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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 1)2) 최이숙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사수료) 이 글은 산업화 시기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 및 경력이동 양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젠더 정치의 관 점에서 산업화 시기 한국 언론의 변동과정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산업화에 따른 신문산업의 성장과 여성 독자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진출을 열망했던 대졸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진출은 언론노동시장의 규모, 여성 인력에 대한 언론계의 요구와 함께, 전체 노동시장에서 기자직이 차지하는 위상(인기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결혼 후 여성기자의 직업활동을 가로막은 각종 관 행 및 복지정책의 부재, 기혼 직업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여성들이 언론계에 머무는 기간은 남 성들에 비해 짧았다. 여성의식의 고양과 함께 근속연수상의 남녀 차이는 점차 줄어들었다. 뉴스 생산조직 역시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상황에서, 수습기자 시절부터 나타난 차별화된 훈련과정 및 부서 경험으로 인해 여성들은 기자 생활 내내 남성들에 비해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승진상에도 차별을 겪었다. 단 승진상의 성차는 여기자가 언론노동시장의 위계상 주변부에 위 치한 노동시장으로 옮겨갈 때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key〻words:성별 분리(sex segregation), 여성언론인, 경력이동(career trajectories), 언론기업화 * 부족한 연구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socio21@snu.ac.kr

2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들어가며 본 연구는 산업화 시기( ) 언론노동시장을 둘러싼 내외적 변화 속에서 여성들 의 언론계 진출 및 지위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젠더 정치의 관점에서 한국 언론의 변 동과정을 재조명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산업화 시기 한국 언론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신 문산업 그리고 경제발전의 홍보도구로서의 언론이라는 틀에서 진행되었다(김남석, 1994; 김 해식, 1990; 주동황, 1993; 추광영 1986). 영리기업으로서 미디어조직의 확대와 분화(강상현, 1988), 경영주와 편집국 간의 갈등, 그리고 편집국을 둘러싼 정치학(김동민, 1994)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석되었다. 그 결과 한국 산업화의 또 다른 얼굴인 유교적 가부장제ㆍ가족 주의 전통이 우리나라 언론에 어떠한 방식으로 투영되어 있는가에 대한 분석은 아직 이뤄지 지 못하였다. 하나의 조직이 사회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뿌리 내린 공간이며 그 안에서 다양한 갈등과 모순이 표출되는 장( 場 )이라 할 때, 한국 신문기업 또는 언론노동시 장의 변동과정 역시 그동안 간과되었던 초남성적인 가부장적 근대화 (김현미, 2000)라는 맥 락 속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서구 연구들에 따르면 산업사회로의 변동은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에 있어서 중요한 의 미를 지닌다. 산업화와 이에 따른 사회변동(ex: 도시화, 교육ㆍ경제수준의 향상) 속에서 신문 은 하나의 상품이 되었고 이전과 다른 정보를 요구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 문사들은 조직을 확대하고 다양한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하였다(Baldasty, 1992). 특히 광고수 입의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등장한 여성에게 소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성전 용 지면을 제작할 여기자들을 채용하였고, 교육기회의 확대로 늘어난 여성 지식인들에게 언 론계는 점차 중요한 사회진출 통로로 부상하게 되었다(Brennen, 1995; Chamber, Steiner, & Fleming, 2004).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도시화ㆍ산업화에 발맞추어 편집국 조직이 확대ㆍ분화되었 던 1960년대부터 신사( 紳 士 ) 의 직업(박권상, 1964, 5., 22쪽)으로 여겨졌던 언론계에 여성 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1961년 서울시내 일간신문과 통신사를 통틀어 30여 명에 불과 했던 여기자의 수는 대졸여성의 수적 증가와 함께 1969년에는 75명(정영애, 1969), 1974년에 는 156명, 그리고 1980년에는 187명으로 꾸준히 늘어났으며, 1980년대 신문사 편집국에서 뉴스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비율은 6.5% 정도(각 연도 신문ㆍ방송연감)에 이르게 되었 다. 그리고 이들 중의 일부는 뿌리깊은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1990년대 언론계가 맞이한 여풍( 女 風 )의 주역들로 자리매김 해왔다. 산업화 시기 한국 언론을 성인지 적(gender sensitive) 관점에서 조망하는 일은 우선 그동안 언론사 연구의 관심 밖에 있었던 이 들 여성들이 어떻게 언론계에서 기자로 성장 또는 사라져 갔는가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또 한 한국 언론의 또 다른 특질로 지적된 남성 중심적인 조직구조 및 뉴스 생산문화의 변천과 정을 밝히는 시작점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산업화 시기 동안 미디어조직 및 노동시장에 나

3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35 타나는 성별 분할(sex segregation)의 양상을 실증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 조직이 외형적 으로 어떻게 구조화되었는가를 살피는 작업은 해당 조직을 둘러싼 정치ㆍ경제ㆍ이데올로 기적 조건, 그리고 조직 내에서 합법적으로 인식되는 실천과 관련된 문제이다(Acker, 1990; Reskin, 1993). 조직의 인력구조 분석은 해당 조직 및 직종 내에서 유형화된 젠더관계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며 이로 인한 불평등을 공식화ㆍ정당화하는 다양한 기제들을 발견하게 해 준다(Reskin, 1993; Reskin & Biely, 2005). 본 연구에서는 산업화기간 동안 미디어 조직의 인력구조를 젠더 정치의 관점에서 고찰 하기 위하여 해당 시기 언론계에 진출했던 남녀 수습기자들의 경력이동 과정을 분석할 것이 다. 1) 언론계 진입단계에서의 남녀비율 2) 근속 연수 3) 부서배치 및 승진 양상 등이 언론노 동 시장의 변동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고 조 직구조의 성별 분할이 유지될 수 있었던 여러 조건들을 가부장적 근대화라는 맥락 속에서 고찰함으로써 당시 한국사회 및 언론계를 둘러싼 변화들이 여성들에게 가져다 준 가능성과 제약은 무엇이었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2. 이론적 검토 및 연구방법 1) 중심노동과 주변노동: 미디어 조직ㆍ노동시장에서의 여성언론인의 지위 그동안 여성노동을 분석한 많은 연구자들은 노동시장 및 직업구조가 성(sex)에 따라 분 할되었음을 지적해 왔다. 노동시장을 관통하는 성별 분리는 어느 곳에나 산재해 있어서, 남 성은 안정적 고용과 많은 보수가 보장되는 중심부시장(primary market)에, 여성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의 주변부시장(secondary market)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회사 의 성별 업무분담 또는 권력과 직결되는 위계구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대부분의 회사 에서 조직내부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자리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몫이었다. 많은 연구자 들은 이와 같은 남성중심적 노동시장 및 위계구조의 기저에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가정 그리고 이에 따른 전통적인 성별 분업 논리가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하였다(Alvesson & Biling, 1997, ch.3; Reskin, 1993). 여성언론인의 지위에 대한 연구들은 미디어 노동시장에서도 성별 분할(sex segregation) 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비판해 왔다. 언론노동시장의 인력구조를 분석한 실태조사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음과 같은 유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 남성의 직업으로 여겨 지는 언론노동에서 여성 비율은 낮으며, 남성에 비해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중심부 매체보다 는 지방지ㆍ잡지사ㆍ케이블텔레비전 같은 마이너 매체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유선영 ㆍ김경희, 2003; van Zoonen, 1994). 둘째, 여성언론인은 남성 동료에 비해 동일한 수준 또는 더 많은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일 연령대의 남성언론인보다 담당업무 및 승진

4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36 과정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이수연ㆍ이미정, 2003; Delano, 2000; Lafky, 1991; Weaver & Whilhoit, 1996; Siegart & Henry, 1998). 셋째, 지위상승과 연결되는 근속연수에서도 여성언론 인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짧다(이수연ㆍ이미정, 2003; Delano, 2000; Lafky, 1991; Weaver, 1997; Weaver & Whilhoit, 1996; Siegart & Henry, 1998). 마지막으로 담당업무 측면에 서도 여성언론인들은 전통 저널리즘의 영역인 경성뉴스 부분(정치, 경제, 사회 등)보다 여성 섹션이나 인간적 관심사를 다룬 뉴스 영역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향은 공적 분야에 우위를 두는 저널리즘 전통 속에서 성역할에 기반한 업무분담이 여성언론인들의 활 동영역을 제약한 것이며, 그 결과 여성언론인의 주변적 위치가 오히려 강화된 것이라 비판 하고 있다(유선영ㆍ김경희, 2003; Baehr, 1981; Delano, 2003; van Zoonen, 1994, p. 50). 이와 같은 연구들은 언론생산조직이 최근까지도 남성 중심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잘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특정 시점을 대상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산업화이 후 급격한 사회변동, 직업에 대한 규범 및 이데올로기의 변화 속에서 언론노동시장 및 생산조 직이 어떠한 변화과정을 겪었는가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 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듯, 성별 분리에 기반한 노동시장 구조 또한 사회적ㆍ경제적 변동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특히 전쟁과 같은 소용돌 이 속에서 나타나는 남성노동력의 이탈과 복귀(Blackwelder, 1997; Reskin & Ross, 1990), 남성 적 직업의 노동시장 내에서 특정 직종의 위상변화(Reskin & Ross, 1990), 가족에 대한 국가ㆍ 기업의 정책적인 개입(Lewis, 2002) 그리고 기술 혁신 등은 노동시장과 조직구조에 존재하는 성별 분리와 그에 따른 성차별에 균열을 가져왔다. 서구 저널리즘 역사에서도 산업혁명, 세 계대전 그리고 2세대 여성운동의 등장 등과 같은 커다란 사회변동은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 과 그들의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산업화 시기를 다룬 언론사 연구들은(e.g. Baladsty, 1992; Brennen, 1995; Chamber, et al., 2004, ch. 1) 신문시장의 변동으로 여성노동력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어떻게 형성되고 여성 들의 언론계 진출 지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교육받 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욕구와 함께 상업적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여성 제작인력을 필요 했던 신문사주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언론계의 문이 여성들에게 개방되었다. 산업혁명 이 후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 수요가 증가됨에 따라 신문사는 구독료보다 광고수입의 비중이 더 욱 커지게 되었고, 따라서 신문사는 가정 구매의 핵심 인 주부들에게 좀 더 다가가야 했다. 양질의 여성ㆍ가정 섹션이 신문의 수익구조 개선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부각되면서, 해당 지 면의 제작자로서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Baldasty, 1992, ch. 1, 4; Chamber, et al., 2004, ch. 1). 하지만 산업화ㆍ근대화의 바람 속에서 진출한 여성언론인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여성은 감정적이어서 객관적인 보도를 할 수 없으며 또한 육체 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전통적인 인식으로 인해, 초기 여성언론인들은 기자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상당기간 동안 패션ㆍ육아 및 여성운동 취재자라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Brennen, 1995; Burt, 1997). 전통적인 젠더 관념에 기반한 언론사 내 인력구조는 세계대전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하 였다. 활용할 수 있는 남성 인력이 전쟁터로 빠져 나가면서 고용주들은 그 공백을 교육받은

5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37 여성들로 메웠고, 몇몇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이 담당했던 정치ㆍ경제ㆍ과학ㆍ전쟁기사 등 금기시 되었던 영역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Chamber, et al., 2004, ch.2). 그런데 이 시기 여성인력의 증가는 남성 중심적 직종의 노동시장 변화 틈새를 여성들이 한시적으로 파 고든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Reskin & Roose, 1990). 그렇기 때문에 여기자들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일시적이었으며, 종전 이후 남성들의 복귀와 함께 기자직 내의 성별 분할은 다시 강 화되기 시작하였다(Beasley & Gibbson, 1993; Mills, 1988, Chamber, et al., 2004, ch.2 재인용). 재강화된 성별 분할은 1960년대 여성운동의 활성화와 그에 따른 정책적 변화(e.g. 적극적 조 치)와 함께 다시 완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조적ㆍ실천적인 차원에서 존재하는 미디어 조 직의 성차별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정책적 개선이 이루어지면서(Beasley & Gibbson, 1993; Chamber, et al., 2004, ch.2; Joseph, 2004) 뉴스 생산조직의 각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은 점차 안정화되어 갔다(Joseph, 2004). 기존 연구들이 거시적인 사회변동과 언론노동시장 내부 성별위계의 변동을 다루었다면 라비(Lavie, 2004)의 연구는 성별위계의 문제가 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조직의 역사와 성격, 그리고 인력들의 이동성(mobility) 정도에 따라 여성언론인들의 직 업경로, 그리고 업무에서의 권한, 전공과 담당 업무 간의 연관성 등이 각기 상이함을 밝혔다. 이 연구는 여성언론인의 지위 및 활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맥락과 함께 여성들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역사ㆍ문화적인 요인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여성언론인의 진출과 지위 변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기 언론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젠더 역학의 변동,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의식 및 이데올로기 지형의 변화, 그리고 개별 조직의 성격 등의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 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으로 작용했던 한 국사회에서 국가주도 산업화에 따른 언론환경의 변화가 여성들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 을까? 그리고 여성언론인들의 사회진출과 생존, 그리고 조직 내 역할 등은 언론환경과 직업 여성(특히 기혼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 속에서 어떻게 달라졌을까? 본 연구는 이와 같 은 문제에 답하고자 한다. 2) 자료 수집과 연구방법 조직구조 차원에서 산업화 시기 여성언론인의 지위 변동을 고찰하기 위해, 본 연구는 4 개 신문사 수습기자들의 각 기수별 성비를 추출하고 이들의 경력 이동을 추적하였다. 4개 신 문사는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에도 존속하였던 6개지 중 전통지인 동아일보, 정부기관 지였던 서울신문, 한국 최초의 상업지를 표방하면서 여성 기자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가장 많았던 한국일보, 대기업 소유의 신문인 중앙일보 등이다. 이들 신문은 각기 다른 성격 을 지니고 있어 여성언론인 지위변동의 회사별 차이를 분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사사( 社 史 ) 발간 당시 각 기수별 수습기자들의 동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어 경력이동을

6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38 보다 쉽게 추적할 수 있는 기본 자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분석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수집 한 수습기자 명단과 각 사( 社 ) 사보에 게재된 수습기자 소개를 바탕으로 각 기수별 성비를 우 선적으로 추출하였다. 여성언론인들의 직장 내 생존기간과 지위 변동의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각 사 남녀기자 들의 경력이동 양상을 추적하였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1965년부터 발행된 기자협회보 인물동정란과 중앙일보 에서 구축한 인물정보시스템 조인스( 언론재단에 서 구축한 언론인명부와 매해 발간되었던 언론인명록을 활용하였다. 이 자료들이 상충될 경 우, 경력이동이 발생했던 시점의 기자협회보를 우선으로 하여 각 기자들의 경력이동을 정리 하였다. 기자협회보가 1975년 4월 1975년 11월, 1980년 4월 1981년 11월까지 두 차례 정 간되었기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 누락된 자료들을 찾기 위해 각 사( 社 ) 사보에 게재된 인사이 동을 살펴보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커리어 이동양상(career trajectories)을 추적할 수 있었던 여성기자 61명을 선정하였으며, 산업화 시기 언론계 진출 및 경력이동의 성별 차이를 밝히 려는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일 시기 남성기자 79명 1) 의 경력을 추출하여 비교집 단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남녀기자의 근속연수 및 승진기간 상의 성별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STATA를 이용하여 사건사 분석방법(event history analysis) 중 Kaplan-Meier의 생존함수분석 (Survival Function Analysis)을 활용하였다. 이 분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승진(퇴사)이 일어날 확률과 그렇지 못할 확률, 즉 특정기간까지 승진치 못할(또는 퇴직하지 않고 근무하는) 확률 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인데(Blossfeld, et al., 2007), 이러한 정량적 분석법을 활용함으 로써 과거 어림으로만 추정되던 남녀 기자의 성별 근속 및 승진연한의 차이와 변화양상을 세밀하고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었다. 또한 도출된 통계분석 결과를 보다 풍부하게 해석 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당시 노동시장 및 언론노동시장에 대한 신문기사, 언론유관단체 에서 발행한 잡지( 신문평론, 기자협회보, 여성저널 )와 여성지, 그리고 당시 근무하였 던 여성기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2) 3. 언론노동시장의 변동과 여성언론인 진출양상 1961년부터 1987년까지의 한국의 신문산업은 사회전반적인 산업화 및 도시화, 광고시 장의 성장과 더불어 그 규모를 확대해갔다. 1962년 총 150만 부에 불과하였던 일간신문 발행 1) 남성기자 79명은 4개 사 수습기자 명단 중 기수별로 랜덤 샘플링을 통해 채용 인원에 따라 1 4명씩 추출하였 다. 총 131명 중에서 최종적으로 경력이동양상을 추적할 수 있었던 79명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2) 여성언론인에 대한 인터뷰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0여 명의 여성언론인과 생애사적 방식으로 실 시하였다. 본 논문에는 6명(박동은, 신동식, 윤호미, 김영신, 신연숙, 최성자)에 대해 1 3차례 실시한 인터뷰 중 커리어 이동 및 근속연수에 해당하는 부분을 활용하였다.

7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39 <표 1> 산업화 시기 4개 중앙일간지 수습 여기자 비율 변화( ) 연도 4개지 전체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선발 인원 여성 비율 선발 인원 여성 비율 선발 인원 여성 비율 선발 인원 여성 비율 선발 여성 비율 인원 % % % % % % % % 1965년 창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Korea Times 채용 % % % % % % % % % % % % Korea Times 채용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부수는 10년 뒤인 1972년에는 440만 부, 그리고 1979년에는 649만 부에 이르렀다(추광영, 1986, 244쪽). 광고수입 위주의 재정구조가 확립되면서 1970년 41억 원에 불과했던 신문 광 고비는 1985년에는 2,790억 원으로 50배 이상 상승하였다. 1955년 139명에 불과했던 언론계 종사자 수 역시 1967년에는 384명, 1977년에는 742명 그리고 1987년에는 1,08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강상현, 1988, 180쪽).

8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40 <그림 1> 4개 중앙일간지의 수습 여성기자 비율변화( ) 이와 같은 신문기업의 양적 성장이 언론계에 진출하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의미했던 바 는 무엇일까? 신문사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진 공간이었으며, 그 개방 정도는 시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중앙 4개 일간지 수습 여기자 비율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는 <표 1>, <그림 1>과 같다. 대체적으로 살펴보면 1980년대를 제외하고 여성기자들의 진입비율은 10 20% 사이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1970년대 전반기가 1970년대 후반기에 비해 여기자의 비율이 다소 높은 것은 한국일보 가 1975년 세계 여성의 해 를 맞이하여 31기 수 습기자 6명을 모두 여성으로 뽑았기 때문이었다. 3) 개별 신문사의 관점에서 볼 때 1970년대 까지 여성언론인의 증가를 이끈 것은 한국일보 였으나, 1980년대 들어 가장 주목할 부분은 과거 여성기자의 진출이 가장 저조했던 동아일보 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개방적인 회사 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여성의 언론계 진출이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개 별 회사의 전략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신문 노동시장 을 둘러싼 정치ㆍ경제적ㆍ이데올로기적 변동의 관점에서 시기별 여기자 비율의 변화를 조 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3) 한국일보 는 1978년 당시 자매지(일간스포츠, 코리아헤럴드, 주간여성)까지 포함하여 모두 23명의 여성기자 들을 보유하고 있어 언론계 최고의 여성파워를 자랑하였다(성인숙, ). 그 이유로 당시 한국일보 에 재직했던 여기자들은 여성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사주 장기영의 성향을 들었다(조경희, 2004, 103쪽).

9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41 1) 신문산업의 성장과 여성기자의 진입 흔히들 1960년대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신문기업화의 토대가 구축 (강상현, 1988, 141쪽)된 시기라고 한다. 1955년 중앙지 1개 사( 社 )당 평균 140여만 원에 불과하였던 평균자 본금은 1967년 164배 증가한 평균 2억 3천여만 원을 기록하였다(강상현, 1988, 145쪽). 이와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경제성장에 따른 신문 구매력의 증대, 핵가족제에 따른 가구 수 증가 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작용하였다(주동황, 1993). 그리고 국가 주도의 산업화에 따른 언론 환경의 변화를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1964년 1월 신문ㆍ통신 등의 등록 에 관한 법률 이 공포되면서 설비기준이 강화되고 정부의 중앙지에 대한 특혜 금융지원으로 언론사들의 몸집은 커져 가기 시작하였다(강상현, 1988, 쪽). 한국일보에 이어 신문 을 상품으로 규정하고 대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문시장에 뛰어든 중앙일보ㆍ신아일 보의 등장은 기업화를 촉진시키고 신문사 간의 경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당시 판매부수 1위였던 동아일보를 제외한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가 1960년 대 중반부터 전 사원을 동원하여 부수 확장을 위한 사내 캠페인을 시작하고 이에 대한 포상 을 실시하였다는 점은 중앙지 간 경쟁의 일면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하여 1960년대 후반부 터 각 신문사들은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판로를 구축하기 위해 본지 외의 주간ㆍ월간지 창간하였다. 1964년 신동아 복간 및 주간한국 의 창간을 시작으로 1970년까지 11개의 잡 지와 1개의 스포츠지, 3개의 소년지가 창간되었는데 이 중 여성지도 3개에 달했다. 4) 변화한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각 신문사들은 1950년대까지 불안정했던 편집국 체제를 정비, 그 부서를 증가ㆍ분화시켰다(강상현, 1988).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후 어느 시기보다 월등히 많았던 1960년대 수습기자 선발인원 은 조직구조의 확대 및 사세 확장에 필요한 인력을 수혈 받아야 하는 신문 산업의 요구를 반 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사들이 공개채용제도를 실시하였다는 점은 부족한 인원을 충당코자 했던 신문사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전공ㆍ성별 제한 없이 누 구에게나 응시기회를 부여되어 언론직은 당시 구직난에 시달렸던 대졸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포문 연 취업전선, ), 각 언론사는 평균 1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엘리트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百 對 一 의 장벽을 뚫고, ) 여성기자의 진출 역시 우선적으로 전체적인 신문노동시장의 확대라는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성인력에 대한 언론계의 수요, 대졸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 한 열망이 결합된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서울의 중앙지들은 1960년 대 후반부터 여성동아, 주간여성, 여성중앙 등을 잇달아 창간하고, 여성ㆍ가정란의 지면을 늘려 여성독자를 겨냥한 기획물을 확대시켰다. 중앙일보 는 창간 당시부터 주부를 겨냥하여 주 3회 문화면 중 주 1회를 가정면에 할애하였고 1970년에는 8면 증면과 함께 여성 4) 이 당시 등장한 매체를 연도별로 정리하면 1964년 신동아, 주간한국, 1965년 소년동아, 소년조선, 1967년 여성동아 (복간), 1968년 주간경향, 선데이서울, 주간조선, 월간중앙, 주간중앙, 주간여 성, 횃불, 1969년 소년중앙, 일간스포츠, 1970년 여성중앙 등이다.

10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42 란을 독립시켜 매일 1면을 배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성독자의 투고를 생활화하는 <청실 홍실>, <손거울>, <서민의 가계부>, <세계의 패션>, <공간의 이용> 등의 기획을 계속 해서 쏟아내었다(중앙일보, 1985, 쪽). 여성기자가 가장 많았던 한국일보 역시 1968 년 정광모, 이영희 등 당시 대표적인 여성기자 2명을 <세계의 여성>과 <세계 문학기행> 취재를 위해 해외로 파견하였으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여성면의 증대 및 여성독자를 겨냥한 기획물의 확대는 안방 독자의 핵 인(중앙일보, 1995, 213쪽) 여성소비자 집단에 대한 각 신문사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각 신문사마다 60년대부터 여성면 담당자로 최소 1명 2명의 여성 기 자를 선발했다는 점 5) 을 봤을 때, 여성독자에 대한 신문사의 관심은 일정정도 여성면 제작 자로서의 여기자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960년대 언론계에 진출했던 여성기자들이 회고하듯이, 대부분의 취업 전형에 응시조차 하지 못했던 대졸 여성들에게 있 어서 신문사는 이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공간이었다. 6) 좋은 여성인력을 찾고자 했던 신문사들의 요구 그리고 사회진출에 대 한 여성들의 열망이 맞아 떨어지면서, 1960년대 여성 기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2) 언론직의 사회적 위상 변동과 여성기자의 진퇴 산업화가 불과 막 시작되었던 1960년대( 년)에도 4개 신문사 총 500명이 넘었 던 수습기자 수는 반면, 언론의 대기업주의 시대(원우현, 1980, 32 33쪽) 에 접어든 1970년 대에는 불과 3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수습여기자의 비율은 4개 사 모두 1960 년대에 비해 1970년대에 꾸준히 증가하는데, 이러한 패턴은 1980년대에 들어 완전히 반대로 나타나게 된다. 즉 1980년대( 년) 7년간 상기 4개 신문사가 채용한 수습기자의 수 는 257명으로 전체 규모에서는 이전 시기와 큰 차이가 없으나, 이들 중 여성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까지 증가일로에 있던 여성기자 비중이 1980년대 들어 갑자기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당시 언론환경과 전체 노동시장에서 언론직이 차지하는 위상의 변동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1970년대는 한국 신문의 기업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유신체제 등 장에 따른 언론의 위축, 프레스카드제의 실시와 신문사의 통폐합, 기자들의 언론자유화운동 과 유관 언론인들의 퇴직으로 채워진 시기이다. 기존 연구들이 제기한 바처럼 1970년대 언 론사의 성장 이면에는 미디어를 경제발전의 홍보 도구로 활용하려 통제했던 국가의 이해와 이윤을 극대코자 하였던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김해식, 1994; 추광영, 1986). 그 결과 일련의 역사적 굴곡 속에서 언론은 특유의 비판정신을 상실하고 국민으로부 터 불신을 받게 되었다(추광영, 1986). 5) 김영신 인터뷰, ) 김영신, 신동식, 윤호미의 구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11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43 이러한 언론 지형 속에서 수습기자 수의 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1971년 프레스카드의 실시, 1972년 한국경제신문 과 1973년 대한일보 의 폐간으로, 경력기자들 이 중앙일간지로 유입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대한일보의 경우 1973년 5월 폐간 이후 약 1년여 동안 해당 편집국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KBS와 각 언론사로 재취업하였는데 이 중 중앙일간지에 취업한 인원수만 40여 명에 이른다. 둘째, 신규 인력 감소와 여성기자의 증가라는 이질적인 두 현상은 당시 언론계가 진단하 였듯이, 신문기자직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인기를(특히 남성들에게) 얻지 못했던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기자들은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 그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저하 (남시욱, 1974, 73쪽)되었다. 낮은 임금에 따른 생활 수준의 하락으로 언론인들은 사양산업의 샐러리맨 (남시욱, 1974, 73쪽)으로 전락하였다. 특히 1970년대 중ㆍ후반의 경기호황에 따라 삼성ㆍ현대ㆍ럭키 등의 대기업과 대규모 건설 사들이 신규 공채를 통해 채용을 늘이면서 언론사는 지원자가 감소하고 시험을 치르고 들 어온 사람들도 호황 기업에 비해 질이 낮아 7) 졌다. 그 결과, 각 사의 모집인원도 10명을 넘 지 못한 채 대부분 5 6명 선으로 한정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합동통신 편집국장이던 송강식은 실질적인 소득과 대외적인 대우는 물론 퇴직 후 보장책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언론기관에 대한 매력이 없어져 지망생이 현저히 줄고 있다 고 지적하였다(송강식ㆍ이우세 ㆍ임철규 1977, 17 18쪽).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1960년대 많게는 100 대 1을 넘어섰던 각 언론사의 수습시험 경쟁률은 1970년대 중ㆍ후반에는 50 대 1, 30 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8) 남성들에게 소구하지 못하였던 기자직이 여성들에게 갖는 의미는 달랐다. 성차별적인 채용관행이 존속했던 상황에서 남성과 동등한 시험기회가 주어졌고 타 기업에 비해 비교 적 동등권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송강식 외, 1977, 18쪽), 언론직은 교직ㆍ은행원ㆍ사무 직과 함께 대졸여성들이 전략적으로 공격해야 할 직업(대한 YWCA 프로그램 연구회, 1971) 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언론계의 진단처럼 여성언론인의 증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1970년대 수습여기자의 증가는 산업화에 따른 전체 노동시장 의 변화, 그리고 언론환경 변화에 따라서 남성들이 기자직에 대해서 가지는 애착심이 줄어 들고 더 좋은 기회를 찾으러 떠나면서 그 빈 공간을 여성들이 매워간 현상(Reskin & Ross, 1990)이라 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일시적으로 낮아졌던 언론계의 문턱은 1970년대 말부터 기자직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시 높아져갔다. 1978년까지 연중무휴로 사원모집 (연중무휴 사원모집, )을 내걸었던 대기업들이 1979년부터 1983년까지 경기 한파를 이유로 신규 채용 인원을 계속해서 줄여갔고,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정원이 증가하면서 9) 대졸자들의 취업문 7) 인기 되찾는 신문기자직 ( ). 신문평론, 22 8)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몇몇 신문사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공개모집 방안을 지양하고 지정한 각 대학의 추천을 받 아 서류전형 또는 시험을 통해 수습기자를 선발하기도 하였다. 중앙일보의 경우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추천에 의한 서류심사를 통해 수습사원을 선발하였다. 동아일보의 경우 추천받은 인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봄으로써 필 요인원을 선발하였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외에 공채보다 추천을 통해 신규채용을 실시한 신문사는 1977년 추 천제를 실시한 서울신문이다(인기를 되찾는 신문기자직, 1979). 9) 일례로 1984년의 경우 경기 회복세에 따라 신규 채용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예정자가 23% 증가한 탓에

12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44 은 계속 좁아졌다. 그 결과 1979년 남성의 경우 65%, 여성의 경우 57%에 이르렀던 대졸 취업 률은 1980년 이후 경기 침체로 꾸준히 감소하여 1986년에는 남성 37% 여성 27%로 급락하였 다. 10) 공채를 실시했던 언론직의 경우, 이전의 인기를 회복하여 한국일보 의 경우, 1970년 대 중후반 30 대 1에 불과하였던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사회 전체적인 취업난 속에서 언론직의 인기가 상승한 이유는 우선 1980년 언론자율정 화 및 통폐합을 거치면서 국가의 주도로 기자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최저 생계비에도 못 쳤던 초봉은 대기업 수준으로 올라갔으며, 각종 수당에 대한 갑 근세 면제, 기자 재교육과 연수 실시 등 기자직의 임금과 복지수준이 이전 시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기자협회, 1995, 쪽). 반면 1984년까지 중앙지의 편집국 인원이 통폐합 이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던 데서(남재일, 2004) 짐작할 수 있듯이 언론노동시장의 신규채용 규모는 필요만큼 확대되지 않았다. 언론계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남성들 의 언론직 회귀 현상은 1970년대 낮아졌던 진입장벽을 다시금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 들의 언론계 진출을 촉진했던 여성독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지만, 출판국ㆍ자매지 인원의 분리 선발과 같은 기자 채용방식 변화, 그리고 이미 여성면을 제작할 최소 인력은 이미 확보 하였다는 점 등으로 여성들이 중앙지에 진출하는 것은 이전에 비해 더욱 어려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즉 1970년대와 같이 남성들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갈 수 없었던 반면 그들에게 열려 있던 틈새시장(niche market)은 이전에 비해 좁아졌다. 1980년대 수습 여기자의 급격한 감소 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여성기자를 채용하지 않았던 1980년대, 여성들에게 가장 개방된 신문사는 동아일보 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 5% 미만이었던 동아일보 수습여기자 비율 은 동아사태 이후 13.5%로 증가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여기자를 고용하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보다 세밀한 연구가 요구되지만 언론사의 상업적 전략과 여성기자의 채용 이 일정정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아사태 이후 신문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동아일보 의 위상 약화, 타 사에 비해 10여 년 늦은 1970년대 중후반부터 판매ㆍ 보급 및 경영체제 개선에 기울인 상업주의적 전략 등이 이러한 추세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 친 것으로 판단된다. 4.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늘어난 근속연수 초기 여성언론인들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여성은 가정일로 인해 언론직에 오래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라는 것이다(Steiner, 1998). 이렇게 볼 때 근속연수(working experiences)는 대졸 취업은 여전히 어려웠다(송양민, ). 10) 학력별 성별 취업률(각 연도 경제활동인구 조사).

13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45 역으로 실제로 여성의 주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가정과 직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와 관 련된 문제이다. 승진이나 고위직 진출이 일정기간의 근무경험 뒤에 이뤄지는 절차임을 고려 할 때, 근속연수 문제는 한 직종ㆍ조직의 수직적 위계상에서 드러나는 성별 분할을 촉진ㆍ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유교적 가부장제가 지배하던 한국사회에서 여성언론인들은 얼마나 언론직에 머물렀으며 이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4개 언론사에 근무했던 여기자 61명의 평균 근속 연수는 12.5년으로 같은 시기 근무했던 동료 남성기자의 25.9년보다 약 13년 정도 짧았다. 근속 연수상의 성차를 보다 세밀하게 관 찰하기 위해, 생존함수 분석을 통해 각 시기별로 특정 시점에 남녀 기자들이 퇴직할 확률을 분석 11) 하였는데 그 결과는 <그림 2>에서 <그림 4>와 같다. 1960년대 진출한 여성언론인 의 경우 3년 이내에 퇴직이 일어날 확률이 전체의 50%, 10년 이내에 퇴사할 확률이 75% 12) 였 던 것에 비해, 1970년대에 입사한 여성언론인의 경우, 3년 이내 퇴직할 확률은 16%, 10년 이 내의 퇴직 확률이 50%로 줄어들었다. 반면 앞선 1960년대 20% 정도에 불과하였던 20년 이 상의 생존자, 즉 장기 근속자의 비율은 10년 만에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언론계 취업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1980년대의 경우, 근속 연수 5년 이내의 퇴직자는 단 1명이었으며, 나머지 여성언론인은 대부분 현재까지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근속 기간에 있어 동일 시기 남성언론인의 평균 근속 기간과 큰 차이를 보이 지 않았다. 여성의 근속 연수가 길어지면서 평기자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여성의 수는 1960년 대 85.7%에서 1980년대 20%로 줄어든 반면, 부장이상의 고위직 진출자의 비율은 1960년대 수습기자의 경우 27.5%에서 1970년대 58.1%, 1980년대 60%로 늘어갔다. 13) 그렇다면 산업화 초기 여기자들의 조기 퇴직이 두드러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편집 <그림 2> 1960년대 남녀수습기자의 근속연수 (sex1=남성, sex2=여성). <그림 3> 1970년대 남녀수습기자의 근속연수. <그림 4> 1980년대 남녀수습기자의 근속연수. 11) 가로 축은 진행시간을 의미하며, 세로축은 특정 시간에 전체 인원 중 퇴직이 발생한 확률 역으로 기자직을 유지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12) 1960년대 진출한 여성기자들의 경우 10년이 지났을 때 표시된 25% 의미하는 것은, 그동안 75%의 여성기자의 퇴사가 발생하여 25%만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13) 1980년대 언론계에 진출한 사람들의 경우 여전히 커리어가 진행 중이다.

14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46 국 남성들이 이야기하듯 결혼과 함께 퇴직하기 때문일까? 일례로 서울신문의 경우, 1960 년대 언론계에 진출했다 퇴직한 여성의 75%가 전직보다 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점은 여성들의 주 퇴직 사유가 결혼ㆍ임신 및 출산이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여성 들의 조기퇴직 현상, 특히 결혼 후 퇴직 현상을 당시 학계 및 언론계는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 보았는데, 기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희박하기 때문에(유재천, 1970, 41쪽) 그리 고 여성의 정신적인 퇴영( 退 嬰 )성과 노력, 의욕의 부족 (전경화, 1972, 17쪽) 등으로 폄하했 던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근속연수 문제는 결과적으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와 관련된 문제이 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해당 사회의 젠더 이데올로기, 국가ㆍ기업 차원에서의 여성친화적 (가족) 정책의 유무, 여성의식의 향상과 연관된다(Alvesson & Billing, 1997). 이러한 점에서 산 업화 초기 여성언론인들의 조로 현상을 당시의 일반적인 평가처럼 단순히 여기자 개개인의 직업의식의 부재 또는 노력 부족으로만 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원인은 기혼 여기자들의 활 동에 장애가 되었던 근대화 초기 기혼 직업여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 제도적 조건 등과 같은 당시 사회의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1960년대 들어 여성 고등교육이 확대되면서 대졸 여성 중 취업희망자의 비율은 70%를 넘었다(통계표에 나타난 여대생, ; 이숙녀, 1966). 여성들 스스로가 현모양처가 여 자의 이상이요 미덕이란 허울 좋고 자기희생적인 모랄 속에서 벗어나 (진성기, , 140 쪽) 있었지만, 여성을 결혼과 동시에 가정에 묶으려는 사회적 풍토는 1970년대 중반까지 크 게 변하지 않았다. 1974년 한 조사에 의하면(여성의 취업, ), 다수의 남자 대학생들 은 배우자의 취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적절한 취업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 의 41%가 자식의 양육이 마무리되는 40 50대 로 대답하였다. 양육자로서 여성의 위치를 중시하는 경향은 1970년대 중반까지 여성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70년대 여대생 을 대상으로 실시된 취업 시기 관련 조사에 따르면(표경희ㆍ안덕자, 1971; 표경희ㆍ오인호, 1974; 황경숙 외, 1974), 1970년대 중반까지 결혼 전 또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기 전 까지 라는 의견이 결혼과 상관없이 능력이 있는 한 계속 하겠다 는 의견보다 우세하였다. 남녀 맞벌이가 남성들에게는 오죽 못났으면 여편네 를 직장으로 내쫓은 (이수용, , 202 쪽) 행위로, 여성들에게도 남성을 경제적인 면에서 소극적으로 (김미순, , 203쪽) 만 드는 것으로 규정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취업 기간에 대한 여성들의 결정 및 인식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함께 국가ㆍ기업 차원에서 여성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 는 정책의 부재는 직장=결혼의 정거장 이라는 공식을 상당기간 동안 상식으로 만들었다. 1958년 제정 근로기준법에 생리ㆍ출산 휴가가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74년 동아일보 여성기자들의 결혼 후 근속제한 내규 철폐 요청이 보여주듯 14) 결혼ㆍ출산 후 퇴직은 일종 의 사회적 불문율 또는 인사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7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했 던 식모 노동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은 일정정도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신경아, 2007), 15) 14) 기자협회보 1974년 6월 28일자 1면.

15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47 여성기자들의 결혼 이후 커리어는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ㆍ제도적 제약 속에서 많은 경 우 중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기자들은 상당기간 개인적인 수준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과 일 둘 중의 하나를 택하거나, 자신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일시적인 퇴직과 복직의 반복 또는 주변부 시장으로의 이동이 그들이 찾을 수 있는 답이었다. 서울신문 사 회부에 재직하였던 신동식의 경우, 두 번에 걸쳐 임신 후 퇴직과 출산 후 복직을 반복하였고, 셋째 아이 출산 당시에는 주간 시민 으로의 이직을 통해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었다. 16) 결 혼ㆍ출산 이후의 복직 또는 이직이 모든 여성들에게 열려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많은 경우 언론계를 떠나게 되었다. 1988년 남녀평등고용촉진법의 제정, 노조운동의 등장 등을 통해 결혼ㆍ출산을 이유로 한 퇴직이 완전히 폐지되기 전까지 기혼 여기자들의 활동을 보장ㆍ보조하기 위한 회사ㆍ국 가의 정책적 배려와 그에 따른 사회적 인프라는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신경 아, 2007). 1970년대 중ㆍ후반에 언론계에 들어온 여성 기자들의 근속연수가 늘어난 것은 정 책과 시설확충이 아니라 1970년대 초ㆍ중반부터 꾸준하게 여성의식이 고양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전체 여성계가 함께 한 가족법 개정운동, 1974년 크리스찬아카데미 를 중심으로 한 여성지도자 교육 등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 다. 이는 1975년 세계여성의 해와 함께 더욱 고조되었는데 그동안 당연히 받아들여졌던 여 성=가정의 공식, 직장 내 성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 등이 우리 사회에서도 공론화되기 시작 하였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들을 허물기 위한 직접적인 실천도 이어졌 다. 1974년과 1975년 조흥은행ㆍ산업은행 여직원들과 YWCA와 BPW(전문직업여성한국연 맹)가 함께 진행한 각서 폐지운동, 1983년 여성차별정년제 소송, 1984년 MBC의 여성취업 기 회 제한에 대한 여대생 단체 행동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운동 들은 여성취업에 대한 당시 사회의 인식변화를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새로운 논의를 활성 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김엘림, 1999; 이승희, 1994; 이효재, 1994). 이러한 사회변동 에 따라 197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의 대졸 여성들은 점차 결혼을 사회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인식해 갔다. 17) 이러한 사회적 변동은 여성기자들 특히 여성면 담당자들의 의식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 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여성면 담당 기자였던 윤호미는 1970년대 세계 여성의 해, UN이 관할하고 (중략) 한국에서도 장관급들이 나오고 이렇게 되니까 (중략) 성의 차별이 이 슈다 하는 인식이 신문사 내에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회고하였다(윤호미, 2007년 10월 7 일 인터뷰).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신문 의 경우 사내 결혼한 동료 남녀기자 중 일 15) 식모노동은 상당기간 동안 직장여성들이 일-가족 양립으로 겪는 갈등과 그에 대한 대책을 공론화시키지 못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신경아, 2007). 16) 신동식 인터뷰, )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조사에서 능력이 된다면 결혼과 상관없이 일을 하겠다 는 의견이 결혼 전, 결혼 이후 출산 때까지 라고 보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조사에 서부터이다(표경희, 1979).

16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48 반적인 관례를 깨고 남성이 직장을 옮겼다(송강식 외, 1977, 21쪽). 이는 당시 여성면 담당자 들이 여성계 동향을 주기적으로 보도하였고 일부의 경우 여성단체 활동에 참여했던 것에 비 추어 본다면 18)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당시 여성기자들의 의식 고양과 그에 따른 행동은 여기자 전체의 집합적(collective) 활동보다는 개인 또는 개별 회사 차원에서 이 뤄졌다. 당시 여성기자들의 친목 단체인 여기자클럽이 있었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그 활 동이 여러 가지 상황상 정체되었다. 때문에 여성들의 지위 및 복지향상, 근속연수 증가에 여 기자클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례로 1974년 동아방송 아 나운서의 결혼퇴직 각서 철폐 성명은 당시 동아일보 와 동아방송 소속 여성언론인들에 한 해서 진행되었을 뿐, 1974년 이영희 회장 출범 이후 활동이 거의 정지되었던 여기자클럽은 입장조차 발표하지 못하였다(성민선, ). 전반적으로 기자들의 집단적인 단체 활동 이 제약되었던 5공 시절, 여기자클럽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회장을 역임했던 신동식에 의하면 그냥 이름만 걸치고 명맥만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19) 상황이었다. 요약하자면 기혼여성의 사회진출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 산업화 초기 여성기자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언론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면서 여성 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여성계의 활동 및 의식 고양과 더불어, 이들이 언론계에 잔류하는 기 간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5. 수평적 성적분리: 성적 고정관념에 따른 부서이동 조직 및 노동시장 내에서 여성의 역할은 생물학적 기능과의 관계 속에서 가정 (Alvesson & Billing, 1997, p. 61)된다고 보고 있다. 산업화 시기 기자직에 대한 인식을 다룬 서구 연구들 에 의하면 기자직은 대체적으로 거칠고 모험심이 강한 직업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으로 연약하다고 규정된 여성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었다고 한다 (Hampton, 2005).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자리 잡은 미국사회에서 여성이 감정적이라는 편견 은 실질적으로 상당기간 동안 이들이 남성의 영역인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이슈에서 배제 되는 것을 정당화시켰다(Steiner, 1998). 유교적 가부장제가 지배했던 한국사회에서 여성언론인들은 주로 어떤 부서에서 그 역할 을 담당하였을까? 그리고 거기에는 어떠한 사회적 편견들이 내재되어 있으며, 편집국 내의 어떠한 실천들이 이를 정당화하였을까? 부서배치와 관련된 문제는 산업화 초기부터 최근까지 조직 내의 성차별을 보여주는 대 18) 몇몇 여성기자들은 당시 대표적인 여성단체인 한국 YWCA의 편집ㆍ공보 출판위원회(권영자ㆍ김징자ㆍ유혜 자ㆍ이창숙 등) 및 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전국 여성대회 준비위원(장명수, 정광모)으로 활약하였다. 19) 신동식 인터뷰,

17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49 <표 2> 중앙일간지 주요 부서 여성 기자 수와 전체 여성 기준 해당 부서 근무비율( ) 여성 비율 여성 비율 여성 비율 여성 비율 여성 비율 여성 비율 편집 3 4.8% 4 4.4% 2 3.3% 2 2.9% % % 정치 2 3.2% 1 1.1% 1 1.7% 1 1.4% 1 0.8% 1 0.8% 경제 0 0.0% 0 0.0% 1 1.7% 0 0.0% 3 2.3% 5 0.8% 사회 % 5 5.5% % 5 7.1% 1 0.8% 1 0.8% 외신 0 0.0% 1 1.1% % 3 4.3% 3 2.3% 2 1.5% 문화 % % % % 39 29% % 교정 6 9.5% 0 0.0% 1 1.7% 4 5.7% % % 조사 3 4.8% 8 8.8% 4 6.7% % % % 특집 0 0.0% 0 0.0% 0 0.0% 1 1.4% % 특파원 0 0.0% 0 0.0% 0 0.0% 0 0.0% 0 0.0% 1 0.8% 소년부 2 3.2% 9 9.9% 3 5.0% 3 4.3% 0 0.0% 0 0.0% 부녀부 5 5.5% 5 8.3% 4 5.7% 0.0% 0 0.0% 주간부 6 9.5% % % % 0.0% 0.0% 수습 % 6 8.6% 3 2.3% 5 3.8% 출처: 정영애(1969). 여기자 클럽회지( ), 한국언론인구(1986, 1987). 표적인 사례로 꼽혀 왔었다. 해당 시기 동안 부서상의 성적 분할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기 존에 실시된 조사 연구, 여성저널 에 기재된 여기자 클럽 회원명부를 토대로 1969년부터 1987년까지 여성기자들의 활동 부서를 재구성한 결과는 <표 2>과 같다. 표에서 알 수 있듯 이 시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여성 기자 중 전통적인 저널리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ㆍ경제ㆍ사회부에 근무하는 여성기자 비율은 전 시기를 통틀어 극소수에 불과 하였다. 반면 많은 여성기자들이 기획기사를 담당하는 문화부ㆍ조사부ㆍ교정부 등에서 주 로 근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1970년대까지 5%를 채 넘지 못하였던 편집부 근무 여성기자 비율이 10%대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편집부가 뉴 스 생산노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변화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윤호미에 의하면 예 전의 경우 기자가 아무리 나가서 글 잘 써와도 편집에서 막히면 (기사가) 못나가는 거 였을 정도로 편집부의 권한은 막강하였다. 그 중요한 일에 어떻게 여자를 이라는 인식이 지배적 이어서 내근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부의 여기자 비율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20) 반면 국가의 언론 통제가 심해지면서 편집국의 수석부서라고들 하지만 그 기능이 많이 위 축 (편집실, ) 되었다는 편집부 기자들의 진단은 편집부가 뉴스 생산노동에서 과 거의 위용을 자랑하지 못하였음을 암시한다. 편집부의 위상 변화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20) 윤호미 인터뷰, 2007년 10월 7일.

18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50 <표 3> 차장 이상 진급자의 평기자ㆍ차장ㆍ부장시절의 부서경험(괄호 안은 명수) 평기자 차장 부장 부서 정치/경제/사회 등 문화/체육/과학 등 편집/외신 등 남성(79) 89.9%(71) 50.6%(40) 64.6%(51) 여성(22) 36.4%(8) 81.8%(18) 54.5%(12) 남성(79) 73.4%(58) 29.1%(23) 13.9%(11) 여성(22) 22.7%(5) 77.3%(17) 9.1%(2) 남성(76) 57.9%(44) 36.8%(28) 23.7%(18) 여성(21) 9.5%(2) 76.2.%(18) 14.3%(3)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조직 내에서 특정부서의 위상 변동에 따라 여성에게 개방된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자신의 커리어 전개과정에서 부서 배치에서 나타난 성별 분할을 어 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 표집한 남녀 기자들의 평기자, 차장, 부 장 및 부국장 시절의 부서 이동양상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해당 기간 동 안 여성기자들은 평기자로서 평균 2개의 부서를 거치는 반면 근속연수가 긴 남성기자들은 평균 3.3개의 부서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자의 60% 정도가 차장 승진 이전에 퇴사 하였던 점을 감안하여 차장이상 남녀 기자들의 평기자 시절의 부서 경험을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여성은 3.1개, 남성은 3.4개의 부서에서 근무한 뒤에 차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부서 경험 방식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차장 이상으로 승진한 남녀기자 100명(남성 78명, 여성 22명)의 평기자 시절 부서 경험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 <표 3>과 같다.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커리어 발전 과정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 다. 남성기자들의 대다수가 뉴스 생산노동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사건 취재 부서를 거친 뒤 차장으로 승급하는 반면, 여성기자들 중 이들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였다. 또한 남성기자들이 여기자들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뉴스 생산노동을 경험할 확 률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기자들의 절반 이상이 평기자 시절 기획기사가 많은 문화ㆍ체육ㆍ과학부나 내근직인 편집ㆍ외신부를 거치는 반면 여성기자들은 상대적으로 문 화ㆍ체육ㆍ과학부(대부분 문화부) 이외 다른 부서업무를 담당하면서 훈련 받을 수 있는 확 률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기자 시절 부서 배치의 성차별은 수습기자 교육에서부터 일정정도 예정된 것이었다. 1990년 조사에 의하면 당시 여성기자의 52%는 수습 교육의 핵심인 경찰 수습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현대사회리서치, 1990, 63쪽). 여성기자들의 경우, 수습 시절부터 문화부나 월 간부 등에 배치되어 바로 해당지면의 기사를 쓰거나, 21) 사회부에 배치되더라도 회사에서 전화로 기사를 확인하고 받아 적는 일을 담당하곤 했다(김순주, 1978, 33 34). 경찰 수습기 21) 김영신 인터뷰,

19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51 자를 하더라도 그 활동은 남성기자에 비해 제한되었다. 1975년 한국일보 에 입사한 신연숙 은 수습기자 시절 12시가 되기 전에 남자 선배들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고 회고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밤샐 수 있고, 하겠다고 우겼지만 이는 선배들에 의해 제지되었다 22) 고 하 였다. 수습기자 교육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1980년대까지 지속되 었다. 1986년 동아일보 에 입사한 정성희에 따르면, 남성기자들이 6 8개월 동안 경찰기자 로 잔뼈가 굵어지는 사이 여성기자들은 3개월 정도로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으며, 그 나마 내근에만 매달려 있었다 (김순덕 외, 1990, 97쪽)고 한다. 이처럼 수습기자 시절부터 나 타나는 업무상의 성별차이가 평기자, 그리고 차장-부장 시절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경력(career)은 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기간(Liebieg & Sansonetti, 2002)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뉴스 생산과정에서 요구되는 직업적 지식은 어깨 너 머로 배우는 비공식적ㆍ도제적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산물이라는 점에서 수습ㆍ평기자 시 절의 다양한 경험은 이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습시절부터 여성들이 뉴스 생산노 동의 다양한 측면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은 남성과는 달리 뉴스 생산노동에 필요한 전반적 인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남성에 비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기자들이 고위 직에 진출하여도 그 활동 분야가 특정영역(주로 주변부서)에 국한될 수 없는 것, 2000년대 들 어서까지 중앙일간지에서 여성편집국장이 배출되지 못하였던 것은 수습 기자시절의 성차 별적 기자양성 과정 및 커리어 전개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서 배치상의 성별 분할은 여성과 남성은 근원적으로 다르며, 성의 구별을 능력의 차 별 (권영자, 1970)로 당연시했던 편집국의 여러 관행들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23) 여성 기자들 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야근ㆍ숙직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통념 (양동안 외, 1977) 때문 에 부서 배치상의 성별 분할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권영자, 1970). 때문에 야근ㆍ숙직이 빈 번했던 주요 부서에 여성이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고, 일할 기회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들 은 동료 기자가 아니라 +α 가 되고 말았다. 동아일보 1기 수습기자인 박동은은 외신부로 보내달라는 본인의 요청에 내가 야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데도 남성기자들이 여기자는 야 근을 못한다고 해서 갈 수가 없었다 24) 라고 회고하였다. 여성들에 대한 배려 는 한편으로 는 남성들끼리도 치열한 영역인 정치ㆍ경제ㆍ사회부서에 대한 일종의 텃세로 작용하였다. 지방지ㆍ특수지를 제외한 중앙일간지에서 기자사회에서 가장 인기있던 이들 부서는 여성 기자가 들어갈 수 없는 일종의 성역과 다름없었다. 어렵게 성문을 열어 정치ㆍ경제ㆍ사회부 서에 배치되더라도 출입처를 잘 주지 않고 요리조리 빼돌리거나 (계수미, 1999), 견습들이 나 도는 고궁이나 병원을 몇 년씩 내보내 (한국여기자, 1966, 75쪽)는 등의 차별을 겪어야만 했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는 남성과 같은 또는 남성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이들의 의지는 그것을 발휘할 기회조차 22) 신연숙 인터뷰, ) 이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보다 세밀하게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24) 박동은 인터뷰,

20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52 얻을 수 없었기에 상당기간 동안 실현할 수 없었다. 내가 사보에 정치ㆍ경제ㆍ사회부에서도 여성기자들의 문이 열려야 한다는 글을 썼을 때, 사회부장이 나를 불렀어요. 신연숙씨 진짜 사회부 할 수 있어요? 맨날 시체실만 보낼텐데, 예 좋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했는데도 결국은 안 보내주더라구요. (신연숙 인터뷰, )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1970년대 이후 전반적인 여성문제에 대한 환기와 여성들의 의식 고양으로 이전보다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는 데에 있다. 여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반쪽 자리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한 25) 여성들의 열망이 야근ㆍ밤샘 근무의 장벽을 영자지 및 통신사, 그리고 몇몇 일간지에서부터 조금씩 허물기 시작하였다. 직장 내 성차별 문제의 부각, 회사 내에서의 여성기자들의 문제제기,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 성기자들의 수적 증가와 더불어 1980년대 들어서면서 부서 배치에서 드러나는 젠더화 (gendering)는 미약하나마 수습기자 수준에서부터 조금씩 완화되어 갔다. 6. 수직적 성별 분리: 차별화된 승진 부서 배치와 함께 조직 내의 성별 분할이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고 위직으로 갈수록 남성편중의 심화 즉 조직의 수직적 분리 부분이다. 산업화 시기 동안 부장 이상의 직급 진출자를 정리한 <표 4>가 보여주듯이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들은 소수에 불 과하였다. 1960년대 초ㆍ중반 언론계 진출자들이 부장으로 승급하기 시작하였던 1980년대 중반 이후 각 신문사마다 여성 고위직 진출자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960년대 여성언론 진출자들의 생존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이전 시기에 비해 고위직 진출자 가 많았던 1980년대에도 그 비율은 매우 미미하였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여성들의 근속 기간이 길어지고, 1987년 이후 신생언론사의 탄생으로 인력수요가 늘어난 1990년대 중ㆍ후 반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성별에 따라 위계화된 조직구조가 여성 기자들의 커리어 발전 과정 속에 어떻게 반영되 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생존율 함수를 활용하여 각 시기별ㆍ조직별 남녀 기자들의 차장ㆍ 부장 승진에 소요되는 기간을 분석한 결과는 <그림 5>에서 <그림 10>이다. 26) 그림에서 25) 최성자 인터뷰, ) 앞서와 마찬가지로 가로 축은 진행시간을 세로축은 차장ㆍ부장 승급이 일어나 평기자에 머무르는 사람의 비 율을 보여준다. <그림 5>를 기준으로 보면, 7년이 지났을 때, 전체 남성기자의 25%가 차장으로 승급함으로써 75%는 평기자에 머물러 있다. 반면 1960년대 서울신문 에 입사한 여성 중 유일한 승급자인 신동식은 16년이 지나서야 차장에 승급이 발생하게 되어 16년 동안 여성 중 평기자 비율은 100%가 되는 것이다.

21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53 <표 4> 고위직의 진출자와 그 직책 시기 이름(신문사) 직책(연도) 1960년대 박현서(조선, 대한) 부녀부장 조경희(한국) 주간한국 부장 논설위원 1970년대 정광모(한국) 27) 논설위원 이영희(한국) 주간여성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송정숙(서울) 문화부장 논설위원 강용자(경향) 문화부장 논설위원 신동식(서울) 수도권부 부장 생활부장(부국장급) 1980년대 윤호미(조선) 문화부장(88) 부국장 장명수(한국) 문화부장(87) 문화부장 겸 부국장 김징자(문화, 세계) 문화부장 알 수 있듯이 1960년대 언론계에 발을 담근 여성언론인들의 차장승급은 중앙일보 를 제외 한다면 모두 남성 동료ㆍ후배들에 비해 늦었다. 중앙일보 여성기자인 윤호미와 김징자의 경우 남성기자들에 비해 빨리 차장으로 승급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본지가 아니라 여 성부 즉 여성 중앙 차장으로 발령되었기 때문이었다. 윤호미는 자신의 차장 승급에 대해 서 이렇게 회고하였다.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은, 여자가 제일 먼저 차장이 되었어. (웃음) 그거는 정말 아이러닌데 10층에 여성중앙이라는 잡지가 있으니까 그 잡지 안 되면 신문사가 우수하니까 인재를 자꾸 그리로 끌고 싶어하는데 나를 그냥 계 속 그리로 오라는 거에요 (중략) 안가겠다고. 그 무 서운 회사에서 하는 조건으로 차장으로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차장 진급을 시킨 거 에요. 그 차장이 되고 얼마 안 있어서 나는 해위취재를 편집국 취재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문화부 차장으로 그니까 완전히 계층 상승하여 편집국으로 돌아오고 그러니까 다른 동기들 도 우르르 다 된거지. (윤호미 인터뷰, ) 이 두 사례는 여성기자의 승진이 중심부 노동시장에서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진출하는 가운데서 조직 내의 직급상의 위계가 흔들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여성기자들이 겪는 승진 상의 차별은 이들이 부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림 8> <그림 10>이 제시하듯이 3개 사의 수습기자들의 부장승진 과정은 대체적으로 남성들보다 늦었다. 김징자는 해당 시기 다른 여성기자들보다는 부장승진이 빨랐는데 이는 1988년 신생 언론사 인 세계일보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승진한 경우였다. 1960년대 진출 수습여기자들의 부장승진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중후반에 주로 진행되 27) 우리나라 최초의 청와대 출입기자인 정광모는 부장대우 이후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2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54 <1960년대 진출 남녀 수습기자의 차장 진급 생존함수> <그림 5> 서울신문 <그림 6> 중앙일보 <그림 7> 한국일보 <1960년대 진출 남녀 수습기자의 부장 진급 생존함수> <그림 8> 서울신문 <그림 9> 중앙일보 <그림 10> 한국일보 <1970년대 진출 남녀 수습기자의 차장 진급 생존함수> <그림 11> 서울신문 <그림 12> 중앙일보 <그림 13> 한국일보 었던 1970년대 수습기자들의 차장승진은 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림 11>에서 <그림 13>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전 시기에 비해 남녀기자들의 승진 연수상의 차이는 겉보기 에는 다소 줄어들었으며 몇몇 여성기자들의 경우 남성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28) 28) 1980년 해직 이후 7년간의 공백 끝에 한겨레 창간 멤버로 복직한 한국일보 신연숙(1975년 입사)과 안정숙 (1977년 입사)의 경우 다소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두사람은 각각 약 17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하

23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년대 수습 여기자 중 가장 빨리 차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중앙일보 출신의 차미례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로, 그녀는 특수지인 한국경제신문 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중 앙일보 에 남은 동기 남성들에 비해 1년 정도 일찍 승진하였다. 이소영 전 중앙 M&B 이사의 경우 입사 이후 지속적으로 출판국에서 활약하면서 승진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게 걸렸 다. 하지만 본지와 출판국을 넘나들었던 이덕규 M&B 닷컴 전무이사나 홍은희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의 경우, 동료 남성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승진할 수 있었다. 서울신 문 의 경우도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과 비교하였을 때 여성언론인의 승진 시기가 늦은 편이었다. 산업화 시기 남성 중심적인 조직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부서배치뿐만 아니라 승진상의 차별을 겪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승진에 있어서의 남녀 간의 차이는 언론 노동시장 전체의 위계구조와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즉 여성언론인 의 승진은 주로 특수지ㆍ본사 내 출판국 등 다소 주변적인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신생언 론사로의 이직 등 기존의 중심부 시장 이외의 공간에서 이뤄짐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산업화 시기 여성기자의 승진 방식은 중심부 시장에 잔존한 성적 불평등을 받아들이거 나 아니면 주변부 시장으로 이동하는 방법 중의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29) 승진상의 불평등은 부서배치와 함께 오랫동안 여성기자들의 직업적 만족도를 떨어뜨리 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이만갑, 1970; 현대리서치 연구소, 1990, 1995). 산업화 기간 동안 어떠한 담론들이 이와 같은 차별을 정당화시켰는지를 밝혀 내기 위해서는 당시 신문사 문화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코리아헤럴드 부장을 역임했던 김춘옥의 회고는 여성이 남성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어려웠던 전통적인 성역할 인식(Oppenheimer, 1976, Blackwelder, 1997, p. 5 재인용)의 단면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1977년 나는 코리아헤럴드 의 해외 제2부장으로 발령받았다. 프랑스어판 국가홍보 잡지를 만드는 책임자였다. 정부가 주관하는 이 홍보사업을 코리아헤럴드가 위임받은 터라 나는 그 곳 편집국의 한 부서장으로 발령 받은 것이었다. 그때 내 나이 스물 아홉. 나보다 적어도 열 살은 많은 다른 부서 차장들(물론 모두 남자)이 나를 미스 김 하면서 불러재꼈다. 아주 큰 소리로,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나보다 겨우 한 살 어린 남자기자-그는 신입 사원이었다-의 태도가 달라져 갔다. 한 살 위 여자 부장, 그것도 미혼의 여자 부장을 모시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끔 그의 동료들이 부추긴 때문이리라. (김춘옥, 1999) 이러한 경향과 함께 기혼 직장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충분한 출산휴가가 보장되지 였는데 두 사람이 언론노동시장 밖에 있었던 시간인 7년을 뺀다면 실질적으로 언론사 경력 10여 년 만에 승진 한 셈이 된 것이다. 다소 예외적인 경우로 생각되어 본 케이스에서는 제외하였다. 29) 1980년대까지 여성들이 겪었던 승진상의 차별은 1970년대 수습 여성기자들이 부장, 1980년대 수습 여성기자 들이 차장으로 승급하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완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 진출한 여성기자들이 부장이 된 2000년대에는 이들의 승진이 남성들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 부분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의 언론지형의 변화 및 그에 따른 언론노동시장의 전반의 변화와 관련된 부분으로 별도의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 렇게 때문에 본 연구의 논의 범주에서는 제외하였다.

24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156 않았던 현실, 가족정책의 부재 등이 여성기자들의 조기 퇴직과 커리어상의 불이익을 초래하 였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교적 가부장제에 입각한 성별 분리가 이데올로기적으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정부가 언론을 강력한 통제로 기자들의 집단적인 발언기회가 위축되었던 상황에서 여성기자들이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여기자클럽 주최의 여기자 세미나, 여성 지 등 여성들이 모이는 공간 정도에서만 파편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 성기자들이 남는 길은 그냥 견디는 것이었다.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이 회고하듯이 후 배들이 먼저 올라가도 그냥 편집국에 있고 (계수미, 1999) 견디어 내는 것 이 살아남는 유일 한 길이었다. 여성들 간의 연대의식이 성숙되지 않았거나, 입사 및 부서배치/승진 등의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기자들의 모임 및 대외적인 활동이 어려워졌던 상황에서 여성 기자들에게 남은 것은 개인적인 차원 의 문제 해결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7. 글을 마치며 신문사의 편집국은 하르트와 브레넨(Hardt & Brennen, 1995)이 지적하듯이, 그것을 둘러 싼 사회변동과 사회적 갈등이 투영된 공간이다. 본 연구는 한국의 국가주도 산업화 과정을 유교적 가부장제에 입각한 산업화과정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성격이 한국 언론의 산업화 과 정에 어떠한 방식으로 투영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언론사 내의 인력구조가 어떻게 구조화되었고 그 양상은 어떻게 변화 하였는지를 살펴보았다. 서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 지식인의 증가, 새로운 시장 특히 여성 독자에게 소구코자 했던 신문기업의 욕구는 여성들에게 언론계 진입의 공간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1950년대 중반부터 실시한 공개채용 제도는 취업기회마저 얻지 못하였던 당시 대졸 여성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이는 산업화 시기 여기자 수의 점진적인 증가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기자=신사직 이라는 수사가 암시하듯, 남성의 일로 여겨진 뉴스 생산노동 에 여성이 참여할 기회는 언론에 대한 사회적 기대, 기자직의 사회ㆍ경제적 지위변화 그리 고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 등에 따라 시기적으로 그리고 개별 언론사의 전략 등에 따라 차별 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여성언론인의 고용이 비단 언론노동시장뿐 아니라 전체 노동 시장에서 언론직이 차지하는 위계의 변동에 따라 달라짐을 함축한다. 유교적 가족주의가 지배했던 당시 사회에서 여성기자들의 지속적인 사회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가정이 여전히 여성들의 중심 공간이고 직장은 결혼의 정거장 이라는 인식 속에서 여성언론인의 활동기간은 대체로 길지 못하였으며, 대부분 뉴스 생산노동 및 조직의 주변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짧은 근속연수와 핵심노동으로부터의 배제는 여성 특히 기 혼여성의 사회활동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프라와 취업 여성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장치 부재

25 산업화 시기( ) 성별화된 언론노동시장과 여성언론인의 경력이동 157 에 따른 결과물이다. 또한 이후 언론노동시장에서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인력 풀의 부족과 여기자=특정 분야 담당자 라는 인식을 초래하였다. 신문사는 당시 여성들에 게 상대적으로 평등한 조직으로 여겨졌다. 산업화 기간 내내 신문사 역시 그 인적 구성이나 수직적인 위계 측면에서 남성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근 대화의 특성이 신문사에도 투영되었음을 시사한다. 차별적인 경력이동의 과정을 겪으면서 당시를 살아갔던 여기자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남성 못지않은 능력 과 각자의 방식으 로 견뎌내기 뿐이었다. 남녀 고용평등을 위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견뎌내기가 199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강력 한 언론계의 여풍( 女 風 ), 즉 고위직 여성언론인의 탄생과 활발한 여성언론 활동들의 기본 토 대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여성주의 노동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젠더화된 조직인력구조는 조직 내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담론ㆍ이데올로기에 의해 끊임없이 정당화되고 유지되며 또 이를 둘러싼 사회변동 과정을 통해 변화해 간다. 산업화 시기 언론사의 성별화된 인력구조가 어떻게 (재)생산ㆍ유 지되었으며, 여성기자들의 직업적 열망이 어떻게 좌절되고 또한 이들이 이런 좌절을 딛고 더디지만 천천히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당시 조직문화 및 뉴스 생산과정에 대 한 보다 세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강상현 (1988). 한국신문기업의 조직인구 변동에 관한 연구-6대 중앙일간 신문사를 중심으로. 연 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계수미 (1999). 종합일간지 첫 여사장 장명수-차별대우 이겨내고 사장에 오르기까지. 여성동아, 1999년 9월호. 권영자 (1970). 여기자의 제한된 활동영역과 그 타개책. 신문평론, 33호, 김남석 (1994). 한국 신문산업구조 개편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김동민 (1990). 한국언론동운동의 특성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김미순 ( ). 거꾸로 된 수입. 여성동아, 1972년 1월호, 김순덕ㆍ박금옥ㆍ정성희ㆍ최경숙ㆍ허영심ㆍ홍은주 (1990). 언론과 여성: 부서배치, 업무부담, 승 진기회 등에서 차별 엄존-보고서를 토대로 한 토론. 여기자, 1호, 김순주 (1978). 1년생 병아리. 여기자클럽 編. 여기자 (31 35쪽). 서울: 세대문고사. 김엘림 (1999). 여성노동권의 보장과 현실. 법과 사회, 16, 김춘옥 ( ). 4월호 특집 여기자를 읽고. 신문과 방송, 341호, 김해식 (1994). 한국언론의 사회학. 서울: 나남 김현미 (2000). 한국의 근대성과 여성노동권. 한국여성학, 16권 1호, 남시욱 (1974). 기자관의 변천과 이미지 정립. 신문평론, 46호, 남재일 (2004). 한국신문의 객관주의 아비투스-형식적 사실주의의 전략적 의례를 중심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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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韓 國 言 論 學 報, 53권 1호(2009년 2월) 444 Gendered Newspaper Labor Market and Gendered Career Paths During Korean Industrialization( ) Yisook Choi Ph. D. Candidate, Seoul National University This study analyzes the structural features of new entrees of journalists as well as their career developments with a focus on gender dynamics in South Korean press. This study suggests that so-called job queue, gender queue still existed although the expansion of labor market and entailed social changes opened the door for women s entry into journalism throughout industrialization periods. In other words, women s accesses as well as barriers to journalism field were influenced by the status of journalistic profession in entire labor market. Along with increase in women s entry to the entire labor market and their conscious-raising, the years of job experiences extended in Korean press, but the continued patriarchal practices of news production inevitably resulted in sexually differentiated career trajectories. Mostly, women faces not only gender division of labor in their assignments, but also the tardiness in promotion, which was compensated by their moves to the more marginal labor market such as (women s) magazines. Key〻words:gender division of labor, women journalists, career trajectories, media industrial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