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177 서평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금 혜 성 *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 루머, 가십, 익명성, 그리고 디지털 주홍글씨 저자 다니엘 솔로브 역자 이승훈 출판사 비즈니스맵 2008년 08월 08일 출간 지난 9월 29.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대학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을 상세 하게 보도했다. 자살한 사람은 뉴저지주 뉴어크에 위치한 럿거스 대학 (Rutgers University)의 신입생이었다. 사건은 시작은 트위터였다. 사고 발생 열흘 전인 19일 래비(Dharun Ravi, 18)는 룸메이트가 밤에 방을 비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트위터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룸메이트가 자정까지 방을 비워달라고 했다. 나는 몰리 웨이의 방에 들어가 웹캠을 틀었다. 내 룸메이트가 남자와 (성행위를) 하 는 것을 봤다. 야호. 1) 래비의 메시지는 클레멘티(룸메이트)의 성행위를 담은 동영상과 함께 트 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으며, 클레멘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살을 예고 하는 짧은 메시지를 남긴 후 다음 날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의 신입생으로 올해 18세인 타일러 클레멘티는 촉 * 숙명여자대학교 다문화통합연구소 선임연구원 hskum@sm.ac.kr 1) 직접인용부붙은 인터넷 신문 위키트리에서 인용.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0339
178 사이버사회문화 망받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 의 이 학생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 웹캠을 통한 인터넷 중계로 적나라 하게 공개된 후 3일 만에 투신자살을 선택했다. 그의 어이없는 죽음은 럿 거스 대학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가해 학생들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켰 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두 학생은 각각 2만 천 달러의 보석금을 내거나 법정출두 서약을 하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들을 기소한 검찰 측 혐의내용은 영상을 촬영한 혐의와 인터넷으로 실시간 시청한 혐 의였다. 미국에선 본인의 동의 없이 성행위 이미지를 모으거나 보는 행위 는 4급 범죄에 해당하며 이를 유포하는 경우에는 최대 5년 징역형을 선고 할 수 있는 3급 범죄로 분류된다. 검찰이 사건을 공개한 당일 뉴욕타임스와 ABC 등 미국의 언론들은 일 제히 클레멘티 자살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 사건은 미국 내에 만연 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인터넷 이지메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 례이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실시간 영상 재생)와 소셜 네트워크 등 뉴미디어의 활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의 맹 점을 부각시키는 사례라 전했다. 사건을 보도한 언론의 말처럼, 이 사건은 우리가 열광하는 소셜 네트워 크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 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사건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 다. 사건의 시작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였는지 몰라도 사건을 더욱 심 각하게 한 데에는 언론이 한 몫 제대로 기여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사건을 보도한 모든 언론과 방송들은 자살한 학 생과 가해자로 기소된 학생들의 이름과 나이, 학교, 심지어 사진까지 최신 사진으로 깔끔하게 신상명세를 알려주었다. 기소된 두 학생은 현명하지 못 한 행위로 친구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 몰아갔다는 죄책감을 갖게 될
(서평)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179 것이고, 전국적으로 비열한 죄인으로 각인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형 량을 감당해야 하는 범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인들의 철없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18 세이며 대학 신입생이다. 설사 법정 최고형인 5년형을 구형받는다 하더라 도 5년 뒤에는 어찌할 것인가. 자신의 모든 기록이 낱낱이 공개된 후 그 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긴 긴 삶은 어찌할 것인가. 저자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법학 교수인 다니엘 솔로브(Daniel J. Solove)는 래비와 몰리의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우리는 그들이 남은 인생 을 누릴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과 우려를 던지며 인터 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판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그가 저서에서 다루 고 있는 문제는 간단하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 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까. 과연 그것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솔로브 교수는 자신의 전작 디지털 인간(The Digital Person: Technology and Privacy in the Information Age(2004) 에서 정부와 기업 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내에 축적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우리의 사생활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프라이 버시 보호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얘기하였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했던 것은 정부의 개인에 대한 감시, 즉 빅 브라더의 문제이거나 기업이 고객에 게 고객의 선호와 기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 데이 터베이스에 담긴 개인정보를 활용하면서 일어나는 정보의 시장화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과 보호의 방법을 사회적으로 규제적으로 좀 더 강력하게 강구해야 함을 주 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인간 의 후속편 격인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 래 에서 그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고 보편화되고 있는 프라이버 시의 문제는 오히려 개인의 부주의, 즉 우리에게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180 사이버사회문화 있다. 사람들은 블로그와 미니홈페이지에 자기의 일상이나 의견을 남기는 것 에 주저하지 않는다. 트위터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의 트윗을 남기면서 자 신의 일적을 알리고,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친구들이 어떤 글을 남겼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를 확인한다. 사람들은 매일 자 신의 일상과 정보를 노출하고,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자연스럽게 침범 하고 있다. 자신의 정보를 분별없이 노출시킴으로써 그것이 나중에 가져올 파급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솔로브 교수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인터넷공간이, 우리가 남긴 발자국 들의 경이롭도록 자유로운 흔적들을 통해, 우리를 얼마나 부자유스럽게 만 드는지에 대해 짧은 에피소드들를 통해 구체화시키고 있다.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상사의 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고당한 로스쿨 학생은 어쩌 면 아직까지 훼손당한 평판을 회복하지 못하고 구직자로 전전하고 있을 수도 있다(아니기를 바라지만). 솔로브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인터넷은 지워지지 않을 개인의 과거 잘못을 기록함으로써 호손의 주홍글씨를 디지 털판 주홍글씨(digital scarlett letter)로 재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장은 인터넷 공간에 서 유통되는 루머와 가십들이 온라인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또 어떻게 우 리의 평판을 형성하고 훼손하는지를 여러 에피소드 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에게 이 책을 쓰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개똥녀 사건을 통해 그는 가십이나 루머가 인터넷에 유통되면서 꼭 부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온다고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한의 공공성 을 재인식하고 규범 제정 의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를 가졌다.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사실 을 널리 알림으로써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때 이를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율적 통제, 즉 해야
(서평)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181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규범이 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과오가 오프 라인에서처럼 한 번 이슈가 되었다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영원토록 남게 됨으로써 그녀가 평생 '개똥녀 의 굴레 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 자발적인 규범경 찰들의 꾸짖음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서의 정보의 유통과 이로 인한 평판의 훼손을 얘기 하고자 그는 평범한 15세 소년이었던 기슬레인이 스타워즈키드로 알려지 면서 주위의 과도한 관심으로 학교를 자퇴한 에피소드, 남자친구와의 성생 활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실수로 유출이 되면서 남자친구로부터 고소를 당 한 에피소드, 상상의 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고당한 인턴 등의 에피 소드들을 풀어놓고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은 우리 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로그든, 소셜 네 트워크 웹사이트든 기록된 내용은 어떤 경로로든 휴출되어 유통되기 쉽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가쉽과 루머 형의 인터넷 때문에 야기되는 평판 훼손 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다루어지고 있다. 저 자는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 으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가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으면서도 둘 다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제이며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함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세심 하고 면밀한 법규제적 고민의 과정과 배려가 필요하며, 사람들의 자발적이 고도 규범적인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특히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기준과 확장된
182 사이버사회문화 범위에서의 법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는 법해석과 적용의 확장은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실명제나 사이버 모욕죄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이고 강제적으로 제한하거나 억제하는 억압적 통제 수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외부적이고 강 제적인 억압수단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훼손시켜 결과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의 의지를 감소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하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인터넷을 잘 이해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람들 스스로가 해도 되는 것과 해 서는 안되는 것을 구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균형을 어디서 맞출 것인가, 경 계가 어디인가에 대한 명확한 제시나 지적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 는다. 얼마 전에 본인이 과거에 인터넷에 남긴 글을 모두 검색할 수 있다는 검색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내 이름, 내가 과거에 사용했던 아이 디 등을 넣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8년 전에 내가 어느 사이트의 댓글로 남 긴 글이 검색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디지털 주황 글씨란 바로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인기와 활용이 점점 더해 가는 요즘, 특히나 심심치 않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과 침해의 문제들을 볼 때, 이 책은 한 번 쯤 인터넷과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 고 있다는 생각이다. 프라이버시를 이해하기 위해 골치 아픈 법률적 접근 이 부담스러웠다면 이 책은 그 생각을 꽤나 바꿔놓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