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대한 자세한 이력 설명을 덧붙여 보도하였다. 하지만, 그는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그가 제작한 서양화는 동경유학시절 제작한 자화상 3점과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자매 (1915), 가야금을 타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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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2) 최 유 경 (서울대) I. 서문 한국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 ). 이 무거운 역 사적 의미로 한국근대미술사를 논함에 있어 어김없이 맨 처음 그의 이름은 장식되 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과장되거나 과소평가되기 일수다 매일신보 는 洋畵 家의 嚆矢 라는 제목으로 동경미술학교 졸업작, 자매 (그림1 에 조선에 처음 나는 서양화가의 그림 이라는 그림설명과 함께 이전에 우리가 많이 보던 동양의 그림과 다른 순전한 서양의 그림이다. 동양의 그림과 경위가 다른 점이 많고 그리 는 방법도 같지 아니하며 또한 그 그림 그리는 바탕과 그 쓰는 채색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른 그림 春谷 高羲東씨가 다년 그림에 뜻을 두어 익히기 게으르지 아니하며 그림 아는 이에게 대한 촉망을 받더니 수년 전에 구한국 내부(舊韓國 內部)예식관의 명예직을 띤 몸으로 뜻을 결단하고 동경(東京)에 건너가 일본의 미술계의 최고 학원되는 상야(上野)미술학교에서 형설(螢雪)의 공을 쌓아 금년 3월이 졸업이라. 1)며 조선 땅에 서양화가가 배출된 것에 대한 감격을 고희동에 * 이 논문은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 기초연구지원인문인문사회)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 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G00025). 1) 고희동, 洋畵家의 嚆矢, 매일신보,

2 458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대한 자세한 이력 설명을 덧붙여 보도하였다. 하지만, 그는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그가 제작한 서양화는 동경유학시절 제작한 자화상 3점과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자매 (1915), 가야금을 타는 여인 (1915, 시정15주년 조선물산공진회출품), 어느 뜰에서 (1922, 제1회조선미전출품)등에 불과하며, 이조차도 자화상을 제외하고는 현존하 지 않는다. 이와 같은 미비한 작품 활동과 귀국 후 얼마 되지 않아 전통회화로 회귀해버렸기 때문에 근대미술의 선각자로서 고희동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그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매우 상이할 수 밖에 없다. 명치정부의 서구화정책의 일환으로 서양미술이 적극적 수용된 일본과 달리 서양 미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나 이해의 폭이 좁았던 한국사회에서 고희동은 本國에 돌아와서 스케치 박스를 메고 郊外에 나아가면 보는 사람들이 모두가 다 엿장수이 니 담배장수이니 하고, 어떤 친구들은 말하기를 애를 써서 돈을 들이고 客地에서 고생을 해가면서 저짓은 아니배우겠네 2)라는 주변의 몰이해와 어떠한 親近한 사람은 말하기를 우리가 處하여 있는 時代가 그림을 배우게 되지 아니하였다 3)라 는 비난을 견뎌야 했고, 그 속에서 서양미술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거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너무나 이른 그의 서양미술의 포기는 서양화가로서의 자질부족논란과 김윤수가 지적하듯이 금의환향한 제1호서양화가 로서 한국에서의실적 부진이 원인의 하나로 거론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편, 최초의 서양화가로서 제대로 된 작품하나 남기지 못하였지만, 일제강점기 라는 격동기 속에서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 중앙, 보성, 휘문 중동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서화협회를 결성하여 황무지와 같았던 서양미술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경성은 살아서 古典이 되고 죽어서 歷史 된한국서양미술의 선구자로 칭송하며, 春谷에게 美術이란 한낮 當時의 國情과 個人의 悲哀에게 벗어나려는 必死的인 몸부림같은 것 이었다고 평하였 다4). 또한, 조선미전에 단 두 번의 참여만 있었을 뿐, 조선미전을 비롯한 총독부의 어떠한 미술행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굶어죽을지언정 일제와는 2) 고희동, 나와 書畵協會時代, 신천지, 서울신문사, , p ) 위의 글, p ) 李慶成, 高羲東論, 藝術院報, 藝術院 , p.119.

3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59 타협하지 않는 기아(飢餓)주의 를 고수하였다며 그의 민족주의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김윤수는 여러 가지의 어려운 현실 속 에서 애쓴 계몽적인 활동은 그것대로 인정되어 마 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 여 평가한다는 것은 도리어 그의 행적을 은폐하는 결과밖에 안된다 며, 그가 과연 개척자의 영예를 누릴 만한 화가였는가 아니면 개화백경 속의 한 [히어로]에 불과했는가 는 재고찰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5). 박용숙도 고희동의 일본유학은 완전히 그림1)고희동, 자매, 1915, 소실 실패한 것이다. 제국들이 침략세력에 편승하 여 바야흐로 軍國主義가 성장되어 가던 시대이 다. 그런데 고희동은 무엇을 했는가. 그는 자 매 를 그리고 다시 山水畵를 그림으로써 古典的 인 세계로 도피하였다. 6)며 일제강점기라는 혼란 한 역사의 한 가운데를 살아온 지식인으로의 안이 하고 무책임한 삶의 자세를 질책하였다. 물론, 고희동에 대한 냉엄한 질타는 한국 최초 의 서양화가로서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안타까 움에 표로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근대미술의 선구 자로 살아야 했던 고희동이 한국근대미술에 남기 고자 하였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동아일보 창간 호 제호를 장식한 고희동의 삽화를 통해 살펴보기 그림2) 고희동, 어느 뜰에서, 소실 유화와 풍물스케치를 담당 7)한 로 하자. 기실, 고희동은 신문사에 일자리를 얻어 이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의 약력 속에 그의 신문 사 시절 경력은 거의 누락되어 있으며, 동아일보 의 그의 삽화 또한 거의 주목받 5) 김윤수, 한국현대회화사, 한국일보사, 1975, p.51. 6) 박용숙, 한국화의 세계 (교양인을위한신서 4), 일지사, 1989, p.99. 7) 李龜烈, 西洋畵壇의 胎動, 美術資料 14, 國立中央博物館, 1970, pp.6-17.

4 460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춘곡 고희동 40주기 특별전(서울대학교,2005) 에서도 이러한 그의 이력은 찾아볼 수 없다. 3.1운동 이후 민족의 열망을 담아 출범하는 일간지 동아일보 창간제호를 장식하는 표지화라는 역사적 대의 속에서 고희동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고구려 벽화와의 관련성 속에서 논하고, 고희동이 고구려벽화를 의식한 배경을 1910년 대, 한일역사학자들에 의한 고구려연구의 의미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도록 하자. II. 고희동과 구로다 세이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역사적이며, 명예로운 호칭을 갖게 된 고희동. 그가 한국 근대미술의 첫 장을 장식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지하다시피 혜택 받은 집안 덕분이었다. 이구열에 의하면 고희동은 구한말 군수를 지낸 그의 부친 고영철(高永喆)의 권유로 당시로서는 특이하게 한성법어학교(漢城法語學校)에 서 4년간 프랑스어를 공부하였다8). 1903년에 한성법어학교를 졸업한 고희동은 다음 해 12월, 광학국(鑛學局)주사(主事)가 되어, 궁내부 예식관(禮式官) 외무과 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그의 사춘 고희경과 더불어 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는 관직에 나간 지 1년 남짓한 1906년 판임관 4등, 1907년 판임관 2등, 1908년 에는 고희경과 마찬가지로 궁내부 장예원예식관(禮式官)으로 초고속 승진하였 다9). 그러던 1909년2월, 어느 날 돌연 일본유학을 결심한다. 그것도 관료. 관료로 출세하기 위한 학문이 아닌 서양미술이라는 매우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에 대하여 고희동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그럭저력 歲月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서양그림을 배워 봤으면 하는 생각이 솟아났다. 나는 그전에 불란서 학교에 다닌 일이 있어 불란서 사람들과 같이 지낸 일이 있었다. 그 때, 서양 그림을 가끔 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洋畵를 8) 이구열, 고희동, 미술, ) 최열, 문헌고증 방법론과 고희동 문헌비판: 문헌비판(文獻批判)과 고증방법(考證方法) 의 성찰, 조형 아카이브,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2009, pp

5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61 배우려는 생각에 마음은 걷잡을 길 없지만 조금도 방법이 없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佛蘭西에 간다는 것은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엄두도 못냈으니까 할 수 없이 일본에 관계있는 사람에게 相議하여 日本 上野公園에 있는 美術學校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품었지만 日本語에 不通이어서 우선 速 成으로 夜學에 다니면서 배웠다.10) 고희동은 앞서 한성법어학교에서 서양 그림을 가끔 본 일 이 계기가 되어 서양 미술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일에 대하여 후일, 법어학교의 불어교사였던 에밀 마르텔(Emil Martel)은 도예가이며 화가였던 레오폴드 르미 옹(Léopold Remion)이 자신의 얼굴은 그리는 것을 본 고희동이 유화도구를 빌려 가는 등 유화에 관심을 보이자, 르미옹은 을사늑약 후 본국으로 떠나면서 고희동 에게 그림공부를 하러 오라고 했다고 한다11). 르미옹과 마르텔에 의한 간접적 유 화경험이 계기가 되어 서양미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고희동은 안중식과 조석진에 게 3년 정도 전통미술을 배운 후, 프랑스보다는 비교적 돈이 덜 드는 일본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고 일본에 관계있는 사람 에게 부탁하여 일본유학을 단행하게 된 다. 여기서 일본에 관계있는 사람 이란 이완용(李完用) 내각에서 탁지부 대신으 로 재직 중이던 그의백부, 고영희(高永喜,1849?)을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그 는 한일병합조약 체결에 협조하여 자작의 작위를 얻은 대표적 친일파로 고희동의 유학에 많은 도움이 주었을 것이며, 그의 아들, 고희경는 당시, 이왕직 사무관의 자격으로 영친왕을 일본에서 수행하고 있었음을 고려해볼 때, 고희동의 일본유학 은 어려움없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사려된다12). 김윤수는 고희동의 일본유학에 스 에마츠 겐쵸(末松謙澄)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13), 스에마츠는 이토우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위로 문무대신을 역임했으며, 고영희와 마찬가 지로 자작의 작위를 받은 상당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이는 단순히 고희동이 10) 고희동, 演藝千一夜話22, 서울신문, 서울신문사, ) 조용만, 한국근대단의 개척자, 고희동, 미술, ) 조용만, 30년대의 문화 예술인들: 격동기의 文化界 秘話, 범양사출판부, 1988, pp 후일, 부친 고영희로부터 자작의 작위를 물려받은 고희경은 영친왕과 이방자여 사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으로 백작의 자리에 올랐다. 13) 金潤洙, 春谷 高羲東과 新美術運動, 창비, 창작과비평, , p.1020.

6 462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일개 개인의 자격으로 일본유학을 단행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데, 실질적으로 고희동의 일본유학은 개인적 자격이 아닌 공무상 파견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는 그의 유학생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을 것으로 사려된다. 이는 고희동의 이름이 동경미술학교 서양학과의 좌장이며, 나아가 일본미술계 의거목, 구로다 세이키(黒田清輝, )의 일기에 등장하는 것으로도 추정 할 수 있다. 구로다의 일기에는 고희동의 이름이 3번 등장하는데, 1913년 5월 19일, 한인 고 김 두 사람이 오다(韓人高金ノ二氏來ル) 는 기록이 남아있다. 여기서 김은 당시 동경미술학교 유학중이던 김관호를 지칭한다. 다음해 6월 4일, 조선학생고씨(朝鮮學生高氏) 14)가 왔다 갔다는 기록이 나오고, 1915년4월3일, 졸업생 조선인 고희동 귀국작별인사하러 내방(卒業生朝鮮人高義東歸國ノ暇 乞トシテ來訪) 15)이라는 기록이 등장한다. 구로다의 일기에 의하면, 그의 자택 을 출입하는 사람들 중 학생들은 전무하고 대체로 구로다가프랑스유학직후결성 한서양미술단체, 백마회(白馬會)회원이었거나 동경미술학교 교수진들이 대부분 인 상황에게 구로다의 자택을 출입하고, 그에게 귀국인사를 할 정도이면 상당한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늘날, 일본근대미술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는 구로다는 문벌출신으로 그의 양부, 구로다 기요테르(黒田清綱, 구로다의 백부)는 명치유신의 공신으로 후작의 작위를 하사받은 인물로 명치천황에게 일본전통시문학(和歌)을 가르쳤던 스승이 기도하다. 구로다의 프랑스행은 법학을 배워 정계진출을 위함이었으나, 신생근대 국가, 일본을 위해 법학보다 미술을 공부하는 것이 국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지인 들의 권유로16) 아카데미 화가, 라파엘코란(Raphael Collin, )으로부터 미술을 사사받았고, 귀국직전에는 아카데미의 거장 퓌비드 드 반느(Pierre Puvis de Chavannes, )에게 사사받아 그가 주관하는 살롱에 입선하는 성과 14) 黒田清輝, 黒田清輝日記 第3券, 中央公論美術出版, 1966, p ) 黒田清輝, 黒田清輝日記 第4券, 1968, p ) 구마모토 겐지로는 구로다가 미술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구로다가 화가, 후지 마사죠의 통역자로 후일 그의 스승이 되는 코란을 만난 것이었다고 언급한다(隈元謙次郎, 黒田清 輝, 近代の美術 第６号, 至文堂, 1971).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로다를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데에는 구로다의 일기 및 지인들의 회고록에 의하면 야마모토 호수이 (山本芳翠)의 역할이 자못 컸다.

7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63 를 올렸다. 귀국 후에는 유럽에서의 일본미술품의 유행(자포니슴)으로 서양화가 위축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무부장관과 1906년, 1911년, 2회에 걸쳐 수상을 역임 한, 황족, 사이온지 코보(西園寺 公望, )의 후광을 입고, 일본미술계의 수장이 된 인물이다. 구로다의 자택을 방문한 고희동이 구로다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에 대한 기 록은 전무하지만, 1910년대의 구로다의 활동과 주장을 토대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1910년3월, 시인이며 조각가인 다카무라 코우타로(高村光太郎)에게 구로다, 쿠메, 이와무라 등 백마회 선배님들이 귀국하였을 경에, 우리나라 예술계 에서 가장 진보적인 서클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거리낌 없이 이 단체의 사람들이었 다. 구로다 세이키씨처럼 스스로 노력해서 일본화(?)하려고 노력 17)하고 있 다고 비판을 받았다. 1910년대는 구로다가 일본적 정신이 표현된 서양미술창출을 강하게 주장하던 시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최초의 서양화가가 되는 고 희동에게 한국에서의 서양미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한국적인 것을 소재 로 작품제작을 하라는 조언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일본에서 서양미술을 배우러 온 구로다에게 코란은 일본에 돌아가면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라는 충고를 해주는데18),구로다는 코란의 조언을 받아들여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지감 정 智 感 情 (1899), 호반 湖畔 (1899), 등 한편으로 아카데미풍의 작품을, 다른 한편으로는 자포니슴풍의 작품을 출품하였고, 그 중 지감정 智 感 情 은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었다. 이러한 구로다의 서로 다른 화풍은 구로다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받게 하였다. 즉, 구로다는 오랫동안 정통적 서양미술아카데미가 아닌 라파엘 코란풍의 외광 파, 즉 아카데미풍도 인상파풍도 아닌 어중간한 화풍을 일본에 이식하였다는 평 가를 받아왔다.19) 다카하시슈지는 이러한 의견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아침화 장, 지 감 정, 옛이야기 등과 같은 나체화, 역사풍속화 등을 들어 구로다 가 일본에 도입하려 한 것은 절충적인 외광묘사가 아닌, 제대로 된 골격과 명확 17) 高村光太郞, フランスから歸つて, 文章世界, , 高村光太郞全集 第 ４卷(筑摩書房,1957, p.17). 18) 黑田清輝, 1890年12月18日, 黒田清輝日記, 앞의 책, p ) 吉岡芳陵, 現今の繪畵界 上, 每日新聞, 1896.１.8.

8 464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한 사상을 겸비한 콘포지션을 가진 20), 서구의 전통적인 아카데미즘의 기본적인 이념에 근거한 구상화(構想画) 였다고 구로다를 재평가하였다. 하지만, 구로다 의 작품에서 아카데미즘면만 부각시킨 다카하시의 연구방향은 구로다의 상당부분 의 작품을 연구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고희동의 작품이 구로다의 인상파적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21)에는 이론 의 여지가 없다. 그의 유화, 자매 와 가야금을 타는 여인, 어느 뜰에서 등은 신변잡기적 주제에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 전통악기라는 오리엔탈리즘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동경미술학교 졸업작인 자매 는 한복차림 의 두 소녀가 창문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진만으로는 정확 하게 알 수 없지만 창문으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 창문 앞의 전통의상의 소녀 등 자포니슴과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구로다 세이키(黒田清輝)유파의 전형적인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22).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구로다의 영향을 받은 고희동은 한국의 서양미술의 선구 자로서 한국미술발전을 위해서 미술의 제도화가 가장 급선무라는 것을 다음과 같 이 주창한다. 朝鮮에美術을向上시키려하면 질문하신 말씀같이 關公私設을莫論하고敎育 機關이必要한것은말할것도없습니다美術學校는勿論이겠고僞先硏究所같은 것이라도있었으면합니다. 그러나아직朝鮮에는이렇다 할硏究機關도없고 個人으로個人의指導를받아오는形便에있습니다 그것도西洋畵가많고 東 洋畵에는極히적은便입니다23) 고희동을 비롯한 미술가들이 간절히 원한 미술교육기관은 해방이후에나 가능하 20) 高階秀爾, 黑田清輝と構想画, 近代画説 第１号, 明治美術学会, 1992, pp ) 김윤수, 한국현대회화사, 앞의 책, p.77. 오광수, 한국근대미술사상 노트, 일지사, 1987, p.145. 이구열, 근대한국미술사의 연구, 미진사, 1992, p ) 파리에서 인상파와 자포니슴을 접한 구로다는 귀국 후 양화단체, 백마회를 중심으로 인상파적 화풍 및 역수입된 자포니슴작품을 주로 제작하였다(졸고, 구로다 세이키와 자포니슴 참고). 23) 高羲東, 朝鮮 新美術文化 創定 大評議, 春秋 제2권제5호, 조선춘추사, 1941, pp

9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65 였고, 총독부가 주관하는 조선미술전람회만이 유일한 미술가들의 등용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희동은 1918년에 결성한 서화협회를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으 면서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서화협회결성에 대하여 이하변은 朝鮮畵家들에 게 畵工으로부터 美術家에 로 昇格運動을 일으켰다. 當時, 安心田과 貫濟 李道榮氏가 設立한 朝鮮의 美術學校라 稱할 書畵美術會 가 있었음으로 一 年 一次로라도 展覽會의 必要를 主張한 것이 高氏였으나 實現할 길이 없다가 為先 氏는 朝鮮안에서 書畵에 붓을 잡는 사람이면 誰某를 勿論하고 一席에 모 아볼 運動으로 처음으로 美術團體를 만들었으니 오늘의 書畵協會 란 것이 그 것이요. 會員이 안모여서 한해를 건너뛰고 作品이 안모여 한해를 건너뛰고, 이 지경에 있으면서도 어느 듯 十回展이 지나가고 十一回展이 닥쳐온다. 24)라 며 교육의 기회와 전시의 장을 갖지 못한 것은 서양미술이나 전통미술이나 마찬가 지였기에 고희동은 전통미술과 서양미술 모두를 아우르는 서화협회를 결성한 공 로를 치하하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화가들에 의해 조선 미술협회라는 것이 결성되어 있었지만 서화협회는 1918년 6월19일 새로운 교육 을 받은 고희동이 주동이 되어 창설된 것이다. 이제로부터 38년전 이었다. 우리 에게는 畵壇이니 美術團體이니 하는 것은 이름조차 없었다.생각하는 사람도 없 었다. 그리하여 너무도 딱하게 생각하고 쓸쓸하게 여기었다. 그 당시의 書와 畵로 서 名聲이 높던 몇몇분과 여러번 말을 하였었다. 우리도 當然히 한 團體가 있어 서 우리의 나아가는 길을 定하고 後進을 養成하여야 한다고 항상 말을 하고 지내 왔다 25)며이경성은 고희동의 후학양성에 대한 열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문벌이라는 구로다의 집안내력이 그의 출세와 일본미술의 제도화에 상당한 공 헌을 했고, 역으로 힘 있는 문벌출신이었기에 미술계가 그를 필요로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자작의 자리까지 오른 친일파, 고영희를 백부로 두었기에 고희동의 활동이 좀 더 제한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고희동의 역사의식의 부재와 선각자로서의 자각부족에 관한 논란은 전후 그를 죽어서 역사 된 인물이라는 과도한 평가 속에서 고희동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김윤수는 고희동의 미술입문이 나라없는 民族의 悲哀가 國民들 24) 李下冠, 朝鮮美術總評, 東光, 동광사, 1931, pp ) 李慶成, 高羲東論, 藝術院報, 藝術院, 1965, pp

10 466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의 가슴속에 사모치기 시작하여 죽을 수도 살수도 없는 至境에 이르러 悲憤慷慨 하다가 그때 문득 생각키우는 것은 그림이나 그리고 술이나 먹고살자 26)는 취지 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을 거론하며 을사늑약이라는 나라를 도둑맞은 상화에서 술 이나 마시자고 결심했다는 것 은 미술을 현실도피의 방편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라 며 비판하였다.27) 또한, 3.1운동에 대한 무반응28)과 서화협회의 축사에 조선총독 과 정무총감의 친필이 기제되어 있고, 고문에 민병석, 이완용 등과 같은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민족적 현실을 돌볼 필요도 없이 총독부의 환심을 구했고 당대 일급의 명망가들을-그들이 친일귀족이건 매국노건 혹은 대지주이건 가리지 않고-초대하고 고문 또는 명예회원으로 앉혔던 것 29)이 라고 역사의식의 부재와 그의 작품이 이 땅의 현실이나 요청과는 거리가 먼 것30) 이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고희동이 암울한 시대의 선각자였기에 받아야하는 냉험한 질책은 고희 동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희동의 뒤를 이어 도쿄미술학교에 유학중이던 김관호(金觀鎬, ) 가 해질녘 이라는 작품으로 수석으로 졸업하였다는 소식에 서양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일본을 이겼다는 소식에 감격해했다31).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 히 미술가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고, 그 어떠한 제도적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미술가들의 작품 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하관 은 高羲東氏에게는 파렛트와 畵室이 없다. 그래서 近者에는 좁은 房에서 할 수 있고 原料가 헐하다는 點에서 東洋畵에 沒頭하고 계시다. 그러나 언제든지 自己 生前에 한번 畵室을 짓고 파렛트를 다시 잡아 보겠다고는 하시나 無慾 謙 26) 고희동, 演藝千一夜話21, 서울신문, ) 金潤洙, 春谷 高羲東과 新美術運動, 창작과비평 제8권 제4호 (통권 30호), 창비, , ) 김윤수 한국현대회화사, 한국일보사, 춘추문고,1975, pp ) 위의 글, ) 위의글, p ) 월계관의영예얻은김관호군미술학교를최고점으로졸업, 매일신보, 당시, 일본에서 문전을 직접 관람할 기회를 가진 이광수는 1916년 10월28일과 30일에 걸쳐 매일신보 에 문전 전람회기 를 연재하면서 김관호를 조선인을 대표하여 조선인의 미술적 천재를 세계에 표 하였다고 극찬하였다.

11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67 虛한 氏로서 果然 實現할 날이 있을런지 32)라며 화가로서 작품제작비용조차 마 련하기가 어려웠음을 전하였다. 그 어려운 동경유학까지 하면서 배운 서양미술이지만 서양미술을 제대로 전시 할 공간도 작품을 의뢰해줄 스폰서도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희동은 所謂 卒業이니 하고 歸國을 하였으나 무엇이고 될 일은 없다. 그 때에 내가 居住하던 집에 三間되는 舍廊房이 있었다. 거기에서 六七人이 모여서 木炭畵를 그리 게33) 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이어나가야 했다. 결국, 그는 처음 미술을 접했던 전통미술로 회귀하면서 미술가의 길보다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다. 이는 그가 일본에서 경험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 것이다. 선택이 폭이 너무나 적었던 상황에서 고희동은 192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창 간되는 동아일보 의 창간제호삽화를 제작하였다. 이미 전통회화로 회귀하였지 만, 여전히 서양미술계의 지도자였던 고희동이 어떠한역사적 의미를 암울한 시대 의 미술의 지도자로서 표명한 작품으로 주목하기에 합당하다. 무슨 연유때문인지 그의 동아일보 삽화는 창간호하나에 그치지 말지만, 대중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일간지삽화 제작의도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고찰하도록 하자. III. 동아일보 창간호 제호와 비천(飛天) 1920년4월1일, 한국 최초의 일간지, 조선일보, 시대일보 와 더불어 동아 일보 는 민족적 정기를 규합하는 의미로 출간된다. 1920년대 조선총독부의일간 지의 창간은 3.1운동이후의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문화주 의 를 표방하며 언론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하겠다는 회유책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단 표면적으로 조선인들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활동반경이 넓어지 게 되었다. 창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민족적 입장차이로 비판과 개혁요구를 당하였 지만, 언론의 출구가 막혀버린 당시 상황에서 일간지의 창간에 대한 대중의 기대 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박용규의 지적처럼 일제강점기, 신문은 단순한 기업이 32) 李下冠, 朝鮮美術總評, 東光, , p ) 고희동, 나와 書畵協會時代, 신천지, pp

12 468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아니라 민족운동의 수단 이었다며, 당시 신문이 여론을 구성하고 지도하는 신문 정부라는 평을 받았다는 글을 소개하였다34). 물론, 총독부의 지배정책변화는 윌슨 의 민족자결주이에 자극받은 발발한 3.1독립운동의 영향이 매우 지대하였 지만, 일본국내의 정책기조의 변화 또 한 컸다할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제1차세계대전으로 인 한 인플레로 노동자의 삶이 궁핍해진 가운데 시베리아출병으로 인한 정부 의 쌀매입으로 쌀값이 폭등하자 1918 년, 전국적인 민중봉기가 발발한다. 그로인해, 테라우치내각(寺内内閣) 대신 정유회(政友会)의 하라다카시 (原敬)가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그야 말로 대정데모크라시가 본격화되었다 는 것이다. 3.1운동과 하라내각의 성 립으로 문화통치로 전환되었고, 이 과 그림 3) 고희동,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1920 정에서 출판인쇄물 등이 허용으로한 국 내에 일간지가 탄생하게 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황성신보, 매일신보 등과 같은 민족지나 경성신 보, 서울프레스 등 과 같은 총독부 기관지 그림 4) 고희동,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부분 가 존재하였지만 동아, 조선의 출현은 그야말 로 그 규모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일단 표면적으로 조선인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활동반경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신문의 창간은 한국의 시각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신문장 34) 박용규, 1920년대 중반( )의 신문과 민족운동:민족주의 좌파의 활동을 중심으 로, 언론과학연구 제9권제4호, , p.228.

13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69 식, 신문소설의 삽화, 광고, 기사 속 사진 등 에서 한국인들은 종래,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이미지를 경험하게 된 그림 5) 遇賢里大墓玄室持送其１(西北隅), 朝鮮古蹟図譜 第2冊, p.617의 도판 다. 특히, 벽화속에서 나 볼 수 있었던 한국의 신화적 이미지가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적 이미지로 변화하였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1920년 4월1일, 조선일보, 시대일보 와 더불어 일간지로 창간된 동 아일보 의 창간호 제호(그림 3)를 장식한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의 장식은 주목하기에 충분하다. 일본으로부터 수용된 아르누보 양식의 신화적 이미지를 더한 이 창간삽화에 대 하여 고희동은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된 벽화 속의 용 같은 것을 모두 모아 만들 었습니다. 35) 라며 고구려벽화를 의식해서 제작했음을 밝히고 있다. 고희동이 고 구려고분벽화를 의식하였다는 이 그림의 구 도, 인물, 동아일보 의 현판 한 가운데 묘사 된 연화문 등에서 고구려벽화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그림4). 고희동이 그린 삽화에서 상반 신을 노출한 동아일보 의 현판을 들고 있는 그림 6) 동아일보 창간호 부분 남성은 머리에 4갈래로 갈라진 깃털 같은 관 모를 쓰고, 앞으로 묶은 허리끈들과 하반신을 가린 옷(裙)은 날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다리는 비상(飛上)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비천 의 모습이다(그림6) 그런데 이 비천의 모습은 강서대묘의 현실(玄室)서북 쪽 천 정의 고임에 묘사된 비천(그림7)과 매우 유사성을 보인다. 강서대묘의 비천은 가 슴과 유연한 자태 에서 후기 고구려 벽화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얼굴 과 가슴, 다리의 모양에서 고희동이 강서대묘의 도판을 참조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비단, 전체적인 윤곽선만이 아니라 높은관모, 반라모습에앞으로 35) 민족과 함께 반세기 동아일보 창간 45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1965년 4월 1일 동아방송.

14 470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허리끈을 묶은 비천은 천의를 입지 않고 옷자 락 등의 모습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또 한, 고희동은 천정의 고임 사이에 묘사된 연화 문도 동일하게 동아일보 현판 가운데에 표현 하고 있다(그림8). 고구려 고분벽화를 고희동이 직접 접했을 가 그림 7) 강서대묘 천정(遇賢里大墓玄서 북쪽 고임모서리(遇賢里大墓玄室持送 西北隅)의 비천(飛天)의 부분 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고희동이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조선총독부에게 의뢰받 은 동경제국대학교 교수인 건축사가(建築史 家) 세키노 타다시(関野貞 )일행 이 조선의 유적, 고분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915년부터 출간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 図譜) 이다. 이 중에서 고구려고분벽화에 대 한 기록은 1915년에 출간된 제1책의 락랑군 및 대방군시대(楽浪郡의及帯方群時代)와 2 그림 8) 강서대묘 천정(遇賢里大墓玄서 북쪽 고임모서리(室持送其１西北隅)의 비천(飛天)의 부분 책의 고구려로고희동이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 되는 것은강서대묘의 현실(玄室)서북벽 천정 의 고임에 수록된 비천이다.36)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만들어진 강서대묘에는방위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 무로 대표되는 사신도가 벽면에묘사되어 있고, 천장고임은 신선사상을 반영하여 상서로운 선계(仙界), 비천(飛天), 선인(仙人), 상금서수(祥禽瑞獸), 기화요초 (琪花瑤草), 인동연꽃문 등이 표현되었고, 천정에는 황룡(黃龍)이 묘사되어 있다. 황룡은 사신(四神)에 오행의 중심을 상징하는 신수를 더하여 오신(五神)으로 완 성시키는 존재이다37). 고희동의 삽화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은 악기를 연주하 36) 朝鮮古蹟図譜 １ ７, 朝鮮総督府編, 朝鮮総督府, 그와 동일한 모습의 현실북면의 천정의 괴임이 비천의 도판이 619쪽에도 수록되었다. 제1과 2책은 1915년에 출간된 것으로 이 자료는 일본국회도서관이 소장한 근대라이브러리의 자료를 참고하였음 을 밝힌다. 사실, 강서대묘천정의 동벽, 서벽, 남벽, 북벽에는 많은 수의 비선(飛仙)과 비천(飛天)이 등장하지만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図譜) 의 도판에는 현실(玄室) 서북 쪽 벽의 비천과 북쪽 벽의 비천이 수록되어 있다.

15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71 면서 날개옷을 입고 하늘을 날면서 꽃을 공양하는 비천(飛天)이다. 고희동이 비천 을 차용한 것은 비천이 축하 메세지를 전하는 메신저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아일보 창간을 축하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인도에 기원을 두고 있는 비천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만들 어낸 상상물로 하늘을 나는 대표적인 동물인 새, 그리고 천마, 용, 학 등을 타고 날거나 천의(天衣)를 입고 직접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인도의 비천은 4세기경까지 남성이 주류를 이루다가 점차적으로 여성비천도 등장한다. 하지만 중국으로 들어온 비천은 중국 도교의 선인사상과 맞물리며 후대에 갈수록 여성스 러움이 더해지지만 주로 남성으로 표현되는데, 하늘을 나는 모습만이 아니라 하늘 을 날지않고, 음주향연, 헌화공양을 하는 공양보살의모습으로 표현되기도한다38). 중국을 대표하는 돈황의 비천은 머리는 삭발하거나 화관을 쓰고 상반신은 노출하 고 천의를 펄럭이며 유연한 몸짓으로 하늘을 날라다니는 공양보살이다. 한편, 고구려의 비천은 벽화 고분에 등장하는데, 이는 사후 다시 천상으로 회귀하고 싶 다는 극락왕생의 염원을 담는것이다. 이처럼 고희동은 최초의 일간신문의 발간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발간 축하의 의 미를 살리기 위해 고구려 고분 벽화, 그 중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비천을 차용한 삽화를 제작하였다. 하지만, 고희동의 고구려 벽화 차용 은 그의 개인적인 견해였다기보다는 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한일 역사학자들에 의 해 활발히 연구되었다는 사회적 배경이 동아일보사로 하여금 고구려 벽화를 의식 한 창간 제호를 제작하게 되는 중요한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사려된다. 이에 1900 년을 전후로 일본에 의한 고구려 및 고구려 고분 조사, 연구와 관련지어 고희동의 삽화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하자. III. 1910년대의 고구려 연구와 역사화 고희동이 그린 동아일보의 창간호삽화는 비록 회화로 별도로 제작한 작품은 아니 37) 안휘준, 고구려의 고분벽화 ; 고구려 고분벽화의 흐름, 강좌미술사, 1998, p ) 도학희, 비천(飛天)의 도상적(圖像的) 고찰, 美術敎育論叢 Vol.15, 2002, p.358.

16 472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지만, 고희동과 당시, 한국의 미술계를 생각해 볼 때,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한일병합 이후 고희동이 회고하고 있듯이 한국의 전통미술계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여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서양미술 분야에서도 고희동이라는 최초의 서양화가가 출현하였을 뿐이었다. 거기에 어떤 정치활동도 용인되지 않았던 1920년이라는 식민지적 통치상황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민족지의 등장은 그야말로 언론정부로서의 출발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첫 장을 여는 창간호의 삽화는 고희동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동아일보 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주는 표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창간호 헤드라인 삽화에 고희동은 고구려 벽화를 차용함으로 한국의 민족적 정통성 이 고구려에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동아일보 창간호 3면에 허리에는 동아일 보라는 띠를 두른 전라의 어린아이가 단군유지(檀君遺趾)라는 책을 손으로 가리키 며 삽화가 게재되었는데, 민족지로 출간한 동아일보의 지향점이 단군유지(檀君遺 趾)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고희동의 삽화와 일맥상통한 것이다. 이처럼 동아일보 를 비롯한 고희동이 고구려를 주목한 것은 1900년 초, 광개 토왕비가 발견되면서부터 일본인 학자 및 조선총독부에 의해 고구려 연구가 활발 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할 수 있다. 일본에 의한 고구 려 연구는 일본의 대륙진출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구려 연구 가 청일, 러일전쟁 전후로 본격화되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의 고 구려에 대한 관심은 만주진출을 위해 만주, 몽고에 대한 연구가 필요로 했으며, 또한, 고대 이 지역을 지배했던 고구려를 일본의 역사로 편입함으로 대륙진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하여 최석영은 한국의 고고학은 일본인 학자 들에 의한 발굴조사였지만 한국의 고격조사는 일본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었으며 자신들의 원형으로서 사라진 과거를 재발견하기 위한 것이었 다고 지적한다39). 일본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것은 1882년 집안을 방문한 일본육 군참모본부의 사코우 가게노부(酒匂影信)가 광개토왕비(広開土王碑)을 발견하 고 비문의 탁본을 1883년 일본에 가지고 오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39) 최석영,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고구려 발해인식, 한국독립운동사연구, 2004, p.486.

17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73 후 1887년, 동경제국대학에 사학과가 설치되면서 실증주의에 근거한 문헌학적 사 학연구가 본격화되는 한편, 러일전승으로 인해 만주 및 한반도의 고적조사가 자유 로워지면서 동경제국대학의 야기 소자부로, 세키노 다다시 이마니시 류 등과 같은 사학자들에 의한 조선고대사연구가 다방면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40). 당시, 일본 에 의한 조선사연구는 명치초기의 하기와라 류키치(菅原竜吉)편찬의 계몽조선 사략(啓蒙朝鮮史略), 후죠칸(総生寛) 편집의 조선신론(朝鮮新論) (1876) 등 을 비롯하여 스즈키 노부토(鈴木信仁)편찬의 조선기문(朝鮮紀聞) (1885), 요 시다 토고(吉田東伍)의 일한고사단(日韓古史断) (1893), 니시무라 유타카(西 村豊)의 조선사강(朝鮮史綱) (1895) 하야시 타이스케(林泰輔)의 조선사(朝 鮮史) (1892), 쯔보이 구메소우(坪井九馬三)의 고조선삼국현립형세고(古朝鮮 三国県立形勢考)1-4 ( 史學雜誌, ) 등이 있다. 특히, 동양사학의 창시 자인 사라토리 쿠라키치(白鳥倉吉)도 조선고대전설(朝鮮古代伝説), 조선고 대지명(朝鮮古代地名) 의 고구려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인 학자에 의한 고구려 유적 조사는 도리이 류죠가 1895년 조사가 처음 이지만 세키노조사단으로 이 시기에 조사된 고구려 유적은 주로 평양일대의 고구 려 고분으로 주요 고분으로는 한왕묘, 강서대묘, 간성리연화총 및 매산리 사신총, 화상리 대화총과 성총 연강대퐁, 쌍영총 등이 있다. 일제 강점기, 만주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인 연구자들에 의한 고고학조사가 행해졌다. 그 중에서도 총독부의 고적 발굴지역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곳은 고구려와 낙랑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평양 지역과 임라일본부설을 밝힐 가야지역었다41). 일본인에 의한 만주, 몽고지역 연구 는 러일전쟁의 승전으로 이 지역의 연구가 자유로워지는 1906년부터이다 년, 도리이는 당시 군경의 도움으로 요동지방을 답사하였고 이때 집안까지 발걸음 을 옮기게 되었다.도리이류죠(鳥居龍蔵), 야기소자부로(八木奘三郎), 세키노타 다시(関野貞) 등 일본의 인류학 고고학 미술사학의 개척한 관학자들은 고구려벽 화를 비롯하여 한국고대고분연구를 실질적으로 발굴이라는 작업을 통해 본격화시 켰다. 그 중에서 고구려유적들은 주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 井上直樹, 近代日本における高句麗史研究, 고구려발해연구, 2004, pp ) 최석영, 앞의 논문, pp

18 474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년 평안남도 강서군 삼묘리에 있던 오늘날 강서대묘, 중묘로 알려진 고구려 후기 고분 벽화 발견으로부터 시작되었다42). 강서대묘에 대한 조사는 1913년, 조선총 독부로부터 의뢰받은 세키노 다다시(關野貞 )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세키노가 처음으로 조선연구를 실시한 것은 1902년으로 1904년에 발표한 한국 건축조사보고(韓国建築調査報告) (東京帝国大学工科学術報告第6号)는 일 본에서 한국의 유적조사에 대한 최초의 서적이다. 이처럼 한국유적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세키노는 1909년부터는 직접 한국에 건너와 고적유물, 유적, 낙랑, 고구려 고분발굴, 조사를 실시하는 등 일본, 조선, 중국 등 폭넓은 범위에서 문화재 조사 하였다. 일본의 고구려 유물에 대한 연구는 일본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학술적 목적에서 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행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유적고적 조사를 위해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개관(1915)하고, 1916 년, 박물관협의회에 고적위원회가 설치되어 古蹟 및 遺物保存規則 이 공포되 는 한편,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1933)도 제정하는 등 한국의 문화재 보호정책이 실시되었다. 이는 천황의 정통성을 역사적 시각물로 증명하려 했던 명치정부에 의해 1887년의 관국폐사보존금제도(官國幣社保存金制度)의 제정, 1896년의 고사사보존회(古社寺保存会)의 설치, 1897년의 고사사보존법(古社 寺保存法)의 발포 등 골동품과 신사와 사찰 과 같은 고기구물(고미술)의 보 호 를 단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타카키 히로시(高木博志)는 고기구물 (고미술)의 보호 를 포함한 문화재 보호는 천황제의 문화적 통합으로 인식되어 구체화 되어진 것이며, 문화재 보호행정은 국내외적으로 구키를 비롯한 관료에 의한 천황제의 문화적 통합으로 의식되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43). 이렇게 고구려 유물 및 고구려 고분 벽화의 발굴작업으로 고구려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20 년, 고희동은 1915년, 일본인에 의한 발굴로 책으로 출간된 강서대묘의 비천상을 차용한 동아일본의 창간 삽화는 고구려에 한국역사의 진취성과 정통성을 표현하 42) 전호태, 한국의 탐구30 고구려고분벽화의 세계,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4, p ) 高木博志, 1880年代, 大和における文化財保護, 近代天皇制の文化史的研 究, 校倉書房, 1997, pp 타카키는 근대천황제를 지탱하는 문화적 관점에서 천황취임의례, 연중행사, 문화제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설정하여 이 문화제의 일환으로 일본미술사의 문제를 논하기로 했다.

19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75 려는 고희동의 의지의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이러한 고희동의 생각은 잡지 청춘(靑春) 의 표지화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하도록 하자. IV. 동아일보 창간호 제호와 역사화 1914년, 당시 일본에 유학중이던 고희동은 최남선 (崔南善)으로부터 근대계몽 잡지 청춘 靑春 의 창간호 표지화(그림9) 제작을 의뢰받는다. 박종화는 이 작품을 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靑春 창간호에서 최초로 雄渾한 表紙畵를 그린 것이 내가 처음 先生의 그 림을 본 것이듯 하다. 그림에는 호랑이를 붙잡은 靑年과 無窮花가 그려져 있었 는데 이는 당시 나라를 잃은 情況下에서 三千里 江山을 表象하고 이를 保護 하려는 氣像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44) 사실적 기법으로 제작된 표지화는 한손으로는 무섭게포효하는호랑이를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무궁화를 손에 들고 있는 청년을 그린 것이다. 입 을 굳게 다문 결연한 표정의 청년은 마치 그리스 시대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위에서 긴 천으로만 살 짝 거치고 있어 상반신의 거의 대부분과 엉덩이의 일부가 노출되는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인 복장으 로 묘사되었다 청춘 이 애국애족, 근면, 진리 탐구 등 계몽적 성격을 표방하였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표지의 청년은 서구문명수용으로 이제 그림 9) 청춘 창간호 고희동, 1914 소년에서 당당히 성장한 모습이 되어 박종화의 말 처럼 三千里 江山을 表象 인 무궁화와 호랑이를 이끌고 조선의 문명개화를 이 끌 청년이 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44) 朴鍾和, 人間 高羲東 : 長逝를 哀悼하며, 藝術院報, 藝術院, , pp

20 476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고희동이 청춘 의 표지로 호랑이를 그린 것은 고희동의 의지라기보다는 이 작품을 의뢰한 최남선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1908년, 6개월간 의 짧은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최남선이 1908년 11월에 창간한 소년 창간 호에는 조선을 토끼로 비유한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郎)의 조선 지도에 반발하여 최남선은 호랑이를 조선의 상징으로 형상화한 지도를 기재하였 고, 어린이 신문 붉은 저고리 의 제호에는 소년이 양팔로 호랑이 두 마리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도안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고희동은 청춘(靑春) 표지화와 동아일보 창간 제호 삽화 모두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서양미술의 특징인 인체묘사표현에 주력하였다. 이러한 고희동의 화법을 이경성은 春谷의 藝術은 東洋畵를 基盤으로 西洋畵 의 技法과 視覺을 導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새로운 繪畵의 形式을 設定하려는 一種의 試圖인 것이다. 傳統的인 南畵山水의 世界에다 西 洋畵의 色彩感이나 透明法을 써서 感覺的으로 새로운 繪畵를 만들었다. 45)고 평하였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별 없이 독자적 한국적 양식을 추구하려는 고희동 의 미술에 대한 생각은 고희동이 유학하고 있었던 1910년대의 일본 미술계의 동 향이기도 하였다. 러일전쟁 직후인 1906년, 구로다는 일본미술의 과제를 일본적이라는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미술 을 창출하는 데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서양화라 하 더라고 일본적인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일본미술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46). 그러면서 서구 미술 수용에 적극적이던 구로다가 1911년, 해를 거듭할수록 양화는 방법은 서양식에 불과한 일본화가 될 것 사상과 표 현방법의 취미에 있어서 순수한 서양식과는 다른 것이 발달할 것 47)이라고 주장 하며, 프랑스는 그리스식 미에는 미치지 않지만 그리스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국 의 자연을 토대로 하여 그리스식 이상의 묘미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일본과 서구 를 대조해 보아도 마찬가지인데 서구를 모방한 유화는 일본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서구의 재료를 가지고 일본만의 묘미를 표현한다면 서구에 뒤지지 않는 45) 李慶成 高羲東論 藝術院報 藝術院 1965 １２, p ) 黑田淸輝君談 獎來の美術界に對する希望 太陽,1906 6, pp.85-86頁. 47) 黑田淸輝, 圖畵敎育に關する所見 帝國美術 第342號,1911.１, pp.8-9.

21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77 것을 틀림없이 만들 수 있을 것 48)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서양미술을 배우러 떠난 일본유학길이었지만 다카무라 코우타로의 지적처럼 구 로다를 중심으로 후지시마 다케지, 와다 에이사쿠 등 동경미술학교의 교수진은 일본적 서양미술 창출, 즉, 일본의 아카데미 창출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경향이 고희동의 작품에 상당부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이는 고희동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時代에 따라서 思潮가 變하고 勢力을 따라서 風氣가 바뀌는 것은 또한 自然 이라 할 수 있고 그 變함을 따라서 美術의 境地도 變하는 것이니 이것이 이르 되 進步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過去 몇 十年間을 생각하여 보면 진보는 하지 못하였다. 남의 것을 억지로 배우게 되니 變하기는 매우 變하 였으나 進步는 없을 것이다. 未來에 우리 것을 찾아서 回復을하게되는 것 이요. 49) 고희동은 변화하는 것이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며, 남의 것을 무조건 모방하기보다는 우리 것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고희동의 주장은 서구의 재료 그림 10) 최남선, 붉은 져고 리 창간 제호 를 가지고 일본만의 묘미를 표현 한다면 일본만의 서양 화를창출할 수 있다는 구로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고희동이 일본을 유학하고 있었던 1910년대는 일본에서는 문학에서의 낭만주 의에 이어 일본서양화계에서는 후지시마 다케지(藤島武二), 아오키 시게루(青木 繁) 등을 중심으로 신화, 역사를 주제로 한 역사화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역사화란 history painting의 번역어로 그리스, 로마의 신화나 성서, 전설의 한 장면 혹은 역사적 사건을 그리는 이야기그림 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 시 되어온 장르이다50). 역사화의 개념이 서양미술의 개념과 더불어 처음 소개된 48) 黑田淸輝, 自然に對する態度, 日本, , p ) 고희동, 朝鮮美術界의 將來, 신문예사, 1945, p ) 역사화는 1400년대 초기 르네상스, 알베르티의 회화론 에서 제기한 문제로 회화에서 가장 최고봉에 위치하는 것은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화를 그리는 것이라 규정한다.

22 478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것은 명치초기 서양화가, 다카하시 유이치(高橋由一)의 아들, 겐키치(源吉)가 1880년, 출간한 미술잡지 와유석진(臥遊席珍) 51)에서이다. 하지만, 본적으로 일본에서 역사화(歷史画)가 유행한 것은 천황은 아마테라스의 직계로 하늘에서 강림한 현신이며 천황의 황위와 혈통이 신대(神代)로부터 단 한 번도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혈통으로 이어져온 만세일계 라는 것을 헌법으로까지 규정하야 단 순한 상징적 존재가 아닌 신성불가침 한 실질적인 국정의 총괄자 로 천명한 명 치헌법과 교육칙어 (1890)가 발포된 이후이다. 도쿄미술학교 제1회 회화과 수석졸업학생, 오카모토 카츠모토(岡本勝元)은 명치정부가 내세운 남조정통론의 남조쪽의 충신인 난코우를 소재로 난코우결 별도楠公決別図, 제2회 졸업작품으로는 헤이케이야기 에서 주제를 선택한 요코야마타이칸(横山大観)의 쿠마노어전꽃구경도(熊野御前花見図), 니시 사토노리(西郷規)의 오니가시마결별도(俊寛鬼界ヶ島決別図) 나, 미죠구치 테이지로(溝口禎二郎)의 켄코좌표도 등이 이시기를 대표하는 역사화이다. 일본의 역사,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은 제3회 내국관업박람회에서 절정을 보이는 데, 도쿄미술학교 일본화과 교수, 타케우치도 1890년에 개최된 진무천황상 을 출품하여 묘기2등상을 수상하고, 야마다키도 목조 모리나가친왕승마상(護 良親王乗馬像) 2점을 제작하였다52). 서양화의 부분에도 고세다호우류(五姓 田芳柳)의 우에스기 가게가츠의 미소(上杉景勝一笑図), 혼다킨키치로(本 多錦吉郎)의 선녀의 날개옷(羽衣天女) 등 역사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 출품 되었는데, 일본의 국가주의가 농후하게 드러났던 명치초기의 역사화는 회화로서 가 아니고 역사가 우선되었던 것이다. 천황에게 충성을 바친 고대일본의 영웅이나 일본의 위상을 떨친 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역사화는 러일전쟁을 거치며 또 하나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고사기 를 중심으로 한 일본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의 등장이다. 즉, 일본의 역사화는 구체적 역사를 다룬 역사화에서 스사노오와 같이 국가창업에 51) 大意, 臥遊席珍 第２号, , p.8. 그후 역사화는 1887년, 용지회(竜池会)에서 하라다나오지로가 역사화는 고금의역사전쟁, 신학, 고명한 시문 등을 가지고 그리는 회화 ( 繪畫改良論, 竜池会報告 第31号, , p.33)라고 소개한 바 있다. 52) 桑原実監修(磁崎康彦, 吉田千鶴子共著), 東京美術学校の歴史, 日本文教出版, 1973, pp

23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79 관련된 신들을 소재로 한 역사화로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구로다 세이키는 헤이케이야기(平家物語) 의 코고이야기 를 소재로 옛이야기, 후지시마 타케지는 텐표시대의 악기인 쿠고를 들고 있는 여인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나타낸 텐표의 추억(天平の面影) (1902), 고사기 와 일본서기 에 등장하는 신들 을 주제로 한 아오키 시게루(青木繁) 우미노사치(海の幸) (1904), 와다즈 미노이로고노미야(わだつみのいろこの宮) 등과같은 역사화가 제작하였다. 사토우 미치자네(佐藤道真)는 1880년대는 황국사관 을 바탕으로 와케노기요 마로나 스가하라미치자네, 쿠스노기마사시게 등과 같은 천황에 충성을 다한 역 대의 충신들을 즐겨 그린 데 반해, 1890년대에는 고사기, 일본서기 에 근거한 일본신화나 태평기(율령국가)의 주제 가 그려지고, 친왕(親王)의 신정부에 의 한 국가건설 53)을 표현한 것이 많았다고 지적하였다. 1910년대와 20년대, 민족이 주권을 상실하는 질곡의 역사를 최초의 서양화가라 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온 고희동, 동서양의 미술장르를 넘나들고, 순수미술과 신문과 잡지라는 대중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를 선보인 고희동의 노력은 한 국의 미술, 한국의 역사화를 창출하려는 모색의 일환이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V. 결론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 최초로 조선인 유학생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고희동. 하지만, 이미 국권을 강탈당해 서양미술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물론, 서양 미술화 도구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 거기에 서양미술에 대한 한국사회의 몰이 해 등 귀국 후 고희동이 가야할 길은 녹녹하지 않았다. 그렇다고해도, 상당히 혜택 받은 신분으로 일본유학을 통해 서양미술을 배울 수 있었던 고희동의 너무나도 이른 서양화의 포기와 동양화로의 회귀, 그리고 1910년대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그의 소극적 행동은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화려하게 등장한 김관호처럼 화가로서 재능이 뛰어낸 것도 아니었던 고희동이 후학을 양성하고, 미술교육기관이 전무한 한국사회에서 53) 佐藤道信, 日本美術の誕生 近代日本の ことば と戦略, 講談社, 1996, p.121.

24 480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서화협회를 결성하여 배움의 기회와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화가로서보다는 교육자로서의 길에 더 중점하려 하였다는 점은 한국근대미술에서 평가받아 마땅 하다. 그런데, 고희동의 이력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또 하나의 면은 신문, 잡지 등을 통한 활동으로 1914년 최남선에 의해 창간된 계몽잡지 청년 창간표지화 도 제작하는데, 무궁화를 손에 들고, 포효하는 호랑이를 압도하는 젊은 청년의 기개와 청년에 의해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열망하는 기대를 표현하였다. 고희동의 삽화 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20년, 한민족의 열망을 담고 출범한 동아일 보 창간호 제호삽화이다. 이 삽화를 제작하기 5년 전인 1915년, 세키노 타다시일 행이 평양, 가야일의 고분을 조사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図譜) 를 출간하였 는데, 고희동의 삽화는 이 서적에 수록된 강서대묘천정 서북쪽 고임 모서리에 묘 사된 비천(飛天)과 한가운데 만개한 연꽃까지 차용한 삽화를 제작하였다. 고희동 이 비천을 차용한 것은 비천이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동아일보 창간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동아일보 창 간호에 고구려 벽화를 차용한 것은 고희동 개인의 의견도 있었겠지만, 한국의 정 통성을 고구려에 두었던 대한제국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적 정기를 바로세우고자 했던 민족주의진영과 동아일보 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는 그가 3 1운동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운동가, 오세창을 비롯하여 최남선, 박한영, 이기 등과의 오랜 교유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으로도 고희동이 고구려 벽화를 차용 한 의도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한 나라의 역사, 신화 등을 소재로 한 역사화제작은 서양미술아카데미가 추구하는 바로 당시, 일본에 유학중이던 1910년대는 일본의 고대신화를 소재로 낭만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역사화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고희동의 일련의 삽화는 대작을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적 역사화를 제작하기 위한 고희동의 의미 있는 고육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고희동, 구로다세이키, 동아일보창간삽화, 고구려벽화, 일본의 고구 려연구, 최남선, 청년, 동아일보, 역사화

25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81 참고문헌 고희동, 나와 書畵協會時代, 신천지, 서울신문사, 1954., 演藝千一夜話22,, 서울신문사, 高羲東, 朝鮮 新美術文化 創定 大評議, 春秋 제2권제5호, 조선춘추사, 김윤수, 春谷 高羲東과 新美術運動, 창비, 창작과비평, 1973., 한국현대회화사, 한국일보사, 춘추문고, 박용숙, 한국화의 세계 (교양인을위한신서 4), 일지사, 이구열, 고희동, 미술, 조용만, 한국근대단의 개척자, 고희동, 미술, 1964., 30년대의 문화 예술인들: 격동기의 文化界 秘話, 범양사출판부, 高村光太郞全集 第４卷, 筑摩書房, 黒田清輝, 黒田清輝日記 第3券, 第4券, 中央公論美術出版, 佐藤道信, 日本美術の誕生 近代日本の ことば と戦略, 講談社, 桑原実 監修(磁崎康彦, 吉田千鶴子共著), 東京美術学校の歴史, 日本文教出版, 山梨俊夫, 描かれた歴史日本近代と 歴史画 の磁場, ブリュッケ, 高階秀爾, 黑田清輝と構想画, 近代画説 第１号, 明治美術学会, 1992.

26 482 비교문학 제58집 (2012년 10월) 日文抄錄 高羲東の東亞日報創刊号揷画と高句麗壁画 崔裕景 (Seoul National Univ.) 東京美術学校西洋学科の最初の朝鮮留学生 高羲東 彼はすでに国権 を失って西洋美術への制度的支援はもちろん 絵の具さえ手にいれる ことが難しかった状況で西洋画家となった だとしても あまりにも 早かった西洋美術の放棄と東洋画への回帰 日韓併合によって国の主権 が失われる 年代を生き抜いたものとして 歴史意識の不在は批判 を免れることはできない もちろん 彼の後 華麗に登場した金観鎬 のように画家として優れた才能の持ち主でもなかった高羲東は美術教 育機関が全無だった韓国社会において書画協会を結成して 教育と展示 の機会を与えるなど画家より教育者としての道へ忠実したという点は 韓国近代美術において評価に値する ところで高羲東の履歴で注目されなかったもう一つの面は新聞と雑 誌に掲載された彼の挿絵で１９１４年 崔南善によって創刊された啓 蒙雑誌 青年 の創刊号表紙画と１９２０年 創刊される 東亜日報 の 創刊１面の挿絵などがある 特に注目に値するのは 東亜日報 の挿 絵で この挿絵は関野貞らによって調査された平壤の遇賢里大墓 江 西大墓 の玄室持送西北隅に描かれた飛天の姿はもちろん 玄室持送の 真ん中と蓮のはなさえも非常に類似している しかし 高羲東が直 接 江西大墓をみることはほとんど不可能で おそらく彼は年 関野貞が平壤 伽倻 一帯を調査したものを出刊した 朝鮮古蹟図譜 を 参考にした可能性が非常にたかい それは飛天がおめでたことを祝う メッセンジャの役割をするためであろう その上 韓国の正当性を高 句麗においた大韓帝國の有志を反映しようしたものであると思われ る これは彼は 独立運動の民族の代表 人であった吳世昌をはじ

27 최유경 / 고희동의 동아일보 창간호 삽화와 고구려 벽화 483 めとした崔南善, 朴漢永, 李沂などと長い交遊關係を維持していたこと からも高羲東が高句麗壁画を借りて挿絵を制作した意圖を十分に考える ことができよう Key words: KURODA Seiki a Mural Painting of the Kokuryo Ancient Tombs, the study of Koguryo history of Japan, the Dong-A Ilbo's first issue, the Dong-A Ilbo, Namsun Choi, Cheong yen(youth) 논문접수일 : 논문심사일 : 게재확정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