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트랜스라틴 25 호 (2013 년 9 월 ) 위기에처한아르헨티나-스페인관계 : 배신그리고무너진경제적가교 마르셀로칸텔미 스페인과아르헨티나의관계는매우모순적이다. 스페인어라는공통의언어사용에서볼수있듯이두국가사이에는분명커다란정서적유대감이존재한다. 반면에양국관계를결코발전시킬수없는상충적인이해관계도동시에존재한다. 크리스티나정부의석유회사 (YPF. 이하 YPF로표기함 ) 에대한부분적인국유화조치는양국간상충된이해관계를드러내는주요한시금석중의하나다. 1922년설립된 YPF는아르헨티나에서가장오래된회사중하나로영향력이매우크다. 또한석유시추에서채굴, 판매에이르는전과정을수직적으로통합시킨세계최초의회사이기도하다. 그런데 YPF의발전과정즉성공과쇠퇴과정을살펴보면, 우리는페론주의정당의이데올로기적모순을극명하게파악할수있다. 동일한페론주의정당이시류에따라초국가주의, 자유주의또는중도좌파등으로수사학적인포장을바꿔달지만, 실제로는항상보스중심의독재정치와중도우파보수국가주의라는본질에서벗어나지못했다. 그러므로이러한과정에서보여주는 YPF의민영화와국유화의모습은페론주의정당내부의이데올로기적모순을극명하게보여주는사례일뿐이다. 이는지난 2010년서거한네스토
[ 기획특집 ] 위기에처한아르헨티나 - 스페인관계 : 배신그리고무너진경제적가교 45 부에노스아이레스에위치한 YPF 본사건물 르키르치네르전대통령 (2003~2007년재임 ) 의경우에서도극명하게드러난다. 키르치네르는어느날갑자기자칭볼리바르주의자였던우고차베스베네수엘라대통령과손잡고라틴아메리카좌파의새로운리더로부상했다. 하지만불과몇년전인카를로스메넴정부때만해도 YPF의민영화를가장적극적으로지지하던신자유주의정치인중의하나였다. 1999년스페인의렙솔사는지분매입을통해 YPF의경영권을확보했다. YPF의구매는두단계로이루어졌다. 우선 1999년 1월약 20억달러의자본을투자해지분 14.9% 를인수한뒤, 4개월후에약 134억달러를추가투자해나머지지분을매입했다. 2.29% 의소액주주분만남기고 YPF의모든주식을인수한것이다. 이를좀더자세히설명하면, 당시 YPF의주식은스페인회사렙솔이 57.43% 로최대주주를차지했고, 2대주주는 25.46% 를인수한아르헨티나와호주의합작법인페테르센그룹이차지하게된다. 그런데 2대주주인페테르센그룹은매우특별한참가자로바로키르치네르전대통령소유의기업으로알려져있다. 나중에다루겠지만 YPF와아르헨티나에너지시스템의비극을초래한장본인이
46 트랜스라틴 25 호 (2013 년 9 월 ) 바로페테르센그룹인것이다. 이외 17.09% 는미국의다양한기관투자자들이소유하게되며, 아르헨티나정부는단 0.02% 의황금주로한명의이사회임원선임권과비토권을확보한채 1999년의민영화작업을마치게된다. 이로써당시까지비교적소규모였던스페인의렙솔은회사규모가 2배이상확대되면서국제적인인지도까지상승하게된다. 그런데 YPF 인수에투자한최종금액 ( 약 150억달러 ) 은그자체로매우흥미롭다. 불과몇년전이긴하지만브라질의페트로브라스를민영화할때의금액과비슷하기때문이다. 하지만 YPF의침체는계속되었고페트로브라스는승승장구했다. YPF의주식가치는렙솔그룹과아르헨티나정부의불협화음속에계속떨어졌지만, 페트로브라스의가치는 2010 년경 2,000억달러이상까지상승한것이다. 아르헨티나의역사는시시각각으로변하는모순적인열정의역사다. 그리고이러한모순은 YPF의성장뿐만아니라스페인과의관계까지크게악화시켰다. 민영화이후 YPF는발전했지만투자는드라마틱하게감소했다. YPF는아르헨티나재정을담당하는최고액납세자의지위와함께최대고용창출자의역할도담당했다. 자회사와정제회사를합쳐석유업계에서가장큰생산자이자유통회사였기때문이다. 이는공식자료를보면상세히드러난다. 2010년초엽 YPF는 1,600개의주유소와함께 26개권역에서탐사및채굴작업을하고있었으며, 면적은총 15만 km 2 에이르렀다. 그런데 2012년 4월크리스티나페르난데스키르치네르정부는 51% 의주식을확보하며이를다시국유화시킨다. 그렇다면왜아르헨티나정부는재국유화조치를단행했을까? 정부는이과정이에너지주권회복을위해꼭필요한조치라고발표했다. 즉이조치를통해아르헨티나가브라질이나멕시코처럼석유산업구조를조정할방안을확보해야한다는것이다. 하지만정부의이번조치는대단히의심스러우며논의를필요로한다. 이번강압적국유화조치에는대외적으로발표한내용보다훨씬많은것이숨겨져있다.
[ 기획특집 ] 위기에처한아르헨티나 - 스페인관계 : 배신그리고무너진경제적가교 47 아르헨티나정부가만든유사태환화폐세딘 (Cedin) 국유화조치는 YPF가아르헨티나에제공하던석유의자급자족이끝나고에너지수입이점진적으로증가하던시기, 즉아르헨티나에게아주힘든시기가닥쳤을때시행되었다. 아르헨티나의에너지부족현상은 YPF가생산능력을증대시킬시추계획을세울수없었기때문에발생했다. 하지만그원인은일정부분키르치네르전대통령때문이기도하다. 전에너지부장관알리에토과다그니에의하면, 키르치네르는아르헨티나와호주합작그룹인페테르센-에스케나지그룹을통해 YPF의주식매입에참여하기로렙솔과합의했다. 페테르센그룹은산타크루스은행인수에도성공했던그룹이다. 참고로산타크루스은행은키르치네르전대통령이산타크루스주지사였을당시에매각됐는데, 역사상가장문제가많았던공공자산매각중하나로평가되고있다. 페테르센그룹은상식을벗어난방식으로 YPF 인수에참여했다. 먼저그들은지분의 15% 에대한인수방법을협상한뒤에 10% 지분을추가로협상했다. YPF의지분 1/4을인수하는그룹으로서인수에필요한자금은전혀고려하지않았다. 그들은인수후에발생하는이익금으로인수
48 트랜스라틴 25 호 (2013 년 9 월 ) 대금을차차지불해가기로합의했다. 이런방식의매각으로인해렙솔은 YPF 인수후영업이익의 100% 가넘는배당금을주주에게지불했으며, 그런상황에서투자란처음부터불가능한것이었다. 이러한행위에대한대가는매우비쌌다. 이후아르헨티나는무역수지흑자액의대부분을석유수입에쏟아부어야했기때문이다. 그리고이런상황은키르치네르전대통령의미망인이자후계자인크리스티나정부에서훨씬악화되었다. 크리스티나정부는연평균 140억달러이상을석유수입에지출해야했다. 결국아르헨티나는외환이부족한상황을맞게됐고, 이를극복하기위해정부는달러의자유로운유통을제한하고세딘이라는유사태환화폐까지만들게되었다. 세딘은개인이보관하고있던달러를정부에제출하고받는증서로, 정부는개인이저축하고있던달러까지석유수입에투입하려시도한것이다. 하지만정부의시도는실패했다. 이기간아르헨티나의인플레이션은연 25% 정도를기록했고, 이는페소화의구매력과함께교환가치를추락시켰기때문이다. 사람들은저축한화폐의가치를보존하기위해달러와같은경화로대규모이동을했다. 이러한상황에서크리스티나대통령은공개적으로아르헨티나의에너지부족은모두렙솔때문이라고비난하였다. YPF의시추투자예산을감소시킨근본원인인페테르센그룹의비밀계약내용은함구한채말이다. 이에대해 YPF는 2011년투자액수는 2010년보다 50% 나증가된총 30 억달러이상이고, 세금또한역사상최고액인약 64억달러를납부했다며정부의주장을정면으로반박했다. 정부가 YPF의국유화를추진하는데가장큰동기를부여한이유의하나는석유와세일가스에대한환상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세계에서가장크고풍부한석유와세일가스층이존재한다는것이다. 이유전지대는아르헨티나남부네우켄주의바카무에르타지역에서산맥을따라인접주인멘도사지역까지뻗어있다. 하지만이런유형의유전을개발하는데드는비용은극단적으로높고생태적인문제도심각하다. YPF의현
[ 기획특집 ] 위기에처한아르헨티나 - 스페인관계 : 배신그리고무너진경제적가교 49 미국석유기업셰브런에항의하며성조기를태우는원주민과시민단체 재가치는약 50억달러정도다. 그런데전문가들은이유전의초기직접투자비용만해도향후 5년간매년최소 50억달러이상이필요하다고말한다. 현재부족한초기투자금액만 250억달러인것이다. 현재아르헨티나정부는초기개발비용을확보하기위해전략적투자자를모으고있지만상황은그렇게낙관적이지못하다. 아르헨티나정부가 100억달러이상을요구하는렙솔의배상금을거부한채강제로주식을인수했기때문이다. 설령아르헨티나정부의투자제안에흥미를느끼는투자자가있었다해도, 렙솔의국제사법제소는대부분의투자자를주저하도록만들었을것이다. 하지만이런상황에서예외적인투자자가등장했는데, 바로미국기업셰브런이나타난것이다. 셰브런은제2기후안페론정부이래반세기동안아르헨티나에서활약했던스탠다드오일을계승한그룹이다. 하지만, 셰브런의등장은 YPF를국유화할때크리스티나정부가내세웠던에너지주권회복담론의일관성을무너뜨렸다. 또한셰브런은시추에필요한장비를수입하는데특별대우를요구했고, 이는상황을훨씬더복잡하게만들었다. 하지만그보다더심각한문제는셰브런이이익금
50 트랜스라틴 25 호 (2013 년 9 월 ) 을송부할때정부의규제정책를적용하지말라고요구했다는것이다. 이는크리스티나정부가취해온외환규제정책을무력화시키는것이자다른아르헨티나수출기업이역차별을받게되는요구인것이다. 정부의규제수단중하나는수입허가시필요한자격요건부여였다. 어떤상품을수입하려고할때는항상동일한가치의상품을수출해야만자격을부여했다. 셰브런의특별대우요구는이러한규제장치도무력화시켰다. 세계에서가장큰광산기업중하나인브라질의발리두히우도시 (Vale do Rio Doce) 는아르헨티나에대한 60억달러의투자계획을유보했다. 공식환율 (6페소) 과시장의실제환율 (8페소) 사이에극심한차이가존재하기때문이다. 환차는여러곳에서비용을증가시키게될것이다. YPF의강제적인국유화에렙솔뿐만아니라스페인정부도부정적인반응을나타냈다. 스페인의마리아노라호이수상은국유화조치에대해 아르헨티나와스페인의관계를악화시켰다는데는변명의여지가없다 고불평했다. 이번조치로상호관계의중요성이나날이커져가는국제사회에서아르헨티나의보수적인모습이부각되어, 아르헨티나의대외적이미지가손상되었다. YPF의국유화에대한여론전도절정으로치달렸다. 스페인의산업부장관은국유화조치를스페인에대한아르헨티나정부의 적대적도발 로간주했다. 크리스티나정부는국유화조치에대한부연설명이나실제적인협상은차지하고, 배상을요구하는렙솔의서면요구에도응답하지않고있다. 아르헨티나와스페인의양국관계는좀더넓은시야로바라볼필요가있다. 양국은 1991년상호투자보호조약에서명했지만이번조치로그관계가산산조각이났다. 양국간상호무역신뢰를고양시킬것으로기대되었던 2006년의전략적제휴협정역시깨졌으며, 다른협정도모두폐기되었다. 이런상황에서우리는양국간무역관계를주목해볼필요가있다. 스페인은무역규모면에서아르헨티나에게여섯번째로큰고객이며, 무역수지면에서도큰흑자를내고있는국가이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 기획특집 ] 위기에처한아르헨티나 - 스페인관계 : 배신그리고무너진경제적가교 51 한해동안스페인에수입규모의두배이상을수출함으로써 18억달러이상의흑자를기록했다. 양국간유대관계는투자면에서더욱중요하다. 스페인은아르헨티나에가장많이투자하는국가지만스페인에대한아르헨티나의투자는전무하다. 아르헨티나가경제개방정책을펼친 90년대메넴정부때, 스페인은다양한분야에투자하여총투자액은 110억유로에달했다. 이과정에는키르치네르정부에서다시매입한아르헨티나항공에대한투자도포함되어있다. 아르헨티나정부는아직까지아르헨티나항공의국유화를미룬채매일 200만달러의보조금을쏟아붓고있다. 국유화가불러올사법소송과그로인한국가이미지추락을막기위한고육책이다. 양국간유대관계의단절과이로인한무역수지악화및외환부족사태를극복하기위해크리스티나정부는절망적인보호무역주의정책을펴고있다. 그런데보호무역정책은다국적기업의영업활동을어렵게만들고있다. 우리는 2008년에시작된세계경제위기를아직까지극복하지못하고있다. 스페인의대 ( 對 ) 아르헨티나투자는중단된상태이며, 이는정부정책의신뢰성부족과사법적안정성결여에서비롯된일이다. 스페인은아르헨티나대신이웃한라틴아메리카국가로투자처를옮기기시작했다. 스페인은특히브라질과칠레, 페루등에집중적으로투자했으며, 비록소규모지만파라과이, 볼리비아, 멕시코에도투자를증가시켰다. YPF 사태에대해양국간의견이크게다름에도불구하고, 스페인이선택할수있는카드는별로없다. 국제사회에서아르헨티나정부의강압적인통제정책을비난하는것과다른석유회사가아르헨티나에진입하지않도록협력을강화시켜나가는것이전부다. 이에대해스페인왕립엘카노연구소의국제경제전문가페데리코스테인베르그는 세계무역기구가기업의투자를보호하기위한광범위한조치를마련해두었더라면, 스페인은이조치를통해아르헨티나가 153개전회원국으로부터제재를받게했을것 이라고말했다. 하지만 WTO의무역관련투자자보호조치
52 트랜스라틴 25 호 (2013 년 9 월 ) 스페인의렙솔석유회사 즉 TRIMS 협정은제한적이며, 강제수용사례에서기업이실질적으로보호받지못함을알수있다. 결국스페인이아르헨티나를압박할수단은어디에도없는것이다. 아르헨티나의국유화조치를가장강경하게비판한사람은아마도스페인의호세마누엘가르시아마르가요외교부장관이었을것이다. 그는 아르헨티나는정말중요한양국관계에제대로한방먹였다. 하지만내가가장우려하는것은오랜기간실질적인우호관계를유지해왔던양국이이문제로법정에가게되거나, 최소한불신을가져오게됐다는것 이라고말했다. YPF의미래는불투명하다. 아르헨티나정부가빠른시일내에국유화조치를취소할수도있다는인식또한존재한다. 이로인해 YPF의가치는점진적으로하락하고있다. 정부의국유화조치에도불구하고, 우리는렙솔이여전히 6.43% 의지분을소유한주주이며, 정부정책으로인해
[ 뉴스와쟁점 ] 브라질의대규모시위를통해불거진정치개혁요구목소리 53 자율성을뺏긴일반주주도 17.09% 의지분을소유하고있다는점에유의해야만한다. 그런데국유화된 YPF는이익을창출하기는커녕오히려마이너스성장을기록하고있다. 바로국영업체의비효율성과관료화때문이다. 이는투명하게경쟁하던이전민영회사의효율성과는근본적으로다르다. 강제적인국유화조치이후 YPF의주가는곧바로폭락했다. 20% 나떨어진 17달러까지폭락한것이다. 이는페트로브라스의지속적인주가상승과비교해볼때매우충격적인일이다. 또한렙솔과비교해볼때도그차이는두드러진다. 렙솔의주가는아르헨티나정부의국유화조치가발표된직후 5% 나폭락했지만, 곧전세계다른시장에서거둔이익으로이를만회했다. 결과적으로아르헨티나만고립되고만것이다. 아르헨티나는스페인으로부터새롭게독립하려고시도했지만, 결과는명확하게정반대로나타나고있다. [ 김용호옮김 ] 마르셀로칸텔미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의 클라린 지국제정치편집장으로정치및경제부문의국제문제를다뤄왔다. 또한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에있는팔레르모대학교에서저널리즘교수를맡고있다. 김용호 서울대학교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