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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nvitation 안녕하십니까? 최근 들어 한국사회는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새 로운 방향의 모색은 미래 한국사회가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2008년도 1년간 한국사회학회, 한국여성학회, 한국교육 과정평가원 등과 함께 경제 인문사회연구회의 지원으로 협동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변화해가는 한국사회에 적합한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번 심포 지엄은 향후 한국사회가 직면하게 될 과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해서 어떠한 정책적 대응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부디 참석하시어 우리 사회가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순조롭게 전환하여 서로 다른 문화가 상생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08년 10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김 태 현

3 Program 13:00~13:30 등 록 13:30~13:40 개회사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13:40~13:50 축 사 홍두승 (한국사회학회 회장) 전체사회: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정책연구실장) 제 1세션 13:50~14:20 주제1 14:20~14:50 주제2 14:50~15:20 주제3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주의 사회 : 민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발표: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토론: 엄한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발표: 오은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토론: 홍원표 (고려대학교 강사)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지형과 쟁점 발표: 최종렬 (계명학교 사회학과 교수) 토론: 박선웅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15:20~15:30 휴 식 제 2세션 사회통합적 다문화정책 사회 : 이재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5:30~16:00 주제1 16:00~16:30 주제2 16:30~17:00 주제3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사회서비스 현황 및 정책과제 발표: 이선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토론: 김성미경 (인천 여성의 전화 부회장) 진정한 통합의 관점에서 본 결혼이민여성 문화교육 발표: 김영옥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토론: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다문화사회의 미래와 정책적 대응 발표: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토론: 한승준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17:00~17:30 종합토론

4 Contents 제 1세션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주의 주제 1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3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주제 2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29 오은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주제 3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지형과 쟁점 65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 2세션 사회통합적 다문화정책 주제 1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사회서비스 현황 및 정책과제 95 이선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주제 2 진정한 통합의 관점에서 본 결혼이민여성 문화교육 125 김영옥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주제 3 다문화사회의 미래와 정책적 대응 151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5 제1세션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주의 주 제 1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주 제 2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오은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주 제 3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지형과 쟁점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6 주제 1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김 이 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목 차 1. 다문화사회의 유형과 정책적 접근의 비교 2. 다문화사회의 전개단계와 문화의제의 형성 3. 다문화사회 관련 정책계획 및 법률에 나타난 문화정책의 성격 4. 결론

7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인 이주의 증가와 함께 인구 구성의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변화 와 모순되는 사회적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주민의 사회적 위치와 한국사회와의 관계성 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주민의 증가와 함께 사회적 관 심사로 떠오르는 문제는 정치, 경제, 주거,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다양한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문화적, 민족적 단일성을 전제할 수 없는 이주민의 존재를 다루는데 있어 문화적 단일성 내지 다양성은 핵심적인 의제로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문화적 차이를 둘러싸고 대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움직임의 전개에 있어 세계 각국의 정부나 시민사회의 정책적, 사회 적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주민을 둘러싼 사회 문제의 양상 이나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의 성격은 이주의 역사와 이주민의 존재 양상, 주류 집단과의 관계의 성격, 사회 통합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과 구체적 발전 과정 등 세밀한 맥락 속에서 만 그 의미를 적절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최근에 형 성되어 논의의 폭과 깊이가 제한된 한국사회로서는 기술적 차원에서 이주민 집단의 존재와 한국사회에서의 위치, 이들이 직면한 문제, 이러한 문제를 가져오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환 경 등을 점검하고 이들의 존재와 함께 전개되는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작업도 충분히 이루 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가 가히 폭발적 으로 이루 어지면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요구되고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간에 일정한 대안을 찾기 위한 기반으로서 이념적 지향을 모색해야 하는 지점에 봉착해있다. 결국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관한 논의를 진행시켜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충분 히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상당한 논의를 거쳐 명시적 차원의 틀을 발전시켜온 주요 국가의 사례가 역사적, 제도적 맥락이 전혀 다른 한국사회의 정책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당장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지지대로서, 정책결정의 합 리화 근거로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 역사적 맥락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형성, 발전되어온 정책적 대안을 탈맥락화, 단순화, 이상화하고 심지어 한국사회 의 현재 문제에 대한 직접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팽배한 가운데, 현안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오히려 저해할 우려까지 있으며 현실에 뿌리내리 지 못한 채 공허한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문화 논의를 둘러싼 혼란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지극히 최근 들어 형성된 것으로 초기단계에서 정리되어야 할 과제를 드러내주는 것일 뿐 아니라, 다문화사 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하는 작업이 단순히 이주민 집단이라는 특정한 대 상에 한정된 것이거나 제한된 문제만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따라 보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5

8 광범위한 차원에서 근본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기초로 핵심적 의제를 파악하고 향후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이주민의 존재를 계기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의 문화적 차 이를 둘러싼 요구와 대응이 교차되면서 문화적 역동성이 전개되는 가운데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는 문화 의제의 성격을 파악하고자 한다. 다문화사회가 전개되어감에 따라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주민의 수적인 증가와 이주의 환경, 이주자의 존재 양태와 한국사회와의 관 계성 등의 변화에 따라 문화적 다양성을 둘러싸고 새로운 의제가 제기되기도 하고 관심의 초점이 이동할 수도 있다. 특히, 현재로서 한국사회는 이주민의 유입과 거주에 대해 상당히 제한적인 제도적 틀에 입각해 있으며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극히 일부의 이주민을 중 심으로 다문화사회로의 변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과 제도의 괴리에 대해 현실을 반영한 이주민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으며 정부에 서도 관련 대책을 모색하는 등 상당한 변화의 가능성도 예측해볼 수 있다. 이주와 이주민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 변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민족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 간의 관계 역 시 새로운 계기를 맞이할 것이며 그에 따라 문화 의제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 이 크다. 따라서 다문화사회에서 제기되는 문화의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도적 틀과 이주민의 위치, 관계 양상 뿐 아니라, 향후 전개 가 능성을 포괄하여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따라 이미 가시화된 의제 뿐 아니라 조만간 부상할 것으로 예측되는 의제의 방향을 전망하 며 이러한 견지에서 현재 정책의 성격을 파악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1. 다문화사회의 유형과 정책적 접근의 비교 이주의 증가는 가히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Castles and Davidson 2000: 54-59),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 간의 관계와 문화적 다양성 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논의와 실천적 움직임은 단순히 특정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형성과정이나 국가내 집단간 관계, 이주의 역사적 전개, 이를 둘러싼 사회, 경제, 정치적 환경은 상당히 다양한 만큼, 다문화사회와 관련된 문화의제의 구 체적인 쟁점과 논의 방향, 이에 대한 실천적 움직임을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비교론적 접근을 통해 주요 국가의 다문화 논의와 정책적 접근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파악 하고 그와 비교되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화적, 민족적 배경을 달리하는 주체들이 공존하는 다문화사회의 형성 과정과 주체들간 관계의 양태, 주요 의제를 둘러싼 사회적 역동성 등의 다양성을 포착하는 데에는 소수자 집 6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9 단의 존재 양상과 국가로의 통합 방식, 주류사회와의 관계의 성격과 상대적 위치 등에 따라 다문화사회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징을 비교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기반이 된 다. 이와 관련해 Kymlicka(1995: 10-11)는 문화에 기초한 소수자 집단을 민족(국가)적 소수자 (national minorities)와 종족 집단(ethnic group) 1) 으로 구분하고 집단 구성의 성격에 따라 국가 유형을 비교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민족(국가)적 소수자는 특정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이들이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면서 어느 정도의 통치제도를 갖추고 있던 공동체가 보다 큰 국가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소수자들로, 자신들의 독특한 사회 구성과 문화를 유지 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하며 지배집단과는 구분된 사회로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치를 추구하는 경향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이 주자들로 구성된 비교적 느슨한 형태의 결사체인 종족집단은 주류 사회에 대한 통합과 완 전한 성원권의 확보에 주된 관심이 있다. 이들에게서는 독자적인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움 직임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만 문화적 다양성을 둘러싸고 자신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하는 제도와 관행, 주류사회의 시각과 태도를 해결하는데 관심의 초점이 두어져 있다. 서로 비교되는 문화적 소수자 집단 가운데 어떠한 집단이 특징적으로 부각되는지에 따라 개별사회에서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이 제기되고 논의되는 양상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2) 등 세계적인 이민국가에서는 국가 형성 이전부터 일정한 지역 내에 자체의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어느 정도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역사 공 동체 3) 가 존재했다. 국가 형성과정에서 이들은 침략이나 식민지배 등 비자발적인 과정을 통 해 국가로 통합되면서 주류사회와 지역적으로 분리되고 수적으로나 권력 면에서 제한된 소 수자 위치에 놓이게 되었지만, 국가 체계 내에서 자신들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 토지사용권, 정치적 권한 등에 있어 다소 간의 자율권을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 국가는 특 정 민족과 국가의 본질적이고 전면적인 관계(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민족국가(nation-state) 라기 보다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multinational state)로 규정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민족적, 문화적 단일성을 침해할 만한 집단이 부각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민족 국가 형성과정 자체가 단일성에 대한 신념을 형성, 재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기제를 발달시 키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단일성에 도전하며 다양성을 제기하는 이주민 집단은 공식적 국가문화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자발적 적응과 결과적 통합을 인정하거나 적어도 부인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자신들의 문화적 특수성을 구현할 수 1) 국가 구성원으로서 문화공동체인 민족과 정치공동체인 시민 개념이 분화되어 있지 않고 문화적 소 수자에 대한 개념도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nation과 ethnic 등 관련 개념의 번역 문제 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본 논문에서는 잠정적 대안으로 nation을 민족으로, ethnic을 종족 또는 소수집단으로 번역하였다. 2) 이밖에도 핀란드, 벨기에, 스위스, 구공산권, 제3세계 일부 국가가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3) 구체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원주민이나 캐나다의 퀘벡주 프랑스인, 점령에 의해 통합된 집단 등이 포 함된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7

10 있는 권리를 추구하지만, 일정한 영토와 내적인 응집력, 자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춘 민족(국가)적 소수자와 달리 다종족국가(polyethnic state)에서 종족집단의 관심은 주류 사회 의 통합 하에서 느슨하게 집단화된 하위문화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실제 사회 구성을 보면, 특정 국가 내에 원주민을 비롯한 토착적 소수자와 이주에 따라 형성된 종족집단이 모두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 가운데 특징적인 집단의 존재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대응양상을 구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나 호주 등 전형적인 다민족국가에서는 국가 성립과정에서 민족(국가)적 소수자가 형성되면서 국가 형성을 위한 노력 중 상당 부분이 소수집단과 다수자 집단 간의 협상과 타협에 두어졌 으며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을 다루기 위한 공공정책이 긴요한 국가적 관심사가 되어 왔다. 토착적 소수자 집단이 제기하는 다민족성(multinationality)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단일 민 족, 단일 문화에 대한 신념을 재생산하는 기제 보다는 다양한 민족적 정체성을 침해하지 않 으면서 국민으로서의 성원권과 소속감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발달되었다. 토착적 소수자 의 위치와 권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정책적 개입의 가 능성은 이민자의 다종족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에도 토대가 될 수 있었다. 1970년대 호주 와 캐나다 등에서 이민자의 증가, 다양화 추세에 맞춰 다문화주의 를 국가 공식 이념으로 채택하고 강력한 다문화주의(마르티니엘로 2002: )의 전형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 던 것은 바로 이러한 기초 위에서 가능했다. 이들 국가의 다문화주의는 역사와 국가발전에 있어 다양한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공식 국가문화의 구성에 있어서도 국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포괄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에서도 모든 소수자 집단의 문화 가 제도적 차원에서 동등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국가문화의 일부로 인정받는 토착적 소수자 집단와 달리 이주민 집단은 주류 언어와 문화를 통해서만 공적인 교육, 경제, 정치 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종족사회의 이주민 집단과 비교 하면 다문화주의 정책 하에서 이주민 집단 역시 가족과 자발적 결사 차원에서 자신의 문화 생산권 및 세대간 재생산권을 인정받고 이를 위해 정부는 공식적 지원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착적 소수자 집단의 요구와 더불어 이주민 집단 역시 자신들의 독특한 언어와 문 화를 공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실천적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의사결정에 영향력 을 행사하고 있다. 4) 이에 비해, 이주민에 의해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도전이 제기된 국가에서 다문화 가 지 니는 의미와 이를 둘러싼 실천의 움직임은 단일성에 대한 전제의 형성 자체가 힘들고 다양 4) 동화 정책의 폐기와 다문화주의 모델로의 전환에 있어 이주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 고 공식 교육에서 인정하는 제2외국어를 비롯해 제한적이나마 공식문화의 구성에 있어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8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11 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전된 다민족국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 민족사회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다양성의 인정 보다는 공적으로 인정되는 다양성의 범위에 놓여 있으며 소수자 간의 다양성 가운데 어떠한 부분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 춰져 있다. 이에 비해, 다종족사회에서 다문화 논의는 단일성에 대한 전제에 도전하여 다양 성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소수자 간의 다양성 보 다는 다수자와 소수자 사이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문화적 단일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특수성을 일방 적으로 고수하기 보다는 주류사회에 대한 통합을 상당 수준 추구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적 특수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권한을 요구하 게 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에 대해 동화 압력이 부과되는 가운데 차이에 대 한 주류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배제가 지속되고 사회, 경제적으로 구분된 종족공동체가 형성 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둘러싼 다수자와 소수자 간 요구와 논란이 제기된다. 문화적 다양 성을 둘러한 갈등에 대해 정부에서는 단일성에 대한 믿음 하에서 유지해왔던 주류 중심적 인 동화 모델을 다소 유보하고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시작하는데, 주로 주류사회의 기본적 틀은 유지하면서 소수자의 적응 과정을 원활히 하여 결과적 통합을 촉진하는 한편, 가족이나 자발적 결사 차원에서 제한적이나마 문화적 다양성도 인정하는 경향이 지배적이 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다문화주의 로 통칭되는 경향이 있으나, 국가의 공식 언어, 역사, 문화를 재구성하는 수준까지 포괄하는 다민족국가의 다문화주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2. 다문화사회의 전개단계와 문화의제의 형성 이상과 같이 각국에서는 문화적 소수자의 존재 양상에 따라 다문화사회를 둘러싼 의제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소수자 집단의 존재 자체가 곧바로 이러한 관심과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단일성에 대한 믿음이 견고한 사 회일수록 소수자 집단을 둘러싼 각종 문제가 부각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유럽 각국과 일 본 등지에서는 이주민의 증가 현실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손님 노동자 와 같은 일시적 체 류자 내지 국가 주변부에 위치한 부수적 존재로 간주되어 본격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 했다. 한국사회에서도 오랜 기간 화교집단이 존재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는 외국인 노동 자들이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지 못했다. 이에 더해,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조선인(조선족) 으로 살던 한국계 중국인을 비롯해 한국 계 외국인들이 대거 입국하였지만, 이들은 혈통과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한민족 으로 간 주되어 세대를 거쳐 차이를 발전시켜온 이들의 현실은 간과되어왔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9

12 1) 새로운 이주민들의 주류문화에 대한 접근ㆍ통합 욕구 이주민의 존재와 함께 형성된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주민의 수적인 증가와 더불어 일시적 체류자 내지 부수적 존재로만 간주 하기 힘든 새로운 성격의 이주민 집단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데에서 그 요인을 찾아볼 수 있 다. 20C. 말 인간과 자원, 상품, 정보, 지식, 문화 등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는 초-국가적 세계에서는 이주와 함께 출신사회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회에 통합되거나 아니면 일시적으로 머물다 떠나야 했던, 국가를 단위로 한 배타적 질서 속에서 움직이던 구시대의 이주민과는 다른 성격의 이주민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출신국가와도 일정 정도 관계를 유 지하면서 또 다른 국가에서 장기적,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특정 국가에 배타적으로 귀속되 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국과 일본처럼 동질성에 대한 강한 신념을 유지해온 국가에 서조차 귀화나 국제결혼의 증가, 해외동포의 귀환 등으로 특정 국가에 배타적으로 귀속되 지 않은 채로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니면서 국내에 정주하는 이들이 가시화되면서 단일성과 공유의 핵심을 이루던 국민 내부에서도 다양성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Castles and Davidson 2000: ; 한영혜 2007: ). 전 세계적인 이주의 네트워크에서 상당기간 주변화 내지 소외되어 있던 한국사회로서는 결혼이민자와 자녀들이 바로 이러한 존재였다. 한민족 이라는 동질성의 끈으로 묶여 차이 를 인정받지 못하던 한국계 외국인과 달리 1990년대 말부터 급격히 증가한 결혼이주자, 특 히 중국과 동남아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은 외모에서부터 차이가 두드러졌을 뿐 아니라, 민 족적,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존재들이었다. 일시적 체류자로 간주되던 외국인 노동자와 달리 한국사회에 장기적 내지 영구적으로 거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 인과 가족, 친족, 이웃 등으로 전면적 관계를 맺게 될 최초의 외국인 (김이선 외 2007:17; 김이선 2008: 25-27)을 발견한 한국사회는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믿음을 재구성해야 할 상 황에 직면했다. 이에 더해, 민족적,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배우자 사이에서 탄생한 자녀 들이 학교라는 공적인 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졌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의 계기를 제공한 외국인 이주민은 한국사회와 보다 본격적이 고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가야 하는 존재들로 주류사회로서나 이주민 자신들로서나 일정한 과정을 통해 주류사회에 통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이주자들은 출신문화의 특수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거나 유지하기 보다는 사회통합의 전제 조건이 되는 문화의 습득 또는 재문화화(re-culturalization)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어와 한국문 화에 대한 관심, 재문화화를 위한 노력은 이러한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0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13 2) 소수민족 공동체 형성과 문화의제 전망 이처럼 주류사회와 전면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주민들이 주류사회로의 통합에 우선적 관 심을 둔다고 해서 일방적 동화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으로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들은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동화 압력을 가하는 주류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 문화화의 한계를 겪는 자신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나아가 일방적 동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화적 배경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일례로 한국사회의 결혼이주여성들은 한 국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한국문화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이 존재하며 자 신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자신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재문화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한국인 가족들 역시 자신의 출신문화를 존중하고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갖추도록 요구하며, 가족원들과의 갈등을 불사하고서라도 자 녀에게 자신의 모국어와 전통문화를 가르치고자 하는 등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일정 정도 지켜내려는 면모도 보이고 있다(김이선 외 2006: ). 주류사회에 대한 통합 요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출신문화의 존재와 의미는 주류사회 와의 관계 보다는 이주민들 간의 관계가 우선시되고 이를 중심으로 집단이 형성되면서 관 심의 전면으로 부상하게 된다. 주류사회와 가족관계 같은 전면적 관계 가지지 않은 이주민 들이 증가하고 같은 국가 출신자, 언어 사용자,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집중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공동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종교나 전통문화 등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면 서 그 중요성이 증가하게 된다. 일상의 현실서 흩어져 있는 이주민들은 종교나 전통문화 행 사, 출신국가와의 관계 등을 통해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뿐 아니라, 주류 문화와 구분된 문화적 요소는 집단적 상징으로서 공동체의 의미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기반 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주민 공동체의 발전 양상과 성격, 이와 관련된 문화 다양성 의제에는 이주민의 사회, 경제적 위치와 이들에 대한 주류사회의 수용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도적 제약과 주류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배제가 강해질수록 특정 지역, 직업군에 집중되면서 외부 로부터 구분된 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주류사회의 방식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는 동시에 외부와 구분된 공동체의 상징으로서, 차별과 배제에 대한 저항의 자원으로서 독특한 문화의 가치가 중시되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려 는 노력이 강화된다. 주류사회와 뚜렷이 구분되는 문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내적인 결속력 을 높이기 위한 실천도 두드러진다. 5) 5) 1980년대 중반까지 일본 조총련계의 민족학교를 중심으로 일본주류사회와 뚜렷이 구분되는 독특한 양식의 공연과 스포츠경기 등 민족 문화 계승 움직임(정병호 2002: )을 하나의 사례로 들 수 있다. 물론 올드커머인 재일조선인은 자발적인 동기에서 이주한 이주민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일본 사회에서의 경험이나 구조적 위치, 이에 대한 스스로의 문제제기와 실천 등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11

14 자신들의 삶과 정체성에 있어서 이주민 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면 집단적 상징이 되는 요소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를 공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구가 발전하는데, 합법적 이주민이 대부분인 공동체에서는 자신들의 공동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정부로부터의 전면 적 인정과 지원 요구가 직접적으로 제기된다. 이에 비해, 제도적 틀을 벗어난 이들을 중심 으로 한 공동체에서는 출신문화에 대한 지원 요구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며 그 보다는 공동체성의 핵심인 종교관습이나 복장규정 등의 문화적 요소의 구현을 저해하는 제 도적 차별이나 부정적 시각에 대한 대처 요구가 우선시 된다. 이주민 공동체가 이미 상당 수준 발전되어 있는 유럽 등에서는 이주민 공동체들의 출신 문화나 종교에 대한 지원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러 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정부 정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재일한인 등 올드커 머를 중심으로 민족문화에 대한 인정 요구가 제기된 바 있으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 를 다루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이주민 공동체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도 제한되 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계나 결혼이주자처럼 한국인과의 혈연관계나 혼인관계를 전제 하지 않는 외국인의 이민을 제한하고 있는 이주 정책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외국인 노 동자에 대해 순환원칙을 고수하는 한 외국인 이주자의 수가 증가하여도 문화적 특수성에 기반한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류사회로의 통합 요구가 지배하고 있는 문화의제의 지형을 재구성하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주민 공동체 형성에 있어 한국사회를 예외로만 취급하는 것 역시 무리이다. 한국 사회에서 영주권을 인정받는 유일한 외국인 집단으로서 화교 공동체의 존재는 이주민 공동 체의 형성, 발달에 있어 한국사회 역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순환 원칙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실질적 정주자화되는 과정에서 6) 특정 국가 출신자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 거주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종교시설이 나 상점 등이 분포하면서 등 한국문화와 구분되는 특수한 문화가 지리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7) 이와 함께 주말 여가활동을 중심으로, 종교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또는 이주민으로서 한국사회에서 겪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이주 민 결사체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미등록 체류자가 대부분인 현실에 서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대부분의 결사체가 친목도모차원의 활동에 국한되어 있지만, 일부 공동체 8) 는 자체적인 행사를 주관하고 자국 6) 2006년 6월 현재 외국인 노동자 중 48.0%가 체류기간을 넘은 상태일 정도로(법무부 내부자료) 제도 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사회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다. 7) 가리봉 지역에는 한국계 중국인이, 광진구에는 몽고 출신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거주자의 45-60% 1) 정도가 외국인인 안산시 원곡동 일대에서는 구역별로 중국 출신, 동남아 출신, 필리핀 출 신, 러시아 출신 등 특정 국가 출신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관련 상점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이선화 2007: 58). 12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15 어로 된 소식지나 신문을 발간하고 회원에게 체류문제나 금전, 건강 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을 제공할 정도로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사단법인 국경없는마을 다문화사회교 육원 2007). 정부의 발표대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면 9) 현재로서는 관심의 표면 아래 가려져 있는 이주민 공동체가 부상하면서 문화의제에 대한 논의 역시 국가별, 종교별 특수성을 둘러싸고 새로운 계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가족단위의 이주나 단신 이주자의 가족 결합이 본격화된다면 이주민들의 출신문 화가 이주민 자신이나 사회 전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나 의미는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개인 단위의 이주가 진전된 상태에서도 상당기간 동 안 가족 결합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유럽에서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에 서는 1990년대 들어 가족단위 체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Castles and Davidson 2000; 한영 혜 2007: 374) 출신문화에 대한 이주민 공동체의 관심은 주류사회의 인정과 지원, 차별에 대 한 대처와 더불어 새로운 국가에서 모어, 모문화 교육을 비롯한 출신문화의 세대간 재생산 문제로 확대된 바 있다. 주류사회가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신념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모어, 모문화 교육 은 통합 실패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받아들여져 공적으로 인정받기 힘들 뿐 아니라 그 자체 가 차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어, 모문화 교육은 주류사회의 공식 제 도와 구분된 이주민 공동체 중심의 대안적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10). 그러나, 탈-국 가적 이주가 상시화, 일반화된 세계에서 특정 국가나 민족문화에 배타적으로 귀속되지 않 은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객관적 존재를 부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족단 위 이주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주류사회 내에서도 이주민들의 모어, 모문화 교육 요구에 대해 일정한 정도의 사회적,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1990년대 들어 이주민 자녀에 대한 모어, 모문화 교육을 출신국가의 성원으로 재생산하는 민족교육 으로 규정해 인정하지 않던 기존의 접근에서 탈피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후속세대의 학습발달과 긍정적 정체성 형성을 위한 다문화공생 교육 의 일환으로서 의미 를 부여하면서 학교 교육 내외부에서 이중언어, 이중문화 교육의 형태로 통합하려는 움직 임이 일고 있다(한영혜 2007). 이러한 사례와 비교해보면, 가족단위 이주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가 족이주가 제한적 차원에서 대부분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녀에 대한 모어, 모문화 8) 네팔 출신자들이 결성한 NCC, 필리핀인들이 결성한 AFC 등이 그 예이다. 9) 정부는 2008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나 전문기술인력의 영주권 부여 자격기준을 완화하였으며 일정한 자격기준을 갖춘 숙련기능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 입하였다. 그러나, 너무 높은 자격기준 등의 문제로 9월 현재까지는 신청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10) 1980년대까지 재일 조선인학교를 비롯한 민족학교 가 그 대표적 예이다. 이 학교의 교육은 일본사 회와의 관계 보다는 모국과의 관계가 우선시 되었으며 모국 국민교육으로서의 성격을 띠었다. 이밖 에 1972년 오사카시에서는 공립학교 내에 민족학급을 개설하기도 했으나, 이는 정규 과정이 아니라 과외수업의 형태로 시행된 것이다(한영혜 2007: ).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13

16 교육 내지 이중언어, 이중문화 교육이 사회적 관심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다만 한국사회와 특수한 관계를 지닌 결혼이민자 자녀 집단의 정체성 차원에서 이중언어, 이중문화 교육에 대한 실험적 논의가 제기되는 수준으로 정책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주민 자녀 일반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 여부는 가족단위 이주에 대한 제도적 환 경의 변화에 달려 있다. 즉, 현재의 제도적 상황이 계속되는 한 상황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나, 영주권 확대 추세와 더불어 가족단위 이주에 대해서도 제도적 변화가 있을 경우에 는 이주민 자녀 일반의 모어, 모문화 교육을 중심으로 한 출신문화의 세대간 재생산 문제가 정책의제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주류사회 수용성과 문화 주체간 소통의 의미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주민의 가시화와 더불어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 이 부각되기 시작한 사회에서는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주체들 간의 관계와 문화적 다양 성에 관한 의제가 소수자 집단의 성격과 존재 양상에 따라 일정한 단계를 거쳐 전개된다. 주류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새로운 이주민이 등장하여 사회적 관심을 둘 만한 존재로 가시화되기 시작하는 다문화사회 초기 단계에서는 주류사회와 특정한 관계를 지닌 이주민 을 대상으로 개개인의 문화적 적응과 주류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것이 이주민들의 관심사이 다.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단일성을 침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 에서 재생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만큼, 주류사회로서도 큰 논란을 거치지 않고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한 시도가 비교적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민의 요구는 단순히 주류사회로의 통합에 제한되지 않으며 주류사회로의 통 합과 동시에 재문화화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에 대한 주류사회의 개방성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요구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이주민 공동체 차원에서 전개 되기 시작하면 문화적 차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집단적 차원 의 문화적 특수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초점이 두어진다. 이러한 단계에 접어들면 다문화사 회의 문화 의제는 이주민 공동체의 구조적 위치와 주류사회의 수용성, 집단간 관계의 양상 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되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다문화사회가 발달되어 이주민 공동체가 공고해지고 집단 차원의 문화 재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주류사회의 수용성과 다문 화사회 주체간 관계의 양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류사회에서 이주민을 향한 구조적 차별과 배제가 완화되지 않은 채 문화적 다양성 인 정에 대한 이주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면 주류사회와 구분된 이주민 공 동체가 내적 결속력을 바탕으로 집단성을 강화하게 되고 문화적 다양성을 둘러싼 집단 갈 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면, 다양성에 대해 개방적인 수용성이 확산된다면 14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17 다문화사회 주체들 간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노력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있어서 문화 다양성, 특히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주민들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주류사회의 수용성과 이에 기초한 주체들 사이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역동성을 둘러싼 핵심적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오랜 기간 비-이민 전통을 유지하면서 민족적,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신념을 발전시켜온 경 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대해 한국사회는 다분히 이중적인 태 도를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특정한 집단의 이주민 개개 인의 주류사회로의 통합을 넘어서 이주민 공동체의 부상과 더불어 보다 근본적인 질서 차 원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부정적 태도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김이선 외 2007), 다문화사회로의 전개 과정 속에서 주류사회의 수용성과 차이 를 둘러싼 주체들 사이의 소통이 무엇보다 우선적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다문화사회 관련 정책계획 및 법률에 나타난 문화정책의 성격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의 대면 과정에서 부상하는 문화의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포괄범위와 접근 방법, 정책자원의 투입의 우선순위,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은 다문 화사회의 전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관주도형 다문화주의 (김희정 2007)라고 까지 지적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는 정부 정책이 다문화사회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 간 관계의 틀을 구성하고 문화적 역동성을 구현하 는데 관련된 정책은 다양한 범위를 포괄한다. 이주의 허용/제한, 체류권을 비롯한 각종 권리 부여 역시 주류사회와 이주민의 관계, 이주민 공동체의 발달 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광범위하게 보면 문화 의제에 관련된 정책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문화 적 차이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와 역동성이 구현되는 일반적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 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직접적으로 문화의제를 다루는 정책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여기에서는 소수자와 주류사회 간 이해와 소통, 소수자의 문화 적응, 소수자의 문화권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이 함께 존재하게 되면서 문화적 차이를 둘러 싸고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협의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 사회통합정책의 일환으로서 문화정책 다문화사회의 전개 속에서 문화적 차이를 둘러싼 의제가 정책 차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 한 것은 2006년 일련의 정책계획을 통해 한국사회의 다문화사회 관련 정책이 출발할 당시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15

18 부터이다. 2006년 4-5월 들어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ㆍ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안, 다문화가정교육지원대책,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 등 외국인 일반 또는 특정 집단의 이주민과 관련된 정책계획이 발표되면서 이주민의 문화 적응, 이주민에 대한 일반 시민의 태도 등의 문제가 통합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련의 정책계획에서 이주민의 존재와 관련된 문화 의제는 이주민의 (한국)사회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수적 요인 내지 일종의 수단으로 위치 지워졌을 뿐, 다 문화사회의 전개 속에서 문화적 차이를 둘러싼 정책목표로서의 의미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물론 차이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추구하는 듯 열린사회 내지 문화적 용해의 장 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점검과 주요 정책과제를 통 해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은 찾아볼 수 없어 장식적 수사를 넘어선 정책목표로 서의 의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 의제가 사회통합에 부수되는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점은 문화적 다양성을 여성결 혼이민자나 다문화가정 자녀 등 특정 집단의 적응 내지 통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규 정하는 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여성결혼이민자가족 및 혼혈인ㆍ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 안에서는 중국 동포 이외에 베트남, 필리핀 출신 여성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문 제를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보고,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에 서는 국민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즉 결혼이민자의 거주와 취업 관련 제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 및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한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발생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교육지원대책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상당수가 한국어 능력 부족 및 한국문화 부적응으로 인해 학습부진과 사회적 편견에 따른 정체성 혼란을 경험 하 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다 는 점 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언어 발달 지체 및 문화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정서장애도 나타난다 고 보고하는 식으로 문화적 차이를 부적응, 장애 등의 직접적 원인으로 귀착시키고 있다. 이처럼 각종 정책계획에서는 이주민의 존재와 함께 가시화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 주민 자신에게 상당한 부적응을 불러일으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규정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주민에게는 재-문화화의 부담을 야기하고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 는 한국사회에 있어서는 안정적 사회통합 을 저해하는 요인인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정부가 취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위해 교사나 교육자료 등을 지원하는 등 이주민으로 인해 생긴 다양성이라는 부정적 상황 을 이주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기존의 사회 질서를 회복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16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19 <표> 관련 정책계획에 나타난 문화정책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 ㆍ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안 다문화가정 교육지원대책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 발표시기 관련부처 14개 부처 및 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 외국인정책위원회 비전과 목표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통합과 열린 다문화사회 실현 - 차별 및 복지 사각지대 해소 문화 민주적 통합(Cultural Democratic Integration)으 로 한국을 문화적 용해의 장 (Cultural Melting Pot)으로 전환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열린 사회 구현 - 외국인 인권존중과 사회통합 - 우수 외국인력 유치 지원 이주민의 문화 부적응에 대한 대응 - 한국어ㆍ한국문화교육 실시 ㆍEBS 교육방송 실시 ㆍ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읍면동 단위로 한글교육 실시 ㆍ국가별 교재개발, 양국어사 전발잔, 미디어자료 제작 - (학교의 다문화교육기능 강 화 중) 학습능력 향상을 위 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ㆍ한국어지도, 교과지도, 문 화체험 -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방 과후 학교 프로그램 개설 지원 ㆍ학습결손 방지를 위해 방과 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한국 어(KSL)지도, 교과지도, 문 화체험 교육 실시 - 교사대상 한국어(KSL) 및 한국문화교육 연수 활성화 - 한국어(KSL) 교육 능력을 가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이중 언어 학습 지원 - (결혼이민자 보호 및 정착 지원 중) 한국어 교육 강화 및 법률ㆍ생활정보 책자 제 공 ㆍ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등 과 연계하여 한국어 및 한 국문화 등의 교육 강화 ㆍ권리보호 관련 절차와 생활 관련 정보를 담은 책자 제 작, 배포 사회적 편견에 대한 대응 - 다문화교육 추진체계 구축 ㆍ교과서의 인종차별적 교육 요소 발굴하여 수정 ㆍ초중고 교육과정에 다문화 교육요소 반영 ㆍ사회복지, 가족복지학과에 다문화관련 내용 포함 -학교의 다문화교육 기능 강 화 중 다문화주의 및 소수 자를 위한 교원연수 강화 - 집단따돌림 예방 ㆍ학교축제 등 집단따돌림 예 방행사 개최 ㆍ학생,교사,외국인부모가 함 께 하는 프로그램 운영 ㆍ교사, 급우, 대학생과의 멘 토링 우리 국민의 다문화주의 의식 제고 -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 화 교육요소 반영 ㆍ현행교과서에 포함되어 있 는 민족적, 문화적 배타성 완화 ㆍ차기 교과과정 개정시 다문 화ㆍ다인종 교육요소 반영 다양성 포용, 사회통합 - 다양성에 대한 상호 이해폭 을 넓힐 수 있는 환경 조성 - 외국인의 자녀(혼혈인 포 함)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 ㆍ세계시민교육을 통한 더불 어 사는 인성교육과 집단 따돌림 예방교육 실시 -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조성 ㆍ외국인의 날 지정 선포, 외 국인 전용사이트 개설, 저 소득 외국인 위한 바자회, 자원봉사단체운영, 다문화 사회교육, 외국인 인권관련 법제정비 추진, 대학에 이 민학강좌 확대 개설, 무료 법률구조확대추진, 사회통 합을 위해 1외국인 1국민 형제자매 갖기 운동 전개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17

20 일련의 정책계획에서 다문화사회의 전개 속에서 사회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이주민의 부 적응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주민을 향한 사회적 편 견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가 교육 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집단 따 돌림 또는 차별적 경험을 중심으로 제기되며 이로 인해 자녀의 건전한 성장이 저해되는 바 가 주요한 정책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설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이주민이 증가하 는 상황에서 순혈주의에 입각한 배타적, 차별적 의식으로 인해 인종차별 문제가 확대되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외국인과의 갈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으며 이로 인해 인권 침 해 상황이 전개되고 국가 이미지도 추락 시킬 우려도 있다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 계)는 점도 한국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제기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류사회의 수용성은 다문화사회 전개의 전개 양상을 가늠할 핵 심적인 요소로 초기단계에서부터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 서 주요 정책계획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순혈 주의 라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모호하고 피상적인 개념을 언급하고 있을 뿐 민족적, 문화 적 배경이 다양한 이주민에 대한 주류사회의 수용성을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근본적인 원인 을 분석하며 변화가능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문제에 대한 분석 자체가 피상적인 상황에서 주류사회의 수용성을 재구성하기 위한 체계 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외국인의 날 지정, 축제를 비롯한 행사, 멘토링 등을 통 해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다분히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방안만으 로 시민적 차원의 수용성을 재구성하기 위한 효과를 거두기 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주 요한 정책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학교교육과정 개선, 교사 교육 등도 문제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안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과 합의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어 일정한 방향성을 향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11) 결국 사 회통합을 목표로 한 각종 정책계획에서는 이주민을 향한 사회적 편견 문제를 다루면서 현 실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로 다문화사회 의 전개에 적합한 주류사회 수용성의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회통합의 틀 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으로서의 성격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사회통합정책 차원에서 이주민의 증가와 함께 가시화되고 있는 다양성은 다분히 부정적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주민은 단일성을 전제로 한 사회 구성에 다양성을 야 기한 존재, 단일성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이나 지원의 대상으로서 설정되고 있다. 또한 현실 의 변화에 적합한 방향으로 한국사회 전반을 재구성하기 위한 정책은 사회통합의 부수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으로 적극적인 의미의 정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11) 실제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축제나 멘토링, 교육과정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현장 에 맡겨져 있다. 이로 인해 현장 실무자들은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온 목표를 지닌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18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21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사회 통합정책은 임의 계획 수준을 넘어 법적 근거를 갖는 정책으로서 제도적 위상을 공고히 했 지만,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문화적 차이는 여전히 이주민, 특히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의 사회 적응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들을 위한 한국어와 대한민국의 제도와 문화 등 한국사회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소양과 지식 교육, 다언어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할 것을 명시하였다(제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10조, 11조; 다문화가족지원법 6조, 10조, 11조). 또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예방하고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역사, 문화, 제도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 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 등의 조치를 취하고(다문화가족지원법 5조,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18조)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 을 조성하기 위하여 세계의 날 주간을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추진하는 임무를 정부와 지자 체에 부과하였다(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19조). 이밖에 2006년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가 거주외국인 지원 표준조례안을 제시한 이 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도 속속들이 제정되고 있는데, 2008년 6월 현재를 기준으로 보 면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2개 광역자치단체에서, 232개 기초 지자체 중에는 총 146개 지자 체에서 거주외국인 지원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였다.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을 기준으 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거주 외국인의 지역사회 적응과 생활 편익 향상 차원에서 한국어 및 기초생활 적응 교육과 문화ㆍ체육 행사 등을 주요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세계인의 날 및 다 문화 주간을 지정하여 관련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지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용하고 문 화적 다양성의 의미를 일깨울 것을 지자체의 책무로 적시하는 등 지자체 조례 역시 이주민 의 증가와 문화 다양성의 가시화에 따른 사회통합에 있어 이주민의 부적응이나 사회적 편 견 등 사회통합에 부정적 요소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나 다문화가족지원법과 기본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일련의 법 제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을 통해 이주민을 둘러싼 정부 정책의 위상은 한층 공고해졌다. 그러나, 기존의 접근은 이주민의 증가와 함께 가시화된 민족적, 문화적 다 양성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통합의 방향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의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제로 규정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정책적 패러다임에서 이주민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를 야기한 존재이자 부정적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집단으로 설정될 뿐이다. 궁극적으로 다문화사회에서 존재하는 다양성 이 긍정적으로 발휘되도록 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두고 있는가, 아니면 개인적, 사회적 차원 의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되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이 목표인가 조차 불분명할 정도이다. 이 처럼 기본적 지향과 목표가 혼란스러운 정책으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들로 구성된 사회 자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일관된 함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19

22 또한 기존의 정책은 사회통합을 지향하면서도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정책으로서 성격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주민을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을 중 심으로 한 각종 교육을, 일반시민과 관련해서는 교육이나 축제 참여 등을 통한 의식 개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제시되지만, 한국어 교육을 위시한 이주민 지원에 비해 일반시민의 의식 개선이라는 과제는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채 부수적인 차원으로 주변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계획과 법에서 공통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적응 지원과 일반 시민의 의식 제고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들 간에 연계성이 뚜렷하지 않아 서로 소통하 면서 다양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다문화사회 주체로서가 아니라, 각각 별도의 문제를 지닌 이주민과 한국인이라는 별도의 집단으로 구분해낼 뿐이다. 일련의 정책계획과 법, 조례는 이주민과 한국인이라는 서로 다 른 두 집단에 대해 서로 다른 두 방향의 목표를 설정한 수준으로 통합적인 정책목표를 지니 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구분하고 결혼이민자 내 에서 또 다시 중국 동포와 베트남, 필리핀 출신자를 구분하는 식으로 한국사회와의 관계성 과 문화적 단일성/다양성을 기준으로 이주민 역시 구분하면서 정책 대상에 포괄-배제하는 파편적인 접근을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기존의 정책이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총체적 전망에 기초해 수립된 것이 아니라, 상식적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된 몇몇 현상에 대한 대증적이고 파편적인 대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정책목표나 수단이 전반적 의제와의 연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 난다. 다문화가정 교육지원대책에서는 단일성을 전제로 한 기존의 사회질서를 지향하는 정 책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대안적 비전으로는 기존의 사회질서와 전 혀 다른, 많은 부분에서 대조적인 정책 기조, 전혀 다른 역사적, 제도적 맥락에서 발전되어 이미 폐기된 정책 패러다임인 문화적 용해의 장(Cultural Melting Pot) 을 제시한 것이 그 대 표적 예이다. 또한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에서 동일국가 출신 결혼이민자간 네 트워크를 구축하여 사회적응과 관련한 상호 조언과 원활한 정보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지 원 할 것을 명시한 것 역시 결혼이민자에 대한 상징적 게토화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현 재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민자 공동체의 형성 가능성과 의미, 사회통합에 있어서 공동체가 지니는 기능적 가능성과 부정적 효과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결혼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 완 화를 위한 자조모임 이라는 다소 임의적이고 단편적인 전제에 입각한 것으로 파편적이고 공허한 정책 대응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 문화다양성 중심의 정책 형성 움직임 이처럼 결혼이민자를 위시한 외국인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정책에서는 문화적 20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23 다양성을 단지 주변적 의제 내지 정책 수단으로 위치지우며 형식적으로 다룰 뿐 아니라, 다 양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결정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문화 관광체육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움직임은 기본적 접근의 변화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2008년 5월 다문화사회 문화적 지원을 위한 법률제정안 공청회, 7월 다문화사회의 문화 적 지원정책 대토론회 등을 통해 제시된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을 위한 법률(가칭)(이 하 문화지원법률안) 과 정책계획 성격의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정책방향과 과제(이하 문화지원정책과제) 에 따르면, 이주민의 증가와 함께 가시화된 문화 다양성 자체를 다문화 사회의 기본 요소로 인정하고 기존의 질서를 전제로 한 사회 질서의 회복 대신 다양한 문화 의 교류와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창조적 공동체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 경 속에서 창조적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다문화사회 도래에 따라 사회 구 성원 전체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소수자의 문화권을 보장하며 이를 통해 사회 의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킬 필요 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견지에서 다문화사회 구성 원이 서로의 문화를 상호 교류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며, 사회구성원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사회 구성원의 문화향 유와 문화창조를 지원 (제1조)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천명하였다. 사회 비전과 기본 이념의 전환 속에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간주되던 문화적 다양성은 사회구성원의 일반적 의무와 권리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회구성원은 자신이 갖는 문화적 다양성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다른 구 성원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4조 3항) 는 원칙 하에 문화창조와 향유에 있어 평등한 기회를 갖을 수 있는 권한과 다른 구성원의 문화적 다양성 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의무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다 양한 각자의 고유문화를 표현ㆍ향유ㆍ교류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하였다(11조). 이상과 같은 원칙과 목적 하에 문화지원법률안과 문화지원정책과제에서는 이주민의 문화활동 지원(이주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다문화성 이 반영된 문화활동 등 지원), 다문화 컨텐츠 개발 및 문화교류를 통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 과의 접촉 확대, 문화다양성 이해ㆍ다문화 감수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였다.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21

24 <그림>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정책방향과 과제 의 주요내용 비 전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창조적인 문화국가 실현 다문화사회 발전 단계별 체계적 대응 한국사회 문화적 적응 다문화사회 인식제 고 다문화자원 의 창조적 역량증진 다문화정책 문화기반 조성 한국어 및 문화다양성 이해와 타 문화권과의 다문화친화적 한국문화이해 증진 다문화 감수성 문화예술교류 문화환경 조성 문화향유기회 확대 증진 활동 강화 법 제도 마련 다문화 정보 제공 활성화 다문화 발굴 다문화 콘텐츠 매개인력 다문화성이 반영된 문화활동지원 양성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 정책방향과 과제(2008.7) 문화 다양성을 기초로 한 법률안이나 정책계획에서 이주민은 더 이상 사회통합을 저해하 는 문제적 집단이 아니라 문화 향유와 창조, 교류의 권한을 지닌 다문화사회 구성원으로서 위치 지워지게 되었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집중하던 기존의 정책과 달리 문 화활동으로 지원범위를 확대한 것은 물론이고 다문화 컨텐츠 발굴, 다문화 마을 사업 등 다 양성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을 시도하는 것 역시 기존의 정책계 획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추진에는 적지 않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 망된다. 우선 법률안이나 정책계획에서는 정책 지원대상자의 범위, 정책에서 보장하는 다양 성의 범위에 대한 적극적 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순환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적 틀 속에서 미등록 체류자가 상당수인 현실 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민의 존재 양상이나 문화의제에 대한 22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25 이주민이나 사회 일반의 관심도가 지원 대상이 되는 이주자나 다양성의 범위에 대한 논의 를 진전시킬 만큼 발전되지 못한 점에서도 요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법률안과 정책과제 에서는 국가별ㆍ지역별 소수민족 커뮤니티 문화활동 지원,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 새 터민의 자발적 문화예술모임 및 문화활동 지원 과 같이 문화적 고유성을 기초로 형성되는 민족공동체를 전제로 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외국인 이주를 둘러싼 현재의 제도적 환 경 속에서는 고유문화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형성 자체에 상당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나마 형성된 결사체들은 문화의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오경석 2007: 6) 적극 적인 정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제로 하고 있는 문화의 단위와 다양한 문화요소간의 상호작용 방식 하에 서 문화적 다양성을 기초로 한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창조적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 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법률안과 정책계획에서는 타국가 문화를 이해하 고 문화다양성을 고취하는데 있어 한계를 가지고 있음 을 주요한 과제로 지적하고 문제 해 결을 위해 국가별 고유문화 라는 집단적 차원의 고정된 문화를 설정하여 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컨텐츠를 발굴하는 것을 다문화성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으 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문화의 변이와 논쟁가능성, 변화가능성 등 역동적 측면을 간과한 채 정형 화된 몇몇 문화적 요소만을 집중 발굴,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기계론적 다문화주의 정책의 한계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고 그 위에서 모든 인간이 자신 의 독특한 문화를 자유롭게 발현하고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위 다문화주의 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현실 정책은 소수자 집단, 보다 정확 히는 출신국가별 집단 차원의 전통문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정 책 수단은 몇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문화적 차이의 단위로서 민족 집단을 공고히 하는 접근으로는 공인된 몇몇 요소를 반복적으로 강조할 뿐, 다양성 자체는 간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문화를 출신국가별 집단과 동일시하고 집단 내부적으로는 다양성이나 이견 없는 완성 된 결과물로 접근함으로써 결국 소수자 집단 내 지배층의 이해에 적합한 요소를 집단 구성 원들이 공유하는 문화로 전환시키는 한편,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계층별, 세대별, 종교별, 성 별 갈등과 역동성은 오히려 사장시켜 권력의 위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는 Okin(1998)과 Shachar(2001)의 지적 역시 집단 중심적 접근의 한계를 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책에서 주목하는 문화란 결국 출신국가별 몇몇 전통적 요소에 집 중되어 있어 집단 내적인 변이와 이견, 집단 내ㆍ외부적 관계에 따른 문화의 역동성과 변화 가능성을 무시한 채 문화를 토큰화, 물상화, 화석화함으로써(Phillips 2007) 현실을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23

26 다양한 배경을 지닌 주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를 기초로 다문화사회에 걸맞는 문화적 역 동성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의 발달은 오히려 저해하는 왜곡된 결과를 낳을 우려도 크 다. 더욱이 공동체와 몇몇 문화적 요소를 동일시하는 접근은 본질주의적 해석을 확산시켜 문화적 차이를 절대시하면서 인종이나 민족 대신 문화, 유산, 전통, 차이를 중심으로 한 배 제 담론을 유포하는 소위 인종 없는 인종차별주의, 차이 중심적 인종차별주의 (Stolcke 1995:4)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문화사회의 문화의제를 단지 각국의 정적인 고유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높이는 수 준으로 다루어 가는 것은 이처럼 결정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그 보다는 다문화사 회의 현실에 적합한 문화의 역동성을 증진하는 소통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 에서 최근 문화 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정책 형성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주체들이 함께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를 열어가기 위 한 역동적 과정의 일환으로 문화의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정책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다문화사회 구성원을 포괄하여 창조적인 공동체를 구현할 것을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지원법률안이나 지원정책과제에서도 여전히 이주민과 국민은 서로 구분된 대상으로서 각각 한국어 교육과 문화활동 지원의 대상, 다문화교육이나 문화적 다양성 이 해 교육 내지 홍보의 대상으로 설정될 뿐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다문화사회 구성 원들이 함께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고 소통하고 대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 한 정책은 아직 발견할 수 없다. 4. 결론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있어 한국사회는 민족국가 형성과정에서부터 다양성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했던 세계적 이민국가와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민족 적,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믿음을 발전시켜 왔지만 이미 외국인 노동자의 영주와 가족단위 이주가 일반화된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상당한 특수성을 띠고 있다. 이러한 국가와 비 교해 현재 한국사회는 한국인과의 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이주민 의 발견으로 민족 적,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그간의 믿음에 대해 질문을 제기해야 하는 초기 단계로서 주류문 화에 대한 이주민의 적응과 통합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이주민과 다양성에 대한 주류사회 의 수용성을 재구성하고 다문화사회 주체간 소통을 통해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장기적 작업을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이러한 점에서 2006년 일련의 정책계획을 통해 출발한 사회통합정책은 형식적으로는 이 24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27 주민의 한국문화 적응과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라는 과제에 접근하기 위한 정책을 포괄하는 듯 보이나, 기본적으로 단일성에 기초한 기존의 사회질서를 고수한 채 이주민의 등장과 함께 가시화된 다양성을 개인적 차원에서는 부적응과 혼란을, 사회적 차원에서는 안정적 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하에서 이주민 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정책대응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다분히 형식적이고 지극히 부 수적인 차원에 불과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체로 구성된 사회는 긍정적 인가, 이러한 상황을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이주민은 긍정적인 존재인가 하는 기본적 질문 에 대해서조차 적절한 응답을 제공하지 못하는 공허하고 무능력한 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와 관련해 최근 들어 이주민의 존재를 계기로 문화적 다양성을 중심으로 사 회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목표와 의제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문화다양성 중심의 정책 수립 움직임 속에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간주되던 다양성은 창조적인 사회를 향한 기반으로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으며, 이주민 역시 더 이상 사회통합 을 저해하는 문제 집단이 아니라 문화 향유와 창조, 교류의 권한을 지닌 다문화사회 구성원 으로서 위치 지워지게 되었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집중하던 기존의 정책과 달리 문화 활동으로 지원범위를 확대한 것은 물론이고 다양성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 도록 하는 정책 추구를 시도하는 것 역시 기존의 정책계획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러나, 문화 다양성 정책을 향한 움직임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출신국가별 집단을 문화 의 주체로 상정하고 집단적 차원의 문화 활동과 교류를 토대로 문화적 다양성이 일반적 가 치로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배경을 지닌 문화주체들의 소통을 통해 다문화사회의 역동성이 긍정적 방향으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현재의 이주 제도 하에서는 이주민 공동체의 형성 자체가 제한될 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문화의제에 대 한 관심도 낮은 상황이어서 부수적이고 주변적인 차원 이상의 정책적 위상을 차지할 가능 성이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책의 지원대상이 되는 문화주체를 흔히 소수민족 내지 종 족 공동체(ethnic community)로 불리는 국가별, 종교별 공동체로 설정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 적 검토가 필요하다. 다문화주의 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현실 정책인 이주민 집단의 출신국가별 고유문화, 전통문화 활동이나 교류행사 지원 프로그램은 공적으 로 인정되는 몇몇 요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는 촉진하는 반면, 공적 인정의 대상되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와 문화에 대한 집단 내의 이견과 경합은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국가별 집단과 문화를 기계적으로 동일시하는 접근으로는 문화 다양성을 기초로 다문 화사회의 역동성이 발현되기 보다는 오히려 정형화, 화석화된 몇몇 요소로 대표되는 출신 국가별 집단들로 구성된 정적인 사회질서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우려도 크다. 더욱이,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25

28 본질주의적 해석과 연결되어 문화적 차이 자체를 절대적인 것으로 강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ㆍ배제 담론을 확산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화의 주체가 개인인가 집단인가 하는 것은 다문화주의를 둘 러싼 근본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12).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개인의 실천을 통해 재생산되지 않는 집단 차원의 문화는 생명력 없는 화석에 불과하며 동 시대를 살아가며 일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없는 개인의 행동과 태도 역시 파편화된 습관에 불과하다. 결국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는 개인과 집 단 중 지배적 단위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것 보다는 환경 변화에 적합한 방향으로 개인적 경 험과 집단적 역학의 관계성을 정립하고 이를 발현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실천 지향적 문화 개념에 토대를 둔 비판적 다문화주의(critical multiculturalism) 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문화적 차이 자체를 낭만화하고 절대화하는 백과사전식 다문화주의(encyclopedic multiculturalism) 와 달리,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본질적으로 경계 지 어진 개인이나 집단 대신 서로 침투하고 변화 가능한 주체들 간의 소통과 교류, 이를 통한 새로운 공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 자체를 지향한다(Turner 1993; 한건수 2008: ). 다문화사회의 역동성 구현에 적합한 정책은 다양성에 대해 몇몇 요소를 선정하고 이미 정해진 정답을 실행하기 보다는 복잡한 문화적 대화 (Benhabib 2002; 103; Phillips 2007:28 재인용)의 과정을 촉진하는, 집단 간 대화와 함께 집단-개인 간 역동성, 개인적 차원의 소통 을 지향하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이주민 공동체의 형성 자체가 제한 되어 있고 사회 일반적으로도 공동체 차원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경험이 구체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집단적 차원의 문화 정체성에 대한 정책 요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이전에 집 단-개인 간 역동성과 개인적 차원의 소통을 중심으로 다문화사회의 질서에 적합한 문화적 역동성의 기초를 쌓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흔히 집단으로 규정되는 단위 내부의 문화적 다양성과 변이가 보장되는 사 회 환경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신국가나 민족 이외에 성별, 계층, 지역 등 의 요소에 따른 다양성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관련 법 제정 등 제도적 장치 이외에 다양성 인지ㆍ소통 능력을 토대로 자신의 일상생활과 주위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시민 적 차원의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특별히 고려 되어야 할 점은 이주민/일반시민, 국적별 집단 등 문화와 집단을 내부적으로 완전히 통합되 12) 소수민족집단을 문화의 주체로 상정하는 대표적 학자는 Kymlicka(1995)로 인간행동의 전 영역에서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삶의 양식을 제공해주는 사회적 문화(societal culture) 를 제시하며 다문화 주의의 고려 대상으로 공통의 언어와 영토에 근거한 소수민족, 소수문화집단을 상정하고 있다. 이 러한 논지가 지닌 집단주의적 전제는 자유주의 계열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일례로 Phillips(2007)는 문화적 권리가 집단의 권리라기 보다는 개인의 권리임을 강주하고 집단주의적 문화 개념에 기초해 집단에 권한을 배부하는 식의 다문화주의 정책을 비판한다. 26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29 고 외부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고정된 실체로 규정하고 다차원적이고 유연한 정체성을 부인 하는 당구공 모델(the billiard-ball conception of culture) (Tully 1995:10; Phillips 2007:21 재인 용)에 대한 대안을 찾는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교육이나 일부 학교나 시민단체를 중심으 로 시도되고 있는 소위 다문화교육 은 이주민과 일반시민을 구분하고 한국문화, 베트남문 화 등 서로 구분된 단위로서 각국 문화를 전제로 하여 문화별 특수성에 대한 단편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한경구 2008: 125)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다소 넓힐 수는 있지만 문화에 대한 매우 고정적이고 정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집단간 이해와 교류를 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멘토링이나 다문화 축제 역시 철저 하게 이주민/ 일반시민간 구분, 출신국가별 집단 구분에 입각한 당구장모델을 실현하는 기 제일 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대안을 찾기 위해서 는 출신국가나 민족정체성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문화주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자신들 사이의 다양성과 공유의 요소를 직접 경험하면서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를 찾는 한편, 다양 성을 둘러싼 현실의 과제를 발견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 다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정책 지원이 우선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현미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쟁점과 정책방향. 문화체육관광부 다문화포럼( ) 자료. pp 김희정 한국의 관주도형 다문화주의: 다문화주의 이론과 한국적 적용. 오경석 외. pp 마르티니엘로 (윤진 역) 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 다르게, 평등하게 살기. 한울아카데미. 문화체육관광부 다문화사회 문화적 지원을 위한 법률제정안 공청회 자료집. 문화체육관광부ㆍ한국문화관광연구원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정책 대토론회 자료집. 사단법인 국경없는마을 다문화사회교육원 이주민 공동체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조사 연 구. 다문화지도제작. 문화관광부. 오경석 외 한국에서의 다문화주의: 현실과 쟁점. 한울아카데미. 오경석 어떤 다문화주의인가? 다문화사회 논의에 관한 비판적 조망. 오경석 외. pp 유네스코 아시아ㆍ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엮음. 다문화사회의 이해: 다문화교육의 현실과 전망. 동녘. 한건수 비판적 다문화주의: 한국적 다문화주의의 모색을 위한 인류학적 성찰. 유네스코 다문화사회의 전개 양상과 문화정책 방향 27

30 아시아ㆍ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엮음. pp 한경구 다문화사회란 무엇인가? 유네스코 아시아ㆍ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엮음. pp 한영혜 일본의 글로벌화와 공교육의 변화: 다문화공생교육 을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제76집: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거주외국인 지역사회 정착지원 업무편람. Castles, Stephen and Davidson, Alastair Citizrnship and Migration: Globalization and the Politics of Belonging. Routledge. Kymlicka, Will Multicultural Citizenship: A Liberal Theory of Minority Rights. Oxford: Clarendon Pr. Okin, Susan M Feminism and Multiculturalism: Some Tensions". Ethics 108(4): Phillips, Anne Multiculturalism without Culture. Princeton and Oxford: Princeton University Press. Shachar, Ayelet Multicultural Jurisdictions: Cultural Differences and Women's Rights. Cambridge: Cambridge Univ. Pr. Turner, Terence "Anthropology and Multiculturalism: What is Anthropology that Multiculturalists should be Mindful of It?". Cultural Anthropology 8(4):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31 주제 2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오 은 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목 차 Ⅰ. 서 론 Ⅱ.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수 학습 지원 Ⅲ.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육 Ⅳ.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수 학습 프로그램 Ⅴ.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수 학습 프로그램 개발 Ⅵ. 결론

32 Ⅰ. 서 론 최근 외국인의 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며 전통 문화를 유지하고 계승 발전시켜 왔던 우리 사회와 학교가 다문화 교육이라는 새로운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 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의 부족, 농 어촌의 국제결혼 증가 등에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2006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910,149명 으로 인구대비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 1.88%에 이르며, 이와 같은 현상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가 하면, 2006년 국제결혼은 39,690건으로 국내 전체 결혼의 11.9%를 차지하 고 있으며, 2006년 말 현재 국내 거주 결혼이민자는 93,786명으로, 이전 해에 비해 25%의 증가를 보였다(법무부, 2007). 특히, 초 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자녀수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수는 각각 1,209명과 13,445명에 달하며(교육인적자원부, 2007),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는 해 가 거듭 할수록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학령기인 19세까지의 새터민 입국현 황도 2007년 5월 기준으로 156명에 이른다. 국제결혼, 외국인근로자, 새터민 가정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과 더불 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는 그들 가정의 자녀 교육이다. 대다수의 다문화 가정 학 생은 한국 교육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외국인근로자 자 녀 10명 중 3명이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외국인이라서(46.7%)', 특별한 이 유 없이(40.4%)',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33.3%)' 등이다(김정원, 2006: 99). 이와 관련하여 대다수의 연구는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학습 결 손을 다문화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많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국어, 사 회, 역사 과목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수학, 과학 등은 비교적 덜 어렵다고 생각하 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결과는 학업성취, 교우관계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 다(김미숙, 2005; 김정원, 2006; 김정원 외, 2005; 배은주, 2006; 오성배, 2005, 2006; 조영달 외, 2006). 이 점에 있어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새터민 학생도 비슷하다. 그들 역시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생활 문화가 매우 낯설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적응 양상에서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특정한 경향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출신국가, 한국 체류 기 간, 부모의 한국어 능력, 한국사회로 온 나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성들은 일정한 규칙성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적응 양상은 사실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반 학생과 는 다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적응 양상을 고려하여 교과 프로그램은 물론, 이들만을 위한 적응 프로그램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적응 양상에 일정한 규칙성이 나타나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31

33 지 않는 것이 개인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러한 특성들을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적 시하여 교사들로 하여금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오은순 외, 2007).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전 유럽에서 다문화 교육이 시작된 이래 각국의 다문화 유입 양상에 따라 많은 시행착오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초기에는 상황의 급 박함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나 건전성, 그리고 교육체제 내에서의 관리 가능성 등을 주의 깊 게 고려하지 못했다. 충분한 계획과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여러 과정과 프로그램들을 입안하여 선택 과정으로 제공한 것이다. 당시 다문화 교육의 목표는 소수 집단이 자신의 전 통을 포기하고 주류 사회나 문화에 흡수되거나 혼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소위 문화 적 동화(cultural assimilation) 주의 혹은 용광로(melting pot)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후 점차 학 자들의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실천가들의 노력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 소 수집단을 우선으로 하되 소수집단과 일반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교과 및 범교과 혹은 간학문적 교육과정적 접근 등이 강조되는 현대의 다문화 교육에 이르렀다(Banks & Banks, 2004, 2007; Bennett, 2007; Coelho, 1998; Salili & Hoosain, 2001).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문화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연구들이 활발히 수행 되고 있으며, 관련 기관 및 단체들에 의한 지원도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인적자 원부가 발표한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지원 대책 (2006년 5월 1일) 이후 시도 및 지역청 수준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적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연구학교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앞서 설명한 외국의 다문화 교육 초기와 다를 바 없이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고려가 부족한 채 상황의 급박함 때문에 서둘러 추진되 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심층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히, 국가 수 준의 다문화 교육 센터를 지정 운영하는가 하면, 다문화 관련 연구기관들이 협동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 원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 연구들에서 다양성 존중의 관점을 포 함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지향점을 견지하면서, 교과별로 다문화 교육 관련 내용을 강조 한 바 있다. 이어 2007년 개정 교육과정 해설 연구를 수행하면서, 다문화 교육을 국가 사 회적 요구로 인식하여 교육과정 총론, 재량활동 등에서 다문화 교육 방침을 제시하였다. 교 과별로는 도덕과와 사회과 등의 교육과정 해설에 다문화 내용 요소와 교수상의 유의점을 상술하기도 하였다. 특히, 지난 해 본원은 다문화 가정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 수업에서 다문 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수 학습 지원 방 안 연구(Ⅰ) 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향후 우리나라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 학생의 적응 을 우선으로 하는 동화주의와, 다문화 가정 학생과 일반 학생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다원주의, 이 두 관점 모두를 지향할 것을 제언하였다. 종국에는 미래 다 32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34 문화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한국 문화를 창조해 가야함도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일반 교과와 범교과를 포함하는 교과 교수 학습 프로그램과, 학교생활 적응과 언어 적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 이를 협력하여 지원하 는 추진체제에 기대하는 역할을 제안하였다. 무엇보다 기초연구로서의 지난 해 연구는 다 문화 교육의 교과 및 적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각각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에 대한 구 체적인 내용들을 도출함으로써 프로그램 개발의 기반을 제공해 주었다. 이에 본 연구는 지난해의 1단계 연구결과를 기초로 하고, 관련 이론 및 국내외 프로그램 을 좀 더 심층적으로 탐색하며, 국내의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수 학습 프로그램의 실 태와 요구를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학생과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범 교과 교수 학습 프로토타입(prototype) 프로그램 1) 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이는 교육과정적 접근, 특히 범교과 프로그램이 다문화 교육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는 관련 연구들에 근거 한 것이었다. 이에 더하여 프로토타입 프로그램의 개발 방법과 절차, 재구성 및 활용 방법 을 안내하는 지침을 개발하여 보급함으로써, 범교과를 본보기로 하여 다른 교과에서는 물 론, 다른 상황에서도 응용하여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범교과 프로토타입 프로그램과 활용 지침은 다문화 교육을 위한 모 든 교과 교수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의 본보기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학교 현장이 이 프 로그램을 근간으로 어느 교과 혹은 어떠한 다문화 교육 상황에 직면할지라도 교육적으로 적절히 대처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위와 같은 연구의 결과 중, 학교에서 실행할 수 있는 교육과정 중심의 다문화 교육이 지향해야할 방향과, 구체적으로 어떤 교수 학습의 실행이 가능한지를 간단 히 보여주고자 한다. Ⅱ.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수 학습 지원 1. 다문화 교육의 개념과 교육적 접근 다문화 교육(multicultural education)은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과 이해를 위한 일련의 교육 적 과정을 통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차별을 해결하여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 전략으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오은순 외, 2007). 이와 같은 개념적 정의는 문화적 다원주의 입장에서 다문화 교육을 바라본 베넷(Bennett, 1995: 13) 등의 주장을 근거 1) 프로그램(program)이란 사전적으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행 계획이나 순서 혹은 'a series of actions or events that are planned to be done' 로서, 본 연구에서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 련의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교수 학습 실행 계획 을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33

35 로 한다. 즉, 그는 다문화 교육을 민주주의의 가치와 믿음에 기초한 교수 학습 방법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문화 세계와 상호 독립된 세계에서 문화적 다원주의를 조성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이 때 다문화 교육은 평등주의 운동, 다양한 교육과정 접근, 다문화주의 실현 과정,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을 포함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을 좀 더 실천적으로 정의한 슐레만(Suleiman, 2004: 13-17)에 의하면 다문화 교육은 학생들의 학문적, 사회적, 언어적 욕구와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환경을 조성 하는 다학문적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때,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그들 자신의 배경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집단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깊은 이해를 도모하게 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장인실(2006: 29)은 다문화 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즉, 인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집단에 속해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상호이해와 평등 관계를 중시하 고 민족, 사회적 지위, 성별, 종교, 이념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집단의 문화를 동등하게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학생들이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다 양한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지식, 태도, 가치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다문화 교육이다. 다문화 교육을 좀 더 적극적이고 확대된 개념으로 정의하고자 했던 니에토는 다문화 교 육을 정치 사회적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Nieto, 2005: ). 다문화 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기본적 교육이며 종합적 학교개혁 과정이다. 다 문화 교육은 학교에서 인종주의뿐만 아니라 차별의 다른 형태를 거부하고, 학생과 교사, 지역사회가 수용하는 다원주의(민속, 인종, 언어, 종교, 경제, 성 등)를 지지한 다. 다문화 교육은 교사 간, 학생 간, 가족 간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학교교육과정 과 교수전략에 반영된다. 다문화 교육은 철학에 기초한 비판적 교육학이며, 사회 변화의 기반으로서 지식, 성찰(reflection),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문화 교육은 사회 정의의 구현을 위한 민주주의 원리를 고양시킨다. 이와 같이 다문화 교육의 정의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초기 다문화 교육의 관점은 배척주의(nativism), 동화주의(assimilation), 용 광로주의(melting pot) 등 소수집단이 자신의 전통을 포기하고 주류 사회나 문화에 흡수되거 나 혼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다문화 주의(multiculturalism) 관점에서 본 다문화 교육은 공존하는 문화 집단이 상호 존중하고 평등한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며, 사 회 전체 속에서 조화롭게 공존할 것을 요구할 때 소수민족 집단이 순응하는 한, 자신의 문 화적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인종주의와 불의를 지적하고 적극 대응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34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36 다문화 주의 관점에서 다문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교육은 물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일반 학생들과 많은 시간 동안 생활하게 되는 학교교육이 매우 중요 하다. 물론 이에 더하여 사회교육 또한 나머지 부분을 충실히 수행할 때 모든 교육이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함으로써 다문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살리리와 후세인(Salili & Hoosain, 2001: 9-10)은 다문화 교육 실현을 위한 전제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간단히 논의하였다. 첫째,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철학의 다양 한 전제에 기반해야 한다. 둘째, 다문화 교육은 소수집단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것이 다. 셋째, 교수 방법은 간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넷째, 다문화 교육은 한 단위의 과정이 나 교수방법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교육과정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체제는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우하면 안 된다. 교육의 전과정이 지배 중산층에게 유 리하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 교육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소수집단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며, 깊이 있는 접근을 위해서는 철학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학문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학교교육에서는 교육목표, 교육과정, 교수 학습, 교육평가와 교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다문화 교육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학교에서의 다문화 교육을 강조했던 베넷(Bennett, 1995: 14)은 소수민족 학생이나 주류 학생 모두가 문화의 차이와 역사, 동시대의 인종 집단이나 국가의 공헌 등에 대해 알 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적 접근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전통적 교육과 정에 다인종적 범국가적 관점을 통합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교육과정 목표를 학생과 현직 교육자들을 위해 구분하여 설명한 슐레만(Suleiman, 2004: 14-16)은 학생들이 알아야 할 목표를 다음과 같이 상세화 하였다. 첫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 태도 개발, 둘째, 다양성을 인식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셋째, 자민족 중심주의에 의해 조장되는 부정적이며 통상적인 이미지의 근절, 넷째, 이해와 공감 을 통해서 차이를 메움, 다섯째, 다민족사회에 대한 역사적 이해의 개발, 여섯째, 민주주의 기능과 다원주의적 시민 가치의 개발, 일곱째, 민주주의 체제의 역동적 사회변화의 인식, 여 덟째, 다문화 대상에 대한 실제 세계에 대한 인식 개발, 끝으로, 모든 사회에 영향을 주는 현실적인 인구 요인과 문화 요인에 대한 탐구이다. 위와 같은 제안들은 코엘료(Coelho, 1998: )가 제시한 다문화 학교에서의 교수 학 습 방안들에 매우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코엘료는 이민자들의 유입으 로 인한 사회의 다양성과 이에 따른 다문화 가정의 적응을 매우 상세히 다루고 있을 뿐 아 니라, 이들을 위한 학교 운영과 교실의 교수 학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 안들을 보여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일반 학 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교교육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교육(inclusive school)과 다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35

37 문화 가정 자녀만의 적응을 위한 지원 서비스로서의 적응 프로그램은 물론,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 중심의 반인종주의 교육(antiracist approach to education)을 구분하여 제시하 고, 이 둘을 종합적으로 실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어 다문화 교육을 위한 학교교육의 체계화 에 크게 기여하였다. 뱅크스(Banks, 2004: 4-6)도 초기의 다문화 교육은 협의의 교육과정 개혁에 초점이 맞추어 졌음을 지적하면서 다문화 교육의 범위를 확대해야함을 역설하고 다문화 교육의 차원을 내 용 통합(content integration), 공평한 교수법(equity pedagogy), 지식의 구성 과정(knowledge construction process), 선입견 해소(prejudice reduction), 학교 문화와 사회 구조에 능력 부여하기 (empowering school culture and social structure)의 다섯 가지로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다문화 교육의 차원이 실제적인 수업에서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요소로서 그는 다음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즉, 교육과정(curriculum), 교수 자료(teaching materials), 교수 학습방법(teaching and learning style), 교사와 행정가의 태도(attitudes) 인식(perceptions) 행위 (behaviors), 학교목표(aims) 규준(norms) 문화(culture)가 그것이다. 이후, 그는 다시 좀 더 확대된 개념으로 다문화 교육의 장이 되는 학교를 하나의 사회 체 제로 설정하고, 좀 더 세분화된 다문화 교육의 실천 방향을 안내하였다. 한 학교 내에서의 다문화 교육은 학교 정책 및 정치, 학교 문화와 잠재적 교육과정, 학습 양식, 학교의 언어와 방언, 지역사회 참여와 기여, 상담 프로그램, 평가와 시험 과정, 교수 학습 자료, 공식적인 교육과정과 교과과정, 교수 양식과 전략, 교직원의 태도 인식 신념 행동 등의 11가지 요 소에 변화가 일어날 때 다문화 교육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Banks, 2005: 24). 그는 전체적인 학교환경은 많은 변인과 요소들로 구성된 하나의 체제임을 설명하고자 하 였다. 즉, 학교 문화, 학교 정책 및 정치, 공식적인 교육과정과 교과과정 등의 요소들을 예로 들면서, 이 요인들 중 몇몇은 학교 개혁 초반에 핵심 내용이 될 수 있으나, 결국 효과적인 다문화 교육 환경이 조성되고 유지되려면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 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학교 외의 지원 과 교육이 학교교육에 앞서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정책 역시 교육정책 보다 앞서 입 안되어 추진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교육 지원을 위한 자료 개발 연구를 수행한 조영달 외 (2006b: )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지원 정책과 실행이 이미 정부 각 부처와 시 도 교육청, 사회의 민간단체들에 의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학과 관련 연구 기관들의 다문화 교육 관련 연구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수 년 내에 이들을 위한 학교 체제 외의 지원 환경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학교 체제 밖의 환경은 활발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다문화 교육은 아직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학교 수업에서의 다문화 교육이 학교 밖의 각종 지원과 상호보완적으로 36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38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가 중심이 되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해야함을 강하게 요구 받고 있다. 2.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수 학습 지원 체제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지원 체제를 설정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수업 대신 사용한 교수와 학습의 개념을 정의하 고, 교수 학습 관련 요인을 규명하며, 관련 요인의 관계와 범주를 체계화하였다. 본래 교수 학습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지만, 교육적으로 그 관계를 규 명하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교수를 지칭하는 용어로는 teaching과 instruction이 사용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instruction을 교수로 번역하여 수업과 구분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teaching을 교수로 번역하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도 두 용어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게 구분되 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교수설계 관련 서적들과 연구들을 보 면 대체적으로 instruction 을 교수로 사용하면서 수업(teaching)을 포함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수와 수업의 용어를 굳이 구분하자면 양자 모두 교육의 핵심 활동으로서 가르치고 배 우는 현상과 과정을 지칭하지만, 교수는 좀 더 넓고 일반적인 경우로, 수업은 보다 협의의 특수한 작업으로 논의할 경우에 사용되기도 한다(교육학대백과사전, 1988: 87). 라이거루스 (Reigeluth, 1983)도 교수를 수업에 비해 포괄적인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설계, 개발, 실행, 관리, 평가를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변영계, 1999: 26, 재인용). 결국 교수(instruction) 는 수업(teaching)의 설계, 개발, 실행, 관리, 평가를 포함하며, 수업은 교수의 일부분으로서, 설계, 개발, 실행, 관리, 평가 중, 주로 실행에 중점을 둔 개념이며, 그 속에서 학습이 이루어 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근거로 볼 때, 교수의 개념에 수업이 포함될 수 있으며 수업은 학습이 일 어날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수의 나머지 부분인 설계, 개발, 관리, 평가 또한 수업에 반영되어 학습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관계 구조 속에서 학습을 재조명해보면,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효과 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업자체 뿐만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고 평가하는 전체 과정 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나아가 학자들은 그 밖의 외적 지원 요인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Frazee & Rudnitski, 1995: 11). 즉, 교수 학습은 매우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결정된다. 기본적으로는 교수 학습 을 구성하는 요인은 교육과정, 학생, 교사로 대별되며,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강조하여 설명 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좀 더 구체화되고 세분화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교육을 교수 학습 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통합적인 모형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프레이지와 러드니스키(Frazee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37

39 & Rudnitski, 1995)의 제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요인 속에 포함된 요소들과, 요 인과 요인간의 관계 등은 매우 복잡하게 드러나 있지만, 이를 간명하게 재조명해 보면, 결 국 교수 학습은 교육과정, 학생, 교사의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되며, 각 요인의 나머지 요소들도 수업과 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수 학습의 3가지 기본 요인 밖에는 학교 사회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학교 밖의 사회 환경이 있다. 이와 같은 프레이지와 러드니스키(1995)의 모형은 다양한 목적의 교육적 접근의 체계화 를 위해 매우 의미 있는 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 지원 방안을 체 계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본 연구를 위해 앞서 논급했던 연구들(조영달 외, 2006b: 11-77, Banks, J., 2004: 4-6; Banks, J., 2005: 24; Bennett, 1995: 342; Coelho, 1998: ). 코엘료 (1998), 뱅크스(Banks, J., 2005)의 제안을 프레이지와 러드니스키(1995)의 모형에 따라 [그림 Ⅱ-1]과 같이 재구조화해 본다. [그림 Ⅱ-1]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 지원 체제 개념적 모형 이와 같이 구조화된 위의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 지원 체제 개념적 모형 은 각 요인 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 주고 있지는 않다. 즉, 모든 변인 각각은 전체 속에서 매우 중요 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다만,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 지원 체제를 개념적으로 설명하자 면, 한 사회가 다문화 교육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교수 학습 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설정한 후, 다문화 교육의 교수 학습을 실천적으로 설 계한 교수 학습 프로그램 두 가지를 개발 운영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하나는 다문화 가 정 학생 및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 프로그램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만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다. 공교육 체제 내에서는 이 두 38 다문화사회를 향한 전망과 정책적 대응

40 유형의 교수 학습 프로그램이 하나의 학교 체제 내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으며, 운영 주체 인 학교는 프로그램 운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학교 밖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 게 된다. Ⅲ.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육 1. 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과 교육의 방향 사회 구성주의자 비고츠키(Vygotsky, 1978)에 따르면, 아동 개개인의 발달적 변화는 사회 와 문화에 기초한다(오은순, 2002, 68). 즉, 아동은 문화를 매개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 서 1세 이전에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지 못했던 상태로부터 점차 자기 자신과 분리된 타인 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고 학령기가 되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특성과 정체성, 삶의 역사와 미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아동의 사회인지는 그들의 삶의 세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상호작용이 가능 한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세계로까지 확장하여 발달하게 된다. 다문화 교육학자인 뱅크스(Banks, 1988)는 일찍이 이러한 맥락에 서 문화의 차이를 포함하는 민족성 태도 발달을 설명하였다. 장영희(1997)는 뱅크스의 민족 성 태도 발달을 근거로 하고, 인종 및 민족성 발달과 관련된 연구들을 종합하여 6단계의 문 화 발달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즉, 첫째, 문화적 심리적 거부 단계: 자신의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나 믿음을 내면화하는 시기, 둘째, 문화적 고립기: 인종적 배타주의의 단계, 셋째, 문화적 정체감의 명료화 단계: 자신의 인종에 대한 긍정적 태도 형 성, 넷째, 이중문화 단계: 둘 이상의 문화에서 요구하는 가치, 태도, 지식, 기술 습득, 다섯째, 다문화 단계: 다문화주의와 반영적 국가관의 형성 단계. 여섯째, 세계화의 단계: 긍정적인 세계적 동질성 습득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가 지속되면서 구 성원들은 새로운 미래 사회를 창조해 나아가야 함을 제안하였다. 즉, 한 개인 내부에서의 문화에 대한 태도 발달은 한 개인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혼 란과 갈등을 겪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국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사 회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면서 문화에 대한 태도도 다문화와 세계 문화, 나아가 미래 사회 문화로 넓혀 가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귀우(1999)는 이러한 입장의 다문화 교육을 자 유주의적 혹은 다원주의적 다문화 주의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2). 이와는 달리, 비판적 다문 2) 이귀우(1999)는 다문화주의를 다문화적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반응들을 가리키는 광범위한 개념으 로 규정하고, 이를 보수적 다문화주의,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다원주의적 다문화주의, 본질적 다문 화주의, 비판적 다문화주의로 구분하였다. 이 때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보수적 자유주의적 다원주 다문화사회에서의 학교 교육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