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Directors New Films 001 N o M a n s L a n d 다니스타노비치 의 주인없는땅 D a n i s T a n o v i c 보스니아민병구하기 < 주인없는땅 > 은보스니아와사라예보의접경지대에서조난당한병사들을무사히귀환시키기위해 UN 평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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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irectors New Films 001 N o M a n s L a n d 다니스타노비치 의 주인없는땅 D a n i s T a n o v i c 보스니아민병구하기 < 주인없는땅 > 은보스니아와사라예보의접경지대에서조난당한병사들을무사히귀환시키기위해 UN 평화군과기자들이모여들어어처구니없는해프닝을벌인 다. 보스니아가배출한첫번째시네아스트인다니스타노비치가보여주는보스니아내전에관한가장신랄한풍자극 < 주인없는땅 >. 0 5 0

각본다니스타노비치 촬영월터반덴엔데음악다니스타노비치 편집프란체스카칼벨리출연브랑코쥬릭, 레네비토라작, 필립소바고비치, 카트린카트리지보스니아 / 벨기에, 98분, 2001년, 컬러낙오된두병사를두고전쟁터에서벌어지는어처구니없는해프닝. 보스니아내전에대한다니스타노비치의유쾌한풍자극 < 주인없는땅 >. 32살의나이에자신이연출과각본, 음악을도맡은극영화데뷔작 < 주인없는땅 > 으로올해깐느영화제에혜성같이나타난다니스타노비치는쟁쟁한선배감독들의영화들을제치고각본상까지수상한저력의신인감독이다. < 주인없는땅 > 에서그는만체브스키의 < 비포더레인 > 나쿠스트리차의 < 언더그라운드 >, 윈터바텀의 < 웰컴투사라예보 > 와같은영화들에서는볼수없었던독특한시각과명쾌한블랙코미디의화법으로보스니아내전을파고든다. 이것은아마도지난 10년간보스니아정부의요청으로사라예보의국경지대를카메라에담고보스니아내전에관한수편의다큐멘터리를제작했던그의경험이 < 주인없는땅 > 에고스란히녹아있었기때문에가능할수있었을것이다. 보스니아와세르비아가일정한거리를두고대치하고있는한전선. 한밤중에접경지대한복판으로정찰을나갔던보스니아소대가세르비아진영으로부터공격을받는다. 세르비아의총탄세례에서유일하게목숨을건진소대원치코는참호속으로몸을피한다. 다음날새벽세르비아군은사상자확인을위해신참인니노와그의상사를수색대로내보낸다. 그들이죽은치코의동료를이용하여참호안에지뢰를설치하고있는틈을타뒤에서기습한치코는상사를사살하고니노를포로로붙잡는다. 그때, 죽은줄만알았던지뢰위의병사가정신을차린다. 치코와니노로부터각각구원요청을받은보스니아군과세르비아군은난처하기만하다. 적군과아군이함께조난을당했기때문에섣불리움직일수가없기때문이다. 결국이문제는 UN 평화군에게로넘어가고이지역을관할하는 UN군소속영국군사령관은귀찮다는듯현장가까이에서정찰중인프랑스대위에게병사들의귀환작전을일임한다. 그러나현장에도착한프랑스대위는문제가간단하지않다는것을알게된다. 한병사는지뢰때문에꼼짝도할수없고동료를두고돌아갈수없다는또다른병사는적군의병사까지총으로위협하며떠나지못하게만든다. 이사실을보고받은영국군사령관은그냥철수하라는명령을내리지만, 프랑스대위는이들을구하기위해이지역에파견나와있는기자들에게정보를흘린다. 그리고몇분만에이문제는전세계의이슈로떠오른다. 방 송을본 UN 산하각국부대는서로가평화의수호자가되기위해앞다투어경쟁한다. 독일군은폭발물제거전문장교를급파하고영국군사령관은헬기를타고나타나몸소진두지휘를벌인다. 그러나상황은이들중어느쪽도영웅으로만들어주지않는다. 지뢰를제거하고체라를무사히구출하는것이불가능하다는사실이밝혀지기때문이다. 그들은각각자신들의언어를보스니아어, 세르비아어, 크루아티아어라고말하지만사실그것은똑같은언어이다. 다니스타노비치는보스니아분쟁자체가어처구니없는짓임을안다. 일반적인전쟁영화라면함께조난당한적과아군이점점서로가똑같은인간이라는것을발견하고우정을키워간다는식으로이야기가전개되겠지만 < 주인없는땅 > 은그런안일한휴머니즘을택하지않는다. 오히려두사람은아무것도아닌일로사사건건다투고점점그골은깊어지다가구조된상황에서분노를참지못하고상대를쏜다. 이것은단순히전쟁의부조리함을고발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합리적이고논리적인사고방식으로는이해할수없는보스니아분쟁의핵심을보여주는것이다. 마찬가지로헐리우드라면신념에찬기자들이이끄는평화를사랑하는전세계군대가연합한멋들어진인명구출의드라마가되었을후반부는다니스타노비치에의해명분과이권에눈먼이들의경쟁이만들어낸냉소적인해프닝으로마무리된다 ( 그런점에서이영화는미국평단의열렬한지지를이끌어내었던걸프전을배경으로일군의미국군인들이벌이는금괴찾기대소동인데이빗 O 러셀의 < 쓰리킹즈 > 를능가한다 ). 두병사의총격소동에기자들이몰려간사이영국군사령관은잔꾀를부려참호안에있는다른시체를헬기에실음으로써무사히구조작전을마친것으로눈속임을한다. 기자들이떠나고 UN군도철수한뒤영화의마지막장면은참호안에서두려움에떨며홀로누워있는병사의모습으로끝난다. 결국평화유지군이라는이름으로나타난 UN군은아무도살리지못했고미디어는떠들썩하게몰려다니기만할뿐이전쟁의어떤부분도담아내지못했으며치코와니노는보잘것없는이유로자신의생명을던져버렸다. 전쟁이란그렇게우스꽝스러운것이다. 텍스트장훈 0 5 1

New Directors New Films 002 L a 까뜨린느코르시니 R é p é t i t i o n 의 리허설 C a t h e r i n e C o r s i n i 관계의모호한욕망단짝친구를사랑하게된한여인. 베데킨트의연극리허설이계속되는사이그들의관계는사랑과증오, 만남과잠시동안의결별을반복한다. 카트린느코르시니의네번째영화 < 리허설 > 은끊임없이어긋나면서도병적으로서로를찾는두여인의모호한사랑의관계를보여준다. 여성의내면과여성들사이의관계에대한탐구를계속해나가고있는프랑스여성영화의새로운이름카트린느코르시니. 0 5 2

어릴적부터둘도없는친구인나탈리와루이즈. 언제나붙어다니던그들은대학도같은데로가고함께연극반에도가입한다. 자유분방하고자기중심적인나탈리는연기에특별한재능을가지고있지만, 조용하고나서기를좋아하지않는루이즈는무대에만올라가면얼어버린다. 루이즈는나탈리의자기중심적인성격이그녀의연기를빛나게하는힘임을알기에나탈리의자유분방함이좋다. 두사람모두남자친구가있지만, 사실루이즈는자신의남자친구보다나탈리를더사랑한다. 나탈리가루이즈와의약속을잊어버리고남자친구들과밤을지새운날, 혼자가슴앓이를하던루이즈는이제그녀를잊어야한다고생각한다. 루이즈는나탈리에게절교를선언하고돌아와동맥을자른다. 그리고 10년뒤, 나탈리는연극배우가되었고루이즈는결혼하여치공사인남편의일을돕고있다. 어느날루이즈는우연히남편과함께연극공연을보러갔다가나탈리와재회한다. 곧바로두사람은예전처럼함께시간을보내며우정을나누게된다. 그러나과거에그랬던것처럼, 친구이상의감정이없는나탈리가별생각없이가볍게내뱉는말이나행동은그녀를사랑하는루이즈에게는매번치명적인상처가된다. 나탈리는최고의연극연출가로정평이나있는월터로부터자신의극단으로들어올것을제안받지만, 지금까지그녀를키워준젊은연출가이자애인인마티스에대한의리때문에갈등한다. 그사실을안루이즈는나탈리가월터의극단에들어가도록부추긴다. 결국극단을옮겨 룰루 의리허설에참여하게된나탈리는이제루이즈에게의지하게되고루이즈는아예나탈리의아파트로들어와매니저일을봐준다. 그러나마티스와헤어진나탈리는슬럼프에빠지고그책임을루이즈에게떠넘긴다. 영화속에삽입되는베데킨트의 룰루 처럼루이즈는나탈리를숭배하고나탈리는루이즈를하녀처럼다룬다. 나탈리는화를내고모욕을주고루이즈를내쫓고루이즈는다시는만나지않겠다고다짐하지만나탈리가울면서그녀에게도움을청하면곧바로달려온다. 영화는두개의 반복되는리추얼 을보여준다. 하나는나탈리가반복하는리허설이고다른하나는나탈리와루이즈의그병적인관계의반복이다 ( 영화의원제인 La Répétition 은내러티브를요약하는리허설과주제를함축하고있는반복의두가지의미를모두가지고있다 ). 리허설이반복될수록나탈리의연기가점점균형을잡아가는것과는달리헤어짐을반복하는두사람의관계는언제나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그들이더이상나아가지않는것은그것이지금이곳에서불완전하지만최선이기때문이다. 코르시니는그들의반복을거듭하는그관계가어쩌면여자들만의사랑이용납되지않는지금의상황에서그들이할수있는전부라고말하는것같다. 1986년에포커로빚진돈을 24시간만에마련하기위해자신의여자친구들을만나는여인에관한스릴러 < 포커 > 로데뷔한카트린느코르시니는, 1999년에절망의끝에몰린한여인이새롭게희망을찾아가는이야기를소프-오페라풍의코미디로풀어낸세번째영화 < 새로운이브 > 로프랑 사미부아질라 장 - 피에르칼퐁 다니레비 프랑스 2001 년 95 분 컬러 음악피에르봉뒤 파브리스뒤몽 편집사빈느마무 출연엠마누엘베아르 파스칼뷔시에르 각본까뜨린느코르시니 마르크시리가스 파스칼브르통 피에르에르완기욤 촬영아네스고다르 다투고또다시의지하고를반복하는관계의불가해함에대한탐구 스영화계에새롭게부각되기시작한여성감독이다. 그동안 TV 와영화 를오가며스릴러와멜로드라마그리고코미디등다양한장르의구조를 끌어들여이야기를만들어왔지만정작그녀는자신의영화가각각멜로 드라마나코미디라는장르로구분되는것을거부한다. 그대신그녀는 자신의모든영화가 퍼스널장르영화 라는하나의개념으로설명될수 있다고말한다. 퍼스널장르영화는비록기존장르로부터이야기의틀을 빌려오지만, 내러티브에관심을기울이는것이아니라인물들의내면과 관계의상관관계에현미경을들이댄다는의미로코르시니스스로가자 신의영화를위해만들어낸개념이다. 퍼스널장르영화는감독으로하 여금불가해하고모순적인 에고 를드러나게해준다. 그안에서렌즈와 프레임을통해나자신을드러낸다. 불가해한내면심리에집중하는코 르시니영화의힘, 그러니까퍼스널장르영화의힘은바로인물들로부터 나오는것이다. 확실히코르시니의영화는연기의영화이다. 배우지망생 이기도했던코르시니는 < 리허설 > 에서도두여배우엠마누엘베아르와 파스칼뷔시에르에게서놀라운연기의앙상블을이끌어내었고이영화 는그녀에게첫번째깐느영화제경쟁부문출품작이되었다. 현재그녀 는 1999 년 < 새로운육체 > 로깐느영화제를찾았던 ( 들뢰즈의조카딸로더 유명한 ) 에밀들뢰즈나올해깐느영화제에출품된프랑스영화중에서가 장좋은평가를받았던 < 장교들의병실 > 의프랑소와뒤뻬이롱과같은프 랑스영화의새로운기대주들과함께 < 이야기가없어!> 라는제목의옴니 버스영화에참여하고있다. 텍스트 장훈 0 5 3

New Directors New Films 003 H u m a n N a t u r e 미셀곤드리 의 휴먼네이처 M i c h e l G o n d r y M T V 인류학개론제 1 장 ; 침팬지길들이기 침팬지유머 의짝패스파이크존즈와찰리카우프만이미셀곤드리와조우한다. 인간본성은자연으로돌아가기를원할까, 아니면문명과함께도시에머무르기를바랄까? 여기미셀곤드리가야생에서자란침팬지청년을데리고가설검증에들어간다. 털이많아슬픈여인과강박적인행동주의심리학자가펼치는본능과이성, 야생과문명의한판승부미셀곤드리의 < 휴먼네이처 >. 0 5 4

영화가시작되면세명의인물, 라일라와퍼프그리고나단이차례로등장한다. 그들은각각취조실과청문회장그리고하늘나라에서그동안의일을털어놓는다. 퍼프는 다른두사람에게미안하다 고말하고라일라는 그누구에게도미안하지않다 고말하며이미죽어천국에가있는나단은 미안하다는말이무슨의미인지조차이제가물가물하다 고한다. 과연이들에게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 라일라와퍼프그리고나단의기묘한사연은시간을거슬러, 어린시절까지거슬러올라간다. 라일라는사춘기를겪으면서호르몬의이상으로야성미넘치는털이온몸에서돋아난다. 좌절한그녀는자살을시도하다가우연히그곳에있던생쥐를보고새로운깨달음을얻는다. 생긴대로살자. 그녀는자연으로돌아가옷을벗고털복숭이여자타잔으로살아간다. 그녀가틈틈이기록한자연에서의삶은책으로출판되어단번에베스트셀러가된다. 한편나단은 인간을만물의영장이될수있었던것은바로문명덕분이다 라는믿음을가진부모아래서본능을억제하면서자라난다. 결국예절과매너에대한강박증으로행동주의심리학자가된그는도시로돌아와털제거클리닉으로매끈해진라일라를만나사 랑을나누게된다. 행복하기만하던두사람의관계에서서히균열의조짐이보이게되는것은정글에서퍼프라는청년을발견하면서부터이다. 퍼프는자신이원숭이라고믿는정신나간아버지에게납치되어갓난아기시절부터정글에서자라난원숭이인간인데, 나단은퍼프가자신의연구를업그레이드시켜줄수있는중요한실험대상이라고생각하고그를자신의실험실로데려온다. 나단이퍼프에게인간문명의위대한근간인예절과매너를가르치려고하자자신의본능과충동에충실하게생활해왔던퍼프는격렬히반항한다. 그러나곧나단의전기충격에못이겨조금씩매너만점의문화인이되어간다. 그런퍼프를보면서양심의가책을느끼던라일라는나단에게털복숭이라는사실을발각당해차이고만다. 라일라는나단에게복수하고진정한자신을찾기위해퍼프를납치한다. 라일라는퍼프와함께옷을벗고야생에살면서퍼프의프로그램을다시해체하고재교육시킨다. 그러나이미예절과매너를익힌퍼프를다시야생아로만드는일은쉬운일이아니다. 만약당신이 < 존말코비치되기 > 의열혈팬이라면, 미셀곤드리는반드시기억해야만하는이름이다. < 존말코비치되기 > 의스파이크존즈와시나리오작가찰리카우프만의든든한지원속에데뷔작 < 휴먼네이처 > 를내놓은미셀곤드리는스파이크존즈와어깨를나란히하던뮤직비디오계의총아로벡, 케미컬브라더스, 레니크래비츠, 매시브어택, 롤링스톤즈, 세릴크로우, 시너드오코너그리고뷔욕과같은일급뮤지션들이모두그에게자신들의뮤직비디오를의뢰했었다. < 존말코비치되기 > 를들고스파이크존즈를찾아온찰리카우프만은이미당시또하나의비장의프로젝트를가지고있음을은근히암시했다. 그순간스파이크존즈의머리속을스쳐지나간생각. 90년대그와함께예술적영감을나누었 자연과문명, 그사이에서진정으로인간이있을곳은어디인가? 미셀곤드리의기상천외한공상 < 휴먼네이처 >. 각본찰리카우프만 촬영팀모리스-존스 음악크레임레벨 편집러셀이케출연패트리시아아퀘트, 팀로빈스, 라이이판스, 미란다오토, 로버트포스터미국 / 프랑스, 96분, 2001년, 컬러 던친구미셀곤드리가이영화의메가폰을잡으면어떨까? < 휴먼네이처 > 는 < 존말코비치되기 > 의침팬지에피소드의확대증보판이다. 깐느영화제당시, 언론들이자신의극영화데뷔작을들고그곳을찾은미셀곤드리에게붙여준별명이 깐느에온엠마누엘레비 였지만그는문명과자연사이에서인간이란어떤존재인가라는질문에결코진지하고엄숙하게접근하지않는다. 50년대조악한 SF영화를연상시키는음향효과위에등장한생쥐들이식탁에앉아어떤포크로셀러드를먹어야되는지고민하며안절부절못하는장면이라든가, 퍼프가벽난로앞에파이프를물고앉아품위있게책을넘기거나, 오페라를보면서적절한타이밍에 브라보 를외치는법따위를배우는장면들에서그의괴팍한유머감각은오히려관객들을포복절도의상황으로몰고간다. 그러니까 < 휴먼네이처 > 는엠마누엘레비에의지한인류학적텍스트라기보다는차라리트뤼포의 < 야생의아이 > 에다가 타잔 과 정글북 그리고 50년대 SF영화를장난스럽게버무린 농담따먹기인류학개론 에가깝다. 뮤직비디오에서극영화로옮겨왔지만조금도색이바라지않은미셀곤드리의독창적인화면연출과 < 존말코비치되기 > 에서그저력을확인한바있는찰리카우프만의기상천외한상상력이조우한 < 휴먼네이처 > 는올 해에만날수있는가장유쾌한잼세션일것이다. 텍스트 장훈 0 5 5

New Directors New Films 004 Amores Perros 알레한드로곤잘레스이냐리투 의 아모레스페로스 A l e j a n d r o G o n z á l e z I ñ y á r r i t u T h r e e f o r O n e, 펄프 멕시코 픽션알레한드로곤잘레스이냐리투. 이제모두가외기힘든이긴이름을기억하게될것이다. 세개의서로다른에피소드들과두마리의개가단한순간의차사고로엮이고각자꿈꿔온희망들은모두여지없이박살난다. < 아모레스페로스 > 는당대멕시코시티의음울한공기에대한보고서이자, 펄프픽션의활력으로그려내는잔인한도시의초상이다. 우연이낳은필연의덧없음에대하여. 0 5 6

나뉘어진세개의이야기는단한순간에엮인다. 인물들의도덕율과상투적인관습은우연의불확정성아래그껍질을벗는다. 각본기예르모아리아가 촬영로드리고프리에토 음악구스타보산타올라야 출연에밀리오에체바리아, 가엘가르시아베르날, 고야톨레도, 알바로게레로 멕시코, 2000년, 147분, 컬러 더도말고덜도말고단한순간, 우연은불확정성을낳고비결정성을낳는다. 멕시코시티에서한낮의나른한정적을깨는갑작스런차사고가일어나고여기에는서로다른세커플의이야기가얽힌다. 각기다른희망에넘쳐있던그들모두이제절망의나락으로떨어진다. 옥타비오와수잔나형수인수잔나를사랑하던옥타비오는형의행패를참지못하고수잔나와고향을떠나기로결심한다. 그는여비마련을위해애견코피를투견판에내보내연전연승하며돈을모으지만, 절망적이게도함께계획을공모한수잔나가돈을가지고사라진다. 설상가상으로투견판에서연패를당한갱단의음모에휘말린옥타비오는차사고까지내고만다. 다니엘과발레리아유부남다니엘은부인과이혼하고주가가치솟는유명모델인발레리아와새보금자리를꾸민다. 이사를축하하는경사스런날, 발레리아는치명적인교통사고를당하고다리를심하게다친다. 그러던중발레리아의개리치가마루바닥에갇혀쥐떼들에의해만신창이가되자, 그녀는점점더히스테릭해지고악화된다리는결국잘라내야할지경에이른다. 엘치보와마루엘치보는과거공산주의게릴라였고, 수년간감옥생활을한후삶에회의를느껴살인청부업자가된다. 전처의죽음을우연히알게되면서잊고지냈던딸마루에대한사랑과회한으로그녀주위를맴돌던중, 또다른살인청부를의뢰받는다. 한편끔찍한차사고가난거리의한구석에있던엘치보는현장에서옥타비오의개코피를발견하고몰래데려가치료를해준다. 개를기르면서그는기이한감정에젖는다. 이상하게얽히는이들의운명은어떻게귀결될까? 깐느영화제비평가주간에소개되어까날플뤼상을받고, < 와호장룡 > 과함께올해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후보에도올랐던멕시코영화 < 아모레스페로스 > 는최근 < 멕시칸 > 이나 < 트래픽 > 에서반복되었던멕시코의이미지와고정관념을유쾌하게뛰어넘는발견의이름이다. 알레한드로곤잘레스이냐리투는멕시코에서태어나라디오방송국의 DJ와작곡자, 그리고 TV와광고연출자로활동해온 37세의늦깎이신인감독이다. 그의다양한경력은데뷔작 < 아모레스페로스 > 를이루는세개의에피소드에각각서로다른스타일로드러나고있다. 빠른랩음악속에핸드헬드와격렬한편집리듬을과시하다가갑자기정적이찾아들기도하고, 피사체와카메라의거리는절망과행복의간극만큼멀고도때로가깝다. 여기서단지그를새롭게등장한스타일리스트정도라고흘리며넘어가기에는뭔가특별한것이있다. 멕시코시티는인류학의실험장 이라는감독의말처럼 < 아모레스페로스 > 의전반적인무드를형성하는, 에피소드간의극명한대비는바로도시의혼란스런삶과도같고, 개싸움은마치인간세상의잔인함에대한기묘한알레고리와도같다. < 아모레스페로스 > 의인물들은자신의신성함과근엄한도덕율을버리고오직지금현재를채색하기위한동물적본능에몸을맡긴다. 그러한본능적인간들은차사고라는단한순간에운명의갈림길에선다. 우연은기존의사고체계가설명할수없는부분이다. 우연을고려하지않는다면죽음은발생하지않으며, 오로지비결정성속에서부유하게된다. 알레한드로감독은끔찍한사건으로갈려지는인물들의운명과회한, 욕망의비결정을통해오히려밑바닥에서부터꿈틀대는휴머니즘을본다. 그는 < 아모레스페로스 > 를하나를위한세개의이야기로분절하면서, 이렇게해서라도우리는꼭만나야한다고말하는것이다. 철없는영화청년들이타란티노의울타리에서헤모글로빈과농담의퍼레이드만을마구퍼갈때, 알레한드로감독은지속적인자극의패턴으로이루어진타란티노의화법에 인정하길거부하더라도, 우리가볼수있는최악의모습은우리자신과우리본성에있다 는말처럼, 숨가쁜리듬속에오히려자신의운명론과삶에의의지를진중하게겹쳐놓는다. 그래서 < 아모레스페로스 > 의현란한활력과일상의공포뒤에자리잡은환멸은역설적으로숭고해보이기까지한다. 아마도그래서 데뷔가늦어진것일까? 텍스트 주성철 0 5 7

New Director, New Films 005 L o v e l y R i t a 제시카하우스너 의 사랑스런리타 J e s s i c a H a u s n e r 미확인비행물체, 1 0 대소녀의잔혹한성장기록인식론적지각만으로는도저히전부를파악할수없는미스테리어스한현실세계를, 제시카하우스너는긴장의충돌로해석한다. 그녀에게있어삶이란불친절한패치워크의연속이다. 올해깐느를찾아온기묘하고난폭한그녀의영화 < 사랑스런리타 > 는삶의막다른골목에맞닥뜨려비틀거리는우리자신을보는듯이섬뜩한감각을불러일으키는야심만만한데뷔작이다. 0 5 8

화제에서호평받았고, 이후졸업작품 < 인터-뷰 >(1999) 가깐느영화제씨네파운데이션부문에출품되어심사위원특별상을받았으며, 장편데뷔작 < 사랑스런리타 > 는올해깐느영화제 어떤시선 부문에선정되면서 새로운작가가출현했다 라든가 깐느의진정한발견 이라는호들갑스러운찬사를받았다. 유럽영화계가맘먹고키우기로작심한듯한이루키는그들의기대가무색하지않을정도의만만찮은저력을과시한다 ( 그녀는필마카데미에서미카엘하네케의강의를들었다. < 사랑스런리타 > 는그녀가명백하게미카엘하네케의자장권에속해있음을보여준다 ). < 사랑스런리타 > 는고독에대해말을건넨다. 동전의양면같은선과악, 진실과거짓, 웃음과눈물사이를오가는삶의마디사이에서스스로의정체성을확립할기회를갖지못한채외롭게버려진인간들은언제나제시카하우스너의관심의대상이었다. 리타의엄마는아무렇지않게카나리아의목을따버리고, 리타는교내연극의주인공을맡은배우를가 소녀는단지사랑받고싶었을뿐이다. 그러나세상은그녀의서투른몸짓을조롱한다. 이제그녀도반격을시작한다. 각본제시카하우스너 촬영마틴쥐클라크트 편집카린마투크미술카타리나와퍼만 사운드마틴스칼로우출연바바라오시카, 크리스토프바우어, 페트르피알라, 볼프강코스탈오스트리아, 79분, 2000년, 컬러 댄스스쿨이나영화관을슬쩍엿보는순간의부드러운매혹, 귀에익은팝송들이흐르는가운데소녀는성장한다. 그러나이것은달콤한노스탤지어나손쉬운감정이입을허용치않는다. 자라난다는것, 그리하여어린시절의물리적구속에서자유로워진다는것은더욱무거운고독에잠긴다는것과동일시되기때문이다 (< 플로라 >). 남자는거리에서사람들을인터뷰하며인생에서가장중요한것이무엇인지질문한다. 우연히만난여자는몇번의실패를거듭한끝에사랑이라고불러도좋을만한그무엇을찾았다. 이제그녀는초조해하지않고인생을느긋하게바라볼수있게되었다. 남자는그녀를인터뷰하면서그녀의여유로움에질투를느낀다. 그의필사적인질문공세에불안해진여자는자리를뜨고싶어한다. 남자는자제력을잃고, 남은것은오직절망적인욕망뿐이다 (< 인터-뷰 >). 리타는학교와가정양쪽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받는아웃사이더다. 그녀는세련되지못한나름의방법으로세상에보복한다. 10대소녀의미숙한성적욕망이꿈틀거리며깨어나지만, 리타는적절한대상을찾지못한채너무어린이웃집소년이나너무늙은버스운전사주위를맴돌뿐이다. 그녀는점점더세상에서고립되고조롱거리가되어간다. 적어도그녀가한걸음더나아갈때까지는 (< 사랑스런리타 >). 제시카하우스너. 1972년생, 오스트리아빈출신. 빈의필마카데미에서영화연출을전공하면서완성한단편 < 플로라 >(1996) 로로카르노영 둬버린채놀란관중들앞에서자신이그역을대신연기하며, 생일을맞은리타의아버지는웃고노래하고떠들어대지만그이면에서스멀거리는부패의악취까지숨길수는없다. 보호받고있다는친밀한감정을갈망하는사람들일수록, 그리고그따스한감정에도달한적이있는사람들일수록뭔가잘못되어가는상황에대처하기가더욱힘들어진다. 우리의삶의표면과이면에숨겨진것사이에는명백한불일치가존재한다. 그리고바로그순간의리얼리티와직면할때우리는정말무기력해진다. 10대소녀인리타는그어긋나는순간을포착하기에가장적절한캐릭터였다. 제시카하우스너는관객들에게미묘한불쾌감을전달하기위하여디지털비디오로아마추어배우들을찍으면서머뭇거림과당혹감, 두려움을오가는감정의미묘한추이를잡아낸다. < 사랑스런리타 > 를비롯한그녀의영화속인물들은마치거울과도같이보인다. 그들은픽션을연기하지만동시에그가상의상황속에아무런큐도없이내던져진채자신의아주개인적인부분들을어쩔수없이끄집어낸다. 그리하여우리들의보편적인이기심과나약함, 본능적인방어심리가잔인할정도로투명하게드러나게된다. 대부분의사람들은전혀흥미롭지않은일들에자신의시간을소모해야한다. 혹시그런태도때문에결과적으로아이덴티티를상실하게되는건아닐까? 마치외계의존재가인간의몸을차지하는것처럼, 그들의퍼스낼리티를앗아가는건아닐까? 나는내영화속에서그질문을지속한다. 거기에는언제나알고싶다는헛된욕망이존재한다. 그러나완벽한대답을할수는없다. 나는단지조금보여주고, 흔적만을남기고싶다 다음작품에서는비교적 노멀한 사람들의고독을조금다른각도에서보여주고싶다는희망을피력하는그녀의 인간성탐구 연작 은계속진행중이다. 텍스트 김용언 0 5 9

New Directors New Films 006 Storytelling 토드솔론즈 의 스토리텔링 T o d d S o l o n d z 그대로말할까, 꾸며서말할까? 미국교외영화의 앙팡테리블 토드솔론즈는네번째영화 < 스토리텔링 > 에서도인정사정없이미국의중산층의허위의식을공격한다. 10대들의삶과대학생들의삶을중심으로픽션과논픽션이라는두개의전혀다른이야기방식으로구성된이영화는그안에수많은인물들이맞물려들어오면서알트만적해프닝으로나아간다. 한편으로알랠레네의 < 스모킹 >, < 노스모킹 > 의방법론을떠오르게하는토드솔론즈의신랄한풍자극. 0 6 0

1995년선댄스그랑프리작인 < 인형의집으로오세요 > 와 1998년깐느영화제에서국제비평가상을수상했던 < 해피니스 > 로가속도가붙은토드솔론즈는신작 < 스토리텔링 > 에서도좀처럼그속도를누그러뜨릴생각이없는것처럼보인다. 신경증과강박관념으로똘똘뭉친미국중산층사회에대한극단적인혐오와조롱, 인종주의교외지역백인여성이가지고있는콤플렉스, 동성애, 섹스와섹슈얼리티에대한풍자 두개의다른이야기로구성되어있는 < 스토리텔링 > 은오히려자신의뉴저지연작이었던 < 인형의집으로오세요 > 와 < 해피니스 > 를절반씩뒤섞은그종합편이면서동시에토드솔론즈자신의고백적인성찰을담고있다. 영화는 1985년으로거슬러올라간다. 픽션이라는제목이붙은첫번째이야기는한대학교캠퍼스를무대로펼쳐진다. 자유분방한여대생인 비 는뇌성마비에걸린남자친구 마쿠스 와막섹스를끝낸뒤그에대한흥미를잃는다. 어느날냉소적인성향이짙은흑인교수 스코트 가진행하는문학수업을듣고교수의지적인매력에빠져든다. 게다가그가퓰리처수상작가이기도하다라는사실은더욱그녀의흥미를끈다. 얼마안가서비는스코트와사도마조히즘적인성관계를맺는다. 한편, 작가지망생인마쿠스는뇌성마비때문에겪었던자신의고통을소재로쓴짧은단편을스코트교수의수업과제로제출하는데스코트교수는마쿠스를불러앉힌뒤그의작품이쓰레기라며악평을한다. 논픽션 이라는타이틀이붙은두번째이야기는뉴욕출신의다큐멘터리감독인 토비 로부터시작된다. 그는뉴저지의평범한고등학교학생인 스쿠비 를대상으로 10대들의삶 이라는주제의다큐멘터리작품을기획한다. 뉴저지의한고등학교로전학온스쿠비는유대인에다가친구들사이에서는 왕따 취급을받고있다. 토비는장차 TV 토크쇼의사회자가되겠다는포부를밝히지만그건말뿐이고대학을갈생각도없고다른일을하겠다는계획도없이시간만보낸다. 토비는스쿠비의일상을쫓으면서아버지와어머니그의두형제로구성된스쿠비의콩가루가족들을만나게된다. 토비와촬영감독인마이크는전형적인슬래커인 스쿠비에게관객들을흥분시킬수있는아무런요소가없다는것때문에고심한다. 그러던중그들은운좋게도몇가지보다흥미로운소재들을포착하게된다. 토비는이제그것을스쿠비의다큐멘터리마지막부분에삽입할것인지고민한다. 뇌성마비의작가지망생, 자유분방한그의여자친구, 냉소적인소설가, 다큐멘터리감독, 슬래커, 망가진그의가족들 토드솔론즈는인물들의삶과삶을마치재난영화의그것처럼그렇게종과횡으로엮어놓는다. 일상의리얼리티를조금의관용도없이냉혹하게기록하는알트만의 < 숏컷 > 을연상시키는다층구조는토드솔론즈의트레이드마크이지만 < 스토리텔링 > 은그의이전영화들과명백히차별화되는어떤부분을가지고있다. 토드솔론즈는이야기의파편들을그대로영화위에뿌려놓은뒤사실들을극화시켜풀어나가는소설가지망생의모습과생생한리얼리티를포착하려는다큐멘터리감독을대조적으로내세운다. 그러나그는마지막까지두개로나누어진 ( 그리고궁극적으로는수많은인물들과커플들의관계망으로세분화되는 ) 이야기를하나로모아주지않으며, 리얼리티의가감없는전달과사실의조작과극화 그두가지방법론 ( 스토리텔링의사전적인의미는 이야기전하기 와 꾸며서말하기 라는두가지의미를모두가지고있다 ) 중에서어느쪽이더현실을정확하게전달하는방법인지에대해서도결론을내리지않는다. 이영화는이야기하기와거짓말하기에관한부분으로구성되어있다. 내러티브상으로이둘사이에는아무런관련도없다. 만약당신이이둘을어떻게해서든지연결해보고자한다면나는당신에게어떤도움도줄수가없다. 토드솔론즈는자신이포기한스토리텔러의자리를영화를보는관객들에게양보한다. 이야기전달자의위치를부각시킴으로써픽션과논픽션사이에서이야기하기자체에대해질문을던지는 < 스토리텔링 > 은영화를만들때마다상업적논리와싸우며관객들과진정한소통을이루고자고군분투해왔던토드솔론즈가지금어떤문제에봉착해있는지를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텍스트 장훈 관계들은삐걱거리고가정은부서져간다. 픽션과논픽션사이에서토드솔론즈가던지는질문 < 스토리텔링 >. 각본토드솔론즈 촬영프레드엘름스 편집알란옥스만 출연노아플레이스폴지아매티, 마크웨버, 셀마블레어, 존굿맨 미국, 83분, 2001년, 컬러 0 6 1

New Directors New Films 007 C Q 로만코폴라 의 C Q R o m a n C o p p o l a s e e k y o u 팝아트크레이지유머극 1969년파리, 프리러브의시대가마지막절정에올라이제서서히나락으로의추락을눈앞에두고있는바로그때, 고다르의 < 알파빌 > 로부터시작한것이분명한미래시제영화가만들어지고있는중이다. 예술적열망과불타는자의식의그물이촬영현장을지지부진하게만들고있다. 과연이영화는완성될수있을까? 예술과서브컬처를넘나드는종횡무진주석의영화, 또는 68세대를팝적판타지로끌어들인 90년대 MTV적번역서, 로만코폴라의첫번째장편영화 <CQ> 0 6 2

1969년파리, 2000년을무대로한 SF 영화를만들고있는영화현장은아수라장이다. 감독은나이브하지만진득한 혁명적 작품을만들기를원한다. 밤을지새우는창작의고통! 그러나그의진정한옵세션은섹시한비밀요원 잠자리 역을맡은아름다운여배우때문이니, 그와중에스탭들은우왕좌왕, 촬영은하염없이길어지고언제이영화가끝날지는아무도기약할수없다. 얼치기아마추어리즘과가당치않은예술적자의식, 댄디즘등이이곳을완탕수프처럼푹데어놓고있는중이다. 먼저이것은아주익숙한상황이다. 아니차라리불현듯도착한기시감의세상이라고나할까? 지금으로부터어언 30여년전펠리니가그려냈던방탕한예술가의재래혹은모더니즘의도저한시간속을항해해가던자의식의그물에걸린저주받은예술가의초상, 그도아니면대서양의이편과저편에서혁명의기치를높이내걸던반체제프리섹스주의자들의귀환, 그타오르는혁명의불꽃, 그가슴뛰는좌파들의행진! 로만코폴라의데뷔작 <CQ> 는이모든것이며동시에그어느것도아니다. 어쩌면이를묘사할가장정확한말은고심하고고심하여찾아내건대, 68 혁명의단물을쭈욱빨아들여이모두를뒤죽박죽버무린잡동사니팝아트판타지아정도가될것이다. 결국감독이화려하고진부한그리고모던한현대패션을따르는 양키 호러필름의귀재 ( 마치젊은시절윌리엄프리드킨을연상시키는 ) 로교체된후미국인편집자폴에게는작품을끝내라는뜻하지않은일이떨어진다. 폴은파리에서의나날들, 여자친구와자신의일상을 16미리흑백필름으로담아낼프로젝트를진행중이다. 아주개인적이고은밀한그의삶의디테일들하나하나까지적나라하게포착하며 ( 대부분은변기위에앉은폴의나른하고지겨운모놀로그, 또는벌거벗은여자친구마를레느의불만들일색이지만 ). 어서빨리영화를끝내야하는이마당에폴은그역시 잠자리 의매력에꼼짝없이걸려들었음을깨닫는다. 판타지가리얼리티를좀먹고, 편집을시작한폴의세계는치유불능의얼룩들로일그러진다. 시작은 60년대옵아트에서비롯된것임이분명하다. 거기에살과피를더하는것은예술과서브컬처의경계를넘나드는종횡무진인용의구문들. 움베르토에코를잠깐빌려오자면, 이것은완벽한주석만으로이루어진세상이라고할까? 온갖기묘한레퍼런스들의전시장이막을연다. 가령이런식이다. 고다르의세트장에 60년대자유주의자들의여신제인폰다의 < 바바렐라 > 풍미녀가들어서고, 펠리니의자의식의진창에빠진창작자는여인의매력에꼼짝없이굴복당할위기에놓여진다 ( 물론 < 달콤한인생 > 과 <8과 1/2>). 그리하여만들어지는영화는 60 년대 B급이탈리안호러필름의대부마리오바바의미친범죄코미디 < 데인저 : 디아볼릭 > 의노골적인복제물. 아마도이기묘한팝판타지를설명하기위해서는로만코폴라의경력부터더듬어올라가야할것이다. 그가누구인가? 프란시스포드코폴 플라스틱미래지향세트에서의 모던 B 급영화의향연. 각본로만코폴라 촬영로버트 D 요만 음악멜로우편집레슬리존스 미술딘타불래리스출연제레미데이비스, 엘로디부쉐, 안젤라린드볼, 제라르드빠르듀미국 / 프랑스 / 이탈리아, 91분, 2001년, 컬러 라의아들 (10세시절 < 대부 2> 에소니꼴레오네로처음모습을드러냈으며아버지의세편의영화 < 브람스토커의드라큘라 > 와 < 잭 >, < 레인메이커 > 에스탭으로참여한데이어 ) 이자소피아코폴라의오빠 ( 그녀의센세이셔널한데뷔작 < 처녀자살소동 > 의조감독을거쳤다 ) 라는가계를훑어나가기에앞서로만코폴라에게결정적으로명성을안겨준것은팻보이슬림의뮤직비디오 Praise You ( 스파이크존즈가사교광신도댄스집단의영도자로등장한 ) 였다. 이어에어의 Playground Love 에서말하는스테이크와노래하는츄잉껌이라는경천동지할아이디어를낸그는맨선의 Taxloss 와대프트펑크의 Revolution 909 와모비의 Honey 에이르기까지그누구도따라잡을수없는크레이지한유머감각을만천하에공개, 90년대 MTV의이단적혁신자로서스스로의자리를매김하였으니새로운시네아스트의출현은이미예감된것이었다. 플라스틱미래지향적스타일의세트와 B급영화공간에서예외없는기괴한유머감각을남발하며, 까이에뒤시네마세대의 오스틴파워 는그렇게도착하였다. 텍스트이영재 0 6 3

New Directors New Films 008 A D o g s D a y 무랄리나이르 의 개의날 M u r a l i N a i r 미친개로돌아온아푸의세게인도의맑시스트무랄리나이르의영화는픽션과다큐멘터리, 현실과허구, 삶과죽음, 글로벌과로컬의경계를탐사한다. 그럼으로써전지구주의와자본주의의모순의정점에선이사선의시네아스트의영화는우리가거의잊어버린, 새로운투쟁의영화를보여주었다. 그의두번째장편영화 < 개의날 > 은여기에대한또하나의명징한실례이다. 미친개의얼굴을하고온근대화, 그모순의한가운데를탐사하는알레고리로가득찬무랄리나이르의정치적우화극 < 개의날 >. 0 6 4

인도의좌파무랄리나이르는여전히세상이투쟁의장소라고생각한다. 인도, 그광대한제국, 근대화의공동현상과스스로의정신사이에서끊임없는분열증에빠져든곳, 또는여기주어진근대화의전지구주의와함께온포스트식민주의담론의거대한장. 아마도그곳에도착한가장새로운시네아스트일무랄리나이르는계속해서근대화와포스트식민주의의모순을지적한다. 그러니까그의이름을상기시키는것은그저새로움에의예찬때문이아니다. 오히려픽션과다큐멘터리사이를오가며사실과허구사이를탐사하는그의정치한알레고리로서의영화는분노와투쟁, 비할데없이날카로운풍자와쓸쓸한염오, 그리고죽음을곁에세워둔삶의본질에관한깨달음으로가득차있는것이다. 1999년깐느영화제에서황금카메라상을수상한그의첫번째영화 < 사좌 > 는이모든것의출발점이되기에부족함이없었다. 코코넛을훔친죄로수감된한늙은농부가정치적이슈때문에몇년전의미해결살인사건의용의자로몰리는과정을추적하며, 그가그마을에첫번째로들어오는전기의자의의해처형되기까지를그리고있는이영화는솔직히고백하자면, 충격이었다. 그자신의고향인인도남부, 케랄라의작은시골마을에미국에서들어온현대문물의상징인전기의자를놓아두고삶과죽음의알레고리를 빨갱이 의시선으로그려내는이영화는글로벌 / 로컬의예민한사선을가로지르며포스트식민주의의담론을온몸으로끌어안았다 글로벌 / 로컬의사선을가로지르며포스트식민주의담론을끌어안는인도의근대성에대한질문. 각본무랄리나이르, 바라탄나자라칼 촬영 M J 라드하크리쉬난음악카발람나라야나파니카르 편집랄리타크리쉬난 미술샴브하비카울출연토마스 V, 라크쉬미라만, 크리쉬나카이말, 수드하드타야트인도, 2001년, 74분, 컬러 ( 무랄리나이르스스로자신을 뼈속까지빨갱이 라고말한다 ). 그로부터 2년만에돌아온두번째영화 < 개의날 > 은정확히그것의연장선상에놓여있는거의동일한변주곡이다. 그는이두번째영화에서여전히케랄라의한마을을배경으로, 그마을의주민들을카메라앞에세우고 ( 단편영화를포함한그의모든영화들에는단한명의직업배우도등장하지않는다. 그는영화가삶이반영이라면그어떤가장도없이있는그대로의모습을담아야한다고생각한다. 이것은또한 볼리우드 라고불리우는인도의주류영화에대한그의비판적시선이개입되는부분이다 ) 픽션과다큐멘터리사이의영토를탐사한다. 케랄라지방의한마을, 영주는그의충성스러운신민들에게민주주의를선사한다. 그들은기쁨의노래로이를기념하고영주는고귀한개아푸 ( 이순간불현듯사트야지트레이가떠오른다. 샤트야지트레이는인도영화를세계영화로이끌어올렸지만거꾸로무랄리나이르가보기에제3 세계지식인영화에개입되는부르주아 / 오리엔탈리즘영화의근원이되었다. 이것은분명도전적인인용이다 ) 를충실한전하인코란에게선사한다. 코란과그의아내는이작은개를돌보는것을영광으로여기며, 마을사람들은고귀한개를키우는이들부부를존경어린시선으로바라본다. 그런데어느날아푸가오리한마리를물더니, 소년을무는사고가일어난다. 개에게물린소년의죽음은사람들을충격으로몰아넣고, 마을에는이개가광견병에걸려영주가사람들사이로내보낸것이라는소문이빠르게퍼져나간다. 평화로운마을은일시에혼란속으로빠져든다. 마을의지도자가아푸의새주인, 코란을체포하면서정치적위기는고조되고, 영주는이에마을에물과비료를제공하는것을중단하는것으로응수한다. 마을은사분오열되고한치앞도내다볼수없는상황으로치달아간다. < 개의날 > 은아주명징하게, 인도사회의축소판이다. 지역은그자체로알레고리와메타포의공간이다. < 사좌 > 에서전지구주의에관한담론을끌어안은무랄리나이르는여기에서인도의근대화에내재된모순을정면으로담아내고자한다. 따라서이정치적인우화극은한편으로근대화에관한알레고리이며새로운형태의제국주의로서의전지구주의에관한날카로운사유로벼려진은유극이다. 선한의지의 제스처 로주어진근대화는미친개의얼굴을하고있으며부당한희생양을필요로한다. 그리하여미친개는미친개 들 로확장되고모순은심화된다. 현실과허구사이에놓인무랄리나이르의영화가그럼으로써어떤신화적자장을불러오는것은그것이근원적인모순과연결되는이야기이기때문이다. 무랄리나이르는아마도계속해서같은이야기를할것이다. 왜냐하면세상은변하지않았으며선한의지는죽었기때문이다. 그곳에서맑시스트로서코스모폴리탄이며동시에케랄라의정서를고스란히끌어안은지역주의자인무랄리나이르의글로벌 / 로컬에관한탐사는계 속될것이다. 삶의모순이지속되는한. 텍스트 이영재 0 6 5

New Directors New Films 009 H - S t o r y 스와노부히로 의 H - 스토리 S u w a N o b u h i r o 영화속영화, 영화밖영화의자아찾기 2차대전의기억이완전히소멸된지금의히로시마에서 < 히로시마내사랑 > 의리메이크를준비하는배우와작가가만난다. 그들에게서전쟁의기억은없으며오직영화가제대로풀려갈수있을까에대한근심과, 그것이과연지금에와서어떤의미일까하는의심만이자리하고있다. 스와노부히로는여전한즉흥연출과열려진감정의교류로두남녀의흔적을좇으며애타게자신의그림자를찾고있다. 0 7 4

베아트리체달이히로시마에도착한다. 그녀는 < 히로시마내사랑 > 의리메이크작품에출연하기위해온것이다. 촬영이시작되고그녀는스와노부히로감독과토론하고계획에대해묻고새롭게구상될장면들에대해얘기한다. 감독스와노부히로의친구이자유명한작가인마치다코우는소설을구상하려히로시마를방문했다가베아트리체달을만나게되고둘의관계가시작된다. 한편마치다는감독이왜그의고향에서유명한고전작품을리메이크하려는것인지의문을느낀다. 마치다는예전의오리지널필름이만들어졌을당시에받았던감흥이나기분을요즘사람들이느끼기는어려울것이라고얘기한다. 게다가 2차대전의흔적도이미사라진지오래니까. 감독은동세대의감성을담아내고반영하면서새로운변화가있을거라고얘기하지만, 영화가정말로순조롭게풀려갈수있을지불확실한상태이다. 베아트리체는영화속에서그녀의위치를표현하는것이쉽지않음을느낀다. 그녀와작가는제작발표회에참석하지만, 원폭 50주년행사와관련한 50명의예술가들에의해꾸려진제작발표회에서그들은공통된언어를가지고있지못한상태이기에쉽게커뮤니케이션할수없음을느낀다. 그녀는그자리를떠나해변가를거닌다. 그러다마치다는전화를통해영화가무산되었다는얘기를듣게되고, 베아트리체와마치다는히로시마를떠나기전에만나기로한다. 그들은폭탄의낙하점이자 원폭돔 으로알려진낡은건물의역사적폐허를마지막으로함께방문한다. 스와노부히로가지금껏만든단두편의영화 <2/ 듀오 >(1997) 와 < 마 / 더 >(1999) 는자기고유의영화언어를찾아가려는극단의전위이자, 소규모의예산과결론없는시놉시스를바탕으로펼쳐보인지극히개인적인풍경화였다. 그런점에서누벨바그동료들이 진정한모더니즘영화의시작 이라고불렀던알랭레네의공인된걸작 < 히로시마내사랑 >(1959) 의리메이크인 <H-스토리 > 는많은궁금증을불러일으킨다. 그것은언제나결론을가정하지않고시작했던스와노부히로가, 이미전제된타자의방법론과모델을자신의토대로끌어오고, 2차대전의 공유된 상처라는역사적사실앞에서개인과사회의경계마저 ( 더구나자신의실제고향히로시마에서 ) 감싸안는과정이기때문이다. 그래서 <H-스토리 > 는그의이전작품들과가까우면서도멀다. 여기서 장면의연출 이기보다 상황의기록 에가까운 <H-스토리 > 를위해끌어들인촬영감독은고다르의네영화와브느와자꼬의여섯영화를포함하여샹탈아커망 (< 폭풍의밤 >), 자끄리베뜨 (<4인조밴드 >), 데스플레셍 (< 파수병 >) 과도폭넓게작업했던프랑스의여성촬영감독카롤린샹페티에이다. < 히로시마내사랑 > 의시나리오작가인마르그리뜨뒤라스는 히로시마에대해말하는것은불가능하다 고말했다. 그렇게알랭레네와뒤라스는 히로시마 라는텍스트가가진불명료함을, 이제까지볼수없었던문학적인보이스오버와현란한이미지들의중첩, 그시간과공간 의파편화와병치를통해끌어내었다. 스와노부히로또한 히로시마를영화로표현하는것이가능하기나할까? 내존재와역사에서본질과도같은히로시마라는공간을... 이라고말한다. 즉흥성과현장성이라는측면에서 <H-스토리 > 는 < 히로시마내사랑 > 과다른지점에서있으며, 영화를구상하는감독의고민과여배우와작가사이의불안한로맨스의병치된구조속에서 ( 그의예전영화처럼 ) 현재의불확실함에대한의문과그과정을그대로드러내보인다. 그것은언제나인공세트와도같은무국적 무설정의공간에서시작했던스와노부히로에게처음으로 히로시마 라고하는명확한오브제를부여한다. 스와노부히로자신이직접감독으로출연했다는사실과함께 <H-스토리 > 는역설적으로타자의시선을빌려자기를들여다보는영화이다. 왜영화화하려는지에대한한출연자의질문에, 스와노부히로는 내가살던곳이니까 라며자신에게서히로시마에대한기억을지우는것은불가능하다고말한다. 어차피역사라는것이기록이아니라해석이라면, 스와노부히로는 <H-스토리 > 를통해그근원을거슬러자신의방법론을끝까지밀어붙여본셈이다. <H-스토리 > 는미지수감독스와노부히로를열어보는중요한열쇠가될것이다. 텍스트주성철 스와노부히로가알랭레네의고전을빌려서보고자하는것은무엇일까? 그는개인적풍경속에히로시마라는공적공간을끌어와자신의토대를들여다본다. 각본스와노부히로 촬영캐롤린샹페티에 음악스즈키하루유키출연베아트리체달, 마치다코우, 우마노히로아키, 스와노부히로일본, 111분, 2001년, 컬러 0 7 5

New Directors New Films 010 D e s e r t M o o n 아오야마신지 의 데저트문 A o y a m a S h i n j i 가족전망 ; 흐림그리고한때비 일만하고놀지않는나가이는미쳐버렸다. 아오야마신지의 2001년작 < 데저트문 > 은경제불황이후의일본사회의정신적인공동상태에대한알레고리로가득찬영화이다. 아오야마신지는이영화에서일본사회의변해가는사적관계의양상에대해불안정한시선을보낸다. < 유레카 > 에대한극단적인댓구처럼보여지기도하는이영화는아오야마신지가던지는현대사회에대한질문이자, 그가우리에게되돌려주는너무나도자의식적인대답이기도하다. 0 7 6

내부에서부터붕괴되어가는가족의초상화 < 데저트문 >. 각본아오야마신지 촬영타무라마사키출연미카미히로시, 토요타마호, 가시와바라슈지, 이카리유키코, 나츠야지이사오일본, 131분, 2001년, 컬러 작년에깐느에서비평가상을수상했던 < 유레카 > 에이어올해깐느영화제경쟁부문에출품된 < 데저트문 > 은아오야마신지가계속해서천착해왔던현대사회에서의가족, 혹은공동체의의미를여전히되묻고있다. 중년의사업가나가이는성공한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코너에몰려있다. 그의회사는법정관리에들어가고, 이제그가추구했던목표는황폐해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나가이의아내와딸은그를떠나있는상태이다. 그는회사에서먹고자며캠코더로찍은가족의모습을보며가족생활에대한기억을텔레비주얼한이미지로대체한다. 한편그와별거해서살고있는나가이의아내아키라는삶의복잡함을날려버리기위해술을마신다. 그녀는남편과그가말하는모든것에대해신뢰를잃었으며, 마침내딸카이와함께, 자신의어린시절을보냈던시골로가서조용하고평화로운생활을영위하리라결심한다. 그러나카이의조숙한목소리는아키라로하여금알콜과망상으로얼룩진기억의질긴끈을계속떠올리게한다. 그러던어느날나가이는우연히만난남창키치에게자신의아내와하룻밤을보내고난후자신에게이야기해달라는부탁을한다. 그러나아키라와하룻밤을보낸키치는아키라에게서가족이야기를듣고는나가이를데려오기위해총을든다. 키치와옥신각신한끝에결국아내가있는시골로온나가이는결국다시가족과화합한다. < 유레카 > 가외부에의해붕괴되어가는가족을그리고있다면, < 데저트문 > 은내부에서부터붕괴되어가는가족의모습을보여준다. 가족이라는주제는늘알레고리적인것이다. 그것은언제나보다광범위한체제, 즉종교, 이데올로기혹은인종의문제로전환된다. 아오야마신지는일본영화에서가족의변화가두가지방식으로묘사되었다고말한다. 오즈야스지로가전통적인대가족제도의붕괴를그리고있다면구마시로다츠미의영화는핵가족제도의붕괴를그리고있다. 그리고현대사회에이르러, 아오야마신지는새로운형태의모던한가족의이 미지를자신의영화속에서보여주고자한다. 현대사회에서가족이라는것은하나의이미지이다. 정보화시대에이르러모든것은네트워크로연결되었고, 직접적인접촉이없이이루어지는모든간접적인관계는직접적인관계를가상적인이미지로대체시킨다. 이영화에서나가이라는캐릭터는비즈니스라는가상현실속에매몰되어있으며실제적인관계에대한감각을잃어버린사람으로그려진다. 가상현실의경제적인성공과가족의변형은교호하는것이다. 현대사회에서가족은가상적인가족이미지로대체되었고그와중에서우리가잃어버린것은현실적인가족생활의디테일들이다. 현대의인간은리얼리티를이미지로대체하는것을받아들이도록훈련되어왔다. 우리가맺는모든현실적인관계들은현대사회에서점차적으로가상적인수단에의해대체되기시작했고결과적으로인간들을맺어주는현실적인관계의고리는약해진것이다. 사회로부터도망쳐나온젊은이인키치는나가이와아키라를화해시킴으로써이러한약해진현실적인관계들의고리를다시이으려고한다. 그러나마지막장면에서결국남편을받아들인아키라가나가이에게원하는것이뭐냐고물었을때나가이는자신도알지못한다고대답한다. 아오야마신지는느린악몽과도같은이영화를통해현대사회에서가족의화합이라는것이다분히이상적인꿈에지나지않음을이야기한다. < 유레카 >, < 쉐이디글로브 >, < 헬프리스 > 에이어 < 데저트문 > 에서네번째로아오야마신지와함께작업했던촬영감독타무라마사키가이영화를찍으면서세웠던촬영의원칙은 < 유레카 > 와는정반대로시간의흐름을계속해서자르고무너뜨리는것이었다. 이것은 < 유레카 > 에서시간의흐름자체를보여주려했던촬영원칙과는정반대선상에있는것이며, 텔레비전연속극과같이잘게쪼개어져배치된숏들을통해보여지는것은현대사회에서의산산이조각난관계의불연속성이다. 텍스트최은영 0 7 7

New Directors New Films 011 D i s t a n c e 고레에다히로카즈 의 디스턴스 技 K o r e - e d a H i r o k a z u 과거와현재, 이상과현실의간극을넘는트라우마의여행 < 환상의빛 > 과 < 사후 > 의고레에다히로카즈는삶과죽음이동전의양면이아니라한면의다른이면이라고생각하는시네아스트이다. 올해처음으로깐느영화제경쟁부문에출품된그의세번째영화 < 디스턴스 > 역시죽음으로부터삶을도출하는내면의암울한풍경화이다. 일본사회를집단히스테리속에몰아넣었던옴진리교사건을모티브로개인과세계의단절을포착하는미시경의시선. 0 7 8

혹시우리에게주어진삶은죽은자들로부터의유산이아닐까? 세기초일본영화에서가장낯익은것은살아남았다는감각이다. 살아있는것이아니라살아남았다는전제는그자체로채무의식이며제3자 ( 신또는타자 ) 의인과율에운명을의탁한다. 바꾸어말해죽음이선택사양이아니라기본사양이된시대. 불특정다수의죽은자들은계속해서산자들의발목을잡고과거의기억은현재의행위를잠식한다. 이것은영혼의문제가아니라육신을위협하는감염과폭력의외상적인증후들을동반한다. 포스트기타노세대중유현 ( ) 의세계에가장경도된고레에다히로카즈는 < 환상의빛 > 과 < 사후 > 에이은세번째영화 < 디스턴스 > 에서도삶의환부를죽음의자장속에서파악한다. 진실의문 (the Ark of Truth) 이라는사이비종교단체가있다. 거짓의세상속에서감언이설과혹세무민은오히려그들을위안하는약속이었으리라. 수백명의신도들은깊은숲속그들만의성지에서집단자살을시도한다. 그로부터 3년의시간이흐른후, 광신도들의대학살로규정된그진원지를찾아서네명의젊은이가여행을떠난다. 가볍지만어두운이젊은이들은 ( 가해와피해가얽힌 ) 희생자들의가족혹 은친구이며, 이들의여정은죽은자들에대한참배라기보다는솟구치는의심과원망을지우고싶은산자들의고해성사이다. 복잡한상념들을무심하게아름다운자연속에묻고돌아오던이들은자동차를도난당하고, 이제꼼짝없이 3년전의신도들이묵었던외딴집에서하룻밤을보내야만한다. 게다가죽음으로들어서는입구와도같은이곳에서이들은학살의순간으로부터살아남은한남자와맞닥뜨린다. 착잡하고도어색한조우속에서하나둘씩불거지는것은죽은자들을사로잡았던고독과소외의파편들이다. 과연그들을죽음에이르게한것은이단종교의교리였을까? < 디스턴스 > 는옴진리교사건에서모티브를가져왔지만결국은단절과소외라는현대인의질병에관한이야기이다. 제목그대로디스턴스는과거와현재사이, 이상과현실사이에서소통장애의거리를만든다. 그래서고레에다히로카즈는종교의사회학에는아무런관심이없다. 그는오히려살아남은자들의죄의식을차가운관찰자의시선으로따라간다. 이것은 < 환상의빛 > 에서돌연히자살한남편을하나의신호로설정한후나머지긴시간동안남겨진그의아내의반응을미니멀하게지켜보는것과같은방식이다. 고레에다히로카즈에게중요한것은사건그자체가아니라언제나그 이후 (after) 의증후이다. 흥미로운것은같은실화사건에서출발한아오야마신지의 < 유레카 > 와 < 디스턴스 > 의차이이다. 어느날아무런전조없이수많은사람들이죽었다. 그날그곳은트라우마로서살아남은자들을조종한다. 그강박관념으로부터벗어나는방식은두가지이다. 아오야마신지의 < 유레카 > 는그곳으로부터멀어지는척력으로서의고통에찬긴시간을요구한다. 지옥의문턱에들어섰던자들은그에대응할만한치유의물리 죽음과맞바꾼상상적유토피아는어떤의미가있을까? 산자들의한없는의혹과죄의식의여정 < 디스턴스 >. 각본, 편집고레에다히로카즈 촬영야마자키유타카미술이소미토시히로 사운드모리이지출연아라타, 이세야유스케, 테라지마스스무, 아사노타다노부, 료일본, 132분, 2001년, 컬러 적과정이필요한것이다. 반면죽음을종말이아니라시작으로끌어안는고레에다히로카즈의 < 디스턴스 > 는그곳으로끌어당기는인력으로서의순례에나선다. 고레에다의전작들인 < 환상의빛 > 과 < 사후 > 에서그랬듯이여기서도죽음은현실의그림자라기보다는초현실적빛이며, 시스템이아니라제의이며, 기피가아닌유혹의대상이다. 따라서두영화가현대일본의집단무의식을횡단하는방식또한대조적이다. < 유레카 > 의여정이구체적인영토 ( 북큐슈 ) 에발을딛고자신안으로침잠하여세계를재발견 ( 유레카!) 하는것이라면 < 디스턴스 > 의순례는초월적인시간의간극 ( 디스턴스 ) 속에서결코화합할수없는거리를재확인한다. 만약개인과세계의맞대결을미시경으로찍는다면이런형태일까? 명상에잠긴미장센을실핏줄과도같은예민함으로채우는고레에다히로카즈의 < 디스턴스 > 는일본의병리학해부라는동시대성을매우관조적인시선으로가로지른다. 죽음곁에서삶으로돌아오는길, 지금젊은일본작가들을사로잡는가장절실한화두이다. 텍스트이연호 0 7 9

New Directors New Films 012 The Man Walking on the Snow 고바야시마사히로 의 눈위를걷는남자 K o b a y a s h i M a s a h i r o 눈 ( ) 처럼자신의욕망을비워가는노인의성찰극신세기일본영화에서아직도재발견할만한작가가남아있다는사실은신선한충격이다. 불혹을넘긴나이에영화연출을시작하여네편을완성한고바야시마사히로는홋카이도의지리학속에서인간의심원을캐내는매우독특한세계를이루고있다. 데뷔작 < 클로징타임 > 부터 < 눈위를걷는남자 > 까지의유연한유머와쓸쓸한여백의이중주에관하여. 0 8 0

화산업의중심인도쿄로부터멀리떨어진변방의땅홋카이도를정신적고향으로선택한그는이황량하고쓸쓸한설국에서외로운자아와겨루는남성들의초상을그려나갔다. 첫번째영화 < 클로징타임 > 은도쿄영화제를거쳐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의그랑프리를수상하였다 ( 이영화제의심사위원이었던안나카리나와왕가위는그에게절대적지지를보냈으며지금도후원자역할을하고있다 ). 두번째영화 < 밀수필름 >(1998) 은깐느의주목할만한시선에서호평을받았고세번째영화 < 필름느와르 >(2000) 는깐느의감독주간에선정되었다. 세편의제목이암시하듯이그가세상과인간을보는문제틀은모두영화로부터나온다. 그러나쉽게연상하듯이작품들은영화속영화이거나영화만들기를소재로한영화는아니다. 이를테면 < 밀수필름 > 은벙어리연인의장례를치루기위하여홋카이도로떠나는야쿠자와형사의흑백로드무비이다. 두남자는수갑으로맺어진적수였지만여행끝에친구가된다. < 필름느와르 > 역시엉뚱하게도일본의가장전형적 얼어붙은자연속에서마음의앙금을풀어나가는해빙기의영화 < 눈위를걷는남자 >. 각본고바야시마사히로 촬영기타노부야스 편집카네코나오키출연오가타켄, 오츠카네네, 하야시야스후미, 우라베후사코. 일본, 90분, 2001년, 컬러 세편의영화를연속해서깐느영화제에진출시킨고바야시마사히로는우리가마지막으로발견해야할 90년대일본영화의새로운재능이다. 사실새롭다고말하기에는무색할정도로뚜렷한자기색채를가지고있는고바야시는일본에서는소수의시네필로부터절대적지지를받고있는말그대로컬트적작가이다. 1954년생인그는마흔살이넘은 1996년 < 클로징타임 > 으로뒤늦게데뷔하였다. 그러나그가영화에뜻을품고방황한시기는훨씬이전으로거슬러올라간다. 대학에서음악을전공한그는 20대시절엔싱어송라이터로활약했으나 27세가되던 1981년프랑스로영화유학을떠나는데, 그의목표는프랑소와트뤼포의연출부가되는것이었다. 하지만꿈을이루지못한그는좌절하여귀국한뒤몇달을방황하다가시나리오작가로전업하였다. 음악을잘아는영화광출신의작가라는점은, 그의창작욕구가얼마나다방면에걸쳐있는가를알려준다. 그가쓴첫번째시나리오 < 이름없는노란원숭이 > 는 1982년키도상을수상하였고 ( 이시나리오의제목에서따온그의독립프로덕션이름은 몽키타운 이다 ), 그후수편의 TV 시리즈를통해왕성한필력을과시하였다. 대개의팔방미인들이그렇듯이자신의재능을분주하게소비하는시간을보내고뒤늦게영화에도착한고바야시마사히로는매우개인적인작업방식을통해자신의정체성을확립하였다. 일본의중심이자영 인샐러리맨을주인공으로한다. 경기침체를맞이해실직당한이남자는아내와딸에게는비밀로한채직장을구하러다니다가결국살인청부업을받아들이게된다. 이만큼어둡고비장한필름느와르가따로있겠는가? 영화라는허구에현실이라는실제를대입하는이런방식이고바야시마사히로의블랙유머이다. 올해깐느의주목할만한시선에선정된네번째영화 < 눈위를걷는남자 > 는지금까지의작품들과이어짐과동시에단절하는영화이다. 수북히쌓인눈밭과겨루는인간의나약함이라는측면은유사하지만여기서는더이상영화광의의도된자의식이나장르에대한심취를찾을수없다. 그대신고바야시마사히로는매우느리고조용한속도속에서한노인의외로운자아성찰을지긋이관찰한다. 원제인 걷는남자 ( く ) 처럼하염없이눈위를걸어가는이영화의중심이미지는마치오구리고헤이의 < 잠자는남자 > 처럼숭고한대자연속의인간이라는미물의상념을오즈적인리듬속에서풀어낸다 ( 이런점역시고바야시의영화광적기질을드러내는것이지만 ). 이야기조차매우심플하다. 홋카이도의마쉬케에서사는노부오 (< 철도원 > 의오카다켄 ) 는 66 세의은퇴한술제조업자이다. 2년전아내와사별한후막내아들야스오와사는그는매일깊은산속의양어장에가는것이유일한낙이다. 그는이일을야스오가맡아주기를원한다. 물고기가자라는것을지켜보며위안을삼는그는돌아오는아내의 2주기제사때는장남료이치를부를생각이다. 료이치는양조장일을도왔으니지금은부자지간이소원한상태이다. 제사가진행되는동안아버지와두아들, 그들의아내는모처럼대가족을이루지만그들사이에는말로는풀수없는감정의앙금이쌓여있다. 그러나각자의미묘한갈등을삭히면서이들은새로운삶을향해아주조금씩조금씩움직여간다. 텍스트이연호 0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