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5 년 10 월 29일(목) 14:00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 기조발제 : 한상진 (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 토론 :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조정관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최영진 (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주최 :
차 례 [발제문] 1 -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한상진 /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토론문] 15 - 혁신의 시작은 철학이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약무( 若 無 )혁신 시무( 是 無 ) 새정치 연합 - 역사적 맥락과 혁신위 제안의 검토 조정관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당 혁신의 기본과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최영진 /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참조 자료] 37 - 안철수의원의 당 혁신 기자회견문 - 혁신위원회 기자회견문(요약)
발제문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발제문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한 상 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들어가는 말: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역사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그야말로 전면전이고 총력전이다.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시정 연설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강력한 의지와 어휘로 천명했다. 국민 홍보전을 직접 선두 지휘했다. 여권을 향해 자신의 뒤를 따르라 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주무부서 교육부 장관은 국정 교과서 집필의 총대를 멜 모양이다. 집권당 새누리당은 정부 방침을 강력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은 당장 장외투쟁에 돌입하여 촛불을 들었다. 이로서 우리나라 만성적인 고질병, 정치분열이 더욱 깊게 곪아 터지고 상호비방, 인신공격, 낙인 찍기 의 암세포가 온 사회에 퍼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거대한 블랙홀이 사회를 휩쓸면서 우리 모두를 비참한 패자로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오늘의 대결정치 배후에는 각기 다른 정치공학이 작용한다. 대통령이 국정화 라는 미끼 로 야당의 투쟁을 유인한 것도, 새정연이 이 미끼를 덜컥 물고 전면전을 시작한 것도, 2016년 총선을 앞둔 나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에 얽힌 정치 방정식 은 꽤 복잡한 것 같다. 누구도 미래가 어떠할지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오늘의 토론이 이루어진다. 목적은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을 탐색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전면 대결의 시국에 무슨 야당 혁신인가? 일치단결하여 싸워도 힘이 모자랄 지경인데, 무슨 논쟁인가? 김 빼는 행동 하지 말라! 전력을 한데 모으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오늘의 역사전쟁에서 밀리면 야당의 존재이 유가 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시국이다. 비장한 각오로 싸워야 할 때다. 그러나 어떻게 싸울 것인가? 사실, 발제자는 해외 강의를 마치고 10월 27일 - 3 -
귀국한 상태이고 이 글을 쓰면서 오늘의 불확실성에 마음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의 발제가 과연 시의적절 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소 혼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입장은 분명해야 하고 논리는 정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증이 가능한 오늘의 판단 착오는 훗날 교정할 수 있지만 검증이 모호한 발제는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 따라서 발제자의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뇌가 빈약하고 고집과 집착이 강해 소통을 할 줄 모르지만 승부를 겨냥하는 정치적 계산은 빠르고 상 당히 정확한 정치인이다. 이 계산 안에는 제1야당의 능력에 대한 평가와 기대치가 있 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새정연이 현재의 새정연이 아니라면, 즉 국민대중과의 공 감지수가 높은 정당이라면, 애당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손에 넣고 만지작거릴 뿐 실 제로 꺼내기는 힘든 카드다. 결과가 너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1야당의 능력 은 한계가 뻔하다. 야당과의 전면 대결은 여권 안의 정국 관리와 다음 총선에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계산이 맞을지, 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 역사는 인간의 예측을 빗나간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두뇌가 있다면 생각해볼 쟁점은 있다. 만일 집권세력이 국정화의 강공 드라이브로 야당과의 전면전을 유인했다면, 여권의 기대에 부합하는 제1야당이 반응은 혹시 함정 에 빠지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발제자는 이런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이유는 간명하다. 집권당과 제1 야당은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다른 규모의 지지세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빼 고 이 쪽도 아니고 저 쪽도 아닌 상식을 갖춘 시민, 적어도 50% 정도는 될 것으로 추 산되는 침묵하는 다수 시민의 눈에 여당과 야당은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 서로 정권을 획득하고자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같지만 국민을 분열시키는 적대적 공생의 정치로 티 격태격하는 초록동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우위가 없다. 견고한 기득 권의 양대 축으로 군림한다. 따라서 국민 다수는 적대적 공존의 정치 체질에 염증을 느끼는 마음을 은연 중에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여야는 주기적으로 정면충돌 의 길을 택한다. 그러면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되어 모든 것을 빨아드리기 때문이다. 모든 쟁점이 급속도로 정치화되고 이념분쟁의 소재로 전락하면서 익숙한 정치경로가 재연된다. 처음에는 변화를 선호하던 시민, 정부여당에 경각심을 갖던 다수의 시민이 만연되는 색깔 덧칠, 이념공방, 지역감정의 피로감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관심을 철회 - 4 -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결국 국민 다수는 안중에 없는 조직화된 양대 세력 사이의 적나라한 싸움으로 변한다. 이런 싸움에서 야당이 우위에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이런 전쟁에서 얻은 노하우가 많다. 상당한 자신감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즉 현재와 같은 체질의 새정연과 싸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고 생각한다. 한 보기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이 비극적 체험에 쏠렸던 국민적 관심과 연대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을 만큼 도도한 외침과 각성으로 분출되 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과는 초라해진 면이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자신 을 포함하여 정부여당의 조직화된 무책임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새정연은 과연 자 유로운가? 문재인 당시 의원은 광화문 단식에 동참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치협상 에 뛰어들었다. 새정연은 세월호 문제 해결에 온 힘을 쏟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 나 사실은 국민적 관심과 호응의 대상이었던 세월호의 상징을 정치화, 이념화, 양극화 시킨 결과를 낳은 데 일조했다. 무슨 말인가? 만일 새정연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세 월호 유가족협의회가 중심에 서고 시민이 협력하여 정부여당을 상대로 싸우고 협상할 수 있도록 제1야당이 시민사회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더라면, 결 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정연은 전면전의 운동권 체질이 강하고 이에 이골이 난 정치인들이 당을 이끌고 있다. 이것이 전투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두뇌의 빈곤, 당과 대중을 격리시킨 측면이 있다. 시쳇말로, 전술은 있 지만 전략이 없다. 더욱이나 이론은 생각도 못한다. 발제자는 이런 눈으로 야당의 혁신 문제를 검토하고자 한다. 모두에 적었듯이, 싸움 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육해공군 전투가 아니고 역사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두뇌가 있 어야 하고,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단순한 흑백 논리,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과신, 상대의 나쁜 동기 등을 너무 믿으면 지능게임을 할 수 없고 결국 패한다. 무엇보다 상대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혁신의 출발점 혁신은 엄격한 자기 반성, 성찰을 요구한다. 모든 잘못은 상대에 있고 나는 선한 의 지로 최선을 다했다 는 식의 상투적 합리화는 혁신과 어울릴 수 없다. 오히려 비판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릴 때, 혁신의 문은 열리기 시작한다. 정부여당이 남용하는 종북 낙인 찍기를 보자. 이에 대한 새정연의 대응은 다분히 수세적이다. 마녀사냥 같은 행태 - 5 -
를 비난하거나 우리는 종북이 아니다 는 입장으로 방어한다. 종북 프레임프레임 자체 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을 방어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 에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이런 현상은 상대가 악의를 가지고 (정치는 악마 와의 싸움 이다) 종북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이념 성향이나 사고방식, 정치행태, 문화 등 을 새정연이 확실하게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전쟁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은 10월 27일 시정연설에서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서술돼 있다. 고 말했다. 엄청난 발언이다.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이런 낙인 찍기에 대하여 새정연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니다! 우리나 라 역사교과서는 역사인식의 보편적 가치인 다양성 존중과 토론을 통한 검증, 성찰적 판단을 지향하는 훌륭한 교과서다! 또는 역사학자들의 누적된 연구성과에 기초하여 기술된 역사 교과서는 우리 시대의 양식을 대변한다! 이런 방식으로 역사교과서를 옹 호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여권의 프레임을 적어도 묵시적으로 받아드리는 선에서 정부여당의 숨겨진 의도를 폭로하는 전술을 택하고 있다. 물론 대 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시대착오적이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중대한 과오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려는 것은 합리적 토론 이전의 원시적인 이념공방의 수준에서 잘못된 역사교과서와 역사수업의 문제점을 구체 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정부여당과 비교할 때, 대통령의 잘못된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새정연의 프레임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역 사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 역사서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했 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기도 하다. 간추리자면, 발제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국사교과서 국정 화는 발생 경위에서부터 현저히 다른 사건이지만 시민의 양식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는 점에서 비슷하다. 상식을 갖춘 깨어 있는 광범한 시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그런데 이 잠재력은 정치적 오염으로부터 벗어날 때 제대로 꽃필 수 있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대결을 하면서 세월호의 국민통합 상징을 정 치적으로 오염시킨 것으로 실수는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역사교과서의 경우, 일차적 행위주체는 새정연이 아니다. 역사학자를 핵으로 한 교육자, 연구자, 시민, 학 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중요하다. 우리사회를 보면, 1970년대 유신체제의 획일적 교육의 악몽을 기억하는 세대가 노 년층에 합류하고 있다. 1980년대의 민주화 세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할 가능 - 6 -
성은 크지 않다. 아울러 세계문화가 자유롭게 소통되는 오늘의 젊은 세대가 역사교육 의 획일화에 찬성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만일 정치의 오염을 피할 수 있다면, 시민사 회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 민사회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부당한 간섭이나 억 압에 대해 맞서는 후견인 역할을 제1야당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시민사회를 직접 앞에서 이끌겠다는 터무니 없는 과욕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시민사회 를 존중하고 옹호하는 정치적 공론장을 활짝 여는 것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다. 이런 당 혁신은 시민사회와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하다. 역사학이라는 학문도 그렇지만 역사학자는 국가정체성을 지키는 학문의 보루로서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격이 강하다. 역사학자의 90%가 좌익이라는 주장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심지 어 조선조 말 위정척사 운동이 좌익 정치활동의 출발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쯤 되면 색깔 공세가 이헌령비헌령 ( 耳 懸 鈴 鼻 懸 鈴 )의 극치인 셈이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조선 조는 곧 좌익정부라는 뜻이 된다. 이런 시대착오적 보수와는 아무 상관 없이 역사학자 는 좋은 전통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이 뚜렷하고 자긍심이 강하며 합리적 보 수적 성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대통령 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오늘의 지배적 여권 행태가 합리적 보수로부터 멀리 이탈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 지점을 예의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신중한 판단과 행동이 요구된다. 이념대립의 체질이 강한 새정연은 특히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이들이 근시한적인 정치적 타산으로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익숙한 국 론양분의 경험에 비추어 역사전쟁에서 이기거나 적어도 손해보지는 않는다는 여권의 계산에 말려들 위험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 계산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오늘의 민감 한 정치국면에서 야당 혁신을 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의 두 차원 혁신은 구호가 아니다. 잘못된 체질을 고치는 것이 혁신이다. 당연시된 고정관념과 이로부터 연유한 과오를 깔끔히 청산하는 것이 혁신이다. 세월호의 경험을 다시 보자 면, 국민통합의 귀중한 상징을 퇴색시킨 정부 여당의 조직화된 무책임을 비난만 할 것 이 아니라 새정연도 책임을 통감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질개혁을 단 행 하는 것이 곧 혁신이다. 즉 혁신은 잘못된 과거의 청산이다. - 7 -
우리는 이런 혁신을 초보적 혁신, 일차적 혁신, 또는 비정상적 체질을 정상화시키는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이기도 하다. 사실, 세상 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데 새정연은 낡은 이념의 체질로 지난 10여년을 허송 세월 했다. 때문에 따라잡기 혁신 이 요구된다. 사회과학은 흔히 문화지체를 거론했지 만, 제도지체, 리더십지체, 소통지체, 상상력지체 등 다양한 결핍이 발견된다. 당 안에 누적된 과오, 단견, 장애 등을 정확히 잡아내 제거하는 작업이 일차적 혁신과제다. 이 과제는 당 체질의 선진화라기보다는 정상화에 가깝다. 즉 당의 실질적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새정연은 이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수행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제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의 유리한 국면 에서 패배했고 그 뒤로도 이길 가능성이 높았던 선거에서 연속 패배의 고비를 마신 새 정연이 혁신의 돌파구를 열려는 시도를 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정 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은 문재인 당 대표가 위촉한 혁신위원 회다. 여기서 나온 혁신안은 일부 당무회의, 중앙위원회 등의 의결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들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인가에 대해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때 문에 발제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다만 지적할 것은 당 혁신의 과제가 정치공학적인 과제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산이 요구되는 당의 누적된 과오에 대한 처방이 없었다는 것이다. 혁신의 기초가 부실했다고 평할 수 있다. 혁신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같은 실수의 반복을 피하려는 굳은 의지의 산물로 나올 때 사람들에게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혁신위는 과거에 눈을 감았다. 따라서 혁신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고 제안된 제도의 실제운영이 어떻게 나타날지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심지어 혁신의 완장을 차고 공천 규칙을 지휘하고 특정인의 정치적 거취까지 강제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건 혁신과는 반대되는 특권의 행태다. 다른 하나는 혁신위의 위상에 관련된다. 쉽게 말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혁신을 보지 않고 당의 권력주체의 시각을 택했다는 것이다. 당대표가 설정한 울타리 안에서 행동 하면 혁신위가 실패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사실, 발제자가 책임졌던 18대 대선 평가도 같은 문제에 부딪쳤다. 대선을 지휘했던 당 주류는 선대위의 관점에서 대선을 평가해주기를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대선평가 위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대선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광범한 국민 설문조 - 8 -
사와 함께 당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선대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도 수행 했다. 이를 통해 문재인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및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 를 명확히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혁신위는 객관적 방법론, 즉 국민의 눈 높이 를 검증의 잣대로 활용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당권 세력, 특히 당 대표의 눈 높이에서 혁신위를 운영한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혁신은 과연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제도개혁인 가, 체질개선인가, 공감개혁인가 밀어 부치기 개혁인가, 절차정의인가 실질 정의인가 등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혁신위가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기 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 혁신에 관하여 무엇이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가? 답은 자명하다고 생각 한다. 간략히 말해,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만 민주정당 의 기초인 자유로운 공론장을 넓게 여는 것이 해답이다. 역사전쟁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여권의 낡은 권위주의, 획일주의와 분명히 다른 자유토론의 정치토론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이것이 곧 일차적인 당 혁신의 과제다. 이를 통해 제1야당이 집권여당 의 우위에 설 수 있다. 이런 정치철학과 윤리로 시민사회의 자기표현을 지지하고 옹호 하며 과욕을 절제하면서 시대 양심과 함께 가는 것이 당 혁신이다. 왜 이것이 중요한 혁신인가? 당의 뿌리 깊은 운동권 정치 체질의 극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요구한다. 적대적 공존은 전투적 행위를 부른다. 그러나 자유로운 공론장은 상식을 갖춘 시민 대중과의 대화를 지향한다. 과잉 감정 대신 조용한 감동의 물결을 이끈다. 사실, 이것은 자명한 정치상식이다. 이미 확립되어 있어야 할 민주정당의 토 대다. 특히 민주화의 공적을 남긴 야당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새정연은 오늘날 낡은 진보의 틀에 갇혀 있다. 낡은 진보의 부작용 낡은 진보는 원래 진보진영의 역사철학 또는 세계관에 깊게 내장된 것이었다. 흑백 논리, 선과 악의 도식적 구분, 적과 동지의 적대적 대립으로 특징 된다. 자신은 선을 대변하고 상대는 악을 대변한다는 이분법이 인식을 좌우한다. 때문에 자신의 오류가능 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된 결과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지 않고 환경의 변화, 상황의 특수성에서 찾는다. 서구에서 보자면, 1960년대 이래 구 소련의 - 9 -
모순이 분명해졌을 때, 낡은 진보는 그 원인이 정통 좌파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교조적, 독단적, 폐쇄적 진보 노선이 이른바 정통 의 이름으로 합리화 되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진보는 두 개의 혁신, 즉 발상의 전환에서 나왔다. 신념이 얼 마나 강하던 간에 인식의 오류 가능성을 수용하고, 세계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따라 서 부단한 검증의 태도가 새로운 진보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 았건 간에 행위 (판단, 결정 등)의 결과에 대한 폭넓은 책임 윤리가 진보의 도적적 윤 리적 기조를 이루게 되었다. 진보를 이끄는 힘은 더 이상 특정 신념에 대한 헌신이 아 니라 1) 비판적 대화, 즉 자유롭고 공정한 소통으로 발전했으며, 2) 세계의 불확실성을 깊게 사유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맥락에서 거시적 진보의 신화를 과감히 버리고 다양 한 삶의 위험에 대응하여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생활 정치로 전진했다. 이에 착 안하여 우리는 낡은 진보와 구별되는 새로운 진보의 상을 실용적 진보 또는 성찰적 진보 로 호칭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반해 새정연은 오늘날 낡은 진보가 당권을 장악하여 당의 체질을 이루 고 있다. 새정연을 장악한 낡은 진보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변혁 이념과 행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제1야당에 대거 입성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강 한 응집력이 전파되면서 낡은 진보의 문제점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운동권은 서구 진보 진영이 도달했던 자기반성 이전의 상태에 머물렀다. 독재권력과 대결하던 시기에는 나름의 효용성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부작용이 더 심해졌다. 민생정치를 이끌기에는 준비가 안된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되면서 패권 문화, 패권 계파가 형성되었 다고 할 수 있다. 낡은 진보의 산물인 패권 정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선거에서 아무리 패배를 반복해도 그 원인을 밖에서 찾는다. 자신은 항상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자위한다. 2) 패배의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지 않기 때문에 어떤 책임도 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 다. 실패의 원인이 밖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책임을 밖으로 돌린다. 3) 패권 문화의 한 특징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상대의 실패에 대해 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고 책임을 묻는다. 4) 흑백 논리, 적과 동지의 대립에서 자신은 항상 혁신을 대변하고 상대는 반 혁신, 즉 기득권을 대변하는 것으로 매도한다. 5) 의회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기본 차이를 간과한다. 자유토론을 생명으로 하는 정 - 10 -
당 정치와는 달리 사회운동은 조직 가능한 자원의 최대 동원에 성패가 달린다. 때문에 조직 동원의 전문가, 패권 문화가 당을 이끈다. 6) 진보가 기득권의 논리로 쉽게 변신한다. 진보의 고유한 도덕성, 윤리적 이상은 증발된다. 대신 고도로 권력지향적인 기득권 세력이 진보를 표방하게 된다. 한 보기로, 책임을 져야 할 때 깔끔히 책임을 지는 것 대신 모든 정치공학적 수단을 동원하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7) 비판에 대한 관용 수준이 현저히 낮다. 비판을 소통의 자극으로 삼아 조직을 활성 화시키려는 지혜와 유연성이 거의 없다. 대신 비판을 적으로 삼아 분리시킨다. 뺄 셈 정치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8) 패권적 진보는 배우려는 자세보다 가르치려는 우월감이 강하다. 생활 현장에 밀 착된 자세로 고품질의 정책을 개발하려는 의욕과 노력이 약하다 이상에서 간략히 살폈듯이, 새정연의 고질적인 병폐는 정당정치의 핵심인 자유로운 정치 공론장이 사라지고 패권 문화, 패권 전략이 맹위를 떨치는 데 있다. 따라서 낡은 진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당에서 실종된 것, 그러나 민주정당의 기초로 살아 있어야 할 것, 더욱이나 민주당 60년의 역사에서 최근의 예외를 빼면 항상 살아 있었던 전통, 즉 자유로운 토론장을 다시 여는 데 있다. 당의 혁신 문제도 자유롭게 검증하고 합의를 얻어 실천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당은 이런 민주정당의 기본 원칙을 팽개친 채, 박 수로 만장일치의 의결을 강행하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퇴행적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당연한 지적이지만 당에 만연한 패권 체질의 개혁은 단순한 제도개혁으로는 기대하 기 힘들다. 새로운 제도가 패권의 연장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상존하다. 당 혁신의 일환으로 채택된 제도가 패권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는 많다. 당의 체질 개선은 오직 모범적인 실천이 따르고 그 효과가 구성원들에게 감동과 믿음을 줄 때 가능해진 다. 따라서 낡은 진보 극복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의지와 합의만 서면 이것은 얼마던지 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위한 상위의 혁신 과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상위의 혁신 과제로 전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 체질의 선 진화에 해당한다. 선두주자가 되는 전위적 혁신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혁신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혁신이다. 이런 예는 기술혁신, 기업 혁신, 예술혁신, 사상혁신 등 다양하다. 구습을 깨고 새로운 가치가 끊임 없이 창출된 - 11 -
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기업, 행정, 예술, 스포츠 등만이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의 수많은 보기 가운데 선진화의 모범적인 사례는 1930년대의 스웨덴의 사 회민주당이다. 그 전에는 많은 정당들이 난립하여 경쟁했다. 계급갈등도 심각했다. 이 런 상황에서 사회민주당은 노조의 협력을 얻어 살츠요바텐 협약을 체결하여 노사분규 를 막고 노동성과를 복지에 연결시키는 역사적 대타협을 성사시켰다. 뿐만 아니라 대 기업 노동자의 단기 이익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의 방대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연대임금 정책을 전체적으로 실시했다. 과정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와 토론으로 혁신의 길을 열었고 아직 조직되지 않은 노 동대중이 이를 강력히 지지했다. 개혁이 성공하면서 노동자의 90%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고 조합의 권력도 그만큼 강화되었다. 상호 공존과 이익의 시너지 효과 가 스웨덴을 선진국가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의 사회당은 당 체질의 선진화는커녕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당 혁신도 제대로 못해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5당 정당체제로 불리는 일본정치에서 사회 당은 원래 집권은 어렵지만 개헌 저지선인 중의원 1/3 이상의 의석은 확보할 수 있었 다. 1960년대에는 미국과의 안보조약에 강력히 반대하고 평화운동을 이끈 공적을 남 겼다. 그러나 전후 일본 경제의 부흥에 맞추어 자민당이 국민정당으로 활발히 변신한 데 비해 사회당은 낡은 진보의 틀에 갇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신뢰를 잃었고 제1야당은 초라한 군소정당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한국의 현실에서 볼 때, 정당 선진화의 핵심 과제는 세계경제에 연동하여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실현 가능한 좋은 해답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에 서 유를 만드는 혁신은 있을 수 없다. 성공의 잠재적 조건이 있을 때 이 잠재력을 표면 위로 끌어올려 분열되기 쉬운 집단의 마음을 한데 모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능력 이 곧 혁신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특히 두 가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좋은 경제사회 정책이다.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훨씬 좋다. 그러나 정책이 곧 대중의 지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둘러싼 정 당 간의 경쟁은 항상 유동적이며 모방이 가능하다. 18대 대선 때 민주통합당은 경제민 주화 정책에서 단연 앞섰으나 새누리당은 이를 곧 모방했으며 더 나아가 정책 전달 효 과가 더 우수한 맞춤형 복지 모델 등을 개발했다. 따라서 잡다한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 12 -
당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우수한 정책을 중심으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새 누리당은 재벌경제를 중심에 두고 경제정책을 꾸리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새정연은 사회집단들의 타협과 협력을 동력으로 삼아 새누리당이 모방하기 힘든 공정성장 트랙 을 구상할 수 있다. 사실 정책보다 더 중요한 다른 혁신은 국민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다. 신뢰의 결핍은 공감대의 결핍, 진정성의 결핍, 연대성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유권자 의식의 기층을 구성하는 감성 구조는 몇 개의 정책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와 사회 적 소통의 흐름에서 형성되는 이미지, 기억, 상상, 서사 갈증, 열망, 분노, 조롱 등이 작동한다.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기득권은 한치 의 양보도 없이 챙기면서 다른 계파들을 반 혁신으로 배척하는 새정연의 패권문화로는 어떤 감동도 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국사교과서 국정화의 드라이브가 새 정연 리더십의 위기탈출을 도울 수도 있겠지만, 당의 체질 혁신이 지체되는 한, 위기는 항상 목전에 와 있다. 당 혁신을 모색하면서 우리가 특히 유의해야 할 대목은 여야의 전면전이 만신창이 투쟁으로 번지면서 결국 모두 패자로 귀착된다면, 이에 식상한 대중의 이반이 훨씬 커 질 것이고 제3당의 지형을 크게 넓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오늘의 제1야당 은 현저히 입지를 상실할 것이다. 바로 이 지형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겨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맺는 말 오늘의 정치는 두뇌를 요구한다. 감정의 절제가 필요하다. 시대의 양식에 도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항하여 이들이 던진 미끼 를 덥석 물고 시민사회를 앞 에서 이끌려는 오만과 과신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직접 선두에 뛰어 들면 시민사회의 잠재 역량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이길 수도 있는 싸움을 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재연할 수 있다는 과거의 경험을 깊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신 제1 야당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완전히 상실한 민주정당의 기본가치를 되살려 국민의 신 뢰를 얻는 당 혁신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당의 패권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얻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봉사하겠다는 발상의 일대 전환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 13 -
토론문 혁신의 시작은 철학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약무( 若 無 )혁신 시무( 是 無 ) 새정치 연합 - 역사적 맥락과 혁신위 제안의 검토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당 혁신의 기본과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토론문 혁신의 시작은 철학이다. 김 형 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Ⅰ. 2017년 대선 3대 관전 포인트 1) 정권 교체 10년 주기설 은 유효한가? 1988년-1998년 보수 정권(노태우/김영삼) 1998년-2008년 진보 정권(김대중/노무현) 2008년-2018년 보수 정권(이명박/박근혜) 미국 대선: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 이른바 스윙 주(swing state)가 대 선 결정 스윙 주 설문 조사 결과: 피로감(fatigue)이 생기면 정권 교체 2015년 4월 국가미래연구원 한길리서치 조사(4월18일-21일) 정권 교체 지수(야당으로 교체 47.1%/새누리당 재집권 31.6%) = 1.49 2) 누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할까? 아래 <표>에서 보듯이 87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3당 합당. DJP연대, 노무현 정몽 준 후보 단일화 등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정치 실험을 한 세력이 승리했다. - 17 -
3) 누가 시대정신에 입각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까? 어떤 시대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이 용어는 철학적으로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 을 의미한다. 연세대 김호 기 교수는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당대 가장 긴박한 현안을 풀려는 문제의식 과 고민이 담겨 있는 열린 성격의 것이다. 고 했다. 여기에는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숨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정신 과 시대과제는 다르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분석> 대선 특징 승리 후보 슬로건 투표율 선거 구도 선거 환경 및 선거 이슈 선거 결과 득표수 차이 13대 (1897) 수평적 정권 교체 보통 사람의 시대 89.2 1노3김 (노태우/Y/DJ/JP) 대통령 직선제 야권분열 노태우 36.6% 김영삼 28.0% 김대중 27.0% 김종필 8.1% 1,945,157 14대 (1992) 여당 정권 재창출 신한국 건설 81.9 3자 구도 (YS/DJ/정주영) 3당 합당 보수 분열 (국민당 창당) 김영삼 42.0% 김대중 33.8% 정주영 16.3% 1,936,048 15대 (1997) 정권 교체 준비된 대통령 80.7 3자 구도 (이회창/DJ/이인제) IMF 사태 DJP 연대 여당 분열 (이인제 탈당) 김대중 40.3% 이회창 38.7% 이인제 19.2% 390,557 16대 (2002) 여당 정권 재창출 3자 구도 새로운 대한민국 70.8 (이회창/노무현/권 영길) 여당 국민 참여 경선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 노무현 48.9% 이회창 46.6% 권영길 3.9% 570,980 17대 (2007) 정권 교체 국민성공 시대 63.0 3자 구도 (이명박/정동영/이 회창) 야당 분열 (이회창 탈당) 이명박 48.7% 정동영 26.1% 이회창 15.1% 5,317,426 18대 (2012) 여당 정권 재창출 준비된 여성 대통령 75.8 양자 구도 (박근혜/문재인) 보수 결집 야권 단일화 (문재인+안철수) 박근혜 51.6% 문재인 48.0% 1,080,496-18 -
절대빈곤 시대에서는 성장, 군부 독재 시대에서는 민주주의 달성이 시대정신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현 시점에서는 국민통합, 통일, 성 평등 국가 등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II. 왜 한국 정치에서 혁신은 실패했나? 과학이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경험적 근거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내 어 설명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왜(why)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것이다. 과학 에서는 설명(explanation)과 예측(prediction)은 동일하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을 찾아내면 그것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예외 없이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 는 퇴보를 넘어 나쁘게 진화했다.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혁신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혁신의 본질 외면: 반드시 해야 할 혁신은 하지 않고 혁신 시늉만 냈기 때문이다. 2) 선거만을 의식한 혁신은 선거 때 표만 얻기 위한 인기영합식 혁신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 권 교체를 위한 혁신은 100% 실패한다. 3) 참회와 성찰이 없는 혁신 - 선거 실패에 대한 참회 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세력이 자신은 혁신의 주체이고 상 대방은 혁신의 대상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 포함)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뺏긴 이후 각 종 주요 선거에서 패배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트리플 딜레마 에 빠져 있다. 첫째, 세월호 참사, 성완종 리스트 등 여권의 대형 악재와 정부 실정에도 불구하 고 선거만 치르면 패배한다. 둘째, 야당은 혁신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정작 민 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9월 22 24일) 한국갤럽이 실시 - 19 -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화와 쇄신을 가장 잘 실천하는 정당 으로 25%가 새누리당을, 13%가 새정치연합을 거론했다. 셋째,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해도 야 당 대표와 당 지지도는 전혀 반전의 기미가 없다.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이유에 대한 성찰이 없는 혁신은 허구다. - 국가미래연구원 한길리서치가 지난 4월(4월 18일-2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 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과거에도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 는 절대 고정층 이 15.9%에 불과했다. 반면 과거에도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 는 절대 반대층 은 38.4%였다. 한편, 과거에는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 한다 는 유입층은 14.0%인 반면, 과거에도 지지했지만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 는 이탈층은 24.8%였다. 절대 고정층과 유입층의 규모가 약 30%인 정도이고, 절대반대층과 이탈층의 규모는 무려 60%를 넘었다.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이후 이런 민심의 추이는 크게 변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한 냉혹 한 정치 현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에 대한 견해 ] (Base: 전체 n=1,000, 단위: %) 출처: 국가미래연구원 한길리서치. 정치인 이미지 조사 보고서 (2015. 4.) - 20 -
새정치민주연합 이탈층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 본 결과, 가장 많은 28.9%가 국 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해서 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계파갈등이 심해 서(18.2%), 늘 반대만 하니까(17.3%), 새로운 인물이 없어서 (10.5%) 지역주의에 너무 의존해서(7.4%),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추종만 해서(6.0%), 국회에서 경제 살리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1.8%) 순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 변화의 이유 ] (Base: 전체 n=248, 단위: %) 출처: 국가미래연구원 한길리서치. 정치인 이미지 조사 보고서 (2015. 4.) III. 어떤 혁신을 해야 하나?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위한 혁신 1)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 1960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정치는 박정희 패러다임(산업화)과 김대중 패러디임(민 주화)이 충돌했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진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김대중 패러다임은 2002년 진보 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계기로 노무현 모델로 진화했다. 2017 년 대선은 박정희 패러다임과 김대중 패러다임이 없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혁신의 핵 심은 3P(Polarization. Populism, Power-oriented) 중심의 대결적 민주주의 패 러다임 을 3C(Compromise, Cooperation, Consensus) 중심의 합의 민주주의 패 러다임 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21 -
2) 3대 난치병 을 치유할 수 있는 혁신 한국정치는 상생 결핍증, 집단 기억상실증, 도덕 불감증 이라는 3대 난치병에 걸려 있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정치 제도 및 정치 문화의 혁신이 최우선 과제다. 3) 정치판의 나비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있는 혁신 아마존 강의 보잘 것 없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엄청난 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나비 효과 (butterfly effect)의 핵심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지만 의 미 있는 혁신 실천으로 3대 난치병이 치유될 수 있는 나비 효과가 만들어져야 한다. - 22 -
토론문 약무( 若 無 )혁신 시무( 是 無 ) 새정치 연합 - 역사적 맥락과 혁신위 제안의 검토 조 정 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혹자는 혁신에 대한 논의가 너무 늦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난 제 19대총선의 경우에도 민주통합당은 2월3일에 공천심사위를 구성했습니다. 그 때, 선 거구 협상은 2월에 와서야 최종 타결되었습니다. 이런 일정들이 늦는 것이 정치과정에 서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 한국정치에서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상황에서 현 야당이 정말 혁신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기 바랍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입니다. 싸우는 것은 싸우 면서, 혁신하는 것은 혁신해야 합니다. 아니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I. 민주화 이후 한국 선거/정당정치의 역사적 맥락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 정체성과 위상에 관한 논의입니다. 1988년 제13대총선에서 지역주의 4당체제, 즉 분권적 체제로 시작된 한국 정당체계 는 대통령 선거를 주기로 삼아, 어느 정파가 결국 유권자 중도층을 포함하는 통합의 주도권을 잡아내는가를 중심으로 변화해 왔다. 첫 번째 전기는 1990년 3당합당을 통 한 민주자유당의 탄생이다. 거대한 민주자유당에 대항하여 김대중 세력은 호남 지지세 력과 전통적인 민주당 의 범주를 중심 기반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로 1992년 대선을 치르려고 했으나, 1992년 당연히 패배했다. 명분이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민 주자유당은 가볍게 승리했다. 이 선거에서 김대중세력은 정주영세력과 경쟁하였고 이 념적 중원을 얻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전기는 1997년 DJP연합이다. 김대중 세력이 기 존 호남세력을 기반으로 충청 세력과 온건 보수를 통합하여 만들어낸 선거연합이 그것 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합이 가능했던 것은 김대중이 1996 총선을 앞두고 1995년 여름 - 23 -
혁신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이기택 민주당 을 버리고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라는 신 당을 만들어 면모를 일신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전기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 화이다. 3김시대가 끝나가고 미래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이 시기에 국민참여경선 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출된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기존 정치에 식상한 중도 성향의 제3세력 후보였던 정몽준과 힘을 합하여 승리하는 선거연합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통합정치가 점점 실종되어갔다.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 탄핵의 정치과정에서 보였듯이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대결의 정치도 있었다. 그 덕택에 노무현정부는 17대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성공적인 정 책 주도력은 보이지 못했다. 삶의 정치, 민생정치에서는 별로 진보적 정책을 실현하지 못했지만, 가치를 둘러싼 정책에서는 유달리 중도보다는 정체성의 정치를 몰고가는 노 무현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한나라당의 양극화가 이루어져갔다. 열린우리당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었겠지만, 재보선의 연전연패와 2006년 지방선거 에서의 패배(특히 호남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확인해주었고 그러 한 정치의 실패를 확인해주었다. 2007년 대선에 와서야 급조된 (열린우리당+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의 신 임을 얻을 수 없었다. 민주개혁세력의 정치리더십은 통합보다는 이념이나 정책적 정체 성을 내세우면서 뺄셈의 정치를 운영했고, 고건도 정운찬도 모두 내친 후였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혹은 문제점들은 개혁진영이 이명박 후보에게 완패당하는 원인을 제공하 였다. 보수 진영은 단결되어 있었고 개혁 진영은 지리멸렬했다. 2007년의 대선 완패, 2008년의 제18대총선 완패를 연이어 겪은 후에도 야당은 갈 피를 잡지 못했다. 촛불 정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했다. 정당 개혁은 시도만 했지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2009년 노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후 분노와 야성은 다시 불타올랐지만 도대체 2003-2008년까지 무엇이 잘못되었었는지 반성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야당 지 지는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던 바, 이는 그 스스로의 반성 과 개혁을 거친 결과가 아니라, 이명박정부의 문제, 즉 역시 통합을 버린 일방주의와 민주주의 후퇴 추진 등의 덕택이 더 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리더십의 교체가 이루 어지기 시작했으나 야당은 그 의미를 잘 깨닫고 당 노선을 정비하고 혁신하며 정책과 리더십 대안을 만드는 진지하고 성숙한 고민을 게을리 하였다. 야당이 분명한 혁신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국민은 이명박정권에 대한 불만 과 분노를 쏟아내며 야당을 지지해주었고, 이는 2011년 상반기 손학규의 분당 보궐선 - 24 -
거 당선과 하반기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때 야당은 국민의 뜻을 잘 파악하면서 통합적이면서도 개혁적인 노선과 반민주적 정권에 대한 대중적이면서도 철 저한 반대행동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강하게 세워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 했다. 2011년 10월말 서울 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현상 + 야당선거연합 + 정당-시민 사회단체 연대의 틀을 통한 승리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개혁진영의 착시 현상 을 일으켰다. 특히 야당과의 선거연합 및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승리의 중요한 고리였 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어서 혁신과 통합 이라는 유사 정치단체에게 지분을 내 주는 당 확장, 그리고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연대라는 왼쪽으로의 연대 노선을 지향하 였다. 위에 토론자가 제시한 두 개의 축 중에서 후자 쪽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통합은 통합인데 중도를 버리고 왼쪽을 선택하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19대 총선에서 왼쪽으로의 연대는 그 민낯을 드러냈고, 국민의 지지를 증가시키기 보다는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진보적 인사들의 공천 독점추구, 그리고 기존 정치 인들에 대한 무리한 저평가와 전략 부재(예를 들어 서울 출마를 나선 천정배의 경우), 김용민 막말사태 등에 대한 적절한 대처 부재 등 수많은 오류와 무리수의 결과는 이길 수 있었던 총선을 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 민주통합당은 총선 결과 를 겸허하게 반성하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2012년 6월 9일 혁신과 통합 측의 이해찬의원은 모바일투표 에서의 우세를 토대로 김한길의원을 꺽고 당대표가 되었다. 이미 한참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사태에도 불구하 고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왼쪽으로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2012년 대선 까지 이어지는 문제가 된다. 2012년 여름에 이어진 대선경선에서도 문제는 모바일 이었다. 손학규, 김두관 등은 초반부터 문제를 지적했으나 이해찬대표는 경선을 강행했고 중도 통합적 이미지가 가 장 적다고 볼 수 있는 문재인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었다. 결국 그 상황 그대로 갔다면 그 해 12월은 당연히 2007년 500만표차이 패배의 데자뷰가 되었을 것이다. 오직 그해 9월 안철수 서울대융합대학원장의 출마선언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전기였다. 중도 통 합 이미지의 안철수원장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 일반, 특히 중도 유권자들을 끌 어당겼다. 석연치 않은 야권 후보 단일화과정 때문에 이 엄청난 힘이 온전히 발휘되지 는 않았지만, 안철수 후보의 지원이없었다면 본선에서 문재인후보가 48%의 득표를 하 고, 광주에서 92%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중도 통합이 핵심인 것이다. 전문 가 누구나 지적했듯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문재인 편들기는 오히려 박근혜 후 보를 도와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 - 25 -
2012년 대선의 결과는 분명했다. 과반수를 훌쩍 넘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 했으나 정치가들이 이에 응답하지 못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실패로 이길 수 있는 선거 를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좌절감이 심했고, 결국 야당 정치를 변화시키지 않으 면 안 된다는 열망이 본격적으로 타올랐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저어하였지만, 야 당지지 국민들의 상당수는 제3당의 추진이 당연시되었고, 안철수의원이 그 역사적 책 임을 맡게 되었다. 문제는 신당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입지가 위협받게 된 민주당 정 치인들과 그들의 배후세력이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의 단일 대오를 만들어내기 위한 합당이 이루어졌다. 안철수/김한길대표는 이 때 약속을 했다! 새정치 를 하기로, 즉 정치혁신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민주당 이라는 명칭을 거의 버렸다. 새정치를 이름에 내세웠고 제일 앞으로 내세운 것은 다가오는 2014 지방선거에서 기 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약속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 창당대회에서 약속을 지키는 정 당 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였다. 그러나 통합이 되자마자 새정치민주연합 내외에서 기초 무공천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파상적으로 터져 나왔다. 통합되었으니 이제 신당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이제는 혁신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오래된 민주당식 사고방식 이라고 보면 무리일까? 제 일 앞장 선 사람들이 조국교수 와 문재인의원 이었음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무공 천을 가장 바라고 있는 지역독점정당 지역인 호남과 영남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기초 조직이 통할되지 않으면 광역선거에서도 새누리당과 경쟁할 수가 없다는 식의 반대론이 현역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었다. 운 동권 출신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의 후원자인 소위 진보언론도 가세하였다. 결국 안철 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권리당원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를 통하여 결론을 짓기 로 했다. 4월 10일 조사 결과는, 당원은 다수가 무공천을 반대하고(57.1%) 국민은 찬 성(49.8%)하는 것이었다. 이 당원 조사결과의 배후에는 강력한 기존 민주당 기득권층 의 모바일 동원령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조사결과의 총합은 당원 뜻이 매 우 강하게 반영된 무공천 철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의 핵심 명분은 약속의 실천 이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지 역 정치 독점에 반발해온 호남의 새정치 지지자들에게는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이 중요했다. 따라서 그 약속이 철회된 순간, 새정치 의 정당은 소멸하였다. 새정치민주 연합은 처음부터 정당 개혁과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즉 혁신을 안 한다면 탄생해서는 안 되는 정당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도로 민주당인 것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은 2012 총선 및 대선에서의 민주통합당의 좌측 연대에 그동안 동참하기 어려웠거나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중도개혁세력과의 광범한 통합이었 - 26 -
다. 그런데 만들어지자 말자 이 정당 내외부의 좌편향 정치인들, 투쟁일변도의 정치인 들과 낡은 진보 행태들이 이 정당의 기초를 흔들기 시작했다. 안에서의 무수한 총질 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김한길/안철수 리더십은 우여곡절 끝에 지방선거는 넘어 섰지만, 7.30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책임지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은 이미 지방 선거에서부터 <새누리당 대 민주당>, 또는 <박근혜 대 반 박근혜>라는 구래의 양강 정당 경쟁 구도로 제일야당을 인식하게 되었고 새정치 는 껍데기에 불과해졌다. 7.30 선거에서의 내부 총질은 당내 민주주의로 감내할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물론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력 부족도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이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이 그 정체성에 대한 화학적 합의를 만들어내 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또 이런 콘센서스 구축을 가로막았던 계파주의, 특히 친노 계파와 운동권 정치인들의 정치인식과 행태도 문제였다. 한편 과거에 민주통합당의 좌 측연대로 이익을 보았던 진보정당 및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일단, 그리고 이와 인식의 궤를 같이하는 진보언론 및 지식인층의 담론 등도 이 정당의 정체성 확립을 가로막은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당 바깥에서 자극적인 언사로 훈수하며 실제로는 어 느 계파를 응원하는 유사 정치인-지식인들은 대표적인 문제이다. 또 빠 문화와 거친 언어들로 뒤덮인 온라인에서의 친(?) 야당 네티즌들의 문제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 그 명칭 그대로 연합 이다. 정체성 측면에서 보자면 이념적 스펙트럼 상에 새누리당과 다소 겹치면서 왼쪽에 위치하지만, 극우적인 새누리당을 감 안할 때 상당히 중도에 포진한 것이 유리한 점이고, 우측, 좌측으로 광범한 이념 세력 들을 포괄한다면 당연히 선거에서 유리해진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은 실사구시의 개 혁성 이다.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반개혁적 세력의 반동적 권력 정치의 누적 등으로 인해 여전히 엄청나게 남아있는 개혁의 과제와 해법을 책임있게 제시하고 추 진 능력에 대한 신뢰를 얻으면 된다. 그 개혁의 원칙은 민주성과 합리성이고 목표는 공동체의 포용적 행복과 국가 번영(성장)의 미래 비전이다. 아마도 여기에서 핵심 키워 드는 개혁에 대한 신뢰 가 아닌가 한다. 2014년 7월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에서 국민은 제1야당이 혁신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6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문재인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토론자가 언급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혁 신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도 찾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목표도 부재하고 혁신 안의 토론을 통한 과정도 부재하고 오직 대표의 전위부대화한 혁신위 활동으로 - 그것 도 시간끌기 활동으로 - 화장만 고치고 있다. 그러면서 총선의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 - 27 -
리고 있다. 결국 박근혜정권이 싫으면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안 이하게 이 정당의 지도부는 버티고 있다. 지금 국민 중 누가 이 정당이 지난 4월과 달 라졌고 달라지고 있고 더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가? 사즉생의 각오로 정당 변화를 가져오기는커녕, 이 정당 지도부는 민주당 60년 같은 구닥다리 향수나 꺼내어 스스로 가 기득권 거대정당임을 자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II. 지금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이유에 대한 논의입니다. 정책적 정체성 부분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미 언급했으니 제외하고 몇가지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정당은 관료조직이 아니다. 정당은 결국 뜻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고자하는 조직이므로, 언제나 유권자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생명력있는 선거기구이어야 한다. 그런데 3김시대 이후 정당정치 변화에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관료화 및 카르텔화되는 것에 있다. 이것은 원내정당화, 정책정당화를 진 전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늘 밀착하여 국민을 바라보는 정 치를 발전/유지시키는 데에는 해악이 되고 있다. 높은 액수의 세비와 특전 및 방대한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면서, 그리고 국민들이 챙겨주는 후원금을 접수하면서 국회의원, 의회 스탭, 정당 당직자들이 관료화되고 정당 운영이 유권자들의 민심을 충분히 받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자기 지역구의 살림을 나름 대로 챙기고는 있지만 큰 흐름에서 유권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국가 경영의 대안을 신 뢰할만한 수준으로 내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정당은 공천이 무척 중요하지만, 유 권자들의 참여는 제한적이고, 모바일 경선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은 완전한 불신 수준이 다. 그렇다고 당원들이 정당 운영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호남처럼 전통적 인 지지기반에서는 더욱 그런 부분에 대하여 심한 비판이 있다. 한마디로 반응성 낙 제점의 정당이다. 리더십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말을 바꾸고 말을 실천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리 더십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철회의 가장 심각한 원인이다. 4.29재보선 결과에 대하여 현재 리더십은 아직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내려놓 겠다 라는 말은 하지만 그런 말들은 우리 보통사람이 이해하는 내려놓겠다 가 아닌 것 같다. 야당의 아성이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92%(광주), 89%(전남), 86%(전북)의 지 지표를 던져준 호남민심은 문재인대표에 대하여 처음에는 바꾸라, 내려놓으라 고 요구했지만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로 낙인을 찍고 있다. - 28 -
한국 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대표에 대한 호남민의 선호도 는 이제 8퍼센트까지 추락했다. 박원순 31퍼센트, 안철수 20퍼센트의 절반이하이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무성대표도 9퍼센트를 기록한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호남 민심이 문재인 대표를 이미 비토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60년 을 선전하 고 있는 정당의 대표측에서 이 보도에 대해서 일시적인 현상 이라고 폄하했다는 언론 보도는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민들이 갖고 있는 문재인대 표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핵심은 그가 그를 지지해주었던 호남민심을 이제는 완전 무 시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년 선거 출마예정자들과 그 적극적 추종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호남 유권자들 의 소위 혁신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시간만 지났을 뿐 아무것도 달라 진 것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야기이다. 이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새정치연합을 찍 지 않겠다는 쪽이 훨씬 많다. 광주의 거리에서는 신당 추진 세력의 미약함을 한탄하는 목소리만 드높은 것이 현실이다. 관련하여 정당의 태도와 문화를 논의하고 싶지만 중략하겠습니다. 새정치연합내 일 부 계파나 80년대 운동권 출신 의원들 일부의 교만함과 저질스러움은 이미 지지 유권 자들 상당수가 혀를 차며 돌아서게 하였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물을 흙탕물로 만드 는 이 정당의 좋지 못한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지지를 돌아오게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안철수 의원이 발표한 낡은 진보 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변화를 위 한 당내 토론의 활성화 제안 등은 반드시 실천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때의 김용민 막말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하나만 돌아봐도 충분하다고 생각 한다. 강준만교수의 싸가지 론으로 충분한 논의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언급하지는 않으련다. 이기고 싶다면 겸손해야 한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국민을 가르 치려고 하면 안 된다. 상대가 최악이라고 하더라도 악한 말을 쓰면 그 악한 말은 우리 에게 되돌아온다는 옛 말씀 이야기를 여기에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III. 혁신위원회 의 제안에 대한 평가입니다. 1) 묻고 싶다, 어떤 정당 모델을 김상곤/조국 혁신위는 꿈꾸었는지. 유럽형 당원중 심 대중정당인가? 미국형 의원/유권자중심 정당인가? 전자라면 당원이 소중하다. 그 런데 혁신위 제안에는 당원의 역할은 약화되거나 경시되고 있다. 이래서야 뭐 하러 당 원을 그동안 열심히 모으고 있었느냐고 지금 강호의 선거출마예정자들이 들끓고 있다. - 29 -
그런데 혁신위가 또 제안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방향은 전형적으로 당원중심 정당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모바일 프라이머리는 무엇인가? 또 새누 리당이 받아들이면 국민공천단을 100%로 하고 아니면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한다는 식의 혁신안 은 무엇인가? 새누리당과의 협상 여하에 따라 새정치연합 의 정당 발전 모델이 결정되는 정말 이상한 정당의 개혁안이다. 한마디로 잡탕밥이 다. 정당 발전의 비전이 없는 미봉책이다. 물론 두 개의 정당 모델에서 어느 쪽을 완벽하게 따를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국 정치 현실에 맞추어 일정하게 균형을 맞추어 갈 수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 모델 에서 당대표-원내대표 투톱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사례이다. 그러나 이 혁신 요구가 나온 시점의 시대적 상황을 돌이켜보라. 2015년 2월 9일 전당대회 즈음에 당내에서의 가장 큰 논쟁이슈중의 하나는 당원의 권한을 신장시켜 달라, 전국정당화의 명분아래 호남 당심이 손해를 보고 있다 등등이 아니었는가? 국민선거인단이라는 이름아래 일정 계파가 유달리 강점을 발휘하는 모바일 투표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었지 않은가? 도대 체 당원이 당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고 자발성을 보일 수 있는 여지 를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개혁과제였다. 그렇다고 공천을 무조건 전 당원투표로만 하자는 것을 이 토론자도 주장하지는 않지만, 어떤 영역, 어떤 방식으로 든 당원투표나 당원 의견을 소중하게 받아낼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했던 것이 아 니었는가? 혁신안은 이 정당 내에서 제기되었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아예 무시 하였다. 2) 비례대표의 문제점을 모조리 모르쇠 한 것이 지금 혁신안이다. 19대 총선 이후 비례대표가 일부 이익단체와 진보적 시민단체 및 운동권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은근히 특정계파의 독식물이 되었다는 비판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혁신 도 나오지 않았다. 늘 나오는 외부심사위원 비율의 상향조절이 이런 기존의 비판을 넘어설 수 있는가? 일반 당원 혹은 지지하는 국민이 어떤 방식으로든 비례대표 선정에 관여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여전히 당권자가 유리한, 그리고 계파간 나눠먹기할 수 있는 비례대표 선정의 룰을 제시했는데 이는 혁신 이 아니다. 3)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제도이며, 결국 당권자의 입맛대로 운영될 것이 예상되는 기구이다. 이제까지 총선에서 현직 국회의원의 공천탈 락률이 20%보다 훨씬 높았음을 감안하여 본다면 실효성도 없는 제도이다. 여전히 인 지도 테스트 인 여론조사 결과가 여전히 높은 비율(35%)로 반영되는 점은 흥미로운데, 어차피 이 부분이 가장 변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의 공천 심사시 여론 조사 결과의 비중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면평가(10%)는 이미 공무 - 30 -
원 인사과정에서도 점수로서의 배점은 배제된 심사분야인데 여기에 집어 넣어놓은 의 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결국 당권자 및 당내 주류가 비주류를 압박하는 도구로서 이 위원회를 활용하려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지난 19대총선 당시 외주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했던 민주통합당에 대한 <경향신문>사설(2012.2.4)의 이야기를 일부 옮겨보고 싶다. 외주 공천이 악용되면 특정세력의 패권을 용인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교 훈이다. 외주 공천을 전가의 보도인 양 여기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본다. 그 어떤 완벽 한 제도도 성공 여부는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제도 자체만 으로 완벽을 기할 수는 없다. 각 정당으로선 4년마다 돌아오는 핵심사업을 언제까지 외부에 맡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민경선 확대나 정치자금법 개정처럼 공천 개 혁과 정당의 지속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그것 이 당원을 소외시키고, 지지기반을 허물어트리며, 정책노선을 뒤흔들 가능성을 내포한 외주 공천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다. 4) 시도당의 활성화 혹은 지방 분권화는 좋은 말씀으로 들리지만 앞에 이야기했던 당원 중심이 바탕으로 놓이지 않는다면 말씀으로만 그칠 수밖에 없는 공허한 시안에 불과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기초단체장, 광역, 기초의원의 공천은 많은 경우에 시 도당에서 관리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시도당 운영의 사실상 대주주이다. 그리고 그들이 중앙당을 이끈다. 또 이론상으로는 시도당에서 자발적으로 활약해주어야할 당 원들은 대개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하향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런 실정에 서 시도당에 자금을 더 내려보내봐야 뻔하고, 당직자를 바꾸어봐야 뻔하다. 이런 식으 로는 시도당 활성화는 불가하다. 5) 계파 정치를 없애기 위해서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지역, 세대, 계층, 부문의 대 표로 구성되는 새로운 지도부를 만들고, 사무총장제를 없애고 5본부장 체제로 중앙당 을 운영하겠다는 혁신안은 매우 부적절하고 해당적이라고 생각한다. (1) 물론 최고위원회를 없애고 정당 지도부를 단일성 대표체제로 하려는 시도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이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도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성 지도체제로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애초 구성을 고려하여 생각 한다면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단일 지도체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당 대표 일인에게 순종하는 방식으로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고위원제를 없앤다면 오히려 당 운영에서 소외된 모든 다른 계파들은 당대표를 앞다투어 공격하게 될 공산 이 더 크다. - 31 -
즉 제도 때문에 계파주의가 운영되는 것이 아닌데 혁신위원회는 완전히 오진을 했다 는 생각이다. 당 내 다양성이 각 정파로 나타나는 것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막을 수 있는 특효약은 없다. 우리가 문제있다고 보는 계파주의 는 정파적 다양성이나 의견제 시를 넘어서 당내에서 파벌적 이익을 실현하는 데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계파주의이고, 자제력을 잃고 온갖 파괴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권력투쟁에 나서는 계파주의이다. 이것 은 제도보다는 오히려 문화의 문제, 태도의 문제이다. 문재인대표가 스스로 나서서 친 노계파의 위해성을 감소시켜나가는 언행을 계속하고 노력하면 매듭이 풀려나갈 계파문 제를 최고위원제 폐지로 해결해보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둘째 지역, 세대, 계층, 부문의 대표로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안은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할 때는 적절할 수도 있는 제안이지만, 태생적으로 부분 일 수밖에 없는 정당으로 서는 정합성이 없는 주장이다. 이 안대로 한다면 당내 당원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호남 세력은 기존의 모든 영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만일 이것이 당 대표의 자문기 구라면 그렇게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당무의 결정권을 갖는 대표부라면 당연히 현재의 당내 구성원의 주 세력관계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호남 사람들이 많이 지지한 다면 그 호남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더 많이 표현될 수 있는 정당 운영이 맞는 것이다. 물론 소수파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혁신위 제안처럼 대표 위원회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을 보면 결국 혁신위 그리고 이것을 진행해온 문대표 체제가 호남민심을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가가 드러났다고 본다. 혁신위의 제9차 제안으로는 최고위원회를 대신하는 대표위원회가 당대표 1인, 5개 권역의 대표 5인, 여성 청년 노동 민생의 대표 4인, 당연직 원내대표 1인으로 구성되는 데, 이렇게 되면 호남 대표는 11명 중에 1명에 불과하다. 총선 뒤에 이렇게 구성한다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생각이다.(물론 호남에 신당이 생겨서 그 당이 총선 에서 호남을 차지한다면 남은 분들이 이런 식의 대표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5본부장 체제는 이미 현실 속에서 실현되고 있듯이 결국 당 대표 일인의 독주체 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당은 관료제가 아니다. 5본부장이 균등하게 일하면서 상호 견 제 혹은 보완할 것이라는 바램은 비현실적이다. 한국 정당의 현실에서는 당 대표의 신 임을 받는 한두 본부장이 당무를 주도하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소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점은 혁신안의 본부장은 공천기구에서 배제 같은 내용이다. 물 론 본부장들이 공천기구에 명시적으로는 관련을 맺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당 당 직자 상당수가 공천 과정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들의 평시 업무와 근태를 감독하는 조직 수장들인 본부장들이 어떻게 공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 32 -
토론문 정당 혁신의 기본과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최 영 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o 제도화가 기본이다: 보수당은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 늘 맞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날 새정연에 대해서는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분열의 이유는 무엇인가? 당내 분 파간의 갈등과 대립, 혹은 친노와 비노간의 권력투쟁, 다 옳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당 내 계파가 없어지면 고질적 분열병은 사라질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 지도 않다. 정당도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하위 분파가 없을 수 없고, 오히려 조직적 건강성은 이들 분파간의 생산적 긴장관계에서 가능하다. 계파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 록 하겠다 는 말 자체가 정당조직에서 말이 안된다. 문제는 계파 자체가 아니라, 계파 간의 경쟁의 규칙이 불확실하고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한 이들의 자의적 권력행사가 우려되는 상황, 즉 권력행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계 파간의 갈등은 치졸한 닭싸움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경기규칙이 명료하고 제도적 안 정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선거 때마다 후보선출방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어떤 안 정적 경쟁이 가능할까. 문제는 당내 계파들간의 대립이 아니다. 이러한 대립을 조직의 역동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생산적 긴장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당권과 공천경기의 규칙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o 정책 중심으로 가야한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새정연의 정책적 지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당은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권력획득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새정연의 정책은 무엇인지 뚜렷 하지 않다. 뭔가 있겠지만 의제 주도력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늘 대통령이나 여당의 선제공격에 대응하여 방어하는데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반대만 한다 는 억울한 비난 - 33 -
을 받게 된다. 예컨대 비정규직 차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비정규직 양산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뭔가 정책차원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있는 정책 대안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당인 새누리당에 비해 정 책개발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택, 세금, 복지 등 민생밀착형 정책 아젠 다를 개발하고 설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새누리당이 새줌마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때, 새정연 국회의원들은 자기들만의 민원의 날 프랭카드를 걸었다. 정책의제 또한 너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개혁 론이다. 재벌 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사기업을 어떻게 개혁할지 알 수 없다. 시장민 주주의를 수용하는 입장에서 재벌의 개혁은 당사자의 몫이지 정부의 역할은 아니기 때 문이다. 정책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기능을 강 화해야 하겠지만, 1) 더욱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책주도능력이다. 정부 비판 과 견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부감사와 입법기능을 통해 국가적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와 여당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수권정당의 변모를 보여야 한다. 정부비판기능에 서 정책주도기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o 국민과 접점이 넓혀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 정당 모두의 문제이겠지만, 특히 일반 국민의 지지가 중요한 야당으 로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국민과의 접촉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노력은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당 중앙도 방송과 SNS만 신경 쓰는 듯하다. 영남지 역과 노년층은 아예 포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호남의존만 심해진다. 기존 조직을 이용하려했지 새로운 정당조직을 만드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유권자 들과의 접촉을 조직화하지 않고서 지속가능한 정당이 될 수 없다. 선거때마다 당명을 바꿔어야 하는 것도 유권자들과의 조직적 결합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당정치의 성패는 정당지지자들의 조직화 수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정당과 달리 조직 적 지지가 부족한 야당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적 이해와 요구를 묶어내고 이를 1)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정책파트의 발언권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들의 직업상 신분방과 정치적 기 회(공천이나 공직기용)도 주어져야 할 것이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정책개발기능을 독점할 필요는 없다. 진보적 연구단체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연구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여, 정책화하는 능력을 갖 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홍보기능 또한 중요한데, 전혀 전문성을 갖고 있 지 못하다. 인력과 시스템 모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조직의 제도적 안정화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 34 -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절실하다. o 선거보다 국민의 마음이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정당의 숙명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선거에 올 인하는 것은 정당의 조직적 기초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최근 혁신위원회 활동을 두고 새정연 내부의 파열음이 터져 나온 것은 선거를 과도하게 의식했기 때문에 뺄셈 의 정치 로 전락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한국 유권자의 혐오는 물 갈이=혁신 의 등식을 일반화시켰다. 결국 혁신은 물갈이의 기준을 제시하는 일에게 크 게 벗어나지 못했다. 정작 중요한 공정한 경기규칙을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논의로 발 전시키지 못했다. 지금 새정연의 문제는 당장 내년 총선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정말 크게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러나 선거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이 의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권정당으로서 기율과 공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투명하고 공정한 후보경선과정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 후보선택과정에서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제대로 되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권교체가 진정 한 목표라면 내년 총선에서 당선자 숫자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o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 혁신이 새로움을 표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새정연의 입장에서 혁신은 제대로 된 정당을 건설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유권자에 기반한 정당, 정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당, 공정하고 안정적인 후보선출제도를 갖고 있는 정당을 혁신적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상적인 정당에 가깝다. 제대로 된 정당이 되기 위해 언급한 이러한 점들 은 사실 정당정치의 원론적 내용들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정당과 후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 길 이 가장 빠른 길 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 - 35 -
참조 자료 안철수의원의 당 혁신 기자회견문 혁신위원회 기자회견문(요약)
참조자료 1 안철수의원의 당 혁신 기자회견문 정치혁신을 위한 제도개혁을 촉구하며 (8. 26.) 오픈 프라이머리, 소선거구제 개편, 국회선진화법의 포괄 논의를 제안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제도의 역사입니다. 1987년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직선제 개헌으로 1987년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진전이었습니다. 직선제 개헌으로 평화적 정권교 체 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한 직선제가 민주주 의 1.0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민주주의 2.0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직선제 개헌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헌법 정신을 회복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존의 선거제도로 는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로 보낼 수 있 도록 해야 합니다. 과소대표,과대대표 되어있는 국회의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민심과 유리된 정당이 상호 대립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 니라 문제를 만드는 정치,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 모두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민생에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둘러싼 건전한 토론과 경쟁이 실종된 정치는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직선제 이후 지금 시대 민주주의의 과제를 민생중심 민주주의, 국민 중심 정치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앞둔 지금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이번 기회에 공천제 도, 선거제도 국회운영제도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첫째,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현 소선거구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바뀌더라도 국회의 모 습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선거구제를 대체할 제도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논의의 범위 를 넓혀야 합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뿐만 아니라 한 선거구에서 3~5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까지도 논의의 테이블 에 올려야 합니다. 예전에 중선거구제가 일시적으로 시행된 적이 있었지만, 2인을 선출하는 것이었기 때문 에 소선거구제와 차이가 없었고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할 - 39 -
수 있는 적정규모의 중선거구제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함께 이번 기회에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공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정당의 기반을 취약하게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진 성당원이 기반인 유럽의 정당들과는 다릅니다. 선거 때마다 당원을 모으느라 출마자들은 혈안이 되어 있 고, 당비대납으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 한다면 당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게 흩어져있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조직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신인 가점제를 통해서, 그리고 신인들이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야당은 역사적으로 국민참여경선을 선도해 왔습니다. 대선에서도 공약했습니다. 여 당 대표도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여야의 생각이 일치되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셋째,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국회운영제도 중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교섭단 체요건 완화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기반이 만들어 진다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루 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소선거구제 개편없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지금이 공천제도로서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제도로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변경, 국회운영제도로서 국 회선진화법 개정과 교섭단체요건 완화에 대한 포괄논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중요한 것은 논 의의 시작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대북회담도 무박4일 동안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가 걸린 일이니 밤을 새워서라도 논의해서 결론을 내야만 합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시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담대한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할 때입니 다.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 그리고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도 힘을 합치겠습니다. 당 혁신 기조와 혁신의 본질적 과제를 제기하며 (9. 2.)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적인 성찰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적인 성찰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못하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새로운 비전과 동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능력 없는 박근혜 정부의 한계입니다. - 40 -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야당입니다. 정부 여당의 무능력과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실망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듭니다. 2017년 정권 교체도 어렵습니다.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라고 생각합니다. 낡은 인식과 행태를 과감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타성과 현재의 기득권에 연연함으 로써 진정한 자기 성찰과 쇄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혁신위원회가 출범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29 선거에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참담하게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관악을, 그리고 광주에서 지지층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혁신위 원회를 통해서 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 야당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 낀다면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입니다. 당 혁신의 본질은 한마디로 집권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는 체질 개혁입니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낡은 인식, 낡은 정치 행태와 결별하는 것입니다. 당의 일대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풍운동 이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 이 일어나야 합니다. 큰 방향 세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첫째, 낡은 진보의 청산입니다. 보수는 많은 부분이 달라도 하나만 같으면 같은 편이라고 힘을 모으지만, 진보는 대부분 같아도 하나만 다르면 적으로 여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편이 아닌 사람을 모두 적이라고 생각하는 배타주의와 증오를 버리고, 먼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란 싸움과 대립만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그 본질입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연민이나 연대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지만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응징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 추호의 의심도 사지 않고 믿음을 줘야 합니다. 성장론을 외면하고 분배만 강조하던 사고와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성장의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미래 정당, 첨단기술을 이해하는 정당, 역동적인 젊은 정당, 합리적인 개혁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야당이 과거의 틀을 과감하게 버리고 바뀌어 나갈 때 국민들은 야당을 책임 있는 대안세력으로 인정하 기 시작할 것입니다. 기득권 보수를 이기는 첫 번째 길은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낡은 진보의 청산입니다. 두 번째로 당의 부패척결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비리나 부패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비리에 대해 당내 온정주의나 적당주의는 반드시 뿌 리 뽑아야 합니다. 무관용 원칙, 철저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약자들의 가슴에 분노와 상처를 남기는 행위 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야당이 도덕성과 부패에 관해서 여당에 비해 절대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합 니다. 부패청산 없이 혁신과 개혁을 외치는 야당의 모습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구 시대적 사고, 구시대적 행태는 이제 더 이상 당에서 용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 41 -
마지막 세 번째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해야 합니다. 투사, 전사가 아닌 집권 대안세력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인재들의 영입, 새 피의 수혈은 야당의 근본적 성찰과 반성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당의 지향점과 이미지에 대한 과 감한 변신이 필요합니다. 장강의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과 요구는 거역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인식에 걸맞은 새로운 세력으로 전면적인 세력교체가 일어날 때 야당은 집권 대안세력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고통 없는 혁신이나 개혁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의 혁신으로 당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내 흐르고 있는 적당한 봉합국면,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 과 흐름은 또 무엇입니까. 지금 당의 혁신이 제대로 된 혁신인지 국민께 의견을 공개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지금 당의 결정과 행보 가 과연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 혁신의 본질에 관하여 (9. 6.) 혁신의 본질에 대하여 저는 9월 2일에 <낡은 진보 청산>, <당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영입>의 세 가지를 당 혁신의 큰 방향 으로 말씀드렸습니다. 혁신의 성공 여부는 정치인이나 혁신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하 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당이 변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혁신 방향 제안과 공론화 요구를 한 것입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이대로 간다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과 절박감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 람들이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2017년 정권교체도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심어린 제안과 지적에 대해서, 가만히 있으라 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당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국민의 시각에서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혁신에 대해 논쟁 하자는 것이지 계파싸움이나 주류-비주류 대결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안철수의 인식이고 시각 이며 문제제기입니다. 문 대표와 혁신위원회는 저를 보지 마시고 국민을 보십시오. 당 내에 갇힌 좁은 시야가 아니라, 당 밖의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주십시오. 제게 설명하기보다 국민을 설득해주시고 국민께 평가를 받으십시 오. 혁신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때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당의 혁신에 대한 기본적이며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때입니다.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혁신의 범위는 무엇인가? 제도개선인가 체질개선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첫째, 누구를 위한 혁신입니까?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입니다. 혁신의 눈높이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소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 42 -
눈높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관점이라면 국민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합니다. 국민의 눈으로 당의 병폐를 도려내야 합니다. 혁신안이 실행되었을 때 당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 그리고확신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식만 바뀔 뿐 결과의 차이가 없거나 미미하다면 혁신은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지금까지 혁신 노력에 대한 평가는 국민께 물어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합니다. 둘째, 무엇을 위한 혁신입니까? 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야당보다 익숙한 실망감을 주는 여당을 찍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야당의 문제는, 국가경영을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 당의 혁신의 목표는 국가경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 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혁신의 목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당을 수권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고, 당의 분열이 심각하니까 당이 단합하고 분열을 막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무총장제 폐지, 최고위원회 해체 등 갈등의 표출을 막거나 대체하는 제도개선안이 나온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혁신의 목표가 갈등의 해소만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만을 위해 다섯달을 기다려온 것이 아닙니 다. 궁극적으로 국가경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했느냐 하는 관점에서 혁신의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혁신의 범위는 무엇입니까? 혁신의 목표가 국가경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의 변화라면, 혁신의 범위는 광범위한 정당개혁 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낡은 진보 청산>, <당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영입>에 맞추어야 합니 다. 공천개혁은 그 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또한 정당개혁은 우리 당 스스로 선도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이지만, 좀 더 범위가 넓은 정치개혁은 여당과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야만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혁신위에 대한 국민의 기 대는 원래 맡은 정당개혁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제도개선인가 체질개선인가? 제도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 이야기도 나오 고 국민안전처 등 정부조직을 개편했지만 대한민국의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당의 많은 이 들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그렇게 지적 해왔습니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잣대와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같아야 합니다. 제도만으로는본질을 바꿀 수 없습니다. 만약 제도개선이 답이라면 제도개선을 통해 서 당이 바뀔 것이라는 당내외 공감대와 믿음이 중요한데 과연 지금 그것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도개선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자 문화며 관행입니다. 따 라서 당 혁신의 본질은 제도개선이 아니라 낡은 인식, 행태, 문화와 같은 체질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낡은 체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제도개선은 혁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패배, 지난해 7.30과 올해 4.29 재보궐선거의 연속 패배, 그리고 지금의 낮은 정 당지지율은 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 회경제적 환경과 유권자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태에서 우리 당이 낡은 체질과 고정관념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10년의 집권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 43 -
시대에 뒤쳐진 노쇠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당에 대해 새누리당에 대비되는 또 다른 기득권세력의 한 축으로 평가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정치 불신의 탓이 크지만, 정치 불신에 대한 우리 당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그 동안 당 내부의 부조리와 윤리의식 고갈, 폐쇄적 문화,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 왔습니다. 순혈주의와 배타주의, 진영논리로 당의 민주성, 개방성, 확장성을 가로 막으며 기득권을 공고히 해왔습니다. 그 결과, 정치에서 양비론을 자초하고, 대북문제와 안보 그리고 경제문제에서 기득권 보수 세력들에게 끌려 다녔습니다. 도덕 적 우위도 점하지 못했습니다.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클린 정치를 주도하지 못하는 야당이 과연 경쟁력 이 있겠습니까? 이러한 뒤떨어진 인식과 사고, 병폐들을 걸러내는 것이 당 혁신의 본질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당의 타 성과 체질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혁신의 목표를 체질개혁에 두 고, 민심에서 멀어져 있는 당의 정신과 골격을 새로 짜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뿐만 아니라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당의 판단과 결정은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맞아야 하며 자정기능이 작동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론적인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판단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고 당의 낡은 체 질을 바꾸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 위기의 본질은 한마디로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입니다.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당 부패 척결 문제는 시대적 흐름과 요구인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당내 타성과 기득권에 막혀 금기시되어 왔습니 다. 이러한 문제들을 공론화하는 것이 당 혁신의 첫걸음이고, 과감하게 청산하고 결별하는 것이 육참골단 혁신입니다. 육참골단이 정풍운동이고 야당바로세우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위기이고 엄중합니다. 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속에 경제사회적 기득권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절망에 빠져 있고 어르신들의 삶은 참담합니 다. 이런 모순구조가 계속되면 과연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지 우려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래도 희망도 없는 대한민국, 정치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한국사회 최대의 문제는 부실한 정치입니다. 그 바탕에는 허약하고 무능력한 정당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당이 혁신되어야 정치가 혁신됩니다. 우리 당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혁신된 야당만이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44 -
문재인 대표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혁신을 촉구하며 (9. 13.)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안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함께 당내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아 근심이 크실 것입니다.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우리 당의 위기는 한마디로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민주당과 통합한 이래 짧은 기간이나마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그리고 7.30 재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한 이후 일 년여 동안 느낀 것은 당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민주성, 개방성, 확장성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집권 의지와 역동적인 혁신의 기운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패권적 사고의 한편에는 기회주의와 적당주 의 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9월 2일에 혁신의 3대 방향으로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그리고 <새로운 인재영입>을 주 장한 이유는 당의 이러한 병폐를 극복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제기한 혁신 의 기조와 방향은 내년 총선승리 그리고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비껴갈 수 없는 혁신의 본질적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혁신위의 공천룰은 하나의 제도개선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 만 혁신의 전부도 본질도 아닙니다. 본질을 외면하고 공천룰이 혁신의 전부인양 집착한다면 우리당의 모습 은 혁신논쟁이 아니라 집안싸움으로만 비칠 것입니다. 제가 느낀 또 다른 당의 문제점은 구성원들 간에 신뢰의 부재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불신이 너무나 팽배해 있습니다.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는 어떤 제도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도를 편법으로 운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악용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과정이 그랬고, 지금도 전화여론조사에 대한 당내 불신이 팽배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께 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천제도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주장한들 얼마나 믿겠습니까? 제가 혁신은 실패했다 라고 말씀드린 배경에는, 혁신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당의 모습이 조금 도 변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위는 지난 100여 일 동안 나름의 노력을 다했겠지만, 당의 본질적 문제와 병폐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진솔한 성찰과 진단도 없었습니다. 의원정수 증원 같은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 는 주장을 하더니, 정작 당 인사들의 문제에는 침묵했습니다. 저 스스로의 책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는 새정치 한다더니 무엇하고 있느냐? 는 국 민의 질타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낡은 정당의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버린다면 제가 정치 에 입문한 명분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명분도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제기한 혁신안 비판에 대해 활발한 당내 공론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혁신기조를 권 력다툼으로 몰고 가려는 순수하지 못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승리가 힘들다는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이 혁신되 - 45 -
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혁신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혁신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표께서 혁신안을 재신임과 연계하고 중앙위에서 통과시키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적절합니다. 첫째, 당의 혁신문제가 대표의 거취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재신임이 아니라 혁신의 본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오히려 혁신의 절실함과 당위성을 강조했어야 했습니다. 둘째, 혁신안이 통과되어도 당은 혁신되지 않습니다. 혁신위의 공천룰이 통과된다고 해서 아무도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지금 혁신논쟁을 하고 있습니까?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핵심적인 문제도 아닌,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공천룰을 갖고 승 부를 거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멉니다. 셋째, 어떤 결과가 나와도 혼란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중앙위를 강행한다면 찬반이 격렬하게 나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은 혼란과 분열에 빠질 것입 니다. 혁신의 본질은 사라지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권력투쟁만 남을 것입니다. 문대표께서 말씀하신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 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자칫 대립적이고 분열적인 사고로 자기 진영 외에 나머지는 모두 배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싸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 리당에게는 지는 길입니다. 문재인 대표께 요청합니다. 첫째, 16일 중앙위원회 개최를 무기 연기해 주십시오. 저는 공천룰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원회 개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바와 같이 책임 지는 방식도, 문제를 푸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런 중앙위원회 의 결정이 어떤 당위와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공천룰은 혁신의 본질도 아닐뿐더러, 우리는 이미 2012년에 모바일경선과 선거인단 모집 과정 의 참담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진정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 가 없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진정 당원과 국민의 뜻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지에 대해 숙고하고 뜻을 모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도 취소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조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의미부여가 어렵습니다. 셋째,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 개최를 제안합니다. 혁신논쟁의 거당적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혁신의 길인가?, 당의 낡은 사고와 틀, 병폐 들을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 무엇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가? 등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관점과 기준에서 밤을 지 새워서라도 당의 새 길을 찾는 혁신끝장토론 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볼수록 4.29 재보궐선거 이후 당은 어떤 책임도 성찰도 없었습니다. 혁신의 시작도 이 부분을 - 46 -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국민의 무관심과 당의 지리멸렬입니다. 거듭 느끼지만 정당의 목표가 분명히 있 을 텐데 우리 당은 집권을 위한 집단적 고뇌와 몸부림이 없습니다. 무엇이 당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중 국 전국책에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라는 말이 있습니 다. 위기의 국가와 고단한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절실한 걱정이 같다면 우리는 미움과 오해, 다툼도 멈출 수 있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도 이루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 대표께서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표의 답글에 대해 답하며 (9. 15.) 문재인 대표님 답글에 대한 입장 먼저 답글을 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문 대표님 글 중에 우리 당의 위기가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 이라는 문제의식에 공감 하신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혁신위의 혁신안과 별개로 혁신의 본질이 따로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말씀대로 라면 대표님의 문 제의식이 저하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꼭 16일 중앙위원회를 열어서 혁신의 본질이 아닌 공천 제도를 통과시키고, 통과여부에 대표직을 걸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상식적으로 연계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부족하고, 중앙위원회도 반드시 16일 개최하고, 또 그때 반드시 안건을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대표직을 연계하면서까지 16일 공천룰 통과에 집 착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혹시나 혁신논쟁을 권력다툼으로 이해하고 대응하시는 것이라면 그것은 말씀하신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 고 계신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당의 오랜 기득권 타성 깨는 체질개혁, 즉,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새로 운 인재영입이 혁신위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혁신위가 본질적 문제를 다룰 수 없는 혁신위원회라면 애당초 혁신위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것이고, 육참 골단 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셔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당에 있었던 혁신 활동을 거론하셨는 데, 그 많은 혁신 개혁특별위원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당이 계속해서 선거에서 지고 국민 신뢰받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셨는지요. 제가 제기하고 있는 이 당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 금기시 되어 있는 병폐들을 정치적 이해 또는 진영 논리나 온정주의 때문에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습니까. 혁신의 본질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정치 일정은 강행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당의 혁신이나 통합 관점에서 모순됩니다. 대화와 타협의 의사 없다는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혁신의 본질을 논의하면서 당내 중론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시간은 아직도 있습니다. 강행처리 하 신다면 그 의도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입니다. 통과되면 당장의 계파대결에서는 이기실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문대표님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논란 속에 공천안이 통과된들 당 지지율이 갑자기 올라갈리 만무하고, 총선전망이 밝아질 리도 없습니 - 47 -
다. 또한 그것과 별개로 당내 갈등과 불신은 한층 가중될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를 풀어가는 합리적 방법 이겠습니까. 무엇이 당을 하나로 모으고 총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대표님의 숙고를 거듭 요청 드리면서 제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16일 중앙위원회를 연기해주시거나, 그날 안건 처리를 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대표직 신임 연계도 취소해 주십시오. 둘째, 재신임 관련 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도 취소해 주십시오. 대표의 거취보다 혁신의 거당적 공론화가 더 중요합니다. 셋째, 당 위기 상황과 혁신 본질에 대한 공통 인식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육참골단 의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다면, 16일 중앙위원회 문제를 포함해서 문 대표와 오늘 중이라도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야당이 집권하려면 (9. 20.) 1 첫번째 과제로 부패척결방안을 제시하며 부패와 단호히 싸워야 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3년 전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국 민의 삶이 바뀐다 며 많은 국민들께서 따뜻한 격려와 진심어린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의미 있는 정치의 혁신이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기득권 정치는 여전하고 국민의 삶은 점점 더 고단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탓해 주십시오. 저의 힘이, 저의 능력이 그 벽을 넘어서기에 부족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의 간절한 열망을 기억합니다. 새로운 정치,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나은 정치를 바라 는 국민의 여망은 여전히 저의 과제입니다. 제가 지금 본질적 혁신은 무엇인가에 관해 거듭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이유입니다.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더라도 제가 왜 이 길을 시작했는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한국사회 최대의 위기는 바로 한국정치의 부실에 있습니다. 민의를 왜곡하는 선거제도와 낙후된 정당구 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낡은 정치는 사회의 변화, 경제의 변화, 세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 다. 관료주의가 기업 위에 군림하고 국가전략을 좌지우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몇 안 되는 대기업이 정치와 정부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정치가 무능하고 정치가 부패하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정치로는 공직부패와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바닥입니다. 냉소와 불신을 넘어서지 못하면 정치의 미래도, 한국사회의 미래도 없습니다. 이런 정치로는 국민 다수를 옥죄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령사회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권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한국사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 48 -
이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부실한 정치의 바탕에는 부실한 정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패정치에는 부패정당이 있었고, 낡은 정 치문화에는 당리당략이 있었습니다. 경쟁력 없는 정당이 경쟁력 있는 정치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정당을 혁신하지 않고는 현재의 정치를 바꿀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당의 혁신과 재정립이 시급합 니다. 부패하고 무능력한 여당이 선거에서 계속 승리하는 이유는 우리 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 다. 박근혜 정권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면서 정권교체의 길도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당에 뿌리박혀 있는 낡은 인식과 오랜 타성을 깨고 활로를 열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스스로 먼저 변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혁신의 방향으로 <낡은 진보 청산>, <당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영입>의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 다. 그것이 정풍운동이며 당 바로세우기운동입니다. 오늘 먼저 당 부패척결, 깨끗한 정치 정착 방안에 대 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당의 부패와 추문은 끊임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는 높아지지 않습니다. 국민 의 눈에 우리 당이 여당에 비해 더 도덕적이고 깨끗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의 윤리기준 은 여당과 비교해 더 엄격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윤리의식은 부족하고 온정주의는 넘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비추어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와 분노를 남겨준 일탈행위에 대해서도 침묵합니다. 공당, 그것도 민주정당을 자임하는 당이 취할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도덕성을 상실한 당의 정권비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 다. 도덕적 우위는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입니다. 기득권의 횡포와 권력의 남용을 규탄하기에 앞서 우리 내 부의 부패를 먼저 도려내서 우리가 집권하면 깨끗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추상같은 반부패 기풍과 문화가 당에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당이 집권하려면 도덕적 면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해야 한다는 평을 받아야 합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권과 90년대 시민단체는 그런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런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당내 부패와 싸우지 않는다면 나라의 부패와도 싸울 수 없습니다. 당내 부패를 감싼다면 나중에 더 큰 부 패도 감싸게 됩니다. 당도 바꾸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바꾸겠습니까? 지금 우리 당이 본질적 혁신에 나서고 정풍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이 지향해야 할 반부패 기조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입니다. 부패에는 관용이 없습니다. 부패에 작은 부패, 큰 부패도 없습니다. 부패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영구 퇴출시켜야 하며 그 기준은 원스트라이크아웃제(One Strike-out)입니다. 단 한건이라도 부패혐의 로 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당원은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 조치해야 합 니다. 새누리당도 하고 있는 이런 기준을 우리가 적용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우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부패관련자는 피선거권은 물론 공직취임권도 앞으로는 영구 제한함으로서 추상같은 국가사회의 기강을 세워 나가고, 뇌물죄의 경우는 징역, 금고 등 자유형과 함께 30~50배의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등 강력한 - 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