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 - 향약구급방을중심으로 - 1) 이현숙 ** 권복규 *** 머리말 Ⅰ. 향약구급방의구성 Ⅱ. 향약구급방의내용분석 Ⅲ. 질병과전염병에대한인식맺음말 요약본연구는고려고종연간몽고침입기강화도의大藏都監 ( 설치기간 : 1232-1251) 에서출간된고려의학서鄕藥救急方의구성과질병내용을분석함으로써향약구급방의성격을파악하고, 나아가고려시대사람들이질병과전염병에관해어떻게인식하였는지살펴보고자한것이다. 이를위해조선전기에편찬된다른구급방서, 특히 1466년에편찬된구급방의내용과비교해보았다. 이러한과정을통해다음과같은점을새롭게밝힐수있었다. * 이논문은 2005 년정부 ( 교육인적자원부 ) 의재원으로한국학술진흥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KRF-2005-079-AS0013) ** 이화여대한국문화연구원연구원 *** 이화여대의과대학교의학교육학교실부교수투고일 2007.11.7. 심사일 2007.11.29. 심사완료일 2007.12.7. 581
史學硏究第 88 號 첫째, 향약구급방에서선정된질병은 1흔한질병이고 2신속한대처를요하는질병이면서, 3증상이분명하거나, 눈에명확히보이는질병으로서 4환자의성별과연령에따라남성과여성, 성인과소아의질병으로나누어서술하였다. 둘째, 향약구급방이일반민을위해편찬된구급방서라는기존의이해와달리강화도로천도한지배계층을위해편찬된구급의학서라는점이다. 1다른구급방서에다루고있는凍死라던가기아나기근에대한대응책이없는반면, 술로인한숙취나알콜중독이구급질병으로취급되고있다는점, 2일반민이구하기어려운금을약재로제시하고있다는점, 3몽고와의전쟁을피해강화도로피난온상태에서도기미나여드름등외모와관련된피부질환과겨드랑이나몸에서나는냄새조차도질병으로인식하였다는점에서본서의성격이철저하게당시지배층을위한것임을알수있었다. 셋째, 六淫 ( 風寒暑濕燥火 ) 에의한질병관에주로근거하고있으며, 급성전염병과같은사회적질병보다일상생활에서부딪히는개인질병에대한서술이주류를이루고있다. 넷째, 전염성질환에대한인식은있었지만, 구급방에많이채록되지못하였다. 광견병과소아완두창이전염성질환으로서중시되었다. 향약구급방은중국에서약재를수입할수없었던몽고전란기상황에서약재의구성을향약으로할수밖에없었던당시지배층을위한구급의학서였던것이다. 주제어 : 고려시대, 질병사, 질병, 질병관, 鄕藥救急方, 救急方, 대장도감, 육음론, 향약, 고종, 전염병 582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머리말 질병은어느시대에나존재하였기때문에이를중심으로하여고려시대사람들이영위하였던일상적삶의구조를세밀하게그려볼수있다. 또한주요질병과인구의변화, 사회변동, 심지어는전쟁과무신집권과같은중요한역사적사건들과의관계가어떠하였는지를알아볼수있다. 이것은정치 경제사위주로이해해온기존의역사서술과달리, 역사를보다다양한시선으로바라볼수있게해줄것이다. 종래에는주로질병의사회적의미에초점을맞추거나혹은개별질병의존재여부및변천에관하여연구해왔다. 전통시대의질병관과사람들의구체적인대처방식, 그삶에있어질병이가지는의미등은몇몇경우를제외하고대부분간과되어왔다. 그러나오늘날의료의측면에서는이런부분들이더욱가치가있을것으로생각한다. 고전의서에나타난질병의명칭과종류는당대인들이건강-질병현상을어떤관점에서바라보았고해석하였는지를보여준다. 동서양을막론하고질병의이름은몸에서일어나는어떤부적절한현상에대해의학적시선 (medical gaze) 으로해석해낸산물이다. 따라서질병명과그종류를분석하면당대인들이건강-질병현상에대해가졌던심성 (mentality) 을추출할수있다. 신체적이상이라고해서모두질병의범주에들어가는것은아니다. 질병이라규정되기위해서는그특정현상이당대인의주요관심사여야하며, 당대의학체계의틀로조망할수있어야하며, 경우에따라서는대처방법이있어야한다. 전염병, 질병관에대한연구는당대의의학은물 583
史學硏究第 88 號 론당대인들의세계관을보여주기때문에중요하다. 전염병이고려사회를분석하는틀이될수있는이유가여기에있다. 지금까지질병관에관해서는고대또는조선에관한연구가있으며, 고려시대의것은아직시도된바가없다. 1) 본연구는고려시대사람들이질병에대한인식을고려시대의의서, 향약구급방분석을통해살펴보고자한것이다. 향약구급방에서어떠한질병을구급질환으로파악하였으며, 이것이내포하고있는함의가무엇인가를도출함으로써고려시대질병에대한인식을고찰하는것이본고의최종목표이다. 고려고종연간몽고침입기에출간된鄕藥救急方은현존하는가장오래된醫書로서, 전란기에정상적인치료를받을수없는상황에서일반대중누구나간단하게치료할수있도록하기위한구급법이나간단한치료방법을모아놓은민간구급방에지나지않는다고한다. 2) 향약구급방에는총 55종의질병명과치료법이나온다. 여기에실린질병은일상에서흔히볼수있는것이며약재역시쉽게구할수있는것들이다. 고려시대질병에대한인식을추출하기위해첫째, 향약구급방에실린건강-질병현상을오늘날의의학용어로해석한다. 해석되지않는현상은그대로남겨두려고한다. 이를목록화해보면당대에어떠한질병을구급한것으로여겼는지그윤곽이떠오를것이다. 둘째, 목록화한향약구급방의질병을분석함으로써질병관을분석할것이다. 셋째, 당시질병이라고인식하였던고려시기의학과오늘날의의학을비교하여그러한모습이갖는함의를논하도록할것이다. 이는질병현상이사회 1) 고대한국의질병관에관해서는장인성, 2000, 고대한국인의질병관과의료, 한국고대사연구 20 의연구가있으며, 조선시대에는변정환, 1984, 조선시대의역병에관련된질병관과의료시책에관한연구, 서울대석사논문이있다. 2) 신영일, 1994, 향약구급방에대한연구, 경희대한의과대학박사학위논문, 347 쪽. 본연구가나올수있었던것은신영일의정밀한복원작업이있었기에가능하였다. 584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현상을반영하고있기때문이다. 이과정에서주로문헌의고찰과해석, 그리고근대의학의관점에서바라본분석에치중하려고한다. 본고는고려시대질병관과향약구급방연구에관한기초석하나를놓았을뿐이다. 미비한부분은앞으로의연구를통해보완해나갈것이다. Ⅰ. 향약구급방의구성 1. 향약구급방의질병구성 향약구급방은고려의학서가운데온전한형태로전해지는유일한것이다. 3권 1책으로서原刊本은본래강화도의大藏都監에서간행되었으나현재전해지는것은일본궁내청에소장된중간본으로 1417년 ( 태종 17) 崔自河가경상도義興에서編寫한것이다. 대장도감은고려 1236년 ( 고종 23) 에설치한官署이므로 13세기전반에간행되었을것으로여겨지고있다. 방문의대부분은備預百要方, 千金要方 外臺備要 太平聖惠方등에서채록하였으며주변에서쉽게구할수있는향약재로만구성된처방을발췌해놓은것이다. 3) 鄕藥救急方의구성은상, 중, 하 3권으로되어있다. 상권은食毒, 肉毒등을비롯한 18항목, 중권은丁瘡, 凍瘡등을비롯한 25항목, 하권은婦人雜方등 12항목이실려있다. 각항목의병명아래에그병에대한여러종류의치료방법이열거되어있으며복약의금기禁忌와製藥방법, 用藥에있어서의중량등이적혀있어서구급의실용에편하도록되어있다. 현전하는본은부록으로方中鄕藥目草部에 180종의향약에대한우 3) 한국한의학연구소편, 한국한의학사의재정립, 1995, 198 쪽. 585
史學硏究第 88 號 리말이름, 藥味, 藥毒, 채취방법등이설명되어있지만, 이것이향약구급방의원내용은아닌것으로보인다. 4) 따라서본고에서는이를다루지않았다. 구성을보면食毒肉毒이라는병명이나오고, 그다음으로식독을치료하는처방이열거되었다. 대부분이질병명뒤에몇몇증상을나열하고이에대한치료법과처방이등장한다. 이모든내용은각종의서의인용문으로되어있기때문에일관성이있다고하기어렵다. 또각증상에내리는처방은지극히경험적인것이대부분이며그런처방을사용하는이론적인근거는제시되어있지않다. 또한약재의사용에있어서도여러종의약재를섞어조제하기보다는주변에서구하기쉬운단방약재나食物을활용하고있는데이는값비싼중국산약재에의존하기보다우리나라에서생산되는약재나흔히구할수있는품목으로질병을치료하겠다는향약구급방본래의편찬의도에서기인한것으로보인다. 이러한점은조선세종대에편찬된향약집성방과동일하다. 이후의의서특히향약집성방과비교하여보면향약구급방은이른바病症論治를하지않고단순한증상과처방을모은처방집이라고볼수있다. 즉향약구급방은전래의의서들에서인용한증상대비처방집으로체계적인이론화의소산과는거리가있다. 향약구급방에나오는질병의종류를알기위해이를표로정리해보면다음과같다. 표 1 향약구급방의병명구성 상권 食毒식중독 肉毒고기를먹은뒤의식중독 菌毒 - 地瘡, 木瘡곰팡이독 - 흙이들어간상처, 나무에찔린상처 4) 신영일, 1994, 앞글, 341-347 쪽. 586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중권 百藥毒 - 약을먹은후의중독螫咬毒 - 벌레에게물린중독骨䭏方 - 떡을먹은후의중독? 食噎方卒死 - 졸중, 급사自縊死 - 스스로목을맴理熱暍死 - 열사병落水死 - 익사, 물에빠져죽음中酒欲死方 - 알콜중독후섬망斷酒方 - 술끊는법墮捐壓 ( 竹 + 乍 ) 傷折打破 - 추락해서뼈가부러진상처金瘡 - 금속물체에찔린상처喉痺 - 인후염重舌 - 신생아가혀가부은것齒蚶匿 - 충치丁瘡 - 심한피부 / 결체조직염증火丁 - 화상으로인한피부염丁腫 - 부종이있는피부염, 종기魚臍丁瘡 - 끝이검고뿌리가깊은심한염증冷瘡 - 열기가없는염증熱瘡 - 열기가있는염증瘭疽 - 팔의염증? 發背 - 목뒤의염증癰疽 - 커다란종기癤 - 작은부스럼腸癰方凍瘡 - 동상惡瘡 - 증세가심한염증漆瘡 - 옻오름傷火瘡 - 화상丹毒癰疹 - 단독및발진大指瘡 - 생인손瘭疽 - 종기附骨疽 - 골염, 골수염疥癬 - 옴, 개선증瘑瘡 - 팔다리에대칭으로생기는부스럼金瘡 - 금속물체에다친상처水毒 - 수독증, 여분의 ( 나쁜 ) 체액으로인한부종, 부스럼등증상 587
史學硏究第 88 號 하권 擁腫 - 작은종기毒腫 - 심한종기咽喉腫 - 목구멍이붓고아픈것吒腮 - 볼거리痔漏 - 치루腸風 - 혈변心腹痛 - 가슴과배의통증冷熱痢 - 냉열리冷痢 - 냉리, 몸이차고습한이질로곱똥을누고몸이차다. 熱痢 - 열리, 더위를먹어설사하는병으로배가아프고피가섞인설사를한다. 氣痢 - 기리, 기가허하거나체해서하는거품같은설사疳痢 - 젖을잘못조절해서생기는어린이의설사大便不通 - 대변이나오지않음小便不通 - 소변이나오지않음淋疾 - 石淋 ( 소변에모래알같은것이나오는임질 ), 膏淋 (= 肉淋, 소변에고깃덩어리같은것이나오는임질 ), 氣痳 ( 기가막혀서소변이나오지않는임질 ), 勞痳 ( 소변이방울로떨어지며소변본후음부가아픈임질 ), 血淋 ( 피가섞여나오는임질 ) 消渴 - 소갈증, 목이마른증상遺尿 - 잔뇨감小便下血方陰㿗 - 자궁탈출陰瘡 - 여성음부의부스럼陰痒生瘡 - 음부가가려워상처가남婦人陰腫堅痛 - 부인의음부가붓고통증이있는병鼻衄 - 코피를자주흘리는병眼 - 晴爲所傷損破 ( 햇빛을보아눈이다친병 ), 赤眼痛 ( 눈이빨갛고아픔 ), 風毒暴赤 ( 바람을쐬어눈이벌개짐 ), 風眼淚出 ( 바람을쐬어눈물이남 ), 眼靑盲 ( 청맹 ), 眼晴突出 ( 눈동자가튀어나옴 ), 眼內外障 ( 백내장 ) 耳病 - 耳卒腫 ( 귀가부어오름 ), 耳聤出膿 ( 귀에서고름이나옴 ), 耳聾 ( 귀머거리 ), 耳內生瘡 ( 귀안에부스럼이생김 ) 口脣 - 口乾熱 ( 입이마르고열이남 ), 口舌乾燥 ( 입과혀가트고마름 ) 心身頭目不利, 脣瘡 ( 입술부스럼 ), 脣堅面腫 ( 입술이당기고얼굴이붓는병 ), 堅脣 ( 입술이당기는병 ) 婦人雜方 - 婦人子死腹中不出 ( 자궁내태아사망 ), 産後惡血不止 ( 산후대량출혈 ), 胞衣不出 ( 태반이나오지않는것 ), 産後出血大多 ( 산후출혈과다 ) 煩渴 ( 목마름 ), 婦人産後中風 ( 산후중풍 ). 口噤 ( 구금, 입을못벌림 ) 牙關緊急 ( 턱이경련을일으키며입이안벌어지는증상 ), 婦人中風 ( 부인중풍 ) 588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口噤舌本縮 ( 혀뿌리가짧음 ), 婦人臟燥 ( 부인의히스테리 ) 無故悲哀不止 ( 산후우울증 ), 姙娠下血 ( 임신중하혈 ) 胞乾更死 ( 자궁의음혈이부족함 ), 婦人難産 ( 난산 ) 三日不出 ( 진통이 3일동안지속되어도아기가나오지않음 ), 逆生 ( 태아전좌, 아기가거꾸로나옴 ), 胞衣不出, 乳汁不出 ( 젖이나오지않음 ), 小兒方 - 小兒卒驚 ( 어린이경기 ), 小兒豌豆瘡 ( 어린이완두창 / 완두콩만한발진 ), 小兒臍生瘡 ( 소아배꼽부스럼 ), 浸淫瘡 ( 급성습진 ), 小兒急黃 ( 어린이황달 ), 小兒癥瘕, ( 어린이뱃속의멍울 ), 小兒卒死 ( 어린이급사 ), 小兒重舌 ( 어린이혀가부어오름 ), 小兒舌上白胞如雪 ( 어린이혀의백태 ), 小兒卒咳嗽 ( 어린이의급격한기침 ), 小兒痢 ( 어린이설사 ) 小兒誤呑諸物 ( 이물질을삼킨것 ) 水腫 ( 수종, 전신부종 ) - 水氣遍身浮腫中風 - 中風 ( 중풍 ) 口眼 ( 눈이돌아감 ) 喎斜 ( 안면마비 ), 中風口噤不知人 ( 중풍으로입을못벌리고사람을알아보지못함 ), 中風大便秘澁 ( 중풍으로대변이굳어잘나오지않음, 白虎風腫痛 (?), 風轉筋入腸中 (?) 癲狂 - 정신분열증瘧疾 - 학질頭痛 - 두통雜方 - 白駁 ( 피부백반증 ), 面上䵟黯 ( 얼굴의기미 ), 面上粉刺 ( 여드름 ), 諸黃病 ( 황달 ), 孤臭 ( 액취증 ), 鵝臭 ( 체취 ), 疣目 ( 무사마귀 ) 위 표 1 은향약구급방에서질병을어떻게분류하였는가를잘보여준다. 향약구급방이라는제명은일상생활에서급한경우를당하였을때구하기쉬운향약을사용하여병을치료하고자하는편찬목적을내포하고있다. 그렇다면역으로이를통하여 13세기향약구급방을편찬한찬자가일상생활에서위급한질병이무엇이라고생각하였는지유추해볼수있을것이다. 2. 향약구급방에기재된질병의공통점 향약구급방에서제시한처방들은고려시대사람들이일상생활에서 救急하다고생각하는질병을반영한것이다. 물론여기에는찬자의시각 589
史學硏究第 88 號 이강하게반영되어있을것이다. 위 표 1 에나타난질병에서공통점을 추출해볼수있으니, 다음과같다. 1 흔한질병이다. 위 표 1 의병은외과내과소아과산부인과피부과정신과이비인후과등거의모든주요진료분야를망라하며오늘날에도흔하게볼수있는것들이다. 식중독이나설사, 경기, 산후출혈등은지금도일차진료영역의주요질병들이다. 오늘날과의차이를굳이살펴보자면각종종기와옴 ( 개선증 ) 등이중시되고있다는점을들수있다. 이는당시의위생상태가상당히불량했음을시사한다. 사실종기와옴등은 20세기초반까지도우리나라에매우흔했던질병으로고려시대에도이런질병들은흔했을것이다. 항생제가없고개인위생에대한개념이없었던시절에종기와피부질환은자칫하면목숨을앗아갈수도있는중요한병이었다. 2 신속한대처를요하는질병이다. 목을맨것, 산후출혈, 어린이가이물을삼킨것등은매우신속한대처를요하는질환이다. 치통도당장고통이심하기때문에환자가빨리어떤처치를기대하는질환이라할수있다. 그러나기미나여드름, 무사마귀등도신속한대처를요할까? 현재의의학적관점에서는그렇지않지만당대고려인의관점에서볼때는이러한질환도구급의범주에포함시킬만큼중요한의미가있었음을알수있다. 그이유는이런병들이정상적인사회생활을하지못하게하는것들이기때문일것이다. 예절을중시하는사대부들로서는얼굴에백반이나여드름투성이가되었을때관에출사하거나빈객을맞이하기어려웠을것이고, 당연히이런병들은신속한대처를요하는질병의범주에들어가게될것이다. 액취증과몸냄새역시마찬가지다. 역으로이러한병이포함되어있음은향약구급방의 590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주독자층이이러한문제를중시하는상류계급이었을것임을시사한다. 하지만오늘날의구급개념에서처럼향약구급방에수록된구급질환은당장처치를하지않으면생명이위급하거나커다란장애를일으키는병을언제나의미하는것은아니었다. 술끊는법이나, 충치, 두통, 액취, 여드름등이들어간것이그예이다. 충치를예로들면신속한대처를요하기는하나그것때문에사망하지는않는다. 이와같은병들은당시고려인들이시급한해결을요하는중요한문제로파악하였다는점에서의의가있다. 또수많은병중에유독이와같은질병들을선택한이유에서당대인의사고와문화를파악할수있다. 3 증상이분명하거나, 눈에명확히보이는질병이다. 이는향약구급방뿐아니라전통의서, 특히구급서에서공통적으로보이는현상이다. 한의학을포함한근대이전의의학체계에서는질병을생물학적장기나조직의이상, 즉정상성에서일탈이나 ( 예컨대중풍이아닌뇌혈관사고 ) 특정원인으로인한결과 ( 예컨대포도상구균감염증 ) 로보지않았기에모든질병은주관적으로느끼는증상이나증상의모음, 혹은가시적으로파악할수있는증상에기반을두고이해될수밖에없었다. 그리고구급서에수록될만큼흔한질환은증상이분명하고初見에의해바로파악되어야할것이므로이런질환위주로기술된것은너무나당연하다고하겠다. 4 환자의성별과연령에따라질병을분류하였다. 이러한점은향약구급방뿐아니라전통의서에서공통적으로보이는현상이다. 동일한질병이라할지라도환자의성별에따라처치와처방을다르게제시하고있다. 향약구급방의경우, 그대표적인질환으로중풍을들수있으니다음의자료가그것이다. 591
史學硏究第 88 號 부인이바람을맞아 ( 中風 ) 이를악물고혀가말리는증상이있는데는겨자한되를곱게갈아식초를세되넣고한되가될때까지졸인다음이것을턱과광대뼈아래에붙이면바로낫는다. 5) 중풍으로이를악물면서사람을알아보지못하는것을치료하는데는백출네냥을술세되에넣고한되가될때까지달여한번에모두복용한다. 6) 두자료모두중풍이라는병명을사용하고있다. 병명은동일한중풍구금이지만, 증상은약간다르다. 전자는이를악물고혀가말리는증상이지만후자는중풍으로이를악물면서사람을알아보지못하는것을치료하는처방이다. 이를성인질환으로서함께다루지않고부인과잡방과일반질환으로굳이나누어서술하였다. 그원인으로서동일한중풍이라고하더라도고려시대여성에흔한증상과남성에나타나는증상이다르기때문은아니었을까추정해볼수있다고생각한다. 소아의경우도마찬가지다. 소아에게흔히나타나는각종질환과구급상황을다르고있다. 오늘날두창에해당하는것으로보이는완두창은성인질환에서는다루지않고소아완두창으로만그증상과처방을서술하고있는것이눈에띈다. 5) 향약구급방하권 理婦人中風口噤舌本縮用芥子一升細硏以醋三升煎取一升付頷頰下立效 본고에서사용하는향약구급방원문은한국한의학연구원 (http://jisik.kiom.re.kr) 에서제공하는것과신영일의교정본을이용하였다. 번역문은신영일, 앞글, 213 쪽에서인용하였다. 6) 향약구급방하권 理中風口噤不知人以朮 ( 鄕名沙邑菜四兩 ) 酒 ( 三升 ) 右煮取一升頓服 ; 신영일, 앞글, 229 쪽 ( 원문 ) 과 231 쪽 ( 번역문 ). 592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Ⅱ. 향약구급방의내용분석 앞의 표 1 을통해향약구급방에서어떠한질병을일상생활에서급박한질병으로생각하였는지전체적인윤곽을알수있었다. 질병분류학 (nosology) 적시각으로볼때, 향약구급방에서는질병의범주들을뚜렷하게구분하지않고있다. 이는다른전통의서에서도드러나는현상으로, 병인과병리에대한지식이부족했던데기인하였다. 7) 향약구급방은질병이나타나게되는특수한원인에따른분류 ( 中毒, 蟲獸傷 ), 드러나는증상에따른분류 ( 虐, 水腫, 腰痛, 癨亂, 腸風, 心痛, 嘔吐등 ), 질병부위에따른분류 ( 眼病, 耳病, 鼻, 口舌, 齒牙, 咽喉등 ), 체표면의외과질환류 ( 創傷癰疽, 打撲折傷, 諸損傷 ), 환자의종류에따른분류 ( 婦人方, 小兒方 ), 상태의긴급성에의한분류 ( 諸救急 ) 등이혼재되어있다. 그렇다면어떠한근거로상중하 3권으로질병을편재하였을까? 이를알아보기위해그내용을상세하게분석해보면다음과같다. 1 상권 : 중독과응급질환들상권에서가장먼저다루고있는것이각종중독증상이다. 그중에서도잘못먹어서나타나는각종중독증상에대한처방을제시하고있다. 식품보존방법이여의치않았던당시로서는식중독이중요한문제가되었을것이다. 그다음으로는주정중독이문제였는데, 술을너무마셔죽을것같은경지까지갈수있는부류는지배층일것이다. 술끊는법 ( 斷酒 ) 까지제시해놓은것으로미루어당시지배층에스며든알콜중독의심각성을짐작할수있다. 救急方답게각종사고로인한急死를다루고있는데목을맨경우나 7) 권복규, 앞글, 28 쪽. 593
史學硏究第 88 號 물에빠진경우등을대표적으로다루고있다. 卒死는갑작스럽게정신을잃고사망하는병으로쇼크나심장마비, 혹은뇌졸중에의한사망으로추측된다. 溺死와스스로목을매는自縊이급성사망원인으로흔했음을알수있다. 그런데鄕藥集成方에서다루고있는凍死는다루지않고있는데, 8) 이는지배층의입장에서볼때凍死할확률이거의없기때문이아닌가한다. 쇠붙이에상한金瘡도중시되었는데, 당시가몽고침입이라는전시상황이었다는점이금창이중시된이유중하나일것이다. 또한치통과충치, 치간출혈및잇몸출혈등이보이는데치과질환도매우흔했고중요한건강문제로여겨졌음을짐작할수있다. 인후질환으로는종양이나농양, 이물질에의해폐색이생기는문제를중시하였으며, 가시나뼈가걸리는경우 ( 骨鯁 ) 가구급상황으로중요시되었다. 인후와목이부어오르는인후염, 이하선염이나림프선염의모습을볼수있기도하다. 2 중권 :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영역향약구급방중권에서는당시의외과질환중가장흔하고대표적인종기와부스럼 ( 종창 ) 을가장먼저다루고있다. 체표면에자주발생하는종창으로서다양한종류들이나열되어있는데, 크기와모양, 부위, 예후등에따라구분되었다. 현대의학의시각에서볼때이러한구분은큰의미가없는것으로모두피부및결체조직의세균성감염에해당되지만항생제가없고외과술이발달하지않은당시에는이러한구분이진단및예후판정에의미가있다고보았을것이다. 종기와부스럼이여러종류가자세히열거되어있는것은당시위생상태가매우불량했음을시사한다. 8) 조선세종대의학서향약집성방에서는卒死즉급사로서凍死와溺死, 또스스로목을매는自縊死와함께기근에의한굶주림도다루고있다. 권복규, 앞글, 30-31 쪽. 594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종기는 20세기초중반까지우리나라의주요사망원인중하나였다. 이외에도습진, 건선, 옴등의피부질환도포함된다. 외상의원인으로타박상과창 칼등도검에의한자상 ( 金瘡 ) 이있었으며, 화살촉이나대나무창에찔린것등이나열되어있다. 치질도흔한질환이었다. 그런데치질로인한장풍출혈에금을약재로사용하고있는것이눈에띈다. 腸風으로피를쏟는것을바로치료하는처방으로금가루 5돈에탱자를넣고볶아갈은다음땅위에놓고사발로덮은다음기다려火毒이빠져차가워지도록한것에羊脛炭 ( 양의다리뼈를태워탄으로만든것 ) 3돈을섞은뒤반으로나누어진한쌀뜨물한잔에타서공복에복용하도록하였다. 9) 여기에사용되는금가루는약재로水飛된것으로지배계층만이사용가능한약재라고하겠다. 기존의이해처럼향약구급방이일반백성을대상으로한의학서라면, 이러한처방은결코바람직한것이아니다. 이는오직귀족을위한처방이다. 또한심장과폐의통증을의미하는心腹痛은寒氣가갑자기오장육부에침입하면心痛과胸痞가생기는데, 한기가안으로들어가면장이움츠리고활동을잘하지못하여아픈데마땅히따뜻한약으로써한기를물리치면통증이멎는다고하였다. 전통의학의주병인인六淫 ( 風寒暑濕燥火 ) 에의한질병관을잘보여주고있다. 이중심통에는 9 종류가있는데蟲心痛만약을다르게쓴다고하면서큰기생충이심장을침범하면가슴속이송곳이나칼로찌르는것같고얼굴이파래지면멀건거품을토하는데살충약을써서치료한다는것에서기생충질환을나름대로인식하고있었던것으로보인다. 水病은여러종류의부종을다루며, 黃病은황달을주증상으로하는질환들이다. 다음으로안과와이비인후과영역을다루었다. 안과는직접눈으로 9) 備預百要方 ( 醫方類聚권 8, 580 쪽 ) 의조문이라고한다. 신영일, 앞글, 136 쪽. 에서재인용. 595
史學硏究第 88 號 볼수있는증상이많으므로다양한증상들을열거해놓았다. 눈의發赤과가려움, 통증등은각결막염등을시사하며백내장도인식하고있었다. 안과영역에서흥미로운것은시력저하, 즉근시나원시등을언급하지않았다는것인데시력저하는굳이질병으로보지않았을것으로추측된다. 이과영역에서는귀울림과통증, 분비물등의증상을볼수있는데중이염, 외이도염등이흔했을것이다. 3 하권 : 산부인과와소아과, 중풍과기타영역산부인과영역은실제질병은아니지만응급상황에처하게되는私産이나逆産등을다루었다. 태반이나오지않거나출혈을많이하거나, 산통을사흘동안하는경우등모두산모를사망에이르게하는것들이다. 특히부인의장이건조해져까닭없이비통해하며그치지못하는증세 ( 婦人臟燥無故悲哀不止 ) 는산후우울증증세를자세히적어놓아전통사회에서도산후우울증을중요시여겼음을알수있다. 소아방에서는신생아황달과소아돌연사를다루고있다. 다음으로제시된中風은대부분의전통의학서에서성인질환으로매우중요시되었던것이지만, 여기에서는마지막부분에서다루었다. 中風은그증상으로의식상실, 경련, 마비, 실음증, 입이돌아가는것등으로오늘날의뇌혈관사고 (cerebrovascular accident, CVA) 에해당한다고짐작할수있다. 10) 다음으로우울증과미친병, 瘧疾과頭痛등지금까지다루지않았던질병을배열하고있다. 瘧疾은발열과오한을주증상으로하는질환으로대개말라리아를의미하나오한과발작을일으키는여러상태들도이에포함된다. 마지막雜方에서는피부에흰얼룩이생기는白駁과기미여드 10) 권복규, 앞글, 19 쪽. 596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름諸黃病을다루어당시에도피부미용이매우중요시되었음을알수있다. 그런데겨드랑이에나는냄새인孤臭와몸에서나는냄새鵝臭에대한처방을제시하고있는것이매우특이하다. 이러한점은향약구급방이일반민중을대상으로한구급방서라는기존의이해가반드시올바른것은아니라는의심을갖게한다. Ⅲ. 질병과전염병에대한인식 1. 전통의학의질병인식 지금까지본고의최종목표인고려시대의학서에서전염병과질병을어떻게인식하고있었는지살펴보기위해, 향약구급방의내용을분석해보았다. 고려시대일반적인사람이생각하는질병과의학에종사하는사람이생각하는질병이반드시일치하지는않았을것이다. 향약구급방에서드러내보이는질병관은고려시대질병관의일부에불과할것이다. 당시사람들이질병이발생하는원인을무엇이라고생각하였는가살펴보는것은질병관을고찰하는좋은방법이다. 고대에는원한을품은귀신癘鬼가질병을야기하며, 군주의부도덕한정치를견책하는의미로나타나는災異현상가운데하나로역병이유행한다고인식하였다고한다. 11) 질병가운데수많은사람들이한꺼번에동일한증상으로사망하는것을역병이라고이해할때, 역병의원인을어떻게인식하였는가를통하여서도당시의질병관을살펴볼수있다. 조선시대역병에대한인식을연구한결과에따르면, 역병의발생은 11) 장인성, 2000, 고대인의질병관과의료, 105-114 쪽. 597
史學硏究第 88 號 1기상이변 2음양의부조화 3하천이나하수도가막혀썩어서냄새가나는것 4억울하게죽은자의寃氣 5 雜鬼의소행 6감옥이나科場墓地神祀등사람이많이모이는곳에군집하는것등이라고한다. 12) 이는중국중세의역병관의영향을받은것으로, 고려에서도이와비슷하였을것으로보인다. 향약구급방은구급할때사용하는처방을모아놓은것이라醫論이따로없다. 따라서고유의질병관을추출해내기어렵다. 그러나향약구급방은기존의의서에서인용한것이기때문에, 동양전통의학서에나타나는질병관을그대로따르고있다고할수있겠다. 전통의학의질병관은증상이출발점이된다는점에서는근대서양의학과동일하다. 그러나근대서양의학이환자가주관적으로느끼는증상뿐아니라現症이없어도문제를일으킬가능성이있는신체의유기적이상을대상으로하는데비해서전통의학은어디까지나증상위주로질병을기술한다. 이는신체의유기적구성과기능에관한객관적이고과학적인지식이부족한상태에서직관에따른단순한생리이론과병리이론을가지고질병을설명한데기인하겠지만, 환자개개인의주관적증상체험을중시한다는면에서는근대서양의학보다더욱상세하고환자자신의경험과일치한다는장점이있다. 즉전통의학의질병의모습은환자가확실하게느끼는불편함 (complain) 과제3자가눈으로보아알수있는증후 (sign) 로구성되어있다. 13) 전통의학의증상 ( 症 ) 은엄밀히말해서근대서양의학의증상 (symptom) 과같지않다. 증상은각각독립된사태 (event) 이며진단의초기에는서로관련을갖지않고진단과정을통해연결되어가면서질병실체 (entity) 를 12) 변정환, 2000, 조선시대역병에관련된질병관과救療시책에관한연구, 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박사학위논문. 105-114 쪽. 13) 권복규, 앞글, 27 쪽. 598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떠오르게하는인자들로작용하는데비해전통의학의증상은그자체로病態를구성한다. 따라서앞으로전통의학에서 證 이라고하는것을증상이라는용어보다는병태라는표현을사용하도록할것이다. 전통의학의證이무엇을의미하는가에대해서는여러논의가있을수있으며전통의학자체의역사적인발전과정에따라의미가조금씩달라진다. 현재전통의학의證은 1 임상적표현 2 변증을하기위한근거 3 병리의개괄 4 진단의기본등네가지의미를포괄한다고한다. 14) 이차이는근대서양의학이질병실체 (disease entity) 의존재를전제로증상을취합하고각종이학적검사를통해그실체를파악하는것을진단의목적으로하는데비해전통의학에는그질병실체의개념이존재하지않는데서기인한다. 전통의학의진단, 이른바辯證論治는질병실체의파악이아니라여러질병인자 ( 外因, 內因, 不內外因 ) 가특정환자의몸에서어떻게작용하고있으며환자의몸은그에대해어떻게반응하는지를파악하는것이다. 그차이를비교해보면, 다음의 표 2 와같이정리할수있다. 15) 구분증상 / 증이름원인이해 근대서양의학 표 2 근대서양의학과전통의학의질병비교 aphasia(cva 에서의경우 ) 뇌출혈에의한신경기능의마비 전통의학失音不語風邪에목구멍이상함 뇌출혈에의한기능손상이라는근본원인의표현양태중하나 그자체로하나의독립된병증을구성함 이런차이는다른질병명에서도반복되기때문에위표에서제시한 전통질병명을오늘날의의학용어로이해할때는특히주의해야한다. 예컨대心疝이라는병태는편의를위해 흉통 (chest pain) 으로표기하였 14) 전국한의과대학한방병리학교실편. 1998, 東醫病理學. 一中社, 328 쪽. 15) 표 2 는권복규, 앞글, 27 쪽에서전재. 599
史學硏究第 88 號 으나사실은 寒邪가心經에침입하여발생한병으로날카로운흉통 (sharp chest pain), 입술이파래짐 (lip cyanosis), 손끝저림 (fingertip numbness) 등의증상을보이는것 이다. 이는사실상심근경색등으로인한심부전의증상을기술한다고도보인다. 근대의학의관점에서볼때이런증상을보이는해부병리학적, 기능적이상은다양할수있으므로오늘날의진단명과일대일로대응시키기는불가능하다. 16) 근대서양의학의영향을받은최근의전통의학자들은病과證, 症을구별한다. 병은근대서양의학의질병실체 (disease entity) 와비슷한개념이나그근거를병리조직학적변화에두지않는다는점에서다르다. 하지만병리조직학적변화를굳이들지않아도임상적으로바로판별이되는병들이있는데옴 ( 疥癬 ), 蛔蟲病 (ascariasis), 화상등이이에해당한다. 證 은때로병과혼동되어사용되는데이미언급한바와같이특정한신체적이상들에대한병태생리학적판단이이미개입한인식론적결과물이다. 예컨대 脾胃虛寒證 이라한다면脾胃라는제반영양공급과정을주관하는신체의臟腑에 寒邪 가들어가문제를일으킨상태라는것이다. 이문제가외부로표현되는양상이症이며이는근대서양의학의증상 (symptom) 과유사하다. 17) 그러므로최근의전통의학의진단과정은 症을바탕으로하여證을판별하는것, 즉辨證을목적으로하고있다. 18) 이진단과정에대한이해는전통의학의질병관을이해하는데필수적이다. 향약구급방이저본으로삼았던수 唐과宋나라시대의의학서들은이辨證에대한개념이비교적소략했으며질병들의분류에서도증상위주의모호한부분들이많다. 19) 고유의의론이없이기존의학서에서처 16) 권복규, 앞글, 25-28 쪽. 17) 전국한의과대학한방병리학교실편. 앞책, 331-338 쪽. 18) 李鳳敎. 韓方診斷學 II (4 판 ). 성보사, 1997, 44 쪽. 600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방을그대로인용한향약구급방의질병서술도이러한전통에충실하 였다고하겠다. 2. 선정된질병으로본질병관 지금까지향약구급방의구성과내용을분석해봄으로써기본적인이해를정리해보았다. 이를토대로하여향약구급방에서는어떠한질병을구급한것으로선정하였는지알수있었다. 그런데무엇을구급질병이라고선정할것인가하는점은시대마다의학서마다동일하지않았다. 조선시대구급의학서의질병이같지않았다는점에서도확인해볼수있다. 이는질병에대한인식도시대에동일하지않았으며, 무엇을응급질환이라고선정하는가라는문제는당시의상황에대한따라다르게나타났기때문일것이다. 질병은단순히신체의생물학적인이상에국한된것이아니라환자가호소하는증상이사회와문화에따라달라지는 의학이론, 혹은 의학적세계관 에따라해석되고구조화되는산물이다. 20) 시대마다사유세계가같지않았으며, 질병관은당시사람들이사유하는방식과밀접한관련이있다. 특정한의학서에나타나는질병관의경우, 그것이편찬되던시기의사회상과당시의질병에대한인식이나타나기마련이다. 이렇게볼때, 향약구급방에서선정하였던질병을통해 13세기고려시대사람들이가졌던질병관의일면을살펴볼수있을것이다. 이러한시각하에, 향약구급방의찬자가선정한질병이내포하고있는의미를살펴보기로하겠다. 19) 권복규, 앞글, 28 쪽. 20) 권복규, 위글, 7 쪽. 601
史學硏究第 88 號 향약구급방에나타나는질병관을살펴보기위해서는같은성격을가진다른구급방과비교해보면그특성을보다쉽게파악할수있을것이다. 향약구급방의전통을이어조선전기에편찬된여러각종구급방들이편찬된다. 조선전기구급방의수요가많았기때문으로보인다. 1427년전羅州牧事을黃子厚가향약구급방을인쇄하여배포하기를건의하므로, 충청도에서간행하도록명하였다고한다. 21) 이후새로운왕조에의해새로운구급의학서가편찬되는데, 현전하는조선전기의대표적구급의학서로서는세조때편찬된救急方, 1498년간행된救急易解方과 1559년간행된救急良方등이있다. 여기에서소개한구급방류의의학서는서로다루는질병이같지않은경우가많다. 어떠한질병을선택하여서술할것인가하는점에서그의학서가가지고있는질병관을추출해볼수있다고생각한다. 이러한의미에서조선전기에편찬된구급방과향약구급방의비교는 13세기고려에서생각했던구급한질병과 15세기조선에서필요하였던구급방이달랐던것을의미하며, 질병관의차이를파악하기위한하나의접근방법이될수있을것이다. 조선전기의구급의학서역시일상생활에서흔히접하는질병들에대한간단한치료법을수록한책들이다. 그내용을비교해보면, 당시에문제가된흔한질병들의모습을파악할수있다. 이가운데구급방과구급이해방에실린질병명을비교해보면다음의 표 3 과같다. 22) 이책들은향약구급방과마찬가지로매우소략하며본격적인의미의의서라기보다는간단한구급처방집이다. 이구급서에실린질병들은대개향약구급방에서도찾아볼수있는것들이다. 21) 세종실록권 37, 세종 9 년 9 월 11 일병신 4 번째기사. 이하조선왕조실록의원문과번역문은 http://sillok.history.go.kr 의것을사용하였다. 22) 권복규, 앞글, 32 쪽의표를전재한것이다. 602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표 3 조선시대구급방과구급이해방의병명비교 구급방과구급이해방에모두실린질병명 구급방에만실린질병명 구급이해방에만실린질병명 ( 소아및부인과질환제외 ) 中寒中暑卒死嘔吐大小便不通骨鯁脫腸陰縮溺水 中氣中忤中惡鬼氣鬼魘鬼打卒心痛尸厥纏喉風喉閉吐血下血 中風傷寒中濕眼疾齒痛咽喉口舌耳病鼻病頭面毛髮血病諸氣㿗疝腹痛脇痛脾胃眩暈積聚咳逆咳嗽聲音不出瘧疾消渴浮症脹滿黃疸淋疾瀉痢諸虛虛勞驚悸諸汗癲癎酒病蟲毒癮疹疥癬癰疽癩癧癭瘤痔疾脫肛便毒打撲損傷諸瘡湯火傷漆瘡金瘡箭鏃諸刺蟲傷獸傷凍傷眯目自縊眯目癧癤風 앞의 표 3 에서알수있듯이구급방에비해구급이해방의내용이훨씬풍부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1466년 ( 세조 12) 6월에 8도에구급방을각각 2 件씩하사하였다 라고한점으로보아,23) 구급방은 1466년무렵에편찬되었을것이다. 구급방의특징은한글을아는일반민도알수있도록한문다음에언해를병기하고있다는점이다. 24) 구급이해방은 1498년 ( 연산군 4) 에내의원도제조尹弼商, 제조洪貴達, 부제조鄭眉壽, 내의金興壽등관리들에게명하여급한병에필요한약방을알기쉽게한글로풀이한책이다. 그러나초간본은현재전하지않고언해본역시사라진상태라고한다. 25) 향약구급방과관련하여보다주목되는것은구급방이다. 구급이해방에비해간단한구성과향약구급방과그편찬시기가보다가깝기때문이다. 구급상황에서사용하기위해국가에서편찬한의학서라 23) 世祖실록권 39, 세조 12 년 6 월 13 일壬子 1 번째기사 壬子賜八道救急方各二件 24) 한국한의학연구소 (http://jisik.kiom.re.kr) 의 구급방 해제에서재인용. 25) 안상우, 救急易解方고의서산책, 民族醫學 162 호 ; 한국한의학연구소 (http://jisik.kiom.re.kr) 에서제공하는 救急易解方해제 에서재인용 603
史學硏究第 88 號 는동일한성격을가지고있다는점을염두에둘때, 두의학서가어떻게같고다른지를비교해보면향약구급방의성격을보다명확히파악할수있을것이다. 두구급의학서를비교하기위하여구급방에서어떠한질병을다루고있는지, 그목차를살펴보면다음과같다. 救急方中寒第二中暑第三中氣第四中惡鬼氣第五鬼魘鬼打第六卒死第七卒心痛第八霍亂吐瀉第九尸厥第十纏喉風喉閉第十一骨鯁第十二脫陽陰縮第十三吐血下血第十四大小便不通第十五溺水第十六自縊第 十七 26) 17항목으로구성된구급방은제목과같이구급상황에대한내용으로구성되어있다. 향약구급방과비교해보았을때, 체제구성과서술방식에서다음과같은차이점을지적할수있다. 첫째, 전체적으로제목을붙이고복잡한醫論은생략하고처방을나열하는형식을취하고있다는점에서는향약구급방의서술양식과동일하다. 그러나처방을쓸때는반드시출전을밝히고있으며, 경우에따라증상에대한설명보다는처방전의이름인방제명부터시작한다는점이크게다른점이라고할수있다. 예컨대같은동상에관한서술이라할지라도향약구급방은그출전과방제명을밝히지않지만구급방은모두밝히고있다. 즉동상치료처방으로서대황가루로만든如神散을들면서, 이것이衛生寶鑑에서인용한것을가장먼저밝히고있다. 27) 26) 한국한의학연구소 http://jisik.kiom.re.kr. 의救急方書目에서인용. 이하본고에서 인용하는의학서의원문은향약구급방을제외한나머지는모두여기에의거하 였다. 27) 救急方, 中寒第二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 新水調搽凍破瘡上 604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둘째, 주로인용하고있는의학서를비교해보면, 후대구급방의것이더많은의학서중에서적의차이다. 향약구급방은備預百要方, 千金要方 外臺備要 太平聖惠方에서주로인용하였다. 특히備預百要方의인용빈도가매우높게나타났는데, 이는향약구급방에서찾아볼수있는失傳고려의학서라고한다. 28) 이에비해救急方이주로인용한의학서는和劑局方, 太平聖惠方, 聖濟總錄, 百一選方, 衛生十全方, 本朝經驗方, 千金方, 管見大全良方, 經驗良方, 備急大典良方, 肘後方등으로그인용의폭이훨씬다양하다. 셋째, 향약구급방에서각종식중독현상을서두에배치한것에비해救急方은中寒을앞쪽에두고있는점을들수있다. 동양의서책은편찬자가가장중요하게생각하는것을서두에두는경향이있다. 이렇게보았을때, 13세기중엽강화도로천도한고려사회와 15세기중엽의조선사회에서구급이라고생각한질병의중요도가같지않았던점을감지할수있다. 특히救急方은中寒에서凍瘡과凍死의경우를매우다양한의학서에서인용하여다루고있는데비해, 향약구급방은동창을아주간단하게다루고있으며, 그나마동사는항목조차없다. 향약구급방에기재된동창의경우, 꿩의뇌를바르면좋다. 또한낙소의전초를진하게달여담근다. 돼지 기름을바른다. 29) 라고하여아주간단하게취급하였다. 동창이란오늘날의동상에해당하는것으로, 추위로인하여신체의일부가손상된상태를의미한다. 향약구급방에서제시한처치법은성제총록에서인용한것이다. 30) 이에비 28) 안상우, 2001, 고려의서비예백요방의고증, 서지학연구 21, 325-350 쪽참조. 29) 신영일, 앞글, 107 쪽. 605
史學硏究第 88 號 해救急方에서는和劑方聖惠方聖濟總錄百一選方衛生寶鑑衛生十全方등의여러의학서에서다양한처방을인용하고있다. 또한향약구급방에서는다루고있지않은凍死를중요하게취급하고있다. 가장큰차이점중의하나는구급방에서는숙취에관한항목이없다. 이러한차이가나타난원인은무엇일까? 다양한이유를찾아볼수있겠지만, 무엇보다두구급방이대상으로하는계층이달랐던연유가아닌가생각한다. 동창이나동사가주요한구급상황이되는계층은분명지배계층은아닐것이다. 혹한의추위속에서야외에서장기간활동해야나타나는이러한증상은분명피지배계층에게보다더자주나타났을것이다. 따라서두구급의학서가대상으로하는계층은달랐다고파악된다. 넷째, 향약구급방과달리救急方에는초자연적인원인에의한질병을다루고있다. 鬼氣第五와鬼魘鬼打第六이그것이다. 이러한질병은귀신이병을일으킨다는질병관에기인하고있다. 귀신에의해발생하는질병에대해서향약구급방뿐아니라구급이해방에서도찾아볼수없다. 향약구급방에는귀신에관한언급이없지만세조대에편찬된구급방에는귀신으로인한질병을다루었다는것을어떻게해석하여야할까? 세조대에는고려시대에비해질병에대한인식이후퇴하였다가연산군대에다시귀신에의한질병발생을부정하게된것일까? 세종대에편찬된향약집성방에도이를 ( 中惡鬼氣鬼魘鬼打 ) 다루고있다는점을눈여겨볼필요가있다. 즉향약집성방의救急門에서는구급의방서에서보이는수많은卒死다루고있다. 이는갑작스럽게정신을잃고사망하는병으로쇼크나심장마비, 혹은뇌졸중에의한사망으로추측된다. 그런데여기에서초자연적원인에의한갑작스런사망을네가지 ( 鬼擊, 卒魔, 鬼 30) 신영일, 앞글, 107 쪽의凍瘡校注에서이구절이聖濟總錄에서인용한것임을밝히고있다. 606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魅, 猫鬼 ) 나열거하고있다. 귀신을병을일으킨다는초자연적인원인을병인에서완전히제외하지는않았음을알수있다. 향약집성방에는동사와익사, 또스스로목을매는自縊등의항목이있다. 이렇게볼때, 향약구급방은향약집성방에비해질병이발생하는원인에대한인식이보다합리적이라고해석하기쉽다. 31) 그러나여기에는분명한일관성을찾아볼수없기때문에앞으로좀더고민해보아야할문제라고생각한다. 앞장에서살펴본바와같이, 향약구급방에는 1일반민에게는있기어렵지만상류층에는흔한질환이었던알콜중독을구급으로인정하고있으며, 2 일반민이구할수없는금과같은고급약재를권했으며, 3 상류층의사회생활에서중시되는증상들, 예컨대기미나액취증등이구급질환으로포함되었다는점에서그대상이일반민이아니고귀족층이었을가능성에대해의문을제기하였다. 조선세조대에편찬된구급방과비교해보았을때, 동창이나동사와같이귀족층에게는흔하지않은질병은향약구급방에서거의다루지않았다는사실은본고의가설을더욱뒷받침해주는것이라고생각한다. 다섯째, 전근대사회에서수많은사망자를가져온역병에관한기술이많지않다는점에서두의학서는공통점을가지고있다. 당시문제되었던역병은주로溫疫과장역이었다. 32) 특히향약구급방은이를전혀다루지않고있다. 그런데전염성질환으로서광견병과소아두창에대한 31) 권복규, 앞글, 31 쪽에서필자역시조선세종조에편찬된향약집성방에비해후대에나온구급이해방에서질병을보는관점이좀더합리적이었기때문일것이라고해석하였다. 그러나고려시대의학서향약구급방을분석해봄으로써, 여기에도그러한항목이없다는것을알게되었다. 그렇다면구급방류에초차연적인사망을다루지않았던것은질병을보는관점이합리적이어서가아니라간략한구급방에서는미처옮길여력이없었던연유가컸을가능성도고려해볼필요가있다. 32) 이현숙, 전염병, 치료권력 : 고려전염병의유행과치료, 이화사학연구 34 참조. 607
史學硏究第 88 號 처방을제시하고있다는점을주목할필요가있다. 늦은봄에서초여름까지개가많이발광하는데, 체견 ( 광견 ) 이라고한다. 만일사람이미친개에물리면발광하다가죽는수도있는데, 이럴때는반드시물린곳에하루한장씩백일간뜸백장을뜨고, 술돼지고기개고기를먹지말아야한다. 큰화가곧이르러하룻만에죽을수도있으며매우위험한것이니비록뜸을떴더라도반드시위의약으로잘다스려야한다. 33) 어린아이에게완두창이생기려고하거나이미생겨푹꺼져가라앉은것은모두마땅히급히치료해야하는데, 그렇지않으면독이장으로들어가치료할수없게되니, 이때에는섣달에잡은돼지피를병에담아바람이잘통하는곳에서증발시킨다음이것을대추알반만큼같은양의녹두가루를넣고살아서따뜻한술에타서먹이면신기하게낫는다.( 후략 ) 34) 위의자료로보건대, 당시광견병이주요한질병으로서미친개에게전염되고있다는사실을분명하게인식하고있었다. 완두창역시전염병으로서, 급히치료해야한다는점을주지시키고있다. 여기에서강조하는것은빠른처치이다. 처치가늦으면회복불가능하며하루만에도사망할수있다고경고하고있다. 또한전염병으로서時氣病을언급하고있으니다음의자료가그것이다. 33) 春末夏初犬多發狂謂之猘犬 ( 俗云狂犬 ) 若人逢此猘犬咬必發狂以至於死必灸其上百壯不飮酒及食猪犬肉凡一日必須灸一壯若初見瘡差卽言平復者難理大禍卽至死在旦夕此所深畏雖灸必須用上項藥理之 번역문은신영일, 앞글, 29 쪽에서인용. 34) 小兒豌豆瘡欲發及已發而陷伏者皆宜速療不爾毒入藏不可理以猪血臘月取瓶盛掛風中令乾右取半大如碌豆粉又半黍大同研溫酒調下卽差 ( 下略 ) 신영일, 앞글, 219 쪽에서인용. 608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어린아이의돌림병을목욕시켜치료하는방법은복숭아잎 7냥을잘게썰어물 5되를넣고열번끓어오를정도로달인다음찌꺼기는버리고온도를알맞게하여바람이들어오지않는곳에서목욕을시켜서땀이나오게하면낫는다, 35) 시기병은이상기후에의하여일어나는광범위한질환을의미한다. 돌림병으로번역하고있는데, 36) 한의학에서는대표적인전염성질환으로인식하고있음을알수있다. 주목할점은전염병으로서소아전염성질환을주로선정하였다는점이다. 요컨대향약구급방은기존의동양의학서처럼육음론에입각한질병관을가지고있었다고할수있다. 당시의온역이나장역에관해서는거의다루고있지않기때문에전염병에관한인식을추출해내기어려웠다. 다만전염성이강하고무서운질병가운데광견병과소아완두창과소아시기병을다루고있다. 온역이나장역과같은역병이항상있는것이아니므로그보다는일상적인질병을보다중시하여이에관한처방을채록하였다고생각한다. 향약구급방은조선전기구급방과비교해보건대, 식중독과술로인한질병이중요시되었음을알수있었다. 13세기몽고의침입으로전국토가유린되는상황에서강화도에거주할수있었던계층은국왕과최씨정권을중심으로하는극소수의귀족, 이들을위한시봉인력이었다. 이러한사회적배경을고려해보았을때, 향약구급방의구급질병은본서를해독하고이용할수있는주독자층귀족을주요대상삼아선정하였다고파악해야할것이다. 35) 小兒時氣病浴法取桃葉七兩以水五升煮十餘沸去滓 ( 下略 ) 신영일, 앞글, 219 쪽에서인용 36) 위와같음. 609
史學硏究第 88 號 맺음말 본연구는고려고종연간에출간된고려의학서鄕藥救急方의질병내용을분석함으로써향약구급방의성격을파악하고, 나아가고려시대사람들이생각하였던질병과전염병에대해살펴보고자한것이다. 이를위해향약구급방의구성과구체적인내용을구체적으로분석해보았다. 특히조선전기에편찬된여타구급방서와비교를통해같은점과다른점을추출해봄으로써, 향약구급방이가지고있는독특한성격을찾아낼수있었다. 이러한과정을통해다음과같은점을새롭게밝혀볼수있었다. 첫째, 향약구급방에서선정된질병은 1흔한질병이고 2신속한대처를요하는질병이면서, 3증상이분명하거나, 눈에명확히보이는질병으로서 4성인남성과여성, 소아에게자주발생하는질병으로분류되어있었다. 뇌졸중, 의식상실, 감기 ( 폐렴 ), 일사병 ( 혹은열사병 ), 간질, 흉통과호흡곤란, 심계항진, 복통, 설사, 구토, 당뇨병, 황달, 부종, 배뇨장애등의내과적질환과안질, 치통, 중이염, 가시걸림, 탈모증등의안이비인후과질환, 타박상과창상, 화상, 동상, 옻오름, 짐승이나벌레에게물린상처, 옹저, 치루, 탈항등의외과적질환들이었으며목을매거나물에빠져죽는일도흔했음을알수있다. 이는오늘날일차진료현장에서흔히볼수있는모습들과크게다르지않으며당시의다른자료를통해서도이런질환들의존재를확인할수있다. 또한흥미로운것은급성발열성질환군 (epidemic febrile diseases) 에해당하며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유행성폐렴등이이범주에들어가는상한을중요하게취급하지않은점이다. 이러한 610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역병은당시의관심대상이아니었는지그원인은알수없지만구급방에서상한을별도로취급하지않았다는점이주목된다. 둘째, 향약구급방이일반민을위해편찬된구급방서라는기존의이해와달리강화도로천도한지배계층을위해편찬된구급의학서라는점이다. 1장풍으로인한하혈을멈추기위해 5돈이나되는금을약재로사용하고있으며, 255개항목만채택한질병종류에는숙취와술끊는처방, 기미나주근깨, 겨드랑이악취제거등도포함되어있다는사실 3 조선전기에편찬된다른구급방에서중요시된동한기의질병가운데凍死를전혀다루고있지않다는사실등이이를방증한다. 일반백성을위한구급방이라면기아나기근에대한대응책을채록하였어야할터인데, 이에대한항목은전혀없다. 오히려술을너무많이마신것에대한것이우선적으로다루어지고있다면, 이는향약구급방의편찬목적이철저히지배층을위한구급의학서라고파악해야할것이다. 즉몽고와의전쟁을피해강화도로피난온상태에서도기미나여드름등외모와관련된피부질환과겨드랑이나몸에서나는냄새가중요하였다는점에서본서의성격이철저하게당시지배층을위한것이었다는것을짐작해볼수있다. 셋째, 鄕藥救急方의질병관은궁극적으로고려지배층의질병관이며, 강화천도라는비상시국의산물이다. 전통의학의주병인인六淫 ( 風寒暑濕燥火 ) 에의한질병관에주로근거하고있으며, 급성전염병과같은사회적질병보다일상생활에서부딪히는개인질병에대한서술이주류를이루고있다. 급성열성전염병이었던상한에관한개별항목이없이개인질병이주되게다루어졌다. 전염병에관해서는광견병과소아두창이중요시하게다루어졌다. 또한조선전기구급방과비교해보건대, 식중독과술로인한질병이중요시되었음을알수있었다. 넷째, 鄕藥救急方은의료혜택을받지못하는일반대중들이의사의 611
史學硏究第 88 號 손을빌리지않고손쉽게처치 활용할수있도록하기위해서라기보다, 강화천도로인해개경에서처럼중국산약재등고급약재를사용할수없게되었던최씨정권하의지배층의상황을반영한의학서라고파악된다. 중국의약재를수입할수없었던전시상황에서약재의구성을향약으로할수밖에없었던당시지배층을위한구급의학서였던것이다. 따라서지금까지향약구급방이전란기에고통받는일반민을위하여편찬되었다는이해는수정되어야할것이다. 612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참고문헌 救急方救急易解方醫方類聚世祖實錄世宗實錄鄕藥救急方鄕藥集成方김남주, 1988, 고려시대유행한전염병의史的연구, 서울대보건대학원박사논문. 김두종, 1966, 한국의학사, 탐구당. 변정환, 1984, 조선시대역병에관련된질병관과救療시책에관한연구, 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박사학위논문. 신영일, 1994, 향약구급방에대한연구,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박사학위논문. 권복규, 2000, 조선시대전통의서에나타난질병관, 서울대의과대학박사학위논문. 권복규, 1999, 조선전기역병의유행에대하여, 서울대의과대학석사학위논문변정환, 1984, 조선시대의역병에관련된질병관과의료시책에관한연구, 서울대석사논문. 신영일, 1994, 향약구급방에대한연구, 경희대한의과대학박사학위논문. 안상우, 2001, 救急易解方고의서산책, 민족의학 162호. 안상우, 2001, 고려의서비예백요방의고증, 서지학연구 22. 李鳳敎, 1997, 韓方診斷學 II (4판). 성보사. 장인성, 2000, 고대한국인의질병관과의료, 한국고대사연구 20. 전국한의과대학한방병리학교실편, 1998, 東醫病理學. 一中社. 한국한의학연구소편, 1995, 한국한의학사의재정립. 613
史學硏究第 88 號 Abstract The Remedies for First Aid by Korean drugs(hyang-yack-gu-gup-bang:the Mecial Book of the 13th century in Goryeo dynasty) Lee, Hyun-Sook, Kwon, Bok-Gyu This study aims at characterization Hyang-yack-gu-geup-bang( 鄕藥救急方 :the Remedies for First Aid by korean medicine) and analyzation recognition of diseases in Goryeo dynasty, by analyzing the diseases of the medical book, Hyang-yack-gu-geup-bang( 鄕藥救急方 :the Remedies for First Aid by korean medicine). Hyang-yack-gu-geup-bang was published in Dae-jang-do-gam( 大藏都監 the administrative office of publishing Sutra:1232-1251) of Gangwha island( 江華島 ), where was once temporary capital of Goryeo during the Mogol's invasion. And as a method of the study I compared many Gy-gup-bang-seo( 救急方書 : the books of remedies for First Aid) which published in early Joseon dynasty expecially Gu-gup-bang( 救急方 :the remedies for First Aid), published in 1466. The conclusions of this study are as follow: First, the diseases which were compiled in Hyang-yack-gu-geup-bang are 1common diseases, 2needed rapid treatments, 3 symptoms appeared distinctly and 4classified by men, women and children's. Secondly, it was not true that Hyang-yack-gu-geup-bang was made for 614
고려시대전염병과질병관 the common people's rescue without medical doctor but, it is for ruling class who transfer to Ganghwa island. Because I found that 1 there wasn't the remedy for death from cold, starvation and famine which most medical books taking care of. But there was the remedy for hangover and alcoholism. 2 Some prescriptions mentioned gold as drug stuff. 3 there were prescriptions for facial chloasma and pimples, as well as bad underarm odor even people in Ganghwa island transferred to take refuge from war with Mongol. It reveals this medical book was published for the aristocrats who had refuged in small island and couldn't get the Chinese expensive medicine. I think that's the main reason to publish it by using korean medicine, Hyang-yack( 鄕藥 : drugs and medicine from korean territory). Thirdly, its cognitions of diseases depended on chinese traditional medical books, such as the theory of six yin( 六淫論 : 風寒暑濕燥火 ). It had described mostly private diseases rather than public or contagious diseases, such as small pox. Key Words : Goryo dynasty, history of diseases, disease, recognition of diseases, Hyang-yack( 鄕藥 :korean medicine). Hyang-yack-gu-gup-bang( 鄕藥救急方 :the Remedies for First Aid by korean medicine), Gu-gup-bang( 救急方 :the remedies for First Aid), Dae-jang-do-gam( 大藏都監 the administrative office of publishing Sutra), theory of six yin( 六淫論 ), Kojong( 高宗 ), epidemic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