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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한신경학0201

Transcription:

프랑스문화연구 제 24 집 2012. pp. 41~68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1) 배영달 ** 차 례 1. 서론 2. 사물의개념 3. 사물의황홀경 4. 사물이라는악마 5. 사물의체계에서사물의운명에이르기까지 6. 사물의우위 7. 결론 1. 서론 보드리야르는탈근대세계에서자신의새로운형이상학을구상한다. 이새로운형이상학과관련하여, 그는현실원칙과인식원칙을재검토해야할필요성을강조한다. 사실전통적인형이상학은궁극적인현실을개념화하려는시도였으며, 인식원칙은주체와대상의관계에서대상에대한주체의우위를전제로했다. 그러나보드리야르가바라보는탈근대세계에서는 인식은주체와대상간의싸움이며, 이러한싸움은대상자체를사라 * 이논문은 2012 학년도경성대학교학술연구비지원에의하여연구되었음. ** 경성대학교프랑스지역학과

42 배영달 짐의영역으로간주하는주체의절대적지배의상실을초래한다. 1) 요컨대주체와대상간의게임은끝났으며, 주체는사물의세계에대한지배권을포기해야한다는것이다.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 오늘날에는그누구도권력의주체, 지식의주체, 역사의주체임을자처할수없다. 2) 그러므로가능한전략은대상 ( 사물 ) 쪽에서찾아야한다는것이다. 보드리야르의이러한견해에비추어보면우리는인간과무관한최종단계로부터, 우리를기이하게끌어당기는힘의역할을하는사물로부터세계를파악할수있다. 보드리야르의사유에서 세계는변증법적이지않다. 세계는균형을향해서가아니라극단으로나아간다. 3) 그리고사물들은논리적으로혹은변증법적으로발전하지않고오로지무질서하게혹은되어가는대로발전하며, 극단적이되고있고한계를넘어서고있다. 그리하여보드리야르는사물의궤적과사물이경계와한계를넘어서증식하고확장되는것을분석하고자한다. 보드리야르의이러한분석은자신의사유의뿌리에해당하는 사물의체계 Le système des objets 로부터시작되어 숙명적전략 Les Stratégies fatales, 자기자신에의한타자 L'autre par lui-même, 불가능한교환 L'Échange impossible 에서아이로니컬한양상을띠면서구체화된다. 실제로탈근대세계에대한탐구에서보드리야르의사유를끊임없이움직이게한철학적주제는사물개념이다. 그의텍스트들을읽으면, 사물은언제나텍스트의어디에서나출현한다. 그는언제나사물을사유하고탐색했기때문이다. 오늘날우리는때때로 사물이란무엇인가 라는물음에직면하기도하고사물을재발견하려는움직임을목격하기도한다. 이런의미에서보드리야르가바라보는사물과사물세계에대한탐구는사물의심오한실재에대한근원적인물음을제기할수있다. 1) Jean Baudrillard, L'Échange impossible, Galilée, 1999, p. 35( 약호 EI). 2) Jean Baudrillard, Les Stratégies fatales, Grasset, 1983, p. 166( 약호 SF). 3) SF, p. 9.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43 이글에서는보드리야르의사유의근원을이루는 사물이란무엇인가 에초점을맞추면서사물과사물세계를탐색하는보드리야르가극단에대한찬양과변증법과균형 ( 혹은통합 ) 에대한거부를통해어떻게사물세계와자신의사유방식을연결하는지를살펴볼것이다. 사물과사물세계에대한보드리야르의비전은대체로주체를압도하고유혹하는사물의힘, 즉주체에대한사물의우위, 사물의증식과사물의승리 ( 복수 ) 와관련된다. 맨먼저보드리야르의사유세계에서일관된철학적주제인사물의개념에대해살펴볼것이다. 그리고탈근대세계에서사물이극도로증식되는과정에서발생하는사물의황홀경은어떤양상을띠며, 우리는왜사물의황홀경에빠져들게되는지, 사물이라는악마는왜순수한사물의황홀한형태로, 주체의전략에승리하는사물의전략으로나타나는지를검토할것이다. 어떻게보면그것은사물의운명에연결되어보드리야르가말하는숙명적전략으로나타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여기서는사물의숙명적전략이주체의통제로부터벗어나고주체와사물의변증법의이면을공격하는것에대해구체적으로검토하고, 나아가그것을통해기묘한전략을지닌사물의수수께끼속에서사물의증대하는매혹과유혹, 사물의우위와복수를분석하고주체와사물의관계에대한바람직한대안적형태의가능성을가늠해볼것이다. 2. 사물의개념 탈근대문명에대한탐구에서보드리야르의독창성을집약하는철학적주제는사물개념이다. 사실한문명전체의위상은사물의존재방식과더불어변화한다. 문명이해의문제를사물의주제를통해서사유하고탐구하는것은보드리야르의텍스트의어디에서나나타난다. 사물의존재와의미를규명하기위하여먼저보드리야르는주체와사

44 배영달 물의관계를뒤집어놓는다. 예전에주체가사물에자신의리듬을부과했다면, 오늘날에는사물이주체에게자신의불연속적인리듬을부과하게될것이다 4) 라고보드리야르는말한다. 그는사물의변화된환경을주목한다. 그리고그는탈근대문명이낳은체계적이고불안정한세계속에서주체를유혹하고매혹하는사물과사물세계를탐구한다. 보드리야르의사유세계에서사물은전형적인 암호 였을지도모른다. 처음부터그는이러한관점을택했다. 왜냐하면그는주체의문제와결별하고자했기때문이다. 사물의문제는바로사물의해결책을의미했는데, 그것은그의사유방식으로존속했다. 그점에있어서는시대와연결된이유들이있었다. 말하자면생산의우위에서소비의우위로의이행은사물을가장중요한것으로평가했다. 물건을하나씩만들어내는시대에는모든사물은세상에단하나만존재하는유일한물건이었다. 하지만대량생산과더불어물건이대량으로소비되는시대에는사물의개념자체가바뀐다. 이제사물은그것과똑같은다른것들이얼마든지존재하는어떤것으로간주된다. 대량생산되는사물은사물의의미와지위를바꾸어놓았다. 사물은단순한물질적실체가아니라의미작용을하는실체이다. 실제로보드리야르의관심을끌었던것은자체속에서만들어진사물들이아니라사물들이서로에게말했던것, 즉사물들이만들어내었던기호의체계이다. 보드리야르의관점에서보면이기호의세계에서는교환과사용, 가치와등가를초월한사물의지위변화에대한꿈이존재했다. 이기호학적형식화이면에는사물의근원에대한무의지적기억이존재했다. 보드리야르에게사물은거의정열을지닌것처럼보였다. 혹은어쨌든사물이고유한삶을지닐수있으며, 나아가일종의자율성과, 사물의지배를너무도확신하는주체를복수할수있는능력을획득하기위해자기사용의수동성에서벗어날수있는것처럼보였다. 사물은늘무기력하고말없 4) Jean Baudrillard, Le système des objets, Gallimard, 1968, pp. 222-223.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45 는세계로간주되었는데, 사람들은사물의이러한세계를창조했다는구실로마음대로이용한다. 하지만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 사물의이러한세계는자신의사용을넘어선무엇인가말할것을지녔다. 말하자면사물세계는아무일도그저단순히일어나지않는기호의지배속으로들어갔다. 왜냐하면기호는언제나사물을사라지게하는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사물은실재계뿐만아니라실재계의부재, 특히주체의부재를나타냈다. 보드리야르에게이전의경계와목적을넘어서는사물과사물세계의탐구는다영역성을요구했다. 그러나이다양한접근에대한실제적인관심이무엇이건간에보드리야르를항상사로잡은것은사물이해방되고부재하는방식이다. 다시말하면사물그자체속에 불안한기이함 으로남는것이다. 어떻게보면사물은바타이유가말한바있는결코해결되지도구원받지도못할 저주받은부분 에서생겨날지도모른다. 보드리야르가보기에사물의구원은존재하지않는듯하다. 주체가지배할수없는사물의 잔재, 말하자면주체가풍부함과축적을통해일시적으로대처한다고믿고있지만주체와사물사이의관계의장애물을증가시킬뿐인사물의 잔재 가어디엔가존재하는것처럼보인다. 처음에주체는사물을통해소통하지만, 그다음에는사물의증식이이소통을정지시킨다. 사물은끔찍한역할을맡는다. 그것은 사물이모든단순한기능성을실패하게한다는점에서는완전한자격을가진관계자 5) 와같다. 바로그점에서사물은아이로니컬하게보드리야르의관심을끄는것처럼보인다. 3. 사물의황홀경 탈근대의세계는모델과패션, 초과실재와시뮬라시옹속으로들어가는 5) Jean Baudrillard, Mots de passe, Pauvert, 2000, p. 17.

46 배영달 경향이있다. 탈근대문화는경쟁과표현의유희에서불확실성과현기증의유희로이행하고있다. 토대에관한불확실성으로인해형식적특성이현기증이날정도로지나치게증대하는것이다. 말하자면우리는황홀경의형태에직면하고있다. 예를들어사회적인것의황홀경 ( 대중 ), 육체의황홀경 ( 비만 ), 성의황홀경 ( 외설스러움 ), 폭력의황홀경 ( 공포 ), 정보의황홀경 ( 시뮬라시옹 ) 에빠져들고있다. 보드리야르의견해에따르면상품 자본 패션 광고 성 육체 미디어 정보 코드 모델 사회적인것 정치적인것 예술등은인간을압도하고유혹하는사물들이다. 그러면사물의황홀경이란무엇인가? 오늘날도처에서사물이범람하고포화상태에도달함으로인해사물이이상증식하고이상발달하게된다. 이는바로보드리야르가말하는사물의황홀경이다. 사물의황홀경은사물이극도로증식하고확장되는것이다. 황홀경은스스로를벗어나거나초월하여나아가는것이다. 그리고 황홀경은의미를상실하기에이르기까지자기주위를맴돌며자신의순수하고공허한형태속에서빛나는모든사물에고유한특성이다. 6) 패션은아름다운것보다더아름다운아름다운것, 즉아름다운것의황홀경이자소용돌이치는미학의순수하고공허한형태이다. 텔레비전은실재보다더실재적인실재, 즉실재의황홀경이다. 포르노는성보다더성적인섹스, 즉성의황홀경이다. 광고는상표의순수하고공허한형태속에서사용가치와교환가치가폐기될때까지소용돌이치는상품의황홀경이다. 이런식으로오늘날예술도그자체에서벗어나고그자체를부정하려고한다. 예술이실현되려고하면할수록, 더욱더예술은하이퍼리얼하게되고자신의공허한본질속에서자신을초월하려는경향이있다. 병의물기를빼는병걸이를전시하는뒤샹의창조적행위만큼이나순수하고공허한형태속에서창조적행위를빛나게하는것은거의드물다. 평범한사물의황홀경은동시에회화의행위를자신의황홀한형태에이르게한다, 6) SF, p. 12.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47 이런관점에서탈근대세계에서사물은자신의한계를넘어서고위반하고있다. 사물은더이상논리적으로혹은변증법적으로발전하지않고오로지무질서하게혹은되어가는대로발전한다. 사물은글자그대로의의미로극단적이되고있다. 사물과사물의본질이더이상조화롭게될수없는것은사물이자신의정의를무시하고자신을초월하기때문이다. 사물은사회적인것보다더사회적인것 ( 대중 ) 이되고, 뚱뚱한것보다더뚱뚱한것 ( 비만 ) 이되고, 격렬한것보다더격렬한것 ( 공포 ) 이되고, 진짜보다더진짜 ( 시뮬라크르 ) 가된다. 이는사물세계에대한보드리야르의견해를함축적으로설명하는예시가된다. 탈근대시대에는사물세계에대한새로운관계가형성되는데, 이는사물의은밀한특성을급진화하는미묘한형태로나타난다. 가령진짜보다더진짜는가짜보다더가짜에대립된다. 아름다운것과추한것은대립되지않고추한것보다더추한것이추구되며, 보이는것과숨겨진것이대립되지않고숨겨진것보다더숨겨진것이추구된다. 고정된것과움직이는것이대립되지않고움직이는것보다더움직이는것이추구된다. 진짜와가짜는구별되지않고가짜보다더가짜가추구된다. 이러한결과는소용돌이를벗어나면실재보다더실재적인것, 즉초과실재로예증되는매혹적인것이탄생된다는것이다. 이것은바로극단과극치의 소용돌이 다. 게다가사회적인것의수준에서사회적인것보다더사회적인것은바로사회적인것을둘러싼모든에너지 ( 무기력 저항 침묵 ) 를흡수하는대중이다. 사회적인것의논리는거기서자신의극단을발견한다. 다시말해서사회적인것의논리는자신의목적성을뒤집고무기력과전멸의상황에도달하는동시에황홀경에이르는지점을발견한다.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 대중은사회적인것의황홀경, 사회적인것의황홀한형태이자, 사회적인것이자신의완전한내재성속에반영되는거울이다 7) 7) 같은책, p. 14.

48 배영달 역시다른점에서실재는상상계를위해사라지지않는다. 실재는실재보다더실재적인것, 즉초과실재를위해사라진다. 시뮬라크르는진짜보다더진짜같은것이다. 공허는가득함앞에서가아니라포화상태앞에서사라진다. 말하자면가득한것보다더가득한것은바로비만속에서육체의반응, 외설스러움속에서성의반응, 공허에대한해제반응 (abréaction) 이다. 움직임은부동속에서보다는오히려속도와가속속에서, 말하자면움직임보다더움직이는것속에서, 움직임을극단에이르게하는움직임속에서사라진다. 성은승화와억압과도덕속에서사라지지않는다. 성은성보다더성적인것, 즉포르노속에서사라진다. 초과성적인것 (hypersexuel) 은초과실재적인것 (hyperréel) 과동시에이루어진다. 보다일반적으로말해서가시적인것은모호함과침묵속에서끝나지않는다. 가시적인것은가시적인것보다더가시적인것, 즉외설스러움속에서사라진다. 이러한논리에비추어보면황홀경은더높은수준처럼보이고배가되고강화된초과실재와 ( 완전히명백하고숨겨진것이라고는없는 ) 외설스러움의형태이다. 따라서탈근대세계에대한보드리야르의비전은과도한상품 과도한광고 과도한패션 과도한미디어 과도한정보 과도한메시지와욕구를확장하고분비하면서, 그리고통제되지않는성장과복제의소용돌이속에서모든합리적목적과경계를넘어서면서사물이이상발달과이상성장하는과정을보여준다. 4. 사물이라는악마 20세기초부터과학은미시적차원에서분석과관찰의장치가사물의변화를자극한다는사실을인정했다. 분석과관찰에의해소외받는것에불만족해하는사물은분석되고관찰되기를원하지않으며분석되고관찰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49 되는것을도전으로간주하고이에다른도전으로응하려고한다. 따라서자신이분석을통해실체화하는주체와, 이주체가자신의계산과조작에예속시키고자하는사물 ( 대상 ) 사이의싸움에대한가정은우리의관심을끌만큼매혹적이다. 이가정은환상적명백함에속한다. 그것은사실같지않은세계의객관성에대한가정이다. 여기서는무기력과수동성이아니라사물 ( 대상 ) 을예속시키려는모든시도를실패하게하는악마 (malin génie) 를가정해야한다. 데카르트의악마는분명하고명확하지않은것을받아들이도록그를유혹하려고한주체의술책이었다. 그러나데카르트는자신의주체성을지배하고압도할수있었다. 이와대조적으로 보드리야르의악마는데카르트가직면했던주체의인식론적기만보다훨씬더교활한사물그자체이다. 8) 왜냐하면보드리야르의악마는주체성의철학의종말을바라는숙명적운명을구성하기때문이다. 미디어 정보 대중등과같은사물은이숙명적운명을잘구현한다.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 사물이라는악마 (malin génie de l objet) 는과학적이고인지적인이해와통제로부터벗어나는것이다. 9) 이전의사물이과학이발명한법칙과개념적도식을따르긴했지만, 오늘날사물은통제에저항하고사물의움직임을포착하려는모델에반항할수있다. 보드리야르가보기에사물은죽은물질로서가아니라이해와통제로부터벗어나는양자처럼악마적이고반항적이고능동적인동인으로서특징지어진다. 더구나인문과학의영역에서조사의대상 ( 사물 ) 인대중이자신의본성을실제로폭로하거나사회과학자들이그들의행위에부과하는개념적도식에따른다고확신할수없다. 이경우에조사의대상 ( 사물 ) 은분석과관찰에저항할수있으며사라짐으로써, 질문받는것을거부함으로써, 반항함으로써혹은다른술책을통해서반응할수있다. 따라서분석적주체의 8) Douglas Kellner, Jean Baudrillard: From Marxism to Postmodernism and Beyond( 약호 MPB), Polity Press, 1989, p. 163. 9) SF, p. 160.

50 배영달 지위가상대성과불확실성으로타격을받을뿐만아니라우위가완전히역전될수있다. 즉분석된사물은사물로서의자신의지위를통해서도처에서분석의주체를물리치고주체의통제로부터벗어난다. 이와같은알수없고강력하고통제할수없는사물세계의투영적비전은현대물리학의결과, 말하자면불확정성 불확실성 상대성의결과이며 숨겨진극단에서모든물리학을엿보는파타피지크 ( 상상적해결책의학문 ) 10) 에있다. 보드리야르의이러한전망에는조사라는시뮬라시옹 11) 장치의영역에서대중이희미해지는방식, 혹은미디어와텔레비전의스크린이면으로사건이사라지는방식이존재한다. 사건이거울같은반사의스크린이아닌굴절의스크린에서만존재할수있기때문이다. 거울이주체의상상적장소이었던반면, 망 회로 시뮬라시옹모델 기록과통제의장치로이해되는스크린은주체가사라지는장소이다. 텔레비전의빛은내생적 ( 內生的 ) 이다. 그것은내부에서생겨나며아무것도반사하지않는다. 모든것은마치스크린자체가거기서발생하는현상들의본원적장소이자원인인것처럼이루어진다. 이는바로시뮬라시옹장치의고도화의결과이다. 보드리야르는 대상 ( 사물 ) 은과학의영역에서사라지고, 사건과의미는미디어의영역에서사라진다 12) 라고말한다. 그러나사라짐자체가전략일수있다는점을알아야한다. 다시말해서사라짐이정보장치의불가 10) 같은책, p. 120. 파타피지크 (Pataphysique) 는물리학이나논리학의일정한법칙과는대조적으로 문제들의부재에대한유일한상상적해결책 을마련하는학문이다. 보드리야르에의하면 파타피지크는기체상태의철학이다. 파타피지크는너무도명백하기때문에발견되지않는새로운언어속에서만정의될수있다. 따라서그것은존재하지않는다 (Jean Baudrillard, Pataphysique, Sens & Tonka, 2002, p. 15). 보드리야르는문화 기술, 그리고사회의지배적인모델을뒤집기위해이용어를사용한다. 11) 보드리야르에따르면, 시뮬라시옹은실재보다더실재적이고우월한실재, 즉초과실재 ( 하이퍼리얼리티 ) 가산출되는과정을뜻한다. 12) 같은책, p. 121.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51 피한결과가아니라 통제의스크린이어떻게보면사라짐의스크린으로되는 사물의고유한전략일수있다는점을알아야한다. 이스크린에개인이나대중은사라짐의패러디한행위로반응한다. 그들은이해할수없는표면이되는데, 이는바로사라지는방식이다. 오늘날그들은스마트폰 텔레비전같은피상적인스크린속으로사라진다. 미디어는사건 사물 좌표계를사라지게한다. 미디어는사물자체의전략일수있는사라짐의전략에구체적인매체의구실하는가? 실제로스크린의이면에서사물은사라진다. 어떻게보면스크린은아무것도나타내지않는다. 텔레비전의스크린도여론조사의스크린도아무것도나타내지않는다. 마치말이사물을나타내고이미지가실재를나타내듯이여론조사가무엇이건나타낼수있다고생각하는것은잘못이다. 개념과는반대로모델은재현의영역에속하지않고가상적이고불확실하고비지시적인시뮬라시옹의영역에속한다. 모델체계에재현체계의논리를적용하는것은논쟁과오해를불러일으킨다. 이질적인두체계사이에는터무니없고해결될수없는혼합 (mixage) 이존재한다. 이는조작 통계 정보 시뮬라시옹의체계가전통적가치 재현 의지 견해의체계에비논리적으로투영되는것과같다. 여론조사가어떤방식으로든완전하게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은결코아무것도나타내지못할것이다. 여론조사의규칙은재현의규칙이아니기때문이다. 여론조사의논리는객관성의논리와일치하긴하지만, 이과정끝에는어떠한대상 ( 사물 ) 도존재하지않는다. 이것은정말별것아니다. 미디어역시이와마찬가지다. 사람들이시뮬라시옹안에있을때, 다시말해서진짜도가짜도아닌것속에있을때, 모든윤리는완전히위선적이다. 가령패션의힘이아름다운것과추한것의대립을이용하는것이아니라아름다움과추함의불분명함과, 일반화된유혹의효과속에서아름다움과추함의분화되지않은소용돌이를이용하는것인한, 패션의힘을찾아내지못할것이다. 패션의윤리에대해서와마찬가지로여론조사

52 배영달 ( 혹은미디어 ) 의윤리에대해말하는사실같지않음이존재한다. 물론여론조사가완전한신뢰도에이를수있으며어떤사실의정보가인정받을수있다고가정한다면, 이는비극적인것이될터이다. 왜냐하면사회적인것에서진부한생각을얻어내는것은사회적인것의비극적가능성을허용하는것이나마찬가지일것이기때문이다. 이러한사실은사회적인것이사회적인것의기술 (technique) 에의해패배당했다는것을뜻할수있을것이다.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이는정말모든시뮬라시옹이지향하는 악마적 목적이다. 바로거기서전멸시키는테크놀러지가시작된다. 따라서진짜문제는바람직한기능에대한가정으로시작된다. 왜냐하면중요한것은테크놀러지에의해이루어지는사실의왜곡이기보다는이테크놀러지의객관적신뢰도에의한실재의왜곡이기때문이다. 여기서보드리야르는 진실의시대에정보는얼마만큼유용했는지, 실재의시대에과학은얼마만큼유용했는지, 사물의시대에객관성은얼마만큼유용했는지 13) 를반문한다. 따라서의미의체계와시뮬라시옹의체계사이에는어떤관계도존재하지않는다는이유로미디어의이로운사용을찬양하는사람도미디어의조종을규탄하는사람도옳다고인정해서는안된다. 광고와여론조사는판단이형성되는의지와재현의시공간속에서작용하지않는다는이유로그누구의의지나견해를상실하게할수없다. 똑같은이유로광고와여론조사의관점에서그누구의의지나견해를밝히는것도불가능하다. 어쨌든두체계사이의간격으로인해오늘날우리는불확실한상태속으로빠져들고있다. 광고와여론조사가실제로의지나견해에영향을미쳤는지는결코알수없다. 우리를둘러싸고미디어와정보가직물처럼짜는스크린은전적으로불확실한스크린이다. 그것은전혀새로운불확실한스크린이다. 이는정보의부족에서생겨나는불확실한스크린이아니라정보그자체와정보의과잉에서생겨나는불확실한스크린이기때문이 13) 같은책, p. 126.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53 다. 언제나해결될수있었던전통적인불확실성과는대조적으로, 이불확실성은따라서돌이킬수없을것이며결코제거될수없을것이다. 이것은바로여론조사를받고정보를갖게되고통계되는우리의운명이다. 만약여론의객관적진실이존재한다면, 그리고만약우리가고유한가치와고유한의지와더불어인간의본성과사회적인것의본질이존재한다는확신을갖는다면, 광고 여론조사 미디어 정보는심각한타격을받을것이다. 왜냐하면그러한확신은인간소외에대한끊임없는문제를제기할것이기때문이다. 심지어훨씬더나아가미디어와정보의이론에연결된모든유토피아가재검토될수있을것이다. 하지만오늘날우리를일반적인퇴화의길에이르게하는것은정보그자체와정보의과잉이다. 여기서보드리야르는오늘날의사태를파악하고비판적이론을아이로니컬한이론으로대체하는다른방법이있을것이라고진단한다. 만약우리가여론조사의진위를결정할수없음과여론조사결과의불확실성을고려한다면, 만약우리가여론조사가무엇이건말한다는것과우리가그것을믿지않는다는것을고려한다면, 아무도확인되는것을그대로받아들이지않을것이다. 아무도있는그대로의예상된이미지속에서도통계적사실의터무니없는거울속에서도살수없을것이다. 놀이하는사람이우연을믿지않는것과마찬가지로 ( 그는가능성혹은확률을믿는다 ), 아무도운명을버리지않는다. 그래서아무도통계를믿지않는다. 보드리야르가보기에 통계의위대함은통계의객관성에있지않고통계의무의지적유머에있다. 14) 이렇게유머로사태를파악하는것이필요하다. 여론조사는결국사회적인것과사회적현상을유연하게다루는데, 유머는적어도이같은유연함을통해여론조사를파악하면서반응한다. 여론조사는사회적인것을심각하게다루는데, 유머는여론조사의불확실한왜곡의아이러니를통해이심각함에반응한다. 따라서여론조사라는이대단한술책을혼란스럽게만드는유머의통찰같은것이존재하며, 이로인 14) 같은책, p. 130.

54 배영달 해여론조사는객관성의거울의함정에빠져든다. 따라서 여론조사와통계에의해연출되는반응의시뮬라시옹에대한반응으로서철저한은폐의결정적수단이사회적인것의깊숙한곳에서출현한다. 이것이바로사회적인것의분석을끊임없이방해하는사회적인것이라는악마, 대중이라는악마, 즉 사물이라는악마 라고불리는것이다. 15)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사물은결코위험하지않은것은아니다. 사물은존재하며복수한다. 사회적인것의내용에관한정보의빛의나쁜굴절은사고나장치의불완전함이아니다. 이러한굴절은 사물이라는악마 에서비롯되고, 사회적인것의조사에대한사회적인것의공격적인저항에서비롯된다. 그리고그것은여론조사원과여론조사대상자사이의, 대중과정치계급사이의은밀한싸움의형태를지닌다. 만약대상이물음을이해하지못한다면, 만약대상이물음에서투르게대답한다면, 만약대상이물음에너무잘대답한다면, 만약대상자체가물음을제기한다면, 이는분석장치에부적합한형태에지나지않는다. 여태껏과학은환상적착오에의해자기대상 ( 사물 ) 의공모를언제나확인해왔다. 과학은자기대상 ( 사물 ) 의교활함 유연함 공모를과소평가하는데, 오히려이모든것이주체의전략에대립되는사물의전략을조장한다. 이러한전망속에서여론조사가이루어진다면, 여론조사는자신의목적과는정반대로기능한다. 말하자면여론조사는정보의스펙터클처럼 ( 사람들은오로지정보의스펙터클만을원한다 ), 정보를비웃는것처럼기능한다. 여론조사의무의지적유머는여론조사가모든정치적신뢰성을사라지게하는것에서생겨난다. 결정하기위해여론조사를필요로하는사람들에게테스트는무슨전략을대신하겠는가? 이경우여론조사는모든주도권을상실하게되며미디어의함정에자신의힘을맡기게된다. 미디어는한사회의정치적기능을사라지게하며대중의아이로니컬한무의식에부응한다. 이때대중의심오한충동은실제로정치계급을상징적으로 15) 같은책, p. 131.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55 살해한다.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오늘날대중은전혀억압과조종의대상이아니다. 대중은해방될필요가없으며해방될수없다. 대중의초정치적인힘은순수한사물로서거기에있는것이다. 다시말해서대중의침묵, 대중의욕망의부재를그들에게말하게하려는정치적의도에대립시키는것이다. 사람들은대중을유혹하고자극하고포위하려고한다. 무기력하고심오한대중은수동적이고수수께끼같은지배력을행사한다. 대중은아무것도말하지않지만동물들이자신의동물적무관심속에있듯이교묘하게모든무대와정치적담론을중화시킨다. 오늘날 대중이매우공허한것처럼보인다면, 이는침묵하는거대한항체 (anticorps) 의집단적외설스러움에기인하며, 자신의무기력을체계를가속하는에너지로강화하고나아가이무기력을몰아내기위해자신이분비하는무수한정보로강화하는형언할수없는이 사물 의수축성에기인한다. 16) 어쨌든대중은순수한사물이다. 다시말해서대중은주체의영역에서사라져버린것이다. 마치침묵이말의영역에서사라져버리는순수한사물이듯이, 비밀이의미의영역에서사라져버리는순수한사물이듯이말이다. 어떻게보면사물로서의대중의놀랄만한힘이존재한다. 대중은정치적인것의순수한사물, 즉절대권력의이상을구현한다. 대중은권력의무서운꿈을구체화한다. 이와동시에 대중은권력이없는사물, 무가치한물질화, 정치적주체성에접근할수없는철저하면서도쓸데없고위험한항체이다. 17) 여기서정치적인것의시나리오는전도된다. 이제권력은대중을자기를뒤쫓아오게하지못한다. 오히려대중이권력을자기붕괴로이끌어간다. 말하자면주체에의해사물로구성되었던모든것은주체에게가상적인위협을나타낸다. 노예가자신의예속을받아들이지않는것과마찬가 16) 같은책, p. 133. 17) 같은책, p. 134.

56 배영달 지로, 사물은자신의강요된객관성을받아들이지않는다. 따라서보드리야르는 주체는어쨌든상상에의해일시적으로사물을지배할수있을뿐이지만사물의저항에서벗어나지못할것이다. 다시말해서주체는사물의유일한혁명, 사물의말없는혁명에서벗어나지못할것이다 18) 라고주장한다. 보드리야르의사유세계에서사물의이러한저항과혁명은결코상징적이지도않고명백하지도주관적이지도않을것이다. 그것은모호하면서도아이로니컬할것이다. 그리고그것은변증법적이지않고숙명적일것이다. 이와같은진단은보드리야르자신의글에서잘입증되고있다. 세계는변증법적이지않다. 세계는균형을향해서가아니라극단을향해나아간다. 세계는화해나통합이아닌철저한대립으로채워져있다. 이것이바로악의원리이다. 악의원리는사물이라는악마로나타난다. 그것은순수한사물의황홀한형태로, 주체의전략에승리하는사물의전략으로나타난다. 19) 5. 사물의체계에서사물의운명에이르기까지 보드리야르의사물세계에천착해보면 사물의체계 에서 사물의운명 으로나아가는이중의소용돌이가존재한다. 구체적으로말하자면기호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의영역을향한일반화된전환의소용돌이와, 유혹과죽음의곁에서이루어지는기호의가역성의소용돌이가존재한다. 한편으로는정치경제학 생산 코드 체계 시뮬라시옹이있고, 다른한편으로는포틀래치 낭비 희생 죽음 유혹 숙명적인것이있다. 하지만이중의이소용돌이는중요한변화를겪었다. 시뮬라크르는두번째질서에서세번째질서로옮겨갔으며, 소외의변증법에서투명성의현기 18) 같은책, 같은쪽. 19) 같은책, p. 9.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57 증으로옮겨갔다. 이와동시에상징적교환이후유혹과더불어꿈은위반으로혹은코드의가능한전복으로사라졌다. 유혹과더불어기호의도전과기호에의한도전에는더이상상징적지시대상도없고사라진사물도없다. 가역성의주도권을갖는것, 유혹하고방향을바꾸는주도권을갖는것은사물그자체이다. 이는결정적인또다른연속이다. 말하자면주체와담론의연속인상징적질서의연속이아니라놀이규칙의연속이다. 보드리야르가보기에 세계의놀이는가역성의놀이다. 주체의욕망은더이상세계의중심에있지않다. 이는바로사물의운명이되고있다. 20) 보드리야르는 모든내재성에맞서주체의최종원리를초월하여사물의숙명적가역성을자극하는외적인힘, 즉외재성을되살아나게해야한다. 악의원리를되살아나게해야한다 21) 라고역설한다. 그는이러한방향전환을탈근대세계의상황을균형잡히게하는하나의해결책으로본다. 탈근대세계에서사물은자신의한계를넘어서고있기때문이다. 따라서초월적인숙명이아니라우리의과정자체와우리의평범함에내재하는숙명 자신의의미에대한사물의무관심 일수밖에없는탈근대세계를파악하는것은흥미로운일이될지도모른다. 어떻게보면이것은말없는전략으로활기를띠는사물이라는악마가연출하는기묘한상황, 즉객관적질서에직면한주체의아이러니가아니라자신의놀이에사로잡힌사물의객관적아이러니를구성한다. 여기서보드리야르는숙명적인것의평범한 ( 관례적인 ) 비전에맞서평범한것의숙명적인비전을고려해야한다는입장을취하는듯하다. 그는사물의전개에내재하는도전이우리체계의무관심과단조로움의극단에서생겨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이도전은초월적인도전이아니다. 만약이도전에어떤전략이있다면, 그것은주체의전략이아니다. 보드리야르는탈근대세계에서 역사 지식 권력에대한주체의전략 20) Jean Baudrillard, L'autre par lui-même, Galilée, 1987, p. 69. 21) 같은책, p. 71.

58 배영달 은그자체에서사라진다 22) 라고말한다. 이전략이실패하지않는한, 이전략은진행되는과정에서사물의순수하고공허한형태혹은황홀한형태를허용하면서전략이읽혀지고그에너지가전도되는사점 ( 死點 dead point) 에도달하게된다. 따라서사회적인것은자신의체계적인확장속에서사회적인것자체에숙명적인상황을만들어낸다. 대중은황홀한무관심과정보의외설성에빠져들고, 대중이체계를중화시키고무효화하는상황에서체계의한가운데에자리잡는다. 다시말해서대중은정보를이용하여사라지고, 정보는대중을이용하여대중속에파고든다. 보드리야르가보기에, 이는사회학자와대중매체연구가들이전혀이해하지못하는탈근대역사의놀라운술책이다. 과학은정밀한조사와탐구를통해자신의대상 ( 사물 ) 을전멸시킨다. 즉과학은살아남기위해시뮬라시옹모델로서의대상 ( 사물 ) 을인위적으로재현할수밖에없다. 바로그점에서기술의지배에저항하는사물의복수가이루어진다. 따라서보드리야르는주체는자신의좌표계를상실하는동시에사물의통제를상실하며자신이사물의연속성을기대했던곳에서자기권력의역전에직면한것처럼보인다고주장한다. 23) 사물과세계는주체와과학에의해한순간깨닫긴했지만오늘날에는격렬하게다시일어서서투명하게복수한다는것이다. 이것이바로숙명의형태, 즉사물과세계의방향전환의형태이다. 보드리야르의사유세계에서 숙명적 이라는말에는숙명론적인것도종말론적인것도없다. 이말이내포하는것은결정론적이지도불확실하지도않지만높은차원의필연성에연관될수밖에없는세계 이세계에서는사물의사라짐의소용돌이속에서사물은되돌아올수없는지점으로향한다 속에서이루어지는결과의변화이다. 24) 보드리야르에게주체를 22) 같은책, p. 74. 23) 같은책, p. 75 참조. 24) Mike Gane, Baudrillard: Critical and Fatal Theory, Routledge, 1991, p. 173 참조.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59 초월하여주체의사라짐에연관되는모든것은숙명적이다. 더이상인간적전략이아닌모든것은숙명적전략이된다. 이러한숙명에는어떠한초월성도존재하지않는다. 그런데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사물에는유한성도욕망도없다. 사물이이미자신의목적을달성했기때문이다. 말하자면사물은자신의한계를초월했다. 따라서사물은주체의앎에접근할수없다. 사물은이미그모든의미를지니는것을알지못하기때문이다. 그리고사물에는유토피아가없다. 사물의유토피아는이미실현되었기때문이다. 바로그점에서사물은주체에게끊임없는수수께끼가되고있다. 바로그점에서사물은숙명적이다. 그러나주체의전략의필연성과다른필연성의출현은수수께끼가아닌가? 사물의아이로니컬한숙명은어떻게주체의통제와분석방식의압력아래서해독할수없는것이되었는가? 이숙명적전략은주체로부터전방으로의탈출, 실재의부정, 인위적인황홀경에빠지는것에지나지않는것일까? 주체가언어와욕망이나자신의이미지로부터벗어날수없기때문에, 사물이주체에의해명명되고욕망되기때문에주체가어떻게자신의그림자를뛰어넘고돌 짐승 가면 별의운명과침묵에빠져들기를꿈꿀수있겠는가? 사물의운명 에는다른의미가존재하지않는다. 체계로서의사물에서운명으로서의사물에이르기까지이두극단사이에는근본적인일치와불일치가존재한다. 그러나자신의일상적형태속에서사물의강박관념은주체를관통하고주체와사물의변증법의이면을공격하는것이었다. 사물은자발적인예속의세기이후복수하기시작하는것일까? 정열과기묘한전략을지닌사물의수수께끼속에서, 결국주체보다더교활한악마로예감되는사물의수수께끼속에서, 요컨대주체의기획에저항하는사물의수수께끼속에서주체와사물의변증법이전복된다고보드리야르는주장한다.

60 배영달 6. 사물의우위 보드리야르는탈근대사회에서사물이포화상태에이르고이상증식하고이상발달하게되면, 탈근대사회는내파하고무기력에이를수있다고진단한다. 그의견해로는, 탈근대사회의이러한과정은결국주체의파국을초래한다는것이다. 왜냐하면사물의증식과사물세계의가속화가불확실성과불확정성의차원을제공할뿐만아니라사물자체가주체보다우위에놓일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보드리야르는 사물의우위, 투명해지면보복을당한다 (le cristal se venge) 는폭로에이르는 사물의복수 를역설한다. 어떻게보면 투명해지면보복을당한다 는이불길한구절은여러세기동안사물을통제하고지배하려고했던주체에대한사물과사물세계의승리와복수를의미한다. 자신의책 숙명적전략 에서보드리야르는 사물의우위 를선언한다. 그리고그는과거의철학자들이언제나주체의영광과사물의비참을경험했다고주장한다. 과거의철학자들에의하면역사를창조하고자연을지배하며지식의토대가된것은주체였다는것이다. 이는특히데카르트에서현상학과사르트르에이르는주체성의철학에대해서는사실이라고부언해야한다. 물론이주체성의철학은주체에게자유 창조성 상상력 확실성 객관성 지식이라는훌륭한형태를부여했던반면, 열등하고보잘것없는사물은그존재가수혹은죽은물질로정의되는양적관계혹은인과관계의영역속에서무기력한것으로개념화되었다. 따라서주체는합리주의적형이상학에지식의토대를제공했으며, 사물은단지주체의희생물과노획물에불과했다. 심지어더나쁜것은보드리야르가지적하듯이사물은때때로이해할수없는것혹은하찮은것, 외설스러운것, 수동적인것, 타락한것, 악과순수한소외의구현 25) 으로표시되었다. 이상주의적혹은주체적형이상학의입장에서보면사물 25) SF, p. 163.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61 은주인과노예의변증법속에서노예였다. 이경우주체는자연을지배하고자신의목적을위해사물을굴복시키고통제하려고했다. 주체의이형이상학에맞서서보드리야르는사물의탁월한힘을꿰뚫어보고개념화하려고했다. 실제로보드리야르는인간을압도하고유혹하는사물의힘을관찰해왔다. 욕망에대한우리의견해로는주체가절대적인특권을지닌다. 욕망하는것은바로주체이기때문이다. 하지만우리가유혹의영역으로넘어가면모든것은뒤집힌다. 거기서욕망하는것은더이상주체가아니며, 유혹하는것은사물이다. 마치모든것이욕망이아닌유혹에서출발하듯이, 모든것은사물에서출발하여사물로되돌아간다. 주체의아득한옛날의특권이전도되는것이다. 26) 돌이켜보면주체에대한사물의증대하는힘은처음부터보드리야르의주제였으며, 그의계획의기초가되는연속성을나타낸다. 자신의초기저서들에서, 그는사물이인간을매혹하는방식뿐만아니라사물세계와사물의체계의요소인기호가치와코드의매개로사물세계가새롭고더큰가치를지니는방식까지도탐구했다. 매혹과유혹이증대하는사물세계에대한그의비전속에서사물의매혹은급속히가속되고, 주체는자신이점점더사물세계에빠져들고접속되고유혹되는것을발견한다. 따라서보드리야르는 주체의지위가그저단순히유지될수없는것이되었다. 오늘날그누구도권력의주체, 지식의주체, 역사의주체임을자처할수없다 27) 라고말한다. 그러므로주체의지위가유지될수없게된이러한상황에서가능한유일한지위는사물의지위라는역설에이르게된다. 이제가능한유일한전략은 사물의전략 이다. 여기서보드리야르는주체에게도전하고주체에게자신의불가능한지위를참조하게하는사물을인정해야한다고주장한다. 그러면사물의전략의비밀은무엇인가? 사물은자신의욕망의환상으 26) 같은책, p. 164. 27) 같은책, pp. 165-166.

62 배영달 로살아가지않는다. 사물에는어떠한욕망도없다. 사물은무엇이건사물만의소유물이라고생각하지않는다. 사물은재점유나자율성의환상을품지않는다. 사물은그자체속에서분리되지않는데, 이는주체의운명이되고있다. 어떤의미에서사물은거울이다. 사물은주체에게자신의덧없는투명성을참조하게하는것이다. 사물이주체를매혹하고유혹할수있는것은사물이어떤실체나고유한의미를발산하지않기때문이다. 순수한사물은지배적이다. 왜냐하면순수한사물위에서주체의지배력이파괴되고주체가자신의환상에빠져들기때문이다. 그러므로투명해지면보복을당한다. 28) 이는바로보드리야르가말하는사물의복수이다. 보드리야르의이러한논리에따르면세계의초월적인중심에위치하고자신을보편적인과성으로간주하던주체는맹목적숭배의대상으로서, 인과성을뒤집는형태로서은밀히사물을내세울수밖에없다. 주체의운명은사물에게로넘어간다. 탈근대세계의아이러니는보편적인과성을특이한사물의숙명적인힘으로대체하는것처럼보인다. 주체와사물의지위를전복하려는자신의시도를통해서, 보드리야르는흥미로운것은 악이아니라최악의소용돌이 라고주장한다. 최악의소용돌이는주체에대한사물의승리, 그리고 ( 주체에대한사물의승리로동어반복적으로정의되는 ) 악의승리를의미한다. 29) 보드리야르는사물의전략에의해사물은주체를매혹하고주체에게도전하고주체를유혹하여결국주체를압도하게된다고말한다. 보드리야르의관점에서이는탈근대세계에서주체의쇠퇴와사라짐을나타내는동시에사물의우위와승리를나타내는것이다. 28) 같은책, p.167 참조. 29) MPB, p. 161 참조.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63 7. 결론 보드리야르의견해로는, 오늘날우리가벗어날수없는것은욕망이아니라사물의아이로니컬한현존, 사물의무관심, 사물의도전과유혹이다. 특히보드리야르에게유혹은주체의전략으로서가아니라사물의존재, 사물의매혹으로서이해된다. 유혹은숙명적이다. 그것은우리의마음에근원적인동요를일으키고우리의마음을읽어내려고하는사물 ( 대상 ) 의효과이다. 숙명은매혹적이다. 사물은숙명적인것을이끌어간다. 보드리야르는우리가유혹을제대로이해한다면우리의삶속에서사물의편재와우위를파악할수있다고넌지시말한다. 사물은유혹과매혹의모체이며, 주체는사물의매력과함정에빠져든다는것이다. 게다가사물은주체보다교활하며, 주체를유혹함에따라악마적이된다. 요컨대주체는악의원리에서벗어날수없게된다. 악의원리는사물이라는악마로나타난다. 그것은순수한사물의황홀한형태로, 주체의전략에승리하는사물의전략으로나타난다. 30) 따라서보드리야르는우리가주체의의지 의식혹은무의식의허구와함께주체로서의특수한지위를포기할것을권한다. 그러나보드리야르가이러한견해를어느정도로고수하고자하는지는분명하지않다. 분명히그는우리가주체의우위와탁월함에대한환상을버리고사물을보다진지하게받아들이기를바란다. 하지만그는주체와사물의관계를조화롭게하기에는너무어렵다는반응을보인다. 주체가너무오랫동안자신의목적을위해사물을지배하고통제하려고했기때문이며, 이제사물이주체에게반항하고복수하기때문이다. 보드리야르에게사물의반항과복수는주체의지위가더이상유지될수없다는것을의미한다. 그래서그는우리가사물의 ( 숙명적 ) 전략을참조하면서사물의지위를받아들여야한다고역설한다. 보드리야르가보기 30) SF, p. 9.

64 배영달 에사물의사회적의미와지위는이미바뀌었다. 그는 예전에주체가사물의세계속에서센세이션을일으킬수있었다면, 오늘날사물은주체의세계속에서센세이션을일으킬수있을것 31) 이라고단언한다. 그는 우리를생각하는것은사물이다 너를보는것은텔레비전이다 라는역설적인가설을내놓는다. 여기서우리를생각하는것이사물이라는것을우선생각한다면, 사물을조정하는것은분명히우리의사유일것이다. 그리고텔레비전을보는것은너가아니라너를보는것은텔레비전이라는것이다. 말하자면텔레비전사물은너에게나를봐, 스크린을보라고말을건넨다. 오늘날스마트폰없는세상은상상할수없을정도이다. 그만큼우리는스마트폰에매혹되고유혹되고있다. 더욱이스마트폰이없다면우리가기억하고계산하고정보를교환하고의사소통하는것은거의불가능해보인다. 우리는무의식적으로혹은무의지적으로스마트폰을켠다. 스마트폰을켜는것은너가아니라스마트폰사물이나를켜봐라고말을건네기때문이다. 이는보드리야르가말하는의사소통의착란에연결되는매혹과현기증의고유한상태이다. 보드리야르의이역설적인가설은사물이유혹하고압도하고지배하는상황에서사물의우위를분석하는데에있어서설득력있는듯하다. 개인이나대중이의식있는주체, 반성적이고비판적이고인격적인주체가되지않으면사물화되거나사물이될수있다는것이다. 탈근대세계에서광고와대중매체라는사물은다양한메시지와욕망을분비하면서끊임없이우리를자극하고매혹하고유혹한다. 뿐만아니라명품또는브랜드상품은우리를유혹하고압도한다. 백화점명품특가판매행사나명품아울렛매장에쇄도하는사람들을어떻게이해해야하는가? 여기서는주체를상실하는세계, 사물이사태를발생하게하고사물이지배하는세계가상상될수있다. 주체는시뮬라시옹과초과실재를통해사라지고있다고여겨진다. 주체의사라짐과사물의승리는현기증 31) EI, pp. 36-37.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65 이나공황상태를초래할수있다고보드리야르는경고한바있다. 보드리야르의이러한논리에따르면사물과세계를지배하고변화시키려는주체의내재성에맞서사물의외재성, 즉사물의외재적인힘이대조적으로돋보인다. 따라서사물은자신의본질과정의를초월했으며, 극단적이되고황홀한것이되고통제를벗어났다는보드리야르의주장을깊이되새겨볼필요가있다. 그리고 진실은극단속에있다 라는에두아르트푹스 (Eduard Fuchs) 의역설적인말을주목할필요가있다. 보드리야르에게사물은더이상실현할수있는잠재적가능성이없는듯하다. 사물은사물에특유한것으로여겨지는잠재적가능성을초월했기때문이다. 사물은더이상도달할초월적목적도없는듯하다. 사물이이미그자체를초월했기때문이다. 위반할어떠한한계도없는듯하다. 사물이모든목적과잠재적가능성을초월하는이상증식과이상발달의상태속에서는한계가고려되지않기때문이다. 32) 보드리야르는사물의이러한현상을주목하고사물쪽으로나아갔다. 물론그로서는사물쪽으로넘어가는것, 사물쪽을편드는것은모호하고어려운선택일터이다. 그러면우리에게는사물의범주만이중요하고주체의범주는필요없는것인가? 사물이지배하고있는오늘날한범주가다른범주보다우월하거나바람직하다는믿음에서벗어나주체의범주를다룰수는없는가? 이제우리는주체와사물의관계에대한바람직한대안적형태를고려해야한다. 우리의경험에따르면, 주체와사물의복잡한상호작용을식별해내는것은불가능하다. 우리는주체가사물을만들어내고그다음에사물에의해지배되는방식이나, 사물이주체를만들어내고그다음에주체에의해지배되는방식을고려해볼수있을것이다. 달리말하면사물이주체의세계속에서센세이션을일으키는것과주체가사물의세계속에서센세이션을일으키는것을동시에둘다수용하는것을고려해볼수있 32) Douglas kellner, Baudrillard: A Critical Reader, Basil Blackwell, 1994, pp. 15-16 참조.

66 배영달 을것이다. 왜냐하면주체는여러점에서사물의결과이며, 사물역시여러점에서주체의결과이기때문이다. 33) 따라서한범주가다른범주보다우월하거나바람직하다는보드리야르의형이상학은재검토되어야한다. 사실주체성을생각하지않는사물과사물세계를고려하는것은가능하지않다. 왜냐하면우리의지각과인식의주관적방식과는별도로사물을지각하고인식하거나사물에접근하는것은불가능하기때문이다. 물론우리는무의식적으로혹은무의지적으로, 비판적이지도반성적이지도못한채사물에접근하는것을경계해야할것이다. 이러한전제가가능해지면, 주체와사물의대립과충돌에대한보드리야르의관점은수정될수있을것이다. 참고문헌 배영달, 보드리야르의아이러니, 동문선, 2009. Baudrillard (Jean), Le système des objets, Gallimard, 1968., Les Stratégies fatales, Grasset, 1983., L'autre par lui-même, Galilée, 1987., L'Échange impossible, Galilée, 1999., Mots de passe, Pauvert, 2000., Pataphysique, Sens & Tonka, 2002. Gane (Mike), Baudrillard: Critical and Fatal Theory, Routledge, 1991. Kellner (Douglas), Jean Baudrillard: From Marxism to Postmodernism and Beyond, Polity Press, 1989., Baudrillard: A Critical Reader, Basil Blackwell, 1994. 33) 배영달, 보드리야르의아이러니, 동문선, 2009, pp. 267-268 참조.

보드리야르 : 사물이란무엇인가? 67 Résumé Baudrillard : Qu est-ce que l objet? BAE Young-Dal Dans le monde postmoderne de Baudrillard, la connaissance est un duel, et ce duel entre le sujet et l objet entraîne la perte de la souveraineté du sujet, faisant de l objet même de l horizon de sa disparition. Bref, le jeu entre le sujet et l objet est fini, le sujet doit renoncer à la souveraineté du monde des objets. Selon l opinion de Baudrillard, Nul n est aujourd hui en mesure de s assumer comme sujet de pouvoir, sujet de savoir, sujet de l histoire. La seule stratégie possible est celle de l objet. Au point de vue de Baudrillard, nous ne pouvons saisir le monde qu à partir d un point oméga extérieur à l humain, à partir d objets qui jouent pour nous le rôle d attracteurs étranges. Dans la pensée de Baudrillard, l univers n est pas dialectique il est voué aux extrêmes, non à l équilibre. Et les objets progressent désordonnément, deviennent extrêmes et dépassent les limites. Ainsi Baudrillard veut analyser la trajectoire et la prolifération des objets. Aujourd hui, ce à quoi on n échappe pas, ce n est pas au désir, c est à la présence ironique de l objet, c est à son défi et à sa séduction. L objet est la matrice de la séduction et de la fascination, le sujet

68 배영달 tombe dans le charme et le piège de l objet. D ailleurs l objet est plus malin que le sujet, et devient diabolique à mesure qu il séduit le sujet. En somme le sujet ne peut pas échapper au principe du mal. Le principe du mal s exprime dans le malin génie de l objet, il s exprime dans la forme extatique de l objet pur, dans sa stratégie victorieuse de celle du sujet. Il nous semble du moins que l objet peut avoir une vie propre, sortir de la passivité de son usage pour acquérir une sorte d autonomie et peut-être même une capacité de se venger d un sujet trop certain de le maîtriser. Pour Baudrillard, le triomphe et la vengeance d objet signifient que la position de sujet est devenue intenable. Donc, il avance un paradoxe que nous devons recevoir la position d objet. Au point de vue de Baudrillard, le sens et la position d objet ont déjà changé. C est l inversion du jeu: si le sujet a pu faire événement dans le monde de l objet, aujourd hui l objet fait événement dans le monde du sujet. Contre toutes les intériorités du sujet qui essaie de dominer l objet, il faut réveiller cette externalité, cette puissance extérieure de l objet. Il est vrai qu il y a là un parti obscur et difficile: passer du côté de l objet, prendre le parti de l objet. Mais on doit considérer la bonne forme alternative du rapport entre le sujet et l objet. Mots-clés( 주제어 ) : objet( 사물 ), sujet( 주체 ), extase( 황홀경 ), malin génie de l objet( 사물이라는악마 ), suprématie de l objet( 사물의우위 ) 34) 논문투고일 : 2012. 4. 9 최종심사일 : 2012. 5. 9 게재확정일 : 2012.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