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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포럼 : 책,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책 에 대한 지난 10년간의 변화와 앞으로의 발전방안 모색 일시 : 2013. 6. 21(금) 13:30 ~ 17:00 장소 : 서울 코엑스 세미나실(317호)

0 제1차 독서문화포럼 일 시 : 2013. 6. 21(금), 13:30 ~ 17:00 장 소 : 서울 코엑스 세미나실(317호) 일 시 내 용 비 고 13:30~14:00 30분 참석자 등록 14:00~14:10 10분 포럼안내 및 개회 진행 : 이선화사무관 14:10~14:20 10분 인사말씀 여위숙 관장 14:20~14:40 20분 주제발표 1 -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조은숙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14:40~15:00 20분 15:00~15:20 20분 주제발표 2 -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이호백 / 재미마주 대표) 주제발표 3 - 어린이 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사회 : 안찬수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사무처장) 15:20~15:40 20분 휴식시간 15:40~16:40 60분 주제별 토론 및 질의응답 16:40~17:00 20분 폐회 및 정리 진행 : 이선화사무관

목 차 주제발표 1 1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조은숙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주제발표 2 15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이호백 / 재미마주 대표 주제발표 3 21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주제발표 1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조은숙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주제발표 1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조은숙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1. 지난 10년을 생각하다 10년 은 대개 어떤 변화를 점검해 보기에 적당한 시간 단위가 되는 듯하다. 십진법으로 살아가 는 일상에서 10년은 손꼽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간이며, 한 10년쯤 이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흔히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러나 최근 10년 의 변화는 우리 경험과 직접적으로 밀착되어 있어 도리어 그 공과를 잘 분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갓 지난 10년은 아직 역사 가 되기 전의 날 것으로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의 자취를 되돌아보려는 것은 바로 10년을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되고, 20년을 꾸준히 하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되고, 30년을 꾸준히 하면 역사가 된다. 는 말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말에 기대어 지금 우리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어설픈 약도라도 그려보고자 하는 것은, 향후 20년, 30년 우리 아동문학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이 발표에서는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를 지난 10년 의 범주에 넣어 우리 어린이문학의 변모 과 정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아동문학의 과제를 함께 점검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 2000년 전후! 아동문학, 문턱을 넘다 흔히 역사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비유되곤 하지 만, 실상 역사에는 수많은 끊임 이 존재한다. 그 이전과 이후를 가르 는 새로운 사건들이란 으레 단절을 만들어 내게 마련인데 다만 우리는 그 불연속의 지점을 어떻게 든 연결하려고 함으로써 연속하는 일련의 시간을 가상할 따름인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아동문학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3

사를 돌아볼 때, 1990년대부터 2000년을 전후한 시기만큼 문학사적 전환이 크게 이루어진 때도 드 물어 보인다. 앞당겨 말해 보자면, 지난 10년은 바로 그 직전에 나타난 전에 없던 커다란 단절과 급격한 변환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대지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영토를 풍요롭게 하고 확장시키는 소임을 맡은 때였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우리 아동문학의 변화는 격한 단절을 느 끼게 할 만큼 비약적었다.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하나의 문턱 이 만들어진 기간이라 고나 할까. 사회 전반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아동도서 출판 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으며 기획력을 갖춘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속속 등장하여 아동도서 출판 의 붐을 이끌었다. 이전의 아동문학과 선을 긋는 도전적인 작가와 작품이 다수 출현했으며 이와 더 불어 아동문학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촉구하는 비평 담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이도서연구 회 등의 시민단체에서 독서와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아동문화 전반을 풍성 하게 만들기 위한 역동적인 실천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각계의 실천은 소위 한국 아동문학의 르네상스 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었으며, 2000년대의 아동문학의 밑 자리를 만들어 냈다. 2000년을 전후해서 문학사가 기억할 만한 굵직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략 꼽아 보더라도, 내 짝꿍 최영대 (채인선, 재미마주 1997), 나쁜 어린이표 (황선미, 사계절 1999), 까막눈 삼디기 (원유순, 웅진주니어 2000), 문제아 (박기범, 창비 1999), 학교에 간 개돌이 (김옥, 창비 1999), 너 4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푸른책들 1999),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창비 2000),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사계절 2000),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우리교육 2001), 고양이 학교 (김진경, 문 학동네 2001-2007)와 같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최근 10년의 아 동문학은 이들 작품이 열어 놓은 새로운 대지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3. 지난 10년의 주요 경향 따라서 지난 10년은,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초를 전후하여 만들어진 아동문학의 새로운 문 턱을 넘어서서 21세기 아동문학의 새로운 영토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받아 안은 때 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의 궤적에서 눈에 띄는 경향은 크게 보아 어린이의 현실에 대한 이해 변화, 창작 경향의 다양화, 그림책과 청소년소설의 부상 등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어린이의 현실에 대한 이해 변화 2000년을 전후하여 가장 치열했던 논쟁 중 하나가 아동관 에 관한 것이었다. 가라타니 고진이나 필립 아리에스의 이름이 거론되고 아동의 탄생 혹은 발견 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 다. 이어 우리 아동문학과 아동관의 근대적 기원을 묻는 탐문이 이어지면서 아동문학에 잠재되어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5

있는 아동에 대한 인식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하여 김이구( 아동문학을 보는 시각: 일하는 아이들 이후의 길, 아침햇살 1998 여름호), 원종찬( 한국 아동문학의 어제와 오늘, <한국어린이도서연구회 20주년 기념 세미 나> 2000.4) 등은 지난 우리 아동문학이 가난하고 어려운 농촌 지역의 소위 일하는 아이 들로 상징 되는 아이들을 향한 현실주의 문학에 편중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그것은 전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으로서 의의가 있었던 것이지만, 이제 아이들의 현실 상황이 지 난 시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으므로 아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기존 아동문 학의 문법을 갱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반박과 재반박이 이루어지 는 과정에서 다소 감정적 대응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우리 아동문학의 문제점이 전면적 으로 검토되고, 제기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공유되었던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즉 이때 나온 동심주의, 교훈주의, 감상주의, 소위 속류사회학주의 등을 극복해야 한다든지, 아동문학 작가들이 타성에 젖지 말고 아이들의 현실과 감수성을 살펴 이에 부응하는 창작을 해야 한다는 주 장은 지금까지도 유효해 보인다. 황선미, 박기범, 김중미, 채인선, 김옥과 같은 작가들은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에서 부각되었던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황선미 나쁜 어린이표 의 건우 는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을 통해 교실 내 권력 문제를, 박기범 문제아 의 나 처럼 문제아로 낙인 찍힘으로써 받게 되는 사회적 편견을 폭로하는 인물들로 2000년대 아동 캐릭터의 한 모델을 제시한 작품들이었다. 김중 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은 모 방송 독서 권장 프로그램에서 홍보됨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만, 그 자체 아이들의 경험을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현실주의 작품이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최나미, 이현, 유은실 등은 우리 시대 아동 캐릭 터에 대해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작가들이다. 최나미는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사계절 2005)에 서 지금까지 우리 아동문학에서 희생과 배려의 캐릭터로만 등장하던 엄마 의 도발적인 자기 찾기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진휘 바이러스 (우리교육 2005), 걱정쟁이 열세 살 (사계 절 2006)에서 까칠하고 쿨한 신세대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작 품에는 유독 13살의 6학년 아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들이다. 이들 사춘기 초딩 들은 2000년대 아동문학에서 계속 호출되었으며, 이들은 혼돈 속에 서 방황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권위적이고 모순된 모습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 으로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현의 단편 움직이는 성 ( 짜장면 불어요, 창비 2006)에 6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는 사춘기 아이들의 달콤하고도 알싸한 첫 사랑의 느낌이 잘 포착되어 있으며, 유은실의 단편 내 이름은 백석, 만국기 소년 ( 만국기 소년, 창비 2007)에는 삶의 아이러니를 목도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사 전체를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작 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그 이후 동화의 색깔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동화에서 아이들의 주체화 문제와 관련한 작가들의 해결 방안은 크게 두 가 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문제 해결의 중심에 어린이를 놓는 방법이다. 성폭력 문제를 본격적 으로 다룸으로써 화제가 되었던 이금이의 청소년소설 유진와 유진 (푸른책들 2004)의 경우 어른 들의 성인 독자의 의식을 반성하게 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은정의 안녕, 그림자 (창비 2011)에 이르면 이제 피해자인 아이들 스스로를 문제를 고발하고 해결하는 적극적인 행동의 주체로 내세우 고 있어 문제 해결 방식의 변화 추이를 엿보게 한다. 둘째,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아동문학 작가들에게 어린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말 중 하나는 예컨대 내 안에 아이 있다. 정도가 아닐까. 아동문학이 아동을 위 한 것이고, 아동에게 주는 것이라는 말에 잠재되어 있을 수 있는 가르치고 이끌려고 하는 어른들 의 노파심을 경계하면서, 성장은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역설되었다. 예컨대 유은실 의 단편 할아버지 숙제 나 새우가 없는 마을 (이상 만국기 소년 ), 장편 마지막 이벤트 (바람 의 아이들 2010)에 그려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훌륭하거나 자랑스럽지 않다. 문제 해결의 조력자 로 등장하곤 했던 이전 동화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그 대신 주정뱅이이거나 바람둥이였을, 과 장된 허풍과 순진하리만치 물정에 어두운 결점 많은 이 할아버지들은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 습으로 다가온다. 이용포의 태진아 팬클럽 회장 (푸른책들 2007), 강정연의 위풍당당 심예분 여 사 (시공주니어 2008)도 열정적이며 발랄한(?) 할머니들을 등장시킨 바 있다. 둘째, 창작 경향의 다양화 2000년대에는 출판사마다 공모전을 통해 신인을 발굴하고 원고를 확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공모전의 공과에 대해서는 좀더 차분히 검토해 보아야겠지만, 일단 신인들이 문학활동을 시작하거 나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는 점 정도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동문학 활황기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들 일군의 작가들은 이전 선배 작가들에 비해 동화를 창작하는 일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아동문학의 문학 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 게 의식하면서 무엇을 쓰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작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7

품들을 선보였다. 이들 작가는 이전의 동화에 비해 세련된 문체와 다양하고도 섬세한 현실 포착 능 력, 밀도 있는 서사적 짜임 등을 보여주면서 동심주의나 교훈주의를 극복하고 동화의 새로운 문법 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은 동화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흔들어 놓기도 하였고, 아동문학의 독자를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2000년대 중반 소위 동화의 소설화 경향 이라는 표현으로 지적되었으 며,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엇갈리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특히 안미란의 너만 의 냄새 (사계절 2005), 이현의 삼일 간 ( 짜장면 불어요 ), 김남중의 자존심 (창비 2006), 박관 희의 힘을, 보여주마! (창비 2006), 유은실의 만국기 소년 (창비 2007) 등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들을 타겟독자로 하여 출판된 동화(아동소설)들이 주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 작품은 인물들의 교차 시점, 세련되고 밀도 있는 문장, 아이러니한 상황과 표현과 같은 서술 방식을 보여주기도 했 고, 어두운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거나 해피앤딩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배반하고 아이러니나 환 멸을 느끼게 하는 결말을 보여주었다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동화의 소설화 경향 논쟁은 현상적 으로는 아동소설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과 같은 서사문법과 현실에 대한 태도를 보임으로 써 아동독자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화의 정체성과 동화 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새로운 작가와 작품으로 인해 위협받게 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무의식적 반감이 징후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아동문학의 기대 지평은 현저하게 이동하게 된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장편 판타지, 옛이야기를 활용한 창작동화, 추리, 에스에프, 호러, 역사동화 등 현실동화 주변에 머물러 있던 장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도 주요한 특징으 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시대 아동들의 환경과 감수성의 변화를 인식하면서, 모방 재현의 현실동화만으로는 독자와의 소통을 충분하게 감당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판타지는 2000년을 전후하여 환상 에 대한 새로운 평가에 힘입어 이론적 탐문이 가속화되 었고, 판타지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3부작 11권으로 출간된 김진경의 고양이 학교 (문학동네)는 국내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해외의 어린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김진경은 서구의 판타지를 맹목적으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동아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국형 판타지 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였다. 김우경의 수일이와 수일이 (2001), 공지희의 영모가 사라졌다 (비룡소 2003)는 우리 아동의 현실을 비추는 환상의 모티프와 공간을 창출한 의의가 있다. 최근까지도 지도에 없는 마을 (최양선, 창비 2012), 황금 깃털 (정설 8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아, 문학과지성사 2012), 시간 가게 (이나영, 문학동네 2013)와 같은 판타지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 고 있지만, 한국의 동화가 판타지의 시공간을 현실의 문제와 직결되는 알레고리나 상징의 공간으로 만 붙들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로 여겨진다. 판타지란 현실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현실 너머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질서를 상상하게 하는 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창작 경향은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전래하는 옛이 야기의 세계에 오늘의 창작 동화를 잇대고자 하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임정 자( 물이, 길 떠나는 아이, 문학동네 2005), 임어진( 이야기 도둑, 문학동네 2006) 등은 옛이야기 서사를 토대로 현대적 주제를 담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샘마을 몽당깨비 (창비 1999), 수일이와 수일이 로부터 이성숙의 달이, 구만리 저승길 가다 (한 겨레아이들 2009), 보린의 귀서각 (문학동네 2011)처럼 도깨비나 귀신, 사람으로 둔갑한 쥐, 이무 기, 마고할미 등 우리 옛이야기의 캐릭터나 모티프를 활용한 작품들도 우리 동화가 꺼내 쓸 수 있 는 넉넉한 환상의 곳간인 옛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추리 탐정물이나 과학소설 등 장르서사의 문법을 활용한 작품들도 많이 눈에 띈다. 한정기의 플루토 비밀결사대 (비룡소 2005)를 비롯하여, 정은숙의 봉봉 초콜렛 의 비밀 (푸른책들 2008), 고재현의 귀신잡는 방구탐정 (창비 2009), 김선정의 최기봉을 찾아라 (푸른책들 2011) 등은 추리적 서사 기법을 동화에 접목시킴으로써 방정환, 김래성 등 일제강점기의 몇몇 작품 이후 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탐정동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 근 이현의 로봇의 별 (푸른숲주니어 2010)은 SF에 대한 관심을 새삼스럽게 환기시킨 작품이다. SF의 상상력은 어린이 환상 서사의 영역을 다채롭게 하는 데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00년대의 역사동화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상력의 폭을 확 장시켜, 창작물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드러낸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상상력은 언제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단지 역사적 사실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 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갔을 어린이들을 상상력으로 불러내는 이러한 역사동화의 변신은 일단 우리 시대 독자들의 승인을 받은 것 같다. 특히 배유안의 초정리 편지 (창비 2006), 김소연의 꽃 신 (주니어파랑새 2008),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2009), 한윤섭의 서찰을 전하는 아 이 (푸른숲주니어, 2011)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은 추후 역사동화의 향방과 관련하 여 주목해 볼만한 하다. 한편 이러한 동화의 역동적인 변모에 비한다면, 동시의 갱신을 위한 활력은 한 걸음 늦게 시작되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9

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최승호, 신현림, 최명란, 안도현, 도종환, 김용택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를 쓰던 작가들이 대거 동시집을 출판하게 된다. 이에 자극받으면서 이러한 추세에 대한 찬반의 태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인시인이냐 동시인이냐 하는 구분 은 큰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오히려 새로운 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동시 창작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이안, 김제곤, 김찬곤, 김환영이 동인이 되어 발간한 격월간 동시잡지 동시마중 (2010.5)은 동시쓰기의 고민을 집약하여 창작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0년대 동 시 비평의 초점은 동시와 어린이시의 구분(김찬곤, 동시는 왜 있나, 동시마중 1호)이나 어린이 화자를 선택함으로써 생겨나는 문제(이지호, 동시를 버려야 동시가 산다, 동시마중 3호)를 제 기한 비평들처럼 동시의 근본적인 성격과 창작의 방식에 대한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셋째, 그림책과 청소년소설의 부상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분야는 그림책과 청소년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그림책 단행본 시대가 열렸고, 김재홍, 권윤덕, 이억배, 정승각, 이호백, 이영경, 이태수, 김환영과 같은 작가들이 그림책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이 르러 바야흐로 창작 그림책 작가와 작품이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높게 평가받게 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그림책이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의 라가치상, 브라티블라바 국제 원화전시회가 주관하는 BIB(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sva) 황금사과상 등과 같은 국제적인 큰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호백의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재 미마주 2000), 류재수의 노란 우산 (재미마주 2001), 한병호의 새가 되고 싶어 (시공주니어 2004), 김재홍 영이의 비닐우산 (윤동재 글, 창비 2005)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 (비룡소 2009, *미 국 출판사 Chronicle Books 에서 2008년에 영어로 먼저 출판됨), 유주연의 어느 날 (보림 2010), 조은영의 달려 토토 (보림 2011), 폴란드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그림을 그리고 김희경 이 글을 쓴 마음의 집 (창비 2011) 등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그림책들이다. 2000년대 우리 그림책 의 비약적인 성장은 세계와 동시적으로 소통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와 함께 하는 것은 단지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다거나, 외국에 판권 수출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며, 상호 이해 속에 서 공존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세계와 함께 호흡한 10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다는 말이 실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 전쟁 에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그림책 을 기획하여 세 나라에서 함께 출판해 나고 있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연대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그림책 작가 중에서는 권윤덕, 이억배, 김환영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 권윤덕의 꽃할머니 (사계절 2010), 이억배의 비무장지대에 봄 이 오면 (사계절 2010)이 나왔으며, 중국 작가 야오홍의 경극이 사라지면 (사계절 2011), 일본 작 가 하마다 게이코의 평화란 어떤 것일까? )(사계절 2011), 다시마 세이조의 내 목소리가 들리나 요 (사계절 2012)가 번역되었다. 이제 우리 아동문학은 세계아동문학의 보편성을 새롭게 재구성하 는 주체로서의 제 몫을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2000년대의 특기할 사항으로 청소년소설의 붐을 중요한 현상으로 꼽을 수 있다. 청소년소 설은 1990년대 후반 사계절 1318문고의 박상률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이 물꼬를 트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경애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바람의 아이들 2004), 신여랑의 몽 구스 크루 (사계절 2006), 정유정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비룡소 2007), 이현의 우리들의 스캔 들 (창비 2007),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2008), 위저드 베이커리 (창비 2009) 등의 작품이 나옴 으로써 하나의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소년소설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 것은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완득이 (김려령, 창비 2008)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완득이 로 대표되는 청소년소설의 약진은 비단 아동청소년문학장에서만 이슈가 되었던 것이 아 니라, 한국 문학 전체 지형의 변동의 징후처럼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청소년문학이란 도대체 무엇 이냐 하는 질문이 각계에서 쏟아졌고, 일부에서는 청소년문학의 정체성을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 기도 했다. 청소년소설은 거슬러 올라가면 아동소설(소년소설) 의 계보에 닿아 있으며, 서사구조 상으로는 성장소설 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청소년소설이 기존의 명명을 따르지 않고, 새로 청소년소설 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여 자리를 만들었던 것은, 우리 시대 청소년 으로 분류되 는 미성년 독자들의 문화적 공백을 절감하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에 찌들고 미성년의 굴레 속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 는 청소년들을 문화적 주체로 호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청소년소설 이라는 명칭에는 깃들어 있다. 청소년소설의 장르적 성격의 규명은 미리 선험적으로 주어질 수 없는 것이다. 명칭 자체의 함의는 아직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수많은 작가들이 청소년소설들로 가는 길을 밟아 나가는 실천 속에서 한국 청소년소설로 향한 경로가 뒤늦게 밝혀질 따름일 것이다.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11

4. 다음 10년을 기대하며 거칠게나마 10년을 돌아보니 2000년을 전후하여 만들어 진 아동문학의 새로운 영토를 풍요롭게 하고 확장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느껴진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동문학의 문학적 수준 의 문제가 거론되곤 했지만, 10년을 거치는 동안에 작가들의 역량은 크게 향상되어 안정적인 작품 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또한 비록 성과는 미약했을지라도 판타지 장르를 실험하거나, 옛이야기의 전통을 우리 창작동화의 비옥한 밑거름으로 활용하고자 한 노력도 적지 않았다. 추리나 SF, 역사소 설의 문법들을 동화에 적용시키며 다채로운 형식의 작품을 창작하고자 시도했으며, 무엇보다 작가 들은 이 시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현실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림책이나 청소 년소설과 같이 주변부에 밀려 있었던 분야가 활성화되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낸 것 도 지난 10년의 빠뜨릴 수 없는 성과다. 그러나 이것은 성과를 중심으로 살펴 본 결과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하고자 했으나 하지 못 했던 것, 하기는 했으나 충분치 못했던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마침 몇 달 전, 우리 아동문학의 미 래를 말해보는 자리가 있었다.(<특집: 한국 아동문학의 미래를 상상한다> 창비어린이 2013 여름 호) 그 자리에서 나온 제안들은 하나로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했다. 그 중 몇을 옮겨 보자면, 혹자는 공포와 절망으로부터 상상을 지켜줄 수 있는 탄력적인 인물 을 그리고 어린이가 있는 곳 이 어디든, 어린이가 있는 시간이 언제든 동화의 배경 으로 가져올 것을 비롯해서, 성과 사랑, 자본 에 포섭될 수 없는 삶의 가치, 어린이들의 고립감 등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제안했다.(김지은) 또 다 른 사람은 우리 아동문학이 점차 가볍고, 얇고, 짧고, 자잘해져 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소박한 공동체의 삶과 아동문학의 본질적인 이야기성을 회복할 것을 요청했다.(박숙경) 여기에 나 또한 지 구화 시대에 어린이편에서의 연대와 실천으로 세계문학의 이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탰다. 자, 미래의 우리 아동문학에 또 어떤 희망과 전망을 보탤 수 있을까. 지난 10년을 돌아보아도 저 절로 이루어진 것들은 없었다. 지난 10년의 성과와 아쉬움에 잇대어 아동문학의 역사를 새로 써나 가자. 12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지난 10년의 우리 동화> 이 글에서 언급했던 2000년부터 최근까지의 동화와 다루지 못한 몇 편의 작품을 보태어 연대순 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 작품들은 2000년대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게 하는 징검다리와 같다. 우리 시대의 중요한 작가 작품이 많이 빠져 있는 불완전한 목록이다. 다만 지난 10년을 빠르게 환기하는 데는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0 2001 2002 2003 2004 지난 10년, 우리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해 왔나? 13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14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주제발표 2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이호백 / 재미마주 대표

주제발표 2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이호백 / 재미마주 대표 문제의 제기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어린이 책 분야가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다는데 의의 가 없을 줄 안다. 특히 지난 10년은 인터넷의 발달이 정점을 이룬 시기로 어린이 책 출판 분야도 인터넷 서점과 택배의 발달로 보다 많은 양의 도서를 손쉽게 보급해왔다. 학습지는 물론이고 만화, 전집류, 읽는 동화책, 유아책, 다양한 국내외의 창작 그림책 등 우리나라 근 현대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 분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큰 붐을 이루었던 것이다. 이 기간은 어린이 책의 문학적 내용도 다양해지고 글이나 그림의 스타일 등도 기존에 굳혀왔던 어린이적인 것으로부 터의 탈피를 시도하여 한 켠에서 매우 새로운 의미의 어린이 책들이 자라온 토양이 되기도 했다. 이제 어린이 책 분야는 빅뱅 직후처럼 분주했던 지난 10여년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아주 천천히 움 직이며 확장해야할지 수축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새로운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어린이 책이, 인쇄된 지면에 담긴 텍스트와 이미지의 장르와 문체 등을 기준으 로 놓고 보면, 매우 다양해지고 그 시각도 확장된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런 텍스트와 이미지를 싣고 있는 그 기기 자체만을 놓고 보면, 우리의 어린이 책은 매우 획일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획일화 된 인쇄 방식에 획일화된 규격과 제본, 몇 안되는 종이만이 쓰이는 매우 갑갑하고 단조로운 분야가 바로 어린이 책 분야일 것이다. 이번 독서 포럼에서는 바로 이렇게 어린이 책의 내용과 기호의 문제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어린 이 책이란 기기 자체, 그 재질감과 존재감이 위치하는 우리의 물리적 환경의 문제 등에 관심을 가 져보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관점들과 이에 대한 발표자의 경험과 생각을 소통하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17

1. 종이 가공물로서의 어린이 책 발달사 그림책의 발달사 토이북, 양장본, 페이퍼 백, 앨범 등 일러스트레이션과 인쇄의 역학관계 브르주와 일러스트레이션 / 아방가르드 그림책의 인쇄문화 등 그래픽 산업의 일환으로서 어린이 책 새로운 인쇄로의 초대 / 70년대 그래픽 운동과 90년대 넌픽션 시대의 이미지 혁명을 중심으로 책의 모양에 대한 성찰과 변화 무엇이 책이란 물건을 새롭게 만들어왔는가? 이미지 기호와 매체 기호(미디엄 자체)의 문제 2. 우리나라 어린이 책 - 그 가공된 모양의 역사 잡지의 시대 중철제본의 시대정신 동시의 시대 가난한 시대의 소박함을 넘어 만화와 잡지의 시대 떡제본의 경제성 전집의 시대 양장의 사회학 그림책의 시대 무엇이든 32쪽에 담아 그림으로 요리하다. 3. 도서 유통과 어린이 책 디자인과의 관계 책의 새로운 느낌이나 그 독특한 매력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책이 비싸지더라도 종이선 택과 책 가공방식 인쇄의 수준 등을 끌어올려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VS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책에 대한 가치에 타협하여 이미 정해진 가능한 종이와 제본 등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점만이 온전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 VS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전할 수 있다. 책이란 그것 자체가 온전한 것으로 다른 매체로 전환될 수 없다 VS 책도 전자화되어야 한다. 동네 서점은 다시 부활되어야 한다 VS 이제 서점 부활은 불가능하고 도서관이 많아져서 책문화를 일으켜세워야 한다. 18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4.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가치 기준들 브로드케스트에서 네로우케스트로 독서와 교육이란 코드에서 감상과 놀이의 코드로 소모적 카테고리 분류법에서 생산적/생성적 카테고리 분류법으로 내용주의에서 본질적 형식주의로 자본에 의한 물류체계 속의 책에서 공방과 조합적 체계로 움직이는 책의 가능성 모색 이상의 내용들을 이미지 자료들을 보면서 논의해본다. 종이 매체로서의 어린이 책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가? 19

주제발표 3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주제발표 3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나는 2002년 3월부터 <북페뎀>이란 무크(한때 계간지로도 전환한 바 있다)를 펴냈다. 그 시리즈 의 첫 권이 어린이책 이었다. 이 책의 책머리에서 편집위원들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오늘 우 리 출판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어린이 출판입니다. 또한 어린이 출판은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책의 개념을 현실화하는 실험의 장이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때 읽은 책에 대한 인 상이 한 인간의 평생 독서를 좌우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어린이책 출판에 관한 이론적 접근은 부재한 것이 현실입니다. 두루 살펴 보건대 페뎀의 첫 번째 특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한국출판의 긍정적 성장을 상징했던 어린이책 그렇다. 1990년대 우리 출판의 긍정적 성장을 상징하는 것이 어린이책이었다. 나는 어린이책 에다 한국출판은 왜 아동출판에 집착하는가? 란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논픽션에서도 실용적인 제안 이 없는 책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 제안은 갈수록 매뉴얼화한다. 이런 독서경향은 도도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은 전 세계가 한결같다. 하나로 네트워크화한 세계 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은 네 영혼마저 자본주의로 바꿔라 는 요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는 사실을 전제하면서 아동출판이 최고의 시장 으로 부상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의 유명한 계간지인 <스와니 리뷰>의 편집자는 문학잡지 편집자가 직면해 있는 큰 문제 중 의 하나는 과거 30년에 걸쳐 책을 읽지 않게 된 것, 혹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꾸 가치 없는 책을 즐겨보게 되고, 갈수록 본격적인 문학을 읽지 않고 있다. 어쩌면 쓰 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읽는 사람이 부족한 우스운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이 딜레마에 어떤 대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의견이 단순한 향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라고 탄식했다.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23

실용적인 제안은 구태여 책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출판시장은 전망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면 과연 희망은 없는가? 절대 아니다. 그 가능성의 하나로 아동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아동시장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실용 개념이 강한 책 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들에게는 상상력이 풍부한 책이나 절실한 감동을 담은 책들을 주 로 선택해 읽히려는 새로운 열의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다. (중략) 이러한 열의는 1997년의 IMF 사태 이후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학벌 과 인맥이 매우 중시되던 사회였다. 그러나 IMF 이후 벤처 열풍이 불면서 인간의 창의력이나 상상 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감하게 됐다. 몇몇 대기업은 창의력이 뛰어난 고등학생들을 특별채 용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졸지에 신흥재벌이 됐다는 기사가 연일 게재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창작동화, 상상력이 넘치는 책 등이 많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국내 출판시장이 희망이 없어 보이기는 문학출판사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문학출판사들은 문 학시장이 침체하고, 그들이 주로 펴내는 인문교양서들이 동반 추락하자 한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 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일어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문학시장 을 주도하던 주요 출판사들로는 창작과비평사,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문학동네, 실천문학 등이었 다. 이 출판사들은 1977년부터 창비아동문고를 펴내기 시작한 창작과비평사와 1995년에 자회사 비 룡소를 통해 아동출판을 시작한 민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1999년에 아동출판을 시작했다. 이들은 실천문학을 제외하고는 아동출판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아동출판시장은 주요 외국 고전의 심각한 중복출판, 전통적 교양독서의 영역에 속 하는 책들의 쇠퇴와 기능적(실용적) 교양서의 상대적인 강세, 역동적 서사물의 퇴조, 깊은 감동 없 이 잔재미만 추구하는 TV와 연결된 즉물적 기획상품의 시장 주도, 공포ㆍ괴기물과 유머ㆍ소화류 ( 笑 話 類 )의 유행과 같은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풍조를 주도하던 주요 아동출판사들은 급격하게 퇴조하고 있다. 이들 출판사의 퇴조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바로 문학출판사들이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비룡소는 인터 넷서점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출판사가 되기도 했다. 사내 전체 매출에서 아동서 매출 비중이 10% 내외를 점하던 창작과비평사는 이제 50%를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어 떻게 말하느냐 에 대한 책보다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에 대한 책을 집중 개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동시장 진출 1년 2개월 만에 사내 매출 비중이 이미 15%를 넘어섰다. 풍부한 문인필자를 보유하고 있는 문학과지성사는 비록 외국서적부터 출간했지만 국내 창작동화의 개발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있다. 24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이런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첫째,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와 같은 어린이 교육 문화운동을 꾸준히 펼쳐온 시민단체의 활 동이다. 1980년 5월에 창립한 이 연구회는 지난 20년 동안 아동서적과 청소년도서에 대한 비평활 동, 계절별 좋은 책 선정, 권장도서목록집 발간, 월간회보집 <동화읽는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월간 동화자료집 <마음을 살찌우는 글읽기> 발간, 동화읽는어른 전국 모임 결성, 일선 학교에 좋은 책 보내기 운동, 어린이를 위한 독서교실, 독서캠프, 독서여행 등 실시, 아동서적 관련 세미나, 강연회, 동화작가와의 만남 개최, 가정도서실이나 책 사랑방, 공공도서관 살리기 운동 등을 꾸준히 해왔다. 이로 인해 이제 이 단체가 선정한 책에는 일종의 권위가 부여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합법화와 그로 인한 학교교육환경의 변화이다. 전교조 는 열린 학교교육을 위한 저항운동을 1989년부터 해왔다. 이 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수많은 교사들 이 해직되거나 구속되는 어려움까지 겪었으나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합법화되었다. 이후 학교 교육은 교육체제의 변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평상시 독서와 독서토론 훈련을 통한 창조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 계발의 필요성이 증대되어 왔는데 이제 그 결실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 출판사들의 노력이다. 보리, 보림, 재미마주, 길벗어린이, 다섯수레, 다림, 우리교 육, 산하 등 아동전문 출판사들은 양질의 아동도서 출판에 진력해왔다.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사계 절, 푸른나무, 한길사 등 아동서적을 펴내는 인문출판사들의 노력에 의해 시장이 확대되어 왔다. 아 동서 시장이 확대되자 시공사, 김영사, 푸른숲과 같은 주요 단행본 출판사도 최근에 일제히 아동서 시장으로의 새로운 진출 또는 대폭적인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만화, 게임, 유통 등 출판시장에서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는 시공사는 소사장제를 도입하며 아동 분야도 시공주니어로 독립시켰는데, 이 회사의 매출은 최근 급격하게 신장되고 있다. 이들 출판사들과 새롭게 아동서적을 펴내는 문학 출판사들은 더 이상 아동출판에서 소수자가 아니다. 그들은 주류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어린이 전문서점과 전문도매상의 등장이다. 전통적으로 아동단행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 던 출판사들은 총판을 중심으로 한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아동도서의 출간 종수가 크게 증가하면 서 책이 없어서 못 읽는 것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서 아이들에게 읽히지 말아야 할 책을 솎아내고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골라주는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 필요성에 의하여 등장한 것이 어린이 전문서점이다. 신촌(이대 후문)의 초방 에서 시작된 어린이 전문서점은 한때 전국적으로 약 100여 개의 서점으로 늘어났다. 또 이들 전문서점의 증가는 자연스 럽게 이들 서점에 좋은 책을 선별해 공급하는 서당, 좋은책들 등 전문도매상의 등장을 가져왔다. 다섯째, 이런 노력을 감안해 일간신문들이 아동서적을 소개하는 지면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25

다. 주요 일간지들은 매주 아동도서 페이지를 1개면 이상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 문서평의 위력이 미약해져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동서적만은 예외이다. 이와 같은 다각도의 노력 에 힘입어 이제 아동도서는 좋은 책이기만 하면 잘 팔려나가게 되었다.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해 많 은 출판사들이 아동출판시장에 이미 진입했거나 진입을 준비중에 있다. 이러한 사례만 보면 인간이 앞으로 결코 책을 읽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현재의 아동들은 누구보다 영상미디어나 인터넷의 세례를 많이 받았다. 따라서 이들은 책을 멀리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좋은 책에 대한 독서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다만 유아나 저학년 학생들보다 고학년 학 생들은 상대적으로 부모의 권유가 덜 먹혀들고 있는 것이 여전히 우려될 뿐이다. 여섯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의 확실한 정착이다. 1986년에 저작권법의 전면개정과 함께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해 1987년 10월 1일부터 그 효력이 국내에도 미치기 시작하고, 우루 과이라운드(UR) 타결로 결성된 세계무역기구(WTO) 내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협정(TRIPs)이 1996 년 1월 1일부터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발효된 다음에는 저작권 개념이 확립되자 아동출판시장도 획 기적으로 달라졌다. 고전문학작품이나 서양 유명 동화 등 아동들의 인기를 끄는 소수의 출판물을 중복출판하며 경쟁적으로 펴내던 데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점차 아동물의 종수가 매우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수준 높은 책들의 간행이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오늘날의 아동출판시장의 확대가 가능해진 것은 독서시장의 최대 세력으로 떠오른 386세대 주부 들의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나이가 3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이들 계층은 지난 1970~1980년대에 책 읽는 의미를 분명하게 깨달은 세대다. 당시 의식화 의 세례를 직 접 받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한 권의 책 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하고 혁명에 눈뜨 는 동기가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 는데 특히 기존 학교제도나 사설교육제도를 대체로 불신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이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찾는다. 2001년에 교보문고가 실시한 세대별 구입도서 현황조사에서 30대 와 40대 독자에서마저 아동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흐름을 방증한다. 기업의 규모를 떠나서 모든 출판사는 매번 간행되는 책마다에 지나친 승부를 걸기보다는 내실 있는 장기기획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판사들이 그런 목적으 로 간행하는 책들이 바로 아동출판물이다. 아동출판물은 과거에는 출판사들이 비슷비슷한 책을 펴 내다 보니 영업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유아용 그림책은 책마다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남 보다 얼마나 더 많이 서점(문구점을 겸하는 소형서점까지 포함하여)에 책을 펼쳐놓는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26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이제 아동출판시장은 좋은 책만 펴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지는 최고의 시장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이뤄진 다음에는 단행본 매출 상위를 차지하는 출판사들치고 아동 출판에 뛰어들지 않는 출판사가 없을 정도이다. 이제 한국출판의 화두는 바로 아동출판으로 여겨질 정도로 아동출판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있으며 아동출판물의 출간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분야별 발행부수 1위로 올라선 아동출판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2001년 한국출판연감 에 따르면 2000년 전체 발행 부수(112,945,032 부) 중 아동출판 신간 발행 부수는 전체의 12.45%인 14,067,265부로 만화(44,537,041부, 39.43%), 학습참고서(15,390,750부, 13.63%)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12 한국출판연감 에 따르 면 아동출판 신간 발행 부수는 전체의 21.68%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2003년에 5,219종 15,774,856권이 발행됐던 아동서적은 발행부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다가 2011년에는 9,546종 37,705,148부나 발행되었다. 신간발행부수로는 약 2.4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렇 다면 양적 성장에 따른 질적 성장이 동반해서 이뤄졌을까? 우리 그림책이 세계적인 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 결코 질적으로 우수한 책들이 출간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12년 말 나는 한국일보 출판문화상 심사에 참여하고 나서 그림 작가의 첫 책인데도 DK나 갈리마르의 그림책들을 능가한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었다. 기뻤다. 사실 작가의 역량에 크게 의 지하는 문학작품과 달리 그림책은 글 작가, 그림 작가의 예술적 감각뿐만 아니라 편집자의 연출력, 출판사의 마인드 등이 잘 결합해야 우수한 그림책이 나올 수 있다. 2012년에 최고의 평가를 받은 장수탕 선녀님 (책읽는곰)의 작가 백희나도 능력 있는 편집자를 만난 행운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 왔다고 한 강연에서 털어놓았다 ( 모든 세대가 그림책을 즐기는 세상, <기획회의> 336호, 2013. 1. 20)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 그림책의 수준이 세계적임을 자랑한 바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책의 전반적인 수준은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어린이책 편집자들의 최대 고민은 신간 론칭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펴내도 신간 론칭이 되지 않으 면 출판사들이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어린이책 시장에서 창작은 수상작이 아니면 팔리지 않지만 수상작의 판매부수도 갈수록 떨어진다. 창작보다는 교양, 교양도 학습 연계가 이뤄진 책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책 시장은 스테디셀러의 아성 으로 여겨졌었지만 최근에는 스테디셀러들마저 사 라져가고 있다. 온라인서점을 통해서 반값 할인이 일상화되자 질 보다 가격 이 우선시되면서 악화 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불구 상태인 현행의 도서정가제는 출간되고 18개월이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27

경과한 책을 정가제에서 예외로 두는 시한정가제와 실용서와 참고서 등을 정가제에서 제외시키는 부분정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구간 할인을 통해 매출을 유지하는 전략을 폈다. 뿐만 아니라 신간임에도 실용서로 코드를 잡아 출간 즉시 과도하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일을 즐겼 다. 따라서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껍데기만 남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 개정 어디까지 왔나 (<기획회의> 335호, 2013. 6. 5)에서 2012년 11월 국회 공청회 준비 과정에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확인해보니, 2012년 11월 13일 기준 국내도서 재고 약 43만 종 가운데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은 12.8%에 불과했다. 이조차도 기본으로 19% 할인이 가능하고 공공의 도서구입처에는 할인 제한조차 없는 수치이다. 이는 도서정 가제는커녕 도서 할인 촉진제도 라는 괴물이 출판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서정 가제의 형해화는 법이 없는 것만도 못한 유통질서 혼란과 가격 거품, 출판산업의 절대 다수인 중소 출판사와 서점의 시장 퇴출을 초래해 유통 지배력이 있는 할인판매 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저자, 출 판 서점계, 도서 구매자 모두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을 좀더 들어보자. 신간 도서에 대한 명목상의 정가제 적용은 구간 도서의 과당 할인 경쟁을 부르는 풍선 효과 를 조장했다. 50% 이상 할인은 물론이고 3천 원 균일가 판매 등 도서정가제가 없는 나라보다도 더 심 한 할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현실이다. 구간 중심의 판매 구조와 불황의 터널은 새로운 책의 출판을 감소시켰다. 다품종 소량생산 이라던 출판은 어느새 소품종 소량생산 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한출 판문화협회가 발표한 도서 발행종수(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행) 통계를 보면, 2012년 신간 발행종 수는 3만 9767종으로 전년 대비 9.7%나 감소했고 발행부수는 무려 20.7%나 줄었다. 책의 수요와 유통 기반이 급속도로 무너지는 가운데, 출판사들까지 콘텐츠 경쟁이 아닌 가격과 마케팅 경쟁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시장질서가 무참히 무너진 상황을 개선하자는 것, 종 국적으로는 다양한 양질의 책을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거품 가격 없이 입수 가능한 환경을 만들 어 독자의 독서권 을 증진시키자는 것이 이번 (도서정가제 법안) 개정안 발의의 배경이다. 2002년과 2013년 사이의 출판유통 시장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요인은 온라인서점의 등장이다. 온라인서점은 출판시장에서 무한 할인경쟁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 사라지는 것은 오로지 창의성과 의외성과 창발성이다. 어린이책 시장에서도 팔리는 책이나 수준을 유지한 책을 펴낼 수 있는 책을 펴낼 수 있는 저자(작가)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 현실에서 과도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마케팅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KBS 어린이 독서왕 사태다. 28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한심한 이벤트의 극한을 보여준 KBS 어린이 독서왕 KBS는 어린이 독서왕 사업을 위해 갓 설립한 유통업체인 (주)북허브를 통해 출판사에서 45% 에 책을 공급받아 온라인서점이나 도매서점에 65%에 공급했다. 북허브는 KBS가 주관하는 한국어 능력시험 대행사 북앤키즈가 만든 SPC 형태의 회사다.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이 일은 처음부터 이 권을 노리고 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정가를 1만 원으로 보고 5만 질(200만 부)이 팔리면 40억 원의 유통마진이 발생한다. 이중 일부를 하청업체에 주고 약 30억 원 정도를 방송제작비라는 명목으로 획득하려 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처음부터 반품불가원칙까지 세웠다. 방송제작비를 출판사 에 부담시킨다는 발상에 기가 찰뿐이다. KBS는 책 읽는 분위기를 진작시키려고 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독서는 고도의 문화행위다. 더 구나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으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려면 섬세하고 면밀한 방법론을 도입해도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텔레비전에 오락 프로그램 한 번 방영한다고 책 읽는 사회가 될 것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할 이유조차 없다. 출판현실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세 운 계획에 한때 출판시장이 출렁거렸다. 요즘 아동, 청소년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은 심각한 매출 압박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니 똥오줌 가리지 못하고 이런 계획에 달려들었다. 45%에 공급하고도 얼마나 이익이 남는다고 말이다. 게다 가 책 뒤에 저질의 예상문제집 을 붙이는 바람에 모든 책이 쓰레기 로 전락했다. 출판인으로서의 양식을 내팽개치면서까지 이런 이벤트에 달려든 것을 반성해야 마땅하다. 온라인서점들도 매출 압 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경품까지 걸며 경쟁적으로 책을 팔려고 했다. 더욱 한심한 사 실은 이 따위 이벤트에 9개 시도교육청이 후원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9월 방영 예정이던 이 프로그램이 다행히 교육계와 독서운동 단체들의 격렬한 반대로 좌초됐지 만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요동치는 독서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 가 됐을 뿐만 아니라 출판시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사태를 처음으 로 보도한 한국일보 채지은 기자는 최근 발표한 후폭풍이 큰 KBS 어린이 독서왕 사태 (<기획회 의> 345호, 2013. 6. 5)에서 이 사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과 교양을 넓히는 교육적 행위이지만 자발적인 유희로서의 기능이 상당 하다. 교과서에 문제집에 기타학습관련 서적까지, 책 더미에 깔려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또다른 책 을 읽도록 유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미 다. 책의 중요 포인트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른다면 결국 선정도서는 또 하나의 지겨운 학습지 역할밖에 안 된다. 사색 없는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얻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29

을 것이라고는 책에 대한 환멸뿐이다. 삶에 대한 성찰이나 상상력 등 어린이들이 독서를 통해 꼭 얻어야 할 것들은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 경쟁위주의 왜곡된 독서습관을 부추길 우려가 컸던 프로 그램이 전국에 방송되는 KBS의 가을편성 직전까지 갔다는 게 아찔하다. 자발적인 행위여야 하는 독서를 강제하고 그것도 단답형 시험을 통해 성과를 가리게 한다는 점 이 KBS 어린이 독서왕 의 가장 잘못된 부분이지만, 텍스트가 되는 선정도서 자체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해당 도서는 3,4학년용 20종, 5,6학년용 20종씩 총 40종으로 표지에 KBS 어린이 독서 왕 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고, 부록형식으로 예상문제집까지 수록되어 있다. 해당 도서의 선정 배경과 과정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KBS는 로비를 우려해 심사위원을 밝 힐 수 없다며 버텨 더 의혹을 부풀렸다. 공정성 논란으로 뭇매를 맞아가면서까지 끝내 도서 선정 주체인 KBS도서운영위원회 의 실체와 그 명단을 밝히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떠돌았다. 공영방송에서 주관하고 직접 유통회사를 통해 20만 권(출판계 추정)에 달하는 책을 판매 하면서 그 책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선정된 양질의 책이라는 증거를 대지 못하는 상황을 과연 누가 수긍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해당 도서 중 상당수가 결함이 많고 수준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어린이도서연 구회는 선정도서검토보고서 를 통해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 40권을 분석한 결과, 추천할 만큼 우수한 책은 없으며 24종은 재미있게 읽을 만하나 평이하고 16종은 결함이 많고 유사도서가 많으 며 수준이 낮은 책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 박태 준 포항제철 전 회장 등의 업적을 부풀려 칭송하거나 해당 학생들의 교과과정과 상관없을 뿐더러 어른이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처세술 책 등을 펴내다 최근에야 어린이책을 기획해 1년에 한두 권쯤 내는 등 독서왕으로 묶이기 전에는 인지도가 없던 출판사나 최근 학력위조로 문제가 된 저자에 관한 책 등 양질의 책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것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며 이런 수준의 책을 아이들에게 읽힌다는 게 의미가 있 는지 의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의 심각성은 유통업체들이 책의 질에 대한 판단 없이 과열 판매 경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 검토의견 에서 40종 중 추천할 만큼 우수한 책은 없다 는 의견을 내놓았다. 30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평점 평가요소 문학책 평가 - 독자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가 - 구성과 표현에 우수한 장점이 있는가 비문학책 평가 - 독자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가 - 대상을 성실하게 조사ㆍ연구한 결과를 담았는가 - 독자가 대상에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며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는 구성과 표 현으로 되어 있는가 평점결과 3,4학년 선정도서 : 상 - 0종, 중 - 11종, 하 - 9종 5,6학년 선정도서 : 상 - 0종, 중 - 13종, 하 - 7종 40종 중 추천할 만큼 우수한 책은 없다. 24종은 재미있게 읽을 만하나 평이한 수준이고, 16종 은 결함이 많고 유사도서가 많으며 수준이 낮은 책이다. 적정 연령 40종 중 11종은 적정연령에 맞지 않게 어려운 책을 선정하였다. 특히 비문학도서는 3,4학년 선정도서의 70%(10종 중 7종, 그 중 1종은 청소년), 5,6학년 선정도서의 35%(14종 중 5종)가 해당된다. 비문학도서는 그림이 많고 글자크기가 커서 편집형태를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 권에 담는 정보량이 많고,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며, 단편적이고 짧은 글로 개념을 설명하 는 등의 문제 때문에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는 유통회사인 (주)북허브를 통해 일괄 적으로 공급되었다. 북허브의 대표가 출제, 인쇄, 운송, 채점 등 학생 한 명 당 최소 몇 천 원이 소요되고 방송 제반비용을 충당해야 해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고 해명했다지 만 우리 유통현실에서 온라인서점들이 65%에 공급받았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들은 팔리는 책의 경우 최소 60%, 45-55%의 매절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온라인서점은 우승 어린이에게 상금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31

을 거는 등 대대적 판촉행사까지 열어 엄청난 비판을 자초했다.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들이 특별판매대를 설치했고, 예스24는 이벤트를 통해 5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 300명에게 선착순으로 1만 원 자사상품권을 제공하고 우승자 2명에게 각 100만 원씩의 상금을 준다고 밝혔으며, 인터파크도 학교대표로 선발된 어린이 2명에게 추첨으로 100만 원씩을 지급한다며 사행성 이벤트를 진행했다. 4월 둘째 주 교보문고 종합 집계에 따르면 어 린이도서 베스트 순위 20위 안에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가 13종이나 되는 등 싹쓸이 현상까지 나타났다. 서점들의 이런 행태는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다른 양질의 책 이 팔리지 않는 부작용까지 일으켰으니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방송 취소 소식이 전 해지면서 대대적 판촉행사를 벌여 온 서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역시나 사과 한마 디 없다.(채지은, 앞의 글) 어린이 독서왕 파동에서 가장 많이 반성해야 할 것은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이다. 그들은 책의 질과 사태의 심각성은 제쳐두고 무조건 책을 많이 팔아먹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이 사태의 시발점 은 아마도 스테디셀러 반값 할인일 것이다. 아동, 청소년 시장은 스테디셀러의 아성이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을 야금야금 반값 할인으로 빼먹었다. 그것은 엄동설한에 언 발에 오줌 누기 였다. 이제 출판사들은 발이 썩었을 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썩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하려고 45% 공급에다가 예상문제집 이라는 것을 붙여 쓰레기를 만들면서까 지 이번 일에 달려들었다. 적지 않은 출판사들이 이번 건에 혈안이 되었다. 그들은 결국 결정적인 장기 하나를 팔아먹은 꼴이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원칙을 지켜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무리 한 수를 써서 남을 억누르며 자신만 살아남겠다고 아무리 몸부림쳐 봤자 결국 자신의 생명만 단축 될 따름이다. 이번에 그 명백한 사실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깨우쳤다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어 쨌든 가격경쟁이 아닌 질 경쟁으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가 빨리 확립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어린이책 시장의 긍정적 변화는 유통환경부터 바뀌어야 가능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어린이책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한 데에는 유통시장이 달라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총판형 유통시스템이 위축된 대신 어린이 전문서점과 전문도매상이 등장했 다. 소형서점이 위축되고 중ㆍ대형서점이 늘어남에 따라 책의 비교ㆍ검토가 가능해졌다. 1989년 전 32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교조 합법화 이후 학교교육시장이 변모하면서 이른바 채택도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학습참고서 와 함께 아동도서도 교사와 결탁된 업자들이 제공한 책들만이 학생들의 필독도서로 여겨졌는데 그 런 일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오랜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추천도 서 시장도 활성화되기 시작 (한기호, 앞의 글)한 것이 어린이책의 질적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서점이 등장한 이후 점차 매출 비중을 높여가면서 출판시장은 요 동치기 시작했다. 1994년에 5,683개로 정점을 찍었던 오프라인서점은 2003년에 2,247개로 줄어들 었으며, 2011년에는 1,752개가 되었다. 최근 8년 동안에만 22%가 감소했다. 할인경쟁으로 매출이 상승하던 온라인서점들도 2010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다가 2011년 이후에는 도서판매로 발생하는 수익률이 제로가 되었다. 2012년부터는 드디어 매출이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예스24, 인터파크, 인터넷교보문고, 알라딘 등 이른바 빅4 서점의 매출 비중은 날로 증 가했다. 공식 통계는 아직 4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 비중은 절반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스트셀러는 70-80%대까지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류유통이 생산을 규정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한국의 아동출판시장은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책 시장을 다시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는 유통시장부터 확실하게 변모시 켜야 할 것이다. 나는 어린이책 에 발표한 글에서 저작권 실질적 발효 이후의 어린이책 유통환경 의 변화를 여섯 가지로 요약해 정리했다. 나는 그 여섯 가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에 다 시 새로운 의견을 첨부하는 것으로 이 발표의 결론으로 삼고자 한다. ❶ 총판형 유통시스템의 위축 [전통적으로 아동단행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출판사들은 총판을 중심으로 밀어내기식 영업 을 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출판사가 직접 행하는 수준의 영업을 하던 아동총판들은 사 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영세서점들의 몰락으로 책을 공급할 거래처가 사라지자 총판들이 도산 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서적유통업 자체가 업무는 고되면서도 보수는 적어 총판에서 일할 인력마저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1995년에 영업을 시작한 비룡소(민음사 계열사)는 처음에는 총판영업 체제 를 도입하였다가 곧바로 발을 빼야만 했다. 1993년에 아동출판을 시작한 시공사는 독특한 판형으 로 인해 영세서점이 진열을 해주지 않아 아예 서점영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방문판매를 위주로 한 별도의 영업조직을 구축해 영업했으나 2000년에 완전한 서점영업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아동단 행본 시장의 한 강자인 삼성출판사는 총판이 아닌 지사라는 자체 영업망을 조직해 서점에 책을 공 급하고 있다.]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33

총판은 특정한 출판사의 책을 취급하면서 해당 지역의 소매서점을 출판사의 직접 영업 수준으 로 관리해주었다. 그러나 영세서점이 몰락한 이후 믿을 만한 총판은 거의 사라졌다. 도매상 또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몇 곳만 남아 10%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출판사들이 총판 영업을 해볼 여지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 출판사들이 오로지 목숨을 거는 것은 대형 온라인서점들 이다.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는 것이 최고의 영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다보니 사재기, 반값 할인, 우회 업체를 활용한 도서 증정, 5000원 쿠폰, 외국의 빅 타이틀에 거는 높은 선인세, 출 고가(서점으로서는 입고가) 낮추기 등 출판유통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출판시장을 머니게임 시장으로 전락시켜 책의 다양성, 창의성, 의외성을 훼손 하게 만들었다. 물론 신간은 1년에 6만 종이 넘게 생산되고 있으며 그 중 어린이책의 비중이 선두를 달릴 정도로 많은 타이틀의 책이 탄생한다. 그러나 자기계발서 등 엇비슷한 책들이 범람해 진정 탄생할 가치를 지닌 책의 출간종수는 오히려 크게 줄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❷ 어린이 전문서점과 전문도매상의 등장 [어린이 전문서점들은 일종의 운동적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도서연구 회 등 유관단체들이 추천하는 좋은 책들을 가려서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서 점들은 대체로 영세한 규모이며 자체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이들 전문서점들은 신세대 주부들이 많은 서울의 위성도시에 밀집해 있는데 이들 지역에 대형 할인점들이 들어서고 온라인서점들이 할 인판매를 시작한 다음에는 더욱 곤란을 겪고 있다. 이들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기 위해 탄생한 전문도매상들은 초기에 여러 일간신문 아동페이지 하 단에 매월 1회씩 연합광고를 게재하면서 시장을 넓혀왔지만 일부 도매상이 부도의 수난을 겪는 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전문서점과 전문도매상의 등장은 영세한 소매서점의 전문화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1990년대 아동출판이 급격하게 성장할 때 그 성장 동력 중의 하나는 한때 전국에 100여 개로 늘 어났던 어린이 전문서점이었다. 이 서점들은 좋은 책을 골라 진열했고 덕분에 학부모들이 자식에게 권할 책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어린이책 평론가가 너무 적은 현실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같은 시 34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민단체가 좋은 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때 이들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전문도매상만도 몇 개나 될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모두 도산했다. 지금은 그중 일부가 다시 살아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어린이 전문서점과 이들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전문도매상, 좋은 책을 골라주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90년대에는 희망이 넘쳤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이책 (특히 그림책)을 넘겨보며 책을 고를 수 있는 오프라인서점마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을 펴내도 자기 감식안으로 책을 고를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책이 발 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은 지방에서는 아무리 좋은 책이 나와도 책을 직접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니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하는 일도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이 부활할 수 있는 여건의 확보가 시급하다. 그것이 완전 도서정가제의 부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완전 도서 정가제는 어린이 전문서점과 전문 도매상의 재등장을 가져오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❸ 서점의 중ㆍ대형화에 따른 변화 [서점들이 중ㆍ대형화되면서 전시공간이 늘어나긴 하였으나 출판사들간의 경쟁이 심하여 유통질 서가 큰 혼란을 겪었다. 출판사들은 이들 공간에 책을 전시하기 위하여 출고가를 계속 인하해왔다. 전통적으로 아동출판물은 원고 매절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여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서점에도 싸게 공급했기 때문에 출고가가 성인 대상의 출판물보다는 5% 정도 낮았다. 그러나 출판물이 고급화하 면서 인세 개념이 명확해지고 그림마저도 인세제도가 도입되면서 아동출판물은 다른 출판물보다 비용이 증대했다. 그럼에도 아동출판영업은 새로운 영업질서를 형성하지도 못하고 기준이 없이 마 구 흔들렸다. 심지어 정가의 50%에 공급하는 출판사들이 등장하고, 또 매절이란 명목으로 출고가 를 낮춰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더구나 매절 부수도 20~30부, 심지어 10여 부 단위까지 내려갔다. 또 서점에 책을 진열하기 위해 서점 판매원들에 대한 로비가 매우 격심해졌다.] 한 출판사에서 오랜 준비 끝에 특정 주제의 책을 제대로 만들었다. 그런데 다른 출판사가 편집자 들을 동원해 똑같은 콘셉트의 책을 대강 짜깁기로 만든 다음, 반값 할인을 무기로 그 책 옆에 나란 히 진열한다. 이런 출판이 아동출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동반자살하자는 일이지만 이런 경우 제대 로 만든 출판사부터 어려워진다. 노출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전에는 대형서점들이 이런 책들을 골라서 자동폐기 되도록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정화기능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 더구나 지금 대형서점들은 서점 판매대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서점은 온갖 이벤트 비용을 출판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35

사에 부담시키고 있다. 이들은 책의 입고가격 인하도 끊임없이 요구한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 으면 책이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요구를 거침없이 들어줄 수 있는 출판사는 어디일까. 원칙을 지키며 제대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비정상적으로 만든 책이나 저질의 책이 서점의 서가를 도배하고 있다. 대형서점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해간다는 느낌마저 드는 세상이다. 온라인서점은 어떤가? 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들은 한때 어린이책 베스트셀러를 거의 점 령하다시피 했다.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예상대로 5만 질 200만 부가 판매됐을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책 시장이 책의 질이 아닌 마케팅 경쟁으로 좌지우 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❹ 영세소매서점의 위축 [영세서점들은 학습참고서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데다 도서대여점의 등장으로 그 어려움이 가 중되면서 폐업이 속출했다. 도서대여점이 대부분 만화방 으로 전락하면서 일반 단행본 서적의 유 입은 크게 줄어들어 출판시장 자체는 어느 정도 도서대여점의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주택가 서점의 주요 고객인 아동들이 여전히 도서대여점의 만화를 즐겨 찾아 영세서점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1997년에 서울 YW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서울 시내 도서대여점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서대여점 실태조사 에 의하면 도서대여점이 보유하고 있는 책 가운데 만화가 차지하고 있는 비 율이 평균 60%에 이르며 특히 일본만화가 50% 이상인 곳이 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골적 으로 성을 자극하거나 매우 폭력적인 일본만화를 도서대여점에서 즐겨 읽는 아동들이 쉽게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도 아니어서 이들 영세서점들은 더욱 위축되었다.] 소매서점의 수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서점들도 주로 학습참고서만 취급하지 어린이책을 제대로 갖춘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매서점은 아직도 총판에서 일방적으로 공급하 는 책 위주로 서가를 진열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소매서점을 통한 어린이책의 진흥을 꿈꾸기가 어렵다. ❺ 대형 할인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 [대형 할인점의 연속적인 등장은 출판계에 많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앞으로도 할인유통업체가 급 증할 태세여서 할인점의 여파는 출판유통시장을 크게 재편시키고 있다. 할인점들은 주로 일부 베스 36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트서적들과 아동출판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데 할인점의 아동출판물 판매는 급증했다. 전문 할인 업체는 철저하게 판매를 위주로 아동물을 진열하여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할인업체에서 아동출 판물 판매가 호조를 이루자, 출판사들은 직거래를 늘렸다. 어떤 출판사는 할인점의 매출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총판업체보다 크게 늘어나자 할인점에 책을 공급하는 것을 항의하는 총판과 거래를 정리해버리기도 했다. 이제 할인점은 수도권의 위성도시에서 전국으로 확산되어 있어 이들 업체를 무시하고는 아동출판을 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 할인점들이 처음에는 입고율이 싼 책만을 주로 취급했으나 최근에는 실제 구매층인 주부독자들의 수준에 맞는 책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들로 진열을 바꿔가고 있다. 199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온라인서점들 또한 386 주부 들의 주요한 책 공급원이 되었다. 신기 한 스쿨버스 와 같이 인기 있는 시리즈는 온라인서점에서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출판계에서 할인점을 통한 매출 증진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몇 출판사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형 할인점마저 온라인서점의 공세에 힘을 잃고 고사 상태에 빠진 것은 마찬 가지다. 온라인서점은 블랙홀이 되어 출판시장의 유일한 강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온라인서점은 빅4 로 매출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매출이 감소추세이며 더구나 이익을 내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 고 있다. 출판관련업체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성장한 온라인서점들의 불투명한 미래는 출판시장 의 앞날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003년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홈쇼핑은 한때 다수의 그림책 목록을 확보하고 있던 출판사에게는 매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했다. 일부 출판사가 홈쇼핑에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매출을 크 게 늘린 바가 있다. 하지만 책이라는 상품이 홈쇼핑에서마저 침체에 빠져든 지금은 책을 팔아볼 창 구를 거의 잃어버렸다. 따라서 우리는 양질의 그림책을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유통여건을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 ❻ 추천도서 시장의 활성화와 독서교육 시장의 등장 [수능시험이 등장하면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글짓기 교육이 필요해짐에 따라 독서교육에 필요한 책시장이 형성되었다. 개인적인 교습행위 외에도 글짓기를 위한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추 천도서를 선정하고 이를 공급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는 대졸 이 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 주부들을 모아 독서지도사를 양성해왔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외에 도 한국독서교육연구원, 중앙독서교육연구원, 까치 글짓기, 한샘아름이국어, 한마음독서교실, 어린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37

이 철학연구원, 해오름논술교실, 글사임당, 어린이문학연구원, 어린이문학연구소 등 독서와 연관된 군소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아이북랜드와 같은 어린이책 전문 대여체인이 최근 전국에 지점망을 급속도로 뻗고 있다. 이들 체인은 체인 본부의 도서 선정팀이 정 한 책들을 독서 선생님이 직접 회원 어린이의 집에 갖다주는 택배시스템 을 채택하고 있다. 2000 년 말부터 시작된 이 신종 업종은 30여 개의 체인들이 다시 줄지어 들어선 가운데 각 체인들은 특 화 전략을 통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종합적인 인재를 키우는 21세기형 교육은 암기에 있지 않다. 바로 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 고 탐구하는 책을 읽어내는 능력, 즉 독서 능력 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학교도서 관이 책 대여점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시행하고 있는 독서교육의 수준은 아이들이 각자 알아 서 1시간 동안 책을 읽게 내버려두는 정도일 뿐 아니라 책의 종류나 질( 質 )에 상관없이 일단 많이 읽도록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실행한 제1차 학교도서관 활성화 계획 에 따라 전국 학교도서관 설치율 은 95.1%에 이르렀다는 것이 교과부의 보고다. 일부 시도에서는 100% 설치율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질이 문제다. 학교도서관 진흥을 통한 공교육 내실화와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발달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2008년 6월부터 시행한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은 학교당 장서 수 1천 종 이상 구비와 한 해 100종 이상의 도서 구입을 권장한다. 하지만 해마다 어린이책 신간이 1만 종 가 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학교 당 1천 종 구비에 연 100종 구입 기준은 학교도서관 자료의 빈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학생들이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학생들 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학교도서관을 마련하고 그곳에 다양한 책과 잡지, 일간신문, DVD 등 의 영상자료, 인터넷 접속을 위한 컴퓨터 등을 폭넓게 구비해 주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다양한 신간을 제대로 구비해서 학생들이 언제나 필요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나야 한다 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적 허점을 이용해서 세력을 넓힌 것이 추천도서 다. 추천도서 라 할지라도 출간되는 도서 전체를 점검해서 권할 만한 책을 고른 다음 그에 대한 추천 서평이 있 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일부 독서상업주의자들이 이익만 중시하는 출판업자들과 합작 해서 추천도서를 양산해왔다. 위에 언급한 일부 업체는 철저하게 이익 위주로 추천도서를 선정해 출판시장을 기형적으로 왜곡해왔다. 38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

그렇다고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어린이책 시장은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2000년대 초만 해 도 어린이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처럼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계륵 처럼 여 기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 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 어덜트(young adult)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에서 우리는 희망의 싹을 엿볼 수 있다. 영 어덜트 시장의 확산은 핵가족화, 소자녀화, 맞벌이 증대, 휴대전화를 비롯한 1인 미디어의 득 세 등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소통이 쉽지 않은 시대에 대화의 통로를 열어주는 데 책이 매우 중 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동출판시장 전체가 실용서 위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성장통을 크게 앓는 아이들을 책으로 치유하려는 노력 또한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지난 세월 아동시장을 성장시킨 동력과 맥락이 닿아 있다. 따라서 아동출판의 성장 동력 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확인해볼 수 있다. 영 어덜트의 성장에 따른 자신감이 유 아출판으로 내려가 어린이책 출판 전체의 제2의 부흥기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명사적으로 보아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저장과 보관을 컴퓨터가 잘 해주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똑같은 교과서로 가르치고, 또 그렇게 가르친 것에 대한 시험을 보아 실력을 평가하는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절대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그렇게 해 서 아무리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창의력이 없으면 곧바로 퇴출되고 만다. 따라서 이 제 불규칙하게 놓여있는 수많은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나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제대로 키워야만 한다. 그것을 우리는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브리콜라 주bricolage적인 지식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어인 브리콜라주는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 등으로 번 역이 되는데, 바로 눈앞에 있는 것들로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 지식이야말 로 앞으로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내는 데 꼭 필요한 역량 이 될 것이다. 인간은 이제 효율적인 망각이 중요해졌다. 인간은 기억과 재생의 능력은 컴퓨터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컴퓨터는 선택지적 망각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이제 인간은 무수히 접하는 과잉의 정보들 중에서 불필요한 지식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을 연결지 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브리콜라주적인 지식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고전과 소프트 인문학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가 대학을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고, 대학 또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은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어린이책과 출판산업 변동양상 - 온라인서점은 어린이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39

그러나 그런 공간을 통과한 이들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의 인문학 붐은 여성ㆍ지 방대 출신ㆍ백수ㆍ노숙인ㆍ저소득자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시민들에게 힘입은 바가 큰데, 이 열풍을 가장 열성적으로 주도하는 이들이 공부하는 주부, 즉 공주 다. 이들이 열성적으 로 읽기 시작한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지식, 즉 기반지식을 담은 고전과 소프트 인문학 서적이다.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쉽게 설명한 책들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주부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자식이니 곧 좋은 어린이책이 유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40 제1차 독서문화포럼 책, 어린이,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