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연구 29 Ⅰ 서론 본 논문은 이광수 문학에 있어서 년대가 장르의 실험을 거쳐 결과적 으로 장편소설의 구축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소설로 평가되는 이광수의 문학은 실제로는 장르 간 영향과 교섭 관계 속에서 선택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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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i 본 연구는 이러한 사회변동에 따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학의 역할 변화와 지원 정책 및 기능 변화를 살펴보고, 새로운 수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기능 확충 방안을 모색하 였다. 연구의 주요 방법과 절차 첫째, 기존 선행 연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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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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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Transcription: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장르 간 영향과 교섭을 중심으로- 이 선 경 * 1 국문초록l본 논문은 이광수의 년대를 다양한 문학 장르의 실험을 거쳐 결과적 으로 장편소설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광수에게 있어 대표적인 장편소설 이라는 장르는 애초부터 당위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들 사이의 영향관계와 교섭을 거쳐 나타난 최종 결과물이다 이는 통시적으로 년대 초중반의 시와 단편의 분화 년대 중반의 기행문과 허구화 사이의 교섭 관계 년대 후반의 장편 창작이라는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Ⅲ1절에서 살피는 년대 초중반의 시기에 이광수는 시와 단편소설을 동시에 창작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반에는 장르 분화가 덜 된 모습을 보여주던 각각의 장르가 정념이 주체화 되는 과정을 통해 서정과 서사의 구분이 명확해 지게 된다 Ⅲ2절에서는 기행문을 다수 창작하던 1916년경의 지점을 분석한다 특히 대구에 서 동경잡신 농촌계발 로 이어지는 공간에 대한 지정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기행과 허구의 결합은 결과적으로 서사 장르의 서술자를 나타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허구적 서술자의 탄생이 1917년의 장편소설 무정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Ⅲ3절에서는 이러한 서술자가 장편을 이끌어가기 위해 도입하는 진화의 법칙을 내용과 장르 차원에서 살펴본다 사람 되기 라는 직선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 는 이야기와 플롯은 장편소설의 장르적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이후 1920년 대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소설 장르 내의 진화를 예고한다 핵심어l년대 이광수 시 기행문 소설 장르 * 李 宣 慶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투고일:2015 10 28 심사완료일:2015 11 27 게재확정일:2015 12 7 DOI URL:http://dxdoiorg/1017792/kcs201529149 149

한국문화연구 29 Ⅰ 서론 본 논문은 이광수 문학에 있어서 년대가 장르의 실험을 거쳐 결과적 으로 장편소설의 구축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소설로 평가되는 이광수의 문학은 실제로는 장르 간 영향과 교섭 관계 속에서 선택되고 발전된 것이다 장르 전반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년대의 소설 장르 선택과 구축으로부터 1920년대와 1930년대 의 소설 장르 내 진화로 연결되는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가장 이광수답고도 가장 조선적인 형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 다 따라서 년대의 장르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은 이후 전개될 식민지 조선 문학장에서의 이광수 문학의 전개를 살펴보는 데에 선결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이광수 문학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가 소설에 집중되어 있고 논설 시 기행문 희곡 등을 개별적으로 다룬 연구라 할지라도 장르 전반에 대한 논의 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에 본 연구가 집중하는 것은 년대 말에 장편소설을 창작의 중심으로 놓게 되는 것에 어떠한 선택과 배제의 과정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Ⅱ장에서는 년대 이광수의 근대적 장르 수용에 대해 살펴보고 Ⅲ장에서는 이러한 이론 적인 측면이 실제적인 창작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인 작품 의 분석과 함께 살펴볼 것이다 Ⅱ 년대 이광수의 장르 인식 한국문학 내에서 장르에 대한 논의가 주로 고전문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그 보편적 차원의 확장 가능성이 결국에는 서정 서사 극이라는 서양적 인 전통과 만난다는 것은 근대 이후의 문학에 확고해진 서양적 장르 개념의 150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위치를 알게 한다 이광수가 년대에 전개하던 문학론을 살펴보면 서양 적 장르에 대한 수용이 중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년대 이광수 문학의 장르 전개에 대한 논거를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장르의 진화적 측면에 대한 전개 역시 예고하는 측면이 있다 이광수의 대표적인 문학론이라 여겨지는 년대의 문학 文學 의 가치 價値 와 문학 文學 이란 하 何 오 는 그것이 전근대적 전통과 의 단절을 선언했다는 지점에서 주로 논의된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광수가 서구 근대문학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창작함에 있어 장르론적 차원에서 수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안에는 선택과 배제의 질서가 작동한다는 것 역시 알게 된다 우선 년대의 통시적 장르화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의 지점들을 관찰해 보자 1 1916 2 그러면 文學 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또 何如한 價値가 有하뇨 문학의 範圍는 甚히 넓으며 또 其 境界線도 甚히 朦朧하여 到底히 一言으로 弊之할 수는 無하나 大槪 情的 分子를 包含한 文章이라 하면 大誤는 無하리라 고로 古來로 幾多學者의 定義가 紛紛하되 一定한 者는 無하고 詩 歌 小說 等도 文學의 一部分이니 此 등에는 特別히 文藝라는 名稱이 有하니라? 3 1 한국적 장르의 보편성을 탐구하는 김창현의 논의는 고전문학의 역사적 장르들을 서정 서사 극이라는 서양적 장르의 방법론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연구가 궁극적 으로 동서양 통합적인 원장르라는 근원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근대 이후 문학 장르에 서양 근대적 장르의 기준이 보편성으로 작용하는 문학의 법칙을 보여준다 김 창현 한국적 장르론과 장르보편성 지식산업사 今日 所謂 文學은 昔日 遊戱的 文學과는 전혀 異 하다는 년의 발언과 문학이란 라는 語를 文學이라는 語로 飜譯 한 것이고 高麗로부터 李朝 世宗에 至 하기까지는 朝鮮文學이라 稱할 者無하다 라는 년의 발언은 과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서구적인 문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로 여겨지며 이광수 전 시기의 문학론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광수 文學의 價値 2 2005 Literature 1916 3 151

한국문화연구 29 形式으로 文學을 分類하면 散文文學 韻文文學에 大分함을 得하고 更히 散文文學을 論文 小說 劇 及 散文詩로 分할지요 韻文文學은 詩라 又 此를 更히 小分할 수는 有하나 此에 略하며 또 煩擧할 必要도 無하다 4 小說 하나만은 日本文學에 지지 아니하리라고 믿을 만한 進步를 하였다 實로 今日의 朝鮮文學의 中心은 小說에 있다 나는 現今 朝鮮文壇의 中心 은 小說에 있다고 말하였다 果然 그러하다 英文學이 詩로써 시작한 對照로 朝鮮文學은 小說로써 시작한 것이다 5 위의 세 부분은 이광수의 근대문학 수용이 장르론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는 것과 그것이 소설 장르로 구체화되어 발전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시 적 지점들로 년대 소설 장르 구축에 대한 전반적인 양상을 예측하게 한다 최초의 문학론인 년의 지점을 해석해 보면 정적 분자 情的 分子 라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문학이며 그 문학의 다양한 형식 중 詩 시 歌 가 小說 소설 등의 창작 분야를 특화하여 문예 文藝 라는 명칭을 붙인 다 이러한 문예의 형식이 좀 더 안정화 되어 년의 지점에 오면 아예 논문과 소설과 극을 포함하는 산문문학과 시로 대표되는 운문으로 장르를 세분화 시킨다 그리고 이광수 문학의 중반 지점에서 전반기를 돌아보는 년의 시점에서는 드디어 조선문단 朝鮮文壇 이라 불릴만한 문학적 기 반이 형성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소설 장르는 외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1916 6 1925 4 5 6 이광수 文學이란 何오 이광수 朝鮮文壇의 現狀과 將來 이러한장르화를김동식은지 정 의삼분법에기반한기능분화 라는차원에서설명하고 이광수문학론이창작인문예이외의잉여의부분즉논설이라 는 문학의 소통 영역까지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학의 자기 생산적이며 자율적인 체계를강조하기위함이라고주장한다 김동식 년대이광수의문학론과한국근대 문학의비민족주의적기원들 기능분화 감정의관찰 표상으로서의세계문학 비평 문학 제 호 한국비평문학회 쪽 1916 1925 funtional differenciation 45 2012 239~249 152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통시적 세분화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광수가 장르적으로 서양 근대문학을 수용했으며 그것이 플라톤에서 시작하여 괴테 야콥슨을 거쳐 에밀 슈타이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전통적인 장르 유형학을 구성하는 서정적 서사적 é 극적 구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뒤에서 구체적 으로 살펴 볼 년대 창작에 나타나는 장르 실험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진화론적 사유와 이에 근거한 선택과 배제라는 장르 선별 기준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문학의 가치 의 주된 골자는 문학 진화사 進化史 의 주장이다 문학은 최초에는 단순 히 정적 情的 만족 滿足 즉 卽 유희 遊戲 로 생겨났 을 지라도 점점 차 此 가 진보 進步 발전 發展 함에 급 及 하여는 이성 理性 이 첨가 添加 하여 오 인 吾人 의 사상 思想 과 이상 理想 을 지배 支配 하는 주권자 主權者 가 되며 인생문제 人生問題 해결 解決 의 담임자 擔任者 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문 학은 어떻게 진보 발전해서 사상과 이상을 지배하는 주권자이자 인생문제 해결의 담임자가 되었는가 그 근거를 문학이란 하오 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최호 最好 한 재료 材料 를 최정 崔正 최정 崔精 하게 묘사 描寫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을 여실 如實 하게 묘사 하는 것 그 중심에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놓여 있다 조선문단 구축의 중심이자 동시대 다른 나라 의 문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장르가 소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년 이광수는 청춘 靑春 지의 소설 심사평인 현상소설고선여언 에서부터 당대 조선 소설을 호평하기 시작한다 제출된 소설들이 시문체 時文體 를 구사하고 정성 精誠 으로 쓰였으며 전습 傳襲 적 교훈적인 구투 舊套 를 탈 脫 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 현대성을 드러내었다는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조선문단 의 진보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문체와 lyrique dramatique pique 7 1918 7 츠베탕 토도로프 문학 장르 김현 편 쟝르의 이론 문학과지성사 쪽 153 1987 16~19

한국문화연구 29 구성적 측면에서 소설의 진보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이광수는 문체나 구성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년대 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년의 조선문단의 현상과 장래 의 이어지는 부분을 좀 더 관찰해 보자 1925 本來 小說이란 四十歲 以後에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小說은 詩와 달라서 人生觀의 確定을 要하는 까닭이다 詩도 그렇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詩에는 敍情詩 風景詩라는 直感을 그대로 쏟아 놓으면 만인 方面이 있으되 小說에는 確定한 人生哲學과 豐富한 實人生의 經驗을 要求함이 많은 까닭이 다 그러므로 우리가 現今 우리의 極히 젊은 作家에게서 要求할 것은 表現力 卽 그네의 觀察力 卽 材料 取捨의 能力과 描寫의 技巧와 言語의 使用力에 限할 것이요 老成한 思想이 아닐 것이다 예문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광수는 소설을 두 가지 측면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인생관의 확정과 풍부한 인생 경험 등 사상적이고 철학적 인 측면이 그 하나이고 표현력 관찰력 묘사력 언어 사용 능력 등 기법적인 측면이 나머지 하나이다 인생관과 철학의 측면이 비동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절대불변의 진리 같은 것이라면 관찰과 기법의 측면은 현재에만 적용 될 수 있는 동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자의 측면이 아니라 후자의 측면에서 조선문단과 조선소설을 진보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장르적 관점에 서 소설이 조선적 상황에서 진보하기 가장 현실적인 장르였으며 이광수가 소설을 조선적 특징에 맞게 발전시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이처럼 년대 중반에 동시대성의 형식으로 소설이 조선문단의 중심 장르가 되기까지 년대 전반에 걸쳐 일어난 선택과 교섭의 과정을 면밀 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20 154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Ⅲ 년대 이광수 소설의 장르화 과정 소설이 이광수 문학의 중심적인 창작 장르가 되기까지 또한 조선문단을 구성하는 중심적인 장르가 되기까지 이광수는 년대를 통틀어 다양한 장르의 창작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안에서 장르 간 교섭의 양상을 통해 인접 장르와의 경계에서 가장 적합한 근대성의 형식을 구현하는 것이 소설의 형식이 된다 이광수의 년대에는 장르가 안정화되기까지 세 지점에서 장르 간의 교섭 양상이 나타난다 등단 바로 직후인 년을 전후로 나타나 는 운문과 산문 사이의 주체 분화 차 유학 시기인 년 경 기행문의 허구화 지점에서 발견하는 계몽의 적합한 형식 년 장편소설 무정 에 서 구축되는 진화의 소설 장르화가 그 구체적인 양상들이다 2 1916 1917 정념의 주체화 시와 단편소설의 주체 분화 이광수는 년 일문 日文 의 사랑인가 愛か 로 등단하기는 하지만 처 음부터 소설에 주력한 것은 아니었다 한일합방이 확정되기 전까지 년 의 활발한 작품 활동에서 단편소설과 시를 동일한 비중으로 창작하며 이때 나타난 단편소설과 시의 경향들은 년 차 일본 유학 직후까지도 이어진 다 이때 나타난 단편소설과 시를 통틀어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은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리비도의 덩어리 같은 정념들이 장르 안으로 수렴되지 못한 채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에서는 서정적 자아의 존재가 미약하 여 서사적 상황들이 전면에 나타나고 단편소설에서는 서술자의 존재가 희미 하여 이야기들은 플롯화 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경향들은 년대 중후반 본래의 장르적 조건에 충실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정념을 주체화하여 서정적 자아와 서술자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나타 나게 된다 1 1909 1915 2 155

한국문화연구 29 정념이 분출되는 것과 서정적 자아나 서술자의 존재가 미약한 것 그리고 장르의 불안정화는 모두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정념 이란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되어 왔지만 공통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것은 근원성 미분화 성 미정형성 격렬성 등의 성질이다 경험과 사유를 구분하는 전통적인 이성 주의적 사유에 있어서도 그것은 어떤 정기의 동요에 의해 일어나는 감각 이전의 근원적인 것이며 실질적인 경험주의적인 입장에 있어서도 그것은 차분하면서도 격렬하고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이며 고통과 쾌락을 포괄하 는 어떤 것이다 즉 주체와 방향을 규정하기 힘든 리비도의 덩어리들이라 요약할 수 있을 터이다 이광수가 근대문학 창작이라는 과제를 부여받고 장르라는 형식 속에 정의 분자들이라는 내용을 담아내기로 결정했을 때 나타난 최초의 결과물들도 이러한 양상을 보인다 최초의 시 옥중호걸 과 같은 해 발표된 곰 의 다음과 같은 부분을 보자 passion 8 9 ① 獄에 매인 저 豪傑의 煩悶 苦痛 자최로다 自由를 자랑하던 저 豪傑 브엄의 좁은 獄에 갇혀서 束縛받는 이 生活 사람 손에 죽은 고기 한 점 두 점 얻어 먹고 嘲弄과 禁錮中에 生命을 이어가니 피는 끓고 고기 뛰고 煩悶 苦痛 가슴에 차 自由로 生活하며 노닐고 싸우던 ② 過去를 回想하니 이 내 몸은 떨리고 憤怒에 猛火가치 뛰놀고 소리 질러 저 豪傑의 말만 듣고 우는 아이 울음 막고 저 豪傑의 像만 보고 두려워하고 치떨던 弱하고 미욱한 죽어가는 사람 무리 ③ 끊어라 네 이빨로 너를 얽맨 쇠사슬을 네 이빨이 닳아져서 가루가 되도록 깨뜨려라 발톱으로 너를 가둔 굳은 獄을 네 발톱이 닳아져서 가루가 되도록 네 이빨과 네 발톱이 닳아져서 없어지고 네 勇氣와 너의 힘이 衰하여서 없어지면 네 心臟에 있는 피를 뿌리고 죽어이라 -!!!! 9 Hume David 156!10 쪽 쪽 2013 50~51 67~68 김선영 역 정념론 문예출판사 이준호 역 정념에 관하여 서광사 이광수 옥중호걸 é 8 Decartes Ren!! 10! 1996 164~165 439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④ 이것이 이 英雄의 最後로다 이것이 아아 그 조고마한 목숨이 앗가와 自我를 난 ⑤ 너의들 卑怯한 動物들아 네가 도로혀 그를 우서 이와 같은 목숨이 아까와 貴重한 自我를 꺾어 自我 自我 이 곧 없으면 목숨 살음 아니요 機械라 그의 그 은 一生은 全혀全혀 自由니라 그는 일즉 自然의 法則以外에는 自我를 근적 업나니라 ⑥ 곰아 곰아 -??!!!11! 최초의 시 옥중호걸 의 경우 운문인지 산문인지 여부를 논의하게 한 장르의 불분명성 뿐만 아니라 율격의 비정형성으로 미숙성인지 혁신성인지 판단의 논란이 있었을 만큼 과도기적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에는 이 시가 주체가 불분명한 정념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는 데에 그 원인이 존재한다 야생에 살던 호랑이가 옥에 갇혀 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는 구속의 생활을 하는 시적 상황은 비분강개의 정념을 표출하는데 그 울분의 주체가 뒤얽혀있다 ①은 대상인 부자유한 호랑이의 번민 고통을 인칭으로 묘사하는 목소리이며 ②는 자신의 자유롭던 과거를 회상하며 분노에 끓는 호랑이 자신의 인칭 목소리이며 ③은 그러한 호랑이에게 구속 을 끊고 자유를 향한 투쟁을 촉구하는 인칭의 목소리이다 비장한 어조가 동일하게 구사되기에 비분강개의 정념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표출되지만 사실은 ① 인칭의 연민과 ② 인칭의 분노와 ③ 인칭의 권고의 감정들은 구분될 수 있다 이처럼 복수적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정념의 덩어리를 만드 는 것은 이광수 초기시의 특징인데 같은 해 발표된 곰 에서도 마찬가지이 3 1 2 3 1 2 11 이광수 곰 157

한국문화연구 29 다 시 전체는 애절함과 분노의 정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4는 시적 대상인 곰을 영웅으로 규정하는 3인칭의 목소리이며 5는 시의 청자 혹은 독자를 향해 내뱉는 비겁함에 대한 분개의 2인칭 목소리이며 6은 시적 대상인 곰을 향한 애절한 존경이 담긴 2인칭 목소리이다 발화 대상에 따라 호명하는 대상과 감정이 변화하지만 목소리의 일관된 격렬한 어조로 인해 이들은 모두 하나의 정념 안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이 정념들이 총체성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시들이 가지는 서사시적 성격 때문이다 스토리에 기반 한 행위 민족과 시대의 총체적 세계 개인들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총체성은 서사시의 조건이다 12 국치 이전에 쓰인 이광수 시의 서사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민족과 시대의 집단적 총체성을 정념의 주된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다 옥중호걸 의 호랑이가 옥에 갇혀 자유를 잃은 상황은 반식민 상태에 놓인 조선 민족의 비참한 상황을 상징하며 곰 에서 곰이 자아를 향한 투쟁에 목숨을 바치는 것은 단군신화에서 민족적 기원을 이루던 곰의 상징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 영웅 역시 이순신의 뜨거운 정신을 통해 영웅의 정념을 전달한다 호랑이 이순신 곰 등의 행위가 상징하는 조선의 기원 혹은 역사를 통한 서사성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민족적 연대감이 초점화 되지 못하고 주체화 되지 못한 정념들을 하나의 총체성 안으로 수렴하게 한다 시의 장르적 조건 때문이 아니라 서사성이 주축이 되어 작품 내적 총체성 을 완성하는 것은 이광수 초기 시의 특징이다 1914년 말 청춘 지를 시작으 로 1915년부터의 2차 유학을 계기로 다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도 민족과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시적 총체성은 약화되지만 서사성 혹은 이야기성이 시의 지배적인 맥락을 형성하는 것은 일관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정념들이 초점화 되어 가고 있다 는 사실이다 서사시를 벗어난 시는 시조나 개화가사의 형식을 연상시키는 12 프랑코 모레티 조형준 역 근대의 서사시 새물결 2001 31~32쪽 158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정형화 된 형태를 보여주는데 이 안에서 인칭을 호명하거나 인칭의 청자 에게 말을 건네는 대화의 방식이 시의 구성으로 빈번히 발견된다 네 라는 인칭 대명사는 거의 모든 시에 등장하고 네가 새 아이 로구나 새 아이 네 부대 맘껏 울어라 잘즈믄 해 내어 울어 님 나신 날 와 같은 인칭 청자를 호명하거나 말을 건네는 어구를 각 연의 동일한 위치에 배치한다 이들 중 특히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은 침묵의 미 이다 민족적 연대감을 바탕으로 한 년의 서사성이 일부 유지되면서도 정념이 초점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시에는 세 목소리가 등장한다 상황 전체를 전달하는 인칭의 목소리와 만인 萬人 이라는 집단적 화자들의 목소리와 만인의 염원의 대상이 되는 그 의 목소리가 한 편의 시 안에 공존하는데 목소리 간의 구분이 명확하다 2 2 2 2 3 그의 입술은 꼭 다물렸다 萬人의 視線은 이 입술에만 모이었다 萬人은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며 그 속에 이만한 불이 있는 줄 알았나이 다 저희들에게 그 불을 나누어 주소서 몇 해 뒤에 그 입이 입을 벌리어라 萬人은 입을 벌리었다 萬人의 입으로서는 길이 나왔다 13 만인 이 정성을 모아 바라는 일은 그 의 입술이 열리는 일이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열리는 그의 입에서 만인은 길을 찾게 된다는 서사적 설정은 이전의 시와 비슷한 맥락에서 본다면 민족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13 이광수 침묵의 미 1915 159

한국문화연구 29 희망의 정념이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초의 시들과는 달리 이 시에서는 민족의 상징인 만인의 목소리가 집단적 화자가 되어 가장 많은 비중으로 정념의 간절함을 전달하고 염원의 대상인 그 는 종결부에 몇 해 뒤 입을 벌리어라 라는 단 한 마디의 말로 희망의 극적인 실현을 보여주 며 상황 전체를 전달하는 인칭의 목소리는 어떠한 감정도 없이 이러한 전개를 단순히 설명한다 이 인칭의 목소리가 이후 년대 후반 서정적 자아 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서정적 자아의 목소리가 확고해지고 근대적 시 장르의 형태가 갖추어져 가는 데에는 단편소설 역시 동시적으로 장르화 되는 과정이 동반된다 잠시 단편의 경우를 살펴보자 등단 직후인 년에 발표된 이광수의 단편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시공간과 소설의 리얼리티가 불분명하여 서사의 개연성이 완전히 확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된 최초의 단편소설 어린 희생 은 년 월 일 북빙양 北氷洋 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시공간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장면 전환이나 초점화가 불분명하여 소설적 리얼리티가 확보 되지 못한다 같은 해 발표된 헌신자 역시 평안도 사립학교 교실이라는 구체적 공간과 김광호라는 인물의 이력을 서술하며 계몽에의 열의를 보여주 지만 그 계몽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개연성이 확보되지 못한다 이처럼 리얼리티의 불분명성과 개연성의 미약함이 발생하는 이유는 장편의 재료가 된 단편 무정 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3 3 11 14 1773 [부인의 비애의 심정] 지금 이 부인의 마음에는 희망도 없고 공포도 없고 심지어 비애조차 없게 되었도다 처음에는 집을 떠날 때는 무슨 목적도 있었겠고 계획도 있었겠다마는 一步一步로 점점 消去하고 제일 어두운 수풀 속에 이르렀을 때에는 전혀 아무 감상도 아니 나게 되었더라 [소설 밖의 시선] 나무는 依然하셨고 밤은 依然히 어두우며 宇宙는 依然히 默默하도다 自然 天地萬物 단 人類는 除하고 은 無情하고 冷酷하여 우리야 싫어하든 즐거워하든 잠잠히 있고 또 그뿐 아니라 其 法則은 극히 嚴峻하여 160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우리로 하여금 결코 一步도 其 外에 나서게 하지 아니하나니 즉 우리가 슬퍼한대야 慰勞하는 法 없고 우리가 一分一秒의 生命을 더 얻으려 하여도 許치 아니하지 않는가 可憐한 저 婦人은 孤獨의 悲哀가 其 極點에 達하 야 愛를 失할 時에 其 幸福과 기쁨을 잃고 甚至於 其 生命까지 버리려 하는도다 [서술자의 설명] 韓國 模型的 婦人이라 별로 特質도 없고 能力도 없으나 簡單히 그 性質을 說明하건댄 입이 무겁고 行實이 단정하고 아무 일이고 삼가고 삼가하며 絶對的 父母와 지아비의 命令에 服從함이라 妾을 데려온 後에는 또 前과 같이 疎遠하여지더라 婦人은 그 속음을 알고 더욱 憤하며 더욱 切痛하며 더욱 悲哀하여 이전에는 자못 明俊이만 怨하였 더니 좀 지나서는 全 男子를 怨하게 되며 甚至於는 全人類를 怨하게 되고 마침내 自己의 存在를 怨하게 되더라 14 이 단편에도 구체적인 시공간과 인물은 제시된다 유월 중순 박천 송림에 서 죽음 직전에 놓인 한명준의 부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나타나듯 서술은 현재 부인의 비애의 심정을 설명하다가 이것이 소설의 시공간을 벗어난 소설 밖 총체적 세계의 초점에서 서술되고 다시 서술자의 설명으로 부인의 이력을 제시한다 이처럼 서술이 대상의 초점화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설의 리얼리티나 개연성을 미약하게 만드 는 요인이 된다 부인이 느끼는 비애의 심정의 원인은 첩을 데려온 남편 때문이며 이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그녀가 부모와 지아비의 명령에 복 종 하는 한국 모형적 부인 이기에 부모가 문벌과 재산과 가족과 당자 등을 고려해 선택한 남편 한명준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애초에 의도한 것은 이러한 모형적인 표본을 통해 조선적 현실의 폐해와 이것이 조선인에게 가져온 전반적인 비애의 정념을 전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애 의 정념이 나무 우주 자연 등의 총체적 세계의 일부 안에서 묘사되면서 14 이광수 無情 161

한국문화연구 29 그것은 현재적 리얼리티를 상실하게 된다 인간의 비애와는 달리 우주와 자연은 무정하고 냉혹 하며 엄준한 법칙 아래 움직이기에 인간이 일분일 초의 생명을 더 얻으려 하여도 허 락하지 않아 인간을 무력한 존재로 만든다 즉 인간이 가진 비애의 정념을 더 근원적 차원에서 전달하려던 시도가 결과 적으로는 조선적 특수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으로써 소설적 리얼 리티를 특정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부인의 내력에 대한 설명 도 불분명한 리얼리티 속에서 전달되게 된다 이는 결국 시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설 안의 서술자가 장르에 적합하게 세워져 있지 못하고 소위 정의 분자 들이 올바른 표출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장르의 과도기적 단계에 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후 장르적 변화의 초점은 정념이 장르 안에서 발산의 적합한 방향을 찾는 것일 터이고 이것은 시에서의 서정적 자아와 소설에서의 서술 자가 각각 세워지는 과정을 통해 가시화 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 볼 수 있는 단편소설이 소년의 비애 이다 이 소설은 학문과 문학의 장르가 분화되는 과정이 소설의 인물 성격화 과정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 간의 대비는 이광수가 문학론에서 전개한 학문과 문학의 분화 과정과 흡사하다 냉정하고 이지적이어서 문학을 지 知 적이고 선 善 적으로 사회를 교화하기 위해 써야 한다는 문해 文海 와 감정적인 성향이 강하고 미 美 적 이고 정 情 적인 문학을 선호하여 예술지상주의를 이해하는 문호 文浩 는 각각 도덕가와 시인으로 설정된다 특히 소설 안에서 주인공 문호와 그를 잘 따르는 사촌 난수 蘭秀 는 시인이라는 자질을 갖춘 같은 부류로 분류되지 만 여기서 분류의 기준이 되는 시인의 자질은 장르로서의 시를 가리킨다기 보다는 이들이 애호하는 것이 정과 미가 주축이 된 문학 전반이라는 데에서 이광수의 문학론에 따르자면 문예가로서의 자질에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학문과 문예를 기반으로 한 인물형의 분류를 통해 인물들은 각자의 성격 속에서 초점화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발산되는 정념들도 1917 162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인물 안으로 수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틑날 아침에 文浩는 季父의 집에 갔다 아랫방 아랫목에 蘭秀가 비단 옷을 입고 머리를 쪽지고 앉은 모양을 文浩는 말없이 물끄러미 보았다 蘭秀는 얼른 文浩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돌린다 文浩는 그 비단옷과 머리 의 變한 것을 볼 때에 形言치 못할 悲哀와 嫌惡를 깨달았다 왜 저렇게 어여쁘고 얌전하고 재주 있는 處女를 天癡의 발 앞에 던져 주어 지르밟히게 하는가 생각하매 마당과 방안에 왔다갔다 하는 人物들이 모두 다 蘭秀 하나를 못되게 만들고 장난감을 삼는 魔鬼의 무리들같이 보인 다 힘이 있으면 그 惡한 무리들을 온통 때려 부수고 그 무리들의 손에서 죽는 蘭秀를 救援하여 내고 싶다 이광수 초기 소설의 주요 정념 중 하나인 비애가 드러나는 위의 부분은 등단 직후 비애가 전달되던 방식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비애가 초점화 되지 못하거나 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되어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던 모습에 서 벗어나 성격화 된 인물 안으로 수렴됨으로써 비애를 느끼는 주체를 확정 하고 비애의 내용 역시 구체화 된다 문호의 비애는 사촌 누이인 난수가 문예가의 자질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조선적 현실과 조선인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렇게 수렴되고 확정된 비애의 정조가 이광수가 소설 장르에서 의도한 관찰력과 묘사가 발휘되는 지점이 됨으로써 동시대에 대한 리얼리티가 확보되어 근대적 소설 장르에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후 발표된 시와 소설에서는 각각 서정적 자아와 서술자가 갖추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극웅행 은 초점화의 대상이 곰이며 같은 소재를 가진 년의 시 곰 과 비슷한 정념으로 서사시적 경향을 보여준다 그러 나 정념의 발화자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인칭의 서정적 자아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는 복수의 인칭 화자가 등장한다 처음 세 연의 우리 를 강조하며 등장하는 인칭 화자는 초점화의 대상이 되는 1917 1 1 1 163

한국문화연구 29 곰과 북극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사라지며 이후 연부터는 곰 자신이 인칭 화자로 등장해 나 의 서사를 전개한다 총체성과 이야기성이 강조되며 민족적인 정념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에서 앞서 분석한 서사시적 경향의 시들과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정념의 내용과 방향이 화자 안으로 수렴되어 있다는 데에서 근대시의 장르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1 4 우리 사는 곳에서 北편으로 北편으로 限定없이 가다가 큰 山脈을 지내서 큰 벌판을 지내서 얼음 世界 만나니 北極이란 世界라 그 피가 더운 피가 아들에게 흐르고 그 아들에게 흐르고 흘러서흘러서 百年代를 흘러서 내 아버지 가슴에 내 어머니 가슴에 흘러서 그다음에 내 가슴에 흘러서 차디찬 永世界에 혼자 이리 덥고나 15 위의 부분은 소설의 서술자와도 비슷하게 주인공을 소개하는 인칭 화자 의 발화 부분인데 여기서는 어떠한 정념적인 요소도 발견되지 않는다 단순 1 15 이광수 極熊行 1917 164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히 곰의 서사적 공간과 청자 혹은 독자의 거리를 연결하고 있을 뿐이다 이후 곰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곰의 기개 대대 로 차가운 북극에서 뜨거운 피를 이어온 내력을 전달하는 것이 이 시의 주된 정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전의 곰 에서 보여준 민족적 토템을 연상 케 함으로써 서사시적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화자의 현재적 지점을 확실하게 하여 근대적 형태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더 이후에 발표되 는 어머니의 무릎 에서는 완전한 인칭의 서정적 자아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 이 시기 소설 역시 서술자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고백체의 서간문으 로 구성되는 어린 벗에게 에는 서정적 자아 같은 인칭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소설의 구성이 가진 형식적인 조건들로 인해 년대를 거치며 이광수가 전개하던 문학에서의 정 情 의 발현과 민족을 향한 비애의 정념은 나 라는 인칭 화자의 내면에 초점화 되어 발산된다 비록 여기서의 정념이 이상화 되고 관념화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이전의 단편들과 비교하여 장르적 완성도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평가했을 때 이상과 관념은 리얼리티 와 개연성을 위해 복무한다 동경과 상해와 해삼위라는 공간과 육 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김일련과 임보형의 실제적 사건보다 더 비중 있게 제시되는 것은 인칭 화자인 임보형의 사랑과 이상에 대한 언술들이다 이를테면 다음 과 같은 서술들이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191816 1 1917 1 1 17 1 16 어머니 당신의 무릎은 부드러웁데다 어머니 당신께서 가르쳐 주신 말을 당신께서 가르쳐 주신 글字로 써서 당신의 입술에서 흐르던 曲調로 당신을 생각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廣濶하고 沃土이던 당신의 가슴 잔디보다 구름보다 부드럽던 무릎 저는 웁니다 먼 나라에서 그것이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어머니의 무릎 이광수 소설에 나타나는 정념을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해석하면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독백은 초기 이광수가 보여주는 이상주의적이고 관념화 된 사랑의 대표적 사례가 된다 서영채 사랑의 문법 민음사! / // / / / /! / 17! /! / / 165 2004

한국문화연구 29 우리 半島에는 사랑이 갇혔었나이다 사랑이 갇히매 거기 附隋한 모든 貴物이 같이 갇혔었나이다 우리는 大聲疾呼하여 갇혔던 사랑을 解放하사이 다 눌리고 束縛되었던 우리 精神을 봄풀과 같이 늘이고 봄꽃과 같이 피우게 하사이다 사랑이라는 따뜻한 春風 속에 자라날 나의靈 은 至今껏 朔風寒雪 속에 얼어 지내었나이다 나는 나의 靈이 그러한 오랜 겨울에 아주 말라 죽지 아니한 것을 異常히 여기나이다 그러나 以後도 春風을 만나지 못하면 可憐한 이 靈은 아주 말라 죽고야 말 것이로소이다 이에 나는 道德 法律과 人生의 意志와 어느 것이 原始的이며 어느 것이 더욱 權威가 있는가를 생각하여야 하겠나이다 人生의 意志는 天性이니 天地 開闢 때부터 創造된 것이요 道德이나 法律은 人類가 社會生活을 始作함으로 부터 社會의 秩序를 維持하기 위하여 생긴 것이다 卽 人生의 意志는 自然이 요 道德 法律은 人爲며 따라서 意志는 不可變이요 絶對的이요 道德 法律은 可變이요 相對的이라 18 개인의 비애와 정념이 민족 전체나 세계 전체의 총체성 안에서 서술되는 것은 이전의 단편소설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방향과 시선이 반대된다는 것에 서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무정 의 경우 자연과 우주는 개인의 비애와 상반되며 전혀 다른 질서로 움직이는 것이어서 인간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며 총체적 질서와 인간의 정념은 서로 다른 초점에서 서술되 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자연과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는 동일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칭의 서술자 내면에서 둘의 질서가 만나기 때문이다 즉 근대적 소설 장르의 서술자의 위치가 정념의 방향과 목적을 규정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여전히 시 극웅행 에서 나타나는 서사시적 경향과 서술자 같은 1 18 이광수 어린 벗에게 1917 166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화자 단편소설 어린 벗에게 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자아와도 같은 인칭 서술자 등 정념들은 각 장르의 전형적인 주체화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분화 양상은 이광수가 장르를 넘나들며 형식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고 정념들을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합한 장르를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좀 더 소설 의 장르성에 가까워지는 계기인 다음 절의 기행문의 허구화 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계몽의 허구화 기행문의 교섭 양상 이 절의 본격적 서술에 앞서 소설 장르로의 선택적 집중 과정에 있어서 그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회고가 참고가 될 것이다 2 나는 일찍 문사로 자처하기를 즐겨한 일이 없었다 내가 무정 개척 자 를 쓴 것이나 재생 혁명가의 아내 를 쓴 것이나 문학적 작품을 쓴다는 의식으로 썼다는 것보다는 대개가 논문 대신으로 내가 보는 당시 조선의 중심계급의 실상 그의 이상과 현실의 乖戾 그의 모든 약점을 여실 하게 그려 내어서 독자의 鑑戒나 感奮의 재료를 삼을 겸 조선어문의 발달에 一刺激을 주고 될 수 있으면 청년의 문학욕에 불건전치 아니한 讀物을 제공하 자 그렇다면 내가 소설을 쓰는 구경의 동기 즉 근본 동기는 무엇인가 나로 하여금 애써 시대상을 묘사하여 동포의 안전에 전개하고자 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곧 조선과 조선민족을 위하는 奉仕 의무의 履行 이다 > < > < < > < > 19 년대 초반의 지점에서 년대를 포함한 장편소설 창작을 돌아보며 1930 19 이광수 여의 작가적 태도 동광 1931 167

한국문화연구 29 작가는 논문 대신으로 내가 보는 당시 조선의 중심계급의 실상을 묘사하여 조선과 조선민족을 위하는 봉사-의무의 이행이라는 목적을 제시한다 그 리고 이는 앞서 2장의 장르 인식에서 살펴보기도 했던 소설의 동시대에 대한 관찰력과 묘사라는 의무의 이행과도 또 한 번 만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기서 장르화의 내용적 측면인 동시에 목적인 계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떻게든 정념을 전달하고자 했던 초기 시와 단편의 맥락 역시 그 내용이 민족과 시대의 총체성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데에서 계몽은 예비되 어 있었던 셈이다 이광수에게 계몽은 그 세계 전반에 있어서 중심적인 개념 이지만 그것이 문학 안에서 자리 잡기 위해 창작의 초기에 나타났던 년 대 중반 기행문의 교섭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합방 이후 한동안 창작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이광수는 2차 동경 유학을 전후로 1914년부터 시와 논설을 위주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단편소설 이 금경 金 鏡 단 한 편인데 비하여 두드러지는 것은 상해에서 를 시작으 로 한 기행문 형태의 글쓰기이다 물론 작가의 실제적 이동과 관련지을 수밖 에 없는 부분이기는 하나 이광수는 기행문과 인접 장르들을 교차시키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계몽을 허구화 하는 내용적 차원을 구성하게 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농촌계발 이다 1916년 11월 26일부터 다음해인 1917 년 2월 18일까지 매일신보 에 연재된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 전신이 되었던 것은 같은 해 먼저 발표된 두 유사 기행문 대구에서 매일신보 1916922~23와 동경잡신 매일신보 191692~119이다 대구에 서 는 장소의 지정학적 인식을 가능하게 했으며 동경잡신 은 모방과 재현 의 서사를 완성하게 했다 이들과의 영향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농촌계발 의 허구화 양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행문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대구에서 에는 여로나 장소에 대한 서술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대구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을 계기로 조선 사회 전반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에 주력한다 그리하여 이 글은 쓰여진 맥락과 168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관련하여 식민지치하의 한국 청년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총독부에 건의하 고 제시하는 글 이라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의 근본적 이유 그리고 대구에서 가 농촌계발 에 나타난 계몽의 허구화 양상에 기여하는 것은 공간이 지리적 특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지정학적 시선에 의해서 기술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는 대구를 비롯한 경성 평양 등 조선의 교육 받은 잉여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건의와 계획이 서사의 중심 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글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안분낙업 安分樂業 하 는 양민 良民 사회 社會 의 산업 産業 을 발전 發展 하는 훈공자 勳功者 를 양산하는 것이다 대구라는 구체적 장소로부터 시작하여 조선이라는 공간 을 청년 靑年 들의 활동 活動 할 문호 門戶 를 개방 開放 하는 근대적 장소 로 만드는 것 청년 靑年 으로 하여금 현대 現代 를 이해 理解 케 하여 활동 活 動 할 무대 撫臺 와 명예 名譽 의 표적 標的 을 현대 現代 에 구 求 하게 하는 것은 결국 장소와 규모의 정치 구조 안에서 행위자의 수행을 강조하는 지정 학적 시선에 다름 아니다 이 글은 기행문의 일반적 특징들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여행을 하는 외부인의 시선이 아니었다면 이 같은 지정학적 시선은 발휘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국의 시선이란 관망적이고 파노라마적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여행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행을 통해 발휘되는 제국의 시선은 본격적인 계몽의 서사 이전의 예비적인 20 21 22 20 21 김윤식 이광수와 그의 시대 솔 쪽 이광수는 대구를 지정학적 의미의 로컬 로 파악하고 있다 특정 장소의 활동 정치학 그리고 정체성을 조직해내는 제도 로서의 로컬 개념은 장소의 사회적 삶 을 형성하여 결국 영토를 통제하고 쟁취하고자 하는 국가의 행위 즉 지정학적 차원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발판이다 대구라는 장소 안의 사람들도 구조 안에서 가능한 행동들을 제한 당하거나 속박 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지정학 안의 규모의 위계 속에서 작동하는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콜린 플린트 한국지정학연구회 역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길 쪽 참고 1 1999 543 2007 4~25 38 58~59 22 Mary Louise Pratt Imperial Eyes Travel Writing and Transculturation London Routledge 1992 pp206~207 169

한국문화연구 29 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외부인의 지정학적 시선이 그대로 농촌계발 에 투영된다 계발의 무대가 되는 향양리 向陽里 는 지정학적 인식 위에 세워진 인공적 농촌이 다 작가는 산업상 정신상 의미로 농촌계발을 규호 叫號 한다는 장소 통제와 구조화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알아보기도 쉬웁 고 흥미 興味 도 있기 위 爲 하여 한 농촌 農村 을 차차 次次 개량 改良 하여 이상적 理想的 으로 만드는 소설 小說 비슷하게 하기로 글쓰기의 허구화 전략을 설정한다 이처럼 지정학적 목적을 허구화로 달성하면서 파생되는 것이 서술자 이다 향양리의 문제점 지적을 통한 계발의 목적과 의도는 작가에 의해 지정학적 농촌 밖에서 제시되지만 구체적인 계발의 계획과 실행은 김일 金一 이라는 허구적 인물에 의해 향양리 안에서 전개되는 것이 다 이처럼 계발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두 주체에 각각 분리되어 전달되던 도입부의 서술이 중반 이후로 가면 서술자의 초점 안에서 결합되면서 이것 이 결과적으로 이후에 나오게 될 장편소설의 장르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 다 ① 아무려나 이러하던 村中을 十年期約을 하고 富하고 文明한 촌을 만들려 하니 그 고심과 노력은 여간이 아닐 것이외다 이제 여러 독자로 더불어 어떤 촌의 改良談을 傾聽합시다 金一君은 多年 東京에 留學하여 法律을 硏究하고 本國에 돌아와 某地方裁判 所에 判事로 令聞이 있더니 憤然히 朝鮮文明의 根本이 農村啓發에 있음을 깨닫고 斷然히 職을 辭하고 故鄕에 돌아왔소 ② 그는 또 생각하였소 농촌계발은 어떤 의미로 보아 전조선의 계발 을 의미함이외다 농촌이 부하여짐은 전조선의 부를 의미함이요 농촌에 교육이 보급됨은 전조선의 교육의 보급을 의미함이외다 이 의미로 보아 조선의 근본문제는 농촌의 계발이요 유교육한 계급의 활동의 대부는 실로 차에 경주되어야 할 것이라 金君은 能히 이 誘惑을 이기었소 그리하여 170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一個 農夫되기를 甘受하였소 아아 거룩한 金君이어 23 ①의 도입부와 ②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시점의 차이를 통해 농촌계발 에 서 소설 장르적 서술자가 명확해졌음을 알 수 있다 도입부에서 김일이라는 인물을 등장하게 만드는 것은 작가이다 작가는 향양리 공간 바깥에서 이 인물이 농촌 개량의 목적을 위해 등장한 허구의 인물임을 명확히 한다 그러 나 후반부에서 작가는 서술자가 된다 그리고 인물은 서술자의 시선으로 초점화 되어 전달된다 주인공이 화려한 도회의 유혹을 이기고 농촌에 정착 했음을 인물의 내면으로부터 전달하고 본래 작가 이광수의 목적이었던 지정 학적 농촌 계발 계획도 역시 전달되는데 이 둘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이 ②에서 등장하는 서술자인 것이다 즉 앞 절에서 서정적 자아나 서술자가 명확하지 못했던 시나 단편소설에서의 미완이 농촌계발 의 서술자 정립을 통해 소설 장르로 나아가고 있음이 선명해지는 부분이다 이에 더하여 농촌계발 의 허구화는 모방 과 재현 을통 해 근대적 서사 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건설된 허구의 공간은 모방을 통해 구체적 계획을 실천한다 기존 연구 에서도 지적되었듯 농촌계발 의 주인공 김일은 여러 차례의 환등회 실시를 통해 향양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를 마을 청년들에게 주입시킨다 환등회 에서 상영되는 것은 영국 미국 덴마크 등 선진국 농촌의 농업 현황이나 농가 풍경으로 이러한 이상향에 대한 모방의 본능이 서술의 전반적인 목표 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향양리의 이상에 더 실질적인 모방 의 대상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동경잡신 東京雜信 에서 기행의 형식을 통 해 재현되는 일본이다 그리하여 농촌계발 의 허구적 글쓰기는 모방과 mimicry narrative mimesis 24 23 24 이광수 農村啓發 환등회가 서구 문명 의 사고를 신체 규율과 개인에 내면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김효진 김영민 계몽 운동 주체의 변화와 청년 의 구상 사이間 제 호 쪽 2009 62~64 = 171 SAI 7

한국문화연구 29 재현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어떤 표상작용 이 된다 동경잡신 은 대구에서 와 농촌계발 사이에 발표된 것으로 가벼운 편지 형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총 개의 주제로 동경 東京 이라는 이상적 장소에 대한 감상과 문명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행의 구성을 보여주는 글이 다 그리고 여기서 나타나는 문명의 재현을 허구적 모방으로 재구성한 것이 농촌계발 이다 동경잡신 은 다양한 동경의 모습을 전달하는 듯 보이지 만 중심은 문명사회의 지식과 교육에 관해서이며 청결과 가정 내 생활 준칙 들의 우월성이 부차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재현된 일본의 면모들이 농촌계발 의 구체적인 실천 방향 모방해야 할 이상적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농촌계발 에서 이상 실천의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는 것은 주인공 김일이 소집하는 총 세 번의 회의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이 회의들에서 강조되는 주요 안건들은 동경잡 신 에서 재현된 문명의 양상들과 거의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현과 모방의 실천 과정이 이야기를 구성하게 해 서사화 된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농촌계발 의 허구를 구성하는 것은 연설과 토론 의 형식을 보여주는 세 차례의 회의와 이를 구체적으로 개인의 생활에서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들 이에 대한 서술자의 논평이다 이 허구의 중심에 무정 의 이형식을 필두로 하여 이광수의 전형적 인물의 전신으로 비춰지는 모방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인물 김일이 있다 즉 계몽의 25 14 26 25 26 호미 바바 나병철 역 문화의 위치 소명출판 쪽 표 농촌계발 과 동경잡신 의 내용적 대응 < 2002 182 1> 農村啓發 第五章 第一回 例會 東京雜信 청결과 위생 강조 목욕탕 건설 계획 六一 沐浴湯 學校 第六章 第二回 例會 三 工手學校 자녀들 학교 보내기 一三 知識慾과 讀書熱 第七章 第三回 例會 七 經濟의 意義 우물 파기 저금 貯金 하기 < > < < < > < > > < < > > > < 172 >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목적으로 기획된 재현과 모방의 허구화가 기행문의 교섭 양상을 통해 결과적 으로 서사를 구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서사가 더 적합한 방향을 찾게 되는 것이 장편소설이다 3 진화의 장르화-장편소설 형식의 구축 주체의 분화로부터 시작된 서술자의 형성과 허구화를 통해 도달한 서사의 구성 이후 이광수의 창작은 장편소설을 통해 근대 소설적 장르화를 달성하게 된다 장편소설 무정 은 여러 측면에서 기념비적이며 상징적이지만 장르 의 근대적 차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광수의 년대 장르화 과정을 고려해 볼 때 장편소설 무정 은 주체화 된 근대적 의미의 서술자가 인물에 초점화 되어 서사의 허구화를 달성하는 장르적 의의를 갖는다 그리하여 이 절에서는 인물에 초점화 된 서술자와 서사의 진행이 어떻게 장편소설의 장르성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진화 의 법칙이 내재한다 내용적 측면의 진화의 법칙과 장르 자체의 진화의 법칙이 그것이다 우선 여러 차례 지적되어 온 소설 자체의 내용적 측면의 진화부터 살펴보 자 현재까지 이광수의 사상적 진화론과 문학과의 관련성을 다룬 연구에는 하타노 세츠코와 와다 토모미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타노 세츠코는 이광수 가 일본 유학시절 접했던 사회진화론이 논설에 표출되는 지점들의 영향관계 를 위주로 살핀다 와다 토모미는 이광수의 주요 장편들의 플롯을 진화론적 시선에서 상세히 분석하는데 특히 무정 에 있어서 진화론이 작가가 주인공 들을 선택하여 플롯을 진행시키는 기준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27 27 하타노 세츠코 최주한 역 무정 을 읽는다: 무정 의 빛과 그림자 소명 2008; 와다 토모미 방민호 역 이광수 장편소설 연구-일본의 여성학자가 밝혀낸 한국소 설 진화론의 플롯! 예옥 2014 173

한국문화연구 29 본 논문이 지적하고자 하는 내용적 측면의 진화의 법칙은 위와 같은 기존 연구의 맥락을 따르며 이를 심층화 한다 기존 연구가 작품에 나타나는 진화 론적 사상의 정도나 작가가 인물을 배치하고 선택함에 있어 진화론이 작용했 다는 차원이었다면 본 논문은 이를 플롯과 서사구조의 층위를 구분하고 인물과 서술자와 작가로 주체를 세분화 한다 이렇게 보면 장편 무정 은 사람 되기 라는 플롯의 추진력으로 서술자가 인물들의 진화의 정도를 평가 하고 궁극적으로 작가의 의도인 참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인물과 서술자의 관계를 통해 살펴볼 때 무정 은 서술자가 인물에 초점 화를 이동하며 서사를 전개하는 구성을 보여준다 소설이 중후반에 이르기까 지 대부분의 구성이 형식과 영채의 대위법적인 초점화에 의해 전개되다가 모두가 같은 기차를 타게 되는 종결부에 이르러 서술자는 한 공간의 인물들 에게 자유로이 초점을 이동한다 총 126회로 구성된 무정 에서 형식1회~3 회 영채4회~12회 형식11회~29회 영채30회~35회 형식36회~85 회 영채86회~94회 형식95회~99회 영채100회~103회의 대위적인 초 점화의 구성을 보이다가 형식과 선형 영채와 병욱이 유학길에 오르고 신우 선도 함께 기차를 타게 되어 인물 모두가 한 공간에 모이게 되는 104회 이후의 서사에서는 서술자가 자유로이 초점을 이동하며 서사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확히 초점화 된 인물 안에서 내면이 기술되기도 하고 시간의 전치가 일어나기도 하며 이야기나 사건의 진행 역시 인물의 시선의 틀 안에서 전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초점화의 빈번한 이동에도 이야기들을 서사화 하는 플롯의 동력은 진화론적 목표인 사람 되기이다 무정 에는 빈번한 초점화의 이동에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서술자의 가치 평가의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이다 이 사람이라는 기준은 소설의 서술 공간 안팎에 내재하는 가치의 기준이다 서술자는 혹은 인물들 스스로 는 그동안의 사람 아니었음에 경각심을 느끼고 자신의 속사람을 깨워 174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참사람이 되어 간다 이것이 서술자의 잦은 초점화 이동에도 서사의 일관 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플롯의 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내용적 진화의 법칙을 만든다 다음 주요 장면의 예를 관찰해 보자 1 선형 같은 자도 인생이란 불세례를 받아 그 속에 있는 <사람>이 깬 뒤에야 비로소 참사람이 될 것이다 순애는 얼마큼 속에 있는 <사 람>이 깨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이불 속에서 돌아 누운 것이요 아직 깬 것은 아니로다 형식은 저 스스로 깬 <사람>으로 자처하거니와 그 역시 아직 인생의 불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이다 지금 이 방에 모여 앉은 세 사람 청년 남녀가 장차 어떠한 길을 지내어 <사람>이 될는고 27회 중 형식은 이제야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눈을 떴다 그 <속눈>으로 만물 의 <속뜻>을 보게 되었다 형식의 <속 사람>은 이제야 해방되었다 28회 중 내가 무정하구나 내가 사람이 아니로구나 하였다 66회 중 2 우리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자도 되려니와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시지요 지금껏 영채는 독립한 사람이 아니요 어떤 도덕률의 한 모형에 지나지 못하였다 영채의 가슴 에는 이제야 비로소 사람의 피가 끓기 시작하고 사람의 정이 타기를 시작한 다 89회 중 3 그네의 속에는 개인을 뛰어난 일종의 근심과 두려움이 친다 <큰물> <흉년> 하는 생각과 물소리와 뭉글뭉글 하는 구름과 집을 잃고 높은 땅으 로 기어 오르는 사람은 그네로 하여금 개인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공통한 생각-즉 사람으로 저마다 가지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19회 중 1의 처음 인용은 무정 의 초중반부로 형식에 초점화 되어 있는 부분이 다 그러나 인용된 부분에서 보여지듯 서술자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드러난 175

한국문화연구 29 다 그리고 이 서술자의 목소리에서 드러난 가치 판단의 기준은 사람됨의 정도와 등급이다 서술자에 따르면 사람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람으로 서의 자질 즉 속사람을 깨우고 해방할 때만이 참사람으로 향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하게 된다 여기서의 사람의 자질이라는 것은 인생의 불세례 라 는 시련을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다 서술자가 배우면 배울수록 어른이 되고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소설 내내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 공 형식은 소설의 중반부에서 속눈 과 속뜻 을 보게 되어 속사람 을 해방 시킨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무정 無情 함 을 깨닫고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영채에 초점화 된 ②의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에게 있어서 사람됨은 더 많은 시련과 단계들로 이루어진다 여주인공 영채가 자신을 사람 아니게 억압했던 전근대의 도덕률로부터 해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 은 가족으로부터의 추방 성적인 폭력 자살 시도 등 형식보다 더 극단적이 다 그리고 그렇게 우선 속사람이 깨이고 참사람이 된 후에도 또 한 번 여자로 되어야 하는 단계도 남아 있다 그리하여 결국 영채는 비로소 사람의 피가 끓기 시작하고 사람의 정이 타기를 시작 하는 사람이 된다 영채 역시 형식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된 이후로 정 情 을 얻게 된다 소설의 제목과도 관련되 는 정의 유무 有無 는 결국 사람됨의 표지이기도 하다 마지막 인용문인 ③은 모든 주요 인물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 삼랑진에서 서술자의 자유로운 초점 의 이동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술자는 또 한 번 그 동안의 소설 전개 과정을 통해 인물들이 얼마나 사람이 되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개인의 속사람을 깨워 참사람이 되고난 후에도 또 한 번의 사람됨은 남아있 다 그것은 개인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공통한 생각 을 가지는 이타적인 정 情 의 단계이다 그리고 이렇게 목표와 단계가 확실한 사람되기의 진화론은 와다 토모미 가 밝혀낸 이광수 진화론 수용의 맥락을 고려해야 하면 더 명확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광수에게 영향을 미쳤던 헥켈의 진화론이 라마르크의 학설에 176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기반했기에 진화의 방향이 정해져있지 않은 다윈의 경우와 달리 진화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다 28 그리하여 년대 이광수에게 장르 모색을 하게 만들었던 집단적 총체성에 대한 정념 재현과 모방으로서의 계몽의 실천이 무정 의 지점에 와서 장편소설 내의 진화에 대한 추진력으로 귀결된 다고 볼 수 있다 즉 장편소설은 정념과 계몽을 인물의 진화적 차원으로 전개해나갔던 작가 이광수에게 최종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장편소 설의 진화적 구도 안에서 인물에 초점화 된 서술자의 이야기들은 사건화 되고 다시 서사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소설 장르의 진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무정 은 여러 차례 고소설과의 친연성이 논의되어 온 바 있다 대표적인 논의로 서영 채는 무정 이 고전 영웅소설과 기녀가 중심이 되는 애정소설들의 모티프를 차용하여 결과적으로 전근대적인 이원론적 인식틀을 해체하며 근대적 양식 을 달성했다고 말한다 29 이처럼 전대의 양식적 특징들을 포괄하면서 근대 성을 달성하는 것은 장르 자체의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화두였던 장르 진화란 문학사 전개에 있어 서 갈등과 교체의 변증법적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며 주변부 장르였던 하위 계열체들의 규범화를 통해 달성되는 장르의 교체 과정이기도 하다 30 또한 근대 소설의 전 세계적 발산과 진화에 대한 논의를 보여주는 프랑코 모레티는 중심부의 소설 형식이 주변부로 확산될 때 새로운 형식은 오로지 원래 존재하는 형식으로부터 일종의 변이를 거쳐 분기함으로써만 발생한다 는 진화론적 시야를 보여준다 그래서 중심부의 플롯과 주변부의 문체를 결합combine a plot from the core and a style from the periphery하는 양상으로 각 문학장만의 특징을 발휘하는 것이 세계체제를 받아들이는 문학들의 특성 28 와다 토모미 위의 책 145쪽 29 서영채 무정 과 한국소설의 근대성 아첨의 영웅주의 소명출판 2011 30 문석우 장르진화란 무엇인가? 조선대학교출판부 2003 18 36쪽 177

한국문화연구 29 이 된다 언어에서 독립적일 수 있는 플롯은 문화를 넘나들어도 고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반면 언어적인 재현의 문제인 스타일에는 번역어의 특수성 이 작용하기에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31 모레티가 말하는 플롯을 일종의 내용적 차원으로 해석하고 스타일을 구조적 차원에서 해석한다면 이광수에 게 있어서 익숙하지만 주변부들의 이야기였던 고소설의 모티프들을 가져와 서 진화론적 서사 안에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근대 장편소설 무정 일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소설 장르 자체의 확산이자 진화라 말할 수 있다 년대 이광수에게 있어 중심을 향한 욕망은 그 적합한 스타일을 찾기 위하여 장르를 넘나들며 결국에는 진화의 서사가 가능한 장편소설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것이 1920년대 본격적인 장편소 설 안에서의 장르 진화로 이어지는 예비적 단계가 되었던 것이다 Ⅳ 결론 지금까지 본 논문은 년대 전반에 걸쳐 나타난 이광수의 장르 선택과 교섭 양상을 살펴보았다 통시적으로 세 단계의 장르화 과정을 보여주는 년대는 시와 단편소설 사이에서 정념의 적합한 주체화를 달성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 2차 일본 유학을 전후로 기행문과 인접 장르들 사이에서 계몽의 허구화를 달성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장편소설에서 진화의 내용과 형식을 완성하는 것을 통해 이광수의 문학이 소설 장르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년대의 장르화 과정이 의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장르의 실험 31 Franco Moretti Evolution World-Systems Weltliteratur Distant Reading p129 p132 ;번역은 쟁점:지구화 시대의 세계문학-진화론 세계체제 세계문학 안과밖 18 2005 109 112쪽 178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과 진화가 이광수 창작을 통시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론이라는 것 때문이다 장르의 분화와 진화를 소설에 집중한 이광수는 1920년대에 들어서면 소설화에 있어서 조선적 특징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장르 진화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하여 조선문단 구축과 그 안에서의 소설 장르 의 발전이 조선문학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자 세계체제 안에서의 특수성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조선어의 보전과 신사상의 주입이라는 소설에 대한 의식적인 장르관이 이광수의 실제 창작 안에서도 선택적이면서 도 우연적으로 장르 진화를 가져 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의 패러디 허생전 일설춘향전 동시대성의 번역 재생 역사 소재의 문체화역 사소설들 등의 기법을 통해 소설의 장르 진화를 진행한다 이후 1930년대에 는 소설의 장르성이 조선적 특수성을 벗어나 세계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이광수 문학의 통시성에 대한 조망은 후속 작업들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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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2013 Flint Colin Jijeonghagiran mueonninga hangukjijeonghagyeonguhoe [ [ Introduction to Geopolitics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translated by The Associate of Korean Geopolitics 한국지정학연구회 역] [ 길] [ 정념에 관하여] [ 이준호 역] [ 서광사] Study gil Gil Press 2007 Hume David Jeongnyeome gwanhayeo Of the Passions by Yi Jun-Ho ijunho seogwangsa Seokwangsa translated 1996 Moretti Franco Distant Reading Verso 2013 Moretti Franco Graphs Maps Trees Verso 2005 근대의 서사시] [ 조형준 역] [새물결] 波全野節子 [최주한 역] [ 무정 을 읽는다 무정 의 빛과 그림자] [소명] 波全野節子 [ ] 和田とも美 [방민호 역] [이광수 장편소설 연구 일본의 여성학자가 밝혀낸 한국소설 진화론의 플롯 ] [예옥] Moretti Franco Geundaeui seosasi [ Modern Epic by Jo Hyeong-Jun johyeongjun saemulgyeol translated 2001 Mujeongeul ingneunda: mujeongui bitgwa geurimja Choe Juhan : somyeong 2008 Hatano Setsuko A Study of Yi Kwang-Su s Novel Ye-Ok Press 2014 Bang Minho Igwangsu jangpyeonsoseol yeongu ilbonui yeoseonghakjaga bakhyeonaen hanguksoseol jinhwaronui peullon!! yeok 2014 연구논문 Gim Dongsik [ Kim Dong-Shik 김동식] hangukgeundaemunhagui nyeondae biminjokjuuijeong igwangsuui munhangnongwa giwondeu gamjeongui gwanchal pyosangeuroseoui segyemunhak [ l gineungbunhwa The Literary Theory of Lee Kwang Soo in s and the Non-nationalistic Origins of Korean Modern 년대 이광수의 문학론과 한국근대문학의 비민족주의적 기원들 기능분화 감정의 관찰 표상으로서의 세계문학] [ 비평문학] [ 김효진 김영민] Literature Functional Differentiation Observation of Emotion and World Literature bipyeongmunhang Literary Criticism Gim Hyojin Gim Yeongmin gyemong 45 2012 239~249 Kim Hyo Jin & Kim Young Min undong jucheui byeonhwawa cheongnyeon yongdong nongchongyebal mujeong eul jungsimeuro 181 [ ui gusang-igwangsuui The Change in the Subject

한국문화연구 29 of Enlightenment Movement and the Concept of Youth: Based on Lee Kwang-su`s Yongdong Nongchon Gyebal and Mujeong 계몽 운동 주체의 변화와 청년 의 구상-이광수의 용동 농촌계발 무정 을 중심으로] sai [SAI 사이 間 ] 7 2009 62~64 Moretti Franco Jinhwaron segyecheje segyemunhak [진화론 세계체제 세계문학] angwabak [안과밖] 18 2005 182

년대 이광수의 장르 실험 Abstract The Genre Experiments of Yi Kwang-Su in the s-focused on the Correlation and the Negotiation with Genres- I Seongyeong Yee Sun Kyung This article focuses on the diachronic genre formation process of Yi Kwang Su s literature in the s The s saw three phases of genre transitions in Yi Kwang Su s literature At first in the early and the middle period of the s Yi produced poems and short stories simultaneously In so doing he found the genre differenciation between poetry and narratives and subjectificated his creative motivation passions at the same time The second phase appeared around the year of 1916 The writer was prolific in travelogues as well as novels at that time The travelogues shared the enlightening themes with the novels and they negotiated with each other in the aspect of fictionalization Through the negotiation the narrative genre obtained the location of narrators and these narrators contributed to construct the genre formation of full-length novel The last transition occurred with the birth of Yi s one of major works Mu-Jeong heartless As the first modern full-length novel in Korea Mu-Jeong showed the rules of evolution in terms of the narrative development and also the genre itself Consequently those genre experiments of the s foreshowed the internal evolution of the novel genre in the 1920s 183

한국문화연구 29 Key Word:the s Yi Kwang Su Poetry Travelogue Novel Genre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