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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39회 KPI평화포럼 자료집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일시 : 2013년 10월 7 일( 월) 오후 3시-6시 장소 : 한국기독교회관 조에( 생명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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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포럼일정 등 록 14:30-15:00 개회사 전우택 원장(KPI, 연세대학교 교수) 15:00-15:10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1 부 : 주제발표 사회 양운철 박사( 세종연구소 ) 발제1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교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발제2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발제3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전우택 원장 KPI, 연세대학교 교수 15:10-15:35 15:35-16:00 16:00-16:25 휴식 16:25-16:40 2 부 : 지정 및 종합토론 사회 김지철 이사장(KPI, 소망교회 담임목사 ) 토론1 이정철 교수 토론2 박삼경 교수 토론3 김병로 박사 (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부) (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HK 교수) 16:40-16:55 16:55-17:10 17:10-17:25 발제자 및 토론자 전원 17:25-18:00 제39회 KPI평화포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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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목 차 목 차 3 발제문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7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31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전우택 49 부 록 한반도평화연구원 소개 44 연구원 조직 45 참여방법 46 외교안보 분야 10 대 싱크탱크 에 선정 47 KPI 평화포럼 ( 공개포럼 ) 개최 현황 48 출간도서 소개 51 제39 회 KPI평화포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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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정은 체제의 현황과 남북관계 ( 김병로) 발 표 1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교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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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1. 들어가며 한국에서 평화협정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된 듯 하다. 2013년 2-5월 급박했 던 한반도의 위기가 상대적으로 수그러지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다양한 움 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유지하는 상황에 서, 1)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국제사회에 설파하고 있 다. 2) 사회 각계에서는 평화협정을 둘러싼 이념 분화가 선명해지고 있다. 2013년 6월 19 일 중도 보수/ 진보 성향의 인사 66 명이 ' 평화와 통일 위한 국민통합 선언문 ' 발표하면서 대북정책과 통일에 대한 의견 차이를 극복하는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고 호소했지만, 3)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은 상이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전평화 운동을 벌이는 진보진영에서는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 는 반면, 4) 보수 진영은 평화협정 논의 자체를 기피한다. 5) 지난 2-5월 한반도위 기가 고조되었을 당시, 평화협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견이 시민사회에서도 그대 로 드러난다. 6) 한국 기독교에서도 평화협정을 둘러싼 대립각이 만만치 않다. 부산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리게 될 제10 차 세계교회협의회 (WCC) 총회를 앞두고, 한국기독교계가 평화협정과 북한 인권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회와 WCC한국준비위원 WCC 대책위원회로 양분되었다. 7) 2011년 2월 WCC 중앙위원회는 일치, 평 화, 정의를 연결하며 한국의 통일문제와 아시아의 정의와 평화 문제를 적극 반영하 여,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라는 표어를 정했다. 8) WCC 1) 조선일보, " 北 " 박근혜 일당 분별있게 처신해라 " 국방위 이어 조평통도 朴 대통령 실명 비난," 조선일보 ( ); 장용훈, 北 국방위까지 대남 비난 남북관계 경색 계속될 듯. 연합뉴스 ( ). 2) 박석민, " 朴 대통령 ' 세일즈 외교2 탄' 스타트 성과주목," 연합뉴스 ( ); 서명수, " 朴 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전," 매일신문 ( ). 3) 홍세희, " 각계 인사 66 명 ' 평화와 통일 위한 국민통합 선언문' 발표," 뉴시스 ( ). 4) 김연숙, " 시민단체 ' 북핵해결 평화체제 논의 동시추진해야 '," 연합뉴스 ( ); 강진형. "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실현!," 뉴시스 ( ). 5) 황성준, " 평화협정에는 평화가 없다," 뉴데일리 ( ). 6) 심인성, " 與 " 핵억제력 보유ㆍ핵무장 필요" 강경론 비등," 연합뉴스 ( ).; 이경호, " 새누리," 진보당, 사실상 北 정권 편들어 현실직시해야 "," 아시아경제 ( ). 7) 이용필, 코앞 다가온 WCC 총회, 여전히 찬반 나뉜 교계, 뉴스엔조이 ( ); 성경신문, 창반 양론 가운데 교단 참여와 협력 일체 허용 않기고, 성결신문 ( ). 8) 고석표, "WCC 부산총회 주제 확정 생명과 정의 평화, CBS 노컷뉴스 ( ); 최승욱, 제39회 KPI평화포럼 7

10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남북한을 잇는 평화열차를 운행하고 남북한 평화협정체결을 의제로 삼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9) 성향의 교단은 반면, 보수 WCC 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거나, 북한 인권을 주요 의제로 다루 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10) 찾기 어려워 보인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너무 선명하여 쉽게 타협점을 이 글은 평화협정 논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을 가진 다. 이 글을 구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1953년 한국전쟁을 멈 추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 체결로 귀결되지 않는 과정을 정리한다. 1953년 한국 전쟁 당사자가 전쟁을 멈추면서 3개안에 고위 정치회담을 개최하여 한국문제를 평 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전쟁당사자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다. 1954년 4월 제네바에서 한국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지 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둘째,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남북한의 입장을 정리 한다. 남북한은 오랫동안 평화에 대하여 상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평화 자 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평화협정을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으 로 활용했었다. 셋째, 평화협정을 둘러싼 정파, 사회세력, 기독교 교단간 입장 차 이를 정리한다. 이 작업은 평화협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평화협정 에 투사된 이념적 왜곡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한다. 2. 정전협정에 따른 불안한 휴전상태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은 18개 외국군과 남북한군의 대규모 전쟁으로 비 화되었다. 1951년 3월 중국군의 4 차전역이 실패로 끝나면서 전선이 교착되자, 교 전 당사자는 종전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정전협상은 1951년 7월 10일 시작되어 포로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으면서 1953년 7월 27 일 최종 타결되었다. 이후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 교전 당사자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 "[ 미리 보는 WCC 부산총회 주제] (3) 정의 평화 생명," 국민일보 ( ). 9) 송주열, 정전협정 60 년, 평화협정 촉구 기독인 선언 발표, CBS 노컷뉴스 ( ); 송조현, WCC 평화열차 베를린서 부산까지, 한겨레 ( ). 10) 박재찬, ""WCC 부산총회, 한국 한국교회 의제- 한반도 평화, 탈북자 인권 다뤄야 " 한복협 월례발표회," 국민일보 ( ); 유영대, " 보수교단 인사들, WCC 반대 위해 제네바 본부로 출발," 국민일보 ( ). 8

11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하였고, 한반도에서 불안한 정전협상이 유지되고 있다. 평화협정으로 이르지 못하게 된 과정을 기술한다. 이 절에서는 정전협상이 1) 정전협정과 고위정치회담 한국정전협정은 국가가 아닌 교전단체의 대표가 맺은 약속이다. 국제연합군을 대표하여 미국 육군 대장 마크 더블유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지 원군 사령권 팽덕회가 한반도에서 충돌을 정지하는 약속을 맺었다. 중국지원군이 법률상 중국의 정규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간 약속이 아니라 교전단체가 약속 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 정전상태 유지를 위한 장치( 군사 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 포로교환을 규정한다. 교전당사자는 불안전한 정전상태를 종결하고 한국 문제를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하여 아래 조항에 합 의하였다.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이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 군대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 (4조 쌍방 관계정부들에게 건의 60 항). 상기 조항은 외국군 철수에 대한 상이한 의견을 절충하였다. 정전협상에서 국제 연합군은 외국군 철수는 정전협상 이후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반면, 공산 군측은 즉각적 외국군 철수를 주장했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확인된 상태에서, 공산군측이 1952년 2월 6일 정전회담 발효 후 3개월 내 고위 정치회담으로 외국 군 철수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다루자고 제안하였다. 국의 참여를 덧붙였고, 공산군측이 이를 수용하였다. 국제연합군측이 한 정치회담의 속성에 대하여 구체적 합의가 없었지만, 정전협상을 빠르게 끝내려는 압박으로 인하여 2월 18일 정전협정과 고위정치회담으로 이어지는 2 단계 안이 채택되었다. 정전협정 / 고위정치회담으로 구성된 2 단계 안은 국제연합의 추인을 받았다. 1953년 8월 28 일 국제연합 총회는 고위 정치회담의 참가국, 고위 정치회담 개최에 관하여 중요한 권고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제39회 KPI평화포럼 9

12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a) 한국과 국제연합군을 구성하기 위하여 군대를 파견한 국가 가운데 고위 정치회담에 참여하길 원하는 국가가 참가한다. 참가국은 [ 국제연합군의 일원 이 아니라 ] 독자적으로 행동하며, 이행할 의사를 가진 결정과 합의에 구속된 다. (b) 미국은 (a) 세부항에 언급된 국가와 협의한 후, 상대방 ( 공산군측 ) 과 1953년 10월 28일 이전에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날짜와 장소에서 협상이 이루 어지도록 한다 (UNGA Res 711( Ⅶ) A, 28 August 1953, 5 항). 만약 상대방( 공산군측 ) 이 원한다면, 소련도 고위 정치회담에 참여하도록 권 고한다 (UNGA Res( Ⅶ) B, 28 Ausgust 1953). 국제연합 결의안 711(VII) 은 국제연합군의 대표로 미국을 지정하였고, 한국이 고위 정치회담의 당사자임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중국과 북한이 합의를 한다면, 소련도 고위 정치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로써, 한국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참자가 확정된 셈이다. 당시 미국이 국제연합 총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공산측( 중국과 북한) 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고위 정치 회담의 참가국으로 정하는 결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고립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고위 정치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예비회담이 국제연합에서 중국의 1953 년 판무점에서 열렸는데, 참가 국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되었다. 공산측은 버마, 인도, 파키스탄, 소련 등을 중립 국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한국문제와 무관하게 국제연합에서 대 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중국의 대표권 변경, 북한에 대한 무역제한 해제 등을 요구하였다. 한반도에서 흘린 피에 상응하는 대가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얻 으려는 중국의 요구가 예비회담에 투영되었다. 미국은 공산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12월 31일 예비회담은 고위 정치회담 재개를 결정하지 못 하고 무산되었다. 참가국과 의제를 둘러싼 이견은 1954년 1월 25일부터 2월 18일 베를린에서 미 국, 영국, 프랑스, 소련 외상간 협의로 일단 봉합되었다. 4개국 외상은 오스트리아 10

13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에서 적군의 철수, 베트남 문제, 한국 문제를 일괄적으로 협의하였는데, 오스트리 아 중립을 전제조건으로 적군의 철수에 합의하였다. 또한, 베트남 문제와 한국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54년 4월 26일 제네바에서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 다. 중국은 4 강중 일국( 소련을 의미함) 에 의하여 초청된 자격으로 고위 정치회담 에 참여하는데, 중국의 고위 정치회담 참여가 외교적 승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단 서 조항을 두었다. 중국 입장에 부합하지 않았다. 이 단서 조항은 한국문제에 있어 중국이 주요 외부세력이라는 2) 제네바 회의 제네바 회의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국과 북한의 정통성에 관한 논란이었다. 한국은 국제연합 감시 아래서 북한에서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통 일 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주장은 국제연합총회 결의안 112A(UNGA A/Res/112A, 14 November 1947)와 국제연합총회 결의안 195(UNGA A/Res/195, 12 December 1948) 에 기반한다. 국제연합총회 결의안 112A 는 한국문제를 국제연합에서 협의하는 과정에 한국 대표단(representatives) 을 공정하게 선출하기 위하여 국제연합 한국임시위원회(UN Temporary Commission on Korea) 을 구성한다고 결정하였고, 국제연합총회 결의안 195는 대 한민국(Republic of Korea) 이 국제연합 한국임시위원회가 관찰했고 협의를 진행 한 지역( 한국 인구의 과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 을 관할하는 합법 정부라고 하였 다. 한국은 북한 지역에서 1948년 5.10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북한지역의 대표 선출을 위하여 100 석을 남겨 두었으니, 공석을 채우기 위한 선거만 치르면 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북한은 한국 국회, 북한으 최고인민회의, 남북한 사회단체 대표 로 구성된 전 한국위원회 (All-Korean Commission) 을 구성하여, 남북한 경제 문화 교류를 준비하자고 하였다. 즉,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북한은 물론 한국에 서 합법적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되었으며, 한국 국회만이 합법성 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둘째, 외국군 철수 시한이다. 한국은 북한에서 UN 감시 아래 선거가 실시되기 전 중국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제연합군이 방어적 성격을 가지기 때 문에, 국제연합군이 철수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반면, 북한은 제39 회 KPI평화포럼 11

14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전 한국위원회 결정을 합의한 후 6개월 안에 모든 외국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자 고 제안하였다. 다는 의미를 암시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군과 국제연합군이 동일 지위를 가지고 있 제네바 회의 참가국은 남북한 동시 선거안을 한국과 북한에게 압박하였다. 5월 5일 미국은 국제연합군 구성에 참여한 14 개 국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불참) 와 협 의를 마친 후, 남북한 동시선거 + 통일정부 구성, 1 년 이내 외국군 동시 철수 를 제 안하였다. 11) 한국은 연합국 북한에서 유엔 감시 아래서 자유 총선거, 한국에서 대 한민국 헌법절차에 의한 자유선거 실시 와 선거 1 개월 전 중국군 철수 로 일부 수 정된 안을 제시하였다. 12) 북한도 국제사회의 압박을 수용하여 동수의 공산국가와 비공산국가로 구성된 중립국 감시단의 감시 아래서 남북한 동시 선거안을 제시하 였다. 북한의 제안은 일부 양보를 담고 있지만, 국제연합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절충될 수 없다고 판단 아래서, 국제연합측은 제네바 회의를 종결하기로 결정하였다. 공산측이 국제기구 감시 아래서 남북한 동시 선거, 선거 준비를 위한 기구 설치, 외국군 철수, 한국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협조 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하였지만, 국제연합군측은 실질적 합의가 없는 원칙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산측은 추후 협상을 일정이라도 잡자고 제안하였 지만, 국제연합군측은 이마저 거부하였다. 제네바 회의에서 남북한 정부의 권위, 국제연합의 지위, 외국군 철수와 관련하여 절충점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3. 평화협정을 둘러싼 남북한 논쟁의 역사 1954 년 제네바 회의의 실패 이후,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 11) 제네바에 파견된 한국 대표단이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제네바 회의가 언제 끝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의가 끝난 후 공산주의자와 싸우기 위해 말보다도 더 유효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국제연합국측 안에 맞섰다 [ 한표욱, 1996, 이승만한 한미외교 ( 서울: 중앙일보사 ), ]. 12) 1954년 5월 28 일 갈홍기 당시 공보처장은 " 대한민국은 이북에서만의 총선거를 주장해왔으나 이것을 고집하지 않고 UN 감시하의 총선거를 주장 한다고 하였다. 그는 이 제안을 최대의 아량으로 최종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 경향신문, " 통일방안논쟁을 계속," 경향신문 ( )]. 12

1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다. 한국에서 북진통일론이 유지되고 있었고, 북한에서는 민주기지론에 기반한 전 후 복구에 주요 역량이 투여되고 있었다. 남북한 사이에서 평화협정 논쟁은 1970 년대 데땅뜨 국면에서 재부상하였다. 미중화해의 국면에서 한국과 북한은 본심을 감추고, 평화공세를 전개하였다. 양측의 논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1) 북한의 평화 공세 vs. 북진 통일론 6.25 전쟁이 끝난 후, 평화체제에 있어 상이한 궤적을 보였다. 한국은 북진통일 론을 제창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제네바 회의 이전 평화적인 노력( 제네바 회의 를 의미) 이 실패한다면, 군사적으로 한국을 통일하도록 허용될 것을 원한다" 고 하 면서, 국군의 즉시 증강에 필요한 무기, 군수물자, 및 해공의 엄호 등을 미국에 요 청하였다. 13) 제네바 회의의 실패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이 대한민국의 변합없는 지상명령이며 정의와 자유의 대의에 입각한 민족적 숙원 이라고 정의하 며,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이 한국에게 북진통일을 허용하는 날에는 촌각의 유에없 이 연래의 통일계획을 실천할 것 이라고 단언하였다. 14) 유엔군이 우리에게 허락 해 우리 국군이 나가서 싸울 기회를 주고 자기들은 뒤에 앉아서 물자와 도의상 원 조만 해주면 우리나라의 통일은 머지않아 성취된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5) 북진통일은 이승만 대통령 재임기 상수였다. 16) 반면, 북한은 평화공세를 벌였다. 1954년 10월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8차회의에서 남북한의 경제 및 문화교류 통상 통행 서신거래 문제를 논의하자 는 호소문이 있었고, 1955년 8월 14일 김일성은 8.15 해방 10주년 경축대회 연설 에서 남북교류를 제안하였다. 1956년 4월 28일 조선노동당은 정전협정을 평화협 정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1) 미국과 한국의 군사물자 반입 중 지, (2) 미국과 한국의 군비확장 중지, (3) 미국과 한국의 군사분계선에서의 도발 행위 중지, (4) 남북한간 무력불행사 선포 등을 언급하였다. 1959년 10월 26일 13) 경향신문, 북진통일 군사원조하라, 경향신문 ( ). 14) 경향신문, 북진통일은 지상명령. 경향신문 ( ). 15) 공보실, 1959, 대통령 리승만 박사 담화집 제3 집 ( 서울: 공보실 ), 55 쪽. 16) 1954년 경향신문은 북진통일과 관련된 기사를 총 92 회, 동아일보는 63 회 게재하였다. 이후 빈도수가 조금씩 줄었지만, 북진통일 찬성론은 4.19 혁명 이전까지 지속적을 등장한다. 제39회 KPI평화포럼 13

16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북한 부수상 남일은 최고인민회의 제2기 제6 차에서 보고를 통하여 황폐하된 남조 선 농촌 을 위해 화학비료와 공개공사에 필요한 기재 설비를 공급할 의사를 밝혔 고, 남북조선 경제 발전 및 교류상설위원회를 조직하자고 제안하였다. 북한의 평화공세는 4.19 혁명 이후 더윽 심화되었다. 1960년 4월 27일 제 정당 사회단체지도자 연석회의에서는 남북한간 장벽을 제거하고, 남북한간 자유로운 내왕과 서신거래를 허용하고, 한국의 경제를 복구하고, 한국의 민생을 안정하기 위 한 대책을 강구하자고 제안하였다. 1960년 8월 14일 김일성은 연방제를 제안하였 면서, 한국에 현존하는 정치제도를 존속하며, 남북한 정부의 독자적 활동을 보장하 며, 남북한 정부 대표로 구성되는 최고민족위원회 조직, 남북한간 경제 문화발전 을 통일적으로 조절하자는 안을 언급하였다. 북한의 평화공세는 전술적이었다. 1956년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는 1956년 1월 부터 본격화된 전술핵무기 도입과 관련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미국은 1956년 1월 부터 전술핵무기 도입을 논의하였고, 렘니처(Lyman Lemnitzer) 국제연합군 사령 관이 전술핵무기 도입을 건의하였다. 국제연합군은 중립국감독위원회에 통고하지 않고, 전술핵무기를 도입하였다. 1957년 5 월 델러스 국무장관은 더욱 현대적으 로 더욱 효과적인 무기 를 한국에 재비할 것을 고려한다고 하였고, 윌슨 국방장관 은 핵능력을 구비한 통상 무기를 포함한다고 구체화하였다. 17) 핵무기와 최신 핵 무기가 도입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로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막으려 했다고 추정된다 년 북한의 평화공세는 세 가지에 기반한다고 추정된다. 첫째, 당시 북한이 전후 복구가 거의 완료되어 북한은 한국에 비하여 경제적 우위를 누리고 있었다. 남북한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의 경제적 우위를 활용하여 한국에 친북한 사회 세력을 심을 수 있었다. 북한이 자신감 있고 포용성이 있는 제의 를 한 배경에서 17) 이재봉, 2008, 남한의 핵무기 배치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하여, 평화학연구 9(3), 34.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최초 배치된 시점은 1958 년이다 [Office of the Assistant to the Secretary of Defense, History of the Custody and Deployment of Nuclear Weapons, July 1945 through September 1977 (February 1978)]; Norris, Robert S., William M. Arkin, and William Burr, 1999, Where They Were, 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55(6), 30]. 14

17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는 경제성장이 있었다. 18) 둘째, 4.19 혁명 후 통일 논의가 한국에서 봇물처럼 전개 되었기 때문이다. 19) 당시 혁신세력으로 불리던 사회세력은 보수세력을 反 통일세 력으로 몰아붙이고, 북한의 통일과 평화협정 논의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전개되던 사회운동이 북한에게는 유리한 환경으로 인식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셋째, 1956 년 8 월 종파사건 을 거치면서 중국군이 철수하기로 결정되었다. 친중 성향을 보이던 연안파가 김일성 일파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진행하는 과정 에서 중국군의 주둔이 배후 영향력처럼 작동하였기 때문이다. 20) 던 중국군 14 개 사단이 전부 철수하자, 북한은 안보 위기를 경험하였다. 1958년 잔류하 2) 3대혁명역량 강화 vs. 先 경제건설 後 통일논의 1961년 5.16 사태 후 등장한 박정희 행정부는 先 經 노선을 채택하였다. 박정희 행정부는 는 반공을 제1 국시로 정하고, 남북협상론이나 중립화통일론을 불법화시 켰다. 공업입국의 조국근대화 가 1960년대 이루어져야 통일의 기반이 조성된다 고 하면서, 통일의 길이 경제건설이며 민주역량의 배양 이라고 정의하였다. 21) 평 화협정, 통일에 관한 논의가 한국에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안은 한국 정부의 통일 방 1954 년 제네바 회의에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명된 국제연합 감시 아래서 자유선거 로 고정되었다. 22) 북한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때까지 한국은 경제발 전에 많은 자원을 투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사라졌다. 평화협정 논의가 끼어들 여지가 완전히 박정희 행정부의 등장은 북한의 대남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 강력한 반공정권의 등장은 한국내 혁명역량의 약화를 의미했다 혁명 이후 조성된 국면에 등장했던 혁신세력이 군사정권에 의하여 철저히 무력화되었다. 또한, 박정 18) 송대성, 1998, 한반도 평화체제 : 역사적 고찰, 가능성, 방안 ( 성남: 세종연구소 ), ) 경향신문, 북진통일 플래카드 들고, 경향신문 ( ); 동아일보, 유출유괴한 통일방안논의, 동아일보 ( ). 20) 이상숙, 2009, "1958 년 북한주둔 중국인민지원군 철수의 원인과 영향: 북한의 대중국 협력 확대와 대중동원 경제노선 강화를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13(1), ) 박정희, 67 년도 대통령 연두교서 ( ). 先 경제건설론은 이미 2공화국에서 확정되었다. 윤보선 대통령은 統 韓 의 서광이 비칠 때까지 오로지 남한의 경제발전에 힘쓰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하였다 [ 경향신문, 준비없는 통일은 위험, 경향신문( )]. 22) 경향신문, " 통일방안원칙불변," 경향신문 ( ). 제39회 KPI평화포럼 15

18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희 행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의 성공은 북한의 상대적 우위를 조금씩 약화시켰다. 또한, 1962 년 이후 월남 파병을 매개로 하여 한미밀월이 시작되자, 미국이 한국에 게 주는 원조가 늘어났다. 더 나아가 한일관계정상화까지 모색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가 구축되었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세계 자본주의체제로 본격적으로 편입되었다. 하게 전개되었다. 군사분계선 이남 상황이 북한에게 불리 반면, 군사분계선 이북 상황은 북한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1958년 중국군 철수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쉽게 복원되지 않았다. 북한은 1960년대 소련의 평화공존론을 수정주의라고 비판하였고,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구 소련의 갈등을 경험했다. 북한은 미제를 반대하는 민족해방투쟁의 연결선 상에 있다 고 하면서 쿠바를 지지한다. 23) 소련은 군사원조 삼각 조치를 취했다. 24) 중 소갈등도 북한에게 큰 부담이었다. 1954년부터 시작된 중소 이념논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격화되었다. 양국간 분쟁이 발생하면, 양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 던 북한이 원하지 않는 전쟁에 연루될 수도 있었다. 25) 북한은 전략적 선택은 3 대혁명역량강화였다. 북한이 한국의 공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혁명역량을 강화하고, 한국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을 확대하 고,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지지를 확보하고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을 통로를 차단하려고 하였다. 3 대혁명역량강화는 세 가지로 표출되었다. 첫째, 국 방경제 병진노선이다. 북한은 1964년부터 국방비를 증액함으로써 중국군 철수 후 전력공백을 메우려고 하였다. 북한이 전후복구에 에너지를 쏟던 시기가 이제 끝났 다 년 북한이 천명한 국방에서의 자주가 구체화되었다. 북한의 병진노선은 한반도 군비경쟁의 시작점이었다. 23) 로동신문, " 큐바 사태에 대한 정부 성명," 로동신문 ( ). 24) 한모니까, 2003, "1960 년대 북한의 경제국방병진노선의 채택과 대남정책," 역사와 현실 50, ) 조동준, 자주 의 자가당착, 국제정치논총 44(3),

19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그림 북한의 예산 둘째, 한국에서 혁명역량 강화를 위하여 지하당을 구축하고, 게릴라전을 전개하 기 위하여 무장 게릴라를 침투하였다. 박정희 행정부의 반공정책으로 한국에서 사 라진 친북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북한의 게릴라 침투는 1963년부 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968 년 최대치에 이른다. 특히 삼척 울진 지구에 침투한 게 릴라는 장기간 주둔하면서 유격전을 벌이려고 했지만, 협소한 배후지, 한국군의 진 압능력 등으로 인하여 실패한다. 이후 북한은 한국에서 혁명역량 강화는 지하당 구축에 집중한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은 간첩에 의하여 포섭된 인사들이 초 기 지하당 수준까지 조직을 확대한 경우였다. 26) 백환기, 1986, 방위총서 ( 서울: 국제문제연구소 ), 209. 제39회 KPI평화포럼 17

20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그림 북한의 대남 도발 셋째, 해외혁명역량 강화 노력은 비동맹 외교로 이어졌다. 1960년대 신생국이 대거 등장하면서 비동맹의 영향력도 강화되었다. 음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였다. 북한은 비동맹국가와 수교를 맺 비동맹 외교에서 우위를 점한 북한 은 국제연합으로 외교 대결의 장소를 옮겼다. 남북한 외교전쟁이 진행되었다. 평화협정과 직접 관련하여 1970 년대 북한이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28) 1962년 6월 2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한국 국가재건 최고회의 및 여러 사회단체에게 남 북 무력불행사 협약 체결을 촉구하였다. 1963년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장 최용건이 다시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을 제의하였다. 1971년 4월 12일 북 한 외무상 허담은 8 개 항목 평화통일방안 을 제의하였다. 8 개 항목 가운데, 한국 에서 외국군 철수(1 항), 외국군 철수 후 남북한 10 만명 병력 유지(2 항) 은 평화협 정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었다. 7.4 공동성명 후 북한은 공세적으로 (1) 무력증 강과 군비경재 중지, (2) 남북한 10 만명 상한선 유지, (3) 외국으로부터 무기, 작 27) 국방부 전사편찬연구소, 대비정규전사 Ⅱ, ( 서울: 국방부 전사편찬연구소 ), ) 1970년데 데땅뜨 국면에서 남북한의 평화공세는 평화협정 논쟁에서 분기점처럼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서 북한의 3 대혁명역량강화와 한국의 선경제건설 후통일 정책이 1960년대부터 1980 년대 후반까지 부딪혔다고 해석할 수 있다. 18

21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전장비 및 군수물자 반입 금지, (4) 외국군 철수, (5)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였다 년부터 북한은 평화협정의 상대방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꾸었다. 1974년 3월 2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미의회에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3자회담을 제안 하였다. 북한이 3 자회담을 제안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오늘 남조선에서 군사통수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남조선당국자들이 아니라 미군사령관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군사통수권을 갖지 못한 남 조선당국자들이 남조선에 미국 군대를 그냥 남겨둔 채 불가침조약을 맺자고 하는 것은 평화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할 수 없는 빈말공부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논의할 가지조차 없는 것이다. 29)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의 의제로 (1) 북미간 불가침, (2) 무력증강과 군비경쟁 중지, 한국으로 무기, 작전장비, 군수물자 유입 금지, (3) 국제연합사령부 해체와 외국군 철수, (4) 외국군 철수 후 재배치 금지 등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이 를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으려는 외형적 이유가 한반 도에서 긴장상태의 격화를 막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밝히지만, 실 제 초점은 주한미군 철수,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 차단에 맞추어져 있다. 30)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한국과 맺는 협정과 북한이 미국 과 맺는 협상은 차원을 달리한다. 북한은 미국과는 평화협정을 맺는 반면, 한국과 는 낮은 차원의 불가침 선언과 군비축소를 위한 협정을 맺는다. 북한은 3자회담에 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평화협정에는 한국전쟁의 종결을 법적으로 공식 선포하고, 정전을 공고한 평화에로 전환시키며, 모든 외국 군대를 철거시킬 데 대한 문제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며, 불가침선언에는 북과 남이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여 무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쌍방의 군대를 축감할 데 대한 문제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 29)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미평화협정 체결 제의 ( ). 30)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89, 조선투쟁의 법적 종결을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투쟁, 현대국제법연구 ( 평양: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 제39회 KPI평화포럼 19

22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이다. 31) 우리와 미국과의 평화협정에는 주로 미국과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장비를 철 수시키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조건에 관한 문제들일 포함될 수 있을 것이 며, 북과 남 사이의 불가침선언에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여 무력행사 를 하지 말며, 군비를 축소할 데 대한 문제들이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본 다. 32) 년대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는 북한의 3대혁명역량 강화 중 남한내 혁 명역량 강화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고, 한국이 해외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드 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평화협정 공세 국면에서 남북한간 협력이 진행되면 한국 이 더 이상 반공을 국시로 민주화를 염원하는 사회세력을 탄압할 수 없게 된다. 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회세력이 등장하면, 북한에 우호적인 사회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 마련이다. 또한, 북미 평화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군사원 조와 안전보장이 약화되면, 궁극적으로 북한의 해외혁명역량 강화로 이어지게 된 다. 한국 정부는 년대 先 경제건설 / 북한도발 중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북한 의 게릴라 침투가 1969 년부터 줄어들었지만, 한국 정부는 김일성 회갑을 서울에서 열겠다는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정 이 안보불안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화학 공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 말 조국근대화작업이 일단 매듭... 우리의 경제가 어느 정도 자립을 하게, 국방에 있어서도 우리의 자주 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고, 기타 모든 분야에 있어서 통일에 대한 고지를 우리가 먼 저 전부 점령해 버리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통일문제는 완전히 우리가 주도권을 장착하게 되는 것 이라고 하면서, 우리 국민전체가 통일에 보다 빨리 접근하는 유 일한 길은 오직 건설 이라고 하였다. 33) 7.4 남북공동성명이 나온 후에도 先 경제 건설 노선은 지속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력이 탄탄히 다져졌을 때 비로써 우람 31) 북한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연합회의, 미정부 및 의회에 보내는 편지 ( ). 32) 북한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연합회의, 대남편지 ( ). 33) 박정희, 연두기자회견 ( ). 20

23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한 통일의 거목은 그 뿌리를 마음껏 내리고 영원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게 됩니다 라고 하면서, 북한을 압도할 경제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사를 암시하였 다. 34) 1970년 8.15 선언부터 한국의 평화공세는 전술적 선택이었다. 한국의 대화표명 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참모의 의견을 수용하 여, 박정희 대통령은 대북 평화공세를 시도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1월 11 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와 공산 독재의 그 어느 체제가 국민을 더 잘 살게 할 수 있으며, 더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회인가를 입증하는 개발과 건설과 창조의 경쟁 을 제안하며, 평화협정 논의에 앞서 제일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북한 공산집단이 전세계를 향해 무력적화통일을 폐기하겠다는 확실한 약속 이라고 하였 다. 35) 1970 년대 한국 정부는 단계적 남북대화를 주장하였다. 의 조건으로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였다. 36)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 북한의 도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 던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단계적 평화통일론으로 진화하였다. 1974년 남북한의 상 호 평화공세 국면에서 한국 정부는 평화통일 3 단계 기본원칙을 밝혔다. 첫 단계는 한반도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상호불가침협정 체결, 둘째 단계는 남북한 간 상호 문호개방, 신뢰회복을 위하여 남북대화의 성실한 진행,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 셋 째 단계는 토착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자유선거 실시로 통일로 가는 길을 정리하 였다. 이처럼 한국은 평화협정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하 며, 통일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정리하면, 1970년대 중반 한국 정부의 평화공세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전 술적 선택이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도하기 위해서는 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을 성공시켜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북한의 도발이 약화되어야 했다. 37)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34) 박정희, 8.15 경축사 ( ). 35) 박정희, 연두기자회견 ( ). 36) 박정희, 6.25 동란 22 주년 담화 ( ). 37) 박정희, 일본 재팬타임지 기자회견 ( ). 박정희 대통령은 1981년 한국 국내총생산이 북한의 4-5 배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제39회 KPI평화포럼 21

24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구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선결 조건으로 평화협 정,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하였다. 한국 정부가 평화공세를 전술적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은 1970년대 후반 명확해 진다. 제3차 5 개년 경제개발을 마칠 즈음,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감에 넘쳐 적극적 으로 평화공세를 벌였다 년 박정희 대통령은 적화통일이 허황된 망상, 잠 꼬대 라고 하면서, 북한의 무모한 모험이 성공할 기회가 지나갔다고 주장하였다. 이제 남은 길은 우리가 싫든 좋든 남북이 서로 대화를 통해서 쉬운 일부터 하나하 나 해결해 나가면서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남과 북이 다 같이 노력하는 길 밖에 없으니, 통일이 될 수 있는 여건을 하나하나 같이 협력해서 만들어 나가자 고 제안하였다. 38)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은 17년 전 북한의 쌀제공 제의를 받던 수모를 드디어 씻 었다. 1977년 1월 12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식량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박정희 대통령은 아래와 같이 말하면서, 남북한 관계가 이제 역전되었음 을 주장하였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아마 남한에서 미군만 철수한다면, 당장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자기들 뜻대로 척척 간단히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것은 그들의 큰 오산이요, 환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은 결코 우리가 무슨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 그동안 우리도 우리의 생 존을 위해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 지난 10여년 동안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가 면서 그야말로 와신상담, 피나는 노력으로 우리의 힘을 기르고 국력을 배양해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적화통일에 혈안이 되어있는 북한 공산주의자들도 이 사실만은 똑똑히 알고, 만의 일이라도 오산이 없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재작년인 75년에는 3천 200 만석이 나와서 비로써 우리가 자급자족이 되었으며, 작년에는 우리가 아시 와 바와 같이 3천 620만석을 생산해서 완전 자급자족하고도 약간의 여분이 생 겼습니다.... 쌀 1천 175 만석, 보리가 천 145 만석, 도합 약 2천 300만석 정도 38) 박정희, 연두기자회견 ( ). 22

2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가 금년말에 가서 여분이 생겨 내년으로 넘어갑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 는 양만 하더라도, 쌀, 보리 합쳐서 약 천 500 만석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 정부의 평화공세는 1970년대 3단계 통일론을 일부 수정된 형태 였다. 1980년 8월 15 일 최규하 대통령은 동족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 를 촉구하 였고, 5공화국은 1982 년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을 천명한 이후,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서 남북한 불가침 약속과 상호교류 협력을 촉구하였다. 39) 5공화 국의 평화공세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염두에 둔 전술적 선택이었다. 1986년 아세 안 게임과 1988 년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중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5공 화국은 1984년 버아 아웅산테러를 당하고도 북한에게 화해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 았다. 시간을 벌면, 한국에게 유리해진다는 믿음을 가졌었다. 3) 체제보존을 위한 평화협정 제안 vs. 북한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적 협력 제안 1989년부터 1991 년까지 진행된 구공산권의 해체는 북한에게 충격이었다. 공산 주의 국가와의 물물교환에 의존하던 북한 경제가 거의 마비되었다. 특히, 석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제구조를 가졌던 북한에게 석유를 구입할 수 있는 통로가 사 라지자, 북한 경제에 병목 현상이 생겼다. 북한에게 고난의 행군이 다가왔다. 국 민을 먹일 식량마저 부족해졌다 ( 그림 3). 북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가 질 정도였다. 체제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게 일정 정도 양보를 함으로써 생존을 모색하였다. 1991년 12월 13 일 남북은 <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 의서> 에 서명하였다. 북한은 오랫동안 외국군 철수,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군축 등을 불가침 협정의 전제조건으로 오랫동안 주장하였지만, 상황이 다급해지자 한 국측의 요구를 거의 전면적으로 수용하였다. 1970년대부터 한국이 주장하던 불가 침 합의서에 북한이 합의하였다. 또한, 한국의 단계적 평화통일안 가운데 있는 교 류협력에도 북한이 합의하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1991년 9월 24일 국제연합총회 연설에서 밝혔던 평화통일 3 개 실천방안 이 사실상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겼다. 39) 전두환, 광복절 40 주년 경축사 ( ). 제39회 KPI평화포럼 23

26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남북기본합의서는 군사적 신뢰구축에 바탕한 군비감축, 군사정보 교환, 부대 훈 련 통고, 기습공격 방지를 위한 상주감시단 파견 등 실질적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 다. 남북한 사이의 교류로 이어지지 못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불가침 협정만 필요했지, 실질적 군축과 남북한 교류를 수용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 다. 북한은 개방이 곧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에, 오히려 남북한 교류를 막으려고 했다 년 하반기에 들어, 남북기본합의서의 동력은 약화되 었다. 그림 북한의 곡물생산 총 곡물 생산 7000 식 량 생 산 (단 위 : 천 톤 ) 쌀 옥수수 연도 남북한은 2000년대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킬 기 회를 모색하려고 하였다. 김대중 -김정일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견이 오 갔으며, 2007년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 선언에는 종전 선언을 40) WFP/FAO/UNICEF, 2011, Special Report: Rapid Food Security Assessment Mission to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24 March 2011), 14-16; FAO/WFP, 2010, Special Report: Crop and Food Security Assessment Mission to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16 November 2010),

27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위한 3자 또는 4 자 정상회담 을 개최하자고 제안이 담겨 있다.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을 가진다는 조항이 있 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은 북한의 배신 행위로 물거품이 되었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 호 발사, 2006년 10월 9일 1 차 핵실험, 2009년 4 월 5일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은하 3 호 발사, 2009년 5월 25일 2 차 핵실험, 2012년 4월 13 일, 광명성 3호를 탑재한 은하 3 호 발사,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로 이 어지는 수순을 밝으면서 한반도 위기를 만들었었다. 인공위성 발사, 국제사회의 제재, 북한의 반발, 핵실험, 북한의 평화공세로로 이어지는 주기가 세 번이나 반복 되었다. 2013년 3 월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북한은 정전협정 완전 백지화 선언(3 월 5 일), 남북 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 폐기(3 월 8 일) 까지 갔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평화협정 제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은 1차 북핵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4월 28 일 미국에게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제안하였다.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방대한 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면서 우리를 힘으로 위협 하며, 아세아 사회주의 압살 을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북미 적대관계를 해 소하기 위하여 정전기구를 대신하는 평화보장체계를 수립하자고 제안하였다. 41)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 에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42) 실상 1970년대 미국에게 제안했던 국제 연합사령부 해체, 외국군 철수와 같은 허황된 의제를 뺀 상태에서, 전쟁방지만을 구차하게 의제에 담았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안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자, 1995년 5월 3일 북한은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을 폐쇄하고 국제연합군측 중립국감독위원회 구성원, 기자, 미군 등이 북한측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비무장지대 지위 변경 등을 경고하였다. 이로서 폴란드 대표가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43) 더 나아가 41) 북한 외교부, 새로운 대미 평화보장체계 수립 제의 ( ). 42) 1991년 3 월 한국군 장성이 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을 받자, 북한은 정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43) 체코슬로바키아가 1992 년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될 때, 양국 모두 중립국감독위원회 활동을 계승하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은 1993년 제39회 KPI평화포럼 25

28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북한은 이 경고를 실행하여 1996년 4월 4일부터 7일 사이 공동경비구역에 무장병 력을 명을 중화기로 무장하여 투입하였다. 44) 스위스와 스웨덴이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계속 참여하고 있지만, 공산측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활동 중단으로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2월 22 일 북한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 잠정협정 을 체결하자고 미국 에게 제안하였다. 미국이 북한의 제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자, 정전 협정을 대신하게 될 잠정협정을 제안하였다. 잠정협정은 (1) 군사분계선과 비무 장지대의 관리, 무장충돌과 돌발사건 발생시 해결 방안, 군사공동기구와 구성과 이 무 및 권한, 잠정협정의 수정 보충 등 안전질서유지와 관련된 문제를 포함하며, (2) 잠정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조미공동군사기구, (3) 조미공동군사기구를 설립 하는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협상을 담아야 한다고 하였다. 1980년대까지 북한이 주장하던 3 자회담에서 한국이 빠진 이유는 조선의 북과 남 사이에 이미 불가침에 관한 합의서가 맺어지고 군사공동기구까지 발족한 상태 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 다. 북한은 한반도 위기의 주범이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다. 특히 한반도 위기국면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순간 평화협정 공세를 벌 이곤 한다. 예를 들어, 2013년 봄 한반도 위기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5월 29 일 북한 로동신문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위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하였다. 한반도에 일찌기 공고한 평화체제가 수립 됐더라면 비핵화 문제도 제기되지 않을 것 이라고 위기의 원인은 불완전한 정전협 정으로 돌렸다. 더 나아가, 현재 정전협정으로 새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없다 며 정전체계가 하루빨리 공고한 평화체제로 대체돼야 한다 고 보도했다. 45) 이처럼 미국을 향한 북한의 평화협정 구애는 다분히 전술적 선택으로 보인다. 북한이 시작한 위기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확대하지 않기 위하여, 위기 후 국면에 자연스럽게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소멸되었다. 1995년 본국으로 되돌아간 폴란드 대표단은 폴란드 안에서 중립국 감독위원회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44) 이 사건은 한국의 총선과 연결되어, 북풍 논쟁으로 이어졌다. 45) 로동신문, " 정전체계유지는 전쟁기도의 산물" 로동신문 ( ). 26

29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서 집중적으로 평화공세를 한다. 또한, 남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실질적으로 마 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만 집중하는 태도를 취한다. 북한의 이중 적 태도는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이 환수되기 전까지는 계속 진행되리라고 예상된 다. 4. 평화협정을 둘러싼 한국내 입장 차이 평화협정을 둘러싼 한국내 입장 차이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정계, 시민사 회, 종교계 등 여러 사회영역에 걸쳐, 평화협정 논의가 화합을 가져오기보다는 갈 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독교 교단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이 절에서는 평화협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주요 정파와 1) 정파간 차이 2012 년 대선에서 평화협정이 주요 쟁점이 아니었지만, 주요 정당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2012 년 남북한 상황을 남북한 간 일체의 공식 대화 채널 단절 및 교류 협력 중단 으로 규정하며, 이런 현상은 ( 북한의) 기존합의 불 이행으로 인하여 초래되었고,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 및 호혜적 협력 사업을 재개해야 하는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새누리당은 정치 군사적 신 뢰구축과 사회 경제적 교류협력의 상호 보완적 발전을 약속하였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통합에 의한 큰 통일을 지향하지만, 실질적 평화 기초로 군사대결을 완하하 고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고 하였다. 46) 새누리당은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제안하였다. 헬싱키 프로세스가 영토 불가침, 무력사용 금지 등 낮은 수준의 신뢰와 협력을 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은 남북한 상호불가침 조약의 준수 수준의 낮은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지난 3 월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한 불가침 관련 조항 백지화 등을 선언하면서, 새누리당의 정책 제안이 현실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 다고 판단된다. 새누리당은 평화협정 체결을 서두르지 않고, 무력사용금지 방안, 신뢰구축방안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46) 박근혜의 국민행복캠프, 2012,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 제39회 KPI평화포럼 27

30 <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조동준 민주당은 북핵문제 해결 3 원칙으로 (1) 북핵 불용, (2) 9.19 공동성명 준수, (3) 포괄적 근본적 해결을 내세웠다. 만약 집권을 한다면, 한반도평화구상 초안을 만 들어, 주변국과의 정상회담을 협의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실현가능한 방안 을 완성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47) 이 공약에 비추어 보면, 그 당시까지 한반도평 화구상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평화협정 체결의 원칙을 국제사회와 공유하 자는 목표를 설정한 듯하다. 한반도 주변 4강과 남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평화원 칙을 찾아 공표한 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안은 차후 모색한다는 수순을 고려한 듯하다. 통합진보당은 6.15 공동성명, 10.4 선언의 이행과 평화협정 체결을 공약으로 제 시하였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주한미군 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안까지 담고 있다. 국제연합사령부 폐지, 작전권 전 면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염두에 둔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남북 2013 년 상반기 한반도 위기국면에서 세 정당의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핵무장론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 평화협정은 불가 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48) 반면, 야권은 북한의 일방적 정전협정 백지화와 도발위 협에 대하여 반대하였지만, 문제해결방안에서 차이를 보였다. 기관리를 주문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주문하였다. 민주당은 냉철한 위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 훈련이 위기 조성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반도 위기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49) 반면, 통합민주당은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하 여 대북제재와 한미합동 군사훈련 즉각 중단 을 요구하고, 불완전한 정전체제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즉각 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하였다. 50) 정당간 입장 차이는 사회세력간 입장 차이로 확장된다. 지난 8월 15일 서울 광 47) 민주당, 2012,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48) 심인성 2013; 이경호 ) 배민욱, 북 도발위협 중단해야... 해결방법엔 온도차 뉴시스 ( ). 50) 이정희, " 한반도 위기상황 관련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긴급 성명" ( ). 28

31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장과 서울역에서 열린 군중시위는 평화협정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선명 하게 보여주었다. 민주노총은 서울과장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면서, 남 북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였다. 반면, 보수단체는 서울역 광장에서 반역대회 심판 815 국민대회 가 개최되었다. 보수성향의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4월 부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청원서 를 법무부에 제출할 정도이다. 보수단체들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종속 적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통합진보당의 주장들이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동조 하는 내용 이라고, 통합진보당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51) 2) 기독교 교단간 차이 평화협정을 둘러싸고 한국 기독교계도 분열되어 있다. 보수성향의 한기총은 북 한이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라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거듭되는 핵위협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고 지적하면, 북한이 남북한 신뢰 프 로세스 의 동반자적 책임을 주문하고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DMZ 에 만국평화공원을 조성하자는 안을 제안하였다. 52) 한기총이 노무현 행정부 의 평화협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이후, 평화협정에 대한 부정적 입 장을 계속 천명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은 주한미군 철 수를 전제로 하는 북한의 요구사항 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을 놓고 토론을 벌인 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는 입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53) 반면, 기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MCA 등 평소 진보 성향을 보이는 기 독교 교단과 모임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을 적으로 보는 시각이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 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베풀 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 단체와 모임은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WCC 총회가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한다. 54) 화와 일치의 용기를 얻어, 이 땅에서 평화를 회복하자는 입장을 가진다. 평 51) 조성진 이화종 김병채. 통진당 해산 심판 청원으로 본 정당해산, 문화일보 ( ). 52)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광복절 성명서 ( ). 53) 김재현, " 한미 기독교계, 평화협정 촉구집회 ' 논란'," 연합뉴스 ( ). 54) 송주열 제39회 KPI평화포럼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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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발 표 2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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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5. 서론 최근에 한국영화는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관객 400만명을 동원했던 영 화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적지 않았고 지금 개봉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관상 은 이미 오래 전에 600 만 명을 넘어섰다. 본 연구의 주제를 생각할 때 필자는 한국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2006년에 800만 명의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어냈 던 웰컴 투 동막골 이 바로 그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중의 상황 하에서 모 든 이야기들을 전개시키고 있다. 한국전쟁이 한참 진행 중인 1950년 11 월, 태백산 맥 자락의 함백산에 자리한 동막골에 낯선 사람들 - 국군 몇 명, 북한 인민군 몇 명, 연합군 미군 1 명이 들어온다. 그들은 동막골에서 서로 긴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존한다. 북한군에 의해 미군 전투기가 추락되 었다고 생각하는 국군사령부는 동막골을 전투기로 폭격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인간적 순수성에 따라 자기들을 도왔던 동막골 사 람들의 생명을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국군과 인민군들은 동막 골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데는 성공하지만 자신들의 생명은 지켜내지 못한다. 그 영 화는 요약하면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휴머니즘적 인간애가 가상 공간 에서는 가능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분단 - 동막골 - 60년의 역사를 지나고 있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에는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을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영화가 보여주는 이데올로기의 극복의 현실 이 오늘의 삶의 자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 의 극복이 가능하다면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와 신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본 연구는 시작되었다. 그러면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래 의 순서 - 2. 냉전 이데올로기, 반공 이데올로기 그리고 한국사회 3. 반공 이데올 로기와 한국교회 4. 결론: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를 실천하는 교회 - 에 따라 찾 아보기로 하자. 6. 냉전 이데올로기, 반공 이데올로기 그리고 한국사회1) 1) 이 부분은 필자의 아래의 논문에서 대부분 차용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고재길, 제39회 KPI평화포럼 33

36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한국사회의 냉전 이데올로기의 부정성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가져온 결과였다. 북한의 공산주의를 선택하거나 남한의 자본주의를 선택하는 일은 특별 히 한국전쟁 이후에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이 되었다. 전재호에 따르면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쟁과 학살의 매 고비마다 반공주의는 대중들에게 생존 본능 의 표현물 이다. 2) 현실 정치에서 이러한 맹목적 반공주의는 특별한 정 치권력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충분히 발휘했다. 지식사회학의 권위자인 만 하임(K. Manheim) 은 특정 사상이나 이념을 의미하는 이데올로기의 특성을 분석 하면서 이데올로기를 특정 집단이 자기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사용 하는 지식 또는 신념의 체계로 이해한다. 3) 한국사회의 정치권력은 이러한 이데올 로기적 특성을 반공주의를 통해 확실하게 드러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비민주적인 권위주의에 기초한 정치 권력자들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반대자를 억압하 는 수단으로 반공주의를 활용 하였던 것이다. 4) 예를 들면 이승만 정권은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216 만표를 얻은 진보당의 조봉암후보에게 간첩혐의를 부여했다. 1958년 1월 13 일에 조봉암은 구속되었고 진보당은 불법화되었다, 1 심, 2 심, 3심을 거쳐 조봉암에게는 사형이 선고되었고 재심이 기각된 바로 다음날 그의 사형은 집 행되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획득한 박정희정권 하에서는 인혁당 사건이 일어 났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체제의 유지를 위해 박정희정권이 만든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인민혁명당을 재건하여 혁명을 모의했다는 명분하에 정 치적 반대자들은 기소되었다. 대법원은 관련자들에게 모두 사형을 선고하였고 선 고 후, 18 시간 만에 그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최근에 의문사진상조사 윈원회는 이 이 사건이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결론 을 내렸다. 5) 한국사회의 통일문제와 기독교 ( 한국기독교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 자료집, ) 2) 전재호, 세계화, 정보화 시대 한국 정체성의 변화: 반공의식을 중심으로, 손호철 외, 세계화, 정보화, 남북한: 남북한의 국가- 시민사회와 정체성 ( 서울: 이매진, 2007), 249, 강원택,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 서울: 나남, 2011), 25 에서 재인용. 3) 이데올로기적 특성에 대한 만하임의 분석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니콜라스 S. 티마세프 / 조지 A. 테오도슨, 박재묵. 이정옥 역, 사회학사 : 사회학이론의 성격과 발전 ( 서울: 풀빛, 1985), ) 강원택,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2011), 25. 5) 앞의 책,

37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이러한 반공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반공에 반하는 행 동이나 문제제기 를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부정으로 간주 하도록 만들었다. 6) 또 한 반공 이데올로기는 한국인들의 사고와 행동의 영역을 제한하는 강력한 억압기 제로 작동 함으로써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7) 즉 한 국사회의 반공주의는 사회 여러 집단들의 상충된 이해와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 고 차이를 관용하는 자유주의 의 진정한 발전을 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반공 이 데올로기의 영향권 아래에서 형성된 자유주의는 엄격하게 말하면 냉전적 자유주 의 였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본래의 자유주의의 의미보다는 북 한의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의미만을 강조하고 있다. 냉전적 이 데올로기가 가져온 또 다른 모습은 한국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보수적 민주주의 의 형태 안에서 부정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반공 이 데올로기는 민주주의를 특정한 집단의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체제로 받아들이게 하 고 그것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부정성을 가져왔다. 이것은 사상이나 또는 이념의 차 이를 존중하고 상호공존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민주적인 여건에 대해 반대하는 보 수적 민주주의 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냉전적 자유주의 와 보수적 민주주 의 사이에서 한국사회의 분단의 시간은 이미 60 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지금도 냉전 이데올로기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정치와 연관해서는 냉전적 자유주의와 보수적 민주주의의 부 정적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반공 이데올로기의 부정성은 한국사회의 일반 시민들 의 삶을 왜곡시켰다. 임혁백의 견해에 따르면 특별히 한국전쟁 이후의 분단의식은 남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문화의 삶의 영역 속에서 내면화 되었다. 그 결 과 한국사회의 삶의 자리에서는 공론과 소통의 여건이 마련될 수 없었다. 즉 시민 들은 레드 콤플렉스 에 걸려 반공주의의 경계를 넘지 않는가를 항상 스스로 체크 하면서 소통의 대상, 내용, 범위를 결정하였다. 공론장 형성의 주요 기구인 언론도 반공주의의 한계를 넘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하면서 보도하고 토론하였다. 9) 그러 6) 앞의 책, 25. 7) 전재호, 세계화, 정보화 시대 한국 정체성의 변화: 반공의식을 중심으로, 249, 강원택,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2011), 25 에서 재인용. 8) 박찬표, 한국의 48 년 체제 ( 서울: 후마니타스, 2010), 69-71, 앞의 책, 28-29에서 재인용. 제39회 KPI평화포럼 35

38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므로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쌍방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과 공감의 토론문 화를 형성하지 못한 채 집단적 이기심에 기초한 분열적 논쟁이 계속 일어났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7. 반공 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 1) 해방 전후의 반공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 해방 이전의 공간에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상은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 는 주요한 수단으로 이해되었다. 사회주의 사상 또는 공산주의는 일제 식민지 하의 상황에서는 독립을 강력하게 원했던 국내의 민족주의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도 했 다. 즉 일본제국주의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사회주의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 에 특별한 갈등은 없었다. 10)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서는 새문안교회의 장로 였던 김규식, 교회 전도사로서 사역했던 이동휘, 평양신학교와 중국 남경 금능대학 에서 신학을 공부한 여운형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부류 간의 갈등은 사회주의 자들에 의해 한인사회당 (1918년 6 월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 과 고려공산 당 (1919 년 4 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 이 창당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원인은 기독교지도자들이 민족의 독립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본격 적인 갈등의 시작은 조선 공산당의 결성(1925 년) 을 기점으로 나타났다.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들은 기독교를 반대하는 강연회를 개최하거나 12월 25일을 반( 反 ) 기독교의 날 로 정하였다. 중국의 길림성과 연길현에서는 선교사와 목회자 들이 공산당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선 예수교연합공의회 (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기구 ) 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한 다는 < 사회신조 > 를 채택한다. 일체의 유물교육, 유몰사상, 계급적 투쟁, 혁명수단 에 의한 사회개조와 반동적 탄압에 반대( 함) 으로써 이 신조는 해방이후 한국사회 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11) 9) 임혁백, 한국에서의 불통의 정치와 소통 정치의 복원, 강준만 외, 한국사회의 소통위기 ( 서울: 커뮤니케이션스북스, 2011), ) 조용훈, 한국교회와 반공주의 기독교사회윤리 제 12 집, ) 위의 책, 윤학영, 김이주 등 4 명의 선교사는 일본의 밀정 이라는 죄목으로 죽임을 당했고 형제 사역자였던 김영진 목사와 김영국 장로가 살해되었다. 36

39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해방 이후인 1945년 말에서부터 1946년 초에 공산주의와 개신교 사이에는 완전 히 대립국면으로 들어간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초기의 개신교지도자들은 사회 주의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고 또한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재산이나 목숨을 잃는 큰 피해를 입었다. 흥미로운 것은 격화되는 대립 속에서 사회주의와 기독교의 공 존을 추구하던 그룹들은 양자택일적 선택을 강요당했다 는 사실이다. 12) 북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의 도움을 얻어 소수의 개신교 사회주의자들이 빠른 속 도로 종교권력을 장악했던 반면, 남한의 소수 개신교 사회주의자들은 월북하거나 폭력적으로 제거되거나 공개적으로 전향해야 했다. 북에서 사회주의자들과 격렬하 게 갈등했던 반공주의적 다수세력의 대대적인 남하행렬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전쟁 이 끝날 무렵 남한 개신교는 매우 공격적인 반공주의자들의 집결지로 변모하였다. 13) 그러면 해방 이후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던 개신교인들이 공산주의를 반대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김광수는 그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산주의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무신론이다. 공산주의는 유물론을 내세우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종교를 인정하지 아 니하는 고로 여하한 종교도 말살당한다. 공산주의는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인 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산주의가 한국을 지배하는 날에는 소련의 지 배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14) 여기에서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더욱 공고하게 자리 잡게 된 냉전 이데올로기 의 출발점으로 보게 된다. 즉 해방 이후 반공주의적 개신교 지도자들은 소련을 세 계를 적화시키려고 하는 불순한 야욕을 지닌 제국주의 세력 으로 규정했고 이것과 는 달리 자신들을 이들에 대한하는 민족진영 또는 자유진영 으로 묘사함으로써 세계적 차원의 냉전체제에 적응해갔다 고 볼 수 있다. 15) 12)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역사비평 제 70 집, ) 위의 책. 14) 김광수, 한국기독교회재건사, ( 서울: 기독교문사, 1981), 189.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45 에서 재인용. 15)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45. 남한에서는 제39회 KPI평화포럼 37

40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2) 한국전쟁, 반공 이데올로기, 한국교회 한국교회의 반공주의는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더욱 견고하게 형성되 었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순교하거나 실종된 성 직자 혹은 지도자들이 많이 생겼는데, 밝혀진 명단만 해도 북한 교회 162 명, 남한 교회 150 명이었다. 또한 여러 교회에서 신도들이 공산군에 의해 집단 학살을 당한 사건들도 많았고, 전쟁 기간 중에 948개 처소의 교회당과 기독교 기관 건물이 피해 를 당했( 기) 때문이다. 16) 그러므로 한국전쟁 중에 북한의 기독교 탄압을 경험한 남한의 교회와 교인들이 공산주의를 비판하고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공산주의들에 게 대해 깊은 적개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즉 한국교회는 한국전쟁에서 공산 정권에 의한 피해의 체험 을 겪으면서 경직 된 이분법적 사고의 틀 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공산주의자는 타도의 대상 이었지 민족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 결정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파트너 가 될 수 없었다. 17) 또한 노치준은 한국전쟁 이후로 더욱 강화된 반공 이데올로기가 한국교회 안에 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1950 년대를 대표하는 교계 기관지인 기 독공보 를 통해 강조한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은 滅 共 求 族 民 主 建 國 이며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기독주의를 확립하는 것( 기독공보 ) 이며 동구 공산주의와 연관하여서는 공산주의와 기독교 교회 간의 공존 은 불가능하다 ( 기독공보 ). 그리고 휴전 직후의 사설은 공산주의자 들을 무신적 유물론자들이요, 그들의 광적 행동은 종교와는 영원히 융화될 수 없 는 사단의 집단 ( 기독공보 ) 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반공주의적 태 도를 견지했던 한국교회가 휴전 반대 와 북진 통일 의 표어를 내세우면서 대규모 신탁통지반대운동 ( 반탁운동 ) 을 통해 이런 논리가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좌파와 우파세력의 폭력적 충돌로 이어진 1946년 3.1절 행사에서 우파츨 행사를 개신교인들이 주도함으로써 개신교는 대표적인 반공세력 중 하나로 남한사회 전반에 각인되엇다. 또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대공투쟁의 1 단계 승리 로 해석하고 정당화함으로써 남한 개신교인들은 한반도차원이 분단체제에도 적응해갔다. 같은 책. 16) 노치준, 한국전쟁이 한국교회의 성격 결정에 미친 영향, 기독교사상, 통권 438호 (1995.6), ) 위의 책,

41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의 구국기독신도대회를 개최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 3) 한국전쟁 이후의 반공 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 한국전쟁의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서는 반공 이데올로 기가 더욱 확산되었고 그 심각성은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협의회 가 1988년에 밝힌 선언문 -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한국기독교의 선언 - 은 이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6.25를 전후하여 북한 공산정권과 대립했던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은 수난과 죽음을 겪어야 했으며, 수십만의 북한 그리스도인들이 납치되었고, 참혹하게 처형되기도 했다. 한편 공산주의 동조자들은 이념전쟁의 재물이 되었고, 부역 자 라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매장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전쟁으로 초토화 된 한반도는 계속해서 동서 냉전체제의 국제정치적 갈등과 반목에 휘둘렸으 며, 이에 따라 남북한 간의 군비경쟁과 상호불신, 상호비방과 적대감정도 점차 로 증가되어왔다. 한반도의 평화는 파괴되었고, 민족의 화해도 불가능한 것으 로 여겨지게 되었다... 남북한의 교육과 선전은 상호비방 일색이며, 상대방을 상호체제경쟁을 통하여 약화시키고 없애야 할 철천지원수로 인식하게 하고 있 다. 따라서 남북한 국민들은 동족의 생활과 문화에 대하여 서로 무지할 뿐 아 니라 서로 알아서는 안 되는 관계로까지 길들여져 왔다. 양체제는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을 가장 무서운 원수로 인식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19) 위의 선언문의 내용을 배태시킨 일련의 사건들을 대표적인 것들에 한정하여 생 각해 보자. 1)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진 북한에 대한 피해의식과 적대의식 을 구성 하는 반공 이데올로기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로 더욱 체계적으로 강화되었다. 쿠 데타의 주체들은 반공을 국시의 제 1 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 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고 강조했고 이 공약의 실천을 위해 중앙정보부를 설치하고 반공법을 제정하였다. 20) 18) 위의 책, 19) 허호익, 통일을 위한 기독교신학의 모색, ( 서울: 동연, 2010), ) 정수복, 한국전쟁이 남북한 사회에 미친 이데올로기적 영향, 통일문제연구 제 2권 2 호(1990.6), 118. 허호익, 통일을 위한 기독교신학의 모색, 23 에서 재인용. 제39회 KPI평화포럼 39

42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2) 이러한 냉전 구조 하에서 한국교회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WCC) 의 용공성 을 거론하면서 반공주의를 더 강화한다. 중공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월남 전쟁 개 입에 반대하는 제 4차 WCC 웁살라 총회(1968) 에 대해 한국교회는 반공적인 의 사를 대내외에 선포하고 세계교회에 한국교회의 결의를 재천명할 필요가 있다 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와 같은 용공시비는 1970년대의 도시산업선교회와 한국교 회의 민주화운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비록 1972년에 7.4 남북공동선언이 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안보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반공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지속 적으로 이용되었다. 21) 3) 물론 한국교회가 반공주의를 반성하고 자체적으로 회개하는 모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기독교협의회가 발표한 88선언은 반공주의의 형성과 심화과 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한국교회의 과거의 죄를 회개하고 갱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1989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출범됨으로써 한국교회의 보수적 반공주 의가 더욱 강화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2003년 1월부터 반공주 의로 무장된 개신교 보수주의는 반북 친미를 표방한 대규모 정치적 집회 를 10차 례나 개최함으로써 남한 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고조시켰다. 22) 2005년 6 월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발족되었고 2006년 6월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내 기독교뉴라이트 가 결성되었다. 이것에 기대어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보수적인 개신교 목회자들은 노무현 정부 하의 남북정상회담 ( ) 에 대해 반대하는 선언을 발표하였다. 23) 8. 결론: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를 실천하는 교회24) 지금까지 필자는 한국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하 는 신학적 대안의 하나의 가능성을 화해의 신학 안에서 찾아보았다. 그러면 이러한 21) 위의 책, ) 강인철, 한국개신교와 반공주의 ( 서울: 중심, 2006), 89. 허호익 통일을 위한 기독교신학의 모색, 27 에서 재인용. 23) 위의 책, 28. 이에 대한 사례로서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의 인공기 방화사건 또는 3.1 절 시창 앞 집회, 6.25 국민대회에서 나타난 공격적 반공주의를 말할 수 있다. 조용훈, 한국교회와 반공주의, ) 고재길, 본회퍼, 한국교회에 말하다,

43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과정이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어떤 함의를 가질 수 있을까? 필자는 반공 이데올로 기의 문제를 극복하고 화해의 신학을 우리의 삶 가운데서 실천하는 과정으로서 아 래의 내용들을 제안한다. 먼저, 한국교회는 냉전 이데올로기 ( 반공 이데올로기 ) 의 부정성을 해결하지 못 하고 오히려 그것을 확대시킨 잘못에 대한 회개와 그것의 합당한 열매를 지속적으 로 맺어나가야 한다. 지나간 분단의 역사 속에서 반공주의의 청산을 위한 노력보다 는 그것의 부정적인 재생산에 기여한 역사적 과오로부터 한국교회는 완전히 벗어 나기는 어렵다. 물론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경험적 반공주의에 대한 무 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다. 또한 이것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북한공산주의의 억압 과 폭력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무조건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중 요한 것은 그와 같은 경험적 반공주의가 초래하는 개인적인 아픔과 사회적 아픔도 용서와 화해에 기초한 복음과 그리스도의 정신에 기대어서 치유되어야 한다는 사 실이다. 2001년 7월-8 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 월간조선 ) 에서 < 지나친 반공 기독교의 입 장에서 북한을 기독교의 적으로 간주하는 등 남북분단과 갈등의 심화에 한몫했 다> 고 지적한 이유로 한국기독교협의회의 한국기독교신학선언 ( ) 에 동 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수는 전체의 79.8% 였다. 25) 개신교를 대표하는 지도자 58명 중 42명이 위와 같이 대답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한국교회가 냉전 이 데올로기의 부정성의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보여준다. 경험적 반 공주의와 더불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분단의 세월 속에서 학습을 통해서 형 성된 반공주의라고 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과잉정치화의 부정성이 냉전 이데올로 기와 결합됨으로써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한국사회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회개하고 그것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노 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남남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관용의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5) 허호익, 통일을 위한 기독교신학의 모색, 27. 제39회 KPI평화포럼 41

44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둘째, 한국교회는 자기-겸손의 문화를 형성시키고 이것의 사회적인 확산을 위 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기-겸손은 단순히 개인윤리차원의 겸손을 강조하는 덕 의 윤리가 아니다. 미가선지자 ( 미 6:8) 에 따르면 하나님의 선은 세 가지로 이루어 진다. 정의를 행하는 일, 인자( 하나님의 자비) 를 사랑하는 일, 겸손히 하나님과 함 께 행하는 일은 하나님의 선에 속한다. 한국사회에서 불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 해 노력하는 일은 모두 정의로운 행동이며 그것은 하나님이 인정하는 선의 행동이 다. 비인간적인 삶의 조건 아래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의 자 비(mercy) 를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일은 하나님의 선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런 데 중요한 것은 이 일들을 할 때에 겸손함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겸손히 그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선의 행동들은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가서가 말하는 이러한 자기- 겸손의 행위는 자기-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흑백논리에 함몰됨으로써 상대방의 가치와 입장을 배려하지 못할 때 정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는 일로부터 실제적인 열매를 기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리새인의 기도를 거부하고 세리의 기도를 받아주신 하나 님은 자기- 겸손의 삶을 높이 평가하신다. 진정한 개혁은 개인적 차원이든 사회적 차원이든 엄격한 자기- 겸손의 삶으로부터 나온다. 남북관계의 개선, 민족화해의 증진, 평화통일의 진전에 필요한 것은 행동의 정당성을 자기 안에서만 찾는 이데올 로기적 행동이 아니라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자기-겸손의 덕을 행하는 하나 님 앞에서 이웃을 위하는 책임적인 행동이다. 오늘의 한국사회의 상황과 한국교회 의 형편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자기- 겸손의 문화의 형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도 평화를 일구 어 나가는 평화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남남갈등, 남북갈등, 동북아 4대 국의 갈등의 구조를 화해와 평화의 구조로 변화시키는 일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지속적인 갈등구조의 종결은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 를 지향하는 한 국교회의 실천적인 노력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성경과 기독교신학 의 전통에서 말하는 화해와 평화에 대한 삶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각 교회의 현장에서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야 한다.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를 지향하는 42

4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성경공부, 세미나, 기도회, 수련회 외에도 갈등의 다양한 현장들을 직접 체험하는 학습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한 사례를 말하자면 한국교회는 이제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 서 교사, 학습자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보다 많은 현장 연구 26) 에 주력 해야 한다. 즉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학 습자가 그냥 지나치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남북의 정치적, 경제적 성격을 띤 역 사적 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하고, 남북의 현실의 의미와 중요성을 분석, 비판해 보고 그 대안을 구해 보려는 성찰적 교육 27) 을 전개해야 한 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한국교회의 교육이 교회내적인 공간만을 중심으로 나타 나서는 안 된다. 교회교육은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공동체의 실제적인 모습을 교회 공간의 밖에서도 보여주어야 한다.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한국교회는 단순히 한 국사회 내부의 평화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북아지역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지역 전체의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평화운동을 국내외적으로 전개했 던 독일교회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사례가 된다. 독일교회는 동서독 간의 통일만 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유럽지역 전체의 평화체제의 구축을 교회의 사명으로 여기 고 있었다. 독일개신교협의회는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에 기초하여 전체 유럽의 통합을 추구하였고 평화공동체를 일구어가는 교회의 삶이 말과 혀로만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나타나기를 추구하였던 것이다. 28) 지역성과 국가의 경계를 초 26) 김성은, 6.15 선언 2 주년의 의의와 남북화해협력과 교회의 역할: 평화교육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역할 신학사상 ( 제 117 호, 2002/ 여름), ) 위의 책. 학습자의 경험 중심의 교육, 현장 중심의 교육에 대한 한 예는 다음과 같다.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의 개념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다음의 자료들을 선용할 수 있다. 1) 북한 사람 만나기 : 북한, 금강산 등 북한 찾아가서 직접 경험하기. 연변, 북경 등의 북한이 직접 경영하는 식당에서 식사하기 2) 북한에 갔다 온 사람 만나기: 북한에서 장 단기 주재원, 취업하여 북한 사람들의 공동 작업에 참여한 사람 3) 북한 공동회의 참석자 : 학술, 종교, 경제지원 등 각종 모임 참석자 4) 북한 도서관 이용, 우리는 평화 현장 교육을 위한 안내로서 다음의 제안들을 선용할 수 있다. 1) 판문점 2) 오두산 통일전망대 3) 도라산 전망대 : 북한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최북단 기차역 전망대 4) 북한자료센터 : 문헌자료실, 정기간행물실, 시청각실, 북한 TV 시청실, 북한영화상영, 북한 실상 설명회 5) 하나원 : 경기도 안성의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 사무소, 적응 상담 6) 철원군 전적지 : 6.25 전적지, 위의 책, 이 두 가지의 현장교육 외에도 중요한 또 하나의 평화교육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는 평화교육의 역사적인 자료 이다. 남북한의 분단의 극복과 평화의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역사적 자료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위의 책, 114ff. 제39회 KPI평화포럼 43

46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월하여 하늘의 평화를 이 세상 속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독일교회의 사례 로부터 한국교회는 앞으로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 평화공동체의 삶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28) 헤르만 쉐퍼, 독일의 경험: 화해 없는 통일?, 임성빈 엮음, 통합적인 통일과 그리스도인의 과제 (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1999),

47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 반공 이데올로기의 극복과 화해의 신학> 그러면 기독교신학은 이러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그 출발점으로 필자는 화해의 신학을 추구하고자 한 다. 화해의 신학에 기대어서 화해의 삶과 평화의 윤리를 형성하는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1. 그리스도의 십자가: 화해의 현실(Wirklichkeit)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의 신학적 견해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화 해의 현실을 보여주는 계시적 사건이다. 아담의 범죄 이후로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 의 현실은 상호 간에 적대적 세력이 되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이후로 하나 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은 서로 화해되었다고 한다. 즉 적대적인 관계 하에 있었 던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이 예수 그리스도의 현실 안에서 화해되었다는 것 이다. 이러한 교의학적인 진리를 본회퍼는 기독교윤리학의 영역에 다음과 같이 적 용한다. 기독교 윤리학은 선의 근원이 되는 현실을 이와 다르게 말한다. 기독교 윤리학 은 하나님의 현실을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 궁극적 현실로 생각한 다. 아울러 기독교 윤리학은 현존하는 세상의 현실이 오직 하나님의 현실을 통해서 만 현실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현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세 상의 현실로 들어왔다. 하나님의 현실에 대한 질문과 세상의 현실에 대한 질문이 동시에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통해서만 드러 난다. 이 이름 안에 하나님과 세상이 포함되어 있다. 만물이 그 안에서 유지된다. ( 골 1:16) 29) 그리스도 안에서는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가 주어진다. 만약 둘 중의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에 대한 참여도 이루어지지 않 29) Dietrich Bonhoeffer, Ethik, hg. v. E. Bethge/ I. Tödt/ C. Green, DBW 6, (Gütersloh: Chr. Kaiser Verlag, 1992), 39. 손규태, 이신건, 오성현 옮김, 윤리학 (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0), 47. ( 이하 페이는 원서와 번역서의 페이지를 차례대로 따른 페이지임.) 제39회 KPI평화포럼 45

48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는다. 하나님의 현실은 전적으로 이 세상의 현실 안으로 인도함으로써 자신을 드러 낸다. 하지만 세상의 현실은 언제나 하나님의 현실 안에서 이미 감당되었고, 용납 되었으며, 화해되었다. 이것은 인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계시의 비밀이다. 30) 본회퍼의 견해를 따르면 사람들은 선의 근원을 인간의 현실 또는 세상의 현실 안 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선의 근원이 개인의 양심이나 또는 추상적인 도덕적 관념 혹은 윤리적 이념의 사회적 실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본 회퍼는 반대하고 하나님의 현실 안에서 선의 근원을 찾는다. 하나님의 현실이 궁극 적 현실이며 그 현실은 오직 십자가 안에서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을 화해시 킨 그리스도의 현실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회퍼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 는 인간들이 추구하는 철학적, 윤리적 질문이나 사회적, 공동체적 질문에 대한 답 을 갖고 있는 장소가 된다. 본회퍼는 기독교윤리학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적인 질문 을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교의학의 문제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일어난 하나님의 계시의 현실의 진리이듯 이, 기독교윤리의 문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계시의 현실이 피조물 가운데 서 ' 실현되는 것'(Wiklichwerden) 이다. 다른 모든 윤리학에서는 당위와 존재, 이념 과 실현, 동기와 결과가 뚜렷한 대답을 드러낸다면, 기독교윤리학에서는 현실 (Wirklichkeit) 과 현실화 (Wirklcihwerden), 과거와 현재, 역사와 사건( 신앙) 의 연 관성이 드러난다.... 선에 대한 질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현 실에 대한 참여의 질문으로 바뀐다. 선은 이제 존재하는 것들, 예컨대 나의 본질, 나의 심정, 나의 행위 혹은 세상의 상태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선은 현실적인 것 자체이지, 하나님의 현실로부터 이탈된 추상적 현실이 아니다. 선은 오직 하나 님 안에서만 현실성을 갖는 현실이다. 31) 본회퍼의 이러한 신학적 관점을 고려할 때 기독교윤리의 질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현실이 세상의 현실 가운데서 실현(Wirklichwerden)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 40,, ) 34., 41.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현 46

49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실과 화해한 하나님의 현실에 참여함으로써 선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독 일에서 본회퍼 신학의 연구가로 저명한 모크로쉬 (Reinhold Mokrosch) 에 의하면 본회퍼는 그의 위임론(Mandatslehre) 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 나님의 현실에 대한 참여 를 세상의 현실 가운데서 실현시키기를 원했다. 32) 하나 님은 인간들에게 위임의 영역들을 주심으로써 그리스도의 현실이 이 땅에 실현되 기를 원하신다고 한다. 가정( 결혼), 노동( 문화, 경제), 관헌( 정부, 정치), 교회, 우 정( 공동체 ) 의 영역에서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현 실 - 즉 화해의 현실- 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3) 2. 그리스도인의 십자가: 화해의 현실화( 실현, 실천) 본회퍼가 살았던 당시의 현실은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리스도의 현실과는 정반 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의도적인 인명학살, 의도적인 생체실험 등과 같은 죽임의 현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이룬 화해의 현실과는 전적으로 갈등과 분열, 죽 음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본회퍼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화해의 현실을 자기의 존재와 삶의 기반으로 삼고 기독교윤리의 과제를 충실하게 이루어 나갔다. 즉 그는 법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부당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나타났 을 때 어떤 합법성에 기초하여 그러한 행위가 나타날 수 있는지 나치 권력에 질문 했고 그 부당한 권력의 희생자였던 유대인을 보호했다. 마침내 그는 나치폭정에 대 해 정치적 저항의 길로 들어섬으로써 39 세의 나이에 목숨으로 잃기까지 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리스도의 화해의 현실을 주장한 본회퍼 가 어떻게 히틀러를 암살하는 정치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그 러나 본회퍼는 처음부터 폭력의 사용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수 단 (ultima ratio) 34) 으로 폭력의 사용을 허용했다. 실제로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일 32) Gremmels, Christian/Johannsen, Friedrich/Mokrosch, Reinhold, Bonhoeffers, Dietrich Ethik. Ein Arbeitsbuch fuer Schule, Gemeinde und Studium, (Guetersloh: Chr. Kaiser/Guetersloher Verlahaus, 2003), ) 본회퍼는 각 위임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다른 위임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임을 수행하는 자의 독선과 오류를 교정함으로써 하나님의 위임 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견제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본회퍼의 정치적 저항은 이러한 맥락 하에서 이해될 수 있다. 34) Dietrich Bonhoeffer 273,, 327. 제39회 KPI평화포럼 47

50 < 반공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 고재길 어나기 전까지는 평화주의자였다. 세계 각국을 돌면서 본회퍼는 군비증강이 세상 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기초는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있음을 강조 하였다. 그렇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반인륜적인 학살이 자행되는 상황 속에서 본회 퍼는 정치적 저항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리고 본회퍼는 자신의 그 행동을 정 당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48

51 발 표 3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전우택 원장(KPI,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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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I. 시작하는 말 : 두 얼굴의 북한 바라보기 북한은 우리에게 많은 혼란을 준다.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와 완전히 한 마 음으로 일본에 대응할 수 있는 세계의 유일한 나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연평도에 대포를 쏘고, 핵 실험을 하여 한민족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 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어 해외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 인 동시에, 새로운 젊은 지도자는 유원지 시설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이다.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이라는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가지 고 있는 나라인 동시에 김일성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인민들이 자기 부모가 죽은 것 같은 통곡을 하는 나라이다. 삼대 세습이라는 여타 공산주의 국가에서 조차 보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온 나라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과 동상으로 가득 차 있는 전근대적 국가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할 만큼 IT 분야나 미 사일 개발 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이르고 있는 현대적 국가이기도 한 나라이다. 이와 같은 두 얼굴의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고 접근하여야 하는 가? 더구나 이 땅의 기독인으로서 어떻게 북한을 이해하여야 하는 것일까? 매우 거 대한 주제가 될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하여 이 짧은 글이 깊이 있게 다 생각해 보기 는 어렵다. 다만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 로 북한을 바라 본 후에, 그에 대한 기독신앙적 해석과 접근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 다. II.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 매우 복합적이고 여러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간 단한 일이 아니다. 이런 북한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북한 사회와 사람의 의식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들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각 키워드들 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를 가지지만, 각 키워드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을 일 으키면서 북한적 현상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의미를 가진다. 제39회 KPI평화포럼 51

54 <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전우택 저자가 제안하는 북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권력욕과 그에 따른 우상화 2) 생존욕과 그에 따른 굴종, 3) 주체사상과 그에 따른 명분, 4) 인간적 도리와 그에 따른 혼동, 5) 통제와 그에 따른 처벌, 6) 계급 과 그에 따른 차별. 이제부터 그 각각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권력욕과 그에 따른 우상화 북한적 현상의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지도자들의 공산주의 사상 또 는 주체사상이 아니다.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욕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를 이룩하기 위하여 권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고 있기 위하여 공산주의 사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은 원칙적으로 지도자들의 절대적인 권력욕에 그 바탕을 둔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 역시 그들의 권력욕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동안 200만의 북한 인민들이 굶어 죽어갈 때 북한 지도층들은 인민들의 식량 공급을 위한 노력보다 권력의 유지가 우선임을 보여 주 었다. 이와 같이 북한 지도자들은 그들의 권력을 위하여 총구( 무력) 를 비롯한 모든 도구를 다 이용한다. 그 도구 중 하나가 권력을 독재화하기에 가장 편리한 이데올 로기인 공산주의 사상이다. 이러한 권력욕에 맞추어 진일보한 사상을 개발하여 낸 것이 지도자에 대한 절대 화를 포함하고 있는 주체사상이다. 주체사상으로 지도자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 다. 즉 지도자를 우상화 한 것이다. 우상화는 지도자가 가진 권력욕의 극단적 모습 니다. 그리고 그 우상화된 지도자에게 끊임없는 흠모의 정을 보내고 끝없는 충성을 서약하도록 교육하고, 선전하고, 강제하는 것이 북한적 현상의 큰 특징이다. 2. 생존욕과 그에 따른 굴종 지도층에게 권력욕이 있다면 일반 인민들에게는 생존욕이 있다. 인간으로서 가 장 기본적인 생존욕이지만 북한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노 력을 하여야만 겨우 최소한 충족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가의 배급 체계가 붕괴 52

55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되고 나서 만들어진 장마당과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도 장마당은 북 한 당국 입장에서는 인민들이 굶어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소극적 입장에서 묵인 하고 있는 정도이다, 즉 장마당을 양성화 시켜주고 그에 따라 장사하는 사람들을 법에 의해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장마당은 장사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갈취하는 온갖 권력을 가진 자들의 먹이감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그런 상황과 체제에서 살아남으려는 일반 인민들의 생존의 몸부림이고 다양한 형태의 굴종이다. 결국 북한적 현상의 많은 부분은 잔인한 권력욕과 처절한 생존욕 사이의 상호작 용으로 나타난다. 지배하는 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더 인민의 생존을 위협하 고, 지배받는 자는 생존하기 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굴종의 시도를 극한 적 상태까지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인민들의 이런 생존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이 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인민들의 가난과 식량난은 북한 지도자들의 가장 손 쉬운 통치 도구이다. 생존의 위협이 되는 가난은 전체 인민을 더 굴종적으로 만든 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인민은 굴종을 해야 그나마 생존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북한에서는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나 중간계층의 사람들이나 낮은 계층의 사람들 이나 모두 생존하는 것에 절박하게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높은 계층은 수령과의 개인적 관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충성경쟁을 하고 더 눈이 띠어야 하는 것을 위 한 절박함이 있다. 중간계층은 당과 국가에 대한 굴종이 부족하여 하위계층으로 추 락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존에 매달린다. 하위계층은 극심한 가난과 폭력의 위 협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하여 몸부림 친다. 1) 3. 주체사상과 그에 따른 명분 북한의 주체사상은 일반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유물론 원칙을 1) 유혜란 : 탈북민을 통하여 본 북한체제 -트라우마 불안연구 - 현상학적 방법론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박사논문 (2012) 제39회 KPI평화포럼 53

56 <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전우택 넘어서서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인간의 의지와 실천이 역사의 진보에 있어 의미 있 는 유일한 특질임을 주장한다. 즉 역사적 과정에서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 무것도 없으며 인간의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의지를 올바르게 집결시켜 지도하면 특별한 역사적 진보를 성취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 즉 정치화된 인간 중심 혁명정 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2) 이러한 사상적 특성은 물질적인 풍요를 최종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물질적 빈곤을 참고 인내하도록 하는 일종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측면이 생긴다. 즉 북한이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는데도 어찌되었든 국가가 붕괴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구 동독이나 소련의 경우, 국가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국가 가 붕괴되었다. 국가의 공산주의 이념은 사회경제적 이론에 토대를 두었기 때문이 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의 존립 토대를 사회경제적 조건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사 상, 정신에 두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정신에 매달리려 하고 유지를 시 키는 힘이 커진다. 3) 또한 주체사상은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당의 지도원리 가 아니라, 지도자 지도원리 를 채택한다. 즉 권력을 당이 아닌, 한 개인인 수령에게 집중시키 는 원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면서 지도자는 과거 어떤 정치지도자가 가졌던 권 력과 권위보다도 더 큰 상태가 되도록 고안되었다. 그 극단의 모습이 우상화이다. 그 우상화는 민족의 이름조차 조선 민족 에서 김일성 민족 으로 바꿀 만한 상태 에 이르러 있다. 이렇게 되면서 북한은 전통적인 유물론적 공산주의 사상과 형의상학적 정신주 의,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가 겹치도록 그들의 의식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그들에게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돈의 노예가 되는 자 본주의보다 그들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더 우위에 있으며, 그러나 유물론적 논 리가 아닌,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정신 우월주의가 있어 물질적으로는 설사 자 신들이 남한보다 못산다 할지라도 자신들은 정신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이며, 그런 생각이 형이상학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령이라는 한 인간으로 체 2) 권헌익 정병호 극장국가 북한 창비, :., (2013) p213 3) 상동 54

57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 화( 體 化 ) 되고 인격화 됨으로써 자신들은 그를 중심으로 단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세 계 최고의 국가이고 무적( 無 敵 ) 의 국가라는 식의 명분이 있게 된 것이다. 4. 인간적 도리와 그에 따른 혼동 그러나 북한 권력은 인민들에게 선전선동을 하고 교육을 할 때 주체사상을 중심 으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강조하고 앞세우는 것은 전통적이고 근본적인 인간의 도덕성, 즉 인간적 도리 이다. 그것은 의리 있고, 겸손하며, 정직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충실된 것이다. 그것은 전통적 의미의 충과 효로 표현되며, 그 궁극적 대상은 당연히 수령이다. 이에 의하여 북한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 유행가 등을 보면, 거기서 강조되는 것 은 모두 공산주의 사상과 더불어 늘 인간적 도리이다. 숭고한 목표를 위하여 개인 의 이기심을 모두 버리고 목숨까지 희생하는 것이 늘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것이 강조된다. 그러기에 북한의 예술들은 늘 종교적 특성을 가진다. 그에 따라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을 사상적으로 생각하고 평가하도록 하지 않는 다. 오히려 주체사상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도리 라고 가르침으로써 감히 주체 사상을 사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주체사 상을 따르고, 지도자를 따르는 것은 정치적 행위가 아닌, 인간의 근본적 도리의 행 동이라고 혼동하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옳은 사회주의를 포 기하는 것은, 아버지가 가난하고 무능하다고 그 아버지를 버리는 패륜 자식이나 할 일이지 인간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논리를 작동 시킨다. 그러므로 경 제 문제를 정치문제보다 앞에다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북한에서는 이기적이고 비 도덕적인 것으로 비난받게 된다. 이런 인간의 도리와 연결되어 강조되는 것은 민족주의이다. 자신의 민족을 사랑 하고 그 민족에게 충성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 도리인데, 김일성은 바로 그 민족 을 위하여 가장 큰 고난을 받고 승리한 사람이니 민족을 사랑한다면 김일성을 따르 제39회 KPI평화포럼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