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je CLASSICS 15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본 문서에 대한 저작권은 사단법인 올재에 있으며, 이 문서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하여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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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Book 프리드리히 니체 저 김정진 역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이 응축된 그의 대표작. 영원회귀, 초인, 권력에의 의지 등 니체 철학의 정수가 초월과 가치전도의 변주와 은유로 곳곳에 펼쳐진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독해가 만만치 않지만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산과 황야와 동굴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니체의 심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Olje CLASSICS

2 Olje CLASSICS 15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본 문서에 대한 저작권은 사단법인 올재에 있으며, 이 문서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하여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2012 Olje All Rights Reserved

3 올재의 꿈 올재는 지혜 나눔을 위해 2011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예술과 문화 속에 담긴 지식과 교양을 널리 소개하고 향유함으로써, 격변하는 세상의 지향점을 찾고, 올바르고 창의적인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올재의 꿈입니다. 특히 올재는 인문고전이나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지혜 나눔의 계기와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올재의 첫 번째 지혜 나눔은 인문고전입니다. <올재 클래식스>는 최고 수준의 번역본을 부담 없는 가격에 보급합니다. 각 종당 5천 권을 발행하며 4천 권은 교보문고에서 6개월간 한정 판매합니다. 미판매된 도서와 발행 부수의 20%는 복지시설, 교도소, 저소득층 등에 무료 기증합니다. 출간한 번역본은 일정 기간 후 올재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합니다. Share the wisdom. Change the world.

4 올재의 벗 <올재 클래식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발행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 상당액은 <올재 클래식스>의 지혜 나눔 취지에 적극 공감한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마련됐습니다.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는 <올재 클래식스>의 유통 지원에 도움을 주셨고 코리아헤럴드와 헤럴드경제를 발행하는 (주)헤럴드는 출판인쇄와 교열을 도와주셨습니다. 표지 제호를 재능 기부해 주신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대표 강병인 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귀한 번역본을 남겨주신 고 김정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선친의 글을 올재에서 펴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김도한 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올재 클래식스> 출간이 전국 곳곳에 인문고전 나눔으로 뜨겁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올재의 첫 번째 지혜 나눔 <올재 클래식스> 출간에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신 벗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정기 후원과 일반 후원으로 올재의 지혜 나눔에 참여하세요. 올재의 벗들이 심은 작은 홀씨가 전국 곳곳에 인문고전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올재 후원함 예금주 사단법인 올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 협 후원 문의처 올재 사무국 t 02) h e 지혜 나눔을 함께 한 벗들

5 해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1844년 프로이센령( 領 ) 의 소읍 뢰켄에서 태어났다. 그는 5세 때 목사인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누이동생 과 함께 할머니 집에서 자라났다. 14세 때 포르타의 공립학교에서 엄격한 고전교육을 받고 1864년 20세 때 본 대학 에 입학하여 프리드리히 빌헬름 리츨(F.W.Ritschl) 교수 밑에서 고전 문헌학에 몰 두하였다. 다음 해에 그는 전임하는 스승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겼 다. 1869년 리츨의 추천으로 24세의 젊은 나이로 스위스의 바젤 대학 고전 문헌학 교 수가 되었다. 1870년에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지원하여 위생병으로 종군했 다가 건강을 해치고 바젤로 돌아왔다. 그 이후 그는 평생을 편두통과 눈병으로 고 생했다. 1888년 말경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니체는 다음 해 1월 토리노 광 장에서 졸도, 제정신을 되찾지 못한 채 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에서 사망했다. 니체는 근대 철학의 태두( 泰 斗 )였다. 헤겔은 정신 을 생각했고, 쇼펜하우어는 의 지 를 철학의 근거로 삼은 바와 같이 니체는 힘과 권력에의 의지 를 자기 철학의 핵심으로 삼았다. 헤겔은 관념철학을, 쇼펜하우어는 의지 의 맹목적 비참에서 오 는 염세주의를 제창하여 결국 의지의 부정 을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니체는 이 의지의 내적 체험을 통해 창조적인 삶의 철학을 집중시켰고, 끝 까지 허무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의지로 삶을 영위하려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는 니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폐병이 악화됨을 무 릅쓰고 쓴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간의 성서 라고 까지 불리는 작품이다. 인간에게 있어 신은 죽었다. 고 외치는 장면 이 노인은 오래 숲 속에 살면서 중대한 사실이 5

6 일어난 것을 몰랐던 모양이군. 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은 유명하다. 신 대신 인간, 니체가 보내 준 인간이란 물론 초인( 超 人 ) 이다. 초인 이란 긍정의 의지와 권력의 힘을 소유한 자를 말한다. 삶을 약화시키는 형식 적인 모럴(moral), 규율적인 신앙을 배척한 니체의 사상은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하면 니체의 사상은 삶 에서 시작하여 삶 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다. 이렇게 삶 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인간, 주어진 인간성을 억압하고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현대를 풍미하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체의 사상은 앞으로 연 구되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그의 말이 정리돼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초극하고 긍정하는 것이 니체 철학의 요체( 要 諦 )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는 그 근본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제1부는 얼룩소 라는 마을에서 한 그의 교설 ( 敎 說 )의 기록이다. 주제는 여러 방면에 걸쳐 있으나 기성( 旣 成 )의 모든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그 기조를 이루고 있다. 제2부는 산속의 고독으로 되돌아간 차라투스트라가 자기의 교설이 세상에 잘못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두 번째 하산하여 행복의 섬 을 무대로 다시금 그 교설을 전개한다. 주제는 대체로 제1부의 부언에 지나지 않으나, 초인의 길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인간 타입이 공격 대상이 된 것에 특색이 있다. 제3부는 행복의 섬 을 떠나 두 번째로 귀성( 歸 省 )하는 대목이 전반이고, 후반은 아 무리 못난 것이라도 영원히 회귀한다는 일로부터 그의 영혼을 압박하고 있는 중 압의 영혼 을 이겨내어 세계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그렇다와 아멘의 노래 를 부 르도록 단련되는 자신의 내면적인 성장을 그리고 있다. 6

7 제4부의 무대는 주로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에 한정되어 있으나, 도리어 희곡적인 움직임이 많고 지금까지의 언설( 言 說 )을 주축으로 한 제3부까지와는 취향을 달리 하고 있다. 이미 늙어 버린 차라투스트라가 차례로 일곱 사람의 보다 높은 인간 을 만난다. 그는 이 일곱 사람의, 얼핏 보아 초인에의 도상( 道 上 )에 있는 것으로 생각 되는, 보다 높은 인간 에 대한 동정 을 이겨내고 혼자 세 번째 하산하는 것으로 제 4부는 끝난다. 니체의 생각으로는 계속해서 제5부와 제6부를 써서 완결 짓고 싶었던 모양으로, 그 메모가 약간은 남아 있으나 결국 집필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 끝으로 이 번역의 텍스트는 Nietzsches werke : Taschen-Ausgabe 를 사용했 는데 원명은 Also Sprach Zarathustra 임을 밝혀 둔다. 7

8 제 차 1 례부 해설 5 서문 12 1부 세 가지 변화 31 도덕의 교단에 대하여 34 배후 세계 사람에 대하여 37 육체를 경멸하는 자에 대하여 41 환희와 정열에 대하여 44 창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47 독서와 저작에 대하여 50 산 위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52 죽음의 설교자에 대하여 55 전쟁과 병사에 대하여 58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61 시장의 파리에 대하여 64 순결에 대하여 68 벗에 대하여 70 천한 개의 목표에 대하여 73 이웃에의 사랑에 대하여 76 창조자의 길에 대하여 78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에 대하여 81 독사에 물린 상처에 대하여 84 아이와 결혼에 대하여 86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89 주는 덕 93 2부 거울을 가진 어린아이 100 행복의 섬에서 104 동정자( 同 情 者 )들에 대하여 108

9 성직자들에 대하여 112 도덕가에 대하여 115 천민에 대하여 119 유명한 현인에 대하여 126 밤의 노래 130 춤의 노래 133 무덤의 노래 136 자기 극복에 대하여 140 숭고한 사람들에 대하여 144 교양의 나라에 대하여 147 순결한 인식에 대하여 150 학자에 대하여 154 시인에 대하여 157 중대한 사건에 대하여 161 예언자에 대하여 166 구원에 대하여 171 인간의 영리함에 대하여 175 가장 고요한 시간 180 3부 방랑자 185 유령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189 본의 아닌 행복에 대하여 195 해뜨기 전 199 작아지게 만드는 덕 203 감람나무 산에서 210 통과하는 것에 대하여 214 배신자에 대하여 218 귀향 223 세 가지 악에 대하여 228 중압의 정신에 대하여 233 회복해 가는 사람 260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268 또 하나의 춤의 노래 272 일곱 개의 봉인(긍정과 아멘의 노래) 276

10 4부 꿀의 공양 281 비명( 悲 鳴 ) 286 왕들과의 대화 290 거머리 295 마술사 299 실직자 308 가장 추악한 인간 313 자발적인 거지 319 그림자 324 대낮 328 인사 332 만찬 339 보다 고귀한 인간에 대하여 342 우수의 노래 354 과학에 대하여 360 사막의 딸들 가운데에서 364 각성( 覺 醒 ) 372 당나귀의 축제 376 명정가( 酩 酊 歌 ) 381 징후 390

11 제 서문 1 부 차라투스트라의 서언( 序 言 )

12 1 차라투스트라는 30세 때 1, 고향과 고향의 호수 2 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스스로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10년 3 동안을 지내면서도, 조금도 권태 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드디어 그의 마음이 변하고 말았다. 어느 날 아침, 먼동이 틀 무렵에 일어난 그는 태양 앞으로 걸어 나가며, 태양을 향 해 이렇게 말했다. 그대, 위대한 천체 4 여! 만일 그대가 비추는 대상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대의 행복 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10년 동안 그대는 줄곧 여기 나의 동굴을 비추어 왔다. 내가 없었던들, 또 나의 독 수리와 뱀 5 이 없었던들, 그대는 그대의 빛과 그대의 가는 길에 권태를 느꼈으리라. 그러나 우리들은 아침마다 그대를 기다려 그대의 넘치는 것을 흡수하고, 또한 그 대를 축복하였노라. 보라! 나는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났다. 지나치게 너무 많이 꿀을 모아 둔 꿀벌처럼. 나는 자선을 베풀고 나누어 주고 싶다. 사람들 중에서 현명한 자가 언젠가는 또다 시 그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가 또다시 그 풍요함을 즐길 때까지. 그러므로 나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마치 그대가 또다시 빛을 이 세상에 비추기 위해 저녁마다 바다 저쪽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그대, 넘치도록 풍요한 천체여! 나는 그대처럼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1 배화교( 拜 火 敎 )의 교조 조로아스터가 30세에 그의 고향을 떠났고, 예수의 메시아로서의 행적이 모두 30세 이후였음을 염두에 두고 이해할 것. 2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니체가 머물렀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수( 山 水 )를 결부시켜서 생각함이 좋고, 또 동양에서 수도( 修 道 )의 한 방식으로 입산하는 것을 연상할 것. 3 석가모니가 설산( 雪 山 )에서 고행한 6년이나 예수가 황야를 방황한 40일의 고행과 비교할 것. 4 대자연의 영원한 원형으로서 태양을 가리킴. 최고의 포괄적인 것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것. 페르시아의 배화교가 태양을 향해 말하는 것과도 관련 있음. 5 독수리는 긍지를 표시하며 상승하는 초인을 상징하고, 뱀은 지혜와 영리함을 뜻하는 영원회귀( 永 遠 回 歸 )의 상징으로 K. 뢰비트의 설처럼 탈피하는 것과 초극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듯함. 그러나 기독교의 성서에 뱀을 사탄으로 표현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

13 내가 내려가려는 그 고장 사람들은 이를 말하여 몰락 6 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나를 축복하려무나, 그대 고요한 눈동자여! 아무리 큰 행복이라도 시기 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눈동자여! 이 술잔을 축복해다오. 황금빛 찬란하게 흘러내리고, 그대의 즐거움을 반영시키도 록 넘쳐흐르는 이 술잔을! 보라! 이 술잔은 또다시 비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또다시 인간 이 되려고 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2 차라투스트라는 혼자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숲 속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한 노인 7 이 그 앞에 나타났다. 숲 속에서 풀뿌리나 캐 고 사는, 자신의 성스러운 오두막집에서 나온 노인은 차라투스트라에게 말했다. 이 나그네는 낯설지 않군. 몇 년 전, 이 앞을 지나갔던 사람이지. 차라투스트라라 는 이름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딴사람이 되어 버렸군. 그때 그대는 스스로의 재 灰 8 를 산속으로 가지고 갔었지. 오늘은 스스로의 불 9 을 골짜기로 옮기려고 하는 가? 그대는 방화자에 대한 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대는 틀림없는 차라투스트라이다. 그 눈은 순결하고, 입가에는 역겨운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구나. 마치 춤추는 사람처럼 걸어오지 않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변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어린아이 10 가 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눈 뜬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새삼스레 무슨 까닭에 잠자는 사람들 곁으로 가려 하는 6 여기서는 창조적인 사업을 하는 것. 니체의 실험적 개인은 대개 몰락한다. 는 것처럼 선구자적인 입장 에서 희생한다는 뜻. 차라투스트라의 경우 인간 세계로 내려가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한다는 뜻이 있음. 따 라서 몰락(혹은 하강)은 동시에 상승인 것임. 7 현세와 등진 기독교도를 상징. 8 절망의 비유. 9 어떤 새로운 것을 구하는 정열. 10 어린아이처럼 새로이 시작되는 새로운 기원을 상징. 제1부의 <세 가지 변화> 참조. 13

14 가? 그대는 바다에서 사는 것처럼 고독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바다는 그대를 잘 보살 펴 주었다. 아아, 그대는 육지에 오르려고 하는가? 아아, 그대의 육체를 또다시 스스로 끌고 다니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이에 그 성자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숲 속에 들어갔고, 황야에 들어갔던가?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제 나는 신을 사랑할 뿐 인간은 사랑하지 않는다. 인간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에의 사랑은 나를 멸망시킬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내가 사랑에 관해 뭔가를 말했었나? 나는 그저 인간에 게 선물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성자는 말했다.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인간으로부터 무 엇을 빼앗아라. 그것이 인간에게 있어서 더없는 은혜가 되리라. 그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 시주( 施 主 )를 하는 데 그쳐라. 더구나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구걸하게 하려무나!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아니, 나는 시주를 하지 않겠다. 나는 그토록 가난하 지는 않다. 성자는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대의 보물을 받아들이는지 어쩌는지 눈여겨보아라! 인간은 은자를 의심하고 있으며, 우리가 선 물을 주기 위해 왔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우리의 발소리는 그들의 거리에서는 너무도 쓸쓸하게 울린다. 마치 한밤중 잠자리 에서 행인의 발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그들은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도적이 어 디로 가려는 걸까? 하고. 인간을 찾아가는 대신 숲 속에 머물러 있어라! 차라리 짐승을 찾아가라! 왜 그대는 나처럼 되려 하지 않는가? 왜 곰의 무리 속에서는 곰, 새의 무리 속에서는 새가 되 려 하지 않는가? 14

15 그러면 성자는 숲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물었다. 성 자는 대답했다. 나는 노래를 지어 그것을 노래한다. 또 노래를 지을 때 나는 웃고 울고 중얼거린다. 노래하고 웃고 울며 중얼거림으로써 나는 나의 신을 찬미한다. 그런데 그대는 우리에게 무슨 선물을 가져왔는가? 이 말을 듣고 차라투스트라는 성자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당신에게 무엇을 준단 말이오? 나로 하여금 여기를 빨리 떠나도록 해 주오. 그대가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으려거든. 이렇게 해서 노인과 차라투스트라는 작별했다. 마치 두 소년이 웃는 것처럼 서로 웃으면서.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홀로 있게 되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저 늙은 성자는 숲 속에서 신이 죽었다 11 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군. 3 차라투스트라가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찾아갔을 때 그곳 광장에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광대가 줄타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향해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 超 人 Übermensch)을 가르치겠다.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원래 만물은 스스로를 극복하며 무엇인가를 해왔다. 그런데도 그대들은 이 거대한 흐름의 썰물이고자 하여 인간을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짐승으로 되돌아가기를 원 하는가? 원숭이란 인간에게 어떤 것인가? 웃음거리가 아니던가? 그렇지 않으면 비통한 치 욕이 아니던가. 인간 역시 초인에게는 웃음거리 아니면 치욕이 될 것이다. 그대들은 벌레에서 인간으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대들 중의 대다수는 아직 11 니체의 전 사상의 집약적인 용어. 15

16 도 벌레인 채로 있다. 그 옛날 그대들은 원숭이였다. 지금도 아직 인간은 어떠한 원숭이보다 더욱더 원숭이이다. 그대들 중의 가장 현명한 자라 할지라도 식물 12 과 유령 13 과의 튀기가 아니면 잡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대들에게 유령이 아니면 식물이 되라고 명령할 것인가? 들어라! 난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리라. 초인은 대지( 大 地 )란 뜻이다. 그대들의 의지( 意 志 )는 초인이야말로 대지의 참뜻이라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간절히 바라나니, 형제들이여! 항상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천상( 天 上 )의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그것을 의식했건 못 했건 간에 독( 毒 )을 넣는 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생명을 경멸하는 자들이며 스스로 독을 머금고 죽어가는 자들이다. 대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싫증이 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들은 죽어 버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일찍이 신을 모독하는 것은 최대의 죄였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이와 함께 신을 모독한 자들도 죽었다. 대지에 죄를 짓고, 알 수 없는 것의 내장( 內 藏 )을 대지의 뜻보다 더 존중하는 것이 이제는 가장 무서운 모독이다. 일찍이 영혼은 육체를 경멸했다. 영혼은 육체가 메말라 처량하게 굶어 죽기를 바 라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혼은 육체와 대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아! 그런데 영혼 그 스스로가 메말라 처량한 모습으로 굶어 죽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영혼은 스스로 그 잔혹함을 쾌락으로 삼았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나에게 말해 달라. 그대들의 육체가 그대들의 영혼에 관해 무 엇이라고 말하는가를. 그대들의 영혼은 궁핍함이요, 더러움이요, 비참한 자기 안 일이 아닌가? 참으로 인간은 더럽혀진 강물이리라. 더럽혀지지 않고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려 12 여기서는 육체적인 것을 뜻함. 13 육체적인 식물에 대립하는 것으로 정신적인 것을 뜻함. 16

17 면 바다가 되어야 한다. 들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겠다. 초인이야말로 그와 같은 바다이다. 그 속에서만 그대들의 큰 경멸이 가라앉을 수 있다. 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커다란 경멸의 시 간이리라.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의 행복도, 그대들의 이성( 理 性 ) 및 덕성( 德 性 )도 똑같이 그대들에게 구역질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리라. 그때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행복이 무슨 소용일까? 그런 것은 가난과 더 러움이며 비참한 안일이다. 그러나 나의 행복은 생존 그 자체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이성이 무슨 소용일까? 사자가 먹을 것을 찾듯이 이성은 지식을 찾고 있는가? 이성 같은 것은 가난과 더러움과 비참한 안일 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도대체 나의 덕이 무슨 소용일까? 그것은 아직 나를 한 번도 도취시키지 못했다. 나는 나의 선과 악에 얼마나 싫증이 났던가! 그 것은 모두가 가난과 더러움과 비참한 안일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정의( 正 義 )가 무슨 소용일까? 나는 내가 열 화( 熱 火 )도, 석탄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정의의 인간이란 열화 와 석탄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동정( 同 情 )이 무슨 소용일까? 동정이란 인 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못 박히는 십자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나의 동정은 그러 한 십자가가 아니다! 라고. 그대들은 이미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던가? 그대들은 이미 그렇게 외쳤던가? 아 아! 그대들의 외침을 내가 들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늘에 외치는 것은 그대들의 죄가 아니고 그대들의 자기만족이다. 죄를 범할 때 도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은 그대들의 탐욕이다. 17

18 그대들을 혀끝으로 핥을 번갯불 14 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들에게 접종( 接 種 )되어야 할 광희( 狂 喜 )는 어디 있는가? 들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리라. 초인이란 이와 같은 번개요 광희리 라!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군중 속의 한 사람이 외쳤다. 우리는 줄타기에 대해서라면 충분히 들었다. 이제 그것을 실제로 보여 달라! 이 말을 듣고 군중은 모두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었다. 그러나 줄 타는 사람은 이 말을 자기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하고 줄타기를 시작했다. 4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바라보고 의아해 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짐승과 초인 사이에 걸쳐 놓은 밧줄 15 이다. 건너는 일도 위험하고, 중간 에 멈추는 일도, 뒤돌아보는 일도 위험하다. 더욱이 부들부들 떨면서 멈춰 있는 것 은 더욱 위험하다. 인간이 위대한 점은 인간이 하나의 다리이며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인간이 사랑을 받는 까닭은 인간이 하나의 과도( 過 渡 )이며 몰락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해 가는 것으로가 아니면 달리 살아갈 줄 모르는 인간을. 왜 냐하면 그들이야말로 피안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위대한 경멸자들을.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위대한 숭배자이며 피안( 彼 岸 )을 동경하는 화살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고 희생되는 까닭을 별의 배후에서 구하지 않고, 대지가 언젠가는 초인의 것이 되듯 대지에 몸을 바치는 자들을. 나는 사랑하노라. 인식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훗날 초인을 낳기 위 해 인식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의 몰락을 바라고 있다. 14 그리스 신화에서 또는 기독교 성서에서는 신의 노여움의 상징이었으나, 여기서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어떤 거대한 위력. 15 인간을 짐승과 초인(혹은 신) 사이의 중간적인 존재로 간주한 용어. 18

19 나는 사랑하노라. 초인을 위해 집을 짓고, 초인을 위해 대지와 동물과 식물을 마련 하고 일하며 발명하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이렇게 해서 스스로의 몰락을 바 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자신의 덕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덕이란 몰락에의 의 지이며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아주 작은 정신까지도 자신을 위해 보존하려 하지 않고, 그 자신 의 덕의 정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는 이같이 정신으로 다리를 건너가는 것 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자기의 덕을 자신의 취향과 숙명이 되게 하는 사람들을. 왜냐하 면 그는 그의 덕을 위해서 살고 또 죽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너무 많은 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한 가지 덕은 두 가지 덕보다 훌륭하다. 왜냐하면 한 가지 덕은 숙명을 이어 놓는 더 많은 매듭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영혼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또 감사와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항상 주며 자기를 위해 간직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주사위의 눈이 행운을 가져왔을 때 이를 수치로 아는 사람들을. 그때 자기가 부정한 도박꾼이었느냐고 묻는 사람을. 왜냐하면 그는 멸망하기를 바 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황금 같은 말을 행동보다 앞서 던지고, 언제나 약속한 것 이상으 로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의 멸망을 바라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미래의 인간을 시인하고, 과거의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들을. 왜 냐하면 그는 현재의 인간들에 의해서 멸망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그의 신을 사랑하는 까닭에 그의 신을 힐책하는 사람들을. 왜냐 하면 그는 그의 신의 노여움에 의해 멸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그의 영혼이 상처를 입은 경우라도 깊이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 들을. 사소한 사건을 위해서도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오직 그렇게 함으 로써 그는 다리를 건너가기 때문에. 19

20 나는 사랑하노라. 그 영혼이 넘쳐흘러 자기 자신을 잊고 모든 것을 자기 속에 간직 한 사람들을. 그 일 때문에 모든 것이 그의 몰락을 재촉하므로. 나는 사랑하노라.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그의 두뇌는 그의 감정의 내장에 지나지 않으나, 그의 감정은 그를 몰락의 길로 내몰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인류 위에 나직이 걸려 있는 검은 구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과 같은 모든 사람들을. 그들은 번갯불이 오는 것을 예고하리라. 그 리고 예고자로서 멸망해 간다. 보라! 나는 번갯불을 알리는 예고자이다. 검은 구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 이다. 그 번갯불을 초인이라 부른다. 5 이와 같이 말하고 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군중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저들은 서 있기만 하는구나. 하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저들은 웃고 있다. 저 런 자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저들의 귀에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들을 수 있도록 우선 그들의 귀를 부숴 버려야 할 것인가? 북을 치 며 설교하듯 떠들어 대야 한단 말인가? 저들은 말더듬이들의 말만을 믿고 있는 것 일까? 저들은 자랑할 만한 것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자랑할 만한 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가? 그것을 교양( 敎 養 )이라 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 양 치는 자보다 뛰어나 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 대해 경멸 이란 말이 쓰이는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긍지에 대해 이야기하리라. 나는 그들에게 가장 경멸해야 할 인간에 관해 말하리라. 즉 그것은 종말인( 終 末 人 ) 이다.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은 스스로의 목표를 정해야 할 때이다. 최고의 희망의 씨앗을 뿌릴 때가 온 것이다. 아직 인간의 땅은 충분히 씨앗을 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은 언젠가는 야위고 20

21 메마르리라. 그때 가서는 이미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리라.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인간을 초월해서 동경의 화살을 쏠 수 없고, 자기의 활시위 소리를 잊어버릴 때가 온다. 나는 말하노라. 인간이란 자기 속에 혼돈을 가지지 못하면 안 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춤추는 별을 탄생시켜야 한다. 라고. 나는 다시 말한다. 그대들은 아직도 혼돈을 지니고 있다. 라고. 슬픈 일이지만 인간은 머지않아 별을 탄생시키지 못할 때가 오리라. 그리고 스스 로를 경멸할 줄 모르는 가장 경멸할 만한 인간의 시대가 오리라.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종말인을 보여 주리라.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란 무엇인가? 동경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별이란 무엇 인가? 이렇게 종말인은 물으며 눈을 깜박이리라. 그때 지구는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종말인이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 종족은 마치 벼룩 같아서 잡아 없앨 수도 없다. 종말인은 가장 오래 산다. 우리들은 행복을 알아냈다. 고 말하면서 종말인은 눈을 깜박일 것이다. 그들은 살기 어려운 곳을 떠나 버렸다. 따뜻한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웃 을 사랑하며 몸을 비벼댄다. 따뜻한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병드는 것과 의심을 품는 것은 죄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심 스럽게 걸어가며, 그래도 그들은 돌에 채고 사람에 걸려 넘어지는 바보들이 된다. 때때로 마시는 약간의 독은 즐거운 꿈을 꾸게 해주나 마침내 분량이 많아져서 안 락한 죽음에 이르게 한다. 또 이 사람들은 노동을 한다. 일한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 즐 거움이 몸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 사람들은 가난하게도 또는 풍족하게도 되지 않는다. 어느 것이나 괴로운 일이 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복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둘 다 귀찮기만 하니까. 양치기는 없고 가축 떼만 있다. 누구나 평등을 바라며 누 구나 평등하다. 이와 다르게 느끼는 자는 스스로 정신 병원에 가야 한다.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미치광이였다. 고 그들 중 뛰어난 자가 말하며 눈을 21

22 깜박인다. 사람들은 현명해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한없이 비웃는다.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곧 화해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위가 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밤이나 낮이나 쾌락을 좇는다. 그러나 그들은 건강을 무엇보다도 중히 여긴다. 우리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 종말인은 말하며 눈을 깜박거린다. 여기서 차라투스트라의 서언이라고 부르는 처음 이야기가 끝났다. 이 대목에서 기 뻐하는 군중의 함성이 그의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 종말인을 달라. 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군중은 외쳤다. 우리들을 종말인이 되게 해 달라! 그 렇다면 초인을 그대에게 선사하리라! 민중들은 다투어 환성을 올리며 혀를 찼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슬퍼져서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저런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너무도 오래 산속에서 살았었나 보다. 너무 오래 시냇물과 나무에 귀를 기울 였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마치 양치기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 나의 영혼은 아침의 산같이 밝고 움직일 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냉 혹하고 지독히 농담을 잘하는 냉소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들은 웃으면서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 아 아, 그들의 웃음 속에 얼음이 들어 있구나! 6 그러나 이때 모든 사람들의 입을 막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일이 발생했다. 줄 타 는 사람 16 이 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조그마한 창문을 열고 나와 두 탑 사이에 매어 놓은 줄을 타고 시장과 군중의 바로 위를 지나갔다. 그가 중간쯤 이르렀을 때, 조그만 창문이 또 한 번 열리더니 익살부리는 어릿광대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그곳에서 뛰어나와 빠른 걸음으로 16 완전함을 추구하는 사람을 상징함. 22

23 앞서 간 사람을 쫓아갔다. 앞으로 가! 이 절름발이야! 하고 그는 무서운 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나가. 이 게으름뱅이야, 밀매자야, 겁쟁이 병신 같은 놈아! 빨리 가지 않으면 걷어차고 말 테다. 너는 탑 속에서나 처박혀 있어야 할 놈이다. 너는 탑 속에 갇혀야 해! 지금 너는 너보다 뛰어난 사람의 자유로운 앞길을 막고 있단 말이다. 그는 이렇게 한마 디씩 할 때마다 앞선 줄 타는 이의 뒤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앞선 사람의 바로 뒤에 이르렀을 때,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무서운 사건이 생겼다. 그는 악마와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앞선 사람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앞 서 가던 사람은 경쟁 상대가 자기를 이긴 것을 보자,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발을 헛디디면서 장대를 놓치고, 장대보다도 빨리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땅에 떨어졌 다. 그때 시장과 군중은 태풍이 밀어닥친 바다와 흡사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서 로 밟고 밟히며 도망쳤다. 줄 타는 사람이 떨어질 자리는 더욱 심했다. 차라투스트라는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바로 그 옆에 줄 타던 사람이 떨어졌다. 심한 상처를 입었으나 죽지는 않았다. 한참 후에 떨어졌던 사람은 의식을 회복하고 차라투스트라가 자기 옆에 무릎을 꿇 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악마가 내 다리를 걸어서 쓰러뜨리리라는 것을. 지금 악마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한다. 당신은 그것을 막아 주지 않겠는가? 차라투스트라가 대답했다. 벗이여! 맹세코 말하지만, 그대가 말하는 것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지 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의 영혼이 육체보다 빨리 죽을 것인데 이제 무엇을 겁 낼 것인가? 이 말을 듣고 줄 타던 사람은 의심스러운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만일 당신의 말이 진실이라면.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생명을 잃었다 해도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다. 나는 채찍과 적은 먹이를 얻어먹고 춤추는 것을 배운 동 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으니. 그럴 리가 없다. 그대는 스스로 위험한 일을 직업으로 삼았을 따름이다. 지금 그 23

24 대는 스스로의 직업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손으로 그대를 묻어주려고 한다.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죽어가던 사람은 이미 대답 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고마워서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움직 이고 있었다. 7 그러는 동안에 저녁이 되었다. 주위는 어둠에 싸였고 군중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 어졌다. 그들 스스로 호기심이나 공포심에 싫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라투스트 라는 시체 옆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있었 다. 밤이 되자 찬바람이 불어와 이 고독한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차 라투스트라는 일어나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은 참으로 즐거운 고기잡이를 했다. 사람은 잡지 못했으나 대신 시체를 잡았 다. 인간의 존재란 무서우면서도 무의미하다. 하나의 익살부리는 어릿광대마저 인 간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간에게 생존의 의의를 가르치리라. 그것은 다시 말해서 초인이며 인간이라 는 검은 구름에서 생겨나는 번갯불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인간과는 멀다. 아직도 나의 마음은 그들의 마음과 말을 주고받지를 못한다. 인간에 있어서 나는 아직도 익살부리는 어릿광대와 시체 사이의 어중간한 존재이다. 밤은 어둡다. 차라투스트라의 길도 어둡구나. 차갑게 굳어 버린 나의 벗이여! 나는 그대를 묻을 곳으로 걸머지고 갈 것이다. 8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 뒤 시체를 어깨에 메고 떠났다. 그러나 그가 몇 걸음도 옮기기 전에 어떤 사람이 그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와서 귀에 대 고 속삭였다. 보라! 그 사람은 탑에서 나온 바로 그 어릿광대였다. 차라투스트라여! 이 거리에서 떠나라. 여기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그대를 미워하 고 있다.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대를 미워한다. 그들은 그대 24

25 를 자기들의 적, 자기들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르고 있다. 올바른 신앙을 가진 자들 도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를 대중에 대한 위험한 존재라고 부르고 있다. 그대를 보 고 대중이 비웃는 것은 차라리 다행한 일이었고, 또 그들이 비웃은 것도 옳았다. 사실 그대는 익살꾼처럼 말했다. 그대가 죽은 개의 벗이 되었던 일은 다행이었다. 그토록 몸을 낮추었기 때문에 오늘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빨 리 이 거리에서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내가 그대를 뛰어넘으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어둡고 좁은 길을 천천 히 걸어 나갔다. 거리의 어귀에 왔을 때 그는 묘지 인부들을 만났다. 그들은 횃불로 차라투스트라 의 얼굴을 비추어 보고 나서 그를 비웃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메고 간 다. 차라투스트라가 무덤 파는 인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우리들 의 손은 이 군고기를 다루기에는 너무도 깨끗하니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악마로 부터 그 군고기를 훔치려고 하는가? 그것도 좋겠다. 맛있게 잘 먹어라. 다만 악마 가 차라투스트라보다 뛰어난 도적이 아니면 좋으련만! 악마는 차라투스트라와 개 를 훔쳐다가 모두 먹어 버릴 테니까.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서로 웃으면서 머리를 한데 모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숲과 늪을 지나 두 시간을 걸어갔 을 때, 늑대의 울음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고, 그는 시장기를 느꼈다. 그래서 등 불이 비치는 쓸쓸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마치 도둑처럼 공복이 나를 엄습하는구나.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숲과 늪 속에서 공복이 엄습한다. 깊은 밤중에 나의 굶주림은 이상한 성질을 가지고 있 다. 때때로 식사 후에야 비로소 굶주림이 찾아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은 하루 종 일 찾아오지 않았다. 이에 차라투스트라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촛불 17 을 든 노인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나의 편치 않은 잠을 방해하는 자는 누군가? 죽은 사람 하나와 산 사람 하나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에게 먹 17 촛불은 철학을 뜻함. 이 촛불은 시대를 비춰 주는 사사의 등불. 그 노인은 철학자를 의미함. 25

26 을 것과 마실 것을 달라. 나는 종일 끼니를 잊었었다.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 는 자는 스스로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다. 라고 현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노인은 들어가더니 곧 나와서 차라투스트라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었다. 이곳은 굶주린 자에게 좋지 못한 곳이다. 하고 노인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곳 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은자이기 때문에 짐승도 찾아오고 인간도 찾아 온다. 그런데 그대의 벗에게도 음식을 주려무나. 그대의 벗이 그대보다도 더 지쳐 있는 것 같으니까.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의 벗은 죽었기 때문에 먹고 마시게 할 수 없다. 그 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자 노인은 언짢은 듯 대꾸했다. 내 집을 찾는 자는 내가 주는 것을 받아야 한다. 둘이서 같이 먹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라! 그 뒤 차라투스트라는 갈 길을 별빛에 의지하며 두 시간을 걸어갔다. 이젠 밤길에 익숙해 있었고, 모든 잠자는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동 이 틀 무렵 그는 자기가 깊은 숲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벌써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체를 속이 텅 빈 나무 속에 눕혔다. 늑대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는 이끼 낀 맨땅에서 시체를 향해 머리를 두고 누웠다. 잠시 후 그는 잠이 들었다. 육 체는 지쳤으나 영혼은 고요했다. 9 차라투스트라는 오랫동안 잠을 잤다. 아침 해가 뜨고 한낮의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출 때까지 잤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 의아스러운 듯 숲을 두리번거리고 정적 속에 있노라니 자 신의 심중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 홀연히 육지를 찾은 뱃사공처 럼 환성을 질렀다.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래서 마음속으로 속 삭였다. 한 줄기 빛이 비치듯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나에게는 벗이 필요하다. 더구나 살 아 있는 벗이. 내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벗이다. 자기 스스로가 따르고 싶어서 나를 따르는,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올, 살아 있는 벗 26

27 이 필요하다. 한 줄기 빛이 비치듯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군중을 향해서가 아니라, 벗들을 향 해서 말하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목자( 牧 者 )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짐승들로부터 많은 짐승들을 꾀어내기 위해서 나는 왔다. 군중과 짐승들이 나에게 화를 내도 좋다. 차라투스트라는 양치기들이 그를 도적이라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그들을 양치기라고 부르나, 그들은 스스로를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이라 말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양치기라고 부르나, 그들은 스스로를 올바른 신앙인이라 말하고 있다. 보라! 저 착한 자와 올바른 자를. 그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고 있는가? 그들의 가 치( 價 値 )를 적은 판자 18 를 부숴 버리는 자를, 파괴자를, 범죄자를. 그러나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창조자이다. 창조자는 벗을 찾고 있지 시체를 찾지는 않는다. 짐승이나 신자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창조자는 창조하여 새로운 가치를 새로운 판자 위에 써 줄 사람을 찾고 있 다. 창조하는 자는 벗을, 같이 수확할 벗을 찾고 있다. 창조자에게는 모든 것이 수확할 만큼 익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백 개의 낫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삭 을 쥐어뜯으며 화를 내고 있다. 창조자는 벗을, 자기의 낫을 갈아줄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파괴자, 선과 악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수확자이며 찬미하 는 자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창조할 사람을 찾고 있다. 함께 수확할 사람들과 함께 찬미 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 짐승이나 양치기나 시체가 차라투스트라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 처음 만난 벗이여! 편히 잠들라! 늑대들이 너를 해칠까 봐 구멍 뚫린 나무 속에 잘 18 모세의 십계명을 새긴 것과 같은 판자 또는 이제까지의 모든 종교적 윤리적, 이론적 가치 체계를 가리 킴. 27

28 숨겨 놓았다. 그러나 나는 그대와 작별해야겠다. 이미 때가 다가왔으며 새벽과 새 벽 사이로 나의 새로운 진리가 찾아왔다. 나는 이제 양치기여서는 안 되겠다. 무덤 파는 인부가 되어도 안 되겠다. 두 번 다 시 군중과는 말하지 않으리라. 내가 시체와 말을 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창조하는 사람들, 수확하는 사람들, 찬미하는 사람들의 벗이 되련다. 그들에게 무 지개를, 초인으로의 계단을 가르쳐야겠다. 홀로 외롭게 사는 사람을 위해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르리라. 둘이 사는 사람들을 위 해서도. 그리고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자에게 나 의 행복으로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워 주리라. 나는 나의 길을, 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겠다. 주저하는 자들과 게으름을 부리 는 자들을 뛰어넘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가는 길이 바로 그들의 몰락이 되도 록. 10 차라투스트라가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말했을 때, 정오의 태양이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는 문득 의아한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머리 위로 날카로운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보라! 한 마리의 독수리가 넓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 독수리에게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 있었다. 19 그것은 먹이처 럼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독수리의 목에 휘감겨 있었던 것이다. 저것이야말로 나의 짐승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하며 마음속으로 기뻐했 다. 태양 아래 가장 자연스러운 짐승과 가장 영리한 짐승인 그들은 이제 정찰하려 고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차라투스트라가 아직 살아 있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나는 진실로 아직 살아 있는 것일까? 짐승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 인간들 사이에 있는 편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길을 간다. 나의 짐승들이여, 나를 인도해다오! 19 독수리의 머리에 감겨 있는 뱀의 모습은 초인의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의 조화를 뜻함. 28

29 차라투스트라는 이 말을 마치자 숲 속에 사는 성자의 말이 생각나서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리해지고 싶구나! 뱀같이 철저하게 영리해지고 싶구나! 그러나 그렇게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긍지가 항상 나의 현명함과 같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현명함이 떠나가 버린다면 아아, 현명함은 기꺼이 날아가 버 리는 것 그때 나의 긍지 또한 어리석음과 더불어 날아가 버리기를 바란다. 이리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29

30 제 1 부

31 세 가지 변화 정신의 세 가지 변화 1 에 대해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마침내 사자가 어린아이가 되어 버리는 이 세 가지 변화 를. 억세고 부담이 많으며 경건한 마음을 간직한 정신에는 짊어져야 할 중압이 또한 크다. 그 억센 정신이 무거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무거운가? 억센 정신은 이렇게 물으며, 마치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서 많은 짐이 실리기를 바란다. 그대 영웅들이여! 무엇이 가장 무거운 짐인가? 무거운 짐을 견디는 정신은 이렇게 묻는다. 즉 그는 무거운 것을 지고 자기 힘이 세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억센 정신은 묻는다. 가장 무거운 것이란? 자기 오만을 억누르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아닐까? 자기의 지혜를 비웃기 위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또는 우리들이 하는 일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것으로부터 헤어지는 것을 말하 는 것이 아닐까? 유혹하는 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혹은 인식의 도토리와 풀로써 제 몸을 기르고,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을 견뎌 내는 것이 아닐까? 또는 병들어 있으면서도 위로하려는 자를 물리치고, 그리하여 그대가 바라는 것을 결코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들과 사귀는 것이 아닐까? 혹은 또 그것이 진리의 물이라면, 더러운 물속이라도 들어가서 차가운 개구리와 뜨거운 두꺼비마저 쫓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 또 우리들을 경멸하는 자를 사랑하고 유령이 우리들을 위협하려고 할 때, 유령에 1 초인이 되기 위해서 정신은 3단계의 변화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낙타, 사자, 어린아이가 되지 않 으면 안 된다. 낙타는 권위와 의무와 가치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고, 사자는 외적인 권위를 물리치고자 하 는 일에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억센 의지를 뜻하며, 어린아이는 외적 권위(선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순 수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인 정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낙타는 타율적, 사자는 자율적, 어린아이는 유희충 동( 遊 戱 衝 動 )에서 전개되는 예술적 창조의 경지를 뜻한다. 31

32 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가장 무거운 것을 강한 정신은 스스로 짊어지고 짐을 싣고 사막으로 가 는 낙타처럼 스스로의 사막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한없이 쓸쓸한 사막에 다다르면 두 번째의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정신 은 사자가 된다. 사자는 자유를 바라며 스스로 사막의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그의 최후의 지배자를 찾는다. 이 최후의 지배자인 그의 마지막 신 에 대해서 그는 적이 되기를 바라며, 큰 용 2 과 싸워서 승리를 얻으려고 한다. 정신이 이미 지배자라고 부르지 않는, 또는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 큰 용이란 무엇 인가? 그 큰 용은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나는 하고자 한다. 라고 말한다.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라는 말은 비늘을 가진 동물로, 용처럼 그의 가는 길에 가로 놓여 황금빛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비늘마다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천 년의 가치가 이들의 비늘 위에서 빛나고 있다. 모든 용 중에서도 가장 힘센 용 은 이렇게 말한다. 만물의 모든 가치가 내 위에서 빛나고 있다. 라고. 모든 가치가 이미 창조되었다. 창조된 모든 가치, 그것이 바로 나이다. 진실로 나 는 하고자 한다. 는 말은 이제 와서는 안 될 말이다. 하고 용은 말한다. 형제들이여! 무엇 때문에 정신 속에 사자를 필요로 하는가? 체념할 줄 알고 경건 한 부담에 견딜 수 있는 짐승에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 그것은 사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를 위해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은 사자의 힘만으로도 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 자유를 창조하고, 의무에 대해서까지 또 신성한 부정( 否 定 )을 서슴지 않는, 그것을 위해서 사자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가치에의 권리를 획득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무거운 짐을 견디며 경건한 마음을 가진 정신에게는 더없이 무거운 소득이리라. 참으로 그것은 강탈이며 맹수 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2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는 종래의 권위를 가지고 있던 타율적 도덕, 즉 낡은 가치를 대표함. 32

33 일찍이 정신은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를 그의 가장 신성한 것으로 사랑했다. 이제 그는 그의 사랑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기 위해 가장 신성한 것 가운데서도 착 각과 방자함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강탈을 위해서 정신은 사자를 필요로 한 것이다. 그러나 말하라, 나의 형제들이여! 사자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다 는 말인가? 어떻게 해서 약탈하는 사자는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 가? 어린아이는 순진하다. 또한, 어린아이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이며 유희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저절로 돌아가는 수레바퀴며 최초의 운동이요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유희는 신성한 긍정을 필요로 한다. 정신은 스스로의 의지를 바란다. 또 세계를 잃은 자는 스스로의 세계를 획득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를 말했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 자가 되며 사자가 최후에는 어린아이가 되는 변화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무렵 그는 얼룩소 3 라고 불리는 도시에 머무 르고 있었다. 3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 제노바(Genova) 를 가리킴. 33

34 도덕의 교단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에게 어느 현인( 賢 人 )의 일을 칭찬했다. 이 현인은 잠자 는 일과 도덕에 대해 곧잘 말했는데, 그는 그 때문에 퍽 존경을 받았고 보답을 받 았으며, 젊은이들은 모두 앞을 다투어 그의 교단 앞에 모여든다는 것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곳으로 찾아가 젊은이들과 함께 그의 교단 앞에 앉았다. 그러자 현인은 이렇게 말했다. 잠에 대해서 존경과 수치를 가져라! 이것이야말로 첫째 할 일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라! 도적까지도 잠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알고 있다. 항상 그는 남몰래 밤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야경꾼 4 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의 각적( 角 笛 )을 들고 다닌다. 잠을 잔다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잠자기 위해서는 온종일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열 번이나 자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것이야말로 충분 히 피로하게 하여 영혼을 잠재우는 마취제가 될 것이다. 또 그대는 열 번이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기( 克 己 )란 괴로운 일이 요 타협하지 않는 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열 개의 진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렇지 못하면 그대는 밤중에라도 진리를 찾을 것이며 그대의 영혼은 언제나 굶주리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낮에 열 번 웃으며 즐거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위( 胃 )가 밤 에 그대를 괴롭히리라. 위야말로 고뇌의 아버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말하려고 하는 것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잘 자기 위해서는 모든 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위증을 할 것인가? 간통을 할 것인가? 이웃 식모에게 음욕( 淫 欲 )을 가져 볼 것인 가? 이런 생각들은 편안한 잠을 방해한다. 또한, 덕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한 가지 일을 더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것 은 적당한 때 덕을 잠재우는 일이다. 4 회의주의자를 뜻함. 34

35 온갖 덕, 이 얌전한 여인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그대를 두고 싸운다면 그대는 불쌍한 인간이다. 신과 화합하고 이웃과 화목하라! 좋은 잠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웃이 악 마라 할지라도 화목하라! 그렇지 않으면 악마가 밤마다 그대를 찾아오리라. 상관을 존경하고 그에게 복종하라. 설사 그릇된 상관일지라도. 좋은 잠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권력이 구부러진 다리로 걷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찌할 수 있으랴? 풀이 많은 목장으로 양을 인도해 가는 자를 나는 최고의 양치기라 부른다. 그것이 좋은 잠과 조화되기 때문에. 나는 많은 재물이나 큰 명예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명예와 약간의 재물이 없으면 좋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좁은 범위의 교우( 交 友 )는 광범한 악질적인 교우보다 바람직하다. 그러나 알맞은 시간에 오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편안한 잠과 조화를 이룬다. 마음이 가난한 자도 환영한다. 그들은 잠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이 항상 그들을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행복하다. 도덕적인 사람은 한낮을 이렇게 지낸다. 그런데 밤이 오면 나는 잠을 불러내지 않 도록 조심한다. 덕의 주인인 잠은 불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낮에 무엇을 했는가를 회상한다. 황소처럼 참을성 있게 되새기면서 스스로 묻는다. 열 가지 극복이란 무엇이었던가 하고. 또한 열 가지 타협과 열 가지 진리와 나의 마음을 즐겁게 했던 열 가지 웃음이란 무엇이었던가 하고. 그와 같은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40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부르지도 않 았던 덕의 주인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잠이 내 눈을 두드리면 눈시울이 무거워진다. 잠이 내 입에 닿으면 입은 열린 채로 있다. 참으로 도적 가운데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도적은 살며시 발끝으로 나에게 다가와 서 나의 상념을 훔쳐 간다. 그래서 나는 교탁처럼 멍하니 서 있는 것이다. 35

36 그러나 나는 오래 서 있지 않는다. 나는 벌써 누워 버리고 만다. 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차라투스트라는 혼자 마음속으로 웃었다. 광명이 비치듯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 40가지 상념을 가진 저 현자는 바보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사람이 잠자는 법은 잘 알고 있다고. 저 현자 가까이 사는 자는 행복하리라! 그 같은 잠은 전염한다. 두꺼운 벽을 뚫고 라도 전염한다. 그의 강의 속에도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도덕을 말하는 저 설교 자 앞에 앉으면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라. 그의 지혜는 편안히 자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실로 삶 이 아무런 뜻이 없고, 내가 이 의무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 지혜야말로 나에게도 먼 저 선택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일찍이 사람들이 도덕의 교사를 찾을 때, 우선 무엇을 찾았는지를 나는 지금 똑똑 히 알게 되었다. 편안한 잠과 그리고 양귀비꽃 같은 도덕을 찾았던 것이다. 찬양받는 교단의 현자에게는 지혜란 꿈이 없는 잠이었다. 그들은 삶의 보다 좋은 의의를 모르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역시 이 도덕의 설교자와 같은 자가 있으나, 그들의 말은 정직하지 못 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더는 서 있지 못하고 이미 누워 있을 것이다. 졸린 자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머지않아 졸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6

37 배후 세계 사람 5 에 대하여 일찍이 나,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배후 세계 사람처럼 인간의 저편으로 환상을 던 졌다. 그때 나에게는 세계란 괴로운, 그리고 괴롭혀지는 신의 작품으로 생각되었 다. 세계란 꿈으로 보였다. 어느 신의 창작으로 생각되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신적 존 재 앞에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연기로 생각되었다. 선과 악, 쾌락과 고뇌, 또 나와 그대 이런 것은 창조적인 눈에 비치는 다채로운 연기로 생각되었다. 창조자는 창조하는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기를 바랐다. 그때 그는 세계를 창조했다. 고민하는 자에게 자신의 고뇌로부터 눈을 돌리고 자신을 잃는 일은 도취적인 쾌락 이다. 일찍이 나에게는 이 세계가 창조자에게 도취적인 쾌락과 자기 상실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세계는 영원히 불완전한 세계, 영원한 모순의 복사( 複 寫 ) 이렇게 세계는 일찍 이 나에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나도 과거에는 모든 배후의 세계 사람들처럼 인간의 피안( 彼 岸 )에 환상 을 가졌다. 참으로 인간의 피안이었던가? 아아, 그대 형제들이여! 내가 창조한 이 신은 모든 신들처럼 인간의 작품이었으며 환상이었다. 이 신은 인간이었다. 인간과 자아( 自 我 )의 초라한 한 조각이었다. 자기의 재와 열 화 사이에서 나타난 유령이었다. 틀림없이 피안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형제들이여!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나는 고민하는 나 자신을 이겨 내고 말았 다. 나는 나의 재를 산으로 옮겨 갔다. 그리하여 보다 밝은 불을 생각해 냈다. 보 라! 유령이 나에게서 사라져 버리지 않았는가? 5 현실 세계를 도피하고 그 배후의 관념 세계를 공상함으로써 구원을 찾는 형이상학 종교가를 가리킴. 차라투스트라도 일찍이 이와 같은 피안적인 사상에 젖어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을 극복하고 육체와 대지의 뜻을 가르침. 37

38 이제 완쾌된 나에겐 그러한 유령을 믿는다는 것은 괴로움인 동시에 굴욕이다. 이 렇게 나는 배후의 세계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든 배후의 세계 사람들을 만든 것은 고민이었으며 또한 무력이었다. 가장 괴로 워하는 자들만이 경험하는 짧은 광희가 그것을 만들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죽음을 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궁극적인 데에 이르려는 피 로감, 이제는 바라지도 않는 가련하고 무지한 피로, 그것이 모든 신과 배후의 세계 사람들을 만들었다. 형제들이여! 내 말을 믿어라. 육체 6 에 절망한 것이 바로 육체였다. 육체는 혼미한 정신의 손가락을 갖고 최후의 장벽을 더듬었던 것이다. 형제들이여! 내 말을 믿어라! 대지에 절망한 것은 바로 육체였다. 육체는 존재의 내적 본질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육체는 머리를 가지고 최후의 장벽을 뚫고 저 세상 에 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저 세상 은 인간이 모르도록 잘 감추어져 있다. 인간을 내쫓은 비인간적인 세계, 천국의 허무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도록 잘 감추어져 있다. 더구나 존재의 본 질은 인간적인 방식으로만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 사실 모든 존재는 증명하기도 어렵고 말을 시키기도 어렵다. 형제들이여! 말하라. 모든 사물 가운데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잘 증명되어 있지 않은가를. 그렇다. 이 자아와 자기모순과 혼란은 그 존재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 다. 만물의 척도이며 가치인, 창조하고 의욕하고 평가하는 이 자아야말로. 그리고 가장 정직한 존재인 자아, 그것은 육체에 관해서 말한다. 이 자아는 이야기 를 꾸며내고 열중하고 찢어진 날개를 파닥거릴 때에도 육체를 원하고 있다. 자아는 한층 더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배 우면 배울수록 자아는 육체와 대지를 위해 보다 많은 찬사와 경의를 표시한다. 이 자아는 새로운 긍지를 나에게 가르쳤다. 나는 그것을 인간에게 가르치려고 한 6 성서에서는 육체를 경멸하나, 니체는 생명력의 근거로서의 육체, 정신보다 근원적인 육체, 즉 정신과 대립되는 육체가 아니라, 모든 영혼, 정신, 마음을 지닌 존재로서의 육체를 말함. 38

39 다. 이제 머리를 천상적 사물의 모래 속에 처박지 마라. 대지의 의의를 창조하는 대지의 머리를 대담하게 쳐들어라. 나는 새로운 의지를 인간에게 가르치련다. 인간이 무작정 걸어갔던 이 길을 긍정 하고, 병든 자와 멸망해 가는 자가 하듯이 이 길을 남몰래 피하지 않을 것을. 병든 자와 멸망해 가는 자들은 육체와 대지를 경멸하고, 천상적인 것과 구원의 핏 방울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이 달콤하고 음울한 독까지도 그들은 육체와 대지에 서 얻었다. 그들도 그 비참한 환경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별은 그들에게는 너무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탄식했다. 오오, 다른 존재와 행복 속으로 남몰래 들어가 는 하늘의 길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그래서 그들은 지름길과 피의 술잔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이 배은망덕한 자들은 자기 육체와 대지에서 탈출했다고 착각했다. 그런 데 그들은 그 탈출의 흥분과 환희를 누구에게 감사했던가? 그 육체와 이 대지에게 였다. 차라투스트라는 병든 자에게 관대하다. 진실로 그는 그들이 가진 위로와 배은( 背 恩 )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회복자가 되고 초극자( 超 克 者 )가 되며 보 다 높은 육체를 스스로를 위해서 창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또 병에서 회복되는 자가, 그리운 듯이 그의 환상을 돌이켜 보고, 한밤중에 자기 신의 무덤 언저리를 서성거릴지라도 성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눈물은 여전히 나에게는 질병이고, 병든 육체인 것이다. 허구를 만들어 내며 신을 동경하는 자들 가운데는 언제나 많은 병자가 있다. 그들 은 인식하는 자와 정직이라 불리는, 덕 가운데 가장 새로운 것을 미워한다. 그들은 항상 암흑시대를 회고한다. 그 시대에는 물론 환상과 신앙은 별개의 것이 었다. 이성의 광란은 신을 닮은 모습이었으며, 의심하는 것은 죄였다. 신을 닮은 그들을 나는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를 믿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회의하는 일이 죄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그들 자신이 무엇을 가장 믿고 있는가를 지나치리만큼 잘 알고 있다. 39

40 진실로 그들은 배후의 세계와 구원의 핏방울을 믿지 않으며 그들의 육체를 가장 믿고 있다. 그들 자신의 육체야말로 그들에게는 물자체( 物 自 體 )인 것이다. 그러나 배후의 세계 사람들에게는 육체란 병적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견딜 수 없어 빠져나가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의 설교자 7 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배후의 세계에 대해 설교한다. 형제들이여! 차라리 건전한 육체의 소리를 들어라. 이것이야말로 보다 정직하고 보다 순수한 소리이다. 건전한 육체, 완전하고 올바른 육체는 보다 정직하고 보다 순수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지의 의의에 대해서 말해 준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 쇼펜하우어를 가리킴. 넓은 의미에서는 대지와 육체를 대독하여 현세에서 이탈하기를 설득하는 모든 사람. 40

41 육체를 경멸하는 자에 대하여 육체를 경멸하는 자들에게 내 말을 전하노라. 그들은 새로 배울 필요도 새로 가르 칠 필요도 없는 자들이다. 대신 그들 자신의 육체와 작별하고 침묵만 지키면 된다. 나는 육체이며 영혼이다. 라고 어린아이는 말한다. 왜 어린아이처럼 말하면 안 된 단 말인가? 그러나 자각한 자와 지혜 있는 자는 말한다. 나는 어디까지나 육체요 그 밖의 아 무것도 아니다. 영혼이란 육체에 속한 어떤 것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라고. 육체는 하나의 위대한 이성이다. 하나의 뜻을 가진 다양한 존재이다. 전쟁이자 평 화이며 양 떼이자 양치기이다. 형제들이여! 그대의 작은 이성 을 그대는 정신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것조차도 사실은 육체의 몸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의 위대한 이성의 몸종이며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대는 자아 라 부르며 그 말을 자랑한다. 그러나 보다 더 큰 것은 (그대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대의 육체와 육체의 위대한 이성인 것이다. 그것은 자아 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아를 행한다. 감각이 느끼고 정신이 인식하는 것은 결코 그 자신 속에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그 러나 감각과 정신은 스스로가 모든 사물의 목적이라고 그대를 설득하려 한다. 그 토록 양자( 兩 者 )는 뽐내고 있다. 감각과 정신은 몸종이며 장난감이다. 그 배후에는 본연의 자아가 있다. 본연의 자 아는 감각의 눈으로 찾으며 정신의 귀로 듣는다. 본연의 자아는 항상 들으며 찾는다. 그것은 비교하고 극복하고 정복하고 파괴한 다. 또 그것은 지배한다. 그리고 자아의 지배자이기도 하다. 형제들이여! 그대의 사상과 감정의 배후에 억센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서 있다. 그것이 바로 본연의 자아이다. 그것은 그대의 육체에 깃들어 있다. 그대의 육체가 바로 본연의 자아이다. 그대의 육체 속에는 그대의 최상의 지혜 속에 있는 것보다 많은 이성이 있다. 41

42 그런데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대의 육체는 최상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가? 그대의 본연의 자아는 그대의 자아와 그 자아의 자랑스러운 도약을 비웃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상의 도약과 비약이 나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본연의 자아는 스스로 말한다. 이것은 내 목적의 우회로( 迂 廻 路 )에 지나지 않는다. 나야말로 자 아를 잡아당기는 노끈이다. 자아의 개념을 일깨워 주는 고취자( 鼓 吹 者 )이다. 라고. 본연의 자아는 자아에게 말한다. 여기서 고통을 느껴라! 하고. 그리하여 자아는 괴로워하고, 마침내 어떻게 하면 이제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 각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자아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연의 자아는 나를 보고 말한다. 여기서 쾌락을 느껴라! 하고. 그래서 자아는 기 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주 쾌락을 누릴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바로 그 때문에 자아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육체의 경멸자들에게 나는 한마디 하겠다. 그대들이 경멸하는 것은 사실 그대들이 존경하기 때문이다. 존경과 경멸과 가치와 의지를 창조한 것이 무엇인가? 창조하는 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존경과 경멸을 만들고 쾌락과 비애도 만들어 낸 것이다. 창조하는 육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의지의 손으로 정신을 창조한 것 이다. 그대들, 육체를 경멸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그대들의 우매( 愚 昧 )와 경멸에서조 차도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 스스로가 멸망하기를 바라며 삶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본연의 자아는 그것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할 수 없다. 즉 자신을 초월해서 창조 하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본연의 자아의 간절한 소망이며 정욕의 모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것에 본연의 자아는 절망하고, 그래서 그대의 본연의 자아는 몰락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대들, 육체의 경멸자여!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는 몰락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그대들은 육체의 경멸자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이제 자기를 초월해 서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대들은 삶과 대지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더욱이 그대들의 경 42

43 멸하는 곁눈질 속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질투가 심오하게 깃들어 있다. 나는 그대들의 길을 가지 않으련다. 그대들, 육체의 경멸자여! 그대들은 초인에 이 르는 다리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3

44 환희와 정열에 대하여 형제들이여! 만일 그대가 어떤 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대의 덕이라면, 그대는 누구와도 그것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대는 그대의 덕에 이름을 붙이고 애무하려 하리라. 그 귀를 잡아당기며 그 것과 즐기려 하리라. 그러면 보라! 그대는 덕의 이름을 민중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는 덕과 더불 어 민중이 되고 가축의 무리로 변하리라. 그러나 그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으리라. 내 영혼에 고통과 감미로 움을 주며, 또한 내 창자가 기아를 느끼게 하는 그것은, 말로는 나타낼 수 없으며 이름 붙이기도 어렵다. 고. 그대의 덕이 친근하게 불리기에는 너무도 높은 것이 되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가 덕에 관해서 말해야 한다면 더듬어 가며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마라. 즉 말을 더듬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라. 이것은 나의 선( 善 )이다.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러 므로 나는 이러한 선을 바란다. 나는 그것을 신의 율법으로서 바라지는 않는다. 인간의 제도와 필요로서 바라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것이 초지상적인 낙원으로 가는 지표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지상의 덕이다. 그 속에 현명함은 적고, 만인의 이성 8 은 더욱 적다. 그러나 이 새는 내 곁에다 이미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사랑하 는 가슴에 안는다. 어제 내 품에 안긴 새는 황금알을 품고 있다. 하고. 그대는 말을 더듬으며 그대의 덕을 찬양할 것이다. 일찍이 그대는 정열을 가졌으며 그것을 악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 그대는 그대 의 덕만 가질 뿐이다. 그 덕은 그대의 정열에서 생긴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최고 8 영국인 벤담이 주장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을 모토로 하는 공리주의( 功 利 主 義 )를 가리킴. 44

45 의 목표를 이 정열의 품속에 놓아두었다. 그래서 정열은 그대의 덕이 되었고 환희 가 되었다. 가령 그대가 성급한 자들로부터 또는 음탕한 자들로부터 또는 광신자나 복수자의 무리 속에서 나왔다 할지라도, 결국 그대의 정열은 마침내 덕이 되고 그대의 악마 는 마침내 천사가 되었다. 일찍이 그대는 들개를 그대의 움막 속에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후에 그것은 변하여 사랑스러운 가희( 歌 姬 )가 되었다. 그대는 그대의 독으로부터 향유를 만들어 냈다. 그대의 암소인 우수( 憂 愁 )로부터 젖을 짜냈다. 이제 그대는 그 유방에서 달콤한 젖을 빨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떠한 악도 그대에게서 생기지 못하리라. 그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 지 덕 사이의 갈등에서 생기는 악이 아니라면 말이다. 형제들이여! 만약 그대가 행복을 가지고 있다면 단지 한 가지 덕만을 가지고 있으 리라. 결코 그 이상은 갖지 마라. 그래야만 그대는 발걸음도 가볍게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덕을 가졌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나 고통스러운 운명이다. 여러 가지 덕의 싸 움터가 되어 지친 나머지 사막으로 들어가 자살한 자도 적지 않다. 형제들이여! 전쟁과 싸움은 악이런가? 그러나 이 악은 필요한 것이다. 그대의 여 러 가지 덕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과 불신과 비방도 필요한 것이다. 보라! 그대의 여러 가지 덕들은 제각각 최고의 자리를 바라고 있다. 그 덕은 그대 의 정신이 자신의 전령( 傳 令 )이 되기를 바라, 그대의 정신 전부를 요구한다. 어느 덕이나 노여워하고 증오하며 사랑하는 데 있어서 그대의 힘 전부를 요구한다. 모든 덕은 다른 덕을 시기한다. 시기란 무서운 것이다. 덕이 시기 때문에 파멸하는 일조차 있다. 시기의 불길에 싸인 자는 전갈처럼 마침내는 독침으로 자기 자신을 찌른다. 아아,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는 아직 하나의 덕이 자기 스스로를 비방하고 또한 스 스로를 죽이는 것을 본 일이 없는가? 인간은 스스로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그 때문에 그대는 그대의 여러 덕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의 덕 때문에 그대는 파멸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45

4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6

47 창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재판관들이여! 희생물을 바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제물이 될 짐승이 머리를 끄 덕이기 전에는 죽이려 하지 마라. 보라! 창백한 범죄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경멸을 말하고 있다. 내 자아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내 자아는 인간에 대한 커다란 경멸이다. 이렇 게 그의 눈은 말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를 심판한 것은 그의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숭고한 인간을 다시금 저 열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지 마라. 그처럼 자기 자신의 일로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빨리 죽는 것밖에는 구원할 길이 없다. 재판관들이여! 그대들의 사형 집행은 동정이어야 한다. 복수가 되게 하지 말지어 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를 죽임으로써 그대들의 삶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알라. 그대들이 죽이는 사람과 화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대들의 슬픔은 초 인에 대한 사랑이어야 한다. 그것에 의해서 그대들의 살아 있음을 정당화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대들은 그 범죄자를 적 이라고 부를지언정 악한 이라고 부르지 마라. 병자 라고 부를지언정 무뢰한 이라고 부르지 마라. 바보 라고 부를지언정 죄인 이라고 부르 지 마라. 붉은 법복을 입은 재판관들이여! 그대가 이미 생각한 모든 것을 소리 높여 말하려 한다면, 누구든지 이 오물과 독충을 물리쳐라! 하고 외칠 것이다. 그러나 사상과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표상( 表 象 )은 별개의 것이다. 그것들 사이 에는 인과의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다. 어떤 표상(혹은 관념)이 이 창백한 인간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와 그 행위는 함께 자라났다. 그러 나 그 행위를 저지르고 난 뒤, 그는 그 행위의 표상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그 자신을 한 행위의 행위자로 보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광기라고 부른 다. 그에게 있어 예외적인 행위가 본질이 되고 만 것이다. 47

48 분필로 그려진 선( 線 )은 암탉을 속박한다. 범죄자의 행동은 그의 가련한 이성을 속 박했다. 나는 이것을 행위 뒤의 광기라고 부른다. 들어라, 재판관들이여! 또 하나 다른 광기가 있다. 그것은 행위를 하기 전의 것이 다. 아아, 그대들은 이 영혼 속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붉은 법복을 입은 재판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범죄자는 왜 살인을 했던가? 그 는 약탈하려고 했을 뿐인데. 라고.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련다. 그의 영혼 은 피를 바랐을 뿐 물건을 탐냈던 것은 아니다. 즉 그는 칼의 행복을 갈망했던 것 이다. 라고. 그러나 그의 가련한 이성은 이 광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설복시키려 했다. 피 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는 모처럼 기회를 얻어 약탈하려 하지 않았는가? 복수 라도 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는 그의 가련한 이성에 귀를 기울였다. 이성의 말은 납처럼 그의 이성 위 에 놓여졌다. 그리하여 그는 살인했을 때 약탈을 감행했고 스스로의 광기를 부끄 러워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그의 죄의 납덩이가 그를 억눌렀다. 그의 불쌍한 이성은 또다시 굳어지 고 마비되어 한없이 괴로워한다. 그가 머리를 흔들 수만 있다면 무거운 그의 짐이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누 가 이 머리를 흔들 것인가? 이 사람은 무엇인가? 정신에 의해서 세계에 손을 뻗치는 질병의 퇴적물이다. 질병 은 외계에서 먹이를 얻고자 한다. 이 사람은 무엇인가? 서로 화목할 줄 모르는 무서운 뱀의 무리이다. 그래서 뱀들 은 각기 밖에 나가 외부 세계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 불쌍한 육체를 보라! 육체가 괴로워하고 바라던 것을 이 가련한 영혼은 자기 나 름대로 해석했다. 영혼은 이것을 살인의 쾌감과 칼의 행복으로 해석했다. 오늘날 악이라고 불리는 악은 현대의 병든 사람들을 엄습한다. 여기서 그는 자기 를 괴롭히던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한다. 그러나 그와는 다른 시대가 있었고, 또 다른 선과 악이 존재한 일도 있었다. 48

49 일찍이 의심하는 것은 악이었고, 자기에 대한 의지도 악이었다. 그때 병자들은 이단자가 되고 마술사가 되었다. 이단자 그리고 마술사로서 그는 수난( 受 難 )했으며 또한 수난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대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것은 선인( 善 人 )을 해친다 고 그대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대들의 선인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그대 선인들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나로 하여금 구토를 일으키게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악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바라고 있다. 그들도 광기 를 가지고 그 때문에 창백한 범죄자처럼 파멸했더라면 하고. 진실로 나는 바란다. 그들의 광기가 진리, 성실, 정의라고 불렸으면 하고. 그러나 그들은 오래도록 가련한 쾌적 속에서 살기 위해 그들의 덕을 가지고 있다. 나는 격류 위에 세워진 난간이다. 나를 붙잡을 수 있는 자는 붙잡아라! 그러나 나 는 그대들의 지팡이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9

50 독서와 저작에 대하여 글로 쓰인 모든 것 가운데서도 나는 사람의 피로 쓰인 것만을 사랑한다. 피를 가지고 쓰라 9. 그러면 피가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독서하는 데 게으른 자를 경멸한다. 독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독자를 위해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독서하 는 사람을 1세기 더 살게 한다면, 그때 정신 그 자체는 악취를 풍길 것이다. 누구나 다 배워 읽을 수 있게 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 하는 것마저 썩게 마련이다. 일찍이 정신은 신이었다. 얼마 후 정신은 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정신 은 천민이 되어 가고 있다. 피와 잠언으로 쓰는 사람은 읽혀지기를 요구하지 않고 암송되기를 바란다. 산맥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길은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대는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잠언은 산봉우리와 같아 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듣는 자는 높고 크게 자라야 한다. 공기는 희박하고 맑으며, 위험은 가까이 있고, 정신은 쾌활한 악의에 차있다. 그래 야만 서로 잘 조화된다. 나는 용감하기 때문에 내 주위에 요마( 妖 魔 )가 있어 주기를 바란다. 유령을 쫓아 버리는 용기는 자신을 위해 요마를 창조한다. 용기는 웃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벌써 그대들과는 감각을 같이할 수 없다. 나의 발밑에 볼 수 있는 구름, 내가 비웃지 않을 수 없는 무겁고 검은 구름,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에게 있어 폭풍우의 구름이다. 그대들은 드높이 올려지기를 바랄 때 위를 바라본다. 그러나 나는 드높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대들 가운데서 누가 웃으면서 동시에 드높이 올려질 수 있는가? 9 정열과 영혼으로써 쓰라는 뜻임. 50

51 가장 높은 산에 오른 자는 모든 비극과 슬픈 현실을 비웃는다. 용감하라! 태연하라! 비웃어라! 그렇게 되라고 지혜는 우리들에게 요구한다. 지혜 는 여성이기 때문에 항상 용감한 병사만을 사랑한다. 그대들은 나에게 말한다. 인생은 괴롭다. 고. 그러나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아침 에 긍지를 갖다가도 저녁이면 체념해 버리는가? 인생은 괴롭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약해져서는 안 된다. 우리들 모두는 무거운 짐에 견딜 수 있는 수탕나귀이며 암탕나귀인 것이다. 그 육체 위에 이슬 한 방울이 맺혔다고 떨고 있는 장미의 꽃봉오리와 우리들은 어 떠한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 우리가 인생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일 에 익숙한 까닭이다. 사랑 속에는 항상 어떠한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 속에는 항상 어떠한 이성이 있 다. 인생을 사랑하는 내 눈에는 나비와 비눗방울과 인간 중에서 그것과 닮은 자들이 행복에 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이와 같이 가볍고 어리석고 귀엽고 활발한 작은 영혼이 파닥거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면 차라투스트라는 눈물을 흘리며 노래까지 부른다. 나는 춤을 출 줄 아는 신만을 믿는다. 나는 악마를 보았을 때 악마가 엄숙하고 철 저하고 심오하며 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중압의 정신이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몰락한다. 사람들은 노여움으로서는 죽일 수 없고 웃음으로서만 죽일 수 있다. 자, 일어서라! 중압의 정신을 죽여야 하겠다. 나는 걷는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나는 자신을 달리게 한다. 나는 날아다니는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나는 움직이기 위해 땅을 차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나는 가볍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날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지 금이야말로 어떤 신이 나를 통해서 춤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1

52 산 위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한 젊은이가 그를 피해 가는 것을 보았다. 어느 날 밤, 그가 혼자 서 얼룩소 라는 도시를 에워싼 산을 빠져나갈 때, 그는 걸어가면서 이 젊은이가 나 무에 기대어 앉아 피로한 눈으로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차라투스 트라는 젊은이가 기대어 앉아 있는 나무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나무 를 나의 두 손으로 흔들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이 나무를 괴롭히고 마음대로 휘게 한다. 우리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손에 의해 형편없이 구부러지고 괴롭혀진다. 그때 젊은이는 놀라 일어서며 말했다.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방 금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왜 그대는 그다지도 놀라는가? 사람과 나무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높고 밝은 곳으로 뻗으려 고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욱더 강하게 땅속으로, 아래로, 암흑으로, 깊은 곳으 로, 악을 향해 들어간다. 그렇다. 악을 향해서! 하고 젊은이는 외쳤다. 그대는 어떻게 하여 나의 영혼을 볼 수 있었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먼저 영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영혼이 적지 않다. 그렇다! 악을 향해서. 하고 청년은 또다시 외쳤다. 그대는 진리를 말했다. 차라 투스트라여!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 다음부터 벌써 나 자신을 믿지 않았 다. 이미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나는 너무도 변했다. 나의 오늘은 나의 어제를 부정한다. 나는 올라갈 때 때때로 계단을 뛰어넘 는다. 그러나 계단은 그것을 용서해 주지 않는다. 높은 곳에 있을 때면 항상 고독하다. 아무도 나와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고독이라는 추위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나의 경멸과 나의 동경은 손을 맞잡고 성장하고 있다. 나는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52

53 올라가는 자를 더욱 경멸한다. 도대체 그는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올라가면서 걸려 넘어지는 것을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모른다. 또 거친 숨 결을 얼마나 비웃는 것일까? 나는 자를 얼마나 미워하는 것일까? 나는 높은 곳에 서 얼마나 피로해 있는가? 여기서 젊은이는 침묵했다. 차라투스트라는 둘이 기대어 서 있는 나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 나무는 이 산 위에 홀로 서 있다. 인간과 짐승을 초월해서 높이 자라고 있다. 가령 이 나무가 말하려고 해도 그를 이해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토록 이 나무는 높이 자랐다. 지금 이 나무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 나무는 구름의 좌석에 너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최초의 번개를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젊은이는 격한 몸짓을 하며 외쳤다. 그렇다. 차 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진리를 말했다. 나는 높이 올라가려고 했을 때 몰락을 원했 다. 그대는 내가 기다리고 있던 번개다. 보라! 그대가 내 앞에 나타난 다음 내가 어 떻게 변했는가를! 그대에 대한 시기야말로 나를 파멸시켰던 것이다. 하고 젊은이 는 말하고 나서 심하게 울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젊은이를 끌어안고 끌다시피 데리 고 갔다. 한참 동안 함께 걸은 후에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다. 그대의 말이 표현하는 것보다도 그대의 눈이 더욱 절실하게 그대의 모든 위험을 내게 말하고 있다. 그대는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대는 아직 자유를 찾고 있다. 그대의 탐구는 그대를 밤새우게 하며 항시 눈을 뜨게 하고 있다. 그대는 자유로운 산꼭대기에 이르려고 하고 있으며 그대의 영혼은 별 을 향해 갈망하고 있다. 그대의 들개들은 자유로워지려고 토굴 속에서 짖어 대고 있다. 실은 그대의 정신 이 모든 감옥을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도 모르고. 그대는 또 자유를 생각하고 있 는 죄수이다. 아아! 그와 같은 죄수의 영혼은 영리해지려고 애쓰지만 교활하고 비 53

54 열해지고 말리라. 정신의 해방을 얻은 자들도 스스로를 더욱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 속에는 아직도 많은 감옥과 썩은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눈은 더욱 맑아져야만 한다. 그렇다. 나는 그대의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사랑과 희망을 걸고 간 절히 바라고 있다. 그대의 사랑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그대는 또 자신을 고귀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대에게 원한을 품고 심술궂은 눈 초리로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대를 고귀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한 사람 의 고귀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의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라! 한 사람의 고귀한 사람은 착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방해가 된다. 그들이 고귀한 사 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부를 때에도 그들은 그것을 빌미로 그를 배제하려고 한다. 고귀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새로운 덕을 창조하려 한다. 착한 사람들은 낡은 것을 바라고 낡은 것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고귀한 사람의 위험은 그가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파렴치한 조소자, 파괴 자가 되는 데 있다. 아아, 나는 고귀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최고의 희망을 잃어버 렸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높은 희망을 비방했다. 이제 그들은 무작정 덧없는 쾌락 속에서 살며, 그리하여 내일의 목적을 잃게 되었다. 정신도 환락이다. 이렇게 그들은 말했다. 그때 그들의 정신의 날개는 찢겨졌으므 로, 이제 그것은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고 더럽혀지고 말았 다. 일찍이 그들은 영웅이 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탕아가 되고 말았다. 그들 에게 있어서 영웅이란 원한과 공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의 사랑과 희망에 걸고 그대에게 간절히 원하겠다. 그대의 영혼 속에 있 는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높은 희망을 성스럽게 지녀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54

55 죽음의 설교자 10 에 대하여 죽음의 설교자가 있다. 대지는 삶을 거부토록 하는 죽음의 설교를 들어야만 하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대지는 쓸모없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삶은 이러한 자들로 말미암아 썩어들어가고 있다. 그들을 영생( 永 生 )이란 미끼로 삶의 밖으로 몰아내 버리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죽음의 설교자를 노랑이 또는 검정이 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더욱 다른 빛깔로 표시하리라.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 속에 맹수를 숨겨둔 채 쾌락을 즐기거나 스스 로를 물어뜯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쾌락이란 바로 스스로를 물어뜯는 일이다. 이들 무서운 사람들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삶의 염오( 饜 惡 )를 설교 하다가 제발 스스로 먼저 떠나 주면 좋으련만! 영혼의 결핵 환자가 있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벌써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피로 와 체념의 교리를 동경한다. 그들은 죽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들의 의지를 찬양해야 할 것이다. 이들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살아 있는 관( 棺 )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 다. 그들은 병자나 노인이나 시체를 마주치는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 고 말한다. 그러 나 부정된 것은 그들뿐이다. 존재에 대해 한 가지 관점밖에 갖지 못한 그들의 눈이 부정된 데 지나지 않는다. 짙은 우울에 싸여 죽음을 가져올 우연만을 열망하면서 그들은 이를 갈고 있다. 또 그들은 과자에 손을 내밀고, 그러면서 자기의 유치함을 비웃는다. 그들은 삶의 지 푸라기에 매달려서 자기가 아직 한 가닥의 지푸라기에 매달려 있음을 비웃는다. 그들의 지혜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 사는 자는 어리석다. 우리들 역시 어리석은 10 피안의 세계를 찬미하고 현실적인 생활에서 도피하도록 염세관을 갖게 하는 설교를 말함. 육체의 경 멸자 와 상통하는 말. 55

56 자들이다. 그 일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산다는 것은 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고 또 어떤 사람이 말한다. 그 말은 거짓이 아 니다. 그러니 그대들도 삶을 마치는 것이 어떠할까? 고생뿐인 삶을 끝내는 것이 어떨까? 그리하여 그대들의 덕에 관한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자살하라! 이곳 에서 꺼져라! 육욕( 肉 慾 )은 죄악이다. 라고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은 말한다. 이것을 피하고 아 이를 낳지 마라! 무엇 때문에 아직도 낳고 있단 말인가? 불행한 자를 낳는 데 지 나지 않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죽음의 설교자이다. 아기를 낳으려면 힘이 든 다. 고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 동정이 필요하다. 고 세 번째 사람들이 말한다. 내게 있는 것을 모두 가져가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져가라!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삶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만일 이 사람들의 말이 마음속으로부터의 동정이라면 그들은 오히려 이웃 사람들 로 하여금 삶을 혐오하도록 할 것이다. 간사하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들에게는 진정한 선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쇠사슬과 선물로써 더욱 엄하게 삶에 얽매어 놓으려고 함은 무슨 까닭인가? 또 그대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고달픈 노동과 불안이었겠으나, 그대들 역시 지나치 게 삶에 지쳐 있지 않은가? 그대들도 죽음의 설교를 들을 만큼 무르익어 있는 것 이 아닐까? 그대들 모두 심한 노동을 사랑하고, 빠른 것,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사랑하고 있 으나, 그대들은 자신을 견뎌 내지 못한다. 그대들의 근면은 도피이며 자신을 잊으 려는 의지일 뿐이다. 만일 그대들이 좀 더 삶을 믿는다면 그대들이 순간에 몸을 맡기는 일이 적었으리 라. 그러나 그대들은 그대들 속에 기다릴 만한 여력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나태를 부릴 여력도 갖지 못했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온다. 그리고 대지는 죽음의 설교를 56

57 들어야만 하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죽음 이냐? 아니면 영생 이냐? 나는 아무래도 좋다. 그들이 빨리 이곳에서 물러가 주기만 한다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7

58 전쟁과 병사에 대하여 우리들은 우리들의 최대의 적으로부터 용서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진심 으로 사랑하는 자들로부터 용서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에게 그 진실 을 말하게 하라! 싸우고 있는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는 그대들의 벗이 며, 언제나 그러했다. 나는 그대들의 최선의 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에게 그 진 리를 말하게 하라! 나는 그대들 마음속의 증오와 질투를 알고 있다. 그대들은 증오와 질투를 모를 만 큼 위대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적어도 그런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을 만큼 위대해 져라! 그대들은 인식의 성자가 될 수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인식의 병사( 兵 士 )가 되라! 병사야말로 성자의 반려이며 선구자이다. 나는 많은 병정들을 본다. 또 더 많은 병정을 보고 싶다. 그들은 일률적인 제복을 입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제복을 입은 자들의 정신이 일률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대들은 그 눈으로 늘 자신의 적을 찾고 있는 것과 같다. 그대들 가운데 어떤 사 람은 첫눈에 증오를 느낀다. 그대들의 적을 찾아라. 그대들의 전쟁을 수행하라. 그대들의 사상을 위하여. 가령 그대들의 사상은 패하더라도 사상을 위한 성실함이 승리의 개가를 올리도록 하라. 그대들은 새로운 전쟁의 수단으로서 평화를 사랑하라. 오랜 평화보다도 짧은 평화 를 사랑하라. 그대들에게 일하라고 권하지 않고 싸우라고 권한다. 평화를 권하지 않고 승리를 권한다. 그대들의 노동은 전투이어라! 그대들의 평화는 승리이어라! 화살과 활을 지니고 있을 때라야만 사람들은 침묵하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껄이고 싸움질을 한다. 그대들의 평화는 승리이어라! 그대들은 말하려는가? 좋은 이유가 전쟁을 성스럽게 한다고. 나는 그대들에게 말 한다. 좋은 전쟁이 모든 것을 성스럽게 한다고. 58

59 전쟁과 용기는 이웃에의 사랑 이상으로 큰일을 이루었다. 그대들의 동정이 아닌 그대들의 용기가 지금껏 재앙을 만난 사람들을 구원했다. 선이란 무엇인가? 하고 그대들은 묻는다. 용감한 것이 선이다. 소녀들에게 말하 게 하면 아름답고 눈물겨운 것이 선이다. 라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대에게 무정하다고 말하면 그렇다고 하라. 나는 그대들의 순정을 사랑 한다. 그대들은 스스로의 만조( 滿 潮 )를 부끄럽게 여기며, 딴사람들은 그들의 간조 ( 干 潮 )를 부끄럽게 여긴다. 그대들은 추악하다는 말을 들었는가? 그래도 좋다, 형제들이여! 그렇다면 위엄의 외투를 입어 추악함을 가려라. 그대들의 영혼은 커지면 오만해지고, 그렇게 되면 그대들의 위엄 속에 악의가 생 기게 된다. 나 그대들을 알고 있다. 악의에 있어서는 오만한 자와 약한 자가 하나다. 그런데도 저들은 서로를 오해한 다. 나 그대들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미워할 수 있는 적만을 가지는 것이 좋다. 경멸하는 적을 가져서는 안 된 다. 그대들의 적을 자랑하라. 그렇게 하면 그대들의 적의 성공은 그대들의 성공도 된다. 반항, 그것은 노예에 있어서 고귀한 것이리라. 그대들의 고귀는 복종이다. 그대들 의 명령조차도 복종인 것이다. 훌륭한 전사에게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는 것은 나는 하고자 한다. 는 것보 다 기분 좋게 들린다. 그대들이 좋아하는 일체의 것을 먼저 명령받는 편이 좋다. 삶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은 그대들의 최고의 희망에의 사랑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최고 희망이 삶의 사상이 되게 하라! 이 최고의 사상을 나는 그대들에게 명령한다. 즉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 이다. 라고. 이처럼 그대들은 순종과 전쟁의 삶을 영위하라. 오랜 삶에 무슨 가치가 있으랴! 어 떤 전사가 용서받기를 바라겠는가! 나는 그대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전쟁에 나선 59

60 나의 형제들이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0

61 새로운 우상 11 에 대하여 아직도 어딘가에 민중과 대중의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우리가 사는 곳에는 그것이 없다. 이곳에는 국가가 있다.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 자, 귀를 기울이고 들어라! 지금 나는 그대들에게 민중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국가란 냉혹한 모든 괴물 중에서 가장 냉혹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냉혹하게 거짓 말한다. 그 거짓말은 국가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나, 국가는 즉 민중이다. 라고. 그것은 거짓말이다! 민중을 만들고 그들 위에 신앙과 사랑을 걸쳐 놓은 것은 창조 자였다. 이렇게 창조자는 삶에 봉사했다. 많은 사람에게 덫을 놓고 그것을 국가라 일컫는 자는 파괴자이다. 파괴자는 많은 사람 위에 한 자루 칼과 백 개의 욕망을 걸어 놓는다. 또 민중이 있는 곳에서는, 민중은 국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국가를 사악한 눈이라 고 미워하며 풍습과 율법에 대한 범죄라고 싫어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민중을 구별하는 표식을 보이리라. 어느 민중이든 악에 대해 각 자의 언어로 말하나, 이웃 사람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민중은 풍습과 율법 속 에서 저마다 언어를 생각해 냈다. 그러나 국가는 선악에 관한 모든 말에 있어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며 그가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가 훔친 것이다. 국가에 관한 모든 것이 허위이다. 훔친 이 齒 로써 물어뜯는 자인 그는 형편없이 물어뜯는다. 그리고 그의 내장까지도 허위이다. 선악에 관한 혼란. 이 징후를 나는 국가의 징후로써 그대들에게 보이겠다. 참으로 이 징후는 죽음에의 의지를 뜻한다. 실로 이 징후는 죽음의 설교자를 불러들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 이들 쓸데없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국가라는 것이 11 니체는 근대 국가를 새로운 우상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자연히 발달한 민중은 사랑하나, 허위의 기구 인 국가가 민중을 짓밟는 것은 공격한다. 19세기의 유럽의 민주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한 것이 새로운 우 상 에 해당된다. 61

62 고안되었다. 보라! 얼마나 국가가 그들 쓸데없는 사람들을 유혹하는가를! 국가가 얼마나 그들 을 삼키고 씹는가를! 대지에는 나보다 위대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신의 통치하는 손가락이다. 이렇게 이 괴물은 짖어댄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귀가 먹고 근시안적 인 사람만이 아니다. 아아, 그대들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들 속에서도 국가는 그 음울한 거짓말을 속삭 이고 있다. 아아, 국가는 기꺼이 스스로를 낭비하는 풍족한 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 그대들 낡은 신의 정복자여! 국가는 그대들을 간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대 들은 싸움에 지쳐 있다. 지금 그대들은 지친 나머지 새로운 우상을 섬기게 된 것이 다. 이 새로운 우상은 영웅과 존경할 만한 자들을 그의 주위에 정렬시키려고 한다. 국 가는 선량한 양심의 햇볕을 쬐기를 즐긴다. 이 냉혹한 괴물은! 만약 그대들이 예배한다면 이 새로운 우상은 그대들에게 모든 것을 줄 것이다. 그 리하여 그는 그대들의 덕의 광채와 그대들의 빛나는 자랑스러운 눈을 매수한다. 그는 그대들을 미끼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유인하려 한다. 그렇다. 지옥의 요술 이 안출되었다. 거룩한 영광의 옷을 번쩍이며 요란스럽게 달려가는 죽음의 말 馬 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죽는 일이 안출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삶이라 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참으로 그것이야말로 모든 죽음의 설교자들에게 있어서 진 정한 봉사이다.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모두가 독배를 마시는 곳이 국가이다. 좋은 사람, 나 쁜 사람 모두 스스로를 잃는 곳이 국가이다. 또한, 모든 사람의 완만한 자살이 삶 이라 불리는 곳도 국가이다.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발명자의 작품과 현인의 보물을 훔치면서 그 것을 교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질병이 되며 괴 로움이 된다. 62

63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항상 앓고 있으며 담즙을 토해 낸다. 이것이 소위 신문이다. 그들은 서로 물어뜯고 삼키지만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부를 쌓았다가 그것 때문에 가난해진다. 그들 은 권력을 원하고 우선 권력의 쇠망치인 많은 금전을 원한다. 이 무력한 자들이! 보라, 이 재빠른 원숭이들이 기어오르는 꼴을! 그들은 서로 밀치고 밀치며 기어 올 라가서 마침내 진창과 심연으로 굴러떨어진다. 그들은 모두가 옥좌를 바란다. 이것이 곧 그들의 정신착란이다. 마치 행복이 옥좌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때로는 진창이 옥좌에 앉아 있다. 가끔 옥좌가 진창 위에 있을 때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모두 정신 착란자이고 기어오르는 원숭이이며 얼빠진 자들 이다. 그들의 우상은, 차디찬 괴물은, 또 이들 우상에 봉사하는 자들은 모두 악취 를 풍긴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그들의 입과 욕망의 독기 속에서 질식하려 하는가? 차 라리 창문을 부수고 대기 속으로 뛰어나가라! 악취를 피하라! 쓸모없는 인간들의 우상 봉사에서 떠나라! 악취를 피하라! 이들 인간 희생의 독기로부터 빠져나오라! 위대한 영혼에게는 지금도 대지가 열려 있다.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위해서는 아 직도 많은 자리가 비어 있다. 그 자리 언저리에 잔잔한 바다의 향기가 풍기고 있 다. 위대한 영혼에게 있어서는 아직 자유로운 생활이 막혀 있지 않다. 실로 적은 것밖 에 갖지 못한 자는 소유하는 것도 그만큼 적다. 알맞은 빈곤은 축복받으리라! 국가가 끝나는 곳에 비로소 쓸모 있는 인간이 시작된다. 그곳에 쓸모 있는 인간의 노래가 시작되며 유일하고 견줄 바 없는 감미로운 선율이 시작된다. 국가가 종말을 고하는 그곳을 보라!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에게는 안 보이는가? 저 무지개와 초인으로 가는 다리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3

64 시장의 파리 12 에 대하여 벗들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도망쳐라! 나는 그대가 위대한 사람들의 아우성으 로 귀머거리가 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바늘에 찔리는 것을 보고 있다. 숲과 바위는 그대와 더불어 엄숙하게 침묵할 줄을 안다. 다시금 그대가 사랑하는 나무처럼, 가지 넓은 나무처럼 되어다오. 저 나무는 고요히 귀를 기울이고 바다 위 에 걸려 있다. 고독이 끝나는 곳에 시장이 열린다. 시장이 열리는 곳에 훌륭한 배우들의 소음과 독을 가진 파리들의 귀찮은 소리가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것도 그것을 먼저 상연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 없다면 쓸모 가 없다. 민중은 이들 상연자를 위대한 사람이라 일컫는다. 민중은 위대한 것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위대한 것이란 즉 창조하는 자이다. 그러나 민중은 위대한 일의 모든 상연자와 배우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의 창안자를 둘러싸고 세계는 보이지는 않으나 회전한다. 민중과 명성 은 배우를 중심으로 뱅뱅 돈다. 이것이 바로 세계의 움직임 이다. 배우는 기지( 機 智 )를 지녔으나 정신의 양심은 거의 갖지 못했다. 그가 항상 믿고 있는 것은 그것으로써 사람들을 강하게 믿게 하는 것, 즉 자기를 남에게 믿게 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는 내일 새로운 신앙을 가진다. 그리고 모레보다 더 새로운 신앙을 가진다. 민중처럼 그는 빠른 감각과 변하기 쉬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 뒤집어엎는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증명한다는 것을 뜻하고, 열광시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확신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피는 모든 논거( 論 據 )의 최 상의 것이다. 밝은 귀에만 들리는 진리를 그는 허위라 말하고 허무라 부른다. 진실로 그는 세상 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신만을 믿는다. 12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여러 사람과 담론한 것을 결부시키면서 이해할 것. 차라투스트라는 왜 소한 인간의 무리들의 어리석고 독살스러운 외침과 행위를 시장의 파리 에 비유했다. 64

65 시장은 광대들로 가득 차있다. 민중은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 것이 민중들에 있어서는 그 시대의 지배자이다. 그러나 때 時 는 지배자를 압박한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그대들을 압박한다. 그리 고 그대로부터 그들은 가부( 可 否 )를 요구한다. 아아, 그대는 찬성과 반대의 중간에 그대의 의자를 놓으려 하는가? 이들 전제자의 압박에 질투심을 가지지 마라. 진리를 사랑하는 자들이여! 진리가 절대자의 팔에 매달렸던 일은 일찍이 없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는 자들을 피해서 그대의 안전지대로 돌아가라. 시장에 있을 때에만 그대는 찬성이냐 반대냐의 독촉을 받는다. 대개 깊은 샘의 체험은 완만하다. 무엇이 샘 속에 떨어졌는가를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대개 위대한 자는 시장과 명성에서 떠나 있다. 예로부터 새로운 가치의 창안자는 시장의 명성에서 떨어져 산다. 피하라,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나는 그대가 독을 가진 파리들에게 찔리는 것을 본다. 거칠고 강한 바람이 부는 저 먼 곳으로 도망쳐라! 그대의 고독 속으로 도망쳐라! 그대는 하찮은 자, 가련한 자들과 너무 가까이 살아 왔다.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를 피해서 도망쳐라! 그들은 그대에게 있어서 복수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그들을 향하여 팔을 들지 마라! 그들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다. 파리채가 되 는 것은 그대의 운명이 아니다. 이들 하찮은 자들, 가련한 자들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다. 우람한 건물이 빗방울과 잡초 때문에 무너진 일도 적지 않다. 그대는 바위는 아니지만 벌써 많은 물방울로 구멍이 패였다. 그대는 역시 많은 물 방울로 무너지고 부서지리라. 그대가 독파리들에게 시달리고 수없이 물어뜯겨 피를 흘리는 것을 나는 본다. 그 래도 그대의 긍지는 노하지 않는다. 독파리들은 사심( 邪 心 ) 없이 그대의 피를 빨고자 한다. 피가 없는 그들의 영혼은 65

66 피를 탐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참으로 사심 없이 찌른다. 그대 심오한 자여! 그대는 조그마한 상처에도 너무 크게 괴로워한다. 그대의 상처 가 낫기도 전에 같은 독충이 그대의 손 위로 기어갔다. 훔쳐 먹고 살아가는 이와 같은 자들을 죽이기에는 그대의 긍지가 너무나 높다. 그 러나 그들의 독기 서린 부정을 견디는 것이 그대의 숙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들은 붕붕거리는 그들의 찬미로써 그대를 에워싸고 소란을 떤다. 뻔뻔스러운 것 이 그들의 찬미이다. 그들은 그대의 피부와 피 곁에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신과 악마에 아첨하듯 그대에게 아첨한다. 그들은 신과 악마 앞에서 흐느 껴 울듯이 그대 앞에서 흐느껴 운다. 그것이 무엇이냐? 아첨하는 자, 흐느껴 우는 자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때때로 애교 있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비겁한 자의 교활이었다. 그 렇다. 비겁한 자는 교활하다. 그들은 그 좁은 영혼을 가지고 그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그대는 그들에게 있 어서 항상 우려의 대상이다.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우려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대의 모든 덕에 대해 그대를 처벌한다. 그들이 진정 용서하는 것은 그대 의 과실뿐이다. 그대는 온화하며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인 까닭에 그들은 그들의 보잘것없는 존 재에 대해서 죄를 짓고 있지 않다. 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천박한 영혼은 생각한 다. 모든 큰 존재는 죄가 된다. 고. 그대가 그들에 대해 온화하다 해도 그들은 경멸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대 의 은혜에 대해 음성적인 가해( 加 害 )로써 보답한다. 그대의 말 없는 긍지는 항상 그들의 비위에 거슬린다. 그대가 스스로 낮추고 경박 한 체하면 그들은 기뻐서 날뛴다. 우리들이 한 인간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은 결국 상대를 고무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다. 그대 앞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저열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로 변하여 그대를 향해 이글이글 타오른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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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20 152*220 2011.2.16 5:53 PM ` 3 여는 글 교육주체들을 위한 교육 교양지 신경림 잠시 휴간했던 우리교육 을 비록 계간으로이지만 다시 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우 선 반갑다. 하지만 월간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솔직히 나는 우리교 육 의 부지런한 독자는 못 되었다. 하지만 비록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런 잡지는 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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