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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o.60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만드는 새로운 영화잡지 매월 2, 4주 발행 난 다른 영화 본다! <자유로운 세계> <비몽> <빅시티> 이탈리아 웨스턴의 정수, 세르지오 레오네 컬렉션 제5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추천작 7편 아트플러스 극장순례 9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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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C Issue Paper_2013_Vol.16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 박스오피스로본한국영화흥행키워드 책임연구 : 전종혁 ( 전 < 프리미어 > 기자 ) 발행인김의석발행일 2013년 9월 26일 - 영화진흥위원회서울시동대문구홍릉로 118 전화 (02)958-7517 / 팩스 (02)958-7537 홈페이지 www.kofic.or.kr C 영화진흥위원회, 2013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 박스오피스로본한국영화흥행키워드 - 영화진흥위원회정책연구부 전종혁 / 전 < 프리미어 > 기자

Contents 들어가는글 / 1 한국형블록버스터, 관객을휩쓸다 / 2 한국영화흥행공식이달라졌다 / 3 1 블록버스터보다더센꽃미남멜로 3 2 판타지와만화적리얼리즘을수용하다 5 3 가족멜로드라마, 관객폭키워 7 2013 년한국형블록버스터는무엇을남겼나? / 10 1 캐릭터영화의특성을파악하라 10 2 논란 을이용하라 11 관객의마음을훔칠 캐릭터 를찾아라 / 14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1. 들어가는글 지난해한국영화는 관객 1억명시대 를열었다. 모두 1억 1,461만명이한국영화를관람했고, 이열풍은올상반기에도이어지고있다. 올상반기관객수는 5,556만명으로전년대비 1,110만명 (24.0% 증가 ) 이늘었다. 이런한국영화의열풍은 1990년대말 한국형블록버스터 와 2000년대초반 천만영화 가등장하면서서서히가속화되었다. 할리우드와의경쟁에나선한국영화들이 규모의영화 를제작하고, 이들작품이흥행에서도성공하면서이미 8편의 1천만영화가탄생했다. 그런데지난해부터이러한흥행공식이조금씩변화의조짐을보이고있다. 지금은중 저예산장르영화들이다양한영화적이슈를생산하면서연이어흥행대열에합류하는분위기이다. 관객들은스펙터클이나거대서사로유혹하는영화에이전만큼큰흥미를느끼지않는다. 기존의대작들이하나의가치로수렴되는구심력의영화였다면, 지금의영화들은원심력처럼중심밖으로자유롭게퍼져나간다고할수있다. 관객은의미보다는감정에소구하는방식에쉽게반응하고, 꽃미남 을내세운멜로드라마나시대의키워드인 힐링 이가족드라마의자장안에서새롭게각광받고있다. 그렇다면한국영화의흥행키워드는어떻게변화해왔을까? 최근흥행작을중심으로그변화지점을살펴보았다. 한국영화의첫열풍은 한국형블록버스터 와불가분의관계였다. 블록버스터라는명칭을처음도입한것은 < 퇴마록 >(1998) 이었지만, 본격적으로흥행신드롬을일으킨것은 < 쉬리 > 가등장하면서부터이다. 1999년 2월개봉한 < 쉬리 > 는 582만명의관객을모으며흥행신기록을세웠다. < 타이타닉 > 의기록을깨면서 한국영화가할리우드를넘어섰다 는묘한자신감또한선사했다. 그리고 < 쉬리 > 의기록을 2000년 9월에개봉한 < 공동경비구역 JSA> 가다시깨트리면서또한번한국형블록버스터의바통은이어졌다. 남북문제를정면으로건드린이두편의영화는한국이란지역적특수성을내세워세계로의진출을꿈꾸었다. 이른바 가장한국적인것이가장세계적인것 이라는구호를스크린에서실현하였다. 이시기만해도자본으로폭격하는블록버스터는할리우드의전유물이라고믿었기에, 한국에서이런성과물이나올것이라고는감히상상하지못했다. 그리고 < 쉬리 > 이후한국영화는할리우드와어깨를나란히할수있다는자신감으로새로운영화들을기획하기시작한다. 1

2. 한국형블록버스터, 관객을휩쓸다 한국형블록버스터 라는기묘한용어에서드러나는것처럼, 이는숙명적으로혼성화작업의시작이되었다. 즉, 한국적인지역성을전경화하는동시에초국적인할리우드에대한적극적이고은밀한모방이이루어졌다. 여기에는문화산업적욕망도뒤섞여있었다. 영화제작자 ( 영화산업 ) 와영화를소비하는주체의욕망이크게다르지않았고, 비교상대가할리우드였기에이들과대결하기위해국가나민족처럼거대한이데올로기에편승할수있는영화들이필요했다. 거대담론에대한비판보다는수용에대한열망이더욱뜨거웠다. 이무렵대부분의극장이멀티플렉스화되고, 스크린수도함께늘면서더많은관객들이극장으로유입됐다. 그와중에최초의 1천만영화인 < 실미도 >(2003) 가등장하고, 1,175만명을동원한 < 태극기휘날리며 >(2004) 가연이어나오면서그간꿈의숫자라고생각했던 천만영화 가현실이되었다. 2007년여름에는 < 디워 > 를둘러싼찬반논란처럼웃을수없는해프닝도벌어졌다. 한국 SF의새로운신화 라는명목아래국내관객들은 < 디워 > 에응원을보냈지만, 북미박스오피스에서의실패를통해이영화가결국은우물안개구리였다는것이확인되었다. 이렇게영화적신드롬은늘블록버스터와함께했으며, < 디워 > 처럼후유증을남기는경우도있었다. 그나마 1,301만명을동원한 < 괴물 >(2006) 이나 1,145만명이본 < 해운대 >(2009) 를거치면서할리우드에대한맹목적인동경이나비교 ( 모방콤플렉스 ) 도거의사라졌다. 또 < 고지전 >(294만명 ) 과 < 마이웨이 >(214만명 ) 의참패는 대마불사 라는바둑의격언이영화산업에서는통하지않는다는쓰라린경험을안겼다. 어느새시각적인재미와, 민족이나국가라는이념에어필하는전쟁영화는한계에봉착하고말았다. 2000년대후반에주요관객층이된새로운세대들은 < 쉬리 > < 공동경비구역 JSA> 와함께한국영화의신화 ( 성장 ) 를이끈이들과는가치관이나감성이달랐다. 이들이새로운서사를원한다는것은지난해여름부터더욱가시화된다. 할리우드케이퍼무비와홍콩누아르의추억을한국적으로차용하고접목시킨 < 도둑들 > 은 1,298만명의관객을모았다. 이스타시스템의영화는 25일간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했고, 젊은관객들은철저하게 < 도둑들 > 의영화적유희를즐겼다. 이들에게영화는 쾌감 이었다. 또한할리우드재난영화를표방하는것에서벗어나지못한한국형블록버스터가시행착오를겪는동안, 정치적인이슈를적절하게자극한사극 < 광해, 왕이된남자 >(2012) 가 < 왕의남자 >(2005) 에이어다시 1,230만명이넘는관객들과함께광대놀이를벌였다. 여기에결정적으로올해초 1,280만명을교도소로안내한 <7번방의선물 > 은아예한국영화의판도를바꾸어놓았다고말해도좋을정도이다. 한국형블록버스터만이 1천만영화를잉태하는미다스의손을가진것은아니라는것을이영화가증명하였다. 2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3. 한국영화, 흥행공식이달라졌다 현재 20, 30대주요관객들은한국형블록버스터의광폭한진격을선호하는것이아니라, 가려운곳을긁어주는효자손을원한다. 최근성공한영화들은단순히규모나스펙터클의숭고함을주장하지도, 혹은하나의스토리에천착하지도않는다. 최근의흥행작들은기본적으로가족멜로드라마적인요소가밑바탕에흐르는가운데 꽃미남 ( 미소년 ) 이나귀여운아버지등을강조하는 캐릭터영화 에가깝다. 복잡한플롯보다는캐릭터위주로커뮤니케이션의효율성을높인작품들이선호되고있다. 이야기에서캐릭터로관점이옮겨가고있다는인상이강한데, 이는기본적인이야기나플롯은당연히존재하지만방점이캐릭터에찍힌다는의미이다. 만약하나의캐릭터가행동양식의집합이라면, 그캐릭터를축으로다양한이야기와상황이전개되는것은언제든지가능하고, 이는사실일본의라이트노벨이나애니메이션, 혹은미드에서흔히이뤄지는구성이기도하다. 이처럼캐릭터의유희에익숙한지금의세대는자연스럽게캐릭터를즐기는방식을확장해가고있다. 웹툰이나소설에서인기를모은캐릭터를누가연기하는가도중요할수밖에없다. 이른바배우의 싱크로율 이중요해진것도이런이유다. 예를들면 531만명이관람한성장드라마이자가족멜로드라마인 < 완득이 >(2011) 는동주선생 ( 김윤석 ) 과완득 ( 유아인 ) 이라는불멸의캐릭터를낳았다. 완득이 는베스트셀러 ( 청소년추천도서 ) 였기때문에젊은세대들에게는이미친숙한이야기였다. 여기서중요한것은우리시대의멘토, 동주선생캐릭터를어떻게영화속에서잘살려내는가였고, 당연히배우캐스팅이관건이었다. 그건완득이도마찬가지였다. 잊지말아야할것은, < 완득이 > 가놓은디딤돌덕분에뒤이은꽃미남소년의이야기들이더욱힘을얻는계기가되었다는사실이다. 1 블록버스터보다더센꽃미남멜로 관객의욕망에접속하기위해꽃미남열풍을일으킨두편의판타지영화를유심히관찰할필요가있다. < 늑대소년 > 과동명웹툰을영화화한 < 은밀하게위대하게 > 가그주인공으로, 지난해 10 월 31일개봉한 < 늑대소년 > 의경우 15일동안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했다. 개봉첫날 588개였던스크린수는개봉 11일째 854개로늘어나며, 15일동안 406만명의관객을동원했다. 개봉 2주차에이르러흥행이정점을찍었다. < 트와일라잇 > 시리즈의 < 브레이킹던 part2> 가개봉하면서 2 위로밀려났지만, 그사이에도다시 6일이나 1위를재탈환하는진기록을보여줬다. 작년 11월은 < 늑대소년 > 과할리우드블록버스터 < 브레이킹던 part2> 가경합을벌이면서극장가를판타지열풍으로채웠다. 전세계에뱀파이어로판타지신드롬을몰고온시리즈와함께개봉하면서오히려시너지를일으킨경우였다. 정작 < 브레이킹던 part2> 는관객 265만명에머물렀고, 관객의관심은지속적으로 < 늑대소년 > 에쏠렸다. < 늑대소년 > 은 665만명에더해디렉터스컷인 < 늑대소 3

년- 확장판 > 이 12월 6일상영되면서 41만명을추가로더모았다. 확장판역시 278개스크린에서상영해주말박스오피스 4위를기록하였다. 개봉 6주차 (37일째) 를맞이하던 < 늑대소년 > 은확장판을통해흥행을이어간특이한경우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 전산화된극장의 99%) 기준 반면올 6월 5일에개봉한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돌풍은더욱매서웠다. 개봉 8일만에 406만명의관객을동원했다. < 늑대소년 > 과단순비교하면 7일이나빨랐다. 개봉첫날스크린수는 937 개였고, 주말이던 6월 8일에는 1,341개의스크린을장악하면서독점논란까지불러일으켰다. 14일동안만 1위를차지했지만, 초반반응이워낙뜨거워쉽게 695만명의관객을모을수있었다. 8월 5일에는 < 은밀하게위대하게- 확장판 > 상영도있었다. 하지만이는채 5천명도안될정도로반응이미미했다. 6월 8일에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매출액점유율은무려 69.0% 에달했다. 이영화는작품성논란에휩싸이면서영화인들사이에서스크린독과점의주범으로낙인찍혔지만, 객관적인사실만놓고보면할리우드블록버스터와의싸움에서이긴승자였다. 5월 29일개봉한경쟁작 < 스타트렉다크니스 > 의점유율은 11.4% 였고, 최종스코어는 160만명에그쳤다. 또 6월 13 일개봉한 < 맨오브스틸 > 은첫날 933개스크린을잡으면서 1위 ( 매출액점유율 51.8%) 를차지했으나, 그이후로 < 은밀하게위대하게 > 에다시밀려 2위에머무는수모를겪었다. 최종스코어는 218만명이었다. 두편의할리우드블록버스터는뛰어난완성도를보여주었기에영화광들의많은지지를얻었다. 그러나두편을합쳐도 < 은밀하게위대하게 > 앞에서는무력했다. 정확히말하면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이렇다할경쟁작이없었던것이아니라, 신드롬을일으킨한국영화가할 4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리우드영화보다훨씬더파괴력이있음을입증하는또하나의사례라고할수있다. 예전같으면할리우드에맞선자랑스런한국영화로포장되었겠지만, 어디서도그런분위기는일어나지않았다. 언론조차 이영화는왜이렇게잘되는거야? 라는식의의아한반응이었다. 언론은부족한완성도와독과점행태에분노했고, 미소년의이마에주홍글씨를새기기에분주했다. < 은밀하게위대하게 > 가전혀은밀하지않게 공공의적 이된것은작품의완성도가떨어진다는이유하나였다. 하지만이영화의성공은이미예정된것이나다름없었다. 개봉전기대평이이미 1만건을돌파했으며, 티저예고편은공개하루만에 63만뷰를넘어섰다. 베스트포토 & 무비클립은랭킹 1위에올랐다. 심지어개봉을이틀앞두고한국영화사상최초로예매율 80% 를돌파했다. 이기록은 900만명의관객을모은 < 아이언맨 3> 가개봉을일주일앞두고세운 60.2% 보다월등히높은수치이다. 완성도가조금만높았어도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뒷심을받으면서 1천만영화에등극할확률이높았다. 하지만영화에대한언론과관객의욕망은달랐고, 두지점은만날수없는평행선처럼서로다르게내달렸다. 언론은 김수현효과대단하다 는식으로흥행을분석했지만, 이정도의엄청난흥행이단지스타파워에의해서좌지우지되는것은아니다. < 늑대소년 > 의송중기나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김수현을통해꽃미남열풍이일어난것은간과할수없지만, 이영화들을둘러싼문화적현상에집중할필요가있다. 2 판타지와만화적리얼리즘을수용하다 < 늑대소년 > 과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각각판타지물과웹툰에기반을두고있다. 지금의 20, 30대관객들은이야기중심의소설보다는미드시리즈나웹툰, 게임에익숙하다. 이런문화적인근간이변화를수반하는것은당연하다. < 늑대소년 > 만해도영화의매력적인요소를확인한관객들이 2주차부터본격적으로관심을보이며쏠림현상을일으켰다면,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상황이전혀달랐다. 웹툰의지지자들이영화가나오기만을기다렸다는듯한번에쓰나미처럼들이닥쳤다. 으레소설이나만화원작이영화화될경우, 대부분불필요한선입견이생기기일쑤다. 원작을훼손한다는이유로오히려영화에대한불신이깊은경우가많아영화가원작만큼우수하다는평가가내려진이후에나관객들이움직인다. 웹툰을영화화해가장크게성공한첫사례는 < 이끼 >(2010) 인데, < 이끼 > 가최대 740개스크린에서 340만명을모은것은 한국영화의큰손 강우석감독의입김이충분히작용한덕분이었다. 강풀원작의 <26년 > 의경우도메이저배급사가아니었지만, 대선을앞두고정치적이슈덕분에 296만명의관객을모았다. 이처럼응집력있는큰이슈가있어도기존의웹툰원작영화들은관객과접점을찾는데에어느정도의시간이필요했다. 하지만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그런최소한의시간조차필요하지않았다. 간편하게 < 늑대소년 > 과 < 은밀하게위대하게 > 를여성의욕망을채워주는꽃미남판타지물로만분류하는오류를범하면곤란하다.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경우, 많은남성관객들도동시에관심을나타냈다. 마치일본에서애니메이션 오타쿠 들이 TV판에이어극장판에몰려드는것처럼국내웹툰팬들이모두움직였다. 어쩌면오타쿠문화비평가인아즈마히로키가 게임적리얼리 5

즘의탄생- 오타쿠, 게임, 라이트노벨 에서주장한것처럼, 우리에게도일종의 만화애니메이션적리얼리즘 이생겨났다고볼수있다. 그동안관객에게인기를모은것은현실과거의흡사한세계를무대로하는리얼리즘계소설과영화였다. 하지만지금의관객은만화적상상력을보여주는것에더욱익숙하다. 아즈마히로키의진단처럼 중요한것은상상력그자체의변화도, 현실그자체의변화도아닌, 커뮤니케이션조건의변화이다. 이것은쉽게말하면상상력의환경을중요시하는사고다. 우리는모두특정한상상력의환경속에서살고있다. 전근대의이야기꾼은신화와민담의집적속에서, 근대작가 = 독자 = 시민은자연주의속에서, 그리고포스트모던의오타쿠들은캐릭터의데이터베이스속에서살고있다. 그들의환경은작가의표현을규정하고, 또작품의소비형태도규정한다. 여기에서중요한것은그환경이작품횡단적, 장르횡단적으로기능한다는점이다. 즉, 마치일본의오타쿠들처럼국내에서웹툰을선호하는젊은세대들은기존과는변화된환경을즐기고있다는것이다. 이런반응은입소문의원천인 SNS를통해무섭게퍼져나간다. 웹툰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수많은지지자들은영화의완성도와무관하게, 은위열풍 을이어나갔다. 그들은웹툰에높은충성도를갖고이문화적현상에기꺼이동참했고, 따라서영화적성취는다분히부수적인것이었다. 또 < 늑대소년 > 과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세계관은일본에서유행했던세카이계 ( 世界系 ) 와무척흡사하다. 세카이계상상력은, 한마디로주인공과연애상대의작은감정적인인간관계 ( 너와나 ) 를사회와국가같은중간항의묘사를넣지않고, 세계의위기나세계의종말이라는거대한존재론적문제에바로직결시키는상상력이다. 다카하시신의만화 최종병기그녀 와신카이마코토의 < 별의목소리 > 가그런경우다. 우리의경우 고질라의나라 처럼세계의종말을논하지는않지만, 늘사회나국가를환기시키는것으로군부가등장한다. 그것이주인공들의욕망을처벌하는기구로작동하고있다. 늑대소년철수 ( 송중기 ) 가순이 ( 박보영 ) 와의소박한사랑을이루지못하는것은그를맹목적으로사살하려는군부의대령 ( 서동수 ) 때문이다.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경우, 이런사상적장벽이더욱가시화된다. 영화는엉뚱하게도바보놀이를하는동네간첩원류환 ( 김수현 ) 이주인공이다. 그는남한의최하층달동네사람들과어울려가족이되지만, 끝내사살당할수밖에없는운명이다. < 늑대소년 > 과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주인공은둘다판타지의세계속에서만행복할수있다. 박스오피스가이미입증한것처럼, 관객은더이상민족을기반으로한블록버스터의거대서사에집착하지않는다. 오히려탈신화적이며탈이데올로기적인차원에서개인적인욕망에흥미를보인다.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남북문제나간첩 ( 남파특수공작원 ) 이야기를비현실적인 ( 판타지 ) 방식으로처리하였고, 그리고그런방식은전혀문제가되지않았다. 꽃미남캐릭터영화역시흥행을위해보편적인감정에의존하고있다. 늑대소년철수도원류환도결코가족이허락되지않는존재들이다. 대신순이엄마 ( 장영남 ) 나석이슈퍼를운영하는전순임 ( 박혜숙 ) 아줌마가이들의대리어머니역할을해준다. 특히전순임은원류환에게준통장을통해그를자신의 작은아들 이라고칭한다. < 늑대소년 > 과 < 은밀하게위대하게 > 는여성을위한판타지드라마로머무는것이아니라, 가족멜로드라마의정서가기반을이룬다. < 늑대소년 > 은그저송중기와박보영의순수멜로인것처럼회자되지만, 영화의초반부는가족멜로드라마의화법으로 6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관객들과소통하고있다. 순이가이사온집에서낯선옆집사람들과밥을먹는에피소드 ( 대가족을연상시키는식사장면 ) 나동생순자 ( 김향기 ) 를비롯해동네아이들과야구를하는장면등은가족영화의 ABC 를그대로따르고있다. 전반부의이러한장면들은영화가따뜻한정서를생성하는데에한몫을한다. 반면 < 은밀하게위대하게 > 가가족멜로드라마의정체성을노골적으로밝히는것은중반이후이다. 영화의마지막에서전순임과원류환은아들을잃어버린엄마 ( 더불어엄마품으로돌아갈수없는아들 ) 의아픔을더한다. 3 가족멜로드라마, 관객폭키워 두영화뿐만아니라가족멜로드라마의성취는스크린에서꾸준히지속되고있다. 824만명을모은 < 과속스캔들 >(2008) 에서남현수 ( 차태현 ) 는무책임하고철없는아버지의전형을그린다. 일종의성장드라마처럼그도아버지가되기위해숱한시행착오를겪는다. 또한차태현은웃고울리는전형적인가족코미디 < 헬로우고스트 >(301만명 ) 와, 장르는범죄영화지만온가족이볼수있도록만들어진 < 바람과함께사라지다 >(490만명 ) 를이끌기도하였다. 배급사 NEW의트레이드마크가된것이이런가족영화이다. 이영화들은가족관객이라는소구층을파고들었는데, 이는분명아이들만주로보는키즈영화 ( 애니메이션 ) 와는다른시장이다. 캐릭터를놓고보면 < 과속스캔들 > 에서서른중반의아버지남현수는가부장제의아버지상과크게다르지않다. 그럼에도차태현이라는배우의독특한매력덕분에아버지의이미지는조금더귀여워진다. 1960년대서민가장의전형이 < 로맨스빠빠 >(1960) 의과묵하고애정표현에서툰김승호였다면, 오늘날의가장은 MBC 예능 < 아빠! 어디가?> 의자상한아버지들이다. 그들은육아에참여하는아버지로, 친구같은아빠 이다. 젊은세대는기존의엄한아버지상에서벗어나 프렌디 라불리는친구같은아빠를선호한다. 그리고이는영화속에서 < 과속스캔들 > 로구체화되었고, <7번방의선물 > 에서정점에이르렀다. 용구 ( 류승룡 ) 와예승 ( 갈소원 ) 부녀를내세운 35억짜리 ( 총제 58억원 ) <7번방의선물 > 은여덟번째로천만영화리스트에이름을올렸다. 한국영화사상최대관객을동원한 < 괴물 >(1,301만명 ) 이나 < 도둑들 >(1,298만명 ) 처럼블록버스터급영화도아니었지만, 투자대비성능비에서최고의효율을선보였다. 언론은이영화의힐링효과에주목했다. 힐링 이라는단어가최근문화적화두가된만큼이영화를정의내릴수있는적절한단어인것은분명하다. 이환경감독은 경제적으로나정신적으로힘든시기에는사람들이울고웃고싶은욕구가있다. 이런타이밍에 <7번방의선물 > 이자연스럽게틈새를파고들었다 고진단한다. 하지만관객들의이런욕구를건드린다고해서무조건 1천만영화가탄생하는것은아니다. 좀더복합적인원인이작용하였다. 1월 23일개봉한 <7번방의선물 > 은 605개스크린으로시작해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했지만, 8 일만에 < 베를린 > 에그자리를빼앗겼다. < 베를린 > 의매출액점유율은 42.8% 로, 39.1% 에머문 <7번방의선물 > 을꺾었다. 이때만해도 < 베를린 > 이계속날개를펼칠것으로예상되었다. 하지만 3주째인 2월 7일에다시 <7번방의선물 > 이 1위를탈환한다. <7번방의선물 > 이근소한차이 7

로 < 베를린 > 을앞서기시작한것은설날연휴가시작되는주말이었기때문에가능했다. 스크린수가거의비슷한상황이다보니, 설날같은명절에는아무래도가족이함께볼수있는 <7번방의선물 > 이조금더유리했다. <7번방의선물 > 은설연휴가시작된 8일에 527만명을모았고, 연휴가끝난 12일에는 730만명을돌파했다. 그후 2월 20일까지계속해서 1위를차지했다. 설날에가족관객이몰리면서 아빠관객 으로불리는중년남성관객들이적극적으로유입됐다. 사랑해아빠! 라고외치는귀여운예승이에게모두들마음이흔들렸다. 이처럼설날시즌에중 장년층관객이부쩍늘어난것이 700만명을쉽게돌파하는디딤돌이되었다. 2월 21일에는 < 신세계 > 에 1위자리를내주었지만, 여전히매출액점유율 28.4% 를유지할정도로상승세가꺾이지않았다. 결국개봉한지 32일만에 <7번방의선물 > 은 1천만영화대열에합류했다. 그후 3월 13일까지 2위를고수했고, 개봉 6주째에도예매율 1위를기록하는일이일어날정도로기적은계속되었다. <7번방의선물 > 의경쟁작이었던 < 베를린 > 과 < 신세계 > 는각각 716만명과 468만명을모았다. <7번방의선물 > 을막을영화가없었던것이아니라, 함께경합하는분위기가한국영화의붐을일으켰다. 1월 9일에개봉한 < 박수건달 > 을필두로한국영화들은꾸준히승승장구했다. 389만명이본 < 박수건달 > 은기존의조폭코미디에무당이라는요소를가미해판타지로둔갑시킨경우였다. 놀랍게도이시기에철저히외면을받은것은, 김지운감독의 < 라스트스탠드 > 와박찬욱감독의 < 스토커 > 였다. 할리우드로진출한한국의대표감독들은국내시장에서놀라울정도로참패했다. 예전처럼할리우드진출을성원하는움직임도없었고, 심지어두영화를그저할리우드영화로받아들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 전산화된극장의 99%) 기준 <7번방의선물 > 은예고편부터 < 가문의영광 > 류의 B급코미디로보였다. 오히려그것이관객들의기대치를낮춘효과도있다. 당연히가벼운웃음이주무기인영화라고여겼지만마냥가볍기만한것은아니었다. 일반적인가족멜로드라마의법칙을충실히따르면서도, 교도소에소녀가같이산다는판타지적인설정이영화속에자연스럽게녹아들면서관객들의호응을일으켰다. 홍보관계자는 타한국영화와경쟁을벌이면서상승효과가일어났다. 따뜻하게볼수있는영화라서겨울에통한부분이있다. 만약무더운시기에상영했다면잘될영화는아니었다. 올해상반기에개봉시점을잡은것이좋았다. 1천만을돌파한이후에도흥행흐름이꺾이지않았다. NEW가극장이없는배급사라서한계가있음에도이렇게신드롬을일으킨것은순전히관객의힘이었다 고말한다. 그동안지적장애인이주인공으로등장한영화는더러있어왔다. 예를들어 < 말아톤 > 은 8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514만명, < 맨발의기봉이 > 는 234만명이봤다. 하지만죄수번호 5482번용구를이런영화의아류캐릭터라고생각하는사람은아무도없다. < 아이엠샘 > 의숀펜과다코타패닝을말하지도않는다. 이들과는캐릭터가다르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7번방의선물 > 은드라마의힘이강하다는측면에서 < 맨발의기봉이 > 보다는 < 말아톤 > 에가까웠다. 사실 <7번방의선물 > 은종합선물세트처럼다양한에피소드들을지니고있다. 굳이분석하면, < 말아톤 > < 바람과함께사라지다 > < 부러진화살 > 등의성공작콘셉트를총망라한영화이다. 아버지의가족멜로드라마 ( 부성애 ) 에조연들 ( 교도소죄수들 ) 의앙상블연기와법정드라마적인요소까지포함했다. 즉, 여러요소들이추가되면서기존영화와의차별점을확보하였다. 보통의코미디라면아빠용구를위한가벼운해피엔딩을준비했겠지만, <7번방의선물 > 은넘어설수없는현실의장벽을드라마안에포진시킨다. 궁극적으로억울하게누명을쓰고죽은아버지를애도하는영화이다. 뜻밖에도무능력한아버지가딸을위해기꺼이희생하는남성멜로드라마가이영화의히든카드였다. 관객에게는이런요소가신선하게다가왔다. 어떤의미에서는늑대소년과간첩과마찬가지로, 마트에서일하며월급으로고작 63만원을받는하층민아버지가이자본주의사회에서살아남을수있는방법은없다는것을제시한다. 사회에서동떨어진교도소의죄수들만이그의가치를알아볼뿐이다. 결국용구가공존할수있는세계는현실에는없다. 9

4. 2013 년한국형블록버스터는무엇을남겼나? 이처럼가족을기반으로한캐릭터영화들이꾸준히성공하는분위기속에서올여름세편의한국형블록버스터들이관객을찾아왔다. 사실 <7번방의선물 > 의성공요소를분석하면최근한국형블록버스터의문제점은더욱명확해진다. < 타워링 >(1974) 을벤치마킹한 < 타워 > 는지난해크리스마스에개봉해 518만명을모으며흥행에는성공했지만, 1,145만명이든 < 해운대 > 와비교하자면참패에가까웠다. 그나마 < 타워 > 의드라마는이대호 ( 김상경 ) 의딸하나 ( 조민아 ) 와소방대장강영기 ( 설경구 ) 의죽음에포인트를두면서소기의성과는올렸다. 하지만 < 해운대 > 의아류작 이라는꼬리표를떼어내지는못했다. 한국형블록버스터에서도귀여운딸의등장은이제하나의 공식 으로자리를잡았다. < 감기 > 역시인해 ( 수애 ) 의딸미르 ( 박민하 ) 가바이러스를막는열쇠가된다. 반면 예승이 의힘이절실히필요했던영화도있다. 바로 < 미스터고 > 이다. 순제작비로 230억원이투자된 < 미스터고 > 는개봉첫날 840개의스크린을잡았으나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하지못했다. 게다가개봉 9일만에박스오피스 5위로추락했고, 최종스코어는 132만명에머물렀다. 아무도예상치못한결과였다. < 은밀하게위대하게 > 의흥행성공이후탄력을받은배급사쇼박스는 < 미스터고 > 를내심 1천만영화라고자부하는분위기였지만결과는기대와달랐다. 만약고릴라링링을조련하는것이중국소녀가아니라 국민딸 갈소원이었다면어땠을까? 이런질문만으로도 < 미스터고 > 가무엇을놓쳤는지그림이그려진다. 1 캐릭터영화의특성을파악하라 < 미스터고 > 는예고편부터 야구하는고릴라 의위용을과시했지만, 이렇다할반응을일으키지는못했다. 이흥행실패는한마디로관객의욕망을읽어내지못한데서기인한다. < 미스터고 > 라는제목부터스스로답하고있듯이, 이영화는캐릭터영화이다. 하지만고릴라링링과사랑에빠진관객은거의없었다. 궁금증을자아내는티저트레일러의효과는미약했고, 마케팅에서중요하게차지했던링링의털묘사나 3D의기술적인완성도는관객의흥미를끄는요소들이아니었다. < 미스터고 > 에대한언론기사들은대부분기술적성과에초점이맞추어졌지만, 842만명이본심형래의 < 디워 > 때와는분위기가달랐다. 그간특수효과 (VFX) 의기술적도약은꾸준히이어져왔고, 이런식의비주얼적욕망에집착하는관객은이제거의없다. 결과론적으로따지면영화적기술에대한과시는오히려독으로작용했다. 고릴라링링의특수효과가아무리뛰어나도 < 혹성탈출 : 진화의시작 > 의시저처럼관객의마음을훔치지는못하였다. 김용화감독의덱스터스튜디오는링링을사실적으로묘사하는데에초점을맞추었고, 시저처럼의인화된방식으로고릴라를표현하지않았다. 반면, 배급사쇼박스는 < 미스터고 > 를스스로 판타지영화 라고정의하였다. 여기서모순이발생했다. < 미스터고 > 의전체적인분위기가판타지라고한다면, 링링은관객과의소통이가능하도록의인화된특성을지니고있어야한다. 스크린을바라보는관객들을의식한채눈을 10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마주치며웃음과눈물로감정을전달했어야했다. 하지만링링은다큐멘터리속의고릴라처럼과도하게사실적으로움직였고, 그런고릴라가야구를한다는것은어딘가어색하게느껴졌다. 이는캐스팅에서도마찬가지였다. 일단웨이웨이역에쉬자오를기용하면서 < 미스터고 > 는국내관객에게정서적으로중국영화처럼다가왔다. <CJ7- 장강7호 >(2008) 에서주성치의아들로등장했던쉬자오는쉽게우리의국민딸이될수없었다. 만약관객이소녀나고릴라와교감할수없다면영화를이끄는스타에의존하는것이기본이지만, < 미스터고 > 에는블록버스터를책임질수있는대형배우조차없었다. 3D 기술을개발해 SF영화에도전했던 <7광구 > 의경우, 최악의평가에도불구하고 224만명을모았고개봉후 6일동안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했다. 이것은영화의힘이라기보다는하지원이라는스타의관객동원능력이었다. 하지만 < 미스터고 > 에는얼굴마담을할수있는스타마저부재했다. 설령제작단계에서이런문제점이발생했다고하더라도마케팅을준비하는단계에서블라인드시사회등을통해그문제를충분히발견할수있다. 잘알려진대로 CJ의 < 해운대 > 는재난영화의스펙터클에중점을두었었다. 하지만시사회결과가좋지않자, 기술적인스펙터클보다는드라마에방점을찍는마케팅으로전환하면서분위기를역전시켰다. 만약 < 해운대 > 가스펙터클과특수효과에만천착한마케팅을고집했다면 1천만영화에합류할수없었을지도모른다. 이처럼 < 미스터고 > 도약점으로파악한지점을보완하는계획이있어야만했다. 예를들면쉬자오를보다국내에친숙한배우로만들면서인지도를높이는것이필요했다. 하지만 < 미스터고 > 는치밀한전략이부족했다. 판타지블록버스터를제작할때, 가장중요한것은감독의욕망을마음껏표출하는것이아니라관객의욕망을건드릴수있는접점을찾는것이다. 이런커뮤니케이션의기본을지키지않는다면영화는도박이될수도있다. 그렇다면한국형블록버스터는투자가치를잃을수밖에없고, 영화산업은위축될위험에처하게된다. 한국형블록버스터를감싸던일종의보호막 ( 국가나민족이데올로기 ) 은 <7광구 > 나 < 미스터고 > 를거치면서무너졌다. 특정영화의산업적성과 ( 글로벌무대진출 ) 를위해응원하며지지하는시대는이미막을내렸다. 2 논란 을이용하라 반면 < 설국열차 > 는영화기획부터마케팅까지철저한계획으로좋은성과를이끌어냈다. 공식개봉일인 8월 1일하루전, 이미 849개스크린에서 41만명을모으면서돌풍을일으켰다. 8월 4일에는 1,128개의스크린에서상영되었고, 14일동안 1위를차지했다. 개봉 7일만에 415만명을모았고, 23일만에 850만명의관객을열차에태웠다. 실로엄청난속도다. 그러나 4편의한국영화 (< 설국열차 > < 더테러라이브 > < 감기 > < 숨바꼭질 >) 가 8월 14일부터경합을벌이면서 <7번방의선물 > 같은뒷심을선보이기는어려운상황이다. 공교롭게도이들영화는한국의고도성장을비판한다는의미에서모두정치적인요소가강하다. 8월 21일에 4편의매출액점유율을합산해보면, 무려 90.2% 나된다. 이렇듯 4편의영화가진검승부를펼치면서 < 설국열차 > 의관객감소폭은점점커지고있다. 예고편클릭수가 56만건을넘고, 7월 31일에 64.9% 의예매율이나온것을보 11

면 CJ가배급한 < 설국열차 > 에대한관객들의기대치는무척이나높았다. 기본적으로봉준호감독에대한기대가그만큼반영된것이지만, 마케팅도크게기여했다. < 설국열차 > 는반전이나비밀에대한스포일러가워낙많은작품이라홍보관계자가 이영화는모든것이폭탄 이라고말하면서리뷰작업이나인터뷰과정에서스포일러를철저히지켜달라고요청하기도했다. 영화가재미없다고비판을해도좋으니스포일러만은안된다 고당부할정도였다. < 설국열차 > 는계획대로 떡밥 을뿌리면서흥미를유발했고, 이런리스크를안전하게최소화하면서영화의신비주의를유지한것이개봉첫주에폭발적인출발을하는데큰힘이되었다. 개봉을코앞에두고크리스에반스와틸다스윈튼이내한해레드카펫행사를한것도꽤주효했다. 두배우에대한반응은영화사나홍보관계자들도놀랄정도로뜨거웠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 전산화된극장의 99%) 기준 역시화룡점정은 < 설국열차 > 의찬반논란이었다. 지지층이확실하게갈리면서나름관객들에게흥미를부추겼다. 더욱이같은날개봉한경쟁작 < 더테러라이브 > 와경합을벌이며더욱힘을받은부분도있다. < 설국열차 > 와 < 더테러라이브 > 는시스템안에서의개인의아픔과분노에대해초점을맞춘다. < 더테러라이브 > 에서테러범의아버지 ( 일용직노동자 ) 나 < 설국열차 > 의꼬리칸사람들은모두자본주의의메커니즘에의해희생을강요당한다. 이런절대적인공감이두영화의흥행을이끄는원동력이되었다. < 설국열차 > 는단숨에질주해개봉 19일만에 800만명을돌파하다보니, <7번방의선물 > 처럼우여곡절이있는것은아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배급한 < 더테러라이브 > 가 22일동안 519만명의관객을동원하면서 < 설국열차 > 에맞불을놓은게가장눈에띈다. 보통은 1천만영화의경우, 600만이나 700만명을넘어설때나름의터닝포인트나쏠림현상을일으킨분기점이있기마련이지만 < 설국열차 > 는별다른특성없이흥행질주를했다는것이홍보관계자의주장이다. 영화속단백질블록을연상시키는양갱의판매가 300% 급증하거나, 설국빙수 가나오거나, 다양한패러디동영상이등장하는것은시너지를일으키는현상이지만, 이것이얼마나흥행에직접적인영향을미쳤는가는제대로알수없다. 맥스무비의데이터에따르면, 개봉 11일차기준으로 < 설국열차 > 의재관람률이역대최고수준이라고할수있는 5.56% 를나타내었다. < 광해, 왕이된남자 > 가 3.69%, <7번방의선물 > 이 4.99% 의재관람률을기록한바있다는점에서놀라운수치이다. 그럼에도 < 괴물 > 과는양상이다른데, 개봉 25일만에 912만명을모은 < 괴물 > 은관객이꾸준한증가세를보였다. < 괴물 > 은 35일동안이나박스오피스 1위를차지했다. 반면 < 설국열차 > 는영화에대한해석이잡음을일으키면서관객사이에서이야기가양산 12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된형태로, < 괴물 > 에비해서는한계가있다. 어쨌든 < 설국열차 > 를둘러싼설왕설래가 1천만영화를향해달리게만든원동력이었다는것은부인할수없을듯하다. 이번여름시장에서 < 미스터고 > < 설국열차 > 에이어세번째로등장한한국형블록버스터 < 감기 > 는 7일만에 209만명을모으면서선방하는수준에머물렀다. 선두주자들이가속도를내면후발주자의추격은항상어려워질수밖에없다. 예고편공개이틀만에 70만조회수를넘긴 다크호스 < 숨바꼭질 > 에게추월당하면서점점더밀리고있다. 8월 21일의 < 숨바꼭질 > 관객수는 20만명으로, 10만명에머문 < 감기 > 를두배차로따돌리기시작했다. 순제작비가 100억원인 < 감기 > 는해외세일즈까지고려하면 300만명의관객만모으면손익분기점에도달한다. 배급사의목표역시 350만명정도였으니, 크게차이가나는것은아니다. 또현재의추세라면 300만명동원은충분히가능할것으로보인다. 그러나한국형블록버스터라는이름에는걸맞지않는앙상한결과인것도사실이다. 다만이영화의소극적인마케팅방식이영화를위축시켰다는의심은지울수없다. < 감기 > 는그저 < 연가시 > 의속편 이라는인상에머물고있는데, 아류로보이는영화가 < 연가시 > 의 451만관객을넘을수없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다. 13

5. 관객의마음을훔칠 캐릭터 를찾아라 8월여름시장에서 4편의한국영화가이렇게두드러진것은이례적인사건이다. 반면할리우드외화들은전혀힘을쓰지못하고있다. 올해는 900만명의 < 아이언맨 3> 와, 523만명의 < 월드워 Z> 를빼고나면이렇다할성적을낸할리우드영화가없었다. 이렇듯외화경쟁작이없는상황에서한국영화끼리박빙의승부를펼치면서, 관객들은승자 ( 흥행스코어 ) 에더욱주목하고있다. 그것이현재한국영화들이무한경쟁에도압사하지않고, 모두상생하는이유이다. 정작영화보다는한국영화가파생시키는신드롬이관객들에게는뒤풀이행사처럼더욱재미있게느껴지는지도모르겠다. 오늘날상영시장에서한국형블록버스터라고해서특별한찬사를받거나흥행에서이점을얻는것은아니다. 더욱이영화의규모나특정장르가모범답안이될수도없다. < 설국열차 > 와 < 더테러라이브 > 가흥행하고, < 미스터고 > 와 < 감기 > 가기대에못미친것은결국캐릭터의힘이다르기때문이다. 관객은 < 설국열차 > 의남궁민수와 < 더테러라이브 > 의윤영화캐릭터가지닌불온함 ( 반항과체제전복성 ) 에매료되었다. 이런캐릭터영화의특징은, 다양한도둑캐릭터를세분화시킨 < 도둑들 > 이나감시업무를담당하는경찰관의세계를그린 < 감시자들 >(550만명 ) 에서도충분히찾아볼수있다. 또올가을개봉예정인쇼박스의 < 관상 > 이나 < 화이 : 괴물을삼킨아이 > 조차장르는달라도역시캐릭터 ( 앙상블연기 ) 영화의특성을고스란히갖고있다. < 관상 > 의포스터는주연배우들의얼굴을내걸고각각의캐릭터를직접내보인다. 또 < 화이 : 괴물을삼킨아이 > 는 5명의범죄자를아버지로둔소년의이야기로, 이한문장안에이미캐릭터와아버지 ( 가족드라마 ) 에관한것이모두담겨있다. 그래서이두영화가 < 도둑들 > 의 캐릭터신화 를재현할수있을지더욱관심이쏠린다. 최근한국영화의성공작들에는아주인상깊은장면들이있다. < 도둑들 > 에서총을제일먼저뽑아서난사하는것은첸 ( 임달화 ) 이다. 총에어색한한국배우들이아니라임달화가총격신을폼나게열어주었기에액션의질이매끄러워진다. <7번방의선물 > 에서는교도소로몰래갖고들어온박스를열고딸예승이가나오는순간이다. 이는도저히현실성이없는상황이지만, 귀요미 예승의표정때문에관객들은그런논리를따지지않고받아들이게된다. 놀랍게도예승은관객과스크린의장벽을허문다. 이렇듯최근한국영화는만화적상상력이나판타지를동원하기도한다 ( 이것을 영화적상상력 이라부를수도있다 ). 중요한것은위와같은순간에도관객들이이를 영화적리얼리티 로쉽게수용한다는점이다. 즉, 관객이수용 ( 공감 ) 할수있는접점은이제플롯보다는캐릭터의힘에더의존하고있는듯보인다. 이포인트만찾을수있다면어떤장르를선택하든, 영화를통해어떤욕망을분출하든, 그다지문제가되지않는다. 어쩌면이제는 블록버스터 나 천만영화 라는가시적인키워드보다 캐릭터 가더욱중요한듯하다. 관객의두근거리는심장을훔치는 14

한국영화흥행공식, 무엇이달라졌나? 것은바로이들캐릭터이기때문이다. 관객이욕망하는캐릭터를찾는것이성공의열쇠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