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춘곡 (가)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 涯 (생애) 엇더 고, 녯 사 風 流 (풍류) 미 가 미 가. 天 地 間 (천지간) 男 子 (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 林 (산림)에 뭇쳐 이셔 至 樂 (지락)을 것가. 세상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미칠까 못미칠까?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왜 자연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數 間 茅 屋 (수간 모옥)을 碧 溪 水 (벽계수) 앏픠 두고, 松 竹 (송죽) 鬱 鬱 裏 (울울리)예 風 月 主 人 (풍월 주인) 되어셔라. (나)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 花 杏 花 (도화 행화) 夕 陽 裏 (석양리)예 퓌여 잇고, 綠 楊 芳 草 (녹양 방초) 細 雨 中 (세우 중)에 프르도다. 칼로 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造 化 神 功 (조화 신공)이 物 物 (물물)마다 헌 다. 수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풀에 우 새 春 氣 (춘기) 내 계워 소 마다 嬌 態 (교태)로다. (다) 物 我 一 體 (물아 일체)어니, 興 (흥)이 다 소냐. 柴 扉 (시비)예 거러 보고, 亭 子 (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 吟 詠 (소요 음영) 야, 山 日 (산일)이 寂 寂 (적적),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혼자로구나. 閒 中 眞 味 (한중 진미) 알 니 업시 호재로다. (라) 이바 니웃드라, 山 水 (산수)구경 가쟈스라. 踏 靑 (답청)으란 오 고, 浴 沂 (욕기)란 來 日 새.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은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아 에 採 山 (채산) 고, 나조 釣 水 (조수) 새. (마) 괴여 닉은 술을 葛 巾 (갈건)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노코 먹으리라. 和 風 (화풍)이 건 부러 綠 水 (녹수) 건너오니,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걸로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淸 香 (청향)은 잔에 지고, 落 紅 (낙홍)은 옷새 진다. 1
술동이 안이 비었으면 나에게 아뢰어라. 사동을 시켜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을 씻어 술을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 꽃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곳인가? (준중)이 뷔엿거 날 려 알외여라. 小 童 (소동) 아 려 酒 家 (주가)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 술을 메고, 微 吟 緩 步 (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 沙 (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 流 (청류) 굽어보니, 오 니 桃 花 (도화)ㅣ로다. 武 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이 긘 거인고.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수많은 촌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엇그제까지도 거뭇거뭇했던 들판이 봄빛이 넘치는구나. (바) 松 間 (송간) 細 路 (세로)에 杜 鵑 花 (두견화) 부치 들고, 峰 頭 (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 村 萬 落 (천촌 만락)이 곳곳이 버려 잇. 煙 霞 日 輝 (연하 일휘) 錦 繡 (금수) 재폇.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 餘 (유여) 샤.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러운 생각은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 가? (사) 功 名 (공명)도 날 우고, 富 貴 (부귀)도 날 우니, 淸 風 明 月 (청풍 명월) 外 (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 瓢 陋 巷 (단표 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타, 百 年 行 樂 (백년 행락)이 이만 엇지 리. 2
2. 면앙정가 (가) (무등산) 활기 뫼히 동 다히로 버더 이셔 멀리 쳐 와 霽 月 峯 (제월봉)의 되어거 無 邊 大 野 (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일곱 구 움쳐 므득므득 버럿.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츠리어 무더기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가온대 구 굼긔 든 늘근 뇽이 선 을 야 머리 언쳐시니 (나) 너 바회 우 松 竹 (송죽)을 헤혀고 亭 子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 鶴 (청학)이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 千 里 (천 리)를 가리라 두 래 버렷. (다) 玉 泉 山 (옥천산) 龍 泉 山 (용천산) 린 믈이 亭 子 (정자) 압 너븐 들 올올히 펴진 드시 넙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 마나 雙 龍 (쌍룡)이 뒤트 긴 깁을 폇 옥천산, 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 어드러로 가노라 므 일 얏바 로 밤 즈로 흐르 (라) 므조친 沙 汀 (사정)은 눈 치 펴졋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 花 (노화)를 이 두고 우러곰 좃니 뇨. (마) 너븐 길 밧기요 긴 하 아 두르고 거슨 뫼힌가 屛 風 (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즌 근 닛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 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라다니는가. 넓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척하여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물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양 야 3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하게 서 있는 것이 추월산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하 도 젓티 아녀 웃독이 셧 거시 (추월산) 머리 짓고 龍 龜 山 (용구산) 夢 仙 山 (몽선산) 佛 臺 山 (불대산) 魚 登 山 (어등산) 湧 珍 山 (용진산) 錦 城 山 (금성산)이 虛 空 (허공)에 버러거든 遠 近 (원근) 蒼 崖 (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흰 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 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린다. (바) 흰구름 브흰 煙 霞 (연하) 프로니 山 嵐 (산람)이라. 千 巖 (천암) 萬 壑 (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 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 空 (장공)의 나거니 廣 野 (광야)로 거너거니 프르락 블그락 여트락 디트락 斜 陽 (사양)과 섯거디어 細 雨 (세우)조차 리 다.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우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사) 藍 輿 (남여) 야 고 솔 아 구븐 길로 오며 가며 적의 綠 楊 (녹양)의 우 黃 鶯 (황앵) 嬌 態 (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 陰 (녹음)이 얼 적의 百 尺 (백척) 欄 干 (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 面 (수면) 凉 風 (양풍)야 긋칠 줄 모르 가.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 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느냐.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궁 요대와 옥해 은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아) 즌 서리 딘 후의 산 빗치 錦 繡 (금수)로다. 黃 雲 (황운)은 엇디 萬 頃 (만경)에 펴겨 디오. 漁 笛 (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다. (자) 草 木 (초목) 다 진 후의 江 山 (강산)이 몰커 造 物 (조물)리 헌 야 氷 雪 (빙설)로 며 내니 (경궁요대)와 玉 海 銀 山 (옥해은산)이 眼 底 (안저)에 버러셰라. 乾 坤 (건곤)도 가 열샤 간 대마다 경이로다. 속세를 떠나 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차) 人 間 (인간) 나와도 내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고 도 마즈려코 4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아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흘소냐. 오 리 不 足 (부족)커니 來 日 (내일)리라 有 餘 (유여) 랴. 이 뫼 안자 보고 뎌 뫼 거러 보니 煩 勞 (번로) 의 릴 일이 아조 업다.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겠는가. 아침에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가. 이 산에서 앉아 보고 저 산에서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 줄 수가 있겠 는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 藜 杖 (청려장)이 다 므듸여 가노 라 (카) 술이 닉어거니 벗지라 업슬소냐. 블 며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 興 (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트시랴.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을프락 람 락 노혜로 놀거니 술이 익어 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거니 근심이라고 있겠으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않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거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태평 성대를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天 地 (천지)도 넙고넙고 日 月 (일월)도 가 다. 羲 皇 (희황)을 모 러니 이 적이야 긔로고야. (타) 神 仙 (신선)이 엇더턴지 이 몸이야 긔로고야. 江 山 風 月 (강산 풍월) 거 리고 내 百 年 (백 년)을 다 누리면 岳 陽 樓 (악양루) 샹의 李 太 白 (이태백)이 사라오다, 浩 蕩 (호탕) 情 懷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 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는가.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파) 이 몸이 이렁 굼도 亦 君 恩 (역군은)이샷다. 5
3. 사미인곡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금을 따라 태어나니 한 평생 함께 살아갈 인연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나는 오직 젊어있고 임은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다. 평생에 원하데 임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고. (가)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연 分 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平 평 生 애 願 원 요 녜쟈 얏더니, 늙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 고. 엊그제는 임을 모시고 광한전 궁중에 올라있었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속세에 내려 왔느냐. 내려 올 때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삼 년일새.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겹으로 싸여있어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른 것이 눈물이라. 엇그제 님을 뫼셔 廣 광 寒 한 殿 뎐의 올낫더니, 그 더 엇디 야 下 하 界 계예 려오니, 올 저긔 비슨 머리 헛틀언 디 三 삼 年 년일쇠. 臙 연 脂 지 粉 분 잇 마 눌 위 야 고이 고. 음의 친 실음 疊 텹 疊 텹이 혀 이셔, 인생은 한정이 있는데 근심은 한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구나. 더웠다 서늘해졌다 하는 계절의 바뀜이 때를 알아 지나갔다 가는 이내 다시 돌아오니 듣거니 보거니 하는 가운데 느낄 일도 많기도 하구나. 짓 니 한숨이오 디 니 눈믈이라. 人 인 生 은 有 유 限 시 도 그지 업다. 無 무 心 심 歲 셰 月 월은 믈 흐 듯 고야. 炎 염 涼 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봄바람이 문득 불어 사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데 그윽히 풍겨오는 향기는 무슨 일인고. 황혼에 달이 따라와 베개 머리에 비치니 느껴 우는 듯 반가워하는 듯하니 이 달이 바로 임이신가 아 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를 보고 어떻다 생각하실까? 꽃잎이 지고 새잎이 나니 녹음이 우거져 나무 그늘이 가렸 는데 (나) 東 동 風 풍이 건듯 부러 積 젹 雪 셜을 헤텨 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 花 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 淡 담 暗 암 香 향은 므 일고. 黃 황 昏 혼의 이 조차 벼마 빗최니, 늣기 반기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 花 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다) 디고 새 닙 나니 綠 녹 陰 음이 렷, 6
나 幃 위 寂 젹 寞 막 고 繡 슈 幕 막이 뷔여 잇다. 芙 부 蓉 용을 거더 노코 孔 공 雀 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鴛 원 鴦 앙 錦 금 버혀 노코 五 오 色 線 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임이 없어 비단 커튼이 쓸쓸히 걸렸고 수놓은 장막만이 드 리워져 텅 비어 있다. 부용 꽃 무늬가 있는 방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풍 을 둘러두니 가뜩이나 근심 걱정이 많은 데 날은 어찌 그리도 길던가. 원앙새 무늬가 든 비단을 잘라놓고 오색실을 풀어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만들어 내니 솜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크기도 딱 맞구나. 手 슈 品 품은 니와 制 졔 度 도도 시고. 珊 산 瑚 호 樹 슈 지게 우 白 玉 옥 函 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 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千 쳔 里 리 萬 만 里 리 길 뉘라셔 자 갈고. 산호수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상자에 그 옷을 담 아 얹혀 두고 임에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리나 되는 길을 누가 찾아 갈고. 가거든 이 함을 열어두고 나를 보신 듯이 반가워 하실까?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라) 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녈 제, 危 위 樓 루에 혼자 올나 水 슈 晶 정 簾 념을 거든마리, 東 동 山 산의 이 나고 北 븍 極 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 쳥 光 광을 픠여 내여 鳳 봉 凰 황 樓 누의 븟티고져. 樓 누 우 거러 두고 八 팔 荒 황의 다 비최여, 하룻밤 사이에 서리 내릴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날아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서 수정으로 만든 발을 걸어 놓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여 반가워 하니 눈물이 절로 나다. 저 맑은 달빛을 일으켜 내어 임이 계신 궁궐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께서는 그것을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 세상에 다 비추어 깊은 산골까지도 대낮같이 환하게 만드소서. 深 심 山 산 窮 궁 谷 곡 졈낫 티 그쇼셔. (마) 乾 건 坤 곤이 閉 폐 塞 야 白 雪 셜이 빗친 제, 사 은 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 쇼 湘 상 南 남 畔 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 옥 樓 누 高 고 處 쳐야 더옥 닐너 므 리. 陽 양 春 츈을 부처 내여 님 겨신 쏘이고져. 茅 모 簷 쳠 비쵠 玉 옥 樓 누의 올리고져. 紅 홍 裳 샹을 니믜 고 翠 취 袖 슈 반만 거더 日 일 暮 모 脩 슈 竹 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천지가 겨울의 추위에 얼어 생기가 막혀 흰 눈이 일색으로 덮혀 있을 때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짐승도 끊어져 있구나. 따뜻한 지방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에 있는 소상강 남쪽 언덕 (전남 창평을 이름)도 추움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북쪽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따듯한 봄기운을 부쳐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게 하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따뜻한 햇볕을 임 계신 궁궐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올려 해는 저물었는데 대나무에 기대서서 이것저것 생각함이 많 기도 많구나. 짧은 겨울 해가 이내 넘어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7
청사 초롱을 걸어둔 옆에 자개로 수놓은 공후를 놓아 놓고 꿈에나 임을 보려고 턱을 바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새로 수놓은 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고. 쳥 燈 등 거론 겻 鈿 뎐 箜 공 篌 후 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 앙 衾 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바) 도 열두, 도 셜흔 날,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설흔 날 잠시라도 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하여도 마음속에 맺혀 있어 뼈 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과 같은 명의가 열 명이 오더라도 이병을 어떻게 하리. 아 내 병이야 임의 탓이로다. 차리리 죽어서 범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 대마다 앉아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기고 싶구나.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 따르려 하노라. 져근덧 각 마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 골 髓 슈의 텨시니, 扁 편 鵲 쟉이 열히 오오다 이 병을 엇디 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 셔도 내 님 조 려 노라. 8
4. 속미인곡 저기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하구나. (가) 뎨 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텬 샹 上 白 옥 玉 경 京 을 엇디 야 니 離 별 別 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 고. (나)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가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나도 님을 미더 군 디 전혀 업서 이 야 교 야 어 러이 구돗 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다 신고. 누어 각 고 니러 안자 혜여 니 임이 계신 곳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고? 아 너로구나 내 말좀 들어보오. 내 얼굴과 이 태도는 님의 사랑을 받음직 한가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너 참 이쁘다)라고 특별히 여 기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딴 생각이 전혀 없이 아양을 부리며 어지럽게 굴었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생각하니 내 봄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을 원망하며 사람을 탓하랴. 서러워 풀어 생각해보니 모두가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내 몸의 지은 죄 뫼 티 혀시니 하 히라 원망 며 사 이라 허믈 랴 셜워 플텨 혜니 조 造 믈 物 의 타시로다. (다) 글란 각 마오. (라)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 얼굴이 편 실 적 몃 날일고. 츈 春 한 寒 고 苦 열 熱 은 엇디 야 디내시며 츄 秋 일 日 동 冬 쳔 天 은 뉘라셔 뫼셧 고. 쥭 粥 조 早 반 飯 죠 朝 셕 夕 뫼 녜와 티 셰시 가. 그렇게 생각하지 마오.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알거니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꼬. 이른 봄날의 추위와 여름철의 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날 겨울날은 누가 모셨는고. 아침밥을 먹기 전에 올리는 죽과 아침저녁 진지는 예전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 고. (마) 님 다히 쇼 消 식 息 을 아므려나 아쟈 니 오 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라도 알려고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라고 사람이 올까? 내 마음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갈까.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9
나무와 바위 등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높은 산에 올라 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끼어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일월을 어찌 바라보며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데 천리나 되는 먼 곳(임계신 곳)을 바라볼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불결로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배만 걸렸는고.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롬은 니와 안개 므 일고. 산 쳔 川 이 어둡거니 일 日 월 月 을 엇디 보며 지 咫 척 尺 을 모 거든 쳔 千 리 里 라보랴. 하리 믈 의 가 길히나 보쟈 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 니. 강 江 텬 天 의 혼쟈 셔서 디 구버보니 님다히 쇼 消 식 息 이 더옥 아득 뎌이고.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 밤중에 돌아오니 벽 가운데 걸려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았는가. 산을 오르내리며 강가를 헤매며 시름없이 왔다갔다하니 잠깐 사이 힘이 지쳐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바) 모 茅 쳠 簷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반 半 벽 壁 쳥 靑 등 燈 은 눌 위 야 갓 고. 오 며 리며 헤 며 바니니 져근덧 녁 力 진 盡 야 풋 을 잠간 드니 졍 精 셩 誠 이 지극 야 의 님을 보니 옥같이 곱던 얼굴이 반도 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시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쏟아져 말도 못하고 정을 풀지 못하여 목이 맨다.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왜 깨우는고. 옥 玉 얼굴이 반 半 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 장 쟈 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 며 졍 情 을 못다 야 목이조차 몌여 니 오뎐된 계 鷄 셩 聲 의 은 엇디 돗던고.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 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사) 어와, 허 虛 事 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창 窓 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낙 落 월 月 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창 窓 안 번드시 비최리라.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아) 각시님 이야 니와 구 비나 되쇼셔. 10
5. 관동별곡 (서사1) 강 湖 호애 病 병이 깁퍼 竹 듁 林 님의 누엇더니, 關 관 東 동 八 팔 百 里 니에 方 방 面 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 셩 恩 은이야 가디록 罔 망 極 극 다. 延 연 秋 츄 門 문 드리 라 慶 경 會 회 南 남 門 문 라보며, 下 하 直 직고 믈너나니 玉 옥 節 졀이 알 셧다. 平 평 丘 구 驛 역 을 라 黑 흑 水 슈로 도라드니, 蟾 셤 江 강은 어듸메오, 雉 티 岳 악이 여긔로다. (서사2) 昭 쇼 陽 양 江 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 고 臣 신 去 거 國 국에 白 髮 발도 하도 할샤. 東 동 州 밤 계오 새와 北 븍 寬 관 亭 뎡의 올나 니,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이 되어 자연과 더불어 지내 고 있는데, 임금님께서 800리나 되는 강원도 땅의 관찰사의 직분을 맡 겨 주시니 아. 임금님의 은혜야 갈수록 망극하구나. 경복궁의 서쪽 문인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 남문 쪽 을 바라보며 임금께 하직인사를 하고 물러나오니 관찰사의 상징물(옥절)이 앞에 서 있다.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로 돌아드니 원주(섬강)은 어디쯤인고? 바로 치악산이 여기로구나. 소양강 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든단 말인가? 임금 곁을 떠난 외로운 신하가 백발도 참 많구나. 동주에서 밤을 새우고 북관정에 올라보니 서울의 삼각산 제일봉이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三 삼 角 각 山 산 第 뎨 一 일 峯 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 궁 王 왕 大 대 闕 궐 터희 烏 오 鵲 쟉이 지지괴니, 千 쳔 古 고 興 흥 亡 망을 아 다, 몰 다. 淮 회 陽 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궁예 왕의 대궐 터에 까마귀가 지저귀니 한 나라의 흥망을 아는가 모르는가? 이곳은 옛날 중국의 회양이라는 지명과 똑 같구나 중국 회양 땅의 태수였던 급장유의 선정을 다시 볼 것이 아 닌가? 汲 급 長 댱 孺 유 風 풍 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1-1) 營 영 中 듕이 無 무 事 고 時 시 節 졀이 三 삼 月 월인 제, 花 화 川 쳔 시내길히 楓 풍 岳 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 장을 다 티고 石 셕 逕 경의 막대 디퍼,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이니 화천 시내길이 금강산으로 뻗어있다. 행장을 간단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고 백천동을 지나서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百 백 川 쳔 洞 동 겨 두고 萬 만 瀑 폭 洞 동 드러가니, 銀 은 무지게, 玉 옥 龍 룡의 초리, 섯돌며 소 十 십 里 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본사1-2) 金 금 剛 강 臺 우 層 층의 仙 션 鶴 학이 삿기 치니 春 츈 風 풍 玉 옥 笛 뎍 聲 셩의 첫 을 돗던디, 은 같은 무지개와 옥 같은 용의 꼬리 같은 폭포가 섞어 돌며 내뿜는 소리가 십리밖에 가지 퍼지니 멀리서 들을 때는 천둥소리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이 날리는 것 같이 아름답구나. 금강대 맨 꼭대기에 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에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선잠을 깨었던지 11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듯한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서호의 옛주인이었던 임포를 반기는 듯 나를 반겨 넘나들며 노는 듯 하구나. 소향로봉과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여산 같이 아름다운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서 다 보인다. 아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호 衣 의 玄 현 裳 샹이 半 반 空 공의 소소 니, 西 셔 湖 호 녯 主 쥬 人 인을 반겨셔 넘노. (본사1-3) 小 쇼 香 향 爐 노 大 대 香 향 爐 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 졍 陽 양 寺 眞 진 歇 헐 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 녀 山 산 眞 진 面 면 目 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 조 化 화 翁 옹이 헌 토 헌 샤. 저 수많은 봉우리들은 나는 듯 하면서도 뛰는 듯도 하고, 우뚝 섰으면서도 솟은 듯 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또,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을 괴어 놓은 듯 하구나. 높기도 하구나 망고대, 외롭기도 하구나 혈망봉이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 가 너같이 높은 기상을 (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겠는가?)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 부 蓉 용을 고잣, 白 玉 옥을 믓것, 東 동 溟 명을 박 닷, 北 북 極 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 망 高 고 臺, 외로올샤 穴 혈 望 망 峰 봉이 하 의 추미러 무 일을 로리라 千 쳔 萬 만 劫 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니 잇 가. 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만이천봉을 똑똑히 헤아려 보니 봉마다 맺혀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지, 저 맑고 깨끗한 기운을 흩어 내어 인재를 만들고 싶구나. (본사1-4) 開 心 심 臺 고텨 올나 衆 듕 香 향 城 셩 라보며, 萬 만 二 이 千 쳔 峯 봉을 歷 녁 歷 녁히 혀여 니 峰 봉마다 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 인 傑 걸을 고쟈. 생긴 모양도 각양각색 다양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 날 때에 저절로 이루어 진 것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모두가 뜻이 있게 만들어 진 듯 하여 정답기 도 정답구나. 금강산에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라 본 사람이 누구이신가. (공자님은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음을 알고 태산에 올라 천하를 작다고 했으니 )동산과 태산에 어느 것이 비로봉 보 다 높던가.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든 하물며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는 어찌하여 작다고 했는가. 아 공자와 같은 이 높고 넓은 경지를 어찌하면 알 수 있겠는 가. (공자의 호연지기를 도저히 따를 수 없네.) 오르지 못하는데 내려감이 무엇이 괴이할 까? 形 형 容 용도 그지업고 體 톄 勢 셰도 하도 할샤. 天 텬 地 디 삼기실 제 自 然 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 유 情 졍도 有 유 情 졍 샤. 毗 비 盧 로 峰 봉 上 샹 上 샹 頭 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 동 山 산 泰 태 山 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 노 國 국 조븐 줄도 우리 모 거든, 넙거나 넙은 天 텬 下 하 엇 야 젹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가. 12
(본사1-5) 원 通 통골 길로 獅 子 峰 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 화 龍 룡쇠 되어셰라. 千 쳔 年 년 老 노 龍 룡이 구 구 서려 이셔, 晝 듀 夜 야의 흘녀 내여 滄 창 海 예 니어시니, 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은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년 묵은 늙은 용이 구비구비 서려 있는 것 같이 밤낮으로 물을 흘러 내어 넓은 바다에 이었으니 (저용은) 바람과 구름은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느냐. 그늘진 낭떠러지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風 풍 雲 운을 언제 어더 三 삼 日 일 雨 우 디련 다. 陰 음 崖 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라. (본사1-6) 磨 마 訶 하 衍 연 妙 묘 吉 길 祥 샹 雁 안 門 문재 너머 디여, 외나모 근 리 佛 블 頂 뎡 臺 올라 니, 千 쳔 尋 심 絶 졀 壁 벽을 半 반 空 공애 셰여 두고, 銀 은 河 하 水 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 도 經 경 열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 니 謫 뎍 仙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마하연 묘길상 안재문을 넘어 내려가 썩은 외나무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조물주가 )천길 이나 되는 절벽을 공중에 세워두고 은하수 큰 구비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어 놓았으니 산수도경에는 열두 굽이라 하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되어 보인다. 만일 이백이 지금 있어서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廬 녀 山 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려니. (본사2-1) 山 산 中 듕을 양 보랴, 東 동 海 로 가쟈 라. 藍 남 輿 여 緩 완 步 보 야 山 산 映 영 樓 누의 올나 니, 녕 瓏 농 碧 벽 溪 계와 數 수 聲 셩 啼 뎨 鳥 됴 離 니 別 별을 怨 원, 旌 졍 旗 긔를 티니 五 오 色 이 넘노, 鼓 고 角 각을 섯부니 海 雲 운이 다 것. 鳴 명 沙 사길 니근 이 醉 仙 션을 빗기 시러, 바다 겻 두고 海 棠 당 花 화로 드러가니, 白 鷗 구야 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본사2-2) 金 금 蘭 난 窟 굴 도라드러 叢 총 石 셕 亭 뎡 올라 니, 白 玉 옥 樓 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 공 垂 슈의 셩녕인가, 鬼 귀 斧 부로 다 가. 구 야 六 뉵 面 면은 므어슬 象 샹톳던고. (본사2-3) 高 고 城 셩을란 뎌만 두고 三 삼 日 일 浦 포 자가니, 산중의 경치만 매양 보겠는가. 이제는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눈부시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여러 소리로 우짖는 산새는 나 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 하고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 기폭이 넘나드는 듯 하며 북과 나팔을 섞어 부니 바닷 구름이 다 걷히는 듯 하다. 모래 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작자)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의 해당화 핀 꽃밭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지 마라. 내가 벗인 줄 어찌 아느냐. 금낭굴 돌아드러 총석정에 올라가니 백옥루의 기둥이 네 개만 서있는 듯 하구나. 옛날 중국의 명장인 공수가 만든 작품인가. 조화를 부리는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육면으로 된 돌기둥은 무엇을 본떴던가?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13
그 남쪽 봉우리 벼랑에 영랑도 만석행 이라고 쓴 붉은 글씨 가 뚜렷이 남아 있으나, 이 글을 쓴 사선은 어디에 갔는가? 여기서 사흘 동안 머무른 뒤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던고.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를 비롯하여 몇 군데서 앉아 놀았던가? 배꽃은 벌써 지고 소쩍새 슬피 울 때 낙산사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돋이를 보려고 한 밤중쯤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바다에서 솟아오를 때에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도 헤아릴 만큼 밝도다.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무를까 두렵구나. 이백은 어디 가고 (간신배가 임금의 은총을 가릴까 염려스럽 다는) 시구만 남았느뇨. 천지간 굉장한 소식이 자세히도 표현되었구나. 단 書 셔 宛 완 然 연 四 仙 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 후의 어 가 머믈고. 仙 션 遊 유 潭 담 永 영 郞 낭 湖 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쳥 澗 간 亭 뎡 萬 만 景 경 臺 몃 고 안돗던고. (본사2-4) 梨 니 花 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 낙 山 산 東 동 畔 반으로 義 의 相 샹 臺 예 올라 안자, 日 일 出 츌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 샹 雲 운이 집픠 동, 六 뉵 龍 뇽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 만 國 국이 일위더니, 天 텬 中 듕의 티 니 毫 호 髮 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 시 仙 션은 어 가고 咳 唾 타만 나맛 니 天 텬 地 디 間 간 壯 장 긔별 셔히도 셔이고. 저녁 햇빛이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이어 밟아 우개지륜(신선이나 귀인이 탔다는)타고 경포를 내려가니 십리나 뻗어 있는 얼음 같이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숫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의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 하구나. 한 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가 거기로구나. 조용하구나 경포대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개여. 이 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연 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 기도 하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하여 세운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모두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 (본사2-5) 斜 샤 陽 양 峴 현 山 산의 擲 텩 躅 튝을 므니 와 羽 우 蓋 개 芝 지 輪 륜이 鏡 경 浦 포로 려가니, 十 십 里 리 氷 빙 紈 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댱 松 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 고 舟 쥬 解 纜 람 야 亭 뎡 子 우 올나가니, 江 강 門 문 橋 교 너믄 겨 大 대 洋 양이 거긔로다. 從 둉 容 용 댜 이 氣 긔 像 샹, 闊 활 遠 원 댜 뎌 境 경 界 계, 이도곤 어듸 잇닷 말고. 紅 홍 粧 장 古 고 事 사 헌 타 리로다. (본사2-6) 江 강 陵 능 大 대 都 도 護 호 風 풍 俗 쇽이 됴흘시고, 節 졀 孝 효 旌 졍 門 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 비 屋 옥 可 가 封 봉이 이제도 잇다 다. 절의 태평성대가 이제도 있다고 하겠도다. 14
(본사2-7) 진 珠 쥬 館 관 竹 듁 西 셔 樓 루 五 오 十 십 川 쳔 린 믈이 太 태 白 山 산 그림재 東 동 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 江 강의 木 목 覓 멱의 다히고져. 王 왕 程 뎡이 有 유 限 고 風 풍 景 경이 못 슬믜니, 幽 유 懷 회도 하도 할샤, 客 愁 수도 둘 듸 업다. 仙 션 槎 사 워 내여 斗 두 牛 우로 向 향 살가, 진주관(삼척) 죽서루 아래 오십천의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옮겨가니 차라리 그 물줄기를 임금 계신 한강으로 돌려 서울의 남산 에 대고 싶구나. 관원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볼수록 싫증나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고, 나그네의 시름도 달랠 길 없구 나. 신선이 타는 뗏목을 띄워 내어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仙 션 人 인을 려 丹 단 穴 혈의 머므살가. (본사2-8) 天 텬 根 근을 못내 보와 望 망 洋 양 亭 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 山 산을 것거 내여 六 뉵 合 합의 리, 하늘의 맨 끝을 끝내 못보고 망양정에 오르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기에 물을 불거니 품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을 꺽어내어 온 세상에 흩뿌려 내리는 듯, 드높은 하늘에 백설(파도의 물거품)은 무슨 일인가 五 오 月 월 長 댱 天 텬의 白 雪 셜은 므 일고. (결사1) 져근덧 밤이 드러 風 풍 浪 낭이 定 뎡 거, 扶 부 桑 상 咫 지 尺 쳑의 明 명 月 월을 기 리니, 瑞 셔 光 광 千 쳔 丈 댱이 뵈 숨 고야. 珠 쥬 簾 렴을 고텨 것고, 玉 옥 階 계 다시 쓸며, 啓 계 明 명 星 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白 蓮 년 花 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 세 界 계 대되 다 뵈고져. 流 뉴 霞 하 酒 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 영 雄 웅은 어 가며, 四 仙 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녯 긔별 뭇쟈 니,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바람과 물결이 가라앉기에 해 뜨는 곳이 가까운 동해 가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빛 줄기가 보이는 듯 하다가 숨는 구나.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걸어 올리고 옥돌 같은 고운 층 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 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해 연꽃 같은 달덩어리를 누가 보 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다른 사람 모두에게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손에 들고 달에게 묻는 말이 옛날의 영웅은 어디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누구누구더냐. 아무나 만나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다는 동해로 갈 길이 멀기도 하구나. 仙 션 山 산 東 동 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결사2-1) 松 숑 根 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꿈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 (드러난)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 선잠이 얼핏 들었는데 꿈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르기를 그대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에 참 신선이라. 그 내 모 랴, 上 샹 界 계예 眞 진 仙 션이라. 15
황정경 한 글자를 어이하여 잘못 읽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시 가지 말고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황 庭 뎡 經 경 一 일 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 인 間 간의 내려와셔 우리 오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북두 칠성과 같은 국자를 기울려 동해물 같은 술을 부어 저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 잔을 기울이니 온화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 겨드랑이를 추어올리니 아득한 하늘도 웬 만하면 날 것같구나. 北 븍 斗 두 星 셩 기우려 滄 챵 海 水 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 화 風 풍이 習 습 習 습 야 兩 냥 腋 을 추혀 드니, 九 구 萬 만 里 리 長 댱 空 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신선주를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눠 온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잔하자꾸나 말이 끝나자 신선은 학을 타고 높은 하늘에 올라가니 공중에 옥퉁소 소리가 어제던가 그제던가 이 술 가져다가 四 海 예 고로 화, 億 억 萬 만 蒼 창 生 을 다 醉 케 근 後 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잔 쟛고야. 말 디쟈 鶴 학을 고 九 구 空 공의 올나가니, 空 공 中 듕 玉 옥 簫 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어렴풋하니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 데 하물며 그 끝인들 어찌 알리. 명월이 온 세상에 아니 비췬 곳이 없다. (결사2-2) 나도 을 여 바다 구버보니, 기픠 모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 명 月 월이 千 쳔 山 산 萬 만 落 낙의 아니 비쵠 업다. 16
6. 성산별곡 (가) 엇던 디날 손이 (성산)의 머믈며셔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棲 霞 堂 (서하당) 息 影 亭 (식영정) 主 人 (주인)아 내 말 듯소. 人 生 (인생) 世 間 (세간)의 됴흔 일 하건마 서하당 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엇디 江 山 (강산)을 가디록 나이 너겨 寂 寞 (적막) 山 中 (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 고 松 根 (송근)을 다시 쓸고 竹 上 (죽상)의 자리 보아 져근덧 올라 안자 엇던고 다시 보니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고 아니 나오시는가.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대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 앉아 어떤가 하고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하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어떠한가. 天 邊 (천변)의 구름 瑞 石 (서석)을 집을 사마 나 드 양이 主 人 (주인)과 엇더 고 滄 溪 (창계) 흰 믈결이 亭 子 (정자) 알 둘러시니 天 孫 (천손) 雲 錦 (운금)을 뉘라셔 버혀 내여 닛 펴티 헌 토 헌 샤 山 中 (산중)의 冊 曆 (책력) 업서 四 時 (사시) 모 더니 눈 아래 헤틴 景 (경)이 쳘쳘이 절노 나니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 속에 달력이 얼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헤친 경치가 철을 따라 절로 생겨나니.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仙 間 (선간)이라. (나) 梅 窓 (매창) 아젹 벼 香 氣 (향기)예 잠을 니 山 翁 (산옹)의 욜 일이 곳 업도 아니 다. 울 밋 陽 地 (양지) 편의 외씨 허 두고 매창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늙은이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 편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김을 매고, 북을 돋우면서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 내니 靑 門 故 事 (청문고사) 이제도 잇다 다. 芒 鞋 (망혜) 뵈야 신고 竹 杖 (죽장)을 흣더디니 桃 花 (도화) 픤 시내길히 防 草 洲 (방초주)의 니어셰라. 닷 봇근 明 鏡 (명경) 中 (중) 절로 그린 石 屛 風 (석병풍) 청문의 옛일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짚신을 죄어 신고 대나무 지팡이를 흩어 짚으니, 도화 핀 시 냇길이 방초주에 이어졌구나. 잘 닦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린 돌병풍, 그림자를 벗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그림재 버들 사마 西 河 (서하)로 가니 17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여기가 바로 그 곳이로다.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철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희황 베개 위에 선잠을 얼핏 깨니, 공중의 젖은 난간이 물 위에 떠 있구나. (도원)은 어드매오 武 陵 (무릉)이 여긔로다 (다) 南 風 (남풍)이 건듯 부러 綠 陰 (녹음)을 혜텨 내니 節 (절) 아 괴꼬리 어드러셔 오돗던고 羲 皇 (희황) 벼개 우 풋 을 얼픗 니 空 中 (공중) 저즌 欄 干 (난간) 믈 우 잇고야 삼베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비껴 쓰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대면서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붉은 연꽃과 횐 연꽃이 섞어 피니, 바람기가 없어서 모든 산이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하여 태극설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구슬 옥자를 헤쳐 놓은 듯, 麻 衣 (마의) 니믜 고 葛 巾 (갈건)을 기우 쓰고 구브락 비기락 보 거시 고기로다 밤 빗긔운의 紅 白 蓮 (홍백련)이 섯거 픠니 람 업서셔 萬 山 (만산)이 향긔로다 溪 (염계) 마조 보와 太 極 (태극)을 뭇 太 乙 眞 人 (태을진인)이 玉 字 (옥자) 헤혓 노자암을 건너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의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청강에 떠있는 오리가 흰 모래에 옮겨 않아, 흰 갈매기를 벗삼고 잠깰 줄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해 어떠한가. 노자암 건너 보며 자미탄 겨 두고 長 松 (장송)을 遮 日 (차일)사마 石 逕 (석경)의 안자 니 人 間 (인간) 六 月 (유월)이 여긔 三 秋 (삼추)로다. 淸 江 (청강)의 올히 白 沙 (백사)의 올마 안자 白 鷗 (백구) 벗을 삼고 줄 모 나니 無 心 (무심)코 閑 暇 (한가) 미 主 人 (주인)과 엇더 니. 오동나무 사이로 가을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만학이 낮보다도 더 아름답구나. 호주의 수정궁을 누가 옮겨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라) 梧 桐 (오동) 서리 이 四 更 (사경)의 도다 오니 千 巖 萬 壑 (천암만학)이 나진 그러 가. 湖 洲 (호주) 水 晶 宮 (수정궁)을 뉘라셔 옴겨 온고. 銀 河 (은하) 여 건너 廣 寒 殿 (광한전)의 올랏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조대에 세워 놓고, 그 아래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홍료화 백빈주를 어느 사이에 지났길래, 마 늘근 솔란 釣 臺 (조대)예 셰여 두고 그 아래 워 갈대로 더뎌 두니 紅 蓼 花 (홍료화) 白 蘋 洲 (백빈주) 어 이 디나관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을 못 이겨 피리를 비껴 부니, 環 碧 堂 (환벽당) 龍 (용)의 소히 머리예 다하셰라. 淸 江 (청강) 綠 草 邊 (녹초변)의 쇼 머기 아 들이 夕 陽 (석양)의 어위 계워 短 笛 (단적)을 빗기 부니 18
믈 아래 긴 (용)이 야 니러날 긔예 나온 鶴 (학)이 제 기 더뎌 두고 물 아래 잠긴 용이 잠을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半 空 (반공)의 소소 蘇 仙 (소선) 赤 壁 (적벽)은 秋 七 月 (추칠월)이 됴타 호 八 月 (팔월) 十 五 夜 (십오야) 모다 엇디 과 고. 纖 雲 (섬운)이 四 捲 (사권) 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 의 도 이 솔 우 걸려거 소동파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가. 잔구름이 흩어지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으니,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의 일이 야단스럽구나. 잡다가 딘 줄이 謫 仙 (적선)이 헌사 샤 (마) 空 山 (공산)의 싸힌 닙흘 朔 風 (삭풍)이 거두 부러 구름 거 리고 눈조차 모라오니 天 公 (천공)이 호 로와 玉 (옥)으로 고 지어 공산에 쌓인 낙엽을 북풍이 걷으며 불어, 떼구름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 오니, 조물주가 일 꾸미기를 좋아하여 옥으로 꽃을 만들어, 온갖 나무들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萬 樹 千 林 (만수천림)을 며곰 낼셰이고 앏 여흘 리 어러 獨 木 橋 (독목교) 빗겻 막대 멘 늘근 즁이 어 뎔로 간닷말고. 山 翁 (산옹)의 이 富 貴 (부귀) 려 헌 마오 앞 여울물 가리워 얼고 외나무 다리 걸려 있는데, 막대를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늙은이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경요굴 은밀한 세계를 찾을 이가 있을까 두렵도다. 瓊 瑤 窟 (경요굴) 銀 世 界 (은세계) 리 이실셰라 (바) 山 中 (산중)의 벗이 업서 漢 紀 (한기) 하 두고 萬 古 (만고) 人 物 (인물)을 거 리 혜여 니 聖 賢 (성현)도 만커니와 豪 傑 (호걸)도 하도 할샤 하 삼기실 제 곳 無 心 (무심) 가마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만고의 인물들을 거슬러 세어 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인간을 지으실 때 어찌 무심하랴마는, 어찌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없다. 엇디 時 運 (시운)이 일락 배락 얏 고 모 일도 하거니와 애 옴도 그지업다 箕 山 (기산)의 늘근 고블 귀 엇디 싯돗던고 기산의 늙은 고불( ) 귀는 어찌 씻었던가. 박소 핀계 고 조장이 장 놉다 人 心 (인심)이 야 보도록 새롭거 世 事 (세사) 구롬이라 머흐도 모흘시고 소리가 난다고 핑계하고 표주박을 버린 허유의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엇그제 비 술이 어도록 니건 니 19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잡거니 밀거니 슬 장 거후로니 의 친 시 져그나 리 다 거믄고 시욹 언저 (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主 人 (주인)인동 다 니저 려셔라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높고 먼 공중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이전에 달 아래서 혹시 만나지 아니하였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長 空 (장공)의 鶴 (학)이 이 골의 眞 仙 (진선)이라. 瑤 臺 (요대) 月 下 (월하)의 혀 아니 만나신가 손이셔 主 人 (주인) 려 닐오 그 긘가 노라. 20
7. 규원가 (가)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소년행락) 생각 니 일러도 속절업다.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 버렸는가? 어릴 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야 무엇하랴.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사연을 말하자니 목이 멘다.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나) 父 生 母 育 (부생모육) 辛 신 苦 고 야 이 내 몸 길러 낼 제, 公 공 候 후 配 배 匹 필은 못 바라도 君 군 子 자 好 호 逑 구 願 (원) 더니, 三 生 (삼생)의 怨 원 業 업이오 月 下 (월하)의 緣 연 分 분 로 長 장 安 안 遊 유 俠 협 경박자( 輕 薄 子 ) 치 만나 잇서, 부모님이 나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내 몸을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치의 배필은 바라지 못하더라도 군자의 좋은 짝 이 되기를 원하더니 전생의 지은 원망스러운 업으로 부부의 인연으로 장안의 건달을 꿈같이 만나서 당시의 마음쓰기가 마치 살얼음 디디는 듯 하였다. 當 時 (당시)의 用 心 (용심) 기 살어름 디듸는 듯, (다) (삼오) 二 八 (이팔) 겨오 지나 天 然 麗 質 (천연여질) 절로 이니, 이얼골 이 態 度 (태도)로 百 年 期 約 (백년기약) 얏더니, 年 光 (연광)이 훌훌 고 造 物 (조물)이 多 다 猜 시 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 설 鬂 빈 花 화 顔 안 어 두고 面 目 可 憎 (면목가증)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慚 참 愧 괴 니 누구를 怨 원 望 망 리. (라) 三 三 五 五 (삼삼오오) 冶 야 遊 유 園 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 處 (정처) 업시 나가 잇어, 白 馬 (백마) 金 금 鞭 편으로 어 어 머무는고. 遠 近 (원근)을 모르거니 消 息 (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 緣 (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 두 김도 길샤 설흔 날 支 離 (지리) 다. 玉 窓 (옥창)에 심 梅 花 (매화) 몃 번이나 픠여 진고. 열 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움이 저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평생을 약속하였는데 세월이 빨리 지나고 조물주의 시기함이 많아 세월 흐르기가 베틀 사이로 왔다갔다하는 북처럼 빨리 지나 가는데, 눈같이 흰 피부와 꽃같은 얼굴은 어디 가고 늙어 못생긴 얼 굴이 되었구나. 내 얼굴 내가 봐도 어느 님이 나를 사랑 할 것인가.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여러 사람이 때를 지어 다니다가 술집에 새 애인이 나타났 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 없이 나가서 호사스러운 행장을 하고 어디어디 머물러 노는고. 집안에만 있어서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님의 소식이야 알 수 있으랴.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지만 님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소냐. 임의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하루가 길기도 길고 한 달이 지루하기도 하구나. 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대 진눈깨비 섞어 내리고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21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인고. 봄날 온갖 꽃 피우고 버들잎이 돋아나는 좋은 시절의 경치 도 흥이 없구나. 가을 달 방에 들고 귀뚜라미가 상에서 울 대 긴 한 숨 흘리는 눈물 헛되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는 무스 일고. (삼춘화류) 好 時 節 (호시절)에 景 物 (경물)이 시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 실 蟀 솔이 床 (상)에 울 제, 긴 한숨 디 눈물 속절업시 혬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돌이켜 생각하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등불을 돌려놓고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벽련화(세레나데) 한 곡조를 시름 섞어 타니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화표 천년에 이별한 학이 우니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날 소리 그대로 인데, 연꽃 무늬의 휘장을 친 방안이 텅 비어 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마음속이 구비구비 끊어졌구나. (마)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 燈 (청등)을 돌라 노코 綠 녹 綺 기 琴 금 빗기 안아, 碧 벽 蓮 련 花 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 소 湘 상 夜 야 雨 우의 댓소리 섯도, 華 表 (화표) 千 年 (천년)의 別 鶴 (별학)이 우니, 玉 手 (옥수)의 타는 手 段 (수단) 녯 소래 잇다 마, 芙 부 蓉 용 帳 장 寂 寞 (적막) 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 간 腸 장이 九 曲 (구곡) 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님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들은 나와 무슨 원수가 젔길래 잠조차 이루지 못하게 하는가. 하늘의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 막혀있어도 일년에 한번 칠월 칠석에 만나는 기약을 잊지 않는데 우리 님 가신 후로는 무슨 약수(이 세상의 어떤 것도 건널 수 없다는 강)가 가려있기에 오거나 가거나 소식조차 끊어졌는가.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님 가신 데를 바라보니 풀잎에 이슬이 맺혀 있고(자기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는 의 미)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수풀 우거진 푸른 곳에 새소리는 더욱 서럽다. 세상의 서러운 사람 많다고 하지만 운 없는 사람이 나와 같은 이 또 있는가.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말동 하여라. (바)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닢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 다. 天 上 (천상)의 牽 견 牛 우 織 직 女 녀 銀 河 水 (은하수) 막혀서도, 七 月 七 夕 (칠월 칠석) 一 年 一 度 (일년일도) 失 期 (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 水 (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消 息 (소식)조차 쳣는고. 欄 난 干 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草 露 (초로) 맷쳐 잇고 暮 모 雲 운이 디나갈 제, 竹 林 (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박 命 명 紅 顔 (홍안)이야 날 가 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22
8. 누항사 (가) 어리고 우활( ) 산 이 우 더니 업다. 길흉 화복( 吉 凶 禍 福 )을 하날긔 부쳐 두고, 누항( 陋 巷 ) 깁푼 곳의 초막( 草 幕 )을 지어 두고, 풍조우석( 風 朝 雨 夕 )에 석은 딥히 셥히 되야, 셔 홉 밥 닷 홉 죽( 粥 )에 연기( 煙 氣 )도 하도 할샤. 어리석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은 나보다 더한 이가 없다. 길흉화복(운명)을 하늘에 맡겨두고 누추한 깊은 곳에 초가집을 지어두고 아침저녁 비바람에 썩은 짚이 섭(땔감)이 되어 세홉 밥 닷홉 죽에 연기도 많기도 많구나. 설 데운 숭늉에 빈 배속을 속일뿐이로다. 생활이 이러하다고 장부가 품은 뜻을 바꿀 것인가. 설 데인 숙냉( 熟 冷 )애 뷘 배 쇡일 이로다. 생애 이러 다 장부( 丈 夫 ) 을 옴길넌가. 안빈일념( 安 貧 一 念 )을 젹을망정 품고 이셔, 수의( 隨 宜 )로 살려 니 날로 조차 저어( 齟 齬 ) 다. 히 부족( 不 足 )거든 봄이라 유여( 有 餘 ) 며, 주머니 뷔엿거든 병( 甁 )의라 담겨시랴. 가난하지만 편안하여 근심하지 않는 한결같은 마음을 적을 망정 품고 있어 옳은 일을 좇아 살려하니 날이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을이 부족하거든 봄이라고 넉넉하며 주머니가 비었거든 술병이라고 술이 담겨 있겠는가. 가난한 인생이 이 세상에 나뿐이로다. 빈곤( 貧 困 ) 인생( 人 生 )이 천지간( 天 地 間 )의 나 이라. (나) 기한( 飢 寒 )이 절신( 切 身 ) 다 일단심( 一 丹 心 )을 이질 가. 분의 망신( 奮 義 忘 身 ) 야 죽어야 말녀 너겨, 우탁 우랑( 于 于 囊 )의 줌줌이 모아 녀코, 병과( 兵 戈 ) 오재( 五 載 )예 감사심( 敢 死 心 )을 가져 이셔, 굶주리고 헐벗음이 절실하다고 한 가닥 굳은 마음을 잊을 것인가. 의에 분발하여 제 몸을 잊고 죽어야 그만 두리라 생각한다. 전대와 망테에(전쟁할 때 쓰는 무기들을) 줌줌이 모아놓고 임진왜란 오년동안에 죽고야 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는 혈전을 몇 백 번이나 지냈던가. 이시섭혈( 履 尸 涉 血 ) 야 몃 백전( 百 戰 )을 지 연고. (다) 일신( 一 身 )이 여가( 餘 暇 ) 잇사 일가( 一 家 )를 도라보랴. 일노장수( 一 奴 長 鬚 ) 노주분( 奴 主 分 )을 이졋거든, 고여춘급( 告 余 春 及 )을 어 사이 각 리. 경당문노( 耕 當 問 奴 )인 눌 려 물 고. 일신이 겨를이 있어서 가족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인가. 늙은 종은 종과 주인간의 분수를 잊었거든 하물며 나에게 봄이 돌아 왔다고 일러주는 하인이 있기를 기대하겠는가. 밭갈이를 종에게 묻고자 한들 누구에게 묻을 것인가. 몸소 농사를 짓는 것이 나의 분수인지를 알겠도다. 궁경가색( 躬 耕 稼 穡 )이 분( 分 )인 줄 알리로다. (라) 신야경수( 莘 野 耕 叟 )와 농상경옹( 瓏 上 耕 翁 )을 천( 賤 )타 리 업 것마, 아므려 갈고젼 어 쇼로 갈로손고. 신야경수와 농상경옹(밭가는 노인)을 천하다고 할 삶이 없건 마는 아무리 갈고자 한들 어느 소로 갈 것인가. 23
가뭄이 이미 크게 심하여 시절이 다 늦은 때에 서쪽 두둑 위 높은 논에 잠깐 지나가는 비에 길 위에 흘러내리는 근원 없는 (도상 무원수)물을 반만큼 대 어두고 소 한번 빌려 주마고 탐탁찮게 말을 하던 친절하다고 여긴 집에 달도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한기태심( ) 야 시절( 時 節 )이 다 느즌 졔, 서주( 西 疇 ) 놉흔 논애 잠 녈비예 도상( 道 上 ) 무원수( 無 源 水 )를 반만 혀두고, 쇼 젹 듀마 고 엄섬이 말삼 친절( )호라 너긴 집의 업슨 황혼( 黃 昏 )의 허위허위 다라가셔, 굳게 닫힌 문밖에 멀찍이 혼자 서서 큰기침 아함이(에헴 소리)를 오랫동안 한 뒤에 아 거기 누구신가, 염치없는 내로다 대답하니 초경도 거의 지났는데 그대 어찌하여 와 계신다. 하기에 해마다 이러하기가 염치없는 줄 알지마는 소 없는 가난한 집에 걱정이 많아 왔습니다. 하니 공짜로나 값을 치르거나 해서 빌려 줄만도 하다마는 다만 어젯밤에 건너 짐 저 사람이 수꿩 한 마리를 잘 구워내어 갓 익은 삼해주를 취하도록 권하기에 이러한 은혜를 어찌 갚지 않겠습니까? 구디 다 문( 門 ) 밧긔 어득히 혼자 서셔 기 아함이를 양구( 良 久 )토록 온 후( 後 )에, 와 긔 뉘신고 염치( 廉 恥 ) 업산 옵노라. (마) 초경( 初 更 )도 거읜 긔 엇지 와 겨신고. 년년( 年 年 )에 이러 기 구차( 苟 且 ) 줄 알건마 쇼 업 궁가( 窮 家 )애 혜염 만하 왓삽노라. 공 니나 갑시나 주엄 즉도 다마, 다만 어제 밤의 거넨 집 져 사 이, 목 불근 수기치( 雉 )을 옥지읍( 玉 脂 泣 )게 어 고, 간 이근 삼해주( 三 亥 酒 )을 취( 醉 )토록 권( 勸 ) 거든, 이러한 은혜( 恩 惠 )을 어이 아니 갑흘넌고. 내일로 빌려 주마하고 약속을 했으므로 미안하지만 안되겠소. 사실이 그렇다면 설마 어찌할까? 헌 갓을 숙여 쓰고 축이 없는 짚신에 맥없이 물러나오니 풍채 작은 모습에 개가 짖을 뿐이로다. 내일( 來 日 )로 주마 고 큰 언약( 言 約 ) 야거든, 실약( 失 約 )이 미편( 未 便 ) 니 사셜이 어려왜라. 실위( 實 爲 ) 그러 면 혈마 어이 고. 헌 먼덕 수기 스고 측 업슨 집신에 설피설피 물너 오니, 풍채( 風 採 ) 저근 형용( 形 容 )애 즈칠 이로다. 작고 누추한 집에 들어간들 잠이 와서 누워있으랴. 북쪽 창문에 기대어 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무정한 오디새는 이내 원한을 재촉한다. 아침이 마칠 때까지 슬퍼하며 먼 들을 바라보니 즐기는 농부들의 노래도 흥이 없이 들린다. (바) 와실( 蝸 室 )에 드러간 잠이 와사 누어시랴. 북창( 北 )을 비겨 안자 배 기다리니, 무정( 無 情 )한 대승( 戴 勝 )은 이 한( 恨 )을 도우 다. 종조( 終 朝 ) 추창( 惆 悵 ) 야 먼 들흘 바라보니, 즐기 농가( 農 歌 )도 흥( 興 ) 업서 들리 다. 24
세정( ) 모 한숨은 그칠 줄을 모 다. 아 온 져 소뷔 볏보님도 됴 세고. 가시 엉긘 묵은 밧도 용이( 容 易 )케 갈련마, 허당 반벽( 虛 堂 半 壁 )에 슬 업시 걸려고야 세상 인정을 모르는 한숨은 그칠 즐을 모른다. 아까운 저 쟁기는 날도 잘 서있어 가시가 엉긴 묵은 밭도 쉽게 갈 수 있겠지마는 텅 빈 집 벽 가운데 쓸데없이 걸려 있구나. (소가 없어 밭을 갓 수가 없어) 봄갈이도 거의 지났다. (벽에 걸린 쟁기를) 팽개쳐 던져두자. 춘경( 春 耕 )도 거의 거다 후리쳐 더뎌 두쟈. (사) 강호( 江 湖 ) 을 언지도 오 러니, 구복( 口 腹 )이 위루( 爲 累 ) 야 어지버 이져 다. 첨피기욱( 瞻 彼 淇 燠 )혼 녹죽( 綠 竹 )도 하도 할샤. 자연을 벗삼아 살겠다는 한 꿈을 꾼지도 오래되더니 먹고사는 것이 거리낌 이 되어 아 슬프게도 잊었다. 저 기수의 물가를 보건대 푸른 대나무도 많기도 많구나. 교양 있는 선비들아. 낚시대 하나 빌려 다오, 유비군자( 有 斐 君 子 )들아 낙 나 빌려 라. 노화( 蘆 花 ) 깁픈 곳애 명월 청풍( 明 月 淸 風 ) 벗이 되야, 님 업 풍월강산( 風 月 江 山 )애 절로절로 늘그리라. 무심( 無 心 )한 백구( 白 鷗 )야 오라 며 말라 랴. 갈대 꽃 깊은 곳에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어 임자가 없는 자연 속 풍월 강산에 저절로 늙으리라. 무심한 갈매기야 나더로 오라고 하며 말라고 하겠는가. 다툴 이가 없는 것은 다만 이 자연 뿐인가 하노라. 다토리 업슬 다문 인가 너기로라. (아) 무상( 無 狀 )한 이 몸애 무 지취( 志 趣 ) 이스리마, 두세 이렁 밧논를 다 무겨 더뎌 두고, 이시면 죽( 粥 )이오 업시면 굴물망졍,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스라. 빈천( 貧 賤 ) 슬히 너겨 손을 헤다 물너가며, 남의 부귀( 富 貴 )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오랴. 보잘것 없는 이 몸이 무슨 소원이 있으리요 마는 두세 이랑 되는 밭과 논을 다 묵혀 던져두고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겠노라. 나의 빈천을 싫게 여겨 다른 사람을 헤친다고 그 가난이 없 어지며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다른 사람을 헤친다고 나아지겠는 가. 인간 세상에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는가. 인간( 人 間 ) 어 일이 명( 命 ) 밧긔 삼겨시리. 빈이무원( 貧 而 無 怨 )을 어렵다 건마 생애( 生 涯 ) 이러호 설온 은 업노왜라. 단사표음( 簞 食 瓢 飮 )을 이도 족( 足 )히 너기로라. 평생( 平 生 ) 이 온포( 溫 飽 )애 업노왜라. 태평천하( 太 平 天 下 )애 충효( 忠 孝 )를 일을 삼아 화형제( 和 兄 弟 ) 신붕우( 信 朋 友 ) 외다 리 뉘 이시리. 가난하여도 원망하지 않음을 어렵다 하건마는 내 생활이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다. 한 도시락의 밥을 먹고 한 바가지의 물을 마시는 어려운 생 활도 만족하게 여긴다. 평생에 한 뜻이 따뜻하고 배부른 데는 없다. 태평스러운 세상에 충성과 효도를 일로 삼아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 있게 사귀는 일을 그르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밖의 나머지 일이야 생긴대로 하리라.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 로 살렷노라. 25
9. 선상탄 늙고 병든 몸을 임금께서 주사로 보내시기에, (가) 늘고 병( )든 몸을 주사( 舟 師 )로 보 실, 을사년 여름에 부산진에 내려오니 국경의 요새지에서 병이 깊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겠는가. 한 자루 긴칼을 비스듬히 차고 전선에 감히 올라 을사( 乙 巳 ) 삼하( 三 夏 )애 진동영( 鎭 東 營 ) 려오니 관방중지( 關 防 重 地 )예 병( 病 )이 깁다 안자실랴? 일장검( 一 長 劍 ) 비기 고 병선( 兵 船 )에 구테 올나, 기운을 떨치고 눈을 부릅떠 대마도를 굽어보니 바람을 따라 도는 누런 구름은 멀고 가까운 곳에 싸여 있고 아득한 푸른 물결은 긴 하늘과 한 빛일세. 여기진목( 勵 氣 瞋 目 ) 야 대마도( 對 馬 島 )을 구어보니 람 조친 황운( 黃 雲 )은 원근( 遠 近 )에 사혀 잇고, 아득 창파( 滄 波 ) 긴 하 과 빗칠쇠. 배 위에 이리 저리 거닐며 예로부터의 일을 생각하며 어리석고 미친 듯한 생각에 배를 처음 만든 헌원씨를 한탄 하노라. 큰 바다가 넓고 아득하여 천지에 둘러 있으니 진실로 배가 아니면 풍파가 많은 만리 밖에서 어느 오랑캐가 넘볼 것인고. 무슨 일로 배 만들기를 시작하였는가. 장구한 세월의 끝없는 큰 폐단이 되어 온 천하에 만 백성의 원한을 조장한다. (나) 선상( 船 上 )에 배회( 徘 徊 ) 며 고금( 古 今 )을 사억( 思 憶 ) 고, 어리미친 회포( 懷 抱 )애 헌원씨( 軒 轅 氏 )를 애 노라. 대양( 大 洋 )이 망망( 茫 茫 ) 야 천지( 天 地 )예 둘려시니, 진실로 아니면 풍파 만리( 風 波 萬 里 ) 밧긔, 어 사이( 四 夷 ) 엿볼넌고 무 일 려 야 못기를 비롯 고? 만세천추( 萬 世 千 秋 )에 업 큰 폐( 弊 ) 되야, 보천지하( 普 天 地 下 )애 만민원( 萬 民 怨 ) 길우 다.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왜족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일본 대마도로 빈 배가 저절로 나올 것인가? (다) 어즈버 라니 진시황( 秦 始 皇 )의 타시로다. 비록 잇다 나 왜( 倭 )를 아니 삼기던들, 일본( 日 本 ) 대마도( 對 馬 島 )로 뷘 졀로 나올넌가? 누구의 말을 곧이 듣고 동남동녀를 그토록 들여서 바다의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을 만들어 두어, 뉘 말을 미더 듯고, 동남동녀( 童 男 童 女 )를 그 도록 드려다가, 해중( 海 中 ) 모든 셤에 난당적( 難 當 賊 )을 기쳐 두고, 통분한 수치와 모욕이 중국에까지 미친다. 오래 사는 불사약을 얼마나 얻어 내어 만리장성 높이 쌓고 몇 만 년을 살았던가? 통분( 痛 憤 ) 수욕( 羞 辱 )이 화하( 華 夏 )애 다 밋나다. 장생( 長 生 ) 불사약( 不 死 藥 )을 얼 나 어더 여, 만리 장성( 萬 里 長 城 ) 놉히 사고 몇 만년( 萬 年 )을 사도 고? 26
로 죽어 가니 유익( 어즈버 각 니 서불( 徐 ) 줄 모 로다. ) 등( 等 )이 이심( 已 甚 ) 다. 남처럼 죽어 갔으니 유약한 줄 모르겠도다. 아!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가 너무 심하다. 신하의 몸으로 망명 도주하는 것인가? 인신( 人 臣 )이 되야셔 망명( 亡 命 )도 것가? 신선( 神 仙 )을 못 보거든 수이나 도라오면, 신선을 만나지 못했거든 쉽게나 돌아 왔으면 통주사(나)의 이 근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주사( 舟 師 )이 시럼은 전혀 업게 삼길럿다. (라) 두어라, 기왕불구( 旣 往 不 咎 )라 일너 무엇 로소니? 속졀업 시비( 是 非 )를 후리쳐 더뎌 두쟈. 잠사각오( 潛 思 覺 悟 ) 니 내 도 고집( 固 執 )고야. 황제 작주거( 黃 帝 作 舟 車 ) 왼 줄도 모 로다. 장한( 張 翰 ) 강동( 江 東 )애 추풍( 秋 風 )을 만나신들 편주( 扁 舟 ) 곳 아니 타면 천청해활( 天 淸 海 濶 ) 다. 어 흥( 興 )이 졀로 나며, 삼공( 三 公 )도 아니 밧골 제일강산( 第 一 江 山 )애, 부평( 浮 萍 ) 어부생애( 漁 父 生 涯 )을 그만 두어라. 이미 지난 일은 탓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 소용이 없는 시비를 팽개쳐 던져 버리자. 깊이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고집스럽구나. 황제가 처음으로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은 그릇된 줄도 모르 겠도다. 장한이 강동으로 돌아가 가을 바람을 만났다고 한들 편주를 타지 않으면 하늘이 맑고 바다가 넓다고 해도 흥이 저절로 나겠으며, 삼공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경치가 좋은 곳에서 부평초 같은 어부의 생활을 자그마한 배가 아니면 어디에 부쳐 다니겠는가? 일엽주( 一 葉 舟 ) 아니면, 어 부쳐 힐 고? (마) 일언 닐 보건, 삼긴 제도( 制 度 )야 지묘( 至 妙 ) 덧 다마, 엇디 우리 물은 판옥선( 板 屋 船 )을 이런 일 보건대는 배가 생긴 제도야 지극히 묘한 듯 하다마는 어찌된 우리는 나는 듯이 빠른 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풍월을 읊되 흥취가 전혀 없는고. 주야( 晝 夜 )의 빗기 고, 임풍영월( 臨 風 咏 月 )호 흥( 興 )이 전혀 업 게오? 석일( 昔 日 ) 선중( 舟 中 )에 배반( 杯 盤 )이 낭자( 狼 藉 )터니, 금일( 今 日 ) 주중( 舟 中 )에 대검장창( 大 劍 長 錩 ) 이로다. 가지 언마 가진 다라니, 옛날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더니 금일 배 안에는 큰칼과 긴 창뿐이로다. 배는 한가지인데 지니 바가 다르니 그 사이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기간( 其 間 ) 우락( 憂 樂 )이 서로 지 못 도다. (바) 시시( 時 時 )로 멀이 드러 북신( 北 辰 )을 라보며, 상시( 傷 時 ) 노루( 老 淚 ) 천일방( 天 一 方 )의 디이 다. 오동방( 吾 東 方 ) 문물( 文 物 )이 한당송( 漢 唐 宋 )애 디랴마, 때때로 머리를 들어 임금님 계신 곳을 바라보며 때를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 모틍이에 떨어뜨리 는구나. 우리 나라의 문물이 찬란한 문물을 자랑하던 한나라 당나라 에 지랴마는 27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들의 흉악한 꾀에 빠져 천추를 두고 씻을 수 없는 부끄 러움을 안고 있어 백분의 일이라도 못 씻어 버렸거든 이 몸이 변변치 못하지만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하와 임금의 신분이 서로 달라 모시지 모하고 늙은들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향한 충성스러운 마음이야 어느 시 각인들 잊었을 것인고. 강계를 이기지 못하여 씩씩한 기운은 늙으면서 기운이 더욱 씩씩하다마는 보잘것없는 이 몸이 병중에 들었으니 분함을 씻고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버리기가 어려울 듯 하건마는 그러나 죽은 제갈량도 산 증달을 멀리 쫒았고 발없는 손빈도 발이 성한 방연을 잡았거늘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성하고 목숨이 이어 있으니 쥐와 개와 같은 왜적을 조금인들 두려워하겠는가. 나는 듯이 빠른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휘몰아치면 구시월 상풍에 낙엽 지듯 헤치리라. 제갈량이 맹획을 마음대로 놓았다 잠은 일(칠종칠금)을 우리 인들 못할 리 있겠는가. 국운( )이 불행( 不 幸 ) 야 해추( 海 醜 ) 흉모( 兇 謀 )애 만고수( 萬 古 羞 )를 안고 이셔, 백분( 百 分 )에 가지도 못 시셔 려거든, 이 몸이 무상( 無 狀 ) 신자( 臣 子 )ㅣ되야 이셔다가, 궁달( 窮 達 )이 길이 달라 몬 뫼 고 늘거신, 우국 단심( 憂 國 丹 心 )이야 어 각( 刻 )애 이즐넌고? (사) 강개( 慷 慨 ) 계운 장기( 壯 氣 ) 노당익장( 老 當 益 壯 ) 다마, 됴고마 이 몸이 병중( 病 中 )애 드러시니, 설분 신원( 雪 憤 伸 寃 )이 어려올 건마, 그러나 사제갈( 死 諸 葛 )도 생중달( 生 仲 達 )을 멀리 좃고, 발 업 손빈( 孫 矉 )도 방연( 龐 涓 )을 잡아거든, 물며 이 몸은 수족( 手 足 )이 자 잇고 명맥( 命 脈 )이 이어시니, 서절 구투( 鼠 竊 拘 偸 )을 저그나 저흘소냐? 비선( 飛 船 )에 려드러 선봉( 先 鋒 )을 거치면, 구시월( 九 十 月 ) 상풍( 霜 風 )에 낙엽( 落 葉 )가치 헤치리라. 칠종칠금( 七 縱 七 禽 )을 우린 못 것가? 벌레처럼 꾸물거리는 저 섬나라 오랑캐들아(준피도이). 얼른 항복하여 용서를 빌려무나.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나니 너희들을 구태여 모조리 다 죽이랴. 우리 임금의 거룩한 덕이 너희와 다 같이 잘 살기를 바라시 니라. 태평스러운 천하에 요순시대와 같은 화평한 군민이 되어 있 어 광명한 해와 달의 빛이 아침이요, 또다시 아침(임금의 성덕 이 계속되는 태평세월)인 태평성대가 계속되거든 전쟁하던 배를 타던 우리 몸도 고기잡이배로 바꿔 타 저녁 무렵을 노래하고 가을 달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 있어 (아) 준피도이( 蠢 彼 島 夷 )들아 수이 걸항( 乞 降 ) 야 라. 항자불살( 降 者 不 殺 )이니 너를 구 섬멸( 殲 滅 ) 랴? 오왕( 吾 王 )성덕( 聖 德 )이 욕병생( 欲 並 生 ) 시니라. 태평천하( 太 平 天 下 )애 요순( 堯 舜 )군민( 君 民 ) 되야 이셔, 일월광화( 日 月 光 華 ) 조부조( 朝 復 朝 ) 얏거든, 전선( 戰 船 ) 던 우리 몸도 어주( 漁 舟 )에 창만( 唱 晩 ) 고 추월춘풍( 秋 月 春 風 )에 놉히 베고 누어 이셔, 성대( 聖 代 ) 해불양파( 海 不 揚 波 ) 다시 보려 노라. 성군치하에 태평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28
10.일동장유가( 日 東 壯 遊 歌 ) 동남을 도라보니 바다히 이 업셔, (가)댱풍( )의 돗 라 뉵션( 六 船 )이 나, 삼현( 三 絃 )과 군악 소 산 ( 山 海 ) 진동 니, 물속의 어룡( 魚 龍 )들이 응당이 놀라도다. 구( 海 口 ) 얼픗 나셔 오뉵도( 五 六 島 ) 뒤지우고, 고국을 도라보니 야 ( 夜 色 )이 창망( 蒼 茫 ) 야, 거샌 바람에 돛을 달고 여섯 척의 배가 함께 떠날 때, 악기 연주하는 소리가 산과 바다를 진동하니 물 속의 고기들이 마땅히 놀람직하도다. 부산항을 얼른 떠나 오륙도 섬을 뒤로 하고 고국을 돌아보니 밤빛이 아득하여 아무것도 아니 보이고 연해변에 있는 각 항구의 불빛 두어 점이 구름 밖에서 보일 듯 말 듯하다. 아모것도 아니 뵈고, 연 변진( 沿 海 邊 津 ) 각 포( 浦 )의 불빗 두어 뎜이 구 밧긔 뵐 만 니 (나) 방의 누어 이셔 내 신셰 각 니, 이 심난 대풍이 니러나셔 태산 셩낸 물결 텬디의 옥 니, 선실에 누워서 내 신세를 생각하니 가뜩이나 마음이 어지러운데 큰 바람이 일어나서, 태산 같은 성난 물결이 천지에 자욱하니. 만 석을 실을 만한 큰 배가 마치 나뭇잎이 나부끼듯 큰나큰 만곡 ( 萬 斛 舟 ㅣ)가 나모닙 브치이, 하 의 올낫다가 디함( 地 陷 )의 려지니, 열두 발 돗대 챠아( 枒 )쳐로 구버 잇고, 쉰두 복 초셕 돗 반 쳐로 블럿, 하늘에 올랐다가 땅 밑으로 떨어지니, 열두 발이나 되는 쌍돛대는 나뭇가지처럼 굽어 있고 쉰 두 폭으로 엮어 만든 돛은 반달처럼 배가 불렀네. 큰 우레 소리와 작은 벼락은 등뒤에서 떨어지는 것 같고 굵은 우레 별악은 등 아래셔 진동 고, 셩낸 고래 독 뇽은 물 속의셔 희롱, 방 속의 요강 타고 쟛바지고 업더지고, 샹하 좌우 방 널은 닙닙히 우 구나. (다)이윽고 돗거 장관( 壯 觀 )을 여 보. 니러나 문 열고 문셜쥬 잡고 셔셔, 면을 라보니 어와 장 시고, 인 텬디간의 이런 구경 어 이실고, 구만 니 우듀 속의 큰 물결분이로 등 뒤흐로 도라보니 동 ( 東 萊 ) 뫼이 눈섭 고, 성난 고래와 용이 물 속에서 희롱하는 듯하네. 선실의 요강과 타구가 자빠지고 엎어지고 상하 좌우에 있는 선실의 널빤지는 저마다 소리를 내는구나. 이윽고 해가 돋거늘 굉장한 구경을 하여 보세. 일어나 선실 문을 열고 문설주를 잡고 서서, 사면을 바라보니 아아! 굉장하구나. 인생 천지간에 이런 구경이 또 어디 있을까? 넓고 넓은 우주 속에 다만 큰 물결 뿐이로세. 등뒤로 돌아보니 동래의 산이 눈썹만큼이나 작게 보이고 동남쪽을 돌아보니 바다가 끝이 없네. 29
압흐로 를 고 니 칠티 아냣구나.. 위아래 푸른 빛이 하늘 밖에 닿아 있다. 슬프다. 우리의 가는 길이 어디란 말인고? 함께 떠난 다섯 척의 배는 간 곳을 모르겠도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이따금 물결 속에 부채만한 작은 돛이 들락날락하는구나. 우아 프 빗치 하 밧긔 다하 잇다. 슬프다 우리 길이 어 로 가 쟉고. 긔 다솟 간 모 로다. 면을 두로 보니 잇다감 물결 속의 부체만 쟈근 돗치 들낙날낙 고나. 배 안을 돌아보니 저마다 배멀미를 하여 똥물을 다 토하고 까무라쳐서 죽게 앓네. 다행하도다. 종사상은 태연히 않았구나. 선실에 도로 들어와 눈 감고 누웠더니 대마도가 가깝다고 사공이 말하거늘 다시 일어나 나와 보니 십 리는 남았구나. 왜선 십여 척이 배를 끌려고 마중을 나왔네. 션듕을 도라보니 저마다 슈질( ) 야, 물을 다토 고 혼졀 야 죽게 알 다 샤 죵 샹( 從 使 上 )은 태연이 안잣고나, 방의 도로 드러 눈 고 누엇더니, 대마도 갓갑다고 샤공이 니 거, 고쳐 니러 나와 보니 십 니 남앗고나. 왜션 십여 척이 예션 ( 曳 船 次 )로 모다 왓 구경하는 왜인들이 산에 앉아 굽어본다. 그 중의 남자들은 머리를 깎았으되 뒤통수만 조금 남겨 고추상투를 하였고 발 벗고 바지 벗고 칼 하나씩 차고 있으며. (라)굿 보 왜인들이 뫼히 안자 구버본다. 그 듕의 머리를 가시 뒤만 죠금 남겨 고쵸샹토 여시며 발 벗고 바디 벗고 칼 나식 이시며 일본 여자들의 치장은 머리를 깎지 않고 밀기름을 듬뿍 발라 뒤로 잡아 매어 족두리 모양처럼 둥글게 감았고 그 끝은 둘로 틀어 비녀를 질렀으며 노소와 귀하고 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얼레빗을 꽂았구나. 왜녀( 倭 女 )의 치장들은 머리 아니 고 밀기 북 발라 뒤흐로 잡아 야 죡두리 모양쳐로 둥글게 여 잇고 그 두루 트러 빈혀 질러시며 무론 노쇼 귀쳔( 老 少 貴 賤 ) 고 어레빗 잣구나. 의복을 보아하니 무 없는 두루마기 한 동으로 된 옷단과 막은 소매가 남녀 구별 없이 한가지요, 넓고 크게 접은 띠를 느슨하게 둘러 띠고 늘 쓰는 오든 물건은 가슴 속에 다 품었다. 남편이 있는 여자들은 이를 검게 칠하고 뒤로 띠를 매었고 과부, 처녀, 계집아이는 앞으로 띠를 매고 이를 칠하지 않았구나. 의복을 보와 니 무업 두루막이 동 단 막은 매 남녀 업시 가지요 넙고 큰 졉은 느 히 둘러 고 일용 범 ( 日 用 凡 百 ) 온갓 거 가 속의 다 품엇다. 남진 잇 겨집들은 감아 게 니[ 齒 ] 칠 고 뒤흐로 를 고 과부 쳐녀 간난 30
11. 연행가 (가) 하 오월 초칠일의 방물을 졍검 고 도강 날 졍 여네. 장을 슈습 여 여름 5월 7일이 압록강을 건너는 날짜로 정해졌네. 가지고 갈 물건을 점검하고 여행 장비를 잘 정돈하여 압록강가에 다다르니 송객정이 여기로구나. 압녹강변 다다르니 의쥬 부윤 나와 안고 삼 사신을 젼별 일 일 부일 상 별곡 곡조을 장계을 봉 후의 거국지회 그음업셔 홍상의 눈물이 뉵인교을 물녀 노니 젼 토인 직 니 공형 급창 물너셔니 송객졍이 여긔로다. 다담상을 려 놋코, 쳐창키도 그지없다. 셔로 안져 권고 고, 참아 듯기 어려워라. 더리고 이러나셔, 억졔 기 어려운 즁 심회을 돕 도다 장독교을 등 고, 일산 좌견 만 잇고, 마두 셔 이로다. 의주 부윤이 나와 앉아서 다담상을 차려 놓고, 세 사신을 전별하는데 구슬프기도 한이 없다. 한 잔 한 잔 또 한 잔으로 서로 않아 권고하고 상사별곡 한 곡조를 차마 듣기 어려워라. 장계를 봉투에 넣어 봉한 후에 떨뜨리고 일어나서, 나라를 떠나는 감회가 한이 없어서 억제하기 어려운 중 여인의 꽃다운 눈물이 마음 속의 회포를 더하게 하는구나. 육인교를 물려 놓으니 장독교를 대령하고 가마 앞 통인이 하직하니 일산과 말고삐만 있고, 삼공형과 급창이 물러서니 마두와 서자만 남았구나. (나) 일엽 소션 을 져어 졈졈 멀이 셔 가니, 푸른 봉은 쳡쳡 여 날을 보고 즐긔 듯, 한 조각 자그마한 배를 저어 점점 멀리 떠서 가니, 푸른 봉우리는 겹겹으로 쌓여 나를 보고 즐기는 듯, 흰 구름은 멀리 아득하고 햇살의 빛깔이 참담하다. 운은 요요 고 비치 못 이 마음 츌셰 지 이십오 년 평일의 이측 여 반 년이나 엇지 고, 경긔 지경 니 밧긔 허박 고 약 긔질 쥴긔 압녹강의 도라보고 도라보니 광 이 참담 다. 오날이 무 날고. 시 의 라나셔 오 나 본 일 업다. 이위졍이 어려우며, 먼 길 단여 본 일 업다. 말 이 역 걱졍일셰. 양국지경 난화스니, 우리 나라 다시 보. 어디에도 비하지 못할 이내 마음 오늘이 무슨 날인가?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부모님을 모시고 자라나서 평소에 부모님 곁을 떠나서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반 년이나 어찌할 것인가? 부모님 곁을 떠나는 마음이 어려 우며, 경기도 경계를 백 리 밖으로 벗어나 다녀 본 일이 없다. 허약하고 약한 기질에 만 리 여행길이 걱정일세. 한 줄기 압록강이 두 나라의 경계를 나누었으니 돌 아보고 돌아보니 우리 나라 다시 보자. 31
구련성에 다다라서 한 고개를 넘어서니 아까 보던 통군정이 그림자도 아니 보이고 조금 보이던 백마산이 봉우리도 아니 보인다. 백여 리나 되는 사람 없는 곳에 인적이 고요하다. 위험한 만 겹의 산중 빽빽이 우거진 나무들이며 적막한 새 소리는 곳곳에 구슬프고 한가한 들 의 꽃은 누구를 위해 피었느냐? 아깝도다. 이러한 곳 두 나라가 버린 땅에, 사람도 아니 살고 논밭도 없다 하되. 곳곳이 깊은 골짜기에서 닭과 개 소리가 들리는 듯. 끝없이 이어지는 험한 산세, 범과 표범에게 해를 입을까 겁 (다) 구련셩 다다라셔 앗가 보든 통군졍이 쥬금 뵈든 마산니 여 리 무인 지경 위험 만쳡 산즁 젹막 소 가 들의 츤 앗갑도다, 이러 인가도 아니 살고 고 을 너머셔니 그림 도 아니 뵈고, 봉오리도 아니뵌다. 인젹이 고요 다. 울밀 슈목이며 쳐쳐의 구슬푸고, 누을 위 피엿 냐? 양국의 발인 의 젼답도 업다 되, 이 난다. 곳곳지 깁흔 골의 계견 소 들이 듯. 왕왕이 험 산셰 호포지환 겁이 난다. 밥 짓는 곳에서 상을 차려 점심을 가져오니, 맨 땅에 내려 앉아서 점심을 먹어 보자. 아까까지 귀하던 몸이 어이하여 갑자기 천해져서 오락가락하던 일등 명창과 수정하던 기생은 어디 가고 상에 가득한 좋은 반찬이나 곁들인 반찬도 없지마는, 건량청에서 준 밥 한 그릇을 이렇듯이 달게 먹으니, 가엾게 되었지만 어찌 아니 우스우랴. 금석산을 지나가니 온정평이 여기로구나. 날의 형세가 황혼이 되니 한데서 잠자리를 정하자. 세 사신이 자는 곳은 군사들 쓰는 장막을 높이 치고 삿자리를 둘러 막아 임시로 꾸민 방처럼 하였으되, 역관이며 비장 방장 불쌍하여 못 보겠다. 사방에서 외풍이 들이부니 밤 지내기가 어렵도다. 군막이라고 말은 하지만 무명 한 겹으로 가렸으니, 오히려 이번 길은 오뉴월 더운 때라. 하룻밤 지내기가 과히 어렵지 아니하나, 쥬방으로 상을 차려 민 의 나려안져 앗가가지 귀튼 몸미 일등 명창 진지거 만반 진슈 죠흔 반찬 건양쳥 밥 그릇 가이업시 되어스나 금셕산 지나가니 일 셰가 황혼 니 삼 사신 삿 리을 둘어 막아 역관이며 비장 반장 면 외풍 드러부니 군막이라 명식 미 ᄃ오이려 이번 길은 하로 밤 경과 기 졈심을 가져오니, 즁화를 여 보. 어이 죨지 쳔 여서, 슈쳥 기 어 가고, 겻반도 업스나마, 일엇틋 감식 니, 엇지 안니 우수으랴. 온졍평이 여긔로다. 돈 며 슉소. 군막을 놉피 치고, 가방쳐럼 여스되, 불상 여 못 보갯다. 밤 지 기 어렵도다. 무명 겹 가려스니, 오뉵월 염천이라, 과이 아니 어려오나, 32
동지셧달 긴긴 밤의 그 고 읏더 랴, 쳐쳐의 화토불은 밤 도록 나발 소 (라) 발 을 기다려서 목 으로 울을 고 봉황셩장 나와 안져 례로 드러오니 녹창 쥬호 여염들은 화 란 시졍들은 (마) 집집이 호인들은 의복기 괴려 여 머리 압흘 가 당 실노 당긔 고 일 년 삼백육십 일에 이 은 황금이오 거문빗 져구리 옷고름은 아니 달고 아쳥 바지 반물 속것 두 다리의 젼 모양 회목의셔 오금 지 깃 업슨 쳥두루막기 좁은 손등 덥허 두루막 위에 배자이며 (바) 곰방 옥 물 리 부지 지 서 들고 람마다 그 모양니 풍셜이 드리칠 졔 혹들 다 데. 인 등이 둘너안고, 즘 올가 념예로다. 문으로 향 가니, 문 나을 여러 놋코, 이 마을 졈검 며, 범문신칙 엄졀하다. 오 이 영농 고, 만물이 번화 다. 길의 나와 구경 니, 쳐음 보기 놀납도다. 뒤만 느리쳐셔 말 이을 눌너 쓰며 양치 한 번 아니 여 손톱은 다섯 치라. 깃 업시 지어쓰되, 단초 다라 입어쓰며, 허리 로 눌너 고, 타오구라 일홈 여, 회 게 드리 고 단초가 여러히요, 손이 겨오 드나들고, 무릅 우에 슬갑이라. 담 너 쥬머니의 뒤짐지기 버릇시라. 쳔만 인이 한빗시라. 동지섣달 긴긴 밤에 바람과 눈이 들이칠 때 그 고생이 어떠하랴. 참혹하다고들 하데그려. 곳곳에 피운 화톳불은 하인들이 둘러앉고 밤새도록 나팔 소리를 냄은 짐승이 올까 염려함이로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책문으로 향해 가니, 나무로 울타리를 하고 문 하나를 열어 놓고 봉황성의 장이 나와 앉아 사람과 말을 점검하며, 차례로 들어오니 묻고 경계함이 엄숙하고 철저하다. 녹색 창과 붉은 문의 여염집은 오색이 영롱하고, 화려한 집과 채색한 난간의 시가지는 만물이 번화하다. 집집마다 만주 사람들은 길에 나와 구경하니, 옷차림이 괴이하여 처음 보기에 놀랍도다. 머리는 앞을 깎아 뒤만 땋아 늘어뜨려 당사실로 댕기를 드리고 마래기라는 모자를 눌러 쓰며. 일 년 삼백육십 일에 양치질 한 번도 아니하여 이빨은 황금빛이요, 손톱은 다섯 치나 된다. 검은빛의 저고리는 깃이 없이 지었으되, 옷고름은 아니 달고 단추 달아 입었으며, 검푸른 바지와 짙은 남빛 속옷 허리띠로 눌러 매고 두 다리에 행전 모양으로 맨 것을 타오구라 이름 하여 발목에서 오금까지 가뜬하게 들이끼우고 깃 없는 푸른 두루마기 단추가 여럿이요, 좁은 소매가 손등을 덮어 손이 겨우 드나 들고 두루마기 위에 덧저고리 입고 무릎 위에는 슬갑이라. 곰방대와 옥 물뿌리 담배 넣는 주머니에, 부시까지 껴서 들고 뒷짐을 지는 것이 버릇이라. 사 람마다 그 모양이 천만 사람이 한 모습이라. 33
12. 용부가( 庸 婦 歌 ) 흉보기가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을 보소. 시집 간 지 석 달만에 시집살이가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내네. 계염하구나(마음이 어둡고 욕심이 많음) 시아버지에 암상스 럽구나(남을 미워하고 샘을 잘내는 심술) 시어머니라, 고자질 잘 하는 시누이와 엄숙한 맏동서여, 요사스럽고 간악한 아우 동서와 여우같은 시앗년에 드세구나 남녀 하인 들며나며 흠구덕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번 찍은 나무가 되 었구나. (가) 흉보기가 싫다마는 저 부인( )의 거동( 擧 動 ) 보소 시집간 지 석 달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내네 계염할사 시아버니 암상할사 시어미라 고자질에 시누의와 엄숙하기 맏동서여 요악( 妖 惡 )한 아우 동서 여우 같은 시앗년에 드세도다 남녀 노복( 男 女 奴 僕 ) 들며나며 흠구덕에 남편( 男 便 )이나 믿었더니 십벌지목( 十 伐 之 木 ) 되었에라 (나) 여기저기 사설이요 구석구석 모양이라 여기저기 말이 많고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 하겠다며 자살하려고 간수를 마시고 치마를 쓰고 내닫기도 하고 봇짐을 싸 가지고 도망하기도 하며, 오락가락 견디지 못해 스님이나 따라갈까 긴 담뱃대를 벗삼아서 들 구경이나 하여 볼까, 점치기로 세월을 보내는구나. 겉으로는 시름에 쌓여 있지만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우리며 치마 쓰고 내닫기와 보찜 싸고 도망질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 승( 僧 )들이나 따라갈가 긴 장죽( 長 竹 )이 벗이 되고 들구경 하여 볼가 문복( 問 卜 )하기 소일( 消 日 )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 반분대( 半 粉 黛 )로 일을 삼고 속으로는 딴 생각에 얼굴 단장으로 일을 삼고 털 뽑기로 시간을 보낸다. 시부모가 타이르면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나무라면 뒤받아 대꾸하고 드나드는 초롱꾼에게 팔자나 고쳐 볼까. 양반 자랑은 모두 하면서 색줏집이나 하여 볼까. 남문 밖 뺑덕어미처럼 털 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 驚 戒 )하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걱정하면 뒤받아 맞넉수요 들고 나니 초롱군에 팔짜나 고쳐 볼까 양반 자랑 모두 하여 색주가( 色 酒 家 )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 천생( 天 生 )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천생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본데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춤에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고 남의 말 옮기기와 들어 와서는 음식 얘기, 조상은 안중에 없고 불공 드리기로 일을 삼을 때, 무당 소경을 불러다가 푸닥거 리 하느라고 본 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침 싸홈질로 세월이며 남의 말 말전주와 들며는 음식( 飮 食 ) 공논 조상( 祖 上 )은 부지( 不 知 )하고 불공( 佛 供 )하기 위업( 爲 業 )할 제 무당 소경 푸닥거리 34
의복( ) 가지 다 내주고 남편 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자식 거동 볼작시면 털 벗은 솔개미라 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계 다 부르고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 의복들을 다 내주어, 남편 모양을 볼 것 같으면 삽살개 뒷다리처럼 초라하고 자식 모습을 볼 것 같으면 털 빠진 소리개처럼 헐벗었다. 엿장사, 떡장사를 아이 핑계로 다 부르고 물레 앞에서 하품을 하고 씨아 앞에서는 기지개를 켠다. 이 집 저 집 이간질시키고 음담패설하는 것으로 일을 삼는 다. 이 집 저 집 이간질과 음담패설( 淫 談 悖 說 ) 일삼는다 모함( 謀 陷 ) 잡고 똥 먹이기 세간은 줄어 가고 걱정은 늘어 간다 치마는 절러 가고 허리통이 길어 간다. <후략> 남을 모함하고 골탕 먹이기, 살림살이는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간다. 치마는 짧아 가고 허리통은 길러 간다. 35
13. 우부가( 愚 夫 歌 ) 내 말이 미친 소리인가 저 인간을 구경하게. (가) 말 광언( )인가 져 화상을 구경허게. 남촌의 한량 개똥이는 부모 덕에 편히 놀고 호의 호식하지만, 무식하고 미련하고 소견머리가 없는데다 눈은 높고 손은 커서 대중없이 주제넘어, 유행에 따라 옷을 입어 남의 눈만 즐겁게 한다. 긴긴 봄날에 낮잠이나 자고 아침 저녁으로 반찬 투정을 하 며 항상 놀고 먹는 팔자로 술집에 무상 출입하여 매일 취해서 게트림을 하고 이리 모여서 노름하기, 저리 모여서 투전질에, 기생첩을 얻어 살림을 넉넉히 마련해 주고 오입쟁이가 친구 로다. 사랑방에는 조방군, 안방에는 뚜쟁이 할머니가 드나들고 조상을 팔아 위세를 떨고 세도를 찾아 기웃기웃하며, 세도를 따라 뇌물을 바치느라고 재산을 날리고 헛된 욕심으로 장사를 하여 남의 빚이 태산처럼 많다. 자기가 무식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어진 사람을 미워하며, 후하게 해야할 곳에는 야박하여 한 푼을 주는 데도 아까워 하고 박하게 해도 되는 곳에는 후덕하여 수백 냥을 낭비한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하니 소인들이 비위 맞추느라 배 가 고플 지경이다. 자기에게 유리하면 남의 잘못된 말도 따지지 않고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지만 제 친척들과는 화목하지 못하며, 건강 해칠 일은 모두 하고 인삼 녹용으로 몸 보신하기와, 주색잡기를 모두 하여 한없이 돈을 함부로 쓰네. 부모와 조상은 아주 잊어버리고 계집 자식과 재물만 좋아하 며, 일가 친척을 구박하고 자기가 할 도리는 나중 일이요, 남의 흉만 잡아낸다. 자기 행동은 개차반이면서 경계판을 짊어지고 다니며, 없는 알도 지어내고 시비에 앞장을 선다. 돈이 나올 데가 없는데도 물처럼 쓰고 나서 임시 변통하기 에 바쁘고, 손님은 빚쟁이 취급을 하고 사람의 도리는 모른 (나) 남쵼 활량( 閑 良 ) 이 부모 덕에 편이 놀고 호의 호식 무식허고 미련허고 용통 야, 눈은 놉고 손은 커셔 가량 업시 쥬져 넘어 시쳬( 時 體 ) 라 의관허고 남의 눈만 위허것다. (다) 장장 츈일 낫 자기 조셕으로 반찬 투졍 팔 로 무상 츌입 일 장 계 트림과 이리 모야 노름 놀기 져리 모야 투젼( 鬪 錢 )질에 기 쳡 치가( 治 家 ) 고 외입장이 친구로다. 랑의 조방( 助 幇 )군이 안방의 노구( 老 嫗 )할미. 명조상( 名 祖 上 )을 셰허고 셰도 구멍 기웃 기웃, 염냥( 炎 涼 ) 보아 진봉( 進 奉 )허기 업( 財 業 )을 불니고 허욕( 虛 慾 )으로 장 허기 남의 빗시 산이라. 무식은 각 안코 어진 사람 미워허기, 후( 厚 )헐 데 박 야셔 한 푼 돈의 이 나고, 박헐 데 후 여셔 슈 량이 헛것시라. 승긔자( 勝 己 者 )를 염지( 壓 之 )하니 반복 소인( 反 覆 小 人 ) 허긔진다. 몸에 리( 利 )헐 로 남의 말를 탄치 안코 친구 벗슨 조화허며 졔 일가 불목( 不 睦 )허며, 병 날 노릇 모다 허고 인 녹용 몸 보( 補 )키와 쥬 잡기 모도 야 돈 쥬졍을 무진허네. 부모 조상 도망( 頓 望 )허여 계집 식 물 슈탐 일가친쳑 구박하며 인사는 나죵이요 남의 흉만 아 다. 셰 반에 경계판( 警 戒 板 )을 질머지고 업 말도 지여 고 시비의 션봉( 先 鋒 )이라. 날 업 용젼 여슈( 用 錢 如 水 ) 상하 셕( 上 下 撐 石 ) 야 가니 체한다. 36
손님은 쵸 ( )이요 윤의( 倫 義 ) 몰 라. 손님은 빚쟁이 취급을 하고 사람의 도리는 모른 체한다. (라) 입구멍이 졔일이라 돈 날 노릇 야 보셰. 젼답 파라 변돈 주기, 종을 파라 월슈( 月 收 ) 쥬기 구목( 丘 木 ) 버혀 장 허기, 셔 파라 빗 쥬기와 동 상놈 부역이요, 먼 데 사람 악이며 아오라 믈니라 장격지( 自 將 擊 之 ) 몽둥이질, 젼당( 典 當 ) 고 셰간 기 계집 문셔 종 기와 살 결박( 結 縛 )에 소 기와 불호령에 숏 기와 여긔저긔 간 곳마다 젹실 인심( 積 失 人 心 ) 허겟고나. 사람마다 도젹이요 원망허는 소 로다. 이 나 야 볼가. (마)가장( 家 藏 )을 다 파라도 상팔십이 팔 라. 종손 핑계 위젼( 位 田 ) 파라 투젼질이 로다. 졔 핑계 졔긔( 祭 器 ) 파라 관 구셜( 官 災 口 舌 ) 이러 다. 뉘라셔 도라 볼가 독부( 獨 夫 )가 되단 말가 가련타 져 인 아 일죠 걸 이라. 모 관 ( 玳 瑁 貫 子 ) 어 가고 물네쥴은 무삼 일고. 통냥갓슨 어 가고 헌 파립( 破 笠 )에 통모 라. 쥬쳬로 못 먹든 밥 녁 보아 밥 먹 다. 양복기 어 가고 쓴바귀를 단 듯, 쥭녁고( 竹 瀝 膏 ) 어 가고 모쥬 한 잔 어려워라. 울타리가 나무요 동 소곰 반찬일셰. 각장 장판 소라 반 장지문이 어 가고 벽 러진 단간방의 거젹 리 열두 닙에 호젹 조희 문 바르고 신쥬보( 神 主 褓 )가 갓 이라. 은안 쥰마 어듸 가며 션후 구종( 驅 從 ) 어듸 간고. 셕 집신 집 이에 졍강말이 졔격이라. 승 보션 셔 가 어 가고 레발이 불상허고, 비단 쥬머니 십륙 화류 면경( 樺 榴 面 鏡 ) 어디 가고 보션목 쥬머니에 노 여 고,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돈 나을 일을 하여 보세. 논밭과 종을 팔아서 이자돈 놓기, 무덤 가의 나무를 팔아먹고, 서책을 팔아 빛을 주고, 동네 상놈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고 먼 데서 온 사람에게 행 패를 부리며, 잡아 오라, 물러가라, 싸움을 걸어 몽둥이질을 하고 전당 잡아 세간을 뺏으며, 계집 문서로 종을 삼고 알몸을 결박하여 소를 뺏고, 불호령으로 솥을 뺏으니,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인심을 자꾸 잃는구나. 사람마다 그를 도적이라 하여 원망하는 소리가 높다. 이것을 피해서 이사나 하여 볼까. 집안의 물건을 다 팔아도 오래 살 팔자라. 종손이라고 핑계하고 위토를 팔아 노름하는 것이 일이로다. 제사를 핑계삼아 제기를 팔아먹고서 관가로부터 봉변을 당 한다. 아무도 그를 돌아보지 않으니 완전히 외톨이가 된단 말인 가? 가련하다 저 인생아.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되었구나. 고급스런 관자는 어디 가고 물레줄로 갓끈을 한 것은 무슨 일인가? 통영갓은 어디 가고 찢어진 갓에 통모자를 썼구나. 다 먹지 못할 만큼 밥이 많았는데, 이제는 달력을 보아 가며 밥을 먹는다. 산해진미는 어디 가고 씀바귀를 단 꿀 먹듯 먹으며, 고급술은 어디 가고 모주 한 잔 먹기도 어렵구나. 울타리로 땔감을 삼고 동네 소금으로 반찬을 하네. 고급스런 장판과 반자 장지문은 다 어디 가고 벽이 허물어진 단칸방에 열두 널의 거적을 깔았으며, 호적을 쓴 종이로 문을 바르고 신주 싸는 보자기로 갓끈을 하였구나. 호사스럽게 차린 좋은 말과 앞뒤에 서 모시던 하인은 어디 갔는가? 거칠게 만든 짚신과 지팡이에 두 발로 걷는 것이 제격이라. 삼승 버선과 태사해는 어디 가고 끄레발이 불쌍하며. 비단 주머니, 십륙사끈, 고급 거울은 어디 갔는가? 버선으로 만든 주머니에 삼노끈을 꿰어 차고 37
담비 모피로 만든 덧저고리, 담비 털로 만든 모자, 비단 두 루마기는 어디 갔는가? 동지 섣달 추위에 베창옷을 걸쳤으며, 삼복 더위에 두꺼운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울근불근하며 병신같이 옆걸음질을 치는구나. 담배도 없는 빈 담뱃대를 심심풀이로 손에 들고 비실비실 다니면서 남의 집 문전에 가 걸식하며, 역질이나 제사를 핑계하는 집에 인심이 야박함을 탓하면서 팔자를 원망하는구나. 돈피 담뷔 휘양 어듸 가며 릉라 쥬의 어듸 간고. 동지 셧달 베창옷셰 복다름 바지거쥭 궁둥이 울근불근 엽거름질 병신갓치 담 업는 빈 연쥭을 소일조로 손의 들고 어슥비슥 다니면서 남에 문젼 걸식 며 역질 핑계 졔 핑계 야속허다 너의 인심 원망헐 팔 타령. 38
14. 고공가 (가) 집의 옷 밥을 언고 들 먹 져 (고공)아, 우리 집 긔별을 아 다 모로 다. 비오 일 업 면서 니 리라. 처음의 한어버이 사롬 리 려, 제 집 옷과 밥을 두고 빌어먹는 저 머슴아, 우리 집 소식(내력)을 아느냐 모르느냐? 비 오는 날 일 없을 때 새끼 꼬면서 말하리라. 처음에 조부모님께서 살림살이를 시작할 때에, 어진 마음을 베푸시니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 仁 心 (인심)을 만히 쓰니 사 이 절로 모다, 풀 고 터을 닷가 큰 집을 지어 내고, 셔리 보십 장기 쇼로 田 畓 (전답)을 긔경( 起 耕 ) 니, 오려논 터밧치 여드레 리로다. 子 孫 (자손)에 傳 繼 (전계) 야 代 代 (대대)로 나려오니, 풀을 베고 터를 닦아 큰 집을 지어내고. 써레, 보습, 쟁기, 소로 논발을 기경하니, 올벼논과 텃밭이 여드레 동안 갈 만한 큰 땅이 되었도다. 자손에게 물려주어 대대로 내려오니, 논밭도 좋거니와 머슴들도 근검하였다. 논밧도 죠커니와 雇 工 (고공)도 근검( 勤 儉 )터라. (나) 저희마다 여름 지어 가 여리 사던 것슬, 요 이 雇 工 (고공)들은 혬이 어이 아조 업서, 밥 사발 큰나 쟈그나 동옷시 죠코 즈나, 을 호 호슈을 오 듯, 저희들이 각각 농사지어 부유하게 살던 것을, 요새 머슴들은 생각이 아주 없어서, 밥그릇이 크거나 작거나 입은 옷이 좋거나 나쁘거나, 마음을 다투는 듯 우두머리를 시기하는 듯, 무슨 일에 감겨 들어서 반목을 일삼느냐? 무 일 걈드러 흘긧할긧 다. 너희 일 아니코 時 節 (시절) 좃 오나와, 의 셰간이 플러지게 되야, 엇그 火 强 盜 (화강도)에 家 産 (가산)이 蕩 盡 (탕진) 니, 집 나 불타 붓고 먹을 시 전혀 업다. 큰나큰 셰 ( 歲 事 )을 엇지 여 니로려료 너희들 일 아니하고 흉년조차 들어서, 가뜩이나 내 살림이 줄어들게 되었는데. 엊그제 강도를 만나 가산이 탕진하니, 집은 불타 버리고 먹을 것이 전혀 없다. 크나큰 세간살이를 어떻게 해서 일으키려는가? 김가 이가 머슴들아. 새 마음을 먹으려무나. 金 哥 (김가) 李 哥 (이가) 雇 工 (고공)들아 먹어슬라. (다) 너희 졀머 다 혬 혈나 아니 다. 소 밥 먹으며 매양의 恢 恢 (회회) 랴. 너희는 젊다 하여 생각하려고 아니하느냐? 한 솥에 밥 먹으면서 항상 다투기만 하면 되겠느냐? 39
너희 일 라 며셔 리 다 괘라. 한 마음 한 뜻으로 농사를 짓자꾸나. 한 집이 부유하게 되면 옷과 밥을 인색하게 하랴? 누구는 쟁기를 잡고 누구는 소를 모니. 밭 갈고 논 갈아서 벼를 심어 던져두고 날카로운 호 미로 김매기를 하자꾸나. 산에 있는 밭도 잡초가 우거지고 무논에도 풀이 무성하다. 으로 티름을 지어스라. 집이 가 열면 옷 밥을 (분별) 랴. 누고 장기 잡고 누고 쇼을 몰니, 밧 갈고 논 살마 벼 셰워 더져 두고, 됴흔 호 로 기음을 야스라. 山 田 (산전)도 것츠럿고 무논도 기워 간다. 도롱이와 삿갓을 말뚝에 씌워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벼 곁에 세워라. 칠월 칠석에 호미 씻고 기음을 다 맨 후에, 새끼는 누가 잘 꼬며 섬은 누가 엮겠는가? 너희들의 재주를 헤아려 서로 서로 맡아라. 추수를 한 후에는 집 짓는 일을 아니하랴? 집은 내가 지을 것이니 움은 네가 묻어라(만들어라). 사립피 목 나셔 볏 겨 셰올셰라. 七 夕 (칠석)의 호 씻고 기음을 다 후의, 기 뉘 잘 며 셤으란 뉘 엿그랴. 너희 조 셰아려 자라자라 맛스라. 을 거둔 후면 成 造 (성조)를 아니 랴. 집으란 내 지으게 움으란 네 무더라. 너희 재주를 내가 짐작하였노라. 너희도 먹고 살 일을 깊이 생각하려무나. 멍석에 벼를 널어 말린들 좋은 해를 구름이 가려 햇볕을 언 제 보겠느냐? 방아를 못 찧는데 거칠고도 거친 올벼가, 옥같이 흰 쌀이 될 줄을 누가 알아 보겠는가? 너희 조을 내 斟 酌 (짐작) 엿노라. 너희도 머글 일을 分 別 (분별)을 려므나. 멍셕의 벼 넌들 됴흔 구름 여, 볏뉘을 언 보랴. 방하을 못 거든 거츠나 거츤 오려, 옥 白 米 (백미) 될 쥴 뉘 아라 오리스니. 너희들 데리고 새 살림을 살고자 하니, 엊그제 왔던 도적이 멀리 달아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너희들은 귀와 눈이 없어서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방비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옷과 밥만 가지고 다투느냐? 너희들을 데리고 행여 추운가 굶주리는가 염려하며, (라) 너희 리고 새 리 사쟈 니, 엇저 왓던 도적 아니 멀리 갓다, 너희 귀눈 업서 져런 줄 모르관, 화살을 젼혀 언고 옷 밥만 닷토 다. 너희 다리고 팁 가 주리 가. 죽조반 아침 저녁을 다 해다가 먹였는데, 은혜는 생각지 않고 제 일만 하려 하니, 사려 깊은 새 머슴을 어느 때에 얻어서, 집안 일을 맡기고 걱정을 잊을 수 있겠는가? 너희 일을 애달파하면서 새끼 한 사리를 다 꼬았도다. 粥 早 飯 (죽조반) 아 져녁 더하다 먹엿거든, 은혜란 각 아녀 제 일만 려 니, 혬 혜 새 들이리 어 제 어더 이셔, 집 일을 맛치고 시름을 니즈려뇨.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