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가지않은길을간다한국의포맷수출을주도한다 엔터테인먼트채널 tvn과음악채널 Mnet, 라이프스타일채널올리브, 영화채널 OCN과채널CGV 등을소유하고있는미디어기업 CJ E&M은다양한장르의프로그램으로방송트렌드를선도해왔다. 채널별로대상시청자를세분화하고그들의취향에맞는방송을제작한덕분이었다. 그중에서도 tvn은파격적인형식의예능프로그램과한국에서보기드물었던웰메이드 장르드라마가돋보이는채널이었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와 꽃보다할배 시리즈, 드라마 < 시그널 > 과 응답하라 시리즈등은신드롬에가까운호응을얻으며공중파시청률의아성을흔들었다. CJ E&M은외국프로그램의포맷을들여와리메이크하는데에도능숙했다. < 마스터셰프코리아 >( 올리브 ), <SNL 코리아 >(tvn), < 보이스코리아 >(Mnet) 등은외국에서인기를얻었던프로그램을현지화하여무사히국내에안착했다. 특히 <SNL 코리아 > 는가장미국적인프로그램이라는원작 <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Saturday Night Live, SNL) 에대한평가가무색하게도현재시즌 8 방영을앞두고있는장수프로그램이되었다. 그런데변화가생겼다. 역으로한국프로그램포맷이수출되기시작한것이다. 가장눈에띄는성과는 꽃보다할배 시리즈포맷을미국에서수입해제작한 <Better Late Than Never> 지만이외에도외국으로수출된포맷은그짧은역사에비하면상당히많은편이다. 포맷수출을담당하고있는 CJ E&M 미디어콘텐츠팀차장을만나한국방송프로그램포맷수출의과정과의미, 그안에깔린자세한사정에관해물었다. 편집부 포맷수출, 독창성이열쇠 최근포맷수출이활발해지고있다. 어떤프로그램을대표적인예로들수있을까? 최근성과인데다워낙인기있는프로그램이었기때문에 < 꽃보다할배 > 를들고싶다. 미국판제목은 <Better Late Than Never> 이다. 4개국에서촬영했는데그중한국도촬영지에포함되어있어국내에서더욱관심이높다. 한국촬영분은서울에서대부분을찍었고경기도수원의화성도방문했다. 한국버전과는다르게출연진이서로잘 2016. 08+09 VOL. 07 17
SPECIAL ISSUE 모르던 사이라고 들었고, 배우 윌리엄 샤트너(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와 권투선수 조지 포먼 등으 로 직업도 다르지만, 촬영하면서 매우 친해졌다고 한다. Mnet과 tvn에서 방영된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태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미생>이 일본에서 <호프>라는 제목으로 방영 중이다. 포맷은 제작비를 새로 투자해야 하고 현지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서 그냥 틀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드라마보다 수출이 어려운 편이다. 그렇다면 문화와 트렌드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예능이 드라마보다 포맷 수출에 적합할 것 같다. 포맷 수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예능 포맷 수출이 드라마보다 활발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포맷을 수출해 도 개발 과정이 길다 보니 변수가 많아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꽃보다 할배>만 해도 수출에서 제작까지 2년이 걸렸다. 수출은 주로 콘텐츠 마켓에서 이루어진다. 국내용과는 다 른, 해외 세일즈를 위해 만든 예고편을 포함해 세일즈 패키지를 준비하고,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스크리너의 편집과 자막도 새로 작업한다. 외국인 성우도 고용한다. 미국과 유럽 회사들 은 우리나라에도 좋은 포맷이 많은데 구태여 외국 포맷을 들여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는 가.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그런 회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다. <꽃보다 할배> <너의 목소리가 보여>(출처: tvn 홈페이지)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6. 08+09 VOL. 07 18
SPECIAL ISSUE 마켓에서 인기 있는 포맷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선 독특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포맷이어 야 한다. <꽃보다 할배>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그래서 인기를 얻지 않았나 싶다. 노인 배우들은 어 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들이 예능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흔한 오디션 프 로그램에 미스터리 게임쇼를 결합하는, 완전히 다 른 시각으로 접근한 프로그램이다. 또 한 가지, 지역 적인 특성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에서 성공 한 콘텐츠를 찾고, 미주와 유럽 지역은 게임쇼를 좋 아한다. 드라마의 경우, 동남아시아는 로맨틱 코미 디를, 미주와 유럽은 범죄와 액션 드라마를 선호한 다. 올해 우리 프로그램 중에서는 <38사기동대>가 주목받을 것 같다. 세금 사기라는 소재는 다루어진 적이 없는데다가 에피소드 중심이어서 미주와 유럽 시청자가 선호하는 포맷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 무래도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는 한국 내 시 청률이 선택 기준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지만, <렛 츠고 시간탐험대>(tvN)처럼 그리 높지 않았던 국내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포맷 판매가 이루어지는 예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역사가 깊은 국가들 을 대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에듀테인먼트에 대한 니즈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리고 CJ E&M 기업 차원에서 보면 시장 조사를 많이 하기도 하고, 타겟이 명확한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에서 해외 니즈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존중한다, 하지만 관리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개별 가격은 아니더라도, 전체 수출액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맷의 경우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일반 콘텐츠 판매하고는 다른 점이 많다. 판권만 파는 것이 아니라 부가판권을 비롯해 라이 선싱과 머천다이징까지, 연계된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약서 작성도 오래 걸린다. 프로그 램을 수출하는 건 테이프만 보내면 끝이다. 하지만 포맷은 포스터와 예고편부터 시작해 방영 후에 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편집과 대본, 심지어 프로그램 로고와 엔딩 크레디트까지, 원작의 분 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그리고 원작의 재미와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 쓴다. 그렇게 해서 프로그 램이 성공해야 그 나라에서 시즌 2와 3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우리는 돈만 보고 포맷을 팔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회사인지, 편성 시간대는 프로그램에 적 합한지, 이런 성공의 요인들을 확인한다. 다음 주만 해도 <너의 목소리가 보여> 담당 PD가 인도네 시아 버전 녹화 컨설팅을 하러 현지에 간다. 우리는 내용뿐만 아니라 무대 디자인까지 점검한다. <렛츠고 시간탐험대>(출처: tvn 홈페이지)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6. 08+09 VOL. 07 19
< 미생 >( 출처 : tvn 홈페이지 ) 그러다보면포맷을수입한회사와충돌을빚기도하겠다. 가끔팽팽한긴장이생기기도하지만현지화를존중하는편이다. 그들또한최고의전문가니까. 예를들어 < 미생 > 일본판은첫번째에피소드의마지막장면을두고일본과한국의의견이달랐는데, 자세하게는말할수없지만, 서로존중해서합의에도달했다. 일본에는한국과같은인턴제도가없다고하는데일본제작진은그점도현명하게살려주었다. 그래서수출이든수입이든, 포맷판매는대화가필요한일이다. 사실프로그램은우리에겐자식같은존재아니겠는가. 그가치를제대로살리고싶다. 그건한국이포맷을수입할때도마찬가지인것같다. <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On Style) 는진행자의포즈와멘트까지원작의진행자이자프로듀서인하이디클룸과똑같았다. 우리가포맷수출과사후관리를잘하는건그간수입한경험이많아서이기도하다. < 너의목소리가보여 > 는네덜란드국적의포맷회사엔데몰 (Endemol) 이피칭중인데, 유럽에는 < 너의목소리가보여 > 특유의포즈가어울리지않는다고하더라. 그래서그걸없앤다면이해는하겠지만만약다른포즈로바꾼다면우리와협의해야한다고전했다. 하지만이미말했듯이, 현지화는존중한다. 최근 tvn에서리메이크한미국드라마 < 굿와이프 > 는나도굉장히좋아하는프로그램이었다. 원작도훌륭했지만한국에서현지화를잘해서성공했다고보고, 그건우리가수출하는입장일때도마찬가지다. 또한포맷을수출하면서 200쪽이넘는가이드북을제작하기때문에대부분사항은그것만보면알수있다. 물론담당 PD가현지에가서컨설팅을하고반대로그쪽에서한국녹화현장을직접견학하고싶어하는경우도있다. 2016. 08+09 VOL. 07 20
가이드북제작은어떤식으로이루어지는가? 바이블 이라고불리는가이드북제작은포맷개발팀이담당한다. 프로그램기획단계부터무대, 촬영, 조명, 카메라워크, 오디션진행과정까지모두담는것이다. 플라잉 PD(Flying PD) 가담당프로그램을지켜보고필요에따라서는제작진을인터뷰하기도한다. 끝날때까지끝이아니다 독창적인포맷을기획한다고해도세계적인트렌드를무시할수는없을텐데개성과유행을어떤식으로조화시켜야할까? 한때오디션과서바이벌프로그램이글로벌트렌드였던시절이있었다. 하지만지금은한풀꺾였고유럽과미국이아닌다른지역으로포맷을찾아나서는경우가늘어났다. 예를들어최근에는터키프로그램들이주목을받고있다. 우리에게도기회가생긴것이기때문에업계소식지와최신프로그램을일상적으로검토하고, 아침마다받아보는뉴스메일만열개가넘는다. 하지만포맷이나리메이크는생각보다시기가중요하지는않다. 외국프로그램들은드라마든예능이든여러시즌이지속되지않나. 하나의포맷은완성형이라기보다그렇게조금씩얹어가는거라고보면된다. 그래서당장수출이이루어지지않더라도계속팔로우할필요가있다. 2012년에 tvn에서방영됐던아침드라마 < 노란복수초 > 는우크라이나에서한국버전을리메이크한작품이너무히트를쳐서그걸다시다른나라로수출하는일까지있었다. 남미의텔레노벨라와비슷하게치정과복수등이얽힌 막장 드라마지만, 스토리가훨씬복잡하고구성이탄탄하다는점이인기를얻은요인이었던것같다. 넷플릭스가시리즈를자체제작하는것처럼, 기존 TV 방송국이아닌플랫폼들이대폭늘어났다. 기회가많아졌다고볼수도있겠지만누구와접촉해야하는지혼란스러울수도있을것같다. 계속부딪치는수밖에없다. 사실기회의측면이더크다고볼수있는데, 온라인은파일럿시스템이아니기때문이다. 기존에는스크립트를보고파일럿을제작해반응을본다음정규시즌으로편성하는식이었다. 한국기업으로서는진입장벽이너무높았던거다. 하지만온라인은아이디어만좋으면바로제작에들어간다. 수출업무를담당한지는얼마나되었는지, 그리고그사이변화가있었다면? 판권수출업무는 6년전에시작했고포맷과리메이크를전담한건 2년정도됐다. 가장큰변화는 < 꽃보다할배 > 미국수출덕분에미주와유럽에서 CJ E&M에대한관심과회사인지도가높아졌다는사실이다. 따라서대우도달라졌고 ( 웃음 ). 포맷수출이후관리가중요하다는게그래서다. 태국에서 < 너의목소리가들려 > <Let 美人 > 이방영되어인기를얻으면서 CJ E&M에터닝포인트가되었다. 이건프로그램이성공해야지, 포맷 < 꽃보다할배 >( 출처 : tvn 홈페이지 ) 수출만으로이뤄낼수는없는성과다. 2016. 08+09 VOL. 0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