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2 구성작가는무엇으로사는가? 양재희 ( 텔레비전구성작가 )
구성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양재희(텔레비전 구성 작가) * Prologue 회상 하나. 작가가 손톱은 왜 기르고, 머리는 왜 안 묶고 풀어헤치고 다니니? 치마? 방송국 에 남자 꼬시러 왔어? 1995년 작가 입문 첫 해. 대선배 작가에게 불려나가, 화장실에서 그녀가 길게 내 뿜던 담배 연기를 캑캑 들이마시며 들어야 했던 말이다. 회상 둘. 2004년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푸른 늑대>방송을 불과 열흘 앞두고 1부 파인 커팅을 딱 5분 붙인 뒤. 기왕 밤샐 거면, 허기나 채우자며 밤 9시 넘어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쾅! MBC 남문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발생한 교통사고로, 당시 연출을 맡았던 최삼규 시사 교양국 부장(현 부국장)과 메인 작가였던 나, 그리고 조연출, 이렇게 세 사람이 동시에 차에 치이는 뜻밖의 큰 사고를 당했다. 모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불행한 3인방. 사고로 부상이 가장 심각했던 연출자가 막상 편집을 할 수 없게 되자 CP(책임피 디)가 파인 커팅을 맡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고, VCR을 떼어 나의 병실로 가져 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 역시 다리에 깁스를 하고, 어깨엔 파스를 붙이고, 피멍이 든 눈에 팔엔 링거를 꽂았지만, 입원해 있는 열흘 동안 병실에서 파인 커팅용 편집안을 쓰고, 방송 원 고를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나서서 일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 건 결코 아니었다. 다만, 전체 그림을 알고 내용을 아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데다 방송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대체 작가를 투입할 수도 없다는 회사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속내까지 털어놓자면 다큐 작가로 입문한 지 2년 만에 맡게 된 창사특집인데, 작 가로서의 근성 같은 것을 보여주고 픈 개인적 욕심도 있어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12%가 넘는 시청률이 나와 한시름 놓았지만 그 후로도 두 달 넘게 정형 - 129 -
외과를 다니며 물리치료와 통증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회상 셋. 2006년 MBC창사특집 <DMZ는 살아있다> 3부작을 준비할 당시... 촬영 테이프만 해도 한 시간짜리 분량이 600여권. 방송을 한 달 여 앞두고 한창 정신없이 프리 뷰를 하는데, 엄마가 유방암에 걸리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늘이 노랬다. 딸이라 고는 서울에 나 하나... 그런데 엄마를 자주 보러갈 수도 없고, 각종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병원에도 함 께 가 드릴 수가 없었다. 방송이 코앞이라 할 일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수술날짜가 잡힌 뒤, 3일 동안은 집에도 가지 않고 편집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프 리뷰를 하고 짬짬이 편집 구성안을 써 내려갔다. 방송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내 몫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수술하시는 날 아침. 겨우 피디에게 양해를 구해 서울대병원으로 내달렸다. 막 수술실로 들어가는 엄마를 대기실에서 잠깐 만나고, 무사히 수술이 끝난 것만 확인한 채 또 다시 편집실로 돌아와 그 밤을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하얗게 지새며 일했다. 병실은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급히 귀국해 아빠와 함께 지켰고, 엄마가 입원해 있는 7일 동안 나는 딱 한 번 더, 그것도 새벽 3시에 잠깐 가서 30분을 앉아있다 돌아온 게 전부였다. 꼽아보니 프리뷰를 시작하고 3부작 방송이 끝나기까지, 두 달 넘게, 침대에 편히 등대고 누워 4시간 이상 자 본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방송을 마치고 <DMZ는 살아있다>가 2007년 1월 <이달의 좋 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시카고 국제TV페스티벌 탐사보도ㆍ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일본야생생물영상제(Japan Wildlife Film Festival) 원 플래닛 어워드(One Planet Award)를 연달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작가였던 나는 상패 한 번 직접 만져본 적 없으려니와 PD나 동료 작가들 그 누구에게도 축하한다는 인사말 을 듣지 못했다. 학회 주제가 구성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란 의미심장한 물음이어서 처음엔 꽤 근사한 답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열자, 지난하고 서글픈 이야기 만 떠올랐다. 그래도 방송작가로 16년을 살아오며 경험 한, 내 개인적인 일들이 치열한 방송계를 살아가는 오늘날 작가들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해 줄 거란 생 각에 너무나 감상적인 내용인 줄 알지만 가감 없이 밝히는 바다. 물론 경험의 극적인 요소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도 구성작가로 사는 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작가로 사는 법 보다는 오히려 방송 사나 피디가 원하는 작가로 사는 법 이 보다 현실적인 설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한마디로 방송작가의 삶은 사생활을 포기하고, 가족도 일정부분 눈 감고, 매력을 드러내며 사는 것도 경계하고 (남자 피디에게 환심 사기 위한 행동으로 오해 받 을 수 있음. 또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음) 오로지 치열하 - 130 -
* 그렇다면구성작가는누구인가? - 131 -
이들이 만드는 모든 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로 제작 과정이 나뉜다. 먼저 1단계는 사전 제작단계로, 프로그램의 기획 / 자료조사 및 섭외 / 촬영 구성 안 작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 작가 담당) 2단계는 실제 제작단계로 촬영 및 녹화다. (* PD 담당) 3단계는 후반 제작단계로, 촬영된 영상 프리뷰 (* 작가 담당) è 편집 구성안 작 성 (* 작가 담당) è 1차 편집 (* PD 담당) è 파인커팅 (* PD. 작가 협업) è 대본 작성 (* 작가 담당) è 자막 뽑기 (* 작가 담당) è 자막과 음향 효과 등을 삽입하는 종합편집 단계 (* PD 담당)를 거쳐 최종 방송물 완성이 완성된다. 이 가운데 작가는 기획에 참여해 아이템을 찾고, 팀 회의를 거쳐 채택된 아이템 을 정리해서 CP(총괄 프로듀서)의 confirm을 받는다. (이 과정 역시 결코 녹녹치 않다. 아이템을 진행하라며 쉽게 confirm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찾는 데만 2-3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출연자 및 장소 섭외를 하며 (이때도 출연자가 촬영을 거부하거나 취재 해보니 현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이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템에 대한 취재가 끝나면 방송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지, 근거 자료들 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촬영 구성안을 쓴다. 촬영 구성안은 방송물의 흐름을 잡 는 일종의 청사진이자, 피디에게는 어디 가서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 지 알 려주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피디의 촬영이 끝나면 테이프에 녹화된 내용을 프리뷰하고, 다시 편집 구성안을 작성하는데, 이때는 철저하게 촬영된 내용에 입각해, 어떤 장면을 어떻게 연결해 쓸 것인지?, 어떤 현장음과 인터뷰 내용을 살릴 것인지? 를 생각하며 세밀하게 편집 콘티를 작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편집에 돌입한 피디가 1차 편집을 마치면 작가와 피디는 함께 가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최종 방송용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파인 커팅이 라 부른다. 두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 최종 영상이 완성되면 비로소 작가는 대본을 작성한다. 물론 뛰어난 연출력으로 작가의 부족함을 매워주고, 저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을 갖 춘 피디도 많지만, 많은 경우 사전 취재는 물론 섭외 등을 전적으로 작가에게 의 존하고, 프리뷰 노트와 함께 편집구성안을 주지 않으면 방송이 내일이어도 절대 로 편집을 시작하지 않는 PD도 상당수다. 이 같은 일과를 월요일 생방송팀이란 전제 하에 제작일정에 맞춰 다시 정리해보 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 : 아침 생방송 & 간략한 회의 후 해산 è 화요일 : 어제 방송내용 점검 및 다음 주 아이템 기획회의 (팀별회의) è 수요일 : 팀 회의에서 결정된 아이템 을 간략히 취재하고 자료 수집 후 CP의 confirm을 위한 문서 작성 (confirm이 안 날 경우 계속해서 다른 아이템 찾기) / 아이템을 진행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 어지면 곧바로 섭외 & 촬영 구성안 작성 è 목, 금 촬영 & 촬영 직 후 녹화 테 이프 프리뷰 (7-8분짜리 방송의 경우 대개 5 8권 촬영), è 토요일 편집구성안 작성 & 1차 편집 è 일요일 : 파인커팅 및 대본 작성, 자막 정리 è 밤 샘 후 아 - 132 -
W world wide weekly 촬영구성안 -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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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world wide weekly 편집구성안 - 135 -
W world wide weekly 더빙대본 - 136 -
창사특집다큐멘터리 라이온퀸 프리뷰노트 - 137 -
창사특집다큐멘터리 라이온퀸 제부여초원의전사가제편집구성안 연출최삼규대본양재희방송 - 138 -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라이온퀸 부 초원의여전사들 연출 : 최삼규 / 글. 구성 : 양재희 / 내레이션 : 손석희방송 : 2009. 11. 27( 금 ) PM 11시 00분 - 139 -
* 구성작가의위상 : 비정규직중의비정규직 - 140 -
* Epilogue -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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