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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미적 일반성과 문법화: 한국어 동의어쌍을 중심으로 * 1) 이 성 하 (한국외국어대학교) Rhee, Seongha Semantic generality and grammaticalization: With reference to Korean synonymous pairs. The J ournal of Linguistic Science 17, The primary aim of this paper is to investigate the correlations between semantic generality of source words and the probability and richness of their grammaticalization processes by means of comparing three Korean synonymous pairs of existence verbs, placement verbs and displacement verbs. It is argued that the semantic generality brings forth crucial differences in grammaticalization both in degrees and in richness when more than one source word is in competition to specialize grammatical functions. This finding is also confirmed in a cursory exploration in some other languag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1. 머리말 그동안의 문법화 연구에서는 문법화에 참여하는 어원어들이 그 유형이나 문법화 방향에 있어서 범언어적인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자주 지적 되어 왔다. 이러한 지적은 어원결정가설 (source determination hypothesis) 이나 보편경로가설 (universal path hypothesis)에서 잘 요약되어 나타난다. * 이 논문은 이성하 (1999)를 발전시킨 것이다. 학회에서 토론과 비평과 제언으로 도움을 주 신 Vadim Kassevitch, S. Yakhontov를 비롯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또한 본 학회지의 익 명의 심사위원의 여러 도움 말씀에 감사드린다.

2 그 동안의 학계의 연구에서는 이 어원어들이 의미적 측면에서 어떠한 특징 을 가지고 있는지를 규명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의미의 변화양상이 어떠한 모형에 적절한가를 탐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성하 2000a). 그러나 어원어들은 의미상 구체성이 적어야 한다는, 즉 의미적 일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많은 학자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나 (Heine et al. 1991a; Hopper & Traugott 1993; Bybee et al inter alia) 그 이 상의 자세한 연구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글은 의 미적 구체성의 정도 차이가 문법화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조를 보이는지 를 한국어의 동의어쌍 1) 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이 어원어들이 구체적으 로 어떠한 문법화상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밝혀 보려는 시도이다. 그동안의 문법화 연구에서는 문법화되는 어원어의 의미 층위에 대한 많 은 연구들이 있었다. Traugott (1982: 246)에서는 일반적인 대화상황에서 상징적이며 직시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이어야 한다고 주 장한 바 있으며, Van Oosten (1986)도 sit, stand, lie 등과 같이 인간의 신 체적인 상태에서 기본적인 층위의 단어들이 가장 문법화되기 쉽다고 주장 한 바 있다. 또한 Sweetser (1988: 402)에서도 have, be, take, make, come, go 등은 모두 기본 층위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며 이보다 더 세분화 된, 즉 하위층위의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은 문법화될 가능성이 적다고 밝 힌 바 있다. Heine et al. (1991a: 33)에서도 Rosch (1973, 1978)의 기본층위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이 가장 유용하며 따라서 가장 높은 빈도로 쓰이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바로 이 층위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문법소의 어원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하였다. 사용빈도가 문법화와 직결되어 있다 는 생각은 Bybee (1985), Bybee et al. (1994), Hopper & Traugott (1993) 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Heine et al. (1991a: 33-35)에서는 상위범주어들도 문법화에서 자 주 어원어가 되며, 모든 기본층위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이 어원어가 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하고 문법화에 참여하는 어원어들의 특징을 여러 가지로 요약하였으나, 이 특징은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의미적 일반성 또는 의미적 구체성은 그동안 자주 사용된 개념임에도 불 1) 이 논문에서 분석대상으로 한 단어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동의어 (synonym)이기 보다는 유의어 (near-synonym)라 하여야 하겠으나 의미상의 차이가 미세하기 때 문에 편의상 동의어라 하기로 한다.

3 구하고 그 개념의 사용에 많은 혼란이 있어 왔다. 일반적으로 의미추가 (semanticization)는 의미의 내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의미소실 (desemanticization) 또는 의미일반화 (semantic generalization)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의미추가 현상은 은유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데 은유에 의해 생겨나는 의미추가 현상은 의미소실 현상과 더불어 의미변화 현상이라는 동전의 양면에 불과한 것이다 (이성하 1996). 왜냐하면, 은유에 의한 의미추가는 의미내용(meaning)은 증가하지만 의미 요소(meaning component)는 감소하게 되기 때문인 것이다. 2) 따라서 이 논문에서 사용된 의미적 일반성이란 개념은 그 단어가 사용되 는 영역이 비교적 특정적이지 않은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의하여 사용 한다. 이와 반대로 의미적 구체성이 높은 어휘는 일반의미론에서 해당범주 의 층위가 매우 낮은 경우에 해당하여 그 의미요소가 상실되면서 상의어 (hypernym)의 의미로 변형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perambulate 슬슬 걷다 > walk 걷다 > move 이동하다 ]와 같은 연속선에서 의미적 구체성의 크기는 [perambulate > walk > move]의 순서가 되며 perambulate에서 [manner]라는 요소가 삭제되어 walk의 의미가 되고, walk 에서는 [mode]라는 요소가 삭제되어 move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한국어의 동의어쌍과 문법화 본고에서는 한국어에 나타나는 세 가지 부류의 동사 동의어쌍, 즉 존재 동사의 있다/계시다, 배치동사의 두다/놓다, 제거동사의 버리다/치우다 의 각각의 단어들이 어떠한 문법화 현상을 나타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존재동사 한국어의 존재동사는 대표적으로 있다 를 꼽을 수 있다. 범언어적으로 볼 때 존재동사는 다양한 문법소로 문법화된다. 가장 보편적으로 문법화되 는 문법소로는 진행상, 계속상, 지속상, 기동상, 완료상, 강조법, 처소격, 비 교급표지 등이 있다 (cf. Heine et al. 1993; 이성하 1996). 한국어의 경우에 2) 이러한 이유로 이성하 (1996)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미추가는 화용적 추론 에 의한 의미추가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4 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법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다음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 있- 과 이로부터 발전한 -었- 이 다양한 문법화 현상을 보인다. (1) -어 있-, -었- (ㄱ) 菩 薩 이 便 安 히 야 잇거든 (석보상절) (ㄴ) 이제 사 미 모 得 야 이셔 (월인석보) (ㄷ) 黨 이 마 이러 잇 니 (월인석보) (ㄹ)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 위의 예 (ㄱ), (ㄴ), (ㄷ)에서 보는 바와 같이 15세기의 중세 한국어에서 이미 있다/이시다 동사가 연계동사구문 (serial verb construction)을 통해 새로운 문법적 의미를 취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타동사, 형용사 등은 -어 있- 구문이 불가능하고 오직 끝이 있는 자동사 이거나 (임홍빈 1975), 종결상태가 유지되는 자동사이거나 (양인석 1977), 상태변화의 과정이 나타나는 동사에서만 가능한 데 비해 (이기동 1978), 중 세 한국어에서는 매우 생산적인 구문으로 그러한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 이 쓰임을 볼 수 있다. 문장과 문맥으로 보아 이러한 문법표지의 의미 기 능은 상태지속상 (resultative / state-persistence)표지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기갑 1981: 230; 허웅 1992[1975]; 고영근 1987 등). 이러한 상태지 속상 구문은 후에 (ㄹ)과 같이 완결상 (perfective aspect) 또는 과거시제 (past tense) 표지로 발달하였다. 3) 존재동사 있다 는 -어 와의 연계동사구문뿐만 아니라 다른 비한정표지 (non-finite marker) -고, -게 와도 연계동사구문을 형성하여 문법표지로 발전하였다. 먼저 -고 와 결합한 고 와 결합한 -고 있- 의 경우에는 다음 과 같은 용법으로 발전되었다. (2) -고 있- (ㄱ) 그는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ㄴ) 그는 약을 먹고 있다. (ㄷ) 그는 노란 색 타이를 매고 있다. 3) 이러한 변화를 이효상 (1991)에서는 [perfect > anterior > past tense]로 보았다.

5 (ㄹ) 그는 그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위의 예에서 -고 있- 은 (ㄱ)에서는 전형적인 진행상 (progressive aspect) 표지로 사용되고 있다. (ㄴ)과 (ㄷ)에서는 동작 동사인 먹다 와 매 다 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구문인데 진행상과 미완료상 (imperfective) 사 이의 의미적 모호성이 있다. 즉 (ㄴ)의 경우, 약을 지금 입에 넣고 삼키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근래에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고, (ㄷ)의 경우에도, 현재 타이를 셔츠 깃에 매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이미 타이를 맨 상태로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의미적 모호성은 (ㄷ)과 같은 착탈동사 (wear-class verb)의 경우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ㄹ)에서는 알 다 가 비종결성 동사 (atelic verb)이므로 진행형으로 볼 수 없는 경우인데 이 때에는 미완료상의 표지로 볼 수 있다. 4) (ㄹ)과 같은 예는 알다 모르 다 속다 등과 같은 인식동사 (cf. know-class verbs a la 오윤자 1995)의 경우 모두에서 이러한 미완료상의 특징을 가진다. 5)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사실상 범언어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6) 또한 동사 있다 로부터 발전한 또 다른 문법표지로는 -겠- 을 들 수 있 다. 이 -겠- 의 어원에 대하여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예를 들어 Ramstedt (1939), 임홍빈 (1980) 등에서는 그 어원을 -게 있 으로 보았고, 나진석 (1953), 허웅 (1982a, 1982b), 김차균 (1990) 등에서는 -게 하엿- 에서 발전 한 것으로 보았으나 이 두 견해 모두 공통적으로 존재동사 있다 가 관여하 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 다음의 예는 -겠- 의 여러 가지 용례이다. 4) 이효상 (1991)에서는 이처럼 진행형으로 보기 어려운 용법 때문에 -고 있- 을 - 어 있 과 같은 static durative에 대응하는 dynamic durative라고 보았다. 5) 이성하 (1996: 93-97)에서는 진행상 표지가 [eventive accomplishments, activities > habituals, semelfactives > eventive achievements > resultative accomplishments, resultative achivements]의 4 단계에 걸쳐 동사와의 결합이 허 용되면서 그 쓰임이 확장되었다고 보았다. 6) 예를 들어 영어의 전형적인 진행상 표지 be -ing 의 경우에도 현재에는 미완료상 의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한국어와 유사한 변화 방향을 보여 주고 있지만 아 직은 *I am knowing the secret가 불가능한 것으로 볼 때 한국어보다는 그 기능 상의 확대폭이 좁은 것으로 보인다. 7) -게 하엿- (또는 -게 얏-, -게 엿- )의 형태소 -엿- 또는 -얏- 도 동사 있다 로부터 발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겟- 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cf. 허웅 1982b), -었- 의 원형태인 -엣-, -엇- 등의 형태들이 15세기에서 17세기 어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면, -겟- 의 형성과정에서

6 (3) -겠- (ㄱ) 나는 반드시 미국에 가겠다. (ㄴ) 내일은 비가 오겠다. (ㄷ) 나는 차라리 당신 손에 죽겠다. (ㄹ) 밥을 먹었더니 이제 좀 살겠다. (ㅁ) 알겠습니까? 모르겠습니까? (ㅂ) 이 정도 돈이면 그 집을 사겠다. (ㅅ) 그 쿠키가 참 맛있겠다. (ㅇ) 회장님이 한 말씀 하시겠습니다. 위의 여러 가지 용례들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겠- 의 다양한 용법들을 나타내 주고 있다. (ㄱ)에서는 의지를 나타내고, (ㄴ)에서 는 추정을 나타낸다. (ㄷ)은 매우 특이한 용례로 이른바 가정적 의지 (hypothetical willingness) 를 나타내고 있다. 8) (ㄹ)은 미래지향적 현재상황 (current state as futuristic mode)을 나타내고 있다. (ㅁ)은 능력을 나타내 는 용례이고, (ㅂ)은 가능성을, (ㅅ)은 평가를 나타낸다. 9) (ㅇ)은 예정을 나 타내는 용법의 예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 기능들은 통시적인 분화과정을 통해 공시적으로는 한 언어형태의 다양한 용법들로서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의미망 (semantic network)을 형성하고 있다. 10) 지금까지는 존재동사 있다/이시다 가 제 2동사로 연계동사구문에 참여하 면서 문법화된 경우들을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이것이 제 1동사로 연계동 있다 동사가 형태적 투명성을 가지고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8) 이러한 가정적 의지는 상황에 의해 강제되었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행위자의 의 지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명제를 표시하는 서법이다. 영어에서는 would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영어의 would도 미래를 나타내는 will에서 발전했다는 점은 한국어와 평행적인 발전과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Bybee et al. (1994: 195)에서는 가정적 의지를 약한 의지 (weak intention) 의 표현 방식의 하 나로 보고 있다 (cf. Horn 1972). 9) 평가 와 추정 은 화자의 판단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따라서 모두 인식적 서법 범주에 속하지만, 추정은 일반적으로 명제를 그 작용역으로 갖 고 있는데 반해 평가는 일반적으로 주어와 술어를 연결하여 줌으로써 그 작용역 이 비명제적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10) 이 의미망의 구조에 대해서는 이성하 (1996: 129ff) 참조.

7 사구문에 참여한 경우, 즉 [존재동사+비종결표지]의 구문으로부터 문법소가 발전되는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연계동사구문에서는 제 2동사와 관계없이 앞부분만이 문법화현상을 보여서 비종결표지 -어 와 함께 만들어낸 [있+어], 또는 [이시+어] 형태가 문법화를 겪게 된다. 이 형태는 존재동사의 의미 특성에 의해 주로 처소격 명사구에 후행하면서 음운축약을 거쳐 -셔, -서 (-의셔, -에서) 등의 형태 로 바뀌었고 의미기능상으로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용법으로 발전하였다. (4) -셔, -서 (ㄱ) 소인은... 요동 잣 안해셔 사노라 (번역노걸대) (ㄴ) 내 되 당의셔 글 호라 (번역노걸대) (ㄷ) 네 언제 王 京 의셔 난다 (번역노걸대) (ㄹ) 네 사랑이 포도주에서 지남이라 (솔로몬아가) (ㅁ) 우리 그냥 거기에 들어가서 자고 갑시다 (역주번역노걸대) (ㅂ) 당신이 이렇게나 값을 불러서 무엇하겠습니까? (역주번역노걸 대) (ㅅ) 길에서 떨어져서 뒤를 보고 길가에서 뒤 보지는 마시오 (역주 번역노걸대) (ㅇ) 밥을 못 먹어서 매우 배가 고픕니다 (역주번역노걸대) 위의 예에서 보면 (ㄱ)과 (ㄴ)은 장소를 나타내는 처소격 중에서도...안 에 있으면서 라는 의미를 가지는 내격 (essive/inessive)의 의미를 갖고 있 다. (ㄷ)과 (ㄹ)은 모두...로부터 이탈하여 라는 의미를 가지는 탈격 (ablative)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ㄹ)의 예는 비교구문에서 기준점을 나타내던 탈격인데 현대어에서는 -보다 로 대체되었다. (ㅁ)과 (ㅂ)은 모두 순차성표지 (sequential)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앞 명제와 뒷 명제를 순 서상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순서란 (ㅁ)에서와 같이 순 수히 시간적인 순서일 수도 있고, (ㅂ)에서와 같이 양보(concessive)의 의미 를 가진 논리적 순서일 수도 있다. 예 (ㅅ)과 (ㅇ)은 각각 조건 (conditional)과 원인 (causal)을 나타내는 문법소로 발전한 예를 보이고 있 다. 11) 11) 이러한 의미 발달에 대하여는 이성하 (1998: ) 참조.

8 지금까지는 존재동사 있다/이시다 의 문법화 실례들을 살펴보았다. 12) 이 제 또 다른 존재동사 계시다/겨시다 의 문법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중세 한국어의 존재동사로는 잇다, 이시다, 시다 등과 겨다 가 있었다. 이 겨다 가 오늘날의 계시다 의 원형태로서 15세기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 로 보이는 존칭형 겨시다 의 비존칭 대응어이었다 (cf. 이태영 1993[1988]: 63ff). 동사 겨다/겨시다/계시다 는 존재동사라는 그 의미적 특징상 문법화 에 있어서 다음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사 잇다/이시다/있다 에 준하 는 여러 가지 현상을 보였다. (5) -어 겨시- (ㄱ) 이제 다 됴 야 겨신가 못 야 겨신가 (박통사언해) (ㄴ) 이제 됴뎡이 텬하를 일통 야 겨시니 (노걸대) (ㄷ) 초심 오샤 슈염이 희여 겨시더라 며 (한듕록) (ㄹ) 세 번 올마 겨시니 (한듕록) (ㅁ) 게셔 승하 야 겨시더니 (한듕록) 위의 예에서 (ㄱ)과 (ㄴ)은 모두 -어 겨시- 가 결과상 (resultative aspect) 표지 또는 상태지속상 (state-persistence aspect) 표지로 사용되었 음을 알 수 있다. (ㄷ)과 (ㄹ), (ㅁ)은 결과상이나 상태지속상보다는 완료상 (perfective)의 용법으로 쓰인 듯 하다. 13) 그것은 특히 (ㅁ)의 예를 임금께 서 승하하셨다 로 해석하는 것이 임금께서 승하하셔 계셨다 로 해석하는 것보다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 상태지속과 완료는 모두 한 시간축 상에 일어난 동일한 사건의 여러 지점 중 어느 지점에 화자의 초점이 놓이느냐와 관련되어 있어서 그 구별이 선명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 다. 계시다 는 -고 있다 의 경우처럼 있다 동사가 형태적인 투명성을 가지 12) 위에서 논의된 존재동사의 문법기능들 이외에도, 이성하 (1996: )에서는 (...가) 있어, (...가) 있으니 와 같은 형태가 주제전환점에 자주 사용되면서 미약하 나마 일종의 주제제시표지 (topic presentation marker)로 발달하던 흔적을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이태영 (1993[1988]: 49)에서도, 중세 한국어와 근대 한국어에서는 행위자의 존재를 나타내는 언어적 습관이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13) 허웅 (1982b: 26)에서는 -아 겨시- 가 완결지속 중에서 지속의 의미 중심으로 쓰이고 완결의 의미로 이동하면서는 -으셨- 으로 대체되었다고 하였다.

9 고 사용되는 구문에서는 어휘적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 계시다 의 용 법이 -고 있다 에 준하는 진행상 및 미완료상 표지로 사용된다. (6) -고 계시- (ㄱ) 아버지께서 책을 읽고 계시다. (ㄴ) 선생님께서 롤렉스시계를 차고 계시다. (ㄷ) 선생님은 그 사실을 알고 계시다. 위의 예에서와 같이 -고 계시- 는 (ㄱ)에서와 같이 진행상 표지로, (ㄴ) 에서와 같이 진행상 또는 미완료상 표지로, (ㄷ)에서와 같이 미완료상 표지 로 사용될 수 있다. 계시다 는 있다 와 유사하게 비한정표지 -어 와 결합하여 -계셔, -겨샤 등의 형태로 다음과 같이 문법소가 된 예가 보인다. (7) -겨샤 (ㄱ) 廣 嚴 城 에 가샤 樂 音 樹 아래겨샤 굴근 比 丘 八 千 人 과 잇더 시니 (석보상절) 한국어의 특징상 위 예문에 나타난 아래 는 장소 및 방향을 나타내는 다 른 많은 어휘들과 마찬가지로 그 품사적 범주가 명사이나 처소격 조사 - 에, -애 등이 생략이 가능하며 중세 한국어는 표기상 띄어쓰기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겨샤 를 처소격표지로 보는 데에는 관련된 여러 가지 논 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세 한국어의 자료에 흔히 나타나는 이와 같은 구 문들을 통해 볼 때 위의 예를 아래에서 처럼 처소격 표지로 사용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14) 계시다 의 가장 괄목할 만한 문법화 현상은 다음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은 주격표지 -께서 로의 발전이다. 15) 14) 존재동사가 장소표지와 함께 어울려 처소격표지가 되는 것은 인식적으로 개연성 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Svorou (1988), Matisoff (1991) 등에서는 장소적 개념의 있다 동사들이 중국어, Ewe, Twi, Ga, Yao Samsao, Hmong 등의 언어에서 처 소격 표지로 발달하는 예들을 들고 있다. 15) 이태영 (1993[1988])에서는 -께서 의 어원이 이 존재동사 계시다 로부터 발전한 것과, 장소명사와 불변화사가 합쳐진 셔 로부터 발전한 것 두 가지가 있다고 주

10 (8) -께서 (ㄱ) 아버지께서 직장에 가신다. (ㄴ)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신다. 위의 주격조사 -께서 는 사실상 주제표지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있다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시다 가 존재동사로서 주제를 제 시하는 데에 적절하며 다음과 같은 예는 주제제시표지와 주격표지의 양쪽 기능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9) -겨오셔, -겨셔, - 셔 (ㄱ) 아 마님겨오셔 여러 쵸젼 시던 긋... (친필언간총람) (ㄴ) 東 萊 겨셔도 어제 일긔 사오나온 언머 슈고로이 건너시도다 념녀 시고...(첩해신어) (ㄷ) 信 使 셔도 최촉 셔 이제 내 (첩해신어) 위의 예에서 (ㄱ)은 주제제시표지에 더욱 가까운 듯하며 (ㄴ), (ㄷ)은 주 격표지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16) 이와 같은 주격표지로의 발전은 통 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성하 1996: 153). (10) (ㄱ) 명사1-주격 동사1-비종결 (=겨시어) 명사2-주격 동사2 (ㄴ) 명사1-주격 동사1-비종결 (=겨시어) 동사2 (ㄷ) 명사1 동사1-비종결 (=겨시어) 동사2 (ㄹ) 명사1-겨시어 동사1/2 (ㅁ) 명사1-께서 동사1 위의 (ㄱ)-(ㅁ)은 두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 연계동사구문이 완전한 구문 장하였다. 16) 현대 한국어에서는 주격표지 -이, -가 에는 -도 가 잘 결합하지 못하는데 반해 -께서 에는 -도 가 결합할 수 있는데, 여기의 (ㄴ), (ㄷ)의 예문에도 -도 가 붙어 있는 것이 이들 예문을 주격표지화된 -께서 로 인식하게 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 으로 보인다.

11 (ㄱ)으로부터, 논항의 생략 (ㄴ), 격표지의 생략 (ㄷ), 음운적으로 미약하고 의미적으로 결핍된 제1동사 계시다 의 제1명사에의 부착 (ㄹ), [명사+동사+ 비종결표지]를 [명사+주격조사]로 재분석 (ㅁ)하는 과정을 거쳐 주격조사 -께서 가 발전되었을 것으로 보는 도식이다. 최종단계에서 재분석이 일어 나는 데에는 (ㄹ) 단계에서 겨시어 의 통사적 위상이 완전한 동사1인지 아 니면 동사적 성격을 잃어버린 언어형식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일종의 모호 성단계가 필수적이다 (Heine et al. 1991b). 2.2 배치동사 배치동사로는 대표적으로 두다 와 놓다 를 들 수 있다. 두다 는 원래의 사물배치 의미로부터 발전된 다음과 같은 문법적 의미를 갖고 있다. (11) -어 두- (ㄱ) 그는 요리를 해 두었다. (ㄴ) 그는 사장에게 잘 말해 두었다. 위의 예에서 (ㄱ)은 물리적인 보관을 의미하는 원래의 의미와 요리행위 가 완전히 종료되었음을 의미하는 상적 의미 사이에 모호성이 있다. (ㄴ)의 경우에는 후에 별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처를 취하는 대화행위가 완료되었 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완료상 표지로 발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7) 또한 두다 는 -을 두고 와 같은 통사적 구성으로부터 비교표지로도 발전 하였다. 이러한 표지는 -두고, -두곤, -도곤, -두군, -도곳 등의 다양한 형 태로 나타났다. 다음은 이러한 예들이다. (12) -두고, -도곤, -도곳, -두곤, -두군 (ㄱ) 오 몸이 요미 서리두고 더으니 (금강경삼가해) (ㄴ) 쓴 믈 데온 믈이 고기도곤 마시 이셰 (청구영언) 17) 이성하 (1996, 1998)에서는 -어 두다 가 미약하나마 확인법 (evidential) 표지로 서의 기능이 엿보이며, 이것이 완전한 확인법표지로 발달하지 못한데에는 이미 활 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구나 의 영향이 크다고 보았다. 이처럼 두다 와 같은 배치 동사가 확인법표지로 발달하는 현상은 Malayalam어나 Newari어에서도 나타나며 범언어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12 (ㄷ) 흰구름 푸른 는 골골이 잠겻는듸 秋 風 에 물든 丹 楓 봄 곳도곳 더 죠홰라 (교시조) (ㄹ) 平 原 에 사힌 뫼두곤 노파 잇고 (태평사) (ㅁ) 두군 달이 주샤 일즉 大 司 馬 ㅣ 외여 이시며 (두시언해 중간본) 위의 예들을 보면 비교구문에서 기준점을 표시하는 비교표지로서 사용된 여러 가지 형태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용법은 후에 -보다 라는 표지 에 의해 대체되어 현대에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통사적인 구성상의 투명 성이 유지되는 -을 두고 의 형태로 기타 문법성을 표시하는 예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3) -을 두고 (ㄱ) 강을 두고 두 도시가 마주 보고 있다. (ㄴ) 십 킬로를 두고 두 도시가 떨어져 있다. (ㄷ) 십 년을 두고 그 여자를 사랑하였다. (ㄹ) 한 여자를 두고 세 남자가 싸운다. (ㅁ) 그 문제를 두고 긴 회의를 했다. 위의 예에서 보면 -을 두고 가 (ㄱ), (ㄴ), (ㄷ)에서는 사물, 거리, 시간 등의 지속표지 (durative)로 사용되었고, (ㄹ)과 (ㅁ)에서는 일종의 주제표 지처럼 사용되었다. 18) 이상으로 동사 두다 의 문법화 현상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제 이와 동 의어 관계에 있는 놓다 의 문법화 현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놓다 는 여러 가지 면에서 두다 에 대응하는 변화를 보인다. 먼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완료상표지로서의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14) -어 놓-, -라 놓- (ㄱ) 그는 문제를 풀어놓았다. (ㄴ) 돈을 투자해 놓아서 (놔서) 지금 돈이 없다. (ㄷ) 너무 서두르던 참이라 놔서 미처 인사도 못 했다. 18) -을 두고 의 주제표지로서의 용법에 관하여는 이성하 (1996: 32-33) 참조.

13 위의 예들은 모두 완료상표지로서의 기능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데 완료 상표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ㄱ)에서는 일종의 예비성 (purposive)표지 로, (ㄴ)과 (ㄷ)에서는 일종의 무력감 (helplessness) 표지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무력감 표지는 동사에 의해 나타내지는 행위가 완전히 끝 났음을 뜻하는 데에서 발전된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한 행위종결로부터 바 람직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변화의 방향은 제거동사 버리다 의 발전과도 유 사성이 있다. 19) 놓다 동사는 위의 두다 동사와 거의 호환성을 가지면서 쓰일 수 있는 예들이 다음과 같은 경우에서 보인다. (15) -을 놓고 (ㄱ) 한 여자를 놓고 세 남자가 싸운다. (ㄴ) 그 문제를 놓고 긴 회의를 했다. 위의 예들은 모두 -을 놓고 가 주제제시 표지로 사용된 경우들이다. 2.3 제거동사 한국어의 제거동사로는 대표적으로 버리다 와 치우다 를 들 수 있다. 먼 저 버리다 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버리다 가 문법화하여 다양한 의미 로 사용된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경우들을 들 수 있다. (16) -어 버리-, (ㄱ) 그가 밥을 먹어 버렸다. (ㄴ) 네 고로이 알턴 병을 다 어 리니 (인현왕후언간) (ㄷ) 대명과 교통 기 치어 리고 문셔의 우리 년호 고... (산성일기) (ㄹ) 인절미 모도 석어 버려 (추사언간) 19) 배치동사가 바람직하지 않음(undesirability) 이라는 관점을 나타내는 기능을 취 하게 되는 변화는 범언어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으나 Lhasa어에서 이러한 변화가 보인다 (DeLancey 1991, 박인선 1994).

14 (ㅁ) 같이 가던 사람이 고자질을 해 버렸다. 위의 예에서 (ㄱ)은 가장 전형적으로 완료상을 나타내는 예로 볼 수 있 다. 그 외의 예들도 모두 공통으로 완료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화자관점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즉 (ㄴ)에서는 완결이 강조되어 있고, (ㄷ)에는 회복불가능성이, (ㄹ)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음이, (ㅁ)에서는 행동 주의 악의성이 부각된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은 서로 연결되어 파생된 것 으로 보이며 상호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개 다른 의미로서도 사용이 가 능하다. 버리다 와 유사한 치우다 도 문법화 현상을 보이는데 버리다 보다는 그 정도에 있어서 훨씬 미약하다. 용례로는 버리다 에 상응하는 다음의 예들 을 들 수 있다. (17) -어 치우- (ㄱ) 그는 숙제를 해 치웠다. (ㄴ) 그가 그 일을 해 치웠다. 위의 예에서는 -어 치우다 가 완료상을 표시하는 기능으로 사용되었다. 완료, 완결의 상적인 의미 이외에 화자의 관점을 표시하는 기능은 버리다 의 경우보다는 미약한데 예를 들어 (ㄱ)이나 (ㄴ) 모두에서 완결, 회복불 가능, 바람직하지 않음 등의 의미는 가능해 보이지만 악의성 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20) 지금까지 한국어의 존재동사, 배치동사, 제거동사의 동의어쌍들이 어떠한 문법화현상을 보이는지에 대해 용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정리 해보면, 존재동사의 경우에는 있다 가 계시다 보다, 배치동사의 경우에는 두다 가 놓다 보다, 제거동사의 경우에는 버리다 가 치우다 보다 훨씬 더 그 문법화 정도와 다양성에 있어서 현저하게 더 문법화하였음을 볼 수 있 다. 20) 이러한 불균형은 여러 가지 근원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치 우다 가 연계동사구문에서 다른 동사와 공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15 3. 의미적 일반성과 문법화 위에서는 동의어쌍의 어원어들이 문법화상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 펴보았다. 이제는 이들 어원어의 구체적인 의미적 차이와 문법화 정도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3.1 한국어 동의어쌍의 경우 먼저 존재동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있다 와 계시다 의 가장 현격한 의미 적 차이는 [±honorific]이라는 의미자질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21) 이처럼 추가적인 의미자질을 가지고 있던 계시다 는 주술일치에 있어서 반드시 그 주어가 [+honorific]의 자질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분포상 제약을 받게 된다. 22) 따라서 계시다 의 문법화는 있다 가 관여하고 있는 문법화현상에 서 있다 가 형태적 투명성을 가지고 쓰이는 경우에만 일종의 어휘대체 (lexical substitution)의 형식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허웅 (1982b: 26)에서 지적한 대로 -아 겨시- 가 완결지속 중에서 지속의 의미 중심으로 쓰이고 완결의 의미로 이동하면서 는 -으셨- 으로 대체되었다고 한 지적과 일치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의 미기능 변화에 있어서 있다 동사는 -아 있- 처럼 형태적 투명성을 보이 던 상황에서 -었- 처럼 형태적 투명성을 잃어버리게 된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같은 존재동사의 동의어 또는 유의어로서 존재하다, 살다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문법화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들 두 동사는 문법화현 상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두 동사가 위에서 논의한 있다 보 다 의미적 자질이 더 복잡하여 [+animate]이라는 의미자질이 있기 때문으 21) 원래 15세기 이전에는 동사 겨다 가 있어 [honorific]의 자질이 없는 경우에 사 용되었으나 15세기부터는 겨다 의 [+honorific] 대응어인 겨시다 만 사용되고 겨 다 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겨다 의 자연적 도태에 대한 논의는 이 논문의 범위 를 벗어나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루지 않으나, 이태영 (1993[1988]: 63)에 따르면 이미 15세기 이전에도 겨다 는 2인칭과 3인칭 주어에만 국한하여 쓰였다고 하므 로 그 쓰임이 분포상 제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22) 실제 사용빈도에 있어서 있다 와 계시다 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의 경우 에도 이 비율은 약 1:100 정도로 계시다 가 드물게 쓰이고 있다 (문영호 외, 1994 참조).

16 로 보인다. 23) 또한 살다 의 경우에는 [+activity]의 자질을 일부 가지고 있 기도 하다. 24) 배치동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두다 와 놓다 는 의미적으로 유사하나 차 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행위동사의 기본적인 스키마에 시점, 행 위, 종점, 결과상태 등 네 가지의 요소가 있다고 할 때에 두다 는 종점과 결과상태에 의미적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편 놓다 는 시점, 행위, 종점, 결과상태의 모든 단계에 초점이 있다. 결과상태의 경우 두 동사는 약간의 추가적인 의미차이가 있어서 두다 는 결과상태의 적극적인 유지보존에, 놓 다 는 비적극적인 결과지속에 초점이 있다. 25) 한국어의 배치동사는 두다, 놓다 의 전형적인 경우 이외에도, 넣다, 얹 다, 담다, 끼다, 끼우다, 걸다, 붙이다... 등 많은 어휘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배치동사로서 가지는 [placement]라는 의미 이외에도 목표점의 물리 적 윤곽, 이동의 방식 등 세부사항에 대한 특정성을 의미자질의 일부로 가 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적 일반성이 낮다. 이러한 의미적 일반성이 사용 빈도를 높이지 못하고 따라서 이들이 문법화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 다. 26) 제거동사의 경우, 버리다 와 치우다 또한 의미상 일반성에 있어서 차이 가 있다. 이 두 동사가 모두 사물의 이동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의 모습을 출발점, 동선 (trajectory), 목표점으로 나누어 볼 때, 버리다 는 행 위자로부터의 이탈, 즉 출발점으로부터 동선 초입에 이르는 짧은 영역에 초점이 놓이지만, 치우다 는 출발점으로부터 동선을 따라 목표점까지 이르 23) 존재하다 의 경우에는 한자식 어휘 (Sino-Korean word)이기 때문에 다른 동사 들보다 형식적이고 현학적인 장르에서 쓰이게 되어 분포상 더 미약하다는 것이 문법화에 또 다른 장애로 작용한 것 같다. 24) 예를 들어, 행위동사만이 처소격에 -에서 를 쓸 수 있는데 살다 는 -에 뿐만 아 니라 -에서 도 쓸 수 있다. -에서 와의 결합이 가능한 것은 살다 에 [+activity]의 자질이 있기 때문이다. 25) 결과상태의 이처럼 섬세한 차이에 대한 논의는 이기동 (1979: 76) 참조. 이 두 동사의 상세한 의미비교에 대하여는 이성하 (1996: 42-48) 참조. 26) 두다 와 놓다 의 사용빈도수를 조사해보면 현대 한국어의 무작위 표본에서는 약 100:20으로 놓다 가 드물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문영호 외 (1994)의 조선어 빈도수사전에서는 38:100으로 두다 가 더 드물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러한 현격한 차이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것과 관련하여 북한에서의 이들 두 동사의 문법화현상이 남한의 현대 한국어에서의 현상과 차이를 보이는지는 흥미 로운 연구과제이다.

17 는 전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치우다 는 김성화 (1990: 228)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심성이 부족하고 급하게 이루어지는 동작을 나타낸다. 이러한 점에서 치우다 는 의미적 일반성이 버리다 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27) 이와 같은 의미적 일반성의 차이는 다시 사용빈 도의 차이로, 이것은 다시 문법화 가능성의 차이로 그 영향이 미치게 된 다. 28) 한국어의 제거동사는 위의 버리다, 치우다 뿐만 아니라 제거하다, 없애 다, 갈다, 거두다, 빼다, 뽑다, 쓸다, 떼다, 따다, 내다, 제치다, 털다, 깎다, 날리다... 등 많은 어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그 어느 것 도 문법화현상이라 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은 모두 이들 어휘의 의미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한자식 어휘 제거하 다 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장르상의 문제와 분포상의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고, 없애다 의 경우에는 [없+이+하다]와 같은 통사적 구성에서 어 휘화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것은 어휘내부의 형태적 복잡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기타 다른 어휘는 대부분 제거동사로서 가지는 [displacement]라는 의미 이외에도 출발점의 물리적 윤곽, 이동전 부착상태, 제거행위를 위한 힘의 부여방식, 이동체의 이동방식, 다른 이동체와의 대체 등 세부적인 부 분에 대한 특정성을 의미자질의 일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적 일반 성이 낮다. 이처럼 의미적 일반성은 그 해당 어휘의 문법화 가능성에 직접 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2 범언어적 고찰 의미적 일반성과 문법화의 상관성은 비단 한국어의 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범언어적 문법화 연구에서 의미와 문법화는 밀접한 상 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9) 27) 이성하 (1996: 67-72)에서는 치우다 가 15-17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주로 오물 또는 배설물의 제거 또는 이동 에 사용되던 어휘임을 지적하였다. 격이 낮은 행 동 이라는 특징도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8) 문영호 외 (1994)의 조선어빈도수사전에서는 버리다 와 치우다 의 사용빈도수가 약 100:13으로 치우다 가 드물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29) 범언어적인 상세한 논의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태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비교분석한 이성하 (2000b) 참조.

18 예를 들어 영어의 이동동사 go와 유의어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18) go류 (ㄱ) I am going to come. (ㄴ) *I am {walking, dragging, trotting...} to come. 위에서 보면 (ㄱ)에서와 같이 go는 미래성 (futurity)을 표시하는 표지로 문법화하였으나, 그 하의어인 (ㄴ)의 경우에는 유사한 구문에서 문법성 표 지로 발달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하의어 부류인 walk, drag, trot 등은 go에 비해 [+mode], [+manner] 등의 의미요소가 더 추가되어 있어 의미적 구체성이 더 큰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예에서와 같이 프랑 스어에서도 평행적인 현상을 보인다. (19) aller류 (ㄱ) Nous allons chanter. 우리는 노래할 것이다 (ㄴ) *Nous marchons chanter. 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ㄱ)의 aller는 미래시제표지로 발달하였으 나 marcher는 문법화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marcher가 걷다, 행진하다 의 뜻을 가지고 있어서 aller 가다 보다 [+mode], [+manner]의 의 미요소가 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일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 사 oku는 놓다 의 뜻을 가진 전형적인 배치동사이다. 이 동사는 다음과 같 이 문법소로서의 용법을 가지고 있다. (15) oku (Ono 1992; 문명재, 개인자문; Abe, 개인자문) (ㄱ) Sono hon-o dashi-te oi-ta. 나는 그 책을 (나중에 쓰려고) 꺼내 놓았다 (ㄴ) Kare-ni kimi-no koto-wa hanashi-te oi-ta. 내가 그에게 너에 대해서 잘 말해 두었다 위의 예에서 보면 동사 oku는 미래의 효용성을 위한 동작임을 표시하는 목적성 (purposive)의 표지인 조동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어에

19 있어서 oku의 유의어로는 다음과 같은 동사들이 있다. (16) yasunzuru/hozonsuru/tamotsu/mamoru (이충균, 개인자문) (ㄱ) yasunzuru: 지키다, 편안하게 하다, 안심시키다 (ㄴ) hozonsuru: 보존하다 (ㄷ) tamotsu: 지키다, 소유하다 (ㄹ) mamoru: 지키다, 방어하다 위에 제시한 여러 가지 oku의 유의어들은 지키다, 두다 와 같은 배치 및 상태 유지의 의미와 관련하여서는 일종의 유의어에 속하지만 여러 가지 다른 의미요소들을 갖고 있다. 즉, yasunzuru의 경우에는 평안함과 관련되 어 있고, hozonsuru의 경우에는 보존이나 유지와 관련되어 있으며, tamotsu는 소유의 의미가 강하고. mamoru는 소유상태로부터의 박탈과 관 련된 방어에 그 의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의미 특징에 의해 보 편적인 의미를 가진 oku와는 그 의미적 구체성 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 는데 이러한 차이가 문법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ㄴ) 의 hozonsuru의 경우에는 한자어 보존( 保 存 ) 에서 유래한 한자식 동사인데 이 점도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hozonsuru의 문법화를 억제하고 있는 원인으로 보인다. 3. 문법화와 의미: 남겨진 과제 지금까지 한국어의 존재동사, 배치동사, 제거동사의 동의어쌍을 중심으로 단어의 의미와 문법화와의 상관성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특히 이들 동의 어 또는 유의어들을 의미요소상의 작은 차이에 따라 비교하였다. 의미의 구체성과 문법화와의 상관성에 대한 기본적인 가설은 의미가 구체성이 적 을수록, 즉 의미가 일반성이 클수록 문법화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것 이다. 이러한 가설은 대개의 경우 잘 적용되는 것 같으나 몇 가지 해결하 기 어려운 문제점들을 남기고 있다. 문법화와의 상관성에서 볼 때, 만일 의미적 일반성이 문법화를 보장하여 준다면, 인간의 인식에 있어서 세상을 파악할 때 이른바 모든 상황(event) 은 동작(motion)과 상태(state)로 대별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두 가지

20 주된 상황이 어휘화되어 있는 움직이다 와 있다 의 두 어휘는 반드시 문법 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언어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움직이다 는 있다 보다 문법화가 덜 되는 것 같다. 이것은 있다 라 는 stasis 의 개념이 인간의 인식상에서 움직이다 와 인식적 대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다, 가다, 오르다, 내리다 등과 같은 직시동 사류 (deictic motion verbs)와 인식적인 대치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인간의 경험에 있어서 이동의 방향이 매우 기본적인 요소 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실제 문법화의 예들을 통해 살펴 보면, 이런 직시동사류 중에서도 오르다, 내리다 보다는 오다, 가다 가 더 기본적인 것으로 보이며, 오다, 가다 의 수평이동동사 중에서도 오다 보다 는 가다 가 더 기본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의미층위의 문제는 결국 인간이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 즉 인식 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문법화가 일어나는 개연성이 가장 높은 기본층위란 결국 인간의 인식상 가장 기본적인 경험이란 무엇인가 하 는 문제로 귀결된다. 4. 결론 이 논문에서는 문법화 현상이 어휘의 의미상 일반성과 어떠한 상관관계 를 맺고 있는지를 한국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범언어적으로도 몇 개의 언 어에 나타나는 유사한 경우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대개 의미적 일반성이 높은 어휘는 그보다 일반성이 낮은 어휘보다 문법화하는 개연성이 높은데 그것은 이러한 일반성이 그 어휘의 사용빈도 를 높게 하고 높은 빈도수를 가진 단어는 그만큼 문법화할 기회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법화의 개연성은 일반성이라는 단일차원 적인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인식에 있어서 기본적인 경 험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방면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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