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회 사 민속학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이라는 주제로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를 안동의 한국국학진흥 원에서 개최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안동은 민족문화의 전통이 뿌리 깊은 고장이며, 한국 국학진흥원은 국학연구 사업을 줄기차게 펼치고 있는 학술기관입니다. 그리고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21세기 시대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금세기는 문화의 세기이자 세계화시대인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정체성이 뚜렷하고 국학연구가 활발한 고장에서 시의적절한 주제로 민 속학자대회를 개최하게 된 사실을 뜻 깊게 여기고 반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화의 세기이자 세계화시대일수록 민족문화의 정체성이 긴요한 가치로 주목받게 됩니다. 문화는 국제사회에서 자기 개성과 교양을 드러내는 국경 없는 신분증이자, 삶의 질적 수준과 창조력을 보증 하는 신뢰성 높은 자격증 구실을 합니다. 따라서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지 못한 국민은 국제사회에서 자기 존재감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문화가 한층 중요하게 인식되고 세계화가 더 진전될수록 국제 사회에서 자문화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섀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 에서 세계 8대 문명권의 하나로 중국과 일본 문명을 꼽는 반면에 한국문명은 제쳐 놓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 결과입니다. 전통사 회 지배층의 한자문화와 유교문화를 중심으로 보게 되면 중국문화의 아류나 다름없고, 현대사회 지 식인들의 외국어 남용과 주류사회의 기독교문화를 고려하면 지금도 한국문화다운 개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외국인의 시선으로 볼 때 한국문명이 제대로 포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속문화를 보면 한국문화의 독자성이 뚜렷합니다. 우리 옷과 음식, 집 어느 것 하나 독자 적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저고리와 김치, 온돌은 한국문화다운 개성이 아주 뚜렷합니다. 굿과 탈 춤, 풍물, 아리랑 등의 민속문화는 민족적 창조력을 잘 드러냅니다. 다른 나라 민속문화도 정체성이 두드러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민속문화는 고급문화나 대중문화와 달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간직한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족문화의 정체성 연구는 민속학의 기본적인 사명이자, 학 문적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학술대회는 이 문제를 두고 민속학계의 연구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민속학자대회는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가 맡아서 꾸리느라 사무국에서 적지 않은 수고를 했 습니다. 작년에 사단법인 등록을 마치고 올해 민속학자대회를 주관하면서 우리 연합회의 위상과 역 할이 한층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립민속박물관의 따뜻한 관심과 넉넉한 지원이 없다면 감당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신광섭 관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을 담아 고마운 뜻을 밝힙니 다. 민속학자 여러분들이 주인되는 신명풀이 학술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단법인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장 2009년 10월 29일
환 영 사 2009한국민속학자대회 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자부하는 안동에서 개최하게 됨을 참으로 기 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민속학자대회는 서울에서 개최해 왔으나 작년부터는 지역문화를 창달 하자는 의지를 갖고 지역문화의 중심지에서 직접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 이곳 안동 한국국학진 흥원에서의 대회는 바로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문화의 해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문화의 근간이 각각의 지역에 있다는 자각과 함께 지역 민속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의 장을 열자는 것입니다. 2009년 금년은 바로 경북민속문화의 해 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한국민속학자대회를 한국정신문화의 메카 안동에서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2009한국민속학자대회 에서는 민속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주제를 선정하여 매해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로학자, 소장학자, 신진 연구자 구분 없이 한데 모여 학문적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올해 본 대회의 주제는 민속학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입니다. 너나없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정신문화 창달에 그 해답이 있음을 강조합니 다. 그러나 민족문화가 무엇이며, 그 정체성이 무엇인가는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민속학과 관련시 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입니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민족문화의 중요성 이 자각되고 있고, 정체성의 확립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시작된 한국민속학자대회는 매해 여러 민속학술단체들이 참여하여 민속학연구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추진해 왔습니다. 2008년부터 민속학술 관련 단체들이 모여 한국민속 학술단체연합회 를 구성하였고, 민속학자대회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2009한국민속학자대회는 연합회의 임원진들이 애써서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 민속박물관과 경상북 도는 경북분과와 한일민속교류분과를 마련하여 다른 각도에서 민속학과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점검하 고자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안동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일일이 감사의 말씀을 올리지 못하고, 개회사로 대신하게 된 것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한국민속학자 대회 가 민속학자 여러분의 연구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이 되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그 동안 경북민속문화의 해를 준비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상북도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이 자 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한일민속교류분과를 위해 일본역사민속박물관의 츠네미츠 도오루( 常 光 徹 ) 교수님을 비롯한 네 분의 방한과 발표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0월 29일 국립민속박물관장
행사 일정표 첫째날 2009.10.29(목) 장소: 본관 시청각실(대) 내 용 시 간 주 제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 등록 12:30~13:00 등록 개회식 13:00~13:30 개회사 기조 강연 기조 발표 환영사 축사 기조강연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13:30~14:00 정체성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발표1 14:00~14:30 발표2 14:30~15:00 휴식 15:00~15:10 발표3 15:10~15:40 민속학=민족문화학 의 탈신화화 발표4 15:40~16:10 발표5 16:10~16:40 휴식 16:40~16:50 민속미학의 전통과 민족미학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세계화 종합 토론 17:00~17:50 좌장: 나경수(전남대) 현상 논문 17:50~18:10 시상 및 심사평 시상식 만찬 18:10~ 만찬 임재해 (민학연회장)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 김관용 김휘동 성병희 (전 안동대) 정상박 (동아대) 나승만 (목포대) 김종대 (중앙대) 남근우 (동국대) 천혜숙 (안동대) 박성용 (영남대) 홍태한 (중앙대) 이창식 (세명대) 이영배 (전남대) 서영숙 (청주대) 송효섭 (서강대) 배영동 (민학연 사무총장) 정형호 (중앙대) 이수자 (중앙대) - i -
둘째날 [민속분과] 2009.10.30(금) 장소: 본관 시청각실(대) 내 용 시 간 주 제 발표자 토론자 사회 등록 09:00~09:20 발표1 09:20~09:50 발표2 09:50~10:20 발표3 10:20~10:50 휴식 10:50~11:00 발표4 11:00~11:30 발표5 한국 구비문학의 성격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굿문화의 전통과 한국문화의 정체성 조상제사의 전통과 한국 제례문화의 정체성 세시놀이의 축제화를 통한 지역 정체성 형성과 의미 11:30~12:00 풍물잡색놀음 연구의 현안에 관한 散 考 중식 12:00~13:00 최원오 (고려대) 이경엽 (목포대) 김미영 (국학원) 최명림 (국민박) 한양명 (안동대) 김헌선 (경기대) 이용범 최동현 (한국종교문화 (군산대) 연구소) 김시덕 (국민박) 김월덕 (전북대) 허용호 (고려대) 황루시 (관동대) 총회 13:00~13:30 발표6 13:30~14:00 발표7 14:00~14:30 발표8 14:30~15:00 휴식 15:00~15:10 진행: 배영동(민학연 사무총장) *총회 참석대상이 아닌 분들은 유교문화박물관 관람 풍물의 음악적 특성과 민족음악의 정체성 고대 발굴자료에 나타난 복식문화의 정체성 인식 한국음식론의 담론형성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민속학의 과제 김정헌 (전북대) 박선희 (상명대) 주영하 (한중연) 박흥주 (경희대) 김은정 (전남대) 이건욱 (국민박) 양종승 (국립민속 박물관) 종합 토론 15:10~16:10 좌장: 김명자(안동대) 총평 16:10~16:30 강신표(인제대) 폐막식 16:30~ 폐회사(연합회장) - ii -
둘째날 [경북민속분과] 2009.10.30(금) 장소: 본관 1층 강의실(3) 내 용 시 간 주 제 발표자 토론자 사회 등록 09:00~09:20 등록 09:20~10:00 1. 경북의 나물ㆍ약초 민속 전승양상과 활용방안 박경용 (영남대) 김두진 (한양대) 분과 발표 1 10:00~10:40 2. 마을숲의 재인식과 활용 10:40~10:50 휴식 10:50~11:30 3. 경북의 반가음식으로 본 조선 후기 음식의 한 속성 석대권 (대전보건대) 배영동 (안동대) 이영진 (경북과학대) 김상보 (대전보건대) 조승연 (국립민속 박물관) 11:30~12:10 4. 경북여성의 글하기 중식 12:10~13:00 이정옥 (위덕대) 신경숙 (한성대) 총회 13:00~13:30 사회 : 배영동(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사무총장) 분과 발표 2 13:30~14:10 5. 농촌개발사업에 선정된 마을의 정치과정 -A마을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14:10~14:50 6. 군위( 軍 威 ) 한밤마을 대율리( 大 栗 里 )의 지명 변천 손대원 (국립민속 박물관) 염경화 (국립민속 박물관) 강성복 (충청문화 연구소) 장동수 (한경대) 장장식 (국립민속 박물관) 14:50~15:00 휴식 종합 토론 15:00~16:00 좌장 : 황상일(경북대) 총평 16:10~16:30 강신표(인제대) 폐회 16:30~ 폐회사(연합회장) 공통 - iii -
둘째날 [한일교류분과] 2009.10.30(금) 장소: 본관 2층 대회의실 내 용 시 간 주 제 발표자 토론자 사회 등록 09:00~09:20 등록 09:20~10:10 神 霊 の 宿 る 木 常 光 徹 ( 日 本 歷 史 民 俗 博 物 館 ) 千 鎭 基 ( 國 立 民 俗 博 物 館 ) 분과 발표 1 10:10~11:00 민간요법과 약재의 영상민속학적 기록과 아카이브구축 11:00~11:10 휴식 松 田 睦 彦 沈 宰 奭 ( 日 本 歷 史 民 俗 博 ( 國 立 民 俗 博 物 館 ) 物 館 ) 11:10~12:00 중식 12:00~13:30 八 重 山 地 方 の 家 屋 の 変 遷 と 建 築 儀 礼 松 尾 恒 一 ( 日 本 歷 史 民 俗 博 物 館 ) 趙 淑 晶 ( 全 北 大 ) 千 鎭 基 ( 國 立 民 俗 博 物 館 ) 분과 발표 2 13:30~14:20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 - 한국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 14:20~15:10 椿 の 力 內 田 順 子 安 廷 允 ( 日 本 歷 史 民 俗 博 ( 國 立 民 俗 博 物 館 ) 物 館 ) 小 池 淳 一 ( 日 本 歷 史 民 俗 博 物 館 ) 金 在 浩 ( 安 東 大 ) 관람 15:10~16:10 유교문화박물관 전시실 관람 총평 16:10~16:30 강신표(인제대) 폐회식 16:30~ 폐회사(연합회장) 공통 - iv -
목 차 발표논문 - 2009. 10. 29(첫째날) 기조발표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3 발표자 / 정상박(동아대학교 명예교수) 발 표 1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17 발표자 / 나승만(목포대학교) 토론문 / 홍태한(중앙대학교) 발 표 2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25 발표자 / 김종대(중앙대학교) 토론문 / 이창식(세명대학교) 발 표 3 민속학=민족문화학 의 탈신화화 43 발표자 / 남근우(동국대학교) 토론문 / 이영배(전남대학교) 발 표 4 민속미학의 전통과 민족미학 67 발표자 / 천혜숙(안동대학교) 토론문 / 서영숙(청주대학교) 발 표 5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세계화 85 발표자 / 박성용(영남대학교) 토론문 / 송효섭(서강대학교) - v -
발표논문 - 2009. 10. 30(둘째날) 발 표 1 한국 구비문학의 성격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101 발표자 / 최원오(고려대학교) 토론문 / 김헌선(경기대학교) 발 표 2 굿문화의 전통과 한국문화의 정체성 121 발표자 / 이경엽(목포대학교) 토론문 / 이용범(한국종교문화연구소) 발표 3 조상제사의 전통과 한국 제례문화의 전체성 151 발표자 / 김미영(한국국학연구원) 토론문 / 김시덕(국립민속박물관) 발표 4 세시놀이의 축제화를 통한 지역정체성 형성과 의미 171 발표자 / 최명림(국립민속박물관) 토론문 / 김월덕(전북대학교) 발표 5 풍물잡색놀음 연구의 현안에 관한 散 考 195 발표자 / 한양명(안동대학교) 토론문 / 허용호(고려대학교) 발표 6 풍물의 음악적 특성과 민족음악의 정체성 231 발표자 / 김정헌(전북대학교) 토론문 / 박흥주(경희대학교) 발표 7 고대 발굴자료에 나타난 복식문화의 정체성 인식 245 발표자 / 박선희(상명대학교) 토론문 / 김은정(전남대학교) 발표 8 한국음식론의담론형성과정에대한비판적검토와민속학의과제 275 발표자 /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토론문 / 이건욱(국립민속박물관) - vi -
현상 공모 수상 논문 대학원생 최우수상 된장의 종류와 분류에 대한 인식 293 안일국(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 4학기) 우 수 상 <호살량굿>과 <호탈굿>의 주술과 연행주체의 세계관 비교 313 이주영(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4학기) 우 수 상 견훤 설화의 사료 기능과 역사적 사실의 민속문화 형성 331 황진현(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 4학기) 대학생 최우수상 전통가옥 원형의 창출과 진정성의 경합 363 박현규(중앙대학교 인문대학 민속학과 4학년) 우 수 상 부산 동래파전 의 유명세 확보와 확산과정 385 이지은(안동대학교 민속학과 3학년) - vii -
2009한국민속학자대회 발표문 민속학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2009. 10. 29(목) 기조발표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발표자 : 정상박(동아대학교 명예교수) 발 표 1 :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발표자 : 나승만(목포대) / 토론자 : 홍태한(중앙대) 발 표 2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발표자 : 김종대(중앙대) / 토론자 : 이창식(세명대) 발 표 3 : 민속학=민족문화학 의 탈신화화 발표자 : 남근우(동국대) / 토론자 : 이영배(전남대) 발표 4 : 민속미학의 전통과 민족미학 발표자 : 천혜숙(안동대) / 토론자 : 서영숙(청주대) 발표 5 :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세계화 발표자 : 박성용(영남대) / 토론자 : 송효섭(서강대)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목 차 Ⅰ. 서 언 Ⅱ. 민족 정체성 혼란과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현실 1. 민속문화의 현황과 민족 정체성의 혼란 2.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현실 Ⅲ. 민속예술의 본질과 교육 1. 민속예술 교육과 민족 정체성 2.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적 적합성 3. 민속연행예술의 범주와 교육내용 Ⅳ. 민속연행예술 교육 목적과 이상적 인간형 1. 한민족의 심미적 특성과 민속연행예술 2.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목적 Ⅴ. 결 언 Ⅰ. 서 언 민속은 민족 정체성을 잘 내포하고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민족 정체성의 탐색과 확립을 위하여 민속문화를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민족 공동체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승 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근대 이후 제도적인 교육이 민족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도외시할 수 없다. 저절로 전승되는 민속문화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도 민족 정체성 확립 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민속문화의 교육을 통한 민족 정체성 형성 문제를 연구해 보아 야 할 것이다. - 3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그런데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학문이라면 순수한 것을 숭상하고 실제 응용하는 분야를 경시하 여 왔다. 이런 경향 때문에 한국에서 활발히 민속학 연구가 진행되면서도 민속문화를 어떻게 가르 칠 것인가 하는 응용분야의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학문의 사각지대나 다름이 없는 지경이다. 2002년에 비교민속학회가 민속과 교육 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하고 그 내용을 다음해에 비교민속학 제26집 에 싣고, 이어서 민속과 교육 이라는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이 논문들 중에서 한 편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국 민속문화 내지 민속예술이 지닌 교육적 기능, 즉 사회교 육적인 효능에 관한 연구였다. 그렇지 아니하면 전통사회의 예술 전수방식에 대한 연구였다. 순수 인문학으로서 태도와 방법을 견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민속예술 교육론은 민속학, 예술학(예술의 갈래별 학문 포함하여), 교육학이 겹쳐지는 영역이다. 한 국에서 세 방면에 대한 학문적 성과도 어느 정도 이룩하여 민속예술 교육론을 연구할 바탕이 되고, 우 리 민속예술의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속예술 교육은 전문가 양성 과정과 일반교양 과정이 있는데, 이 글은 후자에 관한 것이다. 민속예술 교육은 미술 분야, 공예 분야, 문학 분야, 음악 분야, 무용 분야, 연극 분야의 교육으 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는 일반교양 과정으로 음악, 무용, 연극 분야의 교육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이것을 시간예술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넓어지고 공연예술이라고 하면 전문가 예술의 인 상을 주기 때문에 민속연행예술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표제를 민속예술 교육이라고 하였지마는 주로 민속연행예술 교육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 다. 이 글에서는 민속연행예술의 한 갈래 혹은 각 갈래의 교육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 니라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민족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떤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민족 정체성 혼란과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현실 1. 민속문화의 현황과 민족 정체성 혼란 한국 민속의 형성 배경이 된 것은 자연환경이다. 한국은 기후대가 온대이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가 분명하다. 춘하추동에 따라 다양한 세시풍속이 형성되었다. 지세는 산이 많다. 그러나 나지막한 야산을 등진 마을 앞에 강과 들판이 놓여 있는 배산임수의 자리에 마을을 이루어 사 람들이 모여 생활을 하였다. 한민족은 이런 자연환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농경문화는 신석기시대 이래로 장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의 기본 생활문화다. 지난날의 한국인은 대부분 농 - 4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민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속하게 도시화되기 시작하다가 1976년을 고비로 50%이상이 도시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병행하여 한국의 산업도 농업에서 상공업으로 급격히 변모하 였다. 한국은 그 동안 산업사회와 후기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변동은 유구한 역사에서 가장 큰 변혁이라 하겠다. 외래문화가 무방비상태로 유입되고, 핵가족화, 개인주의화되면서 생활양상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민속문 화가 존속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민족의 전통적인 정체성이 뿌리 채 흔들리게 되었다. 우리의 민속연행예술은 아이들이 농사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지역공동체 의 세시적 놀이로 연행되는 가운데 사회화과정의 하나로 습득하기도 하였다. 이것이 민속연행 예술의 자연 전승이다. 그러나 심하게 사회가 변동되면서 이런 자연 전승이 불가능하게 되었 다. 그래서 민속연행예술의 인위적인 전승, 즉 계획적인 교육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방송매체에서는 상업적인 입장에서 청취자가 선호한다는 이유로 서양 대중예술을 대대적으 로 방송하고 있어서 자연히 청소년들은 그것에 심취하게 되었다. 반대로 청소년들은 평소에 민 속연행예술을 접할 기회가 드물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얼굴과 체구 는 한민족인데, 정신과 정서는 서양인과 같게 되어 간다. 전통적인 민족 정체성은 지속되기 어 렵게 되었다. 2.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현실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근대화의 개념과 서구화의 개념이 혼동되어 사용되었다. 따라서 예술 교과에서 서양 예술만 교육하고 한국 전통예술 교육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국의 예술에 대하여 가치를 부여할 수 없게 하고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학교 교육이 시작된 것은 갑오개혁(1894년) 이후이다. 연행예술의 기본 바탕이 되는 장단을 가르치는 음악 교과를 살펴보면, 이전의 전통적 음악 교육은 전문 음악가 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1885년 서양의 기독교 선교사가 찬송가 형태의 서양 음악을 보 급하면서 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교육이 시작되었다. 특히, 1886년부터 1909년 사이에 설립된 전국 60여 개의 선교계 학교에서 찬송가과 창가를 가르치면서 서양 음악에 기 반을 둔 학교 음악 교육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또 일제 강점기에는 서양의 민요나 일본식 노래 가 주를 이루는 창가와 음악 감상을 중심으로 학교 음악 교육이 이루어졌다. 1) 광복 후의 교육은 일제하의 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신교육으로 시작하였다. 예술 분야의 교육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서구적인 것이 주로 교육되었다. 국악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제6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제7차 교육과정에 1) 문진 외 7인, 2007년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 해설(음악과), 교육과학부, 2007, 125쪽. - 5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이르기까지 양적 팽창은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국악을 다루기에는 여전히 어 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2007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국악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차 교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그리하여 구체적인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의 하나로 국악 교육의 질적 제고 항목을 설정하고 전통 음악교육을 강화하였다. 2) 그렇지만 음악 교육의 전통 분야 수업에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 학생이 초등학교 입 학해서 졸업하기까지 접하게 되는 민속음악의 수는 아주 작다. 그나마 교과서에 실려 있는 민 요도 기능요보다 비기능요가 많이 실려 있고, 그것도 왜곡, 변질되게 편곡한 것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국악이 어느 정도 다루어지다가 상급학교에 갈수록 교육의 양이 줄어들고 있 다. 아직 국악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의 수가 아주 적다는 점이 큰 문제다. 학교 교육에서 무용이 음악보다도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용은 체육과목의 일부로 편 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민속춤의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 기 어렵다. 학교 교육에서 연극 교육의 실정은 참담하다. 국어과 교과서에 한 학년에 한 편 정도의 희곡 작품이 실려 있으나 대부분 독해하는 정도로 그치고 연극 교육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탈놀음 대본이 실려 있어 우리 민속연행예술교육의 단서를 제공해 주 고 있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근간에 한국 교육계에서 전통문화, 민속예술 등에 대한 자각과 반성을 하고 학교의 정규 교 과에서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것도 체계성이 없고 비지속적이어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1990년대 이후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은 정규 교과 교육보다 특별활동과 방과후 교육, 학원 교 육, 전수학교 교육 3) 등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좋은 듯하나 전체 학생이 아니라 일부의 학생들만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여되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1970년대 이후 대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통한 민속예술 전승 교육은 민속연행예술의 새로운 전승 양상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운동으로의 확산이라는 측면으로 보아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리고 민속연행예술 관련 동아리 출신들의 문화예술계의 진출을 보면 굉장한 교육적 효과를 나타낸 자율적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성인교육 프로그램에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이 많이 실시되고 있는 점은 다행 이라 할 수 있다. 지각 있는 성인들이 민속연행예술단체나 교육기관 그리고 대학의 평생교육원 에서 민속악이나 민속춤을 배우는 수가 늘고 있다. 사회복지회관의 노인 교육프로그램으로 민 속연행예술이 인기가 있다. 2) 같은 책, 124쪽, 133쪽. 3)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을 전수하는 학교를 지정하여 교육을 하는 제도. - 6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우리나라의 민속연행예술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 전승력을 잃은 대신에 교육은 점점 성 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 교과와 비정규 교과로, 혹은 사회교육의 하나 로 분산되어 있고, 비체계적이고 비지속적이라고 할 수 있다. Ⅲ. 민속예술의 본질과 교육 1. 민속예술 교육과 민족 정체성 농경시대에 형성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일제 식민지시대, 육이오 동족상쟁, 남북한 양대 이대올로기의 지배,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를 지나면서 온전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지구촌 시대의 외래문화 유입, 대량 생산 자본주의,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는 정 체성에 대한 혼란을 심하게 겪고 있다. 민족 정체성에 대하여 연구하고 논의하여 합의를 이루면서 그것을 추스르는 작업이 필요하 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체성 형성을 위하여 교육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적인 합의가 안 된 정체성을 위하여 지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인터넷 시대는 유목민 적 성격이 있어야 한다면서 디지털-노마드(Digital-Nomad)족, 혹은 유비-노마드(Ubi-Nomad) 족이란 용어가 등장하니까 우리가 아직 농경민족의 유산을 많이 안고 있는데도 느닷없이 수천 년을 뛰어넘어 우리도 고대 유목민족이어서 그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것조차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어 어떤 내용을 교육하여야 할 것인가 당혹스럽다. 그리고 민족 정체성을 위한 지적 교육은 국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독일 나치스의 게르 만 민족 우월성 교육이나 일제 식민지시대 피식민 우민화 정책에 부화뇌동한 민족 개조론 같 은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민속예술을 교육하여 함께 놀면서 공동체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민족 정서교육으로 민족 정체성을 가다듬는 것이 지적 교육으로 범하기 쉬운 오류를 피하게 되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적 적합성 민속예술은 민중의 생활문화인 민속의 한 영역이다. 민속예술은 민중이 살아가면서 삶의 일 부로 행하고 즐긴 것이다. 따라서 민속예술은 민중의 삶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다. 민속예술 - 7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은 민중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위하여 행하는 예술이다. 그러므로 민속예술에는 민중의 삶의 양상이 진솔하게 투영되고, 민중생활의 애환이 가장 잘 스미어 있다. 일반 사람들이 행복 한 생활을 위한 교양교육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런 민속예술의 본질로 보아서 가 장 적합한 것의 하나로 여겨진다. 민속예술은 민중이 좋아하는, 비교적 단순하고 소박한 형식이 많으며 삶이 있는 대로 간단하 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 많다. 민속예술의 교육 소재가 단순한 형식과 간단한 내용으로 된 것이 많아 가르치고 배우기가 쉽다. 그래서 유아층부터 노년층까지 폭넓게 교육할 수 있다. 민중은 개인의 집합 개념이다. 민중은 인위적인 조직이 아닌, 사회계층의 하나다. 민중의 예 술인 민속예술은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공동체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민속예술은 개인의 창작 물이 아니고, 수많은 시대에 걸쳐서 형성된 민중의 공동작이라 할 수 있다. 민속예술은 공동체 신명풀이를 통하여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킨다. 따라서 민속예술 교육은 현대에 개인주의적 성 향으로 되어가는 청소년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정체성을 확보하는 민족 교육으로 알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전승문화인 민속예술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민속예술은 전통예술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와 미래로 이어갈, 살아 있는 문화라 할 수 있다. 민속예술 교육은 전통교육이면서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창의성 교육이라고 여겨진다. 민속예술은 자족적이다. 민중이 민속예술 작품을 보거나 들으며 감상하기도 하지만, 직접 참 여해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민속예술은 해서 즐거운 예술 이다. 민요를 들어도 슬픈 정서가 느껴지지만, 그것을 손수 부르면 서러움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다. 풍물을 들어도 신명이 느껴지지만 장단에 따라 어깨를 우쭐거리면 더 흥이 나고 굿판에 직접 뛰어 들어가 함 께 춤을 추면 더 흥취를 느낄 수가 있다. 민속예술은 객관적 타자로서 관람하기보다 직접 참여 해야 신이 나는 것이다. 민속예술은 해서 즐거운 것이므로 그 기능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학생 들이 즐거운 시간이 되면서 심리치료의 기회도 된다. 그리고 그 기능의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 금 평생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민중은 민족 구성원 중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민족 구성원의 기층이다. 민속문화는 민족예 술의 기저가 되고, 민속예술은 민족예술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민속예술 교육은 정체성 확보 를 위한 기본적 민족교육이 된다. 3. 민속연행예술의 범주와 교육내용 민속예술은 언어예술, 공간예술, 시간예술로 분류할 수 있다. 공간예술과 대칭되는 시간예술 이 연행예술이다. 언어예술인 민속문학은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연행주의자( 演 行 主 義 者 )는 모 - 8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든 민속행위를 연행(performance)으로 본다. 따라서 모든 민속문학도 민속연행예술로 본다. 말 노래인 민요는 물론이고 설화도 이야기하기의 구연( 口 演 )에 주목하여 연행예술로 본다. 그러나 이것은 순수한 행위전승이 아니고 언어전승이고 구술행위다. 민속문학은 구연하는 행위의 예술 성이 위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언어의 예술성으로 감동을 주는 갈래다. 그래서 설화, 속담, 수 수께끼 등을 구연하는 것은 연행행위지만, 연행예술로 보지 않는다. 다만, 노래하는 민요는 문 학성 못지않게 연행하는 음악성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므로 가창하는 민요는 마땅히 민속연행예술 분야에 넣어야 할 것이다. 민속연행예술은 음악, 무용, 연극 분야로 갈래를 나눌 수 있다. 음악 분야는 앞서 말한 민요 이외에 시나위, 판소리, 풍물, 무악 등이 있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 교육에서는 이것들을 개괄 적으로 소개할 수는 있으나 기능을 가르치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래 시나위 연주자와 판소리 창자는 전문가였기 때문에 비전문적 일반인을 위한 교양교육에서는 제외하여야 할 것이다. 무 당노래와 무당기악, 무당춤은 굿이라는 특수한 의식에서 특정한 직업인이 행하는 것이므로 교 육에서는 취급할 수가 없는 것이다. 풍물은 비전문가 집단의 연행예술이고 모든 민속연행예술 에서 연행의 기본 장단이 되므로 주요한 교육내용이 된다. 판굿 풍물은 전문적인 풍물이지만 일반적인 풍물이 발달한 것으로 수준의 차이지 별종의 것이 아니므로 고급과정의 교육에서 다 루어질 수 있다. 무용 분야의 교육내용은 민속춤이 위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민속춤은 지역의 향토춤이므로 지방에 따라 교육하는 향토춤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은 경상도의 덧배기춤처럼 대개 큰 틀은 있 으나 비정형적인 춤이다. 민속연행예술의 연극 분야는 탈놀음과 꼭두각시놀음이 있는데, 꼭두각시놀음은 전문적인 광 대들이 연희하던 것이므로 교육내용에서 제외하고 토박이탈놀음만 교육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것도 일반인을 위한 교육과정에서는 감상을 위주로 하고 기본춤사위를 가르치는 정 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민속놀이는 연행물이지만 모든 민속놀이가 연행예술이 아니다. 놀이성이 강한가, 예술성이 강한가에 따라 민속놀이와 민속예술로 구분을 하지만 실제 모호하여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많 다. 강강술래 같은 민속놀이는 가무가 함께 행해지는 것이므로 민속놀이이면서 민속연행예술이 다. 민요, 풍물, 민속춤은 실제 연행에서 미분화 상태의 가무악( 歌 舞 樂 )으로 행해지면서 민속놀 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민속연행예술의 유아기 교육과정은 놀이부터 시작하여야 하므로 민 속연행예술 교육의 내용에 민속놀이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일반인을 위한 교양교육 과정의 민속연행예술의 내용은 민요, 풍물, 민속춤, 민속놀이를 중심으로 편성하여야 할 것이다. - 9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Ⅳ. 민속연행예술 교육 목적과 이상적 인간형 1. 한민족의 심미적 특성과 민속연행예술 한민족이 인식하는 미적 특질은 논자에 따라 다르게 말하고 있다. 조형예술품을 많이 보아온 미술사가들은 한민족 예술의 특징을 무기교의 기교, 자연주의, 여백의 미, 선의 미 등으로 말하 고 있다. 춤이나 굿을 많이 접한 인사들은 우아함, 한( 恨 ), 풀이, 정중동 등을 한민족의 미학이 라고 한다. 탈놀음이나 축제를 많이 대한 사람들은 신명, 흥취, 골계, 대동성 등을 한민족의 미 적 특징이라고 한다. 국문학 연구자들은 한국문학의 미적 특성으로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 은 근과 끈기, 두어라 와 노세 의 미학, 애처로움과 가냘픔, 조화와 균형 등을 들고 있다. 이런 미적 특성을 표현한 말은 어떤 갈래나 작품에는 맞는 것 같으나 다른 것에는 맞지 않 는 경우가 많다. 원래 미 를 차원이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의 식을 표현한 어휘들이 일면의 타당성은 있으나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지닌 미의식 전체를 감쌀만한 것을 개념화하는 일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쉽 고 간단히 결론을 지을 수 없지만, 우리 민족만이 가진 독특한 미의식을 표현하면서 두루 적용 할 수 있는 것으로 멋 4) 이 가장 알맞은 것이 않을까 한다. 멋 은 미각인 맛 에서 나왔다. 양성모음 ㅏ 자리에 음성모음 ㅓ 가 대치되어 더 그윽한 맛 이 난다. 이 말은 조선조 후기 민중의식이 성장하는 시기에 보편화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 위 상이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맛 과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풍류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 서 민중의 구체적인 미감과 상류층의 정신적인 정서를 어우를 수 있는 민족의 미적 개념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멋은 원래 민중의 생활 미감에서 발달한 미의식이므로 민중의 예술인 민속연행예술의 미적 특질을 나타내는 어휘로 알맞은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말 '아름다움 은 미의식을 대표하는 말이다. 아름다움 이란 말은 보편적 미 개념에 통용 되는 말이면서 미 개념을 표상하는 용어다. 고움 은 아름다움 의 정통을 이어 받으면서 아 름다움 보다 작은 구체적 개념이다. 이러한 고움 의 반듯함과 규격을 뛰어넘는 초규격의 변형 미가 멋 이다. 멋 은 우리가 그 본래의 모습을 변형해서 체득한 또 하나의 고유미이다. 멋은 4) 신석초, 멋설, 문장, 1941년 3월호 이희승, 멋, 현대문학 1956년 3월호 조윤제, 멋이라는 말, 자유문학 1958년 11월호 조지훈, 멋의 연구, 한국인과 문학사상, 일조각, 1964. 정병욱, 고전시가론, 신구문화사, 1977 멋에 관한 조지훈의 논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논문 중에 간단히 언급한 것이나 수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멋 에 관한 검토는 위의 글들을 참고하여 멋진 사람 의 특질을 살피기 위하여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 10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단순한 아름다움만으로 성립되지 않고, 변환의 묘에서 느껴지는 미의식이다. 멋은 근본적으로 형식상의 격식을 바탕으로 한다. 즉 격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격 식에 맞는다는 것만으로 멋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멋은 격식에 맞으면서도 격식을 뛰어넘을 때 느껴지는 미이다. 멋은 조화의 미다. 격식 속에 변화, 변화하면서도 격식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조화에서 우 러나오는 아름다움이다. 멋은 얽매임에서 벗어나고자 한 자유의 동작이다. 멋은 불교나 유교 같은 외래 종교의 규격 속에서 우리 민족 특유의 자세로 부려 본 자유의 몸짓이요, 낭만이다. 조선조 오 백 년 간 주자 학의 형식주의와 임병양란의 전란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멋을 잃지 않았다. 이 낭만은 억압에의 숨구멍이요, 생활의 여유다. 멋은 고달픈 일상생활을 견디어 내는 민중의 슬기였는지도 모른다. 멋은 단일한 것이 아니다. 멋은 다양하다. 그리고 단조로움에서 우리는 멋을 느낄 수 없다. 멋은 가만히 있는 것에서보다 움직이는 것에서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안 움직일듯하다가 움직 여야 하고, 끊어질듯하다가 이어져야 한다. 멋은 무르익어야 한다. 저절로 흘러나온 멋이라야 참 멋이다. 무르익은 멋에는 고고함과 아 울러 속됨도 융화하고, 자연과 인공도 조화하는 너그러움이 있다. 섣부른 것은 멋의 속에 끼지 도 않지만 지나쳐도 멋이 아니다. 멋은 중용의 평행을 유지하는 데서 우러나온다. 멋은 지나쳐서 안 되므로 절제가 내재되어 있다. 속세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데서 멋은 날개를 편다. 그러나 그것이 속세란 현실을 떠난다 면, 우리네 멋의 영역일 수 없다. 선( 仙 )의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멋은 근엄한 것이 아니므로 은근한 익살로 미소를 자아내게 하면 더욱 좋다. 멋은 바로 무릎 을 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은은한 여운이 있으면 격조가 더 높아진다. 멋은 멋있게 죽겠다 에서 것처럼 숭고미나 장엄미에까지 일컫는 미의식으로 그 바탕에 정 신적인 것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멋은 단순히 예술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멋지게 산다 처럼 우리의 생활의 아름다움을 표하기도 하고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보고 마지 막이 더 멋지다. 라고 한 것처럼 도덕적인 것도 표현한다. 멋은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집단적 동일 취향으로 말미암아 다양한 미적 특질을 포섭하면서 형 성되어 왔다. 멋은 존재하는 미이면서 우리 민족이 지향하는 미적 이상( 理 想 )이라고 할 수 있다. 2.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목적 교육의 목적은 교육활동을 통하여 실현하여야 할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교육활동 은 설정된 교육 목적으로부터 출발한다. 교육의 목적에 관해서는 교육과정 문헌에 다양한 용어가 - 11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사용되고 있다. 교육이념, 교육 목적, 교육결과, 교육목표, 교육의 일반적 목표, 교육의 구체적 목표, 단원목표, 수업목표, 행동목표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쓰는 이에 따라 용어의 뜻도 약간의 차이가 난다. 5) 교육 목적(educational purpose)은 교육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표현으로서, 비교 적 포괄적이고 궁극적이며, 일반적이고 대체적인 동시에 이상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교 육이념이라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교육목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실제적 으로 교육활동이 계획되는 교육의 구체적인 방향제시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교육목표는 일반적인 목표(goals)와 구체적인 목표(objectives) 또는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으로 구분된다. 6) 교육 목적은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요구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목적은 교 육기본법 제2조에 제시되어 모든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기저가 된다. 7) 제7차 교육과정의 서두에 추구하는 인간상 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교육의 목적을 나타낸 것 이라고 한다. 8) 교육의 일반적 목표는 각급 학교별 목표, 교육청의 각급 학교별 목표, 개별학교 목표 등과 교과 별 목표가 해당되고, 교육의 구체적 목표는 단원목표와 수업목표가 해당된다. 그렇다면 민속연행예 술의 교육은 하나의 교과에 해당되므로 목표로 표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속연행예술이 여러 갈래의 예술을 포괄하므로 한 교과로 설정하기에 어렵고, 여기서 말하는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이 학 교 교과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하여 받는 교육은 물론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과 농협의 주부교실 농악 교육 등 사회교육까지 아우르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제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교육기본법 제2조의 내용은 법조문의 표제대로 교육이념이라 하고 민속연행예술의 교육 이 바라는 바를 교육 목적 이라고 하였다. 민속연행예술의 교육 목적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이념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은 한국을 중심으로 논의하더라도 국가를 초월하여 한민족 전체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 고 이것은 민족교육이고 전통문화 교육이므로 외국의 교육철학에 의존하여 교육 목적을 설정해서는 5) 김대현 김석우,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학지사, 2005, 93쪽. 6) 홍후조, 교육과정의 이해와 개발, 문음사, 2003, 276쪽. 7) 위의 책, 95쪽.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 弘 益 人 間 )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 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8) 같은 책. 제7차 교육과정 추구하는 인간상 가.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나. 기초 능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다.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라.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마. 민주 시민 의식을 기초로 공동체의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 - 12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아니 될 것이다. 우리 민속연행예술의 본질과 성격에 따라 그 교육 목적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교육의 목적에 관한 진술은 서술형인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추구하는 인 간형 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현재 민속연행예술의 교육이 독립 교과로 설정되어 있지 않고 각 교과 에 산재하여 있고, 층위나 범위가 광범위하여 그 교육이 체계적이 않고 산발적이다. 이 모든 것을 모아 이끌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간결하고 매력적인 말로 교육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실효 성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개 직업교육이나 전공교육이 아닌, 일반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인교육( 全 人 敎 育 )에 둔다. 전인교육이란 인간을 인지적, 정의적, 기능적, 신체적 측면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조화롭게 발달시키 려는 교육이다. 여기서 논의하는 민속연행예술 교육도 전인교육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 교육은 전인교육에 목적을 두되 전통적으로 내려온 우리 미적 특질인 멋을 체득한 사람을 기르는 데 두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멋이 있는 사람을 멋쟁이 라고도 일컫는다. -쟁이 라는 접사가 장인( 匠 人 )에서 유래하였을 뿐 아 니라, 갓쟁이, 풍각쟁이, 욕쟁이, 욕심쟁이, 오입쟁이, 빚쟁이 등 기능인이나 좋지 못한 사람에게 붙 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멋쟁이라고 하면 외형적인 멋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어서 이상적 인간상을 표현하는 말로는 적합하지 않다. 사람을 주체로 두고 멋을 알다 의 단계는 입문수준이다. 멋이 들다 하면 시작단계이지만 이미 멋이 있다 의 상태가 된다. 멋이 있는 상태가 되면 타인이 절로 멋지다 라고 느낀다. 문득 멋지 다 라고 감탄할 때에 멋떨어지다 라고 한다. 멋이 떨어져서 내러앉은 상태가 최고의 경지가 된다. 무애자재( 無 碍 自 在 )의 경지다. 멋을 부리다, 멋을 내다, 멋을 지기다 의 수준은 일부러 멋을 만들거나 조작하므로 진정한 멋의 영역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일반인 교육의 목적으로는 멋떨어진 사람 이 너무 경지가 높기도 하고 어감이 거칠다. 멋진 사 람 의 -지다 는 중세어 으뜸움직씨 디다 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 상태성파생접사다. 9) 디다 는 지게나 짐을 등에 얹다( 負 ) 의 뜻과 해나 달이 넘어가다( 落 ) 의 뜻이 있어 접미사 {-지-}에도 조 금 그런 뜻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지마는 국어학에서는 이런 미세한 의미를 언급하지 않고 다만 이 름씨 멋 에 붙어서 그림씨로 파생시키는 상태성파생접사로서 기능만 기술한다고 한다. 10) 멋진 사람 이란 말에는 멋을 스스로 진 사람, 멋이 절로 떨어져 있는 사람이란 뜻이 스민 말이 다. 그러므로 멋진 사람 은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이 있어 다른 사람이 멋있다 고 절로 느껴지는 사람이다. 민속연행예술 교육의 목적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물상으로 멋진 사람 을 설정하는 것 이 좋을 것이다. 민속연행예술 교육을 받고 형성되는 멋진 사람 은 기본적인 인격을 갖추고 한국적 인 멋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멋진 사람 의 특질을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9) 하치근, 국어파생형태론, 남명문화사, 1993, 256쪽 10) 2009. 8. 14. 하치근 교수와 대담. - 13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첫 째, 멋진 사람은 지덕체( 智 德 體 )가 조화롭게 발달한 사람이다. 둘 째, 멋진 사람은 일상적인 삶을 멋지게 산다. 생활의 멋을 체득한 사람은 절로 멋지게 산다. 셋 째, 멋진 사람은 예술을 즐기며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 넷 째, 멋진 사람은 품격이 있다. 정신을 받치는 멋진 몸과 자세를 지닌다. 다섯째, 멋진 사람은 자연스럽고 겸허하다.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는 것처럼 매사에 억지스 럽지 않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여섯째, 멋진 사람은 중용의 도를 지킨다. 극단적이지 않는 균형 감각의 소유자며 절제의 미 덕을 지킨다. 일곱째, 멋진 사람은 정이 많아 인간미가 느껴지고 덕망이 있는 사람이다. 여덟째, 멋진 사람은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다. 자신의 자유가 소중한 것처럼 남의 자유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포용한다. 사고의 유연성을 잃지 않고, 변화를 수용하여 고루하 지 않다. 아홉째, 멋진 사람은 강한 공동체 의식을 지닌다. 지역 사회는 물론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열 째, 멋진 사람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며 다급한 현실에서 삶의 여유를 가진다. 민속연행예술교육을 받아서 길러진 멋진 사람은 위의 특성을 모두 갖춘 성인( 聖 人 )이 아니라 인 간적인 결점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하여 스스로 끊임없이 반성하고 고치려는 사람이다. 약간 허술한 틈이 있어 친근감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민속연행예술 교육을 받은 멋진 사람 은 성숙한 인격을 지니고, 전통적으로 내려온 우리 민속예 술의 미적 특질인 멋을 체득한 사람이다. 즉 멋의 정신에 충실한 사람, 그것을 삶에 실천하는 사람, 멋진 예술을 즐기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다. 이상적인 인간상인 멋진 사람 의 개념은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그 개념이 변할 수도 있고, 연령, 성별 등에 따라 개념에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 멋진 사람 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면서 그 내용을 성숙시켜야 민족 정체성을 가다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민속연행예술의 목적으로 내세우는 멋진 사람 은 산발적이고 비체계적인 우리나라 민속예술 교 육 전체를 이끄는 벼리[ 綱 ]가 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총합적( 總 合 的 )인 말이다. 동시에 멋진 사람 은 우리 민족이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멋진 사람 을 목적으로 설정하 고 민속연행예술 교육을 행한다면 민족 정체성의 확보에 보다 효율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 14 -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과 민족 정체성 정상박 Ⅴ. 결 언 우리나라에서 근년에 민속예술 교육이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산발적이고 비체계적이다. 교육의 전체를 통괄할 수 있는 벼리로서 매력적인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민족의 미의식인 동시에 민속예술에 두루 내재하여 있는 미적 특질을 멋 으로 보고 그 것을 바탕으로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으로 삼을 인간상을 멋진 사람 이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학계와 교육현장에서 민속예술 교육의 목적이 공론화되어 멋진 사람 의 양성이 교육의 목적으로 정해지면 큰 보람이 되겠지만, 이것이 적합하지 않아서 다른 목적이 설정되어도 무방하다. 무턱대 고 민속예술 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기로 이런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근대 이후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고 있 는 우리나라에서는 민속예술 교육이 민족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이런 주제의 논의 자체가 민족 정체성을 다지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 이다. - 15 -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나승만 (목포대학교 인문대 국문과 교수, 민속학 전공) 목 차 1. 민속문화의 거푸집 민족문화, 전통문화 2. 민속문화에 내재된 민중성의 주제의식들 3.민중의 생활 현장에서 민속문화의 길찾기 1. 민속문화의 거푸집 민족문화, 전통문화 발표자의 원래 주제는 <민속문화의 전통과 민족문화의 정체성>이었다. 그런데, 이 주제는 능력 의 한계 때문에 발표자가 수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민속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한 방편으 로서 민중성에 주목하는 글로 바꾸어 보았다. 민속문화를 형성하는 두 축이 있다면 그것은 민족과 민중이 아닐까 한다. 민족은 민속문화의 기둥 역할을 하는 수직적 맥락의 축이라면 민중은 민속문 화의 바탕을 담당하는 수평적 지평이라고 생각된다. 수직적 개념은 민속문화를 전승하고 이어가는 중심적 역할을 한다면 수평적 개념은 민속문화를 보다 활력있게 만드는 현재의 존재들이다. 민속학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분단기, 권위주의 시대, 민주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구축된 과 정이었다.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와 맞서면서 저항적 민족주의와 민중의식을 내면화했고, 분단 과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민중의 삶과 현실의 문제로 고민했다. 그 결과로서 구축된 것이 오늘날 한국 민속학의 현실이라고 발표자는 보았다. 이제 되돌아 보면 끊임없이 민중의 삶의 현장에서 고민했던 학문적 성과들은 평가되고 있다. 발표자는 이제 또 다른 민속문화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발표를 준비하였으며, 이 발표는 주류적으로 진행 되고 있는 민속학의 학문적 진로에 약간의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민속문화와 관련된 논의들을 보면 민족문화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 온 듯하다. 민속학회, 실천민속학회, 남도민속학회의 다양한 작업들은 결국 이런 맥락의 과정들 - 17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로 이해된다. 그런데, 민중문화로서의 민속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 임재해가 민속문화론에 서 민중문화로서 민속문화의 층위를 논의한 이후 별 진전을 보지 못했는데, 당시의 논의가 완 벽했다기보다는 1980년대의 상황 속에서 임재해가 과감하게 제시한 논점을 학계가 발전시키는 데 주저한 결과로 보인다. 1980년대 사회과학의 활발한 민중 논의와 비교해볼 때 민중문화의 한 중심에 있던 민속학계는 자신들의 문화적 핵심 세력들을 외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대신 민족문화로서의 민속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민족문화로서의 민속문화, 전통문화로서의 민속문화는 민속문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틀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민속문화 앞 에 수식적으로 붙이고 있는 전통이라는 용어도 민족문화라는 맥락을 배경으로 작동하는 개념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민족문화, 전통문화는 민속문화를 지배하는 거푸집 역할을 하고 있다. 민속문화는 민중이 누려온 전통문화다. 임재해, 나경수 등이 도달한 결론이다. 초기에는 민 속을 folklore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때는 민속을 민간 지식 정도로 소박하게 생각하였 다. 1) 임재해는 계층의 문제로부터 민속문화의 개념을 인도했다. 엘리트와 대중의 개념으로부터 민중을 구분하고 민중의 삶에서 민속문화의 의미를 이끌어 냈다. 2) 그 후 임재해는 민속문화를 민중의 전통문화로 인식했다. 3) 그리고 전통을 역사적 지속성, 문화적 개성, 현실적 가치에 기준 하여 바라보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전통을 민속문화의 핵심으로 보았 다. 4) 나경수는 한국 학계에서 사용하는 민속을 folklore의 번역어로 보고,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民 俗 에 주목했다. 그는 던데스의 이론을 인용하여 연행적 상황을 고려하며 전통문화라 는 의미로 인식했다. 5) 그래서 양반민속, 궁중민속이라는 말의 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민속을 문화원형으로, 문화산업의 소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임재해가 계층과 전통 을 아우르며 민속문화를 개념화한데 비해 나경수는 탈계급의 전통성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전통을 민속문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했다. 임재해는 전통을 명료하게 규정한 바 있는데, 배달민족의 민족 정신이 갈무리된 문화를 민족문화로 보았고, 민 족문화 중 민속문화를 전통문화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였다. 6) 그래서 민속문화를 전통문화의 가장 핵심적 지위에 놓았다. 이런 맥락은 민속문화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민 속문화에 담긴 자유와 개방적 특성을 제한하는 반작용도 우려된다. 그래서 전통의 개념을 유행 과 대조시키면서 이론을 강화하는데, 역사적 지속성, 문화적 개성, 현실적 가치라는 의미의 축 을 보강하여 1980년대의 전통론을 보강하였다. 그래서 변화되는 가운데서도 지속되는 맥락을 전통으로 보았고, 전통을 민속문화의 핵심으로 보았다. 7) 1) 민속학회, 한국민속학의 이해, 문학아카데미, 1994년, 18쪽, 2) 임재해, 민속문화론 文 學 과 知 性 社, 1987년, 18쪽. 3) 임재해, 민속문화,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가, 민속문화,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가, 집문당, 2001년, 15쪽, 4) 임재해, 앞의 글 22쪽. 5) 나경수 외, 민속의 변화와 현대적 의미, 남도민속의 세계, 민속원, 2005년, 21쪽. 6) 임재해, 민속문화론 文 學 과 知 性 社, 1987년, 176쪽. - 18 -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나승만 2.민속문화에 내재된 민중성의 주제의식들 송효섭은 기존의 설화 장르에 대하여 그러나 정말 그럴까? 라는 의문으로부터 그의 저서 해체의 설화학 을 시작하고 있다. 8) 송효섭이 해체주의의 해체 개념에 의지하여 새로운 장르 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데, 필자는 임재해의 현장론이 주는 영감으로 현장 다시 들여다보기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민속문화 논의에 있어서 전통과 민족은 민속문화를 규범하는 틀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민 속문화에 대한 일종의 인식을 제조해 내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지속된 어 온 것이어야 하며, 신명 있고, 생산적이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락했다고 판단되는 것, 비윤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민속문화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9) 민중의 역사를 이끌어 온 근간이 민족의식이고 전통의식이라면 이런 논리는 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민족과 전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닌 취약성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강조된 것은 일제 강점기의 상황 하에서이다. 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가 공존했으며,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이 두 기류가 교묘하게 이 용되어 왔다. 이런 기류는 미군정, 분단 고착, 독제체제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민족은 거기에 속한 개인이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이야기될 수 있다. 그러 면 민족 공동체에 소속된 사회적 존재가 된다. 민족문화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형성된 이후의 개념이다. 그런데, 민족문화는 민족공동체의 사회적 틀을 지키는 근간이 되며, 도덕적이고 윤리 적이며, 실천적이다. 어떻든 한국사회에서는 민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민족을 위해 민족을 억압한다면 그것은 정당하다는 상황까지 이 른다. 일제 강점 이후 한국 민중의 삶을 지탱한 것은 민중이 지닌 삶에 대한 의지였다. 자유와 평 등의 사회를 구현하여 인간적인 삶 누리기, 생산력 향상을 통한 풍요로운 삶 누리기, 신명나는 문화를 만들어 즐거운 삶 누리기, 수직과 수평으로 소통하여 역사적 삶 누리기와 같은 항목들 은 민중이 꿈꾸고 구축하려던 세계상의 주제항목 들이다. 발표자는 이러한 주제항목들이 민중 의 삶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또 이런 주제항목을 가장 잘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 민 속문화라고 본다. 그런데, 민속학자들이 본 민속문화와 민중이 인식하는 민속문화에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민 중은 전통민속을 통해 과거의 민속을 기억하고 기념하지만 자신들의 현실생활과는 동떨어졌다 7) 임재해, 민속문화,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가, 민속문화,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가, 집문당, 2001년, 22쪽. 8) 송효섭, 해체의 설화학, 서강대학교 출판부, 2009년, 5쪽. 9) 임재해, 민속문화,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가, 민속문화,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가, 집문당, 2001년, 18쪽. - 19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는 느낌을 갖는다. 민중은 실생활에서 전통민속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적으로 전통민속으로 인식되는 것들은 그것이 무대든, 아니면 난장이든 공연의 형식으로 이루 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강강술래는 축제 때 무대에서 30분 단위로 연출된 것이 공연된 다. 하회탈놀음이 공연되고 하회별신굿이 제례된다. 전통민속은 무대에서 공연 형식으로, 또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민중은 민속학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민속문화와는 다른 내용의 민속문화 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그 트랙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민속문화를 민족문화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민족문화로서의 정체성과 연계되어 있는 듯하다. 만일 민속문화가 민족문화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면 민속문화가 모든 문화의 보편성 을 독점하는 문화가 된다. 민속문화의 전통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민속문화 는 하나의 전범적 문화, 문화적 모델이 되고, 그렇다면 문화의 보편성을 독점해버리는 힘을 지 닌다. 민속문화를 민족문화의 정체성으로 세우게 되면 민속문화가 모든 문화를 독제하는 자격 을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러한가? 민속문화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직 시할 필요가 있다. 민족문화라는 용어에는 양면적 인식이 혼재되어 있는 듯하다. 단일민족과 배타성, 다민족과 다양성이라는 양면성인데, 10) 한국사회에서 민족문화라고 하면 오랫동안 단일민족인 한민족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다민족과 다양성의 의미가 제기되고 있다. 이제 우 리가 민족이라고 했을 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민족을 전제로 한 의미망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것이 한민족, 또는 조선민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끊임없이 민속문화를 규범한다. 오히려 민중의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문 화적 특성을 억압하고 있다. 전통민속이 있다면 전통민속이 아닌 민속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중의 생활 현실에서는 민속학자들에게는 낮선 문화들이 일상적인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 고 있다. 발표자는 이런 것도 민속문화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기독교를 믿는 일 반 가정에서는 제사 대신 추도예배를 드린다. 새벽 정성을 드리는 대신 새벽기도회에 다닌다. 이 런 상황은 오늘날 한국 사회 민중들이 살아가는 현실생활이며, 우리가 과거 전통민속의 맥락을 오늘에 찾는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찾아야 민중의 삶과 연계되어 있는 자료와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전통민속이 아닌 것을 민속문화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민중의 삶이 지향하는 주제들을 고려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민속문화의 주제는 실로 다양하다. 발표자는 임재해가 구상한 민속문화의 주제항목들을 수용하고 재편집하여 한국민요에 담긴 주제의식으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11) 이를 민속문화에 적용해도 별 탈이 없을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정리해 보면, 10) 酒 井 直 樹, 국민주의의 포이에시스, 이규수 옮김, 창비, 2003년, 152쪽. 11) 羅 承 晩, 韓 國 民 謠 に 內 在 している 垂 直 と 水 平 の 世 界, 國 際 シンポジウム 東 アジアにおける 農 耕 文 化 とウタ, ( 科 學 硏 究 費 ( 基 盤 硏 究 B) 東 アジア( 日 本. 中 國. 韓 國 )におけ 歌 謠 の 比 較 硏 究 ), 2009. 96쪽. - 20 -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나승만 민요사회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속되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자유와 평등 지향, 생산력 향 상과 신명 추구, 그리고 개방적 소통 실현하기다. 한국민요사회에 담긴 주제들은 인류사적 주 제며 시대를 초월하여 한국 민중이 추구해 세계다. 봉건시대의 민요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는 이 다섯 가지 기능이 일관되게 담겨져 있어 인류 역사가 자유와 평등과 발전의 세계를 지향하 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문화의 세계가 다양했던 것처럼 민속도 다양하다. 전통민속도 있고, 현대민속, 미래민속도 있 다. 전통민속이 오늘날 현재 민중의 삶 속에 살아있을 때 민속문화로서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현대민속도 전통민속이 지향했던 세계를 지향함으로서 전통민속의 세계와 교감하며, 민속문화 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전통과 민족을 노래한 민속이 있고, 자유와 평등을 노래한 민속 이 있다. 전통의 세계와 갈등하고 대결하며 자유와 평등, 소통을 지향하기 때문에 전통민속은 현대민속 속에서 살아 작용할 수 있다. 3.민중의 생활 현장에서 민속문화의 길찾기 민속문화의 주인이 민속학자라는 인식이 내면화되어 있는 듯하다. 현재 민속학자들은 향토 민속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이론 면에서 승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학문의 현장을 늘 민속 학자들 스스로가 정해 그것을 민속문화의 현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민족신앙을 연구할 때도 무속의 현장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민중의 삶과 고민이 치열하게 고백되고 있고, 그 해결을 위한 민속적 방식이 구사되고 있는 절과 교회, 그 외의 다양한 믿음의 현장들, 민 중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의 현장은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에게 양보하고 있는 것이 오늘 민 속학계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부터 벗어난 학문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 을지 의문이다. 이제 민속문화가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문화, 사회적 약자의 문화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민중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표로 따져보면 사회적 다수 세 력이다. 표가 권력을 만드는 현 상황에 있어서 민속문화는 더 이상 사회적 소수자, 또는 사회 적 약자의 문화로 보아서는 좀 어색해진다. 앞으로 전개될 민속학에서 민속문화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만난다. 19세기의 민중과 20세기 민중, 21세기 민중은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19세기의 민중이 변혁을 꿈꾸는 민중이라면 20세기의 민중은 생존하며, 투쟁하며, 변혁을 실현한는 민중이었다면, 21세기 민중은 만능의 민 중, 선도하는 민중, 권력을 장악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 권력의 실세가 될 것이다. 이는 민중을 끊임없이 재인식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민속학은 다시 민중에 주목하도록 요구한다. - 21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시대를 초월하여 지속되는 민속문화의 주제가 있는데, 자유와 평등 지향, 생산력 향상과 신 명 추구, 그리고 개방적 소통 실현하기다. 민속문화에 담긴 주제들은 인류사적 주제며 시대를 초월하여 한국민속사회가 추구해온 세계다. 어느 시대의 민속문화건 그 속에는 이 다섯 가지 주제들이 일관되게 담겨져 있어 인류 역사가 자유와 평등과 발전의 세계를 지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까지 한국 민속학이 민족문화, 전통문화로서의 민속문화을 이야기하고, 민속문화의 위상 을 구축해 왔다면 이제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회귀해야 할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이런 맥락의 시사점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즐기고 놀고 싶은 마음, 솟아나는 신명, 자유와 평등 세계에 대한 지향, 생산력 향상을 성취하려는 의지, 교류와 소통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려고 했던 민속문화의 주제로 회귀하여 보다 풍부한 민속문화가 논의되며, 민속문 화의 주체인 민중의 삶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 22 -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에 대한 고찰 나승만 민속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 에 대한 고찰 토론문 홍 태 한 (중앙대학교) 1. 짧은 분량이지만, 민속학에서 고민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는 글을 잘 읽었습니다. 민족문화, 민속문화, 전통문화 등의 여러 용어들이 산재해 있고 논지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글이어서 토론자의 능력 부족을 절감한 글이기도 합니다. 나승만 선생님의 생각을 제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몇 가지 우문으로 토론자의 소임을 다하려 고 합니다. 2. 1장 민속문화의 거푸집 민족문화 전통문화에서 선생님께서는 나경수 임재해 두 분 선생님 들의 주장을 정리하시면서 민족문화와 전통문화가 민속문화를 지배하는 거푸집이라고 하 셨습니다. 여기에서 민족문화 전통문화 민속문화의 층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논지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민속문화 를 형성하는 두 축으로 민족과 민중을 내세우셨는데, 이때의 민속과 민족의 관계와, 민족 문화가 민속문화를 지배하는 거푸집이라고 할 때의 민속과 민족의 관계가 혼란스러워서 더더욱 설명이 필요합니다. 3. 2장의 주장에는 공감합니다. 현대민속, 전통민속, 미래민속이라는 용어로 민속의 생동성에 주목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과거지향적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로서 민속을 접하여야 한다 는 선생님의 주장은 3장에서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되어, 우 리 민속학계가 은연 중에 가지고 있는 과거지향으로서의 민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신 말씀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민중의 개념에 대해 원론적인 말씀을 듣 고 싶습니다. 일제 강점 이후 한국 민중의 삶을 지탱한 것은 민중이 지닌 삶에 대한 의 지였다. 의 민중은 민족성 내지는 계급성과 관련이 있는 말처럼 보이고, 민중의 생활 현 실에서는 민속학자들에게는 낯선 문화들이 일상적인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라는 말씀에서는 현재성을 강조한 말처럼 보이고, 새벽 정성을 드리는 대신 새벽 기도회에 다 니는 것도 한국 사회 민중들이 살아가는 현실생활이며 라는 말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믿음의 현장들,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의 현 - 23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장 이라는 말에서는 지배층과 대립각을 세우는 민중의 개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개념을 중심으로 잡는가에 따라서, 민속이 현대의 일상문화가 될 수도 있고, 민족문화가 될 수도 있고, 과거의 전통과는 무관하게 현재 살아있는 문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민중의 개념과 민속문화의 개념을 다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4. 4장에서 민중에 주목하자는 말씀도 앞의 논의와 연결됩니다. 표가 권력을 만드는 현 상 황에 있어서 민속문화는 더 이상 사회적 소수자 또는 사회적 약자의 문화로 보아서는 좀 어색해진다. 라는 말씀에서 민중의 정치성 내지는 사회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하십니 다. 그러면서 민중이 권력의 실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민중이 누리는 민속문 화도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대중문화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도 의문이 듭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회귀해할 상황이라고 했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민속문화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 문화는 민족 내지는 전통 과는 또 어떤 관련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결국 민중에 주목하면서 그를 어떻게 전통 내지는 민족과 연결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즐기고 놀고 싶은 마음, 솟아나는 신명, 자유와 평등세계에 대한 지향, 생산력 향상을 성취시키려는 의 지, 교류와 소통 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정말 민 중의 삶에 주목하면 이런 주제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정말 지금의 민중이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일까요. 혹시 어쩌면 이런 논의가 민속학을 도리어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또 다른 현실과의 괴리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요. 5. 그래서 선생님께 여쭙니다. 민족문화에 담긴 민족성과 민중성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민중 의 생활로 갔을 때 민족성의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토론자의 식견이 짧아 깊이 있는 선생님의 글을 오독했을 뿐 아니라 이해를 못했습니다. 거듭 양해를 구하면서 선생님의 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24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중앙대학교 민속학과) 목 차 1. 서 언 2. 민족문화와 민속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3. 도시에서 전승되는 민속문화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4. 변화되는 민속문화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가. 5. 현대사회에서 민속문화는 무엇인가. 1. 서 언 우리는 오랫동안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하여 왔다.1) 이러한 사정은 역으로 민족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민족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용어를 너무 나 흔하게 사용하여 왔으며, 그것이 지니는 함의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수긍하여 왔기 때문이 다. 최근에 와서는 다문화, 혹은 다민족이라는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수렁에 빠 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2) 1)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 (책세상, 2000.)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 에서는 이와 같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논의보다는 이런 논의 결과가 한국문화의 전승에 어떤 의미를 할 수 있는가 에 더 주안점을 두도록 할 예정이다. 2) 기실 이런 논의는 최근 집중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특히 다문화 가정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좋은 예로 송종호의 단일민족환상 깨고 다문화주의로의 전환시대 ( 민족연구 30호, 한국민족연구원, 2007, 90-125 - 25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한반도 내에서 살아왔던 민족에 대해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연구자들도 적지 않다. 선사시대 이래로 한 종족이 한반도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 니라, 지속적으로 타 민족이 들어와 흡수 통합되는 과정 속에서의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 다는 것이다. 3) 이러한 사정은 바로 민속문화의 속성을 설명하는데도 가장 유효한 도움을 준다. 즉 우리의 문화는 하나로 완성된 것이 통시적으로 전승되어 내려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 나의 문화축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들어왔다가 정착되거나, 혹은 사라지는 과정을 수없이 겪고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민속문화는 하나의 고정된 틀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민속문화는 사람들의 삶에서 필요와 충족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전해져온 문화적인 지향이기 때문이다. 민속문화가 옛 전통인 동시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전통이라는 인식의 전환 4)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혹은 그 기준을 무엇 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요소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점을 살피기 위해서 현재 도시 내에서 전승되고 있는 마을신앙과 세시풍 속을 사례로 삼아 한국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밝히기 위한 민속문화의 위상, 혹은 역할을 논의 할 예정이다. 한반도에서는 집단의 이익과 협동을 목적으로 한 마을신앙, 혹은 집단신앙이 오랫동안 전승 되어 왔다. 이러한 마을신앙으로 대표되는 집단신앙은 농경문화권에서 생업과 결부되어 지속적 으로 강조되어 왔으며, 일상생활에서 유리될 수 없는 이상적인 정식적 지주였다. 그런 관점에 서 본다면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살피는데 마을신앙은 가장 중요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생업의 변화, 특히 산업근대화를 추구하면서 농촌의 인구는 도시로 집중되고, 생업 자체도 농업을 우리의 중요한 산업으로 내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 연 전통사회에서 구성원들의 구심점으로 작용을 했던 마을신앙이 과연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현재도 유효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도시 내에서의 마을신앙의 흔적은 그런 관점에서 민족문화의 정체성 문제와 맞물려 민속문화 의 중심축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가 하는 현상을 살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마을신앙의 의례적 속성이나 구성원, 그리고 전승목적 등의 변화를 둘러싼 문제들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은 실상 전승력이 약화된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쪽.)를 들 수 있다. 3) 이러한 사정은 민족이라는 것이 그 기원을 밝히는 작업도 어려울뿐더러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는 끊임없이 변해왔기 때문이다.(이선복, 한민족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공학교육 11호, 한국공학교육학회, 2004, 104쪽.) 따라서 이것은 문화의 실체를 밝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 임재해, 민속문화의 새 전통을 구상한다, 민속문화의 새 전통을 구상한다, 집문당, 1998, 21쪽. - 26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신앙적인 속성이 과연 과거의 모습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하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현재 전승 내용을 과거의 퇴폐로 간주하거 나, 가짜민속이나 擬 似 민속으로 5)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도시 내에서의 전승되는 민속 문화를 가짜나 의사민속으로 폄하하려는 시도들이 온당한가 하는 점도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실상 도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신앙이나 세시풍속의 변화는 막을 수 있는 대상도 아 니며, 막을 수 있는 형국도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야 우리의 민속문화, 혹은 전통문화가 올바르 게 세워질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그럼 점에서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과연 현재의 시점에서 민 족문화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돈의 시대를 맞이한 듯하다. 이제 과거의 흔적만이 우리 문화의 진정한 純 白 文 化 다 라고 내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러한 관점에서 과거의 잔존문화 중심으로 언급되어 왔던 민속문화가 한국문화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자체를 과거의 문화로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데 한 요소로 서 제시하는 것이 온당한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실상 민속문화는 하나의 묶음으로 다 루어지기 보다는 포괄적이며 보편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동시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 글은 완성된 견해를 도출하기 보다는 문제제기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는 글이라고 하겠다. 2. 민족문화와 민속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는 보통 민족문화의 바탕은 민속문화다 라는 등식으로 인식하여 왔다. 민족문화의 정체 성을 찾기 위한 방법, 혹은 그 근거로 우리는 스스럼없이 민속문화를 제시한다. 민속문화는 바 로 우리 민족이 한반도 내에서 생활하면서 오랜 세월동안 형성하고 향유해온 문화 그 자체이 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논의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 크게 부정하지 않고 보편성을 지닌 의 미로 받아들여 왔다. 본인에게 주어진 발제도 <민족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민속문화의 계승>이었다. 여기에서 도 민속문화는 바로 민족문화의 근간이라는 점을 확고히 한다. 물론 이런 등식은 온당한 것이 다. 민속문화의 축적된 개념들이 민족문화로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차체계로 본다면 민족문화와 민속문화는 온전하게 동일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민속문화의 내용 중에서 민족문화로 자리잡지 못할 대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민족문 화의 내용들이 민속문화 만을 영양소로 공급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 5) 남근우, 민속의 문화재화와 관광화, 韓 國 民 俗 學 43호, 한국민속학회, 2006, 207쪽. 6) 이러한 관점은 민속문화의 모든 바탕이 민족문화라 할 수 있을지라도, 민속문화의 모든 것이 한 민족을 대표하는 민 족문화로 정착되지 못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 27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즉 역사나 과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경우 민족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민족문화가 과거형의 문화집합체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7) 여기에 정체성이라는 용어가 합쳐질 경우 그것은 현재형이기 보다는 과 거에 이룩된 문화를 통해서 그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미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 이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에 어떻게 존재하는가도 정체성의 확인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으로만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에는 점차 어려움이 높아 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와서 과거의 문화적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내면의 속성이나 기능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최근 다문화의 정체성도 역 시 이런 논의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9) 민족문화의 중심은 현재와도 관련이 있지만, 본질은 과거에 놓여 있다. 즉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 및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가 독자적인 고유문화의 존재 10) 라는 설명은 그런 속성을 명쾌히 보여준다. 실상 이런 설명은 민속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민족 문화와 민속문화가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거나, 혹은 연장선상에 위치한 문화로서 이해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족문화와 민속문화의 대립각은 그 민족의 문화적 대표성과 일반적 보편성에 놓여 있다. 민족문화는 그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적 위상을 갖추고 있으나, 민속문화는 대표성과 동 시에 그 민족의 기층문화적 양태를 지닌 때문이다. 즉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지속형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중심에 놓여 있는 문화적 시각은 매우 판이함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민속문화가 한 요소로 자리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이 온전하게 작 용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도시축제라는 한 사례를 근거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수 월하다. 장장식은 도시축제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서빙고동 보광동 이태원 등을 중심으로 한 동제를 들 수 있다. 이 동제는 마을 축제에 해당한다. 둘째, 과거에 행해졌으나 단절되었던 축제를 복원한 경우이다. 마포나룻제 나 남한산성제 및 오학사 추모제 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셋째, 인사동 축제, 신촌 축제와 같은 것으로, 주로 상권을 중심으로 한 특정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말한다. 11) 7) 이에 대해서는 탁석산도 지적한 바 있다.(앞책, 129쪽.) 특히 그는 한국학 연구가 박물관식 탐구라고 하여 현대는 등 한시 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런 과거지향적 태도는 한국학의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한다. 8) 탁석산, 윗책, 103-105쪽 참조. 9) 이와 관련한 똘레랑스의 논의에 대해서는 양승태의 똘레랑스, 차이성과 정체성, 민족정체성, 그리고 21세기 한국의 민족주의 ( 정치사상연구 13집 1호, 한국정치사상학회, 2007, 53-77쪽.)을 참고할 것. 10) 윗글, 74쪽. 11) 張 長 植, 都 市 에서 傳 統 文 化 의 保 存, 都 市 問 題 31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1996, 35쪽. - 28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여기에서 제시된 축제의 유형은 3가지인데, 이들 유형의 근간은 마을신앙에 있음을 필자는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마을신앙과 축제와의 상관성을 근거로 하여 이들 유형을 제시하고 있 다는 점이다. 이들 유형 중에서 민속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첫째이다. 이것은 과거의 전통 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전승이 되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사례들 이다. 특히 셋째의 경우처럼 전통성이 없는 새로 개발된 축제이기에 과거와는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고 있다. 두 번째의 경우는 과거형을 그대로 복원한 것인데, 이것을 과연 민속문화, 혹 은 민족문화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것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요구된다. 최 근에 와서 이런 유형의 축제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이들에 대한 전통, 혹은 민속문화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이들을 만들어내는 일등공신들은 대개 민속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사람들이라 는 점에서 새로 만들어진 축제 역시도 그 뿌리는 민속문화에 두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시에서 전승되는 축제들이 과연 민족문화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 다. 이들의 뿌리는 그들 지역에서 전승되던 것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민속이라는 포장을 하고 만들어진 것이기에 민족문화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만들어진 전통 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데, 12) 과연 이들을 명확하게 민족문화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유보적인 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적으로 자신들의 향토지역축제를 양산하고 있는데, 이들의 배경에 과연 민속문화적 요소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 하는 점은 그런 경향 의 극단에 위치한다. 예컨대 인사동축제나 신촌축제에 농악이나 탈춤 등이 공연된다고 해서 그 축제의 진면목이 전통문화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13) 그것은 현대적인 축제에 하나의 퍼포먼스로 참여하였을 따름 이다. 즉 현대적인 축제의 성격은 현대 사회에서 행해지는 문화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문화도 같이 공존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게 만 들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들 축제의 성격은 민족문화를 잘 보여주는 축제라고 하 기 어렵다. 12) 에릭 홉스봄에 의하면 19세기 전통의 창출에 두 가지 형태에 관심을 두는데, 첫째는 당시의 급변하는 사회 변형에 의해서 새로운 사회통합과 정체성, 이를 구조화할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두 번째는 과거 전통적 인 형태로의 지배양식으로 국가와 사회가 존립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만들어진 전통 (박지향 장문석 역), 휴머니스트, 2004, 496쪽.) 13) 이러한 사정은 마포나룻굿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장장식은 마포가 나루로서 구실을 하던 때를 복원한 축제라고 하여 12거리의 굿과 농악놀이, 연날리기, 경기민요 시연, 시선뱃놀이, 사진전, 사생대회 등 볼거리와 참여거리가 마련 된 지역민의 대동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장장식, 앞글, 37쪽.) 여기에서도 보듯이 농악과 경기민요, 시 선뱃놀이 등의 과거형과 사진전과 사생대회 등 현재형이 공존하고 있다. 과거형의 경우도 이들이 마포에서만 행해지 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선뱃놀이의 경우는 강화도가 오히려 활성적으로 전승되던 지역이다. - 29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전통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동제의 전승력이다. 현재 보광동 이나 서빙고동, 이태원에서 전승되는 동제의 경우 보존회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지만, 전통적으 로 전승기반이 그 지역 구성원들의 참여도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14) 여기에서 그 대 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지방문화재로의 지정이다. 즉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의 전승이 어렵 다는 점에서 그 의례양상을 온전하게 살리기 위한 장치로서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 결국 이런 지정도 사실은 민속문화의 온전한 전승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 회가 변하고, 그러한 의례를 전승시킬 집단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짜민속이나 혹은 유사민속이기에 민속문화로 수용할 수 있는가, 아니 이들을 과연 민족문화로 승화시켜서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러한 민족문화와 민속문화의 문제는 현대에 와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민족문화의 정체 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민속문화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하는 점은 과거의 민속문화적 흔적을 다시 내세우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과연 이런 방식의 문화적 재현을 가짜민속이나 유사민속 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고민거리라 할 만하다. 대부분의 민중이 모여 살고 있는 현재의 도시는 급격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 와 농촌처럼 문화적 보수성에 의해서 전통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화적 변화현상은 결국 민속문화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친다. 과연 이런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은 학계가 가장 숙고해야할 문제이면서, 동시에 민속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민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15) 이런 현상은 바로 민속문화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노 력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3. 도시에서 전승되는 민속문화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최근에 와서 민속문화의 과거 잔존형과 현재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 이고 있다. 16) 남근우는 우리의 민속학은 샐비지 민속학이 아닌, 즉 과거 잔존문화를 살피는 행 14) 김태우와 의하면 서빙고동에서 행해지는 부군당굿에서의 주재집단은 과거와 달리 특정 조직의 소수 정예화, 대개 토 박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전체 주민을 위한 축제적인 목적을 지닌 것이기 보다는 소수 토박이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서울 한강 유역 부군당 의례 연구,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8, 157쪽.) 15) 최근에 이런 조사의 결과물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주도권을 잡은 곳은 국립민속박물관( 아현동 사람들의 이야기, 2008.)과 서울역사박물관( 보광동, 2008., 가재울, 2009., 강남 이야기로 보다 2009.)이다. 이외에 중앙대학교( 흑석동의 과거와 현재, 2009.)와 서울대학교에서 동작구 흑석동과 노량진 지역을 조사하여 그 결과물을 생산한 바 있다. - 30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위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을 살펴서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찾아 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나 그 도움을 얻기 위해서 민속학의 학문적 연구나 조사가 잔존문 화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17)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전통문화의 변화가 최근 40-50년 사이에 급 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의 산업 중심이었던 농업에서 공업화로, 인구도 이농현상으로 인해 도시로 집중되는 현상을 맞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 경 제 문화 등의 모든 문제도 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진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 우리 전통문화의 근 간이었던 농촌은 점차 붕괴되고 있는 실정과 정반대로 도시는 팽창하고 있다. 18) 이와 같은 사회현상 속에서 민속문화의 흔적들도 농촌의 잔존문화처럼 사라지거나 과거를 답습하는 양태가 아니라 보다 약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대 상이 바로 마을신앙이다. 특히 도시화가 확장되는 지역에 포함된 마을의 경우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 혹은 양상을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전통문화라고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그 변화된 모습을 그대로 전통문화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어디까지가 전통문화 이고, 변화된 내용은 새로운 전통이라고 해야 하는가 등등도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이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마을신앙에 대한 간략한 언급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전통적인 마을신앙은 누구나 잘 알다시피 우리 민족문화의 중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왔다. 특히 마을신앙은 과거 농경문화권에서는 정신적인 지주로 자리잡아 왔으며, 그것은 동시에 농경문화가 요구하는 협동과 단합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효과적인 기능을 수 행하였다. 19) 이러한 마을신앙의 흔적을 통해서 우리 문화의 과거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과연 정체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거형일 뿐, 현재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마을신앙을 전승시키는 중심축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제의의 의 례적인 속성이나 기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 단순하게 외형적인 양상만을 토 16) 이 논의는 남근우가 지적한 것처럼 임재해(앞글, 211-260쪽.)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두 사람의 논쟁거리를 살펴보는 것은 지양하고 본 글에서 필요한 내용에 대한 인용만을 취하기로 한다. 17) 남근우, 도시민속학에서 포클로리즘 연구로, 韓 國 民 俗 學 47호, 한국민속학회, 2008, 43쪽. 18) 임재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현대화되어도 농촌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농촌 없는 도시사회는 지속 불가능하지만 도시 없는 농촌사회는 지속 가능하 다고 하며, 도시사회가 지속되려면 넓고 건강한 농촌사회에 포위되 어 있어야 가능하다. 고 한다.(윗글, 242쪽.) 19) 마을신앙의 기능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村 山 智 順 이 제시한 기능인 종교적 기능, 정치적 기능, 사회적 기능, 예능적 기능을 들 수 있다. 나경수는 이외에도 위생적 기능을 덧붙여 마을신앙의 포괄적 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함평군 마 을굿, 민속원, 2007, 16쪽.) 20) 나경수는 마을굿의 기능이 과거와 달리 기능은 사라지고 형태만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잔존문화(survival culyure) - 31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대로 하여 우리 문화의 흔적을 확인하고 그것을 전승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에서 전승되고 있는 마을신앙의 흔적 들은 과거 중심의 농어촌 지역에서 행해지 고 있는 마을신앙과는 판이한 속성과 차이를 보인다.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동제와 달리 새로운 집단제의가 도시 내에서 형성되어 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동제들도 과거의 모습에서 점 차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흑석동의 민속지를 작성하면서 서달산 산신제를 참여관찰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속성을 엿보는데 유효한 도움을 준 사례이다. 예컨대 구성원의 문제를 보면 과거 마을구성원이라는 지 역적 소속감을 통한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의 구성원들은 서달산이라는 주변의 지역민, 흑석동 봉천동 사당동 등 넓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이들의 소속감은 서달산에서 운동하 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단합을 통한 협동심 유발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던 마을 신앙의 진정한 목적이 도시에서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친목도모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 고 있었다. 21) 또한 이들이 만든 산신제의 경우도 전통적인 신앙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산신제를 만든 이유는 서달산 주변에 배드민턴장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자 산이 시끄 러워졌기 때문에 산신에게 미안해서 술이라도 한잔 올려주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원 래 서달산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였다.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인 해 달동네를 소개시키면서 쓰레기 퇴적장으로 변했는데, 달마조기회 회원들이 이를 치우고 배 드민턴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22) 이처럼 이들이 산신제를 지내게 된 목적은 마을을 위한 것도 아니고, 회원들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즉 자신들이 산에 와서 놀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산신제 를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23) 이런 목적의 제의가 최근에 와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도시 내에서 행해지는 집단제의적 속성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예 컨대 사회자의 식순 프로그램 중에서 인사 소개가 있었는데, 이때 호명된 사람은 구청장과 구 의원, 새마을금고 이사장,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었다. 24) 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즉 마을이라는 모태와 마을사람이라는 주체가 노쇠한 상황 에 의해서 더 이 상 마을굿을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전통 민속문화의 쇠잔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보 았다.(윗책, 16-17쪽.) 21) 김종대, 도시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마을신앙의 기능과 속성, 韓 國 民 俗 學 49호, 한국민속학회, 2009, 202-203쪽. 22) 윗글, 192-193쪽 참조. 23) 윗글, 207쪽. 이러한 속성의 변화를 근거로 본인은 마을신앙이라는 용어로 이들 신앙을 수용하기 보다는 다른 새로운 용어의 설정 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서는 임시적으로 집단신앙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보다 집적화된 조사결과와 논 의가 도출될 경우 용어가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24) 2008년도의 산신제에서 국회의원은 일정이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였는데, 사회자가 이를 공지하였다. 이것은 국회의원 도 이 산신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김종대, 윗글, 205쪽 참조.) 이처럼 마을굿이 정치인들의 홍보의 장으로 활동되는 것은 흑석동 뿐만 아니라, 한남동 큰한강당굿과 작은 한강당굿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홍태한, 도시와 무속, 실천민속학연구 9호, 실천민속학회, 2007, 90쪽.) - 32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이처럼 도시 내에서는 새로운 양태를 지닌 신앙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다. 그들 의 명칭은 전통적으로 과거에 사용되는 용어를 이용하여 민속적인 면모를 갖추고자 하겠지만, 그 신앙적 기능이나 속성, 형성과정은 과거와 판연히 다른 형태를 취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과거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서 구성원들의 저항감을 줄일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속성이나 기능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민거리이다. 이와 같은 민속문화의 변화양상은 마을신앙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잘 알고 있듯이 세 시풍속이나 민속놀이, 구비문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두루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의 정 체성을 잘 밝혀줄 수 있는 세시풍속은 현재의 도시와 맞물려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대표적 인 분야이다. 명절의 기준이 변화되고 있는 현상 뿐만 아니라 25), 도시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 시풍속을 이제 세시풍속으로 수용하자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 한식 단오 추석 등을 보면 조상제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동시에 농경생활에 걸맞게 설정되어 있다. 즉 당대의 가장 중심적인 생업이었던 농업 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민중들의 삶을 생업과 유리해서 해명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런 시각은 현재의 삶이 도시 중심으로 전개되고, 휴식주기도 주일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 을 고려할 때 명절도 역시 변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천진기는 젊은이 중심의 14일데이 자체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데, 그런 이유는 민속 은 과거시제가 아니라 현재시제이며, 아니 미래시제로도 연결되 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6) 즉 세 시풍속은 과거형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사회의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바로 민속문화의 변화이다. 현재적인 민속문화를 근거로 하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그래서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단지 과거 의 문화만을 갖고 지속적인 전승과 계승을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등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이다. 민속문화의 변화가 기존의 민족문화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을 민속으로 수용하는데도 주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러한 변화 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에 도시에서 전승되는 민속문화를 시급히 조사 정 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민족문화와 연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결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25) 金 明 子, 韓 國 歲 時 風 俗 硏 究, 慶 熙 大 學 校 大 學 院 博 士 學 位 論 文, 1989, 89쪽. 그와 같은 세시풍속의 변화 중에서도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본 김명자에 의하면 생업의 변화 인구의 이동 생활주 기의 변화 의식의 개혁 태음력의 약화 및 농촌사회의 변동 등을 제시하고 있다. 26) 천진기, 세시풍속의 미래전설, 한국문화연구 7집, 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 2003, 278-279쪽. - 33 -
>> 2009 한국민속학자대회 4. 변화되는 민속문화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가.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식은 과연 어느 기준을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이 글은 출발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도시 내에서의 민속문화가 과거와는 완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과거와는 판이한 성격을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과 거만을 고집하고, 이것이 전통문화, 혹은 민족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 가 있어야 할 것이다. 원래 정체성의 문제도 실상 시대적인 변화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체성은 한국이 란 집단이 갖는 여러 분야의 공통된 특성을 27) 추출하여 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통된 특 성의 어떤 요소를 한국적인 특징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은 또 다른 논의를 요구한다. 일반적 으로 전통문화의 흔적을 살피는 작업은 대개 조선시대 이래로의 문화적 흔적, 혹은 그 양태를 그거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28) 최근까지의 민속조사가 주로 농촌을 중심으로 집중된 이유도 사실 그런 문화적 흔적을 찾아 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29) 하지만 이농현상이 심화되고 도시로 집중되는 구성원의 변화는 문 화적인 요소를 과거형으로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문화적인 현상을 온전히 기술한다는 것은 어 려워진 실정이다. 이런 사정은 도시 내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전승되는 민속문화를 조사하는 작 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민속문화의 변화흐름을 이제는 제대로 읽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 을 찾기 위해서 古 形 의 문화적 흔적을 남기고 있는 농촌문화를 살피고 조사하는 작업도 역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민속이 단지 농촌의 문화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민중들의 삶을 두루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제 많은 구성원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도 시에 대한 민속문화의 양태를 살피고 이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통해 서 한국인의 문화적 바탕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축적된 내용을 통해서 우리의 민속문화가 어떤 변화양상을 겪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 이 필요하며, 이런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문화적 변별력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 때인 것이다. 최근 한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고, 한국문화의 진정성을 밝히는 작업을 두루 행하기 27) 탁석산, 48쪽. 28) 임재해( 20세기 민속학을 보는 현재학 논의의 비판적 인식 ( 南 道 民 俗 硏 究 11호, 南 道 民 俗 學 會, 2005, 232쪽.)에 제시 된 사례 중에서 김치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무형문화재 아리랑과 판소리 등은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여 왕이 하회마을과 인사동을 방문한 이유도 한국적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조선시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설명한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적당하다. 29)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남근우의 도시민속학에서 포클로리즘 연구로 (39-43쪽.)를 참고할 만하다. 그에 의하면 민속 의 개념을 도농( 都 農 )을 불문한 민간층의 생활 일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민속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 34 -
무엇이 한국인답게 만드는가, 민속문화의 전승과 재창조 김종대 도 하였다. 30)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정한 한국문화의 모습을 전달하고, 외국인 들이 그런 문화적 요인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 민 족문화나 민속문화가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문화라는 점이다. 31) 이것이 오랫동안 전 승될 것인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문화적 환호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에 대한 치밀한 검증이 필요 하다. 그러나 이런 작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바로 이런 현상을 우리의 민속문화와 연결하여 해명하고, 문화적 정체성과 진정성을 밝히는 것이 현 재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민속문화 중에서 대표성 있는 분 야를 제대로 전승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왕에 이러한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지방 무형문화 재 들이 있다. 이외에도 지정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와서 각 지자체들이 자기 고장에서 과거 전 승되었다고 하는 민속문화재를 찾아내어 보존하는 작업도 동시에 병행되고 있다. 이들 문화재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형의 문화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속문화는 어찌 할 것인가. 이것은 가짜민속이나 유사민속이라고 하여 쓰레기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좋은 사례가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연하는 무형문화재들을 들 수 있다. 이들 문화재 들은 원형적인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조각들을 모아 짜깁기, 혹은 재편집한 것이다. 그렇 기에 가짜민속의 대표적인 선봉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대통령상 등의 표창을 받은 종목은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32) 30) 좋은 예로 최민성의 한류 지속의 동력으로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 ( 인문콘텐츠 6호, 인문콘텐츠학회, 2005, 163-177쪽.)을 들 수 있다. 최민성도 역시 한류에서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은 수긍하고 있다. 그래서 한류의 특성 중 하나로 무교적 원형질을 들고 있는데, 이 역시 온당한 추론으로 보기 어렵다. 현택수는 문화의 세 계화와 한국문화의 정체성 ( 한국학연구 20호,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04, 195쪽.)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정체성 을 흥으로 규정하여 <난타>의 세계적 보편성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처럼 각각의 논자들은 하나의 주제를 통해서 한 국문화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한류를 통해서 한국문화의 정체성이 제대 로 밝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31) 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알려주는 사례로 <대장금>을 들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음식문화나 복식 등에 외국인들이 주목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같은 문화적인 충격보다는 스토리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몽골에서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도 주인공인 여자의 복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전 남편이 었던 남성을 농락하고 과거의 원한을 해결하는 방식에 몽골의 여인들이 흥분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한국의 민족문 화, 혹은 전통문화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32) 이들 출현종목에 대한 제작 편집과 출현까지의 과정까지도 역시 현재의 문화현상으로 보는 것이 온당한 듯하다. 특 히 이들 종목은 전승현장에서 유리되어 나타난 탈맥락화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이에 대한 논의는 이경 엽, 무형문화재와 민속 전승의 현실, 韓 國 民 俗 學 40호, 한국민속학회, 2004, 313-320쪽 참조.) 이들이 만들어지고 상품화되어 가는 양상은 바로 현재의 민속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한양명은 창출된 원형 가운데 상당수는 창조적 전승의 모범적 사례 로 평가한 바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분야의 원형과 전승 문제에 대한 반성적 검토, 韓 國 民 俗 學 44호, 한국민속학회, 2006, 589-590쪽.) -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