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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논문 시선의역설과신비 - 장 - 뤽마리옹에게서회화와아이콘 - 김동규 주제분류 현대프랑스철학, 현상학, 예술철학 주요어 장-뤽마리옹, 아이콘, 우상, 회화, 신비, 마크로스코, 색면추상예술 요약문 우리는회화의현상과어떻게대면하는가? 그것은다름아닌시선을통해서다. 그림의현상이그림자신을내보여줄때, 우리는그그림속의색, 면, 형태들을음미하게된다. 그런데이미술에관한체험이단지보이는것에서만이루어지는가? 장-뤽마리옹에게, 그림은단지보이는것에대한감상을위해존재하는것이아니라, 우리의시선을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것으로전환시켜주는특이한현상이다. 이런독특한사건은다른어떤작용이나무의식, 작품의배경등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라철저히현상의힘을따라일어난다. 마리옹은이러한보이지않는것의효과를우상과아이콘이라는용어를통해해명한다. 또한그는이처럼보이는것을가로질러보이지않는데로나아가게하는회화의현상에서일어나는효과를마크로스코의작품세계를통해설명한다. 로스코의이른바색면추상예술은보는이를작품너머의신비의영역으로인도하는통로가된다. 이글에서, 나는마리옹이제시한아이콘을기반으로삼아그림과시선의관계를탐구할것이다. 그리고이관계의함의를마리옹이제시하는로스코의예를통해구체적으로보여줄것이다. 마리옹과로스코를통해, 우리는아이콘으로서의미술이단지보이는것의아름다움에대한만족을넘어종교적체험에비견될만한보이지않는것의신비를선사한다는점을이해하게될것이다.

232 논문 Ⅰ. 주어짐과보여짐 절대적인주어짐은궁극적인것이다 라는현상학의창시자후설의말처럼, 1) 현상학은주어짐이라는작용과그결과로서의주어진것의운동을탐구한다. 2) 이것은미술의영역에서도그대로적용될수있다. 현상학은 미술이란무엇인가? 라는존재론적물음보다미술의영역에서의주어짐의작용과그효과를묻는물음을더궁극적이고근원적인것으로간주한다. 이러한현상학적사유를미술작품의세계라는한정된틀안에서적용해보자. 이를테면작품으로서의그림이라는현상이주어진다는것은무엇을말하는가? 작품을창작하는예술가에게는그작품에관한영감내지이런저런이미지들이주어졌을것이다. 감상자에게는작품의외형을통해의미가주어진다. 이른바선, 면, 색, 명암등을통한한편의작품의내용과의미가감상자에게주어진다는말이다. 이러한작품의주어짐에는필연적으로그작품이도달하는지점이있다. 그것은곧시선이다. 작품은시선안에서우리에게나타나고, 보여진다. 마르틴하이데거가현상을 자신을그자체로내보여주는것 (Sich-an-ihmselbst-zeigende) 이라고규정했을때, 3) 현상은자신을주는가운데그스스로를그대로내보여주는것으로정의된다. 그런데보여준다는사실은언제나 어떤누군가 가본다는사실은전제한다. 다시말해현상이그자신을내보인다는것은말그대로 누군가 의시선을동반한다. 이경우현상이그현상을바라보는누군가에게주어지는가운데, 현상이스스로를내보여주 1) Edmund Husserl, Husserliana II. Die Idee der Phänomenologie: Fünf Vorlesungen. Ed. Walter Wiemel. Den Haag: Martinus Nijhoff, 1973, p. 61; 현상학의이념, 이영호역, 현상학의이념 엄밀한학으로서의철학, 이영호 이종훈역, 서울 : 서광사, 1988, 115 면. 2) 미셸앙리는이점을다음과같이표현한다. 주어진것, 절대적인주어진것은두가지의미로이해된다. 한편으로는주어진것, 다른한편으로는주어진것의성격, 곧그자체로고려되는주어진것의사실, 더정확하게는주어짐, 주는일을의미한다. Michel Henry, Phénoménologie matérielle.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90; 3 e tirage. 2008, p. 64; 물질현상학, 박영옥역, 서울 : 자음과모음, 2012, 95 면. 3) Martin Heidegger, Sein und Zeit (1927). Tübingen: Max Niemeyer Verlag, 2006, 7, a, p. 28; 존재와시간, 이기상역, 서울 : 까치출판사, 1998, 49 면.

시선의역설과신비 233 는작용을동반한다면, 그것을바라보는누군가의시선의작용또한촉발시키게될것이다. 장-뤽마리옹은바로이시선의문제를중심으로미술작품의심연을이해하려고시도한다. 그에게미술작품은기본적으로시선의역설및교차를일으키는것이다. 이점에서작품은일반적인사물들처럼고정된형식의대상이아닌다른어떤것으로이해되어야했다. 대상이라는개념에이미철학사적으로무수한주름이새겨져있지만, 적어도 수아레즈, 데카르트와칸트에이르러 4) 대상이란, 정신의표상 내지는 그자체로자립하는독립적실재가아닌 어떤것으로간주된다. 5) 마리옹은현상에이러한대상의등급이매겨지는것을원하지않았다. 현상에현상자체의고유성과탁월성, 근원성이보존되기위해서는현상이정신의표상따위로국한되어, 정신의작용을통해규정되는것으로격하되지말아야했던것이다. 이것은미술작품의영역에도그대로적용된다. 미술작품이일반적의미의대상이라면, 그것은우리의시선에고정되어정신의작용을통해그의미를부여받게되는, 일종의사물과같은것으로전락하고말것이다. 마리옹은이런문제의식아래, 근대적-형이상학적대상성으로포섭되지않는현상특유의현상성이미술의영역에서어떤식으로나타나는지를고찰한다. Ⅱ. 시선과역설 이제우리는마리옹의미술론의문제의식을어느정도이해할수있다. 미술작품이대상이아니라순수한주어짐으로서의현상이라면우리의시선아래고정되는대상을넘어선어떤것이어야한다. 여기서주어짐이란 4) Olivier Boulnois, OBJET. Vocabulaire européen des philosophies. dirigé par Barbara Cassin, Paris: Seuil/Le Robert, 2004, p. 869. 5) André Laland, OBJECTIF. Vocabulaire technique et critique de la philosophie (1926). texte revu par les membres et correspondantes de la Socie te franc aise de philosophie et publie avec leurs corrections et observations.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2006, p. 695.

234 논문 현상학자들에게, 현상을규정하는가장고유한설명중하나다. 현상은내가산출해내거나구성해낸개념이나사물이아니다. 그것은그스스로자유롭게이세상가운데나타나는것들이다. 개념은우리인간의지성적판단에부합하게끔, 우리인간의이해를돕기위해형성된것이다. 개념의독일어표현 begriff는붙잡음 (griff) 에다강조형접두어 (be) 가합성된것이다. 그러니까어떤것을움켜쥐거나잡아채내서포착한것이다름아닌개념이다. 현상학에서, 현상은이런식으로규정되는것이아니다. 현상은그자체로자유롭다. 이자유로움을가장잘표현한말이바로주어짐이고, 이주어짐의결과가바로주어진것이다. 여기에는현상이지닌또하나의중요한특징이새겨져있다. 어떤것이건주어진다는말은그것을수용하는자를전제한다. 따라서현상자체는자유롭지만, 그것은언제나도착지점을가진다. 그도착지점이다름아닌현상이라는주어지는것을받아들이는수용자로서의인간이다. 그런데이수용의근원적체험은일차적으로시선의봄아래서이루어진다. 주어지는것은이미자신을보여준다는사실을전제하는데, 그럴경우보는일을담당하는시선에대해서현상이나타난다는것은자명한사실이다. 만약현상이수 (numbers) 나도형처럼실재적으로눈에보이는것이아니라정신적이념의형태로주어진다고해도, 우리는그것을마치실제로눈에보이는것처럼기호화시켜나타낼수있다. 이경우봄은신체적기관으로서의눈의봄은아니더라도의식의영역에서의봄으로간주될수있다. 바로이러한현상의 ( 우리인간에게 ) 내보여줌이란성격때문에, 후설은감각적인봄을넘어의식의봄으로서의직관을인정하지않을수없었던것이다. 그런데미술작품의현상성은분명우리의감각적이고, 지각적인시선안에서의보여줌이다. 마리옹은이러한현상성을시선의역설이란이름으로설명하려고한다. 이것을이해하기위해우리는먼저역설이란말의의미를되새겨야한다. 마리옹에의하면, 서양철학의진원지인고대그리스만이아니라유대-히브리전통의분명한성서적기원을갖는이말은무엇에반하여, 일어나는일따위를일컫는다. 역설 (Paradoxe) 이란분명 δοξα 가지닌명백한두가지의미를따라, 받아들여진억견, 곧나타남에반하여 (πα ρα-) 일어나는일

시선의역설과신비 235 을의미한다. 6) 이역설을회화를바라보는시선의문제로전환시켜생각해보자. 이경우역설은그림에서나타나는내시선에보이는것이, 이상하게도내기대에반하는것, 즉지금여기에보이는것과는다른것으로인도하는사건을의미할수있다. 마리옹은이점을다음과같이말한다. 역설이란. 그것이가능할수있는그어떤것이건간에, 보이는것에보이지않는것이개입하는데서탄생한다. 7) 이러한역설의정의를기반으로삼아생각해보면, 회화의현상을보는일에는, 또한그봄에반하여일어나는것으로서의보이지않음이수반된다. 보여지는것이나의시선아래완전히파악된다면, 그것은개념적대상으로굳어진다. 하지만회화의효과는그런개념적대상의대상성을넘어서순수한현상의현상성을드러낸다. 이것이바로보이는것안에내포되어있는보이지않는것의효과, 즉시선의역설이다. 마리옹은이러한시선의역설을더구체적으로관점 (perspective) 이란말로설명해낸다. 그에게서관점은바로작품을보는차원에서일어나는원초적관점을뜻한다. 그는왜이관점의문제를부각시키는가? 이는미술의영역을이론으로고정시키는행위가관점의고착화내지대상화를이루어낸다는문제의식에서비롯된것이다. 많은경우관점이란말은이론을근거로삼는다는뜻으로활용된다. 미술이론에서많이언급되는 표현예술적관점, 미술사회학적관점, 설치미술의관점 등의말들은모두원초적시선이아니라작품을대할때, 특정이론의주장에입각한다는뜻을내포한다. 마리옹은이런식의관점적접근을거부한다. 마리옹은 고전라틴어 perspicuus는시선에자신을숨김없이제시하는것 을뜻한다며, 본래 관점이란곧역사적으로설정된이론이아니라 ( 물론그것도있긴하지만 ), 우선시선에근본적인직무로이해되어야한다. 그것이없으면우리는결코세계를볼수없다 고말한다. 8) 여기서우리는그가관점에대한이해에있어시선의바라봄자체의 6) Jean-Luc Marion, Étant donné: Essai d une phénoménologie de la donation. Paris: Presses Universitaire de France, 1997; 3 e éd. 2005, p. 315. 7)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aris: Éd. de la Différence, 1991; 3 e éd. Paris: Presses Universitaire de France, 2007, p. 12. 8)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p. 12, 15.

236 논문 근원성을생생하게살려내려고한다는점을이해할수있다. 그렇다면시선의관점이그림을마주할때근본적으로어떤일이일어나는가? 마리옹은그것이 그역사적미학적수용을넘어, 현상의현상성을가공한다. 관점을통해, 시선에대해보이지않는것이조화로운현상으로서의보이는것의혼돈을배열하고현시하며, 팽창시킨다 고주장한다. 9) 관점은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이교차하는시선의역설적상황가운데현상의현상성을창출해내는역할을한다. 마리옹은이러한시선상의관점에서일어나는역설의효과를 부조 (relief) 라는미술적기예를통해설명한다. 미술에서부조라는기법은솟아오르게함이라는작용을활용함을뜻한다. 이를테면특정부위를돌출하게만듦으로써일종의강조효과와입체감을노리는것이부조라는기법이다. 이것을관점의차원에서표현하면원근법이될것이다. 그런데이부조는분명역설적상황을떠오르게한다. 보이는것이원근법에의해솟아오르면솟아오를수록우리의시야에서보이지않는것이늘어나게된다. 이로부터관점의첫째가는역설이모든회화에앞서고려되어야한다. 보이는것은보이지않는것의직접적비례안에서증가한다. 보이지않는것이증가하면, 보이는것은더욱심연에빠진다. 10) 이러한마리옹의관점에대한견해는구체적으로어떻게입증될수있을까? 그는두편의작품을예로들어이점을설명한다. 저유명한얀판아이크 (Jan Van Eyck) 의 < 아르뇰피니부부의결혼식 > 이라는작품이그한예다. 11) 그는이그림에한자리를차지하고있는 거울 에주목한다. 여기서거울은, 우선그림이정면에서제시하는두인물의숨겨진면 ( 배후le dos) 을드러낸다. 12) 이그림에서남녀가맞잡은손너머로등장하는볼록거울을살펴보자. 자세히들여다보면 거울에는, 인물의배후저편에, 원래그림에직접적으로나타나지않으면서남녀를바라보는세증인의얼 9)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17. 10)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17. 11) Jan Van Eyck, Arnolfini Wedding Portrait (1434, Oil on oak, 82 x 60 cm), National Gallery, London. in: Amanda Simpson, Van Eyck: The Complete Works. London: Chaucer Press, 2007, p. 69. 12)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1.

시선의역설과신비 237 굴이드러난다. 13) 세증인이란부부및부부이외의 ( 보통판아이크자신으로알려진 ) 혼인서약증인한사람을뜻한다. 여기서우리는이회화의현상이지닌부조효과와조우한다. 곧바로보이지않는것이배후에서보이는것을뒷받침하고있는사태가이그림에서잘나타나있다. 이것이부조효과에서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비례적관계다. 우리의시선은보판아이크, < 아르뇰피니부부의결혼식 > 이는것에서보이는것너머로나아가야하고, 그보이는것너머의보이지않는것을통해보이는것으로서의작품전체를온전히볼수있다. 따라서보이지않는것이엄밀하게보이는것을구성하고구별해낸다. 14) 마리옹은이와유사한효과를나타내는작품으로알브레히트뒤러 (Albrecht Dürer) 의 < 그리스도를위한애도 > 를들고있다. 15) 그는이그림 (< 그림 2>) 에여러차원의시선이겹쳐져있다고본다. 제일선으로, 죽은그리스도의몸, 회색옆구리근육 (oblique grise) 이쓰러져있는그의처진어깨를받치고있는제자를통해늘어져있다. 제이선으로, 세여성이그리스도에게로고정되어대각선으로무릎을꿇고있다. 제삼선으로, 동일한 13)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1. 14)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1. 15) Albrecht Dürer, Lamentation for Christ (1500-03, Oil on panel, 151 x 121 cm), Munich Alte Pinakothek. in: Norbert Wolf, Albrecht Dürer, 1471-1528: The genius of the German Renaissance. Ko ln/london: Taschen, 2010, p. 6.

238 논문 대각선이그의머리를곧추세운성요한을정점으로해서세명의인물이나란히서있음으로써반복되어, 피라미드모형의꼭지점을표시하고있다. 16) 이렇게유사- 피라미드형태를통해그림은무엇을나타내고있는가? 마리옹은이또한보이지않는것으로우리를-의식적으로건, 무의식으로건-이끌어가고있다고본다. 이렇게피라미드형태로사람들이늘어서있는것은곧바로보알브레히트뒤러, < 그리스도를위한애도 > 이지않지만지형을암시하고있다. 그것이다름아닌골고다언덕이다. 골고다언덕, ( 회피할수없는 ) 언덕위의도시가있고, 그보다큰산봉우리가최종지평에이르러여전히급경사면의산맥을따라규정된다. 17) 이그림에보이는죽은그리스도의몸, 여인들, 제자들은모두보이지않는지평으로서의지형을배경으로등장한다. 이처럼인물들을떠받치는보이지않는층층의요소들이 완전히비실재적이고총체적으로현상학적인보충적차원을따라보이는면을눈에띄게하고조합해낸다 는것이다. 18) 이러한예는그림의현상이주어질때, 우리의시선이 ( 하이데거의표현을빌려 ) 우선대개 (zunächst und zumeist) 직면해야하는사태다. 말하자면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교차를통해시선의관점의역설이벌어지는것이다. 16)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2. 17)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2. 18)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22.

시선의역설과신비 239 Ⅲ. 아이콘과우상 : 역설의구체화 마리옹은회화의현상의주어짐을통해일어나는이러한시선의역설을아이콘이라는용어를통해더구체적으로표현해낸다. 마리옹은아이콘이란용어가분명한기독교적기원을갖는다고본다. 성바울이그리스도에게적용하는규정, eikôn tou theou tou aoratou, 보이지않는하나님의아이콘 ( 골로새서, 1: 15) 은, 우리가규범으로받아들여야한다. 19) 아이콘은통상종교적으로, 동방정교회의성상과같은미술작품을가리키는말로사용된다. 20) 하지만위에서보듯, 마리옹은아이콘을규범으로간주한다. 이는그가아이콘을특정영역에가두지않는다는것을뜻한다. 오히려아이콘은시선의역설을불러오는일련의현상의규범으로, 특수한나타남전반을지시한다. 아이콘은절대보이는것으로굳어지지않음으로써, 그자체를넘어서게끔시선을불러온다. 왜냐하면보이는것은여기서보이지않는것의관점으로만자신을나타내기때문이다. 21) 이러한아이콘을통해우리는 비-대상의현전 을체험한다. 22) 대상으로나타나는것이아니라대상의대상성이라는전통적-근대적형이상학의규정을넘어서우리의 19) Jean-Luc Marion, Dieu sans l être. Paris: Fayard, 1982; 2 e éd. Presses Universitaire de France, 2002, p. 28. 20) 종교적이미지로서의아이콘에관한설명으로는이덕형의다음과같은언급을참조할수있다 ( 이덕형은 icone 을이콘으로번역했고, 나는아이콘으로번역했다. 마리옹의 icone 이단지성상같은작품이나이미지에만국한되는것이아니므로우리가통상폭넓게사용하는아이콘이라는말로표기했음을밝힌다 ). 초기그리스교부들은그리스도의이미지를부르기위해그리스로마시대의신상들과같은이교도의우상을말할때사용하던이이콘이라는용어를차용하지않을수없었지만이들은이콘을이교의우상인 에이돌론 eidōlon 과명확하게구분하여사용하기시작했다. 카파도기아출신의그리스교부인대大바실리우스는로마의카타콤에서와같은이콘의성스러운이미지를옹호하면서이콘을공경하는것을이콘자체의이미지가아니라그것의원형으로향하는것이라고말했던반면카이사레이아의주교에우세비우스나시프러스출신의에피파니오스와같은그리스교부들은 보이지않는신의이미지 로간주되는이콘에대해부정적인입장을취하고있었다. 이덕형, 이콘과아방가르드, 서울 : 생각의나무, 2008, 23 면. 21) Jean-Luc Marion, Dieu sans l être, p. 29. 22) Jean-Luc Marion,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43.

240 논문 시선을당혹스럽게하는사태가바로아이콘인것이다. 분명이것은미술작품에만국한되는사안이아니다 ( 나중에보겠지만, 마리옹은타인의얼굴visage을아이콘의가장탁월한예로간주한다 ). 단, 그것은여전히본논고의관심사인미술작품의성격을규정하는말로사용될수있다. 이경우마리옹은그림을하나의대상이아니라탁월한현상으로서의아이콘이나아이콘과대립되는것처럼보이는우상이라는용어로규정하려고한다. 더명료한이해를위해서, 아이콘혹은우상으로서의미술작품이무엇을가리키는지마리옹의정의를들여다보자. 먼저우상이무엇인지이해해보자. 마리옹은 우상이란그장엄함이맨먼저지향성을중지시키기때문에이론의여지가없는일차적인가시적인것으로규정된다 고설명한다. 23) 그는우상으로서의그림을, 보이는것에대해시선을충족시키는어떤것으로이해한다. 다분히성서적전통을가지는것처럼보이는우상이란용어를미술의문제와결부시켜이해하기위해우리는그의다음과같은발언에주목해야한다. 우상은신을인격화하지않으며, 결과적으로우상안에서신을생생하게보지못하는숭배자를기만하지않는다. 이와정반대로, 신을하나의얼굴로포착하는일을허용하기위해서, 숭배자는신을하나의형상 (εἴδολων) 으로보이게끔제시하기에이르러서, 금속, 나무, 또는돌을가지고작업하는예술가로자신을인식한다. 24) 이인용구에서마리옹은 신을하나의얼굴로포착하는일 이라는말을하고있다. 이것은신이확실한형상으로나타나고보이도록하는작업을뜻한다. 이에예술가는신을형상화하는작가가되고, 그작가의창작물이곧우상으로서의예술작품이다. 말하자면예술가의시선이어떤형상을포착해내는것을뜻한다. 그렇기때문에우상에입각한그림은나의시선과욕망을나타내는장 (champ) 이된다. 마리옹은이점에착안하여우상과아이콘을대조한다. 23) Jean-Luc Marion, Étant donné, p. 320. 24) Jean-Luc Marion, L Idole et la distance. Paris: Grasset, 1977, p. 22.

시선의역설과신비 241 우상과아이콘사이의거리가여기서정의될수있다. 우상은어떻게든여전히욕망의기대 (l attente du désir) 에비례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 따라서그것은선취 ( 때로는기대했던것그이상의수준에서 ) 를충족시킨다. 아이콘은욕망을어지럽히고, 선취 (prévision) 를무색케하며, 기대의영역을분명하게초과한다. 25) 선취란대상에관해내가앞서포착하는작용을뜻한다. 내가미리포착했던것을반영한다는차원에서, 우상은시선을통해고정되어버린것이다. 하지만위인용구에서말하고있는것처럼, 아이콘은나의기대를초과하는것이기때문에, 창작자나감상자를당혹스럽게만들수있다. 이것은앞서언급했던역설의효과, 즉시선이고정되지않고, 다른것, 보이지않는것을향해전환되는사태로인해발생하는필연적결과다. 마리옹이제안한이런차이를긍정할때, 우리는다음과같은물음을던질수있다. 우상과아이콘의차이가이러하다면, 과연어떤그림이우상이되고, 또어떤그림이아이콘이되는것일까? 우상은시선의문제와관련해서아이콘보다열등한효과를일으키는현상인가? 문제는그렇게단순하지않다. 마리옹은초기에우상과아이콘을조금은극단적으로보일정도로대립시켰지만미술작품의현상과관련해서우상에호의적인태도를취한다. 그는우상과아이콘을공통적으로포화된현상 ( 프랑스어 : phénomène saturé, 영어 : saturated phenomenon) 이라는탁월한현상으로간주하는데, 여기서포화된현상이란 의미작용상에서의직관에관한초과 를일으키는현상, 26) 곧주어짐의초과를받아들이는현상 을뜻한다. 27) 다시말해여러등급의현상중에서도, 직관을통해그본질이포착되지않는, 그래서개념에이르지못하고, 단지직관에서초과를일으킴으로써, 현상을받아들이는자를압도해버리는주어짐 / 주어진것이바로포화된현상이다-이런점에서마리옹은우상에대해이중적태도를취하는것처럼보인다. 28) 25) Jean-Luc Marion, La croisée du visible, p. 62. 26) Richard Kearney, Jean-Luc Marion: The Hermeneutics of Revelation. Debates in Continental Philosophy: Conversations with Contemporary Thinkers.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2004, p. 24. 27) Jean-Luc Marion, Étant donné, p. 279.

242 논문 이를그림에도적용하면매우흥미로운입장이정립될수있다. 그림은우리가포착할수있는어떤것이아니라우리를압도하고, 직관에대해초과를일으키는현상이된다. 그렇다면문제는특별히그림과관련해서, 우상으로서의포화된현상과아이콘으로서의포화된현상에는어떤차이가있는가하는점이다. 마리옹은여기서칸트가제시한순수지성개념을통한 판단에서의사고기능의네가지항, 29) 곧양, 질, 관계, 양상이라는순수지성개념으로서의범주의항들을도입해서각각의포화된현상의차이를설명한다. 여기서우상은질에서포화를일으키는현상이다. 그런데칸트에게판단의사고기능의항들은다시금이러한 범주들을객관적으로사용하는규칙들 로서의 원칙들 에종속된다. 30) 여기서질의원칙에해당하는것을칸트는지각의예취 (Antizipationen der Wahrnehmung) 라고부른다. 그원리는다음과같다. 모든현상들에서실재적인것, 즉감각의대상인것은밀도적크기, 다시말해정도를갖는다. 31) 이원칙대로라면우상은감각적대상이가져야할밀도적크기를가져야한다. 이것은다른말로하면모든직관이감각에서의영향의정도를가지게된다는말이다. 그런데포화된현상으로서의우상은이러한영향의정도, 다른말로감각에미치는강도에있어초과를일으키는것이다. 다시말해그정도를측정할수없는현상에대한체험이일어난다. 마리옹은이경우우리가감각적으로체험하는것은현상에대한포착이아니라경탄 (éblouissement) 이라고본다. 즉감각적밀도로측정했을때, 그측정정도를초과해서일어나는포화의체험에대한경탄이다. 시선은경탄을일으키며불타오르게하는빛을더이 28) 벨텐이잘말한것처럼, 엄밀하게말해서, 포화된현상으로서의우상은, 존재없는신 에서그랬던것처럼, 더이상아이콘과직접적으로대조되지않는다. Ruud Welten, The paradox of God s Appearance. On Jean-Luc Marion. eds. Peter Jonkers & Ruud Welten. God in France. Leuven: Peeters, 2005, p. 203. 이런점에서우상은마리옹에게부정적으로만논의되는현상이아니다. 여기서자세히다룰수는없지만, 마리옹에게우상은철학적신론의맥락에서는극단적으로부정적표현으로나타나지만, 현상학적맥락에서는포화된현상의한양상으로간주된다. 29) Immanuel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1787). Hamburg: Felix Meiner, 1998, A70/B95 ( 이하 KrV); 순수이성비판 1, 백종현역, 서울 : 아카넷, 2006, 290 면. 30) Immanuel Kant, KrV, A161/B200; 순수이성비판 1, 395 면. 31) Immanuel Kant, KrV, A166/B207; 순수이성비판 1, 401 면.

시선의역설과신비 243 상견딜수없다. 32) 마리옹은더구체적으로다음과같이말한다. 시선이보는것을견딜수없을때, 그것은경탄을겪는다. 왜냐하면견디지못함이란그저보지못함이란것과같은것이아니기때문이다. 만일분명하게보지못하면, 우리가견딜수없는것을겪기위해서우선지각해야만한다. 그것은우리의시선이견뎌낼수없는보이는것과관련한다. 이보이는것은시선으로는견뎌낼수없는것을겪게한다. 왜냐하면그것은제한없이 (sans mesure) 우상을따라채워지기때문이다. 시선은더이상자유로운봄으로부터는어떤여지도남겨두지않으며, 보이는것은그지향의모든각도에서몰려오며, 시선을가득채워주는충전 (adaequatio) 을성취한다. 33) 마리옹은여기서분명하게우상을통해시선이충만하게만족되는경험을하게된다고말한다. 그런데중요한것은이런시선의충족이나의주도권아래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는점이다. 여기서우리는우상에관한마리옹의입장의변화를본다. 앞서마리옹은우상을아이콘과대조시키면서, 우상이란 욕망의기대 (l attente du désir) 에비례하는것 이라고보았다. 하지만이런식의정의는, 마리옹이우상을포화된현상의한양상으로간주할때, 미세한변화를겪을수밖에없다. 포화된현상으로서의우상은분명시선을만족시킨다. 하지만그것은비단나의욕망을충족시키기위해무엇인가를제작함으로써일어나는사건에그치는것이아니다. 오히려그것은전방위적으로나의시선에도래하는우상으로서의작품의들이닥침으로인해경탄의정서를촉발시키는사건이다. 즉우상은나의시선이형성해낸만족의대상이아니라내바깥의현상의도래를통해내직관을초과하며충족시키는충전이다. 일단여기서는우상에관한마리옹의입장의비일관성을비판하는것은논외로하고, 우리의초점인미술론에초점을맞춰논의를이어가자. 그림으로서의우상이라는포화된현상은결국우리의시선에포화를일으킨다. 이는우상으로서의그림이시선에관해또다른역설을불러옴을뜻한다. 우상은나의욕망을만족시키기위해만들어지거나감상되는그림이시선 32) Jean-Luc Marion, Étant donné, p. 285. 33) Jean-Luc Marion, Étant donné, p. 285.

244 논문 아래포착되는것이아니라시선을유지하지못하게끔, 역설적으로시선이견뎌낼수없을만큼의힘을일으킨다. 이경우시선은역설적으로불만아래서의만족감을느낀다. 34) 나의시선의기대를통해작품에서만족감을느끼는것이아니라시선의기대를초과함으로써, 나의시선이견뎌낼수없을정도의불쾌감을이끌어냄으로써일어나는역설적만족내지충족이그림을통해서일어나는것이다. 다시말해그림을향한나의선취적기대감으로서의시선이예기치못한현상의보여짐을겪음으로써역설적충족에이르게된다. 이제우상은더이상욕망의기대에비례하는것이아니라나의시선이견딜수없을정도로가시성의충만을일으키는것이된다. 이것이바로우상으로서의그림을통해감상자에게서일어나는시선의역설이다. Ⅳ. 마크로스코와아이콘의현상성 : 외관과얼굴 그런데여전히한가지문제가남는다. 포화된현상중하나인우상이그림으로특권화된다면, 아이콘은어떻게되는것인가? 아이콘은더이상그림으로만국한되지않는다. 마리옹은아이콘의탁월한예로얼굴을언급하는데, 이것이미술의영역으로들어오면서우상과아이콘간의차이를나타내줄수있는계기가된다. 이점을알아보기위해우리는마리옹이여러예술가들중에서도상대적으로많은관심을기울이는마크로스코 (Mark Rothko) 에대한그의해석에주목해야한다. 1903년라트비아에서태어난마크로스코는전쟁의혼란을피해 1923년미국으로건너와본격적인작품활동을한미술가로, 공식적인정규과정상의미술공부를거의거치지않았다. 신화와심리분석서 34) 이와관련해서프릿츠는마리옹의우상이라는 포화된현상과숭고가일치한다 고주장한다. 칸트의숭고역시부정적쾌의감정이라는역설적반응이기때문이다. Peter Joseph Fritz, Black Holes and Revelations: Michel Henry and Jean-Luc Marion on the Aesthetics of the Invisible. Modern Theology. Volume 25 Issue 3 (July 2009), p. 423.

시선의역설과신비 245 를탐독했고, 램브란트, 모차르트, 니체등의영향을많이받았다고알려져있는로스코는 1920-30년대에는누드, 자화상, 풍경등을통해인간의삭막한감정을표현해냈으나이후재현적표현보다는색감을통한추상적표현에몰두한것으로알려져있다. 이러한변화속에서도그를집중시킨일관된주제는 인간 이었다. 이러한로스코를저명한예술가로만들어준것은색면추상예술 (Color-Field Abstract) 이라는독특한그의작품세계다. 마리옹도여기에주목해서미술의영역에서의우상과아이콘의간극과차이를나타낸다. 색면추상예술이란, 추상표현주의의한갈래로지목되기도하는데, 이는눈에보이는사물들을화폭에재현하는대신, 색채를통해서인간의정서를드러내는것을뜻한다. 같은추상표현주의라고하더라도, 몬드리안처럼기하학도형들을활용하거나잭슨폴록처럼이른바액션페인팅, 즉결과물보다그리는행위자체에집중하는이들이있는반면, 로스코는오로지색감을통해서만정서를전달하려고했다. 여기서인간이나사물의외형을재현하는것은중요하게여겨지지않는다. 마리옹이주목하는것도로스코의바로이런면모에기인하는바가크다. 그가주의깊게살펴보는로스코의말가운데다음과같은언급이있다. 나는인체 (la figure humain) 에관심을두고그것을연구했던세대에속한다. 나는인체가본의아니게나의필요에반응하지않는것이라는점을지각했을뿐이다. 그것을사용하는이가누구이건, 그것은훼손을일으킨다. 그누구도세계를표현하는어떤것을산출하는느낌을가짐으로써, 있는그대로인간의상을그려낼수는없다. 나는훼손하기를거부하고또다른표현방식을찾아냈다. 나의현재그림들은내가표현할수있는한에서, 인간의감정의규모 (scale), 인간의드라마와관련한다. 35) 로스코는여기서기존의미술기법이인간자체를상으로표현해내려다가본래의인간자체를훼손할가능성을가진다고본다. 이에마리옹은다음과같이말한다. 그림은인체를볼수있게끔주어질수없다. 하물며인간의얼굴은더더욱그럴수없다. 36) 우상에관해 35) James B. Breslin, Mark Rothko: A Biograph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3, pp. 394-95. 36) Jean-Luc Marion, De surcroît: Études sur les phénomènes saturés. Paris: Presses Universitaire de France, 2001, p. 91.

246 논문 되짚어보자면, 그것은가시성을충만케함으로써역설적만족을일으키는것이다. 보이는것이전면적으로시선에주어짐으로써, 어떤것을바라보는시선을가시성의충만아래어지럽게만들면서경탄을이끌어낸마크로스코, < 지하철입구 > 다. 그런데로스코나마리옹은, 이처럼우상에서비롯되는경탄이우리에게일어나는충만한경험이라고하더라도적어도인간과관련해서훼손을일으킬수있다는이해를공유한다. 이런인식때문이었을까? 로스코의 1930년대작품을보면그가인간형상을크게부각시키지는않았지만, 자신의작품속-이를테면 < 지하철입구 > 37) - 에서인간을묘사했다는점을확인할수있다. 이그림과관련해서마리옹은다음과같은해설을덧붙인다. 여기서자주색장밋빛이라는총체의조성이실루엣들사이의텅빈공간을삼켜버렸다. 시선은여전히관점으로자신을끼워넣고, 유사- 텅빈 공간에대해 충만한 가시적인것들의작용을꿈꿀수있다. 38) 이그림자체에서는인간의외관이구체적으로묘사되고있지않다. 그렇기때문에, 인간을왜곡하는것과같은요소는없는것처럼보인다. 하지만마리옹은이그림이여러사물의형태와색배치들을조화시키는가운데, 지하철입구를분명하게묘사함으로써등장하는인간군상들역시특정초점으로환원된다고보는것같다. 마리옹의이러한 37) Mark Rothko, Entrance to Subway [Subway Scene] (1938, Oil on canvas 86.4 x 117.5 cm), Collection of Kate Rothko Prizel. in: Mark Rothko Diane Waldman Solomon R. Guggenheim Museum. Mark Rothko, 1903-1970: a retrospective. New York: H. N. Abrams, 1978, p. 92. 38)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87.

시선의역설과신비 247 지적이얼마나적절한것인지는차치하고서라도, 로스코가실제로 1940년대를지나가면서더이상대상들의외관에집착하지않는다는점은매우중요한사실로이해될수있다. 그는후기로갈수록 색면추상회화 라는독특한양식으로인간이나사물의외형보다는평면상에서의색상의깊이를통해인간의감수성의심연을드러내고자했다. 마리옹은이러한로스코의의도가잘드러난작품중하나로멀티폼회화 (Multoform) 라고일컬어지는그의연작중하나를꼽는다. 이작품은더이상어떤외관을드러내지않는다. 39) 마리옹은다음과같이이해한다. 이작품에는어떤대상을재현해내는형상이나타나있지않으므로, 형태가색들과모순을일으키지않을 것이며, 이런점에서각각의색은, 밀접한팽창력, 잠식하지않는, 친밀한접촉력을따라, 또는색들간의경쟁성을따라그각각의영역의한계를자발적으로정하는것처럼, 각기그고유한형상을자유롭게지지한다. 40) 또한이그림의 줄무늬 (bandes) 는더이상한장면의물리적한계를건드리기를요구하지않는다. 41) 이러한로스코의작품에관한마리옹의해석을다른말로이해해보면이렇게설명할수있마크로스코, < 무제 >, 26호. 다. 로스코의색면예 39) Mark Rothko, Untitled (Multiform), No. 26 (1948, Oil on canvas 85 x 114.8 cm), Estate of Mark Rothko. in: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1903-1970: pictures as drama. Ko ln/london: Taschen, 2003, p. 45; 마크로스코, 윤채영역, 서울 : 마로니에북스, 2006, 45 면. 40)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88. 41)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88.

248 논문 술은다름아닌어떤외관이나대상에얽매이지않은색들의자유로운연합을통해인간의드라마를표현한다. 어느색도한대상으로수렴되어색의독특성을망각하게하지않는다. 따라서이그림을보는사람은이작품자체를어떤인물이나대상에맞추어재구성해내려는노력을할필요가없게된다. 캔버스 (toile) 는스스로를확증하고 (s auto-affirme) 스스로를정립해낸다 (s autopositionne). 왜냐하면바깥에서그것을형성시킬수있는그모든강제적요소들과개입들을무효화하기때문이다. 42) 마리옹은로스코가외관의묘사를거부한점을다음과같이이해한다. 만일미술 (peinture) 이, 그자신을주는것을그자신을보여주는것으로환원시키고, 잠재적인것을순수하게보여지는것으로환원시키는현상학적기능을실행시킨다면, 또한보이는모든것을평면의순수하고단순한평면성으로복원해냄으로써환원이일어나게한다면, 미술은불가피하게외관 (la façade) 을종결시켜야만한다. 43) 마리옹의입장에서, 로스코는외관에의집착을벗어난탁월한화가다. 이러한종결은바로외관이아닌색감자체에집중하는가운데이루어졌다. 로스코는 1940년대이후외관에의집착을끝냄과동시에색자체를통해서만인간의드라마를나타내는일로자신의작업방향을바꾸게된다. 아울러그는화가의지위와역할에대한이해를갱신하는데까지나아간다. 로스코의말을들어보자 액션페인팅은나의작품의시선과정신자체에반정립적이다. 작품이최종결정권자여야만한다. 44) 앞서말했듯이액션페인팅 (Action Painting) 이란미국의미술비평가해롤드로젠버그가잭슨폴록같은추상화가들을설명하기위해내놓은용어다. 그들은작품만큼이나그림을그리는행위자체의중요성을강조한다. 이런점에서액션페인팅은추상화가들의직관적천재성이그리는행위를통해서나타난다는점을암시한다. 이것은역설적으로다음과같은효과를나타낼수도 42)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89. 43)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2. 44) James Breslin, Mark Rothko, p. 389. 이언급은 Editor s Letters. Art News 56, 8 (December 1957), p. 8 에서재인용된것임.

시선의역설과신비 249 있다. 설령화가들이비합리적인직관에의존한다고하더라도, 화가들의의도나정신이현상의나타남과주어짐을통제하는효과말이다. 하지만로스코에게화가의활동은작가의천재적정신의구현이아니었다. 오히려그것은현상의나타남에관한반응내지응답이었다. 이러한그의태도가잘반영된로스코의발언을살펴보자. 작품에대한느낌으로방이포화함으로써 (by saturating), 벽 (walls) 은극복된채단일한작품의신랄함이나에게더욱가시적인것이되어다가옵니다. 45) 여기서우리는마리옹이벼린우상으로서의포화된현상 (phénomène saturé, saturated phenomenon) 이라는독특한현상이해의전조가로스코에게서나타나는것을볼수있다. 적어도로스코에게, 미술작품은화가의구성을통해나타나는것이아니었다. 어떤현상이느껴짐으로써직관을포화하는일이발생하면, 이것은개념화의작업이아니라표현이나해석의작업이아니고서는도무지그현상의나타남을감당할수없게된다는것이다. 이런반응은마리옹이 시선은경탄을일으키며불타오르게하는빛을더이상견딜수없다 고한말을성취하고있다. 46) 다시말해우상으로서의포화된현상의현상성이체험되는바를그의말에서읽을수있다. 그런데흥미로운것은로스코가단지우상의현상성에만머무르지않는다는점이다. 그의작품세계에는이러한우상의현상성과아이콘의현상성을가로지는교차내지이행이나타나있다. 이점을이해하기위해서우리는다시외관의문제로돌아가야한다. 마리옹은위에서살펴본로스코의외관에대한거부를얼굴에대한사유로이행시킨다. 가시성의충만이라고할수있는우상으로서의그림은, 우리에게경탄을불러일으키는것이긴하지만얼굴을외관의묘사로격하시키는효과를일으킬수있다. 마리옹은이런점에서외관의묘사를거부한로스코가레비나스의철학과맞닿을수있다고본다. 왜냐하면레비나스는외관과얼굴의절대적양립불가능성을수립하기때문이다. 47) 레비나스는일 45) Letter to Katherine Kuh. (September 25, 1954); Mark Rothko Miguel Lo pez-remiro, Writings on Art: Mark Rothko.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6, p. 99. 강조는필자. 46) ED, p. 285. 47)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3.

250 논문 견외관을긍정하는것처럼보인다. 사물에다외관 (façade) 같은것을부여해주는것이예술이다. 외관을통해대상들은보여질뿐만아니라전시된다. 질료의어두움은, 분명히외관을가지지않는존재의상태를표시한다. 건물개념에서빌려온외관이라는개념은우리에게, 아마도건축물이최초의예술임을암시한다. 외관을통해서, 비밀을간직하고있는사물은그기념비적본질안에서, 그신화안에서유폐된것을스스로노출시킨다. 48) 여기서보면레비나스는분명외관이사물을예술로드러나게해준다고말한다. 이런점에서사물을예술로승화시키는것이외관인것처럼보인다. 하지만조금더살펴보면레비나스가외관을통한예술적표현을반드시긍정적으로만평가하는것은아니라는사실을알수있다. 외관이설사사물을예술로승화시키는역할을담당한다고하더라도 외관은모든심원함을무효화한다. 49) 왜냐하면외관안에서 보여지는것은필연적으로, 밋밋함으로환원된, 평면에서보여져야만하고, 그러므로외관은내밀한것으로의접근을차단해버린다. 50) 이것은마리옹만이아니라레비나스에게도마찬가지다. 그는다음과같이반문한다. 예술은얼굴을사물에게제공하는활동이아닌가? 집의외관이우리가바라보는그집이아닌가? 51) 외관이사물을예술화한다고해서얼굴을해치지않는다는것은아니다. 예술작품으로의고정성은얼굴을마치가시성안에서충만한것으로여겨지게함으로써우상화해버린다. 얼굴을통해나타날수있는책임의요구와부름같은것은가시성안에서완전히용해되어버릴위험에처한다. 레비나스는바로그것을지적한것이고, 마리옹이주목한것도이점이다. 다음과같은레비나스의발언은매우결정적이다. 얼굴이야말로 건물과사물의외관이모방해내지못하는마주함 (l en-face) 의예외적사건이근원적으로일어나게하는바로그것이다. 52) 48) Emmanuel Levinas, Totalite et Infini. La haye: Martinus Nijhoff, 1961; 1965, p. 167. 49)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3. 50)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3. 51) Emmanuel Levinas, L ontologie est-elle fondamentale? (1951). Entre Nous: essai sur le penser-a-l autre. Paris: Grasse, 1991, p. 23. 52) Emmanuel Levinas, Un Dieu Homme. (1968). Entre Nous, p. 73. 이상하게도마리

시선의역설과신비 251 이맥락에서마리옹은레비나스가제시하는 타인의얼굴 이본인이설명하는아이콘에부합한다고본다. 왜냐하면얼굴은단지외형적인어떤것의다가옴에서끝나는것이아니라시선으로주어지는것을통해일종의목소리로나아가게만들기때문이다. 그목소리는도움과책임에대한부름내지호소다. 그것은바로나를선임하고, 나에게명령하며, 나를부르는얼굴에의한나의책임은이부름속에있다. 53) 이처럼타인의얼굴은단지시선안에서모두포착되는것이아니라그얼굴만으로는보이지않는다른어떤것, 즉윤리적책임으로까지전환된다. 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것으로의이행이얼굴을통해이루어진것이다. 이것이다름아닌아이콘의효과다. 그런데마리옹은이러한타인의얼굴이나타내는아이콘의효과가반드시윤리적인것-이를테면책임-으로귀결될필요는없다고본다. 왜냐하면미술안에서도타인이대상화되지않은채로나타날가능성은얼마든지있기때문이다. 하지만확실한것은예술이윤리적인것과무관하게추구되지않아야한다는점이다. 여기서윤리적인것이란규범을뜻하는것이아니다. 그것은레비나스적인의미에서의타인의얼굴을대상화시키지않는인간적감수성과관련한다. 로스코는외관의묘사를통해타인의얼굴을직접적이고구체적으로묘사함으로써생길수있는윤리적얼굴의훼손을크게염려했다. 그자신이그림을그리는방식과관련해서 감수성 (Sensuality), 긴장, 그리고인간의 죽음, 또한 농담과놀이 같은 인간적요소 (human element), 희망 등과같은윤리적가치와관련하는작품의 구성요소들을그림을그릴때아주세심하게측정한다 고밝힌바있다. 54) 작품이윤리적인것으로환원될필요는없지만, 타인을대상화하지않는다는윤리적인가치, 또는외관과같이왜곡을동반하는재현을통해서는나 옹은 façade 와 visage 가가장극명하게대립하는이구절을인용하지않는다. 해당인용구는마리옹의논지를더강화시켜줄수있다. 레비나스의예술철학에관해서는다음문헌을참조하라. Matthew Sharpe, On Levinas shadow. Colloquy text theory critique. Issue 9 (May 2005), pp. 29-47; 서동욱, 차이와타자, 서울 : 문학과지성사, 2000. 특별히이책의 10 장을보라. 53) Emmanuel Levinas, De Dieu qui vient à l idée. (1982). Paris: J. Vrin, 2004, p. 245. 54) James Breslin, Mark Rothko, p. 390.

252 논문 타나지않는신비적가치에개방되어있어야한다고본것이다. 마리옹은로스코의그림이우상의현상성에서아이콘의현상성으로의이행을보여준다고이해한다. 로스코의작품세계가순전히아이콘이기만한것은아니다. 우상이가시성, 즉보이는것의충만을통해경탄을이끌어내는것이라면, 아이콘은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것으로우리의시선을전환시키는효과를이끌어내는것이다. 로스코의색면추상예술의특징은평면성에있다. 그는그림이평면을벗어날수없다는한계를인정하고, 색으로그평면을가득채워낸다. 이경우로스코는색채를통해평면성의효과를극대화한화가로여겨질수있다. 보이는색채로뒤덮인평면상에서의색채의효과에치중했다는점에서, 로스코의그림은 색감을봄 안에서의가시성의충만이라는우상의현상성에만충실한것처럼보인다. 하지만마리옹은로스코의그림이단지우상의현상성에만머무르는것은아니다. 마리옹은로스코에게서우상에서아이콘으로의이행을짚어낸다. 왜냐하면로스코의작품에는단지색의아름다움을보여주는것에치중한것이아니라보이는색감과는다른것으로이행시키는힘이있기때문이다. 그것은다름아닌인간이다. 보이는색을통해보이지않는인간적가치가드러나는것, 그것이바로로스코가보여준아이콘의효과이다. 로스코가추구한것은단순한색의아름다움자체만을보여주는것이아니라인간의드라마였다. 특별히이인간의드라마를나타냄에있어인간의외관을포기한것은아이콘의현상성을보여줄수있는탁월한태도가된다. 외관은인간을평면상에머무르는어떤것으로규정해낼수있기때문에, 얼굴의왜곡내지파괴까지감행할수있다. 하지만이미보았듯이, 로스코는초창기인 1920-30년대인간의외관을직접적으로나타내거나도시의풍경을묘사하는구상회화적작업에서벗어나얼굴을훼손하기를거부하고, 외관이아닌색을통해서만인간을나타내려고했다. 평면이라는한계내에인간을묘사해서, 인간을왜곡시키기를거부한것이다. 이런점에서, 로스코가우리의시선을외관의가시성이아닌, 보이는것과는다른보이지않는것-윤리적인것내지신비적인것-으로나아가려고했다는것은, 그가우상의현상성에만머무르지않고, 아이콘의현상성으로다가갔다는점을납득할수

시선의역설과신비 253 있게해주는중대한근거가된다. 마리옹은이러한로스코의작품에관한태도가가장극대화된곳이바로그가말년에벽화작업을수행한휴스턴예배당이라고본다. 이예배당은로스코가 Installation view; east wall: east black 제작한것으로, 사방이 figure triptych flanked by northeast and 어두운색채로조성된 southeast angle-wall painting, Rothko 벽화로채워져있다. 55) Chapel, Houston, 1991. 그예배당 (La Chapelle) 은 긴장을예화하고, 외관과얼굴사이, 우상과아이콘사이의자유롭게가정된모순을보이게하기위해갈색, 보라색, 그리고어두움의압도적이면서위엄있는조화 (symphonie) 만을배치한다. 예배당은건축공간이, 단번에역설적으로, 또는희망을담보로, 심원함을그림들에게수여해주는지의여부를따라그림을확대시킴으로써저항할수없는내적파열 (implosion) 을지연시킨다. 56) 여기서마리옹이로스코를통해다시금강조하는것은심원함이다. 심원함을부정의방식으로표현하자면, 그것은파악불가능성에다름아니다. 작품을단번에파악할수있다면, 그것은심원함을남기지않는다. 우리의시선으로포착이불가능하게끔, 우리의시선을보이지않는것으로이행시키는것, 그것이바로아이콘의역설이다. 이러한불가능성으로의길, 외관에대한거부를통해비로소드러나는보이지않는것으로의길, 이길을내기위해로스코는일체의외관과재현을거부했다. 더나아가색면추상기법에입 55) 인용된휴스턴예배당사진의출처는다음과같다. Sheldon Nodelman, The Rothko Chapel Paintings: Origins, Structure, Meaning. Houston: University of Texas Press, 1997, p. 30, fig. 12. 56)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7.

254 논문 각한로스코의작품들은이름을거부한, 즉제목이없는작품이주를이룬다. 이것은우리의시선을어떤개념이나표상에묶어두지않는효과를지닌다. 심지어는휴스턴의 예배당 조차도특정한 명칭이없는것으로오늘날남겨져있다 는점역시이를입증해주는것처럼보인다. 57) 이와관련해서마리옹은 이름의결여가시선을열어주며아이콘을나타나게할수있다 고분명하게말한다. 58) 마리옹의이러한해석은특별히로스코의후기작품세계를반영한것이다. 이미언급했듯이, 로스코는고유한색면추상예술을펼쳐가면서, 자신의작품을특수한제목으로나타내길거부했다. 여기에는회화를특정한사물이나대상으로환원되기를철저히거부한그의태도가잘반영되어있다. 작품을통해나타나는인간의드라마를어떻게하나의이름으로담아낼수있겠는가? 더나아가로스코는작품에어떤설명도달지말라고했다. 작품과관객은오로지시선을가로지르는가운데어우러질뿐이다. 아울러로스코는자신의작품을감상할때, 해당작품을보호하기위해작품과감상자사이를갈라놓는장애물도설치하지말라고했다. 그런주변적인장치는관객이그의작품을통해신비의세계로들어가는것을방해하는훼방꾼일뿐이다. 그렇다면우리는작품앞에서, 무엇을해야하는가? 그것은바로침묵이다. 침묵이야말로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심연으로넘어가게만드는최고의행위다. 침묵이야말로가장정확한거야 (Silence is so accurate). 59) 침묵만큼무규정적인행위, 대상화, 개념화를거부하는행위가또어디있겠는가? Ⅴ. 철저한 (radical) 현상학적미술론을향하여 지금까지해명된장 - 뤽마리옹의미술론의의미를분명하게파헤치고, 57)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7. 강조는필자. 58)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8. 59) James Breslin, Mark Rothko, p. 392.

시선의역설과신비 255 그의의를짚어보도록하자. 마리옹의주요철학적기획은주어짐의현상학이다. 이것은우리에게가장궁극적이고, 절대적으로나타나는것이다름아닌주어짐 / 주어진것이라는데서사유를시작한다. 주어짐 / 주어진것으로서의현상은나타나는가운데우리에게자신을내보여준다. 이러한현상의나타남 / 보여짐의특징이그의미술론에도핵심으로부각되어있다. 현상이나타나는것이라면, 그것은그현상을받아들이는자에게나타나고, 나타남은반드시어떤형식으로건보는자에게보여진다는사실성을함축한다. 이러한현상학적미술론의특징은현상의주어짐과보여짐을특권화하는데있다. 여기서주어짐의근본성내지급진성, 철저성 (radicality) 이드러난다. 현상학을통해미술작품을이해할때, 그이해의핵심에는현상의주어짐과봄이있다. 미술의이해에있어, 마리옹의철저한주어짐의현상학에는다른것이끼어들여지가없다. 어떤이론적관점이나상식, 역사적배경을전제로하지않는다. 이런것들은하나의견해 (opinion) 로서의관점이될수는있지만시선자체의원초적관점이되지는못한다. 이런점에서마리옹의미술론은회화의현상을직접적으로체험하는경우우리가겪게되는시선의역설적반응을고찰한다. 이러한반응은그림을대상화하는일로수렴되지않고, 시선의역전및역설적태도를일으킨다. 마리옹에게, 회화는우상과아이콘이라는포화된현상으로설명된다. 우상은보이는것으로충만함이시선을견딜수없게하는것을뜻하며, 아이콘은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것으로나아가게하는것을뜻한다. 우상으로서의포화된현상은직관의초과를일으킴으로써개념화작업으로이행하지못하게만둔채감상자에게경탄을일으키는탁월한현상이다. 이현상을접하면서우리는그저경탄하고, 그그림을완전히포착해내지못한채로지속적으로반응하고, 이해하는시도를할수있을뿐이다. 하지만마리옹에의하면, 우상으로서의그림은한계를가진다. 우상은오로지가시성의충만을의도하기때문에, 보이지않는것으로의이행으로까지는나아가지않는다. 이를테면, 우상은인간을보이는것으로형상화해낼수는있지만, 보이는인간안에담겨진보이지않는것, 즉윤리적책임이나호소같은목소리까지표현해내지는못한다. 마리옹은이

256 논문 러한우상의현상성이지닌한계를인지한다. 보이지않음이라는, 파악할수없음으로서의심원함이라는신비의세계로까지나아가지못하는한계말이다. 단, 이것은어떤우열관계를설정하는한계가아니다. 오히려그것은차이점을나타내는한계다. 그차이점은특별히우리의반응상의차이로나타난다. 우리는무엇이아이콘이고, 무엇이우상인지를감별할수있는능력을가지고있지않다. 그능력이우리에게있다면, 여기서현상은결국주체의능력을따라좌지우지되는것으로전락하게될것이다. 각기다른방식으로신선을혼란하게만드는힘이란각각의회화가지닌현상성에종속된다. 그렇기때문에, 우상과아이콘의구별은가능성의차원에남겨져야한다. 우리의시선과관련해서 어떤일을일어나게할수있는가? 라는그반응적가능성말이다. 한편으로특정작품이일으키는효과라는것이, 결국우리의시선을사로잡아작품의매혹속에빨려들어가게만들어경탄을일으키는것이라면, 그것은우상에대한반응이된다. 다른한편으로, 특정작품이, 작품안에서보여지는내용적측면이나색, 형태묘사, 기법등을넘어보이지않는것으로시선을완전히전환시켜버림으로써, 나를심연의세계로인도한다면, 그것은아이콘에대한반응이된다. 이런반응의효과는우리가선취할수없고, 단지가능성의차원에머무는것이기때문에, 마리옹도 우상과아이콘사이의자유롭게가정된모순 이라는표현을썼던것이아닐까? 60) 회화는이우상과아이콘을오가면서자유롭게운동한다. 감상자는바로이우상과아이콘의효과를오가는반응안에처해있다. 우상에대한탁월한수동적응답이경탄이라면, 아이콘에대한탁월한수동적응답- 로스코가말한침묵과같은-은심연에빠짐일것이다. 또한가지중요한함의를생각해보자. 이러한마리옹의미술론은일종의신비를지향하고있는것이아닐까? 물론여기서신비의지향은작품감상자의의도에서비롯된것이아닌작품이감상자를보이지않는것으로인도하는데서일어나는일이다. 보이는것이보이지않는것으로넘어가게만든다는것은분명우리의이해와인식의틀과어긋나는일이다. 여기서 60) Jean-Luc Marion, De surcroît, p. 97.

시선의역설과신비 257 우리는신비아래휩싸일수있다. 아이콘이동방정교회의종교적성화등과같은종교미술에서유래한말이라는사실도, 그것이애초부터이러한신비성으로의지향을암시하고있는것이아닐까? 다시말해보이는형상에만족하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신에게로향하게만드는것이아이콘의효과라면우리는그것을접하는순간이미신비의길로접어들게된다. 61) 한가지중요한것은이것이그러한종교적예술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는점이로스코의예술세계를통해밝혀졌다는점이다. 마리옹이말하는아이콘의현상성은눈에보이는것만이아닌보이지않는것까지함축하는심연의길이다. 이런점에서마리옹의철저한주어짐의현상학은, 회화를통해신비로나아가는길에들어서게하는독특한예술체험의길을열어놓는다. 마리옹은그길을바로마크로스코를통해서예시했던것이다. 끝으로, 이러한마리옹의생각과공명하는예술품수집가도미니크드메닐 (Dominique de Menil) 의휴스턴예배당봉헌사와미술사가바바라로즈 (Barbara Rose) 의휴스턴예배당에대한평을인용함으로써논의를마무리하고싶다. 도미니크드메닐의봉헌사는자세히인용할필요가있다. 그림은스스로자신에대해말한다고생각합니다. 우리가그럴기회만준다면말입니다. 하지만저는그림들과함께지내는시간이길어질수록더욱깊은감명을받고있습니다. 로스코는될수있는한자신의작품을가슴에사무치는것으로만들고싶어했습니다. 그는그것들이아늑하고초시간적인것이되기를원했습니다. 실제로그의작품은아늑하고초시간적입니다. 우리를포위하는것이아니라감싸안습니다. 어두운표면은시선을멈추게하지않습니다. 밝은표면은역동적입니다. 그것은눈길을머무르게하고, 다만우리는보랏빛이도는갈색을뚫고무한을응시 (gaze into infinite) 할수있을뿐입니다. 미술사가바바라로즈는로스코예배당에대해 그림들이내부로부터신비스럽게 (mysteriously) 빛을발하고있는듯보인다 고했다. 62) 61) 마리옹의철학을종교예술에적용시킨연구결과로는다음문헌을참조하라. Ruud Welten, Toward a Phenomenology of the Icon. Aesthetics as a religious factor in Eastern and Western Christianity. eds. William Peter van den Bercken; Jonathan Sutton. Leuven: Peeters, 2005, pp. 395-404.

258 논문 투고일 : 2013. 09. 25. 심사완료일 : 2013. 10. 20. 게재확정일 : 2013. 10. 21. 김동규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 62)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1903-1970: pictures as drama, 75; 마크로스코, 74, 7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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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논문 ABSTRACT The Paradox of the Gaze and Mystery: Painting and Icon for Jean-Luc Marion Kim, Dong-Kyu How can we encounter the phenomenon of painting? It is through our gaze. When the phenomenon of painting shows itself, we appreciate the colors and shapes in the painting. Can this lived experience of a work of art, however, only be achieved in the visible? For Jean-Luc Marion, painting is not about the appreciation of the visible but about shifting our gaze from the visible to the invisible. This remarkable event happens as a radical effect of the phenomenon. Marion explicates the effect of a gaze and painting s phenomenon through Idol and Icon, and he elucidates the crossing from the visible to the invisible through Mark Rothko s works of art. According to Marion, Rothko s Color-Field Abstract can lead you beyond the visible painting to a region of mystery. In this article, I will investigate the relation between painting and the gaze based on Marion s concept of Icon, and I will show the implication of its relation to Rothko s works that Marion presents. Through Marion and Rothko, we will be able to realize that the painting Icon gives us not only satisfaction owing to its beauty as a visible work of art but also the mystery of the invisible. Keywords: Jean-Luc Marion, Icon, Idol, mystery, painting, Mark Rothko, Color-Field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