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1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한상진 연구위원 han@koti.re.kr 한국교통연구원 역사적으로 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은 이었다.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류가 도시를 만들고 19세기 초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주로 걸어 다녔다. 물론 수레나 마차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고 위층이나 상품 운송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경우만 해당되었다. 따라서 도시의 규 모 역시 걸어서 1시간 정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반경 4~5km에 국한되었다. 이 정도 거리에 주거, 상업, 공공업무, 수공 업, 교육, 문화 등 모든 도시 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고대 로마 도시의 모습을 그 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폼페이는 이 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 남아있는 고대도시 나 중세도시가 걷기 좋은 까닭은 규모나 건 물배치 등이 걷기에 알맞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 자동차 중심 도시의 한계 역사적으로 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은 이었다.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류가 도시를 만들고 19세기 초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 은 주로 걸어 다녔다. 물론 수레나 마차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고 위층이나 상품 운송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경우만 해당되었다. 따라 서 도시의 규모 역시 걸어서 1시간 정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반경 4~5km에 국한되었다. 이 정도 거리에 주거, 상업, 공공업무, 수공업, 교 육, 문화 등 모든 도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고대 로마 도시의 모 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폼페이는 이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 남아있는 고대도시나 중세도시가 걷기 좋은 까닭은 규모나 건물배치 등이 걷기에 알맞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가로의 주 인은 자동차가 되었다. 사람들은 도로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를 피 해 조심해서 다녀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들은 피해를 보았 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보급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한 제1차 세계 대전 이 후, 단 4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쟁 중 프랑스에서 사망한 전사자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4,762명이 사 망하였다. 이는 하루 평균 13명, 한 달에 422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 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동차가 군림하는 위험한 도로에서 아이 들이 뛰어놀거나 이웃과 얘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 최근에는 교통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도 문제다. 우리나라 의 2012년 교통혼잡 비용은 30.3조원으로 집계되었다 1. 이는 국가총생 산(GDP)의 2.2%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대기오염, 소음뿐만 아니라 온실 가스 배출 등 환경문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 출량은 2012년 기준 약 8천 6백 4십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3.48%를 차지하고 있다 2.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려면 자동차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만약 회사, 학교, 상업시설, 문화시설, 관공서 등이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굳이 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공간적 범위가 넓은 대도시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를 도로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묘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는 자동차와 사람의 공존 가능성을 찾는 실험적 도전이다.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가 실험적 도전인 이유는 아 18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직까지 표준적인 도시부의 가로 설계가 사람보다 자동차 소통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된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유럽과 북미에서 추진된 자 중심의 가 로 만들기 사업을 정리하고, 우리나라의 노력을 간략히 소개하며 앞으로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정리하였다. 그림1 본엘프 사례 (델프트, 네덜란드) 2. 해외의 자 중심 가로 만들기 사람 중심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네덜란드의 본엘프 (Woonerf) 사업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기조성된 주택가 생활도로에 서 통과교통을 배제하고 차량 이용을 최소화하면서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 선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본엘프 사업 사례는 이후 공유도로 (Shared Space), 홈존(Home Zone), 속도 30(Temp 30), 커뮤니티 도로 등 다양 한 형태로 변화하여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가. 본엘프(Woonerf) 본엘프(Woonerf)는 네덜란드어로 삶의 마당(living yard)'이라는 뜻을 지니며, 차량으로부터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가로와 공공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197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도입되었다. 본엘프는 세계 최초 의 환경개선 사업으로 1976년에 법적인 지위도 확보하였다. 네덜란드 도로교통표지와 규제(Reglement verkeersregels en verkeerstekens, RVV) 제44조에 따라 본엘프로 지정된 구역 내에서 보 행자는 가로의 모든 횡단면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는 도로 위 에서 뛰어 놀 수도 있다. 반면, 차량은 자의 속도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차량의 최고속도는 속도인 4~7km/h로 제한되는 셈이다. 도로에서 연석을 제거하여 운전자와 자가 동등한 높이에서 통행하도 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그재그식 도로, 과속방지턱, 화분 등 속도를 억 제하는 장치도 설치된다. 주차도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본엘프 진출 입구는 특별히 다른 곳과 구분되어야 한다. 운전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인 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본엘프는 주거지역, 쇼핑구역, 도시 중심부, 자료 : Steven Schepel, 2005, Woonerf revisited- Delft as an example 학교 및 철도역 등 작은 구역에 대해 제한적으 로 적용하고 있다. 1999년까지 네덜란드에서는 6,000개의 본엘프가 지정 운영되었다. 나. 공유도로(Shared Space) 공유도로는 도로설계에서 도로 이용자가 엄 격히 따라야 하는 규칙을 없애고 자동차를 포함 한 모든 도로 이용자가 공간을 공유하게 함으로 써, 자의 이동성과 편안함을 향상시킨 공간 을 의미한다 3. 공유도로라는 용어는 영국의 베 일리 해밀턴(Hamilton-Baillie) 4 이 만든 용어로 200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강조되고 있다. 하 지만 공유도로의 개념은 이미 1991년 네덜란드 1 e - 나라지표 (www.index.go.kr) 2 교통부문온실가스통합배출시스템 (www.kotems.or.kr) 3 Department for Transport, 2011, Shared Space, Local Transport Note 1/11 4 Ben Hamilton-Baillie, 2006, "What is Shared Space?" (PDF) World & Cities Vol.10 19
특집 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그림2 라바이플라인 교차로의 광장교차로 설계(공유도로) 계획전 설계도면 계획후 자료 : https://thinkbicyclingblog.wordpress.com/2013/06/13/hans-mondermans-people-friendly-dutch-squareabout/ 의 한 몬더만(Hanm Monderman)이 제시한 바 있다. 공유도로의 핵심은 가로설계에서 자 와 자동차의 공간구분을 최소화하여 누가 우선 권을 가졌는지 모르도록 하는 데 있다. 통행우선 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량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게 되며, 차량 속도가 줄면 자전거, 자 등 모든 도로 이용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불확 실성을 이용하여 차량 운전자의 경각심이 높아 지면 모든 도로이용자가 안전할 수 있다는 의미 이다. 공유도로가 성공한 이유는 역설적이다. 도 로 위에 교통규제를 없애면 오히려 안전해진 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 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더 조심하 게 된다. 낭떠러지가 있는 좁은 산악지대 도로 에서는 누구나 조심스럽게 운전하기 마련이다. 통행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히 모를 경 우 운전자들은 자전거, 자 등 다른 도로 이 용자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아야 편하게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량의 속도는 줄어든다. 공유도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드 라흐텐시의 라바이플라인(Laweiplein) 교차로이 다. 이 교차로는 공유도로 개념의 창시자인 몬더 만의 작품이다. 라바이플라인 사거리는 하루 교통 량이 2만 대 수준에 달했고 교통 정체는 나날이 심 해졌다. 몬더만은 처음 이 교차로를 신호등이 없는 원형교차로(Roundabout) 방식으로 변경해 정체 문제를 크게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 에 전통적인 광장의 형태와 원형교차로의 기능을 모두 갖춘 일명 광장교차로 (Squreabout: 광장 square과 원형교차로 roundabout의 합성어)를 설계한다. 광장교차로는 무려 7년에 걸친 설계와 공사 끝에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교차로에는 교통표시, 교통 신호등, 보도와 차도의 구분, 가드레일, 과속방 지턱 등 일반적인 도로 시설물이 전혀 없었다. 가운데 작은 원 즉, 라운드어 바웃이 있을 뿐이다. 또 네 개의 도로가 맞닿은 부분에 광장과 여러 개의 분 수대를 설치하고 교차로 공간의 주인이 차가 아닌 사람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설계했다. 그림2는 라바이플라인 교차로의 설계 전과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5년 광장교차로가 설치된 이후 교통사고는 대물 피해 사고만 한 두 건 발생하였다. 교통량은 증가했지만, 평균통행시간은 40% 감소했다. 버스의 도착시간 준수율도 높아졌다. 몬더만은 아무리 교통량이 많아 도 사람들은 분위기에 지배를 받아 거기에 어울리는 행동을 한다. 고 설 명했다. 처음 광장 교차로를 방문하는 운전자는 신호등도 없고 교통표지 판도 없어 어떻게 운전하지 몰라 당황할 수 있지만, 곧 다른 운전자가 어 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게 된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는 속도를 30km/h 이하로 떨어뜨리며 자 등 다른 도로이용자와 시선도 교환한 다. 또 이런 운전 방식을 모든 운전자가 따라하게 된다. 저속에서 교통신 호등이 없으면 운전자는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런던의 켄싱 턴 하이 거리(Kensington High Street), 세븐다이얼스(Seven Dials) 교 차로 등도 공유도로의 개념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이다. 하지만 공유도로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 단체로부터 강한 반대를 받기도 한 다. 이들은 차량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운전자에게 자신의 움직 임이 알려졌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나라에 서도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유도로는 다양한 도로이용자의 요구, 20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대상도로의 환경적 특성,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림3 완전도로의 사례 다. 완전도로(Complete Streets) 완전도로(Complete Streets)란 도시부에 서 기존의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불완전한 (incomplete) 도로로 인식하고 여기서 벗어나 자 동차뿐만 아니라 자, 자전거, 대중교통 등 모 든 도로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 를 의미한다. 완전도로는 사람들의 안전성, 건강 성, 형평성, 심미성, 경제성, 환경성, 거주 적합 성(livability) 등을 목표로 설계된다. 이러한 도시 부 도로설계 개념은 미국의 연방법(Title 23 USC 217)에 근거하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가능하다면 모든 도로에 자전거 시설과 자 도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 완전도로에 대한 설계지침은 주로 도시 차원 에서 발간되고 있다. 뉴헤이븐(New Haven)시의 완전도로설계 매뉴얼(Complete Streets Design Manual) 과 노스캐롤라이나 샬롯(Charlotte)시 의 도시거리디자인 가이드라인(Urban Street Design Guidelines) 이 대표적이다 5. 완전도로에 흔히 사용되는 설계기법에는 보 행자 횡단시설(고원식 횡단보도, 차도 폭 줄임 등), 자 대기공간(벤치, 쉘터 등), 자전거 도로, 갓길 확장, 버스우선차로, 차량 진출입구 최소화, 속도제한 등이 있다. 설계 내용 면에서 는 유럽에서 시작된 본엘프, 공유도로 등과 비 슷하다. 하지만 완전도로는 도로 그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설계개념이기보다 주변 토지이 용계획과 연계, 네트워크 차원의 연결성 등도 같이 강조한 개념이다. 그림3은 잘 정비된 완전 도로의 사례를 보여준다. 자료 : http://www.smartgrowthamerica.org/complete-streets/complete-streets-fundamentals 6 라. 홈존(Home Zone) 홈존(Home Zone) 7 은 영국에서 시행하는 환경개선사업으로 네덜 란드 본엘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로에서 차량과 자의 이동뿐만 아 니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홈존은 영국의 교통법(Transport Act)에 근거하여 지정된다. 단, 대상지를 선정할 때 첨 두시(peak time) 8 교통량이 시간당 100대 미만인 도로로, 총 연장이 600m 미만인 지를 검토할 것을 권장한다. 홈존에서의 주요 설계내용으로는 과속방지턱, 고원식교차로, 지그재그 형태의 도로 등 교통정온화기법, 주차면 정비 및 주차구역 조정, 차량 통 행 제한, 노면포장, 식수, 놀이기구 및 벤치 등이 있다. 호셤(Horsham), 할리팩스(Halifax) 등 많은 곳에서 홈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왔 다. 그림4는 홈존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림4 홈존(Home Zone) 사례 자료 : (좌) Heydecker, B.J. et al, 2009, Evaluation of Pedestrian Priority Zones in the 5 정경옥, 설재훈, 박병정, 2011, 완전도로 구현방안 연구 European area, Centre for Transport Studies, University College London: London, UK; (우) 6 2014.4.25 접속 https://www.flickr.com/photos/29892784@n05/2977326692 7 Mike Biddulph, 2001, Home Zones: A planning and design handbook 8 첨두시 교통량: 교통량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간대의 교통량 World & Cities Vol.10 21
특집 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마. 존 30(Zone 30) 존 30(Zone 30) 9 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차 량의 최고속도를 30km/h로 규제하는 생활권 역을 말한다. 최고 속도를 30km/h로 제한한 이유는 차량이 이 속도로 주행하면 자와 충 돌하여도 생존가능성이 95%이상으로 크게 높 아지기 때문이다. 존 30은 넓은 지역에 본엘프를 적용하기에 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본엘프가 특정한 도로 구간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존 30 은 보다 광범위하게 주택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 는 경우가 많다. 존 30은 속도제한표지와 과속 방지턱 등 물리적 속도 저감시설이 주로 설치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1983년부터 존 30사업을 벌여왔으며, 2008년 기준 주거지역 전체 도로 의 85%가 존 30으로 지정되었다. 독일, 스위스 에서는 속도 30(Temp 30)이라는 이름으로 시 행되고 있다. 3. 우리나라의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환경 개선사업 이 전개되어 왔다.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 업 은 1990년대 서울에서 시작되어 지방의 여 러 도시로 전파되었다. 2000년 초반에는 주택 가 이면도로의 주차면 정비를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녹색주차마을(Green Parking) 그림5 우선구역의 개념 10 사업을 벌였다. 도시의 상징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의 차량 중심도로 를 자 전용도로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었다. 가령, 서울시 인사동길은 1997년~2003년까지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다가, 2003년부터 는 토요일까지 확장되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 행환경 개선사업은 특정 도로구간을 대상으로 선적인 정비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생활 속의 환경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에 2008년부 터 면 차원의 환경개선 사업인 우선구역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우선구역이란 차보다 자가 통행 우선권을 갖는 우선도로 가 주요시설 및 장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자 중심의 생활구역을 의미하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8조에 근거하여 추진되고 있 다. 즉, 우선구역 사업은 자가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하게 걸 을 수 있는 도로 네트워크를 면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사업으로 볼 수 있 다. 우선구역 사업은 정부 주도로 2012년 까지 전국 26개소에 설치되 었다 11. 범례 우선거리 도로 통행금지 공영주차장 과속방지턱 주정차금지 지하철 도서관 버스정류장 우체국 우선가로 진출입구 구청 학교 지하철 도서관 우선구역 내부의 모든 도로는 가능한 한 자 친화적 도로로 개 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선구역 내부에 속한 중심축 (시간제 전용도로구간) (주말오후) 자료 : 건설교통부, 2009, 우선구역 사업 중장기 추진방안 9 경찰청, 2008, ZONE 30 도입 등 안전 증진방안 마련 공청회 자료집 10 국토해양부, 2008b, 우선구역 중장기 추진방안 11 한상진, 2013, 우선구역의 주요 네트워크 추출방법, 교통연구, 제20권 제4호 pp119-130 12 국토해양부, 2008a, 우선구역 표준설계매뉴얼 13 서울통계정보 시스템(stat.seoul.go.kr) 14 한상진, 2014, 우리나라 도시부 가로설계의 Link & Place 기법 도입방안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지 제15권 제6호, pp 61-74. 22
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모든 도로를 자 중심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 능하다. 차량의 속도를 물리적으로 줄이기 위 해 모든 도로에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하고 주 차공간을 대폭 축소시킨다면 차량 이용이 지나 치게 어려워 주민들의 생활에 오히려 큰 불편 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 동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 서 모든 도로를 자 중심의 도로로 전환시키 는 것은 오히려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자 차원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전반적 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차 원에서 가급적 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 로, 혹은 구역 내 주요 시설 및 장소를 연결하 는데 중요한 도로 만을 선별하여 자 친화적 인 도로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5는 우선구역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12. 4. 미래 도시의 가로 설계 방향 이런 차원에서 존스(Jones)등은 링크 앤드 플레이스(Link & Place) 가 로 설계기법을 새롭게 제시한 바 있다(Jones at el. 2007). 링크 앤드 플레 이스 기법은 기존의 가로 설계에서 개별적으로 고려되던 공학적 요소인 연 결(Link)과 공공 디자인적 요소인 장소(Place)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 법론이다. 기존의 가로 설계에서는 가로의 장소적 특성에 대한 배려가 없 이 도로의 기능적 분류에 따라 차로수, 설계속도, 보도폭원 등을 설계기준 에 맞추어 공학적으로 설계하였다면, 링크 앤드 플레이스 기법은 가로공간 의 배분에 있어 차량, 자, 자전거, 버스, 화물차 등 모든 이용자의 연결 성와 장소적 차원의 요구사항을 고려한 후 선형설계, 가로 운영시설, 가로 시설물을 배치하도록 유도한다. 앞으로 도시부 가로 설계는 링크 앤드 플레이스가 지향하는 바처럼 차 량과 자가 공존하면서 이동성과 장소적 머무름의 기능이 모두 고려되 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를 만들 수 있으며 그 만큼 걷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차량이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차량의 이동성이 극대화되는 고속도로는 여전히 중요하며 간선도로 역시 중요하다. 다만 집분산도로나 국지도로처 럼 차와 사람이 혼용되는 공간에서는 사람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설계되어 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상호 독립적으로 인식되어온 도로공학과 도시 설계를 융합하는 길이다. 가로(도로)는 도시에서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주거가능 면적에서 가로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인 도로율 은 2012년 기준 22.24%나 된다 13. 이는 가로가 도시에서 매우 비중 있는 시설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가로는 지금까지 차량의 이동성을 중시하는 도로 및 교통공학적 관점에 서만 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가로는 차량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 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자를 배려하는 설계에 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자는 차 량과 다르게 가로를 이동 통로로만 활용하지 않 는다. 한 장소에 머무르며 쉬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쇼핑도 하고, 공연을 즐 기기도 한다 14. 참고 문헌 - 경찰청, 2008, ZONE 30 도입 등 안전 증진방안 마련 공청회 자료집 - 국토해양부, 2008a, 우선구역 표준설계매뉴얼 - 국토해양부, 2008b, 우선구역 중장기 추진방안 - 정경옥, 설재훈, 박병정, 2011, 완전도로(Complete Streets) 구현방안 연구 - 한상진, 2013, 우선구역의 주요 네트워크 추출방법, 교통연구, 제20권 제4호 pp119-130 - 한상진, 2014, 우리나라 도시부 가로설계의 Link & Place 기법 도입방안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 지 제15권 제6호, pp 61-74. - Ben Hamilton-Baillie, 2006, "What is Shared Space?" (PDF) - Department for Transport, 2011, Shared Space, Local Transport Note 1/11 - Mike Biddulph, 2001, Home Zones: A planning and design handbook - Steven Schepel, 2005, Woonerf revisited- Delft as an example - e-나라지표 (www.index.go.kr) - 교통부문온실가스통합배출시스템 (www.kotems.or.kr) - 스마트그로스아메리카 홈페이지 (http://www.smartgrowthamerica.org) World & Cities Vol.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