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c ccc c c c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교사, 인문교양교육과 동행하다. 일시 : 2014. 5.20(화)~7.1(화), 5. 22(목)~7.10(목), 17:30 ~ 19:30 장소 : 의정부교육지원청, 성남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 경 기 도 교 육 청
인사 말씀 7 숨겨진 인문학 11 영화제작감독 / 김경형 인문학과 창의성 19 도서출판 서해문집, 파란자전거 대표 / 김흥식 2500년 전 3대 슈퍼스타에게 듣는 인생의 지혜 31 민족문화 콘텐츠연구원 원장 / 박재희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57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 신금호 법과 문학 - 그 불편한 동거? 71 서울대 명예교수 / 안경환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85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 안재원 학교의 변화와 교육리더의 역할 111 아주대 교수, JTBC PD / 주철환 주체의 독립과 인문적 통찰 131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최진석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성과와 전망 145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 / 혜 문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개요 1. 목적 가. 교원의 인문교양교육 소양과 통찰력을 길러 창의지성교육 역량 강화 나. 인간을 사랑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지혜롭고 행복한 교사의 삶에 기여 2. 추진 내용 가. 2개 권역별, 매주 화 목요일, 16시간 직무연수로 운영(1학점 인정) 구분 기간 시간 장소 비고 1권역 2권역 2014.5.22.(목) ~ 7. 10(목) 2014.5.20.(화) ~ 7. 1(화) 17:30 ~ 19:30 17:30 ~ 19:30 공통 2014.6.26.(목) 14:00 ~ 16:00 3. 일정 성남교육지원청 대회의실 의정부교육지원청 대회의실 도교육청북부청사 대회의실 시간 활동 내용 비고 17:00~17:30 30분 등 록 지원단 17:30~17:40 10분 - 개강식 - 인사말씀 17:40~19:10 90분 - 전문가 초청 특강 지원단 19:00~19:10 10분 휴 식 19:10~19:30 20분 - 교사 인문교양교육 이야기 나눔 공개 발표 교사 19:30 폐 회 지원단 포럼 경기도교육청 1
4. 권역별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 가. 제 1권역 (성남교육지원청, 17:30~19:30) 차수 일정 분류 강사 강 연 내 용 소 속 1차 5.22 (목) 2차 5.29 (목) 3차 6.5 (목) 4차 6.12 (목) 5차 6.19 (목) 6차 7차 6.26 (목) 도교육 청 7.3 (목) 8차 7.10 (목) 개강식 법과문학 안경환 법과 문학 사이 공익인권법재단공감대표, 저서: 법과 문학 사이 (1995),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 서울대 명예교수 '(2001),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등 교사 오은영 교실에서 실천하는 독서교육 성일중 교사 자기성찰을 너머 자기 느낌을 가지고 자기 서울대 서양고전 안재원 색깔을 표현하자 인문학연구원교수 문학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 인문학 키케로 수사학 교감 하태훈 교원동아리 벤드 락그룹(아나콘다 12명) 공연 세종중 문화예술 (오페라) 신금호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국립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돈죠바니, 피가로 등 공연 성악가(베이스), 오페라 연출가, 엠켈쳐스 대표 교감 임미숙 교육연극 지도 이야기 능동고 문화예술 (영화) 김경형 숨겨진 인문학 한국 대중 영화를 통해선 본 인문학적 성찰 동갑내기 과외하기, 라이어 영화제작감독 교사 정현주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 수동초 송천분교 인문학과 창의성 도서출판 서해문집, 문학 김흥식 왜 인문학인가? 왜 인문학은 창의적 인간을 낳을까? 파란자전거 대표 수석교사 공정배 삶이 있는 자기주도학습 덕소고 포럼 (14:00~ 16:00) 김현철 포럼 (2014 인문교양교육 활성화 포럼) 패널: 관리자 2명, 장학사 1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 학생 1명 총 7명 예정 기조강연과 사회 포천 노곡초 교장 김현철 풍물 윤귀호 사물놀이(5명) 풍물교육연구소 역사, 문화재 환수 혜 문 철학 최진석 조선왕실의궤 반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과 국외 문화재 반환 인문적 통찰과 주체의 독립 EBS 인문학특강 현대철학자 노자 외, 방송, 칼럼 등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봉선사승려 서강대 철학과 교수 교사 안태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공부하기 고양시 중산고 수료식 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나. 제 2권역 (의정부교육지원청, 17:30~19:30) 차수 일정 분류 강사 강 연 내 용 소 속 1차 5.20 (화) 2차 5.27 (화) 3차 6.3 (화) 4차 6.10 (화) 문학 김흥식 개강식 인문학과 창의성 왜 인문학인가? 왜 인문학은 창의적 인간을 낳을까? 도서출판 서해문집, 파란자전거 대표 교사 안태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공부하기 고양시 중산고 법과문학 안경환 법과문학 사이 저서 : 법과 문학 사이 (1995),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 (2001),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등 공익인권법재단공감대표, 서울대 명예교수 교사 송승훈 교실에서 실천하는 독서교육 광동고 교사 철학 최진석 인문적 통찰과 주체의 독립 EBS 인문학특강 현대철학자 노자 외, 방송, 칼럼 등 서강대 철학과 교수 교감 임미숙 교육연극 지도 이야기 능동고 문화예술 (오페라) 신금호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국립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돈죠바니, 피가로 등 공연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엠켈쳐스 대표 교감 하태훈 교원동아리 벤드 락그룹(아나콘다 12명) 공연 세종중 5차 6.17 (화) 6차 6.24 (화) 7차 6.26 (목) 도교육 청 8차 7.1 (화) 교사 최영철 재미있는 수업에 활용할 음악 수업(기타) 가운중 수석교사 동양고전 박재희 인문학 주철환 2500년 전 3대 슈퍼스타에게 듣는 인생의 지혜 저서: 3분 고전(KBS라디오 시사고전) 등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저서: 거울과나침반, 스타의향기, 오블라디 오블라다등 민족문화 콘텐츠연구원 원장 아주대교수, JTBC 교사 정현주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 수동초 송천분교 포럼 (14:00~ 16:00) 김현철 포럼 (2014 인문교양교육 활성화 포럼) 패널: 관리자 2명, 장학사 1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 학생 1명 총 7명 예정 PD 기조강연과 사회 포천 노곡초 교장 김현철 풍물 윤귀호 사물놀이(5명) 풍물교육연구소 역사, 문화재 환수 혜 문 조선왕실의궤 반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과 국외 문화재 반환 수료식 위 교육내용은 강사진의 사정에 따라 변경 될 수 있음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봉선사승려 경기도교육청 3
인사 말씀
인 사 말 씀 경기도교육청 7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8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숨겨진 인문학 영화제작감독/ 김경형
숨겨진 인문학 숨겨진 인문학 한국의 대중 영화 영화제작감독 김 경 형 Ⅰ 영화와 인문학 1. 영화와 인문학 1.1.1 <영화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는 대중영화에겐 커다란 옷을 입은 촌놈 같은 이미지다. 그것은 일부 예술영화의 전유물 처럼 보여왔다. 1.1.2 영화는 숙명처럼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로 구별지어져 왔다. 이제는 대중영화와 독립영화로 부르기를 제안한다. 자본과 불가근불가원일 수 밖에 없는 영화와 자본으로부터 가급적 탈피하려는 영화. 1.1.3 대중적 파급력이 더 큰 대중영화를 중심으로 <인문학>을 생각한다. 대중영화에서 의미있는 것은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이다. 1.1.4. 한국의 대중영화는 어울리지 않는 큰 옷 처럼 인문학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수건 처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고 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1.2.1. 모든 영화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알다시피) 영화는 세상을 재구성 한다. 인생은 세상 속에 있다. 1.2.2. 영화는 2시간 안팎의 런닝타임 동안 2차원의 스크린에 재구성된 인생과 사회, 우주 등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상을 펼쳐 놓는다. 기술적으로는 착시에 의존한다. 경기도교육청 11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1.2.3. 베르톨루치(이탈리아 - 마지막 황제/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영화감독은 태양과 같은 존재 라고 말했다. 영사기(프로젝터)가 돌아가면 텅빈 스크린 위에 마술처럼 우리가 아는 세상이,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재현되기 시작한다. 1.2.4. 그 재현되는 세상을 창조한 건 감독이다. 태양이 생명을 가능하게 하듯이. 물론 잘못 되면 괴물이 태어나기도 한다. 2.1.1. 영화는 문학처럼 상상을 강요하지 않는다. 친절하게도 모두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미지>로 보여주고 <사운드>로 들려줘야 하는 게 영화다. (1.2.) 2.1.2.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세상이다.(1.2.) 2.1.3. 가장 사적인 스토리라 하더라도 영화는 인생과 혹은 사회와 정면으로 대면하는 걸 피할 수 없다. 카메라는 생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2.) 2.1.4. 영화와 인문학은 이때부터 숙명적인 관계가 된다. 회피할 수도 없지만 너무 현학적이어서도 안된다. 2.2.1. 투자자는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 라고 접근한다. 감독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대중적인 방식은 무엇인가, 라고 접근한다. 둘은 다르면서도 같다. 2.2.2. 감독은 소설가완 달리 주관적인 문장 뒤에 숨을 수 없다. 2.2.3.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 그 자체는 (최소한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객관적인 리얼리티다. 관객은 (작가)감독의 개입을 싫어한다. 검열자들은 영화의 <보여주고 들려주는> 특성을 경계한다. 손수건 접기가 여기서 시작된다. 3.1.1. 영화는 당대의 예술이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예술이지만 통시적이라기보단 공시적이다. 대중영화는 당대가 지나면 쉽게 잊혀진다. 또는 새로운 대중영화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영화는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소비적이다. 3.1.2. 이것이 대중영화 속에 숨겨놓을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의 깊이를 좌우한다. 1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숨겨진 인문학 Ⅱ 한국영화와 숙명적인 환경. 2.1.1. 한국영화는 탄생부터 사회와 대립했다. 1921년 최초의 한국영화(라고 알려진) <월하의 맹서>가 발표 되었을 때는 일제강점기였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이라는 상황을 맞아 일제가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정책을 펼 때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2.1.2. 한국영화는 태생부터 <검열>이라는 환경에서 자랐다. 숙명이었다. 구미에서 영화의 탄생은 엔터테인먼트였다. 2.1.3. 해방이 될 때 까지 이런 상황은 지속된다. 한국영화는 이때부터 <우회하는 내러티브>를 본능적으로 익혀 온 건지도 모른다. <아리랑> 처럼. 2.1.4.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그러므로 해방 이후에 왔다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전쟁.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뒤로 미루어진다. 2.2.1.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는 전성기를 맞는다. 한국영화의 전성기. 국가 재건의 시기. 상대적 자유. 2.2.2. 김기영, 이만희, 신상옥, 유현목, 김기덕, 정창화, 김수용 임권택의 시작 2.2.3. 한국영화의 암흑기. 유신정권 ~ 김영삼 문민정부 (약 30년). 유신정권에서 비롯한, 영화법 개정. 수입 쿼터 독점. 또 다시 <검열>. 트라우마. 2.2.4. 암흑기의 여명.. 이장호, 장선우, 박광수, 장길수, 신승수 영화청년들의 도래.. 영화 그리고 사회..<광주>.. 오 꿈의 나라/황무지/부활의 노래/꽃잎 2.3.1. 한국영화의 부흥 국민의 정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사전검열 철폐 영화진흥법개정 경기도교육청 13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영화진흥공사의 민간기구화(영진위) 모태펀드 <쉬리> 1999년 남과 북. 히드라. 2.3.2. 현재. 1인당 관람편수 4.12편(1위/2013년12월/스크린다이제스트(영국)/미국3.88, 호주3.75, 프랑스3.4) - 연간 1억명 이상, 연간 매출액 1조 5000억 Ⅲ 한국의 대중 영화 3.1.1. 한국의 대중영화는 기나긴 역사적, 정치적 부침 속에서 <우회하는 내러티브>를 내면화해왔다. <검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미국영화는 검열을 이해하지 못 한다. 물론 그들도 매카시를 겪었지만. 역사적 해프닝으로서. 3.1.2. 제도로서의 <사전검열>은 사라졌지만 <검열적 의식>은 여전.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 3.1.3. 그럴수록 대중영화는 대중을 <찾아> 나선다. 존재이유이기 때문. 미학적 특성화가 시작된다. 3.1.4. 대중영화는 성찰의 깊이와 대중적 어법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경우 기꺼이 대중적 어법을 선택한다. (변호인) 3.1.5. 우회하는 내러티브가 우회하는 의식을 키우는 건, 부작용. 3.1.6. 실천적 사례 3.1.6.1. 대중영화의 사회학 - <살인의 추억> 봉준호/2003년/ 연쇄살인범을 <못 잡는> 이야기. 뭔가 잘못 됐어. (화성)연쇄살인사건. 14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숨겨진 인문학 시골형사. 서울형사. 일상화된 폭력. 불완전한 이성. 잡을 수 없다. 3.1.6.2. 대중영화의 행동학 - <괴물> 봉준호/2006년/(역대흥행최고작) 탄생의 배경. 본질을 놓친 대응. 가족의 분투. 라스트 씬 - 스스로를 지키려면, 연대하라. 3.1.6.3. 전쟁에 대한 성찰 -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2005년/ 동막골이라는 곳. 적개심을 녹여내는 용광로. 평화. 전쟁에 대한 전쟁. 3.1.6.4. 대중영화의 철학적 사유 - <봄날은 간다> 허진호/2001년 소리를 쫓는 남자와 여자. 경기도교육청 15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사랑하고 할머니는 죽고 헤어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삶은 지속된다. 그렇게 순환한다. 3.1.6.5. 대중영화 새로운 상대를 맞이하다 - <화차> 변영주/2012/ 맘몬. 포획된 그녀. 사람을 죽이고 다른 그녀가 된다. 사랑은 감당하지 못 한다. 그녀, 스스로를 죽인다. 3.2.1. (3.1.6.5)처럼.. 한국영화는 새로운 성찰의 과제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상상하고 재구성해야할 세상은 또 다른 과제들을 안고 있다. 삶의 문제는 공통적으로 지속되지만 그 구체성은 다르다. 3.2.2. 영화하는 이들의 <인문학(적 성찰)>은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영화로 태어난다. 예술의 상상력은 문제제기형 상상력이다. 3.2.3. 자본에 지배당하는 세상. 욕망에 포획된 세상. 세월호. 영화는 또 어떤 인생을 상상하고 그려낼 것인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세계를 어떻게 <성찰>할 것이며 그 결과는 또 어떤 영화로 나타날까. 16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인문학과 창의성 도서출판 서해문집, 파란자전거 대표/ 김흥식
인문학과 창의성 인 문 학 과 창 의 성 김 흥 식 (도서출판 서해문집, 파란자전거 대표) Ⅰ 왜 인문학( 人 文 學 )인가? 1. 인문학 열풍은 시대적( 時 代 的 ) 산물( 産 物 )이다. 인문학 열풍이다. 2천 년대 들어 대한민국을 지배한 담론( 談 論 )은 영어 경제경영 및 재테크 자기계발 인문학의 길을 밟아왔다. 그때마다 시민과 청소년들은 담론( 談 論 )의 생산자들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리고 따라붙었다 싶으면 그때는 이미 또 다른 담론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결국 일반인들은 정보 수용( 收 用 ) 측면에서도 늘 수동적( 受 動 的 )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그들에게 정보란 새롭게 세상을 이끌어가는 고급 정보가 아니라 고작해야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쓰레기에 불과했다. 게임이니 연예, 오락, 음식, 상업적 홍보물이 정보라는 이름 하에 사회 저변( 底 邊 )에 가득 고였다. 그리고 이렇게 고인 정보는 정보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기는커녕 이 사회의 지배층들이 시민을 현혹( 眩 惑 )시키는 역할에 머물렀다. 인터넷이니 SNS니 하는 등의 정보 개방 시스템이 작동되면 정보민주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 여겼던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시민들은 정보가 넘치는 정보화시대에 정보활동에 수동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그 결과 정보 생산자의 입과 행동만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이 단순하면서도 변치 않는 명제( 命 題 )는,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은 원인과 결과라고 하는 논리적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결과에 관심을 갖는다. 경기도교육청 19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그리고 그 중심에 교육이 있다. 교육은 아무 정보나 많이만 습득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 필요한 정보는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고 기간적으로는 십 년 이상이나 되는 길고 긴 과정 동안 이루어진다. 그러하기에 교육을 받은 자만이 비로소 인간으로서 독자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적( 主 體 的 )인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본질을 자기주도학습 이라는 또 다른 담론으로 포장 해서 학부형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다 빙산( 氷 山 )의 일각( 一 角 )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빙산 아래에는 그 빙산을 수천 년 동안 지탱해 온 본질( 本 質 )이 자리 하고 있다.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생산자가 끄는 대로 이리 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창의적 정보 습득 과정인 교육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까.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의 다양한 정보의 수용 정보 가공 과정에서 합리성이라는 기재( 器 材 )의 작동 발견 합리적 사고를 통한 새로운 지식 습득 창의적 판단력 발현 자신만의 시각과 논리 형성 이게 학습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과정을 오랜 시간, 적어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십수 년 동안 청소년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이 공교육( 公 敎 育 )이다. 그러나 십수 년 동안 한 장 한 장의 벽돌을 쌓아 올리는 공교육은 바쁘고 천박 ( 淺 薄 )한 대한민국 학부형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그들 대부분은 십수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형성되는 전인격적( 全 人 格 的 ) 존재의 탄생을 기다릴 만한 인내력( 忍 耐 力 )도, 합리적 판단력( 判 斷 力 )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갖출 마음이 없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번 중간고사( 中 間 考 査 ) 성적이다. 그리고 기말고사( 期 末 考 査 ) 성적, 특목고( 特 目 高 ) 입학 여부, 이른바 SKY 입학 여부( 與 否 )다. 그 후는 관 심이 없다. 그걸로 자신의 자식들 인생은 거저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뿐이랴? 이러한 행동 또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옆집 아이와의 경쟁에서 졌을 때 자신이 느끼는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쟁의 산물( 産 物 )인 경우가 훨씬 많다. 20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인문학과 창의성 결국 아이는 부모의 만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움직임은 결국 부모와 자식 사이에 사고( 思 考 )와 삶의 간 격을 넓혀 놓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패륜적( 悖 倫 的 ) 범죄는 모범생과 문 제아를 가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오히려 가정으로부터 소외( 疎 外 )된 문제아는 부 모를 탓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제까지 모범생이었던 아이는 자의식( 自 意 識 )이 작 동하는 순간 자신을 꼭두각시로 조정해 온 부모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 反 感 )을 표 출( 表 出 )한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선행학습( 先 行 學 習 )이라고 하는 사교육( 私 敎 育 )의 폐해( 弊 害 )는 교실에서 수업을 등한시( 等 閑 視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생님, 나아가 공교육 기관에 대한 불인정,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공교육과 경제적 대가를 지불한 사교육에 대해 무의식적( 無 意 識 的 )으로 이루어지는 부모의 차별( 差 別 )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금전만능주의( 金 錢 萬 能 主 義 )와도 연결된 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언론( 言 論 )은 드러나는 현상에 대해서만 눈을 부릅 뜬다. 본질을 파고드는 일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본질을 파고드는 일은 그만큼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연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은 학교에 수많은 CCTV를 해결하는 것으로 귀착( 歸 着 )고, 청년실업( 靑 年 失 業 ) 해결을 위해서는 눈앞에 보이는 일자리, 즉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컨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천문학적 세금을 투여한다. 그러나 게임을 육성함으로써 청년들의 삶이 낭비되고 피폐화되는 손실은 계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또다시 그런 우( 愚 )를 범한다. 오늘도 인터넷이니 텔레비전이니 영화니 따위에서는 무수히 많은 조폭과 무기와 살인과 방화, 질서를 무시한 질주, 사기 행각이 영웅에 의해 자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과 행위가 결국 우리 아이들의 폭력성( 暴 力 性 ), 선정성( 煽 情 性 )을 조장한다고 앞서 지적하는 이는 드물다. 그런 이는 이른바 컨텐츠를 모르고, 시대를 모르며, 한류( 韓 流 )를 모르는 이른바 꼰대 로 낙인찍힌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의 오늘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 우리 사회는 세대별( 世 代 別 ), 지역별( 地 域 別 ), 사고별( 思 考 別 ), 직업별( 職 業 別 )로 갈 가리 찢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한다. 지도층은 지도층대로, 시민들은 시민대로 삶의 목표도 지향점( 指 向 點 )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경기도교육청 21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이런 절망의 시대를 과연 무엇이 구원( 救 援 )할 것인가. 2. 인문학 열풍의 진원지( 震 源 地 )는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의 진원지가 기업이 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학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라, 돈벌이에 급급하다고 여겼던 기업이 인문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왜 그랬던 것일까? 당연히 기업은 단기( 短 期 )-중기( 中 期 )-장기적( 長 期 的 )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그리 고 그에 걸맞은 창조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영어 잘하는 친구들은 영어라는 수 단은 갖추었을지언정 창조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제 현상과 재테크에 정통한 친 구들은 오늘 이루어지는 투자의 효율성( 效 率 性 )은 따질 줄 알지만 그 투자가 장기 적으로도 효율적인지, 그리고 그 투자가 변화하는 사회와 어떻게 융합( 融 合 )되어 상승작용( 相 乘 作 用 )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자기계발에 열심인 친구 들은 더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영어 배우는 아침형 인간은 되었지만, 협상의 법칙을 공부해 협상에는 뛰어났지만 결국 그들이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시키 는 일을 해내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창조하는 인간,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 인간의 본질, 사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인간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기능적 인간들이 보여주는 한계를 현장에서 간파( 看 破 )하였다. 그들이 인문학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선발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은 너무나 현실적인 결단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 최근 들어 영어 잘하는 친구, 말 잘 듣는 친구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 素 養 )을 갖춘 친구야말로 기업 발전의 원동력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특히 기업이 과거와 같은 제조업, 가공업 중심이 아니라 창의력( 創 意 力 ) 중심의 서비스산업, 정보화산업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제조기업에서는 두 손 가진 종업원은 그의 창의력이 얼마나 크냐 작으냐를 불문 하고 한 시간에 10개의 상품을 제조한다. 그러나 창의력 중심의 기업에서는 두 손 가진 1천 명의 직원보다 한 손밖에 없어도 남과 다른 사고를 가진 한 직원이 훨씬 소중하다. 21세기 기업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3. 왜 인문학은 창의적 인간을 낳을까 학문은 인간의 사고를 확장( 擴 張 )시킨다. 그러하기에 학문( 學 問 )이다. 인간의 사 2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인문학과 창의성 고를 확장시키는 대신 인간의 사고를 위축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은 학문이 아니다. 그건 기능( 機 能 )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기능 중심 사회를 벗어났다. 지금 아무리 고용노동부장관께서 청년들을 향해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가 많다 고 외쳐도 그건 무의미한 외침 일 뿐이다. 우리 사회뿐이 아니라 1차산업 2차산업을 거쳐 3차산업의 단계에 접어든 나라는 대부분 같은 전철( 轉 轍 )을 밟는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기른 아이들이 가죽에 염색을 하며 온갖 유해물질( 有 害 物 質 )을 마시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앞서 그 일을 담당했던 선대( 先 代 )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것일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을 맡기지 않으려고 그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런데 오늘도 청년실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는 고용노동부 담당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청년실업의 본질은 우리 사회가 창조적 사고력의 인재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 이다. 단답식 교육에서 통합식 교육으로, 다시 통섭( 統 攝 ) 교육, 융합( 融 合 ) 교육, 비판적 창조적 사고의 함양( 涵 養 )을 위한 논술( 論 述 )의 도입, 논리적 사고의 소유자 및 다 양한 분야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입학사정관제( 入 學 査 定 官 制 ) 등 우리 교육의 방 향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이며 창의적 사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 로 변모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교육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신교육 정책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학부모와 일부 언론, 그리고 이에 편승한 사교육업체들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되어왔다. 결국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그러한 중장기적 인재 양성의 과정에서 한참 벗어난 채 사교육 시장을 이끌어가는 하루살이 교육의 노예가 되었고, 결국 그렇게 성장한 젊은이들이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난( 至 難 )한 일이 되고 말았다. 물론 공교육이 추구하는 단계를 성실히 밟은 청소년들 가운데는 그런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그 비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이제 특별한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다시 인문학으로 회귀한 것일까? 그리고 사회 또한 왜 인문학에 몰입( 沒 入 )하는 것일까? 이 시점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인문학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대두되었다가 경기도교육청 23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또 다른 담론이 탄생하는 순간 사라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문학은 결코 상황( 狀 況 )의 산물( 産 物 )이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은 인간이 독립적, 창의적 존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대와 상황을 막론 하고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왜 그런가? 가. 인문학은 기본학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 있듯 학문만이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기능 또한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학문의 수준으로 도약할 때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학문은 우리가 그렇다고 믿고 수동적으로 수용해 온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하기에 학문의 종착역은 새로운 믿음, 새로운 현상, 새로운 결론이다. 우리가 배워온 것을 당연한 것으로 믿고 수용하는 이에게서 창의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 語 不 成 說 )이다. 나. 인문학은 창조하는 학문이다 창의력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힘이다. 창의( 創 意 )는 새로운 뜻을 창조하는 것 이다. 뜻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래서 보이는 것만을 숭배하는 것은 창의의 본뜻을 곡해( 曲 解 )하는 것이다. 진 짜 창의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참 힘들다. 그러나 진정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무겁게 여겨야 한다. 지금 대학에서는 인문학과를 폐과( 廢 科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 반면 사회에서는 인문학의 부흥( 復 興 )! 을 외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 실이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문화를 담당하는 관공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문장사꾼들이 나서 인문학을 고사( 枯 死 )시킬 것이다. 인문학의 고사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에 창조라는 단어를 지우는 일이다. 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을 통합한다 21세기를 지배하는 담론은 통합( 統 合 )-통섭( 統 攝 )-융합( 融 合 )이다. 이제 한 가지 학 문만을 우직하게 파는 이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학문과 학문은 통합하고, 그 과정에서 대화하며 나아가 학문과 학문이 녹아들어 전혀 새로운 학문으로 태어 나는 융합의 시대에 들어섰다. 24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인문학과 창의성 그렇다면 이러한 학문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문학이 존재한다. 철학( 哲 學 )이 없는 유전공학은 설 자리가 없다. 문학( 文 學 )에 기반하지 않은 환경학은 이내 무너져 내린다. 역사학( 歷 史 學 )을 잊은 군사학은 무기의 진열장에 불과하다. 심리학( 心 理 學 )은 범죄학과 연결되고, 언어학은 마케팅을 지배한다. 민속학( 民 俗 學 )을 잊은 민족에게 관광산업은 장사에 불과하다. 인문학적 사고를 갖춘 인간이 모든 분야의 중심에 서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인문학적 사고를 갖춘 청소년들은 당연히 현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즐거움을 만끽한 친구들이 현실적으로도 성과를 내는 현상을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라. 예술( 藝 術 )이야말로 인문학의 기반이다 예술교육이 오늘날 대한민국처럼 천대( 賤 待 )받는 나라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예술 교육은 국영수 중심, 성적 중심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의 삶에서 벗어나 사고( 思 考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예술활동이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 최초의 활동을 그 예술의 흔적에서 찾는다. 예술이야말로 인문학( 人 文 學 ), 즉 인간의 무늬를 추구 하는 학문의 기반이다. 예술을 모르는 자가 어찌 인간을 이해하겠는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인간의 삶을 이해하겠는가?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창조하겠는가? 오늘날 공교육과 사교육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예술교육을 하느냐 안 하느냐다. 인간을 인간으로 육성하는 예술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회, 학부모 밑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인성( 人 性 )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의 예술적 본능을 천박한 상업주의 장사치들이 이른바 아이돌 가수라는 인조인간들을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이다. 4. 인문학은 도서관( 圖 書 館 )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단 하나! 책이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공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과제는 너무도 많다. 그러하기에 공교육은 인문학적 사고의 수용에 필요한 기본적 사고의 틀을 형성해 주는 데도 경기도교육청 25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시간이 빠듯하다. 게다가 공교육은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인성, 기능, 행동 양식의 교육도 책임져야 한다. 반면에 학부모들이 열렬히 숭배하는 사교육 시장에서는 이러한 모든 것은 도외시 한 채 오직 시험성적에 몰두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데 뒷짐만 져야 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도서관이 각 학교, 각 지역마다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은 인문학의 원천( 源 泉 )이다. 창조력 함양을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통한 다양한 정보의 수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 범위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좁다. 우선 자신이 속한 공간을 넘어설 수 없다. 고작해야 세계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경험할 뿐이다. 또 우리가 사는 이 시간을 넘어설 수 없다. 이 두 가지 범위의 제약( 制 約 )은 우리 사고를 확장( 擴 張 )시키는 데 치명적( 致 命 的 )이다. 그러나 이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있으니 그게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공간의 제약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구 속, 지구 밖, 나아가 은하계 밖으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실재( 實 在 )하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은 또 어떤가. 시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것은 더욱 놀랍다. 우리가 조선, 고려, 삼국시대, 나아가 신석기시대, 구석기시대, 주라기, 캄브리아기, 석탄기를 거쳐 처음 지구가 탄생하던 48억 년 전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영상으로 드러나는 모든 다큐멘터리의 근원 또한 책이다. 이런 시공( 時 空 )을 넘어선 여행을 통해 공자를 만나고 마키아벨리를 만나며, 뉴턴과 토의하고 이순신, 세종, 영조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실로 황홀하다. 그뿐이랴? 뒤주 속에 갇힌 사도세자를 앞에 두고 영조와 토론을 거쳐 우리는 드러난 현상 뒤에 감추어진 인간의 내면( 內 面 )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 없이 어찌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것을 창조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인문학, 즉 문학과 역사, 철학, 나아가 인류 문명을 형성해 온 모든 기초 지성이 우리의 상상력, 창의력, 그리고 대안( 代 案 )을 모색할 힘을 안겨주는 비판력 ( 批 判 力 )의 원천인 까닭이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이 가능한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5. 좋은 도서관은 시공을 넘어 여행하는 배다. 좋은 도서관에 승선( 乘 船 )하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놀라운 세상으로 여행할 수 있다. 26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인문학과 창의성 그러하기에 도서관이라는 배에는 많은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 우선 놀라운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책이다. 책 없는 도서관은 지도도 없고 나침반도 없는 배다. 그런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항해가 아니라 조난( 遭 難 )이 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유능한 선장( 船 長 )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선장 없는 도서관이 너무 많다. 도서관이라는 배를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나아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물 위에 떠서 침몰하지 않은 채 어디론가 가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 탓일 것이다. 도서관에는 유능한 선장, 즉 사서 司 書 가 필수적이다. 만일 사서 없는 도서관이 가능하다면 사서라는 직책을 우리 사전에서 지워도 괜찮을 것이다. 이용자를 위한 공간 또한 필수적이다. 놀라운 세상으로 오랜 시간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편의시설이 필수다. 그러나 우리는 도서관을 단지 책을 보관했다가 대출해 주는 공간으로 여긴다. 이는 몇 명의 어부가 눈앞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는 어선의 개념이다. 도서관은 어선이 아니라 페리호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도서관이라는 배에 승선한 승객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환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빌 게이츠니 거스 히딩크니 스티브 잡스니 하는 서양 친구들이 떠벌이는 도서관 예찬론을 들먹여야만 도서관의 소중함을 이해할 정도로 우리 겨레의 인문학적 전통은 천박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의 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곳으로 젊은이들을 이끌고 갈 도서관의 정상화( 正 常 化 )에서 출 발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27
2500년 전 3대 슈퍼스타에게 듣는 인생의 지혜 민족문화 콘텐츠연구원 원장/ 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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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신금호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신 금 호 (성악가,오페라 연출가, 엠켈쳐스 대표) Ⅰ 450년 전 영국의 진정한 연쇄살인범 세상에 비극적인 일들이 매일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때로는 황당하고 때 로는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긴급속보를 통해 우리 눈앞 에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또한, TV 드라마들은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시청 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매일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무선 리모컨의 버튼을 쉴 사이 없이 눌러대며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 이런 분들에게 강력 하게 추천하는 하드코어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의 작가는 의외의 주인공인데 바로 영국 시인, 작가이면서 배우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다. 올해 2014년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인데 어떤 이벤트들이 있을까 찾아보니 다양 하고 참신한 기획들이 많이 있는데 리스트들은 인터넷을 5분만 검색해도 자세하 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셰익스피어가 4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 에서 얼쩡거릴까? 셰익스피어는 인도 하고도 안 바꾸겠다. 라고 영국인들이 이 야기할 정도로 자긍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 문화의 변방이었던 영국 을 단숨에 문화 선진국으로 만들어버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 당 시 해적판이 판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후대에 그의 작품들은 베르디, 토마, 구노, 라이만 등 다양한 작곡자들에 의해 오페라화 되었다. 그의 유명세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들은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간단한 출생지, 결혼 이력과 약간의 에피소드 그리고 직업 정도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긴 시간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아직도 우리의 주변 연극 극장, 오페라 극장, 뮤지컬 극장 등에서 모습을 바꾸어 가며 팔색조의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특히, 모두 주인공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쓰고 있는 그의 4대 비극 햄릿, 오텔로, 리어왕, 맥베스 는 전 세계인들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제목들이다.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이 작품들을 읽거나 경기도교육청 57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보거나 감상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으로서 처음 셰익스피어를 접해본 기회가 대학교 시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었다. 순전히 데이트용 영화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는데 의외로 끝나는 순간까지 혹시 주인공들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뭔가 설명하기 힘든 강한 긴장감과 희망, 허무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한데 그 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 주연의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를 보며 끝나는 순간까지 그렇게 모 든 등장인물들을 전부 죽여 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어떻게 선한 사람, 악한 사 람, 죄 없는 무고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여버릴 수 있을까? 용서도 없고 자비 도 없으며 작은 희망도 무참하게 배신해버리는 이 작품은 얼마 전 종영한 TV 오로라 공주 주.조연의 생뚱맞고 개연성 없는 죽음 정도는 아니지만 좀 심했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비극에서는 얼마나 주인공들을 죽여 버리 는가 하고 덴마크 왕자 햄릿 이라는 작품을 보았더니 뭐 이건 오텔로는 저리 가라다. 아버지를 독살한 작은아버지와 결혼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약한 자 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유명한 말을 남긴 이작품은 사랑과 전쟁 의 10배 정도 강한 드라마이다. 죽은 아버지의 유 령과 나눈 대화를 통해 커지는 작은아버지(숙부)에 대한 의구심, 실수로 살해한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성한 사랑하는 여인(오필리아)의 죽음(익사),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또 다른 복수심, 햄릿을 죽이기 위한 숙부의 조카 독살 실패는 숙부의 아내이며 햄릿의 어머니인 여인의 죽음(음독)으 로 이어진다. 결국, 숙부에게 처절한 복수를 마친 햄릿 역시 결투의 상처로 죽는 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등장인물 각각의 죽음은 단순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억울함, 통쾌함, 참담 함, 비통함 뭐 이런 말들로는 꼭 집어 설명이 안 되는 뭐 그런 이상야릇한 느낌 본 사람만이 느끼는 찜찜한 느낌 음악에서 해결 안 되는 불협화음의 느낌 이런 자질구레한 설명보다는 그냥 영화든, 소설이든, 대본이든, 연극이든, 오페라 든 간에 한번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나머지 비극 리어왕 과 맥베스 역시 더욱 많은 시체들이 무대에서 나뒹군다. 그냥 느낌인데 셰익스피어의 머릿속 은 온통 핏빛 연쇄 살인범의 뇌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앗! (안 그래도 되는데) 나 역시도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을 무대 위에 서 죽여 버린 적이 있는데 관객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으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 면 450년 전 셰익스피어 에게 흘렀던 연쇄 살인범의 피가 나에게도 흐르고 있 는 걸까? 58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Ⅱ 괴테의 벼락출세작 자살의 추억 마치 왕년에 전성기를 자랑하던 영주가 성을 쌓고 호화 찬란하게 꾸며놓았다가 임종에 이르러 사 랑하는 자기 아들에게 안심하고 물려주었는데, 망령이 되어서 그 성터에 다시 돌아와 다 타버리고 폐허가 되어버린 성을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불 속으로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사랑의 결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런 작품들은 아직도 여러 형태로 무대에 계속 올려지며 대리만족감을 주고 있다. 이런 주제의 작품들은 오페라로 다시 태어났는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등 여인을 맹목적으로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들이 인기몰이 의 비결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오페라들의 마지막은 어김없이 여인들의 죽 음으로 관객에게 큰 감동을 준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마저도 죽여버림으로 여주인공의 죽음과 더불어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장식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보통인데 권총 자살이 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독자나 관객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는 작품이 있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 중 충격이나 대리만족을 넘어 감정이입이 너무 심해서 소설의 주인공을 따라 모방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이 시발점은 독일 문학의 거 장 괴테 의 출세작이며 프랑스의 나폴레옹 으로부터 유럽문학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송받았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 초판)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소설이었다. 지금이야 작품 속에 이런 모습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말이 많았다. 이런 모방자살의 현상에 대 해 작가 프리드리히 니콜라이 는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이라는 풍자소설 로 이런 현상을 비꼬고 나서며 괴테와 각을 세웠을 정도로 자살문제는 당 시 전 유럽지역의 사회적 이슈였다. 특히 괴테 당시에도 학원자살이 특히 많았는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자살이 많았던 기록이 있다. 눈을 돌려 우리 대한민국을 보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 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벌써 2004년경부터 쉬지 않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니 정말 암울한 통계 수치가 아닌가? 1년에 10만 명 이상이 자살을 선택 하고 있고 병들어 죽을 확률이 적은 10세~30세 인구 중 사망원인 1위란 다. 그러고 보니 성적비관 자살 사건을 다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가 1989년에 영화로 나왔으니까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경기도교육청 59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연예인들의 자살이 늘면서 모방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급증해 사회적인 관심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에 와서 베르테르 정도의 스토리는 이제 그렇게 쇼킹한 이야기로 여 겨지지 않지만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상사병에 걸린 짝사랑의 심리를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 정도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열거 해 보자면, 작가 메리 셸리 의 프랑켄슈타인 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 당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 가 오페라로 만들었으며 요즘은 뮤지컬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자주 공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스네 의 오페라 음악이 훨씬 베르테르의 슬픔 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반 관객들은 스토리 라인을 따라잡기 쉬운 한글가사 뮤지컬 공연을 선호하는 듯하다. 선택은 절대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다. 또한, 베르테르는 그 이름이나 공연뿐 아니 라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은데, 베르테르가 죽어가면서까지 사랑한 여인의 이름이 Charlotte(샤롯데) 이고 그 애칭이 Lotte 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이름이다. 갑자기 배가 고픈데 오늘 백화점에 가서 햄버거 사 먹으면서 영화나 봐야겠다. Ⅳ 꽃보다 피터를 사랑한 푸시킨과 차이코프스키 과거 많은 문학 작품들과 현대에 들어서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는 소비에트연방 시절 레닌그라드 로 불렸던 곳으로서 러시아의 피터 황제가 핀란드로부터 거둬들인 땅에 계획도시를 만들면서 러시아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러시아의 파리 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눈부신 도시이며 200개 이상의 박물관이 역사적인 건물들에 유치되어있다. 특히 세계적인 마린스키 극장 에 오페라와 발레단이 상주하고 198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요셉 브로드 스키 가 태어난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 의 고향으로서 자존심 강한 러시아 사람들은 Sankt Peterburg를 Sankt 와 Burg 라는 외국 말 빼고 피터 라 부른다고 할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 모데스 무소르그스키 작곡 보리스 고두노프, 미하일 글린카 작곡 루슬 란과 류드밀라, 림스키 코스사코프 작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등 러시아 의 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많은 드라마와 시, 소설작품들을 생산한 대문호 푸시킨 의 여러 작품들 중 상트페테르부르크 를 배경으로 눈이 오는 날 잘 어울릴 만한 오페라로 만든 작곡가가 있었으니 바로 차이코프스키 다. 그는 함박눈이 내리는 페테르부르크 를 배경으로 낭만적이면서 안타까운 두 60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사랑이야기를 남겼는데 예브게니오네긴 과 스페이드의 여왕 이다. 예브게니오네긴 에서 여성인 타티아나가 남성인 오네긴에게 쓴 로맨틱한 편지장면, 눈 녹는 봄에 눈부신 러시아의 공원장면을 시작으로 게임의 법칙을 둘러싼 미스터리 로맨틱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 을 통해 비극으로 끝나는 염세주의적 분위기의 오페라들이지만 오페라 구석구석 극한의 낭만주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인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차이코프스키 이지만 심심하게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차이코프스키는 정말로 그 일을 싫어했다고 한다. 물론 재능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시간 낭비처럼 느꼈겠지만 그는 병적인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적응하며 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크게 대두되지 않았겠지만, 그는 30대에 이미 유명한 작곡가로 성장해 있었고 그의 팬들도 많았기에 사람들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를 둘러싼 이상한 루머가 일파만파 퍼져갔기에 이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동성애자라는 루머였다. 사실 가족력이었는지 그의 형제자매 중 2명이 동성애자였다. 지금도 이러한 문제는 매우 민감한 일이고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토픽이었기에 그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어떤 여자든 턱하고 걸리기만 하면 결혼할 생각이었다. 마침 그에게 열렬한 구애편지를 보내던 그의 여제자 안토니나 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연애는 뒤로하고 먼저 결혼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또 다른 여인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나 데이다 폰 메크 라는 돈 많은 미망인과 음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나누고 있었다. 그냥 잠시 펜팔처럼 관계가 이어진 것이 아니라 무려 14년간이나 같은 도시에서 살면서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서신 왕래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은 둘 다 대인기피증 내지는 공포증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피해갔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무튼, 부유한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열렬히 사랑했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부인에 대한 질투로 긴긴밤을 보냈고 그의 재능을 열렬히 사랑했던 부인 안토니나 는 동성애자 남편으로부터 한순간도 사랑받지 못한 채 가정을 떠나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불행한 결혼생활로 피폐했지만 재정적으로 넉넉했을 법한 차이코프스키는 이유모를 가난에 시달렸고 폰 메크 부인에게 항상 금전을 구하는 편지를 계속해서 보내 꽤 큰 금액을 빌렸으나 결국 끝까지 갚지 못했다. 이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인생을 살아 아무 일도 못했을법한 경기도교육청 61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차이코프스키 였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명작들을 세상에 유산으로 남겼고 후대 많은 사람들이 그 곡들을 연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고통 없이 만들어진 예술은 미완성이다. 라고 이 겨울 상 트페테르부르크 의 찬바람 같은 가슴 시린 차이코프스키 의 음악을 들으며 그 시린 가슴을 달래 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동시에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Ⅴ 심장약 만들다가 비아그라, 탈장 치료하려다 카스트라토 1994년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영화 파리넬리 를 통해 거세성악가 카 스트라토 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의 Lascia ch io pianga(나를 울게 내버려 두세요) 라는 곡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 매우 긴 호흡으로 노래를 불러 듣고 있던 청중들이 하나씩 기절하는 의아한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영화의 주인공 파리넬리 는 카스트라토 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거세 성악가들 중 이름을 널리 떨쳤던 성악가이다. 거세 성악가들이 언제부터 서양역사에 등장했나 알아보았더니 비잔틴 제국에서부터 거세 성악가의 기원은 거슬러 올라간다. AD 400년 콘스탄티노플 에서 여왕을 위한 합창단의 지휘자가 거세 테너였다는 기록이 있고 그가 자신과 같은 거세 성악가들을 자신의 합창단에 많이 두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이후 1204년 4번째 십자군 전쟁 전후로 그들의 존재가 사라졌다가, 정확한건 아니지만, 훗날 이탈리아에서 다시 나타나기까지 300년 이상의 공백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16세기 중반부터 카스트라토 성악가의 활발한 활동 기록이 있는데 당시에는 매우 귀하고 모든 교회에서 고용하고 싶어하는 워너비(Wannabe) 성악가 1순위였다고 한다. 교회에서 카스트라토 를 고용한 이유는 교회에서 여자는 잠잠 하라. 라는 고린도전서 14장 34절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이해함으로써 시작된 해프닝이었다. 당시 여성은 교회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거의 금기시 되었었다. 그런 이유로 합창 중 고음을 담당 할 수 있는 이들은 보이 소프라노와 가성을 쓰는 성인 남자들뿐이었는데 문제는 이들 모두 변변치 못한 소리를 냈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거세된 남자들이 이상하게 테너의 힘찬 고음과 높은 소프라노의 소리를 합쳐놓은 듯한 목소리로 노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17~18세기에는 그 희소성과 오페라 무대를 통해 요즘 아이돌 인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18세기 초중반 유럽 6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오페라 무대를 휩쓸었던 카스트라토 들 중 군계일학은 파리넬리 였던 것이다. 그 당시 헨델의 파산을 막아줄 정도로 파리넬리 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스트라토 를 만드는 과정의 잔혹성 때문에 1870년 공식적으로 거세가 불법이 되면서 더 이상 카스트라토 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그들의 목소리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자료를 찾아보면, 인류 역사상 마지막 카스트라토 이며 바티칸의 천사 로 칭송되던 알렉산드로 모레스키 의 음반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실망스러울 정도로 열악한 음질이긴 하지만 1902년과 1904년 바티칸에서의 녹음이 남아 있어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를 만난 사람의 증언과 모 레스키 를 담은 사진을 보면 평범한 키에 매우 큰 상체 그리고 수염이 없는 동그란 얼굴, 말하는 목소리도 쇳소리가 나는 매우 강한 고음 테너의 소리 같았다고 한다.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거세행위는 어린아이들이 자주 걸리던 탈장 치료를 위해 자 주 행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치료행위로 희생양이 되었던 그들의 몸은 청소년이 되기 전에(Max. 15세 이 전) 거세를 당했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팔다리 가 보통 사람들보다 매우 길었고 갈비뼈 역시 크게 자라서 매우 큰 폐를 가지고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긴 호흡을 자랑했다. 베네치아에 살았던 카사노바 의 전기 중 나오는 대목인데 카스트라토 들의 인기가 올라가고 엄청난 부를 얻었기에 1720년대부터 1730년대 사이에는 가난으로부터 자신들이 구출되기를 바라는 부 모들이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예술을 위해 거세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부족으로 가끔 청소년기가 지나고 거세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성인 남성 목소리로 이미 변해있는 상태에서의 거세행위는 목소리 변화를 줄 수 없었다고 한다. 인생역전 해보려다 요즘 말로 완전히 새됐다. 이런 일들을 잘 살펴보면, 인간은 계속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고자 실험 과 실패를 반복해 왔다.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만들면서 미사일과 항공기 술이 발전했고 심장약 만들려다 비아그라 가 만들어졌다. 소가 뒷걸음질 하다 쥐 밟은 격처럼 카스트라토 성악가를 만든 과정도 뒤돌아보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을까? 이해 가지 않는 아이러니 한 일이었지만 그들의 희 생으로 성악 음악이 발전하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도 필자는 영화 파리넬리 에 나오는 나를 울게 내버려 두세요 를 들 으며 마음의 평안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꿈을 접어야만 했던 나머지 99% 카스트라토 성악가들의 희생에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경기도교육청 63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Ⅵ 중국에게 빼앗긴 오페라 속의 한국 헨델의 명곡 Ombra mai fu, 한국말로는 사랑스러운 나무 그늘이여 라 고 종종 소개되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오페라 Xerxes (한국발음 크세르크 세스 혹은 세르세 )에 등장하는 주인공 Xerxes 황제가 정원을 느리게 거닐며 부르는 노래이다. 느리게 부른다 해서 곡의 별명이 느리다는 악상기호인 Largo 일 정도이다. 300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과 마주친 미친 존재감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빡빡머리에 몸에는 온갖 피어싱, 귀걸이도 모자라 체인을 걸고 나온다. 그 괴기한 모습의 사람은 바빌론 제국을 정복하고 노예처럼 대우받던 유대인들을 본국으로 보내줄 정도로 자비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스를 2번이나 정복하려고 전쟁을 일으킨 페르시아의 왕 Xerxes 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비현실적이고 황당한 복근을 자랑하는 스파르타의 300명의 전사들과 페르시아황제 Xerxes 왕이 이끄는 100만대 군의 테르모필레 협곡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데 페르시아 역사까지 안다는 건 좀 오버가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누가 물어보면 아는 척이라도 하려고 좀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리저리 뒤지다 보니 페르시아의 쿠쉬나메 라는 역사 서사시에 페르시아의 왕자 아 비틴 은 사라센 제국의 공격으로 페르시아를 잃고 신라로 망명해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다. 신라의 공주 프라랑 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실을 눈치 챈 공주의 아버지인 신라의 왕은 이방인과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지만 왕자는 모든 문제를 풀고 신라 공주와 결혼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왕자는 신라에서 얻은 공주와 함께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고 그들의 아이 파리둔 이 후일 다시 사라센 제국의 왕을 물리치고 페르시아의 영웅이 된다는 Happy Ending으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유럽 사람들은 페르시아를 시작으로 사라센제국, 훈족인 게르만제국, 몽골제국의 칭기즈 칸 그리고 티무르제국 등의 존재를 통해 동쪽에서 갑자기 자신들을 쳐들어온 존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동시에 동경심과 호기심이 시작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의 주인공 중 페르시아 황제 Xerxes 는 헨델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고, 또한 유럽까지 태멀레인(Tamerlane)으로 이름이 와전된 절름발이 티무르(Timur Leng)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샤 로흐 황제 역시 헨델에 의해 오페라 타메를라노(Tamerlano) 로 탄생했다. 그리 고 2013~14년 시즌 세계 오페라 공연 횟수 17위를 자랑하는 푸치니의 오페 라 투란도트 의 내용엔 티무르 제국이 멸망하면서 아버지 티무르 왕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한 칼라프 64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왕자가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 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많은 왕자와 귀족들이 투란도트 에게 구애하지만 공주는 수수께끼를 내고 그 문제를 풀지 못한 구애 자들을 처형한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칼라프 왕자는 3개의 수수께끼를 맞히고 투란도트 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며 해피엔딩으로 오페라가 끝을 맺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앞에서 이야기 중 신라로 망명한 페르시아의 왕자 이야기와 판박이 이야기이다. 어쩌면 신라로 망명했던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가 후대에 전해지고 시대만 바뀌어 소설화된 건 아닐까? 어떤 역사학자들은 우리 민족의 영향력이 지금 중국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조선의 태조 이성계 시절까지만 해도 우리 민족은 현재 중국 땅을 호령했다고 할 정도이다. 티무르 제국의 땅 우즈베키스탄의 고도 사마르 칸트에 가면 벽화에 고구려 사절단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우즈베키스탄 언어는 우랄 알타이어계다. 카자흐스탄, 신장위구르 모두 같은 계통이며 간단한 생활 언어는 서로 통한다. 터키에서부터 몽골, 한국, 일본까지 연결된 지역엔 돌궐, 흉노, 부여 등 한때는 같은 민족이었던 사람들이 지배했던 것이다. 적어도 중국 동부 지방까지 진출했던 우리 한민족은 안타깝게도, 17세 기 청나라의 계속된 침입을 시작으로 병자호란 을 거쳐 외세 열강들이 들어오는 19세기 급격히 힘을 잃어 한반도로 몰리지 않았다면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는 강성했던 신라나 조선을 배경으로 공주 이름을 딴 오페라 프라랑 을 만들지 않았을까? 만약 이라는 가정이지만, 우리는 서양 유명 작곡자마저 푹 빠져버린 대서사시 속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 이 노래 부르는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 고) 를 듣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조금은 아쉬운 입맛을 다 셔본다. Ⅶ 파리의 연인 파리의 연인 스토리는 흐릿해졌지만 Made in France의 존재감은 진격의 거인과 같다. 항상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향수들과 화장품들의 독특한 향들이 합쳐져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쇼윈도 안쪽의 상품들과 대화를 나누듯 아니면 주문을 외우듯 한마디씩은 하고 간다. 여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쓰러진다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잘 모르는 낯선 나라의 말들을 술술 자연스럽게 읊어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65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앞에서 열거한 이름들은 다 알고 있듯이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초일류 상표로서 전 세계 여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상표들이다. 거의 모든 여인들 이 하나씩은 들고 있는 필수 아이템이어서 세상 물정 모르 는 남성들은 그 물건들이 시장 에서 파는 물건인 줄 알았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왜 사람들 은 이토록 Luxury 아이템들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히 인간 의 사치로 봐야 하는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심미주의 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가? 왕과 귀족이 지배하는 봉건주의 세상에서 시민혁명이라 는 큰 사건을 계기로 인간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계몽주의 가 널리 퍼졌고 실제로 혁명사를 통해 혼란과 혁신 혁명의 시대를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 역사라고 볼 수 있는 서양의 근대사를 통해 접근해 보자면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사이의 유럽은 산업혁명과 함께 경제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놀랄만한 변화의 시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의 파리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였고 예술의 중심지로 각광 받는 곳이었다. 세계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파리는 예술가들로 가득 했고 그들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작업실들과 몽파르나스 거리의 커피숍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몽마르트르 언덕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지만 1910~1930년대 그곳에서는 고흐, 모딜리아니, 피카소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화가들과 극작가 장 콕토, 그리고 에릭사티,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같은 작곡가들이 친구로서 커피숍에 모여 예술과 문학 철학 정치를 논했다. 지금도 거장들이 모이는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때처럼 천재들이 조그만 커피숍에 모여 커피 한잔 앞에 놓고 7~8시간을 이야기했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이 오고 갔을까? 그때가 프랑스 문화의 절정기였다. 중세 시대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귀족들의 문화 르네상스가 생겼다면 프랑스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바탕 아래 중상류층의 부르주아 문화가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현상으로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고급 상표가 생겨났고 지금의 Luxury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두각을 나타냈다. 몽마르트르의 물랭루주같이 공연이 함께하는 카바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대중 공연을 통해 코코 샤넬이나 에디트 피아프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여성 아티스트들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면서 클래식 대중 장르를 불문하고 아티스트 간의 교류와 사랑이야기가 넘쳐나던 시절이 또한 이때이다. 그 당시 유럽 상류층에 불고 있던 바그너의 음악적 영향에서 독립하고 싶어했던 프랑스 특유의 회화적 인상주의 작곡법 은 드뷔시의 Pelléas et Mélisande, 그리고 라벨의 L Enfant et les Sortilèges 같은 주옥같은 오페라를 탄생시킨다. 또한,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유명한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 파리에서 66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영화를 통해서 본 오페라 이야기 봄의 제 전 이라는 발레곡을 선보이며 시대를 뛰어넘는 작곡가로 추앙받기 시작하는데 이 뿐 아니라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 과 사건들이 우연처럼 한 장소 한 시대에 일어났다 는 것은 아마 인류사에 축복과 같은 일이 아닐 까? 프랑스로 건너온 이탈리아 출신 비운의 천재 화가 모딜리아니, 그가 질투했던 세계적 명성의 예술가 피카소, 그가 그렸던 러시아의 신고전주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그를 사랑한 코코 샤넬, 에디트 피아프의 죽음을 전해 듣고 4시간 만에 쇼크사한 천재 극작가이면서 연극 영화감독이었던 장 콕토 등 그 낭만적인 스토리의 끝말잇기로 온종일 이야깃거리 가득한 파리는 지금도 우리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 TV 드라마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파리의 연인 이 생각난다. 주 인공이 누구였는지 스토리가 뭐였는지 점점 기억은 희미하지만 파리라는 도시의 의미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 자! 이제 우리도 파리를 점령할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뜬금없는 오기는 무엇일까? 경기도교육청 67
법과 문학 - 그 불편한 동거? 서울대 명예교수/ 안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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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문학- 그 불편한 동거? Ⅲ 베니스 - 런던 1596, 서울 2014 예술작품은 시대의 거울이다. 작품 속에 시대상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학은 사회적 '텍스트'라는 말을 쓴다. 법은 시대의 공적 텍스트다. 법은 공권력 에 의해 강제되고 보호 받는 시대의 보편적 윤리다. 영국에는 일찍부터 법제도가 발달했다. 영국인들은 '피의 혁명'을 막은 것이 법이었다고 자부한다. 절대 권력을 견제하고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법의 사명이었다. 여행객을 절망시 킬 정도로 런던 시가가 미로 투성이인 것도 부동산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 때 문에 근대적 도시계획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은 소송 폭주의 시대였다. 한 해 평균 1백만 건 이상의 소송에 4백만 신민( 臣 民 )이 관련되었다. 존과 윌리엄 셰익스피어 부자도 여러 차 례 소송당사자가 되었다. 법원의 종류와 숫자도 많았다. 소송의 형식과 내용도 다 양했다. 교회법원, 지방법원, 왕립법원 할 것 없이 각종 법정은 소란스러웠다. 여 러 세기에 걸쳐 왕립법원의 누적된 판결에 의해 형성된 '코몬로'(common law)는 국민의 양식이자 상식이기도 했다. 재판은 시민의 중요한 여흥이기도 했다. 시민 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민 형사재판은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일체감을 확인 하는 중요한 의식이기도 했다. 중요한 재판은 당사자는 물론 호기심에 찬 일반시 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런던은 법률가의 도시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 격에 해당하는 법 학원(Inns of Court)에 기숙하는 예비법조인들이 법조타운 밤거리의 주역이었다. 법학원의 숫자도 많았다. 대체로 부유층의 자제만이 법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미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20대 청년들은 폭발하는 열정 을 발산할 대상이 아쉬웠다. 진지한 토론, 열띤 대화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가 문학이었다. 그러니 이들 중에 극작가도 탄생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셰익스피 어 시대의 극작가들 중에 약 20퍼센트가 이들 법학원 출신이었다. 돈과 시간이 여유로운 이들은 즐겨 연극을 관람했다. 이들 청년 예비법률가들 이야말로 셰익스피어극의 중요한 관람객이었다. 비극, 희극, 사극의 대사에 감동 하고 비판하며 때때로 분개했다. 적지 않은 연극이 법학원 구내에서 상연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최소한 일곱 편이 법학원에서 상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국 왕 제임스 1세의 궁정에서도 셰익스피어가 공연되었다. 1603년, 튜더왕조의 마지 막 왕, 엘리자베스가 죽자 왕위는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스튜어드의 몫이 된다. 새 왕조의 시작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시골뜨기 국왕'에게 세련된 잉글랜드의 법을 바탕으로 통치술을 교육하는 시청각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물론 많은 법률 가들이 동석했고, 셰익스피어는 이들을 유념하고 각본을 썼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79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셰익스피어만 특별할 것은 아니었다. 같은 시대에 런던에서 공연된 연극의 최 소한 3분의 1은 재판장면을 담고 있었다. 한마디로 법은 엘리자베스- 제임스 시대 연극의 핵심요소였다. 재판을 수행하는 판사나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시인과 희곡 작가도 자신의 독자와 관객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희로애락, 사랑과 갈등의 핵심 을 파고들어야만 호응을 받는다. 연극은 무엇보다 현장성이 중요하다. 관객은 배 우의 대사를 즉시 이해하지 않으면 공감할 수가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등 장하는 법률용어들은 단순한 장식이나 과시용이 아니라 관객을 연극 속으로 흡입 하기 위한 도구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무대는 영국 땅을 넘어 유럽전역에 걸쳐 있었다. 유럽 문화 의 원류인 고대 그리스 로마는 물론이다. 연극중의 연극, 비극 중의 비극으로 불리는 햄릿 의 무대도 영국이 아닌 덴마크였다. 유럽은 상시 교류, 소통하는 사회였다. 제목이 적시하듯이 이 작품의 지리적 배경은 베니스다. 당시 이탈리아 는 유럽의 얼굴이었고, 베니스는 얼굴 중의 얼굴, 바로 눈에 해당하는 도시국가였 다.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인에게 이탈리아는 선망의 대상인 선진국이었다. 세련된 언어와 사랑이 만개하는 곳, 페트라르카와 아리오스토와 같은 대시인을 배출한 르 네상스의 본향이었다. 그런가 하면 마키아벨리와 같은 무신론적 정치가가 판치고, 도박, 알코홀 중독, 매음과 계간( 鷄 姦 )이 횡행하는 악의 소굴이었다. 베니스는 철 저한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국제통상이 일상화된 국제도시다. 이탈리아의 모든 도 시국가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한 부국인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절대통치권 자를 부정하는 공화국이었다. 오셀로 의 주인공도 유색인종 외국인으로 장군의 지위에 오른다. 실제로 당시 베니스의 법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학작품 은 정교한 법률리포트가 아니다. 머릿속에 담긴 이상을 그리기 위해 적합한 장소 와 배경을 설정하는 것은 작가의 특권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영국 땅에 공식적 으로는 유대인이 없었다. 오래전에 추방되었고 영국 땅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개종 을 통해 '신기독교인'이 되어야만 했다. '인육재판'을 마감하면서 승자 안토니오는 상대를 철저하게 파멸시키기로 작정한다. 전 재산을 뺏고도 모자라서 패자의 정신 적 자산마저 뺏고자 한다. 마치 시혜를 베풀듯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당당 하게 요구한다. 당시 영국사회의 보편적 관념일 수 있다. 인육재판 의 대상물은 사람의 몸이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다. 심장은 몸의 전부다. 군주국 영국의 심장 은 국왕이고 국왕은 곧바로 왕국의 전체다. 모든 권력은 국왕의 몸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군주주권의 원리가 극 속에도 투영되어 있다. 무엇보다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코몬로 법 원과 형평법원 사이의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을 극화한다. 엄정한 법문구와 선행 판결을 중시하는 코몬로와 구체적 상황에 따라 신축성 있는 구제를 허용하는 형 80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법과 문학- 그 불편한 동거? 평법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시대의 보편적 주제였기에 다른 작품 속에서도 다루 어진다. 전통적인 해석은 '인육재판'은 자비라는 명분의 포셔의 형평법이 계약문구에 집 착하는 샤일록의 코몬로를 이긴 것으로 평가한다. 국왕 제임스 1세가 작품을 이틀 연달아서 감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변방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는 대대손손 권 력을 누려온 런던 토착세력의 눈에는 기껏해야 촌뜨기 강화도령'에 불과했다. 토착세력의 중심에 사법관료가 있었다. 배심재판과 엄격한 선판례의 구속을 받는 코몬로 법원은 국왕의 전제를 견제하는 중요한 권력기제였기에 불편한 존재였다. 그러니 국왕이 형평법원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원래 형평법원 장은 국왕을 지근에서 보좌하면서 옥새를 보관하는 직책이었다. 재판도 국왕의 대 리인 자격으로 (국왕의 뜻을 받아) 수행하였다. 그러나 샤일록의 입장은 제임스와는 정반대다. 형평이란 기준은 모호하고 결과 는 예측하기 어렵다. 누가 재판관이냐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기에 보다 예측할 수 있는 제정법과 코몬로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샤일록 에게 있어서 법제도는 복수의 수단인 것이다. 샤일록은 오랜 세월에 걸친 편견어 린 박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투사다. 개방사회인 베니 스의 법은 선진의 법이다. 샤일록은 외국인, 소수 종교인, 소수 인종이다. 외국인 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공식의 법이다. 철저한 인종차별주의자 안토니오조 도 외국인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하는 베니스의 법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입장에 서면 작품의 주인공은 당연히 샤일록이고, 포셔는 빛나는 히로인 이나 재림한 다니엘 이 아니라 기껏해야 교활한 변설가일 따름이다. 1598년 왕립문서등록원에 등록된 원 작품의 제목은 베니스의 유대인(The Jew of Venice) 이었다. 후일 출간된 많은 판본에 베니스의 유대인 이라는 선택적 부 제가 달려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방 기독교 문화권에서 이 작품을 반 유대 정서를 조장하는 데 악용했다. 나치독일에서는 이 작품을 아리안 족의 선민의식을 고취시키고 열등 사악한 인종인 유대인을 청소 하는 국가 차원의 사업에 악용 했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는 급격한 다문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 라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유별나게 강했다. 중국 화교들이 상업적 성공은커 녕 안온한 정착조차 못하게 몰아낸 치욕스런 역사가 있다. 우리 모두가 포셔를 정 의, 샤일록을 부정의의 화신으로 규정한 편견의 포로가 되어 낯선 자에 대한 박해 를 미덕으로 받아들였다. 폐쇄적 국수주의가 지배한 일본도 상황이 별반 낫지 않 다. 그래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우리 모두에게 과 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래의 경기도교육청 81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영문학과 기독교 세계에서 악한의 전형으로 규정하는 샤일록을 정당한 주인공으 로 부각시키는 이 작품의 연출자가 재일교포 3세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무릇 예술작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인간에게 위안과 자부 심을 건네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8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안재원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퀸틸리아누스(Quintilianus, 서기 35년-96년)의 수사학 교육 제10권을 중심으로 1) - 안 재 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Ⅰ 들어가는 말 책 읽기가 로마에서 교육의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키케로의 시대가 아니었다. 실제로 키케로의 시절에는 읽힐 만한 라틴어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라 틴어가 가난했기에. 따라서 로마가 그리스의 고전을 번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 하다 하겠다. 그러나 로마는 그리스를 모방하는 선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일정 기간 의 모방 단계를 벗어나자, 로마인들은 서서히 그리스인들과 경쟁하려는 자의식을 갖기 시작한다. 우화 작가인 파이드루스(Phaedrus, 서기 18년-55년)가 작은 사례이 다. 2)나(파이드루스)는 그(아이소포스)가 남긴 작은 오솔길을 큰 길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용에서 오솔길 은 원래 아이소포스(이솝)가 노예였기에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한 것을 뜻하고, 큰 길 은 파이드루스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과 장치를 새로이 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은 아이소포스의 이야기를 수용했지만, 단순 모방이 아니라 창 조적 경쟁을 거쳐 이미 극복했다고 주장하는 셈인데, 아직 극복 단계는 아닌 것으 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로마의 경쟁 노력은 계속되었고,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성 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리스 작품 대신에 라틴 작품이 학교의 교재로 사용되 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에피로타는 베르길리우스와 다른 신세대 시인들의 작품을 강의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교사였다. 3) 1) 이 글에서 자주 인용되는 원전들에 대한 서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M. Fabi Quintiliani Institutionis Oratoriae Libri Duodecim(= 수사학 교육 ), ed. M. Winterbottom, Oxford 1970(rep. 1992); Tacitus, Dialogus de oratoribus(= 연설가 에 대한 대화, ed. R. Mayer, Cambridge 2001; Cicero, De oratore( 연설가에 대하여 ), ed. K. Kumaniecki, Stuttgart & Leipzig 1969 (rep. 1995); 수에토니우스, 로마의 문법학자들, 안재원 편집, 한길사 2013. 2) 우화 제3권 서문 38장. 3) 로마의 문법학자들 제18장. 경기도교육청 85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베르길리우스(Vergilius, 기원전 70년-19년)의 아이네이스(Aeneis) 와 같은 라틴 작품이 드디어 강의 교재로 사용되고 시작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호메로스와 같은 그리스 작가가 아닌 당대 라틴 작품이 교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정복당한 로마가 이제 그리스 정신의 모방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단계 에 들어서고 있는 과정을 확인해 주는 사례라 하겠다. 로마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 되는 시기는 대략 서기 1세기초 무렵이다. 그런데 1세기말 정도가 되면, 로마인 가 운데에서 심지어 그리스를 극복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아예 대놓고 로마가 그리 스보다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온다. 바로 퀸틸리아누스다. 내가(퀸틸리아누스) 보기에, 키케로는 그리스인들의 모방하는 일(ad imitationem)에 자신의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연 설로 데모스테네스의 역동하는 힘과 플라톤의 깊이 있는 사유와 이소크라 테스의 유쾌한 즐거움을 오롯이 새겨내었다. 4)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단적으로 그리스인에게 호메로스가 있다면, 우리 로마인에게는 베르길리우스가 있다 5) 라는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로마 학문의 경쟁력에 대한 퀸틸리아누스의 믿음은 굳건하다. 도대체 이 믿음의 실 체는 무엇일까? 이는, 라틴어가 이제 가난하지 않다는 자신감일 것이다. 하지만 번 역을 통한 모방과 저술을 통한 경쟁을 통해서 책들이 많아지자 로마인들은 또 다 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요컨대, 책들이 많아지자 무엇을 읽혀야 하는지 6) 도 고민거리였기에. 이 고민은 책들에 서열(ordo) 을 매기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고대 로마에서 소위 삶의 모범과 규범이 되는 고전의 선정(kanones) 작업 의 시작이었다. 이와 같은 선정 작업을 통해서 학교에서 정규 교과로 자리 잡게 된 고전 읽기는 서양 고대의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했는 데, 이렇게 해서 고대 로마의 교육은 말하기 교육에서 읽기 교육으로, 아니 더 정 확하게는, 읽기에 기반한 말하기 교육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Ⅱ 퀸틸리아누스의 고전 전범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 특징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앞에서 언급한 수사학 교육 제10권을 소개하겠다. 제 10권 은 크게 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장은 읽기를, 제2장은 교육에서 모방의 중요성을, 제3장은 쓰기를, 제4장은 교정을, 제5장은 쓰기 훈련의 여러 방식을, 제6장은 쓰기 4) 수사학 교육 제10권, 1장 108절. 5) 수사학 교육 제10권, 1장 85절. 6) 수사학 교육 제10권, 1장 37절: qui sint legendi. 86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를 통한 생각(cogitatio)의 버릇(hexis) 만들기를, 제7장은 즉흥 연설을 다루고 있다. 제1장에서 제7장을 관통하는 개념이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버릇(facilitas, hexis)이 다. 요컨대, 즉흥 연설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버릇이 갖추어질 때 제대 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 잘함이 하나의 버릇으로 세워질 때 수사학 교 육(institutio)은 완성된다는 게 퀸틸리아누스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그는 수사학의 규칙 들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지식들이 하나의 말버릇으로 혹은 언어 습관 으로 자리잡는 것을 늘 강조하기 때문이다. 전거는 다음과 같다. 1. 한데 표현에 대한 이론들은 말하기의 실제에 있어서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만약에 그것이 그리스 인들이 hexis 라 부르는 습관으로 단단하게 자리잡지 않는다면 말이다. hexis는 생각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알 고 있다. 이 습관을 위해서 쓰기가 혹은 읽기가 혹은 말하기가 더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 논쟁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이것들 중에 어느 하나로 만족할 수 있었다 면, 이에 대해서 보다 엄밀하게 조사했었을 것이다. 2. 하지만 이것들은 서로 얽혀있고 모 든 것들이 떼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이것들 중에 뭔가가 빠진다면, 나머지 것들도 헛 수고만 하는 셈이다. 예컨대, 많은 쓰기를 통해서 힘을 얻지 못한다면, 말 잘함은 단단해지지도 굳세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읽기의 사례가 부족하면 저 노력은 키잡 이 없이 떠도는 이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를 알고 있다 할지라도, 만약 그가 각각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 말을 잘 할 수 있 는 준비와 채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는 또한 보물 창고에 갇힌 사람에 다름 없 을 것이다. 3. 어느 것이든 어떤 면에서 각기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장 연 설가를 만드는 것과 전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설가의 일은 표현에 직결 된 것인 한, 말하기가 제일 우선적인 것이고, 그래서 이 학문이 말하기로부터 시작 하고, 바로 이어 모방으로, 마지막으로 쓰기의 부지런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명백 하다. 7) 인용에서 주목해야 할 언표는 모방(imitatio)이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굳건한 버릇 을 위한 훈련 방식인 읽기, 따라 하기, 쓰기가 모두 모방에 속하는 것이기 7) 수사학 교육 제10권 서문, I. Sed haec eloquendi praecepta, sicut cogitationi sunt necessaria, ita non satis ad vim dicendi valent nisi illis firma quaedam facilitas, quae apud Graecos hexis nominatur, accesserit: ad quam scribendo plus an legendo an dicendo conferatur, solere quaeri scio. Quod esset diligentius nobis examinandum [citra] si qualibet earum rerum possemus una esse contenti; II. verum ita sunt inter se conexa et indiscreta omnia ut, si quid ex his defuerit, frustra sit in ceteris laboratum. Nam neque solida atque robusta fuerit umquam eloquentia nisi multo stilo vires acceperit, et citra lectionis exemplum labor ille carens rectore fluitabit, et qui sciet quae quoque sint modo dicenda, nisi tamen in procinctu paratamque ad omnis casus habuerit eloquentiam, velut clausis thesauris incubabit. III. Non autem ut quidquid praecipue necessarium est, sic ad efficiendum oratorem maximi protinus erit momenti. Nam certe, cum sit in eloquendo positum oratoris officium, dicere ante omnia est, atque hinc initium eius artis fuisse manifestum est, proximam deinde imitationem, novissimam scribendi quoque diligentiam. 경기도교육청 87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때문이다. 물론, 교육 방식으로서 모방에 대한 생각은 퀸틸리아누스만의 고유한 생각은 아니다. 예컨대, 위( 僞 )-롱기누스의 숭고론 제13장-14장에서도 모방과 경 쟁 8) 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고, 퀸틸리아누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세네카 의 서신 114 에서도 발견된다. 물론, 교육과 관련해서 모방은 이미 플라톤과 아 리스토텔레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주제였다. 하지만, 퀸틸리아누스의 모방 개념에 직 접적인 영향을 끼친 이는 기원전 1세기에 모방에 대하여(Peri Mimêseos) 를 지은 디오뉘시오스 할리카르낫소스(Dionysios Halicarnassos, 기원전 1세기 활약)다. 퀸틸리 아누스가 수사학 교육 제10권을 지을 때에 가장 많이 참조한 텍스트가 모방에 대해서 다. 하지만, 디오니시오스에 대한 퀸틸리아누스의 의존도에 대해서는 학 자들 사이에서 쟁론거리인데, 이에 대해서는 3장에서 나의 입장을 밝히겠다. 퀸틸리아누스에 따르면, 여러 모방 방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읽기이다. 이 는 지면 배정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다른 장들은 약 30절 내외를 할당하지만, 읽기에 는 무려 131절의 지면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퀸틸리아누스가 읽기에 이렇게 큰 비 중을 둔 것은 당시 학교수사학 전통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퀸 틸리아누스 당시에 교재로 활용되었던 수사학 교재의 구성에서 쉽게 찾을 수 있 다. 9) 이렇게 퀸틸리아누스가 읽기를 말하기 교육의 한 중심에 위치시킨 이유는 여 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운 연설을 행할 수 있는 포룸(Forum Romanorum)의 폐쇄 조치였다. 포룸은 로마의 학생들이 실제 연설을 듣고 배우는 일종의 학교였다. 하지만, 황제정 시대의 포룸은 더 이상 이전의 자유로 운 연설을 행할 수 있는 정치 공간이 아니었고, 따라서 좋은 연설을 듣고 따라 배 울 수 있는 학교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전거는 아래와 같다. 38. 옛날 재판의 모습과 관습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요즘 방식이 비록 현실에 더 적합하다고 해도, 옛날의 포룸은 말하는 능력을 더욱 단련시켰습니다. 누구 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연설을 마치도록 강요당하지 않았고, 자유롭게 기한을 연기할 수 있었으며, 누구든 자신의 말하기 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날과 변호인들 의 수가 제한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을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가 세 번째 콘술 이었을 때, 처음으로 제한했고 능변에 흡사 제동기를 달아 놓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포룸에서, 모든 것들이 법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프라이토르 앞에 서 행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되었습니다. (중략) 시간의 오랜 침묵과 대중의 계 속되는 여가와 원로원의 완고한 고요함과 황제의 커다란 지침이 연설을 다른 8) 이와 관련해서는 Arno Reiff, interpretatio, imitatio, aemulatio. Begriff und Vorstellung literarischerabhängigkeit bei den Römern, Diss., (Köln), Würzburg 1959와 S. Döpp, Aemulatio: Literarischer Wettstreit mit den Griechen in Zeugnissen des ersten bis fünften Jahrhunderts, Göttingen 2001이 중요한 선행 연구이다. 9) 비교 Jaewon Ahn, De Figuris verborum et sententiarum, Goettingen 2004. 88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것들과 마찬가지로 잠재워 버린 후에. 39. 내가 이야기할 것이 사소하고 우스 운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해보겠습니다. (중략) 즉 좋은 태생의 말들을 경 주와 공간들이 시험하듯이, 그렇게 연설가들을 위한 그러한 장소가 어디에 있습 니까? 그곳을 통해서 만약 자유롭게 풀어진 연설가들이 나오지 않으면 연설은 약 해지고 깨지게 됩니다. (중략) 그런데 연설가에게는 외침과 박수가 필수적입니 다. 마치 어떤 극장에서와 같이 말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옛날의 연설가들에게 는 항상 곁에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렇게 비슷하게 그 정도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포룸으로 몰려들었고, 그 때는 피호민들도 그리고 여러 부족들과 지방의 관리들도 그리고 이탈리아 전 역이 위험에 처한 사람 편을 들었고, 그 때는 많은 재판에서 로마 인민이 어떻게 판결이 되는가가 자신의 것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중략) 격정적인 인 민의 열정 자체가 활기 없는 연설가들조차도 자극하고 선동할 수 있었습니다. 10) 인용은 퀸틸리아누스가 수사학 교육에서 읽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된 실질적인 사연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퀸틸리아누스의 시대에는 옛날처럼 포룸에 가면 얼 마든지 모방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던 탁월한 연설가들이 실제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퀸틸리아누스가 읽기를 강조하고 고전 혹은 모범이 될 만한 연설가 내지 문학 작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더 이상 살아있는 모방 대상이 없기에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이는 플르타르 코스의 모랄리아 11) 가 교육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포룸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별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퀸틸리아누스도 연설이 타락하게 된 원인에 대하여 를 저술하였다. 아마도 여기에서 포룸의 폐쇄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사학 교육 제10권에서는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는 자신 이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로 읽기가 단지 포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퀸틸리아누스의 포룸에 대한 비판과 읽기에 대한 예찬의 전거는 다음과 같다. 16. 어떤 것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은 읽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 을 준다. (중략) 17. 읽기는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더 확실하다. 듣는 사람에게 는, 혹은 각각에 대한 저마다의 호의가, 혹은 칭찬하는 자들의 저 함성이 판단 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18.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부끄 러운 일이기 때문에, (중략), 흠 있는 것들이 다수의 마음에 들기도 하고, 우리 10) 타키투스, 연설가에 대한 대화 제38-39장 11) 이와 관련해서는,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 교육-윤리 편, 허승일 옮김,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2년을 참조 하시오. 경기도교육청 89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의 마음에 들지도 않는 것들이 모인 청중들에 의해 칭찬받기도 한다. 19. 또 한, 반대로 잘못된 판단에 의해 훌륭하게 말해진 것들에 대해 호의를 표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하지만 읽기는 자유롭다. 그 빠른 움직임에 의해서 건 너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자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책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자. 우리가 소화되기 쉽도록 음식을 씹고 거의 액체로 만들어 내 려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읽기는 날것으로가 아니라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부드럽게 되고 마치 기억과 모방을 위해 갖춰진 상태로 전해지도록 만든다. 20. 아주 오랫동안, 최고가 아니라면, 우리의 신뢰를 최소한으로 저버리는 사 람들이 읽혀져야 한다. 그들은 철저하게 읽혀져야 한다. 마치 우리가 쓸 때에 쏟는 정성으로 읽어야 한다. 거의 세세한 모든 부분들을 샅샅이 훑고 지나가 면서 꼼꼼하게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통독을 해야 하며 다시 처음부터 전체 적으로 다시 소화해야 한다. 특히 의도적으로 뜻하는 바들을 숨겨놓은 연설들 이 이에 해당한다. 12) 인용은, 퀸틸리아누스가 포룸에 대해서 타키투스와는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서 타키투스는 끝까지 포룸을 포기하려 들지 않았음 을 지적하고자 한다. 적어도 연설가들에 대한 대화 에서는 그렇다. 포룸이 폐쇄 되자, 타키투스는 그 대신에 극장(theatron)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퀸 틸리아누스는 포룸을 포기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읽기를 선택한다. 비록 살아 있 는 자들은 아니지만 모범이 될 만한 탁월한 자들을 모방하는 수단으로 고전 읽기 를 권하고 읽어야 할 고전 목록을 퀸틸리아누스는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고전 전범 개념은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에서 탄생했다 하겠다. 참고로, 고전 목록의 구성 방식에 대한 선례는 키케로의 브루투스 다. 이는 퀸틸리아누스 자신도 밝히는 바이다. 13) 그리스의 작가들과 로마의 작가들을 나란 하게 병렬시켜 비교하는 서술방식(syncrisis) 14) 도 또한 그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12) 수사학 교육 제10권 XVI. Alia vero audientis, alia legentis magis adiuvant. Excitat qui dicit spiritu ipso, nec imagine +ambitu+ rerum sed rebus incendit. Vivunt omnia enim et moventur, excipimusque nova illa velut nascentia cum favore ac sollicitudine: nec fortuna modo iudicii sed etiam ipsorum qui orant periculo adficimur. XVII. Praeter haec vox, actio decora, commodata ut [quis] quisque locus postulabit pronuntiandi vel potentissima in dicendo ratio, et, ut semel dicam, pariter omnia docent. In lectione certius iudicium, quod audienti frequenter aut suus cuique favor aut ille laudantium clamor extorquet. XVIII. Pudet enim dissentire, et velut tacita quadam verecundia inhibemur plus nobis credere, cum interim et vitiosa pluribus placent, et a conrogatis laudantur etiam quae non placent. XIX. Sed e contrario quoque accidit ut optime dictis gratiam prava iudicia non referant. Lectio libera est nec ut actionis impetus transcurrit, sed repetere saepius licet, sive dubites sive memoriae penitus adfigere velis. Repetamus autem et tractemus et, ut cibos mansos ac prope liquefactos demittimus quo facilius digerantur, ita lectio non cruda sed multa iteratione mollita et velut [ut] confecta memoriae imitationique tradatur. XX. Ac diu non nisi optimus quisque et qui credentem sibi minime fallat legendus est, sed diligenter ac paene ad scribendi sollicitudinem nec per partes modo scrutanda omnia, sed perlectus liber utique ex integro resumendus, praecipueque oratio, cuius virtutes frequenter ex industria quoque occultantur. 13) 전거는 수사학 교육 제10권 1장 123절이다. 90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그리스로마 고전을 통해 표현한 인문학 퀸틸리아누스가 고전 목록을 구성하면서, 문학, 역사, 철학의 구분을 명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키케로도 연설가에 대하여 에서 역사와 철학의 중요성을 강 조한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이 철학과 역사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키케 로는 역사의 경우 제2권 51-64장을, 철학의 경우도 제3권 56장-73장 정도의 분량 을 할당한다. 하지만, 문학의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강조해야 할 점은 키케로가 철학과 역사를 강조하긴 하지만, 그 강조가, 퀸틸리아누스처럼 읽기에 초점을 두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은 읽기에 대한 키케로의 생 각이 잘 드러나는 한 대목이다. [157] 또한 자신의 글이든 다른 사람의 글이든 가능한 한 많이 글을 암기하는 연습을 통해서 기억도 훈련해야 하네. 아울러 암기 훈련을 하면서 또한 소위 장소를 이용하는 방법과 연상 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네. 체계 적 형태를 갖춘 이 방법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이네, 자네가 이미 이 방법에 익숙해 있다면 말일세. 이어서 소리를 내어 재현하는 연습이 뒤따르는데, 이 연 습은 집이나 그늘진 곳이 아닌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곳으로, 먼지가 이는 곳으로, 함성으로 가득 찬 곳으로, 진지로 광장의 전선으로 나와서 행해야 제 대로라네. 만인의 시선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하고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한 시험대를 거쳐야 하며, 한마디로 이 연습은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 실전의 빛 아래에서 수행해야 하는 걸세. [158] 또한 문학 작품을 읽 어야 하지. 역사를 알아야 함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네. 모든 유익한 학문 분야에서 활약한 학자들과 저자들의 작품을 골라서 정독하고 칭 찬하고 평가하고 바로잡고 비난하고 반박하는 연습도 중요하네. 또한 어떤 종 류의 주제가 되었든 간에, 그 주제를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찬성하고 반박하 는] 토론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어떤 종류의 주제가 주어지든, 각각의 토론 에서 개연성( 介 然 性 )가 높아 보이는 논지를 끌어내고 그 논지를 표현을 통해 서 전개하는 연습도 거쳐야 할 훈련이네. 15) 인용에서 볼 수 있듯이, 키케로는 읽기에 그렇게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 려 타키투스처럼, 포룸을 강조한다. 반면, 퀸틸리아누스는 읽기를 강조하고, 포룸 에서 찾을 수 없는 모범을 책에서 찾으라고 권한다는 점에서 퀸틸리아누스는 키 14) 이와 관련해서는 Noreen Humble (ed.), Plutarch's Lives: Parallelism and Purpose. Swansea: Classical Press of Wales, 2010을 참조하시오. 15) 키케로, 연설가에 대하여 제1권 157장-158장. 경기도교육청 91
2014 인문교양교육 아카데미 직무연수 케로와는 다르고, 또한 고전 전범의 개념이 어떤 역사적인 배경을 통해서 형성되 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또한, 고전 목록을 문학, 역사, 철학, 연설로 구분 한 것도 퀸틸리아누스의 고유한 특징 가운데에 하나이다. 그런데, 학교 교육에서 읽혀야 할 고전 개념과 고전 목록의 선정 기준과 영역 설정은 어쩌면, 디오뉘시오 스 할리카르낫소스의 그것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의 모방에 대하여 는 안 타깝게도 전승되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전해지는 문헌에 기초해서 본다면, 이 른바 서양의 문-사-철 전통의 기원은 퀸틸리아누스일 것이다. Ⅲ 퀸틸리아누스의 ordo 16) 개념에 대하여. 그리스 서사시인의 경우,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안티마코스, 파니아시스, 아폴로 니우스, 아라토스, 테오크리토스, 페이산드로스, 니칸드로스, 에우포리온을, 로마 서사시인의 경우, 베르길리우스, 마케르, 루크레티우스, 아티키누스, 바로, 엔니우스, 오비디우스, 코르넬리우스 세베루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 밧수스, 라비리우스, 페 도, 루카누스 등이 퀸틸리아누스가 전범으로 제시하는 작가들이다. 17) 물론 시간적인 순서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이렇게 나열된 시인들의 이름은 어떤 위계내지는 서열 (ordo)에 의해서 제시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퀸틸리아누스의 ordo 개 념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퀸틸리아누스의 고전 전범 세우기의 특성을 파악함에 있 어서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문제는 고전 명칭에 대한 논쟁 과 결부되어 있어서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물음이었다. 고전 명칭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고전이라는 용어로 직접 번 역할 수는 없지만, 이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은 골라 낸 것들 이라는 의미의 enkrithentes이다. 이에 대한 전거는 아래와 같다. 수다 사전 데이나르코스 그는 데모스테네스와 함께 선택된 16) 라틴어 ordo 개념은 질서, 순서, 위계, 체계를 뜻하는 말이다. 종종 신분 체계 전체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 다. 문제는 퀸틸리아누스가 ordo 개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인데, 이와 관련해서, 고려대 김경현 교수의 의견은 신분 체계 의 의미가 유추-연장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의미 있는 제안이나 퀸틸리아누스가 ordo 개 념을 책들의 가치를 매기는 데 사용하고 있기에, 여기에서는 책들 사이에 있는 위계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 다. 이와 관련해서는 P. Steinmetz, Gattungen und Epochen der Griechischen Literatur in der Sicht Quintilians, in Hermes 92(4), Wiesbaden 1964, pp. 454-466를 참조하시오. 17) 퀸틸리아누스가 ordo 개념을 서열 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전거는 다음과 같다: 수사학 교육 제10권 1장 85절- 86절: LXXXV. Idem nobis per Romanos quoque auctores ordo ducendus est. Itaque ut apud illos Homerus, sic apud nos Vergilius auspicatissimum dederit exordium, omnium eius generis poetarum Graecorum nostrorumque haud dubie proximus. LXXXVI. Vtar enim verbis isdem quae ex Afro Domitio iuvenis excepi, qui mihi interroganti quem Homero crederet maxime accedere "secundus" inquit "est Vergilius, propior tamen primo quam tertio". 92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