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정수진 1. 들어가며 우리가연구대상으로삼고있는 민속 은사회적현실인가, 아닌가? 일찍이바우징거 (H. Bausinger) 는과학기술세계속의민속이그자체로서 재현된민속 임을강조한바있다. 오늘날우리가민속이라칭하는것들은이미그본래의텍스트나콘텍스트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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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정수진 1. 들어가며 우리가연구대상으로삼고있는 민속 은사회적현실인가, 아닌가? 일찍이바우징거 (H. Bausinger) 는과학기술세계속의민속이그자체로서 재현된민속 임을강조한바있다. 오늘날우리가민속이라칭하는것들은이미그본래의텍스트나콘텍스트로부터벗어난지오래이며, 근대적시공간속의정치적 경제적관심과결부된미디어혹은공적실천체계의부산물로서존재할따름이라는것이다. 따라서민속학이해결해야할급선무는민속에덧씌워진낭만적외양을벗겨내고그재현의배후를분석, 해체하는것에있다고역설한다.(H. Bausinger, 1990: ⅺ) 그런점에서, 금세기들어비로소한국민속학에도입되기시작한그의 포클로리즘 (folklorism) 논의는민속의특정한활용국면을지칭하는것이기보다는, 우리의연구대상인민속일반의근본적인존재론적상황을드러내기위한것으로보인다. 본학술대회는한중일삼국의민속학이공히맞닥뜨린학문적난관, 특히민속개념에내장된이같은존재론적한계를극복하고보통사람들의나날의삶을대상화하는민속학본연의방법론을함께모색하기위해마련된자리라고생각한다. 표제에보이는 일상 이란이보통사람들의나날의생활세계를지칭하는바, 이용어가민속학연구의새지평을여는데매우중요한역할을할것이라는데동의한다. 다만, 한가지드는의문은이일상조차미디어의구성메커니즘으로부터오염되지않은채실재하는사회적현실로과연포착할수있는가하는점이다. 이의문은, 보통사람들의구체적인생활세계를천착해야한다는인식하에, 자칫일상을거시적사회체계와구별되는, 혹은미디어로부터자유로운영역으로간주함으로써, 일상을다시신비화해버릴수도있음을경계하려는것이다. 2015년 7월현재만 3세이상인구의 85.1% 가인터넷을사용하고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2015) 2016년 3월현재스마트폰보급률이 91% 를넘어선 ( 디지털타임스, 2016.07.01) 한국의경우만을놓고보면, 이미우리는미디어가일상깊숙이침투한결과그것이일상자체를재조직하고있는세계를살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즉, 미디어를가지고사는것이아니라미디어세상속을살고있다 는것이다.(M. Deuze, 2011) 미디어가우리들의일상에불가피한조건으로통합되어버린현대사회에서일상과일상의변화를주목하는연구는미디어의구성메커니즘을배제한채진 일상과문화 Vol.3 (2017.3) 241

전될수없다는생각이다. 이에본발표는한국에서미디어가일상의크고작은부분에어떻게영향을미치고있는지, 나아가미디어와통합된일상이실제로어떻게재편되고있는지를주목하고자한다. 일상에대한방법론적성과들은이미오래전부터철학, 역사학, 사회학분야에서산출되어왔으며, 특히최근들어사회학과커뮤니케이션학연구분야에서는미디어와통합된일상과일상의변화양상이중요한연구과제로떠오르고있다. 그렇기에우선미디어와일상의문제를검토하는데도움이되는인접학문의논의들을검토하는것으로부터본론을시작해보겠다. 2. 일상에대한비판과이해 서구에서일상이본격적인학문의관심대상으로떠오른것은세계에대한거시적담론이그명증성을잃기시작하면서부터였다. 르페브르 (H. Lefebvre) 가지적하듯이일상은거시적인체계 ( 사회적 정치적 형이상학적체계 ) 를천착해온지배담론에의해피상적이고도저급하며, 진부한영역으로도외시되어왔다. 그러나일상이야말로이러한거대담론이노정해온한계를비판적으로해체하고, 나아가그것이구성해온분절적현실을총체적으로대상화, 재구축할수있는가장효과적인방법이라는인식이확대된결과였다.(H. Lefebvre, 2005) 일상을주목한연구들은대체로두가지접근방식을견지해왔다. 일상을비판의대상으로상정하느냐, 이해의대상으로상정하느냐하는것이그것이다. 르페브르와마르쿠제 (H. Marcuse), 헬러 (A. Heller), 코지크 (K. Kosik) 등네오맑시안 (neo-marxian) 과프로이드식의정신분석가들이전자의접근방식을견지해왔다면, 고프만 (E. Goffman) 과상징적상호작용론자들, 보드리야르 (J. Baudrillard) 와마페졸리 (M. Maffesoli) 등이후자의접근방식을대표한다. 특히후자에속하는연구자들은전자의네오막시안과벤야민 (W. Benjamin), 뿐만아니라고전사회학자인짐멜 (G. Simmel) 과베버 (M. Weber), 현상학과슈츠 (A. Schutz) 등으로부터많은것을빚진채일상에대한새로운연구패러다임들을구축해왔다.(P. Tacussel, 1994: 163~164) 여기서는전자를대표하는르페브르와후자를대표하는마페졸리를중심으로일상에대한서로다른접근방식들을개괄해보겠다. 이들이야말로일상과 일상성 (Alltaglichkeit) 을핵심적인연구대상으로상정하고그것으로부터사회에대한방법론적대안을모색한학자들이기때문이다. 르페브르는일상을 보잘것없으면서도견고 하며, 부분과단편들이하나의일과표속에서서로연결되어있는어떤것, 조사할필요도없는 분명한사실 이면서 무의미 한어떤것, 사람들의시간과마음을차지하 면서도 언급될필요가없 는어떤것이라고말하고있다.(H. Lefebvre, 2005: 78~79) 그런데그일과표와사용된시간에도일단의윤리와미학적장식이함축되어있으니, 이것이야말로일상성을모더니티와분리시켜사유할수없는이유이다. 무의미의집합체인일상에모더니티는의미의집합체로응답하는데, 이의미가일상, 나아가사회를의미화하고거기에정당성을부여한다.(H. Lefebvre, 2005: 78) 요컨대이시대의일상성이란곧모더니티의裏面인바, 르페브르가이둘의동시적관계를강조하는이유는, 그관계를주목하지않을경우오늘우리가맞이한일상의특징들을제대로포착할수없기때문이다. 그에게있어일상은물질의생산과인간관계가형성되는삶의장이면서, 동시에자본주의의억압과착취가자행되는장인까닭이다. 물론우리는언제나먹고, 입고, 살고, 물품을생산하고, 소비가삼켜버린부분을재생산해왔다. 그러나상품자본주의가생겨나고 상품의세계 가전개되기이전까지일상성의지배란존재하지않았다. 자본주의가일상전반을지배하고통제하게되면서, 우리는 242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과거의사람들을견고하게떠받쳐주던 양식 ( 樣式, style) 과 작품 을잃게되었다. 자본주의의대량생산체제속에서 양식 과 작품 이사라진자리에는규격화된 제품 ( 상업화된 ) 이들어섰고,(H. Lefebvre, 2005: 98) 그것은우리들의욕구와욕망을지속적으로자극하는매체 ( 정확히말하자면, 광고 ) 덕분에대량소비되기에이르렀다.(H. Lefebvre, 2005: 125) 광고는단순히상품을소개하는데그치는소박한매개자가아니다. 기호와이미지, 담론의거대한덩어리인광고는우리가가장첫번째로소비하는소비재이며, 현대사회의修辭그자체다. 그것은일상적실천뿐만아니라우리의꿈과염원에끊임없이간섭하면서지난시절문학, 예술이수행하던사회적상상의세계를일상속에끼워넣는다. 말할필요도없이광고가만들어내는상상의세계속에서일상의억압은은폐되고, 갈등의과격함은왜곡 완화된다. 즉광고는생산자와소비자, 기술과실용, 사회생활과정치권력사이를상상적으로매개하면서일상그자체를형상화하고보호하는지배이데올로기인것이다.(H. Lefebvre, 2005: 126) 르페브르는이러한사회를 소비조작의관료사회 (Société bureaucratique de consommation dirigée) 라고부른다. 이사회는관료적합리성의이름으로사람들의일상적인소비를조직함으로써일상을공고히하고, 구조화하며가동시킨다.(H. Lefebvre, 2005: 140) 그결과 호모사피엔스, 호모파베르 (homo faber), 호모루덴스 (homo ludens) 는 호모코티디아누스 (homo quotidianus, 일상인 ) 로귀착되었고, 일상인으로서우리는인간의다양한자질들을상실한파편화된인간, 나아가 잠재적로봇 에불과한존재가되었다.(H. Lefebvre, 2005: 339~340) 이것이야말로일상성이지배하는사회가곧소외된사회인이유이며, 우리가일상성전체를비판적으로대상화해야하는까닭이다. 그렇다면일상성의지배를종식하고 총체적인간 으로거듭나기위한비판은어디서부터어떻게진전되어야하는가? 흥미로운것은르페브르가일상을소외와억압, 채워지지않는욕망이지속되는비천한인생의현장으로보면서도, 또한편으로일상의위대함을누구보다강조하고있다는사실이다. 사물과인간존재의생산, 자연의지배와전유 ( 專有, appropriation), 프락시스 (praxis) 와포이에시스 (poiésis) 를포함한모든차원의생산이이뤄지는곳도실은바로이일상이라는것이다.(H. Lefebvre, 2005: 89) 따라서일상인이그의인간적자질을되찾는방법역시일상속에서찾아야한다. 즉, 일상의한가운데에서, 그리고일상성에서부터출발하여일상을극복 하는방법.(H. Lefebvre, 2005: 340) 그는이것을 문화혁명 이라부르는바, 이혁명을다음과같은표어로갈음한다. 일상이작품이되게하라! 모든기술이일상의이러한변모에기여하게하라! (H. Lefebvre, 2005: 355) 1 르페브르가일상의소외문제를비판하고파편화된인간으로서일상인에게일상의혁명을당부했다면, 마페졸리는일상을이해의대상으로상정한다. 일상은비판의대상이아니라적극적으로긍정하고이해해야할대상이라는것이다. 여기서의 이해 란 열려진전체성에대한관심 이다. 즉, 일상이함축하고있는구조적양가성, 근본적인애매성을하나의보편법칙이나이론으로환원하지않고바라보는방법이며, 그런점에서기존의이론들이놓치고간과했던非可視的인것, 상상적인것, 流動的이고도우연한것, 나아가비논리적이고이해불가능한것들까지도전체적으로포착하는방법론이다.( 金武慶, 2007: 66~67) 우선마페졸리는르페브르의일상인에대한정의를거부한다. 현대의일상인, 즉단조롭고도비극적인일상을영위하는대중들은실은누군가의지적인가르침없이도, 혹은그들을구제하려는어떤이론으로도포착할수없는삶의지혜로역사를지탱해온장본인들이라는것이다. 그리하여마페졸리는, 르페브르가소외된일상을비판할때, 그의논리가가진순진함과敎義性을비판한다. 우리자신을포함한대중은소외당하는존재이면서동시에소외와타협하고또소외에대해교묘한술책을쓸줄도아는존재라는것이다.(Maffesoli, 1979; 朴在煥, 1994: 38) 일상과문화 Vol.3 (2017.3) 243

대중 ( 일상인 ) 은인간이늘그러했듯이여전히복합적인존재로서 호모콩플렉수스 (homo complexus) 다.( 辛智恩, 2010: 6) 대중들은외부의지배에대해교활함, 초연한듯한무관심, 공손한침묵, 회의주의, 풍자등과같은태도로대응한다. 그러나이러한대응들은어떠한정면공격보다도더顚覆的인태도, 즉 적극적인수동성 을함축한다.(Maffesoli, 1979: 41; 朴在煥, 1994: 37) 그리고이러한대중들의 ~ 하는척 하는이중적태도 ( 이중성 ) 야말로그들이일상을견디고외적지배로부터자유로운공간을확보하는능동적인방법이다.( 李允熙, 2001: 45) 아울러일상에는효율성과효용성만으로는설명될수없는 유희 가존재한다. 유희는경제적인논리로보자면쓸모없고비생산적인것들이다. 유희는그것이실행되는순간소진되어버리는소모, 낭비등을그특징으로하기때문이다.(Maffesoli, 2013: 31) 마페졸리는이러한유희야말로외부의지배로부터상처를입은대중들이되돌아가는곳, 즉일상을유지하고지속시키는참된동력이라고지적한다.( 辛智恩, 2010: 21) 요컨대, 대중들의이러한두가지속성, 즉이중성과유희가있는일상의다차원성이야말로 치명적인강제 裏面에再專有가있고, 그효과를과소평가할수없는미세한창조가늘존재하 (Maffesoli, 1979: 41; 朴在煥, 1994: 37) 는일상을그자체로긍정하고이해해야하는까닭이다. 마페졸리가일상을 다차원적이고도탈중심적인세계, 사소하고도돌발적인것 들이삶과경험의 합리성과다원성을증대시키는세계 로정의했을때, 그것은일상이지배이데올로기에의해전적으로포획될수없는영역이라는것을강조하는것이다. 요컨대, 唯一神의외양아래에 ( 전적으로 ) 다신교적인은밀한관행과사고방식이매우흔하게존재하 는까닭에기존 사고의일차원성으로체험의다차원성을이해하는것은부적합하다.(Maffesoli, 1994: 49) 그리하여마페졸리는일상과일상인에대한어떠한선험적가치평가나도덕주의도배격하면서, 나아가그러한인식이터잡은모더니티와절연하면서포스트모더니티로나아간다. 일상생활의사회학 을주창하면서특히그가다용하는이분법들, 이를테면소시알 (social)/ 소시알리떼 (socialité), 미래주의 / 현재주의, 드라마 / 비극, 역사 / 신화, 기독교문화 / 가치의다신교, 개별적인자아 (soi)/ 공동체적자기 (Soi), 자아중심의세계관 / 장소중심의세계관, 이성적개인 / 공간과일체화된부족등등. 이러한이분법은전자의이론적 ( 모던적 ) 인것들이후자의일상성 ( 포스트모던적인것 ) 과어떻게대비되는가를보여준다. 더불어이이분법은애초전자가후자에포함된일부에불과하다는것을드러내고, 일상에대한천착이야말로그동안잊혀있던전체를포착하기위한사회학의대안임을강조한다. 무엇보다그것은오늘날우리가목도하고있는사회현실이, 모더니티가더이상헤게모니를주장할수없는징후들로넘쳐나고있음을드러내는방법이기도하다. 그리고그징후들을우리는미디어화된일상속에서어렵지않게발견할수있다. 르페브르가광고를중심으로자본주의에의한일상의지배를비판했다면, 마페졸리는정보사회의기술에힘입은일상의변화들을 노마디즘 (nomadism, 遊牧主義 ) 이라는개념하에긍정적으로해석한다. 단적으로말하자면, 노마디즘은장소와사람, 사고그어떤것에도묶여있지않고자유롭게이동하는상태를의미한다. 마페졸리가정의하는방식을따르자면, 노마디즘은모더니티가만들어놓은개인, 노동, 국가에대한고정관념으로부터탈피하고, 그것을통해인간본연의다원주의적가치를회복하는관계맺기방식이다. 노마디즘의사회에서인간은더이상고정된자아에머물지않고끊임없이타인과의접속을시도하면서새로운자아를구성해나간다. 타인과의접속은位階的인것이아니라네트워크의형태를띠며, 지속적이기보다는일시적이다. 그접속은이성이아닌감정의융합에의해형성되며, 그것이형성되는토대역시어디까지나 지금여기 (here and now), 즉모더니티가폄훼했던현재의시공간이다.(M. Maffesoli, 2008) 결국마페졸리가주장한노마디즘을통해오늘의미디어환경을조명해보면, 디지털공간과그속에서이뤄지는다양한관계맺기방식이야말로외부 244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의지배에포섭되지않는인간본연의저항성을확인할수있는해방의공간이다. 3. 미디어의일상화 위에서살펴본르페브르의관점은우리의일상이자본주의로대표되는근대사회의지배이데올로기와매우깊이결부되어있다는것을인식하는데도움을준다. 그러나오늘의미디어환경은광고 ( 혹은그생산자 ) 와소비자사이의일방적이고도불균등한관계설정만으로는도저히설명할수없는방식으로급격하게변모해왔다. 래쉬 (S. Lash) 가지적했듯이생산자와소비자, 작가와독자, 공연자와관객간의경계가모호해지는 탈분화 (de-differentiation) 현상이이제는너무나익숙한현실이되었다. 아니, 대중들은마페졸리가주장한 적극적수동성 을넘어서적극적인비판자, 참여자, 생산소비자 (prosumer) 로거듭난지오래다. 그러나그렇다고해서디지털공간에서펼쳐지는새로운삶의방식을마페졸리가주장한것처럼모더니티에대한저항의차원만으로해석할수있을까? 이질문에대한해답의실마리를찾기위해여기서는미디어가일상화된오늘의구체적인국면들을살펴보겠다. 사실미디어가일상의시공간을조직하는중심축으로기능한것은이미오래전부터다. 기차가기차시간표를통해그러했듯이대중매체는방송편성시간을통해삶을규율해왔다. 노동영역에서는시계시간 (clock time) 의규칙성과조직성이근대적자본 / 노동의관계설정에결정적인역할을했고, 노동과여가의분화, 공적 / 사적삶의분화역시각종미디어의발달과함께시간의표준화와동시성을확보하는방향으로진전되어왔다.( 林鐘秀, 2011: 59) 무엇보다미디어는현대사회의중요한특징으로거론되는 시공간의압축 (D. Harvey, 2009), 장소귀속성의탈피 (A. Giddens, 2010) 현상을견인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 교통수단의발달이내가위치한이곳과멀리떨어진저곳사이의시공간적거리를소멸시켰다면, 미디어는원거리의사태를내가있는이곳에서직접경험하고, 때에따라서는그곳의사람들과내이웃보다더가까운친밀감을형성하도록만들었다. 그러나최근 10여년사이에벌어진미디어환경의변화는이전과는전혀다른새로운방식으로일상의재구조화를추동하고있다. 유선인터넷과스마트폰 ( 휴대인터넷 ) 으로이어지는가상세계의점진적인확산으로말미암아일상의공간은가상세계와현실세계를하나로통합한새로운차원의지평으로확장되었다. 이제미디어가만들어내는가상세계는단순히허구적인공간이아니라어느누구와도직접적으로소통할수있는사회적공간이되었다. 대중매체속에서타인과의접속이일방적인방식으로이뤄졌다면, 웹3.0의가상세계에서개인은자유로운호출과접속을통해각양각색의사람들과교류하고참여하며일상을영위한다. 이제가상 (the virtual) 세계는피부로느낄수있는현실 (the actual) 세계와마찬가지로우리가살아가는실재 (the real) 세계의한부분으로귀속되었다.(P. Levy, 2002) 여기가상세계와현실세계를넘나들면서일상을영위하는한사람이있다. 그의일주일을따라가보자. 2 # 월요일출근길, 스마트폰으로지하철과버스를이용한다. 지하철앱 (app.) 으로진동알림기능을실행하면지하철에앉아잠시졸아도목적지를놓치는일은없다. 버스환승장으로이동하면서스마트폰으로버스도착시간도확인한다. 외근업무중팀장에게서전화가걸려온다. 송신한보고서에일부수정사항이있다는것. 스마트폰오피스앱 (office app.) 을실행하고, 클라우드 (cloud) 에저장해둔사무실 PC의보고서를불러내어수 일상과문화 Vol.3 (2017.3) 245

정사항을기입, 재송신한다. # 화요일운동을시작했다. 스마트폰하나면데이터수집과관리병행이가능하다. 식단일기를꾸준히작성해주고각종운동법과체중감량방법도다른사용자들과공유할수있다. 친구들과술자리를가졌다. 술자리는 2차에가서야끝이났고, 미리거둔회비는이미바닥이났다. 더치페이로지불하기로하고, 카드로계산한다. 곧바로친구들이배분한금액을내카드에충전한다. 여자친구와의말다툼으로잠이오지않는다. 술을과하게먹지않겠다고약속한걸어겼으니내잘못이크다. 전화도받지않고카톡 (kakao-talk) 에답장도없다. 안절부절하다가여자친구의기분을풀어줄모바일 (mobile) 선물을생각해낸다. # 수요일내가응원하는프로야구팀의첫원정경기가주말에있을예정이다. 야구장의뜨거운열기를상상하며스마트폰으로예매를시작한다. 좌석지정도가능하다. 새벽에누군가가내차범퍼를긁고도망갔다. 심란한마음으로모바일쇼핑앱을실행하고흠집을지울컴파운드제품을찾는다. 오픈마켓 (open market) 에는모바일전용혜택들이다양해 PC웹보다저렴하게구매할수있다. 우리부서는종종사다리타기로점심값을몰아주는내기를한다. 오늘은내가당첨이다. 중국음식이나시켜먹자는부장의말에조용히스마트폰을꺼내든다. 왜전화하지않느냐는부장의성화와함께중국집배달원이도착한다. # 목요일아침이되어서야냉장고가텅비었다는걸깨닫는다. 잔업때문에야근을해야하는상황인데다집근처에는제대로된할인마트도없다. 인터넷으로온라인장을볼수있다는말에스마트폰앱을활용해서간단히장을본다. 원하는일시에신선한식품을정확하게배달해주니이보다고마울수없다. 회사의중요한고객인바이어 (buyer) 들과미팅 (meeting) 하는자리다. 분위기좋게마무리하려는찰나, 부장으로부터긴급문자가날아온다. 바이어들을호텔로모실콜택시 (call taxi) 를부르지않았다는것. 나는책상밑으로스마트폰을몰래꺼내들고앱을실행, 콜택시를호출한다. 부장의아낌없는칭찬에뿌듯해진다. # 금요일유명제과점을찾아나섰다. 맛집블로그를통해메뉴와맛에대한평가를확인했지만 위치를찾기가쉽지않습니다. 라는문구가걸린다. 스마트폰으로경로를탐색하고실시간지도를비교해보며차근차근제과점을찾아간다. 일찍퇴근한기념으로요리를하기로한다. 마침 TV프로그램에서찜닭이나온다. 태블릿 PC(tablet PC) 로레시피를확인하곤빠르게재료를손질, 30분만에먹음직스런찜닭을완성한다. 스마트폰에도착하는소셜커머스 (social commerce) 알림메시지들. 핫 (hot) 한아이템 (item) 들의유혹을떨쳐내기힘들다. 특히오늘올라온딜 (deal) 은놓칠수가없다. 며칠뒤떠날全州여행에서활용하면좋을식당의할인이벤트. 246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 토요일여자친구와함께교외에나갔다. 漢南大橋방면으로이동하는길이꽉막혔다. 내비게이션으로이동경로를재탐색. 실시간교통정보에맞춰경로를최적화시켜주는 T-맵 (map) 덕분에비교적빨리목적지에도착한다. 아름다운풍경을스마트폰카메라로찍어메모리 (memory) 에저장한다. 사진들을액자에넣어보관하고싶다는여자친구에게인화해주기로약속한다. 가까운휴대폰대리점만찾으면그만이다. 全州여행길에묵을펜션 (pension) 에서문자가도착한다. 숙박비의잔액이아직입금되지않았다는것. 얼른스마트폰을꺼내이체한다. # 일요일사무실에도난사고가잇따르고있다. 내부인의소행일가능성이짙다. 사생활을존중하는차원에서비품창고와탕비실에만 CCTV를설치하기로한다. 비품창고는내가관리하는곳이기에 CCTV 녹화와모니터링도내소관이다. 부장은주말에도종종 CCTV를확인해보라고카톡을보낸다. 귀찮지만스마트폰하나면실시간모니터링이가능하다. 일요일저녁, 미래를위해어학공부에시간을투자하기로한다. 물론학원까지갈필요는없다. 스마트폰으로강의동영상을볼수있으므로. 이글에서申孝松은스마트폰하나로교통, 업무, 금융, 소비, 여가, 식사, 요리, 보안, 학습, 심지어건강에이르기까지대부분의일상생활이가능하다는것을구체적인경험과함께기술하고있다. 다음과같은당부도잊지않는다. 좀더편리한삶을추구하고싶다면더많이배우고더많이사용해보는게현재를유쾌하게살아가는하나의방식이지않을까? 즉, 스마트폰의이용은이미편의성만의문제가아니다. 그기능을더많이알고더많이사용하는것이더스마트하게살아가는방식이라는인식이한국의일상을지배하는이데올로기가된것이다. 지금이순간에도모바일기술은더스마트한일상을영위하려는사람들의욕구에부응하여빠르게진화중이다. 스마트폰으로빈집의전기와보일러, 보안시스템을제어할뿐만아니라반려동물을돌보고때맞춰사료를제공하는등, 그진화는가상세계밖의일상영역들을차근차근정복하면서진행되고있다. 그러나모바일기술의진화와동시적으로확대되고있는사회문제들역시간과할수없다. 가상세계를이용하는개인들의정보가데이터베이스로구축되고인터넷 모바일뱅킹 (banking) 이상용화되면서, 그기술을악용하는각종사회문제들이언론을장식한다. 이를테면, 개인정보의해킹과불법거래, 보이스피싱 (voice-fishing) 과거래사기등이기승을부리는가하면, 스마트폰의지나친사용으로인한중독, 발달장애, 기억장애, 신체변형등도심각한문제로급부상하고있다. 인간의다양한자질이억압되는차원을넘어서정신적, 신체적장애로가시화되고있는것이다. 스마트폰의각종기능에자유자재로접속할수있는능력이세대간의단절을야기하는가하면, 위의경험담에서도확인할수있듯이스마트폰의일상화가모든 장소의일터화 로이어지기도한다. ( 金銀美, 沈美善, 金攽埜, 呉夏榮, 2012: 144) 최근조사에따르면, 전체직장인의 81.8% 가업무시간이외에업무연락을받은경험이있다고한다. 그중 78.4% 가상사로부터업무지시연락을받았으며, 그빈도도일주일중평균 2일에해당되는것으로조사되었다.( 디지털타임즈, 2016.07.27) SNS와메신저로실시간소통이가능한까닭에필자또한밤낮을가리지않는학생들의연락과문의로고통을받는중이다. 휴가를보내는중에도, 차를타고이동하는사이에도언제든가상세계에접속할수있다는것이시간의효율적인활용을가능케한반면, 일과여가의경계가허물어지고일의영역이여가의영역을잠식하면서확장되고있는것이다. 물론그역도가능하다. 그러나이러한형 일상과문화 Vol.3 (2017.3) 247

국이노동의柔軟化와직결되고있음을고려하면그방점은어디까지나전자에찍혀야한다. 다시앞에인용한申孝松의경험담으로가보자. 그는각각의에피소드마다 how to use 라는항목을달고각국면에서활용할만한스마트폰의사용법을각종통신사, 은행, 오픈마켓사이트, 소셜커머스, 배달가능한대형마켓, 그리고택시호출, 음식, 요리, 맛집, 지도, 쇼핑과관련된유무료어플리케이션, 최근출시된첨단의오피스앱과함께소상하게밝히고있다. 공공차원에서제공하는소수의정보서비스를제외하면대부분특정기업의서비스마케팅전략, 보다쉽고편리한소비 거래환경의구축과무관하지않은것처럼보인다. 가상-현실세계라는일상영역의무한확장위로자본주의적지배의무한확장이겹쳐지고있음은의미심장하다. 4. 일상의미디어화 물론위와같은해석만으로는한계가있다. 우리는아직가상세계에서형성되고있는다양한형태의노마디즘을확인하지않았기때문이다. 이제인터넷과스마트폰이그각각의구성메커니즘을기반으로개인들간의관계맺는방식에어떻게관여하는지를살펴보겠다. 제목에보이는 미디어화 (midiatization) 란가상세계가개인들의상호소통방식에가져온변화를살피기위해만들어진개념이다. 전지구화, 상품화, 개인화가그렇듯이오늘의사회변동을적시하기위해서는 미디어화 로요약되는메타과정을주목해야한다는지적이다.( 金銀美, 沈美善, 金攽埜, 呉夏榮, 2012: 136) 현재한국에서, 개인과개인을연결하는미디어들은실로다양하다. 스마트폰의 SMS(short message service), 이메일, 블로그, 카페, 메신저, SNS(social network system) 로대변되는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라인, 밴드등등. 마페졸리는노마디즘의중요한특징으로유동성, 개방성, 일시성, 현재성, 다원주의적가치, 수평적네트워크, 감정적융합등을지적했다. 물론위의미디어들중몇몇은현실세계에서맺어진관계를배타적이고도지속적으로유지하는데이용되기도하지만, 마페졸리가지적한이러한특징들이과연가상세계에서형성되는관계맺기의중요한특징이라는점은부정할수없다. 우선개인들이가상공간을이용하는양상은매우사적이고개인적인경우가대부분이다. 이들은자기일상의소소한국면들을타인에게보여주고공유한다. 이를테면트위터의경우그것을이용하는가장기본적인동기는재미, 즐거움같은개인적요인들로부터비롯된다. 즐거움의소재들이일단소진되면이용자가그트위터에계속남아있을이유는없다. SNS, 즉 사회적연결망 을우리가익히알고있는 공동체 개념과구별되는것으로조명해야하는까닭이다.( 姜壽煥, 2013: 136) 이용자들은지속적인이동과유동을통해일시적으로만결합할뿐이며, 이러한양상은특히트위터처럼개인이불특정다수와만나는개방적인매체들에서두드러지게나타난다. 물론미국산쇠고기수입사건, 세월호사건, 옥시사건등한국사회를요동치게만든최근의이슈들, 그리고그이슈에대한대중들의의제설정과정치적실천또한이러한가상세계의메커니즘과무관하다고할수는없다. 특히인터넷의포털사이트는실시간으로가장많은사람들을동원할수있는효과적인미디어다. 이곳에서이뤄지는갖가지청원과토론들은종종기성미디어가하지못하는방식으로새로운의제를창출하거나, 촛불시위, 불매운동등의사회적실천으로이어지기도한다. 가상세계를 웹민주주의, 사이버민주주의 라고부르는까닭이다. 그런점에서, 가상세계의관계맺는방식은수직적이기보다수평적이다. 익명성을바탕으로한소통이일반적이기때문에, 개인간의소통은계급이나지위, 연령의불평등을초월한다. 익명성은가상세계에서사회적금기를위반하는다양한일탈이이뤄질수있도록하는필수조건이기도하다. 개인 248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은익명성을통해현실세계로부터규정된사회적정체성으로부터분리되어그속에서억압되었던또다른자신의일부를마음껏표출한다. 게다가가상세계에서소통되는언어는현실세계의표준언어나지배적인논리와형식을위반하기일쑤다. 그언어야말로소통하는사람들간의융합을가능케하며, 나아가그들이일상을전유하면서해방감을얻는토대라고할만하다. 흥미로운것은가상공간에서청년세대들이만들고통용시킨언어가현실세계의언어로통합되는가하면, 기성세대가그언어를배우기위해인터넷을뒤지는경우도많다는것이다. 그러나그수평성과익명성이미디어의확장성과결부되면종종폭력적인사태로귀결되기도한다. 가상세계에서개인들이주고받는정보들, 그중타인에대한평판은개인들을일시적으로결합시키는주요한정보중하나다. 특히그평판이부정적이라면더효과적이다. 개인들은익명성을바탕으로타인의부정적인평판에적극동참함으로써자신을드러낸다. 身上털기 는그문제의사례중하나다. 身上털기 는특정개인의신상정보를공공연하게추적, 유포시킴으로써그에게집단적인피해를가하는것을일컫는다. 身上털기 의표적이되는경우는대부분현실세계에서인정된규범이나도덕을어겼을때다. 이때피해자의계급이나지위는전적으로무시된다. 가해자들은마치사회정의를지키는사도라도된것처럼모든미디어를동원해서피해자의정보를추적하고현실세계에서는도저히할수없는온갖욕설과비방을피해자에게가한다.( 姜壽煥, 2013: 144) 미디어의가공할만한확산력덕분에, 가상세계이건현실세계이건피해자가도망갈곳은어디에도없다. 여기서가해자들을연결시키는기제는어디까지나이성이아닌감정이며, 이들간의감정적공유가 디오니소스적 인간형으로분출된다는점만은분명한듯하다.(M. Maffesoli, 2013) 그러나그것이반드시전복적인의미로만해석될수없다는것은다음의사례를통해확인할수있다. 바로 일베 현상이다. 한인터넷사이트에서만들어진커뮤니티 日刊베스트 는재미와즐거움을추구하기위해만들어진남성들의개방적인놀이공간이다. 그이름에서확인할수있듯이 그날그날가장재미있는소식을전하는페이지 라는뜻의이사이트는무엇보다 진지함에대한냉소, 직설법, 희화화, 상식의파괴등을표방한다. 3 그들의표현에는혐오와모욕, 극단적인욕설과저급한언설들이난무하며, 게다가그표현이과격하면과격할수록좋다. 문제는이들이사회적으로약자의위치에있는여성에대한혐오, 특정지역에대한비하, 고인이된한정치인에대한모욕등을그들의놀잇감으로삼고있다는것이다. 특히이들의여성혐오는최근한국사회에서살인사건과연루될만큼심각한사회병리현상으로대두되었다. 그런데이 일베 현상은인터넷문화의특징이기도한남성중심주의와깊은관련이있다. 혹자는남성들을중심으로한가상커뮤니티에서여성혐오가매우일반적으로나타나며, 그혐오정서를제대로표현하고적절히공유할수있도록하는것이야말로그들이자신의평판과위세를드높이는확실한방법이라고지적한다.( 鄭大勳, 2013: 337; 鄭仁慶, 2016: 193) 그들은여성을동등한성적주체로인정하지않는여성의 他者化 를통해남성으로서그들만의정서적유대를형성한다는것이다. 주목되는것은타인의평판만큼이나자신의평판이매우중요한행위기준으로작동하고있다는것이다. 사실가상세계에서개인들은현실세계속의지위나역할, 외양으로존재하지않는다. 그들은그세계에서만통용되는이름으로현시되며순전히자발적으로올리는게시물들, 즉글과그림, 영상을통해자신을드러낼뿐이다. 그리고그게시물들을통해타인과관계를맺고소통하면서자신의명성을추구한다. 게시물에대한타인의평판이자신의정체성을규정하는까닭에그들은게시물에달린댓글 (reply) 과조회수, 좋아요 ( ) 와팔로워 (follower) 의수에집착한다.( 李吉鎬, 2014: 246~247) 일베는권위적인운영자가존재하지않는까닭에아무런검열없이누구나자유롭게자신의글을게재할수있는곳이다. 오로지온라인상의이름과게시물만으로타인의공감과인정을얻는것이유일한게임의법칙인이커뮤니티에서게시물의극단적인선정성, 폭력성, 자극성등은모두타인의 일상과문화 Vol.3 (2017.3) 249

즉각적인반응을유도하는주요한전략이다. 게시물의사실여부도중요하지않다. 애초그것이사실이든아니든반응만좋다면언제든지덧붙이고, 퍼가고, 올리고내리는집합적행동을통해종국에는사실이되어통용된다. 그런점에서가상세계에서이뤄지는소통의일반적인특징은정확한사실에근거한정보의생산과유통이기보다일시적이고즉각적인감정의교류에가깝다. 그리하여특정커뮤니티와그맥락안에서난무하는저급한표현이나폭력성도 반사회적 인것이라기보다는그자체로고유한사회성의발현이라고봐야할것이다.( 鄭仁慶, 2016: 192) 다시, 가상세계로무한확장된일상의문제로돌아와보자. 마페졸리가지적했듯이, 가상세계에서개인들은가족이나지역, 장소에고정되어있지않고사회적네트워크를따라이리저리이동한다. 그들의움직임을이끄는주된동력은즉각적으로관심을끄는이슈들, 즐거움과재미등의감정적쾌락에있으며, 그곳에서개인들은가상세계의고유한논리를따라타인과관계를맺고소통한다. 그논리가특유의유희적성격을함축하는까닭에그들간의관계는오래지속되기보다는일시적인결합, 혹은그보다쉬운해체적특징을지닌다. 개인은소비하는즉시고갈되어버리는문화상품을소비하듯이, 이합집산하는사람들이실시간으로만들어내는이야기들을소비한다. 현실에서는도저히입에담지못할자극적인표현들이그들의시선을잡고, 때로는타인의사소하고도내밀한일상의모습들이그들의구미를당길때도있다. 그러나가상세계에서타인의시선을통해소비되기를기다리는개인들에게프라이버시는중요하지않다. 타인들의시선과인정을통해자신의명성을드높이는것이이세계의규칙인까닭이다. 혹그가여성이라면갑자기그녀를향해쏟아지는맹목적인비난과혐오를감내해야할지도모른다. 일상이미디어화된현대사회에서도처에숨겨진위험들을피할수는없다. 공유된가치나집합적관습따위란더이상존재하지않는세계에서그녀가선택할수있는것은없다. 바우만이말했듯이, 이제 나는보여진다. 고로나는존재한다. (Z. Bauman, 2012: 51) 5. 맺으며 이상에서현대의일상세계, 특히가상과현실의컨버전스 (convergence) 가만들어내는실재세계로서일상의모습들을살펴보았다. 그모습은인류역사상유래가없었던것으로, 미디어는인간의감각과지각, 관계형성과존재방식등을재구성하면서지금이순간에도눈부시게발전하고있다. 이제미디어는일상에있어주변적인요소가아니라우리가주목하고해명해야할중심적인요소가되었음에틀림없다. 미디어의발전이자본주의의전개과정과깊이연루되어있음은물론이다. 아니, 전지구적자본주의가 시공간의압축 을견인했다면, 그것이야말로미디어를통해서다. 미디어는편리하고세련된, 한마디로스마트한일상에대한욕구를창출하면서새로운상품에대한끊임없는소비를조장한다. 그러나오늘의디지털미디어가소비를조장하는방식은광고가그러했듯이상상적인차원에만머물러있지않다. 상상을현실로만드는첨단기술을그무기로장착한까닭이다. 상상차원에만머물것인가, 상상을현실로만들것인가하는것은물론소비자의몫이다. 그러나스마트폰사용자라면누구나경험하듯이, 교묘한기술적진보로인한기기자체의빠른교체주기가불가피한구매와재구매의사이클을간단없이돌리고있다. 소비가미덕인사회에서소외는욕구불만과상대적박탈감, 고립과좌절의형태로여전히엄존한다. 그렇다면이전과는전혀다른방식으로일상을재조직하고있는가상세계의삶의형식은어떻게 250

미디어의일상화, 일상의미디어화 해석해야할까? 이미검토했듯이그형식은현실세계의그것과여러모로구분된다. 어쩌면, 개인들은현실적억압과일상의지배를벗어나서그것을비틀어재전유하는방법을가상세계를통해터득하거나분출하고있는지도모르겠다. 그간민속학은구체적이고개별적인문맥속에서보통사람들이영위하는하루하루의실천을주목하고그것을관찰, 기록, 서술하는방법을개발해왔다. 민속학이미디어화된일상을살아가는보통사람들의구체적경험들을천착하고자할때, 마페졸리의 일상의이해 의관점이시사하는바는크다. 자본주의체제하에서구조적열위에놓인보통사람들이취하는 전복적태도, 그들의 적극적인수동성 을탐구함으로써거시적인담론이놓친사회적삶의전체성을복원하는데기여할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앞에서확인했듯이오늘날감정적쾌락을축으로서로가서로를소비하는가상세계의소통방식이과연후기자본주의의동학 (dynamics) 과무관하다고할수있을까? 캠벨에따르면감정적쾌락이야말로지속적인소비를창출하는후기자본주의의요체인까닭이다.(C. Campbell, 2010) 새롭고도다른것들을지속적으로추구한다는의미의노마디즘이자본주의의소비욕구재생산을합리화한다고비판받는이유이기도하다.( 崔港燮, 2008: 165) 그리하여오늘의일상과미디어를주제화하려는민속학이무엇보다먼저주목해야할것은여전히집요하게일상을지배하고있는자본주의의구체적인메커니즘이아닐수없겠다. 현실세계와가상세계를통합하면서그메커니즘이작동하는양상들을꼼꼼히관찰하고해명할수있을때에야비로소지배의논리반대편에서혹은그속에서, 보통사람들이그논리를전유, 재전유하면서살아가는삶의樣式들, 나아가다양하고도다채로운삶의지혜들을포착할수있을테니말이다. 1 여기서 작품 이라는용어는예술품을가리키는것이아니라 자신을알고, 자신을이해하고, 자기자신의조건들을재생산하고, 자신의자연과조건들 ( 육체, 욕망, 시간, 공간 ) 을전유하고, 스스로자신의작품이되는그러한행위를지칭한다. 사회적으로자신의역할과자신의사회적운명을자기손아귀에쥐고그것을책임지는행위, 다시말해서자주관리를가리킨다 (H. Lefebvre, 2005: 355~356) 2 이내용은앱스토리 (www.appstory.co.kr) 의申孝松기자가작성한 오직스마트폰으로만살기, 가능할까? 스마트폰과함께한일주일 의내용을지면에맞추어발췌 재구성한것이다. (http://www.monthly.appstory.co.kr/plan5409) 3 https://ko.wikipedia.org/wiki/ 일베저장소 참고문헌 姜壽煥, 유동하는사이버공간과현대인들의일상성-트위터를중심으로, 인문콘텐츠 30, 인문콘텐츠학회, 2013. 金武慶, 자연회귀의사회학-미셸마페졸리, 살림, 2007. 金銀美 申美善 金攽埜 呉夏榮, 미디어화관점에서본스마트미디어이용과일상경험의변화, 한국언론학보 56(4), 한국언론학회, 2012. 디지털타임스, 2016년 7월 1일 ; 2016년 7월 27일. 미래창조과학부, 2015년모바일인터넷이용실태조사요약보고서, 2015. 朴在煥외편, 일상생활의사회학, 한울, 1994. 申智恩, 일상의탈중심적시공간구조에대하여, 한국사회학 44(2), 한국사회학회, 2010. 李吉鎬, 일베 를어떻게인지할것인가, 시민과세계 25, 참여연대참여사회연구소, 2014. 李允熙, 이미지문명에대한사회학적고찰-미셸마페졸리의탈근대성논의를중심으로, 서강대대학원사회학과석사학위 일상과문화 Vol.3 (2017.3)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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