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 Word - 한상진_교수_발표문_김대중_이후의_광주_호남의_진로_2013.7.1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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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조사목적 본조사는전국민을대상으로대통령국정수행지지도, 정당지지도등을 파악하여, 국민여론을파악하는기초자료수집에그목적을둠. Ⅱ. 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거주만 19세이상성인남녀 표본수 총 1,035 명조사후, 지역, 성, 연령별사후보정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최대허용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1. 조사설계 조사대상 2017 년 2 월현재,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표본의크기 조사방법 1,021 명 ( 가중전 1,021 명, 가중후 1,000 명 ) - 가중치를 1,000 명기준으로부여했으나, 보도시표본크기는 1,021 명으로보도해야함. 구조화된설문지를이용한전

연구노트

[ 표 34] 원하는차기대통상 [ 표 35] 안철수원장의출마에견해 [ 표 36] 안철수원장과야당후보와의단일화에대한견해 [ 표 37] 단일화할경우누가로단일화되어야하는지에대한견해 [ 표 38] 공천비리사건에대한박근혜후보의책임여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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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조사규모 1,008 명 ( 주의 : 통계보정으로 1,000 표본으로분석하였으며, 보도시에는조사실사례수 1,008 명으로기재해야함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 Point 조사방법 유선전화면접 49.7% + 무선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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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정당별지방선거투표의향별국정수행평가별국무총리인선평가별정부개각범위의견별사전투표제인지별사전투표참여의향별지방선거성격공감별차기대선후보선호도별성 * 연령별 자영업 (102) 블루칼라 (96) 12.

D-30의시정에서더민주당후보를선택한유권자중에서 80% 는실제로더민주당후보에게투표하였고, 11% 만이지지후보를바꾸어국민의당후보에게투표하였다. 반면국민의당후보를지지할의향이있었던유권자중에서는 63% 가국민의당후보에게투표하고 22% 는더민주당후보에게투표한것으로집계되었다.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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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통계표요약... 1 응답자특성표... 4 표 1 이명박대통령국정수행평가... 5 표 2 18 대국회의정활동평가... 7 표 3 주요정당공천평가... 9 표 4 공천결과가후보선택에미친영향 표 5 19 대총선투표후보정당 표 6 민주통합당, 통합

2006

응답자분포표 전 체 (1527) 남 자 (756) 49.5 여 자 (771) 세 (281) 대 (314) 대 (336) 대 (288) 세이상 (308) 20.1 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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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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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산 시 보 차 례 훈 령 안산시 훈령 제 485 호 [안산시 구 사무 전결처리 규정 일부개정 규정] 안산시 훈령 제 486 호 [안산시 동 주민센터 전결사항 규정 일부개정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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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조사규모 1,514 명 ( 주의 : 통계보정으로 1,500 표본으로분석하였으며, 보도시에는조사실사례수 1,514 명으로기재해야함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2.5% Point 조사방법 무선전화면접 79.1% + 유선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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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표지 앉기

33 래미안신반포팰리스 59 문 * 웅 입주자격소득초과 34 래미안신반포팰리스 59 송 * 호 입주자격소득초과 35 래미안신반포팰리스 59 나 * 하 입주자격소득초과 36 래미안신반포팰리스 59 최 * 재 입주자격소득초

[ 조사개요 ] 구분 내용 모집단 전국에거주하는만 19 세이상성인남녀 표집틀 유무선전화 RDD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기준비례할당추출 표본크기 2,000 명 ( 유선 551 명 (27.55%), 무선 1,449 명 (72.45%))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전제할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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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수시 면접 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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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순화의 역사와 전망

viii 본 연구는 이러한 사회변동에 따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학의 역할 변화와 지원 정책 및 기능 변화를 살펴보고, 새로운 수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기능 확충 방안을 모색하 였다. 연구의 주요 방법과 절차 첫째, 기존 선행 연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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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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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감사회보 5월

한국정치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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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01] 응답자특성 성별 조사완료 목표할당 가중치 사례수 % 사례수 % 1, , 남성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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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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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33] -김문수... 3 [ 표 34] -문재인... 7 [ 표 35] -박근혜 [ 표 36] -손규 [ 표 37] -안철수 [ 표 38] -정몽준 [ 표 3] 지난 1년간가정살림변화 [ 표 40]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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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cker Innovation_CEO과정

#7단원 1(252~269)교

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조사규모 1,507 명 ( 주의 : 통계보정으로 1,500 표본으로분석하였으며, 보도시에는조사실사례수 1,507 명으로기재해야함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2.5% Point 조사방법 무선전화면접 80% + 유선전화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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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나로 5호

조사개요 구분내역 조사기간 ( 월 ) ~ 31( 일 ), <2 일간 > 모집단 표본수 전국만 19 세이상휴대전화가입자 조사완료 :1,245 명 / 목표할당 : 1,245 명 ( 응답률 : 6.1%) 보정방법 [2016 년 12 월말현재행자부주민등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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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전체 :7 PM 페이지14 NO.3 Acrobat PDFWriter 제 40회 발명의날 기념식 격려사 존경하는 발명인 여러분!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도 방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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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2018개방실험-학생2기[ 고2]-8월18일 ( 오전 )-MBL활용화학실험 수일고등학교 윤 상 2 [2]2018개방실험-학생2기[ 고2]-8월18일 ( 오전 )-MBL활용화학실험 구성고등학교 류 우 3 [2]2018개방실험-학생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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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조사개요 Page. 2

진짜 목적은 자기 세력을 민주당으로 끌고 들어가, 당권을 장악하는 데 있다 는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것 을 그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여러가지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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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제안서(1)-새정치민주연합의 중원장악보고서(FIN).hwp

조사개요 구분내역 조사기간 ( 화 ) ~ 6( 목 ), <3 일간 > 모집단 표본수 전국만 19 세이상휴대전화가입자 조사완료 : 1,012 명 / 목표할당 : 1,012 명 ( 응답률 : 12.2%) 보정방법 [2017 년 3 월말현재행자부주민등록인구

대학생연수용교재 선거로본대한민국정치사


Transcription:

민생평화광장 김대중 포럼 2013년 7월 18일, 오후 6시 30분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광주는 1980년 이래 정치변동을 선도했던 상징적인 도시다. 그 광주와 호남에 서 민주당은 환골탈태의 대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참담한 실정에 도 불구하고 2012년 4.11 총선에 이어 18대 대선에서도 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유권자의 맨붕 상태는 심각하다. 선거에서 연거푸 패하고도 책임지는 지도 자가 없는 정당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절망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광 주와 호남은 어디로 가야 하나? 18대 대선의 뼈아픈 교훈 18대 대선에서 가장 뼈아픈 발견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환멸이 민 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단히 잘못했다 는 유권자(31.5%)의 절대 다수는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다. 반대로 대단히 잘했다 와 대체로 잘했다 는 유권자(23.6%)의 절대 다수는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다. 그 러나 다수를 이루는 대체로 잘못했다 는 유권자(44.9%)의 경우에는 43.3%만이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을 뿐 56.7%는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다. 1 왜 그랬을까? 그 열쇠는 비교의 관점에서 본 정당과 후보 능력의 차이였다. 쉽게 말해,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의 능력이 우월하다고 평가한 유권자는 정부실정에 따른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내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지 않 았다. 이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정부실정에 대한 반사이득으로 야당이 집권하던 시 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것이다. 야당에 대한 국민신뢰, 후보의 능력에 대한 국민의 1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성찰: 제18대 대선평가보고서와 자료, 민주당, 2013, 제4장, 유권자 투표로 본 대선 패배 원인 참조 1

한 상 진 믿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디. 호남의 방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 에 있다. 세 가지 관전의 포인트 이런 상황에서 광주/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민주당과 안철수 캠프가 각축을 벌 이고 있다. 광주/호남은 민주당의 텃밭과 같은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호남 민심 은 예사롭지 않다. 탈출심리가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고 광주/호남이 민주 당을 쉽게 버릴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안철수 현상에는 거품이 있고 사람들 의 기대심리가 녹아 있는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거품은 상당히 꺼질지도 모 른다. 호남의 높은 불만은 민주당의 새로운 출발을 향한 압박이기도 하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첫 번째 관점의 포인트는 누가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가에 있다. 분명한 점은 민주당과 안철수 지지 집단은 상당히 중복된다는 점이다. 가치관 도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양측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가 광주/호남의 꿈과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믿음이 양측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것이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김대중 의 재해석과 계승이 아닐까 한다. 호남민 심=김대중이라는 등식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 김대중의 상표로 미래의 호남을 말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그러나 미래의 호남을 이끌 수 있는 새로 운 상상력과 도전이 김대중의 재해석에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대중 은 민주당을 만든 대부 같은 존재다. 그러나 오늘의 민주당은 김대중 정신으로부 터 멀리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안철수가 김대중 정신 의 상속자로서 도전장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김대중 은 완성된 것도 고정된 것도 아니다. 새롭게 구축되어야 할 귀중한 자산일 뿐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기 때문에 김 대중 이 관심을 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추세와 복지국가의 건설,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 대미 외교와 동아시아 패러다임의 접합 등이 깊은 사고와 지혜 를 요구한다. 우리의 현실 자체가 다층적인 구조로 얽혀 있어 새로운 미래를 여 는 유연한 접근과 신축성이 요구된다. 문제의 핵심은 김대중의 의 답습이 아 니다. 이것을 21세기의 새로운 국정철학으로 재구성하여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2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지적, 도덕적, 정치적 패러다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관점의 포인트는 이보다 더 원대한 것이다. 사실, 김대중의 가치는 한 국사회 또는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다. 서양이 선도해온 근대화의 단계를 넘어 그 다음 단계의 발전을 여는 데 요구되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보다 정교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김대중 이후의 광주와 호남의 진로>는 이런 근원적 통찰과 비전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하의 발제는 주로 두 번째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세 번째 에 관해서는 결론 부분에서 간략히 언급하겠다. 민생 정치의 패러다임 안철수 캠프는 최근 적 자유주의를 새로운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으로 제시 했다.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호성과 부작용도 있다. 이념 논쟁은 종종 너무 서구의존적이고 구체적 삶의 현실에서 추 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은 결코 이념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았 다. 그러나 하나의 이념으로 모든 문제에 답을 줄 수 있으리라고 가정하지 않았 다. 그는 항상 실물을 보다 중시했고 이를 풀어가는 방법론을 이념의 관점에서 고려했다. 그는 이념에 충실하여 한 길을 걷기보다 화해가 쉽지 않은 복수의 가 능성을 추구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구조개혁과 생산적 복지, 미국과 중국, 남 북화해와 국가안보, 아시아적 가치와 인권, 중산층과 서민, 선비의 의리와 상인의 계산, 유교의 충과 공직자의 국민봉사, 중도개혁 등 보기가 많다. 김대중이 추구했던 민생정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본사상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 물론 경제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 신장, 참여 증진, 국 민이 이끄는 소통을 강조했다. 고전적 의미의 민본사상이 아니라 국민이 능동적 으로 참여하는 현대적 민본사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김대중의 민생정치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에 닻을 내린 것이었 다. 평화 없는 민생 또는 전쟁을 무릅쓴 민생이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또한 민생정치는 사회구조에 각인된 다양한 차별의 철폐, 특권의 교정, 공 정한 경쟁, 이를 통한 사회적 공존을 겨냥한 것이었다. 김대중의 민생정치는 박정 희의 잘 살아보세 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과 3

한 상 진 함께 시민참여, 양성평등, 노동자의 권리, 사회적 공존,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2 중도와 의 양 날개 그렇다면 김대중은 어떤 방법론 또는 으로 민생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했는가? 이에 관해 김대중의 특징은 단순한 중도도 아니고 도 아니며 중 도-의 양 날개로 특징된다. 정당의 정체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개의 가 능성을 구별할 수 있다. 1) 를 배제한 중도 2) 중도를 배제한 3) 중도- 양 날개 4) 이념을 떠난 탈 이념 2013년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3 <표-1>과 <그림-1>이 보여주듯이, 민주 당이 추구해야 할 이념에 관하여 중도 지지자는 28.6%가 된 반면, 은 6.4%에 불과했다. 이것은 에 공감했던 49.2%의 절대 다수가 또한 중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편 중도-의 양 날개 지지자는 42.8% 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건 중도건 이념문제게 관심이 저조한 탈 이념 경향 은 22.2%로 나왔다. 4 2 김대중은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수용했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 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생정치를 확립했다고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놓쳐서는 안 될 점은 민생정치를 보는 그의 포괄적 시각이다. 국가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그는 참 여적 민생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3 한상진 사회연구소, 한국정치 전망과 민주당 발전방향, 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 2013, 106쪽. 4 탈 이념 경향은 여러 정치 현안에 관한 입장표명에서도 매우 소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는 척 도상 중립인 0-10점 척도의 5점에 집중 몰려 있다. 22.2%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나 이런 속성 들로 인해 자세한 분석을 뒤로 미루고 이 발제에서는 중도,, 중도- 양 날개의 을 중 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4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표-1> 이념지향(정체성)의 4가지 유형 5 % (N) 중도 공감하지 않는다 공감한다 전체 공감하지 않는다 탈 이념 22.2(228) 배제 중도 28.6(293) 50.8(521) 공감한다 중도 배제 6.4(66) 중도- 양 날개 42.8(439) 49.2(505) 전체 28.7(294) 71.3(732) 100.0(1026) <그림-1> 정체성 유형의 크기 % 42.8 22.2 28.6 6.4 탈 이념 배제 중도 중도 배제 중도- 양 날개 이렇게 구분된 중도,, 중도- 양 날개 가운데 18대 대선 패배에 관 하여 민주당의 문제점을 가장 치열하게 비판하는 유형은 마지막 중도- 양 날 개 이다. 민주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가장 심각하게 걱정을 하는 유형도 여기에서 발견된다. 또한 민주당이 걸어야 할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하여 가장 적극적인 유형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도- 양 날개의 을 가장 강 력히 지지하는 유권자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호남에 압도적으로 많다. 보다 구체 적으로 중도의 지역적 기반은 대구/경북(41.7%)에 있고 양 날개의 지역적 기 반은 광주/전라(56.8%)와 부산/울산/경남(50.8%)에 있다. 5 중도과 은 각각 0-10점 척도로 측정된 것이다. 이 척도에서 6-10점에 속한 응답자 를 공감하는 입장으로 처리했다. 5점은 중간이나 여기서는 0-4점의 공감하지 않는 입장에 포함했 다. 확실한 공감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를 다른 묶음으로 처리했다. 5

한 상 진 <그림-2> 세 가지 이념과 지역의 기반 단위 % 중도 중도- 양 날개 37.9 38.4 37.3 28.3 8.7 2.3 44.2 56.8 50.8 41.7 27.9 17.6 31.1 19.8 2.9 7.4 6.8 5.9 36.8 29.8 15.8 보다 깊은 검토를 요구하는 하나의 쟁점은 왜 호남에서 중도- 양 날개의 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은가 이다. <표-1>이 보여주듯이, 에 공감하는 비율은 전체 유권자의 49.2%이다. 호남의 경우, 이 비율은 63.5%로서 매우 높다. 그러나 중도에 공감하는 호남인의 비율은 74.0%로서 전체 평균 71.3%를 약간 상회한다. 그러나 두 축을 교차하여 중도- 양 날개 을 독 립시키면 이에 대한 호남 유권자의 지지가 단연 두드러진다. 왜 그럴까? 와 중도를 배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상호보완의 관계로 보는 경향이 왜 유독 호남 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현저히 높은 것일까? 6 하나의 가설은 호남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대변했던 김대중 이 중도- 양 날개로 특징된다는 것이다. 이 의 특징은 이념의 경직성을 넘는 것이다. 단순한 탈 이념이 아니고 신축적인 이념에서 민생정치와 한반도 평화를 지향 한다. 즉 김대중 정치의 목표는 민생정치와 한반도 평화에 있다. 이런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론은 바로 포용과 소통이다. 김대중 은 포용과 소통의 방법론 을 통하여 민생정치를 구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얻고자 중도-의 양 날개를 유연하게 펼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6 필자의 연구주제로서 중산층과 민중의 분류 축이 교차했을 때 중민 의 개념이 나온다. 그런데 중민이 독특한 성격과 정치적 능력을 갖는다는 데 한국정치 발전의 묘미가 있다. 6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그림-3> 김대중 정치의 구성과 방향 김대중 을 구성하는 요인들의 관계, 이렇게 형성된 프레임과 전략 등은 보 다 상세한 논의를 요구한다. 다만 여기서 지적할 점은 계파 패권주의와 권력정치 에 대비되는 포용적 민생정치에 대한 요구가 근래 우리사회에서 광범하게 일어나 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과 김대중에 대한 관심은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서 로 밀접히 연관된다. 그리고 2013년 국민의식조사에 밝혀진 것은 김대중 식 포용 적 민생정책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은 호남에 있다는 것이다. 7 중간고찰 민주당이건 안철수 캠프건 정당의 이념지향을 실익 있게 검토하려면 국민의 눈 높이를 고려해야 한다. 명시적, 잠재적 지지집단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기대와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 이런 밑으로부터의 접근이 없는 위로부터의 접근은 지식 인을 위한 논의에 그칠 위험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념에 따른 정 체성의 문제를 살폈다. 그리고 어떤 정체성의 눈으로 현재와 미래를 보느냐에 따 라 결과가 사뭇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눈으로 사물을 보느냐, 어떤 나침반으로 항해를 하느냐 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발전 경로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7 DJ 의 포용적 민생정치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61.1%에 달하고 호남 유권자의 67/6%가 이를 지지한다. 7

한 상 진 1) 우선 중도을 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이 있다. 택하면 이것이 일 정한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의 문제에 관하여 적자면, 중도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그 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와 비교하여 민주당의 문제점과 현 상황을 훨씬 더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것 은 통상적 의미의 중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은 아마도 민주 당이 중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아울러 을 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이 있다. 이 을 지지 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정치적 태도에서 상당한 차이 가 발견된다. 그러나 기이한 점도 있다. 흔히 은 혁신과 상통하는 데 민주당의 문제에만 관련해 보자면 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중도 을 지지하는 유권자에 비해 비판의식이 뚜렷하게 저조하다. 즉 노 선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민주당의 대선패배 또는 계파 패권주의 등에 대 하여 상대적으로 기존의 민주당 체질에 더 우호적이다. 3) 가장 의미심장한 발견은 중도과 을 교차시켜 획득한 중도-진 보 양 날개 의 효과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하에서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피겠다. 김대중 식 양 날개 의 효과 이하의 분석에서 우리는 정치현안을 세 영역으로 나누고자 한다. 한 영역은 18대 대선 패배의 원인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한 영역은 민주당의 현 상황 또는 미 래에 대한 전망이다. 마지막은 민주당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관한 것이다. 따라 서 내용은 정체성의 유형이 세 영역의 현안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는 것 이다. 우선 정체성의 유형이 18대 대선 패배 원인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겠다. <표- 2>는 대선패배 원인에 관한 4가지 진술을 세로 축에 제시한다. 아울러 가로 축에 4가지 이념을 제시하며 각 에 속한 유권자들이 각 설문에 대해 찬성한 비율 (0-10점 척도에서 6-10점에 응답)과 모든 응답을 합쳐 100점 만점으로 환산 한 평균치를 제시한다. 보기를 들자면,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선거전략이 없었 던 것이 대선패배의 원인이다 는 설문에 대하여 민주당에 중도을 주문한 유 8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권자의 61.8%가 동의한 반면, 을 주문한 유권자는 42.4%가 동의했고 중 도- 양 날개의 에 서 있는 유권자는 68.1%가 동의했다. 한편 탈 이념의 입장은 23.7%만이 동의한 것으로 나왔다. 8 <표-2>는 4개 설문에 대한 정체성의 유형에 따른 응답이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저한 특징은 중도- 양 날개의 이 대선 패배 원인 진단에 대한 설문들에 찬성하는 비율이 일관되게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중도이다. 은 상당한 격차로 그 뒤를 따른다. 대선패배 원인 관련 설문 1)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선거 전략이 없었던 것이 대선패배의 원인이다*** <표-2> 대선패배 원인 진단과 정체성의 이념 탈 이념 찬성 비율 중도 중도- 양 날개 탈 이념 100 점 만점 평균치 중도 중도- 양 날개 23.7 61.8 42.4 68.1 49.8 61.0 53.0 63.3 2)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복지 등의 의제를 선점했으나 이를 생활현장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가꾸는 데 새누리당 보다 못해 선거에서 졌다*** 3)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건 민주당이라는 확신을 지역 주민에게 주지 못해 선거에서 졌다*** 4) 계파정치의 폐해에 눈을 감고 오직 야권 후보 단일화만 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당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 18.9 52.2 40.9 56.5 47.9 57.1 48.0 58.4 21.1 58.7 53.0 67.0 50.2 59.9 53.2 62.7 28.1 71.3 57.6 74.5 52.9 70.8 58.5 69.3 *p<0.05, **p<0.01, ***p<0.001 8 100점 만점 평균치가 49.8점으로 나온 것은 응답자의 다수가 중간의 5점 척도에 응답했기 때문 이다. 5점 척도의 응답은 찬성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100점 만점의 척도에서는 50점으로 계산된다. 9

한 상 진 <그림-3>은 대선패배 원인 진단에 미친 정체성의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이다. 여기서 보듯이, 중도- 양 날개 이 다른 보다 설문에 포함된 대 선패배 원인을 적극 수용한다. 즉 민주당의 체질에 대하여 일관되게 높은 비판의 식을 보인다. 그 밑에 중도이 따른다. 은 상당한 격차를 두고 중도노 선의 밑에 있다. 중도- 양 날개 이 중도나 보다 더 일관되게 비 판적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는 것은 상당히 암시적이다. <그림-4> 대선패배 원인 진단과 정체성의 이념 (%) 중도 중도- 양 날개 68.1 61.8 42.4 56.5 52.2 40.9 67.0 58.7 53.0 74.5 71.3 57.6 베이비부머 세대 전략 맞춤형 복지정책의 지역 활성화 의지 빈약 야권단일화 맹신 부재 부진 다음으로는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의 전망에 미치는 정체성의 효 과를 살펴보겠다. 독립변수는 위와 똑 같다. 종속변수는 <표-3> 의 세로 축에 제 시된 5개의 설문이다. 이 설문은 민주당의 현 상황 또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 다. 일반적인 경향은 <표-2> 2>와 유사하다. 각 설문에 대한 정체성 유형에 따른 찬 성의 비율은 중도- 양 날개 이 가장 앞서 가고 그 뒤를 중도이 따른 다. 그러나 둘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100점 만점의 평균치로는 역전되는 경우 가 많다. 은 역시 두 의 밑에 따라오며, 탈 이념은 현저히 낮은 찬성 의 비율을 보인다. 10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민주당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설문들 1) DJ 의 중도개혁 은 민주당에서 사라졌다*** <표-3> 민주당의 현 상황 전망과 정체성의 이념 탈 이념 12.3 찬성 비율 중도 중도- 양 날개 탈 이념 % 또는 점 100 점 중도 42.0 37.9 53.8 47.1 56.8 만점 평균치 중도- 양 날개 49.8 59.4 2)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주당의 새 리더십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20.6 57.3 39.4 60.1 49.9 61.8 54.5 61.5 3) 현재의 상태로 가면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질 가능성이 높다*** 31.6 74.7 62.1 77.4 53.6 71.1 65.6 69.7 4) 민주당에는 계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풍조가 강하다*** 27.2 70.3 57.6 73.6 52.9 69.6 59.4 68.2 5) 친노, 비노, 주류, 비주류 등 편가르기를 계속하는 한 민주당의 미래는 암담하다*** 31.6 80.5 65.2 83.1 54.3 76.0 67.9 74.9 *p<0.05, **p<0.01, ***p<0.001 <그림-5> 민주당의 현 상황 전망과 정체성의 이념 (%) 중도 중도- 양 날개 74.7 60.1 77.4 53.8 57.3 62.1 42.0 37.9 39.4 73.6 70.3 57.6 83.1 80.5 65.2 중도 실종 민주당 리더십에 대한 내년 지방 선거 패배 계파이익이 당이익보다 계파갈등지속, 미래암담 희망 저조 전망 우선 마지막으로는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미치는 정체성 유 형의 영향을 보겠다. 독립변수는 위와 똑 같고 종속변수는 <표-4> 4>에 제시된 5가 11

한 상 진 지 발전방향이다. 전반적 추세는 대동소이하다. 중도- 양 날개와 중도이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은 상당한 격차로 그 뒤를 따른다.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관한 설문 1) 민주당은 앞으로 종북 세력과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표-4> 바람직한 발전 방향과 정체성의 이념 탈 이념 22.4 찬성 비율 중도 중도- 양 날개 탈 이념 100 점 중도 74.4 47.0 74.3 52.8 76.5 만점 평균치 중도- 양 날개 56.8 70.6 2) 민주당은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31.6 86.3 60.6 88.8 55.8 80.1 65.5 78.3 3) 민주당은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는 기조 의 변화가 필요하다*** 23.2 70.3 50.0 86.6 51.1 67.8 60.5 73.0 4) 민주당은 북한인권과 세습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24.6 82.3 66.7 88.8 53.7 77.8 68.5 76.6 5) 민주당은 DJ 의 포용과 소통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14.0 53.2 57.6 73.8 46.5 58.2 61.4 68.8 *p<0.05, **p<0.01, ***p<0.001 <그림-6> 바람직한 발전 방향과 이념성향(%) 중도 중도- 양 날개 74.3 74.4 47.0 88.8 86.3 60.6 86.6 70.3 50.0 88.8 82.3 66.7 73.8 57.6 53.2 종북 세력과 쾌별 민생정당의 길 경제성장 중시 북한 인권 비판 포용과 소통으로 회귀 12

김대중 이후 광주와 호남의 진로 김대중과 제2근대화 우리의 정치현실은 아직도 이념갈등과 진영대립으로 혼란스럽다. 세계사적으 로 냉전이 종식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감정의 열전이 지속되고 있다. 보수는 진 보를 종북 세력으로 몰아 부치고 는 보수를 극우 꼴통 분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민주화 이후의 발전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 가 부족한 것도 중요하다. 대립과 갈등을 넘는 공존의 큰 그림이 나오지 않은 것 이 문제라는 것이다. 회고해보면, 박정희는 하면 된다, 잘 살아보자 는 구호로 역사적 근대화의 엔 진을 가동시켰다. 부작용이 적지 않았지만 한강의 기적 을 성사시켰고 한국사회 를 근대 산업사회로 빠르게 탈바꿈시켰다. 그 뒤를 이어 김대중은 산업화에는 뒤 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 가자 는 구호로 지식정보 혁명을 선도했다. 억압되었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대를 열었다. 이로써 서구가 앞서 개척했던 1차 근대화 의 주기를 완성시켰다. 18대 대선에서 박정희의 뒤를 이은 박근혜 체제가 등장함으로써 국가중심의 권위주의적 틀로 복지와 민생을 개선하려는 보수 정치의 사회적 기반이 상당히 튼튼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에 비해 의 위상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은 우리 에게 보다 근원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87년 체제가 아니다. 해방 이후의 돌진적 근대화 프로젝트, 그 자체가 문제다. 이것이 수반했던 가공할 국 가폭력, 인권유린, 위험, 불공정, 분단의 심화 등, 돌진적 근대화의 자기파괴적 경 향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꽤 치 열한 노력들이 계속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김대중과 박정희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로 볼 수 있다. 이 둘은 제1차 근대화의 핵심인물이다. 김대중은 박정희와 함께 제1차 근대 화의 주기를 완성했지만, 동시에 제2차 근대화의 문을 연 측면이 있다. 한국의 제 2차 근대화는 지식정보 소통혁명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중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통해 미완의 광복 을 완성하려는 원대한 꿈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꿈을 보편적 세계주의 로 호명했다. 한국이 그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민생정치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국가의 권 13

한 상 진 위주의적 틀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정보혁명의 전후방 효과를 따라 사회 안에 움터온 창의의 잠재력을 모아 꽃피우는 제도혁신이 중요하다. 이 길을 우리는 제2차 근대화로 부를 수 있다. 김대중은 동아시아에서 제2차 근대화의 물 고를 연 선각자였다. 그만큼 미래의 자산이 풍부한 정치인을 동아시아에서 찾기 란 쉽지 않다. 소모적인 이념분쟁, 양육 강식의 패권적 욕망도 제2차 근대화의 길 에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