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mos 글쓰기론 - 글쓰기의 유기적 진행에 관하여 이 영 주 연세대학교 1. 서론 모든 글 쓰기는 새로운 글 쓰기이다. 숙련된 필자든, 초보적 필자든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이전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이다. 아무리 글을 써본 경험이 풍부한 필자라 해도 늘 다니는 길을 반복하는 버스 운전기사와는 다르다. 누구나 백지에서 시작한 다. 그리하여 빈 공간을 단어와 문장과 구두점으로 채워 넣어 간다. 그것은 구조와 체계를 세워나가며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고도의 작업이다. 그 작업을 통하여 지식이 구성된다. 한 사람의 필자는 글쓰기를 통하여 지식을 구성해 내고, 글쓰기를 통하여 지식을 완성하게 된다. 그것은 필자 역시 글쓰기를 통하여 배우며, 글을 완성한 필자는 글쓰기 이전과 달라 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작업이 성공적이었을 때, 글로서 지식을 사회적으로 인 정받게 되며, 그 결과 전문가 의 칭호를 얻게 된다. 이 때, 필자는 글쓰기 이전에 전문 가였던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하여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편의 글은 만들어지는가? 글을 쓰는 동안 머리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글쓰기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글쓰기 이전pre-writing' 단계를 매우 중시해 왔다. 글쓰 기 이전 단계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필자가 실제 글을 쓰기까지의 간격, 즉 종이가 아직 문장으로 채워지기 이전 아직 백지 상태로 남아있는 시간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일들이 머리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수많은 생각들은 아직 혼돈의 chaos 상태에 있다. 수많은 생각들 속에서 가닥과 줄기를 잡아내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일단의 정리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글쓰기에 돌입할 수 있다. 즉 일종의 cosmos 상태에 도달했을 때 비로 소 글쓰기는 시작된다. 물론 그것은 완벽한 설계가 아닐 수도 있으며, 결론에 이르는 경로 들이 완벽하게 구상되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다. 아니, 누구나 글을 쓰는 동안 처음의 계 획과 구상을 수정해 나간다. 즉 최초의 구상은 완벽한 cosmos가 아니며 cosmos일 수도 없 다. 아직 많은 것들이 비결정되어 있거나 수정 가능성 속에 있고 또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 았다. 그러나 일단의 목표이미지가 형성되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혼돈 속에서 일부 정리해낸 질서의 줄기, 본고에서는 chaosmos라는 용어로 그 성격을 지적하고 자 한다. chaosmos 라는 용어를 창안, 도입함으로써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며 역동적인, 변화와 생성 속에 놓여 있는, 유기적 생성의 과정으로서의 글쓰기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한다. 하나의 단면으로 고정시킬 수 없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이 글에서 내세우
는 또 하나의 핵심요소는 목표 이미지(Target Image) 이다. 목표 이미지는 글의 목표와 는 다른 것으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과 스타일로 쓰겠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잡혔을 때, 그 chaosmos 속에 서 있는, 완성된 글에 대한 상( 象 ) 이다. 이것은 뼈대인 개요와도 다 르며, 글의 목적이나 목표와도 다르다. 비유하자면 필자의 머리 속에 있는 글의 설계도나 청사진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목표 이미지는 설계도나 청사진과 같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형가능하며 실제 쓰여지는 글과의 상호조율을 통해 변형되 는 물렁물렁한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 이미지( 형상) 는 글 이 쓰여지는 동안 점점 더 명확하고 분명한 형태를 띠어가며 상태로 나아간다. chaosmos에서 점차 이와 같은 글쓰기의 유기적 진행과정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해 볼 수 있다. cosmos
2. 유기적 글쓰기 모델의 개괄적 구성 요소 모형을 이루는 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식: 글쓰기의 재료를 말한다. 지식은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온갖 정보의 창고로 서, 나의 장기 기억, 스키마를 비롯해,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외부 지식, 참고문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하지 못한 일까지 포함한다. 글쓰기의 재료를 선정하는 일 은 지식의 창고에서 어느 부분을 뒤져서 꺼내느냐의 문제이다. 지식의 창고에서 꺼낼 수 있는 것들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접근하여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필자가 이미 형성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지식, 그 리고 필자가 미처 접하지 못한 무한한 지식으로부터, 세계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필자 의 고유한 문제의식을 발견한다. 요약하면, 한 편의 글을 쓰는 행위( 준비 단계 포함) 를 통해 형성된 나 와 세계의 접합 지점이 곧 지식의 창고로부터 글쓰기의 재료를 꺼내 오는 지점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가 그 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독특한 문제의식이 시작된다. 개성 (personality) : 나 ( 필자) 의 동기, 정서, 흥미, 습관, 가치관, 세계관, 신념, 보상, 취향 관심, 욕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식의 창고에서 내용 목표와 수사적 목
표를 설정하는 데는 필자의 개성에 의거한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나 와 세계의 접합 지점에서 꺼내온 글쓰기의 재료는, 필자가 그 글을 쓰는 동기, 정서, 취향, 가치관, 습관, 신념, 그리고 그 글을 씀으로써 어떤 구체적 보상을 받게 되는가 등의 수많은 개 인적 요소들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 목표로 구체화된다. 또한 필자에게 주어진 물리적, 담론적 상황으로부터 그 조건과 요구를 분류 분석 이해 해석 유추 조율함으로써, 어떤 수사 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것인가라는 구체적 판단을 내리는 데에 필자의 개성이 중 요한 요인으로 개입한다. 내용 목표 (Goal Cotents): 이 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글의 형식을 포함 한다. 필자가 계획하는 글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형식에 따라 고유의 형식이 달라 질 수 있다. 수사적 목표 : 글의 목적, 독자, 화제, 발표 매체, 장르, 분량, 시간 제한 등의 조건 등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스타일로 글의 내용을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를 가리 킨다. 다시 말해, 한 편의 글이 어떤 지면에 어떤 독자를 위해 어떤 시기에 어떤 목적으 로 발표되는가에 따라 글의 수사적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나 ( 필자) 가 어떤 담화공동체에 속해 있는가, 어떤 담화공동체를 지향하는가, 발표 매체의 성격이 어떤 담 화공동체와 관련되어 있는가의 문제 또한 수사적 목표를 수립할 때 고려되는 사항이다. 목표 이미지 (Target Image) : 마음( 머리) 속에 품고 있는 완성된 텍스트의 이미지 ( 상象 ) 이다. 목표 이미지는 유기적 글쓰기 모델 에서 새롭게 창안한 요소로서, 이 모 델의 인지적 작동 원리를 이루는 핵심적 요소이다. Flower와 Hayes 모델에서 전 과정을 드나들며 작용하는 점검Monitor' 은 그러나 무엇이 점검의 기준이 되느냐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허했다. 본고는 점검의 기준이 되는, 글쓰기의 전략가 역할을 목표 이미지 로 구체화했다. 필자가 한 편의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근거로 내용을 생성하고 다시 그 내용을 점검하고 수정해 나가는가? 본고에서 판단할 때, 점검 의 기준은 바로 필자의 머리 속에 있는 가상의 이미지, 즉 완성된 글의 가상적 설계도에 있 다. 그런데 이 가상적 설계도의 핵심적 특징은 고정적인 딱딱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 chaosmos의 아직 비정형의 상태에서 생성되어 지속적으로 comsos 를 향해 진행, 성장해 나가는 물렁물렁하고 유연한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다. 글쓰기 모델이 이 물렁물렁함 을 담아낼 수 있어야만 인간 사고의 유연한 성질, 그리고 사고와 끊임없이 상호조율되며 변형생장하는 글쓰기 과정의 역동성을 설명해낼 수 있다. 목표 이미지의 기능을 내용 목표 및 수사적 목표와의 관계 속에서 생각해보자. 한 편 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용목표와 수사적 목표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계산하고 조율하며, 수많은 지식의 창고에서 신중히 글의 재료를 뽑아내고 선정한다. 여기에는 필 자의 개성이 작용한다. 그런데 내용목표와 수사적 목표가 조화를 이루기 전에 어떻게 글 을 시작할 수 있는가? 이 두 목표를 조율하여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아냈을 경우에만 우리는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목표를 갖지 못한 채 출발할 수는 없다.
글쓰기 과정을 여행에 비유하여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서울이 출발지라고 할 때, 부 산으로 간다는 목표가 있어야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글쓰기의 시작). 설사 부산이라는 정확한 도착지점( 글의 결론) 이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상도 지역으로 간다는 막연한 목표라도 있어야 출발할 수 있다. 즉, 하나의 권역zone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을 때만 어딘가로 출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강원도로 갈지, 경상도로 갈지, 혹은 북한 으로 갈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출발이 불가능하다. 다시 글쓰기로 돌아 온다면, 글의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단어나 문장은 이후에 폐기처분될 수 도 있는 무의미한 메모나 낙서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때로 부산이라는 결론을 분명히 가지고, 거기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 야하는지 고민하면서 가기도 하며( 예를 들면, 어느 고속도로를 택하고, 어느 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며, 어느 휴게소에서 쉬느냐 등등), 때로는 정확한 결말 지점을 알지 못한 채 막연히 경상도 지역으로 출발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갈 길을 고민하기도 하며, 때로는 부산으로 가다가 도중에 전라도로 방향을 바꾼다든가 북한으로 가야하는 데 잘 못 왔다는 걸 깨닫고 전면 수정하거나 혹은 폐기한 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어떤 경로를 취하든 분명한 것은, 결론적으로 도착 지역( 결론zone) 과 가는 경로에 대 한 일단의 목표( 완성된 텍스트에 대한 상)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 목표와 수사적 목표의 접합점을 찾아낸 지점, 즉 글의 결론과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론에 대한 어느 정 도의 설계도가 머리 속에 그려졌을 때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때 머리 속의 이미지( 목표 이미지) 는 글을 쓰는 동안 점차 변화하고 더욱 정교해져간 다.(I1: 초기의 완성문 이미지~In: 최종적인 완성문 이미지) 텍스트 : 글쓰기 과정에서 생산된 글을 말한다. 텍스트는 내 머리 속의 상( 완 성된 텍스트에 대한 목표 이미지 T.I.) 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형체 없는 커다란 돌덩이를 다비드로 상상하며 돌을 쪼아내는 조각가를 생각해보자. 남들은 그것을 그저 돌덩이로밖에 보지 않지만, 조각가는 어떤 부분이 팔이 되고 또 다른 부분 은 얼굴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안다. 글쓰기 역시 작가가 머리 속에 구축한 이상적 이미지를 실제 글로 구축해내는 과정이다. 완성물에 대한 상- 이미지 가 없이 구축 composition' 이란 불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점은, 완성물에 대한 상- 이미지 가 글의 초기 단계에 어느 한 가지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변화, 발전한 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로 쓰여지는 텍스트 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완성된 텍스 트에 대한 이미지와 실제로 쓰여지는 텍스트 (T1, T2, T3...) 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 는 가운데, 계속해서 서로 변화하고 수정되면서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갖추어나간다. 그 럼으로써 최종적으로 완성된 텍스트를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간다.(Tn: 완성된 텍스트) 그리고 그 완성된 텍스트(Tn) 를 향해 나아가는 어느 지점에서인가 텍스트는 고정된 형 태로 발표되게 된다.(Tfix) 작업기억 : 목표 이미지(T.I.) 를 구체적 텍스트(T) 로 변환해내는 데 필요한 수행 능
력이 이에 해당된다. 어휘력, 문법 및 문장력 등 언어학적 지식, 구성에 관한 지식, 수사 학적 전략에 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텍스트(T) 생성 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관 한 지식 등이다. 3. 유기적 글쓰기 모델의 작동 원리 유기적 글쓰기 모델의 작동원리는 크게 두 가지 중심축에 근거를 둔다. 그것은 우선 (1) 나와 세계, 그리고 (2) 나와 세계의 접합지점에서 형성되는 고유의 지식, 목표 이미 지, 텍스트이다. (1) 나와 세계의 접촉 유기적 글쓰기 모델의 작동은, 글쓰기 주체로서의 나 와 세계 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의 문제의식이 생성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나 의 장기 기억, 스키마 등 내 삶의 과정에서 형성한 나 의 지식과 내 밖에 객관적으로 실재해 온 무한 한 지식의 세계는 서로 접촉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 의 제한된 지식은, 광범한 영역을 포괄하는 인류의 지식사 및 다양한 정보의 세계와 접촉하여 동화, 조절, 평형의 과정을 거친다. 한편, 밖 의 세계는 나 와의 접촉으로 내 안에서 일정한 변형 과 조율 과정을 통과한다. 이처럼 나 와 세계 의 접촉, 조정, 조율, 변형, 적응의 과정 속에서 한 편의 새로운 글을 형성하는 작은 씨앗 이 마련된다. (2) 지식, 목표 이미지, 텍스트의 상호작용 나 와 세계 의 접촉에서 형성된 새로운 지식의 씨앗 은 필자의 개성 에 따라 제각기 다른 내용 목표 와 수사적 목표 로 설정된다. 씨앗 은 두 개의 목 표 설정을 거쳐, 목표 이미지 라는 글로서의 표현 가능성을 지닌 구체화된 형태를 띠 게 된다. 목표 이미지 는 씨앗 이 자라나가는 하나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 방향은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움직인다. 생성 초기의 목표 이미지(I1, I2, I3) 는 일종의 혼돈(chaos) 상태에서 출발한다. 실제 쓰여지고 있 는 텍스트(T) 가 완성된 텍스트에 대한 목표 이미지 와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점차 질서와 조화를 갖추게 된다. 혼돈(chaos) 의 단계를 벗어난 목표 이미 지 (I4) 는 비로소 텍스트 로서 쓰여지기 시작하며(T1), 이 과정에서 텍스트에 대한 목표 이미지 와 텍스트 가 다양한 수정과 변형의 과정(I5, I6, I7...T5, T6, T7...) 속에서 조금씩 정교화된 형태를 띠며 마침내 텍스트(Tn) 로 완성된다. 이 때 목표 이미지 또한 최종적인 완성문의 이미지로 완결되며(In), 또한 새로운 지식의 창조가 이루어진다. 즉 목표 이미지 는 실제 글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변형, 발전 되며, 그 수정된 목표 이미지가 다시 텍스트에 구현되는 과정이 글쓰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표2). 그런데 목표 이미지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 표1) 의 전 과정, 즉 내용 목표와 수사적 목표를 점검하고 지식의 발견 과정을 점검하는 계획 단계의 전 과정을 간단하게든 복잡하게든 다시 거쳐야 한다. 글을 쓰는 동안 이 피드백 과 상호조 율 의 써클( 확대재생산되는 나선형 회전운동) 을 몇 번이나 거치는 지 셀 수도 없다. 이 확대재생산의 나선형 회전운동을 통해 chaos에서 chaosmos를 거쳐 cosmos상태로 전환되 며 한 편의 글이 생산된다. 한 편의 글은 얼마나 많은 사고작용의 결과인가. 4. 결론 본고가 제안하는 유기적 글쓰기 모델 은 지금까지의 글쓰기 모델들의 전통을 딛고 서 있지만, 이전 모델들과 달리 인지 작용의 역동적인 측면을 반영한 모형으로서 필자의 인지 작용과 생산된 글 사이의 유기적 상호조율 및 유기적 생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고 본다. 결정적으로는 수사적 문제와 내용 문제의 조율을 통해 형성된 목표 이미지 의 요소를 창안함으로써 글쓰기 과정의 유기적 변화, 생장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정된 고체적 성질이 아닌 유연한 특성을 가진 목표 이미지 의 설정은 이전 모형 들이 지닌 고정성을 탈피하고 공허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인지과정의 유연성과 그 산 물의 글쓰기의 유연성을 설명해준다. 즉 Flower & Hayes 모형 및 이후의 모형에서도 해 결하지 못한 점검의 기준이 무엇이며, 점검을 통해 글쓰기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를 설명해낼 수 있으며, 무엇이 각각의 글의 단계와 인지 단계를 매개하는가 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chaosmos 라는 새로운 용어를 창안, 도입함으로써, 글쓰기가 어떤 식으로 사고와 인지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고가 제안 하는 유기적 글쓰기 모델 은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인지 과정과 글쓰기의 생산 단계, 그 상호조율을 통한 생장과정의 역동성과 유연성을 모형화한 진일보한 인지적 모델이라 고 본다. 다음으로, 미처 글 속에 포괄하지 못한 문제로서, 논리적 글쓰기와 예술적 글쓰기 과 정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술적 글쓰기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목표 이미지 의 역할을 설정해볼 수 있는가, 예술적 창작에서 내용 목표 와 수사적 목표 는 명확 하게 구분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가의 개성 은 글쓰기의 욕망, 무의식 의 차원 등을 포괄하여 더 넓게 확장될 수는 없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씨앗 단계에서 완성된 텍스트 (Tn) 로 귀결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미완의 텍스트 도 예술 적 글쓰기 모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인가. 이상의 문제들을 포괄하여 답할 때, 이 글 에서 다룬 유기적 글쓰기 모델 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