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정림학생건축상 주제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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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정림학생건축상 2016 재난건축 주제설명회 녹취록 일시: 2015. 11. 7 오후3시~5시 장소: 정림건축 정림홀 심사위원 및 멘토의 주제설명 심사위원: 건축가 조남호 세월호라는 글씨만 봐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를 텐데요. 그 동안의 많은 사회적인 물의들은 다 차치하더라도, 저는 세월호를 통해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저도 수많은 사건들을 보고 자랐죠. 그리고 그때는 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봤 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것이 군중성의 일원으로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세월 호 사건은 저한테 어떤 느낌이었냐면, 마치 저 혼자 어떤 공간에 놓여 있는데, 누군가가 너는 이 상황을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겪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난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미 그래왔던 것처럼,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연대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동안 잊어버렸던 것을 찾아내는 출발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 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이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치유 해 나가는지, 이 부분에 있어서 거의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은 우리가 원초적인 상황으 로 갔을 때, 사회는 생각보다 그 문제들과 좋은 연대를 이루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 요. 그것은 곧,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일이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 던 것 같아요. 알론소 카노 <사도 요한>, 1636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파트모스 섬의 사도> 1480~85 이 사진은 요한묵시록의 저자인 요한의 그림인데요. 요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도 요한 이라는 설이 대부분인데, 서기 90년 가까이 되어서 써진 것이라고 해서, 요한이 다른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서에서 보면 묵시록이 갖고 있는 역할, 그러니까 이 묵시록은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그 러니까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기 때문에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이죠. 그런데 이런 부분을 성서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을 하다 - 1 -

보면, 소위 사이비 종교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성서 묵시록이라는 부분은 균형 추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현실에서도 그렇잖아요, 우리는 늘 평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세계 어떤 지역에서는 여전히 종교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을 받거 나 죽임을 당하기도 하죠. 그런 것들이 우리한테 늘 존재하는 일이라는 거죠. 재난이라고 하는 문제도 성서 안의 묵시록의 비중처럼, 우리 몸에 비유한다면 마치 어떤 종양이 씨를 갖고 있는 거죠. 우리가 언제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종양이 자라서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들을 늘 의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사건 이후에 많은 자리에서 저는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우리가 평상시에 무언가를 준비한, 그러니까 내가 뭔가 를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내가 깃발을 들을 일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세운 깃발에 내가 쫓아갈 일인가, 이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 용기가 없기도 하고, 실행력이 없기 도 하죠. 그래서 재난위원회를 만들면 어떠냐, 그래서 우리가 분기에 한 번 만이라도 재난과 관 련된 전문적인 영역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부하고 그리고 실제 재난이 생겼을 때 24시간 안에 모이자, 그러면 10명 정도 모이면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었고, 또 그 런 연대가 사회 곳곳에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실제 아마 그런 사건들이 생겼을 때 사회적으로 굉장히 강한 연대와 다양한 해결 방법들이 찾아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난은 상당한 물리적 상해나 파괴, 생명의 상실, 혹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자연적 혹은 인공적 위해 로 정의된다. 그것은 지진, 쓰나미, 가뭄, 홍수, 전염병 등 자연재해와 방사능 유출, 기름 유출, 전력마비, 전쟁, 테러리즘 등 인공재해로 분류 할 수 있다. 문강형준, 건축신문 vol.15호, issue 문강형준 선생님이 건축신문에 기고했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에요. 상당한 물리적 상해나 파괴, 생명의 상실, 혹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자연적 혹은 인공적 위해 같은 것으로 정의된 다고 나와 있고, 또 저것을 더 확대하면 여러 가지 빈부 갈등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축의 의미는 역사와 사회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그 무엇인가가 바로 근원 archi 이다. 근원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 답을 건축적 방식으로 실행한 결과물은 어떤 형식의 구조체 tecture다. 김광현 재난에 대해서는 우리가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재난건축 이라는 것을 어떻게 고 민해야 되는가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자칫 우리가 인문학적인 주제를 다룰 때 간과할 수 있 는 문제가 뭐냐면,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다이어그램처럼 그리면 그것이 건축이 된다고 생각하는 오류인 것 같아요. 이것은 서울대 김광현 교수의 글을 발췌한 내용인데요, 건축의 의미 는 역사와 사회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고, 그 무엇인가가 바로 근원이다. 그러니까 Archi 라는 말의 어원은 어떤 것의 근원, 지속되어야 하는 가치의 것, 그리고 머리에 해당하는 것, 이런 의미라고 하고요. 그리고 근원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 답을 건 축적 방식으로 실행한 결과물은 어떤 형식의 구조체다. Tecture 라는 말이죠. Tecture 라는 말 은 어원이 Tecton 이고, 그것은 마치 목수의 작업 같은 거죠. 그러니까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문학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다이어그램처럼 그렸다고 해서, 그것이 건축이 되지 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국은 재난의 근원에 대해서 우리가 성찰하고 연구하고, - 2 -

그것을 건축적 방법으로 실행하는 구조체가 재난건축 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를 내려 봅니다. 개인과 공동체, 유지되어야 할 최소한의 삶은 무엇인가? 재난상황에서 유지되어야 할 최소한 건축적 요소는 무엇인가? 이 재난 공모전의 도시건축적인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사실은 이것이 특정한 상황이죠, 전쟁 같 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특정한 상황이죠.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가장 기본적인 상황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을 때, 제가 여 기에 우선순위 라고 써놓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다 잃었어요, 다 잃고 나서 다시 생존을 시 작할 때, 가장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순서로 정하는 거죠. 우선순위를 정 하는 문제가 중요하고 그것을 둘로 나눠서 본다면, 하나는 개인과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유지되 는 데에 있어서 최소한의 삶의 문제는 어떤 항목인가라는 것을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또 한 가 지는 건축으로 들어오면, 다 파괴되었을 때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건축적 요소 -거기에는 물론 공간형태 같은 요소도 있겠지만, 전기나 물 이런 것도 있겠죠?- 를 묻는 행위가 되는 것입 니다. 저는 이것이 일상의 생활로부터 유리된, 전혀 낯선 건축을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 안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재난건축의 의미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도시 내 일반주거지역, 즉 저층 주택지가 형성된 곳으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디든 가능하다. 재난상황은 도시의 물리적 파괴뿐만 아니라 기능도 상실해 기존 질서와 단절된 상태이므로, 어떤 의미에서 기존 대지의 맥락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대상지는 일단 도시 안( 案 ) 을 전제로 합니다. 서울도 대상이 될 수 있고, 만약에 해일이나 태풍 같은 문제라면 해안도시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항상 도시건축을 고민 하면, 건축이 지어지는 주변의 맥락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재난건축의 주 제에서는 주변의 맥락이라는 것은 조금 덜 중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미 파괴된 상 황이라고 가정할 수 있고, 아니면 파괴되지 않더라도 어떤 기능이 상실된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 는 독립된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건축적으로 내부에 집중하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단, 시나리오에서 재난 구역 부지는 외부로부터 일절 단절된 상황을 전제로 한다. 가령, 지진, 이상기후, 전염병과 같은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대상이 될 수 있고, 해일이나 원전 사고 등은 해안도시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제가 가정해서 다이어그램을 그려본 것인데요, 이 외부의 지역들이 괜찮은 지역이고, 스 케치한 이 안의 구역들이 재난구역이라고 가정한다면, 여러분들이 계획하는 재난건축은 이 재난 - 3 -

구역 안에 마치 성처럼 존재하는 것이 될 거에요. 그런데 (재난구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런 재난이 닥쳤을 때 그 건축이 최소한으로 파괴가 되어야겠죠. 재난의 크기에 따라서 파괴의 양은 달라지겠죠. 그런데 재난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한 안( 案 )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 러니까, 파괴되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모든 재난을 가정하지는 마시고요, 어떤 특정 재난을 가정 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예를 들면, 어느 정도의 강도에서는 주변의 지역들이 다 망가지는데 70%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강력한 재난 앞에서는 30%만 건축도 유지가 되고 기능도 유지가 되는, 그런 걸 가정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립된 지역 안에 서 자치( 自 治 )가 생겨나고, 그리고 어떤 단계를 넘어서면 재난 외의 지역과 연대해서 재난 지역 의 구호에도 나설 수 있는 하나의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상황이 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습니 다. 공모요강에 보면, 대상지는 일반 주거지 내 블록으로 보고 있고, 5,000m²정도에요, 그러면 가 로, 세로 70m 정도의 크기가 되고, 건폐율 60%에 용적률 150%, 3층 이내의 조건인데요, 제 가 3층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뭐냐 하면, 주거공간으로서의 적절한 감각 같은 것을 염두에 둔 것 이고,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건축의 방법이 강한 방법이 아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 문에, 비교적 저층( 低 層 ), 고밀( 高 密 )의 주거공간을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여러분들 이 아직 익숙하진 않겠지만, 가볍게 만드는 목구조라든지, 철골이라든지, 혹은 콘크리트와 하이 브리드 형태를 쓰는 방법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70세대 정도라고 가정하고 있는데, 저 세대수는 무엇을 가정하는 것이냐면, 그 안에서 어떤 자치( 自 治 ) 가 이루어졌을 때, 서로 교류하면서 최소한의 경제행위, 이런 것들이 생겨날 수 있는, 그러니까 너무 작으면 서로 협력해도 거기서 추가로 생겨날 수 있는 가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고 립되었을 때 서로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단위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리고 세대 당 면적 은 평수로 하면 30평 내외가 될 것 같고요. 다른 것들은 보면 될 것 같아요. 재난의 유형과 전개 양상, 그리고 재난 이후 거주지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기술. 재난 상황에서 기능 가능한 자족적 공동체 프로그램, 도시와 건축의 방재 프로그램, 구축 시스템 등을 가정 그리고 첫 번째 과제가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것이죠. 이 시나리오가 중요한 건, 이것이 어떤 특 별한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한테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두 단계 로 구성이 되는데요, 첫 번째 단계는 실제 재난이라고 하는 것을 상정하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 로 전개되는지 기술하는 거예요. 저것은 누구도 경험을 못해본 일이죠? 대신 아마 영화라든지, 혹은 외국의 사례들을 참조하면서 기술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두 번째는 가정하는 일인데요, 이 런 상황에서 실제 가능한 자족적 공동체가 유지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것과, 그리고 도시 건축적 상황에서 방재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구축하고, 그 다음에 나의 구조가, 재난 상황에 대해서 내 - 4 -

건물이 어떤 성능을 갖고 어느 정도까지 구조체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이 시나리오는 어떻게 보 면 여러분들이 뒤에 실행할 설계 과정을 통해서 사실 검증이 되어야 하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모순이 생길 수도 있어요. 어쨌든 가정하는 내용이 시나리오에 담기는 겁니다. 여기에서 설정한 재난건축 이란 재난 피해의 최소화를 고려한 재난 이전의 건축 에 더욱 비중을 둔 것으로, 재난 이후 구호의 기능보다 우선한다. 물론 이러한 재난건축 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생존자들이 구호와 자생적 자치를 도모할 수 있는 물리적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건축의 자료를 찾아보거나 접하는 기사들을 보면, 주로 재난 이후의 건축들입니다. 지역이 파괴되었을 때, 사람들을 위한 보호시설, 그것이 일반적으로 재난건축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저는 이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재난 이전의 건축 으로 한정하기로 했어요. 재난 이후의 건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파빌리온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이고, 그것이 과연 건축의 본질을 고민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리고 소수의 학생들이 고민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본다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많은 학생이 가벼운 파빌리온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조금 가치가 덜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단 재난 이전의 건축, 그러니까 일상의 건축이면서 재난 시에 대응이 가능한 건축이 우리의 주제입니다. 참고도서 및 자료 이토 토요, 내일의 건축 재난 이후의 건축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재난 안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시게루 반 Shigeru Ban의 종이 펄프로 만든 구호 건축물 재난 이후의 구호 건축물의 예 - 5 -

김성홍, 길모퉁이 건축 (좌), 쿠마 켄코 약한 건축 통합적으로 건축을 이해할 수 있으며, 도시의 여러 가지 유형을 바라볼 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사타 도시가스 주식회사의 실험건축 넥스트 21 21세기 주택이 직면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하여 만들어진 주택 힐베자이머, 고층도시, 1920년대 (좌), 긴즈부르크 Narkomfin Communal House,1929-6 -

멘토: 문화평론가 문강형준 이번 학생 건축상의 주제가 재난 인데요, 재난은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본 일상적 으로 쓰이는 말이죠. 우리는 재난이라는 것을 볼 때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을 합니다. 후쿠시마에 서 쓰나미가 일어나고,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하고,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하고, 혹은 지진이 나서 몇 백 명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고 하는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을 하거든요. 사건이라는 것 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재난은 극복될 수 있다고 우리는 일상적으로 생각을 하죠. 마치 우리가 스릴러 영화를 보면 어떤 연쇄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 사건을 형사가 나서서 풀어내 고, 마지막에 그 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면 다시 일상은 평안해 지는 거죠, 정의가 회복되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가 사고를 하고 있는데, 저는 그런 사고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것이 오 늘 드릴 말씀의 핵심이에요. 재난의 계열: 위험, 재난, 위기, 파국 재난을 하나의 독립된 사건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계열 속에서 생각을 해야 된다 는 것이 제 생각이고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그 계열을 생각을 해보는데, 그 계열은 아마 이렇 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위험이고, 그리고 재난, 위기, 파국 이런 식으로 저는 계열을 설정해보는데, 위험이라는 것은 리스트(Risk) 이죠. 리스크라는 개념은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쓰는 위험, 위험하다는 개념보다는 조금 사회과학적인 개념이고, 이 리스크라는 개념은 울리히 벡(Ulrich Beck)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가 위험사회 라는 책을 쓰면서 만들어 낸 개념이에요. 위험이라는 개념은 뭐냐면, 울리히 벡에 따르면, 근대사회, 근대문명,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 는 문명이죠. 서구화된 근대문명이 영원히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가능성인 거예요. 우리 가 알다시피, 근대문명이라는 것은 이성과 합리성, 과학, 기술, 수학 이런 것들로, 뭔가 우리 앞 에 놓인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어떤 신념의 바탕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전의 질서가 신적인 질서, 운명에 나를 맡기고 하는 그런 질서였다면, 근대적인 질서라는 것은 그런 것을 극복하는 것이죠. 거기의 주체가 인간이 되는 거죠. 생각하고, 사고하고, 뭔가 미스터 리가 있으면 그것을 파헤쳐서 반드시 해법을 찾아내가는, 그런 인간에 대한 믿음이 근대문명의 바탕이죠. 그렇게 해서 우리가 편하고, 첨단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바로 그런 근대문명 때 문에 생겨나는 위험들과 같이 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울리히 벡의 말이에요. 대표적인 것 이 우리가 몇 년 전에 경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같은 사례인 거죠. 원자력은 자연이 준 에너지가 아닌, 인간이 여러 화학 물질들을 결합해서 만든 에너지이죠. 그런데 그 에너지가 가진 힘이 너무나도 놀랍기 때문에, 거기에 한 번 쓰나미라든가, 지진이라든가, 테러라든가, 이런 것이 발생했을 때, 그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지고, 방사능이 유출되면,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는 엄청 난 일이 벌어지는 거죠.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지 만, 이미 90년대 초반인가요? 80년대에 체르노빌에서도 그 사건이 일어났고,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마을이죠. 후쿠시마에서도 우리가 경험을 했고, 그래서 방사능이 부산 앞바다로 흘 러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서, 횟집이 장사도 안 되고 그랬었잖아요. 그것이 사실은 실제로 있 는 일이죠. 그리고 바로 그 원자력 발전소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고,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는 사실 자체가 리스크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우리는 그 원자력 발전소가 언제든 무 너질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게 리스크에요. 리스크라는 것은 근대문명이 만들어낸, 아주 특유의 요소인 것이고, 그 리스크가 실제 사건으로 구체화될 때 이것이 제안되는 거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 7 -

가 있다는 것이 리스크라면 그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지는 사건이 생기는 게 바로 재난이라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재난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 지만 그렇지 못할 수가 있는 거죠. 이런 재난들이 연속되거나, 아니면 이 하나의 재난이라는 사 건이 다른 방식의 사건들하고 연결될 때, 가령 한국의 부산에, 구리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무 너져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남한 전체가 아비규환 상태가 되었을 때, 이 남한의 지정학적인 위치 에서 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뭔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나아가는 상태, 이것을 저는 크라이시스(Crisis) 라고 생각을 하고, 그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그 위기 속에서 다시 그 전 상태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끝내 무너지는 상태 로 가버릴 때, 이것을 저는 파국 이라는 개념으로 부릅니다. 그래서 이런 강도에 따라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강해지는 형식의 계열을 상정했는데요, 그래서 재난이라는 것을 하나의 독립적인 사 건으로 독립되게 볼 것이 아니라, 항상 이렇게 위험, 위기, 파국이라는 다른 계열들 속에서 사고 해야만 우리가 재난을 통해서 다른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그리고 바로 이 재난 건축이라는 주제 가 말해주듯이, 이 재난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우리가 뭔가를 실현해내고, 상상해내고, 그것을 가 지고 사유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다른 위험이나 위기나 파국 같은 다른 방식의 비슷한 유형의 계열들 속에 있고, 그것이 언제든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 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 재난을 반드시 또 그렇게 우울하게만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닌 게, 재난이 깊어지면 발생하는 위기나 파국이라는 개념들은 사실은 이 안에 다 전복의 계기들을 품고 있거든요. 위기 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그리스 사람들은 길이 갈라지는 형태로 이를 위기라고 불렀어요. 우리는 길이 갈라진 부분에 있는 거고요. 목적지가 여기인데, 여기서 선택을 잘하면 이쪽으로 가지만 잘 못하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상태가 위기의 상태인 거예요. 그래서 이런 상태를 크리티컬 (Critical)하다 라는 형용사로 쓰죠. 크리티컬하다라는 말은 위험하다, 위급한 상황을 뜻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제대로 판단을 내렸을 때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거죠. 그 판단을 가리키는 말이 크리티시즘(Criticism) 이라는 말이에요. 그 크리티시즘은 언제나 위기 상황 속에서 가능한 것이고, 또 다르게 이야기를 해보면, 위기 상황일 때 반드시 판단을 내리는 비평적인 사고, 실천, 이런 것들이 필요하기도 한 거죠. 그러면 위기는 대게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시 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면 목적지로 잘 갈 수 있는 어떤 기회가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우 리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하는 게 이런 맥락에 있는 거고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 라는 말도 원래 한자에서는 모든 게 다 끝나버리는, 최종적으로 무너져 버리는, 완전히 끝인 그 런 상태를 이야기하는데, 영어의 카타스트로피라는 말은 사실 그렇지 않아요. Cata 라는 말하고, Strophe 라는 말이 결합된 것인데, 이것은 아래로 뒤집어진다 는 말이에요, 전복된다는 말이거든 요. 그래서 지금 현존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질서가 갑자기 뒤바뀌 어요, 전복되는 거죠. 그 전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파국이고, 몰락이고 한 상태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들한테, 혹은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바로 그런 파국적인 상태 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예전 16세기 에는 이 카타스트로피라는 말이, 지금은 그렇게 안 쓰이지만, 연극에서 갑자기 플롯이 반전되는, 그런 반전의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 카타스트로피라는 말이었어요. 바로 이 재난도 재난이 위기나 파국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항상 다 른 기회,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이 속에서 과연 어떤 판단 을 내려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 재난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혹은 역사적으로 있었던 재난의 사 - 8 -

건들을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도대체 이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지, 그 다음 에 한국이 닥쳐있는 어떤 상황은 무엇인지, 한국은 위기 상황은 아닌지, 재난 상황은 아닌지, 이 런 질문들을 여러분들이 던져보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건축을 전공하시고, 주로 이 공계 계열에서 공부를 하시겠지만, 아까 소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반드시 그 Archi 에 대한 문제들을 고민을 해야만 제대로 된 건축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재난의 두 형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서 재난은 주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생태적인 재난이고, 하나는 사회적인 재난, 이것은 다른 말로는 자연적인(Natural) 것, 그 다음에 인공적인 (Artificial) 것, 이렇게 두 재난으로 따질 수 있겠죠. 이 생태적인 재난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 러 가지 것들, 쓰나미라든가, 화산이라든가, 지진 이런 것들이 포함될 수 있겠고, 사회적인 것은 훨씬 범위가 넓죠. 아까 말한 원자력 유출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폭력, 테러, 전쟁, 이런 것들이 다 사회적인 재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적인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것을 외파(Explosion) 라고 쓸 수 있다면, 사회적인 것은 인간들이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공동체를 폭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내파(Implosion) 라는 말로 쓸 수 있겠죠. 그래서 우리는 흔히, 자연적인 재난과 사회적 인 재난을 나눠서 생각을 하고, 이런 재난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는 관점은 이 두 가지가 사실은 이어져 있다는 거예요.. 자본주의: 자연 재난와 인공 재난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생태적인 재난과 사회적인 재난들이 연쇄해서, 서로 연결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문 제의식인데요, 이 자본주의를 볼 때도 저는 재난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을 하나의 독립된 경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은 자본주의 문명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문화라든가, 정치라든가, 다른 모든 영역을 관통하면서 이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제이슨 무어(Jason Moore)라는 학자는 이 자본주의 문명을 자본주의 생태계 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생태계라는 말이 자연을 뜻하는 말이 아닌 거죠. 인터넷 생태계, 학문 생태계, 이렇게 이야기하듯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건축도 포함되 어 있는 그런 환경들은 자본주의라는, 그러니까 자본주의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것인데, 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라는 거예요. 그 속에 건축도 있고 문화도 있고 정치도 들 어가 있는 거죠. 이게 500년 역사를 보는데, 그러니까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문명이 바로 자본주의 문명인 거죠. 그래서 한국 금융의 허브라고 하는 여의도의 건축과 인사동 의 건축이 다른 이유, 이런 것에도 다 이유가 있겠죠. 그게 단순히 거기 사는 사람들이 이런 건 축물을 좋아하고, 인사동에 사는 사람들이 전통을 좋아하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본이 집중된 곳에는 반드시 그 자본의 집중을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 식의 문화가 필요하고, 그게 건축적으로 형상화된 것이 그런 고층빌딩들(Skyscraper)인 거잖아 요. 우리가 일상에서 살 때는 그런 건축 빌딩은 사실 필요가 없죠. 그런 것처럼 사실은 자본주의 라는 시스템이 우리의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그 생태계가 사실은 자연하고 인간 모두를 지금까 지 한 500년 동안 계속 바꿔온 거예요. 그래서 이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인간은 인간의 본성을 Human Nature 라고 하는데, 이것마저도 다 바꾸는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거죠. 자본주의가 자연을 바꾼다는 것은 가령 예를 들면, 경제가 굴러가기 위해서 반드시 뭔가가 필요 하잖아요, 에너지가 필요하죠. 자연에서 나무를 베어다 쓰거나, 석탄을 추출하거나, 석유를 끌어 - 9 -

다 쓰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계속 에너지가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 자본주의 체제가 사실은 엄청난 방식의 Natural Resource 를 계속 요구하는 거죠. 그게 여러분은 잘 감이 안 잡힐지 몰라도, 16세기부터 시작이 되는 거예요. 16세기에 동유럽의 어떤 곳에서는 사막화 같은 게 발생하기 시작하고, 지금 아마존에서만 아마존의 밀림이 잘려나가서 오존층이 파 괴되고 하는 일이 최근에 생겨난 일이 아니라 16세기 이후부터 계속 되어 오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인 것이고, 지금은 그 상태가 심각해져 버린 거죠. 그래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 드시 자연을 필요로 하는데, 자연이 지구 안에 속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본주의가 예전에는 유럽이라는 아주 지역적인 곳에서만 있었을 때에는 상관이 없는데, 이게 언제나 좁은 공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자본주의는 계속 확장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게 신대륙 발견 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온 세상이 사실은 세계화되었다고 말하는 게, 자본주의 문명화되는 방식 으로 세계화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에너지를 발견하거나 혹은 발명을 하는 겁니다. 21세기가 되었을 때, 그런 식의 자본주의 끌어다 쓰는 자원들이 한계가 다 가왔다, 혹은 한계가 이미 지나버렸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그 주장이 확 실한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가 자연을 계속 끌어다 쓰는 체제인 것이고, 그 자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사실은 자연 생태계 자체에 불균형이 생기는 거죠. 이것이 유명한 가이아(Gaia) 이론 이라는 것인데, 지 구를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로 볼 때, 그냥 땅덩어리가 아닌 거죠. 인간은 그 위에 살고 있는 것 이고, 그런데 인간들의 문명 때문에 지구라는 생명체가 몸살을 앓게 될 때, 대기의 격변 같은 것 이 생기는 거예요. 지진이라든가, 쓰나미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렇게 지구 전체의 항상성 (homeostasis)이 파괴된 그런 상황에서 생겨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방식의 재난으로 이어 지면서, 우리가 이런 재난들을 요새 들어서 더 많이 경험을 하고 있는 거죠. 예전에도 있긴 있었 지만 지금의 재난은 그래도 훨씬 심각한 상황인 거죠. 그런 맥락 속에서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하고,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재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가 지금도 신자유주의의 형태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자연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라 든가, 지식이라든가, 정서라든가, 이런 것들까지 뽑아가면서 그것을 상품화해내는 단계로 가고 있거든요. 그것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그런 방식의 소셜 네트워크 형태로 되어가고 있는 데, 이제는 자본주의가 더 이상 뽑아낼 한계(Frontier)들이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라고 우리는 인 식을 하는 거죠. 여전히 아직 석유도 나오고 있고, 석탄도 있고 하지만 그것들이 이제는 그 외에 다른 어떤 대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에는 쉽지 않은 단계라고 하는,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미국 국방부마저도 그런 식으로 계속 시나리오를 써내고 있어요. 그래서 전 세계적인 어떤 한계 상황 속에서 미국은 어떤 일을 해야 될 것인가에 관한 백서들을 4년에 한 번씩 내고 있거든요. 우리들은 이런 거대한 문제들에 별로 관심이 없죠, 한국에 워낙 역동적인 문제가 많으 니까,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는 이런 차원의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 문에 다시 뒤로 돌아가서 재난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는 거예요. 건축뿐만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문화에서도 재난이나 파국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요. 하이퍼오브젝트(초과물, Hyperobject) 재난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하게 아주 특유한 현대적인 - 10 -

재난, 현대적 위기 상황이라고 볼 만한 개념이 하나 있어서 하나 소개해 드릴 거예요. 그게 Hyperobject 라는 개념인데요, 이 책은 아직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아요, 티모티 모튼(Timothy Morton)이라는 생태학자가 쓴 책인데, 아까 말한 내용하고도 조금 연관되는 부분이 있어요, Hyper 라는 것은 뭔가를 초과하는 거잖아요, 과잉되고, Super 보다 더 큰 개념이거든요, Object 는 사물이고, 그래서 저는 이것을 초과물 이라는 말로 번역을 하는데, 현대 재난은 바로 이런 초과물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거예요. 초과물이라는 것은 티모티 모튼의 정의에 따르면, 우 리 인간이 느낄 수도 있고, 때로는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오브 젝트, 이게 하이퍼오브젝트, 그것의 예로 많은 것을 들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자본주의 시스 템이고, 태양계라든가 우주, 그 다음에 가령 제일 중요한, 여기서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아까도 말했던 원자력 같은 것, 이 지구상에 플루토늄이 어느 정도로, 얼마만한 양이, 어느 정도 의 지역에 퍼져 있는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요. 그리고 그 속에서 그렇게 퍼져 있는 범위 도 그렇고, 그 플루토늄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구상에 남아 있는가 하는 것도 짐작할 뿐 이에요. 대충 막 400년 이상, 1000년, 이렇게 잡는데, 그 말은 앞으로 우리한테 어떤 일이 일 어나서 인류가 다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플루토늄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플라스틱 백도 마찬가지고, 스티로폼 컵도 마찬가지고. 이런 것들, 이런 하이퍼오브젝트들이 바로 울리히 벡이 말한 근대문명이 만들어낸 것들이고, 우리는 이 속에 살고 있는 거죠. 인터넷도 하이퍼오브 젝트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날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메일도 확인하고 하지만, 내 가 접속한 인터넷에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고 그게 어떤 식으로 정보가 처리되고 하는 지를 우리는 몰라요, 모를 수밖에 없죠, 너무나 많으니까. 그런 하이퍼오브젝트 속에서 살고 있 기 때문에, 이런 문명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하이퍼오브젝트적인 재난이 되는 거예요. 그 러니까 기존에 고대나 중세나 이럴 때 발생했던 자연의 재해들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방식 의 재난이 가동이 되는 거죠. 원자력이 붕괴되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우리의 인터넷 환경도 다 끊어질 것이고, 전기가 다 끊길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하이퍼오브젝 트적인 시스템들이 다 다운이 되어 버릴 때, 인간은 완전히 원시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옛날 사 람들한테는 그게 별 문제가 없었을 수 있죠. 왜냐하면 지금 같은 첨단의 문명이 아니었으니까. 현재 우리 인간은 그때 인간하고 완전히 다른 존재거든요, 생긴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는 그런 문명 속에서 생산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문명이 갑자기 사라지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 인간 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반응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죠. 그런 것을 상상하는 게 유행하는 좀비 영화 같은 거예요. 갑자기 이 지구상에 현재 질서가 다 무너졌을 때, 인간이 과연 지금처럼 서로 에게 친절할 수 있고, 지금처럼 민주주의를 계속 할 수 있고, 지금처럼 서로 도와가고, 공동체를 만들면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질문하는 텍스트인 것이죠, 이런 좀비 영화 같은 것이, 혹은 재난 텍스트 같은 것은. 그런 질문을 여러분이 해봤으면 하는 것이고, 그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 황, 하이퍼오브젝트로 이루어진 문명과 하이퍼오브젝트적인 재난이라는 위험 가능성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필요하고, 바로 그렇게 절실하게 느끼는 속에서만 사유가 시작될 수 있고, 건축을 한다면, 그 건축을 하는 것이 내가 단지 돈을 벌고 유 명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내가 사는 사회 속에서, 이 시대 속에서, 더 크게 말하 면 전 지구적인 환경 속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집, 내가 설계하는 건축이 어떤 이념을 담아야 되 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재난이라는 것은 그런 관점에서 적절한 주제일 것 같고, 실질적인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소장님께서 해주셨지만, 저는 이 재난을 우리가 왜 생각해야 하고, 우리는 어떤 심각한 가능성 - 11 -

속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몇 가지 개념 설명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더 자 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재난 포럼을 통해서 나누거나, 아니면 제가 건축신문이나 다른 곳에 쓴 글들을 참조해주세요. 질의 및 응답 Q 공동체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A (문강형준) 제가 생각하는 공동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면, 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해서 제 가 무엇을 이야기 해야겠다고 준비를 해온 것은 아니고, 질문을 하시니까, 그리고 소장님의 프레 젠테이션을 들으면서 떠올렸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면, 방금 전 강의에서 현대 재난이 가지고 있는 하이퍼오브젝트(Hyperobject)적인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잖아요? 하이퍼오브젝트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인간의 문명,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그 런 생각을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어떤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우리는 계속 있다는 거죠. 티모티 모튼(Timothy Morton)이라는 사람이 하이퍼오브젝트라는 개념을 통해서 현대 문명을 비판한 이유는, 인간이 단독적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아 요. 다시 말하면 우리 인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적인 환경, 그리고 우리 옆에 있는 또 다른 커뮤니티, 이웃, 그리고 또 다른 나라, 그리고 대기, 태양계, 이렇게 어떤 거대한 차원 속에서만 인간이 존재한다고 보죠.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볼 때, 항상 인간의 역사만 생각을 하는데, 사실 은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일들은 인간만이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라는 게 생태학자들의 중요한 아이디어거든요? 그러니까 그 안의 인간 외에 다른 존재들, 엑스트라 휴먼(Extra Human) 이라 고 하는데, 그런 엑스트라 휴먼을 같이 사유할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런 게 바로 지금까지의 인간 중심적인 사유를 넘어서려고 하는 가장 최신의 사유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인간적인 것들, 생명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 다음에 지구 전체, 이런 것 속에서 항상 인간은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 말은 인간을 항상 관계 속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동체라고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이웃, 우리 동네 이런 차원을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보고 있어요. 조금 추상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 는데, 항상 관계 속에서 생각을 하고, 따라서 그렇게 공동체의 개념을 확장시키면, 공동체는 우 리 옆집에 사는 사람이나 우리 마을에 사는 사람을 넘어서서,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라든가, 대 기라든가, 자연 환경이라든가, 그 속에서 우리가 행했던 여러 가지 어떤 일들, 그 모든 것들의 관계 속에서 지금 우리를 생각하는 게 공동체적인 사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조남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쓴 소유냐, 삶이냐 라는 책의 일부를 보면, 건축지든 우리의 삶이든 하나의 존재의 방식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많은 가치들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 요. 저는 공동체가 지금 우리가 막연하게 공동체 이야기를 할 때, 고립된 혼자의 삶보다는 풍요 롭게 서로 교류하면서 산다, 이런 정도의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과거에도 그랬을까, 과거의 씨족 공동체든, 그런 것을 이루고 살 때,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같이 뭉쳐있고 싶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씨족이 뭉치는 이유는 자신들의 대외적인 경쟁력 과 좀 더 큰 부족, 이런 것들을 다른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 - 12 -

이 들어요. 우리는 과거에 대해서, 과거에는 막연히 좋은 공동체가 있었지, 이렇게 이야기 하지 만, 사실은 저는 개인적인 독립성을 얻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했나? 이것은 경제적인 성장도 그렇고, 민주화든, 이런 것들이 결국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는데, 왜 다시 또 공동체지? 이런 생각마저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막연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다만 이제 공동체라고 하는 의미를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건축 안으로 끌고 들어와 보죠. 어떤 하나의 집을 지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 욕심껏 지어요. 그런데 그 집을 지으면서, 마을 풍경하고는 이 집이 어떨지, 여러 가지 이 앞의 정원들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지, 그런데 그것이 우리 가 족한테 최적의 공간을 만들지, 혹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한테 배려가 있는 공간을 만들지, 그런 데 뭔가 조금 내놓게 되면 마을 전체가 다른 풍경이 되죠. 만약 서로 비슷한 방식으로 마을을 만들었다면요. 그러니까 저는 그게 어떤 소유의 방식이냐, 어떤 존재하는 방식이냐, 이것에 따라 서 그게, 이제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일 것 같긴 한데, 우리가 공동체라고 하는 것은 공유 의 가치를 드러냄으로 인해서, 별로 좋지 않은 동네에 나 혼자 좋은 집을 지었다고 해서 그 집 이 특별히 가치 있어지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생 각할 때, 그냥 우리 삶이 옆 사람하고 교류하면서 살지, 이런 문제를 넘어서 재난의 상황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고, 또 평상시에는 우리 삶의 질을 전체적으로 같이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개인과 집단이라고 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 가, 무조건 공동의 가치만 생각하는 것은 공산주의이거나, 혹은 일종의 전제주의 같은 것과 비슷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개별 것들이 존중되되, 그게 어떻게 공동의 가치를 드러 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깨달으려고 하겠죠. 공동체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Q 멘토께서는 혹시 인문학도 많은 종류가 있는데, 왜 재난으로 계속 연구를 하시는지요? A 재난이나 지구의 멸망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석사까 지만 해도 19세기 영문학, 이런 것으로 논문을 쓰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박사로 유학을 갔다가, 거기 지도 교수님이 관심 가지고 있었던 것이 디스토피아, 픽션, 이런 것이었고, 그 연장선상에 서 제가 관련된 공부를 하다보니까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낀 거죠. 여기서 매력적이라는 것은, 그냥 간단히 읽어보니까 재밌다, 1차원적인 것도 있고, 제가 그 전에는 이런 식의 디스토 피아 소설이라든가, 지구 멸망에 관한 이야기, 좀비 이야기, 이런 것들은 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아서 안 봤거든요. 고상하고 이런 이야기를 읽어야지, 이런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하고, 이런 이 야기들은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해서 안 봤는데, 생각을 바꾸고 여기에 관심을 가져보 자 해서 읽었더니, 일단 재미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그게 기존의 문학하고 완전히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문학은 인류가 항상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 한 문제, 나는 누구인가 존재에 대한 문제, 타인에 대한 문제, 이런 주제들을 계속 변주하는 그 런 이야기들이었다면, 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소설이나 멸망을 다루는 이야기 속 에 본질적인 주제들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훨씬 급진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 런 상황이 되었을 때도 너희들이 과연 지금의 자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인간 이라는 게, 너희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탄탄한 존재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현재 사회에서 잘 제기되지 않는 급진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일종의 사고 ( 思 考 ) 실험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고전 문학도 좋 지만, 우리가 우리 시대를 재난이나 위기가 상존하는 그런 시대라고 본다면, 이 시대에 맞는 가 - 13 -

장 관련 있는 문학은 그런 장르가 아닌가 생각하고, 그런 문학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요소 가 부정성( 否 定 性 ) 이라는 것인데, 멸망을 이야기하고 끝을 상상하는 거잖아요. 그 부정성이야말 로 지금 우리가 가장 결여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나 긍정을 강조하고, 희망을 강조하고, 꿈을 꾸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사실 청년들은 그게 아니라는 것도 동시에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 같이 우울해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긍정성으로만 과잉되어 있 는 가치들 속에서 부정적인 서사나 이야기들, 혹은 그런 상상들을 함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타계 할 수 있는, 혹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나 사유를 해보자, 문학에서는 제가 전공하는 절망이나 재난에 관한 것을 공부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위험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된다고 했는데, 위험성에는 종교적이거나 정 치적인 위험성도 반드시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것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 나요? A (조남호) 사회적인 이유로 생겨난 재난이라고 하면, 건축에 위해는 없는 거잖아요. 만약에 건 축에 위해가 없는 재난일 경우라면, 프로그램이라는 문제에 좀 더 집중된 작업이 되었을 때, 그 만큼 어떤 한 상황에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질병일 수도 있고, 질병이더라도 그게 건물에는 위해가 없는 재난이잖아요? 그럴 때 그 특정한 질병에 대해서 건축이 어떻게 대 응하는지, 혹은 위험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거기서 공동체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전 건 축이기 때문에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거죠. 가능한 것이고요. 다만 그럴 때는 보다 프로그램에 집 중된 작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공학과 인문학을 접합해서 시나리오를 쓰자니, 사실 막연합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요? A(조남호) 환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했으면 좋겠고, 저는 특히 공학, 건축학 이렇게 나 눠져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이고요. 그래서 학생 같은 경우에는 처음 생 각한 것처럼, 오히려 공법에 집중해서 거기에서 단서를 찾아나가기를 바라고요. 다만 공법적으로 접근하면, 그게 결국은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차원의 접근이 될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러 니까 오늘들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들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되,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 여러 가지 상황을 비춰볼 때 적정 기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술이 어떤 것인가. 어느 정도에서 나의 기술이 멈춰야 되는가 하는 부분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통제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자리에는 건축공학과 학생들은 아무도 없고, 이런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학생들이 참여해서 공학적으로 접근하되, 기본은 인문 학적 베이스를 가지고, 이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면서 작업한다면, 환 영할 만한 접근 방법이고 좋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시나리오는 건축물에 대한 -집주인, 사무소, 정치인이나 관공서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 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모전에서 원하는 시선은 어떤 것일까요? A (조남호) 좋은 질문입니다.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도 저는 좋은 접근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보고요. 또는 마치 전지전능한 사람이 도시 - 14 -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해 보는 방식도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의 시선으로 본다 는 것은 때로는 사람들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잖아요? 그런데 전지전능한 입장에서 보면 추상화될 가능성이 많죠.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도 미시사도 있고, 개인의 시선으 로 보지만, 그 시선 속에 묻어나는 것은 전체적인 걸 담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행정가의 입장에서 방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좀 더 집중할 수도 있고, 그런데 개 인이라면 전체적인 문제에 입각해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해서 해나가되, 개인의 움 직임 속에는 전체적인 것과 어떻게 연계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단서를 담아야 되는 것이죠. 좋 은 질문이고 어떤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 관점이 결국 이 작업을 끌고 가는 관점 이 될 것이니까요. (문강형준) 아까 제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관계 이야기를 했는데, 방금 질문하시면서 주인의 시선이냐, 건축가의 시선이냐, 행정 관료의 시선이냐 하면서 마치 그 시선이 따로 독립되 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셨는데, 방금 선생님께서 답변하셨지만 건물을 가진 사람, 그곳에 사 는 사람의 시선이 그밖에 있는 사람의 시선, 그 다음에 커뮤니티 전체를 보는, 혹은 더 크게 이 야기하면 사회라든가 지구 전체의 관점 속에서 건물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그 관계가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짜실 때, 자신이 그 시선을 선택한다면, 그 시선이 어떤 관계 속에서 형성이 되는 건지, 다른 시선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고민을 하신 다면, 그 시선이 어떤 것으로 결정되든지 간에 그것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생길 겁니다. 그게 건 물이나 세상을 보는 입장이 될 것이고, 그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 해요. Q 대상지 조건이 외부로부터 일절 단절된 상황의 부지라 설명하셨으나 시나리오를 쓸 때는 거주 지에서 일어난 현상과 주변 지역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기술하라 하셨습니다. 그럼 이는 건축물 이 가지는 특징이 드러나도록 대비해서 보여주라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 지역 주민들이 와서 살 수 있게 하는 캠프로서의 기능을 설명하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조남호) 여러 단계가 있을 것 같아요. 재난이 일어나기에는 혼란의 시기도 있을 겁니다. 그러 니까 바로 그 주변과 연계를 하기 보다는 자체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고, 그 안에서 작은 연대들과 자치들이 생겨나겠죠. 조금씩 해결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그 다음에 부 분적으로 재난 외의 지역, 물론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는 못한지만 연결고리가 생기기도 하겠 죠. 왜냐하면 재난 외의 지역, 그러니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파괴된 지 역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여기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요. 그런 것을 가정해서 인접 지역과의 연계라고 하는 것의 맥락을 보면 사실 관계가 적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파괴된 상태이고 실제 그 맥락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거의 없을 수 있거든요. 그러나 언계를 갖는다고 다시 이야기하는 이뉴는 재난 상황이 되었을 때, 거기가 베이 스캠프가 되어서 외부 인접 지역과 연계해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죠. Q 재난 이후의 건축이 재난이 발생하고 난 이후의 피해에 대해 다시 재생산하기 위해서 할 수 - 15 -

있는 조치라고 한다면, 그런 조치나 구축적 방법들이 재난 이전에는 조금 비효율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재난 이전의 건축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시게루 반(Shigeru Ban)의 Shelter 같은 가벼운 건축이 되지 않기 위한 그런 말씀이신지, 아니면 그 전 의 것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요? A 재난이라는 강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건축이 훨씬 더 잘 견딜까 라는 것, 그것은 강한 철 판이 아니고, 스펀지 같은 거라고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게 재난 이전에 기형 적으로 콘크리트 문화가 우리 도시를 많이 채우고 있는데, 세계 다른 도시들은 좀 더 유연한 재 료를 많이 쓰죠. 그리고 실제 목조로 만들어진 집들은 일본에서 지진이 났을 때, 콘크리트는 꽤 오래 잘 버티지만 무너졌을 경우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죠. 그런데 이 목구조는 쉽게 잘 무너지지도 않을뿐더러 무너져도 아주 서서히, 그리고 무너졌을 때도 공간을 만들어요. 가구 식 구조라는 것이 그런 특성들이 있죠. 그 사이에 생존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거죠.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목조로 다층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큰 구조물들은 콘크리트나 철골로 만들고, 그 사이를 자족적인 방식으로. 집이 변할 수 있잖아요. 나의 집 은 30평이었는데, 다섯 평을 이쪽 집에 주겠다, 그럴 때 쉽게 칸막이를 만들 수도 있고, 그런 일들이 나중에 실제 재난이 생겨서 어느 정도 파괴가 되었을 때, 그런데 우리의 전제는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구조물을 구상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부분적으로 파괴가 되었을 때, 파괴 된 것을 복구하는 일들이 결국은 사람들이 모여서 쉽게 작업할 수 있는 거죠. 하나의 큰 구조물 이라면 그 안에 뭔가 좀 더 섬세한 방식으로 채워져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은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제가 마지막 공간체를 만들었던 것도 학생들의 작업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거예요. 그래서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하이테크(High-tech)한 기술이 아닌 거죠. 하이테크한 기 술은 제한된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지만 로우테크(Low-tech)는 사람들이 쉽게, 있는 구조물만 가지고도 내가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재난 이전의 건축은 일단 재난이 일어났을 때 파괴가 덜 되는 구조물이기도 하고, 그 다음에 재난이 벌어졌을 때 파괴된 부분들이 주민들의 자치에 의해서 다시 재생될 수 있는 그런 가능성,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 들도 몇 가지 좁은 관중 중에 하나일 수 있어요. 이런 부분에 좀 더 치중해서 고민할 수도 있고 요, 아니면 공동체나 방제 시스템 위주로 고민하면, 구조적인 문제는 최소한의 방법만 갖고도 설 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1단계 시나리오 후, 총평을 거쳐 2단계 과제는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총평을 통해 내용을 다 바꿀 수 있는 건가요? A(조남호) 일단 골격은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한 번 제출한 내용을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어 요. 앞의 재난에 대해서 기술간 가정은 비교적 바뀌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뒷부분은 미 리 시나리오를 써놓고, 실제 건축을 하다보면, 건축이라는 것이 시나리오를 써놓은 대로 종속되 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에 영향은 받지만 건축이 독립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까 가정이라고 한 것은 수정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처음에 제출한 시나리오하고 뒤의 작업 간에는 분명히 연관은 있어야 겠죠. Q 재난 건축에 대해 생각을 해볼 때, 복합적인 재난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하 나의 재난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 16 -

A (문강형준) 제가 재난을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리가 너무 그런 식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고, 항상 하나의 재난이라는 사건도 그 이면에는, 뭔가 총체적인 다른 사건, 혹은 다른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는 인식 전환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 고요, 그래서 가령 본인의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하나의 재난만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다른 재난을 복합적으로 해야 되나? 이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시각을 넓히라는 의미이고, 하나의 재난 을 다루어도 그 안에서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 은 접근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조남호) 물론 작업의 선명성을 위해서는 재난의 성격을 좀 더 단순화하고 어떤 한 주제에 집중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다 해결해주는 것은 세상에 없고요. 그 리고 굉장히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것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지, 실제 짓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그것을 건축적으로 옮겨오는 경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생각하되 주제는 선명성 있게, 재난의 종류도 명확하게 선정하고 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