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살림살이 할머니의 하루 Part 04 1) 할머니의 일상 1. 오전 2. 오후 2) 할머니의 외출 거동이 불편한 은 하루는 매우 단조롭다. 주로 빨래나 청소, 식재료 손질 등의 집안일을 하거나 집을 찾아온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혼자 남은 시간엔 TV를 시청하고 가끔 성경 책을 읽는다. 대부분의 생활이 집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김광용보다 살림살이의 점유와 사용빈도가 훨씬 높 다고 할 수 있다. 의 하루생활을 일상과 외출로 나누어 관찰하 고, 이용하는 살림살이 특징을 살펴봄으로서 집안에 존재하는 물건 의 의의를 확인해 본다.
의 일상과 외출 06:00 am 기상 및 세안 의 일상 의 외출 의 하루는 매우 단조롭다. 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활동하며 보낸다. 오전에는 TV 를 시청하는 일이 많고, 오후에는 집안일이나 집을 찾아온 지인들과 한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이웃 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에는 다리 운동 삼아 직접 친한 이웃의 집에 방문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낮 잠을 잔다. 늦은 오후가 되면 저녁을 준비하고, 일을 마치고 들어온 김광용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 밥상을 치우면 자리를 펴고 누워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외출준비 07:00 am 김광용과 아침식사 외출 준비를 마친 이 집을 나선다. 새 바지와 모시옷을 꺼내 입고, 발에 편한 파란 슬리퍼를 신었다. 집 나서기 수면 10:00 pm 갯배 타기 TV시청 및 휴식 10:00 11:00 am 다시 눈을 붙임 이 갯배에 올랐다. 유모차를 끌고 배에 오르는 을 위해 갯배 선원이 선착장에 배를 바짝 대주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배에 올랐다. 08:00 09:00 am 갯배 타기 일을 다 마친 이 갯배를 타기 위해 다시 선착장을 찾았다. 갯배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며 근처의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집으로 이동 한번 외출을 할 때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TV시청 및 잠자리 준비 09:00 pm 휴식 김광용과 저녁식사 08:00 pm 김광용의 퇴근 약국 도착 및 휴식 07:00 pm 점심식사 후 휴식 집을 찾아온 이웃들과 이야기 나누기 TV시청 및 휴식 병원 이동 병원에 도착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여름철이면 엉덩이 부위에 종기가 생기는 은 매년 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12:00-01:00 pm 02:00-04:00 pm 05:00 06:00 pm 약국 이동
01 식사준비를 하는 할머니의 일상 1) 오전 의 기상시간은 김광용의 생활패턴에 맞추어져 있다. 아침 일찍 일을 나 가는 김광용의 아침밥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6~7시 사이에 기상과 세안, 아침식 사를 모두 마친다. 김광용의 밥을 챙기며 도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데, 입맛이 당기 지 않을 때는 김광용만 혼자 먹도록 한다. 김광용이 일을 나간 뒤 상을 잠시 물렀다가, 다 시 자고 일어난 9시 정도에 혼자 아침식사를 한다. 2) 오후 점심식사 후 약간의 낮잠을 잔다. 전화가 오거나, 이웃들이 의 집을 놀 러오면 일어나 이야기를 나눈다. 전화는 주로 가족이나 친척, 멀리 이사 간 이웃들이 최 숙정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의 주변에서 살다가 멀리 이사 간 이웃들은 대부분 과 비슷한 연배다. 고령의 나이에 움직임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어 전화로나마 우 정을 쌓고 있다. 상대방의 소식이 궁금할 때는 이 먼저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10 여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다시 통화하자는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는다. 전화 기는 외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의 유일한 통신기기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는 셋째아들인 김세용이 구입해 준 것이다. 은 휴대전화가 없기 때문에 다 른 사람들과 통화하기 위해서는 집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전화기는 화장대 위에 올려두 고 사용하며, 필요한 번호를 적은 전화번호부를 늘 부근에 두고 이용한다. 은 소식 이 궁금한 아들과 며느리들, 동생들, 이사 간 이웃 등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직접 전 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화로 해결하고 있다. 오후 2~3시쯤이 되면 의 집으로 근방에 사는 이웃들이 찾아온다. 최숙 정은 이웃들과 한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이웃들은 오전시간에 의 집으로 놀 러 오더라도 의 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지 않는다. 식사 문제로 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점심 즈음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식사를 한 후 다시 의 집 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이웃들이 집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에는 밀린 집 안일을 한다. 방청소나 빨래, 식재료 다듬기 등의 일이다. 은 그물 다듬는 일을 하는 김광용의 옷을 자주 빤다. 주로 손빨래를 하며, 세탁기는 부피가 큰 겨울철 옷들을 탈수하 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김광용의 옷에서 나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향이 좋은 섬유유연 제를 이용해 헹군다. 마당에서 마늘을 까기도 하고, 김광용이 가져다주는 생선을 손질해 냉동고에 보관하기도 한다. 집에 놀러온 이웃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앞이 막힌 고무슬리퍼를 신고 밑동을 잘라 낮게 만든 목욕탕 의자 위에 앉아 음식을 준비한다. 의 부엌에는 싱크대가 없다.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긴 물을 바가지를 이용해 부으며 각종 식재료와 그릇 등을 세척한다. 은 발에 물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이 막힌 슬리퍼를 부엌의 필수 살림살이로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목욕탕 의자는 부엌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이 허리와 다리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살림살이다. 오징어작업장에서 가져온 고무판은 원래 오징어 다듬는 칼을 가는데 쓰는 것이지만, 도마 대용으로 사용 중이다. 나무 도마는 칼질을 하다보면 타일 바닥에 미끄러져 사용하기가 불편했는데, 고무판은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고 재료 손질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미루지 않고 설거지를 한다. 커피가 먹고 싶을 땐 커피를 타서 마시고, TV를 보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아침을 늦게 먹은 경우엔 점심식사를 하지 않는다. 058 할머니의 살림살이 059
마당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02 할머니의 외출 마당에는 마당용 목욕의자가 따로 구비되어 있다. 허리와 다리가 좋지 않아 구부려 앉는 것이 불편한 에게 목욕의자는 생활필수품이다. 슬리퍼는 이동할 때만 신고 재료를 다듬는 동안에는 발을 꺼내 놓는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자주 사용하는 부채는 꼭 들고 다닌다. 재료를 다듬다가도 햇빛이 비춰 더워지면 언제든지 시원하게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한다. 은 모양이 크고 플라스틱 부분이 튼튼해 부채질하기가 편한 부채를 선호한다. 오후 5시 즈음이 되면 이웃들이 모 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은 TV를 보며 간단하게 안방의 살 림살이들을 정돈하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휴식 시간에 성경책 을 읽기도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교 회를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최 숙정은 혼자 남은 시간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때 성경책을 읽거나 찬송 가를 부른다. 찬송가를 부르는 에게 교회와 성경은 종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수적인 아버지 아래 에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에게 성경책 읽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 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본인의 의지로 은 1년 만에 성경을 모두 읽어냈다. 이는 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깊은 신앙심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교회를 다니며 맺은 새로운 인연은 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각종 살림살이를 증여했으며, 몸이 불 편한 김광용을 따뜻하게 맞아주었기 때문에 현재도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의지하고 있다. 오후 7시쯤 김광용이 집으로 돌아오면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아침때와 마찬 가지로 곧바로 설거지를 한 후,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TV를 시청한다. 보통 안방에서 윗목 과 아랫목을 나누어 잠을 자는데, 김광용이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오는 경우에는 혼자 안방에서 자고 김광용은 작은방에서 잠을 잔다. 보통 오후 9시~10시 즈음에 잠이 들 며, 여름철 열대야가 심할 때는 새벽시간에 집 앞 평상에 나가 바람을 쐬고 들어온다. 은 외출하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바깥출입이 잦지 않은 편이다. 다리 운동 삼아 이웃집에 놀러가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일,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일 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생활을 집 안에서 한다. 은 1년에 한 번씩, 여름철에 늘 종기 를 앓아왔다. 몸에 난 종기 때문에 병원을 왕래해야했기 때문에 의 외출 빈도는 겨울 보다 여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은 속초 시내에 위치한 내과를 자주 다녔으며, 살 림살이 조사를 시작한 2013년에도 종기로 병원과 약국을 자주 왕래했다. 이 병원에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마쳤다.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 추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평소 신지 않던 스타킹을 신고 흰 모시옷도 챙겨 입었 다. 한 손에는 땀을 닦을 물수건을 쥐고 유모차를 끌며 집을 나섰다. 이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이유는 유모차에 의지하여 걷는 이유도 있지만 그마저도 몇 번을 쉬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 나갈때는 여유를 두고 일찍 나선다. 보통 갯배를 타 는 시간을 포함해 병원에 도착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우연히 동네주민을 만난 060 할머니의 살림살이 061
외출을 위해 집을 나서는 갯배를 타고 있는 오랜만의 외출로 반가운 이웃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갯배를 타기 위해 갯배선착장으로 이 동했다. 은 멀미가 매우 심한 편인데, 갯배를 타는 짧은 순간에도 배의 울렁거림이 심할 때면 멀미를 느낀다. 유모차를 끌고 선착장에 서 있는 을 위해 갯배 선원이 배 를 바짝 대주었다. 은 혹시나 멀미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한 채로 배에 올라탔다. 다행히 수로에 큰 배들이 이동하지 않아 편하게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았다. 병원과 약국 모두 최 숙정이 오래 전부터 다니던 곳들이다. 원래는 병원과 약국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는데, 병 원이 장소를 옮겨 이전개업을 하는 바람에 약국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15분을 걸어 본인이 단골로 다니는 약국을 방문했다. 약사가 을 알아보고 시원한 음료수 한 병을 건넸다. 순서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물수건으 로 땀을 닦는다. 과 김광용이 먹는 대부분의 약은 이 곳에서 제조한 것들이다. 출발할 때보다 더워진 날씨에 은 연신 부채질을 했다. 집에 돌아오기 위해 한 번 더 갯배를 탔지만, 다행히 멀미증상은 없었다. 한번 외출을 할 때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 외출하는 날에 갯배를 타고 속초 시내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옷을 새로 꺼내 입고 머리를 단장했다. 체크무늬 바지와 모시 상의를 입고 발목까지 오는 얇은 살구색 스타킹을 신었다. 평소 신지 않는 파란색 슬리퍼도 꺼내 신었다. 체크무늬 바지와 모시 상의는 이 예의를 갖추고 싶을 때 즐겨 입는 옷이다. 발목 스타킹 역시 과거 계모임을 하며 옷을 차려입고 나갈 때나 신던 물품이었다. 은 유모차 없이 외출을 잘 하지 못한다. 몸의 무게중심을 유모차에 싣고 바퀴를 굴리며 걸으면 편하게 걸을 수 있지만, 유모차 없이 혼자 걸을 때는 허리를 구부리고 벽이나 땅을 짚고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은 외출 시 땀을 닦을 수 있는 물수건과 부채를 늘 챙긴다. 는 조사팀도 일체의 촬영과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은 이 날 병원에서 돌아온 이 후 오랫동안 낮잠을 잤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062 할머니의 살림살이 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