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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연구 제35집 327~360쪽 2014.11.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1990년대 이후의 미니시리즈를 중심으로- 박노현* 12) <차 례> 1. 환상적 환영( 幻 影 ), 현실의 환영( 歡 迎 ) 2. 학습된 환상, 외화( 外 畵 ) 라는 참고서 3. 계승과 모방, 고전적 동양과 현대적 서양 4. 초능력과 타임슬립, 한국 환상물의 망탈리테(mentalites) 5. 신( 神 )과 별( 星 ), 환상 너머의 현실 [국문초록]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은 비현실적 세계의 시청각적 재현으로 성립한다. 한국의 텔 레비전 드라마에서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환상물은 크게 1990년대를 기점으로 갈린다. 1980년대까지는 주로 기담괴설에 기댄 <전설의 고향>이 텔레비전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한국적 환상물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텔레비전에는 다른 국적의 환상물이 엄존하고 있었다. 그것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외화 시리즈이다. 1980~90년대의 외 국 드라마는 현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을 막론하고 한국 드라마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일 종의 참고서와도 같았다. 외국의 드라마가 현란하게 재현하는 극적 사건과 세계에 대한 학습 은 곧 한국 드라마 스펙트럼의 확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의 추이는 실험(1990년대)과 안착 (2000년대)과 확산(2010년대)으로 요약된다. 이는 1980년대까지의 레퍼토리를 저본으로 한 혼융, 즉 <전설의 고향>을 요체로 하는 동양적/고전적 환상의 계승 과 일련의 외화 시리 즈에 대한 학습을 거친 서양적/현대적 환상의 모방 이라는 문화적 혼종의 결과였다. 이러한 계승과 모방을 통해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은 <M>이 방영된 1994년으로부터 <미스터 백>이 방영되고 있는 2014년 현재에 이르는 20여 년 동안 미니시리즈 51편과 단 막극 시리즈 8편 등이 제작되고 방영되었다. *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328 한국학연구 제35집 총 59편에 달하는 1990년대 이후의 환상물 연표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적인 것이 지닌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① 지상파와 케이블을 망라한 환상물의 보편화, ② 환 상의 화소로서 인간 과 시간 에 대한 유다른 선호, ③ 유형으로서의 초능력 과 타임슬립 의 강세, ④ 현실과 전혀 다른 2차 세계의 부재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환상물은 창작과 제 작 그리고 방영과 시청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난제로 인해 생면부지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 는 2차 세계의 창조보다는 현실 세계의 인간과 시간을 통해 발생하는 국지적 환상의 창출에 주력해 온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적 환영은 현실의 부재와 상실을 치유하는 극적 상상으로서 현실에서 면면히 환영받고 있다. [주제어] 텔레비전 드라마, 환상(성), 현실과 환상, 계승과 모방, 학습된 환상, 외화 시리 즈, 고전적/동양적 환상, 현대적/서양적 환상, 역사적 만일, 비현실, 초현실, 반현실, 비인간 /초인간/반인간, 시간여행/타임슬립/타임루프, 현계/이계/외계, 2차 세계 1. 환상적 환영(幻影), 현실의 환영(歡迎) 환상(幻想, fantasy)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배면(背面), 즉 언제나 현실을 저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닮아있다. 범상치 않은 복 장의 영웅은 대개 인간의 형상으로 등장하고, 시간을 거스르는 모험은 항상 시간의 선조성을 전제로 하며, 기상천외한 이계(異界)나 외계(外界)에서 인 간 사회와 유사한 법과 제도를 찾아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은 실제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인간과 시간과 공간 속에 마 련된 사건(현상) 혹은 세계를 상상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의 영역에 머문다. 결국 환상은 모순으로서 존재한다. 현실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현 실에 복속되지만, 현실로만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현실로부터 탈주하기 때 문이다. 그런데 비현실로서의 환상은 현실에 대해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은 현실이 아님 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자체로는 현실에 대해 어떠한 시비(是非)의 태 도도 뚜렷이 나타내지 않는다. 이에 반해 초현실 혹은 반현실이라는 기표는 의미심장하다. 초현실과 반현실은 각각 현실에 대한 초월 내지는 저항 의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초월과 저항은 상실과 부정으로부터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29 비롯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초현실과 반현실은 현실에서의 상실과 부정에 직면하여 표출되는 현실 극복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환언하자면 환상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건과 세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결핍을 보충하려는 역설의 카타르시스에 다름 아니다.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무엇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인지에 대한 각 시대의 공통된 인식들에 한정했을 때, 환상적인 텍스트 속에서 작자는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1) 토도로프의 환상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는 환상적인 것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시사이다. 환상은-작가의 입장에서이건 독자의 입장에서 이건-항상 현실을 낯설게 한다. 작가는 애초부터 현실의 논리와 합리로는 해석 불가능한 사건과 세계의 묘사를 작정하고, 독자 역시 그러한 사건과 세 계와의 대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당대적 에피스테메 속에서 쉽사리 납득하 기 어려운 사건과 세계에 대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공모가 이루어지는 셈이 다. 서사를 둘러싼 작가와 독자의 이러한 협업은 그것이 환기시키는 해방감 에서 비롯된다. 환상이 독자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해방 시킴으로써 충격적 이고, 매혹적이며, 만족을 준다. 2) 는 흄의 진단은 이를 대변한다. 이러한 환상은 현실과 더불어 이야기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오랜 세계관 으로서 존재해왔다. 그것은 설화로 통칭되는 신화와 전설과 민담으로부터 중 세의 기사담과 괴기담을 거쳐 다양한 미디어와 결합한 현대의 대중서사에 이 르기까지, 현실을 저본으로 하되, 현실적이지 않지만, 현실을 보충하는 서사 로서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이루어왔다. 특히 현대의 환상서사는 미디어의 발 달에 힘입은 드라마와 결합하여 불가사의한 사건과 세계의 재현을 2차원에 서 3차원으로 확장시켰다. 현실에서는 결코 발생할 수 없는 사건과 세계와의 대면이 개별적 독서뿐만 아니라 집합적 관람으로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1) Tzvetan Todorov, 최애영 역, 환상문학 서설, 일월서각, 2013, 70쪽. 2) Kathryn Hume, 한창엽 역, 환상과 미메시스, 푸른나무, 2000, 55쪽.

330 한국학연구 제35집 환상의 시청각적 재현, 즉 환상의 영상화라는 편폭의 확장은 먼저 영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거친 흑백의 화면에 그저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담아낸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을 보고 혼비백산 하던 관객들이 그로부터 불과 7년 후 당시로서는 황당무계한 공상에 지나지 않았던 외계와 외계인을 다룬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을 아무렇지 않게 관람하고 있었다. 3) 영화에 이어 환상의 시청각적 재현에 동참한 것은 텔레비전 드라마였다. 기계식 측정 장치인 오디미터 (audimeter)로 인해 텔레비전의 프로그램별 시청률 조사가 가능해진 1950년 대의 집계를 살펴보면, 4) 당시 미국의 3대 지상파 방송사(ABC CBS NBC) 에서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짤막한 환상적 에피소드를 시리즈(series)로 방영 했던 CBS의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은 드라마 중에서 4위, 전체 프 로그램 가운데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다. 5) 그리고 영화 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환상의 시청각적 재현은 미디어에 구애받지 않고 흘러넘칠 정 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야흐로 환상적 환영이 현실에서 환영받는 시 대가 도래한 셈이다. 환상의 이러한 득세는 최근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양상으 로 나타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텔레비전 드라마의 서사가 펼쳐지는 주요 한 두 개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상당히 오랫동안 현실에 경사( 傾 斜 )되어 있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시간여행이나 우주탐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영해왔고, 6) 2010년대인 현재에도 여전히 용과 마법 내지는 인간 대 좀비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가 꾸준한 인기를 구가 3) 최초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은 1895년 작, 역시 최초의 환상영 화로 불리는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은 1902년 작이다. 4) http://www.tv.com/shows/decade/1950s/ 5) 1950년대를 기준으로 1위는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딜론 보안관(Gunsmoke)>, 2위는 추리에 능 한 변호사를 등장시킨 <페리 메이슨(Perry Mason)>, 3위는 가족시트콤인 <왈가닥 루시(I Love Lucy)>로 모두 CBS에서 방영되었다. 6) 각각 1963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영국 BBC의 <닥터 후(Doctor Who)>와 1966년부터 방영된 NBC의 <스타트렉(Star Trek)>이 대표적이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31 하는 서양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비하면, 7) 한국의 그것은 주로 현재(당대)에 기반한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 아니면 과거의 사서( 史 書 )에 기초 한 역사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1990년대로 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한국에서도 환상적 사건과 세계가 텔레비전 화면을 서서히 점유해오고 있다. 이 글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감지되는 이와 같은 환상의 점진적 확 산에 주목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의 구현은 <전설의 고향>이라는 예외적 기담괴설( 奇 談 怪 說 )이 유일무이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어 현실 불가능한 환상이 간헐적으로 형상화되면 서 200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2010년대인 현재에 이르면 일종의 유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급격하고도 뚜렷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역사에 있어서 환상이 텍스트를 지배하는 주요한 화 소( 話 素 )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미니시리즈에 대 한 사적 일별에 치중하려 한다. 대략 20여 년 사이에 산포되어 있는 환상물 에 대한 다양한 인덱스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적인 것 의 현재를 가늠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2. 학습된 환상, 외화( 外 畵 ) 라는 참고서 환상의 영상화는 두 가지 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비현실성과 시청각성이다. 즉 영상문학에서 환상은 비현실적 세계의 시청각적 재현을 통 해 이루어진다. 당연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이란 비현실적 사건이나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가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듣는 화면으로 재현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환상적인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과 시간과 공간의 총합 중에서 부분 내지는 전체에 비현실적 요소가 틈입하면서 발생한다. 그 7) 2014년 현재 시즌제 시리얼(serial)로 4년째 방영되고 있는 HBO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과 AMC의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가 그것이다.

332 한국학연구 제35집 리고 그러한 세계는 다시 그것이 실제 현실과 어느 정도의 친연성을 유지하 고 있는가에 따라 구별된다. 환상이 현실의 질서를 따르는 세계에서 국소적 으로 발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실의 상식선이 통용되지 않는 제도와 규율에 의거한 전혀 다른 세계(2차 세계) 그 자체로 구현되는가 8) 에 따라 각기 특수 한 환상과 보편적 환상이 지배적 세계관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현실과 환상 가운데 유독 현실에 치중해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비현실적 세계의 시청각 적 재현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환상물은 <전설의 고향> 정도가 전부였다. 1977년 KBS에서 <마니산 효녀>를 시작으로 해서 1989년 <외장녀>에 이르 기까지 12년간 총578회의 시리즈로 방영된 <전설의 고향>은 귀담( 鬼 談 ) 위 주의 설화를 소재로 하여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이른바 납량특집 의 대명사 가 되었다. 이후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후반에 걸쳐 일종의 개정 및 증보된 시리즈가 제작될 정도로 <전설의 고향>은 말 그대로 한국 환상물의 전설 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설의 고향>을 제외하면 이때까지 이 렇다 할 환상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과 관련된다. 텔레비전 내부적 요인으로는 드라마의 생산을 둘러싼 제작 환경을 꼽을 수 있다. 환상적 사건과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는 현실에 기반한 그것에 비해 다소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현 실의 논리와 합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세계를 그럴듯하게 재 현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자체의 논리와 합리를 별도로 설정해야 하고, 이를 다시 시청각적으로 표현하려면 동시대를 화면에 옮기는 것에 비해 유다른 분 장과 효과와 세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외부적 요인으로는 드라마 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청 환경이 꼽힌다. 영화가 공공의 장소인 극장에서 외부와 차단된 제의적 시간(ritual-time) 동안 관람되는 반면, 텔레비전 드라 마는 가정의 잡다한 혼잡이 뒤섞인 일상적 시간(ordinary-time)에 시청된다. 8)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와 환상(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대중서사의 표상체계와 매체역학팀 세미나 발표문, 2014.9, 10쪽.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33 그렇기 때문에 텔레비전 안팎 세계의 극명한 차이로 인해 고도의 몰입과 집 중이 필요한 화면보다 상대적으로 흘끗보기(glance) 가 용이한 시의적( 時 宜 的 ) 화면이 선호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적인 것의 부재는 그것의 국적성 또는 생산지에 국한해서만 유효한 진술이다. 위와 같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텔레비전에 환상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설화에 기댄 귀담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환상을 상상하기 시작 한 1990년대 이전에도 엄연히 환상적 이야기들이 화면에 적잖게 산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국의 화면이라는 우회로를 거쳐서 가능했다. 영화의 국적 을 가름하는 방화( 邦 畵 ) 와 외화( 外 畵 ) 등의 사멸해가는 단어가 시사하듯 텔레비전에서도 KBS의 <명화극장>이나 MBC의 <주말의 명화> 등과 같은 외화 및 시리얼/시리즈로 제작된 외국의 드라마는 편성에서 적지 않은 비중 을 지닌 레퍼토리였다.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당시의 외국 드라마는 주로 미국에서 제작된 것이었 다. 이러한 드라마들은 규모와 물량에 있어서 한국의 그것과는 현저히 달랐 다. 한국에서는 흑백으로 방영되었음에도 인권을 둘러싼 흑( 黑 )과 백( 白 )의 명 암을 뿌리 깊게 각인시켰던 <뿌리(Roots)>(ABC/1977, TBC/1978) 9) 를 위시 하여 탁월한 과학 지식으로 초인적 범인( 凡 人 )의 면모를 보여준 <맥가이버 (MacGyver)>(ABC/1985, MBC/1986), 인간과 대화하는 슈퍼카와 전투기를 능가하는 헬리콥터를 내세운 <전격Z작전(Knight Rider)>(NBC/1982, KBS/1985)과 <출동! 에어울프(Airwolf)>(CBS/1984, MBC/1985) 등의 드라 마가 보여준 스펙터클은 차라리 영화에 가까웠다. 이러한 일련의 미국 드라마 가 선보인 화면은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선진( 先 進 ) 의 표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진의 표상 중에는 환상적인 것이 병존하고 있었다. <브이 (V)>(NBC/1983, KBS/1985), <환상특급>(CBS/1985, KBS/1986), <엑스파 9) 제목에 부기한 괄호 안의 정보는 각 시리즈의 최초 방송사와 방송년도, 한국 방송사와 방송년도이다.

334 한국학연구 제35집 일(The X-Files)>(FOX/1991, KBS/1994) 등이 여기에 속한다. <브이>는 친 선을 가장하여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 방문자들(Visitors)에 맞서 승리 (Victory)를 쟁취하기 위한 지구인들의 저항을 그린 시리얼이다. <환상특급> 은 다양한 환상적 사건과 세계를 옴니버스로 담아낸 단막극 시리즈이고, <엑 스파일> 역시 비현실적인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FBI 요원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하는 시리즈이다. 아직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인 1980~90년대 에 걸쳐 방영된 이러한 미국 환상물들은 현재의 텔레비전 드라마 문화에서 심심치 않게 명멸하는 팬덤(fandom)의 시원( 始 原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주5일제가 정착되기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휴일로서의 주말 은 토요 일 오후부터로 감각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요일 오후 1시 MBC에서 방영되었 던 <에어울프>와 <맥가이버> 등과 같은 일련의 외화 시리즈는 주말의 시작을 알리 는 상징적 콘텐츠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거의 고정적으로 편성되어오던 미국 의 외화 시리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일요일 심야-정확하게는 월요일 자정 이후 -시간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10) 한국에서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미국의 드라마였다 는 것은 상징적이다. 인용에서 예시한 드라마가 비록 환상물은 아니지만 이 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노동에서 여가로의 진입을 신호하는 오락물 이 주로 외화 시리즈였다는 것은 한국 콘텐츠의 상대적 빈 곤과 미국 콘텐츠의 절대적 인기를 짐작케 한다. 대중적 호응을 구가하는 프 로그램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의 쏠림은 자연히 화면에 대한 학습효과를 유발시키게 마련이다. 이는 다시 세대론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외화 시리즈가 토요일 오후에서 일요일 심야로 방영 시간 이 옮겨진 2000년대 중반은 곧 1980~90년대에 외국-특히 미국-의 다종다 10)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와 한류 담론, 한국문학연구 45,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2013, 351~352쪽.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35 양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며 자란 세대가 텔레비전 콘텐츠 생산과 소비 의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설가 안정효의 표현에 빗대자면, 영화의 헐리우드 키드 에 버금가는 텔레비전의 이른바 미 드-키드(american drama-kids) 가 출현한 것이다. 외화 시리즈의 편성 시간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한국 콘텐츠의 양적 증가 및 질적 성장이다. 드라마 편성의 적지 않은 시간 을 외국의 프로그램에 할애해야 했던 콘텐츠 빈곤의 시기를 벗어나 이제는 자국의 프로그램으로 주요한 시간대를 채울 만큼 풍성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콘텐츠들은-외국의 그것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시청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로 다양해지고 세련되어졌다.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자의 기호 변화이다. 여전히 미국의 자본과 기 술에 비하면 다소 뒤처지지만 이국의 화면에 성우의 목소리가 삽입된 외화보 다 정서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손쉽게 몰입과 집중이 가능한 자국의 드라마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한국 지상파 방송에서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CSI : Crime Scene Investigation)>(CBS/2000, MBC/2001)의 시간 이동은 한국과 미국 드라마 의 위상 변화를 대변하는 사례이다. <CSI 과학수사대>는 미국에서 여전한 인기를 얻으며 열다섯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장수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는 시즌 1이 MBC를 통해 2001년부터 예의 토요일 오후 1시에 방영되었다. 그 러다가 시즌 3이 종료되는 2003년 9월 20일을 끝으로 <CSI> 시리즈는 일요 일 심야 시간대로 자리를 옮긴다. 11) 스핀오프(spin-off)인 <CSI 마이애미 (CSI : Miami)>(CBS/2002, MBC/2004)가 2004년 5월 9일 12시 30분에 편 성된 이후, <CSI 과학수사대> 시즌 11의 마지막 회가 2012년 11월 4일 자정 에 편성되었고, <CSI 마이애미>의 엔딩 시즌인 시즌 10의 최종회는 2013년 4월 14일 1시 10분에 편성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11) 외화가 MBC의 토요일 오후 1시 편성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토요일 오후 1시 10분 편성으로 시영( 始 映 )했다가 일요일 심야로 종영한 <스몰빌(Smallville)>(The CW/2001, MBC/2004) 시즌 2 가 방영된 2006년이다.

336 한국학연구 제35집 <CSI> 시리즈가 유독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는 일요일-엄밀하게는 월요일 -정파( 停 波 ) 직전의 심야 시간을 메우는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CSI> 시 리즈는 지금도 케이블 방송인 OCN에서 시즌 14까지 방영되고 있지만, 적어 도 지상파 방송에서는 초라한 퇴출을 피할 수 없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족 시청 시간대의 한축을 담당하던 외국 드라마에 가해진 이러한 편성의 홀대는 의미심장하다. 이는 더 이상 외국 드라마에 의 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즉 대체 가능한 볼거리로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적어도 지상파 방송에서는 외국 드라마를 대중적 시청물이 아닌 마니아적 혹은 오타쿠적 시 청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이후 텔레비전에서 토요일 오후 1시라는 상징적 편성 시간을 쟁취한 것은 한국의 드라마였다. 외화 시리즈의 퇴출 이후 한동 안은 국내외 다큐멘터리나 예능 프로그램 등이 해당 시간대를 차지하게 되었 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토요일 오후 1시에서 3시는 주중에 방영된 미 니시리즈 2회분의 연속 재방송으로 할애된다. 이후 지상파 방송3사 공히 이 러한 편성이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외화 시리즈가 주말의 프라임 타임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그것을 시청하던 감각마저 사라지진 않았다. 현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을 망라하여 1980~90년대 외국의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 고급의 참고서였다. 일련의 외화 시리즈 시청 경험은 텔레비전이 드라마를 통해 보 여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사건과 세계에 대한 일종의 학습과도 같았다. 여전 히 한국의 드라마는 주로 가정과 직장으로 대표되는 당대적 사회를 배경으로 이성애와 가족애를 전경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외국의 드라마를 통 해 학습된 다종다양한 극적 사건과 세계에 대한 감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 다. 이는 생산과 소비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결국 동시간대의 편성을 미국의 화면에서 한국의 화면으로 별다른 저항 없이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감각을 사이에 둔 도전과 응전, 즉 방영과 시청에 있어서 양쪽 모두 가 흡족할 만큼 드라마의 스펙트럼이 확장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스펙트럼의 띠 중에는 환상적인 것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37 3. 계승과 모방, 고전적 동양과 현대적 서양 비현실성과 시청각성을 전제로 하는 환상의 영상화가 한국의 텔레비전 드 라마에 하나의 레퍼토리로 안착한 것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이다. 여기서 안착이란 텍스트의 면면함을 일컫는 것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환상물의 등장 은 간헐적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환상물은 느닷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계량적으로만 따져도 2010 년대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까지 방영된 환상물의 편수가 2000년대 전체의 그것을 압도한다. 이러한 환상물의 전에 없던 유행 혹은 득세는 1980 년대로부터 예비되었다가 1990년대의 실험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국이라는 우회로를 통한 학습의 성과였다. 한국의 텔레비전은 1980년대에 다양한 장르의 외국 드라마를 접하게 된 다. 특히 1980년 12월부터 시작된 컬러 방송은 한눈에 보아도 한국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와 물량을 자랑하는 외국 드라마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 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는 한국의 드라마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과 세계 를 다룬 기기묘묘한 드라마들이 있었다. 이는 공포의 극대화를 위해 소등을 하고 온 가족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숨죽이며 지켜보던 <전설의 고향>과 일견 유사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다. 현대의 문명이 마련한 논리와 합리를 극 복하기 위해 종전까지는 그때/거기의 과거라는 당연한 필터를 거쳐야만 하 는 것으로 여겨지던 환상적 이야기가 지금/여기의 현재는 물론 도래하지도 않은 또 다른 그때/거기의 미래를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상적 외화의 이처럼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199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그 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흉내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의 다각화는 동양적 환상과 서양적 환상에 대한 계승과 모방이 혼융된 1990년대를 시발( 始 發 )로 한다. 부연하자면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 상적인 것은 <전설의 고향>이 대표해 온 고전적 귀담의 계승과 <브이>로부 터 <엑스파일>에 이르는 현대적 기담의 모방이라는 문화적 혼종의 결과라고

338 한국학연구 제35집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MBC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M> 12) 과 단막극 시리즈 <환상여행> 13) 은 이와 같은 문화적 혼종이 적용된 환상물이라는 점에 서 주목을 요한다. 미니시리즈 <M>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현대적 환상물의 효시로 꼽 힌다. M은 주인공 박마리에게 깃든 악의 화신이다. M은 그녀가 스스로를 통어하지 못할 때 각성하여 그녀를 지배한다. 주인공의 또 다른 인격이라고 도 할 수 있는 M은 26년 전 마리가 태어나던 병원에서 낙태 수술로 인해 생명을 빼앗기면서 그녀의 몸에 숨어든 영혼으로 밝혀진다. <M>은 낙태라 는 심각한 현실적 사회 문제를 육체가 박탈된 태아의 복수라는 비현실적 설 정으로 에둘러 풀어낸 환상물에 속한다. 10부작 납량 특집 드라마 로 방영된 <M>은 현재에 비하면 조악하지만 당시로서는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특수효과를 동원한 현대적 환상물로서 평균 시청률 38.6%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로부터 대략 2년 후에 방영된 단막극 시리즈인 <환상여행>은 회당 45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두 편씩 묶은 옴니버스이다.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 화자 가 등장하여 시청자를 환상적 사건으로 안내하는 형식을 띤 <환상여행>은 설화가 소멸한 시대의 설화라는 점에서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당 1회씩 선보이는 단막극 시리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환 상여행>은 환상물 가운데 <전설의 고향> 다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많은 회가 방영될 정도로 지속적 인기를 얻은 드라마였다. 이는 편성 시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14) <환상여행>은 상당 기간 동안 당시나 지금이나 주말을 마감하는 일요일의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오후 6시에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15) 12) 이홍구 극본, 정세호 연출, MBC, 총10회, 1994.8.1~30 13) 김균태 인정옥 외 극본, 김정욱 이응주 외 연출, MBC, 총68회, 1996.10.27.~1998.4.15. 14) <환상여행>의 최초 편성은 일요일 프라임 타임인 오후 6시였다. 첫 방송을 시작한 1996년 10월 27일부터 이듬해인 1997년 5월 18일까지는 방송사의 편성 상황에 따라 오후 5시 50분~6시 10분 사이를 오가며 방영되다가, 그해 5월 24일부터 12월 28일까지는 일요일 심야인 오후 10시 35 분~45분으로 시간대를 옮겨 방영되었으며, 1998년 1월 14일부터 마지막 방송인 4월 15일까지는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되었다. 15) 이보다 앞선 1995년 4월 22일부터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테마게임>은 <환상여행>의 전신이 라 할만하다. 1994년 하나의 주제 하에 세 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테마극장>으로 시작해 1995년에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39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M>과 <환상여행>은 현대적 환상의 실험작이 라는 의의를 지닌다. <M>은 영혼 의 복수 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전설의 고향>이 가장 즐겨 사용하던 설정과 닮아있다. 하지만 아득한 과거라는 시공 의 부여를 통해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비현실적 상황의 면피를 꾀하던 종전 의 환상물과 달리 <M>은 지금/여기에서 펼쳐지는 불가사의한 상황을 재현 함으로써 환상적인 것의 편폭을 넓혔다. 이를테면 <M>은 동양적/고전적 설 정과 서양적/현대적 시공의 합작인 셈이다. <환상여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상여행>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더욱 노골적으로 환상적인 것을 표 방하면서 비현실적 사건과 세계를 동시대로 호출해냈다. 그리고 애초부터 그 것은 서양적/현대적 형식과 내용을 따랐다. 미국의 <환상특급>과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世 にも 奇 妙 な 物 語 )>(Fuji TV/1990)의 한국판-정확하게는 아류-인 <환상여행>은 그것이 지닌 독창성에 대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텔레 비전이 다다를 수 있는 환상적 시간과 공간과 인간을 다채롭게 펼쳐놓았 다. 16) 이처럼 한국적 환상에 대한 계승과 외국적 환상에 대한 모방이라는 맥락에서 환상적인 것의 문화적 혼종을 시도한 <M>과 <환상여행>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환상물은 사건과 세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텔레비전을 드나들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는다. 그리고 그것은 경우에 따라 경계 짓기 모호할 정도로 다채로워진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을 가름하는 기준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이 비현실적 세계의 시청각적 재현이다. 이때 비현실의 드라마적 기준은 중 요하다. 텔레비전이 애초부터 보고 듣는 미디어라고 했을 때, 드라마에서 비 현실의 척도-환상적인 것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환상물의 목록 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상이 항상 (당대적) 현실과의 대비 속에서 판정된 이름을 바꾸면서 1999년 11월 22일까지 무려 4년 넘게 이어진 <테마게임>은 비록 개그맨이 연기하 는 드라마 형식의 코미디였지만 에피소드 가운데에는 환상적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였다. <환상여 행>은 이러한 <테마게임>에서 환상적인 것이 특화되어 독립된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다. 16) 텍스트의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M>과 <환상여행>은 다소 의뭉스럽다. <환상특급>과 <기묘한 이야기>와의 친연성이 두드러지는 <환상여행>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M> 또한 서양 공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 및 리처드 도 너의 <오멘(The Omen)>(1976)과 적잖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340 한국학연구 제35집 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상적인 것은 실제 현실이 구상( 具 象 )하는 세계에 대한 반정립(antithese)으로서 걸러낼 수 있다. 그것은 인간(human)과 시간(time) 과 공간(space), 그리고 이의 총합으로 구성되는 세계(world)의 현실/비현실 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환상적인 것은 이러한 [현실의-인용자] 질서로부터 이탈한다. 인간에 대해 비 인간(귀신, 좀비), 반인간(늑대인간, 구미호), 초인간(초능력자, 신)이 등장하고, 과 거나 현재의 시간에 더해 도래하지 않은 미래,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시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로이 오가는 시간을 다루며, 현실 세계에 이계(천국, 지옥)나 외계(우주)가 간섭하는 공간을 그린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는 다시 현실과 관계 맺는 양상에 따라 갈린다. 그것은 보편적 현실에서의 특수한 환상으로서 현실과 연결된 세계이거나 환상이 곧 보편적 현실로 통용됨으로써 오히려 현실과 차단된 세계로 나뉜다. 17) 이러한 프레임에 의하면 <전설의 고향>은 같은 환상물이라도 회별 에피소 드에 따라 환상적인 것의 주된 화소를 달리한다. 예컨대 <전설의 고향> 시리 즈의 대명사와도 같은 구미호 설화는 인간의 형상을 한 여우가 환상의 유일 한 화소이다. 설화의 특성상 시공을 특정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지만 구미 호 설화는 그때/거기의 있음직한 세계를 연결고리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반인간을 통해 환상을 구현해낸다. 반면 구미호만큼이나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은 비인간 내지는 초인간이면서 그들이 기거 하는 세계가 확인할 수 없는 이계라는 점에서-그때/거기의 시간과 공간은 현실적일지언정-인간에 대한 비/초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계 등의 두 가지 화소가 환상의 창출에 기여한다. 한편 드라마의 세계 자체는 현실의 논리와 합리를 따르지만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확인 가능한 역사적 사실을 역사적 만일(historical if) 이라는 17) 박노현, 앞의 발표문, 11쪽.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41 가정( 假 定 ) 아래 형상화한 것 또한 환상물에 포함된다. 역사를 절대적 필연 이 아닌 상대적 우연의 연쇄로 보고, 특정한 과거의 기록된 역사를 가상의 역사로 치환함으로써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의 변곡점( 變 曲 點 )을 살피는 상 상력의 소산인 이른바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 는 아무리 현실의 논리 와 합리를 따르고 있다손 치더라도 부재하는 세계의 현존이라는 점에서 환상 의 범주에 속한다. 18)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이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후 현 재와 같은 민주공화제가 아니라 입헌군주제를 채택했다는 역사적 만일을 토 대로 한 <궁> 19), <궁S> 20), <마이 프린세스> 21), <더킹 투하츠> 22) 같은 드라 마 역시-극적 세계는 비록 현실의 상식선을 따르지만-환상물이라고 할 수 있다. 4. 초능력과 타임슬립, 한국 환상물의 망탈리테(mentalites) 1990년대 이후 2014년 현재까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은 대 략 60편에 달한다. 23) 이러한 환상물의 연표는 몇 가지 기준에 의해 추출되었 다. 첫째, 기간은 1990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로 한정하였다. 앞에서 이 미 언급했듯이 1980년대까지는 <전설의 고향>을 제외하면 마땅히 환상물이 라 칭할 만한 텍스트가 없었기 때문에 현대적 환상물의 효시로 꼽히는 <M> 이 방영된 1994년에서 비교적 가까운 1990년대를 기점으로 삼았다. 둘째, 단막극 미니시리즈 연속극 가운데 미니시리즈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24) 연 18) 대체역사의 환상성에 대해서는 류철균 서성은, 영상 서사에 나타난 대체역사 주제 연구, 어문 학 99, 한국어문학회, 2008, 423~429쪽 참조. 19) 인은아 극본, 황인뢰 연출, MBC, 총24회, 2006.1.11.~3.30. 20) 도영명 이재순 극본, 김수영 황인뢰 연출, MBC, 총20회, 2007.1.10.~3.15. 21) 장영실 극본, 강대선 권석장 연출, MBC, 총16회, 2011.1.5.~2.24. 22) 홍진아 극본, 이재규 정대윤 연출, MBC, 총20회, 2012.3.21.~5.24. 23) 1990년대 이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물 연표는 지면의 말미에 <부록>으로 수록한다. 24) 한국의 시트콤은 텍스트 시간(길이)과 횟수(크기)에 따라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을 넘나든다. 이 가 운데 2개의 에피소드가 주간 단위/60분 내외/30회 이하로 방영된 것은 미니시리즈, 1개의 에피소 드가 일간 단위/30분 내외/30회 이상 방영된 것을 연속극으로 분류하였다.

342 한국학연구 제35집 속극의 경우 아직까지는 환상물로 볼 만한 텍스트가 없다. 문제는 지상파 방 송3사의 <드라마시티>(KBS), <베스트극장>(MBC), <오픈드라마>(SBS) 등과 같은 단막극 시리즈물이다. 이러한 시리즈물은 매 회 서로 다른 사건과 세계 를 다룬다는 점에서 <전설의 고향>이나 <환상여행>과 같은 포맷이지만 제목 에서부터 환상성을 유추할 수 있는 이들과 달리 산포한 개별 텍스트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나 방영 기간과 분량이 지닌 방대함 때문에 전체 시리 즈가 환상을 표방하는 경우가 아니면 논외로 하였다. 셋째, 환상성은 비현실 적 세계의 시청각적 재현이라는 정의에 따랐다. 앞에서도 거듭 언급했듯이 비현실의 범주는 당대적 현실의 논리와 합리-상식선에서는 도저히 해명이 불가능한 사건과 세계로 하되, 명백한 가짜 현재인 대체역사까지 포함시켰 다. 넷째, 각각의 환상물에서 가장 주된 환상의 화소를 현실과의 대비 속에서 인간(H) 시간(T) 공간(S) 세계(W) 혹은 이의 복합으로 기입하였다. 단, 회마다 화소를 달리하는 단막극 시리즈는 제외시켰다. 이러한 프레임에 의해 선별된 환상물은 미니시리즈 51편과 단막극 시리즈 8편으로 총 59편이다. 25) 미니시리즈는 1994년 방영된 <M>을 필두로 2014 년 11월 방영을 시작한 <미스터 백> 26) 에 이르기까지 전체 환상물 가운데 86.4%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편중을 보인다. 미니시리즈가 주로 주중과 주말 밤 시간대를 점유하고, 이로 인해 통상적으로 연속극에 비해 폭넓은 상 상력이 발휘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7) 반 면 단막극 시리즈는 13.6%에 불과하다. 단막극 시리즈는 미국의 <환상특급> 과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와 동궤에 있는 <환상여행>과 1980년대까지 환 상물의 대명사였던 <전설의 고향>의 리메이크가 1990~2000년대에 방영되 었지만, 2010년대에는 지상파 방송에서 모두 사라지고 케이블 방송인 tvn에 25) <안녕, 프란체스카>와 <뱀파이어 검사>처럼 제목과 화소가 같은 시즌제 드라마는 1편으로 보았다. 다만 <전설의 고향>은 해와 회에 따라 각기 다른 제목과 화소를 지닌 단막극 시리즈라는 점에서 별개로 셈하였다. 26) 최윤정 극본, 이상엽 연출, MBC, 총16회, 2014.11.5~ 27) 미니시리즈가 지닌 폭넓은 상상력으로서의 드라마적 유목성에 대해서는 박노현,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휴머니스트, 2009, 244쪽 참조.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43 서 2013년 방영된 <환상거탑>을 통해 가까스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이다. 환상물이 방영된 연대별 통계는 앞에서 지적한 바 있던 실험(1990년대) 안착(2000년대) 확산(2010년대)의 단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니시리 즈와 단막극 시리즈를 망라하여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M>으로부터 1999 년의 <고스트> 28) 까지 도합 10편이 방영되었는데, 이 가운데 기왕의 레퍼토 리였던 <전설의 고향>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간 리메이크된 것을 감 안하면 전혀 새로운 환상물은 <환상여행>까지 포함하여 6편에 지나지 않는 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환상물은 한동안 소강상태였다가 2003년의 <천 년지애> 29) 부터 2009년의 <혼> 30) 까지 모두 14편이 방영되었다. 얼핏 보면 편수에서 1990년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2008년과 2009년의 단막극 시리즈인 <전설의 고향>을 제하고도 12편의 미니시리즈가 새로 선보 였다는 점에서 1990년대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리고 2010년대에 이르러 환상물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10년의 <구미호 : 여 우누이뎐> 31) 에서 2014년의 <미스터 백> 사이, 즉 2010년대가 채 절반도 지 나지 않은 시점인 현재까지 방영된 환상물만 해도 무려 35편에 달한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전체 환상물의 59.3%에 해당하는 수치로, 최근 5년간 방영된 환상물이 지난 20여 년의 그것을 가볍게 추월하고 있다. <표 1> 지상파/케이블 방송사별 환상물 방영 편수 방송사 연대 1990 2000 2010 합계 KBS 5(4) 4(2) 6 15(6) 지상파 MBC 4(1) 8 9 21(1) SBS 1 2 9 12 28) 강은경 극본, 김종학 민병천 연출, SBS, 총16회, 1999.7.6.~8.31. 29) 김기호 이선미 극본, 유재혁 이관휘 연출, SBS, 총20회, 2003.3.22.~5.25. 30) 고은님 인은아 외 극본, 강대선 김상호 연출, MBC, 총10회, 2009.8.5.~9.3. 31) 오선형 정도윤 극본, 이건준 이재상 연출, KBS2, 총16회, 2010.7.5.~8.24.

344 한국학연구 제35집 JTBC - - 1 1 케이블 OCN - - 3 3 tvn - - 6(1) 6(1) TV조선 - - 1 1 <표 1>은 1990년대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환상물 방영 편수이 다. 32) 이는 방송사에 따른 환상물 방영의 추이를 가늠케 해준다. 가장 확연 히 눈에 띠는 것은 2000년대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사이에서 확인되는 편차 이다. 1990~2000년대 지상파 방송3사에서는 20편의 환상물이 방영된 반면, 케이블 방송사의 그것은 전무하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케이블 방송사의 사정에서 비롯된다. 외국의 경우와 달 리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자체 제작 능력의 부족과 콘텐츠의 빈곤으로 인해 주로 국내외에서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재송출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 케이블에서도 4개의 종합 편성채널-이른바 종편 -이 선정되고, 방송미디어의 중요성을 실감한 대기 업이 적극적으로 군소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 및 합병하게 되면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비약적인 증가를 이룬다. <표 1>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2000 년대 전까지만 해도 전무하던 케이블의 환상물은 2010년대 이후 최근 5년 동안 11편으로 같은 시기 지상파까지 포함한 전체 환상물 가운데 3분의 1에 육박하는 31.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 문화자 본이 적극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tvn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33) 지상파 방송3사의 경우 환상물의 전체 편수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한 양상 32) 괄호의 수치는 전체에서 단막극 시리즈가 차지하는 편수로 KBS의 <전설의 고향>, MBC의 <환상 여행>, tvn의 <환상거탑> 등이다. 33) 2006년 개국한 tvn(total Variety Network)은 공연 방송 영화 음악 등을 망라한 종합 문화콘 텐츠 기업을 자임하는 CJ E&M의 엔터테인먼트 채널이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J E&M은 2011년 그룹 내 미디어 관련 계열사 5곳-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CJ인터넷, 엠넷미디어, 온미디어 등 -을 합쳐 게임 방송 영화 음악/공연/온라인 등의 4개 분야로 재편한 후 케이블에서만 해도 tvn 뿐만 아니라 영화 전문 채널인 OCN과 CGV를 포함하여 18개의 채널을 운영할 정도로 문화 콘텐츠 산업에 공세적인 투자를 계속해오고 있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45 을 보인다. 하지만 연대별 증감을 살펴보면 방송사마다 약간씩 다른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KBS의 약세, MBC의 보합세, SBS의 강세로 요약된 다. KBS는 1990년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합 15편, 연대별로는 5/4/6 편이라는 비교적 고른 분포를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중 절반에 조 금 못 미치는 40%에 해당하는 것이 기왕에 검증된 단막극 시리즈인 <전설의 고향>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KBS는 환상물 방영에 있어서-공영방송의 표방 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파악할 도리는 없으나-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고 할 수 있다. MBC는 4/8/9편으로 3사 중 가장 많은 21편의 환상물을 방 영하였다. 환상물과 관련하여 MBC에서 주목을 요하는 것은 선도성이다. 한 국 텔레비전 드라마 환상물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할 만한 <M>과 <환상여행> 등이 공히 MBC에서 방영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1990년 개국 한 후발 주자인 SBS는 총12편으로 수치만 놓고 보자면 3사 가운데 가장 적 은 편수를 방영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의 급격한 증가는 도드라진다. 최 근 5년간 9편의 환상물을 방영함으로써 2010년대 지상파/케이블 전체에서 25.7%, 지상파 3사에서 37.5%라는 월등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34) <표 2> 화소 및 유형별 환상물 방영 편수 화소 인간 시간 연대 유형 1990 2000 2010 인 간 - 2 7 9 초인간 2 2 9 13 반인간 - 2 5 7 비인간 3 2 2 7 시간여행 - - 2 2 타임슬립 - 1 4 5 타임루프 - 1 2 3 합계 36 10 34) 다만 환상물의 방송사별 방영 편수에 따른 이러한 통계가 각 방송사의 환상물에 대한 선호를 고스 란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2010년대 이후의 텔레비전 드라마 편성에는 방송사의 외주제작 관행과 제작사의 해당 드라마에 국한된 유한회사 설립 등의 외적 환경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 이다.

346 한국학연구 제35집 현 계 - 2 2 4 공간 세계 이 계 - - 1 1 외 계 - - - 0 연결 5 11 33 49 차단 - 1 1 2 5 51 <표 2>는 환상물의 화소 및 유형에 따른 방영 편수를 나타낸다. 단막극 시리즈를 제외한 51편의 미니시리즈를 대상으로 각각의 텍스트에서 가장 지 배적인 환상의 화소를 인간 시간 공간으로 먼저 분류한 후, 이와는 별도로 현실 세계와의 연관성을 따져 기록하였다. 이러한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환상의 화소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환 상물은 환상을 작동시키는 요소로 인간(70.6%)>시간(19.6%)>공간(9.8%)을 선호해왔으며, 현실과 차단(3.9%)된 전혀 다른 세계는 거의 배제한 채 현실 과 연결(96.1%)된 세계에서 구현되는 환상에 집중해왔다. 요컨대 한국 텔레 비전 드라마에 있어서 환상물의 주류는 보편적 현실에서 특정한 인물의 육체 와 정신을 통해 발생하는 특수한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화소로서 인간은 인간 초인간 반인간 비인간 등의 네 가지 항 목으로 유형화하였다. 이는 시각을 통해 구별되는 인간의 신체적 특질을 기 준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의 환상물에서 평범한 인간과 비범한 초인간은 육 안으로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35) 따라서 인간은 환상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 하게 외부에서 작용한 경우, 초인간은 그 자신의 의지로 환상을 작동시킬 경 우로 구분하였다. 전자로는 갑작스런 신체의 변화-환상적 변신을 모티브로 하는 <두근두근 체인지>, 36) <돌아와요 순애씨>, 37) <시크릿 가든>, 38) <빠담 빠담>, 39) <아이러브 이태리>, 40) <빅>, 41) <울랄라 부부>, 42) <꽃할배 수사 35)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의 히어로물을 대표하는 DC 코믹스(DC Comics)와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영웅들은 대개 자신만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슈트(suit)를 착용한다. 36) 신정구 조진국 극본, 노도철 연출, MBC, 총13회, 2004.5.16.~8.08. 37) 최순식 극본, 한정환 연출, SBS, 총16회, 2006.7.12.~8.31. 38) 김은숙 극본, 권혁찬 신우철 연출, SBS, 총20회, 2010.11.13.~2011.1.16.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47 대>, 43) <미스터 백> 등이 꼽힌다. 후자에는 신에 비견되거나, 도술을 사용하 거나,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귀신과 대화를 하는 등의 다종다양한 초능력자 (11)와 더불어 지구인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외계인(2)이 포함된다. 44) 그 리고 다소 애매하지만 인간적 형상을 겸비한 생명체인 구미호(5)와 드라큘라 (2)는 반인간, 신체를 상실한 귀신(6)과 정신이 박탈된 좀비(0) 등은 비인간 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의거했을 때 환상의 화소로서 인간은 초인간(36.1%)>인간 (25%)>반인간=비인간(19.45%)의 순서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동일한 편수를 보이고 있는 반인간과 비인간의 형상화 양상이다. 반인간과 비인간으로서의 구미호와 귀신이 동양적이라면, 드라큘 라와 좀비는 다분히 서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큘라에 대한 구미호의 우 세는 설화의 빈번한 차용이라는 한국적 정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간주된다. 하지만 귀신에 비한 좀비의 부재는 소설을 위시하여 게임과 웹툰 등의 대중문 화에서 불고 있는 선풍적 인기를 상기해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2차 세계의 형상화라는 난제와 직결된다. 대개 귀신이 개인 의 욕망 과 관련되어 개체 로 등장하는 반면, 좀비는 집단 의 전염 을 특징으로 군집 을 이루기 때문에 수년째 전 세계적 흥행을 하고 있는 미국의 <워킹 데드>(2010/AMC, 2011/FOX) 45) 에서 알 수 있듯이 유다른 세계관의 설정과 그에 준하는 스펙터 클의 창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환상물에-케이블이라는 차선의 경 로가 있음에도-아직까지 이렇다 할 좀비물이 없는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39)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JTBC, 총20회, 2011.12.5.~2012.2.7. 40) 문지영 극본, 김도혁 연출, tvn, 총16회, 2012.5.28.~7.17. 41) 홍미란 홍정은 극본, 김성윤 지병현 연출, KBS2, 총16회, 2012.6.4.~7.24. 42) 최순식 극본, 이정섭 전우성 연출, KBS2, 총18회, 2012.10.1.~11.27. 43) 문선희 유남경 극본, 김진영 연출, tvn, 총12회, 2014.5.9.~7.25. 44) 물론 외계인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이지만 공교롭게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그들은 항 상 지구에만 머문다. 이처럼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 외계, 즉 2차 세계를 주요한 시공간으로 하지 않고 소수의 외계인이 지구의 현실에 참예하는 경우는 화소로서의 공간과 유형으로서의 이계 로 분류하지 않고, 인간/초인간의 항목에 포함시켰다. 45) <워킹 데드>는 미국의 지상파/케이블의 모든 프로그램을 망라한 시청률 조사에서 방송 역사상 최 초로 1위를 차지한 케이블 드라마이다. 한국에서는 역시 케이블 채널인 폭스코리아에서 2011년 시즌 2부터 정식 방영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미국과 일주일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방영되고 있다.

348 한국학연구 제35집 바로 제작과 수익 사이의 수지타산이라는 흥행 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화소로서 시간은 시간여행 타임슬립(time slip) 타임루프(time loop) 등의 세 가지 항목으로 유형화시켰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항목 공히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현실적 선조성으로부터 이탈한 환상적 시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므로 시간의 일방적 흐름에서 벗어나 유영 ( 遊 泳 )한다는 너른 의미로 보자면 모두가 시간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러나 여기서는 인물의 의욕에 따른 시간 이동을 시간여행, 의지와 무관하게 시간이 옮겨간 것을 타임슬립, 의도치 않은 시간의 반복과 순환을 타임루프 로 보았다. 46) 더불어 시간과 공간을 달리 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환생 역시 삶의 반복과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타임루프에 포함시켰다. 시간을 환상의 화소로 삼은 드라마는 1990년대에는 보이지 않는다. 10편 가운데 2편이 2000년대에 이르러 나타나고 나머지 8편은 모두 2010년대에 몰려 있다. 항목별로 보자면 타임슬립(50%) > 타임루프(30%) > 시간여행 (20%) 순이고, 시간 이동의 방향성으로 따지면 시간적 선조성에 복속되는 환생을 포함하여 과거에서 현재로의 이동이 3편, 현재에서 과거로의 이동이 6편, 미래에서 현재로의 이동이 1편에 달한다. 이러한 시간의 환상성에는 크 게 세 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첫째, 시간 이동이 주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타임슬립과 타임루프에 치우쳐져 있다. 둘째, 시간여행을 다룰 경우 모두 가 까운 과거로의 여행을 감행한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은 앞의 2차 세계 형상 화 문제로 다시 연결된다.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시간여행은 굳이 가까운 과 거로 한정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득한 과거라든가 먼 미래로의 자유로운 시간여행은 현재와 더불어 과거 혹은 미래가 포함된 두 개의 세계와 두 가지 의 볼거리를 화면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47) 의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이동과 <미래의 선 택> 48) 의 미래에서 현재로의 시간 이동이 실상 지금/여기의 현실과 크게 다 46) 타임루프 역시 인물의 자의에 의해 시간여행을 경험하진 않지만, 인물의 미련 혹은 염원이라 할 만한 간절함에 대한 외부적 응답으로 시간여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타임슬립과 다르다. 47) 김윤주 송재정 극본, 김병수 연출, tvn, 총20회, 2013.3.11~5.14 48) 홍진아 극본, 권계홍 유종선 연출, KBS2, 총16회, 2013.10.14~12.3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49 르지 않은 가까운 과거를 여행지로 삼은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 고 셋째로는 이러한 환상물 가운데 무려 70%에 달하는 7편이 불과 2년 사이 인 2012~13년에 집중적으로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득세는 향후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현실에 대한 피로가 빚어낸 망각 내지는 도피 의 극적 투사일 공산이 크다. 49) 세 번째 화소인 공간은 현계( 顯 界 )와 이계와 외계라는 유형으로 구분하였 다. 이러한 획정( 劃 定 )은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주되게 진행되는 공간을 지표 로 해서 이루어졌다. 범례를 찾기 쉬운 영화를 예로 들자면 극적 공간이 현 실 세계 이외에 <매트릭스(The Matrix)>(1999 2003 2003)와 <반지의 제 왕(The Lord Of The Rings)>(2001 2002 2003) 시리즈처럼 또 다른 가공 의 세계를 그리면 이계, <스타워즈(Star Wars)>(1999 2002 2005 197 7 1980 1983)와 <에이리언(Alien)>(1979 1986 1992 1997) 시리즈 같이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다루면 외계로 설정하였다. 현실에 기반하되 엄 연한 사이비 현실인 대체역사는 현계에 포함시켰다. 대체역사로 이루어진 환 상물은 역사적 만일이라는 환상적 가정을 제외하곤 대개 환상을 자아내는 특 별한 장치 없이 지금/여기의 논리와 합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표 2>에서 확인되듯이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물은 공간을 통한 환 상의 창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편수도 5편에 불과할뿐더러 2000년대의 <궁>과 <궁S>, 2010년대의 <마이 프린세스>와 <더킹 투하츠> 등 상황의 환상성 이외에는 환상에 구속되지 않는 대체역사물이 거의 전부이 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머지 한 편인 <해를 품은 달> 50) 은 상당히 난감하다. <해를 품은 달>은 매회 초반 조선의 가상 왕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픽 션으로 역사적 인물, 사건과는 무관 하다는 자막을 통해 공표하듯이 실재하 지 않았던 가상의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조선시대의 제도와 규율에 의거한 사회라는 점에서 유형상 현계와 가까워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존재하 49) 과거의 기억과 현실의 망각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해서는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의 王 政 과 復 古, 한국학연구 30,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2013 참조. 50) 진수완 극본, 김도훈 이성준, MBC, 총20회, 2012.1.4.~3.15.

350 한국학연구 제35집 지 않았던 왕이 존재하고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주술( 呪 術 )이 통용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이계와도 닮아 있다. 형식은 역사드라마의 그것과 거의 흡 사하고, 내용은 멜로드라마와 하등 다르지 않다. 차라리 조선의 어느 왕을 특정하여 지어낸 이야기라면 해결은 간단해진다. 환상물에서 제외시키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에 기반한 미국의 의심할 나위 없는 환상물 가운 데 하나인 <왕좌의 게임>은 이러한 난관에 의미 있는 참조를 제공한다. <왕 좌의 게임>의 7왕국은 중세 유럽의 왕정국가를 연상시킨다. 그 시대의 복식 ( 服 食 )을 하고 그 시대의 제도와 규율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세계에 서는 또한 용과 마법이 통용된다. 조선시대와 봉건왕국, 주술과 마술의 유비 ( 類 比 )는-한국 화면의 낯익음과 외국 화면의 낯섦이 빚어내는 환상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면-<해를 품은 달>이-엄연한 스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 고-<왕좌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세계와 이계의 중간쯤에 위치한 환상물이 라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를 품은 달>은 비록 외국의 그것에 비해 성글기는 하지만 향후 2차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환상물의 초석 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현실과는 사뭇 다른 환상을 만끽하 기란 아직 요원해 보인다.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전과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문 환상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51편의 환상물 가운데 현실 세계의 논리와 합리를 차단한 채 극적 세계만의 독자적인 논리와 합리를 새로이 설정한 드라마는 그나마 <구미호외전> 51) 과 <해를 품은 달>이 유일하다. 여전히 한국의 환상 물은 현실 세계의 한 켠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환상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환상성의 가치는 규모와 물량으로부터 산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환상물의 국지성은 한계이자 과제이다. 총체적 환상이라는 수사가 허락된다면, 이러한 환상을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마치 하나의 국가나 사회를 새로 세우듯 총체적 환상의 세계는 51) 이경미 황성연 극본, 김형일 연출, KBS2, 총16회, 2004.7.19.~9.07.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51 독창적 세계관에 대한 구상과 집필로부터 시청각적 재현을 위한 촬영과 편집 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설계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 상은 늘 언젠가 현실로 도래한다. 그렇기에 환상이다. 5. 신( 神 )과 별( 星 ), 환상 너머의 현실 문학은 현실에 비/반/초 등 그 어떠한 접두사를 붙이더라도 결국 현실을 화두로 하게 마련이다. 환상은 이에 복속된다. 제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일지라도 그것은 현실에 대한 이색적 반영에 다름 아니다. 환상이 부재 와 상실로 경험되는 것들을 추구하는 52) 욕망이라는 잭슨의 주장을 빌리자 면, 환상은 현실에서의 부재와 상실을 환상에서의 존재와 소유로 보듬고자 하는 치유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1세기라는 첨단의 현실에서 오히려 그러한 첨단에 힘입어 다종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현시( 顯 示 )되는 환상의 득세는 비유컨대 고전주의 문학을 풍미하던 시적 정의 (poetic justice) 의 귀환을 보는 듯하다. 현실 문제를 해석하고 설명하며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 왔던 상식 의 근간이 의미를 잃고, 그 결과, 현실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 들을 뭉쳐 놓은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가정이, 아이들이, 주부가, 집단이, 회사가, 그리고 경제가 알 수 없는 무언가 로 끝없이 변형(괴물화)되면서 내적으로 파괴되기 시작되었다. 현 실의 호러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이러한 변용은 해소되기는커녕, 문화적 보수주의나 내셔널리즘을 찬양하는 사회 분위기에 의해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방향 으로 흘러가고 있다. 53) 현실의 상식이 무참히 허물어지는 사회에서 환상의 몰상식은 도리어 상식 52) Rosie Jackson, 서강여성문학연구회 역, 환상성, 문학동네, 2001, 12쪽. 53) 高 僑 敏 夫, 김재원 외 역, 호러국가 일본, 도서출판 b, 2012, 62쪽.

352 한국학연구 제35집 적이다. 다소 비약하자면 정체가 분명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살육이 자행되 는 뉴스의 화면과 마주하느니 차라리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과 좀비에 맞서 싸우는 인간을 묘사하는 드라마의 화면에 시선을 의탁하는 편이 오히려 인간 으로서 스스로의 존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가 지금/여기의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텔레비 전 드라마에서도 환상물은 전 세계적으로 나날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문화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대변한다. 텔레비전 포털 (portal) 사이트인 티비닷컴(tv.com)에 따르면, 2014년 9월을 기준으로 미국 에서 방영 중인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망라하여 산출한 시청률 집계에서 드라마는 상위권을 휩쓸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를 전부 드라마가 석 권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바로 환상물이었다. 54) 그리고 이러한 활황은 한 국에서도 비슷하게 감지된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현대적 환상물은 199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대라고는 하지만 전기적( 轉 機 的 ) 의의를 지닌 <M> 이 방영된 1994년을 기점으로 하자면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물의 본격적인 역사는 이제 갓 20년을 넘긴 셈이다. 실험(1990년대)과 안착(2000 년대)을 거쳐 확산(2010년대)의 단계로 접어든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 물은 지난 20여 년간 미니시리즈 51편과 단막극 시리즈 8편을 더해 총59편 의 환상물을 제작하고 방영하였다. 이는 1990년대에 새삼스럽게 출몰했다기 보다는 1980년대까지의 레퍼토리를 저본으로 한 혼융, 즉 동양적/고전적 환 상의 계승과 서양적/현대적 환상의 모방이라는 문화적 혼종의 결실이었다. 한국의 환상물은 창작과 제작 그리고 방영과 시청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난 제로 인해 생면부지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세계의 창조보다는 현실 세계의 인간과 시간을 통해 발생하는 국지적 환상의 창출에 주력해왔다. 55) 54) 상위권에 포진한 환상물은 <왕좌의 게임>(1위), <에이전트 오브 쉴드(Marvel s Agents of S.H.I.E.L.D.)>(3위), <뱀파이어 다이어리(The Vampire Diaries)>(6위), <수퍼내추럴(Supernatural)>(8 위),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10위) 등의 다섯 편이다. 55) 1990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의 편성표에 기초하여 조사한 이 글의 환상물 연표 및 통계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물에 대한 거친 참조물일 뿐이다. 이 글의 부록으로 제시할 연표에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53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환상이 차 지하는 영역은 대단히 넓어지고 깊어졌다. 2014년 상반기에 종영한 두 편의 환상물은 이러한 넓이와 깊이의 현재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유괴된 딸의 죽음에 절망하여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 어머니가 2주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되면서 딸을 살리 기 위해 범인을 추적하는 <신의 선물-14일> 56) 과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입 문하여 사람과 사랑의 가치를 오만과 편견으로 대신하던 여배우가 외계에서 온 전생의 인연을 만나 다시 사람과 사랑의 가치에 눈뜨게 되는 <별에서 온 그대> 57) 가 그것이다. 두 편의 드라마는 각각 시간과 인간을 주요 화소로 하 는 환상물에 속한다. 두 명의 여성 인물 김수현과 천송이는 유사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김수현은 딸의 죽음이라는 현재의 부재와 마주해 자신의 미래 를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중단하려 한다. 천송이 또한 자신을 둘러싼 부모의 다툼에서 비롯된 오해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과거의 상실로 인해 현재 의 자신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이들의 부재와 상실이라는 현실은 신 과 별 이라는 환상을 통해 비로소 치유된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인간에게 신과 별은 언제나 각별 한 환상이었다. 서양에서는 별에게 신의 이름을 부여하였고, 동양에서는 별 을 향해 두 손 모아 정성스레 기도하였다. 신과 별은 비루한 현실에서 인간 이라면 누구나 불편부당하게 기댈 수 있는 찬란한 환상이었던 것이다. 환언 하자면 인간에게 신은 곧 별이었고, 별은 곧 신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첨단 과학과 기술은 종교와 우주가 지닌 환상을 논리와 합리로 적잖이 소명해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과 별은 <신의 선물-14일>과 <별에서 온 그대>에 서처럼 여전히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환상으로 동경을 받는다. 현대사회의 시 혹여 누락된 것이 있을지 모를뿐더러, 환상(성)의 기준에 따라 가감과 첨삭을 통한 또 다른 목록화 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계 또한 마찬가지여서 이 글이 제시한 화소와 유형은 어디까지나 협량한 개인의 의견일 따름이다. 따라서 이 글의 연표와 통계가 환상물에 대한 풍성한 연구 속에서 마구 헝클어지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56) 최란 극본, 이동훈 연출, SBS, 총16회, 2014.3.3.~4.22. 57) 박지은 극본, 장태유 연출, SBS, 총21회, 2013.12.18.~2014.2.27.

354 한국학연구 제35집 청자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무지하지도 무식하지도 않다. 그 저 드라마라는 환상을 통해서라도 현실의 부재와 상실을 치유함으로써 다가 올 또 다른 현실에 대비코자 할 뿐이다. 환상 너머에는 다시 현실이 있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55 <부록 :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환상물 연표(1990~2014)> 방영연도 제목 극본 연출 방송사 분량 시영 종영 화소 유형 1994 M 이홍구 정세호 MBC 10 94.08.01 94.08.30 H 비인간(원혼) 1995 거미 박일 이재갑 MBC 10 95.07.31 95.08.29 H 비인간(거미) 1996 별 이홍구 조중현 MBC 12 96.01.08 96.02.13 H 초인간(외계인) 1996 전설의 고향 1996 KBS2 24 96.06.26 96.09.12 1996 환상여행 김균태 인정옥 외 김정욱 이응주 MBC 68 96.10.27 98.04.15 1997 전설의 고향 1997 KBS2 26 97.07.12 97.10.12 1998 전설의 고향 1998 KBS2 12 98.07.06 98.08.11 1998 천사의 키스 손영목 전산 KBS2 18 98.12.14 99.02.02 H 초인간(천사/악마) 1999 전설의 고향 1999 KBS2 12 99.06.28 99.08.03 1999 고스트 강은경 김종학 민병천 SBS 16 99.07.06 99.08.31 H 비인간(귀신) 2003 천년지애 김기호 이선미 유재혁 이관휘 SBS 20 03.03.22 03.05.25 T 타임슬립(과거 현재) 2004 두근두근 체인지 2004 구미호외전 2005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1) 2005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2) 신정구 조진국 이경미 황성연 신정구 조진국 신정구 조진국 노도철 MBC 13 04.05.16 04.08.08 H 인간(변신) 김형일 KBS2 16 04.07.19 04.09.07 H/W 반인간(구미호)/2차 세계 노도철 MBC 12 05.01.24 05.04.25 H 반인간(드라큘라) 노도철 MBC 17 05.05.02 05.08.29 H 반인간(드라큘라) 2005 환생-넥스트 고은님 김도훈 MBC 14 05.05.16 05.06.28 T/S 타임루프(환생) 구선경 외 박재범 외 2005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3) 김현희 조희진 MBC 23 05.09.05 06.02.27 H 반인간(드라큘라) 2006 궁 인은아 황인뢰 MBC 24 06.01.11 06.03.30 T 대체역사 2006 돌아와요 순애씨 최순식 한정환 SBS 16 06.07.12 06.08.31 H 인간(변신) 2007 궁S 도영명 이재순 김수영 황인뢰 MBC 20 07.01.10 07.03.15 T 대체역사 2007 마왕 김지우 박찬홍 KBS2 20 07.03.21 07.05.24 H 초인간(초능력) 2007 태왕사신기 박경수 송지나 김종학 윤상호 MBC 24 07.09.11 07.12.05 H 초인간(신) 2008 누구세요? 배지은 노종찬 신현창 MBC 17 08.03.05 08.05.01 H 비인간(영혼)

356 한국학연구 제35집 방영연도 제목 극본 연출 방송사 분량 시영 종영 화소 유형 2008 전설의 고향 2008 김재은 곽정환 KBS2 8 08.08.06 08.09.03 박영숙 외 김용수 외 2009 혼 고은님 인은아 외 강대선 김상호 MBC 10 09.08.05 09.09.03 H 비인간(원혼) 2009 전설의 고향 2009 김랑 김정민 KBS2 10 09.08.10 09.09.08 김정숙 외 김형석 외 2010 구미호 : 여우누이뎐 오선형 정도윤 이건준 이재상 KBS2 16 10.07.05 10.08.24 H 반인간(구미호) 2010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홍미란 홍정은 부성철 SBS 16 10.08.11 10.09.30 H 반인간(구미호) 2010 시크릿 가든 김은숙 권혁찬 신우철 2011 마이 프린세스 장영실 강대선 권석장 2011 49일 소현경 박용순 조영광 SBS 20 10.11.13 11.01.16 H 인간(변신) MBC 16 11.01.05 11.02.24 T 대체역사 SBS 20 11.03.16 11.05.19 H 비인간(영혼) 2011 뱀파이어 검사(시즌 1) 양진아 한정훈 김병수 OCN 12 11.10.02 11.12.18 H 반인간(드라큘라) 2011 빠담빠담 노희경 김규태 JTBC 20 11.12.05 12.02.07 H 인간(변신) 2012 해를 품은 달 진수완 김도훈 이성준 MBC 20 12.01.04 12.03.15 W 2차 세계(가상세계) 2012 프로포즈 대작전 윤지련 김우선 TV조선 16 12.02.08 12.03.29 T 타임루프(현재 과거) 2012 히어로 구동회 김정민 김홍선 2012 더킹 투하츠 홍진아 이재규 정대윤 OCN 9 12.03.18 12.05.13 H 초인간(초능력) MBC 20 12.03.21 12.05.24 T 대체역사 2012 옥탑방 왕세자 이희명 신윤섭 SBS 20 12.03.21 12.05.24 T 타임슬립(과거 현재) 2012 인현왕후의 남자 김윤주 송재정 김병수 tvn 16 12.04.18 12.06.07 T 타임슬립(현재 과거) 2012 닥터 진 전현진 한지훈 오현종 한희 MBC 22 12.05.26 12.08.12 T 타임슬립(현재 과거) 2012 아이러브 이태리 문지영 김도혁 tvn 16 12.05.28 12.07.17 H/T 인간(변신) 2012 빅 홍미란 홍정은 김성윤 지병현 KBS2 16 12.06.04 12.07.24 H/T 인간(변신) 2012 신의 송지나 김종학 신용휘 2012 아랑사또전 정윤정 김상호 정대윤 SBS 24 12.08.13 12.10.30 T 타임슬립(현재 과거) MBC 20 12.08.15 12.10.18 H 비인간(귀신)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57 방영연도 제목 극본 연출 방송사 분량 시영 종영 화소 유형 2012 천 번째 남자 김균태 이배훈 MBC 8 12.08.17 12.10.12 H 반인간(구미호) 2012 뱀파이어 검사(시즌 2) 강은선 한정훈 유선동 OCN 11 12.09.09 12.11.18 H 반인간(드라큘라) 2012 울랄라 부부 최순식 이정섭 전우성 KBS2 18 12.10.01 12.11.27 H 인간(변신) 2012 전우치 박대영 조명주 강일수 박진석 KBS2 24 12.11.21 13.02.07 H 초인간(초능력) 2013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김윤주 송재정 김병수 tvn 20 13.03.11 13.05.14 T 시간여행(현재 과거) 2013 구가의 서 강은경 김정현 신우철 MBC 24 13.04.08 13.06.25 H 반인간(구미호) 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조수원 SBS 18 13.06.05 13.08.01 H 초인간(초능력) 2013 환상거탑 김기호 이성원 tvn 8 13.07.17 13.09.04 2013 후아유 2013 주군의 태양 문지영 반기리 홍미란 홍정은 조현탁 tvn 16 13.07.29 13.09.17 H 초인간(초능력)/비인간(귀신) 진혁 SBS 17 13.08.07 13.10.03 H 초인간(초능력)/비인간(귀신) 2013 미래의 선택 홍진아 권계홍 유종선 KBS2 16 13.10.14 13.12.03 T 시간여행(미래 현재) 2013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장태유 SBS 21 13.12.18 14.02.27 H/T/ S 초인간(외계인)/환생 2014 처용 홍승현 강철우 OCN 10 14.02.09 14.04.06 H 초인간(초능력)/비인간(귀신) 2014 신의 선물-14일 최란 이동훈 SBS 16 14.03.03 14.04.22 T 타임루프(현재 과거) 2014 꽃할배 수사대 문선희 유남경 김지영 tvn 12 14.05.09 14.07.25 H/T 인간(변신) 2014 야경꾼 일지 김선희 방지영 외 윤지훈 이주환 MBC 24 14.08.04 14.10.21 H 초인간(초능력)/비인간(귀신) 2014 아이언맨 김규완 김용수 김종연 KBS2 18 14.09.10 14.11.13 H 초인간(초능력) 2014 미스터 백 최윤정 이상엽 MBC 16 14.11.05 미정 H/T 인간(변신)

358 한국학연구 제35집 참고문헌 <M>, <거미>, <별>, <전설의 고향>, <환상여행>, <천사의 키스>, <고스트>, <천년지애>, <두근두근 체인 지>, <구미호외전>, <안녕, 프란체스카>, <환생-넥스트>, <궁>, <돌아와요 순애씨>, <궁S>, <마왕>, <태 왕사신기>, <누구세요?>, <혼>, <구미호 : 여우누이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시크릿 가든>, <마이 프린세스>, <49일>, <뱀파이어 검사>, <빠담빠담>, <해를 품은 달>, <프로포즈 대작전>, <히어로>, <더킹 투하츠>, <옥탑방 왕세자>,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 진>, <아이러브 이태리>, <빅>, <신의>, <아랑사또 전>, <천 번째 남자>, <울랄라 부부>, <전우치>,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구가의 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환상거탑>, <후아유>, <주군의 태양>, <미래의 선택>, <별에서 온 그대>, <처용>, <신의 선물-14 일>, <꽃할배 수사대>, <야경꾼 일지>, <아이언맨>, <미스터 백> 高 僑 敏 夫, 김재원 외 역, 호러국가 일본, b, 2012. 구보학회, 환상성과 문학의 미래, 깊은샘, 2009. 東 浩 紀, 이은미 역,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문학동네, 2007. 東 浩 紀, 장이지 역,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현실문화연구, 2012. 박노현,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휴머니스트, 2009. 서강여성문학연구회, 한국문학과 환상성, 예림기획, 2001. 조해진, 판타지영화와 문화콘텐츠 산업, 새미, 2012. Brian Massumi, 조성훈 역, 가상계, 갈무리, 2011. Daniel J. Boorstin, 정태철 역, 이미지와 환상, 사계절, 2004. Kathryn Hume, 한창엽 역, 환상과 미메시스, 푸른나무, 2000. Rosie Jackson, 서강여성문학연구회 역, 환상성, 문학동네, 2001. Tzvetan Todorov, 최애영 역, 환상문학 서설, 일월서각, 2013. 김영찬, 1970년대 텔레비전 외화시리즈 수용 연구, 한국언론학보 제55권 6호, 한국언론학회, 2011.12. 류철균 서성은, 영상 서사에 나타난 대체역사 주제 연구, 어문학 제99집, 한국어문학회, 2008.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의 王 政 과 復 古, 한국학연구 제30집,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2013.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와 한류 담론, 한국문학연구 제45집,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2013.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와 환상(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대중서사의 표상체계와 매체역학팀 세미나 발표문, 2014. 9. 심은진, 영화의 환상성 : 뤼미에르 영화에서 <매트릭스>까지, 문학과영상 제7권 2호, 문학과영상학회, 2006.12. 이 숙, 한국 대체역사소설 연구, 전북대 박사학위논문, 2013. 이정환, 타임슬립 소재의 영상화에 관한 연구, 국민대 석사학위논문, 2012.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환상성 359 Fantasy in Korean Television Dramas -Focusing on Mini-series since the 1990s- Park, Noh-Hyun Fantasy creation in television dramas are produced by an audiovisual representation of unrealistic world. Fantasy creation which corresponds to such a definition in Korean television dramas is largely divided from the base point of the 1990s. Hometown of legend, which focused on weird stories and strange rumors happened until the 1980s was an almost unique Korean-style fantasy creation that could be watched in television. However, such a creation from other nationalities existed really in television during such a period. It was a set of foreign film series represented by the United States. Foreign dramas in the 1980s and 1990s were like a sort of reference book in producing and consuming Korean dramas regardless of realistic or fantastic because dramatic events brilliantly reproduced in foreign dramas and learning of the world led to the extended spectrum of Korean drama. The trends in fantasy creation in Korean television dramas since the 1990s can be summed up into experiment(1990s), safe arrival(2000s), and spread(2010s). This was a result of mixed-melting of the repertoires created till the 1980s as original script, in other words, cultural mixing of succession of oriental/classical fantasy starting with Hometown of legend and imitation of western/modern fantasy that went through the learning of a series of foreign film. Through such a succession and imitation, fantasy creation in Korean

360 한국학연구 제35집 television dramas are manufactured and broadcasted including 51 mini-series and 8 one-act-play series from the year of 1994 when M was broadcast to the year of 2014 when Mr. Back was aired for more than 20 years. The chronological table of fantasy creation since the 1990s amounting to a total of 59 plays shows several characteristics of fantastic things in Korean television dramas : a. universalization of fantasy creation embracing terrestial broadcasting and cable television, b. different signals of human being and time as fantastic picture elements, c. predominance of supernatural power and time slip as pattern, and d. lack of the 2nd world totally different from the reality. Fantasy creation in Korea has focused on creating local fantasy occurred through human being and time of the real world rather than creating the 2nd world which can be called as unknown fantasy due to various difficulties accompanied by creation, manufacturing, broadcasting, and watching. Nevertheless, fantastic illusion in Korean television dramas is welcomed ceaselessly as dramatic imagination that heals the lack and loss of reality. Key Words : Television drama, fantasy, reality and fantasy, succession and imitation, learned fantasy, foreign film series, classical/oriental fantasy, modern/western fantasy, historical if, unreality, surreal, antirealistic, nonhuman/superhuman/semihuman, time travel/time slip/time loop, world/different world/external world, the 2nd world 논문투고일 : 2014년 10월 8일 심사완료일 : 2014년 11월 15일 게재확정일 : 2014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