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어영문학 제55권 제1호 (2011) 겨울 191-205 *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 이 향 만 (호서대학교) Lee, Hyang-Man. Non-Existence and Melody of Communication in Ian McEwan s Amsterdam. Modern Studies in English Language & Literature. 55.1 (2010): 191-205. Amsterdam, generally regarded as a novel of social satire, can be reread from the view of modern man's sense of non-existence and the artist's desperate effort to integrate the confused moral decay. The two male friends represent masculinity of a trajectory toward destruction after they had lost her maternal empathy and social understanding. The two friends comes to their tragic ends owing to the lack of attributes of creativity, sensibility which had been provided by Molly while she had been alive. As a result of absence of variation, Clive's effort to create a musical masterpiece fails and comes to a tragic death. Despite this kind of cynical failure, the musician Clive's effort to create the sublime melody of art is a visionary achievement. (Hoseo University) Key Words: Ian McEwan, Amsterdam, non-existence, social satire, moral decay I. 들어가는 말 이언 매큐언(Ian McEwan)에게 문학적 명성을 안겨주었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현대 문명 속에서 개인의 존재의식과 남녀 간에 얽힌 소통의 문제를 담고 있다. 그런데 1998년 부커(Booker)문학상을 수상한 암스테르담 (Amsterdam)은 남 성 세계를 중심으로 야망과 자존심 그리고 자기기만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 신뢰가 허물어진 도덕의 허울과 속 빈 인간상을 그리고 있는 점이 다소 색다르다. 매큐언의 대표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독자들의 관 * 본 논문은 2010년 호서대학교 연구비에 의해 조성되었음.
192 이 향 만 심을 끄는 한 여인의 죽음이 시종 두 남자 연인들의 의식을 지배하다가 마침 내 안락사를 가장한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허망하면서도 충격적이다. 독자들을 더욱 의아하고 만들고 있는 것은 이러한 죽음이 비극적 결말의 진지 함이나 비통함으로 다가오지 않고 왠지 모르게 가볍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자 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전후로 발표되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견디어가는 사랑 (Enduring Love)과 속죄 (Atonement)에서 볼 수 있듯이, 매큐언의 소설은 인간의식의 내밀한 영역까지 섬세하게 파헤치고 해부하는 탁월한 묘사로 정평 이 나있다. 암스테르담 에서는 개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이런 깊이가 다소 얕아진 반면 짜임새 있고 간결한 연극의 5막 형식을 적용한 실험소설의 특징 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 예술, 정 치, 기업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표리부동한 세계를 풍자해 내는 작가의 재 치는 뛰어나다. 매큐언이 부커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군더더기 없이 흡인력 있는 문학적 경험 을 주려는 구조 (Interview 3) 속에 서, 20세기를 마감하는 현대 영국의 시대상과 사회풍자(Malcolm 193)를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평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일부 평자 들 사이에서는 이 작품이 부커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서의 무게가 다소 떨어진 다는 견해들이 있고, 연구비평서들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점이 아쉽 다. 문제는 이 소설을 읽고 분석함에 있어서 일부 평자들이 말하듯이 진부한 사회풍자 소설로만 치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벼운 풍자소설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론과 음악예술의 양극에 서있는 세속적 현실주 의자와 예술적 낭만주의자의 세계를 비교해 보면 매큐언이 그의 많은 작품에 서 구현해 내려는 심미적 깊이를 탐색해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은 세기말 현대 영국 중상류층 사회를 그림으로써 앞뒤 두 작 품들의 미시적 심리세계와 거시적 문명비판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 다. 견디어가는 사랑 은 인간관계에서 애정과 집착이 불러일으키는 고뇌를 그 렸었다. 속죄 는 애정과 질투로 얼룩진 남녀관계에 담긴 미묘한 심리적 긴장 과 암울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난관에 봉착한 작가의 글쓰기 문제가 중심주제 로 나오고 있다. 암스테르담 에서는 개인관계의 내밀한 의식보다는 사회현상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193 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취하고는 있지만 앞의 두 작품과 유사한 예술적 열망 이 통합의 멜로디를 찾으려는 작곡가 클라이브 린리(Clive Linely)의 모습과 몰리(Molly Lane)의 여성적 비전속에 나타난다. 이 소설의 구성은 마치 도시 암스테르담이 수로에 의해 중앙으로 모아지듯 몰리에 대한 추억을 통해 두 친구의 관점이 교차되면서 연계되는 형식을 취 하고 있다. 몰리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율리시즈 (Ulysses)에 나 오는 몰리 불룸(Molly Bloom)을 연상시키듯(Kohn 95) 남성편력이 많은 여성 으로 이미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부재 속에도 주요 등장인물들의 의식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의 의미는 지대하다. 이 여성은 이야기의 서두에서는 장례식장의 주인공으로, 이야기의 끝에서는 의식을 잃어가는 두 친구에게 환영( 幻 影 )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그녀의 부재 속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또 작품의 제사 ( 題 詞 )로 소개되는 오든의 싯귀와 제목 암스테르담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는 어떤 연관을 지니고 있는가를 본 논문에서 조명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그들의 인간관계 속에 흩어져 남아있는 몰리에 대한 추억과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두 친구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또 두 사람이 향하는 암 스테르담이라는 도시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자유로운 영혼과 인간 유대 소설의 에피그라프로 나오고 있는 시인 오든(W. H. Auden)의 교차로 (The Crossroads)는 이곳에서 만나 함께 포옹했던 친구들, 이제는 실수투성이의 삶으로 뿔뿔이 흩어져 갔노라 라고 읊고 있다. 유대와 결렬을 반복하는 현대인 들의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고, 또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려는 시( 詩 )이다. 이 소설의 구성도 오든 시의 내용처럼 이해타산에 따라 결속과 반목을 거치다가 결국은 허망한 결렬로 마 무리되고 있다. 한때 변함없는 결속을 다짐했던 인간의 유대가 허물어진 원인 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빙산의 일각만 보듯이 (76)
194 이 향 만 피상적으로 그치면서 지도 없는 도시를 떠도는 낯선 존재 (Chalupsky 79)로 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본질적인 소통이 없이 빈껍데기처럼 메마른 상황에서 몰리의 여성적 감성과 열정은 마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지하수처럼 인간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성운동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남성성은 대체 로 파괴적 결말로 가는 곡선구조를 보이고 여성성은 모성적인 포용과 감성주 의적인 동화능력을 지니고 있다(Kohn 94). 견디어가는 사랑 에서 클라리사 멜론(Clarissa Mellon)은 주인공인 남편 조 로즈(Joe Rose)의 과학적 사유보 다 더 소중한 키츠(Keats)의 문학적 사유를 암시해주고 있다. 속죄 의 중심인 물 브라이어니 탤리스(Briony Tallis)는 비록 언니의 사랑을 망쳐버린 죄를 지 었지만, 인간의 심리적 갈등과 암울한 역사적 현실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 공감 과 상상력의 가치를 독자에게 알려준다. 최근작품 체실 비치 (Chesil Beach) 에서 신부 플로렌스(Florence)는 지나친 결벽증 때문에 신혼 첫날밤을 망쳐버 린 원인 제공자이었지만 인고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암스테르 담 의 여주인공 몰리는 다른 작품에서처럼 현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의 모습이 소위 회상의 정원 에 모인 네 남자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살 아있을 때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과 사회적 역할이 지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는 작곡가 클라이브 린리(Clive Linley)의 연인으로서, 또 신문사 편집국장 이자 클라이브의 친구인 버넌 핼리데이(Vernon Halliday)의 동거여인으로서, 그리고 외무장관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가머니(Garmony)의 정부로서, 마지막 에는 출판재벌인 조지 레인(George Lane)의 아내로서 그녀는 구속받지 않은 삶을 살면서 인간관계에서 감성의 윤활유가 되어 주었다. 몰리의 자유로운 영혼은 암스테르담의 물길이 도시의 각 지역을 이어주듯이 이 작품의 모든 인간관계를 연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녀가 찍은 후 남겨 놓은 외무장관 가머니의 사진은 남편 조지 레인에 의해 정적을 무너뜨리 려는 모함의 도구로 버넌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나가게 된다. 몰리의 주선으로 새천년 교향곡 창작 프로젝트를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클 라이브는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몰리와의 결 혼이 남편 조지 레인에게는 사회적 허세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195 또 극형제도를 고수하고 이민법을 강화하는 보수정책을 폈던 외무장관은 몰리 와 교제하면서 이전 보다 유연한 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결코 정숙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남성편력이 많은 한 여성의 죽음을 그 토록 애석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장례식에 참석한 품위 있는 조문 객들에게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죽은 여인의 맑은 영혼 때문일 것이다. 다재 다능하고 재기 넘치는 유머의 소유자인 몰리는 레스토랑 비평가이자 사진 작 가였고 대범한 정원사였으며, 46세의 나이에도 옆으로 재주넘기를 거뜬히 해 내는 활력에 넘치는 여성 (4)이었다. 첫 사랑이었던 작곡가 클라이브에게는 음 악의 예술혼을 불어 넣어주었고 섹스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복잡다단한 세 상에서 때로는 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준 사람이었다. 서른이 다 되어가던 시절 클라이브가 청혼을 했을 때 몰리는 예술가의 창조적 영혼을 구 속하는 걸림돌이 되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의 뜻을 거절했다. 그 무렵 몰리 는 소녀도 그의 연인도 아니면서 누나처럼 그가 사귀는 여자에 대한 평가를 해주고 음악과 요리에 대한 화제로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그녀 가 클라이브를 알고 나중에 그의 친구이자 유부남이었던 버넌을 알게 된 사연 을 사과를 베어 먹는 이미지로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게 하여 세상의 이치에 눈 뜨게 했듯이 친구들이었던 두 남성에게 삶의 진실을 일깨우는데 기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맑고 통찰력 있는 여성의 존재의미는 겉과 속이 다르고 세속에 닳아 빠진 조문객들의 묘사에서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남편 조지 레인은 까탈이 심 하고 병적으로 소유욕이 강한 남자이다. 몰리가 그의 아내로 들어가는 순간부 터 그녀의 육체와 정신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고 마침내 병실의 수인 신세가 되었다 (3)는 묘사는 몰리와 같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권력과 술수가 판치는 세계에서는 자리 잡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 속의 중심인물들은 인생의 중년기를 넘긴 경륜 있는 사람들이다. 전후의 사회복지국가에서 태어나 정부가 주는 젖과 꿀을 먹고 성장했고 부모 세대가 이룩한 부유함에 얹혀살면서 로큰롤을 즐기고 적당한 이상을 추구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이제는 적당한 취미와 가치관으로 구색을 갖추고 재산 을 불리는데 여념이 없는 세대 (13)에 속한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지성은
196 이 향 만 이처럼 현대 문명의 첨단을 가고 있지만 정신은 공허한 부재의식에 싸여 있다. 공간과 몸의 상관관계의 관점에서 세 남녀(몰리와 그녀의 두 남자 버넌과 클 라이브)의 육체적, 정신적 퇴행과정을 분석했던 체트리네스크(Chetrinescu)의 견해에 의하면, 공간의 패쇠성이 몰리의 갑작스런 죽음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 한다(1-3). 열린 공간은 정신과 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주지만 닫힌 공 간은 여성이 스스로 욕망의 주체가 되지를 못하고 소위 보살핌의 윤리 라는 명분하에 가부장적인 남편의 응시의 객체로서 타자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 는 것이다. 몰리의 위축과정은 친밀한 관계와 소통의 단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고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조지 레인이라는 출판재벌의 아내가 되었는지 그 사연은 알려져지지 않았지만 결혼 후 친구들의 방문이나 의사소통이 금지 되면서부터 병명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택시를 잡으려고 한 순간 팔이 저려오던 느낌에서 시작하여 사물의 이름을 망각해 갔고 정신을 놓 고 고통 속으로 추락해 갔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의 사회적 권력과 정 치적 권력의 지배 구조 속에서 몰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공간이 제약 을 받으면서부터 물리적 고립과 소외는 정신의 쇠락과 병명을 알 수 없는 질 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서구이성 중심의 철학사에서 언제나 객체적 대상으로 간주되어온 여성에 대 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몰리의 남편과 외무장관 줄리언 가머니의 모습에서 암 시되고 있다. 아내의 장례식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조지 레인은 몰리가 살아 있을 때는 처량하고 돈 많은 남편이었는데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서 사람들의 멸시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위엄을 얻은 모습 (5)이 자본주의 가부장제 권력 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작곡가 클라이브가 관찰하고 있듯이 아무도 죽은 몰 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애도는 죽은 자에 대한 판에 박 은 의식일 뿐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현실 속에서 사회적 목표를 쟁취하는데 필요한 허세와 공허한 명분뿐이다. 출판 재벌인 현재의 남편 조지 레인에게서도 아내를 잃은 슬픔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부일처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치관을 뒤집고,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는 몰리의 존재가 그의 자존 심을 훼손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외무장관 가머니에게 있어서도 사랑하는 내 연의 여인을 잃었다는 슬픈 감정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각계각층의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197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례식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될 수 있는 기회 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죽은 자를 애도하는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그 본질을 망각한 상태에서 허세만 지배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III. 언론세계와 예술세계의 명암 이 소설의 시발점이 되는 몰리의 죽음은 등장인물들, 특히 남성들의 정신과 삶을 메마르게 함으로써 심리적 공황 상태에 이르게 한다. 마치 피와 살을 제 거한 박제된 새처럼, 영혼이 부재한 미라처럼 그들의 외양은 멀쩡한 모습을 하 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불확실한 존재의식으로 시달리는 군상들이다. <저지> 신문사의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버넌과 유명한 작곡가 클라이브의 삶이 대표 적인 경우인데 그들은 에릭 프롬(Erich Fromm)이 소위 말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메카니즘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이다. 즉, 풍요한 사회와 부모들 의 경제력 덕분에 -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는 얻었지만 -을 향한 자 유 (freedom to)를 찾지 못하고 끝내는 그 자유로부터 도피 (escape from freedom)하는 인물들을 대변하고 있다(Fromm 28-32). 이 작품이 가벼운 풍자 소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던 것은 매큐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사회적 역할에 치중하다보니 사고의 주체로 서 개인 (31)에 대한 인물 형상화가 미흡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버넌의 업무처리 과정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40여명 직원들을 통솔하 는 권위와 직책을 행사하는 중에 예전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 다. 자신의 개성은 한없이 묽어지고 자신의 생각은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모 은 집합체에 불과한 것 (31)을 느낀다. 그러기에 사무실을 나와 혼자가 되는 즉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홀론 무슨 생각을 하려고 해도 사고의 주체 가 되지 못한다. 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다 (41). 한 개인으로서의 존재감이 내면에서 우러나온 확실한 가치관에 바탕을 두지 않고 직책과 같은 사회적인 체면과 허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몰리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이어왔던 클라이브와 버넌이 몰리
198 이 향 만 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들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처럼 지난날 그녀와의 관계를 통해 얻었던 삶의 충만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등장인물들의 삶의 종말에서부터 시작되어 종말의 상징도시인 암스테르담으로 끝나는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얼 잉거솔(Earl G. Ingersoll)의 비평(125)은 이 런 논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삶에 나타난 부재의식은 곧 풍요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단면을 함축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버넌의 묘사에 잘 드러나고 있다. 부재감은 몰리의 장례식 이후 점점 증가되어가고 있었다. 그 부재감이 그를 소진 시켜가고 있었다. 지난 밤 잠들어 있는 아내 곁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육체적 으로 존재하는 실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얼굴을 만져봐야만 했다. 만 일 버넌이 동료간부 몇몇을 구내식당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이런 상태에 대해서 은밀하게 밝혀도 놀라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더욱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모난 데가 없고 결점이나 장점이 없는 사람, 있어도 없는 듯한 사람으로 널 리 알려져 있었다. 버넌은 자기의 직업 분야에서 이처럼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점 때문에 존경을 받고 있었다. This sense of absence had been growing since Molly's funeral. It was wearing into him. Last night he had woken beside his sleeping wife and had to touch his own face to be assured he remained a physical entity. Had Vernon taken a few of his senior staff aside in the canteen and confided about his condition, he might have been alarmed by their lack of surprise. He was widely known as a man without edges, without faults or virtues, as a man who did not fully exist. Within his profession Vernon was revered as a nonentity. (32) 버넌이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식은 일반적으로 현대 중년 남성들이 일과 지 위를 이어 가기 위해서 터득한 처세법이자 천박한 도덕성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일과 지위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다른 작품 에서처럼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관한 묘사가 거의 없다. 버넌의 경우 몰리에 대한 추억과 친구 클라이브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많아도 아내에 대한 언급 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그가 암스테르담에서 죽은 후 사후처리를 책임 맡은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199 조지 레인이 버넌의 아내와 은밀한 만남을 계획하는 생각 속에 나타날 뿐이다. 일과 지위가 사라질 경우에는 그들의 정신과 육체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고 있다. 겉으론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성공한 두 친구들의 도덕성이 사소한 오 해로 인해 쉽게 부서지는 것은 그들의 삶의 기반이 부재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공허한 존재의식을 채워주는 것으로서 두 친구가 찾는 대안은 사회 적 체면과 명분이다. 버넌의 경우는 <저지>의 판매부수를 늘려서 신문사 내에 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다. 클라이브의 경우는 정부로부터 프로 젝트를 맡은 새천년 교향곡을 만들어 현세대 최고의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찾 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오랜 동안의 친구이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은 세속적인 현실주의자와 낭만적인 예술가로서 양극에 서있다. 하지만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 가치로 스스로를 치장하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또 몰리의 죽음으로 인해 네 남성을 연결해 주었던 유대와 감성의 끈은 메말라 속마음은 복수와 원망으로, 겉 행동은 체면과 허세로 따로 노는 형색이 된 것 이다. 암스테르담 을 한편의 소극( 笑 劇 )으로 평가하려는 평자들의 시각은 바로 외 양과 실제, 혹은 본색과 허세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괴리가 주는 희극적인 요소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친구를 죽음까지 몰게 한 두 건의 에피소드, 즉, 여성복장을 한 외무장관의 사진을 게재하는 일과 호수지역에서 성폭행 사건을 외면하고 베토벤의 음악 일부를 표절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차 기 총리로 거론되는 외무장관의 은밀한 사진을 버넌이 폭로하려는 것은 <저 지> 신문사의 판매부수를 높이려는 황색 저널리즘임이 분명함에도 영국 정치 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명분을 강변하는 모습은 자못 희극적이다. 매큐 언이 볼드타입(Boldtype)과의 인터뷰에서도 암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5) 이 에 피소드는 당시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을 대서특필했던 언론의 행태를 연상시키 는 점이 많다. 판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버넌의 신문사 명칭 <저지>는 사 회정의를 공정하게 실현하는 역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명분과 실제의 괴리는 예술 분야에서도 존재한다. 예술가로서 클라이브는 현 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매몰되지 않는 삶의 방식이 어떻게 하면 가
200 이 향 만 능한가를 보여준다. 그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내세우면서 일상의 참여에 서 벗어 나오는 식의 오만을 혐오한다. 예술이 숭고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 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당한 행동이 예술의 일부라고 치부하지 않는다 (66). 이런 신념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브가 호수지역에서 성추행 공격 사건을 보면서 도 음악 예술을 지키기 위한 궁색한 변명을 내세워 외면함으로써 평소 그가 주장했던 명분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 낭만적인 예술가로서 작곡가 클라이브의 추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도덕 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 멕큐언의 문학세계와 대조하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음악 세계에 대한 매큐언의 지식은 예술의 심미적인 세계에 대한 깊은 사색과 통찰을 반영하고 있다. 클라이브가 고심하고 있는 음악의 세계는 곧 소설가로서 매큐언이 고심하고 있는 글쓰기의 문제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음 악의 본질이란, 감각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기쁨을 창조해냄으로써 인간의 본성 에 대한 이해와 꾸밈없는 소통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음 악의 소통이란 현실을 외면하고 예술의 숭고한 세계를 고집하려는 것이 아니 고 세속적인 교감을 찾는 것이었다(66). 그가 런던의 도심 속에 있는 작곡 사 무실을 떠나 호수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한 것은 태초부터 오류 (67)였다고 비 춰지는 현대문명의 혼란한 세계로부터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악상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환희의 송가 로서 인류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 베토벤 같은 예술적 사명감을 이어받기 위해 고심한다. 예술가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 해서는 먼저 근본 진리에 대한 개념을 터득해야 된다고 느낀다. 새 소리와 같 은 자연의 소리를 의미의 세계로 창조해 내야 하는데 그것은 감각과 지성이 어우러지는 경계를 떠도는 포착하기 어려운 대상 이었고 인간언어의 범주를 초월한 곳에 존재하는 것이었기에 그 의미를 소리로 변화시키는 작업은 난 해한 과업 (184)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처럼 소통의 멜로디를 다 완성해가 는 순간 성추행 시도 현장에서 윤리적인 문제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결과 시간 에 쫓겨 만들어낸 음악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를 표절했다는 악평을 듣게 된 것이다. 이런 실패가 절대 음의 절묘한 세계와 변주의 부재에서 비롯되었 다 (174)는 클라이브의 고백은 궁극적으로는 클라이브의 삶 자체도 버넌과 같 은 그의 세대들이 느끼고 있는 공허한 부재의식 속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201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만 것이다. 예술의 세계를 그의 일반적인 삶으로 확장 해 보면 예술의 몰입과 현실의 참여가 공존하는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이언 매큐언이 즐겨 다루는 주제 중 하나인데 특히 도덕에 절대성을 부여했을 때 비극은 파생된다. 한 여자를 함께 사랑한 둘도 없는 친구 클라이 브와 버넌, 서로의 도덕성을 단죄하려는 그들의 우정은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 다. 자기 색깔의 안경으로 세상사를 바라보고 재단했을 때 파생되는 비극의 문 제이다. 두 친구는 젊은 시절 몰리를 사랑했던 공동의 추억에 샴쌍둥이처럼 붙 어있으면서도 물에 잠긴 빙산처럼 의식의 깊은 곳에 잠재되어온 서로의 생각 은 상대방의 도덕성을 겨눈 비판의 칼이 되고 있는 것이다. IV. 암스테르담과 샴 쌍둥이의 이원성 새천년을 기념하는 교향곡의 리허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두 사람이 향한 암스테르담은 이성과 합리성을 상징하는 도시이다.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되어온 여러 가지 문제들이 허용되는 진보된 도시의 전형이다. 안락사, 동성연애 공창, 등이 합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도시이며 신구문명이 공존하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무엇이 이러한 공 존을 가능하게 하는가? 암스테르담의 변두리 각 지역이 수로에 의해 중앙역으 로 연결되는 물의 도시를 이루듯, 합리적 이성이 복합적 문화를 공존하게 해준 다. 그래서 이 도시에 이르러 클라이브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클라이브]는 첫 번째 다리를 건너면서 암스테르담이 얼마나 차분하고 문명 화된 도시인가를 알게 되었다... 거리의 중심부로 물줄기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도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관대하고 생각이 열리고 성숙한 도시: 아름다 운 벽돌과 조각이 새겨져 격조 높은 아파트로 개조된 옛 목재 창고들, 수수한 반 고흐 다리들, 장식이 화려하지 않는 거리의 설치물들, 머리를 다소곳이 낮춘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지적이고 막힌데 없어 보이는 네 델란드인들. 심지어 가게 주인들도 교수들처럼 보였고, 거리의 청소부들도 재즈 음악가들처럼 보였다. 세상에 이보다 더 합리적으로 질서가 잡힌 도시는 없었다.
202 이 향 만 While he[clive] was crossing his first bridge, it came back to him what a calm and civilized city Amsterdam was... So consoling, to have a body of water down the middle of a street. Such a tolerant, open-minded, grown-up sort of place: the beautiful brick and carved timber warehouse converted into tasteful apartments, the modest Van Gogh bridges, the understated street furniture, the intelligent, unstuffy-looking Dutch on their bikes with their level-headed children sitting behind. Even the shopkeepers looked like professors, the sweepers like jazz musicians. There was never a city more rationally ordered. (168)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이성의 도시 (city of reason)는 비합리의 은거지가 된다(Ingersoll 134). 왜냐하면 공창. 마약 사용 등을 합법화시킨 합리적인 법 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파괴적 성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는 경 우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 자격증을 가진 몰지각한 작자들이 짐이 되는 늙은 부모를 제거해주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암스테르담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모든 자유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곳이라고 한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이성적인 합리성 이 극대화되는데도 그것이 최상의 선은 아님을 여기서 알 수 있다. 현대인의 천국 같아 보이는 곳이 두 친구에게는 천국이 아닌 끔찍한 불신과 배반감 속에서 서로를 독살하는 지옥이 된다. 안락사라는 사회적 허용 제도가 악용되어 화려한 축제의 파티에서 서로에게 권하는 건배의 술잔 속에 독을 넣 어 안락사를 가장한 살인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스테르담 이 라는 상징적 공간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일에서 생기는 현대인의 고뇌, 그리고 위선으로 가득 찬 정치와 언론과 예술계를 망라한 현대 사회를 상징하고, 더 나아가 도덕과 위선, 본색과 허울, 합리와 비합리가 혼재되어 있 는 아이러니칼한 현실을 조명하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이원성은 도시 문화의 이원성을 반영하고 그것은 곧 인간이 지 금까지 이룩해온, 매큐언이 비판하고 있는 문명의 이원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 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버넌과 클라이브가 안락사를 가장해서 서로에게 독배 를 마시게 한 것은 샴쌍둥이처럼 몸은 하나인데 머리는 둘이어서 서로 다투다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에 나타난 부재의식과 소통의 멜로디 203 가 상대를 죽이는 형국이다. 그것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본질적인 자아가 또 다른 사회적 자아를 비난하고 죽이는 이치와 유사하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친구로서 샴쌍둥이처럼 각자의 또 다른 자아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의 붕괴 비극은 결국 현실이라는 것이 수술하기 가 어려워 살아가는 샴쌍둥이처럼 모순을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기에서 깨달을 수 있다. 독배를 마신 후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 앞에 몰리가 등장하는 장면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현실 속에서 억눌렸던 두 사람의 본능적 자아가 몰리에 대한 초혼 형식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클라이브 앞에 나타난 몰리의 환영은 호수지역에서 성폭행 위기에 처했던 사람이 자신 이었으며 클라이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고 말한다. 또 편집실 회의석상 에 나타난 몰리의 환영은 사사로운 이해 감정이 없는 언론의 바른 방향을 암 시한다. 몰리의 환영은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마르지 않는 감성의 원천이었 고 현대인들이 아쉬워하는 삶의 윤활유요 접착제였음을 암시한다. 문명은 융 합의 시대로 향하고 있지만 인간의 의식은 모래알처럼 부서져 옛날 같은 결속 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양상은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심화된다. 영국 의 시골에서 도시로, 대도시에서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갈수록 사회 는 더욱 합리화되어가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성이 메마르고 비인간 화되어 가는 것이다. V. 맺는 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언 매큐언이 암스테르담 이라는 도시 이름을 소설의 제목으로 삼아 담아내려는 상징적인 메시지는 다원적이다. 첫째, 문명 의 첨단을 지향하는 한 도시의 지리적, 문화적 특징은 이 소설의 이야기 구조 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또 이 도시를 통해 대변하는 도시 문화의 특 징은 현대 문명의 합리성과 도덕적 붕괴를 풍자하고 있다. 세 번째로, 현대 사 회에서의 남성들의 우정과 사회적 성취, 심리적 질투와 경쟁에 바탕을 둔 인간
204 이 향 만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풍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인의 가치관 이 이처럼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파편화된 세계를 이으면서 수용하고 복구하는 여성적 감성과 예술적 감성은 매큐언의 주요 작품에 형상화되고 있는 바와 같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도덕적으로 혹은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결함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감성적 성향은 파편 화의 위기에 있는 삶들을 꿰매고 회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몰리의 마지막 환영은 흐트러져 가는 두 친구의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로즈 가머니는 정치적 신념이 일관성을 잃음으로써 정치적으로 파산 직전에 있는 남편의 사회적 체 면을 복구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견디어가는 사랑 에서 클라리사의 시적 감수성과 같은 맥락에 있고, 아울러 속죄 에서 브라이어니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하여 현실의 세계를 수용하려는 노력과 일맥상통하고, 체 실 비치 에서 플로렌스가 음악의 선율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모순을 수용하려 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은 매큐언의 예술적 감성을 가장 많이 대변하고 있는 작곡가 클 라이브가 모순과 신비에 싸인 삶을 멜로디로 통합하려는 노력과 일치한다. 비 록 이야기 속에서 클라이브는 세 천년을 마무리하는 교향곡을 성공적으로 만 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의 치열한 노력을 형상화하려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노력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 용 문 헌 Chalupsky, Petr. "The Real and Imaginary City in the Works of Martin Amis and Ian McEwan." South Bohemian Anglo-American Studies. 1 (2007): 78-84. Chetrinescu, Dana. Rethinking Spatiality: The Degraded Body in Ian McEwan's Amsterdam. British and American Studies. 7 (2001): 157-65. Ingersoll, Earl G. City of Endings: Ian McEwan's Amsterdam. Midwest Quarterly: A Journal of Contemporary Thought. 46.2 (2005 Winter): 123-38. Kohn, Robert E. The Fivesquare Amsterdam of Ian McEwan. Critical Survey. 16.1 (2004): 8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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