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던전 다크 소울 게임 디자인 연구 (Deep Dungeon: Exploring the Design of Dark Souls) 작성자: 로버트 보이드(Robert Boyd) 작성일: 2012년 9월 26일 <Cthulhu Saves the World> 및 Penny Arcade의 <온 더 레인-슬릭 프리시피스 오브 다크니스(On the Rain-Slick Precipice of Darkness 3)>의 게임 기획자인 로버트 보이드가 인기 있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 액션 RPG 다크 소울의 디자인을 조심스럽게 분석한다. <다크 소울(Dark Soul)>은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어려운 게임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상업적으로는 퍼블리셔의 지난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1백만 장 이상 판매했고, 비평적으로는 현재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89점을 얻고 있다. <다크 소울>이 컬트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주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다크 소울>의 주요 성공 요인은 실제 난이도와 인식되는 난이도의 차이에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다크 소울>은 대외적으로는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플레이어가 그 불가능을 이루어 내는 걸 여러 교묘한 방식으로 도와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마케팅 <다크 소울>의 퍼블리셔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다크소울>을 어려운 게임으로 브랜딩(branding)했다. <다크 소울> 공식 웹사이트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PrepareToDie.com 1. 게임이 극히 어려운 것처럼 마케팅한 덕분에 게임의 실제 난이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난이도가 높은 것처럼 인식되었다. 2. 플레이어가 스스로 룰을 만들 수 있다. 플레이어는 광활하고 적대적인 세계에 당황하게 되지만 곧 이 어려움이 플레이어에게 혜택으로 작용한다. 하나씩 가보자. <다크 소울>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플레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중무장한 기사, 날쌘 전사, 마술사나 성직자, 혹은 위의 모든 직업으로 플레이하고 싶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크 소울>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자기한테 제일 잘 맞는 스타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몇 가지 클래스(class) 중 하나를 선택하기는 하지만, 이 때의 직업 선택은 처음 스탯(stat)과 장비만 결정해 줄 뿐이다. 이후에는 플레이어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다. 3. 스탯을 완전히 망치기는 어렵다. <다크 소울>에서는 레벨이 올라갈 때 플레이어가 스탯 보너스를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다. 원하는 전문 분야의 스탯을 최대치로 올리고 나머지는 최소화할 수 있는 정도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궁극의 다크 소울 파괴 머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초보 플레이어의 경우는 어떨까? 문제없다. 이 역시 기획에 포함되어 있다. 스탯에 의지하지 않는 효과적인 도구들이 몇 가지 있다. 기본 무기, 방어구(방어구는 무겁지만 스탯 요구치가 없다), 강력한 화염 주술 파이로맨서 등이 플레이어가 레벨업 될 때 스탯 배분을 잘못했더라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레벨업이 될 때마다 플레이어의 전체적인 방어도가 약간씩 올라간다.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약간씩 회복이 되게 되어있다. 그리고 결국은 모든 스탯을 최대치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하다 보면 잘못 선택한 것도 고쳐질 수 있다. 1 죽을 준비를 하라는 뜻. 참조링크: http://preparetodie.com/
4. 우리는 함께라는 느낌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힌트를 남기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게임에 조인해서 <다크 소울>의 보스를 무찌르는데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끼리 서로 도울 수도 있다. 보스들은 보통의 적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소울(<다크 소울>의 화폐)을 내놓으며, 한 보스를 여러 번 처치하려면 다른 플레이어를 돕는 길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이를 돕는 플레이어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다크 소울>은 우리 대 우리 라는 느낌이 아닌 우리 대 게임 이라는 분위기를 조성시킨다. 5. 완전히 비선형 세계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비선형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엄격한 선형의 세계보다 어렵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를 가능성이 높고, 준비 안된 상태로 어려운 적이 있는 지역에 뛰어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다크 소울> 은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비선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기보다 훨씬 선형적이다. 우선 각각의 지역은 매우 선형적인 경향이 있다. 여러 군데 옆 길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게임이 전체적으로 진행되어감에 따라 <다크소울>은 게이팅(gating)에 크게 의존한다. 게임의 일부가 열린 상태에서 정해진 과업들을 수행해야만 그 후에 다른 지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튜토리얼이 나오는 지역을 제외하면 최종 보스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세 개의 주요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두 개의 종을 울리는 것인데 각각의 종은 보스가 지키고 있다. 플레이어는 제사장(최초의 허브지역)에서 시작해서 지하묘지(The Catacombs), 작은 론도 유적(New Londo Ruins), 불사의 도시(Undead Burg) 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지하 묘지의 파수꾼은 죽이고 나면 곧 살아나는 강력한 해골이고, 작은 론도 유적은 플레이어가 저주가 걸려있는 상태이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유령들로 가득하다. 반대로 불사의 도시에 있는 적들은 튜토리얼 지역의 적들과 비슷해서 당연히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다크 소울>은 시작부터 교묘한 방식으로 캐릭터들을 거의 저항 없이 끌고 다니는데, 다음에 가야 할 지역을 가리키는 열쇠를 주어 플레이어가 두 개의 종 지역을 지나게 한다. 두 개의 종을 울리고 나면 컷신과 함께 두 번째 파트가 시작한다. 이전에는 잠겨있었던 거대한 요새가 이제 열려있다. 플레이어의 저주도 풀려서 요새와 그 뒤의 지역을 탐색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가장 선형적인 지역 중에 하나로 반드시 깨야 하는 필수 지역이 두 개 있고, 단 한 개의 선택 지역이 있다. 이 부분은 일종의 시험으로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어려운) 두 지역을 성공적으로 깰 수 있으면 세 번째 메인 영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세 번째 영역은 최종 보스를 제외한 <다크 소울>의 전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 내 지역을 여는 게이팅 방식으로 <다크 소울>은 진짜 비선형 게임에 비해서 난이도를 상당히 통제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에서 열리는 지역은 두 번째 지역에 비해서 더 어려운 경향이 있다. 두 번째 지역은 또 첫 번째 지역보다는 더 어렵다. 이렇게 해서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전체 세계에 접근할 수 있어서 정말 혼란스럽거나 길을 잃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6. 플레이어에게 힌트를 제공하되 분명하지는 않게 하라 <다크 소울>이 플레이어에게 힌트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불사의 교구(Undead Parish) 초반에 나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마주치는 갑옷 멧돼지(armored boar) 는 지금까지 싸워온 것들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다. 정면 공격은 거의 효과가 없지만 주위에 플레이어가 피해 갈 수 있는 계단들이 있다. 계단에서 비교적 쉬운 전투를 몇 번 하고 나면 몬스터를 유인하는 아이템들을 멧돼지 바로 위의 돌출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몬스터 유인 아이템 몇 개를 가까운 불꽃에 던지고 멧돼지가 불꽃으로 스스로 돌진해 자살하는 꼴을 지켜보면 된다. 그저 그런 게임이라면 플레이어가 몬스터 유인 아이템을 집어 들었을 때 몬스터 유인 아이템을 불꽃에 던져 갑옷 멧돼지를 죽이시오! 같은 메시지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은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노골적으로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게 하여, 플레이어가 스스로 영리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7. 전투는 회복의 수단 <다크 소울>이 전작에 비해 가장 좋아진 점은 화톳불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전작인 <데몬즈 소울(Demon s Souls)>에서는 플레이어가 찾거나 구입한 아이템으로 HP와 MP(magic point)를 회복할 수 있는 전통적인 리소스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다크 소울>에서는 플레이어가 포션을 일정량 얻어 사용할 수 있다. 포션은 추가로 찾을 수 없다. 대신 플레이어가 화톳불에서 쉴 때마다 포션이 재충전된다. 마찬가지로 마법 사용 횟수도 화톳불에서 쉴 때마다 회복된다. 화톳불에서 회복하는 시스템은 <데몬즈 소울>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장점이 있다. 플레이어는 MP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은 마법만 사용하는 대신, 쓸 수 있는 마법을 모두 쓰게 된다. 플레이어가 체력이나 MP회복을 위한 아이템을 대량으로 사서 축적해놓지 않게 하기 때문에 리소스 시스템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포션이 부족할 때 돈이나 아이템을 짜낼 필요도 없어진다. 화톳불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는 가지고 있는 자원을 거리낌없이 모두 다 쓰게 된다. 다음 번에 휴식을 취할 때 다 회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자원을 아껴 써야 하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8. 탐험은 무제한의 자원 <젤다(Zelda)>에는 폭발시킬 수 있는 벽이 있다. <다크 소울>에는 가짜 벽이 있다. 차이가 뭘까? <젤다>에서는 인벤토리에 있는 폭탄으로 벽이 폭파되는지 계속 실험해봐야 한다. <다크 소울>에서는 아무 공격이나 하면 (그냥 앞구르기만 해도) 보기에 탄탄한 벽 뒤에 숨겨진 통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다크 소울>의 많은 비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잘못 생각했더라도 손해 볼 게 없으니까 말이다. 9.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게임을 더 어렵게 만드는 쉬운 방법이 바로 겉보기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고전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2(Silent Hill 2)>이다. 기계적으로 보면 <사일런트 힐2>는 매우 쉬운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 속의 몬스터나 배경을 무시무시하게 만든 덕분에 실제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다. <다크 소울>의 적들은 거의 전부가 그로테스크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크 소울>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초반의 보스들 중 많은 수가 플레이어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려 플레이어 앞에 나타나게 했다. 이것이 암시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들 몬스터에게 플레이어는 하찮은 존재여서 망설임 없이 벌레 잡듯 내려칠 것이라는 점.
하지만 경험 있는 플레이어는 곧 이 무섭게 생긴 애들이 <다크 소울>에서 가장 쉬운 보스들이고, 공격도 쉽게 읽혀서 막거나 반격하기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스나 몬스터들을 위협적인 생김새로 만듦으로써 실제 난이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난이도가 더 높게 느껴지게 했다. 10. 전투에 빠른 반사신경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어려운 게임들은 매우 빠른 반사신경을 요구한다. <다크 소울>은 아니다. <다크 소울> 에서의 전투는 조직적인 문제다. 방어와 공격. 회피와 공격. 공격은 느리고, 실패하면 응징 당하기 쉽다. 체력 포션을 마시는 데에도 몇 초가 소요된다. (대부분의 액션 RPG는 순식간에 마신다.) <다크 소울>은 이성을 지킨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주고, 생각 없이 버튼을 두들긴 플레이어는 적극적으로 응징한다. 11. 판돈이 크다 양쪽 모두. 그렇다. <다크 소울>에서 적은 플레이어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영리한 플레이어는 적에게 마찬가지로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여러 적을 한 번에 칠 수 있는 강화 검에서부터 원거리에서도 보스를 즉시 공격할 수 있는 신비한 주술까지 플레이어가 <다크 소울>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다크 소울>을 일찍 깰 수 있는 트릭 중 하나는 양손 버튼을 사용하는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손도끼를 장착한다. (게임 초반에 구할 수 있는 다른 무기들로도 가능하지만, 이 전략에는 손도끼가 가장 적합하다) 방패를 들고 있는 적을 보면 양손 모드로 전환하고 적을 향해 돌진한다. 손도끼는 공격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순식간에 적의 방패를 제치고 쉽게 무찌를 수 있다. 보통의 게임에서라면 적의 방패를 뚫을 수 없지만 <다크 소울>에서는 적도 플레이어와 같은 조건으로 플레이 한다. (최소한 적이 플레이어 캐릭터와 같은 사이즈로 줄어들기 시작할 때까지는) 관찰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더 많은 트릭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경로 바로 옆에 숨겨진 강력한 무기라거나, 일반적인 방식으로 가기 훨씬 전에 어떤 지역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거나. <다크 소울>은 탐험하고 룰에 도전하기를 두려워 않는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준다. 12. 죽으면 벌칙이 있다.. 가끔만 게임 속에서 죽음/벌칙의 스펙트럼의 한 쪽 끝에는 일반적인 로그류(Roguelike)에서처럼 한 번 죽으면 전체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완전한 죽음(perma-death)이 있을 것이다. 반대편 끝에는 요즈음의 보통 게임들처럼 죽으면 최근의 체크포인트로 돌아가는 방식이 있다. <다크 소울>은 이 스펙트럼에서 만족스러운 중간점을 찾았다. 플레이어가 연달아 두 번 죽으면 가지고 있던 소울과 인간성을 잃는다. 소울과 인간성은 중요하지만 회복할 수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마지막 죽은 장소에 돌아가는데 성공하면 모두 되찾을 수 있다. 또 소울과 인간성은 특정 아이템으로도 회복할 수 있는데, 이런 아이템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아이템을 써서 회복하고 필요하면 다음 상인에게서 아이템을 다시 산다. 또 플레이어는 가장 최근에 이용한 화톳불에서 스폰(spawn)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잃는 것이 없다. 결론 <다크 소울>은 어려운 게임이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게임이 실제보다 더 어려운 것처럼 보이게 하고, 난이도를 낮추는 다양한 방법을 교묘하게 집어 넣음으로써 <다크 소울>의 난이도를 해볼 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보다 더 어렵게 보이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