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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김성해 심영섭

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책임 연구 김성해(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 공동 연구 심영섭(건국대학교 강사) 보조 연구 유용민(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발행인 이성준 편집인 선상신 발행일 2010년 11월 30일 초판 제1쇄 발행 한국언론진흥재단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33 프레스센터 12층 Tel_ Fax_ 편집디자인 (주)나눔커뮤니케이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교평빌딩 3층 Tel_ Fax_ 이 연구는 2010년 언론진흥기금으로 수행한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필자의 연구 결과임을 밝힙니다. C 한국언론진흥재단, 2010 ISBN

3 본문 목차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_ 9 1. 글로벌 코리아 의 놀라운 자화상 9 2. 성찰 없는 국제화의 위태로움 민주주의, 공론장, 그리고 식견 을 갖춘 국민 대한민국 에 갇힌 국제뉴스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_ 국제뉴스, 바로 알기 국제뉴스의 역사적 진화와 쟁점 한국의 국제뉴스 연구: 성과와 한계 한국 언론, 자발적 종속의 길에 서다 _ 한국의 국제보도: 품격은 낮고 관심도 적다 한국의 해외 특파원: 상실의 시대 80 1) 한국의 해외특파원 80 2) 해외특파원의 자격 83 3) 전문가로서의 해외특파원 인터넷 편집자로 전락한 국제보도 96 1) 쉬어가는 부서 국제부 96 2) 번역자로 전락한 기자 98 3) 국제보도, 대안의 모색 100

4 04 강대국의 조건, 전략과 비전 _ 국제사회와 전략커뮤니케이션 전략커뮤니케이션, 접근방법과 목표 국제뉴스를 통한 강대국의 전략커뮤니케이션 114 1) 도전받는 모델, 미국의 전략 수정 114 2) Economist와 BBC World, 위기에 더 빛나는 영국 124 3) 중국의 힘, 글로벌 신경망을 구축하다 136 4) 끈질긴 생명력, 일본 국제뉴스의 저력 144 5) 이상과 현실의 충돌, 독일의 국제뉴스 156 6) 부활의 노래, 러시아의 도전 글로벌 시대, 국제사회의 재구성 _ 국제면에 나타난 국제사회 184 1) 반복되는 결핍의 역사 184 2) 디지털 혁명시대, 국제뉴스의 진화 192 3) 흔들리지 않는 국제뉴스의 본질 국제면을 통해서 본 언론의 품격 _ 국제뉴스의 품격과 언론 문화 210 1) 중국 214 2) 일본 218 3) 프랑스 221 4) 독일 225 5) 영국 228 6) 미국 231 7) 한국 234

5 2. 광고를 통해서 본 독자의 품격 239 1) 중국 239 2) 일본 240 3) 프랑스 242 4) 독일 244 5) 영국 245 6) 미국 247 7) 한국 글로벌 공론장과 집단지성, 이상과 현실 _ 글로벌 공론장의 시험대, 그리스 위기 그리스 위기 의 국가별 재구성 뉴스와 블로그, 집단지성의 미래? 국제사회의 성숙한 동반자 _ 탐색과 비교를 통한 성찰 품격을 통한 경쟁력 높이기 진정한 소통과 공존의 미래 305 참고문헌 _ 308

6 표 목차 <표 1> 국내 언론사의 해외특파원 및 국제부 기자현황 81 <표 2> 2010년 현재, 미국 주요언론의 해외특파원 현황, ( )는 2003년 수치 119 <표 3> 영국 언론의 특파원 및 지국 현황 133 <표 4> 신문별 분석 기사 수 183 <표 5> 국제면 기사 형식 185 <표 6> 국제면 보도 주제(분야) 187 <표 7> 국제면 보도 대상 (권역) 189 <표 8> 국제면 보도 대상 (국가) 190 <표 9> 국제면 기사 작성자 195 <표 10> 국제면 자료의 성격 196 <표 11> 국제면 정보 출처 197 <표 12> 국제면 멀티미디어 정보 출처 199 <표 13> 국제면 정보원 (cue giver) 분포 200 <표 14> 국제면 정보원 익명성 여부 201 <표 15> 국제면 이슈의 성격 203 <표 16> 국제면 기사 목적별 구분 204 <표 17> 국제면 프레임 요소별 정보 비중 205 <표 18> 매체별 분석 시점 209 <표 19> 국가별 국제면 특징 요약 211 <표 20> 국제면의 뉴스 영역 대 비뉴스 영역 비율 212 <표 21> 국제면 특화된 섹션 213 <표 22> 그리스 위기 일지 255 <표 23> 국가별 코딩 기사 수 258 <표 24> 그리스 위기 보도 프레임 정의 262 <표 25> 그리스 위기 뉴스형식 264 <표 26> 그리스 위기 블로그 형식 265

7 <표 27> 그리스 위기 주목 지역 267 <표 28> 그리스 위기 주목 주제 268 <표 29> 그리스 위기 향후 전망 270 <표 30> 그리스 위기 핵심 정보원(cue giver) 271 <표 31> 그리스 위기 핵심 정보원의 향후 전망 273 <표 32> 그리스(국민)에 대한 태도 275 <표 33> 그리스 위기의 내부 원인 276 <표 34> 그리스 위기의 외부 원인 277 <표 35> 그리스 위기 대응책 278 <표 36> 그리스 위기 보도 프레임 279 <표 37> 그리스 위기 주목 지역(뉴스 對 블로그) 284 <표 38> 그리스 위기 주목 주제(뉴스 對 블로그) 285 <표 39> 뉴스/블로그의 향후 전망(뉴스 對 블로그) 286 <표 40> 주된 정보원의 향후 전망(뉴스 對 블로그) 286 <표 41> 그리스/그리스 국민에 대한 태도(뉴스 對 블로그) 287 <표 42> 그리스 위기의 내부 원인(뉴스 對 블로그) 288 <표 43> 그리스 위기의 외부 원인(뉴스 對 블로그) 288 <표 44> 그리스 위기 대응책(뉴스 對 블로그) 289 <표 45> 그리스 위기 핵심 정보원(뉴스 對 블로그) 290 <표 46> 그리스 위기 보도 프레임(뉴스 對 블로그) 291 그림 목차 <그림 1> 중국의 경제적 부상 138 <그림 2> 일본 GDP 변화 146 <그림 3> 독일의 주요 경제지표 158 <그림 4> 러시아 GDP 변화 173

8 <그림 5> 보도대상 국가의 추이 변화 191 <그림 6> 인민일보 국제면 첫 화면 215 <그림 7> 광명일보 국제면 첫 화면 217 <그림 8> 아사히신문 국제면 첫 화면 218 <그림 9> 요미우리신문 국제면 첫 화면 220 <그림 10> 르몽드 국제면 첫 화면 222 <그림 11> 르 피가로 국제면 첫 화면 223 <그림 12> FAZ 국제면 첫 화면 225 <그림 13> 디 벨트 국제면 첫 화면 227 <그림 14> 가디언 국제면 첫 화면 229 <그림 15> 파이낸셜 타임즈 국제면 첫 화면 230 <그림 16> 뉴욕 타임즈 국제면 첫 화면 232 <그림 17> WSJ의 국제면 첫 화면 233 <그림 18> 조선일보 국제면 첫 화면 상단 화면 235 <그림 19> 조선일보 국제면 중국인, 한국을 말한다 236 <그림 20> 한겨레 국제면 첫 화면 237 <그림 21> 인민일보 안내공고 240 <그림 22> 광명일보 안내공고 240 <그림 23> 아사히신문 인터넷 광고 241 <그림 24> 요미우리신문 인터넷 광고 241 <그림 25> 르몽드 국제면 상단 배너 광고 243 <그림 26> 르 피가로 유료회원 유치 광고 243 <그림 27> FAZ 광고 244 <그림 28> 디 벨트 광고 245 <그림 29> 가디언지 광고 245 <그림 30> FT 광고 246 <그림 31> NYT 국제면 광고 247 <그림 32> WSJ에 실린 후원 광고 248 <그림 33> 한겨레 국제면 주요 광고 화면 249 <그림 34> 조선일보 국제면 주요 광고 화면 250 <그림 35> 그리스 위기 구글 검색결과 추이 257

9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 글로벌 코리아 의 놀라운 자화상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 기 이후 국제 협력체로 부상한 G20(Group 20)에서 한국은 신흥개도국으로 서는 처음으로 의장국이 되었다. 2010년 11월 10일 한국은 G20 정상회담을 주도했고, 제3세계 경제개발 원조, 환율갈등 완화,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마련 등을 담은 서울선언 (Korea Initiative)을 이끌어 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의 참혹한 상처를 딛고 불과 반세기만에 한국은 마침내 강대국들 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순응하던 데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질서의 틀을 짜는 주도적 지위 로 부상했고, 많은 국민은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분명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 로 받아들인다(국민일보, 2010/11/12; 한국일 보, 2010/11/13). 한국의 눈부신 상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97년 한국 정부는 미국 달러의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고,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3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 다. 그러나 2010년 11월 말 현재 한국은 2,933억불 규모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규모는 중국, 일본, 러시아와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9

10 많다. 곳간에 양식이 넉넉하게 보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은 더 많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휴대폰은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고, 현대기 아 자동차 그룹은 도요타(Toyota), 지엠(GM), 폭스바겐(Volkswagen), 포드(Ford)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지난 2010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SK홀딩스, 포스코, GS홀딩스, 한국전력, 삼성생명, 한화, 현 대중공업 등 무려 10개의 한국기업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모습은 비단 경제영역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2006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반기문씨가 유엔(UN)의 사무총장으로 취임 을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김용 교수는 미국 명문 사립의 하나인 다트머스대의 총장이 됐다. 시각장애인의 한계를 딛고 강영우 박사는 백악 관 국가장애 위원회 정책차관보로 임명되었고, 예일대 법대 학장을 역임했 던 고흥주씨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법률자문을 맡았다.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서바이벌에서 5만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권율씨 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한해 동안에만 국제적 광고 공모전에서 금상 등 29개의 메달을 딴 광고천재 이제 석씨도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국인의 앞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분야로 스포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US여자오픈과 프로여자골프대회(LPGA)에서 우승한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 신지애, 미셀 위 등이 세계정상에 올랐다. 양용은 선수도 2009년 8월 골프 황제로 알려진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아시아인 최초로 PGA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한국의 김연아 선수 역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독차지 했던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세계정상의 자리에 올랐 고, 특히 일본의 자랑이었던 아사다 마오를 꺾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자존 1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11 심을 한껏 고무시켰다. 그 밖에, 메이저리그 야구에 진출한 박찬호와 추신 수, 빙상의 이승훈, 축구의 박지성과 이청용 등 세계적 스타들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비상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수준에서도 확인되었다. 지난 2008년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 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2위를 차지했고, 금년 2010년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도 유도, 사격, 펜싱, 양궁, 야구 등을 휩쓸며 대회 4회 연속 종합 2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 스포 츠의 이러한 탁월성은 2010년 8월과 9월에 걸쳐 한국 스포츠의 탁월함 (South Korea: Focused on Excellence) 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미국 전역 에 방송되기도 했다. 미국의 할리우드와 홍콩 영화를 수입하던 단계를 벗어 나 당당한 문화수출국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한류 열풍은 1990년대 중반이후 본격화 되었고, HOT, 김희선, 안재욱 등 한류 1세대들은 당시 중국과 대만 등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게 된 계기는 2004년 NHK 방송의 겨울연가 였으며 그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게임과 음식 분야 등으로 확대되었다. 한류 열풍은 또한 드라마 대장금, 허준, 상도, 주몽 등을 통해 지속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배용준, 류시원, 이병헌 등이 중년층 여성으로부터 큰 인기 를 누렸다. 2005년 이후 다소 침체기를 맞기도 했던 한류 열풍은 최근 아시 아를 벗어나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있으며, 중년 남성들도 이 대열에 참가하고 있다. 2010년 11월 현재 한국의 인기 여자가수 그룹 소녀시대 와 카라 등은 일본 최고의 음악차트인 오리콘 데일리 차트에서 5위권에 진입했고, 이미 진출했던 동방신기, 빅뱅, 포미닛과 브라운 아이들 걸스 등에 대한 인기도 여전히 높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국제사회도 한국 사회에 깊 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한국 경제가 국제사회와 얼마나 밀접하게 통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국민총생산 (GNI) 대비 수출과 수입의 비중(즉, 대외의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1

12 존도)은 2010년 6월 현재 82.4%에 달한다. 한국의 대외무역의존도는 2007 년 까지 약 50-60%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90%를 넘어섰고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그 비중은 80%를 넘을 전망이 다. 이 규모는 미국의 24.3%, 영국의 41.2%, 일본의 31.5%, 호주의 39.1% 와 중국의 45%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높은 규모로 국제사회와 한국의 결합 정도를 잘 보여준다(통계청, 2009).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만이 아니라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 주식시장,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비중도 다른 국가를 압도한다. 2010년 11월 18일 기준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2.26%에 달하며, 이들은 삼성전자의 50.23%, 포스코의 49%, 현 대자동차의 42.66%를 소유하고 있다.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기업으로는 현대산업개발, KT&G, GS건설, NHN, 포스코 등이 있고, 40%가 넘는 기업에는 SK텔레콤, 신세계, 삼성전자, LG생활건강, KT, 롯데제과, 제일기획, GS홈쇼핑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 내 채권과 국고채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금융 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말 현재, 전체 상장채권총액 대비 외국인 의 비중은 2005년 0.5%에서 2006년 0.6%, 2009년 5.6%를 거쳐 2010년 현재 5.5%에 달한다. 외국인이 주로 사는 국고채에서 그 비중은 10.1%(약 29조4천억원)이며, 통화안정채권의 비중은 17.5%(약 26조2천억원)에 이 른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제지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외국인을 통해서도 국제사회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2010년 1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약 114만 명에 달하며, 그 비중은 전체등록 인구 4977만의 약 2.3%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외국인 중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비중은 8.5%로 9만 6461명에 이르고, 외국계 주민자녀도 10.7%인 12만 1935명으로 알려졌다. 국적별로는 중국 국적자 가 가장 많은 56%였고, 동남아 22%, 미국 5.6%, 동남아시아 3.8%, 일본 1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13 2.2%와 대만 2.1% 순이었다(행정안전부, 2010년). 한국에 유학을 온 외국 학생의 수는 2005년에는 15,000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 약 6만 명이 넘는다(한국교육개발연구원, 2010). 그 중에서도 중국 학생이 차지하는 비 중은 77%에 달하고, 그 뒤를 몽골 (3.7%), 베트남 (2.8%), 일본 (2.3%)이 뒤따르고 있다. 해외 결혼이 늘어남에 따라 다문화가정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1월 1일 현재 만 18세 이하의 다문화가정 자녀수는 98,531명으로 같은 연령대 전체 인구의 0.93%를 차지한다. 만6세 이하의 다문화가정 자녀 비율은 2007년 0.77% 에서 2010년에는 2.22%로 크게 상승했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유학, 취업, 여행 등을 통해 국제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의 수도 급증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자료에 의하면 2008년 10월 현재 해외에서 박사학위 를 취득한 사람은 모두 2만 5204명에 달하고, 그 규모는 1980년대 4334명 에 비해 무려 5배 이상이 증가했다. 해외에서 학위를 마친 경우 전공은 교육학이 가장 많은 1154명이었고, 경제학 1100명, 경영학 968명, 기독교 신학 856명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동아일보, 08/11/3). 국내 30대 기업 의 임원중에서도 유학파가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 여느 대학보다 높다. 잡코 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8월 현재 30대 대기업의 임원 1,849명 중에서 해외유학파의 비중은 14.4%인 267명이었으며, 그 비중은 서울대 (242명), 고려대 (167명), 연세대 (133명) 및 한양대(110명) 보다 많았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해외 유학파 비중은 전체의 53.3%에 달했고, 현대중공 업과 삼성전자에서 그 비중은 약 12%였다. 게다가, 국내 상위 5대 기업의 임원중에서 해외유학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0년 해외유학 비중은 2.1.5%였지만 2010년 그 비중은 23%로 늘었고,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해외출신 비중도 3.0%에서 8.4% 로 대폭 증가했다(일요신문, 10/6/14). 기업체만이 아니라 학계에서도 해외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3

14 유학파 (특히 미국)의 비중은 놀랍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 서울대의 경우, 2010년 9월 현재, 전임강사 이상 교수 1,851명 가운데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145명으로 전체의 61.8%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미국출신 박사는 49%인 923명인 것으로 알려진다(조 선일보, 2010/10/20). 대학신문이 발표한 2010년 하반기 신임교수 임용현 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745명의 박사학위자 중에서 미국박사는 260명으로 34.9%를 차지했으며, 이는 2009년 하반기의 37.2%에 버금가는 규모다. 국제사회의 깊숙한 침투는 특히 경영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가령, 2010년 8월 기준, KDI의 연구위원 54명 중 50명이, 조세연구원의 30명 중 29명이, 한국금융연구원 32명 전원이 해외에서 박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다(경향신문, 10/8/18). 매스미디어와 거리에서 접하는 외래 어 역시 국제사회의 유입 정도를 잘 보여준다. 신문은 물론 인터넷, 방송, 잡지 등에서 외래어는 이미 너무나 일상적이 고 친숙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이테크, 미디어, 패턴, 슬로건, 패널, 핸드 폰, 아이폰, 하이라이트, 마케팅, 이벤트, 퍼펙트, 셀프, 인프라, 컨설팅, 프리젠테이션, 란제리, 원피스, 하이힐 등 그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광화문이나 강남에서 마주치는 가게의 상호도 모두 외래어로 바뀌었 다. 도심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스타벅스, 커피빈, 뚜레주르, 파리바케트, 애니콜, 이마트, 홈에버, 베스트원, 베스킨라빈스, 톰앤톰스, 미스터피자, 빕스, TGI 프라이데이 등의 간판을 쉽게 만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하 는 외래어도 만만치 않다. 쇼핑, 코드, 웰빙, 마트, 허브, 디카, 올인, 다이 어트, 트랜드 등 일상용어는 물론 뉴스네트워크, 뉴스라인, 뉴스투나잇, 뉴스타임, 월드리포트, 모닝와이드, 월드투데이, 드라마 스페셜, 시청자 칼럼, 리얼토크 등이 언론을 통해 홍수처럼 밀려든다(김원식, 2005). 한국 사회는 이렇듯 국제사회를 범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지금의 추세를 살려 더 높은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몰입하고 있다. 14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15 한국의 국제 전략은 우선 전 국민의 영어교육 강화로 드러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국말 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거나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이 정식과목으로 자리를 잡았고, 해외 명문 대를 목표로 하는 특수 고등학교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대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국제통화기구(IMF), 유엔(UN) 및 세계은행(World Bank)과 같은 국제기구와 GM, 포드, 시티은행 등 다국적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유학박람회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대학의 교육 목표는 어느새 글로벌 리더십 으로 바뀌었고, 정부는 외국인 교수를 더 많이 채용 하는 학교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다. 글로벌 전략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외석학을 초청하고, 해외 명망가를 총장으로 모시고, SSCI와 SCI와 같은 해외저널에 실리는 논문 숫자로 교수들의 역량 을 평가한다. 글로벌을 향한 열정은 정부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 세계화 를 주창하고 1997년의 외환위기를 거치면 서 한국 정부에서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와 노동유연성 등은 거역할 수 없는 규범(즉 글로벌 스탠더드)으로 굳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권과 상관없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하고 있으며, 법률, 의료, 금융, 서비스, 문화 등을 추가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배경에 서 지난 2010년 12월 4일 체결된 한 미 FTA를 계기로 우리(한국)의 수출 은 크게 신장될 것이며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 라고 말했으며, 집권 여당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이 협상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국가이익을 증대시키는 기회 라고 강조했다. 국제화 경쟁에서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업은 우수한 외국계 인력을 유치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한편, 해외 투자자를 더 끌어들이 기 위해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최근 2010년 12월 8일 단행된 인사를 통해 존 세라토(Johne Cerrato), 오마르 칸(Omar Khan), 제임스 폴리테스키(James Politeski), 러 지아밍(Le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5

16 Jiaming) 등 다수의 외국인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2010년 4월 금융감독 원과 한국거래소의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12월 결산법인들이 외국인 투자 자에게 지급하는 배당액 역시 3조 1776억 원에 달하고, 이 금액은 2008년에 비해 14.95%가 늘어난 규모이다. 국제사회와 한국이 제도, 규범, 상식, 생활양식 등 모든 측면에서 사실상 통합되었고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학계,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로 글로벌 코리아 를 외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 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국제회의가 열리고, 일부 한국인(또는 한국계 외국인)이 국제사회의 유명인사가 되고,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500대 기업 이 되었다는 것과 한국의 국가이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모든 국민이 영어에 몰입하고, 대학의 목표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집중되고, 거리의 간판이 모두 영어식으로 바뀌고, 한국의 드라마와 배우들 이 아시아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려도 국민 다수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 글로벌 코리아 의 열매가 국가 공동체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번영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일부 계층에 의해 부당하게 사유화 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의 급속한 구조개혁과 같은 외부적 요인과 이러한 변화는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게 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꼭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 더 나은 길은 없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에 대한 질문만이 아니라 글로벌 코리아 를 위해 한국 사회가 어떤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지금 과 같은 몰입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16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17 2. 성찰 없는 국제화의 위태로움 역사에 필연은 없다. 즉 2010년 현재의 한국은 외부 환경의 변화, 구성원 의 의식 무의식적 선택, 그 결과에 따른 지식과 신념체계의 형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통해 구축된 각종 제도가 상호작용한 결과다. 만약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를 국정 목표로 설정하지 않고, 선진국 경제협력회의(OECD) 가입을 위해 경제기획원 해체와 자본시장 개방을 결 정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국제화 양상은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만약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정부가 말레이시아, 유럽 또는 2008년 미국이 했던 것처럼 IMF의 처방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조개혁을 했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와 한국의 통합 정도와 효과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수 있다. 2002년 IMF 융자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에라도 조금 더 차분하게 그간의 구조개혁을 반성하고, 국가 전략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동아시아 중심의 금융안전망 구축에 더 집중했다면, 반복된 금융위기를 당하지 않거나 그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금융위기가 반복되 지 않았다면 달러외환 보유고를 지금처럼 쌓아두지 않아도 되었고, 대기업 중심의 수출중심 경제구조도 개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 1994년 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국제화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었고, 자발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긴 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고, 외부의 자문을 받아 방향을 설정했고, 국제 신용평가사와 외국인 투자가와 외신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로인해 한국의 국제화가 제대로 된 방향인지, 국가와 공공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 는가를 주체적 으로 평가할 기회는 없었다. 과연 한국의 국가위상이 정말로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인의 우수성이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고, 한국과 국제 사회의 유기적 결합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그래서 지금 하는 방식을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최선일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7

18 진 직접적 계기로 알려진 G20 의장국 선정과 정상회의의 성공에 대한 성찰 을 통해 이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흥국으로서는 처음으로 G20 의장국이 되고, 회담도 성공적으로 마무 리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한국 이 의장국이 된 이유는 국제사회의 합의, 올림픽 유치와 같은 공정 경쟁, 한국의 영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G20, G22, G7에 포함될 국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고, 대부분 미국이 혼자서 결정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 령은 이런 맥락에서 내가 내려야 할 첫 결정은 (G7이나 G22가 아니라) 누구를 회의에 포함시킬 것인가 였다고 고백했으며, 실제 객관적 이고 공 정한 기준을 통해 G20 참가국이 결정되지도 않았다(김치욱, 2009). 국제 통화기금 (IMF)과 세계은행 (WB)의 투표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와 이란은 당연히 G20에 들어가야 한다. 1997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제안했던 G22에는 참석했던 홍콩, 말레 이시아, 폴란드, 싱가포르와 태국은 이번에 초대받지 못했다. 국제적 금융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출범한 금융안정포럼(Financial Stability Forum) 의 홍콩, 네덜란드, 싱가포르 및 스위스도 빠져 있다. 이를 고려할 때 G20 의장국이 된 것이 한국 경제외교의 노력에 따른 성취 가 아니고, APEC 일정이 겹친 일본이 사양한 데 따른 미국 정부의 선물 이었다는 비판도 꼭 틀린 얘기는 아니다. 주요 선진국 협의체의 의장국이 되었기 때문에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199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가 출범할 당시 의장국은 인도네시아 였고, 멕시코는 이미 2004년 OECD의 각료이사회 의장국을 맡았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지난 1996년에도 OECD 가입은 경제의 재도약, 사회 각 분야의 체질개선을 위한 촉진제가 될 것 이며, OECD가... 우리나라의 가입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국운이 뒤따른 것이 18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19 다 라고 주장한 바 있다(경향신문,98/07/27;한국일보,96/10/13). G20에 포함되고 IMF의 지분이 1.86%로 높아졌기 때문에 영향력이 커졌다는 주장 도 과대포장 되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핵심 요직을 여전히 미국 과 유럽이 독식하고 있으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지분 16%도 변함이 없고, 중국과 신흥국이 추가적으로 얻은 지분은 유럽단일통화가 생기면서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발언권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Bergsten, 2005).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선물일 때 겪게 되는 가장 큰 고민은 선물을 준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정확하게 이 딜레마에 빠졌고, 한국 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본규제방안, 집단금융시스템 구축방안, IMF 개혁방안 등은 거의 논의하지 못했다(오정근, 2009; 정영식 외, 2010). 선물을 준 미국의 입장을 먼저 감안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논의 주제와 대안 마련에 있어서도 미국이 설정한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Stiglitz, 2009). 국제사회의 약자들이 집단 적으로 강대국과 협상할 수 있는 WTO와 같은 다자간 협상 대신 특혜시비가 불가피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몰두하는 모습이라든가, 국제사회의 비판 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맹의 이익(또는 보다 엄밀하게는 석유이익)을 위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거나, 국제사회의 공동현안인 기후변 화협약 같은 문제는 등한시 하는 모습도 한국의 품격과 매력을 강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사회가 보고 싶은 자화상과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자화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국내 대기업의 성장과정과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의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이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 력을 갖추는 데 있어 정부주도의 경제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김용기, 2005; 이찬근, 2001; 신장섭, 2007; 장하준,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19

20 2003) 국가전략 차원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민 은 국산품 애용 을 강요받았고, 국민 소득의 30% 이상을 은행에 저축했고, 은행은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간의 낮은 이자를 공급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 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높였고, 국민은 그로 인한 수입물 가 상승의 부담을 감내했다. 그러나 1980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재벌 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과잉중복투자, 문어발식 확장, 독과점 강화 등을 통해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재벌의 해외 사업 확장 역시 문제가 많았고, 정부의 지원과 선단식 경영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공정경쟁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 에서도 재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었고, 때마침 터진 외환위기는 그 비판을 정당화 시켜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구조개혁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은 정부 가 주도하고 주식과 채권시장은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간접금융시장 에서 시장을 통해 자본을 확보하는 직접금융시장 으로 전환했다. 핵심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한도는 물론 금융시장에 대한 소유지분도 완전히 자유화 되면서 외국인에 의해 국내경제가 급속하게 종속되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재벌 일가의 지분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국내 재벌은 외국자본 유치에 적극 나섰고, 외국자본이 투자를 하는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 업 간 빈익빈 부익부 가 확산되었다. 그로인해 국내 알짜 대기업의 상당부 분이 외국자본에 넘어갔고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은 붕괴되는 양극 화가 확대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외국인 지분이 최소 40%가 넘고 이들 상위 5대 대기업이 국민총생산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은 미국 달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낮게 유지하고, 환율 저평가에 대한 이익 을 일부 대기업에 몰아준 구조적 모순의 결과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2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21 있다. 외국인의 지분이 이미 50%에 육박하고, 이들 외국자본이 주로 단기투 기 자본으로 직접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배당액으로 엄청난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는 이들의 성공에서 소외되어 있다. 국제사회의 유명인사가 된 한국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의 성적을 거둔 운동선수거나, 미국 주류사회에서 성공 한 경우거나, 국제기구 의 고위직 을 맡은 경우다. 국제사회에 헌신적인 이바지를 했다거나,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발명을 했다거나, 국제사회의 모범이 될 만한 업적을 이룬 경우는 전혀 없다. 또한 한국 사회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축구의 박지성, 미국 백악관이나 정계에 진출한 한국계, UN 총장이 된 반기문 등에 열광하는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상받기 위한 심리적 대리만족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둔 데 대한 부러움도 분명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성공사례로 국가의 우수성을 말한다면 10억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나 인도, 국제기구에 보다 광범위하게 진출하고 있는 남미국가, 축구나 야구에서 한국 선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연봉을 받는 제3세계 국가들이 한국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몇 몇 선수나 한국계 미국 관료, 한국 관료의 국제진출을 성공적인 국제화의 지표로 삼을 경우 더욱 심각한 역설이 발생한다. 축구, 야구, 수영, 피겨스케이팅 등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제한되어 있다. 한국이 군사정권 이후 지금까지 소수정예 중심의 체육 정책을 실시해 왔고, 그 결과 올림픽과 아시안 경기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당연히 일반 국민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의 기반이 취약하고, 운동선수들의 전인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에서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끼는 국민도 별로 없고, 한국처럼 유별나게 국가 대항전 게임에 몰입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실제 한국보다 훨씬 선진국이고 행복하다고 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스포츠 대신 예술가를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21

22 지원하고 문화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한국계 이민자 들이 미국 정부의 고위직에 올랐다고 해서 미국의 국가이익과 한국의 이익 이 충돌할 때 그들이 한국을 편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한국보다 훨씬 먼저 국제사회로 진출한 일본과 중국인 출신의 미국 관료는 훨씬 더 많고, 이들이 국가적 자랑거리로 소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국제기구의 고위직을 맡는 것 그 자체는 자랑이 아니다. 국제기구의 성격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의도적으로 제3세계 출신을 고위 직으로 앉히는 경우도 많다. 관례적으로 비동맹 국가에서 맡아왔던 UN 총장직을 한국이 차지한 결과 팔레스타인 문제, 외채문제, 제3세계 빈곤 문제 등에서 미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우선되고 약소국의 입장은 무시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이 몰입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국제화 방향이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는 데 오히 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국제화 방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국제사회를 수용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국제무역에 있어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즉 환율)은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의 휴양지 브레튼우즈에서 국제통화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국제경제의 발전과 무역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 간 환율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환율문제 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부( 國 富 )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일본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당시 일본이 미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인 달러 가치는 1985년 플라자합의(Plaza Accord) 이후 1달러당 258엔대에서 85엔대로 급락했다. 일본이 쌓아 둔 천문학적인 달러의 가치 는 150%이상 폭락했고,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는 이 일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외환위기 이후 3,000억불에 가까운 달러를 축적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 국민이 감당하고 있다. 국가경제 2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23 와 국제무역에서 환율이 갖는 이런 중요성 때문에 환율주권 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한국의 결합 정도는 80%가 넘는 무역의존도, 국내 금융 기관의 90% 이상, 국내 알짜 대기업 주식의 50% 이상, 국내 유가증권의 35%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현실로 확인된다.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한국의 금융 시장이 경제성장률이나 기업의 수익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 월가의 등락 에 좌우되고,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제2의 외환위기에 가까운 상황에 몰리는 현실도 한국식 국제화의 부작용이다. 한국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이 국제화에 따른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주장도 가능하지 만 그 비용이 너무도 심각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인 것도 아니다. 온 국민이 영어에 몰입하고, 수입된 지식을 통해 국가 인재를 교육하고, 국내 지식과 지식인을 푸대접하는 국제화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 온 많은 외국 유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오지는 않는다. 한국의 지식, 문화, 언어,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다. 그렇지만 대학 에서는 한국어 대신 영어로 이들을 가르치고, 영어로 논문을 쓰게 하고, 영어로 말하게 한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고, 유럽과 일본 등 다양한 세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입사시험과 공무원 시험은 영어만 인정한다. 심지어 미국에 유학을 갖다온 것으로도 부족해 원주민 선생님을 수입하고, 정부에는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외교관도 거의 없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지식 은 한 사회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식인 과 국내에서 생산된 지식은 푸대접을 받는다.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이나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같은 세계적 석학이 한국 경제의 특성, 정부의 역할, 재벌 시스템의 장점,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적 문제점을 충분히 공부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는 사실은 제기되지 않는다. 불과 반세기 만에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23

24 것은 선진국을 모방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식 모델을 추구한 덕분이라는 것도 무시된다(조영철, 2007). 미국 출신 박사학위가 많아야 경쟁력이 있다 는 주장도 허상이다. 당연히 한국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을 때 외국에 나가 선진문물을 배워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갈수록 우수 한 인재는 자국에서 길러내고, 외국 유학파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든다. 실제 미국에서 유학하는 수의 압도적인 다수는 인도, 중국, 태국, 터키 등 개도국 출신이다. 2004년 기준으로 도쿄대학의 미국출신 박사 학위자의 비중은 3.3%에 불과하지만 서울대보다 대학평가에서 훨씬 앞서있다(시사IN, 08/07/29). 한 사회의 지식체계와 신념체계 구축에 있어 언어가 갖는 결정 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의미도 없고 연관성도 없는 외래어가 무차별적 으로 확산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2010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외래어는 영어다. 영어식 외래어를 모르는 사람은 대화에 제대로 참가할 수도 없고, 세대 간 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언어를 통한 소외감도 확대된다. 실제 탈북자들이 국내 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외래어 라고 한다(북한전략센터, 2009). 물론 이러한 외래어 확대가 국제사회의 필연적 흐름이고 글로벌 시대에 외래어 구사 능력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인터넷이 확산되고 국제화가 보다 본격화 되면 영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용감한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영어의 비중은 27.3%에 불과하며, 중국어 22.6%, 스페인어 7.8%, 일본어 5.0%로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즉 지난 10년간 영어 사용 비중은 281% 정도만 증가했지만 아랍어는 2,501%, 중국어는 1,277%, 포르투갈어는 990%나 증가했고, 향후 6년 이내에 중국어가 영어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연합뉴스, 10/11/28; WIPO, 2010). 게다 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영어식 상호명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도 이 현상이 반드시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24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25 영어식 상호가 급증한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초국적 자본이 홍수처럼 밀려 들어 국내 시장과 국민의 소비문화를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흥미롭게도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외래어는 자국의 상황과 문화 및 언어체계에 맞도록 변형 함으로써 자국 국민의 정체성과 문화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주체적 으로 수용한다. 중국 사회에서 코카콜 라는 커고우컬러( 可 口 可 樂 ), 즉 입에 맞아 즐겁다 로 부르고, 패스트푸드는 빠른 식사 라는 의미의 콰이찬( 快 餐 ), 롯데리아는 즐겁게 노니는 곳 이라는 러티애니( 樂 天 利 ), BMW자동차는 귀한 말 이라는 바오마( 宝 馬 ) 등으로 자 기 몸에 맞는 언어로 전환된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렇듯 위태로운 국제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유독 한국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앞 다투어 영어를 섞어 쓰고, 언론이 앞장서 영어식 외래어를 전파하고, 국적 불명의 영어식 간판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 것일까? 만약 국제 정세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 라고 한다면 앞으로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등장하면 다시 중국어로 된 외래어로 바꾸어야 할까? 그 진행속도와 강도에 있어 과거와는 분명히 구분 되는 근래의 국제화로부터 이득을 보는 집단은 누구이며, 그 손실을 감당해 야 하는 집단은 또 누구일까? 그리고 2010년 현재 시점에서도 국제화 추진 과 수용 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의 국제화는 1994년의 세계화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국제화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이 기간 동안 OECD, 세계무역기구(WTO), APEC, ASEAN+3, 한 아세안 FTA, 한 미 FTA, 한 EU FTA 등의 대외정책을 주도했다. 정부는 또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함으로써 외국자본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어를 초등학교의 정식 교과과정으로 포함했고, World Class University 명분으로 외국의 유명 학자들이 학생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25

26 들을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국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으며,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있어 언론은 큰 영향 력을 발휘했다. 1994년 OECD에 가입할 때, IMF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실천에 옮길 때, 정부가 국제협약에 가입하려고 할 때, 정부가 각종 대내외 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언론의 적극적인 도움(또는 소극 적인 비판)을 받았다. 국제화 정책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인들도 이 과정에 적극 참가했다. FTA 체결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각 대학, 연구소, 국책기관의 정치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참가했고, 금융시장 개방이나 규제완화와 재벌 개혁 등과 관련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국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영어교육이나 한 미FTA 등 피부에 와 닿거나 정치 쟁점이 된 일부 주제를 제외하고 일반 국민이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주제는 많지 않았고, 상황을 인식하거나 여론을 형성함에 있어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제정치와 경제 등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한 많은 정치인, 기업인 및 지식인들도 언론을 통해 비로소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국내 언론이 처했던 상황과 역량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전혀 적절하지 않았다. 정부의 세계화 정책 이후 국내 언론도 이에 발맞추어 해외 특파원을 늘리고 국제보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뒤에 닥친 경제위기로 인해 언론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해고되었다. 재정압박과 인원 감소에 따른 첫 번째 희생자는 국제보도였으며, 많은 비용이 들지만 광고 수익과 독자 규모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때마침 확산되기 시작한 인터넷도 국제보도의 성격 변화를 거들었다. 특파원을 직접 파견하 거나, 다수의 국제부 기자를 배치하는 대신 언론은 인터넷을 통해 무제한 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간접 정보 에 눈을 떴다. 국제뉴스의 압도적 26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27 인 부분을 AP와 로이터 등 영어권 매체가 생산하는 현실에서 국내 언론의 주요 정보원은 자연스럽게 영어권 매체로 한정되었고, 이들이 보는 국제사 회가 곧 한국 사회가 이해하는 국제사회였다. 인터넷을 통해 무수한 대안매 체가 생겨나고 전통적인 언론이 독차지 했던 광고시장이 이들 새로운 경쟁 자들에 의해 잠식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국제뉴스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 독자의 시선을 끌고 광고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언론은 선정적 이고, 자극적 이고, 흥미로운 국제기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국제분쟁 과 국제경제위기와 같은 무거운 주제는 점차 주변부로 밀려났다. 한국 사회 의 국제화는 이러한 언론의 위기상황과 맞물려 진행되었다. 국제화의 원인, 배경, 진행방향과 기회비용 및 부작용을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 로 질주하는 한국 사회는 그래서 위태롭다. 3. 민주주의, 공론장, 그리고 식견 을 갖춘 국민 동물이나 사람이나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는 생존 을 위해 최선을 다한 다.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고슴도치는 바늘을 곤두세우고, 카멜레온은 피부 색을 바꾸고, 벌과 개미는 무리를 이루어 산다. 그러나 동물과 달리 인간은 단순한 생존 본능만이 아니라 명예, 진리, 고상함, 아름다움 과 같은 보다 차원 높은 가치도 추구한다. 인류의 역사는 결국 이러한 본능과 가치를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위한 정치적 투쟁의 과정이었다. 인간의 역사가 진보해 왔고 앞으로도 진보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과거보 다 지금 현재 이러한 인간적 가치를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 다. 즉 절대 권력자가 지배하던 시대에 비해 민주적인 사회에서 더 정의롭 고, 행복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를 흘리며 투쟁해 왔다. 근대의 민족국가는 이런 과정에서 등장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27

28 했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개인의 행복과 안전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전히 국가 라는 공동체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요성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주권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 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며, 통화를 지키고, 다른 국가로부터 자기 국민과 동맹세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집단이 모욕 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국민은 이런 이유에서 세금을 내고, 군대에 가고, 정부의 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국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가령 미국 국민이 현재 국제사회 에서 누리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특권을 이라크나 북한 사람들도 동등하 게 누려야 한다. 현실 세계는 이와 달리 국가 간 차별과 분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자국 국민이 당연하게 누리는 많은 권리와 혜택이 외국인에게까 지 확대되지는 않는다. 절대 권력을 누리는 왕이나 독재자가 국가를 다스릴 때 이들 권력자 또는 그 주변에 있는 소수 계급의 이익과 국가이익은 동일했다. 국가이익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자들은 국민을 동원하고, 때로는 압박하고, 때로는 다른 국가 와 전쟁을 했다. 자본주의 경제가 본격화 되고, 지식이 확장되고, 정치적 의식이 성장하면서 절대 권력은 통제받기 시작했고, 오늘날 자신의 운명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정치시스템인 민주주의가 등장했다. 민주주의가 이 상적으로 운영될 때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국가의 주요 현안은 다수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공동체의 집단적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 된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이러한 이상이 실현되고 있는 국가는 없으며,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영원한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경제적 풍요함이나 정치적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있어 모든 국민 은 평등하지 않다. 국민의 합의와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무수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일일이 물을 수도 없다. 국가는 또 유기체나 가족공동체와도 다르다. 우리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28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29 몸에 좋은 것을 먹고,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혜택은 신체 각 부위에 자동 으로 공정 하게 배분된다. 한 가족 내에서 아빠가 승진을 하거나, 자녀 가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새 집을 구입하게 되면 그 혜택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라고 하더라도 국가 공동 체에서 이런 분배 작업이 자동적 으로 온전하게 공정 할 수는 없다. 가령, 한 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기업은 좋지 만 미국산 상품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민과 중소기업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안보가 위협을 받게 되면 국방예산은 늘고 그 만큼 복지예산은 줄어든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국민 의 지도자를 뽑는다고 하지만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전문직으 로 성공을 했거나, 집안이 좋은 경우에 정치인으로 선출된다. 그리고 이들의 주요 관심사, 취미, 세계관, 가치 등은 불가피하게 그 사회의 기득권층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역대 권력층(power elite)은 대부분 지역적 으로는 영남권, 학교는 서울대, 종교는 기독교, 미국 유학경험과 전문직 부모 그리고 일부 명문고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김상배, 2004). 현실 민주주의가 갖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소수 집단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 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이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권력을 행사하도록 감시하고, 다수 국민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되고, 국가이익 과 공동체의 이익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가 발전해 왔다. 입법권, 사법권과 행정권 을 분리함으로써 권력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언론 이라는 제4부를 통해 이들 권력기관 전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이런 배경에서 발전해 왔다. 권력의 상호견제 가 무너지거나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민주주의 체제는 위기에 직면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그 이후 미국의 경제위기 등에서 알 수 있듯 보수적인 정부 관료(네오콘), 경제권력(석유기업과 다국적은행), 상징권력 (싱크탱크와 학계) 그리고 언론권력(Fox뉴스 등)이 결탁할 경우 그 폐해는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29

30 자국 영역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산된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공론 장 (public sphere) 즉 힘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닌 논증과 증거에 의해, 주어진 특권에 의해서가 아닌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구성원 들 간 합의를 도출하는 광장 을 마련하고 이를 공정하게 운영하는데 있다 (Carey, in Munson & Warren, 1997). 18세기 유럽에서 공론장은 살롱 (프랑스), 커피하우스(영국), 티쉬게젤샤프트(독일) 등 뉴스를 본 사람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장소를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국민이 한꺼번에 참석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들이 특정한 공간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집단적 행사들에 참석한다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지 도 않다. 온라인상에 구축된 무수한 토론 사이트와 가상공동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제로 등장했고, 이 공간을 통해 정치적 토론 과 정보교 환 및 집단정체성의 형성 등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 이고 안정적 으로 찾을 수 있는 가상공간은 제한적이다. 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공지 식 (public knowledge)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국민은 이런 이유에서 전문적인 직업윤리(professionalism)를 갖고 공동 으로 작 업하면서 법의 보호를 받는 언론이라는 특정한 집단이 구축하는 상징 광장 (symbolic stage) 또는 중추적 무대(meta forum)에 주목하게 된다 (Gamson, Croteau, Hoynes, & Sasson, 1992; Gans, 1979). 인간의 신체에 적용하면 이 공론장은 곧 우리의 두뇌 에 해당하며, 두뇌 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때 동물로서의 생존은 커녕 인간답게 살수도 없다. 두뇌가 하는 일은 너무도 많다. 우선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두뇌는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머리가 아플 때는 열을 재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감기 몸살이 있을 때는 약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3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31 가시에 찔리면 그것을 제거하도록 시키고, 신체 각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감시하고 조율한다. 육체에 대한 조정만이 아니라 정신도 조절한 다. 우울할 때는 의식적으로 경쾌한 음악을 듣거나, 맛난 음식을 먹거나, 운동이나 술을 마시도록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할 때는 긍정적인 기억 을 되살리거나, 좋은 충고를 청해 듣거나, 좋은 말씀을 읽고 묵상하게 함으 로써 정신(영혼)을 건강하게 한다. 두뇌는 또한 외부의 변화에도 항상 관심 을 기울인다. 길을 건널 때 위험 요소는 없는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기미는 없는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등에 대한 감시 기능을 쉼 없이 수행한다. 언론이 구축하는 공론장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선 언론은 국가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많은 일 중에서 공동체의 전체 이익에 관계된 일을 신속 하고, 진실 되게 보고함으로써 두뇌에 해당하는 국민이 집단적 지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일은 정부의 정책일 수도 있고, 지방에 서 발생한 질병이나 자연재해일 수도 있고, 학생시위나 노동자 파업일 수도 있다. 언론은 또 실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논란, 현상을 전달한다. 국가 공동체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은 깜깜한 밤의 조명등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민은 언론이 주목하는 이슈나 사건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공동체의 소중한 자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언론의 주된 관심이 민간인 사찰 이나 스폰서 검찰 또는 아동 성폭행 과 같은 사건에서 연평도 포격 으로 옮겨가면 국민의 관심사도 자연 스럽게 북한의 위협에 쏠리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과 인력을 우선적으로 할당한다. 2010년 통과된 국회 예산 심의에서 보듯 연평도 포격 이후 국방예산은 1,236억 원이 증가했지만, 이를 비판하거나 그 정당성을 의심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31

32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공통의 규범과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각종 행사를 보도하고, 관련자들이 공론장을 통해 발언하도록 돕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 의 얘기를 전함으로써 국민이 도전정신을 갖도록 하고, 남몰래 선행을 행한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나눔과 공존 이라는 공동체 가치를 고취시키고자 하는 것이 모두 이와 관련한 일이다. 또 해마다 3.1절이 되면 일본 식민지 기간에 있었던 참혹한 과거를, 6.25에는 북한군의 잔혹상과 이산가족의 문제를, 그리고 8.15에는 민족 해방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보도하는 것도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의식적인 작업이다. 그 밖에, 언론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많은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관점을 중립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공 적토론 을 활성화 시키고, 사회적 합의 를 이끌어내고, 합의를 바탕으로 공공정책이 집행되고, 나아가 구성원들이 그 성과를 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대학입시 제도를 변경할 경우 언론은 우선 정부관료, 학자, 학원장,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제시 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언론이 이 과정에서 학원장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입장만 대변할 경우 대학입시는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들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정한 정책이 집행된 이후 그 공과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주목하지 않을 경우에도 권력이 남용되거나 공적 자원 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글로벌 시대에도 국가이익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 국제 사회라는 개념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오늘날에도 약육강식이라는 정글 의 법칙이 존재하고, 약소국은 강대국의 부당한 대우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글로벌 시장의 형성, 국제적 정보망의 확산,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른 공간과 시간의 압축 등으로 인해 그 어떤 국가도 고립된 채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 3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33 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되었고, 그리스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들이 일시적 파산으로 내몰렸 다. 미국에 대한 9.11 공격에서 보듯이 알 카에다 라는 작은 집단이 인터넷 을 통해 연락하고, 자금, 인력, 기술을 모으고, 역사상 가장 강대한 국가를 상대로 성공적인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적 신용평가 회사의 심사 에 따라 한 국가의 금융시장이 순식간에 요동을 치고, 특정 언론사의 기사가 순식간에 글로벌 사회로 확산된다. 또 중동지역의 분쟁이 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석유 값이 폭등하고, 유가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으로 기업 활동은 둔화되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 개별 국가는 이에 따라 때로는 강대국과 협력하고, 때로는 지역연합 (EU)을 형성하고, 때로는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한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냉혹한 현실로 인해 언론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언론은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가 확산되면서 국가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 변화에 대한 정확하고, 진실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공동체에 전달 할 의무를 갖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분쟁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정부는 물론 국민 다수는 앞으로 진행될 파급효과에 대해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 북한 문제처럼 우리와 직접 관련된 문제로 국제사회의 반응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감시 기능도 언론의 몫이다. 미국, 중국, 일본의 대북 전략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여론은 어떠하며, 구체적인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은 알아야 한다. 또한 언론 은 국제사회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자국 의 정책이 국제사회 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이를 국민에게 전달할 의무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나 UAE(아랍 에밀레이트 연합)에 파병을 결정한다고 할 경우, 언론은 이 정책이 해당 지역의 안보질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며,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33

34 그 파병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어떻게 달라지고, 장기적 인 관점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 적으로, 단기 적으로 국가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자국에서 발생 할 수 있거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상, 사건 및 이슈들도 언론의 관심 영역이다. 만약 한국 언론이 자본 자유화 직후 많은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는 사실과 국제통화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면, 김영삼 정부의 OECD 가입과 일련의 개방정책은 다르 게 진행되었을 개연성이 높았다. 그 밖에도 더 이상 홀로서기 가 불가능한 국제사회에서 설득과 동의 를 통해 국가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식량문제, 제3세계 외채문제,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등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줌으로써 이 문제에 동참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변화와 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달리 한국 언론의 국제보도는 그 품격과 공적 서비스 측면에서 꾸준히 퇴보하고 있다. 4. 대한민국 에 갇힌 국제뉴스 국내 언론이 제공하는 국제뉴스의 품격과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서는 우선 국가이익 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 주제, 현상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뉴스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즉 단신기사로 전달되는지, 분석기사로 전달되는지, 전달되는 정보에 대한 충 분한 해석과 배경 설명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만약 이러한 맥락정보나 해설과 설명이 없을 경우 국민에게 있어 이 정보는 단순한 사실 의 나열에 34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35 불과하고 의미 있는 지식 으로 활용될 수 없다. 국제면에 등장하는 뉴스의 출처가 어디인가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평가 기준이다. 단순히 외신을 번역해서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면 외신의 뉴스 선정 기준 과 한국 국민이 필요한 정보 가 과연 일치하는지, 외신의 관점에 따라 취사선택, 편집, 가공 된 정보 가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공적지식 인지 아니면 외신에 의해 한국 사회가 교육을 받는 것 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기업의 해외 활동, 종교단체의 해외 선교활동 등에 대한 국제사회 의 다양한 목소리 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도 핵심적인 기준의 하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길 수 있다 는 말이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정직한 이해 없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의 명예 와 이익 을 확보할 수 있는 방도는 많지 않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성숙 하고 책임 있는 동반자로 참가할 수 있도록 이 끌어 주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관심사 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가도 놓칠 수 없는 평가 항목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은 1997년의 외환 위기로 인해 대인지뢰협약 과 같은 중요한 국제사안에 참가할 기회를 상실 한 적이 있다.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비무장지대(DMZ)에 단위 면적당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는 현실적 이해관계를 떠나 제3세계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 이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것 자체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믿을 만한 동반자 자격이 없다. 한국 언론의 슬픈 자화상은 국민이 편하게 찾는 인터넷판 국제면 을 잠깐만 들여다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12월 15일 <조선일보>의 국제면 머리기사는 미국인 사로잡은 달변 오바마의 명연설 5선 이고, 그 뒤를 이어 미국 스타인버그 중국 방문, 대중 압박수위 높여 하는 말마다 구설수... 변호하느라 바쁜 간 총리 내각 버지니아주 위헌판결... 오바마 건보개혁법 난항 르몽드,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유력하다 등의 기사가 나온다. 한국의 국가이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35

36 익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뉴스가 전혀 없다면 몰라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이나, 버지니아주의 위헌판결, 일본 총리의 구설수가 큰 중요성을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 기사의 출처 및 전달방식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러시아 특파원을 지낸 국제부 기자로 기사에 서도 밝힌 것처럼 이 기사는 지난 12월 13일 미국 CBS 방송이 보도한 내용 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미국의 방송국이 자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것은 국가 PR의 기능이 있다고 하겠지만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영향력 있는 신문이 이 기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도무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스타인버그 방중 기사는 아예 출처가 없고, 워싱턴 외교소식통이라는 익명의 정보원이 무려 2번이나 직접 인용된다. 미국 관리가 중국을 방문한 기사라면 당연히 중국 측의 반응도 담겨 있어야 하고, 이 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전략 및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관료의 말만 일방적 으로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입장 과 한국의 입장 을 동일시하 는 오류도 범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5일자 국제면의 머리기사는 영국 더타임스에 등장한 통 큰 치킨 논란 이고, 이스라엘 정착촌 동결거 부.. 평화협상 다시 암운 미국, 도로 위 눈사람 친 버스기사 해고 이층집 만한 9.5m 거대 눈사람 등장 미국 행정부, 건보개혁법 위헌판결에 항소 및 오바마, 게이츠 버핏과 경제, 자선문제 협의 등의 기사가 그 뒤를 따르 고 있다. 해외 언론이 한국 문제를 크게 다루었기 때문에 국민이 이 소식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지 몰라도 영국에서 읽고, 보고, 들어야 할 얘기 가 롯데마트의 치킨 파동 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눈사람을 친 운전기사 얘기나, 9m가 넘는 폴란드의 눈사람 얘기가 공론장을 채워야 할 만큼의 중요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위 기사들 중에서 <중앙일 보> 기자가 쓴 글은 하나도 없다. 치킨 기사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 모두 36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37 연합뉴스 기사를 단순 전달하거나 연합뉴스가 편집한 기사를 그대로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의 통 큰 치킨 기사도 직접 취재가 아니라, The Times에 나온 기사를 번역해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기사는 국내 언론에 서 화제가 된 후, 국내 영문매체인 Korea Times와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 지사가 다루고, 그 다음에 Washington Times, Forbes, South China Morning Post 등에 투고를 하는 프리랜스 특파원이 쓴 기사로 국내 언론 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내 뉴스 수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의 국제뉴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0년 12월 15일 네이버(Naver) 국제면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러시아 미녀 스파이, 유명인사 됐다 (뉴시스), 불륜은 결혼생활 도움, 간통 사이트 인기 (문화일보), 스위스 근친상간 합법화 진행 중 (내일신 문), 인터넷서 절대 쓰면 안 되는 비밀번호 (SBS), 미국, 북 우라늄 농축 시설 추가 보유 (KBS)등이 있다. 이 중에서 <뉴시스> 기사는 <로이터> 통신 기사를 번역한 것이고, <문화일보> 기사 역시 출처가 불명확 하지만 <로이터>와 <AP> 통신 기사를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며, <내일신문> 기사는 <중국망신문중심>이 영국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번 역한 것이다. 국제면 다음 면에 등장하는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 도로 위 눈사람 쳤다고.. 버스기사 해고 (세계일보), 러시아 천재소년, 2013년 대재앙온다 (한겨레), 직장여자 위로, 집배원이 알몸으로!... 경악 (서울 신문) 등이다. 또 다른 주요 포털인 다음(Daum)의 1면에는 국제뉴스가 아예 없다. 뉴스 면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국제뉴스에 등장하는 기사들도 영국 상원, 대학 학비 상한액3배 인상안 가결 (연합), 미국 인구표본조사로 본 미주동포의 삶 (연합), 이스라엘 정착촌 동결 거부.. 평화협상 다시 암운 (연합), 용감 한 중국 언론, 빈 의자 게재 (연합), 푸틴의 31세 연하 애인, 모델로 변신 (아시아경제) 등이다. 선정적 이고 흥미위주 의 기사라는 측면에서 신문이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37

38 나 다른 포털과 거의 동일하다. 국가이익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한 뉴스는 거의 없고, 그나마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매체가 쓴 기사를 번역하는 수준이 며, 국제사회 동참을 위해 필요한 국제적 현안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한국 언론의 창을 통해 전달되는 국제사회는 미국이 곧 국제사회 이고,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은 모두 섹스 중독자거나 이상한 사람 이고, 국제사회에는 주변적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 은 일들만 일어나고 또 로이터, AP 등이 취재하고, 연합뉴스가 번역해 주는 기사만으로도 국제사회에 대한 환경감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식의 결론이 가능하다. 국내 언론은 또 국제사회의 반응을 대한민국 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 으로 해석하고, 한국(인)의 피해 정도를 바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판단하 고, 국제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파장에 대한 고려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최근 마무리된 G20에 대한 국내언론 보도 양상을 통해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외신은 주로 G20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가 달성될 수 있는지, 향후 금융위기에 있어 G20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가 진정성이 있고 현실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주목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고, 외신에서 한국이 어떻게 소개되는지, 회담 의제의 설정과 합의문 도출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집중했다. 회담의 결과, 향후 금융위기에 대한 실천적 대안이 모색되었는지, 이 회담을 통해 한국의 국가이익이 실제 얼마 나 충족될 수 있는지, G20 회담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개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 보다 주최국으로서 한국이 얼마나 잘 준비를 했고, 대통령의 리더십이 돋보이고,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 선 한국을 칭찬하는데 열중했다. 국제사회에 닥친 대재앙을 보도함에 있어서 도 현지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망자 수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지, 38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39 향후 유사한 대재앙이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지 그리고 이 경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주목하기 보다는 한국인 사망자의 수가 얼마인지에 주로 집중한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차기 중국 수상이 누가 될 것이라는 소설 같은 보도를 하거나, 국가 간 관계 및 상대국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특정 정치인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최근 방글라데 시 영원무역 공장의 대규모 시위 보도 사례에서 보듯,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저지른 부당한 노동행위와 비리 는 외면하고, 한국기업의 입장이나 피해만 보도한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결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대한 민국에 갇힌 국제뉴스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정부의 대외정책을 지지하고, 그에 따른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할 경우 한국이라는 국가공동체는 조만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국제뉴스의 품격과 공공서비스는 회복되어야 하고, 좁은 창틀 에 갇혀 있는 국제사회는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자랑하기 전에 한국이 국제사 회에서 어떤 자화상을 갖고 싶어 하는지, 국제사회의 공동이익 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국제사회와 공존 하고 협력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확대할 것인가를 고민 할 시점이다. 그 어떤 이유로든 한국이 참가했던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피해를 보상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어야 하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목소리 를 보다 겸허하게 들을 수 있는 준비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의 국제뉴스가 현재와 같은 한계와 문제점 을 갖게 된 구조적인 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은 무엇인가를 찾고자 했다. 한국보다 앞선 강대국에서는 국제뉴스를 어떻 게 구성하고 있으며, 국제뉴스의 전략과 비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질문 01 국제뉴스에 국제사회가 없다 39

40 했다. 또 국제사회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국제뉴스가 얼마나 취약하고 품격 도 낮은지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보도내용도 분석했다. 인터넷 국제면을 서로 비교하면서 한국 국민이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국제뉴스의 수준도 파악하고자 했다. 그리스 위기 를 분석사례로 설정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정보 혁명시대에 국제정보질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 에서 한국은 어떤 모순에 직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찾고자 했다. 끝으로, 국제사회를 제대로 복원하고, 국제사회와 유기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글로벌 디지털 시대, 국제뉴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품격을 높이기 위해 제안된 전략은 이 고민 의 결과물이었다. 4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41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1. 국제뉴스, 바로 알기 미국에서 발생한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위기는 그 자체로는 국내뉴스였지만,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로 인해 순식간에 국제뉴스의 대상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한반도 내에 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국내뉴스지만 북한, 중국, 일본, 미국과 러시아 각국 의 이해관계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뉴스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뉴스와 국제뉴스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지적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뉴스는 대상, 목적, 수용자 등에서 국내뉴스와는 엄연히 구분된다. 무엇보다 먼저, 국제뉴스라는 개념이 성립한다는 것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국가 와 국가 간의 경쟁 과 협력 을 통해 운영되는 정 치, 경제, 지식, 정보, 금융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국제 관계학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국제사회의 정치적 행위자는 국가만이 아니라 국제기구, 지역연합기구, 다국적기업, 비정부기구, 다국적 테러집단 등으 로 훨씬 다양해 졌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글로벌 위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전히 글로벌 시스템의 관리에 있어 가장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41

42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는 국가 공동체다. 국제사회를 관리하는 다양한 시스템 중에서 금융과 무역 시스템을 통해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 의 작동을 통해 조화 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 은 물론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제도, 규칙 위반자를 제재하기 위해 필요한 규범, 게임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공통의 신념과 가치 등이 필요하다. 먼저 게임의 규칙에는 국가 간 교환비 율을 어떻게 설정하며, 한 국가가 지나치게 많은 무역적자 또는 흑자를 낼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절하며, 국가 간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은 어떻게 분류하며, 개별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관세의 수준, 비관세의 수단은 무엇인가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단일 국가내부와 달리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규칙을 강제할 수 있는 초국가적 기구는 없다. 더구나 이러한 규칙이 집행될 경우 그 결과가 균등하게 분배되기 보다는 이득을 보는 쪽과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쪽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이러한 게임을 관리하기 위한 기구들이 모두 미국 영토 내에 설립되고,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힘 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국제사회 의 본질 때문이다. 미국은 1947년과 국제무역질서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 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General Agreement of Trade and Tariffs, GATT)을 체결했고, 일종의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위해 국제통화 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을 설립했다. 그리고 미국이 원하 는 국제질서를 구축함에 있어 강력한 후원자로 기능한 이들 기구에서 의사 결정구조는 비민주적이고, 정책 결정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국가 간 합의는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게임을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다른 국가를 강제적으 4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43 로 게임에 편입시킬 수는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작업이 설득과 회유 다. 예를 들어, GATT(1995년 이후에는 WTO)나 IMF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지원은 물론 국제기구의 자금 융자 등에서도 배제되는 처벌 을 받는 다. 반면, 참가할 경우에는 일정한 보상이 주어지며, 비록 그 보상이 해당 국가 구성원에게 불평등하게 분배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사회의 일부 계층에는 유리하게 작동한다. 또한 처벌과 보상 이라는 이러한 기제가 작동 하기 위해서는 참여 국가들이 설득 되고 규칙을 학습 하는 과정이 필요하 며, 이런 배경에서 IMF와 IBRD는 처음부터 정책기능 만큼이나 연구기능 과 홍보기능 을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 는데 필요한 게임의 규칙, 운영자 및 규범 가치 등이 모두 국제뉴스의 핵심 주제에 속하며, 이 주제들은 궁극적으로 국가공동체가 갖는 이해관계 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국제뉴스는 또 자국 언론이 직접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초강대 국의 일부 언론사에 의해 보도될 뿐만 아니라 보도의 대상이 된 국가의 의사와 무관하게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관련 있는 국제뉴스를 직접 발굴하고, 그 뉴스가 갖는 의미를 설명함으로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 문제가 갖는 함의 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 이고 건전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국제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공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는 많지 않다. 제대로 된 국제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특파원이 필요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지불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에 따라 국제뉴스를 직접 생산하기 보다는 로이터, AP, AFP와 같은 국제적 통신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통신사들은 특정한 이슈나 사건을 뉴스로 선정하고, 특정한 관점을 뉴스에 반영함으로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로 인해, 제3세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43

44 계를 비롯한 많은 약소국들은 지역적으로 이웃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정보 는 물론 자신들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대한 뉴스를 일방적으로 전달 받게 되고, 자신이 보도의 대상이 될 때조차도 자신의 의지나 관점을 전혀 반영할 수 없는 복합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만약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 에 의해 국제사회의 불량국가 로 낙인이 찍힌 이라크, 베네수엘라, 이란과 북한 등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태도는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더구나 국가가 무한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 국제적 통신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도 규범도 없으며, 역사적으로 이들 통신사는 자국의 국가이익이 라는 관점에서 국제사회를 보도해 왔다. 뉴스를 소비하는 계층과 영향력이 관철되는 방식에서도 국제뉴스와 국내 뉴스는 구분된다. 국내뉴스의 소비자는 해당 국가의 언어, 문화, 맥락, 가치 를 공유하는 공동체 구성원이다. 국제뉴스의 소비 주체는 이와 달리 국제사 회에 흩어져 있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으로 소통하며, 언어권으로 구분되는 가상의 국제공론장에 참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즉 영어권에 있는 뉴스 수용자들은 BBC,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파이낸셜타임 즈(Financial Times),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을 통해, 남 미에 있는 사람들은 텔레수르(Telesur)와 글로보뉴스(Globo News)를 통 해, 아랍사람들은 알 자지라(Al Jazeera)와 알 아라비아(Al Arabiya) 등을 통해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교류하고, 논의하고, 지역 여론을 형성한 다. 그러나 국제뉴스의 소비자는 뉴스의 대상에 대한 직접 경험이 부족하고, 지역적 대안미디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론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뉴스에 대한 비판적 독해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제뉴스의 수용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국내뉴스 수용자들은 각종 여론조 사, 의사표현 및 선거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자국 정부 또는 정치인에게 압력을 가함으로 44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45 써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제사 회의 반전 시위를 보기로 들 수 있다. 당시, 미국 정부, IAEA, UN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유럽 국민은 자국 정부를 압박함으로 써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라크에서 철군하도록 했고, 미국 정부 는 이에 따라 자국 국민의 강력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차별성뿐만 아니라 국제뉴스 바로 알기 를 통해 국제뉴스의 본질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제뉴스는 자국의 언론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생산하는 뉴스와 자국을 대상으로 국제적 언론사들이 생산하는 뉴스로 구분된다. 달리 설명하면, 한국에 있는 독자들은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겨레, KBS 등이 전달해 주는 국제사회 에 대한 뉴스와 로이터와 AP 등이 전달해 주는 한국 에 대한 뉴스를 포함해 한국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국제사회에 대한 뉴스를 모두 접한다. 그러나 국제적 통신사의 뉴스는 그 자체가 이미 한국 사람들의 손을 떠나 있는 것으로 공론장 으로서의 언론이라는 측면과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국제뉴스는 국가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행위자에 의해, 국가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발생하고, 국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는 게임과 그 게임에 관련된 행위자, 규범과 가치에 대한 것으로, 국가이익과 정체성 형성, 국제사회의 공동선 및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와 관련된 공공지식 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금융이라는 게임을 예로 들면 미국, 일본과 중국이라는 국가 행위자의 정책,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관련된 사건과 이슈, IMF와 같은 국제기구를 포함해 무디스와 S&P와 같은 신용평가사들의 활동, 초국적 금융기관과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금융시장 참가자에 관한 정보 일체가 국제뉴스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국제뉴스에 해당하는 영역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누면 국가이익 과 직접 적으로 연결되는 부분, 인류의 공동선 과 관련된 부분 및 인류라는 종족이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45

46 갖는 공통의 관심사 부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개인과 유사하게 국가 공동체 역시 보다 부유해지고,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위해를 당하지 않고, 명예롭고, 고립되지 않고자 하는 한편, 자유, 평등, 정의, 아름다움 과 같은 숭고한 가치를 추구 한다.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국제사회에서 이러 한 목적은 한쪽이 가지면 다른 쪽은 갖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일 경우가 많으며, 국가는 이에 따라 안보(security), 생산(production), 금융 신용 (finance & credit), 지식 문화(knowledge & culture) 등 권력행사의 원천이 되는 희소자원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활용하기 위해 경쟁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이러한 희소자원이 위협당할 때 국가공동체는 위기감을 느끼고, 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한다. 그 결과, 언론의 환경감 시 기능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희소자원을 둘러싼 변화에 집중되며, 국제뉴 스의 대부분은 이 영역에서 나온다. 가령,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출은 그 자체로 중국의 국가이익 에 엄청난 위협이기 때문에 중국에 서 바로 국제뉴스의 핵심 주제로 부상한다.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무역과 관련한 새로운 합의안을 통과시킬 경우에도 그것이 국가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뉴스의 표적이 된다. 국가이익에 반드시 직결되지 않고 다른 국가 와 국제기구 등과도 직접 관련성이 없지만 보다 고상한 삶 의 영역에 해당하는 게임, 행위자, 규칙과 관련 가치도 국제뉴스의 대상이다. 국제사회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각종 비정부국가기구(NGOs)에 대한 뉴스가 여기에 속한다. 잘 알려진 기구로는 국제적십자운동, 국제사면위원회(AI), 그린피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국경없는 의사회, 월드비전(World Vision), 유니세프(Unicef) 등이 있다. 특정 기구는 아니지만 인류의 공동선과 관련한 뉴스도 국제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환경파괴로 생활터전이 붕괴되는 아프리카 원주민과 인근 지역에 대한 보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 전쟁의 후유증 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 개별 국가단위로 진행 중인 인권, 46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47 환경, 노동운동 등과 관련한 행사와 활동도 국제보도의 영역이 된다. 물론 그 밖에 언론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흥미로운 사건, 자연 재해, 국제적 유명세를 누리는 스타들의 근황,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사건 등도 모두 국제뉴스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한 국가에 따라 국제사회, 세계, 글로벌, 국제 면 등 다양하게 분류되기도 하는 국제뉴스는 해당국가의 언론 이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뉴스는 엄격한 의미에서 국제뉴스 의 핵심 영역이 될 수 없다. 가령, 오바마 대통령의 우수연설 에 대한 기사는 미국 내 언론이 자국에서 일어나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일을 단순히 전달한 것으로 국가이익, 공동선, 인류의 보편적 가치 라는 기준에 서 보는 국제뉴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한 국제뉴스의 목적과 기능이 정보 제공, 환경감시, 공동선의 실현 이라고 할 때 강대국, 국제기구, 초국적기업 과 같은 특정이익 집단에서 의도적 으로 생산해 내는 프로파간다 및 PR정 보 도 국제뉴스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를 구분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라크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의 국방부가 해외매체를 통해 내보내는 대량살상무기 보유 뉴스와 아프가니 스탄에 대한 점령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코 잘린 여성 의 뉴스, 그리고 북대 서양방위조약(NATO)의 영역 확대를 위해 조작된 인종청소 와 같은 뉴스는 뉴스 라는 외피를 쓴 탈색정보 (dis-information)에 가깝다. 국제사회에 서 이러한 탈색정보 는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1970년대 말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된 비동맹운동(Non_Aligned Movement, NAM) 국가들 이 주권의 침해를 이유로 서구 언론의 일방적 뉴스유입을 통제하고자 했던 것도 이러한 탈색정보 로 인해 자국의 정치상황이 불안해지고, 문화주권이 침해되고, 부정적 국가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Altchul, 1995).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47

48 2. 국제뉴스의 역사적 진화와 쟁점 흔히 뉴스를 새롭고 낯선 소식 정도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로마시대 광장에 내걸었던 일일 공고문 악타 디우르나 (Acta Diurna)나 고려시대 이후 정부 관료가 비밀리에 작성했던 왕실 기록인 사초 ( 史 草 )를 최초의 뉴스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뉴스는 특정한 정치적 시스템인 민주주의 와 더불어 탄생한 것으로 역사적 진화를 거듭해 온 문화적 텍스트 면서 공공지식 의 하나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보와 다르다. 단신기사, 해설기사, 분석기사, 사설, 인터뷰 기 사, 르포기사 등 지금의 뉴스가 발전하게 된 과정은 미술이나, 음악이나, 소설의 진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애초부터 형식과 내용이 결정된 뉴스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뉴스의 본질을 보다 잘 구현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의 결과 오늘날과 같은 뉴스의 전형이 탄생했다는 말이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공공재 인 뉴스는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의 원활한 작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만약 뉴스의 이러한 공공성이 부정된다면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경제적 특혜는 취소되어야 한다. 금융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광고수익을 위해 인기 스타들의 추문을 캐거 나,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수집해서 이윤을 실현하는 정보중개상 (information vendor)을 언론으로 볼 수 없 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가 일반적인 정보와 다른 것처럼 뉴스와 커뮤니 케이션(communication)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편의상 소통 으로 번역되는 커뮤니케이션은 같이 가다 또는 무엇인가 를 공유하다 는 의미를 갖는다. 서로 나누는 대상에는 물건, 문화, 정보, 의견, 관점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공동체 생활 이 시작된 시기만큼 오래다. 또한 소통 또는 공유 라는 의미에서 커뮤니케 48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49 이션은 단순히 다른 국가, 사회와 타인의 의견을 듣는 작업만이 아니라 자신의 말, 의견, 관점을 전달 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포함한다. 커뮤니케이 션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이를 감안할 때 정상적인 소통행 위로 볼 수 없으며, 커뮤니케이션은 그 본질상 상호작용 이 전제되어 있다. 인류 역사 초기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과 공간 이었다. 즉 문자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의 무엇인가를 오늘과 내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높은 산이나 강이 가로막고 있을 경우 이러 한 물리적 장애물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길도 없었다. 인류가 시간과 공간 을 압축시키고자 노력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고, 특히 생활 환경이 넓어지고 정치적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증가했다. 시간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기 위해 파피루스(papyrus), 양피지와 한지 등 이 발달했고,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연기와 빛과 같은 통신수단 또는 말과 비둘기와 같은 전송수단이 출현했다. 18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뉴스 는 당시 가장 앞선 전달매체였던 종이 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이후 꾸준히 진화해온 종이신문은 점차 언론 (the press)으로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종이신문은 언론의 대명 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이에 인쇄된 뉴스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데 있어 인쇄기계 인 프레스의 등장은 결정적이었고, 전신, 전화, 라디오, TV, 케이 블방송, PC통신과 인터넷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도 뉴스의 형식(format)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본질적인 철학, 의미와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뉴스의 형식도 TV, 라디오, 인터넷에 맞게 꾸준히 변했 다. 마샬 맥루한이 주장했던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 는 말은 매체의 특성에 맞도록 형식이 변한다는 의미와 형식의 변화에 따라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 들의 반응도 달라진다는 의미를 모두 갖는다. 예를 들어, TV 뉴스를 통해 현장을 보다 사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글(text)을 통한 논리 적 사고에 익숙해졌던 독자들은 점차 즉흥적 이고 감정적 으로 사고하는 시청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49

50 자 로 변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구식 미디어로 인식되고, 그 자리를 뉴미디어가 채울 경우 뉴스가 전달되는 주요 매체도 점차 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제뉴스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전했고, 제국주의가 확산 되면서 식민지와 해외시장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린 다. 즉 제국을 통치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국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할 뿐더러 제국의 정책이 피통치자들에 게 정확하게 전달될 필요성이 생겼다. 이 시기는 또한 제국의 팽창과 식민지 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전신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항해술도 비약적 으로 발전한 시기였다. 미국의 사무엘 모스(Samuel F. B. Morse)는 1837 년 최초의 전기 전신 실험에 성공했고, 1866년에는 최초의 해저케이블이 설치되었고, 1876년에는 전화가 등장했다. 국제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통신 사들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출범했다. 프랑스의 아바스 통신사(Havas Agency)가 1835년 처음 문을 열었고, 뒤이어 1848년에는 미국의 AP(Associate Press)가, 1849년에는 독일의 볼프(Wolf) 통신사가, 1851 년에는 영국의 로이터(Reuters) 통신사가 각각 설립되었다. 당시 통신사들 의 활동 영역은 개별 국가의 영향력과 정확하게 일치했으며, 해저케이블을 통제할 수 있었던 영국의 런던은 자연스럽게 세계 정보의 중심지로 발전했 다 (Boyd-Barrett, 1980; Thussu, 2000). 그러나 당시 통신사들은 주로 식민지의 정치 경제적 상황 보고, 경쟁국의 이동 및 전략 정보, 국제원재료 가격의 동향, 군사적 정보의 교환 등의 역할을 했다. 국제뉴스는 국내뉴스와 달리 수용자 층도 얕고 생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외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 중에서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하고, 배경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유능한 특파원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에 머물러야 했다. 국제뉴스는 이에 따라 해외 특파원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언론매체, 이러한 뉴스를 정기적 5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51 으로 찾는 독자층, 이들을 겨냥하는 광고주 등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진 19세 기 말과 20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당시 제국을 경영하 던 프랑스의 르 쁘띠 파리지앵(Le Petit Parisien)과 영국의 데일리메일 (Daily Mail)등의 신문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고, 미국에서는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와 윌리엄 허스트(William R. Hearst)와 같은 거 대 언론기업이 등장했다. 미국 경제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황색저널리즘 에 식상한 독자층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아돌프 옥스(Adolph Ochs)는 1896년 뉴욕타임즈를 인수한 직후 고급 저널리즘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활동한 최초의 해외 특파원은 윌리엄 러셀(William H. Russell)로 영국의 런던타임즈(London Times)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 다. 러시아제국과 연합국 간 1853년에 발발해 1856년에 끝이 났던 크림전 쟁을 보도하기도 했던 러셀은 미국의 시민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867년 미국으로 건너가 당시 상황을 증기선을 이용해 본국으로 전달했다. 미국에 해외 특파원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한 1917년 전후였다. 당시 특파원들은 미국 연방정부와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교환을 원했고, 1918년 외신기자협회(Foreign Press Association)를 조직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새로이 형성된 중산층을 겨냥한 고급 잡지가 속속 등장했다. 1917년 발간되 기 시작한 포브스(Forbes)를 시작으로, 1922년에는 리더스다이제스트 (Reader s Digest), 1923년에는 타임지(Time), 1929년에는 비즈니스위크 (Business Week), 1930년에는 포춘(Fortune) 등이 연이어 창간되었다. 중산층의 형성과 고급 정보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인해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 이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일반 독자와 구분되기를 원했던 이들 중산층 독자 와 이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팔고자 했던 광고주의 등장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뉴스의 성격은 라디오, 영화, TV와 같은 새로운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51

52 매체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단순한 정보전달 에서 정체성 형 성 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뉴스와 정체성 형성은 주로 쌍방향으로 진행된다. 국제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외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자국 국민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편, 뉴스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 국민에게도 영향을 준다. 미국 등 서구에 의한 아랍사회의 정체성 왜곡을 문제 삼았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은 이를 둘러싼 작동기제를 잘 보여 준다. 즉 미국 언론에서 테러리스트, 과격분자,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묘사 되는 아랍의 이미지는 서구인들에게 아랍 과는 다른 정체성을 갖도록 유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를 일상적 으로 반복해서 받아들이는 아랍인들 은 스스로 감성 과 무력 을 앞세우는 파괴적 자아상을 갖게 된다. 국제뉴스 를 이용해 정체성 을 형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도입한 소련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1925년부터 단파라디 오를 이용한 사회주의 체제 선전이 본격화 되었다. 1933년 독일의 나치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제뉴스와 프로파간다의 차이 는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당시 독일의 선전부 장관이었던 괴펠스는 프로파 간다에 있어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종주의와 반유태주의 이념을 국제사회로 전파하기 시작했다(Thussu, 2000). 무쏠리니 정부가 등장했 던 이탈리아에서도 에티오피아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스페인의 프랑 크 총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인쇄 및 선전부 (Ministry of Print and Propaganda)를 신설했다. 공식적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었지만 영국의 엠파이어 서비스(Empire Service, BBC 전신) 역시 영국 정부의 대외정책을 반영하는 한편, 프랑스와 미국의 프로파간다 활동을 지원했다. 미국의 프로파간다 활동은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 미국 은 1942년의 군인을 위한 라디오방송(Armed Forces Radio Service)과 미국의 소리 (Voice of America)를 시작으로 프로파간다를 점차 확대해 52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53 나갔다. 전쟁 기간 동안 형성되었던 국제뉴스와 프로파간다의 결합양상과 국제뉴스에 대한 적과 아군 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냉전시기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마무리 된 제2차 세계대전은 국제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제국 간의 분할 구도였던 국제사회는 자본 주의 진영, 공산주의 진영, 그리고 식민지에서 새롭게 독립한 신생국 진영으 로 재편되었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은 치열한 체재 경쟁에 돌입했고, 신생 독립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선전전을 시작했다. 소련은 1948년 사회주의 동맹국인 유고슬라비아를 상대로 한 선전활동을 시작한 이래, 1956년에는 헝가리로, 1968년에는 체코로 그 활동을 확대했 다. 소련은 또 1960년대 말 세계 최대의 단일 국제방송인 모스크바 라디 오 (Moscow Radio)를 설립했고, 84개 언어를 사용해 해외방송을 전개했 다. 같은 시기, 미국 역시 이들 신생국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강화하기 시작 했다. 미국의 프로파간다 활동은 1950년 한국 전쟁 직후 본격화 되었고,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진실 캠페인 (Campaign for Truth)을 명령했다. 유럽의 민주화를 지원하고 공산주의 전파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또한 1949년 RFE(Radio Free Europe)을, 1953년에는 RL(Radio Liberation) 을 뉴욕과 뮨헨에 각각 설립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선전전이 가속화 되는 동안 신흥독립국은 동서 어느 진영에도 참가하지 않는 제3의 길을 모색했다. 1961년 비동맹운동 (NAM)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고,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인디아의 네 루, 이집트의 나세르,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 등이 이 모임을 주도했 다.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 모두 제3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고민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던 이들은 특히 식민주의의 부정적 유산이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즉 이들은 국제뉴스를 장악하고 있는 AP, 로이터, AFP 등 서방언론의 뉴스가 제3세 02 국제뉴스,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읽기 53

54 계로 일방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들의 뉴스는 제3세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문화종속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지적한 것처럼 이들은 유럽인의 경제적 번영과 진보는 흑인, 아랍, 인디안, 그리고 동양인의 시신과 땀에 의해 이루 어 진 것이며, 말 그대로, 유럽은 제3세계에 대한 착취의 결정물이다 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Said, 1994, p. 103). 또한 이들은 미국이 주장하 는 발전이론 이나 현대화 모델 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것으로 제3세계의 진정한 발전모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부에 의한 주변 부의 구조적 착취 에 바탕을 둔 종속이론 (Dependency Theory)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잘 부합하는 이론이었다. 국제뉴스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신국 제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질서 (New World International Information & Communication Order, NWIO)는 이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1970년대 말 UN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이 논란은 신국제경제질서 (New International Economic Order, NIEO)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미국식 자유언론 제도와 현대화 모델을 채택했다. 그러나 고부가 가치의 수출품을 선점한 선진국과 1차 원재료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이들 국가의 소득 격차는 꾸준히 확대되었 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은 이들 개도국으로 전혀 전이되지 않았 고, 개도국의 무역적자는 확대되기만 했다. G77 등 개도국들은 이 문제의 근원을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찾았으며, 자국내 다 국적 기업에 대한 통제권의 회복, 자국내 외국인 자산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권, OPEC과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1차산품 생산국가협회의 결성 권, 제약 없는 기술 이전권 등을 요구했다. NIEO 요구는 1974년에 제기되었다. NWIO 운동은 그 연장선에서 시작 했고, 비동맹국가에 소속된 알제리, 튀니스, 인도 등이 주도했다. 튀니스의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무스타파 마사모디(Mustapha Masmoudi) 주도로 54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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