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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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숙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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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케이턱문고 고전과현대 005 숙향전 고전소설 케. 이. 턱

4 숙향전 차례 이시리즈에관하여 6 들어가기전에 8 제1장슉향젼권지상 14 1 김전이거북이를살려주고보답을받다 15 2 숙향의출생 17 3 다섯살에병란을만나가족과헤어지다 18 4 후토부인을만나십오년의운명에대해서듣다 21 5 장승상의의녀가되다 23 6 누명을쓰고쫓겨나는숙향 24 7 용녀의구함을받고선녀에게서앞일을듣다 29 8 사향은하늘에죄얻어죽고승상은숙향을그리워하다 33 9 화덕진군에게구함을받고마고할미에게의탁하다 천상의꿈을수놓다 이선의이야기 42 제2장슉향젼권지중 이선이마고선녀를찾는다 이선이숙향을찾아나서다 이선이숙향을찾아혼인하다 혼인으로인하여숙향이고초를당하다 마고선녀와이별하다 숙향이이상서의집에들다 숙향이재주로시부모를기쁘게하다 이선이등과하고돌아와숙향을만나다 형주로가는길 80 제3장슉향젼권지하 숙향이장승상양위와재회하다 숙향이부모를다시만난다 93

5 23 양왕지녀매향의이야기 이선의황태후의약을얻으러출행한다 용왕의아들에게길인도를받아여러나라를거치다 신선들의인도를받아봉래산에도착하여약을구하다 천태산에서마고선녀를만나다 황태후를살리고초왕에봉하여지다 이선이양왕의딸로둘째부인을삼고숙향이반야산도적에게 은혜갚는이야기 신선으로돌아가다 121

6 이 시 리 즈 에 관 하 여 어린시절나를키운것은팔할이바람이었는지는모르겠으나일할정도는삼중당문고였다고할수있다. 장정일이이미설파한대로. 150원하던삼중당문고는책이외에마땅한오락이없던시절에거의유일했던장난감은아니었을까? 장정일의시에서재미있는표현은 경제개발몇개년식으로읽어간삼중당문고 라는것인데, 실제로나는경제개발몇개년은모르겠으되번호순으로빠뜨리고읽지않은것을체크해본경험은있다. 그리고삼중당문고는꼭한권씩만샀는데, 그이유란, 민망하지만책을사러갈때마다책방누나를한번더볼수있었기때문이었다. 내게문고본책은그런향수를불러일으킨다. 이시리즈의북디자인은책세상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의것을거의그대로차용하였다. 한글문서의 TEX 조판을테스트하기위하여작성하는예제성격이강한까닭에이렇게디자인을베껴보는것이좋은샘플이될것이라생각하기때문이다. 한권의책을디자인하기위하여코딩해야할부분을적어도최소한으로보여주는좋은예제가되었다싶다. 어차피샘플문서인관계로오로지이책단한권만 출판 (?) 할것이며그나마도권지하부분은빠뜨리고싣지않은불완전한모양이기는하나번역이라할수도없는현대어전사 6

7 과정에서상당한재미를느꼈다. 저작권문제가있는까닭에현대어로옮기는것은전부내가하였으나, 나자신이고전전문가가아닌까닭에오역과오독이숱하리라생각한다. 그래서소스에원문을그대로살려두었으니미심쩍은분들께서는번역문을참고하지마시고소스의원문을보실것이다. 옮겨적음에있어서나는고전의문장의맛을그대로남겨두고싶었다. 특히우리고전의유장한 이야기체, 즉센텐스단위가아니라이야기로흐르는글의맛을그대로유지하고싶었으나, 부득이하게그대로옮겨지지아니한것들도많다. 특히숙향전은다른고전에비하여대화체가매우화려한데, 좋은관행이라고생각하지는않지만독서의효율을위하여대화단위로행을바꾸도록애썼다. 어휘에있어서도의미파악에지장이없는것이나대략뜻을알수있는것일때는원문의표현을그대로두었으며, 현대어에서의미가변한것이있더라도역시그대로두었다. 예를들면 발행 을 출발 로고치지않았으며 인간 은현대어에서그뜻이변하였으나 세상 을의미하는원래의 인간 을그대로썼다. 되도록주석없이고전을원문에가깝게읽을수있는글이되었으면한다. 잘아는분께서잘못을지적하고고쳐주시면좋겠다. 숙향전 7

8 들 어 가 기 전 에 < 이텍스트는위키백과사전의숙향전항목을가져다쓴것이라.> 숙향전은 17세기말엽에창작된한국고전소설이다. 남주인공 이선 과여주인공 김숙향 을통해, 가족이산, 남녀간의사랑과그존립기반으로서의상호존중, 인물의삶에관여하는운명론과인간의존재론적의미, 이계 ( 異界 ) 체험을통한자기정체성의확인등삶의도정에서누구나마주하는여러문제의식을, 때로는흥미있게때로는아프고진지하게묘파해낸작품이다. 숙향전 은여러모로명성이자자했다. 현전하는 숙향전 이본 ( 異本 ) 은 90종에육박한다. 이본이많다는것은그만큼애독되었음을말해준다. 특히이본중에는국문뿐만아니라한문으로된것도수십종에달하는데, 이는한문에능숙했던양반계층에서도 숙향전 이소통되었음을뜻한다. 숙향전 은국문을아는사람, 한문을아는사람들을두루망라해서자신의독자층으로끌어들였던것이다. 요즘도탑골공원같은데를가면이야기꾼을찾아볼수있지만, 예전에는이러한이야기꾼들이더많았던것같다. 그들중대표적인것이전기수 ( 傳奇叟 : 기이한이야기를전하는늙은이 ) 인데, 이사람들은종로와같은사람들의왕래가잦은큰네거리에서사람들을모아놓고돈을받아가며이야기를 8

9 들려주었다. 기록을보면, 어떤전기수는한달을기약하고종로에서시작하여청계천변을오르내리면서이야기를구연했다고한다. 전기수는구연하다가이야기가절정에이르면문득구연을중단했으며, 그때주위의청중들은그다음의이야기를계속듣기위해전기수에게돈을던져야했다. 이처럼이야기구연을생업으로삼았던것이다. 그런데돈벌이가되기위해서는구연도잘해야하고, 또구연의레파토리도다양해야함은물론이다. 숙향전 은 소대성전, 심청전 등과함께전기수의주요구연품목이었다. 이는아예글자를모르거나아니면글자를안다하더라도여력이나여가가없어보지못했던사람들에게까지도 숙향전 은인기가있었다는사실을말해준다. 기록에의하면, 숙향전 은일본인통역관들이한국어를배우기위한학습텍스트로활용되었다고한다. 현재전하는 숙향전 이본중에는일본의도서관에소장된것들이여러개있는데, 그것들을보면순한글의원문옆에일본어가빼곡하게병기 ( 倂記 ) 되어있는모습을볼수있다. 숙향전 의내용을따라가면서한국어를익혔던흔적들이다. 최근의연구에의하면, 일본인통역관들이 숙향전 을한국어학습텍스트로선택한것은여러요인 ( 분량의장편, 내용의흥미등 ) 이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숙향전 이다른어떤국문텍스트보다순한글표현의빈도가높기때문이라고한다. 어쨌거나 숙향전 은과거당대에이미국외에까지알려졌던작품이었다. 숙향전 을전혀읽지않았던사람들도 숙향 혹은 숙향 과 이선 이란 숙향전 9

10 이름은모르는사람이없다. 그것도그럴것이, 숙향전 보다우리에게더친숙하다고할수있는춘향전, 심청전, 봉산탈춤, 각종의사설시조등에그이름이빠짐없이등장하기때문이다. 특히어떤작품이건인물의고난장면에서는숙향이가, 남녀의사랑장면에서는숙향과이선이가어김없이등장한다. 이는 숙향전 의유명세를전제하지않고는설명하기어려운것이다. 당시의고전문학향유자들 ( 작가와작품수용자를포함한 ) 은 고난 하면숙향을, 고난을극복한사랑 하면숙향과이선을자동적으로떠올렸던것이다. 그러면 숙향전 의내용은어떠한가. 어떤점이흥미있고감동적인가. 숙향전 은숙향의아버지인김전이어부에게잡혀죽게된거북이를살려주고, 후에그거북으로부터구원을받는것으로이야기가시작된다. 그런데작품초반에설정된이러한구성은작품이끝날때까지주요한의미요소로기능하여, 이른바 은혜베풀기 은혜갚기 의의미맥락을형성한다. 숙향전 에는김전과거북간의관계뿐만아니라, 숙향과거북, 숙향과도적, 숙향과여러짐승들간의관계에서도 은혜베풀기 은혜갚기 가폭넓게이루어진다. 이처럼 숙향전 은 베풀고갚기 가독자들에게주는감동을효과적으로실현하고있는작품이다. 그외에도작품구조의주된기반이라고할수있는통과제의적측면도 숙향전 의주요한특징이다. 그러나무엇보다도독자들을끌어들이는주된요소는남녀주인공의삶과밀착되어일어난사건들이라고할수있다. 먼저거론할수있는것은전쟁으로인한가족이산과숙향의 10

11 고난이다. 숙향은 5세에전쟁을만나가족과헤어지고숱한고난을당한다. 그런데이부분이독자들에게깊은감동을주는것은그헤어짐과고난의과정이매우핍진하게묘사되어있기때문이다. 고전소설의주인공들은부모가죽어서든, 전쟁을만나서든, 아니면정치적인이유에서든간에삶의초반에으레고난을당한다. 그러나그고난이구체적으로장면화되지않고판에박은듯이서술될뿐이다. 그래서독자들은단지 누구누구가부모와헤어져고난에처했구나 정도의느낌만을받을뿐이다. 그러나숙향이처한고난의장면은그렇지않다. 그것은묘사의수준이매우구체적이어서, 독자들은그장면을통해전쟁의폭력성에내재하는의미뿐만아니라고난에처한인물의고통까지도생생하게체감할수있게된다. 다음으로주목되는내용은숙향을향한이선의사랑이다. 이선은꿈을통해숙향이자신과천생연분임을알게된다. 그런다음이화정의마고할미를만나숙향을탐문하는데, 마고할미는이선에게숙향은팔다리없고앞못보는병신이니찾지말라고거짓말을한다. 그러나이선은숙향은자신과연분이있는사람이므로, 또자신으로인해그렇게되었을것이므로병신이라도전혀상관하지않는다고한다. 마고할미는이선에게숙향이거쳐온노정을자세히일러주면서그길을따라주유하면서숙향을찾아보라고한다. 이선은곧바로김전의집으로가그곳에서부터이화정에이르기까지숱한고난을겪으면서숙향을탐문하는정성을보인다. 이선은사랑하는사람을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하는사람이다. 또한이선은사랑에대한 숙향전 11

12 책임감을투철하게갖고있는사람이다. 이선은상대방의어떠한조건과상태도상관하지않고신의와정성을다한다. 그것은상대방을진실로사랑하기때문이다. 고전소설의남주인공중에는멋진인물이많다. 구운몽의양소유도있고, 옥루몽의양창곡도있다. 그러나나는그어느누구보다이선이최고의남자라고생각한다. 숙향과이선의사랑과결혼에는장애가많았다. 우선외적인조건이달랐다. 숙향은이화정이란술집에의탁해있던고아였고, 이선은막강한권력을소유하고있던이상서의아들이었다. 그래서이상서는이들의만남과사랑을용납하지않았다. 급기야숙향은구속되기에이르고이선은고향을떠나야만했다. 그러나이들이천정연분임이확인되고또숙향의인물됨이매우출중하므로, 두사람은마침내화합에이를수있게되었다. 그외에도숙향이양부모인장승상부부와친부모인김전부부를다시만나는장면도대단히감동적이다. 또이선이황태후의병을고치기위해선약을찾아이계를탐험하는서사도독자들에게큰흥미를가져다준다. 12

13 제 1 장슉향젼권지상

14 숙향전권지상 월궁소아는태을진군에게주려고열원단을도둑질한죄로상제에게죄를얻어인간세상에적강하여모진고초를겪어야하는벌을받는다. 소아를불쌍하게여기는여러선인들의도움을받아가면서인간의이름으로숙향으로태어난소아는자신의운명의길을따라가는데 한편태을진군또한이선으로세상에태어났으니이들은과연어찌될것인지.

15 1. 김전이거북이를살려주고보답을받다 화설, 송나라시절에남양땅에한어진선비가있었으니성은김이요이름은전이라. 어릴때부터재기가뛰어나열살이되기전에문필이특출하므로세상사람들이추앙하는바요, 그부친운수간선생은염결적직 [ 청렴결백하고바르고곧음 ] 하여부귀를부운 [ 뜬구름 ] 같이알아산림에처하니천자께서들으시고간의태부를제수하셨으나굳이사양하고산중미록 [ 고라니와사슴 ] 으로벗을삼아음풍영월하며세월을보내니이런까닭에형세가청한 [ 청빈하고한가로움 ] 하였다. 하루는김생이벗을전송하려고나귀를타고반하수에이르렀는데어부들이그물을들어고기를잡다가거북을잡아구워먹으려하였다. 김생이보고말려가로되, 이것이매우이상하니죽이지말라 하니, 어부가답하여말하기를, 비록이상하지만우리들이종일토록고기잡은것이없고다만이것을잡았다. 시장하니구워먹겠노라. 하였다. 김생이다시보니이마에天자가있고배에王자가분명하였다. 그거북이눈물을머금고김생을우러러보며죽기싫어하는듯하므로생이불쌍하게여겨비싼값을주고거북과바꾸어물에넣으니거북이재삼돌아보며물속으로들어갔다. 슉향젼권지상 15

16 그후에, 김생이양양땅의벗을찾아보고돌아오다가운교다리에이르렀는데, 마침비가와물이넘쳐서다리가무너져다리에올랐던사람들이다빠져죽게되었다. 김생이여러사람을붙들고앙천통곡하여말하기를, 하늘은김생을살리소서 하였는데, 문득보니깊은물속에서매판 [ 방석 ] 같은것이자기앞을향하여섰거늘생이사세급하여그위에올라서니그것이변하여꼬리를치고네발을휘적여물가로나아갔다. 생이뭍에내려정신을차려보니분명히반하수에넣었던거북이였다. 생이절하여사례한대거북이가입으로안개를모으더니생의앞에무지개가생겨났다. 생이황홀하여무수히재배하더니문득그기운이스러지며제비알같은구슬이놓여있었다. 자세히보니오색광채찬란하고그속에은은한글이있으되, 하나는목숨수자요하나는복복자였다. 김생이생각하기를전에반하수에서구해준은혜로이구슬을줌이로구나하고가지고왔다. 김생의나이가약관이이르렀으나집이빈한하여처를얻지못하였다. 형초땅에장회라는사람이있었다. 본래공경자손 [ 대갓집자손 ] 으로가세가유족하지만다만딸하나를두어장중보옥으로사랑하여각별히택서 [ 사위를고름 ] 하다가김생의이름을듣고통혼하므로, 생이허락하고운교에서얻은구슬로빙폐하였다. 장회의부인이보고가로되, 재상가구혼을다허락지아니하고이제저러한빈한한사람과결혼하니어찌애닯지않으리오? 16

17 장회가왈, 혼인에재물의논하는것은오랑캐의풍속이라. 김생의생김새와풍채가비상하니장래재상의풍도가있고이빙물은만금으로도바꾸지못할것이라. 하고장인 ( 匠人 ) 을불러옥가락지를만드니, 광채가황홀하고찬란하더라. 길일을가려성례하매, 김생부부의단아준일한풍채가가위천정배필이라. 장회가기쁨을이기지못하였다. 십여년만에장회부처가갑자기병을얻어결국함께몰하였다. 김생부부는향화를극진히받들고삼년상을지냈다. 2. 숙향의출생 가산이풍족하나다만일점혈육이없어항상탄식하며명산대천에정성들여기도하였다. 칠월망일에김생부처가완월루에올라구경하고있는데갑자기하늘로부터흰꽃한가지가떨어져장씨앞에내려지거늘자세히보니행화도아니요매화도아니요맑은향취가은은히흩어지는지라. 장씨부부가이상히여기는차에문득광풍이크게일어그꽃이흩어지거늘장씨탄식하고들어와잤다. 그밤꿈에달이뜨고금두꺼비가장씨품에들어오길래놀라깨었다. 꿈이야기를생에게이르니생이왈, 나의꿈에도계화가그대앞에떨어지고금두꺼비가품에들어오는것을보았으니, 반드시재주있는자식을낳으리로다. 하였다. 과연그달부터잉태하여십삭이차니이때는사월초팔일이 슉향젼권지상 17

18 었다. 이날밤에오색구름이집을두르고향기진동하며선녀한쌍이촛불을들고들어와김생에게이르기를 이제부인이오신다 하고부인의방으로들어가자이윽고서기가집안에가득찼다. 생이괴이히여겨내당에들어가보니이미순산하였고선녀가유리병에서향수를기울여아이를씻겨누이고이르되, 이아이는월궁소아라. 상제께죄를얻어태을선군과함께인간세상에적강 [ 신선이세상으로귀양오는것 ] 하였으니귀하게길러하늘의정한바를어기지마소서. 이아이의배필은낙양이상서집아이이니이는태을이라. 나는이제그리로가오니이아이이름은숙향이라하고자는소아라하소서. 하고표연히가거늘, 생이들어가아이를보니설부화용 [ 눈같은살결꽃같은얼굴 ] 이요탈속비범하나다만여아임을섭섭하게여기고, 이로부터이름을숙향이라하고자를소아라고하였다. 3. 다섯살에병란을만나가족과헤어지다 숙향이다섯살이되었을때, 병란이일어나형주를침노하므로백성들이피난하였다. 김생도가속을데리고강릉으로가는데, 도중에도적을만나행장과노복을다잃고부인과함께숙향을업고가던중도적이점점가까이오는지라. 생이능히달아나지못하고장씨에게이르되, 사세위급하니숙향을바위틈에감추고갔다가도적이간후에데려감이 18

19 어떠하뇨? 장씨가울며왈, 첩은숙향과함께죽을것이니낭군은몸을피하소서. 생이왈, 어찌그대를버리고홀로가리요? 차라리셋이함께죽으리라. 장씨왈, 장부가어찌아녀자를위하여죽기를취하리요? 빨리가소서. 생이종내응하지않으므로장씨가어쩔수없이숙향을반야산바위틈에앉히고끼었던옥가락지한쪽을숙향의옷안고름에채우고찬밥을표주박에담아주며이르되, 이것을먹고있으면내일데리러갈것이니울지말고기다리라 하였다. 숙향이발을구르며울어가로되, 모친은나를버리고어디로가시나뇨? 하며따라오거늘장씨가무수히달래고있을때, 돌아보니도적이멀지않은지라. 숙향을어쩔수없이그바위틈에버리고장씨를이끌어묏골로달아났다. 도적이다달아숙향을보고묻기를 네부모는어디가고너홀로앉아서우느냐? 숙향이그말을다이르니도적이죽이려하였다. 그중한늙은도적이말려가로되, 부모를잃고우는아이를죽여무엇하겠는가? 또한그아이상이다른날귀하게될것이니죽이지말라. 하고업어다가마을근처에놓고갔다. 숙향이어찌할바를몰라길가의가시덤불밑에앉아서부모를부르며울거늘, 행인들이불쌍히여겨밥도주고물도주면서위로하여말하기를 너를데려가고싶으나우리자식도 슉향젼권지상 19

20 괴로우니불쌍은하건마는어쩔수없다. 하더라. 이때는추구월이었다. 차가운바람이불어밤이되면몸이얼어잠을이루지못하였다. 갑자기황새한쌍이내려와날개로덮어주었다. 마음에이상하게여기면서따스한기운에잠을자고깨어보니날이이미밝았다. 부모를부르짖으며울고있는데문득까치가날아와숙향의무릎위에앉아울고날아가거늘숙향이이상히여겨까치가는데로따라갔다. 여러뫼를넘어한곳에다다르니큰마을이있었다. 숙향이울면서바장이더니 [ 바장이다 : 이리저리다니다 ] 마을사람이물어왈 너는어떤아이길래울면서다니느뇨? 숙향이왈, 우리부모가내일와서데려가마하더니지금오지아니하므로속절없이우나이다. 촌인이왈 이는반드시난중에잃어버린아이로다 하고먹을것을주고가는지라. 숙향이지향없이주저하고있는데갑자기원숭이가삶은고기를물어다가주거늘먹으니주린것을진정하였다. 이때에김생이장씨를깊이숨기고밤에내려가숙향을찾았으나종적이없는지라. 돌아가이소식을전하니장씨가듣고기절하여어찌할줄을모르거늘, 생이위로하여왈, 숙향이만일죽었으면시신이있을것이로되종적이묘연하니아무라도데려감이분명한지라. 옛날왕균의말을생각하여설움을억제하라. 장씨왈, 일각인들어찌차마잊으리오 하고애통하였다. 20

21 4. 후토부인을만나십오년의운명에대해서듣다 이때에숙향이정처없이다니다가날이저물어나무에의지하여앉아서울고있었다. 문득푸른새가꽃봉오리를물고손등에앉으므로숙향이그꽃봉오리를먹으니배고프지않고정신이황연 [ 환하게밝아짐 ] 하였다. 청조가날아가므로새를따라한곳에이르니굉장한궁전이있었다. 청조가문으로들어갔다. 잠시후한노고가나와들어가기를청하거늘숙향이노고를따라전앞에이르니한부인이머리에화관을쓰고몸에칠보장복을입고교의에서내려맞으면서이르기를, 선녀께서인간연화중에잠겨나를몰라보시는가? 하고시녀를불러경액을가져오라하니시녀가만호종의호박배 [ 만호종의호박배 : 오랑캐류의호박으로만든잔이라는뜻으로이상하게생긴잔 ] 를바쳐드리거늘, 숙향이받아마시니정신이상활하게되어천상의일과인간으로적강하던일이넉넉하게떠올랐다. 부인께사례왈 첩이득죄하여인간의고초를겪거니와부인이관대하시니지극감사하여이다. 부인이웃으며말하기를, 이땅은명사계요첩은후토부인이라. 그대인간에서고생하시기로원숭이와황새와까치와청조를보냈는데보셨나이까? 숙향이배사왈 부인은덕을갚을길이없나이다. 부인이정색하고왈 그대가마침인간의고초를겪고있다 슉향젼권지상 21

22 하나어찌과도한말씀을하시느뇨? 이미날이저물었으니내일가소서. 하고잔치를차려크게대접하였다. 숙향의정신이점점맑아져부인에게물어왈 전에들으니명사계에는시왕 [ 十王 ] 이계시다하니옳은말이니이까? 부인왈 그러하니이다. 숙향이왈 첩의인간부모가나를버리고갔사오니만일죽어계시면분명시왕전에계실것이니찾아보고저하나이다. 부인이왈 그대부모도또한선군으로서하계에적강한지라. 기한이차면도로천상으로가실것이니명사계에는오지않으리이다. 숙향왈 그러할진대부모를다시만나리이까? 부인이왈 월궁에계실적의규성이라하는선녀가옥황께여쭈어부인을구하려고하다가죄를얻어인간으로내려왔으니, 부인이장승상집에가서전생은혜를갚은후에태을을만나야부모거처를알것이니, 그리하면자연히십오년이되리이다. 숙향이탄식하여왈 인간의고행이일각이여삼추러니, 이제십오년을어이지내리오? 부인이위로하여왈 그대아무리바쁘나이미하늘이정하신수이니, 이제다섯번죽을액을지난후라야자연히돌이키게되리니바삐가소서. 숙향이왈 인간의길을모르니뉘집에가의탁하리오? 부인왈 가실길은내지시하리니장승상집으로먼저가소서. 하고금분에심은나무한가지를꺾어사슴의뿔에매고 22

23 이르되 이사슴을타고가서내리는곳에서배고프거든이열매를먹으소서. 하고문득간데없다. 숙향이사슴의등에오르니그사슴이구름을헤치고가니그가는바를모를러라. 한곳에이르러멈추므로숙향이내려그열매를먹으니배부르고천상일을아득히잊게되었다. 갈바를몰라모란포기에의지하여잠깐조는데, 이곳은장승상집동산이었다. 5. 장승상의의녀가되다 승상은남군땅사람이었다. 소년등과하여삼십세전에정승에이르러명망이일세에덮었으나신종조에이르러간신의참소를만나파직하고고향에돌아와한거하였다. 다만일점혈육이없어서슬퍼하고있었다. 하루는부인꿈속에한선녀가내려와계화한가지를주므로놀라깨어이말을승상께고하니승상왈 일이매우이상하도다 하였다. 후원에가서꽃구경을하는데문득채운이어리고향취가진동하더니이윽고구름이걷히고모란포기속에한아이가졸고있었다. 승상이대경하여부인을청하려고시비를부르는소리에그아이가잠을깨는지라. 슉향젼권지상 23

24 승상이물어왈 너는어떤아이길래이곳에와졸고있느냐? 이름은무엇이며집은어디냐? 숙향이왈 내이름은숙향이요집은어딘줄모르고부모를난중에잃고전전유리하여다니더니어떠한짐승이업어다가여기두고가더이다. 승상왈 난중에부모잃은아이로다. 부인이자세히보니꿈속에서본선녀의얼굴같거늘괴이히여겨가로되 이는하늘이우리에게주신바라 하고친히안고들어가품에넣어기출같이 [ 자기자식같이 ] 기르더라. 숙향이점점자라십세가되어서는행실과재질이자연진선진미하니승상부부가지극히애중하였다. 가사를다맡기고매양어진배필을구하여후사를부탁하고자하였다. 비복등이다심복하였으나그중에사향이라는시비가원래가사를총찰하다가숙향이들어온후로가장앙앙하여 [ 악에받쳐서 ] 매양숙향을해할뜻을두었다. 6. 누명을쓰고쫓겨나는숙향 이때숙향의나이십오세였다. 하루는승상양위를모시고영춘당에올라춘경을구경하였는데문득저녁까치가낭자의앞을향하여세마디를울고가거늘, 낭자놀라가로되 저녁까치는계집의넋이라. 모든사람중에서오직나를향하여우니분명내게불길하도다. 24

25 승상이점복하여이르되 네게해로운징조로다. 하고잔치를파하였다. 이날사향이틈을타부인침소에들어가금봉차와옥장도를도적질하여낭자의사사그릇속에감추어두었다. 그후부인이잔치에가려고봉차를찾으니간곳이없는지라. 괴이히여겨세간을내어보니장도또한없거늘모든시비를나무라는데사향이들어오며가로되 무슨일로이리요란하나이까? 부인왈 옥장도와금봉차가없으니어찌찾지아니하리요? 사향이부인곁에나아가가만히고하여왈 저번에숙향아씨가부인침소에들어가세간을뒤지더니무엇인지치마앞에감추어가지고제침방으로가더니수상하더이다. 부인왈 숙향의빙옥같은마음으로어찌그런일이있으리요? 사향이왈 숙향아씨가전일에는그런일이없더니근간혼인의논을들은후로는자기세간을굳히려고그러는지매우부정함이많더이다. 아무려나숙향아씨세간을뒤져보소서. 부인이또한의심이들어숙향을불러이르되 봉차와장도가혹네방에있는지보아라. 숙향이왈 소녀의손으로가져온일이없사오니어찌소녀방에있으리이까? 하고그릇을내어놓고친히찾게하니과연봉차와장도가있는지라. 부인이대로하여왈 네가아니가져갔으면어찌네그릇에들었느뇨? 하고승상께들어가가로되 숙향을친녀같이길 슉향젼권지상 25

26 렀더니이제장도와봉차를가져다제함속에넣고종시몰라라하다가내게들켰사온데, 봉차는계집의노리개라괴이치않거니와장도는부당지물이라. 그일이매우수상하니어찌처치하면마당하리이까? 사향이곁에있다가고하여왈 숙향아씨거동을보니혹편지를쓰기도하고외인이종종출입하니그뜻을모를러이다. 승상이대경하여왈 제나이가찼으므로정녕외인으로상통하는것인가? 두었다가는가내에불측한일이있을지니빨리쫓아내소서. 하거늘, 부인이나와보니숙향이머리를싸매고누워있었다. 부인이불러크게꾸짖어왈 우리가자녀가없으므로너를기출같이길러어진배필을얻어네몸도의탁하고우리후사와허다한가산을맡기고저하였는데네마음이매우불량하니장차어찌하리요? 나는너를오히려아끼나승상은노하시니이번에의복을가지고근처에가있으면내조용히가라앉혀다시데려오리라. 하며눈물을흘렸다. 숙향이눈물을훔치며왈 소녀가다섯살에부모를잃고동서유리하옵다가천행으로승상과부인의애휼하심을입사오매그은혜망극하온지라. 종신토록지성으로받들기가원이더니천만의외에이런일이있사오니, 도무지소녀의팔자라, 수원수구하리요? 그러나이는요망한사람의간계로소녀를죽이려하옴이니부인은살피소서. 이제누명을변명할길이없는지라차라리부인앞에서죽고저하오니부인은소녀의원대로배를헤쳐저자거리에걸어두면왕래하는사람중하나라도소녀의 26

27 억울함을알것이니소녀의누명을씻으면지하에가도눈을감을까하나이다. 한다. 부인이그경색을보고황연히대각하여왈 너를시기하는자가음해하는것이구나. 내미처생각지못하여네심사를상하게하니어찌내불찰이아니리요? 사향이거짓승상의말로고하되 숙향의행실이발칙하니내벌써내치라하였거늘뉘라서내뜻을거역하느뇨? 하고대로하시더이다. 부인왈 승상이저렇듯노하시니잠깐몸을피하여있으면사세를보아데려오리니조금도염려말라. 숙향이재배왈 부인께서두둔하여보호하심이간절하시나승상의노하시고책망하심이엄절하시니소녀의죄만사무석이로소이다. 사향이또고하되 승상께서숙향을바삐보내고아뢰라하시더이다. 부인이더욱애련하여시녀금향에게명하여숙향의입던의복과쓰던기물을다주라하니숙향이체읍하여왈 부모를다시못뵈옵고금일에여차한악명을입사와죽게되오니다만이것이유한이로소이다. 부인왈 내승상께여쭈어무사하도록하리라 하니사향이그거동을보고부인이주선할까겁을내어가로되 승상이숙향을그냥두었다하시어대로하시더이다. 부인왈 아직가지말라 하고승상께들어갔다. 승상이부인을대하여가로되 간밤꿈에벽도가지에앵무 슉향젼권지상 27

28 가깃들었거늘한중이도끼를가지고가지를베어내려치니앵무가놀라날아가버리니꿈이불길한지라. 마음이편치않으니부인은술을가져오소서. 부인이시녀에게주찬을들이라하여승상께권하며가로되 전에장도와봉차를첩이숙향의그릇에넣고망연히잊은탓으로애매 [ 억울 ] 하게악명을입혀심히슬퍼하니차마불쌍하더이다. 승상왈 그러하면바삐불러위로하사이다. 사향이이말을듣고대경하여급히나가부산스레왈 승상이자네를그냥두었다고하여부인을크게책망하시니급히나가라 하거늘숙향왈 부인이나오시거든하직하고가겠노라 하니사향이소리질러구박하여가로되 승상과부인이너를호의호식으로길러기출같이하시거늘무엇이부족하여몹쓸욕심으로도적질하다가들켰으니무슨낯으로하직하고저하느뇨? 부인도승상노책 [ 분노와책망 ] 을받자와나오실일없고나도너를더디보낸다하시어죄를얻겠으니바삐나가라 한다. 숙향이천지아득하여, 침소에들어가손가락을깨물어벽상에하직하는글을쓰고눈물을뿌려차마잇지못하니사향이발을구르며숙향을이끌어문밖에내치고문을닫고들어가며이르되 근처에있지말고멀리가라. 만일승상이아시면큰일이나리라. 하였다. 28

29 7. 용녀의구함을받고선녀에게서앞일을듣다 숙향이멀어질때까지승상의집을돌아보면서울며가다가한곳에이르니문득큰강이있었다. 표진강이었다. 어찌할바를몰라강변에서바장이는데날이저물고다니는사람은드물었다. 사면을돌아보니의지할곳이없는지라. 하늘을우러러통곡하다가손에깁수건을쥐고치마를들쳐쓰고물속에뛰어드니행인이놀라급히구하려하였으나이미어쩔수없었다. 모두들탄식하며그곡절을알고자하였다. 이때숙향이물에뛰어드니검은소반같은것이물밑에서부터나와숙향을태우고물위에섰으니편하기가반석같더라. 이윽고오색구름이일어나며사양머리 [ 새앙머리, 갈래머리 ] 한계집아이가연엽주를바삐저어앞에다달아물어가로되 부인은바삐이배에오르소서 하니그검은것이변하여계집아이가되었는지라. 숙향을안아배에올리고아이둘이숙향에게향하여재배왈 귀하신몸을어찌이렇듯가벼이버리시나이까? 우리는항아의명으로부인을구하러오다가옥하수에서여동빈선생을만나잠깐술을먹었는데자칫구하지못할뻔하였나이다. 하고용녀를돌아보면서가로되 어디서부터와서구하셨나이까? 용녀가답하여왈 예전사해용왕이수정궁에모여잔치를 슉향젼권지상 29

30 할때나의사랑하는시녀가유리종을깼거늘, 행여죄를얻을까하여감추었더니부왕이아시고노하사첩을반하수에내치시매물가로다니다가어부에게잡히어죽게되었더니, 김상서의구함을입어지금살아그은혜를갚을길이없더니, 어제부왕이 옥경에조회할새옥제말씀을들으니소아가천상에득죄하여김전의집에적강하여도적의칼아래놀라게되고표진강에빠져죽을액을당하고노전에서화재를만나고낙양옥중에서죽을액을지난후에야태을을만나게하시더라 하시고물지키는관원을명하여 뒤에기다리다가죽이지말고욕만보이고보내라 하시므로내특별히상서의은덕을갚고자하여자원하여왔더니, 그대또한와서구하시므로나는가노라. 하더라. 숙향이선녀에게물어왈 그는어떤사람이관대강물을평지같이다니느뇨? 선녀왈 그는동해용왕의딸이라. 전일부친의은덕으로살아났으므로이제와부인을구하고가니이다. 숙향왈 나는어려서부모를잃고남의집에서고행하다가악명을입어차마세상에있지못하여이물에빠져죽으려하거늘그대멀리와서수고로이구하시니감격하여이다. 선녀왈 부인이인간진애에잠겨우리를모르시도다. 하고이슬같은차를주며가로되 이를먹으면자연아시리이다. 숙향이받아먹으니그제야월궁소아로서태을과글지어창화하고월연단을도둑질하여태을에게준죄로인간에적강한일과그아이둘은부리던시녀라. 그리하여붙들고반기며 30

31 이르되 내전생의죄중하므로부모를잃고고생은하려니와장승상집악명은무슨일일꼬? 선녀왈 부인은한하지마소서. 이것이도무지하늘이정한바이니, 장승상집인연도단지십년뿐이려니와사향이부인을무함한죄로옥제진노하사이미뇌정으로죽였으니부인의애매함을승상집에서알고사람을부려들에와서찾다가못하여도로갔으니, 이는이미밝히갚았거니와, 앞으로도두횡액이있으니조심하소서. 숙향이송연하여왈 지난일도망극하거늘또두액을어찌하리요? 승상과부인이나의애매함을알았을진댄그리로가서액을면코저하노라. 선녀왈 이는다하늘의정한바라임의로못할것이며, 하물며태을있는곳이장승상집과상거가삼천삼백리이니서로만날길이아득하고, 태을이아니면인간부모도다시못보리이다. 숙향왈 태을이어디있으며인간성명은무엇이뇨? 선녀왈 저번에항아의말씀을들으니태을은낙양땅에위공의자제되어부귀를누린다하더이다. 숙향이탄식하여왈 동시에적강하였는데태을은어찌영화를누리고나는어찌고생하느뇨? 선녀왈 처음에부인이먼저득죄하였으므로곤궁을겪게하고태을은상제께가까이모시던신관이라상제사랑하시되항아의청으로부득이적강하였으나귀하게점지하시니이다. 숙향왈 태을있는곳이삼천삼백리라하니태을을만나기 슉향젼권지상 31

32 전에는어디에가의탁하며우리부모는어디가만나리요? 선녀왈 부인이먼저가시면득달키어려우니우리연엽주를타시면순식간에가실것이요, 또천태산마고선녀가부인을구하러가기다리나이다. 하고말을마치면서능파곡을부르고배를띄우니빠르기가살같아서순식간에한곳에다다랐다. 선녀왈 부인은여기서배를내려동쪽으로가면자연히구할사람이있으리이다. 하고동정귤같은것두개를주어왈 가다가시장하거든먹으소서. 하고서로이별하였다. 숙향이사례하고배를내려동쪽으로향하여가다가배가고파선녀가주던것을먹으니배는부르나천상일은다망연히잊어버리고인간일만생각하는지라. 심중에헤아리되젊은계집이외로이가다가욕보기도쉬울지라하고촌가에비단옷을주고헌옷을바꾸어입고얼굴에검은칠을하고한눈을감고한다리를저는체하여막대를짚고가니라. 32

33 8. 사향은하늘에죄얻어죽고승상은숙향을그리 워하다 각설, 앞서장승상이부인으로부터숙향의애매함을듣고긍측히여겨바삐부르소서하거늘부인이듣고기뻐하여즉시시비를시켜숙향을부르니사향이듣고놀라들어오며얼굴을찡그려가로되 그렇게까지한줄모르시노라 하고혀차고괴탄하였다. 부인이물어왈 무슨일이뇨? 사향이대답하여왈 부인이들어오신사이에숙향이제방으로들어가무엇인지뭉쳐옆에끼고문밖에내달아엎드러지고굽드러지며 [ 전지도지 ] 달아나기로소비따라간즉행여잡힐까하여더욱급히가길래따르지도못하고소리쳐이르되 어찌부인을아니뵙고가느뇨 한즉숙향이하는말이 나를구박하여내치거늘내어찌하직하리요 하더이다. 부인이대경왈 내제죄를벗기고친히이를말이있으니너는잔말말고빨리데려오라 하니사향이부인보는데서는바삐가는체하고내달아오히려집에있다가이윽고바삐오는체하고숨을헐떡이며들어와가로되 벌써멀리갔사오니소비목에숨이닿도록따라가부인말씀을전하온즉숙향이입을삐죽이며이르되 나를불러무엇하려하더뇨? 내얼굴과재주를가지고어디가의식 [ 衣食 ] 이없으리요? 하며부인을무수히원망하고어떤남자로난만히 슉향젼권지상 33

34 희롱하며가오니그망측한일은차마이르지못하겠소이다. 하고얼굴을찡그리며머리를흔들즈음에, 문득헌누비옷입은중이밖으로부터천연덕스레내당으로들어오거늘, 승상이그모습이비범함을보고일어나맞으니중이읍하고앉거늘, 승상이물어왈 선사는어디에있으며무슨일로오셨느뇨? 그중이답왈 나는천상에서온중이러니, 상제명으로승상집옥석을가리러왔으니가중비복을다부르소서. 승상왈 내집에옥석구분할일이없으니천승이수고로이하시도다. 천승왈 승상이숙향의일을아시니이까? 미처대답하기도전에사향이내달아이르되 이중은어디에서온중이관대숙향의말을곧이듣고재상가에무례히출입하여무슨말을하느뇨? 승상은바삐저중을잡아내려치죄하소서. 하니천승이앙천대로왈, 네승상집가사를주장하여도적질로위업하다가숙향이들어온후로는네임의로못하여숙향을원망하여악명을입혀내쳤으니, 승상은속았거니와하늘조차속일쏘냐? 하고소매로부터자그마한불수레를내어놓고그위에올라서니문득우레진동하여큰비담아붓듯이오며벽력소리요란하며공중에서동이같은불덩이가내려와사향을내어놓고제죄악을낱낱이수죄하고짓이겨죽였다. 34

35 승상양위와가중제인이모두기절하였다가이윽고부인이정신을차려가로되 사향은제죄로죽었거니와가련할사숙향은어디로갔는고? 하며숙향이있던방에가보니벽상에혈서가있는지라. 하였으되, 슬프다, 승상과부인은혜십년양육기정을갚지못하고악명을입어하직하지도못하여사향의구박이급하매속절없이죽을땅으로가도다하였거늘, 부인이그글을보고통곡왈 어여쁠사숙향이여, 어디가살았으면요행다시보려니와만일죽었으면어디가신체나거두리요? 승상이또한눈물을흘리고부인을위로하였다. 이때승상의조카장원이이말을듣고승상께고하여왈 소질이아까이리올제여차여차한여자가표진강변에서주저하더니그아인가하나이다. 승상이듣고바삐노자 [ 종복 ] 에게분부하여표진강변에가서찾아오라한대, 이윽고돌아와고하기를 아무리찾아도종적이없삽고근처사람들에게묻자오니이르되아까한아이앙천통곡하다가물에빠져죽었다하더이다. 부인이듣고수차기절하였다가겨우정신을차려가로되 이제는어디가숙향을다시보리요 하고식음을전폐하므로승상이민망히여겨화사를청하여숙향의화상을그려부인을위로코저하였다. 슉향젼권지상 35

36 늙은종장석이고하되, 숙향아씨십세전에소인이업고고죽정에추천구경을갔다가장사땅에사는조적이라하는화원이숙향아씨를보고놀라이르되, 내천고국색의화상을많이보았으되이아이얼굴같은이는처음이라하고숙향아씨모양을그려갔사오니, 이사람을찾아화상을구하소서. 승상이대희하여즉시조적에게구하니, 조적이추탁 [ 거절 ] 하고즐겨팔지아니하거늘장석이돌아와고하고다시황금백냥을주고바꾸어오니, 과연숙향이다시살아온듯하더라. 부인이안고구르며슬퍼하여침방에걸어두고조석으로제를하니라. 9. 화덕진군에게구함을받고마고할미에게의탁 하다 차설, 숙향이울며동쪽으로가다가한곳에이르니수천리갈대숲이하늘에닿았고인적이없는지라. 홀로갈대속으로길을헤쳐가는데, 날이저물어사방이어둑해져갈포기에의지하여잠들었다. 갑자기미친바람이크게일어나고불꽃이사면으로에워싸거늘숙향이놀라깨니천지아득하며진퇴유곡이라. 망지소조 [ 罔知所措 : 당황하여어찌할바를모름 ] 하여하늘을우러러통곡하더니, 문득한노인이막대를짚고와서물어왈 너는어떤아이 36

37 관대무인심야에화재를만났는가? 숙향왈 소녀는동서유리하옵다가길을그릇들어이곳에와뜻밖의화재를만나죽게되었사오니바라건대노인은소녀를구제하소서. 노인왈 내이미이때를당하였고사세위급하니네옷을벗어버리고내등에오르라. 숙향이옷을벗고노신인의등에오르니불꽃이벌써있던곳에닥쳤는지라. 노인이소매에서붉은부채를꺼내어부치며무슨진언을하니화염이범치못하는지라. 노인이숙향을업어다가노전을건너내려놓고옷소매를떼어주며가도뢰 이것으로앞을가리우고동으로가면구할사람이있으리라. 숙향이배사하여왈 감히묻잡노니노인은뉘시니이까? 노인이웃으며왈 나는남천문밖의화덕진군이거니와나라도아니었으면화재는고사하고삼천리노전을어찌지나가리요? 문득간데없더라. 숙향이공중을향하여무수히사례하고동으로향하였다. 날은저물고벌거벗은몸에배도고프고능히갈길이없어주저할즈음에한노고 [ 노파 ] 가광주리를옆에끼고가다가숙향의곁에앉으며물어왈 너는어떤여자관대벌거벗고노변에앉아우느냐? 도적을만나가진것을잃었느냐, 뉘게무슨일로쫓기었느냐? 숙향왈 나는본디부모를잃고동서유리하는걸인이라. 남 슉향젼권지상 37

38 의것도적하다가쫓긴일도없고불한당만난일도없이자연그러하니이다. 노고가왈 난중에부모를잃고다님이내쳐짐이나다르며장승상집봉차와장도일로나왔으니도적이나다르며노전에서의복을불에태워버렸으니불한당만남이나다르리요? 숙향이이말을듣고놀라물어왈 할미는어찌내일을자세히아느뇨? 노고가왈 자연히알거니와그대는이제어디로가려하느뇨? 숙향왈 갈곳이없어방황하나이다. 노고가왈 나도자식없이혼자몸이니나와함께감이어떠하뇨? 숙향이그할미거동이비상함을보고다른의심이없는지라. 대답하여왈 할미나를버리지아니할진대어찌사양하리오마는내이리벗고배고프니민망하여이다. 노고가광주리에서삶은나물을주거늘숙향이먹으니과연배부른지라. 노고가또위에입었던옷을벗어입히고돌아가매숙향이따라두어고개를넘어가니한촌락이있으되매우부요하고정결한지라. 그곳을지나한뫼아래다다르니수간모옥이있고사립문을반개하였거늘노고를따라들어가니집은적으나매우정쇄하고세간은많지않으나또한소담하며집안에타인은없고다만청삽사리문지방을베고누웠다가숙향을보고꼬리치며반기는듯하더라. 38

39 노고가숙향을방에앉히고의복한벌을내어입히며석식을갖추어먹였다. 숙향이그로부터머물러있은지오래되세수를하지않고마치병신인체하였다. 하루는노고가왈 내가네거동을보니본시병신이아니라명월이구름을벗어난듯하거늘종시병신인체하니내눈이병들지않았고또내집이주가라여러사람이왕래하거늘저렇듯더럽게하고있으면보는사람이다추하게여기느니라. 하고나가는지라. 숙향이여러날있으면서동정을보니남자는없고밖에사람이출입하나내외현격하니별로상관이없으므로비로소세수하고약간아미를다스리고의상을고쳐사창에의지하여수를놓더라. 노고가들어와보고드립다안고가로되 어여쁠사내딸이야, 전생에무슨죄로광한전을이별하고인간고행을겪었는고? 숙향이대답하여왈 할미나를기출같이여기니어찌실상을은휘하리요? 나는과연사대부의자식으로난중에부모를잃고의탁할곳이없어길에서바장이고있었는데행여욕을볼까저어하여병인인척하였더니, 이제할미를만나매부모같이섬길지니, 원컨대서로속이지말고몸을그릇되게말지어다. 노고가염용 [ 몸가짐을고치고 ] 대답하여왈 낭자가과연그러하도다. 어찌낭자의일생을그르치게하리요? 하고이로부터공경애중하더라. 숙낭자가본디천지로부터만물에이르기까지모르는것이없어일찍이수를놓아값을받으니집이매우부유해진지라. 슉향젼권지상 39

40 10. 천상의꿈을수놓다 이러구러사월망간 [ 보름께 ] 이되었는지라. 할미는술을팔러나가고낭자가홀로사창에의지하여수를놓던중에문득청조가날아와매화에앉아울거늘낭자왈 저새도나와같이부모를잃었는가? 어찌저리슬피우노! 하고자연심개가비감하다가잠깐졸았다. 청조가낭자에게이르되, 그대부모가저기에계시니나를좇아오라 하거늘낭자가청조를따라갔다. 백옥련못가운데한누각이있으되, 산호기둥유리들보호박주초 [ 주춧돌 ] 에휘황찬란하니감히들어가지못하고문밖에서주저하고있는데, 조금후서쪽에서오색채운이일어나며모든선관과선녀들이학도타고혹봉도타고차례로들어가는데육룡으로멍에하여오는이는상제시라. 그뒤에삼태성과여래와관음이시위하여들어가시니여러선관이지나되본체아니하더니, 그중한선녀가연화를쥐고앉았으니이는항아라. 숙향을보고가로되 반갑다, 소아여. 인간재미가어떠하뇨? 전일놀던곳을다시보라. 하거늘, 숙향이항아를따라들어갔다. 궁전이굉장한곳에보살이소년선관을안내하여들어와복지하니상제왈, 태을아, 인간고락이어떠하며소아를보았느냐? 태을이황공사례한대, 항아가주하여왈 소아가누차사액 40

41 을지내었사오니그만죄를사하소서. 상제여래를명하사수한을정하라하시니여래왈 수한은칠십을점지하나이다. 또칠성을명하여자손을점지하라하시니칠성이왈 이남일녀를명하나이다. 또남두성을명하여복록을점지하라하시니남두성이왈 아들은정승이되고딸은황후되게하나이다. 상제소아를명하사반도와계화를태을에게주라하시니태을이두손으로받으며소아를눈주어보니소아가부끄러워몸을돌이키다가옥지환의진주가떨어지므로집고저할때태을이먼저집어손에쥐어주는지라. 소아가하릴없이전상으로돌아올즈음에할미가들어와부르는소리에깨어나니남가일몽이라. 할미가웃으며왈 낭자가요지경을보니어떠하더뇨? 낭자가대경왈 내몽사를어찌아느뇨? 할미가왈 자연히알거니와, 그런광경을보고그저버리기아까운지라. 낭자의재주로수를놓아그경을기록함이어떠하뇨? 낭자가옳게여겨즉시그경을수놓아내니할미가칭찬하여왈 세상사람이알아보거든팔리이다. 하고수를가지고시장에나가니아무도아는이없더라. 장사땅조적이란사람이물정을아는지라. 이수를보고가로되, 이수를누가놓았느뇨? 할미왈 내작은딸의수품이로소이다. 조적이왈 할미는어디사느뇨? 슉향젼권지상 41

42 할미왈 나는낙양동촌술파는집이내집이로소이다. 조적이왈 이수값이얼마나하느뇨? 할미왈 소견대로하소서. 조적이왈 이수놓은수품과그림경치는만금이부족하나백금을주노라. 하고이르되 이그림이천상요지경이니할미딸이어찌이런재주를품었느뇨? 반드시범상한사람의수품이아니라 하였다. 할미돌아와조적의설화를전하니낭자가놀라가로되 그수뜻을알아보니가위박물군자로다. 하더라. 11. 이선의이야기 화설, 낙양땅에한명공이있으니성명은이모라. 대대공후자손으로공의대에미쳐벼슬이이부상서에이르고또위공을봉하니명망이조야에파다하고부귀가일세에으뜸이더라. 다만슬하에일점혈육이없음을안타까워하였다. 부인이친가에갔다가대성사부처가영험하다는말을듣고향촉을갖추어생자 [ 자식을얻음 ] 하기를빌고돌아왔더니이날밤꿈에한부처가와서이르되 상서가전생에무죄한사람을많이죽였으므로무자하게점지하였더니그대정성이지극하므로귀자를점지하노라. 하고 수이돌아가라 하니부인이사례하다가깨어나기쁨을이기지못하였다. 부모께하직하고부중에돌아오니상서가맞아물어왈 부 42

43 인어찌더디오시느뇨? 부인이답왈 대성사부처의신통함이영검하단말을듣고자식을빌고왔나이다. 상서가왈 자식을빌어낳을양이면천하에무자할이뉘있으리오? 하였다. 그날밤꿈에홍포입은선관이채운을타고내려와재배하여왈 소자는옥제앞에서사후하던태을진인이러니득죄하여인간에내침을당하였기로의탁할곳이없더니, 대성사부처가지시하기에왔나이다 하거늘, 놀라깨어나부인에게물어왈 부인이대성사에가기도하시기로몽사가여차하니기이하여이다. 하더라. 과연그달부터잉태하여십삭이차니이때는사월초팔일이라. 문득채운이집을두르고이상한향내만당하거늘부인이괴이히여겨시비로하여금가내를소쇄하더니, 오시경이되어선녀가들어와이르되 때가늦어가니부인은편히누우소서. 하고붙들어구호하더니이윽고한옥동자를순산한지라. 선녀가향수를기울여아이를씻겨누이거늘부인이물어왈 선녀는뉘시오? 선녀가답하여왈 우리는해산을담당하는선녀러니금일태을선군이하강하기로왔거니와, 이아이배필은낙양땅김전의여아숙향이니월중소아로서하강하기로, 이제그리로가나이다. 하고문득간데없더라. 이날위공이궐내로부터부중에돌아와아이를보니꿈에 슉향젼권지상 43

44 보던선관같거늘이름을선이라하고자는태을이라하니라. 선이점점자라팔구세되매문일지십하는재주가있고기골이비상하니공경대부의딸둔자가구혼하지않는이없더라. 선이매양자부하여가로되월궁선녀아니면취처치않으리라하고부모가또한택부 [ 며느리를고름 ] 하기를극진히하더라. 하루는선이부친께고하여왈 과것날이불원하오니구경코저하나이다. 위공왈 네재주는남는바있으나일찍등과함이불가하니아직더기다리라 하니선이울적하여산수에서놀기를일삼더니한곳에이르니대성사절이라. 두루유람하다가몸이곤하기에난간에의지하여조는데부처가이르되 금일서왕모잔치에모든선관선녀가모이나니그대나를따라가구경하라 하고한곳에다다르니연화가만발하고누각이의의한지라 [ 의의하다 : 아름답고무성하다 ]. 부처가왈 내먼저들어가리니그대는뒤를따르라. 이선이왈 동서를분간하지못하니어찌하리요? 부처가웃고대추같은것을주거늘선이받아먹으니정신이황연하여전생의일이넉넉한지라. 부처를따라들어가옥제께뵈오니상제문왈 태을아인간재미어떠하며소아를만나보았느냐? 이선이복지사죄한대상제가한선녀에게명하여반도와계화를주라하시니선녀가옥반에받들어주거늘이선이받으며 44

45 선녀에게눈주어본대선녀가부끄러워몸을뒤칠새옥지환에박은진주가떨어지더라. 선이집어손에가져가전해주려할즈음에그절저녁북소리에놀라잠을깨니호접춘몽이라. 요지경이눈에완연하고진주가손에쥐였으므로 [ 쥐이다 : 쥐어져있으므로 ] 글을지어기록하니라. 이다음이야기는이어지는회에분명할것인지라. 슉향젼권지샹죵 슉향젼권지상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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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 2 장슉향젼권지중

48 숙향전권지중 이선이꿈에서본사연으로인하여숙향을찾아간다. 마고선녀는이선을시험하려고숙향이거쳐온고난의길을이선이그대로따라오도록하였다. 마침내이선과만난숙향이그와결혼하였으나아직도고난은남아있었으니

49 12. 이선이마고선녀를찾는다 각설, 이선이이후로공명 [ 공로와명성 ] 을얻을생각이없고다만소아를유련 [ 그윽히그리워함 ] 하더니, 하루는한사람이뵙기를청하거늘불러보니그사람이예를갖추어절하고왈 소생은남경사는조적이러니, 한족자의찬제를얻고자하여불원천리하고왔노라 하고족자를드리거늘선이받아보니꿈에보던요지경이라. 심중에의아하여물어왈 이족자를어디서얻었느뇨? 조적이그놀람을보고생각하되, 그할미행여이집것을도둑질하였는가하여가로되 낙양동촌술파는노고에게서샀노라. 선이왈 이는선경에속한것이니그대는불가하도다. 내게수족자가있으니바꾸거나중가를받고팖이어떠하냐? 적이왈 백금을주고샀으니더주면팔고가리이다. 선이즉이이백금을주고사서절에서지은글을금자로써족자를꾸며침실에걸고주야로소아만찾고저원일러라. 하루는깨달아생각하기를나는요지에다녀왔거니와이수놓은사람은어떠한사람이관대천상일을알아넉넉히그렸는고? 필경비상한사람이니동촌술파는할미를찾으면자연 슉향젼권지중 49

50 알겠구나하고노새를타고가니이때는하사월이라. 숙향이누상에서수를놓고있었는데문득청조가석류꽃을물고낭자앞에앉았다가북쪽으로날아가거늘, 낭자가괴이히여겨새가는곳을보려고하여주렴을들고바라보니한소년이소요관에청포를입고노새를타고할미집으로향하여오거늘자세히보니요지에서진주집어주던선관같은지라. 마음에반갑고놀라워주렴을걷고앉아있었는데그소년이문밖에와서주인을청하거늘할미가나가보니북촌이상서집공자라. 맞아들어가좌정후에물어왈 공자가누추한곳에임하시니감격하여이다. 이랑이왈 마침지나다가할미집좋은술을생각하고왔으니한잔술을아끼지말라. 할미가웃으며왈 내집에술이많은데늙으니벗이없어먹지못하더니다행히공자를만났으니싫토록먹사이다. 하고안으로들어가더라. 이윽고자기반에오색접시다섯을놓았으되인간에서못보던바라. 이랑이매우의아하여술이반취하매묻고자하더니, 할미왈 공자는촌가의소쇄한맛을아시니이까? 이랑왈 옛말에이름모르는음식을먹지말라하였으니근본을알고저하노라. 할미왈 늙으니망령되이남의집에가서얻어온것이니비록무미하나하저 [ 젓가락을댐 ] 나하소서. 이랑왈그러하나이름을알고먹으리라. 50

51 할미가웃으며왈 유리접시에는일광초니동해용왕에게얻어오고, 산호접시에는청광초니말유산길원선에게얻어오고급패접시에는신광초니천태산마고성녀에게얻어오고밀화접시에는금광초니봉래산구류선에게얻어오고만호접시에는반도이니요지서왕모에게얻어왔나이다. 이랑이할미말을듣고이르되 할미말이매우황당하도다. 봉래동해등이다선경이라, 진황한무도못얻은것을요마한 [ 변변치못한 ] 할미가어찌얻어왔으리요? 할미웃으며왈 내비록기력이없어도사해팔황을임의로왕래하거니와공자같이구차히남에게인도하여다니리오? 이랑이왈 내게천리를가는노새가있으니임의로다니거든어찌남이인도하리요? 할미왈 그러하면대성사부처를어찌따라갔느뇨? 이랑이대소왈 내과연대성사부처를따라가요지에다녀왔거니와할미어찌내몽사를아느뇨? 할미왈 공자가나를업신여기거니와나는요지를지척같이다니니모르는것이없는지라. 상제주시던반도와계화를어디두었느뇨? 이랑왈 꿈이다허사이니아무것도모르노라. 할미왈 그일은꿈이거니와조적에게산족자도꿈이니이까? 이랑이더욱황홀하여그제야전후사연을다이르고물어왈 소아가인간에내려왔다아니할미를보아족자난곳을알아소아를찾고저하노라. 슉향젼권지중 51

52 할미왈 소아있는곳을알거니와, 공자는소아를찾아무엇하려느뇨? 이랑왈 소아는나의천정배필이매부디찾으려하노라. 할미왈 배필을삼으려하거든아예찾을생각을말으소서. 이랑왈 그어인말이뇨? 할미왈 낭군은상서댁귀공자라, 제왕가부마아니면재상가서랑이되리니어찌소아의배필이되리요? 이랑왈 소아는무슨허물이있느뇨? 할미왈 소아는천상죄가중하여인간에내려와천인의자식이되어, 오세에난중에부모를잃고정처없이다니다가도적을만나환도에맞아한팔이없어지고, 명사계성황당을덧내어귀먹고, 표진강에빠졌을때행인이구하여내니안정이흐려보지못하고, 노전에서화재를만나한다리를불에데어저니입만남은병신이라. 어찌배필을삼으리요? 이랑왈 비록병신이나전생연분이중하니다만소아만찾고저하노라. 할미왈 낭군은지성으로찾으나그런병인을상서께서며느리로삼을리없을것이니부질없이찾지마소서. 이랑왈 부모가아무리금하여도나는맹세코소아가아니면취처치아니하리니할미는잔말말고가르치라. 할미왈 나는소아를떠난지오래니있는곳을자세히모르거니와굳이찾으려하거든남군장승상집에가찾되근본은남양김전의딸숙향이니이다. 52

53 13. 이선이숙향을찾아나서다 이랑이즉시돌아가부모께고하되, 형초땅에문인들과재사가많다하오니구경코저하나이다 하고행려를차려황금백냥을가지고필마서동으로행하여남양김전의집을찾아갔다. 백발노옹이나와물어왈 공자는어디계시며누구를찾느뇨? 이랑왈 나는낙양이위공자제러니, 이집주인을보러왔노라. 노옹왈 김상서는소복의주인이라. 대노야는운수선생이니공명에뜻이없이산림에처하였더니저번에황제특지로현인자손을중용하라하시므로소상공이지금낙양태수로계시니이다. 이랑왈 이집낭자의이름이숙향이라하느냐? 노옹왈 숙낭자는소주인의딸이러니오세에난중에서잃은후지금사생을모르나이다. 이랑이듣고서낙담하여즉시남군장승상집을찾아가통 [ 전갈 ] 하였더니승상이청견하였다. 가로되, 그대는어디있는사람이냐? 이랑이왈 소자는낙양이위공의아자 [ 아들 ] 러니, 남양김전의딸숙향이존택에있다기로천정가연을맺고저하여찾아왔나이다. 승상이흐느껴눈물을흘리며왈 과연숙향이란아이를오 슉향젼권지중 53

54 세에무슨짐승이업어다가동산에두고갔는지라. 그정경도가련하고겸하여노인이자식이없기로거두어십년양육하여극진히사랑하였더니내집종년사향의무함을받아쫓겨남을입어표진강에빠져죽었다하매지금존망을모르노라. 이랑왈 정녕히알고왔사오니기이치 [ 숨기지 ] 마소서. 승상왈 나의기출 [ 친자식 ] 이라도위공과인친 [ 혼인하여친척이됨 ] 하기를원하려든어찌은휘 [ 가리고숨김 ] 하리요? 이랑왈 듣자오니그여자수족을못쓴다하오니비록구박한들어찌멀리가기쉽사오리이까? 승상왈 늙은처가숙향을잃고슬퍼하기를지나치게하기로위로할길이없어민망하여할차에그아이화상을그려간사람이이왕있는지라. 중가를주고사서부인을위로하노라. 하고그족자를내어오니, 과연한계집아이가모란꽃을들고섰는지라. 생이익도록보다가가로되, 이화본을보니병신이아니어늘들은말과다르도소이다. 이여자를위하여수천리를헛되이돌아가기가섭섭하오니화상을팔으심을청하나이다. 승상왈 부인이일시도손밖에내지아니하니사세난처하도다. 이랑왈 승상말씀이진정이오니어찌억지로청하리이까? 하고하직하고표진강에나와지향없이두루찾으나아는이없더라. 한노옹이이르되연전에어떠한계집아이장승상집에서 54

55 나와이물에빠져죽었음에틀림없다하거늘, 이랑이창연함을이기지못하여향촉을갖추어물가에서제하더라. 문득청의동자가피리를불며이랑의앞에와배를매고이랑에게이르되 숙향을보려하거든이배에오르라 하니이랑이배에올라가다가한곳에다다라서는동자가말하기를, 이물지키는신령이나에게이르되저즈음께숙향이이물에빠져죽게되었을때내가구하여동쪽으로가게하였노라하였던것이니, 그쪽으로가서찾으라. 이랑이사례하고동쪽으로가다가한중을만나길을물었더니중이왈 이앞길에노감투 [ 노끈으로꼰감투 ] 쓴노옹이있을것이니네가지성으로물어라. 이랑이갈대속으로갔더니과연한노옹이소나무아래앉아졸고있었다. 이랑이나아가재배한대노옹이보고도못본척하고자거늘, 이랑이민망하여소리를질러왈 길을묻나이다. 노옹이그제야눈을들어보고이르되 내가귀먹었으니소리를크게하여라. 이랑왈 소자는낙양이위공의아자선이러니, 숙향의거처를알고저하나이다. 노옹이얼굴을찡그리고이르되 너는어찌깊은갈대밭에들어와늙은이잠을깨우느뇨? 이랑이다시절하여가로되 표진강신령이이리로가라하기로왔나니노장 [ 어르신 ] 은숙향이있는곳을가르치소서. 노옹왈 저번적에어떤여자가표진강에빠져죽었다는말 슉향젼권지중 55

56 을들었더니, 표진용왕이그대제물을먹고핑계할데가없어내게로지시하였도다. 생이왈 숙향이표진용왕의구함을입어이길로왔다하더이다. 노옹왈 그렇다면여기와서불타죽은여자로다. 보려거든저재무덤이나보고가라. 이랑이그재를헤쳐보니의복탄것뿐이거늘, 다시와서그대로고하니노옹이졸다가이르되 네두손으로내발바닥을문지르라. 생이종일토록부비더라. 노옹이깨어나가로되 그대를위하여사해로다니되보지못하여후토부인께물으니마고할미가데려다가낙양동촌에가산다하기에거기를가보니과연숙향이누상에서수를놓고있거늘, 보고온일을표시하려고하여불덩이를내리쳐수놓은봉의날개를태우고왔으니, 그대그할미를찾아보고숙향의종적을묻되, 그수를보아불탄데를이르라. 이랑왈 처음에가서찾으니여차여차이르기로표진강가까지갔다가이리로왔는지라. 낙양동촌에있을진댄그토록숨겼으리요? 노옹이웃으며왈 마고선녀는범인 [ 보통사람 ] 이아니라. 그대의정성을시험함이니다시가서애걸하면숙향을보려니와, 만일그대부모가아시면숙향이큰화를당하리라. 하고이미간데없더라. 이랑이집으로돌아왔다. 56

57 14. 이선이숙향을찾아혼인하다 먼젓번에할미가이랑을속여보내고들어와낭자에게이르되 아까그소년을보셨나이까? 이는천상태을이요인간이선이니이다. 낭자가왈 태을인줄어찌아느뇨? 할미왈 그소년의말을들으니대성사부처를따라요지에가반도를받고조적의수족자를샀노라하니태을일시분명하더이다. 낭자왈 세상사측량하기어려우니옥지환의진주를가진사람을살피소서. 할미왈 그말이옳다 하더라. 하루는낭자가누상에서수를놓더니, 문득난데없는불똥이떨어져수놓은봉의날개끝이탔는지라. 낭자가놀라할미에게보이니할미왈 이는화덕진군의조화이니자연히알일이있으리라 하더라. 이때에이랑이목욕제계하고황금일정 [ 한덩어리 ] 을가지고할미집을찾아가니, 할미맞아가로되 저번에취한술이엊그제야깨어서해장코자하였는데오늘공자를만나니다행하여이다. 이랑왈 할미술을많이먹고주채를갚지못하였기에금전일정을가져와정을표하노라. 할미왈 주시는것은받거니와, 내집이비록가난하나술독위에주성 [ 酒星 ] 이비취고밑에주천 [ 酒泉 ] 이있으니우주영준 슉향젼권지중 57

58 [ 좋은술과빼어난술잔 ] 이라, 어찌값을의논하리요? 그러니무슨일로수천리를왕래하였느뇨? 이랑이탄식하여왈 할미말을곧이듣고숙향을찾으러갔노라. 할미왈 낭군은진정신사로다. 그런병인을위하여그렇듯이수고하니숙향이알면자못감사하리로다. 이랑왈 헛수고를뉘알리요? 할미거짓놀라가로되 숙향이죽었더니이까? 이랑왈 노전에가노옹의말을들으니낙양동촌술파는할미집에있다하니분명할미집이아니면어디또있느뇨? 사람을속임이너무심하도다. 할미가정색하여왈 낭군의말이매우허탄하도다. 화덕진군은남천문밖에있고마고선녀는천태산에있어인간에내려올바없거늘숙향을데려갔단말이더욱황당하도다. 이랑왈 화덕진군이이르되숙향이수놓는데불똥을내리쳐봉의날개를태웠으니후일징간 [ 징험하여가림 ] 하라하니그노옹이어찌나를속이리요? 할미왈 실로그러하면낭군의정성이지극하도다. 이랑왈 방장봉래를다돌아숙향을찾아낸다면이선이또한죽으리로다 하고술도아니먹고일어나거늘, 할미가웃으며왈 숙녀를취하여동락할것이거늘구태여병든걸인을괴로이찾느뇨? 이랑왈 어진배필이없음이아니라이미전생일을알진대어찌숙향을생각지아니하리요? 내찾지못하면맹세코세상 58

59 에머물지아니하리라. 할미왈 내아무쪼록찾아기별할것이니과려치마소서. 이랑왈 내명이할미에게달렸으니가련히여김을바라노라. 하고할미를이별하고집에돌아와소식을고대하더라. 삼일후에할미가나귀를타고오거늘생이기꺼이맞아서당에앉히고문왈 할미어찌오늘찾았느뇨? 할미왈 낭군을위하여숙낭자를찾으러다니니숙향이란이름이세곳이있으되, 하나는태후여감의딸이요, 하나는시랑황전의딸이요, 하나는부모없이빌어먹는아이라. 세곳에기별한즉두곳은응답하나걸인은허락지아니하여이르되 내배필은진주가져간사람이니진주를보아야허락하리라 하더이다. 이랑이대희하여왈 필시요지에갔을적반도주던선녀로다. 수고로이이진주를가져다가보이라. 하고주찬으로후하게대접하니할미가응락하고돌아가낭자에게이생의말을이르고진주를내어주거늘낭자가보고옳다하니, 할미가웃고즉시이랑에게가이르되 진주가걸인의것이분명하기로데려다가집에두었으나얼굴이추비하고몹쓸병이여러가지니낭군은알아서하소서. 이랑이왈 할미는부질없이말을말라. 그병이나로말미암아난병이니어찌박대하리요? 할미왈 그러나낭군이마땅히육례로맞지아니하면허락지아니하리이다. 슉향젼권지중 59

60 이랑왈 다시이르지말라. 할미왈 그러하면부모가아시나니이까? 이랑왈 부모엄하시니고하지못하였고고모께고하여주혼하시리니그리알라. 할미왈 납채는금월십사일이요전안은십오일이길하니이다. 이랑이황금백냥을주며혼수에보태라하거늘할미왈혼인은칭가지유 [ 집안이잘사는지못사는지따져본다는말 ] 무관하다하고받지아니하더라. 원래이랑의고모는복야여흥의부인이라. 일찍과부가되어자녀가없으므로선을양육하여기출같이하더니, 하루는부인이생에게이르되, 내간밤꿈속에옥교를타고광한전에들어가니한선녀가이르되 내사랑하던소아로그대를주나니며느리로삼으라 하매내너를생각하고그여자를데려와보이니네가틀림없이숙녀를취할까하노라. 이랑이기꺼워하여드디어자기꿈일과한미전후사를고하니부인왈 이일이매우이상하니네부친심도가지엄하나내가스스로감당하리라. 생이대희하여혼기를고하였다. 부인이왈 네부친이예법을숭상하여자전하는바없으니너의불고이취 [ 부모에게고하지않고처를얻음 ] 하는줄을알면반드시죄책이중하리니너는집에가있다가그날을당하거든내집에와차려가되혼구는내가준비하리라. 생이기꺼워하여본부에돌아왔다가당일여부에가서길복 60

61 을갖추어할미집에가니, 할미또한위의를성비하여이랑을맞을새포진과기용범절이인간에서못보던바라. 생이전안지례를마치고동방화촉에양인이합근 [ 뿌리를합함 ; 혼인하여동침함을가리키는말 ] 할새생이급히눈을들어보니낭자의요조선연한태도가요지에서보던선녀와일호도다름이없으매, 견권지정 [ 굳게맺어잊혀지지않는정 ] 이더욱비할데없더라. 삼일후에돌아와고모께뵈온대, 부인왈 신부를보고싶으되네부친이내려오거든친히사연을설파한후데려다가보고저하노라. 생이왈 신부를보려하시거든족자를보소서. 하고드리니부인이보고대희왈 진정몽중에보던소아로다 하더라. 15. 혼인으로인하여숙향이고초를당하다 이적에상서는국사에매여집에돌아오지못하였다. 상서의부인이생의거지가수상함을보고노복들에게힐문하니노복들이부득이이실직고한대부인이대경하여즉시상서께기별하니, 상서가또한통분하나누이 [ 저저 ] 가주혼하고선이혹애한다하니달리금하지못하리라하고, 낙양태수에게기별하되 동촌술파는할미집에숙향이란계집이매우요악하다하니잡아다가죽이라 하였다. 이생은여부에있어망연히알지못하더라. 슉향젼권지중 61

62 이때에낙양태수김전이위공의말을듣고즉시관차를놓아숙향을잡아오니숙향이아무것도모르고잡혀관전에이르니라. 태수가물어왈 네가어떤창녀관대위공댁공자를고혹하게하였는가? 그리하여처죽이라기별이왔으니나를원망치말라 하고사예를호령하여형주하는데, 낭자가원정하되, 소녀가오세에난중에부모를잃고동서지걸하다가할미집에의지하였더니이랑이빙례로구혼하오매상하체면을거스르지못하여성혼하였사오니, 첩의죄는아니로소이다. 태수가이르되 나는상서의기별대로하노라 하고치기를재촉하매, 숙향의화월같은용모에운환을허트르고눈물이망망하여슬피우니그경상을차마못보겠더라. 집장사령이매를들어치려한즉팔이무거워들지못하므로태수가대로하여다른사령을가려치려하되또한매끝이땅에붙어떨어지지않더라. 태수가괴이히여겨왈 필시애매한사람이나상서의기별이매마지못함이라 하고동여묶어물에넣으려하였다. 이때에부인장씨꿈에숙향이앞에와울며가로되 부친이나를죽이려하거늘모친이어찌구해주지아니하시느뇨? 부인이놀라깨어시비에게상공이무슨좌기 [ 지방관의공무 ] 를하시는가알아오라하니, 시비가회보하여왈 상공이이상서칙렴으로그댁며느리를죽이려하시더이다. 장씨놀라바삐태수를청하여가로되 여아를잃은지십여 62

63 년에한번도꿈에보이는일이없더니아까몽중에숙향이울며여차여차하오니매우괴이한지라. 금일좌기는무슨일이니이까? 태수가왈 이위공의아들이숙향에게고혹하여부모를속이고장가들었으므로내게기별하여죽이라하였기로좌기하나이다. 장씨왈 몽사가괴이하고난중에부모를잃었다하니그근맥을물어보겠사오니아직정지하소서. 낭자섬섬약질에큰칼을쓰고눈물이만면하여옥에들어가며문왈 이곳이어디뇨? 옥졸이답하여왈 낙양옥중이라. 내일은죽을것이니자닝하다.[ 애처롭고불쌍하여차마보기여럽다 ] 하거늘, 낭자가생각하되 이랑이나의죽는줄을모를지니소식을누가전하리요? 하고애통하더니, 날이밝으매문득청조가날아와울거늘낭자가적삼소매를찢어손가락을깨물어피를내어편지를써발목에매며이랑께전하라경계하니, 청조가두번울고날아가니라. 이날이랑이여부에서자더라. 문득부인이대경대로왈 선이비록상서의아자나내또한길렀으매주혼함이러니내게묻지않고이렇듯무류 [ 무례한행사 ] 를끼치리요? 하거늘, 생이부인을흔들어깨우니부인이정신을차려생에게몽사를이를즈음에, 문득청조가날아와이랑의앞에앉거늘자세히보니발목에한봉글이매였는지라. 끌러보니하였으되, 슉향젼권지중 63

64 박명한첩숙향은삼가글월을이랑좌하에올리나니, 첩이전생의죄를차생에피하지못하여속절없이낙양옥중에흙이되니, 죽기는섧지아니하나낭군을다시못보니지하에가도눈을감지못하리로다. 복원, 낭군은천첩을생각지말고천금귀체를보중하소서. 하였더라. 이랑이보기를마치고대경하여그글을부인께드리고낙양옥중에가함께죽고저하니, 부인이왈 내몽사와같으니장차어찌하리요? 그러나경조히굴지말고할미집에사람을보내어자세히알아오라. 하며일변으로상서집노복을불러물으니, 노복등이대답하여왈 부인이알으시고상서께기별하여여차여차하여이다. 하였다. 부인이대로하여왈 내가주혼함을없이여겨불문곡직하고애매한사람을죽이려하는도다. 내친히경성에가상서를보아결단하리라. 하고치행하여경성으로가니라. 이때에태수가내청좌기를차리고숙향을올려거주성명과연기부모를물은대, 숙향이정신을수습하여가로되 오세에부모를잃고유리표박하오니거주와부모성명은모르옵고이름은숙향이요나이는십육이니이다. 장씨듣고실성유체왈 저아이의얼굴이죽은딸과같고이름이또한같은데다만근본이자세치아니하니아직죽이지말고이상서께기별하여다시처치케하소서. 태수가옳게여겨다시가둘새부인이상서께청하여씌운 64

65 칼을벗기고시비로음식을자주내어보내고이후로숙향을생각함이더욱간절하더라. 이날태수가이위공께숙향을치죄하던연유를기별하니위공이대로하여김전을갈고유도 [ 留都 : 중앙에서파견된임시직지방관이라는뜻이있는데이소설에서는인명으로쓰였다.] 를보내어쳐죽이려하더니, 문득여부인이오신다하거늘, 상서가놀라급히맞아좌정하매, 부인이노한기색이등등하여이르되 요새는관직이높고위엄이중하면윗사람도모르고동기라도멸시하느뇨? 상서가황공대왈 이어인말씀이시니이까? 부인왈 나는그대와함께우춘 [ 말을나눌만한사이 ] 에참여치못하느냐? 상서가더욱송연하여왈 형우제공 [ 형은사랑하고동생은공경한다 ] 이라, 어찌이런말씀을하시느뇨? 부인왈 그런즉그대는어찌나를지나는사람으로아느뇨? 상서왈 청컨대명정기죄 [ 그죄를명백히밝힘 ] 하사안전에서다스리소서. 부인이책망하여말하기를 선이비록그대의자식이나나또한자식같이양육하여내자식이나다를바없다. 내일찌기생각하기를선이다른날입신하면두아내를둘것이니내가먼저주혼하고후처는그대가주장함이좋을듯하기로그리하였더니, 나를안중에없이애매한사람을죽이려하니그런 슉향젼권지중 65

66 도리가있느냐? 상서가침음하면서대답하여왈 소제가그런줄모르고제임의로함을통한히여겨그리한일이로소이다. 부인왈 부부는하늘이정하는바라. 일이여기에이르렀으니그대는용서하라. 상서가내심에불평하나거스르지못하여대답하여왈 명대로하리이다 하고, 낙양태수를보고그사연을일러죽이지는말고멀리쫓으라하니라. 이공이아자의한짓을통회하여경성으로데려가니생이낭자를못보고갈새, 모친께하직하되부인이왈 범사에마음을써다시그름이없게하라. 선이비로소전후곡절을고하니부인왈 네말같을진대천정연분이니네아직방심말고학업에힘쓰라. 생이명을받들고하직한후낭자를못찾아보고마음이울적하여할미에게글을남기고가니라. 경사에이르러상서가크게책망하여왈 혼인은인륜대사라. 부모를모르게임의로하였으니이큰죄로되, 누이가만류하시므로용서하나니, 네등과전에는대면하지않으리라. 하고태학으로보내고상서는공사를마친후에집으로돌아가니라. 차시에김전은계양태수로이직하고신관이도임하여낭자를풀어주면서근처에있지말라하였다. 할미가낭자를데리고집으로돌아오니생이보낸글이있거늘, 낭자가탄식하여왈 이땅에있지못하고또이랑은경사로갔으니장차어찌하리요? 66

67 할미왈 이곳에있어서는또환란을보리라. 하고집을 옮겼다. 16. 마고선녀와이별하다 하루는할미왈 나는천태산마고선녀로서낭자를위하여내려왔더니이제연분이다하여떠나게되니섭섭함이비할데없나이다. 낭자이말을듣고대경왈 인간육안이어찌선인을알리요? 내전생죄악이심히중하여의지없는인생을거두어일생을제도하매, 나의바람이부모와다름이없더니, 이제가는듯이버리려하니누구를의지하리요? 할미왈 낭자의지난액은이미면치못할바요, 앞으로올일은태평하리니근심치마소서. 내청삽사리를두고가니어려운일을능히주선하리이다. 낭자왈 함께가고저하나이다. 할미가장탄식하고왈 그러할터이면차마어찌버리고가리오마는, 하늘이정하신바라머물지못하나니나의입던옷함을빈렴하고저개를따라가흔드는곳에묻고혹어려운일이있거든내분묘로오소서. 입던적삼을벗어주고두어걸음에부지거처 [ 간곳을모름 ] 라. 낭자가적삼을붙들고통곡하며옷함을빈렴하여영장할새, 슉향젼권지중 67

68 낭자가친히가려하나삽사리가낭자의치마를물어앉히니, 낭자가역군에게일러개를데리고가흔드는곳에묻으라하니역군이응답하고개를따라가니북촌이상서집동산서편언덕이라. 그곳에영장하고돌아오니라. 낭자가왈 할미죽어도나를잊지못하여낭군의집가까이에묻혔도다. 하고조석제전을극진히하더라. 세월이여류하여추칠월망간이되매양풍이소슬하고명월은조요한지라. 화전을펴고글을지어읊다가서안에의지하여졸더니깨어보니삽사리간데없거늘놀라찾으나종적이없는지라. 더욱망연하여신세를한탄하더라. 이때이랑이태학에있어낭자의소식을모르더니하루는삽사리가오거늘반갑고놀라내리달아어루만질새그개문득한봉글을토하니이는곧낭자의필적이라. 급히떼어본즉하였으되, 숙향의팔자가기험할새오세에부모를잃고동서유리하다가천정연분으로이랑을만나원앙금이완전치못하여이별이무슨일인고. 간장은끊어져상봉이길이없도다. 할미마저없어지니누구를의지하잔말인고. 알지못하리로다, 나의궁박함을뉘알리오. 하였거늘, 이랑이글을보고더욱슬퍼하여음식을내어개를먹이며편지를써개목에걸어경계하여왈 할미죽었으니 68

69 너는낭자를보호하라 하니그개머리를조아려응하고가니라. 화설, 낭자가개를마저잃고홀로있어사면이적료하매, 슬픔을금치못하여자결코저하여, 깁수건을손에쥐고창천을의지하여부모를부르짖어통곡하다가, 문득들으니무슨짐승이소리를크게지르며점점가까이오매마음에놀라창을닫고동정을살피더라. 이윽고그짐승이들어와문을흔들거늘자세히들으니이는곧삽사리거늘, 그제야반겨급히문을열고나가개등을어루만지며가로되네가나를버리고어디로갔더나하고슬피우는데, 그개목을늘리어낭자의팔위에얹거늘괴이히여겨보니목에한봉글이매였더라. 바삐끌러보니이는곧이랑의필적이라. 하였으되, 백년가랑이선은글월을숙낭자에게부치나니낭자의이렇듯괴로움이다생의연고이라. 내한번이리오매운산이첩첩하여청조소식이그쳤더니, 의외에낭자의친필을보니상면한듯반가운중에할미가죽었다함은나로하여금심신이혼미하도다. 옛말에고진감래라하니, 요사이과거소문이들리니요행참방하면평생원을이룰것이니낭자는천만관심하여나의돌아감을고대하라. 하였거늘, 낭자가보기를마치고일희일비하며삽사리가수천리를하루만에득달함을기이히여기더라. 수일후에울밖에사람이가며이르되, 오늘밤이집에도 슉향젼권지중 69

70 적이들것이니낭자가어찌면하리요? 하거늘낭자가놀라망지소조하더니삽사리가집안세간을물어다가땅에묻는지라. 낭자가할미말을생각하고할미분묘로갈새, 늙은옷을입고새옷을개등에얹고경계하여왈 이제할미분묘에가려하니너는길을인도하라 한대, 삽사리가꼬리를치고앞에서서가다가구비구비돌아보아낭자가오기를기다려가기를수마장하더니, 한곳에도착했다. 수목은삼삼하고 [ 나무가빽빽함 ] 꽃들이어지러운가운데한분상이있고개가앞에가앉거늘낭자가물어왈 이분상이진실로할미분상인가? 한대개가몸을떨고혀를내는지라. 낭자가사면을돌아보니성월 [ 별과달 ] 은요량 [ 맑고낭랑함 ] 하고풍경은처량한지라. 심산궁곡 [ 깊은산깊은골짜기 = 심산유곡 ] 에인적없이홀로앉았으니드는것이슬픈마음뿐인지라. 할미의분묘를두드리며일장통곡하더라. 17. 숙향이이상서의집에들다 각설, 상서가아자를학관에두고돌아와집안이적료하므로부인과더불어완월루에올라술을먹더라. 어디서처량한곡성이들리거늘, 이심야에어떤계집이우는고알아오라하니, 마침이랑의유모가시측하였다가우는소리를찾아가니, 한분묘앞에젊은여자가우는지라. 유모가나아가물어왈 낭자는어떤사람이관대이심곡반 70

71 야 [ 깊은골짜기한밤중 ] 에우느뇨? 낭자가무슨변고가있는지겁을내어들은체하지않으니, 유모가재삼묻거늘낭자가비로소여자인줄알고울음을그치고전후소이연 [ 까닭 ] 을이르고이곳에와죽으려하노라하니, 유모왈 낭자를뵈오니반갑도소이다. 소인은이랑의유모러니부인의분부로곡성을찾아왔삽더니어찌낭잔줄뜻하였으리오? 소인의집이멀지아니하오니그리로가사이다. 낭자가답하여왈 그대가낭군의유모라하니기쁘나상서가나를죽이려하시나니어찌그대에겐들가리요? 유모가왈 낭자의말씀이옳으시니돌아가부인께고하여회보하리이다. 하고가니라. 이때삽사리가머리를들어상서집을향하며구덩이를팔의사가없는지라. 낭자가울며가로되 내이제있는줄을상서가알면필경죽이려할것이니내차라리내먼저스스로죽으리라. 하고수건을들어목을매려하니삽사리가수건을물어뜯는지라. 낭자가왈 너는기이한짐승이라. 나에게죽지말라하거든분상에올랐다가내려와절세번만하면네뜻대로하리라 하니삽사리가즉시분상에올랐다가내려와절하거늘, 낭자왈 네비록짐승이나매우비상하니아무것이라도가르치는대로하리라. 하더라. 차시에유모가부인께들어가낭자의문답사를낱낱이고한대, 부인이대경왈 내잊었도다. 선을낳을때에선녀가이르던말을기록하여두었노라. 하고적은것을가져다가상서께드리니라. 슉향젼권지중 71

72 상서가보니이아이배필은남영땅김전의딸숙향이라하였거늘, 상서가또한김전의일을생각하여괴이히여기니라. 부인이이르되 정녕선의배필이로다. 아무튼지데려다가근본을알고저하나이다. 상서가허락하니부인이유모로교자를가지고데려오라하니라. 유모가즉시교자를차려나아가부인의말씀을전하고가기를청하니낭자왈 부인명을거역지못하여가려니와천인이어찌방자히교자를타리오? 하니유모등이재삼권유하므로낭자가어쩔수없이교자에올랐다. 시녀가등촉을잡아인도하여곧바로망월루에다달아누상에올라가니상서와부인이나란히앉았는지라. 낭자가나아가재배한대자리를가까이주고상서부부가눈을들어보니, 근심을띠었으나찬란한용모와, 단장을폐하였으나선연한태도가짐짓천하국색이라. 저렇듯한가인을연소배가어찌미혹되지않으리오하고돌이켜전날일을후회하면서거주와부모를물으니, 낭자가피석 [ 공경의뜻으로자리에서일어남 ] 대답하여가로되 소첩의명도가기박하와오세에난중에서부모를잃었기로부모와거주를모르나이다. 상서왈 동촌이화정할미집에는어찌하여왔더뇨? 낭자가자초지종을고할새, 장승상집에있다가사향의참소로내쳐진일과, 표진강에빠져선녀의구함을받은일과, 72

73 노전에서화재를만나화덕진군에게구하여진일과, 이화정할미만나함께가던일과, 여복야집에서통혼하던일과, 낙양옥중에서고초겪던일과, 도적을피하여할미분묘에와죽으려하던일을낱낱이고하였다. 부인왈 이름은무엇이며, 나이는몇이며, 생월생일은아는다? 낭자가왈 이름은숙향이요, 나이는십육이요, 생일시는사월초팔일자시로소이다. 부인왈 생월일시를어찌아느뇨? 낭자가왈 부모를떠나올때금낭을채우고갔삽기에자란후에열어보니이름과생년월일시를적어넣었기로아나이다. 원래김전이왕균에게사주를물은즉부모를잃으리라하매후일을염려하여기록하여금낭에넣어채워두었음이러라. 부인이금낭을보고크게기뻐왈 생년월일이선과같고이름이또숙향이니선녀의말이맞되, 다만부모를모르니답답하도다. 상서가왈 근본은자연알리라. 하고선이머물던봉룡당에침소를정하니라. 18. 숙향이재주로시부모를기쁘게하다 익일에부인이낭자를불러물어왈 너있던집에아무것도 없느냐? 슉향젼권지중 73

74 대답하여왈 의복과그릇을땅에묻고왔나이다. 부인왈 현부가 [ 네가 ] 아니면누가알리요? 대답하여왈 첩이아니라도청삽사리가그곳을아나이다. 부인이유부 [ 어린계집 ] 에게명하여개를데리고가라하니유부가개를따라가개가르치는대로파가지고왔거늘, 부인이기이히여겨가로되 짐승도저리기이하니그임자야더욱비상하리로다 하더라. 하루는부인이낭자를불러물어왈 네무슨재주를배운것이있느냐? 대답하여왈 배운것은없사오나아무일이라도한번보면그대로할듯하와이다. 부인이그재주를시험코저하여비단을내어주며이르되 상공의관대가무색 [ 색이바램 ] 하였으니저관대를보아그대로지어보라 하거늘, 낭자가받아가지고침소로돌아와비단을보니좋지못한지라. 생각하기를 내재주를시험하는것이라 하고자기가짜둔비단을내어바꾸어지어내니시녀가보고대경하여부인께고한대, 부인이왈 관대는다른옷과달라, 내소시적에침자를따를이없으되수일만에마쳤거든, 제가어찌하루가못되어지으리오? 하고낭자를부르니낭자가관대를드리거늘, 부인이보고대경왈 수품제도가천재 [ 하늘이낸재주 ] 일뿐아니라비단이내준것이아니로다. 낭자가왈 주신비단이부정하기로첩이전일에짠비단으로바꾸었나이다. 부인이기쁨을이기지못하고관대를가져상서께드리며 74

75 가로되 수품과비단이현부의재주니자세히보소서. 상서가재삼살펴보고칭찬하지아니함이없더라. 이때에조정에일이있어사관으로상서를명초 [ 임금이부름 ] 하시니, 상서가응명 [ 명에응함 ] 하여명일발행하려할새, 흉배가무색하니좋은흉배를사오라하거늘, 낭자가시립하였다가물어왈 상공직품이무슨흉배니이까? 부인이왈 쌍학이라 하니, 낭자왈 첩이수놓기를아옵더니아무튼지놓아보리이다. 하고물러가밤이맟도록 [ 다하도록 ] 수를놓아이튿날아침에부인께드리니, 상서와부인이보고대경왈 천신의재주가아니면어찌이렇듯신기하리요? 하고애중함이날로더하더라. 차설, 상서가황성에득달하여천자께재배한대, 상이인견하사국사를의논하시더니, 상서의관대와흉배를보시고물어가로되 경의관대비단은어디서얻었으며흉배는누가놓았느뇨? 대답하여왈 이는다신의며느리재주로소이다. 상이왈 그런즉경의아들이죽었느냐? 대답하여왈 살았나이다. 상이왈 비단은은하수물결에응하여짰고흉배는짝잃은학이청천을향한격이니, 경의아들이있으면어찌이렇듯고단한형상을하였으리오? 대답하여왈 성상총명이일월같도소이다. 하고, 선이숙향얻은자초지종을아뢰니상이칭찬왈 이여자의정절과지조는고금에드무리로다. 슉향젼권지중 75

76 하시고상서에게상급을많이하시니 성서가사은하고집에돌아와그이야기를다이르고상급 으로받은보물을다낭자에게주니라. 19. 이선이등과하고돌아와숙향을만나다 화설, 이랑이삽사리를보내고숙향의생각이무궁하여먹어도느낌이없고잠을자도불안하더라. 이때에태학관이주달하되 요사이태을성이태학에비취오니필연현사가태학에있는가하나이다. 상이들으시고하조하사알성시를설과하라하시니, 사방선비가구름모이듯하는지라. 이때에선이시구 [ 과거에응시할때필요한도구 ] 를갖추어장옥 [ 과장 ] 에나아가현제판 [ 과제를거는판 ] 을바라보니, 글제는제제다사 [ 시경대아편에나오는구절. 濟濟多士文王以寧 ] 라하였거늘, 시지를펼쳐놓고일필휘지하니문불가점 [ 글이아주잘되어흠잡을곳이없음 ] 이라. 천자가친히시전을잡아고하를정하실새한장글을보시니천만중에제일이라, 급히비봉을떼게하시니병부상서이정의자선이라하였거늘, 전두관 [ 전언을읽는관리라는의미. 전독관 ] 이연하여호명하니선이인해중에헤치고옥계에추진 [ 나아감 ] 하였더니, 상이그헌앙한풍신과준수한용모를보시고대희대찬하사 76

77 어주삼배를주시고즉시한림학사금문직사를제수하시니라. 학사가사은하고퇴조하여여부인께뵈옵고, 삼일유가후에본부로돌아올새, 여부인을모시고대성사에이르러큰잔치를배설하고여러승들과함께극진히즐기며부처께하직한후, 이화정낭자의집을찾아가니집은쑥밭이되고인적이적막한지라. 한번보매심담 [ 심장과담장 ] 이떨려말에서떨어짐도깨닫지못하고실성유체 [ 정신없이눈물을흘림 ] 왈 슬프다, 낭자여. 만단고초를겪어간장을사르다가다시상면치못하고황천객이되었단말인가! 내몸이비록귀하게되었은들무엇이기쁘리오? 맹세코불효자가될지언정숙낭자를찾아대하에가놀리로다. 하고, 말에올라집으로돌아오니, 수심에싸였으니행색이처량한지라. 이때에상서부부가학사가등과하여돌아온다는기별을듣고기쁨을이기지못하여중문밖에나와맞아들이는데, 학사는수색이만면하여기뻐하는기색이없거늘, 상서가괴이히여겨물어왈 네몸이불편하여수색이있느냐? 마음에걸리는것이있어즐거운기색이미운것이냐? 학사가황공사죄하여왈 원로를오래놓여있어자연히신기가불화하여그러하여이다. 하며슬픔을감추지못하니, 부인이그뜻을알고위로하여왈 네뜻을아노니모름지기안심하고서서히숙낭자를상봉하여라. 선이믿지아니하여몸이곤함을칭탁하고의관을벗지도 슉향젼권지중 77

78 아니하고난간에거꾸러져누우니부인이낭자에게명하여학사를인도하여편히쉬게하라하니, 낭자가수괴함 [ 부끄러움 ] 을머금고주취홍상 [ 새색시옷차림 ] 으로나아가학사의소매를잡아일어나기를청하니, 학사가눈을들어본즉이는곧오매사복 [ 자나깨나늘생각함 ] 하던숙낭자라. 대경대희하며반신반의하여옥수를잡고가로되 낭자의혼이이선을보느냐, 이선이꿈에낭자를보느냐? 하며여취여광 [ 취한듯미친듯 ] 하거늘, 낭자가또한일희일비한중에돌이켜학사의거동이민망하여간하여왈 군자가어찌이렇듯광인의모습을취하시뇨? 체면을돌아보사방심치마소서. 학사가비로소진적함 [ 틀림없음 ] 을알고급히물어왈 그대어찌내집에이르러있느뇨? 낭자가왈 자초지종을서서히들으소서. 학사가낭자의손을잡고봉룡당으로들어, 무릎을맞대고물어왈 학생이요행으로참방하매낭자볼마음이급하여오는길에이화정을찾아가니형체도그림자도없으므로가슴이막히어그대가정히죽은줄로알고, 부모를뵈온후에결단하여그대뒤를따르고저하였더니, 어찌여기에있을줄을뜻하였으리요? 지금까지참인지거짓인지깨닫지못하리로다. 낭자가왈 이왕지난일은일러도쓸데없으니오늘로부터환락으로지내사이다. 하고, 학사를권하여함께나와문안하니, 상서부부가더욱사랑하여즉시큰잔치를베풀고친척과옛벗을다청하여삼일을즐기고파하였다. 78

79 차설, 학사가벼슬이높아지고낭자를만나평생의원을이룬지라. 집에들어오면효도를극진히하고조정에나가면충성을다하니명망이사림의으뜸일러라. 화설, 상서가학사에게이르되 네아내가규행이정숙하고부덕이온순하니진정숙녀이어니와, 네가불고이취 [ 부모에게알리지않고혼인함 ] 함을타인이시비할것이요, 또전일에양왕과정약한바가있으니정녕재촉하리라. 어찌하리요? 학사왈 이일은어렵지아니하오니, 소자가좋도록하리이다. 하고즉시상경하여숙낭자만나던전후곡절을영중에주달한대, 상이전날숙낭자의이름을들어계신지라. 이날표를보시고크게칭찬하사특지로정렬부인을봉하시니 [ 역주 : 이곳에는정절부인으로되어있고곳곳에정렬부인과정절부인이혼용되고있는데독자의이해를돕기위하여정렬부인으로통일하였음.] 공경이주하여왈 여자의직첩은지아비벼슬로따르옵거늘이제이선의처가먼저일품되옴은불가하와이다. 상이왈 그러하면지아비없는여자는절행이있어도직첩을못주랴? 하시고선을돋우어간의태부문연각학사를하게하시니, 만조가뉘아니공경하리요? 이때양왕이상서께혼인을재촉하니상서가처음에허락한일이라추탁 [ 거절 ] 치못하여민망하여하거늘, 학사가왈 소자가공도로물리칠것이니염려말으소서. 하더라. 슉향젼권지중 79

80 20. 형주로가는길 각설, 형초땅에수년한재 [ 가뭄 ] 로흉황하매, 도적이대치하여작란이심하거늘, 상이근심하실새일인이출반하여주하여왈 신이비록나이어리고재주없사오나형초땅민심을진정하오리니조명을청하나이다. 상이보신즉이선이라. 상이크게기뻐하사즉시형주자사겸도독안찰사를제수하시고절월과상방검을주시니자사가숙사 [ 사은숙배 ] 하고퇴조하거늘상서가왈 남아가입신양명함에사군할날은많고사친할날은적다하니떠남이예사러니와, 너를만리에보내고그리워어찌하며, 형초의인심이강악하니이로써염려하노라. 자사가왈 소자또한슬하를떠날뜻이없사오나국사를피치못하매부득이하여가오니과려치마소서. 하고낭자를이별하여가로되 학생이임금의명을늦추지못하여먼저가나니부인은뒤에따라오소서. 부인왈 남군이어디니이까? 자사왈 남군은형주속현이니가는역로이니이다. 부인왈 그런즉역로에은혜갚을곳이많으니어찌하리요? 자사답하여왈 그대원대로하라 하고발행하니라. 이때에자사가형주에이르러각읍을순행하며그른자를물리치고어진자를가려소임을맡기며관곡을풀어백성을진휼하여노주무애 [ 종과주인을어루만짐 ] 하니도적이감화하 80

81 여향풍귀순하매자사의선치한다는명성이매우원근에진동하더라. 상서가집에돌아와낭자에게이르되 이제들으니아자가내려가선치하여도적이향화 [= 귀화 ] 하여양민이되었다하니현부는치행하여내려가거라. 하거늘부인이명을받고즉시제물을준비하여할미분묘에제를올리더니, 버린제물을삽사리가다먹는지라. 부인이개등을어루만져가로되 네가아니었던들내벌써이땅의흙이되었을러라. 하고탄식하니라. 삽사리가발로땅을끄적이거늘부인이괴이히여겨살펴보니글자를썼으되 이제연분이다하였기로여기서떨어지나니부인은안과하소서. 하였거늘, 부인이대경하여왈 네또한내게서고초를겪음이많았으므로은혜갚기를매양원하였더니이제나를버리려하니어디로가려하느냐? 삽사리가부리로분묘를가리키며두번절하고서너발걸음에부인을돌아보며소리를지르더라. 문득구름이사면으로에워드리우며개를옹위하여간데없으니, 부인이슬퍼왈 개도하늘의짐승이로다. 하고그개섰던곳에의금을갖추어영장하였다. 상서양위께하직한후발행할새, 하인에게분부하되, 연로에제할곳이많으니제물을대령하고기명을낱낱이고하라 하였더라. 한곳에다다르니노전이라. 부인이화덕진군을생각하고제 문을지어제하더니잔의술이다없어지고거위알같은구슬이 슉향젼권지중 81

82 담겼는지라. 매우괴이히여겨거두었다. 한곳에다다르니표진으로통하는양진강이라. 표진으로가려고하면수로도험하고멀기도하거늘부인이매우서운하여방황하다가반쯤갔을때문득광풍이크게일어닻줄을끊겨사공이배를걷잡지못하고놓아버리매서쪽으로향하여빠르기가살같은지라. 배의중인이넋을잃고엎드렸더니이윽고바람이잦고물결이고요하거늘, 제인이정신을차려살피나어디인줄알지못하더라. 또한기갈을이기지못하되땔감을얻지못하여민망하여하더니부인이문득돌아보니채련하는선녀가엽연주를타고피리를불며내려오거늘자세히보니전날표진강에서보았던선녀라. 반가와길을장차묻고자하였으나, 그배가나는듯이지나가며노래를부르되, 왕년오늘에이곳에서숙낭자를만났더니금년오늘에숙부인을만나도다. 반가운마음으로하례를하려하나배중의속인이번거로워언어를통하지못하는도다. 화덕진군의화주를가지고도배에탄여러사람의기갈을구하지못하는도다. 하더라. 부인은그얼굴을보고소리를들었는데다른사람은보도듣도못하는지라. 부인이헤아리기를, 노전에서얻은구슬이정녕화주로다하고, 쌀을씻어그릇에담고그릇밑에구슬을넣으니쌀이절로끓어밥이되는지라. 제인이다놀라이르되부인은진정천신이로다하더라. 82

83 어언지간표진강에이르렀거늘, 사공이놀라가로되 양진에서표진이일천오백리요, 수로가또한험난하니아무리순풍인들어찌금일아침에출발하여낮이못되어표진에이르리요? 하고신기함을이기지못하더라. 이다음이야기는다음회에밝혀질것인지라. 슉향젼권지중죵 슉향젼권지중 83

84

85 제 3 장슉향젼권지하

86 숙향전권지하 숙향이형초지방으로가는길에곳곳에서은혜를갚고의부모장승상부부와부모김전부부를모두만난다. 한편이선은매향과의전생인연과얽히어황태후의약을구하러선계로들어가는데

87 21. 숙향이장승상양위와재회하다 차설, 부인이이곳이표진강이라함을듣고반가워하여급히제물을갖추어표진강용왕부인께제를올리더니문득수중으로부터난데없는구름이일어나며향취진동하기를한참을하다가이윽고구름이걷힌곳에제물은간데없고그릇마다금은보패가소복소복히담기고술잔에구슬이담겼으되빛은불빛이요크기는제비알같은것이라. 부인이헤아리기를분명코용왕부인이흠향하심이정녕하도다하고보패를나누어배가운데여러사람들에게낱낱이주고뭍에내리니, 이곳은남양땅이라. 부인이물어왈 여기서고을이얼마나남았으며장승상댁은어디있느뇨? 대답하여왈 고을은십여리나되고장승상댁은일마장 [ 일마장은오리가조금넘는정도 ] 이되나이다. 부인왈 내몸이여러날을갇혀있어피곤하니본읍에기별하여장승상댁으로행차를정하라 하니, 남군태수가듣고위의를차려장승상댁에서기다리더라. 부인이장승상댁으로행차할새, 금가마를타고허다한시녀를좌우에시위하고각색풍악과기치고각 [ 북과피리 ] 이앞을 슉향젼권지하 87

88 인도하여나아가니, 그거룩한위의가왕후와같더라. 이때승상부인은정렬부인이행차를집으로한다함을듣고대접하고자하여포진 [ 잔치자리 ] 을영춘당에배설하고숙설 [ 잔치음식을만듦 ] 하여등대하더니정렬부인이도착하여가로질러영춘당으로들어가는지라. 승상부인이시녀춘향이로전갈하여가로되 귀하신분의행차가누추한곳에용림하시니문호의광채가배증하오매즉시나아가뵈올것이로되마침오늘이자식의죽은날이기로명일에나나아가뵈오려하오니허물치마소서. 하니, 정렬부인이화답하되 과객이귀택에들어소요기 [ 소란을일으킴 ] 하오매정히불안하온중에먼저하문하시니지극감사하여이다. 부인이춘향에게정렬의용모풍채를물으니춘향이왈 모든시녀들이옹위하였기에보지못하였삽고, 다만그부인이글을지으신것을시녀들이전승함을들었나이다. 하고외우니 하였으되, 영춘당의춘경을다시보니객의심회느끼노라. 옥계에핀꽃은옛빛이로되인사에번복이많더라. 슬프다! 왕년금일자취를누구에게물을쏘냐? 하였더이다. 부인이그글뜻을승상에게고한대, 승상왈 괴이하도다. 영춘당을처음보면서이렇듯이글을지으니알지못할일이로다. 하더라. 이때에정렬부인이야심한후에상 [ 침상 ] 에올라쉬다가, 88

89 상에서내려승상내당에들어가니부인이자신의그림을걸고그앞에제물을벌리고슬피울며숙향을부르짖는지라. 스스로벌려놓은음식을먹고깨어나니남가지몽이라. 고요한밤에곡성이은은히들리거늘시녀에게명하여울음소리나는데를알아보라하니, 이윽고시녀가회보하는말이자신의몽사와같은지라. 감격을이기지못하고왈 부인과내가한낱 [ 사소한 ] 연분이아니라. 오늘이내가표진강에빠지던날이므로나를위하여제를하시는도다. 하더니날이밝고서부인이나오거늘정렬이내려가맞으니부인이하례하여왈 귀하신객이누추한집에내림하시니기쁘고다행함을이기지못하여이다. 하고다담 [ 다과 ] 을들이니다꿈에보던음식이라. 정렬이왈 원로에갇혀있었더니몸이가쁘기로큰곳에서쉬고저함이러니, 귀택을번요케하고또부인이오셔서관대하시니지극히감사하여이다. 부인이물어왈 부인의연치얼마나하느뇨? 정렬이대답하여왈 십팔이로소이다. 부인이듣고탄식하여눈물을흘리거늘정렬이물어왈 무슨일로슬허하시느뇨? 부인이답하여왈 우리가전생죄악으로자식이없어슬하가적막함을한하다가늦게야한딸을수양하여마음을위로하였는데, 왕년금일이죽은날이기로밤에제를지내고, 또부인연세가딸과동갑이니자연슬허하나이다. 하고다정히말씀할새, 슉향젼권지하 89

90 문득문밖에까치가와서울거늘, 정렬이탄식하여왈 전에까치가와서울어애매한숙향으로악명을입혀죽이더니, 오늘은누구를죽이려고우는고? 하니장부인이이말을듣고놀라물어왈 부인이어찌숙향의일을아느뇨? 정렬이왈 한사람이수족자를팔기에숙향의일을대강아나이다. 장부인이왈 그족자를가져오셨나이까? 정렬이시비에게명하여족자를드리니장부인이받아보니, 한짐승이숙향을업어다가장승상집동산에두는형상과, 부인이안고들어가던거동과, 영춘당에서잔치할때저녁까치울던모양과, 사향의구박에내쳐짐을당하여표진에빠지던형상을충분히그렸는지라. 한번봄에슬픔을금치못하거늘정렬이왈 우연히한말씀으로저렇듯이하시니도리어불안하여이다. 부인왈, 이왕사를넉넉히아시니어찌은휘할바가있으리요? 하고숙향을기르던자초지종과추후죽은줄로알고주야로슬퍼하매승상이염려하여화상을구하던일을낱낱이설파하니정렬이왈 비록기출이라도이미죽었으면할수없거늘어찌남의자식을저대도록 [ 저토록 ] 하시리요? 숙향의혼백이라도반드시감격하리로소이다. 부인왈 이제이족자를보니저를대한듯반갑기측량없는지라. 족자를팔고가시면좋을까하나이다. 90

91 정렬이왈 족자를드리고싶으오나다만자사께서사랑하여중가를주고샀사오니이제중가를주시면팔고가리이다. 부인왈, 숙향이자라거든주려고황금만냥과전답수천석지기와노비수백구를두었더니숙향이이미죽은지라쓸데없사오니, 다드릴것이니팔으소서. 하니정렬이허락하고숙향의화상을구경함을청하거늘, 부인왈 나의침실에걸었사오니비록누추하오나들어가보시리이까? 정렬이부인을따라들어가보니, 과연자신의아잇적얼굴을그려걸었으되청장 [ 푸른휘장 ] 을드리우고그앞에상탁을놓았는지라. 정렬이보고웃어가로되 부인이숙향을잊지못하심은저얼굴을잊지못하심이라. 첩이비록곱지못하나숙향과어떠한지자세히보소서. 하고휘장을걷고화관을벗고곁에들어서니모두보고놀라이르되, 숙향아씨가변하여부인이되신것인가, 부인이변하여숙향아씨가되신것인가? 하는데부인도황홀하여어찌할줄을몰라넋을잃고목인 [ 나무로만든장승 ] 같이섰거늘정렬이그제야나아가절하고사죄하여가로되 부인이소녀를모르나니이까? 하며전일있던방을가리켜이르되 벽상의혈서를보셨나니이까? 하니부인이이말을듣고대경실식하며반향 [ 묵묵반향 : 한참동안말이없음 ] 후에정신을차려정렬을안고구르며가로되 어 슉향젼권지하 91

92 와, 내딸이여! 이것이꿈이냐생시냐? 나는너를죽은줄로만알았더니오늘날이게어인일인고? 하고승상께통하니승상이이말을듣고전지도지하며 [ 엎드러지고굽드러지며 ] 들어와정렬을붙들고일희일비하여억음유체 [ 울먹이며눈물을흘림 ] 왈, 우리는네가살아있어이리귀하게됨을꿈에도생각지못하였던바라. 금일만남이진정인지거짓인지알지못하리로다. 정렬이감격을이기지못하고왈 소녀가생각없어양위께근심을끼쳤사오니그죄만사무석 [ 무엇으로도갚지못함 ] 이로소이다. 하고시녀에게명하여승상양위입으실의복을드리고즉시낙봉연 [ 부인들이모이는잔치 ] 을배설하여원근제부인을청하여삼일을즐길새, 포진기구 [ 잔치에쓸그릇 ] 와음식범절을지방관이대령하니, 제부인이칭찬하여왈 승상양위비록무자하시나금일로볼진댄열자식을부러워함이있으리요? 하더라. 정렬이승상집에서일삭 [ 한달 ] 을머물러전후고락하던일을설화하며서로즐기더니, 갈길을생각하여마지못하고하직을고하여가로되, 형주가불원하온지라위의를차려보낼것이니형주구경이나하시고오소서. 하고금은보화를드리며노복등에게후히상급한후즉시발행하였다. 장사땅에이르러서, 한묏골에사슴과원숭이황새까치등이지저귀거늘, 정렬이전날일을깨달아즉시노상에막차 [ 장막 ] 를베풀고본읍에기별하여쌀한섬을가져다가밥을 92

93 짓고소를잡아길가에벌여놓고부인이친히나아가경을게하니모든짐승이일시에달려들어밥과고기를먹고마치아는듯이돌아보며가거늘, 부인이탄식하여왈 나를구하던은덕을거의다갚았으되, 다만부모를찾지못하였으니장차어찌하면좋으리요? 하더니하인들이이르는말이이곳이계양이라하거늘, 부인이대희하여왈 할미를이별할제계양태수가나의부모라하더니, 이제야부모를찾으리로다. 하고심중에매우기꺼워하더라. 고을지경에다달아태수의성명을알아보니유도라하거늘, 부인이대경하여그곡절을물으니하리 [ 下吏. 벼슬아치 ] 가대답하기를 김전은양양태수로옮겼다하나이다. 여기서양양이얼마나하며형주로가는길이냐? 대답하여왈 여기서거리가삼백리요형주역로 [ 가는길 ] 가아니로소이다. 부인이생각하되순로가아니니어찌하리요? 하고헤아려생각하기를마지아니하더라. 22. 숙향이부모를다시만난다 차설, 김전이계양태수로있을때이선이자사로내려와 각읍을순찰하여김전이선치함을듣고양양태수로돋우니 양양은형주버금이었다. 슉향젼권지하 93

94 김전이자사를만나보고오던길에반하수에다다랐을때, 한노옹이바위위에앉아안연히 [ 침착하게 ] 움직이지않거늘모든종자들이노하여잡아내리고저하는데, 김전이노옹의기상비범함을보고하인들을물리치고말에서내려나아가읍하되, 노옹이시이불견 [ 본척도않음 ] 하고더욱거만한지라. 김전이괴이히여겨헤아리되, 내가삼천철기를거느렸으니아무라도두려워하거든저노인은더욱교만하니정녕신인이로라. 하고나아가절하니, 노옹이더욱거오하여발을사려다리위에얹고팔을빼며소리쳐이르되 네갈길이나갈것이지모르는사람에게절은무슨일일꼬? 김전이더욱수상히여겨공경재배왈 지나다가노장 [ 어르신 ] 의나이를대접하여절을하였나이다. 노옹왈 네사위형주자사의덕으로벼슬을올려받아나릿님이되었다고어른을업신여기면서당돌히나와무슨말을듣고저하느뇨? 김전이왈 내본디자녀가없거늘사위덕에벼슬이라는말씀은도리어욕이되는말이로소이다. 노옹이노하여왈 네가만일자녀가없을진댄, 네딸숙향은하늘로좇아내렸느냐땅을좇아나왔느냐? 김전이숙향두자를듣고놀라다시절하여가로되 소자가실례하였사오니죄를사하소서. 하니노옹이노색을푸는지라. 김전왈, 전생의죄가중하여늦게야비로소숙향을낳았 94

95 더니난중에잃은후로생사를모르는지라. 노장은숙향의거처를아시나보오니이무지한인사를책망치마시고자세히가르치심을바라나이다. 노옹왈 숙향의거처를잠깐알거니와배고프니말하기싫도다. 전이행중에있는음식을가져와먹인대종시부족히여기거늘, 전이하리를명하여주점에가주안을많이갖추어오라하니노옹이얼굴빛을바꾸고왈 하리에게음식을가져다가어른을대접코자하니, 그하리의자식을묻고져하느냐? 전이이말을듣고친히주점에나아가삶은돼지하나와좋은술백잔을가져다가꿇어드리거늘옹이사양하지않고다먹은후, 전이다시물으니옹왈 취하여이르지못하겠으니진정을알고저하거든하리등을보내고너만떨어져내가술깨기를기다리라. 전이이에하리를보내고홀로앉았는데, 문득급한비가와평지의물이전의허리를잠기었으나마침내움직이지아니하였다. 비는그치고바람과눈이급하게몰아쳐옹이앉은곳이묻혔으나또한움직이지않고섰는지라. 몸이다얼어죽게되었더니노옹이그제서야잠을깨어가로되 마음의뜻이어떠한가알아보려함이러니과연정성이지극하도다. 하고소매에서붉은부채를꺼내어전을향하여부치니그눈이잠깐사이에다녹는지라. 노옹이이르되 숙향의거처를이르려니와능히찾을소냐? 슉향젼권지하 95

96 전왈 이르시면진심으로찾아보리이다. 노옹왈 그때반야산에두고가매도적이업어가촌가근처에두었더니푸른새가와서데려다가명사지계후토부인에게두었으니거기가서물어보라. 하니전이깜짝놀라왈 분명히죽었음이로소이다. 노옹왈 후토부인이백록에게시켜남군장승상집동산에둔즉그집에서기르더니그집종사향이숙향을모해하여내치니숙향이갈길을몰라표진용왕궁으로갔다하니그리로가서찾으라. 한대전이놀라가로되 그런즉반드시죽었음이니어찌찾으리요? 노옹왈, 또들으니채련하는아이들이구하여육지에내어놓은즉길을잘못들어노전에서불에타죽었다하니거기가서백골이나찾아보라. 하니전이왈 화중귓것이되었으면혼백인들어디가보리요? 한대노옹왈 화덕진군이구하였으나의복을태우고앞을가리지못하여노변수풀에숨었더니마고할미가데려다가인간에두었다하니거기가찾으라. 하거늘전이왈 하늘아래가다인간이라. 어디가찾으리요? 지명을가르쳐주소서. 노옹이왈 그대의자식을어찌이늙은이에게여러말을하는고? 전이슬피울며무수히애걸하니그제야노옹이웃으며가로 96

97 되 저리바쁘면어찌하여낙양의옥중에서죽이려하였더냐? 전이왈 아득하여깨닫지못하였나이다. 노옹이왈 이는다그대의죄가아니요하늘이정하신수라. 나는과연이물맡은용왕이러니저번에그대가반하수에서거북이를구하였기로나도자식을위하여상제께고하고그대가숙향을만날길을가르치나니쉽게만나려니와, 다만숙향이궂기던 [ 고생하던 ] 일을알아두어숙향을만나거든물어보라. 내말과같거든숙향인줄알라. 하거늘전이대희하여백배사례하여왈 감히묻잡나니이제자사의부인이되었나니이까? 노옹왈 자연히알게되리라. 하고일어서는데, 문득간데없는지라. 전이공중을향하여사례하고집으로돌아와부인에게용왕의이야기를전하고숙향만나기를주야로축수하더라. 이때에정렬이양양으로가고자하되사세난처하여정하지못하고있는데이날밤꿈에할미가이르되 이번에부모를못찾으면십년후에야만날것이니부디이때를잃지말라 하거늘부인이꿈을깨어재촉하여위의를갖추고양양으로갈새지나는고을마다시녀에게명하여만류하여보내더라. 이때에김전이그부인에게이르되, 자사의내행 [ 부인의행차 ] 이오래지아니하여남군소로로온다하니용왕의말같을진댄정녕숙향이우리를찾아오는가하노라. 부인왈 몽사가길하니그근본을탐지하여보사이다. 하 슉향젼권지하 97

98 더니정렬이관사에하처하고시녀로하여금거듭부인께말씀을넣어뵈옴을청하니, 장씨즉시하처에나아가니라. 정렬이일어나맞아예의를갖춘후에좌정하매장씨가물어왈 부인의방년몇이요? 정렬이대답하여왈 십팔이로소이다. 장씨숙향을생각하여슬픈회포를진정하지못하거늘, 정렬이왈 무슨연고로슬퍼하시느뇨? 장씨가탄식하여왈 첩이늦게야한딸을낳아극히애중하다가오세에난중에잃어지금생사를몰라슬퍼하는지라. 마침부인의연광이자식과동갑이니문득생각이동하여슬픔을이기지못함이로소이다. 정렬이이말을듣고자연히감동하여길게탄식하여왈 첩도오세에부모를잃고항상서러워하더니첩의부모도이같이생각하올지라. 하고눈물이어우러지거늘장씨가그모습을보고의아하여물어왈 부모를어찌하여잃었으며뉘집에서성장하였느뇨? 우리둘이다슬픈회포가있고이리만남이희귀하온지라서로사정이야기함을혐의치마소서. 정렬이대답하여왈 난중에부모를잃었으므로자세히기억지못하오나사슴이업어다가남군장승상집동산에두오니그집에서길러내여이다. 장씨이말을듣고반가우나오히려여러곳에서궂기던 [ 고생하던 ] 말을하지않으므로감히발설치못하고자리를가까이 98

99 나아가가로되 첩이부인과회포가같은지라. 한잔술로써마음을진정코저하나이다. 정렬이칭사하고일어나잔을받을새손에한짝옥지환을꼈거늘, 장씨가의심하여물어왈 부인이어찌옥지환외짝을꼈느뇨? 정렬이대왈 부모가첩과이별할때제속고름에채운것이므로부모를보온듯이주야로벗는일이없나이다. 장씨분명코숙향인줄아나, 오히려주저하여시녀에게명하여옥지환을내어오라하고서, 반하수에서진주를얻어옥지환을만든연유와피란할때숙향에게채우고가던수말 [ 앞뒤사정 ] 과, 태수가용왕을만나문답하던이야기를일일이일러가로되 오늘날부인을만나지환을보니더욱심신을진정치못하리로다. 하고옥지환과용왕의말기록한것을내어놓으니, 정렬이한번보매정신이아득하여자기금낭을내어드리며실성체읍 [ 정신없이눈물을흘림 ] 왈 태태야 [ 나이든여자를대접하는호칭, 여기서는 어머니 정도 ]! 소녀과연숙향이로소이다. 하며엎드러지거늘장씨가이거동을보고또한혼절기식하니시녀들이황망히구하는한편태수에게통하니태수가전지도지하며 [ 엎드러지고굽드러지고하며 ] 나와서로붙들고실성통곡하다가정신을차려천행으로만남을가리키며전후고생하던일을말하여서로일희일비하더라. 자사에게이소식을전하니자사가듣고대희하여양양으로 슉향젼권지하 99

100 가서김전양위를뵈옵고근읍수령들을청하여큰잔치를배설 하여삼일을즐기니이소식이원근에진동하는지라. 이때간의태부양희가수유 [ 말미를얻어 ] 하고고향에왔다가이기별을듣고괴이히여겨경성에올라가황제께주달하니황제들으시고위공을불러전후사연을물으시고좌우를돌아보사왈 이선이자사가된후로도적이감화하고인사가풍등 [ 아주잘됨 ] 하니승상기특하다 하시고즉시예부상서로승품시키고김전으로하여금형주자사를맡기시니, 상서가명에응하여황성으로가게되매, 김전부부가여아의떠남을새로이슬퍼하더라. 상서가상경하여궐내에들어가복지 [ 땅에엎드려 ] 주왈 신의직품이아비와같사오니체례 [ 공무원의예절 ] 에불가하온지라, 신의관직을거두심을바라나이다. 상이옳게여기사 나라에위공의공로가많으므로위왕으로봉하고경을초공으로봉하여경의마음을편하게하노라. 하시니선의부자가황공하여재삼사양하되상이종내윤허하지않으시니위왕부자가부득이사은하니라. 그후선이주하여왈 전승상장송이남에게권을사양하고고향에침폐하였사오니신원하옴즉하옵고, 형주자사김전의재목이외임에두기아깝사오니복원 [ 엎드려바라건대 ] 성상은살피소서. 상이마땅하다윤허하시고장송으로하여금우승상을맡기 100

101 시고김전으로하여금병부상서를제수하사명초 [ 임금이부름 ] 하시니장승상과김상서가조서를받자와경성으로올라와사은하니라. 상이가까이부르사왈 경등의충성을잊었다가초공이주한말로인하여각별히탁용하나니경등은지실 [ 잘알다 ] 하라. 양인이사은퇴조하여초부에이르러, 김상서가장승상과서로대하여여아양육한은혜를사례하고장승상은사향에게속은일을후회하고위왕은숙향을죽이려하던일을사죄하여이왕사를서로설파하며주찬을내어와즐기더라. 하루는초공이큰잔치를열고조정을다청하여환락할새, 객들이취하므로흥에겨워초공에게이르되 공의문장은이미아는바려니와필연음률도알지니아름다운거문고로우리취흥을돋움이어떠하뇨? 초공이미처대답하지못하는데위왕이흔연히초공을돌아보아이르되 네비록음률이소여 [ 크게내세울것없음 ] 하나제공이너를사랑하므로가성 [ 노랫소리 ] 을청하니모름지기사양치말라. 하니초공이마지못하여물러나와노수세곡을부르니그소리가형산백옥을깨치는듯, 구소에봉황이오는듯 [ 구소는순임금때의음악. 이음악을연주하면봉황이날아들었다한다.] 한지라. 자리의모든사람이칭찬하지아니함이없더라. 또단금 [ 피리 ] 를가져와일곡을희롱하니동정월하에야학이춤을추고소상추풍에목엽이분분한듯하니제객이듣기를마치고서 슉향젼권지하 101

102 다만위왕의복록을하례할뿐일러라. 23. 양왕지녀매향의이야기 화설, 양왕은황제의아우라. 다만한딸이있으되인물과재주가빼어나고시서에무불통지하니사람들이이르기를여중군자라하더라. 전에소저를잉태할때에양왕이일몽을얻으니한노인이이르되 봉래산설중매가그대의집에떨어지니오얏나무에접하여야가지가무성하리라. 하더니, 과연그달로부터태기있어십삭만에딸을낳으니이로인하여이름은매향이라하고자는봉래선이라하니라. 점점자라매용모와자질이더욱비상하니왕이보옥같이사랑하여택서하기를심상히 [ 평범하게 ] 아니하더니우연히이선을보매대현군자라, 즉시통혼하여위왕의허락을받았더라. 선이다른데취처함을듣고대로하여다른데구혼하니, 소저가듣고가로되 충신은불사이군이요열녀는불경이부라하니대인이이미이랑에게허락하시고또다른데혼인을의논하시니소녀죽어불효할지언정타문 [ 다른가문 ] 을쫓지못하올소이다. 양왕이말을듣고이르되 내가아들이없기로어진사위나얻어후사를의탁코저하더니네마음이이같으니도시이놈이박복함이로다. 102

103 소저재배왈 부모가르침과명하심을물과불이라도피하지않으려니와기어이이일하라하심은순종치못하리로소이다. 왕이그뜻이굳음을보고울적해하더니, 이선의벼슬이높음을보고부인최씨에게이르되 이랑이이미취처한지라여아로그부실로삼고저하니어떠하뇨? 최씨가대답하여왈 구차하오나저에게물어보사이다. 하고소저를불러물은대, 소저가왈 다른가문은생각지못하오나초공의차비 [ 둘째부인 ] 됨을어찌구애하리이까? 왕왈 네뜻이이러하니다시의논해보리라. 하고다음날조회에들어가어전에서광명정대하게위왕에게물어왈 혼인을허하고서추후약속을위반함은무슨일이뇨? 위왕왈 내가약속을어긴것이아니라당초에학생이상경한사이에장매 [ 누나 ] 가주혼하여타문에혼인하였음을진실로몰랐건마는, 제집일이므로변명한들소용이없음이여이다. 상이들으시고양왕에게이르시되 이선의일은짐이익히아는바이니다투지말고타처에구혼하여지낼지어다. 양왕이고개를조아리고주하여왈 성교마땅하오나신의딸이이미타문을섬길뜻이없사온즉제부모라도제어할길없사오니난처하와이다. 상이칭선하여왈 경의딸의절개여차하니가히아름다운지라. 이제이선이두부인을갖출터이니경등은의향이어떠하뇨? 양왕은성교를감축하되, 위왕은머리를조아리고주하여 슉향젼권지하 103

104 왈 양왕의딸은금지옥엽이라, 선의부실이되어몸을굽힘이불가할까하나이다. 상왈 짐이선을불러결단하리라. 하시고초공을명초 [ 부르심 ] 하시니초공이이미짐작하고칭병하여나아가지않고자하거늘정렬이그연유를물은대초공왈 어전에서양왕의딸혼인을정하려하심이니들어가지않고자하노라. 부인이정색왈 임금의부르심을어김이신하된자의도리가아닌가하나이다. 초공왈 기망함은불가하나어전에서혼인을말씀하시면거역지못할지라. 만일그여자를취하여행실이부족하면부인에게괴로울뿐이요하물며국척 [ 임금의친척 ] 이라폐가됨이많을지니아예거절함만같지못하니라. 하고종시들어가지않으니상은진실로병이있는줄로알고양왕에게이르시되 선의병이낫거든정혼하리니너는염려말라 하시니양왕이선의병칭탁함을짐작하고분함을이기지못하여해치고자하는마음을품었다. 24. 이선의황태후의약을얻으러출행한다 이때에황태후께서병이드셨는데증세가괴상하여귀먹고 눈어둡고말못하는지라. 104

105 나라가온통진동하더니한도사가와서천자를뵙고여쭈오되, 이병환은침이나약으로못고칠것이니봉래산개언초와천태산별이용과동해용왕의계안주를얻어야이병환이나으실것이니어진신하를보내어정성으로구하소서. 한대,[ 약이름들은각각말을하게하는것, 귀를밝게하는것, 눈을여는것이라는뜻이다.] 상이즉시조신을모으사의논하실새양왕이주하되 조신중에이선이가히보냄직하오니정녕약을얻어올까하나이다. 상이초공을부르사가로되 짐이경의충성을아나니이약을얻어올쏘냐? 초공이대답하여왈 신하가되어어찌폐하의이르심을사양하리이꼬마는다만세곳이다인간이아니오니돌아온다는약속은정하지못하올소이다. 하고하직한후에집에돌아와부모와승상과상서모두이별하는데다시못볼까서로슬퍼하니라. 정렬과상별할새초공이왈 나의길이생사를모를지라. 부인은나를위하여부모를지성으로섬기고부디보중하소서. 나의생사는북창밖의동백을보아짐작하되나무가쇠하면병든줄알고가지가무성하면무사히돌아올줄알고기다리소서. 하니부인이또한옥지환한짝을주며왈, 이진주빛이누래지면첩이병든줄알고검거든죽은줄로아소서 하고한봉글을주며천태산마고선녀에게전하라하였더라. 슉향젼권지하 105

106 25. 용왕의아들에게길인도를받아여러나라를 거치다 초공이부모께하직하고발행하여남쪽으로항하였다. 승선한지일망 [ 보름 ] 에대해중에들어큰바람이일어나고배가물속에출몰하여배에탄사람들이정신을차리지못할차에문득한짐승이물속으로부터내닫는데그크기가산같고뒤웅박같은눈이셋인데불빛같은지라. 소리질러왈 너희는어떤사람이관대남의땅에지세도안주고당돌히지나가고저하는가? 초공이왈 나는중국사신이러니황태후의병이중하시매황명을받자와봉래산에선약을얻으러가니잠깐길을빌리라 [ 빌려달라 ]. 그짐승이왈 잡말 [ 쓸데없는말 ] 말고가진보배를주고가라. 하며배를잡고힐난하거늘, 초공이민망하여빌어왈 가져가는것이양식밖에없노라. 그짐승이성내어왈 정녕보배가있음을짐작하거늘정아니주면이배를엎치리라. 하니공이어쩔수없이옥지환을내어주니그짐승이보고왈 이것은동해용왕의계안주이니네가어디에가도적질하였는가? 하고배를끌고가더니한곳에이르러그짐승이배를머무르게하고왈 용왕께여쭈어네죄를물은후에놓을것이라 하고들어가더니잠시후홍포선관이나와물어왈 네아내는뉘딸이뇨? 106

107 공이왈 내부인은김전의딸숙향이니이다. 그선관이들어가더니용왕이나오신다하여수중이진동하며왕이나와초공을맞거늘, 공이매우송구하여나아가재배한대왕이붙들어앞에올려좌정후에왕이사죄왈 나는이곳용왕이러니귀인이지나심을어이뜻하였으리요? 저번적에내누이를반하수에서김상서가구하여살아나매은혜갚을길이없어이진주를드렸는지라. 복복자를가졌으면사람이오래살고죽은몸에얹어두면천만년이라도살이썩지아니하는보배라. 수족등이다아는고로오늘순행하다가멀리서상서의기운이있다하기로앗아오라하였더니종의전언을들은즉귀인이가신다하오매반가운지라. 대저봉래산에가시면약은있으려니와여기서일만이천리라. 십이국을지나가고약수가가로놓인데있으니인간배로는건너기어려울까하노라. 하고잔치를베풀어크게대접하더니한소년이밖에서들어와절하고앉거늘왕이물어왈 네어이왔느냐? 소년이대왈 선생께서 네공부를다하였으니태을선의힘을얻어야선관이쉽게될것이라, 이제태을이마침황태후병으로약을구하러봉래산가는길에정녕네집에들것이니네태을을평안히호송하라 하시기에왔나이다. 왕이대희왈 저손님이태을이시니인간의옷을바꾸어신선의옷으로입고나의공문을가져가면의심이없으리로다. 초공왈 저소년은뉘시뇨? 슉향젼권지하 107

108 왕왈 내아들로서일광도인의제자가되었더니스승의명으로상서를뫼시러왔나이다. 초공이대희하여왈 그러면따라온사람들은어찌하리요? 왕이왈 보내소서. 하고수신을불러분부하였다. 초공이용왕께하직하고물가로나오니용자가기다리고있다가함께붉은표자를타니빠르기가살같더라. 용자가초공에게이르되 상서가지금은진객 [ 진세의손님 ] 이라임의로선간 [ 신선의경계 ] 출입을못할것이므로부왕의공문을핑계삼아갈지니나의하는대로하소서. 하고가더라. 한곳에다다르니회회국이라. [ 이본에, 사람들이바다로다니지않고뭍으로돌아다니더라가있음.] 이곳을맡은성왕은성정이라. 용자가들어가성왕께공문을드리니성왕이즉시성접 [ 공문을인가하여인가서를내어줌 ] 하여주거늘용자가하직하고가더라. 또한곳에다다르니호밀국 [ 나라이름이유실되어있으므로한문본으로부터취함. 이본에이나라사람들은밥을먹지않고꿀만먹음이더라가있음. 호밀은꿀을좋아한다는뜻.] 이니성왕은필성이라. 용자가공문을드리니성왕이왈 그대가태을을데리고가거니와이앞길이험하니조심하라 하고성접하여주거늘가지고가더라. 유구국 [ 이본에는유리국 ] 에이르르니성왕은지성이라. 공문을드리니성왕왈 이곳은범인이임의로출입을못하거늘 108

109 어찌들어왔는가? 하고알은척도하지않으니, 용자가태을을데리고가서연유를고한대성왕이웃으며왈 그대낯을보아성접하여주노라 하거늘, 가지고가더라. 교지국에이르니라. 성왕은규성이니길이가장험한지라. [ 이본에, 이나라사람들은오곡을먹지않고차만먹고살며모두짐승같은모습이라. 왕의성질이사나와서타국사람이국경을범하면누구든지시비를가리지않고잡아죽이더라가있음.] 공문을드리니성왕이왈 용자가무슨일로왔는가? 용자가태을을데리고가는연유를이르니성왕왈 봉래산은영산이라. 태을인들어찌상제명없이출입하리요? 용왕과성왕들이속인을들여보내는죄있으리니상제계품하여처치하리라. 하고용자와이선을구리성에가두니용자가상서에게이르되 이성왕이가장험하니밤에내가도망하여우리스승을청하여야이욕을면하리라. 하고가만히도망하여일광노에게이연유를고한대광노가왈 내가아니면구하지못하리라. 하고구름을타고교지국에와규성을보고물은대, 규성이웃으며왈 내저를수일곤욕을보이고저함이니이다. 광노가왈 황태후병으로약을얻으러가나니빨리보낼지어다. 규성이웃고용자와태을을놓아보낼새공문을성접하여주거늘, 용자가사례하고배를띄워가더니 슉향젼권지하 109

110 한곳에다다르니우희국이라. 크기가열자씩이나되는짐승이사람을잡아먹는지라. 용자가왈 이땅사람이상서를침노하리니이부적을던지소서. 하고성왕께들어가니이곳성왕은진성이라, 즉시성접하여주더라. 26. 신선들의인도를받아봉래산에도착하여약 을구하다 초공이용자를보내고홀로앉았더니그땅사람이초공을보고잡아먹으려하거늘, 초공이두려워배를띄우니그놈들이물을생각지않고들어오는지라. 초공이급히부적을던지니문득대풍이일어나며물결이뒤누으니물속으로들고나지못하더라. 그배가바람에부쳐져정처없이가더니물속으로부터한선관이나와보고물어왈 신선도아니요용왕도아니로되표주는어찌타고어디로가는가? 초공이절하여왈 봉래산에약얻으러가노라. 선관이웃어왈 진황한무라도못얻은것을그대가어찌얻으리요? 헛수고말고나를따라선경도구경하며술집이나찾아다니면좋으리로다. 하고온갖조롱을하거늘초공이민망해하더니뒤에한선관이파초잎을타고표연히 110

Gwangju Jungang Girls High School 이상야릇하게 지어져 이승이 아닌 타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텔에 여장을 풀고 먹 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념 아래 게걸스럽게 식사를 했다. 피곤하니 빨리 자라는 선생님의 말 씀은 뒷전에 미룬 채 불을 끄고 밤늦게까지 속닥거리며 놀았다. 몇 시간 눈을 붙이는 둥 마 는 둥 다음날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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