책 추진 방향 1. 북한주민 정책강화와 신뢰 형성 반면 한국의 경우 북한 붕괴 시 누구와 손잡겠느냐 에 대한 질문에 북한 주민의 27.1% 가 한국, 31.5%가 중국을 선택했다. 7) 이는 DMZ 등 물리적 한계의 영향도 있으나 한국이
18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북한 주민의 신뢰를 유도하는 정책의 구사에 한계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통일 상황 시 중 국 등 제3국의 영향을 막고 남북한 주도의 통일과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북한주민의 한 국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주민의 고통경감 및 삶의 질 개 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정책의 지속적 추진 및 확대는 북한주민의 신뢰 형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 주민의 민생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향후에도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 및 민생문제 해결은 대북 통일정책의 주요 과제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대북지원의 확대와 아울러 북한주민의 삶의 질과 관계되는 농업, 의료 및 경공업 등 생활개선을 위한 남북협력을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장기적 으로 북한 위기 해소를 위한 자생적 능력의 고양을 위한 개발협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드레스덴선언에 대한 북한당국의 단기적 반응 여부를 넘어 지속적인 북한 민생해결정책을 제시하고, 북한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적 정책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 내 인도적 위기를 한국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여건이 허 락하는 범위내에서 한국 주도로 북한 인도적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대북 인도지원 및 개발협력체제의 형성을 통일준비위원회의 주요 과제로 선정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통경감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한국의 지속적인 지원은 북한주민의 신뢰확보에 있어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독일 통일의 원동력은 결 정적인 순간에 동독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대동 독 지원을 통해 서독의 정통성과 도덕적 우위가 확보되었으며, 동독주민의 서독에 대한 신 뢰가 형성될 수 있었다. 한반도 통일 상황이 도래할 경우 남북한 주도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주민들이 한국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 이다. 2. 통일외교 강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으로 미중 패권경쟁의 가속화와 아울러 역내 유 동성이 증가하고 있다. 역내 경제관계의 심화와 외교안보적 긴장을 내용으로 하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의 심화에 따라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의 격화와 아울러 중국 과 아시아 각국간 영토 갈등도 부상하고 있다. 역내 외교안보적 긴장의 고조는 한국의 대 북 통일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 중의 대한반도 전략적 이해관계와 한국 의 전략적 이해관계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 미 동맹을 7) 2009년 한국의 민간기업인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동토의 왕국 본 지금 우린 무엇을 해야 하나, 조선일보, 2013.12.20. 2009년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 및 대북지원 의 감소 등 상황적 조건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인식은 현재에도 지속되거나 악화되었을 가능성
발제 조한범 박사 19 기초로 신뢰관계의 심화를 통해 중국의 대한반도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중국 국익의 완 충지대(buffer zone)가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라는 점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미국 내 민주세력과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공동 대응하는 방안 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 미 안보협력이 한반도 범위 내에서 작동하도록 유의함 으로써 중국의 우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한 러 및 한 중 협력구도의 강화를 통해 북 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삼각협력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과 러시아 신동방정책간의 친화력에 주목, 한 러 협력 강화를 통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새로운 방식의 한 중 협력 모델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 한국과 주변국의 전략목표의 불일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 핵의 궁극적 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원칙을 고수함으로써 6자회담이 비확산 및 동결 수준 에서 장기화하거나 북한의 과거 핵을 암묵적으로 용인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북 한 핵위협의 완전한 폐기 이외의 완벽한 대응 수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MD체제 편입되거나 한국형 미사일방어망(KAMD)에 전적 으로 의존할 경우 북핵 억지 및 대응력의 불완전성이 상존하는 고비용구조가 초래됨과 아 울러 중국의 오해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장기화 및 6자회 담이 공전상황에 대비, 핵재처리 시설 확보 등 최소한의 억지력을 대미협상을 통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 3. 내적 신뢰프로세스 추진: 통일국민협약 체결 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 통일비전과 전망을 토대로 통일정책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구 사하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남남갈등과 민족문제의 정쟁화 구도가 정책 추진 약화의 핵심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기반 형성 역시 주요한 정책적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통일문제와 관련된 한국사회의 내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남북간 신뢰형성 과 정도 어렵다. 대북 통일정책에 관한 여야 진영간 신뢰관계와 아울러 남남갈등의 해소를 내 용으로 하는 내적 신뢰프로세스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적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정 책적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남남갈등구조가 해소될 경우 대북 통일정책의 추진력 확보가 가 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통일문제에 대한 대내적 신뢰구조의 형성이며, 여야간 정책 신뢰 및 시민 사회의 진영간 남남갈등 구조의 해소이다. 이를 위해 일종의 사회협약인 통일국민협약의 검토가 필요하다. 통일국민협약은 통일문제의 정쟁화를 방지하고 생산적 협력구도의 형성 을 위한 사회협약이다. 통일국민협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동의, 합의적 정책추진, 대북 통일정책의 정쟁화 방지, 그리고 민족차원의 정책추진 원칙 등
20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이며, 이를 사회협약형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8) 남남갈등의 폐해에 공감하는 진보, 보 수 진영의 시민 사회간 대화 및 협의를 통해 통일국민협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을 출 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여야의 소장파 등 개혁성향 정치세력이 협 력구도를 형성하여 시민사회와 정치권 공동의 제안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 국민협약의 성공적 체결에 있어 초당적 추진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 통일국민협약은 일사불란한 합의의 지향이 아니며 남남갈등과 민족문제의 정쟁화 구조 를 해소하는 사회적 노력으로, 최소주의적 합의의 추구이다. 민족문제는 특정정파의 이해 관계를 넘어 민족공동체 전체의 안위와 미래와 관계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합 의기반 형성의 필요성이 있다. 한국사회의 현 갈등구조에서 통일국민협약 체결은 시도단계 에서부터 다양한 난관이 예상되나, 시도 자체로서 한국 사회갈등의 기본구조인 남남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서의 중요성이 있다. 진영간 배타적 대립구조가 상존하는 한 통일과 정의 효율적 추진은 가능하지 않으며, 정책적 추진력의 확보도 어렵다. 한국사회의 대립적 정치문화를 고려했을 때 내적 신뢰프로세스의 추진과정에서 시민사 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사회 내 보혁간의 합리적 대화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중장기적 으로 남남갈등의 소지를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통일문제에 대한 논 의가 극단적 견해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방지하고 합리적 시민사회 차원에서 여론이 형성 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는 진영간의 다양한 대화의 시도를 통해 사회적 신 뢰관계를 관습화하고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Ⅶ. 결론 통일은 대박이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최대 150만 명의 병력감축이 가능하고 매년 수십 조에 달하는 국방비가 생산적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땅은 대륙과 대양을 연결하는 허브가 됨으로서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달리 배와 비행기로 만 해외로 나가는 한계를 넘어 육로를 통해 유럽의 끝가지 연결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북한 동포들은 인도적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의 주역이 될 것이며, 한국사회의 구조 적인 사회갈등도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박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서독은 진실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선진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했으며, 이 8) 조한범, 남남갈등 해소방안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06), pp. 68-69. 9) 여야 정치권내에서도 남남갈등의 폐해와 대북 통일정책의 국민적 합의구도 형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 기되어 왔다. 대북정책, 국민적 합의 도출방안, 송민순 진영의원 공동주최 토론회, 2009.12.3. 민주당은 2012년 4월 총선 공약으로 국민통일협약 을 검토한바 있다. 연합뉴스 2012년 2월 8일.
발제 조한범 박사 21 는 통일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한국은 어떤 모습인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복지관련 논쟁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반열에 선 한국의 삶의 질을 말해주고 있다. 몇 개의 대기업 매출액이 GDP의 20%를 넘고 있지만 양극화 해소는 요원하며, 청년실업 률은 위험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대통령이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상황에서도 핵 방호법을 처리하지 못하는 국회, 작은 갈등들이 곧 바로 전 사회적 진영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북한을 이해하는 작은 생각도 종북 주의로 몰리기 십상이 고, 군함이 폭침하고 무인기가 넘어와도 도발의 주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세계적인 냉전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한반도 냉전구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이제 시대착오적인 냉전구조를 해소하고 남남갈등과 분단문화를 넘어 즐겁고 아름다운 통일한국의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통일을 위한 여야의 협력과 보수와 진보진영 의 화해와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범정부 범사회적 통일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민족 삶의 공통분모이자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통일문제 만큼은 정쟁을 넘어 모두가 협력을 해 야 한다. 북한주민 고통경감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안들이 필요하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적 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통일은 복권이 아니며 노력 없이 대박은 오지 않는다. 또한 통일은 비용을 투자해 이익 을 회수하는 비즈니스도 아니다. 비정상적인 분단체제를 해소하여 즐겁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의무이다. 독일에 비해 여러 면에서 열악 한 조건에 처해있는 한국의 유일한 강점은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통일 미래에 대 한 긍정적 비전의 제시, 통일재원의 마련, 그리고 젊은이들에 대한 통일교육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한국사회의 자기완결성을 높이는 노력과 성찰이다. 우리의 통일은 성찰적 통일 이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 노력 이 진정한 통일의 준비이며, 북한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첩경임을 깨달아야 한다.
토 론 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박상병 신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24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에 대한 토론 I 박상병 신부(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우선 한국 사 회 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그 동안 남북의 긴장 고조 와 충돌 등의 현실 속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는 점점 소원해졌고, 오히려 남북관계의 안정 적 관리만이 주요한 정책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일 의제가 보수적 인 성향의 정권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다만 지난 대선 때 복지에 관한 의제처럼 충분한 논의와 준비없이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공약들이 남발된 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하나하나 폐기되는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1.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실질적인 배경에 대하여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속되었던 남북 긴장 국면과 과도한 통일 비용으로 과연 통일이 필요 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들이 보수언론과 종편 그리고 보수 여권 인사들의 주장이었다. 그 래서 통일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의 입에서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통일 은 불필요하다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올해 대통령의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 스덴 선언 으로 상황은 급변하였다. 통일에 대한 재논의가 반가운 일이지만 이러한 정책의 변화에 대한 배경 인식은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정확한 한반도의 상황과 정 세 변화에 대한 정보가 공유될 때, 그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동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난무한 이 시대에, 정확한 정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항간에는 북한 체제의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도 난무했지만, 현재까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대선 공약이었던 한 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의 실현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 가 대통령 산하 통일준비위원회 를 구성하여 통일정책을 추진하려는 근본적인 이유와 배 경에 대한 설명은 아직 선명하지 못하고, 국민들도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지 못하는 듯하 다. 통일은 단순한 행정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의제 이다. 중대한 의제인 통일이 단순한 선전 구호로 멈추어서는 안 되기에 현 정부가 통일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려는 실질적인 배경에 대한 공유는 이후의 통일 논의를 위해서도 중
토론 Ⅰ 박상병 신부 25 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조 박사님께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의 실질적인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2.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상대방에 대한 인정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논의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 스 를 주장하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 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서 통일기반을 구축 하려는 정책이라고 통일부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통일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를 설 명하면서 어떻게 신뢰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도 설명하고 있다. 신뢰는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 로 축적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남북간의 신뢰 형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 하면서 남북관계 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에 대해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북한에만 신뢰를 요 구할 것이 아니라, 남북 쌍방의 신뢰 쌓기 노력이 필요한데, 신뢰 프로세스 라고하면서 신뢰 도 없고 프로세스(과정) 도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 다도 만남과 대화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아직은 적극적인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드레스덴 선언에서도 남북간의 의견 조율을 위한 준비의 과정이 미 흡했다는 것은 이 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드레스덴 선언은 흡수통일 논리이자 황당무계한 궤변 이라고 비난하였다. 일방적인 선언이었던 것이다. 북한 체제를 결코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체제를 옹호하는 것과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화에 있 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즉 북한의 인 권문제를 언급할 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자신들의 체제가 잘못되었다는 것 을 인정하라는 요구로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드레스덴 선언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제난 속에 부모 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라 고 북한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언급은 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대방의 체제를 부정 하고 존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에게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왜 북한 인권에 대
26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하여 언급하지 않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중요하 지 않아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로 끌고 나오기 위해 상대방을 자극 하지 않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만 남과 대화의 조건들을 형성해 나가는 것 일 텐데, 조 박사님께서는 이러한 딜레마에서 어 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한반도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되는지 묻고 싶다. 3. 성찰적 통일론과 발전과 평화에 대한 논의의 조건들 가톨릭 교회의 사회교리는 발전은 평화의 새 이름이다 (교황 바오로 6세, 민족들의 발전) 이라고 가르친다. 즉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균형이 지나치면 긴장과 불화가 생기며 결국 평화를 위기에 몰아넣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빈곤과 부조리를 거슬러 싸우는 것은 결국 인간의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내지 윤리적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전인류의 공동선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힘과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만 피하면 그것이 평화라고 할 수 없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평화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질서, 더욱 완전한 정 의를 인간 사이에 꽃피게 하는 질서를 따라 하루하루 노력함으로써만 얻어지는 것이다(교 황 요한 23세, 지상의 평화). 평화의 새 이름으로써 발전은 결코 경제적인 발전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온전한 인간, 즉 경제적이고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모든 면을 포함한 인간의 발전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발전은 평화의 새 이름 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관점에서 조 박사님의 발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성찰적 통일론에 대한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정권 하에서 국가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념적, 문화적 다양성이 극도로 제약되었던 한국 사회는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하기는 했지 만, 앞서 언급한 온전한 인간 안에 포함되어야 하는 요소들을 골고루 발전시키지 못했으 며, 이로 인하여 오늘날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 내부의 이러한 문제는 통일을 위한 논의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조 박사님께서 강조하는 성찰적 통일론에 대한 기본인식은 한반도 통일을 여정을 위 한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통일 문제가 분단된 남북 양자관계에만 초점이 맞추 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사회의 내적인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 로 공감한다. 분단의 역사는 남북한 양 체제의 내적인 비정상성을 낳게 하였기에 이를 정 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3대 세습독재와 사회주의 근대화 프로젝트를 완성 하는데 실패하였고, 한국 사회는 분단체제와 잘못된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바탕이 되어 근대화의 한계를 여실히 체험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 사회의 피할 수 없는 단 면이다.
토론 Ⅰ 박상병 신부 27 통일 논의를 위한 대화에 있어서 남북한 모두는 서로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 해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동반하여야 할 것이다.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이 실패한 북한 체제를 수렴하는 단순한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 이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 OECD가 제시하는 여러 삶의 지표 가운데 노인 우 울증, 자살, 복지 문제, 노사문제 등에서 한국 사회의 수준은 처참할 정도의 수치를 드러 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또한 이념갈등을 중심으 로 이루어지는 세대와 지역의 문제 역시 미래의 한반도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된다. 조 박사님께서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분단체제와 압축적 성장이라는 구 조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의 완성, 공정한 시장질서 와 투명한 분배구조, 복지체제의 완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관용의 관습화는 한 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임을 지적하였다. 통일은 한국사회 발전과정에서 수반된 문제들의 해소를 포함하는 근대화의 정상화과정으로서 해석되어야 하며 성찰적이어야 한다. 통일은 우리 스스로의 정상화 노력을 포함하는 과정 의 성격을 지녀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렇듯 통일을 위한 성찰적 인식은 한국 사회의 모든 역량을 키울 것을 요구한다. 독일 통일에 있어서 서독 스스로 선택한 성찰적 노력의 결과가 서독 내부의 깨끗한 정치와 투 명한 시민사회를 낳게 하였고, 사회적 시장 경제 체제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서 독의 동독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은 결국 동독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내었다. 우리에게도 통 일의 과정 속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 가운데 실질적인 실천이 되기 위해 한국 사회 내부에서 우선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사항들이 어떤 것인지를 조 박사님께서 제안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토 론 Ⅱ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김승철 대표 북한개혁방송
30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토론 Ⅱ 성찰적 통일의 결과는 책임적 통일인가 김승철(북한개혁방송) Ⅰ. 통일의 대상과 주체에 대한 성찰 : 머리글을 대신해 탈북자는 전 북한주민으로서 통일의 일방( 一 方 ) 또는 상징적인 통일의 일방 의 대 변자, 통일시대의 선험자라고 할 수 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탈북자들이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남한의 통일정책이 통일 일 방의 주체를 북한의 권력에서 주민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한생활 20년의 체험과 학습, 융화( 融 和 )를 토대로 본 남한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은 일방( 一 方 )의 일방적( 一 方 的 )이고 주관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과거의 냉 전구도에서의 통일과 현재의 권력구도적인 통일, 이념구도적인 통일에 대해 고민해오 던 중 통일을 성찰적으로 보고자 하는 본 발제문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념적이고 권력적이며 체제적인 통일구도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질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통일 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까지의 통일 노력에 대해 성찰을 거쳐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 남북한이 사람과 문화, 풍습과 전통에서 1945년 분단 이전과 같은 동질성을 이루려면 지금까지의 통일 이념과 전략, 정책에 대해 심오한 성찰을 해야만 한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없이는 하나가 되는,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는 통일은 거의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성찰적 통일 에서 우리 는 지금까지 주관적인 의미 에서의 우리였다면 성찰적 통일에서 우리 는 합리적이고 함께하는 우리 가 되는 통 일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발제문의 요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 다.
토론 Ⅱ 김승철 대표 31 Ⅱ. 통일대박 담론과 드레스덴 선언 의의 : 통일 상대의 설정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 무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서 항상 실망스러웠던 것은 통일의 대상 에 관한 것이였다. 냉전구조 속에서 추진했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1990년 이후에 도 이념과 체제, 대립 등으로 과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0년 이후에도 대북 정책이나 통일정책은 권력과 이념의 한계를 넘지 못하면서 통일의 대상을 제대로 설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남한의 언론과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일 대박의 핵심은 경제적 이익을 위주로 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한 의 이념과 제도, 정치적 차이 그리고 남한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2000년 이후부터 근래까지 남북협력과 협상에서는 권력(정권?)이 주체가 되어 남북관계의 관 리와 안정과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왔던 것도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게 된 원인 중 하 나일 것이다. - 통일대박 담론 패러다임 전환은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관계 재설정 남한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것은 통 일담론이 냉전구조와 체제대결, 이념적 대립과 남한에서의 갈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싶다. 하여 발제문의 통일대박 담론은 대북정책에서 통일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 미한다. 를 대북정책에 함몰되어 있던 통일정책을 분리 독립시켜 통일정책을 우선하 고 대북정책이 통일정책을 뒷받침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로 재해석 하고 싶 다. - 드레스덴 선언, 통일대박 담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하다 지난시기 남북화해협력 정책이나 비핵개방3000 과 같은 대북정책에서는 남북한 권 력의 협력과 정치적 이익 우선으로 북한주민, 즉 통일의 일방이 사라지는 현상이 있 었다. 또한 북한을 블루오션이라면서 대북투자나 진출이 초점을 맞춘 경제적 우위의 통일로 인식하면서 통일 이후 북한주민의 새로운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박근 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주민을 통일정책에 포함시킨 것은 통일대박 담론 에 드리웠던 북한주민의 입장에서의 불안과 두려움 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 다.
32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그러나 아직까지 남한의 통일담론에서는 통일의 상대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통일의 대상을 통일정책에 포함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선언 적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정치, 사회, 국민적 합의가 공인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통일에 대한, 통일정책에 대한 진정한 성찰의 결과는 통일의 선도자가 되어야 할 남한의 도덕적, 윤리적, 정치적, 이념적 우월성과 정통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는 다 르게 말해 통일에 관한 진정한 성찰은 책임적인 통일 의 결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책임적 통일 에서는 북한주민들의 민생해결 및 삶의 질 개선을 추구 하는데 있어 정 신과 의식, 가치관의 새로운 정립 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은 성공한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통일되는 것이 당 연하다. 하지만 진정한 성찰이 없이, 책임적 통일이 없다면 통일은 혼란과 좌절, 침체 를 겪게 될 것이다. Ⅳ. 독일통일의 원동력: 서독의 자기성찰과 대동독 정책:책임과 정책의 연속성 독일의 통일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동독주민들이 우리는 하나다 를 웨치며 서독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듬해 동독 주민들 이 서독과의 통일을 당연하게 선택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서독정부가 동독주민 의 생활을 위해 지나친 투자 (1 대 1 화폐교환)를 한 것이다. 독일의 통일을 통일된 한국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걱정스러웠던 것은 갑 작스런 통일이고, 서독 우위 대 동독 하위의 통일이었다. 또한 서독 정부의 지나친 투자 도 걱정스러웠다. 오씨와 베씨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기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 에 걱정스럽지 않았다. 독일통일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성찰의 중요한 내용으로 책임과 정책의 연 속성이라고 보고 싶다. 남한은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었고 전 정권의 대북정책은 버려졌다. 김영삼 대통령의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 는 민족화합정책,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화해협력정책), 노무현 대통령 의 평화번영정책,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등은 기존정부의 대북정책의 일 부 또는 기본적 부정(?)으로 책임과 연속성이 부족했다. 민주화 이후 남한의 통일정책은 대북정책에 함몰되거나 대북정책의 인위적 약화로 이어지거나 특정한 정치적 이익의 수단으로 되기도 했다. 책임이 부족한 것이다. 발제 자가 독일통일의 원동력 을 서독의 자기성찰 에서 찾았다면 필자는 이것을 서독 정 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책임과 연속성이라고 보고 싶다.
토론 Ⅱ 김승철 대표 33 남한은 현재 정치와 이념, 제도와 경제, 생활과 정신의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월등 하게 우월하다. 하지만 서독처럼 통일정책으로 책임적으로 연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하 고 있는 것은 통일의 본질과 목적, 대상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 을 첨부하고 싶다. Ⅴ. 통일을 위한 성찰적 인식 : 정책의 연속성과 역동성의 재구성 1990년 냉전체제 종식 이후 남한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분단체제로 인한 역동 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한의 체제경쟁과 좌우이념의 충돌, 풍요와 발전에 대한 국민의 의지와 노력들이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증폭시켜 압축성장을 가능 케 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냉전체제와 남북한 대결, 이념적 갈등을 정치적 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진정성 있게 그리고 윤리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진정한 성찰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다보니 압축성장 과정에서 남북한의 대결이 역동 성의 에너지가 되었지만 지금은 역동성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에너지가 되고 있다고 본다. 남한의 정치권은 권력과 이념에 함몰되어 책임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보이스 (VOICE) 민주주의 에 빠져 있다. 지난시기 대북정책이 남북한 권력(정권)의 이익을 위 한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되면서 정권이 바뀌면 남북관계가 제로상태에서 새롭게 시작 될 수밖에 없었다. 남한의 통일 인식에서 중요한 문제는 한국정치, 한국사회의 리더그룹과 원로그룹이 아직도 권력과 이념의 입장에서 통일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정책과 통일운동 의 과거와 현재 결과에 대한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이념은 전제이지 목표가 되어서 는 안된다. 한국내에서 통일인식과 주장에서 통일의 상대인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한 언급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국민적 관심이 되지 못하는 것은 통일을 좌와 우로 구분되 는 권력적 이념적 패러다임에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이 정치권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이념적 구분에 의한 지지자들의 변심, 다시말해 권력을 잃을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TV에서는 매일 아프리카에 인도적 지원을 해주자는 광고가 나오지만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한 광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통일의 긍정적 표면만 보여주는 광고뿐이다. 발제자가 성찰적 통일론의 기본인식 을 관계의 초점에서 남북한 사회의 내척 차원 으로 확대하자고 했는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 전히 남한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는 북한에서 통일의 주체세력, 다시말해 북한주민 을 통일로 이끌 리더그룹을 양성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34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북한주민이 통일의 상대로 하나로 되는 통일을 하려면 그들의 생활수준은 물론이고 지적, 정신적, 문화적 수준도 향상되어야 한다. 통일의 상대를 키우지 않는 통일정책 은 권력과 정권, 기업의 이익만 추구하게 만든다. 대상이 없는 통일은 점령이고 둘이 하나가 되는 통일이 아닌 하나가 다른 하나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통일의 대상은 북 한 권력이나 정권이 아니라 북한주민이다. 북한주민이 통일의 대등한 대상이 되지 못 한다면 진정한 통일은 아주 멀어질 것이다. 발제자가 성찰적 인식은 통일이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단순한 방 식을 넘어서는 것 이라고 했다. 이는 통일 대상 상호간의 정치, 사회, 정신, 문화적 수 준이 일정정도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다. 통일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비해 현격하게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되면 제도적 통일은 가능할지 몰라도 정신문화적으로는 새로운 분단과 갈등, 대립을 낳게 될 것이다. 남한의 지도자에서부터 정치권과 시민사회 운동권, 국민 모두가 통일에 대해, 통일 의 격에 대해, 통일의 상대에 대해, 통일된 이후의 미래에 대해 진정으로 성찰을 해 야 할 때라고 본다. Ⅵ. 향후 대북 통일정책 추진방향 : 진달래 꽃이 필 때 다시 온다! 1. 진달래 꽃이 필 때 다시 온다! : 진달래 꽃은 누가 피워야 하나 1950년 6.25전쟁 때 북진했던 미군과 국군은 후퇴하면서 실망과 좌절하는 북한주 민들에게 진달래 꽃이 피면 다시 오겠다 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대남적대 의식을 고취하는 계급교양에서 써먹고 있는 핵심 교양 내용이다. 냉전체제하에서 남 북한이 격렬한 체제경쟁을 할때에는 진달래 꽃 은 북한정권의 소멸이고 북한지역의 점령이자, 흡수통일이었다. 다시말해 물리적인 통일인 셈이다.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통일을 위한 진 달래 꽃 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성찰적인 통일에서 진달래 꽃 은 생활과 정신, 문 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균형적이고 향상적이며 화합하는 통일이다. 북한주민의 삶 의 질 개선과 민생문제 해결, 인권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곧 통일정책 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대북정책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진달래 꽃 의 씨앗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진달래 꽃 은 신뢰의 꽃이다. 통일에 대한 남한의 진정한 성찰은 진달래 꽃나무를 키 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김정은 독재정권의 붕괴와 같은 급변사태, 급진적 통일의 시기에 북한 엘리트와 권
토론 Ⅱ 김승철 대표 35 력층, 주민들이 중국이 아닌 남한을 선택하게 하려면 진달래 꽃 을 잘 피워야 한다. 북한주민의 의식과 정신, 사고와 이념을 계몽하려면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비전을 보여주며, 지식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 2. 성찰적 통일을 위한 실체 확보 : 북한인권 추모비 발제자는 내적 신뢰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통일국민협약의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통일에 대한 진정한 성찰의 결과로서 상징적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로부터 얻어지는 교훈과 책임, 의지와 노력을 담아 내는 상징적 실체가 있어야 통일국민협약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발제문에서 통일국민협약은 사회적 노력으로, 최소주의적 합의의 추구이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사회의 대립적 정치문화를 고려했을 때 내적 신 뢰프로세스의 추진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하였는데 이것이 가능하 려면 그 구심점, 지향점, 정치 윤리적 기준이 될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실체는 북한인권 추모비 (가칭)를 건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성찰을 위해, 통일운동의 진정성을 위해, 미래의 바른 통일, 대박통일을 위해서 북한인권 추모비 는 성찰적 통일의 결과로서 책임적 통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토 론 Ⅲ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 성찰적 통일 김병국 대표 대전충남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38 201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 김병국 대표(대전충남 우리겨하나되기운동본부) 바쁜 시간 가운데 발제문을 보내신 조한범 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순서는 발제문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의 통일의 방안을 통일편익에 대한 이해 확산과 민주주의에 대한 자기성찰, 남북경제의 보완적 역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통일은 복권이 아니며 노력 없이 대박은 오지 않는다. 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를 보냅니다. 8.15해방에 대한 역사 인식 차이에 의한 이념 논쟁과 분단 체제에 기반을 둔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통일이나 민족문제에 대한 다양성이 극도로 제한 되어 왔다. 압축적 경제성장은 이루어져 왔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압축적 사회문제 를 과제로 남겼고 한국사회에 자본주의 발전 과정을 통해 세계화의 합리성이 민족문제의 약화를 불러온 것이 현실임을 잘 지적해 주었다. 국제정세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 의 MD체제 강화와 한반도에 군사력 전면 배치, 중국 부상 미국의 영향력 약화, 미일 안보 동맹 체제 강화 등 한반도 주변의 이해관계가 남북간의 당사자가 통일문제를 독 자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일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중국 국익의 완충지대가 북한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라는 점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내적 신뢰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통일 국민 협약체 결 이라는 남남 갈등 해소 제안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가능성에 회의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맞아 민생 중심의 변화와 개방화 모습들은 긍정적으로 보이며 2013년 11월 어린이 병원 약품지원 현장 모니터 방북에서 전기사정이 좋아지고 시내 촬영이 허락되는 것 을 보면서 속도는 늦지만 개방화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제 통일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2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 통일 이후의 긍정적인 요소들에 대한 국민 공감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교과서 등 공적교육 뿐 아니라 시민사회, 국가 통일 관련 교육기관을 통한 통일이 가져다주
토론 Ⅲ 김병국 대표 39 는 기대를 보여 주어야 할 것 같다. 국방비 수십조를 생산적 투자로 전환 할 수 있고 대륙이 열려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여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갈 수 있 다. 여행 자유조치로 휴가를 금강산, 백두산, 칠보산으로 가고 지역특산물로 건강식을 먹을 수 있다. 한국 광물 자원공사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 추정치가 7000조라는 통계가 있고 마그네사이트, 우라늄, 희토류의 매장량이 높고 북한 무산 철광은 노천으로 채광비용이 적게 들고 질이 좋아 포스코에서 사용하는 호주 브라질 산 철광석에서 대체 될 수가 있을 것인데 분단과 대결로 중국에 헐값으로 판매 되고 있다. 둘째는 독일이 보여준 선진적 민주주의와 자기 성찰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를 돌아 보아야한다. 분단 강화와 고착화에 대한 문제에 우리는 자유로운가 하는 자 기 성찰을 돌아 보아야한다. 현행 헌법상 북한 주민은 한국국민이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하여 북한 정권은 주민보다 정권안보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요구할 것이나, 한국 은 북한주민에 대한 직접적 정책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 인권개선 등을 지속화 하는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충돌할 것인데 정부는 상호 협상을 통하여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될 수 있는 인도적 신뢰 프로세스를 지속 가능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튼튼하게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군사력을 기반 으로 한국사회에서 통일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기본급 이 80달러 밖에 안 되는 저임금과 우수한 노동력을 이용한 경제 활성화를 통하여 새 로운 3만 달러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북한 진출을 열어 대기업의 투자 와 노동 집약적 산업의 분업기지 역할로 활성화하고, 중소기업공단을 마련하여 해외 진출 기업이나 한국 기업 환경에서 한계를 가진 기업유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 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번 개성공단 폐쇄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기업이나 국민의 북한 내 거주는 안보환경 개선 도움이 되고 북한의 자본주의 개념 도입으로 합리성이 정착되는 사회로의 변화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을 북한 주민과 분리시키는 문제는 정책적으로 매우 힘든 문제이다. 정부가 북한주민이 신뢰 할 수 있는 정책으로 대북 지원을 지속 가능하게 반영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남한 내부의 남남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와 사회단체들이 통일 담론을 통해서 통일문제에 대한 국 민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 대하여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 가졌던 희망을 북 한주민들이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