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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겨레 만고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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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1 정석구 칼럼 5 2 염무웅.박근혜 시대에 적응히기 9 3 기고 [노인철]바꿀 때가 됐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마라[박범신] 11 4 한겨레( ~) ~ ~ 한겨레( ~12.1) 서경석의 일본통신 응답하라!엠비시 한겨레 2( ~6.5) 자유경쟁과 자유시장의 원조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왜 성공한 대통령이 없을까 박근혜표=홍준표 개성공단은 어떤 곳? 개성공단 파탄지경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어느 내과 전문의 의사의 편지 안나 카레리나라는 낯선 기호 자살유발사회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생각하는 나라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이상수의 고전중독 안도현의 발견 274

4 26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한겨레5(2013년6월19일~)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한겨레 사설( ~) 322

5 정석구 칼럼 : 년 1월15일 불통 인수위.... 예상은 했지만 박 당선인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불통'이 여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온갖 비 판에도 대변인에 '막말 윤창중'을 고수한 데 이어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렸다. 이런 행보는 그의 정치적 인식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먼저 1)민주주의에 대한 소양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란 원래 좀 시끄럽고 그것 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정치제도다. 정책 혼선을 이유로 침묵을 강요하고, 효율을 앞세워 논쟁을 회피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여러 계층 간에 상충하는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주 중요한 과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절충하는 여러 충위의 논의와 논쟁이 불가피하다. 어찌 보면 소모 적으로 보이는 이런 토론의 장을 활짝 열어주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다. 공론의 장이 사라지고 일사불란함 을 강조하는 인수위 운영을 보면서 박 당선인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더 퇴행시킬지 걱정되는 건 자 연스럽다. 2)공인으로서의 공복 ( 公 僕 )의식의) 부족 도 빼놓을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 들은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할 권한을 위탁받은 심부름꾼이다. 그 권한 행사도 법률에 의해 엄격한 제 한을 받는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면 국가권력을 전리품처럼 간주해 멋대로 쓰려고 한다. 이런 '권력의 사유화'는 이명박 정부에서 두드러졌다. 정권을 잡자마자 힘 있는 돈 되는 자리는 모조리 빼앗아 자기편들 끼리 나눠 먹었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 같은 무지막지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통 인사'를 자 행하고, 인수위에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데서 보듯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인수위는 박 당선인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는 사설 자문기구가 아니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다. 따라서 인수위의 모든 논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정석구 칼럼 5

6 3)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그의 언론관도 문제다. 박 당선인이 언론, 그리고 언론인을 보는 시각이 어떤지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임명에 함축돼 있다. 윤 대변인은 '정통 언론인'으로 보기에는 결함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언론계와 정치권을 넘나드는 걸 당연시하고, 정제되지 않은 막된 언어로 편향적인 글을 썼 던 대표적인 기자다. 이런 부류의 기자를 어떻게 '언론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해 인수위 대변인에 임명 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또한 함구령을 내린 채 대변인의 발언만을 받아쓰게 하는 것은 언론을 일방적인 정 책 전달 수단쯤으로 여기는 처사다. 박 당선인의 비민주적인 이런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와 언론 간에 정상적인 관계 형성은 요원하다.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새 정부를 인수위처럼 운영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게 된다. 김지석의 말과 소통 개혁적 보수와 박근혜의 불통.... 박근헤 당선인은 출발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권의 성패에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공 약 이행과 사회적자본(신뢰)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모습을 보면, 나름대로 강하지는 않을 지라도 지속적인 개혁 행보를 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말과 행동은 개혁과 여전히 거리가 있다. '한 방향의 정부(1.0)을 넘어 쌍방향의 정부(2.0)를 구현하고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을 열겠다'고 하지만 실제 태도는 1.0 수준에 머 문다. 그가 다른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인사와 정책 안 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그가 '국정운영 중심축'의 하나로 제시한 '경제부 흥'은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처럼 1960~70년대에 쓰던 시대착오적인 용어다. '국민안전' 또한 군사정권을 포 함한 모든 보수정권이 '법질서'를 내세우면서 국민을 억압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기자회견을 꺼리 고 주변 사람에게도 언론 접촉을 피할 것을 강요하는 게 조심성 때문만은 아니다. '개혁의 독'인 강경 우파 와 거리를 두지 않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조짐도 보인다.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은 당위이고, 소통은 필수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때 국민 지지율이 90%를 넘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개혁을 뜻은 있었으나 국민과 함께 해나가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게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지금의 과제는 그때보다 어렵고 국민의 수준은 더 높아졌다. 개혁적 보수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말과 소통에 대한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 불통즉통 ( 不 通 卽 痛. 안 통하면 아프다)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정석구 칼럼 6

7 독재'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 정석구 칼럼 칼럼 ( ) 왜 성공한 대통령은 없을까 성급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 씬 높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내 갈 길 내가 알아서 간다'는 불통 대통령 이어 서만이 아니다. 비리로 얼룩진 비B 급 인사들로 내각 을 구성하고, 대선 공신들에게 전리품 나눠주듯 낙하산 인사 를 자행해서만도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우리의 정치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게 돼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성패는 사회 통합을 얼마나 잘 이뤄내느냐에 갈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사회적 환경 은 구조적으로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회 통합을 이루려면 타협과 양보가 필수적 인데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치 세력 간 대화와 타협의 유인 이 별로 없다. 선거 과정에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고 한 박 대통령도 한두번 그런 몸짓을 할지 모르지만 굳이 계속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 에 따라 모든 걸 잃은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의 '대권' 쟁취를 위해 투사형 정당이 돼 가고, 이로 인해 일상화된 정치적 갈등은 사회 통합의 장애 요소로 작용한 다. 특히,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승자가 되는 현행 선거제도는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 익을 대변할 다양한 소수 정당의 형성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사회 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 든다.... 취약한 정당구조는 대통령의 실패를 부추긴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념정당이라기 보다 대 통령 지원 부대 성격이 강하다. 현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히 그렇다. 만약 새누리당이 분명한 정책 방향과 지도력을 갖고 있다면 박 대통령의 일탈을 견제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이끌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야당이라고 커게 다르지 않다. 이념과 정책을 명확 히 하고 이를 토대로 지지 세력을 결집해가기보다는 당내 권력 싸움에다 대권 쟁취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도하게 비대해진 관료집단 도 대통령의 성공을 돕기보다는 실패 쪽으로 이끌 가능성이 정석구 칼럼 7

8 과도하게 비대해진 관료집단 도 대통령의 성공을 돕기보다는 실패 쪽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관료집단은 이미 부처 이기주의와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공룡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박 대통령에게 이리저리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 것 자 체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을 갖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과 조언 을 넘어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느 정치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 다. 그것의 출발은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 제도 개혁, 정책과 이념에 따라 운영되 는 정당 건설, 관료집단의 조직이기주의 타파 등이 될 겻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런 개혁 없이 '제왕적 대통령'만 아무리 비판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시스템을 근 본적으로 뜯어고칠 '대한민국 구조개혁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정석구 칼럼 8

9 염무웅.박근혜 시대에 적응히기 :09 염무웅 칼럼 2013년 1월14일 박근혜 시대에 적응하기 5년간 하도 터무니없는 꼴을 겪었기에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국민 과반수의 절실한 소망이었다. 하지 만 결과는 허망하게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낙담을 넘어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만나면 피차 위로를 건네었고, 헤어지면 혼자 긴 우울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체로서는 귀한 경험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고통 없이 어찌 참된 성숙에 이를 수 있겠는가. 대선 이후 한국 현대사를 다룬 책들의 판매가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고도 얼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다. 오늘의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의 뿌리를 역사의 맥락 속에서 탐색해보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희망의 조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사실은 역사서 구매층이 주로 젊은 여성이라는 점 이다. 한 인터넷서점의 집계에 따르면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구매자의 30.7%가 20대 여성, 23.1%가 30대 여성이고 전체 남녀 비율은 35.3%대 64.7%라고 한다. 전체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여성인 셈 인데, 이 지나친 불균형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사실 이번 대선을 통해 입증된 것 중의 하나는,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지적인 빈곤이다. 그런 츨볌과 결부해서 더 지적한다면 독서문화의 기반이 되는 교육 현실의 황폐화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 알 수는 없으되, 선거 기간 중 '반대한민국적'이란 말이 야당 후보 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말을 통해 의도한 주관적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한다는 것 이겠지만, 그러나 실제 언어 사용에 의해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 말의 사용자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유 래와 대한민국 헌법의 형성 과정에 대해 아주 무지하거나 극히 왜곡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 카시즘의 원조인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가 그러했듯 한국의 극우 논객들도 대부분 말의 품위를 지키고 참 과 거짓을 가리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는 박근혜 시대 5년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현명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 러기 위해서 할 일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한가지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또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서 박근혜가 어떻게 불리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야권에서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 쟁점 중의 하나는 그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이었다. 박정희가 합법정부를 총칼로 뒤엎고 정권을 잡았으며, 통치기간 18년 동안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자유와 인권을 억압했다는 것은 만인 공지의 사실이다. 딸인 박근혜 자신도 유신 기간의 피해자들에게 사과의뜻을 표한 바 있었다. 물론 그것으 로 독재의 죄과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딸에게 책임을 물을 바에는 그가 정계에 입문하던 1998 염무웅.박근혜 시대에 적응히기 9

10 년의 시점부터 물어야 옳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박정희가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는 데서 기인한다. 그의 정부가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사실을 공공연히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게 그것은 지금의 일상생활과 떨어 진 역사의 일부이자 한갓 정치쟁점으로 축소되어 있다. 반면에 그 탄압의 대가로 축적된 물질적 부는 현재 의 풍요를 가져온 필수적 전제로 미화되고 있다. 수많은 병사들이 희생으로 얻어진 전쟁의 승리가 다만 장 군의 공훈으로 기억되는 것과 같은 역사의 부조리가 박정희의 이름에는 새겨져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선 거 때마다 그 부조리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고, 민주개혁세력은 그 부조리가 역사 의 전진을 가로막는 암초임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상 박근혜는 매순간의 정치적 결정과 정책적 선택을 통해 박정희의 역사적 유산을 현실속에서 해석하는 과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막중한 업무의 수행을 통해 그는 아버 지로부터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신의 독자적인 이름을 역사에 기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필요한 비판을 마다 않음으로써 그의 성공을 돕는 것은 물론 그것이 우리의 삶에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염무웅.박근혜 시대에 적응히기 10

11 기고 [노인철]바꿀 때가 됐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마라[박범신 박범신] : 기고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노인철' 바꿀 때가 됐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젊은층 일각에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 다. 선거 결과가 자신들의 바람과 사뭇 달라진 배경에 노년층의 투표가 한몫했다는 생각으로 이런 의견을 내놓는 것이리라 짐작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결과와는 무관하게, 노인 무임승차는 재고할 때가 되었다. 지금 만 65살 이상인 대한민 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 당시 65살 이상 인구 비율 은 고작 3.8%였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이미 10%를 넘어섰고, 머지않아 20% 이상이 될 것이다. 흥미 로운 사실은 1980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하던 때엔 노안 연령기준이 70살 이상이었는데, 그 뒤 정치적 이 유에 따라 65살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게 화근이다. 일부 지하철은 이제 '노인철'이 된 지 오래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늘 노인들로 북적인다. 특히 제기역과 종로3가역은 아예 노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커피 주문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 때문에 브 랜드 커피점들이 종로3가역 주변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인들은 지하철 차내 경로석이 부 족하자 일반석까지 차지한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마지 못해 자리를 양보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엔 노인인구 비율보다 승차횟수가 많다고 한다. 지하철공사마다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공 사의 경영 악화는 물론이고,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무임수송에 의한 적자가 전 체 운영적자의 90%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노인 교통요금제도는 세 가 지로 차별화돼 있다. 우선 교툥에서 바라보는 노인 연령 기준이 다르고, 둘째, 할인 폭이 다르다. 그리고 대상자가 전체냐 부분이냐에 차이가 있다. 우리도 이젠 노인 무임승차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 추세에 맞춰 '노인'의 기준 연령도 기존65살에서 외국처럼 70살이나 75살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 '고 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넘어가기 전에 짚어야 할 과제다. 노인 교통요금을 지금처럼 완전 무료로 하는 것도 여러모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무료는 차내 혼잡과 세 대 갈등만을 초래한다. 일반철도는 노인들에게 30% 할인을 해주는데, 지하철은 100% 무료하는 것도 형평 기고 [노인철]바꿀 때가 됐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마라[박범신] 11

12 성에 문제가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전철의 길이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무료로 이용하는 승객에 게 유료 승객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무임승차를 전제로 한 노인 택배 아르바이트도 성 행하는 실정이고 보면, 무임승차를 남용하는 노인들을 막기 위해 단돈 100원이라고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떳떳해진다. 무조건 무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교통수요에 탄력적으로 연동하는 할인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대상 연령층에만 들면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보다 연령대별 소득수준의 잣대를 추가로 적용해보는 것, 또 교통카드를 활용해 이용 횟수를 한달간 몇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 등도 연구해볼 수 있다. 또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해당 운영기관에 재정부담을 줘서도 곤란하다. 지하철공사는 지자체에 노인 수 송요금의 환급을 요청하고, 지자체는 다시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만 지하철공사와 노인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 합리적인 노인복지 수혜 대상 전정과 국가가 응당 부담해야 할 기금 설정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는 이제 정치적 논리보 다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말라 기고 박범신 소설가 상명대 석좌교수 나는 현실정치의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살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랬다. 내 안의 단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때마침 낙향해 지내면서 나의 삶을 총체적으로 성찰해 보고자 하는 시기였고, 정파에 따라 세상이 두 토막 세 토막 나뉘어 싸우는 것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137명에 달하는 후배작가.시인을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최근의 사태를 보고는 솔직히 뒷 짐지고 있었던 내가 너무 ' 이기적' 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후회했다. 젊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신문에 게재한 광고는 " 검은 연기"로 타오른 철거민, 내쫓긴 언론인들을 비롯한 고통받아온 많은 사람들의 경우를 열거하면서, 지난 몇 년 우리는 " 힘든 시기"를 모냈다고 전제하고, 동시대인의 " 고통"을 지켜볼 수만은 없으니 이제 " 정권교 체"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특정인, 특정 정파를 지지한다는 말은 없었다. 다만 "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위한 진정성 넘치는 비전을 " 정권교체" 화두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선관위 는 실정법을 들어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문학은 고통과 상처를 그 자궁으로 삼고 출발했다. 모든 작가는 시대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윤동주는 심지어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쓰고 있지 않았던가.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작가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137명의 작 기고 [노인철]바꿀 때가 됐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마라[박범신] 12

13 가들은 마땅히 제 몫의 일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최종적인 꿈은 더불어 사는 완전한 민주주의 실현일 것이다. 알다시피, 정파적 가름과 그 배타성의 바이러스는 이미 온 국민을 감염시켰다.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 국 민통합' 을 부르짖고 나온 것도 더 이상 이런 분열을 방치한 상태에선 상생을 위한 민주주의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거짓말할 생각이 아니었다 면, ' 대통합' 의 케치프레이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근간이 될 것이고, 이는 모든 국민이 하나 같이 염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계당국이 이 염원에 재를 뿌리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박근 혜 정부의 짐이 될 게 뻔하다. 지난번 총선에서 나도 투표한 뒤 ' 인증샷' 을 보내주면 선착순으로 사인본 책을 보내준다고 했 다가 선관위로부터 '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 ' 경고' 처분은 나를 조금도 반성시키지 않 았다. 단언하견대, 이번 경우도 그럴 터이다. 벌써부터 작가들은 벌금 처분이 나와도 " 몸으로 때우겠다!"며 벼르고 있다. 137명 모두 한국문학의 내일을 짊어질 유망한 작가들이다. 그들이 모두 유치장에 간다면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은 물론이고, 자기성찰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 고 싶은 나 같은 사람까지도 유치장 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게 될지도 모르며, 수많은 독 자들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작가는 말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의 발언을 " 처벌' 만으로 다스리려는 행위는 걸단코 성공할 수 없다. 좋은 권력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여 작가들의 선언처럼 "이 세계를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시대"의 꿈을 포기하기 않는 권력이다. 정치검찰이라고 비난받아온 검찰이 혹시 이로써 권력자의 눈에 들고자 오판하 여 ' 엄한 처벌' 을 획책한다면 작가들의 ' 발언' 은 그로부터 더 거대해질 것이다. 기고 [노인철]바꿀 때가 됐다.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마라[박범신] 13

14 한겨레( ~) :29 한겨레 프리즘 그래도 고맙다, SNS 양선아 스페셜콘센트팀 기자 "당분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안 할 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데 자꾸 착각하게 만들어. 무기력함이 느껴져. 다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고 짜증만 나." 대선이 끝나고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자기가 속한 에스엔에스 세계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야만과 폭압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실제 대 선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서도 '맨붕'을 호소하며 당분간 에스엔에스를 안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등장했다. 사람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 여겨졌던 에 스엔에스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대선을 기점으로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심지 어 에스엔에스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 을 표출하고 대선 결과와 투표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댜봤다. 이번 대선은 또 에스엔에스를 활용 한 선거운동이 허용된 첫 선거였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각 후보의 선거 공 약과 민생 현장을 전하는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에스엔에스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선거 당일에는 에스엔에스로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적잖은 영 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 결과를 토대로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이상 에스엔에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진보 진 영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도 과거보다 더 쉽게 에스엔에스에 접근 할 것이고, 보수 진영도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해 지지층을 공고하게 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선거일까지 박근혜 당선인의 트위터 글은 178만2000여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63만1000여건이었다. 카카오톡 친구도 박 당선인은 49만명으로 36만명인 문재인 후보보다 많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에스엔에스 활동은 박 당선인의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한겨레( ~) 14

15 일부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결과는 물론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남 탓, 자포자기, 체념, 무 기력감, 무관심이다. 파편화된 개인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희망은 있다. 과거보다 투표율이 훨씬 높아졌고, 투표자의 48%가 박 후보에게 명확히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65.2%로, 16대 대선에 비해 8.5%나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언론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기간 동안 에스엔에스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자와 나라의 방향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했다.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에스엔에스 분석가이자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공식은 연결- 공감-연대라고 주장한다. '고립된 개인'이 오프라인에서 '연대'가 이뤄지고 그것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 다.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고립을 선택하지는 말자. 이런 때일수록 더 연결하고, 더 공감하자. 며칠 동안 '멘붕'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에스엔에스에 올라오는 주옥같은 글들로 마음을 달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고맙다, 에스엔에스. 여전히, 국민이 주인입니다 한인섭 칼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한 주가 되어 간다. 환희와 낙담이 교차하던 그날은 우리의 기억과 우리 역사의 일 부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격렬했던 선거전이 끝난 지금, 우리 국민 사이에 놓인 갈등의 거대한 골을 확인한 다,. 이념 간, 세대 간, 지역 간 균열도 분명하다. 이 갈라진 골을 어떻게 메우면서 하나의 나라, 한 국민으 로 통합할 수 있을 지 잠시 아득하다. 우리 국민이 뽑은 제18대 대통령은 박근혜다. 그는 투표인 수의 51.55%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앞 으로 만 5년간 대통령 권한의 51.55%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100%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를 지지한 국 민뿐 아니라,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민, 기권한 국민, 투표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 국민의 대통령인 것이 다. 당선인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1577만 3128명의 대통령이 아니라 5000만 한국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민을 모시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자신을 찍지 않아서 서운하게 한다는 억측을 듣 지 않도록 반대쪽의 바람과 고통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리라 믿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박근혜 당선인도 많은 공약을 냈다. 자신은 실현 가능한 내용으로 공약을 짰다고 강조 했다. 그런데 벌써 내놓은 공약은 거둬들이고 새로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는 소리가 당선인 주위에서 들려 온다. 공약이 공약( 空 約 )임을 당연시했던 이전의 폐습은 사라져야 한다. 공약은 그야말로 천하대중 앞에서 의 공적인 약속이다. 그 공약대로만 해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잘살고, 더 고르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 15

16 이미 국민의 뇌리에 박힌 공약의 핵심을 온전히 실현해주기 바란다. 그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확 인하고 채근하고 감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임무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무슨 대단한 권한을 가진 듯 보이 지만, 자신과 가족, 측근의 이권을 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힘은 전혀 없다. 전체 국민의 복지와 행복의 증 진을 위해 써야 할 공적 의무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선거로 뽑힌 군주도 아니고, 그저 위임받은 기간 과 범위 내에서 나라살림을 꾸려갈 상머슴일 뿐이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휘두르면, 그 권한은 권력으로 화하고, 순식간에 권력 남용으로 비화한다. 그런 권력 남용을 견제할 여러 기구가 있지 만, 우리의 헌정 경험은 그 기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권한 남 용에 대한 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 바로 국민의 몫이다. 선거가 끝나자 일각에선 불안감이나 정체 모를 두려움도 감돌고 있는 모양이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다른 데 줄섰다고 삼족이 화를 입거나 보복당할 일이야 설마 있으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말이다. 각종 치 사한 불편과 불이익을 안겨주는 악습을 보아왔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어떻든 국민 은 으스댈 까닭도, 위축될 이유도 없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다. 여태까지 당선인이 한 발언과 체험에서 과거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적 통치철학이나 사고들이 간간이 묻어나오곤 한다.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진 과거사 문제는 거듭된 '사과'를 통해 간신히 봉합했지 만, 과연 당선인의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식된 것은 아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응로서 권 위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를 막아내고, 민주화를 한 단계 진척시킨 공헌자로 기록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바 란다. 우리 국민은 이 점을 예민하게 지켜볼 것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은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인이다. 언제나 주인이고자 한 다면, 주인 노릇을 할 자세를 제대로 갖추어야겠다. 우리가 뽑은 상머슴인 대통령이 제대로 일하는지, 맡 겨놓은 곳간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주인에게 정직하고 상세하게 보고는 하는지 거듭 점검해야 한다. 대 통령이 주어진 소임을 다하도록 성원도 하고, 감독도 하고, 경고도 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을 만 드는 비결이기도 할 것이니까 감세시대의 종언 이형섭 국제부 기자 공항에서 리무진 택시를 탄 미국 민주당 주요 인물에게 택시기사가 말한다. "난 당신네들 안 찍었어요. 세 금 오르는 게 싫거든요." 민주당 인사는 대답한다. "당신 세금 올리는 게 아닙니다." 택시기사는 다시 묻는다. "비닉(공화당 후보)은 세금을 내려준다고 했는데요?" 민주당 인사는 또 대답한다. "당신 세금 내리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태우고 다니는 손님들 세금 말하는 한겨레( ~) 16

17 거죠."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서민층이 '부자증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현실을 꼬집는다. 사실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세금을 올린다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이 사실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학습된 믿음' 때문이다. 감세와 규제 철폐의 시대였던 로널드 레이건 시기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지켜본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의 전도사였던 시카고 학파는 이런 믿음을 전세계에 전파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이제 근간부터 무너지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줘도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수십년 쌓인 탓이다. 당장 미국부터 부자감세를 중단했다. 비록 '재정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에 몰려 마지못해 처리하긴 했지만 공화당이 상위 1%에 대한 증세, 아니 감세혜택 중단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상징적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일본 또한 간접세인 소비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줄이려는 목 적이긴 하지만 부유층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연 100만유로(14억원) 이상 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세금을 물리기로 한 프랑스의 부자증세안도 계속 추 진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비록 위헌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는 발상 자체 에 철퇴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개인 과세냐 가구합산 과세냐라는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헌법재판 소에 가더라도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도 추가 세금 인상에 합의했다. 전 반적으로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고, 부자증세를 지지하는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에 반발도 그다지 거세지 않다. 아직도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면 그들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두 종류 중 하나다.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이거나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부류다. 세금을 줄여 부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그 착한 부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증거 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 재정절벽 협상 돠정에서 공화당조차 그런 증거를 들이밀지 못했다. 감세가 일자리 를 못 늘린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 때문에 그러 것 아니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일자리는 경제가 좋으면 늘어나고 경제가 나쁘면 줄어든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고 덜 물려서 그런 게 아니다.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줄푸세'로 요약된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는 말이란다. 법질서는 빼더라도 '줄푸'는 현재 전세계 조류와 정면으로 역행한다. 이것저것 선심성 복지정책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재원 부족분을 '지하경제(활성화가 아니라)양성화'에서 찾기로 한 것 처럼 보인다. 우리나라가 지하경제 대국이라면 몰라도 이는 한참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제 감세의 시대는 가고 증세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이 옛날 사람이라고 정책마저 거꾸로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2013년 6월19 사설 껍데기만 남은 '기초연금 20 만원' 공약 한겨레( ~) 17

18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어제 제5차 회의를 열어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를 놓고 논 의를 벌인 결과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 방향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20~30% 노인은 제외하고, 급여 수준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쪽이다. 기초연금은 막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후, 그동안 굉 장히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느니 마느니, 국민연금과 연계하 느니 마느니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 6800원씩 주는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모든 노인'은 사라지고 '20만원'도 깎이고 말았으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을 어디서 자를지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득인정액은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한 총액인데, 계산 방식이 복잡해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낳는다. 도시에 사느냐 농촌에 사느냐에 따라, 근로자냐 자영업자냐에 따라 차별이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소득을 기준으로 지를 경우 국민연금도 소득 으로 잡히는데, 그러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덜받게 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국민행복연금위의 이런 제안은 박 대통령의 공약과 거리가 멀다. 애초 국민행 복연금위는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축소된 데 대한 국민적 비 판이 거세자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며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행복연금위의 안은 인수의 의 안보다도 못하다. 인수위는 국민연금과 연계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노인'이란 약속은 지키는 방안이었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무려 45%에 이르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때문에 나왔다.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5%)의 3,4배에 이른다. 노인자 살률 1위에다 고령화 진입 속도도 1위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은 이런 비참한 현실을 개선 하려는 최소한의 조처다. 물론 빠듯한 재정을 고려한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복지에 투입할 재정 규모는 정해 놓 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맞추보려고 하는 한 우리의 복지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우 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공적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고사하 고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수준이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 다. 증세를 포함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겨레( ~) 18

19 한겨레( ~) 19

20 ~ : 화 최시중 "돈 받아 MB대선캠프에 썼다" (주)파이시티 대표 "직접 만나 수억 줬다" 진술, 브로커의 운전기사는 최 전 위원장 협박 2억 뜯어 서울 양재동 대규모 복함유농단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주)파이시티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검중수부 (부장 최재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최시중(75) 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여론조사 등에 필요 한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또 돈을 전달한 브로커 이아무개(60)의 운전기사가 최가 돈을 받는 장면을 찍은 사진 등 정황증거도 확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이명박에 분노...혁명무력 특별행동 곧 개시" "이명박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다. 분별 없는 도전을 짓부숴버리기 위한 우리 혁 명무력의 특별활동이 곧 개시된다"고 통고 4월20일. 이 대통령 통일교육연수원 강연 발언 ---- "북에는 빵뿐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인권도 필요", " 북의 체제변화에 주목, 이북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농지개혁을 실시해야" 한편 북은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 으로 모든 도발 근원들을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몸싸움방지법 합의 깬 박근혜 박근혜는 강원도 평창 방문에서, 17일 국회운영위원회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의 취지는 의미 가 있다고 생각하고 당에서도 동의했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 "며 " 여야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원내대 표들이 보완책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결과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냐고 또 거 짓말을 했다. 이는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고, 필 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역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현재 법안은 처리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21 문성근대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하고 발의했던 국회선진화법을 뒤집 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라며 다수당이 됐다고 말을 뒤집말라고 했다. 김진표 원내대 표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국회는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구시대 사고에 갇혀 있 다"고 말함 수 이명박시장 퇴임직전 ' 파이시티 시설변경' 승인 최시중.박영준 두 현 정권 실세의 거액 수수 파문을 불러온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 복합유 통단지(파이시티)조성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들의 반대에도 대규모 점포 건설을 허용하는 시설 변경 승인을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났다. 터미널 연면적보다 4배 넘는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해 준 이런 결정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임기 종료를 50일 앞두고 확정됐다. 몸싸움방지법 결국 무산 이에따라 국회법 개정안과 함께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허용에 관한 약사법 개정안 등 59개 민생법안 의 18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를 뒤집고 18대 국회 마무리를 '말 뒤집 기'로 끝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의원들이 다수인데다 외유 일정도 많아 본회의를 다시 열기가 쉽지 않다. 18대 국회는 미처리 법안이 전체 발의안의 절반 수준인 6800건에 이른다. 18대 국회가 이대로 끝이 날 경우 '최 다 법안 폐기"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 '박영준 아파트 구입비로 10억 건넸다." "최시중, 권재진.권혁세에 청탁 전화" -----'인허가 청탁' 파이시 티 대표, 검찰 진술 벅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당시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으로 있던, 2008년 1월 1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 확보 최시중은 사건 무마 및 사업편의 제공과 관련한 부탁을 받고 권재진(59) 법무부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과 권혁세(56) 금융감독원장에게 청탁 전화 사실도 확인. 사설 파이시티 인허가에 이 대통령 무슨 역할 했나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튀임하기 50일 전에 파이시티의 용도변경 승인이 이뤄졌다 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수사가 좀더 진행돼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사건에서 이 대통령이 거론된 것 자체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

22 없다. 특히 오늘 검찰 출석을 앞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 청와대가)나를 보호 해 줘야지" 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상 이 대통령 들으라고 한 발언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 사건이 상당한 폭발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만큼 검찰 수사가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정 도대로 진행돼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파이시티가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를 사들인 뒤 이곳에 점포가 들어설 수 있도 록 복합유통시설 터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신청하자 2006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승인해줬 다고 한다. 당시 다수의 도시계획위원들이 교통난 가중과 서울 불균형발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시했음에도, 장석효 제2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밀어붙였다고 한 다.당시 제1부시장이 원세훈 현 국정원장, 정무국장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모두 이 대통령의 측 근들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위원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파이시티 대표 0씨와 브로커 이아무개씨 등으로부터 인허가 청탁 로비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은 이병박 시장뿐"이라며 이 대통령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이시장에게 부탁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는 단서를 달고 는 있으나 이런 발언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임기말 정권 핵심부에서 잇따라 터져나오기 시작한 비리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모면해보려 몸부림치는 권력자들의 행태에선 막장드라마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이 국가 재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긴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공인의식이나 도덕성이 바닥 수준이란 점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선 대통령이나 측근들이나 오십보백보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간부는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국민들 이 두 눈 부릅뜨고 제대로 수사하는지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불소추 특 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에는 예외를 두선 안 된다. 사설 2---' 막장드라마' 뺨치는 삼성의 유산 분쟁 삼성 재벌가의 유산 다툼이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초일류'를 추구한다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 입에서 형 이맹희씨를 비난하는 험담이 원색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이맹희씨 역시 막말로 쏘아 붙인다. 양 쪽의 다툼은 삼류 저질 막장드라마에 비견될 만큼 품위와 거리가 멀다. 이건희 회장은 어제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이 아니 다'하고", "내제낀 자식" "이맹희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날 쳐다보고 바로 내 얼굴도 못 보던 양반"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전날 맹희씨가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의 대리인을 통해 "최근에 건 ~

23 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했다" "건희는 형제간 불화만 가중시키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등의 내용을 담 은 육성 테이프를 공개한 데 대한 반격이다. 이번 소송을 놓고 두 사람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맹희씨가 요구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7000억원대에 이를 뿐 아니라, 이 회장이 패소할 경우 외아들 이재용씨에게 삼성 의 경영권을 물려주는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 소송에 나라 안팎의 커다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 기에서 소송 대상이 된 4조원대의 차명주식이 실제론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 회장이 삼성 특검을 통해 상 속권을 인정받고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한 것이 적법한지, 이 과정에서 2조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추가적인 궁금증도 널려 있다. 그런 탓에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달아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저 막말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거론하기가 민망하다. 이렇게 볼썽사나운 꼴을 계속 연출한 다면 누가 소송에 이긴들 결국엔 양쪽 모두 패자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오십보백보의 차이겠지만, 냉정을 더 찾아야 할 당사자는 이건희 회장 쪽이다. 이번 소송은 이 회장이 무 리하게 이재용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데서 촉발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은 유산 소송 이 제기된 뒤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들통나 체면 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미행사건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먼저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바란다. 삼성은 자산총액 230조9000여억원, 매출액 254조5000여억원 (2010년 말 기준)을 기록한 세계적 기업이다. '영향력 1위' 언론인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래 매년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특 집기사를 싣는다. 한국판 '파워엘리트' 조사라고 할 수 있다.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실시하면서 이 잡지의 대표 상품이 되었을 뿐 아니라 관심과 신뢰도 매우 높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분야에선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단 두 사람만이 1위에 올랐다. 첫해부터 2004년 까지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변은 2005년에 일어났다. 새로운 별이 등장했다. 바로 지금 <문화방송>라디오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다. 그는 이해 배턴을 이어받은 뒤 지난해까지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활자시대에서 방송시대로, 한 방향에 서 쌍방향으로 언론환경이 변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 고문의 영향력이 완전히 꺾인 건 아니다. 그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수세력과 노인층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는 법. 그가 지난 17일 '기사회생에 기고만장한 새누리당'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행 문제는 10년 전의 것이 왜 이제 불거져 나왔는지 석연치 않고, 문대성 당선자의 ~

24 논문 표절은 그가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의 즉각 출당론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두 당선자는 여론의 압박을 못 견디고 잇달아 탈당했다. 영향력 1위 언론인의 한계가 드러 난 순간이랄까. 올해는 그가 몇 위를 차지할지 궁금하다. 유레카 오태규 논설위원 목 사설1--정부, '광우병 촛불시위' 교훈 벌써 잊었나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하자, 우리 정 부는 즉가 수입중단 조처를 즉시 내렸다. 2번째, 3번째는 2008년 수입 재개를 하기 전에 발생했고 이번이 4 번째다. 이번 발생은 수입 재개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로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자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 것 만 봐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확인된 광우병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정한 광우병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쇠고기 무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발생과 관계없이 쇠고기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남의 나라 국민의 우려야 어떻든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자세가 역겹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다. 즉각적인 검역중단 조처는커녕 기껏 취한 조처가 미국 정부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관심도에 비해 너무 한가해 보인다. 신중함도 좋지만, 국민의 건강이 우선인지 미국의 이해가 우선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4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가 국민의 건강을 뒷전에 두는 듯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촉발됐다는 것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정부는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추가협상을 통해 마련한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따라, 당장 쇠고기 수입을 중 단하고 추가적인 조처에 착수해야 한다. 정부가 당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수입중단 조처를 한 뒤 미국 쪽 과 협의해 우리 쪽 검역 전문가와 미국 쪽이 공동으로 발생 원인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할 수 있고, 조사 에서 미국의 광우병 지위에 부정적 변동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수입을 중단하도록 돼 있다. 이 자료가 거짓이 아니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 와중에 촛불시위 이후 진행된 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도 부실투성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8년 수입 위생조건에선 광우명 때 즉시 수입중단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땐 추가협상까지 하면서 부칙에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리만 명시했을 뿐 실효성 있는 조처는 취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역중단도 수입중단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철저한 ~

25 책임추궁과 함께 이참에 수입위생조건을 1998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사설 2--- 다시 오만과 독선에 빠져드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총선이 끝난 뒤 민심과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말로는 총선 승리에 도취되지 말 고 민생 챙기기에 진력하자고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전혀 반대다. 야당과의 약속 파기, 내부 권력다툼 등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 특유의 오만함과 자기도취 행태가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교섭단체 대표 자격으로 <한국방송> 라디오 연설을 했다. 그 는 "일부 당선자들의 과거 잘못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김형태.문대성 국회위원 당선자들의 공천 잘못 을 사과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여당의 합의 파기로 국회가 공전 상황에 빠진 데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나 유감 표시가 없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법안 59건이 무더기로 폐기 될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19대 국회는 18대와는 완전히 다른 새 국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공허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이미 당 전체가 대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대선후보 경선규칙 개정 문제를 놓고 '친박 대 비박'간에는 연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새누리당이 조기에 대선 경쟁을 시작한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 과열에 반비례해 민생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식어가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박 위원장이 총선 승리 감사와 민생공약 실천 다짐 등을 명목으로 사실상의 지역순회 대선표밭갈이에 나섰으 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안들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의 내부 권력다툼에서 친박세력들이 보여주는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엊그제 새누리당을 발칵 뒤집어놓은 차기 당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명단' 소동은 '박근혜 1인 정당'의 심각한 폐해의 일면 을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경선규칙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위원장의 막강 한 위상에 비춰 '경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전망까지 나오는데도 친박 쪽은 요지부동이다. 다른 국정 현안에 는 침묵으로 일환하는 박 위원장도 이 문제만큼은 직접 나서서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 위원장이 이렇게 강경하니 친박 안에서도 누가 감히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경선규칙 문제 등은 새누리당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새누리당 신주류의 이런 꽉 막 힌 태도와 박 위원장의 제왕적 당 운영이다. 총선 이후 사실상 국가운영의 키를 쥔 친박세력의 문제는 벌 써 국정운영 곳곳에서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 사설 3---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굴하고 추한 몰골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 ' 방통대군' 등으로 불리며 현 정권의 실세로 군림해오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 장이 어제 검찰에 출석해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실세로 불리던 박영준 전 ~

26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출국금지와 함께 가택압수수색을 당했고 ' 영일대군'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조만간 검찰에 불려올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무리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권이라 해도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인지, 권력무상이란 말로도 이런 황당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 등 대선자금으로 썼다던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얼 떨결에 한 말" 이라며 " 개인적인 활동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가 나를 보호해줘야 한다 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은 피할 길이 없 어보인다. 특히 파이시티 대표 0씨한테서 서울시 등의 중요 심의를 전후해 수시로 현금뭉치를 받았고, 양 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가 파이시티 투자자 모집에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어 최 전 위원장이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박 전차관 역시 이번에는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씨엔케이 주가조 작, 이국철 에스엘에스 회장 로비 사건 등 중요 비리 사건 때마다 거론됐으나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 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서울시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는지 알아봐 달 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까지 나왔다. 어제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검찰 수사 가 그를 조여가는 형국이다.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이 에스엘에스 사건에서 드러난 장롱 속 7억원과 저촉은행 구명청탁 관련 4억원 수수 의혹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어제는 그가 박근혜 위원장과의 만찬 자 리에서 대선 경쟁자인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를 험담하며 " 대선 필승"을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그런 낯간지러운 발언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 다. 한때나마 한 나라의 정권을 맡겠다고 나섰던 인사들의 행태치고는 참으로 추하고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리를 철저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권력부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맥쿼리의 탐욕 방송송신탑 남산타워 20년 독점운영권 매입 추진, "6월까지 완료" 계획 공개---YTN"매각계획 없어"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대주주로 참여한 맥쿼리자산운용의 또다른 펀드가 서울 엔서울타워(남산타워)장기운 영권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서울타워는 방송송신탑이 서울의 상징으로, 현재 보도채 널<와이티엔>이 소유하고 있다. 맥쿼리 쪽이 타워를 매입하면, 중요한 공공재인 국가방호'가'급 방송송신시 설에 대한 임대계약 등의 권한을 외국 자본이 쥐락펴락하게 돼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

27 맥쿼리자산운용은 공공상업시설에 대한 정기운영권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사모펀드를 지난 3월 말 설립 하고, 엔서울타워 시설 운영권을 20년 임차조건으로 85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와이티엔 관계자는 "2015년까지 엔서울타워 시설 중 상업시설 임대차계약이 돼 있는 씨제이엔시티 쪽과 임대료 인상 재협상만 진행중이며, 제3자에게 운영권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맥쿼리자산운용은 와이티엔과 계약 전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6월까지 엔서울타워의 방송시 설과 상업시설 장기운영에 대한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을 지난 2월 투자자들에게 공개 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4월 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5월 중 매매합의서 작성을 하겠다는 내용까지 투자자 들에게 밝혔다. 엔서울타워는 지상파 방송 전파를 전국으로 쏘는 방송송신의 중심축이다. KBS,MBC,SBS 등 주요 방송사 가 송신탑의 방송용 안테나 등을 1년 단위로 임대 계약해 쓰고 있다. 와이티엔의 연 임대료 수익은 2010년 기준으로 방송시설 55억여원, 상업시설 41억원 등 103억원이다. 문화방송 송신담당 관계자는 "공공재인 방송시설이 맥쿼리 펀드로 넘어가면, 이윤 지상주의에 휘둘려 전 파 송출 임대료가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맥쿼리는 "저쪽에서 연락이 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더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금 " 광우병 대국민 약속' 휴짓조각 된 이유 2ㅇㅇ8년 5월8일 " 광우병땐 수입중단" 발표, 다음날 미 항의받고 " 공개반박 자제" 부탁, 석달 뒤 법 개정 ' 정부재량권' 교묘히 반영 "미측의 양해를 구한다. 총리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은 자제해 달라"(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행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엔지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 지난 2008년 5월8일 당시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나서 최석영 공사 (현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 커틀러 대표보와 나눈 대화다 월18일---'쇠고기 수입위생조건'합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내 자체 역학조사 절차를 거쳐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의 '광 우병 위험 통제국'지위를 하향조정하는 경우에만 한국 정부가 수입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다 ~

28 2008년 5월8일 이 합의에 대해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정부는 총리 명 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신문광고를 낸 것이다. 특히 최 공사는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 반박을 자제해주길 요청했고 커틀러는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 다고 했다. 다만 수입중단 조처를 위한 요건이 4월18일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일치하지않는다고 지적했다. 커틀러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지만, 농식품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조 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면 수입을 중단해댜 한다는 미국 쪽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08년 6월22일,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관련Q&A" 보도자료를 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한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초처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 속을 저버리고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며 정부는 미국과 한 약속을 교묘하게 반영했다.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해 '정 부 재량권'을 집어넣은 것이다. 26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008년 정부 공고도 같은 해 8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법의 수위를 낮 췄고, 광고문안이 짧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측면도 있는 까닭에 정부가 약속을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추문 논란 유재중 논문 표절 의혹까지 새누리 신경림 당선자도 제자 석사논문 표절의혹 유재중( 재선, 부산 수영)의원이 다른 이들의 학위 논문을 베껴 박사학의 논문 작성 의혹, 문대 성( 사하)에 이어 신경림( 비례대표)석사학의 논문과 염동열( 강원 태백 영월 평창 정선) 박사논 문도 표절의혹에 휩싸여있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도 경희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사설 --- 광우병 ' 사기 협상 ', 국민을 두 번 속였단 말인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미국 정부는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한국 국민은 국민은 불안 에 떠는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제 광우병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정 보 요청과 검역 강화라는 어정쩡한 대책을 내놨다. 당장 미국의 농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 ~

29 어 한국 등의 나라를 거명하며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반면 국민은 정부가 4년 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 겠습니다' 라는 내용의 대국민 약속 과고를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으로 내더니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과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 에서 서둘러 조처를 취하면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미국 정부가 광우 병 발생 사실을 발표한 것보다 더 확실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정부가 지금 말 하는 것을 보면, ' 충분한 정보' 라는 게 광우병 발생 소가 한국이 수입하지 않고 있는 30개월 이상이라는 점, 동물성 사료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는 점, 육우가 아닌 젖소라는 점 등의 내용 이 될 게 뻔하다. 정부의 요청 및 검역 강화 방침은 미국의 일방적인 설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벌기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엔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즉각 수입을 중단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5월 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을 통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을 하는 장치를 마련했 다고 밝혔다. 이를 방송이 생중계하는가운데 당당하게 발표한 사람이 바로 당시 통상교섭본부 장이었던 김종훈씨다. 같은 해 9월엔 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광우병 발생 시 검 역중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검역이든 수입이든 당장 중단 조처를 취하는 게 맞다. ' 선 중단, 후 안전확인' 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건 미국과 ' 대국민 사기' 협상을 했기 때 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비밀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웬디 커틀러 무역대 표부 대표보는 2008년 5월 우리 정부의 대국민 광고에 대해 " 광우명 발생 시 즉시 수입중단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정부가 민심을 달래개 위해 ' 굴욕협상 --거 짓 발표' 를 했다면 국민을 두 번 속인 ' 나쁜 정부' 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사설 2--- 비리에 구멍 뚫린 한국 원전, 비상구마저 부실하다 그린피스는 어제 원전 사고로 방사능 누출 시 주민 안전을 위한 비상계획구역마저 한국은 형 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식품제한계획구역에 따 른 세부계획도 마련하지 않는 등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조차 무시했다고 한다.비상구역의 범위 도 세계에서 가장 좁다. 노후원전의 사고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데, 비상시 주민들이 빠져나갈 비상구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수백만명의 생명을 건 원전 도박이 끔찍하다 ~

30 고리 원전의 경우 반경 30킬로미터 안 주민이 342만명으로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최고다. 지난 2월 1호기 정전사고 때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후쿠시마 사태처럼 노심 용융으로 발전했 다면 부산.울산 일원이 모두 방사능 피해 영향권에 들어간다. 정부 주장대로 그런 비상사태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비상계획만큼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계획구역은 고 작 반경 8~10킬러미터다 킬러미터다. 일본도 그렇다고 하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은 반경 30킬로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처럼 원전 입국을 주장하는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원전 국가는 최소 21킬로 킬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상이고, 미국은 100킬로미터에 가깝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부실한 비상계획구역으로 말미암아 대책 마련에 혼란을 겪었 다. 결국 나중엔 반경 30킬로미터까지 주민을 소개했다. 그 사이 정부는 허둥대고 주민들은 더 큰 혼란과 피해를 겪었다. 당시 60킬로미터 밖 고리야먀시의 유아 절반이 성인 피폭허용치 의 26배 이상 피폭당했으니, 30킬로미터 밖도 사실 안전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원전 인근 대 도시 주민의 불안과 동요를 우려해 비상계획구역을 좁게 잡았을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비상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최근엔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서 구매담당자가 뇌물을 받고 원자로의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중 요부품을 순정품 대신 모방품으로 쓴 일이 드러났다. 지난해엔 버려진 부품을 빼돌려 이를 수 리하게 한 뒤 다시 원전에 사용한 직원이 구속됐다. 각 원전 주변에선 이렇게 크고 작은 납품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은 100만여개의 부품으로 돌아가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위험하다.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그렇다. 원전 노후화, 납품 비리, 관리 부실로 말미암아 우리 원전의 사 고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도 비상계획마저 허술하다. 제발 국민의 생명을 존중 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비상계획구역부터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토 28일 방송 시작 한 돌을 맞는 <나는 꼼수다> 활동 재개 공식 선언 " 이번 선거는 김용민이 끝까지 버텨 산화한 선거로, 만신창이가 된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 진다." " 선거 이후 제기되는 ' 김용민 막말 파문이 야권 패배의 결정적 원인' 이란 분석은 야권 참패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 국공합작 ' " 김 총수는 곽 교육감 사퇴 논란, 지난1월 ' 비키니 논란' 등과 관련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일부 진보논객이 나꼼수를 비판한데 대해, "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활동하는 몇몇 논객들이 보 ~

31 수가 짜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 " 보수진영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처럼 곽 교육감이 사퇴했다면 박원순 후보는 졌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광우병 검역강화는 ' 눈가림' 죽은 살코기기선 확인 불가능, 위험 막으려면 수입중단뿐, 정부조사단 내일 방미 검역.검사 검사 총괄하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관계자" 광우병 인자는 살아 있는 소의 뇌를 통해서 만 검사가 가능한데, 지금의 개봉 검사는 미국산 쇠고기를 담은 포장상자 안에 살코기 외에 특 정위험물질 (SRM)이 들어 있는지를 눈으로 살피는 ' 육안 검사' 에 그친다" 신영복의 그림 사색 도로는 직선이기를 원하고 고속이기를 원합니다. 길은 곡선이기을 원하고 더디기를 원합니다.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이며 길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경작되는 인간의 원리입니다. 도로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이라면 길은 자기 자신이 목표입니다. 우리의 삶은 다른 어떤 가치의 하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직선을 달리고 잇지만 동물들은 맹수에게 쫓길 때가 아니면 결코 직선으로 달리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길이어야 합니다. 한걸음 한 걸음이 보람찬 시간이어야 합니다. 적대가 사라진 공간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의 첫번째 범죄는 카인의 아벨 살해이다. 둘은 형제간이지만, 동생 아 벨의 제사만을 받는 신을 보며 형 카인은 아벨을 질투하여 그를 죽인다. 카인의 질투는 자신이 신에게 용납되지 못했다는 데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아벨만이 받아들여졌다는 데에서 기인 ~

32 한다. 바로 이 인정에 대한 욕구에서 최초의 범죄가 발생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0억명의 가입자를 가진 우리 시애 최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트는 인간의 본능 적 인정욕구를 모델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쓰는 주체는 자신이지만, 그 공간 은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이루어진다. 1인 1 매체인 블로그와 다른 점이 이것이 다. 페이스북은 ' 친구' 관계를, 트위터는 ' 추종 ' (fo llo wing)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자신의 사진 이나 글을 봐줄 사람이 없다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무용지물이다. 이 두 매체는 타인에게 자 신을 전시하는 행위, 그리고 이에 동참하는 타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결합은 곧 자신 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인과 아벨의 예가 말해주듯 인정 욕구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내포한다. 르네 지라르는 신화 연구를 통해 인정욕구가 일으키는 폭력의 역학을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이 폭력의 사이클은 인간하뢰가 존재하는 한 결코 완전히 제어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정욕구를 기반으로 한 가상공간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그러한 갈등과 폭력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페이스북 에 올리는 글에는 ' 좋아요 ' (like) 버튼만 있지, ' 싫어요' 는 없다. ' 친구' 관계를 끊는 일은 싸움이 아닌 ' 친구 해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해결된다. 이 긍정과잉의 공간은 얼굴 붉힐 일 없이 깔 끔하다. 반면, ' 친구' 들로 구성된 페이스북과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트위터에서는 논쟁은 ' 언팔' 이나 ' 블록' 을 통해 쉽게 시야에서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트위터는같은 생각을 공유한 무리들이 서로 보이는 경향성을 가진다. 결국 무리들 속에는 논쟁보다는 다른 무리에 대한 조롱이나 냉소만이 남는다. 요컨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적대가 없다. 그곳에는 광신과 근본주의와 급진적 갈등 대신 도를 점지 않는 온건한 자유,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안전한 정 념, 혐오를 지워버린 평등만이 있다. 이곳이 온건하고 관용적인 긍정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에서 탄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그래서 니체가 말하는바, 자신을 경멸하지 못하는 인간, 적대와 위험 대 신 안정과 평안만을 갈구하는 ' 최후의 인간' 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 카페인 없는 커피' 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적 문화는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미 구현되어 잇다. 이 속 에서 인간은 수많은 타자들 앞에 자신의 상징자본을 전시함으로써 인정욕구를 충족하지만, 그 인정이란 자신이 발을 내디뎌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한 것이다. 온건한 인간을 위 한 이 피난처는 여러 위기들이 점차 고조되어가는 위험사회의 대체제다 그러나 피난처를 나와 현실 앞에 서야만 할 때 그때도 마냥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는 없다. 문제는 이것이다.현실은 ' 친구' 와 ' 추종자' 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

33 토 5000킬로미터 날아가는 절대무기 --- 미.러가 95% 독점 ' 공포의 균형' 미.러 중.프.영 대룩간탄도미사일 (ICBM)보유 보유, 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는 인공위성 쏘아올 린 ' 잠재보유국' 북, ICBM 10년쯤 늦춰졌지만 주변국 국제적 위협 분위기. 미 안보우산 줄서기 본격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소는 서로 확실히 멸망시킬 수 있는 ' 상호확증파괴' 능력을 보유하였 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미, 소가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불안한 평화로 이어져, 양국을 핵미사일 감축을 위한 길고도 지루한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 모으게 된다. 미.소의 ' 전략무기제한협정' 은 1972년 년에 최초로 합의되었다 (SALT1). 1979년 6월18일 제2차 전 략무기제한협정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식 조인되었다. 이어 91년 ' 제한' 이 아닌 ' 전략무기감축 협정 ' (STATT1) 부시와 고르바초프가 서명하였고, 99년부터 시작된 3차 협정이 아직 진행중이 다. 그러는 동안 2002년 년에 핵탄두 수를 줄이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을 체결하였다. 이렇게 줄여도 전세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의 95% 는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다. 대륙 간탄도미사일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미국은 812개, 러시아는 494개를 배치 하고 있 다. 2011년 2월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한 미.러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에 따르자면, 양국은 2018년까지 전략적 배치 수량을 발사 및 운송장치는 700개까지 개까지, 전략 핵탄두는 1550기 까지 줄여야 한다. 냉전은 전세계에서 총 5곳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국을 탄생시킨다. 여기에다가 잠재적 장거 리 미사일 보유국 4곳을 합하면 9개국이다. 여기에 이란이 북한과 비슷한 속도로 로켓 발사에 뛰어들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존 보유국에 의한 과점체제로서 신규 가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지만, 북한과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에 성공한다면 동북아, 나아가 전세계 전 략적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CBM은 호켓 발사라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거의 유사하지만 3단계의 서로 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80~300초가 걸리는 발사 및 추진 단계는 추진체 연소가 종료되기까지의 단계로 지상 100킬로 미터 이상의 상층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추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 단계를, 1998년과 2009년 발사에서는 성공했고, 2006년 년과 2012년에서는 실패했다 ~

34 즉 50% 의 성공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의 성패는 산화제와 연료의 배합 및 분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연소된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기술적 과제가 있다. 북한은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중간비행하는 단계로, 우주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비행하는 단계로, 대륙간탄 도미사일의 경우 약20분이 소요 된다. 2009년 발사에서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간 것으로 판단된 다. 마지막으로 분리되어야 할 2단과 3단의 분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즉 종말 단계는 목표 지점에 투하되도록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단 계다. 대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수천도에 이를 때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탄두의 끝부분에 특수 삭마제라는 소재를 사용 한다. 또한 목표 지점 부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 입하자면 우주에서 추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깟 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도 탄두의 재진입 기술만 확보한다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국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에 자극을 받아 이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데 1~2일이 소요되어 발사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체연료를 쓸 경우 사전에 징후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위협적이다 고체 추진체는 산화제와 연료를 분말로 혼합하여 응결한 것인데, 북한은 이에 대해 서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설적으로 북한 미사일의 항법장치와 추력 조절 등 기술이 정교하지 못한 점이 더 위협적이다. 어디로 날아갈지, 통제가 되는 미사일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 맞히기 당분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은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여 기에는 조기경보기, DPS 조기경보위성, X 벤드 레이더 등의 감시자산이 동원되고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 (SM-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PAC-3)이 동원된다. 미국은 바로 이 단계 에서 미사일방어 (MD) 체계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이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더라도 탐지와 추적은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제 요격은 단지 확 률의 문제일 뿐이다. 미국은 MD를 발표하고 30여년간 천문학적인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였으 나 아직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의 ~

35 탄두를 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한다는 것은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에 비견되는 과학의 극한 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이번 실패로 그시기는 ' 10년 후' 쯤으로 연기되는 것 같다. 동아시아 나라들한테 ' 북한 미사일의 정치학' 이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그것은 ' 국제적 위 협' 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북한 미사일이 주변 아시아 나라들에는 한반도 개입하도록하는 계기가 되고 있디. 이로 인해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 줄서기 경 쟁' 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만, 일본, 필리핀은 북한 로켓에 대비한 미국과 공조에 더 기울고 있다. 사설 --- 대통령 아들 수사 꼬리 내리는 검찰, 제정신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사건 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삐걱거리고 있다. 검찰 이 땅을 사들인 당사자인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를 부르지도 않고 서면좆사에 그쳤다고 한 다. 그것도 수사 개시 6개월 만의 일인데다 답변서는 10쪽도 안 된다고 한다. 검찰이 대통령 아들 수사를 놓고 처음부터 꼬리를 내리는 형국인데, 검찰 내부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난 2월에야 시형씨로부터 ' 내 명의로 땅을 매입했을 뿐 편법 증여 논란에 대해서는 모른다' 는 취지의 의견서를 받았다. 시형찌는 내곡동 땅 매입 과정에서 부동산실명제 위반, 편법 증여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3월 초 서면조사 질의서를 보냈고, 담변서가 지난 10일 도착했다. 검찰이 한달여 만에 받아본 답변서 는 질문과 답변을 포함해 A4용지 10쪽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박 겉핥기 식 조사란 비난 을 피하기 어렵다. 현직 대통령 아들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불기 소 특권은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지 태통령 아들과는 관계가 없다. 자동차 부픔업체인 (주)다 스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샐러리맨인 시형씨에 대해 검찰이 서면조사 질의응답을 주고받으 며 극도의 예우를 갖천 수사를 해야하는 것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 시형씨는 내곡동 땅매입 과정에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 친척에게 6억원을 빌렸다는 게 청와대쪽 설명이었다. 12억원에 대한 이자는 5% 대만 잡아도 연간 6000만원이 넘는다. 어림잡 아 시형씨의 연봉과도 맞먹을 만한 이자를 시형씨가 제대로 부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때 ~

36 문에 명의 신탁과 편법 증여 논란이 제기된다 화 사설 --- 광우병 조사단 파견, ' 눈 가리고 아웅' 의 전형이다 정부가 어제 미국에 광우명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민관합동조사단을 파견했다. 그동안 국민 건강보호 차원에서 ' 선 검역( 또는 수입)중단 후 역학조사' 를 요구하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의 요구가 빗발치자, 마지못해 취하는 조처란 인상이 짙다. 정부는 조사단 파견 전에, 미국 정 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검역을 중단하지 않겠다 는 방침을 이미 세워놓은 터다. 지난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농림수산식품부.통상교 섭본부의 책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고 한 약속은 더 상기시키고 싶지도 않다. 자신들이 텔레비젼 생중계와 국회 답면, 명확한 자료를 통해 한 약속 도 손바닥 뒤집듯 부인하는 당국자들의 낯두꺼움을 보면서 염치와 신의를 저버린 못 믿을 정 부임을 다시금 확인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번 조사단이 제대로 조사를 할 것 같지도 않다. 먼저 정부와 학계, 소비자단체 9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면면을 모면, 친정부 인사 일색이다. 특히 소비자단체 대표를 제외한 8명이 모두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출신이다. 학계 대표로 참가하는 서울 대 유한상 교수는 무려 11년이나 검사본부에서 검역원으로 일한 전력이 있고, 유관단체 대표 로 따라가는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도 서규용 농삭품부 장관과 같은 시기에 국장을 함께 한 사이라고 한다. 소비자단체 대표도 농삭품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친 농식품부 장관 인 사라고 하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번 조사단 구성은 2010년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 재 개를 앞두고 구성했던 조사단에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와 전문가를 3명이나 포함했던 것과 대 비된다. 조사단이 미국에 가서 하는 활동도 매우 제한적이다. 가장 핵심적인 장소인 광우명 발생 농장 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사단이 원하는 작업장이나 도축장을 독자적으로 지정해 평가하거나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도 없다고 한다. 쇠고기 협상때 실질적인 현지조사 권한을 명시한 일본과 달리, 미국 정부가 하는 말만 듣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돌아다니다 귀국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

37 눈가림 검역 강화에 이은 눈 가리고 아웅 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건 이 때 문이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시늉이라도 해서 여론의 압력을 피해 보려는 것은 국민 을 한없이 우습게 아는 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사설 2...직업병 인정 암환자가 한해에 고작 25명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직업병 암 환자가 25명에그쳤다고 한다. 2009년 년의 경우 암 환자가 19만 2561명 발생하였지만, 직업성 암을 판정받은 노동자는 17명뿐이었다 명뿐이었다. 직업성 암 승인율이 고작 0.009% 다. 유독성 물질이 넘쳐나는 작업장에서 수십년을 일한 노동자가 암에 걸려도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가 ' 낙타가 바늘구명에 들어가기' 보다 어려은 셈이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이렇게 외면하면서 선진국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직업성 암 승인이 이처럼 적은 것은 제도가 현실의 뒤꽁무니조차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국 금속노조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2010~11년 87개 사업장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1만 2952개 개의 화학물질 제품 중에서 발암성 및 기타 독성 포함 제품이 55% 에 이르렀다. 1.2급 발암물질이 포함된 제품만도 12.3% 나 됐다니,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잇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인정하고 있는 직업성 암은 방사선 피폭에 의한 혈액암, 벤젠에 의한 조혈기계암 등 7가지가 고작이다. 1963년에 만들어진 뒤 50년 동안 한번도 바뀌지 않은 기준이다. 정부의 무신경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인정한 발 암물질도 그동안 58종에 불과하다가 지난해에야 간신히 184종으로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암에 걸려도 직업 판정을 받기가 어렵다고 지레짐작하고 산재 신청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한해에 200명에도 미치지 못한 이 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직업성 암 인정 비율은 외국보다 형편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우 리나라의 산재보험 가입 인구 10만명당 직업성 암 승인 비율은 2010년에 0.23명으로 프랑스 10.44명, 핀란드 6.53명 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암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기 십상이 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치료비와 생계비 등을 감당할 도리가 없는 탓이다. 정부는 산재보험법 등을 손질해 직업성 암 인정기준을 넓히고, 발암물질으 종류도 대폭 확대해해야 한 다. 또 기업과 함께 발암물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물질의 사용에 적그 나설 필요도 있다. 명 색이 경제규모 세계 15위 나라라면, ' 노동보건 후진국' 신세를 면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

38 수 사설 1...통합진보당 비례대료 선출 부정, 후보 교체도 불사해야 통합진보당이 오는 비례대표 선출 부정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통합진보당은 4.11 총 선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선거 다음날인 12일 즉각 비 례대표 후보 선출 선거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를 구성해 조사를 해왔다. 조 사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발표 날짜는 애초 29일에서 연기됐다. 조사 결과에 대한 이견이 아 니라 후속 조처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간 이견이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은 두 경로로 진행됐다. 하나는 전체가 온라인투표로 진행된 청년 비례대표 선출이고, 하나는 온라인과 현장투표가 혼합된 일반 비례대표 선출이다. 조사단은 온 라인투표의 경우 ' 소스코드가 열람된 기록이 있어 투표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고의적인 부정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투표에서는 ' 전체의 80~90% 에 문제' 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심지어 여러 장 묶여 있는 투표용지가 낱장으로 분리되지 앟고 무더기로 들어온 경우, 투표용지를 확인하는 일련번호나 배부자 보관용 용지가 분리되지 않고 통째로 투표된 사례도 있었디고 한다. 이승만.박정희 정권때의 부정선거 사례에 서자 찾아볼 수 있는 황당한 일이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진보정당에서 일어났다는 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과 야권통합 후보를 결정하는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조사 동 향을 빼내 지지자들에게 허위 답변을 유도하는 부정을 저질러 후보자로 나섰던 이정희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또 이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안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이번 비례대 표 부정 조사 결과까지 고려하면, 당에서 아무리 ' 그런 문화가 없다' 고 부정한들 곧이듣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의석 13석의 당당한 제3당으로 부상했다. 또 경제민주화와 복 지가 화두로 등장한 시대에, 서민의 처지에서 이를 선도해야 할 무거운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정책도 국민의 신회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통합진보당은 지금 신 뢰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부정 조사는 신뢰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문제를 낱낱이 드 러내놓고 반성하고 재출발해야 한다. 비례대표 순번에 영항을 줬다면 과감하게 후보도 교체해 ~

39 야 한다. 사설 2...국토부, ' KTX 민영화' 에 몸달아 여론조작 나섰나 국토해양부가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업민영화를 강행하려고 여론조작이나 다름없는 무리수 를 둔 사실이 드러났다.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부정적인 여론을 뒤엎기 위해 지난달 말께 소속 기관들에 강제적으로 찬성 의견을 유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명분도 타당 성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1970~80년대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서슴지 않은 셈 이다. 국토부는 작심을 하고 케이티엑스 민영화 찬성 여론 확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소 속기관에 내려보낸 '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 자료를 보면, 국토부 본부와 49개 소속기관은 모두 하루에 절반 이상의 직원이 트위터로 민영화 찬성 홍보를 해애 했다. 이는 장 관의 지시사항으로, 국토부는 매일 홍보실적을 기관별로 제출받은 뒤 잔차관에게 1일 트위터 동향을 보고하게 돼있다. 말이 협조요청이지 ' 총동원령' 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특히 트위트 내 용과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소속기관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라고 지 시한 것은 찬성의 주체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뻔하다. 국토부의 행위는 참으로 어이없고 유치하다. 국가적 관심사일수록 국민의 생각을 정책에 충실 하게 반영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일 텐데 거꾸로 가기에만 열심이다. 공무원들을 동원해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한발짝도 벗어나니 않았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국토부가 일러준 내용 그대로 민영화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트위 트들이 게시된 모양인데, ' 울며 겨자 먹기' 로 트위터 홍보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얼마나 큰 자 괴감을 느껶을 것인가.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대한 여론은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한겨레<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 소와 함께 지난 21일 전국의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민 영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23.1% 에 불과했다. 반면에 민영화 반대는 66% 로 거의 세 배에 이르 렀다. 장부가 민간인을 가장해 찬성 여론을 홍보하려 한 것 자체가 민영화의 부당성을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케이티엑스 민영화 구상을 당장 중단하는 것 이 옳다. 아울러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트위터 홍보를 직접 지시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 권 장관 스스로 여론 호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

40 5.4 금 사설 1--- 통합진보당, 경선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해야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이 수습책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어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이정희.유시민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 3인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쇄신책 마련을 약속 하며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질 뜻을 분명히 했다.공동대표 3인의 동반사퇴가 쇄신 시작의 한 축이라면, 경선으로 뽑힌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사퇴 역시 쇄신으로 가는 또다른 한 축이다.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에서 모두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했고, 전체 정당투표의 10.3% 를 얻어 비례 순번 6번까지 당선됐다. 이들 중 비례 1.2.3번인 윤금순.이석기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당내 경선을 거쳤고, 4.5.6번 번인 정진후.김제남 김제남.박원석 당선자는 경선 없이 영입됐다. 1번 1 윤금 순 당선자는 여성 비례, 2번 2 이석기 당선자는 일반 비례, 3번 3 김재연 당선자는 청년 비례 경선 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당내 일각에선 설사 경선 관리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만큼 이 들 세 당선자가 사퇴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견 중의 단견이다. 한 표가 됐던 두 표가 됐던 절차가 잘못됐다면 결과에 관계없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공당의 자세다. 지난 총 선 당시 서울 관악을 단일화 경선 파동에서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한 것도 결과와 관계 없이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었다. 경선으로 뽑힌 이들 세 당선자의 비례대표직 사퇴는 사태 수 습의 기본이다. 3명의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한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ㅐ 대해서는 당내에서 중지를 모아 야 할 것이다. 경선에 부정이 있던 터에 다시 경선으로 뽑힌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들이 자리를 승계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경선 없이 이른바 전략명부로 비례 12번 자리를 배정받은 유시민 공동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마당에 자리를 승계받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어제 ' 공동대표단 입장' 을 통해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가감 없이 공개함으로써 진보의 도덕성 회복과 당 쇄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대해선 불순한 정치 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은 당이 처한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칫 당이 공중분해될지도 모를 정도로 존립 기반이 뿌 리째 흔들리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뼈를 깎는 쇄신을 하는 길만이 ~

41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름길이다. 사설 2--- 김재철 MBC 사장의 ' 여성 무용가' 특혜 의혹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잏다. 회사 법인카드를 7억여원이나 부 정사용한 혐의로 고발된 데 이어, 이번엔 재일동포 여성 무용가 ㅈ씨에게 각종 특혜를 줬다는 파문에 휩싸였다. 특혜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특정인에게 장기간 집중돼 있어 쉽 게 넘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김 사장의 ㅈ씨 밀어주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문화방송 노조의 주장 을 보면, 김 사장은 지난 3월 공연된 문화방송 창사 51돌 특집 뮤지컬 <이육사>를 ㅈ씨가 대표 로 있는 기획사에 맡긴 뒤 기업 협찬금 12억원 중에서 9억원을 줬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티켓 이 거의 팔리지 않았고, 대부분 공짜 초대권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재주는 문화방송 이 부리고 돈은 ㅈ씨가 챙긴 꼴이다. 또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공연에 나온 ㅈ씨 무용단에 다 른 예술계 인사들보다 훨씬 많은 4300만원을 전주문화방송을 통해 지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사장이 지난 7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ㅈ씨 쪽에 준 특혜가 20여건에 이른다는 게 노조의 주 장이다. 특히 김 사장이 ㅈ씨 오빠에게 베푼 특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ㅈ씨 오빠에게 ' 문화방송 중 국동북3성 대표' 라는 정체불명의 직책과 함께 매달 200만원의 월금을 지급했으며, 문화방송 자 회사의 중국동포 관련 행사 때는 행사 진행비로 수백만원을 따로 챙겨눴다고 한다.노조가 "김 사장과 무용가 ㅈ씨 사이의 특수관계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만한 내용들이다. 무용가 ㅈ씨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영방송 사장의 지위를 자신의 사적 이해에 동원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공영방송을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저열한 윤리의식 수준이다. 문화방송을 사실상 ' 정권의 나팔수' 로 전락시킨 것만도 물러나야 바땅한 일인데, 사퇴 사유가 명백하게 늘 어난 셈이다. 김 사장은 ㅈ씨에 대산 특혜 의혹을 소상히 설명하고 쿤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아울러 경찰은 김 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혐의와 함께 ㅈ씨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화방송 노조는 3월 이후 두 차례 김 사장을 고발했으나, 경찰 수사는 4월21일 김 사장을 한 차례 불러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해 조사한 것이 전부다. 이런 식이라면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경찰이 미적거리는 동안 김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문화방송 파업은 벌써 100일째를 눈앞에 두고 있다 ~

42 말글살이 삼겹살의 나이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매체언어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모임이 있어서였다.토론회 짬짬이 양양군의 이모 저모를 훑어보다가 '가축사육 현황'에눈길이 멈췄다. 지난주 '뭉치사태 속에서 이롱아롱하게 보이는 아롱사 태'따위의 소 부위별 이름을 다룬 뒤여서 그랬을 것이다. 군내 가축 수를 따져보니 돼지가 으뜸이었다. 찾 는 이가 많으니 마릿수도 많을 것이다. 돼지고기를 쇠고기 부위에 견주어 짚어보니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등심과 안심, 갈비, 사태 따위는 쇠고기와 같지만 다른 이름도 꽤 있었고, 뜻밖에 역사가 짧 은 것도 있었다. 뜬금없이 '삼겹살의 나이'를 물었던 이가 있다. '1970년대 이전에 출간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삼겹살'은 등장하지 않는다(1963년판<동아국어대사전>) 신문에는 1959년에 처음 나오고(<경향신문>1월20일치 4면)'삼 겹살' 이전에 '세겹살'이 나온다.(<동아일보>1934년 11월3일치 4면) 살과 지방 부분이 세 번 겹쳐 붙여진 이 름인 '삼겹살'이 '한겹, 두겹...'에 어긋나는 조어여서 그럴 것이다. '세겹-'이 '삼겹-'이 된 까닭은 매출을 늘 리려는 상인들이 '몸에 좋은 삼'을 '세겹살'의 삼과 관련지어 붙인 이름이라는 설이 잇지만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돼지의 가로막(횡격막) 부위에 있어서 '가로막이살'로 불리다 새 이름이 붙은 '갈매기살'은 1995년부터 지면 에서 발견되고, 목덜미 부위의 살을 이르는 '항정살'은 2000년 이후에 신문기사에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돼지)목살'이었으니, '목덜미 항'을 끌어다 쓴 말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보이기 시작한 '가브리살'은 뒤 집어쓰다'는 뜻인 일본어 '가부루'에서 비롯한 말이다.내력이 마뜩잖은 '가브리살'은 등허리 부위의 껍질 바 로 안쪽에 붙은 살의 뜻을 살려 '등겹살'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상위 1% 가 전체소득 11.5% 차지 1990년대까지는 7%대였으나 2000년대 들어 급증 2010년 12%까지 이르렀다.(1995년 7.22%, 2010년 11.5%) OECD국가 중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전체 소득비율은 미국(17.7%), 영국(14.3%), 캐나다(13.3%), 일본 (9.2%), 오스트레일리아(8.8%) 등의 순으로 높았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캐나다보다는 낮고 일본보다는 높은 세계 4위다. 이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원이었다.소득 구성비는 근로소득57.4%, 사업.부동산소득29.7%, 배당소득9.4%, 이자소득2.8%, 기타0.6% 등의 차례였다. 소득 불평등이 최근 10년간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신광영 중앙대교수(사회학)는 "소득 불평등도 가 영미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을 데이터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토 ~

43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9. 북파공작원 얼마 전 인터넷에서 무서운 글을 본 적이 있다."보수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전쟁이 나야 한다. 그래야만 그 기회에 좌파들을 다 잡아다가 처단할 수 있다." 이 땅에는 아직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현재진행형인지 도 모른다. 60여년 전 수만명을 잡아다가 재판도 없이 산골짜기며 방공호 구덩이 묻어버리던 일들이 언제 든지 다시 반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년 노르웨이에서 브레이비크라는 인물이 조그만 섬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총을 마구 쏴 대서 무려 83 명을 죽였다. 우리레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아마 않은 사람들이 우선 감옥에 있는 사형수들을 즉시 형 집행하자고 나섰을 테고, 테러를 막기 위해 강한 공권력 행사를 주문했을 것이 고, 무슨 무슨 특별법을 만들어 철저히 응징하자 했을 것이다. 물론 신문과 텔레비젼은 복수와 증오의 말 들로 가득 뒤덮였겠지. 미국이나 중국도 평소 모습으로 보아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슬로 광장은 너무 달랐다. "한 사람의 저렇게 큰 증오보다 우리는 더 큰 사랑을 만들 수 있다." "복수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노르웨이는 복수하지 않는다. 더 많은 민주주의, 다 많은 관용만이 우리의 대응이다." 성인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말씀이다. 1999년 8월 <한겨레 21>이 북파공작원들 실체에 관해 특종을 했다. 1953년 7월 휴전 이래 남한 당국에 의해 북파되었다가 붙잡히거나 사망, 실종된 공작원 수가 무려 7726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1950년대 말까지야 사실상 전쟁 기간의 연장이었다고 쳐도, 1960년 이후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때까지의 문자 그대로 평화 기간에도 2150명, 한 해 평균 160여명이 북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1968년 1월, 북 124군 부대원 31명이 도봉산을 거쳐 청와대 뒷길까지 들어왔고, 그해 10월30일에는 15명 1 개조, 모두 8개조 120명이 울진.삼척지구로 들어와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런데 북으로 갔다 못 돌 아온 이들이 한 해 평균 160명이라. 말이 휴전이지 뒤로는 엄청난 게릴라전이 벌어졌던 셈이다. 그 와중에 남파,북파 공작원들은 유령 같은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1972년 남북대화에서 서로 공작원 을 보내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뒤에서 숨어서 벌이던 이 끔찍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끝이 났다. 1999년 한겨레 기사 이후 <문화방송> '피디수첩' 등을 통해서 북파공작원들의 존재는 세상 밖으로 드러났 고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국방부는 계속 이 문제를 묻어두려 했지만 북파공작원 당사자들 의 엄청난 항의와, 한겨레 기자 출신 김성호 의원을 중심으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관련 보상법이 통과되었다. 만약 권위주의 정권이 계속되었더라면 북파공작원들은 유령 같은 신 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

44 사설 --- 비만에 병들고 결식에 시드는 아이들을 어찌하나 과거 아이들 건강을 재는 척도는 영양실조 여부였지만, 지금은 비만이 그 구실을 한다. 어린이 비만이 그 만큼 많아진데다 간 기능 이상, 관절 질환은 물론 심지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까지 유발하 는 까닭이다. 게다가 57~80%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어려서부터 열등감과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그런 어린이 비만이 7명에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목되는 건 추세다. 2008년 조사에선 초.중.등생 비만율이 11.2%였지만,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 선 초등생 13.6%, 중학생 14.1%로 크게 늘었다. 비만율이 특별히 높았던 2010년(14.3%)를 제외하고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부 압박, 성적순 줄세우기, 위험한 학교생활 등 온갖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을 앓 고 있는 아이들이 몸이나마 건강하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점점 더 병들고 있으니, 몸 건강이나마 바라는 걸 나무랄 순 없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어 린이 비만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관심만 환기하는 데 그쳤다. 어린이 비만은 주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등 환경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유전적 요인은 미미하다. 영양가 는 적고 열량만 많은 음식을 많이 먹고,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을 하고, 티브이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고, 가급적 덜 걷고 뛰며, 불안이나 고민 억압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비만으로 직행한다. 그런 상황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노출되기 쉽다. 과보호가 과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 만, 무관심이 불량한 식습관으로 이어져 비만을 유발하는 것이다. 2010년 조사에선 빈곤층이 많은 서울 중 랑구(16.5%)가 서초구(11.3%)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비만도 비만이지만, 더 심각한 건 결식이다. 토요휴무에 따라 토요일마다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11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점심을 굶는데 아침, 저녁이라고 제대로 챙겨 먹을 리 만무다. 비만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과 밥 굶어 시들어가는 아이들은 오늘날 병든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어린이 비만이 가족의 무관심 때문이라면, 아이들 결식은 가난과 공동체의 무관심 탓이 크다. 모두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병증이다. 극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까닭이다. 아이들 결식 문제는 무상급식 시스템 확충을 통해, 아 이들 비만 문제는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부모 교육 확대를 통해 잡아야 할 것이다. 솔로몬 저축은행 1700억 인출사태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추가 구조조정 결정이 임박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얘금인출사태 (뱅크런)가 현실화 현재 퇴출명단에 오른 저축은행 5곳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1만4000여명, 예금액은 780억원 수준이지 만, 영업정지로 돈이 묶일 것을 우려한 예금자가 너도나도 인출에 나선 데다 다른 저축은행으로까지 예금 ~

45 인출 파동이 번지는 사태에 대비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 경선부정 조사 오류" 진보당 당권파 반격 이정희가 경선 부정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경선 비례대표 14 명 총사퇴 등 비당권파의 수습책을 모두 거부했다.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 쪽이 강력 반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 분열 위기 이정희 :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 지 않았다" "즉각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 비대위는 장기간 당을 표류시킬 옳지 못한 선택" "오는 12일 향후 정치일정이 확정될 중앙위가 끝나는 즉시 제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 유시민 :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쇄신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지 못한다면 당의 앞날은 불 투명하다" "당의 선관위는 아직도 현장투표 결과를 투표소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투표에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담보되지 않고, 상세한 결과조차 알려지지 않으면 무엇을 담보로 투표 신뢰 성을 주장할지 난감하다" 심상정 : "조사위가 대표단의 합의로 구성된 이후 다른 결정, 진상조사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추가한 것이 없다" "폐쇄적인 조직 논리, 내부 상황논리로 우리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 다" 윤금순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조직 후보로서 비례대표 경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것" 전여농은 성명을 내어 진보당 대표단 전원 사퇴, 경선에 참여한 비례후보 전원 사퇴 등을 촉구했다 월 진보정치의 재구성 1. 패권주의 조직 바꿔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5일)"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처져 있다. 조합원들이 후원금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 30대 회사원 "정말 충격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과 다른 게 뭐냐.... 이름만 진보인 것 같다. 반성 도 제대로 안 하고, 수습책 놓고 싸우고..." 대학원생(NL출신)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싫었지만, 그게 그들 나름대로 '풀뿌리 정치'의 노하우나 실력일 ~

46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정경선 조사 결과를 두고 '부정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또다른 30대 지지자 "다수가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힘의 논리와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르 고 잘못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구시대 운동권의 악습이 엮인 결과" 근본적으로는 당권파의 뿌리 깊은 '패권주의'와 끼리끼리 모이는 정파주의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당권파는 1991년 민중운동 진영 '전국연합'에서 출발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1997년 국민승리21 창당(권영길 중심), 2ㅇㅇㅇ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 창당(2002년 대선 권영 길 3.98%), 2004년 총선 정당득표 13.1%,의원 10명, 2008년 심상정 혁신안 당내논쟁 촉발, 당직 선거에서 대리투표 논란과 이른바 '종북주의'로 당내 갈등 극대화, 심상정.노회찬 탈당, 진보신 당 창당. 2010년 이정희 대표 체제 출범. 2012년 민노당-진보신당 '진보대통합 논의, 심상정.노 회찬.조승수의원 진보신당 탈당,12월 11일 통합진보당창당> 그동안 당내 주도권 경쟁,패권주의,정파 논란이 이어졌다. 추가 입당한 전국연합과 전농등 경기동부연합 이 빠르게 당권을 장악하면서,PD(평등파)가 6:4로 밀리게 된다. 2003년 기관지 <진보정치>149호에서 "정파 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 즉 드러나지 않는 권력으로 작동함으로써 결정은 하 나,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내 정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동부연합을 지칭한 것이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민주노동당 분당 과정 연구>논문 "당은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데 내부 정파구조와 질서는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전망에 갇힌 채 형성됐다"며 "낡은 정파질서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운동권 동창회'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당대표 선거 직후에도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 당비 대납, 대리투표 등의 부정선거의혹 제기됐지 만, 봉합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당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면 자칫 보수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되고, 그러면 당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판단해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덮고 넘어갔 다" 이번 부정선거도"조중동에게 먹잇감을 던져줬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

47 김윤철 경희대 교수 "이번 파문을 진보정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 이 정파에 대해 알게 됐다. 각 정파들은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당내 주도권이 아니라, 누가 더 시대적 상 황과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이념.정책.인물을 갖고 있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2. 노동현장 지지 복원 ' 발등의 불' 민주노총,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과 경남 창원에서 참패!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진보 정당의 분열과 통합진보당의 정체성 문제 현대자동차 노동자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갈라서고, 노동을 무시했던 국민참여당과 일방적으로 통합 하면서 현장이 혼란,그냥 지켜보는 사람들많았다" 선거 패배보다 더 뼈아픈 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방향 상실이다. 1987년 이후 계속된 노동정치 실험이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1)노동자 중심성 약화---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분열로 미주노총도 분열 조짐. 통합진보당 창당으로 노 동계 더 배제되기 시작. 민주노동당 울산지역노동자 성명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일부 상층 단위들이 모여 한달여 만에 급 조한 정당. 지지하지 않겠다" 비례대표 당선자 정진후 전교조위원장을 빼고는 노동 몫이 없다(엄밀히 말하면 교육 쪽에 더 가깝다). 노 동계에서는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노동을 버렸다'고 평가. 2)국민참여당 논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비판해온 비정규직 보호법,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은 참여 정부의 유산이고, 손해배상.가압류등 노동탄압으로 죽어간 노동자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 상당수 조직들은 국민참여당을 진보 정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총선 과정에서도 야권연대에만 매달려 노동정책은 쟁점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900 만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노동의제가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3)민주노총 또한 내부 정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패권주의에 적절히 보조를 맞추거나 방치 한 측면이 있다.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지금까지 진보 정당과 노동계가 국회의원 몇명을 진출시킬지 등 의회 주의에 매몰돼 정치활동을 해오다 보니 정작 노동현장과는 괴리감이 컸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과 비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정치로 끌어오기 위해 지역.생활정치를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3) 이념 경직성 탈피해야 진보신당 창당원탁회의--- "민주노동당은 서민대중과 동떨어지고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했 ~

48 으며, 진보담론은 '화석화'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핵심가치로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제안한 다." 학교급식법--급식 식재료 안전성 보장.2010년 무상급식 의제 확산에 영향, 전염병예방법--보건소에서만 실시하던 6살 미만 아동 부상예방접종 일반 병.의원으로 확대 이자제한법--금리 상한 40%로 제한 주택법--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임대주택법--저소득층 주거권 보호 상가임대차보호법--임대료 과도한 인상 방지 등 영세상인 상가임대 보호 민주노동당은 2000년 1월 창당 이후부터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민주통합당이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못 박고, 새누리당까지 경제 민주화를 당 강령에 넣을 정도로 변화하는데 '민주노동 당 정책'들은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민심은 더욱 멀어져갔다. 그 원인은 1)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소모적,분열적 갈등 2)종북주의 논란(으로 결국 분당 사태에 이르렀 다.) 3) 일반 국민 눈높이와 다른 대북 인식(2006년북 핵 실험 원인은 미국 대북정책으로 보고 '유감'을 표 명하는데 그침. 당 강령은 한반도 비핵화) <종북논란 1) 2007년 대선 당시 '코리아연방공화국' 논란(1국가 2체제) 2) 2006년 최기영 사무부총장 등이 당 원 3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사건으로 자주파와 평등파 대립> 자주파는 80년대 운동권에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분단에서 비롯됐으며,이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 로 해결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각이 있었다. 보수세력에 대항한 무조건적인 북한방어자세 습성이 강했으 며, 3대세습 이후엔 그런 논리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

49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연구논문에서 "대안정당은 새롭게 재구성된 노동의 이해와 열정에 기반해 평화, 생태, 인권 문제를 적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 통합진보당이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포괄해내면 서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내부의 이념 경직성을 탈피하고,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에서도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청회( 현장투표 위반 사례 13건 당사자 경위 설명) 부실관리와 사소한 잘못은 인정, 그러나"진상조사위가 전화 한 통이라도 했으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었는 데 부정선거사범으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 국민참여당 출신 이인석 충주선관위원장 "직장에 이틀 휴가 내고 선거업무를 봤다....정확한 집계를 하는 과정에서 볼펜 사인 위에 사인펜 사인을 다시한 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 나의 인권과 자존심, 명예뿐 아니라 부정선거당이란 오명을 누가 씻어 줄 것이냐" 경기도 오산 환경미화원은 같이 투표하러 갔던 동료가 자신 대신 명부에 장난으로 '병신'이라고 쓴 것이 대표적인 선거부정 사례로 발표됐다며 부당함을 밝혔다. 전남 장흥군 당원4명은 인터넷투표를 했다고 해서 명부에 '인터넷'이라고 기록했다가 지운 것이 부정사례 로 되었다며,진상조사위를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이정희 대표는 "..표본조사 명단을 넘기면 검증할 계획", "...이석기 후보 쪽 투표만을 대상으로 표적조사 의혹이 있다", "한 대의 컴퓨터를 여럿이 쓰는 노동조합, 농민회에서의 투표, 공유기를 사용하거나 외부에 한 개의 아이피(IP)로 표시되는 학교나 기관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중복 아이피 문제도 온라인 부정선거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진상조사위의 결과를 반박했다. 이석기 인터뷰 "각자 논리가 있지만 힘과 힘이 충돌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당원들도 승복하고 당이 활로를 찾으려먼, 지혜로운 퇴로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취지에서 총투표를 하자는 것" 천호선 대변인 "일리있는 제안이다. 다만 온라인 선거 시스템과 당원명부에 대해 심각한 부실 의혹이 제기됐는데, 신뢰할 만한 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총사퇴 여부를 당원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 니, 당권파가 정치적으로 결단하라는 뜻이다. 사견을 전제로 총당원투표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운영위의 결정을 비례대표 후보들이 수용하면 대표단 과 비례대표후보 사퇴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수용할 수 없다면 다른 강제적인 방법이 없기에 당원 전 체의 뜻을 묻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5월 10일 ~

50 통합진보 공주서만 ' 39% 온라인 유령표' 90명중 64명 투표했는에 ' 92명 투표' 집계, 당권파 " 온라인선 부정 없었다" 주장 뒤집혀 유레카 --- 잊혀질 권리 4.11 총선을 거치며 많은 정치인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었을 것 같다. 나꼼수의 김용 민씨, 하태경(새누리당) 등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8년 전의 막말 동영상이 문제가 됐고, 하 당선자는 7년 전 대학 동문 카페에 올렸던 '일제시대 노인의 99%는 친일'이라는 댓글이 문제가 됐다. 비단 정치인뿐이 랴. 얼마 전 출판사에 취업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해고당한 이의 사연도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정치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관리해주는 업체가 우후 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100여 곳이 성업했고, 2~3개월 동안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4천~5천만원을 받았다 고 한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여야 정치인이 수두룩하다는 전언이다. 온라인상에서 누군가를 꾸며주는 업태가 성업중이라면, 이제는 국내에서도 온라인상의 과거 흔적을 지워 주는 업태가 생겨날 전망이다. 미국에선 세상을 떠난 이의 인터넷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등장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서구에선 온라인상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올해 초 유럽연합과 미국에선 각각 정부 차원의 법률안이 제시됐다.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를 비즈니스화하는 데는 복잡한 법적.윤리적 쟁점들이 뒤따른다고 한다. 포털 등 의 경우 로그인하면 자신이 올린 글은 직접 삭제할 수 있지만, 댓글에 대해선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행업 체로 하여금 검색 엔진을 사용해 일괄적으로 삭제하도록 할 수 있는데, 위임 절차 등 복잡한 문제들이 뒤 따른다. 구글은 내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세상이다. 자중에 흔적을 지우려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애초부터 조심조심 온라인 라이프를 꾸리는 게 상책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논설 --- 졸속 자율화가 초래한 대학의 방종과 수헙생 혼란 각계의 우려에도 뷸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이 예상대로 대학의 방종과 수험생 의 불이익으로 귀결되고 있다. 정부가 대학입시 정책 권한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관하면서, 대학들이 입학전형 계획을 제때 발표하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바꿔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다. 서울 소재 34개 대학 가운데 17개 대학이 지난해 12월 대교협을 통해 발표한 전형계획을 멋대로 변경 하고 8개 대학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전형일정과 모집정원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나, 그로 말미암아 학 교 현장이 진로진학 계획에 큰 혼란에 빠진 것은 그 적나라한 현실이다 ~

51 관련 지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별 주요 전형계획은 입학 전년도 3개월 전 대교협을 통해 발표해야 하고, 이의 수정은 학생부 반영 비율을 올리거나 학과 통폐합 등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만 한정 해 대교협의 심의를 거쳐 하도록 한 대교협 지침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침도 무시하던 대학이 민간단 체의 지침을 두려워할 리 만무다. 고려대.경기대 등은 아예 일부 수시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내리기 위해 전형계획을 수정했다. 세종대 등은 구체적인 전형일정을 아직까지 공지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을 최 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경쟁대학의 계획을 곁눈질한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수험생 수는 거의 공돈인 전형료 수입으로 직결되는데, 올해부터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는 까닭이다. 문제는 이런 무책임과 방종을 견제할 기구가 없는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교협에 정책 권한을 넘 겼기 때문에 나설 처지가 아니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그러나 대교협은 대학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로서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익단체가 회원사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다보니 피해는 수험생 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학교는 입학 진로 상담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학생들은 고액의 사교육기관 입시컨설팅으로 내몰린다. 대학입시 자율화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 그러나 입시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약자 인 수헙생을 농락하는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누군가는 이런 방종과 불공정을 규제해야 한다.대교협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익단체에 그런 권한을 주면서 자율화 운운한 것 자체가 모순이 었다. 직접규제는 아니더라도, 대학의 공공성 및 사회적 책임 실천과 정부 지원을 연계하는 등의 간접규제 방안이라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오늘의 트위터 이외수 큰놈이 '어버이날 선물로 발 안마기를 사왔어요'라고 말했다. 울 싸모님, 못마땅한 소기로 '여름에는 바람 이 통해야 하는데 바람막이는 왜 사왔어.' 곽노현 아이들 두발 좀 그냥 놔두면 안 되나요?선진국은 다 두발길이를 규제하나요? 교과부가 대통령령까지 바꾸 면서 두발 규제를 강제하는 이유가 정치적인가요, 교육적인가요? 머릿속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몸치장군 친구 부친께서 건넨 쪽지---부모 된 사람의 가장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 된 사람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친구의 부친 멋지십니 다 ~

52 5월 11일 사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체 없는 색깔론 공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을 틈탄 보수세력의 색깔론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 진보정치세력에 대한 수구언론의 색깔 덧씌우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예 통합진보당을 '간첩의 소굴'로 몰아가겠 다는 기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저지른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이다. 이념이나 사 상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 준수의 문제다. 당권파들이 보이는 비상식적이고 독 선적인 행동은 물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당내 일부 세력의 정파 온정주의와 패권주의, 비밀주의 행태 역 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곧바로 북한 추종, 주사파, 반국가 조직 재건 등과 연관짓는 것 은 논리의 비약이자 사안의 본질을 크게 호도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 덧씌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적 증거가 너무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보수언 론의 기사는 대부분 '정부 소식통', '정보당국' 등 실체가 모호한 관계자를 인용하고 있다. 언론보도의 기본 이라 할 6하원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종북 민혁당, 하영옥 주도로 조직 재건" 등 당 사자와 통합진보당에 치명적인 내용을 아무 거리낌 없이 보도하고 있다. 보구언론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약한가는 '정보당국이 찾고 있다'던 하영옥씨가 곧바로 보도내용을 부인하 고 나선 데서도 입증된다. 하씨는 "언론이 기초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데 대해 민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혁당 조직 재건 여부는 앞으로 사실관계를 명백히 가려야 하겠지만 멀쩡 히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두고 "정보당국이 행방을 찾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부터 보도의 신빙성에 고 개가 갸웃거려진다. 보수언론뿐 아니라 이상일 새주리당 대변인도 엊그제 논평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은 북한에 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 선거에서 100% 찬성이 나왔다는 이야기 는 많이 들어봤어도 투표 부정으로 논란이 빚어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억지로 북한을 끌어들이려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보수세력들이 색깔론 공세로 노리는 바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통합진보당에 치 명타를 가하고, 대선 등을 알두고 진보진영 전체를 친북 위험세력으로 몰아가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하 지만 철 지난 색깔론 공세는 너무나 치졸하고 비겁하다. 색깔이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만 이야기해도 통합 진보당에 저무 할 말이 많지 않은가 ~

53 사설 2--- 새누리당, 방송장악의 ' 공범' 임을 자인하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언론 대파업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파업은 불 법이며 정치파업의 성격이 강해 동조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원내대표의 말이니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의 견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화방송> 파업이 100일을 넘기는 등 언론 대파업이 국가적 중대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왜 파업사태가 빚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새누리당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인식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언론 대파업 사태의 본질은 간명하다. 이멷박 정부 4년여 동안의 방송장악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이 다. 청와대가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이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보도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 편항적 편파보도 을 일삼는 것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몸부림이다. 공정방송만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의 표 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여태껏 입을 다물다 결국 '불법.정치 파업'이라고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와 사태 인 식이 완벽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의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자, 이 정부의 방송장악 구도를 지속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이 이제 엠 비정부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인가. 이 원내대표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감싸고 돈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 이 파업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순리가 아니고, 특정인이 뭘 다풀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옛날 방식이냐"고 말했다. 방송 파업이라는 뜨거운 현안과 박 위원장 사이에 거리를 두려는 뜻일지 모르겠으나 올바른 자세 가 아니다. 집권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박 위원장은 국민적 관심사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정치 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방송이 공정한지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분명한 인식 이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공동체의 미래를 맡길 소양과 의지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 자라면 그 토양인 언론의 공정성이 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거나 이용하려 들지 않아야 한 다. 이 원내대표가 공정방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장선출재도의 개선 필요성 등을 거론한 것은 그 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 역시 파업의 원인이 된 '낙하산 사장'의 퇴진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의지도 실효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저 시간을 끌려는 꼼수로만 비칠 뿐이다. 사설 3--- 강남 투기지역 해제, ' 강부자' 특혜 완결판 정부가 어제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을 포함한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권 전매제 한 완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 등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기존의 모든 빗장도 풀어버렸다. 정부가 앞장서 투기를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강남3구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어줌으로써 ~

54 이명박 정부가 '강부자 정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최근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 제를 철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어느 정부건 부동산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 는 부동산시장 안정일 터이다. 그러려면 집값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꼴이니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격이다. 집값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정도로 급락하면 부양책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 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올랐던 서울 강남이나 경기 분당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최근 많이 떨 어지긴 했지만 이는 집값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물론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 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서히 하락하는 것은 경제 전반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 당분간 이런 상황을 용인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의도한 거래 활성화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의 집값 수준도 너무 높 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도 하락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집 살 여력 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투기수요를 끌어들여 집값 하락을 어떻게든 막으면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위험한 도박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부동 산투기가 되살아날 것이고, 실패하면 정부의 정책신뢰도만 떨어질 뿐이다.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강남3구의 다주택자 등 부동산부자들이다. 정부가 의도한 집값 하락 방지와 주택거래 활성화 전망은 불투명한데 반해 강남 부동산부자들은 각종 부동산 세금 혜택을 확실하게 누릴 수 있게 됐다.강남3구의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낮아지고, 임대사업용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을 '강부자'를 위한 특혜 완결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5월 12일 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10. 당파성 이야기 역사시간에 당파싸움이라는 말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깍아내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 배웠다. 하지만 저 질 풍노도의 1980년대, '당파성'이란 말은 오히려 많은 젊은이들을 가슴 뛰게 했다.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 해 당파성을 견지해야 한다.' 그 시절엔 참으로 멋진 말이었다. '모든 계급에 두루 이익이 되는 제도나 절 차는 없다.' 워낙 험난했던 시절이라 노동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는 당파성의 하위 개념일 뿐이었다. 옛날 동생 녀석 문건에 따르면 이걸 '계급독재'라 하던가. 이제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다. 노동자 계급 맨 앞에 서서 싸웠던 대기업 노조들이 이제는 자신들 ~

55 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들을 나몰라라 한다. 비정규직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서 옛날 노동자 투쟁을 하던 때처럼 계급의식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계급'의 자리는 "복지'가 대신하고 있다. 북은 일제 강점기 이래 지금까지, 외세와 자본주의에 맞서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철저히 당파성을 지켜 역사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은 오히려 역사 발전에 뒤처져 있다.'당파성'때문 에 민주주의나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버린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게다. 부디,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선출 과정의 부실 혹은 부정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사람들은 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솔개가 부러워 서 이리 노래한다, 하지만 솔개도 저기 병아리 떼가 있다는 걸 제 짝에게 알려주기 위해 최소한의 말을 가 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강이며, 푸른 숲, 그 속에 숨어 있는 들쥐를 '언어'로서는 아니래도 머릿속에 떠오른 분명한 '개념'을 통해, 알아보고 기억할 것이다. 말이며 개념은 우리가 바깥세상 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리하고 기억해 두는 수단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유식이라, 우리가 알 고 있는 이 세상은 그 본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개념, 분별이 지어낸 것일 뿐이라고 말하던가. 그런데 말은, 개념은 한번 만들어지면 당초 세상을 알아차리는 수단의 지위를 벗어나서 세상을 규정하려 든다. 마치 그말에 대응하는 어떤 것이 저 홀로 그리고 변하지 않는 실체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양. 저기 창밖에 부슬부슬 어떤 것이 내려오는 '순간'을 '비'라고 분류하고,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번에 비슷한 어떤 것이 내리면 '어, 또 비가 오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번 '비'라고 이름 붙이고 나니, 마치'비'라는 놈이 있 어 저 하늘 꼭대기에 이렇게 웅크리고 있다가, 이 밤 내 방 창문 앞으로 부슬부슬 떨어지는 양 착각을 한 다. 실상은 그게 아니리. '비'라는 실체는 별도로 없고 온도와 습도와 다른 조건들이 딱 들어맞아 수증기가 물이 되어 떨어지는 '순간'을 우리는 그저 비라 부를 다름이다. 조건들은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고, '비'라 는 순간은 생겼다 사라졌다 한다. 뭐, 사람이라고 어디 별다른가. 옛날에 까치였던 내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구하려고 종에다 머리를 들이받 은 착한 일 덕에 이번 생에서는 사람인 나로 태어났다는 식의 윤회설. 아니면 내 이 모습 그대로 저 요단 강 건너가 먼저 가신 아버지를 만난다는 찬송가 역시 나라는 변치 않는 실체가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안 거 아닐까. 다정다감한 어머니 유전자와 강한 성격의 아버지 유전자가 서로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가 생겨났고, 내가 50여년 세월 겪은 여러 경험들이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일 뿐. 부모 유전자가 달라지고 경험이 달라지면 나는 나가 아니다. 열 살 때 죽은 내 동무는 열 살 어린 아이의 몸과 마음으로, 여든넷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 쪼그라들고 병든 보습과 마음으로 저 요단강 건너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부모의 유전자에서 비롯된 이몸과 마음이 몇 ~

56 십년이라는 비교적 긴 '순간'동안 유지되므로 나는 나의 실체가 있는 양 여긴다. 대체로 불교는 '실체 없음'에 방점을 두고, 비교적 긴 순간 동안 사실상 실체가 있는 것처럼 살아갈 수밖 에 없는 '지금 여기'를 접어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독교는 대체로 만물들이 비교적 긴 순간 동안 동일성 을 유지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조건들이 만나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로 붙잡으 려 애쓴다. 실체처럼 보이는 '지금 여기'들이 모여 세상은 변해 흘러간다. 변하지 않는 우리 편? 신영복의 그림 사색 평원을 달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한동안 달린 다음에는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기다립니다. 영혼을 기다립니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라 합니다. 질주는 영혼을 두고 달려가는 것입니다. 영혼을 빠뜨리고 달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사설1---미국 말만 듣고 온 광우병 조사단, 누가 믿겠는가 지난달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에 간 민관합동조사단이 12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어 제 새벽 귀국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중앙가축방역협의회에 참석해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정부는 오후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로선 국민적 우려 사안에 대해 긴박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부산함이 오히 려 '뻔한 결론'을 가리기 위한 호들갑으로 비친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광우병 위험 요인은 없으며 검역강화 조처 는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처는 조사단이 미국에 가기 전에 내렸던 결론과 다른 게 전혀 없다.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기 전에 미국의 설명을 듣고 내린 결론이, 조사단이 10일 이상 현지 조사 활동을 한 뒤 내린 결론과 그대로라는 것은 조사단 파견이 시늉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단 활동과 미국 의 설명이 일치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견학단' 또는 '유람단'이란 비아냥을 들은 조사단은 가장 핵심적인 광우병 발생 현장에 접근하지도, 농장주를 직접 만나 질문하지도 못했다. 경찰이 범행 현장에 가보지도 못 한 꼴이다 ~

57 정부가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하면서도 검역 강화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으면 검역을 정상으로 돌려야 마땅하다. 검역 강화 상태를 당분 간 유지하겠다는 것은 조사가 철저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거나 조사단의 '빈손 귀국'을 계기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시민의 항의를 잠재우려는 술수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와 정부는 이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축전염예방법과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 건을 빈틈없이 손질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든 수많은 정부 당 국자들의 발언과 기록이 있음에도, 정부는 법 조항 운운하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 있는 조항으로 충분히 수입이나 검역 중단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정부가 딴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캐나다와 오스 트레일리아처럼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도록 위생조건을 고치고, 가축전염예방법도 광우병 발 생시 수입 중단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모양이지만 어떤 것도 국민 건강보다 우선할 순 없다. 사설 2---' 반값등록금' 약속은 못 지킬망정 ' 벌금폭탄' 이라니 지난해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에 참석샜던 대학생 등에게 최고 500만원까지의 '벌금폭탄'이 부과되고 있다 고 한다. 반값등록금을 해결하겠다던 정부가 어정쩡한 대책만 재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애꿎은 대삭생 과 시만들만 처벌을 받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지키지는 못할방정약석을 지키라고 시위했다는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의 벌금까지 때리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정부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현 정부.여당에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은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아이디어를 낸 반값등록금 공약을 들고나왔다. 이어 지난해 4월 재보 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민심을 받들겠다며 당 쇄신의 핵심과제로 다시 반값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혔다.그 러더니 결국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해 9월 정부 예산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가구소득이 하위 70%인 대학생 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값은커녕 겨우 12~13%수준의 인하효과에 불 과한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고는 시민들을 강제연행해 모조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 해버린 것이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둔 지금, 여야는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댜 할 공동 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형사처벌 문제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 에 참다못해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아무런 정상참작없이 마구잡이로 '벌금폭탄'을 매기는 것은 모두가 기성세대일 사법당국 임사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점심을 거르고 빚을 내가며 학교 를 다닌다는 성신여대 4학년 김아무개씨의 사례처럼 상당수 대학생이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에 짓눌려 ~

58 청춘을 분노와 눈물 속에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 어제까지 133명에게 15만~500만원씩 1억1295만원의 벌금이 부과됐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시위 주동자가 아니면 대학생에게 기소유예 등으로 관대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 았다. 정부.여당조차 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해놓고 단순히 미신고 집회였다는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매기는 건 야비한 짓이다. 일부 학생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니 법원에서라도 최소한 선고유예 등으로 선처해야 한다. 최소한 양심이 있는 판검사라변 법에도 눈물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말하는 남생이 말하는 매실 김별아 소설가 어쩌다 팔자에 없는 강연과 방송 출연을 더러 하게 되면서 일찍이 신경쓰고 살지 않던 결함이 콤플렉스가 되어버렸다. 글이 아닌 말로 사람들을 만나노라니 부정확한 발음이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등장 한 것이다. 아무리해도 혀짜래라기소리가 귀엽지 않은 나이에 조금은 진중히 보이고 싶어 혀 운동을 자유 롭게 해준다는 설소대 수술이라도 해볼까 고민했다. 그때 인터넷으로 비용과 부작용 등을 검색하며 엉두 덜거리던 내게 동생이 던진 촌철살인의 한마디. "말을 잘하고 싶다고? 이젠 말을 줄여야 할 때가 아닌가?" 아뿔사!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누누이 들었음에도, 하마터면 도취가 부른 착각으로 구업을 보탤 뻔했다 생리적인 노화와 별개로 마음이 늙으면 말도 늙는다. 새로운 생 각이 줄어들면 중언부언 했던 말을 하고 또하고, 공감과 배려가 퇴화하면 결국 자기자랑으로 끝나는 말들 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어떤 말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체가 아무 실속 없는 '말하는 매실'과 믿지 못할 '말하는 남생이'가 될 만한 징조다. 우연히 죽비에 정신이 반쩍 들었다. 바야흐로 막말과 궤변과 요설의 시대다. 입만 열면 꿈에 먹은 떡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허언증 환자에겐 질릴 대로 질렸다. 그 꼴 같지 않은 꼴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창조적인 상욕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 만 괴물과 싸운다며 똑같은 괴물이 될 수는 없다. 함부로 속되게 말하고 쓸데없이 말해 설화에 휩싸인 사 람들을 보노라면 <논어>의 일절이 떠오른다. 공자는 "함께 말할 만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함께 말할 만하지 않은 사람과 더불어 말하면 말을 잃는다"고 하셨다. 사람을 잃고 말까지 잃는 어 리석음속에 뒤엉켜 버글거리기가 괴롭고 부끄럽다. 이런 때에 마침 아나운서 0씨가 말의 벽과 문에 대해 다룬 산문집을 보내왔다. 책을 읽노라니 글을 '잘'쓰 는 비법이 없듯 말을 '잘'하는 법도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말할까 궁리하기보다는 무엇을 말 하지 않을지를 먼저 고민하면, 절로 입이 무거워진다. 말이란 '영혼의 문을 두드리는 일'임을 깨달으면, 유 창한 달변보다는 가만한 경청이 소통의 첫걸음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영영 반벙어리로 살수는 없을 ~

59 터,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잃지 않고 말 역시 잃지 않는 지혜를 배울수 있을까? 0씨에게 소개를 받아 비염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침술원을 찾았다. 근육이 뭉친 손님을 진찰하며 "뭉쳐야 사니까 여기라도 뭉치는 거죠"라고 말하고, 진료가 끝나면 "다음에 꼭 봐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침술사 아 저씨'는, 절대맹의 시각장애인이다. 따끔한 침과 함께 따뜻한 말로 사람을 치료하는 그에게 나는 0씨와 마 찬가지로 진료실 밖의 봄꽃을 '어떻게 들려드릴 수 있으려나' 고민했다. 눈부신, 폭죽처럼 터지는, 불을켠 듯 환한... 따위의 말을 곱씹다가 마침내 '박하사탕처럼 화한'이라는 표현을 찾아냈을 때, 나는 비로소 말 을 '잘'한다는 게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내 입에서 나온 발일지라도 듣는 이가 주인일지니, 말은 타 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받는 데 쓰일 때에야 뜻있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목적인 동시에, 금 같은 침묵을 사랑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야 할 이유이리라. 5월 14일 사설 -- 이런 후진적 정당에 진보의 미래를 맡길 수 있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엊그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벌어 진 폭력사태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당안팎에서 그렇게 우려하고 경고했건만 인터넷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다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진보정치의 끝없는 추락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기 짝이 없다. 엊그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당 지도부 폭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폭력사 태까지 벌어졌다. 당권파들은 회의 초반 성원 여부를 가지고 트집을 잡더니, 참여당 계열의 중앙위원 자격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회의를 지연시켰다. 세 차례에 걸친 정회 끝에 심상정 공동대표가 첫번째 안건인 강 령 개정안 심의.의결건이 통과됐다고 선언하자 당권파들은 단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대표단을 에워싼 채 조준호.유시민 공동대표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고, 당권파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회의는 결국 무기한 정회됐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를 방치하고 제어하지 않은 당권파 지도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당 내에서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단상 점거와 지도부 폭행은 1980년대 보수정당에서 벌어진 용팔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옳은 만큼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전근대적 좌파들의 오만을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진보정치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줄곧 지적되 왔듯,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데 지극히 인색하고 어떻게든 자파 헤게모니를 관철하고야 말겠 ~

60 다는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다. 회의 직전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난 이정희 공동대표의 책임도 무겁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 다. 이 대표가 당권파의 회의 방해를 수수방관한 채 회의장을 떠남으로써 결국 폭력사태로 치 닫는 원인을 제공했다 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퇴를 할 때 하더라도 파국을 막는 게 무한책임을 지는 자 세다. 이 대표의 무책임한 표변이 진보정치에 기대를 건 수많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통합진보당 체제론 진 보정치의 미래는 없다. 이제 사퇴는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있네 없네, 당원 총투표를 하네 마네 하는 식의 단순한 진실 규명이나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은 상황까지 왔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 보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지금 자신들의 표가 아깝다고 아우성이다. 통합진보당의 최근 행태가 극우 어 버이연합의 깽판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묻고 있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통합진보당 내부 동력으로 가능할지, 진보정치판 천체를 헤쳐모여 해야 할지는 머 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문제다. 이번 사태로 한국 진보전치의 후진성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곪 은 상처를 도려내지 않으면 앞으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전자투표 등을 통해 안건을 처리한다고 해결 될 차원을 넘어섰다. 진보정당의 위기는 전체 개혁진보진영의 위기다. 국민들은 진보의 자정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설사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미래를 개척해내고야 마는 진보의 저력을 국 민들에게 다시 보여주기 바란다. 안철수, 그 허락된 욕망 야권의 여러 대선 주자 중에서 다른 아무개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데, 왜 유독 안철수 현상만 나타나는 걸 까?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면서 내가 찾아낸 대답은 딱 하나이다. 지지자들에게 안철수 교수는 '허락된 욕망'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가상 대결에 여러 야권 후보들을 대입해보면 안 교수를 제외한 다 른 후보들은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직 상대가 안 교수일 때에만 박위원장 지지자들 중에서 절반 정 도가 빠져나와서 야권 후보를 지지한다. 다른 말로 박근혜 지지자와 안철수 지지자는 절반 이상 같은 사람 들이라는 것이다. 이 분석 결과르 주변에 얘기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깜짝 놀란다. 정말이야? 박근혜 지지 자랑 안철수 지지자가 같은 사람이라고? 놀랄 것 없다.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상대후보 지지자들 중 상당수를 빼와서 나를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겹치는 게 댱연하다. 그러면 도대체 다른 후보라면 절대 지지하지 않지만 안철수라면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 ~

61 까? 한 가지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안 교수 지지자들의 가치관이 강한 물질주의를 모이며, 이것은 박근혜 지지자들의 가치관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야권후보 지지자들의 가치관은 탈물질적 이다. 간단히 말하면 물질주의란 안보나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고, 탈물질주의란 인권, 민주주 의, 언론자유, 환경 등을 중시하는 가치관이다. 문제는 물질주의의 핵심 내용인 안보와 성장이 그 자체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 간 보수정치세력의도구로 악용되면서 인권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핑계로 기 능해왔다는 점이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탈물질주의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지배적인 기치관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대결 구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대결이 아닌 것이 된다. 보수의 가치관인 물질주의의 틀 안에서 고르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안철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린다. 물질주의는 욕망의 가치관이다. 욕망을 잠시라도 미루기 싫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해줄 것 같은 박근혜를 선택한다. 이 명박 정부 내내 인권과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와 환경이 위협받고 있을 때 철저히 침물하거나 혹은 방조했 다는 점이 좀 켕기기는 하지만, 나의 욕망 추구를 방해할 것 같은 다른 후보보다는 낫다. 그런데 안철수 교수가 등장했다. 그는 의사이자 성공한 기업인이자 대학교수이고 부 자이다. 이 네 가지는 물질주의 적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시그널이다. 한국 사회가 가진 욕망위 정점을 이룬 그가 자신들의 욕방 추구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 이다. 청춘콘서트로 청년들을 위로하고 거액의 기부를 한 그는 심지어 착하기조차 하다. 이것은 물질주의적 지지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박근혜를 선택했을 때의 켕김이 안철수를 선택했을 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는 허락된 욕 망이다. 공동정부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내년에는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세상 아니면 안철수 대통령의 세상에 살게 될 모양이다. 두 개의 세상은 얼마나 서로 닮아 있고 얼마나 서로 다를까. 적어도 지지자들의 특성이 라는 정치의 수요 측면에서 본다면, 두 개의 세상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개의 세상이 달라지려면 정치의 공급 측면, 즉 후보의 철학과 정책이 달라야 하지만 그는 한사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내년 이맘 때 둘 중 어느 세상에 살고 있을까. 나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세상읽기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5월 15일 ~

62 가난한 민주주의 상. 빈자의 꿈--- 보수 집권 하. 정치의 가난, 가난의 정치 상. 빈자의 꿈--- 보수 집권 심층 면접과 정치의식 여론조사 임대아파트 단지 주민 70명 심층면접과 전국 성인남녀 800명 대상, 경제적 상.중.하 계층에 따른 정치적 성 향 심층면접(48살 무직 남성. 기초수급자 월48만원으로 생활) 내가 보수냐고? 사실 보수가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진보라고 하는 애들이 tv 나오면 채널 돌 려버린다. 그냥 싸가지 없어 보인다. 목소리 크고 앙칼진지.. 그런게 싫은 게 보수면 나는 보수가 맞나 보 다. 그냥 나라가 잘사는 쪽으로 발전하는 걸 보고 싶다.IMF때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라가 망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나라가 잘 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대다수 빈곤층 면접자들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못하였다. 정치의식 여론조사를 보면, 이 념성향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는 쪽이 하층 14%로,상층 3.3%, 중층 5.0%보다 월등히 높음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찍었다. 민주당을 뭐..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딱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보니 무슨 일을 하는 지 알수가 없다. 가끔 뉴스를 봐도 싸우는 것만 나오더라. 진보당? 아예 잘 모르겠다. 들어 본 적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밖에 모른다. 파업 같은 거 하는 노동자들 보면 이해가 안 간다. 멀쩡한 직장 있는 놈들이 무슨 파업인가. 세상 돌아가 ~

63 는 일은 텔레비전 저녁 7시 뉴스에서 본다.일찍 잔다.9시뉴스는 못 본다. 신문은 안 본다. 인터넷도 할 줄 모른다. 휴대폰도 없다. 면접조사 임대아파트 주민 90%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정치 정보를 얻는다고 대답.인터넷 은 1.5%뿐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하층(TV나 라디오58.7%, 신문.잡지7.3%, 인터넷19.0%), 상층의 경우 인터넷 으로 정치 정보를 구하는 비율이 34.7%였다. 내 고향은 서울 봉천동이다. 그 동네 사람들은 다 못살았다. 우리 집은 제일 못살았다.아버지는 간경환지 뭔지 일찍 죽었다.엄마는 '함바집'에서 일했다. 형과 남동생이 있었다. 우리 형제는 그대로 방치됐다. 밥을 '떡 먹듯' 굶었다. 나는 주로 구멍가게에서 뽀리'(좀도둑질)를 해서 먹었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박정희다.내가 제일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에 박정희가 대통령이었다. 그때 내 가 힘든 것은 그 사람 탓이 아니다.당시에 내 몸은 힘들었지만 나라가 좋아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자고나 면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들어섰다. 중학교 때, 박정희 대통령이 총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엇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사람을 죽인 놈이 나쁜 놈이다. 아마 박정희는 한 번만 더 대통령 하고 그만하 려고 했을 거다. 만약 그때 안 죽었으면 영웅이 됐을 거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나라가 발전해야 내가 산다"고 종종 말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힘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자주 표현했다. 민주주의 등은 고려대상이 아닌 듯했다. 여론조사에서 하층 집단의 52%가 박정희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41.7%가 박정희를 좋아하고 있었다. 고교 중퇴 이후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엄마가 날 먹여 살리고, 엄마는 요즘도 폐지를 줍는다. 이곳 임대아 파트는 당시(1994년) 138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지금은 기초수급자로 한 달에 48만 원을 받고 생활한다. 꽤 오래전부터, 20년 전부터 교회를 나갔다.결혼? 날 좋아 해줄리 없고,교회에 여자들도 나오지만, 거기 여자 들은 다 장로와 집사의 딸이다. 내가 넘 볼 사람들이 아니다. 새누리당에 이자스민인가 하는 필리핀 여자가 국회의원 됐다는데,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그건 마음에 ~

64 안 든다. 어떻게 우리 나라 사람도 아닌 필리핀 여자가 국회에 갈 수 있나? 그런 아량있으면 우리 같은 어 려운 사람을 국회로 보내달라. 그러나저러나 우리는 외국인들 보다 못한 대우 받는 거 같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복지와 일자리를 이주민들이 뺏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정치의식 여론조사 결과 '외국인의 국회 진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층의 44.7%가 부정적 대답, 상층은 30.6%. 빈곤층은 정치적 성향뿐만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의식에서도 보수성이 강하고 개방성이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새누리당 구의원들이 다닌다. 자주 오는데 나를 보면 꼭 손을 잡는다. 자꾸 아는 척을 해주니 고마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난 이명박 대통령도 좋아한다. 이 대통령은 영어도 잘 하고 다른 대통령보다 공부를 잘하는것으로 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 좋아한다. 너무 무르다. 북한에 가서 고개 숙이고 심지어 자살까지 했다. 그때는 동네 사람들도 노무현 찍으라고 그래서, 노무현 찍어줬다. 그런데 정치를 이렇게 할 줄 몰랐다. 김정일한테도 꼼짝 못하고, 대통령으로 많이 모자랐다. 가난한 사람들한테야 복지가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뭐가 다르겠나.아프고 가 난하고 기술 없고 생활능력 없는 사람들이 여기에 산다.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이 동네 사람들 사는 건 똑 같다. 새누리당이 잘사는 사람 편만 든다고 하는데 그건 당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완벽한 정치가 어딨 나. 임대아파트 면접자들의 경우 각 정당의 정책이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거의 알지 못했다. 이들 은 정보를 습득할 경로가 거의 없다. 신문이나 인터넷은 거의 접하지 않았다. 그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미래의 정치보다 당장의 현금에 더 욕심을 냈다. 나에겐 꿈이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꿈이라게 뭐 있겠는가. 정치가 내 인생을 바꿔줄 거라는 생 각도 안 한다. 한가지 꿈이 있다면 88살 때 눈감고 자다가 조용히 죽는 게 소원이다. 그리고 지금 삼겹살 이 너무 먹고 싶다, 못 먹은 지 1년이 됐다. 누가 삼겹살을 사준다면 이번 대선에서 찍어줄 용의가 있다 ~

65 임대아파트 주민 정치의식 르포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5월 초 어느날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정자는 더위 를 피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여느 아파트 단지와 다르지 않았다. 방화2.3동에 넓게 자리잡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는 2011년 12월 31일 현재 1만 2564가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대부분 중산층이다. 단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중년 남성들, 힘없이 그늘에 퍼질러 않은 노인들이 나타난다. 그들의 외양은 다른 아파트 주 민들과 다르다. 1065가구가 모여 사는 방화2동 11단지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이 모여 산다. 영구임 대아파트다. 이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잇다. 단지 곳곳에 마주보며 들어선 영구임대아파트와 일반 아파트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그 경계선 밖으로 좀체 나오지 않는다, 그들 의 공간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산다, 그들은 별말이 없다. 정자에서 쉬고 있던 박말순(가명:65)씨응 처음부터 퉁명스러웠다. "그건 뭐하러 물어?", "이런 거 안해." 단 칼에 자른다. 라면 5개가 들은 꾸러미 덕분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나는 박근혜 찍을거야. 다른 사람들 은 '깜'이 안 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내가 보기엔 대통령 할 만한 사람 아무도 없어." 묻지도 않았는데 도 뒤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잘했어. 그땐 살기 좋았다고, 그정도는 해야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작고 마른 체형의 박씨는 꾀죄죄한 일바지를 입고 있었 다. 그의 생애 어느 시기에 잘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정치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물었 더니 그의 눈이 둥그레졌다. "보수가 뭐여? 김명철(가명.76)씨는 단조롭게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있다. 김씨는 주변 이웃에게 쑥뜸 을 놓아주며 푼둔을 벌고 있다. 그 역시 박근혜를 지지한다. "보릿고개 없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하긴 잘했 어, 도둑질도 안 하고 말이야. 그 딸이니깐 잘하지 않겠어? 박근혜가 내세운 공약을 알고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텔레비젼에서 멱살잡고 싸우는 꼴이 보기 싫어. 그냥...꼼꼼하게 정치 잘할 거야." 가난한 이들은 이유와 근거를 대진 못했다. 그들의 판단은 직관적이었고 단순명쾌했다. 노인들만 그런 것 은 아니었다. 좁은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던 백찬영(가명.48)씨도 박근혜를 지지했다.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꼽았다. "화끈하잖아." 박정희가 '화끈하게' 정치를 하던 시절, 백씨는 10대였다. "박통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박통 말고 다른 대통령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패가 없어질 것 같아서"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그는 유력한 야권 후보인 안철수 교수에 대해선 "샌님 같아서 정치를 잘 못할 거 같다"고 평했다 ~

66 빈곤층의 보수성향은 출신 지역의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듯했다. 낮잠을 자다간 깬 박자순(가명.68) 씨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구석으로 끌고 가서는 "여긴 전부 김대중 당 사람들만 있어서 누가 들으면 큰 일나." 그는 귓속말로 말했다. '나는 박근혜야. 어디 가서 말하면 안돼." 박씨는 오해하고 있었다. 주민들끼리 정치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니, 이웃한 빈곤층의 민심을 모르는 듯 했다.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자가 만나본 임대아파트 주민 70명 가운데 절반이 박근혜를 지지하 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의 정치의식 속에서 박정희가 잘했다는 단순한 기억은 박근혜도 잘할 것이라는 명쾌한 전망 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합리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이었다. 그래서 다 굳건해 보였다. 그들의 굳건한 판단에 변화가 생기려면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전북 장수 출신 김명석(52,무직)씨는 대파가 담긴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막 들어가단 참이었다. 혼자 살고 있는 김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박정희를 존경한다. 그러나 박근혜를 지지하진 않는 다. "저꼭에 서 젊은 안철수가 나올 텐데, 그러면 남경필 정도가 나서야 하지 않겠어?" 김씨는 시멘트회사에서 봉금 받 으며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정몽준은 친재벌적"이라는 말도 했다. 심층면접을 한 주민 70명 중에거 "친 재벌"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그런 단어를 구사하지 않 는다. 다만 '친재벌'을 비판하는 김씨조차 새누리당 안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다. 김용업(43)씨는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터넷이 주류가 되는 세상인데 안철수의 강점이 있 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심층면접자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김씨는 영구임대아파느 주변에 들러쳐진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날품을 파는 일이긴 하지만, 비교적 안정된 수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서구 방화동 영구 임대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에게 그런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구입할 돈이 없다. 신문 을 정기구독할 여유가 없고, 이웃과 어울려 다가오는 대선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여력이 없다. 한국사회현안에 대한 계층별 인식 빈곤층, 상류층보다 복지정책 '불신' ~

67 우리사회 복지가 확충되면 나의 삶이 좋아질 것이다.(상54.4% 중54.9% 하49.7%)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가 바람직하다(상43.4% 중41.4%하57.5%) 한미 FTA 재협상 추진해야(상50.2% 중54.5% 하43.3%) 외국인이 한국 국회에 진출해도 좋다(상65.5% 중65.4% 하43.6%) 하. 정치의 가난, 가난의 정치 20대 유민영(가명. 29) "정치인들이 괘씸해요, 우리보다 어렵지 않으면서 어려운 사람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말만 번지르르한 거죠.", "자기 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는 인간들" 선거 때마다 자기를 찍어달라는 정치인들이 주변에 북적댄다.그들은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머리 숙인다, 그것으로 끝이다. 그 들이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이 되었어도 나와 이웃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심층면접 : "정치 문제에 관해 이웃과 토론하는가?"질문에 "안 한다"가 51.5%였다. "해도 바뀌 는 게 없다", "정치에 관심 없다" 하지만 20~40대에서 일부 탈보수화 흐름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에서 20~49살 빈곤층(새누리당12.8%, 민주통합당61.5%, 통합진보 당25.6%) 50대 이상 빈곤층 61.7% 새누리당 지지 "정치에 관심을 가져 보려고 노력은 해봤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 신문을 보기 힘들어요. 요즘 나꼼수인 가 뭔가 유행이라고 하던데 들어보고 싶긴 해요." 좋은 직장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사고 싶다는 유씨가 손 ~

68 에 든 구형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임대아파트 주민들 가운데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은 다른 주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정치적 정보를 갖고 있었다. 보수성향이더라도 미세하나마 다른 결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할지는 좀더 생각해 보겠다"며 유 보적 태도를 취했다. 정치의식 조사 : 인터넷 정치 정보 얻는 빈곤층의 35.3%가 안철수 지지. 박근혜(11.8%) 더운 날이면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가져갈 게 없다" "이곳에선 노트북을 길가 에 놓고 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데, 빵 같은 것을 놓고 오면 몇 분 안에 바로 사라진다" 한찬영(가명.46)씨의 평생은 가난 그 자체다. 그는 주로 공사판 일만 했다. 그마저도 이제는 술에 찌들어 아픈 몸 때문에 못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는 "술 먹고 자느라 투표 못했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 다. "사는 게 어려우니까 서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도 않아요. 막걸리 한잔 먹고 자는 게 속 편하다고 다들 생각하지. 사는 게 재미가 없으니까..." 누가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줄 것인가 정치 정보 습득 경로의 계층별 차이 상층(tv.라디오34.7%, 인터넷34.7%, 신문.잡지18.7%,주변과의 대화8.2%, 기타3.7%) 중층(40.9%, 37.5%, 11.2%, 8.6%, 1.8%) 하층(58.7%, 19%, 7.3%, 11.2%, 3.8%) 빈곤층의 정치 참여의식 정도 ~

69 내가 정치에 대해 발언하는 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상40.5% 중 30.0% 하28.5% 시민이 참여하면 세상이 좋아진다. 상54.9% 중47.8% 하37.6% 진단과 조언 저소득층의 자기배반적 정치의식 정영태 인하대 교수 (정치학) 한국 저소득층이 보수 성향을 띠는 것은 1930년대 독일에서 나치가 등장한 것과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농민들이 노예해방을 반대한 남부를 지지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저소득층은 자긍심을 외부에서 찾는다, 박정희를 존경하는 저소득층이 많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외형적 국가발전이 그들에게 만 족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저소득층에겐 보수정당이 자아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전국적 풀뿌리 조직망이 탄탄한 보수정당이 현실 선거에서도 빈곤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다. 박상훈 후마니스타 대표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상당수의 투표 불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체제에서 해소되지 않 은 역사적 긴장의 본질에 대해 통찰력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투표 불참자의 수는 결국 그들이 "기대하는 대안이 억압된 크기"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대중 참여를 불온시한 ~

70 분위기가 합쳐져 빈곤층의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율의 급락이 나타났다.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30% 가까 이 투표율이 떨어졌는데, 전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처럼 급격히 투표율이 떨어진 나라는 찾기 힘들다. 선거는 경쟁하는 정치조직 가운데 하나를 보통의 시민이 선택하는 행위다. 그런 면에서 유권자에게 표를 요구하는 것은 선택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다. (민주.진보 정당 등이) 민주.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찰과 비판적 반성 없이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일방적으로 강조한다면 지금의 나쁜 상황을 변화 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사명을 "목소리 없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으로 정했다. 우리의 경우, 누가 못소리 없는 다수 유권자들에게 목소리를 갖게 할 수 있 을 지 의문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공적 소통의 공간이 조중동 등 보수적 매체의 강한 영향권 안에 있고, 그 틈새를 뚫고 진보적 소통을 매개 하는 진보적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가 저소득층과 충분히 결합되어 있지 못하다. 보수정당은 지속적 이미 지 혁신을 통해 저소득층의 불만을 부단히 끌어안고 있는 데 비해 진보개혁정당은그렇지 못하다. 국가보 안법 폐지와 같은 의제들은 기존 반공.보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있는 빈곤층에게 호소력이 떨어진다. 빈곤층의 사회경제적 요구.이해를 수용하여 이 지점에서 보수정당과 첨예한 대치선을 만들어야 한다. 진보 개혁정당은 이제 '정치적 개혁주의'가아니라 '사회경제적 개혁주의'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라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투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 즉 투표 동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이슈를 쟁점화해 보수정당과 선명하게 차별화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정치적 대안이 있어야 계층 적 자각이 있다. 따라서 정당의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적인 과제다.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진보세 력은 믿음직하다"는 신뢰마저 잃어버렸다. 대안을 바라는 대중들에게 전혀 매력이 없어진 정치세력이 된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중도논쟁은 정말로 한가한 이야기다. 통합진보당이 몰락한다면 ~

71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일을 민주당에서 끌어안아야 한다. 민주당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체제가 민주주 의다. 민주주의 아래서는 경제적 약자들도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그 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불리함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투표 권 행사를 포기하거나 투표하더라도 보수정당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점점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다. 가 난한 이들의 낮은 투표율과 보수적 선택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치적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빈곤 층의 보수화 현상은 다른 나라와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빈곤층의 상당수가 노인이다. 이들은 한국전 쟁과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와 성장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민주화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는 약해졌지만 성장주의는 오히려 강화됐다. 그 결과 가난한 이들과 보수정당은 긴 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겨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정치의식 조사는 그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 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그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빈곤층이라 해도 50살 이상 노인 세대와 달리 20~40대 는 민주.진보 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하층에 속하는 20~49살 유권 자의 87.1%가 19대 총선에서 아권연대를 지지했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12.8%에 그쳤다. 가장 존경하는 대 통령도 노무현 44.3%, 박정희22.9%, 김대중 18.6% 차례였다. 이들 젊은 빈곤층은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고,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흐름 속에서 삶의 기회 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진보 성향을 띠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 나 상.중층 젊은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하층에 속하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은 암울한 대목이 다. 애써 투표해봐야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낮은 정치적 효능감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정당 후보가 당선되고 그 후보를 통해 복지 확대 등 제도 변화가 이루어질 때, 그 결과 자신 의 남루한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가난한 젊은이들은 비로소 투표해야 할 이유를 찾을 것 이다.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일부 대학에서나마 반값등록금이 현실화된 것,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 환된 것 등은 가난한 이들이 왜 투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아침 햇발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는 프레임의 문제 ~

72 사회갈등을 다룰 때 무엇을 갖고 왜 다투는지를 제쳐놓고 갈등 행태만을 부각시키는 프레임(접근법)이 있 다. 노동자들이 왜 참지 못하고 쟁의를 일으켰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파업, 점거, 농성 그리고 산업 피해만 을 부각시키는 예가 대표적이다. 보수언론은 여론몰이에 이런 프레임을 자주 쓴다. 이 경우에 갈등은 좀처 럼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하는 쪽이 자기주장을 알릴 기회도 없고, 너무 억울하기 때문에 절대 타 협하지 않고 죽기살기로 싸우게 되는 까닭이다. 통합진보당 갈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애초 비례대표 경선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 이 특정 계파의 문제로 초점이 옮아갔다가 폭력사태로 비화했다. 집단 갈등은 대립하는 양쪽이 각자 주장 을 내세우며 공방전으로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사태는 당권파라는 집단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 현상이 좀 특이하다. 비판의 초점도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들의 행태'에 맞춰 지고 있다. 문제는 이 와중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무엇을 놓고 왜 다투게 되었는지, 본연의 '사실논의'가 실종된 점이다. 적절한 프레임이라고 할 수 없다. 작은 것부터 바로잡아 보자. 갈등 행태가 부각되다 보니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당원 직접투표로 선출하려 했다는, 정당 민주주의 차원의 의의마저 무시되 고 있다.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는 대개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망자와 추천 등을 종합 해 선정한다. 계파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계파 우두머리들끼리 나눠먹기 쉬운 구조다. 통합진보당의 당원 투표제는 다른 정당에 비해 진일보한 제도다.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더라도 대중정당, 온.오프라인 투표 제도, 진성당원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할 거냐를 함께 고민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큰소리칠 건 별로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경선관리 지체로 들어가 보자. 오프라인 투표도 흠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투표의 85%를 차지 하는 온라인 투표의 유.무효 시비다. 이를 두고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는 소스코드를 누군가 중간에 열어 봤으니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당권파는 소스코드는 열렸지만 그것은 단순히 투표 안 내 페이지의 색깔 따위를 손보려는 것이었고 본질적으로 중요한 투표데이터는 열린 적이 없다, 즉 투표 데 이터는 조작된 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온라인 투표의 유효성 논란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별진상조사위원회를 당 밖 인사를 많이 넣어 짜기로 했으니, 그리 많은 시간 이 걸리지 않아도 각자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안도했다. 과학적.기술적 검증을 통해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관리 부실이냐 총체적 선거부정이냐의 논란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통합진보당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쪽으로 사태가 번져갔다. 엊그제 당원들의 폭력행위는 소수파가 할 수 있는 필리 ~

73 버스터 수준을 넘는 것이었다. 엄중하게 사죄할 일이다. 이정희.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급 인사들도 문 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기갑 비상대책위가 구성됐지만 당권파 당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경선관리 실태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해 사실관계를 밝혀주는 일이다. 승복과 타협,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사실의 힘만한 것이 없다. 여론몰이로 찍어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회찬 대변인의 언급이 합리적이다. 진보정 당의 분란이 빨리 수습되길 간절히 바란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시론 : 통합진보당의 소란을 보며 (남재희 언론인 전 노동부 장관)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투표부정 사건은 그 자체로 심각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정당에 불신과 적의를 가진 국민들의 호기심도 돋워 온 나라의 회제가 되고 있다. 우선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이른바 경 기동부연합을 쉬쉬하며 비밀로 할 것이 아니라, 떳떳한 당내 그룹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고 싶다. 햇볕을 비추면 음영이 사라질 쁜 아니라 살균도 되고 좋은 변화가 온다. 그리고 신비스러웠던 것이 진부한 것이 되기도 한다. 소설 <지리산>을 쓴 소설가 이병주씨는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햇볕에 바 래면 역사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동부연합을 '신화'가 아닌 '역사'의 장으로 끌어냈으면 한다. 그 신화라고 할 수 있는것 가운데 하나로 남북한 관계를 꼽을 수 있다. 그들의 통일조국과 이상사회 건설 을 위한 열정을 우선 젊은이들으 선의로(음모가 아닌) 이해하고, 출발하려는 것이다. 통일방안 논의에는 연방제.국가연합.민족공동체 등의 말이 나온다. 나는 '경계선이 의미가 없는 상태'를 중간단계의 목표로 하 여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게 되면 뒤이어 통일은 자연스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연방제.국가연합 운운은 속된 말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통합진보당의 자주파들은 연방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는 미국과 중국(넒 게는 미.일.중.러)의 동북아 새질서를 놓고 큰 틀에서의 합의가 1차적이다. 연방제든 무엇이은 남북한의 합 의는 2차적이다. 따라서 연방제 등을 내세우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소박한 민족감정에는 맞을지 몰 라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우선 힘쓸 일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돕는 것이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서 로가 상대적 안보를 추구하는 일이다. 절대적 안보의 추구는 금물이다. 한쪽의 절대적 안보는 상대방의 절 대적 불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할 것은 조국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대한민국은 법률적 완결성을 갖 추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이 '실패한 국가'가 분명해짐에 따라 점차 남이 정치적 완결성마저 갖게 되었 다. 그래서 사고방식의 선회와 국민감정의 변화가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른바 자주파의 주장은 더욱 용납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

74 이 세상에는 200개가 넘는 국가체제가 있다. 까다롭고 복잡한 이론투쟁을 간단하게 처리하는 방법 중 하 나는 그 많은 국가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그래도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 가운데 에 없다면 그 이론은 공론일 것이다. 아마 마지못해 유럽 모델, 스웨덴 모델을 말할 것이다. 그러면 일단 해결된 셈이다. 인류는 모두가 잘 해보려고 노력해왔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세상이다.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전에 생물학에서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법칙을 배운 적이 있다. 사고방식의 발전도 역사적 발전과정을 축약적으로 반복하는 것 같다. 요는 그 과정을 빨리 극복하는 일이다.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은 이승반 정권의 잔인한 사법살인 탓에 비극으로 끝났다. 통합진보당은 내부의 노 선 차이와 부정투표 시비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두번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 극으로 또 한번은 소극으로"인 것이다. 통합진보당에는 똑똑한 사람들은 많으나 현명한 지도자는 별로 없 는 것 같다. '용광로론'을 내세운 죽산만한 인물이 없다. 거인의 시대는 가고 왜소인의 시대여서인가.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를 많이 냈을 때 과잉흥분하여 분당사태가 왔다는 해석이 있다. 이번에 연립정권 참여의 전망이 보이니까 또다시 과잉흥분하여 분당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지난 12일 중 앙위의 난동사태를 보면 1960~70년대 일본의 전학련(젠가투렌.전국일본학생자치회총연합) 내부폭력투쟁이 떠오른다. 그들은 내부를 뜻하는 '우치'와 폭력의 독일어 게발트의 합성어인 '우치 게바'를 부슨 자랑처럼 상투적으로 행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때를 정점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경기동부연합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이번이 현대적이고 새로운 진보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면 다행이다. 5월 17일 세상읽기 : 개혁적 진보는 살아 있다 이정희가 망가졌고 통합진보당의 내상이 심각하다. 진보개혁세력 전체도 피멍이 들었다. 통합진보당의 비 례대표 경선이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졌고, 그 뒷수습 과정이 이른바 당권파의 억지와 폭력으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를 내건 인물들이 어쩌면 이렇게 엉망인지 참담한 심경이다. 하지만 진보라고 다 똑같지 않다. 진보의 아이콘에서 진보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정희의 집단이 있는가 하면,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한 심상정.조준호.유시민도 있다.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 리를 잡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를 보면, 다행히 돌덩어리는 딴딴하게 뭉쳐있기는 하지만 한줌 에 지나지 않는다 ~

75 수구적 보수언론은 통합진보당 내 일부 수구적 진보파의 문제를 통합진보당 전체의 문제로, 나아가 진보 세력 전체의 문제로 싸잡아 비난하고자 한다. 진중권처럼 수구적 진보파의 맨얼굴 폭로에 큰 역할을 하면 서도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고 외침으로써 부주의하게 여기에 휘말려선 곤란하다. 진보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로 나뉜다. 이게 무슨 복잡한 구분방식인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그 런데 한국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면 '진보--보수', '개혁--수구'를 정확히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과학적 분석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벼, 보수는 사회적 강자를 대변한다. 근대사회에선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시장과 국가'의 상대적 양 면에서, 진보파는 시장보다 국가를 선호하며 보수파는 그 반대다. 그 리고 개혁파는 효율성.민주성을 해치는 사회시스템을 뜯어고치려는 세력이다. 따라서 시장과 국가의 질 향 상, 즉 공정한 시장경쟁과 민주적 효율적 국가를 추구한다, 수구파는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이다. 진보-- 보수를 엑스축에 놓는다면 개혁--수구는 와이축에 놓을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선과 악의 관계가 아니고 양자가 조화로운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개혁과 수구 사 이에선 수구를 물리치고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보수 중에선 수구적 보수파가 득세하고 진 보 중에선 수구적 진보파가 물을 흐리기 때문에 골치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에선 북한 체제의 시대착오 성을 깨닫지 못하고 민주주의 원리도 체득하지 못한 수구적 진보파가 영향력을 행사한다. 물론 한국의 수구적 보수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반면에, 수구적 진보가 집착하는 이득은 쥐꼬리만할 뿐 이다. 또 수구적 진보는 군사독재라는 괴물과 싸우다 닮아버린 불행한 시대의 유산이다. 북한이 변하고 나 서도 바뀌지 않을 집단이 수구적 진보파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 골방에서 나와 햇볕을 쬐고 있으니 눈을 바로 뜰 날이 온다. 이를 촉진하려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관계를 끊어선 안 된다. 수구적 진보파만 당에 남아 국고지원 금을 독식하고 자폐증을 심화시키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수구적 진보파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되, 개 혁적 진보파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진보신당이나 녹색당 세력도 대거 통합 진보당에 입당해 수구적 진보파를 바로잡으면 좋겠다. 수구적 진보파는 통합진보당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재벌체제 개혁에 딴죽을 거는 장하준이나, 채용 비리를 저지르고 노동시장 개혁을 외면하는 거대기업노조 역시 수구적 진보파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 로 진보의 대대적 자체정화가 전개되면 좋겠다. 지금은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지만 그걸 잘만 치러내면 진 보는 거듭날 수 있다. 그럴 때 죽는 건 수구적 진보요, 사는 건 개혁적 진보다.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곽병찬 칼럼 ~

76 오늘 그들이 죽이고 있는 것은... 시인 김수영은 1968년 4월 13일 펜클럽이 주관한 문학세미나 강단에 선다. 강연 제목은 훗날 박정희도 패 러디했던 '시여, 침을 뱉어라.'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끝내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이제야 5월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깨닫는다. 1960년 4.19 혁명을 배반했던 2공화국의 나태와 박정희의 5.16 쿠데타, 1980년 민주화의 봄을 압살했던 5.17 신군부 쿠데타. 5월의 배반은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민 주와 인권의 싹을 무참히 짓밟았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는 다시 그 배반의 5월 한가운데를 죄인처럼 걷고 있다. 끔찍한 사실은 배반의 주동자가 전직 일본군 장교와 그 일당 혹은 그들이 비호하던 정치장교가 아니 라는 것, 진보의 패찰을 달고 민중의 기치를 치켜들었던 자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진보가 아니라, 세계 10대 종교에 포함되는 주체사상의 세례교도요 수령 중심의 봉건적 전제국가 추종자라고 다짐해도,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침을 뱉으려는 건 아니다. "2공화국/ 너는 나의 적..."이라던 김수영처럼 그들과의 '대 적'을 천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 김수영은, 말은 그리했지만 실은 돌아서 저에게 더 자주 침을 뱉던 인물이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그토록 처절하게 자신을 몰아세웠기에 그는 완전한 자유, 완전한 평화의 세계를 꿈 꿀 수 있었고, 자유와 평화를 가로막는 권력과 폭력과 거짓에 온몸으로 저항할 수 있었다. 그에게 시작이란 바로 진보였다. 인간에 대한 신뢰, 완전한 세상에 대한 꿈을 안고, 온몸으로 나아가는 것 이었다. 시의 동력은 진보의 믿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불온해야만 했다. (혹은 진보)의 위기란, "정 치이데올로기와 동일시될 때가 아니라,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만을 승인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을 때'였다. 권력과 명예가 주어지지만, 자유와 저항을 포기해야 하는 까닭이다. 자유는 방종, 평화는 무질서 등,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에 근거해 질서 통제 억압 계급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갈리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진중권의 표현대로 '한 줌도 안 되는 무리'가 민주주의와 진보에 테러를 가하던 날, 진보와 보수, 혁신과 수구를 막론한 매체들은 일제히 '진보의 부고'를 알렸다. "진보, 민주주의를 폭행하다"(경향신문), "주사파 진보, 민주주의를 집단폭행하다"(동아일보), "그날 대한민국의 진보는 죽었다"(한국일보). 부고 앞에서 보 수.족벌 언론의 환호는 지금도 계속된다 ~

77 그러나 분명한 건, 그날 이들이 죽인 것은 진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패찰과 깃발로 진보를 위장했을 뿐, 지도하는 뇌수(수령)와 맹종하는 지체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집단이다. 그러니 진보의 자폭이란 어불성설 이다. 설사 그런 이들이 잠깐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국민을 배신하고 당을 형해화하더라도, 진보가 사망할 리 없다.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 그런 인간에 대한 믿음, 더 나은 세상의 꿈이 어찌 사라질 수 있을까. 그들은 그저. 김주열 학생과 4.19 희생자들, 여고생 박금희와 5.18 희생자들, 재단사 전태일과 인간 해방을 꿈꾸다 떠난 노동자들, 삼성반도체 희생자 32명, 쌍용차 희생자 22명, 용산참사 희생자 그리고 수많은 의 문사와 사법살인 희생자들을 두번 죽이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끝끝내 지키려던 인간의 자유와 존엄, 인간 해방의 꿈을, 서푼도 안 되는 금배지를 위해서 말이다 말글살이 함함하다 뭉툭한 몸집에 네 다리는 짧고 주둥이는 거의 돼지처럼 뾰족한 동물. 야생에서는 낮 동안 나무뿌리 밑이나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주로 활밤에 활동하는 동물.얼굴과 몸, 배와 꼬리, 네 다리를 제외하고는 날카로운 침 모양의 털 1만6천여개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이 동물의 이름은 고슴도치이다. 요즘 이 녀석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로 한다'는 속담에 볼멘소리로 대거리하는 이들이 있다. 고슴도치보다 못생긴 동물도 많은데, 왜 하필 속담의 주인공으로 삼느냐'는 것이 다. 따져 보니 그렇다. 동물의 새끼들은 귀엽고 이파리도 애잎이 곱듯이 어린 생물은 다 예쁘지 않은가. '어버이 눈에는 제 자식이 다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뜻을 담은 속담은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다다 고 한다'이다.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이니 이 속담은 '털이 바늘같이 꼿꼿한 고슴 도치도 제 새끼의 털이 부드럽다고 옹호한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요은 '자설'에서 낱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문장을 읽어버리는 세태를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 글귀가 풀리고, 이를 통해 문장을 파악해야 전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낱말의 원뜻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속담 풀이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 속담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를 널리 써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강재형/미디어 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

78 5.19 신영복 의 그림 사색 : 야심성유희 야심성유휘 "밤이 깊으면 별은 더욱 빛난다." 이 말은 밤하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어둔 밤길을 걸어가는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은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위로입니다. 몸이 차가울수록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길이 험할수록 함께 걸어갈 길벗을 더욱 그리워합니다. 맑은 정신과 따뜻한 우정이야말로 숱한 고뇌와 끝없는 방황에도 불구하고 그 먼 길을 함께하는 따뜻한 위로이고 격려이기 때문입니다. 크리틱 : 맨붕이라고 하는 징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요즘 특히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멘붕'이 그것이다. '멘붕'은 멘탈 붕괴'의 줄임말이고, '멘탈'은 '정신상태';를 의미하는 메탈리티'의 줄임말이다. 즉 멘붕은 '정신이 허무러져버린 상황'을 의미한다. 애초에 게임을 하다 갑자기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상대에세 졌을 때나, 인터넷 커뮤니티 내의 논쟁에서 패 배했을 때 쓰이던 이 말은 실생활로 확장되어 갑작스레 당혹스럽거나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 혹은 예상치 못했던 일에 직면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두루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멘붕'은 자기 도 모르게 갑자기' 찾아오는 심리적 공황 상태다.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결과 앞에서의 비 판적 성칠이 아닌, 사건의 강도와 속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쇼크에 가깜다. 이 단어는 날마다, 아니 거의 매 시간 새로운 이슈가 터지는 게 일상이 된 '다이내믹 코리아'의 어떤 측면을 잘 드러낸다 ~

79 멘붕과 더불어 미디어를 장악한 또다른 표현들인 '~~녀', '~~남'이라는 호칭 여시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깝다. 두 표현 모두 바탕에는 상식을 뒤엎는 일을 일을 경험할 때 느 끼는 '황당함'의 정서가 깔려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사라지는 시대, 곧 가치의 상대성이 증폭되는 시대에 황당 함은 지배적인 감수성이 된다. 멘붕을 일으키는 황당함의 빈발은 우리사회가 문화적 위계의 해체와 상대 적 가치의 만개로 특징지어지는 이른바 포스터 모던 사회에 확실히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황 당한 취향을 가진 이들을 등장시켜 평범한 '자구인'의 멘붕을 초래하는 <화성인 바이러스>와 같은 프로그 램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의 기미는 이미 1990년대부터 감지되었으나 명확하게 나타난 것은 최근이다. 가령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엽기'가 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강하게 표현함으로써 가치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주체의 모습을 여전히 담고 있는 데 반해, 현재의 멘붕은 상대화된 가치와 해석을 요하는 사건의 범람 앞 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주체의 무기력감을 드러낸다. 이런 무력한 주체의 모습은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더불어 한때 견 고하고 안정적이었던 질서와 제도가 곳곳에서 허물어지고 있다는 진단은 더이상 논란 거리가 아니다. 사 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를 '엑체화된 근대'라고 표현한다. 국가나 노조, 복지제도, 공동체 등 사회적 인 것을 해체하며 시장에 넘기는 신자유주의 의해 액체처럼 흘러내린다는 뜻이다. '견고한 질서'조차 제대로 있었던 적이 없는 한국에서 '액체화'의 강도는세계 어느 곳보다 심하며, 변화에 대한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에게 전가된다. 그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해야만 하는 개인들이 밀려오는 항상적 충격과 공포를 멘붕이라는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완회시켜 숨을 고르는 일은 생존을 위한 일종 의 전술이다 삶의 모든 결과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곳에서 '사회의 붕괴'는 '개인의 멘붕'으로 대체되는 것이다.어쩌 면 미래는 멘붕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미 우리 앞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멘붕이 징후적인 유는 이 때 문이다. 사설---그리스 위기, 파급 최소화 대책 서둘러야 그리스발 경제위기가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밀려오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채무 불이행을 염려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가는 뱅크런(대량예금인출)까지 번지고 있다. 그리스에서 지난 14,15 일 이틀동안 12억유로(약 1조7700억원)가 빠저나갔고, 스페인에서도 최근 부분국유화 한 방키아에서 10억 유로가 인출됐다고 한다 ~

80 급기야 신용평가가관이 무디스는 어제 스페인 은행 16곳에 대해 신용등급을 1~3단계 강등했다, 우리나라 도 이런 움직임에 뎡향을 받아. 종합주가지수가 1800선 아래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인 1172원을 기록했다. 경제의세계화가 곧 위기의 세계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스위기의 본질은 유럽연함이소속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타게사기 위해 내놓은 신재정협약이 시민 차 원의 지지를 얻는 데실패한 데 있다.독일의 아겔라 메르켈 총리와 그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재정협약은 초긴축정책으로,회원국 재정적자와 부채를 2013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다.그런데 이런 긴축정책은 경기 위축과 실업률 증가, 임금 삭감과 복지축소 연결될 것이 뻔해 각국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왔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연정이 무너졌고, 지난 6 일에 실시된 프랑스 대선과그리스 총선에서 긴축 반대와 성장을 내세우는 세력이 승리하거나 세를 확대했 다. 유럽 위기 해법을 놓고 긴축과 성장론이 맞서고 있으니, 유럽 시민들은 선거를 톨해 지금과 같은 초긴축 방안은 받아들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은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ㅂ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재정협약을 서민의 고통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것이다, 특히 유런연합의 금고인 유럽중앙은생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 그리스 위기가 단 지 지역 차원의 위기가 아니 만큼, 18~19일 미국시카고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 정상회의에서 어떤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우리 정부도 그리스 위기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누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잇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자체의 취약성에서 비롯한 문제가 아닌 만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 을 상정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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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 :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 쟁을 강요한다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 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거나 자신들 의 손실을 납품업체나 하도급 업체인 ' 을' 이나 소비자에 전가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건설업체 는 대물변제라며 미분양물량을 하청업에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 하여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그 중 사립대들은 국공립대학비율이 경제협력기구 국가 중 가장 낮 은 상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 등록금 장사' 를 벌인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초중고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 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 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 승자독식 구조' 가 고착화된 탓이다. 성공 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 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남발한 것이 모두 이런 조치다. 재벌 기업들에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 체어를 타는 삼성.현대자동차 등의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켜가거나 사면받는다. 오히려 자신이 모든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가 같은 이들이 핍박받는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 이 칼춤을 추는 나라다.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턴키 입찰 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대 재벌 건설업체들이 싹쓸이하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 이렇게 해서 턴키로 ~

84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 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사업 전반에서 이런 담합 구조만 분쇄해도 한 해에 수십조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교육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 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비대한 사교육에 의한 ' 승지독식 구조' 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1조 억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 공정사회' 를 국정 화두로 내세웠다. 무슨 국정 화두가 시시때때로 바뀌는 지 모르겠지만, 목표야 좋다. 하지만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시장통에서 ' 오댕쇼 ', 방송에서 ' 눈물찔끔쇼' 를 해봐야 불공정한 사회가 공정해지지 않는 다. 윤용인 ' 노매드& 트래벌 대표 공항의 풍경은 부두의 그것과 닮았다.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출항선의 생명력과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하역장의 고단함은 공항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새벽 여섯시 반 무렵의 신선한 공기와 소풍을 앞둔 소년의 설렘이 넘실되는 이 자리, 이 시간이 언제나 좋다. 귀국행 공항의 솜처럼 지쳐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특히 통유리 창을 통해 활주로 주위에 대기중인 거대한 항공기를 바라보며 몇 시간 후 내가 닿을 미지의 세계와, 여행길에서 만날 사람들을 떠 올리면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린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모든 것이 무덤덤하다. 백년을 같은 자리에서 권태를 팔아온 노인처럼 공 항의 느낌도,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의 기대감도 모두 일상처럼 싱겁고 밍밍하게 다가왔다. 웬 만한 나라는 다 다녀보니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이며, 사람도 다 ' 거기서 거기' 라 는 생각이 내 의식의 바닥을 내리깔고 있다. 어쩌다 헛도사 돼버린 스스로를 착잡해하면서, 트 위터에 이런 문구를 올렸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 많이 하란 말을 체력의 의미로만 해석 했다. 공항에 앉아 비행기를 봐도 설렘이 안 생기는 걸 경고한 것이었음을 문득 깨닫는다. 어 디에도 미지의 세계가 없다고 느끼는 건, 어쨌던 우울한 일이다." 더이상 사람에게 관심이 많지 않아졌을 때, 늙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늙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내일이 겁났다. 세상을 도사연하게 바라보는 자체 가 이 노화를 부채질한다고 진단했다. 방법은 자세를 교정하는 것뿐이다. 개봉 영화를 만나는 설렘으로 처음보는 사람을 대할 것, 보물찾기를 하는 호기심으로 익숙한 사람을 새롭게 볼 것,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 거기서 거기' 까지의 거리가, 내 상식과 지식과 경험과 예측을 훨씬 넘 는 폭이이라는 걸 늘 최면 걸 것, 이라고 나는 여행 내내 노화 방지 부적 주문을 하고 다녔다 ~

85 세상읽기 <한--EU FTA에서 눈여겨볼 점> 한국과 유럽연합이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언론에는 국책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한 장밋빛 전 망이 넘쳐나지만, 나는 심드렁 했다. 경기 예측, 특히 장기적 예측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 목 표치에 맞춰 가정을 정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런데 협정문 안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조항이다. 앞으로의 무역에는 제품의 가격과 쓰임새뿐 아니라, 사회 적.환경적 가치도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항이다. 주목할 만한 표현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이번 한-- 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두 당사자는 ' 단순한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지속가능발전 의 목적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제무역의 발전을 증진하겠다' 고 약속했다. 특히 협정문에는 무 역을 늘리기 위해 노동과 환경 기준을 낮추지는 않겠다는 약속, 즉 지금 상태를 최저선으로 개 선만 시켜 나가겠다는 약속이 담겨있다. 여기서 노동 기준은 1998년 국제노동기구 (ILO)의 선언이다. 이 선언에는 결사의 자유, 단체교 섭권, 강제근로금지, 아동노동금지, 차별철폐를 핵심 조동기준으로 채잭했다. 단연 눈연 눈에 띄는 것은 결사의 자유다. 한국 사회에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매우 낮다. 대표 기업이 공공연하게 ' 비노 조 경역' 이라는 경영 방침을 내세우는 것이 사회적으로용인될 정도다. 노동자가 노조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협상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유럽 문화와 대조적이다. 제도를 통해 이런 문화를 변회시키지 않으면 새 무역 질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협정문은 환경기술 제품과 재생가능한 에너지 제품, 에저지 효율적 제품 등에 의해서는 관세 믿 비관세 장벽을 우선적으로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 공정무역' 과 ' 윤리적' 제품 및 사회책 임경영 기업 제품의 무역을 촉진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잇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시민사회와 대화를 하고 감시를 받는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을 명시한 것도 인상적이다. 앞으로 생산자를 고려하는 공정무역 제품,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경영의 주목적으로하는 사회적 기업, 사회책임경 경에 나서는 영리기업에게 더 큰 사업기회가 열릴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EU FTA 시대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먼저 구매에 지속가능성 개념을 도입해야 한 다. 가격과 품질 이외에. 납품 기업의 환경과 사회 기여도를 평가하는 ' 지속가능한 정부조달 기준' 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사회적 기업제품, 공정무역 제품 등 환경 및 사회적 가 치를 생각한 제품을 우대하는 공공기관 구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이제 사회책임경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경제적 성장도 어렵게 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일부 대기업의 활동이라고 여겨지던 사회책임경영활동이, 이제 수출하거나 수 ~

86 출기업에 납품하는 중견, 중소기업의 이슈로 확대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닌사회 는 이 협정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흘러 가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 무역은 관료와 기업의 일이 라고 내버려들 일이 아니다. 시장은 제품과 서비스만 거래되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적 가 치가 동시에 교류되는 곳이다. 시장의 통합은 가치와 문화의 통합도 수반한다.자유뮤역 협정에 서도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10년 뒤 우리 소득이 1% 늘어날지 5% 늘어날지보다는, 10년 뒤 우리가 어떤 사회 어떤 환경 안에서 살게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번 협정 내용 중 가장 장기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를 끼칠, '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 조항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사설 1. 가열된 환율전쟁, 경제대국들이 책임있게 행동해야 미국의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로 시작된 세계 ' 환율전쟁' 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다간 금융 위기 이후 안정화된 세계 경제가 다시 휘청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환율전쟁을 촉발시킨 미. 중뿐 아니라 EU와 일본 등 경제대국들이 냉정을 되찾아 책임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 환율전쟁의 배경에는 저평가된 중국 위안화가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약속했지만 기대만큼의 진전은 없었다.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2% 에 그쳤고, 유로화에 대해서 는 오히려 9% 떨어졌다. 국제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선은 위안화 절 상폭과 속도를 좀더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내수 비중을 늘려 환율수준에 좌우되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줄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위안화를 20~40% 나 절상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단기간에 통화 가 치를 이렇게 높이면 중국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룩은 세계경 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미국과 EU 등 서방선진국들이 연합해서 중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등은 위안화 평가절상 폭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나 서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 방안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것도 자제해 야 한다. 환율 요인이 적진않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비생산적인 군사비를 줄이고 자국 산업과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 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통화가치조정만으로 무역적자 문제를 풀어갈 경우, 연이 어 교역상대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곧 세계경제의 공 멸로 이어지기 쉽다 ~

87 대응 수단이 별로 없는 우리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 급상승으로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달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빠져나가면 경제가 감당하 지 못할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장 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설 2. 이명박 정부의 외교 : ' 김성환 외교 ',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여러 정부에 걸쳐서 우리나라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러시아.북한 등과 두루 가깝게 지내 는 군형 외교를 지향했다. 미국만 추종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님을 인식해서다. 이런 상황 판단 을 토대로 다양한 동아시아 전략과 외교 담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추구됐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에서 시작해, 김영삼 정부 때 다소 주춤했지만 기본흐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 지면서 외교 기반을 넓히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런 흐름을 깬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엉뚱하게도 한.미 관계 복원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내 세우고, 각국에 대한 배려와 균형 추구를 도외시한 채 미국 일변도 외교에 몰입했다. 한.미관 계의 실상과 시대환경의 변화를 잘못 읽은 탓이었다. 그결과 우리 외교는 많은 파행과 난맥사을 빚어냈다. 단적으로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나라는 중.러 등의 의구심을 무시하고 미국하고만 손잡은 채 대북 제재 몰이를 폈다. 하지만 대북 압 박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관련국들이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어정쩡한 처지 가 됐다. 또한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 외교에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강화되자 관영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러시아와의 관계나 중 동 지역 외교도 순탄하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FTA, 주한미군방위비, 이란 제재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무리한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한테 매달린 반작용이다. 공짜 점심은 없 는 법이다. 그럼에도 정부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외교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실상을 호 도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중국과 댜오위다오( 센카쿠 열도) 분쟁을 겪은 뒤 동아시아 외교전략 을 반성하는 논의가 분분하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해법을 고민하는 출발점 임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의 태도는 매우 염려스럽다. 이런 가운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취임했다. 그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으면 ~

88 서 유명환 전 장관과 팀을 이뤄 오늘의 실패작 외교를 빚은 장본인이다. 그가 발상을 근본적으 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외교는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유 전 장관의 딸 특별채 용으로 불거진 외교부 개혁이라는 과제도 가볍지 않다. 김 장관은 더는 국가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을 실방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진보정치의 부진 이유 미국사 연구에서 한 가지 저명한 주제는 " 유럽과 달리 왜 미국에서 사회주의 내지 사민주의 정당이 성공하지 못해왔는 가" 다. 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개인주의와 노동운동의 상당부분을 포섭한 민주당의 역할을 칭송하면서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전망없다는 것을 자축하는가 하면, 진보주의자들은 급진좌파에 대한 국가 탄압의 역사나 인종.종족별로 종족별로 쪼개진 노동계급의 분열을 한탄스럽게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진단을 내놓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친화성의 부족이 미국사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한다. 최근 십여년 동안의 경험을 회상해보면 한국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년대 후반부터 사민주의적 지향의 진보정당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만큼 국가 탄압은 완화됐지만, 진보정당의 역사는 주로 쓰라린 패배로 일관 했다. 2000년대 초반에 일시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일으킨 바 있지만 그 후로는 진보정당들의 지지울이 침체돼 점차 소폭 내림세 를 보일 뿐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젊은층 사이에서 진보정당 지지가 미약하다는 것은 놀랍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빈부격 차가 심화되고 부와 학력의 대물림이 일반화되는 한국에서는 진보정당의 정책비전이야말로 약자들의 이해관계에 안성맞춤 이다. 그럼에도 진보정당의 주된 지지자들은 여전히 소수의 고학력자와 대기업노조조합원 등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를 선망하는 경향을 보이는 한국인들에게 토종 사민주의자들이 이렇게 호소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진보정치의 부진의 사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계급갈등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관념적이며 비현실적 민족주의를 내 세워온 일부 정파들의 패권주의적 행위로 진보진영의 분열과 진보정치의 부진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 정치적 이유들과 함께 사회심리적 이유도 지적돼야 한다. 사민주의는 약자들의 상호 신뢰와 연대를 기본 요소로 삼고 있지만, 한국적 풍토에서는 약자들끼리 서로 믿고 손잡아 함께 계급투쟁을 벌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이는 한국 사회의 실질적 이데올로기, 즉 한국인들의 ' 상식' 과 맞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실질적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도 자유주의도 아닌 냉소주의와 가족 내지 의사가족 단위의 이기주의의 조합이 다. 극도로 부패한 관벌.재벌의 지배하에 사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사회가 거짓과 폭력으로 이루어져 있는것을 보면서 정부나 사회 지도층도 서로서로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타인을 일단 먼저 믿어볼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은 28%뿐이다 뿐이다. 그러나 늘 타인을 불신.경계해야하 는 폭력적 정글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그 폭력에 정면으로 저항하기에는 학교나 군대에서 폭력에 너무나 잘 길들어 져 있는 것이다. 저항한다기보다는, 그나마 믿어도 될 것 같은 가족.의사가족 의사가족( 선후배 등) 과 튼튼히 뭉쳐서 폭력의 먹이사슬 에서 약자가 아닌 강자가 되려고 발버둥친다. 그것이 도덕적 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대다수는 이 세상 에서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아예 믿지 않는 것 같다 ~

89 이처럼 냉소주의가 팽배한, 원자화된 사회에서 신뢰와 연대를 부르짖는 사민주의자들이 민심을 얻으려면, 그 연대 정신의 진지함은 약자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러면 학교 체벌 등 인권문제부터 철거민 투쟁이나 비정규직 파업까지 약자들이 싸우는 현장마다 당의 명운을 걸고 총력지원하는 것과, 약자들을 평상시 지원할 수 있는 풀뿌리조직을 확충하 는 것이 유일한 길일 것이다. 저항의 현장마다 진보정당의 깃발이 휘날리게 되면 결국 언젠간 한국에서도 진보정치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박노자- 칼럼 진보의 경박성에 관해 자본력이 약한 신문은 이른바 진보 세력에도 만만한 동네북인가, 얼마 전에는 해학과 풍자가 담긴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 난에 쓰인 ' 놈현 관장사' 라는 표현에 반발하여 국민참여당 유시민씨가 ' 한겨레 절독' 을 말하더니, 최근에는 북한의 3대 세 습 문제에 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비판한 신문 사설을 문제삼아 민노당 울산시당이 ' 경향 절독' 을 선언하고 나섰다. 경기도 수원의 한 독자가 지적한 대로 한국의 신문은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 몰상식한 신문' 과 ' 상식 적인 신문' 으로 나뉘는데, 흥미로운 일은 스스로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의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를 절독하겠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데 반해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의 ' 조중동' 을 절독하겠다는 소리는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는 말이 적용될 듯싶지만, 나는 그보다 한국의 이른바 진보의식이 성찰과 회의, 고민 어린 토론 과정을 통해 성숙하거나 단련되지 않고 기존에 주입형성된 의식을 뒤집으면 가질 수 있는 데서 오는 경박성, 또 는 섬세함을 통한 품격의 상실에 방점을 찍는다.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용히 끊으면 그만일 터인데 소문을 내거나 선언하는 모습이 딱 그렇다. 이런 경박성 에는 진보를 택한 자신에 대한 반대급부 요구도 담겨 있다. 경향이나 한겨레가 자기들 요구에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관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체계는 일단 지극히 부정적으로 형성되는데, 그중 일부가 한국현대사에 관한 독서나 특별한 경험을 통해 그때까지 형성한 의식을 뒤집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찰과 회의, 고민이 생략됨으로써 ' 극도의 부정' 이 ' 극도의 긍정' 을 낳고 ' 모 아니면 도' 식의 시각만 남아 섬세함이나 균형감각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예컨데 북한 내정에 간섭하는 것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데 섬세함까지 필요하지 않음에도 삼 대세습을 비판하면 내정간섭이며 반북이 되므로 남은 선택지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당의 판단이 며 선택" 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심지어 " 진정한 진보는 용납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까지 포용할 수 있는 톨레랑스를 가져야 한다"(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박경순 부소장) 는 궤변까지 나온다. 톨레상스는 차이를 용인하라는 것이지 용납할 수 없는 것을 포용하라는 게 아니다. 북한 관련 소삭을 접할 때마다 나에겐 고정관념처럼 떠오르는 말이 있다. 프랑스 파리 15구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의 "고 픈 배는 나중에 채울 수 없다" 는 말이다. 그럼에도 사르트르가 강조한 ' 지금 여기' 에 관심이 더 큰 나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비판적이면서도 북한에 쌀을 보내지 않는 이명박 정권에 더 비판적이며,, " 권력이( 선출되지 않는) 시장에 넘어간" 한국 사회 에서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의 세습 문제와 독재자의 딸 박근혜씨가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라는 점을 되돌아보자고 주문한다. 그러나 통일과업을 지상명제로 주장하고 그것을 진보의 자격조건인 양 강조하는 세력이 북한 ~

90 의 세습체제가 앞으로 굳어질 때 통일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자기부정이 아닌지 묻고 싶다. 북한 세습체제는 우리의 통일 여정에서 분명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이영희 선생도 지적했듯이 통일은 남북 양 체제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데, 북한의 세습체제를 그대로 둔 채 그리는 통일의 상은 어떤 것인가, 이 간단한 질문에도 ' 말하지 않는 게' 민노당과 당대표의 ' 판단' 이며 ' 선택' 일까. 홍세화 관자와 SSM 사람들은 관자( 관중)를 관포지교의 주인공으로만 기억하고, 그가 인류 최초의 경제 학자였다 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그는 화폐이론과 가격이론, 재정정책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준 다. " 토지는 정치의 근본이다. 시장상황은 재화수급의 지표다. 화폐가치는 경제동태의 반영이 다.( 중략) 재화가 많아 물가가 안정되면 투기적 이익은 사라진다. 투기이익이 사라지면 국가사 업을 조정할 수 있으며, 경제조정이 정상화하면 백성들의 삶이 절도있게 된다. 국가사업과 재 정은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많은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 관자, 목민편) 노동력을 생산적 산업에 배분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임을 관자는 통찰하고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보다 2500년이나 앞서 같은 지론을 제출한 것이다. 그는 경제 와 시장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약자를 돕는 정책을 펼쳤다. 나라를 튼튼히 하 기 위한 방책이었다. 어느날 환공이 북쪽 마을 주민이 가난한 것을 염려하여 관자를 불러물었다. " 북쪽 마을은 가 난하다. 남자는 짚신을 만들고 여자는 실을 뽑고 있으며, 채소를 가꾸어 겨우 입에 풀칠을 하 고 있는 형편이다.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는가? 관자가 답했다. " 곡물 100종(약 5000리터 리터)의 수확이 있는 자는 짚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1000종의 수확이 있는 집은 채소를 가꾸어서는 안 된다. 고을에서 300보 이내의 사람은 채소를 심어서는 안 된다"는 금령을 내려주십시도. 이 렇게 하면 빈 땅을 빈민에게 줄 수 있어서 북쪽 주민은 짚신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고 채소의 이익은 10배가 될 것입니다."( 관자, 치국편) 이른바 기업형수퍼마켓 (SSM)에 대한 해결책이 프랑스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동서고금이 증명 하는 해법을 외면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 상생을 말하는건 기만이다 유레카 황장엽 자살 ~

91 " 나는 가장 사랑하는 당신과 아들딸들 손주들의 사랑을 배반하였소. 나를 가장 가혹하게 저주 해 주기를 바라오." 14년간 김일성종합대학총장, 11년간 최고인민회의의장, 18년간 조선노동당비서 기형적 사회주의 체제의 기초를 닦은 ' 주체사상의 대부' 에서 북한 체제 변화운동의 전위 노릇 을 한 그의 생애는 우리 역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만하다. 그의 삶은 어떻게 기록될까? 오늘날 북한 체제의 문제점과 그의 족적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 한국에 온 목적은 전쟁방지와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것" 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른 바 북한민주화운동이 과연 남북 대결태세를 줄이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 했는가. 일부 정 치세력의 극단적 정쟁몰이와 남북 대결 정책의 도구로 활용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 ' 김동호 문화부장관' 은 어떤가 대개의 식물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다소간의 독성을 품고 있다. 드문 예외가 산사나무다. 거 의 완벽하게 무독한 나무로 꼽히기도 한다. 대신 순이나 열매, 뿌리, 꽃 등 거의 모든 부위를 차나 술, 약재 따위로 온전히 내준다. 언젠가 경기도 한택식물원에서 산사차를 마시다가 불현 듯 첫사랑이란 말이 떠오른 것은 산사나무의 이런 순정한 덕성 때문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장이머우 감독이 <산사나무 아래>였다 였다. 누구나 한번은 간절히 꿈꿨거나 경험했을 첫사랑에 대한 영상 보고서다. 온전히 내주고, 기다리고, 이해하며, 받아주 는 그런 사랑을 그렸다고 한다, 산사나무는 그 상징이다. 무협 블록버스터에서 10여년 만에 초 기의 순정한 세계로 귀환하는 장이머우 감독의 선택이었으니 단연 화제였다. 이 영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탓도 크다. 그와 부산 영화제의 관계가 꼭 그런 첫사랑을 연상시키는 까닭이다. 지난 15년은 그가 오로지 이 영화를 위해 헌신한 기간이었다. 외근중이던 그가 가족에게 한 일이라곤 일터로 가는 부인을 깨우기 위해 매일 아침 모닝콜을 한 것뿐이었다고 할 만큼 열정을 온통 영화제에 쏟았다. 그런 그가 지금, 떠남으로 완성된다는 첫사랑의 공식처럼, 올 영화제를 끝으로 퇴장하려한다. 그의 떠남 에 대해 이미 무수한 헌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거기에 으례 따라붙는 아름답다는 수식어만으로 ~

92 는 성이 차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따뜻하지만 엄정한 그 앞에서 숙연함이 앞서는 까 닭이다. 부산 영화제와 그의 관계는 설명이 필요 없다. " 어쭙잖은 관리가 낙하산 타고 떨어진줄 알았 는데 "( 봉준호 감독 ). 그는 오로지 열정과 헌신으로 까다로운 우리 영화인들을 감동시켰다. 그 는 " 세계의 어떤 영화제 위원장을 놓고 보아도, 헌신에서 유례가 없는 인물 "( 이창동 감독)이었 다. 그래서 " 그를 알고 지낸 세월 동안 그는 한 살도 더 나이들지 않은 듯 보인다. 마치 위대 한 소나무처럼" 이라는 중국 왕자웨이( 왕가위)감독의 찬사에 디터 코블리코 베를린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요다 다쓰미 도쿄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동의한다. 그의 떠남이 숙연하기까지 한 것은 사실 이 정부가 앞세운 문화 무뢰배들의 추접한 욕망이 그 배색을 이루는 탓도 크다. 연기자 출신의 문화체육부 장관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양심 적 문화예술인의 일터와 밥그릇을 빼앗앗다. 그렇게 탈취한 자리에, 결국 그들 자신도 넌더리 를 낸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같은 이들을 앉혔다. 미술계 원로라는 이는, 사법부가 불법부당하 다고 판결했음에도 이 정권이 강탈한 자리에 뭉개고 앉아 예술인의 자존심을 더럽혔다. 오죽 그렇고 그런 이들뿐이었으면, 문화부 장관 내정자는 온갖 추접스런 행적 때문에 중도탈락했을 까? 덕분에 자리를 보전한 유인촌 장관의 꼴도 구질구질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이 권력에 매달 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이제 자리마저 빼앗길 경우 그들의 더럽고 일그러진 얼굴이 고스란 히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이다. 그것을 가려주고 분칠까지 해주는 권력은 얼마나 편리하고 고 마운가. 이틀 뒤면 영화제 폐막과 함께 김 위원장은 역사가 된다. 누구나 그리워하는 이는 그렇게 스 스로 자리를 떠난다. 불론 전설이 되어버린 해운대 파티, 타이거 클럽 따위는 영화제와 함께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없는 그런 것들은 몸이 빠져나간 탈피처럼 허전하다. 아마 이런 아쉬움 때문이겠다. ' 김동호 문화부 장관' 은 어떨까. 얄궂은 생각이 드는것은 물론 그는 손사래를 칠 것이다. 집권 초 영화계부터 초토화시킨 이 정권도 내키지 않을게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문화행정과 문화현장을 지켜왔고, 열정과 헌신으로 영화인의 대부가 된 그 말고 누가 이 정권을 문화파괴주의의 굴레에서 구할 수 있을까. 사설 고용률 수치 높이려고 일자리 질 악화시켜서야 정부가 어제 확정한 ' 2020국가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은 일자리의 질을 낮춰서라도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발 ~

93 상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별로 없는 반면, 비정규직 제도 완화나 허약 노동계층의 단시간 노동 확대방안은 여럿 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 목표대로 현재 63% 인 고용률을 2020년까지 70% 로 올려도 실속없는 숫자놀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내놓은 방안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것은 비정규직 규제 완화다. 현행 법률은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를 확대하기로 한 것 이다. 위.수탁 기간이 정해진 청소.경비 업무를 예외 대상에 추가하고, 신설 기업은 이 제한을 면제해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 관련 법이 아예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다른 업체에 파견돼 일하는 노동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견 실적이 없는 업무를 허용 대상에서 빼는 대신 수요가 많은 업무를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완화는 고용촉진 효과 없이 비정규직만 늘릴 우려가 높다. 이는 지난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논란때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다. 당시 노동부는 기간제 계약 기간 제한 때문에 해 고 대란이 벌어질 거라며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 당수의 기업이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했다. 기업들이 단지 규제때문에 고용확대를 꺼린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고령자 일자리 대책도 고용보장은 제쳐놓고 일자리 숫자 확대에 급급하긴 마찬가지다. 정년보 장형 임금피크제 지원을 폐지하고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이다. 고령자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층 채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인데, 자칫하다간 정규직 한자리 를 고령자와 청년층이 단순히 나눠 같는 꼴이 될 수 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 상용형 시 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승진.고용보장 등에서 차별이 없어야 기 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정책 몇 가지로 고용을 확 늘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장기간의 고용 전략 은 숫자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을 촉진할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진정 한 일자리 나누기도 가능하다 목 문화적 인식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과 이 조사단의 보고서에 의혹을 제기해 온 서재정.이승헌 교수 쪽이 끝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보통 사람은 어느 쪽을 더 믿을까? 여러 요인이 작 ~

94 용하겠지만 아무래도 ' 내가 믿고 싶은 주장' 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얼마나 신념에 좌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험 하나가 얼마전 발표됐다. 미국 예일 대 법대 댄 커한 교수 등 세 명의 연구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일반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실험해 지난 9월 <위험 연구 저널>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 과학적 합의 대한 문화적 인식' 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논문의 결론은,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 신념에 가까운 주장 과 이런 주장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건 아무리 많은 과학자가 지지하더라도 잘 믿지 않으려 한다. 연구팀은 미국인의 이념 성향 등을 고려해 뽑은 1500명에게 가공의 과학자를 내세워 과학계에 서 대체로 합의가 이뤄진 주장을 설명하게 했다. 그리고 설명을 접한 이들의 반응을 관찰했더 니 좌파( 논문의 표현으로는 평등주의적/공동체 지향적)와 우파( 위계 지향적/ 개인주의적)가 아 주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는 견해에 대해서 좌파 78% 는 과학계에서 합의가 된 것이라고 인정한 반면, 우파 가운데는 19% 만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배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로 우파들이 더 신뢰하는 반응을 보였다. 과학계에서 합의된 것조차도 기존 신념에 부합해야 수용한다더니, 더 이념적인 쟁점에 대한 합의는 얼마나 어려울까. 이런 상황에서 소통이라도 하려면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라도 있어야 하겠다 유레카. 신기섭 논설위원 폭탄주의 문화심리학 폭탄주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음주문화다. 그렇게 자랑할게 없나 하겠지만, 폭탄주 제조법의 다양함과 화려함은 서구의 칵테일문화를 뛰어넘는 세계최고 수준의 상상력이다. 그런데 참 궁 금하다. 도대체 왜 한국 남자들은 이토록 폭탄주에 열광하는 걸까? 간단하다. 빨리 취하고 싶어서다. 그럼 왜 빨리 취하려고 하는 걸까? 서로 할 이야기가 없어 서다. 술은 이야기하려고 마시는 곳이다. 폭탄주가 한두 바퀴 돌아가다 보면 오버하는 인간이 나타난다. ' 사랑해 ' ' 우리가 남이가 ' ' 마셔마셔' 어쩌구 하며, 껴안거나 러브샷 같은 과도한 스 킨쉽을 일삼는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취해 아까 한 이야기, 하고 또 한다. 춤을 추는가 싶더 니, 한순간에 모두 사라진다. 도대체 왜들 그럴까? 두렵기 때문이다. 서로 나눌 이야기가 전혀 없는데, 멀뚱멀뚱 마주보고 ~

95 앉아 있어야 하는 그 황당한 상황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폭탄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우 리가 처음부터 이런 식은 아니었다. 기쁜 우리 젊은날, 우린 서로 할 얘기가 너무 않았다. 소 주 한 병에 파전 한 접시, 밤새 이야기했던 날들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은 이야기하려고 산다.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려고 생각한다. 그래 서 버고스키 같은 러시아 심리학자는 생각을 ' 내적 언어' 라고 정의한다. ' 내가 나하고 이야기하 는 것' 이 ' 생각' 이라는 것이다. 혼자 중얼거리는 현상은 이 내적 언어가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것이다. 힘들면, 생각이 복잡하면, 외로우면 사람들은 중얼거린다. 이야기가 하고 싶기 때문이 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들은 죄다 혼자 중얼거린다. 내 친구 재림이도 매번 혼자 중얼거린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수록 하소연할 사람이 필 요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심리상담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 어놓으며 삶의 의미를 찿아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유능한 상담자의 필수 덕목이다. 한국 남자들이 술만 먹으면 군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청춘의 그 아름다운 날들을 철조망 앞에서 총을 들고 보내야 했던 그 이유가 도무지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은 심리상담의 자세로 남자의 군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특해 군대에서 ' 보름달 빵' 과 ' 베지밀' 내기 축구시합한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이 땅의 진정한 사랑 은 군대 이야기를 참고 들어주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내 삶의 의미부여가 안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내 이야기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술 한 잔 놓 고도, 아니 맨 정신으로도 가슴 설레는 내 삶의 이야기를 밤새 나눌 수 있어야 진짜 내 삶이 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행복해지기가 정말 어렵다. <김정운의< 남자에게> ( 너를 껴안으려면 그만큼 내가 자리를 내어야 하고 너에게 안기려면 그만큼 내가 다가가야 하 는데 나는 늘 제자리에서 맴맴 돌았다. 내가 점점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게 매라면 나는 맞아 죽어도 싸리.) 독일에서 생각하는 전태일 얼마 전 집 앞에서 보도블록을 깔고 있는 일꾼을 본 적이 있다. 네모나게 깎은 손바닥 절반만 한 작은 돌을 보행로 바닥 땅에다 망치로 박고 있었다. 그 넓은 보행로 전체에 그런 식으로 돌 을 하나하나 토닥토닥 도토리 심듯이 보행로를 깔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작 ~

96 업에 걸리는 시간이나, 거기에 투입되는 정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 보였다. 일꾼은 돌맹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망치로 박으면서 노동자체에 몰입하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 같았다. 나 는 멀찌감치 서서 노동하는 한 인간이 몰입해서 일에 진정으로 빠져 있는 광경을 한참이나 쳐 다보았다. 며칠 후 동네 슈퍼마켓에서 그 일꾼이 작업복 차림으로 장을 보러 온 것을 보았다. 그 사람 역시 수많은 손님들 사이에서 전혀 구분되지 않고 똑같이 한 사람의 손님으로서 장을 보고 천천히 계산을 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전태일 열사가 꿈꿨던 사회가 이런 식으로 인간화된 사회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일의 성 격에 따라 직업의 특징이 다르더라도 모든 인간이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평등 하게, 자연스럽게 어울릴수 있는 사회 말이다. 노동을 진정으로 즐기고 몰입할 줄 알며 누구로 부터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공동체에 속한 노동자들의 세상, 이것은 계급의 문제나 노동시장 의 문제 차원을 벗어나 우리 사회의 정신의 문제,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태일 열사는 사십년 전에 이점을 이미 꿰뚫어 보았고, 그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에 경종 을 울리기 위해 자신을 오롯이 바쳤다. 그의 시선이 준열하면서도 또한 따뜻한 것은 아마 그의 이런 혜안, 열사의 이미지 뒤에 서려 잇는 소박한 인간애 때문이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조효제 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사설 황장엽씨의 장례와 관련한 그릇된 형태들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를 둘러싸고 의아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급 하게 고인한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는데, 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또한 일부 보수언론은 황씨의 빈소를 적극 조문하는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갈라 놓고 야당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모두 황씨의 행적과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황씨는 주체사상을 정비한 북한 체제의 대표적 이론가였다. 오늘날 북쪽이 직면한 위기 또는 체제 실패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남쪽으로 넘어온 다음에도 이와 관련된 책임 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 되레 그는 " 주체사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강조한 게 아니라 주체사상을 남한에서 더 발전시키고 개선해서 파급시키려 했다 "( 뉴라이트전국연합 이주 ~

97 천 대표)고 한다. 보수세력 한쪽에서도 이런 이유로 황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충분한 논의도 없이 훈장 추서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 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 황 전 비서는 북한 민주화와 발전, 개혁, 개방을 위해 헌신했다' 고 말했다. 그가 역대 최고위급 탈북자로서 북한 권력 내부 동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공로는 있 을 것이다. 국가 기관이 그의 신변을 보호하고 상당한 배려를 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당연한 반대급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전개한 이른바 북한 민주화 운동이 과연 북한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북쪽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을 바란다면 폐쇄국가인 스 스로 문을 열고 나오도록 하는 게 유력한 방법일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검증 된 경종이기도 하다.북한 체제의 문제점만을 반복 선전하는 그의 운동방식은 오히려 북쪽이 문 을 더 단단히 걸어닫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정부는 애초 황씨의 경우 국립묘지 안장 요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훈장이 있으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다는 점네 착안해 훈장 추서절차를 밟기로 했다는 것이 다. 확립된 절차나 기준을 무시하고 이렇게 편의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렇잖아도 논란을 빚어온 훈장과 국립묘지의 의미가 이번 일로 더욱 훼손되는 듯해 안타깝다 ' 꼴보수' 박노해와 드라이피스의 도전 세상에 누구보다도 가장 치열하게 자본주의 문명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박노해 시인이 왜 ' 꼴보수' 인가? 그런데 그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급진주의자이면서 고향, 전통, 아날로그 등을 생각하는 ' 꼴보수' 라고 커밍 아웃을 했다. 사실 그는 ' 진보적' 문명의 이기인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대신에 ' 보수적' 이날로그 사진기와 펜으로 시를 쓴다.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 빛으로 쓴 사진전' 은 1980년대에 <노동 의 새벽>이라는 시집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노해가 21세기 들어서서 다시 우리의 고정관념 에 던진 도전장이다. 만약 박노해가 비유적 어법으로 자신을 ' 꼴보수' 라 표현한다면 세계적인 철학자 휴버트 드라이피스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의 한계를 통찰력있게 지적하여 세상을 놀라게했던 그는 최근에는 인터넷 문명의 한계에 대해 근본즉인 ~

98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달 4~5일 경희대에서 열리는 몸과 문명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진행될 그의 강연도 박노해와 같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던질 도전장이다. 이번 가을 박노해와 드라이피스의 화두는 다음의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과연 첨단 기기들 이 더 인간적인 시간을, 더 심오한 시대정신을 창조했는가? 혹시 우리는 인간존재와 아날로그 적 사고에 대한 인문적 통찰을 자주 지워가는 것은 아닌가? 박노해와 드라이퍼스의 질문은 지금 전환기 한국의 미래에 너무도 중요하다. 한국의 주류보수 주의는 그저 3D 텔레비젼은 만들고 국외의 슈퍼인재만 수입하면 스티브 잡스를 이길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정작 한국의 교육과 공동체와 장인의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체되어 가는데, 보 수는 근본을 질문하고 장인의 전통을 지키자고 졀규하지 않는다. 한국이 우습게 보는 선진국들 은 바로 박노해나 드라이퍼스 같은 이들의 근본을 파고드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고 오랜 기간 숙성되기에 미래를 선도할 공력도 커진다. 한국의 주류 진보주의는 그저 진보의 확대만을 고민한다. 지금 과제는 단지 진보의 확대가 아 니라 기존 문명에 개한 도전인데 그저 기성 문명이 짜놓은 틀에서 분배와 교육을 고민한다. 2012년 총선, 대선을 향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세상읽기,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나고야시장의 시의회 해산 투쟁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요즘 일본 정치무대의 스타다.그는 나고야 유권자의 26% 에 이 르는 46만명의 서명을 이끌어내, 시의회 해산을 위한 주민투표를 사실상 성사시켰다. 가와무라 시장이 시의회 해산을 호소하는 명분은 시의회가 자신의 공약인 ' 감세' 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때 ' 주민세' 를 항구적으로 10% 삭감하겠다고 공약해 큰 표차로 당선됐다. 또한 시장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 시의회의원수 및 급여 절만 감축' 이란 획기적인 공약 이 큰몫을 하고 있다. 그는 ' 자기희생' 을 통한 솔선수범에도 빈틈이 없다. 연 2440만엔까지 받 을 수 있는 급여를 800만엔으로 줄이고, 4년간4 재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1억 2000만엔까지 퇴직금도 포기했다. 그런 판이니 75명인 시의원을 38명으로 줄이고, 연간 1663만엔 만엔(약 2억2300 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817만엔으로 줄이자는 시장의 안을 거부하는 시의원들이 ' 공공의 적' 이 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진지하게 따져보면 기와무라 시장이 진정 개혁가인지 의심스런 면도 있다. 주민세 감세는 연간 230억 ~250억엔의 세입을 줄인다. 이로 인한 재정지출 축소 는 당장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진다. 시의원 수를 줄이고 급여를 절반으로 줄이는 ~

99 데 연간 10억엔이다 억엔이다. 그런데 시의회 해산 주민투표와 시장 선거를 새로하는데만도 9억엔이 든 다고 한다. 그럼에도 보통 직장인에 견줘 매우 거액인 시의원 보수는 이런 머리 아픈 계산을 의미없게 만들고 있다. ' 국민의 봉사자' 에 대한 급여가 민간에 견줘 특히 많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 급여' 가 정치활동 보조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이또한 고려해야 한다. 급여 수준을 줄일수록, 정치 자금 조달 이 상대적으로 쉬운 기득권 대변 세력이 유리한 까닭이다. 그러나 정치활동과 무관한 사후보상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회가 지난 2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평생 매달 13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 안을 조용히 통과시키면서, 정치판에 냉소를 부르고, 의원 세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 킨 일이다. 누가 이를 되돌려야 할까? 사설 --- 언제까지 비정상적인 금리.환율을 유지할 것인가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25% 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 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원화 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 동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3.6% 인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급 등한 채소가격을 빼면 2.9% 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너무 군색해 보인다. 우선 금리가 오른다고 항상 환율이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환율 하락세는 글로벌 달러 약세의 여파 탓이어서 시중금리와는 큰 상관이 없 다. 또 원화 가치의 고평가로 환율 하락을 기대하는 외국 자본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실제로 금리를 동결하였음에도 어제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고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 승이 예상된다. 채소를 뺀 상승률이 2.9% 라지만 이를 기준으로 해도 6~8월의 2.6% 에 비해 급 등하는 상황이다. 6개월6 이후 거시경제를 내다보고 선제적인 물가대책을 펴야할 한은이 이런 식으로 금리 동결을 합리화하는 것은 스스로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금리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언제나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봤는지 목격하지 않았는가. 다만 조정이 완만하게 이뤄져 기업과 국민이 적 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호조와 경기회복에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저금리와 고환율 정책을 너 ~

100 무 오래 고집해 왔다. 이미 환율 조정은 때를 놓쳤고, 금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한해 가까이 1100대 후반을 유지하다 9월 이후 7% 이상 급락했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다. 이런 식이라면 물가에 손을 댈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에 야 금리 인상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이는 우리 경제를 킅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금리와 환율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이를 겨냥해 일본이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비판하고 나섰다.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 록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토 사설..." 평화국가"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한국이 강제병합 100년 관련 행사로 분주하던 지난 8월 27일 " 평화국가" 일본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를 중요한 정책문서가 발표되었다. 본문 약 40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전후 반세기 이상 유지되어온 " 평화국가" 체제가 변화된 국제 정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라 단정하면서 " 평화창조국가"를 지향할 것을 제창하고 나섰다. ' 수동적이 평화국가' 에서 능동적이 평화창조국가' 로의 전환을 중심 슬로 건으로 내걸엇다. 자민당 시절의 논의보다 한발 앞선 주장이 다수 포함된 문서가 민주당 정권 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 보고서는 요컨대 종래와 같이 단순히 자위대 병력과 장비를 전개 배치하는 " 정적 억지"는 낡은 시대의 유물이며, 이제부터는 " 경계 감시와 영공침범 대처를 포함한 적시적절한 운용을 통해 높은 방위능력을 명시" 하는 " 동적 억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 평시와 전시 의 중간인 회색 영역( 그레이존)의 분쟁" 에의 대처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대상 범위도 " 공해와 배타적경계수역 및 그 상공, 우주"와 같은 ' 국제공공공간 ' ( 글로벌 코먼스)에까지 확장되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위에서 구체적으로는 기반적 방위력 구상, 전수방위, 비핵 3원칙, 무기수출 금지 3원칙 등 종래 일본 방위정책의 근간을 이루어온 기본원칙의 전면적인 수정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방위계획 대강 작성 작업이 진행되게 된 ~

101 다 수 사설 외국계 기업형슈퍼 살리려고 중소상인 죽이나 정부가 한국 -- 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협정문에서, 우리가 프랑스 소매업에 진출할 때 기존매장 수와 이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점포 개설 규제에 합의해줬다는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 혀졌다. 국내 기업형슈퍼 (SSM)에 대한 입점 규제가 세계무역기구 (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해온 정부가 정반대로 프랑스 정부에는 규제를 양허해준 것이다. 프랑스에서 규제가 가능 하다면 우리하고 안 될 이유가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와 잣대를 갖고 기업형슈퍼를 규제할 수 없다고 해온 것인지 책임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업형슈퍼 규제에 반대하는 외국계 유통업체는 영국계 홈플러스 하나뿐이다. 최근 국 회에서는 이 업체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서 영국이 우리 정부에 기업형슈퍼를 규제하지 못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압력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요구가 기업형슈퍼 규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 다.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하니까 합의해주고, 영국이 한국에 진출한 자국 업체를 규제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또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원칙 과 기준도 없이 특정 국가,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자국민을 희생시키는 게 정부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을 계속 미루고 있다. 애초 민주당 과 규제에 합의했던 한나라당은 입법을 지연시키면서 정부 입장만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도 최 근 들어 기존의 규제강화론에서 한발 빼고 있다. 전통시장 주변에서 기업형슈퍼 등록을 의무화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통과시키고 기업형슈퍼가맹점에 사업조정제를 적용하도록 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상생법)은 나중에 처리하자는 분리처리론 수용 움직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상생법을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여러 차례 관련법 통과 를 공언했던 만큰 태도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친서민 정책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말로만 그칠뿐 실제 서민들에게 도움 이 되는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안들도 벌써 1년 가까이 국회 주 ~

102 변만 맴돌고 있다. 중소 상인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관련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바란다. 사설 인권위 권고따라 방통심의위 ' 인터넷 심의' 폐지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해 삭제 등을 요구하는 정보통신심의제도를 전면 개편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인터넷 심의의 시정 요구 권한을 부여하 는 현행 제도가 검열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다. 인권위는 인터넷 심의를 민간 자 율 기구에 넘기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최근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지만 이 문제만큼은 핵심을 정확히 짚 었다.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스스로를 민간 기구라고 주장해왔다. 행정기관이라고 인정하면 ' 정 부가 인터넷을 검열한다' 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라고 못박았다. 또 시정을 거부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신 행정명령을 할 수 있고 이마저 어기면 형사처벌도 가능하기에, 시정명경은 행정명령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심 의위의 성격은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봐도 명백하다. 심의위원은 국회 추천 등을 통해 대통령 이 위촉하고 경비는 국가로부터 보조받는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며 막강한 권한까지 휘두르는 민간 기구는 어디에도 없다. 인터넷 심의 과정과 절차도 문제가 많다. 방통심의위는 게시물 삭제 등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 단하면 게시물을 쓴 당사자가 아니라 게시물을 관리하는 사업자 등한테 시정을 요구한다. 당사 자는 사전에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게시물이 삭제된 뒤에야 삭제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소한의 항변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인 조처인 것이다. 구체적인 심의 활동을 따져보면, 방통심의위가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대신한다는 의구심은 더 커진다. 지난 해 심의 신청의 44.4% 는 공공기관이 제출한 것이고, 신청서류를 보면 전체의 23.2% 가 ' 사회 질서 위반' 이었다. 이는 ' 사행심 조장' 에 이어 둘째로 많다. 게다가 포털등 사업 자들은 시정 요구를 거의 군말 없이 따르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 심의를 폐지하면 악성 댓글 같은 것을 어떻 게 하느냐고 걱정할지 모르지만, 포털 사업자등 민간 기구가 자율적 기준에 따라 처리하면 충 분하다. 또 위법적인 게시들은 법에 따라 조처하면 된다. 악성 게시물도 허용하자는 얘기가 아 니라 정부의 검열은 안 된다는 것이다 ~

103 사설 방향전환 시동 건 중국, 국제적 책임 다하길 그제 폐막한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17기 5중회의)는 두가지 점에서 중국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중앙군사위 부주 석에 임명해 중국식 권력승계 모델을 확립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30년간의 성장위주 경 제발전 전략을 분배위주로 전면 전환해 좀 더 공평한 사회를 지향할 것임을 천명한 점이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10% 에 육박하는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은 올해 세계2위의 경제 대국 이 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중국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안으로는 불균형 발전으로 인 한 사회갈등이 위험수준에 이르렀고, 밖에서는 위안화 절상에서 민주화 요구에 이르기까지 서 방국들의 파상공세가 만만치 않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선 우선 영토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 조되고 있으며, 우리와는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예민하게 갈등하고 있다. 이런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중국 공산당은 ' 국부에서 민부로, 성장에서 분배로, 세계의 공장 에서 첨단산업 강국으로' 라는 새로운 미래전략을 내놓았다. 극심한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완화 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불가피한 방향전환이다. 하지만 반체제 지식인 류 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더 커지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 에 대해선 소극적이었다. 개혁을 적극적.안정적으로 추진하며 " 당의 영도 아래서 인민이 주인 이 되고 법에 따라 통치하는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언급에 그쳤다. 국내외의 정 치개혁 요구를 전정시키기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차기 지도자로 떠오른 시진핑은 앞으로 ' 포용성 성장' 을 통해 중국 내부의 모순을 완화시키고, 국내외의 점증하는 정치개혁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중국을 국제적 위협이 아닌 동반자로 자리 매김하는 것도 그의 책부다. 푸젠성과 상하이 등지에서 부패척결로 명성을 얻고 많은 외국 지 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가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바란다. 안정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구실을 다해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역시 가능하다. 유레카 ---- 무탄트 메시지 요즘 손이 가는 책이 하나 있다. 의사 였던 말로 모건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주민 부족과 함 께 대륙의 사막을 건너며 보낸 석 달의 기록인 <무탄트 메시지>다. 5만년을5 살아온 그들의 땅 ~

104 에 어느날 흰 얼굴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땅을 차지했다. 숲을 불태우고 강을 더럽히고 사람 과 동물들을 죽였다. 원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에게 외지인은 원래 인간과 다른 돌연변 이( 무탄트)로 보였다. 그들은 놀이를 즐기지만 시합은 하지 않았다. 지는 사람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 각이 깊은 그들은 말도 많이 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노래와 축제, 치료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막을 건너는 동굴 성지로의 긴 여정은 땅을 아프게 한 그들을 대신한 그들만의 속죄 방식이었디.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다. 언제부턴가 땅은 뜨거워지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동식물이 줄어 먹을 게 없어졌다. 후손둘에게 고통을 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람 의 영혼은 본디 맑지만, 그것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이는 썼다. 그들의 자발적 멸종을 알리고 알리고 싶었다고 지은 현실로 돌아오면 책 속의 이야기는 아득해진다. 어디 한 곳 기댈 데가 없다. 이웃 도우라는 성금까지 유용하는 세상이 슬프다. 나 살자고 남 죽이고, 돈 빼돌리고 뒤 봐주고. 무심한 공식 처럼 사람들은 기어이 그런 길을 간다. 에이브러햄 머스트 (1855~1967)는 평화를 위해 생을 살았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백악관 앞 에서 밤마다 촛불을 들었다.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한 방송 기자가 물었다. " 혼자서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고 나라 정책이 바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난" 이 나라의 정책을 변화시키겠다 고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나를 변질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 는 겁니다." 퀴퀴한 영혼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알량한 저항조차 버겁다. 함석진 기자 목 " 무상급식.노인 무임승차는 과잉복지 "----- 김황식 총리 무상급식 --- 아껴서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 한다. 부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게 좋다. 노령수당 --- 노인이라해서 다 노령수당 주는데, 한 달에 몇 만원씩을 왜 나한테 주나 진짜 필 요한 사람을 주자. 무임승차 --- 행정비용 들어라도 필요한 만큼 해야지 인심쓰듯 해선 안 된다 " 과잉복지가 되다보니 일 안 하고 술 마시고 알코올 중독 되고..." ~

105 사설 1. 태광 비리 관련한 국가기관 책임 세세히 밝혀야 태광그룹의 비리 의혹이 끝간데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편법상속에서 차명계좌 운용, 비자금 조성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정.관계로비 등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온 갖 비리 위혹이 제기됐다. 마치 기업비리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검찰은 태광그룹의 비리수사 뿐 아니라 로비 실태도 샅샅이 파헤쳐 더는 이런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태광 비리의 근본 원인은 기업 자산을 사주 일가의 재산으로 간주해 이를 모두 사유화하려는 데 있다. 비상장사를 이용한 편법상속과 선대 회장 주식 차명보유, 비자금 조성 등이 그런 목 적에서 이뤈진 것들이다. 태광의 이호진 회장은 3대 세습을 위해 한국도서보급 등 3개 비상장 사의 주식을 16살밖에 안 된 아들에게 헐값에 넘겨줬다. 그런 뒤 이들 비상장사를 통한 그룹 지배를 꾀했다. 아직도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권 세습을 하려는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 는 건 재벌들의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의식이 희박하다는 것 뜻한다. 이런 비리의 배경에는 전근대적인 경영형태가 자리잡고 있다. 태광그룹은 계열사가 52개나 되 지만 상장된 기업은 5개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가족기업 형태로 돼 있어 외부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투명한 의사결정이나 정상적인 거래를 기대하기 어렵 다. 태광그룹 대주주들은 지금 같은 경영방식으로는 그룹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태광의 전면적인 경영쇄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태광의 비리가 상당기간 온존해온 배경에는 정부기관의 묵인 내지 비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봐도 국세청.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주요 기관들이 제 구실을 다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사설2--- 밀어붙이기식 연금개편이 촉발한 국민적 저항 프랑스가 언금체제 개편 반대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 대한 상원의 심의가 임박하면서 저항 역시 고조되고 있다. 그제 전국에서 350만명 만명( 노조 추산)이 반대시위 에 나선 데 이어 어제도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파업은 이레째 계속됐다. 시위에 중.고교생 들이 주력으로 등장하면서 ' 제2의 6혁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경이 됐다. 연금개혁을 공약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60살과 65살로 돼 있는 퇴직연령과 연금수급 ~

106 연령을 2년씩 늦춰 각각 62살, 67살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40.5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내 면 주던 100% 수령 자격을 41.5년으로 1년 더 늘렸다. 현재의 연금구조로는 노령인구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연금 문제는 많은 나라에서도 걱정거리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1.24명)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의 개편안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 가운 데서도 여성과 청년층은 퇴직 시점을 늦추는 것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며 반대한다. 제2의 68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위가 증푹된 데는 여기에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사르코지 정부의 형태가 큰 몴을 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 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특히 청소년들이 거 리로 나서기 시작하자 그들을 ' 선동에 놀아난 어린애들' 로 손가락질해 분노를 자극했다. 청년 실업이 심화되고 저임금이 만연한 현실에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청소년의 처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이해도 없었던 것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 부를 보면 프랑스 시위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가을밤, 책 속에서 길을 찿는다. 얼마 전 발표된 서울 소재 대학생들의 독서목록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지난 10일 권영진 의원( 한나라)이 국정감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시내 8 개 대학(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대, 이화여대, 한양대) 도서관 대출실적 자료를 공개한 것을 보니, 이들 대학에서 가장 즐겨 읽는 책이 영국 판타지 소설<해리포터 해리포터>였다. 3개3 대학에서 대출 순위 1위로 나타났다. 다른 대학에서도 이 책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으로 수억명이 읽은 <해리포터>시리즈의 내용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중.고등학생 시절 에 ' 졸업' 헸어야 할 책이 이른바 명문대 학생의 대출 1순위에 꼽힌 현실은 씁쓸하다. 대출 순위 에 오른 다른 책들도 이미 알려진 소설 등 베스트셀러 위주이고 고전이나 사상서등 교양서 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연봉, 출신학교, 영어점수, 복근, 외모 등은 따져도 독서광과 독서목록은 스펙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물신풍조는 책읽기 토양을 척박하게 만든 지 오래다. 여기에 기존의 인터넷 ~

107 에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까지 급속히 확산되면서 활자매체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존재감을 잃어가고 잇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 30개국 중 인쇄매체 접촉 시간 조사에 서 꼴찌를 기록했다는 최근 유엔의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얼마 전 ' 트친 ' ( 트위트 친구들)에게 물어본 독서실태에서도 트위터와 독서시간이 상관관 계에 있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 달에 10~12권 읽는데 트위터 때문에 독서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개서 시간을 정해서 딱 그 시간만 하려고 하는데 잘 안돼요."( ya iya 5301)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우리들의< 두뇌 단련법>을 읽고 큰 자극 을 받았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의 금권정치를 파헤친 책을 써 명성을 얻은 유명 저 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 (70)는 또다른 다독가 사토 마사루 (49)와의 대담을 기록한 이 책에 서 6~7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책 보관 빌딩까지 보유 한 그는 지금도 매달 십수만엔어치의 책을 산다고 한다. 사토도 매달 20만엔 정도를 책을 사는 데 쓴다고 말했다. " 각자의 서재에서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교양서 100권씩을 선정해 달라"는 이 책의 기획사 문예춘추의 요구에 따라 두 사람이 선정한 책을 보면 사상, 철학, 자연 과학 등 딱딱하고 무거 운 책들뿐이다. 돈이 되는 책은 한 권도 없다. 멀리 일본까지 갈 것도 없이 내 주변에도 다독가들이 있다. 날마다 서점 행차를 빼놓지 않는 지인은 1만권 가까운 책더미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전혀 무관한 책들 을 읽고 사는 그를 보면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 책 속에서 길을 찿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 을 해본다. 한달에 4권 정도 책을 읽는다는 트친 (@ lifree)의 책을 읽는 이유도 비슷했다. 한국 사회가 유난히 대립과 갈등, 불신이 팽배한 것도 책 속에서 지혜를 구하는 작업을 천대 하거나 소홀히 한 까닭은 아닐까? 책을 읽더라도 당장 도움이 되는 책이나 몇몇 분야의 책에 치우치다 보니 급변하는 세계 속에 인식의 폭을 확장하지 못하고 길에서 헤매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나부터 잘난 체 그만하고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시간을 늘려보고 싶다. 우선 당장은 제러미 리 프킨의 <공감의 시대> 독파하기다. 적대적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공감능력에 의한 새로운 경제 활동 가능성을 설파했다니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 장 ~

108 진화하는 중국 공산당 중국 공산당의 전당대회인 전국대표대회( 전대는 당의 최고 권력기구다. 1921년 7월 상하이 프 랑스 조계의 한 단층건물에서 창당대회 겸 제1차 전대가 열린 이후 17차 전대 (2007년 10월)까 지 개최됐다. 창당 초기에는 1~2년 간격으로 열리기도 했지만 마오쩌뚱 사망 뒤인 11차 전대 (1977 8월) 8 이후에는 5년마다 열린다. 전대에서는 중국이 나아갈 큰 방향이 결정된다. 전대는 그동안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12차, 1982년 9월 ), 사회주의 시장경제 추진 (14차, 1992년 10월 ), 화평굴기 노선제창 (16차, 2002년 11월) 등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왔다. 2007년 10월 열린 17차 전대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후진타오의 ' 과학적 발전관' 을 당 규 약에 명기했다. 전대가 열리지 않을 때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주요 결정을 한다. 1978년 12월 열린 제11차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11기 3중회의)는 계급투쟁 강령을 폐기하고 개혁.개방을 개방을 선 언한 역사적인 회의였다. 16기 나중전회 (2002년 10월)에서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화해사 회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8일 끝난 17기 5중전회에서는 경제정책 방향을 ' 포용성 성 장' 으로 전환했다. 지도자의 세대교체도 전대 등을 통해 이뤄진다. 덩샤오핑 군사위원회 주석 (12차 전대, 1982년 9월 ). 장저민 중앙위 총서기 (13기 4중전회, 1989년 6월 ), 후진타오 중앙의 총서기 (16차 전대, 2002년 11월 ), 시진핑 군사위 부주석 (17기 5중전회, 2010년 10월) 등 중국 지도자들이 당대회 를 거쳐 전면에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이 국내외 상황 변화에 맞춰 국가전략을 계속 수정하고, 철저한 검증과 경쟁을 통해 차세대 지도자를 배출해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인 진 화를 해온 셈이다. 유레카.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문제의 유언 허심탄회하게 전국 각지의 여론을 수렴하라면서 상고시대 궁궐 앞에 세워두었던 ' 비방목' 을 언 급했던 한나라 문제의 정치철학은 백성을 아끼고 민심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전국 각지에 내렸던 문제의 여론수렴이다. " 각지에 이 명령이 내려가면 짐의 과실은 물론 지혜, 식견, 생각 이 미치지 멋했던 점들을 깊이 생각하여 짐에게 알려줄 것이며, 재주와 덕이 뛰어나고 직언할 ~

109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하여 짐의 모자란 점을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 이런 철학은 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천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백성들은 놔두고 황 제의 복만 비는 행위를 중지시틴 일이나, 백성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바로 없애 서 백성을 이롭게 하는 원스톱 서비스 행정의 실현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백성을 앆는 문제의 마음은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에도 거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는 천하 만물 중에 죽지 않는 것이 어디 있냐며 " 죽음이란 천지의 이치요 생명체의 자연스러움이니 짐 의 죽음이라고 해서 어찌 유별나게 슬프겠는가!" 라고 우언의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장례 때 뭉에 백성의 생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신신당부하면서 3일장을 명령했 다. 아마 3일장의 효시가 아닌가 싶다. 간편한 상복과 간소한 곡을 부탁했고, 심지어 장례 기 간에 백성들이 제사를 지내거나 고기를 먹는 것 등을 금지시키지 않도록 했다. 매장이 끝나면 후궁 중 부인 이하 등급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 정상적인 생활인이 되게 했다. 죽음 뒤에 찾아옥 역사적 평가가 두렵다면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유언을 준비해두어야 할 터이 다. 역사는 그 유언마저 평가할 것이다. --<중국 전문 저술가 김영수의 사기그릇> 싸움엔 순서가 있다. 내가 두 해 넘게 지속해온 ' 우리 안의 이명박' 이야기에 대해 여러 논평들이 있었다. 주목할 만한 건 역시 ' 사람들이 사회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가 사람들을 만드는 것' 이란 비 판이다. 물론 사회구조가 사람을 만든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사람들을 만드는 일과 사람들이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은 실은 하나다.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를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 명박 정권이 탄생한 일과, 나라가 아니라 기업이 된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녹아나는 일은 하 나이며 순환구조를 이룬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들 전자는 말하지 않고 후자만 말하니 나로선 고심 끝에 ' 우리 안의 이명박' 이야기를 한 거였다. 그 비판엔 또한 ' 사회구조에 옴짝달싹 못하고 끼여 살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욕망을 탓해서야 되겠는가' 라는 점잖은 훈계도 들어 있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훈계에서 대중을 옹호함으로써 제 불편함을 면하려는, 말하자면 줄창 이명박만 욕하면서 손쉽게 정의롭 고 진보적일 수 있는 민주화 이후 최고의 정신적 안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인텔리들의 낯간지 러운 욕망을 느낀다. 분명히 밝힌는 바, ' 우리 안의 이명박' 은 애초부터 대중에 대한 돼먹지 못 한 윤리 설교와는 무관한, 전적으로 인텔리들, 특히 진보적 인텔리 들을 겨냥한 이야기다. ' 우리 안의 이명박' 이야기는 교육문제에 대한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이를테면 ' 이명박의 시장 ~

110 주의 교육을 욕하면서 제 아이의 시장 경쟁력은 알뜰히 챙긴다' 는 내용을 보자. 그건 이른바 ' 2 외2공 현상' 과 관련한 것이다. 2외2공 2 현상이란 <고래가 그랬어> 식구들이 만든 풍자어로, 한 국엔 아이를 일찌감치 외국에 보내거나 적어도 외고에 보내는 부모들과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도 어려워 공부망에 보내다 결국 공고에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계와 언론계와 학계에 몸을 두고 문화자본을 행사하는 진보 인텔리들의 아이들은 ' 2외' 2 에 속할지언정 ' 2공' 2 에 속하진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소리쳐 이명박의 교육정책을 욕하고 학벌주의를 개탄해봐야 대 중들에겐 감흥이 없다. "저" 사람들 말은 저렇게 하면서 제 자식은 감쪽같이 빼돌리지 ' ' 하는 것 이다. ' 2외' 2 를 벗어난 진보 인텔리 부모들의 관심은 대안학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은 한국의 대 안학교들을 거지 반 망가뜨려 놓았다. 그들은 ' 두 마리 토끼' 를 잡기 위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 그들은 아이가 ' 아떤 사람' 이 되는가가 아니라 ' 얼마짜리' 가 되는가가 목표가 되어버린 교육현실을 뛰어넘어 아이의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까다롭고 섬세한 그들 의 취향을 자꾸만 거스르게 하는 공교육 현장을 우회하여 대학에 들어가길 바란다. 말하자면 그들이 대안학교에 기대한 건 ' 대안 적 삶' 이 아니라 ' 대안입시' 다. 대중들이 대안학교를 ' 귀족 학교' 라 비아냥거리게 된 건 단지 학비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중적 탐욕에 분이 나서다.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이야 너나가 있겠는가. 인간성을 간직한 모든 삶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한 다. 그런데 ' 우리 안의 이명박' 과의 싸움은 경우가 다르다. 이 싸움엔 순서가 있다. 누가 먼저 싸워야 할까. 모든 아이들이 모든 아이들을 상대로 싸우는 이 참혹한 검투장을 누가 먼저 탈출 할 수 있을까. 대학을 못 나와서 사람대점 못 받았고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한을 가진 부모들이 먼저 싸워야 할까. 일류대학을 나와 반체제 운동 할 때조차도 유리했던,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먹고사는 일엔 절박함이 없는 ( 진보 인텔리) 부모들이 먼저 싸워야 할까. 이건 이념이나 사상 의 문제가 아니라 염치와 자의식의 문제다. 김규항 사설 총리의 ' 수준 이하 현실 인식'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적잖는 자격 시비를 겪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이 나 행적에 비춰 볼 때 내각을 이을 적임자인가에 대한 회의적이 시각이 많았다. 엊그제 김 총 리가 기자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그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

111 김 총리는 지금의 우리나라 복지를 ' 돠잉복지 ' ' 무조건 복지' 라고 규정하면서, 모인들의 지하 철 무임승차 두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김총리는 " 약자라고 해서 무조건 봐주지 말아 야 한다 "" 과잉복지가 되다 보니 일 안하고 술 마시고 알코올 중독 되고 만다"는 따위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마치 과잉복지 탓에 노동 기피 현상이 빚어지고 알코올 중독자들이 생겨난다는 식의,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에 이르면 그가 이러고도 친서민 총리를 표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폭넓은 구상과 계획 대신 지엽말단적 문제에만 매달린 것도 실망스럽다. 사실 노인 지하철 무료탑승은 지하철 적자 문제가 나올 때마다 단골 로 거론돼온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복지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데다, 회사쪽의 자 구노력으로 해결할 문제를 노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안에서도 다 수 의견이다. 김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런 점에서 미우 뜬금없이 보인다. 김 총리의 발언이 그렇잖아도 취약한 복지정책을 ' 선별적 복지' 쪽으로 전면 재수정하겠다는 뜻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발언이 나온뒤 총리실이 황급히 나서서 확대해석을 경계한 점을 봐도 그렇다. 만약 그의 발언이 개인적 소신이나 정부 내 의견 조율도 없이 밝힌 것이라면 그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어떤 무게를 갖고 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발언 파문이 더 걱정스러운 것은 김 총리의 왜곡된 현실인식이 단지 복지 문제에만 그치 겠느냐는 위구심에서다, 노인 문제만 해도 김 총리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 평균적 노인' 과는 거리가 먼 특수계층일 게 분명하다. 그런 창을 통해서 현실을 진단하면 엉뚱한 방향으로가게 돼있다. 김 총리가 취임 초부터 서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과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설 엄연한 한--중 관계 파행과 빗나간 이적행위 공세 여권과 민주당이 '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 다' 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시 부주석이 지난해 5월 방중한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 평화 훼방꾼' 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은 당시 우리 외교부 배석자가 작성 한 면담요록을 확인해보니 그런 발언이 없다고 발한다. 중국 쪽이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또 당시 ~

112 자리를 함께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에 따르면 박 대표가 전한 바와 같은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한--중 외교의 실상과 문제점을 깊 이 성찰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정된 인물이 한국 대 외정책의 문제점을 직접 거론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훼방꾼이란 표현이 쓰였느냐라는 지엽적 문제에 매달릴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박 대표 발언을 반박하는 것도 모 자라 아예 ' 이적행위' 로 몰아붙이고 나섰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식의 폭언은 많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정책토론과 비판을 강압적으로 봉쇄하려는 것이란 점에서도 대단히 잘못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의 파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리 정부의 외교노선을 내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을 지목해 자국 포위망에 가 담하려는 것이냐고 의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균형외교 노선을 버리고 미국한테만 의존하면서 중국을 경시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며 국제정치의 강자로 부상한 중국과 이런 식으로 불화를 빚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제 외교부는 한-중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국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였다. 문제 점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외교부 담당 직원을 늘리고 한--중 우호협회 를 만드는 등의 조처는 부차적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자 수준에서 외교기조를 크 게 수정하는 일이지만, 그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생물다양성 보전 말잔치로 끝나나 국가 정상들이 문서로 합의한 약속이라면, 친구와 ' 올해엔 꼭 단풍구경 가자"고 한 약속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런데 최근들어 두 개의 큰 국제적 약속이 펑크가 났다. 하나는 지난 연말 코 펜하겐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기후체제를 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기후변화협약이고, 다른 하 나는 일본 나고야에서 현재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이다. 2002년 남 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유엔 정상회의에 참가한 110명의 수반은 "2010년까지 생물다양성 이 줄어드는 속도를 현저하게 줄이자"고 합의했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그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 하려면 개발을 늦추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가장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둘다 1992년 리우 유엔 환경회의 때 채택된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의 첨예한 대립 속에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찿지 못 하고 있고, 미국이 두 협약 모두를 비준하지 않은 점도 똑같다 ~

113 동식물과 미생물은 인류에게 공짜로 여러가지 서비스를 해준다. 광합성으로 모든 동물의 기초 식량을 만들어주고, 물과 노폐물을 정화해준다. 꿀벌이 없다면 전세계 주요 농산물의 70% 가 열매를 맺기 힘들어진다. 생물 그 자체가 식량이자 연료, 공산품의 원료이며 여가와 문화.종교 적 의미까지 지닌다. 그렇지만 생물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값진지는 그것이 사라졌을 때만 실람한 다. 유엔은 최근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2008년 한해 동안 인간 활동이 자연에 끼친 손실이 2조 ~4.5조달러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국 내총생산을 합친 규모의 손실이다. 미국 농무부는 2007년 굴벌 감소로 인한 농작물 손실을 150 억달러로 추정했다. 다음주까지 열리는 나고야 당사국총회에서 최대 쟁점은 생물 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 공유를 규정한 ' 나고야 의정서' 가 채택되느냐 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핵심은 이제껏 누구나 이용해온 생물자원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생물다양성은 개도국에 풍부한데, 이들은 더 는 선진국에 생물유전자원을 거저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 의정서가 채택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의약품과 식품등 외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기업과 연구소는 원산지에 로열티를 내야 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생물주권 시대를 맞아 정부는 알려지지 않은 국내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을 조사하고 생물부국 인 열대 개도국과 공동조사 협약을 맺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미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진 습지를 대대적으로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나고야 총회가 말잔치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생태학계의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의해 각국 정부를 압박할 시급한 과제 100개를 제안받아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 아시아편을 보면, 반달가슴곰 등 희귀동물을 인공증식한다며 실제로는 식당과 제약회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의 야생동물 증식센터, 연간 7000만마리의 상어가 지 느러미가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데도 이런 어획을 규제하지 않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 시아, 길이 4미터, 무게 600킬로그램까지 자라는 참다랑어가 급격히 줄어 어획 금지 목소리가 높은데도 국제거래 규제를 극구 반대하는 일본, 그리고 습지보전을 위한 람사르 총회까지 유치 하고도 4대강 사업으로 습지를 훼손하고 있는 한국이 도마에 올랐다. 세계 193개국에서 1만2000명이 모이는 나고야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과 조력 발전으로 망가지는 습지와 서해안 갯벌의 보전을 호소하는 한편에서 정부가 녹색성장을 홍보 하는 어색한 정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114 10, 23 책 1만년의 폭발, 그레고리 코크란, 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글항아리 15, 000원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이후 2만원 //인간을 이해하는 아홉가지 단어. 동녘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김보근 외 지음. 한겨레출판 1만 3천원 우리의 지구 얼마나 버틸수 있는가. 일 예거 지음. 류운 옮김. 1만 1 3천원 궁극의 리스트.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4만 4 5천원 코틀로반.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문학동네 1만원 책과 독서의 문화사 --- 활자 인간의 탄생과 근대의 재발견 책세상 14, 000원 종이 한 장 위의 연인들. 장 마르크 피리지스 지음. 권윤진 옮김, 문학세계사 9, 000원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폴 슈메이커 지음. 조호제 옮김. 후마니타스 3만5천원 끝나지 않는 추락.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정경덕 얾김. 21세기북스 2만 9, 800원 <끝나지 않는 추락> 스티클리츠 지음 " 경제가 끝도 없이 추락하는 자유낙하는 2009년 가을 일단 멈출 걸로 보인다. 이게 해줄 수 있 는 가장 좋은 말이다. 하지만 자유낙하가 끝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노 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클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올해 낸 <끝나지 않은 추락>에서 매긴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정권 경제 성적표다. "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 끝은 아직 멀리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은 느린 기차의 난파 와 같은 것이었다 구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때 분명한 건 임박한 참사 를 피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벼랑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 역사가 앞으로 어 떤 길을 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경제의 회복이 굳건한 기반 위에 서 이뤄지고 있는게 아니며 글로벌 경제는 불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새로운 비전을 담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 그때 그대 문제를 해결해 나라 는 임기응변식 정책"에 매달리고 잇다고 비판했다. 이 책 한글판 후기를 썼을 즈음인 지난 8월 스티클리츠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유럽의 긴 축정책이 더블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 나는 모든 성공적인 경제의 심 ~

115 장부에 시장이 있다고 믿지만 그 시장이 스스로 잘 작동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저명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사상적 전통을 따른다"고 한 그답게 정부의 개입을 통한 총수요 창출을 촉구하는 얘기로 들린다. ' 임기응변식 정책' 이라는 비판에는 8천억 달러 규모 정도의 때늦은 공적자금 투입으로는 어림없다는 의미도 분명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끝나지 않은 추락>이 시종일관 비판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금융규제 완화정책 과 그 사상적.이론적 배경인 시카고학파류의 시장근본주의다. 스티클리츠는 공화당 조지 부시 정권이 촉발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확연해진 미국 경제 실패의 주범을 스브프라임모기 지(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화에 집약돼 있는 시장근본주의와 금융규제 완화, 그것을 극단적 인 사익 추구에 활용한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라 지목한다. " 위기를 불러온 주범들의 긴 명단에서 맨 끝에 있는 모기지 대출업체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모기지 업체들은 수백만명에게 별난 모기지 상품들을 안겼다. 많은 이들이 어 떤 상품인지도 모르고 거래했다. 하지만 은행과 신용평가회사들의 도움과 꼬드김이 없었다면 모기지 업체들이 이런 해악을 끼칠 순 없었을 것이다, 은행들은 모기지를 사서 다시 포장한 뒤 조심성 없는 투자자들에게 되팔았다. 그들은 리스크 관리수단이라 선전했지만, 실은 너무나 위 험해서 미국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협적인 신상품을 만들어냈다." 나중에 도저히 그냥 망하게 놔둘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거대한 금융회사들은 비우량 담보대출물을 증권화 해서 리스크 완화 명목으로 온갖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뿌렸고, 그 위험성을 지적하고 말렸어야 할 미국 신용평가회사들도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그 범죄행위 에 적극 가담했다. 끝없는 집값 상승으로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각 속에 미국인들은 저축을 능가하는 과소 비로 해마다 국내총생산 (GDP)의 6~7% 에 상당하는 천문학적 차입금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 는 지속불가능한 대형 거품을 만들었다. ' 작은 정부' 구호 속에 정부는 그것을 방관 또는 조장 했다. 결국 전세계 수백만, 수천만명이 집을 잃고 일자리에서 쫓겨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 위기 속에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진 주범들은 그 상황에서도 긴급 구제금으로 투입된 납세자들 돈 수백억 달러를 자신들 보너스와 주주배당금으로 나눠 챙겼다. 스티클리츠는 이런 범죄행위를 몇몇 썩어빠진 개인들 탓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부시 정권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를 부른 저금리 등 금융완화정책을, 클린턴 정권의 ' 신경제' 정보기술 (IT) 붐 붕괴 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거품기획으로 파악한다.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루빈의 수제자라 할 ~

116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위 위원장,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과 벤 버냉키 현의장 등 월 스트리트와 워싱턴 정가를 오가는 회전문 인사 출신 갑부들은 거품 관리자였다. 정권이 바뀌어 도 이들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고, 시장근본주의 이념도 요지부동이었다. 스티글리츠가 오바 마의 정책을 입기응변식이라 나무라며 "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한 것은 경제지표만을 보고 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 나는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은 금융시스템의 작은 조정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 장했다. 어떤 이들은 시스템을 연결하는 배관에 조그만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러나 그 파이프는 막혀버렸다. 우리는 애초 배관을 맡았던 바로 그 사람들을 다시 불러왔다." 지금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자들이 바로 그들인데도, 사람들은 그들만이 파이프를 고칠 방법을 알 것이므로 배관작업 대가로 그들이 어떤 바가지를 씌우든 시스템이 다시 돌아가기만 하면 군말 없이 요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스티클리츠는 말한다. " 하지만 이는 단순한 배관문제가 아니다. 우리 금융시스템의 실패는 우리 경제체제의 광범위 한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10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드문 일이어서 "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을 벗어던진 자들이 기존 틀 내에서의 미세조정만 하면 만사 잘 될 그런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시장만능을 비판해온 스티클리츠는 신 자유주의 금융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사람과 이념도 바꾸자고 말한다. 실패를 부른 정치세력을 문제삼고 정치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적절한 정부 개입과 확고한 금융규제를 통한 공정한 게임 룰을 만들자는 얘기다. 한승동 선임기자 "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강력한 것이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 개혁안은 위기가 되 풀이되는 걸 막거나 금융시장이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하기에 는 여전히 너무 약하다." 그럼에도 이만큼이라도 이뤄진 건 골드만삭스 덕분이라고 스티글리츠 느 말했다. 골드만삭스 수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금융위기에 은행가들이 책임질 일 한 적 없다고 해 시민적 공분을 샀고, 그 덕에 ' 월스트리트 개혁과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도드-프 랭크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서명한 이 법에 대해 금융업계들은 규제조항들의 이행 강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혈안이 됐다. 스티글리츠는 이 법 의 핵심 내요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정리하고 논평했다. 발췌 요약해보면... 1,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위원회를 만든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것으로 기대되는) 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국)가 금융산업에 널리 퍼져 있 ~

117 는 뢍포한 악행들로부터 미국의 보통사람들을 보호한다. 이는 금융계의 잘못을 비판해온 사람 들에게는 중요한 승리였고 은행가들에겐 큰 패배였다. 그러나 금융계는 모기지에 이어 두 번째 로 중요한 대출 형태인 자동차 판매 관련 대출에 대해서는 엄청난 규제 면제를 받았다. 2. 금융시스템 전체를 보는 규제기구를 둔다. 이 기구는 협의회 형태지만 주된 권한은 연준에 정책권고를 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닥칠 때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 연준은 은행계와 밀착해 그들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3. 지나친 리스크 감수를 억제한다. 1999년까지 상업은행과 투자운행들을 분리했던 글래스- 스티걸법의 부분적인 부활로 보는 시 각도 있다. 상업은행들이 자기자본을 갖고 하는 투기거래를 제한 해야 한다는 ' 볼커 룰' 의 약화 된 내용. 자기매매를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에는 적용될 것 같지 않다. 지나친 리스 크를 안도록 유인하는 보너스 체계에 대해선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4. 파생금융상품을 억제한다. 이제까지처럼 정부가 사실상 보조금을 주며 장려해온 데 대한 규제. 하지만 약간의 진전에 그 쳤다. 그 이유는 이부문에서 한 해 200억달러 이상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몇몇 대형은행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파생상품 사업 부문의 대부분(약 70% )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거래표준화와 전자시스템 도입으로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투명성은 상당히 개선 됐으나 스와프상품 매매와 청산이 거래소에서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규제당국이 불법거 래를 단독할 명확한 법적 권한이 없다. 5. 부실은행을 정리할 권한을 명확히 한다. 정부는 실패한 은행들에 대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법은 무너지도록 그냥 두 기엔 너무 큰 대마불사형 대형 금융기관들의 근본적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않았고, 따라서 앞 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대마불사형 기관들의 우위는 효율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장차 정부 구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암묵적인 보조금 때문이다 ~

118 ~

119 한겨레( ~12.1) : 무엇보다 김정일은 60년대 중반 이후 치열한 당내 권력투쟁을 통해 당내 권력투쟁을 통해 잠 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하며 자력으로 권력기반을 강화한 반면에 김정은은 " 후계자 지위를 않아 서 거저 주워먹었다"는 게 결정적 차이. 실제 김정일은 갑산파 숙청 (67년 5월)과 3대혁명 소조 운동 (72년부터 년부터) 등을 주도 "( 혁명1세대 세대) 노간부들을 제거하고 자기 사람들을 ( 권력중심부에) 심 었고 ", '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 공포 등을 통해 주체사상의 유일해석권도 움켜쥐 어 2인자 자리를 쟁취했다' 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 후계자로서 김정은의 현재 지위는 1970년대 초반 김정일 수준" 이라며 " 김정일 위원장 은 김정은의 후계자로서의 권력기반을 (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 것이라고 공언한 ) 2012년까지는 자신이 독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80년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일 것" 이라고 한 다.( 익명) " 김정은의 후계자로서의 부상도 중요하지만, ( 장성택.김경희 김경희.리영호.최룡해 등이 주축이 될) 후 계관리체제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 제대 교수 ).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제1부위원장 조명록 부위원장 김영춘. 리영우. 오극렬. 장성택 위원 전병호. 백세봉.주상성 주상성.우동측.주규창.김정각 조선노동당 당대회 1차 차 차 차 차 차 당대표자회 1차 차 차 당중앙위원회 : 정치국 비서국 검열위원회 정치국 : 상무위원 (5명) 김정일: 김영남.최영철 최영철.조명록.리영호 위원 (17명) 김정일 김영남: 최영 림 조명록 리영호 김영춘 전병호 김국태 김기남 최태복* 양형섭* 변영립 리용수 주상성 홍석형 김경희 후보위원 (15명) 김양건 김영일 박조훈 최룡해 장성택 주규창 리태남 김낙희 태종수 한겨레( ~12.1) 119

120 김평해 우동측 김정각 박정순 김창섭 문경덕 비서국 : 총비서 김정일 비서 (10명) 김기남 최태복 최룡해 문경덕 박도춘 김영일 김양건 김평 해 태종수 홍석형 검열위원회 : 위원장 김종태 제1부위원장 정영학 부위원장 리득남 위원 (4명)차관석 박덕만 차 순길 김용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 김정은 이영호 위원 (16명) 김영춘 김정각* 김명국 김경옥 김원홍 정명도 리병철 최부일 김영철 윤정린 주규창 최상려 최경성 우동측 최룡해 장성택 정혜신 마음 <어른의 사회와 짐승의 사회> 외교통상부 특채 파동 이후 사회 곳곳에서 고구마줄기처럼 딸려 나오는 고위공직자들의 인사 특혜 형태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에도 ' 특혜고산족' 이 있다는 소설같은 의심을 떨치기 어렵 다. 소위 ' 있는 집안' 으로 변칭되는 특혜고산족들은 오랜 기간 끼리끼리 뭉쳐서 특혜에 젖어 살 다 보니 특혜유전자가 생겨나 외부의 반응에 전혀 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발단은 외통부지만 중앙정부, 지방정부, 산하기관, 의회, 방계기관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쳐 지는 특혜고산족들의 제 자식 끌어주기 작태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한다. 엊그제 뉴스엔 4급 이상 지자체 고위공무원을 부모로 둔 공익근무요원 82명 중 19명이 아버지와 같은 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다음날 뉴스엔 교육감의 딸이 교원 특채 때 맞춤 특혜를 받았다 는 의혹이 제기된다. 끝도 없다. 그들의 세계에선 인사 특혜가 일상적이다. 특혜라는 의식조차 없다. " 없는 집마냥 애 고시공부 시킬 것도 아니고... 아빠가 되어 장관 두 번 해먹을 것도 아 니고...", 없는 집 애들처럼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챙겨주라는 것이다. 일부 계층에서 가족 중 에 군필자가 있으면 없는 집처럼 보일까봐 쉬쉬한다는 세간의 속설이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 다. 특혜고산족이란 제 자식은 햇빛 가득한 곳에 뛰놀게 하면서도 애초에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에 게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 세상이란 게 원래 이렇단다. 그 안에서 착하고 열심히 살거라. 너 의 운명이니까" 라고 말하는 부류들이다. 악명 높은 신분제도 상징인 카스트제도의 세뇌 논리와 다르지 않다. 카스트제도를 유지하는 핵심은 업과 의무이다. 전생의 악업으로 미천한 신분으로 한겨레( ~12.1) 120

121 태어났으니 불평하지 말고 내세에는 좀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 하라는 것이다. 모든 권리는 내가 갖고 모든 책임과 의무는 네가 맡아야 한다. 그런 사회는 구성원을 병들게 한다. 본인의 능력과 상관 없이 외모가 자본이 되는 시대를 넘 어 부모가 자본이 되는 시대로 내달린다. 그런 상황에서 죽을 힘을 다해 각개약진해야 그나마 자신의 존재감을 보존할 것 같은 불안감에 대다수 평지인들은 상식마저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일부 계층의 사람들은 현재의 사회적 위치가 본인만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 다. 제 자식 챙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본 인들이 특혜고산족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한 그곳의 짐승의 집단과 다르지 않다. 어른의 사회까 지는 아니더라도 집승의 사회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세습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해 3대 권력세습을 가시 화하자 ' 김일성 왕조' 란 비판이 뜨겁다. 가문에 속하는 신분- 재산- 직업 등을 자손 대대로 물려 주는 일이라는 세습의 사전적 정의에 비춰보면 북한 정권은 통치권력을 가업으로 간주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권력을 세습하는 왕조의 기원은 중국의 하나라로 알려져 있다. 순임금은 황하 치수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등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 우에게 왕위를 물려 주었다. 하지만 우임금은 죽음이 임 박하자 그동안 나라 안에서 최적임자를 뽑아 왕위를 물려준 전통을 버리고 아들 계에게 왕위 를 물려줬는데 이것이 권력세습의 효시다. 군주제를 채택한 나라를 제외하고 현대에 와서 최고권력을 3대에 걸쳐 세습한 나라는 아직 없 지만 권력 세습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운 대만에선 장제스 전 총통 사후 아들 장징 궈가 권력을 승계했고, 리셴퉁 싱가포르 총리도 65년 독립 당시부터 26년간 집권했던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이다. 30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하페즈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사후 그 의 뒤를 이은 것은 차남 바샤르였다. 또 1981년부터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는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은 내년 선거에서 아들 가말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한다. 최고 권력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의원들의 지역구를 자식들에게 물려줘 세습하게 하는 일 한겨레( ~12.1) 121

122 역시 비일비재하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경 영권 세습이 일반적인 행태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아들에게 교회를 넘겨줘 세습 논란을 빚는 목사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가 되었건 권력자의 아들딸.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증 도 거치지 않은 채 권력을 거머쥐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유레카< 유레카> <합리적 의심> 우린 의심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산다.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는 바에야, 사람 속 알 수 없으니 너나나나 어찌할 도리는 없다. 고통( 샤덴)과 기쁨( 프로이테)을 합친 ' 사덴프로이테' 라는 독일어가 있다. 잘 나가는 누군가가 잘못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됐을 때 기쁨을 느낀다는 인간 내면의 중층적 심리구조를 표현한 단어다. 폭력적인 믿음을 극복하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 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늘 실체적 진실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가는 과정은 지난하다. 법의 공 간에서조차 진실은 때로 무력하다. 오 제이 심슨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이끌어냈던 하버드 로스쿨 앨런 더쇼비츠 교수가 쓴 <합 리적 의심>이란 책이 있다. 심슨은 상식적으로 보면 의심없이 범인이었다. 차에서는 피 묻은 장갑과 혈흔이 발견됐다. 변호인단은 검찰 쪽에서 증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몇가지 실 수와 증인 중 일부가 과거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한 전력이 있음이 드러났다. 배심원단에게는 납득이 가는 의심이었고 심슨은 풀려났다. 더소비츠 교수는 " 합리적 의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게 법의 정신" 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합리적 의심의 힘은 실체적 진실과 법의 간극 만큼 강하다. 최근 한 연예인 학력의 진위 문제로 시끄럽다. 이 연예인과 미국을 동행취재한 방송물이 나갔 음에도 의문을 제기한 쪽은 칼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익명성에 기댄 집단적 광기라는 비 난이 이어지자, 합리적 의심을 욕하지 말라고 한다. 합리적 의심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순간 합리적 의심도 폭력이 된다. 사이트에 올라온 불리한 증거를 삭제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방식은 목적을 의심하게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태도가 그렇지 않은가. <유레카< 유레카> <두 왕의 대화>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은 추기나 손빈 등 쟁쟁한 인재를 많이 기용하여 침체에 빠져 있던 제나 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당시 제나라에 앞서 개혁정치를 실행하여 초강국으로 군림하던 위나 한겨레( ~12.1) 122

123 라는 혜왕을 기점으로 쇠퇴기에 들어섰는데, 위왕과 혜왕이 만나 나눈 대화는 이 두 현상을 잘 반영한다. 혜왕: 대왕의 나라에는 보물이 얼마나 됩니까? 위왕: 없습니다. 혜왕: 우리는 작은 나라지만 한 치짜리 구슬로 수레 열두 대를 채울 만큼은 되는데 대국에 보물 이 없다니요? 위왕: 우리 보물과 대왕의 보물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에게는 우리나라를 함부로 넘보지 못 하게 하는 인재들이 사방에 있습니다. 이런 인재들을 어찌 열두 수레를 채우는 보물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혜왕은 부끄러워 서둘러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위왕의 아들 선왕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인재 들을 부지런히 초빙했다. 하루는 일곱명의 인재를 한꺼번에 추천 받았다. 선왕이 인재들을 추 천한 순우곤에게 너무 많은 것이 아니야고 묻자 순우곤은 이렇게 대답했다. " 사람은 뜻이 같은 사람끼리 모이고, 사물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는 법입니다. ( 중략) 대왕께서 인재를 구하라는 것은 강물에서 물을 얻고 불더미에서 불씨를 얻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일곱 인재를 추천한 것을 어찌 많다고 하겠습니까?" 인재는 조건이 무르익으면 우후죽순처럼 나타난다. 이때는 유능한 인재가 유능한 인재를 다투 어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 함께 살고 함께 발전해 간다' 는 ' 공생동추' 다. 하지만 아직은 때 가 아닌 모양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의 사기그릇 기고 저출산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육아휴직 40% 정률제, 유연근로 시간제 확 산,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 보육료 지원 범위 70% 까지 확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발표했다. 그 러나 이런 정책은 일하는 여성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일하 는 여성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일하는 여성의 지위를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큰 정책이라 하겠다. 우선적으로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이란 여성들이 더는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두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나라 여성들의 71% 는 여전히 자녀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맘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한겨레( ~12.1) 123

124 인사상의 불이익 (42.4% )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은 단 10% 만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은 임신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계약해 지를 받고 육아휴직은 커녕 산전후휴가조차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노동자들의 70% 가 비정규직이란 현실을 고려할 때 저출산 대책의 우선순위가 누구인지는 이미 답이 나온 문제이다. 비정규직이기에 출산을 이유로 계약해지 당하는 여성들에 대한 고용 유지 대책이 절실하다. 회사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있는 산전후휴가 제도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자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정규직의 82.4%, 비정 규직의 37% 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2009.8).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서는 산전후휴가 제도 수혜 대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현실이 이런데도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비정규직 여성, 영세소규모 업체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대책은 단 한 줄도 찿아볼 수 없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정책수요가 높은 계층인데 왜 이들은 이번 정부가 발표한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생색내기 정책조차 없는 가?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육아휴직 급여 인상 정책은 일하는 여성 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 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 공정사회' 를 화두로 삼고 있는 정부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차별없는 공정한 정책 집행 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정책 집행이 가능하려면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지 현실적 대안 마련으로부터 저출산 대책을 전면 검토하기를 바란다. 사설 1-- 그릇된 4대강 사업, 국정감사에서 바로잡아야 지난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4대강4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해야 힌다는 의견은 25.4% 에 불과하다. 전체의 68.3% 는 전면 중단하거나 수정 진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압도적인 반대에도 정부는 4대강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사 시작 열달 만에 벌써 보 공사 공정률이 50%, 강바닥 준설은 30% 를 넘어섰다.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 한반도의 젖줄인 4대강의 허리를 자르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건 그 자체로 강과 더불어 살아가 는 뭇 생명을 죽이는 짓이다. 종교인들이 가장 먼저 생명.평화를 내걸고 반대에 나선 것도 이 까닭이다. 종파를 가리지 않고 몇 달 동안 단식기도 등을 하며 반대했지만 이 정부에는 쇠귀에 경읽기였다. 참다못한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어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공동으로 단식 촛불기도 회를 시작했다. 사심없는 종교인들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해선 안 된다. 한겨레( ~12.1) 124

125 4대강 사업으로 자행되는 환경오염과 문화유적 파괴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얼마전에 는 낙동강 둔치에 대량으로 매립된 불법폐기물이 발견됐다. 정부는 이를 적당히 처리하고 사업 을 강행하려 한다. 이로인한 강물 오염 등은 아예 무시하는 듯하다. 신석기시대 유적 예상지로 추정되는 지역도 농경지 리모델링을 한다며 준설토로 뒤엎으려 한다. 4대강4 사업을 밀어붙이느 라 온갖 반문명적인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 계획도 엉터리었다. 지난해 11월 공사 실시설계안을 고시한 뒤 올해 8월까지 무려 32차 례나 설계변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 크기의 준설량도 12차례나 수정했다. 현 정부가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치려다 보니 일단 착공한 뒤 수시로 뜯어고치는 주먹구구식 공사를 하는 셈이 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조차 이 사업만으로는 홍수량 감당에 무리가 있다며 습지 복원, 강변 저류지 조성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환경파괴적이고 홍수 예방에도 별 효과가 없는 4대강 사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업에 20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붓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 어제 시작된 국정감사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사설 2-- 시민을 ' 해적' 으로 여기는 경찰 경찰이 도입을 추진하는 ' 음향대포' 는 외국에서는 해적이나 테러리스터 등을 상대로 사용하는 장비다. 2005년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이 호화유람선에 접근하자 150dB( 데시벨)의 압축음 파를 발사해 퇴치시킨 적도 있다. 음향대포가 미국에서 생산돼 사용되면서도 안전성 검사 같은 게 필요없었언 것은 기본적으로 ' 적' 을 제압하기 위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경찰은 지금 이 장비를 시민을 상대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시위참가자들을 해적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이 장비는 경찰 스스로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도입을 보류했던 사실도 새롭게 밝 혀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시절이던 지난 4월 경찰청에 도입을 건의했으나 ' 안 전성 미검증' 을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불과 다섯달 전에는 안전성 때문에 음향 대포를 사용할 수 없다던 경찰이 청장이 바뀌고 나서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으니 귀가 찰 노릇이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상상 이상이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사격 훈련 때 귀 청을 때리는 총소리의 후유증에 대해 잘 안다. 난청과 귀울림( 이명) 현상으로 평생을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음향대포의 위험성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는 음파가 건물 에 반사돼 소음의 강도가 더 커질 수 있고, 시위 참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입 한겨레( ~12.1) 125

126 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장비의 한국 특허 출원자마저 " 음향대포의 각도를 전방으로 잡아 놓고 150dB의 소리를 발사하면 고막이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무기를 경찰을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절차마저도 생략한 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회 곳곳 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음향대포를 사용하기도 전 에 이미 경찰이 귀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국민들은 아직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조 청장의 전직 대통령 모독행위, 위장전입 등 각종 불법성 행위를 잊지 않고 있다. 당연히 중 도사퇴했어야 할 사람이 자숙하기는 커녕 시민의 안전을 뒷전에 내팽개치고 ' 신무기' 도입부터 밀어붙이는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조 청장은 위험천만한 음향대포 도입 방침을 하루빨리 거 둬들이기 바란다 수 김의겸 정치부 선임기자 손학규 대세론?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이인제 대세론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손 대표의 입지는 과거 이 의원만 못하다. 이 의원은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으나, 손대표 는 공적이 없다. 2000년 총선에서도 충청과 경기에서 민주당의 영토를 넓혔으나, 2008년 총선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이 의원은 동교동 구파의 지원을 받아 현역 의원만 40명 가까이 거느렸 으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손대표 지지의원은 20명이 채 안 된다. 이인제 카드로는 이회앙 대세론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 적통' 인 노무현 후보에게 몰려갔기 때문이다. 대세론은 더 큰 대세론 앞에서 초라하기만 하다. 문제는 손학규 대세론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당 지지율 25% 가량은 사실 민주 당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다. 정치인의 지지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큰 선거 도 없다. 설사 손 대표가 출중한 능력을 발휘한다 해도, 상대의 대세론은 더 빠르게 확산된다. 최근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의원에게 눈도장 찍기에 바쁜 모양이다. 과거 박 의원 에게 접근하는 게 ' 배신' 으로 비쳤던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대통령이 나오기 전에 박 의원과 사진을 찍으려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길게 줄을 섰다고 한다. 몇몇 친이계 의원은 이때 찍은 ' 인증샷' 을 트위트에 올리기도 했다. 결국 골을 넣으려면 손 대표의 개인기가 아닌. 야권 전체의 조직력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 다. 대선도 1: 1 구도를 만드는 게 유일한 승리 전략이다. 손학규.정동영 정동영.정세균정세균 뿐만 아니라, 유시민.이정희 이정희.노회찬.심상정 등 야권의모든 주자들이 단일 리그에서 겨뤄야 만들어낼 수 있는 한겨레( ~12.1) 126

127 틀이다. 그러자면 손 대표가 양보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야권 통합을 위해 스스로를 던져야 국민의 감동을 자아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지율은 그 결과일 뿐이다. 손 대표는 혁명을 꿈꾸던 젊은 시절 한전에 취직하려고 했단다. 혁명의 순간이 오면 스위치를 내려 서울시내의 불을 다 꺼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정치노선이 달라 보이던 최장집 교수는 뜻밖에도 손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그 이유를 물 으니 "80년 논문 자료를 모으려고 평창동 고갯길에 있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를 찿아가보니, 서울대 정치학과까지 나온 사람이 먼지 구덩이 속에서 바위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받은 인 간적 신뢰" 때문 이라고 답했다. ' 청년 손학규' 의 낮은 자세가 야권의 단결을 이끌어 내고, 손 대표에게도 길을 열어줄 것이다 세상읽기 정문태 국제분쟁전문기자 세습을 고발하자 요즘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았다. 서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번에는 얼굴에서 더 열이 났다. 북한 정권 세습을 놓고 언론은 저마다 도덕적 판단을 근거로 적개심을 터뜨려냈다. 정당들은 마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 양 분노를 쏟아냈다. 좌우도 없고 진보.보수도 보수도 없었다. 그 틈에서 한마디 했던 민주노동당은 동네 북이 된 꼴이다. 북한 정치를 분석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데다 핏줄을 내건 정치체제를 부정해온 나는 마 땅히 정권세습을 달갑잖게 여겨왔다. 그렇더라도 북한 정치체제를 ' 정치적 대상' 이 아닌 ' 도덕 적 대상' 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습을 말해보자.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대통령 아키노는 어머니가 코라손 전 대통령 이다. 전임 대통령 아로요는 아버지가 마가파갈 전 대통령이다. 투마라퉁가 전 스리랑카 대통 령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통령과 총리를 지냈다. 인도의 네루 가문은 3대에 걸쳐 총리를 했 다. 인도네시아도 아버지 수카르노와 딸 메가와티가 대통령을 했다. 파키스탄도 부탄 가문에서 아버지와 딸에 이어 사위까지 총리가 나왔다. 방글라데시도 두 전직 대통령 가문에서 나온 딸 과 아내가 지금껏 세습정치를 해오고 있다. 비록 선거를 거친 이 나라들과 폐쇄적인 선출제도를 지닌 북한 사이에 세습 방법에서 차이가 한겨레( ~12.1) 127

128 날 수는 있지만 특정 가문이 한 나라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봉건적 환경과 정치체제는 본질 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이 선거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을 찿아 고 민해왔다. 타고난 핏줄과 선택받은 환경의 대물림을 세습으로 규정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모든 나라와 체 제들도 그 세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주의 챔피언으로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2대와 6대 대통령을 낸 애덤스 가문과 41대와 43대 대통령을 낸 부시 가문을 당연시하는 세습구조 특성 을 지닌 경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세습에서 자유로운가. 사유재산권을 내건 사기업의 세습이야 자본 주의 신성불가칩 제 1조로 세계적인 현상이라 치더라도, 한국 사회의 부를 독점해온 재벌기업 의 족벌지배구조와 그 세습의 폐해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단 1% 의 자본가들이 국토의 45% 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 그 땅은 또 어디로 세습하겠는가. 자본 세습 못지않게 권력 세습도 심각한 수준이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자식들의 특채 문제가 화제에 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 가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건 세습의 폐 해가 북쪽뿐 아니라 남쪽까지 모두 사로잡고 있다는 뜻이다. 권력과 자본은 축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경쟁자를 조건 없이 짓밟는 특성을 지녔다. 해서 권력과 자본은 그 저장고로 상대적 안전성을 지닌 핏줄을 선택한다. 그게 세습이다. 민주 주의라면 그런 세습을 견제하고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러니 세습을 끊어버리는 일이야말로 시민사회가 온전한 민주주의로 가는 첫걸음이다. 마음껏 세습을 비판하고 고발하자. 단 남의 세습만 나무라지 말고 우리의 세습도 모두 공정하게. 가을 으뜸 보양식 ' 낙지' 낙지는 가을의 보양식이다. ' 봄 조개, 가을 낙지' 라거나 '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라는 옛말에서 보듯 봄의 파트너는 변해도 낙지는 식재료의 으뜸자리를 확고하게 지켜왔다. 그 영양가는 ' 뻘 속의 산삼' 이라거나 '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 는 말이 웅변으로 설명해준다. <자< 산어보>에도 낙지는 '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 고 했는데 거기에 부연해서 ' 야윈 소에게 낙지 네댓 마리를 먹이면 금방 기력을 회복한다' 는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을 정도이다. 지금도 남도지방에 서 출산이나 병치레하는 소에게 낙지를 먹이는 풍습이 남아 있다. 중국의 의서 <천주본초> 역 시 낙지는 ' 익기양혈 ', 즉 기를 더해주고 피를 함양해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때 효능이 있다고 했다. 서양의학은 낙지의 자양강장 효과를 풍부한 타우린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 한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 협심증, 한겨레( ~12.1) 128

129 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피를 맑게 해준다. 간 기능과 피로회복에 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낙지를 석거, 소팔초어, 낙제어 등으로도 불렀다. 낙제어는 얽힌 발을 지닌 물고기 라는 뜻인데 그 발음 때문에 무고하게 수험생들의 기피음식이 되기도 했다. 낙지는 정약전의 기술처럼 회나 구이, 포가 다 맛있지만 그 고유의 담박한 풍미를 즐기려면 역시 갖은 채소와 함께 끓여 먹는 연포탕이 좋다.특히 술 마신 다음날의 해장국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다. 예종 석의 오늘 점심.한양대경영대학장 한양대경영대학장.서울오금동독천낙지골 밀위청 조선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에는 해당 관청이나 관찰사에게 소장을 냈다가 억울하면 사헌부 에 상소하고 그래도 안되면 신문고를 치도록 했다. 지금의 검찰.감사원 구실을 했던 사헌부는 그렇게 제출된 소장을 심사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 사헌부 도장을 찍어 돌려줬다. 이를' 퇴 장' 이라고 한다. 소각하 또는 불기소처분의 통고인 셈이다. 신문고는 의금부 당직청에 뒀다. 당 직청은 신문고를 통해 올라온 상소에서 사헌부 퇴장 등을 살펴 왕에게 올렸다. 왕명을 받들어 죄인을 추국하는 일과 함께 의금부의 중요한 사법기능이었다. 그런 절차가 아니더라도 사헌부와 의금부는 서로 견제하는 사이였다. 사헌부의 수사가 불공정 하다는 여론이 일면 즉각 의금부로 사건을 이첩했고, 의금부의 수사가 미진하면 사헌부가 나섰 다. 사법기관 사이의 견제로 전횡을 말았던 이런 장치는 연산군 때 무너졌다. 사헌부 지평 관 직도 없앴다. 연산군 11년 (1505) 의금부 당직청을 ' 밀위청' 으로 바꾸고, 직접 승지를 보내 죄수 를 신문하도록 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었다. 사실상 독점적 사법권을 쥔 밀위청에선 매 일같이 사대부들이 매를 맞고, 왕을 비방하는 말을 감시했다고 실록은 전한다. 검찰시민위원회가 가수 엠시몽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창원에선 검사의 기소 의견을 뒤집 은 일도 있다. 모두 검찰이 받아들이긴 했지만, 이를 묵살해도 강제할 수단은 없다. 검찰의 불 기소처분을 뒤집어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을 강제기소한 일본의 검찰심사회의 권한 에 비하면 시늉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의 독점적 기소재량이 문제라면 이를 견제할 장치를 마 련하는게 근본적인 처방이다. 그런 모델은 조선시대에도 얼마든지 있다. <유레카< 유레카> 여현호 논설 위원 김지석 칼럼 <무책임한 ' MB발 통일논의 ' > 독일 통일 스무돌 (10/3)을 지켜보는 마음은 가볍지 않다. 독일 통일은 유럽연합을 넘어 지구 촌 정치.외교의 중요한 구심점이 됐다. 동독지역의 1인당 소득과 평균임금이 서독지역의 한겨레( ~12.1) 129

130 70~80% 에 이르는 등 동서 통합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분단 65년이 지나도록 통일 전 망조차 불확실한 우리로서는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분단시대는 전란이나 이민족 점령기와 더불어 일종의 난세다. 우리 역사에서 난세가 이렇게 길었던 기간은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몽골 침략기 외에는 없었다. 지금의 분단시대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1950~60년대의 ' 체제경쟁1기' 다. 한 국전쟁 이후 남북이 적대하면서 각각 자신의 체제를 구축해나간 시기다. 어느 쪽도 확실한 우 위를 주장할 수 없어 대립이 극렬했던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70년대 초반 국제적인 긴장완 화 분위기를 계기로 ' 체제경쟁 2기' 로 넘어간다. 그 상징이 72년 7.4 공동성명이다. 2기는2 사회 주의권 몰락이 분명해진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 뒤쪽으로 갈수록 남쪽의 우위가 분명해진다. 체제경쟁이 마침내 끝난 것이다. 91년 말의 남북기본합의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한 다. 체제 재생산 위기에 빠진 북쪽은 정권을 지킬 새 담보물을 확보하려 한다. 핵개발 시도가 그것이다. 체제경쟁 이후의 과정은 분단의 위험성을 줄이고 상처를 치유하며 통일 기반을 넓히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는' 분단극복 1기' 라 할 수 있다. 핵심 과제는 평화구 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호혜적 남북관계와 핵분제 해결,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 축이다. 다음에 올 ' 분단극복 2기' 에는 실질적 통일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 경제.정치 정치. 생활권이 형성되고 동북아 국제관계가 그에 맞춰 재편된다. 각 시기가 20년씩 끊어지는 패턴이 이어진다면 이 시기는 2030년쯤 끝나게 된다. 지금은 분단극복 1기에서 2기로 넘어가야 할 때다. 과거 예에서 보듯이 시기 전환에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남북의 노력이 함께 작용한다. 정세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G2로 표현되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 주도 지구촌 핵 관리체제의 변화, 북쪽의 대중 의존 심화와 후계체제 시도 등이 그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경쟁과 협력을 되풀이 하겠지만, 한반도 관련 사안의 평화적 해결에는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다음달 미국 중간 선거 이후에는 6 자회담 재개로 향하는 새 동력이 만들어 질 것이다. 안정적인 대외관계와 외부 지원 없이는 북 쪽의 권력재편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없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북쪽이 단계적 으로 개혁.개방을 개방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노력이다. 과거 경험을 봐도 우리나라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반도 관련 현안이 왜곡되지 않 고 속도감 있게 진전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뒤 여권을 중심으로 통일논의가 무성하다. 한겨레( ~12.1) 130

131 이런 태도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북쪽이 우리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대북정책 부터 바꿔야 한다. 3년 3 전 남북이 합의한 10.4 정상선언의 일부라도 성실하게 이행했다면 지금 과 같은 서해상의 긴장상항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쪽의 붕괴또는 자발적 비핵화 만을 기다리는 정부의 강경 기조 대북정책은 여전하다. 최근의 통일논의는 이런 정책의 실패를 호도할 뿐만 아니라 당장 해야 할 일조차 방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지금의 과제 는 공허한 통일논의가 아니라 분단극복 1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그렇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 논설위원 실장 사설 1--- 한.미 FTA추가협상 추가협상, 정부는 왜 공개 한 하나 미국 일부 의원들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섬유부문의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동차부문 추 가협상을 요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다음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주요 20개국 개국) 정상 회의 전까지는 이에 대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한다. 불과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뭘 어 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정부의 투명한 태도가 중요하다. 먼저 정부는 한.미 FTA추가협상이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투명하게 협상을 진행할 지 의문이다. 벌써 국내 규정을 고쳐 미국차 수입을 쉽게 해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환경부가 입법에고한 ' 연비.온실가스 배출 허용기 준 고시 ' (안)을( 보면, 국내판매량이 적은 자동차는 연비나 온실가스 규제를 면제해줄 수 있는 예외조항을 뒀다. 연간 판매량 1만대 이하의 자동차에 이 규정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미국차는 환경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협의가 진행 중인 게 없다 고 하면서 실제로는 미국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쪽이 특정 부문을 지목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미 FTA는 독소 조항이 많지만 정부는 전체적으로 ' 균형 잡힌' 협정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협정을 전체로 파 악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부분만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가 주장하는 균 형마저 깨질 수밖에 없다. 미국쪽이 자동차나 섬유 부문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부당하다.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면 이 기회에 오히려 독소조항들을 충분히 다룰 수 있어야 한 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미국쪽 요구를 서둘러 수 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상회의는 불과 이틀이면 끝난다. 하지만 FTA는 두고두고 우리 한겨레( ~12.1) 131

132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여부도 마찬가지다. 사설 2...교과부의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시도 당장 중단하라 경기도 교육청이 어제 학생인권조례를 공표하고 이날을 ' 학생인권의 날' 로 선포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걸고 도교육청 차원에서 본격 검토한 지 1년여 만이다. 경기도 학 생들은 이로써 우리나라 교육역사상 처음으로 주체적 역량을 갖춘 인격적 존재로 존중받게 됐 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감수성 역시 크게 높아졌음에도 학 교 현장은 변화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체벌이나 두발규제 같은 학생들의 인격권.사생활 침해가 교육적 필요라는 이름으로 유지왜온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인권조례 를 제정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학생 인권 보장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를 저지하려 혈안이다. 뒷받침은 커녕 이를 무력화 하는 게 골몰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미 학생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초.중등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상위법 개정을 통해 인권조례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학생권리 신장을 내걸고 있으니 가증 스럽기만 하다. 교과부 안에는 그동안 학생인권 제한의 근거로 이용돼 온 ' 학교의 교육목적, 교육활동 보장,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명문화돼 있다. 또 학칙 제정 권한을 학교장 에게 부여하고 그에 대한 교육감의 인가권을 폐지함으로써 교장이 인권조례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체벌이나 학생 징계 등과 관련해서도 독소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구습에 젖은 교육계 인사들이 인권조례 제정으로 학교현장에 불어올 변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 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조례를 무력화한다고 변화를 비켜갈 수 있는 건 아니 다. 이미 높아진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꼼수로 틀어막으려 하다간 학교 사회에 더 큰 혼란만 초 래하기 쉽다. 반대로 학칙 제정 과정에 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등 민주 시민 훈련 의 장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목 한겨레( ~12.1) 132

133 사설 1...한반도 신장만 높일 PSI 천암함 사건에 대한 대북 대응초처의 하나로 계획된 PSI(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이 우리나라와 미.일.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이 참여한 가운데 도는 13~14일 부산 앞바다에서 실시 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PSI는 각국의 공해 통항 자유를 무시하고 특정 나라 선박에 대해 강제 적인 검문.검색을 검색을 하자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국제법적 논란을 안고 있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 등이 반발할 훈련을 우리나라 주관으로 우리 해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니 파장이 더 클 것이 다. 이번 훈련을 핵이나 대량파괴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세워 검색하는 내용이다. 북 한은 당연히 자국 선박과 항만 봉쇄를 겨냥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특히 해상봉쇄는 전 시에나 있는 일이다. 이미 북쪽은 " 국제법은 물론 교전 상대방에 대하여 ' 어떤 종류의 봉쇄' 도 못하게 한 정전협정에 대한 부정" 이라며 남쪽의 PSI 전면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여 려 차례 밝혔다. 북쪽이 이 훈련을 빌미로 서해나 휴전선에 국지적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 훈 련 이후 상황 전개가 크게 우려된다. 이번 훈련은 중국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크다. 한.미 두 나라가 천암함 사건 이후 한반도 해역에서 벌인 연합훈련을 두고 중국은 자국 포위망 공격이라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중국은 특 히 한국이 포위망의 한 축을 맡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 왔다. 중국은 이번 훈련도 그 연장으로 볼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과 일본이 ( 센카쿠열도)댜오이다오 문제를 놓고 격렬히 다툰 터여서, 일본 자위대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이번 훈 련은 한.미.일 대 북한.중국의 대결 구도를 굳히고 동아시아 안정을 해치리라는 점에서 바람직 하지 않다. PSI 훈련을 통해 대량파괴무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 면 6자회담 과정을 다시 가동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런 방향 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미국도 6자회담 쪽으로 서서히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강경한 대북 군사 대응에 나서는 꼴이니 적절하지 않다. 한반도 긴장만 높이고 국제적인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는 훈련 계획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편집국에서...총장님 애는 어떤가요 고1, 2인 2 제 아들들은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삽니다 프로야구.축구 등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보는 데 그칩니다. 제 아들들 뿐만아니라 학생들 상당수가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힘들 고, 잠깐씩 생기는 여가 시간은 컴퓨터나 텔레비젼을 벗삼아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입시경쟁 한겨레( ~12.1) 133

134 이 어릴 때부터 학원 등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교과부가 지난해 발표한 2000~2008년 학생신체능력검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생 가운데 상위 1~2급 비율은 2000년 41% 에서 2008년 33% 로 즐어든 반면 4~5급은 31% 에서 42% 로 늘어났습 니다. 특히 고3 남학생의 경우 1~2급 비율이 53% 에서 38% 로, 4~5급 비율 22% 에서 49% 로 각 각 두 배 이상이 됐습니다. 외견상 체격은 컸지만 ' 속 빈 강정' 이 돼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문체부와 교과부가 ' 즐거운 학교 및 학생 체력 증진' 을 위해서라며 ' 초, 중등학교 체육 활성화방안' 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스포츠활동을 쓰도록 하고, 이를 입학사정관제에 반영하도록 대학 쪽의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학생들의 스포츠 동아리 등록률을 50% 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합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생긴 문제를 입시를 이용해 풀어보고자 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미 합니다. 수능.내신 내신.논술 공부에 봉사활동까지 헉헉대는 통에 없는 시간을 쪼개 스포츠 동아리 활동까지 해야 할 판이니까요. 올해 초.중.고 스포츠 동아리 등록 학생이 6만여팀의 159만 7000여명으로 전체의 27.4% 에 이르지만 실제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등록만 해놓고 그 시간에 점수 비중이 큰 과목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 주요한 열쇠는 곧 완전한 입시 자율권을 쥐게 될 대학이 가지고 있는걸요. 그래서 기대해 봅니다. 대교협 차원에서 정말 진지하게 논의해 주 시기를. 암기력과 정답을 맞히는 기술 대신 호기심과 이해력, 창의성, 건강한 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를 위해, ' 성적= 배경' 이 좋은 특목고생들을 뽑기 위해 내신 등급별 점수 차이를 줄여 사실상 내신을 무력화시키는 등의 온갖 머리와 노력을 여기에 기울여 주시 기를요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윤혜준 옮김 을유문화사 2008년 모험과 소설. 중산층의 종교적 양심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크루소의 청년기에서 시작한 다. 그는 자신의 머리가 " 아주 일찍부터 온갖 잡념들로 꽉 차기 시작' 했으며, " 배를 타고 바다 로 가는 것 말고는 그 무엇이건 흡족해하질 않았" 다고 술회한다. 그의 집안은 전형적인 중산층 한겨레( ~12.1) 134

135 이었고, 아버지는 그러한 중산층의 평온함을 삶에서 최고의 미덕으로 꼽았다. 밖으로 뛰쳐 나갈 궁리만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재난이란 상류층과 하류층이 나눠 갖는 것이어서 중간 계층은 불행한 일을 가장 적게 당하며, 상류 계층이나 하류 계층처럼 급격 한 변화에 시달리지 않으니, 한쪽은 타락한 삶이나 지나친 사치 때문에, 다른 한쪽은 힘든 노 동에다 생필품이 모자라고 먹는 것도 형편없고 부족하기에 사는 방식 자체의 자연스런 결과로 질병을 앓게 되지만, 중간 계층은 신체나 정신의 질병이나 불안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 는 법인 즉, 중산층의 삶은 온갖 미덕과 온갖 낙을 누리기에 딱 맞도록 계산된 것" 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디포는 젊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질을 먼저 언급하면서,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환경을 거론한다. 당시는 상업을 바탕으로 한 중산층이 확산되고 그 지위에 대해 자신감을 쌓아 가던 시대였다. 소설 장르는 이러한 중산층의 즐길 거리로 시작하였다. 주인공 크루소가 중산층의 삶에 일종의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그만큼 중산층의 염려섞인 관심을 끄는 도입부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거듭 역경을 낳고 이내 자신의 생각, 행동이 얼마나 철없고 무모한 것 이었는지를 거듭 후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중산층의 삶을 뒤엎기보다 는 긍정하고 있으며, 최소한 중산층도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넓히는 모험가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당대의 종교에 대해 갖는 태도는 중산층의 가치관을 다루는 방식과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크루소는 처음 런던으로 가는 도중 배를 타고 겪게뒤는 풍랑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다. 그가 진심으로 하나님을 떠올리는 최초의 장면이다. " 나는 매번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곧 배를 집어삼킬 것을 각오했고, 배가 파도 밑쪽 골로 뚝 떨어질 때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으니, 이런 심적 고뇌에서 나는 하나님이 혹시 이번 여행에서 한번만 나를 살려주실 뜻이 있으시다면, 내가 다시 뭍에 발을 디디게 될 수만 있다면, 곧장 아버님께로 돌아갈 것이고 살아있는 동안 두 번 다시 배에 발을 들여 놓는 일이 없을 것이며, 아버님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런 비참한 처지에 나를 내던지는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숱하게 맹세하고 또 결심했다." 하지만 이런 ' 건전한' 생각도 바람이 잦아들고 파도가 가라앉으면 ' 조금 덤덤해지기 시작' 해, 참회와 망각의 연쇄가 계속될 뿐이었다. 이러한 그의 면모는 표류생활과 그 이후의 이야기에서 도 그대로 지속된다. 표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서자 크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 다. " 이미 앞에 언급한 대로 나는 지난날의 나의 사악하고 강퍅한 삶을 돌아보며 마음속으로 끔찍 한겨레( ~12.1) 135

136 히 반성해 온 지가 벌써 여러 달째였으나, 내가 내 주위를 둘러 보고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 섭리하신 구체적인 사례들을 생각해 볼때 하나님이 나에게 얼마나 넘치게 모든 것을 주셨으며, 나의 부정함을 감안할 때 받아 마땅한 만큼의 벌을 내리시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내게 넘치는 은혜를 베푸셨음을 깨달았고, 이에 나는 하나님이 나의 참회를 받아 주셨으며 아직 나에게 긍 휼을 베푸실 여지가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종교적 위로가 섬에서의 그의 모든 일에 기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이웃 섬의 원주민들이 자신의 섬으로 건너와 사람을 잡아먹은 흔적을 발견한 그는 이러한 의지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자신이 식인종의 섬에 표류하지 않은 것을 " 특별한 섭리"로 고마워한 다. " 나를 이와 샅은 끔찍한 인간들과 구분되는 문명 세상에 태어나 살게 해 주셨으머 비록 내가 지금 형편을 매우 비참한 것으로 간주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편리함을 허락해 주셔서 불평할 것보다는 감사할 일이 더 많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비참한 처지에서도 하나님을 알게 됨을 위안으로 삼고 하나님의 축복을 희망하게 된 것에 감사했으니, 이것은 내가 그간 겪었고 또 겪을 수 있는 그 모든 고초와 충분히 대등한 정도가 되고도 남을 복락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종교와 하나님은 크루소에게 그 무엇보다도 위로를 주는 존재이다. 하 지만 마침내 자신이 구출되는 시점과 그 이후 그가 하나님에게 어떤 고마움을 표시하는 부분 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우라늄 농축 맨해턴 프로젝트로 알려진 미국 원자폭탄 개발 계획의 산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있던 곳은 시골학교였다. 뉴멕시코주 예미즈스프링스의 황량한 계곡에 있던 로스앨러모스라는 학교가 1943년 핵무기 개발 연구소 자리로 선정되면서 거대한 핵개발 단지로 변한 것이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원폭 개발의 심장부였지만 우라늄 농축공장은 동부 케네시주 오크리지 에, 플로토늄 추출 공장은 서부 워싱턴주 핸퍼드에 따로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 다. 이때 우라늄을 농축한 방법은 주로 가스확산법이었다. 우라늄을 가열해 기체로 만든 다음 미세한 구멍으로 통과시키면서 무게 차이를 이용해 농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0.7% 인 우라늄 235의 농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원폭 한 개 제조를 위해 미국내 자동차 공장 전체를 합한 것보다 큰 규모의 공장이 필요했다. 미국과 원자폭탄 개발 경쟁을 벌였던 독일은 우라늄 농축을 위해 중수를 이용했다. 그러나 중 수 공급처였던 노르웨이의 공장이 미국과 영국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제 기능을 못하면서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장 설비를 독일로 옮기려 했지만 1944년 2월 설비를 한겨레( ~12.1) 136

137 싣고 떠난 수송선이 영국 특공대에 의해 침몰하면서 독일의 원폭 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을 지낸 시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텐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최 근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에 1000여기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심 분리법은 가스확산법, 전자기법, 흑연사용법, 중수사용법과 함께 우라늄을 농축하는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다. 그처럼 많은 원심분리기가 실제로 가동된다면 핵무기 제조를 위한 농축 우라늄 생산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정남기 논설위원. 유레카 아침 햇살.정권 안보를 돕겠다는 ' 상업 파병'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방침을 설명하고자 얼마 전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를 열었 다. 첫 발표를 접할 때부터 이번 파병은 명분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면 서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아랍에미리트는 인구 460여만명으로, 7개의7 토후국 연합체다. 인구 가운데 순수한 자국민 정체성을 지닌 사람은 3분의1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랍계 다른 부족, 외국인 등라고 한다. 따라 서 아랍에미리트는 집권층 ' 정권 안보'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왔고, 이를 위해 5000명 규모인 특전부대를 1만명으로 증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나라 왕세자는 우리 특전부대 훈련을 참 관하고 자국 군대 훈련을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런 전말과 함께 국방부는 국익증진에 기여하는 ' 새로운 개념' 을 고안해냈다는 투로 이번 파병을 홍보하고 있다. 외국의 정권 안보를 돕자는 파병을 두고 국군 파병사의 신기원이나 여는 듯한 호들갑은 참으 로 우습다. 이것은 북한 1970~80연대에이집트 연대에이집트, 시리아, 앙골라, 모잠비크 등 중동 아프리카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것과 다르다고 할 것도 없다. 이 행태는 그 당시 ' 테러수출 ', ' 정권안보 지 원' 이라고 비난받았다. 이번 파병은 한국과 이란 관계, 한국과 중동 사회의 전반적인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가증성이 다분하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에는 미군 160여명이 주둔하면서 조기경 보기, 공중급유기, 함정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라팔전투기, 함정 전술차량을 중심으 로 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영국 등 8개 나라에서도 800여명이 배치되어 있다. 미 국이 전투력을 배치한 이유는 아랍에미리트를 대아프칸 전쟁의 후방기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봉쇄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병력을 전개한다면 어떻게될까? 국방부는 국내용 특전훈련 부대만 맡고 국제분재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 한다. 하지만 군대는 본직적으로 위협세력을 겨냥해 존재하는 무장집단이다. 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아랍에미리트와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이 당연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비교적 좋은 인상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미.영.프 등과 달리 남 한겨레( ~12.1) 137

138 의 나라를 침공하거나 약탈한 적이 없고, 최근에 한국 드라마가 많이 수출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어렵게 축적한 무형의 자산을 무모한 결정으로 까먹게 될까봐 안타깝다. 그렇잖아도 최근 아프칸 재파병과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 챀 참여 때문에 한국의 인상이 흔들리던 터이다. 이명박대통령은 지난해 말 원전 수주와 결부시켜 국방부에 직접 파병을 지시했다고 한다. 파 병이 당장 기업 영업에 도움은 될 것이다.하지만 베트남전쟁 때처럼 어려운 시절도 아니고 이 제 나라의 지위가 제법 올라갔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익만 약삭빠르게 찾을 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국제사회에서 좀더 인정받고 유무형의 국익을 늘릴지를 깊이 성찰해야 마땅하다. 원 전 수주 대가로 파병까지 끼워 파는, 나라의 품격은 아랑곳하지 않는 속된 발상이 싫다. 박창 식 논설위원 수 세상읽기 <에세이 공모전 입선 비결> 말하자면 나는 ' 선수' 였다. 나름으로 ' 예향' 인 고향에서는 지역 축제가 열릴 때마다 백일장을 프로그램의 하나로 끼워 넣었고, 나는 일찍이 공책이나 사전같은 상품에 혹하여 학교 대표 선 수로 열심히 그에 참가했다. 그러다 보니 차차로 길속이 트여서 급기야 공모전에서 받은 상장 으로 라면상자를 가들 채울 정도의 화려한 입상 경력을 갖게 되엇다. 그런데 이것이 자랑인가하면 꼭 자랑일수만은 없다. 그 공모전이란 것의 절반 이상이 자라나 는 새싹들마저 투철한 의식을 함양하는 ' 반공' 글짓기였고, 나머지도 세금을 잘 내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공공질서를 잘 지키자는 구호를 앞세운 ' 관제' 글짓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어, 훗날 글은 재주를 피워 짓기보다는 온몸으로 써 야 한다는 뼈아픈 진실을 깨달을 때까지 줄곧 그 요령부득한 요사를 피웠더랬다. 하여 왕년의 ' 선수' 이자 이즈음 심사위원으로 처지가 바뀐 경험을 더해 에세이 공모전에서 입 선할 수 있는 비결을 공개적으로 털어놔볼까 한다. 생뚱맞은 기밀 누설 일지도 모르겠으나 한 편에 <한겨례>신문이 * * 일보나 ##일보보다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비판 이 있음을 고려해볼 때, 대학생만큼이나 ' 스펙' 을 쌓는 일이 긴요해진 중고생과 학부모에게 ' 급 하게 찬 맥주를 먹고 싶으면 얼음을 넣어 마시라' 정도의 알뜰한 정보는 될 수 있으리라고 생 각한다. 우선 공모전에 출품하는 작품을 쓸 때는' 첫 문장' 이 중요하다. 심사위원들과의 첫 대면에서 인 상적이고 강렬하며 전체의 내용을 통괄할 구 있는 문장을 선보여야 한다. 첫 문장이 아니면 첫 문단, 어쨌든 첫 머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형식적인 특이성으 한겨레( ~12.1) 138

139 로, 남들이 쓰는 틀에 박힌 방식과 다르게 표현하고 구성해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 다. 수 백 편에 이르는 응모작을 심사하는 일은 피곤하고 지루하다. 따라서 초반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던 심사위원들이 피로감과 마감시간에 쫓겨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 전에 가능한 한 빠 른 접수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떠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적인 문학상 공모를 제외한,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에세이 공모전에서 형식보다 긴요한 입선 비결은 따로 있다. 작금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 인권 에 세이 공모전' 을 예로들어 보겠다. 예심에서 가장 먼저 거러지는 작품은 ' 인권이란' 혹은 ' 인권 의 정의는' 따위로 시작되는 글이다.인권을 주제로 한 공모한 글에서 '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 는 기본적 권리' 라는 사전적 정의 동시반복에 사족일 뿐이다.그런 낮말을 얻어들은 새나 밤말 을 주워들은 쥐새끼도 나불댈 수 있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이 과연 내 삶과 일상에서 어던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실현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 차별받는 소수자에 대해 말할 때에도 그들의 인권을 ' 보 호' 한다는 명분하에 대상화시킨 글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나의 문제를 깨닫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작더라도 직접 겪고 느낀 것,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외부로 확장되는 ' 인권 감수성' 이 절실하다. 즉 ' 용례는 내 눈길이 닿는 곳, 반경 50미터 안에 서 찾아라' 는 것이 에세이 공모전 입선 비결의 핵심이다. 선수의 눈에는 선수가 보인다. 경험하지도 않고 경험한 척, 생각조차 없는 주제에 대단히 고 심한 척하는 꼼수에는 넘어길 리 없다. ' 잘' 슨 글보다는' 좋은' 글이 오랜 감동으로 남듯 진정 성은 허울 좋은 형식으로 눈속임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인권 에세이 공모전 심사위원장으로 함께 좋은 글을 뽑기 위해 고민했던 유남영 상임 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전격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런 데 어쩌랴. 초딩과 중고딩들도 일러주면 뉭큼 알아먹는 진실의 비결을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는 터이니. 김별아 소설가 한겨레프리즘 <'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조종> 1638년 서른 살의 존 밀턴은 유럽 여행 중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들렸다. 그곳에서 저명한 천문 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만났다. 갈릴레오는 교황청의 종교재판에 회부돼 단죄받은 뒤 5년째 가택언금 상태에 있었다. 75살의 노학자는 눈이 완전히 멀었고 자유를 박탈당한 몸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밀턴은 갈릴레오를 보며 진리가 독단에 감금당했다고 느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밀턴을 기다린 건 청교도혁명이었다 (1640~1660). 혁명의 선봉에 있던 밀턴은 의회를 장악한 장 한겨레( ~12.1) 139

140 로파가 ' 출당허가법' 이라는 사전검열제를 도입해 혁명을 동결시키려 하자 갈릴레오의 폐소공포 증을 느꼈다. 이 검역의 새대를 향해 터진 연설문이 바로 ' 언론 자유의 경전' 으로 불리는 <아레 오파기 티가>다. 밀턴은 출판물 검열을 ' 사상의 자유시장' 을 봉쇄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상을 상품에, 검열을 독점에 비유했다. " 진리는 허가와 규제에 의해 독점되는 상품이 아니다." 밀턴의 주장 은 당시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특권층의 상업적 독점에 대한 반감에 기댄 것이었 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 진리와 거짓이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라.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 쟁에서 진리가 패배하는 일은 결코 없다. 진리가 승리하는 데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고 검열도 필요 없다. 진리에게 자유로운 공간만 허용하면 된다." 밀턴의 강력한 수사는 ' 자 유경쟁' 과 ' 자유시장' 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대 서구 세계에서 자유시장 이념은 이렇게 수백년 동안 전근대적 특권과 억압에 대항한 투쟁의 무기였다. 밀턴보다 100년 뒤에 살았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1776)에서 자유경쟁을 이야기 한 것도 지배계급의 독점과 반칙에한 이론적 저항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것이 200년이 지 난 뒤 사태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지난 30년 사이 자유시장주의는 강자는 더욱 강하게, 약자는 더욱 약하게 만드는 지배게급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말았다. 부자의 세금 감면, 부자가 더 부자 되도록하는 시장의 재편, 그러면 더 커진 부가 밑으로 흘러내려 가난한 사람까지 부자가 될 것 이다. 그러나 그 신자유주의의 주문을 외는 동안 부자와 가난한 자의 거리는 멀어졌고 세상은 전보다 훨씬 더 불안해졌다. 자유시장주의 이념으로 영국을 강퍅하게 만들었던 마거릿 대처는 인간 각자의 이기심이 사회 발전의 동력임을 강조하면서 말했다. " 사회 공동체 같은 것은 없다. 오직 개인만 있을 뿐이 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가지>는 이기심이라는 짐승을 풀어놓자는 신자유주의 전략이 마침내 파산했다고 선언한다. " 인간은 사회라는 울타리 없이 고립된 이기적 존재로 살아온 적이 없다." 이렇게 단언하는 장 교수의 책은 국내에서 출간되자마자 마이클 샌 들의 <정의란 무엇인다>가 지난 몇 달 동안 누린 베스트셀러 1위를 단숨에 이어받았다. 샌델과 장 교수의 책은 모두 ' 공동체 가치' 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제 잇속 만 챙기는 이기적 개인의 삶으로는 사회도 구할 수 없고 나 자신도 구할 수 없다. 이제 공동체 를 구함으로써 나를 구하는 일에 나서자. ' 자유시장' 이념에 조종을 물리자. 그 권위에 지금 이 나라의 책 읽는 사람들이 맹렬하게 호응하고 있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말아 먹는 탕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탕반은 우리 민족 특유의 음식이다. 서양에 수프가 있고 중국이나 일본에 한겨레( ~12.1) 140

141 도 다양한 국이 있지만 그들은 거기에 밥을 말아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오랜 세월 국밥을 즐겨 왔다. 요리서에는 19세기 팔에 출간도ㅚㄴ <규곤요람>과 <시의전서>에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그 전에 간행된 <영조실록>에 탕반을 먹다 급사한 어사 홍양한에 관한 기술이 나오는 것을 보 면 오래전부터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개성의 탕반은 전주의 비빔밥, 평양의 냉면과 함께 조선 3대 음식으로 꼽힐 정도였 다. 국밥은 종규도 다양해서 지역별로는 서울 사람들이 즐겨 먹던 장국밥에서부터 전라도의 콩 나물국밤, 함경도의 가리국밥, 경상도의 돼지국밥 등이 있고, 그 외에 김치국밥.굴국밥 굴국밥.소머리 국밥도 흔히 먹으며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었다는 통영장국밥도 있다. 따지거 보면 곰탕, 설렁탕, 육개장도 다 국밥에 속한다. 얼마나 국밥을 보퍈적으로 생각했으 면 국과 밥을 따로 낸다고 " 따로국밥" 이라ㅡ는 이름을 붙였겠는가. 이규태는 이런 우리 탕반문 화의 유래에 대해 " 한국인은 가난하니 적은 분량의 식품, 이를테면 많은 식구가 겨우 한두 근 의 쇠고기를 나누어 먹자면 이것으로 국을 끓이고 밥을 말아서 먹을 수밖에 없다. 또 우리 민 족에게는 외침이 끊일 새 없었으며 쫓기면서 먹자면 탕반 형채로 후루룩 맛버릴 수밖에 없 다"고 설파한 바 있다. 평양온반은 평안도식 탕반이다. 밥에 닭고기와 녹두지짐, 버섯 등을 고 명으로 얹고 뜨거운 닭육수르 부어 먹는다. 연전에 당시의 대통령이 평양에 갂을 때 대접받았 다고 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예종석의 오늘 점심, 한양대 경영대학장 그라피티 ' 그라피티의 대부' 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의 블레크 르 라 (Blek le Ra t)는 그라피티에 스텐실 기법( 모양을 오려낸 뒤 구멍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찍어내는 표현 방식)을 처음 도입한 이 분 야의 선구자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 쥐' 다. 그는 어릴 적 즐겨 읽은 만화<블레크 르 로크 >(Blek le Ro c)에서 예명을 따오면서 마지막 단어 바위 (Rdc)를 쥐 (Ra t)로 바꿨다고 한다. 이 단어의 철자 순서를 조금 바꾸면 예술 (a rt)이 되는 것도 흥미롭다. 그는 1981년 파리 곳곳에 수천 마리의 쥐 그림을 그렸다. 말 그대로 ' 쥐의 대공습' 이었다. " 쥐는 도시에서 유일하게 자유 로운 동물" 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 예술 테러리스트 ' ' 예술계의 괴도 루팡' 등으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뱅크시의 작품에도 쥐가 자주 등장한다. 우산을 든 쥐, 고글을 쓰고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쥐, 무전기를 등에 진 채 박 격포를 쏘는 쥐 등 모습도 무척 다양하다. " 만약 당신이 지저분하거나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낀 다면 당신의 역할 모델을 쥐다." 뱅크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최근에는 그가 남긴 낙서화를 따 라 런던 시를 돌아보는 관광코스가 생겨날 정도다. 한 때는 뱅크시가 그려놓은 낙서화를 열심 히 지우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담벼락을 새로 칠하게 되면 그의 작품은 남겨놓고 칠하는가 하 한겨레( ~12.1) 141

142 면, 작품 보호를 위해 투명 플라스틱까지 설치한다고 한다. 또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배우 안젤리나 줄리 등이 엄청난 가격에 그의 작품을 사들였다는 말도 있다. " 그라피티는 단지 정치인, 광고장이, 그라피티 작가( 그림이 아니라 문장으로 낙서하는 작가) 등 세 종류의 사람에게만 위험하다." 주요 2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홍보 포스터 쥐 그림 사건을 악착같이 물고늘어지는 사람들이 한번쯤 새겨들을 뱅크시의 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유레카 목 한국 남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 살다 보면 그런 인간 꼭 있다. 도무지 남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한 이야기하고 또 해도 매 번 같은 자리다. 도대체 어쩌면 이럴까 싶은 마음에 답답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의사소통 장애는 대부분 한국 남자들이 그렇다. 남의 말귀 못 알아듣는 이 심각한 의사소통장 애 원인은 단순하다. 의미 공유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는 ' 사랑의 의미' 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 사랑의 의미' 가 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관한 암묵적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의미는 도대체 어떻게 공유되는 것일까? 동일한 정서적 경험을 통해서다. 엄마의 품안에서 아 기는 엄마와 똑같은 정서적 경험을 한다. 아기가 놀라면 엄마도 같이 놀라고, 아기가 기뻐하면 엄마는 함께 기뻐한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정서적 경험을 한다는 이 정서적 상호작용으로부터 의미 공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한 연인들이 놀이공원에서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으로라도 과장된 정서공유의 경험을 통해 ' 사랑' 의 의미를 함께 구 성하려는 것이다. 젊은 날의 뜨거운 사랑일수록 이런 정서공유의 경험이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젊어서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한 부부의 이혼율이 높은 것이다. 결혼이 일상이 되면, 그 번잡한 일상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이 밋밋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변 한다. 정서공유의 경험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야 한다. 말귀 못 알아 듣는 한국 남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경험에 너무 무지하다 는 사실이다. 내가 도대체 뭘 느끼는지 알아야 타인과 정서를 경험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 증상을 정신병리학에서는 ' 감정인지불능' 이라고 한다. 이 증상이 심한 이들에게 나타나는 결정 적인 문제는 판단력 상실이다. 인지능력은 멀쩡하지만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아주 황당한 결정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주위에 너무 많다. 한겨레( ~12.1) 142

143 멀쩡힌한집 놔두고, 토마토캐첩만 가득한 달걀토스트를 들고 서 있는, 그 싸한 길거리 기분부 터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손님에 대한 아무 ' 배려' 없이, 펄펄 끓는 물을 부어 만든 싸구려 원두커피에 혓바닥을 델 때의 그 분노가 처절해질 때 쯤, 아내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 진다는 이야기다.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형용사가 욕 몇 개가 전부인 그 상태로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는 얘기다. 김정운의 남자에게 그러나 우리는 늘 시를 산다(중 일부 ), 시인 김민정 나는 자주 서점에 나가는 편이다. 시집 매대는 그야말로 소박한 밥상이다. 국도 밥도 반찬도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말마따나 그 나물에 그 밥일 때가 태반이다. 초판 2000부를 찍으면 평 균적으로 절반도 채 소화하기 힘들다는 시집 매장에서 몇 만을 훌쩍넘는다는 우리나라 시인의 수를 가늠해봤다. 간혹 어떤 시인의 시 구절이 떠오르지 않을 때 시집을 찿는 것이 아니라 인 터넷 검색창에 시 제목을 찿고 있는 나의 습관에 대해서도. 칼레의 시민 프랑수 북부의 칼레는 영국의 도버와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다. 백년전쟁 (1337~1453) 초기, 칼 레는 영국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칼레 사람들은 시민군을 조직해 싸웠다. 영국군은 칼레를 우회해 프랑스 본토를 공략했고, 전쟁 막바지에 칼레를 봉쇄했다. 시민군은 굶주림을 견디며 1 년 동안 저항했지만 끝내 항복했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항복 조건을 내걸었다. "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하겠다." 칼레의 갑부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 비롯한 부유층들로 7명이 채워졌다. 누구를 뺄 것인가를 두고 혼란이 벌어졌다. 제비뽑기를 하 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초 지원자인 생피에르가 반대했다. 그는 다음날 아침 가장 늦게 나오 는 사람을 빼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아침,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름아닌 생피에르였 다. 군중들이 허탈해할 때 급전이 전해졌다.생피에르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다. 나머지 6명은 영국왕의 명령대로 목에 밧줄을 걸고 맨발에 홑옷만 걸친 채 교수대로 향했다. 그러나 임신중이던 영국 왕의 아내 필리파드 에노가 이들을 죽이면 태아에게 불행한 일이 생 길지 모른다며 왕을 설득했다. 처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독일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의 희곡 <칼레의 시민>의 내용이다. 생피에르의 극적인 죽음을 제외하면 실제 있엇던 일로, 저 유명한 ' 노블리스 오블리주' 의 탄생 비화다. 오귀스트 로댕은 1884년 가을 칼레시청의 의뢰를 받아 불멸의 작픔을 남겼다. 로댕의<칼레의 시민>은 모두 12개 의 판본이 있는데, 12번째 작품이 서울 로댕갤러리에 전시돼 있다. 로댕갤 한겨레( ~12.1) 143

144 러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삼성생명 건물에 만든 미술관이다. 편법으로 얼룩 진 3대 세습의 완성을 눈 앞에 둔 삼성에 ' 칼레의 시민' 은 어떤 존재일까. 유레카. 이재성 기 자 연평도 사태로 다시보는 프리드먼 나는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기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컬럼이 나오는 날이면 마치 연인과의 데이트 날처럼 가슴이 설렌다. 그는 내가 전세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비행기 안에서 그를 알아보는 전세계 시민들은 어제 그의 칼럼에 대해 친근 하게 말을 건네고 공항 활주로에는 현지 고위 관계자들이 줄을 선다. 그가 탁월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세운 칼럼 집필 방향에 있다. 그는 때로 는 ' 아, 그런 관점이 있구나. 난 몰랐네!' 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글도 즐겨 쓴다. 즉 새로운 지적 세계로의 초대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만족하는 최상급 글의 방향은 다른 곳에 있다. 시 민들이 가슴속에서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을 명료히 하지 못할때 이를 글로 형 상화하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방향이 그를 잘못된 칼럼니스트의 길로도 이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 장 흥미롭게 읽었지만 동시에 가장 실망한 칼럼은 ' 너보다 내가 더 미쳤거든' 이란 9.11테러 직 후의 글이다. 이 글에서 그는 부시의 충동적이면서 확전을 불사하는 대응에 대해 거칠다고 지 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그 이유는 당시 부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지지하였다. 즉 미국 이 테러리스트보다 더 미친 사람으로 행동해야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 광인 이론' 이었다. 당 시 이 칼럼은 미국 시민들의 가슴 속 느낌을 기막히게 표현해내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 글은 읽는 맛은 기막혔지만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불량식품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런 확 전을 불사하는 대응이야말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망가뜨리기 위한 의도에 가장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알듯이 미국은 9.11테러에 충동적으로 대응하다가 퇴로의 사이클을 가속화시키고 이후 집권한 오바마는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집권 후 그는 다시 나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아프칸 전쟁에서 수렁에 빠진 오바마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점심에 초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외부 전 쟁보다 미국 국내 이슈에민 집중하자고 오찬장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그 이후 강한 어조로 비판적 칼럼으로 백악관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는 솜씨 있는 필력으로 시민들이 본능적으로 고 립주의적 기조에 빠지는 마음을 글로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제 관계에서 갑자기 손을 떼는 것이 과연 제국의 입장에서 지혜로운지 대단히 회의적이다. 한겨레( ~12.1) 144

145 오늘날 아이패드의 시대에서 지식인의 독점 정보력도 사라지고 모두가가 집단 지성인 시대로 돌변했다. 하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지식인의 역할은 당대의 꿈틀거리는 본능이 무엇이라 명 하든 이를 의심하고 이후 다가올 시대에 대해 통찰하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프리드먼이 떠오른 것은 올해부터 2012년까지 한반도의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이 기 때문이다. 평소에 존경하던 한 지인이 천안함 사태 직후 올해안에 심각한 국지전이 발생할 것 같다고 몹시 우려하며 백방을 지식을 구한 적이 있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난 당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고 지혜로운 칼럼도 쓰지 못했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난 그저 충동적 모험주의와 이후 극단적 고립주의 사이에서 동요하는 프리드먼과 같은 지식인이 되지는 않겠 다는 걸심을 해본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자 <싸움도 못하면서 군인의 길을> 아침햇발 김종구 논설위원 --- 생략 --- 이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복장은 전투복이 아니라 비즈니스 정장 차림이다. 이 대통령이 있어야할 곳은 지하 벙커가 아니라 협상 케이블이다. 이 대통령의 비극은 자신의 주 특기는 제쳐놓고 별로 소질도 없는 군인의 길은 걸어가려는데 있다. 그것은 대통령 본인의 불 행을 넘어 나라와 민족의 불행이다. 청와대 벙커에 병력면제쟈들이 모여 군사 전략을 논의하는 장면을 보기도 이제는 지쳤다. 그리고 두렵다. 모든 싸움이 그렇지만 상대방의 팔 한 쪽을 베려면 이쪽도 손가락 몇 개는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 전쟁은 결코 한가한 전자게임이 아니다. 남북의 무 력대결은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전투기 공격, 무자비한 응전 등을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주로 병역면제자들이 득실거리는 진영에서 그런 목소리를 높이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이 대통령에게 군복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싸움의 경험도, 기술도, 담력 도 별로 없어 보인다. 적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은 고사하고 적도 모르고 자기도 모른다. 이러 면 백전백패다. 대신 상대편은 이쪽의 사고와 전략, 장점과 약점을 손금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 다, 치고 빠지는 전략을 펼쳐도 남쪽이 자신들에게 실질적 타격을 입힐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병법에서는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을 으뜸으로 친다.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만큼 절실한 과제도 없다. 당장 연평도 대포 한 방이 G20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정 부 자랑을 한방에 날려버린 것을 보자. 이 대통령 집권 이후 ' 전사' 한 젊은이들 수가 날이 갈수 록 늘어나는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일까. 한겨레( ~12.1) 145

146 헌재, 제 얼굴에 침 뱉었다 헌범재판소가 자신의 기존 결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언론관련법 날치 기 처리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던 헌재는 1년여만인 어제, 국회의장이 그런 잘못을 바 로 잡으려 하지 않아도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자 신의 결정을 국회가 무시했는데도 용인한 것이다. 헌법의 최종 해석권자라는 헌재가 스스로 권 위에 먹칠을 한 꼴이다. 지난해 결정 취지라면 이번과 같은 결론을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 당시 헌재는 날치기 처리 된 신문법.방송법의 무효를 주장하는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표결 과정에서 대리투표.이중 투표 등의 위법행위가 여럿 있었으며 다수결 원칙과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위반됐다고 조목조 목지적했다.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 것은 삼권분립과 국회 자율권을 존중한 것일 뿐이다. 국 회 스스로 위법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는 뜻은 결정문과 국회 답변 등을 통해 거듭 밝혔다.하 지만 야당 주도의 국회는 위법을 바로잡을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게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다. 헌재로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엉뚱하게 정반대 결정이 나왔다. 그 이유도 궁색하다. 다수 재판관은 위헌.위법이 위법이 있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법적 의 무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위헌.위법 위법 상태도 상관없고 헌재 결정에 따르지 않 아도 괜찮다는 투의 궤변이다. 정치적 이슈 말고 법률적으로 가능한 판단인지 묻게 된다. 이런 형태는 헌재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헌법과 헌재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 다. ' 먹튀 논란' 속 하나금융에 넘어가는 외환은행 하나금융지주가 어제 여국 런던에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인수 정차가 순 조롭게 진행되면 외환은행은 내년 2~3월께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 반적인 인수합병과 달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문제가 적잖다. 우선 론스타의 자본 성격에 대한 판단이 아직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 가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심사하지 않았다. 일부 시 민 단체의 주장대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론스타는 9% 가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 안 에 매각해야 한다. 당연히 외환은행 매각협상력이 떨어져 매매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런데도 감독 당국은 이에 대한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러는 사이 론스타는 보유 지분 한겨레( ~12.1) 146

147 51.02% 를 높은 가격에 팔고 나갈 수 있게 됐다. 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 먹튀' 를 사실상 방치하 는 셈이다. 감독 당국은 이른 시일 안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자금 조달 능력도 문제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은행 인수 대금 4조 9000억원 중 3조원 정도는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1조 1 ~2조원은 채권발행과 투자자 유치 등 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끌어올 경우, 하나금융뿐 아니라 인수되는 외환은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하나은행은 긐융위기 여 파로 정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자구노력을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국내의 영업망, 카드사업 부문 등에서 시너지효 과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은행 규모가 커지면 금융소비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심사해 인수 여부를 승인해야 할 것이다. 아첨꾼 열전 순행 중에 있던 진시황은 태자 부노에게 전위한다는 조서를 아첨꾼 조고의 손에 쥐여주고 죽 었다. 조고는 황제의 죽음을 숨긴 채 여행을 계속했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자 소금에 절 인 정어리를 가득 담아 행렬을 뒤쫓게 했다. 아첨꾼이란 간악한 법, 조고는 승상 이사와 공모 해 부소를 죽였다. 부소로 말하면 분서갱유 때 선비들을 살리고자 애쓴 인물이다. 조고 일당에 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조고와 이사는 얼간이 호해 왕자를 황제로 만들어 놓고, 서로 권세를 다퉜다. 그러나 이사는 조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고만장한 조고는 호해 앞에 사슴을 끌고 와 말이라 우겼다. 호해는 사슴이라 말했지만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조고 편을 들었다 ( 지녹위마 ). 그때 충직한 정선은 사슴이라 대답한 죄로 곧 목숨을 잃었다. 조고는 호해를 충동 질해 신하들을 활로 쏴 죽이는가 하면, 목과 코를 베고 삼족을 멸하게 했다. 이런 폭정만으로 도 부족해 역사상 최초의 간관을 두었지만, 그것은 언로를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충간하 는 신하의 씨를 말리기 위한 제도였다. 조고는 호해까지 죽여 진나라를 망하게 했지만, 자신의 삼족도 몰살당했다. 광해군 때 권신 이이첨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 조고는 어떤 사람이나?"고 물었다. 아 무도 대꾸를 못하자 한 선비가 대꾸하기를, " 조고와 이이첨은 같다"고 했다. 성난 이이첨이 그 를 잡아 죽이려 했으나, 도리어 저만 죽었다( 염헌집 ). 근세에도 위험천만한 아첨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승만은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정신을 못 차리다 망했다. 독재자 박정희 때 윤치영 한겨레( ~12.1) 147

148 은 " 반만년 역사상 최고의 성군" 이라는 아첨으로 세상의 비웃음을 샀다. 시인 서정주는 독재자 전두환이 " 참된 자유와 번영"을 이뤘다고 망발했다. 최근 김문수 경기 지사가 MB야말로 " 반만 년 역사에서 최고" 라고 나팔을 불었다. 대권 도전의 박두를 달리는 신호탄인지 몰라도 속이 얄 팍히다. 백승종. 역설 12월 1일 김지석 칼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으나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민들을 계속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크게 둘로 압축된다. 하나는 북한의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국방 예산을 쓰고도 왜 북쪽 공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장비가 열악하다면 그 많은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고, 시 스템이 문제라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군 지휘부와 장교들이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불안한 일들이 잇따르는 까닭에 대해서다. 이번 일과 천안함 사건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남쪽 관광객 피살에 따른 금강산관광 중단, 북쪽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등 큰 사건이 줄을 이었다. 이전 정권 20년동안 일어난 정도의 일들이 최근 이삼년에 집중된 것을 북한 체제의 속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첫째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 우선 서해 5도는 남쪽 육지와 멀리 (120~130킬로미터 킬로미터) 떨어 진 작은 섬들로 (다 합쳐봐야 울릉도 크기다 ), 북쪽의 핵심 무력 앞에 바로 (10킬로미터 킬로미터) 노출 돼 있다. 남쪽 전체로 보자면 전진기지 성격이다. 북쪽 군단 병력이 버티고 있는 옹진반도 주 변 무력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게다가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면서 마구 대응할 수는 없 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도 국민의 절대다수는 ' 제한적 군사적 조처' 를 지지하지만 전쟁에는 반 대한다. 둘 사이에서 분명한 선을 긋기도 쉽지 않다. 이런 군사적 딜레마는 북방한계선 (NLL)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피하기 어렵다. 둘째 문제는 명확한 답이 있지만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남북한은 한국전쟁이후 지금까지 휴전 상태에 있다. 불안 속에 평화를 유지해온 구조다. 가장 큰 변수는 남북 당국의 정책이다. 평화를 유지할 때는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있었고, 대결을 지향할 때도 갈등이 잇 따랐다. 이명박 정부는 분명 후자 쪽이다. 이 대통령은 그제 담화문에서 "더 이상의 인내와 관 용은 더 큰 도발을 키운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분명히 알게됐다"며 "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 해 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잇따르는 남북 갈등의 원인을 ' 인내와 관용' 과 '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 에게 돌린 것이다. 이런 정권에 한겨레( ~12.1) 148

149 대한 비난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 남탓 대북정책' 이다. 이런 태도는 목소리 큰 보수세력에 적극 편승하는 점에서 안보포플리즘이자, 북한 정권을 현 존하는 정채적 실체가 아니라 제거해야할 악으로 본다는 점에서 근본주의적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 는 정서적 수사 외에는 사태 재발을 막고 평화을 보장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과거 모 든 정부가 그토록 피해온 일이지만, 지금은 거꾸로 가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안보의 파탄이 다. 지난 6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다뤄온 정세헌 전 통일부장관은 이렇게 말한다. "( 남북관계 민 심과 관련해) 대체로 보수와 진보가 각각 15~20% 씩 양쪽에 포진돼 있고, 나머지 60~70% 가 중도예요. 그 중도는 정부가 가는 쪽으로 대개 따라갑니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 중에서 대체로 5~10% 정도는 다시 극진보와 극보수로 구별할 수 있읍니다. 진보 중에서도 10% 는 정부가 잘 설득하면서 끌고 가면 동조하고, 보수 쪽에서도 마찬가집니다, " 정부가 중심을 잘 잡는 것 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갈수록 극보수 쪽으로 향한다. 적의만 있고 현실을 도외시하거나 정치 적 손익계산이 앞서서는 안보를 이뤄낼 수 없다. 남탓에 앞서 박정희.전두환 전두환.노태우 정권조차 도 왜 남북대화를 추진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 최선 아닌가. 논설위원실장 ----' 남탓 대북정칙' 과 안보파탄 한겨레( ~12.1) 149

150 한겨레( ~12.1) 150

151 서경석의 일본통신 :34 제주도 -- 상상의 공동체 도쿄경제대 교수 서경석 제주도에 다녀왔다. 나와 철학자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 3명은 지난해 11월 후쿠시 마를 시발점으로 지난 3월에는 합천과 서울, 5월에는 도쿄에서 연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새왔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강정으로 갔다. 현지 활동가의 안내를 받아 바다 쪽 부두에서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조망할 수 있었다. 태풍의 접근으로 거칠어진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공사 현장을 휘황하게 밝히는 불빛이 구름에 불길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묵시록적인 광경이었다. 마을회장 의 얘기에 따르면 당국의 탄압 때문에 많은 사람이 구속당하고 다쳤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다부져 보였지만, 긴 투쟁으로 인한 피로가 스며 있었다. 10여년 전 오키나와에서 알게 된 한 목사를 나는 떠올렸다. 그는 후텐마 기지 바로 옆에 살면서 글자 그대 로 자신의 생애를 건 기지 반대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은 소나무 뿌리처럼 거칠었고 엄지손 가락은 납작하게 찌부러져 있었다. 일본에선 기독교 신자들이 마이너리티이고, 일반적으로 목사의 수입으 론 생활이 어렵다. 그래서 그는 생계를 위해 아내와 둘이서 조그만 인쇄소를 운영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기지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를 발견했다. 지난 세월만큼 늙었지 만 그는 여전히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강정과 오키나와에서 만난 사람들, 국가폭력의 최전선에서 저항 하는 사람들 덕에 우리의 양심은 깊이 잠들지 않고 가까스로 구원받고 있다. 다음날은 김장후 4.3연구소 소장으 안내로 4.3평화공원을 찾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행방불명자들 묘지였 다. 4.3 당시 '빨갱이' 혐의로 구속돼 육지의 감옥으로 이송됐다가 6.25전쟁이 터지자 곳곳ㅇ서 굴비처럼 엮 여 학살당한 사람들의 무덤,시신도 유품도 없이 오직 명부에만 남은 약 4000명의 무덤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제주도민에게 가해진 정치폭력의 무자비함과 조선민족에게 강요된 분단의 아픔을 이만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물이 달리 있을까. 우리가 찾아갔을 때에도 몇몇 가족이 성묘하 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자, 부친 성묘차 왔다고 했다. 나는 6.25전쟁이 한 창이던 1951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나와 동년배인 그 남자는 그때 빨갱이 자식으로 이 암울한 섬에 태어났 다. 아버지 없는 가정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자랐을까. 이번 제주도행은 바쁜 와중에도 우리 세사람이 일정을 조정해 3박4일 간이나 머물 작정이었다. 그런데 하 필 태풍 산바를 만났다. 비행기 결항으로 섬에 갇힐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우리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서울로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달려갔더니 이미 그곳은 대기손님들 서경석의 일본통신 151

152 로 북적이고 있었다. '난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으나 물론 4.3사건의 난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군경의 초토화작전에 쫓기던 그들은 미군 함정들이 엄중하게 포위한 섬에서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가까스로 일본으로 흘러간 사람들은 밀입국자로 붙잡혀 한국으로 강제송환당했다. 당시 법적으로 일본국적 보유자였던 조선사람들을 '외국인으로 간주해' 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쇼와 천황의 마지막 칙령인 출입국관리령 덕이었다. 그것은 1947년 5월1일, 즉 4.3 사건 발발 직후 에 발령됐다. 일본이란 국가는 4.3사건의 직접적인 가담자였던 것이다. 4.3평화공원의 행방불명자 묘지는 주검 없는 빈 묘였다, 하지만 그것은 베네딕트 앤더슨이 '상상의 공동 체'라고 했던 '소름끼치는 국민적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위령과 추도를 통해 국가는 사람들을 국민으로 통합하려 한다. 하지만 다카하시 교수가 중요한 지적을 했다.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와 달리 이 자기분열적인 위령의 장소는 어쩌면 지금의 국가를 넘어서는 차후의 공동체, 바로 다음에 올 '상상의 공동 체'를 향한 어렵풋한 희망을 시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국가에 회수당하고 말 것인지, 국가를 넘 어설 수 있을 것인지.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번역 한승동 기자 서경석의 일본통신 152

153 응답하라!엠비시 :20 여성, 공공의료의 적? 그러고 보면 군대 가는 '오빠'들이 지켜주고 있었던 게 전방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군복무를 대신하여 지 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 국공립 병원, 응급으료나 복지시설 등에 파견되어 오던 공즁보건의사(공보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그나마 어렵게 지탱되던 의료 취약지나 농어촌 마을의 공공의료도, 공공의료기관 의 진료도 모두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공보의는 왜 부족하게 되었는가.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으 로 군복무를 이미 마치고 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져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의사 가운데 여 성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성의 증가가 문제라는 시각은 공공의료의 붕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뿐만 아니라 의료계 자체 의 문제진단 속에도 만연해 있다. 최근 10년 사이 의료기관 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산부인과에서 여성 의 의사 증가는 위기의 원인이자 결과로 비친다. 출산산율 저하도 큰 원인이지만 야간근무와 위험이 큰 분 만을 기피하는 여성 의사들이 증가하면서 산부인과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산부인과가 기피 대상이 되면서 남성 의사의 지원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넘쳐난다. 동시에 성적 좋은 여학생들이 어렵고 힘 든 필수의료의 영역이나 지역 의료기관 취업을 외면하고 대도시에서 힘 안들이고 돈 벌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면서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모든 문제를 여성 비율의 증가 탓으로 돌리면서 실종되는 것은 한국 의료 문제에 대한 냉정한 분 석이며, 동시에 새로눈 앞날을 그릴 수 있는 전망이다. 여성이 문제라고 보니 결국 여성의사들을 공보의로 활용하자는 대안을 내놓거나 장학의사 제도를 마련하여 국가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5년간 의 료취약지구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여성 공보의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상태 이고, 장학의사 제도는 그 취지상 주로 남성들을 선발하게 될 터이니, 공공의료의 대척점에 선 여성 의사 의 이미지는 아마도 더 굳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군복무를 대신하여 근무하는 공보의에게 전적으 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국가적인 투자없이 군복무 대체 공보의에게 전 담시켜 싼값에 해결하고자 하는 한 아무리 의대 증원을 확대하고 장학의사를 배출해도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 더구나 지역 의료와 공공의료를 임시인력에게 맡기는 태도는 환자들로 하여금 대도시 큰 병원이 좋 은 병원이고 기회만 있다면 큰 병원으로 가겠다는 욕망을 부추긴다. 그러다 보면 지역 의료기관의 여건은 응답하라!엠비시 153

154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인력난도 가중될 따름이다. 공공의료는 물론 이윤이 되지 얺는 부분도 담당해야 하지만, 의료 전체가 이윤을 추구하도록 그대로 둔 채 '나머지'를 처리하는 개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서울 지역부터 보건소를 확대해야 하고 공공병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또한 현재 의료계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덧붙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의료계 전체를 그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잔여'나 '추가'가 아니라 상당한 부분이 공공성 의 원리를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은 애초부터 공공부분을 기피하는가? 그렇게 볼 수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정 의하는 방식에 있다. 의료인은 군대처럼 피할 수 없어서 몸담게 되고, 환자은 할 수 없이 찾는 것이 공공 의료여서야 되겠는가. 지역으료와 공공의료를 다시 생각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증가로 인한 공보의의 감 소는 위기아니라 기회다. 방송통신대 문화교양부 교수 백영경 2012년 10월12일 목요일 곽병찬 칼럼 새 정치의 탈선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을 나와 안철수 캠프로 옮겼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당해, 전략(특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금배지만 달고 탈당했으니, 시끄럽지 않을 리 없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고군분 투하는 안 후보 보호론 따위의 하나 마나 한 핑계를 되뇐 걸 보면, 본인도 낯이 뜨거웠던 모양이다. 불과 달포 전 민주당에 남아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게 그였다. 안 후보는 광야에서 홀로 비바람과 맞섰던 까닭에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를 보호한 건 거대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이니라 바로 그 의식 있는 유권자들이었다. 그래서 변명 가운데 귀에 남는 건 이런 말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 니는 제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 맡길 수 없었다." 한데 말하고 보니, 제 발을 제가 묶었다. 그 렇게 새롭고 올곧은 사람이 왜 민주당에 입당했을까, 그때는 낡은 당인지 몰랐나. 그렇다고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그랬다고 할 수도 없다. 낡은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것일 게다.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가능하고, 그래서 유권자와의 약 속을 멋대로 파기하고, 정치적 신념을 편의에 따라 뒤집고, 그래서 선거철이면 새처럼 가볍고 자유로워지 는 그런 행태들 말이다. 그로 말미암아 단일화는 사실 어려움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안 후보다. 입당행사 때 그가 시종 짓고 있던 웃음이 그날만큼은 전혀 선량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새 정치란 게 뭐지? 이런 의문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마선언과 함께 그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때도 들었다. 이상주의다.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했다. 인권 유린, 헌정 파괴, 재벌 몰아주기, 노동 탄 압 등 그 모든 왜곡과 파행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새 정치가 가장 경계해 야 할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정치에 머리를 조아렸으니, 도대체 정치의식이 있는 걸까. 응답하라!엠비시 154

155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두환이 '서울의 봄'을 짓밟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할 때. 김대중씨가 사형선고를 받 고, 김근태씨가 22일 동안 살인적 고문을 당하고, 박종철씨가 바로 그곳에서 죽었을 때, 그는 그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를 했다. 출세가 보장된 공부였다. 그렇게 생각 없이 손을 내민 것은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온 결과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국민의 정부 대변인, 김근태의 동지들이 그에세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안 후보는 정주영, 이종찬,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등 앞선 제3후보들과는 다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 자의 실망만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무려 1년씩이나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 했을 것이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새 정치의 비전과 내용도 제시하지 못한 그를 유권자들이 지켜주지 않 았을 것이다.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여의도 정치권이 아니라 거리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풍찬노숙 은 아니어도 수많은 청년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기업을 하면서 보인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시대의 문제를 배웠고, 시대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뽀족한 해법도 없는 그를 유권자들이 신뢰하고 또 진정성를 인정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그에게 새 정치란 진정성과 신뢰의 정치였다. 자신의 둥지를 진심캠프라 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을 것이다. 엊그제 그 행사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안 후보는 본의 아니게 새 정치의 밑천을 드러냈다. 어제 새로 운 정치시스템, 수평적 구도 따위의 추상적 개념으로 새 정치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새 정치는 수사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바람 찬 광야를 버리고 구태의연한 아랫목을 탐하는 순간, 문재인 후보와 세력 대 결을 벌이는 순간, 새 정치는 거품으로 꺼진다. 궤도를 이탈한 기차가 전복되고, 원칙 잃은 광폭 주행이 사고만 친 것처럼, 새 정치의 탈선을 거기가 곧 종점이다. 광야의 정치와 정당 정치가 깨끗한 한판 승부를 벌이기 바란다. 더 바랄 게 뭔가. 10월23일 응답하라 MBC 이명수 의 사람그물 20년의 습관이 참 무섭다. 밤 9시만 되면 아직도 티브이 리모컨으로 11번을 누른다. 뉴스데스크를 보기 위 해서다. 최근엔, 뉴스를 보다가 탄식과 분노로 곧 티브이를 끄거나 다른 채널로 돌리게 될 걸 뻔히 알면서 도 그렇다. 사귀는 남자 때문에 알게 된 보신탕 맛을 잊지 못해 이별 후에도 혼자서 보신탕집을 찾는 여자 의 착잡한 심정이 이럴까. 최근 엠비시 뉴스의 여당 편향적 보도와 민망한 자사 옹호 보도는 보는 이가 다 오글거릴 정도다. 그 뉴스 를 전하는 당사자들만 모르는 눈치다. 이젠 편파보도를 넘어 김재철의 선전도구로 사유화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개인의 선입견일까. 아니다. 한 시사잡지가 수년간 계속한 조사 결과를 보니 엠 응답하라!엠비시 155

156 비시의 매체 신뢰도는 지난 2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진희가 엠비시 사장을 하던 국보위 시절도 아닌데, 어떻게 4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신뢰를 받았던 언론 사를 한 개인이 이토록 철저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일까. 내부의 동조자들 혹은 동조 논리에 의한 현상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권력(권위)을 획득한 세력에게 동조하고 인정해야만 주류가 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전형적 인 권위주의적 사회다. 권력과 권위에 동조하지 않으면 눈흘김이니 왕따를 당한다. 단지 권력자라는 이유 만으로 문제제기 자체가 그른 것이 되고 윗사람은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세뇌한다. 권력을 가지면 모든 게 용인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법논리까지 등장한다. 권력 에의 굴종이 거의 내면화된 느낌이다. 기존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권력을 얻지 못했던 지난 세월의 피 해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09일간의 파업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9명이 해고되었다. 파업이 끝나고 복귀한 조 합원들에겐 정직, 전보, 대기발령, 교육명령 등의 보복성 징계가 내려졌다. 교육명령은 가관이다. 인사권 을 이용한 인권유린의 다른 이름이다. 기자, 피디, 아나운서 100여명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현업과 차단된 채 요가와 요리를 배우는 모습은 참혹하다. 엠비시를 초토화시키는 과정이 생방송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 다. 문제는 김재철 사장처럼 불합리한 권력을 용인하는 동조자들이 늘어나는 데 있다. 그런 동조 시스템이 없 다면 100여명의 베테랑 언론인에게 김재철의 삼청교육대라 불릴 만큼 정신적 모멸을 강요하는 교육이 이 토록 평화롭게 진행될 리는 없다. 이진숙 본부장은 '우리 뉴스가 파멸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탄식에 대해 '뉴스 밸류에 대한 가치판단과 시각 차이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변하다. [피디수첩]의 책임자는 작가들을 모두 내쫒아 사장의 의중에 맞춰 프로그램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동료들이 고문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일에 동조 하는 일은 언론인 이전에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조는 우리 사회의 집단무의식에 가깝다. 동조자들은 그것이 세상의 흐름이라고 우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꼭 그런 권위주의적인 논리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엠비시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예전에 우리가 알던 그 엠비시로 돌아가기 위해 아직도 꼿꼿하다. 어제 문화 방송 노조가 주최한 시민문화제의 제목은 '응답하라 엠비시'였다. 이제 김채철 사장을 비롯한 그의 동조자 들이 응답해야 할 차레다. 진짜 엠비시맨들에게 여전한 응원과 신뢰와 사랑을 보낸다. 이겨달라. 이제 불합리한 권력에 동조하지 않 고도 결국엔 이기는 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다. 그게 엠비시라면 더욱. 심리기획자. mepris m 응답하라!엠비시 156

157 10월25일 사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MBC의 공정성 [문화방송 보도의 공정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엊그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안철 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 보도는 단적인 사례다.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 스크'는 이 사건과 무관한 교수의 논눈을 표절 대상인 것처럼 제시하고, 방송 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안 후보 쪽에 해명을 요구해 사실상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민감하고 전문적인 사안인데도 외부 전 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는 등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판명났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이 보도가 '공정성과 객 관성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MBC의 공정성 상실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나, 이제는 시청률이 바닥을 길 만큼 참담한 수준에 이르렀 다. 박근헤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한 지난 21일의 뉴스데스크 전국 시청률은 3.3%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시간대인 'SBS8 뉴스'의 시청률은 9.6%였고,.KBS 뉴스9'는 16.3%를 기록했 다. 대선의 이슈가 터졌는데도 시청자들은 철저하게 엠비시를 외면한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와 '안철수 후보의 편법 증여 의혹'보도가 최근 2주 연속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트위터와 누리꾼들의 공모로 선정하는 '최악의 대선보도'로 꼽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엠비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김재철 사장의 책임이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공 영방송의 정체성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입맛에 충실한 나팔수 노릇에 매달렸다. 엠비시가 요즈음 쏟아내 고 있는 엔엘엘 보도나 안철수 후보 의혹 보도, 정수장학회 보도 등은 언론의 기본을 상실한 편파.왜곡의 전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김 사장은 법인카드 전용 및 여성 무용가 ㅈ씨 특혜지원 의혹 등의 부적절한 처신에다 국회 국정감사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출석 거부 등으로 더는 사장직을 유지할 자격과 능력이 없음이 드러난 상태다. 하 지만 무엇보다 큰 그의 잘못은 언론의 사명인 권력 비판.감시 기능을 형해화시켜 공영방송 엠비시를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데 있다. 엠비시는 국민 모두의 재산이지 김 사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MBC가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 자리를 되찾으려면 김 사장이 퇴진이 픽수적이다. 오늘 열릴 예정인 방문 진 이사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느 이유다. 방문진은 김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고 반드시 처리해 문화방송 대줒주로서의 기본책무를 다해야 한다. 응답하라!엠비시 157

158 응답하라!엠비시 158

159 한겨레 2( ~6.5) : 년 5월24일 목요일 사설 1-- 이석기.김재연 사퇴로 사태 수습 물꼬 트라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 위원장이 어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석.황선 후보 등 비례대 표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당권파 4명에게 25일 정오까지 자진 사퇴할 것을 통보했다. 강 위원장은 "사퇴서 가 제출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해, 출당 조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 나 당권파의 김선동 의원은 방송에 나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매도되는 상황에 서 사퇴하는 것은 이를 시인하는 것"이라며 거부 뜻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전방위적 수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비례대표 사퇴 문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내분까지 격화될 조짐이니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빠진 꼴이다. 더욱이 당권파 쪽 당원들은 어제 강기갑 위 원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중앙위원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할 따 름이다. 검찰의 '정치 수사'에 맞서 하나로 뭉쳐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당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 은 공당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김선동 의원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부정선거 주범으로 몰릴까봐 사퇴하지 못환다고 하는데, 옹색한 논리다. 두 당선자더러 사퇴하라는 것은 부정선거의 주범이어서가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을 둘 러싼 당내 사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비례대표 경선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경선으 로 뽑힌 후보들이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더욱이 경선 부정 파문으로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까 지 벌어진 마당에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건 국민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것과 다 를 바 없다. 검찰은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은 물론 총선 전 야권단일화 경선까지 수사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마당이 다. 당원 명부를 압수해 가는 정당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이며 고강도 수사를 할 태세다. 검찰에 맞서 싸 우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태 수습의 쿨꼬를 터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 경선 비례대표 후보들 의 사퇴는 이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점을 당권파는 명심하기 바란다. 통합진보당 부산.울산.경남 당원 100명은 엊그제 긴급제안을 통해 혁신비대위를 중심으로 단결하면서 전 한겨레 2( ~6.5) 159

160 당원 여론조사 등 정치적 해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규정에도 없는 전 당원 여론조사가 얼마나 현실적 일지 의문이다. 양 진영은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사태를 어떻게든 합리적이고 명예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 안을 하루빨리 강구해 사내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사설 2---' 5.24 조처' 해제하고 정경분리 원칙 살려야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한 '5.24 조처를 취한 지 2년이 지났다. 그사이 얻은 것 은 남북간의 반목과 불화요, 잃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주도권이다. 남북간 인적 교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사회문화교류는 전면 차단됐고, 북한 영유아 지원을 제외한 모든 인도적 지원 또한 중 단됐다. 정부를 믿고 대북경협에 나섰다가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태반이 쓰러지거나 신음하고 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못 견디고 손들고 나올 것이란 헛된 기대는 북이 아니라 남쪽 기업이 줄도산 하는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하루아침에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 대한 물자교역과 위탁가공교역이 중단 되고 투자도 불허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0개 대북사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한 데 따르면, 평균 피해액은 20억원에 이르고, 10곳 중 6곳은 피해 회복이 상당히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 다. 정부는 경협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는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하나 피해 업체들은 거의 실질적 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남쪽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5.24 조처를 취한 명분으로 정부는 북한의 외화수입 손실액이 연간 2억 5000만~3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제재효과를 내세웠다. 외화 유입을 차단해 북한의 핵부기 개발과 군비 증강으로 전용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을 크게 늘려 제재 의 효과와 근거마저 사라지게 됐다. 남북 교역이 지난해 17억1386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10.4% 감소한 반 면, 북--중 교역은 34억6588만달러에서 56억2919만달러로 62.4%나 늘었다. 북한은 중국과 협력해 신의주의 황금평, 나선 지역을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터다. 지난 4년간 남북 경색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남한 82억7000만달러, 북한 16억4000만달러에 이른다는 민간 연구기관의 추정도 잇다. 경제적 손실도 안타깝지만 1988년 7.7선언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확립돼온 정경분리 원칙이 훼손된 게 더 큰 문제다. 중국과 대만은 원칙을 지켜 시련 속에서도 양안의 교역 규모를 한해 1500억달러로 카웠다. 이제 빛 잃은 5.24조처를 해제하고 남북 경협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경협 복원을 꾀해야 한다. 남 북 경협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 통일을 앞당기는 실질적 방안이다. 남북 경 협 경색에 따른 피해자는 교류협력의 당사자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다. 한겨레 2( ~6.5) 160

161 사설 3--- 경인운하 거짓의 상징, 빈 컨테이너탑 인천의 서해와 김포의 한강을 연결하는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이 내일 개장한다. 대형 국책사업이 완성 됐으니 경축해야 마땅하지만 걱정과 화가 앞선다. 시작이야 거짓과 강짜로 밀어붙였다 해도, 개장하는 마 당까지 눈속임을 동원하려 하는 까닭이다. 썰렁한 행사장에 컨테이너 좀 쌓아놓았기로서니 그렇게 과민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야 적된 컨테이너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쉽게 넘어갈 눈속임이 아니다, 충분한 물동량을 상징하는 것이 야적 된 컨테이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했다는 "그간 물동량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터에 개통식에 컨테이너 부두가 너무 휑한 것이 부담스러웠던 게지"라는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지난 정부에서 경인운하 논의가 중단된 것은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조사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했 기 때문이었다. 운하의 수익을 좌우하는 물동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뼈대였다. 그러나 이 정부는 바로 그 국책연구기관으로 하여금 자신의 연구 결과를 뒤집도록 해 경인운하 추진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경 인운하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 용역조사 결과로는, 한국개발연 구원(KDI) 2차 보고서가 물동량 예측을 과장했다는 것이었다. 개발연구원은 2008년 말 용역보고서에서 중고자동차 34만t, 바닷모래 1000만t 등을 물동량에 포함했지만, 경인운하는 중고차 수송선을 감당할 규모가 아니다. 바닷모래 수요도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었다. 감사원 도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수자원공사는 결국 갑문과 주운수로 유지관리비를 통관료수입으로 감당할 수 없어 보이자, 매년 200억원씩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2조2500억원이나 들인 운하가 수익은커녕 GUF세만 퍼먹게 된 것이다. 물류가 충분하지 않으면 관광.레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과 18킬로미터를 2시간에 걸쳐 거대 한 제방만 바라보며 다니는 유람선을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광.레저 수요가 폭발해 이에 따른 주변 개발 효과로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떠벌렸다. 야적된 빈 컨테이너 탑은 이 정부의 거짓과 눈속임의 상징으로 제격이다. 동시에 속 빈 강정과 같은 경인 운하의 앞날을 예고한다. 혈세를 허투루 쓰며 자연환경만 파괴하고, 이 과정에서 뻔질나게 국민을 속인 정 부의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할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5월25일 금 사설 1-- 역사.정치적 의미 큰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대법원이 어제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 하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법률적으로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한겨레 2( ~6.5) 161

162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크게 환영한다. 시기적으로 너무나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징용 피해자들과 후손들의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 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데 이 어 사법부가 우리의 과거사에 대해 잇따라 진전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에 같은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최고재판소에 의해 패소판결 을 받았고, 우리 법원에서도 1.2심까지 줄줄이 패소했다. 이번 사건에서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이미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 판결이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그 효력을 승인할 수 없디고 판단했다. 헌법 규정에 비춰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 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으므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평가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승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고 규범인 헌법의 규정과 정신을 제 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헌정사에 남을 만한 명판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1.2심의 발목을 잡 았던 시효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사 관련 고문조작사건 판결에서 그랬듯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이 상 시효가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으로도 그간 박정희 정권이 일본과 맺은 한일협정에 얽매여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 자 문제 해결을 사실상 방치해오다시피 한 정부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년 맺은 한일협정에 의해 민간인의 모든 청구권까지 소멸됬다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실상 나몰라 라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헌재가 치욕의 과거사에 대한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분명 히 한 데 이어 대법원까지 개인의 배상권을 인정한 만큼 정부는 그 의미를 각별히 되새겨야 한다. 민간의 법률적 책임 추궁과 별개로 일본 정부에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묻는 일은 정부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점 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식민지배를 미화하려는 뉴라이트 등 일부 우익의 역사왜곡 시도마저 횡행하는 현실에서 식민지배 를 부인하는 헌법정신을 재확인한 배법원 판결은 역사적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역사적으로 친일 청 산에 실패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았고,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처참한 삶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판결은 여러 측면에서 국민적 각성과 함께 정부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사설 2-- 오병윤 당선자, ' 광주의 뜻' 무겁게 받아들여야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엊그제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비상대책의를 중심으로로 재 창당에 준하는 환골탈되를 주문하고 나섰다. 광주시민사회는 당권파에게 다소 억울하더라도 경쟁 비례대 한겨레 2( ~6.5) 162

163 표 사퇴 등 중앙위원회 의결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광주 시민사회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 를 통해 당선된 이 지역 오병운 당선자(광주 서구 을)에게 "당의 공식 결정기구인 혁신 비대위에 온 힘을 실어 광주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의정활동을 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당원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아 당권파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 당선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오병윤 당선자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 를 통해 절반이 넘는 지역구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야권연대 협상 결과 민주당 후보들을 모두 용퇴시킨 데 따른 것이다. 오 당선자는 전체 야권 지지자들의 표가 모여 19대 국회에 입성한 것이지, 당권파가 걸핏 하면 내세우는 당원들의 힘만으로 된게 아니다. 광주 시민사회의 주문을 국민의 목소리로 생각하고 무겁 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경우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구 당선자 7명, 비례디표 당손자 6명 등 13명 모두 마찬가지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성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통합진보당이 제3앙으로 도약할 수 없었 을 것이다. 당권파는 국민으 목소리를 외면해건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의 자진사퇴를 포함 한 수습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당권파를 되살리는 길이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을 무슨 종북이내, 부적격자네 하면서 자위적 잣대로 국회에서 몰아내려는 새누 리당 일각의 작태도 한심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엊그제 이석기 당선자 등의 문제와 관련해 "이 들을 국회에서(의원 3분의 2 의결로) 제명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조만간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 로 소가 웃을 일이다. 지금이 매카시즘 시대도 아니고, 국회의원 당선자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이들을 재단해 국회에서 내쫓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과거 활동 경력을 놓고 문제 삼으면 여야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 가려야 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민주당에서 제수 성추행 사건의 김형태, 논문 표절 사건의 문대성 당선자도 함께 제명하자고 나서는 판이 다. 통합진보당이 아무리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할지라도 이를 즐기며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작태는 당장 그 만둬야 한다. 사설 3-- 최시중 감옥에서도 여전히 ' 방통대군' 인가 파이시티에서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구치소를 빠져나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구속 직전에 심장헐 관 질환 수술을 예약해놓는 잔꾀를 부리더니 또다른 해괴한 꼼수로 법질서를 농락했다. 이런 사실을 판사 는 물론 검사도 까맣게 몰랐다고 하니 그는 감옥에 가서도 여전히 '권력 실세'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셈이 다. 한겨레 2( ~6.5) 163

164 서울 구치소 쪽과 법무부는 이번 조처가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 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구치소장의 재량에 따라 수용자를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치료받게 하는 규정이 잇 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출신이 아닌 평범한 일반 죄수였어도 이런 특혜가 가능 했겠느냐는 질문에 이르면 사건의 성격은 명확해진다. '권력형 탈옥'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특혜조처가 과연 법에 합당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구치소장에게 재량권을 준 기본 취지는 수감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등의 응급상황이나 통원치료 등 일시적인 치료를 염두에 둔 것일 뿐 최 전 위원장 같은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도 서울구치소 쪽이 사실 상의 구속집행정지 조처를 내린 것은 법 조항을 빙자한 월권행위이자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른 시일 안에 최 전 위원장 신병에 대한 원상회복 조처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조처가 말 그대로 서울구치소장의 재량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최 전 위원장 '석방'이 몰고올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는 구치소장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은 '윗 선'의 강력한 지시 내지는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없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교정당국의 최고감독권자인 권재 진 법무부 장관을 '최시중 감옥 빼내기' 작전의 총연출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가 장관직을 떠 나야할 이유에 법 집행의 공정성.평등성 파괴와 국민의 법허무주의 조장이라는 항목이 또하나 추가됐다. 한---일 군사협정의 치명적 위험 세상읽기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편집장 지난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국회 논의를 거친 후 처리하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표명했다. 그런데 나흘 만인 21일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국방부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중단하는 것 이니냐는 추측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벼며"현재 일본 측과 협정 관련 협상이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장관의 말을 대변인 이 뒤집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사태를 지켜보면 국방부가 외부로부터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느낌 을 지울 수 없다. 이미 한--미 동맹으로 대북 군사적 억제력을 구축한 마당에 한--일 군사협정으로 특별 한 안보적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 그리 시급할 것도 없는 협정 체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바로 외부 의 압력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일 군사협정은 한국 안보에 부정적 영햐을 초 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2( ~6.5) 164

165 2009년 4월4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하루 전날이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 했다"며 경보를 울리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이 소식에 실제 북한이 미사일을 쏜 줄 알고 우리 박정화 해 군작전사령관은 먹은 것이 체해버렸다. 그는 우리 세종대왕함이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낭패감 에 세종대왕함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기까지 했다. 잠시 후 일몬 쪽 경보가 오 작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사건은 만일 한반도 유사시에 데프콘2가 선포된 상 황이라면 일본의 사소한 오보 하나가 한반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잘못된 군사정 보는 '정보 공해'를 초래하여 우리의 위기관리에 매우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랬던 일 본은 엉뚱하게 올해 4월13일에는 북한 로켓 발사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잇다가 뒤늦게 확인하는 소동을 벌 였다. 과연 저 나라가 무엇을 제대로 할 줄 아는지 의문이다. 이런 아마추어 나라와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협정 을 체결한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부담을 갖게 된다. 북한에 대해서라면 확인되지 않은 첩보에도 주체할 수 없이 흥분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위안부와 같은 역사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일본이 잘못된 정보 를 마구 뿌려온 당사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일 군사협정은 우리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 다, 최근에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북한의 열병식 때 전시된 미사일은 가짜다, 북한이 곧 핵실험을 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유포했고, 한국 언론은 아무런 확인도 없이 이를 베꼈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돌이킬수 없이 누적되었다. 일본은 겉멋만 내는 초호화 자위대를 갖고 있을 뿐이지 사실 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다. 저런 나라가 한반도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고 슬금슬금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 국방부는 새로운 부담 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참오하여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나토체제는 그 무엇 하나 제 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앖다. 사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한--미 --일이 한반도 위기관리에 뒤섞이게 되면 한반도의 안정은 위협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도 않는다. 이 런 협정을 임기 말에 밀어 붙이려는 것은 " 뺏속까지 친일이고 친미" 라는 이명박 정부에서만 가능한 일 이다. 제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협정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5월26일 토 문화방송 파업일지 1.25 기자회 제작거부, 뉴스 축소 편성 27 노조, 총파업 가결(찬성69.4%) 30 노조, 총파업 시작 한겨레 2( ~6.5) 165

166 2.14 사측, 기자 등 '계약직' 채용공고 15 사측, 노조 상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20 김재철 사장, 노조간부 명예훼손 고소 27 드라마 PD, 총파업 지지 성명 29 사측,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3.5 사측, 이용바 노조 홍보국장 해고 6 사측, 노조 상대 30억 손해배상소송 노조, 김재철 사장 업무상 배임 혐의 고소 12 지역 문화방송 노조 18개 지부, 파업 참여 13 사측, 노조집행부에ㅐ 30억원대 가압류 신청 16 사측, 노조위원장 등 명예훼손 고소 20 기자회, 문철호.이진숙 제명 26 예능부장, 집단 보직사퇴 28 방문진, 김재엎 MBC 사장 해임안 부결 29 사측, 계약직 앵커 대거 채용 4 2 사측, 정영하 노조위원장 해고 등 7명 중징계 21 김재철 사장, 영등포경찰서 출두 25 노조, 정아무개씨 특혜(업무상 배임 혐의) 김 사장 상대 추가 고발 5 16 노조 사용기자 채용 반발에 사측이 5층 보도국 폐쇄 21 노조 집행부 5명 구속영장 전원 기각 25 MBC 기자회, 권재홍 앵커 부상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김재철 이 대통령과 김재철 사장이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지금도 '김 기자'라고 부른 다. 2010년 3월 문화방송 사장으로 취임한 김재철 사장에 문화방송 노동조합이 '낙하산 사장 저지', '공영방 송 사수'를 외친것은 기자 시절 김 사장이 보인 정치적 행보와 관련이 깊다. 김 사장은 이명박과 고려대 선 후배 사이다. 먼저 김 사장은 첫 임원 인사에서 보도본부장에 차경호, 논설위원실장에 황헌, 보도국장에 이장석 등을 임명했다. 김 사장이 과거 사회부 기자 시절 서울지방경찰청을 출입할 때 문화방송 수습기자로 입사한 김 한겨레 2( ~6.5) 166

167 사장의 '측근 인사'들이었다. 이때 불거진 '큰집 조인트'란 말은 유명하다. "큰집도(김 사장도) 불러다가 '조 인트'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였다는 것이다. 문화방송의 각 부문을 차지한 김 사장의 측근 인사들은 이후 보도 및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정권 비판기능 을 없애는 데 앞장섰다. <후 플러스>, <더블유> 등 공영성을 앞세운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됐다. 4대강 등 정 부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보도를 찾기 어려워졌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인 김미화.김 제동.김종배 등 몇몇 출연자들을 받송에서 내몰았다. 드라마.예능부문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 김민식 PD는 "문화방송은 전통적으로 피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데 김 사장 이후 자기 색깔을 낼 수 없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파업 아 유를 들었다. 또한 전문영역으로 존중받아온 드라마 제작과 편성 결정권을 회사에서 독단적으로 행사하 고, 김 사장과 친분이 있는 정하연 작가<욕망의 불꽃>과 이환경 작가의<무신>등 일명 '낙하산 드라마'도 문 제였다. 경영자로서의 김 사장은 어땠을까. 청주와 울산 시절 대체로 기업체와 접촉해 아업을 기획하거나 행사를 많이 유치해온온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며, 전년도 대비 20% 오른 성과가 있다고 하나, 과도한 업무추진비등 씀씀이가 너무 커 별로 남는 것도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 다. 또한 정당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사적인 이해관계를 많이 앞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문화방송 경영실적은 나쁘지 않다. 2010년 매출액7429억.영업이익605억웡, 2011년 매출액8910억원.영 업이익740억원을 올렸다. 전임 엄기영 사장 시절2008~2009년 영업이익43억과 60억과 견줘 10배 이상 늘어 난 수치다. 드라마 자체제작 비율을 높이고 글로벌사업본부를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평가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좋았는지 모르지만 김 사장은 단기적 성과를 위해 문화방송의 장기적 역량 강화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회성 한류 콘서트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김 사장이 경영 부문에서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데도 노조가 '낙하산 사장 퇴진' 목소리를 높 이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무용가 정아무개(54)씨와 아파트 공동구입.특혜 그리고 지난 2월까지 사용한 법인 카드 내역 문제이다. 김사장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사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놓고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법인카드 사적 사용 여부, 지위를 이용한 특혜 부여, 아파트 공동구입을 등을 내세워 노조가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위로 고 발한 세 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파업사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를 파 악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특정 업체에 일 한겨레 2( ~6.5) 167

168 감을 몰아줘서 회사에 손해가 났을 경우 업무상배임으로 봐야한다며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출연료 지급 여부도 통상의 관례에 비춰서 평가해 배임 혐의르 적용할 수 잇다고 분석한다. 하지 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상태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 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에서 노사는 끝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공영방송 사장의 진퇴 문제는 늘 정치적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문화방송이 더 좋은 방송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을 정치파업,불법파업 이라고 몰아선 안 된다"며 사측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한다. "노조가 파업을 풀고 들어와서 협상을 해야지, 너무 오래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안 된다"며 파업 장기화의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 시각도 있다. 파업이 넉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김 사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사쪽은 권재홍 보도본부장과의 폭행시비,김 사장 인터뷰 시도 등을 이유로 박성호 기자회장, 이상호.왕종명.최형문 기자 등 4명의 기자를 징계위원회 에 회부했다. ' 첫' 크리틱 서해성 소설가 첫 소설은 왜말이었다. "혈의루". 조선말로 그저 피눈물이다. '혈의 루'와 함께 조선말에서 '의' 사용이 본격 화되었다. 그 첫 소설을 쓴 이인직은 이완용 비서였다. 벌써 '일러전쟁'때 왜군통변으로 내달렸던 자다. 첫 소설을 쓴 펜과 잉크와 종이에는 개화한 망국과 모던한 국치가 묻어 있다. 문학이 말글붙이들의 문화사회 적 혈액이란 말은 여전히도 욕스러워 얼굴 둘 데가 없다. 첫 소설은, 또 예언서였다. 피눈물 나오는 외진 팔자인 옥련은 일청전쟁 터진 평양성에서 왜인 군의관에 게 구출되어 일본 살다가 이내 미국으로 건너가 홀연히 헤어진 아버지를 만난다. 의료는 식민 지배를 정당 화하는 핵심 기제였고 그 시혜를 받는 쪽은 비문명, 곧 야만이었다. 일본 군의관은 세상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적 폭력으로 형상화된 인격적 표상이었다. 조선 땅에서 겪은 생이별은 이내 인자한 제국의 픔에서 해 후로 완성된다. 친일과 친미. 향후 100년 이 땅에서 일어날 종속적 내력은 문학미로 이미 탁월하게 노정되 었던 셈이다. 한번 더 스스로 침을 뱉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련다. 그를 아비로 둔 산문에, 영광 있으라. 첫 시는 양말이었다. 소싯적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가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해'가 '바다'인 줄 아직 모 를 때였다. '바다'여도 뜻이 통하지 않기로는 한동안 마찬가지였다. '바다가 소년에게'라는 말인 줄 알았을 때는 도리어 허탈하기만 했다. 구글 번역기는 이때 거의 발명된 셈이다. 바이런이 쓴 시나 해양시 영향을 받았다느니 하는 따위는 어쭙잖아 자꾸 더 옹색할 따름이었다. 모국어의 심미적 극치를 보여준다는 첫 시 가 양말이었다는 상처는 좀체 가시질 않았다. 첫 시와 첫 소설은, 그리하여 왜말과 영어의 은혜 아래 태어났다. 마땅히 온전한 모국어였으면 좋았을 시 한겨레 2( ~6.5) 168

169 와 소설은 말글의 운명보다는 이를 쓰고 사는 사람들이 가야 할 향방을 선험적 모욕으로 가리키고 있었던 셈이다, 여태껏 시와 소설에 깃든 그 쪼잔한 내력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첫 말로 걸린 병이 통쾌하게 나은 건 숨어서 읽은 꺽정이 덕분이었다. 봉건을 살았던 임꺽정은 오래도록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금기였다. 듣던 대로 과연 그는 호방한 명검이었다. 그가 벽초를 내세워 휘두른 칼은 말로 걸린 병도 단칼에 후며냈다. 한낱 백정의 칼끝이 개화로 도진 병을 도려내주었던 것이다. 꺽정이를 낳은 벽초를 다 읽고서야 이윽고 기갈이 풀린 게 아니었다. 약은 첫 한 줄로 족했으니, 쓴다 쓴다 하고 질 감스럽게 쓰지 않고 끌어오던 이야기를 지금부터야 쓰기 시작합니다. 각설, 이라는 무심히도 대범한 한마 디였다. 그건 머리말이자 큰 소설 임거정의 시작이었고 왜정시대였음에도 왜말 흔적이 없는 하물며 허투 루 내뱉을 수 있는 그 소설 묶음을 옆구리에 끼고 찾아갔을 때 그가 살던 집은 깊은 눈에 파묻혀 있었다. 첫 장편을 썼다는 이광수는 끝내 제 종족에 "무정"했기에 임꺽정을 쓴 홍명희는 깊이 모시는 첫 글아비가 되었다. 못내 꺽정을 품은 채. 첫 글은 망초꽃과 함께 피어났다.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피어난 꽃이라 해서 망초다. 나라가 망한 자리를 아는 이가 드물다. 박원순 시장이 남산 기슭에 자리한 이 통감관저를 망한 기억과 함께 복원하겠다고 약속 했다. 수학여행은 이곳부터 가보길 권한다. 벽초 생일을 지나며 국치화 흐드러진 문학사를 베어내고 이 아 침 그를 다시 읽는다. 아비 무덤가 망초를 베어내듯 사설 --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건 상식 정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려던 방안을 철회했다고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의 근 로시간에 12시간까지의 연장근로를 이정하고 있다. 그런데 휴일근로는 연장슨로에서 제외돼 장시간 노동 에 따른 폐해가 컸다. 정부가 이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이제 와서 재계의 반발에 물러선 것은 신뢰를 짓밟는 처사다. 장시간 노동 관행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최근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추진하 겠다고 한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면 임금 보전 문제로 노사가 대립하게 되고 대체 인력을 뽑아 유지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이는 장시간 노동 관행에 젖어온 편의적이고 근시안적인 단견일 뿐 노동자의 삶의 질과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자리가 늘 뿐 아니라 소비도 촉진되는 등 사회 전반 적으로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얘기는 10년 넘게 한겨레 2( ~6.5) 169

170 들어왔다. 개발기구가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을 대신하기 위한 지표로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 행복지수에 서 한국이 36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24위를기록한 것도 노동시간이 연간 2193시간으로 조사 대상국 평균 (1749시간)보다 훨씬 긴 탓이 크다. 행복지수 1위인 호주는 노동시간이 연간 1686시간에 그친 반면 경제활 동인구 가운데 일자리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72%로 한국의 63%보다 훨씬 높았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5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휴일근로를 법정 근로 시간에 포함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를 없애면 새로운 일자리를 70만개 만들 수 있다는 추 정치도 나왔다. 휴일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평일에 일의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으로선 휴일근로에 따른 할증임금 부담을 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오히려 정부가 행정해석으로 기업의 탈법적 초과근로를 인정해준 관행이 문제였다. 장시간 노동 체제는 경제사회환경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 영하지 못해 경쟁력 향상에도 짐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꼭 손질돼야 한다. 사설 2--- 박근혜 선거운동으로 벌금형 받은 방통심의위원 엄광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특정 대선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1심 법원에서 벌 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데, 현직 위원이 버젓이 법을 위반하며 본분에 어긋나 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법원 판결을 보면, 엄 위원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선거운동원처럼 행동했다. 그 는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이 고문직을 맡고 있는 박 의원 지지모임인 '인천 희망포럼'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또 대선 경선 때 박 의원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밥값 70만원을 냈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 사전전선거운동이다. 엄 위원은 SBS 해설위원실장과 앵커를 지냈으며,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인천 중.동.옹진 지역구에 한나 라당 후보 공천신청을 하기도 했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선 박 후보의 인천경선대책 위 대변인을 지냈다. '폴리널리스트'(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의 전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인사를 여당은 지난해 5월 방통심의위원으로 위촉했고, 엄 위원은 인천희망포럼 고문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양 쪽 모두 공공의식이 철저히 결여됐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암 위원은 엊그제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에서도 비공개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혐의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박만 방통심의위원장은 엄 위원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막고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재 한겨레 2( ~6.5) 170

171 판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벌금형은 위원의 자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옹색한 형식논리만 되 풀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엄 위원의 정치 행위로 방통심의위의 신뢰성이 이미 심각한 훼손 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방통심의위가 엄 위원 문제의 공식적인 논의 처리에 미적거릴수록 더 큰 상처만 입 을 뿐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위원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방통심의위는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심의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방통심의위 직원 노조원 60명이 지난달 열린 전체위의 를 영상으로 방청한 뒤 "심의위원 9명 가운데 50점 이상은 2명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자칫했다간 박 위원장과 방통위가 '박근혜 의원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까지 떠안게 된다. 책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머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갈라파고스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지은이가 던진 이 질문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90년대 이전까지 진보세력과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미국 대륙 중앙부 캔자스주는 지금 공화당 보수우파 의 아성이 됐다.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4년 전 바락 오바마가 대통령데 당선됐지만 캔자 스는 여전했고, 미 대륙 중부를 중심으로 한 광대한 내륙 주들에서 공화당이 승리했다. 그 결과 미국지도 는 내륙의 공화당 붉은색과 동서 연안부의 민주당 푸른 색깔로 확연히 갈렸다. '두 개의 미국'이란 말이 다 시 회자됐다 총선 뒤 한국 지도 또한 새누리당 지지 붉은 동쪽과 서쪽으로 양분됐다. 미국 내륙 주들은 상대적 빈곤지역이다. 왜 그 지역 다수 유권자들이 감세와 복지 축소, 민영화, 규제환화 등으로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신봉자들 집단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걸까? 왜 엉뚱한 표적에 분노를 터뜨릴까? 그것은 중하층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은폐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실체를 배반하는 계급적 정체성, 곧 전도된 계급의식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한 공화당의 '문화전쟁' 탓이라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그리고 민 주당의 전략 실패도 빠뜨릴 수 없다. 민주당 표밭이던 캔자스 인구밀집 지역 중하층 블루칼라들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기 시작한 계기는 낙 태 반대 운동이었다. 공화당 우파가 끌어들인 보수 기독교 우파는 낙태 반대, 진화론 교육 반대, 동성대 반대, 줄기세포 연구 반대, 생태주의와 수돗물 불소화 반대 등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쳤고, 이는 중하층 의 경제적 곤궁이라는 현실을 그들 뇌리에서 지우고 미국 사회 쟁점을 도덕.윤리 논란으로 몰아 갔다. 러 시 림보 같은 극우 방송인과 <위클리 스탠더드><폭스><워싱턴 타임스>등 네오콘 선전지들뿐만 아니라 <뉴 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등 주류 신문.방송들도 가세했다. 이 매체들에 등장한 논객들, 그들에게 자료나 한겨레 2( ~6.5) 171

172 논거를 제공한 수많은 연구소와 재단.싱크탱크.대학.잡지.신문.출판사들을 공하당 우파는 1960년대부터 대 기업 자금을 대거 동원해 문화전쟁의 무기로 집중 지원하고 키웠다. 방적공과 제철소 직공, 미용사 같은 보통사람들이, 채식하며 와인과 '라테 커피'를 마시고 새로운 패션을 선도하는 명문대 출신의 비판적 지식계층을 잘난 체하는 혐오스런 자유주의자(리버럴)들로 인식하고 계급 의 적으로 오인하게 된 것도 이 문화전쟁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맥주나 마시고 총기를 소지하며 교회 에 열심히 다니는 애국적이며 소박하고 선한 미국인으로 규정했다. 우파들이 주입힌 전형적인 공화당원 마인드다. 그들은 약간은 쾌락주의적이고 퇴폐적인 할리우드류 문화와 가방끈 긴 삐딱한 자들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간주하고 그들과의 전쟁을 의무로 여겼다. 자신들을 박해당하는 희생양으로 설정한 이 보수반동 전사들은 좌파들로부터 배운 수법, 곧 "경제를 뺀 좌파 세계관"으로 무장한 채 '성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리버럴의 비판적 리얼리즘을 무신론이나 자유주 의적 편견으로 매도하는 반지성주의가 팽배했다. 걸핏하면 '종북'과 '빨갱이'를 들고나오는 우리 사회 보수 반동의 전략도 이와 흡사하다. 중요한 것은, 우파들이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불철주야 새로운 전략.전술 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현장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이제 다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빼앗아간 자본 가와 변호사.목사들을 우군으로 여긴다. 대기업은 국립공원을 경매에 부치고 고속도로.전철 민자화를 추진 하며 수돗물 등 공공사업 민영화까지 밀어 붙이고 있다. 그들의 탐욕을 제어했던 '뉴딜체제'는 거의 해체됐 다. 우리 사회도 이를 모방하나 싶게 닮아가고 있다. 기업과 보수 거대교회의 유착은 중하층의 삶이 불안하고 부익부빈익빈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문화가 타락 하면 할수록 더 단단해지고 더 크게 번성하는 구조다. 삶이 피폐해질수록 사람들은 위안을 찾기 위해 교회 로 달려갈 것이며, 교회가 번창하면 그들과 손잡은 대기업들도 번성한다. 이에 비해 대책없이 거들먹거리던 민주당과 리버럴은 전통적 지지자들과의 적절한 관계맺기에 실패했다. 블루칼라 유권자들을 내팽개친 그들은 대신 자유주의적 성향의 화이트칼라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는 데 역 량을 집중했고 기업들에 열심히 구애했다. 그들이 노동조합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 들은 '계급투쟁'을 잊어버렸다. 공화당보다 약간만 더 앞서나가면 어차피 다른 데로 갈 곳 없는 중하층 노 동계급이 자기 품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양다리를 걸쳤다. 뉴딜 이래 수십년 동안 싸움을 통해 쌓아 온 진보적 가치와 제도를 지키는 일보다 일단 권력을 잡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고등 교육을 받은 도시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가리키는 '여피족'들을 얻는 대신 광범위한 전통적 지지자들 을 잃었다. 민주당의 양다리 걸치기로 지지자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혼란에 빠졌고 1950년대 38%까 한겨레 2( ~6.5) 172

173 지 올라갔던 노조 조직률은 9%대로 급락했다. 공화당 신자유주의 정책이 휩쓴 미국 중서부 내륙은 지금 민주당과 리버럴만 몰락한 게 아니라 지역 경제 와 사회가 급속도로 망가지고 일부에선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5월29일 세상 읽기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종북파.종미파를 종미파를 넘어서 동학군과 의병을 극히 잔혹하게 토벌하던 관군들은 일본군에게 총 한번 제대로 쏘지도 못하고 걍제병합 으로 하루아침에 해산되고 말았다. 임진왜란때 임금과 정부 관료들이 허겁지겁 의주로 피난가자 나라를 지킨 것은 지방의 선비와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김덕령 장군 등 의병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자 나라를 거덜 낸 임금과 관료 등 전화의 책임자들은 오히려 그를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였다. 주자학 원리주의와 명의 재 조지은에 이견을 보인 내부의 반대파를 절멸시킨 노론계 지배층은 '오랑캐'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하 고, 수십만명의 백성을 청의 노예로 만들었다. 한국전쟁기 북한의 침략에 아무런 대비를 않던 이승만 정부 는 인민군에 마구 밀리면서도 허겁지겁 놀라 국내의 '위험' 인물 수십 만 명을 불법 검속하여 학살하였고, 온 국민을 미군의 마구잡이 폭격의 목표물로 만들었다. 저항 소수파의 실수와 착오는 스스로를 붕괴시키고 그치지만, 내부의 적을 원수처럼 여긴 집 권세력의 부패, 공공심의 부재는 나라를 거덜내고 온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 나는 한국의 집권 세력이 민족, 국가, 양심, 법치를 내팽개친 것이, '종북파'가 이들 사이비 우파를 대신해서 우파 이념인 '민족'을 고집한 이유라 본다. 그런데 남한의 재벌, 교회, 언론, 사학재단의 세습에 침묵하는 집단이 '종북 파'의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입장을 검증하겠다고? 이 정부가 벌인 '대북 강경론', 미국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과정의 실책, 세금 낭비의 '자원외교', 알맹이 없는 핵발전소 수출, 대중국.대일본 외교의 반복되는 실패 등을 보면 과연 이들이 국가 를 운영할 최소한의 기본을 갖춘 사람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종북파'의 위험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위험보다 집권 보수세력의 '국민 안보 불감증'이 국민의 생명과 안정에 미치는 위험이 수십 수백 배 더 크다고 본다. 대미 일변도 외눈박이 외교를 펴다가 이란 석유 수입이 중단될 위험에 처한 일도 그중 하나다. 대중 외교 실패로 서해에서 조업하는 어부들은 중국 해적 앞에 '국가 부재'를 실감하고, '대일 외교 의 실패로 강제징용자와 위안부 할머니도 계속 '국가 부재' 상태에서 살고 있다. 사실 종북파, 종미파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하다. '종북' 세력이 실제 있다고 보지만, 대다수는 한국의 국가를 신뢰하지 않아 그렇게 된 경우가 많고, '친미' 세력이 있지만 대다수 '종미파'는 자신의 이해 때문에 한겨레 2( ~6.5) 173

174 미국을 따르는 것이다. 종북파는 다수파인 종미파의 대타이자 그림자이고, 이 둘은 우리의 덫이다. 국내외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국가로 하여금 경제, 에너지, 환경, 식량 문제에 대해 미래 지향 전략을 세 우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잇다. 북핵 문제를 풀지 않고 한국이 국제사회의 주역이 될 수는 없다. 불평등과 청년 실업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원전 사태 는 핵발전 위주인 우리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고리 원전도 위험신호가 계속 올리 고 있다. 지구 환경 위기는 이제 에너지.식량 안보를 위협한다. 중국의 부상으로 지구의 권력 판도가 바뀌 고 있다. 이 국내외 사안들은 집권세력이 날밤을 새우며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 다. 이번 진보당의 자책골은 진보정치세력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외교에 백전백패한 이 정부 가 "북한보다 종북파가 더 문제"라며 '내부위 적' 제거에 사활을 걸면 그것은 그들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자책골이 될 것이다. <한겨레-한국사회여론 연구소(KSOI) 여론조사> 야권연대 지지표 절반 진보당 사태로 날아가 21% " 찬성했지만 지금은 반대 박근혜 지지율 상승 보수층 똘똘 뭉쳤다 (박근혜43%안철수22.6%문제인11.1%, 박근혜(53.5%):안철수 (43.7%), 박근혜(61%):문제인(33.5%) 야권연대에 대한 의견 변화 21.7% 여전히 지지 6.2% 반대했으나 찬성 21.2% 찬성했지만 지금은 반대 39.9% 여전히 반대 11% 모름.무응답 정당 지지율 : 새누리당(42.8%--->45%), 민주(36.5%--->29.5%), 진보당(10.3%--->4.1%) ' 징용배상 외면' 미쓰비시, 올해 한국서 수천억대 수주 ---율촌 등 발전소4곳 가스터빈 공급, '전범 기업 입찰제한' 지침 효과 없어 징용피해자 ' 강제저금' 일본 은행서 잠잔다 --- 조선인 통장 수만개, 공탁금 6조원도. 일본은 확인 미 한겨레 2( ~6.5) 174

175 적, 정부는 뒷짐만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미쓰비 시 등 일본 전범 기업들이 징용 노동자 임금을 강제로 떼어 은행에 맡긴 개인 저금 등을 되찾을 길이 열렸 는데도 정부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탓하며 늑장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또 미쓰비시 등이 일본 패전 뒤 일본 정부에 공탁한 조선인 군인.노동자 등의 미지급 임금 6조원가 량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마무리됐다는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다. 최봉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우정은행이 전쟁중 외국인(조 선인 등) 저금에 대해서 하나로 정리해 관리하고 있는} 개인들이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 라며, "정부가 일본의 미불 임금 공탁금을 찾아오든지, 아니면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제대고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제는 전쟁 비용을 조달하려고 기업들에 강제저금 비율을 할당했으나, 강제동원 피해자 대다수는 자신의 저금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사설 --- 일제 강제동원 피해 회복에 뒷짐만 진 정부 일제하 군대위안부나 강제징용자로 피해를 본 할아버지.할머니들의 고통이 해방 뒤 67년이 흐른 지금까 지 씻기지 않은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한-일 과거사 청산'이라는 의 제로 종종 이 문제를 쟁점화했지만, 열과 성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 에 의해 민간 청구권까지 소멸됐다는 일본 쪽 주장에 사실상 동조해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정부의 그런 수수방관식 태도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대법원이 지난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배상권을 인정함에 따라, 이젠 정부가 이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 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눈앞에 드러난 정부의 모습은 참담하고 낯부끄럽다. 강제징용 문제만 해도 뒷짐만 져온 사실이 여 기저기서 드러난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뒤 맥아더 사령부의 지시에 의해 1946년 민간기업들한테 서 공탁을 받은 강제징용자 미지급 노임이 대표적이다.이 미불임금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와 고통이 서린,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나, 아직도 일본내 은행에서 잠을 자고 잇다. 그사이 세월의 더께가 쌏여 무려 4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 강제징용자들의 개별적인 저축도 일본 은행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우리 정부 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그저 "강제징용의 미불임금 공탁금이나 개인 저축은 한--일 청구권 협상으로 마무리됐다"고 설명할 뿐이다. 징용 배상을 외면하는 "전범기업'에 대한 줏대없는 자세는 분통마저 터지게 한다.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 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올해 한국전력 자회사들과 수천억원의 납품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만든 '일제 전범기업 입찰 제한 조처'의 적용 대상에서 한전이 제외된 탓이다. 이는 한겨레 2( ~6.5) 175

176 중국 정부와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전범기업인 니시마쓰건설을 압박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니시마쓰건설 은 중국내 사업을 위해 중국 쪽 요구를 받아들여 2009~2010년 중국인 징용피해자 543명에게 47억여원을 지 급했다.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과거사 해결을 위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미불임금이나 개인저 축을 돌려받기 의한 협상에 나서고, 국제법상 킅 무리가 없다면 전범기업의 국내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제 도적 장치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제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부의 법적.정치적.역사적 책임에는 시효가 없다. 사설 2---' 노건평 수백억 계좌' 검사, 그냥 놔둘 셈인가 차원지검이 지난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글 럽무상 횡령 등 협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논 란이 돼온 수백억원 뭉칫돈 계좌와 노씨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준명 차장검사는 "노씨 수사와 관 련해 발견된 것은 맞지만 (노씨와는)별개"라며 "앞으로 기사 쓸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으로 모든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그동안 언론이 대서특필해온 노씨의 수백억원 비자금 계좌 의혹은 결국 '사실무근'이 된 셈이다. 검찰의 황당한 일처리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렇게 난리를치게 해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북을 지키고 있는 태도다. <조선일보>는 19일치 머리기사 '노건평 자금관리인 계좌에 300 억원'을 비롯해 1.2.3면을 이 기사로 도배한 데 이어 다음날엔 인터넷 댓글까지 실으며 두 면을 할애하는 등 노씨를 사실상 수백억원 비자금의 주인으로 묘사했다. 간단햐게 사실관계만 보도한 상당수 언론과 달 리 일부 언론은 취재력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언론들은 내부 규정 과 각자의 도덕성 수준에 따라 조처한 뒤 독자들의 평가를 받고, 필요하면 법적 책임을 질 일이다. 이와 별도로 언론의 오보를 유발한 검사에게는 검찰 스스로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 18일 공식 브리핑에서 "자금추적 과정에서 수백어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노씨 관련 계 좌를 발견했다"며 "노 대통령 퇴임 직후인 2008년 5월까지 3~4년 정도 계속 돈이 오가다 공교롭게도 퇴임 직후 흐름이 딱 끝났다"고 맑혔다. 다음날엔 "하지도 않은 말을 왜 보도하느냐"면서도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잖으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그 돈을 노견평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발을 뺐다. 이 차장검사의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죄에 피의사실 공표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곧 법적 조 처를 밟을 예정이라니 이를 통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검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겨레 2( ~6.5) 176

177 해선 안 된다. 추측성 보도 방지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기소 전에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는 수사공보준칙 위반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오보를 유발한 책임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도 감찰 지시는커녕 아예 입을 닫고 있는 대검 수뇌부의 인권의식 수준과 정치적 편향성은 도를 넘었다. 5월28일 국방부 -- " 검찰서 진보당 당원명부 받아 현역군인 있으면 조사하겠다" 통합진보당은 국방부의 ' 당원 색출' 발언 과 관련해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는 이 대통령 의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당원 색출은) 군 내부의 정치적 자유를 옥죄고 매카시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꼼수이며, 군의 명예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 (개혁진보성향) 학계의 재벌개혁론 논쟁 장하준(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승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시사 인> 기자) 재벌기업에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세금을 더 내도록 해 그 돈으로 복지를 확충하는 식의 타협을 주장.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잘못된 신자유주의적 시장개혁을 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자유주의로 찬양 했다고 비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낡은 화두다" '정태인.이병천에의 비판에 답한다' "우리가 재벌을 신자유주의적 피해자인 양 엉터리로 묘사했다고 비판한 것은 개인(재벌 가족 과 가신들)과 제도(대가업과 재벌)를 구별하지 않아 생긴 오해", "재벌의 유용성과 정당성을 옹 호한다는 점을 곡해해, 마치 우리가 이건희.정몽구와 같은 재벌 가문과 가신그룹의 이해관계 와 불법행위들까지 옹호하는 양 착각했다" 한겨레 2( ~6.5) 177

178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경제비서관) <프레시안>에서 '회장님 얼굴에 웃음꽃 핀 까닭은?'과 '삼성의 목줄 틀어쥐지 않으면 복지국가 도 없다---장하준에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장교수의 재벌타협론 비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재벌의 경영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병천(강원대 교수) "장하준 등이 '주주자본주의냐, 재벌이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재벌 프렌들리한 복 지국가론'이라고 비판. 개혁진보 진영은 그동안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론을 공통 화두로 삼으면서도 재벅개혁의 구체적인 방법 론을 둘러싸고는 이견을 보여 왔다. 이번 논쟁은 개혁진보 진영 안에서도 재벌 비판을 넘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재벌 세금늘려 복지국가로 " < > " 경제민주화 없인 복지 없다"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 비판서라고 할만한 신간(4월 초)<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하 '선택")에서 장하준 등 3인의 공격적문제제기가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택'은 경제학의 전통적 주제였던 시장과 국가의 역활에서 국가를 우위에 둔다. 재벌개혁론자 등을 포함 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진보적 학자군에 대해서 국가의 개입보다 시장을 우위에두고 있다고 의심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반드시 통제된 시장을 필요로 한다", "좌파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의 합리성과 투명 성,효율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가의시장 통제와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선택'은 진보. 개혁 진영의 소액주주운동이 신자유주의적인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4.13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에서 '선택'에 대한 서평을 썼다. "허망하게도 '선택'은 재벌의 경영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둔동이 뜻을 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면 복지국가 운동도 같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병천 교수도 <프레시안>에서 4차례에 걸친 반박글을 띄웠다. 좌파 신자유주의, 국가와 시장,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의 대척점은 한국 사회 최대 권력의 하나로 떠오른 재벌과 박정희식 개발독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장하준 교수 등은 "경영권은 보장해줄 테니 세금을 왕창 내서 복지국가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말할 만큼 한겨레 2( ~6.5) 178

179 장하준 교수 등은 "경영권은 보장해줄 테니 세금을 왕창 내서 복지국가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말할 만큼 재벌의 경영권 보장과 복지 재원의 확보가 '타협' 가능하다고 본다. 재벌그룹의 유용성과 정당성을 옹호한 이런 태도에 대해,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장하준을 "재벌체제 개혁에 딴죽을 거는 수구적 진보파"라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의 모순( 재벌)과 박정희식 경제 모델의 상관관계에대한 논쟁 장하준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론자들은 (<박정희의 맨얼굴>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빈부격차 심화 와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의 주원인이 박정희 체제의 유산인 재벌과 관치, 토건주의에 있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30년 전 박정희 탓이 아닌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 이정우(경북대 교수)--"시장만증주의의 폐해도 크지만 박정희 체제의 유산이 한국 경제와 사회에 끼친 악 영향이 얼마나 큰데, 이에 눈감는 태무심은 정말 놀랍다." 한국 경제의 현재적 모순의 근원을 신자유주의에 둔 장하준 등이 있는 반면에 이정우 교수 등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잔재에 커다란 원인이있다는 것이다. 논쟁이 격화되자 최병천(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 중재자로 나섰다. 최병천---"주주자본주의 타파론자인 장하준 등은 '계열사--그룹 체제'의 계승에 강조점을 두고 있고, 반 면 재벌개혁론을 강조하는 김상조.이병천 등은 '총수 지배 체제'의 극복을 강조하고 있다"며 "양자 모두 복 지국가의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중에도 논쟁은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격화되고 있다. 장하준 등---'이건희와 삼성그룹도 구별 못하나'에서 "책에서 재벌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 말고는 문제 가 없는 것처럼 (우리가) 재벌 합리화론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요 중상 비방", "인 물(재벌가)과 제도(대기업집단)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8~10차례 <프레시안>에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문제의 책이 경제민주화와 복지, 박정희식 경 제 모델의 성과와 한계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5월31일 유시민 특정정파가 지역 선관위를 장악하고, 당원명부를 멋대로 바꾸고, 당원들이 떼지어 옮겨다니며 자기쪽 후 보를 당선시키는 반칙이 있었다.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당권파 당직자) 세 사람에게 줬다는데 더 줬을지도 모르겠 한겨레 2( ~6.5) 179

180 다. 그 자체가 구조적인 부정이다. 동일 아이피에서 50명이 온라인투표를 한 사례에서 보듯이, 그 시간대에 투표한 당원들의 통화기록을 보 면 몇개의 전화번호가 집중적으로 뜬다. 그 전화를 받아서 투표한 것이다. 검찰.경찰이나 선관위가 조사한 다면 중복 아이피 부정은 한나절 만에 다 나올 것이다.그런데 무슨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라는 거냐. 이정희는 진보정치와 한국 정치의 큰 자산이었다. 이석기보다 100배는 중요한 사람이다. 결국 이석기를 지키려고 이정희를 버린 것이다. 뭐 어떤 빛나는 무엇이 있기에 소중한 정치인을 이렇게 만드나. 원통하고 원통하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분노를 느낀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을 정파의 대변인으로 전락시킨 이 행위는 용서가 안 된다. 총선 전 당의 실권을 갖고 있는 당권파 쪽에 당원명부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도 전혀 듣지 않았다. 논리와 사실을 다투기 전에 이 정도 사안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당대회 폭력사태 이후...누가 사과를 했느냐. 당 지도부 선출하는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파 쪽 인사 나온 다면 "그건 당의 자살이다. 통합 전에 서로가 이념과 문화, 조직운영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었다. 그런데 약 속만 했지 혁신 의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돼 당무 거부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례대 표)경선에서 나타난 문제의 전조들이 모든 당무에서 나타났다. 특정 진영에서 각 지역 선관위를 장악하고, 당원명부를 멋대로 바꾸고, 당원들이 떼지어 옮겨다녔다. (지역구 후보 선출을 위한) 구리시 경선에서 남양주 당원들이 20명 가깝게 이상한 명분으로 당적을 옮겨 투표했고, 간발의 차이로 당권파가 구리시 후보가 됐다. 성북 지역에서도 결번으로 나와 있는 당원들 상당 수가 투표를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당원들이 게시판에도 올리고 당사 앞 농성을 했는데 당 선관위나 중 앙당 집행부, 사무총국 심지어 당 대표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례경선부정을 인지한 때는) 3월20일이었다. 너무 눈앞이 캄캄해 오프라인 상황을 일부 살펴보고, 온라 인(선거관리)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대화를 했다. 선거인명부만 봐도 부정경선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실제 당원인데 타인 주민번호로 입당했다면 무효다. 선거인명부는 확정공고 거치고 나면 손 못 대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성북의 경우 당직자들이 맘대로 고치고 돌려놓고 했다. 동일 아이피 50명이 투표했다는 것도, 전국 곳곳에서 중복 아이피로 단시간에 투표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 당원명부 정리는 열흘이면 한다. 현재 하고 있다. 실명 일치가 안 되거나 전화번로 없는 당원들은 일단 따로 떼어 용역업체에 확인을 맡기면 된다. 총선 전에도 이런 이야기 수차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준호 위원장이 나중에 ''어차피 검찰이 어떤 명분으로도 조사 들어올 거다. 당이 살려면 검찰 조사에서 누가 어떻게 했다는 게 추가로 나올지언정, 우리 보고서를 넘지 못하는 수준까지 조사해 발표하겠다는 태 도로 철저히 자기비판적으로 했다''고 말하더라. 충분치 못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들였는 한겨레 2( ~6.5) 180

181 데 왜 자기들만 못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총선 전에 하도 답답해서, 그럼 당권파 실세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때도 이석기란 이름이 안 나왔다. 당시 그는 당원도 아니었다. 나중에 총선 뒤에 이석기가 실세라고 해서 만나 서 ''당신들이 당 혁신 비전을 빨리 내라''고 했다. 그 길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만날 때마다 간곡 히 얘기했는데 아무것도 내놓은 게 없다. 이석기나 이정희 등과 나눈 대화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이 없는)당에서 그 권유를 받아 당대표나 대선후보가 돼서 뭘 할 수 있나. 그러려번 제가 민주당에서 박지원 원내대표하고 손잡고 정치하 지 왜 이 당데 왔겠나. 종북이 아니다. 애국가나 국민의례 문제도 그렇고, 개인에게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가 다 있다. 다양 성 다 인정돼야 한다. 다만 정당이 어떻게해야 되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 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위에서 기능하는 공당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종북주의 논 란은 당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해소돼야 할 문제이고,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 아직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다. 당 전체에 대해 색깔을 씌우는 건 노상 해오던 일이고, 이걸 지헤롭게 넘어가야 지,죽기살기로 싸우는건 미련한 짓이다. 일하는 데 북한 문제 때문에 부딪힌 건 없다. 본인들도 아니라고 하고 실제로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답답했다. 나도 이해가 안 돼서 주변에 물어보자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모아왔기 때문에 내부 결속이 떨어지는 걸 우려한다'고 하더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 빨리 당을 혁신해 더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길 것 같다. 지금 같아선 사방에 민폐가 심해서 누구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나.야권연대 파기한다 해도 할 말이 없 다. 우리가 잘해서 그분들이 야권연대 해야겠다 말하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다. (당권파가 비대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씩이나 된 분들이 열정은 과잉이고 균형감각은 제 로고 책임감은 거의 희박하다. 오병윤.김미희 모두 야권연대로 당선된 의원들이다.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봐야 하는 분들인데, 자기 정파만 보고...,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 (회계부정은) 국고보조금 쓴 게 투명하지 않다는 과거 보고서가 있는데, 다음 지도부가 밝혀야 할 문제 다. 이석기 의원은 민노당과 오랫동안 사업해온 업체 사장이다. 내부에서는 동지적 관계일 수 있지만, 밖 에서 보면 당과 오랫동안 수십억짜리 일을 해온 사람이 비례대표로 온 거다. 이게 제3자의 시각에서 이해 가 될 수 있나. 글 석진환 조혜정 기자 재벌개혁 논쟁 김기원(방송통신대 경제학과) 한겨레 2( ~6.5) 181

182 장하준 교수는 한국 현실, 특히 재벌에 대해 너무나 잘못 알고 있고 공부가 안 돼 있다. 게다가 이념에 사로잡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그의 사회적 재벌활용론 또는 사회적 대타협론은 가능하지도 바림 직하지도 않다. 재벌의 경영권을 안정시켜주고 세금을 내게 해서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세금을 많이 내라는 데 대해선 재벌들이 콧방귀도 안 뀌니 불가능하다. 경영권 안정이란 이미 현재 재벌총수들 의 경영권은 안정화대되있으므로 결국 세습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건데,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무능력한 재벌 3~4세들이 최고경뎡자 지위에 올라서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때처럼 그룹과 나라경제를 위기 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재벌은 과거나 지금이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있다. 과거 재벌을 고도성장의 견인차로서 긍정적 측면 이 부정적 측면보다 많았다. 하지만 2~3세로 가면서 재벌총수는 지분이 희석되고 소액주주가 됐다. 그러나 재벌의 힘은 너무나 커졌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종의 반체제 사범이 된 것이다. 이게 재벌체제의 모순이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은 필요조건이고 민주주 의적 경제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이걸 시장만능주의니 주주자본주의니 하면서 비판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장 교수는 개발시대와 복지시대의 차별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 개발시대와 오늘날 복 지시대의 논리가 다르다. 복지를 강화해야 하고 금융 규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다만 복지를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고민이 없다. 우리 사회에 대한 재벌의 부당한 지배 력이 확대되고 사회는 오염되고 있다. 정계.관계.학계.법조계.언론계를 모두 주무르고 있는데, 어떻게 복지 강화를 위한 증세가 이뤄질 수 있겠나. 재벌의 부당한 힘이 약화되도록 재벌개혁을 해서 복지를 위한 세금 을 충당해야 한다. 장 교수 쪽은 있지도 않은 '허수아비'를 때리고 있다. 재벌개혁론자들 중 기업집단을 해체시키자는 식의 주장을 혈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그리고 그룹 계열사들 사이에서 일정한 자율성과 협력성, 이 둘 사이 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장 교수는 '선단경영'의 효과를 과대하게 보고 있다. 쌍용차가 재벌체제에서 빠져 나와서 망했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쌍용그룹 안에 있을 때 이미 쌍용차는 어렵게 됐다. 대우차가 재벌체제 안에 있어서 망한 것도 아니다. 재벌체제가 결정적인 게 아닐 수도 있는데, 이걸 한두가지 개념 틀로 덮어버린다. 주주자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는 악이라는 단순논리 때문에, 장 교수를 수구적 진보파라 고 했다. 재벌개혁론자들은 재벌을 개혁해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재벌의 긍정적인 면은 살리되 부정적인 면을 극 복하고자 한다. 성장의 주체라는 면은 살리고 재벌총수의 부패나 무능이라는 부분과 재벌이 사회를 오염 시켜서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은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총수자본주의다. 따라서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경남고.서울대(경제학박사)1983 년방송통신대교수 한겨레 2( ~6.5) 182

183 정승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우리가 문제를 재벌의 경영권과 복지를 맞바꾸자라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얘기하 는 것은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타협이 당장은 불가능하다. 이건희와 구본무(엘지그룹) 가 미쳤냐? 만약 세금을 (소득의) 75% 내라고 하면 받아 들이겠냐? 앞으로 5년, 10년은 재벌과 싸울 수밖 에 없다. 대타협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타협이란 정확히 말해 재벌로부터 세금을 더 걷되 가급적 재벌의 소유권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재벌 활용론이란 것도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쓸데없이 재벌을 깨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말자. 계열사 상호지원은 이건희 회장이 맨 위에 있든 없든 상 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을 계열 분리시켜 다른 회사나 사모펀드에 넘긴다면, 이게 무슨 진보냐.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해체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 공공의 산물을 독점하는 재벌가의 '불로소득'을 어 떻게 회수하냐의 문제다. 소유를 재편하는 게 아니라 소득을 재편하자는 것이다. 김상조나 정태인의 재벌 개혁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건드리지 못한다고 본다 우리를 재벌옹호론자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편법 상속과 증여가 밝혀젔을 때 우린 이건희 회장을 감 옥으로 보냈어야 한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이다. 또 삼성전자엔 반드시 노조를 만들도록 법으로라도 강제해 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우리도)재벌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 찬성한다. 다만 그 방향이 다를 뿐이다.우 리가 옹호하는 것은 대기업 집단이지 재벌 패밀리가 아니다. 재벌 가문 잡겠다고 재벌 해체하려는 것은 빈 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이다. (재벌개혁론자들은)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결과적으로 주주자본주의에 봉사하는 재벌개혁이다. 재벌체제 를 넘어선 '착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것은 별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 대신 안철수 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쓰자는 식의 '착한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잠깐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그리고 박정희 체제옹호론자란 비판도 듣기 불편하다. 그건 중산비방이다. 박정희는 파시스터다. 파시스트 같은 사람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다만 은행국유화와 정책금융 등의 몇 가지 요소를 옹호할 뿐이다. 한국의 진보가 어떤 미래비전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이번 논쟁을 4.11총선 이전에 했어야 한다. 그래야 총선판이 제대로 짜였을 것이다. 대선에서 진다고 해도 이후 진보세력이 희망을 가지려면 대선을 앞두로 조금이라도 정비해나가야 한다. 79학번.학생운동.노동운동.옥살이.90년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장하준과 함께 2005년 < 쾌도난마 한국경제>,.2012년 4월<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출간 2012년 6월1일 금요일 ' 99% 경제 ' : 이윤 극대화, 승자독식에서 신뢰.협동의 경제로 한겨레 2( ~6.5) 183

184 1% 경제와 99% 경제 1%경제 : 주주가치 극대화.시장만능경제, 주식회사.재벌체제, 이기심.경쟁 99%경제: 시민 자발적 참여.사회적경제, 협동조합기업.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신뢰.공동선 재벌 대기업만 바로잡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2010년 2000대 기업(금융업 제외)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1711조원이었다. 2000년의 815조원에 견줘110%가 늘었다. 그러나 일자리는 156만개에서 161만개로 5만개만 늘었다. 물건은 갑절 이상 더 팔았는데, 일자리는 2.8%만 늘긴 셈이다. 돈은 기업에 고이고 가계로 가지 않는다. 2006~2010 기업 가처분소득 연 19.1% 증가한 반면 가계는 1.6% 증가(산업연구원)> 기업 기능은 생산과 분배다. 기술혁신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매출을 일으키고, 임금 등을 통해 이를 사회 에 분배해야 한다. 그런데 성장 과실은 그들이 쌓은 성 안에서만 맴돌며 나누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 부자 기업, 가난한 국민'이 되었다. 왜? 영리기업의 이윤 극대화 논리가 중요한 원인이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도 주주들 기대치에 미치치 못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다.일자리 창출은 부차적이다. 어떻게 개선할까? 1. 재벌개혁.경제력 집중 완화 정책 2. 세금은 더 많이 거두어 복지 확충 3.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이 고용하는 인원은 인구의 1%에 불과하다. 바깥에 있는 "99%경제"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 국가통제와 시장만능주의를 오락가락하다가, 1990년대 이후 시장과 경쟁과 주주가치극대화를 신 성시하는 체제가 됐다. 이 두 가지 길을 거쳐 글로벌 수출 대기업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평균적 한국인이 짊어져야 할 위험은 커졌고, 계층 상승 기회는 낮아졌다. 양적 성장은 했지만, 행복한 경제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경제 해결을 위한 세번째 실험이 필요한 때가 됐다.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 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경제다. 협동조합 은 대주주가 결정권을 독점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이 공동으로소유하고 민 한겨레 2( ~6.5) 184

185 주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올해 말부터는 설립이 자유로워진다. 사회적기업 은 사회적 성과를 주된 목적으로 삼는 기업이다. 지역공동체 기반의 마을기업 도 그 싹을 튀 우고 있다. 이들이 사회적경제의 주인공들이다. 사회적 경제는 탐욕 대신 협동, 신뢰, 명예 같은 동기로 움직인다. 고 용.민주주의. 환경 등의 성과를 재무성과보다 앞세운다. 1981년 미국의 잭 웰ㅊ;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은 '저성장 시대의 고성장 기업'이라는 연설에서 주주지상 주의와 일등주의를 답으로 내놓았다. 그 원리는 30여년 동안 자본주의를 이끌다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네빵집, 공동브랜드- 협동조합에 살 길 있다 협동조합이 싹튼다 1. 동네빵집 생존해법은 2. 동네 생협, 이마트에 도전하다 3. 한국의 몬드라곤, 원주를 가다 4. 청년들아, 협동조합에 가입하자 5. 한국의 협동조합 시대를 열다 1. 동네빵집 생존해법은 "대기업이 황소개구리처럼 동네 빵집들을 다 삼키잖아요.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어요,...그렇게 근 근히 버티는데, 올 한해 견디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우리 이웃의 동네 빵집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8153개였다가 지난해 5184개로 불과 3년 사이에 35.1%로 격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3572개에서 5290개로 45.1%나 점포수를 늘렸다. 커피점과 치킨 점, 하다못해 김밥집까지도 싹쓸이했다. 서민들의 자영업은 이미 무참하게 무너졌다. "파리바게뜨 가게로 바꾸라는 걸 처음에는 거부했조. 그랬더니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 가게를 내겠다는 거 예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우리같은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4억~6억원 투자하는데, 제대로 이익 내는 사람 30%도 안 될 겁니다. 몇년 지나면 몇억 들여 가게 확장하고 인테리어 새로 하라고 해요. 그래야 본사 매출 늘릴수 있잖아요. 하지 말고 버티라고요? 그냥 쫓겨납니다.가게 물품은 모조리 본사에서 비싸게 구입해야 하고, 인테리어 비용은 터무니없는 바가지예요. 본사만 살찌고, 가맹점들은 모두 힘든 이상한 구조지요." 가장 큰 문제는 해법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 동네 빵집 점령에 대한 최근 '사회적 합의'는 재벌의 사 업 포기 요구였다. 이부진 회장의 호텔신라는 '아테 블랑제리'의 지분 19%를 홈플러스에 매각했고, 신격호 한겨레 2( ~6.5) 185

186 롯데 회장 외손녀인 장윤선씨는 프랑스 식료품 '포숑' 브랜드를 운영하는 블리스의 지분을 매일유업 등에 처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분매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기업으로 주인이 바뀔 뿐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협동조합'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빵집 사업에 대한 대기업 진출 제 한과 함께 협동조합 방식의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대한제과협회를 중 심으로 동네 빵집들이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공동구매에 나서 려는 움직입도 나타나고 있다. 빵굼터 깥은 공동 브랜드가 본격적인 협동조합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살아남은 동네 빵집끼리 공동 브랜드로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는 협동조 합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공동구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미국의 버거킹과 던킨 도너츠 사례를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 소개한다. 유럽은 물론이고 시장만능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헙동조합 방식이 좋은 일자리와 안정 적인 소득을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동네 빵집 같은 '생활경제'에서는 대기업들이 노동절약적 혁신을 통해 오히려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사 회 역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대기업의 소매유통업 진출울 제한하거나, 협동조합 과 사회적기업 방식의 사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금까지는 농협과 수협, 생협 등 8개 개별법에 정해진 협동조합 설립만 가능했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는 12월 초부터 다양한 협동조합기업 설립이 자유로워진다. 동네 빵집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우선, 각 지역벌로 살아남은 빵집들이 의기투합해야 한다. 예를 들 어 서울 관악구의 동네 빵집 20곳이 공동출자로 '맛있는 관악'이라는 공동 브랜드의 협동조합기업을 세우 는 것이다. 공동 부랜드 협동조합을 세우면 지속가능한 공동구매 빛 공동홍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여러 지역에 서 빵집 협동조합이 결성된다면, 다같이 모여 협동조합연합회로 힙을 키울수 있을 것이다. 빵집 협동조합 은 '협동조합동지'인 생협이나 농협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생협에서는 빵집을 홍보해주고 빵집에서는 생협 조합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빵집과 치킨집은 취급 품목이 단순하다. 따라서 공동구매의 비용절감 효과를 내기에 좋고, 협동조합 하 기에 적합한 사업이다. 6월2일 책 <스킨 -- 피부에 감춰진 비밀>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 진선미 옮김 / 양문 한겨레 2( ~6.5) 186

187 "피부색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진화적 선택의 문제다." 피부는 일차적으로 한 생명 개체와 환경 사이의 경계막이 되어, 생명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 세 포 덩어리였던 초기 생명체들이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가면서 안을 보호하는 피부가 발달했고, 그 형태는 진화 경로에 따라 저마다 다양했다. 예컨대, 건조한 땅에서 주로 사는 파충류의 피부는 뼈처럼 딱딱하고 울퉁불퉁해졌고, 손을 쓰기 시작한 영장류는 촉감이 유난히 발달한 피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의피부는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털이 없어 땀을 흘리며,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단순한 덮게가 아닌 장식적인 의미까지 지닌다." 다른 영장류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인데, 이렇게 진 화해온 결정적 계기는 바로 햇빛이라고 한다. 동물의 몸에선 체내에서 생기는 열을 어떻게 식히느냐가 늘 관건인데, 다른 동물들보다 활동이 많고 뇌가 커진 인간의 경우 몸을 좀더 효율적으로 식히는 생체 시스템 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점액질 체액을 조금 분비하는 아포크린 땀샘이 발달한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의 몸엔 물처럼 맑은 체액을 대량 분비하는 에크린 땀샘이 크게 발달했다. 땀을 대량 배출해 몸을 식히는 방법이 진화해온 결과 다. 이때 몸을 뒤덮은 털은 오히려 열의 분출을 막는 장애물이 된 탓에 자연스럽게 털이 사라져갔다고 지 은이는 설명한다. 다양한 피부색 또한 여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데, 지역마다 다른 자외선 양에 맞춰 인간의 피부 역시 달라졌다는 것이다.자외선은 체내의 엽산을 파괴하고 DNA를 손상시키는 등 인간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주지만,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비타민 D 생성을 촉진하 기도 한다. 인간에겐 적정량의 자외선을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숙제인 셈인데, 여기서 중요한 구실을 하 는 것이 피부에 들어 있는 멜라닌이다. 멜라닌 색소에서 만들어내는 멜라닌소체는 여러 다른 파장의 빛들 을 흡수.산란.반사시킬 수 있어 인체가 받아들이는 자외선 양을 조절해준다. 피부색은 바로 이 부분에서 결정된다. 짙은 색 피부에서는 멜라닌 소체가 크고 수도 많으며 고르게 분포하는 반면, 옅은 색 피부에서 는 멜라닌 소체의 크기와 밀도가 작고 분포도 덜 조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자외선 양이 많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짙은 색 피부가, 자외선 양이 적은 고위도 지역으로 갈수록 옅은 색 피부가 대세를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어느 집단이건 여성보다 남성 의 피부색이 짙은 경향과, 생식기능을 최대화해야 하는 가임기간에 피부색이 짙어지는 경향등도 이런 피 부 진화의 역사와 관련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인류는 서로 다른 인구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특성이나 잠재력,호감도 등을 피부색에 근거해 판단했다. 특히 서구의 식민지배는 '옅은 피부색은 짙은 피부색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낳았고, 노예무역 을 정당화하는 근거로까지 쓰였다. 그러나 피부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쳐 본 지은이는 "피부색은 인종적 정 한겨레 2( ~6.5) 187

188 체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한다. 짙거나 옅은 피부색은 옛적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에 대해서 말해 줄 뿐 인종.민족 등의 정체성을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건강과는 연관이 있어서, 옅은 피부색 사 람들이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에 걸리기 쉽고, 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자외선 적은 지역에서 비타밈 D 결핍을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피부는 단지 '덮개'로서의 생체시스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개 인의 특별함을 표현하는 장으로서, 피부는 오랫동안 사회문화적 의사소통에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왔고 앞 으로도 그런 의미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피부에 전자칩을 이식해 신용거래를 하게 되거나 가상현실을 접 목해 멀리에서도 서로 촉감을 주고받는 날도 오리라고 예측한다. 오늘날 갈수록 번창하고 있는 화장품 산 업, 성형.미용시술 산업의 호황 등은 이런 예측을 튼튼하게 뒷받침한다. 교황청 기밀유출 ' 바티리크스' 위키리크스의 이름을 딴 바티칸 비밀문서 유출 및 폭로 사건. 교황이 외출할 때 우산을 받쳐주는 등 교황 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던 가브리엘레의 체포는 이 사건이 바티칸 권력 핵심부와 관견된 것임을 시사한다. 금융비리, 교황 암살 기도설 등 바티칸 내부문서 폭로 잇따라, 테데스키 은행장 전격 해임에, 교황의 집사 가브리엘레 체포--- 누가 왜 흘렸나에 시선 쏠려, "메르토네 국무원장에 맞서는 추기경과 대주교들의 반 란 전 국무원장 소다노 배후로 지목" 바티칸은행은 1942년 로마가톨릭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자 설립됐다. 1990년대에 이르면 해외 전역에 100 억달러를 투자한 큰 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피아, 프리메이슨 등이 결탁되어 돈세탁과 의 문의 살인이 줄을 잇는 엄청난 스캔들을 거쳤다. 바티칸은행의 자산 축적은 주로 1968년 미켈레 신도나라 는 이탈리아 은행가를 자금운용책으로 고용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서양의 오래된 비밀결사인 프리메이 슨 비밀조직 중 하나인 '프로파간다 두에' 혹은 'p2' 회원이다. 이탈리아 마피아와도 연관을 가진 그는 미국 의 최대 마피아인 감비노 패밀리의 마약자금 세탁을 도와주며 바티칸은행에 엄청난 자금을 유입시켰다. 감비노 패밀리는 미국 뉴욕 5대 마피아 패밀리의 하나이자 나중에 마피아 패권을 장악하는 갱 조직이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주인공 콜레오네 패밀리의 모델이기도 하다. 신도나는 '마부시'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감비노패밀리의 마약자금을 세탁해주며, 무려 50%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돈세탁은 당시 이탈리아의 최대 민간은행인 방코암브로시아노의 은행장인 로베르토 칼비의 도움을 받았다. 칼비 역 시 신도나와 같은 피투회원이다. 한겨레 2( ~6.5) 188

189 바티칸은행의 돈세탁은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 취임으로 드러나며, 바티칸과 이탈리아 당국의 수사 대 상에 올랐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취임 33일 만에 급서했다. 그의 돌연사는 암살설을 떠돌게 했다. 공식 사 인은 심장마비였으나, 일부 의학전문가들은 폐색전증이나 그가 먹던 약의 부작용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돈세탁을 도운 방코암브로시아노는 1982년 35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보며 파산을 했다. 이 은행의 최대 주 주인 바티칸은행의 수장인 폴 마싱커스 추기경은 기소됐다. 방코암브로시아노의 돈세탁은 피투 회원인 필 리포 바르발리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피투와 그 수장인 리초 젤리는 1970년대 이탈리아의 우익 테러단체에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싱커스 추기경은 면책특권으로 기소를 면했다. '신의 은행가'라고 불리던 로비르토 칼비 방코암브로시 아 은행장은 수사가 절정에 오르던 1982년 6월 이탈리아에서 실종됐다. 8일 뒤 런던 금융가의 한 다리 밑 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은 애초 자살로 처리됐다가 나중에 런던 경찰에 의해 타살로 다 시 수사됐으나, 아직까지도 정확한 사인은 불명이다. 바티칸은행에서 마피아 자금 세탁을 주도했던 신도 나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1979년 그 돈세탁의 하수인인 자신의 변호사 조르조 암브로솔리의 살해를 명령헸 다. 그는 미국 마피아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미국 수사당국에 기소되자, 위장 납치극을 벌이며 도피하다가 결국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되어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신도나는 다시 살인 혐으로 이탈리아로 송환되 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커피에 탄 독약을 마시고 독살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향력이 큰 13억 신도의 로마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바티칸은 2천년의 역 사 동안 극단적인 두 얼굴을 보여왔다, 예수의 가르침인 사랑과 화해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신성한 교회로 서의 모습과 인류 역사의 부패와 암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최고권력기관으로서의 모습이다. 바티칸은 중세와 종교개혁기를 거치면서 극단적인 부패와 암투를 보이면서도, 언제나 사랑과 화해라는 본연의 사명 을 위한 자정과 개혁도 이뤄왔다. 이번 문서 유출로 촉발된 바티칸의 내부 분쟁이 갱스터 영화의 또다른 소재를 주는 데 그칠지, 아니면 교회의 더 높은 자정과 개혁으로 도약할지는 아직 진행형이다. 정희진의 어떤 메모 <언니의 폐경>. 김훈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미국의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지미 호퍼틑 마피아 보스 알카포네를 만난 뒤 부러운 듯 말했다. "그의 손은 하얗고 부드러웠다." 이 말은 내가 반복해서 생각에 담그는 글귀 중 하나다. 몸, 특히 손은 일상의 노동과 계급을 상징한다. "아름다운 여성"은 남녀 모두에게 성별화된 계급적 욕망이다. 나이듦과 외모의 의미는 성에 따라 다르다. 남성의 나이듦은 돈이나 지식 같은 자원으로 '커버'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한겨레 2( ~6.5) 189

190 김훈은 소설, 논픽션, 기사, 수필을 불문하고 모든 글을 잘 쓰는 예술가다. 박완서가 일상에 관한 뛰어난 서술가였다면, 육체에 해당하는 작가는 김훈이 아닐까. 몸은 자원이 아니라 행위자다. 몸은 교환, 사용, 묘사당하는 객체가 아니라 사고와 생활을 체현하는 사람 자체다. 몸은 사회이며 정신이다.몸에 대해 쓰는 것은 인물을 ㅆ는 것이고 인생에 대해 쓰는 것이다. 몸에 주제가 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의 속옷에 가끔씩 여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 다. 염색기가 없는 통통하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었다... 겨울 속옷의 섬유 올 틈에 파묻힌 머리카락을 손톱으로 떼어내자 더운 방바닥 위에서 머리카락은 탄력을 받고 꿈틀거렸다."(32쪽) 겨울 방바닥의 정전기와 긴 머리카락의 탄성,젊은 여성의 육체, 중년의 부부 관계, 남편의 정사를 알게 된 아내. 이 상황이 머리카락에 다 있다. 소설의 화자인 50대 여성은 출세한 남편이 이혼을 원하자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대답할 수 없었으므 로 왜 헤어져야 하는지를 물을 수가 없어" "...날이 흐려서 비가 오고 비 오는 날이 저물어서 밤비가 내리 는 것처럼 느껴져..." 남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한다. 매달리고 상대 여자를 찾아가 머리끄덩이를 잡는 '사 모님'은 없다. 그녀는 "대표이사 부인"을 유지하려는 계급투쟁 대신 다른 사랑을, 시간의 풍랑을, 오늘 이 시간을 산다. 사설--대법원 편향적으로 구성힌다면 국회가 막아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어제 대법관 후보 명단을 확정해 대법원장에게 넘겼다. 앞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이 이 가운데 4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고 국회가 인사청문 회와 무기명투표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추천위가 추천한 명단을 보면, 대법원 구성의 편향성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각계에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번에도 역시 '무늬만 다양화'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인사에서 비서울대 출신의 여성 대법관을 기용하긴 했으나, 핵심인 성향과 분야의 다양화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인선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정통 법관, 지방 법조인, 검찰 출신 등 을 1명씩 안배할 것이라는 예기가 나돌았다. 후보 추천 명단을 보면 이런 예상대로 인선이 진행될 가능성 이 커 보인다.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부터 대법원의 보수 편향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다, 이 번 인사 과정에서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의의지도 상당히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의 보수화 는 법원 전체의 보수화를 낳고, 결국 우리 사회의 구성이나 국민들의 다양한 성향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빚 한겨레 2( ~6.5) 190

191 어낼 수밖에 없다. 그런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될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현 정권 들어 입법부와 행 정부는 물론 제4부로 불리는 언론까지 보수 편향으로 짜인 구도하에서 사법부까지 보수 일변도로 흘러가 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일부 판결에서 이런 조짐이 엿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통합진보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과정에서 검찰이 당원명부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나, 국방부의 불온서적 반입 금지에 대한 면 죄부 판결,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유죄 판결 등이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대법원 수뇌부는 대법관 인사가 대통령과 대법원장만 합의하면 끝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회임명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대법원 구성에 관여하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이 편향적으 로 구성된다면 국회가 이를 견제할 책임이 있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동의안 부결 사태는 여당과 보 수언론 등 보수진영의 '횡포'에 의한 것이었지만 국회가 정당한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는 당연한 권 리로 볼 수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6월4일 국가관?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는 박근혜의 발언은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노란과 파 장을 불러 올 것이다. 지지율 1위인 유력 대선주자가 생각하는 '국가관'이란 무엇일까? 국가관을 이유로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거취를 결졍하자는 발상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박근혜는 지난 6월2일 이석기.김재연 거취 문제에 대해,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곳인데, 기 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두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본다" 고 맑힌 바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002년 박근혜가 평양을 방문해 주체사상탑과 김일성주석의 생가인 반경대를 방문한 행적을 거론하며 역공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이석기.김재연을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한 만큼, 김 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 장소에 찾아간 박근혜의 사상부터 따져보자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와 관련한 부분으로 그것을 근거로 의원직을 뺏는 일은 적절치 않다. 최근 발언이나 행동에서 공안적인 것이 전혀 없는데도 제명 운운한 것은 매카시즘적 발상이다. 박근혜의 발언은 배경에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보수표 다지기용 성격이 짙다. (많은 사람들이) 통합진보당 정체성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관'을 언급한 것은 논란거리임에 틀림없다. 이 발언은 '맹목적 국가주의로 신체와 사상의 자유 를 억압한 군사독재.권위주의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979년 '반국가주의적 언동'을 이유로 당시 야당 총재 한겨레 2( ~6.5) 191

192 이던 김영삼 의원을 제명한 사건이 있다. 차기 대선 유력주자가 국가관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건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던 1970년대 개발독재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지금 시기에 어울리는 리더십일까? 이런 국가관이라면 (박근혜 에게) 5.16 구사 쿠데타나 유신헌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구시대를 떠올 리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관 발언은 박근혜의 신념과 외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트의터 멘붕 관찰기 장덕진 서울대 교수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제2차 멘붕'을 가져왔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 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트위터 민심에 등를 돌리고 오만한 공천으로 일관한 끝에 총선 패배라 는 결과를 자초한 민주당에 실망하고 좀더 개혁적인 정치세력의 제도화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는데, 바 로 그들이 구태의 끝을 보여준 것이다. 이때다 하면서 덕지덕지 색깔론을 칠하고 있는 세력들도 한심하지 만, 그들을 비판할 의욕도 없다. 두 차례의 멘붕을 거치면서 트위터 이용자들은 갈길을 잃었다. 그러다 보 니 트위터의 정치색이 줄어들면서 리트위트가 줄고 실없는 농담과 리플라이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트위터를 규제해야 한다고 펄펄 뛰던 사람들은 지금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제 대 선에서 트위터 걱정은 좀 덜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두 가지 변수에 달렸다. 첫째, 총선에서 보았듯이 트위터 민심이 아무리 도와주어도 현실 정치세력이 제구실을 못하면 효과는 반 감된다. 정파가 아니라 시민과 연대해댜 한다. 정파의 논리가 공천을 망치고 있던 무렵, 트위터에서는 "이 제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더불어 심판의 대상"이라는 그들이 넘쳐났다. 둘째, 트위터의 과도한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닥치고 리트위트'는 안 된다. 사람들이 진짜로 친해져야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실없는 농담과 리플라이로 다져진 친분은 진짜로 리트위트가 필요한 결정적 인 순간이 왔을 때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트위터에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무슨 무슨 당'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실없는 당_이라도 만들 일이다. 사설-- 김재철 사장, 보복성 징계로 비리 덮겠다는 건가 문화방송이 지난 1일 파업중인 기자와 피디 등 35명에게 무더기 대기발령 노처를 내렸다, 수십명이 한꺼면 에 대기발령 조처를 당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달 30익에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 하는 등 조합원 3명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사쪽이 막가파식으로 징계의 칼을 휘둘러 문화방숭 파업 사태가 그한으로 치닫고 있다. 한겨레 2( ~6.5) 192

193 문화방송은 대기발령을 받은 노조원들에 대해 징계 방침은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람들 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댱연하다며 겁박하고 있다... 하지만 동료의 해고와 대체인력 투입에 한의했다고 징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조는 권재홍 본부장이 노조원들에 의한 신체접촉도, 상처를 입은 사실도 없다 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무리한 징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재철 사장이 낯뜨거운 개인비리가 속속 폭로되자 무 자비한 보복성 징계를 내리고 있다는 노조의 주당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김재철 사장 취임 2년동안 모두 7명이 해고됐고 106명이 징계를 받았다. 박 기자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에 이어 대규모 인사 조처를 한 것 은 압박 수위를 높여 노조를 굴복시키고자 한 듯하다. 하지만 문화방송 파업사태는 징계와 겁박으로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퍼업은 70%에 이른 높은 찬성률로 결정됐으며 지금도 77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 다는 절박한 자기반성과 공정방송에 대한 염원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사장은 20여억원에 이르는 법인카드 유용 및 배임 의혹 등 비리와 추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막 다른 길에서서 적반하장 격으로 무리수를두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여권에 파업사태를 은근히 즐기는 듯한 그릇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 는 듯하다. 역대 어떤 정권도 이 정도 개인비리가 드로났는데 비호하진 못했다. 문화방송 사태에 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6월5일 북에 건넨 'GPS자료' 군사 기밀이 아니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장치 등 군사기밀 수집 혐의(국가보안법의 목적수행)로 구속된 비전향 장기수 출신 이아무개(74)등 2명이 수집한 자료는 군과 관련된 기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전향 장기수 출 신이라는 경찰 발표와 달리 사상 전향서를 쓴 전향 장기수 출신임이 밝혀진 데 이어 수집한 자료도 군사 기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경찰이 종북논란에 맞춰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발표한 게 아니냐 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겨레 2( ~6.5) 193

194 한겨레 2( ~6.5) 194

195 자유경쟁과 자유시장의 원조 :16 한겨레프리즘 <'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조종> 1638년 서른 살의 존 밀턴은 유럽 여행 중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들렸다. 그곳에서 저명한 천문 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만났다. 갈릴레오는 교황청의 종교재판에 회부돼 단죄받은 뒤 5년째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75살의 노학자는 눈이 완전히 멀었고 자유를 박탈당한 몸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밀턴은 갈릴레오를 보며 진리가 독단에 감금당했다고 느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밀턴을 기다린 건 청교도혁명이었다 (1640~1660). 혁명의 선봉에 있던 밀턴은 의회를 장악한 장 로파가 ' 출당허가법' 이라는 사전검열제를 도입해 혁명을 동결시키려 하자 갈릴레오의 폐소공포 증을 느꼈다. 이 검열의 시대를 향해 터진 연설문이 바로 ' 언론 자유의 경전' 으로 불리는 <아레 오파기 티가>다. 밀턴은 출판물 검열을 ' 사상의 자유시장' 을 봉쇄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상을 상품에, 검열을 독점에 비유했다. " 진리는 허가와 규제에 의해 독점되는 상품이 아니다." 밀턴의 주장 은 당시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특권층의 상업적 독점에 대한 반감에 기댄 것이었 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 진리와 거짓이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라.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 쟁에서 진리가 패배하는 일은 결코 없다. 진리가 승리하는 데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고 검열도 필요 없다. 진리에게 자유로운 공간만 허용하면 된다." 밀턴의 강력한 수사는 ' 자 유경쟁' 과 ' 자유시장' 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서구 세계에서 자유시장 이념은 이렇게 수백년 동안 전근대적 특권과 억압에 대항한 투쟁의 무기였다. 밀턴보다 100년 뒤에 살았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1776)에서 자유경쟁을 이야기 한 것도 지배계급의 독점과 반칙에 대한 이론적 저항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것이 200년이 지난 뒤 사태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지난 30년 사이 자유시장주의는 강자는 더욱 강하게, 약자 는 더욱 약하게 만드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말았다. 부자의 세금 감면, 부자가 더 부자 되도록하는 시장의 재편, 그러면 더 커진 부가 밑으로 흘러내려 가난한 사람까지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신자유주의의 주문을 외는 동안 부자와 가난한 자의 거리는 멀어졌고 세 상은 전보다 훨씬 더 불안해졌다. 자유시장주의 이념으로 영국을 강퍅하게 만들었던 마거릿 대처는 인간 각자의 이기심이 사회 발전의 동력임을 강조하면서 말했다. " 사회 공동체 같은 것은 없다. 오직 개인만 있을 뿐이 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가지>는 이기심이라는 짐승을 풀어놓자는 신자유주의 전략이 마침내 파산했다고 선언한다. " 인간은 사회라는 울타리 없이 고립된 이기적 존재로 살아온 적이 없다." 이렇게 단언하는 장 교수의 책은 국내에서 출간되자마자 마이클 샌 들의 <정의란 무엇인다>가 지난 몇 달 동안 누린 베스트셀러 1위를 단숨에 이어받았다. 샌델과 장 교수의 책은 모두 ' 공동체 가치' 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제 잇속 만 챙기는 이기적 개인의 삶으로는 사회도 구할 수 없고 나 자신도 구할 수 없다. 이제 공동체 를 구함으로써 나를 구하는 일에 나서자. ' 자유시장' 이념에 조종을 물리자. 그 권위에 지금 이 나라의 책 읽는 사람들이 맹렬하게 호응하고 있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자유경쟁과 자유시장의 원조 195

196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44 윤석천 경제평론가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국부의 공평한 배분이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간극을 줄여 조금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냐가 초 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누군가의 몫을 떼어 다른 쪽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과도하게 집중 된 부를 나눠야 한다. 그 수단이 과세다. 이른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 역시 돈이 문제다 돈 없는 국가가 복지에 나서다간 쪽박 차기 알맞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는 얘기다. 직접세 강화를 통한 증세만이 해결책이다. 필요성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참으로 위태로운 상황 이다. 당분간 민간부문의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다. 정부 재정정책이 거의 유일한 탈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세수 급감의 확률도 높다. 선제적 증세가 시급한 이유다. 핵심은 증세에 있다. 그것도 부자 증세에 있다. 이를 말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건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세금을 더 걷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불편하기까지 하다. 정치인이 이 문제에 고개 를 젓는 건 당연하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니 듣기 좋은 말만 할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증세에 관해선 입을 닫으려 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대중을 마냥 기만할 수는 없으니 하는 척 이라도 해야 한다. 이른바 가짜 증세가 판치는 이유다. 이명박 정권이 5년 동안 깎아준 세금만 80조원이다. 게다가 딱히 부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안도 없다.기껏해야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약간 낮춘 정도 다. 정말 부자를 상대로 증세를 할 생각이라면 기준금액을 낮추는 동시에 세율을 대폭 인상했어야 한다. 생색내기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영국에서 활동중인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발표는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동시에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해준다. 한국의 슈퍼부자들이 해외조세피난처에 은닉한 금융자산의 규모가 약 779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자산만이다. 중국.러시아에 이어 ' 돈 빼돌리기' 세계 3위 다. 이런데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지 못한단 말인가. 이 이상의 명분이 더 필요한가. 빼돌리는 돈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다면 그 어 떤 돈에 세금을 매길 수 있단 말인가. 프랑스는 연소득이 약 14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에게 75%의 세금을 부과한다. 그전엔 48%를 매겼다. 한국의 부자들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세율이다.이렇게 파괴적인 공약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196

197 을 내걸고도 올라드는 당선되었다. 그리고 그는 실천했다. 한국 정치인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증세를, 그것도 슈퍼부자에 대한 증세를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이 진짜다. 나머지는 가짜일 수밖에 없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복지를 외쳐봐야 공염불에 불과하다. 경제민 주화를 외치면서 부자 증세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사기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없이는 경제 민주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세로 실패했으니 그 대척점인 증세가 해결책임을 믿는다. 2013년6월13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기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콘도회원 권과 숨겨둔 서울 서초동 땅 등을 찾아 모두 20억원에 가까운 돈을 추징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불과 4만 7000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벤츠 승용차를 경매에 부처 1억원가량을 추징했 고, 재국씨 명의의 1억1194만원짜리 콘도회원권, 서울 연희동 별채와 숨겨둔 서초동 땅에서 각 각 16억원과 1억원 등 모두 19억여원을 추징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검찰은 전 전 대통 령의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채권 추심을 통해 4만7000원을 추징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는 추징 실 적이 전혀없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1979년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사 실을 인정하면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6월14일 금요일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1979년 직 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의 환원을 촉구하였다. "당시의 6억원은 현재 가치로 32억 9000만원인데 박 대통령의 재산은 26억원으로 신고돼 있 다. 박 대통령이 총재산으로도 갚지 못할 빚을 (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국민들에게 갚겠다고 했는데 가능한 일이냐 '고 따져 물었다. 정 총리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환산해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발끈했다. 정 총리는 "6억원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6억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게 어떻게 지금 30몇억원이 됐다고 주장하나, 돈의 성격도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라며 목청을 높였다. 34년 동안의 물가상승률도 고려하지 않은 정 총리의 답변에 민주당 의원석에서 폭소가 터녀 나왔고, 안 의원은 "총리님답지 않게 왜 역정을 내나,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환산했다"고 다그쳤다. 그럼에도 정 총리는 "일방적으로 환산해 공세를 퍼니까 나도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면 한치도 물러서 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런 대정부질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며 질의를 끝냈다.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197

198 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런 대정부질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며 질의를 끝냈다 월 전두환 추징금과 박근혜 6억원 임석규 정치.사회 에디터 박근혜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뜻밖이었다. 처음 그 뉴스를 접했을 때 순 간적으로 박 대통령이 전두환에게서 받았다는 6억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새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징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니 적극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이 의지를 실어준 것은 추징에 도움이 될 것이 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연상시키는 문제를 왜 직접 끄집어냈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6억원 문제가 불거지자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 고 한 이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박 대통령이 6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게 아니라 직접 건네받았던 당사자에게 반환한다면? 그러면 29만원뿐이라는 전두환의 공식 재산이 6억29만원으로 늘어날 테고, 국가는 그로부터 6 억원을 추징하는 동시에 추징 시효도 3년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통령의 자산총액이 25억5861만원 이니 6억원 반납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박 대통령이 혹시 이런 묘수를 염두에 두고 추징금 얘기를 꺼낸 건 아닐까? 그런데 박 대통령이 6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해도 당사자가 수령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 하지? 유감스럽게도 상상일 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추징은 범죄행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 물건에 상당하는 돈을 대신 빼앗는 것이다. 따라서 6억원이 전두환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돈 이라고 볼 근거가 뚜렷해야 추징할 수 있다. 6억은 박정희의 비자금일 개연성은 있지만 전두환 돈은 아니 다. 설사 박 대통령이 전두환에게 돌려준다 해도 이를 추징할 수없다는 얘기다. 차제에 6억원과 관련해 몇 기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박 대통령은 추징금 문제와 관련해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과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긴 하다. 다만, 이는 자신의 6 억원에 대해서도 한 번쯤 던져봄 직한 질문이다. 그동안 30 여년이 흘렀으니 '경황이 없는 상황'은 이제 충 분히 해소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두환 비자금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이 어느 때보다 적절한 반환 타이밍이라고 보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언급하면서 "고의적.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는 엄정한 법 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구구절절 옳은 말씀이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스스로 되돌 아볼 필요가 있다. 6억원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종합하자면 전두환으로부터 '그냥', '감사히'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198

199 받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현재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 수백억원에 이를 돈을 거저 받은 뒤에 증여세 나 상속세를 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다. 6억원은 1979년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자기앞수표 1000만원짜리 수십장, 500만원짜리 수십장 등 9억5000만원 가운데 일부다. 금고에선 방위성금 기부자 명단도 함께 발견 됐는데 이 때문에 6억원이 방위성금 가운데 일부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 나중에 사회에 다 환원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나중'이 언 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대통령 임기 중인지, 임기를 마친 직후인지, 아니면 머나면 장래의 일인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회 환원'이란 말도 그렇다. 마치 개인 재산을 선심을 써서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6억 원은 당연히 국고에 귀속돼야 할 엄연한 공금이다. '사회 환원'이 아니라 '국고 반납', '국고 환수'라고 하는 게 옳다. 대통령의 말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6월19일 내 통장에 30억원이 들었다면 정영무 논설위원 5만원짜리 지폐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이 현금다발로 인촐해 유통 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5만원권으로 15억원이 들어가는 금고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온동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김치냉장고가 현찰을 집에 보관하는 데 제격이라는 노하 우가 부자들 사이에서 나돈다는 얘기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겁을 먹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것이다. 하지만 금쪽같은 이자를 포기하는 이런 전주들은 국세청이 털면 털리는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정작 큰손들은 차 명계좌라는 안전한 도피처에 깊숙이 머물러 있다. 씨제이 비자금, 전두환 비자금, 라응찬 비 자금의 공통점은 차명계좌다. 일반인이야 굳이 남의 이름으로 된 계좌로 금융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기업 소유 주나 고액 자산가, 범죄집단은 사정이 다르다. 비자금을 숨기고 돈세탁을 하고 변칙 상속.증 여를 하려면 차명계좌라는 통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명의 대여자와의 관계가 확실하다면 이 보다 더 안전하게 돈을 숨길 곳이 없다. 특히 은행이 제 발로 장기 휴면계좌 등을 활용해 이 들의 자산을 운용해줄 경우 내부고발 없이는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나기 힘들다.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199

200 20년 전인 1993년 한여름에 전격 도입된 금융실명제는 차명계좌를 허용하고 있다. 경제 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허명과 가명을 없애는 쪽에만 집중했다. 금융실명제 도입은 당시 대통령의 황태자 아들도 돈뭉치를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댈 정도로 충격이었지 만, 곧 부유층은 비자금과 탈세의 우회로를 찾아냈다. 금융실명제는 실명확인 의무를 소홀 히 하거나 차명계좌 거래를 유도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서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는 허용해 반쪽짜리에 그친 것이다. 국내총생산 의 23%(290조원)에 이른다는 지하경제에 은신처를 마련해준 셈이다.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융실명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실명거래를 의무화하고, 차명거래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 만 당국은 합의 차명에 규제를 가하면 금융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았다. 지금도 차명계좌를 애용한 불법행위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쪽이다. 도둑이 판을 치는데도 시민들이 놀랄까봐 출동은 자제하고 검문 소 경비를 강화하겠다는 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처럼 노숙인 명의의 계좌를 다급하게 트는 일도 있지 나, 대부분의 차명계좌는 부하직원이나 친인척처럼 권력관계와 친분관계를 이용해 만들게 된다. 실소유주와 명의자, 금융회사가 크게 틀어지지 않고 상호 이익이 되는 한 이들의 담합 구조가 깨지기 어렵다. 비자금의 은신처를 없애려면 이러한 담합구조를 깨야 한다. 부동산실명제법의 원리를 차용해 금융자산을 차명인의 증여의제로 간주하는 민주당 민병 두 의원의 법안은 주목할 만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직 기사처럼 이름을 빌려준 통장에 30억원이 들어 있을 경우 지금은 일단 내 권리로 인정되지만 실소유주가 입증을 하면 돌려 줘야 한다. 이 법은 내 통장의 돈은 과징금을 내고 나면 내 돈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정한 유예기간 뒤의 일이다. 원소유주는 차명인에게 돈을 떼일 위험이 있으므로 합의에 의한 차명이 확 줄 어든다. 차명계좌의 햇볕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이다. 여기에 끝내 반 대할 사람은 차명계좌를 숨통으로 여기는 극소수 부유층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공익의 침해자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200

201 경제민주화의 본질-부자증세 201

202 왜 성공한 대통령이 없을까 :16 정석구 칼럼 칼럼 (13.4.9) 왜 성공한 대통령은 없을까 성급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 씬 높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내 갈 길 내가 알아서 간다'는 불통 대통령 이어 서만이 아니다. 비리로 얼룩진 비B 급 인사들로 내각 을 구성하고, 대선 공신들에게 전리품 나눠주듯 낙하산 인사 를 자행해서만도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우리의 정치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게 돼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성패는 사회 통합을 얼마나 잘 이뤄내느냐에 갈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사회적 환경 은 구조적으로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회 통합을 이루려면 타협과 양보가 필수적 인데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치 세력 간 대화와 타협의 유인 이 별로 없다. 선거 과정에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고 한 박 대통령도 한두번 그런 몸짓을 할지 모르지만 굳이 계속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 에 따라 모든 걸 잃은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의 '대권' 쟁취를 위해 투사형 정당이 돼 가고, 이로 인해 일상화된 정치적 갈등은 사회 통합의 장애 요소로 작용한 다. 특히,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승자가 되는 현행 선거제도는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 익을 대변할 다양한 소수 정당의 형성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사회 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 든다.... 취약한 정당구조는 대통령의 실패를 부추긴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념정당이라기 보다 대 통령 지원 부대 성격이 강하다. 현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히 그렇다. 만약 새누리당이 분명한 정책 방향과 지도력을 갖고 있다면 박 대통령의 일탈을 견제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이끌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야당이라고 커게 다르지 않다. 이념과 정책을 명확 왜 성공한 대통령이 없을까 202

203 히 하고 이를 토대로 지지 세력을 결집해가기보다는 당내 권력 싸움에다 대권 쟁취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도하게 비대해진 관료집단도 대통령의 성공을 돕기보다는 실패 쪽으로 이끌 가능성 이 크다. 관료집단은 이미 부처 이기주의와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공룡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박 대통령에게 이리저리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 것 자 체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을 갖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과 조언 을 넘어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느 정치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 다. 그것의 출발은 승자 독식형 민주주의 제도 개혁, 정책과 이념에 따라 운영되 는 정당 건설, 관료집단의 조직이기주의 타파 등이 될 겻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런 개혁 없이 '제왕적 대통령'만 아무리 비판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시스템을 근 본적으로 뜯어고칠 '대한민국 구조개혁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왜 성공한 대통령이 없을까 203

204 "박근혜표=홍준표" :40 시론 "박근혜표 복지= 홍준표" 요즘 새누리당과 정부, 그리고 재벌들은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국정기조 삼은 '창조경제'가 무 언지 이해가 안 가 이른바 '열공' 중이라 한다. 그런데 실은 그것의 주창자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새로이 부활된 해양수산부의 장관 후보는 청문회에서 스스로 "잘 모르겠다"고 선포했고 그의 동영상은 마침내 유머게시판에 올랐다.... 여전히 '박근혜표 복지'가 무엇인지 몰라 헤매던 차에, 드디어 이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이다. "지방의료원, 지방거점 공공병원을 활성화하겠습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부터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어렵다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이말은 누 가 한 말일까? 앞의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뒤의 말은홍준표 도지사의 취임사 다. 의회를 권력의 들러리로 만드는 것도 닮았다. 홍준표 도지사도 환자에 대한 퇴원조치와 의료진에 대한 해고 예고 통지를 먼저 한 후 뒤늦게 경남도의회에서 관련 조례 개정안을 통 과시키려 하고 있다. 의료원 폐쇄 이유도 '적자'에서 '강성 노조'로 말을 바꿨다. 이런 와중에 아픈 서민의 대변자가 되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께 업무 보고해 가슴 벅찬 감동"을 표했던 그의 '감수성'은 아픈 서민들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 걸까?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0%가 넘고, 복지국 가 스웨덴.노르웨이는 90%가 넘으며, 미국도 30%이다. 그런데 겨우 10%도 안 되는 공공병 상을 가진 나라에서 도립병원 하나 유지 못 하고 몇 개 안 되는 공공병원조차 지켜내지 못 하는 지방관.장관.대통년은 지도자로서 자결이 없다. 더악이 지금의 진주의료원 사태는 크게 보면 서민의 건강보다 민간 보험회사와 공급자들의 이익을 우선하려는 '의료 민영화 정책'이 다. '의료 민영화' 정책이 휩쓸고 간 자리,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영리적 병원과 민간보험이 박근혜표=홍준표 204

205 득세하는 곳에서 의료비는 하염없이 오를 것이다. 이제 돈 없는 서민이 슈퍼마켓에서 실과 바늘을 사서 직접 자신의 찢어진 상처를 꿰매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의료비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한 정부가 무슨 방법으로 의료보장 수준을 공약대로 높이겠는가? 급하고 절박하 다. 암과 싸우는 것만으로 힘에 겨운 김씨 할머니, 이씨 할아버지가 벙원 폐쇄로 불안에 떨 고 있다. 지금 홍준표 도지사의 오기를 잡을 있는 건 대통령뿐이다.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 면, 단언컨대, '박근혜표 복지=홍준표다". 박근혜표=홍준표 205

206 개성공단은 어떤 곳? 개성공단 파탄지경 :31 개성공단은 어떤 곳? 123개 개업서 5만여명 근로 매출 4조7천억 규모로 성장 개성공단은 파탄지경에 이른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현재의 100만평 규모인 개성공단이 닻을 올린 것은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가 개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다.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2003년 6 월 공단 조성을 위한 첫삽을 뜬 뒤 개성공단은 세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2007년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인한 금강산 관광 중단,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2010년 11월 연평도 포 격 때도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조업해왔다. 2005년 18개 기업이 진출해 1491만달러의 물품을 생산했던 개성공단은 2012년 말 123개 기업 4조69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공단의 근로인원은 5만4234명(남한근로자 768명 포 함)이다. 남한 기업들은 월 100~150달러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은 경제효과 말고도 남북 관계 개선에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북쪽은 6.25전쟁 당 시 남침 경로의 평야지대를 공단으로 내줬고, 이는 서부전선의 군사적 긴장의 완화하는 결 과로 이어졌다. chari [email protected] r 개성공단은 어떤 곳? 개성공단 파탄지경

207 개성공단은 어떤 곳? 개성공단 파탄지경

208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12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시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님께.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208

209 하필 이 계절에! 엊그제 바람은 거칠고 비는 심란했습니다. 게다가 추위까지 겹쳤으니 그 야말로 설상가상입니자. 오늘 햇살은 화창했지만, 남녘의 꽃대궐은 꽃무덤으로 무너진 뒤이니 무슨 소용이랍니까. 매화, 벚꽃, 목련 등 하늘 가득 눈부시던 그 보람은 이제 흔 적도 없으니, 이제 춘망 春 忘 의 봄입니다. 그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는데.... '선운사에 서' 최영미 시인이 아파하던 것이, 우리의 애상이 되었습니다. 별리의 아픔을 이렇게 담담하게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가슴을 쳐도 시원 찮을 텐데, 잊는 것 또한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니. 님이라면 어떠했을 궁리해봅니다. 청년 시절, 천년왕국의 공주에서 졸지에 몰락한 왕조의 이끼처럼 살아야 했으니, 그래서 마음 을 열지도 못하고, 열 수도 없는 얼음공주가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법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황지우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에서) 싶은 건 시인의 바람만은 아닐 겁니다. 창문이 꼭 닫혔다고 봄바람, 꽃향기 가 스미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구중궁궐 규중심처의 닫힌 마음에도 연분 홍 봄은 피어나겠지요. 우리 시인의 최고 애창곡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봄날은 간다'랍니다.....님께서도 모를 리 없겠죠.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노랫말에 가슴 한구석 무너지던 청춘의 한때가 없었다면 국적을 의심해야 합니다. '선운사에서'는 님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전혀 다른 색상, 디자인, 그리고 의미를 가진 옷 두 벌을 제공합니다. 하나는 국민 공통의 애상에 안성맞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님 께서 앉아 있는 권좌에 딱 어울리는 복색입니다. 최 시인이야 꿈도 안 꿨겠지만, 시 속의 꽃을 권력으로 바꿔 읽으면 그 정체는 곧 드러납니다. '피기는 오래여도 시드는 건 잠 깐'인 것이 권력입니다. 꽃과 권력, 속성이야 전혀 다르지만, 세상을 현혹하는 눈부심이 야 같습니다. 다만 권력은 무죄한 꽃을 함부로 꺽으려 합니다. 그 힘을 과신하는 탓에 곧 저무는 제 운명을 쉬이 망각합니다. 꽃의 짐을 두고는 아름다워 슬퍼하지만, 권력의 몰 락을 두고는 역겨워 침 뱉는 까닭도 여기에 있겠지요.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209

210 기억하십시오. '임기'(5년 단임)를 말입니다. 권력의 힘에 도취돼 천지의 뜻을 거슬렀던 이들이 맞았던 운명을 님은 잘 아실 겁니다. 주인 없는 주검이 되어 객지를 떠돈 이도 있 었고, 제 수족들에 의해 피투성이 주검이 된 이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낫지만, 퇴임과 함 께 감옥으로 직행하거나, 입창 대기자처럼 전전긍긍하는 이도 있습니다. 허투루 관리하 다가 퇴임하기도 전 혹은 퇴임과 함께 패가망신하거나 폐족의 신세가 된 이도 있습니다. 이런 불행은 안타깝게도 전임자들 모두에게 예외가 없었습니다. 천주교 대구교구 성직자 묘역 입구에 이런 경구가 걸려 있습니다. 양쪽 기둥엔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가로 현판엔 '죽음을 기억하라'. 오늘 내가 이렇게 누워 있듯이 내일은 네가 눕게 될 것인즉,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순명 하라는 뜻이겠지요. 하물며 성직자에게도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는데, 권력자에게 머잖은 퇴임을 기억하라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배를 띄우는 건 물이고, 권력을 띄우는 건 국 민입니다. 꽃이 지듯 권력 또한 진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국민 과 그 신뢰에 의지하게 될 것입니다. '작업'을 걸겠다고 한 편지가 훈계조로 흘렀습니다. 난데없는 비바람에 꽃비 쏟아지듯, 난데없는 남북간의 끔찍한 말폭탄에 흉흉해진 시절 때문에 걱정 한 자락 펼친 것이니 해 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꽃샘만 지나면 청와대에도, 님의 어머니를 닮았다는 목련부터 시작해 왕벚과 산 벚 따위가 만개하겠죠. 그야말로 꽃대궐이 되겠지만, 함께 즐길 이 없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겁니다. 그럴 때면 북촌 쪽에 올라 청와대 비탈을 바라보십시오. 님의 거처는 얼 마나 아름다운지,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얼마나 큰지 느껴보십시오. 그분들을 마음속에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분들과 함께하십시오. 그들을 잊었던 전임자들이 겪은 여러 비 극도 함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가수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는 이렇게 끝맺습니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추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런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거야, 아마도 ~"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210

211 5년 뒤 그런 추억을 기대하며, 한번 불러보시기 바랍니다.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211

212 어느 내과 전문의 의사의 편지 :48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 과장 저는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 근무한지 1년가량 된 내과 전문의입니다,... 이 병 원에서 일하면서 겪는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자군을 만나게 되는 것 입니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아 지하철역이나 거리를 헤매는 환자나 각종 복지시설을 전전 하는 환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환자들(배제된 자들)이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들이 특징은 실제 나이에 비해 20 년은 더 늙어 보이고, 치아가 아예 없는 환자도 많은 등 같은 환자라도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라 면 올 수 있는 합병증은 다 가지고 있고, 폐결핵이면 결핵으로 폐가 거의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물론 중증의 영양실조 상태인 경우도 많습니다. 공공병원의 또다른 특 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응급실에 목욕실이 있다는 점입니다. 도저히 그냥 입원시킬 수 없는 환자들을 씻기고 입원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질병치료는 물론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 혜택 을 받게 하는 일도 필수입니다. 질병 치료 과정에서도 민간병원과 달리 진단에 꼭 필요한 것 이 아니라면 건강보험 혜택이 되지 않는 검사나 치료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강성노조 때문에 진주의료원을 폐쇄한다고 하던데, 우리 시대의 가장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그래서 때로는 의료진에게 폭언을 하 기도 하고, 결핵이나 옴 등 감염병을 옮기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지도 돌보지 않 는 소외된 환자들- 을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간호 해온 사람들이 바로 홍지사가 말하는 강성노조의 실제 모습입니다. 아픈 사람을 두고 돈 벌 궁리만 하는 민간병원들은 절대 공공병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지 원금을 줘서 공공의료사업을 넘기면 그것을 이용해 병원 선전 수단으로 삼고 이윤을 추 구할 것입니다..... 모든 걸 돈으로 평가하는 시대이니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이 사람들의 목숨값은 얼 어느 내과 전문의 의사의 편지 212

213 마입니까? 죽을병에 걸렸으나 가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겪는 고통과 좌절을 치유 하고, 장애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자살 혹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는 공공병원에 1년에 30억~40억원의 적자분을 지원하는 게 마냥 아깝기만 하십니까?.... 우리는 누구나 환자가 됩니다. 환자가 됐을 그 누구나 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싶지 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의 공공성은 반다시 지켜야 하고 더 키워 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는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오히려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는 고작 이렇게 외칩니다. "진주의료원을 살려주세요! 공공병원을 지켜주세요!" 어느 내과 전문의 의사의 편지 213

214 안나 카레리나라는 낯선 기호 :01 [안나 카레리나]라는 낯선 기호 들레즈를 비롯한 탈근대철학이 제기한 중요한 문제의식 중 하나는 '나'에 집착하는 존재론 을 깨는 것 이다. 관건은 '나'라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나를 아우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 건'이고 '생성'이다. 그러므로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은 의미 없는 명 령이다. 우리는 창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설 때 비로소 영감을 얻게 된다."(."(미셸 투르니에) '나'를 알려면 "문밖"의 '낯선 기호 '(들뢰즈 들뢰즈)와 부딪쳐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유 가 발 생한다. 외부와의 마주침이 없으면 사유와 생성과 변화는 없다. 한국 사회의 힘 가진 자들이 씁쓸하게 보여주듯이, 아집에 사로잡힌 '나'만 남는다. 정신분석학에서 밝혔듯이, 인간은 원래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새로운 몸과 마음을 만들려는 야무진 결심이 대개 작심삼일이 되는 건 자연스럽다. 익숙한 '내' 몸과 마음과 결별 하려는 실천은 고통스럽지만, 고통 없는 변화는 없다. 변화의 계기는 낯선 기호인 다른 사람과의 마주침에서 온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나'를 벗어나 외부의 입장에 설 수가 없 다. 재현의 한계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내'가 남이 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변화의 계기 가 주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계기가 다른 이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 이런 자기객 관화의 능력을 지닌 이가 성숙한 존재이다. 이것이 모자랄 때 독선이 생긴다. 카프카의 통찰에 따르면, 성숙한 이는 '나'와 세계의 투쟁에서 언제나 후자를 지지한다. '나'라는 좁은 우물 밖의 세계가 언제나 더 풍요롭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사람들의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의 왜소함과 한계를 독자나 관객이 절실히 되돌아보게 만드 는 것이 걸작이다. 걸작의 캐릭터들은 독자에게 낯선 기호이고 미지의 대상이다. 걸작을 읽거나 보면서 우리는 그런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의 의미를 성찰하게 되고, 그 성찰은 자신 으로 이어진다. 톨스토이 원작을 각색한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가 좋은 예이다. 영화는 '낯선 안나 카레리나라는 낯선 기호 214

215 기호'인 안나, 카레닌, 브론스키, 레빈이라는 미지의 대상을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를 관 객에게 묻는다. 안나가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를 선택한 것은 단지 욕정의 산물인 가, 아니면 인습에 대한 저항인가? 안나를 대하는 브론스키의 마음은 한결같은가, 아니면 변화하는가? 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연극적 세계로 묘사된 귀족들의 삶에 대조되는 자연과 대지의 풍요로운 세계로 제시되는 레빈과 키티가 맺는 대안적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은 없다. 낯선 기호를 해석해도 항상 잉여 는 남는다. 그게 걸작의 세계이고,우리의 삶이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과 삶 을 성찰하게 된다.특히 흥미로은 건 카레닌 의 형상화이다. 영화는 유능한 정치가이지만 고 루한 성적 인습과 종교적 관념에 사로잡힌 카레닌의 분열된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다. 카레 닌은 출세를 위해 사랑과 가정을 무시하는 속물만은 아니다. 안나의 자살 이후 자신의 아들 과 안나와 브론스키가 낳은 딸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카레닌이 쓸쓸히 바라보는 엔딩은 인 상적이다. 감독은 이 장면을 연극적 배치로 제시하면서 카레닌이 속한 세계의 한계, 혹은 우 리가 살아가는 연극적 삶의 작위성을 드러낸다. 영화는 문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욕 망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물음을 품고 계속 답을 찾을 뿐이다. 그것이 걸작의 역할이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 영문학 안나 카레리나라는 낯선 기호 215

216 자살유발사회 :12 자살 유발 사회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올봄에는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워서 그런지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등 약간의 시차를 두고 피던 꽃이 거의 동시에 산야를 덮고 있다. 게다가 이제 막 돋아난 연두색의 신록까지 더하니 정말, 자연이 주는 새 생명의 향연에 흥이 절로 나고, 감격을 주체할 길이 없다. 그러 나 이 생명의 잔치 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잔치에 초대받기는커녕,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43명이나 된다고 한다. 남은 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을 생각 하면, 같은 당에 살면서 봄을 즐기는 것도 죄스럽다. 신이 준 소중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꺾 어서는 안 되며, 만약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렇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최대의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지난 8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이시디 평균의 2배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문명을 향해 달려 왔는데, 도착 하고 보니 야만이더라 라는 글귀가 자꾸 생각난다. 즉 한국은 경제성장과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라고들 자랑하지만, 사실 깊은 병에 걸려 있으며, 이제는 성장과 경쟁이라는 우상에 사 로잡혀 왜 우리가 그 길로 가려 했었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던지기를 포기하고, 그래서 치유 의 길까지 잃어버린 나라가 되었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150개국 중 56위에 머물고, 생 명의 약동을 마음껏 자랑해야 할 청소년 2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하는 나라를 발전된 나라, 문명국가라 부르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살 유발 후진국에 살고 있다. 그런데 매년 증가하기만 하는 자살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자살을 오직 개인 문제로 치 부하면서 통계가 보여주는 진실을 외면하는 정치권과 사회의 태도다. 청소년, 장년, 노인층 자살유발사회 216

217 각각의 자살 이유나 배경도 물론 상이하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자살 빈도나 양상 에서 의미있는 특징이 나타나도 계속 개인의 선택이라고 우길 것인가? 외국 연구에서도 노동자와 군인의 자살 위험이 높다는 조사가 있고, 한국에서도 이미 제주 대 의대팀,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최하위 계층이 가장 자살 위험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의 자살 고위험 지역은 대체로 다세대 밀집지역, 영구임대아파트, 쪽방촌 등의 빈민 주거지역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복지사들의 높은 자살 빈도 역시 생활고, 실적 경쟁 스트레스, 희망 상실 등이 원인이라 는 점이 확인되었다. 우리사회의 자살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연관성이 매우 높으 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타살의 성격이 강하다. 서울 노원구에서 자살 위험 집단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한 결과 자살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역으로 한국 자살이 주로 사 회가 유발한 것임을 입증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자살은 사회의 도덕적 붕괴를 웅변해주는 현상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기보다는 생존의 전쟁터에 나간 전사처럼 도구화될 때, 이 전쟁터에서 비굴하게라도 살아남기를 강요하고, 대열에서 탈락한 사람의 손을 아무도 잡아주지 않을 때, 사람들은 희 망의 끈을 놓아버리기 쉽다. 여린 생명체인 인간에게 따사로운 봄볕 같은 사회의 배려와 관 심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고귀한 생명은 올봄의 피다 만 꽃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각종 예방 조치도 중요하지만, 이 잔혹한 경쟁의 채찍을 과감히 거두어야 한다. 국가나 사회의 기본 목 표와 방향을 돌리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죽음의 행진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그러나 죽은 자의 무언의 외침을 듣자. 어른이 있는 세상 이명수 의 사람그물 아이가 말했다. 엄마, 반에서 왕따당하는 애가 있어. 걔한테 말 시키면 같이 왕따시켜서 걔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 어쩌면 좋지? 엄마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걔하고 놀지마. 그러 다 너 까지.... 다음날 그 말을 한 아이가 죽었다.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 자살유발사회 217

218 어놓은 거였다. 며칠 전, 실화를 조금 가공해서 내가 트위터에 쓴 글이다. 5000회가 넘게 전 파됐다. 왜 그토록 많이 퍼진 것일까. 그 글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게 실화인 가? 이다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가 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다. 현실로 받아들이기 버거워서 그랬을 것이다. 아동청소년기의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이 나라의 교육환경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체감 하고 있는 부모라면, 지금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 부 모라면 모두에게 지옥도를 강요하는 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 다. 그 지옥도를 조장하는 일에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인식은 심장에 바늘이 후두둑 떨 어지는 듯한 고통을 수반한다. 그런 고통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으니 외면의 방어기제가 강 력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자살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너도 알 고 나도 안다.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특정 지역에서 1년4개월 사이 중.고교생 13명이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성적부담, 신병비관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머리가 심장 을 갉아먹는데 더 이상 못 버티겠다 고 절규한다. 그런데도 이 사회의 반응은 여름 소나기 피하듯 그때뿐이다. 다른 학생들은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안 죽는 애들은 다 문제가 있는 거야? 피해자의 문제로 몰아가는 듯한 끔찍한 진단이 지금도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듯 지금의 교육환경은 철 저하게 어른들의 잘못과 욕심에서 비롯한 것인데 어찌 그렇게 무책임한가. 중학교 아이 수십명을 무인도에 풀어놓고 살육전을 강요하는 일본 영화의 한 대사는 섬뜩 하다. 각자 나눠주는 무기로 한 사람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라. 기간은 3일. 만약 제한시 간까지 두 사람 이상 살아 있으면 목에 채워진 센서가 폭발해 죽는다.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이 바로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내 아이에게만 더 좋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거나 꼭 끌어안고 최후의 승자이길 기원하는 일은 부의미하다. 이 나라의 교육현실은 전쟁같은 상황이 아니라 진짜 전쟁터다. 아무리 좋은 방 탄복을 입혀봐야 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결국엔 다 죽는다. 전쟁은 끝내야 다 산다. 그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은 어른들이 자신이 어른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어 른이 있는 세상 을 만드는 것이다.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어른이다. 아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보듬고 사랑하는 일이 어른의 할 일이다. 지금의 우리도 그런 어 자살유발사회 218

219 른 성( 性 )의 도움으로 아이의 시기를 건너왔다. 누구나 그렇다.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죽음에 이렇게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본능이라는 이유 로 내 새끼만 살리겠다고 발버둥 쳐봐야 누구도 살리지 못한다. 겨우 살아나도 제대로 된 삶 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학업성취도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꼴찌 수 준이 된 건 벌써 오래전 일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 라는 수식어는 이런 때 사 용해야 하는 거다. 어른이 있는 세상 을 만들어야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그런데 지금 그 어른들도 병들어 있다. 자살유발사회 219

220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 곽병찬 칼럼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올해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물고 늘어진다.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즈음해 "올해로 마지막"이라고 했던 그가, 올해도 이 노래의 퇴출을 공언한 다. 그 집요함을 보면 박 처장은 광 주 학살 위에서 정권을 찬탈했던 신군부를 지금도 떠받 드는 것 아닌가 싶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항쟁 당시 시민들이 불렀던 노래가 아니다. 무수한 젊음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그해 12월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개사하고, 김종렬씨 가 곡을 얹어 탄생한 것이 이 노래였다. 앞서 간 이들의 뜻을 기억하고 살아남은 자의 계승 의지를 다짐하는 노래였다. 기억하고 다졌던 그 뜻이란 다름 아닌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수 호였다. 권장할 노래지 배척할 노래가 아니다. 지난해 기념식의 한 장면은 지금도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황식 당시 총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눈 감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박승춘 처장은 경망스럽게 도 시종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국가적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부처의 장들의 참으로 어이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면 차라리 참석이나 하지 말 일이었다. 관직을 지 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안달복달하는 그 모습이 차라리 불쌍했다 항쟁은 다른 국가기념일과 성격이 다르다. 국가의 무력이 민주화 요구를 유혈진압한 데 대해 시민들이 일으킨 봉기였다. 한편에 국가 폭력이 있었다면 다른 한쪽엔 시민의 저항 이 있었다. 5.18을 기억하고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가 시민이 중심이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날만큼 정부와 군은 가해자 입장에서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 다시는 국가가 국민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220

221 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기를 다짐하면서 말이다. 노래 바꾸는 것에 그렇게 사생을 걸 필요가 있느냐고 따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기념식 의 가장 중요한 상징적 의례는 노래의 제창이다. 따라서 보훈처 멋대로 공식 기념가를 바꾸 겠다는 것은, 국가가 다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폭력에 맞섰던 항쟁을 국가가 나서서 박제화된 기념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훈처를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가. 보훈처는 그 설립취지와 달리 군사반란과 정권찬탈을 주도했던 군의 최고위 장성들이 은퇴 후 접수해온 곳이다. 박 처장 역시 사단장, 군단장, 국방부 정보 본부장을 역임한 군 수뇌의 일원이었다. 그가 오매불망 항쟁을 기름 빼고 따귀 빼 맹탕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까닭 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보훈처 산하 서울보훈청은 최근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청소년 대상 글.그림.사진 공모전에서 일부 수상작의 교체를 사실상 강제하기도 했다. 이유인즉 시 부문 수상작에 총성, 피냄새 따위의 시어가 포함돼 있고, 그림 부문 수상작엔 군인이 시민에게 총 을 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적 혹은 회화적 과장 표현도 아닌 사실 그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이니, 그들의 속셈은 알 만하다. 지난해에도 서울보훈청은 초등생 수필 부문 수상작이 '전두환의 29만원'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고 펄펄 뛰었다. 박 처장이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을 즈음이었다. 박 처장을 지금 지휘하는 게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신군부 내란 수괴들일까? 그는 보훈처를 반란군의 밀영으로 만들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던 이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삼일절이나 광복절 행사에서 일제의 만행을 기억에서 빼겠다고 하지는 못했다. 국가보훈처가 앞장서 군사반란과 민간인 학 살, 정권찬탈의 기억을 5.18 항쟁에서 지우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 청장 한 사람이 감히 국가기념일을 박제화하려 하는 것은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을 얕잡아보기 때문인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뜻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국가폭력의 기억을 애 써 지우려 할 리 없다. 다만 그 밑에 찌질이가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기자 김세균 맑스코뮤날레 공동대표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221

222 전 서울대 교수 제6회 맑스코뮤날레 대회를 개최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자본주의가 장기 불황에 빠져든 이후 이 위 기를 금융적 축적과 노동에 대한 착취의 강화 등을 통해 해결하려 한, 중세 말기의 '봉건적 반동'에 필적할 만한 자본의 반동적 공세였다. 자본의 이런 공세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 안의 추구를 절실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현실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등은 대안의 추구 자체 를 봉쇄하는 효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금융공황을 불 러일으킨 이후 세계자본주의는 그 전도를 알 수 없는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와 더 불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인류의 미래가 어둡 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제6회 맑스코뮤날레 대회가 5월10~12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다. 맑스코뮤날레는 마르 크스, 코뮌, 비엔날레를 합친 말로 2003년부터 2년마다 열려온 국내 최대의 마르크스주의 학 술대회이다. 창립 10돌을 기념하는 행사도 될 올해 대회는 학술단체협의회 등 31개 단체 및 104명의 논문 발표자와 200명 이상의 토론자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 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다. 이 주제하에서 첫날에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라는 주제로, 둘째 날에는 '자본주의와 가부장 제, 적-녹-보라,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날에는 '한국 사회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대중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체회의가 열린다. 이번 맑스코뮤날레 대회의 개최의 의의는 어디에 있을까? 제6회 맑스코뮤날레 대회는 현 시기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는 가운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마르크스주의적 대안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로서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사상은 총화적 사상도, 유일무이한 변혁이론도 아니다. 실 제로 신자유주의적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는 오늘날 지구적 수준의 생태위기와 함께 진척되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강고한 동맹은 여성 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가 장 큰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 이는 이른바 '적-녹-보 연대'가 변혁운동의 기초가 되어야 함 을 가리킨다. 제6회 맑스코뮤날레 대회는 '적-녹-보 연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최초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222

223 의 학술대호가 될 것이다. 끝으로, 대회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지형 등을 분석하는 선상에서 한국 진보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과제들을 다룰 것이다. 한국 진보운동은 오늘날 옛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된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 운동이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아갈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점에서 올해 맑스코 뮤날레 대회는 한국 진보운동 전체가 다시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할 시점에 진보진영의 연구 자와 활동가들이 소속과 차이를 넘어 집단적으로 한국 진보운동의 활로를 모색하는 대회로 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이 대회는 분명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의 추구만이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적- 녹-보 연대가 변혁운동의 기반이 되어야 함을, 진보운동의 제일의 과제는 변혁운동의 대중 화를 위한 노력에 있음을 확인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내통의 정치학 편집국에서 고명섭 오피니언부장 북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창덕궁은 조선 왕조 50 0 년의 영광과 오욕을 품은 곳이다 년 태종이 정궁을 놔두고 창덕궁을 지은 것은 왕권을 놓고 형제간에 골육상쟁 하던 기억을 떨쳐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에는 '왕자의 난'의 피비린내가 배어 있었다. 후대 왕들이 청덕궁을 더 사랑해 침식과 정무 공간으로 삼은 것이 피의 기 억 탓만은 아니다. 경복궁이 넓고 평평한 땅에 대칭으로 서있어 위세는 드높지만 정감이 부족한 데 반해, 창덕궁은 주의의 산세와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전각들을 맵 시 있게 배치함으로써 자연미를 드러내고 인간미를 간직한다. 왕들에게 창덕궁은 친근하고 다감한 궁궐이었다. 이 인간적인 궁궐은 훗날 대한제국의 최후를 목격하 기도 했다 년 대조전 흥복헌의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한일병합이 결정됐다. 창덕궁이 1 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는 궁궐 뒤편에 넓게 펼쳐 진 후원의 아름다움이 한몫을 했다. 일반 백성은 드나들 수 없다 해서 금원으로 불 리기도 하고 안쪽 깊숙이 감추어져 있다고 해서 비원으로 통하기도 한 곳이 창덕궁 후원이다. 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진 이 무성한 숲은 왕실의 휴식처이자 산책로였다. 숲길을 꺾을 때마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정자와 누각이 넓은 연못과 함께 나타 난다. 이 후원 한가운데 연경당이라는 건물이 있다. 궁궐 안에 있는 건축물로는 유 일하게 민간의 사대부 집 양식을 따랐다. 연경당은 민가 양식이라고는 하지만 1 20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223

224 칸의 큰 규모에 행랑채,사랑채 사랑채.안채.서재.정자를 두루 갖춘 격조 있는 건물이다. 조선 후기 순조 때 지은 이 가옥은 유교 이념이 서린 독특한 구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연경당 앞에 이르면 가장 먼저 사람을 맞는 것이 좌우에 긴 행랑채를 거느 린 솟을대문 장락문이다. 장락문을 지나면 다시 두 개의 출입문이 눈에 들어오는 데, 오른쪽이 장양문, 왼쪽이 수인문이다. 장양문으로 들어서면 바깥주인의 거처인 사랑채가 나오고, 수인문으로 들어가면 안방마님의 공간인 안채가 나온다. 안채로 들어가는 문과 사랑채로 들어가는 문을 따로 만든 것이다. 게다가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담장을 세워 마당을 둘로 나누었다. 부부유별의 성리학 세계관이 건축물에 그대로 투영돼 안채와 사랑채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채를 돌아 집의 측면에 서면 앞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 진다. 하얀 창호지를 바른 넓은 문이 방과 방 사이에 벽 대신 서 있는데, 이 문들이 활짝 열려 안방에서부터 대청과 건넌방까지 모두 하나로 통하게 돼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건넌방 너머로 사랑방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는 출입문도 따로 두고 마당 가운데에 담장까지 쳐 둘로 나눈 집인데, 측면에서 보면 안채와 사랑채 가 붙어 있는 데다, 안방에서부터 사랑방까지 일자로 뚫려 있는 것이다. 안방에 앉 은 부인이 눈짓만으로도 사랑방에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밖으로 막힌 듯한데 안으 로 통해 있는 것이다. 이 내통이야말로 부부유별의 엄격한 성리학 세계가 지속되고 번성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만약 안방과 사랑방 사이가 진짜 벽으로 막힌다면 부 부는 한집안에 살면서도 영영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개성공단 안 마지막 남쪽 체류자까지 철수한 상황을 보며 생각이 연경당에 가닿 는다.안방과 사랑방 사이가 벽으로 막혀 간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서해교전 때도 반대쪽 금강산 뱃길은 열려 있었고, 연평도 포격 때도 개성으로 가 는 문은 닫히지 않았다. 앞이 막히더라도 뒤로는 뚫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질식하 지 않는다. 남북 폐색의 위기 앞에서 내통의 지혜가 절실하다 보훈처가 '신군부'의 밀영이라도 되나 224

225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59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성한용 칼럼 최근 시중에 떠도는 '3대 불가사의'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란다. 민주당은 여기서도 빠져 있다. 정치인이나 정 당이 국민들의 미움을 받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예 잊혀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비난하 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집권에 실패 했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적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인 조직이다. 세력의 전위다. 집권하지 못하는 정당은 쓸모가 없다 재보선 완 패도 집권 실패의 연장이다. 아직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정권에 대한 심판론 은 3년차부터 작동한다. 민주당은 왜 집권에 실패한 것일까?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신회를 회복해서 다음에는 집권하면 된다. 가능할까? 가능하다. 민주당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민주당에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4 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민주당의 유력 한 대선주자가 된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이다. 문재인 의원도 있다. 문재인 의 원이 대선에서 받았던 '48% 1400만표' 중에서 절반 가까이는 민주당 지지표가 아니다. 그래 도 '48% 1400만표'는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자산이다. 차기 주자 복귀 여부는 그 자신의 의 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도 있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는 유력한 주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225

226 둘째, 민주당에는 국회의원 127명이 있다. 집권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숫자다. 면면 도 그 정도면 수준급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 가보면 회의장이 꽉 찬다. 18대 국회에서 민주 당 의석은 81석이었다. 선거를 제외하고 정당정치의 기본적인 활동은 국회에서 이루어진다. 야당은 입법과 예산심사를 통해 대한민국 '통치'에 깊숙이 참여한다. 정권에 협조할 것은 협 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며 민주당이 집권 가능한 정당임을 국민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열정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인선 검증은 언론이 주도 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폭로에서도 민주당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셋째, 차기 집권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정당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민 주당은 10년의 집권 경험이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장관직을 맡을 수 있는 정치인이 꽤 많 이 있다. 새누리당에 뒤지지 않는다. 대통령과 당 대표를 맡을 리더십만 바로 세우면 집권세 력으로 손색이 없다. 안철수 신당의 높은 인기는 미래에 대한 환상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 이 겹친 탓이다. '제3후보' '제3신당'은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집권까지 다가간 적은 별로 없다. 진보정당은 경선부정과 분열의 후유증으로 앞으로 몇년간 회복이 불가능하다. 진보정당이 물러난 공간도 민주당이 채워갈 수밖에 없다. 아무나 다 두들기는 동네북 민주당은 5월4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혁신할 수 있을까? 쉽 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무기력증은 '인물 중심'이라는 우리나라 정당의 한계에 뿌리가 닿 아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민주당이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 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면 될까? 그건 확실히 망하는 길이다. 바닥을 향해 추 락할 때 버둥거리지도 않으면 머리가 깨진다. 어떤 평화도 나쁜 평화는 없고 어떤 전쟁도 좋은 전쟁은 없다.남북경협 활성화는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현재의 상화은 있 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태로서 재앙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말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아서 사태의 악화를 막고 재개의 소중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226

227 이 땅의 터미네이터들 이동걸 칼럼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경제민주화법 1호'로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 다.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 3배 범위 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다. 애초 '최대 10배'에서 많이 후퇴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 개정안이 죽 지 앟고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이다. 이어서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급여를 공 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근로자 정년을 60살로 연장하는 이른바 '정년 연장법'도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잇따라 통과했다. 재벌들의 강력한 반발, 관료들의 재벌 편들기, 그리고 새누리당의 재벌 눈치 보기로 한때는 이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거의 불가능한 것처 럼 보였는데 여론의 거센 역풍에 새누리당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어찌어찌해서 경제민주화 법안 몇개가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간의 사 정을 보면 산적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 중에서 앞으로 온전히 국회를 통과할 것은 많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이 쉽지 않을 테니 말이 다. 경제민주화를 '절대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재벌과 꼭 지켜내야 한다고 결의에 차 있는 듯한 진보 진영 간에 벌어지고 있는 한판 승부를 보고 있노라니 마치 제임스 캐머 런의 1984년의 히트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인간이 만든 글로벌 디지털 국방네트워크 시스템 '스카니넷'은 성공적이었다. 그 혁신적인 인공지능이 너무 성공적인 나머지 스스로 학습 능력을 키우면서 심지어는 지적 자각 능력까 지 갖게 되었다. 그러나 스스로 지각하고 판단하여 작동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의 통 제를 벗어냐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개발자들이 시스템 작동을 중지시키려 했고, 이에 인간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 스카이넷이 소련과 미국 사이에 핵전쟁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227

228 을 일으켜 인간의 거의 다 몰살시키고 남은 인간들은 노예로 만들었다. 인류 대학살에서 살 아남은 일단의 인간 저항군들이 존 코너의 지휘 아래 스카이넷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시스 템을 파괴하려 하자 스카이넷은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낸다는 스토리다. 스카이넷=재벌, 터미네이터=재벌 하수인들, 터미네이터의 사살 목표인 어린 존 코너 또는 그의 생모=경제민주화, 이렇게 대입해놓고 보면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음은 보 고 필자가 [터미네이터]를 떠올린다는 말에 공감해주실 독자들이 좀 있을 것 같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이 이제는 현실이 되 어 우리의 일상생활을 편하게 해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이 너무나 발전한 나머지 기계가 우리 인간들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항상 있었다. 재벌 체제도 우리 국민들이 만든 것이지만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나머지 이제는 자생적인 생명력을 갖고 우리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재벌 체제는 이제 우리 경제와 국민들을 재벌 체제에 봉사하는 노예로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와 국민들을 죽일지도 모르는 탐 욕스런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위협을 느낀 재벌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수없 이 많은 터미네이터들을 보내 경제민주화를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다. 대선 때는 표를 얻기 위해 그렇게 굳게 약속했건만, "대기업 옥죄기가 아니다"라거나 "무리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로 간단히 경제민주화를 뒤엎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이 땅의 터미네이터들을 활동시킨 비밀 명령어는 아니었는지 걱정된다. 재벌들이 제공하는 끊임없는 에너지로 충전된 관료, 보수 언론, 연구소, 학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경제민주화를 공격해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 땅의 터미네이터들을 제거해야 한다. 재벌 의 돈으로 충전되는 이 땅의 터미네이터들이 누군지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민주당에 기대를 건다 228

229 생각하는 나라 :14 1. 철학 있는 정치 신영복 '정치'( 政 治 )는 평화( 治 )의 실현( 政 )이다. 그리고 평화는 오래된 염원이다. 수신제가치국( 修 身 齊 家 治 國 )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로운 세상( 平 天 下 )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 平 和 )란 글자그대로 화( 和 )를 고르게( 平 ) 하는 것이다. 화( 和 )의 의미기 쌀( 米 )을 먹는( 口 ) 우리의 삶 그 자체라면 정치는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정치가 평화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까닭은 오늘의 정치적 현실이 그렇지 못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통치( 統 治 )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며, 정치란 그 통치 권력을 장악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현실은 정치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 아닐 수 없다. 길을 잘못 든 사 람일수록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는 법이며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그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광화문의 충무공 동 상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 정서는 한마디로 '불안'이다. 청년, 노년, 취업자, 비취업자를 막 론하고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개인의 삶에서부터 국가경영, 세계질서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더욱 불안한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절망이란 전망이 없을 때를 일컫는다. 그럼에도 정치는 희망과 평화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압도적 정서는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화려한 정치적 언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사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정치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투명하지 만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반평화( 反 平 和 ), 반정치 생각하는 나라 229

230 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원칙과 철학을 다시 생각하는 까닭이 이와 같다. 우리는 숱한 곤경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며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 곤경을 겪고도 깨닫 지 못하는 곤이부지( 困 而 不 知 )의 사회가 두고두고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 해서는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고통과 불안의 원인을 밝히고 그것을 극복할 의지와 희망을 결집해내는 구심이 바로 정치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현실은 이 모 든 것의 근본인 신뢰를 얻는 일에서부터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뢰와 희망의 정 치를 만들어 가는 일은 더욱 먼 길이 아닐 수 없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내가 가 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는 '석과불식'( 碩 果 不 食 )이다. 주역( 周 易 )의 효사( 爻 辭 )에 있는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내는 보석같은 금언이다. 석과불식의 뜻은 '석과는 먹 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씨과실'이다. 초겨울 삭풍의 속의 씨과실은 역경과 고난의 상징이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가 바로 석과불식이다. 씨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심는 것이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어 올린 옛사람들의 오래된 지혜 이고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석과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에 관한 철학이다. 정치의 원칙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석 과불식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교훈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엽락( 葉 落 ), 둘째 체로( 體 露 ), 셋 째 분본( 糞 本 )이다. 정치란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사회의 역량을 완성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람을 키우기보다는 수많은 사람을 잉여인간으로 낭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람을 다른 어떤 것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생각하는 나라 230

231 '엽락'은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거품과 환상은 우리를 한없이 목마르게 한다. 진실 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욕망의 노예로 만든다. 오늘의 정치가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기보다는 도리어 그것을 키우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소유는 끝 이 없을 뿐 아니라 좋은 사람,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길도 못된다. 먼저 잎사귀를 떨어뜨 려야 하는 엽락의 엄중함이 이와 같다. '체로'는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나무의 뼈대를 직시하는 일이다. 뼈대란 그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를테면 정치적 자주( 自 主 ), 경제적 자립( 自 立 ), 문화적 자부( 自 負 )이다. 정치적 자주는 우리의 삶에 대한 주체적 결정권의 문제이다. 경제적 자립은 위기를 반복하고 있는 세계경제 질서 속에서 그 파고를 견딜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 놓고 있는가를 직시하 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기반이 튼튼할 때 비로소 정치적 자주가 가능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 리고 문화적 자부는 우리의 문화가 우리들의 삶 그자체에 대한 성찰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것인가를 직시하는 것이다. 자부심이야말로 역경을 견디는 힘이기 때문이다. 엽락과 체로의 교훈은 한마디로 환상과 거품에 가려져 있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구조 를 직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삶의 근본을 마주하는 것이다. 포획되고 길들여진 우리들 자 신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분본'은 나무의 뿌리( 本 )를 거름( 糞 )하는 일이다. 엽락과 체로의 어려움도 어려 움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분본이다. 무엇이 본( 本 )이며, 무엇이 뿌리인가에 관 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역사를 지탱하는 뿌리는 과연 무엇인가. 놀랍게도 뿌리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던 언어, '사람'이 모든 것의 뿌리이다. 논어에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 政 者 正 也 )이라는 글귀가 있다. 무엇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인가. 뿌리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뿌리가 접히지 않고 바르게 펴질 때 나무 가 잘 자라고 아름답게 꽃피듯이 사람이 억압되지 않을 때 우람한 나무처럼 사회는 그 역량 이 극대화되고 사람들은 아름답게 꽃핀다. 정치란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사회의 역량을 완성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람을 키우기보다는 수많은 사람을 잉여인간 으로 낭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람을 다른 어떤 것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이제는 생각하는 나라 231

232 사람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키우는 일 자체가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이 되어 있다. 모든 것은 구입한다. 필요할 때에만, 그리고 잠시 동안만 구입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엽락, 체로, 분본이 어려운 것은 그 하나하나가 어려운 과제일 뿐 아니라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얽혀 있는 접점이 바로 우리의 분단 현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분단 현실은 다시 동북아와 세계 정치 질서라는 중첩적 연결고리에 이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분단은 남과 북을 막론하고 정치적 자주성의 가장 큰 장애이다. 그리고 60년 동안 남과 북이 치르고 있는엄청난 분단비용은 경제적 자립의 최대 걸림돌이다. 비난과 대적( 對 敵 )의 언어는 비단 남과 북 사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증오와 갈등으로 구 조화되어 단 한 줌의 자부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가 잊고 있을 뿐 분단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통과 불안의 최대 진원지이다. 분단의 극복이야말로 정치의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정치란 평화의 실현임에랴. 참으로 길은 멀고 소임은 무겁다. 먼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잊지 말고 챙겨야 할 몇 가지 채비가 있다. 첫째로 '길'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길은 도로와 다르다. 도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속 도와 효율이 그 본질이다. 그에 반하여 길은 그 자체가 곧 삶이다. 더디더라도 삶 그 자체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긴 호흡과 느긋한 걸음걸이가 길의 마음이다. 목표의 올바름 을 선( 善 )이라 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 美 )라 한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 盡 善 盡 美 )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위하는 모든 삶이 목표 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동반자이다. 고생길도 함께할 수 있는 길동무가 있어야 한다. 바 로 이 점에서 우리는 대단히 불행하다. 신뢰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비단 정치 영역뿐만 아니 라 신뢰집단이 없기는 사회의 모든 분야도 다르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없다면 길 은 더욱 아득하고 암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먼 길은 '여럿이 함께' 가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기 위해서는서로의 차이를 존 중하고 다양성을 승인하는 공존의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모든 입장과 이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나는 20년간 갇혀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만남의 결론은 그 사람의 생각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결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나라 232

233 우리들의 삶 속에는 우리가 함께 통과해 온 현대사의 애환이 고스란히 공유되고 있다는 사 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고 또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평화공존과 소통이 중요한 것는 그것이 정치의 최우선 과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통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통일을 '통일( 統 一 )'이라고 쓰지 않고 '통일( 通 一 )'이라고 쓰기도 한 다. 평화와 소통은 그것만으로도 통일과업의 대부분을 담아낼 수 있는 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화( 變 化 )이다 진정한 화( 和 )는 화( 化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막히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면 소통하게 되고, 소통하면 그 생명이 오래간다"( 窮 卽 變 變 卽 通 通 卽 久 ). 변화의 의지가없는 모든 대화는 소통이 아니며, 또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소통이란 진 정한 소통이 아니가. 상대방을 타자화하고 자기를 관철하려는 동일성 논리이며 본질적으로 '소탕'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더구나 함께할 동반자도 보이지 않는 다. 그러나 동반자는 나 자신이 먼저 좋은 동반자가 될 때 비로소 나타나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원칙과 근본을 지키는 일이다. 혹한을 겪은 이듬해 봄꽃이 더욱 아름다은 법이다. 우리 가 짐 지고 있는 고통이 무겁고 질긴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그 엄청난 무게 때문에 머지않 아 '평화와 소통과 변화'라는 새로운 정치 전형의 창조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러한 전형은 분단 극복이라는 민족적 과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패권적 세계질서를 지양하는 21세기의 문명사적 과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다. 광화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길이다. 2. 평화 있는 한반도 강상중 일본 세이가쿠인대학 교수 영국의 뛰어난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0세기 백년을 극단의 세기 라고 했는데, 한반도만 큼 극단의 백년을 경험한 지역은 달리 어디에도 없다. 20세기 초 한반도는 사실상 일본 식민지가 됐고, 그 뒤 일제가 지운 멍에를 진 채 망국의 생각하는 나라 233

234 역사 속을 방황했으며, 해방 위에는 분단과 격렬한 내전을 헤쳐나왔다. 아프리카 최빈국들 과 다름없는가혹한 조건에서 출발한 한국은 군사 쿠데타, 개발독재, 압축적 근대화, 민주화 를 거쳐 선진국 지위에까지 올랐다. 빈곤과 종속, 굴욕의 식민지배에서 경제협력개발기 구(OECD) 멤버가 되는 한강의 기적 으로. 아찔할 정도의 급경사를 단숨에 달려 올라온 한국은 실로 극단의 백년을 온몸으로 체현했다. 그리하여 한국은 발전도상국이나 신흥국의 개발 모델로 상찬받게 됐다. 하지만 지금 한국 상황을 보건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도 심각하다. 비정규직 증대와 젊은이들의 고용 불 안, 출산 저하와 고령화 및 이혼율 증대, 빈약한 사회보장과 열악한 노동 환경, 학력주의와 격심한 경쟁, 극도로 높은 자살률과 노인 고독사, 지역주의로 기운 정당정치와 구조적인 관 료 부패 등 많은 고질병을 안고 있다. 게다가 정전협정 체결 60년이 지나도록 분단이 지속되 고 남북 대립의 구조적인 질곡은 한국의 자유로운 행동범위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 이런 안팎의 구조적인 왜곡은 한국의 잠재적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는 한국을 둘러싼 지 정학적 상황이 19세기 후반의 대한제국 당시의 국제환경과 닮은꼴로 진행되는 꺼림칙한 사 태를 생각하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꺼림칙한 사태란 대두하는 중국과 일본의 패권다툼을 가리킨다. 돌이켜 보면, 해방 뒤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압도적인 존재감 속에 공산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로, 미국을 허브로 해서 한국.대만을 자전거 바퀴살로 삼은 대중국.북한 봉쇄의 국제적 인 제휴가 이뤄졌다. 미국 중심의 2국간주의(bilaterralism) 네트워크 속에서 일본은 지역적 인 경제대국이면서 정치. 군사적으로는 거세당한 채 미국의 우산 아래 그 경제적 이익의 확 대를 약속받았다. 한편 한국은 정치. 안전보장 면에서는 미국에, 경제적으로는 일본에 의존 하는 위성국가로서의 지위를 배정받았다. 박정희 정권 개발독재는 그런 국제적인 조건 속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은 1997년 외환 위기 때 파탄이 났고, 그 뒤 한국은 급속한 세계화와 자유화, 구조개혁을 밀고 나가 가전과 자동차, 기계, 소재산업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일 정도의 수출경쟁력을 갖게 됐다. 명백히 한 국은 일본과의 수직분업체제 질곡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 지위를 물려받은 것은 천안문 사 생각하는 나라 234

235 건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 화를 밀어붙인 중국이다. 한국이 지세경제( 地 勢 經 濟 )적으로도 근접한 중국 경제와 상호의존 관계를 확대, 심화시켜 무역. 통상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더욱이 북한에 압 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안보상의 요청이기도 하다. 대한제국이 될 것인가,, 베네룩스 베네룩스3국 이 될 것인 가 따라서 한국은 정치. 안보 면에서는 미국에, 무역. 통상 면에서는 중국에 의존하는 친미 화중 ( 親 美 和 中 )이 국가 존속의 기본원칙이 됐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패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 택담보 대출),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 등에 따른 미국 경제 퇴락과 국력의 쇠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와 비례해 정치. 안보 면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 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일국지배와 단독행동주의 프로젝트는 완전히 파산했으며,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서도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 요하다. 지금 아베 정권은 이런 지세학( 地 勢 學 )적인 변화를 지켜보며 정치. 안보 면에서 일본의 지 역대국화를 추진하면서, 일찍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말한 아메리폰 (미국+ 닛폰 = 일본)으로서의 준패권국가 지위를 추구하는 신보수주의의 세력의 대표다. 일본 국민 다수가 우경화 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정당정치 차원에서는 헌법개정과 자위대의 국군 화, 과거 식민지배와 전쟁 다시 보기를 추진하는 가운데 아베 정권은 일본의 전후국가 체제 탈피를 추구하고 있다. 생각하는 나라 235

236 정권교체 때마다 극단에서 극단을 오가는 대북정책 추진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일관된 기본방침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국내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놓고 무력충돌 위기에 처한 배경 에는 패권다툼이 있고, 이는 백여년 전 청일전쟁 전야와 같은 양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찍이 갑오농민전쟁에서 청일전쟁에 이르는 중-일 패권경쟁이 그러했듯이, 중국의 패권 적인 대두와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의 쇠퇴, 그리고 일본의 정치대국화라는 파워 시프트(권 력 이동) 와중에서 한반도는 권력정치적 쟁탈의 경쟁장이 되고 있다. 그 초점으로 떠오른 것 이 북한을 둘러싼 위기다. (새 체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좌절당한 현존사회주의국 인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발 사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한 안보체제를 흔들면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핵무장론이 공공연 히 대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핵 도미노 현상을 피할 수 없고 동북아시아는 냉전기의 쿠바 위기를 능가하는 핵전쟁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그러면 부시 정권이 후세인 정권을 외과수술적으로 붕괴시켰듯이 북한의 레짐 체인지(체 제 변화)를 밀어붙이면 될까.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 우려 속에 후세인과 카다피의 운명을 피하고 군사력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핵 보유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므로 이미 그런 외과수 술적인 레짐 체인지는 불가능하다. 또 미국의 국력 쇠퇴를 보더라도 그런 군사적 선택은 불 가능하다. 최근 오바마 정권은 중동. 아랍 정세 전환에 힘을 쏟으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중국 생각하는 나라 236

237 과 한국에 역할을 분담시키는 비관여 정책 을 취해 왔다. 그 결과 미국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북한의 도발은 제2차 한국전쟁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북한의 노림수가 정전협 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빼도 박도 못하게 악화시켰다. 그 결과 한국 의 국가 리스크(위험도)는 높아지고 경제 운영조차 악영향을 받게 됐다. 그 때문에 한국은 동북아에서 이니셔티브(정세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안보와 외교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대국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을 둘러싼 위기 수습은 동북아 지역 파위 시프트의 행방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만약 한반도가 독일식 재통일(흡수통일)로 간다면 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미국. 일본이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한국은 미. 일 2대 해양세력과 한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제2차 한국전쟁과 같은 거대한 희생을 그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한민족 전체한텐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김대중 정권 때 시작한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 양자협의, 그리고 중국을 호스트국(의장국,주재국)으로 한 6자협의를 통해 적극적인 이 니서티브를 발휘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끈질기게 압박하고 동시에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 협정 체제고 대체하기 위한 미국, 중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권교체때마다 극단에서 극단을 오가는 대북정책 추진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일관된 기본방침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국내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 옛 서독의 동방정책 과 그 연장선향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린 한스 디트리히 겐셔의 대동독.동유럽. 소련외교다. 그런 일관된 대북정 책이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옛 서독의 1966~69년 대연정과 같은 여야당 연립을 실현시켜야 한다. 대북정책 분열이 지역주의와 얽히고 그것이 여야당 간의 대립과 얽히는 한 한국 안의 남 남대립 을 해소될 수 없다. 그것은 북한한테 활용할 여지(이른바 북풍 )을 줄 뿐 아니라 주변 대국들의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 예전 대한제국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생각하는 나라 237

238 만약 여야당 대연립이 어렵다면, 하다못해 프랑스의 미테랑, 시라크 정권과 같은 보혁연 합'(코아비타시옹)의 길을 모색하면서 내정은 야당 당수인 총리가 맡고 대북정책을 포함한 국가 안보나 외교 분야는 여당 당수인 대통령이 맡는 통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 해서도 정당의 탈지역주의화가 불가결하며, 연고주의. 인맥주의(네포니즘)에 치우친 당 행태 를 쇄신해 더 열린 정당정치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처럼 노동자의 이해를 대표하는 정당이 미성숙해서 그것이 일부 노동정당의 과격화 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조직, 미조직 노동자를 불문하고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의 이익 을 대표하는 사민당형 정당이 일정한 세력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 내 부의 편재와 지역간.계층간 격차는 심각하며, 그 결과 유권자, 특히 젊은층의 정치 적 무관심이 증폭되고 결국은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조차 엷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막고 서울 일극집중의 폐해를 시정하며, 지역경제 재생ㅇ르 통한 고용 안정과 내수 확대를 꾀해 수출 지향으로 기운 한국 경제를 좀더 균형 잡힌 경제구조로 바꿔가기 위해서는 사회보장과 의료, 연금을 포함한 사횢거 안전망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재벌계 대기업에 의존한 수출 편중 경제성장과 그 낙수효과(트리클다운)를 통한 국민경제 향상이라는 번영의 도식은 이미 한계에 부닥쳤으며,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내수확대형 성숙경제로의 연착륙이 필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원화 강세를 단지 한국 경제의 위기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물가 안정을 통한 내수 자극 경제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며, 원화 약세= 국민 출혈 을 통한 수출 편중=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 노선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원화 강세를 활용해 석유 등의 물가안정을 꾀하고 충실한 소득 재분배가 이뤄지는 복지정책으로 중소 영세기업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성공한다면 독일형의 안정된 성장을 통 한 고복지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과 달리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 은 결코 높지 않다. 건전한 재정수지와 원화 강세를 활용해 이를 추진하다면 균형있는 지속 성장을 확보할 수 있다. 생각하는 나라 238

239 박근혜 정권이 이런 새로운 성장과 균형, 소득재분배와 사회보장을 두루 살피는 노선을 택 할 구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국력은 부의 편재나 독점이 아니라 민생 안정과 분권화, 그리고 정치 참여를 통해 더욱 충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갖가지 내부 분열과 대립, 갈등을 해소하고 분권화와 참여를 통한 정치통합이 가능한 사회로 이행해 간 다면, 더욱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일.중간의 대립 해소를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동북아의 베네룩스 3국, 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 안)과 같은 중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때 한국은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가 될 수 있 다. 한국은 내부 갈등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미들 파워로서 동북아의 허브가 돼야 한다. 3. 생각하는 나라 윤구병 철학자 세 차례에 걸쳐 '인문학 강좌'를 할 기회가 있었다.(내가 최근에 낸 책 [철학을 다시 쓴다]에 담긴 뜻을 풀이하는 자리였다.) 첫 강좌 '좋음과 나쁨'은 반응이 괜찮았다. 그러나 '있음과 없 음'은 신통찮았다. 마지막 강의인 '함과 됨'에서는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첫머리에 이상국 시인이 쓴 '국수가 먹고 싶다'를 읽었다. 시가 좋아서 이 자리에 고스란히 옮긴다.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생각하는 나라 239

240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그러고 나서 "저도 흉내 시 한 편 썼어요. 들어 보실래요?" 했더니 읊어 보란다. 으흠, 목 을 가시고 나서 읊었다. "교수들을 만나면 / 형이라고 부르자 / 교수형, 교수형, 교수형... // 그러고 나서 / 목매달자.". 웃음이 터졌다. 내가 듣기에는 불온한 웃음이었다. 왜 그렇게 웃어 댔을까? 교수는 이 나라에서 가장 우러름을 받는 직업이다. 그 ' 교수' 들을 목매달자고 하는데,, ' 우-' 소리가 들여오는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웃는다? 그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은 '제도교육'에 길들여진 분들이다. 짧게는 6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길든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길에 들어 온다', '입도'( 入 道 ), '수도'( 修 道 ), 그 다음은 '득도'( 得 道 ) 아니면 '도통'( 道 通 )이다. 득도하거나 도통하면 어디에 발 디뎌도 그게 길이다. 살 길이고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 훨씬 넘는 교육을 받고도 젊은이들에게 열린 길은 무엇인 가? '백수' 아니면 '비정규직' 아닌가? 그 노릇하려고 '길들여진다'? 그 마지막 길잡이가 '교 수'다? 길들고 났더니 살 길이 안 보인다? '교수형' 시켜 마땅한 게 아닌가? 철있는 사람이 철없는 사람들을 철들게 하고 철나게 하는 게 교육이고 가르침이다. 이 가 르침은 자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봄.여름.가을.겨울.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 어 사는 사람들은 한 철, 한 철 접어들면서 '철이 들고', 한 철, 한 철 나면서 '철이 난다'. 생각하는 나라 240

241 이른바 '제도교육'은 지난 200년 동안 후손들을 자연으로부터 격리시켜 '철없는' 짓만 가르 치는 데 힘써 왔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교듁은 그래야 마땅하다고 우겼다. 그것이 바로 '길들이는 ' 교육이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온 세상 다 둘러 보라. 힘없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힘센 나 라들이 세워 놓은 '메갈로폴리스'에 이르기까지. 살 길이 어디 있는가? 살릴 길이 어디 있는 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계 전체가 죽을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바르게 다스리는 일이다. '다스림'이다. '다사롭게' '다 살리는' 길이다. 자연에서는 그 몫을 '해'가, 태양이 맡는다. 그래서 예부터 '통치자'는 '인민의 태양', 곧 뭇 백 성들을 철들게 하고 철나게 해서 살 길을 찾게 하는 빛이고 볕이었다.(해를 가리키는 환웅, 주몽, 해루부, 박혁거세, 석탈해...였다.) 글로 가르치고( 敎 ), 기르는( 育 ) 일이 '살리는' 길이 아니라면 그 교육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삶이란 무엇인가? 목숨을 이어가는 게 먼저다. 목으로 드나드는 숨, '들숨', '날숨'이 '목 숨'이다. 목숨은 코로 입으로 드나드는 '바람'이다. 우리 목이 5분만 바람을 받아들이지 못하 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모두가 살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의 바람이고 희망이다. 제도교 육에는 바람이 통하는가? 희망이 있는가? 없다! '진리'가 무엇이고 '허위'가 무엇이냐고 묻지 말자. 어떤 때 '참말'이라고 하고, 어떤 때 '거짓 말'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존재'가 무엇이고 '무'가 무엇이냐고 거드름 피우지 말자. '선'이 어 떻고 '악'이 어떻다고 '공동선'이나 '공공의 적'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자. 주고 받는 '말'과 하는 '짓'이 좋을 때가 언제고, 나쁠 때가 언제인지 가리게 하자. 이래야, 세살배기도 알아듣 고 까막눈인 시골 어르신들도 알아듣는 말로 일러 주어야 참된 가르침고, 좋은 교육이고, 모 든 사람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주체로 모시는 민주정치가 바로 서는 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입 발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나 타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본능에 기대서만은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가르치 고 배워야 했다. 지난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교육'의 가장 큰 스승은 자연이었다. 봄철, 생각하는 나라 241

242 여름철, 가을철, 겨울철 철 따라 심고 가꾸고 거두어야 살 길이 열림을 일러 주어 철들게 하 고 철나게 했다. 그 가르침을 미리 철들고 철난 마을 어른들이 거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본주의 산업문명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은 교육에 발붙일 길이 없었다. 교육의 궁극 목적이 무엇인가? 사람도 '생명체'이므로 목숨 붙이고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어렸을 적부터 열심히 손발 놀리고(놀게 하고), 몸 놀려서(놀게 해서)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마련할 몸을 만들고 마음가짐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지금 '교육자'들이 이 짓 하고 있는가? 혹시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하나밖에 없는 정답 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면, 머리만 잘 굴리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지 않은 가? 그런데 정말 삶의 문제에 정답이 하나뿐인가? 사람은 혼자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생명체로 태어나지 못했으므로, 서로 도우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모여 살아야 하고, 말을 주고받아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삶에 '정답'이 있으면 그것을 서로 알려 주어 다 같이 함께 살아야 한다. '모르고 있는 사람한테 알려 줄 생각도 말고, 아는 사람한테 물을 엄두도 내지 마라.' 이게 살 길, 서로 살릴 길을 일러 주는 '교육'인가? '교육의 궁극 목적은 개체 생존 유지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성에 기초한 협동 능력을 함양 하는 것이다.'(이렇게 힘있는 '먹물'들이 힘센 나라에서 밀수입해 온 어려운 학문 사투리로 써야 왕년의 대학교수답겠지. 그래서 '교수형' 감이겠지.) 제도교육서 너는 체제의 나사못 우리는 나사못 깎는 기계공일 뿐 지금 제도교육 현장에서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나도 이 런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시켜 본 적도 없다. 현재 제도교육은 사람과 자연이 서로 돌보 지 않아도, 자연은 이용만 하더라고, 나무와 숲을 불태워서라도, 다른 살아 있는 것들이 모 두 목숨을 잃더라도 사람끼리만 살아남을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찾자고 꼬이고 있다. 그러나 그럴 길이 있는가? 농사 지어 본 사람은 안다. 밀도, 보리도, 벼도, 콩도, 옥수수도, 사람도 혼자 살 길이 없다. 사람도 집짐승도 이걸 먹지 않고는 살 길이 없는 이 낟알들도 사람이 돌 생각하는 나라 242

243 보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 해마다 거두어서 다음 해에 땅에 묻어 주어야 되살아난다. 사람 들은 이 낟알들에 기대어 살고, 이 낟알들도 사람이 돌봐야 살 길이 열린다. 왜 사람만이 희 망인가? 목숨으로 드나드는 바람도, 우리 몸 안에서 흐르는 물도, 피를 덥히는 햇살도, 온갖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에 쓸모 있는 것들을 마련해 주는 땅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게 아 닌가? 보리와 강냉이의 희망을 노래하면 어디 덧나나? 지난 3월25일에 경북지역 자율형사립고에서 전교 1등을 하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아파 트 20층에서 뛰어내렸다. '내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다. 이게 우리 교육현실이다. '마음은 둘 데 없더라도 머리만 써라. 몸도 손발도 제때 제대로 놀리지 못해서 '강시'나 '좀 비'가 되더라도 머리만 잘 굴리면 돼. 너를 기다리고 있는건 '자본주의 인력시장'이야. 너는 사고 파는 체제의 나사못 깎는 기계공일 따름이야.' 이 학생이 들었던 말은 '환청'이었을까? 일흔이 넘은 이 나이에도 나는 아이들과 놀고 싶다. 온몸으로 놀고 싶다. 열심히 손발 놀리 고 몸놀리게 해서 이 세상에 쓸모 있는 '부지런한 일꾼'으로 기르고 싶다. 자연 속에서 철들 고 철나는 철있는 사람으로 자라고 싶다.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고 싶다. 4. 생각하는 나라 박기호 신부 종교인들의 문제나 교회 내 갈등이 종종 세간의 화제다. 그때마다 필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존시 사제파정에서 했던 말씀을 회상하곤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사제생활을 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해요. 외국인 선교사가 내게 말하기를, 한국은 성직자 생활의 파라다이스다! 하더라고.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 니다. 우리는 무엇이 부족해서 온전히 헌신하지 못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종교에 대한 공경심과 교직자에 대한 우대의 정서는 남다른 전통이다. 그것 생각하는 나라 243

244 은 종교다원주의에서 마치 종교 엑스포를 이룰 만큼 성장하게 만든 배경이자 동시에 다종 화, 대형화, 기업화하는 부정적 현상의 환경이라고도 생각된다. 자신의 명예와 소유 안내려놓고 대물림까지 하려드는 종교인들 근래 한국의 종교사회는 지성의 뭇매를 맞고 있다. 종교 자체가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종 교 교직자, 지도자들의 생활과 운영과 이념적 태도들이 그 대상으로 보인다. 인터넷 등 새로 운 환경으로 불특정 다수의 견해가 여과도 예의도 없이 출몰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원천적 사실들까지 관면받을 수는 없다. 폭로와 질책으로 상처받고 권위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두려움의 위협도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건대 비판하고 질책한다는것은 애증을 전제로 한 것이니 무관심보다 더 무섭기야 하겠 는가? 종교인에 대한 지탄을 넘어 종교 자체에 대한 무관심의 계절이 올 것만 같다. 이 준엄 한 죄업을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고. 두렵다! 동서고금의 종교 역사가 늘 그런 질곡과 부침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민중 혁명의 불세례 를 받아 개처럼 패대기 당해 쫓겨나기도 했고 더러는 처형도 당했다. 교단에서는 증거와 순교의 역사 로 미화할 수야 있겠지만 그건 궁색하다. 종교가 권력과 부자의 편에서 억압 과 불평등을 동조. 방관했던 태도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더러는 민중의 희망과 신뢰의 유일한 의지처가 되어준 역사도 있다. 마하비라, 공자, 석가, 예수, 마호메트에서 현대 종단까지, 종교의 숭조들은 역사의 실종 인물이면서 동시에 시대가 낳은 정신이기도 하다. 사회적 삶이 도탄에 빠지고 순리가 부정 되는 현상이 지속될 때는 어김없이 예언자와 성현과 선각과 큰 스승들이 나타났었다. 종교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시대 현상에 나타난 영적, 정신적, 문홪거 징표를 읽는 영성의 생각하는 나라 244

245 눈을 가져야 대안의 지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영성을 얻으려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 다. 무욕과 청빈에 담긴 영성의 삶은 재물이나 권력, 명예와는 공존불가의 물건이다. 신도들은 자기 신앙을 향도하는 교직자들이 오로지 영성의 삶에 전임 진력을 요구하며 대 신 수행과 증거사업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하겠다는 의무감으로 예물을 봉헌한다. 청원기복 의 제물이건 건축기금이건 감사예물이건 성격은 동일하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회개를 외치는 예언자 기능이 종교에서 지성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려고 돈 들여 공부한 것이니 마땅하고 옳은 현상이다. 문제는 시대를 읽어야 할 종교인 들의 눈에 실명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수행에만 너무 전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의 향유에 정신 팔고 있기 때문일까? 따악! 내리치는 죽비 소리가 크다. 종교인이 신도의 예물을 받을 때라면 늘 자신이 받은 돈의 성격을 관상( 觀 想 )해볼 의무가 있다. 돈에는 초상화의 눈이 있고 혼이 담겨 있다. 신자가 땀 흘려 노동하여 내는 예물의 혼 과 부정한 재물에서 떼어내 바치는 돈의 혼이 결코 같지 않다. 부와 권력을 가진 상류 인텔 리 계층의 신자가 내는 예물에는 그들의 혼과 소망이 담겨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파출부 와 편의점 알바를 하는 젊은이가 내는 예물에는 그들의 눈물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신의 제단 앞에서 공평하다. 모두가 한 분 아버지의 자녀이고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예물의 금액이다. 교직자들은 과연 그들 모두를 형제로서 공 평하게 대할 수 있을까? 누구를 편들게 되어 있을까? 정답은 평소에 누고와 더 자주 만나 고 식탁에 자주 앉고 값진 선물을 자주 받는가? 이다. 두 형제 중에 누구의 소망과 정서가 교직자의 마음을 얻고 뼛속까지 차지할 것 같은가? 이것은 종교인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렇게 해서 같은 교단의 교직자로서 운명이 갈라지는데, 어떤 이는 체육관처럼 모인 신도들 앞에서 진보 좌파를 신앙의 적으로 선포하는 열광적인 설교를 하고, 외제 승용차와 고급 레스 토랑의 고품격 식사를 대접받고 최고 상류층과 교제한다. 그들은 교직자의 기념일을 잘 기억하 고 축하해 주는 정성도 있다. 반면에 어떤 교직자는 주일인데도 겨우 얼마 안 되는 소수의 신 도들과 예배를 드리며 북녘 동포 돕기 저금통을 돌리고, 잔치국수를 나누어 먹고 헤어진다. 그 런데 신자들 사이에 정치적 논쟁이 생기고 선거 때가 되면 교회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 생각하는 나라 245

246 단, 예수에게는 중립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는 예수의 말씀이 씨가 된 듯하다. 바오로 사도는 대사제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친다 고 했다. 사제는 자신의 몸을 제물로 내어놓는 자다. 그래서 예수를 대사제 라고 부른다. 세상과 하늘을 화해시키고자 자기 목숨을 제물로 내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종교인들은 자신의 결정권과 명예와 소유는 결코 내려놓 지 않고 외려 대물림까지 하려 든다. 신도들에게는 헌신과 헌납을 독려하지만 스스로는 자신을 내어놓지 않는다. 인도의 간디는 나는 그리스도는 좋지만 그리스도인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면서, 희생 없 는 제사, 헌신 없는 종교를 사회악 이라 지탄하였다. 예수와 그 추종의 집회 사이에 큰 간 극이 벌여져 있음을 통박하는 말이다. 이미 70여년 전 간디의 생각일진대 오늘날 우리 종교사 회의 모습을 성찰하는 데 왜 이렇게도 낯부끄럽고 민망스러운가? 우리 사회는 정신세계의 붕괴로 인한 중중질환으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착취와 압제 가 진군한다. 성과주의 사회의 피로 누적과 좌절감으로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닌 집단 우울증 과 자실이 집단 증후군을 이루고 있다. 물신의 우상과 향락과 명품주의 소비문화로 영혼과 정 신을 포박하고 가위 누르는 악령의 손길이 바이러스처럼 창궐하고 있다. 인간 삶에 기여 망각하면 사회악 희생과 헌신, 근본으로 돌아가자 대가족과 노동의 삶은 해체되어 집은 있어도 삶이 없고 가족은 있어도 가정이 없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있으되 책임은 없다. 남북분단에 동서로 갈라지고, 보혁 빈부 ( 保 革 貧 富 )로,) 명문 학벌주의와 지역 우월주의로 갈라져 투석전을 벌이는 시대, 이념도 사상도 아닌 막연한 편견과 감성적, 선정적 호 불호의 아집으로 정치의식이 파멸을 맞고 있다. 천명을 받든 종교인이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시국일진 대 기껏 생활 태도를 놓고 다툼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지 않은가? 이건 정말 낭패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바둑에는 복기라는 것이 있다. 수를 잘못 읽은 지점을 찾는 것이다. 존경도 받고 제물도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관성에 빠져 자기다움과 목적성을 잃어버린 문제로 보인다. 종교가 종교 다움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는 사형선고다. 존재할 이유도 없는 것이 성장을 계 속하면 괴물 밖에 더 될까? 어떤 이는 영상에 등장한 모습이 실제 괴물로 보였다는 이도 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낙원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살게 하였는데, 아담과 하와는 불만족의 유혹에 넘어가 파라다이스의 생각하는 나라 246

247 완성을 추구했고, 즉시 추방당했다. 바벨탑도 소돔과 고모라 도시도 모두 자신들의 천국을 누리고자 함에 내린 재앙이었다. 종교인은 종교를 파라다이스로 여기는 순간 타락이란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간디의 일곱가지 사회악, 그 어떤 사회적 가치도 인간 삶의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성을 잃어버리면 악의 기능만 남는다는 훈화를 기억해 두자. 근본으로 돌아가자! 자신을 제물로 내어놓는 희생과 헌신에 종교의 정체성이 빛난다. 거듭남을 위해 살을 깎는 각오는 그 자체로 고행이다. 그러나 고행 극기란 모든 종교의 필수적 전통이며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종교의 거듭남을 비방( ( 秘 方 )으로) 100일 동안 쑥만 먹어야 한다!! 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생각하는 나라 247

248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 라 : 년 6월12일 수요일 우리가 '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 우리 사회에 한 가지 아쉬운 특징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 다 같이 의분 을 매우 잘한다. 일전 기간 동안, 해당 사건이 밝혀준 부조리를 바꾸어야 한다고, 거의 모두 다 같이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는 대로 사건은 잊히고 새로운 공분 대상을 찾 는다. 그러고는 언론매체의 소질상 사건화될 수 없는 그 무수한 사회적 폭력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개인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2년 전 영화감독 최고은은 '아사'라고 할 수 있는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그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돈 도 힘도 없어 사망했다. 실은 "선진국이 됐다"는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없고 친척이 없는 사 람들의 종종 아사한다. 그러나 학력이나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는 쪽방의 독거노인의 아사 는 고작해야 지방신문에서 단신으로 처리될 일이지만, 이미 영화를 만들어본 젊은 고학력자 의 죽음은 '신분'에 미친 사회에서 그 '격'을 달리했다.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고, 수많은 사 람들이 분노했다. 때마침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그 죽음이 영화계의 가난한 다수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영화인 노조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알고보니 제작사라는 이름의 '갑'들이 휘어잡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영화 스태프의 월평균 소득이 불과 52만원(2009년 현 재)이었다. "한류 영화들이 아시아를 점령한다"고 보수주의자들이 쾌재를 부리지만, 1960년 대 말에 구미시장을 공략한 한국제 의류를 저임금으로 겨우 먹고살았던 여공들이 만들었듯 이, 한류 영화도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착취의 산물이라는 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48

249 좌우간, 몇 달 동안 최고은 감독의 죽음은 논쟁거리였고, 그 영향으로 예술인복지법이 만 들어져 최근 시행됐다. 한데 그 법에서 4대 보험혜택이 빠져 한계가 많은데다가 영화계 '을'들에 대한 '갑'의 횡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독거노인들이 계속해서 지병과 배고픔으로 죽어나가는데, 그중에서 아사자가 몇 명이 되는지 정확한 통계마저도 없다. 2011년 무연고 사망자가 727명에 달했는데, 그중의 상당 부분은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죽음에 이른 것 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경쟁에 중독된 사회는 경쟁능력이 없는 '주변인'에 대해서 는 원초적으로 무관심하고, 한때 세인들의 눈길을 끈 최고은 사건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져간다. 그리고 전혀 바뀌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 노동자 중에서는 이미 백혈병으로 죽은 사람이 56명에 이르고, 적어도 1명(14년 동 안 방독마스크나 보호구 없이 위험물질을 다루었다가 2011년에 사망한 김진기씨)의 경우에 는 산재사망이라는 공식 판정까지도 나와 있지만, 이는 대다수 언론에서 '뉴스'도 되지 못하 고 '주류' 사회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최근 서울대 학생들이 "기업 살인"의 직 접적인 책임이 있으리라고 판단되는 황장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초빙교수 임용에 반대해 '침 묵의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잘 사건화되지 않는 기업의 탐욕에 의한 살인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삼성전자의 제품 들이 얼마나 많은 '을'들의 고통.질명.사망을 대가로해서 만들어지는지를 뻔히 알면서, 우리 가 수십명의 노동자들을 죽인 이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제대로 해봤는가? 계속 죽어 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개인 책임을 과연 느낄 수 있는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 나중에 자유주의자들사이에서 '사상의 왕'으로 통하게 된 비평가 마루 야마 마사오는 전시 천황제 파시즘 시기의 일본을 "무책임의 체계"라고 규정했다. 모든 사람 이 다 대가부장인 천황에게 충성만 해야 하는, 주체성이 거의 결여된, 개인이 아닌 '구성 원'인 만큼, 아무리 끔찍한 악행을 저질러도 주체적이지 못한 '시스템의 나사'들은 이 악행을 '개인으로서의 나'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루야마의 서구 중심주 의적인, 자유주의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분석이 전전 일본의 중요한 측면을 폭 로했음에 틀림없다. '가족국가' 틀 안에서는 자율적인 개인이 불가능한 이상, 책임 있는 개인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49

250 도 당연히 없다. 한데 '가족국가'와 이미 사이 멀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한민국이라고 해 서 과연 얼마나 다른가 싶다.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자율적 개인도, 책임의식이 있는 개인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개인'이라기보다는 '전사'들이다. 이북 주민들에게 '수령의 전사' 되는 것이 강 요된다면, 우리에게는 '생존 전사'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강요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부 적응자들을 철저하게 걸러내는 사회에 어떻게든 제대로 편입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 싸움에서는 전우라고는 없다. 혹시 메가스터디라는 학원 재벌의 이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멀써부너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실은 이 단순해 보이는 텍스트는 박정희 시절의 "국민총동원", "군대에 갔다 와야 남자가 된다". "하면 된다", "잘살아보세" 만큼이나 오늘날 대한미국의 '국시'를 그대로 잘 표현한다. 사회의 규율에 자신을 완벽하게 맞추어서 자신의 몸값을 무조건 높여야만 하는 우 리의 '생존 전사'들에게는 '우정' 같은 개념은 허용되면 안 된다. 대타적인 '정'이 통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 전사'의 정신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낙오의 공포다. 혹시나 누군가가 성공하고 내가 밀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다. 사회가 유발한 생존 공포에 빠진 이들에게는 어떤 대타적인 책임을 느낄 만한 여지가 전 시의 일본 군인만큼이나 없다. 오늘은 이용가치 높은 그 누군가에게 아부 못하고, 내일 공부 를 망치고 모레 스펙 쌓을 일을 못하게 되면 '나'부터 망하는데, 백혈병에 걸려 죽는 삼성 노 동자나 독거노인, 제작사들이 함부로 부리는 영화판 스태프들을 생각할 여유라도 있겠는가? 실은 생존 공포라는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된 사람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져 라"고 요구한다는 것 자체는 어쩌면 지나치게 가혹할는지도 모른다. 생존공포증은 엄연히 '병리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유발된 병리적 상황이다. 생존공포 에 빠져 그저 경쟁에서 살아 남아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만을 꿈꾸는 사람은 사회적 부조리를 거부할 줄 아는 자율적 개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0

251 이것이야말로 이 사회의 '주류'가 간절히 열망하는 사항이다. 자율적 개인이라면 약간 이라도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서 위험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보호구조차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는 자본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없을 터인데 말이다. 우리 사회는 공통의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자율적인 개인들 사이의 연대만이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연대까지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곽병찬의 향원익청( 香 遠 益 淸 ) ' 부용산' 을 기억하시게, 누이의 애가를 시인 김소월이 자란 곳은 평안북도 정주의 바닷가 마을이었으니, '뒤뜰 밖 갈잎의 노래'는 온 전한 꿈이었을 것이다. 소월도 가고 꿈도 갔지만, 시 '엄마야 누나야'는 북의 정주를 떠나 남 의 나주 남평 지석강에서야 꿈꾸던 터를 잡을 수 있었다. 지석강이 키운 안성현 을 만나 노 래가 되었고, 금모래와 갚잎의 노래에 둘러싸인 노래비로 남았다. 박기동 시인의 '부용산'이 이 땅의 누이를 위한 불멸의 애가로 남게 된 것도 그곳 안성현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화순군 이양면 왕피나무골에서 발원한 화순천은 능주 적벽을 거쳐 남평 들로 접어들면, 나주호에서 흘러나온 대초천이 기다렸다는 듯 합수하여, 지석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물색이 얼마나 맑고 고왔으면, 물길이 감싸안은 들엔 쪽돌이란 마을이 들어섰다. 늘 푸른 숲과 눈부 신 모래밭 그리고 쪽빛 물은 그곳 사람들의 결고운 서정을 잉태했고, 애틋한 연민을 자양분 삼은 시와 노래를 출산했다. 하지만 지석강은 지명일 뿐 사람들은 오로지 드들강 이라 하니, 솔밭 입구엔 그 연원을 새긴 장대한 비석이 이정표를 대신한다. 그만큼 남은 이들의 마음 빚 이 컸다는 뜻이리라. 겁도 없지, 비석은 전설의 연원을 고려 말이었다고 시기를 명시했다. 남도 제일의 고을이 던 나주 남평 사람들은 식수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심 깊은 곳에 보를 쌓았다. 그로나 웬만한 홍수에도 보는 터졌고, 범람한 물은 오히려 농경지를 쓸어버렸고, 해 마다 불행은 되풀이됐다. 대개의 전설이 그러하듯 그때 현인이 나타나, 예의 그 희생공희를 권한다. 제물은 물론 정결하고 아름답고 효성스런 처녀다.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1

252 그건 드들강에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김제 벽골제엔 단야가 있다. 스스로 제물이 되어, 사랑하는 연인의 행복을 지키고, 제방과 마을의 안녕을 지켰다는 낭자의 전설이다. 제주도 엔 김녕 뱀굴 전설도 있다. 세상의 남정네는 문제만 생기면 누이의 희생에 기대어 저의 안녕 을 꾀했던 셈이다.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 5월29일이 초연 후 꼭 100년째라던 스트 라빈스키 작곡, 나진스키 안무의 '봄의 제전'도 그런 내용이다. 아름답고 정결한 처녀는 봄의 생명력을 깨우기 위해 희생된다. 세상의 오라비들은 참으로 비겁했다! 말이 자청이지, 어느 누가 수장을 원할까. 하지만 전설의 공식대로, 효성스런 처녀 드들 은 희생을 '자청'했다. 명주실 반 타래나 빠진다는 그 시퍼런 물속에 드들을 수장시킨 뒤 쌓 아올린 보는 어떤 홍수도 이겨내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희생을 기려 드들강이 되었 고, 송림 맞은편 산은 드들매가 되었다. 그건 남정네들의 누이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의 표시 였다. 드들처럼 공공의 안녕을 위해 희생된 것만도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 그나마 한 줌 먹거 리는 오라비 차지였고, 누이들은 언제나 병약했다. 누이란 이름이 애잔하고 슬프고 가냘픈 이미지로 다가오는 건 그런 까닭이었다. 그렇게 간 누이를 기리는 시와 노래의 원조가 신라 때 월명사의 제망매가. "죽고 사는 길은 여기 있으매 두려워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하고 가느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양주동 주석) 시인 박기동과 작곡가 안성현의 누이도 온다 간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갔다. 1947년 박 영애는 벌교에서 스물넷에, 안순자는 광주에서 15살에 세상을 떴다. 박기동은 벌교 읍내에 서 오 리 길, 부용산에 누이를 묻고는 돌아와 이런 제문을 남겼다. "부용산 오 리 길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2

253 잔디만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안성현 역시 같은 해 누이의 죽음을 가슴에 묻었다. 가야금 명인이던 부친(안기옥)이 북으로 떠난 뒤 그가 보살폈던 어린 누이였으니 상심을 깊고도 깊었다. 그가 일본 동방음악원으로 유학 갔을 때나, 돌아와 교편을 잡아 이리저리 옮겨다닐 때나 누이는 그저 오라비를 그리워 했다. 안성현의 목포 항도여중(지금의 목포여고) 음악교사로 부임한 것은 1947년, 박기동이 순 천사범에서 항도여중으로 옮긴 것은 1948년 2월이었다.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던 작곡가와 시인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그리고 아끼고 아꼈던 제자 김정희가 누이처럼 폐결핵으로 요절 하면서, 시 부용산이 안성현의 송( 頌 )을 얻어 노래 '부용산'으로 탄생했다. 그것은 필연이었 다. 당시 항도여중은 "이처럼 내면이 아름답고 희망에 찬 학교가 어디 있을까"라고 박기동이 찬탄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의 주목을 받던 두 사람 은 1949년 가을 차례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두 사람이 이후 밟은 기구한 인생처럼 부용산의 곡절 또한 기구했다. 부용산은 1848년 4월11일 목포 평화극장에서 열린 학예회 때 5학년생 배금순의 노래로 처음 발표됐다.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자료집) 그리고 8월7일 발간된 안성현의 두번째 작곡집에 실렸다. 사무치는 노랫말과 애잔한 선율은 해방 정국 신산한 삶 에 쫓기던 이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다.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퍼져하던 그해 10월 여순 사건이 발생하고, 산으로 쫓겨난 이들이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노래가 되었 다. 그후 부용산은 빨치산 노래로 붉은 밑줄이 그어져 안성현.박기동 까지 연좌되기에 이른 다 이후 안성현이 북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용산의 봉인은 더 치밀해졌다. 그 봉인을 처음 푼 것은 안치환 년 낸 앨범[노스텔지어 노스텔지어]에 '부용산'을 작가 미상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3

254 의 구전가요로 올렸다. 박기동은 늘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아야 했고, 툭하면 가택수색, 연행 혹은 구금을 당했 다. 애지중지하던 시작 노트는 이 과정에서 모두 빼앗겼다. 76살 나이에 호주로 이민을 갔던 것은 숨 한번 편하게 쉬자는 생각에서였다. 부용산 말고 순천사범학교 재직 중 남조선교육 자협회 성명서에 서명한 것도 족쇄처럼 따랐는제, 내용이란 게 고작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신생 한국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구전가요' 부용산은 1997년 안치환에 의해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뒤, 이동원.한 영애 등 우리의 가객들에 의해 원곡도 발굴되고 그 선율이 소개됐다. 이제 벌교 부용산엔 시비와 부용정이, 항도여중엔 노래비가 그리고 목포와 남평에선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2009년 장안의 내노라하는 자유인들이 서울 운현동 뒷골목 '낭만'에 모여 '부용산 잘 부르기 대회'를 열기도 했고, 대회를 위해 김학민 씨가 부용산의 사연을 조사해 발표하고, [한겨레] 노형석 기자는 그 자리를 세밀화 그리듯 묘사해 독자에게 전했다. 아직 봉인이 덜 풀렸는지 노래방 노래집에 그 이름이 오르지 않고, 방송이 이를 꺼린다 해도, '부용산'은 금기에선 벗 어났다. 그럼에도 오늘 다시 그 내력을 지면에 올린 까닭은 오로지 '우리 안의 윤창중' 덕이다. 누이들의 희생에 기대는 것도 모자라, 식 ( 食 )과) 롱 ( 弄 )의) 목록에 올려 시도 때도 없이 껄떡대는 그 욕정과 탐욕이 한없이 부끄럽고 두려운 것이다. 비겁한 남정네여 부용산 을 노래하게나 드들강변이나 부용산 부용정이 아니어도 좋으니, 누이들의 애잔한 향기를 기 억하시게. (덧붙임)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종주)의 활동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 다. 안성현은 1950년 9월15일목포에서 공연한 무용가 안성희(최승희의 딸)를 만나, 부친과 최씨를 만나볼 셈으로 안성희의 북행에 동행했다. 사흘 뒤 인천상륙작전 및 서울 수복과 함 께 전선이 교착되면서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효자가 어머니와 처자식 을 방기할 리 없었다.(부인 성동월씨) 안성현은 순흥 안씨, 최승희의 남편 안막은 죽산 안씨 로, 조카 삼촌 사이다 아니다. 그의 북행과 안막은 무관하다. '부용산' 탄생에 제자 김정희의 요절이 작용은 했지만, 실은 누이의 죽음이 더 큰 계기였다.(성동월씨) 그러나 이런저런 논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4

255 란을 떠나, 변함없는 사실은 부용산이 이 땅의 누이들을 위한 애가라는 것이다. 대기자 6월20일 두 편의 시와 두 남자와 방송 곽병찬 칼럼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살살 뛰고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시가 있다. 전북 고창 부안면 선운리 질마재의 서정주문학관엘 들렀을 때다. 폐교된 선운분교를 살짝 개조해 꾸민 문학관 1층의 전시실 겸 세미나실을 거쳐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벽면이었을 것이다. 거기 구석진 곳에 운 좋은 사람만 보라는 듯 걸려 있는 시 한 편이 있었다. 제목부터 군침이 솟는 '하늘이 싫어할 일을 설마 내가 했을까' "연애지상주의파의 한 노처녀가 사내인 그대의 사십대 후반기쯤 나타나서 "나는 줄곳 당신을 혼자서 사모해 왔거던요" 한다면, 그리고 또 그대가 이미 처자를 거느린 가장이라면 이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면 좋지? "너 좋알라, 나 좋알라" 받아 들여서 사람들 눈 피해서 붙고 노는가? 아니면 "참어라 참어라 참어라"하며 멀찌감치 피해서 살아 가는가? 우연처럼 참 우연처럼 꼭 한번 내게도 이 시험이 사십대 후반엔 왔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침묵함이 좋겠다.... "하늘이" 싫어할 일을 내가 설마 했겠나?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5

256 그거나 습용 ( 襲 用 )하며) 침 미당은 부인(방옥숙)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시를 썼을 것이다. "그래, 나 는 천국이나 극락에 가더라도/그녀와 함께 가 볼 생각'(내 늙은 아내)이라 고 했던 부인 말이다. 그러나 그 천진한 발설에, 시인 자신의 입꼬리도 슬 며시 올라가지 않았을까? 이젠 용서하시겠지? 이런 고백도 있다. 독자의 가슴에도 상처를 내는 그런 시다. 김수영은 출판사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동대문 허름한 여인숙에 끌려가 낯선 여인과 동침했다고 한다. 잠에서 깬 뒤 얼 마나 황망했으면 그는 속옷도 벗어놓은 채 여인숙을 튀어나왔다. 그때 남긴 시가 '성'이다 "그것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 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채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의 순간이다 황홀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의 순간이다..." 사실 부인(김현경)은 그의 행적을 짐작하고, 보채는 아이 달래듯 그를 어르는 중이었다. 김수영은 한 달에 한 편 남짓 시를 쓰면 반드시 부인에게 평을 구했다. 그의 안목에 대한 믿 음도 믿음어니와, 웬만한 허물은 모두 감싸주리라는 믿음이 컸다. 그런데 '성'만은 책상 서랍 에 꼭꼭 가둬둔채 공개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뜬 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야 부인의 눈 에 띄었다. 시인이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 위선을 단호하게 자책하는데, 독자라고 속이 편할 리 없다.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6

257 처벌이 크게 강화된 성범죄 관련 법들이 어제 발효됐다. 이제 성범죄자는 피해자의 고 소 없이도 처벌을 받게 되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고 처벌을 피할 수 (반의사불벌죄)도 없 으며, 대부분 범죄에 공소시효도 적용하지 않는다. 누구나 고발할 수 있어 피해자 신원이 노 출될 우려가 커졌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긴 하지만, 쌍수로 환영할 일이었다. 그런데 벌을 무 겁게 한다고 그런 파렴치 범죄가 줄어들까? 회의가 드는 까닭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그런 경력을 훈장처럼 붙 이고 다니는 자들과, 그런 자들을 중용하는 세태 때문이다. 온갖 추접한 발언으로 성희롱했 던 강용석씨는 요즘 종편과 듀선방송 덕에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강용석의 고소한 19'(티 브이엔)의 진행을 맡았고, 같은 티브이의 [에스엔엘 코리아]와 제이티비시의 [썰전]에 고정 출연한다. 허접한 방송들이 그를 모시기 위해 안달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성희롱, 성추행을 두려워할 것이가. 윤창중 전 청화대 대변인이 강씨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입 심이 달리나 지명도 떨어지나 허접스럽기가 못 미치나, 그런 방송이 있는 한 인생 역전은 시 간문제! 길이 남을 시로 용서를 구했던 두 시인의 고백이 오늘 쓸쓸하다 6월21 일 홍세화 [말과 활]발행인 " 지금 여기의 절망에 응답하라!" '안철수 싱크탱크 '진보적 자유주의' 공식제시"라는 제목아래 어제치 [한겨레 ]6면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1 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창립 심포지엄을 열고 '안철수 새 정치'의 핵심 기조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이어서 최장집 이사장의 "'진보적 진보적'의 의미는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 원리와 그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미주적 방법으로 개선하려는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기대와 긍금증을 품게 했던 안철수의 '새 정치'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미 충분히 봤다는 느낌이, 그것도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7

258 흐릿하지 않고 또렷하게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손학규 씨가 십여년 전에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에서 빌려와 자신의 버전 으로 내놓았던 게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이어서만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계는 외환 위기 직후 집권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주장했던 김대중 정부에 대 한 "만델라인 줄 알았더니 대처더라"라는 라는 평가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 신 자유주의'라는 말을 꼽씹어야 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대안정당을 모색한다면서 내 놓은 진보적 자유주의는 김대중 정권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나 노무 현 정권의 '좌파 신자유주의'와 어떻게 다른다. '포함된 자'에서 '배제된 자'로의 일 방통행밖에 허용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칼날 앞에서 노동자들에겐 굴종만이 생존 의 길로 남아 있다. 그것은 최근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면서 자발적 굴종의 밑바닥 을 기고 있는 노동조합의 참담한 상황을 고발한 케이티 노조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민주적 방법으로 개선한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오늘 신 자유주의 지배질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을 개선한다는 주 장은 정치의 언어이기보다 권력이나 지배를 위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위험사회론]으로 잘 알려진 울리히 벡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유로화의 위기를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서 메르켈의 정치적 술수를 마 키아벨리에 빗대어 '메르키아벨리 모델'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밖으로는 잔인할 정 도의 신자유주의를, 내부에서 사회민주주의를 강조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라 고 했다. 이는 유로화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아랫목이 따뜻해야 윗 목도 따뜻해진다"는 적하효과를 주장하지만 윗목으로 가는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끊임없이 전가되는 고통과 절망이다. 어떤 이는 가장 높은 차원의 희망은 극복된 절망에서 나온 다고 했다. 그전에 여기에 아직 정치가 있다면, 그것이 새 정치든 아니든, 지금 여기의 절망에 응답하라!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8

259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대에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분할과 배제는 가속화됐다. 그 법들은 진보 또는 좌파라고 자칭하 는 자유주의 세력이 앞장섰기에 더 별 저항 없이 관철되었다. 그렇게 노동의 분할 과 배제를 공식화한 것이 사회에 끼칠 가공할 만한 결과에 대해서 그들이 미리 알 고 있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예컨대 비정규직 '보호'법이 '보호' 아닌 '양 산'을 낳은 실제적 결과 앞에서 '보호'를 강변했던 이들 중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들에게 선의의 정치보다 권력, 지배의 욕망이 더 컸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묻고 싶은 것은 이른바 '새정치'의 핵 심 기조로 표방된 진보적 자유주의가 지금 여기서 거리에 내쫓기거나 생존의 기로 에 선 프레카리아트들에게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여기 펼쳐 지는 '비참한 세계'의 고통과 절망 앞에서 응답하지 않는 정치는 정치라고 할 수 없 다. 앙드레 고르가 벌써 년에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서 지적했듯이, 노동 (자)의 지위는 자동화.정보화 정보화.인공두뇌로 무장한 기계 앞에서 일자리를 잃어면서 기계에 비해 주변화.종속화되는 자리로 밀려나는, 이중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는 완전고용이나 숙련노동이 빠르고 정교한 기계한테 밀려날 때,"지배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다른 경제적 합리성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대신 아주 희소한 일자리를 놓고 자신들끼리 다투게끔 만들 것이다. 실제로 실업은 단지 세계적 위기의 결과인 것만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기업 내의 복종과 규율을 정립 할 수 있게 하는 무기다'라고 경고했는데 그의 경고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새로운 노동사회 환경 앞에서 유럽의 전통좌파정치세력은 '노동자들이 다른 경제적 합리성을 위해 함께 투쟁'하도록 이끄는 정치 대신 권력과 지배의 길을 택 했다. 기계가 대신 일하기 때문에 강제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에게 새 가능성으로 다가온 기존 사회체제의 근본 변화를 두려워했던 것은 보수세력만의 일이 아니었 다. 특히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이념 지향을 왼쪽으로 당겼던 외부 힘마저 사라지자, 그들은 목표를 위해 거리낌없이 중도를 지향한다. 중도로 갈수록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59

260 득표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우파는 우파대로 중도를 지향하여 좌우 구분이 불 분명해지는 중도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권력 장악이 목표임을 솔직히 드러내 는 대신 이념을 표방한다. 그것이 영국 신노동당의 '제3의 길'이었고 프랑스 사회당 우파의 '사회적 자유주의'였다 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수용하는 것인데, 신자유주의의 시장 과잉이 낳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의 역할 이 바로 그들이 권력을 장악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반의 정치에서 배제된 하층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극우이념에 휩쓸리게 됐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렇게 유럽에서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에 속하는 '제3의 길'이나 '사회적 자유주의'가 오늘 여기서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새정치'의 핵심 기조로 등장한 것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로 24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이 세상을 등졌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했던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대신 대한문 분향 소조차 용인하지 않고 김정우 지부장을 구속했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권력의 지 배만 남아 있는 것이다.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회계감사 문서에 담당자와 책임자의 날인도 없는 황당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뭉개고, 선거 전 에는 그나마 관심을 보였던 민주당도 선거가 끝나자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최 근에 스페인의 열쇠공과 소방서원들은 주택담보출금을 갚지 못해 쫓겨나게 된 집의 문을 열어 달라는 채권자 은행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심적 갈등 때문에 도저 히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단다. 맹자님은 수오지심과 측은지심을 인간이 조건으로 꼽 았는데, 수오지심도 측은지심도 찾기 어려운 곳, 인간성이 실추된 곳에서 정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지금 정치가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은 차라리 대한문이다. 매일 오후 6시30 분에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 의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를 연다. 오늘 저녁 미사에 참석하는 분들은 "사 람아, 희망이 되어라"라고 라고 적힌 회람지 밑에서 다음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흥국생명 30 62일, 코오롱 30 42일, 영남대의료원 2351 일, 콜트콜텍 2333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0

261 일, 재능교육 일(종탑 1 36일 ), 쌍용자동차 1 493일, 3M 1 488일, 대 우자동차판매 880 일, 골든브릿지 425일, 현대차 철탑농성 243일, 강정 해군기지 반대 7년째, 밀양 송전탑 반대 8년째, 용산참사 발생 일 째, 대학강사 지위회복투쟁 일." 어떤 이는 가장 높은 차원의 희망은 극복된 절망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전에 여기에 아직 정치가 있다면, 그것이 새 정치든 아니든, 지금의 여기의 절망에 응답하라! 벅노자 한국, 안과 밖 한- 미 동맹이라는 덫 나치 독일 지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주된 근거는 침략 전쟁 준비와 실행이었는 데, 오늘날 미국 지도자들도 그 전철을 동요 없이 밟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스노 든의 폭로로 그들이 전세계를 감시하고 있다 의혹은 이제 사실로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의 이전의 시기를 방불케 하는 이 시대에, 과연 계속해서 잠재적 침략 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가? 영세중립 등의 가능성들을 꼭 배제해야 하 는가? 더 늦기 전에, 한반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꼭 심각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1929년 년의 유럽 세계 공황, 독일 경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 이탈리아 파시즘의 공고화, 이 탈리아를 모방하려는 극우 정권들의 포르투갈 등지에서의 출범 년 뒤인 1939년 년에 어떤 일이 터질지 아무도 아직 감을 잡지 못했지만, 불안과 공포가 1929년 년의 유럽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불안한 세계에 메가톤급 센세이션이 터졌다. 평화주의자인 카를 폰 오시에 츠키 (1 889~1 938)가 독일 공군이 국제조약들을 위반하여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 곧 독일군이 공군을 이용하는 침략 전쟁의 야망을 버리지 않고 평화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그전에도 이와 같은 의혹들이 제기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1

262 지만, 이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오시에츠키의 고발에 대한 '민주적' 바이마르공화국 당국의 대응은 강경했다. 실제 감옥에서 7개월 정도만 복역해 사면으로 석방됐지만, 오시에츠키가 재판에서 '반역,간첩 혐의'로 일단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다. 당국의 조약 위반 사실을 고 발한 양심가는 당국자에게 '반역자'이었던 만큼 수많은 세계인들에게는 영웅이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버트런트 러셀 등을 비롯한 수십만명의 각국 시민들이 오시 에츠키 옹호 캠페인에 동참했고, 급기야 그는 1 93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그러나 그때 독일은 이미 나치들의 차지가 되고, 오시에츠키는 수용소의 수인이 되 고 말았다. 나치들의 천하에서 오시에츠키는 상을 받으러 출국조차 하지 못한 채 무리한 강제 노동과 질병으로 요절했고, 그에게 상을 준 노벨 위원들은 년 히 틀러의 노르웨이 침략 이후에 특별히 처벌을 받은 만큼 그의 '반역'에 대한 복수는 완벽 (?)했다 했다. 2013년의 세계.세계 공황, 구미권의 얼어붙은 경제, 특히 남유럽 등지에서 더 이상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으려는 정권들의 점차적 권위주의화.... 아직도 표피적으로 태평성세. ' 글로벌 시대' 의 시곳이지만, 미국의 주도로 세계 군비는 이미 냉전 말기의 수준을 능가하기에 이르렀 다. 세계적 무력 갈등은 아직 머나먼 것으로 보이지만, 시리아 같은 곳에서 이미 러시아와 이 란이 무장시킨 세속적인 정권과 미국과 그 지역적 군사보호령들( 사우디 등)이 무장시킨, 주로 종교 근본주의적 성격의 반군이 최악의 내전이자 국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다시피 하는 이 세계에 메가톤급 센세이션이 터졌다. 에드워드 스노든 이라는 미국 컴퓨터 기술자가 중앙정보국의 요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더는 양심상 용인할 수 없어, 미국 정부의 정보기관들이 정보 보호에 관한 국제법을 모조리 위 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격 폭로했다. 그가 폭로한 행위, 예턴대 수억명 세계 시민 들의 전자 검색 내용이나 전자우편, 통화 감시부터 시작해서 중국 국내 네트워크 해킹, 수억개 전자메시지 훔쳐보기까지의 행위는 사실상 일종이 '인터넷상의 전쟁 행위'로서 로서, 미국의 라이벌이 되는 나라(특히 중국)에대한 실전 준비 차원이라고 해 석될 여지도 크다. 나치 독일 지도자들이 전후에 유죄 판결을 받은 주된 근거는 침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2

263 략전쟁 준비와 실행이었는데, 오늘날 미국 지도자들도 그 전철을 동요 없이 밟고 있는 게 아니가 싶을 정도다. 그들이 전세계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제 사실 로 드러났다. 스노든의 고발에 대한 '민주적' 미국 당국의 대응은 초강경이었다. 미국 당국자들 이 스노든을 '반역자'라며 고발 조처를 취하고 그가 더는 '도망'다니지 못하게 그의 여권을 폐기했다. 미국 대통령이나 외무관계자들은 스노든을 도와주려는 불법 감시 피해 국가들을 상대로 "범인을넘겨주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여느 학교 '왕따' 가해 학생 못지않게 무자비한 '복수'를 기약한다.스노든이 붙잡힌다면? 지금 재판중인 또 한 명의 양심적 고발자인 브래들리 매닝은 어쩌면 20 년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당국의 '복수' 욕망이 정도로 봐서는 한번 들어가기만 하면 일단 나오기가 힘들 것이다. 너무나 불길한 예감이지만, 나치들의 감시 속에서, 끝내 자 유의 몸이 되지 못해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죽은 오시에츠키가 떠오른다. 한데, 스 노든에 대한 옹호 캠페인은 이미 거의 오시에츠키 방어를 위한 국제 운동과 비슷한 규모가 됐다.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나 할까? 오시에츠키 사건과 스노든 사건이 우연히 닮았 다기보다는, 어떤 구조적인 유사성을 보이는 게 문제다. 세계 공황 속 경제난과 열 강 대립 격화의 가능성들, 세계 대전에서 패배했거나 지난 1 0 여년 동안(이라크 등 지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어 국제적 영향력이 감퇴한 군사주의적 국가의 잔쟁 준미 행위해 대한 양심적 고발, 고발자를 '반역자'로 모는 당국자들의 태도, 요동치는 세 계여론.... 한 가지 아이러니한 차이라면, 거의 80 년 전에 노벨위원회가 노벨평화 상을 오시에츠키에게 준 반면, 지금 그 평화상을 이미 받아 놓은 것은 바로 스노든 을 마녀사냥하는 주범 오바마다. 슬픈 아이러니지만, 그만큼 '평화'에 대한 노벨위 원회의 이해가 달라진 셈이다. 물론 80 년 전의 노르웨이는 독일의 동맹국이 아닌 것과 달리 오늘날의 노르웨이는 나토 가입국, 곧 미국과 군사적으로 한패가된 나라 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이다. 곧, 스노든이 고발한 '글로벌빅브러더질'로 얻은 정보의 일부분, 예컨대 대북 관련 정보 등을 한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3

264 국의 '기관'들도 어쩌면 얻을 수 있단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고발은 우리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이 고발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서, 우리에게 한-미 동맹이 과 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내 보수주의자들은 한-미 동맹을 '평화의 보장'이라고 홍보한다. 실은 어쩌면 과거에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솔직히 인정해주어야한다. 미국 당국자들이 한국 당국자보다 더 평화 지향적이라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냉전적 질서 속에서 조폭 보스와 일개 졸개의 전략적 사고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 진 사실이지만, 1 968년 1.21 사태(북한의 청와대 습격 시도) 이후 박정희는 한때 대 북 침공까지 고려했지만, 미국은 이와 같은 망상적 이야기를 애초부터 일축했다. 북한과 소련이 엄연히 동맹국이었던 상황에서 '대북침공'은 3차 세계대전을 뜻하고, 아직 성장 드라이브 중인 미국이 굳이 이와 같은 무리수 없이도 중국이나 소련과 같은 라이벌들을 점차 포섭하거나 무력화시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냉전이 끝나고 미국으로서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나서 역할은 돌 연히 전도됐다 년 1 차 북핵 위기 때에 이제 한국이 아닌 미국은 영변 시설에 대한 비사일 공격을 검토했고, 그 반대로 김영삼 대통령이 '대북전쟁 가능성'을 들 먹였던 클린턴을 견제해야 할 정도였다. 결국 김영삼의 설득보다도 북한을 침공할 경우에는 수십만명의 미군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 클린턴의 전쟁 열의를 억제한 셈인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북-미 관계보다 문제가 훨씬 더 크다. 미국의 불법 정보 수집 행위의 가장 큰 피해국 중의 하나는 바로 중국이며, 미국의 제1 호 가상 적도 바로 중국이다. 미국의 성장 드라이브가 고장난 지 이미 오래됐으 며, 이와 달리 '시장'의 일부 폐단을 면할 수 있는 중국의 국가 주도 자본주의 경제 는 아직도 고속성장 중이며, 아마도 년을 전후로 해서 미국을 추월할 상황이 다. 평화가 지속되면 몇 년 뒤에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될 중국은 당연히 그 어 떤 전쟁도 바랄 일은 없지만, 미국으로서는 중국보다 월등히 강한 부문이라고는 군 사 부문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에 대한 위협은 어느 쪽에서 나오는지 불문 가지의 일이 아닌가?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4

265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기를 방불케 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계속해서 잠 재적 침략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가? 영세중립 등의 가능성들을 꼭 배 제해야 하는가? 더 늦기 전에, 한반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우해 꼭 심각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곽병찬의 향원익청.홍세화, 여기 절망에 응답하라 265

266 이상수의 고전중독 :50 이상수의 고전중독 철학자 칼은 어떻게 보따리가 되었나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가 '자신의 강점을 숨기고 그늘에서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 '( 韜 光 養 晦 )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숨긴다'는 뜻으로 쓰인 '도'( 韜 )자에 중국인들의 모 든 의뭉스러움이 다 담겨 있다. 이 글자를 자기 사상의 핵심으로 삼은 사람은, '강태공'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주나라의 개 국공신 여망( 呂 望 )이다. 그는 [육도]( 六 韜 )라는 병서를 지었다. 위작설이 분분하지만, 1972년 산둥성 인췌산 한나라 무덤에서 일부가 출토됨에 따라, 이 책이 전국시대에 이미 읽혔음이 확인되었다. '도'( 韜 )를 흔히 '칼집'으로 번역하는데, 잘못이다. 칼집은 '검초'라고 한다. '도'는 칼집을 싸 는 '칼전대'를 말한다. 칼을 칼집에 넣어봤자 사람들이 무기인줄 다 알지만, 칼전대에 넣으면 드디어 무기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보따리로 변한다. '도'라는 글자의 의 뭉스러움은 이런 수준이다. [육도]는 이렇게 말한다. "매가 다른 새를 치려 할 때는 낮게 날 면서 날개를 움츠리고, 맹수가 먹이를 덮칠 때는 귀를 접고 납작 엎드려긴다. 성인이 행동에 나설 때는 반드시 어리석게 보이도록 한다."( 鷹 鳥 將 擊, 卑 飛 劍 翼 ; 猛 獸 將 搏, 弛 耳 俯 伏 ; 聖 人 將 動, 必 有 愚 色 "< 六 韜. 武 韜. 發 啓 >)'우색'( 愚 色 )이란 바 로 칼전대로 싸 보따리로 변한 무기다. '도광양회'는 중국 전략사상의 핵심이다. 여포에게 패한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들려준 조언 도 '도광양회'였고, 개혁개방 이후 뎡샤오핑이 제시한 외교노선의 뼈대도 '도광양회'였다. 중 국이 미국과 더불어 이른바 'G2'라 불리기 시작했을 때 중국 지식인들은 열광했지만, 한편 이상수의 고전중독 266

267 "낙타는 굶어죽어도 말보다 크다"( 駱 駝 餓 死 比 馬 大 )는 속담의 인용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 다고 한다. 일인당 지디피로 보면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중국이 어느새 핵보유국 자격 을 심의하는 세계패권의 중심 자리에 앉아 있다. '도광양회'의 위력은 이렇게 무섭다. 노출증 환자 수준으로 과시욕에 불타는 이 나라가 중국의 심의를 받는 처지로 전락하기 싫다면, 그 들로부터 적어도 '도광양회'와 '우색'은 배워야 할 것이다.blog.naver.com/ xuande 6월1 8일 사마천의 '조선열전'과 북한 사마천의 [사기]에는 '조선열전'이 있다. 연나라 사람이라는 위만이 조선으로 망명 해 왕이 된 뒤, 손자인 우거왕 때 한무제의 침략으로 망했다는, 논란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열전' 조선열전'에 '조선'에 관한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이 글이 이름값을 못 한다. '한무제의' 조선 정벌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목할 대목이 몇 곳 없지는 않다. 가장 흥미로운 건 한의 침략 때 보인 조선의 군사 전술이다. 서기전 1 0 9년 한의 침략으로 조선은 전시국가 상태가 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공작부대처럼 죄수로 편성된 5만의 침략군은 누선장군 양복이 지휘하는 수군과 좌장군 순체가 이끄는 육 군으로 나뉘어 조선을 남북 양면에서 공격했다. 조선군은 험난한 지형을 이용해 완 강히 저항하는 한편, 거짓 항복으로 적을 교란시키고 두 적장을 이간질시켰다. 무 제는 위산을 사자로 보내 협상하도록 했다. 사마천은 조선왕이 태자를 한나라에 보 내 사죄하도록 했다고 기록했는데, 이건 사마천도 속은 위장항복이다. 태자는 1 만 의 병력을 끌고 한나라로 가다 위산이 무장 해제를 요구하자 패수에서 돌아왔다. 병력 1 만을 대동하고 행차하는 게 무슨 항복인가. 이 보고를 받고 분노한 한 무제 는 위산을 죽이고 다시 공손수를 보낸다. 공손수는 양복을 체포한 뒤 순체의 지휘 를 받도록 했다가 무제의 분노를 사 역시 처형당했다. 결국 신하들의 배반으로 우 거는 죽임을 당하고 조선은 망했지만, 침략군 장수 순체도 귀국 뒤 처형당했고, 양 복은 간신히 돈으로 속죄한 뒤 평민이 되었다. 이상수의 고전중독 267

268 누구도 조선의 위장항복과 교란전술을 비난할 수 없다. 한나라 같은 초강대국 옆 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오랑캐의 생존논리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영양왕도 위장 굴복으로 수나라 황제를 우롱했고, 을지문덕 장군도 위장항복으로 수나라 장수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은 남북회담 결렬 뒤 북-미 회담을 제안했다.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때까지 스스로 전시국가라 여길 북한은 고조선이나 고구려 이상으로 집요한 교란전 술을 구사할 것이다. 뿌리 깊은 생존논리이므로 놀랄 것도 없다. 근본적으로 전시 체제를 끝낼 고민을 가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적의장점을 배우려 한 강희제 청나라. 강희제는 앞선 왕조인 명의 실록 편찬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그는 [명실록] 편찬 관련 보고를 받을 때마다, 명을 무조건 깎아내리지 말고 공정하게 서술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강희는 우선, 자기도 실천하기 어려운 잣대를 들이대어 과거를 비판하는 것을 경 계했다.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기는 쉽지만, 막상 자기가 하려면 어렵다. 자기 는 돌아보지 않고 멋대로 옛사람에 대해 비평만 한다면, 아무리 문장이 좋다 한들 어찌 도리에 맞겠는가."([성조실록 ] 1 30 권, 강희 26년) 그는 망한 나라를 멋대로 폄 하해서 자기 정당화의 명분을 구했던 지난 왕조를 되풀이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를 내릴 것을 강조했다. "원나라" 사람들은 송나라를 비판했고, 명나라 사람들은 다시 원나라를 비판했지만, 짐은 망한 나라라고 해서 결코 그런 식으로 쉽게 비판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공정하게 평가한 논리를 따를 것이다." 元 朕 幷 不 似 人 0 譏 亡 國 也 惟 從 公 論 耳 [성조실록 나 짐)." ( 元 人 譏 宋 明 復 譏 성조실록 ] 1 79권, 강희 36년) ( 나무랄 기, 그가 이렇게 공정한 역사 기록을 요구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명나라의 좋 은 제도와 정책은 보고 배우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명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이상수의 고전중독 268

269 내리면 자신이 나중에 되레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역사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명" 나라가 이백년 이상 지속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좋은 풍습과 훌륭한 정책도 있었 다. 이걸 다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 만약 명에 대한 부당한 평가가 하나라도 있다면, 후세인은 짐을 탓할 것이다." ([성조실록 21 8권, 강희 43년) 앞선 한족 왕조 의 장점을 기록한 글이 돌아다니는 건 이민족인 만주족 왕조에 큰 부담일 수 있었 지만, 강희는 역사에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여기에 강희의 위대함이 있다. 반대파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은 오늘날도 다를 게 없다. 클린턴의 후임자인 부시는 "클린턴 정책과 다른 것은 뭐든! (Anythi ng but Cli nton)을 외쳤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엔엘엘 관련 대화록을 두고 몰상식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반대파 정권의 장단점을 공정히 평가하고 배우려는 위대한 정 신을 지닌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7월2일 사람 잡는 단장취의 중국 춘추전국시대인 서기전 559년, 강대국 진 ( 秦 )나라에) 대항해 열국이 연합공격 을 펼쳤다. 경수라는 강에 이르러 건널지 말지를 두고 연합군 내부에서 논란이 벌 어졌다. 진 ( 晉 )나라) 대부 숙향은 노나라 경대부 숙손표를 찾아가 그의 뜻을 물었다. 숙손표는 "박에는 쓴 잎도 있도 있습니다 있습니다" ( 匏 有 苦 葉 ) 이라고 이라고 대답했다. 숙향은 이를 강을 건너겠다는 말로 받아들여 배를 준비했다.(<춘추좌전 춘추좌전> 영공 1 4년) '포유 고엽'은 <시경>에 나오는 사랑 노래의 한 구절이다. 강가에서 기다리는 연인이 자 기 연인에게 깊든 얕든 꼭 물을 건너오라는 얘기를 하는 시이다. <시경 시경>에 한 장을 잘라 의사를 표현하는 춘추시대의 이런 외교 어법을 단장취의 다. 단장취의( ( 斷 章 取 義 ) 라도 라도 한 "박에는 쓴 잎도 있고 강물 건널목엔 깊은 곳도 있네 匏 有 苦 葉 濟 有 深 涉 ( 건널 섭) 이상수의 고전중독 269

270 물 깊으면 바지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가랑이 걷고 건너네." 深 卽 려 (갈 려)." 淺 卽 揭 (들 게) 단장취의는 교양의 압축적 표현이지만, 문학의 은유를 은밀한 선동으로 해석할 때는 위험이 따른다. 시 한 구절과 목숨을 바꾼 사례들이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꼬 리를 문 건 그 때문이다. 가령 명나라 시인 고계는 <궁녀도>란 시를 썼다가 이를 자신에 대한 풍자로 받아들인 태조 주원장에 의해 도끼로 허리 잘려 죽었다. 청나 들추는가"( 淸 風 라 문인 서준은 "청풍은 글도 모르면서/ 어찌 책갈피를 어지러이 들추는가 不 識 字 / 何 事 亂 飜 ) 書 (뒤질 번)) 라는 시구 때문에 옹정제에게 목이 잘렸다. 조선 의 남이 장군도 "사내 스물에 나라를 평안하게 못하면 구 때문에 처형당했다. 못하면( ( 男 兒 二 十 未 平 國 ) 이란 이란 시 오해하기로 작정한 어리석은 자들 앞에서는 시문학은커녕 일상대화나 평서문조 차 안전하지 않다. 쫓기던 조조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여백사의 집에 묵었다가, 밖에서 "먼저 묶어놓고 죽일까? 라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을 대접할 돼지를 잡느라 한 말인데, 자기를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한 조조는 여백사 일가를 모두 죽였다. 이 건 사람 잡는 단장취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때 남북 정상 대회록에 대한 국정원과 집권 여당의 단장 취의가 극심하다. 문학작품도 아니 평서문을 정상적으로 독해할 능력이 없는 이들 은 여백사 일가를 몰살시킨 조조만큼 위험한 존재들이다. 7월9일 국정원의 대선공작 사간들 [손자병법] 열세 편 가운데 마지막은 간첩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다룬 '용간 '( 用 間 ) 편이다.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전쟁을 치르면서 "적에 관한 정보를 모 르는 장수는(군사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으므로) 어질지 못한 자의 극치로서 장 수 자격이 없다"고 손자는 질타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 것 "( 知 被 知 己 )를) 강조한 이상수의 고전중독 270

271 손자가, 적을 제대로 알기 위해 간첩의 활용을 강조한 것은 수미일관한 주장이다. 손자는 간첩을, 현지 민간인 간첩인 인간 ( 因 間 ), 적의 관료를 첩자로 쓰는 내간 ( 內 間 ),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반간 ( 反 間 ), 적에게 죽임을 당할 정도의 거짓정보 를 흘리는 사간 ( 死 間 ), 적진에서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파견간첩인 생간 ( 生 間 ) 등 다섯으로 나눈다. 손자가 이 가운데 가장 중시한 것은 반간이다. 반간을 통해 인간. 내간을 얻을 수 있고, 사간 작전도 벌일 수 있으며, 생간의 안전 생환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는 "미묘하다! 간첩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고, [손자병법[ 손자병법]은 "간첩 을 쓰지 않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 "( 不 用 間 不 勝 )고 단언했다 단언했다. 아무나 간첩 을 잘 쓰는 건 아니다. "지도자가" 탁월한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쓸 수 없고, 백성에 대한 사랑과 정의로운 목적이 없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으며, 미묘한 판단력이 없 으면 첩보에서 참된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 使 間, 非 微 妙 不 能 得 間 之 實.).."( 非 聖 智 不 能 用 間, 非 仁 義 不 能 오늘날 첩보전은 손자의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지만, 용간술에 대한 통찰은 손자 에 한참 못 미친다. 손자의 눈으로 볼 때,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국민에게 거짓정 보를 흘린 행위는 '사간' 구실을 한 것이다. 기밀이 생명인 기관이 연일 대서특필되 는 걸 보면, 그들은 정말 자폭할 각오로 그 일을 한 모양이다. 미국에 대사관을 도 청당하고도 박근혜 정부가 해명 요구조차 못하는 건, 미국에 대북 고급정보를 의존 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대북정보 담당기관이 창을 거꾸로 쥐고 국민을 향해 거짓정보 공작을 벌인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도 묵묵히 음지에서 피땀 흘리는 그 기관 요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대산 공작의 책임자들은 '사간'으로 처단해야 마 땅하다 7월1 6일 화요일 돌더러 옥을 평가하라고? 이상수의 고전중독 271

272 화씨( ( 和 氏 )라는) 사람이 초산에서 보배 옥돌을 발견해 여왕( 厲 王 )에게) 바쳤 다. 여왕은 옥 담당 관리인 옥인( ( 玉 人 )에게) 감정시켰다. 옥인은 돌이라고 판정했다. 여왕은 화씨가 거짓말을 했다며 형벌로 그의 왼쪽 발목을 잘랐 다. 여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다시 옥돌을 바쳤다. 무왕도 옥 인에게 감정을 시켰다. 옥인은 또 돌이라고 판정했다. 무왕도 화씨가 거짓 말을 했다며 그의 오른쪽 발목마저 잘라버렸다. 무왕이 죽고 문왕이 즉위 했다. 화씨는 옥돌을 껴안고 피눈물 흘리며 통곡했다. 왕이 물었다.. 세 상에 발목 잘리는 형벌을 받은 이는 수없이 많은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 가. 화씨가 말했다.. 발목 형벌 때문에 슬퍼하는 게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판정하고,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라 부르는 게 비통한 것입니 다. 문황은 옥인에게 이 옥돌을 다듬으라고 하여 보옥을 얻었다. 이 옥 은 화씨의 벽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비자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핵심 메시지는 가려져 있다. 한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개혁 대상이 개혁안을 심사해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 다 는 것이다. 여왕과 무왕은옥인에게 옥돌 감정을 맡겼다. 자신들이 생 산하는 옥보다 월등한 옥돌이 왔는데, 기득권자들이 이걸 제대로 평가할 리 없다. 그래서 화씨는 두 발목을 잃었다. 문황은 옥인에게 감정하 라 ( 相 之 )고) 하지 않고 옥돌을 다음으라 ( ( 使 玉 人 理 其 璞 옥돌 박) 고 지시해 보옥을 얻었다. 개혁 대상에게 개혁안의 심사를 맡기지 않고 실행 만 지시란 것이다. 한비자는 개혁파의 개혁안을 개혁 대상인 실권자들에게 심사하게 한다면 개혁파는 형리 아니면 자객에게 죽임을 당할 것 이라 며,, 개혁파가 도륙당하지 않은 것은, 다만 그가 제왕의 보옥과도 같은 개혁안을 아직 바치지 않았기 때문일 때문일 뿐 ( ( 有 道 者 之 不 也 욕보일 욕보일 륙, 이상수의 고전중독 272

273 持 帝 王 之 璞 未 獻 耳 ) 이라고 울부짖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여론 조작, 국가 기밀 불법 공개 등 나라의 기강을 뒤흔든 국정원에 대해 셀프 개혁 을 지시했다. 개혁 대상에게 개혁을 주도하라는 건, 돌보고 자신을 깎아내어 옥을 드러낼 계획을 세우 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미 이천몇백 년 전에 실패로 판명난 길을 가 고 있다.. blog.naver.com/xuande 이상수의 고전중독 273

274 안도현의 발견 :38 안도현의 발견 시인.우석대 교수 2013년 6월11일 화 동심론 좋은 글은 어디에서 나올까? 중국 명나라 말 이지(이탁오)라는 이가 이미 그 대답을 제출해 놓았다. 이른바 '동심론'이다. 그는 유교의 경전들이 '거짓된 사람들을 숨기는 늪'이라고 격하 게 비판하면서 딱딱한 유교 봉건사상에 맞서 표현과 정신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그는 훌륭한 글은 동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동심은 참된 마음, 곧 진정성을 가리킨다. 거 짓 없고 순수한 본심, 혹은 초심이 바로 동심이다. 이지에 따르면, 동심이 존재하면 언제든 좋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없고, 누구든 좋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지식과 견문이 쌓이면서 그 동심이 빛바래거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잘못된 독서가 사람을 해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어 이름을 파는 데 골몰한다면 책을 읽지 않아 동 심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만 못하다는 것. 어린이들이 쓴 동시를 읽다가 보면 동심이 파괴되기 시작되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된 다. 어린이의 마음이 무조건 천진무구하다는 잘못된 전제 때문이다. 아이들 마음을 병들게 하는건 어른들이다. 그게 답답했는지 백창우가 동시 한편을 턱 내놓았다. 니가 쓰고 싶은걸 니 맘대로 써 니 말로 말야 니만 좋으면 돼 세상에 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안도현의 발견 274

275 니가 아무리 잘 써봐 그래도 다 맘에 들어 하진 않아 그냥 니맘에 들면 돼 니맘에도 안 든다고? 그럼, 버려 6.12 갑오징어 충남 서천에서는 6월에 '꼴갑축제'가, 전북 부안에선 8월에 '님의뽕축제'가 열린다. 축제 이름 치고는 참 요란하다. 그렇다고 그 이름에 시비 걸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는 자치단체의 안간힘이라고 해두자. 서천 장항항에서 열리는 꼴갑축제는 꼴뚜기와 갑오 징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백석이 '통영'이라는 시에서 "파래에 아가미에 호루기의 젓 갈이 좋고"라고 할 때 그 호루기가 꼴뚜기다.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오징어는 사철 먹을 수 있지만 갑오징어는 때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뉴월에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여행할 때 갑오징어 회를 맛보지 않는다면 여행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여름 제주 여행에서 자리돔이나 한치를 회로 먹어보지 않은 것과 같다. 갑오징어는 다리가 여덟 개, 오징어는 두 개 더 많다. 오징어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돈으로 따질 맛이 아니다. 갑오징어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갓 잡은 회가 최고다.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쫄깃한 맛은 기본이고 그 어떤 회보다 달다. 갑오징어 회를 십을 때 아, 참 달다, 라는 탄성이 입술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순간 남부럽지 않은 미식가가 된다. 어릴 적 상비약이 귀하던 시절, 우리 짐에는 갑오징어 뼈가 있었다. 무릎이 깨지거나 손이 베였을 때 어머니는 이 뼈를 갈아 생채기에 살살 뿌려주셨다. 한참 다끔한 시간이 지나면 신 기하게도 피가 멎었다 월 이동한 한 청년이 한 청년을 업었다가 방바닥에 천천히 내려놓고 있었다. 그 순간 업힌 쳥년의 몸이 안도현의 발견 275

276 기우뚱하더니 한쪽 팔이 툭 떨어졌다. 청년을 업었던 다른 청년이 머쓱한 표정으로 그 팔을 주워 들었다. 어, 팔이 몽땅 빠져버렸네. 둘은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고는 팔꿈치 아래쪽 의 수를 황급히 끼워 맞추었다. 형, 내가 팔을 다시 달아준 거야. 절단장애 지체 1급 이동한은 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하는 제자다. 나이는 스물일곱 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는 축구선수였다. 1학년을 마칠 때쯤 심한 감기몸살 비슷한 증세가 찾아왔다. 그러다 몸 을 나눌 수 없는 시간이 왔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손끝과 발 끝에서부터 서서히 살이 썩어가기 시작하는 뇌수막 패혈증. 수족을 자르는 대수술 끝에 겨 우 목숨을 건졌다. 한동안 마치 팔다리가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환상수족 증세에 시달렸다. 화상처럼 타들어가는 얼굴은 이식수술을 해야 했다. 이 친구, 전동 휠체얼를 타고 다니는데 과속을 일삼는 폭주족이다. 포크 하나만 있으면 주위 도움 없이 무든 잘 먹는다. 술도 얼굴 이 불콰해질 때까지 몇 잔 마실 줄 안다. 학부 다닐 때부터 시를 잘 써서 큼직한 상을 몇 개 받기도 했다. 동한아, 네 몸이 걸어가는 몸이 아니라 굴러가는 몸이 잖아. 특별하게 너만 가 진 거지! 자신의 몸을 시로 써보라고 권했다. 그는 머지않아 온전한 몸의 시인이 될 것이다 골목 집과 집 사이 골목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간격을 골목이라 부르던 때가 있었 다. 저물 무렵 요령 소리를 앞세워 오던 두부장수가 있었고, 맹감잎에 싼 찹쌀떡을 팔러 오 던 사람이 있었다. 가로등 아래 떨리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있었다. 노상방뇨의 빗 소리도 있었다. 골목은 어느 집에서 고기를 굽는지 알려주었고, 어느 집에서 악다구니 끝에 울음이 새어나오는지. 밥상 던지는 소리가 나는지 기별해주었다. 혹시라도 낯선 이가 들어서면 그의 눈에 풍경이 익숙해질 때까지 가만히 엎드려 있는 골 목.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친절하던 골목. 젊은 시인 백상웅은 시장골목에 좌판을 펴고 앉은 이들을 비유한 시에서 "저 골목은 무릎을 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늙은 무릎들이 골목 안쪽에 가지런히 내놓은 화분에는 파, 쑥갓, 상추,부추가 오종종 꽃밭을 이루었다. 골목으로 턱 하니 불알 내놓은 세발자전거의 주인이 나타나시면 다들 그분을 경배하였다. 그분은 머 지않아 골목대장이 되실 분이기 때문이었다. 골목은 집과 집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아파트가 생기면서 골목이 사라졌다. 끈이 사라졌 안도현의 발견 276

277 다. 근대 이전의 골목길은 그나마 끈을 이으려는 노력들이 있다. 안동 하회마을과 담양 창평 면 삼지내 마을 골목길이 대표적이다. 팽나무와 어깨 낮은 돌담집들이 잘 어우러진 제주 해 안마을의 골목길도 일품이다. 중국 베이징 동쪽의 후퉁 거리도 삼삼하다. 근대 이후의 골목 은 어디서 찾아야지? 6월20일 전주가맥 전주을 떠올릴 때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전주에 웬 과메기야? 이렇게 물으면 촌스럽다. 작은 가게에 탁자와 의자 몇 개 놓고 맥주을 팔기 시작하면서 가맥 은 태어냤다. '가게맥주'를 줄인 말. 맥주을 마시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원래 동네슈퍼였 지만 가맥집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고, 아예 가맥 간판을 달고 새로 문을 여는 곳도 있다. 경 원동의 슈퍼 몇 군데가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전주 시내에 가맥이 없는 동네는 없다. 짐작하 건대 수백군데 될 것이다. 맥주 한 병에 2천원 정도로 저렴해서 주머니 사정이 궁핍한 젊은 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2차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술꾼들에게도 필수 코스다. 여름철에 는 에어컨도 틀어준다. 이목이 집중되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라고 아예 대형 텔레비전을 설치한 집도 많다. 계산은 탁자 밑의 백주상자에 꽂힌 빈 병을 헤아리는 것 으로 끝. 가맥의 안주는 북어니 노가리구이, 계란말이, 땅콩 등이 주류를 이룬다. 닭발튀김이나 북 엇국을 기본 안주로 내는 집도 있다. 전주에서 가맥집을 가게 되면 말린 갑오징어 맛을 봐야 한다. 오징어보다 질기기 때문에 갑오징어는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최근 에는 무쇠 기계를 개발해 갑오징어를 탕탕 두드리는 집들도 생겨났다. 가맥집 번창의 일등 공신으로 독특한 양념장 맛을 꼽기도 한다. 맵고도 달달한, 형용할 수 없는.... 6월24일 나는 너다 나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설명처럼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열매로 이루어진 여러해 살이식물이 나무일까? 한 그루의 나무가 나무이기 위해서는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 을 것이다. 꽃이 없는 나무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흙 속에 적절한 수분과 안도현의 발견 277

278 영양분이 있어야 하고, 목질이 단단해야 적어도 나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라 나무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 갖추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에, 어 느 특정한 나무에 세 들어 사는 벌레와 이끼가 그 나무에 없다면 그 나무를 온전하게 나무 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기이하게 어느 한 나무에만 닿지 않는다면 그것을 우리가 나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무는 자기 혼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나무가 될 수 없다. 자기 힘으로는 어떤 공간에서 도 나무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명해진다. 나무에 날아드는 새도 나무라는 것을. 나무 그 늘에서 부채를 부치며 쉬는 할머니도 나무라는 것을. 어느 나무의 배경이 되고 있는 무심하 기 그지없는 풍경도 사실은 다 나무라는 것을. 혼자 잘나서 출세하고 이름을 얻어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걸 착각하거나 망각하면 오만해진다. 겉은 멀쩡한데 영혼이 죽은 사람이 된 다. '너'가 없으면 '나'는 없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나는 너다. 트위 6.26 식당 낯선 도시에서 끼니때가 되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할 때가 있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네게도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음식점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바라보는 게 간판 이다. 첫 째, 식당 규모에 비해 간판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화려한 곳은 피한다. 그런 집은 없는 맛 을 과장하거나 음식의 때깔만 번지르르할 위험이 있다. 간판으로도 모자라 현수막까지 내거 는 집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이에 비해 간판의 디자인이나 글씨체가 오래된 식당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 간판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다는 건 그만큼 식당 경영의 연륜이 쌓였다는 뜻 이므로. 둘째, 원조라는 말이 간판에 붙어 있거나 방송에 출연했다는 걸 자랑하는 집도 가능 한 한 피한다. 마케팅의 과잉이다. 음식점의 역사와 명성은 손님이 알아보고 잦은 발걸음으 로 인정할 때 생기는 것. 주인이 대놓고 떠벌릴 일이 아니다. 셋째, 음식의 메뉴가 수없이 많이 나열되어 있는 식당도 되도록 피한다. 열거법은 때로 궁핍의 반증이다. 뜨내기손님들 에게는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진실한 맛을 찾는 손님에게는 결례가 이만저만 아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에 나는 그 음식점의 화분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개업 때 선물로 받은 안도현의 발견 278

279 축하화분을 잘 관리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화분에 물을 제때 주지 않아 식물의 잎사귀가 말라가고 있으면 크게 실망한다. 식물의 물관부 하나 축여주지 못하는 식당 주인이 어찌 손 님의 허기와 미각을 달래줄 수 있을까 집강소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절정은 4월27일 농민군의 전주성 점령이다. 그다음 날 서울에서 전 주성을 탈환하기 위해 내려온 정부군은 농민군과 두 차례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나서 전봉 준이 제안한 폐정개혁안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농민군은 전주성을 내주고 해산하게 되는데, 이때 전라관찰사 김학진과 녹두장군 전봉준의 전격적인 합의로 '집강소'가 설치된다. 집강소 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민관 합동 자치기구이다. 전라감영 관할 대부분의 군, 현, 면, 리에 집강소가 세워졌고, 치안 관리, 탐관오리 징벌 등 실질적인 개혁을 집행하게 된다. 민초들이 직접 행정.경찰.군사력을 행사했으니 그 권한은 실로 막강했다. 전라관찰사 김학진 은 자신의 집무실인 선화당을 전봉준에게 내주고 자신은 징청각이라는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일을 할 정도였다. 7월 초부터 10월 농민군이 삼례에서 2차 봉기를 할 때까지 집강소는 매우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다. 비록 한시적이지만 개혁을 요구하는 백성들 의 뜻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보기 드물게 찰떡궁합을 이뤘던 것이다. 옛 전북도청 자리가 바로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다. 전라감영 복원과 함께 집강소의 역사 적인 의미를 붇고 기려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농민자 치기구, 집강소를 가다'라는 주제로 9월28일까지 열리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기획전도 그중 하나다. 내년은 동학농민혁명 120돌이 된다 청장관전서 족베비가 날아다니는 까치를 어떻게 잡을까? 족제비는 온몸에 진흙을 발라 머리와 꼬리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는 마치 말뚝처럼 논둑에 꼿꼿이 선다. 또 다른 족제비가 눈을 감고 죽은 듯 그 밑에 눕는다. 호기심 많은 까치가 와서 누워 있는 놈을 콕 쪼아본다. 누운 놈이 한 번 꿈틀한다. 놀란 까치는 재빨리 말뚝같이 서 있는 놈 위에 앉는다. 그 순간 그놈이 입 안도현의 발견 279

280 을 벌려 까치의 발을 덥석 깨문다. 까치는 그때야 족제비의 머리에 앉은 것을 알게 된다. [청장관전서]( 靑 莊 館 全 書 )에 나오는 이야기다. 청장관은 조선 후기의 문인 이덕무의 호다. 그는 서자 출신이어서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조가 특별히 아끼던 실학자였 다. 정조는 유득공. 박제가와 함께 그를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해 책을 편찬하는 일을 맡겼 다. 이덕무의 삶은 책과 떼놓을 수 없다. 추위.더위.배고픔도 모르고 책을 읽는 스스로를 '간 서치'( 看 書 痴 )라 불렀다. 책에 미친 바보라는 뜻. 겨울에는 고서로 이불을 만들고 [논어]로 병풍을 치고 잠을 청했다. [청장관전서]를 읽다가 보면 그의 박학다식과 관찰력에 혀를 내두 르게 된다. 문학.역사 철학.경제는 물론이고 식물과 조류와 같은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그 의 관심은 끝이 없다. 풍습이나 민간요법도 이덕무의 붓을 거치면 시가 되는 듯하다. 나는 이덕무의 책에서 대여섯 편의 시와 동화를 얻었다. 그는 내가 문장을 훔친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7월2일 마당밥 긴긴 여름 해가 노루꼬리 반만큼이나 남았을 때, 저녁밥을 마당이나 마루에서 먹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는데도 어른들은 좀체 전등을 켜지 않았다. 그런 풍경이 오규원의 동시 '여름에는 저녁을 '에 나온다. 여름에는 저넉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멍석이나 평상 위에서 마당밥 먹던 사람들은 어둑어둑한 시간까지 함께 먹었다. 두세두 안도현의 발견 280

281 세 (두런두런) 말소리까지 비벼 먹었다. 요즘은 전력난과 전기요금을 걱정하면서 아무도 전등을 끄지 않는다. 불편하면 마음이 먼저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문재가 '도보순례'라는 시에서 선언했다. 나 돌아갈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마당도 멍석도 평상도 없는 건 아니다. 저녁 어스름이 찾아오면 불을 켜지 말고 가만히 앉 아 있어 보는 것이다. 단 한 시간이라도 의도적인 정전 속에 나를 앉혀 놓는 것! 전등 스위치 에 조급하게 손을 갖다 대는 못된 버릇을 단 한 번이라도 고쳐볼 일이다. 이 우주에 어떤 속 도로 어둠이 찾아오는지, 그 어둠이 어떻게 내 몸 속으로 들어오는지 느껴보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 빛이 우리를 평화롭게 하지 않으며, 빛이 우리를 감싸지 않는다. 어둠이 우리를 불 안에서 벗어나게 하고, 어둠이 우리를 감쌀 때가 있다는 걸 기억하자. 7월1일 월요일 참비름 7월이면 밭고라에 풀들이 기승을 부린다. 강아지풀은 꼬리를 흔들고, 바랭이는 낮은 포 복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명아주는 부쩍 키가 자란다. 쇠뜨기며 달개비도 지천이다. 비로소 농작물과 풀들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다. 풀들은 농작물을 위해 뿌린 거름을 슬쩍 얻어먹고 몸이 튼튼해진다. 여차하면 야생에서 단련된 뒷심으로 밭을 송두리째 뒤덮을 기세 를 과시한다. 이런 골칫거리 풀들 중에 유난히 반가운게 있다. 참비름이다. 좀 과장하면 나 는 참비름나물 앞에서 사족을 못 쓴다. 며칠 전 시골에서 친구가 가꾸는 밭을 찾아갔을 때였다. 부지런한 주인을 만난 덕분에 그 밭은 정말 호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갓 따온 오이와 풋고추를 뚝뚝 잘라가며 막걸리를 마셨다. 그런데 주인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데가 있었다. 고구마밭이었다. 거기 엔 참비름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소쿠리를 들고 밭고랑으로 나섰다. 꽃이나 줄기 안도현의 발견 281

282 가 쇠지 않은 놈을 고르는 건 기본 상식. 새로 돋은 잎을 골라 뜯는 재미가 손끝으 로 느껴졌다. 끓는 물에 데쳐서 깨소금, 마늘, 다진 파,참기름으로 양념해 무쳐 먹어야지. 도시락 반찬으로도 넣어 가야지. 소금 대신 된장을 넣기도 하지만 참비름의 특유의 향을 제 압해서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10여분 풀밭 모기에 쏘이며 참비름을 뜯었을까. 금세 소 쿠리가 가득 넘쳤다. 시장에 내다 팔면 만원어치는 되겠는걸. 나는 휘파람을 불며 친구들 앞 에 참비름을 펼쳐 보였다. 7월3일 수요일 건진 국수 건진 국수는 안동지방 사람글이 여름에 해먹는 별미 음식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뜨거운 여름을 나기 위한 지혜가 이 음식에는 베어들어 있다. 더운 국물보다 서늘한 육수가 그리울 때 그만이다. 건진 국수는 칼국수를 만드는 방법과 똑같은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멸치국물 을 미리 끓여 차가워질 때까지 식혀 놓는 일이 중요하다. 애호박도 볶아 놓고 달걀 지단도 부쳐둔다. 양념간장을 최대한 뻑뻑하게 만들어 준비한다. 그리고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를 만들 때 반드시 콩가루를 듬뿍 넣어야 한다. 그래야 면발이 진득거리지 않게 되고 콩가루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건진 국수를 먹을 때 면발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날 정도로 콩가 루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끓는 물에 칼국수를 넣고 익으면 건져서 찬물에 몇 차례 헹구는 것, 이게 건진 국수와 일반 칼국수의 차이다. 옛날에는 금방 펌프질해서 길어 올린 물에다 헹궜지만 요즘은 정수기에서 받은 물이면 충분하겠다. 물기를 뺀 국수 가락을 그릇에 담고 준비해 둔 찬 육수를 부어 먹으면 입에서 시원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더위가 한 십리는 물러간다. 이 건진 국수를 먹을 때는 조밥이 애인처럼 옆에 따라붙어야 한다. 조밥은 식은 밥일수록 좋고, 먹다 남은 국물에 말아서 먹으면 된다. 별다른 반찬 없이 열무와 풋고추와 가는 파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안성맞춤.예전과 달리 안동에 가도 건진 국수를 파는 집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7.4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활엽수일까? 침엽수일까? 잎이 넓적한 걸 보고 활엽수로 대답하고 싶은 사람이 안도현의 발견 282

283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침엽수로 분류하기도 한다. 은행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는 부채 모양으로 퍼진 바늘 같은 잎맥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분류학적 위치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1과 1속 1종 만이 존재하는 나무라는 것. 자신과 엇비슷한 친족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은행나무는 2억년 이상 지구에서 자라왔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지금은 가로수로 흔히 심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절이나 서원같은 특별한 곳에 심어 경배하뎐 나무였다. 은행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저장성 서남쪽이다, 유럽 쪽을 건너간 지는 250년쯤 된다 한다. 괴테가 살던 시대에는 독일에 은행나무가 없었다. 대문호이자 식물분류학자이기도 했던 괴 테는 동양서적을 탐독하던 중에 은행나무를 발견했다. 그가 마리아네와의 연애에 빠져 있을 때였다. 괴테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 은행나무 이파리를 그려 넣었다. "은행나무 이파리 끝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한 장이듯이 당신과 나 역시 둘이면서 하나지요." 이 러브레터로 60대 노년의 괴테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네를 연인으로 얻었다. 악취를 풍기는 은행열매를 떨어뜨리는 통에 광화문 세종로에서 은행나무 암나무를 앞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가지가 삐죽한 수나무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7월9일 청포도 7월은 청포도의 계절이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이육사 시인이 일 찌감치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그 '청포도'의 배경을 두고 엇갈리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것 때 문에 안동시와 포항시가 서로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육사는 1930년대 후반 결핵을 앓아 포 항과 경주에서 요양을 한 것이 있다. 현재 해병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포항 영일만 일대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포도농장이 있었다고 한다. 작고한 소설가 손춘익 선생은 육사가 이 송 도원 언덕에서 영일만을 바라보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는 풍경이 그때 시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 포항문인협회에서는 1999년에 '청포도 시비'를 세웠다. 이어서 포항 청림동에 '청포도 문학거리'를 조성하는 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본격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안동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위발 안도현의 발견 283

284 시인이다. 육사가 포항에서 요양한 적은 있지만 '청포도'의 배경지라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 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육사의 한자시어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먼데 하늘이 알알이 꿈꾸며 들어와 박혀" 를 예로 든다. 육사의 고향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촌 마을이다. 이 '원촌 '( 遠 村 )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실제로 '먼데'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먼데'를 '조국 광복'으로 가르 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한다. 7월10일 염주 잘 아는 스님한테 들은 이야기다. 옛날에 어떤 노승이 길을 떠났다. 노승은 마을과 멀리 떨어진 산길을 걷다가 기진해서 그 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햇볕이 다사로웠다. 노승은 졸음이 밀려와 몽롱한 기분에 빠 져들었다. 잠시 눈을 감았던 노승은 그 이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앉아서 졸다가 그대 로 입적하고 만 것이다. 노승이 걸어온 길로 아무도 나자가지 않았다. 살은 썩고 뼈는 살아 흙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나갔다. 훗날, 노승이 입적할 때 들고 있 던 염주에서 무더기로 싹이 돋았다. 나무는 자라 열매를 조랑조랑 맺는 큰 나무로 성장했다. 산길에 아무도 심지 않았는데 염주로 쓸 나무가 있으면 그곳이 옛적에 어떤 노승이 졸다가 입적하신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 열매를 따서 또 누군가가 새로 염주를 만들고 길 을 떠난다는 이야기. 그렇게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 염주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연부는 요즘 한창 노란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열매나 피나 뭇과의 보리자나무, 피나무, 찰피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이들 열매의 껍데기는 나무보다 단 단하다. 보리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찰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지방에서 '포리똥나무'라고 부르는 보리수나무와 혼동하면 안 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 었다는 나무도 이 나무가 아니다. 뽕나뭇과에 속하는 '인도보리수'는 인도에서 '아슈바타'라 고 부른다. 7월11일 김강 안도현의 발견 284

285 십여년전, 중국 산시성( 山 西 省 )에서 귀한 분을 뵌 적이 있다. 조선의용군 출신 항일 독립운 동가 김강 할아버지. 그때 그분은 '학철이' 이야기를 가끔 하셨다. '학철이'는 연변에 조선족 소설가로 활동하다 작고한 김학철 선생님. 두 분은 친구 사이였다. 할아버지는 그 무렵 자서 전을 거의 완성했다고 말했다. 내가 국내에서 출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는데 손을 내두르셨다. 남한에서 책을 출간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고. 사연은 이렇다. 할아버지는 행방 후 북한 정권이 세워지면서 초기에 문화부 장관급 고위직 에 올랐다. 그러다가 북한에 주체사상이 강화되는 시기를 전후해 이 체제를 견디지 못하다 가 중국 망명길에 오른다. 중국 정부는 할아버지의 망명을 받아들였고 여러 가지 편의를 국 가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해주었다.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또 북한과 중국은 '혈맹'이 었으니까 예우를 해드린 것이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반김일성주의자라는 데 있었다. 남한의 독재정권은 북한과 대치하면서 반공주의 노선을 택했고, 이를 증명할 적임자로서 김강 할아버지 같은 분을 십분 활용했다. 국가기관의 주선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판하는 자리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니 할아버지에게는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한 김대중 정부가 그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 분도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역사의 희생자였다. 작지만 단아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던 김강 할아버지. 7월15일 식물도감 나는 식물도감을 자주 펼쳐보는 편이다. 들과 산에서 만난 식물들을 도감을 보면 서 확인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식물 이름은 하나하나가 마치 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식물의 잎.꽃.열매의 생김새에 따라 어찌 그렇게 딱 알맞게 이름을 만 들어 붙였는지.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을 우리 학자들이 처음 기록한 것은 1937년 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이다. 이 책은 식물을 과일별로 분류해 우리말 이름, 학 명, 그리고 일본말로 정리해 놓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식물 이름은 이 책에 빚진 게 많다. 안도현의 발견 285

286 식물 이름이 헷갈리면 나는 <한국의 나무>(돌베개)를 뒤적이거나 산림청 국립수 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 시스템을 이용해 검색한다. 어지간한 식물은 다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해방 70년이 가까 워오지만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 행나무처럼 암수가 다른 나무를 암수딴그루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자웅이 주( 雌 雄 異 株 )라고 해야 할 까닭이 없다. 남북한의 식물기재용어 및 식물명의 비 교 (이우철)라는 논문이 그 해답을 제시한다. 북한에서는 일찍이 평양말인 문 화어 를 정하면서 식물 이름을 정리했다. 우리가 수상화서( 穗 狀 花 序 )로 부르 는 것을 이삭꽃차례 로, 침엽수는 바늘잎나무 로, 풍매화는 바람나름 꽃 이다. 우리 식물도감에는 들국화가 없지만 북한에서는 감국을 들국화 라 고 부른다. 7월16일 이광웅 군산에서 전주로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오장환 시집<병든 서울>의 필사본이 발견 되었다. 버스 안내원의 신고에 의해 경찰은 군산제일고 국어 교사 이광웅이 제자 에게 시집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른바 오송회 사건의 서막이었 다. 1982년 겨울, 고교교사 불온서클 적발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문짝만하 게 신문 사회면을 채웠다. 용공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기도한 거대한 간첩단 을 일망타진 했다는 내용.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 사건 으로 판명이 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6년 만의 일이었다. 주모자로 몰렸던 이광웅 시인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이 사건에 관계된 분들과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진 뒤였다. 안도현의 발견 286

287 이광웅 시인이 출옥한 뒤 술자리에서 자주 만났다. 그이의 눈은 맑았고, 웃음 은 풀잎 같았으며, 어깨는 낮았다. 누가 뭐래도 어쩔 수 없는 시인이었고, 성실하 고 자상한 교사였다. 조금은 게으르고 낭만적인 자유주의자로 보이기도 했다. 그 래서 이 세상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온한 사람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인을 모티프로 군산 동무 라는 시 한 편을 쓰기도 했고, 생전에 시인이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술집에서 녹음해 두기도 했다. 혹시 군산 금강 하굿둑을 가게 되거든 이광웅 시비를 찾아볼 일이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7월18일 유신양복점 1972년 10월17일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10.17비상조치'가 그것. 국회는 해산됐고 모든 정당 활동이 금지됐다. '유신헌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없애면서 박정희 영구 집권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교사와 공무원까지 유신을 홍보하는 대열에 동원되었다. 그 무렵 우리 집은 경북 안동 풍산면에서 가게를 열고 있었 다. 어느 날 옆집에 면소재지에서 가장 큰 양복점이 들어섰다. 간판부터 남달랐 다. 양복점 진열장보다 큰 크기, 페인트로 쓴 조악한 붓글씨가 아니라 굵직굵직 한 인쇄체. 그것도 최신식 볼록 돋움으로 처리했으니 다른 가게들은 기가 죽을 정도였다. '유신'을 내세우면 되지 않을 일도 척척 잘될 때였으므로 상호는 유신 안도현의 발견 287

288 양복점! 양복점 아저씨는 눈치 빨랐고 대범했다. 하지만 그 대범함은 오래가지 못 했다. 개업식을 한 그날 저녁에 아저씨는 경찰에 불려갔다. 구국의 결단인 유신 을 한낱 양복점의 상호로 사용한 게 문제가 된 것. 당장 간판을 철거하고 상호를 바꾸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아 저씨는 밤새 궁리를 거듭한 끝에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간판을 철거하지 않고 상호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그 이튿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보았다. 양복점 아저씨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간판에다 몇 겹씩 테이프를 잘라 갖다 붙이는 것을. 잠시후 간판은 초라 하게 이렇게 바뀌었다. 유선양복점 단체영화 입장료를 반값 내고 단체영화를 관람하는 날은 사뭇 들떴다. 비록 영화를 선택 할 자유가 우리에게는 없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어 서 손꼽아 그날을 기댜렸다. 영화관 가는 길에서는 줄을 잘 맞춰야 했다. 모자도 반듯하게 쓰고, 담배 냄새와 화장실의 지린내가 엉킨 영화관 특유의 냄새가 우리 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영화를 보러 몰래 들어갔다가 귀를 잡 힌 채 끌려나올 일은 없었으니까. 단체로 관람하는 영화는 대부분 반공영화였다. 선과 악이 확실하게 구별되어 있었다. 인민군은 기세 좋게 영화의 전반부를 장식 하지만 끝내 용맹한 국군에 의해 섬멸된다. 난관을 헤치고 국군이 승리를 거둘 때, 영화관 안은 박수소리가 터진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다 아는 절정을 공유 하면서도 우리는 짜릿함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혹시라도 열렬히 환호하는 감동의 공유자가 되지 않고 심드렁하게 앉아 있었다가는 어떻게 될까? 너 왜 그래? 당장 안도현의 발견 288

289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는다는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반공영화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전략은 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 다.나는 교사였고, 몇 번 학생들을 인솔해 영화관을 간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본 단체영화는 <킬링필드>였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학생들을 귀가시킨 뒤에는 어 김없이 교사들의 회식 자리가 마련된다. 누군가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다. 코 묻 은 돈으로 이걸 꼭 사먹어야 해? 안도현의 발견 289

290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 화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김지석 칼럼 유일 초강국과 떠오르는 대국 사이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었지만 내용까지 그렇지는 않았 다. 미국은 중국이 요구한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여러 현안에서는 오히려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중국 쪽이 촉구해온 대북 대화의 시작도 받아들이 지 않았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전격적으로 포괄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 했다. 내일과 모레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 이어 이달 하순에는 한-중 정상회 담이 예정돼 있다. '동북아 외교대전'이라고 할 상황이다. 과연 '북한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 를 찾을 수 있을까? 북한 문제의 해법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갖는다. 핵.미사일 문제 해결, 적대성의 해 소,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 개방 이 그것이다. 이 셋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핵 문제는 최대 현 안이지만 적대성의 해소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적대성에는 북한과 한국.미국.일본의 관계뿐 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일본 사이의 관계도 포함된다. 북한이 동북아에서 안정적인 이웃나 라가 되려면 개혁.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탈북자와 인권 문제, 나아가 북한 체제의 존속 여부도 개혁.개방과 연관된다. 얽히고설킨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남북 관계의 발전 이다. 남북 관계는 북한이 발을 멀리 내디딜 수 있는 받침대가 된다 송동 성명 등 과거의 성취들은 그렇게 이뤄졌다. 둘째로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다. 미국은 한 반도.동북아 지역의 안보 구도에서 최대의 주주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분단에서부터 수십년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0

291 에 걸친 냉전, 냉전 이후 동맹.대림 관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손에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미 국이 앞에 나서지 않는 한 적대성은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이 지금처럼 한국과 중국에 북한 문제 해결을 떠넘기려 한다면 사태는 더 꼬이게 된다. 셋째는 미국의 중국의 대타협이 다. 북한 문제의 해결은 그 이후 세력 구도를 어떻게 짜느냐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 한반도 는 과거 미국과 소련이 분할점령하면서 분단됐다. 당시 소련의 자리에 이제 중국이 서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한다면 북한 문제를 풀 동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북한의 개혁.개방도 미-중 대타협 분위기에서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세 조건과 관련해 지금 상황은 만족스럽지 않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타협까 지 가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 안에는 중국 봉쇄를 선호하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남북 관계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북한의 최 근 대화 공세에는 나름대로 절실한 배경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경제 우선을 부 쩍 강조한다. 핵이 주민들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우지만 당장은 생존과 경제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과거 북한 문제 해결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년 공동선언이 채택돼 남북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고,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체제 수립 등을 논의하려는 상황까지 갔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역풍은 미국 내부에서 나왔다. 새로 집권한 조지 부시 정권은 이전 정부가 이룬 것 을 무효화하려 했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파는 지금도 한 국과 미국에 존재한다. 이들이 목소리가 커질수록 북한 문제가 악화한 사실을 지난 20년의 경험이 보여준다. 이제 새 출발선에 섰다. 시작은 남북 사이의 신뢰 확보다. 남북 관계는 내실이 뒷받침된다 면 멀리까지 갈수록 좋다. 미-중 협력 구도 강화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 의 협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더 시 급한 일은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빨리 폐기돼야 한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1

292 북한 문제에서 우리의 위치는 특수하다.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데다 관력국들과 두루 잘 소통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 북핵과 평화협정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휴전 상태에 들어간 지 60년이 되어도 평화협정이 이루어지지 않 은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뒤 불러진 북핵 문제도 20년이 지난 오늘까지 해결을 보지 못하 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은 '선 평화체제 수립, 후 핵문재 해결'을 주장해왔고, 한국 과 미국은 '선 핵문제 해결, 후 평화체제 구축'을 주장해왔다. 북한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안보 문제도 완전히 해소되기 때문에 핵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는 논리를 폈다. 평화협정을 평화체제와 같은 개념으로 충분조건에 가깝게 주장한 것이다. 북한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모든 것이 풀린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풀려야 할 문제가 먼저 풀리지 않으면 평화협정 체결도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주장하는 '선 핵문제 해결' 역시 같은 논리다.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것은 북-미 관계, 남북 관계가 정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니 핵문제의 근원적인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은 동일한 필요조건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이다. 결국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북한이 충분조 건에 가깝게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결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해결할 용의가 있으면 '선후'를 '동시'로 바꿔 타결을 모색해야 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생존 전략과 미국의 동아 시아 전략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정전협정 60돌에 즈음해 다시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를 선언하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법으로 명시했다. 그러니 이젠 '선후'가 아니다. 가능할까? 한.미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모두가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마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2

293 북한도 비핵화 논의 없는 평화협정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과 한.미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평행선을 달리며 엇박자를 내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이 수십년간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남한을 배 제한 채 미국과의 협상이나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의제를 주장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 의 전략과 동일시돼왔다. 한국과 미국이 평화협정 대신 상위개념인 평화체제를 선호하는 이 유이기도 하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도, 평화협정 체결도 모두 미국 요소가 한반도 냉전 구 도의 근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반도의 현재 정전체제 근간도 냉전 구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냉전 구도를 북한은 탈피하려 하고 미국은 유지하려는 데 북핵 문제의 근간이 있다. 어떤 의미에 서 북-미 사이의 북핵 게임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유리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쇠퇴했지만 유독 동아시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핵 문제를 매개로 한- 미, 미-일 동맹을 전계 없이 강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평화협정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은 굉장히 복잡한 상황과 딜레마 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이 유지하려는 한반도 냉전 구도도 깨질 수 있다. 60 년의 한 반도 질서가 무너지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미국의 구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북핵과 마찬가지로 평화협정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비켜갈 수 없 는 문제이다. 평화협정도 좋고 그 상위 개념인 평화체제도 좋다. 이젠 6자회담에서 북핵과 함께 의제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 어찌됐던 상황은 북핵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충분조건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역설적 으로 북핵의 몸값이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적절한 시기에 북한이 경제 발전 구상을 마치고 핵 포기 의사를 밝힌다면 어떻게 될까. 핵 포기와 평화협정을 바꾸겠다면 또 어떻게 될까?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북한이 소설을 현실로 만든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3

294 6.12 김양건 통전부장은 '부총리급' 남쪽 통일부 장관보다 고위직 북, 김양건 왜 안보냈나 북한 수석대표의 '급'을 들러싼 남북간 즐다리기가 결국 12일 남북회담 무산으로 귀결됐다. 북한이 11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빠진 대표단 명단을 내놓자, 우리 정부도 류길재 통 일부 장관이 아닌 통일부 차관으로 수석대표의 급을 낮춰 '맞불'을 놓았다. 결국 김양건 부장 의 '급'을 둘러싼 논란이 남북 당국회담 무산의 원인이 된 셈이다. 정부의 논리는 "서로 격이 맞지 않으면 상호간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청와대 당국자의 말에 응축돼 있다. 김 부장과 류 장관이 동급이고, 과거 장관급 회담에서 '내각 책임참사' 직함을 달고 나온 통전부 부부장급 인사들은 차관급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남북 정부 조직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 우위 국 가다. 노동당 소속인 통전부의 부장(당 대남담당 비서 겸임)은 대남정책과 관련해 입안에서 집행까지 당과 내각(우리 식으로는 행정부)을 총괄하는 최고위 인사다. 반면 한국의 통일부 장관은 행정부처의 장일 뿐이고, 실제 권한이나 위상에서는 통전부장에 못 미친다는 게 전 문가들의 견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통전부장은 통일부 장관과 외교안보수석의 업무, 국정원장의 일부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따라서 통전부장이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이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9월 김용순 당시 통전부장이 방문했을 때 상대는 임동원 국정원장이었다. 김양건 통전부장의 2007년 11월 방문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의 공동 초청 형식으로 이뤄졌다. 통전부장의 위상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 6월 김대중- 김정일 정상회담 당시 한국에서는 임동원 국정원장과 황원탁 외교안보수석, 이기호 경제수 석 등 3명이 배석했으나, 북에서는 김용순 통전부장만 배석했다. 2007년 10월 정상회담 때도 한국에선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 등 4 명이 나섰지만, 북에선 김양건 통전부장 한명만 배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전부장의 위상은 부총리급으로 봐야 한다. 장관급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4

295 회담에 통전부 부부장이 내각 책임참사 자격으로 수석대표를 하는 것이 격에 안 맞거나 우 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처음부터 통전부장을 불러낼 생각이었으면 지난 6일 '장관급 회담'이 아닌 '통리부 장관-통전부장 회담을 제안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회담 경험이 많은 통일부가 김양건 통전부장이 수석대표 로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일부가 청와대의 깨알 지시에 묶여 오도가 도 못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년6월 20 일 한낮의 어둠 이제훈 국제부장 년 7월1 1 일 새벽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금강산 해수욕장을 거닐다 북쪽 인민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열하루 뒤 싱가포르에서 아세안지역포럼 (AR F)이 열렸다.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북한을 압박하려 총력 외교 전을 펼쳤다. "속옷은" 동네 한가운데서 말리지 않는 법 "(송민순 정 외교부 장관)이 라며 많은 이들이 남북 현안을 국제화하는 걸 우려했지만, 정부는 오불관언이었다. 회의 사흘째 발표된 의장성명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관심 표명...조속 해결 기대"와 함께, 북쪽이 제안한 "1 0.4(남북 남북)정상선언에 기반을 둔 남북대화의 지속적 발전에 강력한 지지 표명"더 담겼다. 한국 대표단은 "1 0.4 정상선언에 기반을 둔"이라는 표현을 의장성명서 빼달라고 의장국인 싱가포르에 요청했다. 싱가포르는 "둘 다 빼거나 둘 다 살리거나 양자택일하라"고 했고, 한국 대표단은 둘 다 빼는 쪽 을 택했다 년 유엔 총회에서 1 0,4 정상선언 환영.지지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 택한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정상선언은 그렇게 이명박 정부에 의해 '참수'됐 다. 그 뒤 5년간 남북 교류협력 성과는 잿더미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출범은 일 만에 느닷없이 다가온 남북 당국회담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화해협력을 본궤도 에 올리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킬 소중한 불씨였다. 그런데 남과 북이 수석대표의 '격'을 두고 다투다 밥상을 뒤엎었다. 청와대는 "양비론은 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망언을 일삼고, 통일부는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진통"이라며 여 유만만이다. 뒤엎어진 밥상 앞에서 망연자실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 현대아산 등 금강산관광사업 돤련 업체와 강원도 고성군 주민들, 피붙이 만날 날만 꼽아온 노령 의 이산가족들의 피눈물은 어쩌란 말인가. 교각살우.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년 7월 싱가포르에서의 그 '외교적 자살'이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격' 논란을 정당화 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 다"는 내용 중시 방침과 상충한다. 두 발언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일리가 없진 않 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은 때로 거짓보다 더 나쁘다'늠 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5

296 박 대통령의 이런 '그때그때 달라요'식 모순어법을 관통하는 건 '북한 불신'이다 이다. 불 신으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시킬 수 없다. 이 와중에 북한이 제안한 북-미 고위급회담을, 미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일단 옆으로 밀쳐뒀다. 이걸로 끝일까. 아니다. 머잖아 북-미 사이 에 물밑 접촉이 이뤄질거다. 얘기 잘되면 북쪽이 영변 핵활동 유예 등 '북-미 2,29 합의' 이행에 나서고 북-미 대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 아 대화 국면 전환이 어렵다고 북한이 판단하면, 최악의 경우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 따위로 한반도 정세를 또다시 뒤흔들려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풀어갈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남북 당국회담 무산으로 밥상은 엎어졌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한낮의 어둠이 다. 남북 교류협력 제로 시대, 서럽고 또 서럽다. '격'' 논란이 박근혜정부의 무지 탓 이면 좋겠다. 무지는 공부로 깨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을 깨려는 술수였다 면? 절망이다. 그나저나 27일 한-중 정상회담은 희망의 메시지를 타전할 수 있을 까?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언 296

297 한겨레5(2013 5(2013년6월19일~) : 그래도 고맙다, SNS 양선아 스페셜콘센트팀 기자 "당분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안 할 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데 자꾸 착각하게 만들어. 무기력함이 느껴져. 다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고 짜증만 나." 대선이 끝나고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자기가 속한 에스엔에스 세계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야만과 폭압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실제 대 선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서도 '맨붕'을 호소하며 당분간 에스엔에스를 안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등장했다. 사람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 여겨졌던 에 스엔에스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대선을 기점으로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심지 어 에스엔에스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 을 표출하고 대선 결과와 투표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댜봤다. 이번 대선은 또 에스엔에스를 활용 한 선거운동이 허용된 첫 선거였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각 후보의 선거 공 약과 민생 현장을 전하는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에스엔에스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선거 당일에는 에스엔에스로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적잖은 영 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 결과를 토대로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이상 에스엔에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진보 진 영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도 과거보다 더 쉽게 에스엔에스에 접근 할 것이고, 보수 진영도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해 지지층을 공고하게 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선거일까지 박근혜 당선인의 트위터 글은 178만2000여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63만1000여건이었다. 카카오톡 친구도 박 당선인은 49만명으로 36만명인 문재인 후보보다 많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에스엔에스 활동은 박 당선인의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297

298 대선 결과는 물론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남 탓, 자포자기, 체념, 무 기력감, 무관심이다. 파편화된 개인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희망은 있다. 과거보다 투표율이 훨씬 높아졌고, 투표자의 48%가 박 후보에게 명확히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65.2%로, 16대 대선에 비해 8.5%나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언론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기간 동안 에스엔에스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자와 나라의 방향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했다.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에스엔에스 분석가이자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공식은 연결- 공감-연대라고 주장한다. '고립된 개인'이 오프라인에서 '연대'가 이뤄지고 그것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 다.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고립을 선택하지는 말자. 이런 때일수록 더 연결하고, 더 공감하자. 며칠 동안 '멘붕'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에스엔에스에 올라오는 주옥같은 글들로 마음을 달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고맙다, 에스엔에스. 여전히, 국민이 주인입니다 한인섭 칼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한 주가 되어 간다. 환희와 낙담이 교차하던 그날은 우리의 기억과 우리 역사의 일 부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격렬했던 선거전이 끝난 지금, 우리 국민 사이에 놓인 갈등의 거대한 골을 확인한 다,. 이념 간, 세대 간, 지역 간 균열도 분명하다. 이 갈라진 골을 어떻게 메우면서 하나의 나라, 한 국민으 로 통합할 수 있을 지 잠시 아득하다. 우리 국민이 뽑은 제18대 대통령은 박근혜다. 그는 투표인 수의 51.55%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앞 으로 만 5년간 대통령 권한의 51.55%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100%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를 지지한 국 민뿐 아니라,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민, 기권한 국민, 투표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 국민의 대통령인 것이 다. 당선인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1577만 3128명의 대통령이 아니라 5000만 한국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민을 모시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자신을 찍지 않아서 서운하게 한다는 억측을 듣 지 않도록 반대쪽의 바람과 고통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리라 믿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박근혜 당선인도 많은 공약을 냈다. 자신은 실현 가능한 내용으로 공약을 짰다고 강조 했다. 그런데 벌써 내놓은 공약은 거둬들이고 새로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는 소리가 당선인 주위에서 들려 온다. 공약이 공약( 空 約 )임을 당연시했던 이전의 폐습은 사라져야 한다. 공약은 그야말로 천하대중 앞에서 의 공적인 약속이다. 그 공약대로만 해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잘살고, 더 고르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민의 뇌리에 박힌 공약의 핵심을 온전히 실현해주기 바란다. 그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확 한겨레5(2013년6월19일~) 298

299 인하고 채근하고 감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임무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무슨 대단한 권한을 가진 듯 보이 지만, 자신과 가족, 측근의 이권을 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힘은 전혀 없다. 전체 국민의 복지와 행복의 증 진을 위해 써야 할 공적 의무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선거로 뽑힌 군주도 아니고, 그저 위임받은 기간 과 범위 내에서 나라살림을 꾸려갈 상머슴일 뿐이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휘두르면, 그 권한은 권력으로 화하고, 순식간에 권력 남용으로 비화한다. 그런 권력 남용을 견제할 여러 기구가 있지 만, 우리의 헌정 경험은 그 기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권한 남 용에 대한 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 바로 국민의 몫이다. 선거가 끝나자 일각에선 불안감이나 정체 모를 두려움도 감돌고 있는 모양이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다른 데 줄섰다고 삼족이 화를 입거나 보복당할 일이야 설마 있으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말이다. 각종 치 사한 불편과 불이익을 안겨주는 악습을 보아왔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어떻든 국민 은 으스댈 까닭도, 위축될 이유도 없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다. 여태까지 당선인이 한 발언과 체험에서 과거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적 통치철학이나 사고들이 간간이 묻어나오곤 한다.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진 과거사 문제는 거듭된 '사과'를 통해 간신히 봉합했지 만, 과연 당선인의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식된 것은 아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응로서 권 위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를 막아내고, 민주화를 한 단계 진척시킨 공헌자로 기록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바 란다. 우리 국민은 이 점을 예민하게 지켜볼 것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은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인이다. 언제나 주인이고자 한 다면, 주인 노릇을 할 자세를 제대로 갖추어야겠다. 우리가 뽑은 상머슴인 대통령이 제대로 일하는지, 맡 겨놓은 곳간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주인에게 정직하고 상세하게 보고는 하는지 거듭 점검해야 한다. 대 통령이 주어진 소임을 다하도록 성원도 하고, 감독도 하고, 경고도 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을 만 드는 비결이기도 할 것이니까 감세시대의 종언 이형섭 국제부 기자 공항에서 리무진 택시를 탄 미국 민주당 주요 인물에게 택시기사가 말한다. "난 당신네들 안 찍었어요. 세 금 오르는 게 싫거든요." 민주당 인사는 대답한다. "당신 세금 올리는 게 아닙니다." 택시기사는 다시 묻는다. "비닉(공화당 후보)은 세금을 내려준다고 했는데요?" 민주당 인사는 또 대답한다. "당신 세금 내리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태우고 다니는 손님들 세금 말하는 거죠." 한겨레5(2013년6월19일~) 299

300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서민층이 '부자증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현실을 꼬집는다. 사실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세금을 올린다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이 사실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학습된 믿음' 때문이다. 감세와 규제 철폐의 시대였던 로널드 레이건 시기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지켜본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의 전도사였던 시카고 학파는 이런 믿음을 전세계에 전파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이제 근간부터 무너지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줘도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수십년 쌓인 탓이다. 당장 미국부터 부자감세를 중단했다. 비록 '재정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에 몰려 마지못해 처리하긴 했지만 공화당이 상위 1%에 대한 증세, 아니 감세혜택 중단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상징적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일본 또한 간접세인 소비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줄이려는 목 적이긴 하지만 부유층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연 100만유로(14억원) 이상 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세금을 물리기로 한 프랑스의 부자증세안도 계속 추 진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비록 위헌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는 발상 자체 에 철퇴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개인 과세냐 가구합산 과세냐라는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헌법재판 소에 가더라도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도 추가 세금 인상에 합의했다. 전 반적으로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고, 부자증세를 지지하는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에 반발도 그다지 거세지 않다. 아직도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면 그들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두 종류 중 하나다.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이거나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부류다. 세금을 줄여 부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그 착한 부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증거 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 재정절벽 협상 돠정에서 공화당조차 그런 증거를 들이밀지 못했다. 감세가 일자리 를 못 늘린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 때문에 그러 것 아니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일자리는 경제가 좋으면 늘어나고 경제가 나쁘면 줄어든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고 덜 물려서 그런 게 아니다.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줄푸세'로 요약된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는 말이란다. 법질서는 빼더라도 '줄푸'는 현재 전세계 조류와 정면으로 역행한다. 이것저것 선심성 복지정책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재원 부족분을 '지하경제(활성화가 아니라)양성화'에서 찾기로 한 것 처럼 보인다. 우리나라가 지하경제 대국이라면 몰라도 이는 한참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제 감세의 시대는 가고 증세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이 옛날 사람이라고 정책마저 거꾸로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2013년 6월19 사설 껍데기만 남은 '기초연금 20 만원' 공약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0

301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어제 제5차 회의를 열어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를 놓고 논 의를 벌인 결과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 방향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20~30% 노인은 제외하고, 급여 수준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쪽이다. 기초연금은 막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후, 그동안 굉 장히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느니 마느니, 국민연금과 연계하 느니 마느니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 6800원씩 주는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모든 노인'은 사라지고 '20만원'도 깎이고 말았으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을 어디서 자를지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득인정액은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한 총액인데, 계산 방식이 복잡해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낳는다. 도시에 사느냐 농촌에 사느냐에 따라, 근로자냐 자영업자냐에 따라 차별이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소득을 기준으로 지를 경우 국민연금도 소득 으로 잡히는데, 그러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덜받게 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국민행복연금위의 이런 제안은 박 대통령의 공약과 거리가 멀다. 애초 국민행 복연금위는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축소된 데 대한 국민적 비 판이 거세자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며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행복연금위의 안은 인수의 의 안보다도 못하다. 인수위는 국민연금과 연계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노인'이란 약속은 지키는 방안이었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무려 45%에 이르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때문에 나왔다.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5%)의 3,4배에 이른다. 노인자 살률 1위에다 고령화 진입 속도도 1위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은 이런 비참한 현실을 개선 하려는 최소한의 조처다. 물론 빠듯한 재정을 고려한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복지에 투입할 재정 규모는 정해 놓 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맞추보려고 하는 한 우리의 복지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우 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공적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고사하 고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수준이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 다. 증세를 포함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1

302 2013년6월21일 금요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정말? 오태규 논설위원 다나카 마키코는 1970년대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하다가 록히드 뇌물 사건으로 정치생명을 잃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외동딸이다. 그가 친미 성향이 강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외상일 때 벌어진 일이다. 2001년 미국에서 정권을 잡은 아들 부시 대통령이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일본에 특사로 보냈다. 아미티지는 비록 부장관이지만 21세기의 미-일 관계는 20세기의 미-영 관계를 능가할 정도로 중시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미-일 동맹 파의 거두다. 하지만 촌철살인의 언변과 파격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다나카 마키코는 아미티 지의 면담 요구를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일본 국민은 후련하다고 환호했지 만 외무성은 발칵 뒤집혔다. 형식적 의전을 내세우다가 일본 외교의 기축인 미-일 관계를 망쳤다고 개탄했다. "당초 판문점 실무접촉의 남측 수석대표는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부장(국장급)이 었으나 접촉을 하루 앞둔 8일 실장급(1급)으로 격상됐다. 배 부장도 남북회담에 잔 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대표의 격을 높이라는 청와대 지시로 급히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동아일보] 6월10일치 3면) 통일부는 9일 열린 장관급 회담 실무접촉 우리쪽 수석대표로 북한 쪽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의 격에 맞춰 배 국장을 내보내려 했으나 청와대의 입김 으로 한 급 높은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으로 교체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본회담은 거꾸로 우리가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는 바람에 파탄 났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 결렬이 확정된 뒤 "형식이 내용 을 지배한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회담 무산 이유가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있고, 앞으로 형식을 맞추지 않고는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을 대변한 것일 게다. 하지만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은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2

303 진리가 아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니,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번에 장관급 회담이 성사됐으면 6년 만에 열리는 22번째 회담이었다. 앞서 21번의 회담 이 열리는 동안 수석대표의 격이 문제가 된 것은 없었다. 그동안 하지 않던 치수 조정을 무 리하게 감행하다가 바둑판을 뒤엎은 꼴이다. 국내에선 많은 사람이 북한에 오래간만에 할 소리를 했다고 환호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선후도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다. 물론 격에 문제가 있다면 조정해야 옳다. 다만, 격이 내용을 압 도할 정도로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의문이다. 우선 이번 회담은 시기적으로 미-중 회담과 한- 중 정상회담 사이에 잡혔다. 남북관계를 잘 진전시켜 미국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 더구나 개성공단 재가동, 금상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의제 는 격을 앞세워 내칠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문(형식)보다 질(내용)이 나으면 촌스럽고, 문이 질보다 나으 면 사치스럽다. 문과 질이 잘 조화돼야만 군자라 할 만하다"고 설파했다. 質 勝 文 卽 野, 文 勝 質 卽 史, 文 質 彬 彬 然 後 君 子 박 정권은 남북 장관급 회담의 무산이, 장기적이고 민족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단기적인 국내정치적 고려만 앞세워 밀어붙인 데서 기인한 참사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 다. 형식을 앞세워 국익이 얼마나 증진됐는지도 함께 돌아보시라. 시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하는가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3

304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명사회와 야만사회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문명사회라 함은 아마도 그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집도 절도 없고, 손을 내밀 가족 이나 친척도 없이 막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사회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 사회를 문명사회이게 하는 최소한도의 도덕적인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현 정부 들어서서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나이와 성별, 그리고 근로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저소득청에게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법 제5조 ). 둘째, 수급자의 생활수준은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 록 보장하고 있다(법 제7조 ). 셋째, 전문가와 공익대표 그리고 공무원으로 구성된 생활보장위원회가 제도의 기 본 골격에 해당하는 주요한 내용을 심의.의결하도록 의결하도록 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 고 있다(법 제20 조 ). 이러한 세 가지 기둥을 가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 10월 시행 이후 지금까지우 리 사회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맞 춤형 복지'와 '일을 통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와 집권당은, 그 첫번째 실 험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14일 주무 부서인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맞춤형 복지를 위한 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방안'을발표했고, 곧이어 집권 새누리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편의 방향과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우리 사 회의 도덕적 기초를 무너뜨리는 개악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첫째, 인수위 보고서부터 최근의 개정법률(안)의 흐름을 보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로 나누어 별도의 시행방안을 검토 하고 있는 연 구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연구'에서는 "근로능력자에 대한 소득보장은 고용과의 연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4

305 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어, 근로능력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 여체계를 추진 할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둘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최저생계비는 수급권자 선정 기준이자 급영의 기준 선이 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개정법률(안)을 보면 이러한 최저생계비의 기능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곧 최저생계비 계측을 포기하고 빈곤실태조사로 대체 하도록 하고 있으며(안 제6조의 2), 더욱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최저생계비가 아 니라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 '(안 제8조)으로 규 정 하여, 행정부의 재량급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대로 개편된 경우,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하여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골격이 무너지 게 된다. 셋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전문가, 공익대표 그리고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 는 생활보장위원회가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 급여 기준, 그리고 최저생계비 등 제도의 골격 을 이루는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법률(안) 제20 조를 보니 중앙 생활보장위원의 심의의결 기능이 사회보장위원회(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기본법 제20 조)의 심의. 조정을 거친 경우에는 생략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존립 근거 를 위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0편의 방향은 이전의 생활보호 시대 로 회귀하는 개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존의 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7월1일 삼성전자 10조이상 수익낼 때 협력사 이익율은 ' 뒷걸음' 작년 삼성.현대차 두자리 이익률 협력사는 절만.4분의 1 수준 구쳐 '동반성장' 정책에도 격차 더 커져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정자.현대차와 부품협력업체들 간의 수익성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5

306 되고 있다. 이러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적 양극화'는 지난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본격 추진한 2010년과, 경제민주화가 총선과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각된 2012년에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이 각각 13.1% 와 10%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몀 삼성전자 협력사 680곳은 평균 6.7%로 절반 수준, 현 대차 협력사 286곳은 평균 2.6%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지난 7년 간 평균 영업리익률은 9.5%와 7.8%였다. 반면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6.4%, 현대차는 2.9%에 그쳤다. 대-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밀접한 관 련이 있다. 박근혜정부는 최근 부당 납품단가 인하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협력사와 영업이 익률 격차가 큰 대기업을 중점 감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7월4일 싸움의 고수와 대한민국의 미래 성한용 칼럼 놀랍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완벽한 승리다. 최경환 원내대표, 윤 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격투기의 고수들인 것 같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싸 움의 기술을 체득하고 있다. 상대방의 약점 한군데를 정확히 포착해 거기만 때렸 다. 민주당은 방어에 급급하다가 무릎을 꿇었다. 출발은 국정원 댓글 사건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는 확실한 악재 였다. 그런데 댓글 사건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정상회담 대화 록 입수 의혹 은 아예 실종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록 열람.공개 요구안이 통과되면서 민주당에 불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 엔엘엘 발언 논란 만 남았다. 당분간 뉴스의 중심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내용과 녹음파일 공개 여부가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6

307 될 것이다. 고인이 된 남북 정상의 육성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 다. 3일 아침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는 차분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황 우여 대표는 장마와 재해 대책 얘기를 먼저 꺼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6월 국 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애쓴 야당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대화록 공개 요구를 국민 의혹 해소와 국론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 했다. 정몽준 의원은 초당적인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자고 했고, 이재오 의원은 국정원 국내정치 파트를 해체하자고 했다. 당직자들은 두 중진의 말을 무게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세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귀신들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는 잘될까? 그럴 리가 없다. 특별위원회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권성동 이철우 김재원 정문헌 조명철 윤재옥 김태흠 김 진태 이장우 의원이 들어갔다. 국정조사보다는 야당과의 전투를 염두에 둔 진용 이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하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카더라식의 정치공세에는 적극 대응하여 국정원 국정조사가 또 다른 국기문란 사태를 불러오지 않도록 최선의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고 했다.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라는 노골적인 주문이다. 민주당의 신기남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전해철 정청래 김현 진선미 의원도 싸 움꾼들이다.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다. 여야는 2일 첫 회의부터 격돌했다. 특위는 앞으로도 처절한 싸움터가 될 것이다. 어쩌면 국정조사를 아예 못할지도 모른다. 어느 경우든 대화록 공개로 댓글 사건을 물타기 한 국정원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뜻이 관철되는 것이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7

308 결국 국정원은 이번에도 조직 개편을 피하고 존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가. 정 보기관의 선거 개입에 분노한 국민들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최경환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이다. 그는 6월19 일 댓글 사건으로 새누리당이 덕 본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우리가 피해 자 라고 궤변을 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낸 사 람이다. 박근혜의 남자들 이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댓글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번지는 것을 성공 적으로 차단했다. 2일 국회 본회의 대화록 열람.공개 요구안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 한 사람도 반대하거나 기권하지 않았다. 무서운 장악력이다. 두 사 람뿐만이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는 동화 속의 일곱 난쟁이 를 닮았다. 난쟁이의 임무는 물론 백설공주 를 지키는 것이다. 다 좋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정원 조직을 지금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은 정보기 관에 온갖 선거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정원은 이미 생존본능을 갖춘 괴물이다. 아니 그보다도 국정원을 그냥 두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과연 좋은 일일까? 정말 그럴까? 국정원이 언제까지나 지금 여당과 같은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사용자의 선의 로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가 지금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은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역사는 돌고 돈다. 정치부 선임기자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8

309 박근혜 문제 편집국에서 김종철 정치부 기자 국정원의 대선 여론공작은 본질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문제였지 박근혜 정권의 문 제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종북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심리정보국 직원 들한테 인터넷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사람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충성해온 이명박 아바타였다. 그의 배후가 있다 면 이 전 대통령일 것이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국정원 불법공작의 착수와 실 행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수혜 자이긴 해도 현직 대통령을 제쳐 두고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을 좌지우지한다 는 것은 권력 생리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1998년 정계에 입문한 이 후 민주적 인식과 태도가 부족하긴 했지만, 자기 아버지처럼 민주주의를 짓밟는 식의 더티 플레이를 한 적은 없다. 국정원의 댓글 작업도 2009년 원 전 원장이 국 정원을 맡은 직후부터 시작됐기에 박 대통령과 연결 짓기는 무리다. 박 대통령의 측근이나 선거캠프 주요 인사가 국정원 등 이명박 정권과 거래 했을 가능성은 높다. 김무성 의원이 총괄선대본부장 시절에 주요 국 가기밀이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했던 사실은 그 단초이다. 또 김 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투표 이틀 전에 국정원 댓글에 대한 수사 결과를 조작 해서 거짓 발표한 것도 박근혜 캠프 쪽과의 교감 아래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309

310 하지만 이런 부분에 박 대통령이 직접 관련되지 않은 한 여전히 측근 등 당사자 들이 책임질 사안이지 박 대통령 자신의 문제는 아니다. 단지 박 대통령의 책 임이라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기관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진상을 밝 혀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이다. 이처럼 국정원은 사건은 지난주 남재준 국정원장이 느닷없이 2007년 남북정 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함으로써 박근혜 문제 가 됐다. 남 원장은 2007년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도운 핵심 측근인데다 대통령 1인 중심 으로 움직이 는 현 정부의 시스템으로 미뤄볼 때 박 대통령이 대화록 공개라는 중대 결정을 몰랐을 리 없다. 설령 진짜로 또는 증거가 없어 남 원장의 독자 결정론을 수용하 더라도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최종 책임은 박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대화록에 대해 측근을 통해 국정원이 결정한 것 여야가 알아서 할 일 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해선느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며 방관자인 양 팔짱 끼고 있다. 대 통령의 할 일과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문제 의 핵심이다. 또다른 문제 는 조기 수습할 수 있었던 사안을 수렁으로 몰아간 정권의 판단 력과 국정운영 능력이다. 대화록 공개로 국정원 사건을 덮을 수 있으리라는 계 산은 완전히 어긋났다. 방송과 조.중.동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공 개 이후 국민 다수는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 양보 발언을 한 게 아니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0

311 라고 판정했다. 국정원과 청와대 고위층, 여당 의원 등 이른바 권력 엘리트의 문서 해독 능력이 장삼이사보다 못한 셈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을 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오독 할 정도니 복잡하고 철학적인 엔엘엘 발언을 거꾸로 해석하는 것이 그들에겐 당 연할지 모르겠다. 박근혜 문제 가 문제인 것은 실력 없는 사람들에게 현명한 국민들의 삶과 미래가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행복까지는 아니더라고 국민을 더 불행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7월4일 깊어가는 위법 논란 1.열람 권한에 공개 권한도 포함 2.국회 의결로 뭐든 되는것 아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있을 경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 제출을 허용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열람 후 내용을 누설했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 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은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 열람을 사실상 주도한 민주당은 열람 후 공개 도 가능하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1

312 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이기도 한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 서 (기록물관리)전문가들은 공개가 불가하다고 하지만, 관련 법은 열람 조건으 로 개헌 발의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는 국회에 공개 권한까지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했다. 정 의원은 면책 특권을 거론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위법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냐 는 말 도 했다. 헌법학계의 의견은 갈린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기록 물관리법에 공개 관련 규정이 없는 입법적 한계가 있지만, 개헌정족수에 이르는 열람 기준을 고려할 때 단순히 열람만 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열람만으로는 열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열람 후 공개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 고 설명한다. 반면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헌법학자는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건에 해당하는)재적의원 2/3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둔 것은 그만큼 열람.사본제작.자료제출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뜻 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 공개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회의원 2/3 이상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식의 발상은 매우 무리한 것 이라고 했다. 열람 후 공개의 위법성 여부와 별개로, 공개에 관여한 의원들이 헌법상의 면책특 권을 누린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다만, 유성환 의원 국시발언 사건, 노회찬 의원의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판례 등에 따라, 국회 내 직무상 행위 발언 이라는 면책특권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야 대표로 대화록을 열람한 의원들 이 국회 보고 나 국정조사 등을 통해 대화록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2

313 읽어도(발언)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열람한 의원들이 따로 언론에 내용을 전하거나 자신의 인터넷 누리집에 올리는 행위 등은 면책특권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열람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의원들이 의회 보고 내용이나 언론 등에 보도된 내용을 짜깁기한 뒤, 이를 언론 등에 발설하는 경우 에도 모자이크 이론 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국회가 열람을 하더라도 공개 권한을 갖지 는 않는다 열람 인원의 최소화와 비공개회의 등을 국회의장에게 권고하고 있 다. 7월4일목요일 진주의료원 적자를 강성 노조 탓으로 돌려온 홍준표 지사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천의료원은 노조가 와해되고 난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덕분에 흑자을 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의 모범사례로 꼽은 경북도립김천의료원이 서류를 가짜로 꾸며 우수 의료기관에 뽑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가 취소된 사실이 드러났 다. 또한 김천의료원은 흑자를 내려고 직원들에게 줘야 할 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천의료원은 직원 280 여명이 토요일마다 근무한 데 따른 연장근무수당 을 주지 않았다(2010,5억여원, 2011치 5억8500만원).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지적 을 받은 뒤에야 지난해 6월 6억2000만원을 지급했으며, 그해 적자 19억원을 기록 했다. 이에 대해 김영일 김천의료원장은 "토요수당은 받지 않기로 노사가 합의를 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반드시 주도록 돼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3

314 7월18일 목요일 대통령의 정통성 정석구 칼럼 나라 기강이 문란해지다 보니 해괴한 요설이 판을 치고 있다. 급기야 총리와 여 당 대표까지 가세했다. 중국 진나라의 환관 조고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하 는데도 '예! 말이 맞습니다'하며 충성 경쟁을 벌이는 꼴이다. 최근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논란의 근원을 따져보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야당의 '주장'이 아니다. 검찰 수사로 확인된 '사실'이다 제대로 된 민주정 부라면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히손한 국정원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미적대고 있다. 이런 정부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르 밝히고, 국정원을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건 정치권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발벗 고 나설 중차대한 일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런 정당한 문제 제기를 '대선 불복'과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 논란으로 교묘하게 둔갑시켜 버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 는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고선 야당을, 국민 선택을 부정하고 대한민 국 헌법 질서를 유린하는 '반국가 사범'쯤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 수지 대명천지에 이런 억지가 없다 박 대통령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선을 긋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4

315 고 있다. 백번 양보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관한 한 그렇다고 치자. 그럼 이 정부들어 '남재준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까지 공개하며 정치 전면에 나선 데 대해서는 뭐라고 할 것인가.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봐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묵인하며 지지하는 듯한 태도로 보 이고 있다. 그럴수록 이 정부와 국정원에 대한 비판 수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당 등의 문제 제기 과정에서 거친 표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인터넷상에 는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막말들이 난무한다. 정친인 등 공인이라면 이런 분별없 는 언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정당한 비판까지 말꼬투리를 잡아 입 닥치라며 윽박지르는 건 지나치 다. 왕조국가였던 조선시대에서도 언로가 지금보다 더 열려 있었다. 남명 조식은 단성현감을 사직하며 명종에게 상소를 올린 적이 있다.(을묘사직소) "국사는 이미 그르쳤습니다. 근본이 이미 망했습니다,...자전( 慈 殿.문정왕후)은 깊은 궁궐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는 선왕의 외로운 후사( 後 嗣 )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엄 한 임금의 어머니를 '과부'로, 임금을 '나이 어린 고아'로 지칭한 것이다.(이종 범.[사림열전 1]) 지금 이런 식의 표현을 썼다면 어땠을까. 지금 상황은 '말은 사람의 인격'이니 고운 말을 쓰자는 식의 도덕교육 따위로 풀릴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태에 얼마나 제대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보 기관의 정치 개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반드시 넘고가야 할 고질병이다. 우리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보다는 '정권 안 보'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6쿠데타와 함께 출범한 중앙정보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5

316 부는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정권의 수호의 첨병이었다. 수많은 정치인과 민주 인사들이 정보 정치에 희생됐다. 조직적 부정부패, 인권과 민주주의 말살의 총본 산이었다. 역대 선거 부정도 여기서 지휘했다."([김대중 자서전]) 서슬 퍼렇던 중정이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겉옷을 갈아입었지만 '정권 안보'라는 본질을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음이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다. 박 정희 군사 정권 수호의 첨병이었던 중앙정보부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국정원을 이대로 놔두는 건 자신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박 대통령 보위의 선봉에 선 측근들도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정통성을 허물어뜨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밖을 향해 '정통성 논란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열을 올릴 때가 아니 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눈감으며 정통성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 박 대통령 자신이다. 한겨레5(2013년6월19일~) 316

317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 화 야! 한국사회 개츠비 대 기츠비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먼 감독)을 봤다. 매체들 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기대가 낮아졌던 걸까. 생각보다 재밌었다. 화려하 기 그지없는 파티장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떡칠해 재현한 1920년 뉴욕 풍경은 물 론, 영화 내내 흐르는 내레이션까지, 이 감독의 특징인 듯한 과잉이 곳곳에 넘쳐 나는데 그게 밉지 않았다. 이야기도 물 흐르듯 흘렀고, 몇몇 대목에서의 인물 묘 사나 대사 처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럼데도 보고 난 뒤에 잔상이 오래가지 않았다.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의 [ 위대한 개츠비 ](잭 클레이턴 감독)를 다시 봤다. 1974년작 년작, 그러니까 40년 전 영화다. 워낙 오래전에 봐서 희미하지만, 섬뜩한 기 억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런 거다. '있는' 집 사람들, 특히 있는 집 여자, 무서 워!' 다시 보니 묘했다. 음악만 빼면, 1974년 버전이 2013년 버전보다 더 요즘 영화 같았다. 우선 1974년 것은 내레이션과 풀래시백이 없다. 당연히 생략과 점 프가 생기고, 그만큼 보는 이를 긴장하게 했다. 2013년 것은 내레이션과 플래시 백으로 지나치게 친절하다 싶을 만큼 다 설명해줬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 는, 2013년 영화가 시대적 특수성이 약해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두 영화 모두 줄거리는 같다. 하류사회에서 발버둥쳐서 상류사회로 진입한 개 츠비가 전에 사랑했던 부잣집 여자 데이지를 다시 차지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파 멸한다. 아메리칸드림의 허실과 미국 상류사회의 부박함에 대한 풍자인 동시에 [ 태양은 가득히]처럼 부자 계급으로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역설적으 로 폭로하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 태양은 가득히]가 몇 차례 리메이크됐듯, 이런 텍스트는 특정 시대의 분위기를 덧입히거나 아예 무대를 바꿔 다시 만들 만큼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317

318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다. 한 사회의 상류층, 기득권층이 낯선 이의 진입을 어떤 식으로 차단하는지,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제도와 풍습이 그걸 어떻게 돕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의 관심사 어니었던가. 1974년 영화의 로버트 레드퍼드에게선 고지식하고 완고한 옛날 남자의 냄새 (최소한 1970 년대까지는 유효했던)가 난다.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데이지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고통과 고독을 견뎌내는 내성이 있어 보인다. 그에게 데이 지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의 전부일지는 몰라도 삶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년 영화의 디캐프리오에게 데이지는 삶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데이지가 없으 면 못 살 것 같다. 당연히 데이지에게 해주는 것, 퍼주는 것도 훨씬 많다. 낭만 으로 가득 찬 소년에 가까워 보인다. 요즘 남자가 이런가? 내 눈엔 어느 시대 남 자인지 불분명하게 다가왔다. 내가 시대착오적인 건가? 개츠비가 이렇다 보니 텍스트의 느낌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레드퍼드의 삶은 아슬아슬한 게임 같은데, 디캐프리오의 삶은 숙명 같다. 자연스럽게 2013년 것 은 상류사회에 진입하려고 애쓰던 남자의 비극에서, 여자를 얻기 위해 발버둥친 한 남자의 순에보 쪽으로 살짝 이동한다. 영화에 나오는 부유층의 모습도 다르 다. 1974년 영화는 20 세기 미국 부르주아 사회의 졸렬함, 이기심, 도덕적 타락을 들춘다. 그게 2013년 것에선 어느 시대건 존재하는 부유층의 보편적인 쾌락 추 구와 타락, 도덕과 타협으로 비친다. 어느 게 더 좋으냐 이전에 태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시대의 구체성에 대한 언급 대신에 사랑, 계급, 죄와 구원 같은 이야기의 원형질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동시대에 대한 궁금증 이 약해진 건가, 아니면, 두 개츠비 사이의 40년 동안 계급사회의 견고함이 불변 의 진리가 돼버린 걸까. 2013년6월 22일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문학 배즈 루어먼 감독의 [ 위대한 개츠비]는 기대에 못 미친다 년대 미국 상류 층 사회의 화려함을 표현한 것은 돋보이지만 닉 캐러웨이와 개츠비의 내면을 찬 찬히 살피지 못한 게 아쉽다. 영화[ 개츠비]에서는 미국 상류충의 전형적 캐릭터 인 데이지와 톰 뷰캐넌의 공허한 내면이 새삼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318

319 만, 개츠비가 피살된 뒤 이들에 대한 캐러웨이의 판단의 이렇다. "나는" 그를 용 서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었지만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완별하게 정당한 것이었 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는 대로였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들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버리고 난 뒤 돈이나 엄청난 무관심(중략 중략)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하는 족 속이었다." 캐러웨이는 이들이 "어린아이" 같다고 결론짓는다. 개츠비에게 매혹된 캐러웨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은 개츠비의 '위대성'이 지 닌 양면성이다. 인간다움의 깊이를 찾기 힘든 데이지에 대한 맹목적 사랑을 포 기하지 않는 개츠비의 일관성이 독자를 매료하지만, 그 추구의 대상이 지닌 천 박함을 알게 되면 허망해진다. 개츠비는 양날의 칼을 지닌 사랑의 맹목성에 사 로잡힌 [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의 후계자이고, 상상계적 사랑과 복수가 끝 난 뒤 자살하는 [ 올드보이]의 이우진의 선배이다. [ 개츠비]를 보기 전후로 김애란의 [ 비행운]과 권여선의 [ 비자나무 숲]을 읽었 다. 이들은 한국문학이 빠져있는 감상적 약자주의에 거리를 두고 냉철하고 균형 잡힌 서사를 견지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약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는 악 순환의 구조를 분석하는 김애란 단편 '서른'은 인상적이다. 그리고 자기애와 타 자의 시선 사이의 거리에서 생기는 미묘한 관계의 균열과 그 균열을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아 봉쇄하려는 은밀한 욕망을 다룬 권여선 단편 '은반지'나 멜빌의 [ 바틀비]를 연상시키면서도 독특한 유머감각과 아이러니를 적절히 배합한 '팔도 기획'도 기억에 남는다. 두 단편집은 몫 없는 이들, 뭔가를 빼앗긴 이들의 삶에 대한 곡진한 탐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작가가 시도한 것을 잘했는가를 따져야지,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왜 안 했느냐고 탓해서 는 안 된다는 것이 비평의 기본이다. 그렇지만 몇 마디 제안한다. 역량 있는 두 작가가 한국의 뷰캐넌들의 세계를 탐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한국 사회의 힘센 자들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가?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짜이는가? 그들만의 고유한 일상이 의식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가? 지금 한국문학이 관심을 쏟고 있는 약자들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들이 지닌 힘의 원천과 한계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깊이 파고드는 한국판 [ 개츠비]를 읽고 싶다. 한국문학은 세계를 폭넓게 조감하는 문학적 시야를 잃었다. 현실의 편린을 포 착한 단편은 눈에 띄지만 뛰어난 장편소설은 찾기 힘들다. 비교컨대 [ 개츠비]의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319

320 영향을 받은 무라카비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독특한 상상력, 비현실적이고 환상 적으로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감응을 다루는 생생한 현실감각도 있 지만, 그런 감응이 표현되는 작품의 역사적, 사회적 스케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문학이 그런 감응능력과 사회적 스케일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위대한 개츠비와 한국문학 320

321 한겨레 사설( ~) :35 7월13일 사설 '귀태 발언' 문제지만 국정 파행 과도하다 여야가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귀태' 발언으로 충돌하면서 정치 일정이 전면 중단됐 다. 홍의원은 지난 11일 <시노부케와 박정희>란 책을 인용하면서 "'귀태'라는 표현이 있는데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의 귀태 박정 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 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그 혈통을 공격하는 듯한 인신공격적인 요소가 다분한게 사실이다..... 홍의원은 12일 발언이 크게 문제가 되자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유 감을 표명했다. 지금 정국의 초점은 대선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되고 잇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문제다. 국민은 정치권에 국정원 댓글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를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소모적인 공방에 빠지지 말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대법원의 고엽제 판결이 아쉬운 이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고엽제 피해자들이 다우케미컬 등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제판 최종심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대법원이 인정해준 거라고는 소송에 참가한 1 만6579명 가운데 염소성 여드럼 피해자 39명뿐이다. 평생을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부여잡고 14년을 기다려온 고엽제 피해자들에겐 너무나 안타까운 결과다 한겨레 사설( ~) 321

322 .... 재판은 끝났지만 정부 책임이 사라진 건 아니다. 정부는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에 근거해 의료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그 금액이나 처우 가 너무나 초라하다. 이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길마저 막힌 만큼 정부가 나서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1984년 고엽제 피해자 소송 과정에서 미국 쪽이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많 이 참전했으니까 피해자들은 소송에 참여하라 고 요청했는데 전두환 정부가 한국에는 피해자가 없다 며 이를 묵살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에 따른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산재 막으려면 원청 사업주 처벌 강화해야 지난 5월 노동자 5명이 이르곤가스 질식 사고로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대기업 사업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 다. 당진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한 고용노동부는 적발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 항이 무려 1123건이나 된다고 12일 밝혔다.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을 만큼 안 전은 뒷전이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검찰 수사와 5억여원 의 과태료로 끝낼 일이 아니라, 재발을 막으려면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 화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산재가 많은 것은 대기업들이 인건비도 들고 사고 발생 때 책 임을 회피하려 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맡기는 관해 탓이다. 산재 피해자는 모두 하도급 노동자인데 관리나 통제 권한은 원청이 갖는 엇박자부터 뜯어고쳐야 한 다. 원청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권한과 책 한겨레 사설( ~) 322

323 임을 일치시켜 원청 사업ㅂ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전국 150만게 사업장을 겨우 270여명의 산업안전감독관이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는 없다. 선진 국의 10~20% 수준인 감독관 수를 적정 규모로 늘려야 한다. 7월15일 화요일 국정원 국정조사, 더 이상 시간 낭비 안 된다 국회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가 기일의 3분의 1을 허비한 채 표류하고 있다. 45일간으로 예정된 국정조사는 15일로 한 달이 남았을 뿐이다. 국정조사가 공전하는 데는 여권의 조직적 물타기와 버티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여권이 당리당략에 급급해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를 밝힐 국정조사를 사실상 훼방놓고 있는 것인데, 지금대로라면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이러저런 술수로 국정원 사태를 미봉하려 든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여권은 지금 시국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더 이상 물타기로 국정조사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국정원 사 태의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무노조 삼성 을 바로잡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노조 창립 총회를 했다. 노동자 400여명이 참여해 만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 성 사업장에서 생기는 대규모 노조이며, 비정규직들이 만든 첫 노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노동자들이 법원에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으면 노조는 강력한 교섭권한을 갖게 된다. 불법파견 정황이 분명해 보이 한겨레 사설( ~) 323

324 는 만큼, 삼성의 반인권적 무노조 경영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삼성이 창립총회를 막기 위해 주말특근을 지시하고 협력사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불법일 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최고 기업을 지향하면서 보편 적 규범을 어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무노조 경영이 초래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삼성 경영진은 생각을 바꿔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정책 과제로 삼은 박근혜 정부와 법원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직종에서도 불법파견이 판을 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홍준표에 휘둘려 반쪽으로 끝난 공공의료 국조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등을 다룬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가 지난 13일 끝났다.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의 필요성 등을 확인한 것은 성과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끝내 불참함으 로써 국정조사는 반쪽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국회의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 지사 를 처벌 수위가 약한 증인 불출석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 다..... 그나마 이번 국정조사에서 지방의료원의 실태와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것 은 다행이다.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개괄적이나마 지방의료원 육성 방향 등을 제 시했다. 이제 정부는 이를 넘겨받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공의료정책을 만들어 추진할 책임이 있다. 여야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이 나 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이다. 한겨레 사설( ~) 324

325 7.22일 월요일 대화록 실종, '수사'로 진상 밝혀야 여야는 21일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대통령기록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찾기 위한 마지막 검색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특히 이날은 기존의 키워드 검색 방식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업무관리 시스 템인 '이지원'을 구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화록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화록이 없다고 아직 100%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여야가 정한 마감시간이 종료되면서 점 차 '실종' 쪽으로 굳어져 가는 양상이다. 사초의 실종을 접하는 심정은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우리 조상들은 전쟁 등 숱한 내우외환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잘 보존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시켰다. 그런데 후손들은 사료를 멋대로 누설하고 정치적으로 활 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헤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대화록 실종을 두고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터리'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따위의 말이 나오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세상에 풀리 지 않는 미스터리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참여정부 폐기론'이니 '이명박 정부 삭제론'이니 하는 정 치적 기선잡기 싸움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인 한겨레 사설( ~) 325

326 지, 아니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별검사를 도입할 것인지를 빨리 숙의해 결 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의 궁금증을 한시바삐 풀어주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논쟁 으로 시간을 끌지 않기 바란다. '전작권 재연기' 애걸 말고 예정대로 환수해야 2015년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다시 연기하자는 우리 정부 의 요청에 대해 미국 쪽은 대체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명분도 실 리도 없는 전작권 재연기를 하려고 미국 쪽에 매달리지 말고 착실하게 환수 준비 하기를 바란다. 마틴 템포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재인 준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예정대로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군사 적 측면에서 전환 시점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재연 기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강 국인 한국"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꾀하는 겻에 당혹해하면서, 전략적 이유보다 는 한국 내 정치나 심리적 차원에서 동기를 찾고 있다. 아기가 젖때기를 두려워 하는 것처럼 오랜 대미 의존에 안주하려는 심리에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빌 미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구태여 환수 재연기에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재연기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애걸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 사설( ~) 326

327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가 논란이 되는데도 박 대통령이 뒤로 빠져 있는 것은 잘못이다. 환수 재연기가 꼭 필요한 이유를 국민에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 다면 재연기 추진 움직임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할 일은 전작권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체제를 갖추고 점검해나가는 것이다. '이순자씨 30억', 과연 남편의 부정과 무관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씨가 은행에 30억원을 넣어 놓고 다달이 1200만 원씩 받아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검찰이 이 예금을 압류했다고 한다. 서민들 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금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전 전 대통령 부부의 어처구 니없는 배짱이 더욱 경악스럽다..... 그런 만큼 검찰을 30억원의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최근 통과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은 금융자료, 회계자료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 다. 이와 함께 이씨의 세 아들들에 대한 비리 혐의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이 다. 이들이 회사 운영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이런 전방위 수사는 전 전 대통령 부부로 하여금 숨겨놓은 재산을 스스로 내놓게 하는 방법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7월24일 수요일 방위비 분담금, 미국에 주는 백지수표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24,25일 서울에서 2014년부터 적용할 9차 한-미 방위 비 분담 특별협정 2차협상을 벌인다. 두 나라는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 때 내년부터 바로 협정을 적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10월까지 한겨레 사설( ~) 327

328 협상을 마치기로 합의한 만큼, 이번부터 액수를 둘러싼 본격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협상은 우리 정부가 2015년 12월 환수하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작권)을 재연기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한 뒤 처음 열 리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우리는 총액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되 4%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 로 합의한 2009년 8차 협정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즉 올해 분담금 8695억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최대한 상승 폭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 에 비해 미국은 북한의 위협 요인과 미 국방예산의 축소를 내세워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 쪽은 자기식으로 계산 한 우리 쪽의 비인적 주둔비(주한미군의 주한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비용) 부담 률(40~50%) (40~50%)을 50%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쪽 분담금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동맹은 동맹, 국민 부담은 국민 부담 이라는 확고한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이 동맹으로서 우리의 안보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해서 국민의 세금을 물 쓰듯 쓰는 관행과 구조를 용인해 서는 안 된다. 방위 분담금이 미국에 주는 백지수표 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3년(8 (8차 협정기간) 방위비 집행 실적 을 보면, 예산 집행이라고 부르기조차 부끄 러울 정도다. 이 기간에 모두 4조5000 억원의 분담금이 지급됐는데, 무려 13.1%인 5317억원이 미사용액으로 남았다. 이것도 올해의 이월액과 불용 한겨레 사설( ~) 328

329 액이 확정되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또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군 쪽이 쓰지 않고 모아 가지고 있는 7380 억원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4차례 나 용도를 맑힐 것을 공식 요구했는데도 미군 쪽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고 한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국내 예산이라면 예산당국이 이렇게 방만 한 예산 집행을 용인했을 리가 없다. 정부는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분담금 이 미군의 공돈 이 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고 엄격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큰 취득세 인하 재고해야 정부가 주택 취득세율을 낮추겠다고 하자 지방자치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방재정에 심각한 손 실이 우려된다며 취득세 인하 논의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지자체들이 중앙정부가 재원 보충 방안도 재대로 내놓지 않고 덜컥 세율 인하부터 하겠다는 데 반기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성급하게 결정한 취득세 인하는 득보다 실이 크므로 재고해야 한다. 취득세는 지방세수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지자체의 주요 재원이다. 현 행 2~4%인 취득세율을 1~2%로 낮출 경우 2조7000 억원의 지방세수가 감 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취득세를 인하하려면 과세권을 가진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고 재원 대책 한겨레 사설( ~) 329

330 을 먼저 마련하는 게 순서다 박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취득세 인하 문제에 대한 개선 대책을 세우 라고 지시하자 답부터 내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격이다 취득세는 지 자체가 과세권자여서,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세하겠다는 것은 지 방자치를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취득세 인하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그 효과 또한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취득 세를 감면할 경우 주택 거래량을 일시적으로 4~6% 늘어나고 신규 수요은 거의 창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차 사태는 박근혜 노동정책 의 시험대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에 대한 정부와 재계 쪽 대응 태도가 심상치 않 다. 무력충돌의 근본 원인은 무시한 채 희망버스 쪽의 폭력성과 무질서만 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공권력도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충돌의 원인은 누가 뭐래도 불법파견이라고 못을 박은 대법원 판결조차 모른체하는 현대차가 제공했다. 이런 횡포에 저항하는 방법은 철탑에 오르 는 수밖에 없었기에 300일 가까이 목숨을 건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극적인 사진으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원인은 따지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폭력만을 문제 삼는 건 한겨레 사설( ~) 330

331 그 자체가 더 큰 폭력이다..... 희망버스 쪽도 권력, 자본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분수령인 만큼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억울하고 답답하더리고 회사 담장을 무너 뜨리고 진입을 시도하는 식의 감정분출과 무력시위는 자제해야 한다. 민주 노총 등의 누리집(홈페이지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시민참여라는 운동방식의 발전 을 오히려 가로막는 희망버스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을 만큼 희망버스가 평화로웠기 때 문이었을 것이다. 한겨레 사설( ~) 331

332 한겨레 블로그 저자 아시랑 만고강산 발행일 :11:13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와 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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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2014 7 18.hwp 차례 1~3쪽 머리말 4 1. 계대 연구자료 7 가. 증 문하시랑동평장사 하공진공 사적기 7 나. 족보 변천사항 9 1) 1416년 진양부원군 신도비 음기(陰記)상의 자손록 9 2) 1605년 을사보 9 3) 1698년 무인 중수보 9 4) 1719년 기해보 10 5) 1999년 판윤공 파보 10 - 계대 10 - 근거 사서 11 (1) 고려사 척록(高麗史摭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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