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보훈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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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 애국심 함양 교육자료 개발을 위한 연구 연구책임자 : 문 순 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보조연구원 : 한 봉 이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세 종 연 구 소

2 본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보훈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2

3 <연구의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교육 자료를 생 산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이 일 궈놓은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며 국가 안 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같은 작 업은 향후 한반도 통일과정에 대한 이해와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청소년들의 애국심 함양을 위한 교육자료의 개발 필요 성을 고조시키고, 국가안보와 애국심의 상관관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의 절 실함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본 연구과제를 수행하였다. 최근 청소년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많이 취약해져 있다. 주된 원인 을 안보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북한이 부과하고 있는 위 협의 실체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하고 국가 안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이 싹틀 리 없다.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환상과 잘못된 신념이 청소년들의 안보관을 왜곡하고 심각하게 굴절시키기도 한다. 물론 북한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정체성으로 인식된다. 하나는 우리가 보 듬어 안아야 할 우리의 반쪽이라는 정체성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적으로 우 리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우리의 주적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의 번영을 일궈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전자 의 정체성이 강조되지만, 우리의 국가 안보를 고려할 때 북한은 우리의 주 적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진다. 이 글에서 말하는 북한은 우리 형제이자 동 포인 북한 주민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3대 세습을 통해 철옹성 같은 독재왕 국을 구축하고자 하는 북한정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가안보란 만분의 일의 불확실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지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북한의 위 협을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 청소년 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로 싹틀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녹아 있는 국가 안보의 명암( 明 暗 )을 살피고 그것을 성찰하여, 남북한이 분단돼 있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이 지속될 수 있고, 통 일과정에서도 우리가 주도하는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4 국민 애국심 함양 CONTENTS 제1장 애국심은 왜 중요한가_5 1. 애국심의 개념 2. 올바른 역사관과 애국심의 관계 3. 보훈정책과 애국심 제2장 국가안보란 무엇인가_15 1. 국가안보의 개념 2. 국가안보의 중요성 3. 강소국의 국가안보: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위스의 사례 4. 한국 안보의 특수성: 냉전의 연속성과 단절성 제3장 호국의 역사와 전통_33 1. 국난극복의 역사 2. 호국과 동맹 4

5 CONTENTS 제4장 동북아 정세와 북한의 위협_59 1. 주변 강대국들의 공세적 발흥 2. 한국의 안보현실 3. 북한정권의 실체와 대남전략의 이해 제5장 대한민국의 오늘_89 1.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조화로운 발전 2. 국가안보에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 제6장 한반도 통일을 위한 과제_ 정부의 대북정책 2. 통일을 위한 준비 제7장 결론: 애국심과 국가안보의 중요성_131 참고문헌 5

6 제1장 애국심은 왜 중요한가

7 Teaching Point 애국심의 개념과 왜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쉬운 설명이 우선 적으로 전달되어야 함. 애국심의 함양을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의 주입이 필요함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진솔한 인식이 현실의 조국을 부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곧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이어짐. 준엄한 역사가 말해주는 또 하나의 사실은 국가패망의 원인이 외부의 침공보다도 내부 분열로 초래될 때가 많다는 점임. ex, 베트남 멸망 국민통합의 중요성 강조! 국민통합이란 곧 국민들의 단결된 애 국심. 애국심 함양을 위한 보훈정책의 필요성 어떤 나라에 보훈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외부의 침공 이나 국가적 긴급 상황이 닥쳤을 때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정신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수 있음. 국가의 보훈정책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를 통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둠. 7

8 제1절 애국심의 개념 애국심( 愛 國 心 )이란 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따지기를 좋아하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사고에 익숙해져가는 청소년의 경 우 왜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지닐 수 있다. 좀 더 나아가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동떨어진 발상이 아니냐 고 반문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존재하게 됐다. 민주주의라는 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세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보니 개인의 의견이 전적으로 무시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성장의 그늘에 서 소외된 사람들의 복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여권 신장을 주장하 며 남녀평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심지어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개인이 내세우는 모든 가치들은 다 중요하다. 그것은 자유 라는 이름으로 상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민주사회에서 인정되는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향유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자유만을 관철하려 한다면 그것은 자 유라는 이름하에 저지르는 방종 이 될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해치기 때문에 제한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 법과 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법질서의 가장 상위개념에는 헌법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하고 있다. 1) 여 기서 공화국 이란 법 아래 평등한 시민들이 그들 스스로의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주인으로서의 일정한 몫을 지니고 정치영역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2) 공화국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가 아니라 1) 金 哲 洙, 韓 國 憲 法 (서울: 法 英 社, 1990), p ) 이영자 이효재, 애국심의 유형과 분류에 관한 이론적 고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 연구원, 보훈연구, 제1권 제1호 (2012년 6월), pp

9 는 것이다. 또한 어느 한 사람이 다수를 지배하는 독재적 체제도 아니다. 국민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지니고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공화국에서의 애국심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화국이 아닌 독재체제에서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존재 하지만, 독재국가에서의 애국심은 국민들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권에 의해 강제된 애국심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의 경우 공식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 하여 공 화국 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북한정권의 본질은 독재체제다. 김일성-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통해 국가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런 체제에서 국민들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주민들의 애국심은 조국이 아닌 정권에 대한 강제된 충성심일 따 름이다. 진정한 공화제 국가에서의 애국심은 조국을 대상으로 함과 동시에 공동 선, 자유와 같은 가치를 통해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게 된다. 이에 따 라 나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소중하고, 타인에 대한 존 중이 곧 나에 대한 존중으로 돌아온다는 시민들 간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3) 이런 의식이 전제됐을 때 애국심은 호국 정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것은 또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희생정신으로까 지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화국에서의 애국심이란 국가라는 공동체의 존속과 영위를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애국심은 곧 개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위한 가치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란 자기뿐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 청소년들의 애국심은 날로 약해지고 있는 것 같 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 크로소프트 회장이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대표, 혹 은 류현진이나 손흥민 같은 스포츠 스타들처럼 돈 잘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는 대답을 흔히 들을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애국지사가 되겠다는 답변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3) 앞의 글, p

10 201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민주시민역량 실태조사 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나 애착 정도가 초등학교에 서 가장 높지만 중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 났다. 4) 심지어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쟁이 났을 경우 젊은 세대들의 전쟁 발발 시 국가수호 의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만일 우리나라에 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군대에 들어가 직 접 싸우겠다 는 응답은 15%, 직접 싸우지는 않더라도 군대를 돕겠다 는 응 답이 62.7%,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견이 77.7%였던 반면, 전쟁이 없 는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가겠다 (15.1%)거나 외국으로 피난 가겠 다 (5.8%)는 의견을 나타낸 이들도 20.9%에 달했다. 전쟁 발발 시 직접 싸 우거나 군대를 돕겠다는 응답은 50대의 95.7%, 40대의 86%에 반해 20대 는 64%에 불과했다. 20대의 3명 중 1명은 국가수호 의지가 희박하다는 것 이다. 5) 2014년 6월에는 청소년들의 역사인식과 관련해서 보다 충격적인 조사 결 과가 나왔다.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결과 에서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 25 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6) 청소년 10명 가 운데 7명 정도가 6.25 전쟁을 한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해서 일으킨 전쟁으 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올바 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청소년들의 역사관과 국가관 을 바로잡아주지 않는다면 국가에 대한 애국심은 올바로 형성되지 못할 것 이다. 청소년들의 역사관이 결여되고 안보 의식이 취약하며 더 나아가 안보 불 감증에 빠지게 되면 이들의 마음속에 애국심이 존재할 공간은 점차 좁아지 게 마련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역 사관 및 국가안보의 중요성, 거기에 입각한 국가관의 정립 교육이 우선되어 야 하며, 이 같은 교육은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접할 수 있는 생생한 것이어 야 하고 또한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되어야 한다. 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아동 청소년의 민주시민역량 국제비교 및 지원체계 개발 연구 (서 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1), p.2. 5) 김구섭, 국민 안보의식 진단과 처방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11), p ) 서울신문, 2014년 6월 11일자. 10

11 제2절 올바른 역사관과 애국심의 관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는 말이 있듯이 모든 역사의 발전 과 쇠퇴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도 한두 가지 원인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이 누적됨으로써 이루 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조선의 패망은 조선의 정치체제와 사회질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조선이 안고 있던 모순이 장기간에 걸쳐 누적 되어 일어난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의 취약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보다 300년 전에 있었던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당시에도 이미 노출되고 있었다. 역사에서의 허구는 역사를 왜곡한다. 민족주의에 의해 역사의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고 부정적인 측면, 즉 역사적 비극을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역사의식이라 할 수 없다. 역사의 왜곡은 역사의 파괴다. 역사를 파괴하면서까지 역사를 조작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그렇게 하면서까지 부끄러운 역사를 위한 변명 을 늘어놓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역사 앞에서는 정직해야 한다. 이처럼 정 직하고 올바른 역사에 대한 자세는 자연히 그 나라에 대한 애국심으로 연결 된다. 자기 나라 역사에 대한 솔직한 역사관이 그 나라에 대한 진솔한 애국 심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민족은 일본을 규탄하고 친일분자들을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면서 조선 패망의 본질적인 원인을 천착하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하게 조선의 패망 원인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그것 을 역사발전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은 왜 망했는가? 조선은 왜 그토록 힘이 없었으며, 그토록 짓밟혀야 했는가?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자주국방 태세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나 병자호란 당시 적군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며칠 만에 한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동학혁명 당시에는 죽창과 활로 무장한 수천 명의 농민군을 진압할 능력조차 없었다. 동학혁명을 빌미로 들 어온 일본군은 마음대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고종을 사실상 인질로 잡았으며 뒤이어 명성황후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국가주권의 최 11

12 후 보루인 궁궐을 지킬 힘도 없었다. 일본이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시킬 당시 군 병력은 궁정수비대 등을 합쳐 구식군대 7천 명 정도에 불과했다. 조선의 지배층은 숭문천무( 崇 文 賤 武 ) 정신을 중시하여 국가의 안위를 중국의 보호 에 기대고 있을 정도로 안보불감증과 숭문천무 정신에 빠져 있었다. 역사의 실상을 이해하고 자기반성이 없는 한 그 같은 역사는 되풀이될 가 능성이 있다. 조선의 역사로부터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강해지지 않으면 먹힌다 는 것이다. 이런 교훈은 자연스럽게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진솔한 인식이 현실의 조국을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곧 조국에 대 한 애국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을 경험했으면서도 문약( 文 弱 )에 서 비롯된 역사적 비극의 교훈을 깨우치지 못했다. 조선은 좋은 철은 못에 없고, 좋은 인간은 군대에 없다 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속담에서 교훈을 얻 지 못했다. 중국의 송나라가 멸망한 원인도 문인을 우대하고 무인을 천시했 기 때문이었다. 당시 송나라는 요, 서하, 금 등 외세와 평화유지를 위해 많은 물자를 바치기만 했을 뿐 기병에 대한 투자와 같이 국방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라를 비참한 상태로 만들었고 끝내 나라 를 잃는 비극을 맞았던 것이다. 역사는 결코 자비롭지 않다. 역사는 자기를 돌보지 않는 나라를 절대로 지켜주지 않는다. 준엄한 역사가 말해주는 또 하나의 사실은 국가패망의 원인이 외부의 침 략보다도 내부 분열로 초래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월남은 외적이 아니라 내부 분열과 갈등 때문에 패망했다. 7) 그것은 곧 월맹의 공산화전략 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월맹의 공산화전략은 월남에서 침략군을 몰아내 고 민중봉기를 일으켜 인민민주주의 정권을 남반부에 설립하고, 무력으로 남반부를 해방시켜 조국통일을 달성한다 는 것이었다. 공산세력은 월남 사 회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동조세력을 확산시키고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한 후 월남 스스로 무너지게 했다. 월남에는 외세배격, 민족화합, 통일 등의 달콤한 구호에 속아 적과 내통하거나 적을 이롭게 하는 세력이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월맹은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을 교묘 히 결합하여 침투했지만 민주사회를 표방했던 월남에는 민족주의자 또는 민 7) 김충남 문순보, 민주시대 한국안보의 재조명 (서울: 오름, 2012), p

13 주투사로 가장한 공산주의자들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었다. 외침보다는 내부 분열로 국가가 패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임진왜란 당시 적전( 敵 前 ) 분열 양상을 보였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안보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국론분열 상태를 초래했으며 그에 따라 일본의 침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북한과 지척의 거리에서 총칼을 맞대고 불안한 적과 의 동거 를 하고 있음에도 우리 국민들은 안보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전쟁이 벌어지겠는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 가안보를 애써 외면한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 4월 11일에 있었던 김정은 의 중앙보고대회에서도 당의 최종목표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는 데 있다 고 명시 8) 하여 한반도 공산화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여 실히 드러냈다. 한국과 같은 분단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는 국가의 존재를 보전 하는 것, 즉 국가안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북한에 대한 시각에 있어 두 갈래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며 소모적인 정쟁을 벌 이는 데 여념이 없다. 내부적으로 분열된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된다는 것은 1975년 공산화된 베트남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는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이념, 지역, 세대, 계층 간 분열이 심화되어 있다. 내부적으로 분열된 사회, 국민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나라의 운명은 베트남 의 경우뿐 아니라 조선의 멸망에서도 잘 나타난다. 역사적 사례에서 경고성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미래에도 참담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 다. 분단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국민통합이다. 국민 통합은 국민들의 단결된 애국심에서 나온다. 역사의 실패 원인을 올바로 인식했을 때 그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이 전제됐을 때 참다운 의미의 국민 애국심을 함양시킬 수 있게 된다. 올바른 역사인식의 정립은 정치인이나 학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노력하여 습득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인식은 애국심의 초석이자 기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8) 김정은동지 당과 국가 최고수위 추대 1돐 경축 중앙보고대회, [조선중앙통신], 2013년 4월 11일. 13

14 제3절: 보훈정책과 애국심 앞에서 필자는 국민통합의 중요성에 관해서 설명했다. 국민통합은 국민들 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한 애국심에 기초한다. 그리고 그 애국심은 올바른 역사인식이 토대가 됐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역사인식이 제대로 정립돼 있 는 국민은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때 자신의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 한다. 이 같은 애국심과 호국정신을 국가가 뒷받침하는 정책이 보훈정책이다. 보훈이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보은( 報 恩 )하는 것을 말한다. 9) 이 때 보은이란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보훈정책이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사람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영예 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그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여 전체 구성원이 공동체 정신을 형성해 가도록 하는 정책으로 규정할 수 있다. 10) 어떤 나라에 보훈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외부의 침공이나 국가 적 긴급상황을 맞았을 때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정신이 제대로 발 휘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세계에서 외적의 침공을 받았 을 때 누가 나라를 먼저 생각하겠는가?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챙기려는 생각 을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외적에 맞서 싸울 용기를 낼 것이다. 그 같은 판단은 나라를 지키려다 희생하더라도 나 라가 나를 잊지 않는다 는 확신이 섰을 때 가능하다. 보훈정책이 충실히 지 켜지고 있는 현실을 목격한 사람의 경우 나라를 위해 앞장서려는 생각을 더 욱 강하게 지니게 될 것이다. 고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로마의 예를 들어보자. 로마 제국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많은 시민이 전쟁터에서 희생되고 난 다음 Pax-Romana 를 이룰 수 있었다. 로마인의 경우,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군인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여 집과 농토를 마련하여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했고, 점령지에 정착 할 경우 퇴직금 대신 받은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시를 건설해 줬다. 11) 9) 정문헌, 국가보훈제도와 보훈복지정책 개선방안 토론회 자료 (서울: 정문헌의원실, 2013), p.4 10) 형시영 외, 보훈정책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보훈교육연구원 용역연구 보고서, 2010), p ) 시오노나나미 저 김석희 역, 로마인 이야기 (서울: 한길사, 1996), p

15 보훈정책의 사례는 동양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보훈정책 사례는 삼국지의 기록에 나타나 있다.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삼국간의 경쟁 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에게 1장 사를 후하게 지내도록 하고 2그 유가족에게는 전답을 하사했으며 3관청에 서는 유가족이 생계로 농사를 지을 경우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4학교를 지어 유자녀의 교육을 도왔으며 5동네에 사당을 지어 전쟁 중 사망한 군인 들의 명예를 대대로 칭송하게끔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2) 몽골의 경우에도 그들의 역사책인 노츠토브초에서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 한 군인들에게는 3대에 걸쳐 수당을 지급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야만족이라 고 멸시받던 몽골족이 대원제국을 건설하게 된 배경에 이 같은 보훈정책이 있었다. 요컨대 국가의 보훈정책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정 신적 예우를 통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둔다. 12) 손수태, 국가보훈의 이념적 가치와 국민정신과의 관계, 사단법인한국보훈학회 편, 보훈정 책의 현황과 전망 (서울: 한국보훈학회, 2004), p

16 제2장 국가안보란 무엇인가 Teaching Point 국가안보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겐 일 반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 국가안보는 국가의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임. 경제적 번영, 복지, 문화적 풍요와 같은 가치들은 모두 국가가 생존하고 난 이후에 고려되는 문제들임. 국가가 망하고 난 다음 에 경제적 복지나 풍요로운 삶은 있을 수도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음. 분단된 현실에서 북한의 공산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국가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임. 북한 을 지칭할 때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구분해서 얘기할 것!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세력은 명확하게 북한정권임. 국가안보란 국가 라는 공동체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실천적 행위라 고 할 수 있으며 국가 공동체의 안전은 곧 국민들의 애국심에서 비 롯되는 것임. 국민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국가안보 정책을 실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속 빈 강정 에 지나지 않을 것임.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위스 등의 국가안보 사례를 언급할 때에는 이들 국가가 한국과 유사한 강소국임을 설명하고, 성공적인 국가안 보가 관철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민통합과 단결된 애국심, 그리고 철저한 유비무환 정신에 있음을 강조! 냉전의 연속성과 단절성이라는 한국 안보의 특수성 가운데 한반도 에서는 냉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북한의 현실 적인 위협 앞에서 국민통합과 애국심이 중요함을 강조할 것!

17 제1절 국가안보의 개념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란 국가가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보호받 는 안전한 상태를 말한다. 국가안보는 일차적으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적인 국가이익을 국내외 위협(threat)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13) 국 가이익은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핵심가치 를 말한다. 개인보다는 국가를 분석단위로 한다. 국가이익은 역사 문화 전통 규범 시대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국가의 보존, 번영과 발전, 국위선양 및 국민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체제(한국의 경 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존과 발전 등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발전의 필수요소다.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인 자기 방어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 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국민 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안보이다. 그래서 국가안보를 국가의 사 활적 이익(survival interests) 이라 한다. 안보는 만분의 일이라는 희박한 확률을 가정하는 것이다. 있을 수 있는 모든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안보다. 따라 서 그 개념상 가장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의 안위를 아우르는 국가안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안보는 로맨스가 아니다. 이상 적이고 낭만적이며 감성적인 희망이 개입하는 에세이나 소설의 소재는 더더 욱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중국 전국시대의 일이다. 전국칠웅( 戰 國 七 雄 ) 가운데 위나라가 번성했던 시절 위문후( 魏 文 侯 )는 중산국 토벌에 나선 적이 있다. 위의 중산국 토벌군 장수는 악양( 樂 羊 )이었고 그에 대항하는 중산국 장수는 악양의 아들 악서 ( 樂 舒 )였다. 부자간에 서로 달리 섬기고 있는 국가의 안보를 두고 대결을 펼친 것이다. 악양은 중산국 도읍인 중산성을 포위하고 유리한 전세에서 초 반에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들의 통곡과 공성( 攻 城 )을 13) 김충남 문순보, 민주시대 한국 안보의 재조명 (서울: 오름, 2012), p

18 지연해달라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아들과 그 가족들의 안위를 염려한 탓에 악양은 세 차례나 악서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산성 공격을 연기하며 공 식적인 항복을 기다렸다. 하지만 악서는 그 나름대로 중산국의 연명을 도모 하고 있었다. 마침내 악서의 계책에 속았음을 깨달은 악양은 대대적인 공격 을 감행했으나 중산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위군은 적잖은 피해도 입었다. 중산군은 백척간두에 몰리자 악서의 아내와 자식들을 동원하여 악양의 인정을 자극하며 철군하라고 위협했지만 중산의 계략에 속아서 공격 시기를 놓쳤음을 깨달은 악양은 더 이상 사사로운 정에 연연하지 않았다. 심지어 악양은 중산국 임금( 中 山 子 ) 희굴( 姬 窟 )이 손자병 법 <군쟁편( 軍 爭 篇 )>에 따른 전술, 즉 적의 장수를 낙담시켜 적군의 사기 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서의 머리를 끓여 국을 보내자 비통의 눈물을 흘리면 서도 그 국을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본 위나라 군사들은 단번에 사기를 회 복하여 적진을 돌파했고 중산성을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 14) 이 같은 일화는 우리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시사해준다. 국가안보에 있어 사사로운 정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악양은 개 인적인 정을 뿌리치고 중산국 토벌에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부자지정에 얽 매이지 않았더라면 그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위군의 우세한 전력으로 중산성 함락에 나섰다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 서 손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악서의 인정을 내세운 호소는 위군의 공격을 지연시켜 중산군의 전력회복과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버는 효과를 얻었다. 이 교훈은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감상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 전력을 강화하며 우리에게 크고 작은 도발을 감행해 왔다. 무고한 장병들과 민간인까지 희생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대남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우리 사회에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고 우리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2013년 10월 2일 개최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양국 국방장 관이 의미 있는 합의를 내놓기도 했다. 북한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 기와 그 시설을 예방 차원에서 사전 제거하는 것을 포함한 북핵, WMD 위협 14) 임동석, 戰 國 策 제3권, (서울: 동서문화사, 2012), p.1059~60. 18

19 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 에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한 것이다. 15) 여기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임박할 시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무기를 동원해 사전에 정밀 타격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확전 의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 같은 공세적 안보전략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북한의 무력 도발이 발생하고 또 다시 국민들의 불특정 다 수가 희생되는 상황이 연출된 후에야 보복 응징하는 건 말 그대로 사후 약 방문( 死 後 藥 方 文 ) 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확고 한 안보의식과 국민통합의 자세다. 안보의식의 확립은 일차적으로 군의 책 임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전반적인 국가안보에는 일반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 샐 틈 없는 안보의식을 확립하자는 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으로 북한 에게 얻어맞은 후 늘 거론되던 슬로건(slogan)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경 과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 중요성을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우리 국민 들의 대북관 형성에 있어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이 많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민족공조 주장에 공감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북한의 남조선 혁명 관련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며 그 것을 사회 내부에 악의적으로 전파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국민들의 대북인식의 괴리는 정부의 대북정책 정립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대북관에 있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북한 관련 도 발이 발생할 때마다 그 대응방식을 놓고 우리 사회에서는 소모적인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남남갈등 이 사회 내부에 구조적으로 착근하여 북한 이외의 쟁점에 대해서도 사회가 둘로 갈려 항시적 혼란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결국 확고한 방위태세의 확립은 국민 안보의식 수준과 함께 가는 것이다. 군이 제 아무리 철통같은 방위태세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사회 내부의 대적관( 對 敵 觀 )이 건전하게 통합돼 있지 못하면 그 나라의 운명은 내부로부터 결정된 다. 국가안보는 군인들만의 책임이 아닌 국민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그들의 실체를 똑바로 보게 될 때 국민 15) 조선일보, 2013년 10월 3일자. 19

20 들의 안보관이 올바로 서게 되고 이는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정당성을 부 여할 것이다. 요컨대 국가안보와 올바른 대북정책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의 본질을 정확히 깨닫게 하는 국민교육과 국민통합이 라 할 수 있다. 남북대결 구도에서 오는 피로감에 젖어 북한의 유화공세에 무분별하게 휩 쓸려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초청할 따름이라는 점 을 명심해야 한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통일기반을 구축하려 는 정책 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내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2절 국가안보의 중요성 보통사람들은 안보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 반적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평화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들은 안보하면 딱딱하다, 고리타분하 다 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안보는 결코 일반 국민과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또한 안보는 수구니 보수니 하는 이념과는 무관한 것이다. 모 든 나라에서 당연히 중시되어야 할 이념을 초월한 가치 라는 것이다. 생존은 모든 국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 국가가 생존할 수 없다면 경제적 번영과 같은 다른 중요한 목표들은 추구할 수 없게 된다. 국 가의 역할 중에서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국제질서의 특성을 살펴보 면 분명해진다. 국제관계의 현실주의(realism) 학자들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질서를 유지 할 수 있는 강력한 세계정부가 없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와 다름 없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달리 국가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권위 체(중앙정부)가 없기 때문에 국가들 간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생길 경우 국 력, 특히 물리적 힘이 강한 나라가 승자가 된다. 힘이 곧 정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정부도 없고 경찰도 사법기관도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생각해 본다면, 세계정부와 세계경찰이 없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안보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모든 나라는 스스로 자국 20

21 을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군사력 즉,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6)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는 국가들은 힘(군사력)과 그것을 뒷 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을 중시하게 된다. 모든 나라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 17) 첫째, 모든 나라는 생존을 추구하며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안전을 추구한 다. 여기서 국가안보는 국가만이 보장할 수 있는 공공재( 公 共 財 )이다. 국가 안보를 측정하는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특성, 인접국과의 상대적 국력, 대외 관계의 역사적 경험 등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둘째, 모든 나라는 자주성을 추구한다. 영토와 인구의 크기, 국력 등에 있 어 국가 간 격차가 크면 군사적 공격이 아니더라도 인접국의 영향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종속되거나 국가이익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 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크게 약한 나라는 자주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모든 나라는 국가적 통합과 국민적 결속을 추구한다. 내분이 일어나 면 국가 안위에 결정적인 위협이 될 수 있고 국가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심각 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론이 분열되어 사회가 혼란에 빠지거나, 내전이 일어나거나, 지역 간 분쟁이 일어날 경우 주변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 기 때문이다. 인종적 종교적 이질성은 국민통합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때로 는 지역 간 갈등이나 내전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국가는 내부 혼란을 방지하고 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공권력을 독점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나라는 경제적 번영을 추구한다. 국가안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력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경제적 번영은 법질서 유지 등 국가의 필수적 기능 수행과 필요한 공공서비 스 제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따라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군사 안보 못지않게 중시되고 있다. 18) 이처럼 국가의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 이다. 물론 국가가 해야 할 임무는 많다. 경제적 번영의 문제, 국민들의 복지 문제, 문화적 풍요 16) John J. Mearsheimer, China s Unpeaceful Rise, Current History, 105: 690 (Apr 2006), p ) Steven K. Holloway, Canadian Foreign Policy: defining the National Interest (Ontario: University of Toronto Press, 2006), pp ) Scott Burchill, The National Interest in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05), pp

22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거론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무수히 많 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들은 모두 국가가 존재하고 난 이후에 고려되는 문 제들이다. 국가가 망하고 난 다음에 경제적 복지나 문화적 풍요가 무슨 의미 가 있을 것인가? 번영이나 복지 등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국가가 살아남고 난 이후에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더욱이 분단된 현실에서 북한의 공산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입 장에서 국가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다. 실제로 북한정 권은 21세기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구시대적인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점은 2012년 4월 11일 개최된 제4차 조선노동당 당대표자회 결정서 요지에도 명시됐고, 19) 앞서 지적됐듯이 2013년 4월 11일에 있었던 김정은 의 중앙보고대회에서도 당의 최종목표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는 데 있다 고 주장하여 20) 한반도 공산화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2013년 8월 39년 만에 개정한 당의 유일적 령도 체계 확립의 10대원칙 에서도 북한은 당의 령도 밑에 김일성-김정일주의 위업을 끝까지 계승완성하기 위하여 라는 문구를 고수함으로써 한반도 공산 화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는 발언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보수 주의자들의 안보 맹신을 비판하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북한 을 지칭할 때 에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구분해서 얘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주민들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북한주민들은 우리가 보듬 어 안아야 할 우리의 반쪽 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다르다.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들은 북한주민들을 억압하면서 민족정체성을 왜곡하고 있는 주범 이자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반민족세력임을 누구 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북한을 거론할 때 그것이 정권을 지칭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북한주민을 가리키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19) 제4차 조선노동당대표자회에서 북한은 온 사회에 김일성주의화 를 당의 최고 강령 으로 한다는 점을 결정서로 채택함으로써 한반도의 공산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통일부, 홈페이지, 검색일: 2014년 8월 21일. 20) 김정은동지 당과 국가 최고수위 추대 1돐 경축 중앙보고대회, [조선중앙통신], 2013년 4월 11일. 22

23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북한 이라고 하면 자신의 이념에 따라 북한정권 또는 북한주민을 떠올리게 된다. 북한정권에 대해 강경한 반북입장을 표방하는 사람들에 대해 북한주민들에 대한 민족동질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같 은 민족인 북한을 그렇게 증오하고 몰락시키려 혈안이 되었느냐 고 항의한 다. 역으로 보수주의적인 안보지상주의자들은 김정일, 김정은을 그렇게 찬 양하고 감쌀 양이면 북한에 가서 살아라 고 힐난한다. 여기서 남남갈등이 시작된다. 좁은 땅덩이리가 둘로 나뉜 것도 안타까운데 그 반쪽 땅에서 서로 치고 받는 소모적인 싸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안보가 무너지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 받는 등 모든 것이 끝장난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이 온다. 당장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외국자본이 이탈하는 등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 주택가격도 폭락하고 환율도 급등하며 물가가 뛰어올라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고통 받게 된다. 21) 이처럼 국가안보는 공기처럼 소중한 것이다. 누구나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숨 쉬 고 있지만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공기가 없으면 한 시도 살 수 없다. 공기가 없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현재 우리는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안심 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안보의 중요성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 이 대단히 협소하다. 오히려 안보를 구태의연한 것, 고리타분한 것, 늙은이 들의 노파심 혹은 기우( 杞 憂 )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이처럼 비하되고 희화화되며 무관심, 더 나아가 비 난의 대상이 된 것은 국민들의 역사관과 국가관이 왜곡된 집합적 결과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좌절과 오욕 으로 가득 찬 역사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사 랑하고 나라에 자긍심을 지니며 나라의 안보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의식이 싹트겠는가? 21) 김충남 문순보, 앞의 책, pp

24 제3절 강소국의 국가안보: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위스의 사례 22) 한국을 흔히 강소국( 强 小 國 )이라고 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의미다. 한국은 세계 경제 12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군사력 수준으로 볼 때에도 세계 9위권 23) 인 나라다. 영토는 작지만 경제력과 군사력이 있어 한국과 유사한 나라들의 국가안보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한국의 안보현실을 진단해 보도록 하겠다. 1.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해안지역을 제외하고는 적대국(시리아와 레바논)과 비우호국 (이집트와 요르단)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은 아랍권이라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섬이나 마찬가지다. 700만의 인구는 아랍 인 구 1억 7천만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스라엘 국민들에게는 국가 방위와 국가발전이 유태민족의 영속성은 물론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 적이라 믿고 외세에 의존함이 없이 독자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 고하다. 그들은 강력한 힘과 자주국방 의지만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확신해 왔다. 그래서 독립이후 주변국들과 벌인 7차례의 전쟁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경우 안보우선 정책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많은 제약을 받았다. 초대 수상 벤구리온(Ben Gurion) 이래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국가안 보를 최우선적인 국정목표로 삼았다. 24) 그 결과 이스라엘은 인권과 자유를 일정 부분 제약하더라도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전쟁 대비책을 세우는 데 모 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2천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나 라 없는 고통 속에서 고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유랑생활을 했던 사람들로 다 시는 나라를 잃지 않겠다는 강한 집념으로 목숨을 던져 조국을 지키겠다는 22) 김충남 문순보, 앞의 책, pp.71-9에서 발췌 인용. 23) The GFP Top 10, 검색일: 2014년 9월 5일. 24) Jacob Abadi, Israel s Leadership: From Utopia To Crisis (Westport, Conn.: Greenwood Press, 1993), p.6 ff. 24

25 강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총력전 개념에 따라 거의 모든 국민이 군인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군대 복무를 이스라엘 국민으로서 치러야 할 당연한 의무 일 뿐 아니라 반드시 거쳐야 할 국민 교육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남녀 모 두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하며 복무기간은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이다. 여 군은 전체 병력의 3분의 1에 해당하고 장교는 4분의 1 정도가 될 만큼 여군 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역 복무 이후에도 남자는 45세까지, 여자는 38세까 지 예비군으로 복무하고 그 후에도 연장 근무할 정도로 국민들의 안보의식 은 투철하다. 사병들의 연령, 학력, 종교가 대체로 유사하기 때문에 결속력 이 강하고 사기가 높으며 강한 운명공동체 의식과 강한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전투력 발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장교는 조종사와 함상 승무원 및 소수 특수병과를 제외하고 사병 복무자 중에서 우수한 자를 선발하여 양 성한다. 장교로 선발된 경우 의무복무 기간 중에는 병사의 월급과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이처럼 이스라엘에서는 국가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 행정, 사회 등 모든 부문의 지도급 인사 를 선출할 때 군 복무(예비군 포함) 중에 축적된 주요 경력이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25) 이스라엘이 1948년의 독립전쟁, 1967년의 6일 전쟁, 1973년의 10월 전 쟁 등에서 1대 80의 병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계속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강력한 총력 안보체제와 범국민적 호국정신 때문 이다. 국민은 모두 내가 군대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600만 유 대인 학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며, 내가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면 우리 민족이 살고 후손들이 평화와 안녕을 누리게 될 것 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전쟁에 임하여 생과 사를 초월하여 싸웠고 무적의 군대가 됐다. 또한 국가안보에 대해 정치권과 여론이 보내는 절대적인 지지는 이스라엘 국민들 의 통합 정도를 보여주며 이것이 무적군대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국민의 국가의식을 형성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하는 핵심 적 수단이었다. 유대민족은 하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았기 때문 에 건국 당시 이스라엘 국민은 다양한 민족이 모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하나의 국민으로 재훈련하고 통합하지 않으면 안 됐다. 물론 학교에 25) 한동욱, 유태인과 이스라엘의 생존 번영방법(II), 군사논단 67 (2011년 가을호). 25

26 서 민족주의 교육을 강조했지만 당장 주변 아랍국들과 싸워야 하는 군대에 서는 국민형성이 시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대에서는 역사교육을 위시한 국가정체성 교육을 중시했고 그러한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방은 최소의 병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체제이 다. 예산 문제나 국가 인력관리 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상비군 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전국을 요새화하고 유사시에는 전 국 민이 군인이 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비 군 체제이다. 이들 예비군은 이스라엘 국방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국민 정신교육을 위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군대에서는 전술전략 교육과 아울러 정신교육을 하는데, 이 정신교육으로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국민정신을 창출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군대를 인간을 다듬 는 용광로 로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강한 국민정신은 군대생활을 통해 길러 진다. 정신교육을 위해서 장교의 정신교육을 중시한다. 모든 장교는 사관학교를 통해 양성되며 ROTC제도는 없다. 장교양성 과정에서는 군 지휘관은 모두 정신교육 교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교육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장교 가 된 후에도 매년 2주 이상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신교육 강의 주제에 는 지리, 역사, 문화사, 위대한 인물전기, 승전보와 패전보 등 전쟁 다큐멘터 리 등이다. 정신교육의 승패는 교관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에는 정신교육 교관양성을 위해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교관양성학교가 있다. 그 외에도 70 명 내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교육 학교가 150여개 있다. 또한 이스 라엘군에는 민간인 정신교육을 위한 학교가 3개나 있다. 중앙교관양성학교 에는 전문교관 양성 과정(1년), 일반 정신교육교관 양성과정(3개월), 일반 장교교육 과정(1~2주, 지휘관 교육 과정-1~2주), 교관 재교육 과정(2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정신교육센터에서는 모든 장병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교는 매년 1회 3일 간 교육을 받고, 각급 지휘관은 매년 1회 이상 정신교육 연수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사병은 매년 1회 1주일 간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병 정신교육은 중앙정신교육 교관학교 출신교관 에 의해 실시되며, 민족성지 순례, 격전지 방문, 유적지 순례 등 현지교육을 26

27 중시한다. 교육과목에는 성서, 역사, 지리, 위대한 인물소개, 민족사의 영광 과 좌절 등을 다룬다. 이스라엘 국민은 끊임없는 안보위협과 60여 년 동안 7차례의 전쟁을 통해 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들은 예비군 복무 등 과중한 안보부담과 안보적 필요에 의한 통제에 대해 조금도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안보에 관련된 민감한 뉴스에 대해 정부나 군이 보도유예를 요청할 경우 어느 언론사도 이를 어기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군 입대 이전의 청소년을 위한 안보 교육 및 훈련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 <가드나(Gadna)>라 불리는 청소년단이 있는데 여기에 는 14세부터 18세까지 모든 소년, 소녀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 단 체는 교육부와 국방부 공동 책임제이며 군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방학동안 일정한 지역에서 야영을 하면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그것은 순 수한 군사훈련이라기보다는 과외활동, 특수체조, 정서활동 등에 군사적 성 격을 가미한 것이다. 모든 고등학생들은 가드나 회원으로 매년 2주간 가드 나 훈련소에 들어가 집단 교육을 받는데 사격, 장애물 통과 등 체력단련, 야간훈련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그들은 또한 역사적 유적지나 전적지를 찾아 행군함으로써 조국애를 배양 하고 국가에 헌신 봉사할 수 있는 충성심을 고취하며, 또한 최대한의 인내력 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체력을 단련한다. 그들은 매년 2주간 씩 키부츠 (집단농장)에 들어가 농민들과 똑같은 생활을 함으로써 노동의 신성함을 배 우기도 한다. 나할(Nahal, Pioneering Fighting Youth, 개척전투청년단)은 청년들이 정 규군보다 1년 전에 자원입대하는 단체다. 이는 국방의무와 국토개발의 이중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일선지구의 전략촌 건설을 담당한다. 그들은 입대 후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키부츠에 파견되어 약 1년 간 키부츠 운영 전반에 대해 익힌다. 그 후 그들은 일선지역의 전략촌이라 할 수 있는 정착 촌 설치 거점에 배치된다. 그들은 여기서 국토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국토방 위를 담당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국방과 생산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또한 모든 국민은 가드나와 같은 조직을 통해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조국 애와 안보의식을 함양하게 된다. 27

28 2.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국민교육에 있어 군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 는 인접국들로부터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진 않지만 가장 군사화 된 나라다. 인구 400만의 도시국가지만 정부예산의 25% 정도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2만 명의 상비군과 의무복무 사병 5만 5천, 그리고 22만 5천 명이나 되는 예비군을 보유한 군사대국 이다. 모든 남자는 18세가 되면 군복무를 위해 등록해야 하며, 2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영주권자의 아들은 21세기 되면 군대복무를 마쳐야 영주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징병제는 젊은이들의 국가정체성을 함양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 을 기르며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공동생활을 통해 사 회통합을 체험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군대를 창설하면서 군대를 국 민형성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군대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 는다는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국민통합의 구심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싱가 포르는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 등으로 국민적 동질성을 기대할 수 없었지 만 모든 젊은이들로 하여금 군대생활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 록 했다. 리콴유( 李 光 耀 )는 (군대생활이) 젊은이들에게 통과의례가 됐고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하여 배경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에 따르는 업적주의가 철저하게 자리 잡을 수 있 도록 했다 고 평가했다. 다시 말하면, 싱가포르의 군대는 국민형성의 거대 한 용광로 역할을 한 것이다. 싱가포르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에는 국민통합에 성공했다 는 것이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26) 리콴유는 군대 안에서 특정 인의 사회적 배경이 절대 통하지 않게 만들었으며 평등 원칙을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군대가 국민통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3. 스위스 스위스를 이상적인 중립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위스처럼 우리 도 영세중립국이 되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립 26) 김성진, 리콴유: 작지만 강한 싱가포르 건설을 위해 (서울: 살림, 2007). 28

29 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스위스의 국가안보는 저절로 얻어 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뿌리 깊은 무장 안보의 역사와 전통, 안보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범국민적 단합, 그리고 국가안보를 위한 굳건한 제도적 장치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스위스는 한반도처럼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나라다. 그러나 스위스는 자주 국방을 하면서 선진국이 됐다. 알프스산맥 같은 천연장애물이나 영세중립국 의 지위가 그들의 안정과 번영을 자동적으로 보장해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는 말이다. 스위스는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강대국들이 점령하 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스위스의 강력한 안보태세와 국민들의 안보의지 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스위스를 침공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큰 대가 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가령 히틀러가 스위스를 침공하려 했을 때 스위스 는 알프스 산맥 요로에 2만 3천개의 지하요새 등 강력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40만 명의 민병대를 동원하여 터널과 교량을 모두 파괴하겠다고 위협을 가 해 히틀러의 야욕을 저지시켰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지만 평화만을 노래하는 나라가 아니다. 모든 젊은 이는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해야 하는 국민 개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모든 시민은 평상시에도 실전 같은 민방위 훈련을 받고 유사시 군인과 다름없는 민방위대 복무를 해야 하며 과중한 방위세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의 정규군은 3,700명뿐이다. 민병대가 국방을 담당한다. 민병대원이 되면 20세부터 42세까지 매년 10여 일 씩 전투에 버금가는 훈련을 받는다. 또한 전국적으로 핵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3,500여 개의 지하 방공호 시설이 있어 유사시 전 국민이 대피하여 몇 개월 간 생활하며 싸울 수 있도록 만반 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20년을 넘게 해야 하는 민병대 근무를 싫어할 것 같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2001년 국민투표에 붙여진 민병대 폐지안을 부결시켰다. 민병대 제도를 폐 지하는 데 찬성한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이처럼 자기 나라는 스스로 지켜 야 한다는 스위스 국민들의 안보 의지와 열정은 대단한 것이다. 결국 한국과 유사한 강소국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 위스 등의 국가안보 사례를 검토해본 결과 얻을 수 있는 공통된 함의는 이들 국가들에서 국민통합과 단결된 애국심이 바탕이 됐기에 충만한 국가안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9

30 제4절: 한국 안보의 특수성: 냉전의 연속성과 단절성 소련이 붕괴하고 공산진영이 사라지면서 세계적인 이념갈등은 종식되었지 만, 그것은 한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었다. 이제 한반도에도 이념의 시대 는 끝났다 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정권안보를 위해 안보를 악용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한반도는 냉전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인 동시에 탈냉전의 특성도 지니고 있는 특수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냉전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2차 대전 후 분단됐던 5개국 중 4개국 27) 은 흡수통일이든 무력통일이든 통일을 이뤘 으나 한반도만은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 간의 엄청난 국력격차 로 위기를 느낀 북한은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군사 제일주의(선군정치) 노선 을 추구해왔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아직까지도 남북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 하고 있는 냉전적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한반도는 탈냉전의 해빙 무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후 10년간 북한에 대한 대북포용 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구사하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한민족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구상이 마련되기도 했던 것이다. 2000년 6월 15일 에는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6.15 공동선언 이 채택됐고, 2007년 10월 4일 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10.4 선언문 이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남북 한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곧 한반도가 통일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들뜨 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북한에게 있었다. 한반도 통일과 한민족의 공동번영 을 위한 기대와는 달리 북한정권에서는 한국과의 진정한 관계개선 및 한반 도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2년 6월 월드컵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에 북한은 2차 연평 해전 을 일으켜 우리 해군 장병 6명을 살해하고 18명을 다치게 했다. 2005년에 27) 이 4개국은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 예멘을 지칭한다. 오스트리아는 외교협상에 의한 중립화통일, 베트남은 월맹에 의한 무력통일, 예멘과 독일은 평화적 통일을 이 룩했다. 30

31 북한은 역사적인 9.19 공동성명 에 합의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문 서를 마련해 놓고서 이듬해인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자주 넘나들며 그것을 무 력화하기 위한 시도도 감행했다. 이처럼 북한은 대북포용정책과 평화번영정 책을 악용하며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한국의 호의를 무시했다. 한반도에도 뒤늦게나마 탈냉전의 훈풍이 불 수 있는 환경을 북한이 거절했던 것이다. 한반도에 냉전의 연속성과 단절성이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은 명 백하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의 안보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대립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은 냉 전의 연속성의 측면이 보다 짙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사회의 혼란조성을 통한 남조선혁명 을 중요한 국가목표와 통일전략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집중시켜왔다. 그들은 간첩 침투, 지 하당 조직, 선전선동, 혼란조성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침투해 들어왔으 며, 그 결과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남남 갈등 의 확산이다. 남남갈등이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 체제를 수호하자는 사람들과 한국 내에서 벌이고 있는 갈등의 유형을 말한다. 남남갈등은 군사작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간접 침략을 포함한 사회혼란 및 전복활동(insurgency) 은 한국 안보에 대한 중요한 위협과 도전이다. 특히 북한은 통일전선전술에 따라 민족통일, 민족공조, 반미 등 외세배격, 평화(안보 및 군사 배격, 평화 협정 주장)를 내세우며 한국사회의 심각한 내부분열을 조성하고 있다. 한 나라의 위기는 언제나 밖이 아니라 안에서 시작된다. 나라의 흥망성쇠 도 내부에 달려 있다. 로마처럼 세계를 제패했던 강대국들도 스스로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때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제국은 어떻게 패망했는 가? 한 서양사 서적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몽둥이를 들고 들로 산으로 멧돼지나 토끼 같은 짐승들을 사냥하던 덩치 큰 게르만 용병들이 라인강을 건너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쳐들어갔을 때, 이를 목숨 걸고 막아보겠다고 나선 장군도, 군인도, 관리도, 귀족도, 왕도, 백성도 그 누구도 없었다. 로마 는 속수무책으로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내부의 분열은 외부의 도발을 불러들인다. 반면 밖으로부터 거센 도전이 있다 해도 국민적 결속이 강하다 31

32 면 작은 나라라도 살아남는다. 스위스가 그렇고 이스라엘이 그렇다. 내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가치관의 혼란에 따른 분열과 갈등이다. 분열되고 공동체 의식이 취약한 집단에서 그 구성원들이 자기 공동체를 지키려는 생 각이나 하겠는가. 이처럼 분열과 갈등으로 찢겨진 나라에서 무슨 애국심을 기대하겠는가.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는 외부 침략에 쉽게 무너지고 만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주변국은 한반도 쟁탈전쟁을 빈번히 벌여왔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러일전쟁 직전에도 한반도 분할이 논의됐다. 현재에도 한국은 세계 제2와 제3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일본을 이웃으로 하고 있고 과거 초강대 국의 하나였던 러시아와도 이웃하고 있다. 지척의 거리에서 총부리를 겨누 고 있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나라 이다.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에도 북한은 서해 5도 등지에서 군사도발을 감행했으며, 그 후에도 서울 불바다 니 전쟁불사 니 하는 대남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반도는 세계에서 전쟁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요컨대 탈냉전의 시대에도 한반도는 냉전의 연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 다. 물론 탈냉전 시대의 특징인 국가 간 협력과 남북한의 관계개선 조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진정한 관계개선 의지를 지니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현재까지도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버리지 않은 채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 역시 북한의 진 정한 변화가 없는 한 그들의 군사도발에 대비하며 국가안보에 만전을 기해 야 할 것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가안보이다.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채 주적인 북한을 지척의 거리에서 상대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믿음직한 안보정책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냉철한 현실 판단에 입각한 안보정책이 정립되지 않 고서는 국가의 번영이나 경제적인 복지는 더 이상 좇을 수 없게 될 수도 있 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역사의 교훈을 정확히 깨닫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올바른 역사관에서 진정한 애국심이 싹트고 국민들의 애국심이야말로 국가 안보의 든든한 기틀이 된다. 국민 의식 수준은 곧 국가안보의 성패와 직결된 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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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장 호국의 역사와 전통

35 Teaching Point 과거 국난을 극복했던 역사와 관련,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 현실 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국제질서의 파악임. 광개토대왕 장수왕 시대 의 고구려, 통일기 신라와 같이 상무전통을 가진 강국으로 발전하느 냐 아니면 조선시대와 같이 문약해지느냐는 힘이 곧 정의 라는 국 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을 인식해 힘을 키워 외침에 대비했느냐에 달 려 있음. 조선시대의 안보실패를 설명함에 있어 지나치게 패배주의적 시각 으로 흐르지 않도록 이후의 독립운동 전통과 6.25전쟁에서의 사례 와 대비시키며 우리선대의 호국 의지와 애국심을 부각시킬 것. 특히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개념을 확실히 각인시 킬 필요가 있음. 자주국방이란 외적의 침공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자국의 힘으로 대응하지만, 그것이 부족할 경우 집단안보나 동맹의 힘을 빌어 국가의 안위를 수호하는 것을 말함 한국전쟁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은 이미 공산화 됐을 것임. 특히 전쟁 이후 체결된 한미동맹 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 안보의 주축임을 설명할 것. 한국 현대사에 있어 한미동맹의 위상과 관련하여 미국은 대한민국 의 건국과 호국( 護 國 ), 산업화, 민주화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 지금도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없다면 한국의 형편은 근본적으로 달 라질 것이라는 점을 집중 설명할 것. 35

36 제1절 국난극복의 역사 1. 고대의 융성했던 상무전통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뛰어난 상무( 尙 武 ) 정신을 보여줬다. 특히 삼국시 대를 보면 우리 민족의 상무전통은 잘 나타나 있다. 고구려는 용감무쌍한 기마 민족으로서 한때 중국과 패권을 겨룰 수 있을 정도였다. 광개토왕과 장수왕이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는데, 전성기에는 북으로 흑룡강, 남으로 죽 령( 竹 嶺 )과 남양만, 서로는 요하( 遼 河 )에 이르는 대국을 건설했다. 또한 고 구려는 중국의 수나라와 당나라와의 전쟁에서도 대등하게 겨뤘다. 수나라 문제( 文 帝 )가 이끌고 온 100만 대군에 맞서 대승을 거둔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은 결국 수나라를 패망으로 이끌었다. 이어 당나라 태종( 太 宗 )도 쳐들어 왔지만 고구려 양만춘 장군이 안시성에서 끈질기게 대항한 끝에 당 태종은 한쪽 눈에 화살을 맞은 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국의 역사 를 바꾼 전쟁이었다. 백제역시 전성기 시절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했다. 삼국사기 최치원 전 에 따르면 백제가 전성기에는 강병( 强 兵 ) 백만으로 남으로는 오( 吳 ), 월지역( 越 地 域, 베트남), 북으로는 연( 燕 ), 제( 齊 ), 노( 魯 )를 공략했다 고 한다. 중국의 자치 통감( 自 治 通 鑑 ) 에는 위( 魏 )가 병력을 보내 백제를 쳤 으나 오히려 패했다 고 기록돼 있다. 당나라 학자 이연수( 李 延 壽 )가 쓴 북 사( 北 史 ) 백제전( 百 濟 傳 ) 을 보면 백제가 진대( 晉 代 )에는 양자강 좌안 ( 左 岸 )을 점령하고 있었고 북위( 北 魏 )시대엔 중국의 복부( 腹 部 ) 중원을 점 령했다 고 나와 있다. 28) 이를 보면 백제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의 영토까지 일부 정복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삼국 통일을 달성한 신라의 상무 정신은 화랑도( 花 郞 道 )에 잘 나타나 있 다. 화랑도는 젊은이에게 희생, 애국, 협동 정신을 함양하고 무술을 연마하 도록 하여 수많은 군사 엘리트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삼국 통일의 주축이 되었다. 화랑도 출신으로 삼국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유신과 김춘추 28) 김희상, 생동하는 군을 위하여 (전광, 1993), p

37 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백제와 고구려가 패망한 후 당나라는 한반도를 병합 하려 했다. 옛 백제와 고구려 지역, 신라의 경주에 도독부를 설치하여 당나 라 휘하에 두려고 한 것이다. 신라는 이에 대항하여 7년여에 걸친 전쟁을 치른 끝에 결국 당을 몰아낼 수 있었다. 29) 통일신라에 이어 들어선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하고자 했다. 태조 왕건 때 부터 북진정책을 표방하여 북쪽에 성을 쌓고 30만 군대를 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거란 소손녕( 蕭 遜 寧 )이 이끌고 온 80만 대군의 침략도 막아냈고 요( 遼 )나라 성종( 成 宗 )이 직접 40만 대군을 거느리고 온 공격도 저지할 수 있었다. 고려는 12세기 초부터 여진 정벌에 나서 지금의 함경북도 지방을 우리 영토에 편입시켰다. 또한 고려는 당시 세계를 제패한 몽골제국에 맞서 무려 40년에 걸쳐 끈질기게 항쟁했다. 몽골은 총 7차례나 고려를 공격했지 만 고려는 강화도 천도를 감행하면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몽골과 화평조약 을 맺은 후에도 삼별초는 제주도에서 3년간 대몽 항전을 벌였다. 이 같은 우리민족의 역사는 자주 정신과 상무 정신을 잘 보여준다. 2. 조선의 취약한 안보태세 그러나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전 시기에 찬란했던 민족의 상무정신은 천 한 것으로 폄훼되고 말았다. 조선의 정치 사회 제도는 중국의 유교 정치 이 념과 제도를 따른 것이다. 유교 정치 이념은 조선이 사회 질서,교육, 문화 등에서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존명사대( 尊 明 事 大 ) 를 대외 정책의 기본으로 삼 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대주의 외교 행태를 보였다. 조선의 건국이념을 정리한 경국대전( 經 國 大 典 )에 보면 조선의 국호는 중국 천자가 하사했다. 조선은 명나라를 천자국( 天 子 國 ) 으로 모시고 왕은 명의 황제로 부터 제후의 책봉을 받았으며 정기적으로 명나라에 사신과 조공을 보내야 했다. 중국과의 이러한 군신 관계는 비단 외교적 측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조선의 지배층들에게 사대사상으로 뿌리내렸다. 그 후 중국에서는 오히려 경제를 중시하는 실용주의가 중시됐지만 조선은 공맹사상과 성리학 근본주 29) 육군본부 정훈감실, 한민족의 용틀임 (육군본부, 1983), pp

38 의에 더 집착해 소중화 를 자처하기도 했다. 유교질서는 무력사용을 억제했다. 전쟁은 천자만이 주재하도록 했으며 제 후는 천자의 위임 하에 전쟁에 나서도록 했기 때문에 조선은 상비군조차 두 지 않았다. 조선의 지배 세력은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했고 자주 국방에 대한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조선에는 제대로 된 군대가 없었다. 조선 은 사대주의 외교 정책 아래 중국의 후원에 나라의 존립을 의존하고 있었다. 따라서 조선은 왕실 호위를 위한 몇 천의 근위병만 뒀을 뿐이다. 하기는 당 시 취약한 재정으로 인해 강력한 정규군을 갖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조선의 군사 체제는 고대 중국의 병농일치( 兵 農 一 致 ) 제와 유사했는데, 백성들이 평소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쟁이 나면 향토방위에 나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조선은 국가적 자율성과 자주 국방 능력이 약화됐다. 이처럼 취약한 방위 태세와 안보에 대한 홀대로 인해 조선은 외세가 침입했을 때 큰 허점을 보였 다. 조선은 문( 文 )을 숭상하고 무( 武 )를 천시했다. 조선의 사대부는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실용적인 정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도덕적 수양에 기초한 왕도 정치를 하면 외부의 침략은 저절로 막아낼 수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사대부는 지식, 권력, 경제를 독점한 특권계 급이었다. 이들이 농토를 세습 확대하면서 농민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국가 재정도 빈약해졌다. 사대부들은 중앙권력을 향한 권력 투쟁에 몰두했고 대 외적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 해 병권( 兵 權 ) 쟁탈을 벌였다. 조선시대에는 왕과 신하간의 치열한 병권 경 쟁이 벌어졌는데 선조 이후 사림( 士 林 )이라는 강력한 신권( 臣 權 )이 부상하 면서 왕권이 약화됐다. 이러한 군약신강( 君 弱 臣 强 ) 현상 하에 국론 분열상 태가 지속됐으며 국력은 약화됐다. 조선의 지배층에게 군대는 권력 투쟁에 서 이길 수 있는 정도면 충분했으며 그 이상 군사력을 배양하는 것은 세도가 의 재산과 인력이 동원돼야하므로 기피됐다. 명나라 조정에서 임진왜란의 주요 원인으로 조선의 군약신강 현상을 꼽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당시 지방이나 일선에 나가 있는 무관들에게는 봉급이 지급되지 않기 일 쑤였다. 이들은 그 지역 백성들을 수탈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군대 복무를 하게 되면 그 자체로 힘들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마저 어려워지므로 베 ( 布 )를 바치고 군 복무를 면제받고자 하는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하게 됐다. 38

39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류성룡은 진시무차 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유한 자 는 재물로 징집을 면제받고 건강한 자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 도망가 버린다. 결국 전장에 나가 싸울만한 능력이 있는 자는 모두 빠져나가고 가난한 백성 들이 그 수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경내를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도망 쳐서 한 사람도 남는 자가 없다. 성리학은 충성보다 효도를 중시했다. 전쟁 중에도 선왕들의 제삿날에는 전투를 금지했으며 장수는 전쟁 중일지라도 부모상을 당하면 3년 상( 喪 )을 치르러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1908년 대한제국이 망하기 직전, 일본의 침략에 저항하던 13도 의병총대장 이인영이 서울로 진격하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지배층은 공적인 가치 보다 사적인 가치를 중시하여 가문 단위로 행동했다. 따라서 조선 시대 권력 투쟁도 가문 간의 경쟁적 성 격을 보인다. 구한말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인들은 조선의 지배층이 공인으 로서의 책임감 보다 가족과 가문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전한 바 있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군사, 재정, 경제 문제를 소홀히 대했다. 농본주의( 農 本 主 義 ) 국가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민들은 양반 지주들의 전횡과 착 취의 대상으로 납세, 군역( 軍 役 ), 노역( 勞 役 ) 등 과중한 부담에 허덕이고 있었다. 상공업 또한 천시됐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었 다. 경제력이 빈약한 상황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한 것이었 다. 조선은 개국직후 해금( 海 禁 )정책을 실시하여 대외 교류를 차단했다. 해금 정책이란 왜구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성들로 하여금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을 금하고 울릉도 등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을 아예 비워버리 는 정책이다. 사람이 없으면 왜구의 노략질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조선에서 해금정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것이었 다.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방위 시설을 구축 한 것이 아니라 노략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영토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 다. 해안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왜구의 침범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으며 백 성들은 해양자원을 이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 정서를 소극적이 며 폐쇄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물론 조선시대에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다. 특 39

40 히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수많은 의병, 군인, 민간인들이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국가수호에 헌신적으로 나선 사람은 의병들이었다. 곽 재우( 郭 再 祐 ) 고경명( 高 敬 命 ) 조헌( 趙 憲 ) 김천일( 金 千 鎰 ) 등 수많은 의병 장들이 나라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 여서 조직한 의병은 무장이 허술하긴 했지만 용기와 애국심은 뛰어났다. 전 국에서 이런 유격대가 수백 개씩 조직되어 왜구에 맞서 치고 빠지는 산발적 인 공격을 계속했다. 1592년 말쯤 되자 이들은 왜군을 밀어내기 시작했 다. 30) 관군 가운데 일부는 혁혁한 전투성과를 올려 현재까지 귀감이 되고 있는 장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은 옥포해전, 합포해전, 적진포 해전, 한산도 해전 등에서 수많은 왜군을 물리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순신 장군의 가장 유명했던 전투는 역시 명량해전이다. 신에게 는 아직 열 두 척의 전선이 남아있나이다 라는 이순신의 말로도 유명한 이 해전은 최근 영화로도 상영돼 1천 7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바 있다. 이 해전에서 이순신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31척의 일본 함선을 파괴하 고 왜군을 퇴각시켰다. 진주성에서는 김시민 장군이 이끈 3,800여 명의 관 군이 의병 및 진주성민과 함께 3만 명이 넘는 왜병을 맞아 처절한 전투 끝에 2만 여명의 왜군을 살상하고 승리한,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가장 위대한 전 투인 진주대첩이 있었다. 그 밖에 권율 장군이 지휘한 행주대첩에서는 2천 3백여 명의 민관군이 힘을 합쳐 왜군 3만 명을 물리쳤는데 당시 할머니를 비롯한 여성 의병대가 치마에 돌을 날라 무기로 써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행 주치마라는 말의 유래가 된 것으로도 유명한 전투다. 이처럼 무( 武 )의 전통 을 새로이 다잡거나 국방에 대한 의지를 곧추세울 때 우리 민족은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호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진왜란에서 조 선은 최종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훨씬 큰 고통을 겪었다. 사망자 수는 200 만 명에 달했으며, 농토가 황폐해져 경작 가능한 토지가 전쟁 전보다 65%나 줄어들었다. 31) 19세기 말에는 청나라, 일본, 러시아, 서구 열강 등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 30) 조셉 커빈스 지음, 김지원 외 옮김, 전쟁 연대기Ⅰ (고양: 니케북스, 2014), p ) 같은 책, p

41 고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던 때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은 외세의 힘을 빌 려 외세를 막겠다는 균세( 均 勢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추지 못한 채 열강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자 조선은 곧 열강들 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각축장이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곧 정의라는 말이 있다. 힘이란 군사력, 경제력, 외교 력이다. 조선은 이중 한 가지도 가지지 못했다. 중국 이외의 민족이나 국가 를 야만족으로 보고 상대하지 않으려는 시대착오적인 사대주의 아래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자강, 自 强 )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부응하는 외교력(균세, 均 勢 )을 갖추지 못한 조선은 결국 패망하고 말았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국가란 스스 로 지킬 힘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조선의 패망은 외침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조선은 안보 불감증으로 인해 자멸 직전에 이른 것이다. 국방 을 게을리 하고 국가 안보를 타국에 의존하는 나라는 지탱될 수 없다. 청나 라 말 중국 개혁운동가 캉유웨이( 康 有 爲 )는 박은식의 한국통사( 韓 國 痛 史 ) 서문에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데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조선 사람이 일본인에게 무엇을 원망 하겠는가. 오직 조선 사람이 이미 혼란하고 이미 약해졌고 또 몽매함에 더하여 다른 나라 사람에게 속임수를 당한 것을 슬퍼 할 따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세력 다툼이 여전한 가운데 조선을 패망으로 몰고 갔던 과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안보의 의 미를 재조명하고 그 중요성을 모든 국민이 새겨야 한다. 3. 독립운동의 전통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는 사실상 조선을 병합했다. 이때부터 조선은 국권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910년 한국병합조약 은 그것을 공식화한 수순에 지나지 않았다. 조선민중들의 국 권 회복을 위한 투쟁은 이전 의병활동부터 이어져 왔으나 독립운동이라고 부를만한 의미 있는 활동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다. 외교독립운동과 무장 41

42 투쟁운동, 그리고 그 밖의 대중운동 등이 그것이다. 32) 외교독립운동을 먼저 살펴보자. 이 운동은 이승만과 서재필 박사가 일관 되게 주창하고 노력했던 노선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개최된 파리강화회의 때에는 미국에 있던 이승만이 참석을 위해 노력했으나 파리로 가지 못했고, 상해에 있던 김규식 선생만이 참석했으나 한국의 독립을 열강에게 요청하려 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외교독립운동은 2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파리강화회의 때이다. 이 때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 원칙 을 천명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하여 식민지 독립 운동가들은 당연 히 큰 희망을 걸고 강화회의를 독립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그 회의 는 패전국 독일 등의 식민지에만 독립의 기회가 됐을 뿐 일본 같은 전승국의 식민지는 예외였다. 따라서 외교를 통해 독립을 달성하려 했던 운동가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런 까닭에 외교독립론이 현실적으로 무망( 無 望 )해지면서 임시정부 대통령이 이승만 박사에게서 박은식 선생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2단계 외교독립 운동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에 추진됐다. 당시 일본 제 국주의는 만주국을 세웠고 국제연맹은 리튼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리 튼 조사단은 일본의 대응이 국제연맹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결정했 고, 당시 리튼 보고서는 압도적인 지지로 국제연맹 총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일본이 반발하여 국제연맹을 탈퇴하면서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하자 미국 등은 일본에 대한 경제봉쇄를 단행했다. 이승만 박사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국제연맹을 대상으로 만주 의 한국인 이라는 책을 보내 여론을 환기시켰다. 또한 유럽 신문 등에 일제 의 조선 침략을 고발하며 반일본-한국독립의 여론을 고조시켰다. 급기야 1941년에 이승만 박사는 일본내막기(Japan Inside Out) 라는 책을 펴냈 다. 이 책은 미국과 일본의 전쟁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실제로 얼마 후 태평 양 전쟁이 발발하면서 매우 유명해졌다. 자체의 무력으로 일제를 몰아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선진국의 힘을 활용해야 일제를 몰아내고 희생을 최소 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 이승만 박사의 견해였다. 다음은 무장투쟁 운동을 보자. 이 운동은 세 갈래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32) 최홍재 외 공저, 파란만장 코리아 오매불망 대한민국 (서울: 시대정신, 2011), pp

43 민족주의 우파의 무장투쟁 운동이다. 김좌진의 북로군정서와 홍범도의 대한 독립군의 무장투쟁이 여기에 속한다. 1920년 화룡현 봉오동에서 홍범도 장 군은 일본군을 급습하여 전사자 157명, 중상자 200명, 경상자 100 여 명의 피해를 입히며 일명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김좌진 장군의 북로군정서와 연대하여 1920년 10월 일본군 연대장을 포함 1,200명을 사 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청산리 전투였다. 이에 놀란 일본 군이 독립군의 기반을 없애기 위해 간도지방에서 무차별적인 학살을 단행한 간도참변 을 일으켰다. 간도의 한국인들은 독립군 부대도 보호하고 간도의 한국인 피해를 막기 위해 소련 영토였던 자유시로 이동했는데, 1921년 6월 그곳에서 그만 자유시 참변 을 당하고 말았다. 소련에서 한국 독립군을 자 기들 휘하에 두려고 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소련이 독립군을 무장 해제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죽고 900여 명이 포로가 됐던 것이다. 이 자유시 참변을 계기로 민족주의 우파의 항일무장투쟁 주도권은 약화되었다. 두 번째는 공산주의 좌파의 무장투쟁 운동이다. 여기에는 김일성, 최현 등 과 같은 인물이 주동이 되었다. 1931년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여 만주국을 세우자 중국공산당은 1933년 동북인민혁명군을 창설하고 이에 저항했다. 1936년 동북항일연군으로 재편됐는데, 만주에서 활동하던 김일성과 최현 등 한국 공산주의자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특히 최현은 1937년 5월에 무산 지구 전투, 1939년 10월 한총구 전투, 같은 해 12월의 얼청폐 전투 등에서 일본군 1,500여 명을 살해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33) 일본군은 우파 민족주의 무장투쟁 때도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 계열의 무장투쟁부대에 대 해서도 대토벌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김일성 부대 등은 1941년 소련 하바 로프스크로 이동하여 해방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게 됐다. 세 번째는 김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의해 주도됐다. 1932년 이봉창, 윤봉길 두 의사의 거사 이후 임시정부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됐다. 1940년 임시정부는 중국 국민당 정부를 따라 중경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지청천을 사령관으로 하여 광복군을 창설했다. 1942년 김원봉이 이끄는 조선의용대의 일부 병력과 합세하여 군대다운 모습을 갖추고 ) 최현의 유격대 생활에 전환점이 된 무산지구 전투, <DailyNK>, korean/read.php?cataid=nk07008&num=103917, 검색일: 2014년 9월 5일. 43

44 년부터는 중국 국민당 군대의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행동을 개시했 다. 영국군의 요청으로 광복군은 인도, 미얀마 전선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대적방송, 수집, 일본군 문서번역과 포로 심문 등에 종사했다. 1945년 임시 정부는 미국 전략정보처(OSS)의 특수훈련을 받은 광복군을 국내에 침투할 계획이었으나 일본군이 예상보다 빨리 항복하게 되어 계획에 그치고 말았 다. 당시 우파와 좌파에 의해 추진됐던 무장투쟁은 거대한 일본의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기엔 힘에 부친 투쟁이긴 했으나 그것은 후대의 가슴 속에 영원 한 호국정신으로, 그리고 사그라지지 않는 애국심으로 계승되고 있다. 그들 의 무장투쟁 정신은 후대의 가슴 속에 웅혼한 기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하 면 된다 는 커다란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추후 불굴의 민족정신으로 승화됐 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에 의해 전개된 독립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다시 민족 주의 우파가 주도한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세력이 주도한 운동으로 구분된 다. 민족주의 계열의 대중운동은 실력양성 운동이 대표적이다. 문맹퇴치, 교 육진흥, 민립대학 설립운동 등이 그것이다. 조만식이 주도한 물산장려 운동 도 대표적인 대중운동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세력이 주도한 대중운동은 1925년 창당된 조선공산당의 운동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조선공산당은 일제의 탄압에 대해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고 노동자 농민을 조직하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 소작 농민들을 위한 투쟁에 헌신하면서 탄탄한 조직기반을 구축했던 까닭에 독립운동 내에서 높 은 평판을 얻었다. 이후 1927년에는 이상재를 회장으로 하여 신간회가 창립 됐는데, 이 신간회는 최대 규모의 대중운동조직이자 좌우합작운동이었다. 일제 강점기 대중들에 의해 전개된 독립운동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은 3.1운동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문을 공표하며 독립을 선언하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이 운동은 서울을 시작으로 도시 에서 농촌 등지로 전파되며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됐고, 갈수록 참여하는 인 원과 계층이 늘어나면서 운동의 양상도 비폭력 시위에서 폭력투쟁으로 변모 했다. 이 운동은 국외로도 확산되어 중국의 만주와 일본의 도쿄 오사카, 미 국의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독립시위가 벌어졌다. 독립선언문을 작성 서명하 고 운동을 계획한 이들이 각 종교와 단체를 연합한 민족대표 33인이라면, 44

45 실제 전국적인 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류관순 등 무명의 학생과 청년들이었 다. 일제는 이를 무력으로 강경 진압해 통계상으로만 3개월 동안 7,509명이 사망했으며, 15,961명이 상해를 입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은 폭력적 방법과 비폭력적 방법 등을 모두 망라하 여 동원됐다. 현재까지도 당시의 독립운동 형태에 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 다. 우파 지식인들이 추진했던 실력양성 운동 등을 가리켜 개량주의 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고, 좌파 지식인 혹은 실천적 운동가들이 동원했던 무장 투쟁 방식을 비현실적인 폭력투쟁으로 규정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이 같은 선대의 독립운동 정신은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애 국심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후대에게 국가의 존재이유를 통감시켜준 위대한 실천적 교훈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전쟁의 교훈 해방과 분단을 거치면서 남북한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된 후 양측은 체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그 같은 경쟁이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의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 6.25전쟁이었다. 하마터면 한반도 전체가 붉게 물들 뻔했던 이 전쟁은 우리에게 자주국방의 중요성과 동맹의 절실함을 깨우쳐 준 사건이었 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대규모 포사격을 시작으로 북한의 기습남침이 시 작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전쟁 대비 태세는 허술했으므로 파죽지세로 내 려오는 북한군을 당해낼 수 없었다. 급기야 개전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 됐고, 정부는 부산으로 내려가 임시수도를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미국을 위시한 유엔이 신속하게 움직여줬다. 6월 25일 유엔안전보 장이사회는 북한에 한국에 대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38도선 이북으 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남침을 계속했고 6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원국들에게 국제평화와 안전의 회복을 위해 한국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 다. 이에 따라 6.25전쟁은 유엔의 깃발 아래 유엔군 사령부가 구성되어 침략 자를 저지하려고 나선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유엔군 참전국은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터키, 그리스, 필리핀, 태국, 남아공,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21개국 45

46 에 달했고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의료진을 파견했다. 북한군은 당시 최신 소련제 탱크 T-34를 242대나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국군은 탱크에 대적할 어떠한 무기도 없었다. 1950년 6월 당시의 병참상태 는 최악이었다. 당시 미 고문관들에 따르면, 한국군 무기의 15%와 차량의 35%가 사용불가였으며, 그런 장비들로는 한국군이 전면방위작전에서 15일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고 한다. 34) 3일 만에 서울을 함락한 북한 인민군은 남침을 계속하여 7월 20일에는 대전을 함락시켰으며 7월말 에는 낙동강까지 진출했다. 8월초까지 계속 밀리던 국군과 유엔군은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남해안 마산에서 낙동강을 따라 경북 왜관을 거쳐 동해 안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이었다. 전세를 역전시킨 결정적이 사건은 인천상륙작전이었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전격적으로 감행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에 상륙한 국군과 유엔군은 9월 28일 서울을 수복했다. 9월말에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거의 회복하여 인민군은 38선 이북으로 퇴각한 상태였다. 여기서 이승만 대통령은 커다란 딜레마에 빠졌다. 35) 그것은 진격을 멈추 느냐, 그렇지 않으면 계속 북진할 것이냐의 고민이었다. 이승만은 당시 기회 가 남북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군에게 38도선을 통과하라고 지시했다. 10월 1일 제3사단이 최초로 38도선을 돌파 했고, 10월 9일 유엔군이 뒤따라 38도선을 넘었다. 10월 19일에는 국군 제1 사단이 평양을 점령했고, 10월 26일 국군 제6사단의 선두부대는 압록강변 의 초산까지 진격했으며, 동쪽으로는 유엔군이 함경북도 청진까지 진출했 다. 10월 30일 이승만은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평양에 입성했다. 이제 남 북통일은 실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예기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그것은 중공군의 대규모 전쟁 개입 이었다. 당시 마오쩌둥은 순망치한( 脣 亡 齒 寒 ),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 리다 는 명분을 내세워 중공군을 한반도에 출정시켰다. 국군이 평양을 점령 하던 그날 밤에 이미 중공군은 압록강을 넘었다. 10월말 중공군은 1차 대공 세를 취했고 11월말부터 시작된 2차 대공세부터는 유엔군이 큰 타격을 입고 34) 서울신문사 편저, 주한미군 30년 (서울: 우림출판사, 1979), p.105, p )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The Man Behind The Myth (New York: Dodd Mead and Company, 1954) pp

47 다시 남으로 밀리게 됐다. 1951년 1월부터 시작된 중공군의 3차 대공세에 밀려 유엔군은 다시 서울을 공산군에게 내주게 됐다. 1950년 12월 15일에 서 12월 24일까지 열흘간 동부전선의 미국 10(X) 군단과 대한민국 1군단을 피난민과 함께 흥남항에서 선박편으로 안전하게 철수시킨 흥남철수작전 이 실행되기도 했다. 1951년 밀고 밀리던 전선은 38도선 부근에서 교착국면을 맞았다. 이 해 7월 초 유엔군과 중공은 정전회담을 개최했고, 전쟁은 교착상태에서 지구전 의 양상으로 변모했다. 1951년 7월 10일 판문점에서 시작된 정전회담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모두 159회의 본회담과 765회 의 부속회담이 개최됐다. 3년 여 동안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소련, 중공 등 국제사회가 벌였던 대규모 전쟁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수많은 인명과 재 산 피해만을 남기고 휴전상태로 현재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6.25전쟁은 우리에게 세 가지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자주국방의 중 요성이다. 앞서 언급됐듯이, 전쟁 발발 초기에 국군에겐 어떠한 무기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병력 수에 있어서도 북한군에 비해 국군은 열세 를 면치 못했다. 현재의 국방력을 비교해 봐도 한국군은 북한군에 비해 우위 를 점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방의 능력은 무기체계로만 평가되지는 않는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충만하다면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 는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의지만 가지고는 국방이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실제로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이 대두한다. 자주국방이다. 자주국방이 라는 개념은 혼자만의 힘으로 국가를 지켜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 정희 대통령에 따르면, 자주국방이란 스스로의 힘으로만 외적의 침략을 방 어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제1차적인 책임을 자국의 힘에 귀속시키고 우방 이나 집단안보의 지원으로 그것을 보완한다 는 개념이다. 이 같은 개념은 1968년의 예비군 창설식 기념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36) 자주국방의 이러한 개념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잘 나타났다. 당시에는 협력적 자주국방 이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며 그것을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36) 대통령비서실, 예비군 창설식 유시, 1968년 4월 1일, 박정희대통령연설문집, 제5 집 (자 1968년 1월 ~ 지 1968년 12월), (1969), p

48 의 병행발전 으로 규정했다. 전통적으로 자주국방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방 을 담당하는 노력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독자적인 국방만으로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기는 불가능하며 동맹국과 우방 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37) 자주국방의 이런 개념에서 두 번째,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도출된다. 사실 6.25 한국전쟁 당시에도 유엔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의 운명은 그 때 이미 끝장났을지 모른다. 미국 이외의 참전국들은 전쟁이 끝나면서 그 역할 이 축소됐지만 미국의 역할은 한국의 국가안보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중요성 을 지니고 있다. 1953년 10월 1일 정식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은 그 이 후 한국안보의 주춧돌로 기능하고 있다. 셋째, 북한정권의 실체에 대한 냉정한 이해의 필요성이다. 북한이 전쟁을 시작한 1950년은 남과 북에 정부가 수립된 지 불과 2년이 채 안됐을 시점이 었다. 당시 북한 김일성은 국내에서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의 권력기반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국토완정 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려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에도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의 허황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역시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권력기반을 공 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남조선 혁명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정권의 정통성이란 바로 온 사회를 김일성 김정일주의화 38) 하는 데 있 기 때문에 북한정권은 한반도 공산화의 야욕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한이 다양한 국지 도발을 감행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북한과의 화해, 협력 분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 는 자세가 필요하다. 5.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주장하고 그것을 실천했던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 이 그것을 역이용하며 우리의 국가안보를 심히 위협했던 사건이 두 차례 발 생했다. 37) 이종석, 칼날 위의 평화: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 (서울: 개마고원, 2014), p ) 2013년 김정은 신년사, <조선중앙통신>, 2013년 1월 1일. 48

49 1998년 7월 동해시 부근에서 북한 무장간첩의 시신이 침투용 장비와 함 께 발견됐다. 한국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항의를 표시했고 북한은 이를 남한의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에 잠수정 사고에 대한 사죄 를 요구했다. 금강산 관광이 진행 중이던 그 해 11월에는 북한의 간첩선이 강화도 해안에 접근을 시도하다가 귀환했다. 또한 12월에는 거제 앞바다에 침투하던 잠수정이 한국 군대에 의해 격침됐다. 이런 배경 하에 이듬해인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 39) 이 발발했다. 1999년 6월 초부터 북한 경비정들은 연일 연평도 부근의 NLL 남쪽으로 내려와 남북한 전력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북 양측은 남북한 장성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고 회담은 제1연평해전이 있던 6월 15일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1999년 6월 15일, 북한해군 경비정의 반복되는 북방한계 선 침범 행위가 9일째 계속 되던 날 오전, 북한 해군 경비정 4척이 어선 20 척과 함께 북방한계선 남쪽 2km 해역까지 내려왔다. 이에 한국 해군은 참수 리급 고속정과 초계함 10여 척을 동원하여 해군 교전 수칙에 따라 경고 방송 을 했다. 그러나 북한 해군은 이를 무시하고 한국 해군 고속정에 충돌공격을 감행했다. 한국 해군은 2차에 걸쳐 경고 방송을 했으나 북한 해군 경비정은 684호는 25mm 기관포로 공격을 가해 왔으며, 어뢰정 3척도 가담했다. 684 호는 한국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 포항급 초계함의 반격으로 반파되어 퇴 각했다. 14분간 진행된 교전에서 한국 측에선 참수리급 고속정 325호의 정장 안 지영 대위를 비롯한 장병 7명이 부상당해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이에 반해 북한 해군은 어뢰정 1척 침몰, 경비정 1척 반파, 3척이 파손되고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투 결과로만 봤을 때 한국 해군의 승리였다. 이에 북한은 오랜 기간 보복 도발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제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2차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한일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던 기간에 일어났다. 북한은 한국의 안보태세가 해이해져 있던 기간을 도발의 최적기로 보고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도 역시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연평도 근해 북방한 계선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로 충돌이 일어났던 것이다. 차단기동을 하던 대 39) 제1연평해전에 관해서는 이윤규, 북한 대남 침투 도발사 (파주: 살림, 2014), pp.62-5를 참조. 49

50 한민국 해군 참수리 고속정 357호를 향한 북한군 등산곶 684호의 지근거리 기습 함포공격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함포와 기관포를 주고받는 치열한 격 전이 벌어진 후, 한국측 피해는 6명이 전사, 19명이 부상하고, 전투종료 후 복귀 도중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했다. 한편 북한의 피해는 약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SO-1급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로 퇴각했 다. 40) 한국 해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사격으로 대응하다가 고속정이 침몰됐 고, 그 후에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집중포격을 당한 참수리 고속정 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 1계급 추서)이 그 자리에서 중상을 입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하고, 부정장 이희완 소령(당시 중위)이 쓰러진 정장 을 대신하여 지휘권을 행사했는데 이희완 소령은 총상으로 한쪽 종아리의 근육을 잃은 상황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휘했다. 41) 7년 후인 2009년 11월 10일 또 한 차례의 남북 간 해전이 벌어졌다. 일명 대청해전이라고 불리우는 이 전투 역시 북한의 선 도발로 발생했다. 북한 해군 경비정이 대청도 동쪽 NLL을 1.2해리 월선하자 한국 해군은 경고 방송 을 5차례나 했다. 그럼에도 북한 경비정이 응하지 않자 한국 해군은 경고사 격을 가했고 이에 북한 경비정이 조준사격으로 응해오면서 교전으로 이어졌 다. 북한 해군 경비정은 반파되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다른 함선에 예인되어 북상했다. 한국 해군은 함선 외부격벽의 파손을 입었다. 42)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은 모두 북한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무 력화 시키고 국제분쟁지역화 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의도에 서 도발한 것이다. 이 와중에 희생된 우리 해군 장병들은 북한의 도발에 맞 서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이 같은 국가유공자들의 헌 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일부라도 표하기 위해 2차 연평해전은 영화로까지 제작되고 있다. 43) 해마다 돌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 한 달 동안만 요란 하게 이벤트성의 행사를 가질 것이 아니라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숭고한 40) <파이낸셜뉴스>, 2002년 6월 30일자. 41) 제2 연평해전에 관해서는 이윤규, 북한 대남 침투 도발사 (파주: 살림, 2014), pp.70-1를 참조. 42) 北, 남측 함정에 왜 사격했나, <연합뉴스>, 2009년 11월 10일. 43) 나라위해 목숨바친 전우들의 이야기, <굿뉴스칼럼>, 2013년 7월 13일자, com/postview.nhn?blogid=gn7313&logno= , 검색 일: 2014년 9월 22일. 50

51 정신을 기리는 마음을 항상 지녀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헛되이 잊혀진다면 누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 와 같이 버리려 하겠는가. 6.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사건 2010년 북한에선 3대 후계세습 과정이 한창이었다. 업적이나 경력이 전무 한 20대 후반의 김정은을 최고지도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북한 정권은 천인공노( 天 人 共 怒 )할 전쟁 행위를 실행에 옮겼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44) 이 그것이었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경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정상 임무 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 이 사고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은 생존했으나 46명은 전사했다. 45) 사건 초기 도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3월 31일 국방부는 최초로 민 군 합동 조사단을 82명으로 편성했고, 4월 12일 외국인 24명, 한국인 49명으로 재 편성하여 조사활동을 실시했다. 민 군 합동조사단은 6월 30일까지 약 92일 간 운용됐고 이 기간 동안 4차례에 걸쳐 조사활동에 대한 언론발표를 했으 며 6월 9일부터 17일까지 유엔안보리에 참석하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46) 그 결과 조사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미국과 유럽 연합, 일본 외에 인도 등 비동맹국들의 지지를 얻어 국제 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안건으로 회부됐으며 안보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조사결과에 비추어 우려 를 표명한다 는 내용과 함께 공격을 규탄한다 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 했다. 47)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중국과 러 시아가 반대하면서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북한의 반응, 그리 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는 입장이 삽입되게 되었다. 이는 북한의 입장이 형식적으로만 반영되었을 뿐 전반적으로는 우리의 입장이 관 44) 이 사건들의 원인에 관해서는 문순보, 천안함 도발, 연평도 포격: 원인과 교훈, 2011년도 한국국제정치학회 안보국방학술회의, 선진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국방 개혁의 방향과 보훈의식, 2011년 8월 26~27일, pp 을 참조. 45) 대한민국 국방부,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서울: 대한민국 국방부, 2010), p ) 대한민국 국방부, 같은 책, p ) 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 내용과 의미, <연합뉴스>, 2010년 7월 9일.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