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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 러시아 영화,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리바이어던, 옐레나, 귀향 투 고 일 : 2014. 11. 16 Keywords : Russian Cinema, Andrei Zviagintsev, Leviathan, Elena, 심 사 일 : 2014. 12. 05 2014. 12. 18 The Return 게재확정일 : 2014. 12. 21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목차 >>> Ⅰ. 서 론 Ⅱ. 본 론 Ⅲ. 결 론 1) 국문요약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Ливиафан)이 해외 평단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즈뱌긴체프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과 함께 현대 러시아 작가주의 예술 영화를 대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인간 영혼 깊숙한 곳에 대한 탐구를 집요하게 했던 안드레이 타르콥 스키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즈뱌긴체프의 귀향 (Возвращение)과 추방 (Изгнание)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미 소개되었으며, 2012년에 발표한 영화 옐레나 (Елена)는 자본주의화된 러시아 사회에 서 심화되는 계층 간의 장벽을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묘사하고 있다. 영화 리바이어던 은 즈뱌긴체프의 최초 장편영화 두 편 이후 옐레나 에서 더 구체화되었 던 작품 주제를 다시 확장시켰다. 이 영화의 주제는 탁월한 영화 언어 사용과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영화 잡지 스크린 은 이 영화에서 행위의 배경으로 설정된 차갑고 푸른빛으로 물든 러시아 북부 지방 풍경은 영혼 을 얼어붙게 하는 듯하다 고 평가했다. 즈뱌긴체프는 주제와 형식 측면 모두에서 누구라도 공감 할 수 있는 한 편의 시적 서사와도 같은 비극적 드라마를 창조했다. *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 인문학연구소 교수.

116 제30권 4호 2014년 Ⅰ. 서 론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1) 이 해외 평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데뷔작 귀향 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래 즈뱌 긴체프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과 함께 현대 러시아 작가주의 예술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인간 영혼 깊숙한 곳에 대한 탐구를 집요하게 했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즈뱌긴체프의 귀 향 2) 과 추방 3) 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미 소개되었으 며, 2012년에 발표한 영화 옐레나 는 자본주의화된 러시아 사회에서 심화되 는 계층 간 장벽을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묘사하고 있다. 돈 문제로 귀결되는 이 영화의 주제는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 을 비롯한 작품에서 평생 다루었 1)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카탈로그에 소개된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북러시아 바렌츠 해 연안 마을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콜랴는 도시 정책으로 인해 집과 정비소 땅 모두 공공지대로 묶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집터를 빼앗으려는 탐욕스러운 시장 바딤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콜랴는 군대 동기이자 변호사인 디마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시작하지만, 콜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상황 뒤에는 더 커다란 부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장편 데뷔작인 귀향 (2003)으로 2003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안드레이 즈 뱌긴체프의 리바이어던 은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필견으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사회에 만연한 부패나 자본주의적 욕망을 러시아의 전통적 사고와 감성과 병치시키면서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현대 러시아 사회의 잔인한 초상을 담는다. 풍경을 하 나의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미하일 크리흐만의 카메라, 그리고 필립 글라스의 신비로운 사운드트랙 은 즈뱌긴체프의 소우주를 완벽하게 완성하고 있다. (박진형) 2) год 2003 страна Россия режиссер Андрей Звягинцев сценарий Владимир Моисеенко, Александр Новотоцкий продюсер Эндрю Колтон, Елена Ковалева, Дмитрий Лесневский оператор Михаил Кричман композитор Андрей Дергачев художник Жанна Пахомова, Анна Бартули монтаж Владимир Могилевский жанр триллер, драма, детектив. (http://www.kinopoisk.ru/film/47040/ 검색일: 2014.11.06). 3) год 2007 страна Россия слоган «If you want to kill, kill. If you want to forgive, forgive» режиссер Андрей Звягинцев сценарий Олег Негин, Андрей Звягинцев, Артем Мелкумян,... продюсер Дмитрий Лесневский, Энтони Рей, Елена Логинова оператор Михаил Кричман композитор Андрей Дергачев, Арво Пярт художник Андрей Понкратов монтаж Анна Масс жанр драмаю(http://www.kinopoisk.ru/film/225011/ 검색일: 2014.11.06).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17 던 주제에서 영향을 받았다. 즈뱌긴체프는 올해 러시아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영화제 키노 타브르 (KINO TAVR)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칸영화제에 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 리바이어던 은 이 영화제의 폐막작이었다. Ⅱ. 본 론 1.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 리바이어던 이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이다. 영화는 감독이 미국에 체류할 당시 들었던 실화인 킬 도저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4) 하지만 영화는 권력에 대항한 개인과 국가의 갈등이라는 모티프 를 확장시키면서, 작품을 개별적인 수준에서 보편적인 수준으로 이행시키고 있다. 5) 또한,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 묘사를 통하여 권력과 개인의 충돌이라 는 익숙한 모티프를 더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니콜라이는 전처에게서 얻은 아들 을 한 명을 두고 있으며, 두 번째 부인 혹은 동거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북러시아 바렌츠 해 연안 마을에 대대로 살고 있고, 그곳에 집을 가지고 있다. 니콜라이의 직업은 자동차 수리공인데, 그의 부인은 생선 가공 공장에서 일하 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던 니콜라이는 자신의 집이 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파국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시장 바딤이 니콜라이 소유의 땅을 가로채기 위해서 그곳을 개발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니콜라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의 집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 동료이자 모스크바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인 디마에게 도움을 4) 이 사건은 미국의 자동차 수리공에 대한 이야기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정비공이 갑작스레 자신의 땅을 큰 권력에 의해 빼앗기게 되자 자신이 만든 불도저인 킬 도저 를 몰면서 저항했는데, 주변의 모든 건물을 파괴시켰다. 결국 그는 경찰에 포위되자 자살했다. 즈뱌긴체프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즉 러시아도, 한국에서도 이런 사건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이야기의 모티프가 영화의 출발점 이 되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대담 아주담담 녹취록. 필자 작성 (2014.10.08. 15:00) 5) 이 작품에 대한 해외 언론의 반응은 러시아에서 날아온 새로운 걸작, 즈뱌긴체프가 황금종려상 을 수상할까?, 타르콥스키의 충실한 신봉자로 간주되는 즈뱌긴체프는 질감이 풍부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선 굵은 강렬한 영화를 창조했다 등으로 호평 일색이었다. http://www.idomin.com/?mod=ne ws&act=articleview&idxno=448451 (검색일:2014.11.10).

118 제30권 4호 2014년 요청한다. 디마는 부정과 부패에 관련된 시장의 활동 자료를 가지고 더 큰 액수의 보상금을 요구하지만, 이미 거대한 권력이 된 시장 바딤은 디마를 살해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폭력을 가하면서 그를 모스크바로 돌려보낸다. 게다가 디마는 니콜라이의 당초 요구와는 달리 그의 부인과 불륜 관계를 맺는다. 니콜라이는 개인으로서 국가 권력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무력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부인과 디마의 관계로 인해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져든다. 이 작품의 주요 사건은 바렌츠 해 부근의 한 마을에서 일어나지만, 개인의 이익과 권력의 이익이 충돌하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항상 그렇듯이 이 양자의 갈등에서 누가 승자가 되는지는 분명하다. 영화에서 시장은 평범한 가정집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이제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쇼트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시장인 바딤의 권력욕과 관련하여 [그림 1]은 뛰어난 표현력을 과시하는 쇼트이다. 이 쇼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형적인 권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배우의 연기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책상 위에서 강조되는 것은 러시아 국기와 지구본이다. 지구본은 통상 권력을 지향하는 인물 성격을 나타낸다. 러시아 국기와 비교되는 이 지구본은 인물의 권력 욕망이 제어될 수 없는 상태임을 [그림 1]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19 나타낸다. 쇼트 한가운데에 있는 지구본은 인물의 권력 지향적인 형상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6) 이 영화에서는 개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사회와 국가, 그리고 미래 에 대한 전망의 수준으로 발전한다. 즉 개별적인 묘사 수준에서 일반화 수준으 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사회 권력에 포위된 개인이라는 모티프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에서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영향을 엿볼 수도 있다. 그는 거대한 폭력 조직과도 같은 일본 사회에서 일개 기능인으로 살아가 야 하는 개인의 비극을 그렸기 때문이다. 7) 주인공 니콜라이가 자신의 집을 빼앗으려는 시장에 대항하지만, 그는 명백 하게 패배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개인과 권력의 대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니콜라이의 가정에는 그의 둘째 부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의 갈등이 있지만, 대체로 니콜라이는 부인을 사랑하며 아들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문제는 니콜라이가 시장과 대립하게 되면서 주변의 거의 모든 인물이 그가 몰락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면에서 어쩌면 숙명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개인 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8) 6) 영화 역사에서 인간의 권력욕을 지구본으로 빼어나게 묘사한 대표적인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39계단 (1935)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해니를 위협하는 경찰과 교수 주위에 있는 소품인 지구본 은 그들의 권력욕을 나타내고 있다. 7) 키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 하나비 (1997)와 소나티네 (1993)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두 작품에 서 주인공은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상실했을 때,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 을 통하여 감독은 철저하게 사회에서 부속품과도 같은 기능인으로서만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들이 기능을 상실했을 때 어디로도 갈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물들 이 바다를 바라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그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8) 이런 면에서 영화 리바이어던 은 보리스 흘레브니코프(Борис Хлебников) 감독의 오랫동안의 행복한 삶ꡕ((Долгая счастливая жизнь, 2012)과 주제 면에서 유사하다. 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개발과 보존의 문제, 삶 또는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 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아직도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사샤는 마을 개발과 관련한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지역 관료들의 요구를 거부하던 끝에 결국 서명하지만, 지역민들의 반대에 직면한다. 그러나 마을을 떠날 수 없는 주민은 보상금도 거부 하고 투쟁하자고 사샤에게 요구한다. 사샤는 이때부터 주민과 함께 투쟁하여 마을을 지키기로 하 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운다. 마을 주민은 그를 지도자로 대우하고 투쟁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는 듯하다. 그러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투쟁을 요구하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씩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하고, 보상금의 유혹에 넘어간다. 당황한 사샤는 남아 있는 사람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되고 지역 관리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는 물의 이미지가 강조되지만, 그와 반대되는 이미지인 화재가 일어나면서 대립과 반목을 예고하는 등 영화의 시각적 묘사력도 풍부하다. 주인공 사샤가 기본적으로 외로운 사람이며, 혁명 지도자로서 그의 투쟁 역시 외롭다는 것은 카메라가 그의 방안을 비추는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카메라는 사샤의 방 창문을 통해 흐르는 강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의 방이 마치 물 위에 홀로 떠 있는 고립된 섬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

120 제30권 4호 2014년 [그림 2]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인공 니콜라이의 친구인 변호사 디마의 성격은 이중적이다. 그는 친구인 니콜라이를 돕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시골 마을로 내려오지만, 여기서 보이는 바와 같이 모스크바로 되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심각한 그의 시선은 창문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왜곡되어 있다. 이 쇼트의 시각적 묘사는 그가 니콜라이를 돕기보다는 정 반대의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결국 그는 어느 날 니콜라이의 부인과 불륜 관계를 맺는다. 이들 관계가 드러났을 때 니콜라이의 부인은 행방불명이 되고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다. 전작 옐레나 9) 의 여주인공이 직접 남편을 살해했다면, 이 작품에서 때문이다. 영화의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감독은 음악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샤가 처한 상황 묘사에는 굳이 음악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은 현재 러시아가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절대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형식상으로도 초반에 사용된 이미지들이 후반부에 구체적 의미를 획득하는 등 결코 한 장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이다. 9) год 2011 страна Россия режиссер Андрей Звягинцев сценарий Андрей Звягинцев, Олег Негин продюсер Александр Роднянский, Сергей Мелькумов оператор Михаил Кричман композитор Филип Гласс художник Андрей Понкратов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21 [그림 3] 니콜라이의 부인은 남편을 배신하고, 그것을 용서하려는 남편의 기대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사망함으로써 오히려 니콜라이를 출구 없는 상태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그림 3]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니콜라이의 아내는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를 맺은 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다를 바라보 는 그녀의 시선과 후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언덕은 수평이지만, 고립되어 있는 그녀의 상반신은 수직 형상으로 서로 충돌하고 있다. 10) 이 쇼트의 시각적 형상 자체는 정적이지만, 쇼트 내면에서 발생하는 수직과 수평의 충돌 효과는 이미 그녀가 어디로도 갈 곳이 없는 막다른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니콜라이가 가장 믿었고 의지했던 인물들이 차례로 그를 배신하고 떠나 가는 것이다. 니콜라이는 이제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 까지도 하나둘씩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인공 니콜라이와 그의 부인의 시선은 항상 монтаж Анна Масс жанр драма, мелодрама. http://www.kinopoisk.ru/film/501958/ (검색일:2014.11.06). 10) 러시아 에이젠슈테인 센터 소장이자 영화학자인 나움 클레이만은 즈뱌긴체프 영화의 시각적 스타 일에 담긴 특징으로 대지와 하늘을 가르는 수평선과 인물이 어떤 행동을 결심하는 순간을 포착하 는 카메라의 파노라마적 시선 을 언급하고 있다. Наум Клейман, Алгебра и метафизика: о кинематографе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Дыхание камня, Мир фильмов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М.: Новое литературное обозрение, 2014), с. 440.

122 제30권 4호 2014년 [그림 4] 어긋나 있다. 통상 투 쇼트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이후 쇼트-리버스 쇼트 형태 를 이루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에 반해 이 두 인물의 대화는 영화 전체에 걸쳐서 주로 투 쇼트를 유지하면서 엇갈리는 시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이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사랑하는 여인과도 어긋날 수밖에 없는 운명 이다. 2. 리바이어던 과 권력 묘사 영화 제목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리바이어던 은 구약성서 욥기 의 바다괴물을 의미하며, 동시에 홉스의 동명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즈뱌긴체 프는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괴물을 의미하는 이 리바이어던이 니콜라이를 둘러싼 인물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국가 와 개인 간의 단순한 충돌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승시킨다. 11) 11) 킬 도저 사건 에 관해 알게 된 즈뱌긴체프는 당초 리바이어던 을 모큐멘터리(Mockumentary 소 설 속의 인물이나 단체, 소설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치 허구의 상황이 실제처 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르)로 만들려 했으나 마음을 바꿨다. 최초의 구상 배경 역시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23 다시 말하자면 영화는 국가권력의 폭압을 그렸다는 점에서 토마스 홉스의 ꡔ리바이어던ꡕ을, 개인의 시련을 다뤘다는 점에서 구약성서의 ꡔ욥기ꡕ를 바탕 으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즈뱌긴체프는 주인공 니콜라이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라고 묻는 건 욥의 물음과 같아요.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건 니콜라이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비극입니다. 러시아에서 발생 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이 부당한 권력에 시달리는 건, 전 세계 사람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죠 라고 언급한 바 있다. 12) 영화가 권력과 개인의 충돌을 다룬다는 것은 이미 영화 초반부 에피소드에 서 드러나고 있다. 니콜라이는 차를 몰고 가던 중 우연히 마을 교통경찰을 만나는데, 그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마을 친구이기도 하다. 경찰은 스스럼없이 차의 특정 부위가 고장났으며,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순간 니콜라이가 경찰에게 무료로 차를 수리해주면서 살아야 하는 저치라 는 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시장이 곧 찾아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가올 충돌과 갈등을 예고한다. 영화에서 권력의 상징은 다양한 층위에서 제시된다. 니콜라이와 그의 친구 들이 사격 표지판으로 사용하는 구소련 및 러시아 최고 통치자들과 시장 집무실에 걸려 있는 푸틴 대통령 사진, 고위 성직자와 판사 등이 니콜라이를 억압하는 권력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카메라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판결문을 빠르게 읽어가는 판사를 바라 볼 때, 권력의 잔인성은 정점에 달한다. 카메라는 풀 쇼트로 판사를 바라보다가 느린 속도로 그에게 다가가면서, 마지막 순간에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바라보는데, 판사의 얼굴은 점점 커지면서 화면을 채우고, 관습적으로 빠르게 판결문을 읽는 목소리는 같은 리듬으로 높아진다. 판사의 얼굴이 화면을 채우 고, 그만큼 그의 목소리도 커질 때, 니콜라이는 집만 잃은 것이 아니라 권리와 자유까지도 송두리째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일체의 잉여적인 묘사는 배제되 고 화면 밖으로 들리는 건조한 판사의 목소리와 화면을 채우는 커다란 그의 얼굴은 니콜라이와 같은 개인에겐 괴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었으나 러시아로 옮겼다.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담 담 녹취록 12)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0/05/0200000000akr20141005043300005.html?input=1 179m (검색일: 2014.12.03).

124 제30권 4호 2014년 이 쇼트에서 즈뱌긴체프는 다른 주요 에피소드에서와는 달리 전통적인 영화 언어 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정 장면의 긴장감을 순간적으로 증대시 키기 위해 최대한 단순하고 빠른 전개를 선택하고 있다. 그는 때로는 과감하게 과정을 생략하는 점프 컷을 사용하면서도, 특정 순간에서는 전통적인 영화 문법으로 돌아가면서 서사 전개와 영화 언어 문법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 도록 하고 있다. 권력 문제와 관련하여 인상 깊은 장면은 니콜라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야외로 나가서 보드카를 마시고, 사격을 하는 쇼트들이다. 인물들은 가지고 온 사격용 표지판을 꺼내는데, 표지판은 모두 러시아 및 소련의 옛 지도자들 사진이다. 이들은 보드카를 마시면서 이 사진들을 향해 총을 쏜다. 이때 러시아 현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은 예외이다. 그의 사진은 사격 표지판에 포함되지 않고, 시장 집무실에 걸려 있다. 또 야외에서 보드카를 마시는 인물들과 유사한 형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옐친 전 대통령의 사진도 없다. 그가 생전 알코올 중독이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이 장면이 권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개인들에 대한 단순한 풍자 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순간 니콜라이의 부인이 친구인 디마와 어딘가로 사라져서 불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또 여기서 강조되는 보드카는 영화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즈뱌긴체프가 묘사하는 영화 속 마을은 부패, 그 부패로 얼룩진 권력에 영합하는 교회, 그리고 보드카가 지배하고 있다. 시장과 성직자, 니콜 라이와 디마,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모두 보드카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다툰다. 심지어 사격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조차도 보드카에 취한 상태인 것이다. 특히 니콜라이와 그의 친구들이 보드카를 병째로 마시는 장면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보드카에 취해 있거나 그 사회에서 인물들이 취한 상태가 아니면 살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인공 니콜라이의 캐릭터는 그의 직업과 이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권력에 대항하는 그의 행위는 성 니콜라이(Святой Николай)가 죄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옹호자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자동차 수리 전문가인 그가 정작 자신의 상황과 인생은 전혀 수리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니콜라이를 비롯한 평범한 개인들이 권력에 대항하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25 [그림 5] 그들을 향한 억압의 양상은 훨씬 복잡하며 전 방위적이다. 이제 상류층에 위치한 권력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떤 것도 니콜라이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림 5]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니콜라이의 아들 13) 이 바라보고 있는 괴물과도 같은 거대한 고래 뼈와 파도는 니콜라이가 맞이해야 할 가혹한 삶을 나타내는데, 이처럼 자연에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괴물의 형상은 인물들 이 변화 혹은 배신하는 모습에서는 비가시적이지만, 더욱 잔인하게 느껴진다. 전작 ꡔ옐레나ꡕ 14) 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가족조차도 의지할 수 없는 13) 즈뱌긴체프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반복되는 테마는 가족 의 테마다. 그는 세 편의 전작에 이어서 리바이어던 에서도 가족의 붕괴를 기반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14) 2011년 7월에 공개된 즈뱌긴체프의 영화 옐레나 는 그의 전작 귀향 과 추방 에 이어서 일종의

126 제30권 4호 2014년 상황이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교와 권력 간의 문제가 개입되면서 사회 각층에 퍼져 있는 괴물 같은 존재의 섬뜩함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명의 신부와 교회 내부의 성상화는 전혀 구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며 15), 주교는 오히려 시장과 결탁하여 권력에 의지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자신이 마주한 현실에 좌절한 니콜라이가 상점 앞에서 만난 또 다른 평신부는 성서의 욥기를 그대로 옮기면서 니콜라이에게 공허함만을 안겨줄 뿐이다. 전체적으로 감독은 노출-설정 쇼트-사건 전개라는 전통적인 영화 편집 문법 을 따르고 있지 않다. 니콜라이를 둘러싼 상황이 매우 급박해서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사건으로 묘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때로는 점프 컷, 때로는 맥락을 무시하고 대상에 바로 접근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오히려 관객의 뇌리 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의 결말 부분이다. 이 부분이 영화의 시청각 언어가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지점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영화의 결말은 매우 파괴적이다. 마침내 니콜라이의 집을 빼앗은 시장은 그의 집을 철거하도록 지시한다. 오랫동안 니콜라이의 안식처였던 집은 매우 파괴적으로 철거되는데, 카메라는 실내와 실외에 동시 에 위치하면서 마치 거대한 괴물이 침입하듯이 외부에서 창문을 깨고 집안으 로 들어오는 불도저를 포착하고 있으며, 미리 실내에 위치한 카메라는 정면에 서 살아있는 괴물이 포효하는 듯한 불도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외부에 위치한 카메라는 불도저의 측면에 위치하면서 외부 침입자로서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불도저를 근접 촬영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설정 쇼트로 니콜라이 집 전체가 파괴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카메라는 집이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집안 내외부에서 집요하게 이 장면을 물리적 또는 추상적 경계를 중심에 놓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서와 신화의 모티프를 주로 사용했던 전작에서와는 달리 영화 옐레나 는 모스크바로 추정되는 현대 러시아 도시 중심부 와 그 주변의 공간적 대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한 여인이 사회-경제적인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주된 서사는 주인공인 옐레나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움직 이지 않는 대상을 포착하여 화면에서 서늘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롱테이크와 같은 형식적 인 특징은 러시아 작가주의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다. 카메라가 역동적인 움직임보다는 정 적인 대상을 주목하고 강조하기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서늘하고 우울하며, 바로 그러 한 분위기는 옐레나 자신의 내면이기도 하다. 15) 영화사에서 대표적인 구원의 상징이 전혀 구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장면을 가장 빼어나게 묘사한 작품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 (1925)이다. 이 영화에서 수병 바쿨린추크가 고개 를 숙였다가 올리는 순간 삽입되는 십자가를 비롯한 구원의 상징들은 억압받는 수병들에게 구원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27 추적하고 있으며, 일체의 인공적인 음향 효과를 배제하고 있다. 실제로 집이 부서지는 소리가 파괴성을 배가시키면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집을 파괴하는 불도저는 리바이어던 이라는 괴물의 또 다른 가시적 표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즈뱌긴체프는 이 마지막 장면을 특히 매우 파괴적으로 묘사하 고 싶었다 고 언급했다. 주인공의 출구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마지막에 관객들 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었기 16) 때문이다. 즉 니콜라이를 조금씩 몰락시키는 데 일조하는 주변 인물들이 리바이어던 의 비유라면, 이 불도저는 리바이어던 의 파괴성을 좀 더 직접적이고 물리적 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파괴된 니콜라이의 집은 화려하게 건축된 교회 지붕 장식과 극명하 게 대비된다. 게다가 그곳에서 설교하는 신부의 이야기와 그것을 경청하는 듯한 시장의 모습은 리바이어던 의 모습에 다름 아닌, 권력의 위선과 그것에 영합하는 성직자의 추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서 사용된 음악은 필립 글래스의 작품이다. 그의 음악이 화면에서 시각적 묘사와 어우러져 더 풍부한 표현력을 과시하는 데, 그것은 이 음악이 힘이 넘치면서도 작은 음들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7) 여기서 여주인공인 니콜라이의 둘째 부인 릴리야로 되돌아가보자. 그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모호한 인물이다. 우선 그녀가 니콜라이의 친구인 디마와 왜 불륜 관계를 맺었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다. 시골 생활의 단조로움 때문이었 는지, 아니면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니콜라이와의 생활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또 그녀가 자살했는지, 타살인지, 아니면 사고로 인해서 죽은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즉 그녀는 니콜라이가 파멸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인과관계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16) 아주담담 녹취록. 17) 이와 관련하여 즈뱌긴체프는 필립 글래스는 미국 출신의 천재적인 작곡가다. 주로 오페라 무대를 위한 작업을 많이 했다. 제일 유명한 것은 1983년 오페라를 위해 작곡한 이집트 파라오 이야기 아크나텐 이다. 리바이어던 에 이 음악을 2곡 구입해서 사용했다. 오프닝에 Akhnaten s Reign, 엔딩에 The Ruins 을 사용했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쓴 것은 옐레나 ( Symphony No.3 )에 이어 두 번째다. 그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한 것은 아니고, 음악을 구입해서 쓴 경우다. 옐레나 이후에 내 영화를 위해 영화음악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이번 경우는 기존의 곡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쓰기로 했다. 다음에는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 영화를 만들면서 음악이 같이 나와야 하는데, 서로 시간 조율이 쉽지 않았다. 같이 하자고 말했지만,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매우 영화적 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힘이 넘치고 표현력이 대단하면서도, 동시에 작은 음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마치 영화언어와도 같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http://www.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 view.asp?mi_id=mi0100671287 (검색일:2014.12.04).

128 제30권 4호 2014년 의미적 공백 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릴리야라는 캐릭터의 모호함을 서사의 결함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적 공백으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영화의 동력이 치밀한 서사 전개보 다는 괴물처럼 보이는 고래 뼈, 파도가 몰아치는 서늘한 분위기의 바닷가 절벽, 그리고 니콜라이 집의 충격적인 파괴 등과도 같은 스펙터클에 대한 카메라의 감출 수 없는 매혹에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그녀가 행하는 작업 장면, 즉 적나라하게 해체되는 날 것 그대로의 생선과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녀의 내면을 대비시키면서 캐릭터의 모호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장에서 자동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머리가 잘린 수많은 생선의 클로즈업이 자아내는 공포감과 잔인함은 릴리야 등 니콜라이를 배신하는 인물들의 괴물과도 같은 집단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으며, 여기서 니콜라이를 배신한 릴리야의 행동에 구체적인 동기를 부여할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3. 캐릭터 묘사와 서사 전개 이 영화의 서사는 두 개의 중심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초반에는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사건이 전개될수록 균형은 사라진다. 여기서 두 개의 중심축은 당연히 니콜라이와 시장 바딤이다. 영화 초반부에 니콜라이에게는 가족과 마을 친구 부부,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내려온 군대 친구 디마가 함께하 고 있어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성직자들도 이미 포섭한 바딤과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니콜라이와 바딤 사이를 연결하던 서사의 선은 사건이 진전되면서 여러 선으로 얽히게 된다. 디마와 니콜라이의 부인인 릴리야가 서사의 또 다른 축이 되고, 디마와 바딤도 또 다른 서사의 선으로 연결된다. 또 니콜라이 의 마을 친구 부부와 니콜라이, 그리고 릴리야 간의 선도 서로 신뢰가 무너지면 서 이전에는 없었던 미묘한 긴장의 선이 형성된다. 이렇게 서사의 여러 선이 니콜라이와 바딤 사이를 연결하는 중심선과 얽힘 으로써, 초반부에 직선이었던 이 두 인물 간에 존재하던 서사의 선은 곡선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서사의 선이 곡선이 되었다는 것은 인물들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니콜라이와 바딤을 연결하는 중심선 사이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29 에서 형성되는 기타 인물들 간의 선들은 결국 시장인 바딤 쪽으로 중심 이동하 는 결과를 낳게 되며, 종국에는 니콜라이와 나머지 인물들 간의 단일한 선으로 환원된다. 즉 초반에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던 소시민 니콜라이와 권력자인 바딤 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힘의 균형추가 바딤 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부분에서 곡선이 되었던 서사의 선은 다시 직선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주인공인 니콜라이의 캐릭터가 다층적인 점도 지적해야 한다. 그는 구약 성서의 욥기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성서적인 캐릭터이고, 홉스의 동명 저서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사회학적인 캐릭터이며, 바딤으로 대표되는 권력에 대항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캐릭터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현실적 인 캐릭터이다. 이러한 다층적인 캐릭터는 서사 전개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서로 연결되기 도 하지만, 영화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부가 상점 앞에서 공허하게 욥기의 내용을 니콜라이에게 이야 기할 때, 그의 말과 음성은 출구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니콜라이에겐 공허하게 들릴 뿐이며, 마지막 장면에서 화려하게 장식된 교회 안에서 신부가 신의 존재에 대한 진리를 강조할 때, 그리고 교회 앞에서 신앙이 깊은 신자처럼 바딤이 신부와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천진난만한 표정의 그의 아들이 듣고 있을 때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리바이어던 의 현대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홉스가 자신의 저서 ꡔ리바이어던ꡕ에서 주권자인 통치자의 절대적인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주권자가 신민의 이익을 크게 침범할 경우 신민의 저항 권을 인정하였으며, 신민들이 저항할 경우 통치자가 군대를 동원해 짓밟아 버린다면 신민들은 혁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18) 이라고 주장한 바와 같이 이 영화에서도 니콜라이는 자신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게 되자 저항을 18) 은은기, 고전 다시 일기 :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에 대한 제평가, 대구사학 (대구: 대구사 학회), Vol. 100 (2010), pp. 713-714. 이 경우 오로지 공포와 고독과 가난과 험악함과 잔인성만이 존재하는 내란이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내란 상태에서 신민들이 겪는 고통은 나쁜 통치자의 학정 에서 당하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러므로 나쁜 통치자들의 학정을 참는 것이 혁명을 감행하여 초래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것이 홉스의 생각이다. 이 점에서 사실 그는 청교도 혁명 에 대해 탐탁지 않게 봤다고 할 수 있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익을 보장하는 것을 제일 중요한 목표로 삼았을지라도 그것을 실현할 방법에서 절대왕정의 악정을 사실상 묵인하 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홉스가 개인의 저항권을 분명히 인정한다 할지라도 사실상 그 실효성은 의문시되는 것이다.

130 제30권 4호 2014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개인과 권력의 관계가 정치적인 측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즈뱌긴체프가 옐레나 에서부터 TV 방송을 주인공의 캐릭터 묘사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옐레나 에서 여주인공이 혼자 거실에 있을 때 그녀가 주로 보는 방송은 행복한 결혼 생활 혹은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것이었다. 여주인공이 혼자 있을 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 방송은 남편 재산에 의지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여주인공의 불행한 내면을 나타내는 것이다. 영화 리바이어던 에서도 이러한 표현 기법은 니콜라이의 정치적인 캐릭 터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반푸틴, 반체제 성향의 러시아 여성 펑크그룹 Pussy Riot 19) 의 노래가 TV를 통해서 방송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련 및 러시아의 지도자 들 사진을 직접 등장시킨 것은 니콜라이가 러시아 정치 체제하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에 대해 감독이 제시하는 일종의 논평에 다름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인 킬 도저 사건을 모티프 로 제작됐다는 것은 감독 스스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흥미로 운 점은 감독이 이 사건에서 킬 도저 의 역할을 영화에서 역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화에서 킬 도저 는 자신의 집이 몰수당하는 것에 대항하여 미국인 청년이 도시 건물을 파괴하는 데 사용한 불도저였지만, 영화에서 킬 도저 의 이미지는 반대로 주인공 니콜라이의 집을 파괴하는 불도저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실화에서 권력에 대항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된 파괴하는 기계의 이미지가 영화에서는 개인에 대한 권력의 파괴적 억압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즈뱌긴체프는 실화에서 들은 이미지를 서사 전개에만 아니라 영화 언어 사용에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19) 러시아의 반푸틴, 반체제 여성 펑크그룹 Pussy Riot 에 관해서는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기 바람.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40350&cid=43667&categoryid=43667 (검색일: 2014.12.20).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31 Ⅲ. 결 론 현지 보도에 따르면, 칸에서 시사회가 끝난 후 이 영화에 대한 평단의 반응 20) 에는 당혹감도 섞여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즈뱌긴체프가 이렇게 급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리라고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는 뿌리 깊은 부정부패, 관리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 불법적 인 국가 사업 동업자들 사이에서 횡횡하는 뒤봐주기,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축성에 나서는 교회 등 현대 러시아의 병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1) 즈뱌긴체프는 이 영화에서 형식적으로는 점프 컷과 관객의 정서에 타격을 강하는 논리적 비약의 편집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동시에 특정 장면에서는 교과서적인 편집과 기존의 영화 언어 문법에 충실하고 있다. 주인공 니콜라이 주변에 존재하는 가시적, 비가시적 리바이어던 을 묘사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사 전개 측면에서도 영화는 치밀하게 각 쇼트를 연결시키고 있다. 초반에 암시되는 문제 설정은 이후에 전개되는 갈등 또는 위기 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즉 니콜라이가 맞이해야 할 거대한 권력의 압력은 영화 초반부에 경찰이 그에게 자연스럽게 무료 자동차 수리를 요구하면서 예고된 다. 경찰의 일상화된 이러한 요구는 니콜라이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경찰에게는 일상적인 것이다. 게다가 수리를 하는 일 이 직업인 니콜라이가 정작 자신의 상황을 수리하지 못한다는 것 은 아이러니하다. 구체적인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걸작이 그러한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개별 묘사 수준에서 보편적 일반화 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22)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20) 이 작품은 영국의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 (Sight & Sound)가 선정한 2014년도 최고의 영화 25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되었다. http://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602767 5 (검색일: 2014.12.04). 21) http://rg.ru/2014/05/25/kann-site.html (검색일: 2014.12.03). 22) 에이젠슈테인은 예술 묘사의 이러한 일반화 예를 고대 인도 미니어처에서 찾았다. 처녀들과 그들 의 흩날리는 옷이 모여 있는 외형을 살펴보라. 이 모든 모습과 디테일은 코끼리의...윤곽과 실루엣 에 일치되는 외형을 따라 모여 있다! 이 놀랍고도 그 속성상 유일한 예는 우리에게 일반화가 구체 적으로 묘사적인 법칙의 전제조건으로부터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리고 심지어 아직 전혀 정화된 형태가 아닌 채로도 그것은 구성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몽타주 (진주: 경상대 출판부, 2007), pp. 85-90.

132 제30권 4호 2014년 상황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ꡔ리바이어던ꡕ은 최초의 장편영화 두 편 이후 ꡔ옐레나ꡕ에서 더 구체화 되었던 즈뱌긴체프의 주제를 다시 확장시켰다. 23) 영화 잡지 ꡔ스크린ꡕ은 이 영화에서 행위의 배경으로 설정된 차갑고 푸른빛으로 물든 러시아 북부 지방 풍경은 영혼을 얼어붙게 하는 듯하다 고 평가했다. 24)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에 착안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즈뱌긴체 프는 개인과 권력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모티프를 넘어서서 성서와 고전을 아우르는 주제를 포괄하고 있으며, 개별적 묘사와 일반화, 그리고 빼어난 시청각적 묘사로 영화 언어 측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성취하였다. 그는 주제 와 형식 측면 모두에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한 편의 시적 서사와도 같은 비극적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23) 즈뱌긴체프의 최초 두 작품에 대한 연구로는 이희원, PICTURES-PHOTO-ANGLE: 안드레이 즈뱌 긴체프의 영화미학과 의미구조 = Картина - Фото - Ракурс: Киноэстетика и смысловая структура в фильмах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슬라브학보, 제24권, 제2호 (서울: 한국슬라브학회, 2009)를 참고 하기 바람. 24)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을 풍경과 관련하여 즈뱌긴체프는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구글 지도로 시베리아의 하카시야 지역을 살펴보다가 작은 어촌 테레베르카라는 곳을 찾게 되었다. 촬 영감독, 미술감독과 함께 가서 사흘 동안 살펴봤다. 아,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주인 공 니콜라이의 집을 장식하고 만들게 되었다. 또 북해에 가서 봤더니, 엄청난 바다와 산이 있었다. 그때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결정되었다. 니콜라이의 집과 자동차 정비소, 마당은 원래 하나 도 없었다. 실제로는 황폐한 곳인데, 전부 영화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흰색 고래 뼈도 25미터짜리인데, 스틸로 만든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제작해서 북쪽으로 옮겼는데, 무게는 0.5 톤이고 4개로 나누어서 촬영장소로 옮기는 데만 2, 3일 걸렸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고래 뼈 사진을 봤다. 굉장히 인상적이라서 그것을 영화에 꼭 활용하고 싶었다. 이번에 작업할 때 미술감독과 촬영 감독에게 쓰고 싶다고 의논했다. http://www.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i_id= MI0100671287 (검색일: 2014.12.04).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33 참고문헌 영화 리바이어던. 2014 부산국제영화제 상영본 영화 귀향 (2003) DVD 영화 소나티네 (1993) DVD 영화 옐레나. 2011년도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상영본 영화 오랫동안의 행복한 삶. 2012년도 베를린국제 영화제 상영본 영화 추방 (2007) DVD 영화 하나비 (1997) DVD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대담 아주담담. 2014.10.08.15:00. 에이젠슈테인, 세르게이. 몽타주. 진주: 경상대 출판부, 2007.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카탈로그. 2014 부산국제영화제. 은은기. 고전 다시 읽기: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에 대한 재평가. 대구 사학. 대구: 대구사학회, 2010. 이희원, PICTURES-PHOTO-ANGLE: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미학과 의 미구조 = Картина - Фото - Ракурс: Киноэстетика и смысловая структура в фильмах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슬라브학보, 제24권, 제2호. 서울: 한국슬라브학회, 2009. Клейман, Наум. Алгебра и метафизика: о кинематографе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Дыхание камня, Мир фильмов Андрея Звягинцева. М.: Новое литератур -ное обозрение, 2014.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48451 (검색일: 2 014.11.10). http://www.kinopoisk.ru/film/225011/ (검색일: 2014.11.06). http://www.kinopoisk.ru/film/225011/ (검색일: 2014.11.06). http://www.kinopoisk.ru/film/501958/ (검색일: 2014.11.06). http://www.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i_id=mi01006712 87 (검색일: 2014.12.04). http://rg.ru/2014/05/25/kann-site.html (검색일: 2014.12.03).

134 제30권 4호 2014년 http://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6027675 (검색일: 2014.12.04).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0/05/0200000000akr20141005043 300005.HTML?input=1179m (검색일: 2014.12.03).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연구 홍 상 우 135 Abstract A Study on the Andrei Zviagintsev's Film Leviathan Sang Woo Hong In Leviathan, which director Andrei Zviagintsev has described as a loose retelling of the Book of Job, an ordinary man must wrestle with his faith not in God but in the Russian state an epic struggle against a monster with many faces possessed of the capacity to bend the law to suit its own appetites. Resistance is futile, as they say, and yet this stunning satire s embattled patriarch valiantly perseveres for the sake of his family, even as it crumbles around him. Its large ambitions are discernible from the bold, extended opening sequence, as Philip Glass s music accompanies striking Scope images of a massive mountainous coastal landscape strewn with the skeletal remains of rotting boats. It s hard to tell this is summer in the far north whether it s dusk or dawn as a man leaves his house and drives through the tundra to a station where he meets another man. Only rather later do we discover why Dmitrii(Vladimir Vdovitchenkov) has come to visit Kolia(Aleksei Serebriakov), his attractive young second wife Lilia(Elena Liadova) and his teenage son from his previous marriage, Roma(Sergei Pokhodaev): Shelevyat(Roman Madianov), the local mayor, has slapped a compulsory order on Kolia s family home, offering risible compensation for the prime site where he plans to build something that will be to his own personal advantage. Dmitrii, an old army friend of Kolia, is now a hotshot lawyer living in Moscow, and he s gathered some highly incriminating evidence which he believes will force the mayor to back down, notwithstanding the verdict of an inevitably corrupt court.

136 제30권 4호 2014년 In Zviagintsev s former films, from 2003 Venice Film Festival winner The Return to Elena, the helmer meditatively held certain shots to the brink of patience. With the exception of this drawn-out courtroom scene, which he plays for absurdist comedy, and a few extended driving sequences, Leviathan typically moves much faster, covering far more ground over the course of its densely packed narrative. 25) 홍상우 sawhong@hanmail.net / 010-8060-0538 / 관심분야: 러시아 문학, 러시아 문화, 러시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