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한 변화는 조사방법상 문제가 많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보도에서 사전 배제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제도적 개선 노력을 통해 과거보다 높은 품질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여 전히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 분의 언론사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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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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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사설계 조사대상 2017 년 2 월현재,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표본의크기 조사방법 1,021 명 ( 가중전 1,021 명, 가중후 1,000 명 ) - 가중치를 1,000 명기준으로부여했으나, 보도시표본크기는 1,021 명으로보도해야함. 구조화된설문지를이용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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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조사규모 1,008 명 ( 주의 : 통계보정으로 1,000 표본으로분석하였으며, 보도시에는조사실사례수 1,008 명으로기재해야함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 Point 조사방법 유선전화면접 49.7% + 무선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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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2 년총선출구조사평가와개선방향 현경보 SBS 여론조사전문기자 연세대언론학박사 SBS 시사토론팀장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전문위원 한국방송대상특별상, 한국조사연구학회특별상수상 4 11 총선출구조사결과에대해말들이많다. 방송사출구조사또빗나갔다, 무려 70억원들여실시한

Ⅰ. 조사목적 본조사는전국민을대상으로대통령국정수행지지도, 정당지지도등을 파악하여, 국민여론을파악하는기초자료수집에그목적을둠. Ⅱ. 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거주만 19세이상성인남녀 표본수 총 1,035 명조사후, 지역, 성, 연령별사후보정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최대허용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는지난 15대총선부터이번 20대총선까지단한번도제1당과의석범위를동시에맞힌적이없게됐다. 이번 20대총선에서도 1당더불어민주당, 2당새누리당 을예측한방송사는없었다. 심지어광폭의의석범위로각당의의석수를예측했지만, A방송사는 1당및의석범위예측모두틀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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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34] 원하는차기대통상 [ 표 35] 안철수원장의출마에견해 [ 표 36] 안철수원장과야당후보와의단일화에대한견해 [ 표 37] 단일화할경우누가로단일화되어야하는지에대한견해 [ 표 38] 공천비리사건에대한박근혜후보의책임여부.

제1장부산 18개선거구 ( 통합 ) 3 제2장중구 동구 8 제3장서구 13 제4장영도구 18 제5장부산진구 ( 갑 ) 23 제6장부산진구 ( 을 ) 28 제7장동래구 33 제8장남구 ( 갑 ) 38 제9장남구 ( 을 ) 43 제10장북구강서구 ( 갑 ) 48 제11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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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순화의 역사와 전망

조사설계 조사대상 전국만 19 세이상남녀 조사규모 1,514 명 ( 주의 : 통계보정으로 1,500 표본으로분석하였으며, 보도시에는조사실사례수 1,514 명으로기재해야함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2.5% Point 조사방법 무선전화면접 79.1% + 유선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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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수시 면접 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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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투표의향 문 1. 선생님께서는올해 6 월 13 일치러지는지방선거에서투표하실생각이십니까? 투표하지않으실생각이십니까? 1 반드시투표할것이다 (70.8%) 2 가능하면투표할것이다 (21.3%) 3 별로투표할생각이없다 ( 2.1%) 적극적투표의향 : 70.8 소극적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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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연구 sampling error of polling sites and the additional error which comes from non-response, early voting and second stage sampling error of voters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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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조사개요 1. 조사설계 4 2. 응답자특성 5 제 2 장. 조사결과 1. 문재인대통령국정수행평가 7 2. 서울시장가상대결 A : 박영선 김문수 안철수 인지연 신지예 9 3. 서울시장가상대결 B :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인지연 신지예 서울시장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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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교사용) 1-3부

넘쳐나는여론조사속에서언론이제 20 대국회의원선거보도과정에서 챙겨보아야할문제를점검해본다. 여론조사오용에대한감시강화필요 국민의선택을반영하는것은좋다. 하지만여론조사만이정답이아니다. 국회의원공천을위해국민경선을채택하면서여론조사는이과정에서현실정치에직접적인개입을하게되었다. 비용이많

선거기사심의위원회 관련 공직선거법 규정

Transcription:

특집Ⅰ 여론조사 20대 총선보도의 문제점과 제언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 석 박사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한국정보사회학회 연구이사 저서: SNS 혁명의 신화와 실제 외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제1야당 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1석이 많은 123석을 얻었 다. 여야 정치인은 물론 대다수 유권자 역시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과 실제 결과가 어긋난 가장 큰 요인은 언론에서 사전 여론조사마다 새누리 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리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난 30년 동안 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 과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는 허다했다. 더불어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 사전문업체와 이 데이터로 의석수를 예측한 언론사는 매번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와 거리가 먼 예측은 여론조사 방법과 관련 규제의 내용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중앙선거여론 조사공정심의위원회(이하 공심위, nesdc.go.kr) 등록제도가 새로 도입되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 108조 7항에 따르면, 조사업체는 공심위에 조사의 품 질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이고 조사 원자료를 등록해야만 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도 공심위에 등록된 조사만 활용할 수 있다. 이 32 관훈저널 여름호

러한 변화는 조사방법상 문제가 많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보도에서 사전 배제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제도적 개선 노력을 통해 과거보다 높은 품질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여 전히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 분의 언론사와 조사업체는 휴대전화를 제외하고 집전화만으로 조사가 이 뤄진 것과 더불어 편향적으로 응답률이 낮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러한 진단을 토대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하여 조사가 이뤄지도록 허용하거나, 투표 6일 전부터 적 용되는 여론조사 결과 공포금지 기간을 폐지 혹은 완화해야 한다고 여긴 다. 조사업체와 언론사는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 단체로부터도 궤를 같이 하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조사업체와 언론사, 그리고 유권자 단체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조사와 결 과 보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실제 투표 결과와 부합하는 여론조사 결 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결과를 더 정확하게 예상하 는 일이 정말 중요한가? 더 정확하게, 더 빨리 선거결과를 예상한다면 더 나은 정치가 이뤄지는가? 아니면 언론의 보도 내용이 지금보다 더 나아 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언론의 존재이유가 족집게 점쟁이가 아닌 한 결코 그렇지 않다. 언론은 더 나은 후보자를 가려내고, 그들이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유권자와 후보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해야 옳다.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에 게 선거와 관련된 공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품질은 선거결과와 얼마나 일치했는지 여부로 평가할 게 아니라, 정치커뮤니케이션 매개자라는 언론의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 했는지 여부로 평가되어야 온당하다. 우리보다 먼저 뉴스 소재로 선거 여론조사를 활용한 미국의 경우도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가 불일치할 때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여론 20대 총선보도의 문제점과 제언 33

조사 방법과 보도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유 권자, 정치인, 언론사에게 조사품질 개선방안은 더 이상 주요 관심사가 아 니다. 이들은 조사품질과 연결된 방법론적 쟁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옳 다는 데 뜻을 같이하지만, 선거결과 예측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획 기적인 방법은 더 이상 없다는 데도 합의했다. 오히려 자동응답기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는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 다. 즉,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결과 예측의 정확성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 는 일조차 힘든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권자와 후보자 사 이에서 이뤄지는 정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언론의 역할을 더욱 강조 한다. 자연스레 선거 여론조사 보도와 관련한 쟁점은 선거결과 예측의 정 확성에서 조사 내용과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언론의 정치적 소통 기능 강화 모색할 때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선거여론조사 보도 개선방안을, 선거결과 예측 의 정확성 향상에서가 아니라 언론의 정치적 소통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 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유권자, 정치인, 그리고 언론의 인식변화가 전제되어 야 한다. 즉, 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결과와 일치해야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고 이러한 조사결과를 언론이 제대로 골라 보도해야만 책무를 다한 것이라는 생각을 벗어 버려야 한다. 여론조사는 조사시점에서 응답한 사람이 보인 잠정적 지지도 혹은 선호 도에 대한 분포를 보여줄 뿐이다. 응답자의 불완전한 대표성과 조사와 선 거의 시간 격차, 그리고 유권자가 지닌 태도의 불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여 론조사를 통한 선거결과 예측은 처음부터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인 정해야 옳다. 그리고 조사 방법과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 어느 34 관훈저널 여름호

시점에서는 실제 선거결과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 역시 버려야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보도 방식부터 바뀔 필요 가 있다. 언론사는 여론조사가 방법론적으로 한계를 지녔다는 사실을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마다 보도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런 노력의 반복을 통해 선거 여론조사 예측의 정확성을 향한 잘못된 인식이 완화된 다면, 선거 여론조사 보도를 통해 정치인과 시민 간 커뮤니케이션을 매개 할 수 있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4가지를 제안한다. 여론조사 정확성 높이기 위한 노력 지속해야 첫째,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보다 정확한 당선인 예측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책과 공약,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정확한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즉,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선거에서 당선될 후보를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 시점에 유권자들이 지니고 있는 후보와 공약에 대한 의견을 추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조사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선거결과와의 일치 여 부가 아니라 조사 시점에서의 응답자 의견과의 일치 여부가 되어야 한다. 조사품질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시행 중인 조사와 관련된 정보공개 제도 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조사방법 정보를 공개하는 데 그치면 안 된 다. 이러한 정보공개가 조사품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언론사가 선별하여 질 높은 조사결과만 보도하든지, 아니면 최종 뉴스 수용자인 유권자가 질 낮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뉴 스를 외면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 유권자가 잘 들어 보지도 못한 언론사 혹은 개인 미디어가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 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중계자에 의한 선별적 보도가 어렵다. 국내외 20대 총선보도의 문제점과 제언 35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뉴스 수용자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뉴스를 접했을 때 조사품질과 관련된 정보에 주목하지 않는 다. 설령 주목하더라도 대부분은 품질을 가려낼 능력이 없다. 따라서 뉴스 의 최종 수용자가 스스로 좋은 보도를 선별해 내리라 보기도 어렵다. 언급된 여러 한계를 고려하여,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한 조사결과는 보도 할 수 없도록 법규에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정비율 이상 (예를 들어 30%) 휴대전화 조사를 포함하지 않거나 응답률 20% 미만, 전체 표본 수를 400명도 채우지 못했다면 보도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를 위반할 시 제재를 가하는 방법 역시 생각해봐야 한다. 구체적인 조사품 질 기준이 공개의 대상이 아니라 보도의 전제조건이 된다면 조사업체는 지금보다 나은 품질의 조사를 수행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규정을 지키지 못할 수준의 조사업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리라 믿는다. 지지율 순위만 강조하는 경마식 보도 문제 커 둘째, 선거캠페인 보도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앞서는가에만 관 심을 쏟는 경마식 보도인데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보도에서 핵심적 근거 로 쓰인다. 후보자 지지도와 관련된 정보는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고, 지지율 비교가 뉴스에 포함될 때 해당 뉴스뿐만 아니라 선거 자 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경마식 보도가 항 상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전체 선거 뉴스 가운데 비중이 과도하 게 높거나 개별 뉴스에서 지지율 순위만 강조하는 경마식 보도는 문제다. 경마식 보도의 비중이 높아지면 선거결과 예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확신 이 커지면서 승자로 표가 몰리고, 해당 후보자에게 던진 투표만 의미가 있 다는 인식을 낳는다. 이러한 인식은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유권자 간 의견 교환 같은 공중담론의 의지를 약화시킨다. 또한 전략적 투표행위를 유도해 승자편승(밴드왜건, bandwagon) 효과나 패자동정(언더독, underdog) 효과를 불 36 관훈저널 여름호

러일으킬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추론되는 여론을 왜곡하는 셈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선거와 관련된 다른 이슈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한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경마식 보도는 줄어들어야 하고, 경마식 보도를 부추기 는 지지도나 당선 가능성 중심의 선거 여론조사도 지양해야 옳다. 선거 여론조사 문항을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은 보도의 목적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최종목적은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토론의 단서를 제공하고, 이를 매개로 정치적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러한 소통은 공약의 선정과 수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 으로 유권자와 후보자 간 협치( 協 治 )에 의해 공약, 즉 정책을 약속하는 데까 지 이르러야 한다. 상기된 논의와 같이 선거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 어내는 수단으로 기능하려면, 조사내용이 후보자별 지지도 혹은 당선 가능 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쟁점 이슈를 다룬 내용이 추가돼야 한 다. 이러한 내용은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정치적 가 치관에 관심을 지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유권자 간 정치적 토론을 이끌 어내는 소재로 기능한다. 이 밖에도 후보자의 청렴성과 도덕성, 경험과 능 력, 사회발전을 위한 비전과 신념, 그리고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담 은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즉, 투표 시 고려할 풍부한 판단의 근거와 정치적 토론의 소재를 언론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선거 여론조사 항목 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제20대 총선에서 몇몇 후보자의 배우자 혹은 자녀의 외모가 주요한 소재로 다뤄졌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러한 연성뉴스는 유권자 판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후보자가 유권자 의 바람을 읽어내는 데도 기여하지 못한다. 선거 여론조사에 연성뉴스의 소재가 될 만한 내용이 추가된다면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에 바탕을 둔 투 표행위를 오히려 방해할 수도 있다. 20대 총선보도의 문제점과 제언 37

정책 공약에 대한 유권자 반응 판단 근거로 써야 셋째, 여론조사결과는 뉴스의 중심이 아니라 정책과 공약에 대한 유권자 의 기대와 반응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 대선과 관 련한 미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로부터 월 경하는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와 마주한 국경에 담을 쌓겠다고 공약했고, 언론은 이 공약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해당 공약이 부정적이라고 주장한 근거가 바로 공약 이전과 이후의 여론조사결 과였다. 즉, 이전에 비해 트럼프 후보의 지지도가 낮아졌는데, 그 사이 멕시 코 국경을 따라 담을 쌓겠다는 공약 제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약과 지 지율을 연결시켜 유권자 반응을 해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도는 단순히 트럼프 후보의 지지도가 낮아졌고, 따라서 그가 공화 당 대선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트 럼프 후보에게 공약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유권자의 목소리 를 전달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옳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활용해 시민이 원하는 정책이 공약 혹은 공약의 수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행되도록 유 도한 셈이다. 기자 전문가 해석 곁들인 보도 필요 넷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 혹은 전문가의 해석을 곁들인 보도가 필요하다. 전직 기자였고 현재는 저널리즘 학자로 활동 중인 톰 로젠스틸 (Tom Rosenstiel)은 여론조사 결과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피상성이라고 주 장한다. 민주주의는 식견 있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언론은 충 실한 정보로 시민의 정치 참여에 기여해야 옳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 의미 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는 정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 한다고 보기 어렵다. 언론의 의무는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38 관훈저널 여름호

지만, 이러한 의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시민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즉 해석해서 제공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지닌 의미는 숫자 자체만으로 전달할 수 없다. 객관화 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 는 정보를 제공하려면 언론이 보다 적극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해 유권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히 조사결과를 나열 하거나 정리해 기술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뉴스는 정보로서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올바른 해석 적 여론조사 보도는 여론조사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유권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 설명하는 것을 의미한 다. 해석의 핵심은 조사결과에 대한 원인이다. 즉, 여론의 변화 혹은 여론조 사 결과의 변화를 조사 이전 발생한 사건과 연관시켜 왜 라는 질문에 답 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왜 특정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또는 하락했는 가? 왜 특정 이슈가 유권자에게 중요한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보도하 는 것이 바람직한 해석적 선거 여론조사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의 해석은 필연적으로 담당기자 혹은 전문가의 주관 적 견해에 영향받게 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으로서 객관주의를 고수해온 대다수 국내 언론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과정에 해석을 가미하는 것을 기피해 왔다. 그러나 결과의 해석을 배제한 채 지금처럼 단순히 결과를 정리하여 보도하는 것은 과학적 조사방법과 추리통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대다수 유권자에게 예비선거 결과의 발 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지난번 조사에 비해 왜 이번 조사 에서 특정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는지 혹은 내렸는지 의문을 해소할 수도 없다. 더불어 정치적 편향이 뚜렷한 일부 유권자는 특정 정치세력, 조사업 체 혹은 언론사가 의도를 가지고 편향되게 조사한 결과라고 의심할 수 있 20대 총선보도의 문제점과 제언 39

다.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 혹은 폄훼하기 위한 음모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의심은 언론, 정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냉소주의로 발전할 여지 가 있다. 해석 과정에서 주관성이 일부 가미되었다는 사실을 수용자에게 설명한다면 지금처럼 객관주의에 천착한 보도 방식보다 해석적 보도가 실 질적 정보로서 더 가치를 지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의 가 치를 훼손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객관성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 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 혹은 적대적일지라도 해석의 의도와 방법, 과정은 불편부당하고 중 립적일 수 있다. 즉, 해석적 보도가 객관주의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 다. 물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인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기자의 임의적 해석을 토대로 보도될 수는 없다. 해석적 보도 과정 에서는 항상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후보자 혹은 후보자 캠프에 대한 취재 내용을 맥락적 정보로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 여론조사 결과 해석이 어려울 때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 보도 자체를 삼가야 옳 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진다면 해석적 선거 보도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 을 것이다. 결론을 갈음하여 선거 여론조사 보도 개선을 위한 4가지 제안을 정리해 본다. 첫째, 응답자 수, 응답률, 휴대전화 포함 비율 등 조사의 품질과 관 련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조사결과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둘째, 조사항목에는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외에 공약, 이슈, 도덕성, 정치 철학 등 선거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셋째, 조사결과는 뉴스의 중심이 아니라 뉴스 내용의 근거 혹은 소재로 활용되는 것에 한정되어야 한다. 넷째, 조사결과의 단 순한 정리가 아니라 결과의 원인과 의미에 대한 해석이 가미된 뉴스가 보 도되어야 한다. 40 관훈저널 여름호