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세계사 1300 명 건국 국 조선 건 훈민정음 반포 14 정화, 남해 1405 원정 자 발명 르크, 금속 활 1450 구텐베 경국대전 완성 1485 무오사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1500 중종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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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Ⅲ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4 조선 후기의 정치 변동과 제도 개편 5 조선 후기의 사회 경제적 변동 6 조선 후기 사회 개혁론의 대두 7 서민 문화의 발달 조선은 중국 대륙에서 명이 일어나고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한창일 때 건국되었다. 조선은 명분과 도리를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면서 500년 이상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농업 중심의 사회를 이루었고, 유교의 도덕을 일반 백성들까지 생활화하도록 하였으며, 두 차례에 걸친 외적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보존하였다. 초기에는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록 문화유산인 조선왕 조실록 의 편찬을 정착시켜 인류 문화 발달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산업 혁명을 이룩한 서양이 새로 운 문물과 시스템을 갖추고 세계와 동아시아를 새로운 제국주의 질서 속에 편입하려 할 때, 시 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도 정치를 초래함으로써 결국 혼란에 빠져들게 되었다. 98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 한국사 세계사 1300 명 건국 국 조선 건 훈민정음 반포 14 정화, 남해 1405 원정 자 발명 르크, 금속 활 1450 구텐베 경국대전 완성 1485 무오사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1500 중종반정 루터, 종교 개혁 백운동 서원 설립 도산 서원 설립 임진왜란 1588 영, 무적 함대 격 파 1592 경기도 대동법 실시 1608 인조반 정 병자호 란 영, 동인도 회사 설립 명 멸망,청통 일 1688 영 (전국 )대 동 백두 법 실 산정 시 영조 계비 170,탕 평책 실 시 2 정조 172,규 장각 5 설치 신 홍경 유박 래의 해 18 난 0 기 18 1 해 박 1 1 해 흥 선 동 학 대 원 군 창시 집 18 권 , 명예 혁명 건 륭 제 1800 즉위 미 178,독 립선 9 프 언 랑스 대혁 명 아편 태평천 전쟁 미 국 운 61 애 일 동 로 화 호 친 미,남 사 조 약 북 건 체 전 결 쟁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99

3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주제열기 근세의 50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조선 왕조 체제가 500년 이상 지속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국가 통치 체제를 정비하였고, 그 중심을 군사력이나 경제력의 강화보다는 유교적 가치의 실현에 두었다. 조선을 세운 이 성계는 정도전에게 나라의 이름과 도읍을 정하게 하고 통치 체제도 정비하도록 하였다. 실제로 정비된 조선의 통치 제도에는 이성계의 뜻이 과연 얼마나 반영되어 있었을까? 태조 이성계 어진(전주 경기전, 국보 제317호) 학습목표 14세기 말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를 배경으로 조선의 건국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유교적 민본 이념에 기초한 조선 정치 체제의 특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할 수 있다. 조선의 사회 경제적 변동을 유교 이념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다. 1 15세기 전후 동아시아 국제 관계의 변동 원의 쇠퇴와 명의 성립 14세기 이후 원은 왕위 계승의 불안정과 재정 운용의 실패로 국력이 약화되기 시작 하였다. 특히, 라마교 행사 등으로 교초를 남발함으로써 물가가 상승하였고, 1351년의 대홍수로 황허가 범람하여 농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를 배경으로 중원 일대 에서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세력을 떨쳤으나, 원의 군대에 쫓겨 만주로 진출하였고, 두 차례에 걸쳐 고려를 침략하였다. 원 순제(1320~1370) 원의 제11대 칸이며, 고려인 기씨를 황후로 맞아들였다. 명의 건국 과 공격으로 수도인 대도를 빼앗기고 몽골 고 원으로 천도하였다. 홍건적의 난 백련교가 중심이 되어 1351년 황허의 대범람 으로 인하여 동원된 농민과 노동자들 사이에 서 시작되었다. 일시적으로 화북과 화중 지역 일대를 장악하기도 하였으나 원군에 쫓겨 만 주로 진출하였고, 고려를 두 차례에 걸쳐 침략 하였으나 실패함으로써 기세가 꺾였다. 이갑제 110호를 1이( 里 )로 편성하고, 1이를 10갑으로 나누어 갑수가 치안과 세역 징수를 맡게 한 제도이다. 홍건적의 제2차 침입 때 개경이 함락되었는데, 이때 이성계가 사병 2,000명을 이끌고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 결국, 고려를 침공한 홍건적은 전멸하였고, 중국 강남에 남아 세력을 키운 주원장은 명을 건국하였다(1368). 주원장이 원의 수도인 대도를 점령하고 천하를 평정하자, 원 순제는 중원을 포기하고 북방으로 도피하였는데, 이때부터 북원( 北 元 )이라고 한다. 중원의 주인공이 원에서 명으로 바뀌면서 동아시아는 상호 간의 교류는 물론, 다른 세계와의 교역도 급격히 줄어들고 문화의 통합성도 약화되었다. 태조 홍무제(주원장) 는 몽골 풍습을 금지하고 유교를 적극적으로 보급하였다. 또한, 이갑제를 실시하고 토지 측량과 인구 조사를 전국적으로 행하여 국가 재정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자영농 을 육성하고 보호하여 농촌 사회를 안정시키려는 정책도 추진하였다. 100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4 명의 3대 황제인 영락제는 베트남과 수마트라까지 원정하여 직할 지배지로 하였고, 환관 정화를 시켜 7차례에 걸친 남해 원정을 추진하였다. 또한,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 기고 한림원을 세워 유학을 장려하였으며, 영락대전, 사서대전, 오경대전, 성리 대전 등을 편찬하여 중국 문화와 유학을 집대성하였다. 다시 명은 해금 정책을 폈고, 문화에서도 송 원의 개방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국수주의적 풍조가 나타났다. 일본과 유구 왕국의 변화 일본에서는 몽골과 고려 연합군의 침입에 따른 군비 부담 등으로 가마쿠라 막부가 약화되었고, 천황의 친정을 추구하는 세력의 막부 타도 운동으로 드디어 몰락하였다 (1333). 이후 57년간 남북조로 나뉘어 대립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었고, 이때 왜구의 노략질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에서 계속되었다. 1392년 무로마치 막부의 3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는 남북조 분열을 통합하여 내 영락제(1360~1424) 명의 다른 황제들과 는 달리 대외 정벌과 해외 무역로 확장 등의 팽창 정책을 펼쳤고, 조선의 태종과 국경 협상 을 하여 공험진을 경계로 정하였다. 란을 종식시켰다. 1401년에는 명에 사신을 파견하여 영락제로부터 일본국왕으로 인정 을 받고 명과 직접 감합 무역을 실시하였다. 한편, 조선과도 왜구가 한반도의 해안을 노략질하지 못하도록 약속하고 3포를 중심으로 무역과 교류를 공식화함으로써 교린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15세기 말부터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전국 각지 의 무사들이 정권을 다투는 전국 시대가 100여 년간 지속되었다. 한편, 유구는 14세기 후반 중산왕( 中 山 王 ) 때 명의 책봉 체제에 편입되었으며, 그 이 감합 무역 감합이란 입국을 확인하는 일을 뜻하며 그 문 서를 감합부라 하였다. 명 황실은 일련 번호가 붙은 감합부를 준비하여 장부와 대조한 후 무 역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후 조선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였다. 1429년 3개 나라로 나뉘어져 있던 유구 본도를 통 일한 유구 왕국은 일본과 조선,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 간의 중계 무역으로 번성하였 다. 그러나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인의 진출과 명의 해금 정책 완화로 일본과 중국 간 직접 무역이 활발해지자 점차 쇠퇴하였다. 더 알아보기 조선 초기의 대외 관계와 영토 확장 원 명 교체기는 권력의 공백기로써, 요동 지방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중대한 문제였다. 명은 원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철령 이북의 땅을 편입하고자 철령위 설치를 고려에 통보하였고(1388), 고려는 철령 이북의 함흥 등 여러 주와 그 북쪽의 공험진도 원래 고려 영토라고 주장하며 철령위 설치 철회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명이 철령위 설치를 다시 통보하고, 요동에서 철령까지 70개의 역참을 설치하려 하자, 고려는 최영, 이성계 등으로 하여금 요동 정벌을 단행하고자 하였으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 로 중단되었다. 명 영락제는 남만주에 건주위를 설치하여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의 여진족을 휘하에 두고, 철령 이북의 땅을 다시 요구하였 다. 이에 조선 태종은 1404년 영락제에게 사신을 보내 공험진 이남이 우리 영토임을 주장하였다. 즉, 공험진 이남에서 철령까 지를 조선에 환속시키겠다는 뜻을 전하였고, 영락제도 결국 철령 이북의 땅을 반납하라는 명을 철회하였다. 이로써 명은 조선 의 북진을 막고 여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한편, 요동을 확실하게 통치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조선은 두만강 유역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되었으며 결국, 세종 대에 4군 6진을 개척하였다. 이후 여진족은 집요하게 두만강을 넘어 침범하였는데, 이는 임진왜란 때까지 계속되었다.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101

5 2 조선의 건국 충선왕의 사저와 만권당이 있었던 북경의 위위안탄( 玉 淵 潭 ) 이곳에서 충선왕과 이제현은 원의 학자 조맹부 등과 교류하였 으며, 성리학을 연구하고 도입하였다. 신진 사대부와 신흥 무인 세력의 성장 고려 무신 정권은 행정을 위해 문서 작성에 능한 새로운 관인층을 등용하 여 실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무신 정권하에서는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였으나 충선왕과 공민왕이 반원 개혁 정치를 시도할 때 측근 세력으로 참여함으로써 하나의 정치 세력을 형성하였다. 이들을 신진 사대부 라 한다. 특히, 충선왕 때 설치된 북경의 만권당에 머물던 이제현이 원의 학 자들과 교류하면서 성리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당시 성리학은 고려의 신진 사대부들에게 확산되어 그들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신진 사대부들은 성리학의 명분론과 의리론에 의거하여 당시의 불교와 권문세족의 모순을 비판하였다. 또한, 정치와 토지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였고, 농업 기술의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 개혁 적 실용적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14세기 후반 중원은 원 명 교체기였고, 일본도 남북조로 분열된 혼란기였기 때문 에 동아시아에서는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하였다. 실제로 고려는 북으로부터 홍 건적의 침입과 남으로부터 왜구의 침입을 받았으며, 이들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정세 운, 이성계, 최영, 최무선 등 신흥 무인 세력이 형성되었다. 특히, 이성계는 홍건적과 왜구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워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다. 위화도 회군 1374년 공민왕을 이어 10세의 우왕이 이인임의 후원으로 왕위에 올랐다. 이인임 등 은 토지를 겸병하고 권력을 지나치게 사유화하여 민심을 잃었고, 새롭게 성장하는 명 을 적대하고 북원을 가까이 하는 비현실적인 외교를 하였다. 이때 명은 많은 공물을 요 구하면서 철령 이북의 땅을 명의 직속령으로 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이에 당시 실권자였던 최영 등은 명이 차지한 요동 지방까지 공략하여 고구려의 옛땅을 회 복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성계 등은 요동 정벌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반 대파인 최영 등을 제거하였다. 나아가 우왕을 축출하고 군사권과 정치적 실권을 장악한 이후, 혁명파 사대부들과 손을 잡고 토지 개혁에 착수하여 과전법을 실시하였다(1391). 권문세족들이 불법적으로 차지하였던 토지를 몰수하였고, 신진 관료들은 최고 150결의 토지를 수조지로 받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지주들이 농민들에게 땅을 비 공식적으로 빌려주고 소작료를 받던 관행을 금지하였으며, 모든 토지로부터 생산량의 1/10에 해당하는 1결당 30두의 조세가 징수되었다. 이로써 관료와 군인 등은 생계의 안 위화도 회군 정을 누리게 되었고, 농민들도 일정한 조세를 내는 것으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102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6 조선 왕조의 개창 신진 사대부들 중 이색, 정몽주 등은 새 왕조의 개창에 반대하였다. 이에 이방원 등 은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살해하고, 조준, 정도전 등 50여 명이 이성계를 국왕으로 추 대하여 조선을 건국하였다(1392). 새 정권은 자신들이 민심과 천심을 얻은 결과라고 하여 맹자가 말하는 역성 혁명 으로 왕조 교체를 정당화하였다. 태조부터 성종에 이르는 100여 년간은 국가의 이념과 통치 체제가 확립되는 시기였 다. 태조는 단군 조선과 기자 조선을 계승하고 삼국의 유민을 통합한다고 하여 국호를 조선으로 정하고,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한 한성을 수도로 정하였다. 또한, 농본 정책, 숭유억불, 사대 교린의 3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조선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 이성계는 학문 면에서도 으뜸이고, 공적 면에서도 으뜸이라 고 정도전을 칭찬하였다. 태종은 사원의 토지를 몰수하고 사병을 혁파하는 한편, 호패법과 양전 사업을 실시 하여 국가 재정 기반을 확충하고, 왕권의 확립과 안정을 위해 위협 세력을 제거하였다. 또한, 6조의 관료가 의정부를 거치지 않고 왕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6조 직계제를 시행하고 신문고를 설치하여 왕권을 더욱 강화하였다. 재위 18년 만에 왕위를 세종에 게 물려주면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유교적 문화 통치를 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하여 유교적 왕도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였으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백성들의 복지 진흥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6조 직계제를 의정 부 서사제로 고쳐 의정부가 국정을 주도하도록 하면서도 인사 군사 형사는 국왕이 직접 장악할 수 있도록 절충하였다. 대외적으로는 쓰시마 섬을 정벌하고 4군 6진을 개 경복궁 수정전 세종 때 집현전이 있었던 자리이다. 높고 넓은 축대가 돋보이며, 영의정 등이 근무하던 건물보다도 국왕의 집무실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였다. 척하여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토를 확장하였다. 세조는 왕위를 찬탈하여 즉위하였기 때문에 정통성이 취약하였고, 이에 왕권을 안정 시키고 경제와 국방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그는 각 요충지마다 진관을 설치하여 독자 적으로 방위하도록 하는 진관 체제와 실제로 복무하는 군인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 한 보법을 실시하였다. 또한, 과전법을 직전법으로 개편하였으며, 동국통감 과 경국 대전 의 편찬에 착수하였다. 성종은 사림 세력을 등용하여 훈구 세력과 조화시키면서 건국 초부터 추진해 오던 문물 개혁 사업을 마무리하였다. 즉, 경국대전 과 동국통감 의 편찬을 완료하였고, 보법 정군( 正 軍 )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군역 제도로서, 2정( 丁 )을 1군호( 軍 戶 )로 편성하고 5 결을 1정으로 간주하였다. 그 결과 대토지 소 유자나 많은 인정을 보유한 지방 세력가의 부 담이 늘어났다. 세조 때 폐지되었던 집현전을 홍문관으로 부활시키고 경연도 재개하였다. 더 알아보기 동국통감 이 편년체로 서술된 이유 동국통감 은 단군 조선부터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엮은 최초의 통사로, 세조 때 편찬을 시작하여 성종 때 완성되었다. 조선 초기에는 역사 편찬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는데, 기전체와 편년체의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군 권파는 국왕의 활동을 중심으로 연대순으로 서술하는 편년체를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고, 신권파는 신하들의 열전이 있는 기 전체로 서술할 것을 주장하였다. 동국통감 은 왕권 강화를 추구하던 세조 때 편찬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편년체로 되어 있으 나 성종 때 완성될 무렵 사림들의 사론이 추가되어 결국 타협을 보게 되었다.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103

7 3 통치 체제의 정비 유교적 민본 정치 서경권 대간들이 가지고 있던 국왕의 관리 임명에 대 한 동의권이다. 모든 관리를 대상으로 하던 고 려와 달리 조선에서는 5품 이하의 관리 임명에 만 동의권을 갖도록 제한하였다. 조선 시대의 정치는 민본 정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였다. 왕권과 신권을 둘러싼 갈등 이 전개되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왕권과 신권 사이에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졌다. 고려 시대에 왕권을 제약하던 도평의사사를 폐지하고 대간들이 가지고 있던 서경권을 약 화시켜 왕권을 강화함으로써 중앙 집권적 관료 체제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국 왕은 인사권과 반역자를 다스리는 권한을 행사할 뿐 중요한 정책은 모두 신하들과 회 경연 국왕에게 유교의 경서( 經 書 )를 강독, 논평, 사 고하고 역사를 가르치고 교육하던 제도이다. 세종 때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되었다. 강의를 2개월 전에 미리 준비하도록 하였고, 참여 인 원이 14명 정도 되었다. 이는 단지 국왕 교육 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의를 열어 결정하였다. 또한, 국왕의 모든 행위는 사관에 의해 낱낱이 기록됨으로써 투 명한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조선 시대의 정치는 상달과 재가를 기본 구조로 하는 왕명에 의해 운영되었다. 상달 은 아래로부터 국왕에게 의견이 전달되는 것으로, 관원들이 하는 계와 백성들도 할 수 있는 상소로 나누어졌다. 특히, 일반 백성들도 억울한 일이나 정치에 대한 건의를 글로 써 할 수 있었으며, 지방 수령은 이를 전달할 의무가 있었다. 재가는 국왕이 내리는 결 상피제와 고과제 상피제는 가족들이 같은 관청에 근무하거나 수령이 출신 지역에 부임하거나 친족이 과거 에 응시할 때 고시관이 되는 것을 금한 제도이 고, 고과제는 관료의 승진 때 무능한 자를 퇴 출시키고 능력 있는 자를 우대하는 제도이다. 정으로서 그 적정함을 기하기 위해 매일 아침 신하가 임금을 뵙고 정사를 보고하는 상 참, 문무 관원이 순서대로 임금의 질문에 응대하는 윤대, 그리고 경연 등의 제도로 정 비하였다. 또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상피제와 고과제를 엄격하게 실 시하였으며, 종친이나 부마는 관직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였다. 중앙 정치 제도와 지방 행정 체제 조선 시대의 중앙 정치 제도는 경국대전 으로 법제화되었는데, 국정을 총괄하 는 의정부와 왕명을 집행하는 6조를 중심으로 편성되었다.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의 3사는 관리의 비리 감찰, 국왕의 정사 비판과 학문적 보필 등을 담당하였다. 국 가의 큰 죄를 다스리는 의금부, 왕명을 출납하는 승정원은 왕권을 유지하는 데 중 요한 기관이었다. 이외에 서울의 행정과 치안을 담당하는 한성부, 역사의 편찬과 보관을 담당하는 춘추관, 국왕의 말과 명령을 작성하는 예문관, 외교 문서를 작성 하는 승문원, 최고 교육 기관인 성균관 등이 있었다. 조선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그 아래에 고을의 크기에 따라 부, 목, 군, 현을 설치 하였다. 또한, 고려 시대의 특수 행정 구역이던 향 소 부곡이 모두 해방되어 일반 군 현에 편입되었고, 전국의 모든 군, 현에는 수령을 파견하였다. 수령은 국왕을 대 신하여 지방의 행정, 사법, 군사권을 장악하고, 농업 발전, 교육 진흥, 부세 수취, 치 안 확보 등의 일을 수행하였는데, 이를 수령 7사라고 한다. 수령은 절대적인 권한을 조선 시대 지방 행정 제도 병영은 8도에 고루 분포 하지만 수영은 남해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지는 만큼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였기 때문에, 각 도에 관찰사를 파견하여 수령을 지휘 및 감독하도록 하고, 수시로 암행어사를 보내 민정을 살피도록 하였다. 104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8 군사 제도 조선은 문치주의를 지향하였으나 국초에는 국방에 힘쓰고 양인개병과 병농일치의 원칙하에 군사 제도를 정비하여 평화를 유지하고 국토를 확장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16세 이상 60세 이하 모든 양인 남자는 현역 군인인 정군이나 그 비용을 부담하는 보 인(봉족)에 편성되어 군역의 의무를 졌다. 정군은 약 30만 명 정도였고, 봉족의 수는 세종 대 70만 명, 세조 대 100만 명으로 늘었다. 다만, 현직 관료와 학생, 향리는 군역 을 면제받았고, 종친이나 외척, 공신이나 고급 관료의 자제는 고급 특수군에 편입되었 다. 정군은 서울에서 근무하거나 지방의 국방 요충지에 배속되었는데, 일정 기간 교대 로 복무하였으며 복무 기간에 따라 품계를 받았다. 진관 체제 조선 초기에는 국경과 해안의 중요한 곳에만 진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그곳이 무너지면 내 륙을 방어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고 하여, 세 조 때부터 전국의 주요 고을마다 진관을 설치 하고 수령이 군사권을 쥐도록 하였다. 다만, 수 군의 진관 조직은 수군절도사가 지휘하도록 하였다. 군사 조직은 중앙군과 지방군으로 나뉘었는데, 중앙군은 궁궐과 수도를 방위하는 5 위로 구성되었으며, 그 지휘는 문반 관료가 맡았다. 지방군은 육군과 수군으로 나누었 는데, 초기에는 국방상 요충지인 영이나 진에 소속되었고, 세조 이후 진관 체제하에 서는 요충지의 고을에 성을 쌍아 주둔하면서 방어 체제를 강화하였다. 정규군 외에 일종의 예비군인 잡색군이 있었고, 군사 조직의 일환으로 교통과 통신 제도가 운영되었다. 즉, 군사적 위급 사태를 알리기 위해 봉수 제도가 정비되었고, 물 자 수송과 통신을 위해 역참이 설치되었다. 조선 초에는 비상 소집 훈련이 시행되어 도성 안에 사는 관원들이 일시에 궁궐 앞에 군사 요충지의 하나였던 고창 읍성 읍성 의 구조도 방어를 위해 고안되었다. 모이기도 하였고, 중무장한 갑사와 돌팔매꾼이 광화문 앞에서 서로 싸우게 하여 군사 훈련을 시키기도 하였다. 교육 제도 조선 시대에는 전국의 모든 군현에 고을의 크기에 따라 향교를 설치하고 서울에는 서학, 동학, 남학, 중학 등 4부 학당을 두었다. 향교와 부학의 학생들은 국비로 교육을 받았으며, 학문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유학( 幼 學 )으로 불리면서 사회적 존경을 받았 고, 과거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다. 더 높은 학문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최고 학부인 강릉 향교 전경 강릉 향교는 전학후묘( 前 學 後 廟 )의 전형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 성균관에 입학하였는데, 정원은 생원과 진사 각 100명씩 200명이었다. 성균관의 학생 들은 대체로 문과의 초시를 면제받았으며, 복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다. 16세기 이후 지방에 세워진 서원은 구조와 내용이 향교와 비슷하였다. 그러나 서원 마다 사당에 모신 선현이 각각 달라 독특한 학풍을 이루었으며, 학생들이 학비를 스스 로 조달하였다는 점에서 관학인 향교와는 차이가 있었다. 기술 교육은 잡학이라 불렀는데, 해당 기술 관청에서 담당하였다. 외국어는 사역원, 의학은 전의감과 혜민서, 천문과 지리는 관상감, 산학은 호조, 율학은 형조, 회화는 도 화서에서 각각 맡아 보았다. 잡학생의 정원은 중앙이 285명, 지방이 약 6천 명이었으 며, 학생들은 평민 자제들이 많았고 의학과 역학 분야는 양반 자제들도 있었다. 성균관 대성전 앞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행해지는 석전제 의식 현재 우리나라에 그 원 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조선 시대 지방에서는 향교에서도 행하였다.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105

9 관리 등용 제도 조선 시대의 관리는 과거와 음서, 그리고 천거에 의해 등용되었다. 과거에는 생원 진사과, 문과, 무과, 잡과가 있는데, 문과는 3년마다 실시하는 식년시와 부정기 시험인 증광시, 알성시 등이 있었다. 경국대전 에 따르면 문과는 초시에서 각 도의 인구 비례 로 선발한 후, 2차 시험인 복시에서 33인을 선발한 다음, 왕 앞에서 실시하는 전시에서 순위를 결정하였다. 무과도 3년마다 식년시가 있었는데, 초시에서는 훈련원이 70명, 각도의 병마도사가 모두 120명을 선발하였다. 문과와 같이 복시와 전시를 거쳐 28명을 선발하는 것이 원 문과에서 경서를 시험하는 장면(김준근 그림, 프랑스 귀메 박물관) 필기고사가 아니 라 시험관의 물음에 수험생이 직접 답하는 형 식의 문답 시험임을 알 수 있다. 칙이었으나 후기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예컨대, 숙종 2년의 정시에서는 1만 8천여 명이나 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잡과는 율과, 역과, 의과, 음양과 등 4과가 있었고, 이외에 간단한 시험을 치러 하급 관원을 선발하는 취재도 널리 행해졌다. 과거는 천인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한이 없었으나, 문과는 탐관오리의 아들이나 서 얼에게는 응시를 제한하였다. 잡과는 기술관의 자제나 향리, 교생, 서얼, 양가 자제들 이 응시하였는데, 후기에는 대체로 그 직이 세습화되었다. 더 알아보기 과거의 시험 내용(초시) 과거의 시험 내용을 살펴보면 문반에게는 유교 경전 지식과 함께 문학 재능은 물론이고 논술 능력까지도 요구한 반면, 무반 에게는 무예 기능을 주로 보면서 유교 경전과 무예 지식을 부수적으로 요구하였다. 기술직에게는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 및 기능을 요구하였다. 문과 분류 시험 과목 비고 초장(유교 경전 지식) 사서의( 四 書 疑 ), 오경의( 五 經 義 ) 필수 중장(유교적 문학 재능) 부 : 생각이나 경치를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문체 송 : 성덕이나 성공을 칭송하는 문체 명 : 자신을 경계하려 남의 공적이나 일생, 사물의 내력을 기록하는 문체 잠 : 남의 잘못을 경계하는 문체 기 : 사실을 그대로 적는 문체 표 : 신하가 자신의 심중을 나타내 임금에게 알리는 문체 전 : 자기의 의사를 남에게 표현하는 문체 택 1 택 1 종장(유교적 논술 능력) 대책(혹은 시무책) : 정치 혹은 경전 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술하는 것 필수 무과 분류 시험 과목 비고 무예(6기) 강서 활쏘기(3) : 목전(나무 화살), 철전(철 화살), 편전(짧고 작은 화살) 말타기(3) : 기사(말 달리면서 활쏘기), 기창(말을 몰면서 창 찌르기), 격구(마상 경기) 4서 5경 중 1개 + 경국대전 + 통감, 병요, 장감박의, 무경, 소학 중 1개 무경칠서(손자, 오자, 사마법, 울요자, 이위공문대, 삼략, 육도) 중 1개 조선 전기 잡과 분류 역과 율과 의과 음양과 시험 내용 중국어, 몽골어, 일본어, 여진어 율학 의학 천문학, 지리학 명과학 106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0 4 경제 체제의 정비 농본주의 경제 정책 조선은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를 원칙으로 하는 유교적 경제관에 입각해 있었 고, 국가 재정도 주로 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농경지의 확보와 농업 생산 력의 증대는 국가적 관심사였다. 국초부터 개간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농법에 대한 연 결 농토의 면적 단위로서 세종 때 전분 6등급의 제 도하에서 1등전 1결의 면적은 6등전의 1/4 넓이 였다. 구가 추진된 결과, 고려 말에 50만 결이던 경지 면적이 세종 때에는 172만 결로 증가 하였다. 또한, 새로운 농업 기술과 농기구의 개발로 생산성도 증가하여 15세기에는 1 결당 최하 400두에서 최고 1,200두까지 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상공업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통제하였다. 당시 유학자들은 상품의 생 산과 유통에 대해 국가가 통제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농민들이 상공업에 뛰어들어 농 업이 피폐해지고 사치와 낭비가 조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더욱 굳 1결당 수확량 1결당 수확량은 고려 성종 때에는 대체로 가 장 좋은 논의 경우 벼 600두(쌀 300두) 정도 로 추정하고 있는데, 조선 세종 때 가장 좋은 논에서 벼 1,200두를 수확하였다고 하면 고려 초에 비하여 2배 정도 생산성이 증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지면서 사 농 공 상 간의 신분적인 차별 의식이 점차 강화되었고, 상공업자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제관으로 인하여 도로와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하였으며 화폐의 유통도 제한되었다. 그러나 16세기에 이르러 국가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상공업에 대한 통 제 체제도 무너지고, 국내 상공업과 무역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과전법 시행 조선의 과전은 토지로부터 조세를 거둘 수 있는 수조권을 관료에게 지급한 토지이 다. 수조권이 관료 등 개인에게 있는 토지를 사전( 私 田 ), 국가에게 있는 토지를 공전( 公 田 )이라고 하였다. 모든 토지의 소유권은 관념상으로는 국왕에게 있었으나, 실제로는 경작자가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리고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작자는 그 토지를 자유롭게 매매하고 상속할 수 있었다. 과전은 처음 경기 지방의 토지에 한해 관료의 품계에 따라 차등 있게 지급되었다. 최 고위의 영의정에게는 150결, 최말단의 참봉에게는 10결의 토지로부터 수조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수조권을 받은 사람이 죽거나 반역을 하면 국가에 반납하였는데, 사망한 관리의 아내와 자식에게 지급되는 수신전과 휼양전은 세습되었다. 이외에 국가 나 왕실에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특별히 하사된 공신전과 별사전도 세습되었다. 세습 토지가 증대되어 새로 관직에 나간 관리에게 수조권을 지급할 토지가 부족해졌 다. 세조 때부터는 현직 관리에게만 지급하였고( 직전법), 성종 때부터는 지방 관청에 서 조세를 직접 거둬 현직 관리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관수 관급제)으로 바뀌었다. 또 한, 이와는 별도로 현직 관리에게 연 4회 혹은 매월 현물로 급여되는 녹봉제가 고려 시 대부터 있었는데, 고종 때(1894)까지 시행되었다. 공신전과 별사전 공신전이 일정한 제도적 규정에 따라 지급된 반면, 별사전은 왕의 특명에 따른 것으로 그 액수도 제한이 없었다. 직전법 현직 관리에게만 수조권이 지급됨으로써 자연 스럽게 사망한 관리의 자식이나 부인에게 지 급되었던 수신전이나 휼양전도 폐지되었다.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107

11 수취 체제의 확립 조선 시대의 수취 체제는 토지에 부과하는 조세, 집집마다 부과하는 공납, 양인 남자 에게 부과하는 군역과 요역으로 나누어졌다. 조세는 수확량의 1/10을 기준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소작농에게 그 세금을 대신 내도록 하는 경 우가 많았다. 공납은 지역의 특산물을 납부하게 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각 군현에 할당하면, 각 군 현은 집집마다 다시 할당하여 징수하였다. 공물은 수공업 제품이나 광산물, 수산물, 모 피, 과실, 약재 등이었는데, 전세보다 그 부담이 컸다. 공물과는 별도로 지방 관리가 임 금에게 바치는 예물 성격의 진상품도 있었다. 군역은 실제 복무를 하는 정군과 그를 보조하는 보인으로 나누어졌다. 다만, 양반, 공안 정부는 공부상정도감을 설치하고 공 안(연간 공물 상납 관서와 물량을 규정한 대 장)을 만들어 관리함으로써 백성의 공납 부담 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서리, 향리 등은 관청에서 근무하고, 학생은 성균관과 향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군역 에서 면제되었다. 요역은 성, 왕릉, 저수지 등의 공사에 인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성종 때부터는 토지 8결마다 장정 1명씩을 차출하였고, 1년 중에 6일이 넘지 않도록 하였다. 국가 재정은 염전, 광산, 산림, 어장, 상인, 수공업자 등이 내는 세금으로도 충당하였 다. 지방에서 거둔 세곡은 조운 제도 등을 통하여 서울로 운반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함경도와 평안도의 세곡은 그 지역에서 군사비와 사신 접대비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상공업 활동 조선 초기에는 전문적인 기술자를 공장안에 등록하게 하고, 관청에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여 바치도록 하였다. 관청에 등록된 관영 수공업자들은 의류, 활자, 화약, 무기, 문방구, 그릇 등을 제조하여 납품하였고, 자신의 책임량을 초과하여 생산한 것에 대해 서는 세금을 내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 주로 농민을 상대로 농기구 등을 만들어 팔거나 양반의 사치품을 생산하는 민영 수공업자들도 있었는데, 16세기 이후 에는 부역제의 해이와 상업의 발달을 배경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정부에서는 종로에 시전을 설치하여 허가를 받은 상인들에게만 장사하도록 하고 점포 세와 상세를 거두었다. 이들 시전 상인들은 왕실과 관청에 물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독점 종로 시전 거리 위 사진은 1899년의 것이 나 시전은 건국 초부터 종로통을 따라 일자형 건물로 형성되었다. 그 시전 뒤로는 주거용 혹 은 혼합형 가옥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맛길은 시전과 주거용 가옥들 사이에 만들 어진 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보부상 봇짐장수인 보상과 등짐장수인 부상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장시를 중심으로 행상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하였다. 판매권인 금난전권을 부여받았다. 특히, 명주 종이 어물 모시 삼베 무명을 파는 육의전이 유명하였다. 15세기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장시는 농업의 발달과 함께 성장하였다. 농민의 이탈을 염려한 정부는 장시의 발달을 억제하고자 하였으나, 16세 기에 더욱 발달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이를 배경으로 보부상이 활동하였다. 조선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제하였다. 다만, 명과는 사신이 내왕할 때, 여진과는 국경에 무역소를 설치하여 관리의 입회하에, 일본과는 동래에 설치한 왜 관을 중심으로 엄격한 통제하에 무역을 허용하였다. 특히, 여진 및 일본과의 사무역은 교린 정책의 일환이었으며, 교역품도 무명과 식량 등 생활 필수품이 중심이었다. 108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2 탐구 활 동 조선 초기 왕권과 신권의 관계 1 국왕의 역할은 단지 재상을 선택하는 것과 재상과 국정을 논의하는 것이다. - 정도전, 조선경국전(상) - 2 육조로 하여금 각각 맡은 일을 임금께 바로 아뢰게 하고 왕의 뜻을 직접 받들어 시행하게 하며, 의논할 일이 있으 면, 육조 장관이 같이 의논하여 아뢰게 하소서. - 태종실록 권 27, 태종 14년 4월 17일 경신 - 3 육조에서는 각각 맡은 직무를 먼저 의정부에 보고하여 논의하고, 의정부에서는 가부를 의논하여 아뢴 뒤에 분부를 받아서 도로 육조로 돌려보내서 시행하게 하라. - 세종실록 권 72, 세종 18년 4월 12일 무신 - 4 3정승은 자질구레한 사무를 친히 보지 않고, 육조판서들이 그 직무를 나누어서 다스리는 것이 옛 제도이다. 이제부 터 육조의 공적인 사무는 직접 임금께 상의하여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 세조실록 권 72, 세조 1년 8월 1일 갑진 - 1 1, 2, 3, 4를 각각 아래의 3가지 명칭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 이름을 붙여 보자. 의정부 서사제 6조 직계제 재상 위임 정치 2위의 사료는 조선 초기 왕권과 신권의 갈등을 시사한다. 조선 시대의 상황에서 신권 중심론과 왕권 중심론 중 어느 쪽이 더 현실에 적합하였는지 설명해 보자. 도움 글 조선 초기에는 왕권과 신권의 관계를 둘러싸고 활발한 논쟁이 있었으며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는데, 시기에 따라 그 관계 가 위와 같이 바뀌었다. 공물과 진상품의 차이 자료 1 공물 강원 황해 평안 함길 네 도에 굶주리는 사람이 다른 도보다 배나 되니, 앞서 각 관청의 공물을 감면하여 준 가운데 다 감하여 주지 않은 것은 일체 모두 감면하여 주라. - 세종실록 권 18, 세종 4년 12월 9일 임진 - 자료 2 진상품 의정부에서 백관을 거느리고 임금의 탄생일을 축하하여 안팎 옷감과 안장 갖춘 말을 진상하고, 각도에서는 토산물을 바 치고 전문( 箋 文 )을 올리어 축하하니, 제례( 除 禮 )하라고 명하였다. - 세종실록 권 116, 세종 29년 4월 10일 신축 - 1 공물과 진상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여 분석해 보자. 2 진상품은 각 지방 관찰사와 병사 및 수사의 책임하에 갑오경장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도움 글 세종실록 의 공물 및 진상품에 관한 기사를 보면 공물은 의무적인 것인데 감면해 주고 있다. 또한, 진상품은 국왕에게 중앙의 신하 혹은 지방관들이 자발적으로 드리는 축하 물품임을 알 수 있다. 공물은 대동법의 실시로 특산물을 바치는 것이 없어졌다. 01.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의 정비 109

13 0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주제열기 성종 때부터 정계에 등장한 사림 세력은 권력을 독점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훈구 세력 을 비판하였다. 이 시기에 사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조광조는 여러 가지 개혁 정치를 실시하고자 하였다. 거듭된 사화에도 불구하고 사림 세력은 서원과 향약을 기반 으로 성장하여 훈구 세력 대신 중앙 정계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였다. 사림 세력은 어떻 게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 세력들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을까? 조광조 적려 유허비(전남 화순) 학습목표 조선 시대 신분제가 확립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조선 전기 사림이 추구한 정치 형태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전기 성리학적 질서가 확립된 예를 조사하고 양반 문화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1 양반 중심의 신분 질서 조선의 신분 구조 조선 시대에는 법제적으로 신분을 양인과 천인으로 구분하는 양천 제도를 실 시하였다. 양인은 국가의 지배만을 받는 자유민으로, 조세와 국역 등의 의무를 지녔다. 천인은 관청이나 양반에게 소속된 비자유민으로, 원칙적으로 관직에 나 갈 수 없으며 국역이 면제되었다. 그러나 15세기 말부터 문벌, 관직, 토지 등을 차지한 특권적인 지배 신분층이 생겼다. 양인 내에서도 양반, 중인, 상민으로 분화되었고, 지배층 내에서도 다시 조선의 신분 구성 양반과 중인으로 나누어졌다. 양반은 본래 문무 관료를 의미하였으나, 성리학적 명분론이 확대되고 양반의 특권 이 강화되면서 그 가족이나 가문까지 포함하는 지배 신분을 일컫게 되었다. 양반은 지 배층으로서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하여 기술관, 향리, 서얼 등이 양반으로 진출하 성리학적 명분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군자와 소인 등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군 자는 학문과 민중의 교화에 힘쓰고, 소인은 생 업에 종사해야 한다. 즉, 사람은 자기 신분(명) 에 적합한 역할(분)이 있으므로 각자가 자기 역할에 맞는 일에 종사할 때 이상적인 사회가 성립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는 것을 억제하였다. 그 결과 정치 사회 경제 면에서 각종 특권을 누리는 양반을 중 심으로 중인, 상민, 천민의 신분제가 정착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고려 사회에 비해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었다. 조선 시대의 양인은 원칙적으로 과거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따라서 양인이 과거에 합 격하여 양반으로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었다. 110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4 양반과 중인 양반은 경제적으로는 지주였고, 정치적으로는 관료 또는 관료 예비군으로 조선 사회 를 지배한 신분이었다. 이들은 현직 또는 예비 관료로 활동하며 유학적 소양과 자질을 키우는 독서 활동에 몰두하였다. 또한, 최고의 지배층으로 각종 국역을 면제받으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특권을 보장받았다. 중인은 지배층인 양반과 피지배층인 상민 사이에 위치한 중간 신분층을 말한다. 기 술관, 향리, 서리, 서얼 등이 해당하며, 이들은 양반들에 의해 점차 차별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역관은 대외 무역에 관여하여 재물을 축적하였고, 향리는 수령을 보좌하면서 그 위세를 행사하기도 하였다. 이외에 중인들은 전문 기술이나 행정 실무를 담당하면 서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해 나갔다. 또한, 이들은 직역을 세습하고 같은 신분끼 리 혼인하면서 하나의 신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양반의 첩의 자식은 서얼 이라 하고 차별을 받았다. 이들은 문과에 응시할 수 없었 평생도(작자 미상, 고려 대학교 박물관) 양 반의 일생 동안 중요한 의례와 관직에 나아간 선비가 거치게 되는 여러 벼슬살이의 장면 등 을 담은 평생도에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인생 관과 출세관이 잘 표현되어 있다. 고 주로 무과나 잡과를 통해 관직에 등용되었으나 승진에 제약이 있었다. 상민과 천민 일반 평민인 상민은 농민, 수공업자, 상인을 말한다. 상민의 대부분을 차지한 농민은 조세 공납 역의 의무를 지고 있었고, 수공업자는 관영 수공업이나 민영 수공업에 종 서얼 조선 시대 서얼은 특수한 신분층으로서 법적 으로 차별을 받았다. 본처의 자식과 달리 관직 진출에 제한이 있었으며, 재산 상속과 가족 내 의 위치에 있어서도 차별 대우를 받았다. 사하였다. 상인에는 시전 상인과 보부상 등이 포함되는데, 국가의 통제하에 활동할 수 있었다. 양인 가운데 신량역천( 身 良 役 賤 ) 으로 여겨지는 신분도 있었는데, 이들의 신분 은 양인이지만 사회에서 천역을 담당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천민의 대부분은 노비였다. 노비는 개인이나 국가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매매, 상속, 신량역천( 身 良 役 賤 ) 관아의 조례(하인), 의금부 나장(하인), 조창의 조군, 수영의 수군, 봉수군, 역졸, 염간(소금 굽 는 자), 해척(어부) 등 증여의 대상이 되었고, 소유주에 따라 솔거노비와 외거노비로 구성된 사노비, 입역노 비와 납공노비로 구성된 공노비로 나눌 수 있었다. 이 밖에 백정, 무당, 창기, 광대 등 도 천민에 속하였다. 한편, 조선 시대에는 향 소 부곡을 일반 면 리제로 개편하여, 이곳의 주민들을 양인으로 승격시켰다. 이는 양인을 늘려 국가 재정의 기반을 확대하 려는 의도에서 나타난 정책이었다. 더 알아보기 조선 시대의 향리 향리는 지방 관아에서 수령을 보좌하며 행정 실무를 담당하였다. 고려 시대와 달리 조선 시대의 향리에게는 녹봉이나 외역 전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지방 관아의 수입 중 약간의 급료만 받았다. 그러나 조상으로부터 토지와 노비를 물려받은 경우가 많아 생계 유지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국가는 향리가 지방민에 대해 권세를 부리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를 마련하였다. 향리는 왕권의 대행자였던 수령과 지방 사 회를 대표하는 토착 사족 사이에서 협력과 견제를 하였다. 수령과 토착 사족은 같은 사족으로서 향리를 감독하였고, 수령과 향리는 지방 행정에서 토착 사족을 견제하였다. 또한, 토착 사족과 향리는 같은 토착 세력으로서 왕권을 대행하는 수령에 대 항하였다. 0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111

15 2 사림의 등장과 붕당의 출현 사림의 등장 15세기 말 성종 대부터 중앙의 양반 관료들은 훈구 세력과 사림 세력으로 나누어 대 립하였다. 훈구 세력은 개국공신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공훈을 인정받은 세력 이었다. 특히, 세조의 즉위에 공을 세운 신하들로, 고위 관직을 독차지하고 권력을 이 용하여 토지와 노비를 늘렸으며 상업에도 관여하여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였다. 이에 성종은 민심을 수습하고 유교 정치를 회복하는 한편, 훈구 세력을 견제하기 위 하여 김종직을 비롯한 사림을 등용하였다. 사림 세력은 조선 건국에 협력하지 않고 지 방에 머물며, 학문과 교육에 힘썼던 길재의 학통을 이어받은 유학자들이었다. 이들은 김종직(1431~1492) 조선 시대의 정치가, 사상가이다. 세조 때에 동료들과 함께 관직에 진출하여 세조~성종 연간에 동료, 후배 사림 파들을 적극 발탁하면서 사림파의 정계 진출 기반을 다졌다. 경제력을 갖춘 중소 지주로서 성리학적 질서를 강조하고, 향촌 자치 및 왕도 정치를 추 구하였다. 또한, 주로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등 3사의 관리로 진출하였고, 왕실의 불 교 사찰 중건 사업이나 훈구 세력의 재산 축적 등을 비판하였다. 사화의 발생 성종에 이어 즉위한 연산군 때 훈구 세력은 사림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사화를 일으 켰다. 사림은 연산군 때 두 차례의 사화(무오사화 갑자사화)를 겪으면서 세력이 약화 되었다. 그러나 사림은 중종반정 이후 다시 중앙 정계에 진출하였다. 중종은 유교 정치를 회 현량과 조선 중종 때 조광조 등의 제안으로 실시된 관리 채용 제도로, 덕이 많은 사람을 천거하여 뽑았다. 기존의 과거제를 통해서는 우수한 인 재를 등용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지방의 신진 사림이 중앙에 진출할 길을 열어 놓기 위해 마련한 새로운 관리 선발 방법이다. 복하고 훈구파 반정 공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림을 등용하였다. 조광조는 현량과를 실시하여 사림을 3사의 언관직에 배치하고 훈구 세력에 맞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였 다. 또한, 경연과 언론 활동의 강화, 도교 행사 기관인 소격서의 폐지, 방납의 폐단 시 정, 향약의 실시, 소학의 보급 등을 주장하였다. 특히, 위훈 삭제 사건은 훈구 세력의 기반을 빼앗는 것으로, 훈구 세력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조광조에 대한 평가 그는 어질고 밝은 자질과 나라를 다스릴 재주를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정치 일선에 나간 결과, 위로는 왕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구세력의 비방도 막지 못하고 말았다. 그가 도학을 실천하고자 왕에게 왕도의 철학을 이행하도록 간청하기는 하였지만 그를 비방하는 입이 너무 많아 비방하는 입이 한번 열리자 결국 몸이 죽고 나라를 어 지럽게 하였으니, 후세 사람들에게 그의 행적이 경계가 되었다. - 이이, 석담일기 - 도움글 조광조는 훈구 세력의 비리를 척결하고 사림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조광조의 개혁 정 치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의 개혁 방향은 옳게 평가되어 명종 대를 거쳐 선조 대에는 사림이 정치 세력의 중심이 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생각해 보기 조광조의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12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6 사림의 급진적인 개혁에 부담을 느낀 중종은 훈구 세력을 앞세워 조광조를 제거하였 고, 이에 사림 세력은 큰 피해를 입었다(기묘사화). 이후 명종 때는 왕의 외척들끼리 세 력 다툼이 일어나 사림 세력이 다시 피해를 입었다(을사사화). 이처럼 사림 세력은 네 차례의 사화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향촌 사회에서 서원과 향 약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사림은 16세기 후반 훈구 세력을 몰아 주초위왕( 走 肖 爲 王 ) 조광조의 반대 세력들은 대궐 후원에 있는 나 뭇잎에 꿀로 주초위왕( 走 肖 爲 王 ) 이라고 글을 써서 벌레들이 파먹게 한 다음 임금에게 고하 였다. 주( 走 )와 초( 肖 )를 합하면 조( 趙 ) 가 되 니, 결국 조광조가 역모를 꾸밀 거라는 계략이 었다. 이를 계기로 기묘사화가 발생하였다. 내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붕당의 출현 향촌 사회에서 지위를 강화해 나간 사림은 꾸준하게 정계에 진출하여 선조 때 중앙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사림이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함에 따라 정치 운영 방식 도 변화하였다. 사림들이 3사를 중심으로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3사의 언론 활동 이 활발해졌고, 경연과 대간의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사림 세력은 훈구 정치의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명종 이후 정권에 참여해 온 기성 사림들은 훈구 정치의 청산에 소극적 인 반면, 새롭게 정계에 등장한 신진 사림들은 원칙에 더욱 철저하여 훈구 정치의 적극 적인 청산을 주장하였다. 두 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기성 사림의 지지를 받던 심의겸과 신진 사림의 지 지를 받던 김효원 사이의 대립으로 붕당이 형성되었다. 김효원을 지지하는 세력을 동 사림의 계보 인이라 불렀고, 심의겸을 지지하는 세력을 서인이라 불렀다. 동인에는 이황과 조식 의 학문을 계승한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서인에는 이이와 성혼의 제자들이 가담하 였다. 이후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나누어졌고, 서인 남인 북인이 서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가운데 붕당 정치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선조 이후에는 학파를 기반으로 붕당이 나타나면서 공론에 의한 정치를 추구하였으며, 붕당 사이에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조 전랑 이조의 정5품 벼슬인 정랑과 정6품 벼슬인 좌 랑을 합쳐 부르던 말이다. 이조 전랑은 3사의 관리를 임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3사의 여론을 집약할 수 있었다. 그 의견은 사림 전 체의 의견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 력이 막강하였다. 또한, 그 후임의 임명에는 이조판서도 관여할 수 없었고 물러나는 사람 이 추천하였다. 이야기 한국사 붕당의 형성 김효원이 과거에 장원으로 합격하여 이조 전랑의 자리에 오르려 하자 명종의 비 심씨의 오빠로 당시의 외척이었던 심의겸 은 김효원이 윤원형의 문객이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였다. 그 후 심충겸(심의겸의 동생)이 장원 급제하여 이조 전랑으로 천거 되자, 이번에는 김효원이 외척은 기용할 수 없다며 반대하였다. 이에 양편 사람들이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서로 배척 하여 동인, 서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김효원의 집은 동쪽 건천동에 있었고, 심의겸의 집은 서쪽 정릉동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인들은 지난 일에 비추어 보아 결코 외척을 등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서인들은 심의겸이 공로가 많고 사족이므로 앞길 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0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113

17 3 성리학적 질서의 확립과 양반 문화 성리학적 질서의 확립 소학 조선 초기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져 사학 향 교 서원 서당 등 모든 유학 교육 기관에서 필수 과목으로 다루어졌으며, 사대부의 제자 들은 8세가 되면 유학의 기초로 학습하여 조 선 시대의 충효 사상을 중심으로 한 유교적 윤리관을 보급하는 데 기여하였다. 국조오례의( 國 朝 五 禮 儀 ) 제사 의식인 길례, 관례와 혼례 등의 가례, 사 신 접대 의례인 빈례, 군사 의식에 해당하는 군례, 상례 의식인 흉례 등 국가의 기본 예식 인 오례를 정리한 책이다. 성리학은 조선의 건국에 가장 중요한 사상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조선 초기 성리학 에 바탕을 둔 관료들은 성리학 이론의 탐구보다는 유교적 제도의 완비와 성리학적 이 념의 교육과 보급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15세기 학문을 주도하였던 관학파 계열의 관 료들은 성리학 이외에도 국가 체제 정비에 필요한 여러 학문과 사상을 수용하였다. 조선 초기부터 국가에서는 사회를 교화하고 유교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서적을 편찬 하였다. 사회 교화를 목적으로 성균관과 향교 등의 관학을 통해 소학 을 보급하였다. 세종 때에는 유교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행적을 모아 삼강행실도 를 편찬하고, 이를 백성에게 보급하였다. 성종 때에는 국조오례의 를 편찬하여 국가의 여러 행사에 필 요한 의례를 정비하였고, 경국대전 을 완성하여 조선 초기의 유교적 통치 질서와 문물 제도를 완비하였다. 16세기 향촌 사회에서 기반을 확립한 사림은 민간의 생활까지 성리학적 윤리서를 보급하려고 하였다. 사림들은 소학 의 보급을 향사례 향음주례나 향약과 연계시켜 향촌에서 성리학적 이념을 실천하려고 하였다. 또한, 주자가례 를 보급하여 성리학적 예법을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려 노력하였다. 족보의 편찬과 성리학적 윤리관에 따른 예법을 연구하는 예학의 발달은 이 같은 변 화를 더욱 촉진하였는데, 김장생은 가례집람 등을 저술하면서 예학을 이론적인 학문 삼강행실도 유교 도덕의 기본이 되는 세 가 지인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널리 백성들에 게 알리기 위해 펴낸 서적이다. 으로 성립시켰다. 그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몸소 실천하는 데 예학의 근본 취지가 있다 고 생각하였으며, 그의 학문은 김집에게 계승되었다. 이후 예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성 립되었다. 더 알아보기 조선의 성리학적 질서 조선 왕조는 정치적으로는 유교의 덕치주의와 민본 사상을 바탕으로 왕도 정치를 구현하려 하였다. 왕도 정치는 도덕과 윤 리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로서, 사회 질서를 중요하게 여겼다. 사회적으로는 양천의 신분 구분을 엄격하게 하고, 이에 따른 직 역을 법제화하였으며, 유교의 가부장적 가족 원리를 점차 보편화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지배층이 농민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사회 경제 관계를 만들어 지배층이 농업 경영에 참여하고,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경제적 관계에서도 작용하고 있었다. 사상적 으로는 유교 이외의 사상이나 종교를 이단으로 여겨 배척하였으며, 불교, 도교, 토속 신앙 등의 종교 생활까지도 유교 사상으 로 흡수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 사회 관습으로 볼 때, 이상적인 유교 이론은 일반 백성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으므로 서민 사회에서는 불교, 도교, 토속 신앙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국제 관계에서는 평화 추구의 친선 정책을 기본 외교 정책 으로 삼아, 국제적 긴장 관계를 완화시키려고 하였다. 114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18 서원과 향약의 보급 16세기 중엽 등장한 서원은 선현에 대한 제사와 유생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 의 지방 사립 학교였다. 서원은 우선 국가에 의해 설립된 지방 향교가 과거 시험의 준 비 기관으로 전락하게 되자 순수한 학문 연마와 유학 진흥을 위해 지방의 선비들을 중 심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성종 때 중앙 정계에 진출한 사림들이 수차례의 사화를 겪고 향촌으로 내려가 많은 서원을 만들어 학문 연구와 후학 교육을 하면서 성리학 이념을 널 리 보급하였다. 최초의 서원은 중종 때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으로(1543), 이 서원은 후에 이황의 건의로 국왕으로부터 소수 서원이라는 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많은 서원이 사액을 받았으며, 국가는 책과 토지, 노비를 지급하고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지방 양반들은 서원에 모여 성리학을 공부하고 문예의 기량을 겨루었으며, 소수 서원 현판의 모습(경북 영주) 왕으로부터 서원의 현판과 노비, 서적 등을 받은 서원을 사액 서원이라고 한다. 서원이 넘치게 건립되면서 숙종 때 사액 서원은 131개나 되 었다. 이후 영조 때 사액을 중단하였다. 당시의 행정이나 정치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었다. 또한, 서원의 운영에 참여하고, 때로는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중앙 정치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서원과 함께 향촌 사회에서 사림의 지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향약이었다. 향 촌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돕고 좋은 일을 권하는 풍속이 내려오고 있었는 데, 사림 세력은 이러한 전통 위에 유교 윤리를 더하여 향촌 사회의 자치 규약 인 향약을 만들었다. 조광조 등은 향약을 소학 과 함께 보급하였으나, 기묘사 화 이후 차츰 각 군현이나 향촌의 실정에 맞게 시행되었다. 향약은 풍속 교화 를 담당하며 향촌 자치 기능을 맡았고, 향약의 보급으로 사림의 지위는 강화되 어 수령이나 향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향약은 상하의 신분제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를 이루고, 사회의 구성 원으로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인간을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도산 서원 향약을 세우는 까닭 이제부터 우리 고을 선비들이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근본으로 하고 국가의 법을 준수하여 집에 서나 고을에서 각기 질서를 바로잡으면, 나라에 좋은 선비가 될 것이요, 출세하든지 가난하게 살 든지 서로 의지가 될 것이다. 굳이 약속을 만들어 서로 권할 필요도 없으며, 법을 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진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올바른 것을 어기고 예의를 해침으로서 우리 고을 풍속을 무너 뜨리는 자는 바로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백성이다. 벌을 주지 않으려 해도 주지 않을 수 있겠는 가? 이것이 바로 오늘날 부득이 향약을 세우는 까닭이다. - 이황, 퇴계집 - 도움 글 16세기 향촌 사회는 공납의 폐단, 훈구와 외척의 횡포로 하층민의 생활이 곤궁해졌다. 이에 지방 양반 들은 향촌 사회를 교화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향약을 확대하려고 하였다. 생각해 보기 향약의 보급을 통해 사림이 추구하였던 향촌 사회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퇴계집 의 향약 부분 0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115

19 성리학의 발달 16세기 이후 정계에 등장한 사림은 자신들의 근거지를 바탕으로 서원을 건립하고 제자를 기르며 성리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이 시기의 성리학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이황과 이이였다. 이황은 주자서절 요, 성학십도 등을 저술하였고, 주자의 이론에 조선의 현실을 반영시켜 성리학의 체 계를 세우려 하였다. 이황은 도덕적 실천의 근거로서 이( 理 ) 를 중시하는 주리론의 입장 을 취하였고, 현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유교적 이상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제 시하려 하였다. 이러한 이황의 사상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성리학 발전에 기여하였다. 성학십도 이황이 성학을 체계적으로 설명 한 10개의 도표와 해설 글이다. 선조가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상소문과 함께 올렸다. 한편, 이이는 이기( 理 氣 )에 선후가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기( 氣 )를 중시하 였다. 이이는 만언봉사 등의 상소를 올리는 등 조선이 직면한 현실 문제를 개혁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였다. 성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학문적 입장과 지역적 차이, 정치 이념에 따라 정 파가 형성되었다. 선조 때에 서경덕 조식 학파와 이황 학파가 동인을 형성하였고, 이 이 학파와 성혼 학파가 서인을 형성하였다. 문학과 예술의 발달 훈구 세력이 지배하였던 15세기에는 민생의 안정과 국방력의 강화라는 필요성 때문 에 기술 문화가 발달하였다. 또한, 성리학을 사회 개혁의 원리로 이해하였고, 성리학 이외의 사상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역사에 있어서 민족 주체 의식이 강조 된 동국통감 과 같은 서적이 편찬되었고, 문학에 있어서도 동문선 과 같은 우리의 실 정에 맞는 독자적인 시문집이 편찬되었다. 몽유도원도 와 고사관수도 같은 그림이 그 려졌으며, 숭례문, 평양 보통문 등과 같은 궁궐, 성곽, 학교 중심의 건축이 발달하였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측우기, 해시계, 자격루, 화차 등이 발명되었다. 백자 깨끗하고 담백하며 순백의 고상함을 표현하고 있다. 16세기 이후 사림이 정권을 담당하면서 사림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문학과 예술에 반영되었다. 특히, 조선 중기에는 가사 문학이 크게 발달하였는데, 대표적 작가인 정철 은 관동별곡 을 비롯한 여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송순도 한글 작품으로 풍류 생활을 노래한 시조와 가사 작품을 남겼는데, 그의 한시 작품에는 당시 사회 모순이나 농민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시조는 양반 사대부 의 교양으로 여겨졌으며, 양반 사회의 생활 감정을 잘 표현하였다. 건축에서는 서원이 많이 건립되었는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양반 사대부 의 소박함이 담겨 있다. 공예에서는 실용성이 강조되었고, 도자기는 분청사기 대신 깨끗하고 담백한 멋을 풍겨 사림의 취향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백자가 생 소쇄원(전남 담양)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단아 한 건물 등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사림의 기품과 소박 함을 잘 드러낸다. 산되었다. 그림은 조선 전기 산수화의 전통을 이어 가기도 하고, 양반 사대부의 정신세계를 사군자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116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0 탐구 활 동 조선 전기 그림의 동향 자료 1 15세기 안견의 몽유도원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자료 2 16세기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이정의 묵죽도 1 자료 1 과 자료 2 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어떠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2 15세기와 16세기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특징 및 차이점을 비교해서 정리해 보자. 도움 글 15세기에는 진취적인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듯 몽유도원도 와 고사관수도 의 작품과 같이 산수와 인물을 씩씩하고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그림이 등장하였다. 반면, 16세기에는 사림의 성장과 더불어 양반 사대부들의 정신세계를 매 난 국 죽의 사군자로 표현하는 그림이 등장하였다. 02.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 117

21 0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주제열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의 전국 시대를 통일하고 명을 정벌하기 위해 먼저 조선을 침략하였다. 1592년 4월, 약 16만 명의 왜군은 부산을 침략한 지 20일 만에 서울을 함 락시켰다.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피신하였다. 조선의 운명은 풍 전등화와 같았다. 이에 조선은 명에 구원을 청하였고, 명 또한 조선이 무너지면 일본 이 대륙을 침략할 수 있다는 우려에 조선으로 구원병을 파견하였다. 이로써 전쟁은 동 아시아 삼국이 참전하는 국제 전쟁으로 확산되었다. 이 전쟁으로 명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는 변화를 맞이하였다. 조선과 명 일본, 명과 일본 여진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동래부 순절도 학습목표 조선 전기 명, 일본 등과의 대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왜란과 호란의 전개 과정과 양 난이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안용복의 독도 수호 활동을 조사하여 발표할 수 있다. 1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명과 사대 외교 조선 초기의 대외 관계 14세기 후반 중원은 원에서 명으로, 우리나라는 고려에서 조선 왕조로 교체되었고, 일본도 남북조 시대에서 무로마치 막부로 바뀌는 등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는 큰 변화 를 맞이하였다. 즉, 조선은 명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를 받아들였고, 주변 국가들도 명 중심의 조공 질서를 수용하였다. 조선은 명에 대한 사대 정책을 펼쳤고, 여진, 일본, 유구 등과는 교린 관계를 유지하 였다. 조선 초기 정도전이 요동 정벌을 추진하면서 명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였으 나 정도전이 제거되고 태종이 즉위한 이후 명과의 관계는 안정되었다. 조선은 명에 사신을 파견하였는데, 그때마다 상인이 동행하였고, 이로 인해 자연 스럽게 명과의 상업 활동이 이루어졌다. 명과의 무역 중에서 공무역은 조선과 명 간의 교역으로 공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고, 사무역은 사절과 동행한 상인들이 명 상인들과 사적으로 교역하는 것이었다. 조선이 명으로 수출한 물품은 금 은 포목 종이 문방구 불교용품 등으로 다양하였다. 반대로 명으로부터 수입한 물품은 대체로 왕실과 관련되거나 견직 물 자기 서책 약재 등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조선과 명은 필요에 따라 명의 서 책과 조선의 말을 교역하는 경우도 있었다. 118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2 여진 및 일본과 교린 정책 조선은 여진과 일본, 유구 등에 대하여 교린 정책을 펼쳤다. 먼저, 여진 에 대해서는 회유하여 정치적으로 조선의 세력 아래 두려고 하였다. 그러 나 여진은 명과도 조공 관계를 맺고 있어서 쉽게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세종 때에는 토착민을 토관으로 임명하는 등 여진족의 귀순을 장려하였 다. 여진이 문제를 일으킬 때는 군대를 동원해 토벌하면서 두만강과 압록강 유역에 4군과 6진을 설치하는 등 국토를 확장하였다. 이와 함께 남쪽의 주 민을 이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또한, 조선은 여진을 회유하기 위해 조공을 허용하고 국경 지대에 무역소를 설치하였다. 여진의 여러 부족은 경제적 이 익을 얻기 위하여 조공을 실시하였다. 14세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왜구는 조선과 명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 이 를 해결하기 위해 명은 일본 막부의 장군을 일본국왕 에 봉하고 감합 무역을 허락하였 다. 조선도 막부의 장군과 중앙 정부 차원의 국교를 체결하였으며, 이 밖에 대마도 도 주와 호족 등 일본의 여러 세력들과 다원적인 교류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왜구의 침략과 약탈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함과 화약 무기를 개량하였다. 세종 때에는 이종무가 군사를 이끌고 대마도를 정벌하 조선 초기 북방 정책과 4군 6진의 개척 였다(1419). 이후 조선은 대마도 도주의 요청으로 부산포, 제포(진해), 염포(울산) 등 3 포를 개방하였다. 일본에서 수입한 물품은 구리, 유황 등 광산물과 약재, 향료 등이었 으며, 수출한 물품은 당시 일본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면포를 비롯한 도자기 서적 대 장경 등이었다. 16세기에 삼포에 출입하던 일본인은 쌀과 명주의 교역량을 제한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삼포 왜란과 을묘왜변을 일으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은 군사 부분을 담 당하는 임시 기구로 비변사를 설치하였다. 이후 조선과 일본 사이의 외교 관계는 사실 상 중단되었다. 삼포 왜란(1510년, 중종 5) 조선 조정의 왜인에 대한 규제가 계속 엄격 해지자 부산포, 제포, 염포 등 삼포에서 거주 하고 있던 왜인들이 대마도의 지원을 받아 일 으킨 난이다. 을묘왜변(1555년, 명종 10) 조선 조정은 삼포 왜란 등과 같이 왜구들의 행패가 있을 때마다 일종의 제재 조치로 무역 선의 수를 엄격히 제한하였다. 이 같은 통제에 불만을 품은 왜구들이 전남 영암, 강진, 진도 를 침략한 사건이다. 더 알아보기 유구와의 교류 유구는 현재 일본의 오키나와에 있었던 왕국이다. 유구와는 고려 말부터 교류가 있었으며, 왜구에게 잡혀갔던 고려 사람을 송환하는 동시에 유황 등을 바쳤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유구와 중앙 정부 간의 교섭이 이루어졌는데, 유구는 조선 전기 에 50여 차례에 걸쳐 사신을 파견하였다. 조선은 유구로부터 왜구에게 잡혀간 포로나 표류민을 돌려받았고, 유황 향료 물소뿔 등 남방 물산이나 해외 정보를 수집하였다. 조선은 불교문화와 면직물 문방 구 화문석 등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이전처럼 직접적인 교 류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명을 통해 간접적인 교류가 이루어졌다. 병자호란 후 조 선이 명에 사절을 파견하지 못하면서 유구와의 교류도 단절되었다. 유구의 위치(현 오키나와 현) 0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119

23 2 양 난의 전개와 영향 왜란의 전개와 영향 무역 및 국제 전쟁이었던 임진왜란 무역 전쟁 : 선조실록 에 의하면 일본은 명 이 조공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요동을 침 범한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 임진왜란을 무 역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제 전쟁 :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표면 적인 목적은 명을 정벌하는 것이었다. 따라 서 전쟁에 명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임진왜란을 일본, 조선, 명의 국제 전 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참전 병사의 국 적도 다양하였는데 주요 3개국 외에도 포르 투갈, 태국, 인도, 미얀마(버마), 티벳, 몽골 출신 등의 군인들이 참전하였다. 이로써 임 진왜란을 국제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16세기 후반 일본은 전국 시대의 혼란기로 통치 체제가 안정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 해 왜구의 약탈이 심해져 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에 명은 일본과의 외교를 단절하였다. 조선도 을묘왜변 이후 일본과의 외교가 단절된 상태였다. 이후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 요시에 의해 통일이 되자 조선 및 명과의 무역을 재개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 으로 전쟁을 모색하고 있었던 일본은 마침내 1592년 조선을 침공하였다. 일본은 전국 시대를 통해 단련된 전투 경험과 화포와 조총 등의 무기를 외국에서 수 입하여 실전에 응용할 정도로 전력이 강하였다. 반면, 조선은 15세기 말부터 누적된 군역제의 모순으로 군사 동원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 이에 전쟁 초기 조선은 연패를 거 듭하였다. 그러나 이순신의 수군과 의병장들의 활약으로 일본군의 보급로가 끊기고, 명이 군대를 파견하면서 조선과 명이 연합군을 이루어 평양성을 탈환하며 전세가 역전 되었다. 경상도 일대로 밀려난 일본군은 명에 제의하였던 휴전 회담이 결렬되자 정유재란을 일으켰다(1597). 이에 조 명 연합군은 육지에서 일본군의 북진을 차 단하였다. 해전에서도 이순신이 12척의 함선으로 백 여 척의 일본 전함을 대파하 였다(명량 대첩). 조선군의 반격에 참패를 당한 일본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 자 철수하였다.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3국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조선은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 고, 농토가 황폐해지고 양안과 호적이 없어져 국가 재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다. 불국사와 사고가 불타는 등 문화재의 손실도 컸다. 한편, 명은 임진왜란 에 참전한 뒤로 국력이 급속히 약화되었고, 이 틈을 타 여진족이 세력을 확대하여 후금을 세웠다(1616).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또한, 전쟁 중 문화재를 약탈하고, 유학자와 도자기 기술자를 포함한 수만 명을 포로로 끌고 갔 임진왜란의 전개 과정 는데, 이를 바탕으로 에도 막부 시대의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더 알아보기 해전 승리의 주역, 판옥선과 대형 화포 조선 수군은 판옥선, 그리고 대형 화포를 전술적으로 운용하여 연전연승하였다. 배 밑바 닥이 평평하였던 판옥선은 일본 전함에 비해 속도는 느렸지만, 화포를 발사할 때 흔들림이 적었고, 360 회전 기능이 우수하였다. 또한, 선체가 크고 높아 공격에 유리하였으며 적 군이 판옥선에 기어오르기는 어려웠다. 특히, 1층 갑판에서 노 젓는 군사는 적의 공격에 신 경 쓰지 않고 노를 저을 수 있었고, 2층 전투 공간에는 방패를 두르고 각종 화포를 10여 개 씩 장착하였다. 거북선은 이러한 판옥선의 윗부분을 개량하여 덮개를 씌운 돌격선이었다. 조선은 천자 지자 황자총통 등 대형 화포와 각종 화약 병기를 꾸준히 개량해 왔으며, 임 진왜란 이전부터 판옥선과 거북선에 장착하였다. 이충무공전서 중 전라좌수영귀선 의 판화귀선도 120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4 광해군의 정책 광해군은 즉위 이후 전후 복구 사업에 주력하였다. 농지 개간을 장려하고 양안과 호 적을 정리하여 국가 재정을 확충하였고, 성곽과 무기를 수리하여 국방력을 강화하였다. 또한, 민생 안정을 위해 대동법을 실시하고 동의보감 을 간행하였다. 한편, 중국에서는 후금이 강성해져 명을 위협하였고, 이에 명은 조선에 군사 원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침으로써 후금과의 충돌을 피하 고자 하였다. 즉, 군대는 파병하면서 적극적인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상황을 보아 실리 적으로 대처하도록 지시하였다. 이후 조 명 연합군은 후금에 패하였고, 조선군은 후 폐모살제와 인조반정 광해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세자로 책봉되 었다. 광해군에게는 친형 임해군과 선조와 인 목 대비 사이의 적통 소생이었던 이복동생 영 창 대군이 있었다. 따라서 정통성이 약하였던 광해군은 항상 자신의 위치가 불안함을 느껴 야 했고, 이는 광해군 때 정권을 담당하였던 북인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광해군과 북인들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광해군의 어머 니인 인목 대비를 폐비시키고 영창 대군을 살 해하였다. 그러나 이는 인조반정이 발생하는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금에 항복하였지만 후금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광해군에 불만 이 많았던 서인은 광해군이 명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것과 폐모살제를 명분으로 내세 워 광해군을 축출하는 인조반정을 일으켰다(1623). 호란의 전개 인조반정으로 권력을 장악한 서인이 후금을 배척하자, 후금은 광해군에 대한 복 수를 명분으로 조선을 침략하였다(정묘호란, 1627). 그러나 후금은 철산의 용골 산성과 의주 지방에서 의병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고, 보급로가 끊어지자 조선에 강화를 제의하였으며, 조선은 형제의 맹약 이 담긴 화의를 받아들였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고치고, 조선에 군신 관계를 요구하였다. 조선에서는 화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는 주 장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조선이 청의 제안을 거절하자 청은 다시 조선을 침략하 였다(병자호란, 1636).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란하여 45일 동안 항전하였으나, 결국 청에게 굴욕적으로 항복하였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전쟁과 화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사료 1 김상헌의 주전론 김상헌이 아뢰기를 오랑캐의 외교 문서에 답서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군신 상하가 마음을 굳게 정하 여 동요됨이 없이 한 뜻으로 싸우고 지키는 데 대비해야 합니다. 라고 하였다. - 인조실록 권 34, 15년(1637) 1월 4일(갑진)- 사료 2 최명길의 주화론 자기의 힘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경망하게 큰소리를 쳐서 오랑캐들의 노여움을 일으키게 만들어 마침내는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종묘와 사직에 제사 지내지 못하게 된다면 그 허물이 이보다 클 수 있겠습니까. - 최명길, 지천집 - 도움 글 청의 침입에 조정의 신료들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의 대응 방안을 주장하였다. 하나는 김상헌처럼 오랑캐와 싸우자는 주전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명길과 같이 화친을 맺어 당장의 화를 피하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주화론이었다. 생각해 보기 청의 침입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어떤 방법이 좋을까? 0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121

25 3 양 난 이후 대외 관계의 변화 청과의 관계 북벌 운동 북벌 운동은 실질적인 북벌보다 서인들의 정권 유지의 논리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청의 문화가 크게 발전하였고, 이에 청을 배우자는 북학 운동이 제기되자 북벌 운동은 점차 추진 력을 잃었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중화의 정통 계승자는 조선이라는 소중 화론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임진왜란 때 도와준 명에 대한 의리를 지 키고 청을 정벌해서 복수하자는 북벌 운동이 추진되었다. 효종은 송시열을 비롯한 서인 세력을 등용하고 친청파 대신들을 몰아내며 정치 기강을 바로잡았다. 5군영 중 수어청과 어영청의 군사력을 증강하였고, 성곽과 무기를 수리하면 서 북벌을 준비하였다. 또한, 표류해 온 네덜란드 인 벨테브레 등을 훈련도감에 배치하여 조총과 화포 등 무기를 개량하였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국력으로 청을 정벌하는 것은 현 실적으로 불가능하였으며, 효종의 죽음으로 인해 북벌론의 추진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편, 청은 국력을 신장시키고 중국의 전통 문화를 보호하면서 서양 문물까지 받아 들이는 등 문화 국가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다. 중국 대륙을 장악한 이후 청은 조선에 대한 견제를 약화하였고, 조선도 청의 국력과 문물의 발전을 인정하였다. 조선은 청의 도읍인 연경(베이징)에 연행사를 파견하였고, 그들은 귀국 후 기행문 송시열(1607~1689) 북벌론을 주장한 대 표적인 관료이다. 연행사 조선 시대 청에 파견된 사신을 총칭해서 불렀 다. 청으로 보낸 사신 행차를 연행이라고 한 이유는 청의 수도가 심양에서 연경으로 옮겨 졌기 때문이다. 이나 보고서를 통해 변화하는 청의 사정을 전해 주었다. 또한, 조선은 청에 와있던 서 양 선교사로부터 천주교와 관련된 서적과 서양의 과학 기술을 수용하였다. 즉, 연행은 조선과 청 사이의 공식적인 외교 통로이면서, 선진 문물을 수용하고 문화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무역 창구의 역할을 하였다. 이후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 청을 배척만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생겨나, 필요한 문물이 있으면 청을 적극적으로 배우자는 북학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등장하였다. 명이 조선에게 준 은혜와 북학 사료 1 대명 의리론의 근거 명 태조는 우리 태조와 더불어 동시에 창업하여 군신의 의 와 작은 나라를 사랑하는 은혜와 충정의 절개를 정하여 거의 300 년 동안 바꾸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와 백성들의 모발 하나하나에도 (명 신종) 황제의 은혜 가 미치는 바 아님이 없습니다. - 송시열, 송자대전 - 사료 2 북학론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기만 한다면, 그 법이 비록 오랑캐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성인은 장차 취할 것이다. 명을 위해 원 수를 갚아주고 우리의 부끄러움을 씻으려면 20년 동안 힘껏 중국을 배운 다음, 함께 의논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 박제가, 북학의 - 도움 글 송시열은 명이 조선에게 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이러한 생각은 북벌론의 근거가 되었다. 박제가는 청이 오랑캐라고 하지만 청의 문물이 앞서 있으므로, 이를 배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그 뒤에 원수를 갚자고 주장하였다. 생각해 보기 대명 의리론과 북학론의 특징은 무엇일까? 122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6 간도와 영토 문제 간도는 원래 읍루와 옥저의 땅이었는데, 고구려가 이 지역을 흡수하면서 고구려의 영토 가 되었다. 고구려가 멸망한 후 발해의 영토가 되었고, 고려와 조선 전기를 거치면서 여진 족이 각지에 흩어져 살았다. 여진족은 유목 민족이기 때문에 농업보다는 유목이나 수렵 활 간도 라는 명칭의 유래 청과 조선 사이에 존재하는 섬( 島 )과 같은 땅 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에 주로 종사하였다. 그래서 비옥한 간도 땅은 오랫동안 개척되지 못하였다. 청은 백두산 일대를 여진족의 발상지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그 지역을 성역으 로 삼았고, 간도 지역을 이주 금지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조선인들은 생활 의 터전을 찾아서 국경을 넘었고, 일부는 그곳에서 정착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 서 국경 분쟁이 야기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1712년 백두산정계비를 세 웠다. 정계비의 내용은 양국의 국경을 서쪽은 압록, 동쪽은 토문을 경계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160여 년간 간도 귀속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다. 백두산정계비 백두산 천지에서 동남쪽 4km 지점에 세워져 있었으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 임진왜란으로 단절되었던 조선과 일본의 외교 관계는 에도 막부의 요청으로 재개되 었다. 조선은 전쟁 때 잡혀간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과 일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였다.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정권으로 바뀌었고, 경 제 및 문화적인 이유로 조선과의 외교 교섭을 원하였다. 이에 조선과 일본은 기유약조 를 맺어(1609) 다시 왜관을 설치하였고,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에도 막부는 쇼군이 바뀔 때마다 지방 영주와 백성에게 막부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 해 조선에 통신사 파견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일본은 사신을 조선으로 파견하였다. 일 본으로의 정보 유출을 우려한 조선은 일본 사신이 한성까지 오는 것을 금지시켰다. 한편, 17세기 중반 이후 조선과 청, 그리고 일본 사이에 교역망이 발달하면서 은의 통신사의 행로 통신사는 조 일 양국의 평 화를 도모하였으며, 통신사의 규모는 명 정도였고, 왕복 10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유통이 활발해졌다. 조선 상인들은 청에서 비단과 생사를 구입한 후 왜관을 통해 일본 상인에게 넘겨주었고, 일본 상인으로부터 물건 대금으로 받은 은은 청의 물품을 구입 하는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이야기 한국사 조선의 역관 홍순언의 활약상 역관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대외 정보 수집 능력으로 국가적인 문제를 외교의 힘으로 해결하는 일종의 외교관이었다. 선조 때 활동한 홍순언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역관이었다. 그는 명에 체류할 때 홍등가에서 기생 류씨를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훗날 그 기생은 명의 실권을 잡았던 석성의 후처가 되었다. 조선은 건국 초부터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중국 측의 기록을 고치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종계변무라 고 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았다. 홍순언의 은혜를 입은 류씨는 석성의 마음을 움직여 종계변무를 이룰 수 있도 록 도와주었다. 또한, 홍순언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명으로 가서 명의 파병을 성사시키기도 하였다. 이처럼 역관들의 활약으 로 인해 국가적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였다. 0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123

27 울릉도와 독도 독도는 512년(지증왕 13) 신라가 우산국을 병합한 이후 우리의 고유한 영토가 되었 다. 삼국사기 에는 신라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고 신라에 편입시켰다는 사실 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우산국은 울릉도와 죽도 그리고 독도로 이루어진 소국이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섬으로 울릉도 어민들이 왕래할 수 있는 생활권에 있었다.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도 울릉도와 독도는 지속적으로 고려의 통치권 아래에 있었다. 토두와 백길 토두는 우산국의 수장을 뜻한다. 930년에 토 두는 고려의 조정에 사자 백길을 보내어 방물 과 함께 귀순의 뜻을 밝혔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영토를 넓혀갈 때 우산국의 토두가 백길을 사자로 보내 어 토산물을 바치자 고려 조정에서는 백길에게 품계를 주었다. 또한, 무신 정권기에 최 이는 동해안의 주민을 울릉도로 이주시키려 하였으나 풍랑 사고가 잇따르자 중단하였 고, 고려 말과 조선 초에는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여 울릉도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였다. 조선 시대에 태종은 울릉도 주민을 육지로 강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는 쇄환 정책 을 실시하였다. 이는 국가가 섬을 보호하기 어려울 때 백성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시 킨 것으로서, 조선이 울릉도와 독도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조선 정부는 울릉 도에 정기적으로 관리를 파견하여 순찰하는 방식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관리하였다. 또 한, 세종실록지리지 에는 울진현의 동쪽 바다에 울릉도와 독도가 있는데, 두 섬의 거 리가 가까워 맑은 날이면 볼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임진왜란 이후 조선 정부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일본 어민들이 울릉도와 독 도를 자주 침범하였다. 숙종 때 안용복은 울릉도, 독도 지역에서 불법으로 어업하는 일 본 어부를 쫓아내고, 두 차례나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확인 세종실록지리지 받고 돌아왔다. 더 알아보기 안용복의 독도 수호 활동 안용복은 동래(지금의 부산) 출신의 어부였다. 동래에는 왜관이 있어 안용복은 일본어를 배웠을 수 있다. 안용복은 1693년 (숙종 19)에 일본 어민들에게 납치되었다. 당시 안용복은 일본인들에게 울릉도가 조선 영토임을 지적하면서 항의하였다. 이후 안용복이 조선으로 돌아올 때 에도 막부로부터 울릉도가 조선 영토임을 인정하는 서계를 받았는데, 귀국 도중 대마도 도주에 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과 일본 사이에 울릉도 독도 영유권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곧 일본은 자체 조 사를 통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확인하고, 1696년 1월 일본 어부들에 대해 울릉도 독도 출어 금지령 을 내렸다. 그리고 안용복은 울릉도에 들어가서 아직도 어업 활동을 하는 일본 어민을 쫓아냈다. 쫓겨난 일본 어민들이 독도로 들어가자, 안용복도 쫓아가서 독도도 조선 영토임을 설명하고 일본인을 몰아냈다. 뒤이어 안용복은 조정의 관리인 것처럼 가장하고, 일 본 호키국 태수를 찾아갔다. 여기서 안용복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다시 확인받고 돌아왔다. 124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28 탐구 활 동 대한민국 영토,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적 근거 자료 1 삼국 시대의 기록 지증왕 13년(512) 6월에 우산국이 항복하여 해마다 토산물을 바치기로 하였다. 우산국은 명주(강릉)의 정동쪽에 있 는 섬으로 혹은 울릉도라고도 하거니와, 땅이 사방 100리로, 자연의 험준함을 믿고 신라에 항복하지 아니하였다. 이찬 이사부가 하슬라주(강릉)의 군 사령관이 되어 생각하되, 우산국 사람은 어리석고도 사나워 무력으로써 항복시키기는 어 려우나 계교를 써서 항복받을 수는 있다. 하고, 이에 나무로 만든 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선에 나누어 싣고 우산국 해안에 이르러 속여 말하기를, 너희들이 만일 항복하지 아니하면 이 맹수를 놓아 밟아 죽이겠다. 라고 하자 (우산국)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곧 항복하였다. - 삼국사기 권 4, 신라본기, 4 - 자료 2 고려 시대의 기록 (1018년 11월) 우산국(울릉도)이 동북 여진의 침략을 받아 농사를 짓지 못하였으므로 이원구를 그곳에 파견하여 농 기구를 주었다. - 고려사 권 4, 세가 제4, 현종 1 - (1022년) 가을 7월 병자일에 도병마사가 여진에게서 약탈을 당하고 도망하여 온 우산국 백성들을 예주(경북 영해)에 배치하고 관가에서 그들에게 식량을 주어 영구히 그 지방에 거주하는 것을 청하니 왕이 이 제의를 좇았다. - 고려사 권 4, 세가 제4, 현종 1 - 자료 3 조선 시대의 기록 남구만이 전일의 답서를 고치기를 우리나라 강원도의 울진현에 속한 울릉도란 섬이 있는데, 본현의 동해 가운데 있 고 파도가 험악하여 뱃길이 편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해 전에 백성을 옮겨 땅을 비워 놓고, 수시로 관리를 보내어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울릉도의 뾰족한 산봉우리와 수목은 내륙 지역에서도 역력히 바라볼 수 있고, 무릇 산천의 굴 곡과 지형이 넓고 좁음 및 주민의 옛 자취와 생산되는 토산물이 모두 우리나라의 여지승람 이란 서적에 실려 있어, 역대에 전해 오는 사적이 분명합니다. 라고 하였다. - 숙종실록 권 27, 20년(1694) 8월 14일(기유) - 유상운이 말하기를 울릉도에 대한 일은 이제 이미 명백하게 한곳으로 귀착되었으니, 틈틈이 사람을 보내어 순시하고 단 속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2년 간격으로 순시자를 들여보내도록 명하였다. - 숙종실록 권 31, 23년(1697) 4월 13일(임술) - (고종이) 검찰사 이규원의 하직 인사를 받았다. (고종이) 이때 울릉도에 근래에 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 때나 왕래하면서 제멋대로 편리를 도모하는 폐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송죽도와 우산도는 울릉도의 곁에 있는데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또 무슨 물건이 나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이번에 그대가 가게 된 것은 특별히 가려 임명한 것이니 각별히 검찰하라. 그리고 앞으로 읍을 세울 생각이니, 반드시 지도와 함께 문서에 자세히 적어 보고하라. 라고 하교하였다. - 고종실록 권 19, 19년(1882) 4월 7일(임술) - 1 울릉도와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역사적 사료에 근거하여 시간적인 순서로 설명해 보자. 2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서 어떤 방법으로 반박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도움 글 위의 자료들을 통해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역사서에서 울릉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 도서이기 때문에 울릉도의 소유권 확인을 통해 독도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삼국 시대부터 분명히 하였다. 03.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 125

29 04 조선 후기의 정치 변동과 제도 개편 주제열기 오른쪽 비석은 1742년(영조 18) 3월 26일 왕세자가 성균관에 입교할 즈음에 영조의 어명으로 성균관 만수교 위에 세워진 탕평비 이다. 영조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글을 응용하여 두루 친하지만 편당을 만들지 않는 것은 군자의 공정한 마음이고, 편당만 만들고 두루 친하지 못하는 것은 소인의 사사로운 생각이다. 라는 글을 비석에 새기게 하였다. 영조는 장차 조선을 이끌어 갈 왕세자와 성균관 유생들에게 올바른 정치의 길을 알려주고자 성균관 입구에 탕평비 를 세웠던 것이다. 영조가 탕평비에서 붕당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이었 을까? 탕평비 학습목표 붕당 정치에서 세도 정치까지 정치적 변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세도 정치가 조선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는 정치 운영 방식임을 추론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수취 체제 개편과 사회 경제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1 붕당 정치의 변질과 탕평 정치의 운영 예송과 환국 공론 정치 정책을 결정할 때 국왕과 신하들이 서로 의견 을 교환하면서 합의된 공론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 형태이다. 예송 현종 때 효종과 효종의 비가 죽자 상례를 치 를 때 인조의 계비였던 자의 대비가 상복을 얼마나 입느냐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서인 은 신권의 입장에서 국왕도 사대부와 동등한 상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남인은 왕권의 입장에서 국왕의 예는 다르다고 주장 하였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들은 비변사를 장악하였고, 그 기능을 강화시켰다. 비변사의 권한이 강화되자 의정부와 6조 중심의 행정 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비 변사는 한성의 내 외곽을 지키는 훈련도감 어영청 총융청 수어청 등 중앙 군영의 병권을 장악하여 군사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서인 정권은 권력 강화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였지만 남인의 정치 참여를 배제시키 지는 않았고, 서인이 주도하고 남인이 동참하는 형태로 정국이 운영되었다. 그러나 시 간이 흐를수록 서인과 남인은 공론 정치를 중시하기보다는 상대에 대해 배타적인 입 장을 취하면서 서로를 공격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예송으로, 서인과 남인의 정 치 학문적 갈등이 상례 문제로 확대된 것이었다. 더 알아보기 붕당의 변질 조선의 과거 시험은 3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식년시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식년시 외에 잦은 과거 시험(별시) 이 실시되었고, 이로 인해 합격자수가 증가한 반면 관직의 수는 일정하였기 때문에 한정된 관직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싸움 이 발생하였다. 이에 이익은 붕당의 원인을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는데, 이해관계는 관직 진출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 로 한정된 관직을 두고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관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독점할 수밖에 없었다. 126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30 현종이 즉위하고 효종의 장례 과정에서 발생한 1차 예송에서는 서인의 주장이 받아 들여졌고, 정권은 서인이 주도하였다. 효종의 비가 죽은 후 벌어진 2차 예송에서는 남 환국 갑작스럽게 정국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남인 정권은 숙종 즉위 후 몇 년간 지속되었다. 예송 논쟁이 벌어졌던 시기에도 붕당에 의한 공론 정치는 어느 정도 유지되었으나 숙종 대에 이르러 정치적 환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당시 숙종은 남인 정권의 독주를 막 고자 남인이 역모를 일으킨다는 정보를 이용하여 경신 환국을 감행하였다(1680). 이 로 인해 남인은 몰락하고 서인이 등용되었다. 그러나 숙종은 서인 정권의 권력 독점에도 우려를 나타내었다. 이에 남인은 당시 숙 종이 총애하던 희빈 장씨와 손을 잡고 다시 정권을 장악하였다(기사환국, 1689). 이후 숙종은 폐비된 민씨를 복위시키고 남인 정권을 실각시켰으며(갑술환국, 1694), 19세 기 말까지 대체적으로 정권은 서인이 담당하였고 남인은 조정에서 힘을 잃었다. 서인 세력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되었으며, 노론은 다시 시파와 벽파로 분열되었 다. 이러한 붕당 간의 극심한 분열이 거듭되면서 정국 운영에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 는 무너져 갔다. 서인의 분열 양상 노론과 소론: 경신환국 이후 서인 내에서 남 인에 대한 처벌을 놓고 강경파인 노장층 노 론과 온건파인 소장층 소론으로 분열되었 다. 여기에 송시열과 그의 제자 윤증 사이의 개인적 감정과 정치 학문적 갈등도 하나 의 원인이 되어 노론의 송시열과 소론의 윤 증으로 분열되었다. 시파와 벽파: 정조의 탕평 정책을 어떻게 보 느냐를 기준으로 분열되었다. 정책을 지지 하는 시파와 반대하는 벽파로 나뉘었다. 벽 파는 시세에 아부하고 편승한다고 상대를 시파라 부르고, 시파는 상대의 사고가 편벽 되었다고 벽파라고 불렀다. 붕당의 일당 전제화, 서인의 권력 장악과 그 배경 숙종 이후 서인 노론이 정권을 독점 해 나갔다. 서인은 물실국혼, 숭용산림 이라 는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정권을 독점하기 시 작하였다. 물실국혼 은 왕비는 반드시 서인의 가문에서 배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숭용산 림 은 정계에 진출하지 않은 명망 있는 서인 출신의 산림(재야 정치인)에게 정치적 권위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환국의 시작 정원로 강만철이 말하기를, 허견이 말하기를, 주상(숙종)의 춘추(나이)는 젊지만 몸이 자주 아프시고 또 세자가 없으니, 만약 불행한 일이 있으면 대감(복선군)이 임금의 자리에 앉게 될 것입니다. 고 하니, 복선군(인조의 손자)이 대답이 없었습니 다. 신이 듣고는 송연하여 곧장 고하려고 하였으나, 주상께서 영상을 신임하시므로 무고했다는 죄를 입을 것을 두려워하 여, 이제까지 주저하다가 감히 숨길 수 없어서 감히 이를 자세히 아룁니다. 라고 하였다. - 숙종실록 권 9, 6년(1680) 4월 5일(갑자) - 도움 글 정원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서인 쪽 인물로 추정된다. 허견은 남인의 영수였던 허적의 아들이다. 강만철은 허견 처제의 남편으로 평소 허견이 잘 챙겨주었다. 정원로는 남인에서 서인으로 정권이 바뀌려 하자 강만철을 협박하여 함께 허견을 역모로 고발하였 다. 이 역모를 고발하는 상소로 인해 경신환국 이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기 숙종 초반은 남인들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허견에 대한 역모의 고발로 인해 정국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04. 조선 후기의 정치 변동과 제도 개편 127

31 영조의 정책 청계천 준설 1760년(영조 36) 청계천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고 범람을 막기 위해서 준설 작업을 하였다. 60일 동안 약 21만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다. 영조는 붕당 간의 대립을 해결하기 위하여 탕평책을 실시하였다. 균형 있는 정국 운 영을 위해 노론을 견제하려고 소론과 남인도 등용하였다. 영조는 붕당의 근원지였던 서원을 대폭 정리하였고, 붕당 형성의 원인을 제공하였던 전랑직의 권한도 대폭 축소 하였다. 속대전 경국대전 시행 이후에 공포된 법령 중에서 시행할 법령만을 추려서 편찬한 법전이다. 속오례의 국조오례의 의 속편으로 조선 후기의 의례 지침서이다. 이후 영조는 민생 안정을 위해 균역법을 시행하고 청계천을 준설하였으며, 신문고를 부활하고 형법 제도를 개선하였다. 또한, 속대전, 속오례의 등을 편찬하는 등 문 물제도를 정비하였다. 그러나 영조 말년에는 노론들 중 일부가 왕실과 혼인 관계를 맺 어 외척이 되었고, 이로 인해 정치적 세력이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정조의 왕권 강화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고자 외척을 견제하였다. 국왕의 정책을 연구하는 학문 기관으 로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을 설립하고, 젊은 관리를 뽑아 교육시키는 초계문신제 를 시 행하였다. 또한, 서인이 장악한 군권에 대응하기 위해 국왕의 친위 부대인 장용영을 설 치하였다. 정조는 또 수원 화성을 건립하였는데, 이는 화성 건설을 통해 왕권 강화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목적이 있었다. 또한, 정조는 서얼들에게 벼슬을 허용하였다. 신해통공을 실시하여 상업 활동을 자유 롭게 해 주었고, 광산 개발을 장려하였다. 한편, 지방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수령이 직 규장각도 규장각의 2층 주합루에서 학문과 정사를 논의하였고, 서고와 열고관은 각각 국내 및 중국 서적을 보관하였다. 규장각 출신의 대표 적 학자로 남인의 정약용, 서얼 출신 박제가 유 득공 이덕무 서이수 등이 있다. 대전통편 경국대전 및 속대전 편찬 뒤의 법령을 통 합해 편찬한 법전이다. 탁지지 재정을 담당하던 호조의 모든 사례를 모아 정 리한 책이다. 접 향약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통해 지방 사족들의 향촌 지배력을 억제시키 고자 하였다. 대전통편, 탁지지 등을 편찬하여 문물제도도 정비하였다. 정조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탕평책을 실시하였다. 탕평은 붕당 스스로가 균형 있는 정치를 실시할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되지만 영 정 조의 탕평책은 왕권에 의해 붕당 간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조는 자신의 사후 왕권이 흔들릴 것을 걱정하여 생전에 세자(순조)에게 정치적 힘 을 만들어 주고자 노론 시파였던 김조순의 딸을 세자비로 맞이하였다. 그러나 정조 사 후 나이 어린 세자가 왕위에 앉으면서 권력은 김조순이 장악하였고, 이로써 세도 정치 가 시작되었다. 더 알아보기 영조의 6가지 업적 영조는 재위 기간만 52년을 지냈다. 조선의 역대 왕들 중 가장 오랜 시간 임금으로 있으면서 많은 일 들을 하였다. 영조는 스스로 자신의 업적을 6가지라고 말하였는데, 1773년(영조 49) 어제문업 에서 영조는 시를 지어 6가지 사업을 언급하였다. 첫째, 탕평책, 둘째, 균역법, 셋째, 청계천 준설, 넷째, 여 자종의 공역 폐지, 다섯째, 서얼들의 청요직 진출 허용, 여섯째, 속대전 간행 등이다. 영조(재위 1724~1776) 128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32 2 세도 정치와 농민 봉기의 발생 세도 정치의 전개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순조가 즉위하면서 탕평 정치는 사라졌다. 권력은 순조 의 장인이었던 김조순을 비롯한 안동 김씨 세력들이 장악하였고, 소수의 권세가들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는 세도 정치는 순조, 헌종, 철종 3대 6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왕의 외척인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세력들이 권력을 독점하였다. 세도 가문들은 최고 권력 기관인 비변사를 장악하고 정치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였 다. 왕권은 미약해지고 정치 기강은 문란해졌으며, 이로 인해 지배 체제가 흔들렸다. 관직 매매가 성행하고 과거 시험의 부정 등 각 제도의 부패는 사회 모순을 심화시켰다. 그중에서 민중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것은 삼정의 문란이었다. 삼정 조선 후기 국가 재정의 기본이었던 전정(토지 세), 군정(군역을 군포로 대납하는 것), 환곡 (식량이 부족할 때 정부가 백성에게 곡물을 대 여하고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황구첨정 15세 이하의 남자는 군적에 등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생후 3일된 갓난아기까 지 군적에 등록시켜 세금을 걷었다. 백골징포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하여 군적에 올 린 후 군포를 받아갔다. 농민 봉기의 발생 세도 정치 시기에는 관직을 매매한 관리들은 삼정을 불법적으로 운영하여 관직 매입 비용을 만회하고 개인의 부를 축적하였다. 여기에 지방의 아전들도 지방관에 편승하여 불법적 행위를 일삼았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지 못 하였으나,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부담하였다. 또한, 법으로 정한 세금 외에도 갖 가지 명목으로 세금과 수수료를 부담하였다. 반면, 양반은 면세지와 경작지를 숨 기는 방법으로 일삼았고, 조세에 대한 부족분을 농민들에게 전가하였다. 군정은 황구첨정 백골징포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백성들을 착취하였다. 환곡은 지 방관과 아전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고리대로 변질되었고, 민중들은 더 이상 고통 을 참지 못하고 농민 봉기를 일으켰다. 평안도에서는 지역적 차별과 지배층의 수탈에 항거하여 홍경래의 난(1811)이 발생하였다. 이후 계속된 폭압에 1862년 진주와 개령(김천)에서의 농민 봉기를 시작으로 임술민란 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였다. 농민 봉기를 통해 농민들은 삼정의 폐단을 고쳐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조정은 삼정이정청을 세워 삼정의 폐단을 고치고자 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19세기 농민 봉기의 발생 삼정이정청 1862년(철종 13) 삼정의 폐단을 고치기 위하여 임시로 만든 관청이다. 군적의 문란 고령의 유학 정재송 등이 상소하기를 고령은 일개 작은 고을인데 군액의 많음이 큰 고을과 같아서 한 사람이 두, 세 가지 역을 해야 합니다. (또한) 황구첨정과 백골징포의 폐단이 극도에 이르렀습니다. 실제 인구가 1천 4백 57명이었는데도 군액이 1천 8백 66명이었습니다. - 숙종실록 권 36, 28년 4월 4일(을묘) - 도움 글 경상도 고령에 부과된 세금 규모가 큰 고을과 같고, 여기에 황구첨정과 백골징포라는 불법적인 행위가 빈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기 삼정 중 군정의 폐단은 어느 정도 심각하였을까? 04. 조선 후기의 정치 변동과 제도 개편 129

33 3 수취 체제의 변화 영정법의 시행과 변화 조선 전기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전세 방식은 농토의 비옥도와 그해 풍흉에 따라 부 세를 내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매우 복잡하였고 농민들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조정은 15세기 말부터 풍흉에 관계없이 1결당 4~6두를 징수하였다. 그리고 16세기 이후로는 세액이 최저율로 적용되었다. 이후 조정은 1635년부터 풍흉에 관계없이 1결 당 미곡 4~6두씩 전세를 납부하는 영정법을 실시하였다. 영정법의 실시로 법정 세액 은 줄어들었지만 각종 수수료, 운반료, 보관료 등으로 인해 농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농민의 대다수는 자신의 토지가 없는 소작농이었기 때문에 영정법 자 체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답험정액제 호조에서 그해 풍흉을 참고하여 연분사목을 작성하여 각 도에 보내고, 지방 수령들은 실제 재해에 따른 손실과 수확 여부를 조사하여 사 목과 비교하여 중앙에 보고하였다. 이후 호조 에서는 경차관을 보내어 재심사하고 이때 재 해 정도에 따라 면세율을 결정하였으며, 지방 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부세를 징수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답험정액제를 실시하였지만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그러자 조정은 1760년 영정법에 기초하여 세수 총액을 미리 정해 놓고 각 지방에 할당하는 비총 제를 실시하였다. 비총제는 군 현 단위로 일정한 액수를 정해 주어 조세 수취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실시하였다. 그리고 수세 업무는 지방 수령과 향촌 지배 계층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지방 수령들에게 수탈의 대상이 되었고,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전세 문제는 별다른 해결책 없이 비총제를 유지하면서 1894 년까지 지속되었다. 수취 체제의 폐단에 대한 해결책 사료 1 영조 대 박문수의 의견 어영대장 박문수가 대답하기를 (이번 개혁은 전세 제도의) 폐단을 제거하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대저 법이란 좋지 않은 것이 없지마는 그것을 봉행하는 것은 오로지 인재를 선택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만일, 마땅한 수령을 얻는다면 거의 조금 이라도 폐단을 제거하는 방도가 될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 영조실록 권 62, 21년(1745) 7월 4일(갑술) - 사료 2 영조의 의견 (영조가) 하교하기를, 아! 내가 비록 덕이 박할지라도 백성을 유익하게 하는 정사를 조금 아는데, (경차관들이) 경솔 하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것을) 어찌 참 은혜라고 하겠는가. (세금 제도가) 비록 고르다 하더라도 여러 고을은 오직 수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팔도에 분부하여 수령에게 엄하게 신칙하도록 하라. 라고 하였다. - 영조실록 권 107, 42년(1766) 10월 9일(을사) - 사료 3 지방 수령의 임무 해당 고을의 수령들에게 분부하여 여러 조항(세금 문제)을 익히 상량하여 하나하나 강구하게 하여 누적된 폐단을 죄다 제거함으로써 이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천지 같은 은덕을 입게 한다면, 번거롭게 다시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저절로 선 왕의 정사와 제대로 합치될 것이니, 전하께서는 유념하소서. - 정조실록 권 6, 2년(1778) 7월 20일(정미) - 도움 글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적용된 세금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법을 새로 만드는 것 보다는 제도를 운용하는 지방 수령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생각해 보기 조선 시대 전세 제도의 폐단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30 III.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34 대동법의 실시 조선 전기 농민들의 조세 부담 중에서 지역의 특산물을 납입하는 공납이 가장 무거웠 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산품까지 부과되면서,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였 다. 그래서 방납을 시행하였으나 오히려 농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를 해결 방납 공물을 대신 납부하고 대가를 받는 것으 로서, 대동법의 시행으로 공인이 그 일을 대신하면서 사라졌다. 하기 위해 이이와 유성룡은 특산물 대신 가호를 기준으로 하여 미곡으로 수납하자는 수 미법을 제안하였다. 이후 유성룡은 전결수에 따라 미곡을 균등하게 부과하자고 하였으 나 이러한 건의들은 정책적으로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다. 광해군 대에 이르러 조정은 공납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동법을 마련하였다. 대동 법은 수미법과 비슷하게 특산품을 대신하여 미곡으로 세를 납부하게 하는 제도였 다. 대동법은 세액의 기준을 농지의 결수로 하였다. 따라서 부담은 토지 소유자 들에게 돌아갔다. 이로 인해 대동법의 시행은 대토지 소유자들에게 완강한 저항 을 받았고, 전국적으로 확대될 때(1708)까지 100년이 걸렸다. 대동법이 시행되었지만 특산품은 여전히 필요한 물품이었기 때문에 공인이라 는 새로운 상인이 등장하였다. 조정은 공인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물품을 구입하 도록 하였고, 공인들은 조정에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전국에서 상품을 구매하였 다. 이로 인해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고 각 지역에서 장시가 성행하였다. 대동법은 일시적으로나마 공납의 문제점을 해결하였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되지는 못하였다. 여전히 왕실에 진상품을 헌납하는 별공이 남아 있었고, 지방 관청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특산물을 징수하였다. 게다가 토지 소유자가 자신에게 부과된 대동세를 소작농에게 전가시키기도 하였다. 특히, 중앙으로 가 는 세수는 증가하였지만 지방 재정을 담당하는 세수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는 지방 재정의 운영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조선 후기 대동법의 시행 더 알아보기 대동법의 시행 논의와 시행의 어려움 광해군 때 영의정 이원익은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특산품이 방납인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리 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청으로 선혜청을 설치할 것과 선혜청의 주관하에 대동법을 시행하자고 건의하였다. 광해군은 이를 받아들여 선혜청을 설치하고 대동법을 조정에서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대동법 시행에 대한 반발이 지방에서 보고되었다. 이에 대해 조익은 지역별로 그 상황을 정리하였는데, 강원도에는 대동법을 반대하는 이가 없다고 하였다. 하삼도였던 충청 도와 전라도에는 대동법의 시행을 좋아하는 이와 싫어하는 이가 각각 있다고 하였다. 조익은 그 이유를 토호 의 존재 유무로 이해하였다. 대토지를 소유한 토호들이 충청도와 강원도에 존재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로 대동법의 시행이 잘 되지 않는 다고 하였다. 특히, 대토지 소유자가 많은 전라도에서 대동법에 대한 반대가 심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조익은 대동법의 시행 에 대해서 일반 백성들은 좋아하지만 대토지 소유자들은 싫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동법이 토지의 결수에 따라 부과되었 기 때문에 이러한 반발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04. 조선 후기의 정치 변동과 제도 개편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