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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 게오르크뷔히너문학의 특별한인간 의구상에대하여 * 김임구 ( 서울대 ) Ⅰ. 1. 역사의종말과뷔히너 1989년베를린장벽의무너짐으로표상되는동구권의몰락은현대에서 역사의종말 을고하는사건이었다. 좌파지식인에게있어그것은역사의의미상실과우울의시작을뜻한다면,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와같은자유주의자에게있어그종말적사건은혼란의시대가아니라오히려자유주의적시장경제가승리를거두는시점을의미하며, 변형된의미에서마르크스가꿈꾸었던계급이지양된사회의실현, 1) 즉종말론의완성인셈이다. 후쿠야마는이런종말론역사의출발점을프랑스혁명에서보고있으며, 자유 평등 박애로요약되는이념이이데올로기의종언과함께실현된것으로간주하며그철학적기반을헤겔의현상학에서얻고있다. 그런데신자유주의의문제점이충분히드러난작금에도후쿠야마가믿듯이여전히 역사의종말 을역사가자신의목적에도달한사건으로볼수있는가, 아니면역사가그진행하여야하는방향을잃은채표류하고있는것으로보아야하는가? 이런역사철학적질의는자연스럽게근현대사에대한반성적사유를요청 * 이연구는 2007 년도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원자유과제지원에의하여수행되었음. 1) Vgl. Martin Meyer, Ende der Geschichte? München / Wien 1993, S. 40.

2 36 김임구 한다. 물론이런과거사적사유가미래학적으로명쾌한해답을준다는보장은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프랑스혁명이후 19세기혁명의역사와대질한작가의작품을새로운눈으로보고싶은해석적의욕을고취하는것이사실이다. 본연구가게오르크뷔히너를연구대상으로삼는것은이런혁명역사에대한새로운고찰에대한지적욕구와관련이있다. 동시에자명한사실은이미혁명의시기는지나갔으며, 현대에서혁명을통해사회와인간을위한유의미한결과를얻어낼수없다는점이다. 따라서지금의뷔히너연구는혁명추진적관심에초점을맞추기보다는, 혁명이불가능한역사에즈음하여그가어떤대안적역사철학적가능성을탐구하였는지또이것이현시대와관련하여어떤의미가있는지를재음미해보는것이시의적흥미를유발하며유익할것이다. 본연구는인식관심에적합한시각을확보하기위해기존뷔히너연구사의중요한쟁점을점검하고비판적으로계승하려고한다. 이시각은대체적으로 1970년대이후에풍미하였던사회학적시각은선호하지않을것이다. 이미 1930년대에비에토르 Karl Viёtor는사회사적시각으로뷔히너를해석하는것의한계와위험을지적하면서, 그의작품이 종교적의미 를다루는 순수한문학 이며쉴러와괴테의다른문학작품들과같이 초시간적이며보편적으로유효한것 ein Überzeitliches, ein allgemein Gültiges 을지향한다는점을지적하였었다. 2) 비에토르의견해는문학의역사성을약화시킨다는점에서교정이필요하기는하나, 적어도문학의본질적특수성을올바르게파악하고있으며, 문학이현실적한계를초극하기위한상상력의시도로부터나온결과물이라고주장하는점에서는옳다. 즉허구의문학작품이란항상작가의현실에대한대안을모색하는인간존재의활동이라는일반적정의가뷔히너의작품에도유효하다. 그러므로 년대뷔히너연구의종교적- 형이상학적경향을주도하였던메르텐스 Wolfgang Martens의다음견해, 즉뷔히너작품은 존재의 2) Karl Viёtor, Die Tragödie des heldischen Pessimismus. Über Büchners Drama Dantons Tod (1934),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Darmstadt., 1973 (= Wege der Forschung 53), S. 99.

3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37 의미와세계질서에대해천착하는질문 3) 이라는점은본연구가흔쾌히계승할시각이다. 하지만본연구는이런단초를공유하더라도실제해석에서는기존의연구와유의미한차이를보이게될것이다. 그것은해석방법론의차이에기인한다. 이점은본연구가구체적으로서술되면서드러날것이다. 2. 숙명론편지 Fatalismus-Brief 와사회사적뷔히너연구 뷔히너연구에서 숙명론편지 는많은해석의출발점을이루고있는바, 뷔히너가프랑스혁명사를연구하고난소감을약혼녀민나 Minna Jaeglé에게피력한 1834년 3월에기센 Gießen에서발송한편지를말한다. 가장중요한부분은다음과같다. 나는혁명의역사를공부했다오. 나는역사의흉측한숙명론앞에거의가루와같이부서진듯한느낌을갖게되었다오. 인간속성이란끔찍하리만큼너무나똑같고인간관계란되돌릴수없는폭력이지배한다고느꼈소. 누구나다가지고있지만아무도가지고있지않은그런폭력말이오. 개인이란흘러가는물결의거품에지나지않고위대함이란단지우연이며천재가지배한다고했자인형놀이에불과하오. 철석같은법칙에대고싸워봤자웃길뿐이요. 이런법칙을안다면그건최고겠지만그걸지배한다는것은불가능하다오. Ich studierte die Geschichte der Revolution. Ich fühlte mich wie zernichtet unter dem gräßlichen Fatalismus der Geschichte. Ich finde in der Menschennatur eine entsetzliche Gleichheit, in den menschlichen Verhältnissen eine unabwenbare Gewalt, Allen und Keinem verliehen. Der Einzelne nur Schaum auf der Welle, die Größe ein bloßer Zufall, die Herrschaft des Genies ein Puppenspiel, ein lächerliches Ringen gegen ein ehernes Gesetz, es zu erkennen das Höchste, es zu beherrschen unmöglich. 4) 3) Wolfgang Martens, Ideologie und Verzweiflung. Religiöse Motive in Büchners Revolutionsdrama,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a.a.o., S ein bohrendes Fragen nach dem Sinn des Seins und nach der Weltordnung.

4 38 김임구 이 숙명론편지 는바로본연구가목표하고있는주제, 즉합목적성이부재한역사의과정에서어떻게개인이유의미한삶을정초하고더나아가일반적의미창출에기여할수있는가하는핵심적질문과연결되어있다. 이편지는우리에게무엇보다형이상학적이고종교적해석을요청한다. 그러나적지않은연구가들은이편지를일차적으로사회학적시각에서해석하려고하였다. 따라서그들은이편지가뷔히너의정신적 실존적위기를반영하고있는것으로가정하며, 이위기가무엇보다도드라마당통의죽음의주인공당통이보이는행동과언사에적나라하게들어난다고본다. 이에따라니힐리즘, 향락, 무신론, 무의미, 무료함와권태등과같은범주가가장중요하게취급되었다. 5) 이런해석에따르면뷔히너의개인들은항상역사적숙명성의희생자일수밖에없으며숙명의노예이므로어떤행위를한다해도그것이결코유의미한행위로귀결될수없다는것이다. 개인이란흘러가는물결의거품 에불과하기에. 그런데작품의이런비관적시각은젊고행동주의적혁명가뷔히너의상 ( 像 ) 과필연적으로충돌을일으키지않을수없다. 이제이갈등을모순없이원만히설명해내는것은사회혁명적시각을견지하는해석자들의난제가되었다. 6) 즉뷔히너가이런실존적위기상황에도불구하고어떻게헤센급전을쓰고유포하는등의혁명적활동에몰두할수있었을까? 이모순적질문을해결하고자많은시간과종이가사용되었다. 그런데이런일련의질문은뷔히너문학을사회사적시각으로볼때에만성립가능한질문들이다. 이런시각의문제점은픽션으로서의문학의본질을잘숙고하지않은채편지와같은서술적문헌과의차이를무화시킨다는데있다. 뷔히너의작품 4) Georg Büchner, Werke und Briefe, München 1988, S 이하뮌헨본에서의인용은본문중에페이지수를괄호에넣어서표시하도록한다. 5) 대표적으로다음논문을들수있다. Robert Mühlher, Georg Büchner und die Mythologie des Nihilismus,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a.a.o., S 저자는 nihilistisch[es] Weltbild ergibt Büchners Werk (S. 255) 라고확증한다. 6) Vgl. Holmes, T. M., The rehearsal of revolution. Georg Büchner s politics and his drama Dantons Tod, Bern / N.Y This book [=Dantons Tod] demonstrates how Büchner s dramatization of history served to develop and clarify his own revolutionary perspectives, not to put them in doubt. (S. 68).

5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39 은이역사의숙명성테제에대한예시에불과한것이아니라그이상의무엇, 즉문학적잉여 literarischer Überschuß가있다. 3. 종교적뷔히너연구의비판과대안 이미언급하였듯이본연구는위에언급한비에토르 K. Viёtor, 마르텐스 W. Martens, 혹은비트코프스키 W. Wittkowski 등의종교적- 형이상학적단초 7) 를이어받지만본연구의본령의답사는우선종교적- 형이상학적연구결과를비판적으로수용함으로써시작한다. 루터교가정에서자라난뷔히너가기독교의영향을받았으며또고백하는기독교인이었다는사실은작가의중요한이력이며그것이작품에많은흔적을남겼다는것은지당하다. 8) 예컨대그의작품에는수많은성경의모티브차용과직간접적인용으로넘쳐난다. 9) 따라서성경에대한친숙한이해없이그의작품을깊이있게이해하기어렵다는점은누구나다인정할것이다. 그런데뷔히너는그의작품을통해서 -미학적으로어떻게든감추어진- 종교적 신앙고백 을한것일까? 따라서우리가그의작품을기독교이념의반영으로파악하기만하면그핵심을깨우친것일까? 그의작품이아무리전통과단절을이루는형식미학적실험성의매개 7) Wolfgang Wittkowski, Georg Büchner: Persönlichkeit, Weltbild, Werk, Heidelberg, 1978; ders., Sein oder Nichtsein. Zum Streit um die religiöse Büchnerdeutung, In: Zwischen Aufklärung und Restauration: sozialer Wandel in der deutschen Literatur ( ). Festschrift für Wolfgang Martens zum 65. Geburtstag hrsg. von Wolfgang Frühwald, Tübingen 1989, S ; Wilhelm Fliesser, Christus-Motive in Revolutionsdramen, Heidelberg ) 본연구는뷔히너의인물들의무신론적경향으로부터작가의무신론적입장을추론해내는연구방향에대해서는더이상논의를하지않는다. 그것은지면의한계도있거니와문예학적으로이미논박된것으로보이기때문이다. 9) 이에대해적절한연구서는다음과같다. Joachim Bark, Bibelsprache in Büchners Dramen, In: Zweites Internationales Georg Büchner Symposium Referate, hrsg. von Burghard Dedner und Günter Oesterle, Hain 1990; Ikumi Waragai, Analogien zur Bibel im Werk Büchners. Religiöse Sprache als sozialkritisches Instrument, Ffm 1996.

6 40 김임구 를거쳤다할지라도그이념만큼은그리스도교적일수밖에없었을까? -나의이런질문들은수사적질문으로서이미부정을전제로제기된질문이다. 왜냐하면비록뷔히너작품이 초시간적이며보편적으로유효한것 을다루며, 존재의의미와세계질서에대해천착하는질문 을던진다하더라도그것은결코이미항상그리스도교내에존재하고있던해답을요구하고있지않기때문이다. 형식미학적쇄신은항상이념적해답의쇄신을동반할때진실하다. 그러므로뷔히너가제기한질문은그의이전세계에는존재하지않았던새로운해답을요구하고있다. 진정성을가진문학작품이라면그이전에는존재하지않았던인간존재의가능성을새로이탐구하는정신적모험이어야한다. 마찬가지로그리스도교역시완성된의미와해답의체계라기보다는이미주어진현실에반응하여마치발효시키듯새로운생각을만들어내는 누룩 Ferment 과같은촉매체로이해되어야한다. 만약뷔히너가기독교적이었다면, 이런촉매적의미에서만그러할것이다. 하지만기존의기독교적관점의연구는이런점을충분히고려하지못한채작품에대해이질적이며고정된종교관념을투사하여작품의고유성을해치며해석하는우를범하였다. 이에대해눈에두드러지는예로이미인용한바있는비트코프스키의보이체크연구 10) 를언급할수있다. 그는여기에서주인공보이체크가그리스도의막달라마리아의간음행위에대한용서와는달리불륜행위를후회하는마리 Marie를용서하지못하고살해하였다는점을들어보이체크를비난하고있다. 그는보이체크에게서그리스도와달리 용서할능력이없음 Woyzecks Unvermögen zu vergeben 11) 을확증한다. 보이체크는예수께서주위군중에게죄없는자가간음한여인에게먼저돌을던지라했던말그대로돌을던진무정한인간이라는것이다. 그에반해마리는자신의불륜을후회하고기독교적관점에서회개하였다는것이다. 이런해석은비록뷔히너에게그리스도교적기본정신이있음을부인할수없다하더라도그의작가적독특성을일반기독교적상념으로희석시켜버린 10) Wolfgang Wittkowski, Georg Büchner, a.a.o. 11) Ebd., S. 318.

7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41 결과를낳는다. 이는 소프트 soft 한용서의기독교, 소프트 한현대의예수상을뷔히너에게이입하는것이되어버린다. 특히마리와보이체크의인물에대한해석적오해가크다. 마리는그의불륜으로인해양심의가책을받는것은사실이나그녀는처음부터 끝까지충동적욕망의인물 konsequente Triebnatur 12) 이다. 그러므로그녀는비트코프스키가일부올바르게본것처럼불륜에대한구역질 Ekel을느끼기는하지만, 이로부터행동의결단을내리지는않는다. 인물구성에있어이런자연주의에가까운사실성과철저성이없었다면뷔히너는뷔히너가아니었을것이다. 그에게있어마리는요한묵시록에서정죄당하는바빌론과같이간음을행하고끝내행동을변화시키지못하며회개하지않은여인이다 -비록스스로양심의가책은느낀다할지라도. 그러므로보이체크에게그리스도와같이그녀를용서해야한다는식의규범적요청을하는것은뷔히너문학정신에어울리지않는다. 이와같이마리의인물에대해서는어떤진영의해석자이든, 또한해석자의성별이어떠하든거의예외없이호의와연민을갖고접근하고있다. 그녀의불륜은사회적으로가난함에그연원을갖고있으며또한인간의내적자연의요청을소박하게따른것이기에 인간적이며매우인간적인것 이라는것이다. 하지만나의의견은, 만약우리가이런소프트한해석에동의한다면이역시뷔히너문학의준열성을거스리는눈먼해석의오류를범한다라는것이다. 오히려 -내해석의전제에의하면 - 그런색녀마리를살해한보이체크는뷔히너세계에서는온전한정당성을갖는다. 그러므로비에토르가말하듯이 위대한종교적진리를보여주려고한것이뷔히너의문학적목적 Eine große, religiöse Wahrheit aufzuzeigen, ist Büchners dichterisches Anligen 13) 이결코아니다. 오히려인간의존재가능성을그극단에이르기까지진지하게탐구하는실험정신이야말로뷔히너문학의진정성의보증이다. 그러므로뷔히너문학은기존의종교적진리를예시하려고하지않으며오히려새롭고도모험적인인간의존재영역을개척하고있다. 문학이란하이데거 12) Martens, Zum Menschenbild, a.a.o., S ) Viёtor, Die Tragödie des heldischen Pessimismus, a.a.o., S. 100.

8 42 김임구 가표현하듯항상 자신을앞서야 sich-vorweg 14) 하므로이런현실요소를뛰어넘는새로운존재가능성에대한궁구가문예예술의핵심이다. 4. 비합목적성의자연과역사 뷔히너의자연과역사인식은 18세기전통적계몽주의로부터계승된이해와는단절적차이를보인다. 18세기는자연과역사에내재한목적이있음을거의의심하지않았으며, 오히려반드시무한한발전을통해개인혹은아니면적어도종 ( 種, Gattung) 으로서의인류는완성에이르리라는확고할뿐만아니라, 심지어기계론적이기까지할정도로신앙에가까운확신이널리공유되었다. 15) 자연사역시이런조화롭고완성을향해나아가는인간사에복무하는전사 ( 前史, Vorgeschichte) 이었다. 자연사와인간사는모두합목적성 Teleologie을가지고진행되고있다는것이다. 하지만이런낙관적역사관은 19세기에접어들면서급작스러운도전받아때로는폐기되며때로는전혀다른역사관에의해대체된다. 뷔히너는이런일반적문화적패러다임의변화의선봉에서서새로운역사관을시도한작가로파악된다. 그가 1836년취리히의대에서행한시험강연은그가어떻게자연에내재하는일체의합목적성 Teleologie를부인하는지를잘보여준다. 자연은목적을따라행동하지않습니다. 자연은, 어느한목적이다른한목적을규정하는그런연속된무한한목적사이에끼여서부대끼지않으며, 오히려자연의모든현상이란그자체로충분한것입니다. 존재하는모든것은자기자신을위해있는것입니다. 14) Heidegger, Sein und Zeit, Tübingen , S. 191ff. 15) Walter Falk, Wissen und Glauben um Zu einer weltbewegenden Problematik und ihrer Herkunft, Paderborn, etc. 2003, S. 35ff. 특히 Kant의 1784년논문 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in weltbürgerlicher Absicht 와 1786년논문 Mutmaßlicher Anfang der Menschengeschichte 는이테마와관련해서중요한단서를제공한다.

9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43 Die Natur handelt nicht nach Zwecken, sie reibt sich nicht in einer unendlichen Reihe von Zwecken auf, von denen der eine den anderen bedingt; sondern sie ist in allen ihren Äußerungen sich unmittelbar selbst genug. Alles, was ist, ist um seiner selbst willen da. (260) 이인용은합목적성에대한관념이뷔히너에게서어떻게부정되는지를웅변적으로보여준다. 그러나우리가여기서유의해야할점은, 그가자연의합목적성을부인한다고해서자연을비롯한현존재자를지배하는일체의법칙마저도부정하는것은아니라는점이다. 전체조직에해당되는기본법칙 Grundgesetz für die gesamte Organisation 을찾을수있으며, 개별자의전육체적존재 das ganze körperliche Dasein des Individuums 역시 원초법칙의현현 Manifestation eines Urgesetzes 인것이다. 이런존재의법칙을찾는것 Das Gesetz dieses Seins zu suchen (206) 은가능하며그것은합목적적견해에대비되는 철학적방법 philosophische Methode 의과제라는것이다. 물론이법칙을찾는철학적노력은너무나도지난 ( 至難 ) 한것으로서사실체념에빠질수밖에없기에, 실제목표의도달보다는그노력자체가더중요할것이라는것이다. 뷔히너의이런비합목적성에대한인식은역사에도적용되며이를뒷받침하는우월한증거문서로이미우리가 숙명론편지 Fatalismus-Brief 를인용하였다. 우리는이편지를그의시험강연과함께같은맥락에서해석할때비로소사회사적해석의맹점에빠지지않을수있다. 이 숙명론편지 는뷔히너가역사의합목적성을인정하지않고있으나 - 모든것은우연이기에-, 적어도어떤방식으로든지역사의법칙을인식할수있다는점을부인하지는않음을보여주고있다. 뷔히너가말하는한편으로는 철석과같은법칙 das eherne Gesetz 과또다른한편으로는 합목적성비판 Teleologie-Kritik 의두범주가서로다르다는사실을간과할때우리는뷔히너문학에대한심대한해석적오류에빠질수있다. 16) 역사법칙에관한견 16) 뷔히너의뮌헨본의편집자들역시이런오류를범하고있다. 그들은뷔히너의합목적성

10 44 김임구 해는자연법칙에대한견해와평행적일치를이루고있다. 즉역사든자연법칙이든어렵다해도적어도인지될수는있다는것이다. 다만, 숙명론편지에서뷔히너가토로하는특별한점은, 비록인간이역사의법칙을인식할수있다해도이를통해역사의진행을인간의의도에맞게이끌고갈수없으리라는절망감이다. 물론뷔히너에게있어역사의합목적성상실과역사법칙을주체의의도대로기획할수없다는절망감은서로밀접한연관관계를이루고있다. 전자는후자의조건이며원인제공자라고볼수있다. 하지만만약뷔히너가 철학적방법 으로써원초적법칙을발견하고이로써합목적성의상실을상쇄하는노력을하지않으면안된다고믿었다면, 이전제가문학창작에어떤형태로서든영향을미쳤을것이라는가설을세울수있다. 이것은바로본연구가목표하고있는주제, 즉역사의과정에합목적성이부재함에도불구하고어떻게개인이자신을위한유의미한삶을정초하며또여기서더나아가일반적의미창출에까지기여할수있는가하는가능성에대한질문과연결된다. 이가능성의조건은뷔히너가신뢰하는원초법칙의존재에있다. 왜냐하면 개별자의전육체적존재 das ganze körperliche Dasein des Individuums 는 원초법칙의현현 Manifestation eines Urgesetzes 이기때문이다. 포기가사회의전체성과연관되어이역시철석과같은법칙에의해유린되는것이라는의미로주석을달고있다. [Meier] bezieht die Teleologie-Kritik auf den Begriff der gesellschaftlichen Totalität und auf Büchners Darstellung, Georg Büchner, Werke und Briefe, a.a.o., S. 587.

11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45 Ⅱ. 1. 연구의가설 뷔히너가숙명론편지에서토로한바와같이그가본역사가암담하며인류애로의발전이막혀있다는점은재론의여지가없으며이런시각이그의작품에반영된것역시움직일수없는사실이다. 이런측면은지금까지의뷔히너탐구가여러각도에서잘조명하고밝혀내었다. 그리고그럼에도불구하고뷔히너가작품에서완전히숙명론에갇혀서벗어나지못한것은아니라는점도어느정도지적하였다. 17) 그러나아직도환하게밝혀내지못한점은뷔히너가어떤잠재적가능성을발현시켜새로운존재양식을그려내었는가하는점이다. 보편적역사의숙명성을숙고하면서그속에행동하고활동하는특별한개인에초점을맞추려는본연구는뷔히너가바로그러한특수한개인의개별적태도와행위에서역사의숙명성을정지시키거나혹은지양시킬수있는단초를정초했다는점을드러내고논증하려고한다. 뷔히너작품의개인들은더이상이상주의적주체가아니다. 그들은괴테에게서와같은신적인자질도보유하고있지못하며초기낭만주의자들에서와같이비속한현실을무한한동경으로초극하는낭만성도갖고있지못하다. 18) 그럼에도불구하고뷔히너의특별한개인들은시간성을초극하며주체의고양된능력을여전히소유하고있다. 뷔히너가이상주의에대한신뢰를포기하였음에도불구하고역사의정체 ( 停滯 ) 를초극할수있는단초를아직도개인에 17) 특히 Viёtor (Die Tragödie des heldischen Pessimismus, a.a.o., S. 120) 는다음생각은 [Er(=Danton) ist] sogar auf dem Wege zu einem neuen Gemeinschaftsgefühl, das sich auf die kreatürliche Verbundenheit im Erleidenmüssen des Lebens gründet 본연구의테제와상응한다. 단지비에토르는이점을언급만하였을뿐상세한분석은하지않았다 ; Anneliese Bach, Verantwortlichkeit und Fatalismus in Georg Büchners Drama Dantons Tod, In: Wirkendes Wort, Jg. 6, H. 4 (1955 / 56), S. 217ff. 18) Vgl. Gerhard Schulz, Romantik. Geschichte und Begriff, München, 2002, S

12 46 김임구 게서보고있다는점에서 약화된이상주의 의대표자로볼수있다. 약화 ( 弱化 ) 라는말은주체가희망을잃어현실의변화능력이약화되었다는것을의미하기보다는현실이더욱더악화 ( 惡化 ) 되어예전의낙관적이상주의가아닌다른이상주의가이런현실에더욱더적합한대응이라는것을의미한다. 이주장은본연구의중심주장으로서기존의뷔히너연구와궤를달리한다. 본연구는뷔히너의독특한두명의개인에초점을맞춘다. 당통과보이체크가그들이다. 당통이역사에내재한숙명성의희생자로서이에대항하여반응하고있다면, 보이체크는사회적으로규정된신분을숙명적으로받아들이지않을수없는상황에서자신만의특별한방식으로존재하고행동하고있다. 이미지적한바와같이많은연구가들은당통이보이는역사의숙명에대한대응을좌절감, 실의에따른무신론과허무주의, 그리고권태및향락에의도피등으로보고있다. 하지만나는그러한언사와행동에도불구하고당통의태도와행위의더깊은층위는 역사와공동체에대한책임 Verantwortung gegenüber der Geschichte und Gesellschaft 에의해규정되어있다고본다. 마찬가지로보이체크가일반적으로뷔히너연구에서는빈곤층에속한국외자로서질투와정신착란에의해범행한살인자로낙인찍히지만나는그가 마음의종교 Religion des Herzens 를실천한인물로서자연성을억압하는문명을고발하고대안을지시하는뷔히너의독특한의도를수행하는주인공이라고주장하고자한다. 이테제들은본연구가진행됨에따라그내용의구체성과명증성을얻게될것이며그것들은현대인에게도여전히많은점을숙고하도록요청할것이다. 2. 새로운단초 - 뷔히너의고교시절연설문 본연구의혁신적연구내용의개진은뷔히너문학에새로운접근법을적용하는것으로부터시작한다. 우선당통과보이체크를내재적으로파악하는데중요한단서는뷔히너가고교시절에작성한연설문에서찾아낼수있다. 우리

13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47 연구에서중요한연설은그가 17세때쓴 400명포르츠하임인들의영웅적죽음 Helden-Tod der vierhundert Pforzheimer 와우티카의카토를변호함 Rede zur Verteidigung des Kato von Utika 등의두편이다. 이런글을통해뷔히너연구는소년뷔히너가영웅숭배의태도를가지고있음을지적하였다. 19) 본연구는그런측면보다는우선그연설에드러나는뷔히너의해석학적태도에주목하고자한다. 그는역사적인물해석에있어철저히내재적이해의방식을견지하고있음이두드러진다. 역사인물판단에있어뷔히너는일체의외부적이며이질적가치관의도입을반대한다. 로마시대카토는카이사르와의갈등에직면하여자살을한다. 기독교적시각에서볼때자살은어떤경우에도신의뜻을거스리는죄이며용서받기어려운행동이다. 하지만소년연설자뷔히너는로마인이며스토아철학을신봉하는카토로서는자살이야말로그가처한상황에서행한최선의행동이며역사에대한올바른선택이었다는점을강변한다. 우리는이지적에서어떤해석적방식으로당통과보이체크를파악하여야할지를강하게암시받는다. 두번째로연설을통해우리연구를위해얻는해석학적시각은, 뷔히너에게있어조국을위해장렬하게전사한포르츠하임인들이나자살한카토나공히역사와후세 Nachwelt에대한책임감을강하게의식하고한행위의결정이었다는점이다. 연설이 17세에쓰여졌으며당통과보이체크은 22 / 23세에쓰여졌으므로겨우 5년정도의시간차이밖에는없다. 이기간에뷔히너가심도있는성숙의과정을거쳤다고가정한다해도고교시절의연설문에표출된기본태도가완전히사라지고전혀다른형태로대체되었다고추측하는것은오히려부자연스럽다. 그러므로그의연설문에눈에두드러지는그의역사해석적태도를고려한다면그의나중작품에등장하는특별한개인을이해하는데결정적도움을얻을수있을것이다. 물론이말은연설문의정신이새로운매개나성숙없이그대로후기작품에착상되었다는뜻은아니며작품분석에있어서는그독특성을최대한고려하여야함은당연하다. 19) Vgl. Holms, a.a.o.

14 48 김임구 Ⅲ. 1. 당통의죽음 - 죽음에의연습과후세역사에대한책임 이작품해석의열쇠는당통의내적변화를고찰하는것에놓여있다. 적어도두개의변화단계를추론해낼수있을것이다. 이를위해작품내에서일어나는사건, 즉본사건 ( 本事件 ; Hauptgeschichte) 과그이전에일어난전사 ( 前史 ; Vorgeschichte) 를구분하는것이도움이된다. 독자는드라마의진행에따라독자에게전달되는정보를통해전사에서당통의혁명적활동이어떠했는지와왜그가본사건의시작시점에서그토록좌절하고있는지에대한이유를이해하게된다. 그는 1792년 9월 2일에서 6일사이에약 1200명의반혁명분자들을죽이는 9월학살을단행했으며그동기가혁명의성공과새로탄생한공화국을담보하기위한충정이었음에도불구하고당통에게심각한도덕적 심리적타격을남겼음을알게된다. 이런학살의반복을예방하기위해당통은혁명재판과기요틴의도입을성사시켰다. 하지만그의인도적노력은폭력적혁명의자체동력에의해전혀열매를맺지못할뿐만아니라오히려계속되는연쇄폭력의기폭제가되었음을인식할수밖에없게된다. 왜냐하면이사건은수년간지속될공포정치의시작을알리는시점이되었으며기요틴은악명높은살인기구로전락하기때문이다. 숙명성 으로번역된 Fatalismus 의의미를더정확히재현하자면, 인간에게가해지는치명적폭력성의필연적연쇄성으로서주체의모든기획을물거품으로만드는강제성이라고표현할수있다. 9월학살과이를인도적으로극복하려던모든인도적노력의헛됨은당통으로하여금인간의내적가치와의미에대한신념의박탈을경험하게하여, 종래는극단적좌절감과정서적으로매우불안정한트라우마에빠지게하였다. 이런상태에서당통은혁명의수행을옆으로밀쳐낸채성적인방종에빠져있다. 그는마치찰라적관능과향락을추구하는에피큐리언인것같으며, 모든것에대한무의미와니힐리즘적경향에빠져있는것같아보인다. 당통

15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49 연구는이런당통의면모를철학적, 형이상학적또는종교적측면에서구명하고자많은시간과공을들였다. 하지만당통의이런면모를어떤방식으로이해하든, 그것이무의미한혁명과역사의진행에대한좌절감의표현일뿐, 원래부터찰라적관능과향락을추구하는에피큐리어니즘에의한것이아님을독자는행간으로부터읽어낼수있다. 사실그의무신론적주장도이런좌절감의또다른표현에불과하다. 그런데놀랍게도당통의좌절감에따른향락에의탐닉은그의정적로베스피에르의도덕정치와공포정치에대해서그이데올로기의허구성을드러내주는비판적기능을수행한다. 제 1막 6장에서벌어지는당통과로베르피에르의덕 Tugend과악덕 Laster에대한담론에서이점이명료하게드러난다. 당통은주장하기를, 덕도악덕도단지인간이행하는즐거움 Spaß의다른양태일뿐이므로덕을행한다고해서악덕행하는자를살해하거나제재할근거가없다고지적한다. 악덕에빠진당통은덕을신봉하는로베스피에르에게다음과같이공격한다. 네속에는정말너에게때때로너는거짓말하고있어, 거짓말을하고있다라고아주조용하고도은밀하게말해주는것이아무것도없단말인가? (86). 그는당혹해하며자신의양심이순수함을내세우나 Mein Gewissen ist rein (86), 그의나중독백은당통의공격이자신에게적중한것을확인해준다. 나는내안에다른그무엇이나를속이는지알수없다 Ich weiß nicht, was in mir das Andere belügt (87). 이점에서당통이나로베스피에르는숙명론편지에서뷔히너가토로한것처럼인간의특성이란끔찍하리만큼똑같다. Ich finde in der Menschennatur eine entsetzliche Gleichheit ( ) 당통은덕과악덕의본질적차이를부인하고단지그것을 정교 fein 하거나혹은 거친 grob 에피규리안의차이로본다. 그에의하면오직이차이만이인간을구별하는척도이다. 심지어그에게는그리스도역시단지가장정교한에피큐리언이었을뿐다른인간과크게구별되지않는다. 당통은그논거로인간의자연적본성을제시한다. 모든사람은자기자연성품을따라행동하는거지요. 즉자기에게기분이좋은것을행하는것이지요. Jeder

16 50 김임구 handelt seiner Natur gemäß d.h. er tut, was ihm wohl tut. (86). 무신론을철학적으로논증하는페인 Payne의말도이와거의동일하다. 모두자신의자연성에적당한것을행하는것이지고의선이므로, 덕도악덕도이조건에만맞으면차이가없으며, 따라서덕행자가자신의덕을행하면될뿐, 악덕자를제재할아무런근거가없음을주장한다. 우리는이지점에서당통의향락과방종이거짓된혁명의폭력성을폭로하는비판적기능을하고있음을확인한다. 그자체로는도덕적으로칭송받을수없다해도당통의무위와향락은거짓된혁명의역사에대한항거요비판이다. 그렇다면작가뷔히너는위에요약한당통의행동과견해를어떻게판단하고있을까? 혹시당통의태도와행위가작가뷔히너의세계관을대변하고있는것은아닐까? 아니다. 그렇게보기에는무리가많다. 오히려당통의견해는작가의역사해석의결과가표현된것이다. 그것은치명적폭력이역사를지배하는한덕과악덕의구별이불가능하다고말하고있는것이다. 또이런고통과고난이역사에존재하는한무신론은이런무의미의역사에대한항거로서등장할수밖에없다는가정이다. 이런점에서뷔히너는폭력이모든문화적차이를무위화시키며의미를파괴하는특성을가지고있음을밝혀낸르네지라르의이론을선취하고있다고볼수있다. 그런데인물당통이사실자신의성적인방종과향락이바람직한행위가아닌것으로인지하고있다는점은여러정황과발언에서드러난다. 그는자신의향락적존재와행위역시덕성적로베스피에르와마찬가지로자신의지의영역을벗어난, 자신이인정할수없는모종의이질적힘에종속되고있음을고백한다. 우리안에서계집질하고거짓말하고도둑질하고살인하는그것이무엇이란말인가? Was ist das, was in uns hurt, lügt, stiehlt und mordet? (100, 이탤릭체는필자 ). 여기서또우리가주목해야할점은, 비록당통의악덕의향유를개인고유의자연성을근거로대고있으나, 이것은단지폭력성에종속된무의미한역사의조건하에과장된항거일뿐, 그가강조하는개개인의고유한자연적본성과이의구현은원래당통파의정치적강령이기도하다는사실이다. 혁명이

17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51 그치고성립될공화국의모습은그국민개인을강제로지배하는억압의기관이아니며, 오히려자신의자연성본성을실현하는개개인의총합으로이루어져야한다. Die Staatsform muß ein durchsichtiges Gewand sein, das sich dicht an den Leib des Volkes schmiegt (71). 즉국가는특별한모든개개인들에의해재현된보편태의모습을가져야된다는것이다. 시니컬한항거의의미를함축한향락에의해서만이아니라정치적강령에의거하여볼때에도공포를정당화하는로베스피에르의도덕성은기만이고사기임이드러난다. 당통의양심의고통은바로이런정치강령적규범에대한신념과믿음을전제로할때만가능하다. 즉규범에대한현실의괴리가그로하여금괴로움을주는것이다. 그러므로니힐리즘은그의원래적세계관이아니다. 그리고그는자신의니힐리즘이논리적으로나실제적으로도성립이불가능함을잘인지하고있다. 하지만나는무신론자가아닌가! 뭐든있는것은아무것도아닌무로는될수없다니, 이런망할놈의생각이어디있단말인가! 그리고내가그무엇으로든있는놈이니얼마나가련한가! 창조물이이리널리도펼쳐져있으니아무데도빈곳은없고모든것에무엇가득시글대고있구나. Aber ich bin ein Atheist! Der verfluchte Satz: etwas kann nicht zu nichts werden! und ich bin etwas, das ist der Jammer! Die Schöpfung hat sich so breit gemacht, da ist nichts leer, Alles voll Gewimmels. (119) 당통의이런독백은그의니힐리즘, 혹은죽음또는무 ( 無 ) 안에서가장큰안식을얻을수있다는그의말의진정성을믿기어렵게만든다. 그의니힐리즘적태도는단지죽음에직면하여느끼는불안과공포에대한의도된역작용이며죽음을수용하는비기독교인으로서의한인간당통의독특한방식에불과하다. 그렇다면왜당통은로베스피에르의사주에의해결의된자신의숙청소식

18 52 김임구 에접하여재반란을기획하지않은것일까? 아니면왜적어도도피하지않은것일까? 연설을통한자기변호로만은자기와친구들의생명을건지기에부족하다는사실이명백함에도불구하고. 그이유는그와그의친구들이죽음을받아들이기로결정하였다는사실에있다. 당통은이사실을명시적으로발언하지않지만작품을잘살피면그와그의친구들은죽음에이르는연습을하고있다는사실을확증할수있다. 모든일에대해초월한듯하고권태에빠진듯한당통이실제로는죽음앞에서깊은불안을느끼고있으며위트로써이를극복하려고하고있다는점을보아야한다. 또그가여전히인도적이념에의해동기되고있다는사실을파악하는것이야말로이작품을올바르게이해하는시금석이다. 당통은자기에게가해지는폭력을영웅적으로받아들임으로써적어도자기개인에게있어서나마역사의폭력적연쇄성을단절시키고자하는것이다. 그러므로당통의다음발언은우연이아니다. 만약가능하다면, 나는기요틴으로남을죽이기보다내가죽는것이더좋을것같으이 Und wenn es ginge - ich will lieber guillotiniert werden, als guillotinieren lassen. (91 / Ⅱ, 1) 이를위해당통은그의친구들과함께죽음의불안과고통을외면하지않은채이를직시하면서죽음을받아들이는연습을하고있는것이다. 그러므로그의세계관은오히려처음부터끝까지인도주의적신념에바탕하고있다고보아야한다. 드디어시니컬한당통에게도변화가온다. 그는로베스피에르에의해투옥된 3막이후갑자기삶의의욕을보이며혁명재판소에서 이성의요새로귀환하여진리의대포로적을뭉기겠다 Ich werde mich in die Citadelle der Vernunft zurückziehen, ich werde mit der Kanone der Wahrheit hervorbrechen und meine Feinde zermalmen (120) 라고외친다. 무엇이이런변화를야기하였는가? 그것은첫째로당통이삶을무엇보다우선하는가치로인정하기때문이며,

19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53 둘째로는자신과함께위험에빠진그의사랑하는아내쥘리 Julie의생명을사수하기위한목적이있으며, 셋째로는후세대에대한책임감이그로하여금이런강력한행동을하도록요청하였다는점이다. 그러나그의반항은정치적으로전세를역전시키지못하며죽음을현실로맞아들인다. 여기서당통에게사랑은죽음을가능케하는능력임이드러난다. 당통을따라죽고자하는부인쥘리의사랑이그로하여금괴뇌의죽음의길을용기있게감내하게한다. 이로써그가첫장면에서토로했던사랑의가능성에대한일체의회의는마지막장면에이르러부인과의정사 Liebestod를통해영혼적사랑의확신으로변모한다. 그러므로혁명의무의미로인해귀결된타자와의연합불가능성에대해괴로워했던당통은이제죽음안에서영혼의연합을이루어그런고독을극복한다. 이런문맥으로보면단두대에이르러같이처형당할친구들에게한당통의다음발언은아주잘이해가된다. 기요틴은최고의의사일세. Die Gouillotine ist der beste Arzt. (131 / Ⅳ, 7) 이 최고의의사 는당통의무의미, 권태, 고독등의병을일거에치료한다. 이런특별한개인당통의실존적결단으로인해역사의숙명성은적어도개인적차원에서나마그강제적필연성과연속성을상실한다. 이로써상실됐던역사의의미는재획득된다. 마지막으로이지점에서로베스피에르는당통과달리역사의숙명성에완전히종속되는인물임이더명료하게파악된다. 비록그는정치적권력을손에쥐고혁명의반대자를형장의이슬로사라지게할수있으나그자신이역사의자유로운주체가아니라오히려대상임을간파하지못한까닭에결국그스스로도비인격적으로지배하는역사의희생물이된다. 역사의상실된의미는그를통해다시한번더확증될뿐이다. 로베스피에르와당통은역사상에서존재의현상 Erscheinung과본질 Wesen이역전될수있다는사실을다시한번잘보여준다. 이런역사의변전을뷔히너는이미그의고교시절연설에서로마인카토와카이사르와의관계에서보았다. 외견적으로는카이사르에대해패배한자가오히려자살을통해후세대의시각으로볼때는승리를거둔다. 이런점에서

20 54 김임구 무신론자당통이선택한기요틴에의한죽음은카토의자살과마찬가지로그가처한상황에서행한최선의행동이며후세역사에대한올바른책임의선택이었다. 당통은무신론자- 더정확히말하자면인도주의자-로서의순교자였다라고말할수있다. 2. 보이체크 - 마음의종교 의실천과살인 작품보이체크은당통에비해길이도짧고역사적배경에대한많은이해를요구하는것도아니나, 사실은더집중된해석학적노력을요구한다. 그것은잘알려진바와같이장면이열린형식으로구성이되어있으며, 더구나미완성작품이므로전체의미를파악하는데어려움이있기때문이다. 유수의독문학자들이짜깁기방식으로만든여러독서본들 Lesefassungen 역시완전한텍스트로볼수없기에이를기초로해석을수행하고자할때, 해석자는더많은주의를기울이지않으면안된다. 이런문제점은본연구를수행할때각필사본을고려함으로써어느정도해결될것이다. 기존보이체크연구결과의문제점은성모랄에대한연구자자신의태도에따라불륜을저지른마리 Marie에대한평가가이루어지고있다는점이다. 이미위에서지적한바와같이그리스도교의용서의관점이든지 20), 페미니즘적허용의관점 21) 이든지혹은사회학적인관관계의관점이든지거의대부분의연구자는마리의불륜에대해서동정심을깔고작품전체의해석을하고있다. 이럴경우살인을한보이체크에대한평가는정죄를하든관용적으로보 20) 위에인용한연구외에다음의연구에도이런입장이그대로반영되고있다. Joachim Bark, Bibelsprache in Büchners Dramen. Stellenkommentar und interpretatorische Hinweise, In: Zweites Internationales Georg Büchner Symposium Referate, hrsg. von Burghard Dedner und Günter Oesterle, Hain 1990; Karl Viёtor, a.a.o., S ) Martin, Laura (1997): schlechtes Mensch - gutes Opfer: the role of Marie in Georg Büchner s Woyzeck. In: German life and letters, Jg. 50, N.4, S ; Ikumi Waragai, Analogien zur Bibel im Werk Büchners, Ffm 1995, S. 106.

21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55 아주든정당하게이뤄지기힘들다. 본연구는기존뷔히너연구에서익히연구된자연의개념, 시민사회에대한비판, 권태등등의측면은사전지식으로전제할뿐직접취급하지않는다. 오히려본연구는관심을보이체크인물의내적논리에돌리고자한다. 이것은이미뷔히너의고교연설의관찰을통해우리연구의방법론적명제로받아들인것이다. 이런방법적태도는무엇보다우리의연구에서보이체크을고찰할때그의역사적모델이되었던실제살인사건과그이후재판등과관련된인물들과사건들이허구로서의작품보이체크해석에지나치게간섭하는것을거부한다는것을의미한다. 22) 특히나는 1821년 6월 2일에일어난살인사건과관련하여범인보이체크 Johann Christian Woyzeck의사법적책임능력 Zurechnungsfähigkeit을다룬정신과의사클라루스박사의감정서를작품해석의지침 Richtschnur으로삼는것에의구심을표하며주의를환기시키고자한다. 작품의보이체크는실제의보이체크와는달리사법적책임능력이문제가되지않음이명료하며따라서작품의살인은실제살인과그본질면에서너무나도큰차이가있기때문이다. 지면상해석을주안점에한정하기로하자. 마리와동거하며아들까지낳은보이체크는그녀와정혼하지않았으나, 마음으로는정혼한것으로여기고남편과아빠로서부양의의무를다하고있다. 대위의이발사로서그리고생체실험의피실험자로서생계유지를위한온갖수모를마다하지않는다. 아직도 19세기유럽사회에는교회로부터 결혼허가서 를받지못한혼인은불법이었다. 그리고허가서를받을수없던근본원인은경제적부양능력이없기때문이었다. 23) 하지만보이체크는마음의힘으로교회의권위를넘어서서불법적동거를정혼으로만들고살아가고있다. 이런마음의힘은복음서가기록하고 22) Gerhard P. Knapp, Georg Büchner, Eine kritische Einführung in die Forschung, Ffm 1975, S. 148 에서도필자와비슷한의견을표명하였으나, 그것은보이체크의체포와선고에만한하고있다. 23) 이에대한사회사적배경에대해서는다음의탁월한논문을참조하시오. 도기숙, 보이체크에나타난하층민의동거문화와섹슈얼리티, In: 뷔히너와현대문학 23호 (2004), 5-28쪽.

22 56 김임구 있는예수의말씀에대한신뢰에뿌리박고있다. 주님께서아이들이내게오는것을막지말라하셨지요. Der Herr sprach: Lasset die Kindlein zu mir kommen (223, Lehmann-Lesefassung, <5> 장면 ) 이런점에서그는사회적기관으로서의교회와는구별되는마음의종교를가진그리스도인이다. 그는시민계급의멸시를받는사회의가난한하층민이나자신의자연적육체의요구와실제행위사이에간극을느끼지않으며마음의종교에기반하여자신과일치를이루고있다. 보이체크의소변을필요로하는생체실험의사를분노하게하는보이체크의행위는그런점을희극적으로보여주고있다. 즉그는참을수없는요의를느끼면거리의벽이든어디라도장소를가리지않는다. 그는또한자연의현상속에서아직은탈주술화되고수치화혹은기계화되기이전의기적적인모습을보는예지의능력을지니고있다. 보이체크의간헐적인정신적불안함과피해망상적발언이이런자신의내면과의일치된측면을부정하거나반박하지는못한다. 그것은오히려보이체크의영혼이인간과자연을억압하는부조리의사회에대해예민하게미리감지해주는지진계와도같이작용한다는측면이강조되는계기가될뿐이다. 이런보이체크의상은보이체크에게서환청과같은현상을경험하는정신적문제점등을지적하는기존보이체크연구결과와적잖게상충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자아와일치된인격의보이체크상을지지하며이연구에서증명해보이고자한다. 이를위해마리의상을재해석할필요가있다. 어린아들을품에안은마리 Marie는그포즈뿐만아니라이미이름에서부터아기예수를안은동정성모마리아를연상케한다. 하지만그녀는처음부터육체적순수함과는정반대되는성욕이가득찬여자로묘사된다. 고수장이를보고 사자 Löw 와같다고느끼며그녀의눈은 7겹의가죽바지를뚫고남자를상상해본다. 불륜의애인이준보석에마음을빼앗기며, 둘만의장소에서는마치거친짐승같이자신을애무해주기를격렬하게요구한다.

23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57 고수장이 : 날뛰는짐승같으니. 마리 ( 격렬하게 ): 날애무해줘요! Tambourmajor: Wild Tier. Marie (heftig): Rühr mich an! (225 / <6>) 심지어보이체크가불륜의증거를잡고마리에게따지는장면에서도그녀는 ( 뻔뻔하게도 ) 그럼어때 (keck) Und wenn auch (225) 라고대든다. 그녀가비록후에성경을읽고회개하는것같으나그장면을자세히살피면그것은단지양심의찔림을표현하는것일뿐그녀는결코불륜의행위로부터돌아설마음의준비가되어있지않다는것이드러난다 (<16>). 간음현장에서잡혀온막달라마리아를용서하고이제는더이상죄를더이상짓지말라는예수의말씀이담긴복음서를봉독하고난마리는그렇게하겠다고긍정하지않으며오히려 하느님맙소사나는그렇게할수없어 Herrgott! Herrgott! Ich kann nicht. (231) 라고반응한다. 그이후마리의입에서나오는경건한표현들은모두양심을무마하기위한기도이외에는아무것도아니다. 이런점에서마리는동정녀성모마리아와극단적으로대비되며, 자연주의를선취하는인물구성의철저성은뷔히너문학의매력이다. 이지점에서우리는할머니가마리에게들려주는동화역시재해석할필요가있다. 이동화에는불쌍한아이가등장하는데엄마아빠를잃고해와달과별등우주를헤매다어느곳에서도위로와도움을얻지못하고지구로귀환하나여기에서도모든것이황폐하며외로운상태로떨어진다는이야기이다. 해석자에따라이동화를살인을저지르고난보이체크의가련한상태를예시하는우주적동화로보기도하며, 죄를저지른마리의황량한마음의상태를그리는것으로보며또는매우구체적으로연결지어결국엄마와아빠를잃게될보이체크의아들크리스티안의상태를묘사하는것으로보기도한다. 나는후자의해석을선호하는편이지만그이전의두해석도어느정도타당성이있다고본다. 하지만이동화의중요한기능은그것이아니다. 이동화는제 1 구상단계 (H 1) 에서만등장하며그이후단계에서는더이상나타나지않는다. 그렇다면이동화는그이후본에서는마리의양심가책을표현하

24 58 김임구 는성경봉독장면에의해대체된것이라고가정할수있다. 이가정이맞는다면, 할머니가마리에게들려준동화는마리가스스로읽는성경말씀을대신하는기능이있었다는뜻이다. 즉부모잃은아이의가련함을이야기하는동화는, 불륜이낳을정신적공황의상태를예표하면서마리에게불륜관계를청산하라는우회적인그러나강력한요청인것이다. 하지만이요청은 H 1에서는곧바로나타난보이체크 ( 루이스 ) 의살인계획의실행으로응답될시간적여유가없다. H 1의구상에서는마리가불륜관계를실제적으로나정신적으로나청산하지못한다는사실이강조되어있으며, 이점은그이후작품구상에서계속견지되었다고본다. 마리의철저한불륜성은작품에깔려있는성경적비유를통해서도확인된다. 보이체크가불안을느끼며떠올리는종말론적장면들은, 요한묵시록에서적그리스도로나타나신자들을공격한바빌론을연상케한다. 그런데바빌론은묵시록에서탕녀로비유되며, 마지막날에지옥불로멸망받는용과유사한적그리스도이다. 그렇다면마음의종교를가진보이체크에게자신의참된사랑을무참히짓밟은마리는작품의상징을통해멸망받을수밖에없는창녀바빌론으로알레고리화되었다고볼수있다. 따라서보이체크가마리를살해하는것은그의마음의종교의논리를따르면당연한정의의심판일수밖에없다. 여기서작품전체연관관계와관련시켜보이체크의정당성에대해좀더부연할필요가있다. 마리의 철저한불륜성 을통해뷔히너는인간의자연적욕망으로서의성욕이어떻게자유의지와도덕의지배를벗어날수있는가를그어떤이상주의적환상도없이적나라하게그리고있는것이다. 이점에서괄약근이인간의지에종속되어있다는사실을주장하며그에대한근거로 인간에게서개인성은자유로승화되는것 in dem Menschen verklärt sich die Individualität zur Freiheit (242) 이라는주장을하는의사의이상주의적신념의비현실성이희화적으로폭로된다. 이제인간에관한진실은인간이자유의지보다는오히려배설과성욕구와같은자연적욕구에종속되어있다는점이다. 그토록인간의자부의근원이되었던이성이란사실은인간의매우허약하고자기기만적능력일뿐이다.

25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59 하지만그렇다고해서뷔히너가드라마보이체크에서규범적판단기준마저도포기한것은아니라는점을잊어서는안된다. 여기서우리는뷔히너가바람직한인간성의기준으로자연성과도덕의매개로보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24) 예컨대삶에서권태와무의미를느끼는대위의경우그원인이그의자연성으로서의성욕을도덕과매개시키지못하고오히려인격에통합되지못한타율적도덕에의해자연성을억압하고있기때문이라는점이드러난다. 즉그는모랄에눌려자연 ( 사랑, 즉섹스 ) 을따르지못하므로지루해하는것이다. 마리는비록자기억압적이며허식적대위와는달리자연성을따라살고는있으나, 이것이도덕과매개되지못하기때문에그녀의성욕은비인도적이며동물적인것이되어, 타자보이체크의삶을파괴하는결과를낳는다. 하지만보이체크는그의자연성과도덕 ( 형식적차원의도덕이아니라통합된마음의종교의형태로서 ) 을매개시키는유일한인물로그려진다. 비록그는자연적욕구를따라때와장소를가리지않고소변을볼지라도, 성욕은마음의종교로정초한마리와의사랑의공동체밖에서만족시키려하지않기때문이다. 그러므로낮은계층에속한마리의색욕적행태는자연과모랄의괴리에서나오는니힐리즘이다. 이에반해보이첵은비록사회적으로는괴로움을당하고있으나자연과모랄이일치하기에마리와아들을위해열심히살고일할수있다. 보이체크의마리에대한살인을정당화하려는나의해석은뷔히너를기독교인으로상정한상태에서, 그리고대다수인도주의를신봉하는독자와해석자들에게적잖은도발로느껴질수있다. 그러나우리는이지점에서폭력사용에대한뷔히너자신의태도를기억하여야한다. 그는 1833년 4월 6일경슈트라스부르크에서가족에게보낸편지에서다음과같은말을한다. 우리시대에서무언가도움이될수있다면그것은바로폭력입니다 Wenn in unserer Zeit etwas helfen soll, so ist es Gewalt. (278) 24) Jan Thorn-Prikker, Revolutionär ohne Revolution. Interpretation der Werke Georg Büchners, Stuttgart 1978 에서보이체크에게시민적도덕이없음을확증하지만, 그렇다고해서그가도덕적기준이없는것으로보는것은우리연구의시각하에서옳지않다.

26 60 김임구 물론여기서말하는폭력은일차적으로지배자에게가해질폭력을의미하고있으며마리같이연약한여인을대상에게가하는폭력을뜻하고있지는않다. 하지만우리가마리가마음의종교를무참하게파괴하는용서받기힘든색녀에가깝다는사실을확인한다음이런폭력을마리에게적용한다해도뷔히너가편지에서밝힌의미의폭력과거리가멀지않다는점을확증할수있을것이다. 그렇기에 H1에만등장하는다음의형리의발언에대해서도새로운해석이가능할것이다. < 형리 :> 좋은살인, 진짜살인, 멋진살인이라구. 더이상바랄수도없을만큼멋진살인이야, 오랫동안보아오지못했던살인인걸 - <Gerichtsdiener:> Ein guter Mord, ein ächter Mord, ein schöner Mord, so schön als man ihn nur verlangen tun kann wir haben schon lange so kein gehabt.- (208 / <21>) 대개의해석자는시체를보고아름다고지칭하는형리의발언에서지배층의비인간적측면을읽어내지만, 나의독법에따르자면이것은오히려보이체크가행한살인을전문가의입을통해미학적으로정당화시켜주는발언이라고볼수있다. 이런점은살인을행한즉시보이체크가선술집에서케테 Käthe라는직업여성과술을마시며춤을추는장면에서다시금확인할수있다. 그는여기서마리가고수장이와얼싸안고 계속, 더계속 immerzu immerzu 를외치며춤추던불륜의장면을복수하듯이재현하고있다. 하지만보이체크의직업여성은동침을거절하고보이체크역시그럴마음이없다. 만약여기서보이체크가조금이라도불륜을실천에옮긴다면그의폭력적살인은정당성을상실할것이다. 보이체크의살인은그가처한사회의온갖문명적부조리와모순과위선에도불구하고견지하던마음의종교를끝까지지켜내는정당한행위라고볼수있는것이다. 그리고보이체크의정당한폭력은이미불륜의또다른주인공인고수장이를응징하기위해서도사용되었다. 단지그는약하여육체적힘

27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61 이넘치는고수장이에대해서패배하였을뿐이다. 보이체크는최후의수단인폭력도마다하지않으며자신만의마음의종교를지켜내고자한것이다. Ⅳ. 맺는말 우리는이연구에서뷔히너의작품에서역사의무의미를극복할수있는대안적역사철학적함의가있는지를물었다. 역사적합목적성을부인하면서도그의미를정초할수있는근거는무엇일까? 우리는뷔히너가취리히대학에서행한실험강연에서존재의원초적법칙을신뢰하고있다는사실을발견하였으며이로부터그의숙명론편지를새롭게해석할수있는근거를확보하였다. 또그의고교강연을통해서뷔히너가역사에서존재와현상의전도현상이가능함을신뢰하고있음도확인하였다. 우리는이런단초로부터그의중요한두희곡작품인당통의죽음과보이체크를새롭게해석하였다. 여기서우리는당통과보이체크가결코무의미와니힐리즘에복속된인물이아니라오히려역사에대한책임의식 ( 당통 ) 과마음의종교 ( 보이체크 ) 로써의미를정초하는인물임을확증하였다. 바로이런희망을담지한행위의기저에원초법칙이있으며, 두인물의의식과행위에이법칙이개별적으로구체화되어나타남을보았다. 동시에이과정에서우리는뷔히너문학에나타난미학의철저성도경험하였다. 예컨대보이체크의미화되는살인이그러하다. 물론우리는여기서작품의내재적시각을벗어나보이체크의작품구상의윤리적타당성에대해논의할수있고또논의하여야만한다. 당통과같이폭력의숙명적연결고리를폭력의사용을포기함으로써끊어내는경우, 우리는이런해결을모범적으로쉽게받아들일수있는여지가많은반면, 보이체크가택한살인의수단은우리에게적지않은당혹감을안겨다준다. 해석자의일차적목표는내재적해석을성공리에수행하는일에한정된다. 그다음적용의단계는독자각자가

28 62 김임구 수행하여야할과제이다. 일반적으로우리는보이체크의미학적아름다움에는매료됨에도불구하고수단으로서의살인은거부할수밖에없을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독자가뷔히너가던지는충격적메시지를다시금고루한도덕관념으로무위화시킨다면그것은뷔히너문학의미학적각성을제대로수용하는것은아닐것이다.

29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63 참고문헌 일차문헌 Büchner, Georg, Werke und Briefe (=Münchner Ausgabe), München 이차문헌 Bach, Anneliese: Verantwortlichkeit und Fatalismus in Georg Büchners Drama Dantons Tod, In: Wirkendes Wort, Jg. 6, H. 4 (1955 / 56), S Bark, Joachim: Bibelsprache in Büchners Dramen, In: Zweites Internationales Georg Büchner Symposium Referate, hrsg. von Burghard Dedner und Günter Oesterle, Hain Falk, Walter: Wissen und Glauben um Zu einer weltbewegenden Problematik und ihrer Herkunft, Paderborn, etc Kant, Immanuel: 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in weltbürgerlicher Absicht (1784); Mutmaßlicher Anfang der Menschengeschichte (1786), In: ders., Werke in zehn Bänden, hrsg. von Wilhelm Weischedel, Darmstadt 1964, Bd. 9. Knapp, Gerhard P.: Georg Büchner, Eine kritische Einführung in die Forschung, Ffm Martens, Wolfgang: Ideologie und Verzweiflung. Religiöse Motive in Büchners Revolutionsdrama.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Darmstadt., 1973 (=Wege der Forschung 53), S : Georg Büchner: Persönlichkeit, Weltbild, Werk, Heidelberg Martin, Laura: Schlechtes Mensch - gutes Opfer : the role of Marie in Georg Büchner s Woyzeck, In: German life and letters, Jg. 50 (1997), N.4, S Meyer, Martin: Ende der Geschichte? München / Wien Mühlher, Robert: Georg Büchner und die Mythologie des Nihilismus,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a.a.o., S

30 64 김임구 Schulz, Gerhard: Romantik. Geschichte und Begriff, München, Thorn-Prikker, Jan: Revolutionär ohne Revolution. Interpretation der Werke Georg Büchners, Stuttgart Viétor, Karl: Die Tragödie des heldischen Pessimismus. Über Büchners Drama Dantons Tod (1934), In: Georg Büchner, hrsg. von Wolfgang Martens, Darmstadt., 1973 (=Wege der Forschung 53) S Waragai, Ikumi: Analogien zur Bibel im Werk Büchners. Religiöse Sprache als sozialkritisches Instrument, Ffm Wilhelm Fliesser: Christus-Motive in Revolutionsdramen, Heidelberg Wittkowski, Wolfgang: Georg Büchner: Persönlichkeit, Weltbild, Werk, Heidelberg : Sein oder Nichtsein. Zum Streit um die religiöse Büchnerdeutung, In: Zwischen Aufklärung und Restauration: sozialer Wandel in der deutschen Literatur ( ) (=Festschrift für Wolfgang Martens zum 65. Geburtstag), hrsg. von Wolfgang Frühwald, Tübingen 1989, S 도기숙 : 보이체크에나타난하층민의동거문화와섹슈얼리티, In: 뷔히너와현대문학 23호 (2004), 5-28쪽.

31 합목적성상실의역사와의미창출 65 <Zusammenfassung> Sinnstiftung im Verlust der Geschichtsteleologie Zur Konzeption des,besonderen Individuums bei Georg Büchner Ihmku Kim (Seoul National Univ.) Der sogenannte Fatalismus-Brief Büchners legt ein beredtes Zeugnis ab, wie im 19. Jh. die Teleologie aus der Immanenz der Geschichte vertrieben wird. In diesen Zusammenhang gehört auch seine Probevorlesung über die Schädelnerven von 1836 in Zürich, in der er die Teleologie in der Natur ablehnt. Somit scheint es, als verschwinde für Büchner die letzte Sinngebungsinstanz aus der Welt. Liest man jedoch die beiden Dokumente genauer, so erkennt man, dass Büchner immer noch an seinem Glauben an die Manifestation eines Urgesetzes festhält, die sich am Individuum vollzieht. Eine teleologische Ansicht müsse durch eine, wie er sagt, philosophische Methode ersetzt werden, die zwar nicht das Erreichen des Urgesetzes garantieren, aber wenigstens das Streben danach statuieren kann. Die Konzeption des besonderen Individuums, die Büchner allerdings nicht expressis verbis ausdrückt, gründet auf dieser philosophischen Überzeugung. Die vorliegende Studie fahndet in seinen dramatischen Werken nach konkreten Gestaltungen des besonderen Individuums, an dem sich das Urgesetz in je individueller Weise manifestiert. Sowohl die Figur Dantons wie auch Woyzecks sind solche Individuen: Während Danton die Gewaltanwendung der Revolutionsführer als nihilistisch verurteilt und sich mit dem Verantwortungsbewusstsein gegenüber der Geschichte und Gemeinschaft dagegen stellt, praktiziert Woyzeck in seiner doppelten Bedrängnis der sozialen Schwachheit und des Betrugs durch seine geliebte Frau Marie doch eine Religion

32 66 김임구 des Herzens. So kommt das Urgesetz jeweils am besonderen Individuum zur Erscheinung, wenn auch in einer verzerrten, verdeckten unscheinbaren Form. So gesehen verfällt Büchner nie endgültig einem Fatalismus, wie es die gängige Forschung sehen will, sondern hat vielmehr stets unterschwellig an einer Sinngebung der humanen Geschichte gearbeitet. Insofern schreibt er die Bedürfnisse der Geschichtsphilosophie der Aufklärung fort, obwohl er scheinbar einen radikalen Bruch mit der idealistischen Philosophie vollzieht. 주제어 : 게오르크뷔히너, 당통의죽음, 보이체크, 합목적성, 숙명론 Schlüsselbegriffe: Georg Büchner, Dantons Tod, Woyzeck, Teleologie, Fatalismus 필자 ihmkukim@snu.ac.kr 논문투고일 : , 논문심사일 : , 게재확정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