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그날이후 : 세월호라는현장 비교를위한, 비교 의거부 : 세월호사건과 막말 의메커니즘 박형진 (University of Chicago 인류학과박사과정 ) 나는 1994년 2월고향대구를떠나가족과함께서울로이사왔다. 그리고내가서울로온지 1년후인 1995년봄, 내가살던대구상인동의지하철공사현장에서가스폭발로 101명이사망하는사고가일어났다. 사고의희생자들은대부분인근학교의학생이었다. 동네에서쉽게볼수있었던중고등학교교복을입은 형 들이사고의희생자라며뉴스에나왔다. 나의어머니는우리동네를지나던버스가전복된장면을보고는할말을잃으셨다. 사고의충격이가시지않은그해 6월, 서울시내중심의한백화점이속절없이무너졌다. 여느서울의가정집이그러했듯, 우리집에도지방에사는친척과지인들의전화가이어졌다. 삼풍백화점에서얼마떨어지지않은곳에사는나의큰이모는백화점이무너지기불과 10분전건물을빠져나오셨다고한다. 그해여름내내뉴스의카메라는무너진백화점과, 그곳에서 20 일을넘게버티고살아남아구조된 위대한생존자 를비추고만있었다. 가스폭발사고의희생자일뻔했으며삼풍백화점붕괴로이모를잃을뻔했던나는, 별일없다는듯, 서울에서학교를다니고대학에입학하였다. 그리고때는 2003년 2월이었다. 대구에서올라와반갑게인사를한새내기후배가대구지하철화재사건으로숨졌다는소식을, 친구들과거나하게술을먹고숙취로어지러워하며뒤척이던신문에서접했다. 나와친구들은누가먼저랄것없이대구로향했고, 몇날몇일을검은재로가득한지하철역사에모인유가족들을도우며보냈다. 내가무엇을도왔는지는전혀기억이나지않지만, 내손을붙잡고실종된아들이나와닮았다며한참을놔주지않으시던한아주머니의얼굴만은잊을수가없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수놓은 한국사회의대형재난들은비록나의삶과직접적으로충돌하지않을지언정, 내가살아온궤적과묘한반향을그려내며발생하였다. 사고의피해자혹은유가족과방관자사이에는우연으로점철된아주얇고희미한구분선이있을뿐이다. 그마저도사고가발생하는순간부터사고의논리적, 감정적, 사회적, 정치적매듭이지어지는시점까지이러한구분은압도적비극앞에자취를감춘다. 그러나시간의힘, 정확하게는망각의힘은비극의무게를오롯이당사자에게전가하고, 그무게로부터해방된나머지사람들은비극의절대적무게를다른무엇과비교할수있는, 즉 계량가능한 무언가로인지하게된다. 즉, 재난이일 - 47 -
시적으로형성하는절대적공동체는계량불가능한슬픔을짊어진 저들 과그것을무언가로환원하여다른것과비교하고자하는 우리 사이의구분으로다시귀결된다. 이글에서나는세월호사건이발생한후일련의논쟁을추적함으로써, 절대적슬픔의공동체로서기능하였던한국사회가어떠한방식으로 슬픔을떠안은자 와 슬픔을냉정히사유하는자 로구분되는가를살펴볼것이다. 세월호사건은사고의처리는물론이와관련된정치적논쟁이끝나지않았다는점에서논의의대상으로삼기어려운측면이존재한다. 그러나지금까지의세월호사건은, 다른많은대형사고및재난들이그러했던것처럼그것이초래한사회구조적문제를충분히대면하지못한채, 또희생자와유가족을사회의구성원으로다시품지못하는방식으로잊혀지고있다. 허나다른한편으로세월호사건은사회적, 계급적, 지역적동질성을가진유가족집단이다양한방식과전략으로망각에저항함으로써역설적으로사건을잊혀지게하는시간의힘, 그리고구분의메커니즘을더욱선명하게보여주고있다. 그런의미에서세월호사건은후기산업사회한국이경험한대형재난중 하나 이자, 그재난들과비교할수없는독특성을지닌 특별한 사례 / 사고이기도하다. 또한이글은세월호사건을간접적으로만경험한인류학자의위치에대한성찰이기도하다 : 인류학자는슬픔을떠안은자와함께하는가, 아니면그역시나름의방식으로슬픔을냉정히사유하는자에불과한가. 그가서있는위치는시간과망각의힘이만들어낸구분에서자신도예외가될수없음을보여주는동시에, 그러한구분을성찰하고나아가극복할가능성을제공한다. 따라서이글은, 세월호와관련된논쟁을설명하고분석하는것을넘어그것을분석하고설명하는인류학자의위치를성찰의대상으로삼을것이다. 전선들 : 계산, 계량, 비교 세월호사건은어디서시작했으며, 언제끝났는가? 사건의시작점을찾으려는시도는, 세월호가침몰할수밖에없는조건들이사고발생시점보다훨씬이전에만들어지고있었음을보여준다. 또한사건의종결점을탐색하려는시도는사고로인한충격과슬픔이지속되고있으며, 그들을배제하지않는방식으로사건을종결지을수없음을보여준다. 이글에서나는세월호사건 진도앞바다에서제주로향하던세월호가침몰하여승객다수가구조되지못하고사망한사건 이왜일어날수밖에없었는가, 즉사고가발생하기전부터구조적으로형성되고있었던원인에대한부분은다루지않을것이다. 대신이글에서는사고가발생한 2014년 4월 16일당일부터싹을틔어온 슬퍼하는자와사유하는자 의구분의역사 1) 를다시정리해보고자한다. 1) 이글에서다루는 역사 는세월호사건이후일어난모든일들을자세히다루고있지는않다. 이와같은기록의수집은더체계적인방식으로, 더역량있는집단에의해수행될필요가있으며실제로그러한움직임이존재한다. 그럼에도그역사의단편들을굳이꺼내어자세히언급하는이유는, 우리가경험했기때문에알고있다고전제하는것들이언젠가는잊혀지거나희미해질것이기때문이고, 사실서술이없는분석이오랜시간이지난뒤에읽혔을때, 혹은한국사회의이기괴한소용돌이를경험하지않은사람에의해읽혔을때, 생경하다못해설득력을갖지못할것을염려하기때문이다. - 48 -
죽음의가치를계산하기 사고가발생한당일, MBC는 < 특집이브닝뉴스 > 에서사고의희생자가받을수있는보험금의액수를구체적으로소개하였다. 2) 이뉴스리포트는사망보험금은물론상해치료비, 심지어는휴대폰분실에따른보상금까지자세히소개하였다. 이소식은보도되자마자거센항의에직면하였다 : 사망보험금을소개한 MBC의자료화면은수온과생존가능시간사이의상관관계를설명하는 CNN 보도의자료화면과대비되었고, 이는생명의가치를최우선으로두는 선진 외신과생명의가치를보험금으로환원하는 천박한 한국언론의대비로재생산되어유포되었다. 비록 MBC 보도가여론의거센반발을불러왔지만, 죽음의가치를계산하고비교하는시선이그모습을선명하게드러내는데에는오랜시간이걸리지않았다. 세월호사건의진상규명및책임소재파악, 그리고희생자에대한정부의배상및보상을골자로하는 4.16 특별법이국회차원에서논의되기시작하면서억눌려있던보상의문제가다시모습을드러냈다. 문제의핵심은단원고학생에대한특례입학제도시행과세월호사고희생자를의사자로지정하는것이었다 : 이와같은배보상방식은특별법을제안하는과정에서여야국회의원에의해제안되고일부합의된사안이었음에도불구하고, 언론에의해마치유가족이이와같은요구를하는것처럼보도되었다. 3) 이와같은보도는사실여부와무관하게유가족및피해자에대한배보상의문제를수면위로올리는효과를가져왔다. 광화문에있는세월호피해자농성장에나와시위를벌인보수단체 4) 는유가족들이 지나친 보상을고집한다며유가족을적대시하기시작했다. 특별법에대한국회논의가시작되는시점에촉발된보수단체의시위는그과격성이주로부각되어언론에보도되었으나, 그들은일관된논리와명료한관점을기반으로하여자신들의주장을내세웠다. 즉, 유가족의슬픔을공감하지못하는것은아니나 ( 세월호희생은안타까우나 ) 피해자보상은언제까지나이성적인잣대로 ( 이해할수있는방식으로 ) 다른국가적재난의희생자들에대한보상과형평을맞추어 (6.25 전쟁의희생자나천안함희생자와같은 진정한 순국열사와차등되는방식으로 ) 이루어져야한다는것이이들의주장이었다. 사건의당사자가아닌자신들이이해하고비교할수있는범위를벗어난유가족들의슬픔의무게는 지나친 것이며, 그지나침은부, 명예, 및기회의공정한배분은물론사회전체의발전을방해하는걸림돌로서제거되어야한다는것이이들주장을뒷받침하는중요한논리적근거였다. 사건의무게를계량하기 사건의비극성과거리를둔자신들이이성적이고합리적인방식으로 이해 와 비교 " 의주체가될수있으며, 역으로비극의무게를직접짊어진유가족들이문제해결의주체로서자격을갖지못한다는주장은몇몇과격보수단체회원들만이공유하는것이아니었다. 4.16 특별법에대한토론이 7월부터시작되어 11월법안이국회를통과할때까지가장치열한논쟁점은진상 2) 세월호구조하고있을때보상금따진 MBC 에분노, 미디어오늘 2014-04-17. 3) 세월호유가족, 막대한보상금받는다고?, 한겨레 2014-07-15. 4) 단식중인세월호유족앞에서보수단체 나라위해목숨바쳤나?, 오마이뉴스 2014-07-18. - 49 -
조사단이기소권과수사권을갖게되는가, 그리고진상조사단을꾸리는데있어유가족의의사결정이어디까지보장되는가였다. 특히유가족은국회차원의세월호국정조사가파행속에성과없이마무리되고, 특검을통한조사역시성과를낸전례가없다는점을감안, 진상조사위에보다강한권한을부여함으로써사고의원인을성역없이조사할수있기를원했다. 이러한유가족의요구에여당이반발한주된이유는사고의진상조사위가수사권과기소권을가진전례가없으며, 이와같은예외를만드는것은법적안정성을훼손한다는것이었다 5). 여기에더해여당및여당측입장의지지자들은유가족이조사단구성에대해추천권을행사하는안을반대하면서, 이러한조치가마치 피해자에게범죄자를잡으라고칼을쥐어주는격 이라고평가했다 6). 즉, 특별법제정에있어유가족은세월호사고의특수성과독특성을강조하며끊임없이사건의처리및조사과정의감시자이자참여자로스스로의위치를확보하고자하는반면, 이에반대한여당및여당지지세력은세월호사건을다른수많은사고들중 하나 로놓으며여러사고및재난의처리가그러했듯피해자를수동적인보상의대상으로한정짓고자노력했다. 이러한논쟁에있어중요한지점은세월호사건의특수성을어떻게규정하느냐였다. 세월호사건을 전례가없는비극적인사건 으로규정하려는유가족및지지자들과는반대로, 여당및정부지지자, 혹은친정부적인언론인들은세월호사건을 과거에도발생해왔으며미래에도발생할수있는여러사건중 하나로위치시키고자했다. 이와같은전제하에서세월호사건에대한 특별한 조치는과거유사한사건에대한대처와도형평이맞지않을뿐만아니라, 앞으로발생할비슷한사건에대해서도정부가비슷한수준의대처를해야하는전례를만든다는점에서허용될수없었다. 이러한관점이더극단적으로드러난사례가세월호를교통사고에비유한 KBS 국장의발언 7), 사건에대한정부책임의한계를논하며조류독감을예로든조원진국회의원의발언 8) 이었다. 그들은세월호의죽음들을이사회에서일상적으로일어나는다른죽음들 ( 심지어닭의죽음을포함하여 ) 과병렬시킴으로써, 세월호사건에대한유래없는관심과전례없는조사의정당성을약화하고자했다. 다른중요한가치들과비교하기 세월호사고는한국사회의모든삶의리듬을일시중지시켰다. 가수의신보발표, 예능방송프로그램, 각종문화행사들이연기되거나취소되었으며 9), 외식업계가타격을입을정도로 10) 일상적인외식과음주역시애도와추모의분위기속에자제되었다. 입법부의활동역시사실상중단되었다. 법안처리가완전히중단된것은아니었으며세월호에대한국정조사가국회주도로이루어지긴했으나, 행정부가주도하는소위 경제활성화법안 및반부패 김영란법 등주요법률안들의통과가세월호특별법을둘러싼논란속에무기한연기되었다. 11) 5) 세월호특별법, 전례 없다? 우리는전례없는조치원한다, 미디어오늘 2014-7-26. 6) [ 특집토론 ] 세월호특별법어떻게풀것인가?, JTBC 2014-07-23. 7) KBS 국장 " 세월호, 교통사고와비교하면..., 오마이뉴스 2014-05-04. 8) 조원진, 세월호참사를 조류독감 비유, 경향신문 2014-07-11. 9) 예능프로결방 대중문화계도세월호참사애도분위기동참, 스포츠경향 2014-04-17. 10) 외식업계, 세월호사건이후매출급감, 식품음료신문 2014-05-27. - 50 -
대신세월호는빠르게지방선거와재보궐선거에휩쓸려갔다. 야당은세월호사고 50일째에시행된 6월 4일지방선거를 세월호사건에서드러난정부의무능을심판하는 계기로삼고자했고 12), 여당은세월호로부각된안전문제를주요공약에반영함으로써야당이세월호이슈를독점하지못하게끔견제했다. 13) 선거를둘러싼많은변수와논제가있었음에도, 선거의결과는세월호사건에대한 민심 혹은 민의 를드러내는것으로해석되었다. 특히 7월 30일재보궐선거에서여당이압승을거두자, 여당및일부언론은이를국민이 세월호사건에대한피로감을표로피력한것 으로해석했다. 14) 이와같은선거성적표를받아들자마자여당은세월호특별법처리문제에대해유가족과상반된태도를좀더선명하게드러내기시작했다. 유가족의단식농성에도불구하고여당은유가족이요구하는특별법안을받아들일수없음을분명히내세웠다. 여야와함께특별법의내용을논의하길원했던유가족은여당의반대속에야당을통해서만특별법에대한의견을피력할수있었으며, 이와같은협상의구도는여야합의가두차례에걸쳐유가족반대에의해무산되는진통을초래했다. 15) 야당은유가족의입장과당의입장, 그리고협상상대자인여당의입장 ( 그리고그이면에서작동하는청와대의입장 ) 을모두조율하여타협안을제시해야하는상황에직면하였으며, 그결과는 슬퍼하는자 의전형적, 그리고수동적인역할을포기하고 정치 의전면에나섰던유가족이원했던바와상당한거리가있었다. 유가족들은여야의협상테이블위에올려진세월호특별법이세월호를침몰시킨한국사회의수많은 문제 들과함께놓여져끊임없이깎여가는과정을조용히목도해야만했다. 세월호가침몰할때선장이회사에, 회사가국정원에, 해경이언딘에게, 언딘이정부에게책임을전가하며사고를키웠던것과마찬가지로, 특별법의제정과정에서도야당은여당에게, 여당은야당과청와대에게, 청와대는다시국회에게책임을돌리기에급급했다. 그결과특별법의통과는사고 205일이지난후에야이루어졌으며, 16) 더많은증거및자료를확보할수있는기회는그만큼허비되었다. 또한, 세월호가더많은수익을내기위해충분한안전점검없이무리하게많은화물을실고운행하다사고가났던것처럼, 세월호특별법역시 경제활성화를위해세월호에발목잡혀서는안된다 는여당및정부의논리에막혀, 국정감사및예산안처리라는일정에쫒겨불완전한모양새로통과될수밖에없었다. 세월호특별법에관한논의는물론, 사고의사후처리가맞닥뜨린가장큰현실은바로세월호침몰에결정적인원인중하나인 경제논리 였다. 사고발생채한달이되지않은 5월 9일, 박근혜대통령은긴급민생대책회의를주재하면서세월호사고후급격히감소한소비를언급하였다. 오랜경제침체후모처럼회복세에접어든국가경제가다시주저앉는다면그타격이먼저 서민 에게돌아갈것이므로소비심리를위축시키는사회불안과분열을조장하는움직임을차단 11) 새누리당의세월호특별법재협상불가방침에국회는 올스톱, 민중의소리 2014-08-13. 12) 세월호심판 vs 지방정부심판 표심은엎치락뒤치락, 중앙일보 2014-06-01. 13) 與野지방선거 10 대공약발표 세월호대책등, 뉴시스 2014-05-11. 14) 7 30 재보선야권참패했으니, 세월호잊자 는지상파뉴스, 미디어스 2014-08-01. 15) 세월호특별법제정, 그뒷이야기 " 대통령의가이드라인은완고했다 ", 오마이뉴스 2014-11-13. 16) [ 속보 ] 세월호특별법등 세월호 3 법, 참사 205 일만에국회본회의통과, 경향신문 2014-11-07. - 51 -
해야하고, 나아가세월호사고로경제활성화에필수적인탈규제화에제동이걸려서는안된다는것이회의중대통령발언의요지였다. 17) 이발언을통해대통령은세월호사고로겪는유가족의아픔을전국민 특히 서민 이겪게될경제적고통과나란히배치하고, 은연중에후자의문제가전자에비해더파급력이크며심각함을강조했다. 이를통해세월호사건을통해제기되는정치적책임에대한논쟁및탈규제화에대한반발은 더중요하고위급한 경제문제에비추어보았을때제한되거나유보되어야할것으로재해석되었다. 이러한대통령의발언이야당이나유가족, 혹은그들의지지자에의해비민주적이고몰상식적인것으로비난받은반면, 18) 여당및보수단체는이와같은논리를좀더적극적으로해석하고자신들의논지를강화하는데적극적으로활용하였다. 앞서소개한보수단체의세월호 반대 시위에는 세월호때문에국민들생업이죽었고, 국가의경제가죽었다 라는발언이등장했다. 19) 야당이세월호특별법논의과정에서특별법이처리되기전까지다른법안을처리할것을거부하자, 여당은 민생경제법안이세월호특별법에볼모로잡혀있다 며세월호특별법과별개로경제활성화관련법안들을먼저, 그리고별개로처리할것을요구했다. 20) 경제 는추상적인개념으로만세월호사건과비교된것이아니었다. 특별법이통과되면서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가꾸려지자, 여당국회의원인김재원은국회원내대책회의에서 조사위사무처의규모가방송통신위원회보다크다 면서 이걸만드려는사람들은세금도둑 이라발언하였다. 21) 최근에는세월호인양문제가수면위로떠오르자관련부처장관은인양에드는비용을언급하기시작했고, 22) 일부국회의원및보수언론은천문학적인비용을이유로인양에반대한다는입장을공개하기도했다. 23) 세월호사건의상징적의미, 실종자수색, 진상규명등의명분은 비용 으로환산되어다른기관, 다른사업, 그리고납세자의부담과비교된것이다. ( 정치적 ) 결론 : 비교를위한, 비교 의거부 앞에서도설명했듯, 이글은세월호의침몰이후일어난 모든일 을다루고있지않다. 세월호사건의피해를증폭시킨언론의오보및왜곡보도, 침몰이전과이후에걸쳐일관되게드러난정부기관과민간영역사이의문제적연결, 유병언의도주쇼로인해새롭게부각된종교, 자본과정치의기묘한콜라주등은이글이다루지않은세월호사건의중요한측면들이다. 또한, 세월호침몰삼일째총리의차를막고진도다리를건너청와대로행진하려했던유가족, 46 일간단식을하며세월호특별법처리를요구했던 유민아빠 김영오, 가만히있으라 는팻말을들고침묵시위를벌였던용혜인과다른집회참가자들, 그리고합동분향소앞에서몇시간 17) 긴급민생대책회의중대통령말씀, 청와대국문홈페이지청와대브리핑 2014-05-09. 18) 野 " 세월호유가족호소가사회분열야기세력이냐, 뉴스 1 2014-05-09. 19) 단식중인세월호유족앞에서보수단체 나라위해목숨바쳤나?, 오마이뉴스 2014-07-18. 20) 김무성, " 세월호法과분리해민생법안처리해야, 뉴시스 2014-08-21. 21) 세월호진상위 세금도둑 김재원새누리원내수석부대표발언논란, 경기일보 2015-01-16. 22) [ 사설 ] 민감한국정현안결정을여론조사에떠넘기는정부, 서울경제 2015-04-06. 23) 세월호인양또반대 김진태 3 불가론 제시, CBC 뉴스 2015-04-07. - 52 -
동안줄을서참배를했던이름없는시민들의이야기역시이글에는등장하지않는다. 나는대신매우불편하고화가나는, 세월호사건을잊고싶어하거나그의미를축소하고싶어하는진영의이야기를꺼냈다. 언론의프레임을빌어표현하자면, 내가정리한역사는 막말의역사 에가까울것이다. 막말은참쉽게소비된다 : 쉽게뱉어지며, 들은사람을쉽게분노시키지만, 시간은분노를희석시키고사과는전선을흐린다. 그리고또다른막말에의해이전의막말은가리워진다. 그러나이글에서보여주고자했듯, 끊임없이재생산되는막말들은한국사회가작동하는 즉, 삼풍을붕괴시키고대구지하철을불태우고세월호를침몰시키며또다른사고를예비하는 중요한메커니즘을징후적으로보여준다. 생명의무게는자본의논리로가벼워지고, 반성의계기는현실정치의논리에의해잃어진다. 돈이사람에앞서생긴사고의원인과책임을면밀히검토하자는목소리는, 다시모든것을돈으로환산하고자하는경제와 민생 의논리에부딪혀힘을잃고있다. 막말은찰나이지만, 그막말을재생산하는메커니즘은사건이전에도, 사건이후에도한번도작동을멈춘적이없다. 분명 절대적슬픔과애도의대상 이었던세월호사건은이제여러정치적의제중하나, 여러비용중하나, 그리고과거에도간헐적으로발생했으며미래에도발생할여러사고중하나로다루어지고있다. 세월호사건은이제비교가능한, 통약가능한 (commensurable) 단위로점차재정의되고있다. 이메커니즘을무엇이라부를것인가? 통약가능성의확보는근대적자본주의와관료제를가능케하는핵심기제이며, 근대사회과학역시이토대위에서발전하였다 (Chakrabarty 2001; Tsing 2012). 그런의미에서우리는이를 근대성 이라지칭할수있을것이다. 혹자는법과정치, 경제영역이유기적으로자본의자유로운축적과순환을뒷받침하는체제라는의미로 신자유주의 라는이름을붙이고자할것이다. 한국의근대화과정의특수한경험에주목하는이들은 개발주의 (developmentalism) 이란단어가더적절하다고생각할것이다. 나는이용어들이모두각자의근거에의해적절하다고생각하며, 이용어들의경합속에서한국사회의특수성과보편성을좀더풍부하게사유할수있다고본다. 그러나이러한명명은학술적인가치는지닐지언정, 비판적이고실천적인힘을생산하지는않는다. 대신, 초보적이고파편적인분석에기대어내가조심스럽게제안하는정치적이고비판적인결론은, 바로비교의거부다. 이는세월호사건이다른한국사회의대형재난과가진유사성을부정하거나, 소위 선진국 의모범적인사례를본받지말자는의미가아니다. 그보다는, 세월호사건이드러내는한국사회의각종구조적, 제도적, 정치적, 행정적, 문화적, 사회적, 기술적, 환경적문제들을역사적선례와동시대적과제와무관하게독자적이고고유한것으로다루고, 그것들을기록하고분석하고해결하는작업을고유한과제로삼는것을의미한다. 이는한국사회가갖고있는동시대적문제 보다 세월호사건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한다는뜻이아니다 : 그러한우선성의주장역시비교의프레임안에서이루어지는것이며, 향후더심각하고긴급한문제가등장했을때세월호의기억은 우선성 의논리아래손쉽게바스라질것이다. 그보다는, 학자와활동가, 정치인과행정부, 법조계등이유가족과긴밀한협조속에사건의의미와원인을논의하고분석할수있는틀이현실정치와경제논리, 그리고가학적인 막말 들로부터분리 - 53 -
되어 꾸준히 그리고 충분히 유지되어야한다는것이다. 24) 이는누가될지모르는또다른세월호사건으로부터한국사회의다른구성원을지키기위해서가되어서는안된다 : 이는오롯이세월호사건, 사건의피해자및당사자에대한것으로출발해야한다. 그리고충분한분석과탐구가이루어졌을때, 사건의원인이명백히이해되고대안에대한충분한논의가이루어졌으며사건의피해자및유가족이납득할수있는보상과배상, 그리고책임추궁이이루어졌을때, 우리는세월호사건을참고할만한 전례 로받아들일수있게될것이다. 그리고미래에행여세월호사건과같은불행한사고가반복되었을때, 그때우리는그사고와세월호사건을 비교 하면서더나은해결방안을모색할수있게될것이다. 그때, 즉, 세월호사건이온전한방식으로비교가능해지는때가, 유가족이아닌우리가유가족과함께슬픔에서벗어나과거형이된사건을냉정한시선으로바라볼수있을때, 비로소세월호가더이상 사건 이아닌역사로남게되는순간일것이다. 참고문헌 Chakrabarty, Dipesh, 2001, Provincializing Europe. Princeton University Press; Espeland, Wendy Nelson, and Mitchell Stevens. 1998. Commensuration as a Social Process. Annual Review of Sociology 24 (July): 313 43. Tsing, A L., 2012, ON NONSCALABILITY: the Living World Is Not Amenable to Precision-Nested Scales Common Knowledge 18(3): 505 24. doi:10.1215/0961754x -1630424. 편집부논평 25) 1. 가학적인 막말 그리고통약가능성결론부에서필자는 막말을재생산하는메커니즘 과근대자본주의와관료제를가능케하는핵심기제로서의통약가능성의확보를나란히소개하였다. 그리고그것을넘어서는또다른글쓰기가요구된다는주장을, 비교를위한, 비교의거부 라는구절로축약해보여주었다. 24) 세월호특별법에의해성립된진상조사위원회는본디이러한목적을구현하기위한것이었으며, 그러한가능성을완전히닫을수는없다. 그러나현재의난맥상만으로도진상조사위원회가본래의목적을구현하기어려움은다소명백해보인다. 25) 이번기획특집의다른글들과달리이글에만별도의논평을붙였다. 곧바로이어지는페이지에서나오겠지만, 기획특집에실린글들은별도의콜로키엄토론내용으로상호논평을대신하였기때문이다. 이글의저자인박형진의경우부득이하게콜로키엄에참석할수없었던관계로편집부에서따로논평을 e- 메일로보냈으며, 이에대한저자의답변을함께실었다. ( 편집자註 ) - 54 -
즉각적으로떠오르는질문은, 막말을재생산하는메커니즘과통약가능성의확보사이의차이는무엇인가? 이다. 그리고 비교를위한비교의거부 에서첫번째비교와두번째비교의차이는무엇인가? 이에대해필자가제시하는조건은 오롯이세월호사건, 사건의피해자및당사자에대한것으로출발해야한다... 책임추궁이이루어졌을때 였으나그차이가충분히해명된것으로보이지는않는다. 그것은본문에서간단히소개했던 MBC와 CNN이차이는아니지않은가? 필자의주장대로더많은작업이후에야그모습을알수있을테지만평자는막말의메커니즘과통약가능성의확보사이에도여러층위의논의가있으며비교를위한비교의거부라는생경한구분사이에도여럿의담론의가능성이있다는것이다. 2. 사례의개별 / 특수 / 독특성현대사회의 사건 / 사고 를다루게되는모든학자들이직면한문제는 세월호사건은후기산업사회한국이경험한대형재난중하나이자그재난들과비교할수없는독특성을지닌특별한사례 / 사고이기도하다 는점이다. 이지점에서사회의구조적측면에 ( 만 ) 주목하는사회과학자의시선과인류학자의시선이갈라지는듯보이는데, 글의도입부에서제시했던 사건을간접적으로만경험한인류학자의위치에대한성찰 에대한생각을잠정적논의의형태일지라도제시해주었으면한다. 저자답변 박형진 (University of Chicago 인류학과박사과정 ) 편집부의질문은편집부가나눈방식과는다르지만두개로나누어답변할수있다 : 우선, 막말을생산하는메커니즘이바로통약가능성의확보라는것이이글의주장이다. 그리고이글을통해필자가문제로삼는입장은, 막말을특정개인의윤리의식의결여, 혹은공감능력의결핍에기인한것으로보는규범적시선 즉, 이사회에서지켜져야할당연한 윤리규범 이존재하며막말을재생산하는주체들이비윤리적이라는종류의낙인찍기 이다. 그러한규범적시선은세월호사건의피해자및유가족, 그리고그들과함께한다고주장하는세력이스스로의윤리적, 정치적정당성을확인하는데도움이될수는있으나, 왜점차더많은대중들이 비윤리적인 막말혹은막말이지향하는가치에동감하는지를설명하지는못한다. 조금더입장을명확하게하기위해예를들자면, 나는 잊지않겠습니다 라는구호가한계를물론많은문제를갖고있다고생각한다. 세월호사건은단순히시간이지나면서그의미가축소되고잊혀지는게아니다. 세월호사건은이사회의지배적작동원리 그것을통약가능성이라부르든신자유주의라부르든개발주의라부르든 에의해계량가능하고비교가능한단위로축약되고있다. 이러한 - 55 -
흐름을인식하지못한채 잊지않음 을강조하는것은세월호사건의의미를끊임없이축소시키고재단하는과정에대한문제의식없이개인의윤리적책임의식에만호소한다는점에서한계적일뿐만아니라문제적이다. 이러한맥락에서, 필자는막말을통약가능성을기반으로한근대적 / 신자유주의적 / 개발주의적작동원리가극적으로구현되는장이자사례로서접근하고자했다. 두번째질문은거부해야할비교와지향해야할 비교 사이의차이를명확히제시해달라는것으로이해하였고, 이글에서충분히설명되지않은부분이라는지적에충분히공감한다. 글을작성하는과정에서도 비교 의거부가완전한거부로끝나야하는것인지, 그것이대안적방식의비교를지향해야하는것인지에대한고민이있었다. 끝내제목을 비교의거부 가아닌 비교를위한, 비교 의거부 로정한사유는극히주관적인희망때문이다 : 필자는여전히세월호사건에대한조사가충분히확실히이루어져유가족이슬픔없이이사건에대해논의하고, 다른불행한사건이일어났을때세월호사건에대한처리를좋은전례이자기준으로삼을수있을것이라는기대를져버리지못하고있다. 세월호사건만큼한국사회에서치열하게논의되고잊혀지지않는사고는없었다. 삼풍이, 성수대교가, 대구지하철사고가잊혀지는데는훨씬짧은시간이걸렸다. 이는세월호사건에대한논의가지역적, 계층적, 세대적으로상당히동질적인유가족집단 즉, 사고희생자의대부분을차지하는단원고학생의부모들 의적극적인활동에의해이끌어져왔기때문이다. 대부분수동적이고조직적이지않은방식으로사고희생자에대한배보상및추모문제를논의해온다른사고희생자유가족과는달리, 세월호사건의희생자유가족 특히, 비교적조직이용이했던단원고피해학생유가족 들은사건초기부터적극적으로정부의대책을문제삼았으며, 추모 의프레임에갖혀있던대중보다한발앞서행동에나섰으며, 현실정치의장에서논의의주체로나서기를주저하지않았다. 이부분이 편집자가제시한두번째질문에대한답이기도한데 세월호사건을다른사고및사건과다르게위치시킬수있는이유이자, 필자가대안적비교가능성을포기하지않고굳이결론과제목에서제시한이유이기도하다. 그대안적비교란, 아주거칠게밖에말할수없지만, 사유하는자가슬퍼하는자에게가하는폭력적인계량과비교가아닌, 슬퍼하는자와함께슬퍼하는자가같이만들어가고모두동의할수있는성격의비교를의미한다. 이것이무엇인지, 그리고어떻게달성가능한지에대한구체적인그림은필자역시갖고있지못하며, 다만앞으로더생각해보고싶은지점이다. 필자는이글을쓰면서구조적측면에주목하는사회과학자와구체성에주목하는인류학자사이의구분을주장할의도는갖고있지않았다. 오히려필자는막말이란고도로임의적이며즉흥적이고산발적인실천들을주조하는구조적차원에주목하고자했다는점에서, 인류학자이자사회과학자로서의정체성을함께갖고있다. 다만굳이이문제에대해인류학자의독특한위치성을강변하자면, 인류학의방법론은사회적현상을통약가능한단위로환산, 계량하여분석하는사회과학의양적방법론에가장덜의존하고있으며, 그지점이인류학자가통약가능성의폭력을좀더비판적인시선으로살펴볼수있는조건을제공한다고생각한다. -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