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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Vol. 33 에스라 Ezra Bible Institute for Graduate Studies "네가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 딤후2:15

에스라 메시지 갈 바를 아는 사람 민 경 동 총장 요즈음 사도행전을 묵상하는 중에 바울의 확신에 찬 믿음의 행보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연한 자세로 로마를 향하여 가는 바울의 모습은 십자가의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마치 적군의 진지를 차지하려고 나아가는 용맹스런 군사를 연상하게도 합니다. 바울이 로마로 가는 행진은 우리들에게 십자가의 도( 道 ) 가 무엇이며 어떤 자세로 그 길을 가야하는지 실천적으로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바울의 이러한 확신과 사명을 다하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다메섹 도상에서 그가 만난 '부활의 주님'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 활하신 주님은 그의 인생길을 180도 전환(U Turn)하게 하셨습니다. 그 때 바울은 그의 소명(calling)이 무엇인지 듣게 되었고(9:15), 그 부르심을 따라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어디로 가야할지를 분명하게 인 식하였습니다(19:21). 그리고 바울은 성령에 매여 성령의 지시를 잘 따를 뿐만 아니라 성령의 능력을 덧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바울이 가는 노정에는 언제나 주님이 동행하시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곁에서 목적지까지 잘 가도록 격려하시고 보호하시고 나아가 그 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셨 습니다(18:9-10, 23:11, 27:24). 에스라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각자 주님의 부르심이 무엇이며, 그 부르심을 따라 가야할 행선지가 어디인지, 또 그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중간점검 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자와 교사로 부르셨는데, 그 부르 신 목적은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섬기는 일을 하게하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잘 세워가기 위함입니 다(엡4:11-12). 이 일은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온전한 사람으로 양육하는 일 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위하여 부름을 받아 나선 여러분! 우리 안에 성령의 엔진은 켜져 있습니까? 주님이 설정해 주신 '내비게이션'은 잘 작동하고 있습니까? 앞으로 행선지 를 향하여 갈 때, 어떠한 험난한 길을 거쳐 가게 되더라도 보호자이신 주님이 곁에 동행하시고 계심을 믿음으로 마음 이 든든하고 평안하십니까? 장거리 여정을 앞두고 있는 우 리 함께 꼼꼼하게 점검해 봅시다.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주여 인도하소서!

에스라 에스라 소식지 2011년 11월 21일 (제33호) Contents 04 말씀과 설교 도둑의 소굴이 된 하나님의 성전 _ 김필회 교수 08 섬김의 시간 에스라의 섬김의 시간 _ 김덕중 교수 섬김의 시간에 발견한 것들 _ 이은영 집사 말씀을 현장에서 배우는 듀티교실 _ 이기정 목사 10 에스라 人 을 찾아서 졸업 그 이후 _ 2기 안창욱 목사 (보광교회) 16 동문회 특집 홈커밍데이 에스라 가족수련회 _ 오수연 사모 (3기 문정욱 목사) _ 11기 이상대 목사 _ 김현영 사모 (1기 김규범 목사) _ 박용전 사모 (10기 차정훈 목사) 20 튜터와 튜티 _ 조석민 교수님 'Jo'조 24 학교 소식 에스라 소식지 제33호 발행일 : 2011년 11월 24일 발행인 : 민경동 발행처 : 412-801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285번길 33-7 (고양동)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Tel : 031)962-9196 Fax : 031)963-1674 E-mail : ezra1997@hanmail.net www.ezra.ac.kr

말씀과 설교 도둑의 소굴이 된 하나님의 성전 (렘 7:1-15) 김필회 교수 한나라당 서울특별시 시장 후보로 선출된 분이 10월 5 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았다. 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 보가 왜 교회단체를 찾아갔을까? 교회지도자들로부터 귀 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였을까? 선거 때만 되면 많은 정치 인들이 교회를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주 경 험하다보니 이제는 교회를 찾아와서 머리 숙여 인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내년 에 총선과 대선이 있기에 교회의 문지방은 더 많은 정치가 들로 번잡해질 것이다. 아마도 한 표가 갈급한 정치인들에 게 교회는 황금어장일 것이다. 그럼 한국교회의 정치적 위상이 막강해졌음을 하나님께 감사해야할까? 정치가들을 목사들 앞에 무릎 꿇게 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할까? 교회권력에 굴복한 정치권 력의 낮은 자세에서 하나님 나라의 승리를 소리 높여 찬양 해야할까? 교회의 정치적 세력화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교 권의 승리를 찬양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으리라. 나 사렛 예수가 온몸을 내던져 구하려했던 것이 정치권력이었 다면, 싸움의 주역들인 교계의 지도자들은 예수와 함께 최 고급 예루살렘 호텔에서 권력을 장악한 승리의 축하연을 즐길 수 있으리라. 교회가 사회에 어떻게 인식됐기에 정치가들이 표를 얻 기 위해 교회를 찾아온단 말인가? 교회와 선거가 무슨 상 관이 있기에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로 바빠진단 말인가? 교회가 사회적-정치적 이익집단이란 말인가? 정치권력 4 에스라

의 빈번한 교회 방문은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부패 의 심각성을 보여줄 뿐이다. 교회 입장에서 정치 권력과의 결탁은 간음 또는 우상숭배와 다름이 없 다. 한국교회는 권력이 주는 기쁨에 너무 깊이 빠 져 자신이 무슨 일을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불법에 속하는 일을 권력을 통 해 성취하고 이를 기도의 능력이나 하나님의 축복 으로 포장하며 하나님께 감사한다. '패거리주의' 에 빠져 기독교인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불의한 자 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지지하기도 한다. 아마 도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여당의 서울특별시 시장 후보로 선출된 분의 한기총 방문에 고마워할 지 모르겠다. 표를 얻기 위해 찾아온 자들을 단호 하게 쫓아 보내는 교회가 보고 싶다면 현실을 모 르는 어리석은 자의 지나친 욕심일까? 한국교회 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 백성의 부패와 영적 무지에 맞서 단호하게 싸웠던 예언자가 더욱 그리워진다. 우리가 본문으로 택한 7:1-15는 예레미야의 성전설교로 불려지는 7:1-8:3의 한 부분이다. 하 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여호와의 집 문에 서서' 말 씀을 선포하도록 명령하신다(2절). 선포의 장소를 특별히 지정해주신다. 성전 입구는 많은 사람들에 게 말씀을 선포할 수 있는 적합한 장소였음에 틀 림없지만,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면 굳이 선 포장소를 한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예언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성전 입구나 성 문 입구에서(cf. 17:19) 선포되었다. 장소의 선택 이 선포의 내용과 관련됐음을 알 수 있다. 예루살 렘에 여호와의 성전이 있기에 안전하다고 믿는 자 들에게(4절)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12-15절)을 외치기에 가장 극적인 장소는 바로 성전 입구였을 것이다. 하나님은 먼저 예언자를 통해 약속이 주어진 권면의 말씀을 전하게 하신다(3절). 유다 사람들 이 올바른 길을 가며 바른 삶을 산다면, '이 곳'에 서 쫓겨나지 않고 계속 살게 될 것이다. '이 곳'은 성전보다는 가나안 땅 또는 예루살렘을 가리킨다. 하나님 백성이라는 선택신앙의 특권,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전이 있다는 성전신학의 특권, 그리고 가나안 땅을 정착지로 주셨다는 소유적 특권이 가 나안 땅에 영원히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신학적 특권에 합당한 삶의 자세가 결여 되었을 때 땅에 관한 하나님의 약속은 그 구속력 을 상실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이 지속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 백 성으로서 '길과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한다. 성전과 땅과 하나님 백성의 삼각 구도를 유기적으로 연결 해주는 매체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그분의 계명을 실천하며 사는 삶이다. 권면의 말씀에 뒤이어 성전의 허상을 고발하는 말씀이 주어진다. 하나님은 예루살렘 성전을 보면 서 '여호와의 성전'이라고 떠들어대는 거짓말을 믿 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유다 사람들은 마치 주문 을 외우듯이 "이것이 여호와의 성전이라, 여호와 의 성전이라, 여호와의 성전이라" 하며 외치지만,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성전이 있다는 사실이 구원 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성전과 그 성전을 택하신 하나님은 구별되어야 한다. 구원은 예루살렘 성전 을 택하신 여호와의 결정에 속한다. 예루살렘 성 전의 특권은 하나님의 선택에 의존적이지, 본질적 이지 않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성전으로 인정하실 때만 '여호와의 성전'이 될 수 있다. 여호와 신앙에 있어 결정적인 것은 제의규정의 준수가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길과 행위 를 바르게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5a절). 하나님 백성이 추구해야 할 길과 행위는 사회적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이웃 사이에 '정의' 를 실천하는 것이다(5b절). 정의는 하나님께서 세 우신 사회적-사법적 질서로, 실천적-윤리적 행 위에 속한다. 예를 들자면,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 '를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6a절). '이방인과 고아 와 과부'는 사회적 약자로 불법과 폭력에 쉽게 노 출되었다. 계약법전(출 22:21-22)에 따르면 이들 의 권리가 사회에서 부당하게 무시될 때 하나님께 서 직접 개입하신다. '무죄한 자의 피'는 살인행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실존을 위협하는 모든 불의한 행위를 포함한다. 하나님 백성은 함께 사는 이웃 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 해야 한다. 현재의 문맥에서 "다른 신들 뒤를 따르 다"(6b절)는 공적으로는 여호와를 섬기면서도 사 제33호

말씀과 설교 적인 공간에서는 다른 신들을 숭배하는 종교적 혼 합주의를 가리킨다. 예루살렘 성전의 존재와 그곳 에서의 예배가 하나님 백성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 해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길과 행위를 바르게 하며 살 때,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종교적 혼합주 의를 멀리할 때, 여호와께서 '조상에게 영원무궁 토록 준 땅'에 살게 해주실 것이다(7절). 현재의 문맥에서 8-11절은 이스라엘이 여호와 의 권면(3-7절)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전제한다. 이스라엘은 정의를 행하고 우상을 좆지 말라는 여 호와의 말씀을 무시하고 기존의 삶에 그대로 머문 다. 이들은 어떤 유익도 가져다주지 않는 거짓말 을 신뢰한다(8절). '거짓말'은 4절의 이데올로기적 성전신학을 가리킨다. 제의종교의 틀 안에서 하나 님을 찾는 자들에게 그분의 윤리적 가르침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 인 십계명조차 무시한다(9절). 거리낌 없이 도둑 질하고(8계명) 살인하고(6계명) 간음하고(7계명) 거짓으로 맹세하며(9계명) 우상들을 섬긴다(1계 명). 여호와신앙을 성전제의로 축소(왜곡)시켰기 에 제의적 가르침의 준수가 신앙생활의 핵심이자 전체( 全 體 )가 된다. 여호와 신앙의 핵심에 속하는 역사와 윤리를 탈락시켰기에 여호와와 우상들 사 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바알에게 분향하면서도 여호와를 섬긴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계명을 어긴 자들은 원칙상 성전에 들어갈 수 없음에도 이들은 하나님의 집에 와서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구원받았다 고 말한다. 성전 밖에서 불법 과 폭력을 행하는 자들이 성 전을 찾아와서 제사를 드리 고 자신을 의인으로 세탁( 洗 濯 )한다. 10절 후반은 다음 과 같이 풀어 옮길 수 있다. " 우리는 구원을 받았다! 구원 을 받았다고 말했느냐? 그래, [너희 스스로] 구원을 받았으 니 앞으로도 계속 가증한 일 을 하려무나." 이들은 성전예 배에 참석한 대가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들은 성전예배를 통해 성전 밖 에서 행한 범죄행위가 모두 용서받았다고 믿는다. 과거의 잘못은 이제 깨끗이 씻겼고, 사회에 나가 또 잘못을 범해도 제사를 드리면 다시 용서받을 수 있기에 이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가증스런 짓을 계속한다. 자동적으로 죄사함 을 받을 수 있는 수단(예배)을 갖고 있[다고 믿]는 자들에게 죄와 구원은 실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 제가 될 수 없다. 예배자들의 자기만족적 구원이 이들을 더 깊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하나님은 유다 백성이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성전을 도둑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고발하신다(11 절; cf. 마 21:13). 도둑이나 강도가 나쁜 짓을 저 지르고 나서 은신처를 찾아 숨는 것처럼 성전이 범법자들의 도피처로 활용된다. 성전이 피 묻은 손을 씻는 곳으로 악용된다. 사회에서 각종 파렴 치한 짓을 자행하고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제의적 으로 용서받기 위해 성전을 찾는다. 성전 밖에서 저지른 악행을 희생제물로 대체할 수 있기에 성전 은 값싸게 의로워지려는 도둑들로 가득 찬다. 이 들은 속죄제나 속건제로 자신들의 악행을 씻어버 리며 자기구원에 만족해한다. 여호와의 성전이 도 둑들에게 면죄부를 파는 장터가 된다. 하나님께서 성전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가증한 일'을 다 지켜 보셨기에 예루살렘과 유다의 멸망은 기정사실이 6 에스라

된다. 거듭된 권면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악에서 떠나 지 않는 유다에게 멸망과 유배의 심판이 선고된 다(12-15절). 유다는 여호와께서 '처음으로 내 이 름을 둔 처소 실로'의 멸망으로부터 가르침을 배 워야 했다(12절). 여호와께서 택한 처소라는 사실 이 실로 성소의 특권과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다. 성소가 이스라엘의 악을 막지 못하고 조장할 때 여호와께서는 당신 성소일지라도 준엄하게 심 판하신다. 그러나 유다는 역사로부터 배우지를 못 했다. 당신 백성을 멸망의 길에서 구하기 위해 여 호와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거듭 말씀을 선포하며 불렀지만 이들은 듣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13 절). 예전에 이스라엘의 악이 실로 성소의 멸망을 가져온 것처럼 유다의 불의와 불법이 예루살렘 성 전과 가나안 땅에 재앙을 불러온다(14-15절). 여 호와께서 예전에 이스라엘의 악 때문에 실로 성소 를 멸망시키셨던 것처럼(12절) 이미 도둑의 소굴 이 되어버린 예루살렘 성소에도 마찬가지로 행하 실 것이다. 예루살렘 성소는 자신을 선택하신 분 께 책임을 져야한다. 여호와께서 에브라임 자손을 모두 쫓아내셨던 것처럼 유다 자손도 당신 앞에서 쫓아내실 것이다(15절). 북 왕국 사람들처럼 유다 사람들도 고향에서 쫓겨나 남의 땅에서 이방인으 로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의 비극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 는 남의 이야기일까? 이스라엘의 역사로부터 경 고의 가르침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 또한 이스라 엘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 과 달리 우리의 교회는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 까? 드러난 현실에 비춰보면 무척 회의적이다. 교 회를 도둑의 소굴로 고발한다면 지나칠 수는 있겠 지만 악의에 가득 찬 비방만은 아니다. 교회가 죄 를 세탁하기 위한 자들의 은신처로 활용되고 있음 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사회에서 부당하게 부를 축적한 자들이 그 부의 일부를 교회에 바치고 하 나님의 축복으로 부자가 됐다는 '천국인증서'를 받 는다. 불의한 성공이 하나님의 인정( 認 定 )과 선물 로 자랑스럽게 포장된다. 교회는 부유해져서 좋고, 불의한 자는 싼값에 의로움을 살 수 있어 좋아한 다. 예수께서 재물이 많은 청년에게 주신 "네 소유 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마 19:21)는 말씀 은 교회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교회는 죄를 고발해 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살도록 도와주기보다는 값싼 은총 을 선포하면서 죄에 더 친숙해지도록 조장한다. 맘만 먹으면 언제나 손쉽게 용서받을 수 있기에 굳이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힘겹게 살아갈 필요가 없게 된다. 신앙생활의 중심과 관심이 자 연스럽게 교회로 한정된다. 교회에 헌신하고 목사 에게 복종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순종하는 행위로 주장된다. 교회의 결정이 하나님의 결정이요, 교 회에 좋은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된다. 예루살렘 성전이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았듯이, 교 회가 예수의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모든 교회가 부패의 사슬에 사로잡혀 사 단의 도구가 된 것은 아니다. 예수의 정신과 가르 침을 따르기 위해 애쓰는 교회들도 많이 있다. 하 지만 우리가 침묵의 카르텔(Kartell)에서 벗어나 지 못할 때 작은 촛불은 힘없이 꺼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촛불은 연약하지만, 많은 촛불이 모인다면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 리의 교회 안에 자리 잡은 적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교회의 부패와 불의에 대한 판단과 심판을 하나님께 맡기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을 좋은 믿음 이나 사랑으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불의와 불법 에 대한 침묵은 범죄가 활개 칠 수 있는 온상을 마 련해줄 뿐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는 흥하여야 하 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는 세례 요 한의 말에서 한국교회에 주는 권면과 경고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가 흥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쇠하여야 한다." 제33호

섬김의 시간 에스라의 섬김의 시간 에스라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는 ' 섬김'의 정신이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하나 님과 세상을 섬김에 있는 것처럼, 에스라에서 훈 련 받는 이유도 교회와 이웃을 섬기기 위함이다. 이런 취지 하에 에스라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1년 동안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섬김의 훈련을 받 도록 되어 있다. 매일 오후 1시(수요일은 오후 1:30)가 되면 학 생들은 각자의 활동영역에 들어가 주어진 일들을 하게 된다. 섬김의 시간에 하게 되는 훈련의 내용 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아침 식사 준비를 포함 하여 설거지, 생활공간 청소, 도서관 정리, 야외 봉사(마당 청소, 정원 및 텃밭 가꾸기)에 까지 이 른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 1년 동안 이 모든 훈 련의 내용들을 다 경험하도록 되어 있다. 에스라 에서 '섬김의 시간' 훈련은 실천 학점으로 되어 있 어,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실제로 1/5이상 빠지 면 학기를 해당 학기를 이수할 수 없도록 규정한 다). 엇보다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가 하나님 앞에 서있음을 의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김덕중 교수 섬김의 시간에 발견한 것들 "수고하셨습니다." 섬김의 시간이 끝나고 헤어질 때마다 뭔지 모 르게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설거지 30분은 사실 짧은 시간이지요. 1시간을 꼬박 채워야 하는 청소 보다는 대체로 부러움을 사는 보직이 아닐 수 없 습니다. 아침식사준비와 설거지, 청소... 우리의 수고는 늘 끊이지 않고 계속되지만, 그 흔적은 매 일 사라지고 맙니다. 내일이면 다시 씻어야 할 그 릇은 수북이 쌓이고, 먼지는 구석구석 다시 쌓이 겠지요. 창조적이지 못한 이 반복되는 노동들이 내게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학년 초에 섬김의 시간은 누군가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가운데 그러면서 조금은 긴 장했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 간 섬김의 시간 가운데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고군분투하다가 나도 모 르게 타협하고 일어서고 싶은 마음들과, 요령 없 이 늘 하던 대로만 하는 고지식한 내 모습, 그렇게 자신을 들여다보다가 햇살이 비쳐드는 창을 닦으 며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있게 하신 이유를 다시 떠올려 보곤 했었지요. 섬김의 시간의 목적은 '섬김의 지도력'을 훈련 하는 데 있다. 예수님의 지도력은 '섬김의 지도력 '이기 때문이다(마 20:28). 에스라는 학우들이 예 수님처럼 낮아짐과 섬김을 실천하여 교회와 공동 체에 필요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기를 기 대한다. 섬김의 훈련은 결코 쉬운 훈련과목이 아 니다. 여기에는 지속성과 성실성이 요구된다. 이 훈련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 요즘은 섬김의 시간 속에서 에스라를 발견하고 8 에스라

있습니다. 강의실 밖 일상에서 에스라의 생각들 과 사람들, 그 안에 있는 나도 에스라의 한 부분이 라는 것이 마음으로 벅차게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특별한 노동의 의미를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순간 이 제게는 에스라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잊지 못할 추억들이 되겠 지요.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향해 늘 '기억하라'고 말 씀하셨습니다. 에스라를 떠나고 나서도 늘 이 시 간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시간에 만난 특별한 사람들, 함께하는 일 속에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 제게 섬김의 시간은 성경 속에 담긴 말씀의 비밀을 배우며 높아진 마 음을 다시 겸손히 낮추어 작은 일, 발걸음 하나부 터 삶 속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무언의 계시입니다. 자, 오늘도 접시를 씻으며 풍성한 일반 계시의 바 다로 풍덩~ 빠져보아야겠습니다. 절마다 옷 갈아입는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눈과 마 음을 즐겁게 해준다. 연못 주변을 걷다보면 빡빡 한 학사 일정가운데서도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 고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연못은 숲의 일부였고 자 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날은 낭만을 즐 길만한 여유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놀라운 것은 물을 퍼냈을 때 드러나 연못의 실체 였다. 그 바닥에 쌓여있던 썩은 부유물과 진흙들 은 지금까지의 연못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진한 악 취로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였다. 그 순간 마치 내 자신도 그와 같다는 생각으로 무엇의 매스꺼움인지 모를 울렁거림에 몸을 가누 기 어려웠다. 이은영 집사 말씀을 현장에서 배우는 듀티교실 어느 덧 에스라 생활이 2학기 중반을 넘어 가 고 있다. 에스라에 대한 나의 기대는 '말씀을 배우고 연 구하리라'... 그 외에는 다 부수적인 것이었다. 그 저 '닥치면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느 한 시간도 내게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다. 가끔 집에 있는 가족에게 에 스라의 얘기를 하다보면 큐티니 튜터니 듀티니 이 런 말을 쓰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그 말이 그 말 같다"고 하는데 나도 처음엔 정말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몸으로 부딪쳐 보면 알게 되 는 것이 에스라의 시간들이다. 그중에 듀티시간이 나에겐 더 특별하고 소중하 다. 하루는 야외 듀티시간에 교정 뒤에 있는 연못 의 물을 빼고 대대적으로 청소를 한 적이 있었다. 이곳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연못은 특별하다. 계 에스라의 생활은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들이 만나기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랑한다 면서 용납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서로를 판단하 는 내 자신의 모습은 연못의 진흙과 다르지 않다. 듀티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이런 연약하고 추악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때론 나 를 자괴감에 빠지게 하지만 말씀 앞으로 나를 인 도하고 주님을 더 의지하게 한다. 교회 안팎의 삶은 동일해야 한다. 그 점에 있어 서 듀티 시간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 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우주와 같다. 지금도 항상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나의 연약한 실체를 잊지 않게 해주는 에 스라에서의 듀티 시간이 내겐 더 소중하다. 이기정 목사 제33호

에스라 人 을 찾아서 졸업 그 이후 이번에 "에스라 人 을 찾아서"는 시원한 동해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고, 형형색색 아 름다운 단풍이 가득한 대관령 자락 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은 보광교회에서 사역하시 는 2기 안창욱 목사님께 다녀왔습니다. 교직에 계시다가 목회자가 된 계기가 뭔가요? 대학 때 대학불교연합 활동을 할 정도로 불교에 열심이었는데, 그때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의 전도를 통해 교 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기독교에 대한 기본적인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동 안의 고민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받은 복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 2기 안창욱 목사님 (보광교회) 목사님 부부 뒤로 보이는 건물이 현재 짓고 있는 숲속학교 도서관과 샬롬의 집 겼는데, 처음엔 시골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할까 하다가, 체계적으로 신학 을 배우고 농촌에 가서 목회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이 하나 님께서 주신 것인지 일 년 동안 아내와 기도하면서 점검하고 나서 신학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배우고, 정리하고, 깨달은 것들을 아내와 많이 나누었습니다. 배운 것이 은혜가 되고, 깨달은 것이 즐거 워서 집에 와서 나누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우리 부부가 하나가 되고, 함께 자라갈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이런 은혜가 농촌목회연구원(이하 농목연) 에도 이어져 지금도 농목연을 통해 우리 부부가 하나가 되고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10 에스라

강릉과 가까운데도 굉장히 시골이네요. 이곳 보광리엔 언제 오셨나요? 교회가 없는 이 마을에 짐을 풀고 살아온 지 23 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교인들이 없으니 아이들 을 전도해서 지냈어요.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언 제까지 버티나 생각했대요. 지금은 폐교 된 초등 학교 옆에 조그만 창고를 개조해서 방을 만들고, 밖에 천막을 쳐서 부엌을 만들고 살아가니 참 초 라하게 보였을 거예요. 그분들은 6개월이나 1년 견디다가 반응 없으면 보따리 쌀 거라고 생각했 는데 벌써 2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10년은 그저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1998년이 이곳에 온지 10년이 되던 해였는데, 혼 자서 숲 속을 걷는데 곱게 물든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들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10년이 지나서야 새롭게 발견하게 되 었습니다. 익숙하고 평범하던 일상이 새로운 아름 다움으로 신선하게 다가온 거예요. 그 해에 제가 에스라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농촌 목회를 하면서 1년이란 시간을 낸다는 것이 참 힘든데, 에스라에 다녀온 게 이곳에서 다음 10년의 사역을 위해 아 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생명, 목 회, 자연, 농업 등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생명 살림 목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삶과 목 회의 신학적 배경이 되는 것은 "구속은 창조의 회 복"이라는 명제인데, 이 관점에서 사역의 모든 부 분들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들이 었습니다. 농촌목회연구원도 그렇게 시작하신 건가 요? 이곳 보광교회와 함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공 동체가 바로 농목연입니다. 제 신학교 은사이신 양용의 교수님이 80년대 중후반에 강원도 8개군 을 답사하면서 교회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보고서 를 만드셨는데, 우리 농목연의 교회들이 이렇게 답사를 통해 세워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농촌목회 연구원이 91년 4월에 첫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농 촌 목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고, 말씀으 로 세워가기 위해 모이게 되었죠. 이 시골에 교회 제33호 11

에스라 人 을 찾아서 는 개척됐지만 개척된 교회가 지속적으로 이 사역 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있지 않고서는 불 가능한데 농목연이 바로 그런 공동체입니다. 농목 연이 올해 20년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의 은혜입니다. 20년 동안 목회자 부부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모임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은데,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양교수님의 지속적인 가르침과 모일 때마다 묵상과 사역에 대 해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일하는 가운 데 이런 은혜가 부어진 것 같습니다. 양교수님은 지금도 격주로 오셔서 강의해주시고, 다른 한 주 는 회원 교회를 순회하면서 그 교회 사역자 부부 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기도제목을 같이 나 눕니다. 10년 전만 해도 품앗이처럼 그 교회에 필 요한 노동을 많이 했었어요. 농목연 안에서 각 교 회의 목회자들은 이렇게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고, 또 이 공동체를 통해서 교회가 사역을 점검 받습 니다. 또한 매년 1월 첫 주가 되면 농목연의 온 가족 이 모여서 수련회를 합니다. 다 모이면 50명 정 도 되는데, 3박4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면 서 지난 1년간의 사역을 공동체 앞에서 점검 받고, 다가올 1년을 공동체를 통해서 계획하고 기도합 니다. 이것이 건강한 교회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 각합니다. 또한 교회가 건강해야 마을에 영향력이 있고,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가 있는데, 이것이 이 곳에 주신 농목연의 귀한 사역입니다. 에스라에는 어떻게 오셨나요? 에스라는 양교수님을 통해서 시작부터 잘 알고 있었죠. 농목연 목회자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안 식년을 가지면서 공부를 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래 서 98년에 2기로 들어왔습니다. 에스라가 지금처 럼 학위과정이었으면 저 같은 사람은 공부하기 힘 들었을 겁니다. 학위보다 성경을 전체적으로 공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목사로서 너무 좋은 기회 라 생각했고, 그 일 년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녀와서 교회의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 었나요? 말씀 묵상을 개척 당시부터 했지만 체계적으로 나눔을 잘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물론 잘한다고 볼 순 없지만 에스라에서 일 년 동안 묵상을 통해 하나님 음성을 듣고, 본문 안에서 인도를 받고, 묵 상과 하나님 인도가 긴밀하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 게 되었습니다. 그때 시작한 일인데, 매주 학교 도 서관에서 윤종하 장로님의 묵상의 시간이란 책을 한 챕터씩 손으로 직접 정리해서 쓰고 복사해 와 서 성도들과 나누었습니다. 지금도 새신자들이 오 면 그때 손으로 정리한 것을 복사해서 함께 공부 합니다. 새신자들은 이걸로 8주동안 저와 만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구원이란 무엇인가" "복음이 란 무엇인가" "하나님 나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렇게 순서대로 책을 함께 읽어나가면서 공부합 니다. 새신자들과 함께 공부해나가면 뜻하지 않은 은혜들이 참 많은 것을 느낍니다. 목사님의 말씀에서 힘이 느껴지는 부분 이 이런 모습 같습니다. 말씀묵상과 노동이 라고 하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을 꾸준하 게 해나가는 데서 바위를 뚫어내는 낙숫물 의 힘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우리 성도들에게도 삶이 복잡하면 안 된다 고 가르칩니다. 우선 복잡한 것은 제가 감당이 안 돼요. 결국 묵상이라고 하는 것이 매일의 단순한 삶 속에서 이어지거든요. 저는 목회를 참 편하게 하는데, 성도들의 가정이나 병원에 심방할 때도 그날 본문을 가지고 말씀을 나누고, 때로는 장례 식 때도 그날 본문으로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선 그날그날 필요한 모든 말씀을 주십니다. 저는 일상의 평범한 삶을 벗어나지 않고 꾸준하게 살아 가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이런 단순한 삶 속에서 묵상도, 설교 준비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강도 사님과 격주로 주일 설교를 하는데다 본문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 설교준비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 본문을 가지고 걸으면서, 일하면서 2주 동안 중얼 거리고 씹고 하는 거죠. 또한 묵상이 참 좋은 것이 이번 같은 경우에 두 달을 깊이 사도행전 속에 잠 겨 지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성경 한권 한권 을 성도들과 함께 묵상해 나가는 것이 기쁨입니다. 이런 삶이 참 좋아요. 묵상을 나누면서 같이 기 12 에스라

도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요. 묵상이 안 되면 어 떻게 삶을 서로가 그렇게 깊이 만날 수 있겠어요? 이렇듯 묵상은 저의 모든 사역의 가장 중심에 있 습니다. 지속적인 묵상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사람 을 만나게 하십니다. 성도들, 샬롬의 집 식구들, 또 잠깐씩 스쳐지나갔던 사람들, 그들과 함께 묵 상하는 그것이 보광리에서 주신 가장 큰 은혜라고 늘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에스라는 제가 이렇 게 묵상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주신 학교예요. 예배에 대해서 우리는 주일 예배를 한번만 드립니다. 어린이부, 중고등부 따로 없고, 모두 모여서 10시부터 12시 까지 예배를 드려요. 먼저 10시부터는 몇 명이 오 더라도 그날 설교할 본문의 흐름을 20분 정도 간 략하게 정리해 줍니다. 본문의 흐름을 안다는 것 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11시까지는 강도사님께 서 하이델베르흐 요리문답을 가르칩니다. 우선은 강도사님도 가르치기 위해 공부해서 좋고, 교우들 도 이를 통해 자라가니까 좋아요. 그러면서 자연 스럽게 예배로 이어집니다. 어린 아이들도 비비꼬 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2시간 을 묵묵히 견딥니다. 엄마들은 애들 붙들고 씨름 하죠. 힘들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들이 그 자리 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란다고 하는 사실 이예요. 아이들은 자랄수록 공동체의 예배 안으로 더 들어오는거죠.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명 안 되지만, 공동체 안에서 이런 아이들이 집중 력을 가지고 그런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시대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자연농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그 전에도 조금씩은 농사를 지었는데, 에스라 에서 공부하면서 자연, 생태, 지속가능한 공동체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그 후 99년에 자연농 업학교에 가서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습니 다. 자연농업의 힘에 대해서는 2002년에 크게 느 꼈습니다. 그때 태풍 루사가 영동지역을 강타했는 데, 하루에 1,000미리의 비가 올 정도로 엄청났어 요. 우리 마을에서만 6명의 사망자가 생길 정도였 으니까요. 모든 길이 폭격을 맞은 듯 다 끊어지고, 전봇대가 쓰러지고, 모든 농작물들이 다 쓸려내려 갔었죠. 3일 동안 교회 성도들을 돌아보고 그 후 에 고추를 심어뒀던 텃밭에 올라가 봤는데, 제 눈 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천 평 정도 고추를 심었는데, 한 포기 고추도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거예요. 우리는 밭을 갈지 않고 고추를 심고, 짚을 구해 와서 고추 심은 부분만 덮 어주고, 나머지는 잡초들도 그대로 두는 자연농법 으로 지었는데, 흔히들 잡초라고 부르는 고마운 풀들과 고추가 서로 엉켜서 단단하게 땅을 움키 고 있어서 하나도 쓸려가지 않은 거예요. 또한 고 추에서 제일 먼저 오는 병이 진딧물인데, 한번 발 생하면 농약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런데 우 리 고추에는 진딧물이 오지 않아요. 그 이유는 진 딧물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인 잡초들이 있어서 고추대까지 올라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진딧물 약을 치지 않아도 고추가 잘 자랍니다. 또 갈지 않 은 딱딱하고 척박한 땅에 뿌리박은 고추는 더 강 하게 뿌리를 내리며 힘 있게 양분을 빨아들입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땅은 식물의 뿌리를 게으르게 합 니다. 신기할 정도예요. 또 깔아놓은 볏짚 밑에 열 흘 후에 가보면 벌써 땅이 푸슬푸슬해지고, 지렁이, 땅강아지, 거미 등 어디서 왔는지 살면서 온갖 농 사에 이로운 일들을 이미 하고 있죠. 그들이 모두 하나님의 농사꾼들이예요. 이런 경험들은 잊을 수 가 없어요. 처음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다들 웃었 는데, 지금은 자연농업을 배우기도 하고, 같이 농 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성도나 마을 주민들의 삶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 어요. 제33호 13

아들인 안호준 목사가 신대원을 졸업할 때 쓴 논문이 있는데요. "땅과 자연농업에 대한 성경적 고찰"이란 논문인데, 자연농업에 대한 결론 부분 에 이렇게 썼습니다. "어찌보면 자연농업은 무한 경쟁시대의 크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는 농사인지 모른다. 자연농업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빠르고 편리한 것보다 느리 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농업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자기부인의 정신을 농 업터전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이다. 이 시대 예수님의 자기 부인의 정신은 대량생 산과 최대한의 이윤창출이라고 하는 도시의 구호 와는 반대로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삶으로 인도한 다. 자기를 비우심으로 다른 이들에게 풍요로 움을 선사하신 예수님처럼 최소한의 것을 누리며 여분의 것을 나누는 삶이야말로 성경이 제안하는 바른 삶이며 자연농업이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다. 요컨대 자연농업은 하나님의 회복의 비전을 따라 죽어가는 땅과 인간을 살리는 농법이고, 창조주의 인류를 향한 문화명령의 참 실현으로써의 농법이 며 개발과 발전을 주창하는 도시 역사에 대항하는 자기 부인적 농법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러한 성경적 근거에 비추어 자연농업이야말로 농촌에 사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존재 방식이 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농업도 단순하게 일이 아니라 깊은 의 미를 가진 삶으로서의 농업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 습니다. 내년에 아들 가정이 들어오면 자연농업, 숲속학교 사역을 같이 하면서 생각들을 다시 정리 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샬롬의 집에 대해서 20년 전부터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가 있는데 요.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해서 현재는 저 빼고 세 분이 계십니다. 알콜중독으로 삶의 막 다른 골목에 계셨던 분들인데, 이곳에서 함께 묵 상하고, 운동하고, 일하는 가운데 회복되신 분들 입니다. 이분들을 통해서 제가 많은 은혜를 누립 니다. 함께 일하면서 힘이 들기도 하지만 너무 재 밌어요. 알콜 중독이라는 것이 쉽게 회복되지 않 아요. 처음엔 몰래 나가서 술을 마시는 일도 많았 어요. 다 된 줄 알았는데, 몇 사람 돌아가서 술 먹 고 다시 입원하고, 다 죽게 돼서 다시 오고 하는 일들이 많았죠. 좌절하기도 하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요. 그런 모습이 나올지라도 하나님께서 조금씩 변화시키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분 이 20년 정도 되었는데, 그분이 지금은 정신지체 인 청년을 돌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될 정도로 많이 회복되셨죠. 또 한 분은 18년 전에 이혼하고 다 망가지고 죽기 전 에 우릴 만났는데, 여기 들어와서는 술 한 잔도 안 마십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분 방 전체가 술병이 었어요. 자루를 가져가갔는데 빈 병이 몇 자루나 나왔어요. 누워있는 자리 빼고 모두 술병이었죠. 그런 분이 여기 들어와서 3년 살면서 회복되고, 가정도 회복되었어요. 그분 따님이 독일에서 유학 중인데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어서 잠깐 한국 에 들어왔을 때 저희 교회 방문해서 열흘간 있다 가 가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지금은 이곳에서 중 요한 역할을 합니다. 샬롬의 집에는 매일 아침 묵상, 운동, 노동 외 에는 다른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오전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다들 자유시간입니다. 이 렇게 함께 부대끼면서 회복되어져 가는 겁니다. 말로는 설명이 다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자연 속 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제가 경험으로 알 고 있습니다. 저는 십대 때 이미 몸이 많이 상했고, 늘 일 년이면 한두 차례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몸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이 자연에서 묵상하고, 운동하고, 일하면서 회복되었습니다. 샬롬의 집 식구들도 마찬가지죠. 저분들은 이제 제가 없어도 14 에스라

기본적 생활을 할 정도까지 되었는데, 이 정도만 도 신기할 정도예요. 숲속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13년 전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가 학생들이 없 어 폐교되고 난 후 어린 자녀가 없던 이 보광리에 몇 년 전부터 귀한 어린 생명들을 많이 주셨어요. 교회 안에 있는 젊은 부부들과 함께 점점 세속화 되는 시대 속에서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지 고민하고 마음을 나누 면서, 몇 년 전부터 매주 토요일 부모와 아이들이 숲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부분적으로 숲속 학교를 했었는데, 올 3월부터 숲속 학교를 개교해서 매일 숲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귀하게 주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마 음껏 뛰놀면서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경험하 는 가운데 균형 잡힌 모습으로 자랄 수 있도록 관 심 가지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가운데 교육은 교회 공 동체에 있어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 면 에서 고민을 하는 가운데 제가 먼저 자연을 경험 하면서 회복됐고, 또 그 안에서 매일매일 샬롬의 집 식구들과의 삶을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 안에서 하나님의 허락된 은혜를 많이 누렸죠. 이런 은혜 를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경험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적, 지적, 감성적, 신체적인 면 등 이런 모든 부분들은 인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연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이런 영역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겠다 고 생각하면서 시작했어요. 이 숲속 학교의 교실은 숲속이고, 교재는 자연 이고, 하나님이 교사가 되시는 곳이예요. 숲속 어 린이집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은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자연을 통 한 배움이 어린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도 경험되어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자연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만들어 놓으신 배움 터이자 생명 나눔터인 것이죠. 후배들에게 자주는 못 가지만 가볼 때마다 에스라에 있는 분들의 얼굴이 아주 행복해 보여요. 지금 2학년에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재밌냐고 물어봤는데, 힘은 들지만 재밌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참 좋았어요. 결국 모든 것이 삶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일상의 삶 구석구석이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아가 야 하는 거죠. 에스라의 후배들은 성경과 복음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교수님들에게서 가르침 받고 있으니, 그와 더불어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기도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삶이 깊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 사람, 작 은 일 하나를 아주 소중히 여기시는 목사님 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가족들, 교회 성도 들, 농목연 동역자들, 샬롬의 집 식구들, 숲 속학교의 아이들, 밭의 농작물과 잡초들, 숲의 나무와 풀들,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대 하지 않으시고 마음을 다하시고, 다른 이의 말에 힘을 다해 귀 기울이시는 모습 속에서 영혼의 작은 떨림이 전해졌습니다. 또한 단 순하지만 중요한 것을 삶에서 매일 반복하 며 몸으로 살아내는 가운데 얻게 되는 힘 이란 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 니다. 목사님께서 계신 보광리, 그 위로 "대 관령 바우길"이라고 산을 따라 트래킹할 수 있는 멋진 길이 있는데, 바위가 많아서 강 원도 사투리로 바우길이라더군요. 목사님의 모습에서 마치 산의 바우를 보았다면 과장 일까요? 누구도 찾지 않는 숲 속에서도 힘 을 다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나무들처럼, 하나님 주신 자연과 숲에 둘러싸여 날마다 묵상하 며, 노동하며 단순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에 진한 그리스도인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33호 15

동문회 특집 에스라 홈커밍데이 낙엽이 떨어지는 길목에 에스라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었습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떨어지는 낙엽들, 따스한 햇살, 좋은 사람들... 결혼 후 오랜만에 찾아온 친정집처럼 그 자리는 한마디 하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기수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며 잠깐의 시간이지만 옛 추억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 습니다. 에스라에서 공부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재미있었던 일들을 나누다 보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특별히 올해 홈커밍데이는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있어 좋았습니다. 학교에 들어와서 성경을 배웠지만 실제적인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재학 생들에게 졸업생 선배님들의 삶이 묻어나는 선택세미나는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에스라에서 배운 대로 살기위해 애쓰시는 선배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시간 이었습니다. 개척교회, 농촌목 회, 성경공부, 여성교역자, 선교, 성경적 자녀교육, 성경묵상등 사역의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강의에서 하나님 앞에서 잘 살고자 노력하시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가진 하나 됨의 시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분 자리를 지켜 주었습니다. 마무리를 잘하는 것 이 본인의 은사라고 소개하신 윤성운 목사님(10기, 현재 동문회 총무)의 인도로 함께 찬양하고, 일어나 서로 껴안아주고, 기도해주고... 에스라 홈커밍데이는 그렇게 눈물과 기도로 아쉬움을 남긴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따뜻함, 뜨거움, 반가움, 즐거움이 있는 자리... 그 자리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 습니다. 16 에스라

에스라 가족수련회 제주도 가는 길 오수연 사모 (3기 문정욱 목사) 8월 첫 주부터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둘째아이는 여름성경학교와 무리한 운동 으로 폐렴에 걸려 입원 중이었고 우리는 병간호와 사역에 대한 문제로 기도 중에 있었다. 그런 중에 제주도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후배 목사님으로부 터 이전에 우리를 청빙했었던 교회의 부름을 다시 듣게 되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 였고 결국은 청빙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나님의 인도를 순종하기로 결정 하였다. 결정 후 일은 빠르게 진행 되어졌고, 서울에서의 남은 생활을 잘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우 연히 에스라 이사장님으로부터 '에스라 동문 가족 수련회' 권유를 받게 되었고, 시간적으로 물질적 으로 여유가 없어 고민했지만 새로운 사역지로 향 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휴가로 알고 기 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먼저 선교사역을 오래 하 신 정민영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고 아이들 은 돌보아 준다는 말에 여러 가지 부담을 내려놓 고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었다. 역시나 3박4일의 시간은 너무나 감사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여러 모양의 사역자들이 모인 중에 같은 소망을 가진 자로 그 자리에 초대 받았다는 사실이 행복 했다. 정 선교사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몸과 마음으로 반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 다. 그 모습은 나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 모인 우리 모두의 모습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큰 목소리와 많은 말로 말씀을 전한 시간들 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선교현장에서의 화 려한 경력을 자랑삼아 하나님의 이적들을 전해도 부족함이 없었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빌 립보서>를 본문으로 한 '삶을 낭비하지 말라'는 메 세지는 수련회가 끝나는 즉시 사역지를 향해 비행 기를 타야할 우리 부부에게 들리는 하나님의 음성 이었고, 결단해야 할 순종이었다. 순간순간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헌신의 다짐과 뜨거운 눈물의 고 백을 하게했다. 특히 개혁가 얀 후스의 비문에 새겨져 있다는 글 은 강한 감동을 주었다.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서로에게 진리를 요구하라'... 이 명언은 묵상 나눔을 함께 하던 지체들을 떠올 리게 했고, 진리로 말씀 가운데 바로 서서 늘 생명 력 넘치는 삶을 살도록 함께 나누고 싶은 간절함 을 갖게 했다. 또 새벽마다 조원들과 함께했던 G.B.S도 너무나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창세기 10~12장 말 씀을 서로의 눈높이가 다르지만 깊이 있게 보면서 나눌 때 크고 깊은 진리의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 을 갖게 하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그 때의 그 감동과 은혜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지만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다. 물론, 우리 가정은 수련회 이후에 이 곳 제주도로 내려와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부어주신 하나 님의 은혜를 체감하며 두렵고 떨림으로, 예비하심 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새벽별의 반짝임을 사랑스럽게 바 라보며 조심스럽게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제33호 17

에스라의 보수교육 11기 이상대 목사 "청년 지체들에게 휴가를 수련회에 쓰라고 외쳤던 것처럼 지금 휴가기간을 수련회로 보내고 있다. 에스라 온가족 수련회! 정민영 선교사님의 빌립보 서 강의를 통해 하나님 나라 지평을 넓히며, 귀한 분들과의 교제를 통해 공동체 지평을 넓히며, 식 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가족 사랑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귀한 시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 ~^^" - 수련회 둘째 날(8월17일) 오후 6:48 페이스북에 남 긴 글에서 - 선교단체 간사로 일하는 청년부 자매를 보면서 부러웠던 한 가지는 지속적인 보수교육이었습니 다. 학기 중에도, 방학 중에도 잠시 사역현장에서 물러나 쉼, 성숙, 교제, 하나 됨의 시간을 누리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수련회 소식을 듣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온가족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수련회는 제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선교단체 의 보수교육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했 다고 그냥 각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지 않고, 이렇게 계속해서 관심과 도움을 주는 것을 보며, 에스라는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 심을 회복하며, 흐트러졌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충전과 회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수련회 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먼저 정민 영 선교사님을 통해 들려주신 빌립보서의 주옥같 은 말씀들입니다.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을 돌아보니, "개종자 많이 만들지 말고, 회심자 한 사람 만들자. 군중 많이 만들지 말고, 제자 한 사람 만들자. 내게 속한 교인 많이 만들지 말고, 제자 삼는 제자로 위임하자"는 내용이었습 니다. 결국 한 영혼을 예수님의 제자로 바로 세워 가야 하며, 양보다 질에 더 마음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련회를 다녀오고 두 달이 지났는 데, 돌아보니 주신 말씀 따라 순종하려고 애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영혼을 말씀으로 세우는 일에 최우선순위를 두 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를 주신 하나님 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공동체에 관한 내용입니다. 하나님께 서 주신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 잘 감당하고 있는 동문들과 만남의 시간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가운 데 함께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공동체를 확인하며 용기를 얻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련회 중 에도 식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 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섬겨주시는 분들의 수고 덕분에 아내가 함께 말씀 듣고, 은혜를 받을 수 있 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와 동일한 말씀을 듣 고 나누는 가운데 우리의 다음 사역지에 대한 주 도권도 철저히 하나님 손에 내어드리기로 동의하 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부터 하나님의 주권 아래 마음이 하나되는 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며 마 지막 날에는 집에 가기 싫다고 하더군요. 귀한 은혜의 시간, 충전의 시간 허락하신 하나님 께, 총동문회에, 학교에 감사드립니다. 벌써부터 내년의 제2회 수련회가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한 해 동안도 주신 말씀 따라 열심히 한 영혼 섬기 다가 내년에 더 많은 식구들이 이 귀한 자리에 함 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8 에스라

참 에스라를 맛보다 김현영 사모 (1기 김규범 목사) 고난을 싫어하는 나에게 박용전 사모 (10기 차정훈 목사) 교회 사역을 하면서 힘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말 씀대로 사역한다는 것이 그렇게 평탄하고 순탄하 지만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말씀 앞에 고민하고 있었을 때 갖게 된 '에스라가족수련회'는 나의 삶과 사역에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역하시는 사모님들과의 모임 속에서도 동일하게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면서 주님을 따라 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 었다. 수련회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은 한 영혼을 그 리고 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세우고 또 세 워진다는 것이 많은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사 실이다. 각자의 환경, 형편은 틀리지만 모두들 에 스라 정신을 가지고 살려고 애쓰는 귀한 모습들은 참된 감동이었다. 에스라를 수료한지 어느덧 14 년이 지난 시간들 속에 많은 동역자들이 세워지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또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악기를 통해 서로 연합과 친목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집사님과 괄 사를 통해 곤한 육신에 몸을 치료해 주신 집사님 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드린다. 육아에서 벗어나 가지는 첫 수양회이기에 기대 감이 컸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강의라 약간의 어 색함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금세 말씀의 친화력이 생기면서 제 영혼을 깨우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 히 빌립보서를 들으면서 바울의 삶을 묵상하게 되 었습니다. 감옥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기뻐하며 성 도를 향하여 권면하고 기도하는 바울의 모습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바울의 고백이 어 떤 의미인가를 깨달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 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나는 고난 받기를 싫 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 나고 사모끼리 갖는 모임이 주어졌는데, 사모님 들의 간증은 눈물바다로 이루어졌습니다. 현장에 서 가슴 아픈 사건들을 통해서 이들이 받고 있는 고난들이 느껴졌습니다. '목회가 무엇이기에 이토 록 가슴 아프게 힘들게 고통을 받으며 사역을 하 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교역 자 사모로 섬기고 있는 저에게도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고독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슴 저리도록 아 파하지는 않았는데 라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 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수련회를 마치면 서 감사한 것은 제 안에 고난 받기 싫어하는 제 모 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달려 갈 길을 달 려갔던 바울과 같이 내 삶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 님께 드려야함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 달음과 다짐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귀한 교제 와 나눔을 함께 했던 에스라 식구들에게도 감사드 립니다. 제33호 19

튜터와 튜티 조석민 교수님 'Jo'조 'Joy'라는 영어 단어는 사전적으로 1. (큰) 기쁨, 환희 2. 기쁨(을 주는 것 또는 사람) 3. 성공, 만족을 뜻합니다. 이 단어가 절로 떠올려지는 에스라의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 분의 성함도 '조'자로 시작해서 일까요. 바로 '조석민' 교수님이십니다. 교수님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최강 동안이며, 노랑, 보라 등 원색 계열의 의상도 무난히 소화하고 계실 뿐 아니라, 2010 에스라 장딴지대회 우승에 빛나는 장딴지의 소유자이십니다. 우리에게 아버지 혹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을 주시는 교수님만의 매력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데요. 특별히 바쁜 시간을 쪼개어 조석민 교수님과 그 분의 사랑받는 튜터조 'Jo'조가 만나서 교수님의 인생 여정과 조언을 듣는 만남을 가졌다고 하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지면을 빌어 함께 나누어보 겠습니다. 참석한 튜티들은 김경훈, 김란수, 사은미, 유동근, 유진규, 이경희, 정성주, 조윤덕입니다. 지면상 교 수님은 '조', 튜티들은 'Jo'로 적겠습니다. Jo : 근래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경건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건생활(말씀, 기도, 독서 등)을 위해서 교수님의 노하우나 경험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 : 저희 가정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매일 저녁식사 후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성경을 반드시 읽도록 했 습니다. 구약 한 장, 신약 한 장, 그리고 잠언은 매일 한 장씩 읽도록 했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힘들 어서 싫어하더니 커가면서 괜찮아지더군요. 지금은 저희 부부 둘이서 매일성경 으로 묵상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성경 은 예전 목회생활을 할 때부터 쭉 사용해왔는데, 묵상할 때 매일성경 처 럼 본문을 정해서 같이 읽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매우 유익합니다. 기도의 경우 저는 새벽에 교회로 나가서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기도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 고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기도는 '생각'입니다. 식사하거나 대화 중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나누 20 에스라

는 것도 기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건서적을 고집해서 읽지는 않고요. 때로는 시집을 읽으며 묵상에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도 허전한 마음은 잃을 수 없다~" (웃음) Jo : 참, 교수님은 원래 목회를 하셨나요? 조 : 저는 목회를 염두에 두고 신학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전도사부터 담임목회까지 15년간 목회의 모 든 과정을 두루 경험했어요. 마지막 5년 동안은 단독 목회를 하다가 유학을 떠났습니다. 사실 처음 계획은 신학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유학을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 대 학 3학년 때 결혼을 했는데, 졸업할 때쯤 아기가 생겨서 유학 준비를 잠시 접었어요. 그래도 늘 유학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나이 38세 때 비로소 목회를 접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 다. 유학 기간은 학위 4코스 과정을 다 마치느라 1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학 중에 는 목회를 하지 않고 오직 공부만 했어요. 공부에 집중하려고 일체 한국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심지어 한국인이 없는 영국 성공회 교회를 출석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늦어도 나이가 30대 초반 전에 유학을 떠나는 것이 좋겠고, 유학 중 목회를 병행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Jo : 여기 에스라로 오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조 : 영국에 간 지 2, 3년쯤 되어 석사 학위과정을 마칠 때 에스라에서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 다. 그러나 저희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머물면서 계속 더 공부하기를 원하였고 이런 가족 들의 만류에 저도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이후에라도 다시 에스라에서 불러주신다면 하나님 의 뜻으로 알겠노라고 여겼는데, 박사 학위를 마치고 에스라가 대학원대학교로 설립이 되면서 교수로 일해주기를 두 번째로 제의해 오셔서 확신을 갖고 수락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에스라는 교단 배경의 학 교가 아니고, 성경만 집중해서 가르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보람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Jo : 교수님,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조 : 첫째로 '성경 본문에 정직하게 반응하자.'입니다. 즉, 본문을 정직하게 읽고 해석하고 정직하게 답변하자는 겁니다. 그러기에 저는 일차적으로 정보적인 면에서 학문적인 성과와 결과들을 제가 소화 해서 제 것으로 만드는, 학자들의 결과를 종합해서 제가 가장 신뢰할 만한 것들로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는 것입니다. 둘째로 성경 본문을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성경을 현실 삶에 적용하는 것이지요. 저 는 이 점을 첫째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요. 성경을 아무리 잘 알아도 현실과 관계를 맺지 못 하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성경을 읽는 만큼 그렇게 살라는 말입니다. 그러려면 세상을, 현실 삶을 잘 알아야 하니까 자주 얘기하는 것이 신문이나 뉴스를 보라는 것입니다. Jo : 성경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저희 학생들의 고민은 교단 배경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 다는 현실인데요. 오랫동안 교단 배경을 가지고 공부해왔고, 에스라를 떠나면 다시 교단 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말씀을 대할 때 기존의 것들을 싹 다 비우고 새로 받아들이기 가 쉽지 않습니다. 제33호 21

조 : 대부분 학생들의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교단 배경이 없다는 MA반 학생들도 자 신들이 기존에 배워왔던 내용들을 강의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하니까요. 또한 새로 배운 내용에 대해 거 부감이 생기거나 갈등을 느끼기는 마찬가지구요. 게다가 교단에 가서 이런 내용들을 과연 가르칠 수 있 을까 하는 염려도 있구요. 그래도 제가 바라는 것은 말씀을 정직하게 대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교회 성도들도 성경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저 또한 목회 현장에서 성경 밑에 달린 주석에 대해 궁금해 한다거나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욱 성경 묵상을 하면서도 그만 큼의 PBS(개인성경공부)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회에서도 담임목사와 교역자가 먼저 정기적으로 성 경공부모임을 가지면 좋겠구요. 여러분이 개 교회에 가셔서 성경을 묵상하고 조금씩이라도 읽을 수 있도록, 묵상과 적용을 하는 소그룹 활동하기를 추천합니다. Jo : 교회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는데 성경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는 말씀이군요. 더불어 저희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조 : 에스라에서 공부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좋은 시간을 성경 자체를 읽는데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랍 니다. 성경의 여러 번역본을 통해서 읽어보기도 권하구요. 아울러 다양한 책(문학, 역사, 철학 등)도 읽 어야 합니다. 쉬운 말로 자기가 읽은 책 높이만큼 보게 되는 법이거든요. 제가 추천하기로는, 성경을 읽 다가 쉴 때 다양한 종류의 책(시집, 자연과학, 기독교잡지들의 글이나 사진)을 읽으면서 쉬는 방법도 있 겠구요. 물론 도서관을 잘 활용해야겠지요. 한마디로 성경만 알고 삶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 신학만 알고 성경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 성경만 알고 세상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성경을 알고 이해하는 이유는 세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라는 것, 세상 안의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양쪽을 다 버리지 맙시다. Jo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고, 극 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조 : 제 반쪽의 미래를 잃었을 때입니다. 6년 전, 2005년 8월 31일 이 날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영국에서 제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아들의 나이는 당시 만 스물 한 살이었지요. 아들의 비보를 듣고 정신없이 바로 출국을 하고 그 곳에서 부검을 두 차례나 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상 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그 시기 동안 제게는 슬프고 힘든 기억뿐입니다. 거의 1년 반이란 시간을 사람 들과의 모든 관계를 거부하고, 미워했어요. 사람을 만난다는 게 힘들었지요. 왜 이런 일을 나에게 허락하 셨는지 왜 나만 겪는 일인지 하나님을 원망했고요. 도무지 믿기지 않고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저도 모르게 정리되는 생각이 들면서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이 구절을 실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제가 그동안 강의 했던 그 내용들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더 큰 아픔을 보면서도 위로 받고 극 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했던 강의가 제 삶에서 이루어지는데 아들의 죽음을 통해 제 죽음도 보게 되고 부활의 소망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4년 전부터인가요. 아들에 관해서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 후 제 삶과 인생관 자체가 달라졌어요.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득권을 포기할 수 22 에스라

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같은 고통을 받은 자에게는 위로해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가르침을 위해서 아들을 데려가셔야 했나 하는 큰 물음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Jo : 그래서인지 지난번 교수님 댁에 저희 튜티들을 초대하셨을 때도 마치 아들, 딸처럼 대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교수님의 신앙 여정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조 : 저는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는데요. 초등학교 1학년 땐가 동네에서 열리는 성경학교 소식을 듣고 참석했습니다. 출석상을 노리고 열심히 참석했다가 성경학교 마지막날에 아파서 빠지게 되었죠. 그런데 교회 여선생님이 사과 하나,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심방을 오신 거예요. 거기에 감동을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집안의 반대와 핍박이 오히려 제게는 신앙을 흔들리지 않도록 해 주고, 고등학교 때 목사님을 보면서 신 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장로교인이었던 저는 칼빈도 사람인데 혹시 잘못한 것은 없나 알아보 리라는 마음도 있었구요. 목사가 되려면 가짜 목사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부모님께서는 제가 교회를 개척하자 저희 교회로 나오 시기 시작하셨어요. 지금은 친척들까지 모두 예수님을 믿게 되었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 인거죠. 저는 교수보다는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게 특별한 멘토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책을 통해서 도 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존 스토트 목사님의 책이 그렇구요. 칼빈의 기독교강요에 대한 도전을 하려고 신 약을 전공하게 되고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 었던 것이나, 목회 길을 걸어본 경험 등이 지금의 교수로서 가르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Jo : 마지막 질문인데요. 기억에 남는 에스라 학생이 있다면요? 조 : 조언을 구하러 오는 학생들이 일단 기억에 남구요. 저 또한 학생들이 앞으로의 공부하는 부분에 있 어서 조언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그런데 잘 안 찾아오네요. (웃음) 지금 우리 튜티들이 그동안의 튜티들 중에 다양하고 활발한 팀 중의 하나랍니다. (웃음) 우리 서로 좋은 책은 정해서 같이 읽어본다던지, 좋은 영화를 보러 간다던지, 신나게 놀면서도 지적게임 도 할 수 있는, 그러나 기본적인 성경의 지식(앎)이 꽉 들어차있는 그런 모습이 되도록 함께 힘써봅시다. 참, 이번에 한 번도 못간 산책 갈까요? 이번 튜터와의 만남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튜터와 튜티가 한걸음씩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제33호 23

학교소식 & 동정 교직원동정 이사회 백정란이사장 1. 9월 18일 주향교회 (1기 김규범목사 담임)에 서 오후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2. 제주지역 사역(10월 16-18일) 제주 서남부지역 교회연합회에서 성경묵상과 구원, 성경생활과 가정생활이란 주제로 강연이 있었습니다. 제주 대정교회에서 '바울의 유훈과 성경강해'라 는 주제로 목회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셨습니 다. 3. 11월 20일 소석교회(6기 강재구목사 담임) 에서 추수감사예배를 인도 하셨습니다. 주선애이사께서 뉴욕신학대의 김마리아상과 한 국YWCA연합회의 제9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학교 민경동총장께서는 교수들과 함께 10월 28일 한국복음주의 신학회 제 58차 정기논문발표대 회에 참석하셨습니다. 하실 예정입니다. 레위기를 연구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스라소식 에스라성경강좌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본교에서 에스라성경 강좌가 있었습니다. 재학생도 함께 참석하여 학 기 중의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총장 이취임식 그동안 수고하셨던 김한식총장의 임기 만료로 본 교 이사이신 민경동총장(성서유니온 이사장)께서 신임 총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에스라의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 봅니다. 에스라산행 10월 27일 에스라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총장님 과 교수님, 학생, 직원 모두 하나님의 자연을 만 끽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저녁식사는 이사장님 이 마련해 주신 바베큐 파티였습니다. (모두 행 복^^) 조석민교수는 그리스도인의 세상보기 (대 장간, 2011년)을 출간하셨습니다. 참 그리스도 인에 대한 도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진섭교수는 성경묵상주석 데살로니가 전, 후서 (홍림, 2011년)을 출간하셨습니다. 논문기고-'바울과 율법': 로마서와 갈라디아 서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바울의 율법이해, Canon and Culture 5/2 (2011), 81-121 김필회교수는 11월 4일-5일 (광주 빛과 소 금교회), 11월 12일 (부산 성산교회)에서 '에스 겔 어떻게 묵상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습니다. 김덕중교수는 레위기; 성소에서 만나는 거 룩하신 하나님 (킹덤북스, 12월 예정)을 출간 2012학년도 1학기 공개강좌 기간: 2012. 3. 5 ~ 6. 4 (12주) 구약- 김덕중 교수 / 신약- 양용의 교수 에스라 동문 장학금 에스라 총 동문회에서 9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 하셨습니다. 받은 사랑이 더 풍성한 사랑으로 자 라날 것을 기대 합니다. 섬기는 이들 이사장 : 백정란 총 장 : 민경동 이 사 : 권춘자, 김명주, 도문갑, 윤경호, 이석우, 이성철, 양인모, 주선애 감 사 : 박현순 법 인 : 김진선 교 수 : 김덕중, 김필회, 양용의, 이진섭, 장미자, 조석민 직 원 : 김정만, 박용현, 이동화, 이성숙, 장재훈, 최순이, 최정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