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목회제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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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목회제31호

Transcription:

협동조합이야기 영등포산업선교회의협동조합운동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는 기독교인의 삶을 지속하며 살아내기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1968년, 영등포산업선교회는 기존의 개인 변화를 추구하던 전도형태에 서 벗어나, 노동자개인뿐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와 사 건에 대해 직접 부딪히며 산업사회의 악한 구조를 해결하고자 하는 산업 선교 를 시작하게 되었다.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왜곡된 자본주의 경제구조에 맞서 역사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한국노총과 협력하여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노동 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통한 자조활동을 하도록 함으로 그들이 스스 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시기에 직장에서는 노동조 합을 통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직장 밖에서는 협동조합의 형태 로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나가도록 교육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산업선 교회의 협동사업이 시작되었다. 1965년 8월 조지송 목사는 양평동교회 한울안모임과 함께 산업신도들 의 소비조합문제를 토의하였다. 1968년 10월에는 평신도 산업선교교육 프로그램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본 협동조합 에 대해 교육하였으며, 협동 운동의 일환으로 폐타이어 재생공장 건립사업을 시도했다. 이것은 생산자 협동운동을 꾀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협동운동은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또 하나의 굵은 역사흐름으로서 신용협동운동, 소비자협동운동으로 그 맥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 신용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은 강행님 선생이 협동교육연구원에서 1개월간 공부한 뒤 수차에 걸친 회원 교육을 실시한 후 50여명의 회원이 14,000여원을 모아 설립하였다. 신용협동조합의 목적은 ① 경제적인 조직을 통해서 산업선교를 보다 활발하게 하며 ② 뜻밖에 어려운 재난을 당하는 근로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며 ③ 저임금으로 항상 목돈이 없는 근로자들에게 목돈을 소유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조합운동 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진방주 175

공동구매조합을 구상하고 주도하여 완성해냈다. 공동구매조합 당시에는 현재의 할인점에 해당하는 노동자백화점까지도 전망하였었다. 3. 협동조합운동의 수난기(1978-1987) 박정희 독재정권은 1972년 10월 유신 이후부터 서서히 산업선교회에 대한 탄압을 시작하였다. 1972년 서울시경 수사과에서 이유를 밝히지 않 은 채 강제 수색을 실시했고, 1974년 인명진 목사가 구속되었다. 1978년부 터 정부는 한층 더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1978년 인명진 목사가 재구속되었고, 조지송 목사가 불구속 입건되고, 호주에서 온 라벤 더 선교사가 국외로 추방되었다. 언론을 통해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용공세 력으로 몰아가면서 여론으로부터도 고립되었다. 교회 내에서도 탄압이 시작되고, 영락교회로부터의 후원도 끊어졌다. 이때,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탄압도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재무부에서는 신용협동조합원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곧바 로 감사를 하여 인가를 취소해 버려서 결국 1978년 6월에 해산하게 되었다. 이에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78년 6월 19일 다람쥐회 라는 이름으로 협동 운동사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조직을 꾸리고 전체 회원 수 290명, 출자금 1,300만원으로 다시 시작하였다. 1980년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전두환 정권의 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노동운동가는 모조리 잡아 감옥이나 삼청 교육대로 보내었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폭력은 견딜 수 없을 정도였 다. 이러한 모진 탄압 하에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영등포 노동교회를 성문밖교회로 이름을 개명하고, 공장별 노동자 소모임을 교회 구역 모임으로 전환하였다. 1983년 말부터 서서히 노동운동이 다시 재개되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는 모든 역량이 노동운동을 통한 정치투쟁에 집중되는 시기였다. 1970년 대가 노동조합중심의 임금개선 투쟁이었다면, 이 당시는 노동운동이 한국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조합운동 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진방주 179

사회변혁의 주도세력이라는 자각 하에 정치투쟁으로 연결되었다. 노동자 들의 삶의 개선보다는 정치경제 구조의 변혁을 도모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시기였다. 1978년에 비인가로 시작된 신용협동운동으로써 다람쥐회는 1980년대 에 들어와서도 왕성하게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며 신협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하였다. 그러나 신협 자체의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오히려 당시의 실무자는 산업선교회 내에서 여수신업무를 보면서 도 일과의 상당한 시간은 산업선교회의 사무원의 역할을 하면서 보냈다. 몇 백부씩 되는 주보(소식지)를 매주 우편발송하고, 산업선교회의 재정을 정리하며, 구매활동, 산업선교회 행사보조 등등 사무원이 없는 산업선교 회에서 사무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또한 1984년 5월 인명진 목사가 사임하고, 1985년 2월에는 조지송 목사마저 사임함으로 지도력의 공백시 기와 맞물려 다람쥐 조합원도 한동안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원칙과 초기의 정신을 지키는 힘으로 협동조합의 불씨를 꾸준히 간직해나 갔다. 4. 협동조합운동의 새로운 모색(1987-1997)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과 7-9월 노동자대투쟁은 전체 노동운동에 지각 변동을 가져왔고 노동조합이라는 노동자 대중운동이 전면화되었다. 1990 년 1월 22일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탄생하였다. 그동안 산업선교 회로 모이던 노동자들이 이때부터는 모두 현장 노동조합으로 지역 노동운 동과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 속에서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직접적인 노동운동보 다는 노동조합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도력을 교육하고 훈련하며, 외부에 서 지원하는 활동으로 전환하는 한편,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 문화 활동을 벌여나갔고, 공단지역 교회 산업전도부와 협력하여 기독노동자 총연맹을 결성하여 기독노동자 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영등포노회 산하 교회 청 180 농촌과목회 제64호

년부 직장 청년들과 협력하여 노동주일 기념예배와 성가경연대회 및 성서 학교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동안 전개해온 성문밖공동체운동을 더욱 강화하여 민중교회운동을 전개한 시기였다. 1987년 이후부터 노동자들이 산업선교회 보다는 현장에 중심을 두면서 신용협동조합운동으로써 다람쥐 활동도 한동안 정체상태가 이어졌다. 이 러한 시기에 맞추어 노동자 생활 협동운동으로의 방향모색도 계속해 나갔 다. 1990년 7월 총회에서는 신용적금 상품을 새로 만들었고, 커피 자판기 를 운영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구속노동자 지원으로 이용하였 다. 1991년부터 다람쥐회 소식지 협동인 을 발간하여 조합원들에게 배송 하였다. 1993년 정기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협동조합 전문가 김성오 씨 를 강사로 초청 하였고, 경제공동체 대안 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 7월17일 정기총회에서 경제공동체 대안 과 통합을 결정하면서 새 로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새로운 실무진을 중심으로 협동조 합 교육프로그램을 보다 강화하여 정기적인 실무자 교육, 신입조합원 교 육, 일반조합원 교육을 시행하였다. 이때부터 다람쥐의 자산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회원 수도 다시 증가하 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3월. 한층 강화된 전체조합원 교육으로서 제1차 협동학교 가 시작되었다. 1차 협동학교는 다수의 조합원이 6차에 걸쳐 성 실하게 참여하였으며, 협동조합에 대한 전망을 가지는 활동가들이 배출되 는 성과를 가져왔었다. 1997년 11월 2차 협동학교를 진행하고, 1, 2차 협동 학교를 통해 조합원교육의 큰 틀을 마련하였으며 조금씩 조합원 참여의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했다. 5. 협동조합운동의 재도약기(1998-2013) 1) 서로살림생활 협동조합운동의 탄생 1997년 말 IMF사태는 한국사회를 총체적인 혼란기로 몰아넣었다. 중소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부도나고 무너지면서 실업자들이 수없이 쏟아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조합운동 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진방주 181

밝은공동체회원들의나들이

영, 행사장에서의 생협 상품 단품판매를 시도한 후 1999년 10월에는 일상 적인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람쥐회 사무실 내에 조그마한 가판대를 만들고 상생(相生)의 한자말을 풀어서 서로살림 생협 준비 모임을 만들었 다. 다람쥐회 사업지원금 500,000만원, 회원가입비 1 인 10,000원으로 하고, 두레 전국연합회에서 물품을 공 급받았다. 기본 품목은 비 치하고, 대부분은 주문판매 로 시작하여 최초 5가구의 고정구매자로 시작했다. 이 러한 소규모형태로 2004년 까지 운영해 오다가 2004년 6월 25일 서로살림생활협동 조합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2004년 12월 초에는 영등 포 롯데마트 뒤편에 정식 매 장을 개장하였다가, 경제적 서로살림생협의 외부와 내부 매장 어려움으로 2005년 4월 22 일에 영등포산업선교회관으로 매장을 이동하였다. 2007년 8월 11일에는 우리네 한의원 옆에 서로살림생협 대림점을 추가 개설하였다. 2) 다람쥐 신협의 활성화와 서울의료생협의 탄생 2000년 2월부터 다람쥐회 사업의 원만한 진행과 운영위원들의 역할 강 화를 위해 운영위원 중심으로 상임위원회를 만들었다. 상임위원들은 다람 쥐회에 일상적으로 머물며 긴급하게 결정해야 할 일처리와 회계업무 구조 에 대한 파악, 원장 검토와 조합원 연락, 협동조합 운동의 확산을 위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조합운동 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진방주 183

업을 지원해왔다. ④ 연대하는 단체가 많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무수히 어려운 일들을 만나는데 이럴 때 대학생협, 의료생협 연대, 주변교회 등과 같이 함께 연대 할 수 있는 단체들이 늘 곁에 있다. 2) 약 점 ① 다람쥐회가 비인가 기구로 남아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원간의 상조 회 정도로 임의단체로서, 보다 더 효과적인 사업진행을 위해선 법적인 인가가 필요하다. ② 의료생협이 거리상으로 멀다. 대림동에 있는 의료생협과 당산동에 있는 나머지 단체들이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조 합원을 공유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렇지만 영등포구 차원에서는 협동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 ③ 개별사업체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살림생협이 아직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고, 누적된 적자를 가지고 가는 상황 이다. 꾸준히 수익이 증가되고 있기에 빠른 시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④ 협동사업체 구성원들의 의견 집중력이 일반 사업체에 비해 부족하 다. 이 부분은 협동조합 사업체가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이기도 하다. 자산가 또는 경영자 한 사람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반사업체 에 비해, 다수의 의견 합일을 원칙으로 하는 협동조합에서 빠른 시간 내에 통일된 의사를 만들고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책을 찾아 실천으로 연결 시키는 집중력은 협동조합의 가장 큰 난관이다. ⑤ 경쟁사회의 고조와 장기적인 불황으로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사회 가 되었다. 경쟁으로 내몰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고 함께 문제를 고민할 여유가 없다. 지속되는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먹고사는 일 외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가 힘들어 조합원들의 참여를 적극화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협동사업체 역시 188 농촌과목회 제64호

일반 사업체와 처절하게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협동성보다도 사업성 에 쫓기게 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8. 아름다운 협동공동체를 전망하며 안타까운 점은 협동공동체 운동이 지속적으로 실천되지 못한 점이다. 노동선교 공동체로써, 지역선교 공동체로써 인적, 물적 토대와 연대가 지 속되지 못하고, 시기 시기마다 단절됨으로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 였다. 역사는 오래 되었고,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경험과 자산이 축적되 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생명살림과 협동과 공유의 시대를 전망하면서 명분과 사업 성과보다는 기초부터 새롭게 다져 나가는 실천이 우선이라는 점을 역사와 성찰을 통 해 배우게 되었다. 협동공동체운동은 무엇보다 먼저 협동하며 생활공동체 를 함께 이루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의 형성이 우선이다. 하나님 나라는 말과 구호에 있지 아니하고 구체적인 생활신앙 실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협동공동체가 이루어지기는 꿈을 꾸어본다.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조합운동 역사와 서로살림생협 이야기 진방주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