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귀하 본보고서를 근대국가의형성과국가관 용역의최종보고서로제출합니다 한국정치사상학회 책임연구원서병훈 ( 숭실대학교 ) 공동연구원김병곤 ( 고려대학교 ) 김비환 ( 성균관대학교 ) 장현근 ( 용인대학교 ) 연구보조원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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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국가의형성과국가관 2017. 10. 18.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한국정치사상학회

제출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귀하 본보고서를 근대국가의형성과국가관 용역의최종보고서로제출합니다. 2017. 10. 18. 한국정치사상학회 책임연구원서병훈 ( 숭실대학교 ) 공동연구원김병곤 ( 고려대학교 ) 김비환 ( 성균관대학교 ) 장현근 ( 용인대학교 ) 연구보조원신지혜 ( 숭실대학교 )

보고서요약서 과제고유번호 연구사업명 연구과제명 연구책임자 연구기관명및소속부서명 국제공동연구 중사업명 세부사업명 대과제명 해당단계연구기간 2017.6.21.- 2017.10.18 세부과제명근대국가의형성과국가관 서병훈 해당단계참여연구원수 총연구기간참여연구원수 사단법인한국정치사상학회 총 : 4 명내부 : 4 명외부 : 0 명 총 : 4 명내부 : 4 명외부 : 0 명 단계구분 해당단계연구개발비 총연구개발비 참여기업명 상대국명 : 상대국연구기관명 : ( 해당단계 )/ ( 총단계 ) 정부 : 민간 : 계 : 정부 : 민간 : 계 : 천원천원천원 천원천원천원 위탁연구연구기관명 : 연구책임자 : 서병훈 연구개발성과의보안등급및사유 등록 기탁번호 구분논문특허 국내 외의기술개발현황은연구개발계획서에기재한내용으로갈음 보고서원문 연구시설 장비 9 대성과등록 기탁번호 기술요약정보 소프트웨어 화합물 생명정보 생명자원 생물자원 정보 신품종 실물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에등록한연구시설 장비현황 구입기관 연구시설 장비명 규격 ( 모델명 ) 수량구입연월일구입가격 ( 천원 ) 구입처 ( 전화 ) 비고 ( 설치장소 ) NTIS 등록번호

연구의목적및내용 연구개발성과 연구개발성과의활용계획 ( 기대효과 ) 요약문 이연구는국가의기원을돌아보면서이시점에서현대국가가해야할일을찾고, 그에부응하는공직자의국가관과복무자세에관한사상적지침을확립하기위해 4 편의세부논문으로구성됐다. 현대라는시점에서, 자유주의사회라는공간안에서, 국제질서의일원으로살아가는한국의공직자는어떤국가관을구비해야하나? 어떤자세로직무를수행해야하나? 이연구는이시대한국의공직자는국민의대리인으로서분명한국가관을함양하며주체적으로국민을위해봉사하는길을찾을것을역설한다. 이시대한국의공직자는국민의대리인으로서분명한국가관을함양하며주체적으로국민을위해봉사하는길을찾아야한다. 무엇보다도대한민국의공직자는 자유인 으로서, 그리고자유주의국가, 문화국가의주역으로서그에걸맞는철학을갖추어야한다. 그철학에따라판단하고행동하며, 그결과에자유롭게책임질수있어야한다. 공직자가진정한의미의자유인이될때, 대한민국은문화국가로거듭날것이다. 이를위해공직자는다양한가치관들사이에중립적인태도를견지하며법안과정책을입안해야한다. 모든시민들을평등하게존엄한존재들로간주하며불편부당하게대우할필요가있다. 즉,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하게공무를처리해야한다. 공직자들이이런덕목들을결여할경우부패와나태함, 권세부림등현대관료주의에만연된병폐들이발생할수밖에없다. 아울러공직자는국가와주권의의미에대해근본적인성찰을하여야한다. 격변하는시대에효과적이고공정한정책수행을위해서도다양한국제적역학관계에대한이해가필수적인것이다. 이제더이상폐쇄된민족주의의관념으로색칠된색안경이칭송받는시대가지속될수없다. 한국의공직자도이제세계시민의일원으로서의의무를이해하면서동시에국익을생각하는균형적시각을가져야한다. 고대중국에서발전한유교국가론이현대를사는한국의공직자에게주는의미도상당하다. 첫째, 초기유가의정신으로돌아가덕치와예치의본질에대해깊이고민한다면민주주의적국가운영에서발견되는여러모순을보완할대안을마련할수도있을것이다. 둘째, 유교의엘리트주의는지도자의자기수양을우선요구한다. 공직자들이권위주의적발상에서벗어나끊임없이자신을수양해솔선수범해야한다. 셋째, 윗사람의말을당연히따라야할것이아니라당연히따를만한사람이윗사람이되는공직사회를만들어가야한다. 이연구는한국의공직자들이다음과같은국가관을정립할것을촉구한다. 첫째, 대한민국은자유민주주의국가이다. 따라서공직자들은자유주의이념을올곧게이해, 체화해야한다. 자유주의이념에따라국민을섬김의대상으로인식해야하며, 문화입국을향한적절한가치판단을내릴수있어야한다. 둘째, 대한민국은글로벌사회의주역으로발돋움하고있다. 따라서공직자들은국제사회의보편적규범을준수해야한다. 그틀에맞게, 그리고그틀과조화롭게한국특유의이익과가치를추구, 구현해야한다. 셋째, 이시대한국의공직자들은한국의전래가치와현대적윤리의접목에대해심각한자기성찰을도모해야한다. 고대유학으로부터면면히이어오는위민 ( 爲民 ) 애민 ( 愛民 ) 사상을되살려한편으로섬김의자세를갖추고, 다른한편으로타의모범이되는자기수양을게을리해서는안될것이다. 각종교육, 연수를통해이런국가관을확립하는한편, 건전하고충실한국가관을실행에옮기는공직자에게더큰인센티브를주는제도개선을강구해야한다. 국문핵심어 (5 개이내 ) 영문핵심어 (5 개이내 ) 국문으로작성 ( 영문핵심어제외 )

목차 I. 서론 1 II. 국가의기원과역할 3 III. 근대자유주의국가의진화와공적가치의변화 30 IV. 국가주권과국제관계 : 주권개념의재구성과초국가적정의 81 V. 공동체로서국가의의미와역할 : 유교국가관의형성과변천 110 VI. 결론 : 현대국가와공직자의역할 144 참고문헌 153

I. 서론 우리가다아는이야기이다. 공자 ( 孔子 ) 가제자들과함께여행을하던중태산 ( 泰山 ) 근처에이르렀을때깊은산속어디선가여인의울음소리가들려왔다. 무슨일일까? 여인은 이곳은참으로무서운곳입니다. 옛날시아버님이호랑이에게물려가셨고, 이어제남편과자식이모두물려죽었습니다 라고대답했다. 그렇게무서운이곳을왜떠나지않았을까? 여인은 여기는그래도가혹 ( 苛酷 ) 한세금에시달릴걱정이없기때문입니다 라고말했다. 이말은들은공자는 가혹한정치는호랑이보다더사나운것이다 라고했다 ( 가정맹어호 / 苛政猛於虎 ). 그렇다. 우리는우리의월급봉투를쪼그라들게하고, 그것도모자라시도때도없이집으로날아드는세금고지서에진저리를칠때가한두번이아니다. 그 원흉 은국가이다. 세금뿐만이아니다. 대한민국의청년들은예외없이군대에서귀하디귀한청춘을보내야한다. 자식을군대로보내는부모의마음은무엇으로형언할수있을까. 이 원흉 역시국가이다. 국가는우리삶에서가장소중하다고하는것들을거침없이 앗아간다. 국가가무엇이길래개인의삶에이토록무거운짐을지우는것일까? 공자시대의그여인처럼국가없는곳에서살수는없을까? 이런한탄아닌한탄이듬직한시대를우리는살고있다. 그러나서양을중심으로그런국가를못만들어서안달이던때도있었다. 사회계약론 이라는혁명적사상이등장하면서세계역사는획기적으로바뀌었다. 그이전까지국가라는존재는호랑이보다더무섭고, 호랑이보다도더악랄하게우리의삶을짓밟았다. 오직왕한사람또는극소수의지배자를위해존재하면서그 가렴주구 ( 苛斂誅求 ) 를천명이니 왕권신수설 이니하면서정당화, 합리화했다. 토마스홉스를위시한사회계약론자들은그런흑역사를뒤집어버렸다. 국가는국민이만든것이다. 국민의이익과필요를위해국민의합의로만든것이다. 따라서국가는국민에봉사해야하고, 국왕을비롯한공직자들은국민의대리인이고하수인이다. 국가가, 곧공직자들이국민의이익을침해할경우, 그존재이유가부정되므로혁파되거나해임되어야한다. 이런내용의사회계약론이현실속으로안착되면서비로소민주주의가시대의대세가되었다. 계약론 시대의국가는아름다운존재였다. 국민의이익을위해만들어진존재였기때문에국민과그야말로 여민동락 ( 與民同樂 ) 이었다. 국민은이런예쁜국가에환호하면서아낌없이힘을실어주었다. 그러나국가가비대해지면서국가중심주의라는괴물로변모해버렸다. 그결과국가는다시 호랑이보다더무서운존재 가되었다. 이제국가는부정의대상이되었고기껏해야필요악같은신세가되었다. 그렇다고우리가국가없는세상에서살수있는것은아니다. 환호의대상이되는국가와호랑이보다도더배척의대상이되는국가가운데서우리는최적점을찾아야한다. 국가의기원을돌아보면이시점에서국가가해야할일이눈에들어온다. 특히공직자는환호에취해호랑이처럼위세를부리는우를범해서는안된다. 공직자가국민에게 갑질 을한다면그것은국가의구성원이될자격이없다. 국민에의해즉각해임되어야마땅하다. 이시대우리가원하는공직자는국민의대리인으로서분명한국가관을함양하며주체적으로국민을위해봉사하는길을찾는사람이다. 현대라는시점에서, 자유주의사회라는공간안에서, 국제질서의일원으로살아가는한국의공직자는어떤국가관 - 1 -

을구비해야하나? 어떤자세로직무를수행해야하나? 이연구는이런문제의식아래 4 편의세부주제로구성되어있다. 우선 2 부는서양의 사회계약론 을중심으로국가의기원과그에따른국가의역할이변천해온과정을시대적, 철학적배경에따라상술하며미래지향적결론을도출할것이다. 3 부는근대국가의역사적진화에수반했던국가이론및공적가치들의변화를고찰해보고, 향후대한민국이추구해야할바람직한국가관및공적가치에대해고찰해본다. 이를위해근대적정치질서와정치이념에대한분석에서시작하여, 자유방임국가를거쳐복지국가그리고신자유주의국가단계로이어지는정치사및그에수반하는국가이론의진화를고찰해봄으로써신자유주의시대이후우리사회가지향해야할국가의모습과공적가치들을도출할것이다. 4 부는주권의문제를국가내와국가간의관계라는이중적다이내믹스속에서이해해야하고, 이에따라국경및시민권에대한새로운방식의이해, 그리고정의, 권리등의정치적규범에대한새로운시각이필요하다는점을강조한다. 기존의국민국가라는틀안에서설명하거나해결방식을찾는것이불가능해질정도로문제의초국가성이심화되고있다는점을역설한다. 이제국내문제와국제문제는다양한방식으로상호교차되어나타날것이다. 우리는국가와주권의의미에대해근본적인성찰을하여야할것이다. 그리고재성찰의필요성은국내정책을담당하는공직자에게도예외가아니다. 격변하는시대에효과적이고공정한정책수행을위해서도다양한국제적역학관계에대한이해가필수적인시대가된것이다. 5 부는고대중국에서발전한유교국가론의현대적의미를탐구해본다. 첫째, 수신 / 제가 / 치국 / 평천하 ( 修身齊家治國平天下 ) 의원리가초기유가덕치의실상이다. 초기유가의정신으로돌아가덕치와예치의본질에대해깊이고민한다면민주주의적국가운영에서발견되는여러모순을보완할수있는대안을마련할수도있을것이다. 둘째, 유교의엘리트주의는지도자의자기수양을우선요구한다. 공직자들이권위주의적발상에서벗어나끊임없이자신을수양해솔선수범하는것이예치와덕치의본질이다. 셋째, 가부장적군주전제주의국가에서충과효는상호보완적으로정치와사회를지배해왔다. 충과효에원시적으로내재했던마음의문제로환원하여충효의문제를다시살펴보아야한다. 넷째, 윗사람의말을당연히따라야할것이아니라당연히따를만한사람이윗사람이되는공직사회를만들어가야한다. 다섯째, 충효의강조는모든존재의상위자들의절대적권위를정당화해주어그들의그릇된결정과행위에도구성원들을순종하게만드는부작용이크다. 이글은이런문제점들을발전적으로극복되어야함을역설할것이다. 결론부분인 6 부는이상의논의를종합한뒤, 이시점한국공직사회에제기하는문제의식을다시한번검토해볼것이다. - 2 -

II. 국가의기원과역할 세부목차 1. 서문 2. 국가의기원 1) 왕권신수설 2) 홉스의사회계약설 3) 로크의사회계약설 4) 소결 3. 국가의역할 : 시대적변천 1) 서구중세봉건제도 (feudalism) 2) 17, 18세기자유방임주의 3) 19세기후반진보주의자 4) 20세기중반케인즈주의자 5) 20세기후반신자유주의자 6) 국가의역할을둘러싼철학적논쟁 7) 소결 4. 현대사회와국가의역할 1) 아리스토텔레스 : 훌륭한삶을위한국가의역할 2) 국가의역할에대한소극적시각 3) 자유주의사회에서국가의역할 4) 소결 5. 한국공직자의자세 - 3 -

1. 서문 아버지와국가 한젊은목수가하루아침에아내를잃었다. 그에게남겨진것은올망졸망한어린네아들과가난뿐이었다. 앞길이막막해진그아버지는시청사회복지국에도움을청하러갔다. 안경을쓴담당여직원은사정을자세히들은뒤, 이젊은목수가아이들을제대로키울처지가못된다는판정을내렸다. 그래서그녀는사회복지국, 아니국가의이름으로네아이들을양부모에게맡겨야한다는것을통고해주었다. 아버지의필사적인저항에도불구하고아이들은각기흩어졌다. 부정 ( 父情 ) 에못이긴그는정해진 < 면회 > 시간을어기고아이들을만나다가유괴 납치의혐의를쓰게되며, 이를항의하다가경찰로부터무참하게구타당한다. 그래서아버지는아버지가될수있는자격 네아이를키울수있는넓은집과충분한돈, 그리고무엇보다그들을잘돌보아줄새엄마 을확보하기위해피눈물나는노력을기울이기시작했다. 오랜시간이지난뒤, 마침내그는이러한조건을다갖추게되었고, 사회복지국도아버지로서의 < 복권 > 을허락해준다. 그세월동안아이들에게는많은변화가일어났다. 양부모의가정에서적응하지못한채자꾸말썽을피우자, 아이들은급기야부랑아 정신장애자수용소에갇히게된다. 형제가다시같이살게된것은다행이었지만, 곧다른불행이찾아왔다. 수용소를탈출하려다가다쳐서불구가되거나정신장애를일으키게된것이다. 아버지는이아이들을다시데려와서그들이정상적인생활로복귀할수있도록온갖고생을마다하지않는다. 미국에서실제있었던이야기이다. 절대권력을행사했던프랑스의루이 14 세 (Louis ⅩⅣ, 1638~1715) 는 1655 년파리의고등법원에서 짐은곧국가이다 라는유명한말을남겼다. 왕의권력은신에의해승인된것이므로절대적이라는것이었다. 그는스스로 ' 태양왕 이라고불렀다. 루이 14 세의 호언 은역사의흐름에어긋나는것이었다. 상선약수 ( 上善若水 ) 라는말이그냥있는것이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말했듯이, 물은높은데서낮은곳으로흐르고, 그이치를거스르지않아야좋은것이다. 루이 14 세보다한세대이전에벌써토마스홉스는 사회계약설 을주장했다. 인간은 자기보전 이라는명제앞에서누구나평등하며, 그목적을위해국가를만들었다고하는 사회계약설 은현대민주주의의토대가되었다. 이 사회계약설 에의해국가의기원과성격, 특히그존재이유가명확하게규정된다. 인간은자신의생명을보전하고, 나아가행복한삶을위해국가라는인위적조직을만들었다. 따라서국가는, 특히국가의운영책임자는국민의생명을보전하고행복한삶을확보하기위해노력하지않으면안된다. 그존재이유에부응하지않으면국가는혁파의 - 4 -

대상이된다. 국가의입장에서는여간부담이큰것이아니다. 이처럼국가의기원을 사회계약설 에서찾을경우, 국가는 좋은국가 가되어야할의무를지게된다. 위의 < 아버지와국가 > 의사례에서보듯이, 좋은국가가되는일은결코쉽지않다. 의지만으로되는것이아니고능력과비전을갖추어야한다. 이글은 < 현대국가, 민주국가, 글로벌국가 > 가지향해야할철학적좌표를모색한다. 지금이순간대한민국이바로그런국가이다. 현대민주국가이자글로벌사회의중심으로존재하는대한민국은국민과맺은 계약 을어떻게이행해야하는가? 이문제에대한답을찾기위해우선국가의기원에대해알아본뒤, 그바탕위에서국가의성격과역할을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미래지향적관점에서 대한민국 호의방향과국가공무원의복무자세에대해검토해본다. 2. 국가의기원 국가는언제처음생겼을까? 우리는국가의역사적기원에대해알수가없다. 추측하기로는친족집단과부락이점점확대되어서소규모국가로발전했던것같다. 그러나이론상으로는국가의기원과그존재이유를추정할수가있다. 그대표적인이론이왕권신수설과사회계약설이다. 유럽에서중세봉건국가가해체되면서 17 세기이후절대주의국가가등장했다. 이절대주의국가를떠받드는정신적지주가바로왕권신수설 ( 王權神授說, divine right of kings) 이었다. 왕권은신이내려준신성한것이기때문에국왕은신에게만책임을지며, 신하인국민이국왕에게반역하는것은곧신에대한반역을의미한다는것이왕권신수설의기본내용이다. 이를비판하며인류역사의새로운장을연것이사회계약설 ( 社會契約說, theory of social contract) 이다. 모든인간은평등하며, 바로그런이유때문에자연상태에서는각자가자신의자유와권리의보장을확신할수없다. 이런이유에서사람들이상호계약을맺어국가를구성하고자신들의권리를국가에위임하였다는것이사회계약설의주장이다. 사회계약설을주장한대표적인사상가로홉스와로크, 루소를꼽을수있다. 아래에서왕권신수설에대해간략히살펴본뒤, 홉스와로크를중심으로사회계약설을집중논의해보자. 1) 왕권신수설 왕권은신이수여한것이기때문에왕은신에대해서만책임을지며, 인민은왕에게절대복종하여야한다는것이왕권신수설의핵심내용이다. 영국스튜어트왕조시기에인민의저항이거세지고왕과의회사이의갈등도고조되었다. 이런상황에서제임스 1 세가왕권신수설을주창하였다. 그는이미영국왕위에오르기전에 < 자유로운군주국의진정한법 >(1598) 이라는논문을써서, 왕이지상에서신의대리이고왕권에는제한이없으며의회의권능은권고하는데그쳐야한다고주장했 - 5 -

다. 그뒤 1609 년 왕이지상에서신과같은권력을행사하기때문에모든신민 ( 臣民 ) 을심판하며, 신이외의아무것에도책임을지지않는다 라고역설했다. 신 - 아담 - 왕체계를연결하는왕권신수설을주장한대표적논자가로버트필머 (Robert Filmer, 1589~1653) 였다. 필머는청교도혁명중왕당파로활동했던사람인데 가부장권론 ( 家父長權論 ), Patriarcha (1642) 에서신이최초의가부장아담에게권력을주었으며, 그뒤역대의가부장이이를계승하여각지에군림하였다고말했다. 그는사람은각자가그자체로신의소유물이라면서신의위임을받은절대군주제를옹호했다. 프랑스의법률가베로아의 왕권론 (1587) 과스코틀랜드에서프랑스로이주 ( 移住 ) 해온버클리의 왕권론 (1600) 도왕권이신에의하여수립된것이기때문에아무런제한도받지않는다고주장했다. 그러나이런왕권신수설은시대의흐름에역행하는것이었다. 비록왕의폭압이무서워겉으로드러내지는못하였지만, 왕후장상의씨가따로있느냐? 는문제의식은민초 ( 民草 ) 들의가슴깊은곳에스며들고있었다. 평등과자유의씨앗을퍼뜨린사회계약설의두원조 ( 元祖 ) 를차례로살펴보자. 2) 홉스의사회계약설 토마스홉스 (Thomas Hobbes, 1588-1679) 는자연상태를 만인의만인에대한투쟁 이라고표현하고있다. 홉스는이전쟁과같은혼란상태를벗어나각개인이평화롭고안전하게살수있기위해서는각자가타고난모든권리를국가에양도하여국가의보호를받아야한다고생각했다. 홉스는안정과질서를지켜주기만한다면어떤정체든상관없다면서절대주권론을주장했다. (1) 문제의식 인간홉스 < 그림 1> 토마스홉스 (Thomas Hobbes, 1588-1679) 홉스는 7 삭동이 였다. 영국의해안가에살았던그의어머니는스페인무적함대의침공에놀란나머지임신 7 개월만에그를낳고말았다. 홉스가 나는공포와쌍둥이로태어났다 (Fear and I Were born twins) 고회고한것은그의정치사상을이해하는데크게도움이된다. 공포없이안전을지킬수있다면무엇이든불사 ( 不辭 ) 하겠다는그의소신은이런개인사를배경으로하고있다. 홉스는신의존재자체에대해서는의심않았지만신의존재방식에대한그의해석은정통교회와충돌하는것이었다. 그의대표작 < 리바이어던 > 은영국의교회 - 6 -

질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독립파(Independency)를 옹호하고 있다. <리바이어던>의 표지에는 거대한 괴물이 등장하는데(그림 2), 욥과 같은 신의 종들에 대해서도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상징한다. 가까운 친구 의 임종을 지키며 사나이답게 글 썼던 자네가 여인네처럼 죽으려 하는 가? 하며 성직자를 부르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말년에는 교회도 나가고 성 체의식에도 참여했으나 목사가 설교 때에는 언제나 등을 돌렸다고 한다. 홉스는 대단히 오래 살았다. 그리고 평생 총각으로 지냈다. 그는 자신의 장수 비결로 밤마다 창문을 닫고 노래 부르기, 생선과 와인을 즐긴 것, 걷 기와 테니스 등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것 을 꼽았다. <그림 2> 리바이어던의 표지 홉스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았다. 왕과 의회의 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찰 스 1세 처형-명예혁명-스튜어트 왕조 복구 등 정치적 파란이 끝없이 이어졌다. 따라서 도덕적 원칙의 타당성에 대한 회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몽테뉴(Montaigne)가 <수상 록>(Essais)에서 도대체 선이란 무엇인가? 이 산맥 언저리에서는 진리가 되는 것이 산 맥 너머 세계에서는 거짓이 된다면 도대체 진리란 무엇인가? 라며 개탄했는데, 홉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맞아 홉스는 인간 행동을 둘러싼 보편적 원칙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 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그 어떤 감 정도 품지 않는다는 자기보전 원칙이 그것이다. 기원 전 2세기를 살았던 카르네아데스 (Carneades)는 배가 난파했을 때 현명한 사람은 남을 밀어 내는 한이 있더라도 널빤지 를 붙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홉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 7 -

홉스는각기자기이익을추구하면서어떻게하나의조직속에용해될수있을것인지규명하고자했다. 그답은종속을동반하지않는평화 (peace without subjection) 란불가능하다는것이었다. 평화를확보하기위해서는하나의조직속에서질서있게살아야하며그러기위해서는종속관계가필연적이라는것이었다. 사람들이자기이익을추구하면서평화와안전을위해상호결합할수있게하는방법을찾는것이그의근본문제의식이었다. (2) 리바이어던 홉스는 영어로쓰인최고정치철학서 라는평가를받는 < 리바이어던 >(Leviathan) 을그의나이 63 세인 1651 년에냈다. 그때까지는전통적철학언어인라틴어와새언어로각광받기시작한불어만이주목받았다. 독일의괴테가독일인들로부터존경받는이유도독일어로도문학작품을훌륭하게쓸수있다는것을입증했기때문이다. 리바이어던은구약성경 < 욥기 > 에나오는거대한바다괴물이다. < 리바이어던 > 의표지에는양손에세속권력을상징하는칼과영적권력을상징하는제사장의나무지팡이를들고있는주권자가나온다. 당시교회가세속권력까지장악하고있던시대상황을감안한다면획기적인발상이아닐수없다. < 리바이어던 > 11 장에는다음과같은유명한구절이나온다. I put for a general inclination of all mankind, a perpetual and restless desire of power after power, that ceases only in death. And the cause of this, is not always that a man hopes for a more intensive delight, than he has already attained to ; or that he cannot be content with a more moderate power : but because he cannot assure the power and means to live well, which he has present, without the acquisition of more. 특히 a perpetual and restless desire of power after power, that ceases only in death, 즉 죽음에의해서만끝나는무한권력욕 이라는대목이 만인에대한만인의투쟁 이라는홉스의 성악설 과연관되면서많은오해를불러일으킨다. 그러나이부분은 because he cannot assure the power and means to live well, which he has present, without the acquisition of more ( 더많은권력과수단을확보하지않으면현재누리는삶도보장할수없다 ) 고하는구절과관련지어해석해야옳다. 그만큼지상에서의우리삶이위태롭고불안하다는것이다. 공포와더불어같이살아야하는인생이라면체제를불문하고아나키상태를면해줄수있는강력한정부가최선의선택일수밖에없다는결론에이르게된다. 홉스는종속을동반하지않는평화란불가능하다면서국가의탄생을정당화했다. - 8 -

(3) 절대주권 홉스는국가이전의상태, 즉자연상태 (state of nature) 를매우어둡게형상화했다. 사람들은안전에대한위협때문에끊임없이불안해하며서로를의심하고공격한다고했다. 그야말로전쟁상태 (a war of all against all) 이라는것이다. 이상태에서는그누구도자신의안전에대해장담할수없다. 모든것이불확실하고정의같은윤리질서도힘을발휘하지못한다. 모든사람이자신의이익을구하고동시에악의근본이라고할죽음에대해본능적으로회피하고자하는상황이다. 따라서각자가자신의생존을위해무슨일이라도하는것이가능하고또허용된다. 이러한상황을맞아인간의이성은안전확보에도움이된다면무슨일이라도해야할당위성을일깨워준다. 이성은질서를확립하기위해자연상태에서각자향유했던자유를포기하고권리를양도 (surrender) 하는사회계약을맺어국가를만들것을명령한다. 이과정을통해주권 (sovereignty) 이탄생한다. 인간은천성적으로사악하기때문에자연상태에서의권리를포기하기로합의하는것만으로는불충분하다. 이성이명령하는바를실천에옮길수있을정도의강력한권력이전제되어야한다. 이성이명령하는바를따르기로합의해놓고이것을준수하지않는사람들에게강제력을행사할수있어야한다. 이최고권력이곧주권이다. 주권자는무엇을해야평화가유지될것인가, 그리고이기준에입각해서어떤방향으로정치를운영해나갈것인가를결정하는유일한당사자이다. 따라서주권자만이홀로법률을제정하고, 재산권내용을규정하며, 선악, 합법 / 비합법여부를판단한다. 상훈 ( 賞勳 ), 처벌, 군통수, 전쟁과평화에대한결정등모든권한을독점한다. 주권자에대해서는어떠한법적제한도가할수없다. 그자신은입법을할수있는유일한존재이기때문에법의제한또는구속을받지않는다. (4) 국가의존재이유 = 주권의제한 주권을행사하는자, 곧통치권자가존재하는이유는질서를지키기위해서이다. 만일그자신이질서를확보하는데실패한다면인민이저항할수있다. 자기보전이라고하는자연권이주권의출발점이기때문에아무리주권이라고하더라도이자연권을넘을수는없다. * 통치권자체가인민들의동의에서나왔다. 통치권자는인민의대리인에불과하기때문에인민에게해로운일을할수없다. * 통치권자가모든권한을위임받은것은아니다. 자기생명을위협하는대상에대해저항할수있는권리는양도불가능하다. 자기보호가모든존재의궁극적목적이다. 따라서인민은부당한처벌이나위험에대해저항할권리를지닌다. * 수단은목적에의해제한된다. 통치권자가소유하는권리는수단이며, 이것은평화와자기보전이라는목적에의해제한된다. 통치권의절대화는최선의수단일뿐, 목적은아니다. - 9 -

* 따라서주권이존재하는이유그자체, 즉자기보전과평화의유지를거스르는명령에대해서는아무리주권의명령이라하더라도거부가능하다. 이를테면자신을살해하거나, 부상시키게되는명령은거부할수있다. 생명이위태로운상황에빠지게될전쟁참가도거부할수있다. 반란은정당화될수없지만, 일단시작된것이라면반란군들이자신의생명을지키기위한반란을계속할권리를보유한다. 반란권을자연권의연장선상에서인정하는것이다. 묵비권도인정된다. 사면의확신이없는한, 자신의범죄에대해묵비권을행사하는것은포기할수없는개인의자유에속한다. 같은맥락에서홉스는양심적병역기피권을도덕적권리로규정한다. 비겁한까닭에, 또는죽음에대한공포때문에병역을기피하거나탈영하는것은불명예이다. 그러나홉스에의하면그것이불의 (injustice) 는아니다. 물론국방의의무가국가성립의필수조건인것은사실이다. 통치권자는전쟁참가를거부할때감수해야할처벌의공포가더크다는것을주지시키는방법으로병역기피를방지할수있다. ( 반란가담자는그 3-4 대후손까지처벌받게된다는것을확인하는것도필요하다 ). 다른한편, 인민들에게영광 (glory) 의식을심어주는것도요구된다. 여기에서주목해야할것은, 홉스가주권자의의무로단순히인민의안전과생명보전만지목한것이아니라 행복하고즐겁게삶을영위할수있게만들고복지증진 도강조하고있다는사실이다. 다시말해그는 인민의안전보장 이라는항목에 국가에해로움이나위험을주지않으면서각자가근면하게노력하여얻을수있는삶의만족 도포함하고있는것이다. 주권자가인민의삶의만족 (contentments of life) 을위해노력해야한다는것이다. 또인민을외부로부터방어하는차원을넘어내부평화도지키기위해노력해야하는데, 홉스의머릿속에는사유재산보장, 공정조세, 생활필수품제공등이그런평회를지키기위한요소로들어있었다. 홉스는인민을무지한채방치해서는안되는것도통치권자의의무에포함시켰다. (5) 홉스에대한평가 홉스가왕당파 (royalist) 였는지, 아니면그반대파인공화파 (Cromwellian) 였는지분명하지않다. 심정적으로는왕당파에가까운편이었다. 그러나왕정복구이후왕당파들은사회계약설을주장한 < 리바이어던 > 을배신자로규정했다. 홉스는이런규정을계속거부했다. 아나키상태를면해줄수있는강력한정부라면체제를불문한다는입장을견지했다. 홉스는 사심과야망 을배제한채 < 리바이어던 > 을읽어달라고당부했다. 통치자에게는통치의의무, 즉백성의안전을보장하는것을가르치고, 인민에게는그보호의대가로치러야할복종의의무를가르치는것이자신의목표라고했다. 이시점에서우리는 국가란공포나경외 ( 敬畏 ) 의대상이아니다. 국가 (commonwealth) 는인간의창조물이기때문에국가가제기능을다한다는것을전제할때그존재가정당화된다 는그의말을기억할필요가있다. 홉스는국가의기능이단순히생명의보전에머물지않고 인간을도덕적존재로만들고문명사회 (civility) 에살기적합한방향으로교육 시킬수있어야한다고강조했다. 인간의동의아래, 인간의목적을달성할수있도록도와주기위해존재, 활동하는것이바로국가라는것이다. 17 세기사람홉스의생각이다. - 10 -

3) 로크의사회계약설 (1) 자연상태는불편하다 로크 (John Locke, 1632-1704) 역시사회계약설을주장했지만그근본바탕에서홉스와많이달랐다. 우선그는홉스처럼공포와불안이넘쳐나는자연상태를상정하지않았다. 인간이자연상태에서자기보전의욕구에의해 1 차적으로움직이기는하나동시에남을해쳐서는안된다고하는의무에의해제약을받기때문에만인투쟁상태는아니라는것이다. 팔방미인존로크 로크는홉스와달리중류가정에서청교도적인엄숙하고청결한분위기속에서자랐다. 그는다양한지식의소유자로서철학, 윤리학, 교육학, 지학, 천문학, 의학에능통했다. 그결과영국경험철학의아버지, 위대한자연법사상가, 경제이론가, 근대민주주의사상가등다방면에서칭송의대상이된다. 그는의학에도일가견이있어당시유명했던외과의사와동업할정도였다. 화학자보일 (Robert Boyle) 과깊은교제를나누었고, 1692 년에그가죽자그의책 History of the Air 를상당부분개정한책을출간하기도했다. 그는공직도많이맡았다. 외교관으로명성을날렸고, 1696 년에는건강이악화되었음에도불구하고오늘날통상본부장에해당하는자리에오르기도했다. 로크는독특하고개성이강한사람들을많이접할수록 자기처럼진리를모색하고자하는사람에게는중요한훈련이된다면서그런중책을마다하지않았다. < 그림 3> 존로크 (John Locke, 1632-1704) 그렇다면왜굳이국가를만들어야하는가? 로크는불안이아니라불편 (inconvenience) 을그이유로꼽았다. 인간은원래선한존재이기때문에자연상태에서의삶도즐거울수있다. 그러나인간이선하기는하나완전한존재는못된다. 그러다보니자기를지키고자하는욕구 (self-love) 가자연의명령과는어긋나게타인을해치거나이용할가능성이상존한다. 또악의는아니라하더라도자신의권리를주장하는과정에서서로사이에서갈등이생길수있다. 이갈등을중재할제 3 자가존재하지못하므로각자가자신을보호하지않으면안된다. 또각자가동일한권리를지니나능력은차이가난다. 따라서강자의논리가정의가되는정의롭지못한상황이벌어질수있다. - 11 -

다시말해, 자연상태에서는 1) 옳고그른것을판단할기준이없다. 사람들사이의다툼을판결할공통된기준으로서일반의동의에의해승인, 확정된법률이존재하지않기때문 2) 확립된법률에따라온갖분쟁을해결할권위있는재판관부재 3) 판결이정당했을때이를지지, 집행할권력이없다. 이처럼법, 재판관, 권력이결여된탓에사람들은자연상태에서자유와평등을향유하고자하나매우불확실한상황에빠지지않을수없다. 끊임없이타인으로부터침해당할위험성상존. 자연법을해석하고집행하며그것을침해한자를처벌할권한이모두개인에게위임된탓에자유스럽고평등하나동시에불안정한상태가바로자연상태이다. 자연상태가잠재적으로전쟁상태로전락할가능성을배제할수없다. 이러한자연상태의 inconvenience 를회피하기위해각자는계약에의해사회를만들고, 신탁 (trust) 에의해국가를수립한다. 자연상태의불편을극복하기위한방편 (proper remedy) 이바로국가인셈이다. 이러한국가가갖는권력이곧정치권력이다. (2) 국가는 property 를위해존재 로크는국가가 property 를조정하고더잘보존하기위해존재한다고했다. 그런데그가말하는 property 는단순하게 재산 이상의것이다. 그 property 는생명 (life), 자유 (liberty), 재산 (estate) 을포괄하는넓은의미의개념이다. 로크는각자가자연상태에서 불안하고불편하게 향유하는이 property 를안전하게보존, 보호하기위해국가가필요하다고생각한것이다. 홉스는자연상태가카오스에빠지지않도록아나키와절대주의적정부중에서하나를택일해야한다고주장했다. 그러나로크는그두가지논리가너무극단적이라고비판했다. 자연상태는지옥과같은혼돈을빚지않기때문에절대군주제는불필요하다고강조했다. 자연상태에서도평화와선의 (good will), 상호협력 (mutual assistance) 이가능하기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이건아니면정부의지배아래이서건간에인간의자기보존을위해서는자의적권력 (arbitrary power) 으로부터의자유가절대필요하고또이양자는서로밀접히관련을맺고있다는것이로크의생각이다. 그는절대권력은그어떤상황에서도진딧물 (bete noire) 같은존재라고비판했다. 이점에서그는홉스와뚜렷이구분된다. 로크의권력분립론 로크는국가권력의집중으로인한타락을막기한견제장치로서권력분립론을처음제창한사상가이다. 그는정부권력이그존립목적에위배되게자의적으로운영되면서 property 가침해되는것방지하기위해국가권력을입법권, 집행권및연합권 (federative power, 즉외교권 ) 으로분할했다. 그러나몽테스키외 (Montesquieu) 보다반세기앞서권력분립론을제창했지만, 오늘날관점에서는철저하지못했다. 사법권이독립된지위를갖추지못했고, check and balance 이론을제시했으나연합권, 또는주권대신등장하는대권개념또한집행권의일부이므로완전한의미의권 - 12 -

력분립론은아니다. 또최고권력은입법권에집중되어있었다. 입법권의소재가정체를결정하였기때문이다. 그러나입법권에도한계가있었다. 즉, 1) 명확히공포된법의지배를받아야하며, 법은모든인간에게평등하게적용되어야한다. 2) 법은국민의이익을궁극목적으로해야한다. 3) 입법부는국민또는그들대표자의동의없이재산에과세할수없다. 4) 입법부는이권한을누구또는다른곳에이전할수없고단지국민이나그대표자만이이것을결정할수있다. (3) 저항권 지금까지살펴보았듯이홉스와로크는여러면에서비교, 대조된다. 저항권개념에이르면두사람의차이가더욱두드러진다. 홉스는주권의절대불가침성을강조했지만주권자의의무에대해서도상당한비중을두어역설했다. 이과정에서주권자로서의의무를다하지못할때저항할수있는가능성을배제하지않았다. 이에비해로크는정부가신탁을위배하면언제든지정부에게준권한을무효화할수있다면서혁명권이론을보다분명하게제창하였다. 홉스는주권자가인민의안전확보및복지증진의의무를진다고주장했다. 이러한의무는법적구속력을지니지않은도덕적의무이기는하나그럼에도불구하고중요 (real) 한것이다. 바로그것이야말로정치사회가존재해야하는이유이기때문이다. 따라서절대주권론을편홉스이지만, 자기보존 (self-preservation) 이라고하는자연권을위배한경우에는그권한이제약받을수밖에없다고생각했다. 결국홉스가무조건적으로절대군주제를옹호했던것은아니다. 국가 (commonwealth) 는인간의창조물이기때문에국가가제기능을다한다는것을전제할때그존재가정당화되는것이다. 인간의동의아래, 인간의목적을달성할수있도록도와주기위해존재, 활동하는것이바로국가이기때문에, 그런국가곧주권자가제의무를다하지못한다면그존재이유에대해심각하게의문을제기할수있다는것이다. 넓은의미의저항권이론이홉스의절대주권론속에서도발견되는것이다. 그러나전체적으로볼때, 홉스의사상속에서저항권개념이차지하는비중은그리크지못하다. 그의미도그다지명확하지않다. 이에비한다면로크는좀더분명하게저항권개념을발전시키고있다. 로크는정부가인민의동의를받아성립되었다는사실을주지시킨다음, 그신탁을이행하지못할때내부로부터해체되는것이불가피하다는점을분명히밝힌다. 인간은폭정으로부터벗어날권리뿐만아니라그것을예방할권리도가지고있다는것이다 ( 통치론, 220 절 ). 우선입법부가권한없이법률을제정하거나기존의정당한법률을자의적으로대체한다면그런법률에대해인민이복종해야할이유가없다. 인민은권한없이자신들에게복종을강요하는자들에게저항할충분한자유를지니며자신의의지에따라행동해도무방하다. 새로운입법부를구성할권리를지닌다 (212, 214 절 ). 입법부가인민의재산 - 13 -

을빼앗거나파괴하고자기도할경우, 또는인민을자의적권력하에놓인노예로만들고자할경우, 인민은그런부당한명령에복종할의무가없다. 입법부가인민과전쟁을벌이려하는상황이라면인민은계약이전의원래자유를회복할권리를가지고있는것이다 (222 절 ). 최고집행권을가진자가자신의임무를게을리하고방기함으로써이미제정된법률이더이상집행될수없을때에도정부는해체될수있다 (219 절 ). 일단정부가해체되고나면, 인민은자신들의안전과복지를위해가장최선이라고판단하는바에따라입법부의인원이나형태중어느것또는그양자를동시에변경시킴으로써이전의것과다른새로운입법부를창립할수있다 (220 절 ). 혹자는저항권의남용을우려할지도모르겠다. 인민은무지하고항상불만에차있는데, 그들의불안정한의견과변덕에다나라를맡기면국정의파멸을피할수없다고생각할수도있을것이다. 인민이불만과분노를느낄때마다입법부를바꾼다면그혼란은감당하기어려울것이라는지적도없지않다 (223 절 ). 그러나로크는생각이다르다. 인민은그렇게쉽사리기존의통치형태를벗어던지고싶어하지않기때문이다. 체제에문제가있다하더라도그것을고치기는결코쉬운일이아니다. 이런저런이유에서인민은낡고잘못된제도라하더라도그것을버리는일을지체하거나꺼려한다. 그리고인민은통치자의인간적약점에서비롯되는사소한비리는물론, 커다란과오나많은잘못과폐단을야기하는법률에대해서도반항이나이의를제기하지않고감당한다. 따라서과거의예를보더라도인민들이왕관을다른왕가로옮긴적은결코없었다는것이로크의주장이다. 따라서저항권을인정하면곧혼란이발생하리라는걱정은현실성이떨어진다는것이다 (223, 225 절 ). 결국로크는입법부가변경된경우, 그리고입법자들이그들의존재이유와목적에반하게행동하는것은스스로인민에대해반란을일으킨것이나마찬가지라는논리를펴면서저항권을합리화한다. 무력으로입법부를제거한사람들이반란자라면, 임명목적에어긋나게인민의자유와재산을무력으로침해하거나박탈하려는자들역시반란자와다름없다고보아야한다. 아니그들을임명한인민과전쟁상태에들어가는것이기때문에문자그대로, 그리고죄질이가장나쁜의미에서 전쟁상태를재개하는반란자들 (rebellantes) 이되는것이다 (227 절 ). 로크는저항권을인정하는것이야말로입법자들의경각심을고취시킴으로써결과적으로 반란에대한최선의방비책이며반란을가장확실하게저지할수있는수단 이라는말로자신의주장을매듭짓는다 (226 절 ). 4) 소결 홉스와로크의사회계약설은인류역사를근본적으로뒤바꾸는혁명적사상을담고있었다. 모든사람은평등하며, 그평등한사람들이모여자신의안전과행복을위해계약을맺어국가를만들었다는생각은향후민주주의발전의정신적토대가되었다. 특히주목할것은두사상가가공히저항권사상을개진했다는점이다. 국가는국민의안전과행복을위해노력해야하며, 그의무를배반할경우타도의대상이된다는주장은오늘날공직자들에게주는의미가크다. 국민은국가의대리인인공직자에게봉사와헌신을요구할권리가있다. 국가가그의무를다하지못할때해체의대상이되듯이, 공직자가국민에대한봉사를등한시할때국민의질타를피할수없는것이다. 한국의공직자들 - 14 -

은국민이갑 ( 甲 ) 이고자신이을 ( 乙 ) 이라는관념을분명히각인해야하는것이다. 토론주제 홉스와로크의사회계약론은어떤점에서차이가나는가? 홉스가말한 < 주권자의의무 > 와현대복지국가의지향점을서로비교해보라. 홉스와로크를놓고볼때, 인간관과국가관의연계점을찾아보라. 로크의저항권이론이민주주의의발전에끼친영향을논해보라. 3. 국가의역할 : 시대적변천 흔히젊어서사회주의에빠지지않으면부족한사람이고, 나이들어서도여전히사회주의에매달리면이상한사람이라는말을한다. 이말의기원은멀리소크라테스까지올라간다. 소크라테스는젊어서철학공부에재미를느끼지못하는사람은모자라는사람이고, 나이들어서까지철학을좋아하는사람은할일없는웃기는사람이라는시중의말을전하면서, 철학자를비웃는세태를통박한다. 진보와보수도그렇다. 양 ( 洋 ) 의동서를막론하고젊은이들은진보, 나이든사람들은보수에가깝다. 실제내가목격한바이지만, 미국프린스턴대학에서대통령선거를앞두고개최된한강연회에서학생들은민주당후보에대해서는대단한환호를보냈지만, 보수파인부시후보에대해서는인신공격성야유를퍼부었다. 영국케임브리지에서잠시머물때, 마침집주인이그지역보수당조직책이었다. 그집에남녀노인들이수시로모여보수당캠페인을벌이곤했는데, 노인들만으로어떻게젊은이들의표심을사겠느냐는내질문에무척난감해하던모습이지금도기억에생생하다. 한국사회에서는대체로사회적약자의손을들어주려하는사람들을진보로규정하는데, 이점에서는서양쪽인식과다르지않다. 그런데한국에서는독특하게도북한이라는변수가큰비중을차지한다. 즉, 북한문제에대해 북한을이해하는쪽으로 입장을정하는사람들을진보로규정하는것이일반적이다. 따라서한국사회에서는사회적약자의손을들어주고북한을이해하는쪽으로입장을정하는사람들을뭉뚱그려진보라고부르는경우가많다. 최근들어동성결혼의인정과합법화를놓고다시진보와보수가대립하면서기존의논의가다양화되는추세에있다. 이글에서는국가의개입을놓고보수와진보가구별되어온역사적과정을정리해본다. 한때는국가가사적영역에많이개입할수록 진보적 이라는평가를받았지만, 그흐름이뒤바뀌면국가개입이최소화되는것이진보의기준이되기도한다. 이런조사를통해진보와보수를고정된원칙에따라엄격하게구분하는일의무의미함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 - 15 -

1) 서구중세봉건제도 서구중세봉건제도 (feudalism) 아래에서봉건영주 (vassal) 는일정한봉토안에서자기신민들에게정치적, 경제적, 사법적전권을행사했다. 왕 (overlord) 에게군사적, 외교적의무를지는대신자기봉통안에서는배타적권력을행사한것이다. 이봉건체제에서는폐쇄적이고, 자급자족형경제체제가주를이루었다. 따라서일반백성은직업을세습하였을뿐아니라, 경제활동의자유와이동의자유가제한되었다. 다시말해국가의간섭이전방위적으로일상화되던시기였다. 2) 17, 18 세기자유방임주의 신흥중산계급 (burgher), 즉장사꾼, 대금업자, 영세제조업자등부르주아지 (Bourgeoisie) 들이이폐쇄적경제체제에변화를블러일으켰다. 이들은봉건체제에대항하여 laissez-faire (let us do / 직업선택의자유 ), laissez-passer(let us pass / 이동및경제활동의자유 ) 를촉구했다. 결국경제체제를변화시키기위해정치체제도의변화를추구한것이다. 이것이자유민주주의의출발점이다. 이무렵에는부르주아지가체제변혁의선도자역할을했다. 그들은지주계급에저항하는농민들과자유와평등의약속에귀가솔깃한노동자들의지지를확보한뒤왕족, 귀족, 교회에대항했다. 부르주아지들은국가의개입을차단하며체제개혁을이끌었다. 그러나그들도자본주의체제가공고화되고나면체제옹호보수주의자로변신하게된다. 체제를지키기위한국가의간섭을정당화했다. 3) 19 세기후반진보주의자 18 세기에는소극적자유, 개인주의를내세우고국가의간섭을배제한사람들이진보주의자로불리었다. 그러나 19 세기후반이되면상황이달라진다. 자본주의가고도화되기시작하면서여기저기에서부작용이나타났다. 가난한사람들등사회적약자가넘쳐났는데, 이문제를어떻게풀어야할까? 전통적진보진영의논리에따르면, 가난은당사자개인의책임이었다. 그들이게으르거나낭비벽에젖은까닭에가난한것이다. 그러나달리생각하는사람들이등장하기시작했다. 이들은가난이자본주의체제의구조적결함에서비롯한다고생각했다. 성실하게열심히노력해도가난을벗어나지못하는사람에게는국가가구호의손길을내밀어야옳다고주장했다. 19 세기후반영국을중심으로한신자유주의자또는사회적자유주의자들은적극적자유를추구하며국가의적극적개입을촉구했다. 이들은이런상황에서어떻게사회주의를받아들이지않겠느냐면서 우리는이제모두사회주의자 라고외쳤다. 역사의흐름이뒤바뀌면서, 국가의적극적역할을옹호한사람들이진보주의자로분류된것이다. 그러나이들신자유주의자 (new liberal) 또는사회적자유주의자 (social liberal) 들이사회주의적색채를강화했지만, 대륙사회주의자, 즉공산주의자들과는분명히선을그었 - 16 -

다. 국가의적극적역할을촉구했지만, 개인의자유를침해하는공산주의자와는상종 ( 相從 ) 할수없었기때문이다. 19 세기신자유주의자또는사회적자유주의자들은 20 세기들어사회민주주의의원류가되었다. 자본주의와자유주의 자유주의가자본주의와강력한친화관계를유지한다는것은부인할수없다. 특히 고전적 자유주의자나로버트노직 (Robert Nozick, 1938-2002) 같은 libertarian 입장에서는지본주의를떠난자유주의는생각도할수없다. 자유주의는사유재산제도와시장경제가결합된자본주의만인정한다. 자본주의경제는자유주의에입각해서만인정된다. 둘은서로필요충분조건이된다 는말이나오는것도무리가아니다. 그러나자유주의를단순히자본주의의하위개념으로규정해버린다면, 이것은역사에대한무지, 이데올로기적편견의소치이다. 존스튜어 < 그림 5> 존스튜어트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 그림 4> 로버트노직 (Robert Nozick, 1938-2002) 트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과 19 세기 social liberal 들은자본주의경쟁체제의효율성을일부인정하면서도그철학적빈곤에대한비판을중단하지않는다. 이점에서 J.S. Mill 을특히주목할필요가있다. 흔히밀을자본주의체제의우월성을신봉한이론가로치부한다. 사실밀은당시구라파사회의현실, 사람들의의식수준, 그리고자본주의적경쟁기제의효율성등을근거로하여자본주의체제의손을들어준다. 그러나밀이자본주의체제에대해긍정적으로만평가한것은결코아니다. 그체제가 사람이살곳이되지못하는이유 를조목조목지적하며매섭게비판을가한다. 기존사회주의도밀의안착지 ( 安着地 ) 가되지못한다. 그규범적지향은훌륭하지만, 현실성을결여한다고판단하였기때문이다. 그래서자본주의에못지않게신랄한비판을보낸다. 밀은자본주의체제가자랑하는장점을편견없이받아들이려한다. 그러면서이체제가결여하고있는 나머지절반 이인간의삶에서지니는중요성을역설한다. 밀이볼때, 당시사회주의는그반대의장점과단점을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절반 을함께묶을수있는가능성을검토하는것, 또는그렇게하지않으면안될당위성을소리높여주장하는것이밀스스로가설정한필생의숙제였다. 자유사회주의 (liberal socialism) 에대한문 - 17 -

제의식은이런배경위에서출발한다. 밀의사상은 20 세기초엽에접어들면서, 비록구체적인내용은달랐지만적어도그원칙에관한한, Hobhouse, Lindsay, Ernest Barker, Woodrow Wilson, John Dewey, MacIver 등에의해이어졌다. 이처럼자본주의에대해일정한거리를두려는시도는 20 세기중반복지국가론을거쳐롤즈 (Rawls) 의사회정의론으로이어지고있음을주시해야할것이다. 4) 20 세기중반케인즈주의자 이런흐름은 20 세기들어케인즈주의자들을중심으로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이론으로발전해나갔다. 미국의민주당이보여주듯이, 세금을늘려복지정책을확충하는것이케인즈주의자들의지향점이었다. 미국공화당이 작은국가 를내세워개인책임론을역설하는것과대비된다. 오늘날한국의진보진영사람들은대충이런노선을선호한다. 극가의적극적역할이진보의잣대가되던시기였다. 5) 20 세기후반신자유주의자 그러나 20 세기후반이되면새로운진보주의가시대의흐름을주도하기시작한다. 시장자유주의를앞세운신자유주의가그것이다. 17, 18 세기고전적자유주의, 자유방임주의를떠올리게한다. 이들신자유주의자들은국가의개입을죄악시한다. 개인의자유와시장의전권행사를강조한다. 사회주의붕괴이후, 국가개입을찬양했던러시아의기존공산주의자들은 수구파 로낙인찍혔다. 그대신국가의역할축소를주장하는시장개혁론자들이 진보파 로득세했다. 불과한세기만에보수와진보가정면으로자리바꿈하는역사의아이러니가벌어지고있는것이다. 두얼굴의신자유주의 19 세기후반국가의개입을촉구했던사회적자유주의자들은신자유주의자라고불리기도했다. 그런데 20 세기후반이되면정반대노선을추구하는사람들역시 신자유주의자 로불리고있다. 한쪽은국가의경제적역할확대를, 다른한쪽은국가대신에시장이그역할을맡을것을촉구하는데, 둘다공히 신자유주의 라는이름을가지고있다. 이런혼란을피하기위해 19 세기신자유주의자들을 사회적자유주의자 로구별해서부르면어떨까? - 18 -

6) 국가의역할을둘러싼철학적논쟁 미국의존롤즈 (John Rawls, 1921-2002) 가 1971 년자유주의입장에서 정의론 을발표하자그를비판하는철학자들이한편으로는공동체주의, 다른한편으로는 libertarianism 의기치아래결집하였다. 공동체주의자 (communitarian) 들은롤즈의철학이너무개인주의로흐른다고비판한반면, libertarian 들은거꾸로그가너무개인의자유와가치에무심하다고비판했다. liberal 과 libertarian ( 자유지상주의?) 을어떻게구분해야할까? 둘다개인자유를강조한다. liberal 은조심스럽기는하나, 국가를좋은목표를위해유익하게이용하려한다. 롤즈 (Rawls) 류의 복지국가자유주의 는사회적정의개념위에서있으면서국가의적극적개입을환영한다. 반면, libertarian 은정부를필요악 (necessary evil) 이아니라아예 불필요한악 으로치부한다. 보다결정적인차이는 libertarian 이권리를사유재산의형태로, 즉 entitlement 로파악한다는것이다. 각개인은자기와자기능력의소유자이다. 따라서권리란단두가지원천, 즉최초소유및타인으로부터양도받은것에의해구성된다. 국가가존재해야한다면이런권리를보호해주는것에그역할이국한되어야한다. libertarianism 을고전적자유주의와동일시하기도하지만반드시같지는않다. 이계열의대표주자인노직 (Nozick) 은매춘, 마약복용, 비정통적성행위등은범죄의범주에들지않는다고보는데, 이런발상은고전적자유주의들로서는생각할수없는것이다. 존롤즈 존롤즈 (John Rawls, 1921-2002) 는 1950 년프린스턴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은후코넬대학과매사추세츠공대 (MIT) 교수를지냈다. 1962 년에는하버드대학교철학과교수가되었다. 롤즈는사회정의에대한자유주의적입장을제시한 정의론 을 1971 년발간함으로써서구철학사에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 그는 1993 년엔 정치적자유주의, 1999 년에 만민법 을출간했다. < 그림 6> 존롤즈 (John Rawls, 1921-2002) 7) 소결 시대적상황에따라국가에대한기대치가달라졌다. 국가의적극적역할을요구하던때가있었는가하면, 국가가민간영역에서손을떼고시민들의자유로운삶을지켜주는관리자로남을것을요구하는때도있었다. 지금은 20 세기신자유주의의이름으로국가 - 19 -

는뒷전으로물러가고시장이중심역할을해줄것을기대하는사람들이많다. 국가의역할을둘러싸고고정된규칙을추출하기는어렵다. 시대상황에따라가변적이기때문이다. 그러나국가의개입정도가달라질수는있지만국가의존재이유, 즉인간을행복하게만드는역할그자체는변할수없다. 목적은동일하지만그목적을달성하기위한수단이바뀔뿐인것이다. 토론주제 진보와보수를구분하는기준에대해생각해보자. 두종류의 신자유주의 를구분해보자. Liberalism 과 Libertarianism, 둘중어느사조가한국사회에더적합할까? laissez-faire 와 laissez-passer 의역사적의미를숙고해보자. 4. 현대사회와국가의역할 1) 아리스토텔레스 : 훌륭한삶을위한국가의역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정치적동물 이라는유명한말을남겼다. 많은사람들이아리스토텔레스의이말을오해하고있다. 정치적동물 이라는말을 인간은권력지향적 이라는부정적함의로해석한다. 또는정치적동물과 사회적동물 을구분하지않은채같이쓴다. 그러나아리스토텔레스가인간을정치적동물로규정했을때, 그의생각속에인간은행복을추구하는특별한존재로자리잡고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인간의행복을위해국가는필수불가결조직이라고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그의대표작 정치학 의첫머리에서 인간은본성적으로국가공동체를구성하는동물 (zõion politikon) 이라고했다. 정치공동체를지향하는내재적충동이모든인간의내면에있다고했다. 국가를구성하고산다 는것이 인간은정치적동물 이라는명제로불리게된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따르면, 국가가단순히인간의생존을위해필요한것만은아니다. 생존을위해집단과조직을구성하고사는것은다른동물도하는일이다. 개미나벌, 사자등동물세계가그렇다. 그런의미에서인간을포함해서 사회적동물 은많이있다. 그러나정치적동물은인간뿐이다. 그냥사회조직이아니라 국가 라는특수한사회조직을만들고사는것은인간만이할수있는일이기때문이다. 정치적동물인인간은왜하필국가를만들어사는가? - 20 -

아리스토텔레스는인간이 훌륭한삶 을위해국가를구성한다고믿었다. 국가는그저같은곳에거주하는사람들의단순한생존공동체가아니다. 구성원들이훌륭하게살수있게해주는것, 이것이국가의존재이유이다 (1280a25). 따라서인간은국가라는정치공동체안에서살며정치적행위를해야한다. 그러지않으면야수와같은삶을면할수없다 (1253a1). 훌륭한삶 이란어떤것일까? 왜국가의존재가그 훌륭한삶 을위해필수불가결한가? 아리스토텔레스는인간이다른동물과다똑같은데, 단한가지측면에서구분된다고했다. 그것은인간이정신활동을하는존재라는것이다. 바로이차이가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것, 다시말해훌륭하게사는것의핵심조건이된다. 정신활동을많이하면할수록훌륭한삶을살게된다는것이다. 모든존재중에서 100% 순수하게정신활동만하고사는존재가바로신이다. 따라서아리스토텔레스주장에따르면, 인간의궁극적목표는신을최대한닮는것이다. 신처럼그저정신활동만하고살수있다면, 그것이인간에게는최상의삶이된다. 그러나인간은육신을가지고산다. 신처럼정신만으로는살수없는것이다. 인간더러신처럼살라고하는것은불가능한요구이다. 할수있는한최대한정신활동을해야하지만그래도인간적한계는극복할수없다. 이대목에서윤리적삶이중요해진다. 인간은윤리적활동을통해서도행복을느낀다. 정신활동에는미치지못하지만작지않은기쁨을느낄수있다. 결국현실속의인간은정신활동과윤리활동을동시에도모해야한다. 정신활동을할처지가못되는사람이라면, 그럴수록더윤리적삶을살아야한다. 행복의총량을키우기위해서는윤리적활동에진력하는것이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훌륭한삶을위해국가가필요하다는것은이런배경에서이다. 그는아테네같은도시국가가인간의정신활동을촉진하는여러환경을갖추고있다고생각했다. 이상적인국가속에서살며그공동체가제공하는각종교육을받는다는것은훌륭한삶을영위하기위한첫번째조건이된다. 국가는윤리적삶을위해서도꼭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인간은정치공동체에적극적으로참여해야한다고주장했다. 왜정치활동을해야참된행복을누릴수있는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가볼때, 인간은남을위해베풀고도움을줄때본능적인기쁨을느낀다. 그래서그는돈그자체에대해서는큰의미를두지않지만친구를위해베푸는데없어서는안될돈의소중함에대해서는높이평가한다. 남을돕는것가운데최고의것은공동체전체의선을증진시키기위해노력하는것이다. 특히이런능력을많이갖추고있는사람이라면정치활동에적극참여함으로써무엇에비길수없는큰기쁨을누릴수있다. 그래서아리스토텔레스는실천적지혜가있는사람중에서도가장이상적인사람이바로정치가 (politikos) 라고단언한다. - 21 -

정치학은최고의학문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 에서그런합목적적정치를연구하는정치학에게도최고의가치를부여한다. 그에따르면, 정치학은인간을위한좋음, 즉행복을가르치는학문이다. 인간의잠재력을최대한달성하게하면서행복에이르게하는것이정치학의목적이다. 따라서정치학은모든학문중에서가장소중한것이다. 고립된개인이아니라공동체전체의행복을달성하는것을목적으로하기때문에다른모든학문분야를통괄하는최고의학문이곧정치학이라고했다. < 그림 7>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élēs, 384 322 BC) 이처럼국가는한편으로인간의정신활동을, 다른한편으로윤리활동을촉진하고, 동시에그런활동의장이펼쳐지는공간이기도하다. 따라서국가없으면인간은인간다운삶을살수가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인간을정치적동물이라고규정했을때, 그정치적동물이 자신의사욕을위한권력지향적동물 과전적으로상반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정치적동물과사회적동물을구분해서사용해야하는이유도여기에있다. 인간은천사도아니고야수도아니다. 그중간적존재이다. 천사는국가가없어도훌륭한삶을살수있다. 야수는국가를이룰수가없다. 인간은국가를필요로한다. 국가가있어야만훌륭한삶을도모할수있다. 이처럼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정치적동물 이라면서국가속에살지않으면인간다운삶을살수없다고했다. 국가의존재이유를 인간다운삶의구현 으로명확하게규정했다. 그에따르면국가의역할도자명해진다. 모든사람이인간답게살수있도록일정한역할을수행해야하는것이다. 2) 국가의역할에대한소극적시각 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이론에따르면, 국가의역할증대가불가피하다. 국가가단순한생존이아니라 훌륭한삶 을위해존재해야한다면그역할과기능의범위가넓을수밖에없다. 그러나최소한지난수세기역사를뒤돌아보면, 국가의역할에대해식자들의의견이일치했던것은아니다. 시대적상황에따라한때는국가의개입을배격하는 야경국가 가진보내지는선진사회의모델로여겨졌는가하면, 다른한때는 복지국가 의이름으로국가가사적영역에적극개입하는것이바람직하다는주장이득세하기도했다. 관찰의범위를좁혀 20 세기중후반이후를한정해보면, 이른바신자유주의국가가시대의대세이다. 국가의역할을가능하면축소하는것이자유와효율의증진을위해더순기능으로작용한다는생각이일반화되어있는것이다. 물론시장만능주의가갖는폐해를지적하며국가가일정역할을수행해야한다는의견을피력하는사람도적지않기는하나, - 22 -

대세를거스를정도는아니다. 이를좀더살펴보자. 지난 20 세기는국가를둘러싼서로다른시각이정면충돌했던시기이다. 자본주의체제안에서국가의적극적역할을촉구하던흐름은사회적자유주의, 혼합자본주의, 케인즈주의, 사회민주주의등여러이름을걸고 복지국가 를추구했다. 그극단적인경향은사회주의체제안에서국가중심주의로등장하기도했다. 그러나러시아등현실사회주의가붕괴하고자본주의국가에서도 복지국가 의비효율성과관료독재가지탄의대상이되면서 야경국가 의현대판인신자유주의국가가전면에등장했다. 이런추세를동반또는추동한일련의사상사적흐름을주목할필요가있다. 이글에서는특히 정치적인것 (the political) 의의미가쪼그라들면서정치이론의 축소지향적 (reductive) 추세도심화되는현상을주목한다. 정치가 도구화 되면서국가의역할에대한기대도축소되고있기때문이다. 첫째, 경험주의, 행태주의등 과학주의 가팽배하면서국가의역할을축소시키는추세에힘을보탰다. 정치를 사회적자원의권위적배분 으로규정하는 기술적, 행태론적 시각이정치학교과서의첫머리에나오는것도그런시류와무관하지않다. 정치를 만인의만인에대한투쟁 으로단정하고, 정치학의임무를 있는그대로의권력현상을지켜보는것 으로한정하는세계관속에서는 정치사회는인간의목표를달성하기위한의도적고안물 이라는생각이들어올틈이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훌륭한삶 이나홉스의 행복하고즐거운삶 을구현해줄국가에대한기대가위축되고있는것이다. 둘째, 사회주의등국가중심주의의폐해를경험하면서 정치과잉 에대한우려도덩달아커졌다. 정치에대한실망이커지면서이제정치, 곧국가가할일은 구성원들의생명과안전을지키는일 정도로최소화, 도구화되었다. 오크셧 (Michael Oakshott) 이말한것처럼, 정치의역할을질서유지에국한하는 의심정치 (politics of skepticism) 가정치의표본이된지오래이다. 오크셧은정치를통해삶의근본을바꿀수있다고믿는 신념정치 (politics of faith) 의폭주를두려워한다. 자칫국가중심주의의유령이되살아날수있다는것이다. 셋째, 경험주의정치학과나란히, 좋은삶의추구를공적으로다루는것을금기시하는자유주의적세계관이세상을평정하다시피하고있다. 자유주의이론가들은특정형태의영혼을우월하다고인정하는것은정치적으로위험하다고생각한다. 정치영역에서영혼에대해언급하는것자체를회피한다. 상황이이렇다보니정치의장에서 좋은삶 을추구한다는것은가능하지도않다. 좋은삶 은각자개인의판단영역이기때문에국가가특정가치를앞장서주장하거나강요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 이른바 국가중립성 명제가바로이것이다. 이점에관해누구보다깊이고민한사람으로롤즈 (John Rawls) 를들지않을수없다. 롤즈는 정치적자유주의 (Political Liberalism) 에서도덕적, 지적으로성숙한 이성적인사람들 이라하더라도, 인간의이성을흐리게만드는요소, 달리말하면 판단의한계 때문에사람들사이에서합리적의견불일치 (reasonable disagreement) 가생기는것은불가피하다고주장한다. 따라서국가가할일은자유가잘보존되도록지켜주는것뿐이다. 이범주를넘어선다는것은생각도할수없다는입장이다. 그는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 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 개인각자가추구하는가치가다르기때문에인간에게바람직한삶 (human good) 은본질적으로사람에따라이질적일수밖에없다. 사람들이각자추구하는목표들을단 - 23 -

일한기준에복속시키려드는것은비합리적인, 더정확히말하면정신나간짓 (mad) 이라고보아야한다. 그렇게되면인간의자아는상실될것이다." 그런롤즈도사회적약자를우선적으로배려하는 정의론 을개진했다. 롤즈는정의라고하는고전적명제를현대과학적방법론으로재조명하면서정의를 최고가치 로규정했다. 이런정의를구현하기위해서는국가가일정한역할을수행해야만한다. 앞에서살펴보았던노직 (Robert Nozick) 은이런롤즈를못마땅해했다. 노직은 무정부, 국가그리고유토피아 에서유토피아는사람마다다를수밖에없다면서특정한가치, 즉 패턴 (pattern) 을강요하는것은자유주의국가에서용납될수없다고역설했다. 노직은 최소국가론 을펼치면서철학적 libertarianism 의큰틀을제공했다. 3) 자유주의사회에서국가의역할 정치가이토록혐오와기피의대상이된다면, 인간은정치적동물 이라고했던아리스토텔레스의금언은잘못된인식, 오도된철학의결과가아닐까? 국가가개인의훌륭한삶을위해적극적인역할을해야한다는주장은시대착오적인발상이아닐까? 그렇지않다. 비록전세계에걸쳐반정치가횡행하지만그것이결코정치의죽음을의미하지는않는다. 온세상사람들이지치지도않고정치를욕하는그이면에는새로운정치에대한소망이꿈틀대고있다. 현실정치에대한실망이깊고분노가클수록그대칭선상에서바람직한정치에대한갈증도더뜨거운것이다. 미국의트럼프가, 프랑스의르펜이, 그리고한때한국의안철수가대중의지지를획득할수있었던것도그들이내건 새정치 의흡인력때문이다. 이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 반정치가시대의대세이기는하지만, 사람들이정치자체를포기하고단념하는것은아니라는뜻이다. 현실정치에실망하고분노를느끼면느낄수록그반대지형의정치를갈망하는마음도뜨거운것이다. 인간은여전히 정치적동물 인것이다. 1) 이글은아리스토텔레스가주장한 인간은정치적동물 이라는명제가현대사회에서적정한수준으로부활되어야할당위를역설한다. 그러면서도아리스토텔레스정치이론이현대정치사회에서직면해야할여러어려움을간과하지않는다. 특히오크셧이강조했던 균형감각 의중요성을매우무겁게받아들인다. 2) 국가는개인의훌륭한삶을위해일정한역할을수행해야한다. 자유주의사회라고하더라도엄밀한의미의 국가중립성 은가능하지도않고, 바람직하지도않다. 그러나동시에자유주의사상가들이국가에대 1) 이와관련, 정치적동물 의복구를역설하는일군 ( 一群 ) 의정치사상가들을주목할필요가있다. 이를테면아렌트는정치를 인간각자의복수성 ( 複數性 ) 을공적영역에서언어활동을통해드러내는것 이라고정의하며, 정치없이는인간다운삶이불가능하다고주장한다. 아렌트는현대사회에서 온전한인간의삶 을가능하게할새로운정치형태의필요성을모색했다. 레오스트라우스는좋은삶과좋은사회가무엇인지알고자함을삶의목표로추구할때정치철학이등장한다고주장한다. 정치철학을좋은삶의본질에대한탐구라고규정하는그의문제의식을통해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이론도현대사회에서새롭게부각되고있다. 2) 오크셧은신념정치와의심정치라는분류가극단적추상화에지나지않음을인정한다. 현실정치에서는이둘의상호분리가불가능하고, 함께섞여존재한다는것이다. 오크셧은신념정치가극단적으로치닫지못하도록가로막는견제력을가진의심정치의가치를간과하지않는다. 동시에그는그의심정치가신념정치에의해견제받지않으면치명적자기파멸에빠질수있음을우려한다. 결국균형감각이중요한것이다. 양극단을피하면서당면현실에서무엇이필요한지, 성공가능한지, 필요하고가능한그일을어떻게실현하는것이최선인지읽어내는역량이곧오크셧이말하는균형감각이다. - 24 -

해불편한시선을거두지못하는이유도간과해서는안된다. 한편으로개인의자유를보장하면서, 다른한편으로인간다운삶을뒷받침할수있는국가의존재이유를규정할방법은없을까? 이점에서라즈 (Joseph Raz, 1939-) 의책 The Morality of Freedom(Oxford : Clarendon Press, 1986) 이흥미를끈다. 라즈는이책에서보편적가치의존재를인정한다. 무엇이옳고그른가에대해객관적으로판단할수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국가도마찬가지이다. 자유주의국가라하더라도가치문제에관해마냥중립을지켜야한다는주장에동의하지않는다. < 그림 8> 조셉라즈 (Joseph Raz, 1939-) 어느국가이든술마시는것과도박을하는것은어렵게하는대신문화행사는도와준다. 국가가특정한방향으로가치판단을하게되면직, 간접적으로사람들의삶에간섭하는결과를낳게된다. 라즈는국가가특정가치를유도하는것은자유의원칙과배치되지않는다고본다. 가치의우열을객관적으로판정할수있다면, 국가가시민의진정한복리를도모하기위해가치판단을하는것은바람직할뿐만아니라요구되기까지한다는것이다. 그러나라즈는두가지전제조건을단다. 첫째, 국가가특정가치나신념을강요해서는안된다. 가치판단을하되, 도덕적다원주의의틀은유지해야한다. 객관적으로좋은, 그러면서도서로우열을가리기가어려운도덕적가치들이다양하게존재하기때문이다. 개인의자율성을존중하는체제라면다원주의적관점을인정할수밖에없다는것이라즈의생각이다. 둘째, 국가가특정가치를시민들에게강요해서는안된다. 도박을억제하고문화활동을장려하고싶다면조세제도같은간접적인방법을동원해야지직접적으로개입해서는안된다. 이런맥락에서라즈는국가가도덕적으로가치있는선택지 (options) 들을많이만들어시민들에게선택의폭을넓혀주는것이 참된자유의원칙 에부합된다고생각한다. 결국라즈는국가의역할이시민들의자유가침해되지않도록감시하는것에국한되어야한다는주장에동의하지않는다. 시민들의자유를증진시켜주고, 자율성이자라날 - 25 -

수있는환경을만드는데관심을기울여야한다는것이다. 국가는시민들이자율적인삶을살아가는데필요한내면적인능력, 즉적극적인의미의자유를신장시키기위해노력해야한다. 4) 소결 사회계약론이구체화되기훨씬이전시대를살았던아리스토텔레스지만, 그의머릿속에는인간다운삶을위한국가의존재이유가분명하게자리잡고있었다. 이희랍의고대철학자는훌륭한삶을위한역할에부응하지못하는국가는국가도아니라고생각했다. 문제는그런국가본유의사명을구현하기위해국가가어떻게일해야하는가하는점이다. 자칫, 시대착오적국가중심주의로회귀한다면모두에게불행이될뿐이다. 그래서라즈의주장이큰울림으로다가온다. 국가는훌륭한삶이라는큰틀의가치기준아래에서움직이되, 구체적인판단은시민각자의자유로운선택에맡겨야한다. 가치와자유사이에서적절한균형점을찾는다는것은결코쉽지않다. 그러나이런고민을통해국가의시대적소명이더욱빛을발하는것도사실이다. 토론주제 국가의역할, 존재이유를놓고볼때, 아리스토텔레스와현대자유주의자 (liberal, libertarian) 들은어떤차이를보이는가? 자유주의자들은가치문제를둘러싸고국가가중립을지켜야한다고믿는다. 현실에서가능한일일까? 국가가어느지점까지중립을지켜야하는가? 정치적동물 과 사회적동물 을구분해보자. 국가의역할에대해소극적입장을취하게만드는사상사적배경을열거해보자. 5. 한국공직자의자세 플라톤은철인왕이다스리는이상국가를 아름다운국가 (kallipolis) 라고불렀다. 그는영혼의발전을도모하는국가가이상국가라고생각했다. 이런맥락에서아리스토텔레스가강조했던 훌륭한삶 과다르지않다. 문제는국가가특정가치를 시정목표 로내세울경우개인의자유와다원성을심각하게위협할수있다는데있다. 플라톤은아름다운국가라고찬양한체제가포퍼 (Karl Popper) 같은사람의눈에는전체주의국가로비치는이유를생각해야한다. 국가의과도 - 26 -

한개입이얼마나큰폐해를초래했는지새삼언급할필요가없을것이다. 자유주의이론가들이국가중립성이라는화두에집착하는것도이해못할바가아닌것이다. 그러나어떤국가이든지나름의가치관위에서있을수밖에없다. 자유주의국가도자유주의라는특정이념체계위에서있다. 자유주의가치를구현, 확장하는것이자유주의국가의존재이유인것이다. 따라서라즈가말하듯이, 국가는시민의진정한복리를도모하기위해도덕적으로가치있는선택지 (options) 들을많이만들어야한다. 이런논의는오늘날한국의공직자에게무엇을시사하는가? 첫째, 국가의존재이유에대해분명한인식을해야한다. 국가는개인의안전을지키는것은물론국민각자가인간다운삶을살수있도록노력해야한다. 흔히정치를 배부르고등따습게하는것 으로규정한다. 물론그런물질적인터전도중요하다. 그러나그것이인간삶의궁극적인목적은될수없다. 플라톤이질타했듯이, 그런 욕망의세계 가국가가지향해야할목표일수는없다. 국가는국민의 훌륭한삶 을위해고민하고그것을위한선택지를만드는데진력해야한다. 둘째, 한국적인상황에부합하는국가관을정립해야한다. 지금이시점에서우리사회가당면한과제는한둘이아니다, 그중에서도국가의안전을지키고경제발전을통해물질적필요를충족시키는것은최우선순위가될수밖에없다. 다른한편으로, 왜한국사회가이토록 절망이넘치는사회 로전락하고있는지숙고해야한다. 여러이유가있겠지만, 우리가국가의당면과제로삼고있는안보와경제라는두화두가우리삶을황폐하게만드는큰요인임을알아야한다. 이점에서영혼의아름다움과훌륭한삶을강조했던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은이시대한국인에게도너무나절박한울림이아닐수없다. 백범김구선생은해방직후그절망적인상황에서도 문화 를꿈꾸었다. 김구선생의시대에비해우리는월등하게풍요한사회에살고있으나우리의삶은피폐하기만하다. 물질이아니라정신이, 경제가아니라문화가우리에게진정한행복을준다는것을기억하자. 특히요즘같이강대국의자국중심주의에휘둘리며 비강대국 의설움을겪고있는상황에서우리가어디에서활로를찾아야할지고민해보자. 김구선생이절규했듯이, 문화입국 이우리의살길이고희망이다. - 27 -

김구선생의꿈, 문화국가 내가원하는우리민족의사업은결코세계를무력으로정복하거나경제력으로지배하려는것이아니다. 오직사랑의문화, 평화의문화로우리스스로잘살고인류전체가의좋게즐겁게살도록하는일을하자는것이다. 어느민족도일찍이그러한일을한이가없었으니그것은공상이라고하지말라. 일찍이아무도한자가없길래우리가하자는것이다. 이큰일은하늘이우리를위하여남겨놓으신것임을깨달을때에우리민족은비로소제길을찾고제일을알아본것이다. < 그림 9> 김구 ( 金九, 1876-1949) 셋째, 지금이시점에서한국의공직자들은글로벌사회의일원으로서그에부합하는복무자세를취할것을요구받고있다. 한국은남의나라원조를받는나라에서불과수십년만에남을돕는나라로변모했다. 이제한국은더이상국제사회의변방이아니다. 따라서한국의공직자들은국제사회의주체로서글로벌규범을실천하는데앞장서야한다. 민주주의이념위에자유와평등, 박애정신을구현하는데적극적역할을수행해야한다. 이와관련, 특히유념해야할것은국제적보편주의와우리민족중심주의사이에서적절한균형을잡을수있어야한다는점이다. 한국의공직자로서당연히우리의국가이익을증진하기위해노력해야한다. 그러나그것이폐쇄적민족주의로경도되어서는안된다. 김구선생이강조한바, 우리는 문화국가 로서한국의국제적위상을확립하는데힘써야한다. 우리를돋보이게하는것은총도, 돈도아니고오직문화의힘이라는김구선생의혜안은오늘날글로벌사회에서더욱빛이난다. 넷째, 대한민국의공직자는 자유인 이되어야한다. 자유주의사회에산다고다자유인은아니다. 자유인은자유의가치를즐기면서그에따른책임을기피하지않는사람이다. 현재한국국민이공직자에게느끼는가장큰아쉬움중의하나는공직사회의분위기가경직되어있다는점이다. 이것은민간기업과비교해보면잘드러난다. 자유경쟁과적절한인센티브가가미되면서특유의탄력성을발휘해야공직사회가활력을띨수있을것이다. 공직자는자유주의국가, 문화국가의첨병으로서걸맞는철학을갖추어야한다. 그철학에따라판단하고행동해야한다. 필요하다면그결과에자유롭게책임질수있는분위기가진작되어야한다. 공직자가진정한의미의자유인이될때, 대한민국은문화국가로거듭날것이다. 김구선생의당부를기억해두자 : 나는우리나라의청년남녀가모두과거의조그맣고좁다란생각을버리고, 우리민족의큰사명에눈을떠서제마음을닦고제힘을기르기로낙을삼기를바란다. 젊은사람들이모두이정신을가지고이방향으로 - 28 -

힘을쓸진대 30 년이못하여우리민족은괄목상대 ( 刮目相對 ) 하게될것을나는확신하는바이다. - 29 -

III. 근대자유주의국가의진화와공적가치 의변화 세부목차 1. 서문 2. 근대국가의발전과공적가치의진화 1) 전근대국가와근대국가의성격차이 2) 무정부적내란과절대주의 : 평화, 질서, 공동선 3) 고전적자유주의와공적가치 : 자유, 법의지배, 사유재산, 기회평등 4) 현대평등주의적자유주의와공적가치 : 적극적자유, 공정한 기회평등, 사회정의와연대 5) 신자유주의시대의공적가치 : 자율, 경쟁, 효율 6) 자유주의에대한도전 : 공동체주의와공화주의 7) 소결 : 자유주의국가관의정책적함의와공무원의태도 3. 근대국가의법철학적정당화 1) 자연상태에서정치사회로 : 국가의법철학적정당화 2) 자유주의와민주주의의정당화 3) 헌정주의의법철학적의미 4) 소결 4. 맺음말 - 30 -

1. 서문 이장은근대국가의역사적진화에수반했던국가이론및공적가치들의변화를고찰해봄으로써앞으로대한민국이추구해야할바람직한국가관및공적가치를도출해보고자한다. 3) 모든개인들이국가라는정치 법률적제도에서살게된근대이후에는개인의행복이그가살고있는국가의특성과형편에큰영향을받을수밖에없다. 1, 2 차세계대전기간이나현재시리아등중동지역에서발생한수많은난민들의비참한삶은국가가개인의안전과행복에얼마나중요한변수가되는지를극명히보여준다. 국가는개인에게행복한삶자체를보장해주지는않지만, 개인들이스스로행복한삶을추구할수있는필수적인조건이되기때문이다. 하지만그렇다고모든국가들이다국민들에게행복에필요한동일한조건을제공해준다고보기는어렵다. 비근한예로, 북한이자체의정치 법률적제도를구비한국가라고해서그국민들에게다른민주주의국가들처럼자유롭고풍족한삶의조건을보장해주고있다고보기는어렵다. 만성적인내란과혼란을겪고있는중동의여러이슬람국가들도마찬가지다. 그들은국가라는형식을갖추고있긴하지만평화와질서를유지하는데어려움이있을뿐만아니라매우억압적인정치이념과통치체제를갖고있다. 그국민들은종교의자유나언론 사상의자유등인간의행복에필수적인기본적권리들을누리지못하고있다. 그런상황은국가가아예존재하지않는무정부적인상황의혼란과비참함보다는나을수있을것이다. 하지만, 개인의자율성과존엄성을보장해주기위해노력하고있는선진민주주의국가들의상황과비교해볼때는매우열악하다아니할수없다. 이처럼국가가현대인들의행복에필수적인조건이되었다는점은분명하지만, 어떤국가형태가개인들의행복과번영에 더 유리한가하는문제는아직완전히규명되지않았다. 선진적인민주주의국가들의경우에도그안에서살고있는개인들의삶은국가가나아가는방향과정책변수에따라상당한차이와격차가있다. 예를들어미국의국력은세계최강 최대이지만중산충이하서민들의삶이서유럽국민들의삶보다더낫다고보기어렵다. 미국사회의성격과지향이서유럽국가들의성격및지향과달라서양쪽국민들의삶에상이한영향을미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이시점에서우리대한민국은과연어떤국가관을표방해야하는가? 이질문은현재한국사회에매우중요한의미가있다. 1997 년말외환 3) 아리스토텔레스가일찍이 정치학 에서주장했던것처럼각정치체제혹은국가형태는그것과어울리는 좋은시민 (good citizen) 개념을전제하고있다. 몽테스키외의설명에따르면군주제는주로공포의정서에따라행동하는신민 ( 臣民 ) 개념을, 그리고민주제는자유의욕구가강한시민개념과한쌍을이루고있다. 이런관점에서보면, 대한민국이추구하는바람직한국가의모습은그와부합하는 좋은시민 개념을요구한다고볼수있다. - 31 -

위기의엄습을받은대한민국은당시급속히확산되고있던신자유주의적구조개혁에편승하여빠른기간에외환위기를수습하고오늘에이르고있다. 하지만신자유주의적구조개혁은한국사회에상당한활력을불어넣기도했지만, 중산층을엷게만듦으로써한국사회를양지와음지의두세계, 다시말해소수부유한계층과다수저소득계층으로재구조화시켰다. 더구나 2008 년뉴욕월가에서시작한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화로인한투자은행의막대한손실및연이은보험회사와개인투자자들의부도는또다른지구적경제위기를초래했는데, 이것은경제대국들의대대적인금융양적완화정책을불러옴으로써또다른거품경제및자산양극화현상을초래했다. 산업을대외개방및수출경제에적합한형태로재구조화해온대한민국또한이와같은신자유주의적질서가지닌음양의양측면에그대로노출됐다. 일부경쟁력있는산업과금융은번창했지만이들에종속되어있는중소기업및업종들은고전을면치못했다. 장기적인저인플레상황및양적완화와연동된저금리정책은금융시장과부동산시장에기름을부음으로써자산양극화와빈익빈부익부현상을더욱심화시켜한국사회를두개의나라, 곧부유한자들의천국과빈곤한자들의지옥 - 헬조선 으로상징된다 - 으로분열시켜왔다. 19 대대통령선거로들어선문재인정권은그동안진행되어온신자유주의적지구화의부정적유산을극복하고 국민의국가정의로운대한민국 을표방하고있다. 정경유착, 갑질문화, 취업청탁, 이분법적인차별과배제등켜켜이쌓인적폐를청산하고국민과의소통을강조하며, 청년실업해소및복지강화를통해정의롭고민주적인대한민국을건설하고자시도하고있다. 하지만문재인정부가지향하는국가비전및공적가치는아직완성되지않고구체화단계에있다. 국민의국가 도그구체적인내용이불확실하며, 정의로운대한민국 도그내용이너무추상적이다. 하지만, 그방향이그동안신자유주의가지행했던것과는상당한차이가있다는것은분명하다. 거대자본의횡포를통제하고, 중소기업의자율성과안전을제고시키며, 빈부격차와부의양극화를완화시킴으로써사회통합과연대의식을강화시키는방향으로나아가고자한다. 동시에국가기관들이국민에게더큰책임을질수있도록권력구조를개편함으로써권력에대한민주적통제를강화시키고자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지향하는국가비전이어떤것인지개념적으로명확히와닿지않는다. 이것은바람직한국가의비전을구성하는다양한요소들이병렬적으로나열되어있을뿐체계화되어있지않기때문이다. 여기에바로문재인정부가지향하고자하는국가에관한체계적인이론화의필요성이있는바, 이장의목적은바로이런목적에일조하기위한것이다. 우리대한민국이지향해야할바람직한국가의모습은막연하고추상적인사고로는포착하기어렵다. 그것은성숙한민주적법치국가를이룩한선진국들의경험에대한역사적 이론적고찰및우리대한민국의현재상태에대한포 - 32 -

괄적이고도비판적인분석을필요로한다. ( 조선시대시도됐던유교국가화의현재적의의도비판적으로고찰할필요가있다 ) 선진적인민주적법치국가의경험이반영된정치사상들에대한역사적 이론적고찰은선진국들이어떤경로와의식혁명을거치며현재에도달했는가를보여줌으로써우리사회가어떤정치발전단계에있는가를평가할수있도록해준다. 동시에선진적인민주적법치국가에필요한국민들의의식과태도가무엇인지를시사해준다. 근대국가는 16-17 세기에형성됐다. 14 세기부터약 2 세기동안르네상스, 과학혁명, 종교개혁과종교전쟁과같은역사적대사건들을거치며유럽사회는중세와는전혀다른인식체계와가치관그리고사회 경제 정치체제를지니게되었다. 종교적 형이상학적세계관과가치체계가급격히후퇴하고인본주의적이며합리적인세계관과가치관이확산되기시작했다. 동시에몇몇군주들이지역적패권을확립하면서주권적이며독립적인민족국가들로구성된새로운국체질서가확립되었다. 이른바 1648 년의웨스트팔리아조약체결로그윤곽이드러난새로운유럽질서는지역적패권을장악한독립적인주권국가들로이뤄진국제체제로, 이전의지역분권적인봉건적질서와는전혀다른정치적조직방식과제도들을발전시켰다. 근대초절대주의국가체제의확립으로봉건제에기반한중세적질서는완전히붕괴되었다. 이과정을통해완만히전개돼오던문명화과정에가속도가붙기시작했으며 ( 엘리아스 1999), 민족국가들도빠른속도로근대적인중앙집권적관료국가의틀을확립하기시작했다. 이와함께지방에흩어져있었던권력이더욱중앙으로집중되었고, 토지를매개로형성된봉건영주와기사들사이의충성계약은화폐급료를매개로한절대군주와중앙관료집단의관계로변모했다. 이런변화를배경으로절대군주들은타국과의경쟁에서승리하기위해중상주의정책으로부국강병을이루고자시도하는과정에서중앙의권력을더욱증대시켰다. 하지만 2-3 세기에걸친대격변속에서세계관과가치관의변화를겪은일부지식인들은절대군주체제가개인들의변화된가치체계와충돌할수밖에없다는점을인식하고, 새로운세계관과가치관에부합하는국가형태를모색했다. 우리가잘알고있는 17 세기영국의토머스홉스와존로크, 18 세기프랑스의몽테스키외와루소는가장선구적인정치철학자들이었고, 18 세기후반미국의건국의아버지들 - 매디슨, 제이, 해밀턴등 - 은유럽의정치이론들을자신의정치적경험과결합시켜새롭고정교한제도를산출해냈다. 그러므로이들이인간의심성과정치질서에대해지녔던견해들을고찰해보고, 후대의정치철학자들이그들의사상을어떤식으로발전또는변형시켰는가를고찰해보는것은근대정치질서의근본성격과진화의양태를이해하는데매우긴요하다. 그리고이런작업은우리사회가발전시켜야할국가의모습을그리는데도유익한통찰을제공해줄수있다. 이장에서는특히절대국가의수립및자유주의사조의등장과함께시작 - 33 -

한근대적정치질서와정치이념에대한분석에서시작하여, 자유방임국가를거쳐복지국가그리고신자유주의국가단계로이어지는정치사및그에수반하는국가이론의진화를고찰하고자한다. 동시에각시기혹은단계별로자유주의사회가추구했던국가의성격및공적인가치들을추출해봄으로써, 신자유주의시대이후우리사회가지향해야할국가의모습과공적인가치들의윤곽을모색해보고자한다. 2. 근대국가의발전과공적가치의진화 1) 전근대국가와근대국가의성격차이 토론주제 * 아래의두글을읽고전근대적인국가와근대적인국가의성격을비교해보시오. 국가는자연의산물이며, 인간은본성적으로국가공동체를구성하는동물임이분명하다. 따라서어떤사고가아니라본성으로인하여국가가없는자는인간이하이거나인간이상의존재이다. 따라서국가는분명자연의산물이고개인에우선한다. 왜냐하면고립되어자급자족하지못하면개인은전체에대해다른경우부분이전체에대해갖는관계를맺을것이기때문이다. 공동체안에서살수없거나, 자급자족하여그럴필요를느끼지못하는자는국가의부분이아니며, 들짐승이거나神일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 권 2 장 ) 공동의권력은사람들을외적의침입이나서로의침해로부터방위함으로써안전을보장하고, 그들이스스로의노동과대지의산물로일용할양식을마련하여만족스런삶을살수있도록허기위한것이다. 그런능력이있는공동의권력을확고하게세우는유일한길은그들모두의의지를다수결에의해하나의의지로결집하는것, 즉, 그들이지닌모든권력과힘을 한사람 또는 하나의합의체 에부여하는것이다. 다시말하면, 한사람또는합의체를임명하여자신들의인격을위임하고, 그위임받은자가공공의평화와안전을위해스스로어떤행위를하든또는국 - 34 -

민에게어떤행위를하게하든, 각자는그모든행위의당사자가되고, 또한당사자임을인정함으로써개개인의의지를그의의지에, 개개인의판단을그의단하나의판단에맡기는것이다. ( 홉스, 리바이어던, 2 부 17 장 ) 국가가발생한원인과국가가존재하는이유 ( 혹은국가의목적 ) 는서로다른문제다 ( 김비환 2013, 31-8). 국가의발생원인은국가가실제로수립된과정에관련된것이고, 국가의존재근거는국가의실제적인발생과정과상관없이국가가이바지해야하는목적에관한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최초로이런구분을가장분명하게표현했다. 그는국가 ( 당시로서는도시국가인 polis) 는가정이진화하여발생했다는자연발생설을주장했다. 가정이라는작은집단은의식주와생명유지에관련된모든문제를완벽하게해결해줄수없기때문에가정과가정간의노동분화와물물교환이필요하게되어씨족공동체가발생했다. 그러나이역시모든인간의자연적필요를충족시켜주기에는부적합했기때문에부족국가가출현하게되었고부족국가는다시도시국가의형태로발전했다. 이도시국가에서는인간의기본적인필요들이대부분충족된다. 노동분화와물물교환이자유롭게일어나모든사람들의필요가충족된다. 게다가외부로부터의침입을방지할수있음은물론안으로는사람들사이의분쟁을해결할수있는제도들이발생한다. 농경사회에서의국가의발생은대체로아리스토텔레스의자연발생설과일치한다. 물론국가는다른방식으로수립될수도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홉스는정복에의해서도국가가수립될수있다고보았다. 그리고그리스시대의글라우콘과같은소피스트들과근대초홉스및로크와같은사회계약이론가들은사회계약을통해국가가탄생한것처럼설명했다. 데이비드흄같은철학자는오랜역사적과정에서국가가그유용성때문에점진적으로형성됐다고주장했다. 말하자면실험적인관리기관들이그유용성이확인되면서점차국가의모습을띠게되었다고본다. 또마르크스와엥겔스와같은이들은국가는계급지배의필요성때문에발생했다고본다. 국가는항상지배계급의이익에봉사하는도구라고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국가발생에관한모든이론들이다국가의발생을역사적으로혹은사회학적으로 (= 인과적으로 ) 설명한이론은아니다. 자연발생설과정복설을제외하면국가발생의원인과목적을동시에표현하고있다. 예를들어사회계약설은정치사회혹은국가가실질적으로개인들의동의와계약에의해구성되었다고보지는않는다. 사회계약설은오히려국가를자유롭고합리적인개인들의합의의산물로서간주해야한다는요청으로이해되어야한다. 그렇게이해할때국가권력의정당성과시민의의무를조리있게설명할수있기때문이다. 뿐만아니라국가가앞으로추구해야할목적을합리적으로제시해줄수 - 35 -

있으며, 시민들이국가에자발적으로복종할수있는조건을조명해줄수있기때문이다. 국가의존재근거곧, 국가의목적에관한문제에관해서는고래로부터오늘에이르기까지많은논쟁을겪었다. 예컨대플라톤은국가를윤리학적인관점에서바라보았다. 그에의하면도시국가는타고난소질이다른세계급사이의호혜적이고도조화로운관계가성립될때최선의상태가된다. 각계급의관계는적대적이거나착취적이지않아야한다. 이상적인도시국가에서정의는각계급들이고유한기능과역할을담당하며전체질서의유지에기여할때달성된다. 좋은국가는무엇이좋은것인가에관한철학적 ( 형이상학적 ) 윤리학적탐구에기초해있다. 그러므로국가의주요목적은그구성원들로하여금윤리적으로좋은삶을살수있도록이끌어주는것이다. 철학자만이무엇이좋은지에관한절대적인지식을소유한존재이기때문에가장이상적인지도자는철학자인동시에왕인철인왕 (philosopher) 이다. 플라톤의제자아리스토텔레스도국가의목적은인간으로하여금윤리적으로좋은삶을살수있도록해주는것이라믿었다. 4) 그래서그는 인간은본질적으로정치적존재 라고주장했다. 이말은국가에서의공동생활을통해서만인간은그도덕적잠재력을완성시킬수있고표현할수있다는뜻이다. 그러므로국가의목적은인간의잠재적인도덕성을완성시켜선한인간이되게함으로써행복한삶을살수있도록도와주는데있다. 국가공동체를인간성을계발하는일종의교육기관으로이해했던것이다. 이런관점에서보면인간은오직정치공동체에소속되어있을때만이도덕적 지적발전을꾀하여진정한인간이될수있기때문에국가가개인보다우선적인가치가있다고말할수있다. 4) 하지만아리스토텔레스는 158 개도시국가의정체를비교분석하여각각의정체가운용되는방식을경험적으로연구했다는점에서비교정치학의선구로평가되기도한다. 하지만아리스토텔레스는경험적인비교연구를최선정체에대한윤리학적관심속에편입시킴으로써경험적인정치학을독립적인연구영역으로확립시키지는못했다. - 36 -

< 그림 10>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élēs, 384 322 BC) 아리스토텔레스의국가관은한때중세의공화주의자들에게계승되었지만근대에들어서면서결정적으로후퇴했다 ( 하지만 20 세기후반에아리스토텔레스의덕의윤리가재조명되면서자유주의를아리스토텔레스주의관점에서재구성하려는큰흐름이형성되었다 ). 대신정치사회로서의국가는사람들이자신의생명과자유와재산을보호하기위해인위적으로만든것이라고보는관점이대두했다. 그래서그의미와가치에서개인이국가보다더중요하게간주되게되었다. 국가는개인의필요때문에만들어진것이기때문에국가를통해서인간의본질이계발된다든지도덕성이완성된다든지하는일은발생하지않는다. 국가는개인의생명과자유와재산을보호하고질서를유지함으로써개인들이안심하고자신의일을할수있도록돕기위해존재한다. 그러므로국가가그와같은기능을성공적으로수행하지못할때국가는언제든지교체될수있다. 이와같은사회계약설적국가관은무엇보다도인민의동의와합의야말로정치권력의정당성을확보할수있는유일한길임을부각시킴으로써민주주의사상과제도의발전에큰영향을미쳤다. 하지만인민의합의나계약의행위보다도더실용적이고역사적인이론도있다. 흄과같은철학자는국가는그유용성때문에하나의제도로정착되었다고분석했다. 이런접근은벤담 (J. Bentham) 과제임스밀 (J. Mill) 과같은후세의공리주의자들에의해계승 발전되었다. ( 흄은최대다수의최대행복의성취를국가의목적이라주장하지않았다는점에서온전한공리주의자였다고보기는어렵다 ) 공리주의적관점에서보면국가의목적은사회전체의공리를극대화하는것이다. 다시말해 최대다수의최대행복 가주된목적이다. 그렇지만다수의행복에초점을맞추고있는관계로공리주의국가관은자칫소수의권리와이익을지속적으로침해할개연성이있다. 그러므로아무리사회전체의공리를극대화하는것이국가의일차적목적이라하더라도, 침해돼서는안되는개인의권리체계를확립할필요성이부각되었다. - 37 -

< 그림 11> 제러미밴담 (Jeremy Bentham, 1748-1832) < 그림 12> 존스튜어트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공리주의는벤담이후 1 세기남짓서구공공철학의이론적기초를제공했지만 1960 년대후반이래도전을받기시작했고오늘날은개인의권리보호에초점을맞춘정치이론, 곧칸트의윤리학에기반한의무론적정치이론에의해대체되고있다. 국가는전체사회의행복을극대화할필요가있지만, 그과제를추구하는과정에서아주중요한개인의권리까지도희생시켜서는안된다는것이의무론적자유주의정치이론의문제의식이다. 그리하여개인의권리보호는오늘날국가의중요한임무의하나로강조되고있다. 오늘날국가의존재근거에관한이해는매우다양하다. 오늘날은민주주의시대인만큼사회계약설이강조하는합의와 동의의정신은국가수립과권력행사의도덕적기초가되고있다. 그러면서도공리주의역시국가의존재근거에대한나름대로의설득력있는설명을제공하고있다. 물론아직까지도단순히질서와평화를유지하는최소한의공통적기능에덧붙여국가가어떤추가적인역할을담당해야하는가에대해서는뜨거운논쟁이진행되고있다. 예컨대신 ( 新 )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은국가는바람직한가치와그렇지못한가치들을구분함으로써시민들이바람직한가치관을추구함으로써행복한삶을살수있도록도와야한다고주장한다. 이런관점에서보면소극적자유와적극적자유는국가가그런목적을추구하는 < 그림 13> 이마누엘칸트 (Immanuel Kant, 1724-1804) - 38 -

데모두필요하다. 소극적자유는개인들이자율성을실현하는데필요한조건으로서 ( 보다구체적으로는규제의완화를통해보장된다 ), 그리고적극적자유는개인들이자율성을개발하기위한윤리적근거로서제시된다 ( 보다구체적으로는교육정책과복지정책등을통해보장된다 ). 이런두가지조건이모두갖춰지지않을경우개인은자율성의능력을개발하기도어렵고실현하기도어렵기때문이다. 2) 무정부적내란과절대주의 : 평화, 질서, 공동선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국가가필요한이유를생각해보시오. 그리고국가가추구해야할최고의가치는무엇인지생각해보시오. 인간은그들모두를위압하는공동의권력이없이살아갈때는전쟁상태에들어간다. 이전쟁은만인에대한만인의전쟁이다. 만인이만인에대해적인상태, 즉, 전쟁상태에서벌어지는모든일은자기자신의힘과노력이외에는어떤안전대책도존재하는않는상태에서도똑같이발생할수있다. 그런상태에서는노동에대한결과가불확실하기때문에땀흘려일한데대한보상이불투명하다. 따라서토지의경작이나항해, 해상무역, 편리한건축물, 이동을위한도구및무거운물건을운반하는기계, 지표 ( 地表 ) 에대한지식, 시간의계산도없고, 예술이나학문도없으며, 사회도없다. 그리고가장나쁜것은끊임없는두려움과폭력에의한삶과죽음의갈림길이서인간의삶은외롭고, 가난하며, 비참하고잔인하며짧다는것이다. 통치형태가무엇이든국민을보호하기에충분할정도로완전하다면권력은같은것이다. 인간에게어떤경우도불편이전혀없을수는없다. 그리고통치형태를불문하고일반민중에게생길가능성이있는가장큰불편도내란에따르는비참함과끔찍한재난에비하면, 또는법에대한복종도없고약탈과복수를하지못하도록그들을속박하는강제력도없는, 즉, 지배자없이살아가는다수사람들의분열상태에따르는비참함과두려움에비하면아무것도아니다. 주권을지닌통치자들이국민들에게가혹한억압을가하는경우에도, 국민들에게해를가하고국민들을약화시킴으로써기대할수있는즐거움이나이익때문이아니다. 주권자의힘과영광은국민의활력에있다. 주권자가강압적권력을행사하는것은, 자신을방어하는일에마지못해비용을대고힘을다하지않으려는국민들의반항적태도때문이다. ( 홉스, 리바이어던 1 부 13-39 -

장, 2 부 18 장 ) 2005 년미국은초강력허리케인카트리나의습격을받았다. 미국 CNN 방송에의하면뉴올리언스는치안부재로인한무법상태에빠졌다. 이것이현대문명의최첨단을달리는미국에서벌어질수있는일이라고상상하기어려운일이벌어졌다. 하늘에서는헬리콥터프로펠러가요란스러운소리를내고있었으며, 멀리에서는한쇼핑몰이불타고있었으며, 여기저기서각종무기로중무장한경찰관들이바쁘게움직이는모습이마치시가전이진행중인것같다고전했다. 시가지에는휠체어에앉은채숨져있는한할머니가담요한장에덮여담구석에방치되어있었고, 식료품등생필품부족에시달리는이재민들이약탈을일삼고서로총격전을벌이거나강간을자행하는등 무시무시한 상태로급변하고있다고전했다. 이재민들은마치짐승과같이살고있다고보도했다. 기본적으로근대적인정치적기획은내란에의해상징되는무정부적혼란과 ( 절대주의의극단적이고타락한형태인 ) 전제정치의위험에대한이중의우려를반영하고있다. 다시말해, 근대의정치사상은홉스의자연상태이론에서상징적으로표현된무정부적혼란에대처할수있는국가를수립하려는목표와, 그렇게수립된국가가절대적인권력 ( 주권 ) 을소유 행사함으로써개인의자유와권리를박탈 유린하는것을방지하려는또다른목표사이를오갔다. 5) 내란은정치권력을효과적으로행사함으로써평화와질서를창출할수있는국가수립의필요성을생생히보여준다. 법과국가는평화를확립시켜주며, 개인들이자유를행사하고행복을추구할수있도록도와준다. 내란의위험 - 현대적용어로표현하면, 통치불가능성 (ungovernability)- 에초점을맞추면, 국가가존재하는가장기본적인이유는명령과복종의체계및그것을구속력있게집행함으로써무정부적혼란을최소화하는데있다. 이것은자연법을실정법으로전환시키고흩어진권력을중앙으로집중시킴으로써정치질서를수립한다는것을함축한다. 근대절대주의국가의출현과진화는 ( 자연법과대립되는 ) 법실증주의의발전과맥을같이할수밖에없었던것이다. 다른한편으로내란의원인에초점을맞춰보면, 내란은정치질서의수립을통해극복할수있는무정부적상황이면서도, 많은경우시민들이더이상견 5) 물론어떤목표를더우선시했는가는정치철학자마다달랐다. 홉스는내란의비참함에주목하여평화와안전을보장해줄수있는절대국가를주창했고, 로크는국가의자의적인권력남용을우려하여전제정치를방지하는데더관심을두었다. 서구자유주의정치사상은내란의위협을방지할수있는국가의필요성과국가권력의제한을통해개인의자유와권리를보장하려는두가지관심사를최선으로조합하려는시도의역사였다고볼수있다. 그래서각정치철학자들이상이한문제해결방법을제시하게된시대적배경의차이를이해하는것이매우중요하다. - 40 -

딜수없다고여기는 ( 국가에의해야기되는 ) 엄청난부정의때문에발생한다. 이런관점에서보면, 단순히특정한영역에서실효적인지배를확립한국가가형성되었다고해서내란이완전히극복되지는않는다. 지속적인질서와평화는국가가 ( 인민에대해 ) 착취적이거나과도하게억압적이지않을때확립된다고볼수있는바, 정의로운국가혹은정당한국가는어떤국가인가에대한이론적고찰이필요하다. 6) 먼저내란의원인에대한고찰은자연스럽게절대주의국가에대한논의로이어진다. 17 세기유럽에서는민족국가체제가확립되고왕권이절대적인주권을소유 행사하게되었다. 이때부터시민혁명 - 영국의명예혁명과프랑스혁명 - 이발생하여근대적인입헌주의정치체제가형성되는시기까지가절대주의시대이다. 절대주의는전통적인귀족및승려계급과 ( 상업을통해부를축적하여새로운정치세력으로급부상한 ) 부르주의계급의힘을압도한군주의권력을특징짓는용어로, 왕권에대한실질적인제약이거의존재하지않았던과도기통치체제의특징을의미한다. 절대주의는흔히전제주의와혼동되곤하는데이것은절대주의를잘못이해한것이다. 절대주의는군주가주권을독점적으로행사한다는점에서전제정치로타락할위험이크지만, 군주가국가의질서와평화를효과적으로유지하고공동선을추구하고자한다는점에서전제주의와구분된다. 전제주의는무법적이고자의적인권력행사를통해군주의권위를과시하고, 공동선보다는군주자신의영광과이익을위해국민의생명과재산을유린하는불의한통치형태이기때문이다. 7) 절대주의는중세의봉건적질서를배경으로한지역에서가장큰힘과자원을지닌왕이나제후가그지역을정복을통해병합하고그지역에질서와평화를수립하게된정치적변화를정당화하기위한정치적이론이다. 여기에는마키아벨리, 그리고특히보댕과홉스에의해개념화된주권개념이주요역할을한다. 보댕에의하면주권은분할할수없고절대적인속성을지니고있다. 그렇지않으면주권이아니다. 8) 절대주의단계의국가는무정부적혼란으로부터평화와질서 - 최고의공동선 - 를구축하는것이지상목표였으며, 이런목표를충실히이행하기위한전제조건으로단일하고분할할수없는주권개념을필요로했다. 이렇게보면, 아이러니하게도절대주의국가는그로부터자유주의국가가발전할수있는불가피한조건을제공했다고볼수있다. 근대초기의자유주의적인정치이론가들 - 홉스도이에포함시킬수있다 - 이무정부적혼란이나불편함에대한 6) 근대초에발생한종교전쟁은근대정치이론가들이종교권력 - 교회와성직자들및스콜라철학자들 - 에대해그토록부정적으로평가했던이유를알려준다. 홉스의정치이론에서알수있듯이주권이론은교회권력에대한비판과동전의양면을이루고있다.( 홉스, 리바이어던, 3 부및 4 부 ) 7) 전제주의는군주정에서만발현되지않고 ( 프랑스혁명이후국민의화와공안위원회에서알수있듯이 ) 국민이주권을소유 행사한다고여겨지는민주주의에서도나타날수있다. 예컨대, 유력한다수가수적인우세에입각하여무력한소수를자의적으로지배하고통제하면전제정치로타락하게된다. 8) 물론보댕의정치사상에서도주권은신법의제약을받기때문에정말로절대적인것은아니다. - 41 -

대응책으로국가의수립을제안한것은바로이런맥락에서였다. 따라서절대주의는단일하고분리불가능한주권개념을공동선의합리적인추구라는목표와결합시킨정치이론이었던셈이다. 홉스는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이자연상태의딜레마를벗어나기위한합리적고려에의해주권을세웠다고보았는데, 주권이사회계약의목적을충실히이행하기위해서는분할되어서는안된다고보았으며, 오직신만이군주의주권행사의옳고그름을가려그를처벌할수있다고보았는바주권은절대적이어야한다고주장했다. 9) 17 세기중반기에홉스의정치사상은국왕파와의회파의입장어느쪽과도일치하지않는독특한것이었다. 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의동의에입각하여군주의권력이수립되었다는주장은국왕파의입장과배치됐고, 왕이절대적인주권을행사해야한다는입장은의회파의입장과정면으로충돌했다. 양진영에서보면홉스의정치사상은지지해야할부분보다는위험하고불리한부분이더많았다. 따라서홉스는신변의위협을느껴잠시대륙으로도피했다. 절대주의를정당화시켰던지배적인학설은오히려왕권신수설이었다. 17 세기영국에서왕권신수설로절대주의를옹호한대표적인이론가들은샌더슨 (R. Sanderson) 과로버트필머 (R. Filmer) 였다 ( 김비환 2013). 샌더슨은혼합군주정이론과왕은동등한세계급들중하나에지나지않는다는주장과사회계약성을비판하고, 성서의권위에입각하여오직절대군주정만이정당하다고강조했다. 필머역시샌더슨과유사하게 족장론 : 혹은왕의자연적권력 에서성서와역사적증거들을동원하여아담과노아에게부여된절대적인가족지배권은장자상속의원칙에따라지금의군주에이르기까지세습되어왔다고주장했다 (Filmer 1991). 필머에의하면공동체는주권이없기때문에군주의입법행위에참여할수없으며, 상상에불과한사회계약의조건을위배했다는이유로군주를퇴출시킬권리가없다. 또한상원 ( 귀족원 ) 과하원은왕에게인민의불만에대해조언해줄수있는훌륭한매개체이긴하지만국왕과동등한권위를누릴수있는집단은아니다. 요컨대, 왕위제임스 2 세의왕위계승을둘러싼정치투쟁의와중에서 족장론 : 혹은왕의자연적권력 의핵심논지는휘그들에게제임스 2 세의왕위계승을변경시킬수있는권한이없다는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보쉬에 (Bishop Jacques-Bénigne Bossuet) 가태양왕루이 14 세의절대주의를옹호한대표적인이론가였다. 보쉬에에의하면루이 14 세는그의선조샤를마뉴의 지혜, 경건, 그리고정의 를따라세계를정복하여로마와같은위대한국가를건설할수있는인물이었다 (Whatmore 302). 루이 14 세가정복할수있는것에한계를정하는일은오직그자신뿐이었다. 보쉬에에따르면, 루이 14 세가통치하는절대군주정체제의가장큰혜택 9) 하지만홉스는논리적으로볼때군주의자의적으로개인의생명을앗으려할때는저항하는것이정당하다는은밀한메시지를넣었다. - 42 -

은평화와질서였다. 특히당시의유럽은전역사에서가장피비린내나는시기를거친이후였기때문에평화와질서라는가치는어떤다른가치보다도더중요했다. 보쉬에는루이 14 세가전유럽을정복하여보편적인군주정을세워서정의를베풂으로써사회의다양한요소들사이에세력균형이이뤄지기를바랐다.(Whatmore 302). 일단평화와질서가확립되면번영은자연스럽게뒤따라올것으로내다봤다. < 그림 14> 루이 14 세 (Louis XIV, 1638-171) 이처럼절대주의국가를옹호한지배적인이론들은왕권이절대적이어야한다고주장했음에도불구하고, 그목적이국가의질서와평화그리고공동선증진에있다고주장했다는점에서전제주의와구분된다. 절대주의를옹호한이론가들은주권이분할되었을때발생할수있는극도의혼란과무질서를무엇보다우려했기때문에, 단일한절대적주권자를세움으로써 ( 자연법을실정법화하여 ) 질서와평화를수립하는것이공동선증진을위한우선적인조건이라고여겼던것이다. 요컨대, 절대주의국가는근대국가발전의첫단계로서근대국가들이공유하는가장기본적인공적가치인질서와평화의확립및공동선의추구에치중했던것이다. 3) 고전적자유주의와공적가치 : 자유, 법의지배, 사유재산, 기회평등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합리적인존재로서의인간에게적합한국가의모습을생각해보시오. 원래인간이이세상에태어나면서갖게되는자연적인자유란, 이땅위의어떠한우월한권력의속박도받지않는, 그리고다른인간의의지나다른인간이가지는입법권에종속되는일이없이오직자연법만을 - 43 -

자기를지배하는삶의법칙으로삼고있는것을말한다. 정치사회에서인간의자유란, 사람들이동의하여수립한국가안에서세운입법권이외의어떠한권력에도종속되지않는것을뜻하며, 또한입법부가자기에게부여된신탁에따라서제정하는것이외의어떠한의미의지배나법의구속에도종속되지않는것을말한다. 이와같이절대적인자의적권력으로부터의자유는인간의생존에매우필요하기때문에인간이이런자유를잃어버린다면그의신체는물론생명자체도보전하지못할것이다. 왜냐하면인간은자기자신의생명에대한지배권을갖고있지못하므로계약이나자기자신의동의로자기를다른사람의노예로만든다든가또는자신의생명을마음대로빼앗아버릴있는다른사람의절대적인자의적권력밑에자신을종속시킬수는없기때문이다. 그러므로절대군주정이라는것이일부사람들에게서는세계에서유일한정부형태인것처럼얘기되고있지만, 실제로는시민적사회와는모순되기때문에결코시민적정부형태가될수없다는것이명백하다. 그것은마치사람들이자연상태를버리고정치사회를결성하게되었을때오직한사람만을제외하고나머지사람들모두가법의구속을받도록하면서도오직이한사람만은여전히자연상태에서누릴수있는일체의자유를보유하고있을뿐만아니라, 권력으로그러한자유를더욱증대시키고자의적으로행동해도전연문책당하지않아도된다는것에동의한것과같다. 이사실은인간이악취를풍기는스컹크나여우로부터받을지도모르는피해를피하기위해서는주의를게을리하지않으면서도사자에게잡혀먹히는데는만족을하는정도가아니라오히려안전하다고느끼는것과같은어리석은존재라고생각하는것과같다. ( 로크, 통치론 2 편, 7 장 ) 자유주의정치사상은시기적으로절대주의와거의같은시기에등장했다. 홉스의경우비록정치적절대주의를옹호했지만절대군주정을옹호하기위해그가채택한전제나가정들은완벽히자유주의적인것이었다. 모든개인의자유와평등을전제하고있는그의자연상태이론은로크와같은자유주의자들의자연상태이론과많은것을공유했다. 비록홉스가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이자원이희소한자연상태에서만인에대한만인의전쟁을겪게될것을우려하여강력한절대군주제를옹호했다고해도, 국가의존립근거를어디까지나개인들이자신의생명과재산을안전하게지키기위한합리적인선택의결과에서찾았다는점에서홉스의정치사상에는자유주의적인정신이충일해있다. 더구나현명한군주라면신민들에게상당한정도의경제적자유를허용해줄것이고불필요하게개인들의재산과생명을위협하지않으려할터이므로개인들이자유롭게활동할수있는충분한여지를남겨줄것으로보았다. 또한종교적권위와성직자계급에대한홉스의신랄할비판은자유주의의합리적 - 44 -

정신으로가득차있다. 홉스정치사상이지닌이런요소들때문에오늘날은홉스를자유주의자로재해석하는입장이상당한지지를얻고있다. 로크의정치사상은홉스정시사상의비자유주의적인요소를제거하고그부분을자유주의적인요소로채운결과였다. 로크의정치사상이홉스의정치사상에비해훨씬더자유주의적인내용을갖게된배경에는시대적인차이도한몫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1651) 이출간됐던시기는영국의내란이막끝나고의회와국왕의세력이새로운균형을찾아가던시기였다. 따라서홉스의자신의주저를준비하던시기는영국이내란을겪었던때로서무질서와혼란으로인해사람들의공포가극에달하던시기였다. 이런시대적분위기에서홉스는사람들이인간답고문명화된삶을살기위한가장기본적인토대가평화와질서의회복이라고확신했는바, 군주에게절대적인권력을주더라고질서와평화를수립할수있다면그것이매우합리적인선택이라고생각했다. 이와달리로크가살았던시대는내란이종식되어비교적평화롭고질서가잡힌시대였고, 상업자본주의의맹아와근대적재산권관념이확립되기시작한시대였다. 의회의권한이예전에비해현격히강화되었으며자유라는가치에대해사람들이훨씬더많은관심을갖게되었다. 그때문에아무리평화와질서를수립하기위한것이었다고해도홉스의정치절대주의는더이상옹호되기어려운시대였다. 자연상태의딜레마를해결하기위해절대주의를옹호하는것은스컹크나여우의위험을피하기위해사자의보호아래로들어가는것과같았다. 따라서로크의정치사상은홉스의절대주의를부정하고사회계약의전제와결과가보다정합성을갖는정치체제를수립하려는목적을갖고있었다. 이것은 17 세기후반영국의정치상황에서당시야당지도자였던샤프츠버리공작의정치적입장을뒷받침하는것이었으며, 정치권력을제한함으로써개인들의삶을훨씬더자유롭게하려는의도를갖고있었다. 개인들의자연상태에서누렸던대부분의권리 (= 자유 ) 들을그대로향유할수있으면서도자연상태의위험과불편함을최소화시켜줄수있는국가를추구했다. 즉, 로크가정당한것으로간주할수있는유일한국가는자유주의적인국가였다. 한편프랑스에서는아직부르봉왕가의전제정치가진행되고있었다. 부르봉왕가는매우강고한전제정치를감행해왔기때문에부르봉왕가와함께구체제를무너뜨리기위해서는매우강력한충격이필요했는데, 이윽고루소와같은민주공화주의자의정치사상에영감을받은급진파가대중적인참여를이끌어냄으로써유럽에서가장강력했던부르봉절대왕가를무너뜨렸다 ( 훨씬온건한몽테스키외의저술도많이읽혔다 ). 프랑스의자유주의는프랑스혁명에시기적으로상당히앞서살았던몽테스키외의정치사상을통해확립되기시작했다. 10) 몽테스키외는영국의정치체제가권력분립및분리된권력들의상호견제와균형원리를통해자유로운공 10) 그전에도프랑스절대왕정을견제하는삼부회 (Estates Generals]) 와살릭법 (Salic Law) 이있었다. 그리고심지어보댕도국왕은국가의기본법과신법의제약을받아야한다고생각했다. - 45 -

< 그림 15> 몽테스키외 (Baron de La Brède et de Montesquieu, 1689-1755) 화국이될수있었다고분석했으며, 그런원리를응용하여독자적인프랑스정치치제를구성하기를바랐다. 11) 귀족계급에속했던몽테스키외는왕권을견제할수있는귀족계급과승려계급의역할이중요하다고평가함으로써당시급격히쇠퇴하고있었던귀족계급의정치적역할을강화시키고자했다. 프랑스자유주의의기초를제공한몽테스키외의정치사상은무엇보다부르봉왕가의전제정치에대한혐오가바탕에깔려있었다. 전제정치는절대주의와달리권력의집중, 종교적불관용, 군사적명예의추구, 재정상의부채와부실관리등을공통된요소로삼고있으며, 무엇보다신민들의마음에공포를불러일으킴으로써통치한다는점에주된특징이있다 (Jennings 332). 그것은전제군주의본능적인행위와비이성적인에좌우된다. 몽테스키외는 법의정신 에서정치체제를이렇게분류한다. " 공화정은국민전체혹은일부가주권을갖는정체이며, 군주정은단한사람이통치하지만고정된제정법을바탕으로통치하는정체다. 이와달리전제정에서는통치자한사람이법이나규칙도없이자신의의지나변덕에따라서모든일을처리한다." 몽테스키외는이처럼정치권력의소재보다는정책수행양식의차이를바탕으로정치체제를분류했으며, 도덕적 종교적덕성에기반을둔고전적공화정의비현실성을인식하고애국심과법에대한사랑및상업사회가함양시켜주는검약, 경제, 절제, 노동, 지혜, 질서, 규칙성과같은가치들이지배하는상업공화정을옹호했다. 상업공화국이인간의본성에가장적합한체제이며, 부의증진, 합리성의증진, 온순한성품의증진에기여한다고주장함으로써근대적인자유민주주의를옹호할수있는정교한논리를제공했다. 12) 몽테스키외에의하면자유는온건한제한정부에서만존재할수있다. 이때자유는법이금지하지않는모든일을할수있는권리, 곧소극적자유를 11) 몽테스키외가영국정치체제를그대로모방하기를바랐다는해석은그릇된것이다. 몽테스키외는영국의미래를가장어둡게바라본저술가들중에속했다. 12) 상업은전제정치에대한다양한해독제를제공한다. 상업의발달은평화를촉진하는경향이있다. 하지만상업이초래할수있는지나친불평등은경계해야한다. - 46 -

의미한다. 하지만자유로운시민이가장열망하는것이공포로부터벗어나는것이라는사실을감안하면, 몽테스키외의자유관념은안전이란의미도내포한다. 그리고이런안전을확보하기위해서는전제군주를제어할수있는법과제도및권력분립이필요하며최고권력자를견제할수있는중간집단들이필요하다. 몽테스키외에의해확립된프랑스의자유주의는이후벤자민콩스탕과알렉시스토크빌에의해계승발전되었다. 콩스탕에의하면상업의시대에전쟁을추구하는국가 ( 혹은군주 ) 는보편적인공포의대상이되어결국스스로몰락할수밖에없다. 찬탈 (usurpation) 에의한권력장악역시근대적인정신과맞지않은시대착오적인현상으로서오래지속될수없다고보았다. 13) 콩스탕은보나파르트에의한권력찬탈이궁극적으로는프랑스혁명주의자들이근대적인자유의본질을잘못이해한결과로발생했다고본다. 그들은고대그리스의아테네인들에게나통했던자유 - 곧, 적극적인정치참여 - 를근대상업사회에적용하는과오를범했다. 근대인들은독립을누리며개인적인관심사에전념함으로써삶의의미와기쁨을추구하려는경향이강하다. 이것은고대인들이알지못한새로운종류의자유, 곧고대인의자유에대비된근대인의자유였다. 14) < 그림 16> 벤자민콩스탕 (Benjamin Constant, 1767-1830) 콩스탕은이와같은새로운종류의사회와풍토에맞는정부형태를제안했다. 그는개인의권리에의해제한된주권을옹호했으며, 그구체적인방법 - 정부형태 - 으로몽테스키외가주장한권력의배분과균형을제시했다. 그리고영 13) 그럼에도불구하고콩스탕은찬탈이전제정치와다른자체의특징과병폐를지난새로운종류의통치형태로간주하고그에대한분석을시도했다. 이체제에서는배신, 폭력그리고위증이일상화되며탐욕과부정의가활개를친다. 콩스탕에의하면찬탈은무엇보다자유를조롱하고모방한다는점에새로움과위험성이있다. 그것은박해를통해신민들의동의와찬성을끌어내려고한다. 14) 콩스탕도몽테스키외처럼상업이사회에미치는영향을긍정적으로평가했다. - 47 -

국의정치체제를참고하여사법부의독립, 언론의자유, 입헌군주정그리고자치적인지방정부를옹호했다. 또한경제영역에서국가의간섭과보호를배격하고자유경쟁을옹호했으며, 조세경감, 공정과세, 상속의자유, 이민의권리등이갖는중요성을강조했다. 요컨대, 경제문제와관한콩스탕의입장은스코틀랜드의아담스미스와프랑스의세이 (Jean Baptiste Say) 그리고트라시 (Destutt de Tracy) 의입장과유사했다. 15) 토크빌은미국민주주의에대한분석에서전제주의의새로운형태를발견했다. 귀족제가존재하지않았던미국에서는개인들이부와지성측면에서평등했으며, 스스로통치한다고볼수있다. 그들은우호적인환경으로인해국민의계몽된의지와책임감에입각하여온건한정부를구축할수있었다. 하지만, 국민다수의의견, 편견, 이익그리고열정이지나치게강했기때문에그것을막을수있는영속적인장치가없는것이문제였다. 이런정황은너무쉽게다수의횡포를낳을수있었다. 다수여론이횡포가개인의영혼을억압함으로써사회적순응성을조장했다. 토크빌에의하면이와같은여론의무제약적힘은유럽대륙의어떤전제정치보다도더강력한영향을발휘했다. 알렉시드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 토크빌은프랑스의정치철학자이다. 노르망디귀족집안에서태어나프랑스혁명당시기득권세력에대한숙청으로제거될위기를겪기도하였다. 1930 년부터본격적으로정치에뛰어들어망슈부서 (Manche department) 에서국회의원으로일하면서노예폐지운동, 자유무역등의정책을펼쳤다. 대표작은 미국의민주주의 (Democracy in America, 구체제와프랑스혁명 등으로정치철학발전에크게공헌하였다. < 그림 17> 알렉시드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 하지만토크빌에분석에의하면다수의횡포는정치사회에는거의영향을미치지않았다 (Jennings 338). 미국의연방헌법과양원제는권력분립및견제 15) 그는상업의발전이개인적인즐거움과육체적인쾌락추구를자극함으로써공민정신을해칠수있다고보았지만그것을지나치게우려하지않았다. 대신에그는정신적 영적합일을통해깨진통일성을복구하고자했던생시몽주의가새로운전제주의의가능성을함축하고있다고경계했다. - 48 -

와균형원리를효과적으로적용함으로써온건한정부를가능케했기때문이다. 또한토크빌이뉴잉글랜드지역의타운십에서직접목격한미국특유의지방자치제도는미국정치체제의고유한장점이었다. 여기에언론의자유및귀족적정신이남아있는법조계는다수의폭정을견제할수있는효과적인요소로작용했다. 더구나평등의시대가자유에대해가하는가장큰위협들인조악한자기이익과물질주의는결사의원칙을구현하고있는자유로운제도들에의해견제되었다. 전제주의에대한토크빌의진단은몽테스키외와콩스탕의진단과차이가있다. 몽테스키외는 1 인의통치자가국민전체에게가하는전제정치에주목했고콩스탕은 ( 찬탈에대한분석에서 ) 국민주권의이름으로 1 인의통치자가수행하는전제정에주목했던반면, 토크빌은민주적인다수가소수에대해가하는폭정에주목했다.(Jennings 339). 이에덧붙여토크빌은미국에서출현한전제주의형태의새로움을부각시켰다. 미국에출현한새로운전제주의는 인류의마음에결코나타난적이없는것이었다. 그것은평등정신이지배하고복잡한헌정체제를갖춘사회에서보다은밀하고부드럽게작용하는부류의것이다. 그것은더부드럽지만광범위하게영향을미치고, 사람들을괴롭히지않으면서지배한다. 미국에서의새로운전제주의에등장가능성에대한토크빌의분석은산업의발전이가져온국가권력의집중에대한인식과연관되어있다는점에서도새롭다. 몽테스키외와콩스탕은상업의발달이자유와해방의원천이라고생각했지만, 토크빌은그것이국가의통제를더강화시키고국가의간섭을더세세하게만들수있는전제적요소가될수있다고경계했다 (Jennings 340-1). 산업화가진전될수록국가가중요한산업가로탈바꿈함으로써산업의상당부분을담당하게될것인바국가의권력이산업과사회의곳곳에침투할것을우려했다. 이런부류의전제주의는국민들이더이상전제주의로인식하기어려운형태의것이라는점에그특징이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토크빌은이부드러운전제주의는한명의절대적인통치자나집단적주권자에게권력이집중된전통적인전제주의에비해훨씬더양호한형태라고생각했다. 프랑스혁명을전후한시기에미국에서는자유를새롭게제도화하려는실험이시도되었다. 로크와몽테스키외와같은유럽의정치철학자들의정치이론및미국에서의정치경험을결합시켜미국헌정체제를구성했던건국의아버지들은연방제중심의대의민주주의체제를수립했다. 그들은공화제를민주적인인민주권의위험성을견제하면서도정치참여에대한인민의욕구를동시에충족시킬수있는체제로, 그리고공동선과개인의권익을동시에실현할수있는체제로이해함으로써자유공화주의적인 (liberal-republican) 헌정체제를구축했다 ( 김비환 2016, 5 장 ). 이체제는각주의지역단위에서는고전적인자치공화국의이상을보존 - 49 -

< 그림 18> 제임스매디슨 (James Madison, 1751-1836) 하면서도연방체제에서는 ( 직접민주정치의이상을비현실적이며위험한것으로보아 ) 대의제정부를채택했다. 그러므로미국의헌정체제는고전적공화주의의두차원-아테네의시민적인문주의와로마의공화주의-을각각지역과연방차원에서수용한체제였으며, 특히연방체제는로크와몽테스키외의자유주의적인헌정주의사상을대폭수용한체제였다고할수있다. 하지만샌들의미국정치사에서볼수있듯이, 미국에서는공화주의적인공동선정치가점차자유주의적인권리의정치로대체되었다 (Sandel 1984 & 1987). 이와함께공적인문제에대한적극적인참여로이해된되었던자유관념은점차프라이버시의자유로전환되었다. 사람들의마음이점점더부를획득하고물질적인안락을추구하는데집중하게되면서그나마남아있던공공정신및참여에대한관심은더욱더쇠퇴하게되었다. 에커만의미국헌정사기술및사적시민 (private citizen) 관념은미국의헌정사전체를통해적극적으로행동했던능동적시민들의정치적역할을부각시키고있다 (Ackerman 1991) 하지만시민들이마지막으로헌법정치에참여했던뉴딜시기이후거의한세기동안혁명적인정치참여를하지못했다는사실을두고볼때, 시민들의의식을지배하는것이압도적으로사적인관심사가되고있음은부인하기어려울것이다. 4) 현대평등주의적자유주의와공적가치 : 적극적자유, 공정한 기 회평등, 사회정의와연대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현대의평등주의적자유주의가어떤문제의식을가지고출발했는지에대해생각해보시오. 기독교는이웃을우리자신처럼사랑하고가르치지요. 하지만현대 - 50 -

사회는어떤이웃도인정하지않아요. 그래요, 두나라가있어요. 그두나라사이에는어떤교류도없고어떤공감도없지요. 그들은상이한지역이나행성에서사는것처럼서로의습관과사고그리고감정에대해전혀아는바가없어요. 그들은서로다른음식을먹고다른식으로양육되었으며상이한예법으로살고있는있어서동일한법률에따라통치되고있다고볼수없어요.( 벤자민디즈레일리, 시빌 - 혹은두나라, 1845) 1840 년대사람들에게닥쳐오는변혁을의식시키는데는이것만으로는충분했을것이다. 그러나유럽전역에서널리감지되고있었던것, 즉사회혁명이임박했다는의식을설명하기에는충분치않았다. 그러한의식은막대한공을들여그것을표현했던혁명가들에게만국한된의식이아니었고, 또지배계급에게만국한된것도아니었다. 집단화된빈민들에대한지배계급의공포는사회적변화의시대에는반드시표면화되게마련이다. 빈민들자신이그것을감지했다. 빈민들가운데서도교육을받은층은그것을말로표현할수있었다. 1840 년대를돌이켜보고서자본주의최후의위기가임박했다고예언한사회주의자들이사실희망과현실적인전망을혼동한몽상가였다고생각하는것은쉬운일이다. 왜냐하면사실그뒤에온것은자본주의의붕괴가아니라자본주의의가장급소하고도거역하지못할확대와승리의시대였으니까. 그러나 1830 년대와 1840 년대에는새로운경제가그어려움을극복할수있거나극복하게되리라는것이분명히눈에보이기는커녕, 오히려날로어어려움이더해가는것처럼생각되었다. 일반대중에게는문제가한결더단순했다. 앞에서살펴본바와같이서부및중부유럽의대도시와제조업지역에서의그들상태는필연적으로그들을사회혁명으로몰아갔다. 그들이살고있는쓰라린세계의부자나세도가들에대한증오와, 새롭고보다나은세계에대한환상이절망에빠진그들에게사물을보는안목과목적을주었던것이다. 그들의조직내지집단적행동의능력이그들에게힘을주었다. 프랑스혁명으로말미암은일대각성은민중이부정을보고도힘없이참고만일을필요가없다는것을그들에게가르쳐주었다. ( 에릭홉스봄, 혁명의시대, 김동택역, 549-51) 사회의모든구성원들을자유롭고평등한시민으로간주하고, 사회를그들사이의 공정한협동체계 로보는관점이 공정으로서의정의 에깔려있다. 사회의대표들은 공정으로서의정의 의두원칙에합의한다. 제 1 원칙 : 각자는모든사람에게유사한자유의체계와양립할수있는, 평등한기본적자유로이루어진가장광범한전체체계에대하여평등한권리를가져야한다 ; 제 2 원칙 : 사회적그리고경제적불평등은불평등이 1) 정의 - 51 -

로운저축의원칙과일치하면서, 최소수혜자에게최대의혜택이되도록, 그리고 2) 공정한기회평등이라는조건아래모든사람에게개방된직책과직위에결부되도록배열되어야한다 ( 롤스, 정의론, 1971). 19 세기중엽은자유주의가그제도적완성기에접어든시기이자새로운전환점을맞는시기였다. 이시기이후자유주의는이념적으로점차새로운단계로진입하고있었다. 자유주의가새로운방향으로진화하게된데는당시에확산되고있었던사회주의사상의압력때문이기도했지만, 무엇보다개인의자유와권리를강조했던자유주의의일방적인경향이초래한빈부격차와인간소외현상과같은사회악들의창궐때문이었다. 이런절박한사회문제들에대한해결없이는자유주의가그처럼강조해마지않던개인의자유와권리는그저그림에떡에불과한것이되어가고있었기때문이다. 그리하여자유주의사상은각종사회문제들과사회악들을해결하기위한방법으로집단적유대의원리와국가개입의정당성을강조하기시작했다. 17 세기에서 19 세기초까지는개인의자유와권리를보장하기위해국가의권력을제한하는방향으로자유화가진행되었다면, 19 세기후반부터는자유주의적가치들을보다평등하게향유할수있는조건을창출하기위해국가의개입이필요하다는인식이확산되어갔다. 이런움직임은무엇보다존스튜어트밀 (J.S. Mill) 의후기사상에서이미출현하기시작했고, 페이비언사회주의그리고헤겔의영향을입은 19 세기말 20 세기초의 ' 신자유주의 '(New Liberalism)- 오늘날의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와는완전히다르다 - 적사조에서본격적으로등장했다. < 그림 19> 토마스힐그린 (Thomas Hill Green, 1836-1882) - 52 -

그리하여사회의모든구성원들이자유를동등하게누릴수있는필수조건을확충하기위해국가가보다적극적인역할을수행해야한다는생각이일반화되었다. 경제에대한국가의개입을정당화하는 20 세기자유주의의지배적인흐름을보통자유주의, 혹은평등주의적자유주의라부른다. 이는 19 세기에극성기에달한 경제적자유주의 (economic liberalism) 의한계와문제점들에대한인식과, 새로운자유주의가 주장한자유에대한새로운발상 - 적극적자유 - 을수용하면서경제적자유주의에대한강력한경쟁적전통으로부상했다. 주지하듯이고전적 경제적자유주의는홉스로부터만더빌 (B. Mandeville) 및로크를거쳐스미스와벤담에이르는긴계보를갖고있으며, 원자론적인개인주의존재론과쾌락주의적심리학그리고공리주의적인윤리관을바탕에깔고있다 ( 김비환 2005, 378-80). 이들은행복을주로물질적인만족에서오는심리적쾌락과동일시하며, 사회의번영 ( 공익 ) 을개인적효용의총합으로이해하는경향이있다. 고전적자유주의에함축되어있는원자론적개인주의는사회적조건이바뀌면서개인적인이기심의무한한충족을위해사회와타인을도구화하는공격적인이기주의로표출되기시작했다. 그에따라개인의생명과재산을보호할목적을벗어난어떠한국가의행위도정당하지못한것으로간주되었다. 물론이와같은이기적심성의자유로운표출은심리적으로는오랜억압과속박을벗은뒤에경험되는해방감의표현으로볼수도있다. 하지만그보다는중세적인기독교적집단윤리와금욕적가치관으로부터해방된근대적개인들의물질적인안락함및풍요에대한폭발적인기대를반영한것이었다. 억압과속박으로부터의해방은절제된자율이아니라무분별한탐욕과방종을낳았다. 19 세기에만연한빈곤과불평등은그필연적결과였다. 하지만다른한편으로고전적자유주의의시대는인상적인물질적성취를이룸으로써헤겔이인간에게잠재되어있다고본 승인의욕구 를자극하기시작했으며, 非물질적인것들의가치와정치적자유에대한관심을제고시키는계기가되기도했다. 자유란이제단순히국가간섭으로부터의자유가아니라인간의잠재력과도덕적능력을표현 계발 실현하려는의지와조건으로이해되기시작했다. 그에따라자유는점차인간의자기발전과실현을방해하는모든요소들로부터의자유라는의미로확대되었다. 빈곤과문맹, 질병과사회적 경제적불평등등새로운 적극적자유 의실현을가로막는다양한요소들이지적되기시작했으며, 국가는그와같은장애들을제거할수있는가장보편적인제도로인식되기시작했다. 국가의침묵역시 적극적자유 의실현에장애가되는요인으로간주되었다. 당시의정황에서볼때, 국가가개인의자유를억압할가능성은다른개인들과사기업들이자유를억압할가능성보다낮았다. 그리고정치적자유가실현되면국가가개인의자유를제약할가능성은현저하게낮아질것이라고여겨졌다. 왜냐하면시민의정치참여와민주적정치절차 - 53 -

는그자체가국가의권력남용을막아줄수있는최선의방책이었기때문이다. 현대자유주의의등장으로고전적인경제적자유주의는결정적으로후퇴하기시작했다. 개인의경제행위는전체사회구성원들의평등한자유의실현과사회전체의자유의실현을극대화하기위해제약되었다. 그러나정치적자유주의의목적은다양한삶의영역 -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도덕 - 에서자유를균형있게실현하는것이었기때문에그동안특권적인영역으로머물러있었던경제적자유에대한일정한규제가필요하다고보았을뿐, 경제적자유의제약이그주된목적은아니었다. 그런점에서경제적자유주의와현대자유주의는현실적으로는경쟁적인관계에있었지만본질적으로결코화해될수없는대립관계에있는것은아니다. 현대의대표적인평등주의적자유주의자들인롤즈와드워킨은자유로운경쟁과능력에따라사회의주요한기본가치들 - 예컨대, 권리와자유, 권력, 소득, 부등 - 이분배되는철저한 ( 기회평등주의와결합된 ) 업적주의사회를거부한다. 자유경쟁에의한철저한업적주의는출생과관련된불평등과천부적인탤런트에있어서의차이 - 자유경쟁의결과로서얻어진불평등이나차이가아니라순전한운에의해결정된 - 로인해초래된 부당한불평등 (undeserved inequalities) 을전혀고려하지않는다. 그러나그와같은불평등은순전히운에기인하는것이기때문에사회가모든사람들을동등하게대하기위해서는어느정도까지는교정되든지보상되어야한다. 이와같은원칙은사회의자원이보다현명한자들보다는덜현명한자들에게더많이배분되어야한다는 교정의원칙 (the principle of redress) 을성립시킨다. 이 교정의원칙 은업적주의요소인효율성과함께 차등의원칙 (difference principle) 으로통합된다 (Rawls 1971, chapter 13). 이 차등의원칙 을통해롤즈는도덕적으로정당화할수없는 ( 운이정한 ) 부당한불평등 의영향을최소화할뿐만아니라, 시민들이누리는자유의값어치 (worth of liberty) 를가능한한평등화하려고한다. 다시말해, 개인들은소유하고있는사회의기본가치의정도에따라실질적으로심한자유의불평등을겪을수있기때문에 차등의원리 를통해사회의기본가치의분배를평등화시킴으로써가능한한 평등한자유의원칙 을실현시키려한다. - 54 -

< 그림 20> 존롤즈 (John Rawls, 1921-2002) < 그림 21> 로널드드워킨 (Ronald Myles Dworkin, 1931-2013) 강력한도덕적이유에서국가의경제개입을정당화하는현대의평등주의적자유주의는현대사회의사회학적사실로서다원주의를당연시한다. 이들은경제적자유주의자들이그다지염두에두지않았던문화적다원주의와자유주의적인가치와이념을결합시킴으로써중립적인정치적자유주의를발전시켰다. 비록, 정치적자유주의가수용하고있는다원주의의범위가충분히넓다고보기는어렵지만, 정치적자유주의자들은시민들의지지를위해경쟁하고있는포괄적인문화적전통들사이에서적용될수있는자유주의적원리를도출하려고시도해왔다. 이른바 중립주의적자유주의 로명명되는이자유주의분파는다양한가치관과인생관들사이에서어느쪽에도치우치지않는공정한중립적자유주의원리를도출하는데관심을두어왔다. 그리하여그들은다양한가치관과생활형태들에대한국가의도덕적판단을허용하지않으려한다. 그러므로중립적자유주의는개인들의사적인가치관과공공생활에필요한공적인원리를분리시키고자유주의원리를공공생활의영역에만적용하고자한다. 그때문에이들은자유주의를인간삶의모든차원에적용되는원리로보지않고오직공공생활의영역에만적용되는한정된원리라고주장한다. 이중립적자유주의는특히문화적갈등과충돌이두드러지고있는현대서구사회에적합하게진화한자유주의의가장지배적인분파라고할수있다. 요컨대, 현대의평등주의적자유주의는자유에관한보다적극적인이해와, 모든시민들이그자유를가능한한평등하게실현할수있는조건을제공해주기위해복지국가를옹호했는바, 적극적자유, 공정한 기회평등, 사회정의와연대, 다원주의하에서의공정성및중립성등을주요한공적가치로표방하게되었다. 그리고 1970 년대초까지계속된 20 세기복지국가는이와같은 - 55 -

공적가치들을입법과정책을통해실현하고자한노력의산물이었다. 5) 신자유주의시대의공적가치 : 자율, 경쟁, 효율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저자가어떤국가를정당한국가로생각하는지생각해보시오. 국가가부유한자들이솔선수범하고빈곤한자들이자기수양을할수있도록 ( 사회와경제에개입하지않고 ) 가만히옆에서있지않는다면경제적으로번창하지도도덕적건전하게되지도못할것이다. 사회라는것은존재하지않습니다. 단지남성과여성, 개개인이존재할뿐이고개별적인가족공동체가존재할뿐입니다. ( 마가렛대처 ) 소득의재분배가사회보장기구초기의공인된목적은결코아니었지만, 이제그것은어느곳에서나실질적으로공인된목적이되었다. 독점적인강제보험체계가그것과는전혀다른것, 즉, 강제적인소득재분배제도로전환되는것에대한어떤저항도존재하지않았다. 다수의시혜자들이불행한소수에게무엇을줄것이지를결정하는게아니라다수의수혜자들이부유한소수로부터무엇을가져올지결정하는이런체계의윤리학에대해서는다음장에서다루게될것이다. 일단우리는본래빈민을구제할목적으로수립된제도가점차평등주의적재분배를위한도구로전환되고있는과정에만관심을갖는다. 소득을사회화하고, 또그럴만한가지가있다고생각되는사람들에게화폐, 또는그와비슷한편익을배분하는일종의가계국가 (household) 를만들어내는수단으로써복지국가는낡은사회주의를대체하게되었다. 우리는공동체가빈곤을막고최고한의복지수준을보장할의무를받아들이는상태와공동체가모든사람의 공정한 지위를결정하고그것이각자받을만하다고생각되는몫을배분할권력을획득한상태를구분짓는경계성을분명히깨닫는것이중요하다. 정부가특정서비스를제공하는배타적권력을갖게되면자유는심각하게위협받는다. 목적을성취하기위해권력은개인에대한자의적인강제로사용될수밖에없다.( 하이에크, 자유의헌법, 1960, 289) - 56 -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는케인즈경제학의유효성이의문시되고복지국가의한계와병폐들이명백하게드러나기시작한 1970 년대중반에세계적경제위기기발생한상황을배경으로급속히형성됐다 ( 김비환 2005, 384-9). 복지의존적심리와태만의확산, 그리고가속화되는비효율성및국제경쟁력저하는고전적인경제적자유주의의부활을통해이와같은위기를돌파코자하는이른바신자유주의적물결을일으켰다. 개인적책임과자조의원리를강조하는신자유주의는국가의 보이는손 이초래한경제적 정치적왜곡을비판하고, 부의생산과분배를시장의 보이지않는손 의섭리에되맡길때만이자연적질서의조화와번영이회복될수있다고주장했다. 정리해보기로하겠다. 신자유주의의대두는이미복지국가체제가심각한위기를보이기시작한 1960 년대부터준비되기시작했다. 주지하듯이, 1950 년대에들어서구의복지국가체제는이른바 이데올로기의종언 혹은 계급정치의종언 론을대두하게했을정도로성공적이었다. 그러나 1970 년대중반부터불어닥친경제침체로인해결정적으로그매력을상실했다. 그로인해한때복지국가를지지했던다양한이익들의연합이깨지면서복지국가를개혁함에있어국가를후퇴시켜야할것인가말아야할것인가를놓고격론이벌어지게되었다 (Held 1987, 223). 신우익은 60 년대후반과 70 년대초에신좌파세력에의한사회주의세력의집단화, 생태학적운동, 페미니즘의흥기그리고평화운동등의조직화에대해강력히비판하면서, 신좌파가주장하는 참여민주주의 보다는 법치주의적민주주의 에입각한시장자본주의로의회귀를주장했다. 신우익은 70 년대후반세계적인경제침체를배경으로등장하기시작한신자유주의와겹쳐졌다. 주지하듯이신자유주의자들은시장경제에대한전폭적인지지를보낸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시장은경제적효율성을극대화시킬뿐만아니라개인의자유와사회적유대의가장주요한보장책으로간주된다 (Giddens 1994, 33-7). 그들에게경제적자유주의는최소국가의배경하에서민주주의가성공할수있도록해주는관건으로이해된다. 경제적시장은개인적자유의실현을위한필수조건이기때문에민주주의를위해서는필수불가결하다. 시장의힘을교정하려고하는모든시도는불가피하게시장관계가촉진하는개인의자유를억압한다고보기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은사회주의적계획과국가의경제적간섭은개인의자유에대해서도민주주의에대해서도치명타가된다고본다. 예컨대, 이와같은신자유주의적주장은하이에크의저술법, 입법그리고자유 (Law, Legislation and Liberty)(1982) 와자유의헌법 (The Constitution of Liberty)(1960) 에서분명히표현되고있다. 하이에크는사회가합리적인개인이나집단의계획 - 합리적구성주의 - 에의해서진화한다고보지않는다. 사회가진화하는것은계획적으로행위하는수많은개인들사이의상호작용이예측불가능하고의도하지않았던결과를산출한결과이다. - 57 -

< 그림 22> 프리드리히하이에크 (Friedrich Hayek, 1899-1992) 하이에크에게시장은무엇보다가장희소한자원인지식을가장경제적으로활용하는역할을한다. 그에게시장은사회전체에확산되어있는정보를전달하고동원시키는발견의과정곧, 인식론적인장치이다 (Giddens 1994, 69). 지식은명제적지식 (propositional knowledge) 처럼이론화혹은수량화할수있는것이있는가하면, 경제행위자들의태도, 습관, 통찰력속에깃들어있는바와같이명제로표현할수도없고언어로써이론화할수도없는지식 (= 암묵지 ) 이있다. 암묵지는시장의 보이지않는손 에의한가격결정방식만이반영해낼수있는지식이다. 그러므로사회주의체제의보편적인빈곤화현상은사회의모든곳에확산되어있는非명제적지식을수집할수도계산해낼수도없는계획경제의 인식론적실패 (epistemic failure) 에기인한다. 이런이유로하이에크는가능한한모든영역에서정부의간섭과역할을최소화하고자한다. 정부의주요목표는시민들이소비할어떤특정한재화와서비스를산출하는것이아니라, 재화와서비스의생산을규제하는메커니즘이잘작동하는가를살피는것이다. 국가는시장경제에간섭해서는안된다. 정부는아무리숭고한목적때문이라도일단개입하게되면억압적이되며관료적비효율성을빚어내기때문이다. 따라서하이에크는사회정의가국가에의해서성취될수없으며나아가서는모순적인결과를가져온다고본다. 그는일부복지제도의도입이필요하다고보지는포괄적인배분배적복지국가는단호히배격한다. 복지국가는가난한자보다부유한자에게더많은혜택을주고거대한관료주의적비효율성과억압성을조장하며, 수혜자들에게수동적인복지의존성을만들어낸다. 따라서국가의역할은자유시장경제의경쟁을보호하고있는법의강력한집행과, 외부로부터의적의공격과같은최소한도의필수적인의 - 58 -

무만을이행하는것에국한되어야한다. 하이에크의주장은프리드만 (M. Friedman), 폴라니 (M. Polanyi), 쇄클 (G. L. S. Shackle) 등의 ( 신우익적 ) 자유주의자들의주장과대체로일치한다 ( 김비환 2005, 388-9). 이들은자유주의자들이면서도인간의이성이갖는한계를잘인식하고있으며이성의사용은비합리적인문화적맥락혹은전통속에서만가능하다고생각하는점에서보수주의와도일정한연관성이있다. 하지만이들은자유시장경제는경제적효율성을극대화하는질서일뿐만아니라, 개인의가치관과이익의자유로운추구를보장해줌으로써민주주의의굳건한기초를제공한다고간주한다. 이들은시장이개인들로하여금자신의목적과가치그리고이상을자유롭게추구할수있도록해줌으로써개인의행복에기여한다고본다. 다시말해, 시장은개인들에게자율성과자결 (self-determination) 의자유를보장해줌으로써인간성을표현하고실현할수있도록해주기때문에정당화된다. 한마디로시장은민주주의를위한도덕적토대로간주된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 및자유지상주의 ) 에핵심적인공적가치는자율과경쟁, 효율과성장등으로요약할수있는데, 대처리즘과레이건노믹스는신자유주의적지구화를확산시킨데지대한영향을미쳤다. 하지만신자유주의는 1997 년말아시아금융위기와 2008 년의월가의금융위기, 세계적 국가적 지역적양극화와불평등의심화, 그리고지구적환경위기를심화시킨주요한요인으로지목되고있는바, 새로운대안질서를모색함으로써극복할대상으로인식되고있다. 한국사회에서도새로들어선문재인정부도분명히이런방향으로나아가고있다. 6) 자유주의에대한도전 : 공동체주의와공화주의 (1)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논쟁 : 공동체, 공동선및공익, 책임과의무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자유주의의장단점에관하여생각해보시오. 자유주의적개인들은스스로삶을영위하고자하며스스로믿고선택하며판단하려하고, 어떠한것도당연하거나이미주어진것으로간주하지않는다. 그들은필히사회적으로조건지어진존재로서생을시작하기때문에그들의목표는점차그조건들을벗어던지고존재론적으로투명하게되어자신들을재구성하고재창조함으로써마침내자율적이며자결적 - 59 -

인 (self-determining) 존재가되는것이다. 그러므로그들은특히이성적으로이해할수없고통제하기어려운깊고강력한느낌과감정에대해서의심쩍게생각하며또긴장하게된다. 중첩적자아 (overlapping selves) 로이끌어가고자율성을약화시키는따스한감정적개입이아닌, 비교적차갑고거리감을주는상호존중 (mutual respect) 이라는원리가개인들사이의관계를지배하는양식으로서자유주의자들에의해선호된다. 어떻게폐쇄된자아들로부터개방된사회가창출될수있는가에대해서는어떤자유주의자들도많은관심을갖지않는하나의역설이다 (Parekh 1992, 162). 자유주의자들은자유롭게개인적자아를선택할수있다는점을강조한다. 이들에게중요한것은목적이아니라선택하는능력이다. 하지만이는설득력이떨어진다. 가령, 제가과거의노예제와아무런관련이없다고하더라도미국의백인리라는사실만으로도흑인에게부담을가지고있다. 이를가리켜역사적으로부담지워진기억이라고부른다. 한일관계도마찬가지다. 일본은한국에대한어떤부담을가지고있다. 이러한부담이존재한다는것을인정한다면자유주의가주장하는중립적자아를인정할수가없게된다. 의무가선택에서온다고할수없다 ( 센델 2008, 343) 지금까지살펴본바와같이서구의자유민주주의국가들이공공철학과문화를지배해온사상전통은자유주의이다. 하지만자유주의는서구의자유로운정치경제체제를뒷받침해온이념적모태가되었으면서도오늘날서구사회를내부로부터위협하는중요한현대적병폐들을배양한책임이있는것으로지목되기도한다. 이런관점에서자유주의내부에서 1980 년대초반부터형성되기시작한현대공동체주의는자유주의사회의문제점을극복할수있는방법을모색하기시작했다. 하지만현대공동체주의는그런대안을마련하기에앞서현대성의병폐를양산한자유주의사상전통의근본적인문제점을들춰내고비판하는데관심을집중했다. 그래서자유주의적인질서의대안에대해현대공동체주의가제시하는대안적인질서의형식과특징이무엇인가에대한궁금증을증폭시켰다. 하지만대체로볼때공동체주의가치는자체의대안적인질서의비전을제시함으로써자유주의사회를완전히새로운사회로변화시키기보다는자유주의한계와문제점을비판함으로써자유주의사회의병폐들을개선하는것에초점이맞춰져있다고볼수있는바. 이절에서는공동체주의의문제의식을살펴봄으로써자유주의적질서의비전이지닌문제점을확인해보는것으로만족하고자한다. 자유주의에대한공동체주의적비판을살펴보는 - 60 -

것은자유주의국가관이지닌한계를이해하는데도움이될뿐만아니라자유주의사회를개선시킬수있는방안을마련하는데도적지않은도움이될수있다.( 김비환 2013, 126-32) 주지하듯이자유주의의핵심에는개인의자율성과자유에대한확고한신념이있다. 그래서자유주의는개인들이가능한한국가와타인들로부터간섭을받지않고스스로인생을설계하고추구해갈수있는정치 경제 사회적조건을확립하는데지대한관심을갖고있다. 자유주의자들이개인들이안전하게자유를실현할수조건으로서국가의존재를정당화했으면서도, 그국가가개인의자율성을침해하지않도록법의지배와권력분리및민주주의원리를도입한것을바로그와같은이유에서다. 현대자유주의가자본주의시장경제의도입을옹호하는한편으로, 가능한한모든개인들이헌법에보장된기본적자유들을효과적으로향유할수있는경제사회적조건들 - 교육제도, 복지제도, 나아가서문화적 환경적권리등 - 의확충에관심을갖는것도바로이런이유에서다. 전통적으로자유주의자는대체로개인의자유및권리를사회구성의가장중요한원리로간주하며공동체혹은사회전체의행복을위해자유와권리를크게제약하는것은정의에어긋난것으로인식해왔다. 16) 동시에공동체전체의이익과개인의이익이충돌할경우권리는항상개인의이익을보호해주는으뜸패역할을해야한다고본다 (Dworkin 1987). 공동체의선 ( 善 ) 에반할지라도개인의이익이권리로서보호되고있는한, 개인의이익은공동체전체의선을제압할수있다는것이다. 하지만공동체주의자들은이런자유주의적담론들이오늘날심각한사회적도덕적문제들의원인이된다고비판한다. 개인의권리에기초한자유주의담론과문화는사회를원자화시키고공동선에대해무관심하게만들며전통적권위를위축시키고공적인것을사적인것에종속시킨다는것이다. 나아가이기주의와도덕적회의주의그리고상대주의를부추기면서공동체의유대를해체시키는한편, 불신과소외, 불안과고독을확산시킴은물론각종범죄를유발시킨다고비판한다. 1980 년대초특히아리스토텔레스와헤겔에의해고무된일단의공동체주의자들 예컨대매킨타이어 (A. Maclntyre) 와샌들 (M.Sandel), 테일러 (C. Taylor), 왈저 (M. Walzer) 등 은롤즈의정의론을중심으로자유주의에신랄한비판을가하기시작했다. 이들에의하면, 자유주의자들은개인을자포적인존재 (self-contained being), 곧사회와상관없이온전한개인으로존재할수있는인간으로가정함으로써, 사회와개인의관계를잘못인식하게되었을뿐만아니라잘못된방법으로사회 정치생활에접근하는오류를범하고있다. 그 16) 물론로크와스미스와같은자유주의자들이반드시공동선에무관심했다고볼수는없다. 이들의주장은고전적공화주의와비교하여해석되어야한다. 오늘날의기준으로볼때그들의자유주의는공화주의적인요소도포함하고있기때문이다. 이에관해서는김비환,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그리고민주주의자들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2 부를볼것. - 61 -

리하여개인의자유와특권을위해공동체와공동선의중요성을격하시키며개인의자아와가치관이형성되는구체적인문화의특수성을무시하고파편화된원자론적자아관을정당화시킨다본다. 공동체주의자들은특히자아의형성은공동체안에서태어나고성장하고참여하는과정에서확립되어가는것이기에사회적자아에대한개인권리의우선성은모순이라고본다. 공동체주의자들마다약간은차이가있지만, 자아의구체적인사회성과문화성을인정할때개인들은보다나은삶을누릴수있다고주장한다. 또한공동체주의자들은시장조차도특정한사회적문화를필요로하는바, 신뢰와공유된이해와규범, 독특한유형의가치와전통등에기반하고있다고본다. 이에대해롤즈 (J. Rawls) 와킴릭카 (E. Kymlicka) 같은자유주의자들은공동체주의자들의비판을부분적으로수용하면서자유주의철학을더욱견고하게구성하려고노력했다. 자유주의자들은여러차례진행된논쟁을통해공동체주의의 사회성명제 혹은인간의사회적성격을받아들이고또자유주의국가의중립성이절대적인것이아니라한정적인것임을더욱명확하게표현하게되었다. 또한개인의행복한삶을위한국가의적극적인역할을어느정도인정하는입장 예컨대, 라즈 (J. Raz) 의완전주의적자유주의 도등장했다. 자유주의자들은공동체주의자들의비판을부분적으로수용하는한편공동체주의의문제점을적극적으로공략함으로써자유주의의우월성과가치를옹호한다. 자유주의자들은무엇보다공동체주의적발상과정책이지닌위험한함의를경계한다. 첫째, 사회전체의정치질서를공동체주의의문제의식에따라재편성하려는시도는강력한독재나심지어전체주의를다시불러올수있다고우려한다. 현실적으로공동체주의는주류문화의횡포에취약하다는것이다. 역사적으로자유주의가등장한것은바로전통적공동체주의의횡포와억압성에대한반발이었음을생각해보면된다고본다. 둘째로공동체주의가공동체의관행과가치및전통에도덕적준거를두고있는한, 건전한사회비판을수행할수없으며보수적이고상대주의적입장을벗어날수없다고비판한다. 더구나가치다원적이고변화무쌍한현대사회에서자아가사회적으로구성된다는것을인정한다고해도그과정은단일하지않으며복합적이고다층적일것이라고대응한다. 또한자유주의자들은공동체주의가자유주의에대한공격에치중하는나머지정책대안을구체적이고명료하게제시하지못하고있다고비판한다. 보다적극적인대응들도존재한다. 무엇보다도자유주의자들은공동체주의자들의비판이오해이거나과장된것이라고반격한다. 이들은상당수의자유주의자들 예컨대, 아담스미스, 아담퍼거슨그리고데이비드흄등 이인간을이기적인존재로만생각한것이아니라이타적이고사회적인본성도가지고있다고생각했으며, 자율적인통제능력을가진개인들의사익추구가사회협력을가져오고공익을증진시킨다는점을강조했던사실을부각시킨다 (Holmes 1993). - 62 -

< 그림 23> 아담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이들에의하면, 자유주의자들은공익의존재나공익의추구를부정한것이아니라, 단지국가나사회가억지로그것을강요하거나추구하게되면의도와는달리역효과가발생할뿐만아니라개인의권익이침해되는불행한결과만산출될것을우려했다. 이들은결코사익과공익을이분법적으로나누지않았을뿐만아니라사익과공익이조화를이루는질서를지지했다고보았다. 말하자면, 자유주의가외견상사회보다개인을강조한것은국가권력의부당한침해와횡포를견제하기위한정치적전략의일환이었다는것이다. 예컨대 18 세기스코틀랜드의계몽주의사상가였던스미스와퍼거슨의다음과같은지적은그와같은주장을뒷받침해준다. 개인의사적인이해관계와정념은자연히그들을움직여서통상의경우그사회에가장유리한용도에그들의자재를돌리고싶어지게한다. 그러므로법률의간섭이전혀없더라도사적인이해관계와정념에이끌려서사람들은모든사회의자재를전사회의이익에가장일치하는비율에될수있는대로가깝게그사회에행해지고있는온갖직업사이에분할하고분배하게된다 (Smith 1996, 138). 그렇지만사회의이익과그구성원의이익은쉽게조화할수있다. 개인이만일공중을최선으로배려하게되면, 배려를하는중에그는그의본성이누릴수있는가장큰행복을얻게된다. 그리고공중이그구성원들에게줄수있는가장큰축복은그들로하여금그공중에계속속해있도록하는것이다. - 63 -

그와같은국가는가장행복한국가로서臣民들로부터많은사랑을받는다. 그리고그마음이공동체와결합되어있는개인들은가장행복한사람들이다. 그공동체속에서그들은관대함과열중의모든대상들을찾으며, 모든재능과모든덕스러운성향을발휘할수있는배출구를찾게된다 (Ferguson 1978, 58). 이렇게보면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를지나치게대립적이거나적대적인것으로만파악하는것은무리가있다. 물론논쟁에참여한일부이론가들은자신들이지지하는가치만을절대적으로강조하면서자유와공동선의이분법적대립을부각시킨것도사실이다. 하지만, 자유와공동선 ( 공동체 ) 은일방적인대립관계에놓여있지않으며자유주의와공동체주의역시상호보완적관점에서파악할수있다. 17) 실제로자유주의는개인을억압하는신분계급적공동체에대한저항을통해생겨났다는점에서전체주의적공동체에대해서는반대하지만개인의자유와평등을신장시키는데자유주의적공동체의역할이중요하다는것을부정하지않는다. 다만공동선의추구라는명목아래개인의권리를억압해온인류역사에비추어공동체중심의사상을경계하고있는것이다. 마찬가지논리로자유주의확산후에그문제점을비판하면서다시부상한공동체주의역시개인의권리자체를무시한다고보기어렵다. 다만공동체의중요성을경시한극단적인개인주의화가오히려부와권력의불평등을초래하여진정한개인의자유실현을가로막을수있다는비판으로해석할수있다. 따라서존던 (J. Dunn) 교수가강조한것처럼, 공동체주의없는자유주의는자멸적이며자유주의없는공동체주의는억압적일수밖에없다. 요컨대, 자유주의가헤게모니를장악하고있는현대문화에서자유주의의한계를부각시킨공동체주의가자유민주주의에대해갖는의의는다음과같이정리할수있다. 먼저, 개인의자유는사회적맥락을벗어날수없으며공동체를바탕으로해야한다는공동체주의의주장은민주주의의가치에대한개인의신념과민주적덕목의중요성을부각시켰다는점에일차적의의가있다. 만약사회에개인의자유만을절대시하면서사익추구에만몰두하는개인들만있다면, 그사회의민주주의는안정적으로유지될수없을것이다. 공적인이슈와공동체의문제에관심을갖지않는시민들만가득하다면그공동체의심리적유대와연대는형성될수없을것이고이는곧사회통합이위기에처한다는것을의미한다. 시민들이능동적인정치참여능력을상실하게된다면그사회는언제든지또다른형태의전체주의로전락할수있기때문이다 (H. Arendt 1951 & 1958 & 1963). 그러므로공적인영역에서평등한시민들사이의토론과심의를정당한의사결정으로간주하는민주주의이념을고려했을 17) 이런공동체주의적자유주의는 19 세기와 20 세기초에영국에서등장했던 새로운자유주의 (New Liberalism) 의특징이다 (T. H Green, B. Bosanquet, L. T. Hobhouse 등 ). 이들은개인들이자율성을실현할수있는사회문화적조건을창출하는데국가의적극적인역할이필요하다고주장했다. 이런관점에서보면현대의평등주의적자유주의, 혹은복지자유주의는 새로운자유주의 의계승자들이라할수있다. - 64 -

때, 공동체주의는공동선및공동체에대한관심을촉구하고사회적책임과의무를격려함으로써자유주의와공동체의의균형및의무와권리의조화를추구하면서민주주의발전에기여할수있다. 동시에구성원간의개방적인의사소통을통해공동체내부의관행과가치를토론의대상으로만들고다수의횡포를견제할수있도록고무할수있다. 이처럼공동체주의는구성원의자율성을존중하면서도공동체의질서를자발적이고능동적으로지키고발전시키고자하는참여적시민성에큰기여를할수있다. (2) 자유주의에대한공화주의도전 : 공공성, 공공정신, 적극적자유 ( 참여 ) 토론주제 * 아래의제시문을읽고인간에대한견해가정치형태 - 자유주의정치와공화주의정치 - 와맺고있는연관성을이해하고, 자유주의적인간형에비추어자유주의정치의장점과문제점을생각해보시오. 그리고자유주의정치를개선할수있는방법을 ( 공화주의인간형에근거하여 ) 모색해보시오. 공화주의적인간형은아리스토텔레스와시민적공화주의 (civic republicanism) 전통이지지하는모델로서공적영역에서동료시민들과함께심의하고행위하는가운데인간의진정한본성을실현할수있다고보는인간형이다. 이경우시민은정치적인간의본성을가장잘표현해주는정체성으로인식된다. 그리하여평등한시민들사이의자유로운토의와심의를뒷받침해줄수있는참여의권리가공화주의적시민권의핵심적요소로간주된다. 따라서이런인간형을전제하고있는고대아테네의직접민주주의에서는시민의정치참여가경제적이익이나사적인이해관계를성취하기위한도구적성격을갖는것이아니라, 인간의가장중요한도덕적능력을표현하고실현하기위한본유적인가치를갖는다. 그러므로공무에의참여, 곧, 입법 사법 행정에의직접참여는자유시민의가장중요한의무이자특권으로인식되며, 그것이좋은결과를산출하는가아니면나쁜결과를산출하는가하는문제는이차적인중요성을갖게된다. 반면에홉스, 로크그리고흄과스미스를이어가는자유주의적전통에서의인간형은공화주의적그것과는근본적인차이가있다. 자유주의자들은능동적정치참여를통해인간최고의잠재성을표현 실현할수있다고보는공화주의적관점은비현실적이라고본다. 그들은인간본성을공적인영역에의참여를통해실현될수있는자유보다는특수한정념과이익의 - 65 -

묶음으로이해한다. 그리고이정념과이익은공적인참여를통해서보다는사적인영역에서가장잘충족된다고본다. 이른바경제적인간 (homo economicus) 혹은시장인 ( 市場人. market man) 으로서의정체성이인간의본성을가장잘표현한것으로간주하고, 인간의자유를외부적간섭을받지않고자유롭게취득하는활동으로이해하는경향이있다. 따라서자유주의자들은사회를일차적으로시장에토대를둔경쟁적개인들사이의결사로서이해하며, 정치질서는법의지배를통해개인의소유와취득의자유를보호해주는 필요악 의관점에서파악하는경향이있다. 그러므로자유주의자들에게있어 경제적활동은삶의가장본질적인영역 이다. 이들은재산과경제적자유들을보호해주는전제정치와, 시민권은부여하지만어떠한경제적권리도허용해주지않는민주주의중에서전자를더선호한다. 따라서정치는이차적인지위로물러나고권리를소유한개인들이전면에부각된다. 국가는단지사적이익추구를위한보조적장치일뿐능동적인참여에필요한시민의덕성은그중요성에있어경제적합리성에굴복한다 (B. Murchland, 1997). 현대학계와정계에서고조되고있는공화주의에대한관심은자유주의적대의민주주의의위기를배경으로삼고있다. 대의제의위기는자유주의시대를살아가는국민들이점점더사적인생활에만몰두하고정치참여는주기적선거와같은일회성의행사에만국한되는현상으로요약된다. 또한국가는단지사적이익추구를위한보조적장치로인식되고능동적인참여에필요한시민의덕성은그다지중요하게여기지지않는다. 이런현상은개인의자유로운경제활동과재산을축적할수있는권리및사적인자유만을절대적으로강조하는사회분위기와무관하지않다. 이런상황에서시민의적극적인참여와덕목을중시하는공화주의에대한관심이높아지는것은어찌보면당연한일이다. 공화주의에서공화의개념은공적인것 (res publica), 공공성 (publicity), 공익 (public interest) 과밀접한연관성이있다. 정치이념으로서공화주의는참된인간성실현의계기로서시민의능력과덕목을특별히강조한다. 국가의모든구성원이자의적인지배에예속되지않고동등하고자유로운주체들로서공통의공간을구성해나간다는것이공화주의의핵심적인원리인것이다. 공화주의는국가의적극적인역할과사회의책임, 그리고시민의의무를강조한다. 개인은정치공동체의시민으로서공동활동에의적극적인참여를통해자신의자유를완성시킬수있으며공화주의적시민은공동체에대한애국심을기반으로동료시민들과함께사회의공동선에대해토의하고공동체에대한책임을공유해야한다는것이다. 물론, 서구의공화주의는공동세계의위상, 공공선의내용및실현방법 - 66 -

등을놓고그내부에이질적인흐름과다양한스펙트럼을갖으며공화주의의현대적부활노력역시다양하고흐름으로전개되고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대략적인흐름은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그리고루소의정치사상을비판적으로계승한 20 세기의아렌트현재의테일러, 스키너 (Q. Skinner) 그리고샌들과페팃 (P. Pettit) 등으로이어진다. 전체적으로공화주의는소극적자유보다는적극적자유, 사적이해보다는공적이해를우선시하는시민의덕성을강조하며다수의자의적의지가아닌법에의한통치, 삼권분립에기초한정부형태등을특징으로삼고있다. 이런관점에서보면공화주의는반드시공화주의라는이름을내걸지않더라도오랜정치철학전통에내재되어있는규범적지향으로볼수있으며자유주의및민주주의와복잡한관계를맺고있다는사실을알수있다. 공화주의의아이디어로부터 17, 18 세기에자유주의와민주주의가확장, 발전해왔다는주장도있다 (Kalyvas & Katznelson 2008). 공화주의는자유주의나민주주의 외부 에있거나대립적인개념이아니다. 자유주의적공화주의나공화민주주의역시충분히가능하며오히려그결합을적극적으로모색하고현실화하는노력이현대사회의조건에서더욱생산적이다. 그러므로일부공화주의찬양가들이자유주의를전적으로대체할수있는정치철학으로공화주의를부각시키는것은공화주의가지닌개념적연관성과규범적제안들의독특한특징을배제시킬위험이있다. 공화주의는민주주의와중첩하면서민주주의를보완하는역할을한다. 예컨대, 공화주의는권력의분립과다수의지배를원칙으로하는민주주의를지지하면서도사회통합 (social integration) 과다수의권력을견제할수있는소수자의보호에도관심을가진다. 특히, 공화주의는다수의권력에대한종속을경계하면서법에의한지배의중요성을특별히강조한다. 그럼에도공동체의의사결정에대한참여의권리를가장지지한다는점에서민주주의문제의식을상당부분공유하고있기에최근에는공화민주주의에모색이활발히이뤄지고있다. 한편, 공화주의는문화공동체의우선성을강조하는좁은의미의공동체주의와는구별된다. 즉, 공화주의는공동체주의와달리공동선에대한합의보다는지속적인쟁투를통해공동선을형성해가는조정과정을더욱중시하는한편, 개인의자유및권리와공동체의균형을강조하고공동체의횡포를강력하게견제하고자한다. 물론현대공동체주의의스펙트럼에따라공동체주의와의관계는다르게평가될수있다. 한편, 법의지배아래에서의개인의동등한자유와권리를각별하게강조한다는점에서공화주의는자유주의와공통성을갖고있다. 그러나공화주의는분명히자유주의와구별되는원리를포함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 공화주의는 간섭의부재 라는자유주의의소극적자유개념에만족하지않고정치적참여와의사소통의권리를수용한적극적의미의자유를강조한다 ( 新아테네공화주 - 67 -

의 ). 그리고비록직접적인간섭이존재하지않을지라도예속의가능성이있다면그런상태역시부자유한상태로보기때문에자유를단순히외부적인간섭이나장애의부재로보는자유주의와구분한다 ( 新로마공화주의 ). 예속적인상태는언제든지지배의가능성을허용한다는점에주목하는것이다. 또한공화주의에서법앞의평등은형식적인평등이아니라실질적인평등을의미하며모든시민들에게존엄과자존을지킬수있을정도의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조건들을보장할것을요구한다. 이런관점에서공화주의는정의를강조하면서공동의실천에참여할수있는시민의주체성을부각시킨다. 결국, 민주주의본래의의미에부합하는연대와유대, 공동선을지향하는강한규범적내용을갖게된다. 이러한공화주의는자유주의적시민권과비교할때그정치적함의가더욱명료하게부각됩니다. 제시문에나타난바와같이공화주의적시민권은아리스토텔레스및시민적공화주의 (civic republicanism) 전통이지지하는모델로서공적영역에서동료시민들과함께심의하고행위하는가운데인간의진정한본성을실현할수있다고본다. 그러므로평등한시민들사이의자유로운토의와심의를뒷받침해줄수있는민주적권리는공화주의적시민권의핵심적요소다. 또한현재의다원주의시대에적응된공화주의는인종, 민족, 종교, 성적차이를강조하지않고다양한개인들이차별받지않고다양한공적심의과정에참여할수있는시민적권리를부여해야한다고주장한다. 그러므로공화주의는정치에대해무관심하고파편화된대중들이일시적투표자로전락한상황속에서정치적무능력을극복할수있는이론적 실천적자원을적극적으로제공하는데관심이있다. 한가지예로참여주의적인정치공동체에부정적인영향을미치는경제적불평등을최소화하고인권과민주주의에무관심한자본주의의한계를극복하려는전략을모색한다. 이처럼개인의사적인활동보다는공동선을지향한능동적참여의가치를강조하는공화주의적시민권개념은잘작동만한다면다원성속에서의사회통합과정치안정에유리할수도있다. 그리고프랑스와독일과같은나라들이기본적으로이와같은시민권개념에입각하여다양성에대응하는정책을취해오고있는것도사실이다. 하지만공화주의역시다원주의시대와부합하지않는측면이있는것도사실이다. 왜냐하면중기까지의하버마스처럼헌정적애국주의를강조하는공화주의는은연중에지배적인집단이나주류사회의문화를중심으로동질적인사회를구성하는경향성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또한모든시민들의능동적참여의권리를강조하는공화주의는결국민주적의사집약과정을통해다수집단의가치와이익을대변할가능성이높다. 결국부분적으로법의지배와세련된제도적장치를통해민주적다수의일방적이익을견제한다하더라도, 다수집단의문화와가치를통해사회를동질화시키는결과를산출하기쉬운것이다. 물론공화주의는표면적으로는문화적특수성과차이를무시하고정치적 - 68 -

공동체에대한동등한참여를강조하지만, 그것이동질적인사회로만들려는그릇된목적에경도된다면소수인종 문화집단의문화적생존권과관행에치명적인위협이될수도있다. 그러나현대자유주의사회에만연되어있는시민의정치적무관심과시민적덕성의한계를비판하는공화주의는민주주의를발전시키는데중요한실천적아이디어를제공한다. 특히헌정주의와관련하여공화주의는법치를새롭게사고할수있는계기를부여해준다. 공화주의에의하면, 소수이든다수이든자의적인권력에종속되어있을때에는우리는자유롭지못하지만우리스스로가함께만들고재구성하는법의지배를받을때우리는자유로운바, 공화주의는법에의해지배되는자치의 ( 민주 ) 공화국을건설에중요한영감을제공해준다. 공화주의논리에따르면, 법의주체로서국민들은정치사회의기본구성과주요쟁점문제들까지도공론장에부치고그의미를새롭게이해 규정할수있어야한다. 대표적으로벨라미 (R. Bellamy) 는현대서구의자유주의사회에서사법부우위헌정주의를비판하면서민주정치의우선성을주장한다. 즉, 아래로부터시민들이적극적으로헌법에대한심의에참여하는것을이상적인민주주의로간주한다. 시민들의권력은정당및다양한매개체를통해정치제도내로투입되어시민주권의원리를구현하게된다는것이다. 그만큼우리생활을규율하는규칙의제정과변화에시민들이능동적으로참여할수있는조건을마련하는것이공화민주주의의목표이자전략이라할수있다. 공화민주주의에의한다면, 우리의정치방식을국민의참여를촉진시킬수있는방향으로개혁해가는것은대의민주주의의한계를극복하는이상의의미가담겨있다. 그것은우리의삶에대한태도와공동체에대한태도를바꿈으로써우리자신을더욱더도덕적인존재로, 그리고사회를더욱더풍요로운삶의터전으로만들어갈수있는계기를제공한다. 요컨대, 현대공화주의는그동안자유주의가무시해온애국심, 공공정신, 참여로서의자유, 시민의덕목등을강조함으로써자유민주주의를좀더건강하게유지하는데관심이있는정치이념이라고볼수있다. 7) 소결 : 자유주의국가관의정책적함의와공무원의태도 현재자유주의정치사상은사회학적배경으로다원주의를전제한다. 다양한철학적 종교적 도덕적교리들의다원주의와세속적인가치관들의다원주의가공존하는다원주의사회가정치적사고의사회학적배경이다. 이런배경은자유주의국가가모든개인들을자유롭고합리적이며평등한시민으로간주할수있는최선의방법으로개인들이속해있는다양한문화들사이에서국가가중립적이고불편부당한태도를취할것을요구한다. 18) 여기서자유주의가옹호하는중립주의는모든가치관들사이의절대중립성 - 69 -

(absolute) 이아니라, 일정한 자유주의적생활방식 혹은자유주의적인 특정한목적 내에서의중립성, 곧한정중립성 (limited neutrality) 을의미한다 (Waldron 1993, 143-67). 그것은자유주의적인생활양식들과非자유주의적인생화양식들사이에서의중립성을의미하지않으며또한 어떠한정당화의방법이채택되어야하는지에대해서도무관심하지않다. 그러므로한정중립성은공유된자유주의적관행혹은정당화의방향을전제로하는중립성으로오직그러한공통의근거를전제로해서만중립성의우너리가온당하게적용될수있다는것을의미한다. 비록자유주의국가가취할수있는중립성은제한적이긴하지만이중립성원칙은자유주의국가및그대리인인공무원들이다양한가치관들과문화들사이에서어떤자세를취하는것이정당한가에대해중요한시사점을던져준다. 그것은어떤가치관과문화도국가의정책에의해혹은공무원들에의해차별받아서는안된다는것을의미한다. 특히국가혹은공무원들은자신과생각이다르다는이유로혹은국가정책에대해비판적이라는이유로시민들을차별하거나억압해서는안된다는것을의미한다. 비록소수의가치관이나문화가非자유주의적이라하더라도그문화의구성원들이명백히불법적인행위를수행하지않는한그들을관용하고포용해야한다. 왜냐하면그들도다른시민들처럼똑같이자유롭고합리적이며평등한존재들로간주하고대우해야하는것이자유주의가표방하는다원주의국가관이기때문이다. 물론국가의정책이나공무원의정책집행행위들은그동기에있어서는중립적이어야하지만그정책이나정책집행의결과까지중립적이어야하는것은아니다. 결과의중립성은성취할수없는목표일뿐만아니라, 결과의중립성을얻기위해과정의중립성을어겨야하는더큰문제점을야기하기때문이다. 요컨대, 자유주의국가의유지를위해국가는다양한가치관들사이에중립적인태도를견지하며법안과정책을입안해야하며, 공무원들은모든시민들을평등하게존엄한존재들로간주하며불편부당하게대우할필요가있다. 즉,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하게공무를처리해야한다. 이런자세를함양하기위해공무원들은근대이후자유주의국가의진화과정을이해하고, 다원주의사회를배경으로현재자유주의가지향하는중립적인태도의목적을잘이해할필요가있다. 중립성은모든시민들의평등한존엄성을보호하기위한최선의태도로서, 모든시민들특히공무원들에게용기, 법에의복종, 국가에대한충성, 선공후사의정신 ( 애국심 ), 자기성찰, 자아비판, 관용, 분별력, 불평부당성과같은덕목들을요구한다. 공무원들에게이런덕목들이결여될경우부패와나태함, 권세부림등현대관료주의에만연된병폐들 18) 물론모든자유주의이론가들이다중립주의를표방하는것은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영향을받은라즈 (J. Raz) 는국가가바람지한가치관과그렇지못한가치관을구별해내고시민들이건전한가치관을선택 추구함으로써가치있는삶을살수있도록지원해야한다고주장한다. 이런문제의식을가지고그는이른바완전주의적자유주의 (perfectionist liberalism) 를주창했다. 하지만이입장은자유주의의주류입장은아니다 (Raz 1986). - 70 -

이발생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3. 근대국가의법철학적정당화 1) 자연상태에서정치사회로 : 국가의법철학적정당화 토론주제 자연상태에서도자연법 - 자연적인의무의규칙 - 의지배를받으며평화롭게살수있는데, 왜강제기구인국가를꼭구성해야하는가? 다시말해실정법을도입하고사법을관장하는제도를세우는이유는무엇인가? 그리고왜국가를구성하는개인들을자유롭고평등한존재로가정해야하는가? 이장에서는근대국가의수립에서부터현대의입헌민주주의국가에이르기까지의과정을법철학적관점에서설명한다. 근대국가는前국가적단계에서형성된 의무의법 ( 혹은자연법, 관습법, 혹은도덕법 ) 을강제할필요성에대한상호인식을통해형성되는바, 국가의법은 ( 前국가단계에서형성된 ) 의무의법이국가의강제력을통해강제할수있는실정법으로전환됨으로써확립되었다는것을설명한다. 하지만, 평등주의적이고자유주의적인문화의확산은실정법에기본권조항을더욱풍부히보장하도록이끌었으며, ( 근대국가의권력증대와집중이야기하는위험성을피하기위해 ) 국가의권한과권력행사를엄격한법적테두리안에묶어두고자하는노력을자극함으로써국가를자유주의적인국가, 그리고나아가서민주주의적인입헌국가로변모시켰음을설명한다. 보통근대정치사상사에서자연상태로이미지화되는무정부상태는국가의존재이유 ( 혹은목적 ) 를추론해봄으로써국가와법체제의정당성을논증하기위해채택되곤하는가정상의메타포 (metaphor) 다. 우리가쉽게기억할수있는역사적시기만을살펴본다면무정부상태가오랫동안지속된상황은거의존재하지않았다. 그래서국가와법체제의정당성을입증하기위해무정부상태를상정하는것은비역사적이며억측적인사고라는비판에직면하는경우도많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현재의시리아나리비아와같은국가들에서알수있듯이내란이나혁명과같은사건이일어났을경우일시적인권력공백상태 - 71 -

가발생함으로써실제로무정부상태에가까운상황이전개될수있다는점에서무정부상태는완전히가설적으로만존재하는상태는아니다. 더구나자연상태의메타포는국가와법체제및그것을뒷받침하는공권력이존재하지않을때발생할수있는상황을가정하고그로부터국가와법체제의필요성을논리적으로도출해보기위한사고의방법인만큼, 비역사적인논리적추론에불과하다고비판함으로써그유용성을부정해버리는것은현명치못하다. 지금도공권력의효과적인적용이어려운경우발생하는 ( 자연상태와비슷한 ) 수많은혼란과무질서상황을도처에서발견할수있기때문에자연상태의메타포에기초한사고실험을통해국가와법제도그리고공권력이왜필요하고또국가의권위에왜복종해야하는가를합리적으로이해할수있다. 이와같은합리적 논리적접근은국가가지닌권위와그한계및시민들이국가에대해지는의무와비판 ( 혹은견제 ) 의조건을동시에이해할수있게해준다. 따라서이절에서는오늘날에도무정부상태가간헐적으로발생할수있다는사실을인정하면서도, 무정부상태를주로국가와법률의정당성을논증하기위한가설적인메타포로간주하고논의를전개하고자한다. 다시말해완전히자유롭고평등한자연상태속에서사는개인들이어떤이유에서법률과정치권력의개입을정당한것으로받아들이게되었는가를추론해봄으로써법률과국가의정당성을논증해보고자한다. 여기서자연상태를완전히자유롭고평등한상태로가정하는것은, 개인들이실제로자유롭고평등했는가하는문제와는상관없이, 근대사회의정치적조직원리가기본적으로자유와평등에기반을두고있거나그런가치들을지향하고있다는사실을반영한다. 만일자연상태를불평등하고자유롭지않은상태로가정한다면우월하고자유로운지위를누리고있는개인또는집단들이자신들이상대적으로큰이익과자유를누리고있던무정부상태를버리고약자들과동일한지배를받게될정치사회를구성할유인이없기때문이다. 19) 그렇다면, 무정부상태에서평등한자유를누리던개인들대부분이왜법과정치권력의통제를받는정치사회로이행하게될까? 그리고그렇게구성된정치사회가모든사람들에게정당한것으로받아들여지게되는조건은무엇인가? 자연상태의사람들은모두가자유롭고평등한존재들로가정되기때문에, 그들은자연상태로부터국가로이행하는과정에서모두가수용할수있는공정한 ( 또는올바른 ) 조건하에서만국가의수립에동의할수있고, 또그럴때만이국가는정당성혹은정의로움을담보할수있다. 더구체적으로말해, 법과정치권력의통제를받게될개인들은무정부상태보다국가상태에서사는것이자신에게더이익이된다는조건하에서만정치질서를구성하는데동의하려할것이므로, 정치질서는그정치질서가제공하는혜택으로부터 ' 그어떤 19) 마찬가지로약자들로국가가주는혜택을기대할수없다면국가를조직하는데동의하지않을것이다. - 72 -

누구도배제하지않을때 ' 정당성 (justification) 을얻을수있다. 20) 왜냐하면, 국가를구성함으로써불이익을겪게되는사람들이있다면, 그것은국가의구성을통해이익을얻는사람들이불이익을보는사람들에게손해를끼침으로써이익을얻는것이기때문에 공정하지 (= 옳지 ) 못하며따라서정당성을확보할수없기때문이다. 그러므로국가의정의는그구성원들모두가한사람도빠짐없이 가장기본적이고중요한 측면에서이익을누릴수있을때만구현된다고볼수있는바, 중요한이슈는무정부상태로부터국가상태로의이행을통해모든사람들이얻게될 가장기본적이고중요한 공동의이익이무엇인가하는점이다. 무정부적자연상태에서개인이수행하는삶의모습에대한가정은개인들이국가를구성함으로써얻게될이익의내용을이해할수있는실마리를제공해준다. 자연상태의개인들은자신의능력범위안에서모든것을행할수있는완전한자유를누리고있고, 또개인의능력은도구와간계를활용할수있는이성덕분에훨씬더확장될수있기때문에모두가대체로평등한상태에있다고가정할수있다. 그런데이런완전한자유와평등상태는자연상태의모든개인들이가해자가될수있는동시에피해자가될수있는딜레마를야기하는바, 모두가생명과소유를위협받게된다. 그러므로개인들은자연적자유의일부또는상당부분을상호포기하고, 그런포기와함께발생한동등한권리와의무를 ( 자연 ) 법적인형태로구체화함으로써법적의무하에들어가게된다. 그런데이와같은동등한법적의무의상태는원초적인자연상태과비교해볼때모든사람들에게 가장기본적인측면에서중요한 이익을보장해준다 (Höffe 1995, 40). 예컨대, 자연상태에서개인들은타인을살해할수있는자연권을가지고있으면서도타인으로부터피살될수있는개연성도있다. 이런상황에서개인들은살해할권리를상호포기하는대신살해당하지않을권리 ( 자유 ) 만을확보하고싶어할것인바, 타인을살해할자유를서로포기하기로약속하고살해당하지않을권리를법적으로상호보장받음으로써원초적자연상태에비해더이익을얻게된다. 21) 이런논리는다른자유들에도해당된다. 예를들어자신이원하는종교를믿을수있는권리와타인들이어떤종교를믿지못하도록제지할수있는자유중에서개인들은자신이선택한종교를믿을수있는자유를더선호하기때문에종교선택을가로막을자유를상호포기하는대신자신의종교적자유를안전하게확보하고자한다. 이런논리는비방의자유를서로포기하는대신비방당하지않을권리를유지하는것이모든개인들에게상호이익이된다는사실에도동일하게적용된다. 이런방식으로원초적인자연상태는자연법의구속을받는자연상태로전환된다. 20) 여기서모든개인들이얻게될이익이동일할필요는없다. 그런요구는국가구성의가능성을현저히낮추게될뿐만아니라, 보장될이익의동등성을확인할길도없다. 21) 자유의상호포기 ( 혹은자유의상호교환 ) 를통해법적인권리 / 의무체계를확립하는것이만인의상호이익이되는이유에대한상세한설명은다음을참조할것. Hëffe, Political Justice, 249-253. - 73 -

롤스의정의론에서는개인들이자유의상호포기를통해법적인권리와의무관계를수립하는정당화과정이생략되었다. 하지만롤스가사회를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사이의 공정한협력체계 로가정하면서 평등한자유의원칙 을정의의제 1 원칙으로제시했다는사실은, 자유의상호포기를통한법적인권리 / 의무관계의수립이모든개인들에게 가장기본적으로중요한 측면에서이익이되어야한다는당위성과정치권력의행사는개인들의자유를부당하게억압해서는안된다는정치적정의의기본적요구를전제하고있다. 사회를 공정한협력체계 로보는롤스의기본관점은사회가사회협력에참여하는모든개인들에게 가장기본적으로중요한 측면에서이익이되지않는다면공정하지못하며, 따라서사회협력의혜택을누리지못하는사람들의관점에서는정의롭지못한것이라는관점을깔고있기때문이다. 그런데, 자유의상호포기를통해마련한법적인권리 / 의무관계가과연 모든개별적인개인들의이익 원칙을실현할수있을까? 로크의전쟁상태에관한이론 - 둘째자연상태이론 - 은법적인분쟁을권위를가지고공정하게해석 강제할수있는정치권력이존재하지않을때발생할수있는실천적인난점들을잘보여준다. 사회협력을규제하는정의의규칙들이있을때, 기본적으로자기이익을극대화하려는경향이강한대부분의개인들은 ( 자연 ) 법을자기에게유리하게해석하고집행하려는편파성을갖고있다. 더구나자기의불법은축소시키고타인의불법은더확대시킴으로써불공정하게법규를적용하려는경향이있다. 또한대부분의개인들은무임승차나비용의외부적전가방식을택함으로써자신의이익을극대화하려는유혹에빠지기쉽다. 그러므로자유의상호포기를통해구성한법적인권리 / 의무관계는이런실천적인난점들을극복함으로써사회의구성원들에게정의의규칙들이준수될것이라는기대를불러일으킬수있게하는조직화된정치권력의존재를필요로하게된다. 그러므로가장기본적인정의의요구 개별적인만인의이익보장 를관철시킴으로써 ( 필요할경우강제력을동원해서라도 ) 사회협력의모든당사자들이사회협력의이익으로부터배제되지않도록법적인권리 / 의무체계를관리할수있는강제적인정치조직의구성이요구된다. 강제기구로서의국가는이렇게정당화된다. 2) 자유주의와민주주의의정당화 토론주제 국가가자연법을공정하게해석 집행할수있는공정한강제기구를 - 74 -

도입할필요성때문에 ( 논리상 ) 수립되었다면, 그것으로국가의정당성문제를완벽히해결했다고볼수있는가? 그렇게정당화된국가를더욱더정당하게만들수있는방법은없는가? 보다구체적으로, 국가를운용또는관리하는방법과관련하여국가를더정당하게만들수있는방안은없는가? 정치권력의구성하면자연상태와는다른딜레마가발생한다. 국가가무소불위의권력을휘두르며개인을지나치게억압하는일이벌어질수있기때문이다. 17, 18 세기의절대국가와 20 세기의전체주의국가는그런우려가매우현실적인것임을예시한다. 로크의표현을빌리면, 국가가제기한딜레마는개인들이스컹크나여우의위협을피해국가라는사자의위협하에들어간역설로표현할수있다. 로크에게정치권력은개인들의숭배와희생을요구할수있는신성하고절대적인실체가아니다. 그것은개인들의소유물을안전하게지켜주고외적의침입으로부터국가를방어하며공공의복지를보장해주는수단이다. 그러므로국가가조건부로위임된권력을자의적으로행사하는것은국가의존재이유를부정한것이므로정당성을잃게된다. 로크가볼때, 홉스의절대국가는정의롭지않기때문에아예국가가아니다. 따라서로크는공공의복지 즉, 만인의공통된이익으로서의정의 를구현하지못한국가 (= 정부 ) 는인민이부과한권력의신탁조건을위반했기때문에해체되는것이마땅하며인민의신탁조건을충실히따를수있는새로운정부로대체되어야한다. 이렇게보면, 국가는일정한조건을충족시킬수있을때만국가로서의정당성을얻을수있다. 로크의신탁이론을빌리지않더라도, 자연상태의개인들이자유를상호포기함으로써국가를구성하게된이유를살펴보면, 정당성을인정받을수있는유일한국가의성격을짐작할수있다. 자연상태에서개인들이자유를상호포기함으로써법률적인권리 / 의무관계에들어가고, 이어서정치조직으로서의국가를구성함으로써법규를강제적으로집행하고자한이유는공정한조건에서안전하게자유와권리를향유하기위한것이다. 이와같은국가의근본목적을두고볼때, 개인의자유를과도하게억압하는홉스식의절대국가나, 만인의개별적인이익보장 원칙을구현하지못하고일부개인들의지속적인희생을당연시하거나강요하는국가는아예국가로서의자격을얻을수없다. 그러므로국가는만인의 기본적인이익보장 이라는정의의대원칙을구현해야할뿐만아니라, 권력행사의범위가법률에의해엄격히제한된국가, 곧자유주의적인법치국가일때만정당성을얻을수있다. 정의로운자유주의국가가수립되었다고가정했을경우, 다음문제는국가 - 75 -

의공적인문제들이나다수의이해관계가걸려있는공동문제를어떻게결정하고처리할것인가하는문제가제기된다. 다시말해, 국가의공적인문제들을결정할수있는권위있는절차및그절차에따라결정된것들을집행할수있는제도들을구비함으로써국가의정의로움을더욱강화시키는문제가발생한다. 국가의공무를처리하기위해공정한민주적절차가요구되는것은바로이런맥락에서다. 1 인의군주나소수의엘리트들이공동체의문제들을결정하는권위주의적인결정절차는모든인간은자유롭고합리적이며평등한존재라는근대적시민관과어긋나기때문에정당성을얻기어렵다. 더구나인간이쉽게타락할수있고또쉽게실수를저질수있는가능성을두고볼때, 권위주의적인통치체제는자유주의국가의입법과공공정책추구방식에는적합하지않다. 다시말해그런통치체제는국가의정당성을훼손한다. 여기에권력을민주적으로조직화하고권력을분립시켜상호책임을지도록만드는제도적절차의중요성이있다. 만일공적인문제들을결정하기위해채택한절차들이국가를수립하게된이유와충동한다면, 그것들을국가의정당성을증진시키기보다는훼손하게된다. 이런관점에서보면, 군주제나과두제는아예정의로운국가의정치형태가될수없으며오직민주적정치체제만이정당화될수있다. 3) 헌정주의의법철학적의미 토론주제 자유주의국가의의사결정절차로서민주주의가채택되었다면, 그것만으로자유주의국가의정의로움을유지할수있을까? 모든문제를민주적인절차에따라결정한다고해서국가의정의로움이지속적으로보장될수있는가? 다시말해민주주의는자체의결함이나한계가없는가? 만일민주주의에치명적인결함이있다면그것을어떻게극복해야하는가? 그런한계는민주주의가지닌어쩔수없는한계로수용해야하는가? 민주적으로구성된정치권력이라해서언제나정의에부합하게행사되지는않는다. 더구나이런가능성은민주적다수의의도가사악할때만발생하는것도아니다. 그런가능성은심지어민주적다수의의도가건전할때도발생할수있다. 예컨대, 민주적다수가소수를억압하려는사악한의도를가지지않고단지자신에게가장유리한결과만을생각하며의사결정에참여한경우에 - 76 -

도, 소수파에속하는사람들은영구적인패자가됨으로써사회적협력의혜택에서지속적으로배제될수있다. 이처럼영구적인소수자의존재는다수결민주주의의정의로움에대한회의를매개로하여자유주의국가자체의정당성문제를야기한다. 다수결민주주의의정당성에대한회의는만장일치민주주의에대한선호로표출될수있다. 자유주의사회의공적문제들을만장일치로결장할수있다면소수파에대한다수파의지배문제는발생하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만장일치민주주의는단사람혹은소수파의의사에상대적으로큰비중을부여하는제도이기때문에그자체가자유주의국가의정의로움을훼손할수있다. 더구나만장일치는단한사람의반대만으로모든사회개혁을막아버리는극단적인보수적결과를산출할수있기때문에기존의부조리한관행을시정할수있는가능성을앗아가버린다. 다수결민주주의와만장일치민주주의를장단점을비교해보면, 그나마다수결주의가만장일치방식보다는상대적으로표의등가성을실현하는데도움이된다 ( 만장일치제도는다수결민주주의의한극단적인사례로보는것이합당하다 ). 물론사안에따라서는반드시만장일치를채택해야하는특수한상황이있을것이다. 반드시다수결주의에맡겨야하는상황도있을것이다. 하지만다수결주의가만장일치보다는부당한의사결정의빈도를크게줄일수있다는점은부정하기어렵다. 하지만다수결주의가만장일치에비해상대적으로우월하기때문에다수결민주주의를순수한형태로수용해야만할까? 현대법치주의및헌정주의원리는다수결민주주의의불가피성을수용하면서도다수결민주주의에내재하는약점을보완하기위한중요한정치적원리로도입 발전되었다. 법의지배와헌정주의는특히정치권력이비약적으로증대된근대사회를배경으로발전한규범적정치원리다. 법의지배는형식적인적법성과실질적인정의를구현하고있는법률을독립적인사법부가공정하게해석 적용할때실현된다 ( 물론법의지배가실현되는정도는국가마다다르다 ). 법의지배하에서는통치자도법을준수해야하기때문에개인들이통치자의변덕이나자의적인의지를두려워하지않고자신의가치관을계획적으로추구할수있다. 헌정주의는헌법에하위법이갖추어야할정의의실질적내용을미리규정해둠으로써법의지배가사악한지배의수단으로전락하지않도록법의지배를뒷받침한다. 특히헌정주의는법의지배를정치권력을통제 행사하는정부에게엄격히적용함으로써정부가정치권력을남용하지않도록통제하는데집중한다. 헌법은개인들의중요한이익이나도덕적능력 ( 자유의지혹은자율성 ) 을보호하기위해광범위한기본권을안치해두고있으며, 정부의각부서들이권력을독점 남용하지않도록권력분립원칙을명시하는한편, 정부가권력을행사할때따라야할조건과절차를명시함으로써권력이국가구성의궁극적목적에부합하게사용될수있도록규제한다 ( 김비환 2006). - 77 -

이렇게보면, 법의지배와헌정주의원칙은다수결민주주의와긴장관계를형성하고있음을쉽게짐작할수있다. 헌법은국민의기본적인권리와의무를명시해둠으로써다수결민주주의의의사결정범위를미리제한한다. 그리하여민주적다수가적법한절차에따라내린결정이헌법에보장된개인의기본권을침해할경우, 그것은헌법에안치된기본권사항을침해한것이므로원천적으로무려가된다. 따라서형식적으로만보면헌법은다수결민주주의를제한하는反민주적인성격을지니고있다. 4) 소결 민주주의의역설은다수결방식이소수자를지속적으로배제 억압함으로써정당한국가의근본원칙인정의 - 모든개인들의기본적인이익 - 를훼손할수있다는점이다. 다수의행복을위해소수의기본적권익과자유를제한하는일이빈번히일어난다면, 그런상황을결코정의롭다고할수없을것이다. 그러므로다수결민주주의가소수에게부당한희생과부담을지우지못하도록미리다수결민주주의의적용범위를제한할필요가있는데, 헌정주의가바로그와같은기능을한다. 하지만, 헌정주의바탕에깔려있는근본정신은민주주의의근본정신과일치한다는점에서, 헌정주의를반민주적인제도로만간주하는것은매우단편적인시각이다. 민주주의가자유주의국가의집단적의사결정절차로채택된이유는그것이만인의존엄성과자율성을평등하게실현할수있는최선의방식으로여겨지기때문이다. 헌정주의또한엄청나게증대된국가권력에의해개인의자율성과존엄성이훼손될수있는가능성을최소화하기위한것이다. 이처럼다수결민주주의가구현하고자하는가치와헌정주의가실현하고자하는가치는사실상동일한것이다. 그렇게볼때, 헌정주의가수행하는간헐적인反민주적기능을민주주의근본정신을부정하기위한것으로오해해서는안된다.( 헌법은민주적가치와절차를보호하는민주적기능도수행한다 ) 그것은민주주의의내재적한계로인해민주적절차를통해민주주의의근본정신이훼손될수있는개연성을최소화하기위한정치원리, 곧민주주의의근본가치를보다완전하게실현할수있는보완적인정치원리로이해할수있다. 헌정주의에규정된권력분립원칙은, 인간의타락가능성과정치권력의부패가능성에대한경계심이반영된원칙으로, 서로기능적으로분리된권력들이상호견제하고균형을이루게함으로써개인의기본권이침해되지않도록방지하려는목적을갖고있다. 이원칙은민주주의에고유한원칙은아니지만, 정치권력이남용될수있는개연성을현격히낮춤으로써권력이자유주의국가의근본가치에복무할수있도록지원한다. 그리하여개인의자유와평등그리고존엄성을보호하는데기여한다. - 78 -

4. 맺음말 : 신자유주의의극복과새로운공적가치 2008 년뉴욕월가에서촉발된금융위기는신자유주의적지구화의한계와모문제점을극명히보여주었다. 상승하는주택가격에힘입어계속적으로이익을창출하는데성공해왔던월가의금융자본들은주택가격의갑작스런하락으로인해서브프라임모기지회수가어려워지면서연쇄부도라는파국적상황에직면했다. 은행, 채권을구입한보험회사들그리고투자자들이주식시작에투자한자금들을급격히회수하면서세계각국의주식시장들은붕괴의수렁에빠지게되었고세계경제또한파국적인상황에직면하게되었다. 이후미국과유럽및일본의은행들은양적완화정책을적극추진함으로써약 10 년이지난지금은세계경제가어느정도안정을찾고 4 차산업혁명을통해새로운성장가능성을모색하고있다. 2008 년에발생한위기는신자유주의가지향했던질서의비전이얼마나불균등하고불공정하며취약했는지를보여주었다. 투기적금융자본은갖은파생상품을고안하여거대한거품의탑을쌓았으며, 개인들또한상승하는주택가격에고무되어저금리를이용한레버리지투자를감행함으로써거품경제형성에일조했다. 정부는정부대로규제를대폭완화함으로써투기경제와거품경제의형성을지원했다. 지구적인규모로형성된거품경제는금융강국과약소국의격차는물론, 일국내에서도자산가계층과비자산가계층의격차를더욱확대시켰다. 한쪽에서는한없이오르는부동산가격으로인해막대한불로소득을챙겼고, 낮은신용등급이나무관심으로인해레버리지투자를하지못했거나주택을소유하지못했던사람들은한없이오르는부동산가격으로인해극심한상대적박탈감에빠져들었다. 유래없는사회양극화와불평등상황이도래한것이다. 세계적인수준과일국적인수준에서공히화폐단위로측정된부의양은급격히늘었지만, 증가한가치의대부분은자산을소유한계층이독점했다. 부의분배가심각하게왜곡된것이다. 신자유주의적지구화는부의불평등만심화시킨것이아니라사회적안정과통합을약화시키고다양한수준의분쟁을격화시켰다. 부의양극화는공동체의식과협동정신을약화시킴으로써사회의통합을저해하고사회적안정을위협한다. 동시에정치적평등주의원칙에따라운용되는민주정치의사회경제적기반을약화시킴으로써민주주의의위기를초래한다 ( 스티글리츠 2013; 피케티 2014). 더구나경쟁과효율및정부의불간섭을신성한원칙으로신봉함으로써약육강식과승자독식의투쟁을부추긴다. 사회를우등한엘리트들과열등한평등주의자들로분열시키고가난한자들을경쟁에서패배한열등하고게으른사람들로매도한다. 이에따라국가는유능하고부유한소수의나라와가난한다수의나라로분열된다. 22) 22) 일국적 지구적차원에서더욱심화되고있는테러와전쟁의위협및급격한기후변화의위기도신자 - 79 -

2008 년발생한금융위기와그여파로드러난신자유주의의한계와문제점은앞으로각국가와지역적 지구적기구들이어떤대안질서를지향해야할것인가에대해훌륭한반면교사역할을한다. 협동이없는경쟁은유능하고유력한자들의생존마저도위태롭게할수있으며, 연대없는효율의일방적추구는부와자산의양극화를심화시키고사회적안정을붕괴시킨다. 사회구성원들이최소한의인간다운삶을살수있는경제사회적환경조성을위해더능동적인역할을하지않을때국가는새로운계급국가로전락하며, 사회는홉스가묘사했던자연상태처럼 만인에대한만인의전쟁상태 가된다. 1980 년이후약 40 년가까이진행되고있는신자유주의적지구화의결과는매우역설적으로각국가와국제기구들이협동과연대, 공정과공존 - 인간과자연과의공존도포함된다 - 의가치에기반한새로운질서를추구해야한다는당위성을부각시키고있다. 그렇지않을경우국가사회와지구적질서는나라와나라, 집단과집단그리고개인과개인이서로적대하는정글의질서로전락할것이고, 인간의질서와자연의질서가서로충돌함으로써인간에게파국적인결과가야기될수있다는것을시사한다. 다행히문재인정권은새로운사회적가치의창달과확산을모색하고있다. 국민의국가와정의로운대한민국 을지향하며, 국가및정치의경제사회적조정능력을부각시키며보다공정하고정의로운사회로나아가기위한정책들을입안 집행하고있다. 개인의자유, 공정한기회평등과사회정의, 법의지배, 사회적연대와통합과같은가치들로정책적지향을바뀌고있는것이다. 이와같은국가의가치지향은다양한분야에서일관되게유지될경우시민사회에협동과연대그리고상호신뢰의정신과문화를조성할것으로기대된다. 그리고이런변화는사회구성원들사이에상호존중과공존공영의태도를조성할것으로예상되는바신자유주의가지행했던것과는매우상이한새로운질서의토대를구축할것으로기대된다. 국가는사회속에서스스로를어떻게자리매김하느냐에따라단순히기존의사회경제관계를유지하는소극적이고보수적인역할을수행할수도있고, 사회전체가새로운질서로재편될수있도록만드는적극적이며진보적인역할을수행할수도있다. 경제사회에대한국가의무관심은중립적이고공정한심판자로서의역할에적합한태도로보일수도있지만, 무관심과불개입자체가기존의사회경제질서를유지하고강화시키는역할을할수있다는점에서결코중립적이지도공정하지도않다. 반대로국가의개입이사회경제적인약자와소수자들의권익을보호 신장시키는데치중한다고해서그런국가가비중립적이고편파적이라고볼수는없다. 국가의태도가중립적이며공정한지아니면편파적이고불공정한지는전적으로사회구성원들대부분이동의할수있는국가의비전에달려있기때문이다. 유주의의문제점과결코무관하지않다. - 80 -

만일국가가지향하는사회가약육강식의정글사회와같다면, 사회경제적약자들에대한국가의보호행위는비중립적이며공정하지못한것으로평가될수있을것이다. 하지만사회를그안에서모든구성원들의혜택을입을수있는공정한협동체계로본다면, 국가가능동적으로개입하여자유경쟁에서패배한사회적약자들이최소한의사회적혜택을입을수조정하는행위는오히려바람직하고공정하다고평가할수있을것이다. 그러므로문제는사회구성원들대부분이합의할수있는질서의비전이무엇인지를확인하고, 그에따라국가정책과입법의방향을정하며, 사회구성원들이갖추어야할의식과태도를함양하는것이다. 신자유주의가맹위를떨친지난 3-40 년간의세월이인류의공존에남긴부정적인유산의크기와깊이를두고볼때이제는새로운질서의비전및그에부합하는바람직한국가관을모색하는것은더이상미룰수없는긴급한과제라아니할수없는바, 그대강의방향을다음과같이제시할수있다. 국가는자유, 공정한기회평등, 법의지배, 공정으로서의정의등을주요한공적가치로추구해야하며, 사회는협동과연대그리고페어플레이정신, 공존공연, 상호관용의가치들을적극실천해야한다. - 81 -

IV. 국가주권과국제관계 : 주권개념의재구성과초국가적정의 세부목차 1. 서문 : 국가주권에대한새로운이해를위해서 2. 주권개념의변화의배경과문제의식 3. 근대국가성립, 주권그리고국제관계 1) 근대 는언제부터인가 2) 주권개념의측면에서본근대의출발 3) 근대주권국가체계의성립 4) 소결 4. 지구화와주권개념의새로운이해 1) 주권국가 (A Sovereign State) 의전통적개념 2) 베스트팔렌체제에대한논쟁 3) 지구화 (Globalization) 와이에따른변화 4) 소결 5. 초국가적규범이해와함의 1) 시민권 2) 지구적빈곤 3) 소결 6. 결론 1) 연구의함의 2) 세계화시대의공직자의자세 - 82 -

1. 서문 : 국가주권에대한새로운이해를위해서 근대국민국가의완성이라는과제는내적인통합이라는국내적과제에만국한된작업은아니었다. 국민국가는동시에다른국가와의관계라는환경속에서성립되었다. 이연구는주권과관련된 2 가지상황과연관된심층적이해를목표로한다. 첫번째맥락은근대국가성립에있어중심주제인주권의문제를국가내와국가간의관계라는이중적다이내믹스 (dynamics) 속에서이해하는것이다. 두번째는최근세계화와그이후의과정을통해감지되는주권개념의변화가능성과이에따른국경및시민권에대한새로운방식의이해, 그리고정의, 권리등의정치적규범에대한이해를위한기본적사항등에대해이해를추구할것이다. 이연구의초반부는근대국가의형성의국내적요인들의양상변화가유사한타국과의경쟁속에서어떠한다이내믹스속에서형성되었는지를먼저모색한다. 그리고근대국가체계의확산이수반할수밖에없었던주권개념에대한국내및국제적이해가만들어지는구성적과정및변증법즉상호관계를분석한다. 근대국제관계의성립은무력의충돌이라는불가피한긴장관계를기본속성으로하고있었다. 이는근대국가의성립자체가국내외정치의불가피한상호연계를기본적속성으로한다는의미이다. 이연구의두번째부분은세계화등을통해베스트팔렌체제가상징하는전통적근대국제관계와주권개념에대한변화와연관된것이다. 즉이연구의두번째주제는는지구화의진행과그결과필연적으로수반된 21 세기의정치적이슈들에대한주목과이해를목적으로한다. 세계화를통해일어난변화중우리가특별히주목해야할것은이민과노동을위한이주를포함하여국경을넘어서는인적이동의급격한증가이다. 물론그이전에도초국경적인적이동은존재하였다. 다양한방식의인적이동에따라발생하는변화들은다문화주의, 시민권에대한주목등다양한방식의이론적논의로이어졌다. 그러나세계화가진행될수록다문화주의나시민권등기존의논의틀만으로는해결하기어려운복잡한성격의문제들이급격하게증가하였다. 세계화에따른이동의비약적증가와양상의복잡성은다양한현실적문제들과결합하거나다른주제들과연관성을가진문제점들을산출하였다. 이와관련된많은주제들은이민법등제도적차원의문제들과결합하거나인권의문제와함께다루어지는등다양한방식으로다양한분야의전문가들에의해다루어지기시작하였다. 이와함께기존의국민국가라는틀안에서설명하거나해결방식을찾는것이불가능해질정도로문제의초국가성은심화되었다. - 83 -

2. 주권개념의변화의배경과문제의식 주권문제에대한다양하고국제적인시각에서의접근은주권의속성과본질을더욱심도있게이해하고자하는학문적의미는물론이고실천적인의미와정책에대한함의를갖는다. 특히두번째국면인지구화이후의주권문제에대한초국적이해의문제는다음과같은필요성에주목하여야한다. 첫째, 상황의급격한변화와현실적과제의성격변화가감지된다는점이다. 그리고당연히이에따라정책에대한재검토가요구된다. 가장먼저우리가주목해야할부분은새로운방식의삶을사는인구의비약적증가라는점이다. 세계화에따른국경을넘나드는이동과교환등의비약적증가는단순히재화의이동의증가라는측면을넘어선다. 즉이동의증가라는현상은인간자체에대해서도예외가아닌것이다. 이제특정한국가의소속이라는것이그들의삶의첫번째규정으로당연시되기어려울정도로아이덴티티 (identity) 와삶의양태가복잡한사람들이늘어나는현실을목도할수있다. 따라서이들을포함한이민문제에접근할때국민국가의렌즈를대신할새로운인식틀이요구되고있다. 그리고위에서말한초국가적상황에서의삶을중심으로생활을영위하는사람들이늘어남에따라초국가적문제들의등장및그문제들이가진복합성이부각되고있다. 세계화에따라경제, 사회, 정치등다양한분야에서발생하는인적물적교류와협력의공간성이단일국가공간을넘어복합적으로변화하였다. 그리고발생하는이슈들은발전정도가서로다르며, 문화적차이가존재하는서로다른성격의지역에서일어나는양상을보이는경향이있다. 이에따라정책적요구가발생하는영역이복합성을띄고있으며그해결책역시복합적 초국경적공간에서모색되어야할필요성이대두되고있다. 아마최근만큼지구정의를위한국제기구의노력과다자간협력에대한깊은이해의필요성이중요해진때는없었을것이다. 현재국제연합 (UN), 유럽연합 (EU) 의활동과노력을포함하여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등유럽국가들의경우지구정의운동 (Global Justice Movement) 이활발하며, 이에대한연구도진행중이다. 이들나라나기구의경우정부와시민사회의관심이높은편이다. 그러나한국의경우이에대한인식및관련연구가미진한실정이다. 이상과같은엄청난변화앞에서정치철학을포함한인문사회과학에있어지구화시대와지구정의규범의확립을위한새로운패러다임모색의필요성이부각되고있다. 이러한필요성은주로다음과같은시대적요구와연계되어이해할수있다. 우선인문사회과학이주목해야할시대적주제는탈냉전과포스트세계화 (post-globalization) 규범의요구라는점이다. 탈냉전 (post-1989) 이후규범철학의논쟁은두가지측면으로재구성되었다. 규범논쟁은 국가가항상문화적통일성과동질성을갖는것은아니 라는사실에반응하며 다문화주의논 - 84 -

쟁 (multiculturalism) 형태를띠는경향을보여왔다. 이에덧붙여규범논쟁은 수많은심각한문제들이국가차원을넘어발생하기때문에해결또한국가차원을넘어선다 는사실에반응하는특징을가지고있다. 글로벌경제와환경및테러와같은글로벌차원의위협들, 기술의발전, 그리고글로벌미디어등으로인해, 국민국가의틀을넘어선정의의요구가급증하였다. 따라서정의에관한논의는글로벌빈곤, 국민국가를넘어선평등과분배정의의가치, 글로벌민주주의, 인권, 인도주의적개입등과같은이슈로관심을돌리면서, 새로운방향으로확대 전환되고있다. 이러한사회적상황의급격한변화에따라사회통합을지향하는새로운방식의이론탐구의필요성이대두되고있다. 세계화의결과발생한이주의증가로인해각국가들의사회구성원이다양해져왔다. 이로인한국가간문제, 국가내사회통합문제가발생하였으며, 이를해결하기위한방안으로다문화주의가제시되어왔다. 그러나문화의문제에대한접근을넘어서서지구정의관점에서규범들을구체화하고확립하기위한이론적틀을모색할필요가생겨났다. 많은학자들이새로운이론적모색의필요성에공감하고있다. 어떤학자들은과거민족국가체제성립이전의제국시대의이론등에도주목하고있다. 그중눈길을끄는하나가바로코스모폴리타니즘 (Cosmopolitanism) 에대한새로운방식의주목이다. 물론코스모폴리타니즘은이미헬레니즘시대부터존재해온사고체계이자세상을보는시각이다. 그러나국민국가중심의사고로인하여이에대한많은비판이존재해왔고더이상논의의중심에서있지않게되었다. 그러나최근에는시민적의무와 Cosmopolitan 의양립가능성이주장되는등이에대한긍정적평가와함께재해석하려는학문적관심이증가하고있다. 현재폐쇄적국민국가중심의논의는다양한방향에서비판받고있으며그한계를노정하고있다. 사회운동역시국민국가의경계를넘어서서전개되는경향을보이고있다. 정치, 사회, 문화, 환경등다양한분야의운동들이현재지구적차원으로확장된사회운동으로변모하고있으며, 관련시민단체, 국제기구들이지구정의라는이름아래결집하는양상을보여주고있는상황이다. 이상과같은점을감안해볼때다양한현실적고려와지구정의규범에따른현실문제해결정책의모색이절실한시점이다. 지구화시대에인권규범은국제사회의보편적이고정당한가치로인정받고있다. 하지만현실정치에서는인권규범이제약되는상황이발생하고있다. 예를들면, 개발도상국의경우인권문제보다경제발전을더중요시하는경향이상존한다. 이는인권규범의예외성을야기할수있는가능성을갖고있다. 그리고이문제는인권문제로접근할경우발생할수있는포괄성과애매성이라는문제를안고있다. 기존의개별국가중심의사고를넘어서는새로운시각이 - 85 -

요구된다. 급격한국제적이동과교류의확대과정에서여러가지가치와문화의충돌의문제가다수발생하고있다. 이에따라지구공동체의연대성을포함하는시민의식및윤리의식으로의재구성이절실히요구되는상황이다. 한국의경우, 군사안보적으로는미국, 일본과긴밀한관계를유지해야하며, 특히정치적으로는미국과의협력이매우중요함. 그리고경제문제, 북한핵문제와관련해서는중국과의관계가중요한상황이다. 사안에따라주변의개별국가들과의갈등이존재하는동시에, 북한핵문제해결을위해서는주변국들과의협력이필수적인상황이라할수있다. 이에더불어세계화와이주의확대로인한새로운사회통합정책의필요성과북한이탈주민문제해결과통일정책의필요성이더욱긴요해지고있다. 이에따라복잡한국가간관계와안보, 경제, 인권, 보건, 환경등이슈의중첩성문제를제대로포착할수있는시각을확보하는것이중요하다. 한국사회에서는다양한형태의초국적이주가증가하고있다.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초국적이주자의자녀등새로운구성원을포함해야하는상황에직면하여배제와주변화를발생시키지않는방식의사회통합의문법이요구되고있다. 동시에전세계에이주해있는한국인들에대해서도비배제적인방식으로통합할것이요구되고있으며, 주권에대한새로운관점은새로운사회통합정책에형성에필요한시각을제공할것으로기대된다. 3. 근대국가성립, 주권그리고국제관계 1) 근대 는언제부터인가 일반적으로역사학등에서근대의시작을르네상스부터로잡는경향이있어왔다. 이관점에서의르네상스이해는오랜기간역사학을비롯한인접학문에서주도적해석으로자리매김하여왔다. 이관점에서르네상스는 1300 년부터 1600 년사이로이해된다. 르네상스로부터시작된근대에대한일반적이미지는긍정적특징을강조하기위해부정적인이미지로가득찬중세와의극단적비교를통해설명되어왔다. 이설명에서주로많이차용된전형적이미지는중세의어둠과근대의빛, 혹은중세에드리운베일을근대가벗긴다는것등이었다. 또하나의중요한특징은르네상스는인문주의 (Humanism) 특히시민적인문주의 (Civic Humanism) 등을내용으로하는고대그리스로마고전문명으로의회귀를주내용으로포함하고있었다. 이에따라르네상스에는고전고대의가치에대한복귀와함께기독교이전의이교도적가치로의복귀라는 - 86 -

점이강조되었다. 이탈리아에의해서선도된르네상스는 1450 년이후알프스이북으로전파 (Transalpine Renaissance) 되었다. 영국의경우르네상스가꽃핀것은 16C 정도로이해된다. 이전통적관점의대표적학자로는야콥부르크하르트를들수있다. 야코프부르크하르트 (Jacob Burckhardt, 1818 1897) 19 세기스위스역사가이며 르네상스의문명 Die Cultur der Renaissance in Italien (1860) 에서르네상스에관한대표적관점을정립함. 중세시대에는인간은공동의베일아래에서반쯤잠들어있거나꿈을꾸고있었다. 그베일은신앙, 환상, 그리고유치한선입견으로되어있어베일을통해보는자연과역사는이상한색조로보였다. 인간은자신을인종, 민중, 분파, 가족혹은사업체등일반적범주의일원으로만의식하였다. 이태리에서이베일이처음으로공기속으로녹아없어졌다. 이제국가와이세상의모든것은객관적취급과고려가가능해졌다 (Burckhardt, 2010: 52) 고주장함. 그림 24 야코프부르크하르트 (Jacob Burckhardt, 1818 1897) 위에서말한르네상스해석의전통적관점은호이징아를필두로하는많은역사가들에의해서비판을받아왔다. 이들의비판의논점은중세의암흑과근대의광명을극단적으로대비시키는단선적자유주의역사관의편견으로인하여많은것이과장되었다는점에서출발한다. 최근에는근대에의이행이장기간을걸쳐서로다른지역에서로다른시기와방식으로진행된것으로이해되며르네상스보다는근대초기라는명칭을선호하는학자들이늘어나고있다. - 87 -

요한하위징아 (Johan Huizinga, 1872 1945) 네덜란드의역사가. 그는많은사람들에게역사가보다는문명비평가, 작가, 인류학자로인식되고있기도하다. 하위징아는역사를하나의시처럼생각하고언어를강조했다. 그의역사관에서 열정 은중요한요소로강조되고있다. 대표적작품은 중세의가을 (The Waning of the Middle Ages), 에라스뮈스, 호모루덴스 등이있다. 그림 25 요한하위징아 ( J o h a n Huizinga, 1872 1945) 2) 주권개념의측면에서본근대의출발 근대의시작을설정하는방식은주제에따라상이하게나타난다. 주권개념은기먼기원은근대이전에도발견되는측면도있으나일반적으로는근대국민국가의성립과관련하여주권개념이완성되었다고생각한다. 질서의관념의확립에있어중대한발전을이끈것은법철학정치철학분야부터이다. 특히보댕, 홉스등을통해주권개념이본격적인철학의주제로등장하였다. 고대적주권의관념 (the Ancient Idea of Sovereignty) 은고대로마에서형성된것으로간주된다. 주권개념은원래황제통치의절대성을확립하기위해처음등장하였다. 주권과로마제국의보편적권력의관계는근대주권개념조차신성로마제국의황제와의조약으로이해된예에서그관념의기원을짐작할수있다. 주권은밖으로는교황과황제의권위, 안으로는봉건제후들의저항을물리치며영토군주의왕권을확립해가는절대주의체제의성립과정에서나타난것이다.( 홍석한, 2009: 188-9) 이시점부터한동안주권개념은저항권의주장이성장한가운데, 통치자를제약으로부터자유롭게하는것, 특히혼란에대한질서의필요성의차원에서논의되기시작하였다. 다시말하면주권개념은근대초기저항권이라는자유민주주의적권리의성장에대한대항개념으로성장하였다는것이다. 애초에주권개념은당시절대왕정이라는시대적상황속에서지배의이데올로기역할을담당하였다. ( 나용우, 2016: 15) 주권개념에는국왕의대권 (Royal Prerogative) 등의개념이포함되어있었고불가침의최고권이라는성격이강조되었다. 근대적주권개념을최초로체계적으로정리한사람은장보댕이었다. 보댕의주권론은대체로다음과같은다섯가지내용을중심으로전개되었다. 우 - 88 -

선주권은시민에대한최고권이며법률에의해제한받지않는권리로인식되었다. 이에따라국왕무오류설이나의회위의국왕의개념과같은절대주의적주장이강조되는계기가되었다. 두번째, 주권은정치질서의본질적속성이기때문에주권없이는질서도없다는인식이다. 이인식은결국부권에대한도전을정치질서자체를망가뜨리는위험한것으로이해한다는점을알수있다. 보댕의주권이로에담겨있는세번째중요한특징은법률과관계되는것이다. 보댕에의하면법률은주권의의사가반영된것에불과하다. 따라서주권은법률의권위를초월한다. 따라서법률위반등을이유로주권자에게도전하는것은논리적으로자가당착이라는주장으로귀결된다. < 그림 26> 장보댕 (Jean Bodin, 1530 1596) 보댕은주권의구체적내용으로서국가방위, 공직자임면, 최종재판권, 조세권등을들고있다. 그의주권론의이론적인기여중중요한하나는그에의해국가와정부가명확히구별되는기준이제시되었다는점이다. 보댕은국가를시민과주권의결합으로이해하였다. 그리고이제국가의형태는단순히누가주권을가지고있는가에따라구분되었으며정부는이런권력을행사하는복잡한제도로이해되었다. 장보댕의주권이론은홉스에이르러사회계약론등으로더정교화되었다. 그이후주권개념은자유민주주의의성립에따라인민주권, 국민주권주의등으로변모해나갔다. 3) 근대주권국가체계의성립 근대주권국가는 16 세기이후유럽의정치경제적환경속에서성립되었다. 즉각국의내적인주권국가의확립을위한노력은국제적인진공상태나완전히고립된일국의환경에서만이루어진것이아니었다. 근대유럽주권국가는유럽각국의외부적상호작용의결과로발생하였다. 근대유럽의국민국가의등장은내적으로는국왕의절대주권을확립하기위한여타세력과의투쟁, 대외적으로는 30 년전쟁등엄청난전쟁의점철로이루어져있었다. 이는내적, 외적활동의복합적결과로서내적으로는특정영토내의독점적지배권을확립하는국면, 외적으로는복수의세력들이상호배타적권력을인정하는국면이복합적으로연관되어전개되었다. 내재적과정과외재적과정은서로상호작용의측면을강하게보여주었다. ( 김성주, 2001: 266) 예를들면내적인특정영역에대핸주도적권력의확립은불가피하게외적으로다른권력과의영토분쟁을야기할가능성의증대를의미하였다. 결정적계기는 - 89 -

1648 년의베스트팔렌조약 (Westphalia Treaty) 이다. 이후 4 세기이상이합의는근대세계질서의규범적바탕을형성하고주권국가의원칙으로체계화되었다. 베스트팔렌체제의주권개념은 20 세기까지다양한상황의변모에도불구하고근대주권개념의중심적위치를보유하였다. 한스모겐소 (Hans Morgenthau) 를비롯한많은국제정치학의대가들은베스트팔렌조약을근대이전의구시대로부터결별하여새로운시대를연엄청나고위대한사건으로규정하여왔다 (Philpott, 2001: 76). 4) 소결 국제정치적관점에서근대국가의주권개념에대한일반적인이해는다음과같다. 국제정치학자들은일반적으로배타적권력의속성을강조하는주권개념에대해다음과같은구분을받아들이고있다. 첫째는국제법적관점에서의주권 (International Legal Sovereignty) 을들수있다. 그내용은먼저국내에서의개인의평등과유사한의미에서국가끼리의상호평등성이전제로된다는점이다. 그리고이평등한국가들은법적독립성을가지고있으며이에대해각국은상호승인한다는점을강조한다. 이에따라각주권국가들은각장의영토를지배함에있어법적인인정과규범적인정을동시에갖게된다. 이런방식의주권이해는당연히주권국가들이추구하는이상적형태의내용을담고있다. 두번째의주권에대한국제정치적이해는베스트팔렌체제적주권 (Westphalia Sovereignty) 개념이다. 이개념은두가지원칙이중심을이룬다. 첫번째는외부의간섭배제원칙이다. 그리고두번째는영토성의원칙으로서특정영토에대한배타성이개념의중심에있으며결국특정민족국가의자기결정성이주권개념의정수라고보인다. 그러나위의두주권개념이명확하고완전한것은아니다 : 전쟁, 개입등을통해향유하지못하는경우가다수발생해왔다. 이에대해크래스너 (Krasner) 같은학자는 조직된위선 의형식에불과하다고평가한다 (Krasner, 1999: 280). 결론적으로주권은역사적사회적환경의산물이라할수있다. 특정지역내의정당성을가지는최고권위라는근대주권개념은최근도전에직면하고있다. 4. 지구화와주권개념의새로운이해 1) 주권국가 (A Sovereign State) 의전통적개념 - 90 -

Country, Nation, State and Nation-State 일반적으로 Country 는특정한지역에대한지배가성립된형태를의미하며 Nation 은역사, 인종, 언어등문화젃일체성을가진사람들을지칭한다. 그리고 State 는 Country 개념에정치적제도라는점이강조되어덧붙여진개념이다. 위에서서술하였듯이전통적인국제법적이해에바탕한주권국가의개념은특정한지리적영역에하나의정부가주권을행사하고있는법적실체라고규정할수있다. 그리고일반적으로주권국가만이확정된영토와인구를가지고타주권국가와관계를가질수있는것으로이해된다. 이러한주권개념에입각한국가체제는베스트팔렌조약 23) 에의해시작된것으로이해하는것이대체적견해였다. 물론현재는이에대한다양한방식의반론이대두되고있는상황이다. 베스트팔렌체제의관점 일반적으로 1648 년 30 년전쟁의종식으로상징되는베스트팔렌체제에의해근대주권개념이정립된것으로이해되어왔다. 최근일군의학자들이이에대해강력한반대의견을제시하고있기는하나여전히주권개념을논하는데있어핵심적이론으로이해된다. 그개념적특징은다음과같다. a. 영토성 : 세계는정치체의집합으로구성되어있는데각각의정치체는고정된국경과배타적인영토를보유한다. b. 주권 : 국경으로분리된특정한지역내에서각국은절대적이면서배타적인최고의정치적법적권위를보유한다. c. 자율성 : 국경을기준으로국내문제와국외문제는엄밀하게구분된다 ( 베일리스외, 2015: 47. 참조 ). 23) 베스트팔렌조약은각국가들의참여와외교적협상에따른최초의의미있는근대적조약이라고평가된다. 이조약을통해프랑스와스웨덴, 브란덴부르크등의영토분할이이루어졌고, 오스트리아로부터의스위스독립및스페인으로부터의네덜란드의독립승인등이이루어졌다. 또한이조약은종교개혁의의미에서도큰의의를갖는데, 독일에서의가톨릭과칼뱅교회, 루터교회의동등한종교적지위의확보가보장되었다. 이로서신성로마제국이가졌던과거회귀의꿈은영원히사라지게되었다. 이조약을통해서종교의자유가보장되었다. 그리고프로이센의등장, 스위스의독립등이이루어졌다. 이렇게원래는전쟁종식, 영토와종교문제등갈등의해결등유럽의현안문제타결을위한조약이었으나그이후독립적이고자결의권리를가진주권체들의집합으로서국제관계를이해하는상징 - 91 -

베스트팔렌체제의주권개념, 특히개별국가주권의자결성을강조한이해는그이후에도국제정치에있어지대한영향을미쳐왔다. 비록논란의여지가없는것은아니지만미국의윌슨대통령의 1918 년민족자결주의선언은 1919 년 3.1 운동에지대한영향을미친것으로생각된다. 그리고현대국가간관계의가장중요한장의하나인국제연합의헌장에도유사한원칙이명기되어있다. 국제연합헌장 (UN Charter) 에서의국가주권 유엔헌장에는여러군데에서국가주권의평등과독립의원칙을서술되어있다. 특히 1 장 2 절에국제연합의목적으로서 사람들의평등권및자결의원칙의존중에기초하여국가간의우호관계를발전시키며, 세계평화를강화하기위한기타적절한조치를취한다 고하여평등및자결의원칙을명기하고있으며, 2 장 1 절에서는모든회원국의주권의평등원칙을명시하고있다 (The Organization is based on the principle of the sovereign equality of all its Members). 2) 베스트팔렌체제에대한논쟁 30 년전쟁을종식시키고내부적으로통일된권위체계를설립하고외적으로각자독립된실체로서의국가들의상호자결원칙에기반을둔것으로근대적주권국가체제로이해되는베스트팔렌체제의의미에대한논쟁은학계에서오랫동안지속되어왔다. 그러나이를둘러싼논란이단지학문의세계에서만행해진것은아니다. 예를들면영국의수상이었던토니블레어는 1999 년에베스트팔렌체제는낡은것이며새로운주권개념에기반을둔새로운국제관계가출발해야한다고선언하여영국의한일간지에의해탈베스트팔렌체제의도입자라는이름이붙여지기도하였다. 그리고국제정치현실이라는측면에서보더라도특정국가의내적인문제에대해수많은소위인도적개입 (Humanitarian Intervention) 등의개입이있어왔다. 냉전이후만살펴보더라도코소보에대한 NATO 의폭격, 다국적군의이라크참전등수많은개입에있어왔다. 세계화의급속한진전, 전지구적차원의문제의본격적대두등과관련하여과연개별국가단위의주권개념이아직도현실적합성을보유하고있는지 으로해석되었다. - 92 -

에관하여근본적인의문이제기되고있다 ( 이근관, 2007: 22). 학문적차원에서베스트팔렌체제의근대기점설에대한문제제기도다양한학자들에의해다양한방식으로제기되어왔다. 조지프나이에의해주권국가들이갖는다고상정되어왔던배타적이고타협불가능한전통적주권개념은이미낡은것이라고지적되는등 (Nye, 2002: 108) 주권개념자체에대한새로운이해의시도도꾸준히전개되어왔다. 역사학이나역사사회학등의학문분야에서중세에서부터의근대로의이행방식과관련하여꾸준히문제가제기되어왔다. 이주장은위에서말한소위휘그단선사관에입각한중세와근대의급격한단절의해석에대한의구심과관련되어있다. 이들은베스트팔렌체제이후에도여전히중세적다층적구조가존재했다는점에착안하여베스트팔렌체제에대한많은주장이과장되어있다고생각한다. 역사사회학등에의해중세에서근대로의이행을순차적이고장기적인것으로해석하는경향이강조되어왔다. 이견해를수용한다면왜베스트팔렌체제하에서수많은주권침해의문제가발생해왔는지일정부분설명이가능하다. 비서구지역에서도오랜시간동안베스트팔렌체제의인식틀을수용하여왔다. 대표적인예라고볼수있는우리의 3.1 운동을비롯한많은비서구국가의독립운동이나탈식민지저항에서중심적인이념적바탕을제공하였다. 비서구지역의학계에서베스트팔렌체제에대한비판적시각의대표적인케이스가서구중심성문제와관련되어있다. 서구중심주의란근대화와서국의제국주의의전개이후서구의비서구지역에대한지배가문화적차원에서행해져비서구지역의사람들이인식하지못하는사이에언어, 사고체계, 학문체계등에있어확립된헤게모니와관련하여이해할수있다. 서구중심주의는비서구지역에서서구의중심성을암암리에상정하고자신들을서구의눈으로평가하고서구적인것과비서구적인것사이에우열을상정하게만들기도한다. 24) 베스트팔렌체제에대해그서구중심성을비판하는학자들은예를들면영토에속한자는종교도그영토의지배에따른다는 (cuius regio eius religio) 문장이상징하는정교분리의원칙과세속주의의문제가과연이슬람국가들에게수용가능한것인가라는등의근본적문제제기를하기도한다. 즉베스트팔렌체제의배경이되는종교분쟁과이에따른정교분리, 정치의세속성의강조등철저히서구의맥락속에서만들어진개념이과연다른지역에보편성을얼마나가질수있을까하는의심이비서구의학자들에의해공유되고있다. 그러나무엇보다도베스트팔렌체제의시대착오성을강하게부각시킨역사적사건은지구화이다. 24) 물론 2 차대전이후자본주의가전세계에확산되면서미국의중심성이강화되어기존의유로센트리즘 (Eurocentrism) 이라는단어대신에웨스토센트리즘이라 (Westocentrism) 는단어혹은유럽아메리카주의 (Euro-Americanism) 를사용하기를원하는학자들도있다. ( 강정인, 2003: 32) - 93 -

3) 지구화 (Globalization) 와이에따른변화 지구화는정치경제를비롯한다양한분야에서상호작용이증가하는현상을낳았다. 이제거의모든분야에있어세계는상호연관되어있고이러한상호연관성의증대는특정지역의문제가더이상그지역의고립된문제로머물지않을것임을의미한다. 이는세계가하나라는인식의변화를수반하기도하며정보의확산등의긍정적측면이강조되기도하였으나최근에는위기의확산과공유라는부정적측면이주목을받고있다. 지구화는경제분야의지구적자본주의경제를필두로하여많은변화를수반하였다. 이제생태에대한위험은더이상특정지역에머물러있지않는다. 이제질병은전지구를넘나들어확산되며온난화등을통해생태의위기도공유되고있다. 문화역시특정한지역에머무르지않고전지구적차원으로확산됨에따라동질화와복합화등이동시다발적으로문화적현상의복잡화를가속시키고있다. 그리고전세계를남북동서로이동하는물류와인간의이동은모든측면들의복합적혼종화를낳고있으며이면에서법률분야에도큰변화가발생하고있다. 예를들면국제형사재판소나국제법의역할증가등새로운측면이대두되고있다. 냉전종식이후한때유행하던 역사의종말 같은장밋빛전망들의허망함이무색하게부각할정도로최근세계는엄청나게불안한정세속에존재해왔다. 북한의핵위협과이에따른미국지도부의대응방식, 테러리즘, 경제위기등전통안보영역은계속악화되고있다. 미국의부동산위기로부터촉발된금융위기는전세계를강타하였으며동아시아한반도의한쪽에서촉발된안보위기는전세계의불안요소로인식되고있다. 위기라는측면에서비전통안보영역도예외가아니다.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지구적빈곤등많은문제들에있어전지구의공조가시급한상황임에도불구하고아직효율적인협력체제는만들어지고있지못하다. 이러한광범위한 위기의시대 에대해학자들은근대이후국가주권체계 (State-Sovereignty System) 의한계와위기를지적하고있다. 즉많은사람들이지적한대로지구화가베스트팔렌적주권국가개념과주권개념은이제더이상국가들의관계와세계정치경제현상을설명하는틀로서유효하지않다는것이다. 이제국제사회의인간과제도는더이상국내문제와국제문제라는이분법이작동하지않게되었다. 어떤이슈들은전통적인개념에서하나이상의국가에속한사람들이하나이상의국가의정부조직, 법률, 제도, 기구, 네트워크와관련된것으로나타난다. 이제개별국가의공무원들이나시민들도이러한상황을맞게되는것이이상하지않은시점이도래하게된것이다. 국제사회는복합적구성원들이복합적제도와관습문화속에서삶을영위해나가는장소가되었기때문이다. - 94 -

국제사회의복합적구성원들 국제연합기구 초국가시민사회 국제제도 지역기구 지구적공공네트워크 개별정부 지역조직과지방정부등 물론전통적인측면에서는베스트팔렌체제에기반한주권국가가현저히쇠퇴하고있는것은아니다오히려상황변화에따른각국가의역할이더복합적이고중요한국면으로변용된측면도있다. 우리가지구화이후주권의변화를어떤정도로상정하든변화하는사실자체를부인할수는없는상황이다. 지구화이후구성된소위탈베스트팔렌체제는베스트팔렌체제의많은면을변화시켰다. 우선영토의측면에서보면기존의체제에서엄격히규정하던영토와국경의범위내에서만작동하던정치적조직과정치권력의규정을넘어서는새로운범위의정치조직과권력이등장하게되었다. 이에따라주권은국가, 지역기구, 전지구적권위체에의해분점되게되었다. 그리고이제이렇게상호의존성이강화된세계에서각국의권력과시민들은다양한방식으로상호의존과협력의방안을모색하게되었다. 여기서우리가꼭염두에두어야할점은지구화가전세계의인구들을수평적이고대등한위치에놓지는못했다는것이다. 코스모폴리스의꿈은여전히이상세계에만존재한다. 지구화에따라오히려고질적인비대칭성의문제가적나라하게나타나고있다. 국가사이의군사력불평등, 지구자본주의의이익의특권화, 결정에있어배제의문제등국가간불평등의문제가민낯을드러내고있는상황이다. 즉우리는지구화이후세계질서는민주적이지않다는사실을인정하여야한다. 세계의경계를허무는정보와물류, 인적자원의이동등이결코지구를하나의평등한지역으로만들지는못하였다. 물론국가간의비민주성과불평등성을지구화가만들어내었다는것은아니다. 사실상이문제는그이전에도존재했으나더뚜렷이나타났다고볼수있다. 4) 소결 주권국가중심의전통적인국제관계개념은근본적으로딜레마를안고있다는지적이있다. 국가주권이상정하는자결원칙, 배제적의미를강력하게주장하면할수록이모순은강화된다. 왜냐하면완전하고이상적인의미에서배타적이고독립적인주권을행사할수있는국제체제는무정부상태밖에없기때문이다. 사실상근대이후세계가진정한의미에서국제적무정부상황하에있었던적은없다. 현실적으로는다극적질서이든양극적질서이든어떤의미 - 95 -

에서위계적인질서가늘존재해왔다고할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어떤시기의국제적질서도완전하게세계를통제한적이없었다고볼수있다. 이런상황에서개별국가에게는국익이최우선일수밖에없는상황이었고이점을전제한다면국제관계는결국국가이익을극대화하기위한장으로서의의미만보유하여왔다고볼수있다. 결국국제사회에서의타국은경쟁상대이상의의미를보유할수없었다. 따라서베스트팔렌주권국가체제는진정한의미에서의국제사회와내재적으로양립불가의측면이있었다고볼수있다. 이러한상황속에서지구공동체구성원전체의이익과개별주권체구성원의이익은늘상호긴장이나갈등관계에있을수밖에없었다. 여기서우리는왜오랫동안개별국가들이참여한국제기구나협약이제대로작동하지않고한계를노정하는경우가발생했는지그이유를알수있다. 특히 21 세기이후국제상황은과거와다른방향으로변화하고있다. 그동안부분적이나마큰역할을담당했던개별국가간의다양한방식의협력이나협약이이제는새로운환경앞에서한계를더욱더노출하고있다. 이제기후등의문제와다양한환경문제, 안보문제경제, 기후, 환경문제등이급격히글로벌한성격으로변화하고있다. 이에대해국가뿐아니라지역,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테러리즘, 초국가조직등이다양한방식으로간여하고있다. 마후나니가지적한 7 가지글로벌모순 (Mahunahni, 2013) a. 지구공동이익대국가이익 (Global Interest vs National Interest) b. 서구대나머지세계 (West vs Rest) c. 현재최강국대부상하는강국 (World s Greatest Power vs. World s Emerging Power) d. 팽창하는중국대움츠리는세계 (Expanding China vs. Shrinking World) e. 이슬람대서구 (Islam vs West) f. 지구환경대소비자 (Global Environment vs. Gobla Consumer) e. 정부대비정부조직 (Governments vs. NGOs) 이제국제사회에서일어나는이슈들은당사자의수, 국적, 형태등에서과거와비교되지않을정도로복합성이증가한모습으로나타나고있다. 따라서개별국가의주권의독립성과개별국가의국익의우선성을전제로한과거방식의 - 96 -

주권이해는문제해결에적절하지않은것으로생각된다. 이제점점더많은국제법이국내법의지위를획득하는시대가왔다. 아직은각국에서국익이나전통적주권의입장에서주권의잠식에대해우려하는시각도존재한다 ( 김준석, 2013: 101). 25) 그러나우리는궁극적으로좀더새로운시각에서주권의문제를조망하는태도를가져야할것이다. 5. 초국가적규범이해와함의 1) 시민권 토론주제 A 는아프리카에서태어난 40 대남자이다. 그는 19 세에노동자로한국에입국하여 20 년이넘는세월동안한국에서살고있다. 그는한국어에능숙하고이미출생한나라의말은거의잊은상태이다. 그는문화적으로도완벽한한국사람이며이제한국을떠나서살수없을정도로한국을사랑한다. 그러나그는불법체류자이다. B 는한국인부모밑에서태어나어릴때캐나다로떠났다. 그는한국말을거의하지못하며자신이한국인이라고생각해본적도별로없다. 한국의문화도알지못한다. 한국음식은냄새가생소해전혀먹지못한다. 그는한국의국적을가지고있다. 과연진정한의미에서누가대한민국의시민일까? 시민권의제도와실제 (practice) 의분석에가장고전적인분석은마샬의 시민권과사회계급 을들수있다. 마샬은이글에서시민권을세가지구성요소로분해하여설명하고있다. 25) 미국의경우아동인권협약, 여성차별금지협약, 경제 사회 문화적권리에관한국제협약등중요한협약을거부하고있다. 이러한거부의배경에는배타적주권의회복을주장하는신주권주의자 (New Sovereigntists) 등의대두와관련하여설명하기도하고강대국으로서의미국의오만에근거하여원인을찾기도한다. 신주권주의자들의주장은김준석, 2013 참조. - 97 -

토마스험프리마샬 Thomas Humphrey Marshall (1893 1981) 영국의사회학자. 시민권이론의기초를세운것으로유명하다. 캠브리지 (Cambridge University) 트리니티대학 (Trinity College) 에서교육을받았으며, 이후연구원으로재직했다. 1919 년에는런던경제학교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에서강의를맡았으며, 1939 년부터는사회과학대학의책임을맡았다. 1956 년부터 1960 년까지유네스코사회과학부의대표를맡기도하였다. 그의저서 시민권과사회계급 은시민권에대한이론의저평을넓혔다고평가받는다. 이책에서그는시민권의발전을시민, 정치, 사회적권리세가지로구분하여분석했으며복지에대한이해를높였다. 마셜은자본주의와민주주의의대립을사회권과복지국가를통해극복하고자하였다. < 그림 27> 토마스 마샬 (Thomas Marshall, 1893 1981) 마샬에의하면시민권은역사적으로형성된것이며공민적권리 (civil rights), 정치적권리 (political rights), 사회적권리 (social rights) 로분류된다.(Marshall, 1950.) 첫째, 공민적권리는절대주의국가의탄생과함께나타난것이다. 초기절대주의국가는기본적인권리로서생명, 재산, 자유의보호에대한권리와양심의자유, 결사의권리 ( 결혼과계약과같은 ) 등을부여한다. 두번째, 정치적권리는좁은의미에서자기결정의권리, 공직을선출하고, 맡을권리, 언론과의견의자유를누릴권리, 자유로운언론과학문연구들을포함하는정치적, 비정치적결사를만들권리등을가리킨다. 마지막으로사회적권리는역사적으로노동자들, 여성들의투쟁을통해달성되었기때문이다. 사회권은직종별노동조합, 다른직업적결사를형성할권리, 건강권, 실업보상, 노년연금, 육아, 주택과교육보조같은것들을포함한다. 마샬은사회족권리개념을제시함으로써빈곤등극단적어려움을넘어서서살수있는권리로서의시민권개념을정립한것으로평가되고있다. 그이시민권이론에대한기여자체는누구도부정하기어렵겠지만그의이론도역시비판의대상이되고있다. 가장일반적인비판은그의이론이가진영국중심적인측면과국민국가의중심성이다, 특히최근의지구화를통한변화에따라낡은시각이라는평가도받고있다 ( 이선주, 2014: 84). - 98 -

지구화이후수많은인구가대륙간을횡단하며이동하였다. 많은사람들이정치적난관, 경제적어려움, 결혼등의다양한이유로자기가태어난나라를떠나국제적인이주를하였다. 이러한대규모인구이동은시민권제도의큰변화를수반하였다. 학계에서시대적변화를포용할수있는방식에대한모색과논쟁이있었던것은물론이다. 제도적으로보면많은유럽을비롯한지역의많은국가들에서시민권획득을용이하게만드는이중국적의허용등을포함한제도적개선이있었다. 그리고학자들사이에초국가적시민권, 세계시민권등에대한이론적탐구도진행되었으며문화에대한관심도증가하여다문화에대한정책적수용도활발하게이루어졌다. ( 이선주, 2014: 72) 반면에테러, 경제적문제등으로인해개방적이민정책과시민권정책에대한반감역시적지않게표출된바있다. 그럼먼저기존의주류정치철학에서행해지는이주민의시민권에대한견해를먼저살펴본다. 자유주의의대표적인정치철학자인롤스는국제정치철학을주제로하는저서인 만민법 (the Law of peoples) 에서이주민시민권문제를다루고있다. 물론만민법에서이주의문제는중심적주제는아니다. 롤스에게있어서국제적정의의중심문제는개별민족국가를단위로하는정의에관한문제이다. 그는기존의국제사회가기존의국가간의관계를중심으로구성되어있다는현실에서볼때만민을국제정의의중심적단위로설정하는것은현실과부합하지않는다고본다. 롤스에게있어주권국가들간의체제로국제관계를이해하는전통적관점이유지된다고볼수있을것이다 (Rawls, 1999: 52). 민족을기본단위로국제적정의를실현하려는만민법에서이주의문제는그자체로정의롭지못한것이된다. 그이유는사회적경계들이아무리사라진다고해도국민에대한국가의대행자역할은유지될것이며, 이민은종교적이거나인종적정치적이유에서의억압, 인구의급증에따른압력등비정상적상황에서주로발생하는것이기때문이다 (Rawls, 1999: 22). 이런전제는어떤의미에서롤스의국제정치철학이속하는칸트의코스모폴리탄적전통으로부터멀어진다고볼수있다. 칸트는국제적영역에서도덕적인간으로서의모든개인에타당한정의의관계들의영역을밝히고자했으며모든도덕적개인이잠재적으로상호작용할수있는국제사회의성원이라는전제를받아들였다. 그러나롤스는개인을만민의구성원으로만간주하려한다. 이에대해자유주의정치철학내부에서도비판이가해진다. 카렌스는도덕적관점에서볼때시민권이라는자격은인간의젠더, 피부의색, 유전자의구성만큼이나자의적인것이라고간주한다. 카렌스의주장은자유주의가추구하는자유등의가치가가진도덕적코스모폴리타니즘의태도라고볼수있다 (Carens, 1995: 235). 유사한입장과태도를구체적인정책과함께제시하는포기등의국제정의론자들 (Theorists of Global Justice) 역시이문제에대 - 99 -

해대안을모색해왔다. 그러나이들역시이주자시민권의문제가국제적인분배적정의문제를중심문제로간주하고있다. 이들은이주의문제를지구상의빈자와부자사이의재분배문제의파생적문제로서인식하려는경향이있다. 이들은국제적평등의입장에서고통을겪는사회 (burdened society) 에대한원조의의무를강하게적용함으로써더욱평등한국제사회를만들수있고, 그것이궁극적으로이주가초래하는시민권의혼란문제를해결할수있다는입장을제시한다. 따라서이들의입장의이주민의시민권문제에대한의미있는대안을제공할수있는가에대한대체적으로회의적시각이존재하고있다. 자유주의자들이한계를분명히노출하고있기는하지만어느정도긍정적입장에서세계화등에따른국제사회에속하는시민들의상호연관성의증대를수용하는입장에서있다면국제적시각에서의코스모폴리탄적입장과반대에서있는시각이존재해왔다. 이들반보편주의자들은개별공동체를초월한국제적이고보편적인원칙을모색하는태도자체에강력한반대의의사를가지고있다. 이들은세계화와이에따른지구적시민사회에대한관심등이개별공동체의자기결정권에악영향을미칠가능성에대해우려한다. 이들의입장에서시민권이란필연적으로특정한공동체가가지는성원관과연결된개념이므로세계화에따른보편적시민권에대한논의는개별국가나공동체의민주적자기결정권을약화시킴으로서시민권을침해할가능성이큰것으로보고경계심을늦추지않고있다. 반보편론자들은이주에대한완전한폐쇄를주장하지는않는다. 하지만그들은특정공동체와양립가능한좋은시민이될가능성있는사람들에대한선별권을포함한결정권이공동체의시민들에게부여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자신의주권적권리로남아야한다고주장한다 (Bader, 1995: 217-221). 이러한입장의대표적학자의한명인왈저 (Michael Walzer) 는공동체주의자답게공동체의자기결정권에큰의미를부여한다. 왈저에게구성원들은공동체의일원으로서정체성을보유하고있으며이정체성은공동체의상원이가진폐쇄성의수용을전제로하지않으면안된다. 우리가공동체의폐쇄성을일정부분수용한다면비성원을공동체로수영하는문제는기존멤버들의권리라는측면이분명히인정하여야한다고생각한다 (Walzer, 1983: 39). 이러한왈저의입장은공동체의문화적고유성을정치적자기결정의권리와동일화하는것으로서, 성원을결정할권리가공동체성원들의자기결정권에속하는것이며, 따라서이주에의해발생하는시민권의변화를공동체성원들로구성되는민주적주권이통제할수있어야한다고보는것이다. - 100 -

마이클왈저 (Michael Walzer, 1935-) 공동체주의성향의미국정치철학자이다. 왈저는프린스턴대와하버드대교수를거쳐현재고등연구소의교수로재직중이다. 그는롤즈의정의론을비현실적이라고비판하면서, 모든역사적공동체가지닌특수한양식을강조했다. 주요저서로는, 전쟁론, 관용에대하여, < 정치와열정 : 보다평등주의적인자유주의를위하여 > 등이있다. < 그림 28> 마이클왈저 ( M i c h a e l Walzer, 1935-) 반보편론자들의견해는세계화가개별국가들이가진자기결정권을침해할가능성과모든국가가동일한원칙을적용당하는데대한우려등세계화에대한우려와함께어느정도의일리를가지고있다고볼수있다. 그러나한편으로는이들의주장이결국기존의국가주권론의입장의고수를주장함으로써이주자에대한인권탄압이나반이민자정서등의현상에일조할가능성들비판할측면도존재한다. 그리고인적이동의엄청난증가와함께복수의공동체에정체성을중첩적으로보유하는초국가적인구의증가등최근의변화를수용하기어렵다는점에서한계를노출하고있다. 특히세계화이후중심가치로떠오르는인종, 젠더, 국적등을넘어보편적인권의가치에부합하기어렵다는점도문제점으로지적되고있다. 이상과같은논쟁은세계화로인한이동의증가, 인종분쟁의증가, 내전등으로인해발생하는망명자와이주민의증가문제등이혼란한상황에대한정치철학적비전을제시하지못하는한계를노정하고있다고볼수있으며이는일정부분자유주의적인권의보편성과문화적정체성이상징하는특수성사이의상호모순점때문에발생하는측면을가지고있다. 즉자유민주주의는개인의정체성을넘어서는보편성의인식에서출발하였으며이러한인식은기존의시민권개념의철학적기초를담당해왔다. 이는이주등을통한다양한정체성을가진시민의공존이라는가치의기초가되는다문화적정체성의문제와긴장관계에있을수있다 ( 이용승, 2014: 203). 그중에대표적인학자로킴리카 (W. Kymlicka) 를들수있다. 그의다문화주의시민권개념은그동안많은국가들의이주민정책에반영되는등영향력을미쳐왔다. 킴리카는다문화주의에기초하여이민자집단등이자기고 - 101 -

유의문화적권리와시민으로서의문화적권리를모두가져야한다고주장한다. ( 조철기, 2016: 723) 그러나최근유럽을중심으로다문화주의시민권론에대한비판이제기되고있다. 비록킴리카가다문화주의를적극적으로수용하고있지만그의정치철학적출발점이자유주의적입장의수용에있기때문이다. 킴리카는이주문제에대해장 단기적전망을나누어제시한다. 킴리카에의하면이주와관련된각종문제는장기적으로국제적분배정의의실현을통해해소될수있을것이며, 단기적으로는개별국가내의이주민들의문화적권리를포함한권 < 그림 29> 윌킴리카 (Will Kymlicka, 1962-) 리들을보장함으로써해결된다는것이다. 그러면당장이주민들에게어떤방식으로권리를부여할수있을까. 킴리카는개별공동체의기존시민들에대한설득을통해이주민들의시민권을보장할수있을것으로생각한다 (Kymlicka, 2012 참조 ). 그러나유럽등지에서나타나는반이민정서의강화등의현상을볼때이입장이어느정도의현실성을가질지의심하는학자들이존재한다. 이론적인관점에서보더라도시민권논쟁이갖는전지구적맥락에보다적극적으로관심을기울이지않은측면과이동의증가에따라빈번하게발생하는개인과집단에대한부정의의발생문제에대해충분히주목하지않고비판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 벤하비브 (Benhabib) 는국가주권에기초한국가시민권은최근세계의변화를수용하면서발전적인대안을제시할수없을만큼낡아있다고생각한다. 그녀는과거의국민국가중심의시민권이아닌진정한의미에서의성원권이성립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다문화주의시민권론의실천적, 이론적한계를극복하기위해벤하비브 (S. Benhabib) 의탐구는민주적정당성 (democratic legitimacy) 의역설을지적한다.(Benhabib, 2004). 민주적정당성의역설은자유주의의권리로서의이주의자유와자유주의가의사결정과자율의범위로서상정하는시민의범주사이에발생하는역설을의미한다. 이에따라보편인권과민주주의사이에큰간격이발생하고있다고지적한다. 민주적정당성의역설은개별민족국가의정당성이약화되고의심받는국면에서더욱더첨예하게발생할수있으며, 세계화등을통한국제이주의증가가그위기의징후의하나로볼수있다고생각한다. 벤하비브는민주적정당성의역설을극복할수있는방안을담론이론혹은심의민주주의적입장에서모색한다. 즉권리의보편성과시민권의배제적성격을반복적심의와협상을통해재의미화, 재규정함으로써해결책을발견할수있다는것이다. 벤하비브는데리다로부터빌려온 반추 ( iteration) 개념을바탕으로 민주적반추 (democratic reiteration) 라는개념을제시한다. 민주적반추는공적심의 - 102 -

와숙고및학습의반복이라는과정을의미한다. 이에대한이해를위해벤하비브는몇가지사례를제시하는데그중하나가프랑스에서있었던무슬림여성들의스카프사건 (the Scarf Affair) 이다. 스카프사건은무슬림여성들이종교와표현의자유라는보편적가치에기초하여이슬람전통복장의허용을요구하였고이요구가프랑스의전통적인공화주의적정교분리원칙에대한재심의를촉발하였다고이해한다. 스카프사건을통해이슬람여성들의요구가수용되지는않았지만자신들이속한공동체의종교적논리를넘어서서프랑스사회가기초하고있는자유와평등등의 < 그림 30> 벤하비브 (Seyla Benhabib, 1950-) 보편적가치에기반을두어자신들의권리를주장하였으며프랑스의기존성원역시정교분리의원칙과자유, 평등의문재를재반추하는과정을겪게되었다는것이다. 여기서중요한점은민주적반추가개별공동체의맥락을넘어보편적인관점에서행해졌다는점이다. 특히시민권과관련되는심의는세계적맥락에서이루어지지않으면안되는데, 왜냐하면지구화라는현실을감안할때시민권에대한논의는일국이나하나의개별공동체만의문제로귀결되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벤하비브는주권개념역시민주적반추의과정을통해보편적권리의세계로나아갈수있을것으로희망한다. 2) 지구적빈곤 토론주제 어떤대학생이매일학교로가는길에얕은연못이있었다고상상해보자. 어느날아침그연못에어린아이가빠져서가라앉고있었다고가정해보자. 들어가서그아이를구하기는쉬울것이지만옷이젖고진흙투성이가되고말것이며옷을갈아입으려면첫시간수업을놓칠것이다. 당신이그대학생이라면그아이를구하겠는가? 당신은그아이를구할의무를가지고있는가? 아마당신은그렇다고말할것이다. 왜냐하면당신이치러야할희생에비해한아이의생명은너무나소중하기때문일것이다. 그렇다면멀리떨어진나라에서어떤아이의생명이위험에처해있고당신이큰위험이나손실없이그아이를구할수있다면당신의도덕적책무에큰차이점이있는가? - 103 -

(Singer, 1998 에서발췌및정리 ) 유니세프 (UNICEF) 에의하면 1 년에 1 천만명이상의 5 세이하어린이가기아, 영양실조등가난으로인하여사망하고있다. 우리는이들을도와야할의무를가지고있는가. 공리주의윤리철학자피터싱어는물에빠진아이구하기와절대적빈곤에의해죽어가는빈국의아이구하기에는도덕적인책무에있어차이가없기때문에우리는그들을구할의무가있다고대답한다. < 그림 31> 세계일일수입분포 출처 :Pew Research Center. 지금도전세계의수많은사람들이절대적빈곤에관련된고통에시달리고있다. 특히인도, 중국, 나이제리아등에많은극빈자가살고있다. 물론월드뱅크의보도에의하면극빈자가눈에띌정도로줄어들고있다고는하지만통계의신뢰성이나해석방식에대한논쟁이계속되고있다. 예를들면, 통계에나타나는빈곤인구의감소는중국과인도라는특정한인구밀집지역에서의감소가가져온착시현상에지나지않으며아프리카, 아시아의빈곤은큰변화가없다는점도지적된다. 지구화이후지구적자본주의의확산은수많은부를창출하였으나빈국의입장은나아지지않고있다. 정치철학에서역시지구적빈곤의문제는학자들사이에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켰다. 피터싱어가최초로타국의빈곤에대한도덕적책임문제를제기했을때, 모든학자들이이에대해찬성한것은아니다. 최초의논쟁은윤리학내부에서 - 104 -

도덕적책무와관련하여전개되었다. 반대입장에서있는학자들은개인에게사회적으로요구할수있는도덕적책무는타인에게해를끼치지않는것 (not to cause harm to others) 이라고주장한다. 그들은위험에처한타인을도우는것은칭찬받아마땅한일이기는하지만이를행해야마땅한책무로요구하는것은적절치못하다고주장한다. 피터싱어 (Peter Singer, 1946 -) 오스트레일리아출신철학자. 세계시민주의에입각한해외원조활동을강조하며, 동물권의문제를제기하기도하였다. 현재미국프린스턴대학교의교수로재직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이렇게살아가도괜찮은가, 동물해방, 세계화의윤리, 실천윤리학 등이있다. < 그림 32> 피터싱어 (Peter Singer, 1946-) 일반적으로지구적빈자들에대한윤리학적접근은정의의주체가아닌인도주의적배려의문제로접근되어왔다 ( 백미연, 2014: 187). 그러나자유주의정치철학에서이문제는국제적차원에서의정의문제로귀결된다. 사회구성원들중혜택받지못한사람들에대한복지의필요성을수용하는자유주의정치철학자들내부에서역시이문제는중요한논쟁의주제이다. 롤스를비롯한자유주의복지국가론자들의분배적정의는사실상하나의민족국가내부의문제를대상으로구상되었다. 물론롤스는빈국에대한원조의의무자체를반대하는것은아니지만개별국가가지구적차원에서부를분배할도덕적의무가있다고보지않는다. - 105 -

< 그림 33> 토마스포기 (Thomas Winfried Menko Pogge, 1953-) < 그림 34> 토마스네이글 (Thomas Nagel, 1937-) 결국자유주의정치철학에서국제적빈곤의문제는롤스의정의의원칙을국제적차원으로확장시킬수있는가의문제로나타난다. 확장가능성에관한부정적견해는네이글 (Thomas Nagel) 등에의해제기된다. 네이글은정의라는규범은단일국가의성원사이에서만작동할수있다고전제한다. 즉개인이가지는정의의의무는같은국가의동료시민에게만갖는다 (Nagel, 2005: 128). 실천적차원에서도정의는국가라는강제력과입법능력을가진맥락속에서만제대로작동하는것이다. 따라서네이글에있어최저수준의빈곤선보다못한삶을살고있는사람들에게대한도덕적의무는단지인도적차원에서일뿐이지정의와는무관한것이다. 롤스에의해제기된국가영역내의정의의문제의국제적확장가능성에대해긍정적인차원에서접근한대표적학자로포기 (Thomas W. Pogge) 를들수있다 (Pogge, 2008 참조 ). 포기는롤스의정의론이도덕적분석을국제적차원으로확장시키는데있어한계를보여왔다고지적한다. 포기는국내와국제적관계의경계를허물어지구적정의의개념으로확장을시도한다. 이제세계화등을통해전세계의개인은상호영향력을미치게되었으므로국가만을행위자로간주하는국제정치관은이미낡은사고체계라는것이다. 현존하는지구적인제도적질서는인과적으로연계되어있으며, 전세계의사람들에게직접혹은간접적으로영향을준다. 포기는현재의지구적제도질서가폭력과빈곤을악화시키고있기때문에현질서의형성에누가책임을갖고있으며, 이러한책임의당사자가이러한해악을예측하고방지할수있었는지등의질문을던지는것이정당하다고생각한다. 그에의하면냉전종식이후지구적인제도적질서의구축은선진강대국에의해주도되었다. 강대국의정부들은자신의국가의비즈니스엘리트등의이해관계에중점을두고이러한질서를구축했으며, 상대적으로약소국의빈곤하고취약한국민들에대한 - 106 -

고려는하지않았다는것이다. 따라서현질서는정의롭지못한것으로평가될수있다. 선진국의국민을포함한우리모두는이러한부정의를종식혹은완화시킬도덕적의무를가지고있다. 이를위해정의의원칙이지구적차원으로확장되어야한다는것이다. 베이츠 (Charles R. Beitz) 역시롤즈의이론을차용하여, 국제적분배정의의이론역시국제사회의구조로부터출발해야한다고주장한다. 롤즈는분배정의를실현하기위한제도를논의하면서, 자신의목적은제도의정상적기능을가정했을때, 그결과로서의분배를사회구성원들이인정할수있도록사회의기본체제를구상하는것이라고하였다. 베이츠는이러한논리를지구적차원으로확장한다. 즉, 지구적분배에영향을끼치는정치, 경제, 사법적제도를국제사회의기본구조로상정하고, 이러한구조에대한논의가선행해야한다는것이다. 3) 소결 지구화시대의지구적정의의문제를롤스의틀을벗어나본격적으로탐구한대표적학자로프레이저 (Nancy Fraser) 를들수있다 (Fraser, 2011). 본연구에서낸시프레이저의주된문제의식은 지구적빈곤 (global poverty) 이정의문제를다루는전통적인틀인 베스트팔렌체제의틀 (the Westphalian Frame) 안에서왜곡되거나배제되고있다는점에주목한다. 베스트팔렌체제라는사고방식안에서정의의문제는근대적영토국가 (modern territorial state) 안에서만다루어질수있기때문에부정의의원인의추궁도개별국가의영토적틀안에서만이루어질수있다는것이다. 그에의하면지구적빈곤의문제는반드시지방 (local), 국가 (national), 지역 (regional), 전지구 (global) 라는다차원적범위안에서바라보아야한다. 베스트팔렌체제라는틀에서정의의문제는근대적영토국가안의문제이다. 프레이저는부정의의문제를사회적배제라는측면에서접근한다. 사회적배제의의미로서의부정의도역시철저하게국내적인문제이며, 초국가적인사회적배제란존재하지않는다. 따라서가난한국가의국민들은자신의국가나자신보다나은처지의다른시민들에게만정의에입각한책임을물을수있고, 해외의착취자들에게는책임을물을수없다. 프레이저는이러한틀자체가지구적빈자에대한사회적배제를만들어내는것이다. 그러면우리는지구적부정의를어떻게극복할것인가. 그는국내적부정의가국제적부정의와교차하는구조를파악하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한다. 하나의예로어린여자아이들이가난한부모에의해중개인에게팔리고이어태국의사창가로팔려가는경우를들수있다. 이경우성적위계질서는글로벌한외환유통구조에의해촉발된지역의금융위기와이에따른농촌경제의붕괴등과서로교차되어있는것이다 (Fraser, 2011: 458-459). 프레이저 - 107 -

는이렇게교차되어있다는인식에서출발하여야부정의에대한지구적인책임을묻는것이가능하고부정의의특징을파악할수있다고생각한다. 프레이저는부정의의종식을위한활동으로서그동안있었던빈자들의저항에주목한다. 예를들면사파타주의자들은민주적인초국가적정치를위한공식적인제도적수단이없는상황에서도, 지구적빈자의일부는초국가적배제에대항하여성공적으로저항을조직해왔다는것이다. 가그들의저항은재분배, 인정, 그리고정치적대표라는정의의세가지차원에걸쳐이루어졌을뿐만아니라, 지방, 국가, 지역, 그리고세계라는다차원적인범위 (multiple scales) 에서이루어졌다. 다차원적범위에서의인식이사회적배제로서의부정의의이해의출발점이며그이해가바로치유의출발점이될수있다는것이다. 마지막으로프레이저는지구적빈곤혹은지구적빈자라는용어에대한세밀환재검토의필요성을주장한다. 먼저빈곤혹은빈자라는용어는최저생활수준에도달하지못하는부족의상황이라는사실에대한기술일뿐이다. 그속에는정의의문제즉, 최저생활을유지할수단의부당한박탈의의미는내포되어있지않다는것이다. 즉빈곤혹은빈자라는용어사용은지구적빈곤의문제가다름아닌정의의문제라는것을충분히나타내지못하고있다. 따라서프레이저는빈자라는용어대신프레카리아트 (precariat) 라는용어를사용해야한다고주장한다. 프레이저는또한지구적이라는용어의문제점도지적한다. 지구적이라는용어는정의의범위가하나의전체로서의지구 (globe as a whole) 에적용되는것처럼보이도록만든다. 그러나이시대에일어나는강탈과배제는다차원적인범위들의교차와집합으로이루러져있다. 사회적배제가가진이렇게복잡한양상을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복수로교차하는정의의범위를파악하고각범위의맥락안에서문제를보는것이필요하다. 따라서프레이저는지구적이라는용어보다는초국가적 (transnational) 이라는용어를사용하는것이적절하다고주장한다. 6. 결론 1) 연구의함의 위에서살펴본바와같이근대주권국가는다른국가와의관계속에서성립되었다. 따라서우리는주권의문제를국가내와국가간의관계라는이중적다이내믹스속에서이해하여야한다. 그리고근대주권국가체제의국제적바탕을이루는베스트팔렌체제가최근세계화를비롯한변화의과정을통해변형 - 108 -

되고있는과정속에있다. 이에따라국경및시민권에대한새로운방식의 이해, 그리고정의, 권리등의정치적규범에대한새로운시각이필요하게되 었다. 이연구의초반부는근대국가의형성의국내적요인들의양상변화가유사한타국과의경쟁속에서어떠한다이나믹스속에서형성되었는지를탐구하였다. 뿐만아니라근대국민국가의주권개념에대한국내및국제적정치의상호구성적과정및변증법즉상호관계가설명되었다. 이연구의두번째부분에서는세계화등을통해베스트팔렌체제가상징하는전통적근대국제관계와주권개념에대한변화를설명하였다. 즉이연구는지구화의진행과그결과필연적으로수반된 21 세기의정치적이슈들에대한주목과이해를추구하였다. 세계화를통해일어난변화중우리가특별히주목해야할것은이민과노동을위한이주를포함하여국경을넘어서는인적이동의급격한증가이다. 물론그이전에도초국경적인적이동은존재하였다. 다양한방식의인적이동에따라발생하는변화들은다문화주의, 시민권에대한주목등다양한방식의이론적논의로이어졌다. 그러나세계화가진행될수록다문화주의나시민권등기존의논의틀만으로는해결하기어려운복잡한성격의문제들이급격하게증가하였다. 세계화에따른이동의비약적증가와양상의복잡성은다양한현실적문제들을만들어내었다. 이와관련된많은주제들은이민법등제도적차원의문제들과결합하거나인권의문제와함께다루어지는등다양한방식으로다양한분야의전문가들에의해다루어지기시작하였다. 이와함께기존의국민국가라는틀안에서설명하거나해결방식을찾는것이불가능해질정도로문제의초국가성은심화되었다. 이에따라국경으로분리된고립적관점의국내문제로만간주되던이슈들이급격히국제적성격으로전환되고있다. 이제미국이나영국의사건은우리와더이상무관하지않은시대가다가왔다. 우리는베스트팔렌체제의틀을넘어선넓은관점에서세상을바라보아야한다. 2) 세계화시대의공직자의자세 한국에서역시세계화에따른유사한문제들이발생하고있으며이제사회적약자의문제등부정의해소의노력이효과적으로결실을맺기위해서는전통적이해의틀을넘어초국가적이해까지나아가야할때가되었다. 그리고초국가적정체성에대한시도들을단순히이론적인것으로치부하여서는안되는시점이왔다. 이에따라, 우리는 초국적이슈들 (Transnational Issues) 의해석과해결책을모색하고, 한국사회 가직면한다양한초국적문제에접근하는새로운패러다임에주목하여야한다. 과거빈곤과부정의의문제는국내적차원의문제로치부되었다. 그러나 - 109 -

지구화를둘러싸고벌어진논쟁들을통하여빈곤과부정의등의문제의초국가적측면이제기되었다. 이변화는두가지차원에서논의될수있는데하나는, 빈곤과부정의의원인과결과가결코국경으로봉쇄된하나의국민국가의내부의문제로접근할수없게되었다는점이다. 그리고두번째는한국가의지리적영역안에다양한공동체의소속원이공존하며살아가는삶의양상이전개되고있다는것이다. 이에따라국가기관이처리해야할문제들의양상역시초국가적성격을가질가능성이커지고있다. 현재국제사회는영국의 EU 탈퇴와미국의트럼프의집권등에서보듯이국제사회의협력과자국의이익이첨예하게충돌하는국면을나타내고있다. 앞으로도경제성장둔화, 고령화등이지속될것이고복지에대한요구와더불어외국인혐오등이증가하고국제관계는악화될가능성이잔존하고있는상황이다. 이제국내문제와국제문제는다양한방식으로상호교차되어나타날것이다. 우리는국가와주권의의미에대해근본적인성찰을하여야할것이다. 그리고재성찰의필요성은국내정책을담당하는공직자에게도예외가아니다. 격변하는시대에효과적이고공정한정책수행을위해서도다양한국제적역학관계에대한이해가필수적인시대가된것이다. 지구화이후, 탈베스트팔렌주권개념의등장은공직자의자세에도많은변화를요구할것이다. 이제더이상폐쇄된민족주의의관념으로색칠된색안경이칭송받는시대가지속될수없다. 물론국익의추구라는공직자의기본자세를버리라는것은아니다. 한국의공직자도이제세계시민의일원으로서의의무를이해하면서동시에국익을생각하는균형적시각을가져야한다. 키케로는국가도존엄성을가져야한다고말한바있다. 우리의공직자역시국제적관점에서존엄성을가진것으로평가받는다면우리나라도존엄성을가진나라에한걸음더접근하게될것이다. - 110 -

V. 공동체로서국가의의미와역할 : 유교국가관의형성과변천 세부목차 1. 서문 2. 초기국가 ( 國家 ) 관념의형성과변천 1) 방 ( 邦 ), 국 ( 國 ), 가 ( 家 ) 관념의출현 2) 國家의등장 3) 소결 : 현대적의미 3. 유교의국가관 1) 존군 ( 尊君 ): 군주중심주의 2) 충효 ( 忠孝 ): 순종주의 3) 덕치 ( 德治 ) 와예치 ( 禮治 ): 엘리트주의 4) 소결 : 현대적의미 4. 결론 : 신뢰의회복 - 111 -

1. 서문 우리는 1948 년새로운대한민국정부가수립되면서근대적국민국가 (nation state) 가되었다. 영토와국민과정부와주권을가진근대적의미의국가가된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국가성립요건을갖추지못했기때문에오늘날까지도 건국 시기를둘러싼논쟁이이어지고있다. 같은이유로완전하지못했지만전통시대에도우리는국가성립의요건들을갖추고있었다. 예컨대조선도중국에예속되긴했으나일정한자주권이있었으며영토와백성과조정을가진엄연한독립국가였다. 대한민국은 1948 년갑자기한반도에서솟아난국가가아니라이땅에서오랫동안공동체를형성하고살아왔던전통의연속성위에존재하는국가이다. 정부수립후대한민국은완전한근대국가가되기위해헌법이만들어지고여러차례지난한과정을거치면서절차적민주화를이루어냈고오늘날은비교적성숙한민주정부와국민주권을지닌나라가되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나라는여전히서구적의미의근대국가라고보기어려운현상들이나타나고있으며, 대한민국국민은서구근대국가국민들과는다른국가관을보이곤한다. 이는이땅에서오랜기간형성된전통적국가관을철저히벗어날수없는역사적조건과관련이깊다. 우리는뿌리깊은전통의유산을갖고있으며그전통사상의여러모습들이아직도이땅의국가공동체의식에영향을미치고있다. 전통시대유교적국가의출현과형성및변천의과정을돌아보는것은현재대한민국국민의국가관을이해하는중요한과제중하나이다. 중국과한국은오래전에통일국가를형성하여중앙집권적통치구조를형성하여서구의국가들보다훨씬먼저각종제도적성취를이루어왔다. 국가운용의핵심에는유교의통치원리가작동하였다. 유교는 가족 -> 마을 -> 국가 -> 천하 로이어지는공동체적국가라는정치적아이디어가녹아있는이념이다. 유교국가는지식엘리트에의한지배를정당화하며넓은토지와많은백성들을삼강오륜과충효라는몇가지이념으로통치하였다. 이런오랜정치적경륜을이해하는것은새로운국가기능이필요한오늘날서구근대국가의병폐를보완할하나의아이디어로작동할수있다. 전통시대한국의국가관념은중국의강한영향을받았다. 한국과중국은약간의시간차이를두고앞서거니뒤서거니서구적근대국가를만들었다. 그러나문화는복사 (copy) 되는것이아니라융합 (fusion) 되는것이어서이질적인서구근대정치문화가그대로이식될수는없었다. 각국정치문화및환경의차이로말미암아자신만의독특한근대국가를형성하였으나한국과중국은유교적관료시스템으로움직이고그것이국가관념의핵심으로자리를잡았다. 서양의충격을받은이후한국과중국은어떤국가, 어떤정치체제를만들것인가를두고사상가들의치열한논쟁이벌어지기도했다. 그논쟁들을이해하기위해서는우리사회에내재하는유교국가관에대한이해가선행되어야한 - 112 -

다. 한국공무원들의국가관정립을위해선서양근대국가에대한이해와더불어아직도한국인의가슴속에뿌리깊이남아있는전통유교의국가관념을이해할필요가있다. 공무원의공 ( 公 ) 은공적 (pubic) 가치를구현하는존재이다. 한비자는 사사로울사 ( 私 ) 와등지는것이바로공 ( 公 ) 이다 고말하였다. 26) 公은사적인공간과지위에대비되는공적이고대중적이고그래서공정하다는의미를처음부터갖고있었다. 그公을실현하는최고의기관은국가이다. 그런데위에서논의된서양의국가관에서보듯이동서양을막론하고국가는공공 ( 公共, common) 의가치를구현해보다나은공동체를만들어야하는최고의사명과목적을지닌다. 국가는공공의가치를실현하기위해공적인행위를하는것이다. 공적 (public) 질서는공공선 (common good) 을위해존재한다. 유교국가관은공공의가치를통해보다나은공동체를만드는데집중되어있다. 공직자는사적가치가배제된공적행위를하는데만족할것이아니라보다나은공동체를위한공공선이무엇인지끊임없이고민하고앞장서야하는존재이다. 이점에서유교의국가관을면밀히고찰하고비판적으로검토할필요가있다. 이와같은문제의식을가지고이글에서는먼저유교가출발했던중국의초기 국가 ( 國家 ) 관념이어떻게형성되고변천되어왔는지를살펴본다. 이어서동아시아전통국가관형성에가장큰역할을했던유교의국가관이무엇이며이를통해어떠한현대적의미를발견할수있는지알아본다. 26) 平分也. 从八从厶. 八猶背也. 韓非曰 : 背厶爲公. - 113 -

공직자의국가관확립 공동체의선 보다나은세상 유교국가관 common 실현 public 구현 공직자 私의배제 공직자의국가관확립을위해 국가란무엇인가에대한지적고민필요 국가는단순한정책집행기구나법의부속품이아니라는인식의전환필요 직위서열이아닌수양과학문적깊이가존중받는사회를선도할필요 보나나은세상을어떻게만들것인가에대한끊임없는탐구가필요 - 114 -

2. 초기국가 ( 國家 ) 관념의형성과변천 1) 방 ( 邦 ), 국 ( 國 ), 가 ( 家 ) 관념의출현 토론주제 서양사람들은 state 와 country 를구분하여인식하는데우리나라사람들은이단어를번역한 국가 와 나라 를혼동한다. 번역어이전동양에서 國家 란한자어는어떻게형성되었는가? 나라를뜻하는두글자인邦과國은어떤모습으로동양사람들의머릿속에자리를잡게되었을까? 국가라는지배 - 복종의통치체제에왜집家자가들어가있는걸까? (1) 邦 ( 나라방 ) 국가가무엇이냐는질문을받으면사람들은대부분국경을먼저떠올린다. 우리가사는영역을먼저그리는것이다. 고대사람들도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자신들이사는공동체의영역을뜻하는글자로방 ( 邦 ) 자는아주일찍출현하였다. 서양의 country 도비슷하고우리나라말가운데 나라 라는말도비슷하다. 27) 통치체제나지배 - 복종의상관관계라기보다사람들이삶을꾸려가는자연적인경계를뜻하는글자가邦자였다. 28) 우리집과남의집또는적과동지의구분을위해나무나특정한풀을경계로삼는것은매우자연스런일이다. 邦은초목의상형에서출발한다. 前 4 17 3 盂鼎毛公鼎설문해자 갑골문초기금문후기금문소전 27) 양승태, 대한민국이란무엇인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0) 참조. 28) 이하국가관념의등장과변천에대한내용의상당부분은장현근, 중국의정치사상 : 관념의변천사 ( 한길사, 2016), 157-204 쪽국가부분의일부를수정, 보완하였다. - 115 -

나진옥 ( 羅振玉 ) 의은허서계전편 ( 殷虛書契前編 ) 4 17 3 의자를나라방 ( 邦 ) 자로보는것은왕국유 ( 王國維 ) 등고문자학자들의공통된생각이다. 무성한나무의상형인 ( 丰 ) 아래에강역을뜻하는 ( 田 ) 자를덧붙였다. 이는공동체삶의경계선사방에초목을심어영역을표시했다는뜻이다. 금문에선아래田이탈락하고오른쪽에邑이붙었는데, 邑또한國의의미로일정한경계 ( 囗 ) 에사람들이모인상태를뜻하는영역을말한다. 29) 주나라초의청동기우정 ( 盂鼎 ) 의글자는조금바뀌어서 자이고주나 라후기청동기인모공정 ( 毛公鼎 ) 의글자는다시조금바뀌어이다. 여기서부터는오늘날방 ( 邦 ) 자와큰차이가나지않는다. 방자의오른쪽이邑대신阝로대체된것은예서가확립된진한 ( 秦漢 ) 이후이다. 글자의등장과발전은공동체의정치적지배와깊은관련을맺고있다. 갑골문이출현한은나라는제정일치 ( 祭政一致 ) 사회였으므로제사장이공동체지배자의역할을겸했으며제사장은주로신으로부터내려받은 글자 를통해구성원들의복종을이끌어냈다. 30) 글자는귀족들의전유물이었으며매우소중한신탁이었던셈이다. 현재까지발견된갑골문엔수백가지의邦자형태가있다. 31) 그만큼邦은보편적개념으로각종정치행사와의식등에쓰였다는얘기다. 邦자는國자보다일찍출현해다양하고풍성한의미를지니면서사용되었던것이다. 은나라후반부터시작되었는지주나라초기에비롯되었는지특정할수는없지만, 중앙의천자가각지역의대표자들이나공신들에게자연적경계를중심으로땅을나누어주는행위인봉 ( 封 ) 이邦의시작일것으로추정하는학자도있다. 대가상 ( 戴家祥 ) 은봉 ( 封 ) 은옆에마디촌 ( 寸 ) 자가붙어땅을나누는동사적용법으로쓰이며, 邦은옆에읍 ( 邑 ) 자가붙어봉건의결과로서제후의국읍 ( 國邑 ) 을뜻한다고한다. 32) 제후 의강역을邦이라하였고제후들이邦안자신들이사는곳에인공의성을쌓고군사들을배치하면서國이생겼다고볼수있다. 따라서國은邦보다늦게생긴관념일수있으며도성을뜻한다. 33) 설문해자 ( 說文解字 ) 엔邦은國이라풀이하는데, 단옥재 ( 段玉裁 ) 는설문해자주에서이에대해邦을봉 ( 封 ) 으로주석하면서고대에邦자와封자는통 29) 邑이예서에선아래에巴자이지만갑골문과금문에선사람을뜻하는글자였다. 30) 모든갑골문과한자의원형이제사장의제례에서비롯하였다는주장은시라카와시즈카저, 윤철규역, 한자의기원 ( 이다미디어, 2009) 을참조하라. 31) 고문자고림제 6 책, 246-248 쪽. 이글의모든갑골문및금문출처와해석에관한내용은상해교육출판사 ( 上海敎育出版社 ) 가 2004 년 12 월간행한고문자고림 ( 古文字詁林 ) ( 전 12 책 ) 에서인용하였다. 32) 고문자고림제 6 책, 251 쪽. 33) 물론성을쌓아만든國에살고있는사람에게봉지를수여하여邦으로삼았을수도있으며, 이경우邦과國은선후를알수없는관념일수있다. 그러나지배와복종, 명령과수용이라는정치권력의속성으로볼때정치적관념으로서邦과國의관계는선후가있을수있다. 우리가보는자료들이한나라때재정리된것들인데창업주유방 ( 劉邦 ) 의이름인邦을피하여가급적이면國자로정리되었다는점도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 - 116 -

용되었다고한다. 34) 한자의國은크게방국 ( 邦國 ), 국도 ( 國都 ), 봉지 ( 封地 ) 의세가지의미가있는데기본은봉지에서출발했다는주장도있다. 35) 중국의역사서들은봉 ( 封 ) 이란정치적행위가황제 ( 黃帝 ) 때부터있었다고주장한다. 갑골문시대에도그런봉토의행위가있었을것으로추정되며공식적인정치제도로서정착된것은주나라때이다. (2) 國 ( 나라국 ) 구체적인정치공간을뜻하는邦자가초목으로경계를삼았다는점에서인공의담장으로경계를삼은國보다먼저출현했을가능성은있으나끝내는인공적이고추상적인의미를더많이지닌國이더보편적으로쓰이게되었다. 鐵 117 3 彔卣禹鼎설문해자 갑골문후기금문중기금문소전 이그림은나라國자가처음어떻게생겼으며나중에오늘날과같은글자가되었는지를순서대로보여준다. 중요한것은출발에해당하는갑골문원형 자이다. 무력을뜻하는창을잡고있는형상인자와입이라기보다성읍을뜻하는 ( 口 ) 자의결합이다. 철운장구 ( 鐵雲藏龜 ) 117 3 그림에해당하는이글자는무력으로지키는정치적경계를뜻하는글자였다. 흙이나돌로성을쌓고그위에서창을들고경계근무를하는인공적인공간, 그안에권력자가살았을것이다. 이글자가정확히언제출현했는지는알수없으나주공이이공간들을國으로규정하고전국을나누어같은성씨들과공신들에게제후라는벼슬을주어분할해준것은사실이다. 순자 유효 편에따르면주공이전국을 71 개로나누어그중 53 國을왕실성씨인희 ( 姬 ) 씨에게주고나머지는공신들에게주었다고한다. B.C.11 세기에국이정치적단위로존재했다는것이다. 국은성안인국도 ( 國都 ) 와성밖인야 ( 野 ) 로구분되었다. 국인 ( 國人 ) 들은정치에참여하고국전체를지키는사람들이고주로농사를지으며세금을내는야인 ( 野人 ) 들은평민백성이었다. 땅을나누어제후를세운다는봉토건후 ( 封土建侯 ) 의약칭이봉건 ( 封建 ) 이다. 중국의봉건은여기서비롯되었으며서양의봉건과뜻이다르다. 국의크기는각기달랐다. 주공의정책이담긴주례는 봉건 의결과에따른 방국 34) 왕국유도고대엔封과邦이한글자였다고한다. 고문자고림제 6 책, 249 쪽참조. 35) 예컨대張愛平, 朝代與中國的國家槪念 ( 讀與寫 : 敎育敎學刊 2013 年第 12 期 ), 146 쪽참조. 저자는봉지가있어야방국이있고, 방국이있어야국도가있다는논리로봉지가가장기본적인함의라고주장한다. 그이전에도國개념이있었겠지만관념이모호한것이라고본다. - 117 -

의일, 즉고급공무원의공직에관한일을주로다루고있다. 주례에는 대국 ( 大國 ) 과 소국 ( 小國 ) 을구분하여직관을설명하는곳이많다. 國 의제도에대한설계를담으면서작위에의한신분구분과봉토의크기를중시한것이다. 지관사도 ( 地官司徒 ) 편엔방, 국, 역 ( 域 ), 강 ( 疆 ) 등관념이모두출현한다. 방국 ( 邦國 ) 을세워서토규 ( 土圭 36)) 를사용하여그들의토지를나누고다음과같이域을제정한다. 공 ( 公 ) 들의땅은봉지의강 ( 疆, 경계 ) 을사방 5 백리로하고세금을걷는식읍은그반으로한다. 후 ( 侯 ) 들의땅은봉강 ( 封疆 ) 을사방 4 백리로하고식읍은그 3 분의 1 로한다. 백 ( 伯 ) 들의땅은봉강을사방 3 백리로하고식읍은그 3 분의 1 로한다. 자 ( 子 ) 들의땅은봉강을사방 2 백리로하고식읍은그 4 분의 1 로한다. 남 ( 南 ) 들의땅은봉강을사방백리로하고식읍은그 4 분의 1 로한다. 37) 공, 후, 백, 자, 남의작위를가진이들을통칭하여제후 國 이라불렀다. 사방백리가못된것을 소국 ( 小國 ) 으로칭하기도했으며 부용 ( 附庸 ) 이라불렀다. 천자는 천하 의소유자였지만직할지즉왕기 ( 王畿 ) 는사방천리로하였다. 제후국들은봉건규정에따라국가공동사업에대하여역역 ( 力役 ) 을제공하고공납 ( 貢納 ) 을바치는 직공 ( 職貢 ) 의의무를졌다. 또한 3 년에한번가족을대동하고업무보고를하는대빙 ( 大聘 ) 과매년친히출두하여왕실에조회하는소빙 ( 小聘 ) 을해야했다. 또한천자는지방제후들을왕기이외지역에서불러모으는 순수 ( 巡狩 ) 를어김없이실시했으며, 정벌 ( 征伐 ) 전쟁에즈음하여특정지역에제후들을모아 회동 ( 會同 ) 을하였다. 또한각國의내치를감찰하는 행인 ( 行人 ) 을두어감독과통제를행하기도했다. 제도의실천이느슨해지기전까지주나라중앙왕실은國들에대한통제권을행사하고있었으며, 따라서이시절의國은독립된행정을하지만독자적인정치권력을행사한것같지는않다. 중앙집권관념은주공이강화한복 ( 服 ) 규정에의해더욱발전하였다. 38) 서경 우공 ( 禹貢 ) 편에따르면제도로서오복의핵심은세금과병역, 그리고정치교화를중심으로편성된것이다. 보통왕기를중심으로주변 5 백리지역 36) 주나라때땅에긴막대기를꽂아해의그림자를측정하기도하고, 이를가지고땅의경계를측정하기도했는데, 이것을토규 ( 土圭 ) 라불렀다. 37) 凡建邦國, 以土圭土其地而制其域 : 諸公之地, 封疆方五百里, 其食者半 ; 諸侯之地, 封疆方四百里, 其食者參之一 ; 諸伯之地, 封疆方三百里, 其食者參之一 ; 諸子之地, 封疆方二百里, 其食者四之一 ; 諸男之地, 封疆方百里, 其食者四之一. 38) 고문자고림제 7 책, 717-719 쪽참조. 서경에는 오복 ( 五服 ) 이라하고주례에는더상세히 구복 ( 九服 ) 을얘기한다. 오복에대해국어 주어 ( 周語 ) 상 편에는선왕의제도로천자가사는곳으로부터 邦内甸服, 邦外侯服, 侯衛賓服, 蠻夷要服, 戎狄荒服 이라한다. 순자 정론 ( 正論 ) 편에도방 ( 邦 ) 자대신봉 ( 封 ) 자를썼을뿐똑같은내용이있다. 구복은좀더구체적으로왕기에서가까운곳으로부터후복 ( 侯服 ), 전복 ( 甸服 ), 남복 ( 男服 ), 채복 ( 采服 ), 위복 ( 衛服 ), 만복 ( 蠻服 ), 이복 ( 夷服 ), 진복 ( 鎭服 ), 번복 ( 藩服 ) 이라한다. - 118 -

은왕의전답이란의미의전 ( 甸 ) 과왕에게종사한다는의미의복 ( 服 ) 을합쳐전복이라하였다. 전복의바깥 5 백리지역은후복 ( 侯服 ) 이고, 후국 ( 侯國 ) 의사방 5 백리바깥지역을수복 ( 綏服 ) 이라한다. 왕의교화와정치에안주하여복종한다는의미이다. 수복의바깥사방 5 백리사이지역이요복 ( 要服 ) 이며만이 ( 蠻夷 ) 의거주지, 죄인을유배보내는지방이다. 요복의바깥사방 5 백리는미개척의황야가대부분인황복 ( 荒服 ) 을배치하였다. 오복 규정의요지는왕성에가까운지방은문화의수준이높고왕자의통제가미치는지역이지만멀수록문화수준이낮고왕에복속하는정도도미약하다. 가장궁벽한요복과황복은왕의교화도미치지않는오랑캐지역이므로그들습속대로살게한다는취지이다. 주나라의수도호경 ( 鎬京 ) 은오늘날서안부근이다. 여기서오복규정으로사방 2 천 5 백리를환상 ( 環狀 ) 형으로따지면오늘의중국영토상당부분을포괄하는광대한지역이다. 여기저기수없이흩어진國들을중앙에집중시키는방식이오복이었다. 주공은봉건, 종법정책으로중앙집권적국가를구상하였던것이다. 천자가다스리고그영향력이미치는끝이어디인지모르는이광대한지역을 천하 ( 天下 ) 라고인식하였다. 백성들의생활편의를봐주는것같은내용을담고있으며, 천자의문화적이고윤리적인교화가미쳐천하의태평성대를기원한다는의미를담고있었다. (3) 家 ( 집가 ) 국가라고할때뒤에쓰는집가 ( 家 ) 자는처음에는가정이나가족을뜻하는오늘날의개념과는조금달랐다. 공동체의정치질서와관련이깊었다. 京津 2152 前 7 38 1 炑氏壺설문해자 초기갑골문후기갑골문금문소전 호후선 ( 胡厚宣 ) 의전후경진신획갑골집 ( 戰後京津新獲甲骨集 ) 2152 의 자를은나라때초기갑골문家자의원형으로본다. 집을닮은자안에뚱뚱한배를자랑하는돼지한마리가들어가있는모양이다. 돼지를간략화하여자로만든것이후기갑골문으로나진옥의은허서계전편 7 38 1의 자가그렇다. 금문에선이를약간변형시켰다. 초기금문의글자는 39) 처럼실제로돼지를그려넣은것도있다. 家자의어원에대해선여러주장이있지만중국에서문자의출현과발전은정치권력의확장및유지와불가분리의관계가있다. 갑골문이형성된은나라 39) 청동기가벌작 ( 家戈爵 ) 에보이는글자이다. -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