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je CLASSICS 15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본 문서에 대한 저작권은 사단법인 올재에 있으며, 이 문서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하여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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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Book 프리드리히 니체 저 김정진 역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이 응축된 그의 대표작. 영원회귀, 초인, 권력에의 의지 등 니체 철학의 정수가 초월과 가치전도의 변주와 은유로 곳곳에 펼쳐진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독해가 만만치 않지만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산과 황야와 동굴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니체의 심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Olje CLASSICS

2 Olje CLASSICS 15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본 문서에 대한 저작권은 사단법인 올재에 있으며, 이 문서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하여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2012 Olje All Rights Reserved

3 올재의 꿈 올재는 지혜 나눔을 위해 2011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예술과 문화 속에 담긴 지식과 교양을 널리 소개하고 향유함으로써, 격변하는 세상의 지향점을 찾고, 올바르고 창의적인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올재의 꿈입니다. 특히 올재는 인문고전이나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지혜 나눔의 계기와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올재의 첫 번째 지혜 나눔은 인문고전입니다. <올재 클래식스>는 최고 수준의 번역본을 부담 없는 가격에 보급합니다. 각 종당 5천 권을 발행하며 4천 권은 교보문고에서 6개월간 한정 판매합니다. 미판매된 도서와 발행 부수의 20%는 복지시설, 교도소, 저소득층 등에 무료 기증합니다. 출간한 번역본은 일정 기간 후 올재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합니다. Share the wisdom. Change the world.

4 올재의 벗 <올재 클래식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발행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 상당액은 <올재 클래식스>의 지혜 나눔 취지에 적극 공감한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마련됐습니다.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는 <올재 클래식스>의 유통 지원에 도움을 주셨고 코리아헤럴드와 헤럴드경제를 발행하는 (주)헤럴드는 출판인쇄와 교열을 도와주셨습니다. 표지 제호를 재능 기부해 주신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대표 강병인 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귀한 번역본을 남겨주신 고 김정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선친의 글을 올재에서 펴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김도한 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올재 클래식스> 출간이 전국 곳곳에 인문고전 나눔으로 뜨겁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올재의 첫 번째 지혜 나눔 <올재 클래식스> 출간에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신 벗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정기 후원과 일반 후원으로 올재의 지혜 나눔에 참여하세요. 올재의 벗들이 심은 작은 홀씨가 전국 곳곳에 인문고전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올재 후원함 예금주 사단법인 올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 협 후원 문의처 올재 사무국 t 02) h e 지혜 나눔을 함께 한 벗들

5 해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1844년 프로이센령( 領 ) 의 소읍 뢰켄에서 태어났다. 그는 5세 때 목사인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누이동생 과 함께 할머니 집에서 자라났다. 14세 때 포르타의 공립학교에서 엄격한 고전교육을 받고 1864년 20세 때 본 대학 에 입학하여 프리드리히 빌헬름 리츨(F.W.Ritschl) 교수 밑에서 고전 문헌학에 몰 두하였다. 다음 해에 그는 전임하는 스승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겼 다. 1869년 리츨의 추천으로 24세의 젊은 나이로 스위스의 바젤 대학 고전 문헌학 교 수가 되었다. 1870년에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지원하여 위생병으로 종군했 다가 건강을 해치고 바젤로 돌아왔다. 그 이후 그는 평생을 편두통과 눈병으로 고 생했다. 1888년 말경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니체는 다음 해 1월 토리노 광 장에서 졸도, 제정신을 되찾지 못한 채 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에서 사망했다. 니체는 근대 철학의 태두( 泰 斗 )였다. 헤겔은 정신 을 생각했고, 쇼펜하우어는 의 지 를 철학의 근거로 삼은 바와 같이 니체는 힘과 권력에의 의지 를 자기 철학의 핵심으로 삼았다. 헤겔은 관념철학을, 쇼펜하우어는 의지 의 맹목적 비참에서 오 는 염세주의를 제창하여 결국 의지의 부정 을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니체는 이 의지의 내적 체험을 통해 창조적인 삶의 철학을 집중시켰고, 끝 까지 허무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의지로 삶을 영위하려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는 니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폐병이 악화됨을 무 릅쓰고 쓴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간의 성서 라고 까지 불리는 작품이다. 인간에게 있어 신은 죽었다. 고 외치는 장면 이 노인은 오래 숲 속에 살면서 중대한 사실이 5

6 일어난 것을 몰랐던 모양이군. 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은 유명하다. 신 대신 인간, 니체가 보내 준 인간이란 물론 초인( 超 人 ) 이다. 초인 이란 긍정의 의지와 권력의 힘을 소유한 자를 말한다. 삶을 약화시키는 형식 적인 모럴(moral), 규율적인 신앙을 배척한 니체의 사상은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하면 니체의 사상은 삶 에서 시작하여 삶 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다. 이렇게 삶 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인간, 주어진 인간성을 억압하고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현대를 풍미하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체의 사상은 앞으로 연 구되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그의 말이 정리돼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초극하고 긍정하는 것이 니체 철학의 요체( 要 諦 )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는 그 근본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제1부는 얼룩소 라는 마을에서 한 그의 교설 ( 敎 說 )의 기록이다. 주제는 여러 방면에 걸쳐 있으나 기성( 旣 成 )의 모든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그 기조를 이루고 있다. 제2부는 산속의 고독으로 되돌아간 차라투스트라가 자기의 교설이 세상에 잘못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두 번째 하산하여 행복의 섬 을 무대로 다시금 그 교설을 전개한다. 주제는 대체로 제1부의 부언에 지나지 않으나, 초인의 길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인간 타입이 공격 대상이 된 것에 특색이 있다. 제3부는 행복의 섬 을 떠나 두 번째로 귀성( 歸 省 )하는 대목이 전반이고, 후반은 아 무리 못난 것이라도 영원히 회귀한다는 일로부터 그의 영혼을 압박하고 있는 중 압의 영혼 을 이겨내어 세계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그렇다와 아멘의 노래 를 부 르도록 단련되는 자신의 내면적인 성장을 그리고 있다. 6

7 제4부의 무대는 주로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에 한정되어 있으나, 도리어 희곡적인 움직임이 많고 지금까지의 언설( 言 說 )을 주축으로 한 제3부까지와는 취향을 달리 하고 있다. 이미 늙어 버린 차라투스트라가 차례로 일곱 사람의 보다 높은 인간 을 만난다. 그는 이 일곱 사람의, 얼핏 보아 초인에의 도상( 道 上 )에 있는 것으로 생각 되는, 보다 높은 인간 에 대한 동정 을 이겨내고 혼자 세 번째 하산하는 것으로 제 4부는 끝난다. 니체의 생각으로는 계속해서 제5부와 제6부를 써서 완결 짓고 싶었던 모양으로, 그 메모가 약간은 남아 있으나 결국 집필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 끝으로 이 번역의 텍스트는 Nietzsches werke : Taschen-Ausgabe 를 사용했 는데 원명은 Also Sprach Zarathustra 임을 밝혀 둔다. 7

8 제 차 1 례부 해설 5 서문 12 1부 세 가지 변화 31 도덕의 교단에 대하여 34 배후 세계 사람에 대하여 37 육체를 경멸하는 자에 대하여 41 환희와 정열에 대하여 44 창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47 독서와 저작에 대하여 50 산 위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52 죽음의 설교자에 대하여 55 전쟁과 병사에 대하여 58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61 시장의 파리에 대하여 64 순결에 대하여 68 벗에 대하여 70 천한 개의 목표에 대하여 73 이웃에의 사랑에 대하여 76 창조자의 길에 대하여 78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에 대하여 81 독사에 물린 상처에 대하여 84 아이와 결혼에 대하여 86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89 주는 덕 93 2부 거울을 가진 어린아이 100 행복의 섬에서 104 동정자( 同 情 者 )들에 대하여 108

9 성직자들에 대하여 112 도덕가에 대하여 115 천민에 대하여 119 유명한 현인에 대하여 126 밤의 노래 130 춤의 노래 133 무덤의 노래 136 자기 극복에 대하여 140 숭고한 사람들에 대하여 144 교양의 나라에 대하여 147 순결한 인식에 대하여 150 학자에 대하여 154 시인에 대하여 157 중대한 사건에 대하여 161 예언자에 대하여 166 구원에 대하여 171 인간의 영리함에 대하여 175 가장 고요한 시간 180 3부 방랑자 185 유령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189 본의 아닌 행복에 대하여 195 해뜨기 전 199 작아지게 만드는 덕 203 감람나무 산에서 210 통과하는 것에 대하여 214 배신자에 대하여 218 귀향 223 세 가지 악에 대하여 228 중압의 정신에 대하여 233 회복해 가는 사람 260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268 또 하나의 춤의 노래 272 일곱 개의 봉인(긍정과 아멘의 노래) 276

10 4부 꿀의 공양 281 비명( 悲 鳴 ) 286 왕들과의 대화 290 거머리 295 마술사 299 실직자 308 가장 추악한 인간 313 자발적인 거지 319 그림자 324 대낮 328 인사 332 만찬 339 보다 고귀한 인간에 대하여 342 우수의 노래 354 과학에 대하여 360 사막의 딸들 가운데에서 364 각성( 覺 醒 ) 372 당나귀의 축제 376 명정가( 酩 酊 歌 ) 381 징후 390

11 제 서문 1 부 차라투스트라의 서언( 序 言 )

12 1 차라투스트라는 30세 때 1, 고향과 고향의 호수 2 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스스로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10년 3 동안을 지내면서도, 조금도 권태 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드디어 그의 마음이 변하고 말았다. 어느 날 아침, 먼동이 틀 무렵에 일어난 그는 태양 앞으로 걸어 나가며, 태양을 향 해 이렇게 말했다. 그대, 위대한 천체 4 여! 만일 그대가 비추는 대상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대의 행복 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10년 동안 그대는 줄곧 여기 나의 동굴을 비추어 왔다. 내가 없었던들, 또 나의 독 수리와 뱀 5 이 없었던들, 그대는 그대의 빛과 그대의 가는 길에 권태를 느꼈으리라. 그러나 우리들은 아침마다 그대를 기다려 그대의 넘치는 것을 흡수하고, 또한 그 대를 축복하였노라. 보라! 나는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났다. 지나치게 너무 많이 꿀을 모아 둔 꿀벌처럼. 나는 자선을 베풀고 나누어 주고 싶다. 사람들 중에서 현명한 자가 언젠가는 또다 시 그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가 또다시 그 풍요함을 즐길 때까지. 그러므로 나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마치 그대가 또다시 빛을 이 세상에 비추기 위해 저녁마다 바다 저쪽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그대, 넘치도록 풍요한 천체여! 나는 그대처럼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1 배화교( 拜 火 敎 )의 교조 조로아스터가 30세에 그의 고향을 떠났고, 예수의 메시아로서의 행적이 모두 30세 이후였음을 염두에 두고 이해할 것. 2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니체가 머물렀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수( 山 水 )를 결부시켜서 생각함이 좋고, 또 동양에서 수도( 修 道 )의 한 방식으로 입산하는 것을 연상할 것. 3 석가모니가 설산( 雪 山 )에서 고행한 6년이나 예수가 황야를 방황한 40일의 고행과 비교할 것. 4 대자연의 영원한 원형으로서 태양을 가리킴. 최고의 포괄적인 것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것. 페르시아의 배화교가 태양을 향해 말하는 것과도 관련 있음. 5 독수리는 긍지를 표시하며 상승하는 초인을 상징하고, 뱀은 지혜와 영리함을 뜻하는 영원회귀( 永 遠 回 歸 )의 상징으로 K. 뢰비트의 설처럼 탈피하는 것과 초극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듯함. 그러나 기독교의 성서에 뱀을 사탄으로 표현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

13 내가 내려가려는 그 고장 사람들은 이를 말하여 몰락 6 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나를 축복하려무나, 그대 고요한 눈동자여! 아무리 큰 행복이라도 시기 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눈동자여! 이 술잔을 축복해다오. 황금빛 찬란하게 흘러내리고, 그대의 즐거움을 반영시키도 록 넘쳐흐르는 이 술잔을! 보라! 이 술잔은 또다시 비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또다시 인간 이 되려고 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2 차라투스트라는 혼자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숲 속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한 노인 7 이 그 앞에 나타났다. 숲 속에서 풀뿌리나 캐 고 사는, 자신의 성스러운 오두막집에서 나온 노인은 차라투스트라에게 말했다. 이 나그네는 낯설지 않군. 몇 년 전, 이 앞을 지나갔던 사람이지. 차라투스트라라 는 이름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딴사람이 되어 버렸군. 그때 그대는 스스로의 재 灰 8 를 산속으로 가지고 갔었지. 오늘은 스스로의 불 9 을 골짜기로 옮기려고 하는 가? 그대는 방화자에 대한 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대는 틀림없는 차라투스트라이다. 그 눈은 순결하고, 입가에는 역겨운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구나. 마치 춤추는 사람처럼 걸어오지 않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변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어린아이 10 가 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눈 뜬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새삼스레 무슨 까닭에 잠자는 사람들 곁으로 가려 하는 6 여기서는 창조적인 사업을 하는 것. 니체의 실험적 개인은 대개 몰락한다. 는 것처럼 선구자적인 입장 에서 희생한다는 뜻. 차라투스트라의 경우 인간 세계로 내려가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한다는 뜻이 있음. 따 라서 몰락(혹은 하강)은 동시에 상승인 것임. 7 현세와 등진 기독교도를 상징. 8 절망의 비유. 9 어떤 새로운 것을 구하는 정열. 10 어린아이처럼 새로이 시작되는 새로운 기원을 상징. 제1부의 <세 가지 변화> 참조. 13

14 가? 그대는 바다에서 사는 것처럼 고독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바다는 그대를 잘 보살 펴 주었다. 아아, 그대는 육지에 오르려고 하는가? 아아, 그대의 육체를 또다시 스스로 끌고 다니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이에 그 성자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숲 속에 들어갔고, 황야에 들어갔던가?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제 나는 신을 사랑할 뿐 인간은 사랑하지 않는다. 인간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에의 사랑은 나를 멸망시킬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내가 사랑에 관해 뭔가를 말했었나? 나는 그저 인간에 게 선물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성자는 말했다.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인간으로부터 무 엇을 빼앗아라. 그것이 인간에게 있어서 더없는 은혜가 되리라. 그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 시주( 施 主 )를 하는 데 그쳐라. 더구나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구걸하게 하려무나!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아니, 나는 시주를 하지 않겠다. 나는 그토록 가난하 지는 않다. 성자는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대의 보물을 받아들이는지 어쩌는지 눈여겨보아라! 인간은 은자를 의심하고 있으며, 우리가 선 물을 주기 위해 왔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우리의 발소리는 그들의 거리에서는 너무도 쓸쓸하게 울린다. 마치 한밤중 잠자리 에서 행인의 발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그들은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도적이 어 디로 가려는 걸까? 하고. 인간을 찾아가는 대신 숲 속에 머물러 있어라! 차라리 짐승을 찾아가라! 왜 그대는 나처럼 되려 하지 않는가? 왜 곰의 무리 속에서는 곰, 새의 무리 속에서는 새가 되 려 하지 않는가? 14

15 그러면 성자는 숲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물었다. 성 자는 대답했다. 나는 노래를 지어 그것을 노래한다. 또 노래를 지을 때 나는 웃고 울고 중얼거린다. 노래하고 웃고 울며 중얼거림으로써 나는 나의 신을 찬미한다. 그런데 그대는 우리에게 무슨 선물을 가져왔는가? 이 말을 듣고 차라투스트라는 성자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당신에게 무엇을 준단 말이오? 나로 하여금 여기를 빨리 떠나도록 해 주오. 그대가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으려거든. 이렇게 해서 노인과 차라투스트라는 작별했다. 마치 두 소년이 웃는 것처럼 서로 웃으면서.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홀로 있게 되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저 늙은 성자는 숲 속에서 신이 죽었다 11 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군. 3 차라투스트라가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찾아갔을 때 그곳 광장에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광대가 줄타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향해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 超 人 Übermensch)을 가르치겠다.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원래 만물은 스스로를 극복하며 무엇인가를 해왔다. 그런데도 그대들은 이 거대한 흐름의 썰물이고자 하여 인간을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짐승으로 되돌아가기를 원 하는가? 원숭이란 인간에게 어떤 것인가? 웃음거리가 아니던가? 그렇지 않으면 비통한 치 욕이 아니던가. 인간 역시 초인에게는 웃음거리 아니면 치욕이 될 것이다. 그대들은 벌레에서 인간으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대들 중의 대다수는 아직 11 니체의 전 사상의 집약적인 용어. 15

16 도 벌레인 채로 있다. 그 옛날 그대들은 원숭이였다. 지금도 아직 인간은 어떠한 원숭이보다 더욱더 원숭이이다. 그대들 중의 가장 현명한 자라 할지라도 식물 12 과 유령 13 과의 튀기가 아니면 잡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대들에게 유령이 아니면 식물이 되라고 명령할 것인가? 들어라! 난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리라. 초인은 대지( 大 地 )란 뜻이다. 그대들의 의지( 意 志 )는 초인이야말로 대지의 참뜻이라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간절히 바라나니, 형제들이여! 항상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천상( 天 上 )의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그것을 의식했건 못 했건 간에 독( 毒 )을 넣는 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생명을 경멸하는 자들이며 스스로 독을 머금고 죽어가는 자들이다. 대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싫증이 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들은 죽어 버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일찍이 신을 모독하는 것은 최대의 죄였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이와 함께 신을 모독한 자들도 죽었다. 대지에 죄를 짓고, 알 수 없는 것의 내장( 內 藏 )을 대지의 뜻보다 더 존중하는 것이 이제는 가장 무서운 모독이다. 일찍이 영혼은 육체를 경멸했다. 영혼은 육체가 메말라 처량하게 굶어 죽기를 바 라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혼은 육체와 대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아! 그런데 영혼 그 스스로가 메말라 처량한 모습으로 굶어 죽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영혼은 스스로 그 잔혹함을 쾌락으로 삼았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나에게 말해 달라. 그대들의 육체가 그대들의 영혼에 관해 무 엇이라고 말하는가를. 그대들의 영혼은 궁핍함이요, 더러움이요, 비참한 자기 안 일이 아닌가? 참으로 인간은 더럽혀진 강물이리라. 더럽혀지지 않고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려 12 여기서는 육체적인 것을 뜻함. 13 육체적인 식물에 대립하는 것으로 정신적인 것을 뜻함. 16

17 면 바다가 되어야 한다. 들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겠다. 초인이야말로 그와 같은 바다이다. 그 속에서만 그대들의 큰 경멸이 가라앉을 수 있다. 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커다란 경멸의 시 간이리라.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의 행복도, 그대들의 이성( 理 性 ) 및 덕성( 德 性 )도 똑같이 그대들에게 구역질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리라. 그때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행복이 무슨 소용일까? 그런 것은 가난과 더 러움이며 비참한 안일이다. 그러나 나의 행복은 생존 그 자체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이성이 무슨 소용일까? 사자가 먹을 것을 찾듯이 이성은 지식을 찾고 있는가? 이성 같은 것은 가난과 더러움과 비참한 안일 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도대체 나의 덕이 무슨 소용일까? 그것은 아직 나를 한 번도 도취시키지 못했다. 나는 나의 선과 악에 얼마나 싫증이 났던가! 그 것은 모두가 가난과 더러움과 비참한 안일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정의( 正 義 )가 무슨 소용일까? 나는 내가 열 화( 熱 火 )도, 석탄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정의의 인간이란 열화 와 석탄이다! 라고. 그때에 가서 그대들은 말하리라. 나의 동정( 同 情 )이 무슨 소용일까? 동정이란 인 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못 박히는 십자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나의 동정은 그러 한 십자가가 아니다! 라고. 그대들은 이미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던가? 그대들은 이미 그렇게 외쳤던가? 아 아! 그대들의 외침을 내가 들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늘에 외치는 것은 그대들의 죄가 아니고 그대들의 자기만족이다. 죄를 범할 때 도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은 그대들의 탐욕이다. 17

18 그대들을 혀끝으로 핥을 번갯불 14 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들에게 접종( 接 種 )되어야 할 광희( 狂 喜 )는 어디 있는가? 들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리라. 초인이란 이와 같은 번개요 광희리 라!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군중 속의 한 사람이 외쳤다. 우리는 줄타기에 대해서라면 충분히 들었다. 이제 그것을 실제로 보여 달라! 이 말을 듣고 군중은 모두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었다. 그러나 줄 타는 사람은 이 말을 자기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하고 줄타기를 시작했다. 4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바라보고 의아해 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짐승과 초인 사이에 걸쳐 놓은 밧줄 15 이다. 건너는 일도 위험하고, 중간 에 멈추는 일도, 뒤돌아보는 일도 위험하다. 더욱이 부들부들 떨면서 멈춰 있는 것 은 더욱 위험하다. 인간이 위대한 점은 인간이 하나의 다리이며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인간이 사랑을 받는 까닭은 인간이 하나의 과도( 過 渡 )이며 몰락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해 가는 것으로가 아니면 달리 살아갈 줄 모르는 인간을. 왜 냐하면 그들이야말로 피안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위대한 경멸자들을.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위대한 숭배자이며 피안( 彼 岸 )을 동경하는 화살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고 희생되는 까닭을 별의 배후에서 구하지 않고, 대지가 언젠가는 초인의 것이 되듯 대지에 몸을 바치는 자들을. 나는 사랑하노라. 인식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훗날 초인을 낳기 위 해 인식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의 몰락을 바라고 있다. 14 그리스 신화에서 또는 기독교 성서에서는 신의 노여움의 상징이었으나, 여기서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어떤 거대한 위력. 15 인간을 짐승과 초인(혹은 신) 사이의 중간적인 존재로 간주한 용어. 18

19 나는 사랑하노라. 초인을 위해 집을 짓고, 초인을 위해 대지와 동물과 식물을 마련 하고 일하며 발명하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이렇게 해서 스스로의 몰락을 바 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자신의 덕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덕이란 몰락에의 의 지이며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아주 작은 정신까지도 자신을 위해 보존하려 하지 않고, 그 자신 의 덕의 정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는 이같이 정신으로 다리를 건너가는 것 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자기의 덕을 자신의 취향과 숙명이 되게 하는 사람들을. 왜냐하 면 그는 그의 덕을 위해서 살고 또 죽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너무 많은 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한 가지 덕은 두 가지 덕보다 훌륭하다. 왜냐하면 한 가지 덕은 숙명을 이어 놓는 더 많은 매듭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영혼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또 감사와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항상 주며 자기를 위해 간직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주사위의 눈이 행운을 가져왔을 때 이를 수치로 아는 사람들을. 그때 자기가 부정한 도박꾼이었느냐고 묻는 사람을. 왜냐하면 그는 멸망하기를 바 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황금 같은 말을 행동보다 앞서 던지고, 언제나 약속한 것 이상으 로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의 멸망을 바라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미래의 인간을 시인하고, 과거의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들을. 왜 냐하면 그는 현재의 인간들에 의해서 멸망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그의 신을 사랑하는 까닭에 그의 신을 힐책하는 사람들을. 왜냐 하면 그는 그의 신의 노여움에 의해 멸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그의 영혼이 상처를 입은 경우라도 깊이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 들을. 사소한 사건을 위해서도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왜냐하면 오직 그렇게 함으 로써 그는 다리를 건너가기 때문에. 19

20 나는 사랑하노라. 그 영혼이 넘쳐흘러 자기 자신을 잊고 모든 것을 자기 속에 간직 한 사람들을. 그 일 때문에 모든 것이 그의 몰락을 재촉하므로. 나는 사랑하노라.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그의 두뇌는 그의 감정의 내장에 지나지 않으나, 그의 감정은 그를 몰락의 길로 내몰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노라. 인류 위에 나직이 걸려 있는 검은 구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과 같은 모든 사람들을. 그들은 번갯불이 오는 것을 예고하리라. 그 리고 예고자로서 멸망해 간다. 보라! 나는 번갯불을 알리는 예고자이다. 검은 구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 이다. 그 번갯불을 초인이라 부른다. 5 이와 같이 말하고 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군중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저들은 서 있기만 하는구나. 하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저들은 웃고 있다. 저 런 자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저들의 귀에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들을 수 있도록 우선 그들의 귀를 부숴 버려야 할 것인가? 북을 치 며 설교하듯 떠들어 대야 한단 말인가? 저들은 말더듬이들의 말만을 믿고 있는 것 일까? 저들은 자랑할 만한 것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자랑할 만한 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가? 그것을 교양( 敎 養 )이라 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 양 치는 자보다 뛰어나 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 대해 경멸 이란 말이 쓰이는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긍지에 대해 이야기하리라. 나는 그들에게 가장 경멸해야 할 인간에 관해 말하리라. 즉 그것은 종말인( 終 末 人 ) 이다.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은 스스로의 목표를 정해야 할 때이다. 최고의 희망의 씨앗을 뿌릴 때가 온 것이다. 아직 인간의 땅은 충분히 씨앗을 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은 언젠가는 야위고 20

21 메마르리라. 그때 가서는 이미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리라.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인간을 초월해서 동경의 화살을 쏠 수 없고, 자기의 활시위 소리를 잊어버릴 때가 온다. 나는 말하노라. 인간이란 자기 속에 혼돈을 가지지 못하면 안 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춤추는 별을 탄생시켜야 한다. 라고. 나는 다시 말한다. 그대들은 아직도 혼돈을 지니고 있다. 라고. 슬픈 일이지만 인간은 머지않아 별을 탄생시키지 못할 때가 오리라. 그리고 스스 로를 경멸할 줄 모르는 가장 경멸할 만한 인간의 시대가 오리라.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종말인을 보여 주리라.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란 무엇인가? 동경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별이란 무엇 인가? 이렇게 종말인은 물으며 눈을 깜박이리라. 그때 지구는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종말인이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 종족은 마치 벼룩 같아서 잡아 없앨 수도 없다. 종말인은 가장 오래 산다. 우리들은 행복을 알아냈다. 고 말하면서 종말인은 눈을 깜박일 것이다. 그들은 살기 어려운 곳을 떠나 버렸다. 따뜻한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웃 을 사랑하며 몸을 비벼댄다. 따뜻한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병드는 것과 의심을 품는 것은 죄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심 스럽게 걸어가며, 그래도 그들은 돌에 채고 사람에 걸려 넘어지는 바보들이 된다. 때때로 마시는 약간의 독은 즐거운 꿈을 꾸게 해주나 마침내 분량이 많아져서 안 락한 죽음에 이르게 한다. 또 이 사람들은 노동을 한다. 일한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 즐 거움이 몸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 사람들은 가난하게도 또는 풍족하게도 되지 않는다. 어느 것이나 괴로운 일이 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복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둘 다 귀찮기만 하니까. 양치기는 없고 가축 떼만 있다. 누구나 평등을 바라며 누 구나 평등하다. 이와 다르게 느끼는 자는 스스로 정신 병원에 가야 한다.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미치광이였다. 고 그들 중 뛰어난 자가 말하며 눈을 21

22 깜박인다. 사람들은 현명해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한없이 비웃는다.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곧 화해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위가 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밤이나 낮이나 쾌락을 좇는다. 그러나 그들은 건강을 무엇보다도 중히 여긴다. 우리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 종말인은 말하며 눈을 깜박거린다. 여기서 차라투스트라의 서언이라고 부르는 처음 이야기가 끝났다. 이 대목에서 기 뻐하는 군중의 함성이 그의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 종말인을 달라. 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군중은 외쳤다. 우리들을 종말인이 되게 해 달라! 그 렇다면 초인을 그대에게 선사하리라! 민중들은 다투어 환성을 올리며 혀를 찼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슬퍼져서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저런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너무도 오래 산속에서 살았었나 보다. 너무 오래 시냇물과 나무에 귀를 기울 였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마치 양치기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 나의 영혼은 아침의 산같이 밝고 움직일 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냉 혹하고 지독히 농담을 잘하는 냉소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들은 웃으면서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 아 아, 그들의 웃음 속에 얼음이 들어 있구나! 6 그러나 이때 모든 사람들의 입을 막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일이 발생했다. 줄 타 는 사람 16 이 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조그마한 창문을 열고 나와 두 탑 사이에 매어 놓은 줄을 타고 시장과 군중의 바로 위를 지나갔다. 그가 중간쯤 이르렀을 때, 조그만 창문이 또 한 번 열리더니 익살부리는 어릿광대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그곳에서 뛰어나와 빠른 걸음으로 16 완전함을 추구하는 사람을 상징함. 22

23 앞서 간 사람을 쫓아갔다. 앞으로 가! 이 절름발이야! 하고 그는 무서운 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나가. 이 게으름뱅이야, 밀매자야, 겁쟁이 병신 같은 놈아! 빨리 가지 않으면 걷어차고 말 테다. 너는 탑 속에서나 처박혀 있어야 할 놈이다. 너는 탑 속에 갇혀야 해! 지금 너는 너보다 뛰어난 사람의 자유로운 앞길을 막고 있단 말이다. 그는 이렇게 한마 디씩 할 때마다 앞선 줄 타는 이의 뒤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앞선 사람의 바로 뒤에 이르렀을 때,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무서운 사건이 생겼다. 그는 악마와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앞선 사람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앞 서 가던 사람은 경쟁 상대가 자기를 이긴 것을 보자,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발을 헛디디면서 장대를 놓치고, 장대보다도 빨리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땅에 떨어졌 다. 그때 시장과 군중은 태풍이 밀어닥친 바다와 흡사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서 로 밟고 밟히며 도망쳤다. 줄 타는 사람이 떨어질 자리는 더욱 심했다. 차라투스트라는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바로 그 옆에 줄 타던 사람이 떨어졌다. 심한 상처를 입었으나 죽지는 않았다. 한참 후에 떨어졌던 사람은 의식을 회복하고 차라투스트라가 자기 옆에 무릎을 꿇 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악마가 내 다리를 걸어서 쓰러뜨리리라는 것을. 지금 악마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한다. 당신은 그것을 막아 주지 않겠는가? 차라투스트라가 대답했다. 벗이여! 맹세코 말하지만, 그대가 말하는 것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지 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의 영혼이 육체보다 빨리 죽을 것인데 이제 무엇을 겁 낼 것인가? 이 말을 듣고 줄 타던 사람은 의심스러운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만일 당신의 말이 진실이라면.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생명을 잃었다 해도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다. 나는 채찍과 적은 먹이를 얻어먹고 춤추는 것을 배운 동 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으니. 그럴 리가 없다. 그대는 스스로 위험한 일을 직업으로 삼았을 따름이다. 지금 그 23

24 대는 스스로의 직업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손으로 그대를 묻어주려고 한다.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죽어가던 사람은 이미 대답 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고마워서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움직 이고 있었다. 7 그러는 동안에 저녁이 되었다. 주위는 어둠에 싸였고 군중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 어졌다. 그들 스스로 호기심이나 공포심에 싫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라투스트 라는 시체 옆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있었 다. 밤이 되자 찬바람이 불어와 이 고독한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차 라투스트라는 일어나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은 참으로 즐거운 고기잡이를 했다. 사람은 잡지 못했으나 대신 시체를 잡았 다. 인간의 존재란 무서우면서도 무의미하다. 하나의 익살부리는 어릿광대마저 인 간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간에게 생존의 의의를 가르치리라. 그것은 다시 말해서 초인이며 인간이라 는 검은 구름에서 생겨나는 번갯불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인간과는 멀다. 아직도 나의 마음은 그들의 마음과 말을 주고받지를 못한다. 인간에 있어서 나는 아직도 익살부리는 어릿광대와 시체 사이의 어중간한 존재이다. 밤은 어둡다. 차라투스트라의 길도 어둡구나. 차갑게 굳어 버린 나의 벗이여! 나는 그대를 묻을 곳으로 걸머지고 갈 것이다. 8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 뒤 시체를 어깨에 메고 떠났다. 그러나 그가 몇 걸음도 옮기기 전에 어떤 사람이 그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와서 귀에 대 고 속삭였다. 보라! 그 사람은 탑에서 나온 바로 그 어릿광대였다. 차라투스트라여! 이 거리에서 떠나라. 여기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그대를 미워하 고 있다.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대를 미워한다. 그들은 그대 24

25 를 자기들의 적, 자기들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르고 있다. 올바른 신앙을 가진 자들 도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를 대중에 대한 위험한 존재라고 부르고 있다. 그대를 보 고 대중이 비웃는 것은 차라리 다행한 일이었고, 또 그들이 비웃은 것도 옳았다. 사실 그대는 익살꾼처럼 말했다. 그대가 죽은 개의 벗이 되었던 일은 다행이었다. 그토록 몸을 낮추었기 때문에 오늘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빨 리 이 거리에서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내가 그대를 뛰어넘으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어둡고 좁은 길을 천천 히 걸어 나갔다. 거리의 어귀에 왔을 때 그는 묘지 인부들을 만났다. 그들은 횃불로 차라투스트라 의 얼굴을 비추어 보고 나서 그를 비웃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메고 간 다. 차라투스트라가 무덤 파는 인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우리들 의 손은 이 군고기를 다루기에는 너무도 깨끗하니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악마로 부터 그 군고기를 훔치려고 하는가? 그것도 좋겠다. 맛있게 잘 먹어라. 다만 악마 가 차라투스트라보다 뛰어난 도적이 아니면 좋으련만! 악마는 차라투스트라와 개 를 훔쳐다가 모두 먹어 버릴 테니까.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서로 웃으면서 머리를 한데 모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숲과 늪을 지나 두 시간을 걸어갔 을 때, 늑대의 울음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고, 그는 시장기를 느꼈다. 그래서 등 불이 비치는 쓸쓸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마치 도둑처럼 공복이 나를 엄습하는구나.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숲과 늪 속에서 공복이 엄습한다. 깊은 밤중에 나의 굶주림은 이상한 성질을 가지고 있 다. 때때로 식사 후에야 비로소 굶주림이 찾아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은 하루 종 일 찾아오지 않았다. 이에 차라투스트라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촛불 17 을 든 노인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나의 편치 않은 잠을 방해하는 자는 누군가? 죽은 사람 하나와 산 사람 하나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에게 먹 17 촛불은 철학을 뜻함. 이 촛불은 시대를 비춰 주는 사사의 등불. 그 노인은 철학자를 의미함. 25

26 을 것과 마실 것을 달라. 나는 종일 끼니를 잊었었다.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 는 자는 스스로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다. 라고 현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노인은 들어가더니 곧 나와서 차라투스트라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었다. 이곳은 굶주린 자에게 좋지 못한 곳이다. 하고 노인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곳 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은자이기 때문에 짐승도 찾아오고 인간도 찾아 온다. 그런데 그대의 벗에게도 음식을 주려무나. 그대의 벗이 그대보다도 더 지쳐 있는 것 같으니까.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의 벗은 죽었기 때문에 먹고 마시게 할 수 없다. 그 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자 노인은 언짢은 듯 대꾸했다. 내 집을 찾는 자는 내가 주는 것을 받아야 한다. 둘이서 같이 먹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라! 그 뒤 차라투스트라는 갈 길을 별빛에 의지하며 두 시간을 걸어갔다. 이젠 밤길에 익숙해 있었고, 모든 잠자는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동 이 틀 무렵 그는 자기가 깊은 숲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벌써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체를 속이 텅 빈 나무 속에 눕혔다. 늑대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는 이끼 낀 맨땅에서 시체를 향해 머리를 두고 누웠다. 잠시 후 그는 잠이 들었다. 육 체는 지쳤으나 영혼은 고요했다. 9 차라투스트라는 오랫동안 잠을 잤다. 아침 해가 뜨고 한낮의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출 때까지 잤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 의아스러운 듯 숲을 두리번거리고 정적 속에 있노라니 자 신의 심중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 홀연히 육지를 찾은 뱃사공처 럼 환성을 질렀다.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래서 마음속으로 속 삭였다. 한 줄기 빛이 비치듯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나에게는 벗이 필요하다. 더구나 살 아 있는 벗이. 내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벗이다. 자기 스스로가 따르고 싶어서 나를 따르는,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올, 살아 있는 벗 26

27 이 필요하다. 한 줄기 빛이 비치듯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군중을 향해서가 아니라, 벗들을 향 해서 말하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목자( 牧 者 )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짐승들로부터 많은 짐승들을 꾀어내기 위해서 나는 왔다. 군중과 짐승들이 나에게 화를 내도 좋다. 차라투스트라는 양치기들이 그를 도적이라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그들을 양치기라고 부르나, 그들은 스스로를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이라 말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양치기라고 부르나, 그들은 스스로를 올바른 신앙인이라 말하고 있다. 보라! 저 착한 자와 올바른 자를. 그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고 있는가? 그들의 가 치( 價 値 )를 적은 판자 18 를 부숴 버리는 자를, 파괴자를, 범죄자를. 그러나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창조자이다. 창조자는 벗을 찾고 있지 시체를 찾지는 않는다. 짐승이나 신자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창조자는 창조하여 새로운 가치를 새로운 판자 위에 써 줄 사람을 찾고 있 다. 창조하는 자는 벗을, 같이 수확할 벗을 찾고 있다. 창조자에게는 모든 것이 수확할 만큼 익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백 개의 낫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삭 을 쥐어뜯으며 화를 내고 있다. 창조자는 벗을, 자기의 낫을 갈아줄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파괴자, 선과 악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수확자이며 찬미하 는 자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창조할 사람을 찾고 있다. 함께 수확할 사람들과 함께 찬미 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 짐승이나 양치기나 시체가 차라투스트라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 처음 만난 벗이여! 편히 잠들라! 늑대들이 너를 해칠까 봐 구멍 뚫린 나무 속에 잘 18 모세의 십계명을 새긴 것과 같은 판자 또는 이제까지의 모든 종교적 윤리적, 이론적 가치 체계를 가리 킴. 27

28 숨겨 놓았다. 그러나 나는 그대와 작별해야겠다. 이미 때가 다가왔으며 새벽과 새 벽 사이로 나의 새로운 진리가 찾아왔다. 나는 이제 양치기여서는 안 되겠다. 무덤 파는 인부가 되어도 안 되겠다. 두 번 다 시 군중과는 말하지 않으리라. 내가 시체와 말을 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창조하는 사람들, 수확하는 사람들, 찬미하는 사람들의 벗이 되련다. 그들에게 무 지개를, 초인으로의 계단을 가르쳐야겠다. 홀로 외롭게 사는 사람을 위해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르리라. 둘이 사는 사람들을 위 해서도. 그리고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자에게 나 의 행복으로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워 주리라. 나는 나의 길을, 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겠다. 주저하는 자들과 게으름을 부리 는 자들을 뛰어넘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가는 길이 바로 그들의 몰락이 되도 록. 10 차라투스트라가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말했을 때, 정오의 태양이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는 문득 의아한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머리 위로 날카로운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보라! 한 마리의 독수리가 넓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 독수리에게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 있었다. 19 그것은 먹이처 럼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독수리의 목에 휘감겨 있었던 것이다. 저것이야말로 나의 짐승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하며 마음속으로 기뻐했 다. 태양 아래 가장 자연스러운 짐승과 가장 영리한 짐승인 그들은 이제 정찰하려 고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차라투스트라가 아직 살아 있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나는 진실로 아직 살아 있는 것일까? 짐승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 인간들 사이에 있는 편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길을 간다. 나의 짐승들이여, 나를 인도해다오! 19 독수리의 머리에 감겨 있는 뱀의 모습은 초인의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의 조화를 뜻함. 28

29 차라투스트라는 이 말을 마치자 숲 속에 사는 성자의 말이 생각나서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리해지고 싶구나! 뱀같이 철저하게 영리해지고 싶구나! 그러나 그렇게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긍지가 항상 나의 현명함과 같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현명함이 떠나가 버린다면 아아, 현명함은 기꺼이 날아가 버 리는 것 그때 나의 긍지 또한 어리석음과 더불어 날아가 버리기를 바란다. 이리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29

30 제 1 부

31 세 가지 변화 정신의 세 가지 변화 1 에 대해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마침내 사자가 어린아이가 되어 버리는 이 세 가지 변화 를. 억세고 부담이 많으며 경건한 마음을 간직한 정신에는 짊어져야 할 중압이 또한 크다. 그 억센 정신이 무거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무거운가? 억센 정신은 이렇게 물으며, 마치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서 많은 짐이 실리기를 바란다. 그대 영웅들이여! 무엇이 가장 무거운 짐인가? 무거운 짐을 견디는 정신은 이렇게 묻는다. 즉 그는 무거운 것을 지고 자기 힘이 세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억센 정신은 묻는다. 가장 무거운 것이란? 자기 오만을 억누르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아닐까? 자기의 지혜를 비웃기 위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또는 우리들이 하는 일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것으로부터 헤어지는 것을 말하 는 것이 아닐까? 유혹하는 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혹은 인식의 도토리와 풀로써 제 몸을 기르고,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을 견뎌 내는 것이 아닐까? 또는 병들어 있으면서도 위로하려는 자를 물리치고, 그리하여 그대가 바라는 것을 결코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들과 사귀는 것이 아닐까? 혹은 또 그것이 진리의 물이라면, 더러운 물속이라도 들어가서 차가운 개구리와 뜨거운 두꺼비마저 쫓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 또 우리들을 경멸하는 자를 사랑하고 유령이 우리들을 위협하려고 할 때, 유령에 1 초인이 되기 위해서 정신은 3단계의 변화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낙타, 사자, 어린아이가 되지 않 으면 안 된다. 낙타는 권위와 의무와 가치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고, 사자는 외적인 권위를 물리치고자 하 는 일에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억센 의지를 뜻하며, 어린아이는 외적 권위(선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순 수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인 정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낙타는 타율적, 사자는 자율적, 어린아이는 유희충 동( 遊 戱 衝 動 )에서 전개되는 예술적 창조의 경지를 뜻한다. 31

32 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가장 무거운 것을 강한 정신은 스스로 짊어지고 짐을 싣고 사막으로 가 는 낙타처럼 스스로의 사막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한없이 쓸쓸한 사막에 다다르면 두 번째의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정신 은 사자가 된다. 사자는 자유를 바라며 스스로 사막의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그의 최후의 지배자를 찾는다. 이 최후의 지배자인 그의 마지막 신 에 대해서 그는 적이 되기를 바라며, 큰 용 2 과 싸워서 승리를 얻으려고 한다. 정신이 이미 지배자라고 부르지 않는, 또는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 큰 용이란 무엇 인가? 그 큰 용은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나는 하고자 한다. 라고 말한다.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라는 말은 비늘을 가진 동물로, 용처럼 그의 가는 길에 가로 놓여 황금빛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비늘마다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천 년의 가치가 이들의 비늘 위에서 빛나고 있다. 모든 용 중에서도 가장 힘센 용 은 이렇게 말한다. 만물의 모든 가치가 내 위에서 빛나고 있다. 라고. 모든 가치가 이미 창조되었다. 창조된 모든 가치, 그것이 바로 나이다. 진실로 나 는 하고자 한다. 는 말은 이제 와서는 안 될 말이다. 하고 용은 말한다. 형제들이여! 무엇 때문에 정신 속에 사자를 필요로 하는가? 체념할 줄 알고 경건 한 부담에 견딜 수 있는 짐승에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 그것은 사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를 위해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은 사자의 힘만으로도 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 자유를 창조하고, 의무에 대해서까지 또 신성한 부정( 否 定 )을 서슴지 않는, 그것을 위해서 사자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가치에의 권리를 획득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무거운 짐을 견디며 경건한 마음을 가진 정신에게는 더없이 무거운 소득이리라. 참으로 그것은 강탈이며 맹수 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2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는 종래의 권위를 가지고 있던 타율적 도덕, 즉 낡은 가치를 대표함. 32

33 일찍이 정신은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를 그의 가장 신성한 것으로 사랑했다. 이제 그는 그의 사랑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기 위해 가장 신성한 것 가운데서도 착 각과 방자함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강탈을 위해서 정신은 사자를 필요로 한 것이다. 그러나 말하라, 나의 형제들이여! 사자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다 는 말인가? 어떻게 해서 약탈하는 사자는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 가? 어린아이는 순진하다. 또한, 어린아이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이며 유희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저절로 돌아가는 수레바퀴며 최초의 운동이요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유희는 신성한 긍정을 필요로 한다. 정신은 스스로의 의지를 바란다. 또 세계를 잃은 자는 스스로의 세계를 획득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를 말했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 자가 되며 사자가 최후에는 어린아이가 되는 변화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무렵 그는 얼룩소 3 라고 불리는 도시에 머무 르고 있었다. 3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 제노바(Genova) 를 가리킴. 33

34 도덕의 교단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에게 어느 현인( 賢 人 )의 일을 칭찬했다. 이 현인은 잠자 는 일과 도덕에 대해 곧잘 말했는데, 그는 그 때문에 퍽 존경을 받았고 보답을 받 았으며, 젊은이들은 모두 앞을 다투어 그의 교단 앞에 모여든다는 것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곳으로 찾아가 젊은이들과 함께 그의 교단 앞에 앉았다. 그러자 현인은 이렇게 말했다. 잠에 대해서 존경과 수치를 가져라! 이것이야말로 첫째 할 일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라! 도적까지도 잠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알고 있다. 항상 그는 남몰래 밤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야경꾼 4 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의 각적( 角 笛 )을 들고 다닌다. 잠을 잔다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잠자기 위해서는 온종일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열 번이나 자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것이야말로 충분 히 피로하게 하여 영혼을 잠재우는 마취제가 될 것이다. 또 그대는 열 번이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기( 克 己 )란 괴로운 일이 요 타협하지 않는 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열 개의 진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렇지 못하면 그대는 밤중에라도 진리를 찾을 것이며 그대의 영혼은 언제나 굶주리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낮에 열 번 웃으며 즐거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위( 胃 )가 밤 에 그대를 괴롭히리라. 위야말로 고뇌의 아버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말하려고 하는 것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잘 자기 위해서는 모든 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위증을 할 것인가? 간통을 할 것인가? 이웃 식모에게 음욕( 淫 欲 )을 가져 볼 것인 가? 이런 생각들은 편안한 잠을 방해한다. 또한, 덕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한 가지 일을 더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것 은 적당한 때 덕을 잠재우는 일이다. 4 회의주의자를 뜻함. 34

35 온갖 덕, 이 얌전한 여인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그대를 두고 싸운다면 그대는 불쌍한 인간이다. 신과 화합하고 이웃과 화목하라! 좋은 잠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웃이 악 마라 할지라도 화목하라! 그렇지 않으면 악마가 밤마다 그대를 찾아오리라. 상관을 존경하고 그에게 복종하라. 설사 그릇된 상관일지라도. 좋은 잠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권력이 구부러진 다리로 걷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찌할 수 있으랴? 풀이 많은 목장으로 양을 인도해 가는 자를 나는 최고의 양치기라 부른다. 그것이 좋은 잠과 조화되기 때문에. 나는 많은 재물이나 큰 명예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명예와 약간의 재물이 없으면 좋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좁은 범위의 교우( 交 友 )는 광범한 악질적인 교우보다 바람직하다. 그러나 알맞은 시간에 오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편안한 잠과 조화를 이룬다. 마음이 가난한 자도 환영한다. 그들은 잠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이 항상 그들을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행복하다. 도덕적인 사람은 한낮을 이렇게 지낸다. 그런데 밤이 오면 나는 잠을 불러내지 않 도록 조심한다. 덕의 주인인 잠은 불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낮에 무엇을 했는가를 회상한다. 황소처럼 참을성 있게 되새기면서 스스로 묻는다. 열 가지 극복이란 무엇이었던가 하고. 또한 열 가지 타협과 열 가지 진리와 나의 마음을 즐겁게 했던 열 가지 웃음이란 무엇이었던가 하고. 그와 같은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40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부르지도 않 았던 덕의 주인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잠이 내 눈을 두드리면 눈시울이 무거워진다. 잠이 내 입에 닿으면 입은 열린 채로 있다. 참으로 도적 가운데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도적은 살며시 발끝으로 나에게 다가와 서 나의 상념을 훔쳐 간다. 그래서 나는 교탁처럼 멍하니 서 있는 것이다. 35

36 그러나 나는 오래 서 있지 않는다. 나는 벌써 누워 버리고 만다. 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차라투스트라는 혼자 마음속으로 웃었다. 광명이 비치듯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 40가지 상념을 가진 저 현자는 바보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사람이 잠자는 법은 잘 알고 있다고. 저 현자 가까이 사는 자는 행복하리라! 그 같은 잠은 전염한다. 두꺼운 벽을 뚫고 라도 전염한다. 그의 강의 속에도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도덕을 말하는 저 설교 자 앞에 앉으면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라. 그의 지혜는 편안히 자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실로 삶 이 아무런 뜻이 없고, 내가 이 의무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 지혜야말로 나에게도 먼 저 선택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일찍이 사람들이 도덕의 교사를 찾을 때, 우선 무엇을 찾았는지를 나는 지금 똑똑 히 알게 되었다. 편안한 잠과 그리고 양귀비꽃 같은 도덕을 찾았던 것이다. 찬양받는 교단의 현자에게는 지혜란 꿈이 없는 잠이었다. 그들은 삶의 보다 좋은 의의를 모르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역시 이 도덕의 설교자와 같은 자가 있으나, 그들의 말은 정직하지 못 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더는 서 있지 못하고 이미 누워 있을 것이다. 졸린 자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머지않아 졸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6

37 배후 세계 사람 5 에 대하여 일찍이 나,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배후 세계 사람처럼 인간의 저편으로 환상을 던 졌다. 그때 나에게는 세계란 괴로운, 그리고 괴롭혀지는 신의 작품으로 생각되었 다. 세계란 꿈으로 보였다. 어느 신의 창작으로 생각되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신적 존 재 앞에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연기로 생각되었다. 선과 악, 쾌락과 고뇌, 또 나와 그대 이런 것은 창조적인 눈에 비치는 다채로운 연기로 생각되었다. 창조자는 창조하는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기를 바랐다. 그때 그는 세계를 창조했다. 고민하는 자에게 자신의 고뇌로부터 눈을 돌리고 자신을 잃는 일은 도취적인 쾌락 이다. 일찍이 나에게는 이 세계가 창조자에게 도취적인 쾌락과 자기 상실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세계는 영원히 불완전한 세계, 영원한 모순의 복사( 複 寫 ) 이렇게 세계는 일찍 이 나에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나도 과거에는 모든 배후의 세계 사람들처럼 인간의 피안( 彼 岸 )에 환상 을 가졌다. 참으로 인간의 피안이었던가? 아아, 그대 형제들이여! 내가 창조한 이 신은 모든 신들처럼 인간의 작품이었으며 환상이었다. 이 신은 인간이었다. 인간과 자아( 自 我 )의 초라한 한 조각이었다. 자기의 재와 열 화 사이에서 나타난 유령이었다. 틀림없이 피안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형제들이여!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나는 고민하는 나 자신을 이겨 내고 말았 다. 나는 나의 재를 산으로 옮겨 갔다. 그리하여 보다 밝은 불을 생각해 냈다. 보 라! 유령이 나에게서 사라져 버리지 않았는가? 5 현실 세계를 도피하고 그 배후의 관념 세계를 공상함으로써 구원을 찾는 형이상학 종교가를 가리킴. 차라투스트라도 일찍이 이와 같은 피안적인 사상에 젖어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을 극복하고 육체와 대지의 뜻을 가르침. 37

38 이제 완쾌된 나에겐 그러한 유령을 믿는다는 것은 괴로움인 동시에 굴욕이다. 이 렇게 나는 배후의 세계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든 배후의 세계 사람들을 만든 것은 고민이었으며 또한 무력이었다. 가장 괴로 워하는 자들만이 경험하는 짧은 광희가 그것을 만들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죽음을 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궁극적인 데에 이르려는 피 로감, 이제는 바라지도 않는 가련하고 무지한 피로, 그것이 모든 신과 배후의 세계 사람들을 만들었다. 형제들이여! 내 말을 믿어라. 육체 6 에 절망한 것이 바로 육체였다. 육체는 혼미한 정신의 손가락을 갖고 최후의 장벽을 더듬었던 것이다. 형제들이여! 내 말을 믿어라! 대지에 절망한 것은 바로 육체였다. 육체는 존재의 내적 본질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육체는 머리를 가지고 최후의 장벽을 뚫고 저 세상 에 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저 세상 은 인간이 모르도록 잘 감추어져 있다. 인간을 내쫓은 비인간적인 세계, 천국의 허무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도록 잘 감추어져 있다. 더구나 존재의 본 질은 인간적인 방식으로만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 사실 모든 존재는 증명하기도 어렵고 말을 시키기도 어렵다. 형제들이여! 말하라. 모든 사물 가운데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잘 증명되어 있지 않은가를. 그렇다. 이 자아와 자기모순과 혼란은 그 존재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 다. 만물의 척도이며 가치인, 창조하고 의욕하고 평가하는 이 자아야말로. 그리고 가장 정직한 존재인 자아, 그것은 육체에 관해서 말한다. 이 자아는 이야기 를 꾸며내고 열중하고 찢어진 날개를 파닥거릴 때에도 육체를 원하고 있다. 자아는 한층 더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배 우면 배울수록 자아는 육체와 대지를 위해 보다 많은 찬사와 경의를 표시한다. 이 자아는 새로운 긍지를 나에게 가르쳤다. 나는 그것을 인간에게 가르치려고 한 6 성서에서는 육체를 경멸하나, 니체는 생명력의 근거로서의 육체, 정신보다 근원적인 육체, 즉 정신과 대립되는 육체가 아니라, 모든 영혼, 정신, 마음을 지닌 존재로서의 육체를 말함. 38

39 다. 이제 머리를 천상적 사물의 모래 속에 처박지 마라. 대지의 의의를 창조하는 대지의 머리를 대담하게 쳐들어라. 나는 새로운 의지를 인간에게 가르치련다. 인간이 무작정 걸어갔던 이 길을 긍정 하고, 병든 자와 멸망해 가는 자가 하듯이 이 길을 남몰래 피하지 않을 것을. 병든 자와 멸망해 가는 자들은 육체와 대지를 경멸하고, 천상적인 것과 구원의 핏 방울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이 달콤하고 음울한 독까지도 그들은 육체와 대지에 서 얻었다. 그들도 그 비참한 환경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별은 그들에게는 너무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탄식했다. 오오, 다른 존재와 행복 속으로 남몰래 들어가 는 하늘의 길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그래서 그들은 지름길과 피의 술잔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이 배은망덕한 자들은 자기 육체와 대지에서 탈출했다고 착각했다. 그런 데 그들은 그 탈출의 흥분과 환희를 누구에게 감사했던가? 그 육체와 이 대지에게 였다. 차라투스트라는 병든 자에게 관대하다. 진실로 그는 그들이 가진 위로와 배은( 背 恩 )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회복자가 되고 초극자( 超 克 者 )가 되며 보 다 높은 육체를 스스로를 위해서 창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또 병에서 회복되는 자가, 그리운 듯이 그의 환상을 돌이켜 보고, 한밤중에 자기 신의 무덤 언저리를 서성거릴지라도 성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눈물은 여전히 나에게는 질병이고, 병든 육체인 것이다. 허구를 만들어 내며 신을 동경하는 자들 가운데는 언제나 많은 병자가 있다. 그들 은 인식하는 자와 정직이라 불리는, 덕 가운데 가장 새로운 것을 미워한다. 그들은 항상 암흑시대를 회고한다. 그 시대에는 물론 환상과 신앙은 별개의 것이 었다. 이성의 광란은 신을 닮은 모습이었으며, 의심하는 것은 죄였다. 신을 닮은 그들을 나는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를 믿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회의하는 일이 죄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그들 자신이 무엇을 가장 믿고 있는가를 지나치리만큼 잘 알고 있다. 39

40 진실로 그들은 배후의 세계와 구원의 핏방울을 믿지 않으며 그들의 육체를 가장 믿고 있다. 그들 자신의 육체야말로 그들에게는 물자체( 物 自 體 )인 것이다. 그러나 배후의 세계 사람들에게는 육체란 병적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견딜 수 없어 빠져나가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의 설교자 7 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배후의 세계에 대해 설교한다. 형제들이여! 차라리 건전한 육체의 소리를 들어라. 이것이야말로 보다 정직하고 보다 순수한 소리이다. 건전한 육체, 완전하고 올바른 육체는 보다 정직하고 보다 순수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지의 의의에 대해서 말해 준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 쇼펜하우어를 가리킴. 넓은 의미에서는 대지와 육체를 대독하여 현세에서 이탈하기를 설득하는 모든 사람. 40

41 육체를 경멸하는 자에 대하여 육체를 경멸하는 자들에게 내 말을 전하노라. 그들은 새로 배울 필요도 새로 가르 칠 필요도 없는 자들이다. 대신 그들 자신의 육체와 작별하고 침묵만 지키면 된다. 나는 육체이며 영혼이다. 라고 어린아이는 말한다. 왜 어린아이처럼 말하면 안 된 단 말인가? 그러나 자각한 자와 지혜 있는 자는 말한다. 나는 어디까지나 육체요 그 밖의 아 무것도 아니다. 영혼이란 육체에 속한 어떤 것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라고. 육체는 하나의 위대한 이성이다. 하나의 뜻을 가진 다양한 존재이다. 전쟁이자 평 화이며 양 떼이자 양치기이다. 형제들이여! 그대의 작은 이성 을 그대는 정신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것조차도 사실은 육체의 몸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의 위대한 이성의 몸종이며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대는 자아 라 부르며 그 말을 자랑한다. 그러나 보다 더 큰 것은 (그대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대의 육체와 육체의 위대한 이성인 것이다. 그것은 자아 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아를 행한다. 감각이 느끼고 정신이 인식하는 것은 결코 그 자신 속에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그 러나 감각과 정신은 스스로가 모든 사물의 목적이라고 그대를 설득하려 한다. 그 토록 양자( 兩 者 )는 뽐내고 있다. 감각과 정신은 몸종이며 장난감이다. 그 배후에는 본연의 자아가 있다. 본연의 자 아는 감각의 눈으로 찾으며 정신의 귀로 듣는다. 본연의 자아는 항상 들으며 찾는다. 그것은 비교하고 극복하고 정복하고 파괴한 다. 또 그것은 지배한다. 그리고 자아의 지배자이기도 하다. 형제들이여! 그대의 사상과 감정의 배후에 억센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서 있다. 그것이 바로 본연의 자아이다. 그것은 그대의 육체에 깃들어 있다. 그대의 육체가 바로 본연의 자아이다. 그대의 육체 속에는 그대의 최상의 지혜 속에 있는 것보다 많은 이성이 있다. 41

42 그런데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대의 육체는 최상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가? 그대의 본연의 자아는 그대의 자아와 그 자아의 자랑스러운 도약을 비웃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상의 도약과 비약이 나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본연의 자아는 스스로 말한다. 이것은 내 목적의 우회로( 迂 廻 路 )에 지나지 않는다. 나야말로 자 아를 잡아당기는 노끈이다. 자아의 개념을 일깨워 주는 고취자( 鼓 吹 者 )이다. 라고. 본연의 자아는 자아에게 말한다. 여기서 고통을 느껴라! 하고. 그리하여 자아는 괴로워하고, 마침내 어떻게 하면 이제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 각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자아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연의 자아는 나를 보고 말한다. 여기서 쾌락을 느껴라! 하고. 그래서 자아는 기 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주 쾌락을 누릴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바로 그 때문에 자아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육체의 경멸자들에게 나는 한마디 하겠다. 그대들이 경멸하는 것은 사실 그대들이 존경하기 때문이다. 존경과 경멸과 가치와 의지를 창조한 것이 무엇인가? 창조하는 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존경과 경멸을 만들고 쾌락과 비애도 만들어 낸 것이다. 창조하는 육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의지의 손으로 정신을 창조한 것 이다. 그대들, 육체를 경멸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그대들의 우매( 愚 昧 )와 경멸에서조 차도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 스스로가 멸망하기를 바라며 삶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본연의 자아는 그것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할 수 없다. 즉 자신을 초월해서 창조 하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본연의 자아의 간절한 소망이며 정욕의 모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것에 본연의 자아는 절망하고, 그래서 그대의 본연의 자아는 몰락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대들, 육체의 경멸자여! 그대들의 본연의 자아는 몰락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그대들은 육체의 경멸자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이제 자기를 초월해 서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대들은 삶과 대지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더욱이 그대들의 경 42

43 멸하는 곁눈질 속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질투가 심오하게 깃들어 있다. 나는 그대들의 길을 가지 않으련다. 그대들, 육체의 경멸자여! 그대들은 초인에 이 르는 다리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3

44 환희와 정열에 대하여 형제들이여! 만일 그대가 어떤 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대의 덕이라면, 그대는 누구와도 그것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대는 그대의 덕에 이름을 붙이고 애무하려 하리라. 그 귀를 잡아당기며 그 것과 즐기려 하리라. 그러면 보라! 그대는 덕의 이름을 민중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는 덕과 더불 어 민중이 되고 가축의 무리로 변하리라. 그러나 그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으리라. 내 영혼에 고통과 감미로 움을 주며, 또한 내 창자가 기아를 느끼게 하는 그것은, 말로는 나타낼 수 없으며 이름 붙이기도 어렵다. 고. 그대의 덕이 친근하게 불리기에는 너무도 높은 것이 되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가 덕에 관해서 말해야 한다면 더듬어 가며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마라. 즉 말을 더듬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라. 이것은 나의 선( 善 )이다.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러 므로 나는 이러한 선을 바란다. 나는 그것을 신의 율법으로서 바라지는 않는다. 인간의 제도와 필요로서 바라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것이 초지상적인 낙원으로 가는 지표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지상의 덕이다. 그 속에 현명함은 적고, 만인의 이성 8 은 더욱 적다. 그러나 이 새는 내 곁에다 이미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사랑하 는 가슴에 안는다. 어제 내 품에 안긴 새는 황금알을 품고 있다. 하고. 그대는 말을 더듬으며 그대의 덕을 찬양할 것이다. 일찍이 그대는 정열을 가졌으며 그것을 악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 그대는 그대 의 덕만 가질 뿐이다. 그 덕은 그대의 정열에서 생긴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최고 8 영국인 벤담이 주장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을 모토로 하는 공리주의( 功 利 主 義 )를 가리킴. 44

45 의 목표를 이 정열의 품속에 놓아두었다. 그래서 정열은 그대의 덕이 되었고 환희 가 되었다. 가령 그대가 성급한 자들로부터 또는 음탕한 자들로부터 또는 광신자나 복수자의 무리 속에서 나왔다 할지라도, 결국 그대의 정열은 마침내 덕이 되고 그대의 악마 는 마침내 천사가 되었다. 일찍이 그대는 들개를 그대의 움막 속에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후에 그것은 변하여 사랑스러운 가희( 歌 姬 )가 되었다. 그대는 그대의 독으로부터 향유를 만들어 냈다. 그대의 암소인 우수( 憂 愁 )로부터 젖을 짜냈다. 이제 그대는 그 유방에서 달콤한 젖을 빨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떠한 악도 그대에게서 생기지 못하리라. 그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 지 덕 사이의 갈등에서 생기는 악이 아니라면 말이다. 형제들이여! 만약 그대가 행복을 가지고 있다면 단지 한 가지 덕만을 가지고 있으 리라. 결코 그 이상은 갖지 마라. 그래야만 그대는 발걸음도 가볍게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덕을 가졌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나 고통스러운 운명이다. 여러 가지 덕의 싸 움터가 되어 지친 나머지 사막으로 들어가 자살한 자도 적지 않다. 형제들이여! 전쟁과 싸움은 악이런가? 그러나 이 악은 필요한 것이다. 그대의 여 러 가지 덕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과 불신과 비방도 필요한 것이다. 보라! 그대의 여러 가지 덕들은 제각각 최고의 자리를 바라고 있다. 그 덕은 그대 의 정신이 자신의 전령( 傳 令 )이 되기를 바라, 그대의 정신 전부를 요구한다. 어느 덕이나 노여워하고 증오하며 사랑하는 데 있어서 그대의 힘 전부를 요구한다. 모든 덕은 다른 덕을 시기한다. 시기란 무서운 것이다. 덕이 시기 때문에 파멸하는 일조차 있다. 시기의 불길에 싸인 자는 전갈처럼 마침내는 독침으로 자기 자신을 찌른다. 아아,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는 아직 하나의 덕이 자기 스스로를 비방하고 또한 스 스로를 죽이는 것을 본 일이 없는가? 인간은 스스로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그 때문에 그대는 그대의 여러 덕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의 덕 때문에 그대는 파멸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45

4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6

47 창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재판관들이여! 희생물을 바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제물이 될 짐승이 머리를 끄 덕이기 전에는 죽이려 하지 마라. 보라! 창백한 범죄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경멸을 말하고 있다. 내 자아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내 자아는 인간에 대한 커다란 경멸이다. 이렇 게 그의 눈은 말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를 심판한 것은 그의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숭고한 인간을 다시금 저 열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지 마라. 그처럼 자기 자신의 일로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빨리 죽는 것밖에는 구원할 길이 없다. 재판관들이여! 그대들의 사형 집행은 동정이어야 한다. 복수가 되게 하지 말지어 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를 죽임으로써 그대들의 삶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알라. 그대들이 죽이는 사람과 화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대들의 슬픔은 초 인에 대한 사랑이어야 한다. 그것에 의해서 그대들의 살아 있음을 정당화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대들은 그 범죄자를 적 이라고 부를지언정 악한 이라고 부르지 마라. 병자 라고 부를지언정 무뢰한 이라고 부르지 마라. 바보 라고 부를지언정 죄인 이라고 부르 지 마라. 붉은 법복을 입은 재판관들이여! 그대가 이미 생각한 모든 것을 소리 높여 말하려 한다면, 누구든지 이 오물과 독충을 물리쳐라! 하고 외칠 것이다. 그러나 사상과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표상( 表 象 )은 별개의 것이다. 그것들 사이 에는 인과의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다. 어떤 표상(혹은 관념)이 이 창백한 인간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와 그 행위는 함께 자라났다. 그러 나 그 행위를 저지르고 난 뒤, 그는 그 행위의 표상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그 자신을 한 행위의 행위자로 보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광기라고 부른 다. 그에게 있어 예외적인 행위가 본질이 되고 만 것이다. 47

48 분필로 그려진 선( 線 )은 암탉을 속박한다. 범죄자의 행동은 그의 가련한 이성을 속 박했다. 나는 이것을 행위 뒤의 광기라고 부른다. 들어라, 재판관들이여! 또 하나 다른 광기가 있다. 그것은 행위를 하기 전의 것이 다. 아아, 그대들은 이 영혼 속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붉은 법복을 입은 재판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범죄자는 왜 살인을 했던가? 그 는 약탈하려고 했을 뿐인데. 라고.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게 말하련다. 그의 영혼 은 피를 바랐을 뿐 물건을 탐냈던 것은 아니다. 즉 그는 칼의 행복을 갈망했던 것 이다. 라고. 그러나 그의 가련한 이성은 이 광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설복시키려 했다. 피 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는 모처럼 기회를 얻어 약탈하려 하지 않았는가? 복수 라도 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는 그의 가련한 이성에 귀를 기울였다. 이성의 말은 납처럼 그의 이성 위 에 놓여졌다. 그리하여 그는 살인했을 때 약탈을 감행했고 스스로의 광기를 부끄 러워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그의 죄의 납덩이가 그를 억눌렀다. 그의 불쌍한 이성은 또다시 굳어지 고 마비되어 한없이 괴로워한다. 그가 머리를 흔들 수만 있다면 무거운 그의 짐이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누 가 이 머리를 흔들 것인가? 이 사람은 무엇인가? 정신에 의해서 세계에 손을 뻗치는 질병의 퇴적물이다. 질병 은 외계에서 먹이를 얻고자 한다. 이 사람은 무엇인가? 서로 화목할 줄 모르는 무서운 뱀의 무리이다. 그래서 뱀들 은 각기 밖에 나가 외부 세계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 불쌍한 육체를 보라! 육체가 괴로워하고 바라던 것을 이 가련한 영혼은 자기 나 름대로 해석했다. 영혼은 이것을 살인의 쾌감과 칼의 행복으로 해석했다. 오늘날 악이라고 불리는 악은 현대의 병든 사람들을 엄습한다. 여기서 그는 자기 를 괴롭히던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한다. 그러나 그와는 다른 시대가 있었고, 또 다른 선과 악이 존재한 일도 있었다. 48

49 일찍이 의심하는 것은 악이었고, 자기에 대한 의지도 악이었다. 그때 병자들은 이단자가 되고 마술사가 되었다. 이단자 그리고 마술사로서 그는 수난( 受 難 )했으며 또한 수난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대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것은 선인( 善 人 )을 해친다 고 그대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대들의 선인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그대 선인들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나로 하여금 구토를 일으키게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악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바라고 있다. 그들도 광기 를 가지고 그 때문에 창백한 범죄자처럼 파멸했더라면 하고. 진실로 나는 바란다. 그들의 광기가 진리, 성실, 정의라고 불렸으면 하고. 그러나 그들은 오래도록 가련한 쾌적 속에서 살기 위해 그들의 덕을 가지고 있다. 나는 격류 위에 세워진 난간이다. 나를 붙잡을 수 있는 자는 붙잡아라! 그러나 나 는 그대들의 지팡이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9

50 독서와 저작에 대하여 글로 쓰인 모든 것 가운데서도 나는 사람의 피로 쓰인 것만을 사랑한다. 피를 가지고 쓰라 9. 그러면 피가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독서하는 데 게으른 자를 경멸한다. 독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독자를 위해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독서하 는 사람을 1세기 더 살게 한다면, 그때 정신 그 자체는 악취를 풍길 것이다. 누구나 다 배워 읽을 수 있게 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 하는 것마저 썩게 마련이다. 일찍이 정신은 신이었다. 얼마 후 정신은 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정신 은 천민이 되어 가고 있다. 피와 잠언으로 쓰는 사람은 읽혀지기를 요구하지 않고 암송되기를 바란다. 산맥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길은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대는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잠언은 산봉우리와 같아 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듣는 자는 높고 크게 자라야 한다. 공기는 희박하고 맑으며, 위험은 가까이 있고, 정신은 쾌활한 악의에 차있다. 그래 야만 서로 잘 조화된다. 나는 용감하기 때문에 내 주위에 요마( 妖 魔 )가 있어 주기를 바란다. 유령을 쫓아 버리는 용기는 자신을 위해 요마를 창조한다. 용기는 웃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벌써 그대들과는 감각을 같이할 수 없다. 나의 발밑에 볼 수 있는 구름, 내가 비웃지 않을 수 없는 무겁고 검은 구름,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에게 있어 폭풍우의 구름이다. 그대들은 드높이 올려지기를 바랄 때 위를 바라본다. 그러나 나는 드높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대들 가운데서 누가 웃으면서 동시에 드높이 올려질 수 있는가? 9 정열과 영혼으로써 쓰라는 뜻임. 50

51 가장 높은 산에 오른 자는 모든 비극과 슬픈 현실을 비웃는다. 용감하라! 태연하라! 비웃어라! 그렇게 되라고 지혜는 우리들에게 요구한다. 지혜 는 여성이기 때문에 항상 용감한 병사만을 사랑한다. 그대들은 나에게 말한다. 인생은 괴롭다. 고. 그러나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아침 에 긍지를 갖다가도 저녁이면 체념해 버리는가? 인생은 괴롭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약해져서는 안 된다. 우리들 모두는 무거운 짐에 견딜 수 있는 수탕나귀이며 암탕나귀인 것이다. 그 육체 위에 이슬 한 방울이 맺혔다고 떨고 있는 장미의 꽃봉오리와 우리들은 어 떠한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 우리가 인생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일 에 익숙한 까닭이다. 사랑 속에는 항상 어떠한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 속에는 항상 어떠한 이성이 있 다. 인생을 사랑하는 내 눈에는 나비와 비눗방울과 인간 중에서 그것과 닮은 자들이 행복에 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이와 같이 가볍고 어리석고 귀엽고 활발한 작은 영혼이 파닥거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면 차라투스트라는 눈물을 흘리며 노래까지 부른다. 나는 춤을 출 줄 아는 신만을 믿는다. 나는 악마를 보았을 때 악마가 엄숙하고 철 저하고 심오하며 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중압의 정신이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몰락한다. 사람들은 노여움으로서는 죽일 수 없고 웃음으로서만 죽일 수 있다. 자, 일어서라! 중압의 정신을 죽여야 하겠다. 나는 걷는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나는 자신을 달리게 한다. 나는 날아다니는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나는 움직이기 위해 땅을 차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나는 가볍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날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지 금이야말로 어떤 신이 나를 통해서 춤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1

52 산 위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한 젊은이가 그를 피해 가는 것을 보았다. 어느 날 밤, 그가 혼자 서 얼룩소 라는 도시를 에워싼 산을 빠져나갈 때, 그는 걸어가면서 이 젊은이가 나 무에 기대어 앉아 피로한 눈으로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차라투스 트라는 젊은이가 기대어 앉아 있는 나무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나무 를 나의 두 손으로 흔들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이 나무를 괴롭히고 마음대로 휘게 한다. 우리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손에 의해 형편없이 구부러지고 괴롭혀진다. 그때 젊은이는 놀라 일어서며 말했다.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방 금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왜 그대는 그다지도 놀라는가? 사람과 나무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높고 밝은 곳으로 뻗으려 고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욱더 강하게 땅속으로, 아래로, 암흑으로, 깊은 곳으 로, 악을 향해 들어간다. 그렇다. 악을 향해서! 하고 젊은이는 외쳤다. 그대는 어떻게 하여 나의 영혼을 볼 수 있었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먼저 영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영혼이 적지 않다. 그렇다! 악을 향해서. 하고 청년은 또다시 외쳤다. 그대는 진리를 말했다. 차라 투스트라여!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 다음부터 벌써 나 자신을 믿지 않았 다. 이미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나는 너무도 변했다. 나의 오늘은 나의 어제를 부정한다. 나는 올라갈 때 때때로 계단을 뛰어넘 는다. 그러나 계단은 그것을 용서해 주지 않는다. 높은 곳에 있을 때면 항상 고독하다. 아무도 나와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고독이라는 추위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나의 경멸과 나의 동경은 손을 맞잡고 성장하고 있다. 나는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52

53 올라가는 자를 더욱 경멸한다. 도대체 그는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올라가면서 걸려 넘어지는 것을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모른다. 또 거친 숨 결을 얼마나 비웃는 것일까? 나는 자를 얼마나 미워하는 것일까? 나는 높은 곳에 서 얼마나 피로해 있는가? 여기서 젊은이는 침묵했다. 차라투스트라는 둘이 기대어 서 있는 나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 나무는 이 산 위에 홀로 서 있다. 인간과 짐승을 초월해서 높이 자라고 있다. 가령 이 나무가 말하려고 해도 그를 이해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토록 이 나무는 높이 자랐다. 지금 이 나무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 나무는 구름의 좌석에 너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최초의 번개를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젊은이는 격한 몸짓을 하며 외쳤다. 그렇다. 차 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진리를 말했다. 나는 높이 올라가려고 했을 때 몰락을 원했 다. 그대는 내가 기다리고 있던 번개다. 보라! 그대가 내 앞에 나타난 다음 내가 어 떻게 변했는가를! 그대에 대한 시기야말로 나를 파멸시켰던 것이다. 하고 젊은이 는 말하고 나서 심하게 울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젊은이를 끌어안고 끌다시피 데리 고 갔다. 한참 동안 함께 걸은 후에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다. 그대의 말이 표현하는 것보다도 그대의 눈이 더욱 절실하게 그대의 모든 위험을 내게 말하고 있다. 그대는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대는 아직 자유를 찾고 있다. 그대의 탐구는 그대를 밤새우게 하며 항시 눈을 뜨게 하고 있다. 그대는 자유로운 산꼭대기에 이르려고 하고 있으며 그대의 영혼은 별 을 향해 갈망하고 있다. 그대의 들개들은 자유로워지려고 토굴 속에서 짖어 대고 있다. 실은 그대의 정신 이 모든 감옥을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도 모르고. 그대는 또 자유를 생각하고 있 는 죄수이다. 아아! 그와 같은 죄수의 영혼은 영리해지려고 애쓰지만 교활하고 비 53

54 열해지고 말리라. 정신의 해방을 얻은 자들도 스스로를 더욱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 속에는 아직도 많은 감옥과 썩은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눈은 더욱 맑아져야만 한다. 그렇다. 나는 그대의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사랑과 희망을 걸고 간 절히 바라고 있다. 그대의 사랑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그대는 또 자신을 고귀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대에게 원한을 품고 심술궂은 눈 초리로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대를 고귀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한 사람 의 고귀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의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라! 한 사람의 고귀한 사람은 착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방해가 된다. 그들이 고귀한 사 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부를 때에도 그들은 그것을 빌미로 그를 배제하려고 한다. 고귀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새로운 덕을 창조하려 한다. 착한 사람들은 낡은 것을 바라고 낡은 것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고귀한 사람의 위험은 그가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파렴치한 조소자, 파괴 자가 되는 데 있다. 아아, 나는 고귀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최고의 희망을 잃어버 렸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높은 희망을 비방했다. 이제 그들은 무작정 덧없는 쾌락 속에서 살며, 그리하여 내일의 목적을 잃게 되었다. 정신도 환락이다. 이렇게 그들은 말했다. 그때 그들의 정신의 날개는 찢겨졌으므 로, 이제 그것은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고 더럽혀지고 말았 다. 일찍이 그들은 영웅이 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탕아가 되고 말았다. 그들 에게 있어서 영웅이란 원한과 공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의 사랑과 희망에 걸고 그대에게 간절히 원하겠다. 그대의 영혼 속에 있 는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높은 희망을 성스럽게 지녀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54

55 죽음의 설교자 10 에 대하여 죽음의 설교자가 있다. 대지는 삶을 거부토록 하는 죽음의 설교를 들어야만 하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대지는 쓸모없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삶은 이러한 자들로 말미암아 썩어들어가고 있다. 그들을 영생( 永 生 )이란 미끼로 삶의 밖으로 몰아내 버리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죽음의 설교자를 노랑이 또는 검정이 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더욱 다른 빛깔로 표시하리라.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 속에 맹수를 숨겨둔 채 쾌락을 즐기거나 스스 로를 물어뜯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쾌락이란 바로 스스로를 물어뜯는 일이다. 이들 무서운 사람들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삶의 염오( 饜 惡 )를 설교 하다가 제발 스스로 먼저 떠나 주면 좋으련만! 영혼의 결핵 환자가 있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벌써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피로 와 체념의 교리를 동경한다. 그들은 죽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들의 의지를 찬양해야 할 것이다. 이들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살아 있는 관( 棺 )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 다. 그들은 병자나 노인이나 시체를 마주치는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 고 말한다. 그러 나 부정된 것은 그들뿐이다. 존재에 대해 한 가지 관점밖에 갖지 못한 그들의 눈이 부정된 데 지나지 않는다. 짙은 우울에 싸여 죽음을 가져올 우연만을 열망하면서 그들은 이를 갈고 있다. 또 그들은 과자에 손을 내밀고, 그러면서 자기의 유치함을 비웃는다. 그들은 삶의 지 푸라기에 매달려서 자기가 아직 한 가닥의 지푸라기에 매달려 있음을 비웃는다. 그들의 지혜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 사는 자는 어리석다. 우리들 역시 어리석은 10 피안의 세계를 찬미하고 현실적인 생활에서 도피하도록 염세관을 갖게 하는 설교를 말함. 육체의 경 멸자 와 상통하는 말. 55

56 자들이다. 그 일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산다는 것은 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고 또 어떤 사람이 말한다. 그 말은 거짓이 아 니다. 그러니 그대들도 삶을 마치는 것이 어떠할까? 고생뿐인 삶을 끝내는 것이 어떨까? 그리하여 그대들의 덕에 관한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자살하라! 이곳 에서 꺼져라! 육욕( 肉 慾 )은 죄악이다. 라고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은 말한다. 이것을 피하고 아 이를 낳지 마라! 무엇 때문에 아직도 낳고 있단 말인가? 불행한 자를 낳는 데 지 나지 않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죽음의 설교자이다. 아기를 낳으려면 힘이 든 다. 고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 동정이 필요하다. 고 세 번째 사람들이 말한다. 내게 있는 것을 모두 가져가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져가라!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삶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만일 이 사람들의 말이 마음속으로부터의 동정이라면 그들은 오히려 이웃 사람들 로 하여금 삶을 혐오하도록 할 것이다. 간사하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들에게는 진정한 선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쇠사슬과 선물로써 더욱 엄하게 삶에 얽매어 놓으려고 함은 무슨 까닭인가? 또 그대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고달픈 노동과 불안이었겠으나, 그대들 역시 지나치 게 삶에 지쳐 있지 않은가? 그대들도 죽음의 설교를 들을 만큼 무르익어 있는 것 이 아닐까? 그대들 모두 심한 노동을 사랑하고, 빠른 것,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사랑하고 있 으나, 그대들은 자신을 견뎌 내지 못한다. 그대들의 근면은 도피이며 자신을 잊으 려는 의지일 뿐이다. 만일 그대들이 좀 더 삶을 믿는다면 그대들이 순간에 몸을 맡기는 일이 적었으리 라. 그러나 그대들은 그대들 속에 기다릴 만한 여력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나태를 부릴 여력도 갖지 못했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온다. 그리고 대지는 죽음의 설교를 56

57 들어야만 하는 자들로 가득 차있다. 죽음 이냐? 아니면 영생 이냐? 나는 아무래도 좋다. 그들이 빨리 이곳에서 물러가 주기만 한다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7

58 전쟁과 병사에 대하여 우리들은 우리들의 최대의 적으로부터 용서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진심 으로 사랑하는 자들로부터 용서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에게 그 진실 을 말하게 하라! 싸우고 있는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는 그대들의 벗이 며, 언제나 그러했다. 나는 그대들의 최선의 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에게 그 진 리를 말하게 하라! 나는 그대들 마음속의 증오와 질투를 알고 있다. 그대들은 증오와 질투를 모를 만 큼 위대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적어도 그런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을 만큼 위대해 져라! 그대들은 인식의 성자가 될 수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인식의 병사( 兵 士 )가 되라! 병사야말로 성자의 반려이며 선구자이다. 나는 많은 병정들을 본다. 또 더 많은 병정을 보고 싶다. 그들은 일률적인 제복을 입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제복을 입은 자들의 정신이 일률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대들은 그 눈으로 늘 자신의 적을 찾고 있는 것과 같다. 그대들 가운데 어떤 사 람은 첫눈에 증오를 느낀다. 그대들의 적을 찾아라. 그대들의 전쟁을 수행하라. 그대들의 사상을 위하여. 가령 그대들의 사상은 패하더라도 사상을 위한 성실함이 승리의 개가를 올리도록 하라. 그대들은 새로운 전쟁의 수단으로서 평화를 사랑하라. 오랜 평화보다도 짧은 평화 를 사랑하라. 그대들에게 일하라고 권하지 않고 싸우라고 권한다. 평화를 권하지 않고 승리를 권한다. 그대들의 노동은 전투이어라! 그대들의 평화는 승리이어라! 화살과 활을 지니고 있을 때라야만 사람들은 침묵하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껄이고 싸움질을 한다. 그대들의 평화는 승리이어라! 그대들은 말하려는가? 좋은 이유가 전쟁을 성스럽게 한다고. 나는 그대들에게 말 한다. 좋은 전쟁이 모든 것을 성스럽게 한다고. 58

59 전쟁과 용기는 이웃에의 사랑 이상으로 큰일을 이루었다. 그대들의 동정이 아닌 그대들의 용기가 지금껏 재앙을 만난 사람들을 구원했다. 선이란 무엇인가? 하고 그대들은 묻는다. 용감한 것이 선이다. 소녀들에게 말하 게 하면 아름답고 눈물겨운 것이 선이다. 라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대에게 무정하다고 말하면 그렇다고 하라. 나는 그대들의 순정을 사랑 한다. 그대들은 스스로의 만조( 滿 潮 )를 부끄럽게 여기며, 딴사람들은 그들의 간조 ( 干 潮 )를 부끄럽게 여긴다. 그대들은 추악하다는 말을 들었는가? 그래도 좋다, 형제들이여! 그렇다면 위엄의 외투를 입어 추악함을 가려라. 그대들의 영혼은 커지면 오만해지고, 그렇게 되면 그대들의 위엄 속에 악의가 생 기게 된다. 나 그대들을 알고 있다. 악의에 있어서는 오만한 자와 약한 자가 하나다. 그런데도 저들은 서로를 오해한 다. 나 그대들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미워할 수 있는 적만을 가지는 것이 좋다. 경멸하는 적을 가져서는 안 된 다. 그대들의 적을 자랑하라. 그렇게 하면 그대들의 적의 성공은 그대들의 성공도 된다. 반항, 그것은 노예에 있어서 고귀한 것이리라. 그대들의 고귀는 복종이다. 그대들 의 명령조차도 복종인 것이다. 훌륭한 전사에게 그대는 마땅히 해야 한다. 는 것은 나는 하고자 한다. 는 것보 다 기분 좋게 들린다. 그대들이 좋아하는 일체의 것을 먼저 명령받는 편이 좋다. 삶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은 그대들의 최고의 희망에의 사랑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최고 희망이 삶의 사상이 되게 하라! 이 최고의 사상을 나는 그대들에게 명령한다. 즉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 이다. 라고. 이처럼 그대들은 순종과 전쟁의 삶을 영위하라. 오랜 삶에 무슨 가치가 있으랴! 어 떤 전사가 용서받기를 바라겠는가! 나는 그대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전쟁에 나선 59

60 나의 형제들이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0

61 새로운 우상 11 에 대하여 아직도 어딘가에 민중과 대중의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우리가 사는 곳에는 그것이 없다. 이곳에는 국가가 있다.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 자, 귀를 기울이고 들어라! 지금 나는 그대들에게 민중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국가란 냉혹한 모든 괴물 중에서 가장 냉혹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냉혹하게 거짓 말한다. 그 거짓말은 국가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나, 국가는 즉 민중이다. 라고. 그것은 거짓말이다! 민중을 만들고 그들 위에 신앙과 사랑을 걸쳐 놓은 것은 창조 자였다. 이렇게 창조자는 삶에 봉사했다. 많은 사람에게 덫을 놓고 그것을 국가라 일컫는 자는 파괴자이다. 파괴자는 많은 사람 위에 한 자루 칼과 백 개의 욕망을 걸어 놓는다. 또 민중이 있는 곳에서는, 민중은 국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국가를 사악한 눈이라 고 미워하며 풍습과 율법에 대한 범죄라고 싫어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민중을 구별하는 표식을 보이리라. 어느 민중이든 악에 대해 각 자의 언어로 말하나, 이웃 사람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민중은 풍습과 율법 속 에서 저마다 언어를 생각해 냈다. 그러나 국가는 선악에 관한 모든 말에 있어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며 그가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가 훔친 것이다. 국가에 관한 모든 것이 허위이다. 훔친 이 齒 로써 물어뜯는 자인 그는 형편없이 물어뜯는다. 그리고 그의 내장까지도 허위이다. 선악에 관한 혼란. 이 징후를 나는 국가의 징후로써 그대들에게 보이겠다. 참으로 이 징후는 죽음에의 의지를 뜻한다. 실로 이 징후는 죽음의 설교자를 불러들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 이들 쓸데없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국가라는 것이 11 니체는 근대 국가를 새로운 우상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자연히 발달한 민중은 사랑하나, 허위의 기구 인 국가가 민중을 짓밟는 것은 공격한다. 19세기의 유럽의 민주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한 것이 새로운 우 상 에 해당된다. 61

62 고안되었다. 보라! 얼마나 국가가 그들 쓸데없는 사람들을 유혹하는가를! 국가가 얼마나 그들 을 삼키고 씹는가를! 대지에는 나보다 위대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신의 통치하는 손가락이다. 이렇게 이 괴물은 짖어댄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귀가 먹고 근시안적 인 사람만이 아니다. 아아, 그대들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들 속에서도 국가는 그 음울한 거짓말을 속삭 이고 있다. 아아, 국가는 기꺼이 스스로를 낭비하는 풍족한 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 그대들 낡은 신의 정복자여! 국가는 그대들을 간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대 들은 싸움에 지쳐 있다. 지금 그대들은 지친 나머지 새로운 우상을 섬기게 된 것이 다. 이 새로운 우상은 영웅과 존경할 만한 자들을 그의 주위에 정렬시키려고 한다. 국 가는 선량한 양심의 햇볕을 쬐기를 즐긴다. 이 냉혹한 괴물은! 만약 그대들이 예배한다면 이 새로운 우상은 그대들에게 모든 것을 줄 것이다. 그 리하여 그는 그대들의 덕의 광채와 그대들의 빛나는 자랑스러운 눈을 매수한다. 그는 그대들을 미끼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유인하려 한다. 그렇다. 지옥의 요술 이 안출되었다. 거룩한 영광의 옷을 번쩍이며 요란스럽게 달려가는 죽음의 말 馬 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죽는 일이 안출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삶이라 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참으로 그것이야말로 모든 죽음의 설교자들에게 있어서 진 정한 봉사이다.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모두가 독배를 마시는 곳이 국가이다. 좋은 사람, 나 쁜 사람 모두 스스로를 잃는 곳이 국가이다. 또한, 모든 사람의 완만한 자살이 삶 이라 불리는 곳도 국가이다.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발명자의 작품과 현인의 보물을 훔치면서 그 것을 교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질병이 되며 괴 로움이 된다. 62

63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항상 앓고 있으며 담즙을 토해 낸다. 이것이 소위 신문이다. 그들은 서로 물어뜯고 삼키지만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이들 쓸모없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부를 쌓았다가 그것 때문에 가난해진다. 그들 은 권력을 원하고 우선 권력의 쇠망치인 많은 금전을 원한다. 이 무력한 자들이! 보라, 이 재빠른 원숭이들이 기어오르는 꼴을! 그들은 서로 밀치고 밀치며 기어 올 라가서 마침내 진창과 심연으로 굴러떨어진다. 그들은 모두가 옥좌를 바란다. 이것이 곧 그들의 정신착란이다. 마치 행복이 옥좌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때로는 진창이 옥좌에 앉아 있다. 가끔 옥좌가 진창 위에 있을 때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모두 정신 착란자이고 기어오르는 원숭이이며 얼빠진 자들 이다. 그들의 우상은, 차디찬 괴물은, 또 이들 우상에 봉사하는 자들은 모두 악취 를 풍긴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그들의 입과 욕망의 독기 속에서 질식하려 하는가? 차 라리 창문을 부수고 대기 속으로 뛰어나가라! 악취를 피하라! 쓸모없는 인간들의 우상 봉사에서 떠나라! 악취를 피하라! 이들 인간 희생의 독기로부터 빠져나오라! 위대한 영혼에게는 지금도 대지가 열려 있다.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위해서는 아 직도 많은 자리가 비어 있다. 그 자리 언저리에 잔잔한 바다의 향기가 풍기고 있 다. 위대한 영혼에게 있어서는 아직 자유로운 생활이 막혀 있지 않다. 실로 적은 것밖 에 갖지 못한 자는 소유하는 것도 그만큼 적다. 알맞은 빈곤은 축복받으리라! 국가가 끝나는 곳에 비로소 쓸모 있는 인간이 시작된다. 그곳에 쓸모 있는 인간의 노래가 시작되며 유일하고 견줄 바 없는 감미로운 선율이 시작된다. 국가가 종말을 고하는 그곳을 보라!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에게는 안 보이는가? 저 무지개와 초인으로 가는 다리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3

64 시장의 파리 12 에 대하여 벗들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도망쳐라! 나는 그대가 위대한 사람들의 아우성으 로 귀머거리가 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바늘에 찔리는 것을 보고 있다. 숲과 바위는 그대와 더불어 엄숙하게 침묵할 줄을 안다. 다시금 그대가 사랑하는 나무처럼, 가지 넓은 나무처럼 되어다오. 저 나무는 고요히 귀를 기울이고 바다 위 에 걸려 있다. 고독이 끝나는 곳에 시장이 열린다. 시장이 열리는 곳에 훌륭한 배우들의 소음과 독을 가진 파리들의 귀찮은 소리가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것도 그것을 먼저 상연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 없다면 쓸모 가 없다. 민중은 이들 상연자를 위대한 사람이라 일컫는다. 민중은 위대한 것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위대한 것이란 즉 창조하는 자이다. 그러나 민중은 위대한 일의 모든 상연자와 배우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의 창안자를 둘러싸고 세계는 보이지는 않으나 회전한다. 민중과 명성 은 배우를 중심으로 뱅뱅 돈다. 이것이 바로 세계의 움직임 이다. 배우는 기지( 機 智 )를 지녔으나 정신의 양심은 거의 갖지 못했다. 그가 항상 믿고 있는 것은 그것으로써 사람들을 강하게 믿게 하는 것, 즉 자기를 남에게 믿게 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는 내일 새로운 신앙을 가진다. 그리고 모레보다 더 새로운 신앙을 가진다. 민중처럼 그는 빠른 감각과 변하기 쉬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 뒤집어엎는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증명한다는 것을 뜻하고, 열광시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확신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피는 모든 논거( 論 據 )의 최 상의 것이다. 밝은 귀에만 들리는 진리를 그는 허위라 말하고 허무라 부른다. 진실로 그는 세상 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신만을 믿는다. 12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여러 사람과 담론한 것을 결부시키면서 이해할 것. 차라투스트라는 왜 소한 인간의 무리들의 어리석고 독살스러운 외침과 행위를 시장의 파리 에 비유했다. 64

65 시장은 광대들로 가득 차있다. 민중은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 것이 민중들에 있어서는 그 시대의 지배자이다. 그러나 때 時 는 지배자를 압박한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그대들을 압박한다. 그리 고 그대로부터 그들은 가부( 可 否 )를 요구한다. 아아, 그대는 찬성과 반대의 중간에 그대의 의자를 놓으려 하는가? 이들 전제자의 압박에 질투심을 가지지 마라. 진리를 사랑하는 자들이여! 진리가 절대자의 팔에 매달렸던 일은 일찍이 없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는 자들을 피해서 그대의 안전지대로 돌아가라. 시장에 있을 때에만 그대는 찬성이냐 반대냐의 독촉을 받는다. 대개 깊은 샘의 체험은 완만하다. 무엇이 샘 속에 떨어졌는가를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대개 위대한 자는 시장과 명성에서 떠나 있다. 예로부터 새로운 가치의 창안자는 시장의 명성에서 떨어져 산다. 피하라,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나는 그대가 독을 가진 파리들에게 찔리는 것을 본다. 거칠고 강한 바람이 부는 저 먼 곳으로 도망쳐라! 그대의 고독 속으로 도망쳐라! 그대는 하찮은 자, 가련한 자들과 너무 가까이 살아 왔다.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를 피해서 도망쳐라! 그들은 그대에게 있어서 복수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그들을 향하여 팔을 들지 마라! 그들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다. 파리채가 되 는 것은 그대의 운명이 아니다. 이들 하찮은 자들, 가련한 자들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다. 우람한 건물이 빗방울과 잡초 때문에 무너진 일도 적지 않다. 그대는 바위는 아니지만 벌써 많은 물방울로 구멍이 패였다. 그대는 역시 많은 물 방울로 무너지고 부서지리라. 그대가 독파리들에게 시달리고 수없이 물어뜯겨 피를 흘리는 것을 나는 본다. 그 래도 그대의 긍지는 노하지 않는다. 독파리들은 사심( 邪 心 ) 없이 그대의 피를 빨고자 한다. 피가 없는 그들의 영혼은 65

66 피를 탐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참으로 사심 없이 찌른다. 그대 심오한 자여! 그대는 조그마한 상처에도 너무 크게 괴로워한다. 그대의 상처 가 낫기도 전에 같은 독충이 그대의 손 위로 기어갔다. 훔쳐 먹고 살아가는 이와 같은 자들을 죽이기에는 그대의 긍지가 너무나 높다. 그 러나 그들의 독기 서린 부정을 견디는 것이 그대의 숙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들은 붕붕거리는 그들의 찬미로써 그대를 에워싸고 소란을 떤다. 뻔뻔스러운 것 이 그들의 찬미이다. 그들은 그대의 피부와 피 곁에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신과 악마에 아첨하듯 그대에게 아첨한다. 그들은 신과 악마 앞에서 흐느 껴 울듯이 그대 앞에서 흐느껴 운다. 그것이 무엇이냐? 아첨하는 자, 흐느껴 우는 자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때때로 애교 있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비겁한 자의 교활이었다. 그 렇다. 비겁한 자는 교활하다. 그들은 그 좁은 영혼을 가지고 그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그대는 그들에게 있 어서 항상 우려의 대상이다.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우려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대의 모든 덕에 대해 그대를 처벌한다. 그들이 진정 용서하는 것은 그대 의 과실뿐이다. 그대는 온화하며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인 까닭에 그들은 그들의 보잘것없는 존 재에 대해서 죄를 짓고 있지 않다. 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천박한 영혼은 생각한 다. 모든 큰 존재는 죄가 된다. 고. 그대가 그들에 대해 온화하다 해도 그들은 경멸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대 의 은혜에 대해 음성적인 가해( 加 害 )로써 보답한다. 그대의 말 없는 긍지는 항상 그들의 비위에 거슬린다. 그대가 스스로 낮추고 경박 한 체하면 그들은 기뻐서 날뛴다. 우리들이 한 인간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은 결국 상대를 고무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다. 그대 앞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저열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로 변하여 그대를 향해 이글이글 타오른다. 66

67 그대가 그들 곁으로 가까이 걸어갔을 때, 그들은 가끔 입을 다물지 않았던가? 꺼 진 불의 연기처럼 그들의 힘이 사라져 버리지 않았던가? 그렇다, 벗이여! 이웃들은 그대로부터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다. 그들은 그대에게 가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대를 미워하고 그대의 피를 빨려 고 한다. 그대의 이웃들은 항상 독파리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위대한 것, 그 자체가 그 들을 더욱더 해롭게 하고 더욱더 파리처럼 만든다. 도망쳐라,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파리채가 되는 것은 그대의 숙명이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7

68 순결에 대하여 나는 숲을 사랑하기 때문에 도회지에서는 살 수 없다. 그곳에는 음탕한 자가 너무 많다. 음탕한 여자의 꿈속에 빠지는 것보다는 살인자의 손에 빠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런데 이들 사나이들을 보라! 그들의 눈은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여자 곁에서 자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그들의 영혼 밑에는 진흙탕이 있다. 그 들의 진흙탕이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슬픈 일이다. 차라리 그대들이 짐승으로라도 완전하다면! 그러나 짐승에게는 순진함이라도 있 다. 그대들의 관능을 내가 죽이라고 권하고 있는가? 나는 그대들에게 관능의 순진성 을 권하노라. 그대들에게 내가 순결을 권하고 있는가? 순결하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덕 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악덕이 된다. 하긴 이런 사람들도 금욕을 한다. 그렇지만 암캐 같은 육욕이 그들의 모든 일에 질 투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육욕이라는 암캐는 한 조각의 고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교묘하게 한 조각의 정신을 구걸한다. 그대들은 비극을, 마음을 쥐어뜯는 모든 슬픔을 사랑하는가? 그러나 나는 그대들 의 암캐를 믿지 않는다. 그대들은 너무나 잔인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자를 음탕한 눈으 로 보고 있다. 그대들은 육욕을 가장하여 동정이라고 부르지는 않은가? 다시 이러한 비유를 그대들에게 보이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악마를 쫓아내려고 하다가 스스로를 돼지의 무리 13 속에 던지고 말았다. 순결을 지키기 어려운 자는 순결을 버려라. 순결이 지옥으로의 길이 되지 않기 위 13 기독교에서 악마의 작용이라고 보는 성욕을 물리치려고 금욕 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면에서 돼지처럼 불결하고 탐욕스럽게 된다는 것. 즉 성자가 되려고 금욕했다가 도리어 타락하게 된다는 뜻. 68

69 해서, 즉 영혼의 진흙탕과 음탕으로의 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참으로 순결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그대들보다 마음이 부드럽고, 흐뭇하게 곧잘 미소를 짓는다. 그들은 순결조차 비웃으며 묻는다. 순결이란 무엇인가? 하고. 순결이란 어리석음이 아닐까? 그러나 이 어리석음이 우리들에게로 온 것이지 우 리들이 그곳으로 간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이 손님에게 안식처와 마음을 주었다. 지금 이 손님은 우리 곁에 살고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9

70 벗에 대하여 내 곁에는 언제나 한 사람의 인간이 더 있다. 고 은자는 생각한다. 항상 하나에 하 나를 곱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마침내 둘이 된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상대로 한 대화에 너무 열중하고 있다. 만일 나 자신에게 한 사람의 벗도 없었다면 어떻게 견디었으랴? 외롭게 사는 자에게 있어 벗은 항상 제삼자이다. 제삼자는 두 사람이 대화 속으로 깊숙이 잠겨 드는 것을 막는 코르크이다. 오오, 외롭게 사는 은자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심연이 있다. 그 때문에 그는 벗을, 그리고 높은 것을 그리워한다. 타인에 대한 우리들의 믿음은 우리가 우리들 자신을 믿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벗에 대한 동경은 우리 스스로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그저 사랑으로써 질투를 뛰어넘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 은 흔히 공격받을 약점을 감추기 위해 남을 공격하고, 적을 만든다. 적어도 나의 적이 되어라! 감히 우정을 구걸하지 못하는 참다운 경건은 이렇게 말한다. 벗을 원한다면 벗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싸움을 위해서는 인 류의 적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란 자신의 벗 속에 있는 적까지 존중해야 한다. 그대는 자신을 던지지 않고 도 그대의 벗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가? 사람이란 벗 속에 최상의 적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벗의 뜻에 거슬릴 때도 그대 는 충심으로 벗과 가까운 사이가 되어야 한다. 그대는 벗 앞에서 어떤 가면을 쓰려 하지 않는가? 적나라한 모습을 벗에게 보여주 는 것이 그대의 벗에 대한 예의가 되면 안 된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짓을 하면 벗 은 그대를 악마에게 보내겠다고 저주할 것이다. 스스로를 감추지 않는 자는 남의 반감을 산다. 적나라한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참 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만일 그대들이 신이라면 그대들은 자신의 가면을 부 70

71 끄러워하련만! 그대는 그대의 벗을 위해 아무리 그대를 아름답게 꾸며도 모자란다. 왜냐하면 그 대는 그에게 있어서 한 개의 화살이며 초인에 대한 동경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의 벗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벗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기 위 해서.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닐 때 벗의 얼굴은 어떠했는가? 그것은 조잡하고도 불완전한 거울에 비친 그대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대의 벗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벗의 그런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 았는가? 오오, 벗이여!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벗이란 추측과 침묵에 있어서는 명인( 名 人 )이어야 한다. 모든 것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대의 벗이 깨어나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그대의 꿈이 그대에게 알 려 주어야 할 것이다. 그대의 동정은 추측이어야 한다. 먼저 그대의 벗이 동정을 바라는지 어떤지를 알 기 위해서. 그는 그대의 깜박이지 않는 눈과 영원한 눈동자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벗에 대한 동정을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추어라. 그것을 씹다가 이를 부러뜨릴 정도 까지. 그러면 동정은 미묘하고 달콤한 맛을 가진다. 그대는 벗에게 있어서 맑은 공기, 고독, 빵, 약이 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 기에게 감긴 쇠사슬을 풀지 못하면서도 벗에게는 구원자가 된다. 그대는 노예인가? 그렇다면 벗이 아니다. 그대는 폭군인가? 그렇다면 벗을 가질 수 없다. 여성 속에는 너무 오랫동안 노예와 폭군이 숨어 있었다. 그 때문에 여성은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여성은 오직 사랑을 알 뿐이다. 여성의 사랑 속에는 여성이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한 불공평과 맹목성이 깃 들어 있다. 여성의 의식적인 사랑 속에도 광명과 함께 엄습과 번개와 어두운 밤이 있다. 여성은 아직도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여성은 여전히 고양이이며 새이다. 아니 면 기껏해야 암소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은 아직도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그러나 말하라. 그대들 남성들이여! 대체 71

72 그대들 가운데 누가 우정을 맺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오오, 그대들 남성들이여! 그대들의 영혼의 빈곤함이여! 탐욕이여! 그대들이 벗에 게 줄 만한 것을 나는 적에게 주리라. 그래도 나는 더 가난해지지 않으리라. 친구들의 우의라는 것이 있다. 부디 우정이 있기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2

73 천한 개 14 의 목표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많은 국가와 많은 민족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많은 민족들 제각 각의 선과 악을 발견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지상에서 선과 악보다 큰 힘을 본 일이 없었다. 먼저 평가하는 일을 하지 않는 민족은 생존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스스로 생존하 기를 원한다면 이웃이 평가하듯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떤 민족에게서 선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것이 타민족에게 있어서는 치욕과 조 소였음을 나는 보았다. 또 이쪽에서 악이라고 불리는 것이 저쪽에서는 영광스런 영예로 장식된 것도 보았다. 이웃이 다른 이웃을 이해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항상 그의 영혼은 이웃 사람의 정 신 착란과 악의에 놀라움과 의심을 금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선의 목록이 모든 민족 위에도 걸려 있다. 보라! 그것은 이미 민족들이 제각각 극복했던 것들을 기록한 목록이다. 보라! 그것은 권력을 향한 의지의 소리 이다. 제각각 민족에 곤란을 주는 것이야말로 찬미 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곤란사, 이것 을 민족들은 제각각 선이라 부른다. 희한하고 가장 어려운 것, 그리고 최고의 곤란 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을 민족들은 신성한 것으로 찬미한다. 민족들로 하여금 지배하게 하고, 승리를 얻게 하고, 빛나게 하고, 그 결과 이웃에 게 공포를 일으키게 하고, 질투를 가지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드높고 으뜸가고 표준이 되는 것, 그리고 모든 사물의 뜻으로서 인정된다. 진실로 형제들이여! 만일 그대가 먼저 한 민족의 빈곤과 땅과 하늘과 그 민족의 이 웃을 인식했다면 그대는 아마도 그들의 초극의 법칙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며, 왜 그들이 이 사닥다리를 올라 희망으로 지향하는가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항상 제일인자이어라! 딴 사람들을 능가해야 한다. 그대의 심술궂은 영혼 은 벗을 빼놓고는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 이 가르침이 그리스인의 영혼을 분 14 천일야화에서 따온 말로 천차만별의 뜻. 목적과 가치관이 상대적이라는 뜻. 73

74 기시켰다. 이리하여 그리스인은 위대한 길을 걸었다. 진리를 말하고 활과 화살에 익숙해라. 내 이름이 유래하는 저 민족에게는 그것이 사랑할 만한 것이며 동시에 곤란으로 여겼다. 차라투스트라라는 이름도 내게는 사 랑스러운 동시에 곤란으로 여겨졌다. 부모를 공경하며 영혼의 근원까지 부모의 뜻을 따르라. 또 다른 민족은 이 극복의 목록을 내걸었으며 그것으로써 강하고 영원불멸한 민족이 되었다. 충성하라. 충성을 위해서는 명예와 피를 악독한 것과 위험한 것에도 걸어라. 이렇 게 스스로를 가르치며 또 다른 민족은 스스로를 강요했다. 이와 같이 지배하면서 위대한 희망을 품고 거대해졌다. 참으로 사람은 스스로에게 선과 악을 부여했다. 진실로 그들은 그것을 받은 것도 발견한 것도 아니다. 또한, 그것이 하늘의 소리로서 그들에게 떨어진 것도 아니다. 가치란 사람이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서 우선 사물들에 부여해 놓은 것이다. 사 람이 그 사물들의 뜻을, 인간적인 뜻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인간 즉 평가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평가하는 일은 창조하는 일이다. 들어라. 그대들 창조자여!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모든 평가 받은 사물들의 보물이며 주옥이다. 평가에 의해서 비로소 가치가 생긴 다. 평가하는 일 없이는 존재의 호두는 빈 껍데기일 뿐이어라. 들어라. 그대들 창조자여! 가치의 변화, 그것은 즉 창조자의 변화이다. 창조자가 된 자는 반드시 파괴한다. 태초에는 민족이 창조자였다. 그러나 후세에 와서 비로소 개인이 창조자가 되었 다. 참으로 개인 그 자체는 최근의 산물이다. 일찍이 민족은 선의 목록을 스스로의 머리 위에 걸었다. 물론 지배하기를 바라는 사랑과 복종하기를 바라는 사랑이 그와 같은 목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군중에 대한 애호는 자아에 대한 애호보다도 낡은 것이다. 착한 양심이 군중이라 고 불렸던 동안 간사한 양심만이 자아를 부르짖었다. 참으로 교활한 자여! 사랑이 없는 자여! 많은 사람의 이익 속에서 자기의 이익을 원하는 자는 군중의 기원이 아니고 그 몰락이다. 74

75 선과 악을 창조한 것은 항상 사랑하는 자이며 창조자였다. 사랑의 불꽃과 분노의 불꽃은 모든 덕의 이름으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많은 나라와 민족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사랑하 는 자의 힘보다도 더 큰 힘을 찾아보지 못했다. 그가 하는 일의 이름은 선 과 악 이었다. 참으로 이 찬미와 비난의 힘은 괴물이다. 형제들이여! 말하라, 누가 이 괴물을 제 어할 수 있는가를. 말하라, 누가 이 괴물의 천 개의 목에 쇠사슬을 던질 수 있는가 를. 이제까지는 천 개의 목표가 있었다. 천의 민족이 있었기 때문에. 단지 천의 목에 걸 쇠사슬이 없었을 뿐이다. 즉 하나의 목표 15 가 부족했다. 그래서 아직 인류는 목 표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말하라. 형제들이여! 만일 인류에게 아직 목표가 없다면 인류 자체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 초인을 암시함. 75

76 이웃에의 사랑 16 에 대하여 그대들은 이웃에 몰려가 아름다운 말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 다. 그대들의 이웃에 대한 사랑은 그대들 자신에 대한 나쁜 사랑이라고. 그대들은 자신을 피해서 이웃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덕으로 여기 고 싶어하나, 나는 그대들의 몰아( 沒 我 ) 를 꿰뚫어 보고 있다. 그대 는 나 보다 늙었다. 그대 는 나 보다 신성하다고 선언되었다. 나 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그대들은 이웃에 몰려간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을 권할 것인가? 오히려 나는 그대들에게 이웃 으로부터 도피하는 것과 가장 먼 곳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권하리라.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 높은 것이 먼 곳에 있는 자에 대한 사랑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높은 것이 사물과 유령에 대한 사랑이다. 형제여! 그대 뒤에서 쫓아오는 이 유령은 그대보다 아름답다. 왜 그대는 그에게 그 대의 살과 뼈를 주지 않는가? 그러나 그대는 겁을 집어먹고 이웃으로 뛰어간다. 그대들은 스스로 참지 못하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대들은 이웃을 사랑하도록 유혹하고 이웃의 잘못을 가지고 그대들을 도금하려고 한다. 나는 그대들이 모든 이웃과 또 그 이웃에 견디지 못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되면 그 들은 그들의 벗을 창조하고, 그들의 넘쳐흐르는 심정을 그들 자신에게서 창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대들은 스스로 칭찬받으려 할 때 한 사람의 증인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대들 이 스스로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도록 그를 유혹했을 때 그대들은 스스로 찬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 지식과 반대되는 말만이 거짓말이 아니다. 자기 무식에 반대되는 말이야말로 거짓말이다. 그대들은 이렇게 해서 사람과 사귀는 데 있어서 자기 자신을 이야기 하고 스스로 이웃을 속인다. 16 기독교적인 사랑을 말하며, 니체는 이것의 기만과 허식을 꾸짖고 역설적인 입장에서 가장 심원한 사 랑을 말하고 있음. 76

77 우매한 자는 말한다. 인간과의 교제는 개성을 파괴한다. 개성이 없으면 더욱 심할 것이다. 라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잃기 위해 이웃에게 간다. 스스 로에 대한 그대들의 나쁜 사랑은 그대들의 고독을 감옥으로 만든다. 이웃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으로 희생이 되는 것은 보다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대들이 다섯 사람 모여 있다면 여섯 번째로 오는 사람은 항상 죽지 않으면 안 된 다. 나는 그대들의 축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나는 너무 많은 배우들을 보았 다. 구경꾼들까지도 흔히 배우처럼 행동했다. 이웃이 아닌 벗을 나는 그대들에게 가르치겠다. 벗이야말로 그대들에게 대지의 축 제이어라! 초인의 예감이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벗과 그 넘치는 마음을 가르치리라. 그러나 사람은 해면( 海 綿 )이 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넘쳐흐르는 마음에 의해 사랑을 받으려고 한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벗을 가르치겠다. 이런 벗들 속에서 세계는 완성되어 있다. 그는 선의 그릇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창조하는 벗을 가르치겠다. 이런 벗은 항상 완성 된 세계를 선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벗에 있어서,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처럼 세계는 또다시 그 벗에 의해서 말려들어 가고 만다. 악에 의한 선의 생성으로서, 우연으로부터의 목적의 생성으 로서. 미래와 가장 먼 것으로 하여금 그대에게 있어서, 그대의 오늘이 원인이 되게 하리 라. 그대의 벗 속에 있는 초인을 그대의 원인으로서 사랑하라. 형제여, 이웃을 사랑하라! 고 나는 그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들에게 가장 먼 자를 사랑하라고 권하리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7

78 창조자의 길에 대하여 형제들이여! 그대는 고독 속으로 가려 하는가? 그대 자신에 이르는 길을 구하려 하는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의 말을 들어라! 구하는 자는 길을 잃기 쉽다. 고립은 죄가 된다. 이렇게 군중은 말한다. 그리고 그대는 오랫동안 이 군중에 속해 있었다. 군중의 소리는 그대 귀에 아직도 울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대가 나는 벌써 그대 들과 같은 양심을 갖지 않았다. 고 말할 때 그것은 탄식이며 고통이리라. 보라! 이 고통 자체를 낳은 것은 역시 그 양심이었다. 그 양심의 마지막 섬광은 아 직 그대의 슬픔 위에서 불타고 있다. 그런데도 그대는 이 길이 스스로의 길인 양 구태여 슬픔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이 길을 걸어야 할 그대의 권리와 힘을 나에게 표시해다오! 그대는 새로운 힘, 새로운 권리인가? 최초의 운동인가? 스스로 돌아가는 수레바 퀴인가? 또는 그대는 별까지 강요해서 그대의 주위를 돌게 할 수 있겠는가 17? 아아, 높은 것을 바라는 정욕은 너무도 많다. 야심가들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경멸 이 있다. 그대가 그와 같은 정욕가와 야심가가 아님을 보여달라! 아아, 풀무 같은 일밖에 못 하는 대사상( 大 思 想 )이 너무도 많다. 그것들은 굉장히 크게 부풀지만, 더욱더 공허하게도 만든다. 그대는 자기 자신을 자유라고 부르는가? 내가 듣고 싶은 것은 그대를 지배하는 사 상이지 그대가 하나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하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허락받은 자였던가? 세상에는 봉사적인 복종 을 포기하는 것과 더불어 최후의 가치까지 포기한 자가 적지 않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였던가? 그것이 차라투스트라와 무슨 상관이랴? 그러나 그대 의 눈은 분명히 나에게 알려 주어야만 된다. 무엇 때문의 자유인가를. 그대는 스스로에게 그대의 선과 악을 줄 수 있는가? 그대의 의지를 율법처럼 그대 머리 위에 걸어놓을 수 있겠는가? 그대 자신에 있어서 그대의 율법의 재판관일 수 17 신 대신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삼는다는 뜻. 78

79 있겠는가? 또는 복수하는 자가 될 수 있겠는가? 자기의 재판관과 자기 율법의 복 수자와 함께 고립해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즉 하나의 별이 고독의 황량한 공 간 속에, 또 얼음과 같은 고독의 입김 속에 던져지는 것이다. 그대는 오늘도 많은 사건들 때문에 고민한다. 그대, 고독한 자여! 오늘도 역시 그 대는 용기와 희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독이 그대를 지치게 할 것이다. 언젠가는 그대의 긍지는 허리 를 굽히고, 그대의 용기는 부득부득 이를 갈리라. 또 언젠가는 나는 외롭다. 고 그 대는 외칠 것이다. 언젠가 그대는 그대의 높은 것을 보지 않고, 그대의 낮은 것을 너무도 가까이 볼 것이다. 그대의 숭고함조차도 유령처럼 그대를 위협하리라. 언젠가는 모든 것이 허망하다. 고 그대는 외칠 것이다. 고독한 자를 죽이려는 감정이 있다. 그것이 뜻대로 안 되면 이 감정 자체가 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대는 살인자가 될 수 있는가? 형제들이여! 그대는 경멸 이란 말을 알고 있는가? 그대를 경멸하는 자들을 공정하 게 대하려는 공정한 고민을 알고 있는가? 그대를 새로 인식하도록 그대는 많은 사 람에게 강요한다.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심하게 그대를 나무란다. 그대는 그들에 게 가까이 갔으나 지나쳐 버리고 만다.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그대를 결코 용서하 지 않는다. 그대는 그들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대가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질투의 눈이 그대 를 작게 본다. 날아가는 자는 가장 많은 미움을 받는다. 어떻게 해서 그대들은 나에게 공정할 수 있을까? 나는 그대의 불공정을 당연한 나 의 몫으로 선택한다. 하고 그대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불공정과 오물을 고독한 자를 향해 던진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만약 그대 가 별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빛을 희미하게 비춰서는 안 된 다. 선인( 善 人 )과 공정한 인간을 경계하라! 그들은 스스로의 덕을 창안한 자를 십자가 에 걸어서 처형한다. 그들은 고독한 자를 미워한다. 79

80 신성한 단순함 18 도 경계하라! 이것에게는 단순하지 않은 것은 모조리 신성하지 않 은 것이다. 이 단순함은 불을 화형하는 장작불을 희롱한다. 그대의 사랑의 발작도 경계하라! 고독한 자는 만나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손을 내 민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면 안 된다. 단지 앞발만을 내밀어라. 그 때 그대의 앞발이 발톱을 가지고 있기를 나는 바란다. 그대가 만나는 최악의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일 것이다. 그대 자신이 동굴과 숲 속 에 숨어서 그대를 살펴보고 있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그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은 자칫하면 그대 자신과 그대의 일곱 악마 19 를 지나쳐 버린다.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 이단자, 마녀, 예언자, 백치, 회의자, 모독자, 악한이어야 한다. 그대는 그대 자신의 불꽃으로 스스로를 태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가 먼저 재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성스럽게 새로 태어나기를 원할 수 있겠는가? 고독한 자여! 그대는 창조자의 길을 걷는다. 그대는 그대의 일곱 악마에서 하나의 신을 창조하기를 바란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사랑하는 자의 길을 간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사랑하고, 그 때문에 사랑하는 자만이 경멸하듯 그대 자신을 경멸한다. 사랑하는 자는 경멸하기 때문에 창조하기를 원한다. 사랑하는 것마저 경멸하지 않 을 수 없었던 자가 사랑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으랴! 그대의 사랑과 창조를 가지고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형제여! 나중에 가서 공정함이 그대의 뒤를 절름거리며 따라오리라. 그대는 눈물을 머금고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형제여! 나는 나 자신을 초극 하여 창조하려고 하며, 그리하여 멸망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 고사( 古 事 )에 스스로를 화형하기 위한 나무를 운반하는 농부에게 오오, 신성한 단순이여. 라고 말한 데서 나온 말로 비꼬는 투의 바보 라는 말. 19 일곱과 셋은 종교에서 즐겨 쓰는 숫자로 인간은 여러 악마를 지니고 있다는 뜻. 80

81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여! 어째서 그대는 겁을 집어먹고서 어슴푸레한 길을 숨어 가는가? 그대의 외투 밑에 조심스럽게 감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증정된 보물인가 아니면 그대의 아기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대 는 지금 도적의 길을 걷고 있는가? 악한의 벗인 그대여! 진실로 형제여!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이것은 내게 증정된 보물이다. 내 가 안고 있는 것은 하나의 작은 진리이다. 그러나 이 진리는 어린아이처럼 버릇이 없다. 만일 내가 그 입을 막지 않으면 너무 큰 소리를 질러댄다. 오늘 해가 질 무렵 혼자 걷고 있다가 한 늙은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나의 영혼에 게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우리 여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여자에 관해서는 우리들에게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여자에 관한 것은 남자들한테만 이야기할 것이 다. 나에게도 여자 이야기를 해다오.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너무 늙어 듣고 나면 금세 잊어버릴 터이니. 나는 노파의 청을 들어주기로 하고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있어 한 가지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 로 임신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있어서 하나의 수단이다. 목적은 항상 어린아이에 있다. 그렇다 면 여성은 남성에게 있어서 무엇일까? 진정한 남성은 두 가지를 바란다. 즉 위험과 유희를. 그 때문에 남성은 여성을 가 장 위험한 유희 상대로서 원한다. 남성은 전쟁을 위해서, 그리고 여성은 전사( 戰 士 )의 위안을 위해 교육되어야 할 것 이다. 그 밖의 일은 모두 바보 같은 짓이다. 81

82 너무 달콤한 열매를 전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전사는 여성을 좋아한다. 가장 달콤한 여자도 상대적으로 쓴맛이 있기 마련이다. 남성보다도 여성은 어린아이를 잘 이해한다. 더욱이 남성은 여성보다도 훨씬 어린 아이 같다. 진정한 남성 속에는 어린아이가 숨어 있다. 그 어린아이는 놀고 싶어한다. 그렇다 면 자, 여성들이여! 아무쪼록 남성 속의 어린아이를 발견하도록 하라! 여성은 장난감이어라! 맑고 아름다워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여러 덕으로 부터 곱게 빛나는 보석과 같아라! 별빛이 그대의 사랑 속에서 빛나라! 그대의 희망은 초인을 낳고 싶다! 가 되기를! 그대의 사랑 속에 용감함이 있어라! 그대들에게 공포를 불어넣는 남자에게 그대들 의 사랑을 가지고 대항하라! 그대들의 사랑 속에 그대들의 명예가 있어라! 그렇지 않으면 여성은 명예를 잘 이 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을 받기보다는 더 많은 사랑을 주어라! 그리고 사랑에 있 어 둘째가 되지 마라! 이것이 그대들의 명예가 되게 하라. 여성이 사랑을 할 때 남성은 여성을 두려워하라! 사랑할 때 여성은 모든 희생을 바 친다. 그 밖의 것은 모두 여성에게 가치가 없다. 여성이 미워할 때 남성은 여성을 두려워하라! 남성은 영혼의 밑바닥에서 노할 뿐 이나 여성은 영혼의 밑바닥부터 비열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쇠는 자석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그대를 가장 미워한다. 그대는 나를 잡아당기지만, 나 스스로가 끌리도록 할 힘은 없기 때문이 다. 라고. 남성의 행복은 나는 바란다. 는 것이며, 여성의 행복은 그는 바란다. 는 것이다. 보라! 지금 세계는 완성되었다. 여성은 모든 사랑을 바쳐 복종할 때 이렇게 생각 한다. 여성은 복종하며 스스로의 겉모양에 대해 깊이를 발견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여 성의 마음은 피상적이고, 얕은 수면의 거칠게 흔들리는 물결처럼 변하기 쉽다. 이와는 반대로 남성의 마음은 깊다. 그 흐름은 땅속의 동굴에서 용솟음친다. 여성 82

83 은 남성의 힘을 느낄 수는 있으나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이렇게 말을 마치자 늙은 여자는 대답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여러 가지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더구나 그것은 젊은 여 자들을 위해서는 지극한 말이었다. 이상한 일이로다. 차라투스트라는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도 여자에 대한 그의 판단은 옳았다. 그것은 필경 여성에 있어서는 어떤 일이든 불가능한 일 이 없기 때문인가? 그러면 감사의 표시로 작은 진리를 받아라! 나는 이것을 터득하고 있을 만큼 충분 히 나이 들었노라! 이것을 기저귀로 싸서 그 입을 막아라. 그렇지 않으면 이 작은 진리는 지나치게 큰 소리로 외치리라. 나에게 그대의 조그만 진리를 다오! 하고 나는 말했다. 이때 이 노파는 나에게 속삭였다. 그대는 여인들에게로 가려는가? 그렇다면 회 초리를 잊지 마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83

84 독사에 물린 상처에 대하여 어느 무더웠던 날, 차라투스트라는 무화과나무 밑에서 팔을 얼굴 위에 얹고 잠이 들었다. 그때 독사가 와서 목덜미를 물었기 때문에 차라투스트라는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팔을 얼굴에서 떼고 뱀을 보았다. 뱀은 차라투스트라의 매우 무서운 눈을 보고 어 설프게 비틀며 도망치려고 했다. 도망가지 마라! 하고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그대는 아직 나의 감사를 받지 않 았잖은가? 그대는 마침 적당한 시기에 나를 깨워 주었다. 나의 갈 길은 아직도 멀 다. 그대의 갈 길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고 독사는 슬픈 듯이 말했다. 나의 독이 그 대를 죽이고 말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웃으며 용이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하고 말했다. 그대의 독을 다시 가져가라! 그대는 나에게 독을 선사할 만큼 풍족하지 않으니. 그러자 독사는 다시 목에 달라붙어서 상처를 핥았다. 어느 날 차라투스트라가 이 일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하자 그들은 물었다. 오오, 차 라투스트라여! 당신의 이야기에는 어떤 교훈이 담겨 있습니까? 이에 차라투스트라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선량한 사람과 공정한 사람들은 나를 도덕의 파괴자라고 부른다. 나의 이야기는 도덕적이 아니라면서. 그대들에게 적이 있다면 적의 악에 대해 선으로 보답하지 마라! 그것은 그들이 부 끄러워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적이 그대에게 선을 행하였음을 증명해 주어라. 적의 낯을 붉히게 하느니 차라리 분노하라! 그대들이 저주받았을 때 축복하려 하 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대들도 조금은 저주하라! 그대들에게 큰 부정이 가해졌을 때는 재빨리 다섯 가지 작은 부정을 행하는 것이 좋으리라. 그저 부정에 억눌리기만 하면 보기에도 비참하다. 84

85 그대들은 벌써 이 일을 알고 있었던가? 분배된 부정은 반감( 半 減 )된다는 것을. 부 정을 견딜 수 있는 자만이 부정을 짊어져야 한다. 작은 복수는 전혀 복수하지 않는 것보다는 인간적이다. 만일 형벌이 범죄자에게 권리나 명예가 안 된다면 나는 그대들의 형벌도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의 부정을 인정하는 편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보다 고귀하다. 특히 자기 자신이 정당했을 때 더 그렇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으 면 안 된다. 나는 그대들의 냉혹한 정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대들의 재판관의 눈에서는 언제 나 형리( 刑 吏 )와 싸늘한 철창만이 엿보인다. 말하라! 보는 눈을 가진 사랑인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모든 형벌뿐만 아니라 모 든 죄과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사랑을 부디 나에게 보여다오! 심판하는 자를 제외한 모든 자를 무죄 석방할 수 있는 정의를 나에게 보여다오! 그대들은 역시 이 일도 듣고 싶어하는가? 전심으로 공정하려는 자에게는 허위라 할지라도 박애( 博 愛 )가 된다. 그러나 내 어찌 충심으로 정의를 염원하리오! 내 어찌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것을 줄 수 있으리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것을 주는 것으로서 충분하다 하리라. 끝으로 말하겠다. 형제들이여! 모든 의로운 은자들에게 부정을 행하지 않도록 하 라! 어떻게 은자가 잊을 수 있으랴! 어떻게 그가 복수할 수 있으랴! 은자는 깊은 샘물과도 같다. 돌을 던져 넣기는 쉬우나, 돌이 밑바닥에 가라앉았을 때 누가 다시 그 돌을 건질 수 있으랴! 은자를 모욕하지 않도록 하라! 그대들이 모욕을 했다면 차라리 죽여버려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85

86 아이와 결혼에 대하여 그대에게만 물어볼 일이 하나 있다. 형제여! 측심추( 測 深 鍾 )처럼 이 질문을 그대의 영혼 속에 던지리라. 그대의 영혼이 얼마나 깊은가를 알기 위해. 그대는 젊으며, 아이를 바라고 결혼 생활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묻 는다. 그대는 아이를 바랄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인가를. 그대는 승리자인가?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관능의 지배자인가? 그대 의 모든 덕의 주인인가?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묻노라. 또는 그대의 소원은 짐승의 욕구가 말하고 있는가 혹은 고독이 말하고 있는가? 그 대에 대한 불만이 말하고 있는가? 그대의 승리와 자유가 아이를 갈망하기를 나는 원한다. 그리고 그대는 승리와 해 방을 위해 살아 있는 기념비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대는 그대를 초월하여 구축( 構 築 )해야 한다. 그러나 우선 그대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육체와 영혼에 있어 방정( 方 正 )하게 세워져야 한다. 그대는 스스로 자손을 낳을 뿐만 아니라 보다 높이 상승하도록 낳지 않으면 안 된 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 생활의 낙원이 그대를 도와주기를! 그대는 보다 높은 육체를 창조해야 한다. 최초의 운동을, 스스로 돌아가는 수레바 퀴를, 하나의 창조자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혼 생활 나는 그것을, 창조한 것보다 더 높은 것을 창조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 라고 부른다. 서로 상대방을 이와 같은 의지의 의욕자로서 경외하는 것을 나는 결혼 생활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그대의 결혼 생활의 의의이며 진리이다. 그러나 남아 돌아가는 사람들, 쓸 모없는 사람들이 결혼이라 부르는 것, 아아,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아아, 두 사람의 영혼은 얼마나 빈곤한가? 아아, 두 사람의 영혼은 얼마나 더러운 가? 아아, 두 사람에 있어서 이 가련한 쾌락이여! 그들은 이런 모든 것을 결혼 생활이라 부른다. 그들은 그들의 결혼이 천국에서 맺 86

87 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쓸모없는 사람들의 천국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그물에 걸려든 이 짐승들 20 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가 맺어주지 못했던 것을 축복하려고 절름거리며 다가오는 신도, 나에게서 멀 리 떨어져 있어다오! 그러한 결혼 생활을 비웃지 마라! 어떤 아이가 양친의 결혼을 통곡해야 할 이유를 갖지 않으랴! 이 사나이는 품위와 위엄도 갖추고 대지의 뜻에도 익숙한 자로서 생각되었다. 그 러나 그의 아내를 보았을 때, 대지는 정신병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성자와 아조( 鵝 鳥 ) 21 가 한 쌍으로 어울렸을 때, 대지가 경련을 일으키며 부 르르 떨기를 나는 바랐다. 이 사나이는 영웅처럼 진리를 향해서 떠났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는 꾸며진 작은 허위를 얻었다. 그것을 그는 결혼이라 부른다. 어떤 사나이는 교제를 무척 삼갔으며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러나 그는 단번에 그의 교제를 끊고 말았다. 이것을 그는 결혼이라 불렀다. 또 어떤 사나이는 천사의 부덕( 婦 德 )을 겸비한 여자를 구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여자의 종이 되었다. 더구나 이제 그는 천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제 모든 구매자가 세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사람이 교활한 눈을 가 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가장 교활한 자도 아내를 사들일 때에는 주머 니에 든 것을 음미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산다. 짧고도 많은 어리석음, 그것이 그대들에게는 연애라 불린다. 그리고 그대들의 결 혼은 하나의 기나긴 어리석음으로써 짧고도 많은 어리석음을 결말짓는다. 여자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과 남자에 대한 여자의 사랑. 아아, 그 사랑이 숨겨진 채 고민하는 신들에 대한 동정이었으면!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두 마리의 짐승이 20 실제는 수욕( 獸 慾 )의 만족에 불과하면서도 신의 섭리에 의해 시인되는 결혼 생활처럼 여김을 비꼬는 말. 21 여자 바보를 가리킴. 87

88 서로 억측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의 최선의 사랑도 황홀함의 비유이며 고통스러운 정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것은 그들에게 보다 높은 길을 비춰 주어야 하는 횃불이다. 그대들은 언젠가 그대들 자신을 초월해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선 사랑하는 것을 배워라! 따라서 그대는 그대들의 사랑의 쓰디쓴 술잔을 마셔 야 했다. 최선의 사랑의 술잔이라도 쓴맛은 있다. 이리하여 그것은 초인에 대한 동경과 갈 망을 창조자인 그대에게 일으켜 준다. 창조자에게 갈망과 초인에 대한 화살과 동경을 말하라. 형제여! 이것이 결혼에 대 한 그대의 의지인가? 그런 의지와 같은 결혼이야말로 나에게 있어서 신성한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88

89 자유로운 죽음 22 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너무 늦으며 어떤 사람의 죽음은 너무 빠르다. 죽어야 할 때 죽어라! 라는 가르침은 아직도 이상하게 들린다. 그러나 죽어야 할 때 죽어라! 하고 나 차라투스트라는 가르친다. 물론 살아야 할 때 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죽어야 할 때 죽을 수 있겠는가? 그 같은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던 편이 낫다. 이렇게 나는 쓸모없는 사람들에 게 권한다. 그러나 쓸모없는 사람들도 죽음을 중대한 일로 알고 있다. 속이 텅 빈 호두 알도 깨어질 때에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이. 누구나 죽음을 중대하게 여긴다. 그러나 죽음은 축하식( 祝 賀 式 )이 되지 못하고 있 다. 사람들은 아직 아름다운 축하식을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지 배우지 못하고 있 다. 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되고 서약이 될 만한, 완성되어야 할 죽음을 나는 그 대들에게 가르치련다. 완성하는 자는 희망을 지닌 사람들과 서약하는 자들에게 둘 러싸여 승리감에 도취된 채 죽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죽어야 되는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죽는 자가 살아 있는 사람의 맹세를 더럽힌다면 어떠한 축하식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죽는 것이 최선이다. 차선의 죽음은 싸움에 있어서 위대한 영혼을 소진하 는 일이다. 그러나 그대들이 냉소하는 죽음은 싸우는 자나 승리하는 자나 똑같이 미워해야 할 것이다. 그 죽음은 도적처럼 살금살금 다가와서 이빨을 드러내는 더구나 지배자 로서 찾아온다. 나는 그대들에게 나의 죽음, 내가 원하기 때문에 찾아온 자유로운 죽음을 찬미한 다. 22 단순한 자살의 뜻이 아니라, 생명이 완성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을 말함. 기 독교에의 도전의 뜻이 담겨 있음. 89

90 그러면 나는 언제 그것을 원할 것인가? 목표와 후계자를 가진 사람은 그 목표와 후계자를 위해 죽어야 할 때 죽기를 바란다. 목표와 후계자에 대한 경외 때문에 그는 시들어 버린 꽃다발을 삶의 신전에 걸쳐 놓치는 않을 것이다. 진실로 나는 새끼를 꼬는 사람 23 처럼 되지는 않으련다. 그들은 새끼를 길게 꼴 때 마다 스스로 점점 후퇴한다. 자신의 진리와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지나치게 오래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빨 없는 입은 어떠한 진리에 대해서도 권리를 갖지 못한다. 명성을 바라는 자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명예와 작별하고 적당한 때에 떠나 는 어려운 연기를 해내야 한다. 또한, 최선을 맛보았을 때 자신으로 하여금 더 먹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오래도 록 사랑받기를 원하는 자는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을의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야 할 운명을 가진 신 酸 사과도 있다. 그런 사과는 무르익어 노랗게 되고 마침내는 쭈글쭈글 시들어 버린다. 어떤 사람은 심정( 心 情 )이 먼저,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정신이 먼저 늙는다. 어떤 사람은 청춘 시절에 늙어 버린다. 그러나 늦게 젊음을 누리는 자는 오래도록 젊음 을 간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삶이 실패로 돌아간다. 독충이 그의 심장을 파먹어 버리기 때문 에. 그런 사람은 성공적인 죽음을 맞도록 명심해야 한다. 끝내 달콤해 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여름철에 벌써 썩어 버린다. 그가 아직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면 그것은 그런 이들이 비겁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으며, 그리고 너무 오래도록 가지에 매달려 있다. 태 풍이 불어와서 썩은 것, 벌레 먹은 것들을 남김없이 나무에서 흔들어 떨어뜨리기 를! 일찍 죽기를 설교하는 설교자가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생명의 나무에 대해 서 적당한 태풍이며 나무를 흔드는 자가 되리라! 그러나 완만한 죽음과 현세적 인 23 오래 살수록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을 비유함. 90

91 모든 것을 인내하란 설교만 들릴 뿐이다. 아아, 그대들은 현세적인 모든 것에 대한 인내를 설교하고 있는가? 그대들 모독하 는 자들이여, 오히려 이 현세적인 것들이야말로 그대들을 지나치게 인내하고 있 다. 저 히브리인은 너무도 빨리 죽었다. 완만한 죽음의 설교자들은 그들을 숭앙하나, 그가 너무 일찍 죽었던 일은 그 후 많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되었다. 히브리인인 예수는 히브리 사람의 눈물과 우울을 착한 사람들과 정의로운 사람들 의 증오와 더불어 알 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엄습했던 것이다. 그가 차라리 황야에 머물러 착한 사람과 정의로운 사람들과 떨어져 있었다면! 아 마 그는 삶을 누리고 대지에서의 삶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웃는 일까지도! 24 나의 말을 믿어라, 형제들이여! 그는 너무도 빨리 죽었다. 그가 만약 나와 같은 나 이에만 이르렀어도 스스로 그의 교리를 철회했으리라! 철회하고도 남을 만큼 그는 고귀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만 해도 미숙했다. 젊은이는 미숙한 것을 사랑하고 인간과 대지 를 미숙하게 미워한다. 또한, 그의 마음과 정신의 날개가 묶여 있어서 괴로워했다. 그러나 성인들은 그 속에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어린아이를 지니고 있으나 우울은 젊은이 보다 덜 지니고 있다. 또 그들은 죽음과 삶을 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미 더 이상 긍정자( 肯 定 者 )일 수 없을 때가 되어 성스러운 부정자( 否 定 者 )가 된 자는 죽음에 대해서도 자유이며, 죽음을 맞이해서도 자유롭다. 이처럼 성인은 죽 음과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 벗이여! 그대들의 죽음이 인간과 대지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기를 원한다. 나는 그 것을 그대들 영혼의 꿀에서 바랄 뿐이다. 그대들의 죽음에도 그대들의 정신과 덕성이 훨훨 타며 빛나야 할 것이다. 마치 대 지에 비치는 저녁노을처럼. 그렇지 못하면 그대들의 죽음은 실패로 끝나게 될 것 이다. 그대들 벗이 나를 위해 대지를 좀 더 사랑하도록 나 자신 죽으려고 한다. 나는 나 24 예수가 웃었다는 구절이 복음서에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처럼 말했다. 91

92 를 낳아준 자들 속에서 안식을 찾도록 또다시 대지로 돌아가고 싶다. 참으로 차라투스트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의 공을 던졌다. 이 제 그대들의 벗들은 나의 목표의 후계자이다. 그대들을 향해 나는 황금의 공을 던 진다. 나의 벗들이여! 무엇보다도 나는 그대들이 황금의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싶다. 그 때문에 나는 대지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을 양해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2

93 주는 덕 1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사랑하는 얼룩소 라고 불리는 도시를 떠날 때, 그의 제자라 고 스스로 자칭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어느 교차로에 왔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그들을 향해 이제부터는 나 혼자 가고 싶 다. 나는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고 말했다. 제자들은 이별의 선물로 황금 지팡이를 그에게 주었다. 그 황금 지팡이의 손잡이 에는 한 마리의 뱀이 태양을 감싼 채 감겨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매우 기뻐하며 그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에게 묻노라. 어찌하여 황금은 최고의 가치가 되었는가? 그것은 황금이 진 귀하고 실용적이지 아니하며 찬란하게 빛나고 그 빛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황금은 항상 스스로를 주는 것이다. 최고의 덕을 닮은 모습으로서만 황금은 최고의 가치에 도달했다. 주는 자의 눈빛 은 황금처럼 빛난다. 황금의 빛은 달과 태양 25 사이에 평화를 맺어 준다. 최고의 덕은 진귀하고 쓸모가 없으며 빛이 내고 그 빛깔은 부드럽다. 그리하여, 주 는 덕은 최고의 덕이다. 나의 제자들이여! 참으로 나는 그대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그대들은 나와 같이 주는 덕을 갖기를 원한다. 그대들이 어찌 고양이나 늑대와 어떤 공통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스스로 희생물이 되고 선물이 되고자 하는 것이 그대들이 갈망하는 바이다. 그 때 문에 그대들은 모든 재산을 그대들의 영혼 속에 쌓고자 갈망한다. 그대들의 영혼은 재물과 보석을 갈망하여 그칠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덕은 주려고 하는 욕망에 있어 권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모든 것을 강제하여 그대들에게로 오게 하고, 또 그대들의 손아귀에 넣 으려고 한다. 그것이 그대들의 샘에서 사랑의 선물로서 또다시 흘러나가도록 하기 25 태양은 주는 것, 달은 받는 것을 상징한다. 93

94 위함이다. 참으로 이와 같이 주는 사랑은 모든 가치의 강탈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을 나는 건전하고 성스러운 것이라고 부른다. 또 한 가지 다른 욕심이 있다. 너무 가난하고 굶주려서 항상 훔치려고 하는 욕심이 다. 병자의 욕심, 병적인 욕심이다. 그것은 도적의 눈으로 빛나는 모든 것을 바라본다. 굶주린 자의 탐욕으로 먹을 것 을 많이 가진 자를 흘끔흘끔 노려본다. 그리고 주는 자의 식탁 주위를 항상 숨어 다닌다. 그러한 욕망에서 질병과 눈에 보이지 않는 타락이 생긴다. 이와 같은 자아의 도적 과 같은 욕심은 병약한 육체임을 말해 준다. 말하라, 형제들이여! 우리들에게 악, 그리고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타락이 아닐까? 그리하여 항상 우리들은 주는 영혼을 상실했을 때 타락을 헤아리게 된다. 우리들의 길은 위로 나있다. 종속을 넘어 초종속( 超 種 屬 )으로, 그리하여 모든 것 은 나를 위하여 라는 타락한 마음은 우리들에게 있어 하나의 공포이다. 우리들의 마음은 위를 향해 비약하고 상승한다. 이 마음은 우리들 육체에 대한 비 유이며 상승에 대한 비유이다. 여러 가지 덕성의 명칭은 그와 같은 상승의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성장하고 싸우는 것으로서 육체는 역사를 누비고 나아간다. 그리고 정신은 육체에 대해 무엇인가? 육체의 싸움과 승리의 전령( 傳 令 ), 동행자, 반향( 反 響 )에 지나지 않는다. 선과 악의 명칭은 모두가 비유이다. 비유는 발언하지 않고, 암시만 할 뿐이다. 그 것으로부터 무엇을 알고자 하는 자는 어리석다.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정신이 비유로써 말하려 하면 항상 주의해 들어라. 거기에 그대들의 덕의 원천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그대들의 육체는 고양되고 부활한다. 육체는 그 환희로써 정신을 황 홀하게 한다. 이렇게 하여 정신은 창조자가 되고, 평가자가 되며, 사랑하는 자가 94

95 되고, 또한 만물에 은혜를 베푸는 자가 되는 것이다. 그대들의 심정이 강물처럼 강기슭의 사람들에 대한 축복으로서 또한 위험한 것으 로서 넘쳐흐를 때, 거기에 그대들의 덕의 근원이 있다. 그대들이 칭찬과 비난을 넘어설 때, 그리고 그대들의 의지가 홀로 하나의 사랑하 는 자의 의지로서 명령하려 할 때, 그곳에 그대들의 덕의 근원이 있다. 그대들이 유쾌한 것과 부드러운 침대를 경멸하고, 유약한 것으로부터 아무리 멀리 떨어져 누울지라도 만족하지 못할 때, 그곳에 그대들의 덕의 근원이 있다. 그대들이 하나의 의지의 의욕자이며, 모든 곤란을 전환하는 것이 그대들에게 필연 이라고 불릴 때, 그곳에 그대들의 덕의 근원이 있다. 참으로 그대들의 덕은 새로운 선과 악이다. 진실로 새롭고 깊은 여울 소리이며 하나의 새로운 샘물의 소리이다. 이 새로운 덕, 그것은 힘이다. 지배하는 사상이며, 그 주위에 하나의 총명한 영혼 이 있다. 즉 그것은 황금의 태양이며, 그 주위에는 인식의 뱀이 에워싸고 있다. 2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잠시 입을 다물고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제자들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그때 그의 말소리는 변했다. 형제들이여! 덕의 힘을 가지고 대지에 충실하라. 그대들이 주는 사랑과 인식은 대 지의 의의에 봉사해야 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렇게 간청하고 있다. 그대들의 사랑과 인식이 대지에서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하라. 날개를 가지고 영 원의 장벽을 두드리지 않게 하라. 아아, 얼마나 많은 덕이 날아가 버렸던가! 내가 하듯이 날아간 덕을 대지로 되돌리려무나! 그렇다. 육체와 삶으로 되돌려라. 덕이 대지에 대지의 의의를 주고 인간의 의의를 주도록 하라. 이처럼 정신은 덕과 함께 이제까지 몇백 번이나 날아가 버림으로써 과오를 저질렀던가! 아아, 우리들 의 육체 속에는 아직도 이런 착각과 과오가 깃들어 있다. 그것들은 거기서 육체와 의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정신은 덕과 같이 지금까지 몇백 번이나 시험했고, 길을 잃었다. 참으로 인 간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아아, 많은 무지와 오류가 우리들의 육체가 되었던 것이 95

96 다. 수천 년간의 이성뿐만 아니라 그 광희도 우리들에게서 발생했다. 그러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들은 아직도 한 발짝 한 발짝씩 우연 이라는 거인과 싸우고 있다. 아직도 전 인류의 위에서 무의미나 몰의미( 沒 意 味 )가 존재해서 지배해 왔다. 그대들의 정신과 덕은 대지의 의의에 봉사하라, 형제들이여! 만물의 가치가 그대 들에 의해 새롭게 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그대들은 싸우는 자가 되어 야 한다. 그리고 또 그대들은 창조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육체는 지혜에 의해서 스스로를 순화한다. 지혜로 시험해 가며 육체는 스스로를 높인다. 인식하는 자에게는 모든 충동이 신성시된다. 고양된 사람들에게는 영혼은 즐거운 것이 된다. 의사여! 그대 스스로를 치료하라. 그러면 그대의 환자도 치료할 수 있으리라. 의사 의 최선의 치료는 그 자신을 치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밟아 보지 못한 수천 개의 길 26 과 건강과 삶이 숨어 있는 섬이 있다. 인간과 인간의 대지는 무궁무진하여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고독한 자들이여! 잠을 깨고 귀를 기울여라! 바람이 소리 없이 날갯짓을 하며 미래 로부터 불어와 세련된 귀를 가진 자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그대들이여, 오늘날의 고독한 자들이여! 그대들,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자들 이여! 그대들은 언젠가 하나의 민족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선택한 그대들 로부터 선택된 민족이 깨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으로부터 초인이 깨어 나야 한다. 진실로 대지는 회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대지의 주위에는 벌써부터 새로운 향 기가 감돌고, 즉 회복을 가져다주는 향기가,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대지의 주변에 서려 있다. 3 차라투스트라는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마치 마지막 말을 맺 26 향상의 가능성이 인류에게는 무한이 남아 있음을 뜻함. 96

97 지 못한 사람처럼 침묵 속에 잠겼다. 오랫동안 의아스럽게 지팡이를 저울대처럼 들고 있다가 드디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의 목소리는 변해 있었다. 이제 나는 홀로 가겠다. 나의 제자들이여! 그대들도 지금 각자 떠나가라! 나는 그 러기를 바란다. 진실로 나는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나에게서 떠나 차라투스트라에게 반항하라! 더 욱 좋은 것은 차라투스트라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대들을 기만했을지도 모른다. 인식하는 사람은 그의 적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의 벗까지도 미워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제자로서 그친다면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하지 못함이니 어찌 그대들 은 나의 면류관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가? 그대들은 나를 존경한다. 그러나 만일 그대들의 존경이 무너진다면 어찌하겠는 가? 그대들은 차라투스트라를 믿는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차라투스트라에게 어떤 가 치가 있단 말인가? 그대들은 나를 믿는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대들은 아직 그대들 자신을 찾지 못해 그 대신에 나를 찾아냈던 것이다. 이것이 거의 모든 신자가 하는 행위이다. 그 때문에 이 모든 믿음이란 이토록 가치가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대들에게 명령하노니, 나를 떠나서 그대들 자신을 찾아내라.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했을 때, 비로소 나는 그대들 곁으로 돌아가리라. 진실로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때 달라진 눈으로 나의 잃어버렸던 사람들을 찾 을 것이며, 달라진 사랑으로 그대들을 사랑할 것이다. 언젠가 그대들은 나의 벗이 되어 같은 희망을 가진 자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야말로 나는 그대들과 더불어 우람한 대낮 27 을 축복하기 위해 세 번째 그대들 27 대낮에는 인식의 태양이 사물의 바로 위에 있으므로 그림자가 가장 짧은 때임. 따라서 모든 것이 적나 라하게 드러나는 가장 무서운 투명한 순간이다. 97

98 에게 돌아오리라. 우람한 대낮이란 인간이 짐승과 초인 사이의 행로 한가운데 서서 저녁에 이르는 길을 최고의 희망으로써 축복할 때이다. 그것은 새로운 아침에의 길이기 때문이 다. 그때 몰락하는 자는 초월하는 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축복하리라. 그의 인식의 태양은 그를 위해 대낮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모든 신들은 죽었다. 이제 우리들은 초인이 살기를 원한다. 이것이 언젠가는 우 람한 대낮에 있어서 우리의 최초의 의지가 되게 하려무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8

99 제 2 부

100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했을 때, 비로소 나는 그대들의 곁으로 돌아가리라. 진실로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때 달라진 눈으로 나의 잃어버렸던 사람들을 찾을 것이며, 달라진 사랑으로 그대들을 사랑할 것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제1부, <주는 덕> 중에서 거울 1 을 가진 어린아이 그 후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 그의 동굴의 적막 속에 파묻혀 인간과 멀어졌다. 그는 마치 씨앗을 뿌린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나서 기다리듯이 사람들로부터 벗어 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들에게 주어야 할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영혼은 초 조해했으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녕 사랑했기 때문에, 펼쳤던 손을 움츠리고 주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가장 괴로운 일 이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이 고독한 사람에게 세월이 흘러갔으나, 그 사이 그의 지혜는 성장하고 충실해져서 그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날이 새기 전에 눈을 뜨고 침대 위에서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마 침내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왜 내가 꿈속에서 놀라 이처럼 깨었을까? 거울을 가진 어린아이가 내 앞으로 걸 어오지 않았던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 어린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이 거울에 비친 그 대를 보라. 하고. 그러나 나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전율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속에서 본 것은 나의 얼굴이 아니라 악마의 찌푸린 얼굴과 조소( 嘲 笑 )였기 때문이다. 진실로 나는 너무도 곧잘 꿈의 징조와 경고를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나의 가르침 1 니체의 사상의 반향( 反 響 )을 나타냄. 100

101 은 위험 속에 빠져 있다. 그리고 잡초가 밀이라 자칭하려 하고 있는 순간이다. 나의 적은 자라서 억세게 되었고 나의 교리( 敎 理 )를 왜곡시켰다. 그리하여 내가 가 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들에게 준 것 때문에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게 되 었다. 나는 벗들을 잃어버렸다. 이제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을 때가 왔다. 이렇게 말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일어섰다. 겁을 집어먹은 자가 용기를 되찾은 모습이 아니 라 도리어 영감( 靈 感 )을 얻은 예언자나 가수 같은 모습으로. 그의 독수리와 뱀은 이상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다가올 행복이 해가 솟아오르듯 그의 얼굴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짐승이여! 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나 는 변하지 않았는가? 축복이 선풍처럼 나를 휩쓸지 않았는가? 나의 행복은 어리석다. 그러므로 나는 어리석게 말할 수밖에 없다. 나의 행복은 아 직 너무 어리다. 때문에 그것에 관용하라! 나는 나의 행복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이제 괴로운 사람은 모두 나의 의사이어라! 나는 다시금 나의 벗에게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적이 있는 데로도! 차라투스트라 는 다시금 이야기해 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상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나의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여울을 이루며 넘쳐나서 동쪽으로 서쪽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침묵의 산 위에서, 고통의 뇌우 속에서 나의 영혼은 우렁찬 소리를 내며 골 짜기로 떨어진다. 너무 오랫동안 나는 그리워하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고독 의 경지에 잠겨 지내왔다. 그리하여 나는 침묵을 지키는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완전히 입으로 변했다. 천길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노호( 怒 號 )로 변했 다. 나는 내 말 言 을 골짜기로 던지리라. 나의 사랑의 물결로 하여금 지나갈 수 없는 냇물 속으로 흘러들어 가게 하라. 냇물 이 흘러가면 드디어 바다에 당도하게 되리라! 확실히 내 마음속에는 호수가 있다. 그것은 숨어 있는 자족( 自 足 )의 호수이다. 그 러나 나의 사랑의 격류가 이 호수를 걸머지고 흘려버리리라. 바다로, 바다로! 101

102 나는 새로운 길을 가고, 새로운 말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나는 모든 창조자 처럼 낡은 말에 싫증이 났다. 그러나 나의 정신은 바닥이 해진 신발로 걸으려고 하 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느리게 들려온다. 그러므로 그대 폭풍이여! 나 도 그대의 마차에 뛰어오르리라! 그러면 그대조차 나의 악의( 惡 意 )로써 매질하리 라. 환성처럼 외치듯이 나는 대양을 건너가리라. 나의 벗들이 머무르고 있는 행복의 섬을 찾을 때까지. 그들 속에는 나의 적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러니 나의 적들도 내가 누리는 행복의 일부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아주 사나운 말에 올라타려고 할 때, 바로 나의 창이 항상 나 를 가장 잘 도와준다. 그것은 항상 준비된 내 발의 하인인 것이다. 내가 적을 향해서 던지는 창이여! 마침내 창을 던지게 된 것을 나는 적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나의 구름의 밀도는 짙다. 번갯불의 웃음 사이로 나는 소나기를 심연 속에 던지리 라. 그때 나의 가슴은 거세게 부풀어 오르리라. 그리하여 그 폭풍을 힘차게 산 위 로 몰아치게 함으로써 나의 마음은 가벼워지리라. 진실로 나의 행복과 자유는 폭풍처럼 찾아든다. 그러므로 나의 적들은 악마가 그 들의 머리 위에서 부르짖고 있다고 생각하리라. 그렇다, 나의 벗이여! 그대들도 나의 야성적인 지혜 때문에 깜짝 놀라리라. 아마도 그대들은 놀라 나의 적들과 더불어 도망치리라. 아아, 목자의 피리로 그대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아아, 나의 암사자의 지혜가 순하게 짖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우리들이 서로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면! 나의 야성적인 지혜는 산 위에서 잉태하고, 험준한 바위 위에서 그녀는 아기를 낳 았다. 이제 지혜의 암사자는 어리석게도 불모의 황야를 달리며 한사코 부드러운 풀을 찾 는다. 나의 낡은 야성적인 지혜는. 102

103 그대들의 부드러운 풀 위에, 나의 벗이여! 그대들의 사랑 위에 나의 지혜는 그녀 의 가장 사랑하는 새끼를 잠재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3

104 행복의 섬에서 무화과가 나무에서 떨어진다. 무화과는 아름답고 맛있다. 떨어지면서 붉은 껍질이 터진다. 나는 무르익은 무화과에 부는 북풍이다. 나의 벗이여! 무화과처럼 이 교훈이 그대들에게 떨어진다. 그러면 그 과즙을 마시 고 달콤한 과육을 먹어라! 가을이 우리를 맴돌며, 하늘은 맑고, 지금은 오후이다. 보라! 우리들의 주위가 얼마나 충만한가를! 넘치는 가운데 바다를 바라보는 즐거 움이여! 일찍이 사람들은 먼 바다를 바라다보고 신이라 말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대들 에게 초인이라 말하도록 가르치련다. 신이란 하나의 억측이다. 그대들의 억측이 그대들의 창조하고자 하는 의지를 넘어 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들은 신을 창조할 수 있는가? 아니, 모든 신에 대해 입을 다물어라! 그러나 그대들은 곧잘 초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형제들이여! 어쩌면 그대들 자신은 초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를 초인의 아버지나 조상으로 개조할 수는 있으리라. 이것을 그대들의 최고의 창 조가 되게 하라! 신이란 하나의 억측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의 억측이 창조 의지의 범위 내에 국 한되기를 바란다. 그대들은 하나의 신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것이 그대들에게는 진리에의 의지를 의미하도록 하라. 모든 것을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것, 인간이 볼 수 있는 것,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그대들 자신의 감각 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대들이 세계라고 불렀던 것도 우선 그대들에 의해서 창조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그대들의 이성, 그대들의 심상, 그대들의 의지, 그대들의 사랑이 바로 세계 그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축복만을 위해 있을 것이다. 그대들 인 식자들이여! 104

105 그대들은 희망 없이 어떻게 생활을 견뎌 내려 하는가? 그대들 인식하는 자여! 그 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나 불합리한 것 속에서 태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숨김없이 그대들에게 밝히겠다, 나의 벗이여!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 면 나는 내가 신이 아님을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그러므로 어떠한 신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나는 이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결론이 나를 이끈 다. 신이란 하나의 억측이다. 그러나 이 억측이라는 고뇌의 술잔을 마시지 않고서 그 누가 죽을 수 있겠는가? 창조하는 자에게서 그 신앙을 빼앗아도 좋단 말인가? 독 수리로부터 독수리의 고공비행( 高 空 飛 行 )을 빼앗아도 좋단 말인가? 신은 모든 진실한 것을 왜곡시키며 서 있는 자를 비틀거리게 하는 사상이다. 어찌 하여 그렇지 않으랴! 만일 신이 있다고 하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게 되며, 지나가 버린 모든 것은 허위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에 잠기면 사람의 온몸은 현기증을 느끼고, 위에서는 구역질을 느끼게 된다. 진실로 이런 것을 억측하는 것을 나는 비틀거리는 병이라 부르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악이라 부르며 인간염오( 人 間 染 汚 )라고도 부른다. 하나뿐인 것, 충실 한 것, 움직이지 않는 것, 포만한 것, 불멸한 것에 대한 교의( 敎 義 ) 일체를 악이라 고 부른다. 변하지 않는 모든 것, 이것은 하나의 비유에 불과하다. 이처럼 시인들은 너무도 거 짓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생성에 대해서는 최상의 비유를 말해야 한다. 그 비유는 모든 무상 함을 찬미하는 것이어야 하며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창조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괴로움의 위대한 구원이며 삶의 위로인 것이다. 그러 나 창조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괴로움과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 그대들의 삶 속에는 많은 죽음이 있어야 하리라. 그대들 창조자여! 그래야 만 그대들은 무상의 대변자이며 시인자( 是 認 者 )이다. 창조자 그 자신이 새로 태어나는 어린아이가 되려면, 그 자신이 산모이며 산모의 105

106 고통을 견뎌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진실로 나는 백 개의 영혼을 거쳐서 나의 길을 가며 백 개의 요람과 진통을 겪으며 나의 길을 걸어가리라. 이미 나는 수많은 작별을 했고 가슴을 찢는 듯한 마지막 순간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의 창조하는 의지는 그것이 나의 운명임을 바라지만 차라리 나는 보다 더 솔직하게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그런 운명이야말로 나의 의지가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나에게 있어서는 온갖 감정이 괴로운 것이고 마치 감옥 속에 갇힌 것과도 같다. 그러나 나의 의욕은 항상 나의 해방자( 解 放 者 )로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존재 로서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의욕은 해방을 시킨다. 이것이 의지와 자유에 대한 진실한 학설이다. 차라투스트 라는 그대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다시는 의욕을 보이지도 않고, 다시는 평가하 지도 않으며, 다시는 창조하지도 않으니. 아아, 이 커다란 권태가 언제나 나에게서 멀리 떠나려는지. 그리하여 인식함에 있어서도 나는 나의 의지의 생산 의욕과 생성 의욕만을 느낄 뿐이다. 만일 나의 인식 속에 천진함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은 그 인식 속에 생산 의욕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의지가 나를 유인해서 신과 신들로부터 떠나게 했다.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면 대관절 무엇을 더 창조할 여지가 남아 있겠는가! 그러나 나의 열정적인 창조 의식은 나를 휘몰아 항상 인간에게 도달시킨다. 이리하여 그것은 망치를 가지고 돌을 때리게 한다. 아아, 그대들 인간들이여! 돌 속에 하나의 그림자가 잠자고 있다. 나의 많은 그림 자 중의 하나가 고요히 잠자고 있다. 아아, 그것이 더없이 단단하고 보기 흉한 돌 속에 잠자고 있을 줄이야! 이제 나의 망치는 이 그림자의 감옥을 마구 때려 부순다. 돌에서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는 이것을 성취하리라! 하나의 그림자가 나에게로 왔기 때문에. 만물 중에 가장 106

107 고요하고 경쾌한 것이 나에게로 왔기 때문에. 즉 초인의 아름다움이 그림자처럼 나에게로 찾아왔기 때문에. 아아, 나의 형제들 이여! 지금 신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7

108 동정자( 同 情 者 )들에 대하여 나의 벗이여! 조롱하는 소리가 그대들의 벗에게서 들려왔다. 차라투스트라를 보라! 그는 짐승 사이를 걷듯이 우리들 사이를 걷고 있지 않은 가? 라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인식하는 자인 그는 짐승 사이를 걷 듯이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라고. 그 인식하는 자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붉은 볼을 가진 짐승이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을까? 인간은 너무나 자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안 되었 기 때문이 아닐까? 오오, 나의 벗이여! 인식하는 자는 말한다. 치욕, 치욕, 치욕, 이것이 바로 인간 의 역사이다! 라고. 이 때문에 고귀한 사람은 남의 얼굴을 붉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한다. 또 그 때 문에 그는 모든 고뇌하는 자들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진실로 나는 동정을 베풂으로써 행복해하는, 인정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다. 그들은 너무 부끄러움에 대해 모른다. 만일 내가 동정하지 않으면 안 될 때조차도 나는 동정심 있는 자라는 말을 듣고 싶 지 않다. 그리고 만일 내가 동정을 하게 되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렇게 알려지기 전에 얼굴을 감싸고 도망치리라. 그대들도 그렇게 하도록 나는 명령한다. 나의 벗이여! 부디 나의 운명이 언제나 내가 가는 길 저쪽에다 그 대들과 같이 괴로움이 없는 자를 데리고 가기를! 또한, 나와 더불어 희망과 양식과 물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만한 사람을 데리고 가기를! 진실로 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해 이런 일 저런 일을 했다. 그러나 항상 보다 좋 게 나 스스로를 즐길 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보다 나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 다. 인간이 존재한 이후, 인간은 기뻐하는 일이 너무도 적었다. 나의 형제여! 그것만이 108

109 우리들의 원죄( 原 罪 ) 2 이다. 만일 우리들이 우리 스스로가 보다 좋게 즐기는 법을 배웠다면, 딴 사람들에게 고 통을 주거나 괴로움을 생각해 내는 것을 저버리게 하는 것이 되리라. 그 때문에 나는 괴로운 자를 도와준 손을 씻는다. 또한, 나의 영혼까지도 씻는다. 왜냐하면 괴로운 사람의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들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괴로워하는 자를 도와주었을 때, 나는 그 의 긍지를 몹시 손상시켰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큰 은혜는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도리어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작은 은혜가 잊혀지지 않으면 거기서 물어뜯는 벌레가 생긴다. 받는 것을 부끄럽게 알라! 받는 것을 거절하라! 이렇게 나는 주어야 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그러나 나는 주는 자이다. 나는 벗으로서 벗들에게 기꺼이 베푼다. 알지 못하는 사 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나의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좋다. 그렇게 하 면 그들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 훨씬 적어질 것이다. 거지는 모두 쫓아버려야 한다. 참으로 거지에게는 주는 것도, 그리고 주지 않는 것 도 똑같이 언짢기 때문이다. 그리고 죄인과 나쁜 양심 또한 그렇다. 나의 벗이여! 나의 말을 믿어라. 양심의 뼈 아픈 가책은 남을 물어뜯는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은 왜소한 사상이다. 진실로 왜소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 쁘게 행동하는 것이 훌륭하다. 그대들은 왜소한 악의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우 리들에게 커다란 악행을 저버리게 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있어 사 람들은 저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악행은 부스럼과 같은 것이다. 근지럽고 쑤시며 드디어 터져서 고름이 나온다. 악행은 정직하다. 보라, 나는 병이로다. 이렇게 악행은 말한다. 이것이 악행의 정직함이다. 2 육체적인 것, 쾌락적인 것 을 기독교에서는 원죄라 한다. 니체는 도리어 인생을 즐기지 못하게 한 것 을 원죄라 함. 109

110 그러나 왜소한 사상은 균( 菌 )과 같다. 그것은 기어 다니고 숨어 살며 한곳에 있으 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적은 균 때문에 온몸이 썩고 시들어 버린다. 그러나 악마에 사로잡힌 자의 귀에 대고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차라리 그대의 악마를 키워라! 그러면 그대에게 위대한 길이 또 있으리라. 아아, 나의 형제들이여! 사람들은 개개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우리 는 많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철두철미하게 알지 못한다.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침묵을 지키는 일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가장 부당하게 행동할 때는 우리들에게 반항하는 자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들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이다. 그대가 만일 괴로워하는 벗을 가졌다면 그대는 그의 괴로움을 위해서 안식처가 되 리라. 말하자면 딱딱한 야전 침대처럼. 그렇게 하면 그대는 그에게 가장 유용하게 이바지하리라. 그리고 만일 벗이 그대에게 해를 끼쳤을 때에는 이렇게 말하라. 나는 그대가 나에게 한 짓을 용서해 주노라. 그러나 그대가 자신에게 저지른 악에 대해 나는 어떻게 이것을 용서해 줄 수 있으리오! 라고 말이다. 모든 위대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사랑은 용서하는 일도 동정하는 일도 초극( 超 克 )한다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그것이 한번 도망가 버 리면 얼마나 그 머리가 재빨리 도망칠 것인가! 아아, 이 세상에 동정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또 이 세상에 동정하는 어리 석음보다 더욱 많은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을까? 사랑하는 자로서 동정보다도 높은 경지를 모르는 자는 불쌍하다. 일찍이 악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도 그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 즉 그것이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다. 라고. 그리하여 최근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 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라고 하는. 110

111 그러니까 동정에 대해서는 경계하라. 그곳으로부터 인간에게 무거운 구름이 닥쳐 올 것이다. 진실로 나는 천기의 징후를 잘 느끼고 있다. 다음의 말도 명심하라!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 위에 있음을. 왜냐하면 위대 한 사랑은 사랑받는 것을 창조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나의 사랑에 바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바치는 이웃에게도 바 친다. 이것이 모든 창조자의 말이다. 그러나 모든 창조자는 냉혹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11

112 성직자들에 대하여 어느 날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제자들에게 하나의 상징으로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성직자들이 있다. 그들이 나의 적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은 그들 옆을 가려거 든 조용히, 그리고 칼을 잠재운 채 가지고 지나가려무나! 그들 속에도 영웅이 있 다. 그들은 대부분 크나큰 괴로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까지 괴롭 히려 하고 있다. 그들은 나쁜 적이다. 그들은 겸손함 이상으로 복수심도 강하다. 그리하여 그들을 공격하는 자는 쉽사리 더럽혀진다. 그러나 나의 피는 그들의 피와 상통하고 있다. 더욱이 나는 나의 피가 그들의 피에 있어서도 존경받기를 바란다. 그들이 지나갔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고통을 느꼈다. 잠시 동안 자기의 고통을 이 겨낸 다음 그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성직자들 때문에 슬프다. 그들은 나의 취향도 거스른다. 그러나 그것은 내 가 인간들 사이에 온 이후 겪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나는 그들과 더불어 괴로움을 나누어 왔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죄수이며 낙인 찍힌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구세주라고 불리는 자가 그들을 질곡 속에 얽어맨다. 그릇된 가치와 환상적인 말의 쇠사슬에! 아아, 그들을 그들의 구세주로부터 구출 해 낼 수 있단 말인가! 일찍이 그들은 바닷물이 그들을 떠밀었을 때, 섬에 상륙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라, 그것은 잠자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릇된 가치와 환상적인 말, 이것이야말로 죽어가는 인간에게까지 괴물이다. 그들 속에서 숙명이 오랫동안 잠자며 기다린다. 그러나 드디어 파멸이 온다. 그리하여 깨닫게 되고, 그 위에 오막살이집을 지은 사 람을 삼켜 버리고 만다. 오오, 그들 성직자들이 스스로 세운 집을 보라! 그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동굴을 그들은 교회라고 부른다. 112

113 오오, 이 그릇된 광명이여! 이 곰팡내 나는 공기여! 영혼이 그의 높이까지 날아오 를 수 없는 곳이여! 그 대신에 그들의 신앙은 이렇게 명령한다. 무릎을 꿇고 계단을 오르라, 죄인들이여! 하고. 진실로 나는 그들의 치욕과 경건한 눈초리를 보는 것보다 차라리 파렴치한 것을 보고 싶다. 누가 그와 같은 동굴과 참회의 계단을 만들어 냈던가? 그것은 맑은 하늘이 부끄러 워 숨어 버리려고 했던 자들이 아니었던가? 맑은 하늘이 헐어진 지붕 사이를 엿보고 무너진 벽 위의 풀과 붉은 양귀비꽃을 내 려다봤을 때, 비로소 나는 다시금 나의 심정을 이 신의 자리에로 돌리려고 한다. 그들은 그들에게 반항하고 괴로움을 주었던 자를 신이라고 부른다. 진실로 그들의 기도에는 많은 영웅주의( 英 雄 主 義 )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는 그들의 신을 사랑할 줄 몰랐 던 것이다. 그들은 시체처럼 살 생각으로 자신들의 시신을 검은 옷으로 덮었다. 그들의 말 속 에서도 시체실의 기분 나쁜 약 냄새가 풍긴다. 3 그들 곁에 사는 사람은 검은 못 池 가까이에서 산다. 이 못에서는 맹꽁이가 우울 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들의 구세주를 믿게 하기 위해서 보다 나은 노래를 나에게 불러 주어야 할 것이 며, 또한 그들의 제자들은 좀 더 구원받은 것처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벌거벗은 그들을 보고 싶다. 왜냐하면 아름다움만이 참회를 설교하기 때문이 다. 그런데 이런 가면을 쓴 비애가 누구를 어떻게 설교할 수 있단 말인가! 진실로 그들의 구원자들 자신이 자유와 자유의 제7천국 4 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진실로 그들 자신은 인식의 양탄자 위를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이 구원자들의 정신은 결함이라는 틈바구니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틈새 하나 하나에 그들의 망상을 채웠다. 그들이 채운 것을 그들은 신이라 불렀다. 3 극단적인 금욕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음. 4 가장 높은 천국. 113

114 그들의 정신은 그들의 동정 속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그들이 동정으로 인해 부풀 고 너무 부풀었을 때, 표면에는 언제나 큰 어리석음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은 열광하여 고함을 지르며, 그 가축 떼를 그들의 외나무다리로 내몰았다. 미 래에의 길은 이 외나무다리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듯이. 진실로 이 목자들도 양 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목자들은 작은 정신과 넓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이제까지 가장 넓은 영혼이라 해도 얼마나 좁은 영역이었던가! 피의 징후를 그들은 그 길 위에 남겼다. 그리고 어리석게 가르쳤던 것이다. 그러나 피는 진리의 가장 나쁜 증인이었다. 피는 가장 순수한 학설을 더럽히며 심 정의 증오와 환상으로 전환시킨다. 그리하여 만일 그 학설을 위해 불 속을 간다 해도 그것으로 무엇이 증명될 것인 가! 진실로 그의 학설이 그 자신을 불태움으로써 태어날 때, 그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뜨거운 마음과 차가운 머리, 이것이 서로 합쳐지는 곳에 광풍이 일어난다. 즉 구 세주 가 나타난다. 진실로 거기에는 보다 더 위대한 자가 있으며, 또한 군중이 구세주라고 부르는 광 풍보다도 고귀한 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들이 만약 자유에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면, 어떠한 구세주보다도 위 대한 것에 의해 구원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초인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가장 위대한 위인도 가장 보잘것없는 인간 도 나는 그들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그들은 역시 너무 닮은 데가 많다. 진실로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나는 너무 나 인간적인 것을 보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14

115 도덕가에 대하여 우레와 하늘의 불꽃으로 우리는 타성적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소리는 나직이 울려온다. 아름다움은 가장 잘 깨어있는 영혼 속에만 살며시 숨어든다. 오늘 나의 방패는 조금씩 떨면서 나를 향해 웃었다. 이것이야말로 미의 신성한 웃 음이며 전율이다. 그대들 도덕가들이여! 오늘 그대들을 향해 나의 아름다움이 비웃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소리는 나에게 이렇게 들려왔다. 그들은 아직도 지불받기를 원하고 있노라! 고. 그대들은 아직도 지불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대들 도덕가여! 그대들이 바라는 것 은 덕에 대한 보답인가 대지에 대한 천국인가! 그대들의 오늘에 대한 영원인가! 그리하여 보답을 주는 곳도, 지불자( 支 拂 者 )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나의 가르침에 대해 그대들은 화를 내는가? 진실로 나는 도덕이야말로 그 자신에 대한 보답이라 고 가르친 적조차 없다. 아아, 그것은 나의 슬픔이다. 사람은 사물의 밑바닥에서 보답과 형벌을 설치해 놓 고 있다. 더욱이 그대를 영혼의 밑바닥에까지 오오, 그대 도덕자들이여! 그러나 나의 말은 산돼지의 코처럼 그대들의 영혼 밑을 파서 뒤집어 놓으리라. 나 는 그대들로부터 보습 쟁기의 날 이라 불려지기를 바란다. 그대들의 영혼 속에 있는 모든 비밀을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야겠다. 그들이 파헤 쳐지고 부서져서 백일하에 드러날 때, 그대들의 허상도 그대들의 진실에서 분리될 것이다. 그대들의 진실이란 이렇다. 즉 그대들은 복수, 형벌, 보답 등의 말에 대해 너무나 도 순수하다. 그대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그대들의 도덕을 사랑한다. 어머니가 그 사 랑에 대해 보답 받기를 원했다는 이야기를 그대들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대들의 덕이야말로 그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다. 반지를 원하는 갈망이 그 115

116 대들 속에 있어, 또다시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해 모든 반지는 싸우고 회전한 다. 그대들의 덕이 하는 모든 일도 역시 사라져 가는 별과 같다. 그 빛은 항상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것이 언제 여행을 그칠 것인가? 이렇게 해서 그대들의 덕의 빛은 그가 하는 일을 끝낸 다음에도 여전히 여행을 계 속하고 있다. 가령 그것이 잊혀지고 죽어 없어져 버릴지라도 그 광선은 그대로 살 아서 움직인다. 그대들의 덕이 그대들 자신이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피부나 피복도 아니라는 점,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의 영혼의 밑바닥으로부터 흐르는 진실이다. 도덕가들이 여!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덕은 채찍 밑의 경련이라고 일컫는 사람들도 있다. 그대들 은 이런 사람들의 외침을 너무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악덕의 이완( 弛 緩 )을 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증오와 질투가 사지를 펴고 잠자고 있을 때, 정의는 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을 비빈다. 그리하여 아래쪽으로 이끌려 떨어지는 것도 있다. 악마가 그들을 잡아당기기 때문 에. 그러나 그들이 깊숙이 잠기면 잠길수록 더욱더 그들의 눈은 빛나고 신에 대한 동경은 열렬하게 불타오른다. 아아, 그대 도덕가들이여! 그들의 외침은 또한 그대들의 귀에도 들렸으리라. 내가 아닌 것, 그것이 나의 신이며 덕이다! 하는 말이. 그리고 돌을 싣고 산을 내려오는 수레처럼 무거운 듯이 덜거덕거리며 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위엄과 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며, 또 그들은 제동기를 덕이라 부른다. 또한, 태엽을 갓 감아 놓은 시계와 같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똑딱똑딱 소리를 내 면서 이 소리가 덕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진실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반가워한다. 그런 시계를 보면 나는 조소하여 태엽을 감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또다시 둔한 소리로 웅얼거릴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들이 한 줌의 정의 를 자랑하고, 그 때문에 모든 일에 비행을 저 116

117 지른다. 그래서 세계는 그 부정 속에 빠지고 만다. 아아, 그들의 입에서 덕 이라는 말이 왜 그다지도 졸렬하게 울려 나오는 것일까! 그들이 나는 옳다. 라고 말할 때, 그것은 항상 나는 복수를 당했노라. 라는 말처럼 울려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덕을 가지고 적의 눈을 빼내려고 하며,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기 위 해 자기 자신을 높인다. 그리고 늪에 들어가 그 갈대 사이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덕 그것은 늪 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아무도 물어뜯지 않는다. 또 물어뜯으려는 사람을 피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 대해 남이 주는 의견을 가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몸가짐을 사랑하며 덕이란 일종의 몸가짐이라고 생각 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그들의 손은 덕의 찬미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 음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 그 밖에 또 어떤 사람은 덕은 필요하다. 고 말하는 것을 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 나 결국 그는 경찰이 필요하다. 고 믿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인간에게서 고귀함을 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비열함을 아주 가 까이 보는 것을 덕이라고 부르며, 따라서 자기의 나쁜 눈초리를 덕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은 마음을 이끌어 주고 높여 주기를 바라며, 그것을 덕 이라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전복되기를 원하고, 그것까지 덕이라고 부른 다. 이와 같이 거의 모든 사람은 스스로가 덕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들 이 적어도 선 과 악 에 관해서 정통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러한 모든 거짓말쟁이와 바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 려고 온 것은 아니다. 그대들은 덕에 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 덕에 관해서 무 엇을 알 수 있는가? 하고. 나의 벗들이여! 그는 그대들이 바보와 거짓말쟁이들로부터 배운 낡은 말에 싫증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117

118 또한 보답, 보복, 형벌, 정당한 복수 등의 말에 싫증이 나도록 일깨우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하나의 행동이 선인 것은 그것이 몰아적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는 따위의 소리에 싫증을 느끼기를 바라며. 아아, 나의 벗이여! 그대들 스스로가 그대들의 행동에 있어서 어머니가 아기를 다 루듯 하라. 그것으로 하여금 그대들의 덕이 진리가 되게 하라! 진실로 나는 그대들로부터 수백 가지의 진리와 그대들의 덕의 가장 귀중한 장난감 을 빼앗은 것이다. 그래서 그대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화를 내는 것처럼 나에게 화 를 내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었다. 그때 파도가 밀려와서 그들의 장난감은 바 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그들은 울부짖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파도는 그들에게서 새로운 장난감을 갖다 주리라. 더욱이 오색의 조개껍데기를 그대들에게 흩어 놓으리라. 이렇게 하여 그들은 위로를 받으리라.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대들도, 나의 벗들이 여! 위로와 새롭고 다채로운 조개껍데기를 얻게 되리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18

119 천민에 대하여 인생이란 쾌락의 샘이다. 그러나 천민이 끼어들어 마시면 샘물은 모두 더럽혀지고 만다. 나는 모든 깨끗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이빨을 드러내 놓고 웃는 입과 갈증 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시선을 샘 속에 던진다. 그리하여 웃음이 샘 속에서 나에게로 비친다. 신성한 샘물을 그들은 음탕한 욕망으로 더럽혔다. 그들이 그들의 더러운 꿈을 쾌 락이라고 불렀을 때 그들은 그 말까지도 더럽혔다. 그들의 질퍽거리는 심정 속에 불을 놓으면 불꽃도 화를 낸다. 천민이 불 가까이 가 면 정신은 들끓으며 연기를 내뿜는다. 그들의 손에 들어간 과일은 구역질이 나도록 무르익는다. 그들이 과일나무를 보면 과일나무는 바람에 잘 흔들리고 가지는 시든다. 인생을 등지고 간 많은 사람들은 천민을 등지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들은 샘물과 불꽃과 과일을 천민과 나누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막에서 맹수들과 더불어 갈증에 시달렸던 많은 사람들은, 부정( 不 淨 )한 낙타 몰이꾼들과 함께 빗물을 받은 통 옆에 앉기가 싫어서 그리했다. 파괴자처럼, 또는 내리는 우박처럼, 많은 사람 5 은 오직 천민들의 목덜미에 발을 디 밀고서 그 숨통을 막아버리려고 한다. 삶 자체가 적의와 죽음과 수난의 십자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나 의 숨을 답답하게 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이렇게 묻고 물어 거의 숨이 찰 지경이었다. 무엇 때문에 삶은 천민까지 필요로 하는가? 더럽혀진 샘, 악취를 풍기는 불, 더럽혀진 꿈, 그리고 구더기, 이런 것들이 삶의 빵에 필요한 것들인가? 나의 미움이 아니라 나의 구역질이 나의 삶을 마구 처먹는다. 아아, 나는 천민들에 5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개혁자를 가리킴. 119

120 게서도 정신적인 지혜를 발견했을 때, 나는 정신에 싫증이 났다. 오늘날의 지배자들이 지배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나는 지배자들에게서 등을 돌렸 다. 진실로 그것은 천민과 권력을 위해 흥정하고 거래를 하는 것 같았다. 즉 지배 란 천민들을 상대로 권력을 잡기 위해서 부정( 不 正 )을 흥정하고 거래를 일삼는 것 이다. 말을 달리하는 국민 사이에서 나는 귀를 막고 살아왔다. 그리하여 그들의 장사의 말과 그들의 힘의 거래에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코를 쥐어 잡고서 어제도 오늘도 불쾌한 기분으로 걸었다. 진실로 어제도 오늘도 조잡하게 만드는 천민의 악취가 가득 차 있었다. 귀머거리와 장님과 벙어리가 된 불구자처럼 나는 오랫동안 살아왔다. 권력을 쥔 천민, 글을 쓰는 천민, 쾌락을 찾는 천민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려고. 나의 정신은 괴로워하며 주의 깊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면 기쁨의 희사( 喜 事 )가 정신의 위안제가 되는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삶은 장님과 더불 어 살그머니 지나갔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가? 어떻게 해서 나는 구역질에서 벗어났는가? 누가 내 눈을 젊게 했던가? 천민들이 샘물가에 앉지 못할 높은 곳으로 내가 어떻게 뛰어오 를 수 있었던가? 나의 구역질이 날개를, 그리고 샘물을 알아낼 힘을 나에게 주었던가? 진실로 환희 의 샘물을 또다시 찾기 위해 나는 절정을 향해 날아가야 했을 것이다. 아아, 나는 그것을 찾아냈다. 형제들이여! 이 절정에 환희의 샘물은 용솟음치고 있 다. 그리고 천민과 더불어 마실 수 없는 삶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환희의 샘물이여! 그대는 나에게로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그대는 잔을 채우기 를 원하면서 자주 잔을 비운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더욱 겸손하게 가까워짐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마 음은 너무도 세차게 그대를 향해서 흘러간다. 나의 마음이여! 그대 위에 나의 여름은 불타고 있다. 짧고 무더우며 우울하게 행복 에 넘치는 여름이 불탄다. 이 여름의 마음은 얼마나 그대의 냉기를 그리워하고 있 120

121 는가? 섭섭해 머뭇거리는 봄의 괴로움이여! 유월의 내 악의의 눈송이는 지났다. 나는 이 제 한여름의 정오가 되었다. 차가운 샘물과 행복의 정적을 지닌 절정의 여름. 오오, 오너라. 나의 벗들이여! 고 요함이 즐거움으로! 이곳이야말로 우리들의 절정이며 우리들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모든 더럽혀진 사 람들과 그 갈증으로부터 너무도 높고 험한 곳에 우리들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맑은 눈을 내 환희의 샘 속에 던져라. 나의 벗들이여! 이 샘물이 그 때문 에 흐려질 것인가? 샘물은 그 맑음을 간직하고 그대들에게 웃음을 줄 것이다. 미래라는 나무 위에 우리는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만든다. 독수리가 주둥이에 먹을 것을 물어다 우리들 고독한 자들에게 날라다 주리라. 진실로 그것은 불결한 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없는 먹이이다. 만약 먹는다면 그들은 불을 먹은 듯 입을 태우리라. 진실로 우리들은 이곳에 불결한 자들이 살 장소를 마련해 놓지 않았다. 그들의 육 체와 정신에게는 우리들의 행복이 얼음의 동굴로 보이리라. 그리고 강한 바람처럼 우리들은 그들의 훨씬 위에서 살리라. 독수리의 이웃, 눈의 반려, 태양의 벗으로서 이처럼 강풍은 살아간다. 더욱이 언젠가 바람처럼 나는 그들 사이로 바람같이 들어가리라. 그리하여 나의 정신으로서 그들의 정신의 호흡을 빼앗으리라. 진정 나의 미래는 그것을 바라고 있다. 진실로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낮은 땅에 부는 강한 바람이다. 그는 그의 적들과 그 리고 침을 뱉을 만한 모든 것에 대해 그의 충고를 주는 것이다. 바람을 향해 침을 뱉는 일을 삼가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1

122 독거미 6 에 대하여 보라! 이것이 독거미의 구멍이다. 그대들은 이것을 보려 하는가? 여기에 그 거미 줄이 걸려 있다. 이것을 흔들어 보려무나. 독거미가 좋아라 하고 달려올 것이다. 잘 왔다. 독거미여! 그대의 특징은 잔등에 세모꼴의 무늬가 찍혀 있는 것이다. 그대의 영혼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대의 영혼 속에는 복수가 도사리고 있고, 그대가 무는 곳에는 검은 자국이 나타 난다. 또 그대의 독은 복수로서 영혼을 어지럽힌다. 나는 이렇게 영혼을 어지럽히는 그대들을 향해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그대들 평 등의 설교자 7 여! 그대들은 독거미이며 또한 남몰래 복수심을 품은 자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의 은신처를 백주에 드러내겠다. 그 때문에 나는 그대들의 노 여움이 그대들을 허위의 동굴로부터 이끌어 내도록 하며, 그대들의 복수가 정의 라는 말의 배후에서 뛰어나오도록 하기 위해 그대들의 그물을 찢어 버리겠다. 왜냐하면 인간이 복수로부터 구원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희망에의 다리이 며 오랜 폭풍우 뒤의 무지개인 까닭이다. 그러나 물론 독거미는 그것에 대해서 다를 것이다. 세계가 우리들의 복수의 폭풍으로 충만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참다운 정의가 되도록 하라. 이렇게 그들은 서로 이야기한다. 우리들과 같지 않은 모든 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모욕을 주리라. 이렇게 독거미는 마음속으로 맹세를 한다. 또 평등에의 의지 이것은 장래에 덕의 이름이 되리라.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우리들은 외치는 것을 바란다. 라고. 그대들 평등의 설교자여! 무력( 無 力 )한 폭군적 착란이 그대들 속에서 평등 을 찾아 6 니체는 평등을 말하는 사회주의적 저널리스트를 독거미에 비교했다. 7 사회주의자를 가리킴. 122

123 부르짖고 있다. 그대들 속에 깊이 숨어 있는 폭군적 욕망이 이와 같은 덕의 말로써 가장하리라. 원한으로 화한 자부심, 억눌린 질투심, 그것은 아마 그대들의 조상으로부터 이어 받은 자부심과 질투심일 테지만, 그대는 복수의 불꽃으로 착란 되어 그대들의 속 에서 폭발하리라. 아버지가 숨겨 두었던 것이 아들 속에서 나타난다. 그리하여 나는 때때로 폭로된 아버지의 비밀로서의 아들을 보았다. 그들은 영감을 받은 자와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 영감을 받게 한 것은 심령이 아니 고 복수이다. 또 그들이 예민하고 냉정하게 될 때에도 그들로 하여금 예민하고 냉 정하게 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질투심인 것이다. 그들의 질투심은 그들을 또한 사상가의 길로 이끈다. 항시 그들은 멀리 지나쳐 나 아가기 때문에, 그들은 피로로 인해 마침내 눈 위에서까지 누워서 자 버리는 것, 이것이 그들의 질투의 특징이다. 그들의 탄식 속에서는 복수심이 울려오고, 그들의 찬사 속에는 악의가 있다. 그리 고 그들의 호소 속에서 복수의 소리가 들리며, 그들은 심판자가 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나의 벗이여! 벌을 주려는 충동이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라도 믿지 마라! 그들은 나쁜 족속이며 나쁜 혈통의 군중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사형 집행인과 사 냥개와 같은 모습이 엿보인다. 자기의 정의에 대해서 많이 지껄이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진실로 그들의 영혼에 서 모자라는 것은 꿀만이 아니다. 그들이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 이라고 스스로를 부를 때, 그들이 바리새인이 되기 위해 모자라는 것은 오로지 힘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나의 벗이여! 나는 다른 사람과 혼동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평등을 설 파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독거미들이다. 123

124 이들 독거미가 동굴 속에 들어가 세상을 피해 살면서 또한 삶에 대해서 말하는 것 은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금 힘을 가진 자들을 해치려 한다. 왜냐하면 지금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죽음에 대한 설교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정이 달라지면 독거미는 다른 것을 가르치리라. 그런데 그들이야말로 가장 거세게 세계를 비방했던 사람들이며 이교도를 화형시킨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평등을 설교하는 자들과 혼동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정 의는 나에게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진실로 인간은 평등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초인에 대한 나의 사 랑이 대체 무엇이 된단 말인가? 천 개의 다리 8 를 건너 인간은 미래로 밀어닥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많은 전쟁과 불평등이 인간들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나로 하여금 나의 위대한 사랑은 이렇게 말하게 하리라. 인간은 그 적대 관계 속에서 형상과 유령의 창시자가 되리라. 그 형상과 유령을 가 지고 그들은 최고의 싸움을 치러야 하리라. 선악, 빈부, 높고 낮음, 그리고 모든 가치의 명칭, 이것들은 몇 번이고 거듭 그 자 신을 초극해야 하는 삶의 무기이어야 한다. 삶은 부단하게 스스로를 극복하지 않 으면 안 됨을 알려주는 경적( 警 笛 )이어야 한다. 삶 그 자체는 둥근 기둥과 계단으로 스스로를 드높이 올리려 한다. 삶은 아득한 먼 곳을 바라보며 행복에 겨운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려 한다. 그 때문에 삶은 상승이 필요하다. 상승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단을 필요로 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자들 사이의 모 순을 필요로 한다. 삶은 상승을 원하며 상승하면서 스스로를 극복하려 한다. 보라, 나의 벗이여! 독거미의 구멍이 있는 이곳에 낡은 사원의 폐허가 우뚝 치솟아 있다. 눈을 번쩍 뜨고 그것을 보라! 진실로 일찍이 이곳에 자기의 사상의 탑을 돌로 쌓아올린 사람은 모든 삶의 비밀 8 인간은 평등하지 못하여 서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미래를 향해 간다는 뜻. 124

125 을 가장 현명한 사람처럼 알고 있었다. 싸움과 불평등이 힘과 초권력을 얻으려는 싸움은 아름다움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그는 여기서 우리들에게 가장 평범한 비유를 가지고 가르친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전당과 궁문( 宮 門 )이 이곳에 맞서서 대결하고 있는가! 그들, 신 성하게 싸우는 자가 얼마나 빛과 그림자로서 싸우고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이 우리도 당당하고 훌륭하게 적이 되자. 벗이여! 거룩하게 우리도 서로 싸 우자. 아아, 독거미가 나를 물었다. 나의 옛날의 적이! 거룩하고 당당하고 훌륭하게 나의 손가락을 물었다. 벌과 정의가 없으면 안 된다 고 독거미는 생각한다. 이 사람이 적대 행위를 찬양 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보아 보복하지 않고,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독거미는 복수를 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영혼도 복수로 어지러워지리 라! 나의 벗이여! 내가 어지러움에 쓰러지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이 둥근 기둥에다 묶 어다오! 복수의 선풍이 되느니 차라리 나는 원주( 圓 柱 )에 묶인 성자가 되리라! 진실로 차라투스트라는 벙글벙글 돌아가는 회오리바람은 아니다. 설사 그는 춤추 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독거미처럼 춤추는 자는 아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5

126 유명한 현인 9 에 대하여 그대들은 군중과 군중의 미신에 봉사하고 있다. 그대들, 유명한 현인들 모두가! 그 리고 진리에는 봉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군중은 그대들을 존경했고 또 두려워 했다. 그대들의 불신앙( 不 信 仰 )을 군중이 참는 것도, 그 불신앙이 하나의 기지이며 그곳 으로 가는 우회로였기 때문이다. 그처럼 주인은 노예에게 관대하며 그들의 오만까 지도 용납해 준다. 그러나 늑대가 개의 미움을 받듯이 군중에게 증오를 사는 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정신이며, 속박의 적이며, 비예배자( 非 禮 拜 者 )이며, 숲 속을 집으로 삼는 자들이다. 그런 사람을 그가 숨어 있는 집에서 몰아내는 것, 그것이 군중에게 있어서는 정의 감 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군중은 지금도 아직 가장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를 덤 벼들게 한다. 왜냐하면 진리는 군중이 존재하는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탐구자에게 재앙이 있다! 이런 이야기가 예로부터 들려왔다. 그대들은 군중을 존경하기 때문에 군중을 시인하려고 했다. 그것을 그대들은 진 리에의 의지 라고 불렀다. 그대들, 유명한 현인들이여! 그대들의 마음은 항상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군중 속에서 왔노라. 그곳에서 신의 목소리도 내게로 왔노라. 하고. 그대들은 항상 군중의 대변자로서 당나귀처럼 완고하며 또한 교활했다. 많은 권력자는 군중과 같이 잘 달려 보려고 그의 말 앞에 또다시 한 마리의 작은 노새, 한 사람의 유명한 현인을 장식하여 갖추었다. 그대들, 유명한 현인들이여! 이제 나는 그대들이 드디어 사자의 털가죽을 완전히 벗어 버리기를 바라노라. 맹수의 털가죽을, 얼룩진 털가죽을, 그리고 연구자, 탐구자 및 정복자의 탈을 벗어 9 지도적인 철학자들의 타협적인 태도를 비꼬는 말. 126

127 버려라! 아아, 내가 그대들의 정직함 을 믿게 하려면 그대들은 먼저 숭배의 의지를 부숴 버 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정직 내가 이렇게 부르는 것은 신이 없는 사막에 가서 스스로의 존경하는 마음을 부숴 버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싯누런 모래밭에서 태양에 그을리며, 진실로 그는 무성한 나무 아래 생물이 쉬고 있는, 갈증을 견디면서도 샘물이 용솟음치는 저쪽 섬을 갈망하듯 시 선을 던진다. 그러나 그는 목이 말라도 그러한 안락한 생물처럼 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아시스가 있는 곳에는 우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굶주리고 있다는 것, 횡포한 것, 고독하다는 것, 신이 없다는 것, 사자의 의지는 스스로 그러기를 바란다. 노예의 행복에서 해방되고, 신과 예배에서 벗어나며, 공포를 일으키고, 위대하고 도 고독한 것, 바로 이것이 정직한 인간의 의지이다. 정직한 자의 자유로운 정신이, 사막에서 사막의 주인으로서 살아왔다. 이와 반대 로 도시에는 영양이 좋은 유명한 현인들 수레를 끄는 온갖 짐승이 살고 있다. 그 들은 항상 노새로 군중의 수레를 끌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화를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황금의 마구로 빛나고 있으나 여전히 마구를 입고 남에게 부려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들도 때로는 착하고 칭찬받을 만한 심부름꾼들이다. 왜냐하면 그 덕이 다음과 같이 말하기 때문이다. 즉 그대가 좋은 심부름꾼이 될 수 없다면 그대의 봉사를 가장 보람 있게 하는 사 람을 찾아다녀라! 그대가 심부름꾼이 되어 주인의 정신과 덕이 늘게 하라! 그러면 그대 자신이 주인의 정신과 덕과 더불어 자라나리라! 진실로 그대들 유명한 현인들이여! 군중의 심부름꾼이여! 그대들 스스로가 군중의 정신과 덕과 더불어 자라났다. 그리고 군중은 그대들에 의해서 자라왔던 것이다. 나는 그대들을 위해서 이 말을 한다. 127

128 그러나 그대들이 덕을 갖추었다 해도 나에게는 한낱 군중,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군중, 정신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군중에 불과하다. 정신이란 스스로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삶이다. 스스로의 고뇌에 의해서 스스로의 지혜를 증대시키는 삶이다. 그대들은 벌써 그것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정신의 행복이란 향유를 바르고 눈물을 흘리며 희생물이 되어 신에게 바쳐 지는 것이다. 그대들은 벌써 알고 있었는가? 맹목자의 맹목과 탐구와 모색은 그가 보았던 태양의 힘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대 들은 벌써 그것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하여 인식하는 사람은 산을 가지고 건설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정신이 산을 들어 옮겨 놓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대들은 벌써 그것을 알고 있었 는가? 그대들은 정신의 불꽃을 아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은 정신에서 철판이나 쇠 뭉치의 잔인성을 보지 못했다. 진실로 그대들은 정신의 긍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정신의 겸손함이 말하려고 해도, 그대들은 더욱더 이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대들은 아직 한 번도 그대들의 정신을 눈 雪 의 동굴 속에 던져 버리지 못했다. 그렇게 할 만큼 그대들은 뜨겁게 가열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차가운 눈의 황홀 함도 그대들은 모른다. 대체로 그대들은 정신과 매우 친숙하다. 또한, 그대들은 때때로 지혜를 형편없는 시인을 위한 자혜 병원으로 만들었다. 그대들은 독수리가 아니므로 공포에 싸인 정신의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다. 새가 아닌 자는 심연 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 그대들은 미적지근한 사람들이다. 대개 깊은 인식은 차갑게 흐르는 것이다. 또 정 신의 가장 깊은 샘물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뜨거운 손을 상쾌하게 하는 것이다. 그대들, 유명한 현인들이여! 그대들은 경건하고 완고하게 그리고 곧이곧대로 허리 를 편 채로 거기에 서 있다. 강한 바람과 의지도 그대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거센 바람을 안고 동그랗게 부풀어서, 떨며 바다를 건너가는 범선을 그대는 본 일 128

129 이 있는가? 세찬 정신에 떨고 있는 돛처럼 나의 지혜는 바다를 건너간다. 나의 이 야성적인 지 혜는! 그러나 그대들, 군중의 심부름꾼이며 유명한 현인들이여! 어떻게 그대들이 나와 함께 갈 수 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9

130 밤의 노래 밤이다. 용솟음치는 샘물의 소리가 높아진다. 나의 영혼도 솟아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래가 시작된다. 나의 영혼도 사랑하는 사람의 노래다. 억누를 수 없는 것, 억눌려지지 않는 것이 내 마음속에서 소리를 지르려고 한다. 사랑에의 욕망이 내 마음속에 깃들어 있어 스스로의 사랑의 말을 속삭인다. 나는 빛이다. 아아, 내가 밤이라면 좋으련만! 그러나 빛에 둘러싸여 있다는 그것이 나의 고독이다. 아아, 내가 어두운 밤이었다면! 얼마나 빛의 젖꼭지에 매달려 빨려고 했던가! 빛나는 작은 별이여! 하늘의 반딧불이여! 나는 그대들까지도 축복하려고 했다. 그 리고 그대들의 빛을 선물로 받아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빛 속에 살며 내 몸에서 나오는 불꽃을 되마신다. 나는 받는 자의 행복을 모른다. 그리고 받는 것보다는 훔치는 편이 더욱 행복할 것 이라고 때때로 생각했다. 나의 손은 주기만 하고 쉴 줄을 모른다. 이것이 나의 가난이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눈초리와 그리움에 빛나는 밤을 쳐다보는 것, 이것이 나의 부러움이다. 오오, 주는 자의 모든 불행이여! 오오, 나의 태양의 일식이여! 오오, 갈망에 대한 욕망이여! 오오, 포만 속의 뜨거운 굶주림이여! 사람들은 나에게서 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영혼에 닿을 수 있을까? 주는 것 과 받는 것 사이에는 깊은 협곡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협곡일지라도 다리를 놓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아름다움에서 굶주림이 생겨난다. 나는 내가 빛나게 하는 사람을 괴롭히고 싶고, 또 내게서 받는 자로부터 빼앗고 싶다. 이처럼 나는 악의에 굶주려 있다. 받는 자들이 손을 내밀기가 무섭게 나는 손을 움츠린다. 떨어지고 쏟아지면서도 머뭇거리는 폭포수처럼 나는 주기를 주저한다. 그리하여 나는 악의에 굶주린다. 나의 충만은 이처럼 복수를 생각해 낸다. 나의 고독에서 이와 같은 사심이 솟아난 130

131 다. 주는 것에 대한 나의 행복은 주는 것으로서 죽었다. 나의 덕은 너무 넘쳐흐르기 때 문에 스스로 싫증이 났다. 항상 주는 자의 위험은 부끄러움에 대해 잊어버리는 데 있다. 항상 나누어 주는 자 는 오로지 나누어 주기 때문에 손과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다. 나의 눈은 애원하는 자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아도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는 다. 나의 손바닥은 너무나 굳어 버려 얻은 자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없게 되 고 말았다. 내 눈의 눈물과 내 마음의 보드라운 털은 어디로 갔는가? 오오, 주는 자의 고독이 여! 오오, 빛나는 자의 침묵이여! 많은 태양이 광막한 공간을 돌고 있다. 그들은 모든 어둠에 대해서 그 빛을 가지고 말한다. 그들은 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오오, 이것이 빛나는 것에 대한 빛의 적의이다. 무자비하게 빛은 그 궤도를 돈다. 빛나는 것에 대해 마음속 깊이 부당하게, 모든 태양에 대해 차갑게, 태양은 제각기 운행한다. 10 폭풍처럼 태양은 그 궤도를 달린다. 그것이 그들의 운행이다. 그들의 가차 없는 의 지에 따른다. 그것이 그들의 냉정함이다. 오오, 그대들 어둠이여! 밤을 닮은 것이여! 그대들이야말로 빛나는 것으로부터 열 을 만들어 내는 자들이다. 오오, 그대들이야말로 빛의 유방에서 젖과 활력소를 빨아먹는 자들이다. 아아, 얼음이 내 곁에 있다. 나의 손은 얼어붙은 것에 닿아서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아, 그대들의 안타깝게 기다리는 갈망이 내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밤이다. 아아, 내가 빛이 아니면 안 되리라. 그의 밤과 같은 것에 대한 갈망이여! 고독이여! 밤이다. 지금 나의 욕구가 샘처럼 솟아나고 있다. 이야기하려는 욕구가 내게서 용 솟음치고 있다. 10 위대한 영혼은 서로 교섭함이 없이 고독하게 독자적인 길을 간다는 뜻. 131

132 밤이다. 지금 용솟음치는 샘물이 모두 소리 높이 지껄인다. 나의 영혼도 용솟음치 는 샘물이다. 밤이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래가 모두 눈을 뜬다. 나의 영혼도 사랑하는 사 람의 노래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32

133 춤의 노래 어느 날 밤, 차라투스트라가 제자들과 숲을 거닐며 샘을 찾고 있을 때, 나무로 둘 러싸인 아득한 초원에 나서게 되었다. 보라! 그곳에는 소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소녀들은 차라투스트라를 보자마자 춤을 멈추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정답게 그들 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춤을 멈추지 마라. 그대들, 사랑스러운 소녀들이여! 그대들 곁에 있는 자는 심술 궂은 방해자이나 그대들의 적이 아니다. 나는 악마에 대한 신의 대변자이다. 악마 는 무거운 정신이다. 그대들, 가벼운 발을 지닌 자들이여! 어찌하여 내가 성스러운 춤에 대해 적이 될 수 있으랴? 아름다운 발목을 가진 소녀들의 적일 수 있으랴? 정말 나는 숲이며 어두운 나무들의 밤이다. 그러나 나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 는 사람은 나의 향나무 밑에 장미꽃 피는 언덕을 찾으리라. 또 그들 소녀들에게 있어서 가장 그립고 작은 신( 神 )까지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 다. 그 작은 신은 샘물가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진실로 밝은 낮에 그는 잠자고 있다. 이 부질없이 지내는 게으름뱅이는 나비를 쫓 는 데 지쳤던가?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내가 그 작은 신을 조금 나무랐다고 해서 노하지 마라! 그는 울부짖으리라! 그러나 울면서도 그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작은 신은 눈물을 흘리 면서 그대들과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하리라. 그러면 나도 그대들의 춤에 맞추어 노 래를 부르리라. 그 노래는 무거운 정신을 세계의 지도자 라고 말하는, 가장 높고 가장 억센 악마를 조롱하는 무곡조( 舞 曲 調 )의 노래이다. 이리하여 사랑의 신 큐피드가 소녀들과 춤을 출 때, 차라투스트라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요즘 나는 그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오오, 삶이여! 그때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심연 속에 잠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대는 황금의 낚싯바늘을 가지고 나를 건져냈다. 내가 그대를 헤아릴 수 133

134 없는 심연이라고 불렀을 때, 그대는 조소하듯 웃었다. 대개 고기들의 말이 그렇다. 라고 그대는 나에게 말했다. 고기들은 이루 가늠할 수 없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변하기 쉽고 거칠고 모든 점에 있어서 여자이며 정조를 모르는 여자 이다. 설령 내가 그대들 남자들에게 깊이 있는 여자, 혹은 성실한 여자, 영원한 여자, 신비로운 여자 로 불릴지라도 그대들 남자들은 항상 우리들에게 그대들의 덕을 나 눠 준다. 아아, 그대들 덕 많은 사람들이여! 이렇게 이 믿을 수 없는 여자는 웃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스스로를 나쁘게 말할 때 그녀와 그녀의 웃음을 결코 믿지 않는다. 내가 나의 야성적인 지혜와 남몰래 이야기할 때 그 지혜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당신은 의욕하고 사랑한다. 오로지 그 때문에 당신은 삶을 찬미한다. 이에 대해 나는 심술궂게 대답하고 노한 지혜에게 진실을 알릴 뻔했다. 자기의 지 혜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경우보다 더욱 노하여 대답할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 다. 즉 우리들 세 사람의 관계는 이렇다. 나는 마음속으로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진실 로 내가 삶을 미워할 때도 나는 삶을 가장 많이 사랑한다. 그러나 내가 지혜를 사랑하고 때때로 너무 호의적인 것은 지혜가 나로 하여금 삶 을 몹시 회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지혜는 눈과 웃음을, 그리고 황금의 낚싯대까지도 가지고 있다. 지혜와 삶이 그처럼 닮은 것을 내가 어떻게 하랴! 언젠가 삶이 나에게 지혜란 대체 누구인가?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열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아, 그렇다. 지혜여! 어떤 사람은 지혜를 갈망하는 데 있어 끝내 만족할 줄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면사포를 걸치고 바라보며, 어떤 사람은 그물로 붙잡는다. 지혜란 아름다운가? 내가 무엇을 알랴! 가장 늙은 잉어라 할지라도 지혜로써 꾀어 낼 수 있다. 지혜라고 부르는 이 여자는 변하기 쉽고 콧대도 세다. 때때로 나는 그 134

135 녀가 입술을 깨물고 머리카락을 거꾸로 빗는 것을 보았다. 지혜란 간사하고 거짓 말을 잘하는 경박한 여자이다. 그리고 모든 점에서 역시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를 나쁘게 말할 때야말로 더없이 강하게 유혹하는 때인 것이다. 내가 삶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삶은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당신은 누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가? 나에 대한 것인가? 하고 삶은 말했다. 당신 말이 옳다 해도 그것을 대놓고 말하다니, 그러나 자, 이제 당신의 지혜에 대해서도 말하라! 아아, 이제 그대는 다시 눈을 떴다. 오오, 사랑하는 삶이여! 헤아릴 수 없는 심연 속에 나는 다시금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졌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러나 춤이 끝나고 소녀들이 떠났을 때 그는 슬픔에 잠겼다. 해는 이미 서산에 진 지 오래다. 풀밭은 젖어 있다. 숲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 다. 하고 그는 말했다. 알 수 없는 자가 내 곁에서 유심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냐? 그대는 아 직 살아 있었던가? 차라투스트라여! 왜? 무엇 때문에? 무엇에 의해? 어디로? 어 디서?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는지? 아아, 벗이여! 나에게 이렇게 캐묻는 것은 황혼이다. 나의 슬픔을 용서하라! 드디 어 황혼은 오고 말았다. 나를 용서해다오. 황혼이 왔으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35

136 무덤의 노래 저기 무덤의 섬이 있다. 침묵의 섬이. 저곳에는 나의 청춘의 섬도 있다. 저곳으로 삶의 푸른 화환을 가져가자. 이렇게 마음으로 정하고 나는 바다를 건넜다. 오오, 나의 청춘의 모습과 환영이여! 오오, 그대들, 모든 사랑의 눈초리여! 그대들, 거룩한 순간이여! 그대들은 어찌 그 리 일찍 죽었던가! 나는 오늘 나의 고인들을 추억하듯 그대들을 그리워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인들이여! 그대들에게서 마음을 녹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달 콤한 냄새가 풍겨 온다. 나 홀로 배를 타고 떠나가기에 그 냄새는 항해자의 마음을 녹여 준다. 아직도 나는 가장 풍요하고 가장 부러워할 만한 자이다, 가장 고독한 나는. 왜냐하 면 나는 일찍이 그대들을 가졌으며, 그대들 또한 아직 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말 하라. 일찍이 이런 장밋빛 능금나무 가지에서 열매가 나말고 누구에게 떨어졌었는 가? 아직도 나는 그대들의 사랑의 후계자이며 영토이다. 그곳에는 그대들의 추억을 위 해서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야생의 덕의 꽃이 피어 있다. 오오, 그대들, 사랑하는 자들이여! 아아, 우리들은 서로 언제까지나 가까이 지내도록 정해졌었다. 그대들, 착하고도 서먹서먹한 기적이여! 그대들은 수줍은 새처럼 나와 나의 욕망을 찾아오지는 않았 다. 아니, 믿는 자로서 믿는 자의 곁으로 왔다. 확실히 그대들은 나처럼 정직함과 다정스런 영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나는 그대들의 부실( 不 實 )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그대들, 거룩한 눈초리와 순간들이 여! 다른 이름을 나는 아직 모른다. 진실로 그대들은 너무 일찍 죽어 버렸다. 그대들, 도망자여! 그러나 그대들은 나에 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다. 나도 그대들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서로 불신하기는 했으나 서로에게 죄는 없다. 나를 죽이기 위해 사람들은 그대를 목조른 것이다. 그대들 내 희망의 노래를 불렀 136

137 던 새들이여! 그렇다, 가장 사랑하는 자들이여! 악의는 항상 그대들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나의 심장을 꿰뚫으려고. 그리고 쏘아 맞혔다. 그대들은 내가 항상 가장 사랑하는 것, 내가 지니고 있는 것, 나를 홀리게 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대들은 젊어서 죽었고 너무 일찍 죽어야만 했다. 내가 지니고 있던 가장 상처받기 쉬운 것을 향해 그들은 화살을 쏘았다. 그것은 그 대들이었다. 그대들의 피부는 솜털과 같고, 아니 한 번만 쳐다보아도 죽고 마는 미 소를 닮았다. 그러나 이 말을 나의 적을 향해 말하겠다. 그대들이 나에게 한 일에 비하면 모든 인간 학살도 무방하리라. 모든 인간 학살보다도 더 나쁜 것을 그대들은 나에게 가했다. 되찾을 수 없는 것을 그대들은 나에게서 빼앗았다. 나의 적이여! 이렇게 그대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은 나의 청춘의 모습과 가장 사랑하는 기적을 죽여 없앴다. 나와 함께 놀던 친구들을, 행복한 영혼들을 나에게서 빼앗았다. 그들을 기념하기 위해 이 화환과 저주를 바친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 저주를 퍼붓는다. 나의 적이여! 추운 밤에 뭇소리가 스러지듯 나의 영원한 것의 생명을 그대들은 짧게 했다. 그것은 오로지 거룩한 신의 눈동자 가 번쩍번쩍 빛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나에게 찾아왔다. 행복했던 시절. 일찍이 나의 순결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거룩하여라! 하고. 그때 그대들은 더럽혀진 유령들과 더불어 나를 덮쳤다. 아아, 저 행복했던 시절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루하루가 나에게 있어서 성스러워라. 이렇게 나의 청춘의 지혜는 말했다. 참 으로 기뻐해야 할 지혜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대들 적은 나의 밤을 훔치고, 그것을 팔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으로 바꾸었다. 아아, 그 즐거운 지혜는 도대체 어디로 도망쳤는가! 일찍이 나는 행복의 징후인 새를 원했다. 그때, 그대들은 증오의 징후인 지긋지긋 137

138 한 부엉이를 내가 가는 길목으로 끌어왔다. 아아, 그때 나의 간절했던 욕망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구역질이 나는 모든 것을 버리리라 나는 일찍이 맹세했다. 그때 그대들은 나와 가 까운 것과 친한 것을 부스럼으로 만들었다. 아아, 나의 가장 고귀한 맹세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일찍이 나는 장님으로서 행복한 길을 걸었다. 그때 그대들은 장님이 걸어가는 길 에 오물을 버렸다. 이제 그는 옛날 장님이 걸었던 길에서 구토를 느꼈다. 내가 어려운 일을 이루고 극복의 승리를 축하했을 때, 그대들은 나를 사랑하는 자 들로 하여금 내가 그들에게 극도의 고통을 준다고 외치게 했다. 진실로 이것이 항상 그대들이 하는 짓이었다. 그대들은 나의 가장 좋은 벌꿀과 가 장 좋은 꿀벌의 근면을 쓰디쓴 것으로 바꿔 버렸다. 그대들은 항상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거지를 보내어 자선을 베풀어 주기를 바랐 다. 나의 동정심에 대해서 그대들은 항상 구원할 수 없는 몰염치한 자들을 모이게 했다. 이처럼 그대들은 나의 덕의 믿음에 상처를 주었다. 또 내가 가장 성스러운 것을 제물로 바치기가 무섭게 그대들의 믿음 은 기름진 제 물을 그 곁에 놓았다. 이렇게 해서 그대들의 기름 냄새는 나의 가장 성스러운 것까 지도 질식시켰다. 언젠가 나는 일찍이 춰 보지 못했던 춤을 추려고 했다. 아득한 하늘 끝까지 춤추며 돌아다니려고 했다. 그때 그대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수 11 를 설득했다. 그리하여 그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 그 노 래는 슬픈 피리 소리처럼 나의 귓전에 울렸다. 살인적인 가수여! 악의에 가득 찬 악기여! 가장 천진난만한 악기여! 나는 이미 멋지게 춤추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때 그대는 그 노래로 나의 황홀 함을 산산이 깨뜨리고 말았다. 춤에 의해서만 나는 최고의 것에 비유해서 말할 수 있다. 이제 나의 최고의 비유는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사지에 깃들어 있다. 11 일찍이 니체를 감격케 했던 바그너가 금욕적인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으로 전향한 것을 가리킴. 138

139 나의 최고의 희망은 의논도 못 하고 실현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 나의 청춘의 모습 과 위안도 송두리째 멸망하고 말았다. 어떻게 내가 그것을 견디었던가? 어떻게 그와 같은 상처를 참아 냈으며 극복했던 가? 나의 영혼은 어떻게 무덤에서 소생했던가? 그렇다. 나에게는 다치지 않는 것, 묻어 버릴 수 없는 것, 바위라도 폭파할 수 있는 것이 갖추어져 있다. 그것은 즉 나의 의지이다. 그것은 묵묵하게 변함없이 오랜 세 월을 걸어간다. 예로부터의 나의 의지는 나의 발로 그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 본성은 냉혹하여 상 처를 입지 않는다. 오직 나의 발뒤꿈치만은 상처를 입지 않는다. 가장 참을성 있는 자, 나의 의지여! 그대는 여전히 발뒤꿈치에 붙어살며 변함이 없다. 그대는 항상 모든 무덤을 파헤 치며 나타났다. 내가 청춘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아직 그대 속에 살아 있다. 생명으로서, 청 춘으로서, 그대는 희망을 안은 채 이 노란 무덤의 폐허 위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 다. 그대는 아직 나에게 있어서 모든 무덤의 파괴자다. 잘 있어라, 나의 의지여! 무 덤이 있는 곳에만 부활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했다. 139

140 자기 극복에 대하여 그대들을 고무시키고 욕정에 불타게 하는 것을 그대들은 진리에의 의지 라 부르는 가? 그대들, 가장 현명한 자들이여! 모든 존재를 사고할 수 있는 의지, 나는 그대들의 의지를 이렇게 부른다. 그대들은 모든 존재가 사고할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사고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 지 그대들은 당연한 의혹을 가지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그대들에게 순응하고 굴복해야 한다. 이렇게 그대들의 의지는 원하고 있다. 존재는 매끄러워야 하며, 정신의 거울로서, 영상으로서 정신에 종속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권력에 대한 하나의 의지로서 그대들의 의지의 전체이다. 그대들, 가장 현명한 자들이여! 그대들이 선과 악에 관해서 그리고 가치 평가에 대해서 이 야기할 때에 그대들은 그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을 수 있을 만한 세계를 만들기를 원한다. 이것이 그대들의 마지막 희망이며 도취이다. 무지한 자들, 즉 군중은 그들은 작은 배 12 가 떠가는 강물을 닮았다. 그 작은 배에 는 엄숙하게 그리고 가면을 쓰고 가장한 가치 평가가 앉아 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의지와 그대들의 가치를 생성의 강물 위에 놓았다. 민중에 의 해 선과 악으로 믿어지는 그대들의 것이 옛 모습대로 권력에의 의지를 나에게 알 려 주고 있다. 그러한 손님들을 작은 배에 태우고, 그들에게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이름을 지어 준 것은 그대들이었다. 현명한 자들이여! 그대들과 그대들의 지배적인 의지가 한 짓이다. 강물은 그대들의 작은 배를 싣고 간다. 싣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부서지는 물결이 거품을 일거나 노여워서 용골( 龍 骨 )을 부닥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대들의 위험은 강물이 아니다. 그대들의 선과 악의 종말도 아니다. 그대들, 가장 12 철인 또는 현인들을 가리킴. 140

141 현명한 자들이여! 그대들의 위험은 권력에의 의지 바로 그 자체이며 끊임없이 태 어나는 생명의 의지이다. 그러나 선과 악에 대한 나의 말을 그대들이 이해하도록 나는 다시 한 번 삶과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말하겠다. 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을 추구했다. 그 본성을 알기 위해 가장 넓은 길과 좁은 길 로 걸었다. 삶의 입이 닫혔을 때, 그 눈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도록 백면( 百 面 )의 거울을 가지 고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의 눈은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한 곳에는 반드시 복종의 말도 함께 들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복종하는 것이다. 내가 들은 다음 것은 이렇다. 자기에게 복종하지 못하는 자는 다른 자에게서 명 령을 받는다.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의 본성이다. 내가 들은 세 번째 것은 이렇다. 즉 명령은 복종보다 더 어렵다. 명령자는 모든 복 종자의 무거운 짐을 지기 때문만도 아니며, 그 무거운 짐으로 말미암아 명령자가 자칫하면 억눌리기 때문만도 아니다. 대개 명령에는 시험과 모험이 숨어 있음을 나는 보았다. 살아 있는 자는 명령할 때 언제나 여기에 자신을 거는 도박을 한다. 그렇다. 살아 있는 자는 스스로에게 명령할 때일지라도 스스로의 명령을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자신의 율법의 재판관, 복수자, 희생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 다. 왜 그럴까? 이렇게 나는 나에게 물었다. 살아 있는 자를 설득하여 그로 하여금 복 종하고, 명령하고, 명령하면서도 복종하도록 시킨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대들, 현명한 자들이여!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시험하라! 내가 생명의 심장부에 스며들었던가 또는 그 심장부의 밑바닥에까지 뚫고 들어갔는가를! 살아 있는 자를 볼 때마다 나는 권력에의 의지를 발견했다. 봉사하는 자의 의지 속 에도 지배자가 되려는 의지를 발견했다. 약자가 강자에게 봉사하는 것은 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려고 하는 약자의 의지가 그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약자도 이 쾌락만은 가지지 않을 수 없다. 141

142 보다 작은 것이 보다 큰 것에 몸을 바치는 것은 더 작은 것에 대한 쾌락과 권력을 얻고자 함에 있다. 이처럼 가장 큰 것도 몸을 바쳐서 권력을 얻기 위해 생명을 건다. 모험, 위험, 그리고 죽음을 건 도박,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헌신이다. 희생과 봉사 와 사랑의 눈길이 있는 곳, 거기에도 지배자가 되려는 의지가 있다. 그리하여 보다 약한 자는 샛길로 숨어서 성안으로 들어가, 드디어 보다 강한 자의 심장부까지 파고든 다음, 그곳에서 권력을 훔친다. 삶은 스스로 나에게 다음과 같 은 비밀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보라! 하고 삶은 말했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이다. 물론 그대들은 이것을 생산에의 의지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는 목적에의, 보다 높 은 것에서 보다 먼 것으로의, 보다 다양한 것에 대한 충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러나 그것은 모두가 하나의 비밀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하나를 저버리기보다는 차라리 나는 몰락하고 싶다. 진실로 몰락과 낙엽이 있 는 곳에. 보라, 그곳에서는 삶이 스스로를 희생한다! 권력을 얻기 위해. 나는 싸움 과 생성과 목적과 여러 가지 목적의 모순이어야 한다. 아아, 나의 이런 의지를 알아낼 수 있는 자는 얼마나 굽은 길을 나의 의지가 걷지 않으면 안 되는가도 잘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만든다 해도, 그리고 아무리 그것을 사랑한다고 해도, 곧 나는 만든 것, 사랑한 것의 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의지는 그것을 원한다. 인식하는 자여! 그대 또한 나의 의지가 걸어가는 길과 발자취에 지나지 않는다. 진 실로 나의 권력에의 의지는 그대의 진리에의 의지까지도 빌어, 발로 삼아서 걷는 다. 존재에의 의지 란 말을 진리를 향해서 쏘았지만, 물론 진리의 과녁을 맞히지는 못 했다. 이러한 의지 13 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의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존재 속에 있는 것은 어떻게 존재하려고 의욕할 수 있단 말인가! 삶이 있는 곳에만 의지가 있다. 13 쇼펜하우어의 맹목적인 의지를 가리킴. 142

143 그러나 그것은 생명에의 의지가 아니라 나는 그대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권력에 의 의지이다. 살아 있는 자에 의해 많은 것이 삶 그 자체보다도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이 평가 한다는 그 자체부터를 권력에의 의지가 말하고 있다. 일찍이 삶은 이렇게 나에게 가르쳤다. 그대들, 가장 현명한 자들이여! 나는 이것 으로써 그대들 마음속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리라. 진실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영구불멸이라는 선과 악,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은 항상 자기 속에서 거듭 스스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들 가치를 평가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선과 악에 대한 그대들의 평가와 말 을 가지고 권력을 휘두른다. 이것이 그대들의 은은한 사랑이고 그대들의 영혼의 광채이며 전율인 동시에 비등( 沸 騰 )이다. 그러나 그대들의 가치 속에서 보다 강한 힘과 새로운 극복이 생긴다. 그것에 의해 알과 알의 껍질이 깨어지고 만다. 선과 악에 있어서 창조자이어야 하는 자는, 진실로 먼저 파괴자가 되어 모든 가치 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최고의 선을 위해서는 최고의 악이 필요하다. 최고의 선이란 창조적인 선이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여! 설령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말하리 라. 침묵은 보다 나쁜 것이다. 침묵하는 진리는 해로운 것이다. 우리들의 진리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서져 버리는 것이 좋다. 집은 아직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으니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43

144 숭고한 사람들에 대하여 나의 바다 밑은 고요하다. 익살부리는 괴물이 그곳에 숨어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나의 깊은 곳, 바다 밑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수수께끼와 높은 웃음소리가 맴돌며 빛나고 있다. 나는 오늘 하나의 숭고한 사람을, 엄숙한 사람을, 정신의 참회자를 보았다. 오오, 나의 영혼은 그의 추악함을 얼마나 비웃었던가!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잔뜩 들이마신 사람처럼 그는 거기에 서 있었다. 숭고한 사 람은 입을 다문 채 묵묵히. 그가 사냥한 추한 진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갈래갈래 찢어진 누더기를 몸에 걸친 채 많은 가시까지 붙어 있었으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도 보지 못했다. 그는 아직 웃음과 아름다움도 배우지 못했다. 이 사냥꾼은 인식의 숲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야수와의 싸움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엄숙함 가운데는 아직도 야수가 극복되지 않은 야수가 내다보고 있다. 뛰어오르려는 표범처럼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는 이와 같이 긴장한 영 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도사리고 있는 것을 나의 취향은 달갑게 여기지 않 는다. 벗이여! 그대들은 취향과 감상( 鑑 賞 )에 대해서는 다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산다는 것은 취향과 감상을 위한 싸움이다. 취향이란 저울추이고 저울판이며 동시에 저울질하는 자이다. 일반적으로 살아 있 는 사람으로서 싸우지도 않고, 저울추와 저울판과 계량기조차 없이 살려고 하는 자는 슬픈 존재이다. 이 숭고한 사람이 자신의 숭고함에 염증을 느꼈을 때, 그때 비로소 그의 아름다움 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는 그를 맛보고 그 좋은 맛을 즐기련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렸을 때 비로소 스스로 그림자를 뛰어넘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그는 태양 속으로 들어가리라. 144

145 그는 너무 오랫동안 그림자 속에 앉아 있었다. 정신의 참회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그는 기대 때문에 굶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경 멸이 깃들어 있고, 그의 입가에는 구토가 숨어 있다. 물론 지금은 확실히 휴식하고 있지만, 본래 이 사람은 햇볕에서 휴식한 일이 없다. 그는 황소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의 행복은 대지의 향기를 풍겨야 하는 것이지, 대 지를 경멸하는 냄새를 풍겨서는 안 되었다. 그가 흰 황소로서 콧김을 세게 내뿜으며 쟁기를 끌고 가는 것을 나는 보고 싶다. 그의 울부짖음은 대지의 모든 것을 찬미해야 할 것이다. 그의 얼굴은 아직 어둡다. 가려진 손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가물거린다. 그의 눈 의 감각은 아직도 그림자로 흐려져 있다. 그의 행동조차도 아직 그를 덮는 그림자일 뿐이다. 손이 행동하는 자를 어둡게 감 싼다. 그는 아직도 자기의 행동을 극복하지 못했다. 확실히 나는 그에게서 황소의 목덜미를 사랑한다. 그러나 천사의 눈까지도 보고자 한다. 그는 스스로 영웅적인 의지를 잊지 않으면 안 된다. 고양된 사람이며 단순히 숭고 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하늘의 정기가 그 의지 없는 사람을 높이 날아가게 하리 라! 그는 괴물을 제어하고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괴물과 수수께끼 까지도 구했어야 했다. 그것을 더욱더 하늘의 어린아이로 변화시켜야 했다. 그의 인식은 아직도 미소를 짓는 것을, 시기심을 버리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그의 줄기찬 정열은 아름다움 속에서도 진정되지 못했다. 진실로 그의 욕망은 포만 속에서가 아니라 아름다움 속에서 입을 다물고 가라앉아 야 했다. 우아한 것은 우람한 것 속에 있는 관대함에 속한다. 팔을 머리에 얹고 영웅이란 이렇게 휴식해야 할 것이리라 그는 휴식마저도 극 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영웅에게는 아름다움이란 모든 어려운 것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모든 거센 의지는 아름다움을 얻기 힘들다. 145

146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조금 넘치거나 조금 모자란 것도 똑같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된다. 느슨하게 근육의 힘을 빼고 마구를 떼어 버린 것처럼 의지를 풀어 버린 채로 선다 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대들, 숭고한 자여! 그대들 모두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권력이 자비로워져서 눈에 보이는 것 속으로 내려갈 때, 그와 같은 하강을 나는 아 름다움이라 부른다. 강한 자여! 다른 사람 아닌 바로 그대에게서 나는 아름다움을 바란다. 그대의 선의 가 그대의 마지막 자기초극( 自 己 超 克 )이기를. 나는 그대가 모든 악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서 선 을 기대한 다. 진실로 나는 가끔 저 약한 자들을 비웃었다. 그들은 절름거리는 앞발을 가지고 있 다고 해서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고 있다. 그대들은 둥근 기둥의 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둥근 기둥은 위로 높이 오르면 오 를수록 더욱더 아름답고 섬세해지며, 내부는 굳어서 무게를 거뜬히 견디게 된다. 그대, 숭고한 자여! 언젠가는 그대도 아름다워져서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거울에다 비춰 봐야 할 것이다. 그때 그대의 영혼은 신성한 욕망에 떨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가 스스로 자랑하는 허식 속에도 숭배하는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영혼의 비밀이다. 영혼을 영웅이 버렸을 때, 비로소 꿈속에서 그대들은 초 영웅에게로 접근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46

147 교양의 나라 14 에 대하여 나는 너무도 먼 미래로 날아갔다. 그리하여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때, 보라! 나의 유일한 동시대자( 同 時 代 者 )는 시간뿐 이었다. 그래서 나는 뒤로, 고향으로, 더욱 빨리 날아 돌아왔다. 현대인이여! 나는 이렇게 해서 그대들 속으로, 교양의 나라로 되돌아온 것이다. 처음 나는 그대들을 보기 위한 눈과 좋은 욕망을 가지고 왔다. 진실로 나는 가슴속 에 그리움을 지니고 왔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나는 대단히 불안했으나 웃지 않을 수 없 었다. 나의 눈이 이토록 여러 색깔로 물들었던 일은 일찍이 없었다. 나는 웃고 또 웃었다. 발이 휘청거리고 심장이 떨릴 때까지 웃었다. 이곳이야말로 모든 물감의 본고장이다! 라고 나는 외쳤다. 얼굴과 손발에 그려진 50개의 오점( 汚 點 ), 그대들은 거기 앉아서 나를 놀라게 했 다. 그대들, 현대인들이여! 그대들 곁에는 쉰 개의 거울 15 이 늘어서서 그대들의 색채의 변화에 아첨하고 그대 들을 흉내 내고 있었다. 진실로 현대인이여!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의 얼굴보다 더 나은 가면을 쓸 수는 없 을 것이다. 누가 그대들을 알아볼 수 있으랴! 과거에 기호로 쓰였던 것도 새로운 기호로써 다시 칠해져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 대들은 모든 기호 해득자( 解 得 者 )에 대해서까지 자기를 잘 숨겨 놓았다. 가령 신장( 賢 臟 )을 검사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대들이 신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을 누가 믿으랴! 그대들은 물감과 아교를 칠한 종이쪽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 다. 14 지금껏 차라투스트라가 인류의 이상인 초인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말하여 고집했기 때문에, 미래에서 현대로 되돌아와 보니, 현대의 교양은 과거의 유산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고 자주성이나 창조성을 잃 었다고 힐난한다. 15 많은 신문과 잡지가 잡다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뜻함. 147

148 모든 시대와 민족이 그대들을 면사포 저 편에서 가지각색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 든 풍속과 신앙이 그대들의 몸짓으로 다채롭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대들로부터 면사포와 외투와 자태를 벗겨 버린다면, 다만 새들을 놀라게 할 만 한 것밖에는 남지 않으리라. 진실로 나 자신은 일찍이 물감을 칠하지 않은 벌거벗은 그대들을 보고 놀랐던 새 였다. 그 해골이 나에게 추파를 던졌을 때, 나는 날아서 도망쳤다. 오히려 나는 저승에서 옛날의 망령들 사이의 한낱 품팔이 노동자였으면 좋았겠 다 저승에 사는 귀신들조차도 그대들보다는 살쪘을 것이다. 현대인들이여! 그대들이 벌거벗은 채로 있어도, 또는 옷을 입고 있어도, 나는 차마 그대들을 쳐다볼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나의 내장에 사무치는 고통이다. 미래의 모든 무서움도, 일찍이 새들을 놀라게 한 것도, 진실로 그대들의 현실 보다 는 한결 정답고 은은하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우리들은 아주 현실적이며 신앙도 미신도 없다. 고 말하기 때 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대들은 뻐기며 가슴을 내민다. 아아, 변변치도 못한 가슴을 가 지고! 그렇다. 어떻게 그대들이 그것을 믿을 수 있으랴? 그대들, 다채로운 반점을 가진 얼굴들이여! 그대들은 일찍이 믿었던 모든 것의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은 신앙이 살아서 걸어 다니는 반증( 反 證 )이다. 또는 모든 사상의 부러진 손 발이다. 나는 믿을 만한 가치가 없는 자라고 그대들을 부르겠다. 그대들, 현실적인 자들이여! 모든 시대가 그대들의 정신 속에서 수다스럽게 지껄이고 있다. 더구나 모든 시대 의 꿈과 지껄임은 그대들의 각성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 그대들은 비생산자들이다. 따라서 그대들에게는 신앙이 없다. 그러나 창조해야 되 는 사람들은 항시 예언의 꿈과 별의 기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앙을 믿었다. 그대들은 무덤을 파는 사람이 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반쯤 열린 문이다. 모든 것은 멸망하는 데 가치가 있다. 이것이 즉 그대들의 현실이다. 148

149 아아, 그대들, 비생산자들이여! 내 앞에 선 그대들의 그 모습이 무슨 꼴인가! 갈빗 대도 앙상한 얼마나 수척한 모습인가! 그리고 그대들의 대다수는 스스로 그것을 잘 깨닫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신이 그 무엇을 훔쳐 갔다. 진실로 그것은 한 여 자를 만드는 데 족한 것이다. 나의 수척한 갈빗대의 놀라움이여! 이미 이렇게 말 한 현대인도 적지 않다. 그대들, 현대인이여! 확실히 그대들은 가소로운 자들이다. 특히 그대들이 자기 자신에게 경탄할 때, 배꼽을 뺄 만큼 웃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그대들의 경탄을 웃을 수 없다면, 그리고 그대들의 모든 꺼림칙한 오물 을 들이마시지 않을 수 없다면, 나는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까? 그러나 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대들의 짐을 덜어주 려 한다. 딱정벌레와 풍뎅이가 나의 무거운 짐 위에 앉았다 해서 그것이 무슨 상관 이랴! 그러나 이 이상 짐이 더 무거워지면 안 되겠다. 그대들, 현대인이여! 그대들로 말 미암아 나의 피로가 더 심해져서는 안 되겠다. 아아, 나는 나의 동경을 가지고 어디로 올라갈 것인가! 모든 산 위에서 나는 아버 지의 나라와 어머니의 나라를 바라다본다. 그러나 아무 데서도 고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도시에 가 봐도 늘 마음이 놓이지 않고, 어느 성문 앞에 가 봐도 항상 다시 출발하게 될 뿐이었다. 최근 나는 마음이 끌려서 현대인 곁으로 갔으나, 현대인은 나에게 있어서 서먹서 먹하고 조롱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나라와 어머니의 나라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리하여 나는 나의 자손들의 나라, 저 멀리 바다 가운데 있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나라만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돛배에 명령해서 오직 그것만을 찾게 하련다. 나는 내가 선조의 자손이었다는 점에 대해 나의 자손들에게 보상하리라. 그리고 모든 미래에 대해서도 이 현재를 보상하리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49

150 순결한 인식 16 에 대하여 어젯밤 달이 떠올랐을 때, 나는 달이 하나의 태양을 낳으려 한다고 몽상했다. 그토 록 달은 불룩하게 배가 만삭이 되어 지평선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달이 잉태한 것처럼 보인 것은 거짓이었다. 나는 달이 여자라기보다는 차 라리 남자라고 믿으려 한다. 물론 이 겁 많은 야행자( 夜 行 者 )는 거의 남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참으로 달은 간 사한 양심을 가지고 지붕 위를 넘어다닌다. 달 속에 있는 성직자는 욕심과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어 대지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기쁨을 함부로 탐낸다. 아니, 나는 달을, 지붕 위의 이 수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쯤 닫힌 창문가를 살금살금 숨어다니는 것은 딱 질색이다. 달은 경건하고 묵묵히 양탄자 위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숨어다니는 남자의 발소리 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박차( 拍 車 ) 소리도 내지 않는 발소리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솔직한 사람의 발소리는 말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마루 위를 소리 없이 지나간 다. 보라! 달은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다가오며 솔직하지도 못하다 이 비유를 그대들 민감한 위선자들에게, 그대들 순수한 인식자 들에게 말한다. 나 는 그대들을 욕심꾸러기라 부른다. 그대들도 대지와 대지의 것을 사랑한다. 나는 그대들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러나 그대들의 사랑 속에는 부끄러움과 간사한 양심이 들어 있다. 그대들은 달을 닮았 다. 그대들의 정신은 대지의 것을 경멸하도록 설득되었으나, 그대들의 내장은 그렇게 설득되지 않았다. 더구나 내장이야말로 그대들에게 있어서 가장 강한 것이다. 이제 그대들의 정신은 그대들의 내장의 뜻에 따르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16 예술적 관조와 철학적 인식에 의해 의지의 고뇌에서 벗어나려고 한 쇼펜하우어와 고답적이고도 도피 적인 낭만주의에 대한 공격. 150

151 수치를 알기 때문에 샛길로 빠져 허위의 길을 걸어간다. 나에게 최고의 것은, 이렇게 그대들의 허위 정신은 스스로에게 말한다. 욕심 없이 삶을 보는 것이고, 혀를 길게 늘어뜨린 개를 닮지 않게끔 삶을 보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리라. 죽어 버린 냉철한 의지를 가지고, 이기심의 책략이 나 욕심도 없이 차갑게 온몸을 회색으로, 그러나 도취한 달의 눈으로서 즐겁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바람직하고 행복한 일이다. 유혹당한 자는 자기 스스로를 이렇게 유혹한다. 내게 가장 훌륭한 것은 달이 대지 를 사랑하듯, 오로지 눈만으로 대지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다. 모든 것으로부터 다른 무엇을 바라지 않고 오직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울로서 그들 앞에 드러눕는 것, 그것을 모든 것에 관한 순결한 인식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오오, 그대들, 민감한 위선자여! 탐욕자여! 그대들의 욕심에는 순진함이 없다. 그 때문에 그대들은 욕망을 나쁘게 여긴다. 진실로 그대들이 대지를 사랑하는 것은 창조자로서, 또는 생성을 기뻐하는 자로서 가 아니다. 순진함이 어디 있는가? 생산에의 의지가 있는 곳에 있다. 스스로를 넘어서 창조 하려는 자, 이 사람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본다. 아름다움은 어디 있는가? 내가 모든 의지를 가지고 의욕하지 않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리고 하나의 모습이 단지 모습으로서만 머무르지 않도록 내가 사랑하고 몰락하려고 하는 곳에 있다. 사랑하는 것과 몰락하는 것, 그것은 영원한 옛날부터 운( 韻 )이 맞듯 일치하고 있 다. 사랑에의 의지, 그것은 기꺼이 죽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그대 비열한 자들에게 고한다. 더욱이 그대들의 맥빠진 추파는 관조( 觀 照 ) 라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다. 비열한 눈 으로 맛볼 수 있는 것을 아름답다 고 이름 지으란 것이다. 오오, 그대들,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는 자여! 그대들, 더럽혀지지 않은 자여! 순수한 인식자여! 그대들은 결코 낳지 못하리라. 설령 불룩하게 배가 불러서 지평선에 누워 있다 해도! 이것이 그대들의 저주이어라! 151

152 참으로 그대들은 거룩한 말로써 입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그걸 두고 그대들의 마 음을 풍부히 채우고 있다. 그것으로 그대들의 마음이 풍부하게 넘쳐흐른다고 우리 들이 믿어야 하는가? 그대들, 거짓말쟁이여! 그러나 나의 말은 보잘것없고 천하고 왜곡되었다. 나는 그대들이 밥을 먹을 때, 그 대들의 밥상에 흘려진 것을 기꺼이 줍는다. 그러나 역시 나는 이 말을 가지고 위선자들에게 진리를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내 가 줍는 생선 뼈, 조개껍데기, 또 가시가 달린 잎사귀로 위선자들의 코를 간지럽 혀 주리라! 그대들과 그대들의 식탁 주위에는 항상 나쁜 공기가 감돌고 있다. 그대들의 탐욕 스러운 사상, 허위, 비밀이 그 공기 속에 섞여 떠돌고 있다. 먼저 그대들 스스로를 믿어라. 그대들과 그대들의 내장을!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 그대들은 신의 가면을 쓰고 있다. 그대들, 순수한 자 들은 하나의 신의 가면을 내 건다. 그러나 그 속에 그대들의 소름 끼치는 뱀이 기어들어왔다. 진실로 그대들, 관조자 여! 그대들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일찍이 차라투스트라 도 그대들의 거룩한 겉모양 17 을 보고 얼이 빠졌던 일이 있었다. 그 피부 속에 웅크 리고 있는 뱀을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순수한 인식자여! 나는 언젠가 그대들의 유희 속에 하나의 신의 영혼이 장난치고 있다고 몽상했다. 더욱 그대들의 예술보다 나은 예술은 없다고 나는 일찍이 몽상 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뱀의 불결함과 악취가 가려져 버렸다. 뱃속에 검은 도마뱀이 함부로 이곳에 숨어다니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게 다가왔 다. 그때, 나에게는 날이 밝았다 그대들에게도 날이 밝았다. 달의 정사( 情 事 )는 끝났다. 저쪽을 보라! 달은 희롱하다 들켜서 새파랗게 질린 채 새벽의 동녘 노을 앞에 서 있다. 17 쇼펜하우어와 같은 염세적, 금욕적 정관주의를 가리킴. 152

153 왜냐하면 이미 이글이글 빛나는 자인 태양이 또다시 대지에 대한 그 사랑을 나타 냈기 때문이다. 태양의 사랑은 순진하며 창조자의 갈망이다. 태양이 바다를 넘어 초조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라! 태양의, 사랑의 갈망과 뜨거운 숨결을 느끼지 못하는가? 태양은 바다에서 젖을 빨고 바다의 심연을 자기 높이까지 끌어 올리려고 한다. 그 러면 바다의 욕망이 천 개의 유방을 가지고 높아간다. 바다는 태양의 갈증으로써 입을 맞추고 젖이 빨리기를 바란다. 바다는 대기가 되 어 드높이 솟아올라 광명의 길이 되며 또한 광명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진실로 나는 태양처럼 삶과 깊은 바다를 사랑한다. 나에게 있어서 인식이란 모든 깊이가 나의 높이에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3

154 학자에 대하여 누워 잠자고 있을 때, 한 마리의 양이 내 머리에 있는 소나무 화관을 뜯어먹고 나 서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미 학자가 아니다. 이렇게 말한 양은 통통한 몸집을 자랑스럽게 흔들면서 가 버렸다. 어린아이가 나 에게 그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이곳, 허물어진 벽 옆의 엉겅퀴와 붉은 양귀비꽃 사 이에 누웠다. 나는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아직도 학자다. 엉겅퀴와 양귀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악의를 가졌을 때조차도 역시 순진하다. 그러나 양에게는 나는 이미 학자가 아니다. 나의 운명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데에 대해서 축복이 있어라!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학자의 집을 나서면서 내 뒤의 문을 세게 닫아 버렸다. 굶주린 나의 영혼은 학자들의 식탁에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과 달 리 호두를 까는 기술에 익숙하듯 인식하는 방법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나는 자유와 대지 위에 부는 신선한 바람을 사랑한다. 학자들의 관직( 官 職 )과 존엄 위에 잠들기보다는 차라리 쇠가죽 위에서 잠들기를 원한다. 나는 너무도 뜨겁게 스스로의 사상으로 불타고 있다. 가끔 숨까지 막힐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밖으로 먼지투성이의 방을 뛰쳐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서늘한 그늘 밑에 시원하게 앉아 있다. 그들은 만사에 있어서 그 저 방관자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태양에 불타는 계단 위에 앉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멍청하게 바라다보는 사람처럼 그들은 기 다리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사상을 우두커니 지켜보고만 있다. 손으로 그들을 붙잡으면 그들은 밀가루 부대처럼 온통 주위에 먼지를 일으킨다. 그러나 그 먼지가 곡물에서 여름에 밭에서 누렇게 익은 기쁨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누 가 상상조차 할 수 있으랴? 154

155 그들이 현자인 체할 때, 그들의 하찮은 격언과 진리는 나를 소름 끼치게 한다. 그 들의 지혜에는 가끔 늪에서 생겨난 것처럼 고약한 냄새가 난다. 사실 나는 이미 그 지혜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마저 들었다. 그들은 손재주가 비상하고 노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의 다양성에 비교하면 나 의 단순성은 무엇인가! 그들의 손가락은 모든 실을 꿰고 매고 묶고 짜는 법을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정신의 양말을 짠다. 그들은 시계처럼 교묘하다. 단지 태엽만은 제대로 감아 줘야 되리라. 그러면 시계 는 어김없이 시간을 알리고 조심스럽게 종을 친다. 마치 물레방아의 제분기처럼 그들은 일하며 잘 찧는다. 단지 곡식알을 넣어 주기 만 하면 되리라. 그들은 이미 곡식알을 잘게 부수고 갈아서 흰 가루로 만드는 재주 를 가졌다. 18 그들은 서로 잘 감시하고 있으나, 최선의 신뢰를 주고받을 줄 모른다. 잔꾀와 교활 한 책략에는 재빨리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들은 절뚝거리며 다니는 지식인을 기다 린다. 마치 거미처럼 엎드려서 기다린다. 나는 그들이 항상 조심스럽게 독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들은 언제나 손가락에 유리로 만든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들은 또한 주사위를 가지고 교묘하게 남을 속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름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우리들은 서로 남이다. 그들의 덕은 그들의 부정과 농간을 부리는 주사위 이상으 로 비위에 거슬린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앉았을 때, 그들 위에서 살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원 한을 품었다. 그들은 누구라도 그들의 머리 위를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다. 그래서 그들은 나와 그들의 머리 사이에 나무와 흙과 오물로 담을 쌓았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나의 발소리를 막았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 가장 학식이 풍부 하다는 자들도 나의 소리를 들어 보기가 아주 곤란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과 나 사이에 모든 인간의 약점을 놓았고, 그들은 그것을 방음벽 이라 18 스스로 사상을 창조할 수 없고 남의 사상을 이용만 한다는 뜻. 155

156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사상을 짊어지고 그들의 머리 위를 걷는다. 설사 나 자신의 위를 잘못 걷게 되더라도 나는 그들과 그들의 머리 위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는 그렇게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 을 그들은 원하도록 허락받지 못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6

157 시인에 대하여 육체를 보다 잘 알게 된 후 나에게 있어서 정신은 단지 비유적인 것에 불과하다. 또 불멸하는 것 그것도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 가 운데 한 사람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저는 이미 들은 일이 있습니다. 라고 제자가 대답했 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시인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한다. 고 덧붙이셨습니다. 왜 선생님께서는 시인이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왜냐고,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대는 왜냐고 그 이유를 묻는 것인가? 나는 그 이유를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대체 나의 경험이 언제적 것이겠는가? 내가 나의 의견의 근거를 체험했던 것은 벌 써 오래전 일이다. 만일 내가 모든 나의 근거를 지니려 한다면 나는 기억을 담는 통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의견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벅차다. 날아가 버리는 새도 적지 않다. 때로는 나의 비둘기장에 다른 곳에서 날아든 새도 있다. 그 새는 내가 손을 얹으면 부들부들 떤다. 그런데 일찍이 차라투스트라는 그대들에게 뭐라고 말했다는 건가? 시인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단 말인가?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도 일개 시인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대는 차라투스트라가 여 기서 진리를 말했다고 믿는가? 왜 그대는 그렇게 믿는가? 제자는 대답했다. 저는 차라투스트라를 믿습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머리 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믿는다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고 그는 말했다. 특히 나를 믿는다. 는 말은 나를 흐뭇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몹시도 진지하게 시인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한다. 고 말했 다면, 그는 올바른 말을 한 것이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157

158 우리들은 아직 아는 것이 적은 열등생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변조하지 않는 자가 누가 있을까? 우리들의 술을 저장해 두는 창고에서는 여러 가지 유독한 혼합주들이 만들어져 왔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들에 대해 적게 알고 있기에 우리는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좋아한다. 특히 젊은 여자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늙은 여자들이 매일 밤 주고받는 이야기마저 우리들은 듣고 싶어한다. 그것을 우 리들은 우리들 스스로에 있어서 영원한 여성이라 부른다. 무엇을 배우려 하는 자에게는 닫혀진 지식에의 특수한 비밀 통로가 있듯이 우리들 은 민중과 민중의 지혜 를 믿는다. 시인은 모두 이렇게 믿고 있다. 수풀 속이나 쓸쓸한 산속에 누워서 귀를 기울이는 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감동이 생기면 시인들은 언제나 자연이 자기들에게 홀딱 반했 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살며시 그들의 귓전으로 다가와서 비밀 이야기와 사랑의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고 자랑하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댄다. 아아, 하늘과 땅 사이에는 시인만이 꿈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물들이 참으로 많 다. 하물며 천상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왜냐하면 신들은 모두 시인의 비유이 며, 시인의 궤변이기 때문이다. 진실로 우리들은 항상 끌려가고 있다. 즉 구름의 나라로. 그 구름 위에 우리들은 가지각색의 가죽 부대를 놓아두고 그것을 신과 초인이라 부른다. 이들 신과 초인이란 모두 그 자리에 어울리도록 가벼운 것들이다. 아아, 어디까지나 사실로 여겨지는, 이 도달할 수 없는 모든 것에 나는 얼마나 지 쳐 버렸던가! 아아, 나는 얼마나 시인에게 지쳐 버렸던가!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 제자는 스승에게 불만이 많았으나 아무 말 도 하지 않았다. 차라투스트라도 잠자코 있었다. 그의 눈은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 럼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탄식하고 숨을 깊이 내쉬었다. 158

159 나는 현재의 존재이자 과거의 존재이다. 라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내 속에는 내일의 것이고 모레의 것인 동시에 장래의 것인 어떤 것이 있 다. 나는 시인에게 싫증이 났다. 낡은 시인에게도 새로운 시인에게도. 그들은 모두 나 에게 있어서 표면적이고 또 피상적인 것이며 얕은 바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 시인은 심오한 데까지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은 바다 밑바닥 에까지 잠기지 못했다. 약간의 쾌락과 약간의 권태, 이것이 이제까지 그들의 최선 의 사색이었다. 그들의 하프 소리는 모두 유령들의 숨소리요 옷자락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 은 이제까지 소리의 정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던가? 그들은 내가 보기에 순수하지도 않은 것처럼 생각된다. 그들은 모두가 자기의 물 을 깊게 보이도록 하려고 물을 흐려 버렸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화해자( 和 解 者 )를 가장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중개 자, 혼합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얼간이이고 잡종이며 불순분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아, 나는 그들의 바다에 그물을 던져 좋은 고기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항시 잡 힌 것이란 낡은 신의 머리였다. 이렇게 해서 바다는 굶주린 자에게 돌 하나를 주었다. 시인 자신이 바다에서 태어 난 것인지도 모른다. 확실히 시( 詩 )들 속에서는 진주를 볼 수 있다. 그만큼 한층 더 그들은 딱딱한 조개 껍데기의 종류를 닮았다. 영혼 대신에 나는 가끔 짜디짠 점액만을 그들 속에서 발 견했다. 그들은 또 바다에서 허영심을 배웠다. 바다는 공작 중의 공작이 아닌가? 모든 물소 19 가운데 가장 못생긴 것 앞에서도 바다는 그 꼬리를 펼쳐 보인다. 그리 고 은과 비단으로 장식한 자신의 부채를 보고 절대로 싫증을 내지 않는다. 물소는 거만하게 그것을 바라다본다. 그 영혼은 모래와 가깝고, 숲에 보다 가까우 며, 늪과는 아주 가깝다. 19 무관심한 존재를 가리킴. 159

160 물소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나 바다나 공작의 아름다운 몸치장이 무슨 상관이랴! 이 비유를 나는 시인들에게 말한다. 진실로 그들의 정신이야말로 공작 중의 공작이며 허영의 바다이다! 시인의 정신은 관객을 원하고 있다. 그것이 물소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는 이 정신에 싫증이 났다. 나는 이 정신이 스스로 싫증을 내는 날이 다가오고 있 음을 안다. 이미 시인이 변모해서 그들의 눈이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나는 보았다. 정신 의 참회자들이 오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들은 시인들 속에서 자라났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60

161 중대한 사건에 대하여 바닷속에 한 개의 섬이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행복한 섬들에서 멀지 않은 곳 그 섬에서 화산이 끊임없이 연기를 뿜고 있다. 이 섬에 대해서 민중은, 특히 늙은 여 자들은, 섬이 바위 덩어리처럼 지옥의 문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이 화산 속에 는 한 가닥의 좁은 길이 있어, 내려가면 지옥의 문 앞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가 행복의 섬에 머물렀을 때, 한 척의 배가 연기를 뿜는 산이 솟아 있는 섬에 닻을 내린 적이 있었다. 선원들은 토끼를 잡으려고 상륙했다가 한 낮이 되어 다시 모였을 때, 갑자기 공중에서 어떤 남자가 그들에게로 내려오는 것 을 보았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때가 왔다. 드디어 절호의 때가 왔 다! 그러나 그 모습이 가까워지더니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몸을 돌려 화산이 있는 방향 으로 날아갔다. 순간, 그들은 그것이 차라투스트라임을 깨닫고 더없이 놀랐다. 그들은 선장을 빼놓고는 모두 이미 차라투스트라를 보아서 알고 있었으며, 민중이 그를 사랑하듯 반은 사랑 그리고 반은 두려움을 갖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보라! 하고 늙은 키잡이가 말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지옥으로 간다! 이 뱃사람들이 불의 섬에 상륙했을 무렵에 차라투스트라가 없어졌다는 소문이 퍼 졌다. 그들의 벗들에게 묻자 벗들은 차라투스트라는 밤중에 어디를 간다는 말도 없이 배를 타고 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불안이 생겼다. 사흘 후 이와 같은 불안에 선원들의 말이 합쳐졌다. 그리하 여 사람들은 모두 악마에게 차라투스트라가 잡혀갔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들은 이 소문을 듣고 웃었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이렇게까지 말했다. 나는 차라리 차라투스트라가 악마를 붙잡았다는 말을 믿겠다. 고. 그러나 속으로 는 그들 모두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닷새 만에 차 라투스트라가 그들 가운데 나타났을 때, 그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161

162 차라투스트라가 불개 火 犬 20 와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대지는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이 피부는 여러 가지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런 병의 하나는 예를 들자면 인간 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와 같은 병의 또 하나는 불개 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인간은 스스로 많이 속이 고 또 속아 왔다. 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바다를 건너갔었다. 그리하여 나 는 적나라한 진리를 목격했다. 참으로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발가벗은 진리를. 불개 가 무엇인지 그 정체를 나는 이제야 알았다. 똑같이 폭발하고 전복시키는 악 마가 어떤 것인가도 알았다. 무서워하는 것은 늙은 여자뿐만이 아니다. 불개여! 그대의 심연( 深 淵 )에서 나오라! 하고 나는 외쳤다. 이 심연이 얼마나 깊은가를 고백하라! 그대가 내뿜는 콧김은 어디서 오는 것인 가? 그대는 바닷물을 잔뜩 마시고 있다. 그대 웅변의 짜디짠 맛으로 그것을 알 수 있 다. 확실히 심연의 개로서는 그대는 수면에서 너무 많이 영양분을 섭취했다. 나는 그대를 고작해야 대지의 복화술자( 腹 話 術 者 )로 봤다. 뒤집어엎고 내동댕이치 는 악마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나는 그들이 그대를 닮아 짜디짜고 거 짓이 많고 천박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대들은 울부짖고 재 灰 로써 어둡게 할 줄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더없이 호언장 담을 일삼고 진흙 21 을 뜨겁게 끓이는 기술도 터득하고 있다. 그대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진흙이 가까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해면과 속이 빈 것, 억눌린 것들 22 이 여기저기 생기게 된다. 그런 것들은 자유를 원한다. 그대들은 모두 무엇보다도 자유 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한참 우렁차게 부르짖는 소리와 자욱한 연기가 자유를 감싸면, 나는 당장 중대한 사건 에 대한 믿음을 잃고 20 모든 질서와 전통을 파괴하려는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적 혁명 운동가를 가리킴. 그리스의 신화에 나 오는 지옥문을 지키는 개에서 따온 말. 21 민중 22 어리석은 민중 162

163 만다. 나의 벗, 지옥의 소음이여, 내가 하는 말을 믿어라! 중대한 사건은, 그것은 우리들 이 가장 시끄러울 때가 아니라 가장 조용할 때이다. 새로운 소음의 발견자에 의해 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창조자에 의해 세계는 회전한다. 세계는 소리 없이 회 전한다. 솔직하게 고백하라! 그대들의 소란과 연기가 사라지면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설사 도시가 미라로 변하고, 조상( 彫 像 )이 진흙 속에 쓰러졌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커다란 문제이랴! 조상을 쓰러뜨린 자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금을 바다에 던지고 조상을 진흙에 쓰러뜨리는 것은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짓이라고. 그대들이 경멸하는 진흙 속에 조상은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경멸 속에서 또다시 삶과 살아 있는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일, 이것이야말로 조상의 법칙이다. 더욱더 거룩한 모습으로 조상은 다시 일어난다. 괴로워하면서도 다른 것을 매혹시 키면서 진실로, 그대들 도괴자( 倒 壞 者 )여! 그대들이 조상을 쓰러뜨린 데 대해서 조 상은 감사할 것이다. 왕들과 교회와 노령과 도덕 때문에 쇠퇴한 모든 것에 대해 나는 충고한다. 그대들 스스로 전복시켜라! 그러면 그대들이 회생하고 덕이 그대들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 다! 이렇게 나는 불개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불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의 말을 가로채면서 교회? 그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것은 일종의 국가이다. 가장 허위에 찬 국가이다. 그러나 닥쳐라, 위선의 개여! 그대는 그대의 일족에 대해 이미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대 자신처럼 이 국가도 위선의 개이다. 그대와 같이 국가도 연기를 내뿜고 시끄 럽게 짖어댄다. 그대처럼 그것은 사물의 내부 깊숙한 것을 말하고 있음을 믿도록 하기 위해. 왜냐하면 국가는 어디까지나 지상의 가장 중대한 짐승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 163

164 실 사람들도 또한 국가를 그러한 것으로 믿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불개는 질투에 못 이겨 미친 듯이 날뛰었다. 뭐라고? 하고 그는 외쳤다. 이 지상에서 가장 중대한 짐승이라고? 더구나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믿고 있다 고? 동시에 그의 아가리에서 많은 수증기와 무서운 소리가 울려 나왔기 때문에 나는 그가 분노와 질투에 겨워 질식할 것만 같이 느껴졌다. 드디어 그는 조용해지고 거친 숨결도 차차 부드러워졌다. 그가 조용해지자마자 나 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불개여! 그대는 화를 내고 있구나. 이것으로 보아도 그대에 대해 내가 한 말이 옳 았다.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다른 불개 23 에 대한 나의 말을 들어 보라! 그 불개는 진실로 대지의 핵심으로부터 이야기한다. 그의 호흡은 황금과 황금의 비를 토한다. 그것을 그의 마음이 원하기 때문이다. 재와 연기와 뜨거운 점액이 그에게 있어서 무슨 소용이랴! 그의 속에서 다채로운 구름처럼 웃음이 용솟음쳐 나온다. 그대의 목구멍으로 넘어 가는 꿀꺽거리는 소리, 침 뱉는 소리, 내장의 쓰라림을 그는 싫어한다. 황금과 웃음을 그는 대지의 심장에서 끄집어낸다. 왜냐하면 이것을 명심하라 대지의 심장은 황금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자 불개는 더 이상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그는 부끄러워서 꼬리를 감고 힘없이 멍멍 짖더니 기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제자들은 거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 지 않고 있었다. 선원, 토끼, 날아다니는 사람에 관해서 스승으로부터 이야기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대관절 나는 유령이란 말인가? 아니, 그것은 내 그림자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대 들은 이미 방랑자와 그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23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신가, 즉 가치 변혁을 뜻함. 164

165 나는 그 그림자를 조금 더 꼭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자는 나의 명예를 손상시켜 버릴 테니까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한 번 머리를 흔들며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고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왜 유령은 때가 왔다! 드디어 절호의 때가 왔다! 고 외쳤던 것인가? 대관절 무엇 때문에 드디어 절호의 때라고 말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65

166 예언자에 대하여 그리하여 나는 커다란 슬픔이 인간 위에 엄습하는 것을 보았다. 가장 착한 사람들 도 그들의 술책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의 교의가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하나의 신앙이 퍼져 나갔다. 모든 것은 허 무하고, 모든 것은 지나갔다. 고. 이때 모든 언덕에서 메아리가 울려왔다 모든 것은 허무하고, 모든 것은 같으며, 모든 것은 지나갔다. 물론 우리들은 이미 수확을 끝냈다. 그러나 어찌하여 모든 과일은 썩어 갈색으로 변했는가? 간사한 달 月 로부터 어젯밤 무엇이 떨어졌던가! 노동은 모두 헛수고였다. 우리들의 포도주는 독으로 변했다. 사악한 눈초리가 우 리들의 밭과 마음을 누렇게 태웠다. 우리들은 모두 메말랐다. 불덩이가 우리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 우리들은 모두 재처럼 어지럽게 흩어진다. 그렇다. 우리들은 불마저 지치게 했다. 모든 샘은 마르고 바다의 조수( 潮 水 )도 물러갔다. 땅은 모조리 갈라졌으나 심연조 차 우리들을 삼키려고 하지 않는다. 아아, 빠져 죽을 수 있는 바다는 어디 남아 있는가? 이런 우리들의 탄식 소리가 새어 나온다. 탄식은 얕은 늪을 넘어 울려 퍼진다. 진실로 우리들은 이미 지쳐버려 죽을 수조차 없었다. 이제 우리들은 눈을 뜬 채 길 이 오래 살아나가자! 무덤 속에서. 이렇게 한 사람의 예언자가 말하는 소리를 차라투스트라는 들었다. 그 예언은 그 의 가슴을 울렸고 그의 마음을 변하게 했다. 그는 슬픔에 젖어 방황하다가 마침내 지쳤다. 그는 예언자가 말한 사람들처럼 되었다. 실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긴 어스름이 다가온다. 고 그는 제자에게 말했다. 아아, 나의 빛으로 어떻게 그 앞까지 밝혀줄 것인가! 나의 빛이 이 슬픔 속에서 질식하지 않기를! 나의 빛은 다른 먼 세계를 위해서 그 리고 아주 먼 밤을 밝혀주는 빛이 되리라! 166

167 이와 같은 마음속에 우수를 간직한 채 차라투스트라는 걸어 다녔다. 그는 사흘 동 안이나 마시지도 먹지도 않았다. 그는 쉬지도 않고 말도 없었다. 드디어 그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 제자들은 기나긴 밤을 오랫동안 자지 않고 그를 둘러싸고 앉 아서 지켜보았다. 스승이 잠에서 깨어나 또다시 말을 계속하고 우수에서 회복되기 를 그들은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가 잠에서 깨어나서 한 이야기는 이러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 리는 제자들에게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내가 꾸었던 꿈 이야기를 들어 보아라. 그리고 해몽을 도와 달라! 이 꿈은 나에게 아직도 수수께끼인 채로 남아 있다. 그 뜻은 꿈속에 숨어 있고 갇 혀 있으며, 아직 자유의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서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모든 삶을 포기한 꿈을 꾸었다. 이 적막한 죽음의 산성( 山 城 )에서 밤과 무덤 을 지키는 산지기가 되었다. 그 산 위에서 나는 죽음의 관을 지켰다. 음산한 천정이 있는 방안에는 이와 같은 승리의 기념이 가득 놓여 있었다. 초극된 삶이 유리관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 다. 먼지투성이인 영원성의 향기를 나는 들이마셨다. 나의 영혼은 무덥고 먼지투성이 가 되어 누워 있었다. 누가 그런 곳에서 그의 영혼에다 상쾌한 바람을 불어넣었던 가? 나의 주위에는 언제나 깊은 밤의 밝은 빛이 있었다. 그 곁에 고독이 웅크리고 있었 다. 그리고 셋째로는 나의 여자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죽음의 고요함이 목 을 꼬르륵거리며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모든 열쇠 가운데서도 가장 녹슨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으로 모든 문 24 가운데서도 가장 녹슬어 삐걱거리는 문을 열 수 있었다. 문고리가 열렸을 때, 그 소리는 성난 새의 울부짖음처럼 긴 복도를 통해 울려 퍼졌 다. 이 새는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새는 억지로 선잠을 깨어 성이 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입을 다물어 주위는 고요해지고, 나 혼자 이 간악한 침묵 속에 앉아 24 죽은 뒤의 진리를 여는 문이며, 이것을 여는 열쇠는 영원회귀( 永 遠 回 歸 )의 사상이다. 167

168 있었을 때는 무서워서, 가슴이 죄는 듯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와 같이 시간은 흘렀고, 만일 시간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 없이 지났 을 거다. 이 일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러나 드디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세 번이나 우레와 같이 요란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천정을 세 번 울리며 메아리쳤다. 그래서 나는 문 쪽으로 갔다. 알파여! 하고 나는 외쳤다. 자신의 재를 산에 지고 가는 것은 누구인가? 알파! 알 파! 자신의 재를 산으로 나르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열쇠를 끼우고 문을 열려고 애썼다. 그러나 손가락을 집어넣을 만큼도 열리 지 않았다. 그때 별안간 일진광풍이 일어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 바람은 휘파람 소리처 럼 갈기갈기 찢고 살을 에는 것처럼 검은 관을 나에게 던졌다. 쏴쏴! 윙윙거리고 휘파람을 불며 찢어지는 소리와 더불어 관이 깨어지고 수천 가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아이와 천사와 부엉이와 바보와 어린아이만큼이나 큰 나비 등, 천 개의 얼굴 이 나를 향해서 조소하며 꾸짖고 외쳤다. 나는 무서워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무서움을 견디다 못 해 한 번도 질러보지 못했던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내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그 리고 제정신이 든 것이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꿈을 이야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아직 자기의 꿈을 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사랑하던 제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차라투 스트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의 삶 자체를 이 꿈이 우리에게 풀어 줍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님이여! 찢어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죽음의 성문을 세차게 열어젖힌 바람, 그것이 당신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이야말로 삶의 다채로운 악의와 천사의 얼굴로 가득 찼던 관, 그것이 아니겠 습니까? 168

169 진실로 어린아이의 천 가지 웃음소리처럼 당신은 모든 죽음의 문으로 들어갑니다. 밤과 무덤을 지키는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또 음울한 열쇠 소리를 내는 자들을 조 소하면서. 당신은 큰 웃음소리로 그들을 위협하고 넘어뜨릴 것입니다. 그들에 대한 당신의 힘은 기절( 氣 絶 )과 각성임을 증명할 것입니다. 오랜 어스름과 죽음의 권태가 올지라도 당신은 우리들의 하늘로부터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명의 대변자인 스승이여! 당신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별과 새로운 밤의 장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진실로 웃음 그 자체를 당신은 다채로운 천막처럼 우리들의 위에 펼쳐 주었습니다. 이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관 속에서 솟아 나올 것입니다. 이제야말로 세찬 바람이 의기양양하게 모든 죽음의 권태에서의 승리를 자랑하며 끊임없이 불어닥 칠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 일의 증인이며 예언자입니다. 진실로 당신은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의 적들을 꿈꾸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가 장 괴로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꿈에서 깨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왔듯이 그들도 또 스스로 각성하 여 당신에게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제자는 말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모두 차라투스트라 곁으로 몰려와서 그의 손을 잡고, 그가 침대를 떠나고 벗어나 자기들에게로 돌아와 달라고 설득하 려 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침대 위에 바로 앉은 채 물끄러미 서먹서먹한 눈 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 타향살이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그는 제자들의 얼굴 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는 제자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윽고 제 자들이 그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자, 보라! 그의 몽롱했던 눈이 단번에 변했다. 그는 지난 일을 모두 깨닫고,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좋다, 그러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제자들이여! 향연을 베풀 준비를 하라. 지금! 이렇게 해서 나는 나쁜 꿈을 부숴 버리겠다. 흉몽의 액땜을 하려는 것이다. 예언자도 나와 함께 앉아서 먹고 마시도록 하라. 진실로 나는 그대에게 그가 빠져 죽을 수 있는 바다를 보여주리라! 169

17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해몽을 해 준 제자의 얼굴을 물끄러 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170

171 구원에 대하여 어느 날 차라투스트라가 다리를 건너갔을 때, 불구자와 거지들이 그에게로 몰려왔 다. 한 꼽추가 그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보라! 차라투스트라여! 민중들도 당신에게서 배우고 당신의 가르침을 믿게 되었 다. 그러나 민중에게 완전히 당신을 믿게 하려면 아직도 필요한 한 가지 일이 남아 있다. 즉 당신은 먼저 우리들 불구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위해 무 엇을 선택해도 좋다. 좋은 기회는 한 번뿐이 아니라 얼마든지 있다. 장님을 고칠 수도 있고, 발병신을 뛰게 할 수도 있다. 불룩 내민 꼽추의 등에서 군살을 떼어낼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불구자로 하여금 차라투스트라를 믿게 하는 좋은 수단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 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꼽추에게서 군살을 떼어내는 것은 그 정신을 빼앗는 것과 같다. 이것이 민중의 교 양이다. 장님에게 눈을 준다면, 그는 지상의 나쁜 일들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자기를 고쳐준 자를 저주하리라. 또 발병신을 달리게 한 사람은 그에게 최대한 악 을 주는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그가 뛰게 되면 그의 악덕도 그와 함께 뛰기 때문 이다. 민중은 불구자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친다. 민중이 차라투스트라에게서 배운 다면, 어째서 차라투스트라가 민중에게 배워서는 안 되는가? 어떤 자에게는 눈이 없고, 어떤 자에게는 귀가 없으며, 또 어떤 자에게는 다리가 없다. 또는 혀, 혹은 코, 또는 머리를 잃은 자가 있다. 나는 인간 속으로 들어가서 이와 같은 것을 보았으나 이는 나에게 있어서 극히 사소한 일이다. 나는 보다 나쁜 것을 혐오할 만한 여러 가지 것을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그것 을 하나하나 다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 중 몇 가지를 묵과할 수 없다. 다름이 아 니라 한 가지만을 많이 가지는 대신에 모든 것을 갖지 못한 사람 그는 커다란 눈, 커다란 입, 커다란 배, 또 무엇인가 큰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다. 그 런 인간을 나는 거꾸로 된 불구자 25 라고 부른다. 25 특수한 재능과 기능만 발달하여 인간적으로 결함 뿐인 자를 말함. 171

172 나는 고독 속에서 벗어나서 처음 이 다리를 건넜을 때 나의 눈을 믿지 않고 몇 번 이나 되풀이해서 보고 결국에는 말했다. 이것은 귀이다! 사람만큼이나 큰 귀이다! 나는 더 똑똑히 보았다. 진실로 귀밑에는 불쌍하도록 작고 초라하고 방정맞게 말 라빠진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참으로 이 거대한 귀는 작고 가냘픈 줄기 위 에 붙어 있었다. 그 줄기가 곧 인간이었다. 안경을 쓰고 보면 작고 시기하고 있는 얼굴까지 볼 수 있었다. 또 부푼 작은 영혼이 줄기에 매달려 있는 것도 볼 수 있었 다. 그러나 민중은 나에게, 위대한 귀는 하나의 인간일 뿐만 아니라 위인이며 천재 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민중이 위대한 인간에 관해서 말할 때, 한 번도 민중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너무도 적게 가지고, 한 가지 것을 너 무 많이 가진 거꾸로 된 불구자라는 신념을 견지했다. 차라투스트라는 꼽추와 꼽추의 이야기를 대신한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말하고 나 서, 깊은 불만을 가지고 제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실한 벗이여! 나는 인간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마치 인간의 조각과 손발 사이 를 방황하는 것 같다. 전쟁터나 도살장처럼 인간이 갈기갈기 찢겨져 흩어져 있는 것을 보는 일은 눈뜨고 보지 못할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내 눈이 현재에서 과거로 피할지라도 언제나 보는 것은 같은 광경이다. 조각과 손 발과 무서운 우연이며 인간은 아니다. 지상의 현재와 과거. 아아, 벗이여!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앞으로 닥쳐올 일의 예언자가 아니었다면 살아갈 길을 몰랐을 것이다. 예언자, 의욕자, 창조자, 미래, 미래에의 다리 그리고 또 말하자면 이 다리 옆에 있는 하나의 불구자, 차라투스트라는 이상과 같은 모든 것이다. 그대들은 가끔 스스로 물었다. 도대체 차라투스트라는 누군가? 우리들은 그를 무 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그리하여 그대들이 얻은 답은 내가 얻은 답같이 다만 묻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약속하는 자인가 아니면 실현하는 자인가? 정복자인가 아니면 계승자인가? 수확인가 아니면 쟁기의 보습인가? 의사인가 아니면 전쾌자( 全 快 者 )인가? 172

173 그는 시인이었는가 아니면 진실한 자인가? 해방자인가? 선인인가? 그렇지 않으면 악인인가? 나는 내가 내다보는 미래의 조각으로서의 인간 사이를 헤맨다. 조각이요 수수께끼 요 무서운 우연인 것을 하나로 굳혀 집대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창조와 노 력의 전부이다. 만약 인간이 창조자나 수수께끼를 푸는 자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인간인 것을 견뎌 낼 수 있으랴! 지나가 버린 사람들을 구원하고, 있었다. 는 모든 것을 나는 그렇게 원했다. 로 바 꾸어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비로소 구원라고 불린다. 의지 해방자와 기쁨을 가져오는 자라고 불린다. 이와 같이 나는 그대들에게 가르 쳤다. 벗이여! 지금은 한 가지 덧붙여서 의지 자체는 또 붙잡힌 죄수라는 사실을 배워라. 의욕은 해방자이다. 그러나 이 해방자까지도 쇠사슬로 묶는 것을 무엇이라고 부르 는가? 있었다. 는 의지의 분통과 더없이 쓸쓸한 비수를 그렇게 부른다. 의지는 이미 이루 어진 것에 대해서는 무력하며 모든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나쁜 방관자이다. 의지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의욕할 수는 없다. 의지는 시간을 그리고 시간의 욕 망을 꺾지 못한다. 이것이 의지의 가장 적막한 비애이다. 의욕은 해방자이다. 의지 그 자체는 그 비애를 벗어나서 그 감옥을 조소하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 내겠는가? 아아, 죄수는 모두 바보가 된다. 구금된 의지도 스스로를 바보처럼 구원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의지의 원한이다. 있었던 것 그것이 바로 의지가 굴릴 수 없는 돌이다. 이리하여 의지는 불만 때문에 돌을 굴린다. 그리고 자기처럼 원한과 불만을 느끼 지 못하는 자에게 복수한다. 이렇게 해서 해방자였던 의지는 마침내 가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일에 대한 원한으로 괴로워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복수한다. 173

174 그렇듯 실로 이것만이 복수 그 자체이다. 즉 시간과 시간의 있었다. 에 대한 의지 의 반감이 복수 그 자체이다. 진실로 우리들의 의지 속엔 커다란 어리석음이 살고 있다. 이 어리석음이 정신을 습득했다는 것이 모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저주가 되었다. 복수의 정신, 벗이여! 그것이야말로 이제까지 인간의 최상의 반성이었다. 괴로움 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벌( 罰 )로서만 있었다. 복수는 벌이라 가칭한다. 즉 복수는 하나의 거짓말을 가지고 그것이 양심인 양 가 장한다. 의지는 거슬러 올라가 의욕할 수 없기 때문에 의욕하는 사람은 자기 내부에 고통 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욕 그 자체와 모든 삶도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정신 위로 구름이 첩첩이 쌓여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는 광기가 설교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은 사라질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라고. 또 시간은 자기 아들을 집어삼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정의이며, 의지가 자 기 스스로를 구원하고 의욕이 무의욕( 無 意 欲 )으로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광기의 이 어처구니없는 노래를 잘 알고 있다. 의지는 창조자이다. 라고 그대들에게 말했을 때, 나는 그대들을 이 어처구니없는 노래에서 이탈시켰다. 있었다. 는 모두 조각이며 수수께끼이며 무서운 우연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의욕 은 이에 대해서 그러나 나는 그것을 원했다. 라고 부정했다. 끝으로 이에 대해 창조적인 의욕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바란다. 오오! 그것을 바랄 것이다. 라고. 그러나 의지는 벌써 그렇게 말했던가? 그리고 그것은 언제 있었던 일인가? 의지 는 이미 그 자신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던가? 의지는 이미 자기 자신의 구원자에게 기쁨을 가져오는 자가 되었던가? 의지는 복 수의 정신과 모든 분노를 알았던가? 174

175 누가 의지에게 시간과의 화해를 그리고 모든 화해보다도 더 높은 것을 가르쳤는 가? 의지란 권력에의 의지를 뜻한다. 의지는 모든 화해보다도 높은 것을 원하지 않으 면 안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행해졌던가? 누가 의지에게 과거에 거슬러 올라가서 의욕 하도록 가르쳤던가? 그러나 이야기가 이에 이르렀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 리고 극도로 놀란 사람처럼 보였다. 적이 놀란 눈으로 그는 제자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초리는 화살처럼 그들의 사상과 배후의 사상까지 꿰뚫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는 웃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인간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침묵이란 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구나 떠들어 대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꼽추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차라투스트라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호기심에 눈을 치켜 뜨고 천천히 말 했다. 그런데 왜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에게 말하듯이 우리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는 가?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그것이 어째서 이상하단 말인가! 꼽추에 대해서는 꼽 추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해야 될 것이다. 좋다! 고 꼽추는 말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 대해서는 마음에 있는 대로 이야기 해도 좋지 않겠는가? 왜,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 이 말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영리함에 대하여 무서운 것은 정상( 頂 上 )이 아니라 낭떠러지이다. 그곳에서는 눈은 아래쪽을 내려 175

176 다보면서 손은 위쪽을 붙잡는다. 그곳에서는 마음이 이중의 의지로 말미암아 현기 증을 일으킨다. 아아, 벗이여! 그대들은 내 마음의 이중 의지를 잘 헤아릴 수 있는가? 나의 눈은 정상을 바라보면서도 나의 손은 심연 속에 머물러 몸을 지탱하려고 한 다. 그것이 나의 낭떠러지며 위험이다. 나의 의지는 인간에게 달라붙는다. 나는 쇠사슬을 가지고 자신을 인간과 얽어맨 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인간에게로 끌려가고 있는데, 나의 또 하나의 의지가 그 곳으로 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손이 확고한 것을 만진다는 신뢰를 모두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는 장 님이 되어 인간들 사이에 끼여 살면서도 인간을 모른 체하고 지낸다. 나는 그대들 인간을 모른다. 이 암흑과 위안이 때때로 나의 주변에 펼쳐진다. 모든 악한들이 드나드는 대문 옆의 길목에 앉아서 나는 말한다. 누구든지 나를 속이려면 속여라! 라고. 나는 나를 속이는 자들을 경계하지 않고, 스스로 속는 대로 내버려 둔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인간을 대하는 처세술이다. 아아, 만일 내가 인간을 경계한다면 인간이 어찌하여 나의 부표( 浮 標 )에 대한 닻의 역할을 할 수 있으랴! 부표는 가볍게 나를 위로 끌어당겨 멀리 끌고 갈 것이다! 나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다. 이것이 나의 운명의 섭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사람들 사이에 끼여 목마르고 야위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어느 술잔으로라도 마 시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깨끗하기를 바라는 자는 더러 운 물로 몸을 씻는 것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리하여 나는 가끔 내 마음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자, 기운을 내라! 옛날 그대로의 마음이여! 그대는 하나의 불행을 면했다. 이것을 그대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즐겨라! 긍지를 가진 자에게는 가혹하고 차라리 허영심이 강한 자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푼 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의 대 인간적( 對 人 間 的 ) 처세술이다. 176

177 상처받은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긍지가 상처 를 입으면 긍지보다도 훌륭한 것이 생겨난다. 삶을 즐겁게 구경시키기 위해서는 그 연기( 演 技 )는 멋있게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 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뛰어난 광대를 필요로 한다. 좋은 광대란 예외 없이 허영심이 강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발견했다. 그들은 연기하며, 기꺼이 봐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의 의지는 모두 이 의지에 깃들어 있 다. 그들은 무대에 올라가서 작품 속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나는 그들 속에서 삶을 구 경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그것은 우수를 가시게 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그 때문에 나는 허영심이 강한 자에 대해서 관대하다. 즉 그들은 나의 우울증을 고 쳐 주는 의사이며, 연극에 나를 집착시키는 것처럼 인간에게 집착시키기 때문이 다. 허영심이 강한 자의 겸손함을 그 밑바닥까지 완전하게 헤아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 겸손 때문에 나는 허영심이 강한 자에게 호기심과 동정을 가진다. 그는 그대들로부터 자기에의 신뢰를 배우려고 한다. 그는 그대들의 눈길로 스스로 를 기르고 그대들의 손으로부터 찬미를 먹는다. 그대들이 그에 대해서 좋게 거짓말을 한다면 설사 그것이 허위라 하더라도 그는 그대들의 말을 믿는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무엇인가? 하고 탄 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 참다운 덕이라면 허영심이 강한 자는 스스로의 겸손함을 모 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제3의 대 인간적인 처세술은 내가 그대들의 겁( 怯 )을 바라 봄으로써 악을 보는 것을 꺼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알을 까게 하는 기적, 즉 호랑이, 방울뱀 등을 보는 것은 내가 행복 으로 여기는 일이다. 인간들 속에도 뜨거운 태양이 낳아 주는 아름다운 종족이 있고 악인에 있어서도 많은 경이가 있다. 확실히 그대들 가운데서 가장 현명한 자라 해도 내게는 대단히 현명하게 보이지 177

178 않았던 것처럼, 사람의 악의라는 것도 그 평판만큼 악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 는 발견했다. 나는 염려가 되어 자주 머리를 흔들면서 물었다. 왜 그렇게 달랑달랑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가? 방울뱀이여! 하고. 진실로 악을 위해서는 또 하나의 미래가 있다. 그러나 인간을 위해서 혹열( 酷 熱 )의 남국( 南 國 )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12피트의 폭과 3개월의 길이를 찾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얼마나 극 악( 極 惡 )이라고 불리고 있는가? 그러나 언젠가는 보다 큰 용이 이 세상에 나타나 리라. 초인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와 맞먹는 용이 즉, 초룡( 超 龍 )이 반드시 생겨나지 않 으면 안 된다. 이 초룡을 위해서는 습기가 많은 원시림에 더 많은 뜨거운 태양이 불타야만 한다. 그대들의 들고양이는 먼저 호랑이가 되고, 독두꺼비는 악어가 되지 않으면 안 된 다. 왜냐하면 좋은 사냥꾼은 좋은 사냥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진실로 그대들, 착하고도 올바른 사람들이여! 그대들에게는 웃어야 할 많은 곡절 이 있다. 특히 지금껏 악마 라고 불렸던 것에 대한 그대들의 영혼으로는 그대들은 위대함에 대해서 인연이 멀기 때문에, 초인은 그 온화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에게 두려움을 갖게 하는 존재일 것이다. 그대들, 현명하고도 학식이 풍부한 자여! 그대들은 초인이 즐겨 발가벗고 목욕하 는 지혜의 태양열로부터 도망칠 것이다. 그대들, 나의 눈이 볼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나의 초인을 악마라고 부를 것이다. 그것이 그대들에 대한 나의 의심이며 나의 은밀한 웃음이다. 아아, 나는 이처럼 높고 높은 사람들에게 싫증이 났다. 그들의 높이 보다 나는 한 층 위로, 밖으로, 더 멀리 초인에게 이르기를 원했다. 이들 높고 높은 사람들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을 때, 나에게서는 몸서리가 쳐졌 다. 그때 먼 미래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가 나에게 생겨났다. 일찍이 어떠한 조각가도 꿈꾸어 보지 못했던 아주 아득한 미래로, 남쪽 나라로, 또 178

179 신들이 모두 옷을 입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곳으로! 그러나 그대들, 이웃이여! 동포여! 나는 그대들이 가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잘 치 장하고 뽐내고 점잖게 착하고도 올바른 사람 으로 폼을 잡는 꼴을 보고 싶다. 또 나 자신도 가장한 채로 그대들 사이에 앉아 있고 싶다. 이리하여 나는 그대들과 나 스스로를 혼동시키고 싶다. 이것이 즉 나의 최후의 대 인간적인 처세술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79

180 가장 고요한 시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벗이여! 내가 당황하고 쫓기며 억지로 따르면서도 갈 곳으로 가려고 마음먹는 것을, 아아, 그대들에게서 떠나려고 각오한 것을 그대 들은 보았다. 분명히 또다시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에는 곰이 들어가기 싫은 동굴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누가 이것을 명령하는가? 아아, 성난 나의 여주인 이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이 마음의 지배자를 내가 그 대들에게 말한 적이 없었던가? 어제저녁 무렵에 나의 아주 고요한 시간이 나를 보고 말했다. 이것이 나의 무서운 여주인의 이름이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다. 갑자기 헤어져서 떠나가는 나에 대해서 그대들의 마음 이 굳어지지 않도록 나는 모든 것을 그대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들은 잠들려는 사람을 엄습하는 두려움을 알고 있는가? 그가 서 있던 대지가 물러나고 꿈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는 발끝까지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것을 나는 그대들에게 비유로써 말하겠다. 어제 아주 고요한 시간에 내가 서 있 던 대지가 물러나고 꿈이 시작되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고 나의 삶의 시계가 숨을 쉬었다. 나는 나의 주위에 감도는 이 토록 고요한 분위기를 일찍이 겪어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심장은 깜짝 놀랐 다. 얼마 안 가서 무엇인가가 소리 없이 나에게 말했다.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지 않 은가?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이 속삭임을 듣고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또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그대는 그걸 알고 있다. 차라투스트 라여! 그런데도 그대는 그걸 말하지 않고 있다. 라고. 180

181 마침내 나는 반항하듯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으나, 말하고 싶지 않다. 고.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그대는 원하지 않는가? 차라 투스트라여! 그것이 진실인가? 그대의 반항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떨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아, 나는 이것을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용서 해다오! 그것은 내 힘에 겨운 일이다! 그러나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말을 하라! 그리고 부서져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아, 그것이 나의 말인가? 나는 누굴까? 나는 나보다도 더욱 훌륭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위해서 부서져 없어질 가치조 차 없는 사람이다.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그대는 아직 겸손하다고는 할 수 없다. 겸손은 좀 더 굳은 털가죽으로 싸여 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나의 겸손의 털가죽은 이제까지 모든 것을 참고 견뎌 오지 않았던가? 나는 나의 높은 산기슭에 살고 있다. 나의 높은 산은 얼마나 높은가? 아무도 그것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나의 골짜기를 잘 알고 있 다.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산을 옮기려는 사람은 골짜기와 낮은 땅까지도 옮긴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나의 말은 아직 산을 옮겨 놓은 적이 없다. 내가 한 이야 기는 인간에게 미치지 못했다. 나는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는 했으나, 그들이 있는 곳에 닿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라고.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말한 자가 있었다. 그대는 그것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밤이 가장 고요할 때, 이슬은 풀 위에 떨어진다. 나는 대답했다. 내가 내 길을 찾아서 나갈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참으로 그때 181

182 나의 발은 떨렸다. 그래서 그들은 나에게 말했다. 그대는 길을 잃었다. 지금은 걷는 것조차 잊고 있다.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사람들의 조소가 다 무엇이냐! 그대는 복종을 잊은 인간이다. 자, 명령하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누가 가장 필요한가를 그대는 모르겠지? 그것은 위대한 것 을 명령하는 자이다. 위대한 것을 수행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위대한 일을 명령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것이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답했다. 나에게는 명령하는 사자처럼 열변을 토할 힘이 없다. 그러자 또 소리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가장 조용한 말이라도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것이다. 비둘기 걸음으로 찾아오는 사상도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그림자로서 걸어나가라. 그 처럼 그대는 명령하고 명령하면서 앞서 가거라!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나는 부끄럽다. 고. 그러자 또다시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한 자가 있었다. 그대는 좀 더 어린아이가 되어 부끄러움을 버려야 한다. 그대는 아직도 청춘의 긍지를 간직하고 있다. 그대는 늦게 젊은이가 되었다. 그러 나 어린아이가 되려고 생각하는 자는 스스로의 청춘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떨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는 나는 처음에 했던 말 을 되풀이했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 라고. 그러나 나의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 이 웃음소리가 얼마나 나의 오장육부를 찢어 놓고 가슴을 도려냈던가! 그리고 그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182

183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과일은 벌써 익었지만, 그대는 그대의 과일에 대해 서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그래서 그대는 또다시 고독 속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대는 좀 더 충분히 무르익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또다시 웃음소리가 일더니 그것도 사라져 버렸다. 그다음 나의 주위는 전 보다 한결 더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나는 땅 위에 누웠으며 온몸에는 땀이 한없이 흘렀다. 이것으로 그대들은 왜 내가 나의 고독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이유를 남김없이 들었다. 벗이여!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모든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가장 침묵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 또 그렇게 되기를 원 하는가? 그대들은 그에 대해 나로부터 모두 들었다. 아아, 나의 벗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대들에게 주어 야 할 것도 가지고 있다. 왜 나는 그것을 주려고 하지 않는가? 도대체 왜 나는 인 색하단 말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벅찬 괴로움과 그의 벗들과의 이별의 쓰라림 에 사로잡혀 크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달랠 수가 없었다. 밤 이 되자 그는 혼자 떠나고, 벗들만이 뒤에 남았다. 183

184 제 3 부

185 그대들은 드높이 올려지기를 바랄 때 위를 바라본다. 그러나 나는 높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대들 가운데서 누가 웃으면서 드높이 올려질 수 있는가! 가장 높은 산에 오른 자는 모든 비극과 슬픈 현실을 비웃는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제1부, 독서와 저작( 著 作 ) 중에서 방랑자 한밤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섬 안 산등성이를 걷고 있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해변에 닿아 그곳에서 배를 타려고 했다. 그곳에는 좋은 부두가 있어서 외국의 배 들도 즐겨 닻을 내리곤 했던 것이다. 그 배들은 행복의 섬을 떠나 바다를 건너가려 는 사람들을 태웠다.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타고 가는 도중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많은 고독한 방랑과 이미 올라가 보았던 산과 그 등성이와 꼭대기를 회상했다. 나는 방랑자이다. 등반자이다. 평지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하고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어떤 운명이 닥쳐오고, 또 어떤 체험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 속에는 항상 방랑과 등반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데 지나지 않는 다. 우연성이 나에게 작용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과거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 이 제 와서 나에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돌아올 뿐이다. 나 자신의 자아와 그리고 나의 자아 가운데서, 오랫동안 타향 에서 모든 사물과 우연과의 사이에 흩어져 있었던 것이 결국 내게로 돌아오는 데 지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즉 나는 지금 마지막 산봉우리 앞에, 아주 오랫동 안 미뤄져 왔던 것 앞에 서 있다. 아아, 나는 이토록 험한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된 다. 아아, 나는 가장 고독한 방랑을 시작했다. 185

186 그러나 나와 같은 성격을 가진 자는 이런 시간을 피하지 않는다. 즉 그 시간은 이 렇게 말한다. 이제야 처음으로 그대는 그대의 위대한 길을 간다. 정상과 심연은 이제 하나로 돌 아갔다. 그대는 위대한 것을 향해 그대의 길을 간다. 지금까지는 그대의 마지막 위험이라 고 했던 것이 그대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다. 그대는 위대한 것으로의 그대의 길 을 간다. 이제, 그대 뒤에는 이미 길이 끊어졌다는 것을 그대의 다시없는 용기로 삼지 않으 면 안 된다. 그대는 위대한 것으로의 그대의 길을 간다. 이 길을 따라서 그대의 뒤를 밟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대의 발은 스스로 남기고 간 그 발자취를 보이지 않게 지워 버리고 가라! 그리고 그곳에다 불가능 이라고 표시를 하라! 만약 어떠한 사닥다리가 끊긴다면 그대는 스스로의 머리 위에 올라가라! 그렇게 하지 않고 어찌 위로 오르기를 원한단 말인가? 그대 자신의 머리 위에! 그리고 그 대 자신의 머리 위로! 그대가 지닌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냉엄한 것으로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아끼는 사람은 몹시 아끼기 때문에 나중에는 병약해진다. 준엄한 것을 칭찬하라! 버터와 꿀이 흐르는 나라를 나는 찬양하지 않는다. 많은 것 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엄격함이 등반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인식하는 자로서 자기 것만을 보는 자가 모든 일에 있어서 어떻게 그 의 전경 밖의 것을 내다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대,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모든 것의 근본과 배후를 보려 했다. 그러니 까 그대는 스스로를 넘어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위로, 위로, 그대의 별까지 도 스스로의 발밑으로 내려다볼 수 있을 때까지! 그렇다! 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그리고 나의 별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 이 비로소 나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나의 마지막 정상으로 남 186

187 아 있다! 산을 올라가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엄격한 경구로써 스 스로 마음을 달랬다. 그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등성이에 왔을 때, 보라! 그의 눈앞에는 새로운 바다가 펼쳐졌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침묵에 잠겨 있었다. 이 높은 곳에서의 밤은 차갑고 아름다웠으며 하늘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 다. 나는 나의 운명을 알고 있다. 하고 그는 드디어 슬픔을 머금고 말했다. 자아, 힘 차게! 이미 결심이 섰다. 나의 마지막 고독은 시작되었다. 아아, 내 발밑에 가로놓인 검푸르고 슬픔에 잠긴 바다여! 아아, 이 무거운 밤의 고 달픔이여! 아아, 나의 운명과 바다여! 이제 나는 그대들에게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의 가장 높은 산 앞에 서 있다. 나의 가장 긴 방랑 앞에 서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일찍이 내려가 보지 못했던 깊은 곳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 내가 겪어 보지 못했던 깊은 고통 속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검푸른 고통의 물속을 깊숙이 내려가야 된다. 나의 운명은 그것을 바란다. 자! 자 아! 힘차게! 가장 높은 산들은 어디서 왔는가? 일찍이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때 나는 가장 높 은 산들이 바다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증거는 산에 있는 바위와 정상의 바위에 적혀 있다. 가장 높은 곳은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와서, 나중에는 그 정상에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추운 산 위에 서서 말했다. 그러나 바닷가에 이르러 마침 내 홀로 낭떠러지 위에 섰을 때, 그의 마음은 여행에 지쳐 버렸다. 그리하여 전보 다도 한층 더 그리움에 불타고 있었다. 모든 것은 지금 잠자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바다도 잠들어 있다. 바다는 잠에 취 해 괴상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187

188 그러나 바다는 따뜻하게 호흡한다. 그것을 나는 느낀다. 또 바다가 꿈꾸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바다가 꿈을 꾸며 딱딱한 이부자리 위에서 이리저리 뒹 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들어라, 들어라! 바다가 괴로운 추억 때문에 얼마나 신음하고 있는가를. 또는 나 쁜 기대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는가를. 아아, 나는 그대로 말미암아 슬퍼한다. 그대 검은 괴물이여! 또 그대로 인해 나 자 신을 원망한다. 아아, 내 손은 힘이 모자라니 애석하기 이를 데 없다. 진실로 나는 그대를 나쁜 꿈 에서 구하려 하건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면서 우수와 비통한 감정에 사무쳐 스스로를 비웃었 다. 뭐라고?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그래도 바다를 향해서 위안의 노래를 부르 려고 하는가? 하고 그는 말했다. 아아, 그대 사랑에 가득 찬 친절한 바보, 차라투스트라여! 지나친 맹신자여! 그대 는 항상 그러했다. 그대는 항상 맹신을 가지고 무서운 것에 다가섰다. 그대는 모든 괴물을 애무하려고 했다. 따스한 숨결, 앞발의 부드러운 털, 그것을 보기만 하면 그대는 곧 사랑하고 유혹하려고 했다. 사랑이란 고독한 자의 가장 큰 위험이다.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랑은. 사랑 속에 숨어 있는 나의 어 리석음과 겸손함은 우스꽝스럽구나. 이렇게 말하고 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조소했다. 그는 그때 두고 떠나온 벗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치 스스로의 사상으로 벗들에 게 죄를 진 것처럼, 자기 사상에 화를 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웃던 사람은 울기 에 이르렀다. 노여움과 그리움 때문에 차라투스트라도 통곡했다. 188

189 유령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1 차라투스트라가 배를 타고 있는 것이 선원들에게 알려지자 행복의 섬에서 온 사 람이 한 사람 타고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과 기대의 마음이 일어났다. 그러나 차 라투스트라는 슬펐던 나머지 이틀 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침울해하고 무뚝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물어봐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이틀째 저녁이 되자, 그의 입은 아직 닫혀 있었지만 귀만은 다시 열었다. 먼 곳에 서 와서 다시 먼 곳으로 가려고 하는 이 배에서는 많은 기묘한 이야기, 위험한 이 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먼 항해를 하며 모험이 따르는 생활을 원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 람이었다. 보라! 드디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 그 스스로의 혀가 풀리고 마음속의 얼음 이 깨어졌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대들 대담한 모험자에게, 그리고 교묘하게 돛을 달고 무서운 바다로 나갔던 경 험이 있는 자들에게, 그대들 수수께끼에 홀린 자들에게, 어스름을 사랑하는 자들 에게, 그 영혼이 피리 소리에 의해서 모든 그릇된 심연으로 유혹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대들이 겁을 집어먹은 손으로 한 오라기의 실을 찾기를 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는 그대들은 추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추론하기를 싫어하 기 때문이다. 그대들에게만 나는 내가 본 수수께끼를, 가장 고독한 자의 얼굴을 이야기하리라. 최근에 나는 시체 같은 빛을 띤 어스름 속을 누비며 우울하게 걸었다. 침울하고 냉 엄하게 입술을 깨물고. 단지 태양 하나가 졌던 것만이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자갈 사이로 올라가는 작은 길은 악의에 가득 차고 쓸쓸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은 길가 에는 잡초나 관목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이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내 발밑에 서는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말없이 비웃는 자갈들의 소리를 듣고, 미끄러운 바윗돌을 밟아가며 내 발은 위로 한 발짝씩 올라갔다. 189

190 위로. 내 발을 밑으로 잡아당겨서 심연으로 끌고 가려는 악마와 대항하면서. 그 것은 중압의 악마이자 나의 숙적인 마귀이다. 위로. 이 악마는 반은 난쟁이로서 반은 두더지로서 내 등 위에 올라앉아 스스로 절름발이면서 내 다리까지도 마비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는 귀에다 납을 부어 넣 고, 내 뇌에는 내 납을 녹인 물과 같은 사상을 집어넣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는 조소하듯 한 마디씩 속삭였다. 지혜의 돌이 여! 그대는 스스로를 높이 던졌지만 던져진 돌들은 모두 떨어지고 만다. 1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지혜의 돌이여! 그대 투석기( 投 石 器 )의 돌이여! 별의 파괴 자여! 그대는 자신을 높이 던졌다. 그러나 던져진 돌은 모두 떨어지고 만다. 그대 자신에게 돌아가도록 스스로를 돌로 치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오오, 차라투스 트라여! 그대는 돌을 멀리 던졌다. 그러나 돌은 그대에게 되돌아온다. 그때 난쟁이는 침묵했다. 그것은 오래 계속되었으며 그 침묵은 나를 괴롭혔다. 이 런 상태로 둘이 있다는 것은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고독하다. 나는 오르고 또 오르고, 꿈꾸며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를 괴롭혔다. 나 쁜 고민에 지쳐 버린 환자처럼 또는 흉악한 꿈에서 깨어난 환자처럼. 그러나 나에 게는 내가 용기라고 부르는 것이 존재했다. 그것이 이제까지 나의 모든 불평불만 과 우울을 억눌렀다. 이 용기가 드디어는 나보고 멈추라고 명령한 다음 난쟁이여! 그대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인가? 라고 말하게 했다. 즉 용기는 공격적인 용 기야말로 가장 잘 때려 죽이는 자이다. 왜냐하면 대개 공격 속에서 울려 퍼지는 주 악( 奏 樂 )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이야말로 가장 용기가 많은 짐승이다. 이것으로써 그는 모든 짐승을 정복했다. 즉 울려 퍼지는 주악을 가지고 그는 온갖 고통까지도 정복했다. 더욱이 인간의 고통은 가장 심각한 괴로움이다. 용기는 심연을 내려다볼 때의 어지러움도 없애 버린다. 그런데 인간이 서 있는 곳 치고 심연이 아닌 경우가 있을까? 본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심연을 보는 것이 아닌 가? 1 높이 이상을 걸었으나 그것은 올려 던져진 돌처럼 비소한 현실로 되돌아 온다는 뜻. 190

191 용기는 가장 잘 때려 죽이는 자이다. 용기는 동정까지도 때려 죽인다. 동정이란 가 장 깊은 심연이다. 인간은 삶을 깊이 보는 것만큼 고뇌도 같은 깊이로 들여다본다. 그러나 용기는, 공격적인 용기는 가장 잘 때려 죽이는 자이다. 용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이 삶이었는가? 자아! 힘차게 다시 한 번! 이와 같은 말 속에는 많 은 주악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귀를 가진 사람은 들어라! 2 멈춰라! 난쟁이여! 하고 나는 말했다. 나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대인가? 그러나 나는 우리 두 사람 가운데서 더 강한 자이다. 그대는 나의 심연의 사상을 모른다. 그대는 이 사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등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난쟁이가, 이 호기심이 강한 자가 내 어 깨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 앞에 있는 돌 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 침 우리들이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성문 앞이었다. 이 성문의 길을 보라! 난쟁이여! 하고 나는 말했다. 그것은 두 개의 얼굴을 가졌 다. 두 갈래 길이 여기서 합쳐지고 아직 이 길의 끝까지 가 본 사람은 없다. 뒤로 나 있는 이 기다랗고 좁은 길은 영원으로 통한다. 저 밖으로 나 있는 기나긴 좁은 길은 또 하나의 영원으로 통한다. 이 길들은 서로 모순된다. 그러면서 이 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두 개의 길들이 합쳐지는 곳은 바로 이 성문 앞이다. 성문의 이름은 위쪽에 걸려 있는데, 순간 이 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만일 한 사람이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의 길을 간다고 치고 그리고 더욱더 멀리 간다고 하면, 난쟁이여! 그대는 이 두 개의 길이 영원히 모순된다고 믿는가? 곧은 것, 즉 직선은 모두가 거짓이다. 하고 난쟁이는 조소하듯 중얼거렸다. 모 든 진리는 곡선이다. 시간 자체가 하나의 원이다. 그대 중압의 정신이여! 하고 나는 노하여 말했다. 그렇듯 경솔한 소리를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대를 그대가 지금 웅크리고 있는 자리에 웅크린 채로, 즉 불구자의 몸으로 내버려 두겠다. 절름발이여! 나는 그대를 높은 곳까지 업고 191

192 오지 않았는가. 보라, 이 순간을! 하고 나는 말을 계속했다. 순간이라는 이 성문 앞에서 길고 영 원한 길이 뒤쪽으로 뻗어 있다. 우리들의 배후에는 영원이 가로놓여 있다. 모든 것 가운데서 무엇이든 달릴 수 있는 것은 이미 한 번은 이 길을 달렸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이미 한 번은 일어나서 이루어지고 지나갔 을 것이 아닌가. 만일 모든 것들이 이미 존재했다고 한다면, 그대 난쟁이는 이 순간을 어떻게 생각 하는가? 이 성문도 이미 존재했었던 것이 아닌가! 이 순간이 장차 닥쳐올 모든 것 을 끌어당기도록 모든 것은 이처럼 굳게 맺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이리하여 자기 자신마저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달릴 수 있는 것은 모 조리 이 기다란 길을 한 번은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달빛 속을 기어가는 이 느린 거미, 달빛 그 자체, 그리고 성문 안 길가에서 서로 영 원한 사물에 대해서 속삭이는 그대와 나 우리들은 이미 모두 존재했던 것이 아닌 가. 그리고 다시금 되돌아와서 또 다른, 이 무섭고 기다란 길로 달려간다. 우리는 영원 히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렇게 나는 목소리를 점점 낮추어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의 사상과 배후 의 사상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나는 가까이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들 었다. 나는 일찍이 개가 그렇게 짖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나의 생각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다! 어렸을 때, 까마득하게 먼 옛날의 어렸던 시절. 그 당 시 나는 개가 그토록 짖어 대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때 개가 털을 곤두세우 고 머리를 쳐든 채 유령을 믿는 듯 고요한 밤중에 떨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개를 불쌍하게 여겼다. 바로 그때, 보름달이 죽은 듯이 소리 없이 지붕 위로 떠올랐다. 달은 불타는 둥근 공처럼 조용히 멎어 있었다. 마치 남의 소 유지를 굽어보는 것처럼 납작한 지붕 위에 조용히. 그래서 개는 겁을 집어먹었다. 개는 도적과 유령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또다시 개 192

193 가 그렇게 짖는 소리를 듣고 다시 한 번 불쌍하게 여겼다. 그런데 난쟁이는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성문 앞의 길은? 거미는, 또 모든 속삭임 은, 나는 꿈에서 깨어났던가? 나는 갑자기 험준한 절벽 사이에 홀로 외롭게 더없 이 쓸쓸한 달빛 아래 서 있었다. 또 그곳에 하나의 인간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보라! 개는 날뛰면서 털을 곤두세우 고 짖고 있었다. 개는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또다시 울부짖었다. 개가 그토록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꼴을 나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진실로 그때 목격했던 광경을 일찍이 본 일이 없다. 내가 보았던 것은 어떤 젊은 목자( 牧 者 )였다. 몸을 비틀고 토하려고 신음하며 몸부림치는가 하면, 얼굴을 찌푸 리고 입에는 검고 육중한 뱀이 늘어져 있었다. 2 나는 이처럼 많은 혐오와 새파랗게 질린 공포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 있는 것을 일찍이 본 일이 없었다. 그가 깊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 뱀은 그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 들어가 그 목통을 심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나의 손은 뱀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나의 손은 뱀을 목구멍 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었다. 이 순간 나는 힘차게 다음과 같이 외쳤다. 깨물어라! 깨물어라! 뱀의 대가리를 깨물어 끊어라! 이렇게 나의 공포, 증오, 혐오, 연민, 모든 선과 악이 소리를 합쳐서 내 속으로부터 외쳤다. 그대들, 나의 주변의 대담한 자들이여! 그대들 모험가여! 유혹자여! 그대들 교활한 돛을 달고 미지의 바다로 떠나는 자여! 그대들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자여! 그렇다면, 그때 내가 본 수수께끼를 풀어 보라! 가장 고독한 자의 유령 환영을 나 에게 밝혀 보라! 실은 이것이야말로 환영이며 예견이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비유 속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또 훗날 와서는 안 될 자가 누구였던가? 뱀이 그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갔던 목자는 누구인가? 그 목구멍 속으로 이처럼 육중하고 검은 것이 기어들어가는 것은 대체 어떤 자인가? 목자는 내 외침이 권하는 대로 깨물었다. 힘차게 깨물었다. 그는 뱀의 머리를 멀 리 내뱉어 버렸다. 이리하여 그는 다시금 힘차게 일어설 수 있었다. 2 뱀은 차라투스트라를 엄습하여 괴롭히는 무서운 사상, 목자는 차라투스트라 자신임. 193

194 이미 목자도 인간도 아니고 변신한 자, 빛에 둘러싸여 있는 자로서 그는 웃었다. 그가 웃었던 것처럼 큰 소리로 웃었던 일은 일찍이 이 지상에 없었다. 오오, 형제들이여! 인간의 웃음 같지도 않은 웃음소리를 나는 들었다. 그리고 지금 하나의 갈망이, 억누를 수 없는 그리움이 나의 몸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 웃음에의 그리움이 나의 몸을 집어삼키고 있다. 오오, 나는 어떻게 더 참고 살 아나갈 수 있으랴! 나는 이제 어떻게 죽음을 견디어 낼 수 있으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94

195 본의 아닌 행복에 대하여 이러한 수수께끼와 고통을 가슴에 안은 채 차라투스트라는 바다를 건넜다. 행복의 섬과 벗들을 떠나 나흘째 여행했을 때, 그는 모든 고통을 극복했다. 벅찬 승리감 에 부풀고 확고한 발걸음으로 줄기차게 그는 또다시 스스로의 운명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리하여 그때 차라투스트라는 기뻐 날뛰는 스스로의 내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시금 홀로 있게 되었다. 맑은 하늘과 자유로운 바다와 함께 홀로 있으련 다. 그리고 나의 주위에는 다시금 오후가 찾아왔다. 일찍이 내가 처음으로 벗을 찾았던 것이 오후였다. 다시금 벗을 찾았던 것도 역시 오후였다. 모든 빛이 더욱 고요해지는 시각이었다. 왜냐하면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모든 행복은 자신이 몸담을 곳으로서 밝은 영 혼 속을 찾기 때문이다. 모든 빛들이 지금 행복으로 말미암아 한층 더 고요해졌다. 오오, 내 삶의 오후여! 일찍이 나의 영혼도 몸담을 곳을 찾으려고 골짜기 사이로 내려갔었다. 그곳에서 행복은 흉금을 털어놓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 줄 영혼을 발견했다. 오오, 나의 삶의 오후여! 단 한 가지의 것을, 내 사상의 신선한 이식과 최고의 내 희망의 서광을 얻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바치지 않았으랴! 일찍이 창조자는 벗과 자기의 희망의 아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보라! 창조자는 스스로 그것들을 창조하지 않는 한 그것들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리하여 나는 나의 어린아이들을 찾아가고 또 그들로부터 돌아와서 내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충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자기의 아이들과 일뿐이기 때문이다. 그 리고 스스로에 대한 커다란 사랑, 그것이 임신의 징조이다. 이렇게 나는 깨달았다. 내 아이들은 이른 봄에 푸른 빛으로 싹트고 서로 의지하고 어울려 바람에 흔들린 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낙원과 가장 근사한 동산의 나무들이다. 195

196 진실로 그와 같은 나무들이 서로 의지하고 모여 있는 곳에 행복의 섬이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는 이 나무들을 뽑아 한 그루씩 따로 세우겠다. 제각기 고독과 반항과 주의( 注 意 )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 울툭불툭 마디지고 휘고 구부러지면서도 끈기 있고 단단하게 나무들을 해변가에 세우겠다. 굽힐 줄 모르는 삶의 살아 있는 등대로서. 폭풍이 바다로 휘몰아치는 곳, 산맥의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곳, 그곳에서 나무 들은 제각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해야 될 것이다. 스스로의 시련과 안식을 위 해서. 이 나무들은 나의 족속인지, 나의 혈통인지를 알기 위해 인식되고 시련을 겪지 않 으면 안 된다. 이야기할 때도 말이 적고, 주는 데 있어서도 받을 때처럼 관용을 베 푸는지 어떤지, 그리고 오랫동안 참아낼 수 있는 의지의 주인공인지 아닌지를 알 기 위해서. 그 언젠가는 나의 벗이 되어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창조하고 함께 축복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 모든 사물의 보다 더 완벽한 성취를 지향( 志 向 )하고, 나를 위해서 나 의 이름을 나의 일람표 위에 기록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그를 위해서, 그와 비슷한 자를 위해서 나는 스스로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나는 지금 나의 행복을 버리고 나 자신을 모든 불행에다 바친다. 나의 마지막 시련과 인식을 위해서. 진실로 내가 갈 때가 왔다. 방랑자의 그림자와 가장 긴 권태와 가장 고요한 시간 과 모든 것이 나에게 말했다. 드디어 절호의 때가 왔다! 라고. 바람은 열쇠 구멍으로 스며들어 와서 나에게 오라! 고 말했다. 문은 나에게 불손하 게 열리면서 가라! 고 외쳤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들의 사랑에 사로잡혀 누워 있었다. 욕망이, 즉 내 아이들의 먹이가 되고 아이들에게 이 몸을 바치려는 욕망이 나에게 이런 굴레를 씌웠다. 욕망 그것은 이미 나 스스로 바쳐 버린 것을 뜻한다. 나의 아이들이여! 나는 너희 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 소유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보장되며 아무런 욕망의 여지조 차 없다. 196

197 그러나 내 사랑의 태양은 알을 까는 온기를 가지고 내 위에 앉았다. 차라투스트라 는 자신의 체액 속에서 끓고 삶아졌다. 그때 그림자와 회의가 내 머리 위를 지나 사라졌다. 나는 추위와 겨울에 마음이 끌렸다. 오오, 추위와 겨울이 나를 또다시 자극하여 마음속에 분노를 일으키면 좋으련만! 하고 나는 탄식했다. 그때 차디찬 안개가 내 마음속에 서렸다. 나의 과거는 그 무덤을 파헤쳤다. 산 채로 묻혀 버린 여러 가지 고통들이 되살아났 다. 고통은 수의에 싸인 채로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상징으로서 나를 불렀다. 때는 왔다! 하고. 그러나 그 소 리는 내게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나의 심연이 힘차게 움직이고, 나의 사상이 나를 깨물었다. 아아, 심연의 사상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사상이다. 그대가 무덤을 파는 소리를 들 으면서도 몸서리치지 않는 강한 힘을 나는 언제나 얻게 될 것인가? 그대의 무덤 파는 소리를 들을 때 나의 심장은 목까지 두근거려 온다. 그대의 침묵 은 내 목을 죄어 질식시키려고 한다. 그대, 심연의 침묵하는 자! 나는 아직 한 번도 감히 그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나는 그대를 감싸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아직도 사자의 마지막 거만과 방종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그대의 무게만도 내게는 항상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도 강력함을 배우고 그대를 불러일으키는 사자의 웅변하는 소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우선 이런 일에서 스스로를 극복했을 때 비로소 큰일에 있어서 나를 극복하려 한 다. 그리고 하나의 승리가 나를 완성시키는 확증이 되어주기를! 그동안 나는 아직도 불안한 바다 위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리라. 우연이, 매끄러 운 혀를 가진 우연이 나에게 아양을 떤다. 나는 앞을 내다보고 뒤를 돌아다보지만, 아직 종말을 보지 못했다. 아직도 나의 마지막 싸움의 시간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가 지금 찾아 오고 있는가? 진실로 나를 에워싼 바다와 삶이 음험( 陰 險 )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197

198 채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오오, 나의 삶의 오후여! 오오, 저녁노을을 앞둔 행복이여! 오오, 출렁거리는 바다 위의 항구여! 오오, 불안 속의 평화여! 나는 그대들 모두를 믿지 않는다. 진실로 나는 그대들의 간사한 아름다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너무도 부드러 운 벨벳과 같은 미소를 의심하는 애인을 닮았다. 사랑에 빠진 남자, 질투가 심한 남자가 애정을 냉혹 속에 감추고 가장 사랑하는 여 자를 거절한다. 이와 같이 나도 이 행복한 시간을 물리친다. 물러가라! 그대 행복한 시간이여! 그대와 함께 본의 아닌 행복이 찾아왔다. 나의 가장 깊은 고통을 기꺼이 맞아들이기 위해 나는 여기 서 있다. 그대는 곤란한 때 찾아왔다. 물러가라! 그대, 행복한 시간이여! 차라리 나의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서 머물도록 하라! 빨리! 그리고 저녁이 되기 전에 나의 행복으로써 그들을 축복하라! 벌써 저녁이 다가온다. 해가 떨어진다. 저쪽으로 나의 행복이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밤새도록 불행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린 보람은 없었다. 밤은 끝내 밝고 고요했다. 행복 그 자체는 점점 가 까이 다가왔다. 먼동이 훤히 틀 무렵,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조소하듯 말했다. 행복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 그것은 내가 여자들을 쫓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여자와 같단 말인가? 198

199 해뜨기 전 오오, 우러러보는 하늘이여! 그대 맑은 자여! 심오한 자여! 그대 광명의 심연이여! 그대를 보면서 거룩한 욕망 때문에 몸부림친다. 그대의 높음 속에 몸을 던지려는 것 이것이 나의 깊은 소망이다. 또 그대의 맑음 속에 몸을 감추려는 것 이것이 나의 순결이다. 신의 아름다움은 신을 감춘다. 그와 같이 그대는 그대의 별을 숨긴다. 그대는 말하 지 않고도 그대의 지혜를 일러준다. 울부짖듯 출렁거리는 바다 위로 그대는 오늘 소리도 없이 떠올랐다. 그대의 사랑 과 부끄러움이 나의 울렁거리는 영혼을 향해 계시를 말한다. 그대는 그대의 아름다움에 싸여 얼마나 아름답게 내게로 찾아왔던가! 그대는 그대 의 지혜 속에 숨어서 얼마나 소리 없이 나에게 속삭였던가! 그대 영혼의 모든 수치를 깨닫지 못할 리가 있을까? 해뜨기 전에 그대는 가장 고 독한 자인 나에게로 찾아왔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벗이었다. 우리들은 원한도 공포도 근원까지도 같이 한다. 뿐 만 아니라 우리들은 태양까지도 공유한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서로 침 묵을 지켰으며 스스로의 지식에 서로 미소짓는다. 그대는 나의 불을 위한 빛이 아니었던가? 그대는 나의 통찰에 있어 자매의 영혼을 갖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은 함께 모든 것을 배웠다. 우리들은 서로 스스로를 초월해서 우리들에게로 올라와 구름도 없이 미소짓는 법을 배웠다. 우리들 밑에 강제와 목적과 죄과( 罪 過 )가 소나기처럼 쏟아질 때도 밝은 눈으로 멀 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부터 아래를 내려다보며 흐림 없이 미소짓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홀로 방랑했다. 밤마다 미로를 헤매며 나의 영혼은 무엇에 굶주렸던 가? 그리고 산에 올라갔을 때 산에서 나는 그대를 제쳐놓고 누구를 찾았던가? 나의 방랑과 등반은 모두가 궁여지책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갈피를 199

200 잡지 못하는 자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다. 홀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그대 속 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만이 나의 전체 의지가 바라는 것이다. 떠도는 구름과 그대를 더럽히는 것을 나는 방황하고 등반하면서 무엇보다도 미워 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의 증오까지도 미워했다. 나의 증오는 그대를 더럽혔기 때문이다. 떠도는 구름을, 이 숨어다니는 도둑고양이들을 나는 싫어한다. 그들은 그대와 나 에게서 우리들의 공유물을 빼앗는다. 거대한 무한한 긍정과 축복하는 말까지도 빼 앗아 간다. 이 중개자를, 혼합자를, 떠도는 구름을 나는 싫어한다. 이 얼치기들은 축복하는 일 도, 철저하게 저주하는 일도 배우지 못한 자들이다. 그대, 빛나는 하늘이 떠도는 구름으로 더럽혀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나는 하늘 이 막혀 버린 통 속에 앉아 있고 싶다. 차라리 하늘 없는 심연 속에 도사리고 앉아 있고 싶다. 나는 가끔 톱니 같은 번개가 금빛 쇠사슬로 떠도는 구름을 꼭 묶어 놓기를 바랐다. 내가 천둥과 같이 떠도는 구름의 불러오는 배를 북처럼 두들기기를 원했다. 분노에 가득 찬 북치기로서 내려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떠도는 구름은 그대의 긍정과 축복을 내게서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그대, 우러러보는 하늘이여! 그대, 맑은 자여! 광명이여! 그대, 떠도는 구름은 그 대로부터 나의 긍정과 축복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이 신중하고도 의심 많은 도둑고양이의 조용함보다도 차라리 나는 소음과 천둥과 폭풍의 저주를 사랑한다. 사람들 가운데서도 나는 숨어다니는 자들, 형편없는 얼 치기들, 의심하고 주저하는 자들, 망설이고 떠도는 구름과 같은 자들을 가장 미워 한다. 그래서 축복할 수 없는 자는 저주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는 이 분명한 가르침이 밝은 하늘에서 나에게 떨어졌다. 이 별은 캄캄한 밤에도 나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 었다. 그대가 나를 둘러싸고 있기만 하면 나는 축복하는 자, 긍정하는 자이다. 그대, 맑 200

201 고 밝은 자여! 광명이여! 빛의 심연이여! 그때 나는 어떠한 심연으로도 내가 축복 과 긍정의 말을 가져가리라. 나는 축복하고 긍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훗날 축복하기 위해 두 손을 자유로이 쓰 려고 나는 오랫동안 격투를 했고 용감한 병사가 되었다. 모든 사물 위에 그 자신의 하늘로서, 그의 둥근 지붕으로서, 푸른 종으로서, 영원 한 보증으로서 걸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의 축복이다. 이와 같이 축복하는 자는 복된 자이다. 무릇 만물은 영원의 샘으로써 세례되고 선악의 피안에서 세례되기 때문이다. 그러 나 선과 악은 중간의 그림자, 눈물겨운 비애, 떠도는 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로 만물 위에 우연이라는 하늘, 순진이라는 하늘, 무목적( 無 目 的 )이라는 하 늘, 오만이라는 하늘이 걸려 있다. 고 가르칠 때, 그것은 축복하는 일이지 모독이 아니다. 무목적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을 나는 모든 사물에 되돌려 주었고, 모든 것을 목적에 지배되는 노예 상태로부터 구해 주었다. 만물 위에 또는 만물을 통해서 어떠한 영원한 의지 도 의욕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 르쳤을 때 나는 이 자유와 하늘의 명랑성을 마치 푸른 종처럼 모든 사물 위에 걸 쳐 놓았다. 모든 것에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단 하나 있다. 즉 합리성 3 이다! 라고 내가 가 르쳤을 때 나는 저 의지 대신에 이 오만과 우둔성을 두었다. 사소한 이성은 확실히 별에서 별로 뿌려진 지혜의 종자 이 효모는 만물 속에 섞 여 있다. 그리고 우둔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혜가 만물 속에 섞여 있는 것이다. 사소한 지혜는 분명히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만물에서 발견한 축복된 확신은, 즉 만물이 도리어 우연의 발로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오, 나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여! 그대, 맑고 깨끗한 것이여! 드높은 것이여! 영원한 이성이란 거미와 거미줄도 존재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순결함 이다. 3 니체는 여기서 세계에 합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근세 이후의 철학을 부정한다. 201

202 그대가 거룩한 우연에 있어서 무도장( 舞 蹈 場 )이라는 것, 신성한 주사위와 도박 을 즐기는 노름꾼에게 있어서 거룩한 탁자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순결함이 다. 그런데 그대는 얼굴을 붉히는가? 내가 못할 말을 했던가? 내가 그대를 축복하려 던 것이 도리어 모독하는 결과가 되었는가? 아니면, 그대의 얼굴을 붉히게 한 것 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수줍었기 때문인가? 이제 낮이 되었다고 그대 는 나더러 아무 소리 말고 가 버리라고 하는가? 세계는 깊다. 일찍이 낮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다. 모든 사람이 낮이 되기 전 에 발언하도록 허락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낮은 왔다. 자! 그럼 헤어지자! 오오, 나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여! 그대 부끄러워하는 자여! 불타는 자여! 오오, 그대 해뜨기 전의 행복이여! 낮이 찾아온다. 그럼 헤어지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2

203 작아지게 만드는 덕 1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육지에 올라왔을 때, 바로 산에 있는 동굴로 돌아가지 않 고 여기저기 들러서 여러 가지 일을 묻고 이것저것 찾아다녔다. 이렇게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농담조로 말을 했다. 구불구불 그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냇물을 보라! 고.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없는 동안에 인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커졌는지 작아졌는지를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줄로 지은 새 집들을 보고 의아 해서 말했다. 이와 같은 집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진실로 위대한 영혼이 스스로를 상징하여 세 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어리석은 어린아이가 장난감 상자 속에서 끄집어낸 것일까? 다른 어린아 이가 상자 속에 도로 넣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어른들이 이 거실이나 방들을 드나들 수 있을까? 마치 이 방들은 명주로 만든 인형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또는 자기의 것을 남에게도 먹이고 스스로도 남의 것을 훔쳐먹는 도둑고양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 고.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마침내 그는 자못 슬픈 듯 이 말했다. 모든 것이 다 작아졌다. 곳곳에 보다 낮은 문이 보인다. 나와 같은 사 람은 아직 분명히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허리를 구부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오오, 나는 언제나 내 고향으로, 이제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좋을 고향으로, 작 은 것 앞에서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렇 게 말하고 차라투스트라는 한숨지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날 그는 작아지게 만드는 덕에 대해 그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2 나는 이 민중 속에서 눈을 뜨고 있다. 그들의 덕을 내가 시기하지 않는 데 대해서 그들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물어뜯고 대든다. 왜냐하면 내가 그들에게 소인에게는 작은 덕이 필 203

204 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소인들까지 필요하다는 그 사실이 나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 닭장 속에 뛰어 들어간 수탉을 닮았다. 암탉까지도 그것을 쪼아댄다. 그 렇다고 내가 이 암탉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들에 대해서는 모든 사소한 불쾌한 일을 대하는 것처럼 정중하다. 작은 일 에 바늘을 곤두세우는 것은 고슴도치에나 맞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저녁 무렵 그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을 때 모두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 도 나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내가 배운 새로운 정적이다. 나를 둘러싼 그들의 소음은 나의 사상 위에 외 투를 둘러씌울 뿐이다. 그들은 서로 떠들어 댄다. 즉, 이 검은 구름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하려는가? 그것 이 우리들에게 질병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경계하라! 고. 요 며칠 전에 여인이 나에게로 오려는 그의 아이를 거칠게 잡아채 간 적이 있었다.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세요! 이 사람의 눈초리는 어린아이의 영혼을 불태워 버리니까요.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기침을 한다. 기침은 강한 바람에 대한 저항 또는 방어 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들은 나의 행복의 회오리바람 소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들에게는 아직 차라투스트라를 상대할 시간의 여유가 없다. 고 그들은 항의한 다. 그렇다면 차라투스트라를 상대할 시간의 여유가 없다. 라고 말하는 그 시간에 는 무얼 하는 것일까? 설령 그들이 나를 칭찬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내가 그들의 칭찬을 듣고서 잠들 수 있으랴? 그들의 칭찬은 나에게 있어서 가시로 만든 띠이다. 설사 이 띠를 풀어 버 려도 가시에 긁힌 자리는 계속해서 뜨끔거리며 아프다. 그들 속에 있으면서 나는 또 이런 일도 배웠다. 칭찬하는 자는 되돌려 주는 체하지 만, 실은 보다 많이 선물을 받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의 발에게 물어보라! 그들의 칭찬과 아첨하는 꼴이 마음에 들었는가 어떤가를. 진실로 그와 같은 박자와 곡조로는 나의 발은 춤을 추거나 발걸음을 멈추려고 하 204

205 지 않는다. 그들은 작은 덕으로 유혹하기 위해 나를 칭찬하려 한다. 작은 행복의 박자에 맞추 도록 그들은 나의 발을 설득하려 한다. 나는 민중 사이를 뚫고 갔지만 눈을 여전히 크게 뜨고 있다. 그들은 전보다 작아져 버렸고 더욱 작아진다. 행복과 덕에 관한 그들의 가르침이 그렇게 하도록 한 것 이다. 즉 그들은 안일을 원하기 때문에 덕에 있어서도 그들은 소극적이다. 그런데 안일 과 조화되는 것은 소극적인 덕뿐이다. 하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걷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배운다. 그것을 나는 그들 의 절름발이 걸음이라고 부른다. 그 때문에 그들은 바삐 가려고 서두르는 사람들 의 장애가 된다. 그들의 대부분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목이 당길 정도로 뒤를 되돌아 본다. 나는 즐겨 이런 사람들에게 몸을 부딪치곤 한다. 발과 눈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4 서로 거짓을 책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인 들 사이에는 많은 거짓이 있다. 소인들 가운데서 어떤 자는 의욕을 가진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턱대고 의욕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는 진실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 람들은 서투른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광대가 된 자가 있는가 하면, 원하지 않는데 광 대가 된 자도 있다. 진짜는 언제나 드물다. 특히 진짜 광대는 드물다. 이곳에는 남자가 모자란다. 그 때문에 여자가 남성화한다. 완전하게 남자인 자만 이 여자 속의 여자를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배하는 자가 봉사하는 자 의 덕을 가장하는 이 위선을 나는 그들 가운데서 가장 나쁜 것으로 보았다. 내가 봉사하고, 그대가 봉사하고, 우리들이 봉사한다. 이렇게 지배하는 자들의 위선은 기도한다. 슬퍼할 일이다. 첫 번째 주인이 첫 번째 하인에 지나지 않는 4 인생관, 세계관이 실제 행동과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 205

206 다. 5 아아, 그들의 위선 속으로 내 눈이 호기심에 날아 들어갔다. 그들의 파리와 같은 행복과 볕 드는 창문 가에 모여들어 붕붕거리는 소리들을 나는 남김없이 잘 알아 차렸다. 선의가 있는 곳에는 그만큼 약점이 있음을 알았다. 정의와 동정이 있는 곳에 그만 큼의 약점이 있음을 나는 또 알았다. 그들은 서로 원만하고, 정직하며 친절하다. 모래알이 모래알끼리 원만하고, 정직 하며 친절한 것처럼. 작은 행복을 얌전하게 껴안는 것, 그것을 그들은 인종( 忍 從 ) 이라고 부른다. 그러 면서도 그들은 새로운 행복에 대해서 은근히 추파를 보낸다. 근본적으로 그들은 단순히 한 가지만을 가장 염원하고 있다. 즉 누구로부터도 고 통을 받지 않기를. 그래서 그들은 누구에게 대해서도 앞질러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이것은 비겁함이다. 그것이 설령 덕이라고 불릴지라도. 언젠가 이 소인들이 거칠게 말할지라도 나는 그들에게 쉰 목소리를 들을 뿐이다. 음성을 높이면 그들의 목소리는 쉬기 마련이다. 그들은 영리하다. 그들의 덕은 영리한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주먹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손가락은 주먹 뒤에 숨을 줄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서 덕이란 겸손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그들은 늑대를 개로 만들고, 인간조차도 인간의 가장 좋은 가축으로 변하게 한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앉을 의자를 한복판에 놓았다. 고 그들의 거짓 웃음은 나에게 말한다. 죽어가는 검사( 劍 士 )와 배부른 돼지에게서도 똑같은 거리( 距 離 )로 떨어져 서. 이것은 그러나 평범하다. 설령 중용이라 불릴지라도. 5 프리드리히 대왕이 스스로를 국가의 제일가는 공복( 公 僕 )이라 한 것처럼, 즉 민주주의를 비꼬는 말. 206

207 3 나는 민중들 사이를 지나며 많은 말을 떨구고 간다. 그러나 그들은 주울 줄도 간직 할 줄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향락과 악덕을 비난하기 위해 오지 않았나를 의심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러 온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영리함을 더욱 교묘하게 다듬을 용의가 나에게 없음을 의아해 한 다. 마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석필이 긁히듯 귀에 거슬리게 하는데도 지혜로운 척 하는 자들만은 아직 적다고 한탄하는 듯이. 그대들 속에 있는 모든 비겁한 악마는 저주받아라! 흐느끼면서 두 손을 모아 기 도하고 싶어하는 악마에게 저주 있어라! 고 내가 외치면, 그들은 차라투스트라는 신을 업신여긴다. 고 부르짖는다. 특히 그렇게 외치는 것은 인종( 忍 從 ) 6 을 설교하는 그들의 스승이다. 그러나 바로 이들 스승의 귀에 대고 나는 외치고 싶다. 그렇다! 나는 차라투스트 라다. 신을 무시하는 자이다! 라고. 인종을 설교하는 이와 같은 스승들! 작고, 병들고, 부스럼이 나 있는 곳이라면 어 디든지 그들은 이처럼 기어 다닌다. 나는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그들을 잡아 으깨 어 죽이지 않을 뿐이다. 자! 그들의 귀에 대고 들려줄 내 설교는 다음과 같다. 나는 차라투스트라다. 신을 무시하는 자이다. 나보다도 더 신을 무시하는 자가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의 가 르침을 받자. 나, 차라투스트라는 신을 무시하는 자이다. 나와 같은 자가 또 어디에 있는가?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의 뜻을 전하고, 모든 인종을 뿌리치는 자는 모두 나와 같은 자이다. 나, 차라투스트라는 신을 무시하는 자이다. 나는 모든 우연을 나의 냄비로 삶는 6 그리스도교적인 신에 대한 귀의, 모든 것을 신에 맡기는 안일한 수동적 태도를 말함. 207

208 다. 7 그리고 그것이 잘 삶아졌을 때, 나의 식사로서 즐겨 먹는다. 진실로 많은 우연이 지배자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더욱 지배자처럼 말했다. 그러자 우연은 재빨리 무릎을 끓고 간청했다. 내 곁에서 잠자리를 구하고 동정을 얻으려고 애원하면서, 다음과 같이 아첨하며 말했다. 보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친구로서 찾아왔다! 라고. 그러나 나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아무도 자기의 귀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래서 나는 사방의 바람을 향해서 이렇게 외치리라. 그대들, 보잘것없는 민중들이여! 그대들은 더욱 작아진다. 그대들 안일을 일삼는 무리들이여! 그대들은 부서져 없어지리라! 그대들은 멸망할 것이다. 그대들의 많은 작은 덕에 의해, 그대들의 많은 작은 태만에 의해, 그대들의 많은 작은 인종에 의해, 너무 관대하고 너무 양보만 하는 것이 그대들의 나라이다. 그러 나 나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단단한 돌을 파헤치고 굳센 뿌리를 박을 필요가 있다. 그대들의 태만은 모든 인류의 미래를 짜는 실인 것이다. 또 그대들의 허무는 하나 의 거미줄이며, 미래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한 마리의 거미이다. 그대들, 작은 도덕을 일삼는 무리들이여! 그대들이 무엇인가 받는 모습은 마치 빼 앗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가 무뢰한이라고 부르는 자들의 세계에서 조차 당 당하게 빼앗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살그머니 훔쳐라. 하고, 사이비 영예가 말 하고 있지 않은가? 주어질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인종의 한 가지 가르침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에 게 말해둔다. 그대들 안일한 무리들이여! 스스로를 간직하라! 그대들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빼앗아 갈 것이다! 아아, 그대들이 모든 애매한 의욕을 저버린다면! 그리고 그대들의 행위를 결단하 는 것처럼 태만한 태도를 취한다면! 아아! 그대들이 나의 이와 같은 말을 이해한다면 항상 그대들은 의욕하는 바를 실 7 우연으로 보이는 것마저 자기 의지의 발동이라 해석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생명력 강한 태도를 말 함. 208

209 천하라! 그러나 먼저 의욕할 수 있는 자가 되라! 그대들의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가 되라! 자기 자 신을 위대한 사랑을 가지고 사랑하고, 위대한 경멸을 가지고 사랑하라! 이렇게 신을 무시하는 자,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그러나 나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아무도 자기의 귀를 갖지 못했는데. 여기 시간은 나에게는 한 시간이 이르다. 이 민중 속에서 나는 스스로의 선구자다. 어두운 거리에 때를 알려주는 나 자신의 계명( 鷄 鳴 )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때는 온다! 그리고 나의 때도 온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작아지고 가난해지며 수척해져 간다. 가련한 잡초여! 가련한 땅이여! 그리고 머지않아 그들은 마른 풀과 황야처럼 내 앞에 전개된다. 그리고 진실로 스 스로에게 싫증이 나서, 물보다도 오히려 불에 목이 말라 내 앞에 전개될 것이다. 오오, 번개가 축복받은 시간이여! 오오, 오전의 신비여! 언젠가 나는 그들을 달리 는 불로 만들고, 불꽃의 혀를 가진 예고자로 만들리라. 언젠가 그들은 불꽃의 혀를 가지고 예고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찾아오리라. 그것은 가깝다. 위대한 한낮이! 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9

210 감람나무 산에서 겨울이라는 곤란한 손님이 내 집에 찾아와 옆에 앉아 있다. 그의 우정 어린 악수 때문에 나의 손이 새파래졌다. 나는 이 귀찮은 손님을 존경하지만, 차라리 혼자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나는 그 에게서 도망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잘 뛰면 그를 피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발과 뜨거운 사상을 가지고 나는 뛰어간다. 바람도 잔잔한 그곳으로 나의 감람나무의 양지바른 곳을 찾아서. 그곳에 가서 나는 그 엄격한 손님을 비웃는다. 그래도 사실은 고맙게 여기고 있다. 그가 우리 집 파리를 내쫓고, 또 작은 소란을 많이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모기 한 마리가 웽웽거려도 그는 용납하지 않는다. 두 마리의 경우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거리를 쓸쓸하게 하기 때문에 밤에는 달빛마저 두려워 떤 다. 그는 엄격한 손님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리고 유약한 사람들처럼 뚱뚱하게 살찐 배를 가진 불 火 의 우상을 기원하지 않는다. 우상을 숭배하느니보다 추위에 약간의 이 齒 가는 소리를 내는 편이 낫다! 이렇게 나의 본성은 바란다. 특히 나는 모든 격정적인 증기를 뿜고 있는 후텁지근 한 불의 우상을 싫어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여름보다도 겨울에 더 사랑한다. 지금, 겨울이 우리 집 에 찾아온 이후 나는 나의 적을 더욱더 대담하게 조소한다. 참으로 대담하게 내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갈 때까지도. 그때 숨어 있는 나의 행복도 웃으며 장난한다. 나의 허위의 꿈까지도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다. 나는 기어 다니는 사람인가? 나는 내 생애에 한 번도 권력자 앞에서 기어본 일이 없다. 그리고 일찍이 거짓말을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겨울의 이부자리 속에서도 즐거운 것이다. 보잘것없는 침대가 화려한 침대보다도 나를 따스하게 한다. 나는 나의 가난에서 열정을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겨울에야말로 가난이 나에게 가장 충실하다. 210

211 나의 매일은 일종의 악의로 시작된다. 나는 찬물에 목욕하고 겨울을 비웃는다. 그 러면 나의 엄격한 벗은 그 일에 불만을 갖고 투덜거린다. 나는 또 그에게 한 자루의 초를 가지고 간지럽혀 주기를 좋아한다. 그가 참다못해 회색의 어스름으로부터 창공을 토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대해 특히 심술궂다. 우물가에서 두레박 소리가 울리고 회색의 거리 에서 말이 우는 새벽에는 특히 그렇다. 그런 때, 내가 조바심을 내며 기다린 것이, 마침내 밝은 하늘에 당당하게 나타난 다. 눈같이 횐 수염을 단 겨울 하늘 백발노인의 출현이다. 겨울 하늘은 과묵하다. 때때로 태양까지도 그 침묵 속에 감추는 겨울 하늘! 나는 아마도 저 겨울 하늘에서 길고 밝은 침묵을 배웠는가? 아니면, 겨울 하늘이 나에게서 배운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들 각자가 그것을 스스로 창조해 낸 것일까? 모든 좋은 사물의 기원은 가지각색이다. 모든 좋은 버릇없는 사물은 기쁨에 겨워 존재 속에 뛰어드는 것이다. 어째서 그것 오직 한 번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랜 침묵이라는 것도 역시 하나의 좋은 버릇없는 물건이며, 그리고 겨울 하늘처 럼 밝고 동그란 눈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겨울 하늘과 같이 저 태양과 그 불 굴한 태양의 의지를 침묵 속에 싸서 감추는 것, 진실로 이 기술 이 겨울의 버릇없 음을 나는 단단히 배운 것이다. 침묵 때문에 도리어 내심을 폭로하는 일이 있으나 나의 침묵은 그렇게 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악의이며 좋아하는 기술이다. 말 言 과 주사위를 울리면서 엄격한 감시인의 눈으로부터 나의 의지와 목적은 슬 쩍 빠져나가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나의 근본과 마지막 의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 록 그 때문에 나는 오랜 밝은 침묵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상당히 영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아무도 자기의 마음을 꿰뚫어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얼굴에는 면사포를 쓰고, 또한 그의 물을 일부러 흐려 놓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사람에게 좀 더 영리한 불신자들이 몰려들어, 바로 그 사람에게서 211

212 그가 감추어 두었던 고기를 낚아 올린 것이다. 그것과는 달리 명랑한 사람, 정직한 사람, 투명한 사람 그들이야말로 가장 영리 한 침묵자인 것이다. 그들의 속은 너무나 깊어서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하더라도 밑 바닥이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다. 눈같이 흰 수염을 단 과묵한 그대, 겨울 하늘이여! 나의 머리 위에서 동그란 눈을 하고 있는 백발의 그대여! 오오, 그대, 나의 영혼과 그 방자함의 숭고한 비유여! 그리고 나는 나의 영혼이 찢기지 않도록, 마치 황금을 삼킨 사람과 같이 몸을 숨겨 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주위에 있는 이와 같은 모든 심술꾸러기와 상처받은 사람들 그들이 나의 긴 다리를 보지 못하게 나는 높은 다리를 달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이들 연기에 그을리고,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한 골방에 갇혀, 이 닳아빠진 검푸른 곰팡이 같은 진부한 영혼들 어떻게 그들의 질투와 심술이 나의 행복을 참을 수 있으랴! 그래서 나는 나의 산정( 山 頂 )의 여름과 겨울만을 그들에게 보인다. 그리고 나의 산 이 더욱더 많은 태양의 열로 감싸여 있다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나의 겨울의 회오리바람 소리만 듣는다. 그리고 내가 마치 그리움에 찬 무 겁고 뜨거운 남풍과 같이 따뜻한 바다 위에까지 불어간다는 것을 듣지 못한다. 그들은 나의 사고와 우연을 동정한다. 그러나 우연이 나에게로 오게 내버려 둬라. 우연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 라고 내가 말한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 어떻게 그들이 나의 행복을 견뎌 낼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사고와 겨울의 곤고 ( 困 苦 )와 백곰의 모자와 눈 오는 하늘의 포장으로써 나의 행복을 덮지 않는다면! 만일 나 자신이 그들의 동정을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면! 이들 심술꾸러기와 상 처받은 자들의 동정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만약 나 자신이 그들 앞에서 한숨을 쉬고, 추위에 떨며, 그들이 나를 동정으로 감싸주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의 영혼이 그 겨울과 그 여름같이 차가운 회오리바람을 감추지 않는 것, 이것이 야말로 내 영혼의 현명한 방종이며 호의이다. 그것은 또 그의 동상( 凍 傷 )까지도 감 212

213 추지 않는다. 어느 한 인간의 고독이란 병자의 도피이나, 어떤 다른 한 인간의 고독은 병든 자로 부터의 도피이다. 나의 주위에 있는 이와 같은 모든 불쌍한 사팔뜨기의 패거리들이, 내가 겨울의 추 위 때문에 이를 덜덜 떨며 한숨 쉬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렇게 탄식 하며 이를 덜덜 떨면서도 그들의 따뜻한 방으로부터 도망간단 말이다. 그들은 나의 동상을 보고 나를 동정하고 나같이 탄식해도 좋다. 인식이라는 얼음에 의해 그는 우리들까지 얼어 죽게 한다. 이렇게 그들은 호소 한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따뜻한 두 발로 나의 감람나무의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나의 감람나무 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노래하며 모든 동정을 조소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했다. 213

214 통과하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하여 많은 민중과 여러 마을을 천천히 지나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산과 동 굴로 향했다. 그런데 보라! 그는 도중에서 뜻하지도 않게 대도시의 성문으로 오게 되었다. 그때 거기서 입에 거품을 문 바보가 두 손을 벌리고 차라투스트라를 향해 뛰어나와 그의 가는 길을 막았다. 그는 차라투스트라의 원숭이 라고 불리는 바보였다. 왜냐하면 이 바보는 차라투스 트라가 쓰는 문장과 억양을 어느 정도 들어 익히고, 또 그 지혜의 보고에서 무엇인 가를 차용하기 즐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보는 차라투스트라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대 도시인 여기에는 당신이 구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잃기만 할 것이다. 어 째서 당신은 이런 진창 속을 걸어가려 하는가? 당신의 두 발을 동정하라! 차라리 성문에 침을 뱉고 돌아가라! 여기는 은자의 사상에 비하면 지옥이다. 위대한 사상은 산 채로 삶아져 작은 조각 이 될 뿐이다. 모든 위대한 감정은 여기서는 썩어버리고, 말라빠진 작은 감정만이 바삭바삭 소리 내는 것을 허락받고 있을 뿐이다. 정신을 도살하여 요리하는 냄새를 당신은 이미 맡고 있지 않은가? 이 도시는 도살 된 정신의 냄새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마치 축 늘어져 있는 더러운 누더기처럼 영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당신은 보지 않았는가? 게다가 그들은 이 누더기로써 신 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8 여기서는 정신이 말의 유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듣지 못하는가? 정신은 더러운 말의 찌꺼기를 뱉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이 말의 찌꺼기로써 신 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그러나 어디로 몰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그들은 서로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러나 왜 그러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단지 그들은 그 양철과 금화를 짤랑짤랑 울릴 뿐이다. 8 여론이란 죽어버린 사상의 찌꺼기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뜻. 214

215 그들은 차디차다. 그들은 잔뜩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얼어붙은 정신들 사이에 서 서늘함을 찾는다. 그들은 모두 여론이라는 병에 걸렸으며, 모든 환락과 죄악 속 에 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덕망 있는 자가 있다. 재주 있는 어용도덕( 御 用 道 德 )도 많이 있 다. 글 쓰는 손과 끈질기게 앉아 있거나 기다리거나 하여 굳어버린 엉덩이를 갖고, 재주 있는 덕도 가진다. 그가 타는 상( 賞 )은 가슴에 매다는 별같이 생긴, 작은 훈장 과, 박제인 엉덩이 없는 처녀들이다. 9 이곳에는 또 만병( 萬 兵 )의 주( 主 )이신 신에 대한 많은 경건함과 믿음이 깊은, 침이 라도 핥을 것 같은 아첨이 있다. 진실로 별과 귀하신 침은 위에서부터 방울져 떨어진다. 그러면 별 모양의 훈장이 없는 모든 가슴은 이것을 우러러 그리워한다. 달 10 은 자신의 궁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궁궐에서 오는 모든 것을 향해 거지의 백성과 모든 재주 있는 거지의 덕이 예배한다. 나는 봉사합니다. 그대도 봉사합니다. 우리들은 봉사합니다. 라고 모든 재주 있 는 덕은 군주를 우러러보며 기도한다. 공로로 받은 별 모양의 훈장이 드디어 좁은 가슴에 달라붙도록 비는 것이다. 그러 나 달도 모든 지상적인 것의 둘레를 회전한다. 역시 군주도 모든 지상적인 것의 둘 레를 돈다. 이것이 즉 소매상인들의 황금인 것이다. 만병의 주이신 신은 황금의 신이 아니 다. 군주는 생각하지만, 소매상인들은 인도한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밝고 강하고 선량한 일체의 것으로 인하여, 오오, 차라투스트 라여! 이 소상인들의 도시에 침을 뱉고 돌아가라! 여기서 모든 피가 썩어서 미지근하고 거품을 일으키며 모든 혈관 속을 흐른다. 모 든 찌꺼기가 모여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이 커다란 쓰레기통인 대도시에 침을 뱉 아라! 9 관리들의 집무 태도와 출세욕에 급급한 관리들을 비꼬는 말. 10 황제를 뜻함. 215

216 압박된 영혼, 비좁은 가슴, 날카로운 눈초리, 끈적끈적한 손가락의 도시에. 뻔뻔스 럽고 염치없는 절규와 문필로 자극하는, 지나치게 과열된 명예욕의 도시에 썩어 들어가는 모든 것, 불명예스러운 것, 음탕한 것, 음산한 것, 무르익은 것, 병적인 것, 음모의 것이 섞여서 고름을 흘리고 있는 대도시 이 대도시에 침을 뱉고 돌아 가라! 그러나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입에서 거품을 튀기고 있는 바보의 말을 가로막고, 그 입을 막았다. 그만 입을 다물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외쳤다. 그대의 말과 그대의 방식에 벌써부터 구역질을 느끼고 있다. 왜 그대는 그대 스스 로가 틀림없이 개구리나 두꺼비가 되려면 될 수 있었을 만큼, 그토록 오래 늪가에 살고 있었는가? 그대 자신의 혈관에 썩고 거품이 이는 늪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서 그대는 개구리처럼 꽥꽥 우는 일과 비방하며 떠드는 것을 배운 것이 아닌가? 왜 그대는 숲 속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혹은 땅을 갈지 않았는가? 바다는 푸른 섬 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나는 그대의 경고를 경멸한다. 그리고 그대는 나에게 경고했으나, 왜 그대 자신에 게는 경고하지 않는가? 나의 경멸과 경고하는 나의 새는 늪에서가 아니라 사랑 속 에서부터 날아가야 할 것이다. 그대 입에서 거품을 내뿜는 바보여! 세상 사람들은 그대를 나의 원숭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나의 투덜거리며 불평 을 일삼는 돼지라고 부른다. 그대는 나의 바보에 대한 예찬까지도 더럽히고 있다. 그대의 투덜거리며 불평을 일삼는 것으로 인해, 대관절 그대로 하여금 투덜거리게 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아무도 그대에게 충분하게 아양을 떨지 않았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그대는 이 오물 곁에 앉았다. 투덜거릴 많은 이유를 갖기 위해서. 그대는 많은 복수의 이유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대 부질없는 바보여! 그대 가 입에서 거품을 뿜고 있는 것은 모두가 복수임에 틀림없다. 그대의 뱃속쯤은 내 가 환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그대의 바보 같은 수작은 그대의 말이 정당했을 경우에도 나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백 번이나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대는 나의 말 216

217 을 가지고 늘 부정을 행하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큰 도시를 바라다보며 한숨을 쉬고 오랫동 안 침묵했다. 드디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바보뿐만이 아니다. 큰 도시도 나에게 구역질을 일으킨다. 여기저기 다 둘러보 아도 개선할 점도 나쁘다고 할 점도 없다. 이 큰 도시에 재앙이 있어라! 이 큰 도시 를 태워버리는 불기둥이 보고 싶구나! 그와 같은 불기둥이야말로 위대한 한낮에 앞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낮은 자기의 때가 있으며, 그 자신의 운명이 있는 것이다. 그대, 바보여! 작별의 인사말로 이와 같은 교훈을 그대에게 주리라! 이미 사랑할 수 없는 곳은 지나쳐 버려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보와 이 거대한 도시를 통과했다. 217

218 배신자 11 에 대하여 1 아아,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목장에 푸르고 아름답게 서 있었던 모든 것이 이미 시들어 회색빛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얼마나 많은 희망의 벌꿀을 여 기서 나의 벌통으로 가져갔던가! 그 젊은 마음의 주인들은 벌써 모두 늙어버린 것이다. 아니 늙은 것이 아니다. 단 지 피로하고 비속해지고 안이해졌을 뿐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가지고 우리들은 또다시 경건해졌다. 라고 말한다. 이른 새벽 그들이 씩씩한 발걸음으로 뛰어간 것을 본 것도 바로 최근의 일이었는 데, 그들의 인식의 발은 벌써 지쳐서, 이제 그들은 그들의 아침의 씩씩함마저 비방 하고 있지 않은가! 진실로 그들 중 대다수는 전에는 그들의 다리를 무용수처럼 쳐들었던 것이다. 나 의 지혜 속에 있는 웃음이 그들을 향하여 눈짓을 보냈다. 그때 그들은 생각을 돌렸 다. 이제 나는 보았다. 그들이 무릎을 꿇고 십자가로 기어가는 것을. 그들은 일찍이 광명과 자유의 주위를 마치 모기 같이, 젊은 시인같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조금씩 열이 식자, 벌써 그들은 침울하게 되어버리고, 남을 헐뜯는 사람이 되어서 난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고독이 마치 고래처럼 나를 삼킨 것을 보고, 아마도 그들의 마음은 의기소침해진 것일까? 그들의 귀는 그리움에 차서 오랫동안 나와 나의 나팔소리, 그리고 전령의 외침에 부질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아, 그들 가운데서 그들 마음속에 큰 용기와 오만을 오랫동안 지니고 있는 자 는 언제나 소수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소수의 인간은 그 정신도 또한 참을성이 많 다. 그러나 나머지 인간은 겁쟁이인 것이다. 나머지 인간, 이것은 대다수의 사람으로 일상적이며, 과잉상태로 너무 많은 인간 들이다. 이 친구들은 모두가 겁쟁이인 것이다.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은 역시 나와 같은 종류의 체험을 겪기 마련일까? 그리하여 11 차라투스트라의 신도라고 자칭했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다시 옛 신앙으로 되돌아간 것을 공격한 것. 218

219 나의 최초의 벗은 시체와 광대밖에 없다. 그러나 그다음의 벗은 스스로를 그의 신도라 자칭할 것이다. 그것은 살아 있는 군중이다. 많은 사랑, 많은 어리석음, 수염도 나지 않은 존경을 지닌 많은 군중이 다. 인간 속에 있으면서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은 그 마음을 이런 종류의 신도와 맺 어 놓아서는 안 된다. 겁 많고 비열한 인간의 본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런 종류 의 봄과 아름다운 목장을 믿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들이 달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 역시 달리하고자 할 것이다. 어 중간한 무리는 전체를 부패시킨다. 잎들이 시들게 된다는 사실을 탄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잎 같은 것은 떨어져 흩날리게 내버려 둬라. 그리고 슬퍼하 지 마라! 차라리 산들바람을 그들 속으로 불어넣어라. 이들 잎사귀 사이로 불어넣어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리하여 시든 모든 것이 어서 빨리 그대 곁에서 날아가도록. 2 우리들은 다시금 경건하게 되었다. 고 이들 배신자들은 고백한다. 더구나 그들 가운데서 많은 자들은 너무 겁이 많아서 이와 같은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붉 어진 뺨을 향해 말해주는 것이다. 그대들은 또 다시 기도할 사람들이라고. 그러나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의 치욕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 지만, 그대와 나에게 있어서는 또는 머릿속에 양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에게 있어 서는 그런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그대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치욕이다. 그대도 잘 알다시피 그대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비겁한 악마, 합창하기를 즐 겨 하고,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내려놓았다 하는 버릇을 가진 악마, 이 비겁한 악 마가 신은 존재한다! 고 그대에게 설교한다. 그러나 이런 일 때문에 그대는 광명을 꺼리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219

220 들은 광명이 있으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매일 그대의 머리 를 더욱 깊이 밤과 안갯속에 틀어박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진실로 그대는 시간을 곧잘 선택한다. 왜냐하면 밤의 새들이 또다시 밖으로 날아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광명을 두려워하 는 시간이 왔다. 일을 두려워하는 시간이 왔다. 일을 끝낼 저녁때이다. 일을 끝내 야겠다. 그러나 축하할 만한 때는 아니다. 나는 소리와 냄새로 알 수 있다. 그들이 사냥과 행진을 위한 시간이 온 것을. 그러 나 거친 사냥이 아니며, 잘 길들여진 절름발이의 콩콩거리고 냄새를 맡으면서 들 어오는 사람들과 남몰래 숨어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사냥이다 다감한 위선자의 뒤를 쫓는 사냥이다. 이제 또다시 모든 마음을 잡는 쥐덫이 놓 여 있다. 내가 커튼을 쳐들 때면 언제나 밤나방 한 마리가 날아들어 온다. 이놈은 도대체 그곳에서 어떤 다른 나방과 함께 웅크리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도 처에서 숨어든 소규모의 교단을 냄새 맡는다. 그리고 조그마한 방이 있는 곳이라면, 거기에는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이 기도 를 드리는 동포가 있어서, 기도를 드리는 동포의 향연( 香 煙 )이 자욱하게 감돌고 있 다. 그들은 기나긴 밤을 같이 앉아서 이야기한다. 우리들로 하여금 다시 어린아이처럼 되게 하여 사랑하는 하느님이여! 라고 부르 게 하소서! 하고 이렇게 믿음이 깊은 과자 제조업자에 의해 입과 귀를 망쳐버린 그들은 말한다. 혹은 그들은 기나긴 밤을, 먹을 것을 노리는 교활한 십자거미를 보면서 지낸다. 이 거미는 딴 거미들에게 영리함에 관해 설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십자가 밑에 그물을 치는 일은 괜찮은 일이다. 라고. 또는 그들은 온종일 낚싯줄을 늘이고 늪가에 앉아 깊이 생각한다. 그러나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곳에서 낚시질을 하는 자를 나는 피상적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또는 그들은 가요시인( 歌 謠 詩 人 ) 밑에서 경건하고 즐겁게 하프를 퉁기는 것을 배 운다. 이 시인은 젊은 여자의 가슴을 향해 하프를 퉁기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 220

221 는 늙은 여자들과 그들의 칭찬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또는 그들은 유식한 반미치광이에게서 전율을 배운다. 이 반미치광이가 어두운 방 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에게로 유령이 나타나는 것이며, 그리고 정신이 완전히 도 망쳐 버리는 것이다. 또는 그들은 늙은 방랑자의 웅얼거리는 듯한 피리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피리 부는 사람은 슬픈 바람에게 슬픈 곡조를 배웠던 것이다. 지금 그는 바람에 맞추어 피리를 불어서 슬픈 곡조로 비애를 설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야경꾼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 피리를 불 줄 알고, 밤마다 순회하면서 오래전에 잠들어 있는 낡은 일들을 깨워 일으키는 일을 할 줄 안다. 어젯밤에 나는 뜰 안의 담 옆에서 낡은 일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는 그러한 늙고 마른 야경꾼의 입에서 슬프게 흘러나왔던 것이다. 어버이로서 그는 어린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이 부족하다. 인간의 어버이만도 훨씬 못하지 않은가? 그는 너무 늙었다. 이제 어린아이 같은 것은 돌보지도 않는다. 다른 야경꾼이 이렇게 말했다. 대관절 그는 어린아이가 있는가? 그가 스스로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증명할 수 없지 않겠는가? 벌써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언젠가 그가 이 일을 철저하게 증명해 주었으면 좋 겠다. 증명한다고? 마치 그 사람이 일찍이 무엇을 증명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 지 않는가? 증명하는 일은 그에게 어려운 것이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 람들이 그를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렇다! 신앙은 그를 행복하게 한다. 그에 대한 신앙이 말이다. 늙은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들에 있어서도 역시 그렇다! 광명을 꺼리는 이 두 늙은 야경꾼은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 은 슬픈 듯이 피리를 불었다. 그것은 어젯밤 담 옆에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나 나의 심장은 웃음 때문에 흔들리고 터질 것만 같았다. 나의 심장은 어디로 221

222 가야 좋을지 몰라서 횡경막 속에 빠져들어 갔다. 진실로 내가 당나귀가 취해 있는 것을 보거나, 야경꾼이 저렇게 신을 의심하는 것 을 듣고 있으면, 우스워서 숨이 막힌 나머지 그것이 나의 사인( 死 因 )이 될지도 모 른다. 이러한 모든 의심을 품기에는 때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 버리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누가 잠들어 있는 그런 늙은 사람을, 광명을 꺼리는 사람을 깨워 일으킬 것인 가! 옛 신들은 이미 오래전에 끝장이 났다. 진실로 그들은 착하고 즐거운 신들의 종말 을 고한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향해 천천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 일찍이 웃다가 죽어 버렸다. 가장 신을 부인하는 말이 신 자신에게서 나왔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 말은 신은 오직 하나다. 그대는 나 이외의 다른 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 고 외쳤던 것 이다. 분노의 수염을 가진 늙은 신, 질투심이 강한 신이 그 자신을 잊고 흥분하여 이렇 게 말한 것이다. 그 당시에 모든 신들이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의자 위에서 비틀거리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신들은 존재하지만, 그러나 유일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이야말로 참다운 신성( 神 性 )이 아니겠는가? 들어라! 귀를 가진 자는! 차라투스트라는 그가 사랑하고 있던 얼룩소 라는 별명을 가진 거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동굴과 그의 짐승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는, 이곳에서 이틀을 더 걸 어가면 되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그의 귀향이 가까워진 것에 대해 한없이 기뻐 날뛰었다. 222

223 귀향 오오, 고독! 그대, 나의 고향인 고독이여! 너무도 오랫동안을 나는 거친 이국땅에 서 거칠게 살아왔다. 지금 나는 눈물 없이는 그대 곁으로 갈 수 없을 지경이다. 자,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듯 손가락으로 나를 위협하라. 세상의 어머니들이 미소 하듯 나에게 웃어다오. 이야기해다오. 일찍이 질풍처럼 나에게서 뛰어간 자는 누 구였던가? 하고. 그 사람 작별할 때 외쳤다. 너무도 오랫동안 나는 고독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침묵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고. 틀림없이 그대는 그것을 배워가지고 왔겠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그대가 유일한 자임을 안다. 그대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찍이 나와 함께 있을 때보다도 저버려진 채로 있 었던 것을. 저버려진 것과 고독은 다르다. 이것을 그대는 이번에 배워가지고 왔을 것이다. 또 그대가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거칠고 서먹서먹했으리라는 것도. 그들 이 사랑할 때조차 거칠고 냉담해야 한다는 것도. 왜냐하면 그들은 무엇보다도 관 대하게 취급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대는 그대의 집에 와 있다. 여기라면 그대는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 가? 말할 수도 있고 모든 근거를 밝힐 수도 있다. 아무리 감추어지고 짓눌린 감정 이라도 여기서는 무엇 하나 부끄러울 것이 없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물이 상냥하게 그대의 이야기에 따르고 그대의 등에 업혀 가고 싶어한다. 그대는 여기서 모든 비유를 타고 모든 진리를 향해 갈 수 있다. 그대는 여기서 모든 사물에 대해 정직하게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진실로 사람이 숨김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물들의 귀에는 얼마나 칭찬하는 것 처럼 들릴 것인가! 그런데 저버려졌다는 것은 이와는 다르다. 그대는 지금 기억하고 있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때 그대의 새가 그대의 머리 위에서 외치고, 그대가 숲 속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체 옆에 서 있던 일을. 그리고 나의 짐승들이 나를 이끌어 주기 바란다. 짐승들 가운데 있는 것보다 인 223

224 간들 사이에 있는 편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고 그대가 말했던 것 을, 바로 그것이 버림받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대는 기억하는가? 차라투스트라여! 그대가, 그대의 섬에서 빈 통에 에워싸 인 포도주의 샘처럼 주고 또 주면서 목마른 자에게 나누어 주었던 때를. 드디어 그 대는 만취한 자들 가운데 목마른 채로 홀로 앉아서 받는 편이 주는 편보다 행복하 지 않을까? 그리고 훔치는 편이 받는 편보다 훨씬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밤 마다 탄식했던 일을. 이것이 즉 버림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는 또 기억하고 있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가장 고요한 시간이 찾아와 그대를 그대 자신으로부터 내쫓고 심술궂은 속삭임으로, 말하라. 그리고 때려 부숴라! 하고 외쳤던 것을. 그때 그대의 모든 대망( 待 望 )과 침묵을 괴 롭히고 그대의 겸손한 용기를 잃게 했던 것을. 이것이 버림받은 것이었다. 오오, 고독! 그대 내 고향인 고독이여!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우아하게 나에게 말 해 주는 것인가! 우리들은 서로 묻지도 않고, 우리들은 서로 호소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서로 손잡 고 열린 문을 거침없이 드나든다. 왜냐하면 그대의 집은 열려 있어 밝은 까닭이다. 그리고 시간마저도 여기서는 가 벼운 발걸음으로 걷는다. 실로 어두운 곳에 있는 편이 밝은 곳에 있는 편보다 시간 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는 모든 존재의 말과 말의 사당은 나를 위해 열린다. 모든 존재가 여기에서 는 말이 되기를 바라며, 일체의 생성이 나에게서 말하는 것을 배우려 한다. 그러나 저 아래 있는 세상에서는 일체의 이야기는 무익하다. 그곳에서는 망각과 통과가 최상의 지혜이다. 이 일을 나는 지금 배웠다. 인간에게 있어서 모든 사물을 이해하려는 자는, 모든 것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 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나의 손은 너무나 깨끗하다. 나는 그들의 숨결마저 들이마시고 싶지 않다. 아아,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을 그들 의 소란과 나쁜 숨결 속에서 생활하다니! 오오, 내 주위의 행복한 고요여! 내 주위의 맑은 향기여! 얼마나 깊은 가슴에서 정 224

225 결한 숨을 쉬고 있는 것인가! 오오, 이 행복한 고요함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 을 것인가! 그러나 저 아래에 있는 세상에는 온갖 것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모든 것이 들리지 않는다. 만일 누가 그 지혜를 종에 걸고 알린다 해도 시장의 장사치들은 돈을 세는 소리로 그 종소리를 지워 버릴 것이다. 그들은 모두 말한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물에 떨어지면 서 이미 깊은 샘으로 스며들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모두 말하고 있지만 어떤 것도 성취되지 못하고 끝나 버리고 만다. 모든 것 은 암탉의 소리를 내면서 아무도 조용히 둥우리에 앉아서 알을 품으려 하지 않는 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모두들 말하지만 모든 것이 말 속에서 부서진다. 그리고 어제 까지만 해도 아직 시대( 時 代 ) 그 자체와 시대의 이빨에 너무 딱딱했던 것이 오늘날 에 와서는 물어뜯겨 지고 부서져서 현대인들의 입에 매달려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모두들 말하나 모든 것이 폭로된다. 그리고 일찍이 깊은 영혼 의 신비와 비밀이라고 말해졌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거리의 나팔수나 그 밖의 경박한 무리들의 것이 되고 만다. 오오, 인간이여! 그대 기묘한 자여! 그대 어두운 거리의 소요여! 이제 그대는 또다 시 나의 등 뒤로 사라져 버렸다. 나의 가장 큰 위험이 나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 관대하게 봐주는 것과 동정하는 속에 언제나 나의 최대의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라는 자들은 관대하고 참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진리를 억제하고 바보의 손과 기만될 심장을 가지고, 그리고 동정이라는 작은 허 위에 가득 차서, 그렇게 나는 언제나 인간 속에서 살아왔다. 나는 그들 속에서 가장하고 앉아 있었다. 그 인간들 속에서 참을 수 있다고 나 스 스로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보로구나, 너는 인간이라는 것을 모른다! 하 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고 있었다. 인간의 틀 속에서 살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잊게 된다. 모든 인간에게는 너무나 많은 겉치레가 펼쳐져 있다. 이런 곳에서 먼 곳을 볼 수 있는 눈, 먼 날을 찾는 눈 225

226 이 무슨 소용이랴! 그리고 그들이 나를 오해했을 경우, 어리석게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이상으로 그들 을 용서했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준엄해지면서도, 가끔 이 용서에 대해 나는 스스 에게 복수를 하면서. 독을 가진 파리에게 잔뜩 물리고 많은 악의의 물방울로 구멍이 뚫린 돌처럼 허황 해지면서도, 나는 그들 속에 앉아 있었다. 더구나 나는 자신에게 들려주었다. 모 든 작은 것은 작다는 데 대해서는 죄가 없다! 고. 특히 나는 선인 이라 자칭하는 자들이 가장 독을 많이 가진 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참으로 사심 없이 나를 물었으며, 사념( 邪 念 ) 없이 나를 속였다. 이런 그들 이 어찌 나에게 올바를 수 있겠는가! 선인 속에 사는 자는 동정한 나머지 거짓말하는 것을 배운다. 동정은 모든 자유로 운 영혼에 대해 숨 막힐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선인의 우둔함은 끝이 없기 때문 이다. 나 자신을 감추고 나의 재산을 숨기는 일 이런 일을 나는 밑에 있는 세상에서 배 웠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사람들이 아직 정신에 있어서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에 대해 이 사람의 정신적 충만 이란 어느 정도일까? 어느 정도가 이 사람에게는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것일까? 라고 하는 것도 나의 동정에서 오는 거짓이었던 것이다. 그들 완고한 현인들, 나는 그들을 완고하다고 하는 대신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렇 게 나는 말을 가볍게 하는 것을 배웠다. 그들 무덤 파는 사람들 12, 나는 그들을 탐 구자, 검사원이라 불렀다. 이렇게 나는 말을 바꾸는 방법도 배웠다. 무덤을 파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해 병( 病 )을 파헤친다. 낡은 폐허 밑에는 나쁜 기운이 숨어 있다. 늪을 휘저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산 위에서 살아야 한다. 나는 또다시 축복받은 콧구멍으로 산의 자유를 호흡한다. 나의 코는 드디어 모든 인간의 냄새에서 해방된 것이다. 거품 나는 포도주가 간지럽히는 것처럼 나의 영혼은 날카로운 공기에 간지럽혀져 12 여기서는 이미 죽은 지식을 처리하는 자를 가리킴. 226

227 서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를 하고 자기를 향해서 환호한다. 건강하라! 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27

228 세 가지 악에 대하여 1 새벽녘 꿈결에 나는 세계의 피안에서 어느 작은 곶 위에 서 있었는데, 거기서 나는 저울을 가지고 세계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오오, 그런데 서광이 너무 일찍 찾아왔다. 이 질투심 많은 여인은 내 꿈을 산산이 부수고 나를 깨웠다. 이 여인은 언제나 새벽녘의 내 꿈의 보금자리를 질투하는 것 이다. 세계란 시간을 가진 자에게만 측정될 수 있다. 또 솜씨 좋은 측량사는 측량할 수 있고, 굳센 날개를 가진 자는 날 수 있다. 또 신과 같이 알맹이를 쪼개는 자는 그 핵심을 통찰할 수 있다고 나의 꿈은 보았던 것이다. 나의 꿈, 그것의 반은 배, 반은 돌풍인 대담한 범주자이다. 또 나비처럼 말이 없고 매같이 빠르다. 이것이 오늘은 어떻게 되어서 세계를 저울질하는 참을성과 여유를 가졌을까! 실로 내 지혜 웃으면서 잠이 깬 모든 무한의 세계 를 비웃는 나의 백주의 지혜 가 내 꿈에서 은밀히 속삭였던 것일까? 그 지혜는 말한다. 힘이 있는 곳, 그곳에 서는 수( 數 )가 주인이 된다. 수가 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고. 나의 꿈은 얼마나 확실하게 이 유한한 세계를 보았던가? 새로운 것에도 낡은 것에 도 호기심이나 두려움도 갖지 않고 구걸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무르익은 황금의 사과가 서늘하고 보드랍고 윤택한 피부를 자랑하며 내 손바닥에 떨어지듯 오늘의 세계는 내 어깨에 그 몸을 의지하고 있다. 가지를 넓게 펴고 강한 의지를 가진 한 그루의 나무, 행로에 피곤한 사람들이 의 지하고 쉬며 또한 발판이 되도록 낮게 구부러진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나에게 눈짓하듯이 그렇게 세계는 나의 곶 위에 서 있었다. 마치 가냘픈 손이 나에게 부끄러운 듯 존경하는 눈동자로 기쁨의 상자를 내놓듯 오늘의 세계는 나에게 그 몸을 의지하고 있다. 인간이 사랑을 물리칠 만큼 어려운 수수께끼도 아니고 인간의 지혜를 잠재울 만큼 쉬운 해답도 아니며, 인간이 저토록 비방하고 있는 이 세계가 오늘날 나에게 있어 228

229 서는 인간에게 선량한 것 중의 한 가지인 것이다. 이와 같이 오늘 새벽녘의 꿈결에 세계를 저울질해 본 것에 대해 나는 얼마나 감사 하고 있는가! 이 꿈, 이 위안자가 내게 나타나다니 인간적으로 얼마나 선량한 것인 가! 그리고 나는 꿈과 같은 일을 낮에도 행하기 위해 나는 지금 세 가지의 최악의 것을 저울에 올려놓고 인간적으로 좋은 것으로서 생각해 보려 한다. 축복하는 일을 가 르친 자는 또 저주하는 일도 가르쳤으리라.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저주받은 세 가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나는 저울에 달아보겠다. 음욕( 淫 慾 ), 지배욕, 이기심 지금까지 이 세 가지 것이 가장 심하게 다루어졌었 다. 이제 이 세 가지를 나는 인간적으로 좋은 것으로서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여기 나의 곶이 있고 저쪽에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는 꼬리를 흔들며 아첨하듯이 내 쪽으로 물결쳐 온다. 아아, 내가 사랑하는 충실하고 늙은 머리를 백 개나 가진 개 같은 괴물이여! 자, 나는 이 광란하는 바다 위에 저울을 거노라. 그리 고 은자인 그대 나무여! 내가 사랑하고 있는, 강한 향기를 뿜으며 넓은 아취를 만 들고 있는 그대를 증인으로 선택한다. 어떠한 다리를 넘어서 현재는 미래로 가는가? 어떠한 강제에 의해서 높은 것이 낮 은 것에게 허리를 굽히는가? 최고의 것에까지 더욱 위로 자라나라고 명령하는 것 은 무엇인가? 지금 저울은 수평이 되어 멎어 있다. 세 가지 무거운 질문을 나는 그 속에 던졌다. 세 가지 무거운 대답이 다른 저울판 위에 올려져 있다. 2 음욕. 이것은 모든 참회복( 懺 悔 服 )을 입은 육체의 경멸자들에 있어서는 가시밭길 이며, 모든 배후 세계 사람들에 있어서는 속세 라고 저주되고 있다. 왜냐하면 음욕 은 혼미하고 그릇되게 가르치는 모든 교사들을 비웃으며 우롱하기 때문이다. 또 천민에 있어서는 그 위에서 불태워지는 완만한 불이다. 모든 썩은 재목이나 악 취를 풍기는 누더기에 있어서는 항상 이글거리는 난륜( 亂 倫 )의 도가니이다. 229

230 음욕은 자유로운 마음에 있어서는 순진하고 자유로우며, 지상의 낙원적 행복이요, 일체의 미래가 현재에게 보내는 넘칠 것 같은 감사인 것이다. 또 마르고 시든 자들에게만 달콤한 독이 되나 사자의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위대 한 마음의 강장제이다. 그리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애장( 愛 臟 )된 포도주 중의 포도 주이다. 음욕은 보다 높은 행복과 최고의 희망에 대한 커다란 비유적( 比 喩 的 ) 행복( 幸 福 )이 다. 왜냐하면 많은 자들에게 결혼과 결혼 이상의 것 13 이 약속되기 때문이다. 무릇 남녀가 얼마나 소원한 사이인가를 누가 완전히 파악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나 의 사상과 말의 주위에 울타리를 쳐야겠다. 나의 뜰 안으로 돼지와 열광자가 침입 하지 못하도록! 지배욕. 이는 가장 마음이 냉혹한 사람에 대한 불타는 듯한 채찍이며 가장 잔인한 고문이다. 산 채로 화형시키는 음산한 불길이다. 또 허영심이 강한 민중에게 앉은 독충( 毒 蟲 )이며 온갖 부동하는 덕의 조소자이다. 이들은 모든 준마와 긍지에 올라타고 달려간다. 지배욕은 모든 썩어빠진 것, 천박한 것을 때려 부수는 지진이고, 또 굴러다니고 우 렛소리를 내며 회칠한 무덤에 벌을 주는 파괴자 14 이다. 성급한 대답에 따르는 번쩍 이는 의문 부호인 것이다. 지배욕은 그 눈앞에서 인간이 뱀이나 돼지보다 더 낮게 기어 다니고 웅크리며 고 역을 감수하는 등 천박해진다. 그리하여 그는 여러 도시와 여러 나라를 향해 소리 를 지른다. 너 따위는 물러가라! 고. 드디어 도시와 여러 나라의 입에서 나 같은 것은 물러간다 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 지, 지배욕 그것은 순수함과 고독에까지도 유혹적이며 자족한 높이에까지 올라간 다. 지상의 천국에 진홍빛 행복을 매혹적으로 그리는 어떤 사랑과도 같이 불타면 서. 그리고 또 지배욕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힘을 갈망할 때, 누가 그것을 병적인 욕망 13 미래의 희망인 어린아이를 말함. 14 <마태복음> 23장 27절 바리새인들이여! 이 회칠한 무덤 같으니. 참조. 230

231 이라 부르겠는가! 진실로 그와 같은 갈망과 하강에는 아무런 유약함의 흔적도 없 다. 그것은 고독한 높이가 영원히 고립해서 자족하지 않기 때문이요, 산이 골짜기로 내려서기 위해서이며, 높은 곳에서는 바람이 낮은 곳으로 불기 위해서이다. 오오, 누가 그와 같은 그리움에 대한 올바른 세례명과 덕의 이름을 발견하랴! 주 는 덕 차라투스트라는 일찍이 이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을 이렇게 불렀다. 그리고 또 차라투스트라가 아욕( 我 慾 )을 지극히 복된 것으로 찬미한 것은 참으로 이때가 처음이었다. 힘찬 영혼으로부터 샘솟는 건실하고 건강한 그리움인 아욕을. 그것은 힘찬 영혼에서 용솟음치는 것이다. 그 영혼에는 드높은 신체, 아름답고 승 리감에 넘치는 청량한 신체, 또 그 주위에서 모든 사물의 거울이 될 신체가 있어야 한다. 힘찬 영혼에는 유연하게 설득시키는 신체, 즉 무용가가 있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즐거워하는 영혼은 이 무용가인 신체의 비유 또는 정수인 것이다. 이 와 같은 신체와 영혼의 자기 쾌락은 자기 스스로를 덕 이라 이름 짓는다. 이러한 자기 쾌락은 신성한 숲으로 에워싸는 것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말 로써 스스로를 감싼다. 그것은 행복의 이름으로 모든 경멸해야 할 것들을 자신으 로부터 물리친다. 그것은 모든 비겁한 것을 스스로 물리친다. 그리하여 말하기를 악이란 비겁이 다! 라고 항상 걱정하고 한숨 쉬며 불평하는 자, 또는 조그마한 이익이라도 주워 모으는 사람을 가장 경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감탄할 만한 지혜까지도 경멸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로 어둠 속 에서 피는 밤 그림자의 지혜라 할 수 있는 것도 세상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항상 탄식하는 지혜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허무하다! 고 한다. 그것은 또 소심한 불신과 눈과 손 대신 맹세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을 천하게 본다. 또 일체를 너무 심하게 불신하는 지혜도 또한 천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비 겁한 영혼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천하게 보이는 것은 쉽게 영합하는 자, 아무 땅에라도 드러눕는 개 같은 비 231

232 굴한 자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처럼 비굴하고 개 같고 공손하며, 곧 영합하고 마 는 지혜 또한 존재한다. 더욱이 증오는커녕 구토까지 참을 수 없는 자, 자기를 수호할 의지가 없는 자, 독 이 섞인 침도 악의에 찬 눈초리도 삼켜 버리는 자, 지나치게 참을성이 많은 자, 모 든 것을 참고 견디는 자, 모든 것에 만족하는 자, 이것이야말로 노예근성이다. 사람들이 신의 발밑에 비굴하게 복종했던지 또는 인간들과 우매한 인간적 의견에 복종했던지 간에 노예근성을 향해 저 행복한 아욕은 침을 뱉는 것이다. 짓밟히고 꺾이고 비굴한 모든 것을 아욕은 악이라 부른다. 억지로 웃음 짓는 눈, 짓눌린 가슴, 또 두꺼운 입술로 비겁하게 키스하는 거짓에 찬 굴욕적인 본성을 악 이라 부른다. 그리고 하인과 노인과 지쳐 버린 자들이 영리한 체 꾸미는 모든 것, 유달리 질이 나쁘고 잔꾀가 많은 승려의 바보짓을 아욕은 사이비 지혜라 부른다. 그러나 사이비 현인들, 모든 승려, 세상에 지쳐 버린 사람, 그 영혼이 여인근성이 며 노예근성인 자들 오오, 그들의 장난이 오래전부터 얼마나 심하게 아욕을 우롱 해 왔던가! 더욱이 이 아욕을 우롱하는 것이 다름 아닌 그 덕이며, 덕이라 불려 왔던 것이다. 그리고 무아( 無 我 ) 이것을, 세상에 지쳐 버린 모든 비겁한 자와 십자거미들이 원 했던 것은 확실히 이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 이제 낮의 변전( 變 轉 ), 정의의 칼인 위대한 대낮이 찾아온 다. 그때 많은 것이 밝혀지리라! 그리고 자아를 변전하고 신성한 것이라 말하고 아욕을 지극히 복된 것이라 선언하 는 자는 진실로 한 사람의 예언자로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리라. 보라! 그것은 온다. 그것은 다가오고 있다. 위대한 낮이! 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32

233 중압의 정신 15 에 대하여 1 나의 입은 민중의 입이다. 저 앙고라 토끼에게 말하기에는 너무도 거칠고 진지하 다. 그리고 먹물을 내뿜는 낙지와 글을 쓰는 여우에게는 나의 말은 더욱 이상하게 들리리라. 나의 손은 바보의 손이다. 모든 책상과 벽은 나 때문에 재앙을 입으리라. 또 모든 어리석은 자의 장식과 도장( 塗 裝 )의 여지가 있는 자는 재앙을 입으리라. 나의 발은 말 馬 의 발이다. 나는 이것으로 나무뿌리와 돌멩이를 짓밟으며 뛰어넘 는다. 그리고 빨리 달릴 때에는 모든 질주하는 자들의 광희를 맛본다. 나의 위는 아마 솔개의 위인가? 그것은 귀여운 양고기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 다. 좌우간 무슨 새의 위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천진한 것과 미소한 것을 먹고 살며, 소식( 小 食 )하며 날아가려고 도사리는 이것 이 나의 본성이다. 어찌하여 그것에는 새의 본성 가운데 일부분이 있지 않으랴! 특히 내가 중압의 정신에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새의 성질이다. 그리고 진실로 그것을 살려 둘 수 없는 철천지원수에게 대한 적의인 것이다. 오오, 나의 적의가 일찍이 날아가 보지 않았던 방향이 있던가! 이에 대해 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으리라. 나는 그것을 노래하고 싶다. 설령 인기 척 없는 집에 혼자 있어 나 자신의 귀에다 대고 노래하는 한이 있더라도. 물론 세상에는 또 다른 가수들이 있다. 그들은 회장( 會 場 )이 만원을 이루어야만 비 로소 목이 부드러워지고, 손이 웅변적이 되며, 눈이 표정을 띠고, 마음이 잠을 깬 다. 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 2 언젠가 인간에게 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은 모든 경계석을 옮겨 놓을 것이다. 그 에게서는 모든 경계석 자체가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는 대지를 새로이 가벼 운 것 이라 이름 지어 세례할 것이다. 15 자신의 자유로운 발전을 해치는 모든 것을 말함. 233

234 타조는 가장 빠른 말보다도 더 빨리 뛴다. 그러나 그 타조라 해도 역시 그 머리를 무거운 대지에 처박는다. 아직 날 수 없는 인간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에 있어서, 대지와 삶은 무겁다. 중압의 정신이 그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져서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 게 나는 가르친다. 물론 병자나 병약한 사람들의 사랑으로써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 서는 자기에 대한 사랑까지도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나는 가르친 다. 즉 건강하고 건전한 사랑을 가져 자기 자신에 만족하고 자기 밖으로 뛰쳐나가 기 위함이다. 이렇게 뛰쳐나가는 것은 이웃에의 사랑 이라 불린다. 이 말에 의해서 지금까지 최 대의 기만과 위선이 행해졌다. 특히 세상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된 자들에 의해 서. 그리고 진실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 이것은 어제와 오늘에 대한 계율이 아니 다. 오히려 이것은 모든 기술 가운데서도 가장 미묘하고 가장 책략이 풍부한 최후 의 참을성이 많은 기술이다. 왜냐하면 모든 자기의 것은 그 소유자인 자기에 대해 잘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묻혀 있는 보고 가운데 자기의 보고는 가장 늦게 발굴된다. 이것은 중압 의 정신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직 요람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무거운 말과 가치를 가르쳐 선과 악 이 라 했다. 이 선물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에게 살기를 허용해 준다. 또한, 어린아이 로 하여금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찍이 그들을 불렀 다. 이것이 또한 중압의 정신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들은 이 선물을 괴로운 어깨 위에 짊어지고 험준한 산을 넘어간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땀을 흘릴 때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말한다. 그렇다. 인생이란 짊어지기엔 힘든 것이다! 라고. 더욱이 인간만은 스스로를 짊어지기가 힘든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그가 너무도 234

235 많은 타인의 것을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다. 낙타와 같이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잔 뜩 짐을 싣게 한다. 유별나게 강하고 굳건하며 또한 경건한 정신은 너무도 많은 타인의 무거운 말과 가치를 짊어진다. 이리하여 그에게는 인생이 사막으로 여겨진다. 또한 그들은 많은 자기의 소유물조차 짊어지기가 벅차다. 인간 내부의 대부분은 굴조개와 같아서 징그럽고 미끌미끌하여 또 잡기가 어렵다. 때문에 이 굴조개는 그 귀중한 껍질을 귀중한 장식물로서 항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껍질을 가진 다는 것, 이 기술을 사람들은 배워야 한다. 이에 반하여 많은 껍질이 보잘것없고 슬퍼 보이며 껍질이라는 것이 인간을 기만하 는 일도 너무나 빈번하다. 감추어진 많은 선의와 힘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가장 뛰어난 미식( 美 食 )이 그것을 맛볼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 중의 섬세한 자는 이것을 알고 있다. 즉 약간 뚱뚱하다던가 여윈 것을, 오 오, 이 약간이라는 것 속에 얼마나 위대한 운명이 달려있는가! 인간이란 그 정체를 발견하기가 힘든 존재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더욱더 힘들 다. 가끔 정신이 영혼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이것이 중압의 영혼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선과 악이다. 라고 하는 자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 자이다. 그 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만인에 있어서의 선, 만인에 있어서의 악. 이라고 말하는 두더지와 난쟁이를 침묵시킨 것이다. 진실로 나는 일체의 사물을 선이라 말하는 사람과 이 세상을 최악의 세계라 칭하 는 사람 모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모든 일에 만족하고 있는 사 람이라 부른다. 모든 것을 맛볼 줄 알고 모든 것에 만족한다는 것, 이것은 최상의 취미가 아니다. 나 와 그렇다 와 아니 라고 말하는 것을 배운 반항적인 까다로운 혀와 이를 나는 존경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씹어 소화시키는 이것은 정히 돼지나 할 성질이 아니겠는가? 언제나 그렇다 라고 하는 것은 다만 당나귀와 그 정신을 가진 자만이 배운 것이다. 짙은 노란색과 뜨거운 붉은색, 나의 취향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나의 취향은 모 235

236 든 빛깔에 피를 섞는다. 그러나 자기 짐을 희게 칠한 자는 희게 칠해진 영혼을 나 에게 보여 주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미라에 홀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유령에 홀린다. 어느 것이나 다같이 모든 육체와 피에 적의를 품고 있다. 아아, 그 둘 다 나의 취미와 얼마나 상반되는 것인가! 나는 피를 사랑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침을 뱉을 만한 곳에 나는 머물러 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도적의 무리와 위선자들 사이에서 지내는 편이 낫다. 이것이 나의 취미이다. 그들 은 아무도 입에 황금을 물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더욱 역겨운 인종( 人 種 )은 아첨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내가 봐 왔던 가장 역겨운 인간들에게 나는 기생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놈은 자기 편에서 사랑할 마음이 없는 주제에 사랑에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짐승인 것이 다. 흉측한 짐승이 될 것인가 아니면 흉측한 짐승을 다루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이 두 가지 가운데서 단 한 가지의 선택만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나는 저주받은 사람 이라 부른다. 나는 이러한 사람의 곁에는 암자를 짓지 않으리라! 항상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자들을 나는 불행한 인간이라 부른다. 그들은 나의 취향에 거슬린다. 즉 모든 세리( 稅 吏 ), 소상인, 왕족, 그 밖에도 토지 관리인, 상점 지기 등이다. 참으로 나 역시 기다리는 것을 철저하게 배웠다. 그러나 나는 나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서고 걷고 달리고 뛰고 기어오르고 춤추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내 학설은 이렇다. 언제고 나는 방법을 배우려 하는 자는 먼저 걷고 달리 고 기어오르고 춤추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단지 나는 것만으로 한번에 나 는 법을 배울 수는 없다. 줄사닥다리로 많은 창문을 기어오르는 것을 나는 배웠다. 재빠르게 높은 돛대에 기어올라 인식의 드높은 돛대에 앉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적지 않은 축복으로 생각 되었다. 236

237 높은 돛대 위에서 불꽃처럼 가물가물 불타는 것은 적지 않은 축복으로 생각되었 다. 그야말로 가냘픈 불빛이지만 그나마 표류하는 뱃사람과 난파자에게는 커다란 위안이다. 여러 가지 길과 온갖 시련을 거쳐 나는 나의 진리에 도달했다. 단 하나의 사닥다리 로써 내가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길 묻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나의 취미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차라리 나는 길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이것을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나의 보행은 모두 일종의 시험이며 일종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진실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대답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나의 취미이다. 좋은 취향도 나쁜 취향도 아닌 나의 취향은 그런 것이다. 그것에 대해 수치심도 갖지 않고 숨기지도 않는다. 이것이 즉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 라고 나에게 길에 대해 질 문을 했던 사람들에게 항상 대답했다. 길 그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37

238 낡은 판자와 새 판자 16 1 Olje Foundation Share the wisdom. Change the world. 여기서 나는 앉아 기다리고 있다. 낡고 깨어진 판자와 절반가량 쓰다 남은 새 판자 를 곁에 놓고, 언제 나의 시간이 올 것인가? 나의 하강과 몰락의 시간은? 왜냐하면 나는 한 번 더 인간들에게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때를 나는 지금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징조가 우 선 나에게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비둘기의 무리를 거느린 웃는 사 자들이 우선 나에게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나는 한가한 사람처럼 나 자신에게 말한다. 나에게 새로운 것을 이야기해 줄 자가 없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2 내가 인간에게로 갔을 때, 나는 그들이 하나의 낡은 자부심 위에 앉아 있음을 발 견했다. 모든 사람들은 인간에게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가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덕에 관한 모든 논의는, 그들에게는 이미 낡고 싫증나는 것이라 생각되고 있었다. 그리고 잠을 자려고 하는 자는 잠들기 전에 다시 선 과 악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 었다. 내가 다음과 같이 가르쳤을 때, 나는 이들의 졸음을 방해했다. 즉,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가? 그것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 창조하는 자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인간의 목표를 창조하고 대지의 그 뜻과 미래를 주는 자가 바로 창조자 인 것이다. 이 사람이야말로 비로소 선 과 악 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가르쳤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명령했다. 저 낡은 자부심만이 앉아 있었던 그들의 낡은 교 단을 뒤집어엎으라고,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위대한 도덕의 대가와 성자와 시인과 16 모세의 십계명을 새긴 것 같은 판자. 이 장은 니체의 가치 전환의 요약임. 238

239 세계의 구원자를 비웃으라고 명령했다. 나는 그들의 커다란 무덤 길에도 앉았고 썩은 시체와 독수리 옆에도 앉았다. 그리 고 그들의, 과거에 허물어지고 망해 버린 화려한 모든 것을 비웃었다. 참으로 참회할 것을 권고하는 설교자처럼 그리고 바보처럼, 나는 그들의 크고 작 은 일체의 것에 대해 노호하고 절규했다. 그들의 최선의 것이 저렇게 작지 않은가! 그들의 최악의 것도 저렇게 작지 않은가! 그와 같이 나는 웃었다. 산 위에서 태어난 나의 현명한 동경이 그처럼 나의 속에서 외치고 웃었다.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나의 동경은 진실로 하나의 야생의 지혜인 것이다. 가끔 그 동경은 웃음 속으로 나를 끌어 올리고, 끌어가 버리고, 끌어넣는다. 그럴 때면 나는 떨면서 한 개의 화살이 되어, 전율하며 태양에 취해 황홀한 속을 날아간 다. 어떤 꿈속에서도 아직 보지 못했던 아득한 미래로, 일찍이 어떠한 조각가도 그 려 보지 못했던 무더운 남쪽으로, 신들이 입는 옷을 수치로 여기며 춤추는 곳으로. 나는 이렇게 비유로써 말하며 시인처럼 느리게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아직도 시인이 되지 않을 수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곳의 모든 생성이 신들의 춤과 신들의 방종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세계는 해방되고 풀려서 스스로의 본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되었다. 거기서는 모든 시간이 순간에 대한 신성한 조소로 생각되었다. 또 여기서는 필연 이 자유 그 자체이며, 자유의 가시와 더불어 즐겁게 장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나의 옛날의 악마이며 숙적인 중압의 영혼과 이 영혼 이 창조한 모든 것 즉 강제, 규정, 필연, 결과, 목적, 의지, 그리고 선과 악 등과 만 났다. 도대체 춤추고 초극되고, 춤추며 넘어서는 것이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인가? 가벼운 것, 가장 가벼운 자들을 위해 두더지와 무거운 난쟁이가 없어야 좋을 것인 가? 3 239

240 내가 초인 이라는 말을 길에서 주운 곳도 그리고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 라는 사실을 주운 곳도 거기였다. 또한 인간이란 일종의 다리이며 목적이 아니라는 것, 즉 새로운 여명으로의 길로 서 그의 한낮과 밤을 기쁨에 가득 차 찬양한다는 것을. 또한 위대한 한낮에 관한 차라투스트라의 말이나 그 밖에 제2의 저녁노을처럼 인 간의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것을 주운 곳도 거기였다. 진실로 새로운 밤들과 더불어 새로운 별들을 나는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구름과 낮과 밤 위에 나는 화려한 천막과도 같은 웃음을 펼쳐 놓았다. 나는 그들에게 나의 창작과 노력을 가르쳤다. 인간에게는 단편이며 수수께끼이며 무서운 우연인 것을. 하나로 창작하여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창작하는 시인, 수수께끼를 푸는 자, 우연의 구원자로서, 나는 그들에게 미래의 창조에 협조하는 일, 또 일찍이 존재했던 일체의 것을 창조하면서 구원할 것을 가 르쳤다. 인간에 있어서의 과거를 구원하고 일체의 과거를 개조하여 드디어 의지가 그러 나 내가 그것이 그렇기를 바랐다. 장래에도 그것이 그렇기를 바랄 것이다. 고 말할 때까지. 이것을 나는 그들을 향해서 구원이라 부르며 단지 이것만을 구원이라 부르도록 그들에게 가르쳤다. 지금 나는 나의 구원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최후로 내가 그 들에게 이르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 속으로 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 속에서 나는 몰락하고 싶다. 죽어가면서 그들에게 나의 가장 풍성한 선물을 주고 싶다. 나는 이것을 태양에게서 배웠다. 저 지나치게 풍요한 자가 저물어 갈 때, 그때 태 양은 무진장한 재산 속에서 황금을 바다에 뿌렸던 것이다. 이리하여 가장 가난한 어부까지 황금의 노로 노 저어 가는! 나는 일찍이 이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처럼 차라투스트라도 몰락하기를 바란다. 지금 나는 이곳에 앉아 기다리고 있 다. 깨어진 작은 판자와 새 판자 절반가량 쓰다 남은 판자까지 곁에 놓고서. 240

241 4 보라! 여기 새 판자가 있다. 그러나 나와 함께 이것을 골짜기로 육체의 가슴으로 운반해 갈 나의 형제들은 어디 있는가? 가장 먼 곳에 있는 자에게 나의 큰 사랑은 명령한다. 그대의 이웃을 위로하지 말라 고.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기에 극복에는 여러 가지 길과 여러 가지 방 법이 있다. 그러나 어릿광대만은 인간이 뛰어넘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고 생각한 다. 그대의 이웃에 대해서도 그대는 그대 자신을 극복하라. 그대가 빼앗아 가질 수 있 는 권리를 남에게 얻어서는 안 된다. 그대가 한 일과 같은 일을 아무도 그대에게 재연할 수 없다. 보라! 거기엔 아무런 보복도 있을 수 없다. 스스로를 명령할 수 없는 자는 복종해야 한다.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자는 적지 않으나, 그들은 자기에게 복종하기에는 아직 결함이 많다. 5 고귀한 영혼의 본성이 바라는 것은 이렇다. 그들은 어떤 것이나 공짜로 얻으려 하 지 않는다. 특히 삶을 공짜로 얻으려 하지 않는다. 천민은 공짜로 살아가려고 한다. 우리들 그들과 천성이 다른 사람 에게는 삶은 스스로 몸을 맡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으로써 그 일에 잘 보답할 수 있을까 항 상 근심한다. 그리고 진실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은 고귀하다. 삶이 우리들에게 약속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 라고. 즐길 수 있는 것을 내놓지 않고 즐기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즐기려는 마 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나쁘다. 왜냐하면 향락과 천진함은 가장 수치심이 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양자 는 모두 추구되기를 원치 않는다. 사람들은 이것들을 소유하되 사람들이 오히려 241

242 추구해야 하는 것은 죄와 고통이다! 6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는 항상 희생에 바쳐진다. 지금 우리 도 처음 태어난 아이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들 신비로운 제단에서 피를 뿌리게 되고 낡은 우상을 위해서 화형에 처해진다. 우리들의 최상이란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이것이 늙은이의 구미를 돋운다. 우리의 살은 연하고 우리들의 피부는 새끼 양의 가죽에 지나지 않는다. 어 찌 우리가 늙은, 우상의 사제들의 구미를 돋우지 않겠는가! 우리들 자신 속에도 아직 저 늙은 우상의 사제들이 살고 있다. 그는 우리들 중 가 장 좋은 자를 향연을 위해 불태우려 한다. 아아, 나의 형제들이여! 어떻게 처음 태어난 아이를 희생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들의 본성은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지키려고 하 지 않는 사람들이다. 몰락해 가는 사람들을 나는 나의 온갖 사랑을 다 바쳐 사랑한 다. 왜냐하면 그들은 저쪽으로 넘어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7 진실하다는 것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그리고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직은 이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을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선인 ( 善 人 )들이다. 오오, 이들 선인들이여! 선인은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선하다는 것은 정신에 있어서는 일종의 병이다. 이들 선인들, 그들은 양보하고 인종( 忍 從 )한다. 그들의 마음은 추종하고, 그들의 근저는 청종( 廳 從 )한다. 그런데 복종하는 자는 자기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나의 진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선인들이 악이라 부르는 모든 것이 모여들어야 한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이 진리를 낳기 위해 충분한 악의를 간직 하고 있는가? 242

243 무모한 모험, 오랜 불신, 잔인한 부정, 포만, 생체의 해부, 이것들이 모여드는 경 우란 얼마나 드문 일인가! 그러나 이와 같은 종자에서 진리는 태어난다.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은 나쁜 양심과 더불어 자라 왔다. 그대들 인식하는 자들이 여! 부숴 버려라! 일체의 낡은 판자를! 8 물속에 기둥이 세워지고 교량과 난간이 그 위에 걸렸을 때, 참으로 그때, 모든 것 은 흐르고 있다. 는 이 말을 어느 누구도 믿지 않으리라. 바보라도 그를 반대하리라. 뭐? 모든 것이 흐르고 있다고? 다리 기둥과 난간은 물 위에 있지 않은가? 물 위에 가설되어 일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물은 가치, 다리, 개념, 일체의 선 과 악, 이런 것은 다 고정되어 있다. 고. 그뿐 아니라 강물을 동물 다루듯 하는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현명한 자도 불신을 배운다. 그렇게 되면 참으로 모든 것은 정지하고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것 은 바보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것은 정지해 있다. 이것은 틀림없는 겨울의 가르침이다. 불모 의 계절에 알맞은 말이며 동면자( 冬 眠 者 )와 난롯가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위안의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든 것은 정지하고 있다. 이것에 반대하여 빙석을 녹이는 난풍( 暖 風 )이 설교한다. 난풍! 이것은 소 牛 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밭을 가는 소가 아니라 무섭게 날뛰는 소이다. 노한 뿔로써 얼음을 깨는 파괴자인 것이다. 그런데 얼음은 다리를 파괴하 리라.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이제 모든 것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모든 난간과 다리는 물속에 떨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누가 아직도 선 과 악 에 매달릴 것인가? 우리는 행복한가! 우리는 불행한가! 이제 얼음을 녹일 난풍이 분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거기로 달려가 그렇게 설교하라! 243

244 9 선과 악이라 칭하는 낡은 망상이 있다. 이 망상의 수레바퀴는 이제까지 예언자와 점성가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일찍이 사람들은 예언자와 점성가를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은 운명이다. 그대는 해야 한다. 또 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는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후 모든 예언자와 점성가에 불신을 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 든 것은 자유이다.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가 원한다면! 이라고 하는 것을 믿고 있 었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별과 미래에 대해서는 단지 망상이었을 뿐이고 이해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선악에 대해서도 다만 망상을 했을 뿐이지 결코 이해를 했던 것은 아니다. 10 도둑질하지 마라. 살인하지 마라! 고 하는 말을 일찍이 사람들은 신성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신발을 벗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이와 같은 신성한 말보다 더 우수한 도둑과 살인자 가 일찍이 어느 세상에 있었던가 하고. 이와 같은 말이 신성하다고 하는 이로써 진리 그 자체가 살육된 것이 아닐까? 모든 생명과 모순되고 충돌하는 것이 신성시된 것은 말하자면 죽음의 설교가 아니 었을까? 아아, 나의 형제들이여! 부숴 버려라! 모든 낡은 판자를! 11 과거 모든 것이 버려지는 것을 볼 때 나는 그것을 연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나타나려는 어떤 세대는 과거의 일체를 자기에게 이르는 다리라고 고쳐 해석될 것 이니. 이리하여 모든 과거는 그와 같은 세대의 은혜와 정신과 광기에 내맡겨지는 것이 244

245 다. 대단한 폭군, 교활한 괴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는 은혜와 냉혹으로써 모든 과 거가 그에게 다리가 되고 징조가 되며 전령과 계명이 될 때까지 무리하게 밀어붙 일 것이다. 그런데 다음 것은 또 다른 위험이며 나의 다른 연민은 다음과 같다. 즉 천민 출신 인 자는 그의 회상이 할아버지밖에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와 함께 시간은 멎어 버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과거는 버려진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천민이 주인이 되고 얕은 물 속에서 모든 시간이 익사하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귀족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모든 천민과 모든 폭군의 적수이며, 새 판자 위에 새롭게 고귀 라는 귀족의 단어를 기록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귀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또 가지각색의 고귀한 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는 내가 일찍이 비유로 말한 것처럼 신들은 존재한다. 그러 나 유일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신성( 神 性 )이다. 12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새로운 귀족으로 임명한다. 그대들은 미래 의 생산자가 되고 사육자가 되며 미래의 씨를 뿌리는 자가 되어라. 물론 그것은 장사치처럼 돈으로 살 수 있는 작위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개 가격 이 있는 물건은 모두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그대들이 영예로 삼을 것은 어디서 왔느냐? 가 아니고 어디로 가느냐? 이어 야 한다. 그대들 스스로를 초월하려는 그대들의 의지와 발 이것이야말로 그대들 의 새로운 영예이어라! 진실로 왕후의 시중을 들었다는 사실은 영예가 되지 않는다. 이제 와서 왕후 따위 가 무엇이랴! 또는 현재 서 있는 것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그 방벽이 되었 다는 일 따위가 무슨 영예란 말인가? 245

246 그대들의 일족이 궁정에서 궁인의 모양을 하고 홍학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얕은 못에 오래 서 있는 법을 안다는 것 따위가 어찌 영예가 된단 말인가! 왜냐하면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궁정의 신하들에 있어서는 하나의 공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궁정의 신하들은 믿고 있다. 죽은 후에 누릴 행복의 하나 는 앉아 있어도 좋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신성이라고 부르고 있는 정령이 그대들의 조상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 다는 말 같은 것은 영예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땅을 나는 찬양하지 않는다. 왜 냐하면 모든 나무 가운데서도 가장 질이 나쁜 나무, 십자가가 자라났던 곳 그런 땅에 대해서는 찬양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으로 이 성령( 聖 靈 ) 이 그 기사들을 어디로 인도했든 간에 이와 같은 행렬에는 항상 새끼 양과 거위와 현혹된 머리가 선두에 서 있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 귀족은 과거의 내력을 돌아보는 일 없이 미래의 갈 길을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어버이와 조상의 땅에서 그대들은 추방되어야 한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자손들의 땅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랑이 그대들의 새로운 존귀, 아득하게 먼 바다 한복판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땅이야말로 그대들 의 존귀성 바로 그것이다. 그대들의 돛이 이 땅을 찾고 또 찾을 것을 나는 명령한 다! 그대들이 그대들의 조상의 자식인 것을 그대들은 그대들의 자식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그대들은 그렇게 해서 모든 과거를 구원해야 할 것이다. 이 새로운 율법의 판자를 나는 그대들의 머리 위에 걸어 놓는다. 13 무엇 때문에 사는가? 모든 것은 허무하다! 인생 그것은 벼를 타작하는 일이다. 인생 그것은 더욱이 자기를 불태우고도 따뜻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케케묵은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남아 지혜 로 불린다. 이것은 낡고 또 곰팡 이 냄새가 나는 것으로 이러한 이야기는 점점 높이 평가된다. 곰팡이조차 품위를 246

247 높여준다. 어린아이라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들은 불에 탄 경험이 있기 때문 에 불을 무서워한다. 지혜를 설교하는 옛 문서에는 이처럼 어린아이다운 지혜가 많다. 그리고 쉬지 않고 벼를 타작하고 있는 자에게 타작하는 일을 흉보도록 허락해서 좋을 까닭이 있겠는가? 그런 바보들의 입은 봉해 버려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식탁 위에 아무것도 가져 오지 않는다. 심지어 공복감마저도 가져 오지 않는다. 그러고도 그들은 비방한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 고.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잘 먹고 잘 마시는 것 이것은 결코 허무한 기술이 아니다. 파괴하라! 한 번도 즐거워하지 않는 자의 판자를. 14 청결한 사람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깨끗하다. 이렇게 민중은 말한다. 그러나 나 는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돼지에게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인다. 그래서 머리 숙인 광신자, 심장까지도 늘어져 있는 광신자들은 설교한다. 세계라 는 것부터가 하나의 더러운 괴물이다. 라고. 이러한 말을 하는 모든 인간은 불결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더구나 불결한 것은 세 계를 배후에서 보지 않는 한 안심하지 못하는 친구들, 그 배후 세계론자들은 불결 한 정신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들에게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만 나는 맞대놓고 말한다. 세계는 배 후를 가졌다는 점에서 인간과 닮아 있다. 이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계 자체가 거대한 오물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악취를 풍기고 있지만 이 사실 속에도 지혜가 있다. 구역질 자체가 날개를 만들고 샘처럼 용솟음치는 힘을 이룬다. 아무리 훌륭한 것에도 역시 아직 무엇인가 구역질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최상의 사람이라 해도 아직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세상에는 많은 오물이 있고 또한 그 사실 속에는 많은 지 247

248 혜가 숨어 있는 것이다. 15 경건한 배후의 세계 사람들이 참으로 순진하게 거짓 없이 그들의 양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악의도 거짓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로 악의와 거짓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세계를 세계 그대로 둬라! 그것에 거슬러 손가락 하나라 도 들지 마라! 하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마음대로 사람들을 목 졸라 죽이고, 찔러 죽이고, 그 껍 질을 벗기고, 그 껍질을 깎도록 버려둬라! 그에 거슬러 손가락 하나도 들지 마라! 그런 것을 보고 인간들은 세상과 단절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대 자신의 이성 그것을 그대 자신이 목 졸라 죽여야 할 것인즉, 그것은 겨우 이 세상의 이성에 불과하니까 그것에 의해서 그대가 이 세상과 단절하는 법 을 배울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여! 때려 부숴라! 세계를 중상하는 자들의 격언을! 16 많은 것을 배우는 자는 모든 욕망을 잊게 된다. 하고 어두운 거리 여기저기서 사 람들은 오늘 이런 이야기를 수군거리고 있다. 지혜는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아무런 보답도 없다. 그대는 욕구하지 마라! 고. 이러한 새 판자가 공설 시장에 걸려 있는 것을 나도 보았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때려 부숴라. 이 따위 새 판자 같은 것은 세계에 지친 친구 들이나 죽음의 설교자가 내건 것이다. 그리고 또 감옥의 간수들이 저런 판자를 내 건 것이다. 왜냐하면 보라! 이것은 또한 굴종을 권하는 설교이기도 한 것이다. 그들은 배웠으나 최상의 것은 배우지 못했으며 모든 것을 너무 일찍부터 조급하게 배웠다. 그들이 잘 씹어먹지 못한 것, 그때문에 그들은 위가 상하고 만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상한 위가 그들의 정신이다. 이 위가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248

249 나의 형제들이여! 정신이란 곧 하나의 위인 것이다. 삶은 쾌락의 샘이다. 그러나 슬픔의 아버지인 고장 난 위가 안에서부터 말하고 있 는 자, 그자에 의해서는 모든 샘은 더럽혀진 것이다. 인식 그것은 사자의 의지를 지닌 사람에게는 쾌감이다. 그러나 지쳐 있는 자, 그런 사람은 스스로 의욕될 뿐 으로 모든 물결의 희롱을 받는다. 그리고 항상 약한 자의 특성은 도중에서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 하여 끝내는 그들의 피로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 때문에 우리들은 지금까지 길을 걷고 있는가? 모든 것은 똑같다! 고.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무 보람이 없다. 그대들은 의욕해서는 안 된다! 고 설교하 는 것이 귀에 달콤하게 들리고 또 굴종을 권하는 설교인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도중에서 지쳐 버린 사람들에게로 차라투스트라는 상쾌한 질풍으로 찾아온다. 그는 많은 코를 자극해 재채기까지 일으킬 것이다. 나의 자유로운 숨결은 벽이라도 꿰뚫어 감옥 속에 갇힌 정신에게도 불리라! 의욕은 해방된다. 의욕은 창조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가르친다. 단지 창조되기 위해 그대들은 배워야 한다. 들어라! 귀를 가진 자는 배운다는 것, 잘 배운다는 것까지도 그대들은 나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17 여기 작은 배가 있다. 아마도 그것은 저쪽 너머 허무 속으로 가는 것이리라. 그 러나 이 아마도 라는 것에 누가 타기를 원하는가? 그대들 가운데서 아무도 이 죽음의 배를 타려고 하는 자가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대들은 세계에 지쳐 버린 사람이라 주장하는가? 세계에 지쳐 버린 자여! 그대들은 대지를 등지고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대들은 여전히 대지를 그리워하며 대지의 피로에 홀려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대들의 입술이 부질없이 늘어져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지상의 욕망이 아직 그 위에 앉아 있다. 그리고 눈에는 잊을 수 없는 지상의 쾌락의 작은 구름들 249

250 이 떠돌고 있지 않은가? 지상에는 수많은 훌륭한 발명이 있다. 그 중 어떤 것은 유용한 것이며, 또 어떤 것 은 쾌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지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곳에는 또 여자의 가슴처럼 훌륭하게 발명된 것이 여러 가지 있다. 그것은 유용 하며 동시에 쾌적하다. 그런데 그대들 세계에 지쳐 버린 사람들이여! 그대들 대지의 게으름뱅이여! 그대 들 따위는 채찍을 맞아라! 채찍을 맞고 사지가 다시금 활발해져라! 만약 그대들이 대지가 이미 싫증을 내고 있는 환자나 늙어 빠진 노약자들이 아니라면, 교활한 건 달이던가 훔쳐 먹기를 좋아하는 쾌락의 고양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대들 이 다시 유쾌하게 달릴 마음이 없다면, 그때 그대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고칠 수 없는 환자를 위해서 의사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이렇게 차라투 스트라는 가르친다. 때문에 그대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말을 짓는 일은 새로운 시구를 짓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의사와 시인이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다. 18 오오, 형제들이여! 세상에는 피로가 만든 판자가 있으며 나태가 만든 판자가 있다. 그들은 비슷하게 말을 하고 있으나 각기 다르게 들리기를 바란다. 보라! 여기 있는 이 초췌한 사람을! 그는 자기의 목표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 다. 그러나 피로에 지쳐서 그는 여기 먼지 속에 누워 버린 것이다. 이 용감한 사람! 피로한 나머지 길과 땅과 목표와 자기 자신을 향해서 그는 이제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디디려 하지도 않고 하품을 하고 있다. 이 용감한 사람! 지금 태양은 그의 머리 위에서 불타고 있다. 그리고 개들이 그의 땀을 핥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고집을 부리며 누워서 차라리 초췌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목표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초췌해지기를 원하다니! 진실로 그대 들이라도 그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천국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이 영웅을! 250

251 그것보다 차라리 그가 누워 버린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그 를 위로하는 잠이 서늘한 가랑비와 함께 그를 찾아올 때까지 그대로 놓아두어라. 그가 스스로 잠에서 깰 때까지! 스스로 모든 피로와 피로가 가르쳐 준 것을 잊을 때까지!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그에게서 개를 그리고 게으른 자를 추방하기를 원한 다. 또 일체의 모여드는 똥파리들을 쫓아 버리기를 바라노라. 교양인 이라고 하는 저 우글거리는 똥파리 떼를 말이다. 그들은 모든 영웅의 땀 을 핥고 기뻐하는 패들이다. 19 나는 내 주위에 원을 그리고 신성한 경계를 만든다. 산이 점점 높아질수록 나와 함 께 올라가는 자들도 점점 줄어든다. 나는 점점 신성함을 더해 가는 산을 가지고 하 나의 산맥을 이룬다. 그러나 그대들이 나와 더불어 어디로 올라가든지 간에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기 생충이 그대들과 함께 올라가지 않도록 조심하라! 기생충. 이것은 그대들의 병들고 상처 난 구석구석에 달라붙어 기어 다니는 벌레 이다. 그리고 올라가고 있는 영혼들이 지쳐 있는 곳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그것 의 기술이다. 그대들의 번민과 우울, 그대들의 민감한 수치 속에 그는 그 치사한 둥지를 튼다. 강한 자가 약하게, 고귀한 자가 너무도 유화한 곳에 그는 그 치사한 둥지를 튼다. 위대한 사람의 조금 상처 난 곳으로 파고들어 와 산다. 모든 존재 중 무엇이 최고의 종류이며, 무엇이 최저의 종류인가? 기생충이 최저의 종류이다. 그러나 최고의 종류의 사람이 가장 많은 기생충을 기른다. 왜냐하면 가장 긴 사닥다리를 가지고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는 영혼이야 말로 가장 많은 기생충이 깃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혼은 가장 광활한 영혼인 것이다. 그것은 자신 속으로 멀리 뛰어들고 방 황한다. 또 유쾌했던 나머지 우연 속에 돌입하는 가장 필연적인 것이다. 251

252 생성 속으로 뛰어드는 현존하는 영혼, 의욕과 욕구의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소유의 영혼.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면서 가장 먼 원을 그려서 자기 자신을 따라잡는 영 혼, 가장 현명하면서도 가장 달콤하게 어리석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영혼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영혼이면서도 그 속에서 일체의 사물이 그 조류와 역류 그리고 간조와 만조를 가지고 있는 영혼. 오오, 이 최고의 영혼이 어찌 가장 질이 나쁜 기생충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잔인한가? 그러나 나는 말한다. 떨어지는 것 따위는 이쪽에서도 차 버려라! 라고. 오늘날 모든 것은 전락한다. 누가 그따위를 붙들려고 할 것인가? 나는 한층 더 차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험한 골짜기 밑으로 돌을 굴려 떨어뜨리는 쾌감을, 오늘날 의 인간들이여, 보라! 그들이 어떻게 내 심연의 밑으로 굴러떨어지는가를! 나는 보 다 나은 연주자들의 등장을 알리는 하나의 전주이다. 또는 하나의 실례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나의 실례를 본받아라! 그리고 그대들로부터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는 자들에게는 보다 빨리 굴러떨어지 는 것을 가르쳐라! 21 나는 용감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휘두르는 칼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구에게 휘두를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때로는 스스로를 억제하여 지나쳐 버리는 곳에 더 많은 용감함이 있을 경우도 많다. 그것은 보다 가치 있는 적을 대 비해서 자기를 아끼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미워해야 할 적만을 가져야 한다. 경멸해야 할 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대들의 적에 대해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이미 이렇게 가르쳤다. 252

253 오오, 나의 벗들이여! 스스로의 힘을 아껴라! 이 때문에 그대들은 많은 사람을 피 해야 한다. 특히 천민들의 곁에서 피하라! 그들의 찬성과 반대로부터 그대들의 눈을 깨끗하 게 지키도록 하라. 그곳에는 많은 정당함과 부정이 있다. 그곳을 눈여겨보면 누구 나 화를 내게 된다. 그것을 보는 것과 칼을 쓰는 것 그곳에는 이 두 가지가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곳 을 떠나 숲 속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그대들의 칼을 잠자게 하라! 그대들의 길을 가라! 그리고 민중과 민족에게는 그들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이 좋다. 그 길은 진실로 한 줄기 희망마저 번쩍이지 않는 어두운 길이다. 아직 빛을 잊지 않은 모든 것이 장사치의 황금에 지나지 않을 곳에서는 장사치들 이 지배하는 것도 좋으리라! 오늘날은 이미 왕들의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 민중이 라고 자칭하고 나서는 자는 왕을 가질 가치가 없다. 보라! 이들 여러 국민들이 오늘날 얼마나 장사치처럼 행동하는가를. 그들은 어떠 한 쓰레기 속에서도 보잘것없이 아주 적은 이익이라도 찾아내고 있다. 그들은 서로 동정을 살피며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다. 그것을 그들은 선린( 善 隣 )이 라고 부른다. 오오, 행복했었던 먼 시대여! 그 시대에는 한 민족이 나는 여러 민 족 위에 군림하기를 바란다. 고 스스로에게 말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형제들이여! 최상의 것이 지배할 것이며, 최상의 것은 또한 지배하 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르게 가르치고 있는 곳, 그곳에는 최상의 것이 빠져 있다. 22 만약 저 사람들이 빵을 무료로 얻는다면 큰일이다! 무엇을 찾아서 저 사람들은 외칠 것인가? 그들의 생계 그것이 그들의 진정한 오락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힘 들게 얻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약탈하는 맹수이다. 그들의 노동 속에도 약탈이 있다. 그들의 벌이 속 에도 모략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힘들게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53

254 그러므로 그들은 보다 나은 맹수로 더욱 세련되고, 더욱 영리하고, 더욱 인간을 닮 은 맹수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야말로 최상의 맹수 17 인 까닭으로. 인간은 이미 모든 짐승들로부터 그들의 여러 가지 덕을 약탈해 왔다. 그렇게 된 까 닭은 모든 짐승 가운데 인간이 가장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단지 새들만이 아직 인간의 머리 위에 있다. 그리고 만일 인간이 나는 방법까지 배 웠더라면 어느 하늘을 향해 인간의 약탈욕이 날아가게 될 것인가! 23 내가 남자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이렇다. 남자는 싸우는 데 유능하고 여자는 아 이를 낳는 데 유능하며 그리고 둘 다 머리와 다리로써 춤추는 데 능숙하기를. 한 번도 춤추지 않은 날은 우리들에게는 잃어버린 날로 치자! 또 홍소( 哄 笑 )가 따르지 않은 진리는 모두 허위라고 부르기로 하자! 24 그대들의 결혼. 그것이 나쁜 매듭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대들은 너무도 빨리 맺어졌다. 그 결과 결혼의 파괴가 연이어 생긴다. 결혼을 왜곡하거나 결혼을 가장하는 것보다는 결혼을 깨뜨리는 것이 더 낫다. 일 찍이 어느 여인이 나에게 말했다. 사실 나는 결혼을 깨뜨렸습니다. 그러나 먼저 결혼이 나를 깨뜨렸습니다. 라고. 어울리지 않는 부부가 최악의 복수자임을 나는 항상 보아 왔다. 그들은 이미 외톨 이로 살아갈 수 없도록 하려고 서로 보복한다. 그러므로 나는 정직한 사람들이 서로 이렇게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우리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사랑을 잃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자! 그리고 지금 혹시 우리의 약속이 과실이 아니었을까? 라고. 또 이렇게 말하기를 원한다. 우리들이 큰 결혼에 알맞은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들 에게 일정한 기간과 작은 결혼을 달라! 항상 둘이 서 있다는 것은 중대한 일이니 17 노동자를 가리킴. 254

255 까! 라고. 그리고 만일 내가 이와 다르게 권하거나 이야기하거나 한다면 초인에 대한, 그리 고 와야 할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사랑 같은 것이 대체 무엇이랴! 단순히 앞을 향해 서뿐만 아니라 위를 향해서 그대들 자신을 수립하는 것, 그것을 위해 나의 형제들 이여! 결혼의 꽃동산이 그대들을 도와주기를! 25 옛 근원에 대한 것을 깨달은 사람은 드디어 미래의 샘과 새로운 원천을 구하게 될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머지않아 새로운 여러 민족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새 로운 샘이 새로운 심연으로 콸콸 흘러내릴 것이다. 지진 18 이것은 많은 샘을 메우며 많은 기갈자를 만들지만 그것은 또 내부의 많은 힘과 비밀을 백일하에 드러내 놓으며, 또 한편 지진은 새로운 샘을 만든다. 옛 민 족의 지진에 의해 새로운 샘이 용솟음치리라! 그리고 그때, 보라! 여기 많은 목마른 자를 위한 하나의 샘이 있다. 많은 동경하 는 자들을 위한 하나의 마음이 있다. 많은 기구( 器 具 )를 위한 하나의 의지가 있 다. 고 외치는 자 이 자 주위에 한 민족이 모여들 것이다. 이들은 많은 시련을 겪 을 것이다. 누가 명령할 수 있는가? 누가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것이 거기서 시험 되는 것이다. 아아, 얼마나 오랫동안의 탐구, 추측과 실패, 학습과 재고로써 그것 이 시험 되는 것일까! 인간 사회, 이것이 하나의 시험이다. 하나의 오랜 탐색이다. 그렇게 나는 가르친 다. 그런데 인간 사회가 탐색하는 것은 바로 명령자이다! 그것은 시험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결코 계약 이 아니다. 파괴하라! 마음 약한 자, 또는 어중간한 자의 이 같은 말을 파괴하라! 18 혁명, 전쟁 및 허무주의를 가리킴. 255

256 26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모든 인간의 미래에 최대의 위험은 누구란 말인가? 그것 은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이 아닐까?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올바른가? 우리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더 구 하려 하는 자는 불쌍한 자이다. 라고 말하며 느낀다. 그리고 악인이 해악을 끼치는 것보다 선인의 해악이야말로 가장 해로운 악인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주장하는 자들이 어떠한 해악을 끼친다 해도 선인의 해악이 가장 해로운 악인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일찍이 어떤 사람은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그들은 바리새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이해 하지 못했다.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 자신들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정신은 그들의 선량한 양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의 어리석음은 헤아릴 수 없 이 영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틀림없는 사실은 이것이다. 즉 선인은 바리새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것.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선인은 자기의 덕을 발견한 자를 처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진실인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의 나라와 마을과 토지를 발견한 제2의 인간 19 은 이렇게 물었 다. 그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라고. 창조하는 자를 그들은 가장 미워한다. 율법의 판자를 부수고 낡은 가치를 망가뜨 리는 자, 파괴하는 자를 그들은 범죄자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선인은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종말의 시초이다. 그들은 새로운 가치를 새 판자에 쓰는 자를 십자가에 못 박는다. 그들은 자기 자 신의 미래를 희생한다. 그들은 일체의 인간의 미래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다. 선인 그들은 항상 종말의 시초였다. 19 차라투스트라를 가리킴. 256

257 27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이 말을 이해했는가? 내가 일찍이 종말인 에 대 해서 말했던 것을? 모든 인간의 장래에 있어서 최대의 위험은 어떠한 사람에게 있을 것인가? 그것은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때려 부숴라! 착한 사람, 올바른 사람을!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이 말 을 이해했는가? 28 그대들은 나에게서 달아나는가? 그대들은 놀랐는가? 그대들은 이 말에 놀라 벌벌 떠는가?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선의 판자를 파괴하도록 명령했을 때, 그 때 비로소 나는 인간을 배에 태우고서 저 먼 바다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지금 비로소 인간에게 크나큰 경악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방심한 구토, 심각한 뱃멀미 가. 선인이 그대들에게 가르쳤던 것은 허위의 해안과 허위의 안전이었다. 그대들은 선 인의 허위 속에 태어나 그 속에 새겨져 있었다. 모든 것은 착한 자에 의해 그 근저 까지 기만되고 왜곡되었다. 그러나 인간 이라는 영토를 발견했던 사람은 인간의 미래 라는 영토까지 발견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대들은 항해자가 아니면 안 된다! 씩씩하고 끈기 있는 항해자가!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때를 놓치지 말고 의연하게 떠나라. 의연하게 떠나는 것을 배워라! 물결은 거세다. 많은 자들이 그대들을 보고서 다시 몸을 가누려고 하고 있 다. 물결은 드높다. 모든 것이 바닷속에 있다. 기운을 내라! 그대들, 늙은 뱃사람의 각 오여! 조상의 나라가 무엇이랴! 우리들의 키는 저 멀리 우리들의 자손의 나라로 향 한다! 바다보다도 더욱 거칠게 저 먼 곳으로 우리들의 커다란 동경은 밀고 나간 다! 257

258 29 어째서 그토록 단단한가? 하고 언젠가 숯이 금강석에 물었다. 우리는 가까운 족 속이 아닌가? 하고. 왜 그다지도 부드러운가?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묻고 싶은 것 은 이것이다. 그대들은 나의 형제가 아닌가? 어째서 그토록 부드러운가? 그렇게 양보적이며 굴종하는가! 왜 그대들의 마을에는 그다지도 많은 부정과 거절이 있는 가? 그리고 그대들의 눈에는 어째서 그토록 적은 운명만이 감돌고 있는가? 그대들이 운명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가차없는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어 떻게 나와 더불어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대들의 견고함이 번갯불을 내면서 보기 좋게 끊고 산산이 부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앞으로 그대들은 나와 더불어 창조할 수 있겠는가? 창조하는 사람은 단단하다. 그러므로 그대들의 손의 모양을 마치 밀랍 위에 찍듯 이, 수천 년의 세월 위에 찍어 놓는 것은 환희의 절정으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수천 년의 의지 위에다 마치 청동에 새기듯 아로새겨 넣는 것은 환희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아니 청동보다도 굳고 청동보다도 더 귀하게 가장 고귀한 것만이 참 으로 굳은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이 새 판자를 나는 그대들의 머리 위에 걸어 놓는다. 굳어 져라! 하고. 30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 모든 곤궁의 전회( 轉 回 )여! 그대 나의 필연이여! 모 든 작은 승리로부터 나를 지켜다오! 그대 나의 영혼의 섭리여! 나는 그대를 운명이라 부른다. 그대, 나의 속에 있는 것 이여! 나의 위에 있는 자여! 위대한 운명을 위해 나를 지키고 아껴 달라. 그리고 나의 의지여! 그대의 마지막 위대함을, 그대의 최후를 위해서 간직해 두어 라. 그대가 그대의 승리 속에서 가차 없도록! 아아, 스스로의 승리에 지지 않았던 258

259 사람이 있었을까! 아아, 이 승리의 만취한 어스름 속에서 현혹당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아아, 승리 속에서 비틀거리며 정지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을까! 언젠가는 내가 원숙해져 위대한 한낮에 임하도록 작열하는 청동처럼, 번개를 품은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유방처럼 충분히 원숙하기를! 나 자신에 대해, 또 깊이 숨은 내 의자에 대해 충분하게 원숙해지기를. 또한, 화 살을 그리워하는 활처럼 자기 별을 애타게 찾는 화살도 되면서. 자기의 한낮에 임하여 준비를 갖추는 원숙해진 별, 멸망시키는 태양의 화살에 불 타오르며, 꿰뚫어지고 축복된 별도 되리라. 태양 그것이 되고, 승리하고 나서도 이미 멸망시킬 준비를 갖추고 있는, 가차없 는 태양의 의지 그것이 되어서. 오오, 의지. 모든 곤궁의 변화여! 그대 나의 필연이여! 단 하나의 승리에 대비해서 나를 잘 간직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59

260 회복해 가는 사람 1 동굴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침, 차라투스트라는 침대에서 벌떡 일 어나 무서운 목소리로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그리고 마치 일어나기 싫은 사람이 침대에 누워서 몸을 흔들어 대는 것 같은 동작을 했다.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독수리와 뱀은 깜짝 놀라서 뛰어나왔으나, 차 라투스트라의 동굴에 인접한 모든 동굴과 둥지에서는 모든 짐승이 도망쳤다. 제각 기 주어진 발과 날개의 성질에 따라서 날든가 날개를 퍼덕거리든가 기든가 뛰든가 하면서.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심연처럼 깊은 사상이여! 나의 심오한 곳에서 올라오라! 나는 그대의 수탉 또는 여 명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나의 목소리는 시간을 만드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내 어 그대를 꼭 깨워 놓고 말 것이다. 그대의 귀의 쇠사슬을 풀어라! 그리고 귀를 기울여라! 나는 그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깨어라! 일어나라! 무덤까지도 귀를 기울이게 될 만큼. 이곳에는 우렛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그리고 그대의 눈에 있는 졸음을 닦아내라! 어렴풋한 모든 것과 애매한 모든 것을 닦아내라! 그대의 눈까지 동원하여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나의 말은 날 때부터의 장님이라도 고칠 수 있다. 그리고 그대가 한번 눈을 뜨면 영원히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증조모까지 잠에서 깨어 일으키고 다시금 잠을 계속하려는 것을 나는 용납 하지 않는다. 벌써 그대는 몸을 움직이고 기지개를 켠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헛기침을 해서는 안 된다. 신을 무시하는 자, 차라투스트라가 그대를 부르고 있다. 나, 차라투스트라, 삶의 대변자, 번뇌의 대변자, 원한의 대변자, 이러한 내가 그 대를 부르고 있다. 그대, 나의 가장 무궁한 사상이여! 나에게 축복이 있어라! 그대는 오고 있다. 나는 그대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와 같이 나의 심연이 말하는 것이다. 나의 최후의 깊이를 광명 속에 내놓은 것이다. 260

261 나에게 축복이 있어라! 가까이 오라! 손을 내밀어라! 아아! 놓아라! 아아, 구역질, 구역질, 구역질. 나는 슬프다! 2 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라투스트라는 죽은 사람처럼 땅바닥에 쓰러졌다. 의식을 회 복했을 때, 얼굴빛은 창백해지고 몸을 떨며 누운 채로 오랫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다. 이 같이 하기를 칠 일, 그래도 그의 독수리와 뱀은 밤낮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먹을 것을 가져오려고 독수리가 밖으로 날아갈 때를 제외하고는. 독수리 는 가져온 것을 차라투스트라의 침대 위에 놓았다. 마침내 차라투스트라는 노랗고 빨간 딸기와 포도송이와 장미의 씨와 향기로운 푸성귀, 그리고 잣 속에서 파묻혀 누워 있게 되었다. 또 그의 발밑에는 독수리가 애써 목자에게서 빼앗아 온 두 마리 의 어린 양이 쓰러져 있었다. 칠 일 후, 드디어 차라투스트라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아 장미의 씨 하나 를 손에 들고, 그 냄새를 맡았고 그 향기에 기뻐했다. 그러자 그의 독수리와 뱀은 그와 이야기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들은 말했다. 그대는 칠 일이나 그렇게 무거운 눈으로 누워 있었다. 그대는 이제 다시 한번 일어나도 좋지 않은가? 동굴 밖으로 걸어나가라! 세계는 꽃동산과 같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은 그대 곁에 오고 싶어 무거운 향기를 희롱한다. 그리고 모든 시냇물은 그대를 쫓아 흘러가고 싶어 한다. 모든 사물은 그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것은 그대가 칠 일간이나 혼자 있었 기 때문이다. 그대의 동굴에서 나오라! 모든 사물은 그대의 의사가 되기를 바라 고 있다. 어떤 시고 쓰디쓴 새로운 인식이 그대를 찾아온 것인가? 그대가 거기에 눕자 발효 하기 시작한 효모처럼 되었다. 그대의 영혼은 높아지고 모든 가장자리를 넘어 넘 쳐흐르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오오, 나의 짐승들이여! 그렇게 계속 지껄여다오. 그 리고 나에게 들려다오! 그대들이 지껄이고 있으면 나의 마음이 맑아진다. 지껄이 261

262 고 있는 그곳에서는 세계는 이미 나에게 있어서 꽃밭이나 다름없다. 말과 음성 20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말과 음성은 영원히 떨 어진 사이를 잇는 무지개가 아닐까? 환영의 다리가 아닐까? 모든 영혼에는 제각 기 다른 세계가 있다. 모든 영혼에 있어서 다른 영혼은 각각 하나의 배후의 세계이 다. 가장 닮은 것들 사이에 있어서 외관은 가장 아름답게 기만한다. 왜냐하면 가장 작 은 틈이야말로 가장 건너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나의 외관적인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외관은 없다. 그런 데 우리들은 모든 음성을 접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들이 망각한다는 것 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모든 사물에 이름과 음성이 주어졌다는 것은 인간이 그와 같은 사물로 원기를 기 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이야기한다는 것은 하나의 아리따운 우행( 愚 行 )이다. 이 야기함으로써 인간은 모든 사물 위를 춤추며 뛰어넘는다. 모든 언설과 모든 음성의 거짓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이랴! 음성과 더불어 우리 들의 사랑은 오색 무지개 위에서 춤추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독수리와 뱀이 대답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우리들처럼 생각하는 자에게 있어 모든 사물은 스스로 춤춘다. 그들은 와서 손을 내밀고 웃고 그리고 도 망친다. 그리고 되돌아온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 퀴는 영원히 회전한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또다시 꽃을 피운다. 존재의 나 이는 영원히 달린다. 모든 것은 깨어지고, 모든 것은 새로이 이어진다. 존재의 똑같은 집이 영원히 세워 진다. 모든 것은 헤어지고, 모든 것은 다시 만난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자 기에게 충실하다. 모든 찰나에서 존재는 시작되며, 모든 여기 의 둘레를 저기 의 공이 굴러간다. 중 심은 도처에 있다. 영원히 길은 굽어져 있다. 20 시와 음악이라는 뜻. 이 시와 음악이란 영원히 별개의 영혼을 결합시키는 유일한 것이며 그것은 또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262

263 오오, 그대들 광대들이여! 손풍금이여!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고 또다시 미소 지었다. 얼마나 그대들은 잘 알고 있는가? 칠 일 동안에 실현되어야 할 일을. 그리고 저 뱀이 나의 목구멍에 기어들어와 나를 질식시켰던 것을! 그러나 나는 그 머리를 물어 끊고 뱉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대들은 그것을 벌써 손풍금의 노래로 만들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지금 물어뜯어 뱉어 버리는 일에 지치고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일로 병들어 여기 누워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 모든 일을 구경만 하고 있는가? 오오, 나의 짐승들이여! 그대 들은 역시 잔인하단 말인가? 나의 큰 고통을 인간이 하듯이 그대들도 구경하려고 생각했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인간은 가장 잔인한 짐승이기 때문이다. 비극과 투우와 십자가형을 보고 인간은 지금껏 지상에서 최대의 쾌감을 맛보아 왔 다. 그리고 인간이 지옥을 발명했을 때, 보라! 그것이야말로 지상에 있는 그의 천 국이었다. 위대한 인간이 소리 지르면 당장에라도 작은 인간이 뛰어온다. 그리고 그의 목 에서는 핥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듯이 혀가 늘어져 매달린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연민 이라고 부른다. 작은 인간, 특히 시인은 얼마나 열렬한 말로서 삶을 규탄하는가? 그의 말을 들어 라! 그러나 모든 규탄 속에 숨어 있는 쾌감을 놓치지 말고 들어라! 삶의 이와 같은 규탄자를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정복한다. 그리고 뻔뻔스러운 여 자인 삶은 말한다. 나를 사랑한다고요? 잠깐 기다리세요. 나는 아직 당신 같은 사 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 라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잔인한 짐승이다. 그리고 죄인 이라든가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 이라든가 참회자 라고 부르는 자, 누구든 이 불평과 규탄 속에 숨어 있는 환락을 놓치지 말고 들어야 된다. 그리고 나 자신으로 말하면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인간을 규탄하려고 생각하 겠는가? 아아, 나의 짐승들이여! 내가 지금껏 배운 것은 인간의 경우 그 최선의 것 263

264 이 그 최악의 것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뿐이다. 모든 최악의 것은 인간의 최상의 힘인 것이며 최고의 창조자에게 있어서 가장 굳은 돌이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보다 선해지는 동시에 보다 악해지지 않 으면 안 된다는 사실뿐이다. 인간은 사악하다. 고 나는 생각했으나 나는 그 고문의 기둥에 묶여 있지는 않았 다. 뿐만 아니라 나는 외치기까지 했다. 아직 아무도 그렇게는 외쳐 보지 못했을 만큼이나. 아아, 인간에게 최악의 것이 저토록 작을 줄이야! 아아, 인간의 최선도 저토록 작 단 말인가! 인간에 대한 커다란 권태 이것이 나를 질식시키고 나의 목구멍에 기어든 것이다. 그리고 예언자가 모든 것은 허무하다. 아무 보람도 없다. 지식이란 숨을 막히게 하는 것이다. 라고 예언한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오랜 황혼이 내 앞을 절름거리며 걸어갔다. 죽도록 피로했고, 죽도록 취해 버린 하나의 비애가. 그 비애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인간은 영원히 회귀한다. 그대가 싫증을 느꼈던 작은 인간이. 이렇게 나의 비애 는 말하고 나서 하품했다. 그리고 발을 질질 끌고 가며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간의 대지는 나에게 있어서는 동굴로 변했다. 대지의 가슴은 움푹 패었다. 모든 생물은 나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곰팡이와 뼈와 썩은 과거가 되었다. 나의 한숨 소리는 모든 사람의 무덤 위에 앉아서 일어설 수도 없게 되었다. 나의 한숨과 회의는 밤낮 투덜거리고 목이 메어 깨물고 호소했다. 아아, 인간은 영원히 되돌아온다! 작은 인간이 영원히 되돌아온다! 일찍이 나는 두 사람을 함께 적나라하게 본 일이 있다. 가장 위대한 인간과 가장 작은 인간을.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았다. 가장 위대한 사람도 역시 너무나도 인간 적임을 나는 보았다. 가장 위대한 사람도 너무나 작았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나의 혐오였다. 그리고 가 장 작은 사람도 영원히 회귀한다는 것, 이것이 일체의 존재에 대한 나의 혐오였다. 아아, 구토! 구토! 구토!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하고 한숨지으며 몸서리쳤다. 264

265 자기의 병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그의 독수리와 뱀은 그 이상의 말을 시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말하지 마라! 그대, 회복자여! 이렇게 독수리와 뱀은 그에게 말했 다. 세계는 마치 꽃밭처럼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으로 나가라! 장미와 꿀벌 과 비둘기 무리 속으로 나가라! 특히 노래하는 새의 무리에게 가라! 그대가 새들에 게 노래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왜냐하면 노래하는 것은 회복되어 가는 사람을 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야기해도 무방하리라. 그리고 건강한 사람이 노래를 바란다 해도 회복되어 가는 사람의 그것과는 다른 노래인 것이다! 오오, 그대, 광대들이여! 손풍금이여! 제발 좀 입을 다물어라! 하고, 차라투스트 라는 대답하고 나서 그의 독수리와 뱀에게 미소 지었다. 그대들은 어쩌면 그토록 잘 알고 있는가? 내가 이 칠 일 동안에 어떠한 위안을 나 스스로를 위해서 생각해 냈는가를. 나는 또다시 노래를 불러야겠다. 내가 나를 위해서 생각해 낸 것은 그러 한 것을 위한 회복이었던 것이다. 그대들은 또 그것을 곧 손풍금의 노래로 할 작정 인가? 이제 더 이상 말하지 마라! 고 독수리와 뱀이 그에게 충고했다. 회복되어 가는 그대여! 그보다는 오히려 먼저 금선( 琴 線 )을 갖추어라! 새로운 금 선을. 보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새로운 노래에는 새로운 금선이 필요하다. 노래하라! 끓어 넘쳐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새로운 노래로써 그대의 영혼을 고 쳐라! 아직 어떠한 사람의 운명도 아니었던 그대의 크나큰 운명을 견딜 수 있도록.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를. 그대의 독수리와 뱀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 그대는 영원회귀의 교사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 금 그대의 운명이다. 그대가 최초의 사람으로서 이 학설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 다. 이 위대한 운명이 어찌하여 또 그대의 최대의 위험, 최대의 병고가 아닐 수 있 겠는가! 보라! 우리들은 당신이 가르치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모든 사물이 영원히 되돌 265

266 아오며, 우리들 자신도 함께 되돌아온다는 것, 우리들이 이미 무한의 횟수에 걸쳐 존재하고, 일체의 사물도 우리들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대는 가르친다. 생성의 위대한 해 年 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은 모래시계와 같 이 되풀이해서 새로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새로이 경과하고 흘러가 기 위해서 그리하여 이 같은 모든 해 年 는 최대의 것에 있어서도 최소의 것에 있어서도 서 로 닮았다. 그러므로 우리들 자신도 모든 위대한 해에 있어서 우리들 자신을 닮은 것이다. 가장 큰 것에 있어서나 가장 작은 것에 있어서도. 그런데 지금 만일 당신이 죽으려고 한다면,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때 가서 그대 가 무슨 말을 하려 한다는 것까지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대의 짐승인 우리들은 부탁한다. 아직 죽지 말아 달라고! 그때 그대는 떨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에게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커다란 무거움과 불안이 그대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인내하는 힘이 강한 그대여! 그대는 그때 말할 것이다. 지금 나는 죽어서 사라져 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는 하나의 무( 無 )가 된다. 영혼도 몸과 함께 죽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휘감겨 있는 인 과의 사슬은 되돌아온다. 그것은 또다시 나를 창조할 것이다. 나 자신이 영원회 귀의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태양, 이 대지, 이 독수리, 이 뱀과 더불어 나는 또다시 온다. 결코 어떤 새로운 삶보다 좋은 삶이나 유사한 삶을 위해 다시 오는 것은 아니다! 최대의 것에 있어서나 최소의 것에 있어서나 조금도 다름없는 똑같은 삶으로 나 는 영원히 되돌아오는 것이다. 또다시 모든 사물의 영원회귀를 가르치기 위해서 다시금 위대한 대지의 한낮, 인간의 한낮에 관해서 말하기 위해. 또다시 인간들 에게 초인을 알려 주기 위해. 나는 나의 말을 전했다. 나는 나의 말에 의해서 부서진다. 나의 영원한 운명이 그 것을 바라는 것이다. 나는 예고자로서 죽는다. 몰락해 가는 자가 스스로를 축복할 때가 왔다.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끝나는 것이다. 266

267 독수리와 뱀은 이 말을 끝내자, 입을 다물고 차라투스트라가 그들에게 무슨 말 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깨 닫지 못했다. 오히려 조용히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마치 잠든 사람처럼. 그는 자 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그의 영혼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뱀과 독수리는 그가 그처럼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그의 주위를 에워싼 위대한 고요함에 경의를 표하며 조심스럽게 물러갔다. 267

268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어제 와 내일 과 같이 오늘 이라는 것을 가르 쳤다. 그리고 모든 여기 와 거기 와 그곳 을 넘어서 그대에게 윤무( 輪 舞 )를 가르쳤 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를 모든 구석진 곳에서 구원했다. 나는 그대로부터 먼지와 거미와 어스름을 떨쳐냈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로부터 작은 수치와 구석진 덕을 잃어버렸다. 그리 고 태양의 눈앞에 벌거벗고 서도록 그대를 설득했다. 정신 이라는 이름의 폭풍으로서 나는 그대의 출렁거리는 바다 위를 휩쓸어 왔다. 나는 모든 구름을 그곳에서 쫓아 버리고 죄악 이라는 이름의 교살자까지도 목 졸 라 죽였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권리를 주었다. 그대는 빛처럼 조용히 서고, 이제야 부정하는 폭풍을 뚫고 나간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자유를 돌려주었다. 창조된 것과 창조되지 않 은 것에 대한 자유를, 그리고 그대가 그것을 알고 있는 정도로 누가 미래의 것에 대한 환희를 알 것인가?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경멸하는 것을 가르쳤다. 그것은 충해( 蟲 害 ) 처럼 찾아오는 경멸은 아니다. 가장 많이 경멸할 때 가장 많이 사랑하는 위대하고 사랑스러운 경멸을 가르쳤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설득하는 것을 가르쳤다. 태양이 바다를 설 득하여 자기 높이까지 끌어 올리는 것과 닮지 않을 수 없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로부터 모든 복종과 굴종과 추종을 빼앗아 갔다. 나는 그대에게 곤액( 困 厄 )의 전환 과 운명 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새로운 이름과 여러 가지 울긋불긋한 장난감 을 주었다. 나는 그대를 운명 이라 부르고, 포괄 속의 포괄 이라 이름하고, 시간의 탯줄 이라 부르고, 연두색 유리종 이라고 했다. 268

269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의 땅에 모든 지혜와 모든 새로운 술과 어느 때 것 인지도 모르는 오래 묵은 지혜의 독한 술을 주었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 대 위에 모든 태양과 모든 밤과 모든 침묵과 모든 그리움을 부어 주었다. 그래서 그대는 포도 덩굴처럼 자라났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그대는 지금 풍요에 감싸여 육중하게 그곳에 서 있다. 부풀 어 오른 유방, 갈색의 포도송이를 지닌 포도 덩굴처럼 그대의 행복에 억눌리고 압박받아 충일( 充 溢 )에 겨워 또 기다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오오, 나의 영혼이여! 그대보다도 더 사랑스럽고 포용력을 가진 넓은 영혼은 지금 어느 곳에도 없는 것이다. 미래와 과거가 그대에게 있어서 보다 더 가깝게 서로 만 나는 곳이 어디 있으랴?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리고 나의 두 손은 그대 때문에 텅 비어 있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미소 지으며 우수에 차서 나에게 말하 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서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자가 어느 쪽인가? 받는 사람 이 받아 준 것에 대해 주는 자가 감사해야 하지 않는가? 준다는 일은 필수적인 일 이 아닐까? 받는다는 것은 연민이 아닐까? 오오,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 우수 어린 미소를 이해한다. 그대의 넘쳐흐르는 풍성함 그 자체가 이제 그리움의 두 손을 뻗쳐 온다. 그대의 충일이 물결치는 바다 너머 먼 곳을 바라다보며 구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 이다. 미소를 머금은 그대의 하늘 같은 눈망울에서 과잉의 그리움이 그대의 미소 짓는 눈의 천국에서 엿보고 있다. 그리고 진실로 나의 영혼이여! 그대의 미소를 보고 눈물 속에 녹아나지 않는 자가 있을까? 아무리 천사라 해도 선의가 넘치는 그대의 미소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 을 것이다. 그대의 선의! 샘솟는 선의는 울음의 호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욱이 오오, 나의 영혼이여! 그래도 그대의 미소는 눈물을 그리워하며 그대의 떨리는 입 은 흐느껴 우는 것을 그리워한다. 운다는 것은 모두 호소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호소한다는 것은 모두 규탄한다 269

270 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 말한다. 그러므로 그대는 오오, 나 의 영혼이여! 나는 그대의 슬픔을 내다 뿌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소 짓기를 바라 는 것이다. 그대의 충일에 의해 생긴 고통을 흘러내리는 눈물로써 씻기보다는, 또 포도밭 원예사와 그 전지가위를 기다리는 포도 덩굴의 촉박한 고통을, 흘러내리는 눈물로 써 씻기보다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려 한다. 그리고 그대는 울고 싶지 않고, 그대의 진홍빛 우수를 울음으로 잊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대는 노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오오, 나의 영혼이여! 보라! 나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대에게 이런 일을 예언하고 있는 나 자신 이. 노래해야 되리라! 용솟음치는 노래, 즉 모든 바다가 고요히 가라앉아 그대의 동경 에 귀를 기울일 때까지 고요하고 동경에 찬 바다 위에 황금의 기적인 작은 배가 뜰 때까지. 그 황금의 주위에 모든 선악의 이상한 사물이 날고 뛸 때까지. 또한, 크고 작은 많은 생물과 모든 분홍빛 길을 달릴 수 있는, 가볍고 이상한 다리를 가진 모든 것들이 뛰어다닐 때까지. 이러한 모든 것이 향하는 것은 저 황금의 기적이며 자유 의지인 작은 배와 그 배 의 주인인 것이다. 그런데 이 주인은 금강석의 칼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포도 채 집인이다. 그것은 그대의 위대한 구원자이며 이름 없는 자이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미 래의 노래가 비로소 그의 이름을 발견하리라! 그리고, 진실로 그대의 숨결은 이미 미래의 노래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그대는 이미 열렬히 꿈꾸고 있다. 그대는 벌써 목말라서 울려 퍼지는 모든 깊은 위안의 샘에서 마시고 있다. 그대의 우수는 이미 미래의 노래의 축복 속에 쉬고 있 다. 오오, 나의 영혼이여! 이제야말로 나는 그대에게 마지막 것까지 주었다. 그리고 나 의 두 손은 그대 때문에 텅 비고 말았다. 내가 그대에게 노래하라고 명령한 것보 270

271 다도 그것이야말로 나의 마지막 것이었다. 나는 그대에게 노래하라고 명령했다. 말하라. 이야기하라. 이제 우리들 가운데서 어느 쪽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그러나 보다 나은 것은 이것이다. 노래 하라! 나에게 노래해다오. 오오, 나의 영혼이여! 그리고 나로 하여금 그대에게 감 사하게 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71

272 또 하나의 춤의 노래 1 얼마 전 나는 그대의 눈을 유심히 보았다. 오오, 삶이여! 그대 이마에 황금으로 빛 나는 밤의 눈동자를. 이 쾌락에 나의 심장이 잠시 멎었다. 금빛 작은 배가 가라 앉으면서, 물에 잠기면서 밤의 잔물결 위에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오오, 이 손짓 하는 황금이 요동하는 배! 미칠 듯이 춤추는 내 발에 그대는 시선을 던졌다. 웃음 을 띠고 나의 답을 기다리면서 녹을 듯이 요동하는 그 곁눈질, 작은 손으로 그대가 울리는 단 두 번의 캐스터네츠. 그러자 내 발은 춤추려고 날뛴다. 나무처럼 서서 내 발가락은 그대의 마음을 알려고 귀를 기울였다. 실로 춤추는 자는 그 발가락 에 귀를 가진다. 내가 그대에게 달려들자 그대는 내게서 도망쳤다. 도망치며 흩날 리는 그대의 머리털은 수많은 혀를 펄럭였다. 나는 그대에게서, 그대의 뱀으로부터 급히 물러났다. 그때 그대는 이미 눈에 욕심 을 담고 몸을 반쯤 돌리고 서 있었다. 굽은 눈초리로 그대는 나에게 구부러진 길을 가리켰다. 그 구부러진 길에서 나의 발은 나쁜 꾀를 배웠다. 나는 그대를 가까이서는 두려워하고, 멀리서는 그리워한다. 그대가 도망치면 나는 이끌리고, 그대가 찾을 때는 나는 앞이 막혀 고민한다. 그러나 어떠한 고민이라도 나는 그대를 위해서 감수하리라! 그대의 냉정함이 불을 지르고, 그대의 증오가 유혹하고, 도망치면 묶고, 비웃으 면 더욱 감동을 준다. 누가 이러한 그대를 미워하지 않으랴! 위대한 속박자여! 유혹자여! 발견자여! 누 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고 견디랴! 순진하고 조급하고 바람처럼 빠르고 어린아이와 같은 눈을 지닌 죄 많은 자인 그대를! 걷잡을 수 없이 분방한 자여! 배은망덕한 자 여! 그대는 다시금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는가! 나는 춤추며 그대를 쫓아간다. 희미한 발자취를 찾아 그대를 따라간다. 어디 있는 가? 손을 내밀어 주려무나! 아니면 손가락 한 개라도! 이곳에는 동굴과 덤불이 있 다. 우리들은 길을 잃어버리리라. 멈춰라! 서 있어라! 부엉이와 박쥐가 날아다니 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272

273 그대 부엉이여! 그대 박쥐여! 그대들은 나를 조롱하려 하는가? 이곳은 도대체 어 디인가? 그대는 흰 이빨을 드러내고 귀엽게 나를 위협한다. 그대의 독한 눈초리는 고수머 리 사이로 나를 쏘아본다. 이것은 나무뿌리나 돌부리도 뛰어넘어 가는 춤이다. 나 는 사냥개, 그대는 사슴이어라. 아니면 영양이어라! 이제 그대는 내 옆에 있다. 자 빨리, 그대 악의를 지니고 춤추는 자여! 일어서라! 뛰어넘어라! 아차, 나는 스스로 뛰려다 지쳐 쓰러졌구나! 오오, 거만한 그대여! 넘 어져서 은혜를 애걸하는 나를 보아라! 될 수 있으면 나는 그대와 함께 보다 평탄한 길을 걷고 싶다. 고요히 가지각색의 꽃이 피어 있는 덤불로 빠지는 사랑의 샛길을! 금붕어가 춤 을 추는 호숫가 사랑의 길을! 그대는 이제 피로한가? 저 건너에는 양 떼가 있고 저녁노을이 보인다. 목자가 부 는 피리 소리를 따라 잠자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대는 그토록 심하게 지쳐 버렸는가? 그대를 저쪽으로 끌어가겠다. 팔을 늘어뜨 려라! 그대가 갈증이 나면 무엇인가 마실 것을 주리라! 그러나 그대의 입은 그것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오오, 이 저주받은 재빠르고 날씬한 뱀이여! 숨어 있는 마녀여! 그대는 어디로 가 버렸는가? 그러나 그대 손에 의해 두 개의 반점이 나의 얼굴에 생긴 것을 느낀다. 진실로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의 바보 같은 목자임에 지쳐 버렸다. 마녀여! 지금까 지는 나는 그대를 위하여 노래했다. 자, 이제부터는 그대가 외쳐라 나를 위해! 나의 채찍의 장단에 맞추어 춤추고, 그리고 외쳐라! 나는 나의 채찍을 잊어버리고 오지는 않았다. 여기 있다! 2 그때, 삶은 나에게 이렇게 대답하면서 귀여운 귀를 가렸다. 오오, 차라투스트라 여! 그토록 무섭게 채찍을 올리는 것은 그만두어라! 그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소음이 사상을 죽인다는 것을. 더욱이 지금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상이 내 머리 위 273

274 에 떠오른 참이다. 우리 두 사람은 무능한 선이며 무능한 악이다. 선악의 피안에서 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섬과 푸른 목장을 발견했다. 우리 단둘이서만이! 그것만으 로도 우리들은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마음속으로부터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 미워하 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나는 그대에게 상냥하면 때로는 지나치게 상냥할 때도 있다. 그것은 그대도 알고 있다. 그러는 것도 나는 그대의 지혜를 질투하기 때문이다. 아아, 지혜란 얼마나 바보 같은 늙은 여자인가! 그대의 지혜가 언젠가 그대로부터 도망치면 아아, 그때는 나의 사랑도 재빨리 그 대로부터 도망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삶은 생각에 잠긴 채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핀 다음, 소리를 낮 춰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나에게 충분히 정성스럽다고는 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그대는 그대의 말과 같이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가 곧 나 를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의 낡고 무거운, 작지만 강하게 울리는 종 이 있다. 그 요란한 소리는 밤마다 그대의 동굴까지 울린다. 이 종이 한밤중에 시 간을 알릴 때, 소리를 들으면 그대는 하나에서 열둘을 치는 사이에 그대는 생각하 는 것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알고 있다. 그대가 곧 나를 버리려고 생각하는 것을! 그렇다. 하고 나는 주저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대는 이런 일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귀에 어떤 일을 속삭였다. 그녀의 헝클어진 노랗고 미련한 머 리카락 사이로.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것을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리하여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서늘한 저녁이 달려오는 것 같은 푸른 목장으로 눈길을 보내고 함께 울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모든 생명은 나의 지혜 가 일찍이 사랑스러웠던 것 이상으로 생각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74

275 3 하나! 오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둘! 깊은 한밤에 무엇을 말하는가? 셋! 나는 잠자노라. 나는 잠자노라. 넷! 깊은 꿈에서 나는 깨어났다. 다섯! 세계는 깊도다. 여섯! 낮은 생각하는 것보다 깊다. 일곱! 세계의 슬픔은 깊다. 여덟! 쾌락은 마음의 슬픔보다 더 깊다. 아홉! 슬픔은 말한다. 멸망하라! 고. 열! 그러나 모든 쾌락은 영원을 바란다. 열 하나! 깊고 깊은 영원을 바란다! 열 둘 21! 21 한밤중의 12시의 종소리를 하나하나 세면서 대응한 것. 275

276 일곱 개의 봉인(긍정과 아멘의 노래) 1 내가 예언자이며, 두 개의 바다 사이에 끼어 있는 높은 산마루를 헤매는, 저 예언 적 정신에 벅차 있다면 이 정신은 과거와 미래 사이를 무거운 구름이 되어 떠돌리라. 무더운 평야와 지 쳐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모든 것에 적의를 품으리라. 어두운 가슴은 번개를 치 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예언적 전광이 그렇다! 고 말하고, 그렇다! 고 웃는 번 개를 잉태하고 있는 예언적 정신 그러나 그와 같이 잉태하고 있는 자는 복되리라! 그리고 진실로 어느 날엔가 미 래의 빛을 점화해야 할 사람은 오랫동안 뇌운으로서 산 위에 걸려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가운데서도 혼 례의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 한 번도 어린아이를 낳게 하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여자를 본 일이 없다. 단 하나,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2 일찍이 나의 분노가 무덤을 부수고 경계석을 움직이고, 낡은 판자를 파괴해서 험 한 골짜기 속에 떨어뜨린다면 일찍이 나의 조소가 곰팡내 나는 말들을 불어 흩어 버리고, 십자거미를 털어 버리 는 비와 같고, 낡고 숨 막히는 무덤을 정화시키려고 내가 찾아왔다면 일찍이 낡은 신들이 묻혀 있는 곳에 만일 내가 편안하게 앉아, 낡은 세계의 비방자 의 기념비 옆에서 세계를 축복하고, 세계를 사랑하면서 앉아 있다면 교회와 신의 무덤이라도 나는 사랑하리라. 또 풀과 양귀비처럼 교회의 불탄 자리 에 앉기를 즐겨 하리라.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의 276

277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 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단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3 일찍이 나에게 창조적 숨결이 찾아왔다면, 그리고 모든 우연까지도 강제해서 별에 게 왈츠를 춤추게 하는, 저 천상의 필연의 숨결이 찾아왔다면, 일찍이 행동이 느린 우레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순종하여 따르는 저 창조적인 번개의 웃음을 내가 지을 수 있었다면 일찍이 내가 도박장에서 신들과 함께 주사위를 던지고, 그리하여 대지가 흔들리고 부서지며 화염을 토했다면 대지는 신들의 도박장이다. 창조하는 말과 신들의 주사위로써 뒤흔들리기 때문에. 오오, 내 어찌하여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 의 반지 희귀한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단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4 일찍이 모든 사물이 잘 섞여 있는, 약을 조제하는 저 거품 나는 항아리 안의 것을 내가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면 일찍이 내 손이 먼 것을 가까운 것으로, 고통을 쾌락으로, 또 지악( 至 惡 )을 지순( 至 順 )으로 따라주었다면 내 자신이 조제하는 항아리 속에서 모든 사물이 잘 섞이도록 하는 저 구원하는 소 금의 한 알이었다면 세상에는 선과 악을 결합하는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이라 277

278 하더라도 맛을 내게 하고, 마지막 거품을 일으킬 가치가 있다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의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 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단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5 내가 바다와, 바다 비슷한 모든 것을 좋아하고, 노하여 반항하는 자를 오히려 사랑 스러워 견딜 수 없게 여긴다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향해서 배를 띄우는 저 탐험가의 기쁨이 나에게 있다면, 내 기쁨 속에 항해자의 기쁨이 있다면 나의 희열은 외친다. 이제 바다 기슭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말로 마지막 쇠사슬 이 끊어진 것이다. 무한한 것이 나의 주변에서 울부짖고 있다. 저 먼 하늘 끝까지 공간과 시간이 나 를 향해 빛나고 있다. 자, 가자! 자, 일어나라! 나의 그리운 마음이여! 라고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의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 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다만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 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6 나의 덕이 무용가의 덕이며, 내가 자주 나의 두 발로 금빛과 에메랄드의 환희 속에 뛰어들 수 있다면 나의 악의가 웃는 악의이고, 장미의 언덕과 백합꽃 울타리 아래에서 살 수 있다면 278

279 왜냐하면 웃음 속이야말로 모든 악이 수반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악들은 악 그 자체의 축복에 의해서 정화되고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무거운 모든 것이 가벼워지고, 모든 육체가 무용가로, 모든 정신이 새가 되 는 일, 그것이 나의 알파 이고, 오메가 22 라면 진실로 그것이야말로 나의 알파 이 고 오메가 인 것이다.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의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 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단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오, 영원이 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7 일찍이 내가 나의 머리 위에 고요한 하늘을 펼치고, 내 자신의 날개로 내 자신의 하늘로 솟구쳐 날아올랐다면 그러나 새의 지혜는 이렇게 말하리라. 보라!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그대 가벼운 자여! 날아라! 사방으로, 앞으로, 뒤로, 노래하라! 이제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모든 말은 무거운 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가벼운 자에 있어서는 모든 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노래하라! 이제 말하지 마라! 오오, 어찌 내가 영원에 대해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반지 중에서 혼례의 반지 영원회귀의 반지에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아직도 나의 자식을 낳게 할 여인을 모른다. 단 하나,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 이 있다. 오오,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오오, 영원이여! 22 모든 것, 즉 전체를 의미함. 279

280 제 4 부

281 아아, 이 세상에 동정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또 이 세상에 동정하는 어리석음보다 더욱 많은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을까? 사랑하는 자로서 동정보다도 높은 경지를 모르는 자는 불쌍하다! 일찍이 악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도 자신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 즉 그것이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다. 최근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라고 하는.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제2부, <동정자들에 대하여> 중에서 꿀의 공양 그리하여 다시금 많은 세월이 차라투스트라의 영혼 위로 흘러갔다.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않았으나, 그의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 어느 날 그가 그의 동굴 앞 바위에 앉아 조용히 먼 곳을 바라다보고 있을 때 여기 서는 구부러진 심연 너머로 바다가 바라다보였다. 그의 독수리와 뱀은 사색에 잠 긴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드디어 그 앞에 앉았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들은 말했다. 그대는 아마도 그대의 행복을 기다 리며 바라다보는 것이 아닌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행복 같은 것을 찾고 있지 않다. 나는 나의 사명을 생각할 뿐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의 짐승들은 또다시 말했다. 그대가 그렇게 하는 것은 마치 착한 일에 싫증이 난 사람과 같다. 그대는 하늘처럼 푸른 행복의 호수에 누워 있지 않은가? 그대들 장난꾸러기들이여!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대 들이 참으로 멋있는 비유를 골라냈구나! 그러나 그대들도 알다시피 나의 행복은 무거운 것이다. 또 흐르는 물결 같지도 않다. 그것은 나를 압박하며 나에게서 떨어 지지 않는다. 마치 녹아 버린 역청( 瀝 靑 )과 같이. 그러자 짐승들은 또다시 걱정스러운 듯이 그의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시 281

282 그 앞에 섰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들은 말했다. 그대의 머리털은 희 고 삼같이 되어가는데, 그대 자신이 점점 노랗고 어두워가는 것은 그 일때문인가? 보라! 그대는 그대의 역청 위에 앉아 있지 않은가! 그대들은 거기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나의 짐승들이여! 하고 차라투스트 라는 말하고, 또 웃었다. 진실로 내가 역청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 것은 농담이었 다. 나의 일신에 일어난 일은 익어가는 모든 과실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나의 혈관 에 괸 꿀은 나의 피를 진하게 하고 나의 영혼까지도 안정시킨다. 틀림없이 그렇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짐승들은 대답하며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은 높은 산에 오를 생각이 없는가? 오늘은 공기가 맑아서 여느 때보다도 세계가 잘 바라다보인다. 그렇다. 나의 짐승들이여! 하고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나에게 멋있는 권고를 해 주었고 내 마음에 든다. 오늘은 높은 산에 오르겠다. 그러나 산 위에서 꿀이 내 손에 있도록 해 달라. 누렇고 흰 얼음처럼 차가운 좋은 벌통에 금빛 꿀이 넘쳐흐르 도록. 나는 산 위에서 꿀의 공양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산에 닿자 그와 동반했던 독수리와 뱀을 돌려보냈다. 그리 하여 그는 홀로 남았다. 그러자 그는 진심으로 크게 웃고, 사방을 돌아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공양을 한다는 것, 꿀로 공양하겠다는 이야기는 책략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 고 진실로 유익한 우행이었다. 이 산 위에서 나는 은자의 동굴과 은자의 가축들 앞 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무엇을 공양한단 말인가! 나는 천 개의 손을 가진 낭비자로서 나에게 들어온 선물 을 낭비하는 것이다. 어찌 그것을 공양한다 고 말할 수 있으랴! 그리고 내가 꿀을 아쉬워했던 것은 단지 미끼를 가지려 했던 것에 불과하다. 울부짖는 곰과 기묘하 고 불평이 많은 심술궂은 새들이 침을 흘릴 만한 달콤한 즙이 아쉬웠던 것이다. 사냥꾼과 어부에게 필요한, 이 가장 좋은 미끼가 아쉬웠던 것이다. 왜냐하면 세 계가 짐승들이 사는 어두운 숲 속 같은 것이며 난폭한 모든 사냥꾼들이 즐기는 곳 282

283 이라면, 나에게는 세계는 차라리 깊이를 알 수 없는 풍요로운 바다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색깔의 고기와 새우가 우글거리는 바다이다. 그것은 신까지도 이 바다를 상대로 낚시를 하고 투망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할 정도이다. 그 토록 풍부하게 이 세계는 크고 작은 여러 기묘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인간들의 세계, 인간들의 바다가 그렇다. 나는 지금 이 바다를 향해 황금의 낚시를 던지며 말한다. 열려라! 그대 인간의 심연이여! 열려라! 그리고 그대의 고기와 반짝이는 새우를 나에게 던져라! 나는 오늘 나의 좋 은 미끼로 인간이라는 기묘한 고기를 낚으리라! 나는 내 행복 자체를 멀고 아득한 저쪽까지 해돋이와 정오와 일몰 사이로 던진 다. 나의 행복에 낚여서 많은 사람의 물고기가 펄떡펄떡 뛰어오르는가 아닌가를 탐색하려 한다. 드디어 그들이, 나의 감춰진 날카로운 낚싯바늘을 물고 내가 있는 높이로 끌어올 려질 때까지. 그야말로 여러 색깔의 심연의 주민들이 모든 인간 낚시꾼 가운데서 도 가장 심술궂은 낚시꾼의 손에 걸려들 때까지. 말하자면 나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낚시꾼이었다. 이끌고 당기고 쳐들어 올리고 그 리고 길러 내는 낚시꾼. 일찍이 하나의 당기는 자, 골려 주는 자, 엄격한 교사로서 스스로에 대해 본래의 그대 자신이 되라! 고 설교한 것도 까닭이 없지 않았던 것이 다. 그러므로 지금은 인간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와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또 내 가 내려가야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몸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 다 해도 가야 하는 것이나, 나 자신은 아직 이런 형편으로 인간 속에 내려갈 수 없 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높은 산 위에서 책략을 쓰는 교활하고 성급 한 자도 인내하는 자도 아니고 도리어 인내까지도 잊어버리고만 사람으로서 왜 냐하면 나는 더이상 인내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나의 운명은 나에게 여유를 주었다. 운명은 나를 잊은 것일까? 아니면 운명이 283

284 란 놈이 큰 바위의 그늘에라도 앉아서 파리라도 잡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진실로 나는 나의 영원한 운명에 감사하고 있다. 그놈은 나를 치켜세운다 든가 재촉하든가 하지 않고, 장난치며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같은 날 나는 고기를 낚으러 이 높은 산에 올라올 수 있었다. 일찍이 높은 산에서 고기잡이를 한 사람이 있었던가? 가령 내가 이 높은 곳에서 의도하고 행하는 것이 어리석다 할지라도 이것이 훨씬 나은 편이다. 하계에서 엄 숙한 얼굴로 기다리다가 지쳐서 붉으락푸르락하는 것보다는. 기다림에 지쳐서 거드름을 피우며 노호하는 자, 그는 산에서 불어오는 포효하는 신성한 바람, 골짜기를 향해 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를 신의 채찍으로 매질하 리라! 하고 외쳐대기보다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러한 분노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참으로 나 에게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이들 시끄럽기 짝이 없는 커다란 북들이 성급하게 지금 발언하지 않으면 영구히 발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나의 운명은 오늘을 향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오지 않는 날을 향해서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들은 이미 인내와 시간과 초시간 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것이 꼭 올 것임에 틀림없 으며, 그것은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오기로 되어 있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란 누구인가? 우리들의 위대한 하자르 를 말한다. 우리들의 거대하고 먼 인간의 나라, 천 년의 차라투스트라의 나 라이다. 그와 같이 멀다 함은 얼마나 먼 것일까? 그것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 그렇다고 해서 그 확고함이 조금도 덜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두 발로 확고하게 이 대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영원한 대지 위에, 견고한 원시암( 原 始 岩 ) 위에, 이 가장 높고 가장 견고 한 원시 산맥 위에, 날씨가 갈라지는 분기점으로서 모든 바람은 이 원시산맥에 와 서 묻는다. 어디냐? 어디에서? 어디로? 하고. 나의 밝고 건전한 악의여! 여기서 웃어라! 그대의 번쩍이는 조롱의 홍소를 높은 산 284

285 위에서 아래로 던져 버려라! 그대의 섬광에 의해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물고기 를 낚아라! 그리고 모든 바다에 있으면서 나에게 속하는 것, 속한 모든 사물 가운데서 나 자 체, 그대는 이것마저도 나를 위해 낚아올려라!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멀리멀리 던져라. 나의 낚싯바늘이여! 가라앉아라! 가라앉아. 나의 행복의 미끼여! 그대의 가장 달콤한 이슬을 떨어뜨려다오. 나의 마음의 꿀이여! 일체의 어두운 슬 픔의 배를 물어뜯어라. 나의 낚싯바늘이여! 보라, 보라! 나의 눈이여! 오오, 얼마나 많은 바다가 나의 주위에 있는가! 또한, 밝 아 오는 인간의 미래도! 그리고 내 머리 위의 붉은 장미처럼 고요함이여! 구름 한 점 없는 침묵이여! 285

286 비명( 悲 鳴 ) 다음 날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동굴 앞에 있는 그의 돌 위에 앉아 있었다. 그동안 에 독수리와 뱀은 새로이 먹을 것을 구하려고 밖의 세계를 배회하면서 특히 새로 운 꿀을 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차라투스트라는 모아 두었던 꿀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어 버렸기 때문 이다. 그는 앉아서 손에 든 지팡이로 대지에 찍힌 자기 그림자를 그리며 생각에 잠 겨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자기 자신과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갑 자기 그는 흠칫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자기의 그림자 옆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 지 않은가! 재빨리 사방을 돌아다보며 일어나자, 보라! 그곳에는 예언자가 서 있지 않은가! 일찍이 식사에 초대해서 음식을 같이 먹은 일이 있는 그 인물, 모든 것은 같다. 무 슨 일을 하든 아무 보람도 없다. 세계는 의의를 갖지 않는다. 지식은 우리들을 질 식시킨다. 고 설교한 저 크나큰 피로의 예언자였다. 그러나 지금 보는 그의 얼굴은 변해 있었다.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눈을 유심히 쳐 다보고 있는 동안 차라투스트라의 마음은 또 한 번 놀랐다. 그처럼 많은 나쁜 예고 와 잿빛 전광이 이 사람의 얼굴을 스쳤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영혼 속에 일어난 일을 알아챈 예언자는 손으로 자기의 얼굴을 가 렸으나 그 모습이 마치 자기의 얼굴을 씻어 없애려는 것과 같았다. 차라투스트라 도 그렇게 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말없이 냉랭한 태도를 취하다가 드디어 그들은 서로 상대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악수를 했다. 잘 왔소. 하고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그대 위대한 피로의 예언자여! 일찍이 그대는 나의 식탁에 초대된 손님이었다. 오늘도 또 나와 함께 음식을 같이함이 어 떻겠는가? 그리고 욕하지 마라! 한 사람의 불평 없는 늙은이가 그대와 함께 식탁 에 앉음을! 286

287 불평 없는 늙은이라고? 하고 예언자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대가 어 떤 사람이든 어떤 사람이 아니든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이 산 위에 너무 오래 있었다. 머지않아 그대의 배는 더이상 마른 땅 위에 있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나는 육지에 있단 말인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웃으며 물었다. 그대의 산을 휩쓰는 크나큰 곤궁과 비애의 물결이 높아가고 있다. 고 예언자는 대답했다. 머지않아 그것은 그대의 작은 배를 들어 올리고 그대를 데리고 갈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대의 귀에는 아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하고 예언자는 말을 계속했다. 깊은 곳에서 와글와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말없이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는 그때 하나의 길게 외 치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골짜기는 이 소리로 메아리치고, 그것은 다시 여러 골짜 기로 울려 퍼졌다. 이 메아리를 자기 속에 간직하려는 골짜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 부르짖음은 그토록 험악하게 들리는 고함 소리였다. 그대 나쁜 예언자여! 라고 드디어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저것은 비명, 더구나 인간의 비명이다. 그것은 아마 검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것이리라. 그러나 인간의 곤궁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나를 위해서 남겨둔 나의 마지막 죄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그대는 아는가? 동정이다! 라고, 예언자는 참을 수 없어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대답했다. 오오, 차 라투스트라여! 나는 그대를 그의 마지막 죄악에 빠뜨리러 왔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부르짖음이 또 한 번 들려왔다. 더구나 전보다도 길고 불안하게 훨씬 가까이서. 들었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저 소리를 들었는가? 하고 예언자는 외쳤다. 저 외침은 그대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대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오라, 오라! 때 가 왔다. 마지막 시간이 온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당황하고 동요하여 말없이 앉아 있었다. 드디어 그는 주저하는 사 람처럼 물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나를 부르는 자는 누구인가? 287

288 그대가 알고 있지 않은가? 하고 예언자는 격하게 대답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숨기는가? 그대를 찾아 외치는 것은 보다 고귀한 인간이다! 보다 고귀한 인간이라고?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외쳤다. 그자 는 또 무엇을 원하는가? 그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고귀한 인간, 그놈은 여기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이렇게 말하는 그의 전신에는 땀이 흘렀다. 그러나 예언자는 차라투스트라의 불안에는 대꾸도 없이 줄곧 심연 쪽에 귀를 기울 였다. 그러나 그곳은 오랫동안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므로 예언자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러자 차라투스트라가 벌벌 떨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예언자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가 그곳에 서 있는 모습은 자기의 행복에 현기증을 일으킨 사람 같지가 않다. 넘어지지 않으려 거든 그대는 싫더라도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되리라! 설사 그대가 내 앞에서 온갖 곡조에 맞춰 춤춘다 할지라도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는 않으리라! 보라! 여기 최후의 즐거운 인간이 춤추고 있다. 고. 최후의 즐거운 인간을 찾아 이 산정으로 오르는 자의 노고는 헛되리라. 그자는 동 굴을 보고 또한 배후의 동굴을 보리라. 그리고 은신자의 은신처를 보리라. 그러나 행복의 갱도와 보물의 창고와 황금의 광맥은 보지 못할 것이다. 행복 묻혀 사는 사람들과 은자들에게 어떻게 행복이 있겠는가. 행복의 섬들과 보다 멀리 아득히 잊어버린 바다에서 나는 최후의 행복을 찾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모든 것은 서로 비슷하다. 아무 보람도 없는 일이며 찾아봤자 헛수고이다. 행복의 섬이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예언자는 그처럼 탄식했다.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마지막 탄식을 듣자, 다시금 명랑해지고 안심하게 되었다. 마치 깊은 동굴에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온 사람 같았다.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아니다! 하고 그는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 일은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행복의 섬들은 아직 존재한다. 그 일에 대해서는 288

289 말하지 마라! 그대 탄식하는 비애의 영혼이여! 이 같은 말은 이제 그만두어라! 그 대 오전의 비구름이여! 지금 나는 이미 그대의 슬픔에 의해 젖어 있고, 물벼락 맞 은 개 같은 꼴로 서 있지 않은가? 이제 나는 몸서리치며 그대 옆을 떠난다. 그대는 내가 몸을 말리기 위해 떠나는 것 을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대는 나를 무례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이곳은 나의 궁전이다. 그러나 그대가 말하는 것보다 고귀한 인간에 대해서는 그렇다! 곧 저 숲 속에서 찾으리라. 그의 고함은 저 속에서 나왔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그는 나쁜 짐승에게 쫓기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나의 영토 안에 있는 것이다. 나의 영토에서 그가 어떠한 해도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곳에는 나쁜 짐승이 많이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차라투스트 라는 떠나기 위해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예언자가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 라여! 그대는 악당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대는 나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차라 리 숲 속으로 뛰어들어 가서 나쁜 짐승들을 쫓아다니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대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저녁이면 또 나에게 붙잡힐 것을. 그대 신 자의 동굴 속에 나는 통나무처럼 끈질기게 그리고 육중하게 앉아서 그대를 기다 릴 것이다. 그것도 좋겠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떠나가면서 외쳤다. 나의 동굴 속에 있는 물건은 모두 손님인 그대의 것이다. 동굴 속에 꿀을 발견한다면 그것을 모두 핥아 라! 그대, 불평의 곰이여! 그렇게 해서 그대의 영혼을 달콤하게 만들라. 그러면 저녁에 는 두 사람이 좋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의 노래에 맞추어 그대는 곰의 춤을 추어라! 그대는 그것을 믿지 않는가? 머리를 흔들고 있는가? 좋다! 늙은 곰이여! 그러나 나 또한 예언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89

290 왕들과의 대화 1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산과 숲 속을 한 시간도 걷기 전에 돌연 그는 기묘한 행렬을 보았다. 그가 내려가려고 했던 바로 그 길로 두 사람의 왕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들은 왕관과 진홍빛 띠로 몸을 장식하고 홍학( 紅 鶴 )과도 같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 었으며, 짐이 실린 당나귀를 앞세우고 있었다. 이 왕들은 나의 나라에 무슨 볼 일이 있는 것일까?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중얼거 리며 재빨리 덤불 뒤로 몸을 숨겼다. 마침내 왕들이 그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을 때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기 묘한 일이다! 기묘한 일이다! 이건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두 사람의 왕이 보이는데 단 한 마리의 당나귀만 보이다니! 그때 두 왕은 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말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그런 일이 있지만, 하고 오른쪽의 왕이 말했다. 그러 나 입 밖에 내놓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자 왼쪽의 왕이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말한 자는 양치는 사람일 것이다. 또는 너무 오랫동안 바위와 나무 사이에서 살아왔던 은자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서로 접촉이 없으면 좋은 풍습도 깨어지는 법이니까. 좋은 풍습? 하고 다른 왕이 불쾌한 듯 언짢게 말했다. 대관절 우리들은 무엇을 피해 도망쳐 나왔는가? 이른바 좋은 풍습, 우리들의 상류 사회 로부터 도망쳐 온 것이 아니겠는가? 참말로 은자나 양치기와 같이 사는 편이 낫다. 우리들의 도금한 거짓으로 겉만 장 식한 천민 속에서 사느니, 비록 천민들은 스스로 상류 사회 라고 자처하고 있지 만 그뿐이랴? 그들은 스스로 귀족 이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엔 모든 것이 거짓이며 썩어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나쁜 병과 그보 다 더욱 나쁜 치료의 기술자들 탓으로 피가 썩어 있다. 오늘의 나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가장 착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자는 건강한 농민이 290

291 다. 투박하고 교활하고 완고하며 참을성 있는 농부이다. 농부가 오늘날에 있어서 는 가장 고귀한 종족이다. 농부는 오늘날 최선( 最 善 )의 자이다. 그리고 농부의 종족이야말로 주인이 되었어 야 마땅할 텐데! 그러나 지금 있는 것은 천민의 나라이다. 이제 나는 속지 않는다! 천민이란 혼합물이다. 천민이라는 혼합물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뒤섞여 있다. 성 자와 사기꾼, 귀공자와 유대인, 그리고 노아의 방주에서 나온 모든 짐승들이 뒤섞 여 있다. 좋은 풍습? 우리가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가짜이며 썩어 있다. 벌써 아무도 존경 할 줄을 모른다. 우리들은 바로 그러한 자들로부터 도망쳐 나온 것이다. 그들은 달 콤하고 뻔뻔스러운 개들이다. 그들은 종려나무 잎에다 장식을 하는 자들이다. 우리 왕 자신들의 허위적인 것에 나는 숨이 막힌다. 우리들은 낡아 퇴색한 선조들 의 화려한 복장으로 몸을 장식하고 가장 어리석고 가장 교활한 자나, 그 밖에 모든 권력을 흥정하는 패거리를 위한 메달을 잔뜩 매달고 가장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우리들은 결코 제일인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척 가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러한 기만에 우리들은 드디어 염증이 나버린 것이다. 우리들은 천민들로부터 도망쳐 왔다. 이들 모든 울부짖는 자, 붓을 잡는 파리 떼, 장사치의 냄새, 야심의 발악, 숨을 쉴 수 없는 불결한 공기로부터 도망쳐 온 것이 다. 퉤퉤! 천민 속에서 살다니! 퉤! 천민 속에서 제일인자를 뜻하다니. 아아, 구토! 구토! 구토! 우리들 왕이 무 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대의 오래된 병이 그대를 엄습하고 있구나. 하고 왼쪽의 왕이 말했다. 구역질 이 그대를 엄습한 것이다. 불쌍한 형제여! 그러나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 가가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이와 같은 이야기에 귀와 눈을 긴장시키고 있던 차라투스트라는 숨었던 자리에서 일어나 왕들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건넸다. 그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자, 기꺼이 듣고 있던 자는, 오오, 왕들이여! 차라투스트라라고 하는 사람이다. 나야말 로 일찍이 이제 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 말한 차라투스트라이다. 나를 용서 291

292 하라. 나는 그대들이 서로 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라는 말을 듣고 기뻤다. 그러나 이곳은 나의 나라이며 여기서는 나의 지배가 행해지고 있다. 그대들은 내 나라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아마 그대들은 오는 도중에 내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리라. 그것은 바로 고귀한 인간이다. 이 말을 듣자, 왕들은 가슴을 치며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들이 누구인지 간파되 고 말았구나! 그대는 칼날 같은 말로 우리들 가슴 속의 어둠을 찔렀다. 그대는 우 리들의 고민을 발견했다. 보라! 참으로 우리는 보다 현명한 자를 찾으러 나선 길이 다. 우리들은 왕이면서도, 우리보다 더욱 현명한 인간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사람 이 있는 곳으로 우리들은 이 당나귀를 끌고 간다. 왜냐하면 최고의 인간이야말로 지상에서는 가장 높은 주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운명 가운데서 가장 처참한 불행은 지상의 권력자가 아직 제1급의 인 물이 아닌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뒤틀리며 터무니없게 된 다. 하물며 권력자가 최하급의 인간이며, 인간이라기보다 오히려 짐승에 가까운 경우 에는 천민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서, 끝내는 보라! 나만이 덕이다! 고 천민의 덕이 말하게 된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왕들은 참으로 훌륭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만 황홀하여 진실로 노래를 하 나 짓고 싶어졌다. 모든 사람의 귀에는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긴 귀에 유의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자! 자! 시작하자! (그런데 이때, 당나귀가 입을 열고 말했다. 당나귀는 분명히 악의를 가지고, 아 아 라고 한 것이다.) 그 옛날 구세주의 첫해였으리라. 술 없이 취해 버린 무당이 말하기를 292

293 슬프도다. 이제 모든 것은 기울어져 가노라. 퇴폐여! 전례 없이 세계는 가라앉는다. 로마는 창녀와 사창굴이 되었고, 로마의 황제는 가축으로 변했으며, 신 자신은 유대인이 되었노라! 2 왕들은 차라투스트라의 노래를 듣고 흥겨워했다. 그러나 오른쪽의 왕이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우리들이 길을 떠나 그대를 만나게 된 것은 얼마나 잘 된 일인가! 그대의 적이 그들의 거울에 비친 그대의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그대는 거기서 악 마의 추한 얼굴로 조소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대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그대는 우리들의 귀와 마음을 그대의 잠언으로 계 속해서 찔러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드디어 말을 했던 것이다. 그의 얼굴 생김이야 어떻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우리들은 그가 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들은 새로운 전쟁의 수단으로 써 평화를 사랑하라. 그리고 오랜 평화보다도 짧은 평화를 사랑하라. 고 가르쳐 준 그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무엇이 선인가? 용감한 것이 선이다. 좋은 전쟁은 모든 것을 신성하게 하리라. 라고 이토록 호전적인 말을 일찍이 설파한 자는 아무 도 없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이와 같은 말을 듣고 우리들의 선조의 피는 우리들의 몸속 에서 용솟음쳤다. 이것이야말로 묵은 포도주에 다시 불어오는 봄바람과도 같다. 붉은 무늬를 가진 뱀 모양으로 칼이 서로 엇갈려 달릴 때 우리들의 조상은 살아 있 는 보람을 느꼈다. 모든 평화의 태양은 그들에게는 권태롭고 미적지근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오랜 평화는 치욕을 느끼게 했다. 벽에 걸려 헛되이 메마른 빛 깔을 내는 칼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조상은 얼마나 탄식했던가! 이 칼처럼 그들은 전쟁을 그리워했다. 칼이란 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물건이고, 그 욕망으로 번쩍이 293

294 는 것이다. 왕들의 이 같은 그들 조상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차라투스트 라는 그들의 정열을 비웃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앞에 있는 왕들은 분명히 늙고 우아한 모습을 지닌 매우 평화를 사랑하는 왕들이었기 때문이 다. 차라투스트라는 스스로를 자제했다. 자아, 어서! 하고 그는 말했다. 저쪽으로 길이 뻗어 있다. 그곳에 차라투스트라 의 동굴이 있다. 오늘은 평안히 하룻밤을 지내보자! 그러나 지금은 비명이 나를 부 르고 있어서 급히 그대들의 곁을 떠나야만 한다. 만일 왕들이 동굴 안에 앉아 기다려 준다면 그것은 내 동굴의 영광이다. 그러나 그 대들은 오래 기다려야 하리라!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오늘날 기다림을 배우는 데는 궁전 이상으로 좋은 곳이 있을까? 그리고 왕들에게 남겨져 있는 모든 덕은 오늘 기다릴 수 없다. 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닐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94

295 거머리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생각에 잠긴 채 더욱 깊은 곳으로 숲을 지나고 늪가의 습지를 지나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어려운 일을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에게 흔히 있듯이 그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사람의 발을 밟고 말았다. 그러자 갑자기 하나의 비명과 두 가지의 저주와 수없는 독설이 그의 얼굴에 뱉어졌다. 깜짝 놀란 그는 지팡이를 들고 짓밟힌 사람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곧 제정신으 로 돌아온 그는 마음속으로 방금 자기가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었다. 용서하라! 고 그는 짓밟힌 자에게 말했다. 밟힌 자는 화가 나서 일어나 앉아 있었 다. 용서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유를 먼저 하나 들테니 들어 보라! 먼 사물에 대해 꿈꾸고 있는 방랑자가 쓸쓸히 길을 걷다가 양지바른 곳에서 잠자 코 있는 개에게 뜻하지 않게 부딪히듯이 그리하여 양자가 일어나 서로 죽도록 위협하고 싸우듯이 이같이 우리들은 적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 일어난 것은 그런 일이다. 그러나 이 개와 이 고독한 자가 서로 사랑해서 안 될 까닭이 별로 없지 않은가. 둘 다 고독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어떠한 자이든 간에, 하고 밟힌 자는 여전히 격노해서 대꾸했다. 그대는 나를 밟았을 뿐 아니라, 그대의 비유로서도 나를 짓밟고 있다! 내가 개란 말인가? 앉았던 사람은 이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벗은 채로 있는 그의 팔을 늪에서 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늪 속의 야수를 기다리는 자처럼, 잘 알아볼 수 없게 땅 위에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대체,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놀라 외쳤다. 이 사람의 벗은 팔에는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그대에게 생겼는가! 그대 불행 한 사나이여! 어떤 사나운 짐승에게 물렸단 말인가!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노해 있었으나 웃었다. 이것이 그대와 무슨 상관 295

296 인가! 그는 이렇게 말하고 떠나려 했다. 여기는 나의 고향이다. 나의 영토이다. 묻고 싶은 자는 누구든 나에게 물어보라. 그러나 무례한 자에게는 대답하지 않겠 다. 그대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동정 어린 소리로 말했다. 그 리고 그 사람을 꽉 붙잡았다. 그대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곳은 그대의 영토가 아니라 나의 영토이다. 그리고 나의 영토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상처를 입어서는 안된다. 그대가 나를 무엇이라 부르든 상관없으나, 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나야말 로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차라투스트라이다. 자, 어서! 저 길을 오르면 나의 동굴로 통한다. 그 동굴은 멀지 않다. 그대는 내가 있는 곳에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는가? 그대 불행한 사람이여! 그대는 이 인생에서 불행한 일을 당했다. 먼저 짐승에게 물 리고, 다음으로 인간에게 짓밟혔다. 그러나 밟힌 자는 차라투스트라의 이름을 듣자 태도가 일변했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군! 하고 그는 외쳤다. 내 인생에서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차라투스트라라 는 이 한 사람과 피를 빨아 먹고 살아가는 유일한 생물인 거머리밖에 없다. 나는 거머리를 위해 이 늪 가에 어부처럼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늘어뜨린 팔 은 이미 열 군데나 물렸다. 그런데 지금 보다 더 훌륭한 거머리, 차라투스트라가 나의 피를 빨려고 나를 물어 뜯는구나! 오오, 행복이여! 오오, 기적이여! 나를 이 늪가에 꾀어낸 오늘이여, 축복 있어라!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생기 있는 흡혈 동물은 축복받아라! 위대한 양심의 거머리, 차라투스트라를 찬양하라! 밟힌 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말과 그 품위 있고 공경에 찬 태도를 기뻐했다. 그대는 누군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물으며 악수를 청했다. 우리들 사이에는 해명하고 밝혀야 할 많은 것이 있다. 더욱이 이미 맑고 맑은 날 296

297 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정신이 양심적인 자이다. 하고 밟힌 자는 대답했다. 그리고 정신의 일에 있어서는 내가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 차라투스트라를 빼놓고, 나 이상으로 엄격 하고 준엄하며 완고하게 생각하는 자는 없다. 많은 것을 반쯤 아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 르는 현인이 되기보다는 자기 힘으로 바보로 있는 편이 낫다. 나는 근본을 캐낸다. 근본이 크건 작건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그것이 늪이라 불리든 하늘이라 불리 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게는 손바닥만한 넓이의 근본만 있으면 족하다. 참으로 그것이 근본이고 토대라면! 손바닥만한 근본이라 해도, 사람은 그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진정한 지적 양심에 있어서는 크고 작은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필경 거머리의 인식자가 아닌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물었다. 그래서 그대는 거머리를 그 최후의 근본까지 규명하려 하는구나, 그대 양심적인 자여!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밟힌 자는 대답했다. 그런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큰일이다. 어찌 감히 내가 그런 일에 손을 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정통하여 잘 알고 있는 것은 거머리의 지혜이다. 그것은 나의 세계 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세계이다! 내 긍지가 여기서 내 자랑을 하는 것을 용서하 라. 나와 비교할 자가 여기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나의 고향이다. 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유일한 일, 거머리의 지혜를 탐구해 왔는가! 빠져나가기 쉬운 진리가 여기서 나의 손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곳은 나의 영토인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다른 모든 일을 내팽개쳐 버렸다. 그 때문에 다른 모든 일은, 모 두 아무렇게나 되어도 상관없다. 이리하여 나의 지식 바로 곁에 나의 검은 무지가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297

298 나의 정신의 양심은 내가 한 가지만을 알고, 그 밖의 모든 것을 모를 것을 나에게 요구한다. 모든 불완전한 정신들, 모든 애매한 것들, 들떠 있는 것, 망상적인 자들 은 나에게 구역질을 자아내게 한다. 나의 정직이 끝나는 곳에서 나는 장님이다. 또한, 장님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가 알기를 바라는 곳에서는 나는 정직한 것을 바란다. 즉 가혹하고 엄격하며 거북하 고 잔인하고 가차없는 것을 바란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일찍이 그대가 정신이란 생명 그것에 파고드는 삶이다. 고 말한 것, 그것이 나를 그대의 교리로 인도하고 유혹했던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나 는 나의 피로써 지식을 증가시켰다! 보는 바와 같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왜냐하면 양심적인 자의 드러내 놓은 팔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 다. 그도 그럴 것이 열 마리의 거머리가 그의 팔에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오오, 그대, 기특한 친구여! 이 광명이 즉, 그대 자신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가르쳐 주는지 모른다! 아마 나는 그대의 엄숙한 귀에 모든 것을 들려주지는 못하 리라. 자, 그럼 여기서 헤어지자! 그러나 그대와 다시 만나고 싶다. 저 길을 올라가 면 나의 동굴로 통한다. 오늘 밤은 그곳에서 나의 친애하는 손님이 되어 달라! 차라투스트라가 그대를 밟았으므로 나는 그대의 육체에 보상하고자 한다. 나는 이 것을 근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명이 나를 부르고 있어서 바삐 가보지 않으 면 안 되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98

299 마술사 1 그러나 차라투스트라가 어느 바위를 돌았을 때, 같은 길 아래쪽에서 한 인간이 미 친 듯이 사지를 뒤흔들다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잠깐! 하고 차라투스 트라는 그때 마음속으로 외쳤다. 저기 있는 사람이 아마 보다 현명한 인간임이 틀 림없다. 그에게서 그 무서운 비명이 나왔을 것이다. 아직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리라! 그런데 그곳에 가 보니 한 노인이 눈을 부릅뜨고 떨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가 노 인을 부축해 일으키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불행한 사람은 자기 옆에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모든 세계로부터 버려진 사람, 고 독한 사람처럼 가련한 몸짓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실컷 떨고 경련을 일으키고 몸을 구부리던 끝에, 드디어 그는 다음과 같이 탄식하기 시작했 다. 내 몸을 녹이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뜨거운 손길을 다오! 마음의 화톳불을 다오! 나는 벌벌 떨며 쓰러져 있노라. 발을 녹여 줘야 할 반시체처럼 아아! 알 수 없는 신열에 떨며, 뾰족한 얼음의 화살로 몸서리치며, 사상이여! 나는 그대로부터 쫓기노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자여! 복면한 자여! 무서운 자여! 그대, 구름 뒤의 사냥꾼이여! 나를 어둠 속에서 노려보는 경멸의 눈동자여! 그대의 벼락에 맞아, 이렇게 나는 누워서 몸을 움츠린 채 몸부림친다. 299

300 모든 영원의 고문에 시달리고, 그대의 화살에 맞아 쓰러진다. 잔인한 사냥꾼이여! 그대 미지의 신이여! 쏘아라! 보다 깊숙이. 쏘아라! 다시 한 번. 이 가슴을 찌르고 찢어라! 무딘 화살로 괴롭히는 이 고문은 무엇 때문인가? 왜 그대는 다시금 보는가, 인간의 괴로움에 지치지도 않고 심술궂은 신처럼 번개의 눈으로, 그대는 죽이려 하지 않고, 오직 괴롭히고 학대할 따름인가? 왜 나를 괴롭히려 하는가? 그대 상처 입히기 좋아하는 미지의 신이여! 아아! 그대는 남몰래 기어드는가? 이같이 캄캄한 밤에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말하라! 그대는 나를 윽박지르고 위협하누나 아아! 이제 너무도 가깝도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그대는 나의 숨결을 듣고, 나의 심장의 고동에 귀를 기울인다. 그대, 시샘이 많은 자여! 무엇을 시샘하는가? 물러가라! 물러가라! 무엇을 위한 사닥다리인가? 300

301 그대는 들어가려 하는가? 나의 심중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내 신비스러운 사상 속으로. 뻔뻔스러운 자여! 미지의 도적이여! 그대는 무엇을 훔쳐내려 하는가? 그대는 무엇을 엿들으려 하는가? 그대는 무엇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가? 그대 책망하고 괴롭히는 자여! 그대, 교수( 絞 首 )하는 신이여! 아니면 개처럼 그대 앞에서 뒹굴라는 것인가? 몸을 바치고, 감격에 나를 잊고, 그대에게 애정의 꼬리라도 흔들란 말인가! 부질없구나! 더욱 찔러라! 말할 수 없이 잔혹한 가시여! 아니! 그는 개가 아니라 그저 그대의 수확물이다. 잔인한 사냥꾼이여! 그대, 구름 뒤의 도적이여! 나는 그대의 가장 자랑스러운 포로이다. 자, 말하라! 날치기여!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그대 번갯불로 휩싸인 자여! 미지의 사람이여! 말하라!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미지의 신이여! 뭐라고? 보상금? 얼마나 많은 보상금이 필요한가? 301

302 많이 요구하라 나의 긍지는 이같이 권고하노라! 간단하게 말하라 그렇게 권하는 것은 나의 또 하나의 긍지이다! 아아! 그대는 나를 바라는가? 바로 나를? 나를 나의 전부를 아아! 어리석은 자여! 그러고도 그대는 나를 가책하려는가? 나의 긍지를 가책하려는가? 나에게 사랑을 달라! 내 몸을 녹이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뜨거운 손을 달라! 마음의 화톳불을 달라! 나 고독한 자에게 다시금 얼음을 달라! 아아, 일곱 번 겹쳐 언 얼음이, 적이라 해도 적을 갈망하도록 가르치노라. 주려무나! 나에게 주려무나! 나에게 그대를! 멀리! 그는 사라졌노라. 나의 마지막 유일한 벗, 나 위대한 적, 나의 미지자( 未 知 者 ), 나의 교수하는 신은! 아니! 돌아오라. 그대의 모든 잔인함과 더불어! 모든 고독한 자 가운데서 최후의 한 사람으로! 302

303 오오, 돌아와 주렴! 모든 나의 눈물은 냇물을 이루어 그대 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마음의 불길은 그대를 위해서 불타오른다! 오오, 돌아오라! 나의 미지의 신이여! 나의 고통이여! 나의 마지막 행복이여! 2 그러나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더 참지 못하고 지팡이로 탄식하고 있는 자를 힘껏 내리쳤다. 참아라! 하고 그는 노기에 찬 조소를 띠며 노인에게 외쳤다. 참아라! 그대여! 위 선자여! 기만자여! 나는 그대를 잘 알고 있다! 실컷 그대의 발을 태우리라. 그대 고 약한 마술사여! 그대 같은 자를 두들겨 패고 불로 지지는 일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놓아라! 하고 노인은 말하고 땅에서 펄쩍 뛰어 일어났다. 이제 그만 때려라! 오 오, 차라투스트라여! 내가 그런 일을 한 것도 단지 이곳에서뿐이다! 그 정도의 일 은 나의 재주의 하나이다. 그것을 그대에게 시험 삼아 해 보았으나, 그대는 내 정 체를 잘 알아냈다. 그러나 그대도 또한 나에게 작은 시험을 시도했다. 그대는 엄격한 사람이었다. 현 명한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그대의 진리를 가지고 준엄하게 나를 때렸다. 그대의 지팡이는 나로 하여금 이 진실을 토하게 했다! 아첨하지 마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여전히 노한 채 험한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 했다. 그대 지독한 광대여! 그대는 거짓투성이이다. 그대가 진실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 공작( 孔 雀 ) 중의 공작이여! 그대 허영의 바다여! 괘씸한 마술사여! 그대가 그 303

304 런 모습으로 탄식했을 때, 그대는 무엇을 나에게 연기했으며, 나는 어떤 자를 보았 다고 생각해야 했겠는가? 정신의 참회자이다. 라고 노인은 말했다. 그것을 나는 연기했다. 이 말은 일찍 이 그대 자신이 지어낸 것이다. 또한, 마침내 그 정신의 예봉( 說 鋒 )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대게 된 시인과 마술사, 자기의 나쁜 지식과 나쁜 양심 때문에 얼어 죽은 변신자를 연출한 것이다. 이것만은 시인하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가 나의 연기의 거짓을 발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그대가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 주었을 때 그대 1 는 나의 곤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대의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은 세상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았던 일이 너무도 적었다! 고. 여기까지 내가 그대를 속일 수 있었다는 것, 그것 때문에 나의 악의는 내심으로 기뻐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세련된 사람들까지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차라투스트 라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기만자를 경계하지는 않는다. 경계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그대는 속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언제나 두 가지, 세 가지, 네 가지, 다섯 가지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대가 방금 고백한 일도, 나에게 있어서는 진실이라 하기에는 멀고, 전혀 거짓말이라 할 수도 없다! 그대 고약한 위선자여! 그대가 어떻게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의사 의 진찰을 받을 때도 스스로를 감추고 오히려 병을 가장하리라. 내가 그런 일을 한 것도 단지 연기에 불과했다! 고 그대가 말했을 때, 그대는 진정 내 앞에서 그대 의 거짓을 분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희롱의 연기 속에 약간의 본심은 있었다. 그 대는 약간은 정신의 참회자이기도 했다! 나는 그대의 마음을 똑똑히 읽을 수 있다. 그대는 만인에게 마술을 거는 마술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대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책략도 쓸 여지가 없다. 그 대 자신은 그대의 마술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1 가장 양심적인 자를 가리킴. 304

305 그대는 구토를 수확했다. 그것이 그대의 유일한 진실이다. 그대에게 있어서는 이 미 어떠한 유일한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대의 입, 즉 그대의 입 언저리에 붙은 구토만은 진정한 것이다.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여기서 늙은 마술사는 반항적인 소리로 외쳤다. 오늘날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인간인, 나를 향해서 감히 누가 버릇없는 말을 하 는 것인가? 그때 그는 새파란 번개와 같은 눈초리로 차라투스트라를 쏘아보았다. 오오, 차라 투스트라여! 나는 그만 싫증이 났다. 나의 연기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위대하지 않다. 무엇 때문에 내가 가장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대도 잘 알다시피 나는 위대 함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위대한 인간을 연기해 보이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해 왔 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나의 힘에 겨웠다. 이 거짓말에 의해 나는 파멸 당하는 것 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거짓이다. 그러나 내가 파멸 당 했다는 것, 이것은 진실이다! 그것은 그대를 높이는 일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눈을 내리깔고 침울하게 말 했다. 그대가 위대한 것을 찾고 있었다는 것은 그대를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그 것은 또 그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대는 위대하지는 못하다. 그대, 고약한 늙은 마술사여! 그대가 스스로 싫증이 나서 나는 위대하지 못하다. 고 말한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대에게 있어서 존경하는 그대의 최선의 것, 그대 의 가장 정직한 점이다. 그 점에 있어서 나는 그대를 정신의 참회자로서 존경한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잠 깐 동안의 일에 불과했다고 해도, 그 일순간에 있어서 그대는 정직했다. 그러나 말하라! 그대는 나의 숲과 바위 속에서 무엇을 구하려 했던가? 그리고 내 가 가는 길에 누워 있었을 때,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시험하려 했던가?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은 번쩍였다. 늙은 마술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대를 유혹했다고? 나는 단지 찾고 있었 305

306 을 뿐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진정한 사람을 찾고 있다! 올바르고 순결하며 단순하 고 정직한 사람을 찾고 있다! 모든 정직을 지닌 인간, 지혜의 그릇, 인식의 성자, 이와 같이 위대한 한 인간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대는 그것을 모르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차라투스트라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는 스스로 깊 은 생각에 잠겨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이윽고 상대방에게 몸을 돌려 마술사의 손을 잡고, 정중하지만 교묘한 태 도로 말했다. 자! 저 길을 오르면 그 앞이 나의 동굴이다. 그 동굴에서 그대가 찾 고 싶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의 짐승들과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그들은 그대가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나의 동굴은 크다. 물론 나 자신은 스스로 아직 위대한 인간을 보지 못했다. 진실로 위대한 것, 그것 을 보기에는 오늘날에는, 아무리 세련된 사람의 눈도 무디다 할 수 있다. 지금은 천민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과장하고 자부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다. 그러면 민중은 외쳤던 것이다. 보라! 저기 위대한 인간이 있다! 고. 그러나 모든 풀무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국에는 바람만 빠져 버릴 뿐이다. 너무 오래 부풀어 있던 개구리는 마침내 터지고 만다. 그리하여 바람이 빠진다. 부풀어 있는 놈의 배를 찌르는 일, 이 일은 심심풀이로는 재미있다. 들어 두게나, 그대들 소년이여! 2 오늘날은 천민의 것이다. 무엇이 위대하며, 무엇이 왜소한가, 이것을 아는 자가 어 디 있으랴! 그런 곳에서 누가 운 좋게 위대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바보뿐이다. 바보만이 운 좋게 만나는 것이다. 그대는 위대한 인간을 찾고 있는가? 그대 기묘한 바보여! 누가 그런 것을 그대에 2 예수의 모방이라는 뜻도 되며,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낡은 것을 되풀이 하려는 소극적인 태 도를 뜻하기도 함. 306

307 게 가르쳤는가? 지금이 그런 일을 할 때인가? 오오, 그대 괘씸한 탐구자여! 어째 서 그대는 나를 시험했던가? 한층 안정된 마음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의 길을 재촉했다. 307

308 실직자 차라투스트라는 마술사를 피해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또다시 자기 앞길에 누 군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키가 큰 남자로서, 말라 빠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남자는 차라투스트라의 마음을 몹시 상하게 했다. 슬프게도 라고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저기 앉아 있는 것은 가장한 비애 이다. 성직자의 족속으로 보인다. 그는 나의 영토에서 무엇을 구하고 있는가? 괴이한 일이다. 겨우 저 마술사를 피해 왔는데 또 다른 마술사를 만날 줄이야 안수( 按 手 )를 받은 자, 자신의 은총에 의해 괴상한 기적을 행하는 자, 성유( 聖 油 ) 를 바른 세계 비방자인가. 어느 것이든 간에 악마에게 붙들려 갔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악마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던 적이 없다. 놈은 언제나 지각을 한다. 이 고 약한 절름발이 난쟁이는! 차라투스트라는 참을 수 없어서 이와 같이 마음속으로 저주하고, 어떻게 하면 보고도 못 본 체하며,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라!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순간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미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만 난 사람처럼 뛰어 일어나서, 차라투스트라를 향해 달려왔다. 길가는 나그네여! 그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하고 그는 말했다. 길을 잃고 찾 아 헤매는 이 늙은이를 도와 달라! 여기서는 피해를 입을 것 같다! 이 근처의 세계는 나에게 낯선 곳이며, 인연이 먼 세계이다. 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그러나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최후의 경건한 인간이다. 성자이며, 세상을 버린 사람이며, 오늘날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일을 단지 혼자서 숲 속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들은 바 없는 사람인 것이다. 대체 오늘날 전 세계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물었다. 예를 들면 일찍이 전 세계가 믿고 있던 낡은 신이 이미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인가? 308

309 그대의 말대로이다. 하고 노인은 슬픈듯이 대답했다. 나는 이 낡은 신에게 그 최후의 시간까지 봉사했던 몸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실직하고 말았다. 주인은 없 으나, 그렇다고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추억하는 일 말고는 잠시도 즐겁지 않다. 내가 이 산에 올라온 까닭은 늙어 버린 교황이자 늙어 버린 교부인 나에게 어울리 는 제전을 다시 한번 올려보기 위함이다. 나는 최후의 교황이었다! 경건한 추억과 예배의 제전을 올리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 그자는 이 세상에 없다. 말할 수 없이 경건하던 그 남자, 끊임없이 노 래하고 웅얼거리며 그의 신을 찬미하던 숲 속의 그 성자는 죽고 만 것이다. 내가 그의 오두막집을 찾았을 때, 이미 그 사람은 볼 수 없었고, 다만 두 마리의 늑대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여 울고 있었다. 모든 짐승들이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 다. 그래서 나는 도망쳐 왔다. 그렇다면 내가 이 숲과 산속에 찾아온 것도 헛수고인가? 그때 나의 마음은 결단을 내렸다. 딴 남자를 찾자! 신을 믿지 않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경건한 자를 즉 차라투스트라를 찾자!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기 앞 에 서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는 늙은 교황의 손을 잡고 감탄 하면서 한참 동안 그 손을 바라보았다. 존경할 만한 자여! 보라! 하고 그는 말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긴 손인가! 이 것이야말로 항상 축복을 나누어 준 바로 그 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손은 그대가 찾고 있었던 사람, 나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고 있다. 나야말로 신을 무시하는 차라투스트라이다. 나보다 더 신을 무시하는 자가 누구 냐? 있다면 그 사람의 가르침을 받자. 고 말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렇게 차라 투스트라는 말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늙은 교황이 생각하는 바와 저의를 꿰뚫어 보았다. 이윽고 늙은 교황이 말했다. 신을 가장 많이 사랑하고 믿었던 만큼, 또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 보라! 아마 우리 두 사람 중에 보다 많은 신을 잃은 자는 나일 것이다. 나의 이 크나큰 슬픔이여! 309

310 그대는 신에게 마지막까지 봉사했다고 하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오랜 침묵 끝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이 어떻게 죽었는가를 알고 있는가? 고뇌를 같이하는 동정이 그의 숨을 거두게 했다고 세상에서는 말하고 있으나, 그것이 진실인가? 신이 인간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을 보고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 진실인가? 인 간에게 보내는 사랑이 신의 지옥이 되었으며 결국에는 신의 죽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진실인가? 그러나 늙은 교황은 대답하지 않고, 괴로움에 찬 슬픈 표정을 지으며 외면했다. 그(신)를 붙잡지 마라! 차라투스트라는 오랜 생각 끝에 여전히 노인의 눈을 똑바 로 보면서 말했다. 그를 붙잡지 마라! 그는 가 버렸다. 그대가 이 죽은 자에 대해 서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그대를 높이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 었던가 또는 그가 어떤 기묘한 길을 걸어왔던가를 그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잘 알 고 있다. 세 개의 눈 사이에서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하고 늙은 교황은 밝은 낯으로 말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애꾸였다. 신에 대한 것은 내가 차라투스트라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의 사랑은 오랜 세월 그에게 봉사했다. 나의 의지는 항상 그의 의지를 좇았다. 그러나 나는 주인이 스스로에게 감추는 모 든 것을 혹은 더욱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비밀이 많은 숨은 신이었다. 진실로 아들을 낳기 위해 그는 비밀 통로로 은밀 하게 왔던 것이다. 그의 신앙의 문턱에는 간음이 있다. 그를 사랑의 신이라고 찬미하는 자는, 사랑 그 자체에 대해 생각이 부족한 자이다. 이 신은 또한 심판자이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그러나 사랑하는 자는 복수와 보복 의 피안에서 사랑하는 자이어야 한다. 그가 젊었을 시절, 동방에서 왔던 그 신이 아직 젊었을 때 그는 엄격했고 복수심이 강했다. 그리고 자기의 총아( 寵 兒 )를 즐겁게 하기 위해 지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드디어 그도 늙어서 나약해지고 동정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보다 할아 버지를 닮아 갔다. 그러나 가장 많이 닮은 것은 비틀거리는 늙은 할머니였다. 310

311 그리고 그는 풀이 죽어 난롯가에 앉아 있었다. 세계에 지치고 의지에 권태를 느껴 자신의 나약한 발을 탄식하며 슬퍼했다. 이리하여 어느 날 너무도 벅찬 자기 연민 으로 인해 질식했다. 그대 늙은 교황이여! 하고 이때 차라투스트라가 말참견을 했다. 그대는 그것을 눈으로 보았는가? 참으로 신은 그렇게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한 그렇지 않 았을지도 모른다. 신들이 죽는 경우에는 언제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 는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그랬건 안 그랬건 간에 이미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나의 귀 와 눈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더 이상 더 나쁜 점을 말하지 않기로 하겠 다. 명백하게 보고,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대도 잘 알다시피, 늙은 교황이여! 그에게는 그대와 같은 점이 있었다. 즉 성직자와 비 슷한 점이 있었다. 그는 다채로웠다. 그는 또한 애매했다. 그는 그를 그릇되게 이해했다고 얼마나 노여움을 폭발시켰던 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보다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만일 그것이 우리의 귀 탓이라면, 왜 그는 우리들에게 그의 말을 그릇되게 듣는 귀를 주었단 말인가? 우리들의 귀에 진흙이 들어 있었다면, 이것을 집어넣은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 도공은 수련이 부족해서 너무도 많은 졸작을 만들었다. 그는 항아리와 그릇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에 항아리와 그릇에 대해 복수를 했다. 이것이 곧 좋은 취향에 대한 하나의 죄악이었다. 신을 공경하는 데에도 좋은 취향이라는 것은 있다. 드디어 이 취향이 말했다. 이 따위 신은 축출하라! 오히려 신이기를 포기하라! 차라리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 하라! 오히려 어리석은 자가 되라! 차라리 신이 아니기를! 하고. 참으로 희한한 말을 들었다! 하고 늙은 교황은 귀를 탄식하며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그대가 믿고 있는 이상으로 더 경건하다. 그처럼 무신앙 인이면서 그대 안에 있는 어떤 신이 그대를 개종시켜 그대 나름의 무신앙으로 이 311

312 끌어 갔는가? 그대로 하여금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한 것은 그대의 경신( 敬 神 )이 아닌가? 그리 고 그대의 비할 바 없이 큰 정직함은 그대를 다시 선악의 피안으로 데려가고 말 것 이다! 보라! 그대를 위해 아직도 남겨진 것이 있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눈과 손과 입은 영원한 옛날부터 축복을 내리도록 미리 정해져 있다. 축복은 손만 가지고 내려지 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비록 무신론자이기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대 옆에 가까이 있으면 오랜 축복의 신비롭고 신성한 맑은 방향을 맡는다. 그래서 나는 유쾌하고 또 한편 슬퍼진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단 하룻밤이라도 좋으니, 나를 그대의 손님이 되게 해 달 라! 지금은 이 세상에서 그대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다. 아멘, 그렇게 합시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단히 놀라며 말했다. 저 길을 오 르면 나의 동굴로 통한다. 저 길로, 나의 존경하는 자여! 나는 모든 경건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그대를 동반하리라. 그러나 지 금은 비명이 나를 부르고 있어서, 서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영토에서 아무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나의 동굴은 좋은 항구이다. 나는 슬퍼하는 모든 사람이 다시금 육지에 서서 튼튼하게 걸어 다닐 수 있기를 염원하 고 있다. 그러나 그대의 우수를 누가 덜어 줄 것인가? 그것을 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약하 다. 진실로 누가 와서, 그대를 위해 그대의 신을 다시금 눈뜨게 할 때까지, 우리들 은 오래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낡은 신은 이미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히 죽어 버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12

313 가장 추악한 인간 그리하여 다시금 차라투스트라의 발길은 산을 넘고 숲을 지나 달려갔다. 그의 눈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그의 눈이 보려 했던 곤경 속 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항상 마음속에는 기쁨이 넘쳤고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오늘이라는 날은 시작 이 나빴던 대신에 얼마나 좋은 일들을 나에게 주었던가! 나는 얼마나 기묘한 이야 기 상대들을 발견했던가? 나는 그들의 말을 좋은 곡식을 씹는 것처럼 천천히 씹으려 한다. 그것이 젖처럼 되 어서 나의 영혼 속에 흘러들어 올 때까지 나의 이는 그것을 잘게 깨물고 으깨지 않 으면 안 되리라! 그러나 길이 다시금 어떤 바위를 돌았을 때 갑자기 풍경이 일변했다. 그리고 차라 투스트라는 죽음의 나라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검붉은 절벽이 솟아 있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모든 짐승들이 맹수라 할지라도 피하는 골짜기였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추하고 굵고 푸른색의 뱀이 늙으면 죽기 위해 이곳에 올 뿐이었다. 그래서 목자들은 이 골짜기 를 뱀의 죽음 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암울한 회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이 골짜기에 와 본 것 같 이 생각되었다. 그리고 많은 무거운 것들이 그의 마음을 엄습해 왔다. 그의 걸음은 더욱더 느려지고, 마침내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때 그는 길가에 무엇인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사람 같은 모습이기는 했으나, 거의 사람처럼 보이 지는 않았고,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그와 같 은 것을 눈으로 보았다는 크나큰 수치심이 차라투스트라를 엄습했다. 백발까지도 붉어지도록 얼굴을 붉히고, 이 더러운 것을 피하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때 죽음의 황야가 소리를 질렀다. 목구멍이 뒤끓는 것 같은 소리가 대지에서 솟아오 른 것이다. 그것은 마치 밤에 막혀 있는 수관( 水 管 ) 속을 물이 졸졸 흐르는 것 같았 다. 그것이 마침내 인간의 소리가 되고, 인간의 말로 변했다. 313

314 그것은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여! 차라투스트라여! 나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말하라! 말하라! 목격자에 대한 복수를 무엇이라 하는가? 나는 그대를 유혹하련다. 여기 있는 것은 미끄러운 얼음이다. 조심하라! 조심하라! 그대의 긍지가 여기서 발을 꺾이지 않도록! 그대는 현명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대 자부하는 차라투스트라여! 그러면 이 수 수께끼를 풀라! 굳은 호두를 까는 자여! 수수께끼, 그것은 나이다. 그러면 말해보 라! 나는 누군가! 차라투스트라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대들은 그의 영혼에 어떤 일이 일어났 으리라고 생각하는가? 동정심이 그를 엄습한 것이다. 그는 갑자기 쓰러졌다. 오랫동안 많은 벌목자들 에게 저항해 오던 참나무가 쿵 하고 갑자기 넘어져서, 그것을 넘어뜨리려고 애쓰 던 사람들 자신을 도리어 놀라게 하듯이. 그러나 이미 그는 땅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의 얼굴빛은 냉엄했다.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하고 그는 청동 같은 소리로 외쳤다. 그대 는 신의 살해자이다. 나를 가게 해 달라. 그대는 그대를 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 었을 것이다. 그대, 가장 추한 인간이여! 그대는 이 목격자에게 복수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떠나려 했다. 그러나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이 사람은 차라투스트라의 옷자락을 붙잡고, 멈춰라! 하고 말했다. 멈춰라! 지나가지 마라! 어떠한 도끼가 그대를 땅 위에 쓰러뜨렸는지 나는 짐작하 고 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 었다! 그대는 저 신의 살해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멈춰라! 내 곁에 앉아 있어라. 그것 은 결코 부질없는 짓이 아니다. 그대를 빼놓고 내가 누구의 곁으로 갈 것인가? 여기 앉아라! 그리고 나를 의심하 지 마라! 이렇게 나의 추함을 공경하라! 모두가 나를 쫓고 있다. 그대는 나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그들은 증오 때문에 쫓는 314

315 것이 아니며 그들의 포리( 捕 吏 )를 시켜 나를 박해하는 것도 아니다. 오오, 그 따위 박해라면, 나는 그것을 조소하고 자랑하고, 또 즐겼을 것이다. 모든 성공은 이제까지 쫓기던 사람들한테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많이 쫓는 사람은 쉽사리 추종하는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미 다른 사람들의 뒤 를 쫓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은 그들의 동정때문이었다. 그들의 동정이야말로 내가 그로부터 피해서 그대 곁으로 도망친 원인이다. 오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를 보호해 달라. 나의 마지막 피난처여! 나의 마음을 간파 한 유일한 사람이여! 그를 죽인 자의 마음을 그대는 알고 있다. 머물러 있어 달라! 그래도 가겠다면, 그대 성급한 사람이여! 내가 온 길을 가지 마라. 그 길은 나쁜 길이다. 내가 너무 오래 지껄인 데 대해 그대는 역정을 내고 있는가? 그대에게 충고까지 한 일을 그대는 못마땅하게 여기는가? 그러나 들어라! 나야말로 가장 추한 인간이 다. 그리고 나는 또한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발도 있다. 나는 모든 길을 밟고 죽여 버린다. 나는 그대가 말없이 내 옆을 지나간 것을 보았다. 또한, 그대의 얼굴이 붉어진 것 도 보았다. 이로써 나는 그대가 차라투스트라임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에게 동정의 시선과 말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받을 만큼 나는 가난 하지는 않다. 그 점을 그대는 올바르게 본 것이다. 그런 것을 받기에는 나는 너무 풍족하다. 위대한 것, 무서운 것, 가장 추악한 것,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것 등으로 나는 풍족한 것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 대의 수치는 나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동정자의 무리로부터 나는 겨우 탈출해 왔다. 이것은 즉, 내가 오늘날 동정은 염 치없는 것이다. 라고 가르친 유일한 사람 그대를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그대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신의 동정이건 인간의 동정이건 간에 그것은 수치와 반대되는 것이다. 구제하려 하지 않는 것이 구제하려 달려오는 덕보다도 한층 고귀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315

316 그러한 동정은 비소한 인간들에 의해서 덕이라 불린다. 위대한 불행, 위대한 추 악, 위대한 실패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런 경외심도 가지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모든 자를 너머 멀리 바라본다. 마치 개가 운집한 양 떼의 등을 넘어 서 바라보듯이. 그들은 좋은 털과 고운 마음을 지닌 비소한 회색의 무리인 것이다. 마치 해오라기가 머리를 곤두세우고 깔보면서 얕은 못을 넘겨보듯이, 나는 회색의 잔물결과 의지와 영혼을 넘겨다본다. 그들, 이 비소한 군중들의 말을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인정해 왔다. 이리하여 인 간들은 드디어 권력까지도 그들에게 준 것이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가르친다. 비소한 인간들이 선이라 부르는 것만이 선이다. 라고. 오늘날 진리 라고 불리는 것은 비소한 무리 출신인 저 설교자가 말한 것을 가리킨 다. 저 기묘한 성자, 비소한 무리의 대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증언했다. 내가 진 리이다. 라고. 이 불손한 인간은 오랫동안 비소한 무리들을 오만하게 했다. 내가 진리이다. 라 고 자칭하여 적지 않은 오류를 가르쳤다. 불손한 자로서 일찍이 이 이상 정중한 말을 한 일이 있었을까? 오오, 차라투스트 라여! 그대는 그의 곁을 지나치면서,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아니다! 하고 그의 오 류에 대해 경고했다. 그대는 동정에 대해 경고한 최초의 인간이다. 모든 인간을 향한 것도 아니고, 또 한 특정한 인간을 향한 것도 아니며, 그대와 비슷한 사람들을 향해서. 그대는 위대한 고뇌자의 수치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리고 진실로, 동정으로부 터 큰 구름이 나타날 것이다. 주의하라! 그대들 인간이여! 하고 그대가 말할 때. 또 모든 창조자는 냉혹하다. 모든 위대한 사랑은 그들의 동정을 넘어서는 데 있 다. 고 그대가 가르칠 때,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얼마나 잘 이 뇌우의 징조 를 예감했던가! 그러나 그대 자신은 차라투스트라 그대 자신을 향해서 경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 대의 동정에 걸려들지 않도록! 왜냐하면 많은 자들이 그대에게 오고 있기 때문이 다. 괴로워하는 자, 의심하는 자, 절망하는 자, 물에 빠진 자, 얼어 죽어 가는 자들 316

317 이 나는 그대를 향해 나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대는 나의 최선이며 최악의 수수 께끼를 풀었다. 나 자신과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을 풀어 맞추었다. 나는 그대를 넘 어뜨릴 도끼를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신은 죽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모든 것을 보는 눈으로써 보았다. 그는 인간의 깊이와 근저, 인간의 모든 감추어져 있는 오욕과 추한 것을 본 것이 다. 그의 동정은 수치를 몰랐다. 그는 나의 가장 더러운 구석에까지 숨어들었다. 이 가 장 호기심이 강한 자, 지나치게 참견하는 자, 과분하게 동정이 많았던 자는 죽어야 만 했다. 그는 항상 나를 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목격자에게 나는 복수를 계획했다. 그렇 지 않으면 내가 살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본 인간까지도 보아온 신은 죽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같은 목격자가 살아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추악한 인간은 이와 같이 말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몸을 일으켜서 떠나려고 했다. 추위가 내장에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대, 형용할 수 없는 자여!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대는 나에게 그대 의 길을 걷지 말라고 경고해 주었다. 그 답례로 나는 그대에게 나의 길을 찬양하리 라. 보라! 저쪽 언덕길 끝에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이 있다. 나의 동굴은 크고 깊으며, 많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숨으려는 자는 그곳에서 얼마 든지 숨을 곳을 찾으리라. 그리고 동굴 바로 옆에는 기어 다니는 짐승도, 펄럭거리 며 날아다니는 짐승도, 뛰어다니는 짐승도 들어갈 수 있도록 수백 개의 구멍과 비 밀 통로가 있다. 스스로를 추방한, 그대, 추방한 자여! 그대는 인간과 인간의 동정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단 말인가? 좋다. 그렇다면 내가 행하는 대로 따르라! 그렇게 하면 그대는 나에게서 배우는 셈이 된다. 실천에 옮기는 자만이 배우는 것 이다. 우선, 나의 짐승들과 이야기하라! 가장 긍지 높은 짐승과 가장 현명한 짐승 그들 317

318 이야말로 우리들 두 사람에게 좋은 충고자가 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그의 길을 걸어갔다. 전보다도 더욱 천천히, 깊은 생각에 잠겨서. 왜냐하면 그는 많은 것을 자기 자신에게 물었으나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련함이여! 하고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추악하고, 얼마나 괴로운 한숨을 쉬며, 얼마나 숨겨진 수치에 가득 차 있는가! 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아아, 이 자기애( 自 己 愛 )란 얼 마나 위대해야 하는가! 그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 경멸을 품고 있는가! 저기 있었던 인간도 자신을 경멸하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그는 위대하게 사 랑하는 자이며, 위대하게 경멸하는 자이다. 자신을 저토록 경멸하는 자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것도 또 하나의 진 보이다. 아아, 어쩌면 그자야말로 내가 그 비명을 들었던, 보다 고귀한 인간이었던 것이 아닐까? 위대한 경멸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런데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인 것 이다. 318

319 자발적인 거지 차라투스트라는 가장 추악한 인간을 떠났을 때, 춥고 외로움을 느꼈다. 엄청난 추 위와 적막이 마음속에 젖어들었으므로 손발이 시려 온 것이다. 오르고 내리고 앞 으로 앞으로 걸어갔으며, 때로는 푸른 초원을 지나고, 또 일찍이 급류가 잦아들어 지금은 잠들고 있는 것 같은 황량한 돌 바닥을 걷기도 하는 동안, 그의 마음은 다 시금 뜨거운 생각에 젖어들었다. 웬일일까? 하고 그는 스스로 물었다. 무엇인가 따뜻하고 생생한 것이 나의 기분 을 상쾌하게 한다. 나는 이미 고독한 경지를 넘어선 것인가? 알지 못하는 반려와 형제들이 내 주위를 감돌고, 그들의 따뜻한 입김이 내 영혼에 느껴지는구나. 그러나 그가 주위를 둘러보고 그의 고독을 위로해 주는 자를 찾았을 때, 보라! 그 곳에는 한 무리의 암소가 언덕 위에 늘어서 있었다. 그들에게 가까이 있었다는 것 과 냄새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암소들은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듯 차라투스트라가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가 바싹 그 옆에 가보니, 암소 들의 무리 가운데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의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그리고 모 든 암소들은 이야기하는 사람 쪽으로 그 머리들을 돌리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급히 뛰어들어 암소들을 헤치고 나갔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사고 를 당해 암소들의 동정으로는 구할 수 없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잘못된 짐작이었다. 보라! 그곳에는 한 사람의 인간이 대지 위에 앉아 서 자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암소들에게 설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 은 진실로 평화로운 인간, 산 위의 설교자였으며, 그의 눈만 보아도 바로 선의( 善 意 ) 자체가 설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대는 여기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이상하게 생각되어 외 쳤다. 무엇을 여기서 구하고 있느냐고? 하고 그는 대답했다. 그대가 찾는 것과 똑같은 것을 나 또한 찾고 있다. 그대, 평화를 어지럽히는 자여! 그것은 지상의 행복이다. 319

320 그 때문에 나는 이 암소들에게서 배우고자 한다. 알겠는가? 나는 이미 반나절이나 그들에게 설교했고, 지금 막 그들은 나에게 대답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왜 그 대는 방해했는가? 만약 우리가 마음을 바로잡아 암소들처럼 되지 못한다면, 우리 들은 천국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한 가지 일을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반추( 反 芻 )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설령 인간이 전 세계를 얻는다 할지라도 이 한 가지 일, 즉 반추를 배우지 않는다 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는 그의 비애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저 위대한 비애, 그것은 오늘날 구토라고 불린다. 오늘날 구토에 의해 마음도 입 도 눈도 가득 차 있지 않은 자가 있을까? 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대조차도 마찬 가지이다! 그러나 이 암소들을 보라! 산 위의 설교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제서야 차라투스트라를 바라보았다. 왜냐 하면 그는 이제까지 사랑 어린 눈으로 암소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 그의 태도는 일변했다. 내가 이야기하는 상대가 누구인가? 하고 깜짝 놀라 외치며 땅 위에서 벌떡 일어 났다. 이 자는 구토를 가지지 않은 인간이다. 이는 위대한 구토의 극복자 차라투 스트라 바로 그 사람이다. 이것은 차라투스트라 그 사람의 눈이다. 입이다. 몸이 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을 건네고 있는 상대방의 두 손에 키 스했다. 그 태도는 마치 고귀한 선물과 보물이 하늘에서 뜻밖에도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과도 같았다. 암소들은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놀라며 의심쩍어했다. 나에 대한 말을 하지 마라! 그대, 기묘한 사람이여! 사랑스러운 인간이여! 라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하고서 그의 감정을 억눌렀다. 먼저 그대에 대해 말하라! 그대 는 일찍이 스스로 큰 재산을 내던진 자발적인 거지가 아닌가! 그대 자신이 부자임을 부끄럽게 여기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도망쳐 그들 에게 자기의 충일과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그자를 받아들 이지 않았다. 그렇다! 그들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고 자발적인 거지는 말했다. 그것은 그대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지금 짐승에게로 뛰어와 이 암소 320

321 들 곁으로 온 것이다. 거기서 그대는 배운 것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았다. 올바르게 준다는 것이 올바르게 받는 일보다도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그리고 잘 준다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며, 선의의 가장 교활한 최후의 묘기임을. 특히 오늘날 그렇다. 하고 자발적인 거지는 대답했다. 모든 비천한 것들이 반항 적으로 비겁하게 되고, 그 나름대로 오만불손하게 되어서, 즉 천민으로 변해서 거 만해진 오늘날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왜냐하면 그대도 알다시피 천민과 노예의 크고 악질적이며 장기간에 걸친 완만한 반란의 때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이 반란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모든 자선과 적은 희사( 喜 捨 )는 천민들을 격앙시킨다. 그러므로 재물이 많은 자는 명심할지어다! 동체가 불룩한 병처럼 지나치게 가느다란 목으로부터 찔끔찔끔 흘려주는 자 이 런 병은 오늘날에는 곧 목이 부러져 나간다. 끝없는 탐욕, 담즙과도 같은 질투, 끈질긴 복수심, 천민의 자랑, 이러한 것들이 모 두 나의 얼굴에 부딪쳐 왔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것, 이것은 이미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천국은 암소들 곁에 있다. 왜 부자에게 천국은 없는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시험하려는 듯 물었다. 이렇 게 물으면서 그는 친근하게 콧김을 불면서 그 평화로운 사람을 따라오는 암소들을 막았다. 무엇 때문에 나를 시험하는가? 하고 평화로운 사람은 대답했다. 그것은 그대 자 신이 나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대체 나를 가난한 사람들 입으로 몰아낸 것이 무엇이었던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것은 우리들의 가장 풍부한 자에 대한 구 토가 아니었던가? 차가운 눈, 탐내는 마음으로 모든 오물의 산더미에서 그들의 이익을 주워 모으 는 죄수에 대한 구토가 아니었던가? 하늘을 향해서 악취를 풍기는 이 천민에 대한 구토가 아니었던가? 이 도금한 위조의 천민에 대한 구토가 아니었던가? 그들의 아버지는 손이 긴 원 321

322 숭이가 아니면, 썩은 고기를 먹는 새이며, 쓰레기를 줍는 자였던 것이다. 그 마누 라들은 마음대로 되는 건망증에 걸린 호색가들 한마디로 말해서 창부와 다름없 는 축들이었다. 위에도 천민! 아래도 천민! 오늘날 빈곤 이니 부자 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런 구별을 나는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멀리 더 멀리, 그리고 드디어 이 암소들 곁으로 온 것이다. 이 평화로운 사람은 이와 같이 말하고 헐떡이며 땀을 흘렸다. 이것을 보고 암소들 은 또 한 번 이상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상대가 그처럼 엄 숙하게 말하고 있는 동안, 시종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머리를 내저었다. 그대 산 위의 수훈자여! 그대가 그토록 엄숙한 말을 하면 그대 는 자신을 해치게 된다. 그와 같이 엄숙한 것에 대해서는 그대의 입도 눈도 발달하 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대의 위도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격노와 증오와 흥분은 그대의 위에 거슬린다. 그대의 위는 보다 부드러운 것을 찾고 있다. 그대는 육식하는 사람 이 아니다. 그대는 채식하는 사람이고, 아마도 풀뿌리를 캐어 먹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대는 곡식을 씹으리라. 그대는 육식의 기쁨을 싫어하고, 벌꿀을 좋아할 것이다. 그대는 나를 잘 보았다. 고 자발적인 거지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나 는 꿀을 좋아하고, 곡식을 씹는다. 왜냐하면 입맛이 당기고 숨을 상쾌하게 쉬게 해 주는 것을 나는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먹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놀고먹는 유순한 자와 게으 른 자에게 알맞은 하루의 일과 먹는 일을 원했던 까닭이다. 물론 그것이 가장 격에 맞는 것은 이 암소들이다. 그들은 반추와 양지바른 곳에서 잠자는 것을 발명했다. 그 뿐더러 그들은 심장을 부풀게 하는 모든 무거운 사상을 멀리하려 했다. 자!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대는 나의 짐승들 즉, 나의 독수리와 뱀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과 같은 것은 오늘날 지상에는 없다. 322

323 보라! 저 길을 오르면 나의 동굴로 통한다. 오늘 밤 그 동굴에서 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짐승들과 동물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지금은 위급한 비명이 나를 찾고 있어서, 급히 그대 곁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대는 나의 동굴에서 새로운 꿀 을 발견할 것이다. 얼음처럼 신선한 벌집에서 갓 따낸 금빛의 꿀이다. 그것을 먹어 라. 그러나 지금은 급히 그대의 암소들과 작별하는 것이 좋다. 그대, 기묘한 인간이여! 사랑스러운 사람이여! 설령 헤어지는 것이 쓰라리다 하더라도. 왜냐하면 암소들이 야말로 그대의 가장 따뜻한 벗이며 선생인 까닭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하고 자발적인 거지는 대답했다. 그 대 자신은 좋은 사람이다. 암소 같은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다. 오오, 차라투스 트라여! 가라! 가라! 그대 나쁜 아첨꾼이여!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버럭 화를 내며 외쳤 다. 어째서 그런 칭찬과 아첨의 꿀로써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가? 떠나라! 내 곁에서 떠나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또 한 번 소리치고 자발적인 거지를 향해 지 팡이를 쳐들었다. 그러자 거지는 황급하게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323

324 그림자 자발적인 거지가 도망치고, 차라투스트라가 다시금 홀로 되자마자, 그는 자기 뒤 에서 어떤 새로운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외쳤다. 멈춰라! 차라투스트라여! 기 다려라! 나다. 차라투스트라여! 나다. 그대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 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의 산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려온 데 대해 그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나의 고독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하고 그는 탄식했 다. 참으로 너무하다. 이 산은 웅성거린다.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이미 이 세상의 것 이 아니다. 나에겐 새로운 산이 있어야겠다. 나의 그림자가 나를 부르는가? 나의 그림자 따위는 무슨 볼일이 있으랴! 나의 뒤 를 따르려면 따라라! 나는 그로부터 도망칠 뿐이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마 음속으로 말하면서 달렸다. 그러나 그의 뒤에 있었던 자는 그의 뒤를 쫓았다. 그래서 얼마 후 세 명의 달리는 자들이 서로 앞뒤에 서게 되었다. 즉 선두에는 자 발적인 거지, 다음은 차라투스트라, 세 번째는 그의 그림자였다. 이윽고 차라투스 트라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일거( 一 擧 )에 모든 불쾌함과 혐오를 마음속에서 털어버렸다. 뭐라고! 예로부터 우리는 늙은 은자와 성자의 몸에는 참으로 우스운 일이 생겼다. 진실로 나의 어리석음은 산속에서 높이 성장했다. 나는 지금 여섯 개의 어리석은 발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와 같은 자가 그림자 따위를 무서워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필경 그는 나보다 긴 다리를 가진 자인 것 같다. 차라투스트라는 눈과 뱃속으로 웃어가며 이렇게 말하고 멈췄다. 그리고 그를 따라 오던 그림자는 거의 땅 위에 고꾸라졌다. 이 자는 차라투스트라의 뒤를 따르면서 도 이처럼 약했던 것이다. 더욱이 그 그림자를 살펴보았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갑 자기 유령을 본 것처럼 놀랐다. 뒤따르던 자는 시커멓고 희미하며 죽어가는 사람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324

325 그대는 누군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대는 여기서 무엇 을 하고 있는가? 또 무엇 때문에 나의 그림자라고 자칭하고 있는가? 그대는 내 마 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그대의 그림자인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하고 그림자는 대답했다. 그 리고 그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실로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는 그대와 그대의 좋은 취향을 찬양하리라. 나는 방랑자다. 진작부터 나는 그대의 뒤를 따랐다. 나는 유대인처럼 항상 여행의 도상( 道 上 )에 있으며 목적지도 없고, 고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영원도 아니며 유 대인도 아니다. 왜? 나는 영원히 도상에 있어야만 하는가? 온갖 바람에 휩쓸려서 정처 없이 쫓겨 다녀야 하는가? 오오, 대지여! 그대는 너무도 둥글게 되어 버렸다. 3 나는 일찍이 모든 표면에 앉아 있었다. 지쳐버린 먼지처럼 나는 거울과 유리창 위 에서도 잠을 잤다. 모든 것은 내게서 가져갈 뿐이고 내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 는다. 이리하여 나는 메말라 간다. 나는 그림자와 같다. 그러나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에게는 내가 가장 오래 따라다니며, 그대 앞에 선 나의 모습을 감추어 왔으나 그대가 앉는 곳에는 언제나 나도 앉아 있었다. 이렇 듯 아직도 나는 그대의 가장 좋은 그림자이다. 그대와 함께 나는 저 겨울의 지붕과 눈 위를 달리는 유령처럼 가장 멀고 가장 차가 운 세계까지도 돌아다녔다. 그대와 함께 나는 모든 금령( 禁 令 )의 가장 나쁘고 요원한 경지까지도 들어갔다. 만 약 나에게 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떠한 금령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 이다. 그대와 함께 나는 일찍이 내 마음이 존경했던 모든 것을 파괴했다. 나는 모든 경계 석( 境 界 石 )과 우상을 내동댕이치고 가장 위험한 원망을 쫓았다. 진실로 나는 온갖 범죄를 초월했다. 그대와 함께 나는 말 言 과 가치와 위대한 이름에 대한 신앙을 잊었다. 악마가 만 3 아무리 가도 끝이 없다는 뜻. 325

326 일 가죽을 벗으면, 그 이름도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이름은 또한 가죽이다. 악마 자신도 아마 가죽일 것이다.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다. 모든 것은 허용된다. 이와 같이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 다. 가장 차가운 물속에 나는 머리와 마음으로, 즉 이성과 정열로써 뛰어들었다. 아아, 그 때문에 나는 얼마나 자주 붉은 게처럼 벌거벗고 서 있었던가! 아아, 모든 선과 모든 수치와 선한 자에 대한 모든 신앙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아 아! 내가 일찍이 가졌었던 저 거짓의 천진함이 선한 자와 그 고귀한 허위의 천진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진실로 나는, 나의 진리의 발꿈치를 너무도 빈번하게 쫓아다녔다. 그러자 진리는 나의 머리를 박찼다. 그때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그런즉, 보라! 드디어 나는 비로소 진리에 부딪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내게는 분명해졌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어떠한 일도 이미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살아 있는 것이 없다. 어떻게 하면 또다 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나 좋을대로 살든, 아니면 살지 않는 것뿐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그것이 또한 가장 성스러운 사람도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슬프다! 내 어찌 다른 욕망을 갖겠는가? 나에게 아직도 목적이 있을 것인가? 나의 돛배가 달려갈 항구가 있을 것인가? 좋은 바람이 나에게 있을 것인가? 아아, 그에게 있어 어떤 바람이 순풍인가를 아 는 것은 다만 갈 방향을 아는 자뿐인 것이다.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쳐버린 파렴치, 형편없는 의지, 팔딱 거리는 날개, 부서진 등뼈뿐이다. 이리하여 나는 나의 집을 찾고 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집을 찾는 일이야말로 나의 재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를 잡아 삼킨 다. 나의 집은 어디 있는가? 이것을 나는 묻고, 찾고, 또 찾았다. 그러나 그것은 보 326

327 이지 않았다. 오오, 영원의 거주지 여! 오오, 영원의 무인지경 이여! 오오, 영원의 헛된 일 이여! 이와 같이 그림자는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차라투스트라의 얼굴에 는 걱정스러운 빛이 가득 찼다. 그대는 나의 그림자이다! 하고 드디어 차라투스트라는 슬프게 말했다. 그대의 위험은 적이 아니로다. 그대 자유로운 정신이여! 방랑자여! 그대는 불길한 하루를 가졌다. 보다 불길한 저녁이 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대처럼 거처가 불안정한 자에게 있어서는 결국 감옥이 나으리라. 그대는 죄수가 잠자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안심하고 잔다. 그들은 그 새로운 안정을 즐기는 것이다. 명심하라! 그대가 마침내 어떤 좁은 신앙 엄격하고 험악한 망상 등에 붙들리지 않도록! 그대가 잡혔을 때 편협하고 완고한 일체는 그대를 유혹하고 시험할 것이 다. 그대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있다. 아아, 이 손실을 어째서 그대는 저버리며 그 고뇌 를 잊어버리려고 하는가? 이 손실과 더불어 그대는 길까지도 잃어버린 것이다! 그대, 불쌍한 부랑자여! 유랑자여! 그대 피로한 나비여! 그대는 이 맘을 위해 휴식 할 집을 갖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의 동굴로 가라! 저 길을 오르면 나의 동굴로 통한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바빠서 그대와 헤어져야 하겠다. 이미 그림자 같은 것에 휩싸인 것 같다. 나는 혼자서 걷고 싶다. 나의 주위가 또다시 밝아지기를 원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또다시 유쾌하게 걸어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오늘 밤은 나의 집에서 춤 추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27

328 대낮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달리고 또 달렸다. 이제 아무도 만나는 일 없이 혼자 있 을 뿐이었다. 그는 홀로 있는 자기를 발견하고 거듭 고독을 즐기고 들이마시며 온 갖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헤맨 끝에 대낮 무렵 태양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의 머리 위에 떠 있을 때, 그는 구 부러지고 울퉁불퉁한 한 그루의 늙은 나무 4 의 곁을 지나갔다. 그 늙은 나무는 둘레 가득히 포도 덩굴의 풍부한 사랑에 둘러싸여, 스스로를 덩굴에 얽힌 채로 숨겨져 있었다. 포도 덩굴에서는 노란 포도송이가 소담하게 매달린 채 나그네를 맞았다. 그래서 그는 약간의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한 송이를 따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또 하나의 다른 일에 마음이 끌렸다. 즉, 정오의 이 한때를 나무 밑에 누워서 한잠 자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대로 실천에 옮겼고, 갖가지 색깔의 풀과 정적과 신비 속에 휩 싸인 대지에 눕자마자, 곧 그는 갈증도 잊고 잠들었다. 왜냐하면 차라투스트라의 격언이 의미하는 대로, 하나의 일은 다른 일보다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눈은 뜬 채였다. 왜냐하면 눈은 늙은 나무와 포도의 사랑을 보고, 이것을 찬 양하는 데 싫증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들면서 차라투스트라는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조용히 하라! 조용히 하라! 세계는 지금 막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나의 몸에는 무 슨 일이 생겨날 것인가? 산들바람이 눈에는 띄지 않은 채 매끄러운 바다 위에서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듯, 그와 같이 잠이 나의 위에서 춤추고 있다. 이 잠은 나의 한 눈도 감기지 않게 한다. 뿐만 아니라 영혼을 깨워 놓는다. 그것은 가볍다. 진실로 깃털처럼 가볍다. 이 잠은 나를 설득한다. 어째서인지, 나는 그것을 알 수 없다. 그것은 내면에서 애 무의 손으로 나를 가볍게 토닥거리며 잠들라고 달랜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알고 4 차라투스트라 자신을 상징함. 328

329 강제한다. 그래서 나의 영혼은 뻗어나간다. 나의 기묘한 영혼이여! 그것은 얼마나 지쳐서 길게 늘어졌는가! 다른 때도 아닌 대낮에, 제 칠 일째의 저녁이 나의 영혼을 찾아왔는가? 그것은 이미 너무도 오랫 동안, 좋은 것과 성숙한 것들 사이를 행복하게 걸어 다녔던가? 나의 영혼은 길게 뻗어 있다. 더욱더 길게 나의 기묘한 이 영혼은 조용히 누워 있 다. 그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맛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황금의 비애가 영혼을 짓누 르고, 입맛을 왜곡시키고 있다. 가장 조용한 포구에 들어선 배처럼 지금 배는 오랜 여행에 싫증나고, 거친 파 도에 시달린 후, 바닷가 육지에 끌어 올려져 있다. 육지야말로 포근한 것이 아니겠 는가! 이러한 배는 육지에 선체를 올려놓아 매놓는 데 한 가닥의 거미줄만으로도 충분하 다. 그러한 때에는 그 이상으로 강한 밧줄은 필요하지 않다. 가장 조용한 포구에서 쉬고 있는 그와 같은 피로한 배처럼, 나도 지금 대지에 몸을 대고 쉬고 있다. 오오, 행복이여! 오오, 행복이여! 그대는 노래를 부르려는가? 오오, 나의 영혼이 여! 그대는 풀 위에 누워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목자마저 피리를 불지 않는 조용하 고 엄숙한 시간이다. 삼가라! 뜨거운 대낮이 들에서 잠들어 있다. 노래하지 마라! 조용하라! 세계는 완 전하다. 노래하지 마라! 그대, 수풀 속의 벌레여! 오오, 나의 영혼이여! 속삭이지도 마라! 보라! 조용히! 늙은 대낮이 잠자고 있다. 입술이 움직이고, 그는 지금 한 방울의 행복을 마시지 않았는가? 황금빛 행복의 한 방울을, 황금빛 포도주의 해묵은 갈색의 한 방울을? 무엇이 살 짝 스치는 듯, 그의 얼굴이 웃었다. 그의 행복이 웃고 있는 것이다. 신만이 이같 이 웃는다. 조용히! 행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으로도 족하다! 나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스 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독이었다. 그것을 나는 지금 배웠 329

330 다. 현명한 바보들은 보다 교묘하게 말하리라. 정말 가장 적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움직임, 숨소리, 눈 초리 이같이 적은 것이야말로 다시없는 최상의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조용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들어라! 시간이 날아가 버렸는가? 내가 떨어지 지 않았는가? 들어라! 내가 영원의 샘 속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조용히! 나를 찌르는 것이 있다. 아프다. 심장을 찌르고 있는가? 심장을 찌르고 있다! 오오, 터져라! 터져라! 심장이여! 이 러한 행복 다음에는, 이렇게 찔린 다음에는! 어떻다고? 세계는 이제 방금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둥글게 무르익지 않았는가? 오오, 황금의 둥근 반지여! 그것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인가? 나는 그것을 쫓아간 다! 재빨리! 아아, 수풀 사이에 흔들리는 저 소리! 조용히 하라 (여기서 차라투스트라는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자기가 잠들어 있 었음을 느꼈다.) 일어나라! 하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대 잠들어 있는 자여! 그대, 낮잠 자는 자여! 자, 일어서라. 나의 늙은 발들이여! 때는 왔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아직도 그대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길이 남아 있다. 이제 그대들은 충분히 잤을 것이다. 대체 얼마나 더 오래 잘 작정인가? 영원의 절 반도 되리라! 자, 어서, 나의 늙은 마음이여! 이렇게 자고 나면, 그대는 이제부터 얼마나 똑똑히 눈을 뜨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때 이미 그는 다시금 잠 들었다. 그의 영혼은 그에게 대답하고 저항했으며, 또다시 드러눕게 했다.) 상관 마라! 조용히! 세계는 이제 방금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오오, 황금의 둥근 공이여! 일어나라!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대 왜소한 도적이여! 그대 낮잠을 훔 치는 계집이여! 어째서 그대는 아직도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한숨을 쉬면서 깊은 샘 속에 떨어지는가? 대체 그대는 누군가? 오오, 나의 영혼이여! (여기서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한 줄기 햇살이 하늘에서 그의 얼굴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330

331 오오, 내 머리 위의 하늘이여! 하고 그는 한숨지으며 말하고, 단정하게 앉았다. 그대는 나를 바라다보고 있는가? 그대는 나의 기묘한 영혼에 귀를 기울이고 있 는가? 언제 그대는 지상의 모든 것에 내려앉은 이슬의 한 방울까지도 마셔버리는 가? 언제 이 기묘한 영혼을 그대는 마시려는가? 영원의 샘이여! 그대 밝고, 무서운 대낮의 심연이여! 언제 그대는 나의 영혼을 삼키고 다시금 그대 속에 되돌아가게 할 것인가?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하고, 이상한 취기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늙은 나무 곁에 있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보라! 태양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이로 봐서는 차라투스트라 가 그때 오래 잠자지 않았다고 추측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331

332 인사 차라투스트라가 한참을 헛된 탐구와 방황 끝에, 다시금 그의 동굴로 돌아왔을 때 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 그러나 그가 동굴에서 스무 걸음도 채 안 되는 곳에 이르 러 동굴 앞에 섰을 때, 전혀 예기치 못했던 구원을 청하는 부르짖음을 들었다. 더 욱 놀란 것은 그 비명이 자신의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길고 되풀이되는 기묘한 부르짖음이었다. 멀리서 들을 때는 한목소리로 들렸으나, 이제 차라투스트라는 그 소리가 여러 가지 소리로 합쳐진 것을 분명히 분간했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동굴을 향해 달렸다. 그런즉 보라! 음향 뒤에 어떤 광 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가! 그곳에 즐비하게 있는 것은, 그가 낮에 만난 모든 친구들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즉 오른쪽의 왕과 왼쪽의 왕, 늙은 마술사, 교황, 자발적인 거지, 그림자, 정신이 양심적인 자, 슬픈 예언자, 그리고 당나귀였다. 더욱이 가장 추악한 인간은 머리에 관을 쓰고 진홍빛 띠를 둘씩이나 두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추악한 인간들처 럼 그는 온갖 분장을 하여 아름답게 보이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음산한 친구들의 한가운데 차라투스트라의 독수리는 털을 곤두세우고 불안한 듯 서 있었다. 왜냐하면 독수리는 그의 긍지가 대답을 허락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대답을 재촉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뱀은 독수리의 목에 휘감겨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모든 것을 둘러보고 크게 놀랐다. 그리고 그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애교 있게 또한 신기하게 바라보고, 그들의 심중을 살펴보고 다시금 놀랐 다. 그러는 동안 그곳에 모였던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일어나 차라투스트라가 이야 기하기만을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음과 같 이 말했다. 그대들, 절망하고 있는 자들이여! 그대들, 기묘한 친구들이여! 내가 들었던 것은 그대들의 비명이었던가? 오늘 나는, 내가 헛되이 탐색하던 자보다 현 명한 자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를 지금 알았다. 보다 높은 인간은 나 자신의 동굴 속에 앉아 있다. 그러나 놀랄 것이 무엇이랴! 332

333 내가 스스로 유혹했던 것이 아닌가? 꿀의 공양과 나의 행복의 교활한 유혹의 소리 로 그들을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대들은 한자리에 모여 즐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대들은 모 처럼 이곳에 모였으면서도, 서로 언짢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그대들 비명을 지르 는 친구들이여!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또 하나의 인간이 끼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자는 그대들을 다시금 웃기는 자이다. 선량하고 명랑한 광대요, 춤추는 사람 이며 거짓말쟁이며 허풍선이인 늙은 바보가 끼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들, 절망한 자들이여! 내가 그대들 앞에서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 진실 로 손님을 접대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용서하라! 그러나 그대들은 알 수 없으리라, 무엇이 나의 마음을 무모하게 하는가를 그것은 그대들 자신과 그대들의 외모 때문이다. 절망한 자를 볼 때에는 누구나 자신이 대담하게 되는 것을 느끼리라. 실로 한 사람의 절망한 자를 상대로 이야기 할 때, 누구든지 자신을 굉장히 강력한 자로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용서 하라! 절망한 사람에게 용기를 줄 정도의 강함이란 누구나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선물 이 힘을 나에게 준 것은 그대들이다. 나의 고귀한 손님들이여! 참으로 훌륭한 선물이었다! 자, 그렇다면 내 편에서 선물을 선사하는 것을 역겨워하지 마 라. 여기는 나의 영토, 내가 지배하는 곳이다. 그러나 나의 물건도 오늘 저녁, 오늘 밤 은 그대들의 것으로 하자. 나의 동굴들도 그대들에게 봉사하도록 하자. 나의 동굴 도 그대들의 안식처로 하자! 나의 동굴을 집으로 하고 안식처로 하는 자는 아무도 절망해서는 안 된다. 나의 영 토에 있는 이상 어떠한 자도 맹수로부터 보호해 주겠다. 내가 그대들에게 제공하 는 첫 번째 선물은 바로 안전이다! 두 번째 선물은 나의 작은 손가락이다. 그대들이 작은 손가락을 잡은 이상 손 전체 를 잡아달라! 그리고 마음도! 잘 왔다! 나의 손님들이여! 333

33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랑과 악의에 겨워 크게 웃었다. 이 인사가 끝나자 그의 손님들은 다시금 절을 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 나 오른쪽의 왕은 그들을 대표하여 차라투스트라에게 대답했다. 오오, 차라투스 트라여! 그대가 우리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그대의 인사를 표시했을 때, 우리들은 그대가 차라투스트라임을 알았다. 그대는 우리들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었다. 그대 는 우리들의 경건한 마음에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누가 그대처럼 그와 같은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몸을 낮출 수 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을 고무시킨다. 그것은 우리들의 눈과 마음에 대한 흥분제였 다. 단지 이것만을 보기 위해서도 우리들은 기꺼이 이 산보다 더 높은 산에라도 올라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흐린 눈 을 밝게 해주는 것을 보고 싶은 생각으로 여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라! 이미 우리들의 모든 비명은 끝났다. 이미 우리들의 기분과 가슴은 활 짝 열린 채 황홀해지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들의 마음(원기)은 멋대로 떠들어댈 것 같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대지 위에서 자란 것으로서 숭고하고 억센 의지보다 더욱 기쁜 것은 없다. 그것은 지상의 가장 훌륭한 식물이다. 그와 같은 식물이 단 한 그 루만 있어도 풍경 전체가 살아나는 것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와 같이 뻗어가는 자를 나는 소나무에 견준다. 높고 말이 없으며, 준엄하고 홀로 있으면서 가장 부드러운 재질을 가진 그것은 당당하 다. 그러나 마침내는 억센 푸른 가지로써 그 위세를 부리고, 바람과 번개와 모든 드높 은 곳에서 태어난 것을 향해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더욱이 묻는 것보다도 더욱 준엄하게 대답하는 명령자이며 승리자이다. 오오, 그와 같은 식물을 보기 위해서 높은 산에 오르지 않을 자가 있을까?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여기 있는 그대라는 나무에 의해서, 음울한 자도 실패한 자 도 마음을 위로받고, 그대를 보는 것으로써 정처 없는 자까지도 안정되고 그의 마 334

335 음을 위안받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그대의 산과 나무에 오늘날 많은 눈이 집중되어 있다. 이제 위대한 동경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차라투스트라란 어떤 사람인가? 하고 묻 게 된 것이다. 그대가 일찍이 그대의 노래와 그대의 꿀을 그 귀에 쏟아 넣은 자들, 숨어 있는 자, 홀로 사는 은둔자, 둘이서 사는 은둔자들은 모두가 갑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차라 투스트라는 아직 살아 있는가? 이제 살 보람이 없다. 모든 것은 똑같다. 모든 것은 허무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야 한다.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이렇게 오래도록 온다고 예고했었던 그가, 왜 오지 않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은 묻고 있다. 고독이 그를 삼켜버렸을까? 아니면, 우리들 쪽에서 그에게로 가야 할 것인가? 그런데 이제 고독이 힘없이 문드러져 버렸다. 파괴되어서 그 시체를 보존할 수 없 는 무덤처럼 가는 곳마다 부활한 자들을 볼 수 있다. 이제 그대의 산을 끼고 도는 물결은 높아 가고 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설령 그대의 위치가 아무리 높다 해도 많은 물결이 그대 곁으로 올라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이상 더 오래 그대의 배가 뭍에 머문 채로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 절망자들이 그대의 동굴에 와서 이미 절망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것은 보다 고귀한 사람들이 그대를 찾아오는 도중이라는 전조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그대 곁으로 오는 도중이기 때문이다. 인간 속에 깃들어 있 는 신의 마지막 유물인 그 스스로가, 즉 위대한 동경과 커다란 구토의, 커다란 혐 오를 느끼는 일체의 인간들이 그대 곁으로 오는 도중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다시금 희망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또는 그대로부 터 위대한 희망을 배우지 않는다면, 그들은 살아 있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이다. 오른쪽의 왕은 이렇게 말하고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러 나 차라투스트라는 그 경의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그 러나 잠시 후 그는 다시금 그의 손님들한테로 돌아와서 그들을 맑은 눈동자로 한 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같이 말했다. 나의 손님들이여! 그대들, 보다 고귀한 사람 335

336 들이여! 나는 독일말로 솔직히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사실은 내가 이 산에서 기다 렸던 것은 그대들이 아니었다. 독일말로 솔직히라고? 당치도 않은 말이다! 라고 그때 왼쪽의 왕이 옆을 향해 말 했다. 아무래도 이분은 우리들, 독일 사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동방의 현인은! 이 분은 아마 독일말로 무뚝뚝하게 라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다! 이것 이 오늘날 최악의 취향은 아니다! 그대들은 모두 진실로 고귀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을 계 속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그대들은 충분하게 고귀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 다. 지금은 침묵하지만 앞으로 계속 침묵하지는 않을 그 가차없는 자에게 있어서 는 아직 부족하다. 그리고 설령 그대들이 나에게 속한다 할지라도 아직 나의 오 른팔로서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대들처럼 병들고 약한 다리로 서 있는 자는, 그가 그것을 의식하든 또 는 숨기고 있든, 무엇보다도 위로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나의 팔과 다리를 위로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전사( 戰 士 )를 위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대들이 어찌하여 나의 싸움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대들을 상대하고 있으면 나는 어떠한 승리도 더럽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나의 큰 북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대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쓰러지고 말 것이다. 더구나 그대들은 나에게 있어서 충분히 아름답지도 못하며 좋은 바탕(출신)도 아 니다. 내가 나의 가르침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맑고 매끄러운 거울이다. 그대들 의 거울 표면에서는 나 자신의 모습까지도 일그러져 버린다. 많은 짐, 많은 추억이 그대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많은 부정( 不 淨 )한 난쟁이들 이 그대들의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그대들 속에도 천민이 도사리고 있는 것 이다. 그대들이 설령 드높으며, 보다 고귀한 족속이라 해도 그대들의 몸은 많이 뒤틀려 있는 기형( 崎 形 )이다. 그대들을 바르고 곧게 두드려 고칠 만한 대장장이는 이 세상 에 없다. 336

337 그대들은 다리 橋 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고귀한 사람이 그대들을 밟고 건너가면 족하다. 그대들은 계단을 뜻한다. 그대들을 넘어서 자기의 높이에 올라가는 자에 대해 화를 내지 마라! 그대들의 씨앗에서 언젠가는 진정한 아들, 완전한 상속자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 나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그대들 자신은 나의 유산과 이름을 이어갈 자가 아니 다. 내가 여기서, 이 산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대들이 아니었다. 그대들과 함께 있게 되면 나는 최후의 하강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대들은 단지 보다 고귀한 자가 나에게로 오는 도중이란 것을 알리는 전조로서 나한테 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위대한 동경, 커다란 구토, 크나큰 혐오를 가진 인간을 말하는 것 은 아니다. 그대들이 신의 유물이라고 부르는 자를 기다린 것도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세 번까지 아니다! 나는 어느 곳에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 는 것이다. 그를 만나지 않고는 나는 이곳에서 발을 떼어놓지 않겠다. 보다 고귀한 사람, 보다 강한 사람, 승리를 자랑하는 쾌활한 사람을 나는 기다리 는 것이다. 몸도 영혼도 올바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반드시 웃고 있는 사자 5 가 올 것이다. 오오, 나의 손님들이여! 그대들, 기묘한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나의 어린아이들 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가? 또 그들이 내 곁으로 오는 도중이란 사실 에 대해서도? 부디 나의 동산에 대해서, 나의 행복의 섬에 대해서, 나의 새로운 아름다운 족속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왜 그대들은 나에게 그것을 말하지 않는가? 내가 그대들의 사랑으로부터 받고 싶은 것은 그러한 선물이다. 그대들이 나에게 나의 어린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선물이다. 그 때문에 나는 부자가 되며, 그 러기에 나는 가난해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아꼈으랴? 내가 버리지 않은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이 어린아이들, 나의 의지와 나의 가장 높은 희망이 살아 있는 이 경작지, 이 생명의 나무, 이 한 가지를 갖기 위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한없는 동경이 그를 엄습했 5 어린아이를 가리킴. 외유내강( 外 柔 內 剛 )을 표시하기 위해 웃는 사자라 함. 337

338 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동요가 두려운 나머지 눈과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손 님들도 모두 입을 다물고 조용히, 아니 멍청하게 서 있었다. 단지 늙은 예언자만이 두 손과 몸짓으로 신호를 했다. 338

339 만찬 여기에서 예언자는 차라투스트라와 손님들의 인사를 가로막았다. 그는 잠시도 지 체할 수 없는 사람처럼 뛰어나오자마자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고 외쳤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여! 하나의 일은 다른 일보다 필요하다고 그대 자신이 말했 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한 가지 일이 다른 모든 일보다도 필요하다. 이 기회에 알맞은 한마디 말을 하겠다. 그대는 나를 식사에 초대한 것이 아니었는 가? 그리고 이곳에는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설마하니 그대 는 말만으로 우리들을 내쫓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대들은 모두 동사, 익사, 질식, 기타의 육체적 곤란만을 생각했지 아무도 자신의 고충, 즉 굶주림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예언자는 말했 다. 그러자 차라투스트라의 친구들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뛰어나갔다. 왜냐하 면 그들이 낮에 가져온 것만으로는 예언자의 배를 채우기에도 부족하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갈증의 죽음까지도 포함해서 말한 것이다. 하고 예언자는 말을 계속했다. 역 시 어디선가 마치 지혜로운 말소리와 같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을지라도, 즉 풍부하게 끊임없이 흘러오는, 들리기는 들리나, 나에게 아쉬운 것 은 술이다! 모든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처럼 태어날 때부터 물 마시기를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거친 사람과 아파서 쇠약한 사람에게는 물이 소용없다. 우리들에게 는 술이 어울린다. 술이야말로 비로소 빠른 회복과 즉석에서 건강을 되찾아 주는 것이다! 예언자가 술을 청한 이 기회에,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고만 있던 왼쪽의 왕도 입을 열었다. 술이라면 우리들이 준비해 왔다. 나와 나의 형제인 오른쪽의 왕이 술은 준비해 놓았다. 당나귀에 가득 실을 만큼 없는 것은 빵뿐이다. 빵?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하며 웃었다. 빵이야말로 은자에게는 없는 것이 다. 그러나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새끼 양의 고기로도 살 수 있 339

340 다. 나는 새끼 양을 두 마리 가지고 있다. 그것을 빨리 잡아 향유로 양념을 해서 요리하리라. 나는 그러한 요리를 좋아한다. 풀뿌리와 과일도 있다. 이것은 어떠한 미식가에게도 족할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밖 에 깨뜨려 먹는 것으로는 호두와 수수깡도 있다. 그러면 나는 곧 좋은 음식을 조리하리라. 그러나 식사를 같이하고 싶은 자는 일을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왕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차라투스트라와 같 이 있는 한 왕도 요리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안은 일동의 마음에 들었다. 단지 자발적인 거지만은 고기와 술과 양념에 대 해서 반대했다. 자, 그러면 여러분! 미식가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듣자! 하고 그는 장난삼아 말했 다. 이따위 식사를 하기 위해서 우리가 동굴을 찾아 높은 산에 오른 것인가? 이제 야 나는 알 수 있다. 청빈( 淸 貧 )은 복되도다! 라고 그가 일찍이 우리들에게 가르쳤 던 까닭을. 그리고 또, 왜 그가 거지들을 멀리했는가를. 나처럼 그대들도 즐겨라! 고 차라투스트라는 그에게 대답했다. 그대 뛰어난 자 들이여! 그대들은 그대들의 습관을 지켜도 좋다. 또 곡식을 씹고 물을 마셔라! 그 리고 그대들의 요리를 찬미하라! 그것이 그대들을 즐겁게만 해준다면. 나는 단지 나 자신의 것에 대해서만 율법일 뿐, 만인에 대한 율법은 아니다. 그러 나 나의 친구인 이상 강한 뼈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가벼운 발을 가지 고 있는 자가 아니면 안 된다. 전쟁과 축제를 즐기는 음울한 자도 몽상가도 아니고, 가장 곤란한 일에도 축제 를 맞을 마음을 가지고 건강하고 씩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나와 나 자신의 것에 속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우리들 에게 주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들은 빼앗아 가진 것이다. 가장 좋은 음식, 가장 맑 은 하늘, 가장 강한 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러자 오른쪽의 왕은 대답하여 말했다. 기이한 일이다! 이토록 영리한 말을 일 찍이 현인의 입에서 들은 일이 있었던가? 그리고 진실로 대개 현인에 있어서 가장 기이한 일은, 그가 만사에 있어서 영리하고 따라서 당나귀가 아니라는 것이다. 340

341 이렇게 오른쪽의 왕은 말하고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나 당나귀는 왕의 이야기에 악의를 가지고 이 아! 하고 울었다. 그런데 이것이 많은 사서( 史 書 )에서 만찬 이라고 불린 저 오랜 식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식사에 있어서 화제가 된 것은 보다 고귀한 인간에 관한 것이었 다. 341

342 보다 고귀한 인간에 대하여 1 내가 처음 인간들에게로 갔을 때, 나는 은자의 우행, 즉 커다란 바보짓을 저질렀 다. 나는 시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모든 사람을 향해 이야기했을 때,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 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나의 벗이 된 것은 줄 타는 자와 시체였다. 그리고 나 자신 도 거의 시체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새 아침과 더불어 하나의 새로운 진리가 나를 찾아왔다. 그때 나는 말하는 것을 배운 것이다. 시장 같은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천민, 천민의 소음, 기 다란 천민의 귀 같은 것이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고.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이 일을 나에게서 배워라. 시장에서는 보다 높은 인간의 일 같은 것은 누구 하나 믿지 않는다. 그대들이 그곳에서 이야기하려고 한 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천민은 눈을 깜박이며 말할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평 등하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라고. 또 천민은 눈을 깜박이며 이렇게 말하리라. 보다 고귀한 인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 는다. 우리들은 모두 평등하다.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신 앞에서는 우리들 모두가 평등한 것이다! 신 앞에서는! 그런데 이 신은 죽었다. 그리고 천민들 앞에서 평등할 것을 우리들 은 바라지 않는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이여! 시장에서 떠나라! 2 신 앞에서는! 그러나 이제 이 신은 죽었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신이 야말로 그대들의 최대의 위험이었다. 그 신이 무덤에 들어간 다음 그대들은 비로소 부활했다. 지금 비로소 위대한 대낮 이 왔다. 이제 비로소 보다 고귀한 인간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이 말을 알아들었는가? 그대들은 깜짝 놀라고 있다. 그대들의 심장이 현기증을 일으켰는가? 여기, 그대들에게 심연이 열리는 342

343 가? 이곳에 지옥의 개가 짖고 있단 말인가? 자! 자!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이제 비로소 인간의 미래의 산이 진통하 기 시작했다. 신은 죽었다. 이제야말로 우리들은 바란다 초인이 살기를! 3 몹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어떻게 하면 인간이 보존될 것인가? 라고 묻는 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유일한 최초의 인간으로서 묻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극복될 것인가? 라고. 내가 오직 염려하는 것은 초인이다. 이것이 나의 첫째가는 유일한 것으로 인간 따위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자, 가장 가난한 자, 가장 고민 하는 자, 가장 좋은 사 람 따위가 아니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내가 인간에 있어서 사랑할 수 있는 점은 그가 하나의 과 정이고 몰락하는 점에 있다. 그리고 그대들은 또한 나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고 희 망을 갖게 하는 점이 많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이 경멸하는 일, 이것이 나에게 희망을 안 겨준다. 위대한 경멸자는 위대한 공경자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절망하는 것, 그곳에는 존경할 점이 많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복종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꾀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소인이 지배자가 되었다. 그들은 굴종과 겸손과 영리함과 근면과 고려 와 그리고 작은 덕 등을 설교한다. 연약한 것, 노예근성, 특히 천민의 혼합물에서 발생한 것, 그런 것들이 이제 와서 모든 인간 운명의 주인공이 되려고 하고 있다. 오오, 구토! 구토! 구토여! 그런 족속들이 쉴새 없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보다 멋있 게, 보다 오랫동안, 보다 쾌적하게 보존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이 오늘날의 주인을 극복하라 이 왜소한 인간들을. 그들 이야말로 초인의 최대의 위험한 적이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작은 덕을 극복하라. 소인의 잔꾀, 모래알 같은 343

344 고려, 개미의 몸부림, 가련한 안일, 최대다수의 행복 을 극복하라! 굴종할 바에는 차라리 절망하라. 그리고 진실로, 그대들이 오늘날 어떻게 사는가 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 들이여! 왜냐하면 그대들은 그렇게 해서 비로소 가장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4 오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에게 용기가 있는가? 그대들은 대단한가? 보고 있 는 사람 앞에서의 용기가 아니다. 신조차도 더이상 보지 않는 은자의 용기, 독수리 의 용기를 그대들은 가지고 있는가? 싸늘한 영혼, 당나귀, 소경, 주정꾼 따위는 대담하다 할 수 없다. 공포를 알면서도 공포를 굴복시키는 자가 대담한 것이다. 심연을 보고서 긍지를 잃지 않는 자가 대 담한 것이다. 독수리의 눈을 가지고 심연을 보는 자 독수리의 발톱을 가지고 심 연을 보는 자, 이 사람이야말로 용기 있는 사람이다. 5 인간은 죄악이다. 모든 최고의 현인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아 아, 그것이 오늘날에도 진실이라면! 왜냐하면 악은 인간의 최선의 힘이기 때문이 다. 인간은 보다 선한 동시에 보다 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렇게 가르친다. 가장 악한 것이 초인의 최선에 필요한 것이다. 작은 인간들의 저 설교자에 있어서는, 그가 인간의 죄악 때문에 스스로 인간의 죄 악에 고민하고 인간의 죄악을 걸머진 일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커다란 죄악을 나의 큰 위안으로써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은 긴 귀 를 향해서 말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이야기가 모든 입에 어울린다고만은 할 수 없 다. 위에서 말한 일들은 미묘하고도 고원( 高 遠 )한 것들이다. 양의 발톱 따위로 그 것을 붙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344

345 6 그대들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그대들이 잘못한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내가 여기 왔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대들, 고민하는 자들이 이제부터 보다 안락하게 잠자기를 바래서 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그대들 정처 없는 자, 길을 잃고 헤매는 자, 잘못 올라간 자들에 게 새롭고 보다 걷기 좋은 길이라도 내가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아니다! 그대들 가운데서 더욱 많은 사람들, 더욱 좋은 사람 들이 파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살림은 더욱 나쁘게, 더욱 힘들게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비로소 인간은 번개를 맞아 부서질 수 있는 높이로 성장한다. 번개를 맞기에 충분할 만큼 높이 성장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과 나의 동경은 긴 것, 적은 것, 아득한 것을 향하고 있다. 그대들의 다소 짧은 불행 따위가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그대들은 아직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자기 때문에 고민할 뿐, 아직 인간때문에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리다면 그대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 것이다. 그대들은 모 두 내가 고민한 것에 대해서는 괴로워하지 않고 있다. 7 번개가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만으로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피뢰 침 같은 것으로 번개를 피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번갯불로 하여금 나를 위해 일 하도록 할 뿐이다. 나의 지혜는 벌써 오래전부터 구름처럼 모여 있다. 그것은 더욱더 고요해지고 더 욱더 어두워진다. 어느 날엔가 번개를 낳을 지혜는 대개 그런 것이다. 이들 오늘날의 인간에 대해서는 나는 빛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로부터 빛 이라 불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을 나는 소경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내 지혜 의 번개여! 그들의 눈을 후벼 파내라! 345

346 8 그대들의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마라.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자에게 는 더러운 속임수가 있다. 특히 그들이 위대한 것을 바라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위대한 것에 대해 이 교묘한 거짓말쟁이와 광대들은 불신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은 자기 자신 앞에서 기만자, 사팔뜨기가 되고, 간사한 말과 가장된 덕과 위선에 찬, 창백한 식충( 食 蟲 ) 같은 인간이 되고 만다. 그것을 주의하라.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왜냐하면 오늘날 나에게 있어 서는 정직하다는 것 이상으로 귀중하고 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오늘날은 천민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천민들은 모르고 있다. 무엇이 위대하고 무엇이 비소하며, 무엇이 바르고 곧은지를. 그들은 오랜 병을 깨닫지 못하고 항상 왜곡하고 속인다. 9 오늘의 시대에는 건전한 불신( 不 信 )을 가져라.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 들 용기 있는 자여! 그대들 솔직한 자여! 그리고 그대들의 근거를 숨겨두어라! 이 오늘이라는 시대는 천민들의 것이기 때문에. 천민들이 근거도 없이 믿게 된 것을 새삼스럽게 누가 근거를 들어서 전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시장에서는 설득하 는 일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근거 같은 것을 들추는 일은 천민들에게 불신만을 일으킬 뿐이다. 시장에서는 진리가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있다면 그대들 건전한 불신으로 자문하 는 것이 좋다. 얼마나 강한 오류가 그 진리를 위해 싸웠던가? 라고. 학자를 경계하라! 그들은 그것들을 미워하고 있다. 그들은 비생산적이기 때문이 다. 그들의 눈은 차갑게 말라 있다. 그들 앞에 나서면 어떠한 새도 털을 뜯기고 마 는 것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않는다고 말하면서 뽐내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힘이 없다 는 것이 그대로 진리에 대한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것을 명심하라! 346

347 열병으로부터 이탈하는 것만으로는 인식한다는 것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나는 싸 늘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자는 진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이다. 10 높은 곳에 이르려는 자는 자신의 발을 써라! 힘으로 올라서는 안 된다! 남의 등과 머리 위에 타지 마라! 그러나 그대는 말을 타고 가려는가? 그대의 목적지까지 급히 가려는가? 그것도 좋다. 벗이여! 그러나 그대의 말라 비틀어진 발도 함께 말을 타고 있지 않은가! 그대가 목적지에 닿아서 말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에, 그대 보다 고귀한 인간이여! 바로 그대의 정상에서 그대는 넘어질 것이다! 11 그대 창조자여! 그대 보다 고귀한 인간이여! 사람은 자기의 자식을 위해서만 임신 한다. 6 그대들은 어떠한 것에도 속지 마라! 대관절 그대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란 누구 인가? 설령 그대들이 이웃을 위해 행동한다 해도 이웃을 위해 창조한다는 일 따 위는 절대로 없다! 그대들 창조자여! 이 를 위해서 라는 말을 잊어버려라. 그대들이 무슨 일에나 를 위해서 와 의 목적으로 및 때문에 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다름 아 닌 그대들의 덕이 바라는 바이다. 이러한 잘못된 사소한 말에 대해 그대들은 귀를 봉해야 될 것이다. 이 이웃을 위해서 라는 것은 소인들만이 가진 덕이다. 그래서 닮은 사람끼리 라든 가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라는 말을 한다. 그대들에게는 그대들의 이 기주의를 받아들일 만한 권리와 능력도 없는 것이다. 그대들 창조자여! 그대들의 이기주의에는 임신한 자의 조심과 예견이 들어 있다. 6 진정한 창조는 자기 목적이라는 뜻. 347

348 누구도 아직 눈으로 본 일이 없는 과일을 그대들의 온전한 사랑이 지키고 아끼고 기르는 것이다. 그대들의 온전한 사랑이 있는 곳, 그대들의 아이 곁에 또한 그대들의 온전한 덕도 있다! 그대들의 일, 그대들의 의지야말로 그대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인 것이다. 잘못된 가치에 속지 마라! 12 그대들 창조자여! 그대들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아기를 낳아야 할 사람은 병들 어 있다. 이미 낳은 사람은 부정하다. 여자들에게 물어보라. 즐겁기 때문에 낳는 것이 아니다. 암탉과 시인을 울게 하는 것은 그 고통인 것이다. 그대들 창조자여! 그대들에게는 부정한 것이 잔뜩 매달려 있다. 그것은 그대들이 어머니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기의 탄생. 오오, 얼마나 많은 새로운 더러움이 또한 햇빛을 보게 되는 것인가! 더럽도다! 또한, 이미 낳은 자는 스스로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라! 13 그대들의 힘에 겨울 정도로 유덕하려 하지 마라! 가능하지 않은 일을 자신에게 요 구하지 마라! 이미 그대들 조상의 덕이 지나간 행로의 발자취를 걸어라! 그대들의 조상의 의지 가 그대들과 함께 오르지 못하는 곳을 어떻게 해서 그대들이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는가? 장남이기를 희망하는 자는 적어도 막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조상이 악덕을 범했던 곳에서 그대들이 성자인 체하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조상이 계집과 독한 술과 멧돼지를 사랑했다고 하는데, 그 자손이 자기에게 순 결을 구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348

349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 할 것이다! 그런 사내가 한 명, 또는 두 명, 그렇지 않으면 세 명 여자의 남편일 때, 그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닐 것이다. 설령 그런 사람이 수도원을 세우고, 그 문에 성인에의 길 이라 써 붙였다 해도 나는 역시 말할 것이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게 뭐냐! 다시 한 번 어리석은 짓을 할 뿐이다! 고. 그런 사람이 제 손으로 감옥과 피난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곳이야말로 그에게 는 좋은 처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을 믿지 않는다. 고독 속에서는 사람이 그 고독 속으로 갖고 간 것 또한 성장한다. 안 內 에 있는 짐 승도 자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독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사막의 성자 이상으로 더러운 것이 일찍이 세상에 있었던가? 그들을 둘러싸고 악 마뿐만 아니라, 돼지도 출몰했던 것이다. 14 마치 잘못 뛰어든 호랑이처럼, 겁을 내고 부끄러워하며 몸가짐도 졸렬하게 그대 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런 모양으로 그대들이 살금살금 옆으로 숨어다니는 것을 나는 자주 보았다. 그대들은 주사위를 잘못 던진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이 도박꾼에게 잘못 던졌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랴! 그대들은 도박의 조롱( 嘲 弄 )의 상도( 常 道 )를 배우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들은 항상 하나의 큰 조롱 과 도박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설령 그대들이 위대한 일을 실패했다고 해서, 그대들 자신이 실패한 사람 일까? 그대들 자신이 실패했다 해도 인간도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그 러나 인간이 실패한 것이라 해도 좋다! 좋다! 15 어떤 유형이 높으면 높을수록 성취되기가 힘들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 여! 그대들은 모두 실패한 자가 아닌가? 349

350 기운을 잃지 마라! 그 따위 일이 다 무엇이랴! 아직도 가능한 일이 많지 않은가! 세 상 사람이 비웃지 않고는 못 배기듯이 그대들은 스스로 비웃는 것을 배워라! 그대들 반쯤 파멸한 자들이여! 그대들이 실패한 자이고, 반밖에 잘 된 것이 없다고 한들 무엇이 이상하랴! 그대들 속에는 인간의 미래가 밀려와서 충돌하고 있지 않 은가? 인간의 가장 먼 것, 가장 깊은 것, 별처럼 높은 것, 그 거대한 힘 이것들이 모두 서로 그대들의 단지 속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많은 단지가 깨어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무엇인가! 세상 사람이 비웃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그대들은 스스로 비웃는 것을 배워라!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 여! 아직도 가능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진실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이미 이루어져 있는가! 이 지상은 작고 완전한 사물과 잘 구성된 것으로 얼마나 충만하단 말인가! 작고 착하며 완전한 사물을 그대들 곁에 두어라.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 황금빛 성숙함은 마음을 위로해 준다. 완성된 것은 희망을 가르쳐 준다. 16 이 지상에서 이제껏 무엇이 가장 큰 죄였던가? 너희들 이제 웃는 자여! 너희들은 애통하게 울 것이다! 7 하고 말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 사람은 이 지상에서 웃을 근거를 찾지 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찾는 방법 이 서툴렀을 뿐이다. 그런 근거라면 어린아이들까지도 얼마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 사람은 사랑이 모자랐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우리들 웃는 자까지도 사랑했 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들을 미워하고 비웃었다. 포효와 절치( 切 齒 )를 그는 우리들에게 약속했다. 대관절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 저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런 것 은 나에게는 악취미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한 것이다. 이 절대적인 자, 7 <누가복음> 6장 25절 참조. 350

351 그는 천민 출신이었다. 그 자신, 사랑이 모자랐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토록 분노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큰 사랑은 사랑을 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다 많은 것을 구한다. 대개 이와 같은 절대적인 자를 피하라! 그들은 가난하고 병약한 종족이다. 천민 출 신이다. 그들이 이 삶을 악의로 보고 있다. 그들은 이 대지에 사악한 시선을 보내 고 있다. 대개 이와 같이 완고한 자를 피하라! 그들은 무거운 발과 답답한 마음의 소유자이 다. 그들은 춤추는 것을 모른다. 어찌 이와 같은 자들에게 대지가 가벼울 수 있겠 는가? 17 모든 좋은 사물은 구부린 채 그 목표에 접근한다. 고양이처럼 그것은 다가오는 행 복을 눈앞에 두고 등을 구부린 채 기분 좋아 속으로 그르렁거린다. 모든 좋은 사 물은 웃는다.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가 어떤가는 그 사람의 걸음걸이로 안다. 내 걸음걸이를 보 라! 그런데 자기 목적에 가까이 간 사람은 춤을 춘다. 그리고 진실로 나는 입상( 立 像 ) 8 같은 것은 되지 않았다. 경직되고 둔하게 돌기둥 처럼 나는 서 있지 않는다. 나는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령 지상에 늪과 짙은 애수가 있다 해도, 가벼운 발을 가진 자는 진창을 뛰어넘고 달리며 매끄러운 얼음 위를 춤추듯 달린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가슴을 펴라. 높이! 더 높이! 그리고 발도 잊지 마라! 그대들의 발도 들라. 그대들 훌륭한 무용가여! 더구나 좋은 것은 그대들이 거꾸로 서는 일이다! 18 8 고정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부단히 초극해 간다는 뜻. 351

352 잘 웃는 사람의 왕관이여! 이 장미꽃 화관이여! 나 스스로가 이 관을 내 머리에 씌 웠다. 나 자신이 내 홍소( 哄 笑 )를 신성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와 같은 일을 할 만 큼 충분히 강한 사람을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용가 차라투스트라. 날개로써 신호하는 날렵한 차라투스트라. 모든 새에게 신호 하면서 날 수 있도록 몸을 도사리고 있는, 가볍게 준비를 갖춘 행복하고 날렵한 사 람. 진실을 말하는 예언자 차라투스트라. 진실하게 웃는 차라투스트라. 성급한 자도 절대적인 자도 아니며, 도약과 가로 뛰기를 사랑하는 사람, 나 스스로가 이 왕관을 내 머리에 씌운 것이다. 19 나의 형제들이여! 가슴을 높이 부풀려라. 높이, 더 높이! 그리고 발도 잊지 마라! 그대들의 발도 높이 올려라! 그대들 훌륭한 무용가여! 더구나 좋은 일은 그대들이 거꾸로 서는 일이다! 행복 속에서도 얼굴이 무서운 짐승이 있다. 원래부터 발이 느린 짐승도 있다. 거꾸 로 서 보려고 애쓰는 코끼리처럼 그들은 기묘하게 애쓴다. 그러나 행복에 겨워 바 보처럼 되는 것이, 불행한 나머지 바보처럼 되는 것보다 좋은 일이며, 발을 절며 걸어 다니기보다는 서투르게 춤추는 것이 더욱 좋다. 배워 두라. 최악의 사물에도 두 가지의 좋은 이면이 있는 것이다. 최악의 사물도 또 두 개의 좋은 춤추는 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 자신의 올바른 다리로 서는 것을 배워라! 제발 애수의 곡조와 모든 천민의 비애를 잊어버려라! 오오, 천민 출신의 광대 따위가 얼마나 슬프게 보이는가! 그런데 현대는 천민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 산의 동굴로부터 불어 내리는 바람에게서 배워라. 저 바람은 자기의 피리에 맞춰 춤추려 하고 있다. 저 바람이 지나가는 발자국 밑에서 바다는 몸부림치며 춤춘다. 352

353 당나귀에게도 날개를 주고, 암사자의 젖까지도 짤 수 있는 이 훌륭하고 자유분방 한 정신은 가상하다. 그것은 일체의 현대와 모든 천민을 향해서 폭풍처럼 밀려오는 정신이다. 엉겅퀴와 같이 쓸데없는 것으로 가득 찬 머리에 적의를 품고, 모든 마르고 시든 잎과 잡초에 맞서는, 이 거칠고 자유로운 강풍( 强 風 )의 정신은 찬미 받아라! 그것 은 진창 바닥과 애수 위에서도 목장에서처럼 춤춘다. 천민의 말라빠진 개를 미워하고, 모든 미숙한 인간들의 침울을 증오하는, 이 모든 자유로운 정신들의 영혼을 찬미하라! 일체의 비관적인 패거리와 궤양환자의 눈에 먼지를 불어넣고 웃는 강풍을 찬미하라!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제일 나쁜 점은 그대들 모두가 춤추는 것을 배우지 않는 데 있다. 춤추는 데는 춤추는 예의가 있다. 그대들 자신을 뛰어 넘어 춤을 추어라! 그대들이 미숙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아직도 가능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그대들 자신을 초월해서 웃는 것을 배 워라! 그대들 훌륭한 무용가여! 그대의 가슴을 높이 부풀려라! 높이, 보다 높이! 그 리고 또 좋은 웃음도 잊지 마라! 웃는 자의 이 관을! 장미꽃 화관을 나는 나의 형제인 그대들에게 던져 주겠다! 형 제들이여, 나는 웃음을 신성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 여! 나에게서 배우라! 웃는 것을. 353

354 우수의 노래 1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는 동굴의 입구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그러 나 마지막 말을 끝내자 그는 손님들 곁을 떠나 잠시 동안 문밖으로 빠져나갔다. 오오, 나를 에워싼 맑은 향기여! 하고 그는 외쳤다. 오오, 나의 행복한 고요함이 여! 그러나 나의 친구들은 어디 있는가? 오라! 오라! 나의 독수리와 뱀이여! 말해달라. 나의 짐승들이여! 이보다 높은 인간들은 모두 어쩐지 좋은 냄새를 풍 기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오오, 나를 에워싼 순수한 향기여! 나는 지금 비로소, 나의 짐승들이여! 내가 그대 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았고 또 느끼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시금 말했다. 나는 그대들을 사랑한다. 나의 짐승들 이여! 그러나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독수리와 뱀이 그의 곁으로 몰려와서 그를 올려다보 았다. 이렇게 해서 그들 셋은 각기 좋은 공기를 마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바깥의 공기가 보다 높은 인간들 옆에 있는 공기보다도 좋았기 때문이다. 2 그러나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동굴에서 빠져나가자마자, 늙은 마술사가 일어나 사 방을 교활한 눈으로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그는 나가버렸다! 그러나 그대들, 보 다 높은 인간들이여! 이 찬미와 아첨의 이름으로 나도 그 자신처럼 그대들을 간 지럽히겠다. 그러나 벌써 나를 엄습해 온다. 나의 악질적인 기만과 마술의 영혼 이, 나의 우수의 악마가. 그것은 이 차라투스트라와 근본적으로 상반되는 것이다. 적이라 해서 나쁘게 생 각하지 말아달라! 지금 이 악마는 그대들 앞에서 마술을 부리고 싶어한다. 마침 그 의 시간인 것이다. 이 악령과 격투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그대들이 어떠한 말로써 스스로를 영예롭게 할지라도. 그대들이 자신을 자유로 운 정신 이라 부르고 또는 정직한 자 또는 정신의 참회자 또는 해방된 자 또는 354

355 위대한 동경자 라 부를지라도. 그대들은 모두 나처럼 심한 구토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대들에게 있어서 낡 은 신은 죽고 없지만, 또 새로운 신이 요람 속에서 기저귀에 싸여 누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그대들을 나의 악령, 마술의 악마는 좋아한다.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알고 있다. 내가 마지못해 사랑하고 있는 이 괴물, 저 차라투스트라를 알고 있다. 그 자신이 때때로 나에게는 아름다운 성자의 가면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 자신인 나에게는 나의 악령인 우수의 악마가 그곳에서 즐기는 하나의 새롭고 기괴한 가장무도회인 것처럼 생각된다. 내가 차라투스트라를 사랑하는 것은 나 의 악령때문이라고 때때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미 그자는 나를 덮치고 나에게 아 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한다. 진실로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는 갈망하고 있다. 자, 눈을 떠라! 그자는 발가벗고 오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것 같다. 남자 모양일까? 여자 모양일까? 아직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로 찾아와 나를 강요한 다. 아아, 그대들 오관( 五 官 )을 열라! 낮은 음향은 사라지고 이제 모든 사물에 저녁이 찾아온다. 최선의 사물에도 저녁 이 오는 것이다.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들어라! 그리고 보라! 이 저녁 우수 의 영혼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어떠한 악마인가를! 이와 같이 늙은 마술사는 말하고 주위를 교활하게 둘러본 후 그의 하프를 손에 들 었다. 3 대기는 투명하고, 벌써 이슬의 위안이 대지에 젖어 있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귀에도 들리지 않는데 대지에 쏟아져 내릴 때 355

356 위안하는 이슬은, 부드럽게 위안해 주는 모든 자처럼 가벼운 신을 신으므로 그때를 그대는 생각하는가? 뜨거운 심장이여! 일찍이 그대가 갈망해 마지않던 하늘의 눈물과 이슬방울들. 그리움에 불타 지쳐버린 샛노란 풀밭 언덕 위에는 심술궂고 눈부신 저녁 햇살이 어두운 나무 사이로 그대의 주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대의 불행을 즐기는, 저 눈부신 태양의 불타는 눈동자가. 그대는 진리의 구혼자인가? 하고 태양의 눈은 조소했다. 아니! 단지 시인일 뿐! 교활하게 약탈하고 숨어다니는 한 마리의 짐승일 뿐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의식하고,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짐승이다. 먹을 것을 갈망하고, 알록달록한 가면을 쓰고, 자기 자신에게도 가면이며, 스스로 제물이 되는 짐승 그것이 진리의 구혼자란 말인가? 아니, 바보에 불과하며 시인에 불과하다! 오직 화려한 말만을 하고, 바보의 가면 속에서 화려하게 외치고, 356

357 거짓말의 다리 위를 기어오르고 화려한 무지개를 건너, 거짓의 하늘과 거짓의 대지 사이를 감돌고 방황할 뿐이다 아니! 그것은 다만 광대이며 시인일 뿐이다. 그것이 진리의 구혼자인가? 고요하고 단단하고 매끄럽고 냉정한, 입상이 되어본 일이 없고, 신전의 기둥도 되지 않고, 신전 앞에 놓여서, 신의 문지기가 되어 본 일도 없다. 아니! 이러한 진리의 입상에 적의를 품고, 어떠한 황야도 신전 앞보다 더 마음이 편하며 고양이처럼 멋대로 모든 창문을 뛰어넘어, 홀연히 모든 우연 속으로 뛰어든다. 모든 원시림을 찾아내고, 병적인 동경으로 냄새 맡으며, 이윽고 수많은 원시림 속에서 오색으로 얼룩진 맹수 사이를 죄 많은 건강체로 찬란하게 달리기 위해 욕정에 혀를 축이며, 행복에 취해 비웃고, 행복에 취해 지옥에 기뻐하고, 행복한 듯 피에 굶주려, 약탈하고 숨어다니고 넘겨다보며 달리기 위해서 357

358 독수리를 닮아서 오래도록 심연을 들여다보는 독수리처럼, 자기의 심연을 바라본다 오오, 그 심연의 깊음이여! 아래로, 안으로, 더욱더욱 깊은 곳으로 내려앉는가! 이윽고, 갑자기, 줄곧. 날개를 팔락이며 새끼 양을 향해 달려든다. 그들은 굶주려 줄곧 밑을 향해 새끼 양을 보고 입맛을 다신다. 모든 양의 영혼을 미워하고, 양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어린 양의 눈을 가진 것을,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새끼 양과 어미 양의 온정으로써 회색빛을 바라보는 일체를 저주하며. 그처럼 독수리 같고 표범 같은 것이 시인의 그리움이다. 몇천의 가면 밑에 있는 그대의 그리움이다. 그대, 바보여! 그대, 시인이여! 그대는 인간을 보았다. 그처럼 신까지도 양으로 본 그대 인간 속의 양을 찢는 것과 같이, 인간 속의 신을 찢고 그리고, 찢으면서 웃는다. 이것이 그대의 행복이다! 358

359 표범이고 독수리인 자의 행복이다! 시인이고 바보인 자의 행복이다! 창 밖이 어두워 오고, 벌써 초승달이 저녁노을 사이를 푸르게 시샘하듯 숨어다닐 때, 한낮의 원수는 한밤에 소리 없이 해먹을 닮은 장미의 언덕을, 밤하늘 저쪽으로 창백하게 가라앉을 때까지 헤치고 옮겨가노라 이처럼, 일찍이 나 자신도 진리의 광휘에서, 백일( 白 曰 )의 동경에서, 낮에 지치고 광명에 병들어, 아래로, 저녁으로, 그림자를 향해 가라앉았다. 하나의 진리에 의해서 불 타버리고 목말랐노라. 뜨거운 가슴이여! 아직도 기억하는가? 그때 그대가 절망했던 것을 내가 일체의 진리에서 갈망하고 있던 것을? 추방되기를 갈망한 것을! 실로 광대에 불과했었다. 시인에 불과했었다. 359

360 과학에 대하여 마술사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러자 동석했던 자들은 모두, 새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교활한 우수의 환락의 그물에 걸려들어 간 것이다. 단지 정신이 양심 적인 자만은 걸려들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마술사로부터 하프를 빼앗으면서 외쳤 던 것이다. 공기를 넣어라! 좋은 공기를 넣어라! 차라투스트라를 불러라! 그대는 이 동굴을 답답하고 독으로 충만하게 했다. 그대 늙고 악한 마술사여! 그대 기만하 는 자여! 교묘한 자여! 그대는 미지의 욕정과 혼란으로 유혹한다. 재앙이 있을지어 다! 그대와 같은 자가 진리에 대해 운운하고 망동( 妄 動 )하다니! 애통하다! 모든 자 유의 정신이여! 그들은 이 같은 요술쟁이를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를 잃는 다. 그들은 그대를 가르치고 유혹해서, 감옥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대 늙은 우수의 악마여! 그대의 하소연 속에는 유혹의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그대는 순결 을 찬미함으로써 슬며시 애욕으로 끌어들이는 그러한 자를 닮았다! 양심적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늙은 마술사는 사방을 돌아다보고 자기의 승리에 도취되어 양심적인 사람 때문에 일어난 불쾌한 마음을 참았다. 조용히! 하고 그는 자못 겸손한 소리로 말했다. 좋은 노래는 좋은 반향을 구하 는 것이다. 좋은 노래 다음에는 오래도록 침묵을 지켜야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아마 나의 노래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대에게는 마술사의 정신이 적은 것 이다. 나를 그대에게서 멀리함으로써 그대는 나를 찬미하고 있다. 고 양심적인 사람이 대답했다. 좋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대들 여러분들이여! 나는 어떠한 광경을 보 고 있는가? 그대들은 모두 아직도 음란한 눈을 가지고 앉아 있다. 그대들, 자유로운 영혼이여! 그대들의 자유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에게는 그대 들이 거의 발가벗고 춤추는 나쁜 처녀들을 오랫동안 보고 있던 사람처럼 여겨진 다. 그대들의 영혼 또한 춤추고 있다! 360

361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 속에는 마술사가 그의 마술과 기만의 악 령이라고 불리는 것이 많이 있음이 틀림없다. 나와 그대들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 다. 진실로 우리들은 차라투스트라가 동굴로 돌아올 때까지 함께 충분히 이야기하고 생각했으므로 우리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 그것을 내가 모를 까닭이 없다. 우리들은 이 산 위에서도 서로 다른 것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과 나는 확실 성을 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가장 견고한 탑이고 의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흔들리고 모든 대지가 떨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그런데 그대들은, 그대들의 눈빛을 보면 불확실한 것을 찾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된 다. 보다 많은 전율을, 보다 많은 위험을, 보다 많은 지진을 그대들은 구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대들이 바라고 있는 것을 나는 거의 그렇게 생각하는데 보다 높은 자여! 내가 관상에 밝지 못함을 용서하라! 나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흉악하고 고약한 위험으로 충만된 생활이 고 야수의 생활이고 숲인 것이다. 동굴이고 험준한 산악이고, 착잡한 계곡인 것이 다. 그리고 그대들의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위험에서 구출해 내는 안내자가 아니라, 모든 길에서 그대들을 벗어나게 하려는 유혹자이다. 그러나 그대들의 그러한 갈망 이 현실적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일은 실재성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포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근본 감정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공포에서 설명된다. 원죄( 原 罪 )도 원덕( 原 德 )도 함께. 나의 덕도 또한 공포에서 성 장해 온 것이다. 그것은 과학이라 불린다. 즉, 야수에 대한 공포 이것이야말로 인간 사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육되어 온 것이다. 야수라 해도 인간이 자기 자신 속에 숨겨두고 무서워하는 짐승을 포함한 다. 차라투스트라는 그것을 내적인 동물 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처럼 오래되어 낡은 공포가 드디어 세련되고 영혼화하고 정신화되어서 오늘날 361

362 그것은 과학이라 불린다. 양심적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마침 그때 동굴에 돌아온 차라투스트라는 이 마지막 말을 듣고 그 뜻을 알아챘다. 그래서 양심적인 사람에게 한 줌의 장미꽃 을 던져주면서 그 진리 를 조소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외쳤다. 무엇이라고! 무슨 소리를 내가 지금 귀담아들었는가? 진 실로 그대가 바보가 아니면 나 자신이 바보인지 모르겠다. 그대가 말하는 진리 를 나는 앉은 자리에서 거꾸로 세워 보이겠다. 즉 공포 같은 것은 우리들의 예외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용기와 모험, 그리 고 알지 못하는 것, 감히 시험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쾌감 이 용기야말로 인간의 유사 이전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가장 사납고 가장 용기 있는 짐승들로부터 그 모든 덕을 시기하여 훔쳐냈 다. 그리고 나서 비로소 인간은 인간이 된 것이다. 이 용기가 드디어 세련되고 영혼화되며 정신화되어서 독수리의 날개와 뱀의 영리 함을 갖춘 이 인간의 용기, 그것이 오늘날 차라투스트라라고 불리고 있다! 하고 모여 앉았던 자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 치고 함께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무거운 구름 같은 것이 그들 일동으로부터 일 어나 올라갔다. 마술사도 웃으며 자못 간사한 어조로 말했다. 좋은 일이! 덕분에 그놈도 사라져 버렸다. 나의 악령이란 그놈이! 나 자신이 그대들에게 그놈을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놈은 사기꾼이고 거짓과 기만의 상징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놈이 벌거벗고 나타날 때에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놈의 간계에 대해서 나에 게 무슨 책임이 있으랴! 그놈과 세계를 창조한 것은 나란 말인가? 자! 어서! 우리들은 또 기분을 돌려서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짓 궂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어도 글쎄, 그를 보게나. 그는 나에게 화를 내고 있을 것 이다. 밤이 되기 전에 그는 또 나를 사랑하고 칭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않고는 오래 살지 못하는 성미인 것이다. 362

363 그는 자기의 적을 사랑한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그가 가장 이 재주 를 잘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신에 그는 복수한다. 그의 벗을 향해서! 늙은 마술사는 이처럼 말했다. 그러자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그에게 갈채를 보냈 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거닐면서, 악의와 사랑을 담뿍 담은 채 벗들과 정답게 악수했다.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배상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러나 그가 그 때문에 동굴의 입구에 왔을 때, 보라! 다시금 그는 문밖의 좋은 공기와 그의 짐승들이 그리워졌다. 그는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363

364 사막의 딸들 가운데에서 1 가지 마라! 고 그때 차라투스트라의 그림자라고 자칭하던 방랑자가 말했다. 우 리들과 함께 있어달라! 그렇지 않으면 또 저 낡은 음산한 애수가 우리들을 엄습 할지도 모른다. 저 늙은 마술사는 이미 우리들을 그의 가장 나쁜 것으로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 보 라! 저기 있는 사람 좋은 경건한 교황은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직도 우수의 바 다 위로 배를 띄워놓지 않았는가. 이 왕들은 우리들 앞에서는 기분 좋은 표정을 꾸며 보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재주 를 오늘날 우리들 모두들 가운데서 가장 잘 배운 것이 이 사람들밖에 없기 때문이 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보는 사람만 없다면, 다시금 나쁜 유희를 시작할 것이다. 흐르는 구름, 후텁지근한 우수, 억누를 듯한 하늘, 도둑맞은 태양, 불어오는 가을 바람의 짓궂은 유희를! 우리들의 울부짖음, 비명을 울리는 짓궂은 유희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우리 들과 함께 머물러 있어달라! 이곳에는 말하고 싶어하는 많은, 숨은 비참함이 있다. 여러 저녁이, 많은 구름이, 온통 답답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 그대는 우리들에게 강한 남성적인 음식물과 힘찬 잠언을 먹여주었다. 식후에 부드 럽고 여성적인 영혼들이 다시금 우리들을 엄습하는 것을 용서하지 마라! 그대를 에워싼 공기를 강렬하고 명랑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그대뿐이다! 그대의 동굴에 있는 공기보다 더 좋은 공기를 일찍이 지상에서 호흡해 본 적이 있을까? 나는 많은 나라들을 보아왔다. 나의 코는 여러 가지 공기를 음미하고 평가하는 것 을 배웠다. 그러나 그대 곁에서만 나의 코는 그 최상의 쾌락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여기에 하나의 예외가 있다. 오오, 내가 옛날을 회상하는 것을 허락하라! 내 가 일찍이 사막의 딸들 가운데서 만들었던 오랜 디저트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용 서해 달라. 이렇게 된 것은 그 처녀들 가운데 여기와 같은 밝은 동양적인 공기가 감돌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을 때 나는 구름 끼고 습기차고 우울한 늙은 서양에서 가 364

365 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그와 같은 동양의 처녀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름도 전혀 걸려 있지 않는 별난, 그 푸른 천국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들이 춤추지 않고 있을 때는 얼마나 사랑스럽게 앉아 있었던가 그대들에게 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심오하게 그러나 아무 상념없이 작은 비밀처럼, 리본을 단 수수께끼처럼, 디저트의 호두처럼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화려하고 이국풍( 異 國 風 )으로! 그러나 구름도 없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 도 없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처녀들을 위해 나는 그때 하나의 디저트의 노래를 지었다. 이렇게 방랑자인 그림자는 말했다. 그리고 누가 그에게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벌 써 늙은 마술사의 하프를 손에 들고 두 무릎을 포개고 앉아 차분하고 슬기롭게 주 위를 돌아다보았다. 마치 새로운 땅에 와서 새롭게 변한 공기를 맛보는 자처럼 콧 구멍으로 시험하듯 천천히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윽고 그는 외치듯 소리를 높여 노래하기 시작했다. 2 사막은 자란다. 사막을 숨기는 자에게 재앙이 있어라 아아! 장엄함이여! 참으로 거룩하다! 존귀함의 시작인가! 아프리카적인 장엄함인가! 사자의 위엄과도 같고, 또는 도덕을 부르짖는 원숭이의 위엄과도 같은 그러나 이는 그대들이 상관할 바 아니리! 그대들, 너무도 귀여운 여인이여! 그대들, 너무도 귀여운 여인이여! 나, 유럽인은 365

366 야자수 밑에, 그대들 발밑에 난생처음으로 앉기를 허락받는다. 셀라. 9 실로 놀라운 일이다! 내가 여기 앉아 있으니, 사막 가까이, 또한 사막에서 멀리 떨어져, 허무 속에서도 버려진 채로 결국, 이 조그마한 오아시스에 삼켜진 채 앉아 있는 셈이다. 마침 하품을 하면서 오아시스가 그 귀여운 입을 열었을 때였다. 모든 입 가운데서도 가장 향기로운 그 입을! 그때 나는 그 속에 떨어져, 아래쪽을 뚫고서 그대들의 발밑, 그대들 사이로 왔노라. 그대들 가장 귀여운 여자 친구들이여! 셀라. 즐겁도다! 저 고래에게 영광 있어라, 영광 있어라! 그가 만일 그의 손님을 위해서 그처럼 좋게 했다면! 그대는 아는가? 나의 해박한 풍자를. 저 고래의 배 腹 에 영광 있어라! 만일 그것이 이처럼 귀여운 오아시스 배였다면! 9 구약성서의 시편의 한 소절 끝에 붙어 있는, 별 의미 없는 히브리어의 음악 기호. 366

367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의심하노니. 그래서 나는 유럽에서 온 것이다. 어떠한 늙은 마누라보다도 의심 많은 유럽에서. 신이여! 이것을 어떻게든 고쳐주소서! 아멘! 나는 지금 여기 앉아 있다. 이 작은 오아시스 속에 야자수의 열매처럼 갈색으로 아주 맛있고 금빛으로 무르익어 동그란 처녀의 입술을 갈망하면서. 그것보다도 오히려 처녀다운, 얼음보다 차고, 눈같이 흰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러한 이빨을. 뜨거운 모든 야자의 열매는 심장을 태운다. 셀라. 방금 말한 남국의 과일을 너무나도 닮은 나는 여기 누워 있구나. 조그만 풍뎅이가 냄새 맡고 희롱하며 돌아다니노니. 더구나 더욱 작은, 더욱 바보스럽고, 더욱 죄 많은, 염원과 생각에 희롱당하노라. 그대들, 말 없고 예감적인 고양이 같은 처녀들이여! 367

368 두두 와 즈라이카 여! 10 나 여기 앉아 있노라. 그대들에게 에워싸여 모든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즈라이카와 스핑크스 11 에 둘러싸여 앉았노라. (신이여! 용서하라. 이 언어의 죄를! ) 이렇게 해서 나는 여기 앉아 있다. 가장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참으로 낙원의 공기를, 밝고 가벼운 공기, 금빛 무늬가 깃들인 공기를, 이토록 좋은 공기는, 옛날 달나라에서 내려왔노라 그것은 우연이었던가? 아니면, 옛날의 시인들의 이야기처럼 오만에서 생겨난 것일까? 그러나 의심 많은 나는 그것조차도 의심한다. 그래서 나는 유럽에서 온 것이다. 모든 늙은 여편네들보다 더 의심이 많은 유럽에서. 신이여, 이것을 고쳐주소서! 아멘! 술잔처럼 부푼 콧구멍으로 이 아름다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10 두두와 즈라이카는 동양적인 부인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음. 11 여기서는 생명력에 넘치는 여성상을 가리켜 하는 말임. 368

369 미래도 없고, 추억도 없이 나는 여기 앉아 있다. 그대들, 너무나도 귀여운 여자 친구들이여! 저기 야자수를 보라! 그것이 춤추는 여자처럼 얼마나 움츠리고 비틀며 엉덩이를 흔드는가! 오래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춤추고 싶다. 나에게는 그렇게 보이는데, 너무나 오래도록, 걱정스러울 만큼 오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한 발로 서서 춤추는 여자 같은 모습이 아닌가? 그 때문에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발을 잊어버렸던가? 없어진 쌍둥이의 보석 한 조각을. 즉 다른 발을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녀의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나부끼며 번쩍이는 의상의 그 성스러운 근처에서 찾았으나 허사였다. 그렇다. 그대들 아름다운 여자 친구여! 그대들이 나를 믿는다면 말하겠다. 그녀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그것은 사라지고 말았다! 영원히 사라졌다! 한쪽 다리는! 아아, 귀엽고 가련한 다리여! 지금쯤 어디서 버림받아 헤매며 울고 있는가? 고독한 한쪽 다리는? 369

370 어쩌면 무시무시한 금발 사자 앞에서 떨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물리고 뜯긴 것일까? 불쌍하다. 아아! 슬프도다. 이미 뜯기고 만 것이다! 셀라. 오오, 울지 마라, 연약한 마음이여! 울지 마라, 그대들이여! 야자열매의 마음이여! 유방이여! 그대들 감초( 甘 草 )의 심장, 작은 주머니여! 이제는 울지 마라! 창백한 두두 여! 씩씩하라, 즈라이카! 용기를 내라! 아니면, 이렇게 슬픈 자리에는 무엇인가 힘이 되는 강심제가 어울리는 것일까? 향유를 바른 잠언 같은 것이? 장중한 설새 같은 것이? 어서 나오라, 위엄이여! 덕의 위엄이여! 유럽인의 위엄이여! 불어라, 다시금 불어라! 덕의 풀무여! 자! 다시 한 번 울부짖어라! 370

371 도덕적으로 울부짖어라! 도덕적인 사자로서 사막의 딸들 앞에서 울부짖어라! 왜냐하면, 덕의 포효야말로 그대들, 너무나도 귀여운 처녀들이여! 무엇보다도 뛰어난 유럽인의 열정, 유럽인의 갈망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유럽인으로서 여기 서 있으니,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이여, 도와주소서! 아멘! 사막은 자란다. 사막을 숨기는 자에게 재앙이 있어라! 371

372 각성( 覺 醒 ) 1 방랑자인 그림자의 노래가 끝나자, 동굴 안은 갑자기 소음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모여 있던 손님들이 모두 이야기하고, 당나귀까지도 이러한 흥분에 휩쓸려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투스트라는 손님 일동에 대해 얼마간의 반감과 조소를 느꼈다. 물론 그는 손님들이 들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그것이 회복의 징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빠져나가 그의 짐승들에게 말했다. 이제 그들의 곤궁함은 어디로 갔는가? 하고. 그리고 이미 그는 약간의 불쾌했던 마음에서도 벗어나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우리 집에서 어쩌면 비명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외치 는 것까지는 잊지 않고 있지만.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귀를 막았다. 왜냐하면 마침 그때 당나귀가 이 아!, 즉 그렇다! 하고 우는 소리가 보다 높은 인간들의 환성과 함께 기묘하게 섞여 들려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즐기고 있다. 하고 그는 다시금 말을 시작했다. 어쩌면 주인에게 너무 폐를 끼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을까? 그들은 나에게서 웃는 것을 배웠다고 하나 그들이 배운 것은 결코 나의 웃음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단 말이냐? 그들은 늙은이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회복하 고 그들 나름대로 웃는 것이다. 나의 귀는 이미 보다 심한 말도 견뎌 냈고, 화를 낸 일도 없다. 이날은 하나의 승리이다. 나의 숙적, 저 중압의 영혼이란 놈도 물러갔다. 벌써 도 망치고 없지 않은가. 그토록 형편없이 무겁게 시작된 이날이 얼마나 좋게 끝나려 는가! 이날은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저녁나절이다. 훌륭한 기수( 騎 手 )인 저녁은 바 다를 넘어 말을 달려오고 있다. 이 행복한 자, 귀로( 歸 路 )를 재촉하는 그가 그 진홍 빛 안장에서 얼마나 몸을 흔들거리고 있을 것인가! 372

373 하늘은 그것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 실로 세계는 나지막하게 엎드려 있는 것이 다. 오오, 나를 찾아온 기묘한 사람들이여! 나의 집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러자 다시금 동굴 안에서 보다 높은 인간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래서 그는 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낚싯바늘을 물었다. 나의 미 끼가 효력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로부터 그들의 적, 중압의 영혼이 떠난 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나의 남성적인 음식물, 정력과 활력을 주는 나의 잠언의 효력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내가 그들에게 먹인 것은 배만 부르 게 하는 채소가 아니었다! 전사( 戰 士 )의 음식물, 정복자의 전사물인 것이다. 나는 새로운 욕망을 일깨워 준 것이다. 새로운 희망이 그들의 팔에서도 발에서도 용솟음치고 있다. 그들의 가슴은 부풀어 오른다. 그들은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정신은 무모한 것을 호흡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음식은 어린아이들에게 알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움으로 가득 찬 늙고 젊은 여자에게도 알맞지 않다. 이러한 친구들의 내장( 內 臟 )을 설득하는 데는 다른 방법이 있다. 나는 이러한 친구들의 의사도 교사도 아니다. 구토가 이들 보다 높은 인간들로부터 물러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것은 나의 승 리다. 나의 영토에서 그들은 안전해지고 모든 어리석은 치욕은 달아나고 그들은 스스로를 탁 털어놓고 있다. 그들은 그 마음을 활짝 열어 놓는다. 그들에게 좋은 때가 다시금 돌아 온다. 그들 은 축제를 올리고 반추한다. 그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다. 그들이 감사의 마음에 가득 차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는 최고의 징후로 보는 것이 다. 머지않아 그들은 여러 가지 축제를 생각해 내고, 그들의 낡은 기쁨의 기념비를 세울 것이다. 그들은 회복되어 가는 자들이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기쁘게 말하고 먼 곳을 바라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짐승들은 그에게 다가와서 그의 행복과 침묵 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373

374 2 갑자기 차라투스트라의 귀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제껏 소란과 웃음소리로 차 있던 동굴이 갑자기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코는 불타는 솔방울에서 나는 것 같은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다. 웬일일까?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하고 그는 스스로 묻고, 손님들의 형 편을 몰래 엿볼 수 있도록 입구 쪽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런데 기이하다면 기이한 일! 어떠한 광경을 그는 그곳에서 보아야만 했다. 그들은 모두 다시금 경건해졌다. 그들은 기도하고 있다. 그들은 미쳐버린 것이 다! 라고 그는 말하고 매우 놀랐다. 그리고 진실로 이들, 보다고 귀한 인간들 즉 두 사람의 왕, 실직한 교황, 성질 나쁜 마술사, 자발적인 거지, 방랑자인 그림자, 늙은 예언자, 양심적인 사람, 가장 추악한 인간 그들은 모두 어린아이나 독실한 할머니처럼 무릎을 꿇고 당나귀를 예배하고 있었다. 때마침 가장 추악한 인간이 목을 그렁그렁 울리며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무엇인가 말로는 나타낼 수 없는 것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것 같은 찰나였다. 그러나 그가 그 것을 실지로 입에 담고 이야기했을 때, 보라! 그것은 일동이 향불을 피우고 예배하 고 있는 그 당나귀를 찬미하기 위한 경건하고도 기묘한 연도( 連 禱 )였다. 그런데 그 연도는 이렇게 울려 퍼졌다.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능력과 힘이 영원토록 있을 지어다. 아 멘! 당나귀는 이제 장단을 맞추어 이 아! 하고 울었다. 우리들의 신은 우리의 짐을 짊어지고, 종의 형태를 가지며, 충심으로 인내하며, 결 코 아니.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의 신을 사랑하는 자는 그 신을 견책 ( 譴 責 )하는 것입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신은 말이 없습니다. 그가 창조한 세계에 대해서 항상 긍정하는 말을 하실 때밖에 는. 이렇게 신은 그의 세계를 찬미하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은 신의 교묘한 374

375 방편입니다. 또한, 신은 좀처럼 잘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신은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을 걸어 다닙니다. 그 덕을 감싸고 있는 몸의 빛깔은 회 색입니다. 영혼을 가지고 계셔도 그것을 숨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누구나가 그의 긴 귀를 믿고 있습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신이 긴 귀를 가지고도 그렇다. 라고 밖에 말씀하시지 않고, 결코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지 않은 것은 이 얼마나 숨은 지혜인가? 신은 세계를 자기 모습을 본 따 서 창조한 것이 아닌가? 즉 우매하기 짝이 없게 창조한 것이 아니었던가?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당신은 곧은 길도, 굽은 길도 걷습니다. 우리들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이 곧은 것이 고, 무엇이 굽은 것인지는 당신에게 있어서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당신의 영토는 선악의 피안에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당신의 천진난만 함입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보라! 당신은 거지나 왕이라 할지라도 쫓아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린아 이를 당신 곁에 부르고 악동들이 당신을 끌어낼 때도 당신은 단순히 이 아! 라 고 말할 뿐입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당신은 암탕나귀와 신선한 무화과를 좋아하고, 또 먹는 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 장할 때는 엉겅퀴까지도 당신의 가슴을 간지럽힙니다. 그 속에 신의 지혜가 있습 니다. 당나귀는 이에 대해 이 아! 하고 울었다. 375

376 당나귀의 축제 1 연도가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더 참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당나 귀보다도 높은 소리로 이 아! 하고 외치면서 미쳐버린 손님들 속으로 뛰어들 었다. 대관절 그대들은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들이여! 하고 그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땅에서 일으켜 세우면서 외쳤다. 차라투스트라 이외의 딴사람이 이러한 그대들의 꼴을 보면 큰일 아닌가? 누구든 그것을 보면 이렇게 판단하리라. 그대들은 그대들의 새로운 신앙에 의해 고약한 독신자( 篤 信 者 )가 되었으며, 모든 늙은 여자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자일 것 이다! 그런데 그대, 늙은 교황이여! 그대까지 여기서 이런 꼴로 당나귀를 신이라고 숭상 하는 것은 그대 자신의 모순이 아닌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교황은 대답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그러 나 신의 일에 관한 것이라면 내가 그대보다도 밝다. 그것은 또한 당연한 일이다. 전혀 모습을 볼 수 없는 신을 경배하기보다는 이렇게 이런 모양으로 경배하는 편 이 낫다. 이 말을 깊이 생각해 달라. 나의 고귀한 벗이여! 그대라면 곧 이해해 줄 것이다. 이 말에 지혜가 숨겨 있다는 것을. 신은 정령( 精 靈 )이다. 라고 말한 자 이 자는 지금껏 지상에 있어서, 불신앙( 不 信 仰 )에의 최대의 전진과 도약을 이루었던 자이다. 이러한 말은 지상에서 쉽게 바로 잡히지 않는다. 나의 늙은 마음은 이 지상에 아직도 무엇인가 예배할 것이 있기 때문에 춤춘다. 오 오, 차라투스트라여! 늙고 경건한 교황의 마음에 그것을 허락해다오! 그리고 그대는,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방랑자인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자유로운 정신이라고 자칭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런데 여기서 그러한 우상 숭배와 승려예배( 僧 侶 禮 拜 )를 하고 있는 것인가? 376

377 진실로 그대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은, 그대의 나쁜 갈색의 소녀들과 더불어 있는 이상으로 나쁜 일이다. 그대 고약한 새로운 신자여! 확실히 나쁜 일이지. 하고 방랑자인 그림자는 대답했다. 그대 말대로다. 그러나 내가 그 대신에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대가 무엇이라 말하든 간에 오오, 차라투 스트라여! 낡은 신이 다시금 살아난 것이다. 모든 것이 가장 추악한 인간의 책임이다. 그놈이 신을 다시금 일깨운 것이다. 그놈 은 일찍이 신은 죽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죽음은 신들에게 있어서 항상 편견에 지 나지 않는다. 다음은,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대, 고약한 늙은 마술사여! 그대는 무 슨 짓을 했는가? 그대까지 그러한 당나귀의 신성을 믿을 때, 누가 이 자유로운 시 대에 앞으로 그대가 하는 말을 믿을 것인가? 그대가 한 짓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대, 영리한 자여! 어찌하여 그대가 그런 우 행을 저질렀는가?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영리한 마술사는 대답했다. 그대가 말한 대로다. 그것은 우행이었다. 그 때문에 나도 매우 고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대야말로,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양심적인 사람에게 말했다. 코에 손 가락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이곳에서 행해진 일이 대관절 그대의 양심에 거리끼지 않은가? 그대의 정신은 이런 기도와 이러한 위신자( 僞 信 者 )들의 향연을 받아들이 기에는 너무 깨끗하지 않는가?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다. 하고 양심적인 사람은 대답하면서 코에다 손가락을 얹었다. 이 연극 속에는 무엇인가 나의 양심에 쾌감을 주는 것이 있다. 나는 구태여 신을 믿을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이런 모양의 신이라면,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신은 가장 마음이 깊은 사람들로, 증언에 의하면 영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 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간을 아끼는 일이 없을 것이다. 가능한 한 천천히 보낸다. 더욱이 이렇게 하더라도 그러한 사람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신을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어쨌든 간에 우행과 바보짓을 해서 자기를 377

378 우롱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대 자신의 일을 생각해 보라.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 자신만 해도 정말이지 그대 또한 너무 많은 지혜로 인해 당나귀가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참다운 자는 기꺼이 가장 굽은 길을 즐겨 걷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오, 차라투스 트라여! 그대를 보면 그렇게 생각된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그대인데,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가장 추악한 인간을 향해 물 었다. 그는 당나귀에 팔을 뻗치고서 (그는 당나귀에게 포도주를 먹이고 있었다.) 여전히 땅 위에 누워 있었다. 말하라! 그대 형용할 수 없는 자여! 그대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대도 변한 것처럼 보인다. 그대의 눈은 불타오르고 숭고함의 외투가 그대의 흉 한 모습을 덮고 있다. 그대는 무슨 일을 했는가? 저 친구들이 말하듯 그대가 신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사실인가? 대체 무엇 때문 인가? 신이 죽고 없어졌다는 것은 근거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나는 그대가 각성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대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이 그대를 전향 시켰는가? 그대는 어찌하여 개종했는가? 말하라! 그대 형용할 수 없는 자여!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가장 추악한 인간이 대답했다. 그대는 장난꾸러기 이다! 그 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어쩐지, 아니면 소생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철저 하게 죽어버렸는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들 두 사람 가운데서 어느 쪽일까? 도리어 내 편에서 그대에게 묻고 싶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는 그것을 그대 자신으로부터 일찍이 내가 배웠던 것이지만.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철저하게 죽이기를 바라는 자는 웃게 마련이라 는 사실이다. 노여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웃음으로써 죽인다. 일찍이 그대는 이렇게 말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 숨어 있는 자여! 그대 분노하는 일도 없이 멸망시키는 자여! 위험한 성자여! 그대는 장난꾸러기이다! 2 378

379 그러나 그때 차라투스트라는 이 장난 같은 대답에 아연실색해서 그의 동굴 어귀까 지 뛰어 물러섰다. 그러고는 손님 일동을 향해서 힘껏 외쳤다. 오오, 그대들, 모 두 똑같은 장난꾸러기여! 광대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내 앞에서 가장하고 감 추는가? 그대들 각자의 마음은 기쁨과 짓궂은 마음으로 들떠 있으며, 드디어 그대들은 또 다시 어린아이처럼, 즉 경건해진 것이다. 드디어 그대들이 하는 일이 어린아이 같아졌다. 즉 기도하거나 합창하거나 신 이여! 하고 말하는 것으로써. 그러나 이제 이러한 어린아이 방에서 떠나라! 온갖 장난이 벌어졌던 보금자리인 나 자신의 동굴에서 떠나라. 여기 밖에 나와서 그대들의 어린아이 같은 방종과 소 란했던 가슴을 식히도록 하라! 물론 그대들은 어린아이같이 되지 않으면 저 천국에 갈 수 없다. (그리고 차라투스 트라는 두 손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우리들은 천국 같은 곳에 전혀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지상의 나라를 원한다. 3 그리고 또다시 차라투스트라는 말을 이었다. 오오, 나의 새로운 벗들이여! 그대 들 기묘한 친구들이여!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지금 그대들이 얼마나 내 마 음에 들었는지. 그대들이 다시금 즐겁게 된 이후로 진실로 그대들은 모두 활짝 핀 꽃과도 같다. 내가 생각건대 그대들과 같은 꽃을 위해서는 새로운 축제가 필요하다. 사소하지 만 용감한 난센스라든가, 무엇인가 신의 예배를 닮은 당나귀 축제라든가, 무엇인 가 낡고 즐거운 차라투스트라의 광대 짓이라든가, 그대들의 영혼을 밝고 부풀게 하는 산들바람 같은 것이. 이 밤에 이 당나귀 축제를 잊지 마라!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이것은 그 대들이 내 집에서 발명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좋은 징후라 생각한다. 이러한 것 379

380 을 발명하는 자는 회복되어 가는 사람들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대들이 다시금 이 당나귀 축제를 지낼 때에는 그대들을 위해서 축하하는 것이 좋겠다. 또는 나를 위해서 축하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추억을 위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80

381 명정가( 酩 酊 歌 ) 1 그 동안 손님들은 차례로 밖으로 나와 밖의 서늘하고 명상적인 어둠 속을 거닐었 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가장 추악한 인간에게 그의 밤의 세계와 크고 둥근 달 과 그의 동굴 옆에 있는 은빛의 폭포를 보여주려고 그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왔다. 드디어 그들은 나란히 조용하게 섰다. 모두가 노인들뿐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들 은 위안 때문에 용기를 얻었다. 마음속으로는 대지가 이토록 쾌적한 것인가 하고 놀라는 듯했다. 밤의 은밀함이 차츰 그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다시 금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오오, 그대들은 내 마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모른다. 이 보다 고귀한 인간들 이! 하고 그러나 그는 이것을 내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손님들의 행복과 침묵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저 경탄할 일이 많았던 오늘 하루 동안에도 가장 경탄할 일이 일어났 다. 가장 추악한 인간이 다시금, 그리고 이것을 마지막으로 목을 골골 올리며, 코 를 벌름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것을 말로써 나타냈을 때, 보라! 그 때 그의 입에서 하나의 물음이 단호하고도 명확하게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은 훌륭하고 심오한 또 명석한 질문으로서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심장은 그 때문에 감동했던 것이다. 나의 모든 벗이여! 하고 가장 추악한 인간이 말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 가? 이날로 인해서 나는 비로소 전생애를 살아온 것을 만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을 증언하는 것으로는 나는 아직도 불충분하다. 지상에서 산다는 것 은 보람 있는 일이다.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보낸 하루, 하나의 축제가 나에게는 이 대지를 사랑하도록 가르쳐 준 것이다. 이것이 삶이었던가? 하고 나는 죽음을 향해서 말하고 싶다. 좋다! 다시 한 번! 나의 벗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들도 나처럼 죽음을 향해서 말 381

382 하고 싶지 않은가? 이것이 삶이었던가? 자, 차라투스트라를 위해서 다시 한 번! 이라고. 가장 추악한 인간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한밤중 그리고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의 질문을 듣자마자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갑자기 그들 자신의 변화와 회복을 의식하고, 또 그것을 그들에게 준 것이 누구였 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차라투스트라에게로 뛰어왔다. 감사하고 존 경하고 애무하며 그의 손에 입을 맞추는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자는 웃고, 어떤 자는 울었다. 그러나 늙은 예언자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춤추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그때 달콤한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있었다 해도, 확실히 그는 보다 달콤한 삶에 차차 모든 피로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당나귀도 춤추었다. 그러고 보면 가장 추악한 인간이 앞서 당나귀에게 포도 주를 먹인 일도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다. 하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것이 실지로 그러했는지 혹은 사실과는 다른지, 즉 그날 밤 당나귀가 춤을 추지 않았다 고 해도, 당나귀의 춤보다 더욱 크고 보기 드문 여러 가지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 다. 한마디로,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도대체 그것이 어쨌단 말이냐! 2 이와 같은 일이 가장 추악한 인간의 몸에 일어났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술 취한 사 람처럼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흐려졌고, 그의 혀는 꼬부라졌으며, 그의 두 다리 는 휘청거렸다. 이때 차라투스트라의 영혼 위로 어떠한 사상이 스치고 갔는지 누 가 알아챘겠는가? 그러나 뚜렷한 그의 정신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앞으로 도망 쳐서 아득히 먼 곳에 가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책에 쓰여 있는 것처럼 두 바다 사이에 놓여 있는 높은 산마루에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 사이에 무거운 구름이 되 어 떠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높은 인간들이 그를 부축하고 있는 동안에 그는 차츰 얼마간 정신을 차리고 존경과 심려로써 모여드는 사람들을 손으로 뿌리 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382

383 느닷없이 그는 마치 무슨 소리라도 들은 듯, 머리를 돌리더니 입에 손가락을 대고 오라! 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고 신비로워지면서 깊은 골짜기로부터 종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차라투스트라는 보다 귀한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종소리에 귀 를 기울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또다시 입에 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오라! 오라! 한밤중이 가까워졌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변해 있었다. 그러나 여전 히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방은 더욱더 고요해지고 요사스러운 공기만이 감돌았다. 모든 것은 귀를 기울였 다. 귀도, 차라투스트라의 영광의 짐승인 독수리와 뱀도, 또한 차라투스트라의 동 굴도, 둥글고 차가운 달도, 밤 그것까지도. 그러자 차라투스트라는 세 번째로 입에 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오라! 오라! 오라! 이제야말로 떠나보자!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밤의 방랑을 떠나보자! 3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한밤중이 가까이 왔다. 지금 나는 그대들에게 어 떤 일을 알리려 한다. 저 낡은 종이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듯이. 저 한밤중의 종이 나에게 그것을 이야기하듯 그토록 신비스럽게 몸서리치게 진심으로, 저 종은 한 사람의 인간 이상으로 체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 종은 이미 그대들 부친들의 마음의 괴로운 고동( 鼓 動 )을 세어왔던 것이다. 아 아, 아아, 그것이 얼마나 탄식할 것인가! 얼마나 그것이 꿈속에서 웃음소리를 낼 것인가! 낡고 깊고 깊은 한밤중에! 조용히! 조용히! 그때 낮에는 들리지 않던 많은 것들이 들려온다. 그러자 지금은 싸늘한 공기 속에 그대 심장의 모든 소음도 잠잠하다. 지금 그것은 이야기한다. 그것이 은은히 들려온다. 지금 그것은 밤마다 잠 못 이 루는 영혼 속에 숨어든다. 아아, 아아, 얼마나 그것은 꿈속에서 웃음소리를 낼 것 인가! 그대에게는 들리지 않는가? 그것이 신비스럽고도 몸서리치도록 충심으로 그대 383

384 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래도록 깊고 깊은 한밤중에 종소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오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4 슬프도다! 때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는 깊은 샘 속에 굴러떨어진 것이 아닐까? 세계는 잠들어 있다. 아아, 아아! 개는 짖고, 달은 비치고 있다. 나의 한밤중의 마음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을 그대들에게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나는 죽음을 원한다. 이제 나는 이미 죽었다. 일은 끝났다. 거미여! 왜 그대는 내 집 위에 거미줄을 치는 가? 피에 굶주렸는가? 아아, 아아! 이슬이 내린다. 때가 온 것이다 나를 얼게 하고 떨리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그때는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그 것을 견뎌낼 용기를 충분히 가진 자는 누군가? 누가 대지의 주인인가? 그대들 크고 작은 강이여! 그와 같이 그대들은 흘러가야 할 것이다! 고 말하는 자는 누구인가? 하고. 시간은 다가왔다. 오오, 인간이여! 그대보다 고귀한 인간이여! 조심하라! 이 말 은 좋은 귀를 위한 그대의 귀를 위한 말이다. 깊은 한밤중은 무엇을 말하는가? 5 나는 운반되어 가고 있다. 나의 영혼은 춤춘다. 낮의 일이여! 누가 대지의 주인이 어야 할 것인가? 달은 서늘하고, 바람은 잠잠하다. 아아, 아아! 그대들은 그래도 이미 충분히 날았 는가? 그대들도 춤을 추고 있다. 그러나 다리는 날개가 아니다. 그대들 훌륭한 무용가여! 이제 모든 쾌락은 끝난 것이다. 술은 찌꺼기가 되고, 술 잔은 모두 썩었으며, 무덤이라는 무덤은 말을 더듬고 있다. 그대들은 날면서 충분한 높이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제 무덤은 더듬거리며 말하고 있다. 죽은 자를 구원하라! 왜 밤이 이다지도 길단 말인가? 달은 우리들을 취하게 만들 384

385 지 않는가?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무덤을 구원하라! 시체를 불러일으켜라! 아아, 어 찌하여 벌레가 구멍을 파고 있는가? 때는 다가왔다. 때는 다가왔다. 종이 울고 있다. 심장이 울부짖는다. 벌레는 나뭇조각을 뚫듯 아직도 내 심장을 파고 있다. 아아, 아아, 세계는 깊구나! 6 감미로운 하프여! 감미로운 하프여! 나는 그대의 음조( 音 調 )를 사랑한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그대의 음조가 울려왔던가! 저 멀리 있는 사랑 의 연못에서 왔던가! 그대 낡은 종이여! 감미로운 하프여! 모든 고통이 찢어질 것처럼 그대의 가슴에 뭉 쳐 있다. 어버이의 고통, 조상의 고통이. 그대의 말은 무르익었다. 금색 가을을 닮아, 오후를 닮아, 또 나의 외로운 마음을 닮아 이제 성숙했다. 지 금 그대는 말한다. 세계 그 자체가 무르익었다. 포도송이는 갈색으로 물들었다. 지금 세계는 죽으려 한다. 행복에 지쳐 죽으려 한다. 고. 그대들, 보다 높은 인 간들이여! 그대들은 그 냄새를 맡지 못하는가? 신비스럽게 어떤 냄새가 용솟음쳐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영원의 향기와 내음, 낡은 행복의 장미처럼 축복된 황금색 포도주 내음이, 취한 듯한 한밤중의 죽음의 행복의 내음이, 이 행복은 노래하고 있다. 세계는 깊다. 한 낮은 생각했던 것보다 깊다. 고. 7 내게서 떠나라! 나를 놓아라! 그대 따위에 비해 나는 너무도 깨끗하다. 나를 다치 게 하지 마라! 이제 방금 나의 세계는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그대 따위의 손이 닿기에는 나의 피부는 너무도 깨끗하다. 나에게 손대지 마라. 그 대 어리석고 우둔하고 침울한 낮이여! 한밤중이 더욱 밝지 않는가? 가장 순수한 자, 미지의 자, 강한 자가 대지의 지배자이어야 한다. 곧 심야의 영혼 385

386 인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어떠한 대낮보다도 밝고 깊다. 오오, 낮이여! 그대는 나를 붙들려고 하는가? 나의 행복을 모색하고 있는가? 내가 그대에게 있어 풍부하고 고독한 하나의 보고( 寶 庫 )이며, 금고( 金 庫 )란 말인가? 오오, 세계여! 그대는 내가 아쉬운가? 나는 그대에게 있어 세속적인가? 종교적인 가? 신성한가? 그러나 낮과 세계여! 그대들의 손은 너무나 재주가 없다. 보다 영리한 손을 가져라. 그리하여 보다 깊은 행복을 붙잡아라. 보다 깊은 불행을 붙잡아라. 어떤 신이든 간에 신을 붙잡아라. 나 같은 것에 손을 내밀지 마라. 나의 불행은 깊다. 나의 행복도 깊다. 그대 기묘한 낮이여! 그러나 나는 신도 아 니며, 신의 지옥도 아니다. 신의 지옥의 그 슬픔은 깊은 것이다. 8 신의 슬픔은 보다 깊다. 그대, 기묘한 세계여! 신의 슬픔을 붙잡아라. 나 같은 것에 손을 내밀지 마라. 나는 대관절 무엇인가? 감미로운 취기에 우는 하프이다. 한밤중의 하프이다. 울리는 종이다. 아무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그러나 귀머거 리를 앞에 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자였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함은 그대 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 버렸다. 가 버렸다. 오오, 청춘이여! 오오, 한낮이여! 오오, 오후여! 지금 저녁과 밤과 한밤중이 찾아 왔다. 개가 짖는다. 바람이 울고 있다. 바람은 개가 아닌가? 울고, 울부짖고 있다. 아아, 아아, 얼마나 그것은 탄식하는 가? 이 심야가 얼마나 목메어 울고 있을 것인가! 한밤중, 이 술 취한 여류 시인은 지금 얼마나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가! 그녀는 술 에 취한 뒤에 또다시 취하도록 마신 것이 아닐까? 잠자지 않고 깨어 있는가? 반추 하고 있는가? 늙고 깊은 한밤은 꿈속에서 그 슬픔을 되새긴다. 더욱 그 이상으로 그 쾌락을 되 새기고 있다. 아무리 슬픔이 깊다 해도 쾌락은 괴로움보다 더욱 깊기 때문이다. 386

387 9 그대 포도나무여! 어찌하여 그대는 나를 찬미하는가? 나는 그대의 가지를 잘랐다. 이런 나의 잔인함으로 해서 그대는 피를 흘렸다. 그대가 나의 취한 잔혹함을 칭찬 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 완성된 것, 성숙된 것은 모두 죽으려 한다! 고, 그대는 말한다. 포도송이를 끊는 가위는 축복받을 지어다. 그러나 모든 미숙한 것은 살려 고 하는 것이다. 아아, 슬픈 일이여! 슬픔은 말한다. 사라져라! 멸망하라! 그대 슬픔이여! 하고. 그러나 괴로워하는 모든 자는 삶을 바란다. 살아서 성숙하고 즐기고 동경하기를 원한다. 보다 먼 것, 보다 높은 것, 보다 밝은 것을 동경하기 위해서 나는 상속자가 필 요하다. 고,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은 말한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쉽지 내가 아쉬 워서가 아니다. 라고. 그러나 쾌락은 상속자를, 어린아이를 아쉬워하지 않는다. 쾌락이 찾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쾌락은 영원을, 회귀를 바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영원히 자기와 같아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슬픔은 말한다. 터져라, 피를 흘려라, 심장이여! 거닐어라, 다리여! 날개야, 날아 라! 높이, 위로, 이 고통이여! 라고. 자! 자! 오오, 나의 늙은 마음이여! 슬픔은 말한다. 사라져라! 라고. 10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예언자인가? 꿈꾸는 자인가? 취한 자인가? 해몽하는 자인가? 한밤중의 종인가? 한 방울의 이슬인가? 영원한 냄새와 향기인가? 그대들에게는 물들지 않는가? 그 대들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는가? 이제 방금 나의 세계는 완전해졌으니 한밤중은 또한 한낮인 것이다. 고통은 또한 쾌락이다. 저주는 또한 축복인 것이다. 밤은 또한 태양이다. 물러나 라! 아니면 배워라! 또한 바라보는 것을. 그대들은 일찍이 하나의 쾌락에 대해서 그렇다. 고 말한 일이 있는가? 오오, 나의 387

388 벗이여! 그렇다면, 그대들은 또한 모든 비탄에 대해서도 그렇다. 고 말한 것으로 된다. 모든 사물은 쇠사슬로 묶이고 실로 매듭지어 지며 사랑으로 짜여져 있다. 그대들이 일찍이 한 번 있었던 일을 두 번이나 바란 적이 있다면, 또 그대는 내 마음에 든다, 행복이여! 찰나여! 순간이여! 라고 말한 일이 있다면, 그대들은 모든 것이 되돌아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모든 것을 영원하게, 일체를 쇠사슬과 실과 사랑으로 엮은 채 로 오오, 그와 같이 그대들은 세계를 사랑했던 것이다. 그대들, 영원한 자여! 세계를 영원히 사랑하라! 그리고 비탄을 향해서도 말하라! 사라져라! 그러나 돌아오라! 고. 모든 쾌락은 영원을 희구한다. 11 모든 쾌락은 모든 사물의 영원을 바란다. 꿀을 바라고 찌꺼기를 바란다. 취한 한밤 중을 바라고 무덤을 바란다. 무덤의 눈물의 위안을 바라고 금빛으로 물든 저녁놀 을 바란다. 쾌락이 원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것은 모든 슬픔보다도 훨씬 메마르고 다정 하고 굶주리고 무섭고 신비스럽다. 쾌락은 자기를 바라고 자기를 문다. 순환의 의 지가 그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사랑을 구하고 증오를 구한다. 그것은 지나치게 부유하고 나누어 주며 내버리고, 누군가가 그것을 받아주도록 애걸하고, 받아주는 자에게는 감사하며, 증오받기를 좋아한다. 쾌락은 너무나도 부유하여 비탄과 지옥과 증오를, 치욕과 불구자를, 세계를 갈망 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오오, 그대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쾌락은 그대들을 동경하고 있다. 방자하고 지극 히 복이 많은 쾌락은 그대들의 비판을 동경하고 있다. 그대들 실패자여! 모든 영 원한 쾌락은 실패자를 동경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쾌락은 자기 자신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또 마음의 388

389 괴로움을 바라는 것이다. 오오, 행복이여! 오오, 고통이여! 오오, 찢어져라, 가슴 이여, 그대들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배워라, 쾌락은 영원을 바란다. 쾌락은 모든 사물의 영원을 바란다. 깊고 깊은 영원을 바란다. 12 그대들은 나의 노래를 다 배웠는가? 그것이 노리는 것을 알았는가? 자! 자! 그대 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그러면 나의 윤창( 輪 唱 )을 불러라! 자, 그대들 혼자서 불러라! 제목은 다시 한 번 이며, 그 뜻은 영원토록 이다. 불러 라!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이여! 차라투스트라의 윤창을! 오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깊은 한밤중엔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잠잤다. 나는 잠잤다. 깊은 꿈에서 나는 깨어났다. 세계는 깊다. 낮은 생각하는 것보다 깊다. 세계의 슬픔은 깊다. 쾌락은 마음의 괴로움보다 깊다. 슬픔은 말한다. 사라져라! 하고. 그러나 모든 쾌락은 영원히 바란다. 깊고 깊은 영원을 바란다! 389

390 징후 날이 밝은 다음 날 아침, 차라투스트라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허리띠를 매고 동굴을 나섰다. 어둑한 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처럼 찬란하고도 힘차게 그대 위대한 천체여! 하고 그는 일찍이 말했듯이 외쳤다. 그대 깊은 행복의 눈동자여! 만일 그대가 비추는 대상을 갖지 못했던들 그대의 행 복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이미 그대가 눈을 뜨고 찾아 나누어 주고 분배할 때, 아직도 그들이 그 방에 머물 러 있다면 그대의 높은 긍지의 수치가 얼마나 역정을 낼 것인가! 보라! 내가 깨어나 있는데도 그들, 저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아직도 잠들어 있다. 그들은 나의 참다운 벗이 아니다. 나는 여기 나의 산속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는 내 사업을 위해 나의 태양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 아침의 징후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나의 발소리는 그들의 잠을 깨우기 위한 부르짖음 이 아니다. 그들은 아직 나의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다. 그들의 꿈은 아직도 나의 노랫소리에 취해 있다. 그러나 나를 경청하는 귀, 청종하는 귀가 그들의 몸에는 없 는 것이다. 태양이 솟아올랐을 때,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때 그는 문득 의아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서 그의 독수리가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좋다! 하고 그는 위를 향해 외쳤다. 그래야만 나의 마음에 들며, 또 나에게 어울린다. 내가 깨었기 때문에 나의 짐승 들도 깨어난 것이다. 나의 독수리는 깨어났다. 그리고 나처럼 태양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독수리의 발톱으로 그는 새로운 빛을 붙잡는다. 그대들은 나의 진실한 짐승이다. 나는 그대 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도 나의 참다운 인간들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때 갑자기 수많은 새가 그를 에워싸고 퍼 390

391 덕이는 소리를 들었다. 더구나 그 많은 날개가 그의 머리 위로 세차게 몰려들었기 때문에 그는 눈을 감아 야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실지로 그것은 구름처럼, 새로운 적에게 퍼붓는 화살 같 은 구름으로 그의 위에 몰려온 것이다. 그러나 보라! 그것은 실로 사랑의 구름이었 다. 새로운 벗 위에 닥쳐오는 사랑의 구름이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차라투스트라는 놀라면서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그의 짐승 출입구의 커다란 돌 위에 천천히 걸터앉았다. 그러나 그가 두 손으로 그의 주위를 위아래로 휘저으면서 아름다운 새를 세고 있는 사이에, 보라! 더욱 이상한 일이 그에게 일어난 것이다. 즉 그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껍고 따스한 털 뭉치를 잡았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의 앞에 포효가 울려 퍼졌 다. 부드럽고 긴 사자의 울부짖음이었다. 징후가 나타났다.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마음은 일변했다. 그리고 실지로 그의 앞이 밝아졌을 때, 그곳에는 누렇고 억센 짐승 한 마리가 그의 발밑에 누워서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비벼대며 사랑에 겨워 그에게서 떠나려 하 지 않았다. 그 광경은 옛 주인을 다시 찾은 개와도 같았다. 그러나 비둘기들도 또 한 사자 못지않게 그를 사랑했다. 한 마리의 비둘기가 사자의 코끝을 스치고 날아 갈 때마다 사자는 머리를 흔들며 놀라고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웃었다. 이러한 모든 일에 대해서 차라투스트라는 단지 한 마디, 나의 어린아이들이 가까 이 있다. 나의 어린아이들이! 하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 뒤에 그는 아주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려 그 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어떤 일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꼼짝하 지 않았으며, 짐승을 쫓지도 않은 채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비둘기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그의 어깨에 앉기도 하고, 그의 백발 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아기자기한 애정을 표시하고, 참을 길 없는 기쁨을 나타내 는 데 지칠 줄을 몰랐다. 그러나 강한 사자는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적시는 눈물을 쉬지 않고 핥으며 그의 얼굴빛을 살펴가면서 울부짖었다. 행동이 이러한 정도에 이르렀다. 391

392 이와 같은 모든 일은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또는 짧은 시간 계속되었는지도 모른 다. 말하자면 이러한 일을 측정하는 시간이 지상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에서 잠에서 깨어나 다 같 이 정렬하여 행렬을 이루고 차라투스트라를 맞아 그에게 아침 인사를 드리려고 생 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눈을 뜨자 차라투스트라가 이미 그들 사이에 없다 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동굴 어귀에 닿았을 때, 그리고 그들의 발소리 가 그들보다 앞서 나갔을 때, 사자는 크게 놀라 갑자기 차라투스트라에게 등을 돌 리고 무섭게 울부짖으며 동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보다 고귀한 인간들은 사 자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 렸다. 차라투스트라는 망연실색하여 얼굴빛이 달라진 채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사방 을 둘러보고는 멍청히 서 있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묻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의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없었다. 이제 방금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가?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가? 하고 드디어 그는 천천히 말했다. 그러자 얼마 후 그의 기억은 되살아났다. 그리고 한꺼번에 그는 어제와 오늘 사이 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 여기 돌이 있군!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수 염을 쓰다듬었다. 나는 어제 아침 이 위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기서 예언자가 나를 향 해서 걸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조금 전에 들었던 커다란 비 명을 들었던 것이다. 오오, 그대들 보다 고귀한 인간들이여! 어제 아침 저 늙은 마술사가 나에게 예언한 것은 그대들의 곤궁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나를 그대들의 곤궁으로 유혹하고 나를 시험하려 했던 것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하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를 그대의 최후의 죄로 유혹하려고 온 것이다. 나의 마지막 죄로?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외치고 자기 자신의 말에 역정을 내며 웃었다. 392

393 나의 마지막 죄로써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한 번 자기 속에 침잠하고, 다시금 큰 독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갑자기 그는 뛰어 일어났다. 동정이다! 보다 고귀한 인간과 괴로움을 같이 하는 동정이다! 하고 그는 외쳤다. 그의 얼굴은 청동빛으로 변했다. 그것도 좋다! 그것조차도 끝났다. 나의 괴로움, 또 나의 동정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대관절 나는 나 자 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나의 일이다! 좋다! 사자가 왔다. 나의 어린아이들이 가까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원숙해졌다. 나의 때가 온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라오라! 자, 올라오 라! 그대 위대한 한낮이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그의 동굴을 떠났다. 어두운 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처럼 찬란하고 그리고 힘차게 그는 불타고 있었다. 393

394 지은이 소개 프리드리히 니체 (1844~1900)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1844년 프로이센령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 문학학을 공부했고 25세의 젊은 나이에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다. 28세에는 처녀작 비극의 탄생 을 발표했다. 1879년 건강 문제로 대학에서 나와 집필활동에 전념했으며 1888년부터 정신이상 증세로 병마에 시달리다 1900년 세상을 떠났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서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즐거운 학문 도덕의 계보학 우상의 황혼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김정진 (1919~2001)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다. 숙명여대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교수로 오랜 기간 교단에 섰고 서울대에서 명예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대학독일어 독어 등이 있고, 역서로는 피히테 독일 국민에게 고함, 괴테 파우스트, 슈바이처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 등이 있다. 한국 독일어 교육의 오늘이 있기까지 초석을 쌓고 헌신한 인물로 널리 기억되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C사단법인 올재 발행 2013년 10월 15일 펴낸이 홍정욱 기획 편집 이상민 김화란 표지제호 강병인 편집디자인 황인정 인쇄 제작 (주)헤럴드 펴낸곳 사단법인 올재 출판등록 2011년 11월 4일 제 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전화 팩스 홈페이지 ISBN *표지 제호 저작권은 캘리그라퍼 강병인 님께 있습니다.

152*220

152*220 152*220 2011.2.16 5:53 PM ` 3 여는 글 교육주체들을 위한 교육 교양지 신경림 잠시 휴간했던 우리교육 을 비록 계간으로이지만 다시 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우 선 반갑다. 하지만 월간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솔직히 나는 우리교 육 의 부지런한 독자는 못 되었다. 하지만 비록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런 잡지는 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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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이 그림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것 준비물:잡지에서 잘라 낸 그림(모든 참가자가 쓰기에 충분한 정도), 작은 테이 블 하나, 참가자 수만큼의 의자(선택사항), 부드러운 배경음악(선택사항) 자기상 개발하기 자신을 소개하는 능력 향상하기 게임방식:의자를 원으로 배열하 나 게임 내가 좋아하는 것 게임 1~5 내가 할 수 있는 것 게임 6~7 내가 관찰한 것 게임 8~19 1 난 이 그림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것 준비물:잡지에서 잘라 낸 그림(모든 참가자가 쓰기에 충분한 정도), 작은 테이 블 하나, 참가자 수만큼의 의자(선택사항), 부드러운 배경음악(선택사항) 자기상 개발하기 자신을 소개하는 능력 향상하기 게임방식:의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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