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에는 24절기 중 입춘( 立 春 )과 우수( 雨 水 )가 있다. 입춘은 봄에 들어간다 는 뜻이고, 우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정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새쫓기 1일, 새를 쫓는다. 초현리에서 정월 초하룻날 해가 뜨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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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이야기part2

Transcription:

제2권 전통이 살아있는 터전 제1절 계절별 세시풍속 제2편 민속 세시풍속관련 조사는 금산지역인 1읍 9면 106개 동리의 세시풍속(민속놀이 포 함)을 대상으로 하되, 계절별 세시풍속을 서술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 기 위해서 농촌지역과 산골지역으로 대분하기로 한다. 금산지역 벼농사의 농촌지 역에는 금산읍 장동이, 남일면 초현리, 남이면 성곡리, 부리면 불이리 등이고, 땔나 무의 산골지역은 군북면 보곡산골(보광리 상곡리 산안리)이다. 따라서 금산지 역 세시풍속(민속놀이 포함)은 금산지역 농촌의 벼농사와 산골의 땔나무와 관련하 여 대비할 것이다. 이 지역의 특징을 정리하면 우선 세시풍속 날짜가 마을마다 다른 점이다. 유황 (왕)고사, 찰밥 먹기, 오곡밥 먹기, 쥐불놀이, 무후제, 동계 등에서 나타난다. 다음 으로 금산지역 세시풍속의 이름이 마을마다 다른 점이다. 동지에서인데, 위의 것과 유사한 형태이다. 금산읍 장동이와 남일면 초현리 세시풍속의 같고 다른점이 확인 된다. 그 다음으로 세시풍속이 일정한 마을 내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다리놓기, 수세 등에서이다. 한편 금산지역 세시풍속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반복된다는 점 이다. 위의 것과 유사한 형태이다. 콩 구워먹기, 머슴날 등이다. 끝으로 금산지역 세시에서 풍속을 지배하는 원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달불에 연태우기(연끊어날 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336 1. 봄철의 세시풍속 봄은 음력 1월부터 3월까지이다. 이 시기는 농한기로서 논농사를 준비하는 기간 이다. 금산지역의 경우 봄철 세시풍속의 문헌 조사 자료를 정월의 세시풍속, 2월 의 세시풍속, 3월의 세시풍속으로 구분하여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정월의 세시풍속

음력 1월에는 24절기 중 입춘( 立 春 )과 우수( 雨 水 )가 있다. 입춘은 봄에 들어간다 는 뜻이고, 우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정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새쫓기 1일, 새를 쫓는다. 초현리에서 정월 초하룻날 해가 뜨기 전에 새를 쫓는 시늉을 한다. 안주인은 장대를 들고 집 아래쪽을 향해 우여! 우여! 우여! 라고 세 번을 외 친 다음, 웃새는 위로 가고 아랫새는 아래로 가라. 라고 외친다. 동일한 요령으로 집 위를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새 쫓는 시늉을 한다. 이렇게 하면 가을걷이를 할 무 렵에 새가 논밭으로 날아들지 않는다고 한다. (2) 설쇠기 1일, 설을 쇤다. 새해의 시작인 정월 초하루는 한 해의 시작이라 하여 모두가 마 음을 삼가고 새롭게 다진다. 장동이는 종가인 큰집에 모여 세찬( 歲 饌 )과 세주( 歲 酒 ) 를 진설하고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인이 있는 집에서는 종가와 별도로 차례를 모신다. 이로써 조상의 음덕에 감사를 드린다. 차례를 지낸 뒤에는 가족, 친지간에 한 살 더 먹기 위해 떡국을 먹는다. 음복 후 서로 덕담( 德 談 )으로 격 려하며 한 해 동안 건강하고 소망하는 바가 성취되기를 축원해준다. 초현리에서도 특히 자손이 번창한 현풍곽씨와 영산신씨 등은 큰집부터 순서대로 차례를 모신다. 그러나 풍물소리를 내지 않는다. 성곡리에서도 풍물을 치지 않았다. (3) 복조리걸기, 복주머니 채워주기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12월 31일~1월 15일 사이에 복조리를 건다. 장동이에서 정초에 각 가정에서는 안 방 출입문에 복조리를 건다. 집안에 액운이 없고 재복이 많이 깃들기를 바라기 때 문이다. 초현리에서도 섣달그믐에서 정월 대보름 사이에 복조리를 건다. 그 속에 재복이 크게 일어나라고 성냥이나 동전을 넣는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소망하는 물 건을 복조리 속에 넣기도 한다. 단골 사찰이나 무당한테 뱅이의 의미로 복조리를 받을 때 그 속에 복주머니와 부적이 들어 있다. 한편 1일 복주머니를 채워준다. 초 현리에서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아이들에게 복주머니를 채워준다. 주로 할머니들 이 손자들의 무병장수를 축원하고 복을 많이 받으라는 뜻으로 복주머니를 손수 만 들어서 허리춤에 매달아 주었다. 간혹 세배를 받는 자리에서 줄 때는 그 속에 새뱃 337

돈으로 동전을 넣어준다. (4) 마실가지 않기 1일~2일(5일), 마실을 가지 않는다. 초현리에서 정월초하루와 초이튿날은 마실 을 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정월 초하룻날 손님이 들면 일 년 내내 손님이 든 다 라는 속담이 있다. 예전에는 살림이 궁핍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가 들어오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정월 초닷새까지는 출입을 하지 않았다. (5) 산신제(산제) 제2편 민속 338 3일 산신제(산제)를 지낸다. 설이 한 가정이나 집안 차원의 새해맞이 의식이라면 산신제와 탑제는 마을 차원에서 준비되고 행해지는 대동의 새해맞이 의식이다. 금 산읍 장동이나, 남일면 초현리의 산신제일은 음력 정월 초삼일이었다. 그러나 초현 리의 경우는 3일에서 1일로 변경하여 산신제를 모시고 있다. 양지리 장동이는 해마 다 음력 정월 초삼일 자정 무렵에 산신제를 모신다. 동답을 부치는 사람이 제관이 되어 3일간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정갈하게 준비한 제물을 산제당에 차려놓고 산신 제를 지낸다. 그 뒤에는 성씨별로 소지를 올려주며 집집마다 액운이 없기를 축원한 다. 음지 장동이는 농사의 풍년과 무병제액을 비는 탑제를 지낸다. 길흉화복의 주 관자인 산신과 지신(탑신)에게 각각 제를 지냄으로써 새해의 소망을 축원하는 것이 다. 초현리에서도 정월 초하룻날 저녁에 신목으로 치성을 받는 상초현 느티나무에 서 산제를 지낸다. 상초현과 하초현이 매년 번갈아가면서 공동으로 지내는데, 풍물 이 수반되지 않는 유교식 제의이다. 본래는 정월 초삼일에 지냈으나 궂은 일이 자 주 발생하여 30여 년 전부터 초하루로 날짜를 변경했다. 불이마을에서도 매년 정월 열나흗날 저녁 6시 탑제를 먼저 지내고 그 뒤에 길산제를 지낸다. 이때 마을의 여성 들은 마을의 안녕과 가정 행운을 위해서 개인기도를 한다. (6) 터주(터주대감)고사 음력 초삼일 자정 무렵 산제를 마치면 터주(터주대감)고사를 지낸다. 초현리에서 산제를 마치면 각 가정에서는 장독대에 모신 터주 앞에서 집안의 평안과 무병제액 을 기원하는 터주고사를 지낸다. 터주는 흔히 터주대감 으로 호칭되고, 집터를 돌 보아 주는 신령으로 신앙된다.

(7) 사찰불공드리기 초현리에서 우선 정월 초하룻날 터주고사를 마치면 초삼일을 전후하여 단골 사 찰을 찾는다. 남이면 석동리에 소재한 영천암에 다니는 불자들이 대부분인데, 반드 시 마을의 산제와 터주고사를 지낸 뒤에 불공을 드리러가는 것이 관례이다. 정초에 사찰을 찾는 점은 불이마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정초에 절에 가서 자녀의 운수 를 보는 가운데 자녀가 삼재에 들면 삼재풀이를 하는 것이다. (8) 마당밟이(지신밟기) 3일~15일 마당밟이(지신밟기)를 한다. 초현리에서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정월 초 삼일이 되면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마당밟이를 했다. 상쇠는 먼저 마당을 빙빙 돌며 한바탕 지신밟이를 해주고, 이어서 정지굿(부엌) - 장광굿(장독) - 성주굿(대청마 루) - 우물굿(샘) - 뒤주굿 등 집안의 구석을 돌며 고사덕담으로 무병제액을 기원 한다. 가령 뒤주 앞에서는 두지두지 두지야! 천석이나 일어라, 만석이나 일어라. 두지야 두지야 천석만석 일어라! 고 축원한다. 그러면 풍물패를 맞이한 집에서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술상을 내어 대접하고, 풍물패들이 장소를 옮길 때마다 안주인 은 성의껏 돈과 곡식을 내어준다. 초삼일에 시작된 지신밟기는 정월 대보름까지 이 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9) 걸립굿하기, 가택신을 위한 축원굿하기 4일~15일 걸립굿을 한다. 장동이에서 산신제와 탑제를 마친 정월 초나흘부터 정 월 대보름 사이에 걸립굿을 한다. 재담이 좋은 상쇠가 풍물패를 대동하고 각 호구 를 돌며 걸립을 하는데 걸립패들이 집안에 들어서면 한바탕 마당밟기(지신밟기)를 한다. 특히 터주대감 을 눌러준다고 해서 걸립패들은 당산을 빙빙 돌며 성심으로 축원을 해 준다. 가택신, 가령 터주굿은 쥐잡자 쥐잡자 장광 밑에 쥐잡자 라 는 고사소리로 축원을 한다. 그러면 걸립을 당한 집에서는 술과 안주를 내어 걸립 패를 대접하고 가정의 형편에 맞게 쌀과 돈, 잡곡 등을 낸다. 걸립으로 모은 돈은 동 계의 기금으로 예치한다. 가택신을 위한 축원굿도 한다. 장동이에서 정초가 되면, 그 해 신액이 든 가정에서 마을의 풍물패를 초대하여 가택신을 위한 축원굿을 하기 도 한다. 또한 새로 집을 지었거나 이주해온 사람들이 풍물패를 초청하면 그 집에 서 진종일 주연을 베풀고 축원을 해주며 하루를 즐긴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39

(10) 사람날(휴식 친교), 소날, 향피우기 7일은 사람날이다. 초현리에서는 정월 초이레를 사람날( 人 日 )이라고 하고, 아무 리 바쁜 일이 있어도 하루를 쉬며 이웃끼리 모여서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같은 마 을에서 새해 첫 축일( 丑 日 )은 소날 이라고 해서 소를 먹이는 집에서는 특별히 영 양식을 대접한다. 외양간에다가 떡을 갖다 놓는가 하면 쇠죽에 콩이나 고운 겨를 섞어서 갖다 준다. 이날에 소를 잘 대접해야 농번기에 일을 잘한다고 믿는다. 그리 고 정초에 향나무 조각을 방안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놓아둔다. 그러면 향이 은은 하게 퍼져서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한다. (11) 싸리(찰밥)나무로 불때기 14일 아침, 싸리(찰밥)나무로 불때기를 한다. 초현리 농가에서는 정월 14일 아침 에 싸리나무를 해온다. 찰밥(오곡밥)을 지을 때 화목으로 쓰기 위함인데, 화력이 좋 고 연기가 나지 않아 예전에는 반드시 싸리나무로 불을 땠다. 이는 싸리나무가 불 에 타면서 톡톡 튀는 소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을에 곡식이 잘 여물라는 뜻 이다. 또한 싸리나무는 키가 잘 자라기 때문에 그 나무로 불을 때면 곡식이 잘 자란 다고 한다. 이를테면 예축적( 豫 祝 的 ) 의미의 기풍의례( 祈 豊 儀 禮 )인 셈이다. 그런 연 유로 초현리에서는 싸리나무를 속칭 찰밥나무 로 부르기도 한다. (12) 뱅이 제2편 민속 340 14일, 뱅이를 한다. 우선 장동이마을에서 정월 14일에 하는 뱅이이다. 아침에 하 는 화재뱅이는 집안의 부녀자들이 화재를 막기 위해 정월 대보름 전야에 화재막이 의식을 배풀었다. 낮에 당년 운수가 좋지 않은 사람이 좁쌀뱅이를 하는데, 좁쌀을 가지고 길거리로 가서 사방에 뿌린다. 이렇게 사방의 잡귀를 풀어 먹임으로써 액운 이 소멸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신액이 든 사람이 버선뱅이를 하는데 싸리나무가지 에다 버선을 거꾸로 매달아 지붕 위에 꽂아둔다. 액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월 14일 저녁에 액이 낀 사람이 달그림뱅이를 한다. 문종이에 달을 그려서 깃발처럼 나 뭇가지에 매달아 지붕 위에 꽂고, 내려와서는 사방에 절을 한다. 액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14일 밤에 죽을 운이 끼었거나 죽은 사람의 액이 든 가정에서 장차 닥칠 지도 모를 액운을 막기 위해 명태뱅이를 한다. 또한 명태뱅이와 동일한 의미인 허 재비(제웅) 뱅이도 한다. 허재비(제웅) 뱅이를 만들어서 길가에 버린다. 그 속에는 동전과 액이 든 사람의 이름, 생년을 적어 넣는다. 직성이 도래한 사람의 액운을 방

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현리마을에서는 정초에 집안에서 뱅이를 한다. 뱅이의 방법은 여느 마을에서 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부적 엄나무가지 쇠코뚜레 등이 있다. 부적은 무당에 게 신수점이나 토정비결을 보아서 집안에 액년이 든 경우 그 처방을 붙이는데, 안 방 모서리나 출입문 위에 붙이는 것이 통례이다. 쇠코뚜레는 실제 사용했던 것을 건다. 그런가 하면 이사를 가는 사람은 새로 입주하는 집코뚜레를 거는 풍습이 있 다. 길옥님댁은 안방 출입문 위에 복조리와 쇠코뚜레를 걸어 놓았다. 그 옆에는 부 적도 있었다. 복조리 속에는 특이하게 붉은 고추 2개가 붙은 것을 넣었는데, 며느리 가 아들 낳기를 바라는 뜻에서 농사지은 햇고추를 골라 넣어 둔 것이다. 불이마을에서도 뱅이를 한다. 돌림병을 막기 위한 뱅이의 하나로 다른 동네의 디 딜방아대를 훔쳐다 마을입구에 거꾸로 세워 놓았다. 그리고 디딜방아대 다리에 여 성의 속옷을 걸쳐 놓았다. 이렇게 하면 돌림병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 다고 한다. (13) 지붕 반달기(깃발) 꽂기 14일 저녁, 지붕에 반달기(깃발)를 꽂는다. 초현리에서 정초에 신수점을 보아서 액년이 든 사람은 무당의 처방에 따라 정월 14일 저녁에 한지를 반달 모양으로 오려 깃발을 만든다. 그리고 이 깃발을 지붕 날망에 꽂으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 다. 지붕에 꽂은 깃발은 대보름날 저녁에 달망우리불을 놓을 때 태워 없앤다. (14) 오쟁이엮기, 다리놓기 14일 낮에 오쟁이를 엮는다. 그 해 신액이 든 사람은 정월 열나흗날 낮에 볏섬이 나 짚으로 오쟁이를 엮는다. 밤이 되면 시냇가로 나아가 오쟁이 속에 돌을 넣어 다 리를 놓는다. 그리고 그 다리를 밟고 왔다 갔다 하며 소원을 빈다. 또 다리를 놓은 뒤 허제비를 만들어 태우거나 별도로 동전 세 푼을 놓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 에게 닥친 액운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 다리가 아프지 않다고 한다. 또한 오쟁이로 놓은 다리를 밟으면서 새해 소망을 기원하면 모두 이루어진다고 한다. 14일 저녁에 다리를 놓는다. 이것은 11월 세시풍속인 노다리 놓기와 관련시킬 수 있다. 집안에 신액이 들었거나 운수가 좋지 않은 사람은 정월 14일 저녁에 월천공 덕( 越 川 功 德 ) 을 한다. 시냇물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닥친 액운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일종의 뱅이 이다. 또한 가정에 근심이 있는 사람, 예컨대 후사 가 없거나 아이를 낳지 못하는 가정에서 다리를 놓으면 소망하는 바가 이루어진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41

고 한다. 초현리에서도 정월 14일 저녁에 짚으로 오장치(오쟁이)를 엮어서 보석천 에 다리를 놓는다. 아무도 모르게 다리를 놓으면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 이다. (15) 성주불(신수불) 밤새도록 켜기 14일 저녁. 안방 윗목에 성주불(신수불)을 밤새도록 켠다. 초현리 사람들은 일년 내내 무탈하게 해 달라고 가족수대로 불백기를 준비하여 여기에 발심지를 넣은 기 름종지나 초를 꽂아 밤새도록 불을 켠다. 흔히 신수불 을 켠다고 한다. 이날 성주 를 위하는 집에서는 백설기와 찰밥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는데 요즘은 떡을 잘 먹 지 않으므로 불만 밝힌다. (16) 삼신달받기 14일 저녁 달이 뜨면 삼신달을 받는다. 장동이에서 오래도록 태기가 없거나 아들 을 못 낳은 부녀자들은 정월 14일 저녁에 목욕재계하고 삼신달을 받는다. 날이 어두 워지기 전에 서둘러 쌀과 미역을 준비해 마을 주변의 높은 산에 오른다. 달이 뜨면 쌀과 미역을 놓고 절을 한 다음 치마를 펴서 보름달을 받는다. 달을 받으면 즉시 치 마에 싸가지고 집으로 내려온다. 집에 도착하면 안방 윗목에 짚을 깐 다음 그 위에 쌀, 미역, 오곡밥, 나물 등으로 삼신상을 차린다. 그리고 고사덕담으로 아들을 낳 아달라 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소지도 올린다. 삼신상에 올린 밥과 미역은 부부 가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렇게 한 다음 부부가 그날 밤에 합궁을 한다. 제2편 민속 (17) 유황(왕)고사 342 14일 저녁(또는 3일 전후) 유황(왕)고사를 지낸다. 금산읍 장동이마을은 고사일 이 14일 저녁이지만, 남일면 초현리는 3일 전후이다. 장동이에서 정월 14일 저녁에 부녀자들은 지리수골 유황소, 아랫골 샘, 진악산 물굴, 청강수 유황님 등 저마다 산 천의 물을 찾아 유황고사를 지낸다. 용왕(유황)님께 치성을 드림으로써 액운을 물 리치고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것이다. 액운이 들었거나 가정에 근심이 있는 모든 부녀자들은 정성껏 제수를 마련하여 유황고사를 지내러 간다. 제의는 백설기, 삼색 실과 오곱밥, 나무,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절을 한 뒤 가족수대로 소지를 올리며 가정의 안녕과 무병제액을 빈다. 초현리에서 유왕을 모시는 집에서는 정월 초삼일 을 전후해서 유왕고사를 지낸다. 유왕은 용왕의 와음( 訛 音 )으로 물이 깨끗한 시냇

가나 샘이 그 좌정처가 된다. 주로 유왕을 모시는 곳은 상초현 느티나무 앞 보석천 과 그 상류의 용머리바위, 호티에 있는 강당샘 등인데, 근래에는 단골 사찰인 영천 암에서 유왕을 위하는 집이 많다. (18) 거리제(길산제)지내기 14일 밤(혹은 3일) 거리제(길산제)를 지낸다. 금산읍 장동이에서는 14일날 거리 제를 지내고, 남일면 초현리에서 1월 14일(혹은 1월 3일) 밤에 길산제(거리제)를 지 낸다. 장동이에서 가정에 우환이 있거나 신액이 든 사람은 정월 14일 밤에 거리제를 지낸다. 날이 저물면 집안의 부녀자는 오곡밥과 나물 등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해서 삼거리로 나아가 사방에 절을 하고 소지를 올린다. 이때 명태뱅이나 좁쌀뱅이, 허 제비뱅이 등의 속신과 의례가 부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방에 밥과 나물을 헤쳐 잡귀를 풀어먹이고 돌아온다. 집안에 깃든 액운과 신액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 다. 초현리에서도 정월 14일 밤에 액운이 든 가정은 사람의 통행이 빈번한 삼거리로 나아가 길산제(거리제)를 지낸다. 이는 정초에 신수를 보아 무당의 처방에 따라 행 하는 의식인데, 특히 그 해 죽을 운이 낀 사람은 길산제를 지낸 뒤에 홍수매기 를 한다. 혹은 가정에 따라서는 정월 초삼일에 길산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19) 밤새우기(잠 안 자기) 14일 잠을 안자고, 밤을 새운다. 12월 세시풍속인 수세( 守 歲 )와 관련시킬 수 있 다. 장동이 사람들은 14일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밤이 으슥해진 뒤에야 집으로 돌 아오면 눈썹이 샌다고 해서 똬리와 수세미를 만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초현 리와 성곡리 사람들도 정월 열나흗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하여 밤 을 샌다. 만일 잠을 자는 사람이 있으면 몰래 밀가루 반죽을 눈썹에 붙여놓고 이튿 날 놀려준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43 (20) 용알뜨기 15일 새벽 용알뜨기가 있다. 장동이에서 용알은 가장 먼저 샘물을 긷는 사람이 가져간다고 하여 첫 닭이 홰를 치기 무섭게 몰래 샘으로 간다. 용알뜨기는 부녀자 들 사이에서 행해졌던 대보름 민속으로, 예전에는 먼저 물을 길어가려고 경쟁이 붙 어 날이 새기도 전에 우물로 달려갔다고 한다. 길어 온 정화수는 가족이 함께 나누 어 마시거나 액이 든 사람이 마시도록 한다. 용알을 마신 사람은 그해 운수가 좋고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용알을 가져간 집은 풍년이 든다고 한다. (21) 두부 먹기 15일 아침 식사 전 두부를 먹는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 아침에 식사를 하기 전에 두부를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한다. 그래서 마른 아이나 허약한 사람이 있 으면 식전에 두부를 먹인다. (22) 찰밥 먹기 15일, 찰밥을 먹는다. 장동이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에 찰밥(오곡밥)을 먹어야 일 년 내내 건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집집마다 찰밥을 지어 먹는데, 각성바지 아홉 밑 에서 찰밥을 얻어먹으면 재수가 좋다고 하여 조리나 키를 가지고 이웃집으로 밥을 얻으러 다닌다. 혹은 이때 얻어온 찰밥을 디딜방아의 쌀개 위에다 떠놓고 워리 워 리 하고 개를 불러서 먼저 먹인 다음 가족끼리 나누어 먹는다. 초현리 사람들도 정 월 대보름날은 나무 아홉 짐을 하고, 찰밥 아홉 그릇을 먹어야 좋다고 한다. 이는 일 년 동안 부지런하게 일을 하고 잘 먹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남이면 성곡리 사람 들은 남일면 초현리가 15일에 찰밥(오곡밥)과 관련하여 나무 아홉 짐을 하고, 찰밥 아홉 그릇을 먹는다고 하는 것과는 달리, 그 전날인 개보름날 정월 14일에 개에게 는 밥을 주지 않고, 남자들은 나무를 아홉 짐을 하고, 밥을 아홉 번 먹는다고 한다. (23) 오곡밥 먹기 제2편 민속 344 15일, 오곡밥을 먹는다. 장동이에서는 첫 닭이 울면 일찌감치 오곡밥을 지어먹고 정월 대보름을 맞이한다. 또한 보름에는 밥을 아홉 사발, 나물 아홉 가지를 먹고, 남자들은 나무를 아홉 짐 하고, 똥(오줌)장군을 아홉 번 져내야 좋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은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둔 시기이므로 상징적으로 근면성을 강조한 풍속일 것이다. 성곡리에서도 보름날에 쌀 보리 수수 조 기장으로 오곡밥을 만들어 먹는다. 남의 집 밥을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한다. 특히 밥을 얻어다가 디딜방아 머 리에 앉아 먹으면 일 년 내내 만병통치하고 재수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불이리에 서도 정월 열나흗날(1월 14일) 저녁에 오곡밥을 해먹는다. 금산읍 장동이와 남이면 성곡리는 보름날에 오곡밥을 해먹는 것과는 달리한다. 이러한 풍속은 통일벼가 나 오면서 쌀이 후해졌고, 지금까지 남아 전하고 있다.

(24) 쌈밥 먹기 15일 아침, 쌈밥을 먹는다. 초현리에서 정월 대보름 아침에 김으로 밥을 싸먹는 다. 이를 쌈밥 이라고 한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복 쌈 으로써 새해를 맞이하여 복을 빌고 무병제액을 축원하는 의미가 있다. (25) 콩나물 먹기 15일 아침, 콩나물을 먹는다. 초현리에서 정월 대보름 아침에 키가 작은 아이에 게 콩나물을 먹게 하면 키가 잘 자란다고 한다. (26) 더위팔기 15일 아침, 더위를 판다. 동국세시기 의 기록에는 이것을 매서( 賣 暑 )라고 한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더위를 판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장동이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하면 내더우(위) 니 더우 먼저 더우 하 고 더위를 판다. 꾀가 많은 사람은 대답을 않고 있다가 역으로 상대에게 더위를 판 다. 초현리에서도 장동이와 같이 한다. 나이가 엇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만나 이름 을 불렀는데 대답하면 너 먼저 더우 라고 외치고 더위를 가져가게 한다. 반대로 상 대방이 대답을 않고 있다가 너 먼저 더우 하고 외치면 이름을 부른 사람이 더위를 가져간다. 성곡리에서도 장동이와 초현리처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웃사람 을 만나 불러 대답하면 먼저 더위 라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하면 부른 사람이 그해 여름의 더위를 독차지한다고 한다. (27) 귀밝이술 15일 아침, 귀밝이술을 마신다. 열양세시기 에는 이날 새벽 술 한 잔을 마시는 것을 귀밝이술[ 明 耳 酒 ]이라 한다 고 했다. 장동이에서 정월 보름날 아침 일찍, 정 초에 미리 담가둔 귀밝이술을 마신다. 초현리에서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밥을 먹기 전에 두부를 안주 삼아 술을 한 잔 마신다. 그리고 불이리에서 보름날 아침에, 부럼 깨기와 더위팔기와 함께 귀밝이술을 마신다. 이 술을 마셔야 일 년 내내 귀가 밝아 지고 귓병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청소년들에게도 이 술을 권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45

(28) 부럼 15일 부럼을 깨문다. 장동이에서 정월 보름날 아침에 호두 밤 은행 따위를 깨 문다.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만큼 깨물어야 좋다고 해서 나이 수대로 깨물기도 한 다. 초현리에서도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땅콩 호두 밤 등을 깨물어 부럼을 한다. 성곡리사람들은 보름날 아침에 밤 호두 잣 은행 등 딱딱한 것을 깨문다. 불이 마을사람들은 보름날 아침, 부럼깨기를 한다. 부럼은 밤 호두 잣 땅콩 등의 견 과( 堅 果 )이다. 맨 처음의 부럼은 이빨로 깬 뒤 마당에 던진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는 먹는다. 장동이 초현리 성곡리 불이리 등 모든 마을에서는 이렇게 부럼을 해야 머리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빨이 튼튼해진다고 한다. (29) 소점 보기 15일, 소점을 본다. 장동이 사람들은 정월 보름날 농가에서는 키에다 여러 가지 나물과 밥을 얹어서 소에게 준다. 초현리 사람들도 정월 15일 아침에 챙이[키] 끝 에 목화씨 나물 밥을 얹어서 소에게 갖다준다. 소가 목화씨를 먼저 먹으면 목화 농사가 잘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성곡리 사람들도 보름날 아침에 키에다 밥 콩나 물 채소나물 등 여러 가지를 놓아 소에게 준다. 성곡리에서는 장동이, 초현리에서 소가 나물을 먼저 먹으면 그해 농사가 흉년이 들고,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든다 고 하는 것과는 달리, 나물을 먼저 먹으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들고, 밥을 먼저 먹으 면 그해 농사가 흉년이 든다고 했다. (30) 닭장에 솔방울 뿌리기 제2편 민속 346 15일 아침, 닭장에 솔방울을 뿌린다. 초현리 사람들은 1월 15일 아침 닭장에 솔 방울을 뿌린다. 솔방울 따다가 구구구 하고 닭을 부르면서 닭장에 뿌린다. 그러면 그 해 병아리나 닭이 잘 된다고 한다. (31) 키로 운수점 보기 5일, 키로 운수점을 본다. 성곡리에서는 위 정월 대보름날 챙이[키] 끝에 목화 씨 나물 밥을 얹어서 소에게 갖다주고 점보는 소점보기와는 달리, 정월 대보름 날 키를 엎어놓고 막대기로 몇 차례 두들긴 다음 본다. 온전한 쌀이 떨어져 있으면 그해는 풍년이 들고, 싸래기가 그렇게 있으면 흉년이라고 한다.

(32) 봇줄 사들이기 15일 아침, 봇줄을 사들인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농사일에 필요한 각종 봇줄을 들인다. 삼삼오오 모여서 쟁기 가래 써레질에 필요한 봇줄 을 미리 사들인다. (33) 윷놀이 하기와 연끊어 날리기 15일 낮, 윷놀이를 한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낮에 주민들이 마을회 관에 모여서 윷놀이를 한다. 하초현의 경우 대동에서 윷놀이를 주관하되, 각 반별로 남성팀 여성팀 혼성팀으로 편을 나누어서 시상을 하고 푸짐한 경품이 주어진다. 15일 해질 무렵, 연을 끊어날린다. 1일~15일에 날렸던 연은 정월 대보름날 저녁, 댕 기와 동정과 함께 연 태우기를 하는 풍속과 관련된다. 성곡리 사람들은 보름날 해 질 무렵 연에다 액 자를 써서 연줄을 끊어 날린다. 이를 액맥이연 이라고 한다. (34) 정월대보름 금기 15일 정월대보름 금기가 있다. 초현리에서 정월 대보름날 여성들은 칼질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찰밥과 나물 등은 정월 14일에 미리 해둔다. 또한 뜨거운 음식과 매 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35) 정월대보름 고사 15일 대보름 고사를 지낸다. 초현리에서 성주불을 밝힌 정월 대보름 아침에 온갖 나물과 찰밥 등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낸다. 성주와 조상신께 자손들 건강하고 집안 평안하게 해달라고 축원을 드리는 것이다. 안주인은 아침을 먹기 전에 귀밝이술로 성주잔과 조상잔을 한 잔씩 올린 다음 재배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47 (36) 밥 얻어오기 15일 저녁, 밥을 얻어온다. 장동이에서 보름날 저녁에 아이들은 비슷한 또래끼리 모여 소쿠리와 바가지를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밥과 나물을 얻어 나른다. 이렇 게 해서 얻어온 밥은 사랑방이나 물레 방앗간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나누어 먹는 다. 또 밥을 먹고 놀다가 허기가 지면 내기를 해서 집집마다 순번을 돌며 밥 얻어오 기를 한다.

(37) 달점 보기 15일 저녁, 달점을 본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달이 뜨는 것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만일 보름달이 붉은 기운을 띠고 있으면 날이 가물 조 짐이고, 흐린 빛을 띠면 비가 잦아 모내기에 걱정이 없다고 한다. (38) 달불놀이(망우리불) 제2편 민속 348 14일(14일~16일), 달이 뜰 무렵 달불놀이(망우리불)를 한다. 후술하는 강성복의 자료(1994)인 전래민속놀이 달불놀이를 참조할 수 있다. 장동이에서 정월 14일 밤 시냇가나 마을 앞 논배미에 달불(망우리불)을 놓는다. 달을 태운다 혹은 끄실른다 고 한다. 따라서 달불놀이, 달끄실르기 등은 망우리불 의 이칭들로서, 달집태우기와 동일한 성격의 놀이이다. 장동이 양지 음지달놀이의 달불놀이는 청소년들의 횃불놀이와 아이들의 쥐불놀이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즉 장동이마을 사람들은 달불놓고, 양지와 음지장동이가 놀이를 한다. 또한 놀이를 하되 이외에 청소년은 횃불을, 아이는 쥐불놀이를 한다. 이를 자세하게 다루면 양지 장동이와 음지 장동이에서는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각각 별도의 달불놀이가 행해졌다. 장동이 사람들은 달이 뜨기 전에 모두 나와 한 마음 한뜻으로 달불놀이에 참여한다. 이윽고 동산 위에 달이 걸리면 고사소리로 마 을의 무사태평을 축원한 다음 나무더미에 불을 지핀다. 불이 활활 타올라 화기가 충천하면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달불이야, 달불이야 하고 함성을 질러댄다. 이 즈음 마을의 풍물패들은 신명나는 풍물을 치면서 달불 주위를 돌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마을 사람들도 그 뒤를 따라 돌며 달불놀이의 재미를 만끽한다. 한편 청소년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횃대에 불을 붙여 이를 빙빙 돌리면서 횃불놀이를 하 고, 아이들도 신바람이 나서 쥐불놀이에 빠져든다. 마을에서는 달불이 잘 타야 마 을이 평안하고 농사도 풍년이 든다고 한다. 초현리에서도 정월 대보름 저녁에 상초현과 하초현이 각각 솔가지로 달집을 짓 고 달이 뜰 무렵에 망우리불(달불)을 놓는다. 본래 망우리불은 망월( 望 月 )의 시를 가려서 정월 14일~16일 사이에 불을 놓는 것이 관례였으며, 예전에는 3곳에 달집 을 지었다고 한다. 부리면 불이마을에서도, 정월 열나흗날(1월 14일) 저녁 6시, 탑 제와 길산제를 지내고 나면 바로 망우리불놀이(달집태우기)를 한다. 달집이 탈 때 에는 마을 풍물패가 달집 주위를 돌며 꽹과리와 북을 친다. 불이마을 사람들은 이 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한다. 군북면 보곡산골(보광리 상곡리 산안리)의 달불놀이(달집태우기)는 정월 대

보름 축제로 승화되었다. 달불놀이는 자연마을에서 전승되고, 14일 또는 15일 밤에 행해진다. 망우리불 달망우리 달집불 달끄실르기라고 한다. 금산지역 사람들 이 달집에 불을 지피는 것은 달집 주위를 빙빙 돌며 액운이 없기를 축원하는 행위인 것이다. 2005년 2월 22일 상곡초등학교에서 거행된 달불놀이는 살아 숨쉬는 마을 축제가 되었다. (39) 수세미 만들기 14일, 밤이 으슥해진 뒤 수세미를 만든다. 장동이와 성곡리에서 똬리와 수세미를 만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특히 여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밤늦도록 왕골 껍질로 똬리를 엮거나 새끼를 꼬아서 수세미를 만든다. 성곡리에서 또바리의 왕골 속으로 예쁘게 무늬를 넣어 맵시도 부리고, 만든 또바리와 수세미는 부엌에 걸어두 고 사용한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수세미를 만든다. 그렇게 하면 가을 에 풍년이 들어서 나락섬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40) 댕기 동정 연 태우기 15일 저녁, 댕기 동정 연 등을 태운다. 전술한 남이면 성곡리에서 보름달 해 질 무렵 연에다 액 자를 써서 연줄을 끊어 날리는 것과는 달리한다. 초현리 사람들 은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상을 끝낸 여자 상주들은 머리에 꽂았던 댕기를 모아 두었 다가 달집불(망우리불)에 태운다. 그 전에 참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은 다음, 머리칼 일부를 잘라 댕기와 함께 불사르면 모든 액운이 소멸된다고 한다. 또는 정초에 신 수점을 보아서 액운이 낀 사람은 한복의 동정을 떼어 역시 망우리불에 태우면 무탈 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대보름날까지 날리던 연을 불에 태워 액운을 물리친다. 보 곡산골 사람들도 달집이 타오를 때 개별적으로 의례를 거행한다. 신년 운세가 좋지 않거나 삼재( 三 災 )가 든 사람은 저고리의 동정을 떼어서 불사르고, 혹은 고쟁이, 속 곳, 제웅, 사주단지, 부적, 머리카락을 태우며 액땜을 기원한다. 또 일부 가정에서 는 달집에 치성을 드리고, 가족이 무탈하기를 비는 소지를 올린다. 그리고 아이들 은 정초부터 날리던 연을 달집에 태우며 액운이 없도록 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49 (41) 콩 구워먹기 15일 저녁, 콩을 구워먹는다. 초현리에서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망우리불이 다 타고 나면 재래식 다리미에 밑불을 넣어 콩을 구워 먹는다. 이가 튼튼해지기 때문

이다. 불이리에서도 이 놀이 때에 망우리불에 콩을 볶아먹는다.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남이면 성곡리에서도 확인되나 시기가 다른 2월 1일에, 각 가정에서 콩을 볶아 먹는다.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하고 말을 한다. 새와 쥐가 없어져 곡식을 축내지 않기 때문이다. (42) 쥐불놀이(싸움) 15일 저녁, 쥐불놀이(싸움)을 한다. 동국세시기 에서는 충청도 풍속에 떼를 지 어 횃불을 사르는데 이를 쥐불이라 한다. 라는 기록이 보인다. 후술하는 강성복의 자료(1994)인 전래민속놀이 쥐불놀이를 참조할 수 있다. 장동이 아이들은 달불놀이 가 진행되는 동안 삼삼오오 달불 주변이나 시냇가에 모여 쥐불놀이를 한다. 불깡통 에 불을 붙여 겨우내 메마른 논둑이나 밭둑에 쥐불을 놓으면 순식간에 찬바람을 타 고 온 들판으로 번져나간다. 이때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불깡통을 돌리며 논다. 그 러다가 불씨만 남게 되면 낮은 언덕이나 동산 위로 올라가서 한 사람씩 하늘 높이 불깡통을 던져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초현리 청소년들도 쥐불싸움을 한다. 망우리불이 꺼져갈 무렵에 횃대에 불을 붙여 상초현과 하초현이 싸움을 하거나 상 하초현이 합세하여 이웃한 덕천리나 매곡리와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싸움에서 쫓기는 마을은 흉년이 든다고 하여 격렬한 편싸움을 벌였다. 이러한 양상은 부리면 불이마을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정월 열나흗날(1월 14일) 저녁에 쥐불놀이를 하였 고, 이날 이웃의 말골마을 청소년들과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43) 횃불싸움 제2편 민속 350 15일 저녁 늦게까지, 횃불싸움을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에는 충청도 풍속 에 거전( 拒 戰 :횃불싸움)이 있다. 고 짧게 언급되어 있다. 후술하는 강성복의 자료 (1994)인 전래민속놀이 횃불싸움을 참조할 수 있다. 장동이마을에서 달불놀이가 한 탕 진행될 즈음,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양지리 장동이와 음지리 장동이에서 는 마을의 자존심을 걸고 횃불싸움을 격렬하게 벌인다. 이처럼 치열하게 싸움을 치 르면 옷에 불이 붙고 머리가 그을리며, 심하면 얼굴과 몸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 도 중에 어느 한편이 물러나거나 횃불이 꺼지면 패하게 된다. 장동이에서는 호구수가 많은 음지 장동이가 으레 이기기 마련이었다. 횃불싸움에서 이기는 마을은 그 해 재수가 좋고 진 마을은 액운을 몰고 간다고 하여 치열한 양상을 띠고 전개되었다. 그러나 일단 승부가 나면 서로 술을 먹어가며 앙금을 풀고 우의를 다진다. 성곡리 마을에서 보름날 저녁 늦게까지 어른들이 풍물을 치며 지신밟이를 하고, 아이들은

다른 마을하고 횃불싸움을 한다. 아랫담과 가운데담을 경계로 많이 싸웠다. (44) 단골무당 찾아가기 정초에 단골무당을 찾아간다. 초현리 사람들은 정초에 단골무당을 찾아가서 토 정비결이나 신수점을 본다. 이때 가족 중에 삼재가 들었거나 액년( 厄 年 )이 든 사람 은 정월 대보름 때 무당의 처방에 따라 뱅이를 한다. (45) 해를 보고, 입춘점치기 입춘날 아침, 해를 보고 입춘점을 친다. 초현리 사람들은 입춘날 아침에 해가 뜨 는 것을 보고, 그 해의 일기를 점치기도 한다. 즉 해가 붉게 뜨면 날이 가물어서 모 내기에 어려움이 있고, 해가 흐릿하게 뜨면 비가 많이 내려 농사에 어려움이 없다 고 한다. (46) 입춘맞이의 입춘축 입춘방 붙이기 봄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하여 입춘축 입춘방을 붙인다.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 고 무사 태평을 기원하기 위해서이다. 이날 장동이에서는 대문, 상기둥, 대들보, 각 방의 출입문, 외양간 등에 입춘대길( 立 春 大 吉 ), 건양다경( 建 陽 多 慶 ), 개문만 복래( 開 門 萬 福 來 ) 등의 입춘축( 立 春 祝 )을 써서 붙인다. 안방에도 재세100년만사 형통( 在 歲 百 年 萬 事 亨 通 ) 등의 입춘방을 붙인다. 주로 대가집이나 한학을 한 집에 서 입춘방을 붙인 것을 볼 수 있고, 대개의 농가에서는 붙이지 않는다. 양지 장동이 마을 김승원씨댁의 입춘방은 안방 출입문, 상기둥, 각 방의 출입문, 대문 등에 붙어 있는데, 내용은 입춘대길, 건양대길, 만사형통 등이다. 초현리 사람들도 집 안의 상기둥이나 대문에 건양다경( 建 陽 多 慶 ) 의 축원문을 써 붙인다. 그리고 성곡 리사람들도 가정의 대문이나 기둥에 국태민안도 쓴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51 (47) 경칩(개구리알 먹기) 경칩에는 개구리알을 먹는다. 경칩( 驚 蟄 )은 땅속의 동물들이, 특히 개구리가 겨 울잠을 마치고, 놀라서 깨어나는 날이다. 이날 장동이 사람들은 개구리알을 먹는 다. 개구리알은 미끈미끈해서 체한데 좋다고 한다. 초현리 사람들도 경칩일에 개구 리알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삭신 아픈 데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구리 알 을 안주삼아 막걸리 잔을 나누거나 소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보낸다.

(48) 정월 말날, 장 담그기 원래 정월 말날에 장을 담근다. 초현리에서 정월에 말날[ 午 日 ]을 택해 장을 담근다. 오일에 장을 담그면 동티가 없고 장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마을에서 초상 이 났거나 산고가 있으면 부정이 가실 때까지 날짜를 연기한다. 예전에는 다섯 곳 의 샘물로 장을 담그면 좋다고 하여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왔다. 또 한 부정을 가리는 집은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고 황토를 폈다. 당일 안주인은 작 은 상 위에 소금 한 그릇, 물 한 그릇, 메주 하나를 따로 떼어 장독 터주대감 앞에 갖 다 놓는다. 그리고 지푸라기에 불을 붙여서 장을 담글 단지 속에 끄실러 소독을 한 다. 장을 담근 뒤에는 맨 위에 고추 3개, 참숯 3개, 명태머리 3개를 넣고 왼새끼로 금줄을 친다. 2) 2월의 세시풍속 음력 2월에는 춘분( 春 分 )의 절기가 있는데, 춘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봄의 중간이라는 뜻이다. 2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머슴날 제2편 민속 352 1일은 머슴날이다. 성곡리에서 머슴들에게 농사를 준비하라는 뜻으로 술과 음식 을 내어 대접한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7월 15일, 백종 또는 백중에도 2월 1일과 같 이 대접 위로한다. 이에 비해 7월 15일, 금산읍 장동이에서 머슴날(남일면 초현리 의 머슴 생일)에 머슴을 부리는 집과 인심이 후한 집에서 칠석에서 백중 사이 어정 칠월 에 머슴은 쉬게 하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논다. 즉 머슴날에 2월 1일 남이면 성 곡리에서는 머슴을 대접하고, 7월 15일 금산읍 장동이(머슴 생일인 남일면 초현리) 에서는 머슴을 쉬게 하는 것이다. (2) 노래기(노내기 노린네) 없애기(불놓기) 1일, 노래기불을 놓아 노래기를 없앤다. 예전에는 초가지붕이 썩는 여름철이 되 면 유난히 노래기가 기승을 부렸다. 노래기는 건드리면 둥글게 말며 고약한 노린내 를 풍겨 음식물이나 솥에 들어가 적잖은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이월 초하룻날 노 래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춧돌에 불을 놓았던 것이다. 장동이는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상기둥 밑에다 왱(왕)겨불을 놓으면서 노래기를 없애달라

고 기원한다. 그러면 노래기(노내기 혹은 노린내)들이 연기에 질식되어 모두 죽는 다고 한다. 또 생솔가지를 꺾어서 지붕 위로 던지며 노낙각시 잡자, 노낙각시 잡 자 하고 주문을 외면 노래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초현리에서는 노래기 잡 자, 노래기 잡자. 라고 주문을 외웠다. 불이리에서는 청솔가지를 꺾어 지붕에 던지 는 예도 전한다. (3) 뱀쫓기 1일, 뱀을 쫓는다. 2월 초하룻날, 장동이에서는 길이가 한 발쯤 되는 왼새끼를 꼬 아서 뱀을 쫓는 의식을 행한다. 집안의 부녀자들은 왼새끼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온 집안의 구석구석을 한 바퀴 돈 다음 대문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뱀 이요, 뱀, 뱀 나가라, 우리 집 뱀 모두 나갔다. 고 소리를 지르며 왼새끼를 내다버린다. 그렇 게 하면 그 해 집안으로 뱀이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유감주술의 원리를 차용하여 뱀의 피해를 막는 장동이 사람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4) 콩 볶아먹기(콩볶기) 1일, 콩을 볶아먹는다. 음력 2월 초하룻날 장동이에서 콩(왕콩: 검정콩)을 볶아먹 는다. 가마솥에 콩과 여물, 메밀을 넣고 함께 볶는데, 주걱으로 콩을 저으면 콩볶 자, 거머리 볶자, 해삼볶자 또는 해삼볶자, 근잠볶자, 거머리 볶자, 노래기 볶자 하고 주문을 외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잡초(해삼)와 거머리를 퇴치하기 위해서이 다. 초현리에서도 해 뜰 무렵에 콩을 볶아 먹는다. 주걱으로 콩을 저을 때 거머리 볶자, 부스럼 볶자. 라고 주문을 외워서 논일을 할 때 거머리가 붙지 않고 아이들에 게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한다. 또는 노내기 발 볶자, 노내기 발 볶자. 라고 주문을 외워서 집안에 노래기가 들어오지 않게 한다. 성곡리도 각 가정에서 콩을 볶아 먹 는다.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라고 주문을 외워서 새와 쥐가 곡식을 축내지 않 게 한다. 불이마을에서도 콩을 볶아 먹는다. 이월 콩 볶을 때에는 쥐 주둥이 볶자! 라든가 풀씨 볶자! 라든가 주술적인 말을 한다. 여기에서 두더지 볶자! 하는 주 술적인 말을 하는 것은 풍년의 기원과 관련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53 (5) 이월할머니 모시기 1일~20일경 이월할머니를 모신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2월 초순경에 모시는 것이 상례이다. 장동이에서 길일을 택하여 제를 모시는데, 살강에 짚을 깔고 백설

기, 밥, 나물 등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절을 올린 다음 가정의 평안을 비는 소지를 식 구수대로 올린다. 음식은 동기간이나 가까운 이웃을 불러 나누어 먹는다. 초현리에 서 이월할머니를 일찍 모시는 집은 통상 초하룻날 살강 밑에 밥, 나물, 떡, 청수 등 을 차려놓고 할머니고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대개 이월 초삼일을 전후하여 모시거 나 늦어지면 초열흘 이전에 길일을 잡는다. 성곡리에서도 가족의 무병과 풍년을 빌 기 위하여 풍신인 영등할머니를 위한다. 정한수, 밥과 떡, 나물 등을 정성 드려 차려 놓고 소지를 올린다. 만약 새가 밥에 올릴 나락을 쪼아 먹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고 한다. 불이리에서도 영동할미를 위해 이월밥 을 짓는다. 영동할미는 주변의 잡 사로부터 동티를 예방해준다고 한다. 보곡산골(보광리 상곡리 산안리)에서도 심 술많고 변덕스런 이월할머니(이월할먼네, 바람할먼네, 영동할매)를 정갈하게 잘 모 신다. 통티[동토]가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랫사기점 이복례 씨는 큰할머 니 는 2월 보름에 올라가고 작은할머니 는 2월 그믐에 올라간다고 믿고 있었다. 또 2월 초승에는 할머니가 딸을 데리고 오는 탓에 바람이 불고, 보름 이후에는 며느 리와 함께 강림하기 때문에 날씨도 춥고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딸이월 할머니 가 올 때는 날씨도 따뜻하고 좋지만, 며느리이월할머니 가 내리는 날에는 날씨도 춥고 궂다고 한다. 여기에는 날씨의 변화에 고부간의 갈등이 반영되어 있다. (6) 좀생이별 보기 제2편 민속 6일 저녁, 초현리에서 좀생이별을 보고, 농점을 친다. 좀생이별은 28성수( 星 宿 ) 가운데 하나로서 작은 별이 한데 모여 성군( 星 群 )을 이룬 것을 말한다. 이 별은 달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운행을 하는 것이 특징인데, 2월 6일 저녁에 좀생이별의 위치를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칠 수 있다. 즉 좀생이별이 달과 가까이 붙어서 가면 비가 잦을 징조이고, 떨어져서 가면 비가 귀해 날이 가물다고 한다, 354 (7) 무방수날 9일은 무방수날이다. 초현리에서 이날은 무슨 일을 해도 손해를 보거나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초현리에서는 평소 꺼림칙했던 나무를 베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3) 3월의 세시풍속 음력 3월에는 24절기 중 청명( 淸 明 )과 곡우( 穀 雨 )가 들어 있는데, 청명이란 하늘

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이고, 곡우란 곡식이 잘 자라도록 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청 명은 한식 하루 전이거나 같은 날인데, 이때부터 농사일을 시작한다. 곡우 무렵에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그래서 곡우살이 라고 한다. 3월의 세시풍속을 살 펴보기로 한다. (1) 3월 삼짇날 3월은 봄 기운이 완연하고, 삼짇날에는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그만큼 대지 에는 생명력이 충만하고, 만물이 생동한다. 장동이에서는 3일에 제사올리고 동제 모신다. 그리고 유황과 칠성을 모신다. 삼짇날인 음력 3월 3일은 3자가 겹친 날이 므로 길일로 친다. 그리하여 미루어두었던 각종 고사를 삼짇날 지낸다. 이월할머니 를 모시는 2월에 할머니 동티를 의식하여 고사지내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유황과 칠성을 모신 가정에서는 간소한 제물을 차려놓고 가정의 평안과 자손들의 무병장 수를 기원하기도 한다. 삼짇날 초현리에서 동물이나 곤충을 보고 점을 친다. 뱀은 천천히 움직이므로 뱀을 보면 그 해는 게으를 조짐으로 여긴다. 흰나비는 흉사를 뜻하므로 초상이 나서 상복을 입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노랑나비는 황금색인 재 물을 뜻하므로 만사가 대길하여 형통하다고 한다. 또한 벌은 부지런하므로 재수가 좋고, 제비를 보아도 길하다고 한다. 한편 터주를 모시는 집은 삼짇날 저녁에 터주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또 정월에 부정한 일이 있는 가정은 이날 장을 담는다. (2) 천렵가기 천렵을 간다. 장동이마을 청장년들은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천렵을 간다. 시냇 가로 나아가 고기도 잡고 밥도 지어 먹으며 하루를 논다. 특히 날씨가 화창해지고 꽃이 피는 삼짇날 무렵에 가까운 이웃끼리 모여서 주로 천렵을 다닌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55 (3) 비석제 비석제를 지낸다. 초현리에서 음력 3월 5일 죽포 신영석 추모제향( 祭 享 )부터 30 일 곽태용에 이르기까지 10개소(11명)에 대한 문인계의 비석제를 지낸다. 마을에는 일제 강점기를 전후하여 사숙을 열고 후진 양성을 위해 투신한 11명의 선생이 있다. 각 문하에서 배출된 제자들과 후손들은 문인계를 조직하여 스승의 학덕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고 음력 3월에 비석제를 지내는 것이다.

(4) 한식 장동이마을에서 한식은 설, 단오, 추석과 더불어 우리 나라의 4대 명절로 손꼽힌 다. 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을 말하는데, 민간에서는 흔히 찬밥을 먹는 날 로 인식된다. 이날은 손없는 날 이라 하여 조상의 무덤을 손질해도 아무 탈이 없다 고 한다. 그래서 장동이에서는 주로 한식날에 사초, 석물 따위를 하거나 무덤자리 가 좋지 않은 집에서는 이장을 많이 한다. 또한 마을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이 죽은 사람은 이날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준다. 후사없이 죽은 형제가 있는 집에서도 묘에 가서 회갑상을 차려준다. 성곡리마을 사람들은 한식 차례를 지낸다. 귀신의 승천 날이기 때문이다. 한식이 2월에 들면 철이 빠르다고 하며, 3월에 들면 철이 늦다고 한다. (5) 곽사( 郭 師 )를 모신 정의사( 靖 義 祠 ) 제향 16일 곽사를 모신 정의사 제향이 있다. 초현리에서 3월 16일 단종조의 충신 전리 판서 곽사를 추모하는 제향을 올린다. 본래 정의사 제향은 10월 25일 금산군 유림과 현풍곽씨 문중이 합동으로 행사를 주관했으나, 날씨가 추운 관계로 3월로 옮겼다. (6) 월내 느티나무의 잎보고 점치기 제2편 민속 느티나무의 잎을 보고, 점을 친다. 초현리에서 상촌현 시냇가에 위치한 느티나 무 의 잎이 피는 것을 보고, 풍흉을 점친다. 이 나무는 둘레 10m, 수령 800년으로 추정되는 고목으로, 예부터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김을 받는 신목이다. 봄철에 느티 나무의 잎이 고르게 피어나면 비가 자주 내려 풍년이 들고, 여기저기 층이 져서 피 어나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356 2. 여름철의 세시풍속 여름은 음력 4월에서 6월까지이다. 이 기간은 논농사가 본격화되고 밭농사의 수 확이 이루어진다. 금산지역의 경우 여름철 세시풍속의 문헌 조사 자료를 4월, 5 월, 6월로 구분하여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4월의 세시풍속 초파일이 있는 음력 4월에는 24절기로는 입하( 立 夏 )와 소만( 小 滿 )이 있다. 입하 는 여름철에 들어간다는 뜻이고, 소만은 곡식이 조금씩 익어간다는 뜻이다. 4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초파일 음력 4월 8일은 초파일이다. 불교신자가 다수인 장동이 사람들은 석가탄신일인 사월 초파일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각 가정에서는 아침 일찍 단골 사찰을 찾아 불 공을 드리러 가는데, 태고사와 보석사 등 주로 인근의 사찰로 가서 정성을 드린다. 저녁에는 가족수대로 연등에 이름을 새겨 불을 밝힌 뒤, 부처님의 가호 아래 집안 이 평안하고 자손들이 무병장수하기를 축원하며 소지를 올린다. 특히 칠성을 모신 집은 장독대에 불백기를 켜고 불공을 드린다. 불교신자가 많은 초현리 사람들도 남 이면 석동리에 소재한 영천암이나 보석사를 주로 다닌다. 터주를 모시는 집에서는 초파일 저녁 또는 당일 새벽에 밥과 나물을 차려놓고 터주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성곡리 사람들도 태고사나 영천사 등을 찾아간다. (2) 어버이날 효도잔치 5월 8일은 어버이날이고 효도잔치가 있다. 초현리에서 상초현과 하초현이 각각 효도잔치를 개최한다. 부녀회 주관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마을회관으로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푸짐하게 주연을 베푼다. 이날 객지로 나간 자식이나 출항인사들도 고향 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린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2) 5월의 세시풍속 357 단오가 있는 음력 5월은 24절기로는 망종( 芒 種 )과 하지( 夏 至 )가 있는데,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벼를 심는다는 뜻이고, 하지란 여름철이 다 되었다는 뜻이다. 망 종에는 보리를 베고 본격적으로 모내기를 시작한다. 하지를 전후하여 모내기를 한 다. 5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단오 제2편 민속 358 5일은 단오날이다.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월일이 홀수이면서 같은 숫자 가 겹치는 날을 좋아하였다. 특히 5월 5일은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 로 여겨왔다. 단오날에는 으레 권디(그네)뛰고, 해 뜨기 전에 약쑥과 익모초를 뜯 고, 창포물로 머리감는다. 장동이에서 첫째, 큰애기들과 사내아이들이 고목에 동아줄을 매어놓고 권디(그 네)뛰기를 한다. 단오날 하루 전부터 매달아 놓은 권디는 줄이 하나뿐인 외권디 와 줄이 둘인 쌍권디 가 있는데, 계집아이들은 권디를 뛰면서 입으로 나뭇잎 따 기, 더 높이 올라가기 등 내기를 하며 하루를 즐긴다. 둘째, 장동이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에 약쑥과 익모초를 뜯는다. 쑥은 배앓이와 같은 토사에 좋고, 익모초의 잎 과 줄기는 더위 먹은 사람과 산모의 지혈, 강장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셋째, 큰애 기들이 모에 내린 이슬을 받아 얼굴에 바르면 땀띠가 나지 않고 상추 이슬을 받아 분바르면 기미가 끼지 않고 얼굴에 윤이 난다. 또 창포를 삶아 밀가루를 타서 그 물 에 머리를 감고, 하얀 창포 뿌리에 붉은 물을 들여서 비녀를 만들어 꽂는다. 불이마 을 사람들도 상추 잎에 달린 이슬을 받아서 분을 개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한다. 초현리에서도 그네뛰기를 하는데, 상초현에서는 마을 앞 느티나무에 그네를 매었 고, 하초현은 덕천리로 이어지는 송정( 松 亭 )에 그네를 매고 놀았다. 약쑥과 익모초 는 이사를 가거나 초상이 나면 쑥불을 피워 부정을 물리치는 데에도 곧잘 이용되었 다. 간혹 단오제를 지내는 가정에서는 음식을 준비하여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형편이 넉넉한 집은 별식으로 단오떡을 만들어서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성 곡리에서도 흔히 여자들은 그네를 뛰고 남자들은 씨름을 주로 산 위의 묘 주위에서 하였다(강성복, 1994, 그네뛰기:전래민속놀이 참조). 해뜨기 전에 100가지 풀을 뜯 어 약술을 담그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 귀신을 쫓기 위하여 작은 인형을 만들어 허 리에 차기도 한다. 불이마을에서도 도랑가 버드나무에 그네를 매고 뛴다. 그네뛰기 는 남녀가 혼자서 뛰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보고 짝으로 뛴다. 더 나아가 장동 이처럼 그네를 뛰면서 맞은편 가지에 난 잎을 입으로 물어 따오는 놀이도 한다. (2) 망종의 보리개떡 해먹기 소만과 하지 사이 보리가 익어가는 망종에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장동이에서 보 릿고개의 마지막 문턱이라 할 수 있는 5월 망종에는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농가에 서는 아직 채 익지 않은 새파란 보리이삭을 끊어와 가마솥에 넣고 볶는다. 다 익으 면 디딜방아나 도구통에 쪄서 가루를 낸 다음 키로 까불러서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이것은 보릿고개를 넘기는 장동이 사람들의 생활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현리에 서는 소만과 하지 사이 보리가 익어가는 망종을 보리환갑 이라고 한다. 초현리에 서도 이날 덜 익은 보리를 뜯어다가 망종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그리고 성곡리에서 도 5월 망종에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한편 농가에서는 망종을 전후하여 모내기가 시작된다, 3) 6월의 세시풍속 음력 6월은 24절기로는 소서( 小 暑 )와 대서( 大 暑 )가 있다. 소서란 차츰 더워진다 는 뜻이고, 대서는 매우 덥다는 뜻이다. 6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유두날 유월명절인 15일은 유두날이다. 장동이에서 이날 각 가정에서는 밀가루에 강낭 콩을 넣어 개떡을 해 먹는다. 또 옥수수도 쪄 먹고 과일도 사먹는다. 유두날이 되면 장동이 사람들은 맑은 물가를 찾아 미역을 감으며 하루를 즐기는데, 그래야 상서롭 지 못한 기운을 쫓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초현리에서 첫째, 농가에서는 송 편과 부침개를 해먹는다. 여성들은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는다, 그러면 윤기가 난다고 한다. 둘째, 유두날 아침에 부녀자들은 전답으로 나아가 송편과 부침개 밀가루개떡 등을 차려놓고 풍농을 기원하는 유두고사를 지낸다. 논둑에 제사를 지 낸 뒤에 음식을 사방에 뿌려 고소한 기름 냄새를 피우면 병충해( 病 蟲 害 )가 없다고 한다. 셋째, 유두날에 하늘이 우는 소리를 듣고 가을에 서리 내리는 시기를 점친다. 만일 아침에 하늘이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 해는 서리가 일찍 와서 곡식을 잃어버리 기 십상이고, 오후나 저녁에 울면 서리가 늦게 내려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성곡리에서는 이날 아침에 유두떡을 먹는다.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가를 찾아 가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으며 하루를 즐긴다. 동쪽은 양기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상서롭지 않은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불이리에서는 이날 논의 물꼬에다 떡이나 포를 가져다 놓고 용왕께 물꼬고사를 지낸다. 논둑의 바닥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문종이를 싼 떡을 놓는다. 또, 고사를 지내는 사람의 정성 에 따라 북어포나 과일을 놓기도 한다. 이후 고사 지내는 사람이 제물 쪽을 향하여 재배를 한다. 이렇게 물꼬에 고사를 지내는 이유는 그 해의 농사가 풍년들기를 소 망하기 때문이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59

(2) 두레 김매기 모내기를 한 뒤 20~25일이 지나면 두레가 나서 김매기를 한다. 장동이의 김매기 는 아시매기(초벌매기), 이듬매기(두벌매기), 만물(세벌매기)로 나누어서 매는데, 아시매기는 음력 6월초에 매고, 7~10일 간격으로 이듬과 만물을 맨다. 두레가 조직 되면 집집마다 한 사람씩 품을 내어 논을 매는데, 일꾼을 내지 못한 집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궐(벌금)을 물어야 한다. 초현리에서는 이만한 정도에 이른 때 두레가 조 직되어 김매기를 했다. 그러나 마을 차원에서 조직되었던 두레의 관행은 일제강점 기 말기에 중단되었고, 그 이후에는 각 반별로 반두레를 짜서 주로 품앗이로 김매 기를 하거나 놉을 얻어 해결했다. 이것마저도 1970년대 제초기와 농약이 보급되면 서 김을 매는 전통은 중단되었다. (3) 복다림 삼복을 맞이하여 복다림(복달임)을 한다. 질병도 쫓고 더위도 잊기 위해서이다.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삼복( 三 伏 )은 하지가 지난 뒤 셋째 경일( 慶 日 )을 초복 ( 初 伏 ), 넷째 경일을 중복( 中 伏 ), 그리고 입추( 立 秋 ) 후 첫 경일을 말복( 末 伏 )이라고 한다. 복날에 장동이에서는 복다림을 한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 여서 개를 잡아 개장국을 해먹거나 과일을 사다 먹는다. 초현리에서도 복달임을 한 다. 삼복( 三 伏 )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무더위를 달아맨다. 즉 삼삼오오 모여서 백숙 과 삼계탕을 먹거나 개를 잡아 몸보신을 한다. 성곡리에서도 추어탕이나 개장국을 먹기도 하고, 삼계탕을 먹기도 한다. 제2편 민속 360 (4) 호박잎 치기 호박잎을 친다. 성곡리에서 초복날에 호박잎을 휘추리로 치고 다닌다. 이렇게 하 면 순이 잘리고 이파리가 찢어져서 호박이 주렁주렁 열린다고 한다. 3. 가을철의 세시풍속 가을은 음력 7월부터 9월까지이다. 이 시기는 벼의 성장기와 수확기로서 농번기 에 해당된다. 금산지역의 경우 봄철 세시풍속의 문헌 조사 자료를 7월, 8월, 9월 로 구분하여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7월의 세시풍속 음력 7월은 24절기 중 입추( 立 秋 )와 처서( 處 暑 )가 있다. 입추란 가을이 든다는 뜻 이고, 처서란 더위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7 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불공드리기, 칠석고사 지내기 7일 오전에 불공을 드리고, 오후에 칠석고사를 지낸다. 7월 7일 칠석은 양의 수 가 중복된다 하여 상서로운 날로 여겼고, 흔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로 인식된 다. 장동이에서 칠석이 되면 장동이의 각 가정에서는 장독대에 좌정한 칠성님께 칠 석고사를 드린다. 이날은 칠성님이 내려온다고 믿어져, 집집마다 백설기, 불백기, 밥, 과일,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가족수대로 소지( 燒 紙 )를 공중으로 날리며 자손 들의 무병제액( 無 病 除 厄 )을 기원한다. 특히 칠석에는 일곱 칠성이 내려온다고 하여 가정에서는 기름종지 일곱 개를 만들어 불백기에 불을 밝히기도 한다. 이를 칠성 님 기름종지 라고 한다. 초현리에서 불교를 믿는 가정은 오전에 사찰을 찾아서 불 공을 드린다. 그리고 당일 저녁에는 장독대 좌정한 칠성과 터줏대감 앞에 백설기와 과일, 청수를 떠놓고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칠석고사를 지낸다. 안주인은 대 주( 大 主 )의 소지( 燒 紙 )부터 차례로 불사르며 식구수대로 소지를 모두 올려준다. 성 곡리에서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하루를 쉰다. 비가 오는 것은 견우와 직녀가 만났 다가 헤어졌기 때문이고, 칠석날 아침에 까치머리가 하얗게 빠진 것은 견우와 직녀 가 이를 밟고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2) 나무길 닦기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7일~15일 사이에 나무길을 닦는다. 장동이에서 칠석(7월 7일)에서 백중(7월 15 일) 사이 나물길(초장길)을 닦으러간다. 이는 여름 내내 장마로 인해 패이고 소실된 초장길을 보수하고, 잡초가 우거진 길을 트는 작업이다. 나무길은 12개리, 20여 개 자연마을이 가입된 송계에서 회의를 열어 날을 잡고 작업구역을 정하는데, 장동마 을은 보티재 송계와 열두봉재 송계, 지리수골 송계에 가입되어 있다. 그 주변의 나 무길을 닦았다. 초군들이 나무길을 닦으러갈 때는 집집마다 걸립( 乞 粒 )을 돌아 비 용을 마련하고, 당일에는 농기와 풍물패를 앞세우고 산으로 가서 길을 닦았다. 마 을마다 정해진 구역의 나무길을 닦은 뒤에, 각 마을의 초군들은 농기와 풍물패를 대동하고 길군악을 울리면서 돌아온다. 그리고 음지 장동이 앞에 있는 부신절이라 361

는 공터에 수백 명의 초군들과 구름 관중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를 펼치며 늦도록 난장이 섰다. 성곡리에서 백중이 지나면 초군들은 겨울나무를 위하 여 나무하러 다니는 길을 보수해야 한다. 주로 선바우재에서 길을 닦았다. 여기에 는 나무을 하던 마을사람 모두가 나와야 한다. 이때 농악을 하며 여러 사람들과 놀 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3) 15일, 백중 제2편 민속 362 7월은 여름 농삿일이 대강 갈무리되는 달이다. 바쁜 김매기도 끝이 나고 두레도 해산된다. 농가에서는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기간이 칠석에서 백중 사이이다. 어 정칠월 이란 말은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장동이(초현리도 장동이와 같음)의 머슴 날은 성곡리의 그것과 견줄 수 있다. 7월 15일 장동이의 머슴날(남일면 초현리의 머 슴 생일)에는 머슴을 부리는 집과 인심이 후한 집에서 칠석에서 백중 사이 어정칠 월 에 머슴은 쉬게 하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노는 반면에 2월 1일 남이면 성곡리의 머슴날에는 머슴들에게 농사를 준비하라는 뜻으로 술과 음식을 내어 대접한다. 이 어서 7월 15일 백종 또는 백중에도 2월 1일과 같이 대접 위로한다. 우선 장동이의 백중이다. 머슴날 인 백중에 머슴을 부리는 집에서는 삼베로 옷 을 한 벌 해 입히고, 노잣돈을 주어 하루를 쉬게 한다. 인심이 후한 집에서는 쌀 서 너 말 값을 주는데, 이날은 머슴들끼리 어울려 읍내로 나아가 진종일 술을 먹으며 논다. 마을 사람들도 나무 그늘 밑이나 개울가에서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하루를 논다, 이러한 휴식과 놀이가 바로 삶의 준비이다. 이 무렵이 되면 두레의 김매기도 끝이 나고 송계의 나무길도 닦은 뒤라 농가에서는 모처럼 휴식이다. 마을에서는 친 분이 있는 사람끼리 술잔을 나누며 백중을 보낸다. 또 가정에서는 그동안 힘들게 일을 했다고 해서 보리개떡을 해먹는다. 불교를 믿는 가정에서는 사찰에 나아가 불 공을 드린다. 다음은 초현리의 백중(머슴 생일)이다. 백중인 음력 7월 15일은 머슴 생일이라고 하여 푸짐하게 아침상을 차려서 대접하고 노잣돈을 주어 쉬게 했다. 마을에서는 둥 구나무 밑에 깃발을 꽂아놓고 두레의 결산을 보았다. 두레로 논을 맨 가정은 면적 을 계산하여 일을 많이 한 사람은 품삯을 찾아가고, 빠진 농가는 궐전을 물었다. 결 산을 마치면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주연을 베풀고 풍물놀이를 하며 진종일 놀았다. 끝으로 성곡리의 백중날이다. 백종 또는 백중인 7월 15일쯤이면 논의 김매기도 끝나는 농한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일꾼들이 있는 집에서는 술과 전을 붙여 대접을 하고 위로를 한다. 이날 농악을 치며 논다.

2) 8월의 세시풍속 추석이 있는 음력 8월에는 24절기 중 백로( 白 露 )와 추분( 秋 分 )이 있다. 백로란 이 슬이 내린다는 뜻이고, 추분은 가을철의 중간이라는 뜻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 은 날이다. 백로가 7월에 들면 참외와 오이가 잘된다고 한다. 백로 전에 서리가 내 리면 흉년이고, 백로에 비가 오면 대풍이라고 믿는다. 8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 로 한다. (1) 벌초 7월 말~8월 초에 벌초를 한다. 장동이에서 조상님들(후사가 없이 죽은 사람)의 묘에 가서 벌초한다. 대체로 추석 2~3주 전에 각 가정 또는 문중마다 날짜를 잡아 벌초를 하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벌초를 하지 못한 집에서는 추석날 벌초를 한 뒤 성묘한다. 초현리에서도 한가위가 다가오면 각 문중별( 門 中 別 )로 벌초를 한다. 선대의 산소가 많은 현풍곽씨와 영산신씨 등은 직계 소종중( 小 宗 中 ) 단위로 각각 위토답( 位 土 沓 )을 마련하고, 그 전답을 경작하는 작인에게 도지( 賭 地 ) 대신 벌초를 맡기기도 한다. 성곡리에서도 벌초를 한다. 한식 때 사초( 莎 草 )를 하거나 손질을 한 묘를 추석을 맞이하여 여름에 자란 풀을 깎는 것이다. 추석에 장동이는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여 조상님께 차 례를 지내고 성묘를 간다. 성묘 후에는 윷놀이도 하고 풍장을 치면서 고향을 찾은 가족, 친지, 친구들과 어울려 하루를 즐긴다. 아낙네들은 가택신에게 별식을 올리 기도 한다. 초현리도 예전에는 부잣집에서 풍물패를 초청하여 집집마다 번갈아가 며 지신밟기를 해주고 며칠을 놀았다. 한편 양력 8월 15일, 남일면에서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남일면 체육대회가 초현초등학교에서 열린다. 약 40 여 년 전에 한 독지가( 篤 志 家 )의 후원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남일면에 속한 전체 동 리가 참여한다. 현재는 윷놀이 투호 게이트볼 족구 씨름 훌라우프 등이 추 가되었으며, 리단위로 자웅( 雌 雄 )을 겨뤄 개인 및 종합 시상( 施 賞 )을 한다. 특별히 축구팀은 마을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접전( 接 戰 )이 벌어졌다. 암송아지 한 마리가 부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승한 마을은 3년째 되는 해에 역시 암송아지 한 마리를 내놓는 규정이다. 이것이 지속적인 재원( 財 源 )이 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63 3) 9월의 세시풍속

중양절이 있는 음력 9월은 24절기 중 한로( 寒 露 )와 상강( 霜 降 )이 있다. 한로란 찬 이슬이 내린다는 뜻이고, 상강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9월에는 모시나 베를 만 들어 입던 여름옷 대신 명주나 무명으로 된 옷으로 갈아입는데, 남자들은 속적삼 위 에 저고리를 입고, 속고의 위에 바지를 입는다. 9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백로의 농점치기 백로에 농점을 친다. 백로( 白 露 )는 이십사 절기의 하나이고, 이슬이 내린다는 뜻 이다. 처서( 處 暑 )와 추분 사이로, 9월 8일경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백로가 7월에 들면 참외와 오이가 잘된다고 한다.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흉년이고, 백로에 비 가 오면 대풍이라고 믿는다. 성곡리 사람들은 백로 전에 벼가 패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2) 중양절 제2편 민속 9일은 중양절이다. 장동이는 중양절이라 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이 죽은 사람, 후사없이 죽은 사람을 위해 길일에 제사지내는데 외손이나 방계 자손들이 찾아와 지내주기도 한다. 초현리 상초현에서 중구절이라 하고, 무후자( 無 後 者 )의 묘에 구 일제( 九 日 祭 )로 차례를 지내준다. 그리고 성곡리에서는 구일제라 하고, 후사가 없 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면 그 집안 방계손들이나 외손들이 산소에서 제사를 지낸다. 초현리에서 이장이 해마다 남원출신 한옥순 할머니의 벌초를 해주고 중양절 아침 에 구일제를 지내준다. 혈혈단신( 孑 孑 單 身 )인 그가 죽기 전에 논 400여 평과 전 재 산을 마을에 희사( 喜 捨 )하고 후일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성곡리에서 방계손들이 하 는 경우 위토를 만들어 놓고 매년 구일제를 지낸다. 364 4. 겨울철의 세시풍속 겨울은 음력 10월부터 12월까지이다. 이 기간은 일 년 농사를 마무리짓는 시기이 다. 금산지역의 경우 봄철 세시풍속의 문헌 조사 자료를 10월, 11월, 12월로 구분 하여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10월의 세시풍속 음력 10월은 24절기 중 입동( 立 冬 )과 소설( 小 雪 )이 있는데, 입동은 겨울이 되었 다는 뜻이고, 소설은 첫 눈이 내린다는 뜻이다. 10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시제 10월 상달에 시제( 時 祭 )를 지낸다. 흔히 시사 시향 묘제로도 불린다. 4대조까 지는 기제사라 해서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5대조부터 비로소 시제를 올린다. 장동 이에서 시제를 모시는 성씨는 토성인 금령김씨와 김해김씨 등이다. 시월 초에는 시 조나 중시조와 같은 대종중과 관련된 시제를 먼저 올린 다음, 날짜를 택일하여 각 파조( 派 祖 )에 대한 시제를 지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마을 또는 집안 단위의 직계 조상에게 시제를 올린다. 초현리에서도 토성인 현풍곽씨와 영산신씨 등의 대표적 인 문중( 門 中 )이 시제( 時 祭 )를 모신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전의 전통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져 일요일을 택해 합동으로 시제를 모시는 종중( 宗 中 )이 늘고 있다. 성곡리 에서의 시제도 장동이 초현리와 다르지 않다. (2) 도신( 갈떡 )하기 가을걷이를 마치면 음력 10월 초삼일을 전후하여 도신 을 한다. 한 해의 농사를 갈무리하고 나서 집안에 깃든 가신( 家 神 )에게 풍농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성을 올 리는 가정의례이다. 장동이에서 현재 도신의 풍습은 예전과 같지 않으나, 이날은 집에서 모시는 터주신, 성주신, 유황신, 조왕신 전에 각기 떡과 음식을 준비하여 치 성을 드리고 소지를 올린다. 성곡리에서도 상달인 10월에 농신과 가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추수 후 햇곡식으로 시루떡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다. 초현리 에서는 떡을 일명 갈떡 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날 집집마다 푸짐하게 피고물떡(팥 시루떡)을 준비하여 안방 윗목에 차려놓고 성주신과 조상신에게 고사를 올린다. 이 러한 양상은 불이마을에서 보여준다. 주부는 음력 시월(10월) 초순에 길일을 골라 갈떡을 찧어 놓고 집안의 가신( 家 神 ) 전에 고사한다. 주부는 수확에 대해 감사하고, 자손의 건강과 대주의 운수대길을 기원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65 (3) 불공드리기 3일, 도신 후 불공을 드린다. 초현리에서 음력 10월 3일, 도신을 마치면 이튿날

단골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린다. (4) 안택굿하기 추수 후 10월 상달에 안택굿을 한다. 장동이에서 추수가 끝난 시월 상달에는 무 당과 법사를 불러 안택굿을 한다. 으레 조왕굿, 터주굿, 유황굿, 성주굿의 순으로 진행된다. 한 해 동안 집안의 안녕과 자손의 무병제액( 無 病 除 厄 )을 기원한다. 장동 이에서는 해마다 또는 3년에 한 번 벌이기도 하는데,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정월과 상달 두 차례 안택굿을 한다. 또한 새로 집을 짓거나 다시 성주를 받는 집에서는 상 달에 무당을 불러 성대한 안택굿을 벌인 다음 성주를 받는다. (5) 무후제 15일 또는 20일에 무후제를 지낸다. 무후제는 10월 보름날 또는 20일, 동네에서 후사(아들)없이 죽은 사람의 제사를 지내주는 것이다. 장동이에서 시월 스무날에 후사없이 죽은 사람의 제사를 지내준다. 옛날 음지 장동이에서는 아무런 연고도 없 이 살다가 죽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전답을 희사하고 죽었는데, 마을에서는 매년 동계를 여는 날 제물을 갖추어 제사를 지내준다. 성곡리마을에서 는 10월 보름날 아들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면 위토를 만들어 놓고 동네에서 제 사를 지낸다. 현재 일곱 군데가 있다. (6) 솜바지 저고리 입기, 날씨점치기 제2편 민속 366 20일, 손돌멩이 얼어죽은 날에 날씨를 점치고, 솜바지 저고리를 입는다. 동국 세시기 에 관련 기록이 나온다. 장동이에서는 시월 스무날을 손돌멩이 얼어죽은 날 이라고 한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찬바람이 불어 유난히 날씨가 춥기 마련인데, 얼어죽은 손돌멩이의 한이 서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초현리에서도 이날 손돌맹 이의 한이 바람을 일으켜 날씨가 유난히 춥기 때문에 저고리, 솜바지를 입는다. 또 한 날씨를 보고, 그 해 겨울의 날씨를 점쳤다. 날씨가 푹하면 겨울이 따뜻하고, 찬 바람이 매섭게 불면 겨울 날씨가 춥다고 한다. (7) 월내 메주쑤기 월내 메주를 쑨다. 초현리에서 손이 없는 날을 가려 메주를 쑨다. 부정을 엄하게 가리는 집은 메주를 끓이는 날 초상이 나거나 산고가 있으면 날짜를 연기한다. 이

날 부녀자들은 메주의 머리칼이 들어간다고 하여 머리를 빗지 않는다. 2) 11월의 세시풍속 동지가 있는 음력 11월은 24절기 중 대설( 大 雪 )과 동지( 冬 至 )가 있다. 대설이란 눈이 많이 온다는 뜻이고, 동지는 겨울이 되었다는 뜻인데,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짓날이 따뜻하면 질병이 유행하고, 눈이 내리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는 다. 11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동짓날 동지는 24절기의 하나이고, 음력 11월 중순경이 된다. 양력으로는 12월 23일이나 다음날이 된다. 장동이의 경우 11월 동짓달에 동계를 열어 마을의 대소사를 마무리 짓고 자금을 결산한다. 동지 는 흔히 작은 설[ 亞 歲 ]이라 한다. 동지가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장동이의 동지에 의하면 애기동지는 음력 11월 10일 이전에 동지가 드는 것, 중동 지는 11월 10~20일 사이에, 노동지는 20일 이후에 드는 것이다. 애기동지가 닿는 해는 아이들에게 해롭다고 팥죽을 쑤지 않고 시루떡을 해먹는다. 장동이 사람들은 중동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여기고, 노동지에서도 팥죽을 끓인다. 장동이의 동지팥죽에는 새알처럼 둥글게 빚은 새알 수제비 를 넣는다. 팥죽을 끓이면 먼저 솔가지로 벽, 뜰, 대문에 뿌리거나 바르는데, 이것은 몽달귀신(총각귀 신)과 잡귀가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를 뱅이 한다고 한다. 또한 당산(터주), 장독, 유황, 성주 등 집안의 가택신에게도 별식으로 각각 한 그릇 떠놓는다. 한편 시 월 상달에 부정한 일을 당하여 도신 을 올리지 못한 집에서는 동짓날 도신을 한다. 초현리에서도 떡 새알수제비를 넣은 팥죽을 쑤고, 이 팥죽을 뿌려 잡귀를 물리 친다. 초현리의 동지는 장동이의 동지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명칭이 오[애]동지 중동지 늦동지로 구분될 뿐이다. 솔가지나 빗자루에 팥죽을 묻혀 대문 외양간 뒤주 등 집안의 곳곳에 팥죽을 뿌려서 잡귀를 물리친다. 팥죽은 귀신이 가장 싫어 하는 말피를 상징한다고 한다. 성곡리에서도 동지팥죽 먹고 이를 대문이나 벽에 뿌 려서 말피를 싫어하는 귀신(잡신)을 쫓는다고 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67 (2) 노다리 놓기 동짓날 밤에 노다리를 놓는다. 초현리에서 월천공덕( 越 川 功 德 ) 이라 하여 동짓

날 낮에 미리 오쟁이를 엮어두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아무도 모르게 노다리를 놓 는다. 이 노다리 놓기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정월 14일 저녁에 짚으로 오장치(오쟁이) 를 엮어서 시냇물에 다리를 놓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선행 을 베풀면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3) 동계 금산읍 음지리 장동이는 10월 20일 소돌멩이 얼어죽은 날 에 개최되지만, 양지 리 장동이는 남일면 초현리와 함께 음력 동짓달에 개최된다. 장동이에서 11월 동지에 동계를 연다. 앞에서 장동이에서는 동지 를 흔히 작은 설[ 亞 歲 ]이라 한다고 했다. 음지 장동이에서는 해마다 시월 스무날을 소돌멩이 얼 어죽은 날 이라 해서 동계를 연다. 이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계의 자금을 결산하고 한 해의 품삯, 이장의 선출 등 제반 동사를 의논한다. 그리고 마을 의 원로격인 어르신들이 회의를 열어 부모에게 효도한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고, 불 효하거나 마을에서 행패를 부린 사람은 벌을 준다. 동계를 마치면 술과 안주를 준 비하여 조촐한 주연( 酒 宴 )을 베풀며 하루를 논다. 이에 비해 양지리 장동이에서는 동짓달에 동계를 열어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하루를 즐긴다. 초현리에서도 음력 동짓달에 대동회의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양력 12월 말에 열 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집집마다 세대주가 마을회관에 집결하여 한 해의 동사 ( 洞 事 )를 논의하고 자금을 결산한다. 예전에 마을 내로 분가를 하거나 새로 이사를 온 사람은 두부 한 매를 내고 정식으로 마을의 구성원이 되었음을 인정받았다. 제2편 민속 368 3) 12월의 세시풍속 음력 12월에는 24절기 중 소한( 小 寒 )과 대한( 大 寒 )이 있다. 소한은 조금 춥다는 뜻이고, 대한은 아주 춥다는 뜻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뿌리가 썩지 않고, 벌레가 먹지 못하여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믿는다. 12월의 세시풍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제석( 除 夕 ) 31일은 제석( 除 夕 )이다. 장동이와 성곡리에서 섣달 그믐날을 제석( 除 夕 ) 이라 한다. 섣달 그믐날[ 除 夕 ]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므로 남에게 빚을 졌거나 밀린 외상 값이 있는 사람은 모두 갚아준다, 이는 일 년의 시작을 중시했던 것처럼 일 년의 마

무리도 그만큼 중요시했음을 뜻한다. 만일 빌려준 사람이 섣달 그믐까지 받지 못하 면 이듬해 보름까지는 받으러가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알았다. (2) 수세( 守 歲 ) 장동이, 초현리, 성곡리 등 금산지역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때는 음력 정 월 열나흗날인 개보름날과 함께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이다. 망월의 일 년을 수세하 면서 새해를 기대하는 지역민의 마음이 반영되고 있다. 장동이에서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은 집안의 구석구석에 등촉을 밝히고 뜬눈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방, 부엌, 뜰, 변소 등 집안의 구석구석에 불 을 밝혀놓는다. 이를 수세( 守 歲 ) 라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해를 지킨다 는 뜻이다. 이날 장동이에서는 집집마다 장독대(터주신)에 떡시루를 해놓고 한 해 의 액운을 씻어달라고 치성을 드린다. 섣달 그믐에는 정월 14일 개보름날과 마찬가 지로,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 하여 잠을 자지 않는다. 이러한 양상은 초현리, 성곡리에서도 확인된다. 초현리에서 섣달 그믐날이 되면 집안 대청소를 한다. 이는 한 해 동안 궂은 것, 부정한 것 등을 다 쓸어버린다는 의 미를 담고 있다. 또한 섣달그믐날 밤은 장동이에서처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잠을 자면 눈썹이 샌다고 한다. 성곡리에서 장동이와 초현리에서처럼, 이날도 보름 날과 같이 잠을 자지 않으려고 놀이를 하며 논다. 잠을 자는 사람의 눈썹에 밀가루 를 발라 놀리기도 한다. 4) 윤달의 세시풍속 8년을 주기로 윤달 셋을 태음력에 더하면 태음력과 태양력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윤달( 閏 月 )이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장동이와 초현리에서는 윤달을 공달 이라고 한다. 모든 신들이 쉬는 달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따라서 윤달에는 신 들과 관련된 제사를 일절 지내지 않는다. 어떠한 집안의 대소사를 치루어도 손( 損 ) 이 없고, 탈이 나지 않아서 궂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윤달은 신들에게 아 무런 일정도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달이 들면, 장동이에서는 이사, 결 혼, 분묘의 이장, 주택의 개보수 등을 한다. 초현리에서는 평소 동티를 염려하여 미 루어두었던 꺼림칙한 일이나 산소 이장, 집수리 등은 대개 윤달에 하고, 노인들의 수의를 장만하고, 장독을 옮기며, 사다리 만드는 일을 윤달에 한다. 제5장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