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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1분과 문화 발표 5 문화예술정책의 미래, 미래의 문화예술정책 - 미래를 위한 문화예술정책과 미래의 문화예술정책 - 라도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1. 미래의 예상되는 변화 내가 맡은 주제는 미래의 문화정책에 대한 것이다. 즉, 우리가 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어떤 정책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펴나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 나의 주제다. 사실 미래는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단지 예측의 대상일 뿐, 과학의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 속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재는 관념 상의 개념에 불과하다. 현재란 과거에 대한, 과거 속에서 비교적 가까운 것들을 묶어 놓은 개념에 불과하며, 때문에 미 래란 과거의 엄밀한 분석 속에 나오는 흔적에 관한 것들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미래를 알기 위해선, 아니 말하기 위해선 때문에 두 가지 흐름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 하나는 문화예술정책의 과거-시간의 축-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문화예술정책-text-의 틀을 만드 는 사회적인 것-context- 즉 맥락적인 것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과거의 것은 앞에서 얘기한다. 때문에 난 미래에 대한 것보단 현재에 대한 것에, 예술정책에 대한 것보다는 사회적인 흐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미래라는, 현재도 알기 어려운 시점에서 미래에 대해 말해야 하는 정치적 압박감에서 다소나마 헤어나려는 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란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미래란 이중화의 사회 라 말한다. 거의 모든 것이 이중화 될 것이란 것이다. 우 선 사회가 이중화 된다. 20:80 사회 를 넘어 5:95 사회, 아니 그보다 더 심한 3:97 사회 까지도 예측되고 있다. 소수가 거두는 부가가치가 다수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 그것은 부가 한편으로 양극화되고 있 다는, 자본주의 초기의 저급한 양극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맑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생산의 사회화 에 따 른 양극화다. 즉, 다수가 하나의 생산이라는 부가가치 네트워크 속에서 공존하는 데, 그 네트워크를 만들 어 가는 힘은 포드주의와 같은 동일한 힘을 가진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창발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개념 들에 의해 구성된 것들이다. 때문에 미래 사회는 더욱 더 치열한 아이디어, 창의성의 싸움이 될 것이고, 그 런 연유로 창조계급 이라는 특정한 계층이 더욱 더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어느 하나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구현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이 네트워크로 가동(?)되는 사회! 때문에 우리는 소수의 아이디어가 1분과 주제발표 : 문화분야 81

사회를 지배해 가는 현실에서 다수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는 창조 성 의 키워드에 늘 묻혀다닐 것이다. 즉, 창조성의 원천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아마도 문화예술정책에서 제기되는 첫 번째 핵심은 이것일 것이다. 두 번째 핵심은 창조성의 원천에 따른 늘상적인 변화와 혁신에 대한 것이다. 98년 IMF시대에서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시점까지, 그리고 현재에 까지 이어지는데서 보듯, 청년실업의 문제는 늘, 앞으로는 항시 적으로 겪어야 할 문제다. 특히 단지 청년실업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늘상적인 고용불안과 직장위기 를 넘어 직업위기에 시달릴 것이며, 그 결과 어떻게 하면 자신을 끊임없이 재생(refresh)할 것인가에 관심 ㅇ르 갖게 될 것이다. 현재적인 변화와 시장을 주도하는 아이디어나 개념에 탑승하려는 능력과 개인들 간 의 경쟁의 격화! 때문에 우리는 이 늘상적인 변화를 어떻게 주도하고, 그들이 현대적인 생산네트워크에 지 속적으로 가입되게 할 것인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미래의 아이콘이 창조성이고, 그로부터 나온 것이 주를 이룬다면, 예술정책의 임무는 그 흐름에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혁신해 가도록 만들어 가는 것 이다. 즉, 시대적 아이콘과 문화적 흐름을 따라가도록 하는 것! 때문에 문화예술정책은 단지 예술가의 생 존의 문제가 아닌, 현대적인 각 개인들이 재생해가는 문제의 핵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는 경험의 확대다. 시공간의 해체로 인해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있어, 사람들은 새로운 부가가치의 네트워크에 지속적으 로 편입되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 국제화에 대한 경험 등을 쌓을 것이며, 그 결과 어떤 예술도 자국이 아닌 세계와 경쟁하는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즉, 우리 것이나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은 시장과 상품, 경관을 갖고 있는 지역으로 흘러 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두 가지 의제가 꼽힌다. 그 하나는 우리만의, 우리나라라는 지역 -물리적 공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과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또는 적어도 글로벌 수준 에서 통할 수 있는 우리의 콘텐츠의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치사하게 말하면, 외부(inbound) 는 끌어들이고 내부(outbound)는 막자는 것인데, 이는 현재와 같이 시공간이 해체된 사회에 있어선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어느 국가에 머무르기 보단, 매력적인 장소나 시장에 머무를 확률이 높 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 또한 매력적이어야 한다. 보다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세계적 인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하고, 우리만의 독특한-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글로벌 수준에서 매력적인 상 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명이 서양으로 넘어간 시점에서, 또 개발단계에서 급조된 도시 및 지역 환경에서, 우리의 것은 박제화 되어 관조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호를 만들고, 우리만의 매력적 인 경관과 삶의 터전을 만들겠는가? 때문에 문화예술정책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코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국제수준의 콘텐츠와 경관-삶의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된다. 다른 한편, 네 번째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전형적인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얘기다. 익히 알다시피, 2025년이면, 인구의 30%가 60세가 넘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의학의 기술 은 발전하여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난다. 현재 45세를 기준으로, 평균연령은 90세를 넘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다. 그렇다면, 이 노인층을 어떻게 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도록 만들 것인가가 핵심과제로 꼽 82 공정한 사회를 위한 문화정책의 방향 세미나

힌다. 여가의 문제, 예술향유와 활동의 문제, 그들이 즐길만한 커뮤니티의 문제 등, 앞으로 이 문제는 보편 적인 예술서비스와 자기개발의 문제, 그리고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건강성 확보 문제 등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IT와 BT, CT의 영역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디바이스와 네트워크가 무한대로 발전할 것 이다. 지금도 서로 마주보고 미디어를 통해 다른 세계와 네트워킹을 하는 사람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어 떤 공간에 존재할 것인가는 미리 예측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공간은 무대가 될 것이 며, 앞의 미디어와 콘텐츠, 그리고 네트워크는 새로운 스토리가 될 것이다. 때문에 매력적인 공간을 육성 하는 문제, 미래의 디바이스에 부합하는 콘텐츠의 개발 문제, 그리고 그 콘텐츠에 양분을 공급하는 기초자 원-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기초예술이다-의 문제 등은 우리가 심도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요약하자면, 미래 사회는 IT와 BT, C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바이스가 발전하고 네트워크가 형성되 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사회가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받으며 양극화 될 것이고 분화될 것이다. 즉, 시공간을 놓고 각각의 개인이 유동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미디어 폭발이 일어나 다 양한 콘텐츠가 요구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수용하기 위한 커뮤니 티와 지역의 문제가 등장한다. 한편에서 매력적인 지역환경의 창출과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이 문제되며,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주요한 의제가 된다. 미래가 주는 복 잡하고 다양한 문제제기,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2. 반성과 기획 2004년을 기점으로 우리의 문화정책은 확실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1990년대가 문화복지의 시대였다면, 2004년 정도를 기점으로 우리의 문화정책은 점차 시장성이나 생태성, 그리고 생활과 지역 공간이라는 걸 경험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지원정책에서는 과거와 달리 선택과 집중 이란 논리가 압도하기 시작했 다. 과거의 정책은 포괄과 배분 으로 이해되었으며, 앞으로는 특정한 것에 집중하여, 그것을 육성하기 위 한 전략 으로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선택과 집중하면, 아 지원금이 늘어나는구나 라는 식의 소액다건에서 다액다건으로의 전환 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때문에 새롭게 예술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각 장르별 대표가 위원이 되자 기대감은 현실이 되었다. 때마침, 로또복권기금이 들어와 예술지원금이 100% 이상으로 증가하고, 그렇게 되자 지원은 선택과 집중 이 아닌, 포괄과 배분 이 보다 폭넓게 이루어 지는 것으로 이해되거나 변형되기 시작했다. 실제 선택과 집중 이라는 것은 고도의 철학적인 문제와 전략적인 문제를 담보로 한다. 그것은 어떤 목 표가 있는데, 그 목표로 나가기 위해선 어떻게 가야한다 라는 전략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나오는 것 들이다. 그 목표란 현재에 대한 반성에서 이루어지고, 미래에 대한 비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기에는 1분과 주제발표 : 문화분야 83

반드시 예술정책이란 무엇인가란 것에 대한 철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번도 고민하지 않은 우리가, 각 장르별 대표선수들로 구성된 예술위원회에서 과연 그런 성숙된 고민을 할 수 있었을까? 때문에 우리는 제도의 문제를 혁신하였지만, 그것을 수행할 능력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 이 시기 강조된 것은 시장성, 자생성에 관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자생력있는 시장구조를 가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생태성 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자 변화다. 이 시기 지원정책에서 간접적 지원이 얘기되고, 창작공간 등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 이루어졌던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또한 예술시장의 생태성란 무엇이며, 자생력을 막는 것 혹은 자생력을 이루는 데 부족한 것은 무엇인 가에 대한 포괄적 논의나 깊이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외국이 그렇게 한다니까 하는 논리가 대부분이었고, 현재의 예술시장은 아직도 생태성을 갖췄는지 안 갖췄는지는 필자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상징적인 정책은 생활공간, 즉 우리가 사는 일상영역과 공공영역을 수정하려 노력했 다는 점이다. 공공예술형태로 추진된 다양한 사업들과 생활공간-지역으로 파고든 사업들이 이 시기에 수 행된다. 그리고 이것은 한번 그려주고 빠지는 이벤트적인 양상에서 점차 지역 사회에 작가나 예술단체가 안주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사업으로 발전한다. 새 정부들어 추진된 생활 문화공동체 육성이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활성화 사업, 공연예술상주단체 지원사업 등 그런 사업들은 장식으로서의 예술에서 생활로서의 예술 로 어떻게 나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은 커다란 정책적 전환을 이뤘을 뿐, 실제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다. 즉, 제도적 전환에 버금가는 정책적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새 정부들어 여러 가지 소음이 발 생했다. 그것은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잡음들이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이었고, 때문에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새 정부들어 주요하게 추진한 정책은 전환의 내실화 및 새로운 방향창출 이었다고 본다. 전환의 내실 화 측면에선 실제 예술지원의 방향이 예술의 생태성 및 지역-국민-의 환원성에 맞게 추진되도록 하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간접지원의 강화, 생활문화 창출 등이 그러한 전략 으로 보인다. 즉, 한편에선 예술의 생태성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에서 그 혜택을 국민들이 보도록 하겠다 는 전략이 엿보인다. 문제는 그것을 과연 충분하게 도달하였는가와 그 방향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한편, 새로운 방향창출에서는 지역과 생활의 강조라고 본다. 지역차원에서 여러 도시 및 지역-지방 에서 전략적인 문화공간 창출사업이 벌어졌다. 권역별 문화도시의 조성이나 공공디자인 시범도시의 지정, 근대문화유산 문화창작공간화 사업 등이 그것이다.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등 또한 생활과 지역을 강조한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문화정책은 1990년대 복지정책시기를 지나 2000년대 초반 문화시장-생태형성정책으로, 그리고 다시 지역과 생활공간을 창출하는 보편적 서비스 시기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본다 혹은 미래를 대비한다라면, 이와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에 제기되는 문제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84 공정한 사회를 위한 문화정책의 방향 세미나

3. 방향설계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까지의 정책을 본다면, 전반적인 측면에선 옳은 것으로 보이나 속도감 과 컨텐츠 에선 불만족스럽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보여진다. 우선, 정부정책이 그렇지만 속도 가 매우 늦다. 미래 는 지금 복잡하고 미묘한 현상, 그리고 경제와 일상 속에서 숨가뿐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데 정부의 정 책은 이제야 그 방향의 1단계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미래의 문제는 1)창조적인 계급의 육성, 2)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 3)일상공간의 세계수준화, 4)보편적 서비스의 제공, 5)커뮤니티 사회에 대한 대비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기껏해 야 어디에 지원하느니 마느니 하는 전략에 머무르고 있다. 즉, 큰 그림을 보기보다는 정책적 관습과 타성 에 젖어,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앞으로의 틀이 아닌 과거의 틀에서 정책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미래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다른 것 다 뒤로 넘겨도 일상 공간 내에서 얼마나 문화적인 환경을 확보 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는 일정정도 완화된다. 일상공간이 문화적이라 면, 창조적 계급도 나올 것이고, 각 지역의 공간이 보편적인 글로벌 수준이 될 것이며, 고령인구 등도 보편 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향후에 있어 핵심적인 키워드는 일상공간의 문화화 라 본다. 그런데, 일상공간의 문화화라 하면,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즉, 사람들-국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 에 문화콘텐츠를 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사실 그런 생각이 지금까지 정책을 지배해 왔다. 때문에 각 지 역에 문화시설을 건립하고, 찾아가는 예술활동을 전개하고, 문화소외계층이나 지역이니 하는 말을 하며,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도록 만들려 노력했다. 그러나 과연 문화가 그런 것인가? 문화란, 삶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그것은 삶이 있는 곳에 문화가 있다는 다소 허무한 말을 만들 게 된다. 그러나 그게 허무하다 할 지라도 진실이다. 각각의 공간과 지역에는 각각의 문화가 있기 마련이 다. 그것이 타인 혹은 소속집단에 의해 진정성있게 받드는 것인가 아니면, 별 가치없는 것으로, 공통된 의 식으로 형성되지 않은 것인가 하는 것만 있을 뿐..., 전자의 경우, 그것은 문화로서 그 지역이나 공간을 특성화하고 특질화하며, 각 개인의 행동을 규율하는 문화 로서 가치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문화는 문화라 보기 어려우며, 이 경우 문화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그 무엇이 된다. 우리가 문화적인 지역이라 하면, 전자의 경우를 얘기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또한 문화가 된다. 즉, 문화가 없는 것이 문화가 된다. (정말 앞 으로는 문화복지 얘기하며 문화소외라는 말은 쓰지 말자. 저소득층 거주지역이 예술서비스 사각 지역은 될지 몰라도 문화소외 지역은 아니다. 그들은 그 속에서 더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문화적인 인자들을 쌓아가고 있다. 오히려 문화소외지역이라면 옆집과 인사도 하지 않는 아파트 단지가 아닐까?) 이 문화가 없는 것이 문화가 되는 아이러니를 없애기 위해서는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외부에서 이식된 힘이 아닌, 내부적으로 발굴되고 축적된 흔적들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문화적인 지역이나 공간이 없는 것은 그 공간이나 지역이 형성된 역사가 짧고, 이동성이 강하다는 데 기초한다. 때 1분과 주제발표 : 문화분야 85

문에 지역에 시간이 축적되고 이동성이 단속되는 상황이 되면, 문화는 자연스럽게 지역을 형성하게 될 것 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식이 아닌 발굴이라고 본다. 각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독특한 미학의 질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형상화하며 사업들. 그리고 그 지역 속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네트워크와 콘 텐츠를 찾아내는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이 독특한 질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을 때 국가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국민국가 시대의 종말을 얘기하고 지역국가를 말했을 때, 2000년대 초반 창조도시 혹은 지역론자들이 지역의 질 을 얘기했을 때는 이 지역 이라는 것이 갖는 가치 를 얘기한 것이다. 즉, 질 좋은 지역-문화가 있는 지역을 얼마나 많이 갖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의 문화예술정책의 핵심은 일상 공간 내에서 문화를 예술화 하는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 영역은 콘텐츠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콘텐츠가 얼마만큼 경쟁력 있냐 하는 것..., 미래 사회는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다양한 경험의 확대 속에 콘텐츠가 선택되는 상황에 놓인다. 때문에 다른 콘텐츠 보다 다른 뭔가의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작가들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세계 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느린 속도감으로 이제야 경우 창작공간을 만드는 정도의 사업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것은 생애주기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글로벌 스타 를 키워내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정부 의 일이라기 보단 민간의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 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잘못된 실수는 정부가 나서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마켓을 창출-자생력있는 시장이 든 뭐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마켓 창출자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면 마켓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정부는 오히려 민간이 그런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들의 시장 내 행동에 대한 규칙과 규 약을 만들면 된다. 민간 기획자나 제작사, 화랑이나 극단 등에서 글로벌 스타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다단계에서 정부로부터 활용할 수 있는 정책메카니즘-필요한 시설이나 경제적 지원 등-을 만드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라고 본다. 다른 한편,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대 국민 서비스-찾아가는 예술활동, 공공예술 등 모든 국민과 접촉하 는 예술지원 서비스-가 과연 국민들의 수준이나 생활주기에 맞는 것인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예술의 속성 상, 천박하지만 컨텐츠 외적인 것에 구매를 의존해야 하는 것 이 현실이다. 즉, 오케스트라의 실력보단, 지휘자의 명성이 중요하고, 현대적인 회화보단 르네상스 시기 인상주의 미술이나 세계적 명망가가 더 잘 팔리는(?) 블록버스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을 탓 하기 어렵다. 보다 더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들의 이해수준에 적합한지 또 여러 계층과 나이로 구 분된 대상의 생활방식에 적합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의 전 환 이 정말 시급히 요청되는 시점이며 그것은 단지 소비자와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 경쟁적으로 지 86 공정한 사회를 위한 문화정책의 방향 세미나

어지고 있는 창작스튜디오와 관련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언제까지 젊은 예술가를 위해 방빌려주는 사 업을 할 것인가? 인큐베이팅이 방 빌려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인큐베이팅은 노련한 작가에게도 필요하 며, 그것은 엄밀히 말해 정부가 제작자가 되어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하자면, 미래의 예술정책에 필요한 것은 보편적인 삶의 질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생활의 질을 창출하 는 것이며, 둘째는 글로벌 스타를 키워 시장을 넓히는 일이고, 셋째는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질을 세계 수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좀 더 계획적으로 작업하고, 조직적으로 일해야 한다. 4. Cultural Thinking을 제안하며 나는 새로운 개념으로서 문화적인 사고로의 전환 이라는 관점에 Cultural Thinking 을 제안한다. 실은 이 개념은 나를 올해 내내 괴롭혔던 Design Thinking 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선 오래 전부 터 모든 것을 디자인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인 싱킹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각각의 모든 분야- 공공매체나 건물, 도시구조, 지역, 생활, 조직 등등-에 디자인의 생각을 넣어 혁신하고 창의해야 한다는 것 으로, 사회 각 분야에 디자인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기한 용어다. 나 는 그 점에서 있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문화적 사고 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적 사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선은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 지역과 각각 의 공간 내에서의 행동과 프로그램 등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각각의 공간에 문화적 시 각을 넣고, 그것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예술을 매개하는 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즉, 문화적인 맥락을 만들어 내고 창출하는 것, 그것이 문화적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두 번째는 문화예술정책의 영역을 예술영역 에서 일상생활과 보편영역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문화예술정책하면 늘 예술(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문화정책은 자연스럽게 국민들 에게 뭔가를 주는 혹은 주어야 하는 (절박한) 수혜자의 입장이 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문화 정책이라는 것은 지역과 공간의 맥락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통해 생활을 문화화-맥락화-하는 것이다. 그 렇다고 보았을 때, 문화정책은 예술(가)정책이 아닌 국민들의 생활정책이 되어야 하며, 예술적인 지역이나 지구가 아닌 보편적인 일상적인 영역, 그리고 문화적인 맥락이 있다고 생각되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금속공예를 바탕으로 도시를 살린 가나자와나 구두공방 등 도심 내 공방들을 살린 볼로냐의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도심의 전통적인 산업자원을 콘텐츠화 해 세계적인 도시로서 브랜드를 창출했 다. 우리 또한 단지 예술적인 영역이 아니라, 산업적 혹은 역사적 정체성을 특성화 된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경우, 더욱 더 풍족한 컨텐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문화정책의 영역은 단지 예술영역이 아니라 산업영역 으로 확대되며, 이렇게 확장해 갈 경우 향후 문화정책은 정부의 모든 정책 내에 문화적 관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즉, 아파트 한 채를 짓더라도 문화적인 콘텐츠와 맥락을 어떻게 창출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융합은 어떻게 시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산업정책, 교 1분과 주제발표 : 문화분야 87

육정책 내에서 문화적인 컨텐츠와 관점을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는 이미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에 보면, 문화적 관점이 필요한 정책이 있는가? 산업은 이미 문화-콘텐츠 혹은 창조산업이나 이 와 관련된 관광산업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국토의 개발이나 관리 또한 아파트 한 채를 짓더라도 문화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 영역이 중시되고 있다. 교육정책은 창조성의 발굴이란 차원에서 벌써 문화적 콘텐 츠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군마저도 문화력의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복지 또한 생계형 복지에서 생활형 문화복지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렇다면 Cultural Thinking이야말로 Design Thinking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미래의 문화예술정책은 점차 확대되며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욕망이 100이 되면 0-죽음-이 된다는 들뢰즈의 공식처럼, 사회 전 분야로 그 중요성이 확대되어 모든 분야에 적용되면서 달리 한 분야에서 조율되는 정책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Cultural Thinking이 적용될 것이라는 것이 미래의 문화예술정책이라 본다.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예술정책은 그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 문화 적인 시각이 파고들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콘텐츠를 강화시켜야 하며,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일상 공간을 문화적으로 만들어 가는 영역 에 있어 다채로운 사업과 다양한 일들을 벌여야 한다. 또한 예술(가)의 영역을 넘어 일상공간과 특화된 영 역, 지역 속에 파고들어야 하며, 그 속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예술가가 세계로 진출하는 일도 도와야 하며, 우리만의 콘텐츠가 생명력을 갖고 커 우리만의 상품이 되도록 해야 하며, 다양한 사업에 예술가가 매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제도, 법 규정도 바꾸어야 한다. 미래는 분명 문화(정책)에 보다 많은 개입을 요구한다.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정책은 그 개입의 여건과 기반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 비전과 미래에 있어 역할을 그리고 갈 때, 문화정책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만들어가고 미래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다. 88 공정한 사회를 위한 문화정책의 방향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