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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논문은제 1 저자의진주교육대학교교육대학원초등특수교육전공석사학위논문임. ** 주저자 : 진주장재초등학교교사 *** 교신저자 : 진주교육대학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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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2015 전문가 에세이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개방 체제에 연착륙하는 북한을 이대환 작가,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작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80 년 국제 PEN 클럽한국본부 주관 장편소설 현상공모 당선, 1989 년 현대문학 지령 400 호 기념 장편소설 공모 당선. 저서로는 장편소설 새벽, 동틀 녘 겨울의 집 붉은 고래 큰돈과 콘돔, 바이링궐 소설선 슬로우 불릿 Slow Bullet, 소설집 조그만 깃발 하나 생선 창자 속으로 들어간 詩, 평전 박태준, 실록 대한민국의 위대한 만남- 박정희와 박태준, 산문집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 등.

나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훌렁 벗겨진 이마에 세계지도처럼 그려진 얼룩을 기억한다. 세계지도를 닮은 저 얼룩이 20 세기 지구적 냉전체제를 파괴할 자기 운명의 묵시( 黙 示 )란 말인가.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 돋아났던 생각이다. 그리고 내 영혼을 뒤흔든 그의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역사는 늦게 오는 자를 처벌한다. 이 말을 그는 1989 년 11 월 분단의 장벽이 무너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아가 멋지게 외쳤다. 그때, 하루의 시간은 밤이었으나 역사의 시간은 새벽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새 지평의 먼동을 바라보듯 환호에 젖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어떤 절대적 연대의식이 그들을 하나로 묶고 있었다. 지금, 그 말은 평양의 최고 권좌에 경고의 화살로 쿡 박힌 채 녹슬고 있지만. 시대적 변혁을 이끌었던 모든 지도력은 공( 功 )과 과( 過 )를 기록했다. 그들도 태양 아래의 존재로서 명( 明 )과 암( 暗 )을 동시에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그러했고, 마오쩌뚱이 그러했다. 이승만도 김일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르바초프 역시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일성의 민족사적 공과( 功 過 )를 어떻게 볼 것인가? 보천보 전투든 또 무슨 전투든 다소간 과장이 덧칠 되었더라도 그런 것은 무릇 신화의 필수불가결 요소라고 여기는 나는 그의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공( 功 )을 애써 깎아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과( 過 )에 대한 비판도 양보하지 않는다. 분단 고착 후 그의 과는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민족해방이든 노동해방이든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6 25 전쟁)을 획책하고 실행한 것. 둘째는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연쇄붕괴가 일어난 1980 년대 말기보다 훨씬 더 빨랐던 70 년대 초기부터 아들(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목하여 봉건적 정권세습을 획책하고 실행한 것. 셋째는 세계사적 지각변동 속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수교(1992 년)를 추진하는 가운데 덩샤오핑이 몇 차례나 권유한 중국식 개혁개방을 끝내 거부한 것. 물론, 문학의 눈은 유일 헤게모니 장악과 패전의 책임전가를 위해 건국의 동지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진저리를 칠 수밖에 없다.

세상만사에는 인과법칙이 작용하고 있듯, 작금의 북한 실상은 위대한 어버이 수령 의 3 대 패착이 초래한 결과이다. 또한 그것들은 남북관계를 꼬이고 얼어붙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북한 정권은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 를 지고지선의 절대가치처럼 선전한다. 그것을 위한 최강 수단이 핵무장이다. 핵무장은 6 25 전쟁과 분리할 수 없다. 전쟁을 일으켰다 처참한 파괴와 정권 소멸의 위기를 경험한 뒤로는 중국도 소련도 믿을 수 없으니 믿을 것은 핵무장 뿐이라며 핵무기를 신봉한다. 핵무장은 세습체제 유지와 분리할 수 없다. 전체주의, 전제주의 수령체제를 존속할 수 있는 최후 보루를 핵무기라고 확신한다. 어버이 수령의 이른바 비핵 유훈 이란 것도 고도의 정치외교적 수사( 修 辭 )처럼 들린다. 핵무장은 폐쇄체제와 분리할 수 없다.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우리식 으로 생존할 수 있는 내부결속의 심리적 핵도 핵무기라고 판단한다. 상대 없는 대화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독백도 자신을 상대해야 한다. 훌륭한 생각과 선량한 생각을 제아무리 보듬고 있어도 상대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지 않은 대화는 벽에 대고 혼자서 떠드는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러한 형식의 국제적 대화가 존속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실현을 위한 다자( 多 者 )회담, 곧 6 자회담 이 그것이다. 평양 권좌에 김일성의 손자(김정은)가 등극한 다음에도 미국과 중국이 마치 먼지를 덮어쓴 게임도구를 가끔 건드려보듯이 6 자회담 재개 를 언급하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상당수 한국인은 6 자회담에 대해 있으나마나한 국제회담 쯤으로 시큰둥해하는데, 요새도 나는 그 명칭에 길게 명시된 목적 부터가 겉멋만 요란한 의복처럼 미덥지 못하다.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 개국 차관급이 실무대표로 참여해온 6 자회담. 1 차 회의는 2003 년 8 월 베이징에서 열렸다. 그때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 여섯 달째를 맞아 의욕으로 충만해 있었다(대통령 탄핵은 이듬해 봄날의 사건). 남북관계에는 김대중-김정일의 6 15 선언 이라는 신생 동맥을 따라 전후 50 년 만에

민족 을 느낄 만한 화해가 흐르고, 서울 정권과 평양 정권이 우리 민족끼리 의 대화를 어느 때보다 편하게 왕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상상력의 빈곤이었을까. 국제적 이해관계의 덫에 걸렸을까. 실력이 모자라 말문이 막혔을까. 분단을 걸머진 두 당자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이라는 목적을 명시한 명칭에 서명했다. 그때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이라는 목적을 붙였어야 옳은 것 이고 좋은 것 이었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물론 두 종류의 반박이 나올 수 있겠다. 북한이 미국과 마주앉아 휴전협정 을 평화협정 으로 바꿔보겠다고 하는 전술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 휴전협정에는 한국이 없고 러시아와 일본도 없으니 6 자 중 3 자는 그 회담 참여에 대한 자격미달이 아니냐? 이것은 단견의 우문( 愚 問 )에 불과하다. 평화체제 정착 의 하위개념과 하위수단의 목록들 중에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가 들어가게 되며,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의 비핵화 도 평화체제 정착 바로 아래의 하위개념과 하위수단에 위치해야 합당하기 때문이다. 2007 년 여름에 이르러서야 베이징 4 차 6 자회담이 공동성명에다 아예 까먹은 것 같았던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라는 말을 담았다. 제 4 항(평화체제협상)에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별도의 포럼을 통해 하기로 했음 이라 밝혔던 것이다. 별도의 포럼을 통해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한다? 이것은 참으로 불쾌하고 졸렬하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4 자 모두가 한반도 분단과 그 고착의 막중한 책임자들인 것이다. 한반도 분단의 근원은 누가 뭐래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였다. 제 2 차 세계대전 직후 지구적 냉전체제가 한반도의 허리를 칼로 두부 치듯 자를 때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는 집행자였다. 중국은 6 25 전쟁 참전으로 한반도의 잔인한 재분단 을 결정했다. 그들 4 자를 한자리에 모아둔 한국과 북한이 하나의 목소리로 한반도 분단에 대한 윤리적 시대적 책임의식을 촉구하지(북한은 중국에게 침묵하더라도) 못했던 것은 우리 민족이 드러낸 실력의 한계였다고 할지언정, 한국만이라도 시대적

진실과 역사적 상상력에 의존하여 그들 4 자에게 과거의 죄업을 일깨우며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6 자회담 을 설득했어야 옳았다. 더구나 현실적으로도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은 남북관계의 이슈인 동시에 그들 4 자의 패권적 이해관계와 직결된 이슈이니, 한국(또는 남북)이 그것을 평화체제 정착 의 하위개념과 하위수단에 위치시킬 전략적 주요 근거이기도 했다. 좋다. 핵을 다루자. 그러나 평화체제 밑에서 다루자. 이렇게 나갔어야 옳았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에 미국과 중국은 2015 년에도 애매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한국인은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고 믿 는다. 21 세기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상식과 같으며, 감히 잘못된 상식 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정보나 권력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6 자회담 12 년 의 초라한 성적표이다. 하지만 한국은 변함없이 남북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통일을 염원한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 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북한에서 신성장 동력을 얻게 되고 그것이북한 발전에 직결된다는 경제적 시각에 방점을 찍은 발언 같았다. 통일은 민족의 대박이 될 수도 있고 민족의 쪽박이 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 화해와평화가 안정적으로 지속되지 않으면 대박 통일 은 오지 않는다. 현재 절박한 것은 분단의 강고한 얼음장벽을 녹여나갈 실마리를 구하는 일이다. 이것을 한국의 대북관계의 전략적 핵 이라 명명할 수 있다. 해법의 실마리를 구하려면 원인 분석이 필수 과정이다. 김일성의 3 대 패착과 핵무장이 불가분의 관계로 얽힌 평양 정권은 현 단계에서는 결코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싫고 답답해도 이것이 객관적 조건이다. 그래서 앞으로 10 년이 중요하다. 한국의 전략은 특히 중요하다. 한국은 6 자회담을 흐지부지 굴리는 대로 굴려가더라도 대박 통일 의 대전제인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남북 화해와 평화 를 위해 안보 경제 외교 사회 문화의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튼튼한 안보 는 어떤 이념적, 정파적, 진영적인 가치를 초월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세(관계) 를 안정적인 정세(관계) 로 바꿔나가는 도정에 반드시

갖춰야하는 평화수호를 위한 가치 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시대는 대담한 용기 속에 탁월한 슬기를 품은 위대한 지도력을 기다린다. 대체 그 지도력은 이 땅 어느 곳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단 말인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남북 화해와 평화, 이 일차적 숙원을 풀어나가는 길은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 이다. 지난 12 년간의 6 자회담처럼 한반도의 비핵화 가 남북관계의 모든 가치를 지배하고 통제하도록 방치해 둔다면, 북한의 개방체제 연착륙은 요원하고 그만큼 대박 통일 의 준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고르바초프가 역사는 늦게 오는 자를 처벌한다고 했으나 정작 그의 조국 (소비에트연방)은 개혁개방의 학교에 한참 지각을 했다. 오직 중국만 일찍 등교해서 아침자습까지 했지, 동독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국가들도 모두 지각을 했다. 그들의 지각에 대한 역사의 처벌은 엄중했고, 일찍 나섰던 중국에 대한 역사의 상찬은 오늘날 중국이 누리는 세계적 위상이다. 북한은 지각이 아니다. 결석이다. 여전히 장기 결석이다. 유급을 넘어 어느덧 퇴학의위기에 몰렸다. 북한에 대한 역사의 처벌은 애꿎게도 불특정 다수의 인민과일부 권력층을 대상으로만 동정심마저 바닥난 것처럼 혹독하게 진행되고있다. 언제쯤 북한이 개혁개방의 학교에 들어설 것인가?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서 들어서게 만들 것인가? 남북관계에서 평화(화해) 와 개방 은, 가령 중국의 개혁 과 개방 이 그랬듯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선후( 先 後 ) 가 아니다. 개방이 개혁을 부르고 개혁이 개방을 안게 되는 것처럼, 평화와 개방은 일체( 一 體 )고 동시( 同 時 )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떠받들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북한체제의 붕괴를 촉진할 것인가? 현재 북한체제가 십 년이 아니라 열 달을 못 가서 갑자기 붕괴한다고 가정해 보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감안할 때 남한과 북한은 서독과 동독의 경우와 같은 흡수통일 을 감당할 능력이 크게 모자란다. 당시 서독에 비해 한국이 한참 뒤처지고, 당시 동독에 비해 북한이 훨씬 더 뒤처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이 아무리 훌륭한 작계 를 갖추고 있어도 중국의 손이 평양으로 깊숙이 들어올 수밖에 없고 러시아와 일본도 무슨 지분을 거머쥔 것처럼 덩달아 설쳐댈 텐데, 무엇보다도 그 혼란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태로 발발할 동포의 수많은 희생 은 어찌할 것인가? 한국이 대박 통일 의 길을 개척하는 전략은,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고 지원하는 가운데 남북관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화해와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바로 후순위는 핵문제 처리이다. 국제기구에 가입한 것이라고는 오직 국제연합(UN)과 그 산하단체밖에 없는 북한, 여전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도 가입하지 못한 북한.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원조를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세계은행, IBRD)이나 아시아지역의 경제개발과 빈곤퇴치를 위한 아시아개발은행과도 제대로 접촉할 수 없는 북한. 국제기구와 국제금융의 글로벌시스템에서 외톨의 섬처럼 분리돼 있는 북한. 오늘도 평양 정권은 개방을 두려워한다. 개방을 대문 앞에 잠복한 자객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개혁개방의 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습부진증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 베트남이 저술한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교과서 부터 정독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국의 행동이 중대하고,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러시아와 일본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적 이해관계의 절묘한 조화, 이 조정자 역할을 남한과 북한이 신뢰의 대화로써 맡아야 하는데, 이것은 남북관계에 안정적인 화해와 평화가 지속될 때만 가능해지는 일이다. 다만,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역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과대해지는 것과 국제적으로 평양 정권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다. 이 반론에 대한 반박의 명제는 두 가지다. 첫째, 시간은 민족의 편이다. 둘째, 시간은 개방의 편이다. 중국을 우려하고 경계하는 주장은 안 그래도 중국이 북한을 거의 접수한 지경인데 라는 한마디에 그 뜻을 담고 있다. 국토의 절반을 내주는 것 아닌가, 이것이다. 이해도 간다. 오랜 조공국가였고, 때때로 동북공정을 휘두르는

중국이니. 그러나 언어와 문화와 역사는 민족의 영원한 자산이고 정체 성이다. 일정 기간에 경제적으로 종속된다고 해서 식민지처럼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기만 한다면, 남한과의 교류도 자연히 넓어지고 깊어지기 마련이며, 남한의 조력을 받는 북한은 남한의 경험보다 더 빠르게 경제적 종속을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시간은 민족의 편 이라는 것 이다. 개방체제에 연착륙한 북한이 어떻게 변모해 나갈까? 이 질문에는 긴 설명이 불필요하다. 한 문장이면 족할 듯하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참고하면 북한의 미래에 대한 상상도는 어긋나지 않는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물론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교과서엔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 선과 악도 공존한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전과 비교할 때는 현재의 장점과 선이 인민의 사람다운 삶에 복무함 에 있어서 과거의 단점과 악을 압도하는수준이다. 어떤 진영의 늪 속에 너무 오래 지낸 나머지 어느덧 거기를 유일의 진리 세계로 착각한 상태에서 그 바깥으로 나올 생각이 전혀 없는 이념의 전사들 이야 현재의 단점과 악만 들춰내서 까발리며 저주할 테지만, 결국 시간은 개방의 편 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 을 한국이 남북관계의 최고 전략으로 설정하려면 기존 6 자회담의 틀을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과 지혜도 갖춰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시간은 민족과 개방의 편이라는 믿음을 지녀야 한다.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게 될 때, 남북관계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화해와 평화가 정착할 수 있고 그 바탕 위에서만 대박 평화통일 의 날을 남과 북이 끌며 밀며 함께 데려올 수 있다. 여기서 시민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 인민에게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남한 시민의 상당수가 먼저 통일 준비 를 일상의 한양식( 樣 式 )으로 살아가야 한다. 가령, 하종오( 河 鍾 五 )의 시 비상금 을 보자. 늙고 가난한 아버지 가 문인 방북단에 끼어 북한을 방문하게 되자 가난한 딸이 아버지 에게 비상금 몇 십 달러를 드렸는데, 아버지 는 딸의

정성을 받아 어디에 어떻게 써먹었을까? 아버지 의 씁쓸하고 조용한 고백을 하종 오는 이렇게 옮겨준다. 북한에서 저녁을 맞은 남한 문인들이 노래방 가서 마이크 잡고 노는데 서빙하는 북한 처녀가 가난하게 보여 시인은 아무쪼록 비상금으로 간직하라고 몇 십 달러를 손에 쥐여 주었다며 나를 보며 씁쓰레했다 그러고 나서 남한으로 돌아오는 날까지도 시인은 그 북한 처녀를 다시는 보지 못하고 기념품 사는 남한 문인들만 구경했다고 덧붙였다 선물 하나도 마련하지 못하고 귀가해서 시집간 가난한 젊은 딸에게 한없이 미안하더라며 시인이 싱긋, 웃기에 나도 싱긋, 웃었다 한때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통일세 제정 논의가 어느 틈엔지 쑥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 어느 날 갑자기인 듯 민간(시민) 중심의 통일나눔펀드 가 불쑥 솟아나더니 2015 년 여름에는 머잖아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뿌리 깊은 거목( 巨 木 ) 으로 성장할 기세다. 저급한 이념 논쟁으로 이름 내며 먹고 사는 눈들이 또 하나의 먹잇감을 사냥하려는 것처럼 그 빈틈을 찍으려 잔뜩 노려보고 있더라도, 그것은 시민사회 내부에 통일준비를 일상의 한 양식으로 확산해 나가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테고, 그 시민의 마음과 그 시민의 성금이 북한으로 들어갈 길이 열리는 날에는 북한의 개방체제 연착륙 과 남북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체제 에 이바지할 것이다. 앞으로 통일나눔 시민운동이 정치권의 변화를 끌어내게 되는 것은 차라리 덤의 효과라 하고 싶다. 한국에는 남북통일을 통해 여태껏 지구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유토피아 체제 를 한반도에 실현해야 한다는 정치( 精 緻 )한 학문적 이론도 개발돼 있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을 몽상하는 작가이다. 그러나 시대적 변혁이 이론대로 추진돼왔다면 인간은 이미 유토피아 체제에 살고 있어야 한다. 십 년은 세월이다. 어떤 시대적 전환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갈등과 충돌을 다스리고 가다듬어서 그 주도세력이 기획한 새로운 체제를 든든한 기반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십 년이면 새 역사를 쓴다는 것이다. 철책과 지뢰들이 가로막은 살벌한 분단 의 남북관계라 해서, 북한의 개방체제로의 연착륙 전환이라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